七言絶句 詩모음

 

1.同金壇令武平一遊湖1(동금단령무평일유호1)

금단령 무평일과 호수를 다니며-儲光羲

 

朝來仙閣聽絃歌(조래선각청현가) 아침오니 선각에 현 노래 들려

暝入花亭見綺羅(명입화정견기라) 어두워 화정 들어 비단옷을 봐

池邊命酒憐風月(지변명주련풍월) 못가에 술을 시켜 바람 달 아껴

浦口還船惜芰荷(포구환선석기하) 포구에 배 돌아가 마름 연 어째

 

2.同金壇令武平一遊湖2(동금단령무평일유호2)

금단령 무평일과 호수를 다니며-儲光羲

 

花潭竹嶼傍幽蹊(화담죽서방유혜) 꽃 핀 못 대나무섬 곁에 지름길

畵檝浮空入夜溪(화즙부공입야계) 그림배 하늘 떠가 밤이 든 시내

菱荷覆水船難進(능하복수선난진) 마름 연 물을 덮어 배는 못 나가

歌舞留人月易低(가무류인월이저) 노래 춤에 남은 이 달은 쉽게 져

 

3.明妃詞1(명비사1) 명비사 王昭君-儲光羲

 

日暮驚沙亂雪飛(일모경사란설비) 해 저묾 놀란 모래 어지러이 눈 날려

傍人相勸易羅衣(방인상권역라의) 옆 사람 서로 권해 비단옷 바꿔 입어

强來前殿看歌舞(강래전전간가무) 억지로 온 궁전 앞 노래에 춤 보다가

共待單于夜獵歸(공대선우야렵귀) 기다리니 선우를 밤 사냥 돌아오길

 

4.明妃詞2(명비사2) 명비사 王昭君-儲光羲

 

胡王知妾不勝悲(호왕지첩불승비) 호땅 임금 절 알아 슬픔 못 이김

樂府皆傳漢國辭(악부개전한국사) 음악에 다 알리니 한나라 가사

朝來馬上箜篌引(조래마상공후인) 아침 옴에 말 올라 공후인 연주

稍似宮中閑夜時(초사궁중한야시) 조금은 궁중 같아 한가한 밤이

 

5.寄孫山人(기손산인) 손 산인에게-儲光羲

 

新林二月孤舟還(신림이월고주환) 신림 땅에 이월은 외론 배 돌아

水滿淸江花滿山(수만청강화만산) 물이 가득 맑은 강 산엔 꽃 가득

借問故園隱君子(차문고원은군자) 묻느니 오랜 고향 숨은 군자여

時時來往住人間(시시래왕주인간) 때때로 오가면서 세상 머물게

 

6.訪王侍御不遇(방왕시어불우) 왕 시어를 찾아 만나지 못해-劉長卿

 

九日驅馳一日閑(구일구치일일한) 아홉 날 몰아치다 하루 느긋해

尋君不遇又空還(심군불우우공환) 그대 찾아 못 만나 또 헛돼 돌려

怪來詩思淸人骨(괴래시사청인골) 야릇이 든 시 생각 사람 뼈 맑혀

門對寒流雪滿山(문대한류설만산) 문엔 마주 찬 흐름 산엔 눈 가득

 

7.尋盛禪師蘭若(심성선사난야) 성 선사의 절을 찾아-劉長卿

 

秋草黃花覆古阡(추초황화복고천) 가을 풀 국화꽃이 옛 길을 덮어 두렁천

隔林遙見起人煙(격림요견기인연) 숲 너머 멀리 보여 밥 연기 올라

山僧獨在山中老(산승독재산중로) 산 스님 혼자 있어 산 속에 늙어

惟有寒松見少年(유유한송견소년) 오직 있어 솔 썰렁 어릴 적 보아

 

8.奇別朱拾遺(기별주습유) 주 습유를 보내며 주다-劉長卿

 

天書遠召滄浪客(천서원소창랑객) 임금 글 멀리 부름 찬 물결 길손

幾到臨歧病未能(기도림기병미능) 몇 번 닿은 갈림길 앓아 못 하나

江海茫茫春欲遍(강해망망춘욕편) 강 바다 아득하게 봄을 두르려

行人一騎發金陵(행인일기발금릉) 가는 이 한 필 말에 금릉엘 떠나

 

9.贈崔九(증최구) 최구에게 주며-劉長卿

 

憐君一見一悲歌(연군일견일비가) 가여운 그대 보니 한 슬픈 노래

歲歲無如老去何(세세무여로거하) 해마다 같지 않아 늙어 감 어째

白屋漸看秋草沒(백옥점간추초몰) 흰 띠 집 차츰 보여 가을 풀 말라

靑雲莫道故人多(청운막도고인다) 푸른 꿈 말을 마라 오랜 이 많아

 

10.新息道中作(신식도중작) 신식으로 가는 길에-劉長卿

 

蕭條獨向汝南行(소조독향여남행) 쓸쓸히 홀로 향해 여남으로 가

客路多達漢騎營(객로다달한기영) 나그네 길 많기도 한나라 기병

古木蒼蒼離亂後(고목창창리란후) 오랜 나무 푸르러 난리 겪은 뒤

幾家同住一孤城(기가동주일고성) 몇 집이 같이 사나 외론 성 하나

 

11.酬李穆見寄(수이목견기) 이목에게 부치니-劉長卿

 

孤舟相訪至天涯(고주상방지천애) 외론 배 서로 찾아 닿은 하늘 끝

萬里雲山路更(만리운산로傾斜) 만 리에 구름 산에 길은 비끼어

欲掃柴門迎遠客(욕소시문영원객) 쓸어야지 사립문 먼 손님 맞아

靑苔黃葉萬貧家(청태황엽만빈가) 푸른 이끼 누른 잎 가난한 집을

 

12.重送裴郞中貶吉州(중송배랑중폄길주) 배낭중을 길주로 다시 보내며-劉長卿

 

猿啼客散暮江頭(원제객산모강두) 원숭 울어 손 떠나 저문 강 머리

人自傷心水自流(인자상심수자류) 사람 저만 다친 맘 물 절로 흘러

同作逐臣君更遠(동작축신군갱원) 같이 된 내쳐진 몸 그댄 더 멀리

靑山萬里一孤舟(청산만리일고주) 푸른 산 만 리 먼데 외론 배하나

 

13.日沒賀延磧作(일몰하연적작) 일몰에 하연적에서 짓다-岑參

 

沙上見日出(사상견일출) 모래 위에서 해 뜸을 보고

沙上見日沒(사상견일몰) 모래 위에서 해 짐을 본다

悔向萬里來(회향만리래) 뉘우치느니 만 리에 와서

功名是何物(공명시하물) 공 이룬 이름 무엇이기에

 

14.過燕支寄杜位(과연지기두위) 연지를 지나며 두위에 부쳐-岑參

 

燕支山西酒泉道(연지산서주천도) 연지산 서쪽으로 주천 가는 길

北風吹沙卷白草(북풍취사권백초) 북풍에 모래 날려 말려진 흰 풀

長安遙在日光邊(장안요재일광변) 장안은 멀리 있어 햇빛 가에로

憶君不見今人老(억군불견금인로) 그대 생각 안 봐도 이젠 늙은이

 

15.酒泉太守席上醉後作(주천태수석상취후작)

주천 태수 있는 자리에 취한 뒤 짓다-岑參

 

酒泉太守能劍舞(주천태수능검무) 주천에 태수님은 칼춤을 잘 춰

高堂置酒夜擊鼓(고당치주야격고) 높은 집에 술 마련 밤에 북을 쳐

胡歌一曲斷人腸(호가일곡단인장) 호 땅 노래 한 가락 사람 애 끊어

坐客相看淚如雨(좌객상간루여우) 앉은 손님 서로 봐 비 같은 눈물

 

16.封大夫破播仙凱歌1(봉대부파파선개가1)

봉대부가 파선을 쳐부수고 개선하여-岑參

 

漢將承恩西破戎(한장승은서파융) 한 장군 베풂 입어 서쪽 무찔러

捷書先奏未央宮(첩서선주미앙궁) 승전보 먼저 아뢰 미앙궁에다

天子預聞麟閣待(천자예문린각대) 임금은 미리 들어 기린 각에서

祗今誰敎貳師功(지금수교이사공) 마침 이제 누가 해 두 군사 공을

 

17.封大夫破播仙凱歌2(봉대부파파선개가2)

봉대부가 파선을 쳐부수고 개선하여-岑參

 

官軍西出過棲蘭(관군서출과서란) 관군은 서쪽 나서 서란을 지나

營幕傍臨月窟寒(영막방림월굴한) 군영막사 곁붙어 월굴은 추워

蒲海曉霜凝馬尾(포해효상응마미) 포해에 새벽서리 말꼬리 맺혀

葱山夜雪撲旌竿(총산야설박정간) 총산엔 밤 눈발이 깃발을 때려

 

18.封大夫破播仙凱歌3(봉대부파파선개가3)

봉대부가 파선을 쳐부수고 개선하여-岑參

 

鳴笳疊鼓擁回軍(명가첩고옹회군) 피리 울려 북을 쳐 군사를 돌려

破國平蕃昔未聞(파국평번석미문) 나라 깨 토번 치니 옛적 못 들어

丈夫鵲印搖邊月(장부작인요변월) 대장부 까치 도장 변방 달 흔들

大將龍旂掣海雲(대장용기체해운) 대장의 용 깃발은 바다 구름을

 

19.封大夫破播仙凱歌4(봉대부파파선개가4)

봉대부가 파선을 쳐부수고 개선하여-岑參

 

日落轅門鼓角鳴(일락원문고각명) 해 지는 끌채 문에 북 나팔 울려

千羣面縛出蕃城(천군면박출번성) 많은 무리 맞붙어 번성을 나와

洗兵魚海雲迎陣(세병어해운영진) 씻은 창 고기바다 구름 맞은 진

秣馬龍堆月照營(말마용퇴월조영) 말먹이니 용 언덕 달 비친 군영

 

20.武威送劉判官赴磧西行軍(무위송유판관부적서행군)

무위에서 유판관이 적서행군으로 부임하는 것을 보내며-岑參

 

火山五月行人少(화산오월행인소) 화산의 오월에는 행인 드물고

看君馬去疾如鳥(간군마거질여조) 그대 보니 말을 타 새처럼 빨라

都護行營太白西(도호행영태백서) 도읍 지킬 행영은 태백성 서쪽

角星一動胡天曉(각성일동호천효) 각성 별 한 움직임 호 땅은 새벽

 

21.逢入京使(봉입경사) 서울로 들어가는 사신을 만나-岑參

 

故園東望路漫漫(고원동망로만만) 고향 땅 동쪽 바램 길은 아득해

雙袖龍鐘淚不乾(쌍수용종루불간) 소매 둘 눈물 흘려 눈물 안 말라

馬上相逢無紙筆(마상상봉무지필) 말 위에 서로 만나 종이 붓 없어

憑君傳語報平安(빙군전어보평안) 그대 기대 말 전해 안부를 알려

 

22.虢州後亭李判官使赴晋絳得秋字(괵주후정리판관사부진강득추자)

괵주 후정에서 이판관이 사명으로 진강에 부임하여-岑參

 

西原驛路掛城頭(서원역로괘성두) 서경 가는 역마길 성 머리 걸려

客散江亭雨未休(객산강정우미휴) 손님 흩인 강 정자 비는 안 그쳐

君去試看汾水上(군거시간분수상) 그대 떠나 가려고 분수 강 위로

白雲猶似漢時秋(백운유사한시추) 흰 구름 마치 같아 한나라 가을

 

23.送人還京(송인환경) 서울 가는 사람 보내며-岑參

 

匹馬西從天外歸(필마서종천외귀) 말 한필 서쪽 따라 하늘 밖 돌아

揚鞭只共鳥爭飛(양편지공조쟁비) 채찍 들어 함께한 새 다퉈 날아

送君九月交河北(송군구월교하북) 그대 보내 구월에 하북 땅 갈려

雪裏題詩淚滿衣(설리제시루만의) 눈 속에 시를 지어 눈물 옷 가득

 

24.赴北庭度隴思家(부북정도롱사가)

북정에 부임해 농산을 넘으며 집을 생각해-岑參

 

西向輪臺萬里餘(서향륜대만리여) 서쪽으로 윤대는 만 리를 남아

也知鄕信日應疎(야지향신일응소) 또 알아 고향 소식 날로 드물어

隴山鸚鵡能言語(롱산앵무능언어) 농산의 앵무새는 사람 말을 해

爲報家人數寄書(위보가인삭기서) 알리라며 집사람 자주 편지해

 

25.磧中作(적중작) 자갈 깔린 가운데-岑參

 

走馬西來欲到天(주마서래욕도천) 말 달려 서녘 오니 하늘 닿으려

辭家見月兩回圓(사가견월양회원) 집 떠나 달을 보니 두 번 둥글어

今夜不知何處宿(금야부지하처숙) 오늘 밤 알지 못해 어디서 잘지

平沙萬里絶入煙(평사만리절입연) 너른 모래 만 리에 연기도 끊겨

 

26.歸雁(귀안) 돌아오는 기러기-錢起

 

瀟湘何事等閑回(소상하사등한회) 소상에선 무슨 일 그리 돌아와

水碧沙明兩岸苔(수벽사명양안태) 물 파래 모래 밝아 두 언덕 이끼

二十五絃彈夜月(이십오현탄야월) 스물다섯 줄 뜯어 밤에 달 아래

不勝淸怨飛來(부승청원극비래) 못 이겨 맑은 미움 날아오는지

 

27.宿昭應(숙소응) 소응에 묵으며-顧況 고황 華陽眞逸 逸品畫家 顧生과동일인

 

武帝祈靈太乙壇(무제기령태을단) 한 무제 영험 빌어 태을 제단에

新豊樹色繞千官(신풍수색요천관) 새로 풍성 나무 빛 관청 둘러싸

那知今夜長生殿(나지금야장생전) 어찌 알아 오늘밤 장생전 전각

獨閉空山月影寒(독폐공산월영한) 홀로 닫힌 빈산에 달그림자 차

 

28.題葉道士山房(제섭도사산방) 섭 도사의 산방에 제하다-顧況

 

水邊楊柳亦欄橋(수변양류역난교) 물가에 버드나무 또 난간 다리

洞裏神仙碧玉簫(동리신선벽옥소) 골짝 안에 신선은 푸른 옥피리

近德麻姑書信否(근덕마고서신부) 덕 가까워 마고선 글 믿지 않아

潯陽江上不通潮(심양강상불통조) 심양강 강 위로는 조수 안 밀려

 

29.聽角思歸(청각사귀) 피리소리에 돌아갈 생각-顧況

 

故園黃葉滿靑苔(고원황엽만청태) 옛 동산엔 누런 잎 푸른 이끼 가득해

夢後城頭曉角哀(몽후성두효각애) 꿈을 깨니 성 머리 새벽 피리 애달파

此夜斷腸人不見(차야단장인불견) 이 밤도 애를 끊어 사람은 아니 보여

起行殘月影徘徊(기행잔월영배회) 나서 걸어 조각달 그림자 이리저리

 

30.湖中(호중) 호수에서-顧況

 

靑草湖邊日色低(청초호변일색저) 푸른 풀 호숫가에 날빛 나즈막

黃茅자고(황모장리자고제) 누런 띠 안에 자고새 울어

丈夫飄蕩今如此(장부표탕금여차) 사나이 헤매 돌아 오늘 이같이

一曲長歌楚水西(일곡장가초수서) 한 가락 길게 불러 초나라 서쪽

 

31.宮詞(궁사) 궁사-顧況

 

玉樓天半起笙歌(옥루천반기생가) 옥 누대 하늘 반쯤 생황노래가

風送宮嬪笑語和(풍송궁빈소어화) 바람 실려 궁녀의 웃음소리도

月殿影開聞夜漏(월전영개문야루) 달 전각 그늘 걷혀 물시계 소리

水晶簾卷近秋河(수정렴권근추하) 수정 발 말려 올라 가을 은하수

 

32.江南曲(강남곡) 강남의 노래-韓翃

 

長樂花枝雨點銷(장락화지우점소) 장락궁 꽃가지에 빗방울 흩어 녹일소

江城日暮好相邀(강성일모호상요) 강 성에 해 저묾에 좋아서 맞아

春棲不閉葳蕤鎖(불폐위유쇄) 봄 누각 닫지 않아 우거져 갇혀 드리워질유

綠樹回通婉轉橋(회통완전교) 푸른 물 돌아 뚫어 다리 지나며 순할완

 

33.送客之鄂州(송객지악주) 악주 가는 손님을 보내며-韓翃

 

江口千家帶楚雲(강구천가대초운) 강어귀에 온 마을 구름이 둘러

江花亂點雪紛紛(강화란점설분분) 강에 꽃 여기저기 눈 날려 흩어

春風落日誰相見(춘풍락일수상견) 봄바람에 지는 해 누가 보는가

靑翰舟中有鄂君(청한주중유악군) 푸른 날개 배에 탄 악주땅 그대 땅이름악

 

34.宿石邑山中(숙석읍산중) 석읍 산중에 묵으며-韓翃

 

浮雲不共此山齊(부운불공차산제) 뜬 구름 함께 못해 이 산과 나란

山靄蒼蒼望轉迷(산애창창망전미) 산에 자욱 파릇함 보면서 헤매 아지랑이애

曉月暫飛千樹裏(효월잠비천수리) 새벽달 짤막 날아 온 나무 사이

秋河隔在數峰西(추하격재수봉서) 가을 물 너머 멀리 몇몇 봉 서쪽

 

35.寒食(한식) 한식-韓翃

 

春城無處不飛花(춘성무처불비화) 봄날 성엔 어디나 꽃잎이 날려

寒食東風御柳斜(한식동풍어류사) 한식날 봄바람이 궐 버들 비껴

日暮漢宮傳蠟燭(일모한궁전랍촉) 날 저묾 한나라 궁 촛불이 알려

輕煙散入五侯家(경연산입오후가) 연기 흩어 날아든 다섯 제후 집

 

36.病中遣妓(병중견기) 아픈 가운데 기녀로 달래며-司空曙

 

萬事傷心在目前(만사상심재목전) 모든 일 마음 다침 눈앞에 있어

一身憔悴對花眠(일신초췌대화면) 몸 하나 여위어서 꽃 봐도 잠이 파리할췌

黃金用盡敎歌舞(황금용진교가무) 황금을 다 들여도 노래 춤 시켜

留與他人樂少年(유여타인락소년) 머물러 다른 이와 적은 해 즐겨

 

37.江村卽事(강촌즉사) 강촌에서-司空曙

 

釣罷歸來不繫船(조파귀래불계선) 낚시 마쳐 돌아와 아니 매인 배 그칠파 맬계

江村月落正堪眠(강촌월락정감면) 강 마을 달이 지니 막 잠이 몰려 견딜감

縱然一夜風吹去(종연일야풍취거) 늘어지게 밤 하나 바람 불어 가 늘어질종

只在蘆花淺水邊(지재로화천수변) 다만 있어 갈대꽃 야트막 물가 갈대로

 

38.峽口送友人(협구송우인) 골짝어귀에서 벗을 보내며-司空曙

 

峽口花飛欲盡春(협구화비욕진춘) 골짝어귀 꽃 날려 봄이 다 가려

天涯去住各沾巾(천애거주각첨건) 하늘 끝 떠나 살아 따로 눈물 나

來時萬里同爲客(내시만리동위객) 올 때는 만 리길에 같은 나그네

今日翻成送故人(금일번성송고인) 오늘은 뒤집어져 벗을 보내나

 

39.登樓寄王卿(등루기왕경) 누각에 올라 왕경에게 부쳐-韋應物

 

踏閣攀林恨不同(답각반림한부동) 누각 밟아 숲 올라 한은 안 같아

楚雲滄海思無窮(초운창해사무궁) 초 땅 구름 찬 바다 생각 끝없어

數家砧杵秋山下(수가침저추산하) 몇 집에 다듬이질 가을산 아래 다듬잇돌침

一郡荊榛寒雨中(일군형진한우중) 온 고을 가시덤불 차가운 빗속 개암나무진

 

40.西郊期滌武不至書示(서교기척무부지서시)

서교에서 척무를 기다려 오지를 않아-韋應物

 

山高鳴過雨(산고명과우) 산이 높아 울리며 비는 지나가

澗樹落殘花(간수락잔화) 골짝나무 떨어져 남겨 논 꽃잎

非關春不待(비관춘부대) 괜찮다며 봄이야 아니 기다려

當田期自賖(당전기자사) 밭을 맡아 맺음은 저절로 느릿 외상으로살사

 

41.九月九日(구월구일) 구월 구일 날에-韋應物

 

今朝把酒復惆愴(금조파주부추창) 오늘 아침 잡은 술 다시 서글퍼 잡을파

憶在杜陵田舍時(억재두릉전사시) 생각은 큰 언덕에 들 집에 살 때

明年此日知何處(명년차일지하처) 이듬해 오늘 이날 어딘 줄 알까

世亂還家未有期(세란환가미유기) 세상 어질 돌아감 아니 맺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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五言律詩(090-169)

90 경추노제공자이탄지(經鄒魯祭孔子而嘆之)-당현종(唐玄宗)

추노를 지나며 공자를 제사하고 탄식하다-당현종(唐玄宗)

夫子何爲者,(부자하위자), 공자는 무엇 하는 분이기에

棲棲一代中.(서서일대중). 일생 동안 바쁘게만 살았나

地猶鄹氏邑,(지유추씨읍), 땅은 여전히 추씨 고을인데

宅卽魯王宮.(댁즉노왕궁). 집은 노나라 궁궐이 되었구나

嘆鳳嗟身否?(탄봉차신부)? 봉황을 탄식하고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였는가

傷麟怨道窮.(상린원도궁). 기린의 죽음에 상처받고 도가 다함을 원망하였네

今看兩楹奠,(금간량영전), 이제 두 기둥 사이에서 제사지내니

當與夢時同.(당여몽시동). 꿈꾸던 그 때와 같아야하리

 

91 망월회원(望月懷遠)-장구령(張九齡;673-740)

달을 바라보며 옛님을 생각하다-장구령(張九齡;673-740)

海上生明月,(해상생명월), 바닷가에 밝은 달 떠오르니

天涯共此時.(천애공차시). 저 하늘 끝에서도 이 시간을 함께 하리

情人怨遙夜,(정인원요야), 정든 임은 긴 밤이 원망스러워

竟夕起相思!(경석기상사)! 저녁내 일어나 나를 생각하시리

滅燭憐光滿,(멸촉련광만), 초불을 끄면 달빛 가득하여 좋은 것을

披衣覺露滋.(피의각노자). 옷 걷어붙이고 나가니 뜰의 이슬에 젖었구나

不堪盈手贈,(부감영수증), 달빛 손에 가득 보내드리지 못하니

還寢夢佳期.(환침몽가기). 아름다운 약속을 꿈꾸며 밤 자리로 돌아간다

 

92 송두소부지임촉주(送杜少府之任蜀州)-왕발(王勃)

두소부가 촉주로 부임하는 것을 전송함-왕발(王勃)

城闕輔三秦,(성궐보삼진),성안의 궁궐 삼진이 에워쌓고

風煙望五津.(풍연망오진).풍경은 장강 다섯 나루가 바라보인다

與君離別意,(여군리별의),그대와 이별하는 내 마음

同是宦游人.(동시환유인).이 모두 객지에서 벼슬하는 사람의 마음

海內存知己,(해내존지기),그래도 나라 안에 친구로 있으니

天涯若比鄰.(천애야비린).하늘 끝 어디라도 이웃이라

無爲在歧路,(무위재기노),이별의 갈림길에서

兒女共沾巾.(아녀공첨건).소녀처럼 눈물로 수건을 적시지 마세

 

93 재옥영선병서(在獄詠蟬幷序)-낙빈왕(駱賓王)

옥에 갇혀서 매미를 노래하다-낙빈왕(駱賓王)

西路蟬聲唱(서노선성창) : 가을에 매미가 우니

南冠客思侵(남관객사침) : 죄인의 몸 향수에 젖는다

那堪玄鬢影(나감현빈영) : 어찌 견디랴, 검은 머릿결이

來對白頭吟(내대백두음) : 백발의 노래 부르게 된 것을

露重飛難進(노중비난진) : 이슬이 무거우 날아가지 어렵고

風多響易沉(풍다향역침) : 바람이 심하여 소리가 쉬이 잠긴다

無人信高潔(무인신고결) : 고결한 마음 믿어줄 사람 없으니

誰爲表予心(수위표여심) : 누가 나의 속마음 드러내 줄까

*幷序(병서)

余禁所禁垣西(여금소금원서) : 내가 갇힌 감옥의 담 하나를 두고 서쪽이

是法廳事也(시법청사야) : 곧 사법관의 가운데 뜰이다

有古槐數株焉(유고괴삭주언) : 늙은 괴나무 몇 그루가 있는데

雖生意可知(수생의가지) : 비록 살려는 뜻은 알만하나

同殷仲文之古樹(동은중문지고수) : 은중문의 늙은 당나무와 같고

而聽訟斯在(이청송사재) : 송사여기서 들으니

卽周召伯之甘棠(즉주소백지감당) : 곧 주 소백의 감당나무이다

每至夕照低陰(매지석조저음) : 매번 황혼이 되면 나지막히 그늘이 지는데

秋蟬疏引(추선소인) : 가을 매미가 노래를 한다

發聲幽息(발성유식) : 그 소리 그윽하여

有切嘗聞(유절상문) : 절절함이 묻어온다

豈人心異於曩時(개인심리어낭시) : 어찌 사람의 마음이 예전과 달라

將虫響悲於前聽(장충향비어전청) : 벌레 소리마저도 더 슬프게 들리는가

嗟乎(차호) :

聲以動容(성이동용) : 소리로 사람의 용모를 움직이고

德以象賢(덕이상현) : 덕으로 사람의 어짐을 닮아

故潔其身也(고결기신야) : 자신의 몸을 깨끗이 한다

稟君子(품군자) : 군자의 행실을 바탕삼아

達人之高行(달인지고항) : 사람의 높은 행실에 이르게 되어

蛻其皮也(태기피야) : 그 껍질을 벗는다

有仙都羽化之靈姿(유선도우화지령자) :신선이날게되는신령스러움이 생기는구나

候時而來(후시이내) : 때를 기다려 그 때가 와서야

順陰陽之數(순음양지삭) : 음양의 술수에 따르고

應節爲變(응절위변) : 절기의 변화에 응하여

審藏用之機(심장용지기) : 은퇴하고 등용되는 기미를 살핀다

有目斯開(유목사개) : 눈을 떠고

不以道昏而昧其視(부이도혼이매기시) : 도가 혼미하다 하여 그 시선을 흐리게 하지 않고

有翼自薄(유익자박) : 날개가 있어도 스스로 엷게 하며

不以俗厚而易其眞(부이속후이역기진) : 세속이 후하게 대접해도 그 진실을 바꾸지 않는다

吟喬樹之微風(음교수지미풍) : 높은 나무의 미풍을 읊으니

韻資天縱(운자천종) : 그 자질이 자연스럽고

飮高秋之墜露(음고추지추노) : 높은 가을하늘의 떨어지는 이슬을 마시니

淸畏人知(청외인지) : 맑음을 남들이 알까를 두려워 한다

仆失路艱虞(부실노간우) : 길을 잃어 고생하고

遭時徽纆(조시휘묵) : 죄수가 되는 불행한 때를 만났도다

不哀傷而自怨(부애상이자원) : 마음이 슬프고 아프지는 않아도 스스로 원망스러운데

未搖落而先衰(미요낙이선쇠) : 흔듥려 떨어지지 않아도 먼저 쇠락해지는구나

聞蟪蛄之流聲(문혜고지류성) : 쓰르라미의 울려퍼지는 소리 듣고

悟平反之已奏(오평반지이주) : 상소가 이미 올려졌음을 깨닫는다

見螳螂之抱影(견당랑지포영) : 당랑이 살기를 가졌음을 보고

怯危機之未安(겁위기지미안) : 위가가 편안하지 못할 것이 두려워진다

感而綴詩(감이철시) : 시절에 느끼어 시를 지어

貽諸知己(이제지기) : 여러 친구들에게 준다

庶情沿物應(서정연물응) : 바라노니, 정이 경물에 따라 응하여

哀弱羽之飄零(애약우지표령) : 연약한 날개의 흔들려 떨어짐을 슬퍼하고

道寄人知(도기인지) : 남이 알게 알리어 전해주어

憫餘聲之寂寞(민여성지적막) : 남은소리의 적막함을 불쌍히 여겨주었으면 한다

非謂文墨(비위문묵) : 이 것은 단순히 문장일 뿐 아니라

取代幽憂云爾(취대유우운이) : 나의 그윽한 근심을 취하여 대신하고 있을 뿐이노라

 

94 화진능노승조춘유망(和晉陵路丞早春游望)-두심언(杜審言)

진릉 육승상의조춘유망시에 화답하여-두심언(杜審言)

獨有宦游人(독유환유인) : 홀로 타관에서 벼슬하는 사람

偏驚物候新(편경물후신) : 경물과 기후에 특별히 놀라노라

雲霞出海曙(운하출해서) : 구름과 노을이 바다에서 피어나는 아침

梅柳渡江春(매류도강춘) : 매화와 버들꽃잎 강 건너는 봄이로구나

淑氣催黃鳥(숙기최황조) : 맑은 봄기운 꾀고리 재촉하고

晴光轉綠蘋(청광전녹빈) : 개인 햇볕은 푸른 개구리밥으로 옮아간다

忽聞歌古調(홀문가고조) : 홀연히 들리는 노래는 옛노래

歸思欲沾巾(귀사욕첨건) : 고향가고 싶은 마음에 눈물이 수건을 적신다

 

95 잡시(雜詩)-심전기(沈全期)

 

聞道黃龍戍,(문도황룡수), 소문 들으니, 황룡 땅에 수자리

頻年不解兵.(빈년부해병). 해 넘겨도 병사들 제대 못 한다네

可憐閨裏月,(가련규리월), 가련하다, 규방 속 저 달

長在漢家營.(장재한가영). 한나라 군사의 병영에도 오랫동안 있으리니

少婦今春意,(소부금춘의), 젊은 아내는 지금 봄날의 그리움에 젖고

良人昨夜情.(량인작야정). 낭군은 저제 밤 아내를 그리는 마음에 젖어있다네

誰能將旗鼓,(수능장기고), 누가 능히 군사들 거느리고

一爲取龍城?(일위취룡성)? 단번에 용성을 빼앗을 수 있을까

 

96 제대유령북역(題大庾嶺北驛)-송지문(宋之問)

대유령 북역에서 시를 짓다-송지문(宋之問)

陽月南飛雁,(양월남비안), 시월에 남으로 날아가는 기러기

傳聞至此回.(전문지차회). 들으니, 여기에 와서는 돌아간다고 말하네

我行殊未已,(아항수미이), 내 가는 길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何日復歸來?(하일복귀내)? 어느 날 다시 돌아가나

江靜潮初落,(강정조초낙), 강은 고요한데 조수는 막 떨어지고

林昏瘴不開.(림혼장부개). 숲은 어둑하여 장기는 아직 열리지 않아

明朝望鄕處,(명조망향처), 다음날 아침 고향 있는 곳을 바라보면

應見隴頭梅.(응견롱두매). 응당 고갯마루의 매화꽃을 보리라

 

97 차북고산하(次北固山下)-왕만(王灣)

북고산 아래에서-왕만(王灣)

客路靑山外,(객노청산외), 나그네 가는 길은 청산 밖이요

行舟綠水前.(항주녹수전). 떠나는 배의 길은 푸른 물결 앞이라네

潮平兩岸闊,(조평량안활), 호수는 잔잔하고 양 언덕은 넓고

風正一帆懸.(풍정일범현). 바람은 순조로워 돋을 단다

海日生殘夜,(해일생잔야), 바다의 해, 간 밤에 떠오르고

江春入舊年.(강춘입구년). 강가의 봄, 지나간 해에서 묻어든다

鄕書何處達,(향서하처달), 고향으로 띠운 편지 어느 곳에 이를까

歸雁洛陽邊.(귀안낙양변). 돌아가는 기러기 낙양으로 향하네

 

98 제파산사후선원(題破山寺后禪院)-상건(常建)

파산사 뒤의 선원에서-상건(常建)

淸晨入古寺,(청신입고사), 맑은 새벽 옛 절을 찾아드니

初日照高林.(초일조고림). 떠오르는 해 높은 숲을 비춘다

曲徑通幽處,(곡경통유처), 구불한 길은 깊숙한 곳으로 통하고

禪房花木深.(선방화목심). 선방엔 꽃과 나무들 무성하다

山光悅鳥性,(산광열조성), 산빛을 새는 기뻐하고

潭影空人心.(담영공인심). 못에 비친 그림자 사람의 마음을 비워준다

萬籟此俱寂,(만뢰차구적), 삼라만상이 다 고요한 지금

惟餘鐘磬音.(유여종경음). 오직 풍경소리만 남아 들려온다

 

99. 기좌생두습유 (寄左省杜拾遺 )-잠삼 (岑參 ;715-770)

             좌성의 두섭유에게 보내다

聯步趨丹陛 ,(련보추단폐 ),그대와 나란히 조정에 나아가

分曹限紫微 .(분조한자미 ).관아를 달리하니 자미성에서 갈라지네

曉隨天仗入 ,(효수천장입 ),아침에는 의장대 따라 들어가고

暮惹御香歸 .(모야어향귀 ).저녁엔 궁궐의 향기 풍기며 돌아온다

白髮悲花落 ,(백발비화낙 ),백발의 나 꽃처럼 떨어짐을 슬퍼하고

靑雲羨鳥飛 .(청운선조비 ).청운의 그대 새처럼 날아감을 부러워한다

聖朝無闕事 ,(성조무궐사 ),성스런 조정 무엇 하나 부족한 일 없으니

自覺諫書稀 .(자각간서희 ).간언하는 상소는 드문 것을 나는 알겠다

    

 

100 증맹호연(贈孟浩然)-이백(李白;701-762)

맹호연에게 드립니다-이백(李白;701-762)

吾愛孟夫子,(오애맹부자),나는 맹 선생님을 좋아하지요

風流天下聞.(풍류천하문).그의 풍류는 세상이 다 알지요

紅顔棄軒冕,(홍안기헌면),젊어서 벼슬 버리고

白首臥松雲.(백수와송운).늙어서는 소나무와 구름 사이에 노니시네

醉月頻中聖,(취월빈중성),달에 취하여 자주 술 취하고

迷花不事君.(미화부사군).꽃에 미쳐서 나라님도 섬기지 못하셨네

高山安可仰,(고산안가앙),그 높은 산을 어찌 가히 쳐다볼 수 있을까요

徒此挹淸芬.(도차읍청분).다만 이렇게 맑은 향기를 떠 올 뿐이랍니다

 

101 도형문송별(渡荊門送別)-이백(李白;701-762)

형문을 건너 송별하다-이백(李白;701-762)

渡遠荊門外,(도원형문외), 먼 형문 밖 건너와

來從楚國游.(내종초국유). 초나라에 노닌다

山隨平野盡,(산수평야진), 산은 넓은 들판을 따라 펼쳐지고

江入大荒流.(강입대황류). 강은 큰 땅을 따라 흘러간다

月下飛天鏡,(월하비천경), 달은 내려와 하늘 날아다니는 거울이 되고

雲生結海樓.(운생결해누). 구름은 생겨나 바다를 잇는 누각이 되었네

仍憐故鄕水,(잉련고향수), 고향 산천 아름다워라

萬里送行舟.(만리송항주). 만 리 먼 곳, 고향으로 배를 보낸다

 

102 송우인(送友人)-이백(李白;701-762)

친구를 보내며-이백(李白;701-762)

靑山橫北郭,(청산횡배곽),푸른 산들은 북쪽 성곽 위로 가로 솟고

白水繞東城.(백수요동성).희고 밝은 물은 동쪽 성을 감싸며 흘러간다

此地一爲別,(차지일위별),이곳에서 우리 한번 이별하면

孤蓬萬里征.(고봉만리정).외로운 쑥처럼 만리타향을 떠돌겠네

浮雲游子意,(부운유자의),떠다니는 구름은 떠나는 나그네 마음

落日故人情.(낙일고인정).지는 해는 떠나보내는 친구의 심정

揮手自茲去,(휘수자자거),손을 흔들며 이제 떠나가니

蕭蕭班馬鳴.(소소반마명).쓸쓸하구나, 떠나는 말의 울음 소리마저도

 

103 청촉승준탄금(聽蜀僧浚彈琴)-이백(李白;701-762)

촉의 스님 준의 거문고 타는 소리를 듣고-이백(李白;701-762)

蜀僧抱綠綺,(촉승포녹기),촉의 스님이 녹기라는 거문고를 안고

西下峨眉峰.(서하아미봉).서쪽으로 아미산 봉우리로 내려왔다

爲我一揮手,(위아일휘수),나를 위해 한번 손을 들어 거문고 타니

如聽萬壑松.(여청만학송).온 골짜기 소나무 소리를 듣는 듯

客心洗流水,(객심세류수),그 소리 나그네 마음 흐르는 물처럼 씻어주고

餘響入霜鐘.(여향입상종).남은 소리는 절의 종소리에 빨려든다

不覺碧山暮,(부각벽산모),청산이 저무는 줄도 몰랐거니

秋雲暗幾重.(추운암궤중).가을날은 어두운데, 구름은 몇 겹이나 끼었나

 

104 야박우저회고(夜泊牛渚懷古)-이백(李白;701-762)

밤에 우저에 정박하며 옛일을 회고함

牛渚西江夜,(우저서강야),우저산 서편 장강의 밤

靑天無片雲.(청천무편운).푸른 하늘엔 조각구름 하나 없구나

登舟望秋月,(등주망추월),배에 올라 가을 달을 보니

空憶謝將軍.(공억사장군).부질없이 여기 놀던 사 장군이 생각난다

余亦能高詠,(여역능고영),나 역시 시를 잘 읊지만

斯人不可聞.(사인부가문).이런 분을 찾을 수 없구나

明朝挂帆席,(명조괘범석),내일 아침 돛을 달고 떠나면

楓葉落紛紛.(풍섭낙분분).단풍잎 어지러이 떨어져내리리라

 

105 월야(月夜)-두보(杜甫;712-770)

달밤-두보(杜甫;712-770)

今夜鄜州月,(금야부주월),오늘 밤 부주 하늘의 달을

閨中只獨看.(규중지독간).아내 홀로 바라보리

遙憐小兒女,(요련소아녀),멀리서 어린 딸을 가여워하나니

未解憶長安.(미해억장안).장안의 나를 그리는 어미의 마음을 모르는 것을

香霧雲鬟濕,(향무운환습),자욱한 안개구름에 머리카락 젖고

淸輝玉臂寒.(청휘옥비한).맑은 달빛에 옥 같은 팔 차겠소

何時倚虛幌,(하시의허황),그 어느 때라야 엷은 휘장에 기대어

雙照淚痕干.(쌍조누흔간),서로 얼굴 비춰보며 눈물 자국 막아볼까

 

106 春望(춘망)-杜甫(두보)

봄의 소망-杜甫(두보)

國破山河在(국파산하재) : 조정은 망했어도 산하는 그대로요

城春草木深(성춘초목심) : 성안은 봄이 되어 초목이 무성하네

感時花淺淚(감시화천루) : 시대를 슬퍼하여 꽃도 눈물 흘리고

恨別鳥驚心(한별조경심) : 한 맺힌 이별에 나는 새도 놀라는구나

烽火連三月(봉화연삼월) : 봉화불은 석 달이나 계속 오르고

家書抵萬金(가서저만금) : 집에서 온 편지 너무나 소중하여라

白頭搔更短(백두소갱단) : 흰 머리를 긁으니 자꾸 짧아져

渾欲不勝簪(혼욕불승잠) : 이제는 아무리 애써도 비녀도 못 꼽겠네

 

107 춘숙좌성(春宿左省)-두보(杜甫;712-770)봄에 좌성에서 묶으며-두보

 

花隱掖垣暮,(화은액원모), 꽃 숨어드는 대궐담장의 저녁

啾啾棲鳥過.(추추서조과). 잘 새도 찍찍 지저귀며 날아간다

星臨萬戶動,(성림만호동), 별이 떠니 궁궐 문이 보이고

月傍九霄多.(월방구소다). 달 가에는 하늘도 넓어진다

不寢聽金鑰,(부침청금약), 궁궐문의 빗장소리에 잠이 오지 않고

因風想玉珂.(인풍상옥가). 바람소리 풍경소리로 생각했네

明朝有封事,(명조유봉사), 내일 아침이면 아뢸 말씀 있나니

數問夜如何,(삭문야여하), 밤이 얼마나 되었는지 자주 묻는다

 

108 至德二載甫自京金光門出問道歸鳳翔乾元初從左拾遺移華州掾與親故別因出此門有悲往事 -두보(杜甫;712-770)

(지덕이재보자경금광문출문도귀봉상건원초종좌습유이화주연여친고별인출차문유비왕사)-두보

지난 일을 슬퍼하다-두보(杜甫;712-770)

此道昔歸順,(차도석귀순), 이 길은 지난 날 오랑캐 귀순 길

西郊胡正繁.(서교호정번). 서교에는 오량캐들 번성했었다

至今殘破膽,(지금잔파담), 지금은 남은 무리 간담이 부서져

應有未招魂.(응유미초혼). 혼백도 불러가지 못하리라

近得歸京邑,(근득귀경읍), 최근에야 서울에 돌아왔는데

移官豈至尊?(이관개지존)? 관직이 좌천되니 어찌 임금의 탓이랴

無才日衰老,(무재일쇠노), 재주도 없고 날마다 노쇠하니

駐馬望千門.(주마망천문). 말을 세우고 천문만호 궁궐을 바라본다

 

109 月夜憶舍弟(월야억사제)-杜甫(두보)

달밤에 아우를 생각하다-杜甫(두보)

戍鼓斷人行(수고단인행) : 수루의 북소리에 발길 끊어지고

邊秋一雁聲(변추일안성) : 변방의 가을에 한 마리 기러기 소리

露從今夜白(로종금야백) : 이슬은 오늘밤부터 얼어 희어지고

月是故鄉明(월시고향명) : 이 달은 고향에서도 밝으리라

有弟皆分散(유제개분산) : 형제가 있으나 모두 흩어져

無家問死生(무가문사생) : 생사를 물어볼 집마저 없도다

寄書長不達(기서장불달) : 편지를 부쳐도 오랫동안 가지 못하나니

況乃未休兵(황내미휴병) : 하물며 전쟁이 끝나지도 않았음에야

 

110 천말회리백(天末懷李白)-두보(杜甫;712-770)

하늘 끝에서 이백을 그리워하다-두보(杜甫;712-770)

涼風起天末,(량풍기천말), 서늘한 바람 하늘 끝에서 이는데

君子意如何,(군자의여하), 그대의 마음은 어떠한지

鴻雁幾時到,(홍안기시도), 기러기는 어느 때에 오는지

江湖秋水多.(강호추수다). 강과 호수엔 가을 물결 출렁인다

文章憎命達,(문장증명달), 문장은 출세가 가장 방해가 되고

魑魅喜人過.(리매희인과). 귀신은 사람이 지나다니는 것을 기뻐한다

應共冤魂語,(응공원혼어), 당연히 원귀 된 영혼과 이야기를 하였거니

投詩贈汨羅.(투시증골나). 시 지어 멱라수에 던져 바치리라

 

111 봉제역중송엄공사운(奉濟驛重送嚴公四韻)-두보(杜甫;712-770)

봉제역에서 엄공을 다시 보내며-두보(杜甫;712-770)

遠送從此別,(원송종차별), 먼 길 보내려 여기서 이별하려니

靑山空復情.(청산공복정). 청산은 부질없이 다시 또 정을 준다

幾時杯重把,(기시배중파), 언제나 다시 술을 마시나

昨夜月同行.(작야월동항). 어제 밤 달빛 아래서 함께 걸었는데

列郡謳歌惜,(렬군구가석), 여러 고을 노래 불러 서별을 나누어도

三朝出入榮.(삼조출입영). 삼대의 조정을 섬기며 영화도 누리세요

江村獨歸處,(강촌독귀처), 강촌으로 나 홀로 돌아가는 그 곳

寂寞養殘生.(적막양잔생). 조용하여 여생을 보람되게 가꾸리라

 

112 별방태위묘(別房太尉墓)-두보(杜甫)

방대위 묘를 지나며-두보(杜甫)

他鄕復行役(타향부행역) : 다른 고을로 다시 길을 떠나며

駐馬別孤墳(주마별고분) : 말을 멈추고 외로운 무덤과 이별하네

近淚無乾土(근루무건토) : 근처에는 눈물에 마른 흙 하나 없고

低空有斷雲(저공유단운) : 나직한 하늘 가엔 뜯어진 구름만 떠있네

對碁陪謝傅(대기배사부) : 바둑판을 대해서는 사안을 태부로 모신 듯

把劒覓徐君(파검멱서군) : 칼을 잡으니 임금 찾은 계찰 같았네

唯見林花落(유견림화락) : 보이는 것은 떨어지는 숲속의 꽃이고

鶯啼送客聞(앵제송객문) : 앵무새 울음소리 떠나는 나그네에게 들리네

 

113 여야서회(旅夜書懷)-두보(杜甫;712-770)

나그네가 밤에 회포를 적다-두보(杜甫;712-770)

細草微風岸,(세초미풍안), 고운 풀에, 미풍 불어오는 언덕

危檣獨夜舟.(위장독야주). 높은 돛 달고 홀로 뜬 밤 배

星垂平野闊,(성수평야활), 하늘엔 별 늘어지고 평야는 광활한데

月涌大江流.(월용대강류). 달은 솟아오르고 큰 강물은 흘러만간다

名豈文章著,(명개문장저). 문장으로 어떻게 이름을 날릴까

官應老病休.(관응노병휴). 늙고 병들어 벼슬길도 쉬어야하는데

飄飄何所似,(표표하소사), 떠도는 이 몸 무엇과 같다할까

天地一沙鷗.(천지일사구). 천지간 한 마리 모래톱 물새라네

 

114 등악양루(登岳陽樓)-두보(杜甫;712-770)

악양루에 올라-두보(杜甫;712-770)

昔聞洞庭水,(석문동정수), 지난 날 동정호에 대해 듣다가

今上岳陽樓.(금상악양누). 오늘에야 악양루에 올랐다

吳楚東南坼,(오초동남탁), 오나라와 촉나라가 동남으로 나눠 있고

乾坤日夜浮.(건곤일야부). 하늘과 땅이 밤낮으로 동정호수에 떠있구나

親朋無一字,(친붕무일자), 친한 친구로부터는 한 글자 소식도 없고

老病有孤舟.(노병유고주). 늙고 병들은 나는 외로운 배에 남아있네

戎馬關山北,(융마관산북), 관산의 북쪽 중원 땅에는 아직도 전쟁이라

憑軒涕泗流.(빙헌체사류). 난간에 기대서니 눈물이 흘러내린다

 

115 망천한거증배수재적(輞川閑居贈裴秀才迪)-왕유(王維;?699-761?)

망천에서 한가하게 살면서 배수재에게 드립니다-왕유(王維;?699-761?)

寒山轉蒼翠,(한산전창취),차가운 가을 산이 검푸르게 변하고

秋水日潺湲.(추수일잔원),가을 물은 날마다 졸졸 흐른다

倚杖柴門外,(의장시문외),지팡이 짚고 사립문 밖에 나아가

臨風聽暮蟬.(림풍청모선).바람 쏘이며 저문 매미소리를 듣는다

渡頭餘落日,(도두여낙일),나룻머리에 지는 햇살은 남아있고

墟里上孤煙.(허리상고연).작은 마을에는 외로운 연기만 피어오른다

復値接輿醉,(복치접여취),다시 접여처럼 술이 취하여

狂歌五柳前.(광가오류전).오류선생 집 앞에서 미친 듯 노래부른다

 

116 산거추명(山居秋暝)-왕유(王維)

산채에 가을이 어두워지네-왕유(王維)

空山新雨後(공산신우후) : 빈 산에 갓 비 내린 뒤

天氣晩來秋(천기만래추) : 날씨는 저녁 무렵의 가을이로다

明月松間照(명월송간조) : 밝은 달은 소나무 사이를 비추고

淸泉石上流(청천석상류) : 맑은 샘물은 바위 위를 흐른다

竹喧歸浣女(죽훤귀완녀) : 대숲 소란더니 빨래하는 여인들 돌아가고

蓮動下漁舟(연동하어주) : 연잎이 흔들리니 고깃배 지나간다

隨意春芳歇(수의춘방헐) : 마음에 맞는 봄꽃이 없다해도

王孫自可留(왕손자가류) : 왕손은 혼자서 산중에 머무를 만 하도다

 

117 귀숭산작(歸嵩山作)-왕유(王維;?699-761?)

숭산에 돌아가며 시를 짓다-왕유(王維;?699-761?)

淸川帶長薄,(청천대장박), 맑은 개울 긴 숲 끼고

車馬去閑閑.(거마거한한). 수레 타고 한가히 간다

流水如有意,(류수여유의), 흐르는 물은 무슨 마음 있는 듯 하고

暮禽相與還.(모금상여환). 나는 저녁 새와 함께 돌아온다

荒城臨古渡,(황성림고도), 황폐한 성은 옛 나루에 접해있고

落日滿秋山.(낙일만추산). 지는 햇빛 가을 산에 가득하다

迢遞嵩高下,(초체숭고하), 멀리 숭산 아래로 찾아들어

歸來且閉關.(귀내차폐관). 내짐에 돌아와 문을 닫는다

 

118 종남산(終南山)-왕유(王維;?699-761?)

 

太乙近天都,(태을근천도), 태을산은 왕도에 가까워

連山接海隅.(련산접해우). 산이 연이어 바닷가에 닿는다

白雲回望合,(백운회망합), 고개 돌려보니 흰 구름 모여들고

靑靄入看無.(청애입간무). 푸른 안개 모였다가 사라진다

分野中峰變,(분야중봉변), 들의 경계는 가운데 봉우리에 따라 변하고

陰晴衆壑殊.(음청중학수). 흐리고 개임은 골짜기에 따라 달라진다

欲投人處宿,(욕투인처숙), 인가에 투숙하고파

隔水問樵夫.(격수문초부). 물 건너 나무꾼에게 물어본다

 

119 수장소부(酬張少府)-왕유(王維)

장소부에게 지어 응답하다-왕유(王維)

晩年唯好靜(만년유호정) : 늙으니 고요함이 좋아져서

萬事不關心(만사부관심) : 일마다 마음이 가지 않는다.

自顧無長策(자고무장책) : 스스로 돌아봐도 좋은 대책 없어

空知返舊林(공지반구림) : 옛 고향 숲으로 돌아가야 함을 알았다.

松風吹解帶(송풍취해대) : 솔바람 불어와 허리띠를 풀어헤치고

山月照彈琴(산월조탄금) : 산에 뜬 달은 거문고 치는 이를 비춘다.

君問窮通理(군문궁통리) : 궁하고 통하는 이치를 묻노니

漁歌入浦深(어가입포심) : 어부의 노래가 포구 깊은 곳으로 들린다.

 

120 과향적사(過香積寺)-왕유(王維)

향적사를 지나며-왕유(王維)

不知香積寺(부지향적사) : 향적사가 어디 있는지를 알지 못하고

數里入雲峰(수이입운봉) : 멸 리를 걸어서 구름 낀 봉우리에 들어왔다.

古木無人逕(고목무인경) : 고목이 울창한데 사람 다니는 길도 없고

深山何處鐘(심산하처종) : 깊은 산 어느 곳에선가 종소리 들려온다.

泉聲咽危石(천성열위석) : 샘물은 흐르는 소리 높은 바위에 부딪히고

日色冷靑松(일색냉청송) : 햇빛은 푸른 소나무에 차가워라.

薄暮空潭曲(박모공담곡) : 저문 저녁 못은 조용한데

安禪制靑龍(안선제청룡) : 편히 앉아 좌선하며 내 마음의 청룡을 제압한다

 

121 송재주리사군(送梓州李使君)-왕유(王維;?699-761?)

재주로 이 사군을 보내며-왕유(王維;?699-761?)

萬壑樹參天,(만학수삼천),골짜기마다 나무들은 하늘을 찌르고

千山響杜鵑.(천산향두견).산마다 두견새 울음소리

山中一夜雨,(산중일야우),산중에 내리는 밤비에

樹杪百重泉.(수초백중천).나무 끝은 온통 작은 샘이 되었네

漢女輸橦布,(한녀수동포),한나라 여자들은 동포를 나르는데

巴人訟芋田.(파인송우전).파촉의 남자들은 토란밭을 다툰다

文翁翻敎授,(문옹번교수),문옹은 교육정책을 바꾸었으니

不敢倚先賢.(부감의선현).감히 선현에 의지하는 말게나

 

122 한강림조(漢江臨眺)-왕유(王維;?699-761?)

한강에 배를 띄워-왕유(王維;?699-761?)

楚塞三湘接,(초새삼상접),초나라 국경은 삼상에 닿아 있고

荊門九派通.(형문구파통).형문산엔 구파의 물이 모여든다

江流天地外,(강류천지외),강물은 하늘 밖으로 흘러가는데

山色有無中.(산색유무중).산빛은 강 가운데에 있는 듯 없는 듯 하다

郡邑浮前浦,(군읍부전포),도읍은 눈앞의 포구에 떠 있고

波瀾動遠空.(파란동원공).물결은 먼 공중에서 출령인다

襄陽好風日,(양양호풍일),양양 땅의 좋은 바람과 날씨에

留醉與山翁.(류취여산옹).머물러 산골 늙은이와 취하여 볼이거나

 

123 종남별업(終南別業)-왕유(王維;?699-761?)

종남산 별장에서-왕유(王維;?699-761?)

中歲頗好道,(중세파호도),중년의 나이에 자못 도를 좋아하여

晩家南山陲.(만가남산수).만년에 종남산 기슭에 집을 지었소

興來美獨往,(흥내미독왕),흥이 나면 좋아서 혼자 다녀와

勝事空自知.(승사공자지).그 중의 좋은 일은 조용히 나만이 안다네

行到水窮處,(항도수궁처),걷다가 물 다하는 곳에 이르러

坐看雲起時.(좌간운기시).조용히 앉아 구름 피어오르는 것을 바라본다

偶然値林叟,(우연치림수),우녕히 숲 속 늙은이를 만나

談笑無還期.(담소무환기).웃으며 이야기하다 돌아갈 줄은 모른다네

 

124 망동정호증장승상(望洞庭湖贈張丞相)-맹호연(孟浩然;689-740)

동정호를 바라보며 장승상에게 부친다-맹호연(孟浩然;689-740)

八月湖水平,(팔월호수평),팔월의 호수, 물은 잔잔한데

涵虛混太淸.(함허혼태청).허공을 담아 하늘인 듯 보이네

氣蒸雲夢澤,(기증운몽택),기운은 운몽택 못물을 찌고

波撼岳陽城.(파감악양성).물결은 악양성을 뒤흔든다

欲濟無舟楫,(욕제무주즙),이 물을 건너가려니 건너갈 배와 노가 없나니

端居恥聖明.(단거치성명).한가히 살아 임금의 은혜에 부끄럽소

坐觀垂釣者,(좌관수조자),가만히 앉아서 낚시꾼을 바라보자니

空有羨魚情.(공유선어정).부질없이 고기가 부러운 마음이 생긴다오

 

125 여제자등현산(與諸子登峴山)-맹호연(孟浩然;689-740)

여러 사람들과 현산에 올라-맹호연(孟浩然;689-740)

人事有代謝,(인사유대사),사람의 일이란 흥망이 바뀌는 법

往來成古今.(왕내성고금).지난 일과 오는 일이 역사를 만든다

江山留勝跡,(강산류승적),강산은 좋은 형적, 형산을 만들었나니

我輩復登臨.(아배복등림).우리들 다시 올라왔다네

水落魚梁淺,(수낙어량천),물 빠지니 어량은 바닥 드러나고

天寒夢澤深.(천한몽택심).날 추워지니 몽택은 깊어진다

羊公碑字在,(양공비자재),양공의 비문의 글자 그대로 인데

讀罷淚沾襟.(독파누첨금).읽고 나니 눈물이 옷깃을 적신다

 

126 청명일연매도사방(淸明日宴梅道士房)-맹호연(孟浩然;689-740)

청명날에매도사 방에서 잔치하며-맹호연(孟浩然;689-740)

林臥愁春盡,(림와수춘진), 숲에 누워 봄이 다 감을 근심하고

開軒覽物華.(개헌람물화). 창을 열고 풍광을 살려본다

忽逢靑鳥使,(홀봉청조사), 홀연히 반가운 심부름꾼을 만나

邀入赤松家.(요입적송가). 나를 맞아 적송자의 집으로 들인다

丹竈初開火,(단조초개화), 화로에 막 불을 지피고

仙桃正發花.(선도정발화). 복숭아나무는 꽃이 활짝 피었다

童顔若可駐,(동안야가주), 젊음을 머무르게 할 수 있다면

何惜醉流霞!(하석취류하)! 유하주에 취해본들 어찌 아까와 하리

 

127. 세모귀남산 (歲暮歸南山 )-맹호연  (孟浩然 )

한해가 다가는 때 남산으로 돌아가다

北闕休上書 ,(배궐휴상서 ),조정에 글 올일 일 없어

南山歸敝廬 .(남산귀폐려 ).남산으로 오두막 나의 집에 돌아왔소

不才明主棄 ,(부재명주기 ),재주 없어 임금님에 버림받고

多病故人疏 .(다병고인소 ).병 많은 몸이라 친구도 멀리하네

白發催年老 ,(백발최년노 ),흰 머리는 나이를 재촉하고

靑陽逼歲除 .(청양핍세제 ).따뜻한 몸은 세밑에 다가온다

永懷愁不寐 ,(영회수부매 ),끊없는 시름으로 잠 못이루는데

松月夜窗墟 .(송월야창허 ).이 밤 창에 소나무 사이로 달만 보인다

 

128. 과고인장 (過故人莊 )-맹호연 (孟浩然 ;689-740)

              친구의 농장을 지나며

故人具雞黍 ,(고인구계서 ),친구는 닭고기와 밥을 차려놓고

邀我至田家 .(요아지전가 ).나를 불러서 진구 집에 왔네

綠樹村邊合 ,(녹수촌변합 ),파란나무들 마을 둘레에 둘러 모이고

靑山郭外斜 .(청산곽외사 ).푸른 산은 마을 밖에 비껴있다

開軒面場圃 ,(개헌면장포 ),방문 열면 넓은 채마밭이 보이고

把酒話桑麻 .(파주화상마 ).술잔 잡고 뽕나무와 삼나무 이야기 나눈다

待到重陽日 ,(대도중양일 ),중양절 기다렸다가

還來就菊花 .(환내취국화 ).다시 와서 국화꽃 보려가련다

 

129. 진중감추기원상인 (秦中感秋寄遠上人 )-맹호연 (孟浩然 ;689-740)

               진중에서 가을 느껴 원 스님에게 보낸다

一丘嘗欲臥 ,(일구상욕와 ), 한 언덕에 같이 놀고 싶었으나

三徑苦無資 .(삼경고무자 ). 세 길을 만들려도 돈 없어 괴로웠소

北土非吾愿 ,(배토비오원 ), 이곳 북쪽 땅은 내 원하는 곳 아니고

東林懷我師 .(동림회아사 ). 동림사 그 곳 내 스승 그리워라

黃金燃桂盡 ,(황금연계진 ), 돈은 생활 생활에 다 쓰이고

壯志逐年衰 .(장지축년쇠 ). 장부의 큰 뜻 해마다 약해진다

日夕涼風至 ,(일석량풍지 ), 아침저녁 서늘한 바람 불어오는데

聞蟬但益悲 .(문선단익비 ). 매미 소리 들으니 마음만 더욱 서글퍼진다

130 숙동려강기광능구유(宿桐廬江寄廣陵舊游)-맹호연(孟浩然;689-740)

동려강에 묶으며 광릉의 지난날의 놀이에 부쳐-맹호연(孟浩然;689-740)

山暝聽猿愁,(산명청원수),산은 어둑하고 원숭이 시름소리 들려온다

滄江急夜流.(창강급야류).푸른 강물은 밤에도 흐르는 물살 빠르기도하구나

風鳴兩岸葉,(풍명량안섭),바람은 양 언덕 나뭇잎을 울리고

月照一孤舟.(월조일고주).달은 한 척 외로운 배를 비춘다

建德非吾土,(건덕비오토),건덕 지방은 내 살던 땅 아니니

維揚憶舊游.(유양억구유).유양 땅에서 옛 놀던 일 그리워라

還將兩行淚,(환장량항누),도리어 두 줄기 흐르는 눈물을

遙寄海西頭.(요기해서두).멀리 바다 서쪽으로 보내고 싶어라

 

131 유별왕시어유(留別王侍御維)-맹호연(孟浩然;689-740)

시어 왕유를 두고 이별하다-맹호연(孟浩然;689-740)

寂寂竟何待,(적적경하대),적적한 나날 무엇을 더 기다리랴

朝朝空自歸.(조조공자귀).아침마다 허전하게 혼자서 돌아온다

欲尋芳草去,(욕심방초거),꽃다운 풀 찾아 떠나려하니

惜與故人違.(석여고인위).친구와 헤어짐이 너무 아쉬워라

當路誰相假,(당노수상가),권세 잡은 사람 누가 힘을 빌려줄까

知音世所稀.(지음세소희).진정한 친구는 세상에 드물다네

只應守寂寞,(지응수적막),다만 응당 적적함을 지켜

還掩故園扉.(환엄고원비).고향집 돌아가 사립문 닫으리라

 

132 조한강상유회(早寒江上有懷)-맹호연(孟浩然;689-740)

추운 날 강가에서-맹호연(孟浩然;689-740)

木落雁南渡,(목낙안남도),나뭇잎은 떨어지고 기러기 남으로 날아가고

北風江上寒.(배풍강상한).강가에는 북풍이 차다

我家襄水曲,(아가양수곡),내 집은 양수의 강 언덕

遙隔楚雲端.(요격초운단).멀리 초나라, 저 구름 끝에 떨어져 있다네

鄕淚客中盡,(향누객중진),고향 그리는 눈물 마음속에서 다하고

孤帆天際看.(고범천제간).외로운 배 하늘 저 먼 곳에 보인다

迷津欲有問,(미진욕유문),배타는 나루를 몰라 묻고자 하는데

平海夕漫漫.(평해석만만).잔잔한 바다에 석양아 가득하다

 

133 추일등오공태상사원조(秋日登吳公臺上寺遠眺)-류장경(劉長卿;725?-781?)

어느가을날오공대위의절에올라멀리를조망하다-류장경(劉長卿;725?-781?)

古臺搖落後,(고대요낙후),오래된 누대에 나뭇잎 떨어진 뒤

秋日望鄕心.(추일망향심).어느 가을날 고향 그리운 내 마음

野寺人來少,(야사인내소),들녘의 절간에는 사람 드물고

雲峰水隔深.(운봉수격심).구름 낀 산봉우리 물 건너 멀기만 하다

夕陽依舊壘,(석양의구누),석양은 옛 성채에 걸려있고

寒磬滿空林.(한경만공림).차가운 경쇠소리 숲에 가득하다

惆悵南朝事,(추창남조사),슬프다, 남조의 일들이여

長江獨至今.(장강독지금).긴 강물만 홀로 지금까지 흐르네

 

134 송이중승귀한양별업(送李中丞歸漢陽別業)-유장경(劉長卿)

이중승이 한양 별업으로 돌아감을 전송하며-유장경(劉長卿)

流落征南將,(유낙정남장),타향을 떠도는 남방을 평정한 장군이여

曾驅十萬師.(증구십만사).일찌기 십 만 군사 지휘했다네

罷歸無舊業,(파귀무구업),벼슬을 마치고 돌아오니 가업은 없고

老去戀明時.(노거련명시).늙어감에 밝은 임금 다스리던 그 때를 그리워한다

獨立三邊靜,(독립삼변정),홀로 우뚝 나서니 세 변방이 조용해지고

輕生一劍知.(경생일검지).자신의 목숨 가볍게 여김을 한자루 칼이 알고 있다네

茫茫江漢上,(망망강한상),한수와 양자강은 아득하기만 하고

日暮復何之.(일모부하지).해 저무는 이 때 다시 어지로 가려는가

 

135 전별왕십일남유(餞別王十一南游)-유장(劉長)

왕 십일을 남방으로 떠나보내며-유장(劉長)

望君煙水闊,(망군연수활),그대 바라보니, 안개 자욱한 강물 광활하고

揮手淚沾巾.(휘수누첨건).손 흔드니 눈물이 수건을 적신다

飛鳥沒何處,(비조몰하처),날아가는 새들은 어느 곳으로 사라졌는가

靑山空向人.(청산공향인).청산만 부질없이 사람 나를 향하네

長江一帆遠,(장강일범원),긴 강에 한 척의 배는 멀리 떠나고

落日五湖春.(낙일오호춘).오호에는 봄빛이 가득하다

誰見汀洲上,(수견정주상),그 누가 알아줄까, 물가 모래톱에서

相思愁白蘋?(상사수백빈)?그리운 생각에 부평초에 수심겨워함을

 

136 심남계상산도인은거(尋南溪常山道人隱居)-유장경(劉長卿;725?-781?)

남계 상산도인의 은거처를 찾아서유장경(劉長卿;725?-781?)

一路經行處,(일노경항처), 한 가닥 길, 사람 지나다니는 곳

莓苔見履痕.(매태견리흔). 이끼 위에 발자국이 보인다

白雲依靜渚,(백운의정저), 흰 구름은 고요한 물가에 어려있고

春草閉閑門.(춘초폐한문). 봄풀에 한적한 문이 닫혀있다

過雨看松色,(과우간송색), 비 지나간 뒤 소나무 빛 바라보며

隨山到水源.(수산도수원). 산을 따라 수원지에 다다른다

溪花與禪意,(계화여선의), 개울가의 꽃과 선정에 든 마음

相對亦忘言.(상대역망언). 마주대해도 또한 할 말을 잊어버린다

 

137 新年作(신년작)-劉長卿(유장경)

새해에 짓다-劉長卿(유장경)

鄕心新歲切(향심신세절) : 새해에는 고향 더욱 그리워

天畔獨潸然(천반독산연) : 먼 하늘가에서 홀로 눈물 흘린다

老至居人下(노지거인하) : 늙도록 남의 아래서 일하느라

春歸在客先(춘귀재객선) : 봄이 되어도 나그네 처지이네

嶺猿同旦暮(령원동단모) : 고개의 원숭이와 아침과 저녁을 같이 하고

江柳共風煙(강류공풍연) : 강가의 버들과 바람과 연기를 함께 했다

已似長沙傅(이사장사부) : 이미 장사왕의 태부 처지가 되었으니

從今又幾年(종금우기년) : 지금부터 다시 몇 년이 지나야 돌아가나

 

138 송승귀일본(送僧歸日本)-전기(錢起)

스님이 일본으로 돌아감을 전송하며-전기(錢起)

上國隨緣住,(상국수연주), 상국인 중국에 인연 따라 와 살다가

來途若夢行.(내도야몽항). 오는 길은 꿈길 았았다네

浮天滄海遠,(부천창해원), 하늘에 뜬 듯 푸른 바다 아득히 멀지만

去世法舟輕.(거세법주경). 세상 떠나는 스님 탄 배는 빠르다

水月通禪寂,(수월통선적), 물에 비친 달은 선의 경지에 통하고

魚龍聽梵聲.(어룡청범성). 고기와 용들도 염불소리 듣고있네

惟憐一燈影,(유련일등영), 오직 어여쁜 것은 하나의 등불 그림자여

萬里眼中明.(만리안중명). 만 리 먼 곳 사람들 안중에도 밝으리

 

139 곡구서재기양보궐(谷口書齋寄楊補闕)-錢起(전기)

곡구서재에서 양보궐에게 드리다-錢起(전기)

泉壑帶茅茨,(천학대모자), 샘물과 골짜기 옆에 띠 풀로 엮은 집

雲霞生薜帷.(운하생벽유). 구름과 노을 벽려풀로 둘러쌓인 휘장에서 피어난다

竹憐新雨后,(죽련신우후), 대나무는 비 내린 뒤 새롭고

山愛夕陽時.(산애석양시). 산은 해질 때 더욱 좋다

閑鷺棲常早,(한노서상조), 한가한 애오라비 물새는 항상 일찍 깃들고

秋花落更遲.(추화낙갱지). 가을꽃은 떨어짐이 더욱 늦어진다

家童掃蘿徑,(가동소나경), 아이는 여라 덩굴 무성한 길을 쓸고

昨與故人期.(작여고인기). 어제 친구와 약속이 있어서니라

 

140 회상희회량천고인(淮上喜會梁川故人)-위응물(韋應物;737-804)

회수가에서 양천의 친구를 기쁘게 만나다-위응물(韋應物;737-804)

江漢曾爲客,(강한증위객),강한에서 나그네 되어

相逢每醉還.(상봉매취환).서로 만나면 매번 취하여 돌아왔지

浮雲一別後,(부운일별후),뜬구름처럼 한번 이별한 뒤

流水十年間.(류수십년간).흐르는 물처럼 십 년 세월이 지났구나

歡笑情如舊,(환소정여구),기뻐하며 웃는 정은 옛날 같은데

蕭疏鬢已斑.(소소빈이반).쓸쓸하다, 귀밑머리 이미 희끗희끗

何因北歸去,(하인배귀거),그대는 무슨 연고로 북으로 돌아가나

淮上對秋山.(회상대추산).이곳 회상에서 나는 가을산만 바라본다

 

141 부득모우송리주(賦得暮雨送李冑)-위응물(韋應物;737-804)

비 내리는 저녁에 이주을 보내며 시를 짓다-위응물(韋應物;737-804)

楚江微雨裏,(초강미우리),초강에 내리는 가랑비 속

建業暮鐘時.(건업모종시).건업엔 저녁 종 우리는 시간

漠漠帆來重,(막막범내중),아득하여 돛단배 돌아옴이 무겁고

冥冥鳥去遲.(명명조거지).어둑하여 새들 날아감이 느리다

海門深不見,(해문심부견),바다 입구는 깊어 보이지 않고

浦樹遠含滋.(포수원함자).포구의 나무는 멀리 빗 기운 머금었다

相送情無限,(상송정무한),서로 떠나보냄에 정이 깊어

沾襟比散絲.(첨금비산사).눈물이 옷깃을 적셔 흩어진 실인 듯하여라

 

142 酬程延秋夜卽事見贈(수정연추야즉사견증)-韓翃(한굉)

정연의 추야즉사받아보고 화답하다-韓翃(한굉)

長簟迎風早,(장점영풍조), 긴 대나무 일찍 바람을 맞고

空城澹月華.(공성담월화). 텅 빈 성에는 달빛만 가득하다

星河秋一雁,(성하추일안), 가을하늘 은하수에 한 마리 기러기

砧杵夜千家.(침저야천가). 한밤에 다듬질 소리 집집마다 들려온다

節候看應晩,(절후간응만), 절후는 응당 가을이 늦은데

心期臥亦賖.(심기와역사). 마음 약속에 잠도 오지 않는다

向來吟秀句,(향내음수구), 밤 내내 그대의 빼어난 시 읊다가

不覺已鳴鴉.(부각이명아). 어느새 갈가마귀 우는 소리 듣는다

 

143 궐제(闕題)-유신허(劉眘虛)

무제-劉眘虛(유신허)

道由白雲盡(도유백운진) : 길은 흰 구름 속으로 멀어지고

春興淸溪長(춘흥청계장) : 봄날은 흥겹고 맑은 개울 길기도 하네

時有洛花至(시유낙화지) : 가끔씩 떨어진 꽃잎이 날아와

遠隨流水香(원수유수향) : 멀리 물 따라 흘러 향기로워라

閒門向山路(한문향산로) : 조용한 대문은 산길을 향하여 나있고

深柳讀書堂(심류독서당) : 깊숙한 버드나무 속에는 독서당 보이네

幽映每白日(유영매백일) : 그윽한 곳 비추는 언제나 밝은 햇볕

淸輝照衣裳(청휘조의상) : 그 맑은 빛이 나의 옷을 비추어 주네

 

144 강향고인우집객사(江鄕故人偶集客舍)-대숙륜(戴叔倫)

객사에서 친구들과 우연히 모이다-대숙륜(戴叔倫)

天秋月又滿,(천추월우만), 때는 가을, 달은 또 보름달

城闕夜千重.(성궐야천중). 성의 높은 궁궐에 밤이 깊다

還作江南會,(환작강남회), 강남에서 모이게 되다니

翻疑夢里逢.(번의몽리봉). 생각하면 꿈속에서 만난 것 같아

風枝驚暗鵲,(풍지경암작), 어둠 속 까마귀는 나뭇가지의 바람에 놀라고

露草覆寒蛩.(노초복한공). 가을 귀뚜라미 소리는 이슬 맺힌 풀에 가리었다

羈旅長堪醉,(기려장감취), 우리는 나그네 신세, 오늘 한껏 취해보세

相留畏曉鐘.(상류외효종). 같이 있자니 새벽 종소리 두려워라

 

145 이단공(李端公)-노륜(盧綸)

이공 단에게-노륜(盧綸)

故關衰草遍,(고관쇠초편), 고향 관문에 시든 풀 널리 널려있고

離別正堪悲!(리별정감비)! 이별을 하자니 너무 슬퍼구나

路出寒雲外,(노출한운외), 차가운 구름 밖 먼 길을

人歸暮雪時.(인귀모설시). 그대는 눈 내리는 저녁에 돌아간다네

少孤爲客早,(소고위객조), 어려서 고아 되어 일찍 떠돌아

多難識君遲.(다난식군지). 어려운 일 많아서 그대를 늦게야 알았소

掩淚空相向,(엄누공상향), 문물을 감추고 그대를 바라보니

風塵何處期?(풍진하처기)? 이 풍진 세상, 어디서 그대를 다시 만나리

 

146 희견외제우언별(喜見外弟又言別)-이익(李益;749-829)

기쁘게 외사촌 동생을 만났는데 또 이별의 말을 하다-이익(李益;749-829)

十年離亂後,(십년리난후), 십 년 아별 후

長大一相逢.(장대일상봉). 어른이 되어 이제야 만나네

問姓驚初見,(문성경초견), 성을 물어보고 처음 만난 것에 놀라며

稱名憶舊容.(칭명억구용). 이름을 불러보고 옛 얼굴 떠올린다

別來滄海事,(별내창해사), 이별 뒤 변한 세상일

語罷暮天鐘.(어파모천종). 이야기 끝나자 저문 하늘에 울리는 종소리

明日巴陵道,(명일파능도), 내일 아침 다시 떠나는 파릉길

秋山又幾重.(추산우궤중). 가을산은 또 몇 구비나 먼 길일까

 

147 운양관여한신숙별(雲陽館與韓紳宿別)-사공서(司空曙;740-790?)

운양관에서 한신과 함께 투숙하고 이별하다-사공서(司空曙;740-790?)

故人江海別,(고인강해별), 강해에서 친구와 이별하고

幾度隔山川.(궤도격산천). 몇 번이나 산천이 가로막혔던가

乍見翻疑夢,(사견번의몽), 잠간의 만남 꿈을 꾸는 듯

相悲各問年.(상비각문년). 서로 슬퍼하며 각자 나이를 물어본다

孤燈寒照雨,(고등한조우), 외로운 등불은 내리는 비를 비추고

深竹暗浮煙.(심죽암부연). 깊은 대나무 숲에 자욱한 안개 어둑하다

更有明朝恨,(갱유명조한), 내일 아침이면 다시 한스런 이별 있으리니

離杯惜共傳.(리배석공전). 이 한잔 술로 아쉬운 마음 함께 전하세

 

148 희외제노륜견숙(喜外弟盧綸見宿)-사공서(司空曙;740-790?)

외사촌 동생 노륜과 같이 자게 됨을 기뻐하면서-사공서(司空曙;740-790?)

靜夜四無鄰,(정야사무린), 고요한 밤, 사방에 이웃고 없고

荒居舊業貧.(황거구업빈). 황폐한 거처에 가업도 없어 빈궁하기만 하다

雨中黃葉樹,(우중황섭수), 비속에 잎이 누렇게 물든 나무

燈下白頭人.(등하백두인). 등잔 아래 앉은 흰 머리 사람

以我獨沉久,(이아독침구), 나 홀로 몰락한지 오래되어도

愧君相訪頻.(괴군상방빈). 자주 날 찾아주니 부끄럽다, 자네

平生自有分,(평생자유분), 우린 한평생 연분이 있지

況是蔡家親!(황시채가친)! 하물며 내외종 동기간임에야

 

149 적평후송인배귀(賊平后送人北歸)-사공서(司空曙;740-790?)

적이평정된뒤사람을전송하여북으로돌려보내다-사공서(司空曙;740-790?)

世亂同南去,(세난동남거), 세상이 어지러워 남으로 떠났다가

時淸獨北還.(시청독배환). 평화로워져 홀로 북으로 되돌아가네

他鄕生白髮,(타향생백발), 타향에서 백발이 다 되었으나

舊國見靑山.(구국견청산). 고향에 가면 청산을 보리

曉月過殘壘,(효월과잔누), 새벽달빛 아래 무너진 성채를 지나

繁星宿故關.(번성숙고관). 총총한 별빛 아래 고향관문에서 숙박하리라

寒禽與衰草,(한금여쇠초), 추위에 뜨는 새와 시든 풀이

處處伴愁顔.(처처반수안). 곳곳에서 근심스런 얼굴의 너를 짝하리라

 

150 촉선주묘(蜀先主廟)-유우석(劉禹錫;772-842)

촉 나라 선왕의 사당-유우석(劉禹錫;772-842)

天地英雄氣,(천지영웅기), 천지 영웅의 기개여

千秋尙凜然!(천추상늠연)! 천년이 지나도 여전히 두렵도다

勢分三足鼎,(세분삼족정), 형세는 삼국으로 갈라졌으나

業復五銖錢.(업복오수전). 공업은 한나라 오수전을 회복하였다

得相能開國,(득상능개국), 훌륭한 재상 얻어 나라를 열었으나

生兒不象賢.(생아부상현). 낳은 자식 성현을 닮지 못했다네

淒涼蜀故妓,(처량촉고기), 처량하다, 촉나라 옛 기녀들이여

來舞魏宮前.(내무위궁전). 위나라 궁전 앞에서 춤을 추다니

 

151 몰번고인(沒蕃故人)-장적(張籍)

번에서 죽은 친구여-장적(張籍)

前年伐月支,(전년벌월지), 지난 해 월지국을 치다가

城下沒全師.(성하몰전사). 성 아래에서 전 군사가 전멸당했소

蕃漢斷消息,(번한단소식), 번과 중국과는 소식 끊어지고

死生長別離.(사생장별리). 죽은 사람과 산 사람 긴 이별 하였다네

無人收廢帳,(무인수폐장), 부서진 휘막 거두는 이 아무도 없고

歸馬識殘旗.(귀마식잔기). 돌아온 말만이 남아 있는 깃발의 주인 안다네

欲祭疑君在,(욕제의군재), 제사를 지내고 싶어도 그대 살아있는 것 같아

天涯哭此時.(천애곡차시). 이 시간 하는 먼 곳을 향하여 통곡하노라

 

152 부득고원초송별(賦得高原草送別)-백거이(白居易;772-846)

고원초을 보고 시를 지어 송별하다-백거이(白居易)

離離原上草(이리원상초) : 무성한 언덕 위의 풀

一歲一枯榮(일세일고영) : 한 해에 한 번씩 났다가 시든다..

野火燒不盡(야화소부진) : 들불에 타도 없어지지 않고

春風吹又生(춘풍취우생) : 봄바람이 불면 또 자라난다.

遠芳侵古道(원방침고도) : 멀리 뻗혀 있는 들풀은 오래된 길을 덮고

晴翠接荒城(청취접황성) : 밝은 풀빛 거칠은 옛 성터에 어린다.

又送王孫去(우송왕손거) : 또 다시 그대를 전송하여 보내니

萋萋滿別情(처처만별정) : 우거진 풀처럼 이별의 정이 가득하다

 

153 여숙(旅宿)-두목(杜牧;803-853)

여관에 투숙하며-두목(杜牧;803-853)

旅館無良伴,(려관무량반), 여관엔 좋은 친구 없어

凝情自悄然.(응정자초연). 생각에 잠겨 저절로 외로워라

寒燈思舊事,(한등사구사), 차가운 등잔 아래 지난 일 생각하는데

斷雁警愁眠.(단안경수면). 외로운 기러기 소리에 놀라 잠을 깬다

遠夢歸侵曉,(원몽귀침효), 먼 꿈에서 새벽에야 돌아오고

家書到隔年.(가서도격년). 집의 편지는 해를 넙긴다

滄江好煙月,(창강호연월), 푸른 강 안개속 달이 이렇게도 좋고

門繫釣魚船.(문계조어선). 문 앞에는 고기 잡는 배가 매여 있다

 

154 추일부궐제동관역누(秋日赴闕題潼關驛樓)-허혼(許渾)

어느 가을날 대궐로 가다가 동관역루에서 짓다

紅葉晩蕭蕭,(홍섭만소소), 붉은 단풍잎, 저녁 되니 쓸쓸하여

長亭酒一瓢.(장정주일표). 높은 정자에서 술 한 잔을 마신다

殘雲歸太華,(잔운귀태화), 하늘에 남은 구름은 태화로 떠돌고

疏雨過中條.(소우과중조). 성긴 비는 중조를 지나간다

樹色隨山逈,(수색수산형), 나무의 빛 산 따라 멀어지고

河聲入海遙.(하성입해요). 냇물 소리는 바다로 흘러 아득하다

帝鄕明日到,(제향명일도), 서울엔 내일이면 가는데

猶自夢漁樵.(유자몽어초). 여전히 스스로는 어부 되고 나무꾼을 꿈꾼다

 

155 조추(早秋)-허혼(許渾)

이른 가을-허혼(許渾)

遙夜泛淸瑟, (요야범청슬),긴 밤 맑은 비파 소리로 가득하고

西風生翠蘿. (서풍생취나).푸른 담쟁이덩굴에 서풍이 인다

殘螢棲玉露, (잔형서옥노),남은 반딧불은 이슬에 깃들고

早雁拂銀河. (조안불은하).이른 기러기 은하수를 스치듯 날아간다

高樹曉還密, (고수효환밀),높은 나무는 새벽에 도리어 빽빽하고

遠山晴更多. (원산청갱다).먼 산은 개이면 더욱 많이 보인다다

淮南一葉下, (회남일섭하),회남땅에 나뭇잎 하나 떨어지니

自覺老煙波. (자각노연파).자연 속에서 내가 늙어짐을 깨닫는다

 

156 ()-이상은(李商隱;812-858)

매미-이상은(李商隱;812-858)

本以高難飽,(본이고난포), 본래 청고하여 배부르기 어려운데도

徒勞恨費聲.(도노한비성). 헛되이 수고하여 한스럽게 소리만 허비한다

五更疏欲斷,(오경소욕단), 오경에는 드문 소리 끊어질 듯 이어지지만

一樹碧無情.(일수벽무정). 나무는 무정하여 푸르기만 하다

薄宦梗猶泛,(박환경유범), 낮은 벼슬아치 대개 떠도나니

故園蕪已平.(고원무이평). 돌아오니 고향의 동산은 이미 황폐하다

煩君最相警,(번군최상경), 번거롭게도 그대 나를 깨우쳐주지만

我亦擧家淸.(아역거가청). 나 또한 온 집안이 청고하다오

 

157 풍우(風雨)-이상은(李商隱;812-858)

비바람-이상은(李商隱;812-858)

淒涼寶劍篇,(처량보검편),처량하다, 곽진의 보검편 같은 내 처지여

羈泊欲窮年.(기박욕궁년).떠돌다가 또 한해가 지나간다

黃葉仍風雨,(황섭잉풍우),낙엽 진 나무에는 비바람 치고

靑樓自管弦.(청누자관현).화려한 누대엔 절로 음악소리 넘쳐난다

新知遭薄俗,(신지조박속),새 사람 알수록 각박한 풍속 만나고

舊好隔良緣.(구호격양연).엣 친구 좋은데 인연이 멀어진다

心斷新豊酒,(심단신풍주),고향 술인 신풍주를 보니 창자 끊어질 듯

銷愁斗幾千.(소수두궤천).나의 근심 삭히려면 몇 천 말의 술을 마셔야 하나

 

158 낙화(落花)-이상은(李商隱)

떨어지는 꽃잎-이상(李商)

高閣客竟去,(고각객경거),높은 누각엔 객은 이미 더나고

小園花亂飛.(소원화난비).작은 동산에는 꽃이 어지러이 난다

參差連曲陌,(삼차련곡맥),들쭉날쭉 날려가 굽은 길은 이어지고

迢遞送斜暉.(초체송사휘).멀리 지는 햇빛을 전송한다

腸斷未忍掃,(장단미인소),마음이 아파 차마 다 쓸지 못하고

眼穿仍欲歸.(안천잉욕귀).뚫어지게 바라보며 떨어진 꽃잎이 가지로 다시 돌아갔으면

芳心向春盡,(방심향춘진),꽃다운 내 마음 봄을 향해 다하여도

所得是沾衣.(소득시첨의).얻는 것은 눈물이 옷을 적시는 것뿐

 

159 양사(涼思)-이상은(李商隱;812-858)

쓸쓸한 마음-이상은(李商隱;812-858)

客去波平檻,(객거파평함), 객은 떠났는데 파도는 잔잔하고

蟬休露滿枝.(선휴노만지). 매미 소리 그치고 이슬은 나뭇가지에 가득 내렸다

永懷當此節,(영회당차절), 이 계절에 오랫동안 그대를 생각하며

倚立自移時.(의립자이시). 난간에 기대니 절로 시간이 흘러가네

北斗兼春遠,(배두겸춘원), 북두성은 봄과 같이 멀어지고

南陵寓使遲.(남능우사지). 남릉 땅은 너무 멀어 심부름꾼도 늦게 오는구나

天涯占夢數,(천애점몽삭), 하늘 저 먼 곳 일, 꿈을 자주 점쳐보며

疑誤有新知.(의오유신지). 새 친구 생겨서라고 의심하고 오해도 해본다

 

160 북청라(北靑蘿)-이상은(李商隱;812-858)

 

殘陽西入崦,(잔양서입엄), 지는 해 서쪽으로 넘어가고

茅屋訪孤僧.(모옥방고승). 띠 집으로 스님을 찾아왔다

落葉人何在?(낙엽인하재)? 낙엽은 지는데 사람은 어디 있는지

寒雲路幾層?(한운노궤층)? 찬 구름 떠가는데 길은 몇 층이나 되나

獨敲初夜磬,(독고초야경), 혼자 초저녁 경쇠를 치고

閑倚一枝藤.(한의일지등). 한가히 등나무 가지에 몸을 기대고 있네

世界微塵里,(세계미진리), 세상은 작은 티끌 동네이거니

吾寧愛與憎.(오녕애여증). 나 어찌 사랑하고 미워하리

 

161 송인동유(送人東游)

사람을 동유에 보내다-온정균(溫庭筠;812?-870)

荒戍落黃葉,(황수낙황섭), 황폐한 수자리에 누렇게 낙엽지고

浩然離故關.(호연리고관). 결연히 그대는 고향을 떠나는구려

高風漢陽渡,(고풍한양도), 높은 바람 한양 나루에 불어오고

初日郢門山.(초일영문산). 영문산에는 해가 떠오른다

江上幾人在,(강상궤인재), 강가에는 사람이 몇이나 있는가

天涯孤棹還.(천애고도환). 하늘 끝 저 멀리서 외로운 배 노 저어온다

何當重相見,(하당중상견), 어찌 반드시 다시 만나

樽酒慰離顔,(준주위리안), 이별하는 그대 얼굴 한 동이 술로 위로하리

 

162 파상추거(灞上秋居)-마대(馬戴)

파수 가에서 가을을 보내며-마대(馬戴)

灞原風雨定,(파원풍우정), 파수 언덕에 비바람 잔잔하고

晩見雁行頻.(만견안항빈). 저녁엔 기러기 떼 자주 본다

落葉他鄕樹,(낙섭타향수), 나뭇잎 떨어지는 나무는 타향의 나무

寒燈獨夜人.(한등독야인). 싸늘한 등잔 아랜 홀로 잠 못 자는 나

空園白露滴,(공원백노적), 빈 정원엔 흰 이슬 맺히고

孤壁野僧鄰.(고벽야승린). 외로운 벽에는 시골 스님이 이웃해 산다네

寄臥郊扉久,(기와교비구), 들녘 사립문에 은거한지 오래되어

何門致此身,(하문치차신), 어느 집 대문간에 이 몸을 맡겨볼까

 

163 초강회고(楚江懷古)-마대(馬戴)

초강에서 지난 날을 회고함-마대(馬戴)

露氣寒光集,(노기한광집), 이슬 기운에 찬 빛 모이고

微陽下楚丘.(미양하초구). 지는 햇볕 초강 언덕으로 내려온다

猿啼洞庭樹,(원제동정수), 원숭이 동정호 나무숲에서 울고

人在木蘭舟.(인재목난주). 나는 목한주 배에 있다

廣澤生明月,(광택생명월), 넓은 못에는 밝은 달 떠오르고

蒼山夾亂流.(창산협난류). 푸른 산 사이로 물이 어지러이 흐른다

雲中君不見,(운중군부견), 구름 속에서 그대는 보지 못 하는가

竟夕自悲秋.(경석자비추). 저녁이 다하도록 마냥 가을이 서글프다

 

164 서변사(書邊事)-장교(張喬)

변방의 일을 적다-장교(張喬)

調角斷淸秋,(조각단청추), 군중의 호각소리 맑은 가을에 끊어지고

征人倚戍樓.(정인의수누). 변방의 군사들 수루에 기대어 있다

春風對靑塚,(춘풍대청총), 봄바람은 푸른 무덤에 불어오고

白日落梁州.(백일낙량주). 대낮의 해는 변방 양주 고을에 진다

大漠無兵阻,(대막무병조), 큰 사막에 적을 막을 병사는 하나 없고

窮邊有客遊.(궁변유객유). 변방에는 객들도 놀러 다닌다

蕃情似此水,(번정사차수), 변방의 정이란 이러한 물과 같아서

長愿向南流.(장원향남류). 남으로 향하여 흐르기만 늘 원한다

 

165 파산도중제야유회(巴山道中除夜有懷)-최도(崔塗)

파산을 가는 도중 섣달그믐밤의 회포-최도(崔涂)

迢遞三巴路,(초체삼파노), 멀리 삼파의 길을 갈마든다

羈危萬里身.(기위만리신). 위태한 나그네, 만 리 밖 몸이라네

亂山殘雪夜,(난산잔설야), 구불구불 험한 산, 눈 내린 밤

孤獨異鄕春.(고독리향춘). 이것이 고독한 이의 타향의 봄이라오

漸與骨肉遠,(점여골육원), 점점 가족과는 멀어지고

轉於僮僕親.(전어동복친). 도리어 종들과 친해진다오

那堪正飄泊,(나감정표박), 어찌 감당하랴, 바로 이 떠돌이 생활

明日歲華新.(명일세화신). 내일이면 한 해가 또 새로워지는 것을

 

166 고안(孤雁)-최도(崔塗)

외로운 비둘기-최도(崔塗)

幾行歸塞盡,(궤항귀새진), 몇 행렬 다 날아 갔는데

片影獨何之,(편영독하지), 홀로 떨어진 그림자 어디로 가려나

暮雨相呼失,(모우상호실), 저녁 비에 서로 부르다 잃어버리고

寒塘欲下遲.(한당욕하지). 차가운 못에 내려오려다 늦었구나

渚雲低暗渡,(저운저암도), 물가의 구름 나직이 어둠 속을 건너고

關月冷相隨.(관월냉상수). 변방의 달은 차가워 서로 따른다

未必逢矰繳.(미필봉증격),반드시 화살을 만나지 아니 하는가

孤飛自可疑.(고비자가의). 외로이 날면서 스스로 조심할지니

 

167 춘궁원(春宮怨)-두순학(杜荀鶴)

봄날 궁내의 원망-두순학(杜荀鶴)

早被嬋娟誤,(조피선연오),어린 나이에 고운 자태로 일생을 그르쳐

欲妝臨鏡慵.(욕장림경용).화장 하려 거울 앞에 앉으니 내 모습 너무 게으르다

承恩不在貌,(승은부재모),은총을 입는 것이 모양에 있지 아니한데

敎妾若爲容.(교첩야위용).어째서 내가 얼굴 꾸미게 했나

風暖鳥聲碎,(풍난조성쇄),바람 따뜻해지니 새소리 지지러지고

日高花影重.(일고화영중).해 높아지니 꽃 그림자 더욱 짙어간다

年年越溪女,(년년월계녀),해마다 고향 처녀들

相憶采芙蓉.(상억채부용).연꽃 따던 일이 그리워라

 

168 장태야사(章臺夜思)-위장(韋庄)

장대에서 밤 그리움-위장(韋庄)

淸瑟怨遙夜,(청슬원요야),맑은 비파소리 긴 밤을 원망하고

繞弦風雨哀.(요현풍우애).감긴 비파줄 비바람에 애달프다

孤燈聞楚角,(고등문초각),외로운 등불, 초나라 피리소리 들려오고

殘月下章臺.(잔월하장태).새벽달은 장재로 내려온다

芳草已雲暮,(방초이운모),향기로운 가을 풀, 이미 구름 저무는데

故人殊未來.(고인수미내).엣 친구는 아직 돌아오지 않는다

鄕書不可寄,(향서부가기),고향으로 편지 부칠 수가 없는데

秋雁又南回.(추안우남회).가을 기러기는 또 남으로 돌아가네

 

169 심륙홍점부우(尋陸鴻漸不遇)-승교연(僧皎然)

육홍점을 찾아 만나지 못하다-승교연(僧皎然)

移家雖帶郭,(이가수대곽),옮겨간 집 비록 성곽을 둘렀으나

野徑入桑麻.(야경입상마).들길은 뽕나무, 삼나무 밭을 지난다

近種籬邊菊,(근종리변국),울타리 옆에 국화를 심었으나

秋來未著花.(추내미저화).가을이 되어도 아직 꽃은 피지 않는다

扣門無犬吠,(구문무견폐),대문을 두드려도 짓는 개 한 마리 없어

欲去問西家.(욕거문서가).돌아가려다 이웃집에 물어보았다

報到山中去,(보도산중거),대답하기를, 산속에 갔는데

歸來每日斜.(귀내매일사).돌아오실 때는 해가 저문다하네

당시 300七言絶句(261-311)

 

261 회향우서(回鄕偶書)-하지장(賀知章;659-744)

고향에 돌아와서 우연히 적다-하지장(賀知章;659-744)

 

少小離家老大回,(소소리가노대회), 어려서 집을 떠나 늙어서 돌아오니

鄕音無改鬢毛衰.(향음무개빈모쇠).고향사투리 그대론데 귀밑머리만 희어졌구나

兒童相見不相識,(아동상견부상식), 아이들은 보고도 알아보지 못하고

笑問客從何處來?(소문객종하처내)? 웃으며 손님은 어디서 오셨냐고 묻네

 

262 도화계(桃花溪)-장욱(張旭) 복숭아꽃 개울-장욱

隱隱飛橋隔野煙(은은비교격야연) : 저 멀리 안개 속, 숨은 듯 다리 하나 걸려있는데

石磯西畔問漁船(석기서반문어선) : 개울가 서쪽 바위에서 고깃배의 어부에게 묻어본다

桃花盡日隨流去(도화진일수유거) : 복사꽃 온 종일 물 따라 흘러가는데

洞在淸溪何處邊(동재청계하처변) : 사람 사는 고을은 맑은 시내 어디에 있느냐고

 

263 구월구일억산중형제(九月九日憶山東兄弟)-왕유(王維)

구월구일 산동의 형제를 생각하면서-왕유

獨在異鄕爲異客(독재이향위이객) : 홀로 타향에 나그네 되어

每逢佳節倍思親(매봉가절배사친) : 명절을 만나면 고향 생각 간절하다

遙知兄弟登高處(요지형제등고처) : 형제들이 높은 곳에 올라

遍揷茶萸少一人(편삽다유소일인) : 산수유 꽂으며 놀 적에 한 사람 적음을 알겠지

 

264 부용누송신점(芙蓉樓送辛漸)-왕창령(王昌齡;698-755?)

부용루에서 신점을 보내며-왕창령(王昌齡;698-755?)

寒雨連江夜入吳,(한우련강야입오), 차가운 비 내리는 밤, 강 따라 오나라 땅에 들어

平明送客楚山孤.(평명송객초산고). 새벽에 손님을 보내니 초산도 외로워라

洛陽親友如相問,(낙양친우여상문), 낙양 친구들 만약 내 안부 물어보면

一片冰心在玉壺.(일편빙심재옥호). 한 조각 깨끗한 마음 옥병 속에 있다고 전해주게나

 

265 규원(閨怨)-왕창령(王昌齡) 규방의 원성-왕창령(王昌齡)

閨中少婦不曾愁(규중소부부증수) : 규중의 젊은 아낙 시름한 적 없었는데

春日凝粧上翠樓(춘일응장상취루) : 봄날에 화장하고 푸른 누각에 올랐도다.

忽見陌頭楊柳色(홀견맥두양류색) : 문득 거리의 버들 빛을 보고는

悔敎夫壻覓封侯(회교부서멱봉후) : 서방님 벼슬 찾으러 가게 한 것 후회한다.

 

266 춘궁곡(春宮曲)-왕창령(王昌齡;698-755?)

 

昨夜風開露井桃,(작야풍개노정도), 어젯밤 바람에 우물가 복사꽃 피고

未央前殿月輪高.(미앙전전월륜고). 미앙궁 앞 궁전엔 달이 높이 떠 있네

平陽歌舞新承寵,(평양가무신승총), 평양에춤추고 노래하던 새로 임금은총 입고

簾外春寒賜錦袍.(염외춘한사금포). 주렴 밖 봄날씨 차가워 비단 옷을 내리시네

 

267 양주사(涼州詞)-왕한(王翰)

 

葡萄美酒夜光杯,(포도미주야광배), 야광배 술잔에 맛 나는 포도주

欲飮琵琶馬上催.(욕음비파마상최). 마시려니 말위의 비파가 재촉한디

醉臥沙場君莫笑,(취와사장군막소), 취하여 모랫벌에 누워도 그대는 비웃지말라

古來征戰幾人回!(고내정전궤인회)! 예부터 전쟁에 나아가 몇 사람이나 돌아왔던고

 

268 송맹호연지광능(送孟浩然之廣陵)-이백(李白;701-762)

맹호연이 광릉에 감을 전송하다-이백(李白;701-762)

故人西辭黃鶴樓,(고인서사황학누), 황학루에서 친구를 서쪽으로 보내고

煙花三月下揚州.(연화삼월하양주). 아지랑이 오르고 꽃 가득한 삼월에 양주로 간다네

孤帆遠影碧空盡,(고범원영벽공진), 외로운 배, 먼 그림자 푸른 하늘로 멀어지고

惟見長江天際流.(유견장강천제류). 오직 장강만 먼 하늘 끝으로 흘러간다

 

269 조발백제성(早發白帝城)-이백(李白;701-762)

백제성을 일찍 출발하며-李白(이백)

朝辭白帝彩雲間,(조사백제채운간), 아침 일찍 구름 낀 백제성을 떠나

千里江陵一日還.(천리강능일일환). 천리 먼 강릉을 하루에 돌아왔노라

兩岸猿聲啼不住,(량안원성제부주), 양편 강 언덕엔 원숭이울음소리 그치지않고

輕舟已過萬重山.(경주이과만중산). 내가 탄 빠른 배는 벌써 첩첩한 산을 지나왔네

 

270 逢入京使(봉입경사)-岑參(잠참)

서울로 들어가는 사신을 만나-岑參(잠참)

故園東望路漫漫(고원동망로만만) : 동으로 고향 땅 바라보니 아득하기만 한데

雙袖龍鐘淚不乾(쌍수용종루불건) : 양소매가 흥건해도 눈물은 마르지 않네.

馬上相逢無紙筆(마상상봉무지필) : 말 위에 그대 만나니 종이와 붓이 없어

憑君傳語報平安(빙군전어보평안) : 부탁하노니, 평안하다는 안부 좀 전해주오

 

271 강남봉이구년(江南逢李龜年)-두보(杜甫;712-770)

강남에서 이구년을 만나다-두보(杜甫;712-770)

岐王宅里尋常見,(기왕댁리심상견), 기왕의 집안에서 늘 만나보았는데

崔九堂前幾度聞.(최구당전궤도문). 최구의 집 앞에서 몇 번이나 들었던가

正是江南好風景,(정시강남호풍경), 지금은 강남의 좋은 풍광

落花時節又逢君.(낙화시절우봉군). 꽃 지는 시절에 또 그대를 만나다니

 

272 저주서간(滁州西澗)-위응물(韋應物) 저주 서편 골짜기에서-위응물(韋應物)

獨憐幽草澗邊生(독련유초간변생) : 특별하구나, 계곡 가에 그윽한 풀

上有黃鸝深樹鳴(상유황리심수명) : 위에는 괴꼬리가 깊은 숲에서 운다

春潮帶雨晩來急(춘조대우만래급) : 비 실은 봄날 조수는 저녁에 급해지고

野渡無人舟自橫(야도무인주자횡) : 들판 나룻터에 사람은 없고 배만 떠있다

 

273 풍교야박(楓橋夜泊)-장계(張繼;?-778-?) 풍교에서 밤을 지새며-張繼(장계)

月落烏啼霜滿天(월락오제상만천) : 달 지자 까마귀 울고 하늘에는 서리가 가득

江楓漁火對愁眠(강풍어화대수면) : 강가의 단풍 숲 어화는 나의 근심스런 잠

姑蘇城外寒山寺(고소성외한산사) : 고소성 밖 한산사

夜半鍾聲到客船(야반종성도객선) : 깊은 밤 종소리 나그네 탄 배에 은은히 들린다

 

274 한식(寒食)-한굉(韓翃)

 

春城無處不飛花,(춘성무처부비화), 봄날 성에는 꽃 날리지 않는 곳이 없고

寒食東風御柳斜.(한식동풍어류사). 한식날 봄바람 대궐 버들에 비껴분다

日暮漢宮傳蠟燭,(일모한궁전납촉), 날 저물어 한나라 궁궐에서 촛불 전하니

輕煙散入五侯家.(경연산입오후가). 연기 흩어져 오후의 집안으로 날아든다

 

275 월야(月夜)-유방평(劉方平) 달밤-劉方平(유방평)

更深月色半入家(갱심월색반입가) : 밤 깊어 달빛 반쯤 집안에 들어

北斗闌干南斗斜(북두란간남두사) : 북두성 선명하고 남두성 기울었네

今夜偏知春氣暖(금야편지춘기난) : 오늘 밤에야 알았네, 봄 날씨 따뜻한 줄을

蟲聲新透綠紗窓(충성신투녹사창) : 풀벌레 소리 처음으로 푸른 깁 창을 뚫고 드네

 

276 춘원(春怨)-류방평(劉方平) 봄날의 원망-류방평(劉方平)

紗窓日落漸黃昏,(사창일낙점황혼), 비단 창에 해는 지고 황혼이 가까운데

金屋無人見淚痕.(금옥무인견누흔). 규방에 찾아오는 사람 없고 눈물 흔적만 보이네

寂寞空庭春欲晩,(적막공정춘욕만), 쓸쓸한 빈 뜰엔 봄날은 가고

梨花滿地不開門.(리화만지부개문). 배꽃은 땅에 가득 문을 열기도 어려워라

 

277 정인원(征人怨)-유중용(柳中庸) 원정 군인의 노래-유중용(柳中庸)

 

歲歲金河復玉關,(세세금하복옥관), 해마다금하에서 다시 옥관으로 수자리 살고

朝朝馬策與刀環.(조조마책여도환). 날마다 말 채찍질하고 칼 휘두른다

三春白雪歸靑塚,(삼춘백설귀청총), 봄날의 흰 구름 푸른 무덤으로 돌아가고

萬里黃河繞黑山.(만리황하요흑산). 만리 긴 황하의 강물은 흑산을 돌아 흐른다

 

278 궁사(宮詞)-고황(顧況)

 

玉樓天半起笙歌,(옥누천반기생가), 반공중에 높이 솟은 옥루대에 생황소리 들리고

風送宮嬪笑語和.(풍송궁빈소어화). 바람은 궁궐 여인의 웃음소리 실어 보내는구나

月殿影開聞夜漏,(월전영개문야누), 달빛 비치는 궁전에 그림자 걷히니 물시계 소리

水晶簾卷近秋河.(수정렴권근추하). 수정 발 걷으니 가을 하늘에 은하수가 가깝다

 

279 야상수강성문적(夜上受降城聞笛)-이익(李益)

밤에 수간성에 올라 피리소리를 들으며-이익(李益)

回樂峰前沙似雪,(회낙봉전사사설), 회락봉 앞 모래 눈같이 희고

受降城外月如霜.(수강성외월여상). 수강성 밖의 달빛 찬 서리 같아라

不知何處吹蘆管,(부지하처취노관), 어디서 갈대 피리를 부는지

一夜征人盡望鄕.(일야정인진망향). 온 밤동안 군사들 모두 고향 생각하리라

 

280 오의항(烏衣巷)-유우석(劉禹錫;772-842)

 

朱雀橋邊野草花,(주작교변야초화), 주작교 주변에는 들꽃 피고

烏衣巷口夕陽斜.(오의항구석양사). 오의항구에 석양이 진다

舊時王謝堂前燕,(구시왕사당전연), 그 옛날 왕과 사의 집 앞 제비

飛入尋常百姓家.(비입심상백성가). 지금은 일반 백성 집으로 날아든다

 

281 춘사(春詞)-유우석(劉禹錫;772-842)

 

新粧宜面下朱樓,(신장의면하주누), 얼굴에맞게 단장하고 붉은 누대를 내려오니

深鎖春光一院愁.(심쇄춘광일원수). 궁궐은 봄볕에 잠겨있고 온집안엔 근심이서린다

行到中庭數花朵,(항도중정삭화타), 거닐다 뜰 가운데 이르니 몇떨기 꽃이 피고

蜻蜓飛上玉搔頭.(청정비상옥소두). 잠자리한마리가 날아와 옥비녀 머리에 앉네

 

282 후궁사(後宮詞)-백거이(白居易)

 

淚濕羅巾夢不成(누습나건몽불성) : 비단 수건 눈물 젖고 잠은 오지 않고

夜深前殿按歌聲(야심전전안가성) : 깊은 밤, 앞 궁궐에서 박자 맞춘 노랫소리. 紅顔未老恩先斷(홍안미노은선단) : 늙지 않은 홍안에 임금 사랑 끊어져

斜倚薰籠坐到明(사의훈농좌도명) : 향료 상자에 기대어 날 새도록 앉아있다

 

283 증내인(贈內人)-장호(張祜) 내인에게 드리다-장호(張祜)

禁門宮樹月痕過,(금문궁수월흔과), 궁궐 안 나무에 달그림자 지나는데

媚眼惟看宿鷺窠.(미안유간숙노과). 아리따운 눈은 잠자는 해오라기 둥지만 살핀다

斜拔玉釵燈影畔,(사발옥채등영반), 등 그림자에 앉아 옥비녀 비스듬히 뽑아내어

剔開紅焰救飛蛾.(척개홍염구비아). 등불을 헤쳐 하루살이 나방을 구해준다

 

284 집영대1(集靈臺1)-장호(張祜)

 

日光斜照集靈臺(일광사조집령대) : 햇살이 비스듬히 집영대에 비춰들고

紅樹花迎曉露開(홍수화영효로개) : 붉은 꽃 나무 새벽 이슬 맞아 피어난다

昨夜上皇新授籙(작야상황신수록) : 어제밤 황제가 새로 왕비 책봉록을 주니

太眞含笑入簾來(태진함소입렴래) : 태진은 웃음을 머금고 발 안으로 들어간다

 

285 집영대2(集靈臺2)-장호(張祜)

 

虢國夫人承主恩(괵국부인승주은) : 괵국부인은 임금의 은혜 받아

平明騎馬入宮門(평명기마입궁문) : 날 밝으면 말 타고 입궐한다

卻嫌脂粉汚顔色(각혐지분오안색) : 도리어 화장이 얼굴을 더럽힌다 하여

淡掃蛾眉朝至尊(담소아미조지존) : 눈썹만 가겹게 손질하고 임금을 만난다

 

286 제금릉도(題金陵渡)-장호(張祜) 금릉 나룻터-장호(張祜)

 

金陵津渡小山樓(금릉진도소산루) : 금릉나루의 조그만 산 누각에

一宿行人自可愁(일숙행인자가수) : 하룻 밤 나그네는 절로 근심인다

潮落夜江斜月裏(조락야강사월리) : 기우는 달 빛 속에 조수는 밀려가고

兩三星火是瓜州(양삼성화시과주) : 두 셋 반짝이는 불빛 그 곳이 바로 과주라네

 

287 궁사(宮詞)-주경여(朱慶餘)

 

寂寂花時閉院門,(적적화시폐원문), 꽃피는 시절 적적하여 문을 닫고

美人相幷立瓊軒.(미인상병립경헌). 궁인들은 함께 화려한 행랑에 서있다

含情欲說宮中事,(함정욕설궁중사), 정을 머금고 궁중 일 말하고 싶으나

鸚鵡前頭不敢言.(앵무전두부감언). 앵무새 앞이라 말하지 못 한다네

 

288 근시상장수부(近試上張水部)-주경여(朱慶餘)

시험이 가까워져 장수부에게 올립니다-주경여(朱慶餘)

洞房昨夜停紅燭,(동방작야정홍촉), 어젯밤 동방에서 촛불을 끄고

待曉堂前拜舅姑.(대효당전배구고). 새벽을 기다려 방문 앞에서 시부모께 인사 올린다

妝罷低聲問夫婿,(장파저성문부서), 화장을 마치고 나직이 소리 내어 남편에게 묻기를

畫眉深淺入時無,(화미심천입시무), 눈썹 화장이 유행에 맞는지요

 

289 장부오흥등낙유원(將赴吳興登樂游原)-두목(杜牧;803-853)

오흥에 부임함에 낙유원에 오르다-두목(杜牧;803-853)

淸時有味是無能,(청시유미시무능), 좋은 시대에 재미는 있으나 무능하여

閑愛孤雲靜愛僧.(한애고운정애승). 한가로이 구름과 스님을 좋아했네

欲把一麾江海去,(욕파일휘강해거), 태수가 되어 강해로 떠나려함에

樂游原上望昭陵.(낙유원상망소능). 낙유원에 올라 소릉을 바라본다

 

290 적벽(赤壁)-두목(杜牧;803-853)

 

折戟沈沙鐵未銷,(절극심사철미소), 꺾어진 창 모래에 묻혀도 쇠는 아직 삭지 않아

自將磨洗認前朝.(자장마세인전조). 갈고 닦으니 전 왕조의 것임을 알겠다

東風不與周郎便,(동풍부여주낭변), 동풍이 주량 편을 들지 않았다면

銅雀春深鎖二喬.(동작춘심소이교). 봄 깊은 동작대에 두 미녀 교씨들 갇히었으리

 

291 박진회(泊秦淮)-두목(杜牧;803-853) 진회에 정박하며-두목(杜牧;803-853)

煙籠寒水月籠沙,(연농한수월농사), 안개는 차가운 물을 감싸고 달빛은 모래밭을 덮는데

夜泊秦淮近酒家.(야박진회근주가). 밤이 되어 진회에 배를 대니 주막촌이 가까워라

商女不知亡國恨,(상녀부지망국한), 장사치의 계집들은 망국의 한도 모르고

隔江猶唱後庭花.(격강유창후정화). 강 건너 쪽에서는 여전히 후정화 노래를 부르는구나

 

292기양주한작판관(寄揚州韓綽判官)-두목(杜牧)

양주한작판관에게-두목(杜牧)

靑山隱隱水迢迢(청산은은수초초) : 청산은 가물가물, 물은 아득하고

秋盡江南草未凋(추진강남초미조) : 늦가을강남 땅, 초목은 시들지 않았다

二十四橋明月夜(이십사교명월야) : 달 밝은 밤, 양주 이십사교 다리

玉人何處敎吹簫(옥인하처교취소) : 어느 곳 미인이 피리를 불게 하는가

 

293 견회(遣懷)-두목(杜牧)

내 마음을 드러내며-두목(杜牧)

落魄江湖載酒行(낙백강호재주행) : 강호에 떠돌며 술을 싣고 가다가

楚腰纖細掌中輕(초요섬세장중경) : 미인의 가는 허리 내 품에 귀여워라

十年一覺揚州夢(십년일각양주몽) : 십년에 양주의 꿈 한 번 깨고보니

贏得青樓薄倖名(영득청루박행명) : 남겨진 건 청루에 천한 이름 뿐이로다

 

294 추석(秋夕)-두목(杜牧;803-853)

어느 가을 밤-두목(杜牧;803-853)

銀燭秋光冷畵屛,(은촉추광냉화병), 은촛대 가을빛이 그림 병풍에 차가운데

輕羅小扇搏流螢.(경나소선복류형). 가볍고 작은 부채로 흐르는 반딧불을 잡네

天階夜色涼如水,(천계야색량여수), 서울거리 밤의 달빛 물처럼 차가운데

坐看牽牛織女星.(좌간견우직녀성). 가만히 앉아 견우직녀성만 바라본다

 

295 증별이수지일(贈別二首之一)-두목(杜牧;803-853)

이별하면서 드린다-두목(杜牧;803-853)

娉娉嫋嫋十三餘,(빙빙뇨뇨십삼여), 아리땁고 가련한 열서너 살 아가씨

豆蔲梢頭二月初.(두구초두이월초). 이월 초순에 가지 뻗은 두구화구나

春風十里揚州路,(춘풍십리양주노), 양주길 십리에 봄바람 부는데

卷上珠簾總不如.(권상주렴총부여). 주렴을 걷고 둘러보아도 너만 못해라

 

296 증별이수지이(贈別二首之二)-두목(杜牧;803-853)

이별하면서 드린다-두목(杜牧;803-853)

多情卻似總無情,(다정각사총무정), 다정을 모두 무정인양 하여도

唯覺樽前笑不成.(유각준전소부성). 이별의 술자리에선 웃지도 못 하는구나

蠟燭有心還惜別,(납촉유심환석별), 촛불이 오히려 마음 있어 이별 아쉬워

替人垂淚到天明.(체인수누도천명). 사람 대신 날 새도록 눈물 흘리네

 

297 金谷園(금곡원)-無名氏(무명씨)

 

當時歌舞地(당시가무지) : 그 당시 춤추고 노래하며 놀던 곳

不說草離離(불설초이이) : 풀이 무성해지리라 말하지 않았지

今日歌舞盡(금일가무진) : 지금은 노래와 춤 간 곳 없어

滿園秋露垂(만원추로수) : 동산 가득 가을 이슬만 내리네

 

298 야우기북(夜雨寄北)-이상은(李商隱)

밤비 속에 북으로 부치다-이상은(李商隱)

君問歸期未有期,(군문귀기미유기), 그대는 돌아올 날을묻지만 아직기약은 없소

巴山夜雨漲秋池.(파산야우창추지). 파산은 밤비로 가을 연못에 물 불어나요

何當共剪西窓燭,(하당공전서창촉), 어찌해야 함께 서쪽창에서 촛불심지 자르며

却話巴山夜雨時,(각화파산야우시), 파산의 밤비 내리던 이 시간을 이야기할까

 

299 기영호낭중(寄令狐郎中)-이상은(李商隱;812-858)

영호낭중에게 부치다-이상은(李商隱;812-858)

嵩雲秦樹久離居,(숭운진수구리거), 숭산의 구름과 진주의 나무처럼 떨어져 살았는데

雙鯉迢迢一紙筆.(쌍리초초일지필). 편지통엔 멀리서 온 한 장의 편지글

休問梁園舊賓客,(휴문량원구빈객), 양원의 옛 친구에게는 묻지 말지니

茂陵秋雨病相如.(무능추우병상여). 무릉에 가을비 내리는데 상여처럼 병들어 산다네

 

300 위유(爲有)-이상은(李商隱;812-858)

더 가지게 되어-이상은(李商隱;812-858)

爲有雲屛無限嬌,(위유운병무한교), 운모석 병풍마저 있으니 방은 너무나 아늑하고

鳳城寒盡怕春宵.(봉성한진파춘소). 서울에 겨울추위 다 가니 봄밤이 두려워요

無端嫁得金龜婿,(무단가득금구서), 무단히 높은 관리에게 시집오니

辜負香衾事早朝.(고부향금사조조). 이른 아침 향내 나는 이부자리 버리고 일하러간다네

 

301 수궁(隋宮)-이상은(李商隱;812-858)

수나라 궁궐 이상은(李商隱;812-858)

乘興南游不戒嚴,(승흥남유부계엄), 임금이 탄 수레 강남을 노닐어도 경계는 엄하지도 않은데

九重誰省諫書函,(구중수생간서함), 구중궁궐에 누구 있어 상소문을 읽어줄까

春風擧國裁宮錦,(춘풍거국재궁금), 온 나라에 봄바람 일고 궁궐의 비단을 마름질하여

半作障泥半作帆.(반작장니반작범). 절반은 말안장 깔개 장니를, 또 절반은 돛을 만든다네

 

302 요지(瑤池)-이상은(李商隱;812-858)

 

瑤池阿母綺窓開,(요지아모기창개), 서왕모 살던 요지에 비단 창문 열어놓고

黃竹歌聲動地哀.(황죽가성동지애). 황죽가 노랫소리 천지를 울려 슬퍼구나

八駿日行三萬里,(팔준일항삼만리), 여덟 준마는 날마다 삼만리나 달리는데

穆王何事不重來,(목왕하사부중내), 주나라 목왕은 무슨 일로다시 오지 않는가

 

303 항아(嫦娥)-이상은(李商隱)

 

雲母屛風燭影深(운모병풍촉영심) : 운모 병풍에 촛불 그림자 깊고

長河漸落曉星沈(장하점락효성침) : 은하수 넘어가니 새벽별도 흐려진다

嫦娥應悔偸靈藥(항아응회투영약) : 항아는 불사약 훔쳐 혼자 달아난 것을 후회하리니

碧海靑天夜夜心(벽해청천야야심) : 푸른 하늘 파란 바다에서 외로움에 밤마다 수심겹다

 

304 가생(賈生)-이상은(李商隱)

 

宣室求賢訪逐臣(선실구현방축신) : 선실에서 어진 사람 찾아 쫓겨난 신하 방문하니

賈生才調更無倫(가생재조경무륜) : 가의의 재주는 다시 더 견줄 사람 없었다네

可憐夜半虛前席(가련야반허전석) : 아까워라, 한밤중에 가의 앞에 간 일 허사이로다

不問蒼生問鬼神(불문창생문귀신) : 백성의 일 묻지 않고 귀신의 일만 물었다니

 

305 요슬원(瑤瑟怨)-온정균(溫庭筠) 아름다운 거문고의 원망-온정균(溫庭筠)

 

冰簟銀床夢不成(빙점은상몽부성) : 잠오지 않는 싸늘한 대방석, 은침상

碧天如水夜雲輕(벽천여수야운경) : 하늘은 파란 물, 경쾌히 흘러가는 밤 구름

雁聲遠過瀟湘去(안성원과소상거) : 기러기 울음소리 소상강으로 멀어지고

十二樓中月自明(십이누중월자명) : 스물 누각에는 달빛만 밝게 비추는구나

 

306 마외파(馬嵬坡)-정전(鄭畋) 마외의 언덕에서-정전(鄭畋)

玄宗回馬楊妃死,(현종회마양비사), 현종은 말머리 돌려 돌아오나 양귀비는 죽었으니

雲雨難忘日月新.(운우난망일월신). 운우의 정을 잊지 잊기 어려워 날마다 새로워라

終是聖明天子事,(종시성명천자사), 끝내 현명한 천자의 일이 되었으니

景陽宮井又何人,(경양궁정우하인). 경양궁 우물 속 신세 또 어떤 사람이 되었을까

 

307 이량(已涼)-한악(韓偓) 이미 날씨는 서늘해-한악(韓偓)

碧闌干外繡簾垂,(벽난간외수렴수), 푸른 난간 밖에 비단 주렴 드리우고

猩色屛風畵折枝.(성색병풍화절지). 붉은색 병풍에는 가지 끊은 꽃그림 그려있다八尺龍須方錦褥,(팔척용수방금욕), 여덟 자 용수 비단 요를 깔아놓으니

已涼天氣未寒時.(이량천기미한시). 날씨는 서늘하나 아직 춥지는 않은 때로다

 

308 금릉도(金陵圖)-위장(韋庄)

 

江雨霏霏江草齊,(강우비비강초제), 강에는 비 부슬부슬 내리고 풀은 가지런히 돋아

六朝如夢鳥空啼.(육조여몽조공제). 여섯 왕조 일이 꿈인 듯, 새는 부질없이 울어댄다

無情最是臺城柳,(무정최시태성류), 무정한 것은 곧 누대와 성안의 버들이어라

依舊煙籠十里堤.(의구연농십리제). 안개는 그때처럼 십리 언덕을 둘러싼다

 

309 농서행(隴西行)-진도(陳陶)

 

誓掃匈奴不顧身,(서소흉노부고신), 흉노를 쓸어버리자 맹세하며 몸 돌아보지 않고

五千貂錦喪胡塵.(오천초금상호진). 오천 군사들 오랑캐 전쟁에서 목숨을 잃었다오

可憐無定河邊骨,(가련무정하변골), 가련하다, 무정하 강변의 해골들은

猶是深閨夢裏人!(유시심규몽리인)! 여전히 안방 아내들의 꿈속 사람이라네

 

310 기인(寄人)-장필(張泌) 그 사람에게-張泌(장필)

 

別夢依依到謝家(별몽의의도사가) : 이별의 꿈이 너무 절절하여 그녀 집을 찾으니

小廊廻合曲闌斜(소랑회합곡란사) : 작은 회랑을 지나서니 둥근 난간이라

多情只有春庭月(다정지유춘정월) : 그래도 다정한 것은 봄 뜰의 달빛이네

猶爲離人照花落(유위이인조화락) : 이별하는 사람 위해 지는 꽃을 비쳐주네

*謝家:이덕유가 기생 사추랑을 추도한 글을 지은 데서 妓房을 의미

 

311 잡시(雜詩)-무명씨(無名氏)

 

近寒食雨草萋萋,(근한식우초처처), 한식이 다하여 비 내리니 풀 무성하고

著麥苗風柳映堤.(저맥묘풍류영제). 보리싹에 바람 불고 버들 빛 둑에 비친다

等是有家歸未得,(등시유가귀미득), 모두들 집 있어도 돌아가지 못하니

杜鵑休向耳邊啼.(두견휴향이변제). 두견아 내 귓가로 울지를 말아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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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300 五言絶句(224-252)

 

224 녹채(鹿柴)-왕유(王維;?699-761?)

 

空山不見人(공산불견인) : 고요한 빈산에 사람은 보이지 않고

但聞人語響(단문인어향) : 말소리만 들린다

返景入深林(반경입심림) : 저녁 햇빛 깊은 숲에 들어

復照靑苔上(부조청태상) : 다시 푸른 이끼를 비춘다

 

225 죽리관(竹里館)-왕유(王維;?699-761?)

 

獨坐幽篁裏,(독좌유황리), 나 홀로 그윽한 대숲에 앉아

彈琴復長嘯.(탄금복장소). 거문고를 타다가 다시 길게 휘파람을 불어본다深林人不知,(심림인부지), 숲이 깊어 사람들은 알지 못하지만

明月來相照.(명월내상조). 밝은 달이 찾아와 서로를 비춘다

 

226 송별(送別)-왕유(王維)

 

送君南浦淚如絲(송군남포루여사) :남포에서 그대 보내니 눈물 실처럼 흐르는데

君向東州使我悲(군향동주사아비) :동쪽 고을로 간다니 내 마음 스글퍼지는구나

爲報故人顦顇盡(위보고인초췌진) : 알려주게나, 친구가 초췌해져

如今不似洛陽時(여금불사낙양시) : 지금은 낙양 시절만 못하다는 것을

 

227 상사(相思)-왕유(王維;?699-761?) 그리워라-왕유(王維;?699-761?)

紅豆生南國,(홍두생남국), 홍두나무 남쪽 지방에서 자라

春來發幾枝?(춘내발궤지)? 봄이 오니 몇 가지나 피었을까

愿君多采?,(원군다채힐), 원하노니, 그대여 많이 따두소서

此物最相思.(차물최상사). 이것이 가장 그리운 것이라오

 

228 잡시삼수2(雜詩三首2)-왕유(王維)

 

君自故鄕來,(군자고향내), 그대 고향에서 왔으니

應知故鄕事.(응지고향사). 응당 고향의 일 아리라

來日綺窗前(내일기창전) 오던 날 깁 창 앞

寒梅著花未(한매저화미) 차가운 매화나무 꽃을 피웠는가

 

229 송최구(送崔九)-배적(裴迪) 최구를 보내며-배적(裴迪)

歸山深淺去,(귀산심천거), 돌아가는 산 깊거나 얕거나 가서

須盡丘壑美.(수진구학미). 반드시 산수의 아름다움 다 누리게

莫學武陵人,(막학무능인), 무릉 사람 이야기는 배우지도 말게나

暫游桃源里.(잠유도원리). 잠시 복숭아 동산에서 놀다 온 것 뿐

 

230 종남망여설(終南望餘雪)-조영(祖詠) 종남산에 남은 눈-祖詠(조영)

終南陰嶺秀(종남음영수) : 밋밋하게 보이는 종남산 봉우리

積雪浮雲端(적설부운단) : 쌓인 눈이 구름 끝에 더욱 빛난다

林表明霽色(임표명제색) : 숲 너머 개인 날이 밝기도 하여라

城中增暮寒(성중증모한) : 해가 지자 성 안은 추워만지네

 

231 숙건덕강(宿建德江)-맹호연(孟浩然) 건덕강에 묵으며-맹호연(孟浩然)

移州泊煙渚(이주박연저) : 배를 옮겨 안개 낀 물가에 배를 대니

日暮客愁新(일모객수신) : 날이 저물어지니 나그네 수심이 새로워라.

野廣天低樹(야광천저수) : 넓은 들판에 하늘은 나무까지 내려오는데

江淸月近人(강청월근인) : 강은 맑아 떠오른 달이 사람 가까이 다가온다

 

232춘효(春曉)-맹호연(孟浩然;689-740) 어느 봄날 아침에-맹호연

春眠不覺曉,(춘면불각효),노곤한 봄잠에 날 새는 줄 몰랐더니

處處聞啼鳥.(처처문제조). 여기저기 새우는 소리로고

夜來風雨聲,(야내풍우성), 간밤의 비바람 소리에

花落知多少.(화낙지다소). 꽃잎 떨어짐이 그 얼마이리오

 

233 야사(夜思)-이백(李白;701-762)잠에 생각나다-이백(李白;701-762)

床前明月光,(상전명월광), 침상 앞에 밝은 달빛 비쳐들어

疑是地上霜.(의시지상상). 땅에 내린 서리인가 했네

擧頭望明月,(거두망명월), 머리 들고 밝은 달 바라보고

低頭思故鄕.(저두사고향). 머리 숙여 고향 생각한다

 

234 원정(怨情)-이백(李白;701-762) 원망하는 마음-이백(李白;701-762)

美人卷珠簾,(미인권주렴), 미인이 주렴을 걷고

深坐蹙蛾眉.(심좌축아미). 방 깊숙이 앉아 눈썹을 찡그린다

但見淚痕濕,(단견누흔습), 다만 눈물에 젖은 흔적

不知心恨誰?(부지심한수)? 마음속으로 누구를 원망하는 걸까

 

235 팔진도(八陣圖)-두보(杜甫;712-770)

 

功蓋三分國,(공개삼분국), 공은 나누어진 삼국을 뒤덮고

名成八陣圖.(명성팔진도). 명성은 팔진도로 이루었다

江流石不轉,(강류석부전), 강물은 흘러도 돌은 굴러가지 않아

遺恨失呑吳.(유한실탄오). 남은 한은 오나라를 삼키지 못한 것이네

 

236 등관작루(登鸛雀樓)-왕지환(王之渙) 관작루에 올라-왕지환(王之渙)

白日依山盡,(백일의산진), 빍은 해는 산에 의지하여 넘어가고

黃河入海流.(황하입해류). 황하는 바다로 들어 흘러간다

欲窮千里目,(욕궁천리목), 천리 먼 곳을 다 바라보고파

更上一層樓.(갱상일층누). 다시 한 층 더 올라본다

 

237 송령철(送靈澈)-유장경(劉長卿) 영철 스님을 보내며-유장경(劉長卿)

蒼蒼竹林寺,(창창죽림사), 푸르고 푸른 죽림사

杳杳鐘聲晩.(묘묘종성만). 아득히 울리는 저녁 종소리

荷笠帶斜陽,(하립대사양), 삿갓 짊어지고 저녁 햇살 받으며

靑山獨歸遠.(청산독귀원). 청산을 스님 홀로 멀리 길을 간다

 

238 탄금(彈琴)-유장경(劉長卿) 거문고를 타며-劉長卿

冷冷七絃上(냉냉칠현상) 거문고 고요한 소리 일곱 줄을 오가는데

靜聽松風寒(정청송풍한) 멀리 들려 우는 솔바람 소리 추워라

古調雖自愛(고조수자애) 옛 곡조 내 비록 사랑하지만

今人多不彈(금인다불탄) 지금은 타는 사람 드물어 한이로다

 

239 송상인(送上人)-유장경(劉長卿)스님을 보내며-유장경(劉長卿)

 

孤雲將野鶴,(고운장야학), 외로운 구름 들 학을 보내나니

豈向人間住!(개향인간주)! 어찌 인간 세상에 머물랴!

莫買沃洲山,(막매옥주산), 그러나 옥주산은 절대 사지 말아요

時人已知處.(시인이지처). 사람들 이미 그 곳을 알고 있지요

 

240 추야기구원외(秋夜寄邱員外)-위응물(韋應物)가을밤에 구원외에게 부치다

 

懷君屬秋夜,(회군속추야), 그대를 생각하며 가을밤을 맞아

散步詠涼天.(산보영량천). 산보하며 서늘한 날씨에 시를 읊어본다

空山松子落,(공산송자낙), 쓸쓸한 산에 솔방울 떨어지고

幽人應未眠.(유인응미면). 그윽히 사는 그대 응당 잠 못이루리라

 

241 청쟁(聽箏)-이단(李端) 쟁소리 듣고서-이단(李端)

鳴箏金粟柱,(명쟁금속주), 계수나무 장식한 기둥의 쟁을 울리며

素手玉房前.(소수옥방전). 섬섬옥수 옥 방석 앞에 가지런히 두고

欲得周郎顧,(욕득주낭고), 주랑의 보살핌을 얻고자

時時誤拂弦.(시시오불현). 가끔씩 잘못 현을 퉁겨본다

 

242 신가낭(新嫁娘)-왕건(王建) 새색시-왕건(王建)

 

三日入廚下(삼일입주하) : 시집온지 사흘만에 부엌으로 들어가

洗手作羹湯(세수작갱탕) : 손 씨소 죽을 끓인다

未諳姑食性(미암고식성) : 시어머니 식성을 아직 알지 못해

先遣小姑嘗(선견소고상) : 먼저 시누이더러 먼저 맛보게 한다

 

243 옥대체(玉臺體)-권덕여(權德輿) 사랑의 편지-권덕여

 

昨夜裙帶解,(작야군대해) 어제밤 치마띠가 절로 풀리고,

今朝子飛.(금조선자비) 오늘 아침에는 선자가 날아다녀요.

鉛華不可棄,(연화부가기) 화장을 그만두지 못하고,

莫是藁砧歸.(막시고침귀) 혹 그이가 올 것 같아요

 

244강설(江雪)-유종원(柳宗元;773-819)강에내리는 눈-유종원(柳宗元;773-819)

 

千山鳥飛絶,(천산조비절), 온 산에 새는 날지 않고

萬徑人蹤滅.(만경인종멸). 모든 길엔 사람 발길 끊어졌다

孤舟蓑笠翁,(고주사립옹), 외로운 배에 삿갓 쓴 노인

獨釣寒江雪.(독조한강설). 눈 내려 차가운 강에 홀로 낚시질 한다

 

245 행궁(行宮)-원진(元稹) 행궁에서-원진(元稹)

寥落古行宮(요락고행궁) : 쓸쓸한 옛 행궁

宮花寂寞紅(궁화적막홍) : 행궁의 꽃, 붉은 꽃잎 적막도하다

白頭宮女在(백두궁녀재) : 흰 머리의 궁녀 남아

閑坐說玄宗(한좌설현종) : 한가히 앉아서 현종 시절 이야기한다

 

246 문류십구(問劉十九)-백거이(白居易;772-846) 유십구에게 물어본다

 

綠蟻新,(녹의신배주), 거품 부글부글 이는 술

紅泥小火爐.(홍니소화노). 작은 화로에 붉게 단 뚝배기

晩來天欲雪,(만내천욕설), 저녁이 되어 눈 내리려는데

能飮一杯無,(능음일배무), 능히 술 한 잔 나눌 이 없는가

 

247 하만자(何滿子)-장호(張祜)

 

故國三千里,(고국삼천리), 고향은 삼천리 먼 곳

深宮二十年.(심궁이십년). 구중궁궐 살이 이십년이라

一聲何滿子,(일성하만자), 하만자 한 곡조에

雙淚落君前.(쌍누낙군전). 두 눈에 눈물 그대 앞에 떨어진다

 

248 등낙유원(登樂游原)-이상은(李商隱;812-858) 낙루원에 올라서

 

向晩意不適,(향만의부적), 저녁 쯤 마음이 울적하여

驅車登古原.(구거등고원). 수레를 몰아 고원에 올랐다

夕陽無限好,(석양무한호), 석양은 한없이 좋기만 한데

只是近黃昏.(지시근황혼). 다만 황혼이 가까워지는 것이네

 

249 심은자불우(尋隱者不遇)-가도(賈島;779-843)

은자를 찾았으나 만나지 못하고-가도(賈島;779-843)

 

松下問童子,(송하문동자), 소나무 아래에 동자에게 물으니

言師采藥去.(언사채약거). 선사님은 약초 캐러 떠나서

只在此山中,(지재차산중), 이 산 속에 있지만

雲深不知處.(운심부지처). 구름 깊어 있는 곳을 모른다 하네

 

250 도한강(渡漢江)-이빈(李頻) 한강을 건너며-이빈(李頻)

 

嶺外音書絶,(령외음서절), 고개 밖 광동에 소식 끊겨

經冬復立春.(경동복립춘). 겨울 가고 또 봄이 되었다

近鄕情更怯,(근향정갱겁), 고향 가까우니 마음 더욱 두려워

不敢問來人.(부감문내인). 고향에서 오는 사람에게 감히 묻지도 못하겠네

 

251 춘원(春怨)-김창서(金昌緖) 봄날의 원망-김창서(金昌緖)

 

打起黃鶯兒,(타기황앵아) ; 노란 꾀꼬리 쳐서 날려서

莫敎枝上啼.(막교지상제) ; 나무 가지에서 울음 울지 못하게 하오

啼時驚妾夢,(제시경첩몽) ; 꾀꼬리 울 때면, 내 꿈도 깨어

不得到遼西.(부득도료서) ; 요서 지방에 갈 수 없게 한다오

 

252 가서가(哥舒歌)-서비인(西鄙人) 가서한을 노래함-서비인(西鄙人)

 

北斗七星高,(배두칠성고), 북두칠성은 높은 하늘에 있고

哥舒夜帶刀.(가서야대도). 가서한은 밤에도 칼을 두르고 있다

至今窺牧馬,(지금규목마), 지금껏 말 기르기를 엿보고는

不敢過臨.(부감과림조). 감히 임조를 지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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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한시진보(漢詩眞寶)-오언절구 106편 모음

 

 

 

1. 遺于仲文(유우중문) ― 乙支文德(을지문덕)

神策究天文

妙算窮地理

戰勝功旣高

知足願云止

신책구천문 묘산궁지리 전승공기고 지족원운지

 

천문에 통한 신비로운 계책 지리를 꿰뚫은 미묘한 헤아림.

이미 싸움에 이겨 이름 높았거니 만족할 줄 알아 그만 그치시게나.

直譯

신비로운(神) 꾀는(策) 하늘의(天) 법도를(文) 궁구하였고(究)

미묘한(妙) 헤아림은(數) 땅의(地) 이치를(理) 다하였네(窮).

싸움에(戰) 이겨(勝) 공이(功) 이미(旣) 높았거니(高)

원컨대(願) 만족할 줄(足) 알아(知) 그만두라고(止) 말하네(云).

낱말풀이 / 궁구(窮究) : 속 깊이 연구함, 또는 그렇게 하는 연구.

2. 秋夜雨中(추야우중) ― 孤雲 崔致遠(고운 최치원)

秋風惟苦吟

世路少知音

窓外三更雨

燈前萬里心

추풍유고음 세로소지음 창외삼경우 등전만리심

 

가을바람에 읊는 간절한 시 세상 길에 알아주는 이 드물고.

한밤 창밖에 내리는 보슬비 등불 앞엔 만리로 달리는 마음.

直譯

가을(秋) 바람에(風) 오직(惟) 간절히(苦) 읊을 뿐(吟)

세상(世) 길에는(路) 소릴(音) 알아주는 이(知) 드물다네(少).

창(窓) 밖에는(外) 한 밤중의(三更) 비(雨)

등불(燈) 앞에는(前) 만리의(萬里) 마음이라네(心)

3.樂道吟(락도음) ― 李資玄(이자현)

家住碧山岑

從來有寶琴

不妨彈一曲

祗是少知音

가주벽산잠 종래유보금 불방탄일곡 지시소지음

 

내 집은 푸른 산봉우리 보배로운 거문고 이전부터 있어

언제고 한 가락 탈 수 있지만 이 소리 아는 사람 드물 뿐.

直譯

집은(家) 푸른(碧) 산(山) 봉우리에(岑) 머물고(住)

오래(從)부터(來) 보배로운(寶) 거문고(琴) 있어(有)

한(一) 곡조(曲) 타는데(彈) 방해됨이(妨) 없었지만(不)

다만(祗) 이에(是) 소리를(音) 알아주는 이(知) 드물 뿐(少).

낱말풀이 / 知音 : 소리를 앎. 즉 나를 잘 알아주는 친한 벗. 백아(伯牙)와

종자기(鍾子期)의 고사(故事)에 있음. 최치원(崔治遠)의 시에 나왔음.

 

4. 下第贈登第(하제증등제) ― 南村 李公遂(남촌 이공수)

白日明金榜

靑雲起草廬

那知廣寒桂

尙有一枝餘

백일명금방 청운기초려 나지광한계 상유일지여

 

태양에 빛나는 금방 초가에 피어나는 푸른 꿈.

누가 알리 달나라 계수나무에 한가지 여유 있음을

直譯

밝은(白) 해가(日) 과거 급제자 명단을(金榜) 밝히니(明)

푸른(靑) 구름이(雲) 초가(草) 집에서(廬) 일어나네(起).

어찌(那) 알리(知) 달나라 궁전(廣寒) 계수나무엔(桂)

오히려(尙) 한(一) 가지의(枝) 여유가(餘) 있음을(有).

낱말풀이 / 下第 : 과거에 떨어짐. 金榜 : 과거에 급제한 사람의 이름을 거는 괘.

草廬 : 시골의 초가집. 廣寒 : 달나라 궁전인 광한전. 尙有 : 아직도 ~이 있다.

 

5. 東宮春帖(동궁춘첩) ― 金富軾(김부식)

曙色明樓角

春風着柳梢

鷄人初報曉

己向寢門朝

서색명루각 춘풍착유초 계인초보효 기향침문조

 

처마에서 밝아지는 새벽 버들가지에 붙는 춘풍.

순라군은 새벽을 알리는데나는 안방으로 향하고.

直譯

새벽(曙) 빛이(光) 다락(樓) 끝에(角) 밝아 오는데(明)

봄(春) 바람은(風) 버들(柳) 가지에(梢) 붙고(着).

순라군이(鷄人) 새벽을(曉) 처음(初) 알리는데(報)

나는(己) 아침에(朝) 안방(寢) 문으로(門) 향하네(向).

낱말풀이 / 東宮 : 세자궁. 春帖 : 봄에 써 부치는 시.

樓角 : 다락. 鷄人 : 순라군. 寢門 : 안방문.

6. 山庄雨夜(산장우야) ― 高兆基(고조기)

昨夜松堂雨

溪聲一枕西

平明看庭樹

宿鳥未離棲

작야송당우 계성일침서 평명간정수 숙조미리서

 

어젯밤 송당의 비 서쪽 시냇물소리 베개삼고.

새벽녘 바라보는 뜰 앞 나무에 자던 새는 아직도 둥우리.

直譯

어제(昨) 밤(夜) 소나무(松) 집에(堂) 내린 비(雨)

시내 물(溪) 소리는(聲) 하나의(一) 서쪽(西) 베개이고(枕).

밝음이(明) 평정되어(平) 뜰(庭) 나무(樹) 바라보니(看)

자던(宿) 새(鳥) 보금자리(棲) 떠나지(離) 아니했네(未).

낱말풀이 / 平明 : 밝음이 평정될 무렵. 새벽녘. 해가 뜰 때. 알기 쉽고 분명함.

 

7. 題天尋院壁(제천심원벽) ― 雙明齋 李仁老(쌍명재 이인로)

待客客未到

尋僧僧亦無

惟餘林外鳥

款款勸提壺

대객객미도 심승승역무 유여임외조 관관권제호

 

기다려도 오지 않는 손님 찾아도 또한 스님도 없고.

오직 저 숲 밖에 새들만 술병 들라 권하네.

直譯

손님을(客) 기다려도(待) 손님은(客) 이르지(到) 아니하고(未)

스님을(僧) 찾았건만(尋) 스님(僧) 또한(亦) 없네(無).

오직(惟) 숲(林) 밖에(外) 새(鳥) 남아있어(餘)

정성껏(款) 정성껏(款) 술병(壺) 들라고(提) 권하네(勸).

 

8. 山居(산거) ― 雙明齋 李仁老(쌍명재 이인로)

春去花猶在

天晴谷自陰

杜鵑啼白晝

始覺卜居深

춘거화유재 천청곡자음 두견제백주 시각복거심

 

봄은 가도 꽃은 있고 하늘은 개어도 그늘지는 골짜기.

한낮에 소쩍새 우니 사는 곳 깊기도 하여라.

直譯

봄은(春) 갔건만(去) 꽃은(花) 아직도(猶) 있고(在)

하늘은(天) 맑아(晴) 골짜기(谷) 저절로(自) 그늘지네(陰).

소쩍새(杜鵑) 하얀(白) 낮에도(晝) 울어대(啼)

비로소(始) 깊은데(深) 자리잡아(卜) 삶을(居) 알겠느니(覺).

낱말풀이 / 卜居 : 살 만한 곳을 점침. 살 만한 곳을 가려서 삶.

9. 詠井中月(영정중월) ― 白雲居士 李奎報(백운거사 이규보)

山僧貪月色

幷汲一甁中

到寺方應覺

甁傾月亦空

산승탐월색 병급일병중 도사방응각 병경월역공

 

스님이 달빛을 탐내 병 속에 물과 달을 함께 길었지.

비로소 깨달았으리 절에 돌아와 병이 기울자 달도 또한 공인 것을

直譯

산(山) 스님이(僧) 달(月) 빛을(色) 탐내(貪)

아울러(幷) 하나의(一) 병(甁) 속에(中) 길었네(汲).

절에(寺) 이르러(到) 바야흐로(方) 응당(應) 깨달았으리(覺)

병이(甁) 기울자(傾) 달(月) 또한(亦) 없어지는 것을(空).

10. 四快(사쾌) ― 白雲居士 李奎報(백운거사 이규보)

大旱逢甘雨

他鄕見故人

洞房華燭夜

金榜掛長名

대한봉감우 타향견고인 동방화촉야 금방괘장명

 

오랜 가뭄 뒤 단비 타향에서 만나는 옛 친구

신방에 화촉이 타는 밤 급제하여 나붙는 귀한 이름은.

直譯

큰(大) 가뭄(旱) 단(甘)비(雨) 만나고(逢)

다른(他) 고을에서(鄕) 옛(故) 사람(人) 보네(見).

깊은(洞) 방(房) 촛불(燭) 빛나는(華) 밤(夜)

급제 명단(金榜) 귀한(長) 이름(名) 걸렸네(掛).

낱말풀이 / 洞房 : 신혼 방. 故人 : 고향 사람.

11. 江村夜興(강촌야흥) ― 任 奎(임 규)

月黑鳥飛渚

烟沈江自波

漁舟何處宿

漠漠一聲歌

월흑조비저 연침강자파 어주하처숙 막막일성가

 

새가 물가로 나르는 어두운 밤 연기에 잠긴 강은 스스로 물결치고.

고기잡이의 배는 어디서 자는 가 아득히 한 가락의 노래여.

直譯

달빛은(月) 어두운데(黑) 새는(鳥) 물가로(渚) 나르고(飛)

연기(烟) 잠긴(沈) 강은(江) 스스로(自) 물결치네(波).

고기잡이(漁) 배는(舟) 어느(何) 곳에서(處) 자는가(宿)

넓고(漠) 아득한(漠) 한(一) 가락의(聲) 노래여(歌).

12. 普德窟(보덕굴) ― 益齋 李齊賢(익제 이제현)

陰風生岩谷

溪水深更綠

倚杖望層巓

飛簷駕雲來

음풍생암곡 계수심갱록 의장망층전 비첨가운래

굴속에서 나오는 축축한 바람

푸르러 더욱 깊은 시냇물.

지팡이 의지하여 산꼭대기를 바라보니

구름이 와 머무는 높은 처마

直譯

축축한(陰) 바람은(風) 바위(岩) 골에서(谷) 나오고(生)

시내(溪) 물은(水) 깊어(深) 더욱(更) 푸르네(綠).

지팡이(杖) 의지하여(倚) 높은(層) 산꼭대기(巓) 바라보고(望)

나를 듯한(飛) 처마에(簷) 구름이(雲) 와서(來) 타네(駕).

 

13. 偶吟(우음) ― 崔承老(최승노)

有田誰布穀

無酒可提壺

山鳥何心緖

逢春謾自呼

유전수포곡 무주가제호 산조하심서 봉춘만자호

 

밭엔 뻐꾸기 소리 빈 병 갖고 술 사러가네.

산새는 무슨 심사로 봄만 오면 부질없이 우짖나.

直譯

밭에(田) 있나니(有) 어느(誰) 뻐꾸긴가(布穀)

술이(酒) 없어(無) 가히(可) 항아리(壺) 들었네(提).

산(山) 새는(鳥) 무슨(何) 마음(心) 실마리로(緖)

봄만(春) 맞으면(逢) 스스로(自) 까닭 없이(謾) 불러대느뇨(呼).

14. 示諸子(시제자) ― 去塵/貞肅 趙仁規(거진/정숙 조인규)

事君當盡忠

遇物當至誠

願言勤夙夜

無忝爾所生

사군당진충 우물당지성 원언근숙야 무첨이소생

 

임금 섬김에 극진한 충성 사람 만나면 지극한 정성.

밤낮으로 부지런하여 삶을 욕되게 말아야지.

直譯

임금(君) 섬김에(事) 극진한(盡) 충성(忠) 마땅히 하고(當)

일을(物) 당해선(遇) 지극한(至) 정성(誠) 마땅히 하라(當).

청하여(願) 말하느니(言) 아침(夙) 저녁(夜) 부지런하여(勤)

그대(爾) 살아가는(生) 바(所) 욕됨이(忝) 없게 하라(無).

낱말풀이 : 諸子 : 그대들. 제군. 윗사람이 아랫사람들을 부르는 제 이인칭(第二人稱).

愚物 : 물건을 만남. 사람을 대함.

願言 : 바라건대. 원컨대. 言은 조자(助字).

夙夜 :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忝 : 더럽힘. 욕되게 함.

15. 雨荷(우하) ― 拙翁 崔 瀣(졸옹 최 해)

胡椒八百斛

千載笑其愚

如何碧玉斗

竟日量明珠

호초팔백곡 천재소기우 여하벽옥두 경일량명주

 

후추 팔백 섬 천년 어리석음 비웃고.

푸른 구슬의 말로 어찌하여 종일 동안 명주를 되기만 하는고.

直譯

후추(胡椒) 팔(八) 백(百) 섬(斛)

천(千) 년(載) 그(其) 어리석음을(愚) 비웃네(笑).

어찌(何) 어찌하여(如) 푸른(碧) 구슬의(玉) 말로(斗)

하루가(日) 끝나도록(竟) 빛나는(明) 구슬을(珠) 헤아리기만 하는고(量).

16. 江口(강구) ― 雪谷 鄭 誧(설곡 정 포)

移舟逢急雨

倚檻望歸雲

海濶疑無地

山明喜有村

이주봉급우 의함망귀운 해활의무지 산명희유촌

 

배를 돌리다 만난 소나기 난간에 기대 가는 구름 바라보고.

바다가 멀고 넓어서 땅이 없나 했더니 산이 밝아지자 반갑게도 마을이 있네.

直譯

배를(舟) 옮기다(移) 급한(急) 비(雨) 만나(逢)

난간에(檻) 기대(倚) 돌아가는(歸) 구름(雲) 바라보네(望).

바다가(海) 멀고 넓어(闊) 땅이(地) 없나(無) 의심했더니(疑)

산이(山) 밝으니(明) 반갑게도(喜) 마을이(村) 있네(有).

17. 夜行(야행) ― 咸承慶(함승경)

晴曉日將出

雲霞光陸離

江山更奇絶

老子不能詩

청효일장출 운하광육리 강산갱기절 노자불능시

 

맑은 이 새벽 해가 뜨려는가 구름 놀빛이 눈부시구나.

이 강산 새삼 뛰어났건만 이 늙은이는 시를 쓸 수 없다네

直譯

맑은(晴) 새벽(曉) 해가(日) 장차(將) 나오려는가(出)

구름(雲) 놀(霞) 빛이(光) 뭍에(陸) 떨어지네(離).

강과(江) 산이(山) 다시(更) 기이하게(奇) 뛰어났건만(絶)

늙은(老) 사람은(子) 시를(詩) 할 수(能) 없다네(不).

18. 漢浦弄月(한포농월) ― 牧隱 李 穡(목은 이 색)

日落沙逾白

雲移水更淸

高人弄明月

只欠紫鸞笙

일락사유백 운이수갱청 고인농명월 지흠자란생

 

해 지면 더욱 하얀 모래 구름 걷히니 새롭게 맑아지는 물.

시인은 이 밤 달과 노니는데 다만 피리소리 없구나.

直譯

해가(日) 지니(落) 모래(沙) 더욱(逾) 희고(白)

구름(雲) 옮아가니(移) 물 다시(更) 맑아라(淸).

시인은(高人) 밝은(明) 달(月) 희롱하나니(弄)

다만(只) 자란생(紫鸞笙) 모자람이라(欠).

낱말풀이 / 弄月 : 달구경을 함. 高人 : 풍류객. 紫鸞笙 : 악기 이름.

19. 春興(춘흥) ― 圃隱 鄭夢周(포은 정몽주)

春雨細不滴

夜中未有聲

雪盡南溪漲

草芽多少生

춘우세부적 야중미유성 설진남계창 초아다소생

 

봄비 가늘어 방울지지 않아 밤들어도 소리 없는 비.

논 녹아 시냇물 불어나니 새싹 제법 돋아났겠네.

直譯

봄(春) 비(雨) 가늘어(細) 방울지지(滴) 아니하니(不)

밤(夜) 중에(中) 소리(聲) 있지(有) 아니하네(未).

눈이(雪) 다하니(盡) 남쪽(南) 시내(溪) 불어나(漲)

풀(草) 싹이(芽) 얼마쯤(多少) 생겨났겠네(生).

낱말풀이 / 雪盡 : 눈이 녹아 사라짐. 多少生 : 많이 돋아났을 것이다.

20. 村居(촌거) ― 陶隱 李崇仁(도은 이숭인)

赤葉明村逕

淸泉漱石根

地僻車馬少

山氣自黃昏

적엽명촌거 청천수석근 지벽거마소 산기자황혼

 

산길 밝히는 단풍잎 바위를 씻는 맑은 샘.

두메 산골엔 오가는 사람 없고 산 기운에 날은 절로 저무네.

直譯

붉은(赤) 잎(葉) 마을(村) 길(逕) 밝히고(明)

맑은(淸) 샘(泉) 바위(石) 뿌리(根) 씻네(漱).

땅이(地) 후미지니(僻) 수레와(車) 말(馬) 드물고(少)

산(山) 기운에(氣) 저절로(自) 누렇게(黃) 저무네(昏).

낱말풀이 / 赤葉 : 단풍. 村逕 : 시골 길. 車馬少 : 사람의 왕래가 적음.

21. 卽事(즉사) ― 冶隱 吉 再(야은 길 재)

盥水淸泉冷

臨身茂樹高

冠童來問字

聊可與逍遙

관수청천냉 임신무수고 관동래문자 요가여소요

 

손 씻는 샘물 얼음처럼 차고 높기도 한 마주한 나무.

와서 글 배우는 아이 겨우 함께 노닐 수 있네.

直譯

물로(水) 씻으니(盥) 맑은(淸) 샘(泉) 차갑고(冷)

나를(身) 마주한(臨) 우거진(茂) 나무(樹) 높네(高).

어른(冠) 아이(童) 와서(來) 글을(字) 물으매(問)

애오라지(聊 : 부족하나마 겨우) 더불어(與) 거닐고(逍) 노닐(遙) 수 있네(可).

낱말풀이 / 盥水 : 대야 물. 손을 씻음. 冠童 : 글 배우러 오는 사람.

聊可 : 애오라지. 가히.

22. 絶句(절구) ― 趙仁璧(조인벽)

蝶翅勳名薄

龍腦富貴輕

萬事驚秋夢

東窓海月明

접시훈명박 용뇌부귀경 만사경추몽 동창해월명

 

공과 명예는 나비의 엷은 날개 부함도 귀함도 가볍기는 용의 머리.

가을 꿈인 듯 놀라는 모든 일 동창에는 바다의 달이 밝고.

直譯

나비의(蝶) 날개인 듯(翅) 공과(勳) 명예는(名) 엷고(薄)

용의(龍) 머리같이(腦) 넉넉한 재물과(富) 높은 신분도(貴) 가볍구나(輕).

모든(萬) 일은(事) 가을(秋) 꿈인 듯(夢) 놀랍고(驚)

동쪽(東) 창에는(窓) 바다의(海) 달이(月) 밝구나(明).

23. 詠柳(영유) ― 三峰 鄭道傳(삼봉 정도전)

含烟偏裊裊

帶雨更依依

無限江南樹

東風特地吹

함연편뇨뇨 대우경의의 무한강남수 동풍특지취

 

연기를 머금고 간드러지더니 비 맞아 더욱 싱그럽고.

강남의 나무 하 많은데 유달리 부는 동쪽 바람.

直譯

연기를(烟) 머금고(含) 아첨하듯(偏) 간드러지고(裊) 하늘거리더니(裊)

비를(雨) 허리에 차니(帶) 다시(更) 무성하고(依) 무성한 듯(依).

끝이(限) 없는(無) 강(江) 남쪽(南) 나무여(樹)

동쪽(東) 바람이(風) 유달리(特) 땅에(地) 부네(吹).

24. 送僧之楓岳(송승지풍악) ― 獨谷 成石磷(독곡 성석린)

一萬二千峯

高低自不同

君看日輪上

高處最先紅

일만이천봉 고저자부동 군간일륜상 고처최선홍

 

일만 이천 봉 제각기 높고 낮네.

그대 보라 해 오를 때 높은 곳이 가장 먼저 붉나니.

일만(一萬) 이천(二千) 봉우리(峰)

높고(高) 낮음이(底) 스스로(自) 같지(同) 아니하네(不).

그대(君) 해(日) 바퀴가(輪) 솟아오르는 것을(上) 보게나(看)

높은(高) 곳이(處) 제일(最) 먼저(先) 붉다네(紅).

25. 偶題(우제) ― 泰齋 柳方善(태재 유방선)

結茆仍補屋

種竹故爲籬

多少山中味

年年獨自知

결묘잉보옥 종죽고위리 다소산중미 연년독자지

 

집은 띠를 엮어 깁고 울을 삼아 심은 대.

약간의 이 산중 맛 해마다 혼자서만 아느니.

直譯

띠를(茅) 엮어(結) 인하여(仍) 집을(屋) 깁고(補)

대를(竹) 심어(種) 일부러(故) 울타리를(籬) 삼고(爲).

많거나(多) 적거나(少) 산(山) 속의(中) 이 맛(味)

해마다(年年) 홀로(獨) 스스로(自) 아네(知).

26. 次子剛韻(차자강운) ― 春亭 卞季良(춘정 변계량)

關門一室淸

烏几淨橫經

纖月入林影

孤燈終夜明

관문일실청 오궤정횡경 섬월입림영 고등종야명

 

문을 닫은 고요한 방 까만 책상에 놓인 경전.

초승달은 숲에 들어 그림자 지고 밤새껏 밝혀주는 외로운 등불.

直譯

문을(門) 닫고있는(關) 맑은(淸) 방(室) 하나(一)

까만(烏) 책상에는(几) 경전이(經) 깨끗하게(淨) 가로 놓였네(橫).

초승달은(纖月) 숲에(林) 들어와(入) 그림자지고(影)

외로운(孤) 등불은(燈) 밤을(夜) 마치도록(終) 밝네(明).

27. 題僧軸(제승축) ― 讓寧大君 李 禔(양녕대군 이 식)

山霞朝作飯

蘿月夜爲燈

獨宿孤庵下

惟存塔一層

산하조작반 나월야위등 독숙고암하 유존탑일층

 

산 노을로 아침밥 짓고 담장이 넌출의 달로 등불 삼아.

홀로 외로운 암자에 묵는데 한 층만 남은 저 탑.

直譯

산의(山) 노을로(霞) 아침(朝) 밥을(飯) 만들고(作)

담장이 넌출의(蘿) 달로(月) 밤(夜) 등불을(燈) 삼네(爲).

홀로(獨) 외로운(孤) 암자(庵) 아래서(下) 묵나니(宿)

오직(惟) 탑에는(塔) 한(一) 층만(層) 있네(存).

28. 文殊臺(문수대) ― 孝寧大君 李 補(효령대군 이 보)

仙人王子晉

於此何年游

臺空鶴已去

片月今千秋

선인왕자진 어차하년유 대공학이거 편월금천추

 

신선 왕자진이 여기서 그 언제 노닐었나.

학은 이미 떠나고 대만 비어 이제 천년의 조각달뿐

直譯

왕자진이라는(王子晉) 신선의(仙) 사람이(人)

이 곳(此)에서(於) 어느(何) 해에(年) 노닐었던고(游).

학이(鶴) 이미(已) 떠나가(去) 대는(臺) 비었는데(空)

조각(片) 달만이(月) 이제(今) 천 번(千) 가을이네(秋).

29. 睡起(수기) ― 四佳 徐居正(사가 서거정)

簾影依依轉

荷香續續來

夢回孤枕上

桐葉雨聲催

염영의의전 하향속속래 몽회고침상 동엽우성최

 

희미하게 옮겨가는 발 그림자 연이어 스며오는 연꽃 향기.

외로운 베개의 꿈에서 깨어나니 빗소리 재촉하는 오동잎

발(簾) 그림자는(影) 어렴풋이(依依) 옮기어가고(轉)

연꽃(荷) 향기는(香) 이어지고(續) 이어져서(續) 오네(來).

꿈은(夢) 외로운(孤) 베개(枕) 위에서(上) 돌아오고(回)

오동나무(桐) 잎은(葉) 비(雨) 소리를(聲) 재촉하네(催).

30. 寄君實(기군실) ― 月山大君 李 婷(월산대군 이 정)

旅館殘燈曉

孤城細雨秋

思君意不盡

千里大江流

여관잔등효 고성세우추 사군의부진 천리대강류

가물가물 여관집 새벽 등불 추적추적 외로운 성에 가을비.

끝없는 그대 생각에 천리 긴 강만 흘러 가누나.

直譯

나그네(旅) 집(館) 새벽(曉) 등불은(燈) 꺼지려는데(殘)

외로운(孤) 성에는(城) 가늘게(細) 가을(秋) 비 내리고(雨).

그대를(君) 생각하는(思) 마음은(意) 다함이(盡) 없는데(不)

천리(千里) 긴(大) 강만(江) 흘러가노라(流).

31. 伯牙(백아) ― 容耳 申 沆(용이 신 항)

我自彈吾琴

不必求賞音

鍾期亦何物

强辨絃上心

아자탄오금 불필구상음 종기역하물 강변현상심

내 거문고를 타거니 꼭 알아주지 않아도 되리.

종자기 또한 그 어떤 물건이라서 굳이 줄 속의 그 마음을 밝혔는고.

直譯

나(我) 스스로(自) 내(吾) 거문고를(琴) 타거니(彈)

반드시(必) 소리를(音) 감상하는 이를(賞) 구하지(求) 아니해도 된다네(不).

종자기란 사람은(鍾期) 또한(亦) 어떤(何) 물건이기에(物)

굳이(强) 줄(絃) 위의(上) 마음을(心) 분명히 하였는고(辨).

낱말풀이 /

伯牙 : 백아(伯牙)는 거문고를 잘 타고 종자기(鍾子期)는 이 소리를 잘 알아들었음.

鍾期 : 종자기(鍾子期)를 말 함.

32. 卽事(즉사) ― 冲庵 金 淨(충암 김 정)

落日臨荒野

寒鴉下晩村

空林烟火冷

白屋掩柴門

낙일임황야 한아하만촌 공림연화랭 백옥엄시문

 

지는 해는 거친 들로 내리고 저녁 마을에 모이는 겨울 까마귀.

빈 숲 속 밥 짓는 차가운 연기에 사립문을 닫는 초가집.

直譯

지는(落) 해는(日) 거친(荒) 들로(野) 내리고(臨)

겨울(寒) 까마귀는(鴉) 저녁(晩) 마을로(村) 내려오네(下).

빈(空) 숲에(林) 연기(烟) 불은(火) 차가운데(冷)

가난한 사람의 초가집에서는(白屋) 섶나무로 된(柴) 문을(門) 닫네(掩).

33. 浪吟(랑음) ― 三可, 碪岩 朴遂良(삼가, 침암 박수량)

口耳聾啞久

猶餘兩眼存

紛紛世上事

能見不能言

구이롱아구 유여양안존 분분세상사 능견불능언

 

오래도록 귀머거리 장님 오히려 남아있는 두 눈.

어지럽고 헝클어진 이 세상 볼 수는 있어도 말할 수 없는 것.

直譯

오래도록(久) 입은(口) 벙어리에(啞) 귀는(耳) 귀머거리지만(聾)

오히려(猶) 두(兩) 눈은(眼) 남아(餘) 있다네(存).

어지럽고(紛) 어지러운(紛) 세상의(世上) 일(事)

볼(見) 수는 있지만(能) 말(言) 할 수는(能) 없다네(不).

34. 山中書事(산중서사) ― 溪山處士 吳 慶(계산처사 오 경)

雨過雲山濕 泉鳴石竇寒 秋風紅葉路 僧踏夕陽還

우과운산습 천명석두한 추풍홍엽로 승답석양환

비 지나가니 젖는 구름 산 샘물 소리에 차가운 돌구멍.

가을바람이 이는 붉은 낙엽 길에 저녁 빛을 밟고 돌아오는 외로운 중.

直譯

비(雨) 지나가니(過) 구름(雲) 산이(山) 젖고(濕)

샘물(泉) 소리에(鳴) 돌(石) 구멍이(竇) 차갑네(寒).

가을(秋) 바람 부는(風) 붉은(紅) 잎의(葉) 길(路)

중이(僧) 저녁(夕) 햇빛을(陽) 밟고(踏) 돌아오네(還).

35. 辛德優席上書此示意(신덕우석상서차시의) ― 太眞 高 淳(태진 고 순)

小閣春風靜

淸談總有餘

聾人無一味

垂首獨看書

소각춘풍정 청담총유여 농인무일미 수수독간서

 

봄바람 고요한 작은 누각에 모두 넉넉한 맑은 이야기.

아무런 흥도 없는 이 귀머거리 고개 숙여 홀로 책을 보네.

直譯

작은(小) 누각엔(閣) 봄(春) 바람이(風) 고요하고(靜)

맑은(淸) 이야기는(談) 모두(總) 남음이(餘) 있어라(有).

귀머거리(聾) 이 사람은(人) 한낱(一) 흥도(興) 없어(無)

머리를(首) 늘어뜨리고(垂) 홀로(獨) 책을(書) 보노라(看).

36. 大興洞(대흥동) ― 花潭 徐敬德(화담 서경덕)

紅樹暎山屛

碧溪瀉潭鏡

行吟玉界中

陡覺心淸淨

홍수영산병 벽계사담경 행음옥계중 두각심청정

 

산 병풍을 비추는 붉은 단풍 연못에 쏟아지는 파란 시내.

옥 같은 세계 거닐며 읊조리니 문득 마음이 맑아지고.

直譯

붉은(紅) 나무는(樹) 산(山) 병풍을(屛) 비추고(暎)

파란(碧) 시내는(溪) 연못(潭) 거울에(鏡) 쏟아지네(瀉).

구슬(玉) 경계(界) 속을(中) 거닐며(行) 읊조리니(吟)

문득(陡) 마음이(心) 맑고(淸) 깨끗해짐을(淨) 깨닫네(覺).

37. 道峰寺(도봉사) ― 長吟亭 羅 湜(장음정 나 식)

曲曲溪回複

登登路屈盤

黃昏方到寺

淸磬落雲端

곡곡계회복 등등로굴반 황혼방도사 청경락운단

 

굽이굽이 돌고 도는 시내 꼬불꼬불 오르고 오른 길.

황혼에야 비로소 절에 이르니 구름 끝에 떨어지는 맑은 경쇠 소리.

直譯

굽이(曲) 굽이(曲) 시내는(溪) 돌아(回) 겹치고(複)

오르고(登) 오르는(登) 길은(路) 굽고(屈) 굽었네(盤).

누렇게(黃) 어두워져서야(昏) 비로소(方) 절에(寺) 이르니(到)

맑은(淸) 경쇠소리(磬) 구름(雲) 끝에(端) 떨어지네(落).

38. 偶吟(우음) ― 南冥 曺 植(남명 조 식)

人之愛正士

好虎皮相似

生前欲殺之

死後方稱美

인지애정사 호호피상사 생전욕살지 사후방칭미

 

올곧은 선비 사랑하기는 좋아하는 호랑이 가죽 같아.

살아서는 죽이려 하다가도 죽고 나면 바야흐로 칭찬하는 것.

直譯

사람(人)이(之) 바른(正) 선비(士) 사랑하기는(愛)

호랑이의(虎) 가죽을(皮) 좋아하는 것과(好) 서로(相) 같네(似).

생전에는(生前) 그를(之) 죽이려고(殺) 하다가(欲)

죽은(死) 뒤에는(後) 바야흐로(方) 아름답다고(美) 칭찬하네(稱).

39. 題冲庵詩卷(제충암시권) ― 河西 金麟厚(하서 김인후)

來從何處來

去向何處去

去來無定蹤

悠悠百年計

내종하처래 거향하처거 거래무정종 유유백년계

 

오기는 어디서 오며 가기는 어디로 가는고

오고 감에 일정한 자취 없는 것 아득하여라 백년의 계획이여

直譯

오기는(來) 어느(何) 곳으로(處)부터(從) 오며(來)

가기는(去) 어느(何) 곳을(處) 향하여(向) 가는고(去).

가고(去) 옴에(來) 일정한(定) 자취(蹤) 없는 것(無)

멀고도(悠) 아득하여라(悠) 백년의(百年) 계획이여(計).

40. 詠梅(영매) ― 板谷 成允諧(판곡 성윤해)

梅花莫嫌小

花小風味長

乍見竹外影

時聞月下香

매화막혐소 화소풍미장 사견죽외영 시문월하향

 

매화꽃이 작다고 싫어하랴 꽃은 작아도 깊은 풍미.

대숲 밖에서 잠깐 보는 그 그림자 때론 달 아래서 맡는 그 향기.

直譯

매화(梅) 꽃이(花) 작다고(小) 싫어하지(嫌) 말 것이(莫)

꽃은(花) 작더라도(小) 풍류다운(風) 맛이(味) 깊다네(長).

대숲(竹) 밖에서(外) 잠깐(乍) 그림자(影) 보고(見)

때로(時) 달(月) 아래서(下) 향기를(香) 맡네(聞).

41. 舟過楮子島(주과저자도) ― 北窓 鄭 磏(북창 정 렴)

孤烟橫古渡

寒日下遙山

一棹歸來晩

招提杳靄間

고연횡고도 한일하요산 일도귀래만 초제묘애간

 

옛 나루엔 외로운 저녁연기 먼 산에 내리는 겨울 해.

해 저물어 거룻배로 돌아오니 아득히 놀 속에 절이 있고.

直譯

외로운(孤) 연기는(烟) 옛(古) 나루에(渡) 옆으로 놓여있고(橫)

차가운(寒) 해는(日) 먼(遙) 산으로(山) 내려가네(下).

한번(一) 노 저어(棹) 해질 무렵에(晩) 돌아(歸) 오니(來)

절은(招提) 아득히(杳) 놀(靄) 사이에 있네(間).

낱말풀이 / 招提 : 관부(官府)에서 사액(賜額)한 절.

42. 絶句(절구) ― 淸蓮 李後白(청련 이후백)

細雨迷歸路

騎驢十里風

野梅隨處發

魂斷暗香中

세우미귀로 기려십리풍 야매수처발 혼단암향중

 

가녀린 비에 돌아갈 길 잃고 나귀 타고 헤치는 십리 바람.

곳마다 피어있는 들 매화 그윽한 그 향기에 넋을 끊나니.

直譯

가녀린(細) 비에(雨) 돌아갈(歸) 길을(路) 헤매고(迷)

나귀를(驢) 타고(騎) 십리(十里) 바람이네(風).

들(野) 매화는(梅) 곳을(處) 따라(隨) 피어나고(發)

넋은(魂) 그윽한(暗) 향기(香) 가운데에서(中) 끊어지네(斷).

43. 詠黃白二菊(영황백이국) ― 霽峰, 苔軒 高敬命(제봉, 태헌 고경명)

正色黃爲貴

天姿白亦奇

世人看自別

均是傲霜枝

정색황위귀 천자백역기 세인간자별 균시오상지

 

바른 빛이라 귀히 여기는 노랑 타고 난 모습은 흰색 또한 기특하지.

세상 사람이야 구별하여 보겠지만 다 같이 업신여기는 서리.

直譯

바른(正) 빛이라(色) 노랑을(黃) 귀함으로(貴) 삼지만(爲)

타고난(天) 모습은(姿) 흰 것도(白) 또한(亦) 기이하게 여기네(奇).

세상(世) 사람들은(人) 스스로(自) 나누어서(別) 보긴 하지만(看)

이는(是) 서리가(霜) 고루(均) 업신여기는(傲) 가지라네(枝).

44. 宜月亭(의월정) ― 松江 鄭 澈(송강 정 철)

白嶽連天起

城川入海流

年年芳草路

人渡夕陽橋

백악연천기 성천입해류 연년방초로 인도석양교

 

하늘에 닿아 일어나는 백악 바다로 흘러드는 성천.

해마다 향기로운 풀 길 따라 석양의 다리 건너는 사람들.

直譯

백악은(白嶽) 하늘에(天) 이어져(連) 일어나고(起)

성의(城) 시내는(川) 멀리(遙) 바다로(海) 들어가네(入).

해마다(年年) 향기로운(芳) 풀(草) 길을 따라(路)

사람들은(人) 저녁(夕) 빛에(陽) 다리를(橋) 건너네(渡).

45. 秋夜(추야) ― 松江 鄭 澈(송강 정 철)

蕭蕭落葉聲

錯認爲疎雨

呼童出門看

月掛溪南樹

소소락엽성 착인위소우 호동출문간 월괘계남수

 

나뭇잎 떨어지는 소소한 소리에 성긴 비인 줄 알고.

아이 불러 나가 보라 했더니 달이 시내 남쪽 나무에 걸려 있다 하네.

直譯

고요하고(蕭) 쓸쓸한(蕭) 나뭇잎(葉) 떨어지는(落) 소리에(聲)

성긴(疎) 비가 오는 것으로(雨) 잘못(錯) 알게(認) 되어(爲).

아이를(童) 불러(呼) 문을(門) 나가(出) 보라고 했더니(看)

달이(月) 시내(溪) 남쪽(南) 나무에(樹) 걸려있다 하네(掛).

46. 山中(산중) ― 栗谷 李 珥(율곡 이 이)

採藥忽迷路

千峰秋葉裏

山僧汲水歸

林末茶烟起

채약홀미로 천봉추엽리 산승급수귀 임말다연기

 

약을 캐다가 문득 잃어버린 길은 천 봉우리 가을 잎 속.

스님이 물길어 돌아가니 수풀 끝에서 일어나는 차 연기.

直譯

약을(藥) 캐다가(採) 문득(忽) 길을(路) 잃었더니(迷)

일 천(千) 봉우리의(峰) 가을(秋) 잎(葉) 속이네(裏).

산(山) 스님이(僧) 물(水) 길어(汲) 돌아가니(歸)

숲(林) 끝에서(末) 차 달이는(茶) 연기(烟) 일어나네(起).

 

47. 南溪暮泛(남계모범) ― 龜峰 宋翼弼(귀봉 송익필)

迷花歸棹晩

待月下灘遲

醉裏猶垂釣

舟移夢不移

미화귀도만 대월하탄지 취리유수조 주이몽불이

 

꽃에 정신 잃어 늦게 돌린 배 달을 기다리느라 여울에서 내려가기 더디었지.

술에 취해 낚시질을 하나니 배는 옮겨가도 꿈은 바뀌지 않네.

直譯

꽃에(花) 정신을 잃어(迷) 노(棹) 돌리는 것이(歸) 늦었고(晩)

달을(月) 기다리느라(待) 여울에서(灘) 내려가기(下) 더디었네(遲).

술에 취한(醉) 속에서(裏) 오히려(猶) 낚시를(釣) 드리웠느니(垂)

배는(舟) 옮겨가도(移) 꿈은(夢) 옮겨가지(移) 아니하네(不).

48. 偶吟(우음) ― 雲谷 宋翰弼(운곡 송한필)

花開昨日雨

花落今朝風

可憐一春事

往來風雨中

화개작일우 화락금조풍 가련일춘사 왕래풍우중

 

어제는 내리는 비에 꽃이 피더니 오늘은 아침 바람에 그 꽃이 지네.

가여워라 이 봄의 일들 바람과 비속에서 가고 또 오누나.

直譯

꽃이(花) 어제(昨) 낮(日) 비에(雨) 피더니(開)

꽃은(花) 오늘(今) 아침(朝) 바람에(風) 떨어지네(落).

한(一) 봄의(春) 일이(事) 가엽다고(憐) 할 것이니(可)

바람과(風) 비(雨) 속에(中) 가고(往) 오네(來).

49. 無題(무제) ― 坡谷 李誠中(파곡 이성중)

紗窓近雪月

滅燭延淸暉

珍重一杯酒

夜闌人未歸

사창근설월 멸촉연청휘 진중일배주 야란인미귀

 

눈 위의 달에 가까운 비단 창가 촛불만 가물가물 빛을 늘이고.

맛좋은 한잔의 술 밤이 깊어도 그 사람은 아니 오네.

直譯

비단 깁 드리운(紗) 창은(窓) 눈 위의(雪) 달에(月) 가깝고(近)

꺼져 가는(滅) 촛불은(燭) 맑은(淸) 빛을(暉) 길게 늘이네(延).

맛이 좋고도(珍) 소중한(重) 한(一) 잔의(杯) 술(酒)

밤이(夜) 저물어도(闌) 그 사람(人) 돌아오지(歸) 아니하네(未).

50. 聞笛(문적) ― 古玉 鄭 碏(고옥 정 작)

遠遠沙上人

初疑雙白鷺

臨風忽橫笛

寥亮江天暮

원원사상인 초의쌍백로 임풍홀횡적 요량강천모

 

멀리 모래밭 위의 사람 처음에는 짝 지은 해오리인가 했느니.

피리소리 갑자기 바람결에 일어나 저문 강 하늘에 울려 퍼지고.

直譯

멀고(遠) 아득한(遠) 모래(沙) 위의(上) 사람(人).

처음에는(初) 한 쌍의(雙) 하얀(白) 해오라기인가(鷺) 의심했는데(疑).

바람에(風) 임하여(臨) 갑자기(忽) 빗겨 가는(橫) 피리소리(笛)

저문(暮) 강(江) 하늘에(天) 쓸쓸히(寥) 잘 통하네(亮).

51. 謝柳監司永詢(사유감사영순) ― 竹閣 李光友(죽각 이광우)

杖履追隨地

淸溪空自流

當時眞面目

方丈聳千秋

장리추수지 청계공자류 당시진면목 방장용천추

땅을 쫓아 따르는 지팡이와 신 맑은 시내만이 부질없이 흐르는데.

그 때의 참된 모습이여 오래도록 높이 솟은 방장산.

直譯

지팡이와(杖) 신만이(履) 땅을(地) 쫓아(追) 따르고(隨)

맑은(淸) 시내는(溪) 부질없이(空) 저절로(自) 흐르네(流).

그(當) 때에(時) 참된(眞) 얼굴과(面) 눈이여(目)

신선이 산다는 방장산이(方丈) 오랜(千) 세월(秋) 높이 솟아있네(聳).

52. 在海鎭營中(재해진영중) ― 汝諧 李舜臣(여해 이순신)

水國秋光暮

驚寒雁陣高

憂心轉輾夜

殘月照弓刀

수국추광모 경한안진고 우심전전야 잔월조궁도

 

가을빛이 저문 물나라 기러기 떼 추위에 놀라 높이 날고

엎치락뒤치락 나라 걱정하는 밤 새벽달만이 궁도를 비추고.

直譯

물의(水) 나라에(國) 가을(秋) 빛은(光) 저물어(暮)

추위에(寒) 놀란(驚) 기러기(雁) 떼(陣) 높고(高).

걱정하는(憂) 마음에(心) 구르고(轉) 구르는(輾) 밤(夜)

남은(殘) 달만이(月) 활과(弓) 칼을(刀) 비추네(照).

53. 有歎(유탄) ― 止叔 尹 渟(지숙 윤 정)

幣屣堯天下 淸風有許由 分內無棄物 獨契自家牛

폐사요천하 청풍유허유 분내무기물 독계자가우

헤어진 짚신은 요임금의 천하요 맑은 바람에 허유 있었지.

분수 안에 버릴 것 없나니 혼자 자기 집 소 몰고 가네.

直譯

헤어진(幣) 짚신은(屣) 요임금의(堯) 하늘(天) 아래요(下)

맑은(淸) 바람엔(風) 허유라는 사람(許由) 있었네(有).

분수(分) 안에(內) 버릴(棄) 물건이(物) 없거니(無)

홀로(獨) 자기(自) 집(家) 소와(牛) 인연을 맺네(契).

낱말풀이 / 堯 : 고대 제왕의 이름. 명군(名君)․성군(聖君)의 뜻으로 쓰임.

許由 : 요(堯) 임금 때의 현사(賢士).

요임금이 천하를 그에게 양여하려 했으나 거절하고 기산(箕山)으로 들어가 숨음.

54. 山寺(산사) ― 白湖 林 悌(백호 임 제)

半夜林僧宿 重雲濕草衣 岩扉開晩日 棲鳥始驚飛

반야임승숙 중운습초의 암비개만일 서조시경비

스님도 잠든 이 한밤 옷자락을 적시는 무거운 구름.

황혼에 바위 사립을 여니 잠든 새들 놀라 날고.

直譯

한창(半) 밤이라(夜) 숲(林) 스님은(僧) 잠자고(宿)

무거운(重) 구름은(雲) 풀(草) 옷을(衣) 적시네(濕).

저문(晩) 해에(日) 바위(岩) 문짝을(扉) 열면(開)

깃 들어 있는(棲) 새(鳥) 비로소(始) 놀라(驚) 날아가고(飛).

55. 弘慶寺(홍경사) ― 玉峰 白光勳(옥봉 백광훈)

秋草前朝寺 殘碑學士文 千年有流水 落日見歸雲

추초전조사 잔비학사문 천년유류수 낙일견귀운

지난 조정의 절엔 가을 풀 남은 비에는 학사의 글.

천년동안 물만 흐르는데 지는 햇살에 돌아가는 구름만 보네.

直譯

가을(秋) 풀은(草) 앞(前) 조정의(朝) 절이요(寺)

남아있는(殘) 비석에는(碑) 학문을 하는(學) 선비의(士) 글이네(文).

오랜(千) 해(年) 물만(水) 흐르고(流) 있고(有)

지는(落) 해에(日) 돌아가는(歸) 구름만(雲) 보네(見).

56. 題僧軸(제승축) ― 玉峰 白光勳(옥봉 백광훈)

智異雙溪勝 金剛萬瀑奇 名山身未到 每賦送僧詩

지리쌍계승 금강만폭기 명산신미도 매부송승시

지리산에 뛰어난 쌍계사 금강산엔 기이한 만폭동.

가보지 못한 명산이지만 때마다 스님 송별하는 시를 짓네.

直譯

지리산에는(智異) 쌍계사가(雙溪) 뛰어나고(勝)

금강산에는(金剛) 만폭동이(萬瀑) 기이하네(奇).

이름난(名) 산에(山) 몸소(身) 이르지(到) 못하고(未)

때마다(每) 스님(僧) 보내는(送) 시만(詩) 짓네(賦).

57. 山寺(산사) ― 蓀谷 李 達(손곡 이 달)

寺在白雲中 白雲僧不掃 客來門始開 萬壑松花老

사재백운중 백운승불소 객래문시개 만학송화노

흰 구름 속에 있는 절 스님은 그 흰 구름 쓸지 않고.

비로소 손님이 와 문을 여니 늙어버린 온 골짝의 솔 꽃.

直譯

절은(寺) 흰(白) 구름(雲) 속에(中) 있고(在)

흰(白) 구름을(雲) 스님은(僧) 쓸지(掃) 아니하네(不).

나그네(客) 와서야(來) 문이(門) 비로소(始) 열리고(開)

온(萬) 골짝의(壑) 소나무(松) 꽃은(花) 늙었네(老).

58. 回舟(회주) ― 蓀谷 李 達(손곡 이 달)

宿鷺下秋沙 晩蟬鳴江樹 回舟白蘋風 夢落西潭雨

숙로하추사 만선명강수 회주백빈풍 몽락서담우

자던 해오라기 모래밭에 내리고 강가 나무에서 우는 저녁 매미.

흰 마름 바람에 배를 돌리면 서쪽 연못 빗발에 떨어지는 꿈.

直譯

자던(宿) 해오라기(鷺) 가을(秋) 모래에(沙) 내리고(下)

저녁(晩) 매미는(蟬) 강가(江) 나무에서(樹) 우네(鳴).

흰(白) 마름(蘋) 바람에(風) 배를(舟) 돌리면(回)

꿈은(夢) 서쪽(西) 연못(潭) 비로(雨) 떨어지네(落).

59. 松都懷古(송도회고) ― 草樓 權 韐(초루 권 겹)

雪月前朝色 寒鍾故國聲 南樓愁獨立 殘郭曉雲生

설월전조색 한종고국성 남루수독립 잔곽효운생

눈의 달빛은 전조의 빛깔 차가운 종소리는 옛 나라 소리.

남루에 시름하며 홀로 섰으니 허물어진 성곽에 이는 새벽 구름.

直譯

눈의(雪) 달빛은(月) 앞(前) 조정의(朝) 빛깔이요(色)

차가운(寒) 종소리는(鍾) 옛(故) 나라의(國) 소리이네(聲).

남쪽(南) 다락에(樓) 시름하며(愁) 홀로(獨) 섰으니(立)

허물어진(殘) 성곽에(郭) 새벽(曉) 구름이(雲) 이네(生).

60. 老馬(노마) ― 楊浦 崔 澱(양포 최 전)

老馬枕松根 夢行千里路 秋風落葉聲 驚起斜陽暮

노마침송근 몽행천리로 추풍락엽성 경기사양모

솔뿌리 베고 누운 늙은 저 말 꿈속에 달린 천리 길.

가을 바람에 지는 낙엽 소리에 놀라 깨어니니 어느새 저무는 해.

直譯

늙은(老) 말이(馬) 소나무(松) 뿌리를(根) 베개하고(枕)

꿈에(夢) 천리의(千里) 길을(路) 갔네(行).

가을(秋) 바람에(風) 떨어지는(落) 나뭇잎(葉) 소리에(聲)

놀라(驚) 일어나니(起) 볕은(陽) 기울어(斜) 저무네(暮).

61. 江夜(강야) ― 五山 車天輅(오산 차천로)

夜靜魚登釣 波淺月滿舟 一聲南去雁 啼送海山秋

야정어등조 파천월만주 일성남거안 제송해산추

고요한 밤 고기는 낚이고 물결은 얕고 배에 가득한 달 빛.

강남으로 날아가는 기러기 한 소리 울어 보내는 바다 산의 가을이여.

直譯

밤은(夜) 고요한데(靜) 고기는(魚) 낚시에(釣) 오르고(登)

물결은(波) 얕고(淺) 달빛은(月) 배에(舟) 가득하네(滿).

한(一) 소리에(聲) 남쪽으로(南) 가는(去) 기러기(雁)

바다(海) 산의(山) 가을을(秋) 울어(啼) 보내네(送).

 

朝鮮 前期(조선 전기)

62. 全州懷古(전주회고) ― 陽村 權 近(양촌 권 근)

巨鎭分南北 完山最古奇 千峰鐘王氣 一代啓鴻基

거진분남북 완산최고기 천봉종왕기 일대계홍기

산성은 남북으로 나뉘는데 완산이 가장 빼어났네.

천 봉우리 기운 모아 큰 터전 열었느니.

直譯

큰(巨) 진영(鎭) 남(南) 북으로(北) 나뉘었느니(分)

완산은(完山) 가장(最) 오래(古) 뛰어났노라(奇).

천(千) 봉우리(峯) 왕의(王) 기운으로(氣) 종이 되어(鐘)

한(一) 시대(代) 큰(鴻) 터전(基 : 왕궁의 터) 열었노라(啓).

낱말풀이 / 巨鎭 : 큰 산성(山城). 鴻基 : 왕궁의 터.

63. 題壁(제벽) ― 猿亭 崔壽峸(원정 최수성)

水澤魚龍國 山林鳥獸家 孤舟明月在 何處是生涯

수택어룡국 산림조수가 고주명월재 하처시생애

못은 어룡의 나라 숲은 새 짐승의 집.

외로운 배에 달 밝은데 어느 곳에서 한평생을.

直譯

물(水) 못은(澤) 고기와(魚) 용의(龍) 나라요(國)

산(山) 숲은(林) 새와(鳥) 짐승의(獸) 집이라(家).

외로운(孤) 배엔(舟) 밝은(明) 달이(月) 있는데(在)

어느(何) 곳에서(處) 한 평생(生) 끝까지(涯) 다스릴꼬(是).

낱말풀이 / 魚龍國 : 고기와 용이 노는 곳.

64. 天王峰(천왕봉) ― 南溟 曺 植(남명 조 식)

請看千石鐘 非大扣無聲 萬古天王峯 天鳴猶不鳴

청간천석종 비대구무성 만고천왕봉 천명유불명

천 석이나 되는 종 크게 쳐야 소리 나는데.

만고의 저 천왕봉 하늘이 쳐도 울리지 않으리.

直譯

천(千) 근이나 되는(石) 종을(鐘) 청하여(請) 바라보니(看)

크게(大) 두드리지(扣) 아니하면(非) 소리가(聲) 없다네(無).

크게(萬) 오래된(古) 천왕봉은(天王峰)

하늘이(天) 울리어도(鳴) 오히려(猶) 울지(鳴) 아니하네(不).

낱말풀이 / 大扣 : 큰 종채로 치다. 千石 : 부피의 단위 섬. 무게의 단위.

一石은 120斤. 天鳴 : 하늘이 울리는 것.

65. 聖心泉(성심천) ― 忠齋 崔淑生(충재 최숙생)

何以醒我心 澄泉皎如玉 坐石風動裙 挹流月盈掬

하이성아심 징천교여옥 좌석풍동군 읍류월영국

내 마음 어찌 맑게 할까 샘물은 구슬처럼 맑아라.

돌에 앉으니 옷깃 펄럭 물을 뜨니 손바닥에 가득한 달.

直譯

어찌(何) 하여야(以) 나의(我) 마음(心) 깨일까(醒)

맑은(澄) 샘은(泉) 구슬과(玉) 같이(如) 맑네(皎).

돌에(石) 앉으니(坐) 바람은(風) 치마를(裙) 움직이고(動)

흐르는 물을(流) 움키니(挹) 달은(月) 손바닥에(掬) 가득하네(盈).

낱말풀이 / 動裙 : 치마를 움직임. 月盈掬 : 달이 두 손에 뜬 물에 비침.

66. 山中秋雨(산중추우) ― 村隱 劉希慶(촌은 유희경)

白露下秋空 山中桂花發 折得最高枝 歸來伴明月

백로하추공 산중계화발 절득최고지 귀래반명월

하얀 이슬 내리는 가을 산중에 계수나무 꽃 피고.

높은 가지 꺾어 밝은 달 짝하여 돌아오네.

直譯

하얀(白) 이슬은(露) 가을(秋) 하늘에서(空) 내리고(下)

산(山) 속에선(中) 계수나무(桂) 꽃(花) 피어나네(發).

가장(最) 높은(高) 가지(枝) 꺾어(折) 들고(得)

밝은(明) 달(月) 짝하여(伴) 돌아(歸) 오네(來).

낱말풀이 / 折得 : 꺾어 들고. 伴明月 : 밝은 달을 짝하여.

67. 紫霞洞(자하동) ― 君受 河偉量(군수 하위량)

松花金粉落 春澗玉聲寒 盤石客來坐 仙人舊有壇

송화금분락 춘간옥성한 반석객래좌 선인구유단

소나무 꽃은 금빛가루 봄 시내는 차가운 옥소리

나그네 와서 앉은 그 반석은 옛날에 신선이 있었던 단.

直譯

소나무(松) 꽃에서(花) 금빛(金) 가루(粉) 떨어지고(落)

봄(春) 산골 물은(澗) 옥(玉) 소리로(聲) 차가워라(寒).

소반(盤) 바위에(石) 나그네(客) 와서(來) 앉나니(坐)

신선(仙) 사람이(人) 옛날(舊) 있었던(有) 단이라네(檀).

낱말풀이 / 紫霞 : 신선이 사는 곳에 떠돈다는 자줏빛 운기(雲氣).

68. 山居(산거) ― 竹庵 許景胤(죽암 허경윤)

柴扉尨亂吠 窓外白雲迷 石徑人誰至 春林鳥自啼

시비방란폐 창외백운미 석경인수지 춘림조자제

삽살개 사립문에서 짖어대는데 창밖에 헤매는 흰 구름.

올 이 없는 이 돌길 봄 숲에선 새만이 지저귀네.

直譯

땔나무로 된(柴) 문짝에서(扉) 삽살개는(尨) 어지러이(亂) 짖어대고(吠)

창(窓) 밖에는(外) 흰(白) 구름이(雲) 헤매네(迷).

이 돌(石) 길에(徑) 사람(人) 누가(誰) 이르겠나(至)

봄(春) 수풀에서(林) 새만(鳥) 스스로(自) 울어대네(啼).

69. 遺懷(유회) ― 蓮峰 李基卨(연봉 이기설)

窓外連宵雨 庭邊木葉空 騷人驚起晏 長嘯倚西風

창외연소우 정변목엽공 소인경기안 장소의서풍

창밖엔 연이은 밤비 나뭇잎도 다 져 텅 빈 뜰.

시인은 놀라 일어나 길게 읊조리며 기대보는 가을 바람.

直譯

창(窓) 밖에(外) 연이은(連) 밤(宵) 비로(雨)

뜰(庭) 가의(邊) 나무(木) 잎은(葉) 다했네(空).

글쓰는(騷) 사람(人) 늦게(晏) 놀라(驚) 일어나(起)

길이(長) 읊조리며(嘯) 가을(西) 바람에(風) 기대네(倚).

70. 過古寺(과고사) ― 淸虛 休 靜(청허 휴 정)

花落僧長閉 春尋客不歸 風搖巢鶴影 雲濕坐禪衣

화락승장폐 춘심객불귀 풍요소학영 운습좌선의

꽃이 지니 스님은 문을 닫고 봄 찾는 나그네 돌아갈 줄 모르네.

바람은 둥지의 학 그림자 흔들고 구름은 좌선하는 옷깃 적시네.

直譯

꽃이(花) 지니(落) 스님은(僧) 오래도록(長) 문을 잠갔고(閉)

봄에(春) 찾아온(尋) 나그네는(客) 돌아가지(歸) 아니하네(不).

바람은(風) 보금자리의(巢) 학(鶴) 그림자(影) 흔들고(搖)

구름은(風) 앉아서(坐) 참선하는(禪) 옷을(衣) 적시네(濕).

낱말풀이 / 春尋 : 화전놀이.

71.題畵(제화) ― 林光澤(임광택)

白頭蒼面叟 倚樹午眠閒 夢亦非塵界 靑山綠水間

백두창면수 의수오면한 몽역비진계 청산녹수간

하얀 머리 푸른 얼굴 노인 나무에 기대 한가로운 낮잠.

꿈 또한 속세 아니니 파란 산 푸른 물 사일레라.

直譯

흰(白) 머리에(頭) 푸른(蒼) 얼굴의(面) 늙은이(叟)

나무에(樹) 기대고(倚) 한가로이(閒) 낮(午) 잠을 자네(眠).

꿈(夢) 또한(亦) 티끌의(塵) 세계가(界) 아니니(非)

푸른(靑) 산(山) 푸른(綠) 물(水) 사이라네(間).

낱말풀이 / 蒼面叟 : 창백한 얼굴의 노인. 塵界 : 속세.

72. 題畵障(제화장) ― 西坰 柳 根(서경 유 근)

日暖花如錦 風輕柳拂絲 尋訪應有意 童子抱琴隨

일난화여풍 풍경유불사 심방응유의 동자포금수

꽃이 비단 같은 따스한 날씨 버들가지 실로 나부끼는 가벼운 바람.

찾아온 뜻 응당 있을지니 아이야 거문고 안고 따르렴.

直譯

날씨(日) 따뜻하니(暖) 꽃은(花) 비단(錦) 같고(如)

바람(風) 가벼우니(輕) 버들엔(柳) 실(絲) 바람이네(拂).

찾아(尋) 방문함엔(訪) 응당(應) 뜻이(意) 있으리니(有)

아이는(童子) 거문고를(琴) 안고(抱) 따르네(隨).

낱말풀이 / 柳拂絲 : 버들이 바람에 한들거림. 應有意 : 응당히 생각이 있음.

73. 山行(산행) ― 雪峯 姜柏年(설봉 강백년)

十里無人響 山空春鳥啼 逢僧問前路 僧去路還迷

십리무인향 산공춘조제 봉승문전로 승거로환미

사람 소리 없는 십리 빈 산엔 봄 새 소리.

스님 만나 앞 길 묻고서 스님 떠나니 다시 길 잃고.

直譯

십(十) 리에(里) 사람(人) 소리(響) 없고(無)

산은(山) 비어(空) 봄(春) 새만(鳥) 우네(啼).

스님(僧) 만나(逢) 앞(前) 길(路) 묻고(問)

스님(僧) 가니(去) 길에서(路) 도로(還) 헤매네(迷).

낱말풀이 / 人響 : 사람의 말소리.

74. 與諸義士相別(여제의사상별) ― 元讓 崔孝一(원양 최효일)

壯氣連天鬱 精忠貫日明 男兒一掬淚 不獨爲今行

장기연천울 정충관일명 남아일국루 부독위금행

무성히 하늘에 이어진 장한 기운 참된 충성은 해를 꿰뚫어 밝은데.

사나이 이 한 움큼의 눈물이 어찌 이 걸음 때문이랴.

直譯

장한(壯) 기운은(氣) 하늘에(天) 이어져(連) 무성하고(鬱)

참된(精) 충성은(忠) 해를(日) 꿰뚫어(貫) 밝다(明).

사나이(男兒) 한(一) 움큼(掬) 흐르는 눈물이(漏)

다만(獨) 이제(今) 가는 걸음을(行) 위함만은(爲) 아니니라(不).

75. 途中(도중) ― 霞谷 尹 堦(하곡 윤 계)

日暮朔風起 天寒行路難 白烟生凍樹 山店雪中看

일모삭풍기 천한행로난 백연생동수 산점설중간

해 저무니 북쪽 바람이 일고 길을 가기 어려운 추운 날씨

흰 연기는 언 나무에서 나는데 눈 속에 보이는 산 가게

直譯

해(日) 저물어(暮) 북쪽(朔) 바람이(風) 일고(起)

날씨(天) 추우니(寒) 길을(路) 가기(行) 어려워라(難).

흰(白) 연기는(烟) 언(凍) 나무에서(樹) 나는데(生)

산(山) 가게가(店) 눈(雪) 가운데(中) 보이네(看)

76. 金剛山(금강산) ― 尤庵 宋時熱(우암 송시열)

山與雲俱白 雲山不辯容 雲歸山獨立 一萬二千峰

산여운구백 운산불변용 운귀산독립 일만이천봉

산과 구름 함께 희니 구름과 산 구별할 수 없는데.

구름 가고 산 홀로 서니 일만 이천 봉우리.

直譯

산이(山) 구름과(雲) 더불어(與) 함께(俱) 하야니(白)

구름과(雲) 산(山) 모습을(容) 나눌 수(辯) 없다네(不).

구름(雲) 가고(歸) 산(山) 홀로(獨) 섰으니(立)

일(一) 만(萬) 이(二) 천(千) 봉우리라네(峯).

낱말풀이 / 雲山 : 구름이 산에 덮여있음.

77. 遊山寺(유산사) ― 春圃 嚴義吉(춘포 엄의길)

紫陌三年客 靑山一老僧 相逢談笑處 蘿月不懸燈

자맥삼년객 청산일노승 상봉담소처 나월불현등

자줏빛 두렁에 삼 년 나그네 푸른 산 어느 늙으신 스님.

서로 만나 웃고 이야기하는데 덩굴에 걸린 달이 등불.

直譯

자줏빛(紫) 두렁 길에(陌) 세(三) 해의(年) 나그네(客)

푸른(靑) 산에(山) 한(一) 늙은(老) 스님(僧).

서로(相) 맞나(逢) 이야기하고(談) 웃는(笑) 곳에(處)

댕댕이 덩굴의(蘿) 달로(月) 등을(燈) 달 것이(懸) 없다네(不).

낱말풀이 / 蘿月 : 댕댕이 덩굴에 걸쳐있는 달.

不懸燈 : 등불을 켜서 달 필요가 없음.

78. 夜坐(야좌) ― 春圃 嚴義吉(춘포 엄의길)

谷靜無人跡 庭空有月痕 忽聞山犬吠 沽酒客敲門

곡정무인적 정공유월흔 홀문산견폐 고주객고문

사람의 자취 없어 고요한 골짝 빈 뜰엔 달 흔적만.

문득 개 짖는 소리는 술 사려는 나그네가 문을 두드림이라.

直譯

골짝이(谷) 고요하여(靜) 사람(人) 자취(跡) 없고(無)

뜰이(庭) 비어(空) 달(月) 흔적이(痕) 있네(有).

문득(忽) 산에(山) 개(犬) 짖는 소리(吠) 들리는 것은(聞)

술(酒) 사려는(沽) 나그네가(客) 문을(門) 두드림이라(敲).

79. 藥山東臺(약산동대) ― 草盧 李惟齋(초노 이유재)

藥石千年在 晴江萬里長 出門一大笑 獨立倚斜陽

약석천년재 청강만리장 출문일대소 독립의사양

약 바위 천 년 있고 맑은 강 만리로 길구나.

문을 나와 한번 큰 웃음 홀로 서서 지는 해에 기댄다.

약산의(藥) 바위(石) 천(千) 년을(年) 있고(在)

맑은(晴) 강(江) 만(萬) 리나(里) 기네(長).

문에서(門) 나와(出) 한번(一) 크게(大) 웃고(笑)

홀로(獨) 서서(立) 기우는(斜) 빛에(陽) 의지하네(倚)

낱말풀이 / 藥石 : 약산의 바위.

80. 題畵(제화) ― 龜石 金得臣(구석 김득신)

古木寒煙裏 秋山白雲邊 暮江風浪起 漁子急回船

고목한연리 추산백운변 모강풍랑기 어자급회선

찬 연기 속에 늙은 나무 흰 구름 가엔 가을 산.

풍랑 일어나는 저녁 강에 서둘러 뱃머리 돌리는 어부여.

直譯

옛(古) 나무는(木) 차가운(寒) 연기(煙) 속이고(裏)

가을(秋) 산은(山) 흰(白) 구름(雲) 가장자리네(邊).

저무는(暮) 강엔(江) 바람(風) 물결(浪) 일고(起)

고기 잡는(漁) 이(子) 급히(急) 배를(船) 돌리네(回).

낱말풀이 / 漁子 : 어부.

81. 詠菊(영국) ― 高徵厚(고징후)

微草幽貞趣 正猶君子人 斯人不可見 徒與物相親

미초유정취 정유군자인 사인불가견 도여물상친

작은 풀 그윽하고 곧아 바로 군자 같아라.

이런 사람 만날 수 없어 헛되이 국화만 사랑하네.

直譯

작은(微) 풀에(草) 그윽하고(幽) 곧은(貞) 자태이니(趣)

참으로(正) 군자와(君子) 같은(猶) 사람이라네(人).

이런(斯) 사람(人) 보는 것이(見) 가하지(可) 아니하니(不)

헛되이(徒) 물건과(物) 더불어(與) 서로(相) 친하네(親).

낱말풀이 / 幽貞趣 : 그윽하고 곧은 정취. 徒與物 : 한갓 풀인 국화와 더불어.

君子 : 학식과 덕행이 높은 사람. 마음이 착하고 무던한 사람. 관직이 높은 사람.

82. 盆梅(분매) ― 滄溪 林 泳(창계 임 영)

白玉堂中樹 開花近客杯 滿天風雪裏 何處得夫來

백옥당중수 개화근객배 만천풍설리 하처득부래

백옥당에 매화나무 꽃 피어 손님 술잔에 가깝구나.

하늘 가득 눈바람 속인데 어디서 얻어 왔느뇨.

直譯

흰(白) 구슬(玉) 집이라는(堂) 백옥당(白玉堂) 가운데(中) 나무(樹)

꽃이(花) 피어(開) 나그네(客) 술잔에(杯) 가깝네(近).

하늘(天) 가득한(滿) 바람과(風) 눈(雪) 속(裏)

어느(何) 곳에서(處) 그(夫) 얻어(得) 왔느뇨(來).

낱말풀이 / 近客杯 : 나그네가 술을 마시는 자리에 놓여 있음.

83. 題墨竹後(제묵죽후) ― 鄭 敍(정 서)

閑餘弄筆硯 寫作一竿竹 時於壁上間 幽恣故不俗

한여농필연 사작일간죽 시어벽상간 유자고불속

한가로이 붓을 놀리어 대나무 하나 그렸지.

벽에 걸어 때때로 보니 그윽한 모습 속되지 않구나.

直譯

한가하고(閑) 여유로와(餘) 붓과(筆) 벼루(硯) 희롱하여(弄)

한(一) 장대(竿) 대를(竹) 그려(寫) 만들었네(作).

때로(時) 벽(壁) 위에 두어(上) 사이 하니(間)

그윽한(幽) 모습인(恣) 까닭으로(故) 속되지(俗) 아니하네(不).

낱말풀이 / 幽恣 : 그윽한 모습.

84. 三淸洞(삼청동) ― 巷東 金富賢(항동 김부현)

溪上離離草 侵人坐處生 不知衣露濕 猶自聽溪聲

계상리리초 침인좌처생 부지의로습 유자청계성

시냇가에 흩어진 풀 사람 앉을 자리에도 돋아났네.

옷이 이슬에 젖는 줄 모르고 태연히 시내 물소리만 듣네.

直譯

시내(溪) 위의(上) 나란하고(離) 나란한(離) 풀이(草)

사람의(人) 앉을(坐) 곳(處) 침범하여(侵) 나있네(生).

옷이(衣) 이슬에(露) 젖는 줄(濕) 알지(知) 못하고(不)

태연히(猶) 시내(溪) 소리만(聲) 스스로(自) 듣네(聽).

85. 山氣(산기) ― 眉叟 許 穆(미수 허 목)

(一)

陽阿春氣早 山鳥自相親 物我兩忘處 始覺百獸馴

양아춘기조 산조자상친 물아양망처 시각백수순

봄기운 이른 따뜻한 언덕 산새들 서로 사랑.

자연과 나 깃들 곳 잊어 비로소 알겠네 뭇 짐승 순치 되었음을.

直譯

따뜻한(陽) 언덕에(阿) 봄(春) 기운(氣) 이른데(早)

산(山) 새(鳥) 저절로(自) 서로(相) 사랑하네(親).

물건과(物) 나(我) 둘(兩) 거처(處) 잊으니(忘)

비로소(始) 모든(百) 짐승(獸) 길들여짐을(馴) 깨닫겠네(覺).

 

(二)

空堦鳥雀下 無事晝掩門 靜中觀物理 居室一乾坤

공계조작하 무사주엄문 정중관물리 거실일건곤

참새 내리는 빈 섬돌 일도 없어 낮에 문 닫고.

고요히 살펴보는 만물 이치 살고있는 방이 하나의 건곤이라.

直譯

빈(空) 섬돌에(堦 : 階) 새(鳥) 참새(雀) 내려오고(下)

일이(事) 없어(無) 낮에도(晝) 문을(門) 닫았네(掩).

고요한(靜) 가운데(中) 물건(物) 이치(理) 살펴보면(觀)

사는(居) 집이(室) 하나의(一) 하늘과(乾) 땅이라네(坤).

86. 流頭(유두) ― 金錫龜(김석구)

提壺來郭外 佳節是流頭 閒臥松陰夕 淸風不讓秋

제호래곽외 가절시유두 한와송음석 청풍불양추

술병 들고 성밖 나오니 좋은 시절 유두라.

한가로이 솔 그늘에 누우니 바람은 맑은 가을.

直譯

술병(壺) 들고(提) 성(郭) 밖에(外) 오니(來)

좋은(佳) 시절은(節) 이에(是) 유두라(流頭).

한가로이(閒) 솔(松) 그늘(陰) 저녁에(夕) 누웠으니(臥)

맑은(淸) 바람은(風) 가을을(秋) 양보하지(讓) 아니하네(不).

낱말풀이 / 提壺 : 술병을 옆에 참. 流頭 : 음력 6월 보름날.

87. 月夜(월야) ― 林瑞珪(임서규)

琴罷雲侵壁 詩成月滿軒 夢回天已曙 窓外衆禽喧

금파운침벽 시성월만헌 몽회천이서 창외중금훤

거문고 소리 끝나니 벽엔 구름 시를 짓고 나니 처마엔 달.

꿈 깨어난 새벽 창밖에는 온갖 새소리.

直譯

거문고(琴) 그치니(罷) 구름이(雲) 벽을(壁) 침범하고(侵)

시가(詩) 이루어지니(成) 달은(月) 추녀에(軒) 가득하네(滿).

꿈에서(夢) 돌아오니(回) 하늘은(天) 이미(已) 새벽이라(曙)

창(窓) 밖에(外) 많은(衆) 새(禽) 시끄럽네(喧)

낱말풀이 / 衆禽喧 : 온갖 새들이 지저귐.

88. 遊安心寺(유안심사) ― 冲 徽(충 휘)

夜雨朝來歇 靑霞濕落花 山僧留歸客 手自煮新茶

야우조래헐 청하습낙화 산승유귀객 수자자신다

밤비 개인 아침 꽃을 적시는 푸른 안개.

스님은 나그네 붙들고 손수 차를 달이네.

밤(夜) 비(雨) 아침에(早) 이르러(來) 개이고(歇)

푸른(靑) 안개(霞) 지는(落) 꽃을(花) 적시네(濕).

산(山) 스님은(僧) 돌아가는(歸) 나그네(客) 머무르게 하고(留)

손수(手) 스스로(自) 새로이(新) 차를(茶) 다리네(煮).

낱말풀이 / 靑霞 : 푸른 빛 어린 아지랑이. 手自 : 손수.

89. 夜景(야경) ― 竹泉 金鎭圭(죽천 김진규)

輕雲華月吐 芳樹澹烟沈 夜久孤村靜 淸泉響竹林

경운화월토 방수담연침 야구고촌정 청천향죽림

달을 토해내는 가벼운 구름 꽃다운 나무에 잠기는 맑은 연기.

밤이 깊어 고요한 외딴 마을 맑은 샘물이 대숲을 울리고.

直譯

가벼운(輕) 구름은(雲) 아름다운(華) 달을(月) 토해내고(吐)

꽃다운(芳) 나무에는(樹) 맑은(澹) 연기(烟) 잠기네(沈)

밤이(夜) 오래되니(久) 외딴(孤) 마을은(村) 고요하고(靜)

맑은(淸) 샘물이(泉) 대(竹) 숲을(林) 울리네(響).

90. 采蓮曲(채련곡) ― 玄黙 洪萬宗(현묵 홍만종)

彼美采蓮女 繫舟橫塘渚 羞見馬上郞 笑入荷花去

피미채련여 계주횡당저 수견마상랑 소입하화거

연밥 따는 아름다운 저 처녀 물가에 배를 매어두고.

말 위의 사나이가 부끄러워 연꽃 속으로 웃으면서 들어가네.

直譯

저(彼) 아름다운(美) 연을(蓮) 따는(采) 처녀여(女)

가로놓인(橫) 연못(塘) 물가에(渚) 배를(舟) 매두고(繫).

말(馬) 위의(上) 사내를(郞) 부끄러이(羞) 보다가(見)

웃으면서(笑) 연(荷) 꽃으로(花) 들어(入) 가버리네(去).

91. 楓溪夜逢士敬(풍계야봉사경) ― 老稼齋 金昌業(노가재 김창업)

靑林坐來暝 獨自對蒼峰 先君一片月 來掛檻前松

청림좌래명 독자대창봉 선군일편월 래괘함전송

어둠이 찾아온 푸른 숲 속에 앉아 나 홀로 마주한 파란 산.

한 조각달이 그대보다 먼저 난간 앞 소나무로 와 걸렸네.

直譯

푸른(靑) 숲에(林) 앉았으니(坐) 어둠이(暝) 와서(來)

홀로(獨) 몸소(自) 푸른(蒼) 봉우리만(峰) 마주하네(對).

그대에(君) 앞서(先) 한(一) 조각(片) 달이(月)

난간(檻) 앞(前) 소나무로(松) 와(來) 걸렸네(掛).

92. 瀑布(폭포) ― 夢囈 南克寬(몽예 남극관)

白雪掛終古 驚雷殷一壑 晩來更淸壯 高峰秋雨落

백설괘종고 경뇌은일학 만래갱청장 고봉추우락

옛날부터 하얀 눈을 걸고 온 골짝을 놀라게 하는 천둥소리.

저녁이 되니 더욱 맑고 장해 높은 봉우리에서 떨어지는 가을비.

直譯

하얀(白) 눈을(雪) 옛날(古)부터(從) 걸고(掛)

천둥소리(雷) 크게(殷) 한(一) 골짝을(壑) 놀라게 하네(驚).

저녁때에(晩) 이르러(來) 다시(更) 맑고(淸) 장해(壯)

높은(高) 봉우리에서(峰) 가을(秋) 비(雨) 떨어지네(落).

93. 楓岩靜齋秋詞(풍암정재추사) ― 夢囈 南克寬(몽예 남극관)

霜葉自深淺 總看成錦樹 虛齋坐忘言 葉上聽疎雨

상엽자심천 총간성금수 허재좌망언 엽상청소우

저절로 깊고 얕은 단풍 잎 바라보니 모두 비단 나무.

빈 서재에 말을 잊고 앉아 나뭇잎 위 성긴 빗소리 듣네.

直譯

서리(霜) 잎은(葉) 저절로(自) 깊고(深) 얕아서(淺)

모두(總) 바라보니(看) 비단(錦) 나무(樹) 되었네(成).

빈(虛) 집에(齋) 앉아(坐) 말을(言) 잊고서(忘)

잎(葉) 위에(上) 성긴(疎) 빗소리(雨) 듣네(聽).

94. 訪眉叟宗丈(방미수종장) ― 蘭谷 許時亨(난곡 허시형)

相尋闍崛西 深燈風雨夕 牀頭一樹梅 含情若挽客

상심사굴서 심등풍우석 상두일수매 함정약만객

서쪽으로 선생을 찾아가 비바람 저녁 등불에 깊은 밤.

평상 위의 한 떨기 매화는 나그네를 붙드는 듯 정을 머금고.

直譯

선생께서 산다는 지사굴(闍崛) 서쪽으로(西) 찾아가(尋) 보았더니(相)

등불에(燈) 비(雨) 바람(風) 저녁이(夕) 깊었네(深).

평상(牀) 머리에(頭) 나무(樹) 하나(一) 매화는(梅)

정을(情) 머금고(含) 나그네를(客) 잡아당기는 것(挽) 같네(若).

낱말풀이 / 眉叟 : 허목(許穆)의 자(字). 闍崛 : 지사굴산(秪闍崛山).

인도(印度)에 있다는 산(山) 이름. 여기서는 미수(眉叟) 선생이 있는 곳. 宗丈 : 어른.

95. 東郊(동교) ― 涬甫 申熙溟(행보 신희명)

樹擁疑無路 山開忽有村 田翁眠藉草 淸夢繞平原

수옹의무로 산개홀유촌 전옹면자초 청몽요평원

숲이 우거져 길이 없나 했는데 산이 열리자 문득 보이는 마을.

풀을 깔고 잠든 농부 맑은 그 꿈 넓은 들을 둘러싸네.

直譯

나무가(樹) 가리어(擁) 길이(路) 없는지(無) 의심을 했는데(疑)

산이(山) 열리자(開) 문득(忽) 마을이(村) 있네(有).

농사짓는(田) 늙은이(翁) 풀을(草) 깔고(藉) 자니(眠)

맑은(淸) 꿈이(夢) 평평한(平) 벌판을(原) 둘러싸네(繞).

 

 

96. 紫陌春雨(자맥춘우) ― 癯溪 朴景夏(구계 박경하)

東風紫陌來 興與春雲聚 醉臥酒爐邊 衣沾杏花雨

동풍자맥래 흥여춘운취 취와주로변 의첨행화우

서울 거리에 샛바람 불면 봄 구름과 함께 모여드는 흥을.

술 화로 가에 취해 누우면 내 옷은 살구꽃 비에 젖고.

直譯

제왕의 집 빛깔이 있는(紫) 거리에(陌) 동쪽(東) 바람이 불어(風) 오면(來)

흥은(興) 봄(春) 구름과(雲) 더불어(與) 모여드네(聚).

술(酒) 화로(爐) 가에(邊) 취해(醉) 누우면(臥)

옷은(衣) 살구(杏) 꽃(花) 비에(雨) 젖네(沾)

낱말풀이 / 紫陌 : 서울 거리. 東風 : 샛바람.

97. 詠庭前梨樹(영정전이수) ― 聽灘 韓翼恒(청탄 한익항)

一室淸如水 簷端樹自交 夜闌人不寐 明月在花梢

일실청여수 첨단수자교 야란인불매 명월재화초

물과 같이 맑은 온 집안 처마 끝엔 서로 얽힌 나뭇가지.

늦도록 잠 못 이루는 밤 밝은 달만 꽃가지에 걸려있고.

直譯

온(一) 방의(室) 맑기가(淸) 물과(水) 같은데(如)

처마(簷) 끝의(端) 나무는(樹) 절로(自) 섞이었고(交).

밤이(夜) 다하도록(闌) 사람은(人) 잠을 이루지(寐) 못하는데(不)

밝은(明) 달은(月) 꽃(花) 가지 끝에(梢) 있네(在).

98. 和金稷山(화김직산) ― 靑泉 申維翰(청천 신유한)

朱欄俯綠池 日照幽蘭靜 中有鼓琴人 欹巾坐花影

주란부록지 일조유란정 중유고금인 의건좌화영

푸른 못을 굽어보는 붉은 난간에 해 비치니 고요한 난초.

그 가운데 거문고 타는 사람 기울어진 두건으로 꽃 그늘에 앉았네.

直譯

붉은(朱) 난간이(欄) 푸른(綠) 못으로(池) 구부리고(俯)

해(日) 비치니(照) 그윽한(幽) 난초가(蘭) 고요하네(靜).

그 가운데에(中) 거문고(琴) 타는(鼓) 사람(人) 있으니(有)

기울어진(欹) 두건으로(巾) 꽃(花) 그늘에(影) 앉았네(坐).

99. 磧川寺過方丈英禪師(적천사과방장영선사) ― 靑泉 申維翰(청천 신유한)

掃石臨流水 問師何處來 師言無所住 偶與白雲回

소석임유수 문사하처래 사언무소주 우여백운회

흐르는 물가에 돌을 쓸며 스님 어디서 오시느냐고

머무는 데 없이 흰 구름과 짝하여 다닌다고.」

 

直譯

돌을(石) 쓸고(掃) 흐르는(流) 물에(水) 임하여(臨)

스승에게(師) 묻기를(問) 어느(何) 곳에서(處) 오시느냐고(來).

스승이(師) 말하기를(言) 머무는(住) 곳(所) 없이(無)

흰(白) 구름(雲) 더불어(與) 짝하고(偶) 돌아온다고(回).

낱말풀이 / 方丈 : 화상(和尙). 국사(國師) 등의 높은 중의 처소. 또는 주지(住持).

100. 無題(무제) ― 圓嶠 李匡師(원교 이광사)

百鳥棲皆穩 孤跫響獨哀 片雲依石在 孤月照鄕來

백조서개온 고공향독애 편운의석재 고월조향래

새들은 모두 깃들어 평온한데 홀로 슬픈 귀뚜라미 소리.

조각 구름은 돌에 의지해 있고 시골을 비춰 오는 외로운 달.

直譯

온갖(百) 새들은(鳥) 깃들어(棲) 다(皆) 평온하고(穩)

외로운(孤) 귀뚜라미(蛩) 소리(響) 홀로(獨) 슬프네(哀).

조각(片) 구름은(雲) 돌에(石) 의지하여(依) 있고(在)

외로운(孤) 달은(月) 시골을(鄕) 비춰(照) 오네(來).

101. 牧笛(목적) ― 息山 李萬敷(식산 이만부)

短髮尺餘兒 大牛能自領 晩郊留一聲 渡水入山影

단발척여아 대우능자령 만교유일성 도수입산영

한 자 남짓 짧은 머리 아이 그 큰 소를 넉넉히 부리네.

저문 들에 한 소리 남겨 두고 시내 건너 산그늘로 들어가네.

直譯

짧은(短) 머리털이(髮) 한 자(尺) 남짓한(餘) 아이(兒)

큰(大) 소를(牛) 능히(能) 몸소(自) 거느리네(領).

저문(晩) 들에(郊) 한(一) 소리(聲) 남겨두고(留)

물을(水) 건너(渡) 산(山) 그늘로(影) 들어가네(入).

102. 江行(강행) ― 聖齋 李匡呂(성재 이광려)

湖村收宿雨 波色澹淸晨 岸岸蓬底濕 沙上不見人

호촌수숙우 파색담청신 안안봉저습 사상불견인

오랜 비가 걷힌 호수 마을에 물결도 고요한 맑은 새벽.

언덕마다 쑥대 밑이 젖고 사람도 안 보이는 모래밭.

直譯

호수(湖) 마을은(村) 묵은(宿) 비를(雨) 걷고(收)

물결(波) 빛은(色) 맑은(淸) 새벽에(晨) 맑네(澹).

언덕(岸) 언덕엔(岸) 쑥(蓬) 밑이(底) 젖고(濕)

모래(沙) 위엔(上) 사람(人) 보이지(見) 아니하네(不).

 

103. 田翁(전옹) ― 東溪 李英輔(동계 이영보)

輟耕山落日 林逕驅牛去 遙野望家門 烟生喬木處

철경산락일 임경구우거 요야망가문 연생교목처

밭 갈기를 마치자 산의 해 저물어 소 몰고 가는 숲 속 오솔길.

먼 들에서 집의 문을 바라보니 교목 있는 곳에서 이는 저녁 연기.

直譯

밭 갈기를(耕) 그치자(輟) 산의(山) 해는(日) 떨어져(落)

숲 속(林) 오솔길로(逕) 소(牛) 몰고(驅) 가네(去).

먼(遙) 들에서(野) 집의(家) 문을(門) 바라보니(望)

높이 솟은(喬) 나무(木) 있는 곳에서(處) 연기가(烟) 피어오르네(生).

104. 田家(전가) ― 惠寰 李用休(혜환 이용휴)

婦坐搯兒頭 翁傴掃牛圈 庭堆田螺殼 廚遺野蒜本

부좌도아두 옹구소우권 정퇴전라각 주유야산본

앉아서 아이 머리 다독이는 아낙 구부리고 외양간 치는 늙은이.

뜰에는 우렁이 껍질 쌓여있고 부엌에는 마늘 줄기 흩어져있고.

直譯

여자는(婦) 앉아서(坐) 아이(兒) 머리(頭) 두들기고(搯)

늙은이는(翁) 구부리고(傴) 소(牛) 우리(圈) 치네(掃)

뜰에는(庭) 논(田) 고동(螺) 껍질(殼) 쌓여있고(堆)

부엌에는(廚) 들(野) 마늘(蒜) 줄기(本) 놓여있네(遺).

105. 民山(민산) ― 惠寰 李用休(혜환 이용휴)

遠山暮色來 前路行人少 村機猶織聲 西窓有餘照

원산모색래 전로행인소 촌기유직성 서창유여조

먼 산에 저녁 빛이 오니 다니는 사람도 드문 앞길

마을에서는 아직도 베 짜는 소리 서쪽 창엔 석양이 남아 있고.

直譯

먼(遠) 산에(山) 저녁(暮) 빛깔이(色) 오니(來)

앞(前) 길에는(路) 다니는(行) 사람(人) 적네(少).

마을(村) 베틀에서는(機) 아직도(猶) 베 짜는(織) 소리나고(聲)

서쪽(西) 창에는(窓) 빛이(照) 남아(餘) 있네(有).

 

106. 牧童(목동) ― 茂佰 柳東陽(무백 유동양)

驅牛赤脚童 滿載秋山色 叱叱搔蓬頭 長歌歸月夕

구우적각동 만재추산색 질질소봉두 장가귀월석

소를 모는 맨발의 아이 가득 실은 가을 산 빛.

머리 긁으며 소를 모는 소리 긴 노래로 저녁달에 돌아오네.

直譯

소를(牛) 모는(驅) 발가숭이(赤) 다리의(脚) 아이(童)

가을(秋) 산(山) 빛을(色) 가득(滿) 실었네(載).

흐트러진(蓬) 머리(頭) 긁으며(搔) 혀를 차며(叱) 꾸짖는 소리(叱)

긴(長) 노래로(歌) 저녁(夕) 달에(月) 돌아오네(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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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연명 시모음

 

陶淵明의 詩 
 

■ 責子 <자식을 꾸짖음> 

 

白髮被兩鬢  백발피양빈  흰머리가 양쪽 귀밑에 무성하다
肌膚不復實  기부불부실  피부도 거칠어 예전 같지 않네
雖有五男兒  수유오남아  내게 다섯 아들이 있기는 하지만
總不好紙筆  총불호지필  모두 책을 멀리한다
阿舒已二八  아서이이팔  서는 열 여섯이지만
惰故無匹  난타고무필  둘도 없는 게으름뱅이 이고
阿宣行志學  아선행지학  선은 열 다섯 살이건만
而不愛文術  이불애문술  글 쓰는 것을 아예 싫어한다
雍端年十三  옹단년십삼  옹과 단은 열세 살인데
不識六與七  불식육여칠  육과 칠도 분간 못 하고
通子垂九齡  통자수구령  통이란 놈은 아홉 살이 되지만
但覓梨與栗  단멱이여율  배 채울 궁리만 하네
天運苟與此  천운구여차  이 모두가 내가 타고난 하늘의 운명이니
且進杯中物  차진배중물  술이나 먹을 수 밖에

 

■ 癸卯歲始春懷古田舍 二 

 

先師有遺訓  선사유유훈  공자가 가르친 글에는  
憂道不憂貧  우도불우빈  도를 걱정하되 가난은 걱정 말라고 
瞻望邈難逮  첨망막난체  높은 경지 쫒기 어렵지만 
轉欲志長勤  전욕지장근  오래도록 애써볼까 하노라 
秉耒歡時務  병뢰환시무  손수 쟁기 메고 기쁘게 농사 짖고 
解顔勸農人  해안권농인  웃는 얼굴로 농부를 격려 한다 
平주交遠風  평주교원풍  넓고 평평한 밭에 찬바람부니 
良苗亦懷新  양묘역회신  싱싱한 새싹이 알을 품었구나 
雖未量歲功  수미량세공  가을의 수확은 장담하기 어렵지만 
즉事多所欣  즉사다소흔  농사 자체가 기쁘기 한량 없네 
耕種有時息  경종유시식  밭 갈고 씨 뿌리다 밭 두렁에 쉰다 
行者無問津  행자무문진  오가는 사람 없어 나루터 가는 길 묻지 않는다.  
日入相與歸  일입상여귀  날 저물면 돌아와 
壺漿勞近隣  호장노근린  술 항아리 꺼내어 이웃 사람들 위로하네 
長吟掩柴門  장음엄시문  사립문 단은 채 깊어 가는 정담 나누며 
爲膿畝民  요위농무민  한가로이 밭 가는 농부가 되리라 


■ 辛丑歲七月赴假還江陵夜行塗口 <휴가를 마치고 강능으로 가며> 
    

閑居三十載(한거삼십재):삼십년을 한가롭게 살고

遂與塵事冥(수여진사명):세상과 멀어졌다

詩書敦宿好(시서돈숙호):책 읽으며 성품을 가다듬고

林園無世情(임원무세정):속세의 먼지 없는 초야에 살았다.

如何舍此去(여하사차거):어찌 내 고향 버리고

遙遙至西荊(요요지서형):멀리 강능으로 갈 것인가

叩栧新秋月(고예신추월):초가을 달밤에 손을 잡고

臨流別友生(임류별우생):강가에서 벗들과 이별 하니

凉風起將夕(양풍기장석):찬바람 일자 날이 어둡고

夜景湛虛明(야경잠허명):달밤이 티 없이 맑구나.

昭昭天宇闊(소소천우활):밝은 밤, 하늘은 넓게 틔였고,

皛皛川上平(효효천상평):반짝이는 강물은 고요히 흐르는데

懷役不遑寐(회역불황매):힘든 벼슬살이 생각에 잠을 못 이룬다.

中宵尙孤征(중소상고정):깊은 밤에 혼자서 길을 간다.

商歌非吾事(상각비오사):본래 나는 출세할 마음이 없고

依依在耦耕(의의재우경):짝지어 농사짓는 일이 맞다.

投冠旋舊墟(투관선구허):감투 벗고 고향으로 돌아가

不爲好爵榮(불위호작영):벼슬에 다시는 엉키지 않으리라

養眞衡茅下(양진형모하):초가집 밑에서 참된 삶 누리며

庶以善自名(서이선자명):착한 일로 스스로 이름을 내리라

 


■ 庚子歲五月中從都還阻風於規林二首 <바람에 길 막히고 2수> 
  
自古歎行役  자고탄행역  자고로 벼슬살이 어렵다 했거늘
我今始知之  아금시지지  이제야 내가 알았노라
山川一何廣  산천일하광  앞에는 크고 넓은 산과 강이 있고
巽坎難與期  손감난여기  비 바람은 예측할 수가 없으며
崩浪聒天響  불랑괄천향  쏟아져 내리는 물은 하늘을 울리고
長風無息時  장풍무식시  세찬 바람은 쉬지않고 불어온다
久遊戀所生  구유연소생  오래 떠돌다 부모가 그리워 돌아가는 내가
如何淹材玆  여하엄재자  어찌 이 곳에서 머물 수 있으랴
靜念園林好  정념원림호  본래 마음속 깊이 전원을 좋아하는 나는
人間良可辭  인간양가사  마땅히 속세의 벼슬을 버려야지
當年䛯有幾  당연거유기  젊은 시절이 길지도 않거늘 
縱心復何疑  종심부하의  마음 따라 다시는 망서리지 않으리라

 

■ 庚子歲五月中從都還阻風於規林二首 <바람에 길 막히고 1수> 
  
行行循歸露  행행순귀로  걷고 또 걷는 귀향길 
計日望舊居  계일망구거  옛집 볼 날을 헤아리노라
一欣侍溫顔  일흔시온안  먼저 기쁘게 어머님께 인사하고
再喜見友于  재희견우우  즐겁게 형제들을 만나야지
鼓棹路崎曲  고도로기곡  뱃길에 물살은 험난하구나
指景限西隅  지영한서우  태양도 서산마루에 지고 있구나
江山豈不險  강산기불험  강산이 어찌 험하지 않으리오 만
歸子念前塗  귀자염전도  돌아갈 나에겐 앞길 만이 걱정이구나
凱風負我心  개풍부아심  남풍은 내 뜻을 어기고 갈 길을 막으니
戢枻守窮湖  집예수궁호  돛대 거두고 막힌 호수 지키노라
高莽眇無界  고모묘무계  키 큰 잡초가 끝 없이 무성하고
夏木獨森疎  하목독삼소  한 여름 거칠게 자란 풀이 오싹하게 무섭다
誰言客舟遠  수언객주원  내 배는 고향이 멀지 않으니
近瞻百里餘  근첨백리여  백리남짓 바라다 보인다
延目識南領  연목식남령  눈길 뻗으니 여산이 보이거늘
空歎將焉如  공탄장언여  어찌 갈까 허망하게 한숨만 짓는다 

 

■ 丙辰歲八月中於 <병진년 하손에서 추수하며> 

 

貧居依稼穡(빈거의가색) 농사지어 먹는 가난한 살림
戮力東林隈(육력동림외) 온 식구가 힘을 합해 일을 하네
不言春作苦(불언춘작고) 보리고개의 배고픔은 견디겠으나
常恐負所懷(상공부소회) 기대하던 타작 망칠까 두려 웁네
司田眷有秋(사전권유추) 농사감독관이 곡식 익은 것 보고
寄聲與我諧(기성여아해) 희롱조로 풍작이라 내게 말 했으나
飢者歡初飽(기자환초포) 굶주리던 나도 포식할 기쁨에 넘쳐
束帶侯鳴鷄(속대후명계) 의관 갖추고 닭 울기만 기다리네
楊檝越平湖(양즙월평호) 노를 저어 잔잔한 호수를 건너

汎隨淸壑廻(범수청학회) 출렁출렁 맑은 계곡 따라 돌면
鬱鬱荒山裏(울울황산리) 울창하게 숲이 우거진 깊은 산중에
猿聲閑且哀(원성한차애) 원숭이 울음 애처롭고 적막하다
悲風愛靜夜(비풍애정야) 쓸쓸한 밤 바람 더욱 애처롭고
林鳥喜晨開(임조희신개) 날 밝자 새들이 즐거워 한다
日余作此來(일여작차래) 세속을 떠나 농사 지은 지
三四星火頹(삼사성화퇴) 이미 십이년의 세월이 지났노라
姿年逝已老(자년서이로) 몸이 나이를 이미 먹었으나
其事未云乖(기사미운괴) 나의 의지만은 변함이 없네
遙謝荷蓧翁(요사하조옹) 하조옹 바라보고 감상하니
聊得從君栖(료득종군서) 그대 덕택에 내가 물러나 쉬노라

 

■ 自祭文 <내 제문을 쓰다> 


 歲惟丁卯  세유정묘  정묘년
律中無射  율중무사  음력 구월
天寒夜長  천한야장  날씨는 차고 어둡고 긴~밤
風氣蕭索  풍기소삭  쓸쓸하고 스산한 바람만 불어온다
鴻雁于往  홍안우왕  기러기는 어디로 날아가는가
草木黃落  초목황락  나뭇잎은 누렇게 시들어 말라 떨어지네
陶子將辭  도자장사  나는 지금
逆旅之館  역려지관  나그네길 잠시 머물던 곳을 떠나서
永歸於本宅  영귀어본택  영원히 본래의 집으로 돌아가려 한다
故人悽其相悲  고인처기상비  나와 정든 사람들은 애절하게 슬퍼하며
同祖行於今夕  동조행어금석  마지막 떠나는 나를 위해 제사 지내는 구나
羞以嘉蔬  수이가소  젯상에 많은 음식을 차려 놓고
薦以淸酌  천이청작  맑은 술을 따라 올리지만
候顔已冥  후안이명  그러나 나는 이미 죽은 몸
聆音愈漠  영음유막  말하려 해도 가슴만 답답할 뿐
嗚呼哀哉  오호애재  아! 슬프구나
茫茫大塊  망망대괴  넓고 넓은 대지와
悠悠高旻  유유고민  끝없이 높은 하늘
是生萬物  시생만물  하늘과 땅이 만물을 낳았거늘
余得爲人  여득위인  만물 중에도 사람으로 태어나
自余爲人  자여위인  살아오는 동안
逢運之貧  봉운지빈  가난한 운수에 매여서
簞瓢屢罄  단표누경  한 그릇의 밥이나 국물도 배불리 못 먹고
絺綌冬陳  치격동진  갈 옷을 걸치고 추위를 지냈으며
含歡谷汲  함환곡급  계곡 흐르는 물 마시며 즐거웠고
行歌負薪  행가부신  나뭇짐을 지고 내리며 노래했네
翳翳柴門  예예시문  늘 사립문을 닫고 살아서
事我宵晨  사아소신  밤 낯으로 소요하네
春秋代謝  춘추대사  계절이 바뀌는 줄도 모르고
有務中園  유무중원  부지런히 들에 나가 일했네
載耘載耔  재운재자  철 따라 김 매고 북 돋우며
迺育迺繁  내육내번  키우고 늘려나갔네
欣以素牘  흔이소독  때로는 기쁜 마음으로 글 읽고
和以七絃  화이칠현  한가하면 거문고를 타며 즐겼네
冬曝其日  동포기일  겨울에는 따스한 햇살을 쬐고
夏濯其泉  하탁기천  여름에는 흐르는 물에 몸을 씻네
勤靡餘勞  근미여로  죽도록 일 해도
心有常閒  심유상한  마음은 늘 한가로워
樂天委分  낙천위분  즐거운 마음으로 분수에 맞게
以至百年  이지백년  어려워도 평생을 살았네
惟此百年  유차백년  백년도 못 되는 세월을 사는
夫人愛之  부인애지  사람들은 애지중지하며
懼彼無成  구피무성  재산 없음을 걱정하고
愒日惜時  게일석시  하루라도 더 살려고 몸부림치네
存爲世珍  존위세진  살아서는 부귀영화 누리기를 바라고
沒亦見思  몰역견사  죽어서도 오래 기억되길 바라네
嗟我獨邁  차아독매  하지만 나는 홀로 고독하게
曾是異兹  증시이자  오래 전부터 그들과는 다르게 살았네
寵非己榮  총비기영  총애를 영광으로 여기지 않았고
涅豈吾緇  날기오치  속세의 진흙에 물들지 않았네
捽兀窮廬  졸올궁려  나를 바로잡고 허름한 초가에서
酣飮賦詩  감음부시  술을 즐기고 시를 지었네
識運知命  식운지명  내 운명을 스스로 알고 있으니
余今斯化  여금사화  내 운명을 따라야지
可以無恨  가이무한  이제 더 이상 아무런 여한이 없으니
壽涉百齡  수섭백령  백살 가까이 살만큼 살았네
身慕肥遁  신모비돈  유연한 은둔을 좋아하여
從老得終  종로득종  살만큼 살고 늙어서 죽으니
奚所復慕  해부소연  바랄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
寒署逾邁  한서유매  추위와 더위 지나고
亡旣異存  망기이존  죽음은 삶과 다르네
外姻晨來  외인신래  먼 친척들은 새벽에 오고
良友宵奔  양우소분  친한 친구들은 밤에 달려와서
葬之中野  장지중야  들판 가운데 무덤을 만들어
以安其魂  이안기혼  넋을 편안하게 위로해 주네
窅窅我行  요요아행  깊고도 먼 저승길
蕭蕭墓門  소소묘문  무덤 속은 너무도 적막하고 쓸쓸하다
奢恥宋臣  사치송신  송신 한퇴 같이 호화롭게도 하지말고
儉笑王孫  검소왕손  한나라 왕양손 같이 너무 검소함은 웃음꺼리
廓兮已滅  곽혜이멸  텅 빈 묘지에서 사라질 것이니
慨焉已遐  개언이하  흑으로 돌아간 나는 결국 흙과 같이
不封不樹  불봉불수  내 무덤엔 봉분도 나무도 없이
日月遂過  일월수과  세월 속에서 자연에 뭍이 리라
匪貴前譽  비귀전예  살아서도 명리를 귀히 여기지 않았거늘
孰重後歌  숙중후가  죽은 후에 누가 칭송하며 기억하리
人生寔難  인생식난  어려운 삶을 살았다
死如之何  사여지하  하지만, 사후의 세계는 또한 어떨런지
嗚呼哀哉  오호애재  아 ! 서글프고 애통하다 !
  

■ 註釋-------------------------------------------------- 


自祭文/ 도연명이 죽기전에 스스로 지은 제문이다. 아마 마지막 작품일 것이며, 문짐에도 최후의 작품으로 수록되어 있다. 歲惟丁卯/ 때는 정묘년이다. 惟는 어조사다. 丁卯는 도연명이 63세로 세상을 뜨든 해다. 東晋을 찬탈한 劉裕가 죽고, 그의 아들 劉義榮이 宋 文帝로 행세한 元嘉 4년이 된다. 律中無射/ 옛날에는 樂律을 陽과 陰으로 나누워 陽에 속하는 것을 律 陰에 속하는 것을 呂라 했다. 陶子/ 자신을 지칭하는 말이다. 樂天委分/ 천도를 즐기고 자기 분수에 몸을 맏긴다. 無爲自然에 살았다. 인간적인 奸狡한 꾀를 부리지 않고, 素朴眞實하게 살았다. 안분지족 또는 安貧樂道 했다는 뜻. 
  

■ 解說---------------------------------------------------
  

도연명은 자신의 임종에 임박하여 스스로 제문을 지은 글이다. 다가올 자신의 죽음을 미리 예감하고 글을 짓는다는 것은 일상의 범인과 다를 바 없으나 이 글의 내용을 보면 참으로 인간적인 일상을 말하고 있다. 그리고 죽음을 본연의 집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사후의 미래에 두려움을 가지는 한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 주는 글이다. 힘들게 살아온 삶 이였으나, 사후에 대한 공포는 차마 떨쳐 버리지 못한 한 범부의 모습이 숙연하게 느껴진다.


■ 挽歌 3 <땅에 묻히다> 
 

荒草何茫茫  황초하망망  거친 풀밭이 황량하게 우거져 있고
白楊亦蕭蕭  백양역소소  백양나무 외롭게 서 있다
嚴霜九月中  엄상구월중  서리 내리는 구월에
送我出遠郊  송아출원교  마을 사람들 동리 밖에서 나를 배웅하네
四面無人居  사면무인거  내 무덤 주변은 사방에 집 한 채 없고
高墳正초嶢  고분정초요  크고 작은 무덤들만 여기저기 솟아 있네
馬爲仰天鳴  마위앙천명  말도 하늘 보며 울고
風爲自蕭條  풍위자소조  찬 바람은 쓸쓸하게 불어온다
幽室一已閉  유실일이폐  무덤 한번 덮이고 나면
千年不復朝  천년불복조  두 번 다시 아침을 못 볼 것이니
賢達無奈何  현달무내하  현명하거나 도통해도 어찌할 수 없다
向來相送人  향래상송인  내 무덤을 만든 친지들도
各自還其家  각자환기가  하나 둘 각자 집으로 돌아가네
親戚或餘悲  친척혹여비  친인척들 간혹 슬퍼할 뿐
他人亦已歌  타인역이가  다른 사람들은 이미 울음을 그쳤네
死去何所道  사거하소도  죽은 나는 어찌할 방도가 없어
託體同山阿  탁체동산아  몸을 땅에 맡기고 흙으로 돌아가네

 

■ 連雨獨飮 <장마철에 술 마시며> 

 

運生會歸盡  운생회귀진  태어나면 반드시 죽기마련 
終古謂之然  종고위지연  그것은 변하지 않을 영원한 진리다 
世間有松喬  세간유송교  적송자 왕교가 신선 되었다 하지만 
於今定何聞  어금정하문  지금 그들의 소식 알지 못하네 
故老贈余酒  고로증여주  근엄한 노인장이 내게 술을 권하며 
乃言飮得仙  내언음득선  마시면 신선이 된다 하니 
試酌百情遠  시작백정원  한잔 마시니 온갖 근심과 걱정이 사라지고 
重觴忽忘天  중상홀망천  두 잔 마시니 홀연히 하늘도 잊었네 
天豈去此哉  천기거차재  하늘도 이 경지와 다르지 않으리라 
任眞無所先  임진무소선  천지 자연에 내 몸을 맡기니 
雲鶴有奇翼  운학유기익  날개 달고 구름 탄 학같이 
八表須臾還  팔표수유환  빠르게 우주를 돌아 온 느낌이라 
黽勉四十年  민면사십년  지난 40년을 돌아보니 
顧我抱玆獨  고아포차독  외롭게 힘만 썻노라 
形骸久已化  형해구이화  몸은 늙어서 이미 시들었으나 
心在復何言  심재부하언  마음이야 그대로니 다행이로다 

 

■ 挽歌 2 <죽고 나서> 
   

在昔無酒飮  재석무주음  살아서는 마음껏 술 마시고 싶어도 못 마셨는데 
今但澹空觴  금단담공상  오늘은 술과 안주가 상에 가득 넘친다
春료生浮蟻  춘료생부의  쌀로 만든 동동주와 안주가 가득하지만 
何時更能嘗  하시갱능상  다시는 마실 수 없는 내 신세구나
肴案盈我前  효안영아전  산해진미로 가득한 상을 내 앞에 두고
親舊哭我傍  친구곡아방  친구들 울며 죽은 나를 위로하네
欲語口無音  욕어구무음  하지만, 죽은 나는 말도 못하고
欲視眼無光  욕시안무광  눈도 못 뜨고 사방이 어둡다
昔在高堂寢  석재고당침  살아서는 방에 누워 자던 몸이
今宿荒草향  금숙황초향  오늘 지나면 잡초 우거진 풀밭에 묻히리라
一朝出門去  일조출문거  아침에 집 떠나면
歸來夜未央  귀래야미앙  앞으로는 어두운 밤 제삿날 오리라

一朝出門去 / 歸來夜未央
아침에 죽어 상여 나가면, 이제 일년에 한 번씩 제삿날 밤에 온다는 듯이다. 

참으로 기가 막힌 문장이다. 가슴 찡한 표현이다.
  

■ 挽歌1 <죽음에 이르르> 


有生必有死  유생필유사  태어나면 언젠가는 죽게 마련
早終非命促  조종비명촉  일찍 죽는 것도 타고난 팔자리라
昨暮同爲人  작모동위인  어제 저녁까지 멀쩡하던 사람이 
今旦在鬼錄  금단재귀록  오늘 아침에 저승길 떠나네
魂氣散何之  혼기산하지  혼백은 흩어져 어디로 가는가
枯形寄空木  고형기공목  뼈 앙상한 육신만 관속에 눕네
嬌兒索父啼  교아색부제  자식들 아비 부르며 통곡하고
良友撫我哭  양우무아곡  친구들 죽은 나를 어루만지며 우네
得失不復知  득실불복지  죽은 나는 산 사람과 달라 이해득실 모르고
是非安能覺  시비안능각  옳고 그름 어찌 가리겠는가
千秋萬歲後  천추만세후  천 만년의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에는
誰知榮與辱  수지영여욕  잘 살았다 못 살았다 그 누가 알 것인가
但恨在世時  단한재세시  다만, 살아 생전에 소원이 있다면
飮酒不得足  음주부득족  마음껏 술 마시지 못한 것이 한이네.

 

■ 於王撫軍座送客 <王撫軍장군의 좌석에서 客을 전송하며>

 

冬日淒且厲 동일처차려 겨울 날 처량하고 또 매운데
百卉具已腓 백훼구이비 온갖 풀 이미 다 이즈러졌다
爰以履霜節 원이이상절 이 서리 밝는 계절에
登高餞將歸 등고전장귀 높은 곳에 올라와서 가려는 이 전별한다
寒氣冒山澤 한기모산택 찬 기운 산과 물 뒤덮고
遊雲倏無依 유운숙무의 떠나가는 구름은 빠르고 의지없다
洲渚四緬邈 주저사면막 물섬은 사방에 아득히 보이고
風水互乖違 풍수호괴위 바람과 물은 서로 어그러 진다
瞻夕欣良讌 첨석흔량연 저녘 경치 바라보며 좋은 잔치 기뻐하지만
離言聿雲悲 이언율운비 헤어진다니 슬픔 감돈다
晨鳥暮來還 신조모래환 새벽에 떠난 새 저물녘에 돌아오고
懸車斂餘輝 현거렴여휘 해수레 멈춰 남은 날빛 걷는다
逝止判殊路 서지판수로 가고 머물고 함, 뚜렷이 길 달리하여
旋駕悵遲遲 선가창지지 수레 돌리기 서글퍼 머믓거린다
目送回舟遠 목송회주원 돌아가는 배 멀어짐 눈으로 보내 주지만
情隨萬化遺 정수만화유 그 심정 세상 오만가지 변화따라 사라져 버릴게라


■ 四時  사시 

  

春水滿四澤  춘수만사택  봄물은 연못에 가득하고
夏雲多奇峰  하운다기봉  여름 구름은 산봉우리들처럼 떠 있네
秋月揚明輝  추월양명휘  가을달은 밝은 빛을 비추고
冬嶺秀孤松  동령수고송  겨울 산마루엔 큰 소나무 한 그루 서 있네

 
■ 擬古 9 <의고 9> 

  

種桑長江邊  종상장강변  뽕나무를 長江 가에 심고서
三年望當採  삼년망당채  3년을 두고 당연히 따게 되기 바랐더니만
枝條始欲茂  지조시욕무  가지들이 비로소 무성해지려 하더니
忽値山河改  홀치산하개  홀연히 산과 물이 바뀌는 꼴을 당했다
柯葉自摧折   가엽자최절  가지와 잎은 쓰러지고 부러져
根株浮滄海  근주부창해  뿌리와 밑둥은 푸른 바다에 떠올랐다
春蠶旣無食  춘잠기무식  봄누에 이미 먹을 것 없어 졌으니
寒衣欲誰待  한의욕수대  겨울옷은 누구한테 얻어 입어야 하나
本不植高原  본불식고원  본래 높은 언덕에 심지를 않았으니
今日復何悔  금일복하회  오늘에 와서 다시 무엇을 후회하랴 

 
■ 擬古 8 <의고 8> 

  

少時壯且厲  소시장차려  소시 적에는 힘차고 맹렬하여서
撫劍獨行遊  무검독행유  劍 을 잡고 혼자서 나다녔다
誰言行遊近  수언행유근  나다닌 게 가까웠다고 누가 말하겠는가
張掖至幽州  장액지유주  張掖에서 幽州까지 갔는데
飢食首陽薇  기식수양미  주리면 首陽山 고사리를 먹었고
渴飮易水流  갈음역수류  목마르면 易水의 흐르는 물을 마셨다
不見相知人  불견상지인  서로 아는 사람은 보지 못했고
惟見古時丘  유견고시구  예적의 무덤을 봤을 뿐이다
路邊兩高墳  로변양고분  길 가에 있는 두 개의 높은 무덤은
伯牙與莊周  백아여장주  伯牙와 莊周 였다
此士難再得  차사난재득  이 선비들을 다시 얻기 어려운데
吾行欲何求  오행욕하구  나는 다가서 무엇을 찾으려 하는가

 
■ 擬古 7 <의고 7> 

  

日暮天無雲  일모천무운  날이 저물어 하늘에는 구름 한점 없고
春風扇微和  춘풍선미화  봄 바람은 솔솔 부드럽게 불어온다
佳人美淸夜  가인미청야  선인은 맑은 밤을 좋아하니 
達曙酣且歌  달서감차가  날 새도록 술마시고 노래 부른다네
歌竟長太息  가경장탄식  노래가 끝나 길게 탄식하니
持此感人多  지차감인다  이에 많은 사람들 감동 하는구나 
皎皎雲間月  교교운간월  휘영청 밝은 구름사이 달은 
灼灼葉中華  작작엽중화  밝고 환한 잎 속의 꽃이로다 
豈無一時好  기무일시호  어찌 한때의 좋음이 없으리마는
不久當如何  부구당여하  오래가지 않았으니 어이 하랴

 

■ 擬古 6 <의고 6> 

  

蒼蒼谷中樹  창창곡중수  푸르고 푸른 골짜기 속 나무
冬夏常如玆  동하상여자  겨울 여름 없이 언제나 이와 같다
年年見霜雪  년년견상설  해마다 이슬과 서리 보았는데
誰謂不知時  수위불지시  그 누가 때를 모른다 말하겠는가
厭聞世上語  염문세상어  세상에 나도는 말들 물리도록 들었으니
結友到臨淄  결우도임치  벗을 사귀려면 임치로 가라
稷下多談士  직하다담사  직하에는 이야기꾼 많으니
指彼決吾疑  지피결오의  그들을 만나 나의 의혹을 풀자
裝束旣有日  장속기유일  떠날 준비 한지가 이미 여러 날 되고
已與家人辭  이여가인사  이미 집안 사람들과 하직하였다
行行停出門  행행정출문  어정거리다 문 밖 나서기를 그만두고서
還坐更自思  환좌경자사  돌아와 앉아 다시 혼자 생각한다 
不怨道里長  불원도리장  갈 길 멀다고 탓하는 것 아니고 
但畏人我欺  단외인아기  다만 남이 나를 속일까 두려운 거라
萬一不合意  만일불합의  만에 하나 뜻이 맞지 않는다면
永爲世笑嗤  영위세소치  영영 세상의 웃음거리로 되는 것이다
伊懷難具道  이회난구도  이 마음을 자세히 말하기 어려워
爲君作此詩  위군작차시  그대를 위해 이 시를 지었도다

 

■ 擬古 5 <의고 5> 

 

東方有一士  동방유일사  동방에 한 선비가 있어
被服常不完  피복상불완  옷을 입는 게 노상 완전치 않고
三旬九遇食  삼순구우식  한달에 아홉 차례만 밥을 먹고
十年著一冠  십년저일관  冠 하나로 십년을 쓰고 지낸다
辛勤無此比  신근무차비  괴로움이 그 이상 더할 수 없어도
常有好容顔  상유호용안  언제나 좋은 얼굴 지니고 있었도다 
我欲觀其人  아욕관기인  나는 그 사람이 보고 싶어서
晨去越河關  신거월하관  새벽에 떠나 황하 관문을 넘어서 왔다
靑松夾路生  청송협로생  푸른 솔들은 길을 끼고 서 있고
白雲宿簷端  백운숙첨단  흰 구름은 처마 끝에 머물러 있다
知我故來意  지아고래의  내가 찾아간 뜻을 알고
取琴爲我彈  취금위아탄  거문고 집어들고 나를 위해 타 주는구나
上絃驚別鶴  상현경별학  먼젓 가락은 이별하는 학을 놀라게 했고
下絃操孤鸞  하현조고란  뒤의 가락은 외로운 난새를 춤추게 했다
願留就君位  원류취군위  원컨대, 머물러 있으면서 그대 앞에 살고
從今至歲寒  종금지세한  지금부터 이 해의 추위가 올 때까지 지내고 싶다오

 

■ 擬古 4 <의고 4> 

 

초초百尺樓  초초백척루  높디높게, 치솟은 백척의 누각에서는
分明望四荒  분명망사황  사방 끝까지 다 선명하게 보인다
暮作歸雲宅  모작귀운택  저녁에는 돌아가는 구름의 집이 되고
朝爲飛鳥堂  조위비조당  아침에는 나는 새들의 대청이 된다
山河滿目中  산하만목중  산천은 눈 속에 가득 차 오고
平原獨茫茫  평원독망망  平原은 유달리 아득하구나
古時功名士  고시공명사  옛날 공명 쫓던 사나이들
慷慨爭此場  강개쟁차장  강개에 차올라 이 싸움터에서 싸우다가
一旦百歲後  일단백세후  하루 아침에, 평생을 마친 후
相與還北邙  상여환북망  함께들 북망산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松柏爲人伐  송백위인벌  소나무와 전나무는 사람에게 베어져 버리고
高墳互低昻  고분호저앙  높은 무덤이 서로 울퉁불퉁하구나
頹基無遺主  퇴기무유주  무너진 무덤터에는 남아 있는 주인 없으니
游魂在何方  유혼재하방  떠도는 혼은 어느 곳에 있는 것인가
榮華誠足貴  영화성족귀  영화는 참으로 귀하게 여길만 하나
亦復可憐傷  역복가련상  역시 또한 가련하고 슬프기도 하구나

 

■ 擬古 3 <의고 3> 

 

仲春구時雨  중춘구시우  한 봄에 때마침 내린 비 만나
始雷發東隅  시뢰발동우  첫 번개소리 동쪽 모퉁이에서 울린다 
衆蟄各潛駭  중칩각잠해  뭇 벌레들 저마다 잠에서 깨어 놀라고
草木從橫舒  초목종횡서  草木은 여기 저기로 뻗어간다
翩翩新來燕  편편신래연  펄펄날아 갓 돌아온 제비들은
雙雙入我廬  쌍쌍입아려  쌍쌍이 내 움막집으로 날아든다
先巢故尙在  선소고상재  먼저 둥지는 물론 그대로 있고 
相將還舊居  상장환구거  서로 이끌면서 옛 살던 데로 돌아온 거라
自從分別來  자종분별래  헤어지고 난 이래로 
門庭日荒蕪  문정일황무  문 앞뜰은 날로 황폐해졌도다
我心固匪石  아심고비석  내 마음이 본래 돌이 아닌데
君情定何如  군정정하여  그대들의 심정은 진정 어떠하겠나

 
■ 擬古 2 <의고 2> 

 

辭家夙嚴駕  사가숙엄가  집을 떠나 일찍이 떠날 채비 서두는 것은
當往至無終  당왕지무종  끝이 없는 곳 향해서 가려는 거라 
問君今何行  문군금하행  그대는 지금 무엇하러 가는 것인가 
非商復非戎  비상복비융  宋나라도 아니고 서융 또한 아니다
聞有田子春  문유전자춘  들으니 전자춘이란 사람 있는데 
節義爲士雄  절의위사웅  절의가 사나이 중의 으뜸이었소
斯人久已死  사인구이사  이 사람 오래 전에 죽어 버렸고
鄕里習其風  향리습기풍  그의 고향에서는 그의 기풍을 이어받았소
生有高世名  생유고세명  살아서는 세상에 뛰어난 이름이 나 있었고
旣沒傳無窮  기몰전무궁  죽고 나서는 무궁토록 전하여 지고 있구나 
不學狂馳子  불학광치자  못 배워 미친 듯이 달리는 자들은
直在百年中  직재백년중  그냥 살아서 남아 있다

 

■ 擬古 1 <의고 1> 

 

榮榮窓下蘭  영영창하란  창 밑에 무수이 피어 있는 난초 
密密堂前柳  밀밀당전유  집 앞에는 무성한 버드나무 
初與君別時  초여군별시  처음 그대와 헤어졌을 때 
不謂行當久  부위행당구  갈 길이 오래 걸리리라고 생각지 않았다 
出門萬里客  출문만리객  문을 나가 만리 길 나그네 되니 
中道逢嘉友  중도봉가우  도중에 좋은 친구 만나게 되었다네
未言心先醉  미언심선취  말도 하기 전에 마음 먼저 취해 
不在接杯酒  불재접배주  술잔을 같이 들어서가 아니었다
蘭枯柳亦衰  난고유역쇠  난초 말라 버리고, 버들 또한 쇠락하여서 
遂令此言負  수령차언부  마침내 그 말을 저버리게 되었구나 
多謝諸少年  다사제소년  여러 젊은이들에게 일러 주거니와 
相知不忠厚  상지부충후  서로 생각함이 넉넉하지 못했다네 
意氣傾人命  의기경인명  의기 드러내면 목숨도 기우는 터에 
離隔不何有  이격불하유  떨어져 버린다 해도 무슨 상관 있으리오

 

■ 癸卯歲始春懷古田舍2首 <초봄 농촌을 생각하며>
  
在昔聞南畝  재석문남무  남쪽 밭에서 농사짓는 한가로움을 
當年竟未踐  당년경미천  이제까지 스스로 경험하지 못했다
屢空旣有人  누공기유인  안회는 안빈낙도했다지만
春興豈自免  춘흥기자면  나도 계절 따라 농사를 지어야지
夙晨裝吾駕  숙신장오가  새벽이면 일어나 연장을 들고 
啓塗情已緬  계도정이면  밭으로 가는 기분이 마냥 부푼다
鳥弄歡新節  조농환신절  봄을 즐기며 새들도 날고 
冷風送餘善  냉풍송여선  훈훈한 바람이 불어와 곡식을 키운다
寒竹被荒蹊  한죽피황계  한 죽은 묵은 길 잡초 마냥 우거졌고
地爲罕人遠  지위한인원  버려져 사람 없는 땅은 더욱 넓고크다
是以植杖翁  시이식장옹  오래전에 지팡이 꽂고 농사짓던 은자가
悠然不復返  유연불부반  유유자적하며 다시는 세상에 나가지 않으라
즉理愧通識  즉리괴통식  약삭빠른 사람들 앞에서는 뒤지지만
所保䛯乃淺  소보거내천  절개 지키면 사람답게 사는 것이 더 가치가 있다

 

■ 郭主簿 <곽주부에게> 
 
譪譪堂前林  애애당전림  집 앞에 우거진 무성한 숲
中夏貯淸陰  중하저청음  한 여름 시원하게 그늘을 만들어
凱風因時來  개풍인시래  시원한 바람이 알맞게 불어와
回飇開我襟  회표개아금  회오리바람이 옷깃을 푸네
息交遊閒業  식교유한업  왕래를 끊고 한가롭게 살고자
臥起弄書琴  와기농서금  자고 일어나 책 읽고 거문고 타네
園蔬有餘滋  원소유여자  텃밭에는 채소가 넉넉하고
舊穀猶儲今  구곡유저금  창고에는 아직도 묵은 곡식이 남았네
營己良有極  영기양유극  필요한 만큼만 농사를 지어
過足非所欽  과족비소흠  분에 넘치는 것은 좋아하지 않는다
㫪秫作美酒  용출작미주  차와 조를 찌어 맛좋은 술을 담고
酒熟吾自斟  주숙오자침  술 익으면 혼자 마시네
弱子戏我側  약자희아측  어린아이들 내 곁에서 재롱을 떨며
學語未成音  학어미성음  말 배운다 옹알거리네
此事眞復樂  차사진부락  이 것이 삶의 참 즐거움이니
聊用忘華簪  요용망화잠  부귀영화가 무슨 소용인가
遙遙望白雲  요요망백운  높이 떠 있는 흰 구름 바라보며
懷古一何深  회고일하심  깊은 생각에 빠지네

 

■ 和郭主簿 2 <곽주부에게 2>

 

和澤周三春  화택주삼춘  날 따뜻하고 기분 좋은 봄철
淸凉素秋節  청량소추절  가을에 접어드니 기운이 맑고 차갑다
露凝無遊氛  노응무유분  서리내려 티 없는 맑은 하늘 
天高肅京澈  천고숙경철  높은 가을 하늘이 맑게 높기만 하다
陵岑聳逸峰  능잠용일봉  삐죽한 산봉우리 그림 같고 
遙瞻皆奇絶  요첨개기절  멀리서 보니 더욱 기가 막히다
芳菊開林耀  방국개림요  국화는 향기를 머금고 꽃피우고
靑松冠巖列  청송관암열  삐죽한 산마루 푸른 솔 줄지어 섰네
懷此貞秀姿  회차정수자  소나무같이 굳게 뻗은 절개 
卓爲霜下傑  탁위상하걸  서리에도 피는 국화마냥 굳은 절개
銜觴念幽人  함상염유인  잔 들고 그대 생각에 빠진다
千載撫爾訣  천재무이결  천년의 이별 애태우며 보낸다
檢素不獲展  검소불획전  소원을 펴지 못한 채
厭厭竟良月  염염경양월  세월을 보내니 가슴이 아프다

 

■ 乙酉歲九月九日 <을유세구월구일>

 

靡靡秋已夕  미미추이석  가을이 깊어 가는 계절
凄凄風露交  처처풍로교  이슬비 내려 더욱 차갑다 
蔓草不復榮  만초불복영  무성하던 초목도 시들어 
園木空自凋  원목공자조  집 앞의 나무도 앙상하구나
淸氣澄餘滓  청기증여재  맑은 바람은 탁한 공기를 씻고
杳然天界高  묘연천계고  가을 하늘은 푸르게 높기만 하다
哀蟬無留響  애선무유향  매미는 서글픈 울음을 그치고
叢雁鳴雲宵  총안명운소  기러기는 떼를 지어 구름 위를 나른다
萬化相尋繹  만화상심역  만물은 서로 다투듯 변해 가는데
人生豈不勞  인생기불로  사람들만이 힘들어 괴로워한다
從古皆有沒  종고개유몰  한번 언젠가는 죽기 마련
念之中心焦  염지중심초  생각하면 애간장이 타는 듯 답답하다
何以稱我情  하이칭아정  어찌하여야 내 마음을 위로 할 것인가 ?
濁酒且自陶  탁주차자도  막걸리나 마시고 스스로 취해야지
千載非所知  천재비소지  천년후의 일을 내 어찌 알겠는가
聊以永今朝  료이영금조  오늘 아침이나 실컷 마시고 즐기리라

 

■ 飮酒 1 <음주 1>


衰榮無定在  쇠영무정재  영고 성쇠는 정해진게 아니며
彼此更共之  피차갱공지  바뀌고 서로 돌게 마련이거늘
邵生瓜田中  소생과전중  오이 밭을 가는 소팽이가
寧似東陵時  녕사동릉시  동릉 후 였다고 누가 아는가 ?
寒署有代射  한서유대사  세월 바뀌는 계절같이
人道每如玆  인도매여자  인간의 삶도 그와 같으리라
達人解其會  달인해기회  깊은 재주를 터득하고 도통한 사람에게
逝將不復疑  서장불부의  두 번 다시는 이끌리지 않으리라
忽與一樽酒  홀여일준주  술 한 동이가 공짜로 생겼으니
日夕歡相持  일석환상지  해도 저물었으니 밤새워 술이나 마셔야지

 
■ 飮酒 2 <음주 2>


積善云有報  적선운유보  착하게 살면 복 받는 다 했는데 

夷叔在西山  이숙재서산  백이와 숙제는 수양산에서 굶었네
善惡苟不應  선악구불응  선과 악이 닦은 대로 되지 않으니

何事立空言  하사입공언  어찌 빈 말 만을 앞세웠는가 

九十行帶索  구십행대삭  구십노인 허리띠 졸라매고 가난하게 살았거늘
飢寒況當年  기한황당연  젊은 내가 이것을 못 참겠는가 ?
不賴固窮節  불뢰고궁절  청빈해도 선비된 나 곤궁의 절개 아니고서야
百世當誰傳  백세당수전  먼 후세에 어찌 이름 남기겠는가 ?

 

■ 飮酒 3 <음주 3>

 

道喪向千載  도상향천재  大道가 사라진지 어느덧 천년이라
人人惜其情  인인석기정  사람들은 서로가 情주기를 꺼린다
有酒不肯飮  유주불긍음  술이 있어도 함께 마시려 하지않고
但顧世間名  단고세간명  오직 세속의 명리<돈과 명예>만 즐겨 찾네
所以貴我身  소이귀아신  출세해서 화려하게 살더라도 
豈不在一生  기부재일생  짧은 한 평생에 지나지 않거늘
一生不能幾  일생부능기  그 한평생도 바람 앞에 등불이라
숙如流電驚  숙여유전경  한 순간의 번갯불 같은 것
鼎鼎百年內  정정백년내  길어야 백년도 못 사는 인생
持此欲何成  지차욕하성  부귀와 명리를 애써 얻어 무얼 하려나

 

■ 飮酒 4 <음주 4>

 

栖栖失群鳥  서서실군조  무리를 이탈한 새 한마리가 불안하게
日暮猶獨飛  일모유독비  해가 저물어도 여전히 혼자 날고 있구나
徘徊無定止  배회무정지  둥지를 틀지 못하고 늘 배회하며
夜夜聲轉悲  야야성전비  밤마다 더욱 서글피 운다
勵響思淸遠  여향사청원  그 울음 소리가 때로는 처량하고 아프다
去來何依依  거래하의의  머물 곳을 찾지 못하고 오락가락 하는구나
因値孤生松  인치고생송  그러다 홀로 자란 소나무를 찾아
斂翮遙來歸  염핵요래귀  먼 길 날아온 날개 접고 쉬노라
勁風無榮木  경풍무영목  세찬 비 바람에 나무도 꽃을 피우지 못하고
此蔭獨不衰  차음독불쇠  우거진 덤불속에 홀로선 소나무
託身旣得所  탁신기득소  이제 나의 몸 의지 할 곳 찾았으니
千載不相違  천재불상위  천년토록 영원히 헤어지지 않으리라

 
■ 飮酒 5 <음주 5>

  

結廬在人境  결려재인경  사람들 속에 농막을 짓고 산골에 사니 
而無車馬喧  이무거마훤  마차 시끄럽게 찾아오는 사람없다
問君何能爾  문군하능이  서글픈 마음에 어찌, 그럴 수 있는가 생각하니
心遠地自偏  심원지자편  마음이 멀어지니 땅(거리는)은 더욱 멀구나
采菊東籬下  채국동리하  동쪽 울타리 아래 국화를 꺽어들고
悠然見南山  유연견남산  유연하게 남산을 바라본다
山氣日夕佳  산기일석가  산 기운은 해 질녂이 더욱 아름답고
飛鳥相與還  비조상여환  떠돌던 새들도 무리지어 집으로 돌아오네
此間有眞意  차간유진의  여기에 자연의 참다운 뜻이 있으니
欲辯已忘言  욕변이망언  말하려 하다가 차마, 입을 다문다. 

 

위의글 飮酒 5는 도연명 詩 精神의 핵심이라 할 수있다. 해서 많은 사람들이 위의 글 飮酒 5 를 애송하고 있는 듯 하다. 후에 蘇東坡는【采菊東離下, 悠然見南山】【嘯傲東軒下, 요復得此生】【客養千金軀, 臨化消其寶】위의 세 구절을 道를 득한 경지의 詩 귀라고 했다. 또, 梁啓超는【客陽千金軀, 臨化消其寶】를 七千券의 大藏經에 맞먹는 명언이라 했다. 世俗의 名利에 탐한 사람들로서는 도저히 陶淵明의 人品과 詩를 共感 할 수 도 없을 것이다. 虛構와 假飾에 사는 오늘날 우리 내 삶과는 너무도 동떨어진 세계다. 『人生이란, 잠시 現世에 寄寓 하다가 다시, 없는 것으로 돌아갈 몸이거늘 後世에 무엇을 남기려고, 重傷과 謨略으로 世上을 사는가 』 라고 評 했다. 

 

■ 飮酒 6 <음주 6>

 

行止千萬端  행지천만단  사람의 행동은 사람마다 다르므로
誰止非與是  수지비여시  누가 잘났다 못났다 가리겠는가 ?
是非苟相形  시비구상형  저마다 멋대로 옳고 그름 정해 놓고
雷同共譽毁  뇌동공예훼  잘했다 못했다 부축이고 또는 헐뜯는다
三季多此事  삼계다차사  은,하,주 삼대 이후 더욱 그러하니
達士似不爾  달사사불이  도통한 선비만이 사람 두고 편가르지 않는다
咄咄俗中愚  돌돌속중우  참으로 가련한 세상의 어리석은 사람들이여
且當從黃綺  차당종황기  나는 모두 버리고 상사의 사호를 따르고저 한다
 


黃綺/ 진시황의 무도한 정치를 피해 낙양근처에 있는
상산으로 은퇴한 네 사람을 商山四皓라 한다.
東園公/角理先生/夏黃公/綺里季

 

■ 飮酒 7 <음주 7>

  

秋菊有佳色  추국유가색  아름다운 가을 국화꽃
裛露掇其英  읍노철기영  이슬이 내려앉은 꽃잎따서
汎此忘憂物  범차망우물  근심 잊으려 술에 띄워 마시니
遠我遺世情  원아유세정  속세와 멀어진 심정 더욱 간절하다
一觴雖獨進  일상수독진  잔 하나로 혼자 마시다 취하니
杯盡壺自傾  배진호자경  빈 술병과 더불어 쓸어지노라
日入群動息  일입군동식  날 저물어 만물이 쉬는 때
歸鳥趨林鳴  귀조추림명  날던 새들도 둥치 찾아 돌아온다 
嘯傲東軒下  소오동헌하  동쪽 창 아래서 휘파람 부니
聊復得此生  요부득차생  이보다 더 즐거운 시간이 어디 있는가 ? 

  

嘯傲東軒下, 요復得此生 참으로 기가막힌 문장이다.후에 蘇東坡는【采菊東離下, 悠然見南山】【嘯傲東軒下, 요復得此生】【客養千金軀, 臨化消其寶】위의 세 구절을 道를 득한 경지의 詩 귀라고 했다. 또, 梁啓超는【客陽千金軀, 臨化消其寶】를 七千券의 大藏經에 맞먹는 명언이라 했다. 世俗의 名利를 탐하는 사람들로서는 도저히 陶淵明의 人品과 詩를 共感 할 수 도 없을 것이다. 虛構와 假飾에 사는 오늘날 우리 내 삶과는 너무도 동떨어진 세계다. 『人生이란, 잠시 現世에 寄寓 하다가 다시, 없는 것으로 돌아갈 몸이거늘 後世에 무엇을 남기려고, 重傷과 謨略으로 世上을 사는가 』 라고 評 했다. 


■ 飮酒 8 <음주 8>

 

靑松在東園  청송재동원  푸른 소나무가 동쪽 정원에 있고
衆草沒其姿  중초몰기자  온갖 풀들은 그 모양 없어졌다
凝霜殄異類  응상잔이류  된서리가 다른 풀들 죽였는데도
卓然見高枝  탁연견고기  우뚝이 서서 높은 가지 보여준다
連林人不覺  연림인불각  연닿은 수풀을 사람들 못 느끼는데
獨樹衆乃奇  독수중내기  홀로 선 나무 온갖 것 중에 기묘하구나
提壺撫寒柯  제호무한기  술병 들어 차가운 가지에 걸어놓고 
遠望時復爲  원망시부위  멀리 바라보는 일 되풀이 한다
吾生夢幻間  오생몽환간  나는 꿈 같은 환각속에 사는데
何事塵羈  하사설진기  무엇하려고 티끌세상 굴레에 매어 지내겠는가

 

■ 飮酒 9 <음주 9> 

  

淸晨聞叩門  청신문고문  아침일직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서
倒裳往自開  도상왕자개  서둘러 옷 입고 대문을 여니
問子爲誰歟  문자위수여  누구냐고 묻는 내 앞에
田父有好懷  전부유호회  착하게 생긴 농부가 서 있다
壺漿遠見侯  호장원견후  멀리서 술 들고 인사 왔다며 
疑我與時乖  의아여시괴  세상과 떨어져 산다 나를 나무란다
襤縷茅詹下  남루모첨하  누차하게 초가집에 산다하여
未足爲高栖  미족위고서  고상하고 맑은 삶이라 할 수없다 한다
一世皆相同  일세개상동  모든 사람들이 서로 어울려 살듯이
願君汨其泥  원군골기니  그대 또한 뒤섞여 함께 더불어 살라 하네
深感父老言  심감부로언  농부의 말에 마음깊이 느끼는 바 있으나
稟氣寡所諧  품기과소해  본시 타고난 성품이 남들과 어울리길 싫어하니
紆비誠可學  우비성가학  험한 일이야 배울 수 있겠지만
違己䛯非迷  위기거비미  타고난 성품을 바꾸는 것도 바르지 못하리
且共歡此飮  차공환차음  속 뜻을 알았으니 가져온 술이나 마십시다
吾駕不可回  오가불가회  본래 타고난 나의 본성은 돌릴 수 없으리라

 
■ 飮酒 10 <음주 10> 

 

在昔曾遠游  재석증원유  오래 전에 군대를 따라 멀리 갔는데
直至東海隅  직지동해우  바로 동해 입구까지 갔노라
道路逈且長  도로형차장  종군의 길은 험하고 위험했다
風波阻中塗  풍파조중도  비 바람이 심해 고생도 했다
此行誰使然  차행수사연  누구를 위해 그 고생을 했나 ?
以爲飢所驅  이위기소구  생각하니 가난에 못 이긴 듯 하다
傾身營一飽  경신영일포  하지만, 노력하면 배는 채울 수 있고
少許便有餘  소허변유여  젊은 나이면 먹고도 남을 것이지만 
恐此非名計  공차비명계  그 길이 명예로운 계책이 아니니
息駕歸閒居  식가귀한거  가는 길 돌아서 전원으로 왔노라

 

 

■ 飮酒 11 <음주 11> 

 

顔生稱爲仁  안생칭위인  안연은 주변 사람들로 부터 존경받았고
榮公言有道  영공언유도  영계기는 도통했다고 이름이 높았으나
屢空不獲年  누공불획년  늘 삶에 허덕이다 일찍 죽었고
長肌至於老  장기지어노  늙어서도 굶주림에 시달리며 살았다
雖留身後名  수류신후명  비록 죽은 후에 이름을 남기기는 하였으나
一生亦枯槁  일생역고고  평생 굶주리며 누차하게 살았으니
死去何所知  사거하소지  죽은 후에는 어찌 알겠는가
稱心固爲好  칭심고위호  살면서 마음 편하면 되는 일
客養千金軀  객양천금구  천금이나 보배로 육신을 꾸며도
臨化消其寶  임화소기보  죽으면 모두 사라져 없어지리라
裸葬何必惡  나장하필악  맨 몸으로 흙 속에 뭍이는 것도 나쁘지 않다
人當解意表 인당해의표  사람들아 속 깊은 참 뜻을 알아라 

  

후에 蘇東坡는【采菊東離下, 悠然見南山】【嘯傲東軒下, 요復得此生】【客養千金軀, 臨化消其寶】위의 세 구절을 道를 득한 경지의 詩 귀라고 했다. 또, 梁啓超는【客陽千金軀, 臨化消其寶】를 七千券의 大藏經에 맞먹는 명언이라 했다. 世俗의 名利에 탐한 사람들로서는 도저히 陶淵明의 人品과 詩를 共感 할 수 도 없을 것이다. 虛構와 假飾에 사는 오늘날 우리 내 삶과는 너무도 동떨어진 세계다. 『人生이란, 잠시 現世에 寄寓 하다가 다시, 없는 것으로 돌아갈 몸이거늘 後世에 무엇을 남기려고, 重傷과 謨略으로 世上을 사는가 』 라고 評 했다.  

 

■ 飮酒 12 <음주 12> 

 

長公曾一仕  장공증일사  장공은 한번 세상에 나갔으나
壯節忽失時  장절홀실시  젊은 나이에 바로 세상을 버리고
杜門不復出  두문불부출  두문 불출하면서
終身與世辭  종신여세사  평생토록 속세와 멀어졌네
仲理歸大澤  중리귀대택  양중리도 물러나 큰 집에 돌아오자
高風始在玆  고풍시재자  고고한 인품을 비로소 깨달았네
一往便當已  일왕변당이  한번 결심하면 당연히 끝을 봐야지
何爲復狐疑  하위부호의  하는 듯 마는 듯 하지 않으리라
去去當奚道  거거당해도  지금 당장 물러나 어디로든 가야 하지만
世俗久相欺  세속구상기  세상은 언제나 속이기만 하니
擺落悠悠談  파락유유담  허튼 소리는 귀에 새기지 말고
請從余所之  청종여소지  오직 내 뜻에 따라 살리라

 

■ 飮酒 13 <음주 13> 

 

有客常同止  유객상동지  두 사람이 한 집에 살고 있지만 
取舍邈異境  취사막이경  생각은 서로 다르다
一士長獨醉  일사장독취  한 사람은 늘 취해있고
一夫終年醒  일부종년성  다른 사람은 맨 정신이니
醒醉還相笑  성취환상소  두 사람이 취하고 멀쩡함을 서로 비웃으며
發言各不領  발언각불령  서로 말도 통하지 않는다
規規一何愚  규규일하우  그러나 고지식하게 깨어있는 자는 어리석고
兀傲差若穎  올오차약영  오히려 큰소리치는 주정뱅이가 현명하다
寄言酣中客  기언감중객  술 취한 사람에게 한 마디 하겠노라
日沒燭當秉  일몰촉당병  날 저물면 촛불 켜고 밤 새워 마시라고

 

■ 飮酒 14 <음주 14> 

  

故人賞我趣  고인상아취  옛 친구들 나를 반기며
설壺相與至  설호상여지  술병 들고 몰려 왔서
班荊坐松下  반형좌송하  소나무 아래에 자리 펴고
數斟已復醉  수짐이부취  연거푸 마신 술이 이내 취하네
父老雜亂言  부노잡난언  취기가 오르자 친구들 소란스럽고
觴酌失行次  상작실행차  술 따르는 순서도 뒤죽박죽이라
不覺知有我  불각지유아  취하여 내가 누군지조차 잊었는데,
安知物爲貴  안지물위귀  명리<부귀,명예> 귀한 줄을 어찌 알겠는가 ?
悠悠迷所留  유유미소유  한가로이 마시고 어울리니
酒中有深味  주중유심미  술 속에 깊은 생각 있음을 그대는 아는가 ?

 

 ■ 飮酒 15 <음주 15> 

 

貧居乏人工  빈거핍인공  가난한 생활이라 사람 품(品) 모자라서 
灌木荒余宅  관목황여택  관목이 내 집을 황무하게 만들었다
班班有翔鳥  반반유상조  또렷또렷, 나는 새 있는데도
寂寂無行跡  적적무행적  잠잠하고 지나가는 자취 없다
宇宙一何悠  우주일하유  우주는 어찌도 그토록이나 한정 없는가 
人生少至百  인생소지백  사람 사는 건 백 살이 별로 없는데 
歲月相催逼  세월상최핍  세월은 무섭게 몰아세워 
鬓邊早已白  빈변조이백  귀밑머리는 일찌감치 세어 버렸다
若不委窮達  약불위궁달  곤궁과 영달을 도외시하지 않는다면
素抱深可惜  소포심가석  본래 품었던 생각이 퍽이나 불상하며애석하도다

 

■ 飮酒 16 <음주 16> 

 

少年罕人事  소년한인사  어려서부터 세상과 어울리지 못하고
遊好在六經  유호재육경  육경을 읽으며 친구를 삼았더니
行行向不惑  행행향불혹  세월 흘러 나이 사십 바라보니
淹留遂無成  엄류수무성  내가 이룬 일이 없구나
竟抱固窮節  경포고궁절  오직, 비굴하지 않은 굳은 절개만을 품은 채
飢寒飽所更  기한포소경  추위와 굶주림만 지겹도록 겪었다
弊廬交悲風  폐려교비풍  초라한 오두막엔 차가운 바람만 드나들고
荒草沒前庭  황초몰전정  잡초는 집 주변을 황폐하게 만들었구나
披褐守長夜  피갈수장야  낡은 옷 걸치고 지새우는 긴긴 밤
晨鷄不肯鳴  신계불긍명  닭마저 새벽을 알리지 않으려 한다
孟公不在玆  맹공부재자  선비를 알아주는 맹공도 없으니
終以吾情  종이예오정  끝내 내 가슴이 답답하다.

 

■ 飮酒 17 <음주 17> 

  

幽蘭生前庭  유란생전정  그윽한 난 꽃이 뜰 앞에 피었다
含薰待淸風  함훈대청풍  향기 품고 맑은 바람 기다리는 난
淸風脫然至  청풍탈연지  마침, 맑은 바람 불어오니
見別簫艾中  견별소애중  비로써 쑥 풀과 다른 줄 알겠구나
行行失故路  행행실고로  길을 가다 내가 거닐던 옛 길을 잃었으니
任道或能通  임도혹능통  자연의 섭리 따라야 마음도 통달하리라
覺悟當念還  각오당염환  깨달으면 당연히 돌아가야지
鳥盡廢良弓  조진폐양궁  새를 잡으면 활은 버리나니

 

■ 飮酒 18 <음주18> 

  

子雲性嗜酒  자운성기주  양자운은 날 때부터 술을 좋아했으나
家貧無由得  가빈무유득  집이 가난하여 마실 수가 없었다
時賴好事人  시뢰호사인  가끔, 글 좋아하는 사람이 막걸리 들고 와서
載료거所惑  재료거소혹  모르는 글 물으니
觴來爲之盡  상래위지진  잔 들어 홀짝 마시고
是諮無不塞  시자무불색  모르는 글을 쉽게 풀더라
有時不肯言  유시불긍언  다른 나라 침략에 대한 말은
豈不在伐國  기불재벌국  입 다물고 모르는 척 하노라
仁者用其心  인자용기심  인자가 정신을 바로 사용하면
何賞失顯黙  하상실현묵  어찌 출사와 은퇴를 못하겠는가
 

■ 飮酒 19 <음주19>

    

疇昔苦長飢(주석고장기) 전에는 늘 배고픔에 시달려서
投耒去學仕(투뢰거학사) 쟁기 버리고 벼슬살이에 나섰다
將養不得節(장양부득절) 그러나 가족들 부양하기가 어려웠고
凍餒固纏己(동뇌고전기) 늘 추위와 배고픔에 시달렸다
是時向立年(시시향입년) 그 때가 내 나이 삼십이였으니
志意多所恥(지의다소치) 내 의지와 마음이 부끄러웠다
遂盡介然分(수진개연분) 하지만 나의 성품을 지키려고
拂衣歸田里(불의귀전리) 벼슬 버리고 전원으로 돌아왔다
冉冉星氣流(염염성기류) 하늘의 별 위치 따라 세월도 흘러
亭亭復一記(정정부일기) 십 이년이 지나갔네
世路廓悠悠(세로곽유유) 세상살이는 길이 넓고도 멀어
楊朱所以止(양주소이지) 양주같이 길 몰라 망설이네
雖無揮金事(수무휘금사) 흥청망청 쓸 돈은 없으나
濁酒聊可恃(탁주요가시) 막걸리라도 마시며 내 마음을 위로해야지.


■ 飮酒 20 <음주 20> 

   

羲農去我久  희농거아구  복희 신농이 오래 전에 죽은 후로
擧世少復眞  거세소복진  세상에 바르게 살려는 사람이 없다
汲汲魯中叟  급급노중수  열심히 노력한 노 나라 공자는
彌縫使其淳  미봉사기순  바른 나라 만들려고 노력했으나
鳳鳥雖不至  봉조수부지  봉황이 되어 날지는 못했노라
禮樂暫得新  예낙잠득신  잠시 나마 예악을 새로 만든다
洙泗輟微響  수사철미향  유학자의 글 읽는 소리 사라지고
漂流逮狂秦  표류체광진  파도치는 물살이 마치, 미친 진나라 같다
詩書復何罪  시서복하죄  시경과 서경이 무슨 죄가 있다고
一朝成灰塵  일조성회진  책을 불태워 재를 만드나
區區諸老翁  구구제노옹  나라의 학자들은 
爲事誠殷勤  위사성은근  정성드려 예의를 가르쳤으나
如何絶世下  여하절세하  오늘날 세상은 거꾸로 가는지
六籍無一親  육적무일친  아무도 육경을 공부하지 않는다
終日馳車走  종일치거주  하루종일 수레 몰고 다녀도
不見所問津  부견소문진  학문의 길 묻는 이 보지 못했네
若復不快飮  야복불쾌음  세상이 이르니 술 마시지 않는다면
空負頭上巾  공부두상건  머리에 쓴 갓에게 미안하리
但恨多謬誤  단한다류오  나의 이런 넉두리가 마음에 안 들어도
君當恕醉人  군당서취인  취한 나를 너그럽게 용서하시게나
 


■ 詠貧士 <영빈사> 

 

萬族各有託  만족각유탁  만물은 각자 몸 의지 할 곳 있거늘
孤雲獨無依  고운독무의  흐르는 구름은 홀로 의지 할 때없이
曖曖空中滅  애애공중멸  아득한 허공에서 사라져 없어지니
何時見餘暉  하시견여휘  어느 때 여광을 남기리
朝霞開宿霧  조하개숙무  새벽 여명에 밤 안개가 걷이고
衆鳥相與飛  중조상여비  새들 짝지어 날지만
遲遲出林  지지출림핵  뒤늦게 둥지를 나선 늦 발이 새는
未夕復歸來  미석복귀래  해도 지기 전에 다시 돌아오네
量力守故轍  양력수고철  분수 따라 삶을 살아온 선비는
豈不寒與飢  기불한여기  누구나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렸노라
知音苟不存  지음구부존  이제 나를 알아주는 사람도 없으니
何所悲  이이하소비  슬퍼한들 어쩔것인가 ? 
 

■ 形贈影 <형증영> 


 天地長不沒  천지장불몰  하늘과 땅은 영원히 존재하고
山川無改時  산천무개시  산과 강도 바뀌지 않을 것이다
草木得常理  초목득상리  초목도 하늘의 이치를 알아
霜露榮悴之  상로영췌지  서리와 이슬에 시들었다 다시 피는데
謂人最靈智  위인최영지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 사람만은
獨復不如玆  독부불여자  고독하게 그들과 같지 않더라
適見在世中  적견재세중  인연으로 이 세상에 태어났다가
奄去靡歸期  엄거미귀기  한번 사라지면 영원히 돌아오지 않으니
奚覺無一人  해각무일인  죽은 사람을 누가 기억하겠는가 ?
親識豈相思  친식기상사  친척들도 잊는 것을
但餘平生物  단여평생물  살아서 항상 쓰던 물건만 남아서
擧目情悽而  거목정처이  보는 사람만 옛정에 눈물 흘리네
我無騰化術  아무등화술  나 또한 신선 될 재주 없으니
必爾不復疑  필이불부의  언젠가는 그들과 같으리라
願君取吾言  원군취오언  그림자여 자내도 내 말을 들어 이해하고
得酒莫苟辭  득주막구사  사양말고 술이나 들어 훌쩍 마시게
 

■ 影答形 <영답형>


存生不可言  존생불가언  영원히 사는 것은 말도 안되고
衛生每苦拙  위생매고졸  당장, 춥고 배고파 고생이라
誠願遊崑華  성원유곤화  곤륜산과 화산에서 신선되고 싶지만
邈然玆道絶  막연자도절  길이 멀어 막막하구나
與子相遇來  여자상우래  그대와 우연히 만나 서로 짝이되어
未嘗異悲悅  미상이비열  슬픔과 기쁨을 함께 했구나
憩蔭若暫乖  게음약잠괴  그늘에 쉴 때는 잠시 떨어졌으나
止日終不別  지일종불별  햇볕에 나서면 늘 함께였노라
此同旣難常  차동기난상  하지만 영원히 함께 있긴 어려우니
黯爾俱時滅  암이구시멸  때가 되면 서로가 어둠에 뭍이리
身沒名亦盡  신몰명역진  몸이 죽으면 이름도 사라지리니
念之五情熱  염지오정열  오장육부가 타는 듯 하다
立善有遺愛  입선유유애  오직 선한 행적만이 남는다 하니
胡爲不自竭  호위불자갈  착하게 살지 않으려나
酒云能銷憂  주운능소우  술이 근심을 없애 준다고 하나
方此䛯不劣  방차거불열  그 보다 못할 것이네
 
■ 神釋 <신석>

 

大鈞無私力  대균무사력  천지의 변화는 사사롭지 않고
萬理自森著  만리자삼저  모든 섭리는 만물을 반영한다
人爲三才中  인위삼재중  사람의 운명도
豈不以我故  기불이아고  내가 있으므로 해서가 아니겠는가
與君雖異物  여군수이물  내가 그대들과 다른 존재이긴 하나
生而相依附  생이상의부  날때부터 서로 의지해 함께 살면서
結託善惡同  결탁선악동  선과 악을 같이 했으니
安得不相語  안득불상어  한마디 하겠다
三皇大聖人  삼황대성인  복희 신농 의 세 황제도
今復在何處  금부재하처  죽어서 지금은 흔적이 없으며
彭祖愛永年  팽조애영년  불로장생 한다던 팽조도
欲留不得住  욕류부득주  결국 죽었노라
老少同一死  노소동일사  사람은 늙으나 젊으나 언젠가는 죽기 마련
賢愚無復數  현우무부수  잘났다 어리석다 서로 판단하기 어렵구나 
日醉惑能忘  왈취혹능망  술 취하면 모든 것 다 잊는다 했지만
將非促齡具  장비촉령구  술은 생명을 다치는 것 
立善常所欣  입선상소흔  그림자는 착한 일을 기쁘다 못하니
誰當爲汝譽  수당위여예  누가 그대를 위해함께 하겠는가
甚念傷吾生  심념상오생  지나친 생각은 도리어 삶을 해치네
正宜委運去  정의위운거  대자연의 섭리에 맡겨야지
縱浪大化中  종랑대화중  천지의 조화란 물결에 하나가 되면
不喜亦不懼  불희역불구  좋고 나쁜 생각도 없을 걸세
應盡便須盡  응진편수진  언젠가 보내야 할 운명 어서 보내게
無復獨多慮  무복독다려  혼자 고독하게 걱정하지 말고
 

■ 於西田穫早稻 <서쪽 밭에서 올벼를 거두고>
  
人生歸有道  인생귀유도  인생은 결국 도에 돌아가지만
衣食固其端  의식고기단  우선은 먹고 입는 일이 삶의 바탕이니라
孰是都不營  숙시도불영  누구나 이를 제 힘으로 해결 않고
而以求自安  이이구자안  스스로 행복하기를 구할 수 없다
開春理常業  개춘이상업  봄에 열심히 씨를 뿌려야
歲功聊可觀  세공요가관  가을에 수확을 거둘 수가 있으니
晨出肆微勤  신출사미근  새벽에 나가서 열심히 일하고
日入負耒還  일일부뢰환  해지면 쟁기 메고 돌아온다
山中饒霜露  상중요상로  서리 이슬 많이 내리는 산중이라
風氣亦先寒  풍기역선한  바람도 평지보다 많이 분다
田家豈不苦  전가기불고  삶이 어찌 고생스럽지 않으리
弗獲사此難  불획사차난  허나 그 어려움 마다해선 안되노라
四體誠乃疲  사체성내피  온 몸이 몹시 피곤하여 고달파도
庶無異患干  서무이환간  우리야 전쟁 없기만 바랄 뿐이라
관濯息詹下  관탁식첨하  손 발씻고 처마 밑에 쉬면서
斗酒散襟顏  두주산금단  큰 술잔 가득 마시니 배가 부르다 
遙遙沮溺心  요요저익섬  옛날에 숨어 농사짓던 장저 걸익의
千載乃相關  천재내상관  정신을 천년후의 내가 알겠노라
但願常如此  단원상여차  언제까지나 이렇게 농사짓기 바랄 뿐 
躬耕非所歎  궁경비소탄  몸소 일하는 피곤함은 걱정 없노라
 

■ 癸卯歲十二月中作與從弟敬遠  


寢迹衡門下  침적형문하  초라한 집에 몸을 의지하고
邈與世相絶  막여세상절  속세와 멀어 졌노라
顧盼莫誰知  고반막수지  주변을 둘러봐도 아는 사람 없고
荊扉晝常閉  형비주상폐  늘 낮에도 싸립문 굳게 닫혔네
凄凄歲暮風  처처세모풍  겨울세찬 바람 쌀쌀히 불고
翳翳經日雪  예예경일설  계속 내리는 눈에 하늘도 어둡다
傾耳無希聲  경이무희성  귀를 기울여도 소리하나 없고
在目晧已潔  재목호이결  끝없이 희고 맑은 눈뿐이네
勁氣侵襟袖  겹기침검수  찬바람이 옷 속으로 스며들고
簞瓢謝屢設  단표사누설  밥그릇과 물그릇도 마련하지 못하노라
蕭索空宇中  소삭공우중  쓸쓸하게 텅 빈 집 안에는
了無一可悅  요무일가열  아무런 기쁨도 찾을 길 없네
歷覽千載書  역람천재서  천년전의 책을 뒤지다 보니
時時見遺烈  시시견유열  뛰어난 위인들의 덕행을 알 수 있어
高操非所攀  고조비소반  높은 지조야 쫓아 오를 수 있으나
深得固窮節  심득고궁절  고궁절 만은 나도 깊이 터득했노라
平津苟不由  평진구불유  평진공 같이 못될 바에야
捿遲詎爲拙  서지거위졸  은퇴한들 나쁘다 할 수 없으리
寄意一言外  기의일언외  말 못할 나의 심정 한이 없지만
玆契誰能別  자계수능별  오직 그대만은 알아주려는가
 

■ 還舊居 <환구거>
  

疇昔家上京  주석가상경  전에는 서울에 살다가 
六載去還歸  육재거환귀  육년 전에 고향으로 돌아갔네
今日始復來  금일시부래  다시 서울에 와 보니
惻愴多所悲  측창다소비  모든 것이 처량하고 서글프다
阡陌不移舊  천맥불이구  밭 뚝은 옛과 다름 없으나 
邑屋惑時非  흡옥혹시비  마을의 집은 예전 같지 않더라
履歷周故居  이력주고거  옛집 주위를 두루 돌았으나
隣老罕復遺  인로한부유  살아 남은 이웃영감이 적구나
步步尋往迹  보보심왕적  발걸음 옴겨 옛추억을 더듬으며
有處特依依  유처특의의  그 자리를 쉽게 떠나지 못했노라
流幻百年中  유환백년중  백년인생은 유전 변화하며
寒暑日相推  한서일상추  세월은 나날이 떠 밀듯이 흘러가니
常恐大化盡  상공대화진  일찍 죽어 쓰러질까 두렵구나
氣力不及衰  기력불급쇠  아직 기력 다하지 않았는데
廢置且莫念  폐치차막념  부질없는 생각일랑 말고
一觴요可揮  일상요가휘  한잔 술 말끔히 비우리라

 
■ 移居-1 <이거 1>
  
昔欲居南村  설욕거남촌  오래 전부터 남촌에 살고자 했음은
非爲卜基宅  비위복기택  미리 집터를 점처 놓았기 때문이다
聞多素心人  문다소심인  소박하고 좋은 사람 많다기에
樂與數晨夕  낙여삭신석  아침 저녁으로 어울려 즐기고자 했는데
懷此頗有年  회차파유년  몇 년을 벼르다가
今日從玆役  금일종자역  오늘 이사했다
폐廬何必廣  폐려하필광  가난한 내집 클 필요가 없고
取足蔽床席  취족폐상석  잠자리 눕일 공간이면 족해
隣曲時時來  인곡시시래  노상 이웃 사람들 찿아와서
抗言談在昔  항언담재석  옛일을 큰 소리로 담론하며
奇文共欣賞  기문공흔상  좋고 신기한 글 감상하고
疑義相與析  의의상여석  뜻을 묻고 풀었노라

 
■ 移居-2 <이거 2>
  
春秋多佳日  춘추다가일  봄 가을에는 좋은 날이 많으니
登高賦新詩  등고부신시  오늘도 높은 곳 올라 시를 읊노라
過門更相呼  과문경상호  문 앞 지나면 서로 불러 들여
有酒斟酌之  유주짐작지  술 따라 잔 권하며 마시노라 
農務各自歸  농무각자귀  농사일 바쁠때는 각자 밭에 가고
閒暇輒相思  한가첩상사  한가롭게 틈이 나면 서로 생각하여
相思則披衣  상사칙피의  친구 생각에 이내 옷 걸치고 찾아가
言笑無厭時  언소무염시  담소하며 끝낼 줄을 모르더라
此理將不勝  차리장불승  이렇게 사는 것이 가장 좋거늘
無爲忽去玆  무위홀거자  아예 이곳에서 나갈 생각 말아라
衣食當須記  의식당수기  의식은 마땅히 내 손으로 만들어 야지
力耕不吾欺  역경불오기  애써 농사 지으면 반드시 좋은 결과 있으리라

 

■ 讀山海經 
  
孟夏草木長  맹하초목장  여름의 초목은 나날이 자라고
繞屋樹扶疎  요옥수부소  집 둘레 나무는 잎이 푸르다   
衆鳥欣有託  중조흔유탁  새 들은 둥지 틀며 즐거워하고
吾亦愛吾盧  오역애오노  나 또한 내 집을 사랑하노라   
旣耕亦已種  기경역이종  밭 갈고 씨 뿌렸으니   
時還獨我書  시환독아서  이제는 책을 꺼내 읽는다
窮巷隔深轍  궁항격심철  내 사는 곳 서울에서 멀어   
頗回故人車  파회고인거  친한 이도 수레를 돌리어 간다
欣然酌春酒  흔연작춘주  즐거이 혼자 봄 술을 마시며
摘我園中蔬  적아원중소  텃밭의 나물 뜯어 안주를 삼는다
微雨從東來  미우종동래  가랑 비는 동쪽에서 내리고
好風與之俱  호풍여지구  비와 함께 불어오는 바람도 좋다   
汎覽周王傳  범람주왕전  잠잠히 주왕전을 꺼내어
流觀山海圖  유관산해도  산해도를 읽는다
傘仰終宇宙  산앙종우주  고개 끄덕이는 동안 우주를 다 보니
不樂復何如  불락복하여  이 보다 더한 즐거움이 어디 있겠는가 ?

 
■ 桃花源記 <무릉도원>

  

嬴氏亂天記 (영씨난천기) 진나라 임금이 천도를 흩트리자
賢者避其世 (현자피기세) 현자들이 세상에서 몸을 숨겼다
黃綺之商山 (황기지상산) 네 사람의 은자들이 상산으로 갔고
伊人亦云逝 (이인역운서) 그들 역시 이 곳으로 피신 왔노라
往迹沈復湮 (왕적침복인) 은신해 갔던 발자국도 세월에 묻혀 지워지고
來逕遂蕪廢 (내경수무폐) 도화원으로 오던 길도 황폐해 버렸다
相命肆農耕 (상명사농경) 서로 도와 농사에 힘들이고
日入從所憩 (일입종소게) 해가 지면 편하게 쉬더라
桑竹垂餘蔭 (상죽수여음) 뽕과 대나무가 무성하여 그늘이 짙고
菽稷隨時藝 (숙직수시예) 콩과 기장 때를 따라 심는다
春蠶收長絲 (춘잠수장사) 봄 누에 쳐서 비단실 거두고
秋熟靡王稅 (추숙미왕세) 가을추수 세금 안 바치더라
荒路曖交通 (황로애교통) 황폐한 길이 희미하게 틔었고
鷄犬互鳴폐 (계견호명폐) 닭과 개가 서로 울부짖고 있다
俎豆猶古法 (조두유고법) 제사도 여전히 옛법 대로이고
衣裳無新製 (의상무신제) 옷도 새로운 유행을 따르지 않는다
童孺縱行歌 (동유종행가) 어린아이들은 멋대로 길에서 노래하고
斑白歡遊詣 (반백환유예) 백발 노인들은 즐겁게 서로 �는다
草榮識節和 (초영식절화) 풀 자라니 온화한 봄철인줄 알고
木衰知風慮 (목쇠지풍려) 나무 시들자 바람찬 겨울인줄 아노라
雖無記歷志 (수무기력지) 비록 달력 같은 기록은 없어도
四時自成歲 (사시자성세) 사계절 변천으로 일년을 알 수 있노라
怡然有餘樂 (이연유여락) 기쁜 낯으로 마냥 즐겁게 살고
于何勞智惠 (우하노지혜) 애를 써서 꽤나 재간을 부리지 않는다
奇蹤隱五百 (기종은오백) 흔적없이 가려워 진지 오백년만에
一朝敞神界 (일조창신계) 홀연히 신비의 세계가 나타났으나
淳薄旣異源 (순박기이원) 순박한 도원경과 야박한 속세 서로 맞지 않아
旋復還幽弊 (선부환유폐) 이내 다시 신비속에 깊이 숨었노라
借問遊方士 (차문유방사) 잠시 속세에 사는 사람들에게 묻겠노라
焉測塵囂外 (언측진효외) 먼지와 소음없는 신비로움을 알겠는가?
願言躡輕風 (원언섭경풍) 바라 건데 사뿐히 바람을 타고
高擧尋吾契 (고거심오계) 높이 올라 나의 이상을 찾으리
  

  

◆ 桃花源記 ◆

晉太元中,武陵人捕魚爲業,緣溪行,忘路之遠近 忽逢桃花林,夾岸數百步,中無雜樹,芳草鮮美,落英 紛,漁人甚異之, 復前行,欲窮其林 林盡水源,便得一山,山有良田美池桑竹之屬,阡陌交通,犬相聞 其中往來種作,男女衣著,悉如外人,黃發垂 ,幷怡然自樂 見漁人,乃大驚,問所從來,具答之,便要還家,設 殺?作食,村中聞有此人,咸來問訊 自云先世避秦時亂,率妻子邑人,來此絶境,不復出焉, 遂與外人間隔 問今是何世,乃不知有漢,無論魏 晉 此人一一爲具言所聞,皆嘆 余人各復延至其家,皆出 食 停數日辭去,此中人語云“不足爲外人道也”旣出,得其船,便扶向路,處處志之 及郡下,詣太守說此 太守卽遣人隨其往,尋向所志,遂迷不復得路南陽劉子驥,高士也,聞之,欣然規往,未果,尋病終 后遂無問津者

 

◆ 도화원기 풀이 ◆

晉(진) 나라 太原(태원) 때, 武陵(무릉)에 고기잡이를 하며 사는 사람이 있었다. 어느 날 강을 따라 가다가 길을 잃어버려 헤매다가 갑자기 복숭아 숲을 만나게 되었다. 언덕을 따라 몇 걸음 걸어가니 그 가운데 잡목이 없는 넓은 벌판이 있었는데 아름답고 향기로운 풀이 싱그러우며 꽃잎이 어지러이 휘날리고 있었다. 어부는 매우 이상하게 생각하고 더 앞으로 나가 그 숲의 끝까지 가보려 했다. 숲이 다 한 곳은 水源(수원)이며 거기 한 산이 있는데, 산에는 기름진 밭과 맑은 연못과 뽕나무 대나무가 울창하며, 조금을 더 걸어가니 닭과 개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가운데를 오가면서 농사일 하는 남녀의 입은 옷은 모두 딴 세상사람의 옷과 같았으며 백발의 노인과 아이들 모두 즐거워 보였다. 어부를 보고 크게 놀라 어떻게 여기 왔느냐고 묻는다. 그 내력을 다 말하니 집으로 데려가 술상을 마련하고 닭은 잡고 밥을 지어서 먹어라 한다. 마을에 이 사람(어부)이 온 소문을 듣고 호기심으로 여러 가지를 무르로 사람들이 몰려왔다. 마을 사람들이 스스로 말하기를 그들은 秦(진)나라 때 난리를 피해 처자와 읍의 사람을 대리고 이 외진 곳에 와서 다시 돌아가지 않았다 하며, 그때부터 외지 사람과 사이가 단절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묻기를 지금은 어느 시대인가 하는데, 漢(한)나라가 있다는 것조차도 모르며 魏(위)나라와 晉(진)나라도 알지 못한다. 거기 사람들은 그런 말을 자세히 다 듣고 모두 탄식을 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다 그들 집으로 초청해서 모두 술과 음식을 내온다. 며칠을 묵고 작별하려고 떠나는데, 그 가운데 한 사람이 말하기를 [ 외부 사람들에게 우리이야기를 하지 말아 주세요]라고 했다. 그곳을 떠나 배를 타고 오면서 가는 길목 곳곳에 일일이 표시를 해 두었다. 군에 도착하자 太守(태수)에게 가서 그 말을 다 했다. 태수는 사람을 보내어 그가 간 곳을 찾아가 보게 했는데 표시한 곳을 찾았으나 결국 헷갈려서 길을 찾지 못했다. 남양에 유자기라는 고상한 선비가 이 소식을 듣고 기꺼이 그 곳에 갈 계획을 세웠으나 결과도 못 이르고 얼마 되지 않아 병이 나서 죽고 말았다. 그 뒤로는 길을 묻는 자가 다시는 없었다.
 
■ 止酒<술을 끊어리> 

 

居止次城邑(거지차성읍) 마을 안에 있는 내 집  
逍遙自閒止(소요자한지) 유유자적하며 한가하게 사노라
坐止高蔭下(좌직고금하) 높은 그늘에 앉아 쉬고
步止筆門裏(보지필문리) 싸립문 드나들며 거닌다  
好味止園葵(호미지원규) 해바라기씨 말려서 먹고
大歡止雉子(대환지치자) 어린 아들을 사랑하노라
平生不止酒(평생부지주) 평생 술을 마시며 친구 했으니
止酒情無喜(지주정무희) 술 안 마시면 기쁜 일도 없다
暮止不安寢(모지불안침) 저녁에 술 마셔야 잠을 잘 수 있고
晨止不能起(신지불능기) 아침에는 술 마시고 깨어나니
日日欲止之(일일욕지지) 어떻게 술을 끊을 수 있으랴
營衛止不理(영위지불리) 건강이 좋지 않음은 당연한 일
徒知止不樂(도지지불락) 안 마시면 않되는 줄만 알았지
未知止利己(미지지이기) 내 몸 상하는 줄 몰랐노라
始覺止爲善(시각지위선) 술 끊는 것이 좋은 줄 왜 모르겠는가
今朝眞止矣(금조진지의) 오늘 아침부터 술을 끊어리라
從此一止去(종차일지거) 앞으로 다시는 술 안 마시려 명세 한다
將止扶桑涘(장지부상사) 부상 물가까지 가리라
淸顔止宿容(청안지숙용) 맑은 정신은 얼굴에 화색이 돈다
奚止千萬祀(해지천만사) 이렇게 하면 천년은 살겠지?


■ 乞食 <밥을 얻으며> 

 

飢來驅我去  기내구아거  배가 고파 길거리로 나섰으나 
不知竟何之  부지경하지  갈 곳을 몰라 두리번 그린다 
行行至斯里  행행지사리  가다 서고 어느 집 앞에 이르러
叩門拙言辭  고문졸언사  문을 두드려 놓고 차마, 말이 나오질 않는다 
主人解余意  주인해여의  주인이 나의 처지를 알고
遺贈副虛期  유증부허기  은혜를 베푸니 헛걸음은 아니었구나
談話終日夕  담화종일석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날이 저물어
觴至輒傾치  상지첩경치  두어 잔 돌리니 취기가 오른다 
情欣新知歡  정흔신지환  서로 만나서 벗이 되어
言詠遂賦詩  언영수부시  기쁨을 읊으니 시가 되네
感子漂母惠  감자표모혜  내게 베푼 은혜 고맙기만 하고
괴我韓才非  괴아한재비  나의 재주이 없음 마냥 부끄러워
銜집知何謝  함집지하사  어찌 보답할지 가슴깊이 감사한다
冥報以相貽  명보이상이  저승에서 다시 만나 보답하리라


■ 歸去來兮 <귀거래혜>  

  

田園將蕪胡不歸(전원장무호불귀) 논 밭이 묶고 있으니 빨리 돌아가야지
旣自以心爲形役(기자이심위형역) 마음은 스스로 몸의 부림 받았거니
奚惆悵而獨悲(해추창이독비) 어찌 홀로 근심하며 슬퍼하고 있으리

悟已往之不諫(오이왕지불간) 지난날은 되 돌릴 수 없음을 알았으니
知來者之可追(지래자지가추) 이에 앞으로는 그르치는 일 없으리라
實迷途其未遠(실미도기미원) 길이 어긋났으나 멀리 떨어진 건 아니니
覺今是而昨非(각금시이작비) 지난 날은 허비했으니 이제부터 바르리

舟遙遙以輕颺(주요요이경양) 고운 물결 흔들흔들 배를 띄우고
風飄飄而吹衣(풍표표이취의) 바람 가벼이 불어 옷자락을 날리네
問征夫以前路(문정부이전로) 길손에게 앞길 물어 가야 하니
恨晨光之熹微(한신광지희미) 희미한 새벽빛에 절로 한숨이 난다

乃瞻衡宇(내첨형우)         어느덧 저 멀리 집이 바라다 보이니
載欣載奔(재흔재분)         기쁜 마음으로 빠르게 집으로 가네
童僕歡迎(동복환영)         사내아이 종 나와 반가이 맞이하고
稚子候門(치자후문)         어린 아들 문 앞에 기다려 서 있네

三徑就荒(삼경취황)         세 갈래 오솔길에 잡초가 우거졌어도
松菊猶存(송국유존)         소나무와 국화는 그대로 남아 있네
携幼入室(휴유입실)         어린 아들 손잡고 방으로 들어서니
有酒盈樽(유주영준)         술 항아리 가득히 나를 반기네

引壺觴以自酌(인호상이자작) 술병과 술잔 끌어당겨 혼자 마시며
眄庭柯以怡顔(면정가이이안) 뜰의 나무를 지그시 보며 미소 짓는다
倚南窓以寄傲(의남창이기오) 남쪽 창에 기대어 자유롭게 있노라니
審容膝之易安(심용슬지이안) 작은 방이지만 편하기 한량없다

園日涉以成趣(원일섭이성취) 뜰은 매일 거닐어도 풍치가 있고
門雖設而常關(문수설이상관) 문은 나 있으나 늘 닫아 두고 있네
策扶老以流憩(책부노이류게) 지팡이 짚고 가다가 쉬기도 하고
時矯首而遐觀(시교수이하관) 때로는 고개 들어 먼 곳을 바라보네

雲無心以出岫(운무심이출수) 구름은 무심히 골짝을 휘감고
鳥倦飛而知還(조권비이지환) 날다 지친 저 새 다시 돌아오네
影翳翳以將入(영예예이장입) 저 해도 서산에 지려하는데

 

歸去來兮(귀거래혜) 돌아가자!

請息交以絶遊(청식교이절유) 사귐도 어울림도 이젠 모두 끊으리라!

世與我而相違(세여아이상위) 세상과 나는 서로 어긋나기만 하니,

復駕言兮焉求(복가언혜언)   다시 수레를 몰고 나간들 무엇을 얻겠는가?

悅親戚之情話(열친척지정화) 친척 이웃들과 기쁘게 이야기 나누고,

樂琴書以消憂(낙금서이소우) 거문고와 글 즐기니 근심은 사라진다.

農人告余以春及(농인고여이춘급) 농부들 나에게 봄 왔음을 알려 주니,

  

將有事於西疇(장유사어서주) 서쪽 밭에 나가서 할 일이 생겼다.

或命巾車(혹명건차) 때로는 천막 친 수레를 몰고,

或棹孤舟(혹도고주) 때로는 외로운 조각배 노를 젓는다.

旣窈窕以尋壑(기요조이심학) 깊고 굽이져 있는 골짝도 찾아가고,

亦崎嶇而經丘(역기구이경구) 험한 산길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기도 한다.

木欣欣以向榮(목흔흔이향영) 물오른 나무들 싱싱하게 자라나고,

泉涓涓而始流(천연연이시류) 샘물은 퐁퐁 솟아 졸졸 흘러내린다.

善萬物之得時(선만물지득시) 만물은 제 철을 만나 신명이 났건마는,

感吾生之行休(감오생지행휴) 이제 나의 삶은 휴식 년을 절감한다.

已矣乎(이의호) 아서라!

寓形宇內復幾時(우형우내복기시) 세상에 이 내몸 얼마나 머무를 수 있으리오!

曷不委心任去留(갈불위심임거류) 가고 머물 음은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니,

胡爲乎遑遑欲何之(호위호황황욕하지) 무엇 위해 어디로 그리 서둘러 가려는가?

富貴非吾願(부귀비오원) 부귀영화는 내 바라던 바 아니었고,

帝鄕不可期(제향불가기) 신선 사는 곳도 기약할 수 없는 일.

懷良辰以孤往(회양진이고왕) 좋은 시절 바라며 홀로 나서서,

或植杖而耘耔(혹식장이운자) 지팡이 세워 두고 김 매고 북돋운다.

登東皐以舒嘯(등동고이서소) 동쪽 언덕에 올라 길게 휘파람 불어보고,

臨淸流而賦詩(임청류이부시) 맑은 시냇가에 앉아 시도 지어본다.

聊乘化以歸盡(요승화이귀진) 이렇게 자연을 따르다 끝내 돌아갈 것인데,

樂夫天命復奚疑(낙부천명복해의) 천명을 즐겼거늘 다시 무엇을 의심하리.

 

■ 歸園田居 1 <귀원전거 1>

 

少無適俗韻  소무적속운  어려서 부터 세상과 어울리지 못하고
性本愛丘山  성본애구산  본래 성품이 산을 좋아 했다
誤落塵網中  오락진망중  하지만, 세상의 먼지 속 그물에 빠져
一去三十年  일거삼십년  어느덧 삼십 년이 지났다
羈鳥戀舊林  기조연구림  떠돌던 새는 자신이 놀던 숲을 그리워하고
池魚思故淵  지어사고연  연못의 고기는 옛 물을 생각하듯이
開荒南野際  개황남야제  나도 거친 남쪽 밭을 가꾸워
守拙歸園田  수졸귀원전  전원에 돌아가 자연에 묻혀 살리라
方宅十餘畝  방택십여묘  3백 여평 대지위에
草屋八九間  초옥팔구간  초 졸한 여덟 아홉 간의 방을 마련하고
楡柳蔭後瞻  유류음후첨  느릅나무와 버드나무는 처마를 덮어
桃李羅堂前  도리나당전  복숭아 자두나무가 마당을 덥네
曖曖遠人村  애애원인촌  여기서 먼 곳에 인가가 있어
依依墟里煙  의의허리연  가물가물 마을 연기 피어 오르고
狗吠深巷中  구폐심항중  마을에서 개 짖는 소리 들리며
鷄鳴桑樹顚  계명상수전  뽕나무 위에서는 닭 우는 소리 들리며
戶庭無盡雜  호정무진잡  집 안에는 잡스런 일 없이
虛室有餘閒  허실유여한  텅 빈 방안은 한가롭다
久在樊籠裏  구재번롱리  오랫동안 새장 대처에 갇혀 살다가
復得返自然  부득반자연  이제야 자연으로 돌아왔네 

  

 

■ 註釋  


歸園田居 /전원의 집으로 돌아오다. 詩題가 歸園田居로 된 판본도 있다. 居는 집.거처 환경의 뜻. 少無適俗韻 /어려서 부터 속된 기풍에 맞지 않았다. 適은 맞는다. 어울리다.적응하다. 俗韻 /세속적인 기풍이나 분위기. 즉 俗風. 性本愛丘山 /성품이 본래 산을 좋아한다. 論語에 있다.어진 자는 산을 즐긴다<仁者樂山>.즉 도연명의 천성은 어질다. 丘山 /언덕이나 山. 邱는 丘와 같다. 誤落 /잘못하여 떯어졌다. 塵網中 /티끌 세상의 그물 속. 추하게 엉키고 구속 많은 벼슬살이란 뜻. 塵은 塵世. 塵俗 網은 그물. 一去 /훌쩍 지나가다. 羈鳥 /나그네로 떠도는 새. 羈는 나그네 또는 客寓의 뜻. 戀舊林 /본래 자라던 자연의 숲을 그리워 한다. 池魚/ 연못에 갇인 물고기. 思故淵 /옛날에 놀던 자연의 못을 그리워 한다. 開荒/ 황무지를 개간하여 농사를 짓겠다는 뜻. 守拙/ 어리석음을 지킨다. 老子에 있다<大巧若拙>. 蔭後瞻 /陰은 그늘지어 시원하게 덥어 가린다. 瞻은 처마 끝. 墟里/ 한적한 농촌. 虛室 /靜虛한 방. 또는 마음. 莊子에 닫혀진 텅 빈 어두운 방에 햇빛이 들면 희게 돋보인다. <人間世篇> 

  

■ 解說 


이 詩는 陶淵明의 참 모습을 보여주는 그의 대표적 걸작이다. 대략 42세에 지은 것이며, 전 해에 벼슬을 버리고 돌아 오면서 歸去來辭를 지었다. 원래부터 淵明은 自然의 山川을 좋아 했다. 하지만 집이 가난하여 벼슬 살 이에 나갔으나, 중상과 모략이 판치는 당시 시대가 연명에게 맞을 리 없었다. 그 돌아오는 마음을 잘 표현 한 글이 이 시다. 
 

■ 歸園田居 2 <귀원전거 2>

 

野外罕人事  야외한인사  한가한 시골이라 바쁘게 오가는 사람 없고
窮港寡輪鞅  궁항과윤앙  가난한 산골이라 세도가의 마차도 오지 않는다
白日掩荊扉  백일엄형비  대낮에도 사립문 굳게 닫힌 내 집
虛室絶塵想  허실절진상  텅 빈 방은 때 낀 생각 없어 맑기만 하다
時復墟曲中  시부허곡중  가끔, 靜虛한 마음으로 발길 옴겨
披草共來往  피초공내왕  풀 헤치며 사람들과 오고 간다
相見無雜言  상견무잡언  서로 만나도 잡스런 말 하지않고
但道桑麻長  단도상마장  오직 농사 잘 되었는가를 물을 뿐 
桑麻日已長  상마일이장  뽕과 삼은 하루가 다르게 자라고
我土日已廣  아토일이광  나의 농토도 하루 하루 넓어지지만
常恐霜霰至  상공상선지  항상 염려하는 건 서리나 우박 내려
零落同草莽  영락동초망  다 지은 농사 잡초 처럼 시들까 걱정이다.

 

■ 歸園田居 3 <귀원전거 3>

 

種豆南山下  종두남산하  남산 아래 콩을 심었는데
草盛豆苗稀  초성두묘희  풀만 무성하고 콩이 드물다
侵晨理荒穢  침신이황예  아침 일찍 일어나 잡초 밭을 손질하고
帶月荷鋤歸  대월하서귀  저녁이면 달 그림자와 더불어 호미 메고 돌아온다
道狹草木長  도협초목장  좁은 길에는 잡초가 무성해
夕露沾我衣  석로첨아의  저녁에 내린 이슬이 옷을 적시네
衣沾不足惜  의첨부족석  옷 이야 젖어도 걱정 없으나
但使願無違  단사원무위  농사는 잘 되길 바란다.


帶月荷鋤歸 달 그림자와 더불어 호미메고 돌아온다는 
참, 유순한 내용이며 도연명의 진면목을 보는 듯 한 문장이다.

 

■ 歸園田居 4 <귀원전거 4>

 

久去山澤遊(구거산택유) 오랫만에 산길 따라 산책을 나서니
浪莽林野娛(낭망임야오) 넓은 산과 들이 풍요롭다
試携子姪輩(시휴자질배) 자식과 조카들 손 잡고 걸으며
披榛步荒墟(피진보황허) 숲을 지나니 무너진 옛 집터가 보인다
徘徊邱隴間(배회구롱간) 언덕 위에서 바라보니
依依昔人居(의의석인거) 옛날 살던 사람들이 그립다
井竈有遺處(정조유유처) 우물과 부뚜막의 흔적이 남아있고
桑竹殘朽株(상죽잔후주) 뽕과 대나무가 썩어 가고 있다
借問採薪者(차문채신자) 길 가는 나무꾼에게
此人皆焉如(차인개언여) 안부를 물으니
薪者向我言(신자행아언) 나무꾼이 말 하길
死沒無復餘(사몰무부여) 다 죽고 떠났다 한다
一世異朝市(일세이조시) 세월 흘러 사람 바뀐다 하니
此語眞不虛(차어진불허) 참으로 빈 말이 아니로다
人生似幻化(인생사환화) 인생은 마치 환상의 조화
終當歸空無(당종귀공무) 끝 없는 공과 무에 돌아가리

人生似幻化, 終當歸空無라 했다.
般若心經에 色卽時空, 空卽時色이란 말과 맞아 떨어지는 구절이라

人生의 無常함을 느끼는 구절이다.

 

■ 歸園田居 5 <귀원전거 5>

 

悵恨獨策還(창한독책환) 슬픈 마음으로 지팡이 짚고 시골로 돌아왔네
崎嶇歷榛曲(기구역진곡) 험한 산길 잡초 헤치고
澗水淸且淺(간수청차천) 계곡 물은 맑아서
可以濯吾足(가이탁오족) 더러운 내 발을 씻을 만하네
漉我新熟酒(녹아신숙주) 잘 익은 술을 빚고 닭을 잡아
隻鷄招近屬(척계초근속) 이웃들 불러 안부를 묻노라
日入室中闇(일입실중암) 해는 지고 방은 어두우니
荊薪代明燭(형신대명촉) 관솔<소나무 송진>지펴 촛불 대신 밝히고
歡來苦夕短(환내고석단) 기분이 좋으니 밤이 짧아
已復至天旭(이복지천욱) 어느 새 먼 동이 터 훤히 날이 밝아오네

 

 雜詩 1  

 

人生無根체(인생무근체) 인생은 뿌리 없는
飄如陌上塵(표여맥상진) 밭 두렁의 먼지같이 의연한 것
分散逐風轉(분산수풍전) 바람 따라 이리 저리 흐르는
此已非常身(차이비상신) 인간의 삶은 본래가 무상한 몸
落地成兄弟(낙지성형제) 땅 위에 살고 있는 모두는 형제이지
何必骨肉親(하필골육친) 피를 나눈 가족만이 형제는 아니다
得歡當作樂(득환당작락) 기쁨은 서로 즐기고
斗酒聚比隣(두주취비린) 많은 술 이웃과 나누어 마셔야지
盛年不重來(성년부중래) 젊은 시절은 다시 오지 않고
一日難再晨(일일난재신) 하루에 아침은 한번 뿐이다
及時當勉勵(급시당면려) 때를 놓치지 말고 열심히 일해라
歲月不待人(세월부대인) 세월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

 

위의 글 雜詩 1수는 飮酒와 함께 널리 알려져 애송되어진 글이다.

도연명의 시는 읽으면 그냥 느껴지는 특징이 있다.

달리 의미를 부여하면 군더더기가 되어지는 글이 도연명의 시 특징이다.
 

 雜詩 2  

 

白日淪西阿(백일윤서아) 해가 서산으로 기울자
素月出東嶺(소월출동령) 밝은 달이 산 위로 떠 오른다
遙遙萬理輝(요요만리휘) 달빛은 아득히 만리를 비추고
蕩蕩空中景(탕탕공중경) 밝은 빛 허공 중에 흩어지네
風來入房戶(풍래입방호) 차가운 바람은 문풍지로 스며들고
夜中枕席冷(야중침석랭) 한 밤중 베개머리 차가워 싸늘하구나
氣變悟時易(기변오시역) 찬 바람에 계절 바뀐 줄 알고
不眠知夕永(불면지석영) 잠 이 오지 않으니 밤이 길어졌구나
欲言無予和(욕언무여화) 긴 밤을 말 동무도 없이
揮杯勸孤影(휘배권고영) 잔 들어 외로운 그림자에게 권하노라
日月擲人去(일월척인거) 세월은 날 버리고 가거늘
有志不獲騁(유지불획빙) 나는 소원을 이루지 못해
念此懷悲悽(염차회비처) 마음이 서글프고 처량하여
終曉不能靜(종효불능정) 밤 새 뒤척이며 잠들지 못하였네

 
□ 雜詩 3 

 

榮華難久居(영화난구거) 부귀 영화는 오래가기 어렵고
盛衰不可量(성쇠불가량) 앞날은 예측할 수 없노라
昔爲三春渠(석위삼춘거) 지난 봄에 피던 연꽃이
今作秋蓮房(금작추연방) 올 가을에 연밥 되었구나
嚴霜結野草(엄상결야초) 풀잎은 서리 내려 앉아 차가우나
枯悴未遽央(고췌미거앙) 속까지 시들지는 않으며
日月還復周(일원환부주) 해와 달이 두루 돌거늘
我去不再陽(아거부재양) 나는 지난 시간을 다시 되 찾을 수가 없다
眷眷往昔時(권궈왕석시) 지난 날을 그리워 하는
憶此斷人腸(억차단인장) 나의 가슴이 끊어지는 듯 하다

 

 雜詩 4

 

丈夫志四海(장부지사해) 장부로 태어나 사방에 큰 뜻을 펼치려 했는데
我願不知老(아원부지로) 나는 늘어도 책을 보며 공부하리라
親戚共一處(친척공일처) 가족들 한 곳에 모여 살고
子孫還相保(자손환상보) 자식들 한결같이 잘 키우리라
觴弦肆朝日(상현사조일) 아침부터 술 마시며 거문고 타고
樽中酒不燥(준중주불조) 술 통에 술 떨어지지 않기를 바라며
緩帶盡歡娛(완대진환오) 허리띠 풀고 계속 마시리라
起晩眠常早(기만면상조) 늦게 일어나고 일찍 잠 잔다
孰若當世士(숙약당세사) 그러나 오늘의 사람들은 엉뚱한 생각
氷炭滿懷抱(빙탄만회포) 가슴에 품고 한 순간 일확천금을 노리네
百年歸邱壟(백년귀구롱) 백년도 못살고 흙 무덤에 돌아가니
用此空名道(용차공명도)그렇게 빈 이름 얻어 무얼 할 건가?

 

□ 雜詩 5 

 
憶我少壯時(억아소장시) 내가 젊고 어렸을 때는
無樂自欣豫(무락자흔예) 특별한 낙없이도 그저 즐거웠고
猛志逸四海(맹지일사해) 힘차고 강한 의지 사방에 뻗쳐
騫翮思遠翥(건핵사원저) 날개 펴고 멀리 날려 했지만
荏苒歲月頹(임염세월퇴) 모든 것이 세월에 점차 퇴색하여
此心消已去(차심소이거) 그 생각은 이미 사라져 없어졌다
値歡無復娛(치환무부오) 기쁜 일이 있어도 즐겁지 않고
每每多憂慮(매매다우려) 언제나 걱정과 근심에 쌓여
氣力漸衰損(기력점쇠손) 기력도 점점 약해져 가는 것이
轉覺日不如(전각일불여) 하루가 다른 것을 느낀다
壑周無須臾(학주무수유) 잠시 쉴 틈도 없이 흐르는 물처럼
引我不得住(인아부득주) 머물지 않고 나를 이끌고 가네
前塗當幾許(전도당기허) 앞날은 이제 얼마나 남지 않아
未知止泊處(미지지박처) 머물고 쉴 곳도 알지 못하네
古人惜寸陰(고인석촌음) 옛 사람 촌음도 아끼란 말이
念此使人懼(염차사인구) 생각나 나를 두렵게 한다

 

 雜詩 6

 

昔聞長者言(석문장자언) 어려서는 어른들이 잔소리하면
掩耳每不喜(엄이매불희) 듣기 싫어 귀 막았거늘
奈何五十年(내하오십년) 지금은 오십이 된 내가
忽已親此事(홀이친차사) 어느덧 잔소리를 하게 되었네
求我盛年歡(구아성년환) 지난 날의 즐거움 다시 느끼려 해도
一毫無復意(일호무부의) 이제는 두 번 다시 느낄 수 없네
去去轉欲速(거거전욕속) 세월 가는 시간 따라 같이 늙으니
此生豈再値(차생기재치) 지난 인생은 두 번 다시 돌이킬 수 가 없다
傾家時作樂(경가시작락) 적은 시간이지만 가족들과 함께 해야지
竟此歲月徙(경차세월사) 한번 흘러가고서는 돌아오지 않는 세월
有子不留金(유자불유금)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지 마라
何用身後置(하용신후치) 죽고 난 후의 일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雜詩 7  

 

日月不肯遲(일월불긍지) 흐르는 세월은 순간을 멈추지 않고
四時相催迫(사시상최박) 계절은 서로 재촉하며 뒤따르네
寒風拂枯條(한풍불고조) 찬 바람 마른 가지 흔들고 지나니
落葉掩長陌(낙엽엄장맥) 낙엽이 떨어져서 길을 덮는다
弱質與運頹(약질여운퇴) 본래, 약한 체질인데, 운세 마저 좋지 않다
玄鬢早已白(현빈조이백) 검던 머리는 어느 새 백발이 되었네
素標揷人頭(소표삽인두) 흰 머리는 앞으로
前途漸就窄(전도점취책) 살 날이 길지 않다는 증거 리라
家爲逆旅舍(가위역여사) 집이란 잠시 머물다 가는 여관 같은 것
我如當去客(아여당거객) 우리 모두는 언젠가 떠나야 할 나그네
去去欲何之(거거욕하지) 집 떠나면 어디로 걸 것인가
南山有舊宅(남산유구택) 남산 기슭의 옛집인 무덤이리라

 

 雜詩 8

 

代耕本非望(대경본비망) 벼슬살이는 본래 원하던 바 아니었고
所業在田桑(소업재전상) 본래 생업은 밭갈이와 양잠 이였다
躬親未曾替(궁친미승체) 몸소 농사 지으며 게으르지 않았건만
寒餒常糟糠(한뇌상조강) 항상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렸다
豈期過滿腹(기기과만복) 내 어찌 배 채우기 이상을 바라겠는가
但願飽粳糧(단원포갱량) 오직 쌀밥이나 배불리 먹길 바란다네
御冬足大布(어동족대포) 겨울에는 거친 베옷 걸치고 견뎌 내고
麤絺以應陽(추치이응양) 여름에는 값싼 갈포로 햇볕을 가리네
正爾不能得(정이불능득) 이런 소망조차도 뜻대로 되지 않으니
哀哉亦可傷(애재역가상) 참으로 슬프고 가슴 아프다
人皆盡獲宜(인개진획의) 남들은 적절히 잘 사는데
拙生失其方(절생실기방) 못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방법을 모르겠네
理也可奈何(이야가내하) 이것 또한 운명이니 어찌 할 수 있으랴
且爲陶一觴 (차위도일상) 도연히 술 한 잔 마시고 취할 수 밖에

 
□ 雜詩 9

 

遙遙從羈役(요요종기역) 머나먼 객지에서의 일 나서니
一心處兩端(일심처량단) 한 마음이 양 끝에 있다
掩淚汎東逝(엄루범동서) 눈물을 가리고 배를 띄워 동쪽으로 가니 
順流追時遷(순류추시천) 흐름에 따라 시간 바뀌는 것을 쫓아간다
日沒星與昴(일몰성여묘) 해는 參星과 昴星쪽으로 지면서
勢翳西山巓(세예서산전) 그 기세가 서쪽 산꼭대기에 깃들인다
蕭條隔天涯(소조격천애) 쓸쓸히 하늘 끝에 떨어져 있으면서
惆悵念常餐(추창념상찬)  서글프게 집에서 먹던 식사 생각을 한다
慷慨思南歸(강개사남귀) 慷慨에 차올라 남쪽으로 돌아가기를 생각하지만 
路遐無由緣(노하무유연) 길은 멀고 그리고 갈 도리가 없다
關梁難虧替(관량난휴체) 관문과 다리 있지만 그만두기 어려운데
絶音寄斯篇 (절음기사편) 소식이 끊겨서 이 한 편을 부치는 거라

 

 雜詩 10  

 

閒居執蕩志(한거집탕지) 한가히 살면서 흔들리는 의지를 잡고 있었으나
時駛不可稽(시사불가계) 시간은 달려가고 멈출 수가 없었다
驅役無停息(구역무정식) 맡은 일에 몰리는 것 그치지를 않아서
軒裳逝東崖(헌상서동애) 의관을 차리고 동쪽 벼랑으로 가니
沈陰擬薰司(침음의훈사) 가라앉은 음기는 향내 풍기는 사향 같아서
寒氣激我懷(한기격아회) 차가운 기운이 내 가슴속을 뒤흔든다
歲月有常御(세월유상어) 세월은 변함 없이 지나가는데
我來淹已彌(아래엄이미) 나는 와서 머물러 있은 지가 이미 오래다
慷慨憶綢繆(강개억주무) 강개에 차 다정한 벗을 생각했지만
此情久已離(차정구이리) 그 심정도 오래 전에 없어지고 말았다
荏苒經十載(임염경십재) 이리 그리 10년이 지나고 말았으니
暫爲人所羈(잠위인소기) 잠시 남에게 매여 있는 것이다  
庭宇翳餘木(정우예여목) 뜰과 집은 많은 나무들로 가리워져 있을 것인데
倏忽日月虧(숙홀일월휴) 급작스럽게 세월은 사라져 간다

 

 雜詩 11

 

我行未云遠(아행미운원) 내가 가는 길이 멀다고 할건 못 되지마는
回顧慘風凉 (회고참풍량) 뒤돌아 보니 참담한 바람이 써늘하구나
春燕應節起(춘연응절기) 봄 제비는 철 따라 일어나
高飛拂塵梁(고비불진량) 높이 날아 먼지 낀, 대들보를 스치고 간다
邊雁悲無所(변안비무소) 변경의 기러기는 집을 잃고, 슬퍼하며
代謝歸北鄕(대사귀북향) 교대해서 북쪽의 고향으로 돌아들 간다
離鵾鳴淸池(리곤명청지) 떠나 있는 황새는 맑은 못에서 울며
涉暑經秋霜(섭서경추상) 더위 지내고 가을 서리 겪는다
愁人難爲辭 (수인난위사) 시름 겨운 사람은 마음속 나타내기 어려워
遙遙春夜長(요요춘야장) 아득히 봄 밤은 길도다

 

 雜詩 12

 

嫋嫋松標崖 (요뇨송표애) 한들 한들 소나무가 벼랑 위에 서 있는 것이
婉孌柔童子(완련유동자) 귀염성 있는 부드러운 동자이더니
年始三五間(연시삼오간) 15년이 지나고 나서는
喬柯何可倚(교가하가의) 높은 가지 어디에 기댈 수나 있나
養色含精氣(양색함정기) 안색을 기르고 정기를 머금으면
粲然有心理(찬연유심리) 깊이 힘쓰면 마음을 다스릴 수가 있다

 

 

 

漢詩 28首(한시 28수)

 

四季(사계) : 陶淵明(도연명)

 

春水滿四澤(춘수만사택) : 봄물은 가득하여 사방을 윤택케 하고

夏雲多奇峰(하운다기봉) : 여름의 많은 구름으로 봉우리가 기이하고

秋月揚明輝(추월양명휘) : 가을 달을 들어 올려 밝음이 빛나게 하고

冬嶺秀孤松(동령수고송) : 겨울 령(높은 산)에 소나무는 홀로 빼어나네.

 

野行(야행) : 咸承慶(함승경)

 

淸曉日將出(청효일장출) : 맑은 새벽 해가 떠오를 쯤

雲霞光陸離(운하광륙리) : 하늘 구름 일어나 비출 때면

江山更奇絶(강산경기절) : 강산은 다시 기이한 절경

老子不能詩(로자불능시) : 천하의 문장 이 풍경 어이할까

 

山中(산중) : 李栗谷(리률곡)

 

白雲抱幽巖(백운포유암) : 흰 구름 그윽하게 바위를 감싸 안고

靑鼠窺蓬戶(청서규봉호) : 청설모 청빈한 선비 집에서 엿보는데

山人不出山(산인불출산) : 산에 사는 사람은 나오지 않고

石逕蒼苔老(석경창태로) : 돌 오솔길 이끼만 푸르구나!

 

俗客不到處(속객부도처) : 속세인 없는 곳에 이르니

金富軾(김부식) : 甘露寺 次韻(감로사 차운)

 

登臨意思淸(등림의사청) : 뜻하는 생각이 맑음에 이르노라

山形秋更好(산형추경호) : 산 모양은 가을이니 다시 좋고

江色夜猶明(강색야유명) : 강물 빛은 밤이 오히려 맑은데

白鳥高飛盡(백조고비진) : 백조는 높이 날아 사라지고

孤帆獨去輕(고범독거경) : 외로운 돛단 배 홀로 가벼이 가고 있는데

自慙蝸角上(자참와각상) : 스스로 부끄러워지구나 달팽이 뿔 위에서

半世覓功名(반세멱공명) : 반평생 공명을 찾아 것들이

 

三角山(삼각산) : 金時習(김시습)

 

三角高峰貫太淸(삼각고봉관태청) : 삼각산 높은 봉우리 하늘까지 치솟아

登臨可摘斗牛星(등림가적두우성) : 올라가면 가히 북두칠성도 따겠는 걸

非徒嶽岫興雲雨(비도악수흥운우) : 산악의 그 뿌리가 비구름 일으키는 건 아니지만

能使邦家萬歲寧(능사방가만세녕) : 이 나라 만세토록 평안하게 해 줄 거야.

 

月初生(월초생) : 韓龍雲(한용운)

 

蒼岡白玉出(창강백옥출) : 푸른 뫼 등에 흰 구슬 우뚝 솟으니

碧澗黃金遊(벽간황금유) : 푸른 시내에는 황금덩이 떠 노니네.

山家貧莫恨(산가빈막한) : 산가에서 가난함을 한하지 마라

天寶不勝收(천보불승수) : 하늘이 주는 보배 끝이 없거늘

 

唫晴(금청) : 맑은 날 입 다물다

韓龍雲(한용운)

 

庭樹落陰梅雨晴(정수락음매우청) : 정원수 그늘 드리우고 매화에 비 개이니

半簾秋氣和禪生(반렴추기화선생) : 반 주렴 가을기운 선이 일어 화하려는데

故國靑山夢一髮(고국청산몽일발) : 내 나라 청산 꿈이라면 일발(바로 가는데. 조바심)인데

落花深晝渾無聲(낙화심주혼무성) : 꽃 지는 대 낮은 혼돈의 소리 없어(태평스럽다)

 

卽事(즉사) : 韓龍雲(한용운)

 

烏雲散盡孤月橫(오운산진고월횡) : 검은 구름 걷히고 뚜렷한 달

遠樹寒光歷歷生(원수한광력력생) : 먼 나무 찬 빛 역력(곱게)히 이는데

空山鶴去今無夢(공산학거금무몽) : 학도 날아가고 빈산 꿈도 없을 지금

殘雪人歸夜有聲(잔설인귀야유성) : 잔설 밟고 누군가 돌아오는 소리

 

安海州(안해주) : 안중근 의사를 기림

韓龍雲(한용운)

 

萬斛烈血十斗膽(만곡렬혈십두담) : 만석 뜨거운 피 열 말의 담

淬盡一劍霜有鞱(쉬진일검상유도) : 벼려 낸 한 칼에 서리가 날려

霹靂忽破夜寂寞(벽력홀파야적막) : 벽력같이 홀연 깨버린 적막한 밤

鐵花亂飛秋色高(철화란비추색고) : 철꽃 튕겨 날렸으니 가을 하늘 드높다.

 

梅鳥(매조) : 丁若鏞(정약용)

 

翩翩飛鳥息我庭梅(편편비조식아정매) : 편편 나르는 새가 나의 정원 매화에 와서 쉬니

有烈其芳惠然其來(유렬기방혜연기래) : 그 향기 진하여 사랑스레 찾아 왔네.

爰止爰樓樂爾家室(원지원루악이가실) : 이제 여기 머물며 즐거운 너의 집 삼으렴.

華之旣榮有蕡其實(화지기영유분기실) : 만발한 꽃인지라, 그 열매 또한 거대할 테니

 

卽事(즉사) : 韓龍雲(한용운)

 

鶴守梅花月(학수매화월) : 학이 매화에 걸린 달을 지키고

玉流松柏風(옥류송백풍) : 옥같이 흐르는 송백의 바람소리

堪憐心學竹(감련심학죽) : 애련함을 감내하는 마음 대나무로부터 배우며

得眞失之空(득진실지공) : 비우면 얻는다는 진실

 

驟雨(취우) : 金正熙(김정희)

 

樹樹薰風葉欲齊(수수훈풍엽욕제) : 나무마다 훈훈한 바람일어 잎들은 가지런하고

正濃黑雨數峰西(정농흑우수봉서) : 서산 봉우리 먹장구름 짙게 깔려있네

小蛙一種靑於艾(소와일종청어애) : 작은 개구리의 쑥빛보다 푸르러져

跳上蕉梢效鵲啼(도상초초효작제) : 팔짝 파초 잎으로 뛰어올라 까치소리로 울고있네

  

記行絶句(기행절구) : 丁若鏞(정약용)

 

峭壁面谿草木蓁(초벽면계초목진) : 가파른 골짜기 초목이 우거져

舊來人虎與爲隣(구래인호여위린) : 예부터 사람이 호랑이와 이웃하며 살던곳

試看絶頂燒(시간절정소여화) : 절벽 끝 올려다보니 화전일구는 연기

猶是司農籍外民(유시사농적외민) : 그래 이들이 호적에 없는 백성이런가?

 

 陳中吟(진중음) : 李舜臣(이순신)

 

水國秋光暮(수국추광모) : 넓은 바다 가을 빛 저물어 드니

驚寒雁陳高(경한안진고) : 추위에 놀란 기러기 높이 나는데

憂心輾輾夜(우심전전야) : 걱정스런 마음 뒤척이는 밤

殘月照弓刀(잔월조궁도) : 남은 달 활과 칼에 비추이누나

 

 

李舜臣(이순신)

 

萬里江山筆下榮(만리강산필하영) : 만리강산(남북)은 붓으로 그린 듯 아름다운데

空林寂寂鳥無形(공림적적조무형) : 수풀은 비어적적 새들의 형상도 뵈지 않지만

桃花依舊年年在(도화의구년년재) : 복숭아꽃은 예나 지금이나 해마다 피고

雲不了兮草自靑(운부료혜초자청) : 먹구름 끝나지 않아도 풀들은 절로 푸르네.

 

 

道伴歌(도반가) : 도반을 기리는 노래

韓龍雲(한용운)

 

中宵文氣通紅橋(중소문기통홍교) : 한 밤중 글의 흥취가 무지개처럼 떠올라

筆下成詩有敢驕(필하성시유감교) : 붓을 들어 시를 이루며 감히 잘난 척 함이 있네만

只許三春如一日(지허삼춘여일일) : 다만 그렇지 삼춘(孟春 仲春 季春)이 하루 같이

別區烟月復招招(별구연월부초초) : 좋은 풍경 태평세월 부르고 또 부르는 거지.

 

安重根(안중근)

 

東洋大勢思杳玄(동양대세사묘현) : 동방의 대세 생각하매 아득하고 어둡거니

有志男兒豈安眠(유지남아기안면) : 뜻있는 사나이 어찌 잠을 편히 자리오.

和局未成猶慷慨(화국미성유강개) : 평화시국 못 이룸이 이리도 슬퍼지고

改略不改眞可憐(개략부개진가련) : 정략(침략)고치지 아니하니 진실로 가련하구나!

 

淸寒(청한) : 韓龍雲(한용운)

 

待月梅何鶴(대월매하학) : 달을 기다리는 매화는 어쩌면 학인 양 싶고

依梧人亦鳳(의오인역봉) : 오동에 기댄 사람 역시 봉황임을

通宵寒不盡(통소한부진) : 온밤 추위는 그치지 아니하고

遙窒雪爲峰(요질설위봉) : 멀리 막힌 눈 쌓인 봉오리(눈은 산을 이루네)

 

安重根(안중근)

 

東風事在百花頭(동풍사재백화두) : 봄바람에 꽃을 찾아 분주하거니

恐是人間蕩子流(공시인간탕자류) : 아마도 사람이면 탕자쯤 되리

可憐添做浮生夢(가련첨주부생몽) : 가득이나 꿈인 세상 꿈을 덧붙여

消了當年第幾愁(소료당년제기수) : 그 당시의 어느 시름 잊었단 말인가

五老峯爲筆(오로봉위필) : 오로봉으로 붓을 삼아

靑天一丈紙(청천일장지) : 푸른 하늘을 종이삼고

三湘作硯池(삼상작연지) : 삼상(강이름)강을 연지 삼아

寫我腹中詩(사아복중시) : 내 속마음 속의 시를 쓰노라

 

山亭夏日(산정하일) : 高騈(고병)

 

綠樹濃陰夏日長(록수농음하일장) : 녹색나무 그늘 짙은 긴 여름

樓臺倒影入池塘(루대도영입지당) : 누대에 드리운 그림자 연못에 비치고

水晶簾動微風起(수정렴동미풍기) : 수정 발 흔들리듯 미풍이 일고

滿架薔薇一院香(만가장미일원향) : 시렁 가득한 장미향기 집안에 있네.

 

申欽(신흠)

 

桐千年老恒藏曲(동천년로항장곡) : 오동나무는 천년되어도 그 곡을 항상 간직하고

梅一生寒不賣香(매일생한불매향) : 매화는 일생동안 추워도 그 향기를 팔지 않고

月到千虧有本質(월도천휴유본질) : 달이 비추며 천년을 이지러져도 본질은 그대로고

柳經百別又新枝(류경백별우신지) : 버드나무는 백번 꺾이어도 또한 새가지 로다.

 

崔致遠(최치원)

 

沙亭立馬待廻舟(사정립마대회주) : 물가 정자에 말을 세우고 배를 기다리는데

一帶烟波萬古愁(일대연파만고수) : 일대에 펼쳐진 연기(운무)는 만고의 근심 인 듯

直得山平兼水渴(직득산평겸수갈) : 오직 산이 평지가 되고 물이 마르고

人間離別始應休(인간리별시응휴) : 인간과의 이별이니 그래 잠시 휴식을 취하자구나

 

偶吟(우음) : 鄭脩(정수)

 

夏夜風軒夢忽罷(하야풍헌몽홀파) : 여름밤 처마에 이는 바람 홀연히 깨어보니

蒼蒼皓月漏雲端(창창호월루운단) : 창창한 밝은 달 구름에서 새어나와 단정하고나

此時浩氣無滯碍(차시호기무체애) : 이 사각 막힘이 없는 호연한 기운

黙念明誠篆肺肝(묵념명성전폐간) : 묵묵히 밝은 정성 간담에 새기네

 

寄家書(기가서) : 집에 보내는 편지

李安訥(이안눌)

 

欲作家書說若辛(욕작가서설약신) : 집에 보낼 편지에 괴로움을 말하려다

恐敎愁殺白頭親(공교수쇄백두친) : 흰머리 어버이가 근심할까 염려되어

陰山積雪深千丈(음산적설심천장) : 그늘진 산 쌓인 눈 천 장으로 깊은데

却報今冬暖似春(각보금동난사춘) : 금년 겨울 봄날처럼 따스하다 적었다네

 

播種(파종) : 崔金洵(최금순)

 

黙子賃土腐分芽(묵자임토부분아) : 씨앗은 묵묵히 흙을 빌려 썩으며 분신을 싹틔울 테지요

厥時攀登豫繩加(궐시반등예승가) : 그때 잡고 오르도록 미리 줄을 더해 주었습니다.

欲成易否眞調得(욕성이부진조득) : 욕심대로 이루기 쉽지 않지만 진실로 고른 것을 얻는다면

我衿端正迷惑罷(아금단정미혹파) : 난 옷깃을 단정히 여미고 미혹을 놓으리라

 

寄精舍學徒(기정사학도) : 李栗谷(이율곡)

 

心如盤水最難持(심여반수최난지) : 마음은 마치 쟁반 물 같아 지니기 가장 어려우니

墮塹投坑在霎時(타참투갱재삽시) : 구덩이에 떨어지고 던져지기 삽시간이라

爲報僉報操守固(위보첨보조수고) : 학도 여러분께 조정하고 지킴을 굳게 지켜

世紛業裏卓無移(세분업리탁무이) : 어지러운 세상 업 속에서 우뚝, 옮김이 없어라

 

 

卽事(즉사) : 韓龍雲(함용운)

 

紅梅開處禪初合(홍매개처선초합) : 홍매가 피는 곳 참선과 합일되니

白雨過時茶半淸(백우과시다반청) : 소나기 지나가고 차 또한 반쯤 맑았네

虛設虎溪亦自笑(허설호계역자소) : 호계(지명)의 빈 설계 역시 스스로 웃으며

停思還億陶淵明(정사환억도연명) : 생각을 멈추고 도연명을 다시 기억하노라

 

田家(전가) : 朴趾源(박지원)

 

翁老守雀坐南陂(옹로수작좌남피) : 노인 새 본다고 언덕에 앉았는데

粟拖狗尾黃雀垂(속타구미황작수) : 개꼬리 같은 조 이삭에 참새가 오롱조롱

長男中男皆出田(장남중남개출전) : 큰아들 중간아들 모두 들에 나가고

田家盡日晝掩扉(전가진일주엄비) : 농사 집은 진종일 사립문 닫혀있다.

鳶蹴鷄兒擭不得(연축계아획부득) : 병이리 노린 솔개 채려다 실패하고

群鷄亂啼匏花籬(군계란제포화리) : 많은 닭 박꽃 핀 울타리 깨서 꼬꼬댁 소리 요란하고

小婦戴捲疑渡溪(소부대권의도계) : 며느리 들밥이고 냇물 건널 의양인데

赤子黃犬相追隨(적자황견상추수) : 벌거숭이 아들 누렁이 서로 추월하며 따르네.

 

黃喜(황희)

 

澄澄鏡浦涵新月(징징경포함신월) : 경포대 맑은 물에 달빛 잠기고

落落寒松鎖碧煙(락락한송쇄벽연) : 낙락장송 찬 소나무에 푸른 연기 잠겼소.

雲錦滿地臺滿竹(운금만지대만죽) : 구름비단 땅에 가득 경포대엔 대나무 가득

塵寰亦有海中仙(진환역유해중선) : 풍진세상 있어도 역시 바다 가운데 신선이라

 

금강산(金剛山) 주제 한시(漢詩) 48수

 

서산대사 : 휴정(休静)

 

풍악산(楓岳山)

壮哉楓岳山(장재풍악산) : 장하도다 풍악산이여

截然高屹屹(절연고흘흘) : 높이도 솟았구나?

幾經風與雨(기경풍여우) : 비바람 수없이 겪어왔으련만

脊梁長不屈(척량장불굴) : 네 등줄기 굽히지 않았구나?

幾經雪與霜(기경설여상) : 눈서리 맞은 적 또 얼마이랴

落落扶千立(락락부천립) : 우뚝한 그 기상 하늘을 떠이고 섰네.

亦多老松杉(역다로송삼) : 무성한 늙은 소나무와 전나무 숲

靑海通雲濕(청해통운습) : 바다구름 몰아다가 축여주누나

珍重古之人(진중고지인) : 절 바른 옛사람들

與山猶相揖(여산유상읍) : 산을 마주하여 손잡고 절하는

天生大丈夫(천생대장부) : 대장부로 이 세상에 태어났다면

節義要先習(절의요선습) : 절개와 의리부터 익혀야 하리

我來一登臨(아래일등림) : 내 지금 산에 올라 굽어 살피니

天邊紅日入(천변홍일입) : 하늘가 저 멀리고 저녁 해 기울고

獨宿塔寺空(독숙탑사공) : 빈 절간 찾아들어 밤을 새려니

如聞龍衆泣(여문룡중읍) : 뭇 용의 울음소리 들려오는 듯

 

봉래산에서(蓬莱即事)

大笑立天地(대소립천지) : 천지간에 홀로 서서 크게 웃노라니

滄波渺去舟(창파묘거주) : 아득한 바다 우에 쪽배 떠가네.

黃花朝泣露(황화조읍로) : 국화꽃은 아침 해에 이슬 머금고

紅葉夜鳴秋(홍엽야명추) : 단풍잎은 밤바람에 날려 가을을 알리네.

 

풍악산에 올라(登楓嶽)

長嘯登高遠望秋(장소등고원망추) : 높은 봉에 올라서서 가을풍경 바라볼 제

快如騎鶴上楊州(쾌여기학상양주) : 학을 타고 나는 듯 이 마음 장쾌해라

碧天寥廓滄溟闊(벽천요곽창명활) : 푸른 하늘 아득하고 바다는 하 넓은데

何處三山與十洲(하처삼산여십주) : 어느 곳이 신선 사는 삼신산, 십주이더냐

 

비로봉에 올라(登毗盧峰)

萬國都城如蟻垤(만국도성여의질) : 만국의 도성들은 개미집을 방불케 하고

千家豪傑若醢鷄(천가호걸약해계) : 수많은 호걸들은 젓 담근 집 쉬파리 같아라.

一窓明月清虚枕(일창명월청허침) : 창밖에 뜬 밝은 달 베게 삼아 누우니

無限松風韻不齊(무한송풍운부제) : 어디선가 솔바람소리 어지러이 들려오네.

 

만폭동에서(萬瀑洞次古柏韻)

乾坤萬里一肩衲(건곤만리일견납) : 넓고 넓은 이 세상에 가사 한 벌 걸치고서

幾處白雲飛短筇(기처백운비단공) : 흰 구름 나는 곳을 몇 번이나 걸었더냐.

楓岳洞天眞佛國(풍악동천진불국) : 금강산 만폭동이 부처의 나라 분명하구나.

琉璃為水玉為峰(리위수옥위봉) : 흐르는 물 구슬이요 봉우리는 옥이로세

 

감호의 주인1)에게(1)(上鑑湖主人)

主人氣宇呑山海(주인기우탄산해) : 주인의 그 기상 산과 바다 삼킬 듯

早賦歸來道益尊(조부귀래도익존) : 과거 보고 돌아서니 높은 뜻 더욱 고상쿠나

袖裏劒衝强楚越(수리검충강초월) : 소매 안에 지닌 검 강한 원수 무찌르고

筆端雲濕早乾坤(필단운습조건곤) : 붓끝에서 이는 구름 마른 천지 적셔주네

胸盤李白詩千首(흉반리백시천수) : 가슴 속엔 이백인 양 천 편의 시 간직하고

口吸陶潜酒一樽(구흡도잠주일준) : 입으로는 도잠처럼 술 마를 줄 모르누나.

讀易鳴琴誰與友(독역명금수여우) : 책 읽고 거문고 타니 누구와 그 벗 될까.

清風明月入重門(청풍명월입중문) : 밝은 바람 밝은 달만 그대의 집 찾아드네.

 

감호의 주인2)에게(2)(上鑑湖主人)

鑑湖追憶賀風流(감호추억하풍류) : 감호를 생각하면 그대 모습 새로워라

開鑿豊巖任去留(개착풍암임거류) : 바위 위에 글 새기며 마음대로 오가던 그

東海臨軒先得月(동해림헌선득월) : 대문 밖은 동해바다 뜨는 달 남 먼저 바라보고

西山當戶易逢秋(서산당호이봉추) : 창 너머 산 있으니 가을맞이 쉬웠으리.

近村聞笛多傾耳(근촌문적다경이) : 이웃마을 피리소리 귀 기울여 들어보고

遠寺觀燈數擧頭(원사관등수거두) : 먼 곳 절간 등불놀이 머리 들어 바라보네.

富貴本非吾輩事(부귀본비오배사) : 부귀란 본래부터 우리의 일 아니거니

樂夫天命更何求(악부천명경하구) : 자기 운명 즐길 뿐 무엇을 더 바라랴

 

사선정(1)(回仙亭)

乘槎遊海上(승차유해상) : 떼 타고 바다위에 놀아나 보세

何必永郎仙(하필영랑선) ; 영랑만이 그 풍경 즐길소냐

小雨蔵西嶽(소우장서악) ; 서편의 뫼 부리에 보슬비 내리고

長波接北天(장파접북천) ; 북쪽의 바다에는 물결이 세차구나.

乾坤元無極(건곤원무극) ; 본래부터 하늘땅은 끝이 없는 것

風月亦無邊(풍월역무변) ; 바람도 달도 한이 없어라

却想三生事(각상삼생사) ; 인간의 한생을 돌이켜보면

新羅八百年(신라팔백년) ; 신라의 팔백 년도 잠간이여라

 

사명당(泗溟堂) 유정(惟政)

 

불정암에 묵으면서(宿佛頂庵)

琪樹瑶臺桂影秋(기수요대계영추) : 아름다운 숲속 빼어난 돈대 계수나무에 가을빛 어렸구나.

蓬山宿客思悠悠(봉산숙객사유유) : 금강산에 묵는 길손 생각도 깊어라

西風一夜露華冷(서풍일야로화랭) : 서풍이 불어오는 이 밤이슬도 차디찬데

玉磬數峰人倚樓(옥경수봉인의루) : 사람들은 정자에 올라 산울림소리를 듣고 있네.

 

반야사에 묵으며(宿般若寺)

古寺秋晴黃葉多(고사추청황엽다) : 옛 절에 가을 들어 나무 잎도 누런데

月臨靑壁散棲鴉(월임청벽산서아) : 벼랑에 달 비치니 자던 까치 깨여나 흩어지네.

澄湖烟盡浄如練(징호연진정여련) : 안개 걷힌 호수가 비단 펴놓은 듯 정갈한데

夜半寒鐘落玉波(야반한종락옥파) : 한밤중에 울리는 종소리 물결 위에 떨어지네.

 

만폭동(萬瀑洞)

此是人間白玉京(차시인간백옥경) ; 이곳이 인간세상에서 백옥경이라 부르는 곳

琉璃洞府衆香城(유리동부중향성) ; 유리로 꾸민 골 안 중향성 솟았구나.

飛流萬瀑千峰雪(비류만폭천봉설) : 산마다 폭포수요 봉마다 흰 눈일세

長嘯一聲天地驚(장소일성천지경) : 장중한 물소리에 하늘땅도 놀라는 듯

 

향로봉에 올라(登香爐峰)

山接白頭天杳杳(산접백두천묘묘) : 산줄기 뻗고 뻗어 아득히 백두산에 잇닿아있고

水連靑海路茫茫(수련청해로망망) : 강문을 흘러흘러 저 멀리 푸른 바다에 접하였구나.

大鵬飛盡西南闊(대붕비진서남활) : 붕새가 날아간 곳 넓고 넓은 서남쪽 어디라 하거늘

何處山河是帝鄕(하처산하시제향) : 어느 고장 산천이 신선해의 고향일가···

 

십왕동(十王洞)

王子何年築此城(왕자하년축차성) : 어느 해에 마의태자 이 성을 쌓았던가!

玉峰依舊老蓂靈(옥봉의구로명령) : 봉우리는 옛 같건만 세월은 흘러갔네.

鳳凰一去無消息(봉황일거무소식) : 봉황새 날아간 뒤 소식이 끊겼으니

金井千秋瑶草生(금정천추요초생) : 천 년 지난 우물가엔 잡초만이 무성하네.

 

진헐대(眞歇臺)

濕雲散盡山如沐(습운산진산여목) : 젖은 구름 말끔히 가시니 산은 목욕한 듯 청신하고

白玉芙蓉千萬峰(백옥부용천만봉) : 천만봉우리엔 백옥같이 흰 부용꽃 피었구나.

獨坐翻疑生羽翼(독좌번의생우익) : 가만히 앉아있노라니 날개라도 돋아난 듯

扶桑萬里御冷風(부상만리어랭풍) : 만리 창공 동해바다 바람 타고 날아보리

 

한밤중의 회포(夜懷)

蓬莱仙洞衆香城(봉래선동중향성) : 신선 사는 금강산은 경치 좋은 중향성

千朶芙蓉玉萬重(천타부용옥만중) : 천 송이 연꽃인가 일만 개 구슬인가

長在夢中何日到(장재몽중하일도) : 꿈속에서 그리노라 언제이면 돌아갈까

春來依舊對群凶(춘래의구대군흉) : 예전처럼 봄 왔건만 눈앞에는 왜적들뿐

 

사선정(2)(回仙亭)

海枯松亦老(해고송역로) : 저 바다 마를 때면 솔도 늙으리.

鶴去雲悠悠(학거운유유) : 학은 가고 구름만 유유히 감도누나.

月中人不見(월중인불견) : 달빛 아래 신선은 보이지 않고

三十六峰秋(삼십륙봉추) : 서른여섯 봉우리엔 가을빛 짙었어라

 

매월당(梅月堂) : 김시습

 

만폭동(萬瀑洞)

萬瀑飛空漱玉花(만폭비공수옥화) : 만 갈래 폭포 흩날리며 구슬 꽃 뿌리는데

兩岸薛蘿相騰挐(량안설라상등나) : 쪽 기슭에선 담쟁이넝쿨 서로 얽혀 날아오를 듯

明珠萬斛天不慳(명주만곡천불간) : 하늘은 몇만 섬 진주도 아끼지 않고

散此雲錦屛風間(산차운금병풍간) : 흩어지는 구름 비단병풍 틈에 새어드네.

快笑仰看雙石硔(쾌소앙간쌍석홍) : 내 크게 웃으며 두 개의 돌 바위 쳐다볼 제

一洗十年紅塵蹤(일세십년홍진종) : 십년 동안 묵은 번뇌 단번에 씻어지누나.

 

보덕굴(1)(寶德窟)

銅互生衣銅柱高(동호생의동주고) : 동기와 엔 이끼 돋고 구리기둥 높이 솟았는데

簷鈴風鐸響嘈嘈(첨령풍탁향조조) : 처마 끝에 달린 풍경소리 요란키도 하여라.

寶山巖窟幾尺聳(보산암굴기척용) : 보배산 바위들은 그 높이 얼마인가

銀海波濤終夜號(은해파도종야호) : 은빛 바다 파도는 밤새도록 울부짖네.

鐵鎖掛空搖嘠嘠(철쇄괘공요알알) : 허공 중에 드리운 쇠사슬 삐걱삐걱 흔들리고

雲梯緑壁動騒騒(운제록벽동소소) : 벼랑의 구름다리 찌꾹찌꾹 움직이어라

焚香一禮心無襍(분향일례심무잡) : 향 피워 재 올리니 온갖 잡념 없어지거늘

疑是仙宮駕六鰲(의시선궁가륙오) : 여섯 자라 끌고 온 신선궁전 여긴가 하노라

 

보덕굴(2)(寶德窟)

依欄遥望意懆懆(의란요망의조조) : 난간에서 멀리 바라볼 때엔 마음만 걱정스럽더니

瞻禮眞容竪髮毛(첨례진용수발모) : 굴속을 굽어살펴보니 머리털이 곤두서누나

境與靈臺多不俗(경여령대다불속) : 신령스런 고장이라 속세와 다르거니

山同寶窟又重高(산동보굴우중고) : 저 산도 보배마냥 위엄 있고 높아 보이네.

虹垂萬瀑雷聲壮(홍수만폭뢰성장) : 무지개 드리운 만폭동엔 우레 소리 요란하고

鶴去三天翅影豪(학거삼천시영호) : 학이 하늘중천 날아가니 그림자만 호사스럽네.

白石靑松相映處(백석청송상영처) : 흰 돌과 푸른 소나무 서로 비쳐주는 저기

依俙洞府有仙曹(의희동부유선조) : 으슴프레 의지한 고을엔 선인이 있겠지.

 

마하연(摩訶衍)

大衍金文萬五千(대연금문만오천) : 마하연엔 돌에 새긴 글자 일만 오천 자라

至今留影洞中天(지금류영동중천) : 지금도 그 흔적 남아있어 골짜기에 빛나누나.

婆裟松檜似擎盖(파사송회사경개) : 소나무 전나무는 일산처럼 너울너울

崷崪峯巒如列仙(추줄봉만여렬선) : 늘어선 봉우리엔 신선이 둘러선 듯

百億生會有願百(백억생회유원백) : 예로부터 억만 사람 간직한 소원 있거니

一身一到此山前(일신일도차산전) : 그것은 살아생전 한 번이라도 이 산에 와보는 것이었네

我聞妙法深心修(아문묘법심심수) : 내 듣건대 불법은 수양을 깊게 하거늘

巖樹林溪次第宜(암수림계차제의) : 바위와 나무숲과 계곡엔 죄다 그 이치 깃들어 있어라

 

망고대(望高臺)

歡甚忘疲上峭峰(환심망피상초봉) : 기쁨 속에 피곤 잊고 우뚝 솟은 봉우리에 오르니

高低列岳聳層穹(고저렬악용층궁) : 높고 낮은 뭇 산들이 하늘 우에 층층 솟았구나.

奇形禹鼎初移後(기형우정초이후) : 기묘한 그 형태는 옛 성인이 큰 가마 옮겨놓은 듯

怪状温犀一燭中(괴상온서일촉중) : 기괴한 그 형상은 한 가락 초불모양 뜨겁고도 열렬하여라

獅子何年將奮迅(사자하년장분신) : 사자는 어느 해에 뛰쳐나오려나.

俊鷹當日欲浮空(준응당일욕부공) : 날쌘 매는 이제 금시 날아오려는 듯

攀蘿若不凌雲頂(반라약불릉운정) : 만약 풀 넝쿨 휘여 잡고라도 구름 속 산정에 오르지 못한다면

那識楓嶠氣勢雄(나식풍교기세웅) : 어찌 금강산의 기세 웅장함을 알 수 있으랴

 

국망봉(國望峰)

峰高草木被風謾(봉고초목피풍만) : 높은 산정 풀과 나무 세찬 바람결에 시달려

連蜷施蔓糺似盤(련권시만규사반) : 자라지 못하고 서로 얽혀 쟁반모양 펼쳤구나.

未見初聞稱國望(미견초문칭국망) : 보지도 듣지도 못한 그 이름 (국망봉)이라

纔登遥覽竦人觀(재등요람송인관) : 잠간 올라 바라 볼 제 인간 세상 한눈에 안겨오네

茫茫渤海盈於椀(망망발해영어완) : 망망한 저 바다는 사발 안에 찰랑이고

渺渺山河大似彈(묘묘산하대사탄) : 아득히 펼친 산과 강 끌어당긴 활줄 같구나.

始信尼丘天下小(시신니구천하소) : 천하가 작다던 옛 성인의 뜻 이제야 알겠거니

西江盡吸亦非難(서강진흡역비난) : 흘러드는 바다 물 모두 마셔도 성 차지 않으리라

 

세암(帨巖)

緬想當年洗寶巾(면상당년세보건) : 그 옛날 여기서 보배수건 씻고

圓融麗質正離塵(원융려질정리진) : 중이 되여 속세인연 끊은 원효대사1)

戯斟天上銀河水(희짐천상은하수) : 하늘의 은하수 즐겨 마시며

接引雲間白業人(접인운간백업인) : 구름 속에 노니는 신선이 되였어라

陜府曾留金鎖骨(합부증류금쇄골) : 일찍이 그의 유골 합천 해인사에 있다더니

楓城今現紫磨身(풍성금현자마신) : 금강산엔 지금도 그의 화상 보이누나.

爍迦大願應無盡(삭가대원응무진) : 불학을 지향한 큰 뜻 다함이 없거늘

千古芳蹤浄不堙(천고방종정불인) : 천고에 아름다운 자취 묻히지 않고 빛나리라

 

개심폭포(開心瀑)

一道銀河落九天(일도은하락구천) : 한줄기 은하수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듯

和雲漱月檜松邊(화운수월회송변) : 구름 되여 달 머금고 나무숲에 드리웠네.

夜深最愛山中静(야심최애산중정) : 깊은 밤 깃든 것은 산속의 고요인데

晴雨灑空人未眠(청우쇄공인미면) : 허공중에 흩뿌리는 새벽 비에 잠들 수 없어라

 

만경대(萬景臺)

攀危更生最高臺(반위경생최고대) : 위험을 무릅쓰고 다시 제일 높은 누대에 오르니

無限奇峰眼底開(무한기봉안저개) : 끝없이 기묘한 봉우리들 눈 아래 펼쳐있네

萬瀑洞中珠歷落(만폭동중주력락) : 만폭동 골 안에 쏟아져 내리는 구슬

百川崖底玉嶊頹(백천애저옥최퇴) : 백천동 언덕 아래 옥 되여 부서지누나.

火龍似向層空舞(화룡사향층공무) : 화룡은 하늘 향해 춤추며 오르는 듯

玄鶴應従寶窟回(현학응종보굴회) : 검은 학 그에 호응하여 보덕 굴을 감돌아라.

人世難逢如此境(인세난봉여차경) : 세상에 이런 곳 다시 보기 어렵거늘

傍人且莫苦相催(방인차막고상최) : 사람들 괴로움 잊고 서로 재촉하여 오르누나.

 

포은(圃隠) : 정몽주(鄭夢周)

 

온천(溫泉)

火龍吐水潜藏地(화룡토수잠장지) : 땅속에 숨어있는 불룡이 물을 뿜어올리나

小洞含春別有天(소동함춘별유천) : 더운 기운 봄을 불러 골안이 별천지일세

浴罷身心正無累(욕파신심정무루) : 몸을 잠그니 온갖 티 씻은 듯 가시고

舞雲歸興信悠然(무운귀흥신유연) : 구름따라 너울너울 춤추며 흥이 또한 절로 솟네

 

목은(牧隠) : 이색(李穡)

 

고성 유점사(高城 楡岾寺)

楡岾寺中楡樹長(유점사중유수장) : 유점사 경내에는 늙은 전나무 우뚝 서있고

鍾浮西海天茫茫(종부서해천망망) : 절간의 유명한 종은 망망한 서해바다 건너 왔다네.

金人五十又三躯(금인오십우삼구) : 여기에 자리 잡은 쉰 세상의 금부처

直指樹下開天堂(직지수하개천당) : 가리켜준 나무 밑에 법당 지었다 하여라.

考時按籍信難信(고시안적신난신) : 그때 사적을 따져보면 사실 믿기 어렵고

事出詭怪仍荒唐(사출궤괴잉황당) : 모두가 꾸며낸 말 괴이하고 황당해라

竺乾神變自絶世(축건신변자절세) : 서역에서 신통 부린 부처 죽어 없어진 지 오랬거니

海路况可通舟航(해로황가통주항) : 바다 길로 더구나 배가 오고 가겠느냐.

東人口乳口梵唄(동인구유구범패) : 조선사람 어린이도 중들 노래 외우나니

白頭誰不求西方(백두수불구서방) : 백발로인치고 그 누가극락을 바라지 않으리.

三登此山免三塗(삼등차산면삼도) : 이 산 세 번 오르면 지옥 길을 면한다며

此語堅確齊金剛(차어견확제금강) : 이 말은 굳어져서 금강과 같다더라.

金剛不壤有我性(금강불양유아성) : 금강의 굳은 절개 영원히 변치 않거늘

世界毀滅山向空中藏(세계훼멸산향공중장) : 세상이 무너져도 금강산은 영원히 이 땅에 남아있으리

 

신재(慎齋) : 주세붕(周世鵬)

 

비로봉(毗盧峰)

毗盧峯上一開筵(비로봉상일개연) : 비로봉 꼭대기에 큰 잔치 베풀었나.

左右諸賢葦似椽(좌우제현위사연) : 좌우에 어진 이들 술잔 들고 모여 섰네.

衆峭攢靑輪九次(중초찬청륜구차) : 푸른빛 낮은 봉우리들 잔칫상 방불케 하고

八驅白光到樽前(팔구백광도준전) : 사방에서 모여드는 흰빛 물 술잔에 흘러드는 듯···

天高地下飛鳶外(천고지하비연외) : 하늘은 높고 땅은 낮아 새들도 깃들기 제외 하는 곳

右徃今來落照邊(금래락조변) : 예나 지금이나 저녁노을 비껴있네

大醉更教吹玉笛(대취경교취옥적) : 술에 만취된 이 몸 옥피리 잡아 불제

邑人應喚是神仙(읍인응환시신선) : 고을사람들 날 보고 신선이라 부르누나.

 

정양사(正陽寺)

壮志每思跨鶴背(장지매사과학배) : 한생에 품고 살아온 생각 학 타고 훨훨 날고 싶은 것이였거늘

此生初得盪塵胸(차생초득탕진흉) : 평생의 이 소원 오늘에야 풀어 가슴 속 티끌 말끔히 가시였네

月明萬壑三更夜(월명만학삼경야) : 야밤삼경 만학천봉에 달빛도 밝거니

獨立金剛第一峰(독립금강제일봉) : 금강산 제일봉에 내 홀로 우뚝 서있노라

 

 

봉래(蓬萊) : 양사언(楊士彦)

 

 

유점사에서(楡岾寺)

九井峯懸十二瀑(구정봉현십이폭) : 구정봉 꼭대기에 드리운 십이 폭포

飛流直下少人堆(비류직하소인퇴) : 흩날리며 내리쏟는 물줄기 사람도 얼씬 못하여라

長刀剗却經天險(장도잔각경천험) : 큰 칼을 뽑아들고 험한 산 찍어내어

萬二千峰次第開(만이천봉차제개) : 일만 이천 봉우리를 차례로 펼쳤는가.

 

송강(松江) : 정철(鄭澈)

 

풍악산 동쪽에서(楓東雜詠)

行裝竊北永郎仙(행장절북영랑선) : 행장 차려 북쪽으로 영랑신선 찾아 갈 제.

萬二峯頭碧海前(만이봉두벽해전) : 일만 이천 봉우리 바닷가에 솟았구나.

千樹梨花渾如雪(천수리화혼여설) : 천 그루 배나무 꽃 흰 눈이 내려덮인 듯

孤舟又下鏡湖天(고주우하경호천) : 거울 같은 호수 따라 배 한척 떠오네.

 

가정(稼亭) : 이곡(李榖, 1298-1351) 문인

 

금강산(金剛山)

攙天雲色放神光(참천운색방신광) : 하늘 가득 구름은 신비로운 빛 뿌리고

天子年年為降香(천자년년위강향) : 나라에선 해마다 향을 내려 보내누나

一望平生心已了(일망평생심이료) : 평생에 바라던 소원 이미 성취되었거늘

不須深處坐繩床(불수심처좌승상) : 심산 속에 숨어살며 중 노릇할 리 없어라

 

정양사에 올라(登正陽庵)

玆山怪怪復奇奇(자산괴괴복기기) : 기기하고 묘묘해라 금강산의 그 모습

愁殺詩人與書師(수살시인여서사) : 시인이며 화공들 시름도 많았으리.

更欲登臨最高處(경욕등림최고처) : 제일 높은 산마루 내 다시 오르려니

脩脚力未衰當時(수각력미쇠당시) : 다리 힘 건장하던 그 시절이 그립구나.

 

장안사에서 묵다(宿長安寺)

暁霧難分徒步前(효무난분도보전) : 자욱한 새벽안개 갈 길 분간키 어렵더니

日高清朗謝龍天(일고청랑사룡천) : 고마워라 해가 솟아 산천이 밝아지네.

雲運山遠西南北(운운산원서남북) : 산에 어린 구름은 눈앞에서 멀어가고

雪立峰攢萬二千(설립봉찬만이천) : 눈같이 흰 봉우리 만 이천이 뚜렷해라

一見便知眞面目(일견편지진면목) : 한 번 보아 내 알았노라 이 강산의 참모습을

多生應結好因緑(다생응결호인록) : 오래 살면 누구나 다 좋은 인연 맺는가 봐

晩來更問蓮房宿(만래경문련방숙) : 해 저물어 절을 찾아 하루 밤 자려는데

溪水松風摠説禪(계수송풍총설선) : 물소리 바람소리 불경을 외우는 듯

 

삼일포(三日浦)

勝景安能集大成(승경안능집대성) : 삼일포의 절승경개 세상경치 다 모은 듯

此湖應似伯夷清(차호응사백이청) : 호수는 그에 화답하듯 더없이 맑고 깨끗하여라

水涵天色澄心碧(수함천색징심벽) : 하늘이 비껴든 맑은 물에 이 마음이 푸르러지고

山倚秋空刮眼明(산의추공괄안명) : 기묘하고 웅장한 산모습은 눈마저 밝게 틔여주누나

如見雲間綘節影(여견운간절영) : 어찌 보면 구름 사이 붉은 기발 날리는 듯

時聞月下玉簫聲(시문월하옥소성) : 때때로 달빛 아래 퉁소 소리 들리는 듯

丹書斷了還依舊(단서단료환의구) : 새겨놓은 붉은 글씨 의연히 옛 대로거니

羞對仙蹤説世情(수대선종설세정) : 세상형편 말하자니 신선 보기 부끄럽네

 

통천 총석정(通川 叢石亭)

海邊何處無青峰(해변하처무청봉) : 바다가의 어느 곳에 푸른 봉이 없으련만

到此洗盡塵縁濃(도차세진진연농) : 여기에서 속세의 짙은 먼지 다 씻는가

竒岩峭拔玉束並(암초발옥속병) : 기암이 높이 솟아 구슬돌을 묶어놓은 듯

古碑剥落苔封重(고비박락태봉중) : 옛 비석은 깎이여서 이끼 속에 묻혀 있네

跪履寧同事黃石(궤리녕동사황석) : 무릎 꿇고 신을 받쳐 황석로인 섬길소냐

執訣眞堪來赤松(집결진감래적송) : 적송도사 소매잡고 따라온 셈이로다

盧公浪欲蓬山去(로공랑욕봉산거) : 공은 쓸데없이 봉래산을 찾으려 했고

太白誤擬瑶臺逢(태백오의요대봉) : 태백은 요대상봉 잘못 알았도다

忽驚仙境已自致(홀경선경이자치) : 문득 놀라 바라볼제 신성경에 와있거니

況有佳士能相従(황유가사능상종) : 더구나 좋은 선비 상종할 수 있음에랴

他年京輦苦廻首(타년경련고회수) : 후일에 서울에서 회고하여 본다면

風埃漠漠迷人蹤(풍애막막미인종) : 먼지바람 막막하게 지난 자취 가리우리

 

영랑호(永郞湖)

安相情懷黃鶴月(안상정회황학월) : 안상의 깊은 정 달밤의 학이라면

李生行止白鴎波(리생행지백구파) : 이 몸의 움직임은 물결 우의 흰 갈매기

重來此地誠難必(중래차지성난필) : 이 고장에 다시 올 날 기약하기 어렵거니

空聽関東一曲歌(공청관동일곡가) : 관동의 노래 한 곡 부질없이 듣고 있네

 

쌍명재(雙明斎) : 이인로(李仁老)

 

 

영랑호(永郞湖)

紫淵深深紅日浴(자연심심홍일욕) : 깊고 깊은 자주 빛 영랑호 붉은 해 여기서 목욕함이런가.

萬丈光焰浮暘谷(만장광염부양곡) : 만리 창공에 해살 뿌리며 동쪽 계곡에 솟아올랐구나.

晨霞爍石虹貫岩(신하삭석홍관암) : 돌을 녹이려나 새벽노을 무지개 되어 바위를 뚫었거니

蒸作丹砂知幾斛(증작단사지기곡) : 단사로 변한 붉은 모래 많고 많아 그 몇 섬인가

娟娟秋水出芙蓉(연연추수출부용) : 잔잔한 가을 물에 연꽃송이 곱게 피어나고

皎皎玉牀垂箭鏃(교교옥상수전족) : 맑고 맑은 구슬평상에 화살촉 드리웠나

碧波窮處洞門開(벽파궁처동문개) : 푸른 물결 끝난 곳에 골문이 열렸는데

一徑繚繞三茅腹(일경료요삼모복) : 초가 세 채 앞을 지나 오솔길 구불구불

天遥陸斷鸞鶴袁(천요륙단란학원) : 하늘가 아득히 지평선 너머 난새와 학이 날아가고

悠悠仙樂聞琴筑(유유선악문금축) : 저 멀리 신선음악 가야금에 실려 들려오네.

憶昔劉安玉骨輕(억석류안옥골경) : 그 옛날 류안은 귀한 풍채 가벼워서

雲間鷄犬相追逐(운간계견상추축) : 구름 속에 날아올라 닭과 개를 쫓았는데

仙蹤却恐世人知(선종각공세인지) : 신선이 되는 길을 세상사람 알가 두려워

故向枕中寶籙藏(고향침중보록장) : 베개 속 깊숙이 비기책 감추었다네.

我生早讀紫霞篇(아생조독자하편) : 내가 그 중 자하 편을 남 먼저 몰래 읽었으나

恥將白柄尋黃獨(치장백병심황독) : 맨손으로 토란 깨는 격 장차 어찌될까 두렵구나.

爐中已試錙銖火(로중이시치수화) : 화로에 시험 삼아 불씨를 일구었거니

鼎裏直敎龍虎伏(정리직교룡호복) : 솥에 약을 끓여 용과 범도 길들이리.

不用忽忽騎馬去(불용홀홀기마거) : 총총히 말을 달려 어찌 떠나 버릴손가.

山中邂逅幾人覿(산중해후기인적) : 산중에서 어찌하면 신선 만날 수도 있으리라

 

노봉(老峰) : 김극기(金克己, 12세기 말-13세기 초)는 고려 중엽에 활동한 시인

 

통천 총석정(1)(通川 叢石亭)

不用区区比鳳笙(불용구구비봉생) : 총석을 어찌하여 생황 모양에 비기랴

奇形詭状諒難名(기형궤상량난명) : 기묘한 그 형상을 표현하기 어려워라

初疑漢柱撑空去(초의한주탱공거) : 처음에는 하늘 고인 궁전기둥인가 했더니

更恐奏橋跨海行(경공주교과해행) : 아마도 바다 우에 뜬 구름다리인가 부다

刻削鬼功偏耗巧(각삭귀공편모교) : 깎아 세운 귀신 솜씨 갖은 공력 다 들인 듯

護持神力暗儲精(호지신력암저정) : 신령스런 힘 지니어 온갖 정화 이루었네.

浪聲亂碎喧鼙鼓(랑성란쇄훤비고) : 북을 치듯 어지러이 부서지는 파도소리에

潭底驪龍夢幾驚(담저려룡몽기경) : 물 바닥 검은 용은 꿈속에서 몇 번이나 놀라 깨였나

 

통천 총석정(2)(通川 叢石亭)

東遊大壑訪鴻濛(동유대학방홍몽) : 동방의 큰 골짜기 해 뜨는 곳 찾아오니

萬像奔趨一望中(만상분추일망중) : 만 가지 모양 달려와서 한눈에 안기누나.

石束鸞笙臨碧海(석속란생림벽해) : 피리 묶어세운 듯 바위 돌은 푸른 바다 접해있고

松飛孔蓋向靑空(송비공개향청공) : 큰 일산 펼친 듯 소나무는 하늘 향해 흔들리네.

大聲拂耳鯨牙浪(대성불이경아랑) : 고래 같은 파도는 귀가 메게 소리치고

寒気侵膚鶴羽風(한기침부학우풍) : 학 깃 같은 바람이 몸에 스며 추워지네.

恐我前身非俗士(공아전신비속사) : 아마도 나의 전신 속된 선비 아닐지니

真遊亦與四仙同(진유역여사선동) : 당시에 네 신선과 함께 놀았으리라

 

백암(柏巖) : 김륵(金玏, 1540-1610) 16세기 말을 전후한 시기에 활동한 문인

 

정양사에서 소쩍새의 울음소리를 들으며(正陽寺聞杜鵑)

四月山中花正稀(사월산중화정희) : 산속은 4월이라 꽃 보기가 어려운데

寃禽啼血染何枝(원금제혈염하지) : 두견새 피를 토해 어느 가지 물들였나

孤臣白髮餘生在(고신백발여생재) : 백발의 외로운 몸 여생은 아직 있어도

舊感塡膺不自持(구감전응부자지) : 옛 생각이 가슴 가득 진정할 길 없어라

 

마하연에서 돌산봉우리를 읊노라(摩訶衍詠石峰)

立立乾坤聳玉筍(립립건곤용옥순) : 하늘 높이 솟아있는 죽순 같은 봉우리들

千年義士是眞身(천년의사시진신) : 나라 위해 목숨 바친 의사들의 전신인가

若教峻節始渠直(약교준절시거직) : 그대들의 곧은 절개 본받기만 한다면야

出世應無愧怍人(출세응무괴작인) : 이 세상 그 누구도 부끄러움 없으련만···

 

임연(臨淵) : 배익삼(裴益三, 1534-1618) 16세기 후반기~17세기 초에 활동한 문인

 

산영루(山映樓)

萬壑雨生風雨寒(만학우생풍우한) : 비구름 자욱한 일만 골짜기 차디찬 비바람 불어들고

蒼崖苔滑客行難(창애태활객행난) : 이끼 덮인 미끄러운 바위 길손의 걸음 어렵게 하네.

庵中小酌聞清笛(암중소작문청적) : 절간에 차린 술좌석에서 청아한 피리소리 들으며

宴坐觀燈夜向闌(연좌관등야향란) : 잔칫상 등불구경에 어느덧 저녁이 깃들었네.

火龍淵下坐巖頭(화룡연하좌암두) : 화룡이 못 속 바위에 주저 앉아있으니

白玉峰巒碧玉流(백옥봉만벽옥류) : 산은 산마다 옥이요 물은 물대로 구슬일세.

勝槪難容詩説畵(승개난용시설화) : 이 경치 어이 다 말하랴 시로도 그림으로도 못 그리리.

湖陰亦非等閑遊(호음역비등한유) : 호음도 여기서 이 경치 즐기며 놀았어라

 

교산(蛟山) : 허균(許筠, 1569-1618) 16세기 말~17세기 초에 활동한 작가

 

표훈사(表訓寺)

玲瓏金碧纈林端(령롱금벽힐림단) : 영롱한 금빛단청 숲 사이로 빛을 뿜고

廣殿無人夕磬殘(광전무인석경잔) : 인적 없는 넓은 전당 풍경소리 은은해라

疑有龍天來洒徒(의유룡천래쇄도) : 나 몰라라 하늘에서 술친구 내려왔나

爐烟霏作矞雲寒(로연비작율운한) : 향로연기 모락모락 구름같이 피어나네.

寺廢重新亦有縁(사폐중신역유연) : 낡은 절 중수함도 그런 인연 있거니

老師神力動諸天(로사신력동제천) : 늙은 중 바친 그 정성에 하늘도 감동되었어라

珠宮忽湧蓮花地(주궁홀용련화지) : 화려하게 꾸며진 절간(극락)에 이른 듯 흥성하고

相被曇無笑輾然(상피담무소전연) : 근심이 어리였던 부처 얼굴 펴고 미소 짓는구나

 

양봉래의 여덟 자 필적(楊蓬莱八大字)

鬪龍拏山灰相纆(투룡나산회상묵) : 싸우는 용 산을 거머쥔 듯 그 필치 뚜렷하고

石扶跳掜萬古鐫(석부도예만고전) : 바위 박차고 뛰는 사자의 모습인 양 만고의 으뜸가는 조각일세

不待大娘渾脱舞(불대대낭혼탈무) : (옥루몽)의 홍혼 탈 칼춤 추듯 휘날리니

已將神輪厭張顛(이장신륜염장전) : 신비하게 휘두른 그 솜씨 그 누가 따를 수 있으랴

 

정양사 서쪽루에 올라(正陽西樓)

萬峰秋盡玉參差(만봉추진옥참차) :  일만 이천 봉에 가을이 다하니 옥 바위 들숭날숭

笑倚西樓斜日時(소의서루사일시) : 서쪽 루에 올라서니 때마침 해가 지는구나.

欲寫盧山眞面目(욕사로산진면목) : 여산보다 아름다운 그 모습 나도 한 번 읊어볼까

世間安有謫仙詞(세간안유적선사) : 이 세상에 어찌하여 태백의 시만 있다더냐.

 

농포(農圃) : 정문부(鄭文孚)

 

금강산(金剛山中次僧韻)

夢到金剛第幾峯(몽도금강제기봉) : 꿈속에서 가보았던 금강산 뭇 봉우리

覺來眞境忽成空(각래진경홀성공) : 깨어보니 그 모습 가뭇없이 사라졌네.

世間何物能為有(세간하물능위유) : 세상에 무얼 보고 있다고 말할 거나

妙悟惟禪又醉翁(묘오유선우취옹) : 깨닫고 다시 보니 중과 취한 나뿐일세

白雲多事作奇峰(백운다사작기봉) : 흰 구름 재간 부려 기이한 봉우리 만들거니

不及禪心本自空(불급선심본자공) : 중의 마음도 공허하여 애당초 미치지 못하여라.

可是無求求句急(가시무구구구급) : 이런 절경 어디서 보랴 시에 담기 어렵구나.

我為農圃豈詩翁(아위농포기시옹) : 내 이름 (농포)거니 어찌 시인을 당할손가···

 

청음(清陰) : 김상헌(金尙憲)

 

정양사에서 비로 지체하며(正陽寺雨留)

淋浪簷雨夜連明(림랑첨우야련명) : 처마 밑의 낙수 물 밤새도록 흐르더니

臥聽山中萬瀑聲(와청산중만폭성) : 산골짝 폭포소리 잠자리에 들려오네.

洗出玉峯眞面目(세출옥봉진면목) : 옥 같은 산봉우리 빗물에 씻겼으리.

却留詩眼看新晴(각류시안간신청) : 여기 잠간 머물러서 날 개인 뒤 다시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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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智異山) 주제 한시(漢詩) 28수

 

遊智異山 : 李仁老(이인로)

지리산에서 놀다

(李仁老가 지리산 靑鶴洞을 여러 날 찾아 헤매다가 결국 찾지 못하고 바위 위에 적어 놓고 왔다는 시)

 

頭流山逈暮雲低(두류산형모운저) : 두류산이 멀리 구름 아래 저무니

萬壑千岩似會稽(만학천암사회계) : 일만 구릉 천 바위는 회계산 같네

策杖欲尋靑鶴洞(책사욕심청학동) : 지팡이 짚고 청학동을 찾으려 하니

隔林空聽白猿啼(격림공청백원제) : 숲 사이에서 공연히 잔나비 소리 들리네

樓坮縹緲三山根(누대표묘삼산근) : 누대는 아득히 삼신산의 뿌리이고

苔蘇依僖四字題(태소의희사자제) : 이끼에 의지한 희미한 네 글자의 제목

試問仙源何處是(시문선원하처시) : 시험삼아 묻노니 무릉도원은 그 어디인고

落花流水使人迷(낙화류수사인미) : 지는 꽃 물에 흘러 사람으로 하여금 헤매게 하네

 

智異山(지리산) : 金敦中(김돈중)

 

躋擧直上最高峰(제거직상최고봉) : 산을 올라 곧바로 최 상봉에 이르러,

回首塵寰一片紅(회수진환일편홍) : 풍진 세상을 돌아보니 한 조각의 구름 일세.

徙倚烟霞得幽趣(사의연하득유취) : 연하 속 배회하여 그윽한 정취 얻으니,

風流不愧晉羊公(풍류불괴진양공) : 풍류는 진나라의 양공에게 부끄러울 것 없네.

 

김돈중(金敦中) : 고려 의종 때 명신.

 

登智異山(등지리산) : 金富儀(김부의)

지리산에 오르다

 

 

歷險疑登太華峯(역험의등태화봉) : 온갖 험로다 지나 태화봉에 올랐더니,

歸途還怯夕陽紅(귀도환겁석양홍) : 돌아올 때 저녁노을이 도리어 겁나네.

偶因王事遊方外(우인왕사유방외) : 우연히 명을 받들어 방외에 노니나니,

還愧當年楊次公(환괴당년양차공) : 부끄럽다 그때의 양차공이.

 

김부의(金富儀) - 고려 인종 때의 명신

 

智異山(지리산) : 牧隱(목은) 이색(李穡)

 

頭流山最大(두류산최대) : 두류산이 가장 커서

羽客豹皮茵(우객표피인) : 신선이 호피 방석 깔았네.

木末飛雙脚(목말비쌍각) : 나무 끝에 양 다리가 날고

雲間出半身(운간출반신) : 구름 속에 반신만 내놓네.

人識困三武(인식곤삼무) : 사람들은 삼무에게 곤란 당했음을 알고,

或說避孤秦(혹설피고진) : 혹은 진나라를 피했다고 말하네.

豈乏幽棲地(개핍유서지) : 어찌해 그윽하게 살 곳이 없어

風塵白髮新(풍진백발신) : 풍진 속에 백발이 새로워 졌나

 

佔畢齋(점필재) 金宗直(김종직) 선생의 遊頭流紀行詩(유두류기행시) 11

 

先涅庵(선열암) :金宗直(김종직)

 

門掩藤蘿雲半扃(문엄등라운반경) : 문은 등나무 덩굴에 가리고 구름은 반쯤 닫혔는데

雲根矗矗水冷冷(운근촉촉수냉랭) : 구름이 뿌리내린 우뚝 솟은 바위의 석간수는 맑고 시원하구나.

高僧結夏還飛錫(고승결하환비석) : 하안거를 마친 고승은 석장을 날리며 돌아가고

只有林閑猿鶴驚(지유임한원학경) : 다만 숲은 한가로운데 은거하는 선비가 놀라는구나.

 

함양 독바위 부근에 도착하였을 당시 구름(안개)이 독바위를 반쯤 가린 듯하고 선열암 석간수는 맑고 차가운 물이 흐르는데 하안거를 마친 고승은 떠나고 텅 빈 선열암의 조용한 숲속에 갑자기 들이닥친 일행들의 인기척에 야학이 놀라는 상황을 묘사함

 

議論臺(의논대) : 金宗直(김종직)

 

兩箇胡僧衲半肩(양개호승납반견) : 호로중 두 사람이 장삼을 어깨에 반쯤 걸치고,

巖間指點小林禪(암간지점소림선) : 바위 사이 한 곳을 소림선방이라고 가리키네.

斜陽獨立三盤石(사양독립삼반석) : 석양에 삼반석(의논대)에 홀로 서있으니

滿袖天風我欲仙(만수천풍아욕선) : 소매 가득 가을바람이 불어와 나도 신선이 되려하네.

 

宿古涅庵(숙고열암) : 金宗直(김종직)

 

病骨欲支撑(병골욕지탱) : 지친 몸 지탱하려고

暫借蒲團宿(잠차포단숙) : 잠시 포단 빌려 잠을 자는데

松濤沸明月(송도비명월) : 소나무 물결(파도소리) 달빛 아래 들끓으니

誤擬遊句曲(오의유구곡) : 국곡선경에 노니는 듯 착각하였네.

浮雲復何意(부운복하의) : 뜬 구름은 또한 무슨 뜻인가?

夜半閉巖谷(야반폐암곡) : 한밤중 바위 천정이 닫혀있구나

唯將正直心(유장정직심): 오직 올곧은 마음을 가진다면

倘得山靈錄(당득산영록) : 혹시 산신령의 살핌을 얻으려나.

 

贈古涅僧(고열암 중에게 주다) : 金宗直(김종직)

 

求名逐利兩紛紛(구명축리양분분) : 명예를 구하고 이익을 좇는(따르는) 것 둘 다 어지러우니

緇俗而今未易分(치속이금미이분) : 지금은 승려와 속인을 구분하기 어렵구나.

須陟頭流最高頂(수척두류최고정) : 모름지기 두류산 상봉에 올라보게나.

世間塵土不饒君(세간진토불요군) : 세간의 흙먼지는 그대를 배부르게 하지 못한다네.

 

中秋天王峯不見月(중추천왕봉불견월) : 金宗直(김종직)

중추절 천왕봉에서 보름달을 보지 못함

 

抽身簿領陟崔嵬(추신부령척최외) : 공무에서 잠시 벗어나 높은 산에 올랐는데

剛被良辰造物猜(강피양진조물시) : 좋은 날 조물주 강한 새암을 받는구나.

霧漲寰區八紘海(무창환구팔굉해) : 운무는 천지에 넘쳐서 팔방(팔굉)이 바다이고

風掀巖石萬搥雷(풍흔암석만추뢰) : 바람이 바위에 몰아쳐 뇌성벽력을 치네.

勝遊天王知難繼(승유천왕지난계) : 천왕봉 달맞이 놀이(승유) 계속되기 어려워

淸夢瓊臺未擬回(청몽경대미의회) : 경대의 맑은 꿈(천왕봉 달맞이) 다시 함을 헤아리지 못하겠네.

時有頑雲暫成罅(시유완운잠성하) : 때때로 무지막지한 구름 잠시 틈을 만들지만,

誰能取月滿懷來(수능취월만회래) : 누가 능히 보름달을 취해 가슴에 품고 올 수 있으리?

 

香積庵無僧已二載(향적암무승이이재) : 金宗直(김종직)

중이 떠난 지 이미 2년이 넘은 향적암에서

 

携手扣雲關(휴수구운관) : 손을 잡고 운무로 뒤덮인 문을 두드리니

塵蹤汚蕙蘭(진종오혜란) : 속인의 발자국이 혜란초를 더럽히네.

澗泉猶在筧(간천유재견) : 아직 실개천 샘터에는 홈통이 남아있고

香燼尙堆盤(향신상퇴반) : 타다 남은 향불도 (아직) 쟁반에 쌓여있어라.

倚杖秋光冷(의장추광랭) : 지팡이를 기대니 가을빛은 차가운데

捫巖海宇寬(문암해우관) : 바위를 붙잡고 (금강대에)오르니 온 세상이 넓구나.

殷勤報猿鶴(은근보원학) : 은근히 원숭이(산사람)와 학(은둔 선비)에게 알리노니

容我再登攀(용아재등반) : 내가 다시 오르는 것을 용납해다오.

 

宿香積夜半開霽(숙향적야반개제) : 金宗直(김종직)

향적암에서 자는데 한밤중에야 활짝 개었다.

 

飄然笙鶴瞥雲聲(표연생학별운성) : 선학이 표연히(가볍게) 나니 별안간 구름 소리가 나고

千仞岡頭秋月明(천인강두추월명) : 천길 산꼭대기(천왕봉)엔 가을 달(보름달)이 밝구나.

應有道人轟鐵笛(응유도인굉철적) : 어느 도인이 부는 날라리轟鐵(굉)에 화답하여

更邀回老訪蓬瀛(경요회로방봉영) : 다시 회도인을 만나 (신선이 사는) 봉래와 영주를 찾으리라.

 

再登天王峯(재등천왕봉) : 金宗直(김종직)

다시 천왕봉에 오르다

 

五嶽鎭中原(오악진중원) : 오악이 중원을 진압하고

東岱衆所宗(동대중소종) : 동쪽 대산(동악, 태산)이 뭇 산의 종주인데...

豈知渤海外(기지발해외) : 어찌 알았으리요? 발해 밖에

乃有頭流雄(내유두류웅) : 바로 웅장한 두류산이 있음을...

崑崙萬萬古(곤륜만만고) : 곤륜산은 아주 오랜 옛날부터

地軸東西通(지축동서통) : 지축(地軸)이 동서로 통하고

幹維掣首尾(간유체수미) : 줄기가 머리와 꼬리를 연결했으니

想像造化功(상상조화공) : 조화의 공을 상상할 만하구나.

繄我乏仙骨(예아핍선골) : ! 나는 신선의 골상이 되기는 모자라

塵埃久飄蓬(진애구표봉) : 속세에서 오래도록 떠돌아다니다

牽絲古速含(견사고속함) : 옛 속함(함양) 고을의 수령이 되었는데

玆山在雷封(자산재뢰봉) : 이산이 함양 관내에 있을 줄이야....

省斂馬川曲(성렴마천곡) : 마천 구석의 가을걷이를 살피는데

時序秋正中(시서추정중) : 계절은 가을의 정 중앙이라.

試携二三子(시휴이삼자) : 시험 삼아 두 세 제자를 거느리고

翫月天王峯(완월천왕봉) : 천왕봉에 달구경 간다네.

捫蘿恣登頓(문라자등돈) : 등나무 넝쿨 잡고 멋대로 오르다 지쳐서

足力寄短筇(족력기단공) : 발의 힘을 짧은 지팡이(단장)에 맡겼는데

山靈似戲劇(산령사희극) : 산신령이 연극하는 것과도 같아서

霧雨兼顚風(무우겸전풍) : 안개비에 아울러 세찬바람까지 불어대는구나.

齋心且默禱(재심차묵도) : 마음을 깨끗이하고 또 마음 속으로 기도하여

庶盪芥蒂胸(서탕개체흉) : 거의 가슴의 답답함을 씻어버렸네.

今朝忽淸霽(금조홀청제) : 오늘 아침에는 홀연(문득) 맑게 개이니

神其諒吾衷(신기량오충) : 산신령이 (아마)내 정성을 살펴주신 것이라.

遂忘再陟勞(수망재척로) : 드디어 다시 오르는 수고를 잊고서

絶頂窺鴻濛(절정규홍몽) : 정상에서 천지자연의 광대함을 엿보고

浩浩俯積蘇(호호부적소) : 넓고 넓은 우거진 숲을 굽어보니

如脫天地籠(여탈천지롱) : 천지의 새장을 벗어난 듯하구나.

群山萬里朝(군산만리조) : 여러 산들은 멀리서 조회하듯

眼底失窮崇(안저실궁숭) : 눈 아래 높은 것이 하나도 없어라.

北望白玉京(북망백옥경) : 북쪽으로 백옥경(한양)을 바라보는데

滅沒南飛鴻(멸몰남비홍) : 남쪽으로 날던 기러기는 사라지네.

溟海卽咫尺(명해즉지척) : 큰 바다는 바로 지척이라

際天磨靑銅(제천마청동) : 하늘 끝에서는 청동을 연마하네.

乖蠻與隔夷(괴만여격이) : 남만과 동이가 멀리 떨어져

雲水和朦朧(운수화몽롱) : 구름과 바다의 조화가 몽롱하구나.

遠瞻若迷方(원첨약미방) : 먼 곳을 보면 방향이 헷갈린 듯하나

近挹忻奇逢(근읍흔기봉) : 가까이 읍하면(보면) 기이한 만남(구경)이 기쁘구나.

蒼虯舞素壁(창규무소벽) : 푸르고 굽은 소나무 절벽 위에 춤추고

赤羽低晴空(적우저청공) : 붉은 태양은 날 개인 하늘에 낮게 드리우네.

萬壑水奔流(만학수분류) : 만 구렁(골짜기)의 물은 세차게 흘러서

逶迤拕玉虹(위이타옥홍) : 구불구불 옥무지개를 끌어당기고

十洲隱積皺(십주은적추) : 십주는 쌓인 주름(골짜기)에 숨어있어

指顧面面同(지고면면동) : 가까이에서 보면 저마다(면면이) 같구려.

諸峯悉醞藉(제봉실온자) : 여러 봉우리는 모두 너그러워

有似兒孫從(유사아손종) : 마치 자손이 (부조를) 따르고

般若欲爭長(반약욕쟁장) : 반야봉은 높이를 다투려고 하여

紫蓋於祝融(자개어축융) : 자개가 축융의 경우와 같구려.

懷哉靑鶴洞(회재청학동) : 그립구나! 청학동이여!

千載祕仙蹤(천재비선종) : 천년도록 신선의 자취 숨겼기에...

長嘯下危磴(장소하위등) : 길게 읊조리며 위험한 산비탈 내려가니

如將値靑童(여장치청동) : 청학동의 선동을 만날 것만 같구나.

飇梯起輕霧(표제기경무) : 棧道(사다리)에 광풍이 부니 안개는 가볍게 일고

返照明丹楓(반조명단풍) : 빛이 반사되어 단풍이 밝구나.

雖負端正月(수부단정월) : 비록 단정한 달(한가위 보름달)은 없었지만

眞源今已窮(진원금이궁) : 선도의 본원은 이제 이미 다 궁구(탐색)하였네.

倏陰而倏晴(숙음이숙청) : 갑자기 구름이 끼었다가 갑자기 날이 개이니

厚意牋天公(후의전천공) : 정중한 마음으로 천제님께 편지를 올리려네.

累繭不足恤(루견부족휼) : 발 부르튼 건 족히 근심할 것도 없고

信宿靑蓮宮(신숙청련궁) : 진실로 청련궁(사찰)에서 이틀 밤을 묵었나니

明朝謝煙霞(명조사연하) : 내일 아침에는 연하선경을 떠나서

繩墨還悤悤(승묵환총총) : 공무로 다시 바쁘리라.

 

中峰望海中諸島(중봉망해중제도) :金宗直(김종직)

중봉에서 바다 가운데 여러 섬들을 바라보다

 

前島庚庚後立立(전도경경후립립) : 앞에 섬은 가로 놓이고 뒤 섬은 서서 있으니

蒼茫天水相接連(창망천수상접연) : 파란 하늘과 아득한 바다가 서로 접하여 이어져있네.

似有雲帆疾於鳥(사유운범질어조) : 구름 돛단배는 새보다 빠른 듯하니

古來說得乘槎仙(고래설득승사선) : 예로부터 도를 깨달은 신선이 탄 뗏목이네.

代輿員嶠更何處(대여원교갱하처) : 신선이 사는 대여산과 원교산은 또 어느 곳인가?

巨鼇不動應酣眠(거오부동응감면) : 거오(큰 자라) 움직이지 않으니 응당 단잠이 들었나보다.

寄書紫鳳問舊侶(기서자봉문구려) : 자색 봉황새에 편지를 보내어 옛 친구에게 묻노니

我今亦在方丈巓(아금역재방장전) : 지금 또한 나는 방장산 정상에 있다네.

 

영신암(靈神菴) : 金宗直(김종직)

 

箋筈車箱散策回(전괄거상산책회) : 전괄과 거상에 산책하고 돌아오니

老禪方丈石門開(노선방장석문개) : 방장의 노 선사가 돌문을 열어준다

明朝更踏紅塵路(명조갱답홍진로) : 내일 아침이면 다시 세상길 밟으리니

湏喚山都沽酒來(회환산도고주래) : 천천히 산도를 불러 술이나 사오게나

 

昻昻然如野鶴在鷄群(앙앙연여야학재계군) : 金宗直(김종직)

여럿 가운데 홀로 특출함

 

雙溪寺裏憶孤雲(쌍계사리억고운) : 쌍계사 안에 고운을 생각하니

時事紛紛不可聞(시사분분불가문) : 어지러웠던 당시의 일을 들을() 수가 없구나.

東海歸來還浪跡(동해귀래환랑적) : 해동(신라)으로 돌아와 도리어 유랑했던 발자취는

秖緣野鶴在鷄群(지연야학재계군) : 다만 야학이 군계 속에 있었던 연유로다.

 

下山吟(하산음) : 金宗直(김종직)

산에서 내려와 읊다

 

杖藜纔下山(장려재하산) : 명아주 지팡이 짚고 겨우 산에서 내려오니

澄潭忽蘸客(징담홀잠객) : 갑자기 맑은 연못이 산객을 담그게 하네

彎碕濯我纓(만기탁아영) : 굽은 물가에서 앉아 내 갓끈을 씻으니

瀏瀏風生腋(류류풍생액) : 시원한 바람이 겨드랑이에서 나오는구나.

平生饕山水(평생도산수) : 평소 산수 욕심을 부렸는데

今日了緉屐(금일료량극) : 오늘은 나막신 한 켤레가 다 닳았네

顧語會心人(고어회심인) : 여정을 함께한 사람(제자)들에게 돌아보고 말하노니

胡爲赴形役(호위부형역) : 어찌 (우리가)육체의 노역에 나아갔다고 하겠는가?

 

蒙山畫幀迦葉圖贊(몽산화정가섭도찬) : 匪懈堂(비해당) 李瑢(安平大君)

영신암의 가섭전 법당에는 원나라 고승 蒙山和尙(몽산화상)이 그린 가섭도가

있었는데, 가섭도에 비해당 안평대군이 찬을 썼다.

 

頭陁第一是爲抖擻: 마하가섭존자께서는 두타 수행인 두수를 바르게 행하시어

外已遠塵內已離垢: 밖으로 이미 번뇌를 떨치시고, 안으로 듣 마음의 때를 벗으셨네.

得道居先入滅於後: 앞서 (아라한과)를 얻으시고, 뒤에는 적멸의 경지에 드셨으니

雪衣雞山千秋不朽: 눈 덮인 계족산에서, 천추에 사라지지 않고 길이 전하리라.

 

  가섭도는 逸失되어 전해지지 않지만, 점필재 김종직의 유두류록에 비해당이 쓴 찬의 내용이 전한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불교문사와 한문학사의 관점에서 유두류록의 가치가 엄청나다고 할 수 있다. 안평대군은 몽산화상의 제자 나옹화상, 나옹화상의 제자인 신미대사에게 불법을 배웠다고 한다. 의 내용을 읽어보면 비해당이 불교에 얼마나 조예가 깊었는가를 알 수 있다. 비해당의 은 마하가섭존자가 계족산(영신봉) 영신대 석가섭의 자연불에 깃들어 미래의 미륵불을 기다린다고 보고, 미륵 세상과의 매개자이며 구도자인 영원불멸의 마하가섭존자를 찬양하는 글이다.

 

馬川記所見(마천기소견) : 金宗直(김종직)

마천에서 본 것을 기록하다

 

十年萍梗我何堪(십년평경아하감) : 십 년 간 떠돌던 신세를 내 어이 견디었나

放迹靑山一夢酣(방적청산일몽감) : 운산에 자취 감추니 한바탕 꿈이 달콤하네.

落日閃霞橫鷲岾(락일섬하횡취점) : 지는 해가 노을을 드리며 취재에 걸쳐있고

長風驅雨過龍潭(장풍구우과룡담) : 긴 바람이 비를 몰아 용유담을 지나는구나.

白雲靑鶴空迷遠(백운청학공미원) : 백운 속의 청학은 부질없이 멀기만 했는데

牙簡瓊膏奈飽參(아간경고내포참) : 공문서와 맛난 음식 어찌나 실컷 먹었던지.

今夜佛牕松桂冷(금야불창송계랭) : 오늘 밤 창을 스치는 솔바람소리 차가우니

臥看明月印輕嵐(와간명월인경람) : 가벼운 남기에 비치는 명월을 누워서 보리.

 

望岳樓(망악루) : 金宗直(김종직)

큰 산을 바라보며(지리산 유람 후의 시)

 

去年塵跡汚巖巒(거년진적오암만) : 작년에 속세 자취로 산봉우리 더럽히곤

望嶽樓中更靦顔(망악루중경전안) : 망악루 안에서 다시금 얼굴을 붉힌다네.

却恐英靈恥重滓(각공영령치중재) : 산신령이 거듭 더럽혀짐을 수치로 여겨

洞門牢與白雲關(동문뢰여백운관) : 동문을 백운으로 굳게 닫을까 염려로세.

 

遊頭流山 到花開縣作 : 일두(一蠹) 정여창(鄭汝昌)

두류산을 구경하고 화개 현에 이르러 짓다

 

風蒲獵獵弄輕柔(풍포렵렵롱경유) : 냇버들은 살랑살랑 가볍게 흔들리는데

四月花開麥已秋(사월화개맥이추) : 4월 화개현에 보리가 벌써 익었네

看盡頭流千萬疊(간진두류천만첩) : 두류산 천만 봉을 샅샅이 보고 나서

孤舟又下大江流(고주우하대강류) : 외로운 배로 다시 큰 강을 내려간다.

 

頭流作(두류작) : 南冥(남명) 曺植(조식)

두류산에서 짓다.

 

高懷千尺掛之難(고회천척괘지난) : 고상한 생각 매우 높아 걸기 어려우니

方丈于頭上上竿(방장우두상상간) : 방장산의 꼭대기에 매다는 게 가장 좋으리라.

玉局三生須有籍(옥국삼생수유적) : 옥국에 三生(삼생)함은 반드시 명부에 있으니

他年名字也身看(타년명자이신간) : 다른 해에 몸에 잇닿은 이름자를 보리라.

 

詠靑鶴洞瀑布(영청학동폭포) : 南冥(남명) 曺植(조식)

청학동 폭포를 읊음

 

 

勅敵層崖當(칙적층애당) : 굳센 적처럼 층진 벼랑이 막아섰기에,

春撞鬪未休(춘당투말휴) : 찧고 두드리며 싸우길 쉬지 않는다.

却嫌堯抵壁(각혐요저벽) : 요가 구슬 버린 것 싫어하며,

茹吐不曾休(여토불증휴) : 마시고 토하길 쉰 적이 없다네.

 

靑鶴洞 (청학동) : 南冥(남명) 曺植(조식)

 

獨鶴穿雲歸上界(독학천운귀상계) : 한 마리 학은 구름을 뚫고 하늘나라로 올라갔고,

一溪流玉走人間(일계류옥주인간) : 구슬이 흐르는 한 가락 시내는 인간 세상으로 흐르네.

從知無累煩爲累(종지무누번위누) : 누 없는 것이 도리어 누가 된다는 것을 알고서

心地山河語不者(심지산하어불자) : 산하를 마음으로 느끼고서 보지 않았다고 말하네.

 

天王峰(천왕봉) : 南冥(남명) 曺植(조식)

 

請看千石鐘(청간천석종) : 원컨대 천석들이 큰 종을 보고 싶었네.

非大扣無聲(비대고무성) : 크게 두드리지 않으면 소리를 내지 않는.

萬古天王峰(만고천왕봉) : 만고불변의 천왕봉은

天鳴猶不鳴(천명유불명) : 하늘은 울어도 오히려 울지 않는다네.

 

智異山般若鋒(지리산 반야봉) : 花潭(화담) 徐敬德(서경덕)

 

智異巍巍鎭海東(지리외외진해동) : 지리산은 우뚝 솟아 동녘 땅을 다스리고

登臨心眼浩無窮(등림심안호무궁) : 산에 오르면 마음눈이 끝없이 넓어지네.

巉巖只玩峯巒秀(참암지완봉만수) : 벼랑의 바위는 장난하듯 솟아 더욱 빼어났으니

磅礴誰知造化功(방박수지조화공) : 충만하기만 한 조물주의 조화를 그 누가 알랴.

蓄地玄精興雨露(축지현정흥우로) : 땅에 담긴 현묘한 정기는 비와 이슬을 일으키고

含天粹氣產英雄(함천수기산영웅) : 하늘에 머금은 순수한 기운은 영웅을 낳게 하네.

嶽祗爲我淸煙霧(악지위아청연무) : 산은 오직 나를 위하여 구름과 안개를 걷어내니

千里來尋誠所通(천리래심성소통) : 천리 길을 찾아온 정성이 통한 것이려니.

 

靑鶴山人(청학산인) : 魏漢祚(위한조)

日洞巖(일동암) 바위 위에 적힌 시

 

穿雲一路不分明(천운일로불분명) : 구름 속에 뚫린 길을 겨우 찾아서

客到山門獨鶴迎(객도산문독학영) : 산사에 손이 오니 학이 홀로 반기네.

丹岸雨添瑤草畵(단안우첨요초화) : 붉은 언덕 비 뿌리니 고운 풀 그림 같고

碧崖風落玉碁聲(벽애풍락옥기성) : 푸른 언덕 바람 부니 옥돌소리 절로 나네.

閑花老柏千年在(한화로백천년재) : 한가로운 꽃 늙은 잣나무는 천년의 정취요

亂石飛泉百道爭(난석비천백도쟁) : 돌 사이 폭포수는 백갈래로 쏟아지네.

世有名區人不識(세유명구인불식) :  名區勝地를 세인은 모르는데

孰能於此養心精(숙능어차양심정) : 그 누가 이곳에서 정기 기를까.

 

靑鶴洞(청학동) : 柳方善(류방선)

 

瞻彼知異山穹窿(첨피지이산궁륭) : 지리산 솟은 모습 올려다보니

雲烟萬疊常溟濛(운연만첩상명몽) : 구름 안개 첩첩하여 언제나 아득하다.

根盤百里勢自絶(근반백리세자절) : 백리에 서려 있어 형세 절로 빼어나

衆壑不敢爲雌(웅중학불감위자웅) : 뭇 멧부리 감히 자웅 겨루지 못한다오.

層巒峭壁氣參錯(층만초벽기참착) : 층층한 산 깎은 절벽 기운이 뒤섞이어

疎松翠栢寒蒨葱(소송취백한천총) : 성근 솔 푸른 잣나무 시원스레 우거졌네.

溪回谷轉別有地(계회곡전별유지) : 시내 돌아 골을 넘어 별천지 있나니

一區形勝眞壺中(일구형승진호중) : 한 구역 좋은 경치 참으로 호리병 속 같네.

人亡世變水空流(인망세변수공류) : 사람 죽고 세상 변해 물만 홀로 흘러가고

榛莽掩翳迷西東(진망엄예미서동) : 가시덤불 가려 있어 동서 분간 할 수 없다.

至今靑鶴獨棲息(지금청학독서식) : 지금도 靑鶴이 홀로 여기 사는데

緣崖一路纔相通(연애일로재상통) : 언덕 끼고 한 길만이 겨우 통할 수 있네.

良田沃壤平如案(량전옥양평여안) : 좋은 밭 비옥한 땅 평평하기 상과 같고

頹垣毁逕埋蒿蓬(퇴원훼경매호봉) : 무너진 담 헐린 길은 쑥대 속에 묻혀 있다.

林深不見鷄犬行(림심불견계견행) : 숲 깊어 개 닭 다님 볼래야 볼 수 없고

日落但聞啼猿狨(일락단문제원융) : 저물녘엔 들리느니 잔나비 울음일래.

疑是昔時隱者居(의시석시은자거) : 지난 날 은자가 숨어살던 곳인가

人或羽化山仍空(인혹우화산잉공) : 살던 사람 신선되어 산도 비인 것일까?

神仙有無未暇論(신선유무미가론) : 신선이 있고 없곤 따질 겨를 없어라

只愛高士逃塵籠(지애고사도진롱) : 다만 옛 높은 선비 티끌 세상 피함 사랑할 뿐.

我欲卜築於焉藏(아욕복축어언장) : 나도 집을 지어 이곳에 숨어들어

歲拾瑤草甘長終(세습요초감장종) : 해마다 瑤草 캐며 달게 삶을 마치려 하나,

天台往事儘荒怪(천태왕사진황괴) : 天台의 옛 일이야 황당하고 괴이하고

武陵遺跡還朦朧(무릉유적환몽롱) : 武陵桃源 남은 자취 오히려 아득하다.

丈夫出處豈可苟(장부출처기가구) : 대장부 나고 듦이 구차할 수 있으랴

潔身亂倫誠悾悾(결신난륜성공공) : 潔身 위한 亂倫이란 진실로 부질없다.

我今作歌意無極(아금작가의무극) : 내 이제 노래 하니 마음은 끝이 없다

笑殺當日留詩翁(소살당일류시옹) : 그때에 시 남긴 늙은이를 가만히 웃노라.

 

智異山(지리산) : 梁誠之(양성지)

 

 

智異蒼蒼倚半空(지리창창의반공) : 지리산 푸른 봉우리 반공에 솟아있고,

千岩萬壑酒飛淙(천암만학주비종) : 천암만학 깊은 골짜기 물방울 뿌리네.

洞中靑鶴應欺我(동중청학응기아) : 동중의 청학이 나를 속이어,

胡不來聞缶寺鍾(호불래문부사종) :어찌하여 절의 종소리 들려오지 않는가라고.

 

梁誠之(양성지) : 조선초기 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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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당(梅月堂) 김시습 한시 모음

 

 


도중 (途中)

貊國初飛雪 春城木葉疏 맥의 나라 이 땅에 첫눈이 날리니,
(맥국초비설 춘성목엽소) 춘성에 나뭇잎이 듬성해지네.

秋深村有酒 客久食無魚 가을 깊어 마을에 술이 있는데,
(추심촌유주 객구식무어) 객창에 오랫동안 고기 맛을 못보겠네.

山遠天垂野 江遙地接虛 산이 멀어 하늘은 들에 드리웠고,
(산원천수야 강요지접허) 강물 아득해 대지는 허공에 붙었네.

孤鴻落日外 征馬政躊躇 외로운 기러기 지는 해 밖으로 날아가니,
(고홍락일외 정마정주저) 나그네 발걸음 가는 길 머뭇거리네



詠妓三首

綠羅新剪製春衫 理線掂針玉手織
녹라신전제춘삼 리선점침옥수직

自敍一生人命薄 隔沙窓語細喃喃
자서일생인명박 격사창어세남남

초록 비단 말라 봄옷을 마련핳제
바늘 따라 실 따라서 고운 손길 노닐더니
서러워라 이내 일생 왜 이리도 박명한가.
창가에 의지하여 소곤소곤 속삭이네.


誰家園裏曉鶯啼 撩亂春心意轉迷
수가원이효앵제 료란춘심의전미
自愧妾身輕似葉 食須東里宿須西
자괴첩신경사엽 식수동리숙수서

어드메 뒷동산에 꾀꼴 소리 요란하냐.
춘심을 자아내니 심사 더욱 산란하다
가엾어라 여자의 몸 갈잎 같은 신세런가
동쪽 집 저녁 먹고 서쪽 집 침방 드네.


死麕茅束者何斯 一見飄風姓不知
사균모속자하사 일견표풍성부지
狂且狡童如鬼꞉ 去時批額奪笄兒
광차교동여귀역 거시비액탈계아

꿈결인 듯 얼핏 마난 그 사나이 누구더냐
한 번 보고 헤어지니 성명조차 모를레라.
교할해라 그의 거동 귀신인 듯
금비녀 은비녀도 떠날 적에 다 빼앗겼네




感懷


事事不如意 사사불여의 : 일마다 뜻대로 되지 않아서
愁邊醉復醒 수변취부성 : 시름 속에 취했다가 다시 깨노라
一身如過鳥 일신여과조 : 새가 날아가듯 내 이 몸은 덧없고
百計似浮萍 백계사부평 :그 많던 계획도 마름풀잎처럼 떠버렸네
經事莫 (厭+食 포식할 염)腹 경사막염복 : 경사(經事)를 뱃속에 너무 채우지 말게
才名空苦形재명공고형 : 재주와 이름은 헛되이 몸만 괴롭힌다네
唯思高枕睡 유사고침수 : 베개 높이 베고서 잠잘 생각이나 하리니
更載夢虞庭 갱재몽우정 : 꿈에나 순임금 만나 말을 나눠 보리라.


사청사우 乍晴乍雨

乍晴乍雨雨還晴(사청사우우환청) : 잠깐 개었다 비 내리고 내렸다가 도로 개이니
天道猶然況世情(천도유연황세정) : 하늘의 이치도 이러한데 하물며 세상 인심이야
譽我便是還毁我(예아편시환훼아) : 나를 칭찬하다 곧 도리어 나를 헐뜯으니
逃名却自爲求名(도명각자위구명) : 명예를 마다더니 도리어 명예를 구하게 되네
花開花謝春何管(화개화사춘하관) : 꽃이 피고 꽃이 지는 것을 봄이 어찌 하리오
雲去雲來山不爭(운거운래산불쟁) : 구름이 오고 구름이 가는 것을 산은 다투질 않네
寄語世人須記認(기어세인수기인) : 세상 사람에게 말하노니 반드시 알아두소
取歡無處得平生(취환무처득평생) : 기쁨을 취하되 평생 누릴 곳은 없다는 것을



유객有客

有客淸平寺(유객청평사) : 청평사의 나그네
春山任意遊(춘산임의유) : 봄 산을 한가로이 노니노라
鳥啼孤塔靜(조제고탑정) : 탑은 고요한데 새는 울고
花落小溪流(화락소계류) : 꽃잎은 개울에 떨어져 흘러가네
佳菜知時秀(가채지시수) : 맛있는 나물 때맞춰 돋아나고
香菌過雨柔(향균과우유) : 향기로운 버섯은 비 맞아 부드럽네
行吟入仙洞(행음입선동) : 시를 읊으며 선동에 들어서니
消我百年憂(소아백년우) : 나의 백년 근심이 살라지네



희정숙견방喜正叔見訪

寂寂鎖松門(적적쇄송문) : 솔 문을 닫아걸고 외로이 사니
無人踏鮮痕(무인답선흔) : 이끼 흔적 밝는이 아무도 없구나
澗聲搖北壑(간성요북학) : 바윗 물소리 북쪽 골짝을 흔들고
松籟颭東軒(송뢰점동헌) : 소나무 바람소리 동헌에 물결친다
世事寧緘口(세사녕함구) : 세상일은 차라리 입을 다물고
閒情似不言(한정사불언) : 한가한 정은 말 하지 못하는구나
喜君來一訪(희군래일방) : 그대 찾아오니 너무 기뻐서
相對敍寒溫(상대서한온) : 마주 보며 그간 온갖 일을 풀어본다



심방(尋訪)

靑藜一尋君(청려일심군) : 청려장 짚고 그대 찾으니
君家住海濱(군가주해빈) : 그대 집은 바닷가에 있었구나
寒花秋後艶(한화추후염) : 국화꽃은 늦가을이라 더욱 곱고
落葉夜深聞(낙엽야심문) : 깊은 밤 낙옆 지는 소리 들려온다
野外金風老(야외금풍로) : 들 밖에 바람소리 세차고
簷頭夕照曛(첨두석조훈) : 처마 위엔 저녁빛이 어둑해진다
寧知今日遇(녕지금일우) : 어찌 알았겠나, 오늘 그대 만나
團坐更論文(단좌갱론문) : 다정히 둘러 앉아 다시 글을 논할 줄을



기우 1寄友

望中山水隔蓬萊(망중산수격봉래) : 눈 앞에 산과 물은 봉래산에 가리고
斷雨殘雪憶幾回(단우잔설억기회) : 그친 비와 녹은 눈 속에서 얼마나 그리웠는지
未展此心空極目(미전차심공극목) : 이 마음 펴지 못해 공연히 눈만 치뜨고
夕陽無語倚寒梅(석양무어의한매) : 석양에 말없이 차가운 매화나무에 기대어본다


기우 2寄友

爲因生事無閑暇(위인생사무한가) : 살아가는 일로 한가할 때가 없어
孤負尋雲結社期(고부심운결사기) : 구름 찾아 결사하는 기약을 홀로 저버렸다
走殺紅塵何日了(주살홍진하일료) : 달려가 세상풍진 없애는 일 어느 때나 다할까
碧山回首不勝思(벽산회수불승사) : 푸른 산을 돌아보니 그대 생각 못잊겠구나


기우 3寄友

落盡閑花春事去(낙진한화춘사거) : 다 진 한가한 꽃나무, 봄날은 가는데
一封消息却來無(일봉소식각래무) : 한 통의 소식조차 오지를 않는구나
想思夢罷竹窓靜(상사몽파죽창정) : 그리운 꿈 깨니 대나무 창은 고요하고
望帝城中山月孤(망제성중산월고) : 서울 바라보니, 산 위의 달은 외롭기만 하다


기우 4寄友

東望鷄林隔片雲(동망계림격편운) : 동뽁으로 조각구름에 가린 계림 바라보니
胡然未易得逢君(호연미이득봉군) : 어찌하여 그대 마나기 이렇게도 쉽지가 않은가
請看天外孤輪月(청간천외고륜월) : 청컨대, 하늘 밖 외로운 궁근 달을 보시게나
兩地淸輝一樣分(양지청휘일양분) : 두 곳에 맑고 밝은 빛 꼭 같이 보내주고 있다오



落葉

落葉不可掃(낙엽불가소) : 낙엽을 그냥 쓸어서는 안 되네
偏宜淸夜聞(편의청야문) : 맑은 밤 그 소리 듣기가 좋아서 라네
風來聲慽慽(풍래성척척) : 바람 불면 우수수 소리 내고
月上影紛紛(월상영분분) : 달 떠오르면 그림자 어지러워요
鼓窓驚客夢(고창경객몽) : 창을 두드려 나그네 꿈 깨우고
疊砌沒苔紋(첩체몰태문) : 섬돌에 쌓이면 이끼 무늬도 지우지요
帶雨情無奈(대우정무내) : 비에 젖은 낙엽을 어찌할꺼나
空山瘦十分(공산수십분) : 늦은 가을, 빈산이 너무 초라해



無題 1무제

終日芒鞋信脚行(종일망혜신각행) : 종일토록 짚신 신고 내키는 대로 걸어
一山行盡一山靑(일산행진일산청) : 산을 다 걸으면 또 푸른 산
心非有想奚形役(심비유상해형역) : 마음은 물건이 아닌데 어찌 육체의 노예가 되며
道本無名豈假成(도본무명기가아) : 진리는 이름이 없거늘 어찌 위선을 행하리오
宿露未晞山鳥語(숙노미희산조어) : 밤이슬 마르지도 않는 새벽에 사내들 지저귀고
春風不盡野花明(춘풍부진야화명) : 봄바람 살랑 살랑 불어오고 들꽃은 밝구나
短笻歸去千峰靜(단공귀거천봉정) : 짧은 지팡이 짚고 돌아가니 수 천 봉우리 고요하고
翠壁亂煙生晩晴(취벽난연생만청) : 맑은 저녁 하늘 이끼 낀 푸른 절벽에 안개 자욱하다




蘆原卽事노원즉사

草綠長堤小逕斜(초녹장제소경사) : 긴 언덕 풀은 푸르고 작은 길 비탈지고
依依桑柘有人家(의의상자유인가) : 산뽕나무 무성한데 인가가 나타난다
溪楓一抹靑煙濕(계풍일말청연습) : 시냇가 단풍나무 문지르니 푸른 안개에 젖어있고
十里西風吹稻花(십리서풍취도화) : 십리 길에 하늬바람 벼꽃에 불어든다

 


途中卽事(도중즉사)

一村蕎麥熟(일촌교맥숙) : 온 고을에 메밀이 익어
十里割黃雲(십리할황운) : 십리 길을 누런 구름으로 갈라놓았다
歸思西風遠(귀사서풍원) : 돌아가고 싶은 생각에 서풍은 멀기만 한데
千山日已曛(천산일이훈) : 온 산에 해는 이미 땅거미 진다

 


還山환산


山中四月盡(산중사월진) : 산 속엔 4월이 다가고
客臥動輕旬(객와동경순) : 나그네는 가볍게 열흘이 지나간다
四壁圖書蛀(사벽도서주) : 사면 벽에는 도서에 좀이 슬어
三間几席塵(삼간궤석진) : 삼간 방 책상엔 먼지만 쌓였다
菁花多結實(청화다결실) : 우거진 꽃에는 열매 많고
杏子已生仁(행자이생인) : 살구 열매엔 이미 씨가 생겼다
靜倚屛風睡(정의병풍수) : 고요히 병풍에 기대어 잠드니
風爲入幕賓(풍위입막빈) : 바람은 휘장 속으로 들어와 손님이 된다



新漲신창

昨夜山中溪水生(작야산중계수생) : 어제 밤 산속에서 계곡물 붙더니
石橋柱下玉鏗鏘(석교주하옥갱장) : 돌다리 기둥 아래 옥구슬 부딪는 소리
可憐嗚咽悲鳴意(가련오열비명의) : 가련토록 흐느끼며 구슬피 우는 뜻은
應帶奔流不返情(응대분류불반정) : 체인 물이 흘러가 되돌아오지 못함이겠지



晩意만의

萬壑千峰外(만학천봉외) : 온 골짜기와 봉우리 저 너머
孤雲獨鳥還(고운독조환) : 외로운 구름과 새 돌아오네
此年居是寺(차년거시사) : 올해는 이 절에서 지낸다만
來歲向何山(내세향하산) : 내년에는 어느 산을 향할까
風息松窓靜(풍식송창정) : 바람 자니 소나무 창 고요하고
香銷禪室閑(향소선실한) : 향불 스러지니 스님의 방 한가롭다
此生吾已斷(차생오이단) : 이승을 내가 이미 끊어버렸으니
棲迹水雲間(서적수운간) : 내 머문 자취 물과 구름에만 남기리라

 



目羞목수

經書今棄擲(경서금기척) : 경서 이제 내던지고
已是數年餘(이시수년여) : 이미 몇 년이 지났구나
況復風邪逼(황복풍사핍) : 하물며 다시 사악한 바람에 쫓겨
因成齒髮疎(인성치발소) : 이빨과 머리털도 성글어졌다
奇爻重作二(기효중작이) : 일 효가 겹쳐져 이 효로로 보이고
兼字化爲魚(겸자화위어) : “兼”자가 변하여 “魚”자로 보인다
雪夷看天際(설이간천제) : 눈이 덮인 속에서 멀리 하늘 끝을 바라보니
飛蛟滿大虛(비교만대허) : 나는 모기들만 하늘에 가득하다

 


食粥식죽

白粥如膏穩朝餐(백죽여고온조찬) : 흰죽이 곰 같아 아침 먹기 좋구나
飽來偃臥夢邯鄲(포래언와몽감단) : 배불러 번듯이 누워 한단의 꿈을 꾼다
人間三萬六千日(인간삼만육천일) : 인간생애 삼만 육천 일에
且莫咻咻多苦辛(차막휴휴다고신) : 아직은 편하다고 말하지 말라, 쓰고 신 일 많으리니

 

 

煮茶 1자다

松風輕拂煮茶煙(송풍경불자다연) : 솔바람 다 달이는 연기 몰아 올리고
裊裊斜橫落澗邊(뇨뇨사횡락간변) : 하늘하늘 기울어져 골짝물가로 떨어진다
月上東窓猶未睡(월상동창유미수) : 동창에 달 떠올라도 아직 잠 못 자고
挈甁歸去汲寒泉(설병귀거급한천) : 물병 들고 돌아가 찬물을 기는다


煮茶 2자다

自怪生來厭俗塵(자괴생래염속진) : 나면서 풍진 세상 스스로 괴이하게 여겨
入門題鳳已經春(입문제봉이경춘) : 문에 들어가 “봉”자를 쓰니 이미 청춘 다지나갔다
煮茶黃葉君知否(자다황엽군지부) : 달이는 누런 찻잎 그대는 알까
却恐題詩洩隱淪(각공제시설은륜) : 시 짓다가 숨어사는 일 누설될까 오히려 두렵다

 

 

野鳥 야조

綿蠻枝上鳥(면만지상조) : 나무 위의 새소리 잇달아
隨意便能鳴(수의편능명) : 제 뜻대로 거침없이 울어댄다
適志從吾好(적지종오호) : 뜻이 맞으면 내 기분대로 따르고
安心只欲平(안심지욕평) : 마음을 편하게 하여 평화롭고자 한다
驕榮爭似隱(교영쟁사은) : 부귀영화 교만함이 어찌 숨어 삶과 다투랴
苦學不如耕(고학불여경) : 고생스레 배움이 어찌 농사만 하리
詩酒消閑日(시주소한일) : 사와 술로 한가한 날 보내며
陶然送平生(도연송평생) : 기분 좋게 한 평생 보내고 싶어라



卽事 즉사

有穀啼深樹(유곡제심수) : 뻐꾸기가 울창한 나무숲에서 우네
前村桑葚紅(전촌상심홍) : 앞 고을에는 오디가 푹 익었다
農雲峯上下(농운봉상하) : 짙은 구름은 산봉우리로 오르내리고
疏雨埭西東(소우태서동) : 가랑비는 뚝 위로 오락가락
懶覺身無事(라각신무사) : 게을러 몸에 할 일 없음을 알고
衰知酒有功(쇠지주유공) : 몸이 쇠약해짐에 술에 공덕이 있음을 알았다
已得歸歟興(이득귀여흥) : 이미 돌아갈 마음 얻었으니
江山屬此翁(강산속차옹) : 강산이 이 늙은이의 것이라오



晝意 주의

驟暄草色亂紛披(취훤초색난분피) : 갑자기 따뜻하여 풀빛 어지러이 날리고
睡覺南軒日午時(수교남헌일오시) : 남쪽 마루에서 잠 깨니 해가 한참 낮이다
更無世緣來攪我(갱무세연래교아) : 다시는 세상인연으로 날 괴롭히지 않으리니
心身鍊到化嬰兒(심신련도화영아) : 마음과 몽이 수련되어 어린아이로 되었다네

 



曉意 효의

昨夜山中雨(작야산중우) : 어젯밤 산속에 비 내려
今聞石上泉(금문석상천) : 오늘 아침 바위샘 물소리 난다
窓明天欲曙(창명천욕서) : 창 밝아 날 새려하는데
鳥聒客猶眠(조괄객유면) : 새소리 요란하나 나그네는 아직 자네
室小虛生白(실소허생백) : 방은 작으나 공간이 훤해지니
雲收月在天(운수월재천) : 구름 걷혀 하늘에 달이 있음일게
廚人具炊黍(주인구취서) : 부엌에서 기장밥 다 지어놓고
報我懶茶煎(보아라다전) : 나에게 차 달임이 늦다고 나무란다




薄暮 1박모


怕風棲鵲閙松枝(파풍서작료송지) : 바람이 두려워 나무에 깃던 까치 소나무 끝에 시끄럽고
天氣層陰日暮時(천기층음일모시) : 하늘 기운 층층이 어두워져 저물어 가는 때
雪打明窓淸坐久(설타명창청좌구) : 눈발이 창을 때려 오래도록 고요히 방에 앉아
更看山月上城陬(갱간산월상성추) : 산의 달, 성 모퉁이에 떠오르는 것을 다시 본다



薄暮2(박모2)


爐灰如雪火腥紅(노회여설화성홍) : 화로의 재가 눈 같은데 불빛 고기 살같이 붉고
石鼎烹殘茗一鍾(석정팽잔명일종) : 돌솥에는 차를 끊이고 있다
喫了上房高臥處(끽료상방고와처) : 차 마시고 상방에 높이 누운 곳에
數聲淸磬和風松(수성청경화풍송) : 몇 차례 맑은 경쇠소리 솔바람에 화답한다

 



訪隱者 1방은자

白石蒼藤一逕深(백석창등일경심) : 흰 돌과 푸른 등나무 사이로 좁은 길 깊숙이 나 있고
三椽茅屋在松陰(삼연모옥재송음) : 솔 그늘 아래 석가래 세 개 걸친 작은 띳집이 보인다
紛紜世上無窮爭(분운세상무궁쟁) : 분분한 세상살이 끝없는 싸움
不入伊家一寸心(불입이가일촌심) : 한 치 작은 그 집엔 들어가지 않으리라


訪隱者 2방은자

自言生來懶折腰(자언생래라절요) : 태어나서부터 허리 굽히기 싫어
白雲靑嶂恣逍遙(백운청장자소요) : 흰 구름 푸른 산을 마음대로 소요한다네
松風吹送前山雨(송풍취송전산우) : 솔바람 불어 앞산의 비를 보내어
一朶紫荊花半凋(일타자형화반조) : 한 떨기 자형화가 반이나 시들어 떨어지네

 


我生 아생

我生旣爲人(아생기위인) : 내는 이미 사람으로 태어났네
胡不盡人道(호불진인도) : 어찌 사람의 도리를 다하지 않으리오.
少歲事名利(소세사명리) : 젊어서는 명리를 일삼았고
壯年行顚倒(장년행전도) : 장년이 되어서는 세상에 좌절하였네.
靜思縱大恧(정사종대뉵) : 가만히 생각하면 너무 부끄러우니
不能悟於早(불능오어조) : 어려서 깨닫지 못한 탓이네
後悔難可追(후회난가추) : 후회해도 돌이키기 어려워
寤擗甚如擣(오벽심여도) : 깨닫고 보니 가슴이 방아 찧듯 하네.
況未盡忠孝(황미진충효) : 하물며 충효도 다하지 못했으니
此外何求討(차외하구토) : 이외에 무엇을 구하고 찾겠는가.
生爲一罪人(생위일죄인) : 살아서는 한 죄인이요
死作窮鬼了(사작궁귀료) : 죽어서는 궁색한 귀신이 되리
更復騰虛名(갱부등허명) : 다시 헛된 명예심 또 일어나니
反顧增憂悶(반고증우민) : 돌아보면 근심과 번민이 더해지네.
百歲標余壙(백세표여광) : 백년 후에 내 무덤에 표할 때는
當書夢死老(당서몽사로) : 꿈속에 죽은 늙은이라 써주시게나
庶幾得我心(서기득아심) : 행여나 내 마음 아는 이 있다면
千載知懷抱(천재지회포) : 천년 뒤에 속마음 알 수 있으리.



蓮經讚 연경찬

雲起千山曉(운기천산효) : 온 산 새벽인데 구름 일고
風高萬木秋(풍고만목추) : 바람은 높이 불어 나무마다 가을이네
石頭城下泊(석두성하박) : 성 아래 돌 머리에 묵으니
浪打釣魚舟(낭타조어주) : 물결은 고깃배에 부딪는다.



古風十九首 고풍십구수

始皇倂六國(시황병육국) : 진시황 여섯 나라를 삼키니
時號爲强秦(시호위강진) : 그 때 사람들이 强秦이라 하였네
焚蕩先王書(분탕선왕서) : 선왕들의 책을 불살라 버리니
四海皆鼎新(사해개정신) : 온 세상이 다 세로와 졌었지
自稱始皇帝(자칭시황제) : 스스로 시황제라 치아니
率土皆稱臣(솔토개칭신) : 천하 백성이 신하가 되었네
防胡築長城(방호축장성) : 오랑캐를 막고 만리장성을 쌓고
望海勞東巡(망해노동순) : 바다 보려 수고로이 동쪽 땅 돌기도 했어라
驪山宮闕壯(려산궁궐장) : 여산 궁궐은 장대하고
複道橫高旻(복도횡고민) : 낭하가 높은 하늘 가로질렀지만
楚人一炬後(초인일거후) : 초나라 사람 한 번 올린 횃불에
空餘原上塵(공여원상진) : 언덕 위에 티끌만 남아 있다오.



登樓 등루

向晩山光好(향만산광호) : 해질녘 산색은 아름답고
登臨古驛樓(등림고역루) : 오래된 역의 누대에 오른다.
馬嘶人去遠(마시인거원) : 말은 울고 사람은 멀어지고
波靜棹聲柔(파정도성유) : 물결은 고요하니 노 젓는 소리 부드럽다.
不淺庾公興(불천유공흥) : 유공의 흥취가 옅지 않아
堪消王粲憂(감소왕찬우) : 완찬의 근심을 녹일 만하다
明朝度關外(명조도관외) : 내일 아침이면 관 밖을 건너리니
雲際衆峰稠(운제중봉조) : 저 멀리 구름 끝에 산봉우리들 빽빽하다.



古柳 고류

古柳蟬聲急(고류선성급) : 오래된 버드나무에 매미 소리 급하니
他鄕此日情(타향차일정) : 타향살이 오늘의 내 마음이로다.
長天列峀碧(장천열수벽) : 먼 하늘에 벌리어 있는 산은 푸르고
疎雨半江明(소우반강명) : 성긴 비에 강은 반쯤은 밝구나.
晝永移書榻(주영이서탑) : 낮이 길어 책상을 옮겨놓고
天晴洗酒罌(천청세주앵) : 샘물이 맑아 술병을 씻어본다.
爾來來訪少(이래내방소) : 요즘 와서는 찾는 이도 적어지고
牢落轉無營(뇌락전무영) : 뇌락하여 갈수록 할 일이 없어지는구나.



登昭陽亭 등소양정

鳥外天將盡(조외천장진) : 새는 하늘 밖으로 날아가고
愁邊恨不休(수변한불휴) : 시름에 겨워 한이 그치지 않는다.
山多從北轉(산다종북전) : 산은 많아서 북쪽에서 굴러오고
江自向西流(강자향서류) : 강은 스스로 서쪽을 향해 흐른다.
雁下沙汀遠(안하사정원) : 기러기 날아 내리는 모래톱은 아득하고
舟回古岸幽(주회고안유) : 배 돌아오니 옛 언덕 그윽하다
何時抛世網(하시포세망) : 언제나 세상 그물 던져 버리고
乘興此重遊(승흥차중유) : 흥에 겨워 여기 와서 다시 놀아볼까.



地僻 지벽

地僻無人事(지벽무인사) : 땅이 궁벽하여 사람 일은 없고
春情惻惻寒(춘정측측한) : 봄의 정은 가엾게 차갑기만 하다.
風搖千尺樹(풍요천척수) : 바람은 천 척 높은 나무를 흔들고
雲過萬重山(운과만중산) : 구름은 만 겹 싸인 산을 지난다.
歲月常沉疾(세월상침질) : 세월은 늘 침울하고 빠른데
年華少展顔(년화소전안) : 세월은 언제나 얼굴 펴는 일이 적구나
誰知潘岳鬢(수지반악빈) : 누가 알리오, 반악의 흰 귀밑머리
愁至最先斑(수지최선반) : 근심이 오면 가장 먼저 얼룩지는 줄을



閑寂 한적

自少無關意(자소무관의) : 젊어서부터 세상일에 무관심하여
而今愜素心(이금협소심) : 지금은 욕심 없는 마음이 유쾌하다
種花連竹塢(종화연죽오) : 꽃을 심어 대숲 언덕에 연결하고
蒔藥避棠陰(시약피당음) : 아가위 그늘 피해 약초를 모종낸다.
苔蘚人蹤少(태선인종소) : 이끼 끼어 사람 자취 드물고
琴書樹影深(금서수영심) : 나무 그늘 깊이 거문고와 책이 있도다.
從來樗散質(종래저산질) : 전부터 허약한 체질이라
更來病侵尋(갱래병침심) : 다시 병이 침입해 찾아드는구나.



俯仰 부앙


俯仰杳無垠(부앙묘무은) : 내려보고 쳐다봐도 아득히 끝없는데
其中有此身(기중유차신) : 그 가운데 이 몸 태어나 사는구나.
三才參竝立(삼재참병립) : 삼재에 참여하여 나란히 서니
一理自相分(일리자상분) : 한 가지 이치가 자연히 나누어진다.
形役爲微物(형역위미물) : 몸에 구속되어 보잘것없는 사람 되니
躬行卽大君(궁행즉대군) : 몸소 실천하면 큰 인물이 되는 법이도다.
古今何間斷(고금하간단) : 예와 지금에 무슨 단절이 있을까
堯舜我同群(요순아동군) : 요임금 순임금도 나와 한 무리인 것을



渤海 발해

渤海秋深驚二毛(발해추심경이모) : 발해에 가을 깊으니 새치머리 놀라게하고
鴻飛遵渚求其曹(홍비준저구기조) : 기러기도 물가에 내려 제 무리를 찾는구나
莫思閑事祗自勞(막사한사지자노) : 한가한 일 생각치 말자, 나만 피곤하구나
且與鐺杓同死生(차여당표동사생) : 음악과 술과 생사를 같이하여
逞盡丈夫平生豪(령진장부평생호) : 장부의 평생호기를 다 부려보자구나.



渭川漁釣圖 위천어조도

風雨蕭蕭拂釣磯(풍우소소불조기) : 비바람에 날이 쓸쓸하여 낚싯대를 떠나니
渭川魚鳥識忘機(위천어조식망기) : 위천의 물고기와 새들도 알아보고 미끼를 문다
如何老作鷹揚將(여하노작응양장) : 어찌하여 늙어서도 매처럼 용맹을 떨쳐
空使夷齊餓採薇(공사이제아채미) : 백이숙제로 하여 헛되이 굶어죽게 하였나

 


서민 敍悶

八朔解他語(팔삭해타어) : 여덟 달만에 남의 말 알아들었고
三朞能綴文(삼기능철문) : 세 돌에 글을 엮을 수 있었네
雨花吟得句(우화음득구) : 비와 꽃을 읊어 싯구를 얻었고
聲淚手摩分(성루수마분) : 소리와 눈물 손으로 만져 구분했네
上相臨庭宇(상상림정우) : 높은 정승 우리 집에 찾아 오셨고
諸宗貺典墳(제종황전분) : 여러 종중에서 많은 책을 선사했네
期余就仕日(기여취사일) : 내가 벼슬하는 날에는
經術佐明君(경술좌명군) : 경학으로 밝은 임금 도우려 했네“



장지 壯志

壯志桑弧射四方(장지상호사사방) : 큰 뜻으로 뽕나무 활 사방에 쏘면서
東丘千里負淸箱(동구천리부청상) : 동쪽나라 천리길 푸른 상자지고 다녔네
欲參周孔明仁義(욕참주공명인의) : 조공과 공자에 참여하여 인의를 밝히며
又學孫吳事戚揚(우학손오사척양) : 또 손자와 오기의 병법을 배워 척야의 무술 익혔네
運到蘇秦懸相印(운도소진현상인) : 우수가 닿으면 소진처럼 정승이 되고
命窮正則賦離騷(명궁정칙부이소) : 운명이 궁하면 정칙처럼 이소경이나 지으리
如今落魄無才思(여금낙백무재사) : 지금은 낙백하여 한 치의 재사도 없으니
曳杖行歌類楚狂(예장행가류초광) : 지팡이 끌고 노래하기가 초나라 광접여와 같네



주경 晝景

天際彤雲晝不收(천제동운주불수) : 하늘가 붉은 구름 낮에도 걷히지 않고
寒溪無響草莖柔(한계무향초경유) : 차가운 개울물 소리 없고 풀줄기는 부드럽네
人間六月多忙熱(인간육월다망열) : 인간세상 유월은 바쁘고도 무더우니
誰信山中枕碧流(수신산중침벽류) : 산 속에서 푸른 물 베개한 줄을 누가 믿어줄까

 



수락산성전암 水落山聖殿庵


山中伐木響丁丁(산중벌목향정정) : 산속에 나무치는 소리 정정거리고
處處幽禽弄晩晴(처처유금농만청) : 곳곳에 깊숙한 산새는 늦어 갠 날을 노래한다
碁罷溪翁歸去後(기파계옹귀거후) : 바둑을 마친 개울가 늙은이 돌아간 뒤
綠陰移案讀黃庭(녹음이안독황정) : 푸른 그늘에 책상을 옮기고 황정경을 읽는다




무제 1無題

石泉凍合竹扉關(석천동합죽비관) : 바위샘물 얼어붙고 합죽선 닫아걸고
剩得深閑事事閑(잉득심한사사한) : 마음의 한가함 얻으니 일마다 한가롭다
簷影入窓初出定(첨영입창초출정) : 처마 그림자 창에 들자 비로소 선정에서 나와
時聞霽雪落松閑(시문제설낙송한) : 가끔씩 소나무 사이에서 눈 떨어지는 소리 듣는다

 



무제 2無題

不湏偸得未央丸(불회투득미앙환) : 구태어 미앙환을 탐낼 필요 없느니
境靜偏知我自閑(경정편지아자한) : 경계가 고요하여 내가 편안함을 조금 알겠도다
命僕竹筒連野澗(명복죽통연야간) : 하인에게 대통을 들판 개울에 이어 놓게하니
一條飛玉細珊瑚(일조비옥세산호) : 한 줄기 나는 옥같은 물방울이 산호처럼 고아라



무제 3無題

十錢新買小魚船(십전신매소어선) : 십전 들여 작은 고깃배 사서
搖棹歸來水竹邊(요도귀래수죽변) : 노 저어 수죽가로 돌아왔도다
占得江湖風雨夢(점득강호풍우몽) : 강호의 바람과 풍우의 꿈을 얻으니
箇中淸興與誰傳(개중청흥여수전) : 그 속에 맑은 흥취 누구에게 전해줄까

 



서금오신화후 1書金鰲新話後

矮屋靑氈暖有餘(왜옥청전난유여) : 작은 집에 푸른 담요엔 따스한 기운 넉넉하고
滿窓梅影月明初(만창매영월명초) : 매화 그림자 창에 가득하고 달이 처음 밝아온다
挑燈永夜焚香坐(도등영야분향좌) : 기나긴 밤을 등불 돋우고 향 사르고 앉으니
閑著人間不見書(한저인간불견서) : 한가히 세상에서 보지 못한 글을 짓고 있노라

 



서금오신화후 2書金鰲新話後

玉堂揮翰已無心(옥당휘한이무심) : 옥당에서 글짓는 것은 이미 마음에 없고
端坐松窓夜正深(단좌송창야정심) : 소나무 창에 단정히 앉으니 깊은 밤이라
香鑵銅甁烏几靜(향관동병오궤정) : 향관과 동병과 오궤는 고요하기만 한데
風流奇話細搜尋(풍류기화세수심) : 풍루스런 기이한 이야기 자세히 찾아본다



관소 灌蔬

蕭散遺人事(소산유인사) : 쓸쓸히 인생만사 잊고
持瓢灌小園(지표관소원) : 박을 들고 작은 밭에 물을 준다
風過菜花落(풍과채화락) : 바람이 스치지 나물꽃 떨어지고
露重芋莖飜(노중우경번) : 이슬이 심하게 내려 토란 줄이 뒤집히네
地險畦町短(지험휴정단) : 땅이 험해 밭 두둑 짧고
山深草樹繁(산심초수번) : 산이 깊어 초목은 무성하도다
晩年勸學圃(만년권학포) : 늙어서 채소재배 배우기를 권하나
不是效如樊(불시효여번) : 번지를 본받으라는 것은 아니라오



해월 海月

年年海月上東陬(연년해월상동추) : 해마다 바닷달 동켠에서 떠올라
來我床前遺我愁(내아상전유아수) : 내 평상으로 와 근심을 가져주네
萬里更無纖翳隔(만리갱무섬예격) : 만리장공에 조금도 막히는 것 없어
一天渾是玉壺秋(일천혼시옥호추) : 온 하늘이 모두 옥병같은 가을이로다
秦宮漢苑人橫笛(진궁한원인횡적) : 진나라 궁궐과 한나라 정원에서 피리 부는 사람
楚水吳江客艤舟(초수오강객의주) : 초나라 오나라 강가에서 배를 대는 나그네
離合悲歡應共伴(이합비환응공반) : 만나고 헤어짐과 슬퍼하고 기뻐함 함께 하리니
停杯且莫問從由(정배차막문종유) : 잠시 술잔을 멈추고 그 이유를 묻지 말아라



희청 喜晴

昨夜屢陰晴(작야루음청) : 어제밤 여러 번 흐렸다가 날이 개니
今朝喜見日(금조희견일) : 오늘 아침 해를 보니 기쁘기만 하다
陰陰夏木長(음음하목장) : 여름 나무는 자라서 그늘지고
嘒嘒鳴寒蚻(혜혜명한찰) : 가을을 알리는 매미는 쓰르르 울어댄다
樹有櫟與樗(수유력여저) : 나무로는 가죽나무와 참나무가 있고
穀有稗與糲(곡유패여려) : 곡식에는 피와 조가 있도다
世我苦相違(세아고상위) : 세상과 나는 괴롭게도 서로 어긋나고
年來添白髮(년래첨백발) : 나이는 많아져 백발이 늘어난다
開襟納新凉(개금납신량) : 옷깃을 헤치고 새로이 시원함 드니
淸風轉颷䬍(청풍전표䬍) : 맑은 바람 더욱 휘몰아 부는구나



설복노화 雪覆蘆花

滿江明月照平沙(만강명월조평사) : 강에 가득한 밝은 달빛 모래벌을 비추고
裝點漁村八九家(장점어촌팔구가) : 어촌 열 아홉 가구를 환하게 장식하는구나
更有一般淸絶態(갱유일반청절태) : 다시 하나의 맑고도 뛰어난 자태 있으니
暟暟白雪覆蘆花(개개백설복노화) : 차갑게도 흰 눈이 갈대꽃을 눌러 덮었구나



몽중작 夢中作

一間茅屋雨蕭蕭(일간모옥우소소) : 한 칸 초가에 우수수 비 내리니
春半如秋意寂廖(춘반여추의적료) : 봄이 한참인데도 가을처럼 마음이 적료하다
俗客不來山鳥語(속객불래산조어) : 세상 손님 오지 않고 산새만 지저귀는데
箇中淸味倩誰描(개중청미천수묘) : 그 중에 맑은 맛은 누구에게 부탁하여 그려낼까



정야 靜夜

三更耿不寐(삼경경불매) : 깊은 밤 근심에 잠은 오지 않고
明月滿東窓(명월만동창) : 밝은 달만 동쪽 창에 가득하구나
杜口傳摩詰(두구전마힐) : 임 막고 왕유를 전하고
無心學老龐(무심학노방) : 무심코 늙은 방씨의 은거함만 배웠네
最憐淸似水(최련청사수) : 물처럼 맑은 것을 가장 좋아하지만
安得筆如杠(안득필여강) : 어찌 깃대 같은 붓을 얻을 수 있을까
剪燭拈新語(전촉념신어) : 초심지 자르며 새로운 말을 찾아내고
排聯押韻雙(배련압운쌍) : 배율시를 지으며 운을 맞춘다



월색月色

長空月色正嬋娟(장공월색정선연) : 높은 하늘에 달빛이 고와
欹枕夜凉人未眠(의침야량인미면) : 싸늘한 밤, 베개 베고 누워도 잠은 오지 않네
何處斷腸江上笛(하처단장강상적) : 어디선가 애끊는 강 위의 피리소리
一聲吹破碧雲天(일성취파벽운천) : 한 곡조 피리소리 푸른 하늘 구름을 흩어버린다



월야독보정중 月夜獨步庭中

滿身風露正凄凄(만신풍로정처처) : 몸에 가득한 바람과 이슬 쓸쓸하기만 한데
夜半鐘殘斗已西(야반종잔두이서) : 깊은 밤, 종소리 잦아들고 북두성은 서쪽으로 기운다
松鶴有機和月唳(송학유기화월려) : 소나무에 앉은 학 마음 있어 달에 화답하여 울고
草蟲牽恨向人啼(초충견한향인제) : 풀벌레 한에 끌리어 사람 향해 우는구나
半窓孤枕燈花落(반창고침등화락) : 홀로 누운 창에 등불 불꽃이 떨어지고
幽樹一庭簾影低(유수일정렴영저) : 나무 그윽한 뜰에 발 그림자 나직하구나
侍者正眠呼不起(시자정면호불기) : 시중 드는 이, 바로 잠 들어 불러도 일어나지 않고
好詩吟了便旋題(호시음료편선제) : 좋은 시 읊고나서 바로 시 제목 생각해본다


야심 夜深

夜深山室月明初(야심산실월명초) : 깊은 밤, 산실에 달 밝은 때
靜坐挑燈讀隱書(정좌도등독은서) : 고요히 앉아 등불 돋워 은서를 읽는다
虎豹亡曹相怒吼(호표망조상노후) : 무리 잃은 호랑이와 표범들 어르렁거리고
鴟梟失伴競呵呼(치효실반경가호) : 소리개 올빼미 짝을 잃고 다투어 부르짖는다
頤生爭似安吾分(이생쟁사안오분) : 편안한 삶 다툼이 어찌 내 분수에 편안만 하리오
却老無如避世居(각로무여피세거) : 도리어 늙어서는 세상 피하여 사는 것만 못하리라
欲學鍊丹神妙術(욕학련단신묘술) : 오래 사는 범을 배우려 하시려면
請來泉石學慵疏(청래천석학용소) : 자연을 찾아 한가하고 소탈한 것이나 배워보시오

 



주의 晝意

庭花陰轉日如年(정화음전일여년) : 뜰에 핀 꽃 그늘 돌아 하루가 일년 같은데
一枕淸風直萬錢(일침청풍치만전) : 베개로 불어드는 맑은 바람 만금의 값나가네
人世幾回芭鹿夢(인세기회파록몽) : 사람은 몇 번이나 득실을 헤아리는 꿈을 꾸는가
想應終不到林川(상응종부도임천) : 그러나 생각은 끝내 자연의 삶에 이르지 못하리라


월야우제 月夜偶題

滿庭秋月白森森(만정추월백삼삼) : 뜰에 가득한 가을달 흰빛 창창하고
人靜孤燈夜已深(인정고등야이심) : 외로운 불빛, 사람은 말이 없고 밤은 깊어간다
風淡霜淸不成夢(풍담상청불성몽) : 살랑거리는 바람, 맑은 서리에 잠은 오지 않고
紙窓簾影動禪心(지창염영동선심) : 종이 창의 발 그림자에 부처마음 이는구나

 



월야月夜

絡緯織床下(낙위직상하) : 여치는 평상 아래에서 베짜듯 울고
月白淸夜永(월백청야영) : 밝은 달빛, 맑은 밤은 길기도하여라
靈臺淡如水(영대담여수) : 마음은 물 같이 담담하고
萬像森復靜(만상삼부정) : 만물은 가득하고 고요하기만 하다
風動鳥搖夢(풍동조요몽) : 바람 불어 새는 꿈에서 깨고
露滴鶴竦驚(노적학송경) : 이슬방울에 학은 놀라 움추리는구나
物累不相侵(물루불상침) : 만물의 질서는 서로 침해하지 않으니
箇是招提境(개시초제경) : 그것이 바로 부처님 나라의 경지이로다



중추야신월1中秋夜新月

半輪新月上林梢(반륜신월상림초) : 둥그레한 초승달 나무가지 끝에 뜨면
山寺昏鐘第一鼓(산사혼종제일고) : 산사의 저녁종이 처음으로 울려온다
淸影漸移風露下(청영점이풍로하) : 맑은 그림자 옮아오고 바람과 이슬이 내리는데
一庭凉氣透窓凹(일정량기투창요) : 온 뜰에 서늘한 기운 창틈을 스며든다

 



중추야신월2中秋夜新月

白露溥溥秋月娟(백로부부추월연) : 흰 이슬 방울지고 가을달빛 고운데
夜虫喞喞近床前(야충즐즐근상전) : 밤 벌레소리 시꺼럽게 침상에 앞에 들려오네
如何撼我閒田地(여하감아한전지) : 나의 한가한 마음 흔들어 놓으니 나는 어찌하랴
起讀九辯詞一篇(기독구변사일편) : 일어나 구변의 노래 한 편을 읽고있도다



구우久雨

茅簷連日雨(모첨연일우) : 초가에 연일 비 내려
且喜滴庭際(차희적정제) : 처마에 물방울지니 우선은 기쁘구나
底事消淸晝(저사소청주) : 무슨 숨겨진 일로 깨끗한 하루 보낼꺼나
窮愁著隱書(궁수저은서) : 궁색하고 근심스러우니 은서나 지어볼리라

 



소우(疏雨)

疏雨蕭蕭閉院門(소우소소폐원문) : 소슬한 가랑비에 문을 닫고
野棠花落擁籬根(야당화락옹리근) : 해당화 뜰어져 울타리밑에 쌓였구나
無端一夜芝莖長(무단일야지경장) : 까닭없이 밤새도록 지초 줄기 자라나
溪上淸風屬綺園(계상청풍속기원) : 개울 위로 불어오는 맑은 바람 기원과 같아라

 


우중민극(雨中悶極)

連空細雨織如絲(연공세우직여사) : 베를 짜는 양 가랑비 하늘에 가득하고
獨坐寥寥有所思(독좌요요유소사) : 적적히 홀로 앉으니 생각나는 바가 많구나
窮達縱云天賦與(궁달종운천부여) : 궁하고 달하는 것 하늘이 준 것이라 하지만
行藏只在我先知(행장지재아선지) : 가고 머물고는 내게 있음을 알고 있다네
霏霏麥隴秋聲急(비비맥롱추성급) : 부슬부슬 비 내리는 보리밭에 가을소리 급하고
漠漠稻田晩色遲(막막도전만색지) : 막막한 벼밭엔 저녁빛이 늦어 드는구나
老大頤生何事好(노대이생하사호) : 늙어서 편안한 삶에는 어떤 일이 좋은가
竹床凉簟乍支頤(죽상량점사지이) : 대나무 평상에 서늘한 돗자리에서 턱이나 괴는 것이네



산거山居

山勢周遭去(산세주조거) : 산세는 주변을 둘러싸고
江流縹妙廻(강류표묘회) : 강물은 흘러 옥빛처럼 흘러간다
一鳩鳴白晝(일구명백주) : 비둘기 한 마리 한낮을 울어대고
雙鶴啄靑苔(쌍학탁청태) : 한 쌍의 학은 푸른 이끼 쪼아댄다
拄笏看雲度(주홀간운도) : 홀을 잡고 흘러가는 구름 바라본다
吟詩逼雨催(음시핍우최) : 시 읊으며 비를 재촉하노라
我如陶然靖(아여도연정) : 나는 도연명과 같아서
守拙碧雲堆(수졸벽운퇴) : 푸른 구름 더미에 쌓여 졸함을 지켜사노라

 



유거幽居)

幽居臥小林(유거와소림) : 숲 속에 누워 그윽히 사니
靜室一煙氣(정실일연기) : 고요한 방안에 한 줄기 향기오른다
夜雨林花爛(야우임화란) : 밤비에 숲 속 꽃이 찬란하고
梅天風氣凉(매천풍기량) : 육칠 월 날씨에 바람은 서늘하구나
葉濃禽語警(엽농금어경) : 나뭇잎 짙고 새들은 지저귀고
泥濕燕飛忙(니습연비망) : 진흙에 질퍽하고 제비는 바삐 날아다닌다
何以消長日(하이소장일) : 긴 날을 어찌 보낼 것인가
新詩寫數行(신시사수행) : 새로운 시나 몇 줄 지어볼까나

 


제소림암題小林菴

禪房無塵地(선방무진지) : 선방 티끌없는 그곳에
逢僧話葛藤(봉승화갈등) : 스님을 만나 얽힌 이야기 나눈다
身如千里鶴(신여천리학) : 몸은 천 리를 나는 학 같고
心似九秋鷹(심사구추응) : 마음은 가을 철 매 같도다
石逕尋雲到(석경심운도) : 돌길에 구름 찾아 여기에 와
松窓獨自凭(송창독자빙) : 소나무 창가에 홀로 기대어본다
無端更回首(무단갱회수) : 까닭없이 다시 머리 돌려보니
山色碧崚嶒(산색벽릉증) : 산빛은 푸르고 험하기만 하구나



춘유산사春遊山寺

春風偶入新耘寺(춘풍우입신운사) : 봄바람 불어 우연히 신운사에 들러보니
房閉僧無苔滿庭(방폐승무태만정) : 스님도 없는 승방, 뜰에 이끼만 가득하다
林鳥亦知遊客意(임조역지유객의) : 숲 속의 새들도 나그네 마음 알고
隔花啼送兩二聲(격화제송양이성) : 꽃 넘어 저곳, 새는 두세 울음 울어 보내네



수파령水波嶺

小巘周遭水亂回(소헌주조수난회) : 작은 봉우리를 둘러 물이 어지러이 휘돌고
千章喬木蔭巖隈(천장교목음암외) : 일천 그루 높은 나무 바위 가에 그늘지운다
山深不見人蹤迹(산심불견인종적) : 산 깊어 사람의 자취 보이지 않고
幽鳥孤猿時往來(유조고원시왕래) : 깊은 산에 외로운 원숭이만 때때로 오고간다



우중서회雨中書懷

滿溪風浪夜來多(만계풍랑야래다) : 개울 가득한 풍랑 밤새 많아지니
茅屋蓬扉奈若何(모옥봉비내약하) : 초가집 사립문은 어찌 해야하는가
亂滴小簷聲可數(난적소첨성가수) : 처마에 떨어지는 빗소리 헤아릴 수도 있으니
塊然身在碧雲窩(괴연신재벽운와) : 외롭도다, 이내 몸은 푸른 구름 속에 있는 듯하여라



설효1雪曉

滿庭雪色白暟暟(만정설색백개개) : 뜰에 가득한 눈빛은 희고 아름다워라
瓊樹銀花次第開(경수은화차제개) : 옥나무 은빛 눈꽃이 차례로 피어나는구나
向曉推窓頻著眼(향효추창빈저안) : 새벽 되어 창문 열고 자주 눈을 돌리니
千峰秀處玉崔嵬(천봉수처옥최외) : 일천 봉우리 빼어난 곳에 옥이 높게도 쌓였구나

 


설효2雪曉

我似袁安臥雪時(아사원안와설시) : 내가 원안처럼, 눈에 누워있어
小庭慵掃捲簾遲(소정용소권렴지) : 조그마한 뜰도 쓸기 싫고, 발마저 늦게 걷는다
晩來風日茅簷暖(만래풍일모첨난) : 늦어 부는 바람과 해, 초가집 처마 따뜻해져
閒看前山落粉枝(한간전산락분지) : 한가히 앞산을 보니, 나무가지에서 떡가루가 떨어진다



설효3雪曉

東籬金菊褪寒枝(동리금국퇴한지) : 동쪽 울타리에 금국화의 퇴색된 울타리
霜襯千枝个个垂(상친천지개개수) : 서리 내의 천 가지에 하나하나 널어 놓았다
想得夜來重壓雪(상득야래중압설) : 생각건데, 밤동안에 무겁게 눌린 눈
從今不入和陶詩(종금불입화도시) : 이제부터 도연명의 화운시에도 들지 못한다



촌등村燈

日落半江昏(일락반강혼) : 해가 지니 강의 절반이 어둑해져
一點明遠村(일점명원촌) : 한 점 등불 아득히 먼 고을 밝힌다
熒煌穿竹徑(형황천죽경) : 등불의 불빛은 대나무 좁은 길을 꾾고
的歷透籬根(적력투리근) : 또렷하게 울타리 밑을 비춰오는구나
旅館愁閒雁(여관수한안) : 여관에 들려오는 기러기 소리 수심겹고
紗窓倦繡鴛(사창권수원) : 비단 창가 비치는 원앙 수놓기 권태롭구나
蕭蕭秋葉雨(소소추엽우) : 우수수 가을잎에 내리는 비
相對正銷魂(상대정소혼) : 마주 바라보니 내 넋이 녹아버리는구나



도점陶店

兒打蜻蜓翁掇籬(아타청정옹철리) : 아이는 잠자리 잡고, 노인은 울타리 고치는데
小溪春水浴鸕鶿(소계춘수욕로자) : 작은 개울 흐르는 봄물에 가마우지 먹을 감는다
靑山斷處歸程遠(청산단처귀정원) : 청산 끊어진 곳에서, 돌아 갈 길은 아득한데
橫擔烏藤一个枝(횡담오등일개지) : 검은 등나무 덩굴 한 가지가 비스듬히 메어있다


感懷

김시습

事事不如意 사사불여의 : 일마다 뜻대로 되지 않아서
愁邊醉復醒 수변취부성 : 시름 속에 취했다가 다시 깨노라
一身如過鳥 일신여과조 : 새가 날아가듯 내 이 몸은 덧없고
百計似浮萍 백계사부평 :그 많던 계획도 마름풀잎처럼 떠버렸네
經事莫염(厭+食 포식할 염)腹 경사막염복 : 경사(經事)를 뱃속에 너무 채우지 말게
才名空苦形재명공고형 : 재주와 이름은 헛되이 몸만 괴롭힌다네
唯思高枕睡 유사고침수 : 베개 높이 베고서 잠잘 생각이나 하리니
更載夢虞庭 갱재몽우정 : 꿈에나 순임금 만나 말을 나눠 보리라.


관소 灌蔬

김시습

蕭散遺人事(소산유인사) : 쓸쓸히 인생만사 잊고
持瓢灌小園(지표관소원) : 박을 들고 작은 밭에 물을 준다
風過菜花落(풍과채화락) : 바람이 스치지 나물꽃 떨어지고
露重芋莖飜(노중우경번) : 이슬이 심하게 내려 토란 줄이 뒤집히네
地險畦町短(지험휴정단) : 땅이 험해 밭 두둑 짧고
山深草樹繁(산심초수번) : 산이 깊어 초목은 무성하도다
晩年勸學圃(만년권학포) : 늙어서 채소재배 배우기를 권하나
不是效如樊(불시효여번) : 번지를 본받으라는 것은 아니라오

구우久雨

김시습

茅連日雨(모첨연일우) : 초가에 연일 비 내려
且喜滴庭際(차희적정제) : 처마에 물방울지니 우선은 기쁘구나
底事消淸晝(저사소청주) : 무슨 숨겨진 일로 깨끗한 하루 보낼꺼나
窮愁著隱書(궁수저은서) : 궁색하고 근심스러우니 은서나 지어볼리라

기우 1寄友

김시습

望中山水隔蓬萊(망중산수격봉래) : 눈 앞에 산과 물은 봉래산에 가리고
斷雨殘雪憶幾回(단우잔설억기회) : 그친 비와 녹은 눈 속에서 얼마나 그리웠는지
未展此心空極目(미전차심공극목) : 이 마음 펴지 못해 공연히 눈만 치뜨고
夕陽無語倚寒梅(석양무어의한매) : 석양에 말없이 차가운 매화나무에 기대어본다

기우 2寄友

김시습

爲因生事無閑暇(위인생사무한가) : 살아가는 일로 한가할 때가 없어
孤負尋雲結社期(고부심운결사기) : 구름 찾아 결사하는 기약을 홀로 저버렸다
走殺紅塵何日了(주살홍진하일료) : 달려가 세상풍진 없애는 일 어느 때나 다할까
碧山回首不勝思(벽산회수불승사) : 푸른 산을 돌아보니 그대 생각 못잊겠구나

기우 3寄友

김시습

落盡閑花春事去(낙진한화춘사거) : 다 진 한가한 꽃나무, 봄날은 가는데
一封消息却來無(일봉소식각래무) : 한 통의 소식조차 오지를 않는구나
想思夢罷竹窓靜(상사몽파죽창정) : 그리운 꿈 깨니 대나무 창은 고요하고
望帝城中山月孤(망제성중산월고) : 서울 바라보니, 산 위의 달은 외롭기만 하다


기우 4寄友

김시습

東望鷄林隔片雲(동망계림격편운) : 동뽁으로 조각구름에 가린 계림 바라보니
胡然未易得逢君(호연미이득봉군) : 어찌하여 그대 마나기 이렇게도 쉽지가 않은가
請看天外孤輪月(청간천외고륜월) : 청컨대, 하늘 밖 외로운 궁근 달을 보시게나
兩地淸輝一樣分(양지청휘일양분) : 두 곳에 맑고 밝은 빛 꼭 같이 보내주고 있다오

落葉낙엽

김시습

落葉不可掃(낙엽불가소) : 낙엽을 그냥 쓸어서는 안 되네
偏宜淸夜聞(편의청야문) : 맑은 밤 그 소리 듣기가 좋아서 라네
風來聲慽慽(풍래성척척) : 바람 불면 우수수 소리내고
月上影紛紛(월상영분분) : 달 떠오르면 그림자 어지러워요
鼓窓驚客夢(고창경객몽) : 창을 두드려 나그네 꿈 깨우고
疊?沒苔紋(첩체몰태문) : 섬돌에 쌓이면 이끼 무늬도 지우지요
帶雨情無奈(대우정무내) : 비에 젖은 낙엽을 어찌할꺼나
空山瘦十分(공산수십분) : 늦은 가을, 빈산이 너무 초라해

도중途中

김시습

貊國初飛雪 春城木葉疏 맥의 나라 이 땅에 첫눈이 날리니,
맥국초비설 춘성목엽소 춘성에 나뭇잎이 듬성해지네.

秋深村有酒 客久食無魚 가을 깊어 마을에 술이 있는데,
추심촌유주 객구식무어 객창에 오랫동안 고기 맛을 못보겠네.

山遠天垂野 江遙地接虛 산이 멀어 하늘은 들에 드리웠고,
산원천수야 강요지접허 강물 아득해 대지는 허공에 붙었네.

孤鴻落日外 征馬政躊躇 외로운 기러기 지는 해 밖으로 날아가니,
고홍락일외 정마정주저 나그네 발걸음 가는 길 머뭇거리네

途中卽事도중즉사

김시습

一村蕎麥熟(일촌교맥숙) : 온 고을에 메밀이 익어
十里割黃雲(십리할황운) : 십리 길을 누런 구름으로 갈라놓았다
歸思西風遠(귀사서풍원) : 돌아가고 싶은 생각에 서풍은 멀기만 한데
千山日已?(천산일이훈) : 온 산에 해는 이미 땅거미 진다

蘆原卽事노원즉사

김시습

草綠長堤小逕斜(초녹장제소경사) : 긴 언덕 풀은 푸르고 작은 길 비탈지고
依依桑有人家(의의상자유인가) : 산뽕나무 무성한데 인가가 나타난다
溪楓一抹靑煙濕(계풍일말청연습) : 시냇가 단풍나무 문지르니 푸른 안개에 젖어있고
十里西風吹稻花(십리서풍취도화) : 십리 길에 하늬바람 벼꽃에 불어든다

晩意만의

김시습

萬壑千峰外(만학천봉외) : 온 골짜기와 봉우리 저 너머
孤雲獨鳥還(고운독조환) : 외로운 구름과 새 돌아오네
此年居是寺(차년거시사) : 올해는 이 절에서 지낸다만
來歲向何山(내세향하산) : 내년에는 어느 산을 향할까
風息松窓靜(풍식송창정) : 바람 자니 소나무 창 고요하고
香銷禪室閑(향소선실한) : 향불 스러지니 스님의 방 한가롭다
此生吾已斷(차생오이단) : 이승을 내가 이미 끊어버렸으니
棲迹水雲間(서적수운간) : 내 머문 자취 물과 구름에만 남기리라

目羞목수

김시습

經書今棄擲(경서금기척) : 경서 이제 내던지고
已是數年餘(이시수년여) : 이미 몇 년이 지났구나
況復風邪逼(황복풍사핍) : 하물며 다시 사악한 바람에 쫓겨
因成齒髮疎(인성치발소) : 이빨과 머리털도 성글어졌다
奇爻重作二(기효중작이) : 일 효가 겹쳐져 이 효로로 보이고
兼字化爲魚(겸자화위어) : “兼”자가 변하여 “魚”자로 보인다
雪夷看天際(설이간천제) : 눈이 덮인 속에서 멀리 하늘 끝을 바라보니
飛蛟滿大虛(비교만대허) : 나는 모기들만 하늘에 가득하다

몽중작 夢中作

김시습

一間茅屋雨蕭蕭(일간모옥우소소) : 한 칸 초가에 우수수 비 내리니
春半如秋意寂廖(춘반여추의적료) : 봄이 한참인데도 가을처럼 마음이 적료하다
俗客不來山鳥語(속객불래산조어) : 세상 손님 오지 않고 산새만 지저귀는데
箇中淸味?誰描(개중청미천수묘) : 그 중에 맑은 맛은 누구에게 부탁하여 그려낼까

無題 무제

김시습

終日芒鞋信脚行(종일망혜신각행) : 종일토록 짚신 신고 내키는 대로 걸어
一山行盡一山靑(일산행진일산청) : 산을 다 걸으면 또 푸른 산
心非有想奚形役(심비유상해형역) : 마음은 물건이 아닌데 어찌 육체의 노예가 되며
道本無名豈假成(도본무명기가아) : 진리는 이름이 없거늘 어찌 위선을 행하리오
宿露未晞山鳥語(숙노미희산조어) : 밤이슬 마르지도 않는 새벽에 사내들 지저귀고
春風不盡野花明(춘풍부진야화명) : 봄바람 살랑 살랑 불어오고 들꽃은 밝구나
短?歸去千峰靜(단공귀거천봉정) : 짧은 지팡이 짚고 돌아가니 수 천 봉우리 고요하고
翠壁亂煙生晩晴(취벽난연생만청) : 맑은 저녁 하늘 이끼 낀 푸른 절벽에 안개 자욱하다

薄暮 1박모

김시습


風棲鵲?松枝(파풍서작료송지) : 바람이 두려워 나무에 깃던 까치 소나무 끝에 시끄럽고
天氣層陰日暮時(천기층음일모시) : 하늘 기운 층층이 어두워져 저물어 가는 때
雪打明窓淸坐久(설타명창청좌구) : 눈발이 창을 때려 오래도록 고요히 방에 앉아
更看山月上城?(갱간산월상성추) : 산의 달, 성 모퉁이에 떠오르는 것을 다시 본다


薄暮2 박모2

김시습

爐灰如雪火腥紅(노회여설화성홍) : 화로의 재가 눈 같은데 불빛 고기 살같이 붉고
石鼎烹殘茗一鍾(석정팽잔명일종) : 돌솥에는 차를 끊이고 있다
喫了上房高臥處(끽료상방고와처) : 차 마시고 상방에 높이 누운 곳에
數聲淸磬和風松(수성청경화풍송) : 몇 차례 맑은 경쇠소리 솔바람에 화답한다

渤海 발해

김시습

渤海秋深驚二毛(발해추심경이모) : 발해에 가을 깊으니 새치머리 놀라게하고
鴻飛遵渚求其曹(홍비준저구기조) : 기러기도 물가에 내려 제 무리를 찾는구나
莫思閑事祗自勞(막사한사지자노) : 한가한 일 생각치 말자, 나만 피곤하구나
且與?杓同死生(차여당표동사생) : 음악과 술과 생사를 같이하여
逞盡丈夫平生豪(령진장부평생호) : 장부의 평생호기를 다 부려보자구나.

訪隱者 1방은자

김시습

白石蒼藤一逕深(백석창등일경심) : 흰 돌과 푸른 등나무 사이로 좁은 길 깊숙이 나 있고
三椽茅屋在松陰(삼연모옥재송음) : 솔 그늘 아래 석가래 세 개 걸친 작은 띳집이 보인다
紛?世上無窮爭(분운세상무궁쟁) : 분분한 세상살이 끝없는 싸움
不入伊家一寸心(불입이가일촌심) : 한 치 작은 그 집엔 들어가지 않으리라


訪隱者 2방은자

김시습

自言生來懶折腰(자언생래라절요) : 태어나서부터 허리 굽히기 싫어
白雲靑?恣逍遙(백운청장자소요) : 흰 구름 푸른 산을 마음대로 소요한다네
松風吹送前山雨(송풍취송전산우) : 솔바람 불어 앞산의 비를 보내어
一朶紫荊花半凋(일타자형화반조) : 한 떨기 자형화가 반이나 시들어 떨어지네

俯仰 부앙

김시습

俯仰杳無垠(부앙묘무은) : 내려보고 쳐다봐도 아득히 끝없는데
其中有此身(기중유차신) : 그 가운데 이 몸 태어나 사는구나.
三才參竝立(삼재참병립) : 삼재에 참여하여 나란히 서니
一理自相分(일리자상분) : 한 가지 이치가 자연히 나누어진다.
形役爲微物(형역위미물) : 몸에 구속되어 보잘것없는 사람 되니
躬行卽大君(궁행즉대군) : 몸소 실천하면 큰 인물이 되는 법이도다.
古今何間斷(고금하간단) : 예와 지금에 무슨 단절이 있을까
堯舜我同群(요순아동군) : 요임금 순임금도 나와 한 무리인 것을

사청사우 乍晴乍雨

김시습

乍晴乍雨雨還晴(사청사우우환청) : 잠깐 개었다 비 내리고 내렸다가 도로 개이니
天道猶然況世情(천도유연황세정) : 하늘의 이치도 이러한데 하물며 세상 인심이야
譽我便是還毁我(예아편시환훼아) : 나를 칭찬하다 곧 도리어 나를 헐뜯으니
逃名却自爲求名(도명각자위구명) : 명예를 마다더니 도리어 명예를 구하게 되네
花開花謝春何管(화개화사춘하관) : 꽃이 피고 꽃이 지는 것을 봄이 어찌 하리오
雲去雲來山不爭(운거운래산불쟁) : 구름이 오고 구름이 가는 것을 산은 다투질 않네
寄語世人須記認(기어세인수기인) : 세상 사람에게 말하노니 반드시 알아두소
取歡無處得平生(취환무처득평생) : 기쁨을 취하되 평생 누릴 곳은 없다는 것을

산거山居

김시습

山勢周遭去(산세주조거) : 산세는 주변을 둘러싸고
江流?妙廻(강류표묘회) : 강물은 흘러 옥빛처럼 흘러간다
一鳩鳴白晝(일구명백주) : 비둘기 한 마리 한낮을 울어대고
雙鶴啄靑苔(쌍학탁청태) : 한 쌍의 학은 푸른 이끼 쪼아댄다
笏看雲度(주홀간운도) : 홀을 잡고 흘러가는 구름 바라본다
吟詩逼雨催(음시핍우최) : 시 읊으며 비를 재촉하노라
我如陶然靖(아여도연정) : 나는 도연명과 같아서
守拙碧雲堆(수졸벽운퇴) : 푸른 구름 더미에 쌓여 졸함을 지켜사노라

서금오신화후 1書金鰲新話後

김시습

矮屋靑氈暖有餘(왜옥청전난유여) : 작은 집에 푸른 담요엔 따스한 기운 넉넉하고
滿窓梅影月明初(만창매영월명초) : 매화 그림자 창에 가득하고 달이 처음 밝아온다
挑燈永夜焚香坐(도등영야분향좌) : 기나긴 밤을 등불 돋우고 향 사르고 앉으니
閑著人間不見書(한저인간불견서) : 한가히 세상에서 보지 못한 글을 짓고 있노라


서금오신화후 2書金鰲新話後

김시습

玉堂揮翰已無心(옥당휘한이무심) : 옥당에서 글짓는 것은 이미 마음에 없고
端坐松窓夜正深(단좌송창야정심) : 소나무 창에 단정히 앉으니 깊은 밤이라
香?銅甁烏?靜(향관동병오궤정) : 향관과 동병과 오궤는 고요하기만 한데
風流奇話細搜尋(풍류기화세수심) : 풍루스런 기이한 이야기 자세히 찾아본다

서민 敍悶

김시습

八朔解他語(팔삭해타어) : 여덟 달만에 남의 말 알아들었고
三朞能綴文(삼기능철문) : 세 돌에 글을 엮을 수 있었네
雨花吟得句(우화음득구) : 비와 꽃을 읊어 싯구를 얻었고
聲淚手摩分(성루수마분) : 소리와 눈물 손으로 만져 구분했네
上相臨庭宇(상상림정우) : 높은 정승 우리 집에 찾아 오셨고
諸宗?典墳(제종황전분) : 여러 종중에서 많은 책을 선사했네
期余就仕日(기여취사일) : 내가 벼슬하는 날에는
經術佐明君(경술좌명군) : 경학으로 밝은 임금 도우려 했네

설복노화 雪覆蘆花

김시습

滿江明月照平沙(만강명월조평사) : 강에 가득한 밝은 달빛 모래벌을 비추고
裝點漁村八九家(장점어촌팔구가) : 어촌 열 아홉 가구를 환하게 장식하는구나
更有一般淸絶態(갱유일반청절태) : 다시 하나의 맑고도 뛰어난 자태 있으니
白雪覆蘆花(개개백설복노화) : 차갑게도 흰 눈이 갈대꽃을 눌러 덮었구나

설효1雪曉

김시습

滿庭雪色白(만정설색백개개) : 뜰에 가득한 눈빛은 희고 아름다워라
瓊樹銀花次第開(경수은화차제개) : 옥나무 은빛 눈꽃이 차례로 피어나는구나
向曉推窓頻著眼(향효추창빈저안) : 새벽 되어 창문 열고 자주 눈을 돌리니
千峰秀處玉崔嵬(천봉수처옥최외) : 일천 봉우리 빼어난 곳에 옥이 높게도 쌓였구나


설효2雪曉

김시습

我似袁安臥雪時(아사원안와설시) : 내가 원안처럼, 눈에 누워있어
小庭?掃捲簾遲(소정용소권렴지) : 조그마한 뜰도 쓸기 싫고, 발마저 늦게 걷는다
晩來風日茅暖(만래풍일모첨난) : 늦어 부는 바람과 해, 초가집 처마 따뜻해져
閒看前山落粉枝(한간전산락분지) : 한가히 앞산을 보니, 나무가지에서 떡가루가 떨어진다


설효3雪曉

김시습


東籬金菊褪寒枝(동리금국퇴한지) : 동쪽 울타리에 금국화의 퇴색된 울타리
霜千枝垂(상친천지개개수) : 서리 내의 천 가지에 하나하나 널어 놓았다
想得夜來重壓雪(상득야래중압설) : 생각건데, 밤동안에 무겁게 눌린 눈
從今不入和陶詩(종금불입화도시) : 이제부터 도연명의 화운시에도 들지 못한다

소우疏雨

김시습

疏雨蕭蕭閉院門(소우소소폐원문) : 소슬한 가랑비에 문을 닫고
野棠花落擁籬根(야당화락옹리근) : 해당화 뜰어져 울타리밑에 쌓였구나
無端一夜芝莖長(무단일야지경장) : 까닭없이 밤새도록 지초 줄기 자라나
溪上淸風屬綺園(계상청풍속기원) : 개울 위로 불어오는 맑은 바람 기원과 같아라

수락산성전암 水落山聖殿庵

김시습

山中伐木響丁丁(산중벌목향정정) : 산속에 나무치는 소리 정정거리고
處處幽禽弄晩晴(처처유금농만청) : 곳곳에 깊숙한 산새는 늦어 갠 날을 노래한다
碁罷溪翁歸去後(기파계옹귀거후) : 바둑을 마친 개울가 늙은이 돌아간 뒤
綠陰移案讀黃庭(녹음이안독황정) : 푸른 그늘에 책상을 옮기고 황정경을 읽는다

수파령水波嶺

김시습

小周遭水亂回(소헌주조수난회) : 작은 봉우리를 둘러 물이 어지러이 휘돌고
千章喬木蔭巖(천장교목음암외) : 일천 그루 높은 나무 바위 가에 그늘지운다
山深不見人迹(산심불견인종적) : 산 깊어 사람의 자취 보이지 않고
幽鳥孤猿時往來(유조고원시왕래) : 깊은 산에 외로운 원숭이만 때때로 오고간다

食粥식죽

김시습

白粥如膏穩朝餐(백죽여고온조찬) : 흰죽이 곰 같아 아침 먹기 좋구나
飽來偃臥夢邯鄲(포래언와몽감단) : 배불러 번듯이 누워 한단의 꿈을 꾼다
人間三萬六千日(인간삼만육천일) : 인간생애 삼만 육천 일에
且莫多苦辛(차막휴휴다고신) : 아직은 편하다고 말하지 말라, 쓰고 신 일 많으리니

新漲신창

김시습

昨夜山中溪水生(작야산중계수생) : 어제 밤 산속에서 계곡물 붙더니
石橋柱下玉??(석교주하옥갱장) : 돌다리 기둥 아래 옥구슬 부딪는 소리
可憐嗚咽悲鳴意(가련오열비명의) : 가련토록 흐느끼며 구슬피 우는 뜻은
應帶奔流不返情(응대분류불반정) : 체인 물이 흘러가 되돌아오지 못함이겠지

尋訪

김시습

靑藜一尋君(청려일심군) : 청려장 짚고 그대 찾으니
君家住海濱(군가주해빈) : 그대 집은 바닷가에 있었구나
寒花秋後艶(한화추후염) : 국화꽃은 늦가을이라 더욱 곱고
落葉夜深聞(낙엽야심문) : 깊은 밤 낙옆 지는 소리 들려온다
野外金風老(야외금풍로) : 들 밖에 바람소리 세차고
頭夕照?(첨두석조훈) : 처마 위엔 저녁빛이 어둑해진다
寧知今日遇(녕지금일우) : 어찌 알았겠나, 오늘 그대 만나
團坐更論文(단좌갱론문) : 다정히 둘러 앉아 다시 글을 논할 줄을

我生 아생

김시습

我生旣爲人(아생기위인) : 내는 이미 사람으로 태어났네
胡不盡人道(호불진인도) : 어찌 사람의 도리를 다하지 않으리오.
少歲事名利(소세사명리) : 젊어서는 명리를 일삼았고
壯年行顚倒(장년행전도) : 장년이 되어서는 세상에 좌절하였네.
靜思縱大?(정사종대뉵) : 가만히 생각하면 너무 부끄러우니
不能悟於早(불능오어조) : 어려서 깨닫지 못한 탓이네
後悔難可追(후회난가추) : 후회해도 돌이키기 어려워
寤?甚如?(오벽심여도) : 깨닫고 보니 가슴이 방아 찧듯 하네.
況未盡忠孝(황미진충효) : 하물며 충효도 다하지 못했으니
此外何求討(차외하구토) : 이외에 무엇을 구하고 찾겠는가.
生爲一罪人(생위일죄인) : 살아서는 한 죄인이요
死作窮鬼了(사작궁귀료) : 죽어서는 궁색한 귀신이 되리
更復騰虛名(갱부등허명) : 다시 헛된 명예심 또 일어나니
反顧增憂悶(반고증우민) : 돌아보면 근심과 번민이 더해지네.
百歲標余壙(백세표여광) : 백년 후에 내 무덤에 표할 때는
當書夢死老(당서몽사로) : 꿈속에 죽은 늙은이라 써주시게나
庶幾得我心(서기득아심) : 행여나 내 마음 아는 이 있다면
千載知懷抱(천재지회포) : 천년 뒤에 속마음 알 수 있으리.

夜雪야설

김시습

어제 늦게 흐린 구름 컴컴하더니
오늘밤에 상서로운 눈 퍼 붓는다.....

솔 덮어 가벼운 것 수북하더니
대 때리면 가늘게 우수수한다

촛불 심지 자르며 아담한 시(詩)이루었고
기울어진 평상도 꿈에 들기는 넉넉하다

깨어진 창에 나는 조약돌 부서지고
괴벽(壞璧)은 휘장을 흔들어 댄다

병풍에 기대면 등잔 불꽃 짧고
통에 꽂으면 물에 잠겨서도 탄다

한 그릇 녹여서 茶 달이는데
야반지경 적요해진다

야심夜深

김시습

夜深山室月明初(야심산실월명초) : 깊은 밤, 산실에 달 밝은 때
靜坐挑燈讀隱書(정좌도등독은서) : 고요히 앉아 등불 돋워 은서를 읽는다
虎豹亡曹相怒吼(호표망조상노후) : 무리 잃은 호랑이와 표범들 어르렁거리고
梟失伴競呵呼(치효실반경가호) : 소리개 올빼미 짝을 잃고 다투어 부르짖는다
生爭似安吾分(이생쟁사안오분) : 편안한 삶 다툼이 어찌 내 분수에 편안만 하리오
却老無如避世居(각로무여피세거) : 도리어 늙어서는 세상 피하여 사는 것만 못하리라
欲學鍊丹神妙術(욕학련단신묘술) : 오래 사는 범을 배우려 하시려면
請來泉石學疏(청래천석학용소) : 자연을 찾아 한가하고 소탈한 것이나 배워보시오

野鳥 야조

김시습

綿蠻枝上鳥(면만지상조) : 나무 위의 새소리 잇달아
隨意便能鳴(수의편능명) : 제 뜻대로 거침없이 울어댄다
適志從吾好(적지종오호) : 뜻이 맞으면 내 기분대로 따르고
安心只欲平(안심지욕평) : 마음을 편하게 하여 평화롭고자 한다
驕榮爭似隱(교영쟁사은) : 부귀영화 교만함이 어찌 숨어 삶과 다투랴
苦學不如耕(고학불여경) : 고생스레 배움이 어찌 농사만 하리
詩酒消閑日(시주소한일) : 사와 술로 한가한 날 보내며
陶然送平生(도연송평생) : 기분 좋게 한 평생 보내고 싶어라

蓮經讚 연경찬

김시습

雲起千山曉(운기천산효) : 온 산 새벽인데 구름 일고
風高萬木秋(풍고만목추) : 바람은 높이 불어 나무마다 가을이네
石頭城下泊(석두성하박) : 성 아래 돌 머리에 묵으니
浪打釣魚舟(낭타조어주) : 물결은 고깃배에 부딪는다.

詠妓三首

김시습

綠羅新剪製春衫 理線針玉手織
녹라신전제춘삼 리선점침옥수직

自敍一生人命薄 隔沙窓語細??
자서일생인명박 격사창어세남남

초록 비단 말라 봄옷을 마련?제
바늘 따라 실 따라서 고운 손길 노닐더니
서러워라 이내 일생 왜 이리도 박명한가.
창가에 의지하여 소곤소곤 속삭이네.

誰家園裏曉鶯啼 亂春心意轉迷
수가원이효앵제 료란춘심의전미

自愧妾身輕似葉 食須東里宿須西
자괴첩신경사엽 식수동리숙수서

어드메 뒷동산에 꾀꼴 소리 요란하냐.
춘심을 자아내니 심사 더욱 산란하다
가엾어라 여자의 몸 갈잎 같은 신세런가
동쪽 집 저녁 먹고 서쪽 집 침방 드네.

死茅束者何斯 一見飄風姓不知
사균모속자하사 일견표풍성부지

狂且狡童如鬼? 去時批額奪兒
광차교동여귀역 거시비액탈계아

꿈결인 듯 얼핏 마난 그 사나이 누구더냐
한 번 보고 헤어지니 성명조차 모를레라.
교할해라 그의 거동 귀신인 듯
금비녀 은비녀도 떠날 적에 다 빼앗겼네

우중민극(雨中悶極)

김시습

連空細雨織如絲(연공세우직여사) : 베를 짜는 양 가랑비 하늘에 가득하고
獨坐寥寥有所思(독좌요요유소사) : 적적히 홀로 앉으니 생각나는 바가 많구나
窮達縱云天賦與(궁달종운천부여) : 궁하고 달하는 것 하늘이 준 것이라 하지만
行藏只在我先知(행장지재아선지) : 가고 머물고는 내게 있음을 알고 있다네
麥?秋聲急(비비맥롱추성급) : 부슬부슬 비 내리는 보리밭에 가을소리 급하고
漠漠稻田晩色遲(막막도전만색지) : 막막한 벼밭엔 저녁빛이 늦어 드는구나
老大生何事好(노대이생하사호) : 늙어서 편안한 삶에는 어떤 일이 좋은가
竹床凉乍支(죽상량점사지이) : 대나무 평상에 서늘한 돗자리에서 턱이나 괴는 것이네


우중서회雨中書懷

김시습

滿溪風浪夜來多(만계풍랑야래다) : 개울 가득한 풍랑 밤새 많아지니
茅屋蓬扉奈若何(모옥봉비내약하) : 초가집 사립문은 어찌 해야하는가
亂滴小聲可數(난적소첨성가수) : 처마에 떨어지는 빗소리 헤아릴 수도 있으니
塊然身在碧雲窩(괴연신재벽운와) : 외롭도다, 이내 몸은 푸른 구름 속에 있는 듯하여라

월색月色

김시습

長空月色正嬋娟(장공월색정선연) : 높은 하늘에 달빛이 고와
枕夜凉人未眠(의침야량인미면) : 싸늘한 밤, 베개 베고 누워도 잠은 오지 않네
何處斷腸江上笛(하처단장강상적) : 어디선가 애끊는 강 위의 피리소리
一聲吹破碧雲天(일성취파벽운천) : 한 곡조 피리소리 푸른 하늘 구름을 흩어버린다

월야우제 月夜偶題

김시습

滿庭秋月白森森(만정추월백삼삼) : 뜰에 가득한 가을달 흰빛 창창하고
人靜孤燈夜已深(인정고등야이심) : 외로운 불빛, 사람은 말이 없고 밤은 깊어간다
風淡霜淸不成夢(풍담상청불성몽) : 살랑거리는 바람, 맑은 서리에 잠은 오지 않고
紙窓簾影動禪心(지창염영동선심) : 종이 창의 발 그림자에 부처마음 이는구나

월야月夜

김시습

絡緯織床下(낙위직상하) : 여치는 평상 아래에서 베짜듯 울고
月白淸夜永(월백청야영) : 밝은 달빛, 맑은 밤은 길기도하여라
靈臺淡如水(영대담여수) : 마음은 물 같이 담담하고
萬像森復靜(만상삼부정) : 만물은 가득하고 고요하기만 하다
風動鳥搖夢(풍동조요몽) : 바람 불어 새는 꿈에서 깨고
露滴鶴驚(노적학송경) : 이슬방울에 학은 놀라 움추리는구나
物累不相侵(물루불상침) : 만물의 질서는 서로 침해하지 않으니
箇是招提境(개시초제경) : 그것이 바로 부처님 나라의 경지이로다

渭川漁釣圖 위천어조도

김시습

風雨蕭蕭拂釣磯(풍우소소불조기) : 비바람에 날이 쓸쓸하여 낚싯대를 떠나니
渭川魚鳥識忘機(위천어조식망기) : 위천의 물고기와 새들도 알아보고 미끼를 문다
如何老作鷹揚將(여하노작응양장) : 어찌하여 늙어서도 매처럼 용맹을 떨쳐
空使夷齊餓採薇(공사이제아채미) : 백이숙제로 하여 헛되이 굶어죽게 하였나

유객有客

김시습

有客淸平寺(유객청평사) : 청평사의 나그네
春山任意遊(춘산임의유) : 봄 산을 한가로이 노니노라
鳥啼孤塔靜(조제고탑정) : 탑은 고요한데 새는 울고
花落小溪流(화락소계류) : 꽃잎은 개울에 떨어져 흘러가네
佳菜知時秀(가채지시수) : 맛있는 나물 때맞춰 돋아나고
香菌過雨柔(향균과우유) : 향기로운 버섯은 비 맞아 부드럽네
行吟入仙洞(행음입선동) : 시를 읊으며 선동에 들어서니
消我百年憂(소아백년우) : 나의 백년 근심이 살라지네

유거幽居

김시습

幽居臥小林(유거와소림) : 숲 속에 누워 그윽히 사니
靜室一煙氣(정실일연기) : 고요한 방안에 한 줄기 향기오른다
夜雨林花爛(야우임화란) : 밤비에 숲 속 꽃이 찬란하고
梅天風氣凉(매천풍기량) : 육칠 월 날씨에 바람은 서늘하구나
葉濃禽語警(엽농금어경) : 나뭇잎 짙고 새들은 지저귀고
泥濕燕飛忙(니습연비망) : 진흙에 질퍽하고 제비는 바삐 날아다닌다
何以消長日(하이소장일) : 긴 날을 어찌 보낼 것인가
新詩寫數行(신시사수행) : 새로운 시나 몇 줄 지어볼까나

煮茶 1자다

김시습


松風輕拂煮茶煙(송풍경불자다연) : 솔바람 다 달이는 연기 몰아 올리고
斜橫落澗邊(뇨뇨사횡락간변) : 하늘하늘 기울어져 골짝물가로 떨어진다
月上東窓猶未睡(월상동창유미수) : 동창에 달 떠올라도 아직 잠 못 자고
?甁歸去汲寒泉(설병귀거급한천) : 물병 들고 돌아가 찬물을 기는다


煮茶 2자다

깁시습


自怪生來厭俗塵(자괴생래염속진) : 나면서 풍진 세상 스스로 괴이하게 여겨
入門題鳳已經春(입문제봉이경춘) : 문에 들어가 “봉”자를 쓰니 이미 청춘 다지나갔다
煮茶黃葉君知否(자다황엽군지부) : 달이는 누런 찻잎 그대는 알까
却恐題詩洩隱淪(각공제시설은륜) : 시 짓다가 숨어사는 일 누설될까 오히려 두렵다

장지 壯志

김시습

壯志桑弧射四方(장지상호사사방) : 큰 뜻으로 뽕나무 활 사방에 쏘면서
東丘千里負淸箱(동구천리부청상) : 동쪽나라 천리길 푸른 상자지고 다녔네
欲參周孔明仁義(욕참주공명인의) : 조공과 공자에 참여하여 인의를 밝히며
又學孫吳事戚揚(우학손오사척양) : 또 손자와 오기의 병법을 배워 척야의 무술 익혔네
運到蘇秦懸相印(운도소진현상인) : 우수가 닿으면 소진처럼 정승이 되고
命窮正則賦離騷(명궁정칙부이소) : 운명이 궁하면 정칙처럼 이소경이나 지으리
如今落魄無才思(여금낙백무재사) : 지금은 낙백하여 한 치의 재사도 없으니
曳杖行歌類楚狂(예장행가류초광) : 지팡이 끌고 노래하기가 초나라 광접여와 같네

정야 靜夜

김시습

三更耿不寐(삼경경불매) : 깊은 밤 근심에 잠은 오지 않고
明月滿東窓(명월만동창) : 밝은 달만 동쪽 창에 가득하구나
杜口傳摩詰(두구전마힐) : 임 막고 왕유를 전하고
無心學老龐(무심학노방) : 무심코 늙은 방씨의 은거함만 배웠네
最憐淸似水(최련청사수) : 물처럼 맑은 것을 가장 좋아하지만
安得筆如(안득필여강) : 어찌 깃대 같은 붓을 얻을 수 있을까
剪燭拈新語(전촉념신어) : 초심지 자르며 새로운 말을 찾아내고
排聯押韻雙(배련압운쌍) : 배율시를 지으며 운을 맞춘다

제소림암題小林菴

김시습

禪房無塵地(선방무진지) : 선방 티끌 없는 그곳에
逢僧話葛藤(봉승화갈등) : 스님을 만나 얽힌 이야기 나눈다
身如千里鶴(신여천리학) : 몸은 천 리를 나는 학 같고
心似九秋鷹(심사구추응) : 마음은 가을 철 매 같도다
石逕尋雲到(석경심운도) : 돌길에 구름 찾아 여기에 와
松窓獨自?(송창독자빙) : 소나무 창가에 홀로 기대어본다
無端更回首(무단갱회수) : 까닭 없이 다시 머리 돌려보니
山色碧(산색벽릉증) : 산 빛은 푸르고 험하기만 하구나

주경 晝景

김시습
天際雲晝不收(천제동운주불수) : 하늘가 붉은 구름 낮에도 걷히지 않고
寒溪無響草莖柔(한계무향초경유) : 차가운 개울물 소리 없고 풀줄기는 부드럽네
人間六月多忙熱(인간육월다망열) : 인간세상 유월은 바쁘고도 무더우니
誰信山中枕碧流(수신산중침벽류) : 산 속에서 푸른 물 베개한 줄을 누가 믿어줄까

晝意 주의

김시습


驟暄草色亂紛披(취훤초색난분피) : 갑자기 따뜻하여 풀빛 어지러이 날리고
睡覺南軒日午時(수교남헌일오시) : 남쪽 마루에서 잠 깨니 해가 한참 낮이다
更無世緣來攪我(갱무세연래교아) : 다시는 세상인연으로 날 괴롭히지 않으리니
心身鍊到化兒(심신련도화영아) : 마음과 몽이 수련되어 어린아이로 되었다네

중추야신월1中秋夜新月

김시습

半輪新月上林梢(반륜신월상림초) : 둥그레한 초승달 나무가지 끝에 뜨면
山寺昏鐘第一鼓(산사혼종제일고) : 산사의 저녁종이 처음으로 울려온다
淸影漸移風露下(청영점이풍로하) : 맑은 그림자 옮아오고 바람과 이슬이 내리는데
一庭凉氣透窓凹(일정량기투창요) : 온 뜰에 서늘한 기운 창틈을 스며든다

중추야신월2中秋夜新月

김시습

白露溥溥秋月娟(백로부부추월연) : 흰 이슬 방울지고 가을달빛 고운데
夜近床前(야충즐즐근상전) : 밤 벌레소리 시꺼럽게 침상에 앞에 들려오네
如何我閒田地(여하감아한전지) : 나의 한가한 마음 흔들어 놓으니 나는 어찌하랴
起讀九辯詞一篇(기독구변사일편) : 일어나 구변의 노래 한 편을 읽고있도다

卽事 즉사

김시습

有穀啼深樹(유곡제심수) : 뻐꾸기가 울창한 나무숲에서 우네
前村桑深紅(전촌상심홍) : 앞 고을에는 오디가 푹 익었다
農雲峯上下(농운봉상하) : 짙은 구름은 산봉우리로 오르내리고
疏雨?西東(소우태서동) : 가랑비는 뚝 위로 오락가락
懶覺身無事(라각신무사) : 게을러 몸에 할 일 없음을 알고
衰知酒有功(쇠지주유공) : 몸이 쇠약해짐에 술에 공덕이 있음을 알았다
已得歸歟興(이득귀여흥) : 이미 돌아갈 마음 얻었으니
江山屬此翁(강산속차옹) : 강산이 이 늙은이의 것이라오

촌등村燈

김시습

日落半江昏(일락반강혼) : 해가 지니 강의 절반이 어둑해져
一點明遠村(일점명원촌) : 한 점 등불 아득히 먼 고을 밝힌다
熒煌穿竹徑(형황천죽경) : 등불의 불빛은 대나무 좁은 길을 꾾고
的歷透籬根(적력투리근) : 또렷하게 울타리 밑을 비춰오는구나
旅館愁閒雁(여관수한안) : 여관에 들려오는 기러기 소리 수심겹고
紗窓倦繡鴛(사창권수원) : 비단 창가 비치는 원앙 수놓기 권태롭구나
蕭蕭秋葉雨(소소추엽우) : 우수수 가을잎에 내리는 비
相對正銷魂(상대정소혼) : 마주 바라보니 내 넋이 녹아버리는구나

춘유산사春遊山寺

김시습
春風偶入新耘寺(춘풍우입신운사) : 봄바람 불어 우연히 신운사에 들러보니
房閉僧無苔滿庭(방폐승무태만정) : 스님도 없는 승방, 뜰에 이끼만 가득하다
林鳥亦知遊客意(임조역지유객의) : 숲 속의 새들도 나그네 마음 알고
隔花啼送兩二聲(격화제송양이성) : 꽃 넘어 저곳, 새는 두세 울음 울어 보내네

閑寂 한적

김시습

自少無關意(자소무관의) : 젊어서부터 세상일에 무관심하여
而今愜素心(이금협소심) : 지금은 욕심 없는 마음이 유쾌하다
種花連竹塢(종화연죽오) : 꽃을 심어 대숲 언덕에 연결하고
蒔藥避棠陰(시약피당음) : 아가위 그늘 피해 약초를 모종낸다.
苔蘚人踪少(태선인종소) : 이끼 끼어 사람 자취 드물고
琴書樹影深(금서수영심) : 나무 그늘 깊이 거문고와 책이 있도다.
從來樗散質(종래저산질) : 전부터 허약한 체질이라
更來病侵尋(갱래병침심) : 다시 병이 침입해 찾아드는구나.

해월 海月

김시습

年年海月上東陬(연년해월상동추) : 해마다 바닷달 동켠에서 떠올라
來我床前遺我愁(내아상전유아수) : 내 평상으로 와 근심을 가져주네
萬里更無纖掜隔(만리갱무섬예격) : 만리장공에 조금도 막히는 것 없어
一天渾是玉壺秋(일천혼시옥호추) : 온 하늘이 모두 옥병같은 가을이로다
秦宮漢苑人橫笛(진궁한원인횡적) : 진나라 궁궐과 한나라 정원에서 피리 부는 사람
楚水吳江客艤舟(초수오강객의주) : 초나라 오나라 강가에서 배를 대는 나그네
離合悲歡應共伴(이합비환응공반) : 만나고 헤어짐과 슬퍼하고 기뻐함 함께 하리니
停杯且莫問從由(정배차막문종유) : 잠시 술잔을 멈추고 그 이유를 묻지 말아라

還山환산

김시습

山中四月盡(산중사월진) : 산 속엔 4월이 다가고
客臥動輕旬(객와동경순) : 나그네는 가볍게 열흘이 지나간다
四壁圖書蛀(사벽도서주) : 사면 벽에는 도서에 좀이 슬어
三間机席塵(삼간궤석진) : 삼간 방 책상엔 먼지만 쌓였다
菁花多結實(청화다결실) : 우거진 꽃에는 열매 많고
杏子已生仁(행자이생인) : 살구 열매엔 이미 씨가 생겼다
靜倚屛風睡(정의병풍수) : 고요히 병풍에 기대어 잠드니
風爲入幕賓(풍위입막빈) : 바람은 휘장 속으로 들어와 손님이 된다

曉意 효의

김시습

昨夜山中雨(작야산중우) : 어젯밤 산속에 비 내려
今聞石上泉(금문석상천) : 오늘 아침 바위샘 물소리 난다
窓明天欲曙(창명천욕서) : 창 밝아 날 새려하는데
鳥?客猶眠(조괄객유면) : 새소리 요란하나 나그네는 아직 자네
室小虛生白(실소허생백) : 방은 작으나 공간이 훤해지니
雲收月在天(운수월재천) : 구름 걷혀 하늘에 달이 있음일게
廚人具炊黍(주인구취서) : 부엌에서 기장밥 다 지어놓고
報我懶茶煎(보아라다전) : 나에게 차 달임이 늦다고 나무란다

희정숙견방喜正叔見訪

김시습

寂寂鎖松門(적적쇄송문) : 솔 문을 닫아걸고 외로이 사니
無人踏鮮痕(무인답선흔) : 이끼 흔적 밝는이 아무도 없구나
澗聲搖北壑(간성요북학) : 바윗 물소리 북쪽 골짝을 흔들고
松雷颭東軒(송뢰점동헌) : 소나무 바람소리 동헌에 물결친다
世事寧緘口(세사녕함구) : 세상일은 차라리 입을 다물고
閒情似不言(한정사불언) : 한가한 정은 말하지 못하는구나
喜君來一訪(희군래일방) : 그대 찾아오니 너무 기뻐서
相對敍寒溫(상대서한온) : 마주 보며 그간 온갖 일을 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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