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 촉선주묘(蜀先主廟)-유우석(劉禹錫;772-842)
촉 나라 선왕의 사당
天地英雄氣,(천지영웅기), 천지 영웅의 기개여
千秋尙凜然!(천추상늠연)! 천년이 지나도 여전히 두렵도다
勢分三足鼎,(세분삼족정), 형세는 삼국으로 갈라졌으나
業復五銖錢.(업복오수전). 공업은 한나라 오수전을 회복하였다
得相能開國,(득상능개국), 훌륭한 재상 얻어 나라를 열었으나
生兒不象賢.(생아부상현). 낳은 자식 성현을 닮지 못했다네
淒涼蜀故妓,(처량촉고기), 처량하다, 촉나라 옛 기녀들이여
來舞魏宮前.(내무위궁전). 위나라 궁전 앞에서 춤을 추다니
151. 몰번고인(沒蕃故人)-장적(張籍)
번에서 죽은 친구여
前年伐月支,(전년벌월지), 지난 해 월지국을 치다가
城下沒全師.(성하몰전사). 성 아래에서 전 군사가 전멸당했소
蕃漢斷消息,(번한단소식), 번과 중국과는 소식 끊어지고
死生長別離.(사생장별리). 죽은 사람과 산 사람 긴 이별 하였다네
無人收廢帳,(무인수폐장), 부서진 휘막 거두는 이 아무도 없고
歸馬識殘旗.(귀마식잔기). 돌아온 말만이 남아 있는 깃발의 주인 안다네
欲祭疑君在,(욕제의군재), 제사를 지내고 싶어도 그대 살아있는 것 같아
天涯哭此時.(천애곡차시). 이 시간 하는 먼 곳을 향하여 통곡하노라
152. 부득고원초송별(賦得高原草送別)-백거이(白居易;772-846)
고원의 풀을 시로 읊어 송별하다
離離原上草(이리원상초) : 무성한 언덕 위의 들풀
一歲一枯榮(일세일고영) : 한 해에 한 번씩 나고 시든다.
野火燒不盡(야화소부진) : 들불에 타도 다 하지 않고
春風吹又生(춘풍취우생) : 봄바람이 불면 또 자라난다.
遠芳侵古道(원방침고도) : 멀리 뻗힌 풀은 오래된 길을 덮고
晴翠接荒城(청취접황성) : 맑은 풀빛은 거친 옛 성터에 어린다.
又送王孫去(우송왕손거) : 다시 그대를 보내어 전송하니
萋萋滿別情(처처만별정) : 우거진 풀처럼 이별의 마음 가득하다
153.여숙(旅宿)-두목(杜牧;803-853)
여관에 투숙하며
旅館無良伴,(려관무량반), 여관엔 좋은 친구 없어
凝情自悄然.(응정자초연). 생각에 잠겨 저절로 외로워라
寒燈思舊事,(한등사구사), 차가운 등잔 아래 지난 일 생각하는데
斷雁警愁眠.(단안경수면). 외로운 기러기 소리에 놀라 잠을 깬다
遠夢歸侵曉,(원몽귀침효), 먼 꿈에서 새벽에야 돌아오고
家書到隔年.(가서도격년). 집의 편지는 해를 넙긴다
滄江好煙月,(창강호연월), 푸른 강 안개속 달이 이렇게도 좋고
門繫釣魚船.(문계조어선). 문 앞에는 고기 잡는 배가 매여 있다
154. 추일부궐제동관역누(秋日赴闕題潼關驛樓)-허혼(許渾)
어느 가을날 대궐로 가다가 동관역루에서 짓다
紅葉晩蕭蕭,(홍섭만소소), 붉은 단풍잎, 저녁 되니 쓸쓸하여
長亭酒一瓢.(장정주일표). 높은 정자에서 술 한 잔을 마신다
殘雲歸太華,(잔운귀태화), 하늘에 남은 구름은 태화로 떠돌고
疏雨過中條.(소우과중조). 성긴 비는 중조를 지나간다
樹色隨山逈,(수색수산형), 나무의 빛 산 따라 멀어지고
河聲入海遙.(하성입해요). 냇물 소리는 바다로 흘러 아득하다
帝鄕明日到,(제향명일도), 서울엔 내일이면 가는데
猶自夢漁樵.(유자몽어초). 여전히 스스로는 어부 되고 나무꾼을 꿈꾼다
155.조추(早秋)-허혼(許渾)
이른 가을
遙夜泛淸瑟, (요야범청슬),긴 밤 맑은 비파 소리로 가득하고
西風生翠蘿. (서풍생취나).푸른 담쟁이덩굴에 서풍이 인다
殘螢棲玉露, (잔형서옥노),남은 반딧불은 이슬에 깃들고
早雁拂銀河. (조안불은하).이른 기러기 은하수를 스치듯 날아간다
高樹曉還密, (고수효환밀),높은 나무는 새벽에 도리어 빽빽하고
遠山晴更多. (원산청갱다).먼 산은 개이면 더욱 많이 보인다다
淮南一葉下, (회남일섭하),회남땅에 나뭇잎 하나 떨어지니
自覺老煙波. (자각노연파).자연 속에서 내가 늙어짐을 깨닫는다
156. 선(蟬)-이상은(李商隱;812-858)
매미
本以高難飽,(본이고난포), 본래 청고하여 배부르기 어려운데도
徒勞恨費聲.(도노한비성). 헛되이 수고하여 한스럽게 소리만 허비한다
五更疏欲斷,(오경소욕단), 오경에는 드문 소리 끊어질 듯 이어지지만
一樹碧無情.(일수벽무정). 나무는 무정하여 푸르기만 하다
薄宦梗猶泛,(박환경유범), 낮은 벼슬아치 대개 떠도나니
故園蕪已平.(고원무이평). 돌아오니 고향의 동산은 이미 황폐하다
煩君最相警,(번군최상경), 번거롭게도 그대 나를 깨우쳐주지만
我亦擧家淸.(아역거가청). 나 또한 온 집안이 청고하다오
157. 풍우(風雨)-이상은(李商隱;812-858)
비바람
淒涼寶劍篇,(처량보검편),처량하다, 곽진의 보검편 같은 내 처지여
羈泊欲窮年.(기박욕궁년).떠돌다가 또 한해가 지나간다
黃葉仍風雨,(황섭잉풍우),낙엽 진 나무에는 비바람 치고
靑樓自管弦.(청누자관현).화려한 누대엔 절로 음악소리 넘쳐난다
新知遭薄俗,(신지조박속),새 사람 알수록 각박한 풍속 만나고
舊好隔良緣.(구호격양연).엣 친구 좋은데 인연이 멀어진다
心斷新豊酒,(심단신풍주),고향 술인 신풍주를 보니 창자 끊어질 듯
銷愁斗幾千.(소수두궤천).나의 근심 삭히려면 몇 천 말의 술을 마셔야 하나
158. 낙화(落花)-이상은(李商隱)
떨어지는 꽃잎
高閣客竟去,(고각객경거),높은 누각엔 객은 이미 더나고
小園花亂飛.(소원화난비).작은 동산에는 꽃이 어지러이 난다
參差連曲陌,(삼차련곡맥),들쭉날쭉 날려가 굽은 길은 이어지고
迢遞送斜暉.(초체송사휘).멀리 지는 햇빛을 전송한다
腸斷未忍掃,(장단미인소),마음이 아파 차마 다 쓸지 못하고
眼穿仍欲歸.(안천잉욕귀).뚫어지게 바라보며 떨어진 꽃잎이 가지로 다시 돌아갔으면
芳心向春盡,(방심향춘진),꽃다운 내 마음 봄을 향해 다하여도
所得是沾衣.(소득시첨의).얻는 것은 눈물이 옷을 적시는 것뿐
159. 양사(涼思)-이상은(李商隱;812-858)
쓸쓸한 마음
客去波平檻,(객거파평함), 객은 떠났는데 파도는 잔잔하고
蟬休露滿枝.(선휴노만지). 매미 소리 그치고 이슬은 나뭇가지에 가득 내렸다
永懷當此節,(영회당차절), 이 계절에 오랫동안 그대를 생각하며
倚立自移時.(의립자이시). 난간에 기대니 절로 시간이 흘러가네
北斗兼春遠,(배두겸춘원), 북두성은 봄과 같이 멀어지고
南陵寓使遲.(남능우사지). 남릉 땅은 너무 멀어 심부름꾼도 늦게 오는구나
天涯占夢數,(천애점몽삭), 하늘 저 먼 곳 일, 꿈을 자주 점쳐보며
疑誤有新知.(의오유신지). 새 친구 생겨서라고 의심하고 오해도 해본다
160. 북청라(北靑蘿)-이상은(李商隱;812-858)
殘陽西入崦,(잔양서입엄), 지는 해 서쪽으로 넘어가고
茅屋訪孤僧.(모옥방고승). 띠 집으로 스님을 찾아왔다
落葉人何在?(낙엽인하재)? 낙엽은 지는데 사람은 어디 있는지
寒雲路幾層?(한운노궤층)? 찬 구름 떠가는데 길은 몇 층이나 되나
獨敲初夜磬,(독고초야경), 혼자 초저녁 경쇠를 치고
閑倚一枝藤.(한의일지등). 한가히 등나무 가지에 몸을 기대고 있네
世界微塵里,(세계미진리), 세상은 작은 티끌 동네이거니
吾寧愛與憎.(오녕애여증). 나 어찌 사랑하고 미워하리
161. 송인동유(送人東游)-온정균(溫庭筠;812?-870)
사람을 동유에 보내다
荒戍落黃葉,(황수낙황섭), 황폐한 수자리에 누렇게 낙엽지고
浩然離故關.(호연리고관). 결연히 그대는 고향을 떠나는구려
高風漢陽渡,(고풍한양도), 높은 바람 한양 나루에 불어오고
初日郢門山.(초일영문산). 영문산에는 해가 떠오른다
江上幾人在?(강상궤인재)? 강가에는 사람이 몇이나 있는가
天涯孤棹還.(천애고도환). 하늘 끝 저 멀리서 외로운 배 노 저어온다
何當重相見,(하당중상견), 어찌 반드시 다시 만나
樽酒慰離顔?(준주위리안)? 이별하는 그대 얼굴 한 동이 술로 위로하리
162. 파상추거(灞上秋居)-마대(馬戴)
파수 가에서 가을을 보내며
灞原風雨定,(파원풍우정), 파수 언덕에 비바람 잔잔하고
晩見雁行頻.(만견안항빈). 저녁엔 기러기 떼 자주 본다
落葉他鄕樹,(낙섭타향수), 나뭇잎 떨어지는 나무는 타향의 나무
寒燈獨夜人.(한등독야인). 싸늘한 등잔 아랜 홀로 잠 못 자는 나
空園白露滴,(공원백노적), 빈 정원엔 흰 이슬 맺히고
孤壁野僧鄰.(고벽야승린). 외로운 벽에는 시골 스님이 이웃해 산다네
寄臥郊扉久,(기와교비구), 들녘 사립문에 은거한지 오래되어
何門致此身?(하문치차신)? 어느 집 대문간에 이 몸을 맡겨볼까
163. 초강회고(楚江懷古)-마대(馬戴)
초강을 회고함
露氣寒光集, (노기한광집) : 밖 공기에 차가운 햇볕 모이고
微陽下楚丘. (미양하초구) : 희미한 햇빛 초나라 산천에 내리네
猿啼洞庭樹. (원제동정수) : 동정호엔 원숭이 울음
人在木蘭舟. (인재목난주) : 배에는 사람이 타고 있네
廣澤生明月,(광택생명월) : 넓은 못에는 밝은 달 떠오르고
蒼山夾亂流. (창산협난류) : 푸른 산 게곡엔 물이 분탕쳐 흐르네
雲中君不見,(운중군부견) : 구름 속이라 그대 얼굴 보이지 않아도
竟夕自悲秋. (경석자비추) : 저녁이 되니 저절로 서글픈 가을이네
164. 서변사(書邊事)-장교(張喬)
변방의 일을 적다
調角斷淸秋,(조각단청추), 군중의 호각소리 맑은 가을에 끊어지고
征人倚戍樓.(정인의수누). 변방의 군사들 수루에 기대어 있다
春風對靑塚,(춘풍대청총), 봄바람은 푸른 무덤에 불어오고
白日落梁州.(백일낙량주). 대낮의 해는 변방 양주 고을에 진다
大漠無兵阻,(대막무병조), 큰 사막에 적을 막을 병사는 하나 없고
窮邊有客遊.(궁변유객유). 변방에는 객들도 놀러 다닌다
蕃情似此水,(번정사차수), 변방의 정이란 이러한 물과 같아서
長愿向南流.(장원향남류). 남으로 향하여 흐르기만 늘 원한다
165. 파산도중제야유회(巴山道中除夜有懷)-최도(崔塗)
파산을 가는 도중 섣달그믐밤의 회포
迢遞三巴路,(초체삼파노), 멀리 삼파의 길을 갈마든다
羈危萬里身.(기위만리신). 위태한 나그네, 만 리 밖 몸이라네
亂山殘雪夜,(난산잔설야), 구불구불 험한 산, 눈 내린 밤
孤獨異鄕春.(고독리향춘). 이것이 고독한 이의 타향의 봄이라오
漸與骨肉遠,(점여골육원), 점점 가족과는 멀어지고
轉於僮僕親.(전어동복친). 도리어 종들과 친해진다오
那堪正飄泊,(나감정표박), 어찌 감당하랴, 바로 이 떠돌이 생활
明日歲華新.(명일세화신). 내일이면 한 해가 또 새로워지는 것을
166 고안(孤雁)-최도(崔塗)
외로운 비둘기-최도(崔塗)
幾行歸塞盡,(궤항귀새진), 몇 행렬 다 날아 갔는데
片影獨何之,(편영독하지), 홀로 떨어진 그림자 어디로 가려나
暮雨相呼失,(모우상호실), 저녁 비에 서로 부르다 잃어버리고
寒塘欲下遲.(한당욕하지). 차가운 못에 내려오려다 늦었구나
渚雲低暗渡,(저운저암도), 물가의 구름 나직이 어둠 속을 건너고
關月冷相隨.(관월냉상수). 변방의 달은 차가워 서로 따른다
未必逢矰繳.(미필봉증격),반드시 화살을 만나지 아니 하는가
孤飛自可疑.(고비자가의). 외로이 날면서 스스로 조심할지니
167. 춘궁원(春宮怨)-두순학(杜荀鶴)
봄날 궁내의 원망
早被嬋娟誤,(조피선연오),어린 나이에 고운 자태로 일생을 그르쳐
欲妝臨鏡慵.(욕장림경용).화장 하려 거울 앞에 앉으니 내 모습 너무 게으르다
承恩不在貌,(승은부재모),은총을 입는 것이 모양에 있지 아니한데
敎妾若爲容.(교첩야위용).어째서 내가 얼굴 꾸미게 했나
風暖鳥聲碎,(풍난조성쇄),바람 따뜻해지니 새소리 지지러지고
日高花影重.(일고화영중).해 높아지니 꽃 그림자 더욱 짙어간다
年年越溪女,(년년월계녀),해마다 고향 처녀들
相憶采芙蓉.(상억채부용).연꽃 따던 일이 그리워라
168. 장태야사(章臺夜思)-위장(韋庄)
장대에서 밤 그리움
淸瑟怨遙夜,(청슬원요야),맑은 비파소리 긴 밤을 원망하고
繞弦風雨哀.(요현풍우애).감긴 비파줄 비바람에 애달프다
孤燈聞楚角,(고등문초각),외로운 등불, 초나라 피리소리 들려오고
殘月下章臺.(잔월하장태).새벽달은 장재로 내려온다
芳草已雲暮,(방초이운모),향기로운 가을 풀, 이미 구름 저무는데
故人殊未來.(고인수미내).엣 친구는 아직 돌아오지 않는다
鄕書不可寄,(향서부가기),고향으로 편지 부칠 수가 없는데
秋雁又南回.(추안우남회).가을 기러기는 또 남으로 돌아가네
※ 제야음(除夜吟)-고적(高適)
제야에 시를 읊다
旅館寒燈獨不眠(여관한등독불면) : 여관 차가운 등불 아래 홀로 잠 못 이루고
客心何事轉凄然(객심하사전처연) : 나그네 속마음 무슨 일로 이리도 처절한가
故鄕今夜思千里(고향금야사천리) : 고향서도 오늘밤 먼 곳의 나를 생각하리니
霜鬢明朝又一年(상빈명조우일년) : 서리 같은 흰 머리 또 한해가 지나가는구나
169. 심륙홍점부우(尋陸鴻漸不遇)-승교연(僧皎然)
육홍점을 찾아갔다가 만나지 못하고
移家雖帶郭(이가수대곽) : 옮긴 집 성에 가까우나
野徑入桑麻(야경입상마) : 들길에서 잘못 뽕나무와 삼나무밭에 들었네
近種籬邊菊(근종리변국) : 울타리의 국화 요즘에 심어서
秋來未著花 (추내미저화) : 가을인데도 꽃을 피우지 못하네
扣門無犬吠(구문무견폐) : 물을 두드려도 개 짖는 소리도 없어
欲去問西家 (욕거문서가) : 돌아가려 이웃집에 물어본다.
報道山中去(보도산중거) : 알려주기를, 깊은 산에 갔는지라
歸來每日斜 (귀내매일사) : 매일 헤질 무렵에야 돌아온
170. 黃鶴樓(황학루)-崔顥(최호)
황학루에서
昔人已乘黃鶴去(석인이승황학거) 옛 사람 이미 황학을 타고 떠나고
此地空餘黃鶴樓(차지공여황학루) 이곳엔 쓸쓸히 황학루만 남았네
黃鶴一去不復返(황학일거불부반) 황학은 한번 떠나 돌아오지 않고
白雲千載空悠悠(백운천재공유유) 빈 하늘엔 흰구름만 유유히 떠도는구나.
晴川歷歷漢陽樹(청천역력한양수) 맑은 냇물 사이로 한양의 나무만 무성하고
芳草처처鸚鵡州(芳草처처앵무주) 앵무주에는 향기로운 봄풀만 우거졌구나
日暮鄕關何處是(일모향관하처시) 날은 저무는데 내 고향 어귀는 어디쯤인가
煙波江下使人愁(연파강하사인수) 강 아래 안개는 나를 수심에 잠기게 하네
171. 항경화음(行經華陰)-최호(崔顥)
화음지방을 지나며
岧嶢太華俯咸京,(초요태화부함경), 높고 높은 태화산에서 함경을 내려다보니
天外三峰削不成.(천외삼봉삭부성).하늘 밖 높은 세 봉우리 깎아서도 못 만드리
武帝祠前雲欲散,(무제사전운욕산), 무제 사당 앞에는 구름이 흩어질 듯
仙人掌上雨初晴.(선인장상우초청). 선인당 봉우리엔 이제 비 개인다
河山北枕秦關險,(하산배침진관험), 함곡관 험난한데 강산은 북으로 베개인 듯 누워있고
驛樹西連漢畤平.(역수서련한치평).한치는 평탄하여 역 나무들 서쪽으로 이어져있다
借問路傍名利客,(차문노방명리객), 길을 오가는 명리 찾는 나그네에게 묻거니
無如此處學長生.(무여차처학장생). 이곳에서 장생을 배우는 것만 하겠는가
172. 망계문(望薊門)-조영(祖詠)
계문을 바라보며
燕臺一去客心驚,(연태일거객심경), 연나라 누대에 한번 가보니 정말 놀라워
簫鼓喧喧漢將營.(소고훤훤한장영). 퉁소소리와북소리 시끄러운한나라 병영이라
萬里寒光生積雪,(만리한광생적설), 만 리 먼 차가운 빛, 쌓인 눈에 감돌고
三邊曙色動危旌.(삼변서색동위정). 변방의 새벽빛, 높은 깃발에 번쩍인다
沙場烽火侵胡月,(사장봉화침호월), 모래벌판 봉홧불은 오랑캐 땅의 달까지 피어오르고
海畔雲山擁薊城.(해반운산옹계성). 바닷가 눈 덮인 성은 계성을 에워쌌다
少小雖非投筆吏,(소소수비투필리), 젊어서 붓을 던진 관리는 못되어도
論功還欲請長纓.(논공환욕청장영). 논공엔 도리어 긴 갓끈을 청하려네
173.송위만지경(送魏萬之京)-이기(李頎)
위만이 서울로 감을 전송하다
朝聞游子唱離歌,(조문유자창이가), 아침에 들었네, 그대가이별의 노래를 부르고
昨夜微霜初度河.(작야미상초도하). 어제 밤 첫 서리에 강을 건너간 사실을
鴻雁不堪愁裏聽,(홍안부감수리청), 기러기소리도 수심겨워 차마 듣지 못하거늘
雲山況是客中過.(운산황시객중과). 하물며 이 산, 구름 낀 먼 산을 그대 나그네로 지났으리
關城樹色催寒近,(관성수색최한근), 험곡관 나무 빛은 추위를 재촉하고
御苑砧聲向晩多.(어원침성향만다). 임금계신 서울의 다듬이소리 저녁이라 요란하다
莫見長安行樂處,(막견장안항낙처), 서울 장안의 유흥지는 보지도 말오
空令歲月易蹉跎.(공령세월역차타). 공연히 세월만 쉽게 어긋나게 한다네
174. 구일등망선태정류명부(九日登望仙臺呈劉明府)-최서(崔曙)
구월 구일 망선대에 올라 명부 유용에게 드리다
漢文皇帝有高臺,(한문황제유고태), 한나라 문황이 세운 당선대를
此日登臨曙色開.(차일등림서색개). 오늘 올라보니 새벽이 밝아온다
三晉雲山皆北向,(삼진운산개배향), 삼진의 구름 낀 산들은 다 북쪽으로 향하고
二陵風雨自東來.(이능풍우자동내). 이릉의 비바람 동쪽에서 불어온다
關門令尹誰能識?(관문령윤수능식)? 관문수령 윤회를 누가 능히 알아보랴
河上仙翁去不回.(하상선옹거부회). 선옹 하상공도 떠나가곤 오지 않는다
且欲竟尋彭澤宰,(차욕경심팽택재), 반드시 팽택수령 도연명을 찾아
175. 登金陵鳳凰臺(등금릉봉황대)-李白(이백)
금릉봉황대에 올라
鳳凰臺上鳳凰遊(봉황대상봉황유) : 봉황대 위에 봉황이 노닐다가
鳳去臺空江自流(봉거대공강자류) :봉황 떠나니 누대는 비어있고 강물만 흐른다
吳宮花草埋幽俓(오궁화초매유경) :오나라궁궐의 화초는 황폐한 길에 묻혀 있고
晉代衣冠成古丘(진대의관성고구) : 잔나라 고관들은 낡은 무덤 다 되었네
三山半落靑天外(삼산반락청천외) :삼산의 봉우리 푸른산 밖으로 반쯤 솟아있고
二水中分白鷺洲(이수중분백로주) : 두 강물은 나뉘어 백로주로 흐른다
總爲浮雲能蔽日(총위부운능폐일) : 하늘에 떠도는 구름 해를 가리어
長安不見使人愁(장안불견사인수) : 서울 장안 보이지 않으니 마음에 근심 이네
176.송이소부폄협중왕소부폄장사(送李少府貶峽中王少府貶長沙)-고적(高適)
이소부가 협주로, 왕소부가 장사로 귀양가는 것을 보내며
嗟君此別意何如(차군차별의하여) : 아, 자네들 이번 떠나는 마음 어떤가
駐馬銜杯問謫居(주마함배문적거) : 말멈추어 술 마시며 귀양가는 곳을 묻는다.
巫峽啼猿數行淚(무협제원수행루) : 무협을 지나다가는 원숭이 울음에 몇 줄기 눈물 흘리고
衡陽歸雁幾封書(형양귀안기봉서) : 형양의 기러기에 몇편지는 몇편이나 보낼까
靑楓江上秋天遠(청풍강상추천원) :청풍강에서 바라보는 가을 하늘은 멀게만 보이며
白帝城邊古木疎(백제성변고목소) :백제성 가의 고목은 드물어 쓸쓸해 보일 것이다.
聖代卽今多雨露(성대즉금다우노) : 지금은 태평성대라 임금의 은헤가 많으니
暫時分手莫躊躇(잠시분수막주저) : 잠시 서로나누어 있는 것이니 주저하지 말게나.
177.봉화중서사인가지조조대명궁(奉和中書舍人賈至早朝大明宮)-잠삼(岑參;715-770)
중서사인 가지의 “조조대명관”을 화답함
雞鳴紫陌曙光寒,(계명자맥서광한), 닭 우는 궁궐 거리 아침 햇빛 차갑고
鶯囀皇州春色闌.(앵전황주춘색란). 앵무새 지저귀는 서울에는 봄이 진다
金闕曉鐘開萬戶,(금궐효종개만호), 대궐에 새벽종 울리면 온 나라 잠이 깨고
玉階仙仗擁千官.(옥계선장옹천관). 품계 의식에 모든 관리 임금을 옹위한다
花迎劍佩星初落,(화영검패성초낙), 꽃은 칼찬이 맞는데, 별 빛은 이제 막 사라지고
柳拂旌旗露未干.(류불정기노미간). 버들은 깃발에 날리는데, 이슬은 채 마르지 않았네
獨有鳳凰池上客,(독유봉황지상객), 홀로 봉황지에 나그네 있어
陽春一曲和皆難.(양춘일곡화개난). 양춘곡 한 곡조에 화답하기 어렵구나
178.화가지사인조조대명궁지작(和賈至舍人早朝大明宮之作)-왕유(王維;?699-761?)
사인 가지가 “조조대명관”을 지은 것에 화답하여
絳幘雞人送曉籌,(강책계인송효주), 붉은 모자 쓴 계인이 새벽 시간 알리니
尙衣方進翠雲裘.(상의방진취운구). 상의에서는 귀한 갓옷을 임금께 올린다
九天閶闔開宮殿,(구천창합개궁전), 구중궁궐 대문 열리고
萬國衣冠拜冕旒.(만국의관배면류). 만국의 벼슬아치 임금께 절을 올린다
日色纔臨仙掌動,(일색재림선장동), 햇빛이 막 솟아오르니 이슬 받는 선인장 접시 움직이고
香煙欲傍袞龍浮.(향연욕방곤룡부).향기로운연기 피어올라 곤룡포를 피어오른다
朝罷須裁五色詔,(조파수재오색조), 조회를 마친 후 종이를 잘라 오색조서를 만들어
佩聲歸向鳳池頭.(패성귀향봉지두). 패옥소리 울리며 돌아서서 봉황지로 향한다
179.봉화성제종봉래향흥경각도중류춘우중춘망지작응제
(奉和聖制從蓬萊向興慶閣道中留春雨中春望之作應制)-왕유(王維;?699-761?)
임금이 지으신 작품에 화답하여 응제하다
渭水自縈秦塞曲,(위수자영진새곡), 위수는 자연스레 진나라의 변새를 둘러쌓고
黃山舊繞漢宮斜.(황산구요한궁사). 황산궁은 한나라 궁궐을 둘러 비껴있다
鑾輿逈出千門柳,(란여형출천문류), 임금의수레는 멀리 천문의 버들로 나아가고
閣道回看上苑花.(각도회간상원화). 누각의 길을 돌아 상원의 꽃들을 바라본다
雲里帝城雙鳳闕,(운리제성쌍봉궐), 구름 속 서울에는 쌍봉성 궁궐이 있고
雨中春樹萬人家.(우중춘수만인가). 빗속의 봄 나무엔 만백성의 집들이 있다
爲乘陽氣行時令,(위승양기항시령), 봄기운 타고 시절 행사를 행함이요
不是宸游玩物華.(부시신유완물화). 임금의 놀이 행차는 결코 아니라네
180. 적우망천장작(積雨輞川庄作)-왕유(王維;?699-761?)
비 내리는 망천장에서
積雨空林煙火遲,(적우공림연화지), 장마 속 텅 빈 숲, 밥 짓기 어려운데
蒸藜炊黍餉東치(증려취서향동치) . 비름 반찬, 기장밥을 동쪽 밭으로 보낸다
漠漠水田飛白鷺,(막막수전비백노), 넓은 논에는 백로 날아다니고
陰陰夏木囀黃鸝.(음음하목전황리). 그늘진 나무에 꾀꼬리 지저귄다
山中習靜觀朝槿,(산중습정관조근), 산중에서 고요함 익혀 아침 무궁화를 보고
松下淸齋折露葵.(송하청재절노규). 소나무 아래서 깨끗이 가다듬고 이슬 맞은 아욱을 껶는다
野老與人爭席罷,(야노여인쟁석파), 나시골 늙은이는 남들과 자리다툼 그쳤는데
海鷗何事更相疑.(해구하사갱상의). 갈매기는 어쩌자고 다시 나를 의심하나
181. 수곽급사(酬郭給事)-왕유(王維;?699-761?)
곽급사에게 답하다
洞門高閣靄餘輝,(동문고각애여휘), 동문 높은 누각에 저녁 햇빛 어두워지는데
桃李陰陰柳絮飛.(도리음음류서비).복숭아,오얏나무 무성하고 버들개지 휘날린다
禁里疏鐘官舍晩,(금리소종관사만), 궁궐에서 들려오는 성긴 종소리, 관사에 날은 어두워
省中啼鳥吏人稀.(생중제조리인희).성안엔 지저귀는 새들, 관리의 발길은 드물다
晨搖玉佩趨金殿,(신요옥패추금전), 새벽에는 옥패를 흔들며 대궐로 달려가고
夕奉天書拜瑣闈.(석봉천서배쇄위). 저녁이면 황제의 조서를 받들어 궁문에절을한다
强欲從君無那老,(강욕종군무나노),억지로라도 그대를 따르고 싶으나 늙어짐을 어찌할 수 없고
將因臥病解朝衣.(장인와병해조의). 장차는 병으로 누워 조복을 벗을 것이네
182. 蜀相(촉상)-杜甫(두보)
촉나라 승상
丞相祠堂何處尋(승상사당하처심) : 승상의 사당을 어디에서 찾을까
錦官城外柏森森(금관성외백삼삼) : 금관성 밖 잣나무 우거진 곳이라네
映階碧草自春色(영계벽초자춘색) : 섬돌에 비친 푸른 풀 절로 봄빛이요
隔葉黃鸝空好音(격엽황리공호음) : 나뭇잎 사이의 꾀꼬리 무심히즐겨 노래한다
三顧頻煩天下計(삼고빈번천하계) : 세 번이나 찾아 빈번히 천하의 일 논하고
兩朝開濟老臣心(량조개제로신심) :두 대의 임금섬겨 노신의 충성심 보여주셨네
出師未捷身先死(출사미첩신선사) : 군사를 내었으나 쳐부수기도 전에 몸이 먼저 죽으니
長使英雄淚滿襟(장사영웅루만금) :길이 후대의 영웅들 옷깃에 눈물채우게 하네
183. 객지(客至)-두보(杜甫;712-770)
손님 오시다
舍南舍北皆春水,(사남사배개춘수), 집의 남북, 온 천지가 다 봄물인데
但見群鷗日日來.(단견군구일일내). 날마다 떼 지어 날아오는 갈매기만 봅니다
花徑不曾緣客掃,(화경부증연객소), 꽃길은 지금껏 손님 오신다고 쓸어보지 않았고
蓬門今始爲君開.(봉문금시위군개). 사립문도 오늘 처음 열어둔다오
盤飧市遠無兼味,(반손시원무겸미), 반찬은 시장이 멀어 맛있는 것 전혀 없고요
樽酒家貧只舊醅.(준주가빈지구배). 독에 가득한 술도 막걸리지요
肯與鄰翁相對飮,(긍여린옹상대음), 그래도 이웃 노인과 같이 마시고 싶으시면
隔籬呼取盡餘杯!(격리호취진여배)! 울타리너머 불러오셔서 남은 술잔다 비우시지요
184. 야망(野望)-두보(杜甫;712-770)
들에서 바라보다
西山白雪三城戍,(서산백설삼성수), 서산 흰 눈 덮인 곳, 삼성의 수자리
南浦淸江萬里橋.(남포청강만리교). 남포 맑은 강물에는 만리교 놓여있다
海內風塵諸弟隔,(해내풍진제제격), 온 나라 전쟁 중리라 형제들 떨어져
天涯涕淚一身遙.(천애체누일신요). 하늘 끝에서 눈물지며 이 한 몸 멀리있소
唯將遲暮供多病,(유장지모공다병), 오직 노년에 많은 병마저 생기니
未有涓埃答聖朝.(미유연애답성조). 나라에 한 방울의 물, 한 줌의 흙만큼도 갚지 못했네
跨馬出郊時極目,(과마출교시극목), 말타고 교외로 나가 때때로 눈 치뜨고 바라보니
不堪人事日蕭條!(부감인사일소조)! 사람의일 나날이 쓸쓸해짐을 견질 수가없다
185 . 문관군수하남하배(聞官軍收河南河北)-두보(杜甫;712-770)
관군이 하남하북을 수복했다는 소문을 듣고
劍外忽傳收薊北,(검외홀전수계북), 검문이남 지방에서 문득 계북이 회복된 소식 전해 듣고
初聞涕淚滿衣裳.(초문체누만의상). 처음에는 눈물이 옷을 적시네
卻看妻子愁何在,(각간처자수하재), 돌아보니, 아내와 자식들은 어디있는지 걱정
漫卷詩書喜欲狂.(만권시서희욕광). 시서를 대강 추려 싸니 기뻐서 미칠 듯하다
白日放歌須縱酒,(백일방가수종주), 한낮에는 마음껏 노래 부르고 술도 마시며
靑春作伴好還鄕!(청춘작반호환향)! 청춘을 짝하여 고향으로 돌아감 얼마나 좋은가
卽從巴峽穿巫峽,(즉종파협천무협), 서둘러 파협에서 무협을 지나
便下襄陽向洛陽.(변하양양향낙양). 바로 양양으로 내려와 낙양을 향하세
186. 등고(登高)-두보(杜甫;712-770)
높은 곳에 올라
風急天高猿嘯哀,(풍급천고원소애), 바람은 빠르고 하늘은 높아 원숭이 휘파람 소리 애닲아
渚淸沙白鳥飛蛔.(저청사백조비회). 물가는 맑고 모래는 깨끗한데 새는 날아 돌아돈다
無邊落木蕭蕭下,(무변낙목소소하), 끝없이 펼쳐진 낙목에선 나뭇잎 떨어지고
不盡長江滾滾來.(부진장강곤곤내). 다함이 없이 흐르는 장강은 도도히흘러간다
萬里悲秋常作客,(만리비추상작객), 만리 먼곳 서글픈 가을에 항상 나그네 되어
百年多病獨登臺.(백년다병독등태). 한평생 병 많은 몸, 홀로 누대에 오른다
艱難苦恨繁霜鬢,(간난고한번상빈), 어려움과 고통에 귀밑머리 다 희어지고
潦倒新停濁酒杯.(요도신정탁주배). 늙고 쇠약한 몸이라 새로이 탁주마저 끊어야한다네
187. 등루(登樓)-두보(杜甫;712-770)
누대에 올라서
花近高樓傷客心,(화근고누상객심), 꽃 핀높은 누대에 서니 나그네 마음 아프고
萬方多難此登臨.(만방다난차등림). 만방에 어려움 많아 이곳에 올라본다
錦江春色來天地,(금강춘색내천지), 금강의 봄빛은 천지에 내려오고
玉壘浮雲變古今.(옥누부운변고금). 옥루산 뜬구름 고금으로 변하는구나
北極朝庭終不改,(배극조정종부개), 북극성처럼 영원한 우리나라 끝내 망하지않으니
西山寇盜莫相侵!(서산구도막상침)! 서산 토번족 도둑들은 결코 침략하지 말라
可憐后主還祠廟,(가련후주환사묘), 가련한 후주도 종묘사직을 지켰나니
日暮聊爲梁父吟.(일모료위량부음).해 저무는이 때, 애오라지 양보곡을 읆어본다
188.숙부(宿府)-두보(杜甫;712-770)
장군의 막부에서 묵으며
淸秋幕府井梧寒,(청추막부정오한), 맑은가을날 막부의 우물가 오동나무는 차가운데
獨宿江城蠟炬殘.(독숙강성납거잔). 강성에 홀로 자려니 촛불은 가물가물
永夜角聲悲自語,(영야각성비자어), 긴 밤 호각소리, 슬픔을 스스로 말하는 듯
中天月色好誰看?(중천월색호수간)? 중천의 달빛, 그좋은 것을 누가보고 있을까
風塵荏苒音書絶,(풍진임염음서절), 지루한 전쟁에 고향 소식도 끊어지고
關塞蕭條行陸難.(관새소조행륙난). 쓸쓸한 변방은 육로 통행도 어려워라
已忍伶俜十年事,(이인령빙십년사), 이미 영락하여 견뎌온 쓸쓸한 세월 십년
强移棲息一枝安.(강이서식일지안). 억지로 사는 곳 옮겨, 작은 한 가지를 차지하고 있다
189.각야(閣夜)-두보(杜甫;712-770)
누각에서의 밤
歲暮陰陽催短景,(세모음양최단경), 한 해는 저물고 낮은 짧아지고
天涯霜雪제寒霄.(천애상설제한소). 하늘 먼곳 눈과 서리 그친 차가운 밤이구나
五更鼓角聲悲壯,(오갱고각성비장), 한밤의 북과 피리, 그 소리 비장하고
三峽星河影動搖.(삼협성하영동요). 삼협의 별과 은하, 그 그늘 요동친다
野哭千家聞戰伐,(야곡천가문전벌), 들판의 곡하는 소리, 집집마다 전쟁소식 들리고
夷歌數處起漁樵.(이가수처기어초). 여기 저기 오랑캐 노래 소리는 어부와 나무꾼에게서 들려온다
臥龍躍馬終黃土,(와룡약마종황토), 와룡 제갈량과 약마 공손술도 끝내 한 줌 흙이 되었거늘
人事音書漫寂寥.(인사음서만적료). 사람의 일과 편지도 공연히 적막하고 쓸쓸하기만 하다
190. 영회고적오수지일(詠懷古跡五首之一)-두보(杜甫;712-770)
고적에서 회포를 읊다
支離東北風塵際,(지리동배풍진제), 동북의 전진 속을 유리타가
漂泊西南天地間.(표박서남천지간). 서남의 천지를 떠돈다
三峽樓臺淹日月,(삼협누태엄일월), 삼협의 누대는 해와 달이 잠기어 있고
五溪衣服共雲山.(오계의복공운산). 다섯 계곡에 오랑캐 옷이 구름산과 함께 비춰든다
羯胡事主終無賴,(갈호사주종무뢰), 오랑캐가 임금을 섬기나 끝내 믿을 수 없어
詞客哀時且未還.(사객애시차미환). 시인은 때를 슬퍼해 아직 돌아오지 않는다
庾信平生最蕭瑟,(유신평생최소슬), 유신의 평생이 가장 쓸쓸하였으니
暮年詩賦動江關.(모년시부동강관). 말년의 시와 노래가 강관을 감동시키다
191.영회고적오수지이(詠懷古跡五首之二)-두보(杜甫;712-770)
고적에서 회포를 읊다
搖落深知宋玉悲,(요낙심지송옥비), 흔들려 떨어지는 가을낙엽, 송옥의 슬픔을 진정 알아
風流儒雅亦吾師.(풍류유아역오사). 풍류스런 선비의 멋, 또한 내 스승이라
悵望千秋一洒淚,(창망천추일쇄누), 추창히 천년을 바라보니 눈물이 흐르고
蕭條異代不同時.(소조리대부동시). 쓸쓸히 시대를 달리하니 동시대는 아니구나
江山故宅空文藻,(강산고댁공문조), 강과산 그리고 옛집에는 남긴글 공허하거늘
雲雨荒臺豈夢思!(운우황태개몽사)! 운우황대를 어찌 꿈꾸어 생각하랴
最是楚宮俱泯滅,(최시초궁구민멸),이곳도 곧 초나라 궁궐과 함께 다사라졌으니
舟人指點到今疑.(주인지점도금의). 뱃사람 손짓해 가리키며 지금까지 의심한다
192.영회고적오수지삼(詠懷古跡五首之三)-두보(杜甫;712-770)
고적에서 회포를 읊다
群山萬壑赴荊門,(군산만학부형문), 여러 산, 온 골짜기 지나 형문에 이르니
生長明妃尙有村.(생장명비상유촌). 명기가 생장한 고을 아직도 있어라
一去紫臺連朔漠,(일거자태련삭막), 한 번 궁궐을 떠나니 길은 북방의 사막을 잇고
獨留靑塚向黃昏.(독류청총향황혼). 오직 명기의 푸른 무덤만이 남아 지는 해를 향한다
畫圖省識春風面,(화도생식춘풍면), 봄바람 같이 부드러운 얼굴 화도성의 화공이 잘못 그려
環佩空歸月下魂.(환패공귀월하혼). 달빛 아래의 혼백 되어 패옥차고 부질없이 온다네
千載琵琶作胡語,(천재비파작호어), 천년동안 비파는 오랑캐 노래 연주하니
分明怨恨曲中論.(분명원한곡중논). 분명히 그 원한 노래 속에 말 하리라
193.영회고적오수지사(詠懷古跡五首之四)-두보(杜甫;712-770)
고적에서 회포를 읊다
蜀主征吳幸三峽,(촉주정오행삼협), 촉나라 임금 오나라 치려고 친히 삼협에 왔다가
崩年亦在永安宮.(붕년역재영안궁). 붕어한 해에도 영안궁에 있었네
翠華想像空山里,(취화상상공산리), 빈 산속,그 때의 화려한 임금 행차 생각하니
玉殿虛無野寺中.(옥전허무야사중). 궁궐은 허무하게 들판의 절고
古廟杉松巢水鶴,(고묘삼송소수학), 임금의 옛 무덤, 삼나무와 소나무에 학들이둥지 틀고
歲時伏臘走村翁.(세시복납주촌옹). 해마다 여름과 겨울의 제사에 촌로들이 달려가 제사하네
武侯祠屋常鄰近,(무후사옥상린근), 무후 제갈량의 사당도 항상 같이 있어
一體君臣祭祀同.(일체군신제사동). 군신이 한 몸 되어 제사도 합께 받는구나
194.영회고적오수지오(詠懷古跡五首之五)-두보(杜甫;712-770)
고적에서 회포를 읊다
諸葛大名垂宇宙,(제갈대명수우주), 제갈량의 큰 이름 우주에 드리우고
宗臣遺像肅淸高.(종신유상숙청고). 큰 신하의 초상화 청고하고 엄숙하다
三分割據紆籌策,(삼분할거우주책), 삼분할거의 큰 포부 펴지 못했으나
萬古雲霄一羽毛.(만고운소일우모). 하늘에 낀 구름, 오랜 세월 깃털 같구나
伯仲之間見伊呂,(백중지간견이려), 백중의 사이로 여궁이 보이고
指揮若定失蕭曹.(지휘야정실소조). 지휘와 안정에는 소조도 못 따랐다
運移漢祚終難復,(운이한조종난복), 시운이 떠나 한나라의 복조를 끝내 회복하지 못하니
志決身殲軍務勞.(지결신섬군무노). 군무에 시달려 큰 뜻 결판나고 몸마저 죽었구나
195.강주중별설륙류팔이원외(江州重別薛六柳八二員外)-유장경(劉長卿;725?-781?)
강주에서 설륙과 유팔 두 원외랑과 거듭 이별하다
生涯豈料承優詔?(생애개료승우조)?평생에 어찌 은혜로운 조서받는 것 생각이나 했을까
世事空知學醉歌.(세사공지학취가). 세상살이, 다만 취하고 노래 부르기만 배웠다네
江上月明胡雁過,(강상월명호안과), 강 위에 밝은 달 기러기는 날아가고
淮南木落楚山多.(회남목낙초산다). 회남땅 나무들, 낙엽 져 초산에 가득 쌓이네
寄身且喜滄洲近,(기신차희창주근), 타향에 맡긴 몸 창주에 가까우니 이내 마음 기쁜데
顧影無如白發何!(고영무여백발하)! 그림자 돌아보니 이 백발을 어찌하나
今日龍鐘人共老,(금일룡종인공노), 오늘의 낙백한 이몸, 남들은 늙은이 대접하는데
愧君猶遣愼風波.(괴군유견신풍파). 부끄럽게도 그대 오히려나에게 풍파 조심하라하시네
196. 장사과가의댁(長沙過賈誼宅)-유장경(劉長卿;725?-781?)
장사에서 가의의 집을 지나며
三年謫宦此棲遲,(삼년적환차서지), 귀양살이 삼년을 이 곳에서 지내다니
萬古惟留楚客悲.(만고유류초객비). 만고 동안 오직 굴원의 슬픔 서린 곳이라
秋草獨尋人去后,(추초독심인거후), 가을 풀밭에서 홀로 찾노라, 그 사람 떠난 뒤에
寒林空見日斜時.(한림공견일사시).차가운 숲속 해지는 때를 쓸쓸히 바라보노라
漢文有道恩猶薄,(한문유도은유박),한나라 황제 문제는 도를 지녔으나 오히려 야박했으니
湘水無情吊豈知?(상수무정적개지)? 상수는 무정한데 조상한들 어찌 알랴
寂寂江山搖落處,(적적강산요낙처),적막한 강과 산에 나뭇잎 흔들려 떨어지는데
憐君何事到天涯!(련군하사도천애)! 가련하다,
197.자하구지앵주석망악양기원중승(自夏口至鸚洲夕望岳陽寄源中丞)-류장경(劉長卿;725?-781?)
하구에서 앵무주에 이르러 저녁에 악양성을 바라보며 원중승에게 부치다
江洲無浪復無煙,(강주무낭복무연), 강 모래톱에 물결 없고 또 안개도 없는데
楚客相思益渺然.(초객상사익묘연). 나 초나라 나그네, 그대 생각에 더욱 아득하여라
漢口夕陽斜渡鳥,(한구석양사도조), 한구의 석양을 새는 비껴 날아가고
洞庭秋水遠連天.(동정추수원련천). 동정호수 가을 물은멀리 하늘과 이어져있다
孤城背嶺寒吹角,(고성배령한취각), 외로운 성, 뒤 고개에 피리소리 차갑게 들리는데
獨戍臨江夜泊船.(독수림강야박선). 홀로 있는 수자리는 강에 닿아 밤에는 배 정박한다
賈誼上書憂漢室,(가의상서우한실), 한나라 가의는 임금에게 글 올려 조정을 근심하다
長沙謫去古今憐.(장사적거고금련). 장사에 귀양 가니 고금의 사람들 그를불쌍히 여기네
198. 증궐하배사인(贈闕下裴舍人)-전기(錢起)
관하의 배 사인에게
二月黃鸝飛上林,(이월황리비상림), 이월의 상림원에 꾀고리 날고
春城紫禁曉陰陰.(춘성자금효음음). 봄날 새벽, 황궁은 어둑하다
長樂鐘聲花外盡,(장낙종성화외진), 장락궁의 종소리 꽃 밖으로 사라지고
龍池柳色雨中深.(룡지류색우중심). 용지 연못 버들색은 빗속에 짙어진다
陽和不散窮途恨,(양화부산궁도한), 따뜻한 햇살도 궁핍한 나의 한을 흩지 못하는데
霄漢長懷捧日心.(소한장회봉일심). 하늘의 은하수는 내 충성심을 길이 품는다
獻賦十年猶未遇,(헌부십년유미우), 내가부를 지어 올린 지십년, 아직 예우를 얻지 못하였으니
羞將白髮對華簪.(수장백발대화잠). 백발로그대 같은 귀인을 대하니 부끄럽구나
199. 기이담원석(寄李儋元錫)-위응물(韋應物;737-804)
원석 이담에게
去年花裏逢君別,(거년화리봉군별), 지난해 꽃 핀 속에서 그대와 이별하고
今日花開又一年.(금일화개우일년). 오늘 꽃이 피니 또 일 년이 되었구나
世事茫茫難自料,(세사망망난자료), 세상일 아득하여 헤아리기 어렵고
春愁黯黯獨成眠.(춘수암암독성면). 봄시름에 서글퍼져 혼자서 잠을 자네
身多疾病思田里,(신다질병사전리), 몸에는 병 많아 고향 생각 간절하고
邑有流亡愧俸錢.(읍유류망괴봉전). 고을에는 유망민, 봉급 받기 부끄럽소
聞道欲來相問訊,(문도욕내상문신), 그대 와서 나와 서로 이야기 하자는데
西樓望月幾回圓?(서누망월궤회원)? 서루에서 바라보는 저달이 몇번이나 둥글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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