巨卿 春亭 卞季良(13691430)文肅 密陽 春亭集

 

次子剛韻(차자강운) 자강의 운을 따서-卞季良

關門一室淸(관문일실청) 문 닫으니 방 하나 맑기만 하고

烏几淨橫經(오궤정횡경) 까만 책상 깔끔히 경전이 놓여

纖月入林影(섬월입림영) 초승달 숨어들어 숲 그림자에

孤燈終夜明(고등종야명) 외론등불 다해서 밤을 밝히네


睡起1(수기1) 잠에서 일어나-卞季良

地僻家何事(지벽가하사) 땅은 외져 집안에 무슨 일 있나

簷虛日自斜(첨허일자사) 처마는 비었는데 해 절로 기웃

幽人初睡覺(유인초수각) 그윽한 이 비로소 졸다 깨어나

開遍一林花(개편일림화) 두루 열린 숲 하나 꽃이 피었네


睡起2(수기2) 잠에서 일어나-卞季良

墻樹花初盛(장수화초성) 담장 나무 꽃으로 비로소 만발

庭苔綠漸深(정태녹점심) 뜨락 이끼 푸르러 갈수록 더욱

蝶飛如有約(접비여유약) 나비 날아 모이니 약속한 듯이

人立自長吟(인립자장음) 사람 서서 저절로 길게 읊음을


初冬雨夜(초동우야) 초겨울 비 오는 밤-卞季良

旅窓冬夜靜(려창동야정) 나그네 방에 겨울밤 고요

危坐轉悠哉(위좌전유재) 꿇어앉으니 갈수록 아득

夢斷三更雨(몽단삼경우) 꿈을 깨우는 한밤 빗소리

心驚十月雷(심경십월뢰) 마음 놀래게 시월 달 우레

壁燈熏散秩(벽등훈산질) 벽 걸린 등불 책을 그을려

爐火沒深灰(로화몰심회) 화로 불씨는 깊은 재 속에

少壯須勤力(소장수근력) 젊을 때 부디 힘써 부지런

光陰自解催(광음자해최) 세월은 절로 서둘러 흘러


宿山寺(숙산사) 숙산사-卞季良

山半古時寺(산반고시사) 산에 반쯤은 옛날 절이라

居僧多白頭(거승다백두) 머무는 스님 많이 흰 머리

禪枝寒磬動(선지한경동) 절집 추녀에 찬 풍경 울려

佛殿晩香浮(불전만향부) 부처 전각에 저녁 향 올라

塔影中庭月(탑영중정월) 탑 그림자에 뜰 가운데 달

松聲萬嶺秋(송성만령추) 솔바람소리 온 산에 가을

隔林城市近(격림성시근) 숲 너머에는 성시 가까워

一夜且淹留(일야차엄류) 하룻밤이야 머물러 보자


題靑溪山行上人院(제청계산행상인원) 청계산 행상인원에 제하여-卞季良

石路千崖盡(석로천애진) 돌길은 천길 절벽서 끝나

香煙一室淸(향연일실청) 향 연기 피어 방하나 맑아

客來求煮茗(객래구자명) 손은 와 찾아 차 싹 끓이길

僧坐自飜經(승좌자번경) 스님은 앉아 혼자 경을 펴

樹老何年種(수로하년종) 나무는 늙어 어느 해 심어

鍾殘半夜聲(종잔반야성) 종소리 남겨 한밤의 소리

悟空人事絶(오공인사절) 을 깨달아 사람 일 끊어

高臥樂無生(고와락무생) 높이 누워서 즐겨 살아


遣興(견흥) 흥을 달래며-卞季良

寂寞家何事(적막가하사) 고요 쓸쓸 집에야 뭔 일 있으랴

淸明日漸長(청명일점장) 청명이 되어선지 해 차츰 길어

暖風吹午夢(난풍취오몽) 따뜻한 바람 불어 낮에 꿈을 꿔

幽草自春香(유초자춘향) 그윽한 풀 저절로 봄의 향기를

遣興披書帙(견흥피서질) 흥 일어 달래려고 책을 펼치고

寬心索酒觴(관심색주상) 마음을 눅여보려 술잔을 찾아

向來眞趣足(향래진취족) 여태껏 참말이지 멋 냄 넉넉해

誰復憶羲皇(수복억희황) 뉘 돌아가 복희씨 생각할건가


睡起(수기) 잠에서 일어나-卞季良

茆簷日靜小窓明(묘첨일정소창명) 처마에 해 가만히 작은 창 밝혀

窓外靑山作畫屛(창외청산작화병) 창 밖에 푸른 산은 그림병풍에

宿醉醒來時政午(숙취성내시정오) 간밤 취함 가시니 때는 한낮에

手開爐火煖茶甁(수개노화난다병) 손수 열어 화롯불 차병을 데워


午吟(오음) 낮에 읊어-卞季良

綠樹陰濃近午天(녹수음농근오천) 푸른 나무 그늘 짙은 한낮의 하늘

白雲當戶正如綿(백운당호정여면) 하얀 구름 문에 서니 정말 솜 같아

鳥啼花落茅齋靜(조제화락모재정) 새는 울어 꽃이 지니 띠 집은 고요

剩得蒲團盡日眠(잉득포단진일면) 왕골자리 그 위에서 날 다해 잠을


月夜(월야) 달밤-卞季良

焚香一室足淸幽(분향일실족청유) 향불 피운 방 하나 맑고 그윽해

衾簟涼生暑氣收(금점량생서기수) 삿자리 서늘하여 더위를 거둬

直到夜深難作夢(직도야심난작몽) 내려 비춰 밤 깊이 잠들지 못해

月華星彩動新秋(월화성채동신추) 달빛어린 별빛에 가을 새로워


新秋雨夜(신추우야) 새 가을 비 내린 밤-卞季良

忽忽逢秋意易悲(홀홀봉추의역비) 훌쩍 만난 가을엔 마음 서글퍼

坐看楓葉落庭枝(좌간풍엽낙정지) 앉아 바래 단풍잎 뜰에 떨어져

算來多少心中事(산래다소심중사) 헤어 오니 얼마간 마음 속 일을

月暗疎窓夜雨時(월암소창야우시) 달빛 어둑 성긴 창 밤비 내릴 때


夜雨(야우) 밤비-卞季良

小雨冥冥久未晴(소우명명구미청) 보슬비 어둑어둑 오래 안 그쳐

連雲接塞暗重城(연운접새암중성) 이은 구름 변방에 까만 겹친 성

無端更向空階滴(무단갱향공계적) 실없이 다시 뿌려 빈 섬돌 적셔

遮莫幽人夢不成(차막유인몽불성) 막지 마라 숨은 이 꿈을 못 이뤄


雪晴(설청) 눈이 개이니-卞季良

風急雪花飄若絮(풍급설화표야서) 바람 빨라 눈꽃은 솜처럼 날려

山晴雲葉白於綿(산청운엽백어면) 산이 개니 구름 잎 솜보다 희네

箇中莫怪無新句(개중막괴무신구) 이 가운데 새론 시 없다 말아라

佳興從來未易傳(가흥종내미이전) 좋은 멋 냄 예부터 쉽겐 못 알려


冬至(동지) 동짓날-卞季良

繡紋添線管灰飛(수문첨선관회비) 수 무늬에 더한 실 대롱 재 날려

冬至家家作豆糜(동지가가작두미) 동짓날 집집마다 팥죽을 쑤네

欲識陽生何處是(욕식양생하처시) 알고 싶은 하나 어딘가 했지

梅花一白動南枝(매화일백동남지) 매화꽃 흰 꽃 하나 남쪽 가지에


試闈(시위) 과장에서 과거시험장 대궐작은문위-卞季良

春闈曾見士如林(춘위증견사여림) 봄 과장 일찍이 본 선비들 수풀

萬萬花容有淺深(만만화용유천심) 많고 많은 꽃빛은 옅고 짙어서

李白桃紅都自取(리백도홍도자취) 흰 오얏 붉은 복사 다 절로 얻어

天工造物本無心(천공조물본무심) 하늘이 지은 만물 본디 무심해


病中(병중) 아픈 가운데-卞季良

幽棲地僻客來遲(유서지벽객내지) 그윽한 삶 외진 곳 손 오기 늦어

門掩苔痕欲上扉(문엄태흔욕상비) 문 닫아 이끼 끼어 사립문 번져

巢燕似應憐我病(소연사응련아병) 깃든 제비 내 병을 가엽게 여겨

簷前終日語還飛(첨전종일어환비) 처마 앞에 하루 내 묻고 날아가


冬至日早朝(동지일조조) 동짓날 이른 아침-卞季良

金碧輝輝映道周(금벽휘휘영도주) 금에 옥에 빛나니 길 두루 비쳐

九門寒漏促更籌(구문한누촉갱주) 아홉 문 찬 물시계 다그쳐 헤어

鷄人報曉開天闕(계인보효개천궐) 닭 사람 새벽 알려 대궐문 열려

鸞鷺盈庭拜冕旒(난로영정배면류) 신하들로 뜰 가득 임금님 뵈어

雲近御牀分五色(운근어상분오색) 구름 둘러 용상 곁 오색 나뉘어

山呼聖壽獻千秋(산호성수헌천추) 산도 외쳐 임금 삶 천세를 빌어

佳辰況是陽初動(가신황시양초동) 좋은 날에 하물며 한 양기 비롯

蹈舞歌時敢自休(도무가시감자휴) 춤추며 노래한 때 혼자만 쉴까


獨坐呈柳先達(독좌정류선달) 홀로 앉아 류선달에게 드림-卞季良

雨後靑靑苔色新(우후청청태색신) 비온 뒤 푸릇푸릇 이끼 빛 새록

空庭惟有燕來頻(공정유유연래빈) 빈 뜰에 오직 있어 제비 자주 와

科頭箕踞茅簷畔(과두기거모첨반) 맨머리에 웅크려 처마 두둑에 키기 웅크릴거

時復題詩寄故人(시부제시기고인) 때론 다시 시 지어 벗에게 주지 부칠기


不出(불출) 나가지 않아-卞季良

幽意自多愜(유의자다협) 그윽한 뜻에 나는 꽤 흐뭇 쾌할협

竟無賓客來(경무빈객래) 끝내 없으니 오는 손님이

酒杯浮蟻嫰(주배부의눈) 술잔에 떠니 거품이 보글 개미의 어릴눈

花朶近人開(화타근인개) 꽃떨기 피워 사람 가까이 늘어질타

試筆添詩藁(시필첨시고) 붓 들어 해봐 시 한 수 보태 마를고

移牀掃石苔(이상소석태) 평상을 옮겨 돌이끼 쓸어 평상상 쓸소

數旬仍不出(삭순잉불출) 몇 십일 거듭 나가지 않아 열흘순

冠帶暗生埃(관대암생애) 갓에 띠에도 언제 먼지에 티끌애


晨興(신흥) 새벽 흥-卞季良

殘夜涼侵簟(잔야량침점) 새벽 서늘함 삿자리 들어 삿자리점

窓虛露氣通(창허로기통) 창문 틈으로 이슬 기 미쳐

四鄰明宿火(사린명숙화) 온데 이웃에 밤 등불 밝혀

萬井動晨鍾(만정동신종) 모든 우물에 새벽 잔 놓여

日出疎煙外(일출소연외) 해가 떠올라 엷은 연기 밖

秋生積雨中(추생적우중) 가을로 접어 비 쌓인 끝에

幽棲忘盥櫛(유서망관즐) 숨어 살아서 잊은 대야 빗 대야관 빗즐

客至强爲容(객지강위용) 손님이 찾아 억지로 꾸며


感興1(감흥1) 흥을 느껴-卞季良

肅肅風露涼(숙숙풍로량) 쓸쓸한 바람 이슬 차가워 서늘할량

輝輝星月明(휘휘성월명) 빛나는 별에 달은 밝기도

悄然坐長夜(초연좌장야) 시름겨워서 앉아 긴 밤을 근심할초

百感由中生(백감유중생) 온갖 느낌이 따름 속 솟아

男兒貴立身(남아귀립신) 사내 받들어 몸을 세우기

出處諒難輕(출처량난경) 난 곳을 믿어 가벼이 못해 믿을량

忘義決性命(망의결성명) 옳음을 잊고 바탕 명 제쳐 터질결

碌碌徒求榮(녹록도구영) 울퉁불퉁 헛 꽃피움 찾아 돌모양록

子晉亦何爲(자진역하위) 자진은 또한 어떠했는가

緱山獨吹笙(구산독취생) 구산에 홀로 생황을 불어 칼자루감을구 생황생

無可無不可(무가무불가) 옳음이 없어 안 옳음 없어

大聖初難名(대성초난명) 큰 성인 처음 이름 어려워


感興2(감흥2) 흥을 느껴-卞季良

吾聞神仙人(오문신선인) 우리 들으니 신선인 사람

高步餐紫霞(고보찬자하) 높이 거닐며 붉은 놀 먹어 먹을찬

逍遙壺中天(소요호중천) 거닐어 놀아 병 속에 하늘 거닐소 병호

流光任蹉跎(유광임차타) 빛 흘러 맡겨 헛디뎌 지나 넘어질차 헛디딜타

我生異於是(아생이어시) 내 삶은 달라 이런 것과는

撫琴良歎嗟(무금량탄차) 거문고 만져 참으로 탄식

充腸用禾稼(충장용화가) 배를 채우려 벼농사 짓고

煖身以絲麻(난신이사마) 몸을 데우려 삼 잣는 까닭 따뜻할난 삼마

但願崇令德(단원숭령덕) 다만 바라니 좋은 덕 높여 높을숭

壽夭心靡他(수요심미타) 오래 삶 못삶 마음 안 달라 어릴요 쓰러질미


感興3(감흥3) 흥을 느껴-卞季良

瑞蓮出衆卉(서련출중훼) 좋으니 연꽃 뭇 풀 뛰어나 풀훼

不染亦不靡(불염역불미) 물들지 않아 쏠리지 않아 쓰러질미

結根非其地(결근비기지) 뿌리를 맺어 그 땅 아니나

生此東海涘(생차동해사) 이리 자라니 동해 물가에 물가사

我行適見之(아행적견지) 내 길을 가다 마침 널 보니

悲歎未能已(비탄미능이) 슬피 읊음에 그치질 못해

世無濂溪翁(세무렴계옹) 세상에 없어 렴계 늙은이 濂溪周敦頤(1017~1073)

誰知是君子(수지시군자) 누가 알건가 이것이 군자

政恐霜雪逼(정공상설핍) 정말 두려워 서리 눈 닥침 닥칠핍

紅芳難久恃(홍방난구시) 붉은 꽃다움 오래 못 믿어


感興4(감흥4) 흥을 느껴-卞季良

春蠶復秋蛾(춘잠복추아) 봄누에 돌아 가을엔 나방 누에잠 나방아

歲月無停期(세월무정기) 세월에 없어 멎은 동안이

人生非金石(인생비금석) 사람 삶 아니 쇠나 돌로는

少年能幾時(소년능기시) 젊은 나이로 몇 때 보낼까

馳名日拘束(치명일구속) 이름 치달아 날로 얽매여 달릴치

靜言心傷悲(정언심상비) 가만히 말해 맘 다친 슬픔

旣壯不努力(기장불노력) 이미 다자라 힘쓰지 않아

白首而無知(백수이무지) 흰머리라도 아는 게 없어

思之一長歎(사지일장탄) 이를 생각해 긴 한숨 하나

庶幾來可追(서기래가추) 거의 왔는데 쫓아가야해


感興5(감흥5) 흥을 느껴-卞季良

嶙峋有古柏(인순유고백) 깊고 깊은 산 오랜 잣나무 가파를린 깊숙할순

托根深山中(탁근심산중) 뿌리 내리니 깊은 산속에 밀탁

霜露日夜催(상로일야최) 서리 이슬로 밤낮 다그쳐

臥壑如蟄龍(와학여칩룡) 골짝에 누워 숨은 용처럼 숨을칩

豈乏梁棟材(개핍량동재) 어찌 버리랴 들보 기둥감 가난할핍 용마루동

所嗟無良工(소차무량공) 탓하니 없어 좋은 대목이

我來久吁怪(아래구우괴) 내 와서 오래 어째 이상해 탄식할우

柯葉嘶悲風(가엽시비풍) 가지 잎 울어 슬픈 바람에 자루가 울시

棄捐勿復道(기연물부도) 버려둘 테니 다시 말 마라 버릴기연

此恨今昔同(차한금석동) 이런 한이란 이제 옛 같아


感興6(감흥6) 흥을 느껴-卞季良

綺樓何鮮明(기루하선명) 멋진 누각이 어찌나 뚜렷 비단기 고울선

照耀浮雲邊(조요부운변) 비춰 빛나니 뜬구름 가에 빛날요

樓中有佳女(누중유가녀) 누대 안에는 아름다운 이

容色妖且姸(용색요차연) 얼굴 맵시는 요염해 고와 아리따울요 고울연

一笑竟不發(일소경불발) 웃음 하나를 끝내 안 보내

芳心誰爲傳(방심수위전) 꽃다운 마음 누가 해 알려

試取鳴琴彈(시취명금탄) 잡아 울려봐 거문고 뜯어

哀響飛靑天(애향비청천) 서글픈 울림 푸른 하늘로 울림향

願爲君子逑(원위군자구) 되기 바라니 군자의 배필 짝구

偕老終百年(해로종백년) 함께 늙어서 백년을 다해 함께해


感興7(감흥7) 흥을 느껴-卞季良

千門桃與李(천문도여리) 모든 문에 핀 복사 오얏꽃

當春各爭媚(당춘각쟁미) 봄 맞아 따로 다투는 아양 아첨할미

兒女竟耽翫(아녀경탐완) 아녀자 다해 즐겨서 놀아 가지고놀완

爛熳誇富貴(난만과부귀) 흐드러지게 부귀를 자랑 문드러질란 자랑할과

一夕龍火飛(일석룡화비) 어느 한 저녁 용 불이 날아

摧脫卽枯卉(최탈즉고훼) 꺾이고 벗어 마른 풀 나무 꺾을최

不見南山松(불견남산송) 보지도 않아 남산 소나무

歲寒含晩翠(세한함만취) 해 추운 겨울 늦 푸름 품어


次靈通寺壁上韻(차령통사벽상운) 영통사 벽 위의 운으로-卞季良

地僻塵機息(지벽진기식) 땅은 외져서 티끌 틀 재워 후미질벽

樓高暑氣微(누고서기미) 누대는 높아 더운 티 가셔

鳥隨鳴磬下(조수명경하) 새 따라 내려 경쇠 울림에 경쇠경

僧趁暮鍾歸(승진모종귀) 중 좇아 옴은 저녁 종소리 좇을진

移石雲生袖(이석운생수) 돌을 옮겨서 구름 난 소매 소매수

看松露滴衣(간송로적의) 솔을 우러러 이슬 맞은 옷 물방울적

秋霜山菓熟(추상산과숙) 가을 서리에 산 과일 익어

更此扣岩扉(갱차구암비) 다시 여기서 바위 문 당겨 두드릴구 문짝비


題僧舍(제승사) 스님 집-卞季良

俗客來參佛(속객래참불) 세속 나그네 와서 부처 봬

高僧坐誦經(고승좌송경) 높은 스님은 앉아 경을 외

晝燈熏古壁(주등훈고벽) 낮에 등불로 옛 벽 그을려 연기낄훈

老檜響空庭(노회향공정) 늙은 전나무 빈 뜰에 울려 노송나무회

塔立三層白(탑립삼층백) 탑은 우뚝 서 삼층 하얗고

山回四面靑(산회사면청) 산은 둘러져 사면 푸르러

禪窓更無事(선창갱무사) 선방 창 다시 아무 일 없어

終日倚風欞(종일의풍령) 하루 내 기대 바람 난간에 격자창령


登聖居山金神寺(등성거산금신사) 성거산 금신사에 올라-卞季良

攀蘿登絶頂(반라등절정) 넝쿨을 잡고 꼭대기 올라 무라

碧殿拱寒虛(벽전공한허) 푸른 집 안겨 차가운 빔에 두손맞잡을공

佛古稱尊者(불고칭존자) 불상 오래되 높일 이 일러

山靈號聖居(산령호성거) 산은 신령해 성인 삶 불려

鍾聲雲外落(종성운외락) 종소리 떨렁 구름 밖으로

松影月中疏(송영월중소) 솔 그늘 드문 달 가운데에

最愛安禪子(최애안선자) 가장 아끼니 편한 불자여 봉선선

渠心政自如(거심정자여) 어찌 마음은 정말 절로라 도랑거


寄鼎谷(기정곡) 정곡에게 부쳐 將赴京都長湍途中寄呈鼎谷-卞季良

蓬轉東南影與身(봉전동남영여신) 뽑혀 굴러 동남을 몸과 그림자 쑥봉

舊情誰復似雷陳(구정수복사뢰진) 옛 정을 누가 돌려 우레 폄 같이

病深藥物渾無賴(병심약물혼무뢰) 병이 깊어 약이란 다 소용없어 힘입을뢰

吟苦詩篇頗有神(음고시편파유신) 아픔 읊은 시들로 자못 얼차려

虛白連天江群曉(허백련천강군효) 비어 흰 이은 하늘 강 뭉텅 훤해

暗黃浮地柳是春(암황부지류시춘) 검누렇게 뜬 땅에 버들이 봄날

自憐令節情懷惡(자련령절정회악) 저만 불쌍 좋은 철 정 품어 나빠

題句時還寄故人(제구시환기고인) 지은 글 때론 돌려 옛 벗에 부쳐


金神寺(금신사) 금신사-卞季良

金神洞府深復深(금신동부심부심) 금신동 골짜기는 깊고도 깊어

時有老僧邀獨尋(시유로승요독심) 때로는 늙은 스님 홀로 맞으려 찾을심

鹿麋穩眠草如織(녹미온면초여직) 사슴들 편한 잠에 풀은 짜인 듯 큰사슴미

蝙蝠亂飛山正陰(편복란비산정음) 박쥐 날아 어지러 산은 그늘이 박쥐편복

石根嵓泉碎玉斗(석근암천쇄옥두) 바위밑동 바위샘 깨진 옥 한말 바위암 부술쇄

風吹蘿月散黃金(풍취라월산황금) 바람 불어 덩굴 달 흩어진 황금

曉來欲覺聞鍾坐(효래욕각문종좌) 새벽 오니 잠깨려 듣는 종소리

當日少陵知此心(당일소릉지차심) 그 날의 소릉이라 이 마음 알아 杜甫


原仲(원중) 원중-卞季良

長嘯飄然海一隅(장소표연해일우) 길게 읊어 획 떠나 바다 한 쪽을 모퉁이우

早年行路正荒蕪(조년행로정황무) 젊은 날 가는 길이 정말 거칠어 거칠어질무

不才自合居蓬蓽(부재자합거봉필) 아닌 재주 딱 맞아 풀밭에 살아 콩필

高興時時滿八區(고흥시시만팔구) 높은 흥에 때때로 온데로 넘쳐


偶吟1(우음1) 우음-卞季良

螢雪辛勤十載餘(형설신근십재여) 어렵게 맵게 힘써 열해 남짓에 螢雪之功

少年豪氣塞堪輿(소년호기색감여) 어린나이 씩씩함 하늘땅 막아 수레여

一庭綠草春將半(일정록초춘장반) 뜰 하나 푸른 풀로 봄은 반이나

且取星書强卷舒(차취성서강권서) 가져다 별 글 달력 억지 열어 펴 펼서


偶吟2(우음2) 우음-卞季良

易數元來未易窮(역수원래미이궁) 주역 수리 원래가 다함 안 쉬워

先生能向一中通(선생능향일중통) 선생은 쭉 하여서 하나로 꿰어

天根月窟曾探躡(천근월굴증탐섭) 하늘뿌리 달의 굴 일찍 찾아서 밟을섭

須信堯夫在海東(수신요부재해동) 꼭 믿어 요부 소옹 우리도 있어 邵雍


雨中看梨花(우중간이화) 빗속의 배꽃을 보며-卞季良

梨花着雨映簷端(리화착우영첨단) 배꽃에 빗물 달려 처마 끝 비춰

終日無人獨憑欄(종일무인독빙란) 하루 내 사람 없어 혼자만 기대 기댈빙

恰似明妃在胡虜(흡사명비재호로) 마치 꼭 왕소군이 흉노에 있기 마치흡

玉顔雙淚不曾乾(옥안쌍루부증건) 옥 얼굴 두 줄 눈물 마름 못 만나


暮春卽事(모춘즉사) 늦은 봄에-卞季良

落花撩亂入風欞(낙화료란입풍령) 지는 꽃 돋워 시끌 바람 든 난간 다스릴료

灑面頻敎醉夢驚(쇄면빈교취몽경) 얼굴에 뿌리게 해 꿈꾸다 놀라 뿌릴쇄

應是東君好詩者(응시동군호시자) 이래 맞는 봄 임금 시를 좋아해

深嗔才子太無情(심진재자태무정) 하도 성내 시인에 너무 정 없어 성낼진


層峯裏(층봉리) 겹친 봉우리 속에-卞季良

寂寞蘿窓底(적막라창저) 고요 쓸쓸히 넝쿨 창 나직 밑저

惟聞澗水聲(유문간수성) 오직 들으니 골짝 물소리 계곡시내간

淸心談佛性(청심담불성) 말간 마음에 얘긴 부처님

叉手問僧名(차수문승명) 손 모아 물어 스님 이름을 깍지낄차

遊宦誠無策(유환성무책) 벼슬살면서 정말 꾀 없어 벼슬환

烟霞合鍊形(연하합련형) 안개노을에 붙어 불린 꼴 불릴련

坐來山正靜(좌래산정정) 앉아있자니 산은 참 가만

一鳥不曾鳴(일조부증명) 한 마리 새도 일찍 안 울어


寄東窓(기동창) 동녘 창에 부쳐-卞季良

祖翁多積善(조옹다적선) 할아비께서 선 쌓음 많아

故此有賢孫(고차유현손) 그래서 이리 어진 손자가

詩態春雲麗(시태춘운려) 시는 맵시나 봄 구름 고움

容儀白玉溫(용의백옥온) 얼굴 몸가짐 하얀 옥 말쑥

林花依屋角(임화의옥각) 숲의 꽃 기대 집 모퉁이에

庭樹到窓根(정수도창근) 뜰 나무 뻗어 창문 아래로

窮巷誰曾過(궁항수증과) 끝 다한 마을 뉘 일찍 지나 거리항

殘經手自翻(잔경수자번) 남겨진 경전 손수 뒤적여 날번


寄陽曲(기양곡) 양곡에게 부쳐-卞季良

落落隴西彦(낙락롱서언) 우뚝 뛰어나 농서의 선비 고개이름롱

早年成大家(조년성대가) 이른 나이에 큰 갖춤 이뤄

新篇惟我共(신편유아공) 새 시 지음에 오직 내 함께

高義更誰過(고의갱수과) 높은 의리에 다시 뉘 넘어

樹密聞幽鳥(수밀문유조) 나무 빽빽해 숨은 새소리

簷虛對晩花(첨허대만화) 처마는 비어 늦은 꽃 마주

佳辰看又近(가신간우근) 아름다운 날 보며 다가와

身病欲如何(신병욕여하) 몸이 병들어 어떻게 하나


觀音窟(관음굴) 관음굴-卞季良

聖居山東天磨西(성거산동천마서) 성거산 동쪽으로 천마산 서쪽

觀音之窟幽且淸(관음지굴유차청) 관음굴은 그윽해 게다가 맑아

朴淵水下垂玉虹(박연수하수옥홍) 박연폭포 물 쏟아 옥의 무지개

倚祥臺逈干靑冥(의상대형간청명) 의상대는 멀기만 푸른 하늘에 멀형 어두울명

兩箇石佛是眞象(량개석불시진상) 두 개의 돌부처는 바로 참 본떠 낱개

白頭老僧非世情(백두노승비세정) 흰머리 늙은 스님 속세 아닌 정

生平遊歷未曾有(생평유력미증유) 살면서 거쳐 다녀 일찍이 없어

殷勤掃壁題姓名(은근소벽제성명) 힘써서 벽을 쓸어 성 이름 새겨 성할은 慇懃


無題(무제) 무제-卞季良

軒冕從來世所誇(헌면종래세소과) 높은 자리 예부터 세상 자랑해 면류관면

相公須信聖恩加(상공수신성은가) 재상은 꼭 알아야 임금 은혜를

卽今門戶光輝大(즉금문호광휘대) 나아 이제 집안에 빛남이 큼직 빛날휘

況乃高堂白髮何(황내고당백발하) 하면 집에 어버이 어찌하려오 하물며황


上卽位明朝受朝賀(상즉위명조수조하) 상 즉위 명조 수 조하 世宗-卞季良

天命人歸在嗣王(천명인귀재사왕) 하늘 명 사람 마음 이은 임금께 이을사

勃興垂拱正當陽(발흥수공정당양) 우쩍 일어 맞잡아 바로 남쪽을 우쩍일어날발

絳侯撥亂開新業(강후발란개신업) 강후주발난리에새 업을 열어 진홍강 다스릴발

漢室從玆獲再昌(한실종자획재창) 한 나라 이에 따라 다시 번창해 이자 얻을획

文武分行庭左右(문무분항정좌우) 문무관 나눠 줄서 조정 좌우에 줄항 朝廷

冕旒臨下殿中央(면류림하전중앙) 면류관 아랠 보며 대전 가운데 大殿

永安宗社伊誰力(영안종사이수력) 길이 평안 종사를 누구의 힘이宗廟社稷저이

應使斯民竟不忘(응사사민경불망) 맞아하여 이 백성 끝내 못 잊어


次陽谷韻1(차양곡운1) 양곡의 운으로-卞季良

珠翠城都百萬家(주취성도백만가) 구슬비취 서울엔 백만의 집이

春濃何處不開花(춘농하처불개화) 봄 짙은 어디인들 꽃이 안 필까 짙을농

吟餘却想池塘草(음여각상지당초) 읊음 남아 생각해 연못에 풀이

倍覺君居興轉賖(배각군거흥전사) 더느껴 그대 머묾 흥 돌아 아득 외상으로살사

次陽谷韻2(차양곡운2) 양곡의 운으로-卞季良

晴窓終日聽春禽(청창종일청춘금) 갠 창에 하루 다해 듣는 봄날 새

門靜無人可共吟(문정무인가공음) 문 고요 사람 없어 함께 읊을만

賴有寄來詩句在(뢰유기래시구재) 힘입음에 부쳐온 시구가 있어 힘입을뢰

能將破却憶君心(능장파각억군심) 깨뜨려보려하네그대생각맘 깨뜨릴파 물리칠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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