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에 관한 시모음詩
/사는/동안/ 꽃/처럼/
[1] 백목련 / 백우선
나뭇가지가 알을 낳았다
수백의 알이다
알을 가지 끝끝마다 자랑스레
들어올리고 있다
햇살은 알에서 토도로록 튀어오른다
사람의 눈길도 모여들어
알을 어루만진다
바람은 그 비단결로 휘감아 흐르고
어느 하나 품어주지 않는 게 없다
한눈 판 사이엔 듯
일제히 부화해 재재거리는
하얀 새떼
오는 봄 다 불러모아
일일이 머리에
깃털을 달아주고 있다
나무도 벌써
몇 번을 날아올랐으리라
[2] 목련 / 홍우계
돌아보지 말아야지
다시 보면 그 속에 쏘옥
빨려들고 말거야.
첫눈에 입맞추고 가는 나비도
한모금에 취해서 저리 비틀 나는데
나 같으면 한번다시 보기만 해도
빨려들어 한방울 이슬이 되고말걸?
돌아보지 말아야지
울며라도 가야지
[3] 목련 / 용혜원
봄 햇살에 간지럼 타
웃음보가 터진 듯
피어나는 목련꽃 앞에
그대가 서면
금방이라도 얼굴이
더 밝아질 것만 같습니다
삶을 살아가며
가장 행복한 모습 그대로
피어나는 이 꽃을
그대에게 한아름
선물할 수는 없지만
함께 바라볼 수 있는
기쁨만으로도
행복합니다
봄날은 낮은 낮 대로
밤은 밤 대로 아름답기에
꽃들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활짝 피어나는 목련꽃들이
그대 마음에
웃음 보따리를
한아름 선물합니다
목련꽃 피어나는 거리를
그대와 함께 걸으면 행복합니다
우리들의 사랑도 함께
피어나기 때문입니다
[4] 목련 / 허영숙
바람의 한숨에도
주저 없이 낙하하는 단단하지 못한 사랑
봉오리 안에
그립다는 말 아직 남아 있을 때
너 있는 북쪽하늘로 소식 보내니
봄 나무들 사이에
제일 먼저 연모의 꽃말이
하얗게 피어나거든
이별을 목전에 두고 보내는
마지막 고백이라 여겨다오
그리하여 꽃 져 내린 자리마다
다시 푸른 잎이 돋아나면
너와의 사랑은
짧아서 슬프기만 한
생애 가장 눈물겨운 봄이었노라고
미처 보내지 못한 결구로 읽어 다오
[5] 목련꽃 / 김달진
봄이 깊었구나
창 밖에 밤비 소리 잦아지고
나는 언제부터선가
잠 못 자는 병이 생겼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지난밤 목련꽃 세 송이 중
한 송이 떨어졌다.
이 우주 한 모퉁이에
꽃 한 송이 줄었구나.
[6] 4월의 시 / 박목월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이름 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돌아온 4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 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아
목련꽃 그늘 아래서
긴 사연의 편질 쓰노라
클로버 피는 언덕에서 휘파람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깊은 산골 나무 아래서
별을 보노라
돌아온 4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 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7] 목련꽃 존자 / 홍수영 (졸저)
나무, 연꽃을 닮더니
목련이 되었다
청정하게 수행하여 백목련 피우고
자비로운 보살행으로 자목련 피웠다
목련존자 연꽃효심 지옥까지 감동시키니
석가모니 연꽃이 염화시중으로 웃고 있다
목련
하늘 더 가까이 꽃 피웠으니
가없는 중생
고통바다 벗어 날 때까지
피고지고
지고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