국화에 관한  시 모음

 

황국 -----박두진

​​먼 햇살 넋이 엉겨 숭어리져 솟은 얼굴

인연의 그 창 변두리 ??로운 해후여

안에 깊이 가라앞힌 하늘 푸른 가을 마음

체념의 모래 벌이 강을 따라 펼쳐간

​​강물 푸른 물무늬속 흔들리는 그림자

강물이 저절로듯 저절로인 기약의

​​다시는 못돌아올 꽃띄움의 흩날림

창아침 햇살가의 서로 해후여

당 신  ---- 김용택


작은 찻잔을 떠돌던
노오란 산국(山菊)향이
아직도 목젖을 간질입니다.
마당 끝을 적시던
호수의 잔 물결이 붉게 물들어
그대 마음 가장자리를 살짝 건드렸지요.
지금도 식지않은 꽃향이
가슴 언저리에서 맴돕니다.
모르겠어요.
온 몸에서 번지는 이 향()
山菊 내음인지
당신 내음인지 ...
, 다 젖습니다.

들국화 -----천상병

​​산등선 외따른 데,
애기 들국화.

​​바람도 없는데
괜히 몸을 뒤뉘인다.

​​가을은
다시 올 테지.

​​다시 올까?
나와 네 외로운 마음이,

지금처럼
순하게 겹친 이 순간이

산국(山菊) ----- 이정록

들국화 꽃망울은 슬하 어린것들이다

못자리 골, 숟가락 많은 집이다

알루미늄 숟가락으로 퍼먹던

원기소 알약이다 마른 들국화 송아리는

해마다 산모가 되는 양순이다

​​반쯤 실성했던 머리칼을 하고서

연년생의 뿌리에게 독기를 내리고 있다

시든 꽃망울 속에 코를 박으면

죽어 묻히지 못한 것들의

살내음이 득시글거린다

소도 핥지 않는 독한 꽃

이곳에 누우면 내가 양순이다

소도 사람도 원기소 알약으로 작아진다

슬하 어린것들의 삭은 이빨에

광목실을 묶는, 늦가을 서릿발이다

​​들국화  ----- 나태주

​​바람 부는 등성이에

혼자 올라서

두고 온 옛날은
생각 말자고

아주 아주 생각 말자고.
갈꽃 핀 등성이에

혼자 올라서
두고 온 옛날은
잊었노라고

아주 아주 잊었노라고.
구름이 헤적이는
하늘을 보며

어느 사이
두 눈에 고이는 눈물.
꽃잎에 젖는 이슬.

​​들국화 ------김용택 

나는 물기만 조금 있으면 된답니다
아니, 물기가 없어도 조금은 견딜 수 있지요

때때로 내 몸에 이슬이 맺히고
아침 안개라도 내 몸을 지나가면 됩니다

기다리면 하늘에서
, 하늘에서 비가 오기도 한답니다

강가에 바람이 불고
해가 가고 달이 가고 별이 지며
나는 자란답니다

그렇게 세월이 가고 찬 바람이 불면
당신이 먼데서 날 보러 오고 있다는

그 기다림으로

나는 높은 언덕에 서서 하얗게 피어납니다

당신은 내게 나는 당신에게
단 한번 피는 꽃입니다

​​들국화 ------곽재구  

사랑의 날들이
올 듯 말 듯

기다려온 꿈들이
필 듯 말 듯

그래도 가슴속에 남은
당신의 말 한마디

하루종일 울다가
무릎걸음으로 걸어간

절벽 끝으로
당신은 하얗게 웃고

오래 된 인간의 추억 하나가
한 팔로 그 절벽에

끝끝내 매달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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