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육사 시 모음 17편 1. 광야 이육사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 없는 광음을 부즈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나리고 매화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2. 교목 이육사 푸른 하늘에 닿을듯이 세월에 불타고 우뚝 남아서셔 차라리 봄도 꽃피진 말어라. 낡은 거미집 휘두르고 끝없는 꿈길에 혼자 설내이는 마음은 아예 뉘우침 아니라 검은 그림자 쓸쓸하면 마침내 호수(湖水)속 깊이 거꾸러저 참아 바람도 흔들진 못해라. 3. 꽃 이육사 동방은 하늘도 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