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이름난 여류시인들

 

1 화예부인(花蕊夫人)(883-926)

 

  화예부인(花蕊夫人)은 혜비(慧妃) 서씨(徐氏)를 일컫는다. 중국 오대십국(五代十國) 후촉(後蜀)의 왕 맹창(孟昶)의 처가 바로 화예부인이다. 시사에 정통하였고 재모겸비하여 화예부인(花蕊夫人)이라 불렀다.

 

 건덕 2 11월 송태조(宋太祖) 조광윤(趙匡胤)은 충무절도사(忠武節度使) 왕전빈(王全斌)으로 하여금 군사 6만을 이끌고 촉으로 진공하도록 명령하였다. 14만이나 되는 군대를 지닌 촉이었지만 맥없이 지고 만다. 이에 맹창은 사십년을 풍족하게 병사를 길러왔지만 일단 적을 만나니 동쪽을 향해 화살 한 발 쏘지 못하고 죽고 말았다. 맹창이 죽자 송태조는 화예부인이 사작(詞作)에 능함을 전해 들었기에 그녀를 불러 시를 짓게 했는데 그녀는 당당하게 망국의 한을 다음과 같이 읋었다.

 

 

君王城上樹降旗      군왕이 성 위에 항복 깃발 세웠다지만

군왕성상수항기

妾在深宮那得知      첩은 깊은 궁에 있어 알 길이 없었네.

첩재심궁나득지

十四萬人齊解甲       14만명이 모두 갑옷을 벗었다 하니

십사만군재해갑

寧無一個是男兒        남아는 하나도 없었던 것인가!

영무일개시남아

 

 

 오히려 굳은 충정에 크게 감명한 송태조는 그녀를 비로 삼았는데

후에 그녀는 조광윤을 죽이려 하였으나 이를 실패하자 스스로 자진하였다고 한다

 

 

 

                                                화예 부인

 화예부인의 신분에 관하여 두 가지 설이 다음과 같이 전해 오고 있다.

 

 

 

1. 후촉 맹창의 비가 화예부인인데, 송태조 조광윤에게 맹창이 항복할 때 그녀가 사를 지었다고 한다. 송나라가 들어선 후 후궁이 되어 송태조의 사랑을 받았다. 세상에 전해진 화예부인 궁사는 이전에는 대부분 그녀의 작품으로 여겼으나 근인의 고증에 따르면 실제로는 전촉 왕건의 비라고 적혀있다.

 

 

 2. 오대의 여류시인,성은 서이고 이름자 출생은 자세하지 않다. 전촉 왕건(王建)의 비로서 소서비(小徐妃)라고 불렀으며 호가 화예부인이다. 후주 왕연(王衍)을 낳았으며 왕연이 즉위한뒤 순성태후로 봉해졌다. 그녀는 간신들과 결탁하여 조정을 휘어 잡았으며 벼슬을 팔아 방탕하고 시치스런 생활을 하였다. 同光 3(925) 후당의 장종(莊宗)이 촉을 멸하자 그녀는 왕연과 함께 당에 투항하여 이듬해 처형되었다. 현재 화예부인궁사(花蕊夫人宮詞) 150여사가 전해진다. 근인의 고증에 따르면 그녀의 작품이 확실한 것은 90 여수라 한다. 궁사는 모두 7언 절구이며, 주로 전촉의 선화궁(宣華宮)에서 즐긴 일을 묘사하였는데 전촉 군주의 황음방탕한 사치스러운 생활에 대해 과장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였다.

 

                                                                                                                                         
중국은 성당盛唐 이래 국내외적으로 활발한 교역이 이루어지면서 사회구조가 발달하자, 경제적 상황은 여유로움이 생겨나 유흥을 즐길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었다. 그러나 안사지란 安史之亂(755~763) 이후에는 농촌경제가 피폐해지고 수많은 아녀자들이 도시로 유입되었다. 그리고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기생妓生으로 전락했고, 그들의 사회적 지위는 노비와 다를 바가 없었으며 매매도 가능했다. 소위 최하위의 천민계급, 부호나 권세가, 문인, 관료들의 성적인 노리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들은 시대가 강요했던 유교의 예법에서 벗어나 보다 많은 남성들과 활발하게 교류하였고 문학사적으로도 비교적 풍부한 작품을 남겼다.
그 당시 여성들은 사회 통념상 남성들의 부속물에 불과했다. 그래서 대개가 불행한 삶을 살다가는 비련의 여성들이었다. 비록 노리개 정도로 하찮은 여성, 그 속에서도 천한 여성들이었지만 문학사적인 측면, 특히 부녀시가婦女詩歌 쪽에서는 전례 없는 명성을 남기고 있는 것을 부인할 수가 없다. 이는 중국의 당시를 모은전당시全唐詩가 입증하고 있다. 모두 9백 권이나 되는 이 책은 강희康熙 4(1705) 칙명勅命을 받들어 팽정구彭定求 등이 그 이듬해에 완성, 1707년 성조聖祖의 서문을 붙여 간행되었다. 작자의 수 22백여 명, 시의 수는 약 5만 수로 작자의 선후에 따라 배열하고 약전略傳을 첨부했다. 이 속에 당대 여류시인의 작품도 상당히 많다. 여황제였던 무칙천武則天의 작품에서 일반 가정의 부녀자, 기생, 여도사에 이르기까지 2백여 명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그 중에서도 작품의 수가 비교적 많고 내용면에서도 괄목할 만한 여류시인으로, ‘이야李冶, 설도薛濤, 어현기魚玄機를 꼽을 수 있다. 이들은 특수한 신분이라서 궁중이나 일반 규중의 여인들과는 달리, 규범에서 벗어나 있었기에 대체로 자유롭게 남성들과의 교류가 풍부했다. 그래서 자유 분망한 사고를 지녔고, 소재 역시 다양하게 취하여 자신의 감정을 대담하고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전당시에는 이야 18, 설도 87, 어현기 50수가 실려 있다.
중국문학사에서 당대는 시의 황금시대였다고 해도 부정할 수 없다. 거개가 중국을 일컬어 시의 나라라고 한다. 생활의 윤곽과 심미審美경험을 가장 아름답게 응축시킨 중국인 만큼 시를 사랑하고 즐겨 지은 민족도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당시를 두고서 거울 속의 꽃과 같고 물속의 달과 같다고 칭송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초당初唐(618~712)에서 힘차게 열린 당시는, 성당盛唐(713~765)에 접어들어 찬란하게 꽃을 피우게 되었다. 맹호연孟浩然과 왕유王維의 시에서는 삶에 대한 관조는 물론 산수시의 진수를 체험하게 된다. 이백李白(701~762)의 시에서는 웅혼한 기상과 진취적인 정신이 깃들어 있고, 시성으로 알려진 두보杜甫(712~770)의 시에서는 성당인의 기백으로 묘사한 안사의 난 전후의 사회상과 민중의 질고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와 같이 불세출의 대시인들이 끊임없이 출현, 당이라는 다양하면서 광대무변한 시세계를 형성하였다.
예나 지금이나 아무리 세사世事에 초연한 시인이라고 자처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시대가 드리우는 암류暗流로부터 결코 벗어날 수 없듯이, 시대의 흐름과 거기에서 건져 올린 다양한 감흥은 시인의 뇌리에 각인되어 시로써 표출되기 마련이다. 이중에는 모순투성이의 시대를 아파한 시, 회재불우적懷才不遇的 정서를 읊은 시, 또는 정체된 역사의 비극, 반복되는 역사의 비극을 가슴 아파하는 심정에서랄까. 때로는 정도正道가 아닌 사도私道가 횡행하고 용기보다 비겁이 고상한 척도로 저울질 되는, 종내에는 인간성 상실로부터 시작하여 포근한 인간애와 깨끗한 양심이라는 것은 눈을 씻고 봐도 보이지 않는 절망감에 이르기까지 비정상적인 세태가 역사의 그림자처럼 드리워져 있기에 예나 지금이나 시인의 가슴앓이는 여전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흔히 동양의 전통사상에 있어 이상理想, ‘천인합일天人合一 수기치인修己治人이라고 말한다. 천인합일은 인간의 생각이나 행동을 천도天道와 하나 되게 함이다. 즉 이기적인 탐욕을 극복하고 하늘이 준 인심人心을 바탕으로 인덕人德을 세움이다. 수기치인은 먼저 나 자신의 인격을 완성하고 다음에는 남들을 사랑으로 품고 가르치고 그들도 인격자가 되게 함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이상도 남녀평등에 있어서는 크게 이바지하지 못했다. 당대 여류시인들은 남성에 대해 공세적인 대담성으로 남성들과 대등한 위치에서 적극적인 교류를 가졌다. 현대적 시각에서 평가하자면, 여권주의女權主義(feminism)를 선각한 초유의 페미니스트들이 아니었을까. 천으로 멀쩡한 발을 옥죄었던 전족纏足을 풀어 헤친 지 1세기도 채 안 되는 중국에서…….
서양의 평등권 형성과정의 뿌리 역시 그리 오래지 않다. ‘인류의 보편적 행복을 방해하는 것은 신분과 계급의 대립 및 국가와 교회의 권력 구조적 형태이다. 이런 문화적 산물은 본질적인 인간과 인간을 사랑하는데 이바지하려는 선하고 자연스런 소질을 가려버린다. 그래서 투쟁해야 할 대상은 문화 전체이며 그 사회 전체이다. 이 모든 것은 악이다. 그래서 자연으로 돌아가라. 이 자연에서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고 자유로운 인간이다.’라고 한 칼뱅주의자(calvinist)나 루소(rousseau)의 계몽주의啓蒙主義는 미국의 독립 전쟁에 힘을 가해주고, 나아가 로크(locke)의 사상을 전재로 한 루소의 사상은 프랑스 혁명가들에게 하나님도 없고, 주인도 없으며 그러므로 자유 의지를 가진 인간은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사상과 인간만을 만물의 척도로 보는 인본주의 사상을 주지시켜 프랑스 혁명을 완성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그래서 얻어진 미국의 독립은, ‘인간은 평등하게 태어났으므로 생명, 자유 및 행복을 추구한다라는 독립선언문을 만들었고, ‘프랑스 구제도의 모순에 대한 혁명도 인간은 권리에 있어 자유롭고 평등하게 태어났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국 당대에는 기생 이외에도 도사道士라는 특수한 신분이 있었다. 시대가 어지러워 민심이 동요되고, 사회가 혼란에 빠지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사람들은 유교 예법에서 벗어나 불교나 도교 등에 귀의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승려나 도사가 생겨났다. 그것이 유일한 피난의 수단이 된 것이다. 그들은 여러 가지 속박과 법망을 피해 비교적 자유롭고 방탕한 생활을 할 수 있었다. 물론 개중에는 충실히 수도에 임하며 종교 계율을 엄수하는 불가佛家나 도가道家의 수도자들도 없지 않았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 속에서 극소수의 여인들이 두각을 나타냈다. 대체로 개방적이었던 당대의 특수한 역사와 사회적 조건 덕분에 일종의 새로운 부녀자 계층을 만들어 내었던 것이다. 이들이 바로 기생 혹은 도사라는 평범하지 않은 신분을 가진 소외계층의 여인들이었다. 남성들과 자유롭게 교류하면서 자연스럽게 지적인 소양을 갖추게 되었다. 따라서 당대의 기생들은 언변에 능하고 시를 잘하게 되었다. 그리고 미모는 그 다음이었다.
당대에 있어 남성 못지않게 여류 시인들의 활약도 대단했다. 하지만 그들의 지위는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 아내는 오로지 남편을 위하여 희생과 충성을 다해야만 칭송을 받을 수 있었다. 남편이 아내를 때리는 것은 무죄였고 만약 아내가 남편을 때리면 1년 동안 노역을 시킬 정도로 불합리한 구조였다. 그러므로 여기 이 세 여인은 기생 혹은 도사라는 신분으로 특수한 인생을 살았음이 분명하다. 신분 탓인지 생몰연대도 정확하지 않고 비참한 삶을 마감한 것으로 전해온다. 여인으로서 일반적인 가정생활을 하지 못한 것이 어찌 보면 불행한 삶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시적 재능은 그대로 작품으로 남았다. 그들이 남긴 처절한 삶의 대가라고 할까. 오로지 삶의 무게와 깊이를 시에 의존했던 것일까. 여하튼 중국의 여류문학 사상 길이 남을 만한 명작이므로 이들의 시세계를 탐색해 보고자 한다.    


2. 이야李冶

이야李冶 자는 계란季蘭이며 중국절강성 서북에 있는 오흥吳興 출신으로 천보天寶 연간(742)경에 출생한 것으로 추정되며 사망년도는 대략 784년이라고 전한다. 어려서부터 거문고를 잘 타고 미모가 뛰어났으며 시적 재능도 뛰어나, 5~6세 어느 날 부친이 이야를 안고 있었는데, 뜻밖에 시를 읊조렸다는 것이다.때가 지나도/채워지지 않는 바구니/이내 마음/어지럽기만 하다(經未架却 心緖亂縱橫)…「장미를 읊다(詠薔薇)라는 것이었다. 대번에 놀랜 부친은 부녀자답지 못한 행동이라며 내심 출가시키려고 결심을 했으나 이야는 가정에 매이는 것이 싫었다. 그 당시로서는 유교적인 굴레에서 벗어나는 길은 오직 도교道敎의 여도사가 되는 것이었다. 이야는 스스로 그 길을 택했다.
도교는 황제黃帝, 노자老子를 교조로 하는 중국의 다신적 종교이다. 무위無爲 자연을 주지主旨로 하는 노장철학老莊哲學의 류를 받들어, 음양오행설과 신선사상神仙思想을 가미加味하여서 불로장생不老長生의 술을 구하고, 부주符呪, 기도 등을 행한다. 이러한 도교를 믿고 수행하는 사람을 일컬어 도사라고 한다. 이야는 도교를 구실삼아 도사가 된 뒤에 여러 남성들과 접촉하면서 자유 분망한 생활을 시작했다. 여성이라는 속박과 유교라는 관습에서 벗어나 한 인간으로서 보다 자유롭고 당당해 보이고 싶었을까. 아니면 애욕의 화신이 되어 방탕하길 작심했던 것일까. 그도 아니면 관습을 거부하고 모든 속박에서 일탈하고 싶었을까.
가까이했던 고중무高仲武라는 남성은 이야를 평하길, ‘선비에게는 백 가지 행실이 있고, 여인에게는 오직 네 가지 덕이 있을 따름이다. 그런데 계란[이야]은 그렇지 못하다. 겉모습은 웅장한 듯하나, 쓴 시는 방탕할 뿐이다.’라고 했다. 그렇다면 이야의 품행이 시에 비하여 미치지 못했던 것일까. 아니면 생각이 남성을 뛰어넘었던 것일까. 사덕四德, 즉 부덕婦德, 부용婦容, 부언婦言, 부공婦工을 지키지 못한 여인. 이야와 친했던 남자는 육우陸羽와 유장경劉長卿이었다. 육우는 차를 무척 좋아해서 사람들은 그를 일컬어 다선茶仙이라고 불렀으며, 그가 다경茶經을 지었다고 전한다. 이야가 생활에 어려움이 있거나 병들어 누웠을 때마다, 이야를 찾아갔던 사람이 바로 육우였다. 그리고 또 한 사람, 유장경은 이야를 가리켜, ‘여류시인 중의 호걸이다(女中詩豪)’라며 추켜세우기도 했다. 그들 사이엔 유명한 일화가 있다. 어느 날 여러 문사들이 모인 연회가 열렸다. 당시 유장경이 몹쓸 병에 걸려 있었다. 이를 눈치 챈 이야가 먼저 운을 띄웠다. ‘산 기운은 해질 무렵이 아름다운가요(山氣日夕佳)?’ 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유장경이 이를 받아, ‘온갖 새들이 기탁할 곳이 있어 기뻐한다네(衆鳥欣有托).’라고 답했다. 그러자 좌중에 있던 문사들이 박장대소했다는 것이다. 이들이 주고 받은 두 구절은 모두 도연명陶淵明(365~427, 진나라 시인)의 각각 다른 시에서 인용한 것들이다. 엄격한 사회에서 여성이 아무런 거리낌 없이 남성들과 어울릴 수 있는 배짱과 즉흥적인 시흥詩興이 얼마나 호방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되자, 이야의 명성이 널리 펴져 궁궐에까지 알려졌다. 궁궐에 들어가서 후한 대접도 받았다. 그러나 이야의 죽음에 대해서는 많은 의문을 남겼다. ‘안사의 난이 일어나 반란군에 잡혀갔다는 설도 있다. 이 반란은 당나라 현종 말엽에 안록산安祿山과 사사명史思明이 주동이 되어 일으킨 반란이다. 천보 14(755) 안록산이 먼저 군대를 일으키고, 사사명이 이를 계승하여 숙종肅宗의 광덕원년廣德元年에 사사명의 아들, 조의朝義가 죽을 때까지 전후 9년간이나 계속된 중국 역사상 유명한 큰 반란이었다. 현종은 촉나라에 망명하여 퇴위하고, 반란군도 내부 분열을 일으켜, 763년에 평정되었다. 이로써 당의 중앙집권제는 파탄에 빠졌고, 중국 고대사회의 종말을 가져온 계기가 되었다. 일설에 의하면, 이야가 이때 반란군의 장수에게 시를 지어 올린 것이 발각되어 덕종德宗에 의해 매 맞아죽었다고 한다. 사실여부를 떠나 참으로 기구한 종말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이야가 남긴 시 가운데 5편만 살펴보기로 하겠다.




그리움, 그리고 원망 (상사원相思怨)


人道海水深 不抵相思半
海水尙有涯 相思渺無畔
携琴上高樓 樓虛月華滿
彈著相思曲 弦腸一時斷


사람들은 바닷물이 깊다고 말하지만
내 그리움은 반에도 미치지 못하리
바닷물은 끝이라도 있을진대
내 그리움은 까마득히 끝도 없구나
거문고 옆에 끼고 누각에 오르니
누각에는 외로운 달빛만이 가득 하구나.
상사곡을 켜노라니
애타는 간장은 한순간에 끊어지구나    


임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은 한없이 뻗어 나가, 그 깊이와 넓이가 바다보다도 더 막막해옴에 전율한다. 이야의 사모의 정은 도저히 제어할 수 없는 무한성을 지향하고 그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불가항력不可抗力, 형언조차 할 수 없는 지경에 사로잡힌다. 모든 것이 그리움에 압도되어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이야는 가슴 가득한 그리움의 속앓이를 하면서도 그 그리움의 울타리에 갇혀있다. 마침내거문고를 옆에 끼고 누각에 올라주체할 수 없는 심경을 달래려고 한다. 하지만 임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을 지우기는커녕 되레 달빛은 더욱더 외로움만 북돋울 뿐 천지가 공허하게 느껴진다. 인용한 시에서는 이야는 그리움의 포로가 되어 자신의 힘으로는 무엇 하나 감내할 수없이 몸부림친다. 임에게 의탁할 수  없는 그녀의 존재는 무의미하다. 임에게 기대고 싶어도 기댈 수 없는, 사랑받고 싶어도 사랑받을 수 없는 심화心火. 임을 그리워하는 나머지 생긴 화풍병花風病, 미칠 것 같은 불안 속에서 상사곡을 연주해 보지만 애간장만 태운다. 오지 않는 임이 정녕 이야의 임인가. 이 시는 이러한 그리움과 원망이 축을 이루고 있다. 극도의 사랑이 극도의 증오가 된다. 사랑의 늪에 빠진 여인의 일편단심이 전편에 흐르고 측민惻憫의 정을 자아내는 힘, 즉 파토스(pathos)가 아주 굵게 역동하고 있다. 그리고 측은지심이나 연민이나 공감적 비애를 자아내는 정황을 짜임새 있게 묘사하고 있어 애상감哀傷感을 더해준다.




부부 (팔지八至)


至近至遠東西 至深至淺淸溪
至高至明日月 至親至蔬夫妻


지극히 가깝고도 멀기 만한
동쪽과 서쪽이여
지극히 깊고도 얕은
푸른 계곡이여
지극히 친하고도 소원한
부부관계여


위 시는 부부관계를 간단명료하게 묘사한 작품이다. 1 6 4행으로 구성된 이 시는 (이를 지)’ 8자가 들어 있어 시제詩題 팔지八至라고 한다. 부부는 촌수가 없는 남남이면서 특별하고 친밀한 이성異姓 관계로서, 낯익은 것 같으면서 낯설고, 속이 깊은 것 같으면서 얕고, 높은 것 같으면서 밝고, 다정한 것 같으면서 소원한 관계임을, 가까움과 멈, 깊음과 얕음, 친함과 소원함으로 매우 역설적이고 상대적이며 모순적인 상극 관계를 비유하고 있다. 이 시의 밑그림은 부부의 사랑을 막연하게 가깝고 깊고 높고 밝고 친한 것 같이 긍정으로 부각시킨 것이 아니라, 되레 멀고 얕고 소원한 것 같이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마치 부부의 사랑을 시샘이라도 하는 듯 한 심상을 내비치고 있다. 정상적인 부부생활을 못하는 이야의 자격지심自激之心에서랄까. 다소 빈축이 엿보인다.




달밤의 이별 (명월야유별明月夜留別)


離人無語月無聲 明月有光人有情
別後相思人似月 雲間水上到層城


떠난 사람은 말이 없고
달은 소리가 없건만
밝은 달엔 빛이 있고
사람에겐 정이 있습니다
이별 뒤엔 임 생각이
달과 같건만
물 건너 구름을 뚫고
하늘에 이르렵니다.
                           *층성層城 : 곤륜산崑崙山의 정상, 즉 하늘을 뜻함




현대적 시각에서 이 시는, 시인의 삶과 사실들과 은밀한 경험을 다룬 서정시의 한 유형인 고백시(confessional poetry). 고백 시인은 자기 자신에 관한 충격적인, 또는 임상적인 세부사항을 부끄러움 없이 솔직 담백하게 털어 놓는다. 시의 주제는 형상화된 중심사상이요, 그 의미를 뜻한다. 그러므로 주제는 시를 벗어나 존재하지 않는 불가결한 것이다. 인용한 시의 주제는 석별의 정이다. 유난히 달이 밝은 밤, 이별을 서두르는 사람은 말이 없다. 하지만 그 임에 대한 여운은 애달프다. ‘밝은 달빛 사람의 정을 빗대면서 강력한 효과의 압축 은유로 이미지를 확장시킨다. 언제 만날지 기약 없는 이별이기에 더욱 간절한 마음은 달이 되어 임 계신 곳 어디인지 그리움으로 뒤덮고 싶은 심정을 잘 드러낸 작품이다. 아마 이야는 지금도 달이 되어 밤마다 임을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싶다.




봄날의 회한 (춘규원春閨怨)


百尺井樓上 數株桃己紅
念君遼海北 抛妾宋家東


백 척 난간 위에
붉게 물든 복사꽃
아득한 북녘의 임 그리는 신세
홀로
버려진 몸이로다.     
           * 요해북遼海北 : 요해, 요동의 남쪽으로, 먼 북방.
           * 송가동宋家東 : 이야 자신을 초사의 대가인 송옥에게 버러진 여인에 비유.


봄이 되어 누각에 오른다. 여러 그루의 복숭아 나뭇가지엔 어느새 붉은 복사꽃이 사방에 가득한데 떠난 임은 소식이 없다. 봄이 되니 임 생각이 간절하다. 고독한 외톨이, 임에게 버림받은 신세가 아닌가 하면서 한탄하고 있다. 특히 이 시에서 종결 부분이 송가동이란 표현은 예사롭지 않다. 이야 자신이 마치 송옥宋玉(BC290?~222?, 기원전 3세기 중국 전국시대말, 의 문인, 작품형식, 내용 모두 굴원의 계승자로 불린다.)에게 버림받은 여인에 비유하고 있다. 일종의 패러디(parody)이다. 기교로 치면 상당한 기교인 셈이다. 여하튼 이야는 적어도 이 시에서는 자신보다 1천 년여 전의 시인이었던 송옥에게 버림받은 여인에 비유하여 처량한 신세를 읊고 있다.




버들 ()


最愛纖纖曲水濱 夕陽移洞過靑蘋
東風又染一年線 楚客更傷千里春
低葉己藏依岸櫂 高枝應閉上樓人
舞腰慙重煙光老 散作飛錦翠裀
                          * 청빈靑蘋 : 부평초.
                               * 연광煙光 : 좋은 시절의 아름다운 경치를 뜻함.


연하디 연한 사랑스런 버들가지
굽이도는 물가로 늘어지고
석양으로 옮겨진 그림자
부평초 사이로 지나간다
동풍은 다시 한 해의
푸름을 물들여 주고
초객은 아득한 봄에 더욱 서글퍼진다
바닥의 잎새들은
물가의 노를 숨겨주고
높은 가지는
누각 위의 사람마저 가리운다
가늘고 연한 버들가지도 굵어만 가고
아름다웠던 시절도 다 지나가는데
흩어져 날린 솜
비단자락을 휘감아 도누나 




여인의 가는 허리의 아름다움을, 그 하늘거림을 버들가지에 빗대어 세류미細柳美라고 일컬었던가. 푸른 버들가지가 가는 허리를 뽐내며 물결 위에 미풍에 살랑거린다. 그처럼 싱그러운 자태로 젊음을 자랑이라도 하듯, 한때 이야도 많은 남성을 두루 차지하면서 당당했었다. 하지만 가는 세월 무엇으로 막으랴. 회한과 탄식만 가득하다. 이야는 쇠락해진 자신의 늙음을 버들가지에 빗대어 비관하면서 읊은 시다. ‘석양으로 옮겨진 그림자에서 이미 절망의 늪에 빠진 비극적인 처지를 형상화하고 현실적 상황을 부평초 같은 삶, 의지할 데 없는 절대고독을 표출하고 있다. 동부새[東風]가 불어와 산과 들은 모두 푸름으로 물들었지만 옛 초나라의 나그네처럼 외려 봄날은 아득하고 서글프다. 물가에 풀잎들은 노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자랐고 높은 가지는 이제 사람마저 업신여기는 듯 가린다.버들가지도 굵어만 가고/아름다웠던 시절도 다 지나는데에서처럼 시의 바탕이 온통 무채색이다. 절망이다. 세월을 원망한다. 초연하게 세월을 받아들이기보다는 탄식과 회한으로 자책한다. 하지만 사랑에 대한 갈망의 끈은 놓지 않고 몸부림치는 모습을 그대로 잘 드러내고 있다.

 

3. 설도薛濤

 인명사전에 설도薛濤(770~850)는 중국 당대의 명기名妓, 여류시인, 만년에 시성詩聖 두보杜甫의 초당으로 유명한 성도成都 서쪽의 완화계浣花溪 근처에 은거, 그곳에서 많이 나는 양질의 종이에 붉은 빛깔로 부전附箋을 만들어 촉의 명사들과 시로 증답贈答했는데, 이런 식의 전지가 후세에 내려오면서 ‘설도전’으로 유명해졌다고 기록되어 있다. 설도에 대한 기록은 현재 부분적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의견이 분분하고 정확한 생몰연대는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대략 대력大曆 연간(768 혹은 770)에 태어났고 대화大和 6년(832)경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자면 거의 60세 이상을 산 것 같다. 설도의 자는 홍도洪度(혹은 弘度)이며 원적은 장안長安으로 되어 있다. 어려서 관리직에 있었던 부친을 따라 여러 곳으로 옮겨 살다가 부친이 일찍 사망하자, 의지할 곳이 없었던 설도는 16세에 관가의 기생이 되어 기적妓籍에 들어갔다. 설도는 어려서부터 총명하고 영리했다. 8세에 이미 시를 읊고 지울 줄 알았다. 시적 재능과 미모를 겸비한 설도의 명성은 날로 유명해져 꽃을 찾는 벌들처럼 사방에서 남정네들, 특히 문인들이 몰려들었다.
 설도와 가깝게 문인들은 원진元稹, 백거이白居易(772~846), 유우석劉禹錫(772~842), 왕건王建(768~830), 장적長籍 등이었고, 장수들은 위고韋皐, 고숭문高崇文, 무원형武元衡, 은문창殷文昌, 이덕유李德裕 등 20여 명이 넘었다. 서천 절도사였던 위고는 설도를 기생으로 인도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설도를 ‘여교서女校書’라 칭하며, ‘재색을 겸비한 여인’라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무원형은 설도의 시문의 재능을 높이 사서 ‘교서랑校書郞’이란 벼슬을 내려달라고 조정에 건의했지만 기생에게 벼슬을 줄 수 없다며 거절당하기도 했다. 그런 일이 있은 후부터 사람들은 설도를 여교서고라 불렀다. 그리고 후대의 사람들이 기생을 ‘교서’라 부르게 된 것도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설도의 미모에서랄까 시적 재능에서랄까, 그녀의 주변에는 많은 연인들이 그녀를 에워쌌다. 그리고 연가戀歌를 읊었다. 왕건은「설도에게(寄蜀中薜濤校書)」라는 시를 통해…먼 곳 교변에 있는 여교서 설도/비파 꽃 안에서 문 닫아 걸고 살아가는가./재색을 겸비한 그대 이제는 보기 힘드니/봄바람 다스리는 자도 모두 그대만 못하구나(萬里橋邊女校書 枇杷花裏閉門居 掃眉才子干今小 管領春風總不如)…라고 하며 사모의 심정을 그렸다. 설도가 기생으로서 갖추어야 할 도리를 다했을까. 청대淸代 건강乾降 연간에 성도成都 통판通判 왕준汪雋(?)은 이 시를 벽도정薜濤井의 돌비석에 새겼고, 그 비석은 지금까지 남아 있다고 한다. 이는 설도가 당시 대단한 여류시인이면서 명기였음을 입증해 주는 것 아닐까. 원진 역시「설도에게(寄贈薛濤)」라는 시를 통해…임의 말 아름답기가/앵무새 입술을 훔친 듯하고/문장은 봉황의 털을/나눈 듯하다(言語巧倫鸚鵡舌 文章分得鳳凰毛)…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설도는 그런 원진에게 시를 보내어 정을 통했다. 원진보다 10여 살 연상의 여인. 설도가 원진을 만난 시기는 이미 중년의 나이를 넘긴 때였다. 특히 설도의 시 중에는 이별 노래의 연작이 대단히 유명하다. 수많은 남자들과의 짧은 만남, 그리움과 원망, 이별의 슬픔들이 여기에 녹아 있다.
 설도는 시를 지어 종이에 적어서 틈틈이 여러 연인들에게 보내곤 했다. 지극한 정성이 깃든 시를, 그 종이는 자신이 직접 만든 붉은 색종이였다. 그리고 당시 이 종이를 ‘설도전薛濤箋’이라고 부를 정도로 이름을 떨쳤다. 비록 비천한 기생의 신분이었지만 자기 관리에 있어 충실했던 것 같다. 그러나 한 평생 가정을 가져 보지 못하고 혼자서 살다간 여인, 그러나 많은 문인이나 풍류객들과 시문을 주고 받으며 자유 분망한 생활을 했을 것이다. 만년에는 기적妓籍에서 나와서 완화계에 은거하며 지내다가 여도사로 변하여 파란만장한 생을 마쳤다고 한다. 그리고 연인 중 마지막이었던 단문창이 설도의 묘를 썼다고 전해지고 있다.   
 설도의 생몰년대나 사적이 각기 다르게 기록되어 있음은 기생이라는 평범하지 못했던 비운의 결과가 아닐까. 지금도 성도에는 설도정이라는 우물이 있어서 이 우물에서는 사철 물이 마르지 않는다고 한다. 붉은 종이, 설도전도 이 물로 만들어졌다는 전설이 남아 있다. 설도의 시는 주로 남자들과의 음풍농월, 자유로운 사생활, 그런 반면에 신세 한탄이나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끝없는 그리움을 담고 있다.


봄날의 그리움 (춘망사사수春望詞四首)


花開不同賞 花落不同悲
欲間相思處 花開花落時


攬草結同心 將以遺知音
春愁正斷絶 春鳥復哀吟


風花日將老 佳期猶渺渺
不結同心人 空結同心草


那堪花滿枝 翻作兩相思
玉筯垂朝鏡 春風知不知
                     * 결동심結同心 : 중국 고대에 사람의 징표로 비단 띠를 허리에 두르는 것.
                        * 지음知音 : 자기 마음을 잘 알아주는 친한 친구로 그리운 임을 뜻함.
                        * 옥저玉筯 : 옥으로 만든 젓가락으로 미인의 눈물에 비유.


꽃 피어도 함께 즐길 수 없으며
꽃 져도 함께 슬퍼할 수 없어라
묻고 싶구나 어디에 계시는지
꽃 피고 꽃 지는 이 계절에
사무치게 그리운 마음
임에게 전하려했던가
봄날 그리움을 이제는 접으려하니
저 꾀꼬리조차 서글피 지저귀는 구나
바람에 꽃은 시들고 또 시드는데
만날 기약은 아득하기만 하구나
임과 함께 사랑 나눌 수 없어
실없이 홀로 이 마음 달래본다
날마다 방울지는 쓰라린 눈물을
살랑대는 봄바람은 아는지 모르는지


 모질게 추운 겨울이 지나고 어느덧 봄날을 맞이하여, 피고 지는 꽃을 바라보면서 사랑과 그리움의 정취를 읊은 시다. 예나 지금이나 시인들은 계절의 변화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사계 중에서도 특히 가을을 많이 읊었고 다음으로는 봄을 많이 읊었다. 가을은 주로 낙엽을 보면서, 제행무상諸行無常, 삶의 유한성에 대한 우수와 고뇌를 읊었다면, 봄에는 인동忍冬 내지 염정과 그리움을 주로 읊었다. 설도는 이 시에서 그리움, 외로움, 회한, 실망, 비애 등 다양한 심경을 그렸다. 자연현상을 빌려, 봄날에 꽃이 피고 지고, 새가 지저귀고, 봄바람이 살랑대는 변화 속에 투영된 설렘이 기약 없이 떠난 임, 그리움의 대상과 아울러 절대고독을 고조시킨다. 이 시는 상당하게 감성에 빠져 있는 듯하다. 보들레르(1821~1867, 프랑스 시인, 소설가)의 말을 빌리자면, 아동과 회복기의 환자와 예술가가 공통적으로…‘사물에 대하여, 지극히 사소하게 보이는 것까지도, 생생하게 흥미를 느낄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어서 모든 것이 새롭게 본다고 했다. 그래서 감성은 오관을 통해 사물의 체험을 생생하게 느끼는 데에서 형성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정서의 능력이라기보다 감각적 체험의 능력이다. 진정한 시인은 이성과 감성, 지성과 감각이 혼합된 심상을 지녀야 한다. 이 시는 지나친 감성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다만 비애만 증폭시킨다.
연못가 연정 (지상쌍조池上雙鳥)


雙樓綠池上 朝暮共飛還
更憶將雛日 同心蓮葉間


푸른 연못가
오리 한 쌍
아침저녁
함께 노닙니다


아기오리 탄생할 날
생각하고 생각하며
연꽃 사이에서
마음을 함께 합니다.


 연못가에서 노는 한 쌍의 정겨운 오리를 바라보며 자신의 외로움과 기생으로서의 앞날을 탄식하며 읊은 시다. 설도는 많은 남성을 상대하면서 지내던 신분이라, 오직 한 남자만 섬기며 살아가는 여염집 여성들과는 사뭇 다른 생활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비록 대수롭지 않은 미물들도 모두 제 짝을 이루는데 설도는 그렇지 못하다.…아침저녁/함께 노닙니다…에서는 부러움이 가득 찬 시선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한 쌍의 오리보다 더 못한 자신의 불우한 처지를 자탄하듯 후회가 서려있기도 하다. 물가에 오리도 보금자리를 틀고 제 새끼를 낳고 기를 수 있는 처지에 비해 설도는 이것도 저것도 아님을 탄식함과 동시에 한편으로는 여느 부부들처럼 정녕 살가운 가정을 갖고 싶은 것이다.
 정상적인 인생살이는 결혼을 통하여서 생명과 삶의 구실을 실천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것이 천도천리라고 말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예기禮記』에,…‘혼례는 모든 문화와 예절의 근본’…이라고 했다. 다시 말해 여기서 말하는 예는 내면적으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늘의 도리지만 설도에겐 먼 이야기이다. 그래서 이 시에서는 곤순坤順의 도리를 지키며 살아가는 여성들을 부러워하는 심리가 밑그림으로 깔려 있다. 
능운사 (賦陵雲寺二首)


聞設凌雲寺裏苔 風高日近絶織埃
橫雲點染芙蓉壁 似待詩人寶月來


聞設凌雲寺裏花 飛空撓噔逐江斜
有時鎖得(상=女+常)娥鏡 鏤出搖臺五色霞 (내 한자엔- 계집이름 ‘상’-이 없음)
                   * 능운사凌雲寺 : 사천성 樂山縣에 있는 절. 
                     * 상아0娥 : 달 혹은 달에 사는 선녀.
                     * 보월寶月 : 당 개원 때의 詩僧으로 無畏法師와 더불어 불경을 번역했다고 함.
                     * 요대搖臺 : 중국 신화에 나오는 곤륜산 위에 있는 단상. 그곳에서 신선이 살고 있으며 해와 달이 나온다고 함. 여기서는 능운사 달빛 아래 흩날리는 꽃을 형용하고 있음.


능운사의 이끼
센바람 따가운 햇살에
온갖 먼지 털어낸다
가로 놓인 구름
부용벽을 물들이고
시인 보월을
기다리는 듯하다
능운사의 꽃
하늘에 날아 비탈길 감아 돌아
강가로 달려 간다
때로는 달빛 거울
잡아 놓은 듯하고
하늘의 오색 무지개
새겨 놓은 듯하다   


 세월 속에 단아한 자태를 지니고 있는 능운사의 경내를 둘러보다가 임의 숨결을 느끼면서 읊은 시다. 능운사는 설도가 사모하는 장수, 위고가 완성한 절이다. 그래서 설도에게 있어 능운사는 예사로운 절이 아니다. 능운사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임, 그 자체이다. 위고의 흔적 속에 그의 체취까지 느껴지기 때문이다. 능운사의 이끼, 구름, 꽃, 달, 바람 등등은 영원히 버릴 수 없는, 아주 소중한 사랑의 일부이다. 그리움이고 기다림이며 속삭임이다.…때로는 달빛 거울/잡아 놓은 듯하고/하늘의 오색 무지개/새겨 놓은 듯하다…에서 설도는 능운사에 압도당했다. 그녀가 능운사를 대함은 곧 오매불망寤寐不忘, 그 꿈이 현실 같기 때문이다.
 비유比喩는 시인의 특수한 직관능력이다. 직관이 없이는 시를 쓸 수가 없듯이 그 직관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태어날 때, 이미 부여받은 천부적 소질이다. 그리고 시에 있어 여타 기교는 여벌이다. 문법과 수사학修辭學을 파고든다고 모두 시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수사학은 말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하여 말을 꾸미는 방법에 불과하다. 그래서 수사학은 천재의 능력이 아니고 누구든지 배우면 터득할 수 있는 것이지만, 시를 가르친다고 해서 시인이 만들어진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수사학적 비유는 명백한 유사성類似性을 근거로 하여 한 낱말을 다른 말로 대치代置하면 끝나는 것이지만, 시작 비유는 그러한 대치가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두 낱말이 각각 가지고 있는 서로 다른 의미의 배경이 그대로 강하게 느껴지도록 남아 있다. 시「능운사」는 이 점이 돋보이는 수작秀作이라고 하겠다.   

 

 

 

4. 이청조(李淸照)

중국 제일의 여류 문인 이청조(李淸照)

- 꽃과 달은 옛날 그대로이건만 -


1.
   중국사에 여류 문인이 등장하는 일은 흔하지 않다. 그러나 송대(宋代)의 이청조(李淸照)는 중국 문학사상 가장 뛰어난 여류시인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오늘날까지도 그녀의 작품은 널리 애송되고 있다.
   중국의 문학을 흔히 “한문(漢文), 당시(唐詩), 송사(宋詞), 원곡(元曲)” 이라 하듯이 당대는 시(詩)가 문학을 대표하였다면, 서민적 사회였던 송대는 문예의 꽃이 피면서 규칙에 얽매이지 않고 음곡(吟曲)에 따라 노래하도록 지어진 사(詞)가 널리 유행하였다. 사는 오언절구나 7언 율시와 같은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섬세한 미적 의식이나 정감을 개인의 독백 형식으로 풀어놓는데 이청조는 바로 이런 사의 명인이었다.

2. 유년시절
   이청조(1084~1151경)는 산둥(山東)성 지저우(齊州: 지금의 산둥성 지난(濟南))에서 태어났다. 호는 ‘이안거사(易安居士)’ 또는 ‘수옥(漱玉)’이라 하였으며 양송(북송과 남송)의 전란시대에 활동한 저명한 여류 사인(詞人)이다.
   그녀의 아버지 이격비(李格非, 자는 文叔) 역시 북송시대 저명한 문장가이다. 유명한 문장가 소식(蘇軾)이 이격비를 특별히 아꼈는데 소식을 따라 학문을 크게 익혔으며 ‘소문후사학사(蘇門後四?士: 이격비(李格非), 료정일(廖正一), 이희(李禧), 동영(董?)를 이름)’라고 불릴 정도로 명성이 높았다. 이격비는 산문, 시, 사에 뛰어났는데 이런 재능이 이청조에게 전해졌다고 한다. 이격비는 영리를 구하지 않은 청렴한 관리 생활을 하였다.
   이청조의 어머니 역시 명문집안 출신으로 문학적 소양을 갖춘 인물이었다. 이처럼 이청조는 문학적 분위기가 농후한 가정에서 풍부한 역사와 문학 자료에 친근감을 가지고 성장하였던 것이다.
   산수가 수려한 지난(濟南)에서 천진난만한 유년시절을 보내던 그녀는 어려서부터 글 읽기를 좋아하였다. 일찍이 그녀는 경사자집(?史子集), 시사가부(詩詞歌賦) 및 여러 문체에 눈을 돌려 문학적 재능을 개발하여 나갔다.

3. 결혼
   이청조는 18세에 조명성(趙明誠, 자는 ?甫)과 결혼하였다. 조명성은 당시 인재들이 모이는 태학에서 공부하고 있는 태학생이었는데, 금석문(金石文)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조명성의 아버지 조광지(趙挺之)도 고관에서 봉직하고 있었으니 그 역시 명문가문 출신이다.
   당시 풍습대로 그들도 서로 만난 적이 없는 상태에서 결혼하였지만 이들은 서로 사랑하며 상대를 존경하였다. 결혼 초의 생활은 부유하였고 남편 조명성과 함께 공동으로 서화 금석문을 수집 정리하였다.
   조명성은 아내의 해박함과 문학적 재능에 감탄하여 활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송대는 여성에게 전족(纏足)을 시키는 등 여성을 남성의 부속물처럼 여기던 시대였지만, 그는 출중한 재능과 소탈한 성격을 가진 아내를 존중했으며 이청조가 자신의 재능을 남김없이 발휘할 수 있도록 외조를 하였던 것이다. 이청조 역시 남편이 공명심이나 부를 탐하지 않고 오직 학문에만 몰두하는 일에 존경을 표하면서 그를 사랑했다. 조명성은 나중에 금석문에 해박한 지식을 갖게 되었고 결국 구양수를 이어 저명한 금석학자가 되었는데 이는 이청조의 도움이 컸던 것이다.
   성품과 취향이 비슷했던 이들 부부는 ‘선 결혼 후 연애(先結婚後戀愛)’, 이른바 ‘먼저 결혼하고, 후에 연애한’ 전형적인 사례가 되었던 것이다. ?

4. 당쟁과 전란으로 인한 수난
   훗날 이청조의 아버지는 당쟁에 휘말려 정치적 모함을 당하고 그의 가문도 자연 몰락하였다. 당시 왕안석(王安石, 1021∼1086)이 부국강병을 위하여 신법을 내세우자 보수파들은 이를 반대하였고, 결국 사마광을 중심으로 한 구법당과 왕안석을 중심으로 한 신법당이 대립하는 이른바 당쟁이 일어났는데, 이 때 이청조의 아버지는 구법당에 속해 신법을 반대하였다. 조정에서는 사마광 등 300여 명의 구법당 인사들을 간당(姦黨)이라 하여 그 이름을 돌에 새겨 전국 여러 곳에 세워(이것을 ‘원우당적비<元祐黨籍碑>’라 함) 탄핵할 정도로 억압하였는데 이청조의 아버지 이격비도 그 대상이 되었다. 
그런데 이청조가 시집을 간 그 이듬해, 친정아버지 이격비는 탄핵되어 옥에 갇혔다. 반면 시아버지 조정지(趙挺之)는 구법당을 탄핵하는 중심인물로 활동하였다. 이청조가 당시의 재상에게 마음을 감동시키는 장문의 편지를 써 보낸 바람에 이격비가 구출되기는 하였지만 많은 구법당 관료 학자들이 제거되고 이격비 가정도 몰락하게 되었다. 반면 조정지는 반대파 탄핵에 대한 공이 인정되어 후에 재상의 자리에까지 올랐다. 그러니 알고 보면 이청조는 정적(政敵)의 집안에 시집을 간 셈이었다.
   1126년에는 ‘정강(靖康)의 변’이 일어났다. ‘정강(흠종의 연호)의 변’이란 여진족이 세운 금(金, 1115-1234)이 북송을 침입하고 휘종(徽宗;上皇), 흠종(欽宗) 등을 포로로 잡아감으로써 북송이 멸망당한 사건을 말한다. 요를 멸망시킨 금이 1123년 연경 부근의 6주를 송에게 할양해 줄 때 송과 맺은 약속을 송이 이행하지 않는다 하여 금은 송의 수도 카이펑(開封)을 공격하였다. 이에 송은 세폐(歲弊)의 지불, 영토 일부의 할양 등을 조건으로 화의를 맺었으나 송이 약속을 지키지 않음으로 금군이 재침하여 카이펑을 함락하고(1126), 이듬해에는 휘종·흠종을 비롯한 황후·태자·비빈·대신 등 3천여 명을 포로로 잡아갔을 뿐 아니라 많은 재물을 약탈하여 갔는데, 이로 인하여 북송은 멸망하고 말았다.
   이후 흠종의 동생 고종(高宗)이 즉위하여 송왕실을 재건하고 남쪽으로 내려와 린안(臨安, 오늘의 杭州)에 도읍하니 이를 남송(1127-1279)이라 한다.
   이런 전란 가운데 이청조 부부도 사람들을 따라 남쪽으로 피난하였다. 정처 없는 피난길에도 이들 부부는 오직 서화 및 골동품에 대한 애착뿐이었다. 피난 생활 중 이청조 남편 조명성은 남송 지배 하에서 후저우(湖州)의 지사(知事)로 명을 받았다. 평소 관직에 관심 없던 그였지만 나라가 여진족에 빼앗기는 것을 그저 보고만 있을 수 없어서 선뜻 응했다. 그러나 후저우 지사가 된 지 얼마 안 되어 그는 갑자기 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만다.
   이청조는 고향도, 사랑하는 남편도 전란 중에 잃고 말았다. 당시 이청조의 나이는 45세였는데 남편이 병사하자 이청조는 큰 충격을 받게 되었다. 이것은 그녀의 일생에서 커다란 전환점이 되었다.
   꽃이 피고 달이 뜬 한가위 밤에 이미 세상을 떠나 없는 남편과의 다정했던 옛날을 회상하면서 그녀가 지은 시가 유명하다. 한없이 깊어만 가는 외로움을 달랠 길 없어 몸부림치는 작가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십오 년 전 달빛 어린 꽃 아래서 (十五年前花月底)
   서로 함께 그 꽃 보며 시를 지었도다. (相從曾賦賞花詩)
   지금 보니 그 꽃 그 달 옛날 그대로이건만 (今看花月渾相似)
   이내 마음 어찌 옛적과 같으리오 (安得情懷似往時)

   그녀는 외로운 신세가 되어 항저우(杭州), 위에저우(越州) 등지를 돌아다니며 지내다가 만년에는 진화(金華)에 있는 동생 집에서 생활하였다. 그러던 중 그녀는 다시 남편이 그토록 애착을 가지고 작업하던 『금석록(金石錄)』이라는 책을 완성하는 데 온 힘을 쏟았다. 『금석록』은 철, 동 비석 등에 새겨진 글을 모아 연구한 책으로, 그녀는 예술품과 책을 팔아 생계를 유지해 가면서 저서를 완성하였다. 후에 『금석록』은 중국 역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되었다.?
   이청조는 문학상 뛰어난 업적을 남겼다. 그녀는 시(詩), 사(詞), 문(文), 부(賦) 등의 장르에 탁월한 작가이지만 무엇보다도 그녀의 명성을 높인 것은 사(詞)이다. 젊었을 때 이미『사론(詞論)』펴 일가를 이루었다. 그녀가 지은 사의 작풍은 사체와 음률의 어울림을 중요하게 여겼으며 서정적인 점이 두드러지고 있다. 우미(優美) 섬세함을 기조로 하면서도 당시의 구어(口語)를 대담하게 삽입하여 재기 넘치는 작품들을 많이 지었다. 특히 유랑 후의 작품에는 인생의 고독과 불안을 투시한 청렬(淸冽)한 맛이 가미된 송사(宋詞)의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그녀는 이안체를(易安體)를 창립하였고 아울러 남당의 황제 이욱(李煜), 송대의 진관(秦觀), 주방언(周邦彦) 등과 함께 이른바 ‘완약파(婉約派)’ 를 이루어 중국 문학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이청조는 남편이 죽은 지 3년 후에 장여주(張汝舟)와 재혼하였다. 남편과의 사별, 금의 침입으로 인한 전란, 거기에 몸에 병까지 들어 더욱 생활이 처참하게 되었을 때, 장여주가 찾아와 그녀를 격려하자 심약해 있던 이청조는 그에게 마음을 주고 재혼하였다. 외로웠던 이청조는 의지할 대상을 찾았던 것이다.
그러나 장여주가 50세가 다 된 이청조를 아내로 맞은 것은 그녀의 재산이 탐이 나서였다. 그렇기에 장여주는 그녀의 재물만을 탐하면서 학대하는 일이 많았는데 이로 인해 그들은 서로 자주 다투게 되었다. 끝내 이청조는 남편과 약 100일 만에 헤어지고 말았다.
   그녀가 재가한 것에 대해서는 일부 비난의 목소리가 없지 않다. 이청조의 탁월한 문학적 소양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이청조가 절개를 지키지 않고 다시 재가를 했다는 데에 대한 비난이다. 그러나 왕안석도 과부의 재혼을 권하고 있듯이 당시에는 재혼이 비난의 대상이 아니었던 것 같다. 또 당시 몰락한 가정의 여인의 몸으로 혼자『금석록』이라는 방대한 거작을 집필하고 출판하는 일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라는 동정심을 보이는 사람도 있다.

   생에 대한 예리한 묘사는 사색의 여운을 남기고
그녀의 작품 세계를 보면 전반기에는 밝은 면이 많았으나 후반기에는 쓰라림, 애달픔 등이 많이 배어있다. 당쟁, 전란, 거기에 남편의 죽음, 재혼, 방랑 생활 등 시대의 아픔과 환경의 변화는 그의 삶을 애달프게 하였던 것이다. 그렇기에 그의 작품 가운데에는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인간의 고뇌와 번민을 많이 그렸는데 그녀의 작품은 표현이 섬세할 뿐 아니라 심정과 자연 풍경에 대한 세밀한 묘사를 통하여 사람들에게 사색의 여운을 남겨주고 있어 중국 문학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말년의 작품 『성성만(聲聲慢)』은 자연의 정경과 심경을 잘 묘사하고 있는데 후반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地?花堆? (널리 펼쳐진 정원의 황화(국화 꽃) 떨어져 쌓이는데 )
憔悴損 (시들어 하나도 남김없이 다 지고 있으니 )
如今有?堪摘 (지금 어디서 더 딸 것이 있으랴)
守著?兒 (창가에 기대어 그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데)
?自?生得黑 (외롭게 어찌 밤을 맞으리오) 
梧桐更兼?雨 (떨어지는 오동잎 거기에 더불어 내리는 가랑비)
到?昏 点点滴滴 (황혼에 이르러 뚝뚝 떨어지니)
?次第 (이러한 정경 ) 
?一?愁字了得 (어찌 한낱 ‘수(愁)’라는 한자만으로 다 표현해 낼 수 있으리오)


   이청조는 나라를 빼앗기고 남편과의 사별, 재혼의 실패 등 실의에 찬 생활을 하다가 1151년에 지난에서 67세의 나이로 생을 마쳤다.
   산둥성의 지난시에 가면 천성광장(泉城廣場) 맞은편에 맑은 샘이 있는 표돌천공원(?突泉公園)이 있다. 공원 안의 수옥천반(漱玉泉畔)에 그 고장 출신의 여류작가 이청조를 기념하기 위하여 이청조기념당(李?照紀念堂)을 만들어 시민들과 관광객들로 하여금 그녀를 기리도록 하고 있다. 산둥성 칭저우(靑州)시에서도 칭저우시 박물관 옆에 이청조기념관(李?照記念館)을 설립하여 유물들을 진열하여 두었다.
   이청조는 그간 『이안거사문집(易安居士文集)』,『이안사(易安?)』등 7권의 수필과 6권의 사집을 냈으나 소실되고 단지『수옥사(漱玉詞)』를 중심으로 여기저기서 조금씩 전해지고 있을 뿐이다. 그의 작품은 남송 시대의『악부아사(?府雅詞)』가운데 있는 「이이안사(李易安詞)」23수, 명말 『수옥집(漱玉集)』의 17수, 청말 『수옥사(漱玉詞)』의 50수, 조만리(趙万里) 편집의『수옥집(漱玉集)』60수, 중화인민공화국시대의『이청조집(李?照集)』78수 등이 있으며 인민문학출판사(人民文?出版社)에서 간행한『이청조집교주(李?照集校注)』는 비교적 잘 정비된 전집으로 오늘날 남아 있는 이청조의 작품(사, 시, 문 등)을 총망라하여 수록하고 있어 이청조 작품 이해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이청조에 대한 관심이 많고 그의 시사(詩詞)에 대한 많은 번역서가 나와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사(詞)의 장르가 가장 뒤진 감이 든다. 오늘날 중국에서는 한시를 구체시(舊體詩)라 부르면서 한시보다는 시사를 더 애호하고 있는 편이다. 그래서 이청조는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사인(詞人)이다. 여성 특유의 예리한 묘사와 사색의 여운을 남겨주는 그녀의 작품은 오늘날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으며 특히 젊은이들은 그녀를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사인으로 그녀를 추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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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장군 시모음

 

1. 시조(時調) "한산(閑山)"

 

한산(寒山)섬 달 밝은 밤에 수루(戍樓)에 혼자 앉아

큰 칼 옆에 차고 깊은 시름 하는 차에

어디서 일성호가(一聲胡笳)는 남의 애를 끊나니

[漢譯]

寒山島月明夜上戍樓 (한산도월명야상수루)

撫大刀深愁時 (무대도심수시)

何處一聲羌笛更添愁 (하처일성강적갱첨수)

[해설]

한산도의 원래 한자명에는 "한가할 한()"자를 쓴다고 한다. 근데 이순신 장군은 윗 시조의 제목에는 "한가할 한()"자를 쓰고, 본문에는 "추울 한()"자를 썼다. 이는 칠천량에서 조선수군이 전멸한 후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처참한 상황에 대한 이순신 장군의 쓸쓸하고 참담한 심경을 담은 것이라고 한다.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보면 수루(戍樓)"지킬 수()"자를 술(), () 등 많이 틀리게 썼다. 음도 다르고 뜻도 다른데 왜 이런 현상이 발생했는지 모르겠다. 지킬 수()는 곧 지킬 수()와 의미가 같다.

, "일성호가(一聲胡笳)""호드기, 피리 가()"자를 "노래 가()", "연줄기 가()" 등으로 많이 틀리게 썼다. 호가(胡笳)는 직역하면 "호인(胡人, 북방민족)의 피리"란 뜻으로, 漢譯本"강적(羌笛)"과 상통한다. 왜냐면 강적(羌笛)"()"도 중국 서북방의 소수민족을 뜻하기 때문이다. 물론 윗 시조에서는 호가(胡笳), 강적(羌笛)이 그냥 피리를 뜻한다.

漢譯本"강적(羌笛)"도 유적(羑笛)이라고 잘못 쓴 경우를 봤다. "()""유리(羑里)"라는 고대의 땅 이름에만 쓰이는 글자다. (유리(羑里) : 현재의 중국 河南省 湯陰 일대라고 함)

, 漢譯本撫大刀(무대도) 중 대() 자를 태() 자로 쓴 경우도 봤다. 이는 둘 다 "크다"는 의미를 갖고 있어 어느 한 쪽이 잘못 쓴 것 같지는 않다. 근데 내 입맛에는 大刀가 더 익숙한 지라 난 大刀로 썼다.

 

2. 閑山島夜吟 (한산도야음 : 한산도에서 밤에 읇다)

水國秋光暮 (수국추광모) : 물나라에는 가을빛 저물었는데

驚寒雁陣高 (경한안진고) : 추위에 놀란 기러기 떼 높이 떴구나

憂心輾轉夜 (우심전전야):근심으로 전전반측(輾轉反側) 밤새 잠못 이룬 사이에

殘月照弓刀 (잔월조궁도) : 싸늘한 새벽달이 어느새 활과 칼을 비추네.

 

이 시의 경우에도 둘째 줄 雁陣(진칠 진)(늘어놓을 진)을 잘못 쓰거나, 셋째 줄 輾轉(전전)轉輾이라고 거꾸로 쓴 경우를 봤다. 雁陣은 기러기 떼를 기러기가 진을 친 것에 비유한 것이고, 輾轉輾轉反側(전전반측)에서 나온 말이다.

 

3. 陣中吟1 (진중음 : 진중에서 읇다)

天步西門遠 (천보서문원) : 임금의 발걸음은 서쪽 문으로 멀어지고

君儲北地危 (군저북지위) : 왕자들은 북쪽 땅에서 위험에 처했으니

孤臣憂國日 (고신우국일) : 외로운 신하는 나라를 걱정하는 날이요

壯士樹勳時 (장사수훈시) : 장수들은 공훈을 세워야 하는 때이로다

誓海魚龍動 (서해어용동) : 바다에 맹세하니 고기와 용이 감동하고

盟山草木知 (맹산초목지) : 산천에 맹세하니 풀과 나무도 알아주네

讐夷如盡滅 (수이여진멸) : 만일 오랑캐를 모조리 멸할 수만 있다면

雖死不爲辭 (수사불위사) : 비록 죽는다 해도 결코 사양하지 않겠노라

이 시도 정말 쉽고 멋있다. 특히 함련(颔联3,4)과 경련(颈联5,6)이 각각 정연한 대구를 이루고 있어 더욱 절묘하다.

2구의 君儲北地危 君儲(군저)東宮(동궁)이라고 쓴 경우를 많이 봤는데, 이는 둘 다 "왕자, 태자"를 뜻하기 때문에 둘 다 말이 된다. 이순신 장군의 친필 원본에는 어떻게 쓰여있는지 궁금하다.

君儲 : 에 곧 "태자, 왕세자"라는 뜻이 있다.

東宮 : 본래 왕자가 거주하는 궁궐의 동쪽 건물(그래서 東宮)를 뜻하는 말이었으나, 의미가 확장되서 "왕자" 자체를 가리키기도 한다.

7구의 (원수 수)라고도 쓴다.

 

4. 陣中吟2 (진중음2)

二百年宗社 (이백년종사) : 이백년 종묘사직[宗社]

寧期一夕危 (영기일석위) : 하루 저녁에 위기에 처할 줄 어찌 예상했겠는가

登舟擊楫日 (등주격즙일) : 배에 올라 상앗대[] 두드리며 맹세하는 날이요

拔劍倚天時 (발검의천시) : 하늘 향해 칼 뽑을 때로다

虜命豈能久 (노명기능구) : 놈들의 운명이 어찌 오래가겠느냐

軍情亦可知 (군정역가지) : 적군의 정세도 짐작하거니

慨然吟短句 (개연음단구) : 비분강개 짧은 시 구절 읊어 보지만

非是喜文辭 (비시희문사) : 글을 즐겨 하는 것은 아닌 거라네

 

일부 인터넷에서 제1구의 二百年(이백년)을 삼백년이라고 해석해 놓은 것을 몇 번 봤다. 근데 대개의 경우 해석만 있고 원문이 없어서 二百年이 맞는지 三百年이 맞는지 잘 모르겠다. 근데 따지고 보면 임진왜란은 조선 건국 후 약 200년만에 일어난 전쟁이라 내 생각에는 二百年이 맞는 것 같다.

, 5구의 (어찌 기)""라고 읽어놓은 경우도 봤다. 이건 "어찌 기"라고 읽어야 옳다.

3登舟擊楫(등주격즙)이란 말에는 유래가 있다. <晉書·祖逖傳(진서·조적전)>에 따르면, 중국 진()나라의 조적(祖逖)이란 장수가 중원을 회복하기 위해 군사를 이끌고 배를 타고 북으로 향할 때, 친히 상앗대를 두드리며 맹세했다고 한다. 중원을 회복하지 못하면 결코 싸움을 멈추지 않겠노라고...

이순신 장군은 이 典故를 시에 인용함으로서 오랑캐의 손아귀로부터 국토를 회복하겠다는 강한 결의를 표현한 것 같다.

 

5. 陣中吟3 (진중음3)

水國秋風夜 (수국추풍야) : 물나라에 가을바람 서늘한 밤

愀然獨坐危 (초연독좌위) : 쓸쓸히 홀로 앉아 생각하노니

太平復何日 (태평복하일) : 어느 께나 이 나라 편안하리오

大亂屬玆時 (대란속자시) : 지금은 난리를 겪고 있다네

業是天人貶 (업시천인폄) : 공적은 사람마다 낮춰 보련만

名猶四海知 (명유사해지) : 이름은 부질없이 세상이 아네

邊優如可定 (변우여가정) : 변방의 근심을 평정한 뒤엔

應賦去來辭 (응부거래사) : 도연명 귀거래사[去來辭] 나도 읊으리

 

이 시는 좋긴 한데, 이은상 씨가 번역했다고 하는 5,6구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난 당초 이렇게 이해를 했다. 다소 <불멸의 이순신>스러운 해석이긴 하지만... 근데 한자의 뜻과 어순이 그런 걸 어떡해~

業是天人貶 : 업적은 天人(여기서는 임금을 가리킴)이 폄하를 해도,

名猶四海知 : 이름은 여전히 四海(, 세상)가 알아줄 것이다.

 

6. 贈別宣水使居怡 (증별선수사거이 : 선거이(宣居怡) 수사와 작별하며)

北去同勤苦 (북거동근고) : 북쪽에 가서도 함께 동고동락했고,

南來共死生 (남래공사생) : 남쪽에 와서도 생사를 같이 했지.

一杯今夜月 (일배금야월) : 오늘밤은 달 아래 한 잔 술을 나누고,

明日別離情 (명일별리정) : 내일은 이별의 정을 나눠야 하는구나.

 

이 시도 정말 쉽고 가슴에 와 닿는다. 배경지식 전혀 없이 딱 읽어보기만 해도 선거이(宣居怡)란 사람이 이순신 장군의 오랜 전우였겠거니...하고 짐작할 수 있다. 그럼 감상 다 끝난 거지 뭐~ 특히, 1,2구가 정연한 대구를 이루고 있어 더욱 절묘하다!

인터넷에 보면 맨 마지막줄 別離情(뜻 정)(찧을 정)이라고 쓴 경우가 왕왕 있었다. 오타인 것 같다. 내 생각에는 "이별의 정"이란 의미에서 (뜻 정)이 맞는 것 같다.

 

7. 無題1 (무제1)

不讀龍韜過半生 (불독용도과반생) : 병서[龍韜]도 못 읽고 반생 지내느라

時危無路展葵誠 (시위무로전규성) : 위태한 때 (일편단심) 충성 바칠 길 없네

峩冠曾此治鉛槧 (아관증차치연참) : 지난날엔 높은 갓 쓰고 글 읽다가

大劍如今事戰爭 (대검여금사전쟁) : 오늘은 큰 칼 들고 싸움을 하네

墟落晩烟人下淚 (허락만연인하루) : 마을의 저녁 연기에 눈물 흘리고

轅門曉角客傷情 (원문효각객상정) : 진중의 새벽 호각 마음 아프다

凱歌他日還山急 (개가타일환산급) :훗날개선가가 울려퍼지면급히산으로 돌아가

肯向燕然勒姓名 (긍향연연륵성명) : 기꺼이 燕然山에 공적을 새기리

 

燕然山 :(한나라 장수 두헌)

이 시도 3,4구와 5.6구가 각각 정연한 대구를 이룬다. 한시마다 이렇게 멋진 대구를 구사하는 걸로 봐서 이순신 장군은 확실히 문무겸전(文武兼备)이다.

1구의 龍韜(용도)란 태공망(太公望)이 지었다고 전해지는 병법책 <六韜(육도)>의 일부로서, 그 의미가 확장되어 병법서의 대명사로 쓰인다.

3구의 (높을 아)로 쓰기도 한다. 중국 四川省 峨嵋山(아미산)가 바로 이 ""자다.

마지막 줄 燕然勒姓名(연연륵성명)이란 말에도 유래가 있다. <後漢書>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한다.

后汉书·窦融传窦宪传》:“(窦宪)与北单于战于稽落山大破之虏众崩溃单于遁走。……秉遂登燕然山去塞三千余里刻石勒功纪汉威德

해석 : 두헌(竇憲)이 북흉노의 왕과 계락산(稽落山)에서 싸워 크게 이겼다. 흉노는 대부분이 전멸했고, 흉노왕은 도망갔다. ...(중략)...두헌(竇憲)과 병()은 곧 연연산(燕然山)에 올라, 국경선 3천여리 밖까지 나아갔고, 돌을 새겨 전공을 기록하여, ()나라의 위엄과 덕()을 세웠다.

, 이순신 장군은 윗 시에 이 典故를 인용, 자신을 한나라의 장수 두헌(이 사람이 누군지는 구체적으로 모르겠지만 암튼)에 비유하여 오랑캐를 물리치고 조선의 위엄을 빛낼 수 있도록 큰 전공을 세우겠다는 강한 포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제7구의 還山急 이 의미하는 바도 비유적인 의미에서의 燕然山일 것이다.

 

8. 無題2 (무제2)

北來消息杳無因 (북래소식묘무인) : 북쪽 소식 아득히 들을 길 없어

白髮孤臣恨不辰 (백발고신한불신) : 외로운 신하 시절을 한탄하네

袖裡有韜摧勁敵 (수리유도최경적) : 소매 속엔 적 꺾을 병법 있건만

胸中無策濟生民 (흉중무책제생민) : 가슴 속엔 백성 구할 방책이 없네

乾坤黯黲霜凝甲 (건곤암참상응갑) : 천지는 캄캄한데 서리 엉기고

關海腥膻血浥塵 (관해성전혈읍진) : 산하에 비린 피가 티끌 적시네

待得華陽歸馬後 (대득화양귀마후) : 화산의 남쪽으로 말 돌려보내고 나면

幅巾還作枕溪人 (폭건환작침계인) : 두건 쓴 처사 되어 살리라

 

2白髮孤臣 (흰 백)자를 (다 개)자로 쓴 경우를 여럿 봤다. 내 생각에는 (흰 백)자를 쓴 白髮(백발)이 맞는 것 같다. 여기서 白髮(백발)은 정말 머리가 하얗게 새었다는 의미가 아니가 나라 걱정으로 머리가 하얗게 샐 지경이라는, 그냥 문학적 표현이다.

3구의 (감출 도)는 윗 시에서처럼 병법서의 대명사로서 이체자(異體字)라고 쓰기도 한다.

3구의 (꺽을 최)라고 잘못 쓴 경우도 봤다. zuǐ라고 읽는 데 우리말 독음은 뭔지 잘 모르겠다. "(산이) 높고 험준하다"는 뜻이라고 한다. 嶊崣[zuǐwěi] : ()高峻.

, 5구의 (검을 암)(점찍을 점)으로 잘못 쓴 경우도 봤다. 은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데...

7구의 華陽歸馬(화양귀마)라는 말에도 유래가 있다. ~매 시마다 典故없는 게 없구나!

<尙書·武成>에 이런 말이 나온다. "...乃偃武修文歸馬於華山之陽放牛于桃林之野..."

...이에 무()을 멈추고 문()을 제창하니, 화산(華山)의 남쪽()으로 (전장에서 쓰던) 말을 돌려보내고, 도림(桃林)의 벌판에 (전장에서 쓰던) 소를 풀어놓네...",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도래한 것에 대한 비유적 표현인 것이다.

참고로 말하면, 산의 남쪽 또는 물의 북쪽을 ()이라 부르고, 산의 북쪽 또는 물의 남쪽을 ()이라 부른다. 가령, 중국의 천년고도 洛陽(낙양)을 직역하면 "洛水(낙수)의 북쪽"이란 뜻이다. 따라서 윗 시 제7구의 華陽(화양)도 직역하면 "華山의 남쪽"이란 뜻이고, 윗 구절은 문자 그대로의 뜻을 말한 것이 아니라 전쟁이 끝난 상황을 典故로서 표현한 것이다.

 

9. 無題六韻 (무제육운)

蕭蕭風雨夜 (소소풍우야) : 비바람 부슬부슬 흩뿌리는 밤

耿耿不寐時 (경경불매시) : 생각만 아물아물 잠 못 이루고

懷痛如摧膽 (회통여최담) : 쓸개가 찢기는 듯 아픈 이 가슴

傷心似割肌 (상심사할기) : 살을 에는 양 쓰린 이 마음

山河猶帶慘 (산하유대참) : 강산은 참혹한 꼴 그냥 그대로

魚鳥亦吟悲 (어조역음비) : 물고기 날새들도 슬피 우누나

國有蒼黃勢 (국유창황세) : 나라는 갈팡질팡 어지럽건만

人無任轉危 (인무임전위) : 바로 잡아 세울 이 아무도 없네

恢復思諸葛 (회복사제갈) : 제갈량 중원 회복 어찌했던고

長驅慕子儀 (장구모자의) : 몰아치던 곽자의 그리웁구나

經年防備策 (경년방비책) : 몇 해를 원수막이 한다고 한 일

今作聖君欺 (금작성군기) : 이제 와 돌아보니 님만 속였네 (이은상 역)

 

이 시는 3개의 오언절구시로 이루어진 조시(組詩 : 모음시)같다. 이 전체가 통째로 시 한 수는 아닌 듯~우선 제1수의 제1"蕭蕭(소소)"는 비바람의 소리를 묘사한 의성어이다. 근데 이 ""자를 "(퉁소 소)"로 잘못 쓴 경우를 봤다.

1수 제3구의 "(꺾을 최)"(zuǐ)로 잘못 쓴 경우를 봤다. ! "(zuǐ)" 이 글자는 입력하기 힘든 글자라 이건 여간해선 잘못 쓰기 힘든데...

3수 제2구의 "慕子儀" "(사모할 모)""(성곽 곽)"으로 잘못 쓴 경우를 봤다.이는 子儀가 곧 ()나라 때의 장수 郭子儀(곽자의)를 뜻하는 거라 아예 통째로 長驅郭子儀(장구곽자의)라고 쓴 모양인데, 이렇게 쓰면 말도 되지 않을 뿐더러 제1"恢復思諸葛"와도 대구가 성립되지 않는다. 長驅郭子儀라고 쓰면 국문해석문에 있는 "그리워하다"라는 동사-여기서는 -가 없지 않은가.

郭子儀(곽자의)는 당나라 때의 유명한 장수로 "安史之亂(안사의 난)"을 평정한 일등공신이다. 諸葛亮(제갈량), 郭子儀(곽자의) 모두 군왕을 잘 보필하고 전란을 평정하여 나라를 안정시킨 인물이니, 당시 이순신 장군은 얼마나 이런 사람들이 그리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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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글자 맞선 말 二字對語(병렬구조의 한자어)

 

加減 더할가 덜감 增加 添加 附加 除減 削減 蕩減

街路 거리가 길로 市街 道路 路邊

歌舞 노래가 춤출무 歌唱 唱歌 歌謠 舞蹈 舞踊

可否 옳을가 아닐부 肯可 肯定 否定 否認

稼穡 심을가 거둘색 稼動

各個 각각각 낱개 各自 個別

間隔 틈간 사이뜰격 間隙 隔差

肝膽 간간 쓸개담 肝膽相照

簡易 대쪽간 쉬울이 簡單 簡便 簡札 容易

干支 방패간 가를지 天干 地支 十干 十二支

幹枝 줄기간 가지지 根幹 枝葉

葛藤 칡갈 등나무등 葛藟 藤蘿

甘苦 달감 쓸고 苦盡甘來 甛甘 苦痛 苦難 辛苦

堪當 견딜감 당할당 堪耐 應當 宜當 適當

甲乙 천간갑 천간을 甲男乙女 天干

綱倫 벼리강 인륜륜 三綱五倫 紀綱

講習 익힐강 익힐습 講演 講義 講論 講說 演習 練習 實習

强弱 굳셀강 약할약 强硬 强勁 剛勁 虛弱 軟弱 幼弱 柔弱

開閉 열개 닫을폐 開闢 開封 閉鎖 開闔

去來 갈거 올래 逝去 去取 往來

乾濕 하늘건 축축할습 乾燥 乾坤 潤濕

犬馬 개견 말마 犬馬之勞 犬猿 牛馬

見聞 볼견 들을문 目見 見識 見學 聽聞

堅固 굳을견 굳을고 堅實 確固 固陋

耕耘 밭갈경 김맬운 耕作 耘耔

經緯 날경 씨위 經過 經驗 經世 緯俗

競爭 겨룰경 다툴쟁 競合 鬪爭 爭覇 戰爭

輕重 가벼울경 무거울중 輕薄 輕微 重厚

京鄕 서울경 시골향 京都 京城 鄕邑 鄕村

股肱 넓적다리고 팔뚝굉 股肱之臣 手足 句股弦(직각삼각형)

古今 옛고 이제금 古昔 今時 只今 現今 今昔

孤獨 외로울고 홀로독 鰥寡孤獨 孤立 獨自

苦樂 쓸고 즐길락 苦痛 苦難 辛苦 耽樂 喜樂 娛樂

高低 높을고 낮을저 高下 高尙 低俗

考察 상고할고 살필찰 考慮 思考 觀察 視察 監察 査察

曲直 굽을곡 곧을직 屈曲 歪曲 垂直

骨肉 뼈골 고기육 骨髓 骸骨 筋肉 皮肉

攻防 칠공 막을방 攻守 攻襲 攻擊 防禦 堤防

公私 공변될공 사사사 公共 隱私 公卿

功罪 공공 허물죄 功勳 功勞 罪過 罪辜

棺槨 널관 덧널곽 棺柩 木棺 石槨

冠帶 갓관 띠대 冠帽

貫徹 꿸관 통할철 貫通 透徹

廣狹 넓을광 좁을협 廣大 廣闊 狹小 狹窄

乖離 어그러질괴 떼놓을리 乖愎 分離 離合

驕慢 교만할교 게으를만 驕誇 怠慢 謙遜 卑屈 泰而不驕

巧拙 공교할교 졸할졸 巧妙 工巧 拙劣 拙速

敎學 가르칠교 배울학 敎養 敎育 學藝 學習

具備 갖출구 갖출비 具顯 具體 備置 設備

救援 건질구 당길원 救助 援助 救急 支援

句節 글귀구 마디절 語句 句文

構築 얽을구 쌓을축 結構 建築

君臣 임금군 신하신 君王 君主

屈伸 굽을굴 펼신 屈曲 屈服 屈伏 屈從 屈折 伸張

弓矢 활궁 화살시 弓弩

宮殿 집궁 큰집전 宮闕 殿閣

權衡 저울추권 저울대형 權勢 平衡

鬼神 귀신귀 귀신신 神靈 神仙

貴賤 귀할귀 천할천 富貴 貧賤 尊貴 卑賤

歸還 돌아갈귀 돌아올환 返還 復歸

均衡 고를균 저울대형 均一 平均 銓衡 平衡

極限 다할극 한계한 窮極 至極

根幹 뿌리근 줄기간 根本 根源

勤怠 부지런할근 게으를태 勤儉 勤勉 怠慢

今昔 이제금 예석 古今 往昔

禽獸 날짐승금 길짐승수

期待 기약할기 기다릴대 企待 期約 週期 待接

麒麟 수컷기린기 암컷기린린

記述 적을기 지을술 記錄 敍述 著述

奇正 기이할기 바를정 奇異 奇怪 正規

基礎 터기 주춧돌초 基盤 基本 定礎 礎石

緊張 굳게얽을긴 베풀장 緊縮 擴張

吉凶 길할길 흉할흉 吉祥 凶惡

難易 어려울난 쉬울이 困難 艱易 簡易 容易

男女 사내남 계집녀 男兒 婦女

南北 남녘남 북녘북 南面 東南 西北

內外 안내 밖외 內容 外形

奴婢 종노 여자종비 奴隸 婢僕

濃淡 짙을농 뮭을담 濃厚 淡白

茶菓 차다 과자과 茶酒

多少 많을다 적을소 夥多 寡少 些少

段階 구분단 섬돌계 階段 階級 層階

單獨 홑단 홀로독 單一 單複 惟獨 唯一

斷續 끊을단 이을속 斷絶 切斷 繼續 連續

端雅 바를단 우아할아 端正 端緖 優雅 雅淡

丹靑 붉을단 푸를청 丹丸 朱丹 靑綠 碧靑

談話 말씀담 말할화 談論 談說 說話

大小 큰대 작을소 重大 微小

隊伍 대대 대오오 部隊 隊列 隊長 伍長

對應 마주할대 응할응 相對 絶對 適應 應當

貸借 빌릴대 빌차 賃貸 賃借 貸出 借入 假借

刀劍 칼도 칼검 刀兵 槍劍

桃李 복숭아나무도 자두나무리 桃花 李花 杏花 梨花

屠殺 잡을도 죽일살 屠戮 弑殺 殺戮

圖書 그림도 쓸서 河圖 洛書 圖畵 書畵

跳躍 뛸도 뛸약 도 躍動 躍進

陶瓷 질그릇도 사기그릇자 陶器 瓷器 土器

逃避 달아날도 피할피 逃走 回避

敦篤 도타울돈 도타울독 敦厚 篤實

東西 동녘동 서녘서 東西南北

同異 한가지동 다를이 同一 相異

動靜 움직일동 고요할정 動搖 動作 靜肅 靜寂

頭足 머리두 발족 頭尾 頭角 手足

得失 얻을득 잃을실 取得 獲得 亡失 滅失 消失

騰落 오를등 떨어질락 登落 當落 飛騰 登陟 墜落 墮落 脫落

老少 늙을로 젊을소 老大 長老 耆老 幼少

論說 말할론 말씀설 討論 言說

聾啞 귀머거리롱 벙어리아 盲啞

龍虎 용룡 범호 龍鳳 龍蛇 虎豹

陸海 뭍륙 바다해 水陸 陸地 海洋

律呂 법률 음률려 陽 六律 陰 六呂

理氣 다스릴 기운기 道理 理致 氣運 氣象 氣候 氣息

離合 떼놓을리 합할합 分離 距離 離別 統合 綜合 合同

利害 날카로울리 해칠해 利益 利潤 銳利 損害 害惡

林泉 수풀림 샘천 森林 林木 源泉

摩擦 갈마 비빌찰 硏磨 鍊磨 磨耗 撫摩

網羅 그물망 새그물라 魚網 鳥羅 兎罘 森羅 羅列 罕罔

媒介 중매매 끼일개 仲媒 觸媒 媒婆 介入 仲介

賣買 팔매 살매 販賣 購買 賣出 買入

埋沒 묻을매 가라앉을몰 埋立 埋藏 埋葬 沈沒 沒入

脈絡 맥맥 헌솜락 血脈 脈搏 經絡

免除 면할면 덜제 辭免 除去

明暗 밝을명 어두울암 明瞭 明晳 明白 暗黑 昏暗

謀略 꾀할모 다스릴략 計謀 謀策 計略 策略

毛髮 털모 터럭발 羽毛 鬚髮 鬢髮

矛盾 창모 방패순 槍 戟 矟 殳 干

侮辱 업신여길모 욕되게할욕 侮罵 侮蔑 罵辱 恥辱

募集 모을모 모일집 蒐集 集團 集合

沐浴 머리감을목 목욕할욕 沐洗 沐雨 沐櫛

朦朧 풍부할몽 흐릿할롱

巫覡 무당무 박수격 巫堂

貿易 바꿀무 바꿀역 貿販 交易 變易

問答 물을문 답할답 疑問 諮問 對答

紊亂 어지러울문 어지러울란 混亂

文武 글월문 굳셀무 文字 文章 句文 武藝

門戶 문문 지게호 窓門 家戶 戶口

米麥 쌀미 보리맥 米穀 糧米 菽麥

微積 작을미 쌓을적 微積分 微細 蓄積 積立

美醜 아름다울미 추할추 美麗 優美 醜惡

剝脫 벗길박 벗을탈 剝落 脫落 脫出 解脫

半倍 반반 곱배 半切 倍蓰

反覆 되돌릴반 뒤집힐복 反側 反復 顚覆 飜覆

飯饌 밥반 반찬찬 飡飯 饌膳

紡織 자을방 짤직 紡績 組織

彷徨 거닐방 노닐황 彷彿 彷徉

飜譯 뒤칠번 통변할역 飜案 通譯

變化 변할변 될화 變更 變故 變革 進化 融化

保留 지킬보 머무를류 保持 留保 留置 停留

報施 갚을보 베풀시 報答 報復 報恩 施恩 施惠 布施

補充 기울보 찰충 補修 補完 充實 充滿

福祿 복복 복록 禍福 福德 壽福 祿俸 爵祿

鳳凰 수컷봉새봉 암컷봉새황 麟鳳 龍鳳

本末 밑본 끝말 根本 底本 終末 末梢

負擔 질부 멜담 負戴 負役 勝負 擔當 擔任

父母 아비부 어미모 父親 母親 父子 母女

夫婦 지아비부 며느리부 夫妻 丈夫 夫人 婦人

俯仰 구부릴부 우러를앙 仰俯 俛仰 仰望

浮沈 뜰부 가라앉을침 浮揚 浮游 沈滯 沈沒 沈潛

腐敗 썩을부 깨뜨릴패 腐蝕 敗北 敗退 敗頹

符號 부신부 부르짖을호 符節 符籍 符信 符合 記號 信號

糞尿 똥분 오줌뇨 尿素

分合 나눌분 합할합 分離 分析 分斷 分解 分類 分割 聚合 合同

崩壞 무너질붕 무너뜨릴괴 崩落 崩頹 崩御 破壞 損壞

朋黨 벗붕 무리당 朋友 族黨 戚黨 黨派

比較 견줄비 견줄교 比例 比喩 譬喩 櫛比

肥瘠 살찔비 파리할척 肥沃 瘦瘠

卑高 낮을비 높을고 卑賤 卑下 高貴 高低 高下 高尙

貧富 가난할빈 가멸부 貧寒 貧賤 富裕 富貴

思慕 생각할사 그리워할모 思考 思慮 思想 戀慕

事物 일사 만물물 事件 物件 人物

邪正 간사할사 바를정 邪惡 奸邪 妖邪 正直 端正

師弟 스승사 아우제 師傅 師旅 弟子 兄弟

社稷 토지신사 곡식신직 社會 會社 神社 稷神 黍稷

死活 죽을사 살활 生死 死亡 死藏 生活 活用

朔望 초하루삭 바랄망 朔望晦 希望 仰望 羨望 囑望 待望

山川 뫼산 내천 山谷 山河 江山 山嶽 山水 山澤 河川 溪川

賞罰 상줄상 죄벌 褒賞 罪罰 刑罰

上下 위상 아래하 上昇 下降 下落 低下 卑下

象形 본뜰상 모양형 象徵 印象 表象 抽象 形狀 形象 形態

生成 날생 이룰성 生死 生長 生産 生活 完成 作成 長成

序跋 차례서 밟을발 序文 序言 秩序 序列 跋文

書畵 쓸서 그림화 詩書 詩畵 圖書 書冊 繪畵

仙俗 신선선 풍속속 神仙 仙境 仙界 俗世 低俗

善惡 착할선 악할악 善良 醜惡 害惡 憎惡 勸善懲惡

城郭 성성 성곽곽 都城 山城 城砦 輪郭

姓名 성성 이름명 姓氏 名號

性質 성품성 바탕질 性品 心性 體質 質料

醒醉 깰성 취할취 覺醒 陶醉 痲醉

聖賢 성스러울성 어질현 聖人 賢者 賢愚

歲月 해세 달월 年歲 日月

洗濯 씻을세 씻을탁 洗手 濯足

消耗 사라질소 줄모 消費 消滅 耗損 耗盡

疏密 트일소 빽빽할밀 疏遠 親密 親疎 稠密 緻密

素朴 흴소 후박나무박 儉素 平素 素質 質朴 淳朴

損益 덜손 더할익 損失 損害 毁損 增益 利益

送迎 보낼송 맞이할영 送別 歡送 還送 返送 歡迎 迎接

松竹 소나무송 대죽 松柏 梅蘭菊竹

需給 구할수 넉넉할급 需要 供給

數量 셀수 헤아릴량 度數 運數 質量 重量

狩獵 겨울사냥수 사냥렵 春蒐 夏苗 秋獮 冬狩

壽命 목숨수 목숨명 壽福 長壽 運命 宿命 命令 命題

授受 줄수 받을수 授與 授業 受業 受納

手足 손수 발족 手掌 手指 足趾 滿足 豊足

收支 거둘수 가를지 收入 收穫 撤收 支出 支給

水火 물수 불화 山水 水陸 水氷 火焰

宿食 묵을숙 먹을식 宿泊 寄宿 飮食

叔姪 아재비숙 조카질 叔舅 甥姪

純粹 생사순 순수할수 純眞 淸純 精粹 純雜

順逆 순할순 거스를역 順從 順序 拒逆 反逆 叛逆

循環 좇을순 고리환 循守 連環

術法 꾀술 법법 術策 技術 藝術 方法 法則 法規 憲法

昇降 오를승 내릴강 上昇 下降

乘除 탈승 섬돌제 加減乘除 搭乘 免除

勝敗 이길승 깨뜨릴패 勝負 勝捷 敗北

時空 때시 빌공 時刻 時間 空間 虛空

始終 처음시 끝날종 始初 原始 始末 終末 終了

視聽 볼시 들을청 見聞 監視 聽聞

植栽 심을식 가꿀재 栽培

新舊 새신 예구 新古 新鮮

晨夕 새벽신 저녁석 曉晨 朝夕

審査 살필심 사실할사 審判 調査 搜査

心身 마음심 몸신 心思 心慮 心肺 身體 身軀

深淺 깊을심 얕을천 深奧 淺薄

安危 편안할안 위태할위 安寧 便安 危殆 危險

仰俯 우러를앙 구부릴부 俛仰 仰望 俯察

愛憎 사랑애 미워할증 愛好 寵愛 憎惡 憎嫌

約束 묶을약 묶을속 集約 束縛

養育 기를양 기를육 養生 養成 育成 敎育 訓育

樣態 모양양 모양태 模樣 樣相 形態

與野 줄여 들야 參與 與否 草野 野原

與奪 줄여 빼앗을탈 授與 贈與 削奪 剝奪

驛站 역참역 우두커니설참 津驛 兵站

連繫 잇닿을연 맬계 連結 連絡 連綿 連續 連鎖 繫屬

硏磨 갈연 갈마 硏究 琢磨 磨耗 摩擦

榮辱 꽃영 욕되게할욕 榮光 榮譽 榮華 恥辱 侮辱

銳鈍 날카로울예 무딜둔 銳利 銳敏 鈍濁

寤寐 깰오 잠잘매 覺寤

溫涼 따뜻할온 서늘할량 溫暖 溫冷 爽凉 寒凉

緩急 느릴완 급할급 遲緩 弛緩 躁急 緊急 急迫

完了 완전할완 마칠료 完成 完全 終了

往來 갈왕 올래 已往 旣往 去來

凹凸 오목할요 볼록할철 凹陷

羽鱗 깃우 비늘린 羽毛 鱗甲 鱗介

優劣 넉넉할우 못할열 優秀 劣惡 拙劣

宇宙 집우 집주 屋宇

運行 돌운 갈행 運動 運搬 運輸 運轉 幸運 行列 流行

鬱蒼 막힐울 푸를창 陰鬱 蒼茫

遠近 멀원 가까울근 遙遠 深遠 親近 近似

圓方 둥글원 모방 圓圜 方正

鴛鴦 수컷원앙원 암컷원앙앙 鴛侶 鴦衾

怨恨 원망할원 한할한 怨望 愁怨 情恨 恨歎

位置 자리위 둘치 爵位 職位 方位 位階 備置 設置 置中

誘拐 꾈유 속일괴 誘導 誘引 拐帶 拐杖

有無 있을유 없을무 虛無

油脂 기름유 기름지 脂肪

幼稚 어릴유 어릴치 幼弱 稚拙

隱遁 숨길은 달아날둔 隱逸 隱蔽 遁甲 遁竄 遁避

音聲 소리음 소리성 音樂 音韻 音響 聲調

飮食 마실음 먹을식 飮料 食品 寢食

陰陽 그늘음 볕양 陰影 陰沈 陰暗 太陰 太陽 陽明

揖拜 읍읍 절배 拜禮

宜當 마땅할의 당할당 適宜 適當 應當 妥當

衣裳 옷의 치마상 衣服 裳裙

醫藥 의원의 약약 醫療 藥毒

意志 뜻의 뜻지 意思 志操

依支 의지할의 가를지 依據 依倚 支持 支撐

耳目 귀이 눈목 耳目口鼻 眼目

因果 인할인 열매과 原因 結果 因緣 果實

仁義 어질인 옳을 仁慈 正義

日月 해일 달월 時日 年月

子女 아들자 계집녀 子息 子午 父子 男女 兒女

姊妹 손윗누이자 누이매

慈悲 사랑할자 슬플비 慈愛 仁慈 喜悲 悲哀

雌雄 암컥자 수컷웅 牝牡 英雄 雄傑

資材 재물자 재목재 資財 資本 資産 資料 資質 材料

自他 스스로자 다를타 自己 自我

昨今 어제작 이제금 前日 昨日 今日 翌日 來日 明日 後日

長短 길장 짧을단 長久 長幼

臟腑 오장장 장부부 五臟六腑

障碍 가로막을장 거리낄애 障壁

杵臼 공이저 절구구

貯藏 쌓을저 감출장 貯蓄 蓄藏

抵抗 거스를저 막을항 抵觸 反抗

田畓 밭전 논답 田野

前後 앞전 뒤후 先後

點劃 점점 그을획 筆劃

接觸 사귈접 닿을촉 交接 接續

正誤 바를정 그릇할오 端正 誤謬

製造 지을제 지을조 製作 造作 造成

早晩 새벽조 저물만 早朝 早晩間

朝夕 아침조 저녁석

潮汐 조수조 조수석

粗細 거칠조 가늘세 粗惡 微細

彫塑 새길조 토우소 彫刻 塑性 塑造

祖孫 할아비조 손자손 先祖 子孫

調和 고를조 화할화 曲調 調節 平和

存亡 있을존 망할망 存在 興亡 敗亡 亡失

尊卑 높을존 낮을비 尊貴 卑賤

縱橫 늘어질종 가로횡 橫斜

座席 자리좌 자리석 座位 方席

左右 왼좌 오른우 補佐 保佑 左之右之

坐向 앉을좌 향할향 坐局 坐定 坐立 向背 方向

晝夜 낮주 밤야 白晝 漆夜

主從 주인주 좇을종 主客 從屬 追從

衆寡 무리중 적을과 大衆 民衆 寡少

中央 가운데중 가운데앙 中心

指導 가리킬지 이끌도 指揮 指示 引導

知識 알지 알식 知覺 知慧 智慧

職業 벼슬직 업업 職務 職位 職責 事業 業務

眞僞 참진 거짓위 眞實 虛僞

進退 나아갈진 물러날퇴 先進 前進 後退

集散 모일집 흩을산 集合 集團 解散

遮蔽 막을차 덮을폐 遮斷 掩蔽 隱蔽

着脫 붙을착 벗을탈 附着 執着 着服 脫衣 剝脫

贊反 도울찬 되돌릴반 贊成 反對 反復 反覆

倉庫 곳집창 곳집고 倉廩 庫廠 庫房

妻妾 아내처 첩첩 夫妻 妻子 妓妾 臣妾

千萬 일천천 일만만 千歲 萬歲 百千萬億

天地 하늘천 땅지 乾坤 天壤 陸地

添削 더할첨 깎을삭 添加 添附 削減 削除

晴曇 갤청 흐릴담 快晴

淸濁 맑을청 흐릴탁 淸潔 混濁

請託 청할청 부탁할탁 請願 付託

靑紅 푸를청 붉을홍 靑綠 碧靑 朱紅 丹紅

超過 넘을초 지날과 超越 通過 未滿

草木 풀초 나무목 草樹 樹木

寸尺 마디촌 자척 寸節 咫尺 尺度

銃劍 총총 칼검 銃砲 槍劍 刀劍

聰明 귀밝을총 밝을명 聰敏 聰叡 聰察 聰慧 明瞭

縮擴 줄일축 넓힐확 縮約 縮小 擴大 擴充

春秋 봄춘 가을추 春夏 秋冬 秋夕

出入 날출 들입 出缺 出發 吸入 注入

充溢 찰충 넘칠일 充滿 充足 充分

忠孝 충성충 효도효 忠誠 孝誠 孝悌忠信

娶嫁 장가들취 시집갈가 婚娶 婚嫁

取捨 취할취 버릴사 取得 攝取 捨撤

治亂 다스릴치 어지러울란 治世 亂世 治療 混亂

親疎 친할친 트일소 親近 親密 親狎 親熟 親切 疎遠 疏隔

鍼灸 침침 뜸구 針線 鍼藥 鍼鋒 鍼砭

浸蝕 담글침 좀먹을식 浸漬 侵蝕 腐蝕

稱量 일컬을칭 헤아릴량 稱謂 測量 數量

呑吐 삼킬탄 토할토 甘呑苦吐 呑食 吐瀉

泰平 클태 평평할평 太平 泰安 平安 平坦

土木 흙토 나무목 築土 構木 土壤 樹木

通達 통할통 통달할달 通過 通行 貫通 到達

統一 큰줄기통 한일 系統 統緖 統合 單一 唯一 一二

投打 던질투 칠타 投棄 抛棄 投與 投擲 打擊

把握 잡을파 쥘악 把持 握手 掌握

判別 판가름할판 나눌별 判斷 審判 裁判 鑑別 區別 離別 差別

鞭撻 채찍편 매질할달 鞭策 鞭笞 鞭扑 撻罰 撻楚

編輯 엮을편 모을집 編刊 編修 輯載

平凡 평평할평 무릇범 平均 平準 平坦 凡常

包括 쌀포 묶을괄 包含 括約 ※記號 括弧 等號

表裏 겉표 속리 表現 內裏 逆裏對偶

風雨 바람풍 비우 風水 風雲 風波 雨露 雨雪

皮膚 가죽피 살갗부 皮革 毛皮 皮肉 肌膚 髮膚 膚淺

彼我 저피 나아 彼此 物我 自我

逼迫 닥칠핍 닥칠박 逼近 逼逐 急迫 切迫

遐邇 멀하 가까울이 遠近

瑕疵 티하 흠자 瑕瑜 瑕尤 疵痕

閑忙 한가할한 바쁠망 閑暇 悤忙

寒暑 찰한 더울서 寒溫 寒冷 暑濕 炎暑

合差 합할합 어긋날차 合同 總合 合計 差異 差減 差別

解束 풀해 묶을속 解放 分解 解釋 拘束 約束 束縛

行列 갈행 줄렬 行列(항렬) 行伍 伍列

向背 향할향 등배 坐向 方向 指向 背景

香臭 향기향 냄새취 芳香 香燭

虛實 빌허 열매실 虛空 虛無 充實 果實

賢愚 어질현 어리석을우 聖賢 賢明 愚鈍 愚昧

血肉 피혈 고기육 血汗 氣血 筋肉 菜肉

兄弟 맏형 아우제 老兄 父兄 弟子 子弟 姉弟

呼吸 숨내쉴호 숨들이쉴흡 喚呼 嗚呼 吸入

混沌 섞을혼 어두울돈 混雜 混亂 渾沌

昏迷 어두울혼 미혹할미 昏暗 迷惑 迷悟 迷眩

魂魄 넋혼 넋백 靈魂 魂靈

禍福 재화화 복복 災禍 禍厄 壽福 福德 福祿

皇帝 임금황 임금제 皇極 帝王

膾炙 회회 고기구울자 燔炙

回轉 돌회 구를전 次回 輪回 輪轉 輾轉 運轉

會合 모일회 합할합 會集 會聚 社會 集合 聚合 合同 糾合 綜合

厚薄 두터울후 엷을박 重厚 敦厚 稀薄

胸背 가슴흉 등배 胸襟 胸臆 面背 背後

黑白 검을흑 흰백 暗黑 漆黑 明白 雪白

痕迹 흉터흔 자취적 殘痕 蹤迹

喜悲 기쁠희 슬플비 喜悅 悲哀 悲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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退溪  李滉 詩  金剛山

 

巨嶽臨東溟(거악임동명)  동해 바다로 뻗어나온 거대한 뫼 봉우리 
雄雄半天屹(웅웅반천흘)  웅장한 그모습 하늘 중천에 우뚝 솟았네

日月互蔽虧(일월호폐휴)  해와 달 뜨고 지고 세월 흘러도

靈仙紛宅窟(영선분택굴)  신령과 신선들이 살던 집과 동굴이라네

我欲往從之(아욕왕종지)  내 한번 찾아가서 만나보려 하여도

塵纓甚拘鬱(진영심구울)  속세에 얽매인 몸이라 답답기만 하구나

安得圓竈方(안득원조방)  어찌하면 신선이 되는 약방문을 얻어

飛去宿願畢(비거숙원필)  날아가서 맺힌 숙원을 풀 수 있으려나

超然探興客(초연탐흥객)  초연히 흥을 찾아 나그네로 나서니

動止不羈情(동지불기정)  행동거지 그 무엇도 정취에 걸릴 것이 없구나

境勝吟仍坐(경승음잉좌)  지경이 절승이라 앉아서 시를 읊고

天晴樂便行(천청락변행)  하늘마저 맑게 개어 가는 행보 흥겨워라

江山千樣好(강산천양호)  강산은 천태만상 모두가 다 좋지만

風月一般淸(풍월일반청)  바람과 달 한결 같이 청량해

物外閑消息(물외한소식)  속세를 벗어난 한가한 소식

無人識得情(무인식득정)  한 소식 얻은 정회 아는 이 없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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唐(당)나라 詩人(시인)의 劉禹錫(유우석)

님의 陋室名(누실명)

 

1.山不在高有仙則名  (산부재고유선즉명)

2.水不在深有龍則靈  (수부재심유룡즉영)

3.斯是陋室惟吾德馨  (사시누실유오덕형)

4.苔痕上階綠草色入簾靑  (태흔상계녹초색입렴청)

5.談笑有鴻儒往來無白丁  (담소유홍유왕래무백정)

6.可以調素琴閱金經  (가이조소금열금경)

7.無絲竹之亂耳無案牘之勞形  (무사죽지난이무안독지노형)

8.南陽諸葛廬西蜀子雲亭  (남양제갈려서촉자운정)

9.孔子云何陋之有  (공자운하누지유)

(풀이글)

1.산이 높질 않아도 神仙(신선)이 산다면 명산이고

2.물이 깊지 않아도 龍(용)이 살면 신령스러운 법

3.비록 좁고 누추한 집이라도 나의 덕만은 오로지 향기롭다네

4.섬돌 위엔 이끼 자취가 푸르고 주렴발을 통해 들어오는 풀빛은 파릇파릇

5.서로 웃으며 말을 나눌 수 있는 대학자들 은 있지만 무지랭이 백수는 한 사람도 없다

6.소박하게 거문고 음률을 고를 수 있고 금쪽 같은 경전들을 다 보고 맛볼 줄을 안다

7.귀를 어지럽히는 속세의 거문고와 피리의 음악은 없고 몸을 수고롭게 하는 공문서도 없으니

8.내가 사는 이곳은 남양땅에 살았던 제갈량의 초막이나 서촉땅에 살았던 양자 운의 정자와도 같으리라

9.공자님께서도 이르시길 군자가 머무르고 있는 집에 어찌 좁고 누추함이 있을것인가라고 하시질 않았던가 말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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絶句는 4句로 이루어지는 최소의 詩體(시체)이며,

한 句의 자수가 5자인 五言絶句와 7자인 七言絶句 두 종류가 있는데,

絶句라는 명칭에 대해서는 8句의 시 律詩(율시)를 半絶(반절)한 것,

또는 1句 1絶의 뜻이라는 등 여러 설이 있으나 정설은 아직 없다.
오언절구의 기원은 六朝(육조)의 晉(진)․宋(송) 때 揚子江(양자강) 하류․중류 지역에서

남녀간의 애정을 경묘한 표현으로 노래하여 유행했던 子夜歌(자야가)․서곡가(西曲歌) 등의 民歌(민가)에 있으며,

이것이 나중에 문인들의 주목을 끌어 齊(제)․梁(양) 이후로 활발하게 만들어지기에 이르러 민가풍의 것으로부터

차차 무게와 깊이를 더한 것이 되었고, 唐代(당대)에는 韻律(운율)의 규격도 갖추어져

近體詩(근체시)의 하나로서 형태가 정해졌다.
絶句는 최소의 詩體이니만큼 착상․감각․표현에 고도의 날카로움이 있어야 하고,

또 言外(언외)의 情(정)이라는 여운이 존중되는 것으로, ‘

獨坐幽篁裏 彈琴復長嘯 深林人不知 明月來相照(독좌유황리 탄금부장소 심림인부지 명월래상조)’는

王維 詩 ‘竹里館(왕유 시 죽리관)’인데, 불과 20자 속에 幽玄(유현)의 세계가 포착되고

시인의 유유한 심경이 여운을 남긴 것과 같이, 絶句는 문자 하나하나가 음미되고,

句 하나하나가 긴밀히 구성되며, 起承轉結(기승전결)의 구성법도 최대의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서 자연히 정해진 것이다.

唐代의 絶句를 모은 것으로는 송나라 洪  邁(홍  매)의 <萬首唐人絶句(만수당인절구)> 101권이 있는데,

그 중에서 75권이 七言絶句이다.
五言古詩라 하더라도 편의상 넉 줄 시는 五言絶句에 편집하였다.

1. 遺于仲文(유우중문)
―乙支文德(을지문덕)

神策究天文  妙算窮地理  戰勝功旣高  知足願云止
신책구천문  묘산궁지리  전승공기고  지족원운지

천문에 통한 신비로운 계책
지리를 꿰뚫은 미묘한 헤아림.
이미 싸움에 이겨 이름 높았거니
만족할 줄 알아 그만 그치시게나.

直譯
신비로운(神) 꾀는(策) 하늘의(天) 법도를(文) 궁구하였고(究)
미묘한(妙) 헤아림은(數) 땅의(地) 이치를(理) 다하였네(窮).
싸움에(戰) 이겨(勝) 공이(功) 이미(旣) 높았거니(高)
원컨대(願) 만족할 줄(足) 알아(知) 그만두라고(止) 말하네(云).

낱말풀이 / 궁구(窮究) : 속 깊이 연구함, 또는 그렇게 하는 연구.


2. 秋夜雨中(추야우중)
―孤雲  崔致遠(고운  최치원)

秋風惟苦吟  世路少知音  窓外三更雨  燈前萬里心
추풍유고음  세로소지음  창외삼경우  등전만리심  
가을바람에 읊는 간절한 시
세상 길에 알아주는 이 드물고.
한밤 창밖에 내리는 보슬비
등불 앞엔 만리로 달리는 마음.

直譯
가을(秋) 바람에(風) 오직(惟) 간절히(苦) 읊을 뿐(吟)
세상(世) 길에는(路) 소릴(音) 알아주는 이(知) 드물다네(少).
창(窓) 밖에는(外) 한 밤중의(三更) 비(雨)
등불(燈) 앞에는(前) 만리의(萬里) 마음이라네(心)


3.樂道吟(락도음)
―李資玄(이자현)

家住碧山岑  從來有寶琴  不妨彈一曲  祗是少知音
가주벽산잠  종래유보금  불방탄일곡  지시소지음

내 집은 푸른 산봉우리
보배로운 거문고 이전부터 있어
언제고 한 가락 탈 수 있지만
이 소리 아는 사람 드물 뿐.

直譯
집은(家) 푸른(碧) 산(山) 봉우리에(岑) 머물고(住)
오래(從)부터(來) 보배로운(寶) 거문고(琴) 있어(有)
한(一) 곡조(曲) 타는데(彈) 방해됨이(妨) 없었지만(不)
다만(祗) 이에(是) 소리를(音) 알아주는 이(知) 드물 뿐(少).

낱말풀이 / 知音 : 소리를 앎. 즉 나를 잘 알아주는 친한 벗. 백아(伯牙)와 종자기(鍾子期)의 고사(故事)에 있음. 최치원(崔治遠)의 시에 나왔음.


4. 下第贈登第(하제증등제)
―南村 李公遂(남촌 이공수)

白日明金榜  靑雲起草廬  那知廣寒桂  尙有一枝餘
백일명금방 청운기초려  나지광한계  상유일지여

태양에 빛나는 금방
초가에 피어나는 푸른 꿈.
누가 알리 달나라 계수나무에
한가지 여유 있음을

直譯
밝은(白) 해가(日) 과거 급제자 명단을(金榜) 밝히니(明)
푸른(靑) 구름이(雲) 초가(草) 집에서(廬) 일어나네(起).
어찌(那) 알리(知) 달나라 궁전(廣寒) 계수나무엔(桂)
오히려(尙) 한(一) 가지의(枝) 여유가(餘) 있음을(有).

낱말풀이 / 下第 : 과거에 떨어짐.  金榜 : 과거에 급제한 사람의 이름을 거는 괘.  草廬 : 시골의 초가집.  廣寒 : 달나라 궁전인 광한전.  尙有 : 아직도 ~이 있다.


5. 東宮春帖(동궁춘첩)
―金富軾(김부식)

曙色明樓角  春風着柳梢  鷄人初報曉  己向寢門朝
서색명루각 춘풍착유초  계인초보효  기향침문조

처마에서 밝아지는 새벽
버들가지에 붙는 춘풍.
순라군은 새벽을 알리는데
나는 안방으로 향하고.

直譯
새벽(曙) 빛이(光) 다락(樓) 끝에(角) 밝아 오는데(明)
봄(春) 바람은(風) 버들(柳) 가지에(梢) 붙고(着).
순라군이(鷄人) 새벽을(曉) 처음(初) 알리는데(報)
나는(己) 아침에(朝) 안방(寢) 문으로(門) 향하네(向).

낱말풀이 / 東宮 : 세자궁.  春帖 : 봄에 써 부치는 시.  樓角 : 다락.  鷄人 : 순라군.  寢門 : 안방문.


6. 山庄雨夜(산장우야)
―高兆基(고조기)

昨夜松堂雨  溪聲一枕西  平明看庭樹  宿鳥未離棲
작야송당우  계성일침서  평명간정수  숙조미리서

어젯밤 송당의 비
서쪽 시냇물소리 베개삼고.
새벽녘 바라보는 뜰 앞 나무에
자던 새는 아직도 둥우리.


直譯
어제(昨) 밤(夜) 소나무(松) 집에(堂) 내린 비(雨)
시내 물(溪) 소리는(聲) 하나의(一) 서쪽(西) 베개이고(枕).
밝음이(明) 평정되어(平) 뜰(庭) 나무(樹) 바라보니(看)
자던(宿) 새(鳥) 보금자리(棲) 떠나지(離) 아니했네(未).

낱말풀이 / 平明 : 밝음이 평정될 무렵. 새벽녘. 해가 뜰 때. 알기 쉽고 분명함.


7. 題天尋院壁(제천심원벽)
―雙明齋  李仁老(쌍명재  이인로)

待客客未到  尋僧僧亦無  惟餘林外鳥  款款勸提壺
대객객미도  심승승역무  유여임외조  관관권제호

기다려도 오지 않는 손님
찾아도 또한 스님도 없고.
오직 저 숲 밖에 새들만
술병 들라 권하네.

直譯
손님을(客) 기다려도(待) 손님은(客) 이르지(到) 아니하고(未)
스님을(僧) 찾았건만(尋) 스님(僧) 또한(亦) 없네(無).
오직(惟) 숲(林) 밖에(外) 새(鳥) 남아있어(餘)
정성껏(款) 정성껏(款) 술병(壺) 들라고(提) 권하네(勸).


8. 山居(산거)
―雙明齋  李仁老(쌍명재  이인로)

春去花猶在  天晴谷自陰  杜鵑啼白晝  始覺卜居深
춘거화유재 천청곡자음  두견제백주  시각복거심

봄은 가도 꽃은 있고
하늘은 개어도 그늘지는 골짜기.
한낮에 소쩍새 우니
사는 곳 깊기도 하여라.

直譯
봄은(春) 갔건만(去) 꽃은(花) 아직도(猶) 있고(在)
하늘은(天) 맑아(晴) 골짜기(谷) 저절로(自) 그늘지네(陰).
소쩍새(杜鵑) 하얀(白) 낮에도(晝) 울어대(啼)
비로소(始) 깊은데(深) 자리잡아(卜) 삶을(居) 알겠느니(覺).

낱말풀이 / 卜居 : 살 만한 곳을 점침. 살 만한 곳을 가려서 삶.


9. 詠井中月(영정중월)
―白雲居士 李奎報(백운거사 이규보)

山僧貪月色  幷汲一甁中  到寺方應覺  甁傾月亦空
산승탐월색 병급일병중  도사방응각  병경월역공

스님이 달빛을 탐내
병 속에 물과 달을 함께 길었지.
비로소 깨달았으리 절에 돌아와
병이 기울자 달도 또한 공인 것을

直譯
산(山) 스님이(僧) 달(月) 빛을(色) 탐내(貪)
아울러(幷) 하나의(一) 병(甁) 속에(中) 길었네(汲).
절에(寺) 이르러(到) 바야흐로(方) 응당(應) 깨달았으리(覺)
병이(甁) 기울자(傾) 달(月) 또한(亦) 없어지는 것을(空).


10. 四快(사쾌)
―白雲居士 李奎報(백운거사 이규보)

大旱逢甘雨  他鄕見故人  洞房華燭夜  金榜掛長名
대한봉감우  타향견고인  동방화촉야  금방괘장명

오랜 가뭄 뒤 단비
타향에서 만나는 옛 친구
신방에 화촉이 타는 밤
급제하여 나붙는 귀한 이름은.

直譯
큰(大) 가뭄(旱) 단(甘)비(雨) 만나고(逢)
다른(他) 고을에서(鄕) 옛(故) 사람(人) 보네(見).
깊은(洞) 방(房) 촛불(燭) 빛나는(華) 밤(夜)
급제 명단(金榜) 귀한(長) 이름(名) 걸렸네(掛).

낱말풀이 / 洞房 : 신혼 방.  故人 : 고향 사람.


11. 江村夜興(강촌야흥)
―任  奎(임  규)

月黑鳥飛渚  烟沈江自波  漁舟何處宿  漠漠一聲歌
월흑조비저  연침강자파  어주하처숙  막막일성가  

새가 물가로 나르는 어두운 밤
연기에 잠긴 강은 스스로 물결치고.
고기잡이의 배는 어디서 자는가
아득히 한 가락의 노래여.

直譯
달빛은(月) 어두운데(黑) 새는(鳥) 물가로(渚) 나르고(飛)
연기(烟) 잠긴(沈) 강은(江) 스스로(自) 물결치네(波).
고기잡이(漁) 배는(舟) 어느(何) 곳에서(處) 자는가(宿)
넓고(漠) 아득한(漠) 한(一) 가락의(聲) 노래여(歌).


12. 普德窟(보덕굴)
―益齋  李齊賢(익제  이제현)

陰風生岩谷  溪水深更綠  倚杖望層巓  飛簷駕雲來
음풍생암곡  계수심갱록  의장망층전  비첨가운래

굴속에서 나오는 축축한 바람
푸르러 더욱 깊은 시냇물.
지팡이 의지하여 산꼭대기를 바라보니
구름이 와 머무는 높은 처마

直譯
축축한(陰) 바람은(風) 바위(岩) 골에서(谷) 나오고(生)
시내(溪) 물은(水) 깊어(深) 더욱(更) 푸르네(綠).
지팡이(杖) 의지하여(倚) 높은(層) 산꼭대기(巓) 바라보고(望)
나를 듯한(飛) 처마에(簷) 구름이(雲) 와서(來) 타네(駕).


13. 偶吟(우음)
―崔承老(최승노)

有田誰布穀  無酒可提壺  山鳥何心緖  逢春謾自呼
유전수포곡  무주가제호  산조하심서  봉춘만자호

밭엔 뻐꾸기 소리
빈 병 갖고 술 사러가네.
산새는 무슨 심사로
봄만 오면 부질없이 우짖나.

直譯
밭에(田) 있나니(有) 어느(誰) 뻐꾸긴가(布穀)
술이(酒) 없어(無) 가히(可) 항아리(壺) 들었네(提).
산(山) 새는(鳥) 무슨(何) 마음(心) 실마리로(緖)
봄만(春) 맞으면(逢) 스스로(自) 까닭 없이(謾) 불러대느뇨(呼).


14. 示諸子(시제자)
―去塵/貞肅  趙仁規(거진/정숙  조인규)

事君當盡忠  遇物當至誠  願言勤夙夜  無忝爾所生
사군당진충 우물당지성  원언근숙야  무첨이소생

임금 섬김에 극진한 충성
사람 만나면 지극한 정성.
밤낮으로 부지런하여
삶을 욕되게 말아야지.

直譯
임금(君) 섬김에(事) 극진한(盡) 충성(忠) 마땅히 하고(當)
일을(物) 당해선(遇) 지극한(至) 정성(誠) 마땅히 하라(當).
청하여(願) 말하느니(言) 아침(夙) 저녁(夜) 부지런하여(勤)
그대(爾) 살아가는(生) 바(所) 욕됨이(忝) 없게 하라(無).

낱말풀이 : 諸子 : 그대들. 제군. 윗사람이 아랫사람들을 부르는 제 이인칭(第二人稱).  愚物 : 물건을 만남. 사람을 대함.  願言 : 바라건대. 원컨대. 言은 조자(助字).  夙夜 :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忝 : 더럽힘. 욕되게 함.


15. 雨荷(우하)
―拙翁  崔  瀣(졸옹  최  해)

胡椒八百斛  千載笑其愚  如何碧玉斗  竟日量明珠
호초팔백곡  천재소기우  여하벽옥두  경일량명주

후추 팔백 섬
천년 어리석음 비웃고.
푸른 구슬의 말로 어찌하여
종일 동안 명주를 되기만 하는고.

直譯
후추(胡椒) 팔(八) 백(百) 섬(斛)
천(千) 년(載) 그(其) 어리석음을(愚) 비웃네(笑).
어찌(何) 어찌하여(如) 푸른(碧) 구슬의(玉) 말로(斗)
하루가(日) 끝나도록(竟) 빛나는(明) 구슬을(珠) 헤아리기만 하는고(量).


16. 江口(강구)
―雪谷  鄭  誧(설곡  정  포)

移舟逢急雨  倚檻望歸雲  海濶疑無地  山明喜有村
이주봉급우  의함망귀운  해활의무지  산명희유촌

배를 돌리다 만난 소나기
난간에 기대 가는 구름 바라보고.
바다가 멀고 넓어서 땅이 없나 했더니
산이 밝아지자 반갑게도 마을이 있네.

直譯
배를(舟) 옮기다(移) 급한(急) 비(雨) 만나(逢)
난간에(檻) 기대(倚) 돌아가는(歸) 구름(雲) 바라보네(望).
바다가(海) 멀고 넓어(闊) 땅이(地) 없나(無) 의심했더니(疑)
산이(山) 밝으니(明) 반갑게도(喜) 마을이(村) 있네(有).


17. 夜行(야행)
―咸承慶(함승경)

晴曉日將出  雲霞光陸離  江山更奇絶  老子不能詩
청효일장출  운하광육리  강산갱기절 노자불능시

맑은 이 새벽 해가 뜨려는가
구름 놀빛이 눈부시구나.
이 강산 새삼 뛰어났건만
이 늙은이는 시를 쓸 수 없다네

直譯
맑은(晴) 새벽(曉) 해가(日) 장차(將) 나오려는가(出)
구름(雲) 놀(霞) 빛이(光) 뭍에(陸) 떨어지네(離).
강과(江) 산이(山) 다시(更) 기이하게(奇) 뛰어났건만(絶)
늙은(老) 사람은(子)  시를(詩) 할 수(能) 없다네(不).


18. 漢浦弄月(한포농월)
―牧隱 李  穡(목은 이  색)

日落沙逾白  雲移水更淸  高人弄明月  只欠紫鸞笙
일락사유백 운이수갱청  고인농명월  지흠자란생

해 지면 더욱 하얀 모래
구름 걷히니 새롭게 맑아지는 물.
시인은 이 밤 달과 노니는데
다만 피리소리 없구나.

直譯
해가(日) 지니(落) 모래(沙) 더욱(逾) 희고(白)
구름(雲) 옮아가니(移) 물 다시(更) 맑아라(淸).
시인은(高人) 밝은(明) 달(月) 희롱하나니(弄)
다만(只) 자란생(紫鸞笙) 모자람이라(欠).

낱말풀이 / 弄月 : 달구경을 함.  高人 : 풍류객.  紫鸞笙 : 악기 이름.


19. 春興(춘흥)
―圃隱  鄭夢周(포은  정몽주)

春雨細不滴  夜中未有聲  雪盡南溪漲  草芽多少生
춘우세부적  야중미유성  설진남계창  초아다소생

봄비 가늘어 방울지지 않아
밤들어도 소리 없는 비.
논 녹아 시냇물 불어나니
새싹 제법 돋아났겠네.

直譯
봄(春) 비(雨) 가늘어(細) 방울지지(滴) 아니하니(不)
밤(夜) 중에(中) 소리(聲) 있지(有) 아니하네(未).
눈이(雪) 다하니(盡) 남쪽(南) 시내(溪) 불어나(漲)
풀(草) 싹이(芽) 얼마쯤(多少) 생겨났겠네(生).

낱말풀이 / 雪盡 : 눈이 녹아 사라짐.  多少生 : 많이 돋아났을 것이다.


20. 村居(촌거)
―陶隱  李崇仁(도은  이숭인)

赤葉明村逕  淸泉漱石根  地僻車馬少  山氣自黃昏
적엽명촌거  청천수석근  지벽거마소  산기자황혼

산길 밝히는 단풍잎
바위를 씻는 맑은 샘.
두메 산골엔 오가는 사람 없고
산 기운에 날은 절로 저무네.

直譯
붉은(赤) 잎(葉) 마을(村) 길(逕) 밝히고(明)
맑은(淸) 샘(泉) 바위(石) 뿌리(根) 씻네(漱).
땅이(地) 후미지니(僻) 수레와(車) 말(馬) 드물고(少)
산(山) 기운에(氣) 저절로(自) 누렇게(黃) 저무네(昏).

낱말풀이 / 赤葉 : 단풍.  村逕 : 시골 길.  車馬少 : 사람의 왕래가 적음.


21. 卽事(즉사)
―冶隱  吉  再(야은  길  재)

盥水淸泉冷  臨身茂樹高  冠童來問字  聊可與逍遙
관수청천냉 임신무수고  관동래문자  요가여소요

손 씻는 샘물 얼음처럼 차고
높기도 한 마주한 나무.
와서 글 배우는 아이
겨우 함께 노닐 수 있네.

直譯
물로(水) 씻으니(盥) 맑은(淸) 샘(泉) 차갑고(冷)
나를(身) 마주한(臨) 우거진(茂) 나무(樹) 높네(高).
어른(冠) 아이(童) 와서(來) 글을(字) 물으매(問)
애오라지(聊 : 부족하나마 겨우) 더불어(與) 거닐고(逍) 노닐(遙) 수 있네(可).

낱말풀이 / 盥水 : 대야 물. 손을 씻음.  冠童 : 글 배우러 오는 사람.  聊可 : 애오라지.  가히.  


22. 絶句(절구)
―趙仁璧(조인벽)

蝶翅勳名薄  龍腦富貴輕  萬事驚秋夢  東窓海月明
접시훈명박  용뇌부귀경  만사경추몽  동창해월명

공과 명예는 나비의 엷은 날개
부함도 귀함도 가볍기는 용의 머리.
가을 꿈인 듯 놀라는 모든 일
동창에는 바다의 달이 밝고.

直譯
나비의(蝶) 날개인 듯(翅) 공과(勳) 명예는(名) 엷고(薄)
용의(龍) 머리같이(腦) 넉넉한 재물과(富) 높은 신분도(貴) 가볍구나(輕).
모든(萬) 일은(事) 가을(秋) 꿈인 듯(夢) 놀랍고(驚)
동쪽(東) 창에는(窓) 바다의(海) 달이(月) 밝구나(明).


23. 詠柳(영유)
―三峰  鄭道傳(삼봉  정도전)

含烟偏裊裊  帶雨更依依  無限江南樹  東風特地吹
함연편뇨뇨  대우경의의  무한강남수  동풍특지취

연기를 머금고 간드러지더니
비 맞아 더욱 싱그럽고.
강남의 나무 하 많은데
유달리 부는 동쪽 바람.

直譯
연기를(烟) 머금고(含) 아첨하듯(偏) 간드러지고(裊) 하늘거리더니(裊)
비를(雨) 허리에 차니(帶) 다시(更) 무성하고(依) 무성한 듯(依).
끝이(限) 없는(無) 강(江) 남쪽(南) 나무여(樹)
동쪽(東) 바람이(風) 유달리(特) 땅에(地) 부네(吹).


24. 送僧之楓岳(송승지풍악)
―獨谷  成石磷(독곡  성석린)

一萬二千峯  高低自不同  君看日輪上  高處最先紅
일만이천봉  고저자부동  군간일륜상 고처최선홍

일만 이천 봉
제각기 높고 낮네.
그대 보라 해 오를 때
높은 곳이 가장 먼저 붉나니.

일만(一萬) 이천(二千) 봉우리(峰)
높고(高) 낮음이(底) 스스로(自) 같지(同) 아니하네(不).
그대(君) 해(日) 바퀴가(輪) 솟아오르는 것을(上) 보게나(看)
높은(高) 곳이(處) 제일(最) 먼저(先) 붉다네(紅).


25. 偶題(우제)
―泰齋  柳方善(태재  유방선)

結茆仍補屋  種竹故爲籬  多少山中味  年年獨自知
결묘잉보옥  종죽고위리  다소산중미  연년독자지

집은 띠를 엮어 깁고
울을 삼아 심은 대.
약간의 이 산중 맛
해마다 혼자서만 아느니.

直譯
띠를(茅) 엮어(結) 인하여(仍) 집을(屋) 깁고(補)
대를(竹) 심어(種) 일부러(故) 울타리를(籬) 삼고(爲).
많거나(多) 적거나(少) 산(山) 속의(中) 이 맛(味)
해마다(年年) 홀로(獨) 스스로(自) 아네(知).


26. 次子剛韻(차자강운)
―春亭  卞季良(춘정  변계량)

關門一室淸  烏几淨橫經  纖月入林影  孤燈終夜明
관문일실청  오궤정횡경  섬월입림영  고등종야명

문을 닫은 고요한 방
까만 책상에 놓인 경전.
초승달은 숲에 들어 그림자 지고
밤새껏 밝혀주는 외로운 등불.

直譯
문을(門) 닫고있는(關) 맑은(淸) 방(室) 하나(一)
까만(烏) 책상에는(几) 경전이(經) 깨끗하게(淨) 가로 놓였네(橫).
초승달은(纖月) 숲에(林) 들어와(入) 그림자지고(影)
외로운(孤) 등불은(燈) 밤을(夜) 마치도록(終) 밝네(明).


27. 題僧軸(제승축)
―讓寧大君  李  禔(양녕대군  이  식)

山霞朝作飯  蘿月夜爲燈  獨宿孤庵下  惟存塔一層
산하조작반  나월야위등  독숙고암하  유존탑일층

산 노을로 아침밥 짓고
담장이 넌출의 달로 등불 삼아.
홀로 외로운 암자에 묵는데
한 층만 남은 저 탑.



直譯
산의(山) 노을로(霞) 아침(朝) 밥을(飯) 만들고(作)
담장이 넌출의(蘿) 달로(月) 밤(夜) 등불을(燈) 삼네(爲).
홀로(獨) 외로운(孤) 암자(庵) 아래서(下) 묵나니(宿)
오직(惟) 탑에는(塔) 한(一) 층만(層) 있네(存).


28. 文殊臺(문수대)
―孝寧大君  李  補(효령대군  이  보)

仙人王子晉  於此何年游  臺空鶴已去  片月今千秋
선인왕자진  어차하년유  대공학이거  편월금천추

신선 왕자진이
여기서 그 언제 노닐었나.
학은 이미 떠나고 대만 비어
이제 천년의 조각달뿐

直譯
왕자진이라는(王子晉) 신선의(仙) 사람이(人)
이 곳(此)에서(於) 어느(何) 해에(年) 노닐었던고(游).
학이(鶴) 이미(已) 떠나가(去) 대는(臺) 비었는데(空)
조각(片) 달만이(月) 이제(今) 천 번(千) 가을이네(秋).


29. 睡起(수기)
―四佳  徐居正(사가  서거정)

簾影依依轉  荷香續續來  夢回孤枕上  桐葉雨聲催
염영의의전  하향속속래  몽회고침상  동엽우성최

희미하게 옮겨가는 발 그림자
연이어 스며오는 연꽃 향기.
외로운 베개의 꿈에서 깨어나니
빗소리 재촉하는 오동잎

발(簾) 그림자는(影) 어렴풋이(依依) 옮기어가고(轉)
연꽃(荷) 향기는(香) 이어지고(續) 이어져서(續) 오네(來).
꿈은(夢) 외로운(孤) 베개(枕) 위에서(上) 돌아오고(回)
오동나무(桐) 잎은(葉) 비(雨) 소리를(聲) 재촉하네(催).


30. 寄君實(기군실)
―月山大君  李  婷(월산대군  이  정)

旅館殘燈曉  孤城細雨秋  思君意不盡  千里大江流
여관잔등효  고성세우추  사군의부진 천리대강류

가물가물 여관집 새벽 등불
추적추적 외로운 성에 가을비.
끝없는 그대 생각에
천리 긴 강만 흘러 가누나.

直譯
나그네(旅) 집(館) 새벽(曉) 등불은(燈) 꺼지려는데(殘)
외로운(孤) 성에는(城) 가늘게(細) 가을(秋) 비 내리고(雨).
그대를(君) 생각하는(思) 마음은(意) 다함이(盡) 없는데(不)
천리(千里) 긴(大) 강만(江) 흘러가노라(流).


31. 伯牙(백아)
―容耳  申  沆(용이  신  항)

我自彈吾琴  不必求賞音  鍾期亦何物  强辨絃上心
아자탄오금 불필구상음  종기역하물  강변현상심

내 거문고를 타거니
꼭 알아주지 않아도 되리.
종자기 또한 그 어떤 물건이라서
굳이 줄 속의 그 마음을 밝혔는고.

直譯
나(我) 스스로(自) 내(吾) 거문고를(琴) 타거니(彈)
반드시(必) 소리를(音) 감상하는 이를(賞) 구하지(求) 아니해도 된다네(不).
종자기란 사람은(鍾期) 또한(亦) 어떤(何) 물건이기에(物)
굳이(强) 줄(絃) 위의(上) 마음을(心) 분명히 하였는고(辨).

낱말풀이 / 伯牙 : 백아(伯牙)는 거문고를 잘 타고 종자기(鍾子期)는 이 소리를 잘 알아들었음.  鍾期 : 종자기(鍾子期)를 말 함.


32. 卽事(즉사)
―冲庵  金  淨(충암  김  정)

落日臨荒野  寒鴉下晩村  空林烟火冷  白屋掩柴門
낙일임황야  한아하만촌  공림연화랭  백옥엄시문

지는 해는 거친 들로 내리고
저녁 마을에 모이는 겨울 까마귀.
빈 숲 속 밥 짓는 차가운 연기에
사립문을 닫는 초가집.

直譯
지는(落) 해는(日) 거친(荒) 들로(野) 내리고(臨)
겨울(寒) 까마귀는(鴉) 저녁(晩) 마을로(村) 내려오네(下).
빈(空) 숲에(林) 연기(烟) 불은(火) 차가운데(冷)
가난한 사람의 초가집에서는(白屋) 섶나무로 된(柴) 문을(門) 닫네(掩).


33. 浪吟(랑음)
―三可, 碪岩  朴遂良(삼가, 침암  박수량)

口耳聾啞久  猶餘兩眼存  紛紛世上事  能見不能言
구이롱아구  유여양안존  분분세상사  능견불능언

오래도록 귀머거리 장님
오히려 남아있는 두 눈.
어지럽고 헝클어진 이 세상
볼 수는 있어도 말할 수 없는 것.

直譯
오래도록(久) 입은(口) 벙어리에(啞) 귀는(耳) 귀머거리지만(聾)
오히려(猶) 두(兩) 눈은(眼) 남아(餘) 있다네(存).
어지럽고(紛) 어지러운(紛) 세상의(世上) 일(事)
볼(見) 수는 있지만(能) 말(言) 할 수는(能) 없다네(不).



34. 山中書事(산중서사)
―溪山處士  吳  慶(계산처사  오  경)

雨過雲山濕  泉鳴石竇寒  秋風紅葉路  僧踏夕陽還
우과운산습  천명석두한  추풍홍엽로  승답석양환

비 지나가니 젖는 구름 산
샘물 소리에 차가운 돌구멍.
가을바람이 이는 붉은 낙엽 길에
저녁 빛을 밟고 돌아오는 외로운 중.

直譯
비(雨) 지나가니(過) 구름(雲) 산이(山) 젖고(濕)
샘물(泉) 소리에(鳴) 돌(石) 구멍이(竇) 차갑네(寒).
가을(秋) 바람 부는(風) 붉은(紅) 잎의(葉) 길(路)
중이(僧) 저녁(夕) 햇빛을(陽) 밟고(踏) 돌아오네(還).


35. 辛德優席上書此示意(신덕우석상서차시의)
―太眞  高  淳(태진  고  순)

小閣春風靜  淸談總有餘  聾人無一味  垂首獨看書
소각춘풍정  청담총유여  농인무일미  수수독간서

봄바람 고요한 작은 누각에
모두 넉넉한 맑은 이야기.
아무런 흥도 없는 이 귀머거리
고개 숙여 홀로 책을 보네.

直譯
작은(小) 누각엔(閣) 봄(春) 바람이(風) 고요하고(靜)
맑은(淸) 이야기는(談) 모두(總) 남음이(餘) 있어라(有).
귀머거리(聾) 이 사람은(人) 한낱(一) 흥도(興) 없어(無)
머리를(首) 늘어뜨리고(垂) 홀로(獨) 책을(書) 보노라(看).


36. 大興洞(대흥동)
―花潭  徐敬德(화담  서경덕)

紅樹暎山屛  碧溪瀉潭鏡  行吟玉界中  陡覺心淸淨
홍수영산병  벽계사담경  행음옥계중  두각심청정

산 병풍을 비추는 붉은 단풍
연못에 쏟아지는 파란 시내.
옥 같은 세계 거닐며 읊조리니
문득 마음이 맑아지고.

直譯
붉은(紅) 나무는(樹) 산(山) 병풍을(屛) 비추고(暎)
파란(碧) 시내는(溪) 연못(潭) 거울에(鏡) 쏟아지네(瀉).
구슬(玉) 경계(界) 속을(中) 거닐며(行) 읊조리니(吟)
문득(陡) 마음이(心) 맑고(淸) 깨끗해짐을(淨) 깨닫네(覺).


37. 道峰寺(도봉사)
―長吟亭  羅  湜(장음정  나  식)

曲曲溪回複  登登路屈盤  黃昏方到寺  淸磬落雲端
곡곡계회복  등등로굴반  황혼방도사  청경락운단
  
굽이굽이 돌고 도는 시내
꼬불꼬불 오르고 오른 길.
황혼에야 비로소 절에 이르니
구름 끝에 떨어지는 맑은 경쇠 소리.

直譯
굽이(曲) 굽이(曲) 시내는(溪) 돌아(回) 겹치고(複)
오르고(登) 오르는(登) 길은(路) 굽고(屈) 굽었네(盤).
누렇게(黃) 어두워져서야(昏) 비로소(方) 절에(寺) 이르니(到)
맑은(淸) 경쇠소리(磬) 구름(雲) 끝에(端) 떨어지네(落).


38. 偶吟(우음)
―南冥  曺  植(남명  조  식)

人之愛正士  好虎皮相似  生前欲殺之  死後方稱美
인지애정사  호호피상사  생전욕살지  사후방칭미

올곧은 선비 사랑하기는
좋아하는 호랑이 가죽 같아.
살아서는 죽이려 하다가도
죽고 나면 바야흐로 칭찬하는 것.

直譯
사람(人)이(之) 바른(正) 선비(士) 사랑하기는(愛)
호랑이의(虎) 가죽을(皮) 좋아하는 것과(好) 서로(相) 같네(似).
생전에는(生前) 그를(之) 죽이려고(殺) 하다가(欲)
죽은(死) 뒤에는(後) 바야흐로(方) 아름답다고(美) 칭찬하네(稱).


39. 題冲庵詩卷(제충암시권)
―河西  金麟厚(하서  김인후)

來從何處來  去向何處去  去來無定蹤  悠悠百年計
내종하처래  거향하처거  거래무정종  유유백년계

오기는 어디서 오며
가기는 어디로 가는고
오고 감에 일정한 자취 없는 것
아득하여라 백년의 계획이여

直譯
오기는(來) 어느(何) 곳으로(處)부터(從) 오며(來)
가기는(去) 어느(何) 곳을(處) 향하여(向) 가는고(去).
가고(去) 옴에(來) 일정한(定) 자취(蹤) 없는 것(無)
멀고도(悠) 아득하여라(悠) 백년의(百年) 계획이여(計).


40. 詠梅(영매)
―板谷  成允諧(판곡  성윤해)

梅花莫嫌小  花小風味長  乍見竹外影  時聞月下香
매화막혐소  화소풍미장  사견죽외영 시문월하향

매화꽃이 작다고 싫어하랴
꽃은 작아도 깊은  풍미.
대숲 밖에서 잠깐 보는 그 그림자
때론 달 아래서 맡는 그 향기.

直譯
매화(梅) 꽃이(花) 작다고(小) 싫어하지(嫌) 말 것이(莫)
꽃은(花) 작더라도(小) 풍류다운(風) 맛이(味) 깊다네(長).
대숲(竹) 밖에서(外) 잠깐(乍) 그림자(影) 보고(見)
때로(時) 달(月) 아래서(下) 향기를(香) 맡네(聞).


41. 舟過楮子島(주과저자도)
―北窓  鄭  磏(북창  정  렴)

孤烟橫古渡  寒日下遙山  一棹歸來晩  招提杳靄間
고연횡고도  한일하요산  일도귀래만  초제묘애간

옛 나루엔 외로운 저녁연기
먼 산에 내리는 겨울 해.
해 저물어 거룻배로 돌아오니
아득히 놀 속에 절이 있고.

直譯
외로운(孤) 연기는(烟) 옛(古) 나루에(渡) 옆으로 놓여있고(橫)
차가운(寒) 해는(日) 먼(遙) 산으로(山) 내려가네(下).
한번(一) 노 저어(棹) 해질 무렵에(晩) 돌아(歸) 오니(來)
절은(招提) 아득히(杳) 놀(靄) 사이에 있네(間).

낱말풀이 / 招提 : 관부(官府)에서 사액(賜額)한 절.


42. 絶句(절구)
―淸蓮  李後白(청련  이후백)

細雨迷歸路  騎驢十里風  野梅隨處發  魂斷暗香中
세우미귀로  기려십리풍  야매수처발 혼단암향중

가녀린 비에 돌아갈 길 잃고
나귀 타고 헤치는 십리 바람.
곳마다 피어있는 들 매화
그윽한 그 향기에 넋을 끊나니.

直譯
가녀린(細) 비에(雨) 돌아갈(歸) 길을(路) 헤매고(迷)
나귀를(驢) 타고(騎) 십리(十里) 바람이네(風).
들(野) 매화는(梅) 곳을(處) 따라(隨) 피어나고(發)
넋은(魂) 그윽한(暗) 향기(香) 가운데에서(中) 끊어지네(斷).


43. 詠黃白二菊(영황백이국)
―霽峰, 苔軒  高敬命(제봉, 태헌  고경명)

正色黃爲貴  天姿白亦奇  世人看自別  均是傲霜枝
정색황위귀 천자백역기  세인간자별  균시오상지

바른 빛이라 귀히 여기는 노랑
타고 난 모습은 흰색 또한 기특하지.
세상 사람이야 구별하여 보겠지만
다 같이 업신여기는 서리.

直譯
바른(正) 빛이라(色) 노랑을(黃) 귀함으로(貴) 삼지만(爲)
타고난(天) 모습은(姿) 흰 것도(白) 또한(亦) 기이하게 여기네(奇).
세상(世) 사람들은(人) 스스로(自) 나누어서(別) 보긴 하지만(看)
이는(是) 서리가(霜) 고루(均) 업신여기는(傲) 가지라네(枝).


44. 宜月亭(의월정)
―松江  鄭  澈(송강  정  철)

白嶽連天起  城川入海流  年年芳草路  人渡夕陽橋
백악연천기 성천입해류  연년방초로  인도석양교

하늘에 닿아 일어나는 백악
바다로 흘러드는 성천.
해마다 향기로운 풀 길 따라
석양의 다리 건너는 사람들.

直譯
백악은(白嶽) 하늘에(天) 이어져(連) 일어나고(起)
성의(城) 시내는(川) 멀리(遙) 바다로(海) 들어가네(入).
해마다(年年) 향기로운(芳) 풀(草) 길을 따라(路)
사람들은(人) 저녁(夕) 빛에(陽) 다리를(橋) 건너네(渡).


45. 秋夜(추야)
―松江  鄭  澈(송강  정  철)

蕭蕭落葉聲  錯認爲疎雨  呼童出門看  月掛溪南樹
소소락엽성  착인위소우  호동출문간  월괘계남수

나뭇잎 떨어지는 소소한 소리에
성긴 비인 줄 알고.
아이 불러 나가 보라 했더니
달이 시내 남쪽 나무에 걸려 있다 하네.

直譯
고요하고(蕭) 쓸쓸한(蕭) 나뭇잎(葉) 떨어지는(落) 소리에(聲)
성긴(疎) 비가 오는 것으로(雨) 잘못(錯) 알게(認) 되어(爲).
아이를(童) 불러(呼) 문을(門) 나가(出) 보라고 했더니(看)
달이(月) 시내(溪) 남쪽(南) 나무에(樹) 걸려있다 하네(掛).


46. 山中(산중)
―栗谷  李  珥(율곡  이  이)

採藥忽迷路  千峰秋葉裏  山僧汲水歸  林末茶烟起
채약홀미로  천봉추엽리  산승급수귀 임말다연기

약을 캐다가 문득 잃어버린 길은
천 봉우리 가을 잎 속.
스님이 물길어 돌아가니
수풀 끝에서 일어나는 차 연기.

直譯
약을(藥) 캐다가(採) 문득(忽) 길을(路) 잃었더니(迷)
일 천(千) 봉우리의(峰) 가을(秋) 잎(葉) 속이네(裏).
산(山) 스님이(僧) 물(水) 길어(汲) 돌아가니(歸)
숲(林) 끝에서(末) 차 달이는(茶) 연기(烟) 일어나네(起).


47. 南溪暮泛(남계모범)
―龜峰  宋翼弼(귀봉  송익필)

迷花歸棹晩  待月下灘遲  醉裏猶垂釣  舟移夢不移
미화귀도만  대월하탄지  취리유수조  주이몽불이

꽃에 정신 잃어 늦게 돌린 배
달을 기다리느라 여울에서 내려가기 더디었지.
술에 취해 낚시질을 하나니
배는 옮겨가도 꿈은 바뀌지 않네.

直譯
꽃에(花) 정신을 잃어(迷) 노(棹) 돌리는 것이(歸) 늦었고(晩)
달을(月) 기다리느라(待) 여울에서(灘) 내려가기(下) 더디었네(遲).
술에 취한(醉) 속에서(裏) 오히려(猶) 낚시를(釣) 드리웠느니(垂)
배는(舟) 옮겨가도(移) 꿈은(夢) 옮겨가지(移) 아니하네(不).


48. 偶吟(우음)
―雲谷  宋翰弼(운곡  송한필)

花開昨日雨  花落今朝風  可憐一春事  往來風雨中
화개작일우  화락금조풍  가련일춘사  왕래풍우중

어제는 내리는 비에 꽃이 피더니
오늘은 아침 바람에 그 꽃이 지네.
가여워라 이 봄의 일들
바람과 비속에서 가고 또 오누나.

直譯
꽃이(花) 어제(昨) 낮(日) 비에(雨) 피더니(開)
꽃은(花) 오늘(今) 아침(朝) 바람에(風) 떨어지네(落).
한(一) 봄의(春) 일이(事) 가엽다고(憐) 할 것이니(可)
바람과(風) 비(雨) 속에(中) 가고(往) 오네(來).


49. 無題(무제)
―坡谷  李誠中(파곡 이성중)

紗窓近雪月  滅燭延淸暉  珍重一杯酒  夜闌人未歸
사창근설월  멸촉연청휘  진중일배주  야란인미귀

눈 위의 달에 가까운 비단 창가
촛불만 가물가물 빛을 늘이고.
맛좋은 한잔의 술
밤이 깊어도 그 사람은 아니 오네.

直譯
비단 깁 드리운(紗) 창은(窓)  눈 위의(雪) 달에(月) 가깝고(近)
꺼져 가는(滅) 촛불은(燭) 맑은(淸) 빛을(暉) 길게 늘이네(延).
맛이 좋고도(珍) 소중한(重) 한(一) 잔의(杯) 술(酒)
밤이(夜) 저물어도(闌) 그 사람(人) 돌아오지(歸) 아니하네(未).



50. 聞笛(문적)
―古玉  鄭  碏(고옥  정  작)

遠遠沙上人  初疑雙白鷺  臨風忽橫笛  寥亮江天暮
원원사상인  초의쌍백로  임풍홀횡적  요량강천모

멀리 모래밭 위의 사람
처음에는 짝 지은 해오리인가 했느니.
피리소리 갑자기 바람결에 일어나
저문 강 하늘에 울려 퍼지고.

直譯
멀고(遠) 아득한(遠) 모래(沙) 위의(上) 사람(人).
처음에는(初) 한 쌍의(雙) 하얀(白) 해오라기인가(鷺) 의심했는데(疑).
바람에(風) 임하여(臨) 갑자기(忽) 빗겨 가는(橫) 피리소리(笛)
저문(暮) 강(江) 하늘에(天) 쓸쓸히(寥) 잘 통하네(亮).


51. 謝柳監司永詢(사유감사영순)
―竹閣  李光友(죽각  이광우)

杖履追隨地  淸溪空自流  當時眞面目  方丈聳千秋
장리추수지  청계공자류  당시진면목  방장용천추

땅을 쫓아 따르는 지팡이와 신
맑은 시내만이 부질없이 흐르는데.
그 때의 참된 모습이여
오래도록 높이 솟은 방장산.

直譯
지팡이와(杖) 신만이(履) 땅을(地) 쫓아(追) 따르고(隨)
맑은(淸) 시내는(溪) 부질없이(空) 저절로(自) 흐르네(流).
그(當) 때에(時) 참된(眞) 얼굴과(面) 눈이여(目)
신선이 산다는 방장산이(方丈) 오랜(千) 세월(秋) 높이 솟아있네(聳).


52. 在海鎭營中(재해진영중)
―汝諧  李舜臣(여해  이순신)

水國秋光暮  驚寒雁陣高  憂心轉輾夜  殘月照弓刀
수국추광모  경한안진고  우심전전야  잔월조궁도

가을빛이 저문 물나라
기러기 떼 추위에 놀라 높이 날고
엎치락뒤치락 나라 걱정하는 밤
새벽달만이 궁도를 비추고.

直譯
물의(水) 나라에(國) 가을(秋) 빛은(光) 저물어(暮)
추위에(寒) 놀란(驚) 기러기(雁) 떼(陣) 높고(高).
걱정하는(憂) 마음에(心) 구르고(轉) 구르는(輾) 밤(夜)
남은(殘) 달만이(月) 활과(弓) 칼을(刀) 비추네(照).


53. 有歎(유탄)
―止叔  尹  渟(지숙  윤  정)

幣屣堯天下  淸風有許由  分內無棄物  獨契自家牛
폐사요천하  청풍유허유  분내무기물 독계자가우  

헤어진 짚신은 요임금의 천하요
맑은 바람에 허유 있었지.
분수 안에 버릴 것 없나니
혼자 자기 집 소 몰고 가네.

直譯
헤어진(幣) 짚신은(屣) 요임금의(堯) 하늘(天) 아래요(下)
맑은(淸) 바람엔(風) 허유라는 사람(許由) 있었네(有).
분수(分) 안에(內) 버릴(棄) 물건이(物) 없거니(無)
홀로(獨) 자기(自) 집(家) 소와(牛) 인연을 맺네(契).

낱말풀이 / 堯 : 고대 제왕의 이름. 명군(名君)․성군(聖君)의 뜻으로 쓰임.  許由 : 요(堯) 임금 때의 현사(賢士). 요임금이 천하를 그에게 양여하려 했으나 거절하고 기산(箕山)으로 들어가 숨음.


54. 山寺(산사)
―白湖  林  悌(백호  임  제)

半夜林僧宿  重雲濕草衣  岩扉開晩日  棲鳥始驚飛
반야임승숙  중운습초의  암비개만일  서조시경비

스님도 잠든 이 한밤
옷자락을 적시는 무거운 구름.
황혼에 바위 사립을 여니
잠든 새들 놀라 날고.

直譯
한창(半) 밤이라(夜) 숲(林) 스님은(僧) 잠자고(宿)
무거운(重) 구름은(雲) 풀(草) 옷을(衣) 적시네(濕).
저문(晩) 해에(日) 바위(岩) 문짝을(扉) 열면(開)
깃 들어 있는(棲) 새(鳥) 비로소(始) 놀라(驚) 날아가고(飛).


55. 弘慶寺(홍경사)
―玉峰  白光勳(옥봉  백광훈)

秋草前朝寺  殘碑學士文  千年有流水  落日見歸雲
추초전조사  잔비학사문  천년유류수  낙일견귀운

지난 조정의 절엔 가을 풀
남은 비에는 학사의 글.
천년동안 물만 흐르는데
지는 햇살에 돌아가는 구름만 보네.

直譯
가을(秋) 풀은(草) 앞(前) 조정의(朝) 절이요(寺)
남아있는(殘) 비석에는(碑) 학문을 하는(學) 선비의(士) 글이네(文).
오랜(千) 해(年) 물만(水) 흐르고(流) 있고(有)
지는(落) 해에(日) 돌아가는(歸) 구름만(雲) 보네(見).


56. 題僧軸(제승축)
―玉峰  白光勳(옥봉  백광훈)

智異雙溪勝  金剛萬瀑奇  名山身未到  每賦送僧詩
지리쌍계승  금강만폭기  명산신미도  매부송승시

지리산에 뛰어난 쌍계사
금강산엔 기이한 만폭동.
가보지 못한 명산이지만
때마다 스님 송별하는 시를 짓네.

直譯
지리산에는(智異) 쌍계사가(雙溪) 뛰어나고(勝)
금강산에는(金剛) 만폭동이(萬瀑) 기이하네(奇).
이름난(名) 산에(山) 몸소(身) 이르지(到) 못하고(未)
때마다(每) 스님(僧) 보내는(送) 시만(詩) 짓네(賦).


57. 山寺(산사)
―蓀谷  李  達(손곡  이  달)

寺在白雲中  白雲僧不掃  客來門始開  萬壑松花老
사재백운중 백운승불소  객래문시개  만학송화노

흰 구름 속에 있는 절
스님은 그 흰 구름 쓸지 않고.
비로소 손님이 와 문을 여니
늙어버린 온 골짝의 솔 꽃.

直譯
절은(寺) 흰(白) 구름(雲) 속에(中) 있고(在)
흰(白) 구름을(雲) 스님은(僧) 쓸지(掃) 아니하네(不).
나그네(客) 와서야(來) 문이(門) 비로소(始) 열리고(開)
온(萬) 골짝의(壑) 소나무(松) 꽃은(花) 늙었네(老).


58. 回舟(회주)
―蓀谷  李  達(손곡  이  달)

宿鷺下秋沙  晩蟬鳴江樹  回舟白蘋風  夢落西潭雨
숙로하추사  만선명강수  회주백빈풍  몽락서담우

자던 해오라기 모래밭에 내리고
강가 나무에서 우는 저녁 매미.
흰 마름 바람에 배를 돌리면
서쪽 연못 빗발에 떨어지는 꿈.

直譯
자던(宿) 해오라기(鷺) 가을(秋) 모래에(沙) 내리고(下)
저녁(晩) 매미는(蟬) 강가(江) 나무에서(樹) 우네(鳴).
흰(白) 마름(蘋) 바람에(風) 배를(舟) 돌리면(回)
꿈은(夢) 서쪽(西) 연못(潭) 비로(雨) 떨어지네(落).


59. 松都懷古(송도회고)
―草樓  權  韐(초루  권  겹)

雪月前朝色  寒鍾故國聲  南樓愁獨立  殘郭曉雲生
설월전조색  한종고국성  남루수독립  잔곽효운생

눈의 달빛은 전조의 빛깔
차가운 종소리는 옛 나라 소리.
남루에 시름하며 홀로 섰으니
허물어진 성곽에 이는 새벽 구름.

直譯
눈의(雪) 달빛은(月) 앞(前) 조정의(朝) 빛깔이요(色)
차가운(寒) 종소리는(鍾) 옛(故) 나라의(國) 소리이네(聲).
남쪽(南) 다락에(樓) 시름하며(愁) 홀로(獨) 섰으니(立)
허물어진(殘) 성곽에(郭) 새벽(曉) 구름이(雲) 이네(生).


60. 老馬(노마)
―楊浦  崔  澱(양포  최  전)

老馬枕松根  夢行千里路  秋風落葉聲  驚起斜陽暮
노마침송근  몽행천리로  추풍락엽성  경기사양모

솔뿌리 베고 누운 늙은 저 말
꿈속에 달린 천리 길.
가을 바람에 지는 낙엽 소리에
놀라 깨아니니 어느새 저무는 해.

直譯
늙은(老) 말이(馬) 소나무(松) 뿌리를(根) 베개하고(枕)
꿈에(夢) 천리의(千里) 길을(路) 갔네(行).
가을(秋) 바람에(風) 떨어지는(落) 나뭇잎(葉) 소리에(聲)
놀라(驚) 일어나니(起) 볕은(陽) 기울어(斜) 저무네(暮).



61. 江夜(강야)
―五山  車天輅(오산  차천로)

夜靜魚登釣  波淺月滿舟  一聲南去雁  啼送海山秋
야정어등조 파천월만주  일성남거안  제송해산추

고요한 밤 고기는 낚이고
물결은 얕고 배에 가득한 달 빛.
강남으로 날아가는 기러기 한 소리
울어 보내는 바다 산의 가을이여.

直譯
밤은(夜) 고요한데(靜) 고기는(魚) 낚시에(釣) 오르고(登)
물결은(波) 얕고(淺) 달빛은(月) 배에(舟) 가득하네(滿).
한(一) 소리에(聲) 남쪽으로(南) 가는(去) 기러기(雁)
바다(海) 산의(山) 가을을(秋) 울어(啼) 보내네(送).


朝鮮 前期(조선 전기)

62. 全州懷古(전주회고)
―陽村  權  近(양촌  권  근)

巨鎭分南北  完山最古奇  千峰鐘王氣  一代啓鴻基
거진분남북  완산최고기  천봉종왕기 일대계홍기

산성은 남북으로 나뉘는데
완산이 가장 빼어났네.
천 봉우리 기운 모아
큰 터전 열었느니.

直譯
큰(巨) 진영(鎭) 남(南) 북으로(北) 나뉘었느니(分)
완산은(完山) 가장(最) 오래(古) 뛰어났노라(奇).
천(千) 봉우리(峯) 왕의(王) 기운으로(氣) 종이 되어(鐘)
한(一) 시대(代) 큰(鴻) 터전(基 : 왕궁의 터) 열었노라(啓).

낱말풀이 / 巨鎭 : 큰 산성(山城).  鴻基 : 왕궁의 터.


63. 題壁(제벽)
―猿亭  崔壽峸(원정  최수성)

水澤魚龍國  山林鳥獸家  孤舟明月在  何處是生涯
수택어룡국 산림조수가  고주명월재  하처시생애

못은 어룡의 나라
숲은 새 짐승의 집.
외로운 배에 달 밝은데
어느 곳에서 한평생을.

直譯
물(水) 못은(澤) 고기와(魚) 용의(龍) 나라요(國)
산(山) 숲은(林) 새와(鳥) 짐승의(獸) 집이라(家).
외로운(孤) 배엔(舟) 밝은(明) 달이(月) 있는데(在)
어느(何) 곳에서(處) 한 평생(生) 끝까지(涯) 다스릴꼬(是).

낱말풀이 / 魚龍國 : 고기와 용이 노는 곳.


64. 天王峰(천왕봉)
―南溟  曺  植(남명  조  식)

請看千石鐘  非大扣無聲  萬古天王峯  天鳴猶不鳴
청간천석종 비대구무성  만고천왕봉  천명유불명

천 석이나 되는 종
크게 쳐야 소리 나는데.
만고의 저 천왕봉
하늘이 쳐도 울리지 않으리.

直譯
천(千) 근이나 되는(石) 종을(鐘) 청하여(請) 바라보니(看)
크게(大) 두드리지(扣) 아니하면(非) 소리가(聲) 없다네(無).
크게(萬) 오래된(古) 천왕봉은(天王峰)
하늘이(天) 울리어도(鳴) 오히려(猶) 울지(鳴) 아니하네(不).

낱말풀이 / 大扣 : 큰 종채로 치다.  千石 : 부피의 단위 섬. 무게의 단위. 一石은 120斤.  天鳴 : 하늘이 울리는 것.


65. 聖心泉(성심천)
―忠齋  崔淑生(충재  최숙생)

何以醒我心  澄泉皎如玉  坐石風動裙  挹流月盈掬
하이성아심 징천교여옥  좌석풍동군 읍류월영국

내 마음 어찌 맑게 할까
샘물은 구슬처럼 맑아라.
돌에 앉으니 옷깃 펄럭
물을 뜨니 손바닥에 가득한 달.

直譯
어찌(何) 하여야(以) 나의(我) 마음(心) 깨일까(醒)
맑은(澄) 샘은(泉) 구슬과(玉) 같이(如) 맑네(皎).
돌에(石) 앉으니(坐) 바람은(風) 치마를(裙) 움직이고(動)
흐르는 물을(流) 움키니(挹) 달은(月) 손바닥에(掬) 가득하네(盈).

낱말풀이 / 動裙 : 치마를 움직임.  月盈掬 : 달이 두 손에 뜬 물에 비침.


66. 山中秋雨(산중추우)
―村隱  劉希慶(촌은  유희경)

白露下秋空  山中桂花發  折得最高枝  歸來伴明月
백로하추공  산중계화발  절득최고지  귀래반명월

하얀 이슬 내리는 가을
산중에 계수나무 꽃 피고.
높은 가지 꺾어
밝은 달 짝하여 돌아오네.

直譯
하얀(白) 이슬은(露) 가을(秋) 하늘에서(空) 내리고(下)
산(山) 속에선(中) 계수나무(桂) 꽃(花) 피어나네(發).
가장(最) 높은(高) 가지(枝) 꺾어(折) 들고(得)
밝은(明) 달(月) 짝하여(伴) 돌아(歸) 오네(來).

낱말풀이 / 折得 : 꺾어 들고.  伴明月 : 밝은 달을 짝하여.


67. 紫霞洞(자하동)
―君受  河偉量(군수  하위량)

松花金粉落  春澗玉聲寒  盤石客來坐  仙人舊有壇
송화금분락  춘간옥성한  반석객래좌 선인구유단

소나무 꽃은 금빛가루
봄 시내는 차가운 옥소리
나그네 와서 앉은 그 반석은
옛날에 신선이 있었던 단.

直譯
소나무(松) 꽃에서(花) 금빛(金) 가루(粉) 떨어지고(落)
봄(春) 산골 물은(澗) 옥(玉) 소리로(聲) 차가워라(寒).
소반(盤) 바위에(石) 나그네(客) 와서(來) 앉나니(坐)
신선(仙) 사람이(人) 옛날(舊) 있었던(有) 단이라네(檀).

낱말풀이 / 紫霞 : 신선이 사는 곳에 떠돈다는 자줏빛 운기(雲氣).


68. 山居(산거)
―竹庵  許景胤(죽암  허경윤)

柴扉尨亂吠  窓外白雲迷  石徑人誰至  春林鳥自啼
시비방란폐  창외백운미  석경인수지  춘림조자제

삽살개 사립문에서 짖어대는데
창밖에 헤매는 흰 구름.
올 이 없는 이 돌길
봄 숲에선 새만이 지저귀네.

直譯
땔나무로 된(柴) 문짝에서(扉) 삽살개는(尨) 어지러이(亂) 짖어대고(吠)
창(窓) 밖에는(外) 흰(白) 구름이(雲) 헤매네(迷).
이 돌(石) 길에(徑) 사람(人) 누가(誰) 이르겠나(至)
봄(春) 수풀에서(林) 새만(鳥) 스스로(自) 울어대네(啼).


69. 遺懷(유회)
―蓮峰  李基卨(연봉  이기설)

窓外連宵雨  庭邊木葉空  騷人驚起晏  長嘯倚西風
창외연소우  정변목엽공  소인경기안  장소의서풍

창밖엔 연이은 밤비
나뭇잎도 다 져 텅 빈 뜰.
시인은 놀라 일어나
길게 읊조리며 기대보는 가을 바람.

直譯
창(窓) 밖에(外) 연이은(連) 밤(宵) 비로(雨)
뜰(庭) 가의(邊) 나무(木) 잎은(葉) 다했네(空).
글쓰는(騷) 사람(人) 늦게(晏) 놀라(驚) 일어나(起)
길이(長) 읊조리며(嘯) 가을(西) 바람에(風) 기대네(倚).


70. 過古寺(과고사)
―淸虛  休  靜(청허  휴  정)

花落僧長閉  春尋客不歸  風搖巢鶴影  雲濕坐禪衣
화락승장폐 춘심객불귀  풍요소학영  운습좌선의

꽃이 지니 스님은 문을 닫고
봄 찾는 나그네 돌아갈 줄 모르네.
바람은 둥지의 학 그림자 흔들고
구름은 좌선하는 옷깃 적시네.

直譯
꽃이(花) 지니(落) 스님은(僧) 오래도록(長) 문을 잠갔고(閉)
봄에(春) 찾아온(尋) 나그네는(客) 돌아가지(歸) 아니하네(不).
바람은(風) 보금자리의(巢) 학(鶴) 그림자(影) 흔들고(搖)
구름은(風) 앉아서(坐) 참선하는(禪) 옷을(衣) 적시네(濕).

낱말풀이 / 春尋 : 화전놀이.


71.題畵(제화)
―林光澤(임광택)

白頭蒼面叟  倚樹午眠閒  夢亦非塵界  靑山綠水間
백두창면수  의수오면한  몽역비진계 청산녹수간

하얀 머리 푸른 얼굴 노인
나무에 기대 한가로운 낮잠.
꿈 또한 속세 아니니
파란 산 푸른 물 사일레라.

直譯
흰(白) 머리에(頭) 푸른(蒼) 얼굴의(面) 늙은이(叟)
나무에(樹) 기대고(倚) 한가로이(閒) 낮(午) 잠을 자네(眠).
꿈(夢) 또한(亦) 티끌의(塵) 세계가(界) 아니니(非)
푸른(靑) 산(山) 푸른(綠) 물(水) 사이라네(間).

낱말풀이 / 蒼面叟 : 창백한 얼굴의 노인.  塵界 : 속세.


72. 題畵障(제화장)
 ―西坰  柳  根(서경  유  근)

日暖花如錦  風輕柳拂絲  尋訪應有意  童子抱琴隨
일난화여풍  풍경유불사  심방응유의 동자포금수

꽃이 비단 같은 따스한 날씨
버들가지 실로 나부끼는 가벼운 바람.
찾아온 뜻 응당 있을지니
아이야 거문고 안고 따르렴.

直譯
날씨(日) 따뜻하니(暖) 꽃은(花) 비단(錦) 같고(如)
바람(風) 가벼우니(輕) 버들엔(柳) 실(絲) 바람이네(拂).
찾아(尋) 방문함엔(訪) 응당(應) 뜻이(意) 있으리니(有)
아이는(童子) 거문고를(琴) 안고(抱) 따르네(隨).

낱말풀이 / 柳拂絲 : 버들이 바람에 한들거림.  應有意 : 응당히 생각이 있음.


73. 山行(산행)
―雪峯  姜柏年(설봉  강백년)

十里無人響  山空春鳥啼  逢僧問前路  僧去路還迷
십리무인향  산공춘조제  봉승문전로  승거로환미

사람 소리 없는 십리
빈 산엔 봄 새 소리.
스님 만나 앞 길 묻고서
스님 떠나니 다시 길 잃고.

直譯
십(十) 리에(里) 사람(人) 소리(響) 없고(無)
산은(山) 비어(空) 봄(春) 새만(鳥) 우네(啼).
스님(僧) 만나(逢) 앞(前) 길(路) 묻고(問)
스님(僧) 가니(去) 길에서(路) 도로(還) 헤매네(迷).

낱말풀이 / 人響 : 사람의 말소리.


74. 與諸義士相別(여제의사상별)
―元讓  崔孝一(원양  최효일)

壯氣連天鬱  精忠貫日明  男兒一掬淚  不獨爲今行
장기연천울 정충관일명  남아일국루  부독위금행

무성히 하늘에 이어진 장한 기운
참된 충성은 해를 꿰뚫어 밝은데.
사나이 이 한 움큼의 눈물이
어찌 이 걸음 때문이랴.

直譯
장한(壯) 기운은(氣) 하늘에(天) 이어져(連) 무성하고(鬱)
참된(精) 충성은(忠) 해를(日) 꿰뚫어(貫) 밝다(明).
사나이(男兒) 한(一) 움큼(掬) 흐르는 눈물이(漏)
다만(獨) 이제(今) 가는 걸음을(行) 위함만은(爲) 아니니라(不).


75. 途中(도중)
―霞谷  尹  堦(하곡  윤  계)

日暮朔風起  天寒行路難  白烟生凍樹  山店雪中看
일모삭풍기  천한행로난  백연생동수  산점설중간

해 저무니 북쪽 바람이 일고
길을 가기 어려운 추운 날씨
흰 연기는 언 나무에서 나는데
눈 속에 보이는 산 가게

直譯
해(日) 저물어(暮) 북쪽(朔) 바람이(風) 일고(起)
날씨(天) 추우니(寒) 길을(路) 가기(行) 어려워라(難).
흰(白) 연기는(烟) 언(凍) 나무에서(樹) 나는데(生)
산(山) 가게가(店) 눈(雪) 가운데(中) 보이네(看)


76. 金剛山(금강산)
―尤庵  宋時熱(우암  송시열)

山與雲俱白  雲山不辯容  雲歸山獨立  一萬二千峰
산여운구백 운산불변용  운귀산독립  일만이천봉  

산과 구름 함께 희니
구름과 산 구별할 수 없는데.
구름 가고 산 홀로 서니
일만 이천 봉우리.

直譯
산이(山) 구름과(雲) 더불어(與) 함께(俱) 하야니(白)
구름과(雲) 산(山) 모습을(容) 나눌 수(辯) 없다네(不).
구름(雲) 가고(歸) 산(山) 홀로(獨) 섰으니(立)
일(一) 만(萬) 이(二) 천(千) 봉우리라네(峯).

낱말풀이 / 雲山 : 구름이 산에 덮여있음.


77. 遊山寺(유산사)
―春圃 嚴義吉(춘포 엄의길)

紫陌三年客  靑山一老僧  相逢談笑處  蘿月不懸燈
자맥삼년객  청산일노승  상봉담소처 나월불현등

자줏빛 두렁에 삼 년 나그네
푸른 산 어느 늙으신 스님.
서로 만나 웃고 이야기하는데
덩굴에 걸린 달이 등불.

直譯
자줏빛(紫) 두렁 길에(陌) 세(三) 해의(年) 나그네(客)
푸른(靑) 산에(山) 한(一) 늙은(老) 스님(僧).
서로(相) 맞나(逢) 이야기하고(談) 웃는(笑) 곳에(處)
댕댕이 덩굴의(蘿) 달로(月) 등을(燈) 달 것이(懸) 없다네(不).

낱말풀이 / 蘿月 : 댕댕이 덩굴에 걸쳐있는 달.  不懸燈 : 등불을 켜서 달 필요가 없음.


78. 夜坐(야좌)
―春圃  嚴義吉(춘포  엄의길)

谷靜無人跡  庭空有月痕  忽聞山犬吠  沽酒客敲門
곡정무인적  정공유월흔  홀문산견폐  고주객고문

사람의 자취 없어 고요한 골짝
빈 뜰엔 달 흔적만.
문득 개 짖는 소리는
술 사려는 나그네가 문을 두드림이라.

直譯
골짝이(谷) 고요하여(靜) 사람(人) 자취(跡) 없고(無)
뜰이(庭) 비어(空) 달(月) 흔적이(痕) 있네(有).
문득(忽) 산에(山) 개(犬) 짖는 소리(吠) 들리는 것은(聞)
술(酒) 사려는(沽) 나그네가(客) 문을(門) 두드림이라(敲).


79. 藥山東臺(약산동대)
―草盧  李惟齋(초노  이유재)

藥石千年在  晴江萬里長  出門一大笑  獨立倚斜陽
약석천년재 청강만리장  출문일대소  독립의사양

약 바위 천 년 있고
맑은 강 만리로 길구나.
문을 나와 한번 큰 웃음
홀로 서서 지는 해에 기댄다.

약산의(藥) 바위(石) 천(千) 년을(年) 있고(在)
맑은(晴) 강(江) 만(萬) 리나(里) 기네(長).
문에서(門) 나와(出) 한번(一) 크게(大) 웃고(笑)
홀로(獨) 서서(立) 기우는(斜) 빛에(陽) 의지하네(倚)

낱말풀이 / 藥石 : 약산의 바위.


80. 題畵(제화)
―龜石  金得臣(구석  김득신)

古木寒煙裏  秋山白雲邊  暮江風浪起  漁子急回船
고목한연리  추산백운변  모강풍랑기  어자급회선

찬 연기 속에 늙은 나무
흰 구름 가엔 가을 산.
풍랑 일어나는 저녁 강에
서둘러 뱃머리 돌리는 어부여.

直譯
옛(古) 나무는(木) 차가운(寒) 연기(煙) 속이고(裏)
가을(秋) 산은(山) 흰(白) 구름(雲) 가장자리네(邊).
저무는(暮) 강엔(江) 바람(風) 물결(浪) 일고(起)
고기 잡는(漁) 이(子) 급히(急) 배를(船) 돌리네(回).

낱말풀이 / 漁子 : 어부.


81. 詠菊(영국)
―高徵厚(고징후)

微草幽貞趣  正猶君子人  斯人不可見  徒與物相親
미초유정취 정유군자인  사인불가견  도여물상친

작은 풀 그윽하고 곧아
바로 군자 같아라.
이런 사람 만날 수 없어
헛되이 국화만 사랑하네.

直譯
작은(微) 풀에(草) 그윽하고(幽) 곧은(貞) 자태이니(趣)
참으로(正) 군자와(君子) 같은(猶) 사람이라네(人).
이런(斯) 사람(人) 보는 것이(見) 가하지(可) 아니하니(不)
헛되이(徒) 물건과(物) 더불어(與) 서로(相) 친하네(親).

낱말풀이 / 幽貞趣 : 그윽하고 곧은 정취.  徒與物 : 한갓 풀인 국화와 더불어.  君子 : 학식과 덕행이 높은 사람.  마음이 착하고 무던한 사람. 관직이 높은 사람.


82. 盆梅(분매)
―滄溪  林  泳(창계  임  영)

白玉堂中樹  開花近客杯  滿天風雪裏  何處得夫來
백옥당중수  개화근객배  만천풍설리  하처득부래

백옥당에 매화나무
꽃 피어 손님 술잔에 가깝구나.
하늘 가득 눈바람 속인데
어디서 얻어 왔느뇨.

直譯
흰(白) 구슬(玉) 집이라는(堂) 백옥당(白玉堂) 가운데(中) 나무(樹)
꽃이(花) 피어(開) 나그네(客) 술잔에(杯) 가깝네(近).
하늘(天) 가득한(滿) 바람과(風) 눈(雪) 속(裏)
어느(何) 곳에서(處) 그(夫) 얻어(得) 왔느뇨(來).

낱말풀이 / 近客杯 : 나그네가 술을 마시는 자리에 놓여 있음.


83. 題墨竹後(제묵죽후)
―鄭  敍(정  서)

閑餘弄筆硯  寫作一竿竹  時於壁上間  幽恣故不俗
한여농필연  사작일간죽  시어벽상간 유자고불속

한가로이 붓을 놀리어
대나무 하나 그렸지.
벽에 걸어 때때로 보니
그윽한 모습 속되지 않구나.

直譯
한가하고(閑) 여유로와(餘) 붓과(筆) 벼루(硯) 희롱하여(弄)
한(一) 장대(竿) 대를(竹) 그려(寫) 만들었네(作).
때로(時) 벽(壁) 위에 두어(上) 사이 하니(間)
그윽한(幽) 모습인(恣) 까닭으로(故) 속되지(俗) 아니하네(不).

낱말풀이 / 幽恣 : 그윽한 모습.


84. 三淸洞(삼청동)
―巷東  金富賢(항동  김부현)

溪上離離草  侵人坐處生  不知衣露濕  猶自聽溪聲
계상리리초  침인좌처생  부지의로습  유자청계성

시냇가에 흩어진 풀
사람 앉을 자리에도 돋아났네.
옷이 이슬에 젖는 줄 모르고
태연히 시내 물소리만 듣네.

直譯
시내(溪) 위의(上) 나란하고(離) 나란한(離) 풀이(草)
사람의(人) 앉을(坐) 곳(處) 침범하여(侵) 나있네(生).
옷이(衣) 이슬에(露) 젖는 줄(濕) 알지(知) 못하고(不)
태연히(猶) 시내(溪) 소리만(聲) 스스로(自) 듣네(聽).


85. 山氣(산기)
―眉叟  許  穆(미수  허  목)

(一)
陽阿春氣早  山鳥自相親  物我兩忘處  始覺百獸馴
양아춘기조  산조자상친  물아양망처  시각백수순

봄기운 이른 따뜻한 언덕
산새들 서로 사랑.
자연과 나 깃들 곳 잊어
비로소 알겠네 뭇 짐승 순치 되었음을.

直譯
따뜻한(陽) 언덕에(阿) 봄(春) 기운(氣) 이른데(早)
산(山) 새(鳥) 저절로(自) 서로(相) 사랑하네(親).
물건과(物) 나(我) 둘(兩) 거처(處) 잊으니(忘)
비로소(始) 모든(百) 짐승(獸) 길들여짐을(馴) 깨닫겠네(覺).

(二)
空堦鳥雀下  無事晝掩門  靜中觀物理  居室一乾坤
공계조작하  무사주엄문  정중관물리 거실일건곤

참새 내리는 빈 섬돌
일도 없어 낮에 문 닫고.
고요히 살펴보는 만물 이치
살고있는 방이 하나의 건곤이라.

直譯
빈(空) 섬돌에(堦 : 階) 새(鳥) 참새(雀) 내려오고(下)
일이(事) 없어(無) 낮에도(晝) 문을(門) 닫았네(掩).
고요한(靜) 가운데(中) 물건(物) 이치(理) 살펴보면(觀)
사는(居) 집이(室) 하나의(一) 하늘과(乾) 땅이라네(坤).


86. 流頭(유두)
―金錫龜(김석구)

提壺來郭外  佳節是流頭  閒臥松陰夕  淸風不讓秋
제호래곽외  가절시유두  한와송음석 청풍불양추

술병 들고 성밖 나오니
좋은 시절 유두라.
한가로이 솔 그늘에 누우니
바람은 맑은 가을.

直譯
술병(壺) 들고(提) 성(郭) 밖에(外) 오니(來)
좋은(佳) 시절은(節) 이에(是) 유두라(流頭).
한가로이(閒) 솔(松) 그늘(陰) 저녁에(夕) 누웠으니(臥)
맑은(淸) 바람은(風) 가을을(秋) 양보하지(讓) 아니하네(不).

낱말풀이 / 提壺 : 술병을 옆에 참.  流頭 : 음력 6월 보름날.


87. 月夜(월야)
―林瑞珪(임서규)

琴罷雲侵壁  詩成月滿軒  夢回天已曙  窓外衆禽喧
금파운침벽 시성월만헌  몽회천이서  창외중금훤


거문고 소리 끝나니 벽엔 구름
시를 짓고 나니 처마엔 달.
꿈 깨어난 새벽
창밖에는 온갖 새소리.

直譯
거문고(琴) 그치니(罷) 구름이(雲) 벽을(壁) 침범하고(侵)
시가(詩) 이루어지니(成) 달은(月) 추녀에(軒) 가득하네(滿).
꿈에서(夢) 돌아오니(回) 하늘은(天) 이미(已) 새벽이라(曙)
창(窓) 밖에(外) 많은(衆) 새(禽) 시끄럽네(喧)

낱말풀이 / 衆禽喧 : 온갖 새들이 지저귐.


88. 遊安心寺(유안심사)
―冲  徽(충  휘)

夜雨朝來歇  靑霞濕落花  山僧留歸客  手自煮新茶
야우조래헐  청하습낙화  산승유귀객 수자자신다

밤비 개인 아침            
꽃을 적시는 푸른 안개.
스님은 나그네 붙들고
손수 차를 달이네.

밤(夜) 비(雨) 아침에(早) 이르러(來) 개이고(歇)
푸른(靑) 안개(霞) 지는(落) 꽃을(花) 적시네(濕).
산(山) 스님은(僧) 돌아가는(歸) 나그네(客) 머무르게 하고(留)
손수(手) 스스로(自) 새로이(新) 차를(茶) 다리네(煮).

낱말풀이 / 靑霞 : 푸른 빛 어린 아지랑이.  手自 : 손수.


89. 夜景(야경)
―竹泉  金鎭圭(죽천  김진규)

輕雲華月吐  芳樹澹烟沈  夜久孤村靜  淸泉響竹林
경운화월토  방수담연침  야구고촌정  청천향죽림

달을 토해내는 가벼운 구름
꽃다운 나무에 잠기는 맑은 연기.
밤이 깊어 고요한 외딴 마을
맑은 샘물이 대숲을 울리고.

直譯
가벼운(輕) 구름은(雲) 아름다운(華) 달을(月) 토해내고(吐)
꽃다운(芳) 나무에는(樹) 맑은(澹) 연기(烟) 잠기네(沈)
밤이(夜) 오래되니(久) 외딴(孤) 마을은(村) 고요하고(靜)
맑은(淸) 샘물이(泉) 대(竹) 숲을(林) 울리네(響).


90. 采蓮曲(채련곡)
―玄黙  洪萬宗(현묵  홍만종)

彼美采蓮女  繫舟橫塘渚  羞見馬上郞  笑入荷花去
피미채련여  계주횡당저  수견마상랑  소입하화거

연밥 따는 아름다운 저 처녀
물가에 배를 매어두고.
말 위의 사나이가 부끄러워
연꽃 속으로 웃으면서 들어가네.

直譯
저(彼) 아름다운(美) 연을(蓮) 따는(采) 처녀여(女)
가로놓인(橫) 연못(塘) 물가에(渚) 배를(舟) 매두고(繫).
말(馬) 위의(上) 사내를(郞) 부끄러이(羞) 보다가(見)
웃으면서(笑) 연(荷) 꽃으로(花) 들어(入) 가버리네(去).


91. 楓溪夜逢士敬(풍계야봉사경)
―老稼齋  金昌業(노가재  김창업)

靑林坐來暝  獨自對蒼峰  先君一片月  來掛檻前松
청림좌래명 독자대창봉  선군일편월  래괘함전송

어둠이 찾아온 푸른 숲 속에 앉아
나 홀로 마주한 파란 산.
한 조각달이 그대보다 먼저
난간 앞 소나무로 와 걸렸네.

直譯
푸른(靑) 숲에(林) 앉았으니(坐) 어둠이(暝) 와서(來)
홀로(獨) 몸소(自) 푸른(蒼) 봉우리만(峰) 마주하네(對).
그대에(君) 앞서(先) 한(一) 조각(片) 달이(月)
난간(檻) 앞(前) 소나무로(松) 와(來) 걸렸네(掛).



92. 瀑布(폭포)
―夢囈  南克寬(몽예  남극관)

白雪掛終古  驚雷殷一壑  晩來更淸壯  高峰秋雨落
백설괘종고  경뇌은일학  만래갱청장  고봉추우락

옛날부터 하얀 눈을 걸고
온 골짝을 놀라게 하는 천둥소리.
저녁이 되니 더욱 맑고 장해
높은 봉우리에서 떨어지는 가을비.

直譯
하얀(白) 눈을(雪) 옛날(古)부터(從) 걸고(掛)
천둥소리(雷) 크게(殷) 한(一) 골짝을(壑) 놀라게 하네(驚).
저녁때에(晩) 이르러(來) 다시(更) 맑고(淸) 장해(壯)
높은(高) 봉우리에서(峰) 가을(秋) 비(雨) 떨어지네(落).


93. 楓岩靜齋秋詞(풍암정재추사)
―夢囈  南克寬(몽예  남극관)

霜葉自深淺  總看成錦樹  虛齋坐忘言  葉上聽疎雨
상엽자심천  총간성금수  허재좌망언 엽상청소우

저절로 깊고 얕은 단풍 잎
바라보니 모두 비단 나무.
빈 서재에 말을 잊고 앉아
나뭇잎 위 성긴 빗소리 듣네.

直譯
서리(霜) 잎은(葉) 저절로(自) 깊고(深) 얕아서(淺)
모두(總) 바라보니(看) 비단(錦) 나무(樹) 되었네(成).
빈(虛) 집에(齋) 앉아(坐) 말을(言) 잊고서(忘)
잎(葉) 위에(上) 성긴(疎) 빗소리(雨) 듣네(聽).


94. 訪眉叟宗丈(방미수종장)
―蘭谷  許時亨(난곡  허시형)

相尋闍崛西  深燈風雨夕  牀頭一樹梅  含情若挽客
상심사굴서  심등풍우석  상두일수매  함정약만객

서쪽으로 선생을 찾아가
비바람 저녁 등불에 깊은 밤.
평상 위의 한 떨기 매화는
나그네를 붙드는 듯 정을 머금고.

直譯
선생께서 산다는 지사굴(闍崛) 서쪽으로(西) 찾아가(尋) 보았더니(相)
등불에(燈) 비(雨) 바람(風) 저녁이(夕) 깊었네(深).
평상(牀) 머리에(頭) 나무(樹) 하나(一) 매화는(梅)
정을(情) 머금고(含) 나그네를(客) 잡아당기는 것(挽) 같네(若).

낱말풀이 / 眉叟 : 허목(許穆)의 자(字).  闍崛 : 지사굴산(秪闍崛山). 인도(印度)에 있다는 산(山) 이름. 여기서는 미수(眉叟) 선생이 있는 곳.  宗丈 : 어른.



95. 東郊(동교)
―涬甫  申熙溟(행보  신희명)

樹擁疑無路  山開忽有村  田翁眠藉草  淸夢繞平原
수옹의무로  산개홀유촌  전옹면자초  청몽요평원

숲이 우거져 길이 없나 했는데
산이 열리자 문득 보이는 마을.
풀을 깔고 잠든 농부
맑은 그 꿈 넓은 들을 둘러싸네.

直譯
나무가(樹) 가리어(擁) 길이(路) 없는지(無) 의심을 했는데(疑)
산이(山) 열리자(開) 문득(忽) 마을이(村) 있네(有).
농사짓는(田) 늙은이(翁) 풀을(草) 깔고(藉) 자니(眠)
맑은(淸) 꿈이(夢) 평평한(平) 벌판을(原) 둘러싸네(繞).


96. 紫陌春雨(자맥춘우)
―癯溪  朴景夏(구계  박경하)

東風紫陌來  興與春雲聚  醉臥酒爐邊  衣沾杏花雨
동풍자맥래  흥여춘운취  취와주로변 의첨행화우

서울 거리에 샛바람 불면
봄 구름과 함께 모여드는 흥을.
술 화로 가에 취해 누우면
내 옷은 살구꽃 비에 젖고.

直譯
제왕의 집 빛깔이 있는(紫) 거리에(陌) 동쪽(東) 바람이 불어(風) 오면(來)
흥은(興) 봄(春) 구름과(雲) 더불어(與) 모여드네(聚).
술(酒) 화로(爐) 가에(邊) 취해(醉) 누우면(臥)
옷은(衣) 살구(杏) 꽃(花) 비에(雨) 젖네(沾)

낱말풀이 / 紫陌 : 서울 거리.  東風 : 샛바람.


97. 詠庭前梨樹(영정전이수)
―聽灘  韓翼恒(청탄  한익항)

一室淸如水  簷端樹自交  夜闌人不寐  明月在花梢
일실청여수  첨단수자교  야란인불매 명월재화초

물과 같이 맑은 온 집안
처마 끝엔 서로 얽힌 나뭇가지.
늦도록 잠 못 이루는 밤
밝은 달만 꽃가지에 걸려있고.

直譯
온(一) 방의(室) 맑기가(淸) 물과(水) 같은데(如)
처마(簷) 끝의(端) 나무는(樹) 절로(自) 섞이었고(交).
밤이(夜) 다하도록(闌) 사람은(人) 잠을 이루지(寐) 못하는데(不)
밝은(明) 달은(月) 꽃(花) 가지 끝에(梢) 있네(在).


98. 和金稷山(화김직산)
―靑泉  申維翰(청천  신유한)

朱欄俯綠池  日照幽蘭靜  中有鼓琴人  欹巾坐花影
주란부록지  일조유란정  중유고금인  의건좌화영

푸른 못을 굽어보는 붉은 난간에
해 비치니 고요한 난초.
그 가운데 거문고 타는 사람
기울어진 두건으로 꽃 그늘에 앉았네.

直譯
붉은(朱) 난간이(欄) 푸른(綠) 못으로(池) 구부리고(俯)
해(日) 비치니(照) 그윽한(幽) 난초가(蘭) 고요하네(靜).
그 가운데에(中) 거문고(琴) 타는(鼓) 사람(人) 있으니(有)
기울어진(欹) 두건으로(巾) 꽃(花) 그늘에(影) 앉았네(坐).


99. 磧川寺過方丈英禪師(적천사과방장영선사)
―靑泉  申維翰(청천  신유한)

掃石臨流水  問師何處來  師言無所住  偶與白雲回
소석임유수  문사하처래  사언무소주 우여백운회

흐르는 물가에 돌을 쓸며
스님 어디서 오시느냐고
머무는 데 없이
흰 구름과 짝하여 다닌다고.」

直譯
돌을(石) 쓸고(掃) 흐르는(流) 물에(水) 임하여(臨)
스승에게(師) 묻기를(問) 어느(何) 곳에서(處) 오시느냐고(來).
스승이(師) 말하기를(言) 머무는(住) 곳(所) 없이(無)
흰(白) 구름(雲) 더불어(與) 짝하고(偶) 돌아온다고(回).

낱말풀이 / 方丈 : 화상(和尙). 국사(國師) 등의 높은 중의 처소. 또는 주지(住持).


100. 無題(무제)
―圓嶠  李匡師(원교  이광사)

百鳥棲皆穩  孤跫響獨哀  片雲依石在   孤月照鄕來
백조서개온  고공향독애  편운의석재  고월조향래

새들은 모두 깃들어 평온한데
홀로 슬픈 귀뚜라미 소리.
조각 구름은 돌에 의지해 있고
시골을 비춰 오는 외로운 달.

直譯
온갖(百) 새들은(鳥) 깃들어(棲) 다(皆) 평온하고(穩)
외로운(孤) 귀뚜라미(蛩) 소리(響) 홀로(獨) 슬프네(哀).
조각(片) 구름은(雲) 돌에(石) 의지하여(依) 있고(在)
외로운(孤) 달은(月) 시골을(鄕) 비춰(照) 오네(來).


101. 牧笛(목적)
―息山  李萬敷(식산  이만부)

短髮尺餘兒  大牛能自領  晩郊留一聲  渡水入山影
단발척여아  대우능자령  만교유일성  도수입산영

한 자 남짓 짧은 머리 아이
그 큰 소를 넉넉히 부리네.
저문 들에 한 소리 남겨 두고
시내 건너 산그늘로 들어가네.

直譯
짧은(短) 머리털이(髮) 한 자(尺) 남짓한(餘) 아이(兒)
큰(大) 소를(牛) 능히(能) 몸소(自) 거느리네(領).
저문(晩) 들에(郊) 한(一) 소리(聲) 남겨두고(留)
물을(水) 건너(渡) 산(山) 그늘로(影) 들어가네(入).


102. 江行(강행)
―聖齋  李匡呂(성재  이광려)

湖村收宿雨  波色澹淸晨  岸岸蓬底濕  沙上不見人
호촌수숙우  파색담청신  안안봉저습  사상불견인

오랜 비가 걷힌 호수 마을에
물결도 고요한 맑은 새벽.
언덕마다 쑥대 밑이 젖고
사람도 안 보이는 모래밭.

直譯
호수(湖) 마을은(村) 묵은(宿) 비를(雨) 걷고(收)
물결(波) 빛은(色) 맑은(淸) 새벽에(晨) 맑네(澹).
언덕(岸) 언덕엔(岸) 쑥(蓬) 밑이(底) 젖고(濕)
모래(沙) 위엔(上) 사람(人) 보이지(見) 아니하네(不).


103. 田翁(전옹)
―東溪  李英輔(동계  이영보)

輟耕山落日  林逕驅牛去  遙野望家門  烟生喬木處
철경산락일  임경구우거  요야망가문  연생교목처

밭 갈기를 마치자 산의 해 저물어
소 몰고 가는 숲 속 오솔길.
먼 들에서 집의 문을 바라보니
교목 있는 곳에서 이는 저녁 연기.

直譯
밭 갈기를(耕) 그치자(輟) 산의(山) 해는(日) 떨어져(落)
숲 속(林) 오솔길로(逕) 소(牛) 몰고(驅) 가네(去).
먼(遙) 들에서(野) 집의(家) 문을(門) 바라보니(望)
높이 솟은(喬) 나무(木) 있는 곳에서(處) 연기가(烟) 피어오르네(生).


104. 田家(전가)
―惠寰  李用休(혜환  이용휴)

婦坐搯兒頭  翁傴掃牛圈  庭堆田螺殼  廚遺野蒜本
부좌도아두  옹구소우권  정퇴전라각  주유야산본

앉아서 아이 머리 다독이는 아낙
구부리고 외양간 치는 늙은이.
뜰에는 우렁이 껍질 쌓여있고
부엌에는 마늘 줄기 흩어져있고.

直譯
여자는(婦) 앉아서(坐) 아이(兒) 머리(頭) 두들기고(搯)
늙은이는(翁) 구부리고(傴) 소(牛) 우리(圈) 치네(掃)
뜰에는(庭) 논(田) 고동(螺) 껍질(殼) 쌓여있고(堆)
부엌에는(廚) 들(野) 마늘(蒜) 줄기(本) 놓여있네(遺).


105. 民山(민산)
―惠寰  李用休(혜환  이용휴)

遠山暮色來  前路行人少  村機猶織聲  西窓有餘照
원산모색래  전로행인소  촌기유직성  서창유여조

먼 산에 저녁 빛이 오니
다니는 사람도 드문 앞길
마을에서는 아직도 베 짜는 소리
서쪽 창엔 석양이 남아 있고.

直譯
먼(遠) 산에(山) 저녁(暮) 빛깔이(色) 오니(來)
앞(前) 길에는(路) 다니는(行) 사람(人) 적네(少).
마을(村) 베틀에서는(機) 아직도(猶) 베 짜는(織) 소리나고(聲)
서쪽(西) 창에는(窓) 빛이(照) 남아(餘) 있네(有).


106. 牧童(목동)
―茂佰  柳東陽(무백  유동양)

驅牛赤脚童  滿載秋山色  叱叱搔蓬頭  長歌歸月夕
구우적각동  만재추산색  질질소봉두  장가귀월석

소를 모는 맨발의 아이
가득 실은 가을 산 빛.
머리 긁으며 소를 모는 소리
긴 노래로 저녁달에 돌아오네.

直譯
소를(牛) 모는(驅) 발가숭이(赤) 다리의(脚) 아이(童)
가을(秋) 산(山) 빛을(色) 가득(滿) 실었네(載).
흐트러진(蓬) 머리(頭) 긁으며(搔) 혀를 차며(叱) 꾸짖는 소리(叱)
긴(長) 노래로(歌) 저녁(夕) 달에(月) 돌아오네(歸).


107. 失題(실제)
―雲巢子  金可基(운소자  김가기)

大醉長安酒  狂歌日暮還  蓬壺多俗物  遊戱且人間
대취장안주  광가일모환 &n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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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幼隣 賈至(718~772)

전기`````仲文 錢起(722~780?)唐 錢考功集 大曆十才子의 필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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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목```` 牧之 杜牧(803~853)唐 江南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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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희```` 元晦 晦庵 朱憙(1130~1200)南宋 四書集注 近思錄 주자학

 

 

잠삼

岑參(715~770)唐 岑嘉州集

題蒼頡造字臺(제창힐조자대) 창힐의 조자대에 제하다

野寺荒臺晩(야사황대만) 들에 절 거친 누대 저물어가고

寒天古木悲(한천고목비) 추운 날씨 옛 나무 서글프기만

空階有鳥跡(공계유조적) 빈 섬돌에 있으니 새의 발자국

猶似造書時(유사조서시) 마치 같아 글자를 만들던 그 때

 

 

見渭水思秦川(견위수사진천) 위수를 보면서 진천을 생각

渭水東流去(위수동류거) 위수 물 동쪽으로 흘러가는데

何時到雍州(하시도옹주) 언제면 옹주 땅에 닿아 이를까

憑添兩行淚(빙첨양행루) 기대어 보태어서 두 줄기 눈물

寄向故園流(기향고원류) 부쳐 보내 고향에 물결 흐름에

 

 

山房春事(산방춘사) 산방의 봄일

梁園日暮亂飛鴉(양원일모난비아) 양원에 해는 지고 까마귀 날아

極目蕭條三兩家(극목소조삼양가) 눈 닿는 끝 쓸쓸해 두어 채 집이

庭樹不知人去盡(정수부지인거진) 뜰 나무 알지 못해 사람 다 떠나

春來還發舊時花(춘래환발구시화) 봄이 오면 다시 펴 지난시절 꽃

 

 

春夢(춘몽) 봄꿈

洞房昨夜春風起(동방작야춘풍기) 동방화촉 어젯밤 봄바람 일어

遙憶美人湘江水(요억미인상강수) 멀리 그려 고운 이 상강물가에

枕上片時春夢中(침상편시춘몽중) 베갯머리 토막 잠 봄꿈 가운데

行盡江南數千里(행진강남수천리) 다 다니니 강남을 몇 천리 길을

 

 

苜蓿峯寄家人(목숙봉기가인) 목숙봉에서 집사람에게

苜蓿峯邊逢立春(목숙봉변봉입춘) 목숙봉 두루 둘러 입춘을 맞아

葫蘆河上淚霑巾(호로하상루점건) 호로하 강위에서 눈물 적신다

閨中只是空相憶(규중지시공상억) 아낙 안방 다만이 헛된 그리움

不見沙場愁殺人(불견사장수살인) 보지 못해 모래 벌 죽이는 시름

 

 

玉關寄長安主簿(옥관기장안주부) 옥관서 장안 주부에게 부치며

東去長安萬里餘(동거장안만리여) 동으로 장안까지 만 리가 넘어

故人那惜一行書(고인나석일행서) 오랜 벗 어찌 아껴 한 줄 편지를

玉關西望腸堪斷(옥관서망장감단) 옥관서 서쪽 보니 애가 끊일 듯

況復明朝是歲除(황부명조시세제) 하물며 내일 아침 한 해 끝이라

 

 

寄左省杜拾遺(기좌생두습유) 좌성의 두섭유에게 보내다

聯步趨丹陛(련보추단폐) 잇달아 걸어 나아간 벼슬

分曹限紫微(분조한자미) 관아 달라서 자미궁까지

曉隨天仗入(효수천장입) 아침엔 좇아 지킴에 들어

暮惹御香歸(모야어향귀) 저녁에 이끎 궁궐 향에 와

白髮悲花落(백발비화낙) 흰머리 슬퍼 꽃이 짐이라

靑雲羨鳥飛(청운선조비) 푸른 꿈 바램 새로 날아가

聖朝無闕事(성조무궐사) 임금님 조정 나랏일 없어

自覺諫書稀(자각간서희) 스스로 알아 간언 드물어

 

 

蜀葵花(촉규화) 접시꽃

昨日一花開(작일일화개) 어제 꽃 하나 피고

今日一花開(금일일화개) 오늘 꽃 하나 피네

今日花正好(금일화정호) 오늘 꽃 참 좋은데

昨日花已老(작일화이노) 어제 꽃 이미 시들

 

 

行軍九日思長安故園(행군구일사장안고원)

중양절 군에서 장안의 고향을 생각하며

强欲登高去(강욕등고거) 억지로 가니 산에 오르려

無人送酒來(무인송주래) 아무도 없어 술을 보내 올

遙憐故園菊(요련고원국) 멀리 아쉬운 고향땅 국화

應傍戰場開(응방전장개) 마주친 곁은 싸움터 펼쳐

 

 

가지

幼隣 賈至(718~772)

春思(춘사) 봄날에 생각

草色靑靑柳色黃(초색청청류색황) 풀 빛깔 푸릇푸릇 버들 빛 노랑

桃花歷亂李花香(도화력란이화향) 복사꽃 어지러이 오얏꽃 내음

東風不爲吹愁去(동풍불위취수거) 봄바람이 못하니 시름 실어감

春日偏能惹恨長(춘일편능야한장) 봄날은 한다는 게 한을 끌어내

 

岳陽樓重宴別王八員外貶長沙(악양루중연별왕팔원외폄장사)

악양루에서 거듭 잔치 열어 왕팔 원외가 장사로 좌천 돼 보내며

江路東連千里湖(강로동연천리호) 강둑 길 동쪽 이어 천리 호수에

靑雲北望紫微遙(청운북망자미요) 청운에 북쪽 바램 궁성은 아득

莫道巴陵湖水闊(막도파릉호수활) 말을 마라 파릉 땅 호수 넓다며

長沙南畔更蕭條(장사남반갱소조) 장사 땅 남쪽 두둑 더욱 쓸쓸해

 

送李侍郞赴常州(송이시랑부상주) 상주로 부임하는 이시랑을 보내며

雪晴雲散北風寒(설청운산북풍한) 눈 개여 구름 흩여 북풍 차가워

楚水吳山道路難(초수오산도로난) 초나라 물 오국 산 길은 어려워

今日送君須盡醉(금일송군수진취) 오늘에 그대 보내 모쪼록 취해

明朝相憶路漫漫(명조상억로만만) 밝을 아침 생각해 길은 아득해

 

전기 大曆十才子의 필두

仲文 錢起(722~780?)唐 錢考功集

題崔逸人山亭(제최일인산정) 최일인의 산속 정자에서

藥俓深紅蘚(약경심홍선) 약초 길 깊어 붉은 이끼로

山窓滿翠微(산창만취미) 산에 창 가득 푸른 산기운

羨君花下醉(선군화하취) 그대 부러워 꽃 아래 취해

胡蝶夢中飛(호접몽중비) 호랑나비 돼 꿈속을 날아

 

石井(석정) 돌우물

片霞照石井(편하조석정) 조각 노을에 돌우물 비쳐

泉底桃花紅(천저도화홍) 샘물 아래는 복사꽃 붉어

那知幽石下(나지유석하) 어찌 알리오 깊은 바위 밑

不與武陵通(불여무릉통) 아니 함께해 무릉 땅 뚫려

 

題溫處士山居(제온처사산거) 온 처사 산에 살아

誰知白雲外(수지백운외) 누가 알아서 흰 구름 밖을

別有綠蘿春(별유녹라춘) 따로 있느니 푸른 넝쿨 봄

苔繞溪邊徑(태요계변경) 이끼 얽혀서 시냇가 길에

花深洞里人(화심동리인) 꽃이 깊어서 골 마을 사람

逸妻看種藥(일처간종약) 느긋한 아내 약초 심기 봐

稚子伴乘綸(치자반승륜) 어린아이는 낚시 함께 가

穎上逃堯者(영상도요자) 영수 물 위로 숨은 높은 이

何如此養眞(하여차양진) 어떻게 이런 참을 기르랴

 

暮春歸故山草堂(모춘귀고산초당) 늦봄에 고향 산의 초당에 돌아와

谷口春殘黃鳥稀(곡구춘잔황조희) 골짝어귀 봄 남겨 꾀꼬리 드문

辛夷花盡杏花飛(신이화진행화비) 목련꽃 다 떨어져 살구꽃 날려

始憐幽竹山窓下(시련유죽산창하) 가엾기 그윽한 대 산에 창 아래

不改淸陰待我歸(불개청음대아귀) 안 고쳐 맑은 그늘 내 오길 바래

 

闕下贈裵舍人(궐하증배사인) 궐 아래 배사인에게 드리며

二月黃鸝飛上林(이월황리비상림) 이월에 꾀꼬리는 상림을 날아

春城紫禁曉陰陰(춘성자금효음음) 봄 궁성 임금 꺼려 새벽이 자욱

長樂鐘聲花外盡(장락종성화외진) 장락전 종소리는 꽃 너머 다해

龍池柳色雨中深(용지류색우중심) 용지못 버들 빛은 비속에 짙어

陽和不散窮途恨(양화불산궁도한) 볕 따뜻 아니 풀려 막힌 길 탓해

宵漢長懸捧日心(소한장현봉일심) 은하수 길게 달려 해 받든 마음

獻賦十年猶未遇(헌부십년유미우) 글 올려 십년 지나 아직 아니 봬

羞將白髮對華簪(수장백발대화잠) 부끄런 흰머리로 귀인 맞을까

 

고황 華陽眞逸 逸品畫家 顧生과 동일인

逋翁 顧況(727?~815?)唐 華陽集3

憶番陽舊遊(억번양구유) 번양에서 옛 놀이 떠올리며

悠悠南國思(유유남국사) 아득한 남쪽나라 생각이 나서

夜向江南泊(야향강남박) 밤 되도록 강남에 배를 대었네

楚客斷腸時(초객단장시) 초나라 나그네는 애를 끊는 때

月明楓子落(월명풍자락) 달 밝아 단풍들어 열매 떨어져

 

過山農家(과산농가) 산 속 농가를 지나며

板橋人渡泉聲(판교인도천성) 널다리 사람 건너 샘물 소리가

茅簷日午鷄聲(모첨일오계성) 띠 지붕 한낮 해에 닭 우는 소리

莫嗔焙茶煙暗(막진배다연암) 성내지마 차 덖어 연기 캄캄해

却喜曬穀天晴(각희쇄곡천청) 멎어 기뻐 곡식 쫴 하늘 개이니

 

登樓望水(등루망수) 누각에 올라 강물을 바라보며

鳥啼花發柳含煙(조제화발류함연) 새 울어 꽃이 피고 버들은 안개 담아

擲却風光憶少年(척각풍광억소년) 던져 멎은 바람 빛 어린 시절 생각나

更上高樓望江水(갱상고루망강수) 다시 오른 높은 루 강물을 바라보니

故鄕何處一歸船(고향하처일귀선) 고향이 어디인지 돌아가는 배 한 척

 

 

이단 大曆十才子

正己 李端(732~792)

蕪城懷古(무성회고) 무성에서 옛날을 떠올리며

風吹地上樹(풍취지상수) 바람이 불어 땅 위 나무에

草沒城邊路(초몰성변로) 풀에 묻히니 성 곁에 길이

城裡月明時(성리월명시) 성 안에 달이 밝은 때이면

精靈自來去(정령자래거) 만물의 신령 절로 오고가

 

長信宮(장신궁) 장신궁

金壺漏盡禁門開(금호루진금문개) 금단지 물이 다 새 닫힌 문 열려

飛燕昭陽侍寢回(비연소양시침회) 조비연 소양전서 잠자리 모셔

隨分獨眠秋殿裏(수분독면추전리) 분수 따라 홀로 잠 가을 전각 속

遙聞笑語自天來(요문소어자천래) 멀리 들려 웃음 말 하늘로부터

金壺: 물시계 禁門: 대궐 문

趙飛燕(?~BC1) 前漢 成帝의 후 趙臨의 딸 본명은 宜主 시호는 孝成皇后

 

 

맹교

東野 孟郊(751~814)唐 孟東野集

自惜(자석) 스스로 가여워

傾盡眼中力(경진안중력) 기울여 다해 눈 가운데 힘

抄詩過與人(초시과여인) 시를 뽑음에 남 함께 지나

自悲風雅老(자비풍아로) 스스로 슬퍼 풍류도 늙어

恐被巴竹嗔(공피파죽진) 아마 입을까 파 땅 죽지사

※竹枝詞: 樂府詩의 하나 원래 파유(巴歈)지역 일대에 유포된 民歌

 

 

聞砧(문침) 다듬이 소리 들으며

杜鵑聲不哀(두견성불애) 두견새 울음이야 슬프지 않지

斷猿啼不切(단원제부절) 원숭이 끊는 울음 서럽지 않아

月下誰家砧(월하수가침) 달 아래 뉘 집인가 다듬이 소리

一聲腸一絶(일성장일절) 한 소리에 애간장 한번 끊으니

杵聲不爲客(저성불위객) 나그네 되게 안 해 방망이 소리

客聞髮自白(객문발자백) 듣자니 머리털이 절로 희어져

杵聲不爲衣(저성불위의) 콩콩 소리 되느니 옷이 아니라

欲令遊子歸(욕령유자귀) 하게 돼 떠도는 이 돌아가게 해

 

 

烈女操(열녀조) 열녀의 절개

梧桐相待老(오동상대로) 오동나무 서로가 같이 늙기를

鴛鴦會雙死(원앙회쌍사) 원앙새는 함께해 같이 죽기를

貞女貴殉夫(정녀귀순부) 곧은 여인 따라감 높이 받들어

捨生亦如此(사생역여차) 삶을 버림 저토록 이와 같아라

波瀾誓不起(파란서불기) 물결 일어 다짐해 일지 않기를

妾心井中水(첩심정중수) 아내 마음 우물 안 물이라 겠네

 

 

遊子吟(유자음) 집 떠나는 아들의 노래

慈母手中線(자모수중선) 자애로운 어머니 손 안의 실로

遊子身上衣(유자신상의) 길 떠나는 아들에 몸에 입힐 옷

臨行密密縫(임행밀밀봉) 가기 앞서 꼼꼼히 꿰매시는 건

意恐遲遲歸(의공지지귀) 행여 걱정 더디게 돌아올까 봐

誰言寸草心(수언촌초심) 누가 말해 자그만 여린 풀 마음

報得三春暉(보득삼춘휘) 갚을거나 삼월 봄 따사한 햇살

 

 

洛橋晩望(낙교만망) 낙교의 저문 바램

天津橋下氷初結(천진교하빙초결) 천진교 다리아래 첫얼음 얼어

洛陽陌上人行絶(낙양맥상인행절) 낙양의 거리 위로 사람 발 끊겨

楡柳蕭疏樓閣閑(유류소소누각한) 느릅 버들 썰렁해 누각만 덜렁

月明直見嵩山雪(월명직견숭산설) 달이 밝아 바로 봬 숭산의 눈이

 

 

秋夕貧居述懷(추석빈거술회) 추석날 가난한 삶을 말하다

臥冷無遠夢(와냉무원몽) 찬방 누워도 먼 꿈은 없어

聽秋酸別情(청추산별정) 가을을 들어 떠남 뜻 쓰려

高枝低枝風(고지저지풍) 높고 낮으나 가지에 바람

千葉萬葉聲(천엽만엽성) 천에 만이라 나뭇잎 소리

淺井不供飮(천정불공음) 얕은 우물은 마시지 못해

瘦田長廢耕(수전장폐경) 메마른 밭은 오래 묵혀둬

今交非古交(금교비고교) 요즘 사귐은 옛 사귐 아냐

貧語聞皆輕(빈어문개경) 가난한 이 말 다 흘려들어

 

 

장계

張繼(753~?)唐

寄鄭員外(기정원외) 정원외에게 부치며

經月愁聞雨(경월수문우) 달을 지내며 빗소리 시름

新年苦憶君(신년고억군) 새해 괴로움 그대 생각에

何時共登眺(하시공등조) 어느 때 함께 올라 바랄까

整屐待晴雲(정극대청운) 나막신 두니 구름 갬 맞아

 

 

山家(산가) 산골의 집

板橋人渡泉聲(판교인도천성) 널다리 사람 건너 샘물소리가

茅檐日午鷄鳴(모첨일오계명) 초가처마 한낮에 닭이 우는데

莫嗔焙茶煙暗(막진배다연암) 성내지마 차 덖어 연기가 까매

卻喜曬谷天晴(각희쇄곡천청) 되레 기뻐 해든 골 하늘 개이니

 

 

楓橋夜泊(풍교야박) 풍교의 밤에 배를 대어

月落烏啼霜滿天(월락오제상만천) 달은 져 까악 울음 서리 찬 날씨

江楓漁火對愁眠(강풍어화대수면) 강바람에 고깃불 시름에 졸아

姑蘇城外寒山寺(고소성외한산사) 고소성 바깥으로 한산사에서

夜半鐘聲到客船(야반종성도객선) 한밤에 종소리가 객선에 닿아

 

 

장적

張籍(768~830)唐

秋思(추사) 가을에 생각

洛陽城裏見秋風(낙양성리견추풍) 낙양성 성안에서 가을바람 쏘임에

欲作家書意萬重(욕작가서의만중) 집에 편지 쓰고자 뜻만만 겹이어라

復恐悤悤說不盡(부공총총설부진) 다시해 이만줄임 할 말다 못했을까

行人臨發又開封(행인임발우개봉) 가는이 가려는데 다시 열어 살피네

※낙양성은 중국 하남성에 있는 성으로 후당의 도읍지

 

 

與賈島閒遊(여가도한유) 가도와 한가하게 놀다

水北原南草色新(수북원남초색신) 물 북녘 들 남쪽에 풀빛 새로워

雪消風暖不生塵(설소풍난불생진) 눈 녹아 바람 따뜻 먼지 안 일어

城中車馬應無數(성중거마응무수) 성안엔 수레 말들 셀 수 없는데

能解閑行有幾人(능해한행유기인) 한가한 걸음 알 이 몇이나 있나

 

 

寄西峰僧(기서봉승) 서봉 스님에게

松暗水涓涓(송암수연연) 솔숲은 어둑해도 물은 졸졸졸 시내연

夜凉人未眠(야량인미면) 밤이 서늘 사람은 잠을 못 들어

西峰月猶在(서봉월유재) 서쪽에 봉우리엔 달 아직 떠서

遙憶草堂前(요억초당전) 아득히 떠올리니 초가집 앞을

 

 

春別曲(춘별곡) 봄날을 보내며

長江春水綠堪染(장강춘수록감염) 긴 장강에 봄물은 물들인 푸름

荷葉出水大如錢(하엽출수대여전) 연잎은 물에 나온 큰 동전이라

江頭橋樹君自種(강두교수군자종) 강가 다리 나무는 그대가 심어

那不長繫木蘭船(나부장계목란선) 어찌 오래 못 매둬 목란선일랑

 

 

閑行(한행) 한가히 걸으며

老身不許人間事(노신불허인간사) 늙은 몸이 안 들여 세상사는 일

野寺秋晴每獨過(야사추청매독과) 들 절에 개인 가을 늘 혼자 걸어

病眼較來猶斷酒(병안교래유단주) 앓는 눈 생각하여 아직 술 끊어

却嫌行處菊花多(각혐행처국화다) 싫다하니 닿는 곳 국화가 많아

 

 

感春(감춘) 봄을 느끼며

遠客悠悠任病身(원객유유임병신) 먼 나그네 아득해 병든 몸으론

誰家池上又逢春(수가지상우봉춘) 누구 집 연못 위에 또 봄을 맞나

明年各自東西去(명년각자동서거) 이듬해 서로 따로 동서로 떠나

此地看花是別人(차지간화시별인) 이 땅에서 꽃을 봐 다른 사람이

 

 

沒蕃故人(몰번고인) 번에서 죽은 오랜 벗

前年伐月支(전년벌월지) 지난 해 치니 월지국 나라

城下沒全師(성하몰전사) 성 아래 죽어 군사 모조리

蕃漢斷消息(번한단소식) 번과 한나라 소식이 끊겨

死生長別離(사생장별리) 죽음과 삶에 긴 헤어짐이

無人收廢帳(무인수폐장) 거둘 이 없어 버려진 막사

歸馬識殘旗(귀마식잔기) 돌아온 말에 남긴 기 알아

欲祭疑君在(욕제의군재) 제 지내려도 그대 산 듯해

天涯哭此時(천애곡차시) 하늘 끝 울어 여기 이때에

※중앙아시아에 있던 나라 北天竺

 

 

江南曲(강남곡) 강남곡

江南人家多橘樹(강남인가다귤수) 강남엔 집집마다 귤나무 많아

吳姬舟上織白紵(오희주상직백저) 오 여인 배 위에서 흰 모시 짜지

土地卑濕饒蟲蛇(토지비습요충사) 땅이 낮아 축축해 벌레 뱀 많아

連木爲牌入江住(연목위패입강주) 나무 이어 뗏목에 강물에 살지

江村亥日常爲市(강촌해일상위시) 강마을 해의 날에 늘 장이 서니

落帆渡橋來浦裡(낙범도교내포리) 돛 내려 다리 건너 포구에 오지

靑莎覆城竹爲屋(청사복성죽위옥) 향부자 가득한 성 대나무 집에

無井家家飮潮水(무정가가음조수) 우물 없어 집집이 강물 마시지

長干午日沽春酒(장간오일고춘주) 장간 지방 대낮에 봄 술을 팔아

高高酒旗懸江口(고고주기현강구) 높이도 주막 깃발 걸린 강어귀

倡樓兩岸臨水柵(창루양안림수책) 기생집 양 언덕에 물 울짱 앞에

夜唱竹枝留北客(야창죽지류배객) 밤에 불러 죽지사 북방객 잡지 竹枝詞

江南風土歡樂多(강남풍토환락다) 강남에 토속풍습 즐길 일 많아

悠悠處處盡經過(유유처처진경과) 오래도록 곳곳을 다 다녀야지

 

 

한유 당송8대가

退之 韓愈(768~824)唐 昌黎先生集 40권

悟道頌(오도송) 도를 깨닫는 글

俓截之言問太顚(경절지언문태전) 지닐 말씀 여쭈니 태전선사께

文公良馬暗窺鞭(문공양마암규편) 문공아 좋은 말은 몰래 채찍 봐

敏乎三平重指拔(민호삼평중지발) 영리해 세 번 밋밋 거듭해 뽑아

中宵雲散月當天(중소운산월당천) 한밤에 구름 흩여 달은 하늘에

 

 

柳巷(유항) 버드나무길

柳巷還飛絮(유항환비서) 버들 길 버들개지 날려 다니고 거리항 솜서

春餘幾許時(춘여기허시) 봄날은 남은 날이 얼마 안남아

吏人休報事(이인휴보사) 나리들 그만두게 알릴 일일랑

公作送春詩(공작송춘시) 나는야 지으려네 봄을 보내며

 

 

春雪(춘설) 봄눈

新年都未有芳華(신년도미유방화) 새해 아직 아니나 꽃핌이 있어

二月初驚見草芽(이월초경견초아) 이월 비롯 놀랍게 풀싹이 보여

白雪却嫌春色晩(백설각혐춘색만) 흰 눈은 멎기 싫어 봄빛이 늦어

故穿庭樹作飛花(고천정수작비화) 그리 뚫어 뜰 나무 날린 꽃 이뤄

 

 

秋懷詩(추회시) 가을에 품어

秋夜不可晨(추야불가신) 가을밤 하지 못해 밤을 새우기

秋日苦易暗(추일고이암) 가을날 쓰라림은 쉽게 어두워

我無汲汲志(아무급급지) 내게는 없는 것이 서두는 뜻이

何以有此憾(하이유차감) 무엇 땜에 있으랴 서운한 마음

 

 

早春(조춘) 이른 봄날

天街小雨潤如酥(천가소우윤여소) 도읍거리 보슬비 매끄럽게도

草色遙看近却無(초색요간근각무) 풀빛 멀리 보여도 가까인 없어

最是一年春好處(최시일년춘호처) 한해에 가장 좋기 봄에 좋은 곳

絶勝煙柳滿皇都(절승연류만황도) 빼어난 안개 버들 장안에 가득

 

 

題張十一旅舍三詠1(제장십일려사삼영1)

榴花(석류) 석류꽃에 대하여

五月榴花照眼明(오월류화조안명) 오월의 석류꽃이 눈에 들어 밝더니

枝間時見子初成(지간시견자초성) 가지사이 때엔 비로소 열매 맺네

可憐此地無車馬(가련차지무거마) 어쩔거나 이곳을 수레 지남 없어

顚倒靑苔落絳英(전도청태락강영) 푸른 이끼 엎어져 붉은 꽃잎 떨어져

 

 

題張十一旅舍三詠2(제장십일려사삼영2)

(정) 우물에 대하여

賈誼宅中今始見(가의댁중금시견) 가의의 집 안에서 이제 처음 보아도

葛洪山下昔曾窺(갈홍산하석증규) 갈홍 노인 산 아래 예전 일찍 보았지

寒泉百尺空看影(한천백척공간영) 차운 자라도 괜히 보니 그림자를

正是行人渴死時(정시항인갈사시) 바로 가는 말라 죽을 때라

 

 

古意(고의) 오랜 뜻

太華峰頭玉井蓮(태화봉두옥정연) 태화봉 꼭대기에 옥 우물에 연꽃이

開花十丈藕如船(개화십장우여선) 피워 길이라 연뿌리 같아라

冷比雲霜甘比蜜(냉비운상감비밀) 차기는 구름서리 달기는 꿀이라네

一片入口沈痾痊(일편입구침아전) 조각 입에 넣어 고질병 낫는다네

我欲求之不憚遠(아욕구지불탄원) 이를 찾으려니 길도 아니 꺼려

靑壁無路難夤緣(청벽무로난인연) 푸른 절벽 없어 조심해선 어려워

安得長梯上摘實(안득장제상적실) 어쩌나 사다리 올라 따야 열매를

下種七澤根株連(하종칠택근주연) 일곱 못에 심어다 뿌리 포기 이어야

 

 

晩春(만춘) 늦은 봄날

草樹知春不久歸(초수지춘불구귀) 나무 봄을 알아 오래 가지 않음을

百般紅紫鬪芳菲(백반홍자투방비) 온갖 울긋불긋 향기 엷다 다투다

楊花楡莢無才思(양화유협무재사) 버들 느릅 열매 재주 생각 없다며

惟解漫天作雪飛(유해만천작설비) 오직 하늘 퍼트려 눈이 되어 날리네

 

 

早春呈水部張十八員外(조춘정수부장십팔원외) 이른 봄 장원외에게

天街小雨潤如酥(천가소우윤여소) 서울 거리 보슬비 젖어 우유 빛

春色遙看近却無(춘색요간근각무) 봄 빛깔 멀리 보여 가면 사라져

最是一年春好處(최시일년춘호처) 이 가장 한 해에서 봄날 좋은 곳

絶勝烟柳滿皇都(절승연류만황도) 빼어난 안개 버들 서울거리 차

 

 

聞梨花發贈劉師令(문이화발증유사령) 배꽃 핌을 듣고 유사령에게

桃溪惆愴不能過(도계추창불능과) 복사시내 슬퍼서 건널 수 없어

紅艶紛紛落地多(홍염분분락지다) 붉게 고움 휘날려 떨어져 수북

聞道郭西千樹雪(문도곽서천수설) 듣는 말에 성 서쪽 천 그루 눈꽃

欲將君去醉如何(욕장군거취여하) 그대 함께 가보려 취해봄 어때

 

 

贈賈島(증가도) 가도에게 보내며

孟郊死葬北邙山(맹교사장북망산) 맹교 죽어 묻으니 북망산에를

從此風雲得暫閒(종차풍운득잠한) 이 따라 바람구름 잠시 뜸했지

天恐文章渾斷絶(천공문장혼단절) 하늘 아마 문장이 흐려 끊길까

更生賈島作人間(갱생가도작인간) 다시 살려 가도를 세상에 보내

※孟郊(751~814) 韓愈(768~824) 賈島(779~843)

 

 

靑靑水中蒲(청청수중포) 푸릇푸릇 물속의 창포

靑靑水中蒲(청청수중포) 푸릇푸릇한 물속의 창포

下有一雙魚(하유일쌍어) 밑에서 놀아 한 쌍 물고기

君今上隴去(군금상롱거) 그대는 이제 농상에 올라

我在與誰居(아재여수거) 내게 있어서 뉘 함께 살아

靑靑水中蒲(청청수중포) 푸릇푸릇한 물속의 창포

長在水中去(장재수중거) 오래도 있어 물속을 떠나

奇語浮萍草(기어부평초) 말을 붙이니 부평초더러

相隨我不如(상수아불여) 서로 따르니 난 같지 못해

靑靑水中蒲(청청수중포) 푸릇푸릇한 물속의 창포

葉短不出水(엽단불출수) 잎이 짧아서 물을 못 나와

婦人不下堂(부인불하당) 아낙네로선 집 못 벗어나

行子在萬里(행자재만리) 길 떠난 님은 만 리 먼 곳에

 

 

幽懷(유회) 깊은 속마음

幽懷不可瀉(유회불가사) 깊은 속마음 쏟지 못해서

行此春江(행차춘강심) 걷는 이곳은 봄날 강물 가

適與佳節會(적여가절회) 마침 더불어 좋은 철 만나

男女競光(남녀경광음) 남녀 다투니 빛과 그림자

凝妝耀洲渚(응장요주저) 꾸며 어린 빛 모래섬 물가

繁吹蕩人(번취탕인심) 하도 불어대 사람 맘 흩어

間關林中鳥(간관림중조) 잠겨 진 사이 숲 가운데 새

知時爲和(지시위화음) 때를 알아서 어울린 소리

豈無一樽酒(기무일준주) 어찌 없으랴 한 통의 술이

自酌還自(자작환자음) 혼자 술 따라 스스로 읊어

但悲時易失(단비시이실) 다만 슬퍼함 때 쉽게 잃어

四序迭相(사서질상침) 네 차례 서로 번갈아 들어

我歌君子行(아가군자행) 나는 노래해 군자 갈 길을

視古猶視(시고유시금) 옛일을 보니 마치 이제 일

 

 

薦士(천사) 선비를 천거하며

周詩三百篇(주시삼백편) 주나라 시경 노래 삼백 편 西周(BC1046∼BC771)

雅麗理訓(아려리훈고) 바르고 고운 이치 가르침

曾經聖人手(증경성인수) 일찍이 거친 성현의 손에

議論安敢(의론안감도) 따진 말 어찌 함부로 붙나

五言出漢時(오언출한시) 오언시 나옴 한나라 때에 西漢(BC206~AD8)

蘇李首更(소리수경호) 소무 이릉이 바꾸어 불러 蘇武(~BC80)李陵(~BC74)

東都漸瀰漫(동도점미만) 동한서 차츰 널리 넘쳐나 東漢(AD25~AD220)

派別百川(파별백천도) 갈라져 달리 온갖 내 끌어

建安能者七(건안능자칠) 건안 때 되어 되는 이 일곱 建安 獻帝(189~220)

卓犖變風(탁락변풍조) 우뚝 뛰어나 풍격을 바꿔

逶迤抵晉宋(위이저진송) 굽어 비껴가 진송에 닿아 晉(265~420)宋(420~479)

氣象日凋(기상일조모) 드러남 날로 시들어 닳아

中間數鮑謝(중간삭포사) 사이에 들어 포조 사령운 鮑照(414~466)

比近最淸(비근최청오) 가까이 빗대 가장 맑은 속 謝靈運(385~433)

齊梁及陳隋(제량급진수) 제 양 그리고 진 수나라에 齊(479~502)梁(502~557)

衆作等蟬(중작등선조) 뭇 지음 같기 매미 울듯해 陳(557~589)隋(581~619)

搜春摘花卉(수춘적화훼) 봄을 찾으며 풀꽃을 따니

沿襲傷剽(연습상표도) 잇따름 아파 뺏고 훔쳐서

國朝盛文章(국조성문장) 이제 당나라 좋은 글 채워 唐(618~907)20대290년간

子昂始高(자앙시고도) 진자앙 처음 높이 밟았네 陳子昻(661~702)

勃興得李杜(발흥득리두) 크게 일어나 이백과 두보 李白(701~762)杜甫(712~770)

萬類困陵(만류곤릉포) 많은 무리들 모자람 굽혀

後來相繼生(후래상계생) 뒤따라오며 서로 이어나

亦各臻閫(역각진곤오) 또 따로 미쳐 문턱과 방안

有窮者孟郊(유궁자맹교) 다다른 이로 맹교가 있어 孟郊(751~814)

受材實雄(수재실웅오) 타고난 재주 참으로 준마

冥觀洞古今(명관통고금) 아득히 살펴 고금 꿰뚫어

象外逐幽(상외축유호) 본뜸 밖 쫓아 그윽해 좋아

橫空盤硬語(횡공반경어) 하늘을 질러 낯선 말 받혀

妥帖力排(타첩력배오) 쓰임 맞춰 힘 거들먹 밀쳐

敷柔肆紆餘(부유사우여) 부드러움 펴 굽음이 남아

奮猛卷海(분맹권해료) 사나움 떨쳐 바닷물 걷어

榮華肖天秀(영화초천수) 활짝 펴 닮아 천연 빼어남

捷疾逾響(첩질유향보) 재빨리 이김 울림을 넘어

行身踐規矩(행신천규구) 몸가짐 옮겨 법도에 맞아

甘辱恥媚(감욕치미조) 욕됨 달갑게 아양 부끄럼

孟軻分邪正(맹가분사정) 맹자 나누니 어긋남 바름

眸子看瞭(모자간료모) 눈동자 보아 밝고 흐림을

杳然粹而淸(묘연수이청) 아득히 멀어 깨끗해 맑아

可以鎭浮(가이진부조) 누를 수 있어 떠올라 떠듦

酸寒溧陽尉(산한률양위) 쓰라려 추워 율양현 현위 孟郊(751~814)

五十幾何(오십기하모) 쉰 살의 나이 얼마나 늙어

孜孜營甘旨(자자영감지) 힘써 마련해 맛난 음식을

辛苦久所(신고구소모) 맵고 쓰디씀 오래 무릅써

俗流知者誰(속류지자수) 세속 흐름에 아는 이 누구

指注競嘲(지주경조오) 찍어댐 다툼 비웃음 날뜀

聖皇索遺逸(성황색유일) 성스런 임금 숨은 이 찾아

髦士日登(모사일등조) 빼어난 선비 날로 올려놔

廟堂有賢相(묘당유현상) 묘당에 있어 어진 재상이

愛遇均覆(애우균복도) 아껴 때 만나 고루 비추어

況承歸與張(황승귀여장) 더구나 받아 귀공과 장공 ※歸崇敬 張建封

二公迭嗟(이공질차도) 두 대신 이어 탄식해 슬피

靑冥送吹噓(청명송취허) 푸른 하늘에 부추김 보내

强箭射魯(강전사노호) 굳센 화살로 노 명주 쏘아 ※노나라의 고운 비단

胡爲久無成(호위구무성) 어찌해 오래 이룸이 없이

使以歸期(사이귀기고) 돌아가게 해 때를 알릴까

霜風破佳菊(상풍파가국) 서리바람에 국화꽃 시들

嘉節迫吹(가절박취모) 아름다운 철 모자가 날려

念將決焉去(념장결언거) 생각해보니 딱 잘라 떠나

感物增戀(감물증련로) 사물 느끼니 그리움 더해

彼微水中荇(피미수중행) 저기 조그만 물속 마름 풀

尙煩左右(상번좌우모) 오히려 답답 좌우 우거져

魯侯國至小(노후국지소) 노나라 제후 나라 참 작아

廟鼎猶納(묘정유납고) 종묘 솥 들여 고나라 큰 솥

幸當擇珉玉(행당택민옥) 행여 마땅히 옥돌 옥 가려

寧有棄珪(녕유기규모) 차라리 있어 홀 서옥 버려

悠悠我之思(유유아지사) 아득해지는 내 하는 생각

擾擾風中(요요풍중도) 어지럽히니 바람 속 깃발

上言愧無路(상언괴무로) 말씀 올리나 길 없어 무안

日夜惟心(일야유심도) 밤낮 오로지 마음에 빌어

鶴翎不天生(학령불천생) 학 날개 아니 나면서 가짐

變化在啄(변화재탁포) 바뀌어 있어 쪼아 덮어서

通波非難圖(통파비난도) 물결 꿰뚫음 아니 어려워

尺地易可(척지이가조) 한 자 땅 쉽게 나를 수 있지

善善不汲汲(선선불급급) 잘하는 이 잘 아니 길어서

後時徒悔(후시도회오) 나중에 헛된 아까움 탓해

救死具八珍(구사구팔진) 죽는 이 건져 팔진미 갖춰

不如一簞(불여일단호) 같지 않으니 한 소쿠리 밥

微詩公勿誚(미시공물초) 하찮 시 공은 꾸짖지 마오

愷悌神所(개제신소로) 마음 누그려 신이 힘쓴바

 

 

설도 名妓 女校書

洪度 薛濤(770?~830?)唐

春望詞四首其一(춘망사사수기일) 봄에 바램을 노래해

花開不同賞(화개부동상) 꽃은 피건만 함께 못 즐겨

花落不同悲(화락부동비) 꽃이 떨어져 같이 안 슬퍼

欲問相思處(욕문상사처) 물어보고파 서로 그린 곳

花開花落時(화개화락시) 꽃은 피고서 꽃이 지는 때

 

春望詞四首其二(춘망사사수기이) 봄에 바램을 노래해

攬結草同心(람결초동심) 따서 맺은 풀 함께 한 마음

將以遺知音(장이유지음) 남기려 하나 알아줄는지

春愁正斷絶(춘수정단절) 봄날 시름 참 끊겨 떨어져

春鳥復哀吟(춘조부애음) 봄에 새 다시 서글피 읊어

 

春望詞四首其三(춘망사사수기삼) 봄에 바램을 노래해

風花日將老(풍화일장로) 바람꽃 날로 시들려 함에

佳期猶渺渺(가기유묘묘) 좋은 날 마치 아득하기만

不結同心人(불결동심인) 맺지 못하는 맘 함께한 이

空結同心草(공결동심초) 한갓 맺으려 마음 같은 풀

 

春望詞四首其四(춘망사사수기사) 봄에 바램을 노래해

那堪花滿枝(나감화만지) 어찌 견디랴 꽃 가득 가지

翻作兩相思(번작량상사) 뒤집어 지어 둘 서로 생각

玉箸垂朝鏡(옥저수조경) 옥 붙여 달아 아침 거울로

春風知不知(춘풍지부지) 봄바람 알까 알지 못할까

 

海棠溪(해당계) 해당화 시내

春敎風景駐仙霞(춘교풍경주선하) 봄이 꾸민 풍경에 신선 노을 머물고

水面魚身總帶花(수면어신총대화) 물위에 물고기 몸 온갖 꽃을 둘렀네

人世不思靈卉異(인세불사령훼이) 사람세상 몰라봐 영험한 풀 다른 빛

競將紅纈染輕沙(경장홍힐염경사) 겨루려 붉은 비단 모래 살짝 물듦에

 

 

백거이

樂天 白居易(772~846)唐 長恨歌 琵琶行

南浦別(남포별) 남포의 헤어짐

南浦凄凄別(남포처처별) 남포란 쓸쓸하게 헤어지는데

西風嫋嫋秋(서풍뇨뇨추) 서풍이 선들선들 부는 가을에

一看腸一斷(일간장일단) 한번 보면 애간장 한번 끊어져

好去莫回頭(호거막회두) 잘 떠나라 고개도 돌리지 말고

 

 

長恨歌(장한가) 오랜 한의 노래

臨別殷勤重寄詞(임별은근중기사) 떠날 즈음 무단히 거듭 붙임 말

詞中有誓兩心知(사중유서량심지) 말 속에 다짐 있어 마음 알았네

七月七日長生殿(칠월칠일장생전) 칠월이라 칠석날 장생전에서

夜半無人私語時(야반무인사어시) 깊은 밤 사람 없어 살짝 말할 때

在天願作比翼鳥(재천원작비익조) 하늘서는 짓기를 비익조 되고

在地願爲連理枝(재지원위련리지) 땅에서는 맺기를 연리지 되자

天長地久有時盡(천장지구유시진) 하늘 오래 땅 오래 다할 때 있어

此恨綿綿無絶期(차한면면무절기) 이런 한이 이어져 끊길 리 없네

 

 

自歎(자탄) 절로 한숨이

豈獨年相迫(개독년상박) 어찌 혼자 나이는 다그치는가

兼爲病所侵(겸위병소침) 아울러서 병마저 쳐드는 건가

春來痰氣動(춘내담기동) 봄이 오니 가래는 끓어오르고

老去嗽聲深(노거수성심) 늙어가 기침소리 깊어가구나

眼暗猶操筆(안암유조필) 눈 어두워 오히려 붓을 잡아야

頭斑未挂簪(두반미괘잠) 머리 희끗 아니라 비녀 꼽기가

因循過日月(인순과일월) 하던 대로 그렇게 세월은 지나

眞是俗人心(진시속인심) 참으로 이러함이 사람들 마음

 

 

春風(춘풍) 봄바람

春風先發苑中梅(춘풍선발원중매) 봄바람에 먼저 펴 뜰에 매화꽃

櫻杏桃梨次第開(앵행도리차제개) 앵두 살구 복사 배 차례로 피어

薺花楡莢深村裏(제화유협심촌리) 냉이 꽃 느릅 열매 깊은 마을 속

亦道春風爲我來(역도춘풍위아래) 말하자면 봄바람 날 위해 불어

 

 

浪淘沙詞六首2(낭도사사육수2) 물결 이는 모래 노래

白浪茫茫與海連(백랑망망여해련) 하얀 물결 아득하게 바다와 이어

平沙浩浩四無邊(평사호호사무변) 너른 모래 넓고 넓어 온 데 끝없어

暮去朝來淘不住(모거조래도부주) 아침저녁 오고가며 일어 안 멈춰

遂令東海變桑田(수령동해변상전) 마침 동해 바꾸려나 뽕잎 밭으로

 

 

秋思(추사) 가을에 생각

夕照紅於燒(석조홍어소) 저녁 빛 더 붉으니 불사름보다

晴空碧勝藍(청공벽승남) 개인하늘 푸르름 쪽보다 나아

獸形雲不一(수형운부일) 짐승 꼴의 구름은 하나가 아냐

弓勢月初三(궁세월초삼) 활이 휘듯 달이란 초사흘이라

雁思來天北(안사래천북) 기러기 뜻 오느니 하늘 북쪽서

砧愁滿水南(침수만수남) 다듬이질 시름 차 강물 남쪽은

蕭條秋氣味(소조추기미) 쓸쓸해라 가을날 기운을 맛봐

未老已深諳(미로이심암) 늙지도 않아 벌써 깊이 깨달아

 

 

照鏡(조경) 거울에 비춰

皎皎靑銅鏡(교교청동경) 밝고 맑은 푸른빛 청동거울에

斑斑白絲鬢(반반백사빈) 얼룩덜룩 허연 건 실 귀밑머리

豈復更藏年(기부경장년) 어찌 다시 고칠까 감춰진 나이

實年君不信(실년군불신) 참된 나이 그대는 믿지 않으리

 

 

感舊詩卷(감구시권) 옛 시권에 느낌

夜深吟罷一長吁(야심음파일장우) 밤 깊어 읊기 그쳐 길게 탄식을

老淚燈前濕白鬚(노루등전습백수) 늙어 눈물 등잔 앞 하얀 수염에

二十年前舊詩卷(이십년전구시권) 스무 해 지나버린 옛 시집이라

十人酬和九人無(십인수화구인무) 열사람 주고받아 아홉이 없어

 

 

彈秋思(탄추사) 가을 생각을 타며

信意閒彈秋思時(신의한탄추사시) 뜻대로 느긋함 타 가을 생각을

調淸聲直韻疎遲(조청성직운소지) 곡 맑아 소리 곧아 운치 드물어

近來漸喜無人聽(근래점희무인청) 요사이 차츰 기뻐 듣는 남 없네

琴格高低心自知(금격고저심자지) 거문고 격 높낮이 내 마음 알지

 

 

白鷺(백로) 백로

人生四十未全衰(인생사십미전쇠) 사람살이 마흔은 다 아니 늙어

我爲愁多白髮垂(아위수다백발수) 나로선 시름 많아 흰털 드리워

何故水邊雙白鷺(하고수변쌍백로) 무슨 까닭 물가에 짝지은 백로

無愁頭上亦垂絲(무수두상역수사) 시름없는 머리 위 드리운 실은

 

 

閒行(한행) 느긋이 걸어

五十年來思慮熟(오십년래사려숙) 오십 년을 오면서 생각이 익어

忙人應未勝閒人(망인응미승한인) 바쁜 사람 못하지 느긋해 낫지

林園傲逸眞成貴(림원오일진성귀) 숲 동산 맘껏 즐겨 참 이룸 귀해

衣食單疎不是貧(의식단소불시빈) 입기 먹기 조촐해 가난 아니지

專掌圖書無過地(전장도서무과지) 오로지 책 글 잡아 지나침 없어

遍尋山水自由身(편심산수자유신) 두루 찾아 산수를 내킴대로 몸

儻年七十猶强健(당년칠십유강건) 만약 나이 일흔에 그래도 튼튼

尙得閒行十五春(상득한행십오춘) 오히려 느긋 걸어 열다섯 청춘

 

 

賣炭翁(매탄옹) 숯 파는 노인

賣炭翁``````````````` (매탄옹)``````````````` 숯을 파는 늙은이

伐薪燒炭南山中(벌신소탄남산중) 땔감 베어 숯 굽어 남산 가운데

滿面塵灰煙火色(만면진회연화색) 얼굴 가득 먼지 재 연기 불 빛깔

兩鬢蒼蒼十指黑(양빈창창십지흑) 귀밑털 희끗희끗 손가락 검어

賣炭得錢何所營(매탄득전하소영) 숯 팔아서 얻은 돈 어디 쓰려나

身上衣裳口中食(신상의상구중식) 몸에 걸칠 옷이랑 입에 먹거리

可憐神像衣正單(가련신상의정단) 가여워 신의 형상 옷 다만 홑옷

心憂炭賤願天寒(심우탄천원천한) 마음 걱정 숯 값 싸 날씨 춥기를

夜來城外一尺雪(야래성외일척설) 밤사이 성 밖에는 한 자나 눈이

曉駕炭車輾氷轍(효가탄거전빙철) 새벽멍에 숯 수레 언 길을 몰아

牛困人饑日已高(우곤인기일이고) 소 지쳐 사람 굶어 해 이미 높아

市南門外泥中歇(시남문외니중헐) 저잣거리 남문 밖 진흙에 쉬어

翩翩兩騎來是誰(편편량기래시수) 나부끼며 말 둘 타 오는 이 누구

黃衣使者白衫兒(황의사자백삼아) 노란 옷 입은 사자 흰 옷 사나이

手把文書口稱勅(수파문서구칭칙) 손에 잡은 문서에 입 일러 칙명

廻車叱牛牽向北(회거질우견향북) 수레 돌려 소 몰아 북으로 끌어

一車炭重千餘斤(일거탄중천여근) 한 수레 숯 무게만 천 남짓 근이

宮使驅將惜不得(궁사구장석부득) 대궐 칙사 끌고 가 아까워 못해

半匹紅紗一丈綾(반필홍사일장릉) 반 필의 붉은 비단 열 자 비단을

繫向牛頭充炭値(계향우두충탄치) 소머리에 매고서 숯 값으로 쳐

 

 

유종원 당송8대가

子厚 柳宗元(773~819)唐 柳河東集 45권

江雪(강설) 강에 눈 내려

千山鳥飛絶(천산조비절) 산이란 산 새들은 날지를 않고

萬徑人蹤滅(만경인종멸) 모든 길 사람 발길 사라졌구나

孤舟簑笠翁(고주사립옹) 외로운 배 도롱이 삿갓 늙은이

獨釣寒江雪(독조한강설) 홀로 낚시 차가움 강에는 눈이

 

 

雨後曉行(우후효행) 비 내린 뒤 새벽에 가다

宿雲散洲渚(숙운산주저) 머문 구름 흩어져 모래섬 물가

曉日明村塢(효일명촌오) 새벽 해는 밝아서 마을의 둑을

高樹林淸池(고수임청지) 높은 나무 숲에는 맑은 물 못이

風驚夜來雨(풍경야래우) 바람에 놀라보니 밤에 내린 비

予心適無事(여심적무사) 내 마음 닿는 대로 일이 없으니

偶此成賓主(우차성빈주) 뜻하지 않아 되니 손님과 주인

 

 

上陽宮(상양궁) 상양궁

愁雲漠漠草離離(수운막막초리리) 시름구름 아득해 풀은 우거져

太乙句陳處處疑(태을구진처처의) 태을성 구진성이 곳곳에 있나

日暮毁垣春雨裏(일모훼원춘우리) 해 저문 헐어진 담 봄비 속에서

殘花猶發萬年枝(잔화유발만년지) 남긴 꽃 웬걸 피워 오래된 가지

 

 

漁翁(어옹) 어부

漁翁夜傍西巖宿(어옹야방서암숙) 늙은 어부 밤이면 서쪽 바위 잠

曉汲淸湘然楚竹(효급청상연초죽) 새벽 긷는 맑은 물 초죽 불살라

烟銷日出不見人(연소일출불견인) 안개 걷는 해 돋아 사람은 안 봬

欸乃一聲山水綠(애내일성산수록) 어기여차 한 소리 산에 물 푸름

廻看天際下中流(회간천제하중류) 돌아보는 하늘 끝 흐름 타 내려

巖上無心雲相逐(암상무심운상축) 바위 위 마음 없이 구름 쫓아와

 

 

南遊感興(남유감흥) 남쪽에 가서

傷心欲問前朝事(상심욕문전조사) 마음 아파 묻고자 지난 왕조 일

惟見江流去不回(유견강류거불회) 오직 보니 강 흘러 떠나 못 돌려

日暮東風春草綠(일모동풍춘초록) 날은 져 봄바람에 봄풀 푸르고

慈姑飛上越玉臺(자고비상월옥대) 자고새 날아올라 월옥대 높이

 

 

夏晝偶作(하주우작) 여름날 낮에

南州溽暑醉如酒(남주욕서취여주) 남쪽 고을 무더위 술같이 취해

隱几熟眠開北牖(은궤숙면개배유) 안석 기대 빠진 잠 북창을 열어

日午獨覺無余聲(일오독각무여성) 해는 한낮 혼자 깨 딴소리 안나

山童隔竹敲茶臼(산동격죽고다구) 산 아이 대밭너머 차 빻는 절구

 

 

夏初雨後尋愚溪(하초우후심우계) 여름 처음 비 개여 우계를 찾아

悠悠雨初霽(유유우초제) 멀리도 끌던 비 처음 개여

獨繞淸溪曲(독요청계곡) 홀로 둘러본 맑은 내 구비

引杖試荒泉(인장시황천) 지팡이 끌어 거친 샘 재고

解帶圍新竹(해대위신죽) 허리띠 풀어 새론 대 대봐

沈吟亦何事(침음역하사) 읊음에 빠져 또한 무슨 일

寂寞固所欲(적막고소욕) 고요에 쓸쓸 실로 바란바

幸此息營營(행차식영영) 행여 여기서 그쳐 살아가

嘯歌靜炎燠(소가정염욱) 읊으며 노래 더위도 가셔

 

 

가도

浪仙 賈島(779~843)唐 賈浪仙長江集 10권

尋隱者不遇(심은자불우) 은자를 찾아 만나지 못해

松下問童子(송하문동자) 소나무 아래에서 동자에 물어

言師採藥去(언사채약거) 말로는 스승께서 약 캐러 떠나

只在此山中(지재차산중) 다만이 계실 거라 이 산 가운데

雲深不知處(운심부지처) 구름으로 깊어서 알 수 없다네

 

 

題李凝幽居(제이응유거) 이응의 유거에 제함 ※출전:唐詩紀事

閑居隣竝少(한거린병소) 느긋한 머묾이나 이웃이 적어

草徑入荒園(추경입황원) 풀숲 길로 들어서 거친 동산에

鳥宿池邊樹(조숙지변수) 새들은 깃드느니 못가 나무로

僧敲月下門(승고월하문) 스님은 두드리네(밀어제쳐) 달 아래 문을

過橋分野色(과교분야색) 다리 건너 나뉘니 들의 빛깔이

移石動雲根(이석동운근) 돌을 밟아 움직여 구름의 뿌리

暫去還來此(잠거환래차) 잠시 떠나 이렇게 돌아오느니

幽期不負言(유기불부언) 그윽이 기다린 말 아니 저버려

※推敲 : 밀퇴 두드릴고 韓愈와의 故事

 

 

劍客(검객) 검객

十年磨一劍(십년마일검) 십년을 갈았으니 한 자루 칼을

霜刃未曾試(상인미증시) 서릿발 칼날 세워 시험 아니 해

今日把贈君(금일파증군) 오늘에 보내드려 그대에게로

誰有不平事(수유불평사) 누가 할 수 있으랴 옳지 않은 일

 

 

題詩後(제시후) 시 지은 다음

二句三年得(이구삼년득) 두 구절 얻기 삼 년이 걸려

一吟雙淚流(일음쌍루류) 한번 읊음에 두 줄 눈물이

知音如不賞(지음여불상) 알아주는 이 좋지 않는 듯

歸臥高山秋(귀와고산추) 돌아와 누워 높은 산 가을

 

 

三月晦日贈劉評事(삼월회일증유평사) 삼월 그믐날 유평사에게

三月正當三十日(삼월정당삼십일) 삼월 달 바로 마침 삼십일인데

風光別我苦吟身(풍광별아고음신) 바람 빛 나를 떠나 괴롬 읊는 몸

共君今夜不須睡(공군금야불수수) 그대 함께 오늘밤 지새야하지

未到曉鍾猶是春(미도효종유시춘) 아니 울린 새벽 종 아직은 봄이

 

 

南野(남야) 남쪽 들판

治田長山下(치전장산하) 밭을 일구니 오랜 산 아래

引流坦溪(인류탄계곡) 물 끌어 넓혀 시내구비서

東山有遺瑩(동산유유塋) 동쪽 산에는 뫼 남아 있고

南野起新(남야기신축) 남쪽들에는 새로 집 지어

家世素業儒(가세소업유) 집안 이어져 해온 일 유학

子孫鄙食祿(자손비식록) 아들 손자들 먹을 복 낮춰

披雲朝出耕(피운조출경) 구름을 헤쳐 아침 밭갈이

帶月夜歸(대월야귀독) 달 두른 밤에 돌아와 읽어

身勣竟忘疲(신적경망피) 몸에 일 쌓여 지침을 잊어

團團欣在(단단흔재목) 둥글게 모여 기쁨이 눈에

野芳絢可採(야방현가채) 들꽃은 고와 딸만도 하지

泉美淸可(천미청가국) 샘물 맛좋아 맑음 움킬 만

茂樹延晩凉(무수연만량) 우거진 나무 늦도록 시원

早田候秋(조전후추숙) 이른 밭 바래 가을 익음을

茶烹楡花紅(다팽유화홍) 차를 다려서 느릅 꽃 붉고

酒吸荷杯(주흡하배록) 술을 마시니 연꽃 잔 푸름

解珮臨淸池(해패임청지) 허리 패 풀고 맑은 못 앞에

撫琴看修(무금간수죽) 거문고 만져 드린 대 본다

此懷誰與同(차회수여동) 이런 품은 뜻 뉘 함께 같이

此樂君所(차락군소독) 여기서 즐김 그대 홀로 해

 

 

이하 詩鬼

長吉 李賀(791~817)

示弟(시제) 아우에게 보임

別弟三年後(별제삼년후) 아우 떠난 지 삼년이 지나

還家十日餘(환가십일여) 집에 돌아와 열흘 남짓해

醁醽今夕酒(녹령금석주) 좋은 술 걸러 오늘 밤 술을

緗帙去時書(상질거시서) 노란 책갑에 떠날 때 책이

病骨猶能在(병골유능재) 병치레 몸에 아직 살아서

人間底事無(인간저사무) 사람 세상에 어찌 일 없어

何須問牛馬(하수문우마) 어찌 꼭 물어 소나 말이랴

抛擲任梟盧(포척임효로) 던져짐대로 맡겨버리자 樗蒲놀이

 

將進酒(장진주) 술잔을 올려

琉璃鐘(유리종) 유리잔에는

琥珀濃(호박농) 호박 빛 짙어

小槽酒滴眞珠紅(소조주적진주홍) 작은 그릇 술 방울 진주 붉음이

烹龍炮鳳玉脂泣(팽룡포봉옥지읍) 용 삶아 봉황 구워 옥 기름 눈물

羅屛繡幕圍香風(나병수막위향풍) 비단병풍 수 장막 향 바람 에워

吹龍笛(취용적) 용의 피리 불고서

擊鼉鼓(격타고) 악어 북을 두드려

皓齒歌(호치가) 하얀 이빨 노래해

細腰舞(세요무) 가는 허리 춤을 춰

況是靑春日將暮(황시청춘일장모) 하물며 푸른 봄날 해는 저물려

桃花亂落如紅雨(도화란락여홍우) 복사꽃 마구 지니 붉은 비처럼

勸君終日酩酊醉(권군종일명정취) 권하니 하루 다해 흠뻑 취하세

酒不到劉伶墳上土(주부도유령분상토) 닿아 유령에 무덤 흙에

劉伶(225?~280?)西晉 伯倫 죽림칠현의 한 사람 작품에 酒德頌이 있다

 

秋來(추래) 가을이 오니

桐風驚心壯士苦(동풍경심장사고) 오동바람 놀란 맘 장사 괴로워

衰燈絡緯啼寒素(쇠등락위제한소) 여린 등잔 베짱이 울며 찬 베 짜

誰看靑簡一編書(수간청간일편서) 뉘 보랴 푸른 대쪽 한 엮인 글을

不遣花蟲粉空蠹(불견화충분공두) 하게 않아 꽃 벌레 좀먹은 가루

思牽今夜腸應直(사견금야장응직) 생각 끌린 오늘 밤 창자도 뻣뻣

雨冷香魂弔書客(우랭향혼조서객) 비 차가워 넋의 향 글 손을 달래

秋墳鬼唱鮑家詩(추분귀창포가시) 가을무덤 넋 노래 포조의 시를

恨血千年土中碧(한혈천년토중벽) 한 맺힌 피 천년에 흙 속의 푸름

 

雁門太守行(안문태수행) 안문 태수의 노래

黑雲壓城城欲摧(흑운압성성욕최) 먹구름 성을 눌러 성이 꺾이려

甲光向日金鱗開(갑광향일금린개) 갑옷 빛 해를 보니 금 비늘 열려

角聲滿天秋色裡(각성만천추색리) 뿔 소리 하늘 가득 가을빛 속에

塞上燕脂凝夜紫(새상연지응야자) 성채 위에 연지는 밤 보라 엉겨

半卷紅旗臨易水(반권홍기림역수) 반 말린 붉은 깃발 역수 물가에

霜重鼓寒聲不起(상중고한성불기) 서리 겹쳐 북 차워 소리도 안 나

報君黃金台上意(보군황금태상의) 왕께 갚아 황금대 대에 오른 뜻

提攜玉龍爲君死(제휴옥룡위군사) 차고 나가 옥 칼을 왕 위해 죽지

 

刺少年(자소년) 젊은이를 깨우쳐

青驄馬肥金鞍(청총마비금안광) 청 총이말 살찌고 금 안장 빛나

龍腦如縷羅衫(룡뇌여루라삼향) 용뇌 향 실로 삼아 비단옷 향기

美人狹坐飛瓊觴(미인협좌비경상) 고운 이 끼고 앉아 옥 술잔 돌려

貧人喚雲天上(빈인환운천상랑) 없는 이 구름 불러 하늘 위 도령

 

別起高樓臨碧(별기고루림벽소) 따로 선 높은 누각 푸른 대 붙어

絲曳紅鱗出深(사예홍린출심소) 줄 끌어 붉은 고기 깊은 못 꺼내

有時半醉百花前(유시반취백화전) 때로는 얼근 취해 온갖 꽃 앞에

背把金丸落飛(배파금환락비조) 등 뒤 잡은 쇠 탄환 나는 새 떨렁

 

自說生來未爲(자설생래미위객) 스스로 말 나서 쭉 나그네 안 돼

一身美妾過三(일신미첩과삼백) 한 몸에 예쁜 첩이 삼백이 넘어

豈知斸地種田家(기지촉지종전가) 어찌 알아 땅 파서 심는 농삿집

官稅頻催沒人織(관세빈최몰인직) 관가 세금 꽤 재촉 사람 베 안 짜

 

長金積玉夸豪(장금적옥과호의) 금 늘이고 옥 쌓아 거들먹 자랑

每揖閒人多意(매읍한인다의기) 손 모아 느긋한 이 뜻 가짐 꽤나

生來不讀半行書(생래부독반행서) 살아오며 안 읽어 반줄의 글도

只把黃金買身(지파황금매신귀) 다만 잡아 황금에 몸 높임 사네

 

少年安得長少(소년안득장소년) 젊은이 어찌하면 오래 젊음을

海波尙變爲桑(해파상변위상전) 바다물결 바뀌어 뽕밭이 되지

榮枯遞轉急如箭(영고체전급여전) 피고 마름 옮겨가 살같이 빨라

天公豈肯於公(천공기긍어공편) 하느님 어찌 옳게 그대 쏠릴까

 

莫道韶華鎭長(막도소화진장재) 말마라 멋진 꽃핌 눌러 오래가

發白面皺專相(발백면추전상대) 흰 머리 얼굴주름 오죽 기다려

 

 

두목

牧之 杜牧(803~853)唐 江南春

歸家(귀가) 집에 돌아와서

稚子牽衣問(치자견의문) 어린 아이 옷 끌어 물어보는데

歸家何太遲(귀가하태지) 집에 오기 어찌해 이리 늦나요

共誰爭歲月(공수쟁세월) 누구 함께 세월을 다투었기에

籯得鬢如絲(영득빈여사) 헝클어진 귀밑털 실과 같나요

 

 

杏園(행원) 살구나무 동산

夜來微雨洗芳塵(야내미우세방진) 밤에 온 보슬비에 꽃 먼지 씻겨

公子驊騮步貼勻(공자화류보첩균) 도령들의 멋진 말 걸음이 잦아

莫怪杏園顦顇去(막괴행원초췌거) 살구동산 시든 꼴 이상타 마라

滿城多少揷花人(만성다소삽화인) 성 가득 많은 사람 꽃을 꽂았지

 

 

(학) 두루미

淸音迎晩月(청음영만월) 맑은 소리로 저녁 달 맞아

愁思立寒蒲(수사립한포) 시름 생각에 찬 부들에 서

丹頂西施頰(단정서시협) 붉은 정수리 서시의 뺨이

霜毛四晧鬚(상모사호수) 하얀 깃털은 사호의 수염 ※상산사호

碧雲行止躁(벽운행지조) 하늘 구름은 그침 서둘러

白鷺性靈麤(백로성령추) 흰 해오라기 바탕 거칠어

終日無羣伴(종일무군반) 날이 다가도 짝할 떼 없어

溪邊弔影孤(계변조영고) 시냇가 가만 그림자 홀로

 

 

秋夕(추석) 가을 저녁

銀燭秋光冷畵屛(은촉추광냉화병) 은촛대 가을빛에 그림 병풍 차가워

輕羅小扇搏流螢(경나소선박류형) 가벼운 비단부채 반딧불 흘러 잡네

天階夜色涼如水(천계야색량여수) 서울거리 밤빛은 물처럼 썰렁해도

坐看牽牛織女星(좌간견우직녀성) 앉아서 바라보는 견우성에 직녀성

 

 

題烏江亭(제오강정) 오강의 정자에서

勝敗兵家事不期(승패병가사불기) 승패는 병가의 일 바랄 수 없어

包羞忍恥是男兒(포수인치시남아) 부끄럼 안고 참아 사나이라네

江東子弟多俊才(강동자제다준재) 강동의 젊은이에 쓸 사람 많아

捲土重來未可知(권토중래미가지) 땅 말아 다시 일기 알 수야 없지

 

 

江南春(강남춘) 강남의 봄

千里鶯啼綠映紅(천리앵제녹영홍) 천리 울어 꾀꼬리 푸른 잎 붉게

水村山郭酒旗風(수촌산곽주기풍) 산언저리 물 마을 주막 기 펄럭

南朝四百八十寺(남조사백팔십사) 남조 때 세운 사찰 사백 팔십 개

多少樓臺煙雨中(다소누대연우중) 많고 적은 누대는 안개비 속에

 

 

惜別(석별) 아쉬운 이별

多情卻似總無情(다정각사총무정) 정이 많아 도리어 모두 정 없어

惟覺樽前笑不成(유각준전소불성) 술을 앞에 놓고도 웃음 못 짓네

蠟燭有心還惜別(납촉유심환석별) 촛불에 마음 있어 아깝게 헤짐

替入垂淚到天明(체입수루도천명) 갈아 흘린 초 눈물 날이 밝았네

 

 

詠杜牧之(영두목지) 두목지를 노래해

飄飄千古一詩雄(표표천고일시웅) 휘몰아쳐 천고에 한사람 시웅

往事悲歌感慨中(왕사비가감개중) 지난 일 슬픈 노래 깊은 느낌에

夢覺楊州猶未晩(몽각양주유미만) 꿈 깨어 양주의 일 아니 늦으니

襟懷朗月照靑空(금회낭월조청공) 가슴 품은 밝은 달 푸른 하늘을

 

 

漢江(한강) 한수

溶溶漾漾白鶴飛(용용양양백학비) 물결 넘실 출렁여 갈매기 날아서

綠淨春深好染衣(녹정춘심호염의) 푸름 깨끗 깊어 옷에 물이 잘들어

南去北來人自老(남거북래인자로) 남북으로 오가니 사람은 절로 늙어

夕陽長送釣船歸(석양장송조선귀) 저녁볕에 먼 보냄 낚싯배는 돌아와

 

 

山行(산행) 산을 오르며

遠上寒山石徑斜(원산한산석경사) 멀리 오른 차운 산 돌길 비탈져

白雲生處有人家(백운생처유인가) 흰 구름 오르는 곳 사람 집 있어

停車坐愛楓林晩(정거좌애풍림만) 수레 멈춰 앉아서 늦단풍 아껴

霜葉紅於二月花(상엽홍어이월화) 봄꽃보다 더 붉어 서리 맞은 잎

 

 

淸明(청명) 청명 ※4월 5일경 청명 한식 식목일

淸明時節雨紛紛(청명시절우분분) 청명한 청명시절 비가 날리어

路上行人欲斷魂(로상행인욕단혼) 길에서 오가는 이 얼이 빠지려

借問酒家何處在(차문주가하처재) 물어보세 주막집 어디에 있나

牧童遙指杏花村(목동요지행화촌) 목동의 먼가리킴 살구꽃 마을

 

 

泊秦淮(박진회) 진회하에 배대며

煙籠寒水月籠沙(연롱한수월롱사) 안개 담은 찬물에 달어린 모래

夜泊秦淮近酒家(야박진회근주가) 밤배 댄 진회하는 술집 가까워

商女不知亡國恨(상녀부지망국한) 술집 아낙 모른 채 나라 잃은 한

隔江猶唱後庭花(격강유창후정화) 강 너머 여태 불러 뒤뜰에 꽃을

 

 

金谷園(금곡원) 금곡원

繁華事散逐香塵(번화사산축향진) 한껏 꽃 핀 일 흩어 향 티끌 쫓아

流水無情草自春(유수무정초자춘) 흐르는 물 정 없어 풀은 절로 봄

日暮東風怨啼鳥(일모동풍원제조) 해 지니 봄바람에 우는 새 탓을

落花猶似墜樓人(낙화유사추루인) 지는 꽃 마치 같아 누대서 진 이

※金谷園: 西晉의 石崇(249∼300)이 洛陽 서쪽에 지은 정원 부자의 대명사

애첩 梁綠珠는 자기를 위해 지은 백길 높이의 누각에서 몸을 던져 죽는다

 

 

寄揚州韓綽判官(기양주한작판관) 양주판관 한작에게 부쳐

靑山隱隱水迢迢(청산은은수초초) 푸른 산 가물가물 물은 아득해

秋盡江南草未凋(추진강남초미조) 가을 다한 강남 땅 풀 아니 시들

二十四橋明月夜(이십사교명월야) 스물넷 다리에는 달 밝은 밤이

玉人何處敎吹簫(옥인하처교취소) 옥 같은 이 어디서 피리 불게 해

 

 

온정균

飛卿 溫庭筠(812∼870)唐 溫飛卿詩集

客愁(객수) 나그네 시름

客愁看柳色(객수간류색) 나그네 시름 버들 빛 보며

日日逐春深(일일축춘심) 날마다 쫓아 봄은 깊어져

蕩漾春風里(탕양춘풍리) 흩뿌려 출렁 봄바람 마을

誰知歷亂心(수지력난심) 뉘 알아 지난 어수선 마음

 

 

地肺山春日(지폐산춘일) 지폐산의 봄날

冉冉花明岸(염염화명안) 곱게 핀 꽃은 언덕을 밝혀

涓涓水繞山(연연수요산) 졸졸 흐른 물 산을 둘러서

幾時抛俗事(기시포속사) 몇 때 내던져 세상에 일을

來共白雲閑(내공백운한) 와서 함께해 흰 구름 느긋

 

 

嘲三月十八日雪(조삼월십팔일설) 삼월 십팔일 눈을 비웃어

三月雪連夜(삼월설련야) 삼월에 눈이 이어져 밤을

未應傷物華(미응상물화) 맞아 안 다쳐 만물 꽃핌에

只綠春欲盡(지녹춘욕진) 다만 푸른 봄 다 하려하여

留著伴梨花(유착반리화) 붙어 남으니 배꽃 짝하려

 

 

江南曲(강남곡) 강남의 노래

妾家白蘋浦(첩가백빈포) 저희 집은요 흰 물풀 물가

日上芙蓉楫(일상부용즙) 날마다 타요 부용나무 배

軋軋搖槳聲(알알요장성) 삐거덕 흔들 삿대 소리에

移舟入茭葉(이주입교엽) 배 옮겨 들어 줄 풀잎 속을

 

 

溪長茭葉深(계장교엽심) 시내는 길어 줄 풀잎 깊어

作底難相尋(작저난상심) 바닥을 지어 찾기 어려워

避郎郎不見(피랑랑불견) 도련님 피해 도련님 안 뵈

꜒鶒自浮沉(계칙자부침) 비오리 저만 떴다 잠겨요

 

 

拾萍萍無根(습평평무근) 부평초 주워 풀뿌리 없어

採蓮蓮有子(채련련유자) 연밥을 따니 연 열매 있지

不作浮萍生(부작부평생) 짓지 말아라 부평초 삶은

寧作藕花死(녕작우화사) 차라리 되라 연꽃 돼 죽어

 

 

岸傍騎馬郎(안방기마랑) 언덕 곁에는 말 탄 도련님

烏帽紫游韁(오모자유강) 검은 모자에 보라빛 고삐

含愁復含笑(함수부함소) 시름 머금어 웃음도 담아

回首問橫塘(회수문횡당) 고개 돌려서 묻는 못 건넴

 

 

妾住金陵步(첩주금릉보) 이 몸은 살아 금릉보에서

門前朱雀航(문전주작항) 문 앞에 있어 주작 배다리

流蘇持作帳(유소지작장) 오색 술 엮어 휘장 만들고

芙蓉持作梁(부용지작량) 목부용 잘라 대들보 되요

 

 

出入金犢幰(출입금독헌) 드나듦 수레 금송아지로

兄弟侍中郎(형제시중랑) 형제들은요 중랑을 모셔

前年學歌舞(전년학가무) 지난해 배운 노래에 춤을

定得郎相許(정득랑상허) 얻게 될걸요 그대의 마음

 

 

連娟眉繞山(연연미요산) 예쁜 긴 눈썹 산을 둘러서

依約腰如杵(의약요여저) 기대 묶으니 허리 공이로

鳳管悲若咽(봉관비약열) 봉황 피리는 슬퍼 목멘 듯

鸞絃嬌欲語(난현교욕어) 난새 거문고 곱게 말하려

 

 

 

扇薄露紅鉛(선박로홍연) 부채는 얇아 분 얼굴 띄어

羅輕壓金縷(나경압금루) 비단 가벼워 금실 수놓아

明月西南樓(명월서남루) 밝은 달뜨니 서남쪽 누각

珠簾玳瑁鉤(주렴대모구) 구슬발 걷어 대모 고리에

 

 

橫波巧能笑(횡파교능소) 곁눈질 예쁜 웃음을 꾸며

彎蛾不識愁(만아불식수) 둥그런 눈썹 시름을 몰라

花開子留樹(화개자류수) 꽃이 피면은 씨앗 남기고

草長根依土(초장근의토) 풀이 자라면 뿌리 내리지

 

 

早聞金溝遠(조문금구원) 일찍이 들어 금구는 멀어

底事歸郎許(저사귀랑허) 무슨 일 그대 돌아가게요

不學楊白花(불학양백화) 배우지 않아 양백화 슬퍼

朝朝淚如雨(조조루여우) 아침 아침에 눈물 비 같아

 

 

贈少年(증소년) 소년에게 주다

江海相逢客恨多(강해상봉객한다) 강 바다 서로 만나 길손 한 많아

秋風落葉洞庭湖(추풍낙엽동정호) 가을바람 지는 잎 동정호에는

酒酣夜別淮陰市(주감야별회음시) 술 즐겨 밤에 떠나 회음 장터로

月照高壘一曲歌(월조고루일곡가) 달 비친 높은 누대 한 가락 노래

 

 

過分水嶺(과분수령) 분수령을 지나며

淸溪無情似有情(천계무정사유정) 정 없는 맑은 시내 정이 있는 듯

入山三日得同行(입산삼일득동행) 산에 들어 사흘을 같이 걸었지

嶺頭便是分頭處(영두편시분두처) 고갯마루 다다라 나뉠 머리에

惜別潺湲一夜聲(석별잔원일야성) 아쉬움 물에 흘러 소리 하룻밤

 

 

瑤瑟怨(요슬원) 아름다운 거문고의 원망

冰簟銀床夢不成(빙점은상몽부성) 얼음자리 은 침상 잠을 못 이뤄

碧天如水夜雲輕(벽천여수야운경) 파란 하늘 물 같아 밤 구름 떴네

雁聲遠過瀟湘去(안성원과소상거) 기러기 울음 멀리 소상강 떠나

十二樓中月自明(십이루중월자명) 열두 누각 가운데 달 절로 밝아

 

 

三州詞(삼주사) 삼주사

團團莫作波中月(단단막작파중월) 둥글다며 하지 마 물결 속의 달

潔白莫爲枝上雪(결백막위지상설) 깨끗하다 되진 마 가지 위의 눈

月隨波動碎潾潾(월수파동쇄린린) 달 쫓는 물결 일렁 부숴 흩이니

雪似梅花不堪折(설사매화불감절) 눈꽃 매화 같아도 꺾을 수 없어

李娘十六靑絲髮(이낭십육청사발) 이씨 처녀 열여섯 푸른 실 머리

畵帶雙花爲君結(화대쌍화위군결) 그림 띠 한 쌍의 꽃 님 위해 매어

門前有路輕別離(문전유로경별리) 문 앞에 길 있다고 훌쩍 떠나가

唯恐歸來舊香滅(유공귀래구향멸) 두려운 건 돌아와 옛 향 사라져

 

 

이상은

義山 李商隱(812∼858)唐 李義山詩集 樊南文集

早起(조기) 일찍 일어나서

風露澹淸晨(풍로담청신) 바람 이슬 깔끔한 맑은 새벽에

簾間獨起人(염간독기인) 발 사이로 혼자서 일어난 사람

鶯花啼又笑(앵화제우소) 꾀꼬리는 울어도 꽃은 웃음 뗘

畢竟是誰春(필경시수춘) 마침내는 이것이 누구 봄인가

 

 

登樂遊原(등낙유원) 낙유원에 올라

向晩意不適(향만의부적) 저물어 가며 뜻 맞지 않아

驅車登古原(구거등고원) 수레를 몰아 옛 언덕 올라

夕陽無限好(석양무한호) 저녁볕이란 끝없이 좋아

只是近黃昏(지시근황혼) 다만 이것이 어둠 가까워

 

 

憶梅(억매) 매화를 기리며

定定住天涯(정정주천애) 놓이고 놓여 하늘 끝 살아

依依向物華(의의향물화) 기대고 기대 만물 꽃피움

寒梅最堪恨(한매최감한) 추위 속 매화 견뎌낸 한에

常作去年花(상작거년화) 늘 피워내니 지난해 꽃을

 

 

(선) 매미

本以高難飽(본이고난포) 본디 높아서 틀린 배부름

徒勞恨費聲(도로한비성) 괜히 힘쓴 한 소리만 버려

五更疏欲斷(오경소욕단) 새벽 되서야 그치려 드문

一樹碧無情(일수벽무정) 나무 푸름에 정도 없는지

薄宦梗猶泛(박환경유범) 얕은 벼슬에 마치 떠다녀

故園蕪已平(고원무이평) 정든 동산은 이미 거칠어

煩君最相警(번군최상경) 괴로운 그대 내게 깨우쳐

我亦舉家清(아역거가청) 나도 맑아져 온 집안 모두

 

 

無題(무제) 제목 없이

八世偸照鏡(팔세투조경) 여덟 살에 살며시 거울 비춰봐

長眉已能畵(장미이능화) 긴 눈썹도 어느새 잘도 그렸지

十歲去踏靑(십세거답청) 열 살 되어 나가니 봄나들이를

芙蓉作裙衩(부용작군차) 부용으로 지으니 치맛자락을

十二學彈箏(십이학탄쟁) 열두 살이 되서는 쟁 타기 배워

銀甲不曾捨(은갑부증사) 쟁 골무는 일찍이 놓지 않았네

十四歲六親(십사세육친) 열네 살 되어서는 모든 육친이

懸知猶未嫁(현지유미가) 걸려 알까 아직도 시집 못 감을

十五泣春風(십오읍춘풍) 열다섯 살 눈물져 봄날 바람에

背面鞦韆下(배면추천하) 뒤로 하고 그네도 내려왔다오

 

 

無題(무제) 제목 없이

來是空言去絶(내시공언거절종) 온단 말 거짓말이 떠나 발 끊어

月斜樓上五更(월사루상오경종) 달 비낀 누각 위에 새벽 종소리

夢爲遠別啼難喚(몽위원별제난환) 꿈속서 멀리 헤짐 울어 못 불러

書被催成墨未(서피최성묵미농) 편지 써려 서둘러 먹이 안 갈려

蠟照半籠金翡翠(납조반롱금비취) 촛불 비친 반 등갓 금빛 비취로

麝熏微度繡芙(사훈미도수부용) 사향 향 살짝 스민 수놓은 연꽃

劉郞已恨蓬山遠(유랑이한봉산원) 한 무제 이미 한함 봉래산 멀어

更隔蓬山一萬(갱격봉산일만중) 다시 멀리 봉래산 일만 번 겹쳐

 

 

偶題(우제) 뜻밖에 지어

水亭閑眠微醉消(수정한면미취소) 물가 정자 잠 느긋 취기 사라져

小榴海柏枝相交(소류해백지상교) 작은 석류 잣 가지 서로 얽혀져

水紋簟上琥珀枕(수문점상호박침) 물결무늬 대자리 호박 베개에

傍有墮釵雙翠翹(방유타채쌍취교) 곁에 떨군 비녀는 쌍 날개 비녀

 

 

花下醉(화하취) 꽃 아래 취하여

尋芳不覺醉流霞(심방불각취류하) 꽃 찾아 나도 몰래 취해 아득히

依樹沉眠日已斜(의수침면일이사) 나무 기대 빠진 잠 날 이미 기웃

客散酒醒深夜後(객산주성심야후) 손님 가고 술 깨니 깊은 밤 한참

更持紅燭賞殘花(갱지홍촉상잔화) 다시 지녀 빨간 초 남긴 꽃구경

 

 

訪隱者不遇(방은자불우) 은자를 찾아 만나지 못해

城郭休過識者稀(성곽휴과식자희) 성곽에 쉬어가도 아는 이 적어

哀猿啼處有柴扉(애원제처유시비) 원숭이 슬픈 곳에 사립문 있어

滄江白石漁樵路(창강백석어초로) 차가운 강 하얀 돌 어부 초부 길

日暮歸來雨滿衣(일모귀래우만의) 해 저물어 돌아와 비 흠뻑 옷에

 

 

有感(유감) 느낌이 있어

非關宋玉有微詞(비관송옥유미사) 송옥 탓은 아니지 글이 있어도

自是襄王夢覺遲(자시양왕몽각지) 양왕으로 스스로 꿈 깸이 늦어

一自高唐賦成後(일자고당부성후) 고당부 지어진 뒤 이로부터 쭉

楚天雲雨盡堪疑(초천운우진감의) 초 땅 하늘 구름 비 얄궂음 다해

 

 

夜雨寄北(야우기북) 밤비에 북으로 부치며

君問歸期未有期(군문귀기미유기) 그대 물어 올 때를 갈 기약 못해

巴山夜雨漲秋池(파산야우창추지) 파산에는 밤비로 가을 못 불어

何當共剪西窓燭(하당공전서창촉) 어쩌면 함께 밝혀 서창에 촛불

却話巴山夜雨時(각화파산야우시) 말을 말자 파산에 밤비 올 때는

 

 

西亭(서정) 서쪽 정자

此夜西亭月正(차야서정월정원) 이 밤도 서쪽 정자 달이 참 동글

疏簾相伴宿(소렴상반숙풍연) 성긴 발을 짝하여 바람에 묵어

梧桐莫更飜淸(오동막갱번청로) 오동잎 엎지 마라 맑은 이슬로

從來不得(고鴻종래부득眼) 외로운 학 여태껏 잠을 못 들어

 

 

流鶯(유앵) 떠도는 꾀꼬리

流鶯飄蕩複參差(유앵표탕복참치) 꾀꼬리 헤매 떠돎 겹쳐 어긋나

渡陌臨流不自持(도맥림류부자지) 밭둑 지나 물 닿아 절로 안 지켜

巧囀豈能無本意(교전기능무본의) 지저귐 꾸며 어찌 속뜻 없을까

良辰未必有佳期(양진미필유가기) 좋은 때 꼭 아니야 좋은 바램에

風朝露夜陰晴裡(풍조로야음청리) 아침 바람 밤이슬 흐리고 갬에

萬戶千門開閉時(만호천문개폐시) 모든 집 모든 문 열려 닫힐 때

曾苦傷春不忍聽(증고상춘불인청) 일찍 괴롬 다친 봄 차마 못 들어

鳳城何處有花枝(봉성하처유화지) 장안성 어느 곳에 꽃가지 있나

 

 

錦瑟(금슬) 금슬

錦瑟無端五十弦(금슬무단오십현) 비단비파 어찌해 오십 줄이냐

一弦一柱思華年(일현일주사화년) 한 줄 한 주 생각해 꽃 같은 시절

莊生曉夢迷蝴蝶(장생효몽미호접) 장자는 새벽꿈에 나빈가 했고

望帝春心托杜鵑(망제춘심탁두견) 망제는 봄날마음 두견새 맡겨

滄海月明珠有淚(창해월명주유루) 찬 바다에 달 밝아 구슬에 눈물

藍田日暖玉生煙(남전일난옥생연) 쪽 풀 밭에 해 따뜻 옥에 연기나

此情可待成追憶(차정가대성추억) 이런 뜻 기다리면 추억이 되고

只是當時已惘然(지시당시이망연) 그 때는 이미 벌써 아득할 따름

 

 

구양수 당송8대가

永叔 歐陽修(1007∼1072)宋 歐陽文忠公集 153권

遠山(원산) 먼 산

山色無遠近(산색무원근) 산 빛깔엔 없으니 멀고 가까움

看山終日行(간산종일행) 산 보며 하루 내내 걷기만 한다

峰巒隨處改(봉만수처개) 산봉우리 따라서 곳곳 바뀌니

行客不知名(행객부지명) 가는 길손 모르네 이름일랑은

 

 

古瓦硯(고와연) 오랜 기와벼루

磚瓦賤微物(전와천미물) 벽돌기와 하찮은 물건이라도

得厠筆墨間(득측필묵간) 곁에 두고 붓과 먹 함께 자리해

于物用有宜(우물용유의) 물건에는 쓰임에 마땅함 있어

不計醜與姸(불계추여연) 따지지 않아야지 나쁨과 고움

金非不爲寶(금비불위보) 금덩이는 보물이 안 되지 않지

玉豈不爲堅(옥기불위견) 옥 어찌 단단하지 않음이 아냐

用之以發墨(용지이발묵) 벼루로 쓰임에는 먹이 갈림에

不及瓦礫頑(불급와력완) 기와에 못 미치니 조약돌 무뎌

乃知物雖賤(내지물수천) 이에 알아 물건이 천하다 하나

當用價難攀(당용가난반) 쓰임 맞아 값어치 어려운 매김

豈惟瓦礫爾(기유와력이) 어찌 오직 기와와 조약돌이랴

用人從古難(용인종고난) 사람을 쓰는 데는 예로 어려워

 

 

邊戶(변호) 변방의 집

家世爲邊戶(가세위변호) 집안 이어져 변경 집 되니

年年常備胡(연년상비호) 해 지나며 늘 오랑캐 막아

兒童習鞍馬(아동습안마) 아이들 익혀 말을 다루고

婦女能彎弧(부녀능만호) 아낙네 하니 활을 당기네

胡塵朝夕起(호진조석기) 오랑캐 먼지 아침저녁을

虜騎蔑如無(로기멸여무) 말 탄 오랑캐 없이해 깔봐

邂逅輒相射(해후첩상사) 맞닥뜨려도 서로 활을 쏴

殺傷兩常俱(살상양상구) 죽고 다치니 서로 늘 함께

自從澶州盟(자종전주맹) 전주의 동맹 맺은 뒤로는

南北結歡娛(남북결환오) 남북이 이뤄 기쁘고 즐겨

雖云免戰鬪(수운면전투) 비록 벗어나 싸움에서는

兩地供賦租(양지공부조) 양쪽 땅 매겨 부세 조세를

將吏戒生事(장리계생사) 장수와 관리 일 날까 삼가

廟堂爲遠圖(묘당위원도) 조정에서는 먼 꾀라 여겨

身居界河上(신거계하상) 몸은 살아도 국경의 강가

不敢界河魚(불감계하어) 함부로 못해 국경 강고기

 

 

豊樂亭游春三首1(풍락정유춘삼수1) 풍락정 봄놀이

綠樹交加山鳥啼(녹수교가산조제) 푸른 나무 뒤얽혀 멧새는 울어

晴風蕩漾落花飛(청풍탕양낙화비) 비갠 바람 흩날려 지는 꽃 날려

鳥歌花舞太守醉(조가화무태수취) 새 노래에 꽃 춤춰 태수는 취해

明日酒醒春已歸(명일주성춘이귀) 내일 술 깨 봄 이미 돌아가겠지

 

 

豊樂亭游春三首2(풍락정유춘삼수2) 풍락정 봄놀이

春雲淡淡日輝輝(춘운담담일휘휘) 봄 구름 묽어 엷어 햇살 빛나고

草惹行襟絮拂衣(초야행금서불의) 풀 끌어 행인 옷깃 버들 솜 스쳐

行到亭西逢太守(행도정서봉태수) 걸어서 정자 서쪽 태수를 만나

藍輿酩酊揟花歸(남여명정서화귀) 가마로 너무 취해 꽃 따 돌아와

 

 

豊樂亭游春三首3(풍락정유춘삼수3) 풍락정 봄놀이

紅樹靑山日欲斜(홍수청산일욕사) 붉은 나무 푸른 산 해 기울려해

長郊草色綠無涯(장교초색록무애) 긴 들판 풀빛으로 푸름 끝없어

游人不管春將老(유인불관춘장로) 노는 사람 몰라라 봄이 가든지

來往亭前踏落花(내왕정전답낙화) 오고가며 정자 앞 꽃잎을 밟아

 

 

琅耶山(낭야산) 낭야산

石屛自倚浮雲外(석병자의부운외) 돌병풍 절로 기대 뜬 구름 밖에

石路久無人跡行(석로구무인적행) 돌길에 오래 없어 사람 다닌 길

我來携酒醉其下(아래휴주취기하) 내 오며 술 가져와 그 아래 취해

臥看千峰秋月明(와간천봉추월명) 누워 본 천 봉우리 가을 달 밝아

 

 

寄韓子華(기한자화) 한자화에게

人事從來無定處(인사종래무정처) 사람일 내려오며 놓인데 없어

世途多故踐言難(세도다고천언난) 세상살이 일 많아 해봐 어렵대

雖如潁水閑居士(수여영수한거사) 영수 물과 같아서 느긋한 선비

十頃西湖一釣竿(십경서호일조간) 열 이랑 넓은 서호 낚싯대 하나

 

 

晚泊岳陽(만박악양) 악양에 늦게 닿아

臥聞岳陽城裡鐘(와문악양성리종) 누워 듣는 악양성 성안 종소리

系舟岳陽城下樹(계주악양성하수) 배 매놓은 악양성 성 아래 나무

正見空江明月來(정견공강명월래) 바로 보니 빈 강에 밝은 달떠서

雲水蒼茫失江路(운수창망실강로) 구름강물 아득해 뱃길 잊었네

夜深江月弄清輝(야심강월롱청휘) 밤은 깊어 강에 달 맑은 빛 놀려

水上人歌月下歸(수상인가월하귀) 물위에 사공노래 달 아래 돌아

一闋聲長聽不盡(일결성장청불진) 한 곡 소리 길어서 다 듣지 못해

輕舟短楫去如飛(경주단즙거여비) 가벼운 배 짧은 노 날듯이 떠나

 

 

戱答元珍(희답원진) 원진에게 놀려 답하며 ※억지스런 弄談

春風疑不到天涯(춘풍의부도천애) 봄바람은 왜 아니 하늘 끝닿아

二月山城未見花(이월산성미견화) 이월의 산성에는 아직 꽃 못 봐

殘雪壓枝猶有橘(잔설압지유유귤) 남은 눈 가지 눌러 아직 귤 있고

凍雷驚筍欲抽芽(동뢰경순욕추아) 언 우레 죽순 놀라 싹이 트려고

夜聞歸雁生鄉思(야문귀안생향사) 밤에 듣는 기러기 고향생각 나

病入新年感物華(병입신년감물화) 앓으며 새해 들어 경물 멋 느껴

曾是洛陽花下客(증시낙양화하객) 일찍이 낙양성에 꽃 아래 손님

野芳雖晚不須嗟(야방수만불수차) 들에 꽃 늦더라도 한탄 말아야

 

 

明妃曲(명비곡) 명비곡 ※王昭君(BC52~?) 이름은 王嬙 자는 昭君

前漢 元帝의 후궁 BC33년 匈奴의 呼韓邪單于에게 시집감

晉나라 때 太祖 司馬昭와 이름이 겹쳐 자를 明君으로 바꿔 明妃라 불림

원제는 소군을 그린 화공 毛延壽를 斬刑에 처함

漢宮有佳人(한궁유가인) 한나라 궁에 아름다운 이

天子初未識(천자초미식) 임금 처음에 아니 알아봐

一朝隨漢使(일조수한사) 어느 날 아침 한 사신 따라

遠嫁單于國(원가선우국) 멀리 시집가 선우 나라로

絶色天下無(절색천하무) 빼어난 미색 세상에 없어

一失難再得(일실난재득) 한번 잃으니 다시 못 얻어

雖能殺畵工(수능살화공) 비록 벌주어 화공을 죽여

於事竟何益(어사경하익) 이일에 끝내 무슨 보탬이

耳目所及尙如此(이목소급상여차) 귀와 눈 닿는바에 오히려 이래

萬里安能制夷狄(만리안능제이적) 만 리 어찌 할 건가 오랑캐 막아

 

 

漢計誠已拙(한계성이졸) 한나라 꾀함 하도 서툴러

女色難自誇(여색난자과) 여색 스스로 자랑도 못해

明妃去時淚(명비거시루) 명비 떠날 때 눈물이 흘러

灑向枝上花(쇄향지상화) 흩뿌려 닿아 가지 위 꽃에

狂風日暮起(광풍일모기) 광풍 휘몰아 날이 저물어

漂泊落誰家(표박락수가) 흩날려 떨쳐 누구네 집에

紅顔勝人多薄命(홍안승인다박명) 발간 낯 남에 나아 많이들 엷어

莫怨春風當自嗟(막원춘풍당자차) 탓 마라 봄바람을 저 혼자 한숨

 

 

소옹 安樂先生

康節 邵雍(1011~1077)北宋 皇極經世書 62편

淸夜吟(청야음) 맑은 밤에 읊어

月到天心處(월도천심처) 달이 이르니 하늘 가운데

風來水面時(풍래수면시) 바람 불어와 물결이 일 때

一般淸意味(일반청의미) 언제 어디나 맑음의 뜻함

料得少人知(요득소인지) 깨쳐 아는 이 적은 이리니

 

 

安樂窩(안락와) 안락의 굴

半記不記夢覺後(반기불기몽교후) 반쯤 알아 반 몰라 꿈 깨고 나서

似愁無愁情倦時(사수무수정권시) 시름인 듯 아닌 듯 뜻 지겨울 때

擁衾側臥未欲起(옹금측와미욕기) 이불 안고 누워서 아니 일어나

簾外落花撩亂飛(렴외낙화료란비) 발 바깥 지는 꽃이 어지럽혀서

 

 

仁者吟(인자음) 어진 이를 읊어

仁者難逢思有常(인자난봉사유상) 어진이도 어려워 생각 늘 같기

平生愼勿恃無傷(평생신물시무상) 살면서 삼가 말아 믿어 안 다쳐

爭先路徑機關惡(쟁선로경기관악) 앞을 다툰 길이면 몸에는 나빠

近後語言滋味長(근후어언자미장) 좇아 따른 말이면 재미가 많아

爽口物多終作疾(상구물다종작질) 입에 맞아 많이도 끝내 병 짓고

快心事過必爲殃(쾌심사과필위앙) 맘에 들어 지나쳐 꼭 재앙 되지

與其病後能求樂(여기병후능구락) 그 같이 아픈 다음 즐김 찾으랴

孰若病前能自防(숙약병전능자방) 뉘라서 아니 아파 스스로 막나

 

 

사마온공 사마광 시호(文正) 司馬溫公 涑水先生

君實 司馬光(1019~1086)北宋 文正 資治通鑑

送祖擇之(송조택지) 조택지를 보내며

人生榮與辱(인생영여욕) 사람 살면서 꽃피움 욕됨

百變似浮雲(백변사부운) 온갖 바뀜에 뜬구름 같아

自有窮通定(자유궁통정) 절로 놓이니 막힘과 뚫림

徒勞得喪分(도로득상분) 헛된 힘씀에 얻고 잃으니

銷愁唯有酒(소수유유주) 시름 삭임에 오직 술 있어 녹일소

娛意莫如文(오의막여문) 뜻을 달램에 글 만함 없어

方寸常蕭散(방촌상소산) 마음 언제나 쓸쓸히 흩여

其餘何足云(기여하족운) 그 남김 어찌 넉넉다 하랴

 

 

和邵堯夫安樂窩中職事吟(화소요부안락와중직사음)

소옹의 안락와중직사음에 화답하며

靈臺無事日休休(령대무사일휴휴) 마음에는 일 없어 날로 쉬기만

安樂由來不外求(안락유래불외구) 편히 즐김 아니지 밖에서 찾기

細雨寒風宜獨坐(세우한풍의독좌) 보슬비 찬바람에 홀로 앉았고

暖天佳景卽閑遊(난천가경즉한유) 따뜻한 날 좋은 볕 느긋이 놀아

松篁亦足開靑眼(송황역족개청안) 솔밭 대숲 넉넉해 좋게만 보여

桃李何妨揷白頭(도리하방삽백두) 복사 오얏 아무렴 머리에 꽂지

我以著書爲職業(아이저서위직업) 나로선 책 쓰느라 맡은 일 삼아

爲君偸暇上高樓(위군투가상고루) 그대위해 틈 내어 높은 루 올라

 

 

野花(야화) 들꽃

喧喧桃李蹊(훤훤도리혜) 시끌시끌한 복사 오얏 길

何妨笑幽草(하방소유초) 어찌 거리껴 숨어 웃는 풀

但願保天眞(단원보천진) 다만 바라니 바탕 참 지켜

徐共春風老(서공춘풍로) 차분히 함께 봄바람 맞아

 

 

閑居(한거) 한가히 살며

故人通貴絶相過(고인통귀절상과) 오랜 벗 귀인 기웃 서로다님 뚝

門外眞堪置雀羅(문외진감치작라) 문 밖에 참 놓아야 참새그물을

我已幽慵僮更懶(아이유용동갱라) 내 이미 숨어 나른 앤 또 게을러

雨來春草一番多(우래춘초일번다) 비가 오니 봄풀로 한 마당 덮어

 

 

獨步至洛濱(독보지낙빈) 혼자 걸어 낙빈까지

草軟波淸沙岸微(초연파청사안미) 풀 여려 물결 맑아 모래언덕은

手携筇竹着深衣(수휴공죽착심의) 손에 쥔 대지팡이 두루마기 옷

白鷗不信忘機久(백구불신망기구) 흰 갈매기 못 믿어 잊은 지 오래

見我猶穿柳岸飛(견아유천류안비) 나를 보며 뚫을 듯 버들에 날아

 

 

客中初夏(객중초하) 나그네로 초여름을

四月淸和雨乍晴(사월청화우사청) 사월은 맑고 따뜻 비 얼른 개여

南山當戶轉分明(남산당호전분명) 남산이 마침 문에 되레 뚜렷해

更無柳絮因風起(갱무유서인풍기) 또 없어 버들개지 바람 일어도

惟有葵花向日傾(유유규화향일경) 오로지 해바라기 해 보려 기웃

 

 

왕안석 당송8대가 개혁정책

介甫 王安石(1021~1086)宋 字說

梅花(매화) 매화

墻角數枝梅(장각수지매) 담 모퉁이 몇 가지 매화꽃이라

凌寒獨自開(릉한독자개) 추위를 이겨내고 홀로 피었네

遙知不是雪(요지불시설) 멀리서도 알았네 눈이 아님을

爲有暗香來(위유암향래) 까닭 있지 살짜기 내음이 오니

 

 

山中(산중) 산에서

隨月出山去(수월출산거) 달을 따라 나서니 산으로 떠나

尋雲相伴歸(심운상반귀) 구름 찾아 서로가 어울려 왔네

春晨花上露(춘신화상로) 봄 날 아침 꽃 위에 이슬이 맺혀

芳氣着人衣(방기착인의) 꽃다운 향 서리니 사람의 옷에

 

 

江上(강상) 강위에서

江水漾西風(강수양서풍) 강물은 출렁출렁 서쪽 바람에

江花脫晩秋(강화탈만추) 강 꽃은 토닥토닥 늦은 가을에

離情被橫笛(이정피횡적) 떠나는 정 실리니 비낀 피리에

吹過亂山東(취과난산동) 불며 지나 어지런 산을 동쪽에

 

 

初夏卽事(초하즉사) 초여름 날에

石梁茅屋有彎碕(석량모옥유만기) 돌다리 초가집은 굽은 기슭에

流水賤賤度兩陂(유수천천도양피) 흐르는 물 야트막 양쪽 비탈을

晴日暖風生麥氣(청일난풍생맥기) 개인 해 따슨 바람 보리 기운에

綠陰幽草勝花時(녹음유초승화시) 숲 그늘 그윽한 풀 꽃 보다 나아

 

 

壬辰寒食(임진한식) 임진년 한식날에 ※1052년(32세)

客思似楊柳(객사사양류) 나그네 생각 버들과 같아

春風千萬條(춘풍천만조) 봄날 바람이 천만 가지에

更傾寒食淚(갱경한식루) 다시 기울여 한식날 눈물

欲漲冶城潮(욕창야성조) 불어 넘치려 야성에 흐름

巾髮雪爭出(건발설쟁출) 망건 흰머리 다투어 나와

鏡顔朱早淍(경안주조주) 거울에 얼굴 붉음은 돌아

未知軒冕樂(미지헌면락) 아직 모르니 벼슬 즐거움

但欲老漁樵(단욕로어초) 다만 늙어서 어부 나무꾼

 

 

元日(원일) 설날

爆竹聲中一歲除(폭죽성중일세제) 폭죽소리 가운데 한 해를 보내

春風送暖入屠蘇(춘풍송난입도소) 봄바람 따뜻함이 약술에 들어

千門萬戶曈曈日(천문만호동동일) 집집이 많은 집에 동이 터 뜬 해

總把新桃換舊符(총파신도환구부) 모두 쥐니 새 부작 헌 부적 바꿔

※屠蘇酒: 邪鬼 죽이는 屠蘇(山椒 防風 白朮 肉桂 等)가 든 술 後漢때 華陀

섣달 그믐밤 우물 밑바닥에 걸어두었다가 설날 꺼내 술에 넣어 달인 뒤

식구 모두 동쪽을 향해 앉아 어린아이부터 연장자의 순으로 마신다

 

 

鐘山卽事(종산즉사) 종산에서

澗水無聲繞竹流(간수무성요죽류) 골짝 물 소리 없이 대 둘러 흘러

竹西花草弄春柔(죽서화초롱춘유) 대숲 서쪽 꽃 풀은 여린 봄 놀려

茅簷相對坐終日(모첨상대좌종일) 띠 처마 마주하여 하루 내 앉아

一鳥不啼山更幽(일조부제산갱유) 새 한번 아니 울어 산 더욱 그윽

 

 

夜直(야직) 밤을 맡아

金爐香盡漏聲殘(금로향진루성잔) 금향로 향불 다 타 물시계 소리

剪剪輕風陣陣寒(전전경풍진진한) 휙휙 대는 바람에 닥쳐온 추위

春色惱人眠不得(춘색뇌인면부득) 봄빛에 머리 싸매 잠 오지 않아

月移花影上欄干(월이화영상난간) 달 옮겨 꽃 그림자 난간에 올라

 

 

遊鍾南(유종남) 종남산에서 ※山이 여덟 번

終日看山不厭山(종일간산불염산) 하루 다해 산을 봐 싫지 않은 산

買山終待老山間(매산종대로산간) 산 사려니 기다려 산에서 늙어

山花落盡山長在(산화락진산장재) 산꽃은 다 떨어져 산이야 있지

山水空流山自閑(산수공류산자한) 산에 물 흘려보내 산은 늘 느긋

 

 

强起(강기) 억지로 일어나

寒堂耿不寐(한당경불매) 썰렁한 방 불빛에 잠 오지 않아

轆轆聞車聲(녹록문거성) 덜거덕 들려오니 수레소리가

不知誰家兒(부지수가아) 알지 못해 어느 집 사람인지는

先我霜上行(선아상상행) 내 앞서 서리 내린 길을 가구나

歎息夜未央(탄식야미앙) 한숨을 내쉬느니 밤은 안 깊어

呼燈置前楹(호등치전영) 불러서 등불 놓게 기둥 앞에다

推枕强欲起(추침강욕기) 베개 밀쳐 억지로 일어나려다

問知星正明(문지성정명) 물어 알아 별빛이 정말 밝다네

昧旦聖所勉(매단성소면) 날 샌 새벽 성인이 힘쓰라한바

齊詩有鷄聲(제시유계성) 시경 제풍 있으니 닭 울음소리 ※齊風 鷄鳴

嗟予以竊食(차여이절식) 아 나는 벼슬 훔쳐 먹고 사는가

更覺負平生(갱각부평생) 다시 깨친 저버림 삶을 살면서

 

 

葛溪驛(갈계역) 갈계역

缺月昏昏漏未央(결월혼혼루미앙) 모자란 달 어두워 물시계 아니 그쳐

一燈明滅照秋牀(일등명멸조추상) 등 하나 밝음 깜박 가을 침상 비추네

病身最覺風露早(병신최각풍로조) 앓는 몸 잘 느끼니 바람이슬 일찍이

歸夢不知山水長(귀몽부지산수장) 돌아간 꿈 모르니 산도 물도 먼 줄을

坐感歲時歌慷慨(좌감세시가강개) 앉아 느낀 철따라 슬퍼함을 노래로

起看天地色凄凉(기간천지색처량) 일어나 보는 천지 쓸쓸함이 빛깔에

鳴蟬更亂行人耳(명선갱란행인이) 매미 울어 또 아찔 길가는 이 귓가에

正抱疏桐葉半黃(정포소동엽반황) 품어온 성긴 오동 잎이 반이 누렇게

 

 

정명도 정호 程朱學

伯淳 明道 東坡 程顥(1032~1085)北宋 定性書 識仁篇

秋月(추월) 가을 달

淸溪流過碧山頭(청계류과벽산두) 맑은 시내 흘러가 푸른 산머리

空水澄鮮一色秋(공수징선일색추) 하늘 물 맑아 깨끗 한 빛깔 가을

隔斷紅塵三十里(격단홍진삼십리) 끊겨진 티끌세상 삼십 리 멀리

白雲紅葉兩悠悠(백운홍엽양유유) 흰 구름 붉은 잎에 둘 다 멀기만

 

 

春日偶成(춘일우성) 봄날 우연히 짓다

雲淡風輕近午天(운담풍경근오천) 실구름 바람 살랑 한 낮에 하늘

訪花隨柳過前川(방화수류과전천) 꽃 찾아 버들 따라 앞 냇물 건너

傍人不識余心樂(방인불식여심락) 옆 사람 알지 못해 내 마음 즐김

將謂偸閒學少年(장위투한학소년) 이를테면 틈내어 배우는 아이

 

 

秋日偶成(추일우성) 가을날 우연히 짓다

閑來無事不從容(한래무사부종용) 한가하게 일 없어 조용함 아냐

睡覺東窓日已紅(수교동창일이홍) 잠 깨니 동녘 창에 해 이미 붉어

萬物靜觀皆自得(만물정관개자득) 고요히 만물 살펴 다 절로 알아

四時佳興與人同(사시가흥여인동) 네 계절 멋진 흥에 더불어 같아

道通天地無形外(도통천지무형외) 도는 뚫려 하늘땅 몸 밖에 없어

思入風雲變態中(사입풍운변태중) 생각 든 바람구름 바뀜 가운데

富貴不淫貧賤樂(부귀불음빈천락) 부귀로 아니 삐끗 가난을 즐겨

男兒到此是豪雄(남아도차시호웅) 사나이 이쯤 돼야 뛰어난 호걸

 

 

郊行卽事(교행즉사) 들을 지나면서

芳原綠野姿行時(방원녹야자행시) 꽃동산 푸른 들을 내켜 걸을 때

春入遙山碧四圍(춘입요산벽사위) 봄 들어 멀리 산은 푸름이 에워

興逐亂紅穿柳巷(흥축난홍천류항) 흥 쫓아 얽힌 붉음 버들 거리로

困臨流水坐苔磯(곤임유수좌태기) 지쳐 서 물 흐름에 이끼 돌 앉아

莫辭盞酒十分醉(막사잔주십분취) 막지마라 잔술을 잔뜩 취하게

只恐風花一片飛(지공풍화일편비) 다만 걱정 바람 꽃 한 떨기 날려

況是淸明好天氣(황시청명호천기) 하물며 맑고 밝은 좋은 날씨에

不妨遊衍莫忘歸(불방유연막망귀) 안 거리껴 놀아도 갈일 잊진 마

 

 

소식 당송8대가

東坡 蘇軾(1036~1101)北宋 赤壁賦

倦夜(권야) 지겨운 밤

倦枕厭長夜(권침염장야) 베개머리 잠 안와 긴 밤이 싫어

小窗終未明(소창종미명) 조그만 창 끝끝내 밝을 줄 몰라

孤村一犬吠(고촌일견폐) 외론마을 한 마리 개는 짖어서

殘月幾人行(잔월기인행) 조각달 몇몇 사람 길을 오가나

衰鬢久已白(쇠빈구이백) 쇤 머리 이미 오래 하얗게 된지

旅懷空自淸(여회공자청) 나그네 맘 텅 비어 스스로 맑아

荒園有絡緯(황원유락위) 거친 뜰에 있으니 베짱이란 놈 ※絡緯:여치

虛織竟何成(허직경하성) 베 짠대야 마침내 무얼 이루나

 

 

春夜(춘야) 봄밤

春宵一刻直千金(춘소일각치천금) 봄날 밤 한때 잠깐 값이 천금에

花有淸香月有陰(화유청향월유음) 꽃향기 맑음 담아 으스름의 달

歌管樓臺聲寂寂(가관루대성적적) 노래 피리 누대엔 소리도 고요

鞦韆院落夜沈沈(추천원락야침침) 그네 뛰는 마당엔 밤이 깊어가

 

 

陌上花1(맥상화1) 길 위의 꽃

陌上花開蝴蝶飛(맥상화개호접비) 길 위에 꽃이 피어 나비는 날아

江山猶是昔人非(강산유시석인비) 강산은 이대론 데 옛 사람 아냐

遺民幾度垂垂老(유민기도수수로) 남은 백성 몇 번을 수염 나 늙어

遊女長歌緩緩歸(유녀장가완완귀) 노는 여인 긴 노래 흔들며 가네

 

 

陌上花2(맥상화2) 길 위의 꽃

陌上山花無數開(맥상산화무수개) 길 위에 산에 꽃이 무수히 피니

路人爭看翠輧來(노인쟁간취병래) 길가는 이 다투어 수레로 오네

若爲留得堂堂去(약위류득당당거) 남길 수만 있다면 어엿이 떠나

且更從敎緩緩歸(차갱종교완완귀) 또다시 가르침에 느긋이 가네

 

 

陌上花3(맥상화3) 길 위의 꽃

生前富貴草頭露(생전부귀초두로) 살았을 적 부귀란 풀끝의 이슬

身後風流陌上花(신후풍류맥상화) 죽은 다음 풍류란 길 위의 꽃이

已作遲遲君去魯(이작지지군거노) 이미 된 느릿느릿 그대 노를 떠

猶敎緩緩妾還家(유교완완첩환가) 가르쳐 되레 느긋 첩은 집에 가

 

 

薄命佳人(박명가인) 명이 짧아 가인은

雙頰凝酥髮抹漆(쌍협응소발말칠) 두 뺨은 매끄러이 머리는 옻칠

眼光入簾珠白樂(안광입렴주백락) 눈빛은 발에 들어 구슬 하얗게

故將白練作仙衣(고장백련작선의) 짐짓 지은 흰 비단 선녀의 옷에

不許紅膏汚天質(불허홍고오천질) 아니 되 붉은 연지 바탕 더럽혀

吳音嬌軟帶兒癡(오음교연대아치) 오나라 말 귀여워 어린 티 띠어

無限間愁總未知(무한간수총미지) 끝없는 세상시름 다 알지 못해

自古佳人多薄命(자고가인다박명) 예로 많은 잘난 이 명이 엷다지

閉門春盡楊花落(폐문춘진양화락) 닫힌 문에 봄 다해 버들 꽃 지네

 

 

縱筆(종필) 붓을 쫓아

寂寂東坡一病翁(적적동파일병옹) 하릴없는 동파는 앓는 늙은이

白鬚蕭散滿霜楓(백수소산만상풍) 흰 수염 쓸어흩여 서리 맞았네

小兒誤喜朱顔在(소아오희주안재) 어린 애 잘못 반겨 붉은 얼굴로

一笑那知是酒紅(일소나지시주홍) 웃으니 어찌 알아 술에 발간 걸

 

 

和子由澠池懷舊(화자유민지회구) 자유의 민지회구에 ※子由: 蘇軾의 弟

人生到處知何似(인생도처지하사) 사람 삶 닿는 곳이 무엇 같은가

應似飛鴻踏雪泥(응사비홍답설니) 꼭 같지 기러기가 눈 진흙 밟음

泥上偶然留指爪(니상우연류지조) 진흙 위에 뜻밖에 발자국 남겨

鴻飛那復計東西(홍비나부계동서) 기러기 날아 다시 동서 어딘지

老僧已死成新塔(노승이사성신탑) 늙은 스님 죽어서 새 탑을 이뤄

壞壁無由見舊題(괴벽무유견구제) 벽 무너져 없이 돼 옛 시 볼 길이

往日崎嶇還記否(왕일기구환기부) 지난날 어려움을 아직 새기나

路長人困蹇驢嘶(로장인곤건려시) 길 멀고 사람 지쳐 나귀도 울어

 

 

惠崇春江曉景(혜숭춘강효경) 봄 강의 새벽 경치

竹外桃花三兩枝(죽외도화삼량지) 대나무 밖 복사꽃 두어 가지에

春江水暖鴨先知(춘강수난압선지) 봄 강에 물 따뜻함 오리는 알아

蔞蒿滿地蘆芽短(루호만지노아단) 쑥 내음은 땅 가득 갈대 싹 짧아

正是河豚欲上時(정시하돈욕상시) 바로 이때 복어가 올라올 때지

 

 

東欄梨花(동란이화) 동쪽 난간의 배꽃

梨花淡白柳深靑(이화담백류심청) 배꽃은 묽게 흰데 버들은 푸름 깊어

柳絮飛時花滿城(유서비시화만성) 버들개지 날릴 땐 배꽃 져서 성 가득

惆悵東欄一株雪(추창동란일주설) 슬프니 동쪽 난간 한그루 눈 같은 꽃

人生看得幾淸明(인생간득기청명) 사람살이 볼 테면 몇 번 맑아 밝을까

 

 

楊關曲(양관곡) 양관곡

暮雲收盡溢淸寒(모운수진일청한) 저문 구름 다 걷어 말간 차가움

銀漢無聲轉玉盤(은한무성전옥반) 은하수 소리 없이 옥쟁반 굴러

此身此夜不長好(차신차야부장호) 이 몸으로 이 밤을 오래 못 즐겨

明月明年何處看(명월명년하처간) 밝은 달 밝을 해엔 어디서 볼까

 

 

六月二十七日望湖樓醉書(유월이십칠일망호루취서) 망호루에서 취해

黑雲飜墨未遮山(흑운번묵미차산) 검은 구름 먹 묻혀 산을 못 가려

白雨跳珠亂入船(백우도주란입선) 흰 빗물 뛰는 구슬 배에 뛰 들어

卷地風來忽吹散(권지풍래홀취산) 땅 말아 바람 불어 갑자기 흩어

望湖樓下水如天(망호루하수여천) 망호루 누각아래 물빛 하늘이

 

 

양만리 南宋四大家

廷秀 楊萬里(1124~1206)南宋

過百家渡(과백가도) 백가도를 지나며

園花落盡路花開(원화락진로화개) 뜰에 꽃 다 떨어져 길에 꽃 피네

白白紅紅各自媒(백백홍홍각자매) 하얗게도 붉게도 저마다 자랑

莫問早行奇絶處(막문조행기절처) 묻지 마오 이른 길 빼난 좋은 곳

四方八面野香來(사방팔면야향래) 사방에 온갖 데서 들 내음 풍겨

 

 

夏夜追凉(하야추량) 여름밤 서늘함을 좇아

夜熱依然午熱同(야열의연오열동) 밤더위 그대로라 낮 더위 같이

關門小立月明中(관문소립월명중) 지날 문에 섰더니 달 밝음 속에

竹深樹密蟲鳴處(죽심수밀충명처) 대 깊어 나무 빽빽 벌레 우는 곳

時有微凉不是風(시유미량불시풍) 언뜻 있는 시원함 바람이 아냐

 

 

湖天暮景(호천모경) 호수의 저녁 풍경

坐看西日落湖濱(좌간서일락호빈) 보며 앉아 서녘 해 지는 호수를

不是山銜不是雲(불시산함불시운) 산이 삼킴 아니며 구름도 아냐

寸寸低來忽全沒(촌촌저래홀전몰) 한 치 한 치 낮아져 홀연 다 잠겨

分明入水只無痕(분명입수지무흔) 분명히 물에 들어 자국도 없어

 

 

嶺雪(영설) 고갯마루의 눈

好山幸自綠嶄嶄(호산행자녹참참) 좋은 산은 스스로 푸르고 높아

須把輕雲護深嵐(수파경운호심람) 꼭 잡아 엷은 구름 산기운 감싸

天女似憐山骨瘦(천녀사련산골수) 하늘선녀 가여워 산이 야위어

爲縫霧縠作春衫(위봉무곡작춘삼) 꿰매니 안개비단 봄 적삼 지어

 

 

(접) 나비

籬落疎疎一徑深(이락소소일경심) 울타리 드문드문 길 하나 깊어

樹頭先綠未成陰(수두선록미성음) 나무 끝 먼저 푸름 그늘은 안 져

兒童急走追黃蝶(아동급주추황접) 아이는 빨리 달려 노랑나비에

飛入菜花無處尋(비입채화무처심) 날아들어 나물 꽃 찾을 길 없어

 

 

觀蟻(관의) 개미를 보고

偶爾相逢細問途(우이상봉세문도) 뜻 않아 서로 만나 갈 길을 물어

不知何事數遷居(부지하사삭천거) 알지 못해 무슨 일 자주 옮기니

微軀所饌能多少(미구소찬능다소) 조그만 몸 먹어야 얼마나 되어

一獵歸來滿後車(일렵귀래만후거) 한번 사냥 돌아옴 가득 싣고서

 

 

揷秧歌(삽앙가) 모심기 노래

田夫抛秧田婦接(전부포앙전부접) 농부가 모 던지니 아내가 받아

小兒拔秧大兒揷(소아발앙대아삽) 작은 아들 모 빼니 큰 아들 심어

笠是兜鍪蓑是甲(립시두무사시갑) 삿갓은 투구이고 도롱인 갑옷

雨從頭上濕到胛(우종두상습도갑) 비오니 머리부터 어깨도 젖어

喚渠朝餐歇半霎(환거조찬헐반삽) 불러서 아침 먹자 잠시 쉬자해

低頭折腰只不答(저두절요지부답) 고개 푹 허리 구불 대답을 않네

秧根未牢蒔未匝(앙근미뢰시미잡) 모 뿌리 아니 숨겨 모종 아니 내

照管鵝兒與雛鴨(조관아아여추압) 잘 돌봐야 거위에 새끼오리를

 

 

安樂坊牧童(안락방목동) 안락동 목동

前兒牽牛渡溪水(전아견우도계수) 앞에 아이 소 끌어 시냇물 건너

後兒騎牛回問事(후아기우회문사) 뒤에 아이 소 타고 일을 물어봐

一兒吹笛笠簪花(일아취적립잠화) 한 아이 피리 불어 삿갓 꽃 꽂아

一牛載兒行引子(일우재아행인자) 한 소는 아이 태워 새끼 데리고

春溪嫩水淸無渧(춘계눈수청무제) 봄 시내 여린 물은 맑아 티 없이

春洲細草碧無瑕(춘주세초벽무하) 봄 섬에 가는 풀은 파래 흠 없이

五牛遠去莫管他(오우원거막관타) 다섯 소떼 멀리 가 붙잡지 않아

隔溪便是群兒家(격계편시군아가) 시내너머 그 곳엔 아이들 집이

忽然頭上數點雨(홀연두상수점우) 갑작스레 머리 위 몇 방울 비가

三笠四簑赶將去(삼립사사간장거) 삿갓 셋 도롱이 넷 쫓아 달려가

 

 

육유 최다작의 시인 1만수 가까움

務觀 陸游(1125∼1210)南宋 劍南詩稿 85권

柳橋晩眺(유교만조) 버들다리서 저묾을 보며

小浦聞魚躍(소포문어약) 작은 강어귀 물고기 뛰어

橫林待鶴歸(횡림대학귀) 숲에 누워서 학 돌아오길

間雲不成雨(간운불성우) 희끗한 구름 비를 안 내려

故傍碧山飛(고방벽산비) 일부러 곁 해 푸른 산 날아

 

 

春雨(춘우) 봄비

春陰易成雨(춘음이성우) 봄 구름 쉬이 비를 내리니

客病不禁寒(객병불금한) 나그네 아파 추위 못 막아

又與梅花別(우여매화별) 더불어 했던 매화꽃 지니

無因一倚欄(무인일의란) 까닭이 없이 난간에 기대

 

 

信筆(신필) 붓 가는 대로

急雨初過景物奇(급우초과경물기) 소낙비 처음 지나 경치 뛰어나

一天雲作細鱗差(일천운작세린차) 한 하늘 구름지어 비늘구름을

畫橈弄水三十里(화요롱수삼십리) 그려 옮겨 갖고 놀 물결 삼십 리

恰是西村煙瞑時(흡시서촌연명시) 마치 꼭 서쪽마을 안개로 어둑

 

 

病起(병기) 병상에서 일어나

少年射虎南山下(소년사호남산하) 젊어선 호랑일 쏴 남산 아래서

惡馬强弓看似無(악마강궁간사무) 거친 말 억센 활도 없는 듯 했지

老病卽今那可說(노병즉금나가설) 늙어 병든 이제는 어찌 말하랴

出門十步要人扶(출문십보요인부) 문 나서 열 걸음도 남이 붙들어

 

 

示兒(시아) 아들에게

死去元知萬事空(사거원지만사공) 죽어 떠남 알아서 모든 일 텅 빔

但悲不見九州同(단비불견구주동) 다만 슬픔 못 보니 구주 통일을

王師北定中原日(왕사북정중원일) 임금 군사 북으로 중원 평정 날

家祭無忘告乃翁(가제무망고내옹) 잊지 말고 제사 때 내게 알려라

 

 

山茶(산다) 동백나무 ※冬柏 山茶木 차나무과에 속하는 상록교목

雪裏開花到春晩(설리개화도춘만) 눈 속에 꽃이 피니 봄 닿기 늦어

歲閒耐久孰如君(세한내구숙여군) 해 느긋 오래 견뎌 누가 너 같애

憑闌歎息無人會(빙란탄식무인회) 난간 기대 한숨져 올 사람 없어

三十年前宴海雲(삼십년전연해운) 서른 해 앞서 잔치 바다 구름이

 

 

劍門道中遇微雨(검문도중우미우) 검문 가는 길 가랑비 만나

衣上征塵雜酒痕(의상정진잡주흔) 옷에는 길에 먼지 온갖 술 자국

遠遊無處不消魂(원유무처불소혼) 멀리 다녀 없잖아 넋 빠질 곳이

此身合是詩人未(차신합시시인미) 이 몸에 들어맞기 시인 아닌가

細雨騎驢入劍門(세우기려입검문) 보슬비에 나귀 타고 검문에 들어

 

 

秋夜觀月(추야관월) 가을밤 달을 보며

誰琢天邊白玉盤(수탁천변백옥반) 누가 쪼아 하늘가 하얀 옥쟁반

亭亭破霧上高寒(정정파무상고한) 높이 솟아 안개 깨 찬 하늘 올라

山房無客兒貪睡(산방무객아탐수) 산방에 손님 없어 아이 잠만 자

常恨淸光獨自看(상한청광독자간) 늘 한이란 말간 빛 혼자만 보니

 

 

夜意(야의) 밤에 생각

睡覺隣鷄已再啼(수각린계이재제) 잠을 깨 이웃 닭에 거듭 울어서

篷窓澄黑雨凄凄(봉창징흑우처처) 봉창은 맑아 어둑 비에 쓸쓸해

東家蹇驢不用借(동가건려불용차) 동쪽 집 나귀 절어 빌려 못 쓰고

明日門前一尺泥(명일문전일척니) 밝을 날 문 앞에는 진흙이 한 자

 

 

聞雨(문우) 빗소리 들으며

慷慨心猶壯(강개심유장) 슬픈 마음에 오히려 굳건

蹉跎鬢已秋(차타빈이추) 이룬 일 없이 머리털 가을

百年殊鼎鼎(백년수정정) 한 삶은 달리 어정쩡 지나

萬事只悠悠(만사지유유) 모든 일 다만 아련하여서

不悟魚千里(불오어천리) 깨닫지 못해 물고기 천리

終歸貉一丘(종귀맥일구) 끝내 돌아가 오소리 언덕

夜闌聞急雨(야란문급우) 밤에 가리운 듣는 소낙비

起坐涕交流(기좌체교류) 일어나 앉아 눈물 엇갈려

 

 

大風雨中作(대풍우중작) 큰 바람 비속에서

風如拔山怒(풍여발산노) 바람 성내니 산을 뽑을 듯

雨如決河傾(우여결하경) 비는 쏟아져 강이 터진 양

屋漏不可支(옥루불가지) 집마저 새니 버틸 수 없고

窓戶俱有聲(창호구유성) 창에 문에는 함께 소리 나

烏鳶墮地死(오연타지사) 까마귀 솔개 떨어져 죽어

鷄犬噤不鳴(계견금불명) 닭 개 입 닫고 울지도 못해

老病無避處(노병무피처) 늙어 아픈 이 피할 곳 없어

起坐徒歎驚(기좌도탄경) 일어나 앉아 헛 한숨 놀래

三年稼如雲(삼년가여운) 삼년에 심어 구름과 같아

一旦敗垂成(일단패수성) 하루아침에 버려 이룸을

天豈或使之(천기혹사지) 하늘이 어찌 이리 되게 해

憂乃及躬耕(우내급궁경) 걱정이 미쳐 몸소 밭 갈아

 

 

暮春(모춘) 저무는 봄

數間茅屋鏡湖濱(수간모옥경호빈) 몇몇 칸 초가집이 거울 물가에

萬卷藏書不救貧(만권장서불구빈) 만권의 간직한 책 가난 못 건져

燕去燕來還過日(연거연래환과일) 제비 가고 제비 와 날이 지나고

花開花落卽經春(화개화락즉경춘) 꽃이 피고 꽃이 져 봄이 넘어가

開編喜見平生友(개편희견평생우) 책 펼쳐 기쁘게 봐 살아가며 벗

照水驚非曩歲人(조수경비낭세인) 물 비침 아니 놀라 세월 담은 이

自笑滅胡心尙在(자소멸호심상재) 띤 웃음 끈 오랑캐 마음만 남아

憑高慷慨欲忘身(빙고강개욕망신) 높이 기대 복받쳐 몸 둠 잊으려

 

 

범성대 南宋四大家(陸游 楊萬里 范成大 尤무)

致能 石湖 范成大(1126∼1193)南宋 文穆公 石湖居士詩集

四時田園雜興(사시전원잡흥) 사계절 시골에서

柳花深巷午雞聲(유화심항오계성) 버들 꽃 깊은 골목 한낮 닭 울음

桑葉尖新綠未成(상엽첨신록미성) 뽕잎은 새로 뾰족 푸름 못 이뤄

坐睡覺來無一事(좌수교래무일사) 앉아 졸다 깨어나 일 하나 없어

滿窓晴日看蠶生(만창청일간잠생) 창 가득 개인 햇살 누에 커감 봐

 

 

春日田園雜興(춘일전원잡흥) 봄날 시골에서

土膏欲動雨頻催(토고욕동우빈최) 땅 살져 움직이려 비 자꾸 재촉

萬草千花一餉開(만초천화일향개) 모든 풀 온갖 꽃이 한 참에 피어

舍後荒畦猶綠秀(사후황휴유록수) 집 뒤에 묵정밭도 푸름 빼어나

隣家鞭筍過牆來(인가편순과장래) 이웃집 채찍죽순 담 넘어 들어

 

 

晩春田園雜興(만춘전원잡흥) 늦은 봄 시골에서

胡蝶雙雙入菜花(호접쌍쌍입채화) 나비는 짝을 지어 남새 꽃 날아들어

日長無客到田家(일장무객도전가) 해 길어도 없으니 시골에 오는 손님

鷄飛過籬犬吠竇(계비과리견폐두) 닭날아 울을 넘고 개 짖어 구멍에서

知有行商來買茶(지유행상래매다) 알고 있지 장사치 와서 차를 사라내

 

 

夏日田園雜興(하일전원잡흥) 여름날 시골에서

晝出耘田夜績麻(주출운전야적마) 낮에 나가 밭 매고 밤에 길쌈을

村莊兒女各當家(촌장아녀각당가) 시골집 아이아낙 집안 일 맡아

童孫未解供耕織(동손미해공경직) 어린 손자 모르는 밭일 베틀일

也傍桑陰學種瓜(야방상음학종과) 뽕나무 그늘에서 박 심기 배워

 

 

秋日田園雜興(추일전원잡흥) 가을날 시골에서

租船滿載候開倉(조선만재후개창) 조세선 가득 실어 창고 열기 기다려

粒粒如珠白似霜(입립여주백사상) 낟알은 구슬 같아 서리처럼 하얗다

不惜兩種輸一斛(불석양종수일곡) 안 아까워 두종 쌀 한 곡씩 실어내네

尙嬴糠覈飽兒郞(상영강핵포아랑) 아직 남은 겨 싸락 아이사내 배 채워

 

 

冬日田園雜興(동일전원잡흥) 겨울날 시골에서

黃紙蠲租白紙催(황지견조백지최) 노란 종이 덜어내 흰 종이 재촉하고

皁衣旁午下鄕來(조의방오하향래) 검은 옷 들락날락 고을로 찾아내려

長官頭腦冬烘甚(장관두뇌동홍심) 우두머리 골치는 겨울에 더욱 달아

乞汝靑錢買酒回(걸여청전매주회) 네게 빌어 구리돈 술이나 사 마시게

 

 

橫塘(횡당) 못을 가로질러

南浦春來綠一川(남포춘래록일천) 앞 물가 봄이 오니 한 푸른 시내

石橋朱塔兩依然(석교주탑양의연) 돌다리 붉은 탑은 둘 다 그대로

年年送客橫塘路(년년송객횡당로) 해마다 길손 보내 못을 지른 길

細雨垂楊繫畵船(세우수양계화선) 보슬비 드린 버들 그림배 묶여

 

 

會同館(회동관) 회동관

萬里孤臣致命秋(만리고신치명추) 만 리에 외론 신하 명 다한 가을

此身何止一漚浮(차신하지일구부) 이 몸은 어찌 그쳐 한 떠돈 거품

提携漢節同生死(제휴한절동생사) 맺어 이끈 한 사절 생사 같이해

休問羝羊解乳不(휴문저양해유부) 묻지 마라 숫양에 젖 있나 없나

 

 

州橋(주교) 주교

州橋南北是天街(주교남북시천가) 주교의 남과 북은 서울 가는 길

父老年年等駕回(부로년년등가회) 어르신들 해마다 수레 기다려

忍淚失聲詢使者(인루실성순사자) 눈물 참아 목메어 사자께 묻길

幾時眞有六軍來(기시진유육군래) 몇 때나 참 있을까 군대가 오길

 

 

夜坐有感(야좌유감) 밤에 앉아서

靜夜家家閉戶眠(정야가가폐호면) 고요한 밤 집집이 문 닫고 잠자

滿城風雨驟寒天(만성풍우취한천) 성 가득 비바람 쳐 잦은 찬 날씨

號呼賣卜誰家子(호호매복수가자) 부르짖어 점보라 뉘 집 아들이

想欠明朝糴米錢(상흠명조적미전) 생각에 내일 아침 쌀 살 돈 없어

 

 

喜晴(희청) 활짝 개여

窗間梅熟落蒂(창간매숙락체) 창 사이 매실 익어 꼭지 떨어져

牆下筍成出林(장하순성출림) 담 아래 죽순 자라 숲을 나오네

連雨不知春去(연우부지춘거) 이은 비에 몰랐네 봄이 가는 줄

一晴方覺夏深(일청방각하심) 한번 갬 바야흐로 여름이 깊어

 

 

揷秧(삽앙) 모내기

種密移疏綠毯平(종밀이소녹담평) 빽빽 심어 드문 펴 푸른 요 깔아

行間淸淺縠紋生(행간청천곡문생) 줄 사이 맑고 얕아 비단결 일렁

誰知細細靑靑草(수지세세청청초) 뉘 알까 가느다란 파릇파릇 풀

中有豊年擊壤聲(중유풍년격양성) 속에 있어 풍년이 격양가 소리

 

 

주자 주희 朱文公 주자학 집대성

元晦 晦庵 朱憙(1130~1200)南宋 四書集注 近思錄

偶成(우성) 권학시

少年易老學難成(소년이로학난성) 어린이 쉽게 늙어 배움 이룸 어려워

一寸光陰不可輕(일촌광음불가경) 짤막한 빛과 그늘 가벼울 없어라

未覺池塘春草夢(미각지당춘초몽) 연못은 아니 깨쳐 봄풀이 꾸는 꿈을

階前梧葉已秋聲(계전오엽이추성) 섬돌 오동잎은 벌써 가을 소리를

 

 

觀書有感(관서유감) 글을 보며 느낌을

半畝方塘一鑑開(반무방당일감개) 반 이랑 모난 연못 하나의 거울

天光雲影共徘徊(천광운영공배회) 하늘빛 구름 비쳐 함께 노닐어

問渠那得淸如許(문거나득청여허) 묻느니 어찌 얻어 맑아도 되나

爲有源頭活水來(위유원두활수래) 돼 있어 샘물 머리 살아나오니

 

 

卜居(복거) 살만한 데를 찾음

卜居屛山下(복거병산하) 살만한 곳 찾으려 두른 산 아래 ※卜居

俯仰三十秋(부앙삼십추) 굽어보고 우러러 서른 해 가을

終然村墟近(종연촌허근) 끝내 마을 언덕에 가까이 하니 언덕허

未愜心期幽(미협심기유) 아니 들어 마음에 바램만 깊어 쾌할협

近聞西山西(근문서산서) 요즘 들어 서산의 서쪽이라며

深谷開平疇(심곡개평주) 골짝 깊게 펼쳐져 너른 밭 있어 밭두둑주

茆茨十數家(묘자십수가) 띠로서 지붕 이어 열 몇 집에다 띠묘

淸川可行舟(청천가행주) 맑은 시내 배 띄워 다닐 수 있어

風俗頗淳朴(풍속파순박) 풍속 자못 도탑고 꾸밈이 없어 ※淳朴

曠土非難求(광토비난구) 빈 땅까지 찾기도 어렵지 않아 ※曠土

誓捐三徑資(서연삼경자) 다짐하니 놓고자 세 길의 뜨락 ※三徑

往遂一壑謀(왕수일학모) 가서 이뤄 하나로 골짝 살 꾀를

伐木南山巓(벌목남산전) 나무 베니 남산의 산마루에서 산꼭대기전

結廬北山頭(결려북산두) 오두막 짓고 살아 북산 머리에

耕田東溪岸(경전동계안) 밭을 갈아 동쪽에 시내언덕에 ※耕田

濯足西溪流(탁족서계류) 발을 씻어 서쪽에 시내 흐름에 ※濯足

朋來卽共懽(붕래즉공환) 벗이 오면 나아가 함께 기뻐해 기뻐할환

客去成孤遊(객거성고유) 손이 가면 이루어 혼자서 놀아

靜有山水樂(정유산수락) 고요함이 있으니 산수를 즐겨 ※山水

而無身世憂(이무신세우) 그리하여 없으니 몸을 둔 시름 ※身世

著書俟來哲(저서사래철) 책을 지어 기다려 오는 밝은이 기다릴사

補過希前修(보과희전수) 허물 고쳐 바라니 앞선 닦음을

茲焉畢暮景(자언필모경) 이에 이제 마치니 저무는 볕에 마칠필

何必營菟裘(하필영토구) 어찌 꼭 하겠다고 멋진 갖옷을 새삼토

 

 

雲谷雜詠(운곡잡영) 운곡에서

載酒(야인재주래) 들에 사람이 술을 가져와

農談西(농담일서석) 농사 이야기 해는 저물어

此意(차의량이근) 이러한 뜻이 참말 고마워

感歎情何(감탄정하극) 놀라운 정에 어찌 다함을

去莫頻來(귀거막빈래) 돌아가거든 자주는 말게

林深山路黑(임심산로흑) 숲이 깊어서 산길 어두워

 

 

水口行舟(수구행주) 강어귀 배 띄워

昨夜扁舟雨一簑(작야편주우일사) 어젯밤 조각배에 비에 도롱이

滿江風浪夜如何(만강풍랑야여하) 강 가득 바람물결 밤을 어떻게

曉來試揭孤篷看(효래시게고봉간) 새벽오니 열어봐 창하나 보니

依舊靑山綠樹多(의구청산록수다) 예와 같은 푸른 산 푸른 나무로

 

 

絶句1(절구1) 절구

半畝方塘一鑑開(반무방당일감개) 반 이랑 연못 반듯 한 거울 열려

天光雲影共徘徊(천광운영공배회) 하늘빛 구름 그늘 함께 얼쩡대

問渠那得淸如許(문거나득청여허) 묻느니 어찌 얻어 맑게 되었나

爲有源頭活水來(위유원두활수내) 한 것이야 샘 머리 물 살아 흘러

 

 

絶句2(절구2) 절구

昨夜江邊春水生(작야강변춘수생) 지난 밤 강가에는 봄물 불어나

蒙衝巨艦一毛輕(몽충거함일모경) 부딪혀 커다란 배 가벼운 터럭

向來枉費推移力(향내왕비추이력) 오면서 한껏 들여 오느라 힘써

此日中流自在行(차일중류자재항) 오늘은 흐름 타니 저절로 다녀

 

 

醉下祝融峰(취하축융봉) 취하여 축융봉을 내려와

我來萬里駕長風(아래만리가장풍) 내 오며 만 리길에 오랜 바람 타

絶壑層雲許盪胸(절학층운허탕흉) 끊긴 골짝 겹구름 가슴 씻게 해

濁酒三盃豪氣發(탁주삼배호기발) 막걸리 석 잔 마셔 우렁참 솟아

朗吟飛下祝融峰(낭음비하축융봉) 시 읊어 날아 내려 축융봉 산을

 

 

勸學(권학) 학문을 권함

休林坐石老人行(휴림좌석노인행) 숲에 쉬어 돌 앉아 늙은이 걸음

三十里爲一日程(삼십리위일일정) 삽 십리길 되어선 하루가 걸려

若將一月能千里(약장일월능천리) 한 달이 지난다면 천리도 갈 걸

以老人行戒後生(이노인행계후생) 늙은이 걸음으로 뒷사람 알게

 

 

次鵝湖韻(차아호운) 아호의 운을 빌어

德氣風流夙所欽(덕기풍류숙소흠) 덕스러운 풍류에 일찍이 그려

別離三載更關心(별리삼재갱관심) 헤어진 지 삼년에 또 마음 끌려

偶扶藜杖出塞谷(우부려장출새곡) 뜻밖 짚은 지팡이 골짝을 나와

又枉藍輿度遠岑(우왕남여도원잠) 또 굽혀 수레 타고 먼 산을 지나

舊學商量加邃密(구학상량가수밀) 옛 배움 헤아리니 깊음을 더해

新知培養轉深沉(신지배양전심침) 새로 알아 북돋아 깊이 빠져야

却須說到無言處(각수설도무언처) 되레 꼭 말 이르니 말 없는 곳에

不信人間有古今(불신인간유고금) 믿지 마라 세상엔 옛 이제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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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연

1206 一然 睦庵 金見明(12061289)普覺 三國遺事

兜率讚歌(도솔가찬가) 도솔가 찬가-一然

風送飛錢資逝妹(풍송비전자서매) 바람 불려 돈 날려 간 누이 밑천

笛搖明月住姮娥(적요명월주항아) 피리 흔들 밝은 달 항아 머물게

莫言兜率連天遠(막언두솔연천원) 멀다 마라 도솔천 하늘에 닿아

萬德花迎一曲歌(만덕화영일곡가) 만덕화로 맞으니 한 곡조 노래

 

厭髑滅身讚詩(염촉멸신찬시) 염촉멸신 기리는 시 이차돈-一然

殉義輕生已足驚(순의경생이족경) 옳음에 삶을 버림 이미 놀랄 만

天花白乳更多情(천화백유갱다정) 하늘 꽃 흰 젖빛 피 다시 많은 뜻

俄然一劒身亡後(아연일검신망후) 갑작스레 한 칼에 몸을 잃은 뒤

院院鐘聲動帝京(원원종성동제경) 절마다 종소리에 서울을 울려

 

義湘傳敎讚詩(의상전교찬시) 의상전교 기리는 시-一然

披榛跨海冒煙塵(피진과해모연진) 숲 헤쳐 바다너머 먼지 무릅써

至相門開接瑞珍(지상문개접서진) 지상사 문을 열어 바른 보배로

采采雜花我故國(채채잡화아고국) 빛깔 나는 온갖 꽃 우리나라에

終南太伯一般春(종남태백일반춘) 종남산 태백산이 다 한 가지 봄

 

虵福不言讚詩(사복불언찬시) 사복불언찬시-一然

淵黙龍眼豈等閒(연묵용안기등한) 깊은 못 용의 눈을 어찌 봐 넘겨

臨行一曲沒多般(임행일곡몰다반) 떠남에 한 가락이 여럿 돎 없애

苦兮生死元非苦(고혜생사원비고) 괴로워라 삶 죽음 원래 아닌데

華藏浮休世界寬(화장부휴세계관) 화엄지장 떠돌아 세상 끝 넓어

 

緣會逃名讚詩(연회도명찬시) 연회도명찬시-一然

倚市難藏久陸沈(의시난장구륙침) 저자 숨겨 못 감춰 오래 떠 잠겨 隱於市

囊錐旣露括難禁(낭추기로괄난금) 감춘송곳 드러나 싸기 어려워 囊中之錐

自緣庭下靑蓮誤(자연정하청연오) 절로 매인 뜰아래 푸른 연 잘못

不是雲山固未深(불시운산고미심) 아니 이래 구름 산 참 아니 깊어

 

金現感虎讚詩(금현감호찬시) 금현감호찬시-一然

山家不耐三兄惡(산가불내삼형악) 두메 집 못 견디게 세 오빠 나빠 견딜내

蘭吐那堪一若芳(난토나감일약방) 향 뱉어 어찌 참아 한 떨기 꽃은

義重數條輕萬死(의중수조경만사) 의리 무게 몇 마디 가벼운 죽음 가지조

許身林下落花忙(허신림하낙화망) 몸 맡겨 숲 아래로 지는 꽃 바빠 바쁠망

 

惠現求靜讚詩(혜현구정찬시) 혜현구정찬시-一然

塵尾傳經倦一場(진미전경권일장) 속세 끝 경을 알려 지친 한 마당

去年淸誦倚雲藏(거년청송의운장) 보낸 해 맑은 염불 구름에 묻혀

風前靑史名流遠(풍전청사명류원) 바람 앞 푸른 적힘 먼 이름 흘러

火後紅蓮舌帶芳(화후홍연설대방) 태운 뒤 붉은 연꽃 혀에 띈 향기

 

良志使錫讚詩(량지사석찬시) 양지사석찬시-一然

齋罷堂前錫杖閑(재파당전석장한) 불공드린 법당 앞 석장은 한가 고리달린지팡이

靜裝爐鴨自焚檀(정장로압자분단) 가만히 놓인 향로 단향을 살라 오리압 불사를분

殘經讀了無餘事(잔경독료무여사) 남긴 경 읽기 마쳐 남은 일 없어

聊塑圓容合掌看(료소원용합장간) 오 불상 둥근 얼굴 합장해 바래 토우소

 

阿道基羅讚詩(아도기라찬시) 아도기라찬시-一然

燃香擇佛看新繪(연향택불간신회) 향 살라 고른 부처 새 그림을 봐 그림회

辦供濟僧喚舊知(판공제승환구지) 받듦 힘써 스님들 옛 벗을 불러 힘쓸판

從此琵琶嵓上月(종차비파암상월) 이로부터 비파암 바위 위 달이 바위암

時時雲掩到潭遲(시시운엄도담지) 때때로 구름 가려 못 닿기 더뎌 가릴엄

 

眞身受供讚詩(진신수공찬시) 진신수공찬시-一然

雪擁金橋凍不開(설옹금교동불개) 눈에 안겨 금 다리 얼어 안 열려 안을옹

溪林春色未全迴(계림춘색미전회) 시내 숲 봄 빛깔은 아니 다 돌아

可怜靑帝多才思(가령청제다재사) 슬기롭기 봄의 신 꾀 많아 생각 영리할령

先著毛郞宅裏梅(선저모랑택리매) 먼저 들춰 모랑댁 집안의 매화

 

順道肇麗(순도조려) 순도조려-一然

鴨綠春深渚草鮮(압록춘심저초선) 압록강 봄은 깊어 물가 풀 산뜻 물가저

白沙鷗鷺等閒眠(백사구로등한면) 흰 모래 해오라기 나란히 졸아 해오라기로

忽驚柔櫓一聲遠(홀경유로일성원) 놀래게 노를 저어 한 소리 멀어 방패로

何處漁舟客到煙(하처어주객도연) 어디선가 고깃배 안개 속 닿아

 

 

김방경 고려의 명장

1212 本然 金方慶(12121300)忠烈 安東

題福州映湖樓(제복주영호루) 복주 영호루에-金方慶

山水無非舊眼靑(산수무비구안청) 산과 물 아님 없어 옛 보던 푸름

樓臺亦是少年情(누대역시소년정) 누대도 또한 옳아 어릴 적 느낌

可憐故國遺風在(가련고국유풍재) 가엽기 오랜 나라 유풍이 남아

收拾絃歌慰我情(수습현가위아정) 거둬 쥔 악기 노래 내 마음 달래

 

 

원감국사 충지

1226 宓庵 冲止 魏元凱(12261292)圓鑑國師 圓鑑集

答李行儉(답이행검) 이행검에게 답하며-冲止

庭栢含煙自淸瘦(정백함연자청수) 뜰 잣나무 안개 둘러 저절로 말쑥

盆蓮帶雨更嬌饒(분연대우갱교요) 화분 연꽃 비를 맞아 더욱 곱기만

淸凉高格渾呈露(청량고격혼정로) 맑아 시원 높이 쳐서 온통 드러나

何待山藤六十條(하대산등육십조) 어찌 갖춰 산 등나무 예순 회초리

 

 

김흔 金方慶의 아들

1251 金忻(12511309) 慶州

映湖樓(영호루) 영호루 慶北 安東市 亭下洞-金忻

十載前遊入夢淸(십재전유입몽청) 열 해 앞에 와 놀아 꿈꾸니 맑아

重來物色慰人情(중래물색위인정) 다시와 온데 빛깔 사람 맘 달래

壁間奉繼嚴君筆(벽간봉계엄군필) 벽 사이 이어 받듦 아버님 글씨

堪咤愚我萬戶行(감타우아만호행) 꾸짖던 못난 자식 만호벼슬 길 꾸짖을타

 

 

백원항

1255 白元恒(??) 水原

燕都秋夜(연도추야) 북경의 가을밤-白元恒

思家步月未成歸(사가보월미성귀) 집 생각 달에 걸어 돌아감 못해

庭樹秋深錦葉飛(정수추심금엽비) 뜰 나무 가을 깊어 비단 잎 날려

故國三千八白里(고국삼천팔백리) 우리나라 가는 길 삼천팔백 리

夜闌雙杵擣寒衣(야란쌍저도한의) 밤 막혀 방망이 둘 찬 옷 두드려

 

雪齋暮春小雨(설재모춘소우) 설재의 늦은 봄 보슬비-白元恒

綠楊十里野人家(녹양십리야인가) 푸른 버들 십리 길 들에 사람 집

餘在春風也不多(여재춘풍야부다) 남아 있는 봄바람 또한 안 많아

盡日倚欄山鳥語(진일의란산조어) 날 다해 난간 기대 멧새 소리를

碧苔微雨落梨花(벽태미우락리화) 푸른 이끼 보슬비 배꽃 떨어져

 

祖江(조강) 조강에서-白元恒

小舟當發晩潮催(소주당발만조최) 작은 배 떠남 맞아 늦 밀물 닥쳐

駐馬臨江獨冷咍(주마림강독랭해) 말 세워 강 다가가 혼자 쓴 웃음 웃을해

岸上世情何日了(안상세정하일료) 언덕 위 세상 마음 어느 날 마쳐

前人未渡後人來(전인미도후인래) 앞 사람 아니 건너 뒷사람이 와

 

上崔政丞宗峻(상최정승종준) 최종준 정승께 올리며-白元恒

蟬冠駞劍押朝班(선관타검압조반) 매미 갓 낙타 검에 조회 윗자리 蟬翼

德齒爭高仰莫攀(덕치쟁고앙막반) 높은 나이 더 높여 우러름 못해

際會千年忠貫日(제회천년충관일) 사이 맞음 천 년에 충성 해를 꿰

功名四代望如山(공명사대망여산) 공을 세워 네 대를 명망 산 같아

琴書素蓄無餘玩(금서소축무여완) 거문고 책 갖고서 딴 놀이 없어

几杖曾辭尙未閑(궤장증사상미한) 궤장을 일찍 물려 여태 안 느긋

明主乞言偏注意(명주걸언편주의) 임금님 말을 빌어 귀담아 들어

天留一鑑照人間(천류일감조인간) 하늘 남긴 한 거울 세상을 비춰

 

 

근재 안축

1282 當之 謹齋 安軸(12821348)文貞 順興 關東瓦注

次安昌驛亭許正言詩韻(차안창역정허정언시운)

안창역 정자의 허정언의 시를 빌어-安軸

海上靑霞紫霧間(해상청하자무간) 바다 위 푸른 노을 보라안개에

揖仙東望問三山(읍선동망문삼산) 읍하며 동쪽 바래 삼산을 물어 三神山

倚欄人未須臾駐(의란인미수유주) 난간에 꼼짝 않고 잠시 머물러

萬古千秋物自閒(만고천추물자한) 먼 옛날 오랜 세월 모든 게 느긋

 

過鐵嶺(과철령) 철령을 지나며-安軸

乾坤設險竟何功(건곤설험경하공) 하늘땅 베푼 험함 끝내 무슨 일

小賊驅民掃地空(소적구민소지공) 좀도둑 백성 몰아 땅 쓸어 비워

誰使兵權歸豎子(수사병권귀수자) 누가 시켜 군대 힘 백성 돌려나 더벅머리수

至今遺堞起悲風(지금유첩기비풍) 이제껏 성가퀴엔 슬픈 바람이

 

三陟西樓八詠1 竹藏古寺(죽장고사) 삼척서루팔영1 대나무로 감춘 옛 절-安軸

脩篁歲久盡成圍(수황세구진성위) 늘인 대숲 해 오래돼 모두 울이 되

手種居僧今已非(수종거승금이비) 손수 심어 살던 스님 이제는 없어

禪榻茶軒深不見(선탑다헌심불견) 선방자리 차방 추녀 깊어 아니 봬

穿林翠羽獨知歸(천림취우독지귀) 숲을 뚫는 푸른 깃 새 홀로 알아 가

 

三陟西樓八詠2 巖控淸潭(암공청담) 삼척서루팔영2 바위 당긴 푸른 못-安軸

流川爲陸陸爲川(류천위륙륙위천) 시내 흘러 뭍이 되고 뭍은 시내 돼

有底淸潭獨不然(유저청담독불연) 바닥 가진 말간 못이 혼자 안 그래

看取奔灘停滀處(간취분탄정축처) 바라보니 여울 달려 멎어 모인 곳 물모일축

奇巖削立重難遷(기암삭입중난천) 빼난 바위 깎아 세워 다신 못 옮겨 깎을삭

 

三陟西樓八詠3 依山村舍(의산촌사) 삼척서루팔영3 산에 기댄 마을 집-安軸

傍山煙火占孤村(방산연화점고촌) 곁에 산 연기 불에 외로운 마을 있어

竹下紅桃臥守門(죽하홍도와수문) 대밭 밑 붉은 복사 누워서 문을 지켜

力穡田夫皆惜日(역색전부개석일) 애써 거둬 농부들 다들 날이 아까워

戴星服役返乘昏(대성복역반승혼) 별을 이고 일을 해 어둠 타고 돌아와

 

三陟西樓八詠4 臥水木橋(와수목교) 삼척서루팔영4 물에 엎드린 나무다리-安軸

一木搖搖跨石灘(일목요요과석탄) 나무 하나 흔들려 돌 여울 걸터

望來惟恐蹈波瀾(망래유공도파란) 바라며 와 두려워 물결 밟을까 밟을도 물결란

居民足與心曾熟(거민족여심증숙) 사는 사람 발걸음 마음껏 익어

如過平途不細看(여과평도불세간) 지나가기 너른 길 살펴 아니 봐

 

三陟西樓八詠5 牛背牧童(우배목동) 삼척서루팔영5 소 등에 탄 목동-安軸

仰空吹笛快軒眉(앙공취적쾌헌미) 하늘로 부는 피리 처마 위 시원

牛背身無掩脛衣(우배신무엄경의) 소 등에 몸에 없어 가릴 바지가 정강이경

家在山前陂隴隔(가재산전피롱격) 집 있는 산 앞에는 비탈언덕이 비탈피

雨天行趁暮鴉歸(우천행진모아귀) 비 오는 날 좇아가 저녁 까마귀 좇을진

 

三陟西樓八詠6 壟頭饁婦(롱두엽부) 삼척서루팔영6 언덕머리 새참 아낙-安軸

婦具農飧自廢飧(부구농손자폐손) 아낙 갖춰 밭일 들밥 저는 않고서

曉來心在夏畦間(효래심재하휴간) 새벽 오며 마음 두니 여름 밭둑에

壟頭日午催行邁(롱두일오최행매) 이랑 머리 해는 한낮 길을 서둘러

餉了田夫信步還(향료전부신보환) 먹게 하니 밭에 사내 걸음 돌려와

 

三陟西樓八詠7 臨流數魚(임류수어) 삼척서루팔영7 물 흐름에 몇몇 고기-安軸

樓下淸潭窟穴空(루하청담굴혈공) 누각 아래 맑은 못 굴 구멍 비어

游魚育卵粟排紅(유어육란속배홍) 노는 고기 알 낳아 알 밀쳐 붉어 조속

莘莘衆尾知多少(신신중미지다소) 기다란 여러 꼬리 얼만지 알아 긴모양신

前數無窮後亦同(전수무궁후역동) 앞에 수는 끝없어 뒤에도 같아

 

三陟西樓八詠8 隔墻呼僧(격장호승) 삼척서루팔영8 담 너머 스님 불러-安軸

聳壑郡樓臨水府(용학군루림수부) 솟은 골짝 고을누대 물 앞에 관아 솟을용

隔墻禪舍倚巖叢(격장선사의암총) 담장 너머 선방절집 기댄 바위들

愛僧眞趣無人會(애승진취무인회) 아낀 스님 참다운 멋 사람 안 모여

十里茶煙颺竹風(십이다연양죽풍) 십 리 멀리 차 연기는 대 흔든 바람 날릴양

 

次興富驛亭詩韻(차흥부역정시운) 흥부역 정자의 시를 빌어-安軸

千畦禾黍舞風前(천휴화서무풍전) 천 이랑 벼와 기장 춤바람 앞에

喜見農家大有年(희견농가대유년) 기뻐 바래 농삿집 크게 되는 해 豊年

久倚陰軒淸爽足(구의음헌청상족) 오래 기대 응달 집 맑은 시원함

水禽飛過小溪煙(수금비과소계연) 물새는 날아 지나 작은 내 안개

 

謾性(만성) 느릿한 바탕-安軸

碧海靑山畵不如(벽해청산화불여) 푸른 바다 푸른 산 그림 안 같아

事稀端合置迂疎(사희단합치우소) 일 드물어 끝 맞아 둘러 트임 둬

午窓睡足吏人散(오창수족리인산) 한낮 창 졸음 넉넉 관리 흩어져

讀盡巾箱數卷書(독진건상수권서) 다 읽으니 책 상자 몇몇 권 책을 책갑질

 

過仙遊潭(과선유담) 선유담을 지나며-安軸

潭上風煙畵淡濃(담상풍연화담농) 못 위에 바람안개 그림 옅 짙음

欣然似與故人逢(흔연사여고인봉) 반갑게 함께한 듯 오랜 이 만나

也應嗔我念念過(야응진아념념과) 또 맞아 날 꾸짖어 외우며 지나 성낼진

却恐重來不見容(각공중래불견용) 되레 쫄아 다시 와 모습 못 볼까

 

詠梅(영매) 매화를 읊어-安軸

關東處處賞梅花(관동처처상매화) 고개 동쪽 곳곳에 매화를 즐겨

愛此新枝最後開(애차신지최후개) 이를 아껴 새가지 가장 늦게 펴

風雨人間春掃地(풍우인간춘소지) 비바람에 세상은 봄이 쓸린 땅

出塞仙艶映粧臺(출새선염영장대) 나온 땅 선녀 고와 비춰 꾸민 곳

 

除夜(제야) 섣달 그믐밤-安軸

燈殘古館轉幽幽(등잔고관전유유) 등불 깜박 옛 객사 돌아 그윽이

客路難堪歲暮愁(객로난감세모수) 나그네길 못 견뎌 세밑 시름이

夢罷明朝年五十(몽파명조년오십) 꿈 깨는 밝을 아침 나이는 쉰이

夜深高臥數更籌(야심고와삭갱주) 밤 깊어 높이 누워 자주 또 세어

 

白鷗(백구) 흰 갈매기-安軸

矰弋元非爲汝施(증익원비위여시) 주살은 원래 아니 네게 할 것이 주살증

滄波萬里尙驚疑(창파만리상경의) 찬 물결 만 리 멀리 왠지 놀라서 萬頃蒼波

回看今世功名路(회간금세공명로) 돌아보니 이 세상 공명의 길이

無地安然可立錐(무지안연가립추) 어데 없어 느긋이 송곳 세울 곳 立錐之地

 

別母(별모) 어머니를 떠나며-安軸

暮逢朝別未留連(모봉조별미류련) 저녁 만나 아침 헤져 이어 못 남아

母子相持淚似泉(모자상지루사천) 어미 아들 서로 잡고 샘처럼 눈물

養志光陰今漸短(양지광음금점단) 뜻을 기를 빛과 그늘 차츰 짧아져

不知何日報恩憐(부지하일보은련) 아니 알아 어느 날에 베풂 갚을지

 

夜坐聞鴻(야좌문홍) 밤에 앉아 기러기 소리 들어-安軸

月落寒空霜露淸(월락한공상로청) 달 떨어진 찬 하늘 서리이슬 말갛고

雲間孤雁兩二聲(운간고안량이성) 구름엔 한 기러기 두어 번 울음소리

秋風湖海倦遊客(추풍호해권유객) 갈바람 호수바다 지친걸음 나그네

半夜思鄕心不平(반야사향심불평) 밤 깊게 고향생각 마음 아니 느긋해

 

過桃源驛1(과도원역1) 도원역을 지나며-安軸

山下蕭條數戶民(산하소조수호민) 산 아래 쓸쓸히도 몇 채의 민가

平生奔走馬蹄塵(평생분주마제진) 한 삶을 쫓아달려 말발굽 먼지

田頭雨足身無暇(전두우족신무가) 밭머리 비 젖은 발 몸은 틈 없어

名是桃源實是秦(명시도원실시진) 이 이름 무릉도원 실은 진나라

 

過松澗驛(과송간역) 송간역을 지나며-安軸

地瘠山危少廣平(지척산위소광평) 땅 엷어 산 아찔해 넓은 들 적어

此間何事可安生(차간하사가안생) 이런 사이 무슨 일 느긋이 살까

居民不忍離鄕土(거민불인리향토) 사는 백성 차마 못 고향 땅 떠나

料得流亡非本情(요득류망비본정) 알겠네 잃어 떠돎 본뜻 아님을

 

 

是日過鐵嶺(시일과철령) 이날 철령을 지나며-安軸

巨嶺橫半空(거령횡반공) 큰 산줄기 걸치니 하늘에 반을

東西路此分(동서로차분) 동쪽서쪽 길이나 여기서 갈려

登高笑前將(등고소전장) 높이 올라 비웃어 앞에 장수를

負險怯孤軍(부험겁고군) 험함 등져 두려워 외론 군사가

絶澗氷與雲(절간빙여운) 끊긴 골짝 얼음은 구름 더불어

危峰石戴雪(위봉석대설) 아찔한 봉우리 돌 눈을 올려놔

無人修古壘(무인수고루) 오랜 성 손볼 사람 아무도 없이

天下但崇文(천하단숭문) 온 누리 하는 것이 글만 받들어

 

登太白山(등태백산) 태백산에 올라-安軸

直過長空入紫煙(직과장공입자연) 곧장 지난 긴 하늘 보라안개 속

始知登了最高巓(시지등료최고전) 막 알아 올라보니 가장 높은 봉

一丸白日低頭上(일환백일저두상) 한 알맹이 한낮 해 머리 위 나직

四面群山落眼前(사면군산락안전) 온데 있는 여러 산 눈앞에 떨렁

身逐飛雲疑駕鶴(신축비운의가학) 몸 쫓는 날린 구름 학 탔나 했지

路懸危磴似梯天(로현위등사제천) 길 걸린 아찔 비탈 하늘 사다리

雨餘萬壑奔流漲(우여만학분류창) 비를 남긴 온 골짝 물 불어 넘쳐

愁度縈回五十川(수도영회오십천) 건널 시름 휘돌아 오십 천 냇물

 

賀益齋相國(하익재상국) 상국 익재에게 하례 드리며 益齋 李齊賢(12871367)-安軸

文圍發策得英才(문위발책득영재) 글 에워 꾀해 피워 빼난 이 얻고

掌試傳芳壽宴開(장시전방수연개) 시험 봐 이름 알려 오래 삶 잔치 知貢擧

白雪淸歌和寶瑟(백설청가화보슬) 하얀 눈 맑은 노래 거문고 얼려

紫霞靈液滿金杯(자하령액만금배) 보라노을 신선 술 금잔에 채워

門生自領門生到(문생자령문생도) 문하생 절로 끌어 문하생 오고

座主親迎座主來(좌주친영좌주래) 좌주가 몸소 맞아 좌주 찾아 와

多賀相公連喜慶(다하상공련희경) 많은 하례 상공에 이어 기쁜 일

二郞當作桂林魁(이랑당작계림괴) 둘째 아들 맞춰 해 선비에 으뜸

 

登州古城懷古(등주고성회고) 등주의 옛 성에서 옛날을 생각해-安軸

暮天懷古立城頭(모천회고립성두) 저묾에 옛일 품어 성위에 서니

赤葉黃花滿目秋(적엽황화만목추) 붉은 잎 노란 꽃에 눈 가득 가을

不覺蕭墻藏近禍(불각소장장근화) 몰랐지 쓸쓸한 담 숨은 곁의 화

惟憑海島作深謀(유빙해도작심모) 기대니 바다 섬에 지은 깊은 꾀

百年丘壠無情草(백년구롱무정초) 백년을 언덕에는 정 없는 풀이

十里風煙有信鷗(십리풍연유신구) 십리에 바람안개 믿는 갈매기

遙望朔方空歎息(요망삭방공탄식) 멀리 바란 북녘에 괜스레 탓을

一聲江笛使人愁(일성강적사인수) 한 소리 강에 피리 사람 시름케

 

次襄州公館韻(차양주공관운) 양주 공관의 운을 빌어-安軸

名途信步不圖前(명도신보부도전) 벼슬길 믿고 걸어 꾀 않은 앞섬

來往斯樓已二年(래왕사루이이년) 왔다가니 이 누대 벌써 두 해가

覆檻竹叢分爽氣(복함죽총분상기) 난간 덮인 대나무 시원함 나눠

廕門榕樹撼蒼煙(음문용수감창연) 문을 덮은 용나무 푸른 연기나 덮을음 흔들감

歷觀民業憂吾國(력관민업우오국) 두루 살펴 백성 일 내 나라 걱정

虛負君恩愧彼天(허부군은괴피천) 저버린 임금 베풂 하늘 부끄러

計拙未能興利路(계졸미능흥리로) 서투른 꾀 못 하니 일으킬 길이

若爲溪壑湧金泉(약위계학용금천) 어쩌면 시내골짝 금 샘 솟게 해

 

次和州本營詩韻(차화주본영시운) 화주 본영의 운을 빌어-安軸

萬疊山圍四望中(만첩산위사망중) 만 겹의 산이 에워 사방 살핌에

東溟隔岸水浮空(동명격안수부공) 동해바다 건너편 물에 뜬 하늘

龍爭古壘黃榆月(룡쟁고루황유월) 용 다투던 옛 성에 누른 느릅 달

鴉噪遺墟老樹風(아조유허로수풍) 까마귀 우는 터엔 나무에 바람

懷土重遷憐噍類(회토중천련초류) 땅 그려 다시 옮긴 가여운 무리

棄城謀變說姦雄(기성모변설간웅) 성 버려 바꿈 꾀한 말 듣는 간웅

當時誰握籌邊策(당시수악주변책) 그때엔 누가 쥐어 변경 헤아림

惆悵無人衣一戎(추창무인의일융) 슬프니 사람 없어 갑옷 입을 이

 

翠雲亭(취운정) 취운정-安軸

城南新築一層樓(성남신축일층루) 성 남쪽 새로 올려 한 층의 누각

栽種成陰地轉幽(재종성음지전유) 심어서 그늘지니 땅 달리 그윽

午日燒空紅不漏(오일소공홍불루) 낮에 해 하늘 태워 붉어 아니 새

夏陰籠檻翠如流(하음롱함취여류) 여름 그늘 난간 싸 푸름 흐르듯

故人遠在誰同賞(고인원재수동상) 오랜 이 멀리 있어 뉘 함께 즐겨

馹騎催行爲少留(일기최행위소류) 말 몰아 서둘러 가 조금 머물러

舊眼稚松今已壯(구안치송금이장) 옛날 보던 어린 솔 이젠 다 자라

登臨感念昔年遊(등림감념昔年) 올라가 느낌 생각 지난 해 놀이

 

江陵鏡浦臺(강릉경포대) 강릉 경포대-安軸

雨晴秋氣滿江城(우청추기만강성) 비 개여 가을 날씨 강 고을 가득

來泛扁舟放野情(내범편주방야정) 띄워 오는 얕은 배 시골 정 풍겨

地入壺中塵不倒(지입호중진부도) 땅 드니 병 가운데 먼지 안 날려

天遊鏡裏畵難成(천유경리화난성) 하늘 흘러 거울 속 그려 못 이뤄

烟波白鷗時時過(연파백구시시과) 안개물결 갈매기 때때로 날아

沙路靑驢緩緩行(사로청려완완행) 모랫길 푸른 나귀 더뎌더뎌 가

爲報長年休疾棹(위보장년휴질도) 알리려 기나긴 해 노 빨리 마라

待看孤月夜深明(대간고월야심명) 맞아 보는 외론 달 밤 깊어 밝아

 

鹽戶(염호) 소금 만드는 집-安軸

老翁率子孫(노옹솔자손) 늙은이 따른 아들 손자들

寸刻不休息(촌각불휴식) 짧은 시간을 쉬지를 않아

冽寒汲滄溟(렬한급창명) 찬물을 길어 차가운 바다

負重肩背赤(부중견배적) 짐이 무거워 어깨 등 붉어

酷熱燒煙煤(혹열소연매) 타는 뜨거움 연기 그을음

熏煮眉目黑(훈자미목흑) 피워 삶아내 얼굴 검어져

門前十車柴(문전십거시) 문 앞에 있는 열 수레 땔감

不能供一夕(불능공일석) 대주지 못해 하루 저녁을

日煎百斛水(일전백곡수) 날마다 달여 백 섬 바닷물

未能盈一石(미능영일석) 못다 채우니 한 섬 소금을

若不及期程(약불급기정) 어째 못 맞춰 기다린 날짜

毒吏來怒責(독리래노책) 고약한 아전 성 내 꾸짖어

 

 

익재 이제현

1287 仲思 益齋 李齊賢(12871367)文忠 慶州 櫟翁稗說

簡李員外(간이원외) 이원외에게 편지하며-李齊賢

吾生如寄耳(오생여기이) 우리의 삶은 더부살이지

方寸只君知(방촌지군지) 조그만 마음 그댄 알겠지

歲晩深期在(세만심기재) 나이 들어서 깊어진 바램

東歸定幾時(동귀정기시) 동쪽 돌아감 몇 때나 놓여

 

書天壽僧院(서천수승원) 천수승원에 적다-李齊賢

待客客未到(대객객미도) 손님 기다려 손님 아니 와

尋僧僧亦無(심승승역무) 스님을 찾아 스님도 없어

惟餘林外鳥(유여림외조) 오직 넉넉해 숲 밖에 새가

款曲勸提壺(관곡권제호) 정성에 굽어 술병 끌게 해 정성관

 

招崔壽翁(초최수옹) 최수옹을 부르며-李齊賢

琴書一茅屋(금서일모옥) 거문고에 책 한 초가집에

高臥樂幽獨(고와락유독) 높이 누우니 즐김 혼자서

故人來不來(고인래불래) 오랜 벗이란 오나 안 오나

東鄰酒新熱(동린주신열) 동쪽에 이웃 새 술이 익어

 

幽深山居(유심산거) 깊은 산에 살며-李齊賢

春去花猶在(춘거화유재) 봄은 갔어도 꽃 아직 피어

天晴谷自陰(천청곡자음) 하늘은 개여 골짝 그늘져

杜鵑啼白晝(두견제백주) 두견새마저 한낮에 울어

始覺卜居深(시각복거심) 이제야 깨쳐 사는 곳 깊어

 

金剛山 普德窟(보덕굴) 보덕굴-李齊賢

陰風生巖谷(음풍생암곡) 서늘한 바람 바윗골서 나

溪水深更綠(계수심갱록) 시냇물 깊어 게다 푸르러

倚杖望層巓(의장망층전) 지팡이 짚어 겹 꼭대기 봐 산꼭대기전

飛簷駕雲木(비첨가운목) 날듯이 처마 구름 탄 나무

 

金剛山 摩訶衍菴(마가연암) 마하연 암자-李齊賢

山中日亭午(산중일정오) 산 속에 정자 해는 한낮에

草露渥芒屨(초로악망구) 풀에 이슬로 미투리 흠뻑 두터울악 신구

古寺無居僧(고사무거승) 오랜 절에는 스님이 없고

白雲滿庭戶(백운만정호) 하얀 구름에 집 뜰을 채워

 

登峨眉山(등아미산) 아미산에 올라-李齊賢

蒼雲浮地面(창운부지면) 푸른 구름이 땅 위에 떴고

白日轉山腰(백일전산요) 한낮 밝은 해 산허리 돌아

萬像歸無極(만상귀무극) 모든 본뜸에 돌아간 무극

長空自寂寥(장공자적요) 먼 하늘 저만 고요에 쓸쓸

 

冷泉亭(냉천정) 냉천정-李齊賢

爲愛溪邊石(위애계변석) 아끼게 되니 시냇가 바위

扶筇小立時(부공소립시) 지팡이 짚고 조금 섰을 때

微波含落照(미파함락조) 잔물결 어려 지는 볕 담아

影動掛猿枝(영동괘원지) 그림자 흔들 원숭이 가지

 

題手卷1(제수권1) 두루마리에 쓰다-李齊賢

豊干老去不參禪(풍간로거불참선) 풍간은 늙어가며 참선도 않고 승려?

寒拾從來只掣顚(한습종래지체전) 한습은 따라오며 정수리 끌어 끌채

白額將軍亦何者(백액장군역하자) 하얀 이마 장군은 또한 어떤 이

忍飢共打一場眠(인기공타일장면) 주림 참고 함께 쳐 한바탕 낮잠

 

題手卷2(제수권2) 두루마리에 쓰다-李齊賢

顔色雖非滿鏡春(안색수비만경춘) 낯빛은 아니라도 거울 가득 봄

歌聲尙足動梁塵(가성상족동량진) 노래 소리 넘쳐서 대들보 울려

感君一贈同心結(감군일증동심결) 그댈 느껴 한번 줘 같은 맘 맺어

不爲千金更媚人(불위천금갱미인) 아니하니 천금에 다시 아양 떪 아첨할미

 

西京留守慶宰臣寄凍魚(서경유수경재신기동어)

서경유수 경재신이 얼린 고기를 부쳐-李齊賢

朝天石下玉鱗魚(조천석하옥린어) 조천석 바위아래 옥 비늘 고기

千里飛來入我廬(천리비래입아려) 천 리길 날아와서 내 집에 들어

一見忽驚淸到骨(일견홀경청도골) 한번 봐 문득 놀라 뼈 닿는 맑음

只緣腹有令公書(지연복유령공서) 알았네 배에 있어 공의 편지가

 

雪後約竹軒訪李柯亭山齋(설후약죽헌방이가정산재)

눈 내린 뒤 죽헌과 약속하여 이가정의 산 재실을 찾아-李齊賢

柯亭人境兩淸幽(가정인경양청유) 가정의 사람됨은 맑고도 그윽

像想山陰雪後遊(상상산음설후유) 그려 생각 산그늘 눈 온 뒤 놀아

若使同行有詩友(약사동행유시우) 만일 시켜 함께 가 시 벗이 있어

子猷未必便回舟(자유미필편회주) 그대 꾀해 아니 꼭 배를 돌리게

 

西都留別邢通憲(서도류별형통헌) 서도에서 형통헌과 헤어지며-李齊賢

露侵征袖曉寒多(로침정수효한다) 이슬 쳐든 소매에 새벽추위 꽤

酒盡離觴塞月斜(주진리상새월사) 술도 다해 이별 잔 변방 달 기웃

誰料北窓螢雪客(수료북창형설객) 누가 알아 북쪽 창 글 읽던 길손 螢雪之功

每年鞍馬走風沙(매년안마주풍사) 해마다 말을 달려 바람 모래에

 

寄遠(기원) 멀리 부치며-李齊賢

懽樂翻敎恨懊新(환락번교한오신) 기뻐 즐겨 도리어 한이 돼 새로 한할오

功名只管別離頻(공명지관별리빈) 공 이름 다만 뚫어 헤어짐 잦아

可憐畫閣樽前月(가련화각준전월) 가엽다 그림 누각 술통 앞에 달

還照邊城馬上人(환조변성마상인) 돌아 비쳐 변방 성 말 위에 사람

 

感懷二首1(감회이수1) 품은 마음 느껴-李齊賢

杜鵑花發杜鵑啼(두견화발두견제) 진달래 꽃은 피고 접동새 울어

香霧空濛月欲西(향무공몽월욕서) 향긋 안개 하늘 멍 달은 서산엘

立馬得詩還忘却(립마득시환망각) 말 멈춰 시를 얻어 헐 잊어버려

鳳城東望草萋萋(봉성동망초처처) 봉성 땅 동쪽 바래 풀로 우거져

 

感懷二首2(감회이수2) 품은 마음 느껴-李齊賢

光風轉夜露華微(광풍전야로화미) 빛 바람 도는 밤에 이슬 꽃 살짝

零落春紅欲滿衣(영락춘홍욕만의) 가만 떨친 봄 붉음 옷을 채우려

喚取佳人騎細馬(환취가인기세마) 외쳐서 고운사람 작은 말 태워

敎吹玉笛月中歸(교취옥적월중귀) 불게 해 옥피리를 달과 돌아가

 

孟宗冬筍(맹종동순) 맹종죽 겨울 죽순-李齊賢

雪中新筍宅邊生(설중신순택변생) 눈 속에 새 죽순이 집 가에 돋아

摘去高堂慰母情(적거고당위모정) 따가서 집에 계신 엄마 맘 달래

但使子孫能盡孝(단사자손능진효) 다만 시켜 자손들 효를 다하게

乾坤感應自分明(건곤감응자분명) 하늘땅 느낌 받아 절로 뚜렷해

 

過漁家(과어가) 어부 집을 지나며-李齊賢

婆娑城下盡漁村(파사성하진어촌) 파사성 성 아래는 다 어촌 마을

夜雨沙磯見漲痕(야우사기견창흔) 밤비에 모래톱에 물불은 자국 물가기

渚草汀花無限好(저초정화무한호) 물가 풀 물가 꽃이 끝없이 좋아

一篙春水度朝昏(일고춘수도조혼) 삿대 하나 봄 강물 아침저녁에 상앗대고

 

鷰尋玉京(연심옥경) 연심옥경-李齊賢

翩翩隻燕訪空閨(편편척연방공규) 훨훨 날아 한 제비 빈 안방 찾아

應感佳人惜別詩(응감가인석별시) 느껴서 고운사람 애틋 떠난 시

相對知心不知語(상대지심부지어) 서로마주 맘 알아 말은 못 알아

一庭風雨落花時(일정풍우락화시) 뜰 하나 비바람에 꽃 떨어질 때

 

廬山三笑(여산삼소) 여산삼소-李齊賢

釋道於儒理本齊(석도어유리본제) 불교 도교 유교와 본 이치 같아

强將分別自相迷(강장분별자상미) 억지로 나눠 갈라 저 서로 헤매

三賢用意無人識(삼현용의무인식) 세 어진이 마음 씀 남들 몰라줘

一笑非關過虎溪(일소비관과호계) 한 번 웃어 안 따져 호계를 건너

 

四皓歸漢(사호귀한) 사호 한나라로 돌아와-李齊賢

見說扶蘇孝且仁(견설부소효차인) 말하게 해 부소는 효도에 어짊 皇太子

胡令二世禍生民(호령이세화생민) 어찌 시켜 이세에 백성에 재앙 胡亥(BC229~207)

逋翁不爲卑辭屈(포옹불위비사굴) 포옹은 아니 하니 비사에 굽힘

未忍劉家又似秦(미인류가우사진) 차마 아니 유씨 집 진나라 같이

 

和李明叔雲錦樓四詠1 荷洲香月(하주향월) 연꽃 물가 향기로운 달-李齊賢

微波澹澹月溶溶(미파담담월용용) 가는 물결 잔잔해 달빛은 넘실

十頃荷花一道風(십경하화일도풍) 열 이랑 연꽃에는 한 줄기 바람

記得臨平山下宿(기득림평산하숙) 알았으니 임평산 산 아래 묵어

酒醒身在畫船中(주성신재화선중) 술 깨자 몸이 있어 그림배 속에

 

和李明叔雲錦樓四詠2 松壑翠雲(송학취운) 솔 골짝 푸른 구름-李齊賢

一林黃葉遠無聲(일림황엽원무성) 온 숲속에 누른 잎은 멀어서 소리 없어

萬壑蒼雲漲欲平(만학창운창욕평) 모든 골짝 푸른 구름 넘쳐나 반반하게

捲上山頭吹不散(권상산두취불산) 말려 올라 산꼭대기 불려도 안 흩어져

料應晩雨未全晴(료응만우미전청) 맞아 알아 늦은 비는 오롯이 아니 개여

 

和李明叔雲錦樓四詠3 漁磯晩釣(어기만조) 어촌물가 늦은 낚시-李齊賢

魚兒出沒弄微瀾(어아출몰롱미란) 고기새끼 들고나며 잔물결 놀려

閑擲纖鉤柳影閒(한척섬구류영한) 느긋 던져 가는 낚시 버들 그림자

日暮欲歸衣半濕(일모욕귀의반습) 날 저물어 돌아가려 옷이 반 젖어

綠煙和雨暗前山(록연화우암전산) 푸른 연기 비 어울려 앞산 어두워

 

和李明叔雲錦樓四詠4 山舍朝炊(산사조취) 산에 집 아침 불을 때-李齊賢

山下誰家遠似村(산하수가원사촌) 산 아래 누구 넨가 멀리 마을이

屋頭煙帶大平㾗(옥두연대대평량) 지붕머리 연기 껴 큰 평온 서려 눈병량

時聞一犬吠籬落(시문일견폐리락) 때론 들려 개 하나 짖는 울타리

乞火有人來扣門(걸화유인래구문) 불 빌리러 사람 와 문을 두드려

 

松都八詠 西江月艇(서강월정) 서강에 달 실은 배-李齊賢

江寒夜靜得魚遲(강한야정득어지) 강물 차고 밤 고요 고기 안 낚여

獨倚蓬窓捲釣絲(독의봉창권조사) 혼자 기댄 봉창에 낚싯줄 거둬

滿目靑山一船月(만목청산일선월) 눈에 가득 푸른 산 배 하나 달이

風流未必載西施(풍류미필재서시) 풍류라면 아니 꼭 서시를 태워 美女

 

松都八詠 南浦烟蓑(남포연사) 남포의 안개 풀 섶-李齊賢

一灣蒲葦雨蕭蕭(일만포위우소소) 한 굽이 부들갈대 비는 우수수

隔岸人家更寂寥(격안인가갱적료) 언덕너머 사람 집 다시 고요해

漁罷呼兒收綠網(어파호아수록망) 천렵 마쳐 애 불러 그물을 거둬

剌船歸起晩來潮(랄선귀기만래조) 삐거덕 배 돌아와 늦은 밀물에 어그러질랄

 

松都八詠 龍野尋春(룡야심춘) 용야들에 봄을 찾아-李齊賢

偶到溪邊藉碧蕪(우도계변자벽무) 뜻밖 닿은 시냇가 푸른 풀 깔려

春禽好事勸提壺(춘금호사권제호) 봄새는 좋은 일이 술 끌어 권해 提壺 직박구리

起來欲覓花開處(기래욕멱화개처) 일어나 찾으려해 꽃이 핀 곳을

度水幽香近却無(도수유향근각무) 물 건너 그윽한 향 다가가 없어

 

松都八詠 熊川禊飮(웅천계음) 웅천계음-李齊賢

沙頭酒盡欲斜暉(사두주진욕사휘) 모래머리 술 다해 해도 비스듬

濯足淸流看鳥飛(탁족청류간조비) 발 씻어 맑은 물에 새를 봐 날아

此意自佳誰領取(차의자가수령취) 이런 뜻 절로 멋져 누가 알아줘

孔門吾與舞雩歸(공문오여무우귀) 공자 문하 우리는 놀다 돌아가

 

松都八詠 靑郊送客(청교송객) 청교에서 손님 보내-李齊賢

小溪深處柳飛綿(소계심처류비면) 실개울 깊은 곳에 버들 솜 날려

細雨晴時草似煙(세우청시초사연) 보슬비 개일 때면 연기 같은 풀

客去客留俱不礙(객거객류구불애) 손님 가든 머물든 함께 안 막아

一樽相對好山川(일준상대호산천) 동이 술 서로 마주 좋은 산천이

 

松都八詠 紫洞尋僧(자동심승) 자동에 스님을 찾아-李齊賢

石泉激激風生腋(석천격격풍생액) 돌샘에 샘물 콸콸 몸에 바람나 겨드랑이액

松霧霏霏翠滴巾(송무비비취적건) 솔 안개 부슬부슬 푸름에 젖어

未用山僧勤挽袖(미용산승근만수) 아니 써 산에 스님 소매를 당겨

野花啼鳥解留人(야화제조해류인) 들꽃에 우는 새는 사람 붙들어

 

松都八詠 龍山秋晩(룡산추만) 용산에 가을이 늦어-李齊賢

去年龍岫菊花時(거년룡수국화시) 지난해 용산 마루 국화꽃 필 때

與客携壺上翠微(여객휴호상취미) 손님과 술병 차고 산중턱 올라

一逕松風吹帽落(일경송풍취모락) 한 오솔길 솔바람 모자 떨어져

滿衣紅葉醉扶歸(만의홍엽취부귀) 옷 가득 붉은 잎에 취해 잡고 와

 

松都八詠 鵠嶺春晴(곡령춘청) 곡령에 봄날 맑아-李齊賢

八仙宮住翠微峯(팔선궁주취미봉) 여덟 신선 궁 있어 푸른 기운 봉

縹緲煙霞幾萬重(표묘연하기만중) 아득하다 안개 놀 몇 만 겹이나

一夜長風吹雨過(일야장풍취우과) 하룻밤을 긴 바람 비 몰고 지나

海龍擎出玉芙蓉(해룡경출옥부용) 바다용 들어 솟아 옥의 연꽃을

 

白溝(백구) 백구강-李齊賢

誰將督亢餌强隣(수장독항이강린) 누가하랴 독항 땅 강한 이웃 줘

空費金繒歲結親(공비금증세결친) 괜히 써 금과 비단 해마다 맺어

尺水區區遏南牧(척수구구알남목) 한 자 물 자잘하게 남쪽을 막아

可能臥榻不容人(가능와탑불용인) 하는 건 누운 자리 사람 안 들여

 

(탁군) 탁군-李齊賢

美壤每每接大行(미양매매접대항) 아름다운 땅은 늘 태항에 닿아

東秦右臂北燕吭(동진우비북연항) 동쪽 진은 오른 팔 북쪽 연 목이

劉郞却愛蠶叢國(류랑각애잠총국) 유 총각 되레 아껴 잠총국 나라

故里虛生羽葆桑(고리허생우보상) 고향 마을 그저 나 우보 뽕나무 풀더부룩할보

 

登鵠嶺(등곡령) 곡령에 올라-李齊賢

煙生渴咽汗如流(연생갈인한여류) 연기 나니 마른 목 땀은 흐르듯

十步眞成八九休(십보진성팔구휴) 열 걸음 걸으면서 여덟아홉 쉼

莫怪後來當面過(막괴후래당면과) 달리마라 뒤서 와 앞을 지나도

徐行終亦到山頭(서행종역도산두) 천천히 가 마침내 산마루 닿아

 

栗谷人家(율곡인가) 율곡 골짝 사람 집-李齊賢

歲暮天寒雪欲飛(세모천한설욕비) 한 해 가며 날 추워 눈이 날리려

旋收鷄狗掩柴扉(선수계구엄시비) 돌려 거둬 닭과 개 사립문 닫아

馬蒭奴飯猶能辦(마추노반유능판) 말 꼴에다 종 밥을 힘써 마련해

勸客明朝且莫歸(권객명조차막귀) 부디 손 내일 아침 돌아가지마

 

送息影菴(송식영암) 식영암에 보내며-李齊賢

同道相從古亦稀(동도상종고역희) 같은 도 서로 좇아 옛 또한 드문

中年遠別忍霑衣(중년원별인점의) 중년에 멀리 헤져 차마 옷 적셔

空江目盡思無盡(공강목진사무진) 빈 강에 바램 다해 생각 끝없어

一片風帆去似飛(일편풍범거사비) 한 조각 바람 돛배 떠나 날듯이

 

九曜堂1(구요당1) 구요당-李齊賢

溪水潺潺石逕斜(계수잔잔석경사) 시냇물 잔잔해도 돌길 비스듬

寂寥誰似道人家(적료수사도인가) 고요 쓸쓸 뉘 같아 도인 집이랴

庭前臥樹春無葉(정전와수춘무엽) 뜰 앞에 누운 나무 봄에 잎 없어

盡日山蜂咽草花(진일산봉열초화) 하루 내 산에 벌은 풀꽃에 목메

 

九曜堂2(구요당2) 구요당-李齊賢

夢破虛窓月半斜(몽파허창월반사) 꿈을 깬 빈 창가에 달이 반 기웃

隔林鐘鼓認僧家(격림종고인승가) 숲 너머 종 북소리 알아 스님 집

無端五夜東風惡(무단오야동풍악) 무던히 밤은 오경 봄바람 나빠

南澗朝來幾片花(남간조래기편화) 남쪽 도랑 아침 와 몇 조각 꽃이

 

山中雪夜(산중설야) 산 속 눈 오는 밤-李齊賢

紙被生寒佛燈暗(지피생한불등암) 얇은 이불 소름 나 등잔불 어둑 寒粟

沙彌一夜不鳴鍾(사미일야불명종) 사미승 밤새도록 종을 안 울려

應嗔宿客開門早(응진숙객개문조) 마주 성내 묵는 손 문 일찍 열어

要看庵前雪壓松(요간암전설압송) 살펴보려 암자 앞 눈 눌린 솔을

 

瀟湘夜雨(소상야우) 소상강 밤비-李齊賢

楓葉蘆花水國秋(풍엽로화수국추) 단풍잎 갈대꽃에 물나라 가을

一江風雨灑片舟(일강풍우쇄편주) 온 강엔 비바람이 조각배 뿌려

鷺回楚客三更夢(로회초객삼경몽) 해오라기 오는 손 한밤의 꿈에

分與湘妃萬古愁(분여상비만고수) 헤어진 소상왕비 오랜 옛 시름

 

淮陰漂母墳1(회음표모분1) 회음의 빨래하는 아낙 무덤에서-李齊賢

重士憐窮義自深(중사련궁의자심) 선비 중해 백성 가련 옳음은 절로 깊어

豈將一飯望千金(기장일반망천금) 어찌 나중 밥 한 그릇 천금을 바랬을까

歸來却責南昌長(귀래각책남창장) 돌아와서 되레 따져 남창의 정장에게

未必王孫識母心(미필왕손식모심) 아니 꼭이 왕손으로 표모 마음 알아야

 

淮陰漂母墳2(회음표모분2) 회음의 빨래하는 아낙 무덤에서-李齊賢

婦人猶解識英雄(부인유해식영웅) 아주머니 그리 알아 영웅을 알아

一見殷勤慰困窮(일견은근위곤궁) 한눈에 봐 넌짓 힘써 어려움 달래

自棄爪牙資敵國(자기조아자적국) 저만 버려 발톱 이빨 적 나라 밑천

項王無賴目重瞳(항왕무뢰목중동) 항왕으로 쓸데없이 눈동자 붙어

 

比干墓1(비간묘1) 비간묘-李齊賢

周王封墓禮殷臣(주왕봉묘례은신) 주왕이 무덤 돋워 은나라 신하 높여

爲惜忠言見殺身(위석충언견살신) 아까워 충성된 말 몸 바침을 보고서

何事華陽歸馬後(하사화양귀마후) 무슨 일로 화양으로 말을 돌린 다음에

蒲輪不謝採薇人(포륜불사채미인) 부들바퀴 안 보내 고사리 캐던 사람

 

比干墓2(비간묘2) 비간묘-李齊賢

從來忿欲蔽良知(종래분욕폐량지) 오면서 분한 마음 좋은 앎 가려

日暮令人有逆施(일모령인유역시) 날 저물어 사람에 도로 베풀게

哿矣親祠比干墓(가의친사비간묘) 잘하니 몸소 제사 비간의 무덤

胡然却仆魏徵碑(호연각부위징비) 어찌해 넘어뜨려 위징의 비석 魏徵(580643)

 

范蠡(범려) 범려-李齊賢

論功豈啻破强吳(론공기시파강오) 공 따져 어찌 다만 오나라 부숨

最在扁舟泛五湖(최재편주범오호) 가장 큼은 조각배 오호에 띄워

不解載將西子去(불해재장서자거) 모르게 배에 싣고 서시와 떠나

越宮還有一姑蘇(월궁환유일고소) 월나라 궁 안 있어 고소대 하나

 

曹參(조참) 조참 (?~BC190) 肅何의 추천으로 相國이 되어 惠帝를 보필-李齊賢

病瘡餘痛九州同(병창여통구주동) 병에 상처 아픔이 구주 한 가지

兪扁何施藥砭功(유편하시약폄공) 유부 편작 어찌 펴 약에 침 공덕 名醫

不作歌呼終日醉(부작가호종일취) 아니해 노래 불러 날 다해 취해

膠西枉見白頭翁(교서왕견백두옹) 교서에서 잘못 봐 흰머리 노인

 

蕭何(소하) 소하 (?~BC193)-李齊賢

秦家圖籍漢山河(진가도적한산하) 진나라 그림 문서 한나라 산하

功比曹參百倍加(공비조참백배가) 공을 견줘 조참에 백 곱은 나아

白首年來還見縶(백수년래환견집) 흰머리 나이 오니 되레 매여서 맬집

只應羞殺召平瓜(지응수살소평과) 다만 맞아 부끄러 소평의 참외

 

韓信(한신) 한신-李齊賢

出跨淮陰志頗奇(출과회음지파기) 사타구니 긴 회음 뜻 자못 야릇

亦知王業匪人爲(역지왕업비인위) 또한 알아 왕업은 사람 함 아냐

欲令螻蟻翻溟渤(욕령루의번명발) 하려하니 개미에 바다 물 엎어

晩計何殊乳臭兒(만계하수유취아) 만년 꾀 어찌 달라 젖먹이아이

 

張良(장량) 장량-李齊賢

五世君恩未足酬(오세군은미족수) 오대에 임금 베풂 넉넉 못 갚아

誓將心力快秦讎(서장심력쾌진수) 다짐하려 마음 힘 진나라 원수

韓王又作彭城土(한왕우작팽성토) 한왕 또한 지으니 팽성의 흙이

借箸何辭轉一籌(차저하사전일주) 빌린 저 어찌 물러 굴려 한 꾀함

 

陳勝(진승) 진승-李齊賢

甕牖繩樞去故園(옹유승추거고원) 단지 창문 줄 지도리 고향을 떠나

魚書狐火起中原(어서호화기중원) 물고기 글 여우 불이 중원에 일어 陳勝 吳廣

只應燕雀譏鴻鵠(지응연작기홍곡) 다만 맞아 제비 참새 큰 인물 속여

一去都忘壟上言(일거도망롱상언) 한 번 떠나 모두 잊어 언덕 올린 말

 

陳平(진평) 진평 陳平宰肉-李齊賢

呂氏應非項氏儔(여씨응비항씨주) 여씨는 마침 안 돼 항우의 짝이 呂太后

何緣到此獨深憂(하연도차독심우) 어찌 맺어 이다지 홀로 큰 걱정

絳侯椎樸王陵戇(강후추박왕릉당) 강후 주발 소탈해 왕릉 어리숙 周勃

更欠高皇用我謀(갱흠고황용아모) 다시없어 고황제 내 꾀를 써줘

 

夏侯嬰(하후영) 하후영-李齊賢

劍下淮陰爲大將(검하회음위대장) 칼 아래 회음 한신 대장이 되고

車中季布作名臣(차중계포작명신) 수레 속에 계포는 이름난 신하

滕公鑑識眞難及(등공감식진난급) 등공의 알아봄은 참말 못 미쳐

最是高皇善用人(최시고황선용인) 가장 옳아 고황제 사람을 잘 써

攀龍附鳳豈無人(반룡부봉기무인) 용 잡아 봉황 붙어 사람 없을까

驂乘初終只一臣(참승초종지일신) 곁에 타 처음 끝내 오직 한 사람

擁樹兩兒誠不忍(옹수량아성불인) 효혜 노원 두 아이 정성 못 참아

帝心應念放麑仁(제심응념방예인) 황제 마음 맞 생각 사슴 푼 어짊 맹손

 

蒯通(괴통) 괴통-李齊賢

嫉功樂禍亡三儁(질공낙화망삼준) 공로 시샘 화 즐김 세 영웅 잃어 준걸준

肆辯邀名起兩臣(사변요명기량신) 말 잘해 이름 만나 두 신하 세워

其主一言能免鑊(기주일언능면확) 그 주인 한 마디 말 죽음 벗어나 가마확

豈如緘口廟中人(기여함구묘중인) 어찌 같아 입 꿰맨 사당 앞 사람 후직사당

 

劉敬(유경) 유경-李齊賢

欲將漢主嫁昆夷(욕장한주가곤이) 하려해 한나라 왕 곤이 시집가

想見當初計畫時(상견당초계획시) 생각해봐 비로소 꾀하는 때를

千載名妃心語口(천재명비심어구) 천년 세월 명비로 마음 말한 입

奉春君豈是男兒(봉춘군기시남아) 봉춘군 유경 어찌 사내란 말가

 

陸賈(육가) 육가-李齊賢

將相同心業再昌(장상동심업재창) 장군 재상 한마음 왕업 거듭 펴

漢家聲敎到南荒(한가성교도남황) 한나라 소리 키워 남만에 닿아

擊鮮樂飮眞良計(격선락음진량계) 고기 쳐 즐겨 마셔 참말 좋은 꾀

枉費機關爲辟陽(왕비기관위벽양) 잘못 쓴 기관 조직 벽양후 위해 辟陽侯 審食其

 

劉向劉歆(유향유흠) 유향과 유흠-李齊賢

丹心耿耿帝曾知(단심경경제증지) 붉은 마음 빛나니 임금이 알아 一片丹心

梓柱生根勢莫移(재주생근세막이) 가래나무 뿌리 나 힘 뻗혀 한결

地下可能無駭汗(지하가능무해한) 땅 밑에서 할 수가 놀란 땀 없이

國師公是酒家兒(국사공시주가아) 국사공 유흠 바로 술집의 아이

 

田橫(전횡) 전횡-李齊賢

隨何有口來黥布(수하유구래경포) 수하는 입이 있어 경포가 오고

魏豹無心聽酈生(위표무심청력생) 위표는 마음 없어 역생에 들어

壯士難敎甘一辱(장사난교감일욕) 굳센 이 못 시키니 한 욕됨 달게

漢皇爭得見田橫(한황쟁득견전횡) 한나라 왕 다투어 전횡 보려해

 

項羽(항우) 항우-李齊賢

書劍應難敵萬人(서검응난적만인) 글과 칼로 못 맞서 많은 사람을

須知大勇在安民(수지대용재안민) 꼭 알아야 큰 날쌤 백성 편케 해

韓生奪得東歸志(한생탈득동귀지) 한생이 빼앗으니 동쪽 돌릴 뜻

天意寧終假一秦(천의녕종가일진) 하늘 뜻 어찌 끝내 진 나라 빌림

 

益齋小樂府 濟危寶(제위보) 제위보-李齊賢

浣紗溪上傍垂楊(완사계상방수양) 비단 빨던 시내 위 수양버들 곁

執手論心白馬郎(집수론심백마랑) 손잡아 마음 주던 흰말 탄 사내

縱有連簷三月雨(종유연첨삼월우) 이어달려 처마엔 삼월 봄비가

指頭何忍洗餘香(지두하인세여향) 손끝을 어찌 차마 씻어 남긴 향

 

益齋小樂府 長巖(장암) 장암-李齊賢

拘拘有雀爾奚爲(구구유작이해위) 옭아 매인 참새야 너 어찌 하다

觸着網羅黃口兒(촉착망라황구아) 걸려들어 그물에 노란 입 새끼

眼孔元來在何許(안공원래재하허) 눈구멍 원래부터 어디에 두고

可憐觸網雀兒癡(가련촉망작아치) 가여워라 그물 속 참새 미련이

 

益齋小樂府 西京別曲(서경별곡) 서경별곡-李齊賢

縱然巖石落珠璣(종연암석락주기) 늘어뜨려 바위에 구슬 떨어져

纓縷固應無斷時(영루고응무단시) 끈이야 굳이 그리 끊길 리 없어

與郎千載相離別(여랑천재상이별) 낭군과 천년이나 서로 떨어져

一點丹心何改移(일점단심하개이) 한 점에 뭉친 마음 어찌 옮기랴

 

益齋小樂府 居士戀(거사련) 선비의 사랑-李齊賢

鵲兒籬際噪花枝(작아리제조화지) 까치새끼 울타리에 울어 꽃가지

蟢子床頭引網絲(희자상두인망사) 갈거미도 상머리에 거미줄 놓아

余美歸來應未遠(여미귀래응미원) 우리 낭군 돌아올라 멀지 않았나

精神早已報人知(정신조이보인지) 얼에 넋에 이미 일찍 사람 알게 해

 

益齋小樂府 五冠山(오관산) 오관산-李齊賢

木頭雕作小唐鷄(목두조작소당계) 나무토막 깎아서 조그만 당닭

邸子拈來壁上棲(저자념래벽상서) 집에다 집어다가 벽 위에 앉혀

此鳥膠膠報時節(차조교교보시절) 이 닭이 꼬끼오해 때 알릴 때면

慈顔如似日平西(자안여사일평서) 어머니 얼굴 마치 서녘 해넘이

 

益齋小樂府 沙里花(사리화) 사리화-李齊賢

黃雀何方來去飛(황작하방래거비) 참새는 어찌 그리 오가며 날아

一年農事不曾知(일년농사부증지) 한해에 농사일은 일찍이 몰라

鰥翁獨自耕耘了(환옹독자경운료) 홀아비 저 혼자서 갈고 맸는데

耗盡田中禾黍爲(모진전중화서위) 다 없애 밭 가운데 벼 기장 소출

 

益齋小樂府 處容(처용) 처용-李齊賢

新羅昔日處容翁(신라석일처용옹) 신라에는 지난 옛날 처용 아비가

見說來從碧海中(견설래종벽해중) 말 들으니 나왔다네 푸른 바다서

貝齒赬脣歌月夜(패치정순가월야) 하얀 이에 붉은 입술 달밤을 노래

鳶肩紫袖舞春風(연견자수무춘풍) 어깨 덩실 소매 펄럭 봄바람 춤을

 

益齋小樂府 鄭瓜亭(정과정) 정과정 瓜亭 鄭敍(明宗元年 1170赦免)-李齊賢

憶君無日不霑衣(억군무일불점의) 임 그려 날이면 날 눈물에 젖어

政似春山蜀子規(정사춘산촉자규) 정치란 봄 산 같아 접동새 울음

爲是爲非人莫問(위시위비인막문) 옳으니 그르니는 묻지를 마오

只應殘月曉星知(지응잔월효성지) 조각달 새벽별이 알고 있느니

 

古風七首1(고풍칠수1) 고풍칠수-李齊賢

歲暮連日雪(세모연일설) 해는 저물어 날을 이어 눈

百卉俱拉摧(백훼구랍최) 온갖 풀들은 모두 꺾이어 꺾을랍최

政恐入新春(정공입신춘) 정말 두렵기 새봄이 들어

陰雲仍未開(음운잉미개) 그늘진 구름 이에 안 개여

娟娟一樹梅(연연일수매) 아리땁게도 한 그루 매화

脈脈在空谷(맥맥재공곡) 이어 이어져 빈 골짝에서

幽香人不知(유향인부지) 그윽한 향기 남들은 몰라

瘦骨淸如玉(수골청여옥) 여윈 뼈마디 옥처럼 맑아

 

古風七首2(고풍칠수2) 고풍칠수-李齊賢

宵寒夢易破(소한몽이파) 밤이 차가워 꿈을 쉽게 깨

展轉不自聊(전전부자료) 돌아 굴러서 절로 못 기대 輾轉反側

攬衣起窺戶(람의기규호) 옷을 걸쳐서 일어나 살펴

落落星月高(낙락성월고) 쏟아 떨어져 별과 달 높아

開爐具燈火(개로구등화) 화로 불 피워 등불을 밝혀

坐聽風枝號(좌청풍지호) 앉아서 들어 가지에 바람

念彼窮谷士(념피궁곡사) 저기 생각을 막힌 골 선비

誰與同其袍(수여동기포) 누가 줄건 지 함께 그 핫옷

 

古風七首3(고풍칠수3) 고풍칠수-李齊賢

公子遠行役(공자원행역) 도련님께선 먼 길 갈일이

鞍馬光翁赩(안마광옹혁) 말안장 올려 얼굴빛 붉어 붉을혁

憔悴玉樓妾(초췌옥루첩) 애태워 여윈 옥루의 아낙

忍淚不敎滴(인루불교적) 눈물 참으며 아니 흐르게

念之不可忘(념지불가망) 생각하느니 잊지를 못해

奮飛無羽翼(분비무우익) 떨쳐서 날려 날개가 없어

寒鍾鳴苦遲(한종명고지) 차운 종 울려 괴로움 늦춰

何時東方白(하시동방백) 언제면 동녘 날이 새려나

 

古風七首4(고풍칠수4) 고풍칠수-李齊賢

三冬天地閉(삼동천지폐) 석 달 겨울엔 하늘땅 막혀

龍蛇蟄幽宮(용사칩유궁) 용과 뱀들은 깊은 궁 숨어

世道多反覆(세도다반복) 세상길 많아 엎고 뒤엎어

君子有固窮(군자유고궁) 군자 가지니 정말 어려움

虛窓列遠岫(허창열원수) 빈 창문으로 먼 산 줄지어

白雲度晴空(백운도청공) 흰 구름 지나 개인 하늘을

從嗔不迎客(종진불영객) 좇아 성내어 손님 못 맞아

揮琴送飛鴻(휘금송비홍) 거문고 둘러 기러기 날려

 

古風七首5(고풍칠수5) 고풍칠수-李齊賢

蘇秦學鬼谷(소진학귀곡) 소진은 배워 귀곡 선생께

適取勞其生(적취로기생) 마침내 얻어 그 삶 지치게

起來佩相印(기래패상인) 일어서 오니 재상 인끈 차

足使妻嫂驚(족사처수경) 놀랄 만하니 아내와 형수

胡爲任寸舌(호위임촌설) 어찌하여서 한 치 혀 놀려

抵死談縱橫(저사담종횡) 죽을 때까지 종횡책 말해 합종연횡책

便有二頃田(편유이경전) 있다고 쳐서 두 이랑 밭이

知渠不躬耕(지거불궁경) 알건가 어찌 몸소 안 갈아

 

古風七首6(고풍칠수6) 고풍칠수-李齊賢

山中有故人(산중유고인) 산속에 있어 오래된 사람

貽我尺素書(이아척소서) 내게 전해와 짧은 편지글

學仙若有契(학선약유계) 신선을 배워 맺음 있다면

此世眞蘧廬(차세진거려) 이 세상이라 참다운 오막

軒裳非所慕(헌상비소모) 처마에 치마 아니 그린바

木石難與居(목석난여거) 나무돌과는 함께 못 살아

不如飮我酒(불여음아주) 같지 않으니 내 술 마시기

死生任自如(사생임자여) 죽고 살기는 저절로 같아

 

古風七首7(고풍칠수7) 고풍칠수-李齊賢

淸朝樂無事(청조락무사) 말간 아침에 즐길 일 없어

十日九下帷(십일구하유) 열흘에 아홉 휘장을 내려

偶然出官道(우연출관도) 뜻하지 않게 벼슬길 나가

立馬看奔馳(입마간분치) 말을 세워서 달림을 보네

草草功名士(초초공명사) 시름 시름이 공 이름 선비

紛紛豪俠兒(분분호협아) 바쁘고 바빠 크게 노는 이

歸來對黃卷(귀래대황권) 돌아와서는 책을 마주해

一笑還自怡(일소환자이) 한번 웃으니 난 되레 기뻐

 

病中呈愚谷(병중정우곡) 아픈 가운데 우곡에게 드립니다-李齊賢

讀書嗟聽瑩(독서차청형) 글을 읽어 아 빛남을 들어

聞道愧支離(문도괴지리) 도를 들으니 너무 부끄러

豈繫蒼生望(기계창생망) 어찌 내걸어 백성 바램을

謬蒙明主知(류몽명주지) 잘못 덮어쓴 밝은 임금 앎

病諳年去速(병암년거속) 병들어 외니 세월 감 빨라 욀암

閑厭日斜遲(한염일사지) 느긋함 싫어 해 기움 더뎌

臥念平生事(와념평생사) 누워 생각해 한 삶에 일을

多爲識者嗤(다위식자치) 하도 아는 이 웃음거리 돼 웃을치

 

哭尙德洪宰相瀹(곡상덕홍재상약) 재상 홍약의 덕을 기리며 울어-李齊賢

邂逅俄成別(해후아성별) 뜻밖에 만나 갑자기 헤짐 만날해후 갑자기아

驚呼已隔生(경호이격생) 놀라 불러도 이미 삶 너머

臨書懷善誘(림서회선유) 책 잡아 품어 좋은 깨우침

對酒憶眞情(대주억진정) 술 마주 생각 참다운 정이

淚溢大同水(루일대동수) 눈물로 더해 대동강 물이

名縣平壤城(명현평양성) 이름 내걸어 평양성에다

應敎吠天喙(응교폐천훼) 으레 가르쳐 짖는 주둥이 짖을폐 부리훼

永愧首丘誠(영괴수구성) 오랜 부끄럼 머리 둔 마음 首丘初心

 

邠州(빈주) 빈주에서-李齊賢

行穿山窈窕(행천산요조) 길이 뚫려도 산은 그윽해 뚫을천 그윽할요

俯見樹扶疏(부견수부소) 굽어본 나무 떠받쳐 트여

地僻宜澗飮(지벽의간음) 땅 외져 마땅 골짝 물 마셔

民醇多穴居(민순다혈거) 백성 지긋해 굴에 꽤 살아 진한술순

麥黃仍水碓(맥황잉수대) 보리 익어서 물방아 거듭 방아대

桑綠已繅車(상록이소거) 뽕잎 푸르러 고치 켠 수레 고치켤소

看取田園樂(간취전원락) 보아서 가져 시골 들 즐김

周家積累餘(주가적루여) 주나라 쌓음 끼침이 남아

 

馬上1(마상1) 말 위에서-李齊賢

驅馬上丘原(구마상구원) 말 몰아 올라 언덕 들판에

黃塵滿征鞍(황진만정안) 누런 흙먼지 말안장 가득

嘉禾槁已盡(가화고이진) 아름다운 벼 이미 다 말라 마를고

杲杲升朝暾(고고승조돈) 밝고 밝으니 오른 아침 해 밝을고 아침해돈

豈爲去鄕國(기위거향국) 어찌할 건가 고향을 떠나

悲歌行路難(비가행로난) 슬피 노래해 갈길 어려움

願言得甘霪(원언득감음) 바램 말 얻기 흠뻑 내릴 비 장마음

維以慰黎元(유이위려원) 매인 것이라 온 백성 달램 위로할위 검을려

 

馬上2(마상2) 말 위에서-李齊賢

隻輪載家具(척륜재가구) 수레 하나에 살림을 싣고 새한마리척

夫婦相挽推(부부상만추) 지아비 아내 둘 밀고 당겨 당길만

行行日數里(행행일수리) 가고 가기를 하루에 몇 리

就食南州來(취식남주래) 먹을 것 좇아 남쪽 고을 와

民生苦與樂(민생고여락) 백성의 삶은 괴롬과 즐김

造物已按排(조물이안배) 온갖 지은이 이미 놓아둬 누를안 밀칠배

顧予是何者(고여시하자) 날 돌아보니 바로 어떤 이

對之獨傷懷(대지독상회) 마주하고서 혼자 다친 맘

 

馬上3(마상3) 말 위에서-李齊賢

日午汗如濯(일오한여탁) 해는 머리 위 땀이 씻기듯

小立溪聲中(소립계성중) 조금 섰으니 시내 소리에

飛塵欃馬過(비진참마과) 날리는 먼지 언뜻 말 지나 살별참

氣若烈火烘(기약열화홍) 기운 같기는 불타는 횃불 횃불홍

鳴蜩悅美蔭(명조열미음) 울 매미 기뻐 고운 그늘이 매미조

倦鳥思深叢(권조사심총) 지친 새 생각 깊은 숲나무 모일총

何時紫霞洞(하시자하동) 어느 때이면 자하동 골짝

欹枕聽松風(의침청송풍) 베개 고이니 듣는 솔바람

 

馬上4(마상4) 말 위에서-李齊賢

傴僂驛中卒(구루역중졸) 곱사등이인 역에 역졸은 구부릴구루

顚倒身上袍(전도신상포) 뒤집어엎어 몸에 도포를

移床拂簟席(이상불점석) 침상을 옮겨 삿자리 떨어 삿자리점

巵酒慰我勞(치주위아로) 술잔을 들어 내 힘씀 달래 잔치

致君媿無術(치군괴무술) 그대 내맡겨 꾀 없어 부끄 창피줄괴

旅食驚二毛(여식경이모) 나그네살이 두 머리 놀래

區區欲何爲(구구욕하위) 낱낱 나눠서 무엇 하려고

亦來煩爾曹(역래번이조) 또한 온 것이 여러분 애써

 

焦山(초산) 초산-李齊賢

裵老開浮玉(배로개부옥) 배 노인 열어 떠도는 옥에

胸襟讓一焦(흉금양일초) 마음에 생각 한 태움 넘겨

海呑吳地盡(해탄오지진) 바다 삼키니 오나라 땅 다

山控楚天遙(산공초천요) 산은 내던져 초나라 하늘 당길공

蜃氣窓間日(신기창간일) 신기루 기운 창 사이 햇살

鷗聲砌下潮(구성체하조) 갈매기 소리 섬돌 밑 밀물

欲歸還倚杖(욕귀환의장) 돌아가려다 다시 기대 서

松竹晩蕭蕭(송죽만소소) 솔에 대나무 늦어 쓸쓸해

 

中菴居士贈詩1(중암거사증시1) 중암거사에게 주는 시-李齊賢

道門終古隱然(도문종고은연개) 도 깨침 문 끝 옛날 숨겨져 열려

脚踏何論士與(각답하론사여대) 발 밟아 어찌 따져 높고 낮은 이

彼佛曾敎丹化鐵(피불증교단화철) 저 부처 일찍 깨쳐 단사 쇠 되기

吾儒奚憚海持(오유해탄해지배) 내 유가 어찌 꺼려 바다 지닌 잔

信標衣鉢非言得(신표의발비언득) 믿음 표 가사 바리 말 않고 얻어 傳衣授法 慧可

樂在簞瓢豈利(낙재단표기리회) 즐김은 광주리 박 어찌 이끗에 簞食瓢飮 顔回

許我洗心參五葉(허아세심삼오엽) 내게 해 마음 씻어 다섯 잎 참선

希公着眼處三(희공착안처삼재) 바란 공 눈을 두니 세 재주 머묾

 

中菴居士贈詩2(중암거사증시2) 중암거사에게 주는 시-李齊賢

大地炎塵撥不(대지염진발불개) 넓은 땅 타는 먼지 없애 못 열어

淸涼獨占竹邊(청량독점죽변대) 맑아 서늘 홀로만 대숲 곁 누대

門無車馬腰無印(문무차마요무인) 문에 없어 수레 말 허리 인끈도

家有絃歌手有(가유현가수유배) 집에 있는 거문고 손에는 술잔

霖雨應須一龍起(림우응수일용기) 장맛비엔 으레 꼭 용 하나 일어

丘山未信萬牛(구산미신만우회) 언덕 산에 못 믿을 많은 소 돌아

請看鶴壽峯前地(청간학수봉전지) 보고지고 오랜 학 봉 앞에 마을

也着三韓老秀(야착삼한노수재) 또한 붙어 삼한에 늙은 빼난 이

 

中菴居士贈詩3(중암거사증시3) 중암거사에게 주는 시-李齊賢

糞掃堆中心眼(분소퇴중심안개) 떨어 쓸어 더미 속 마음눈 열려 언덕퇴

到頭渾是九蓮(도두혼시구련대) 머리 닿아 이 온통 아홉 연화대

驪鱗觸處難求寶(려린촉처난구보) 검은 비늘 닿은 곳 보배 못 찾아

蛇足添來或失(사족첨래혹실배) 뱀에 발 붙였다가 어째 잔 뺏겨 畵蛇添足

萬物秋凋還夏茂(만물추조환하무) 만물은 가을 시들 여름 우거져

三光西沒却東(삼광서몰각동회) 세 빛은 서쪽 빠져 동쪽 되돌아

分明此理誰拈破(분명차리수념파) 뚜렷한 이런 이치 누가 집어 깨 집을념

四海除公有辨(사해제공유변재) 온 세상 공을 제쳐 알 재주 있나 분별할변

 

中菴居士贈詩4(중암거사증시4) 중암거사에게 주는 시-李齊賢

呑吐江山口闔(탄토강산구합개) 삼켜 뱉어 강과 산 입 닫고 열어

肯敎塵壒礙靈(긍교진애애영대) 옳다 시켜 흙먼지 영대를 막아 티끌애

眞功牛入庖丁刃(진공우입포정인) 참일 이룸 소 찔러 백정의 칼날 부엌포

妄想蛇逃樂廣(망상사도악광배) 어긋 생각 뱀 숨어 악광의 술잔

樂國公能許同往(낙국공능허동왕) 낙원나라 공은 해 함께 가자며

寶山吾亦免空(보산오역면공회) 보배론 산 내 또한 헛돌림 벗어

有心潤色無文印(유심윤색무문인) 마음 둔 젖은 빛깔 글 찍힘 없어

未信金仙不要(미신금선불요재) 못 믿어 부처님을 재주 안 찾아

 

中菴居士贈詩5(중암거사증시5) 중암거사에게 주는 시-李齊賢

明主當時理具(명주당시리구개) 밝은 임금 그 때는 다스림 갖춰

看公闊步上金(간공활보상금대) 공을 보니 내딛음 금대에 올라 트일활

笑談漢已重九鼎(소담한이중구정) 웃어 얘기 한나라 겹친 아홉 솥

襟袍魯宜如一(금포로의여일배) 핫옷자락 노나라 잔 하나 같이

鍊石只言天可補(련석지언천가보) 돌을 달궈 다만 말 하늘을 기워

揮戈豈料日難(휘과기료일난회) 창 휘둘러 어찌 헤 해를 못 돌려

蒼生莫誤東山興(창생막오동산흥) 백성들 잘못마라 동녘 산에 흥

際會誰非將相(제회수비장상재) 때 만나 뉘 아니랴 장군재상감

 

中菴居士贈詩6(중암거사증시6) 중암거사에게 주는 시-李齊賢

一掬天慳天爲(일국천간천위개) 한 움큼 하늘 아껴 하늘 열게 돼 움킬국 아낄간

更將詩眼着亭(갱장시안착정대) 다시 해 시 지을 눈 정자에 부쳐

尋僧散步雲隨杖(심승산보운수장) 스님 찾아 거닐어 구름 지팡이

對客高談月入(대객고담월입배) 손님 맞아 큰 얘기 달 어린 술잔

積翠低簷相媚嫵(적취저첨상미무) 쌓인 푸름 처마 밑 아름다움과 아리따울무

落紅浮水故縈(락홍부수고영회) 떨어진 꽃 물에 떠 얽혀 돌고서 얽힐영

園林鍾鼓眞淸勝(원림종고진청승) 동산 숲에 종 북에 참 맑아 빼나

題詠須憑吏部(제영수빙이부재) 짓고 읊어 꼭 빗대 이부시랑감

 

中菴居士贈詩7(중암거사증시7) 중암거사에게 주는 시-李齊賢

舊讀詩書心孔(구독시서심공개) 옛날 읽은 시와 서 마음 뻥 뚫려

不窺閒館與崇(불규한관여숭대) 안 엿봐 느긋한 집 높은 집 함께

向來亦陋蕭曹筆(향래역루소조필) 오면서 또한 좁아 관아 붓 쓸쓸 좁을루

此去却耽嵇阮(차거각탐혜완배) 이리 가 되레 즐겨 혜완의 술잔 산이름혜

如涉太山超海過(여섭태산초해과) 건너기 태산 같아 바다너머 가

欲行千里及門(욕행천리급문회) 가려는 천리 길에 문 나서 돌아

二毛已負鑽堅志(이모이부찬견지) 섞인 털 이미 져 굳은 뜻 패여 끌찬

深愧雕虫不是(심괴조충불시재) 깊은 탓 벌레 먹어 아닌 게 재주 독수리조

 

中菴居士贈詩8(중암거사증시8) 중암거사에게 주는 시-李齊賢

苔鎖閑扉日懶(태쇄한비일라개) 이끼 낀 느긋 사립 해 나른 열려

紅塵況擬走章(홍진황의주장대) 티끌 속 하물며 헤 글 달릴 누대

玉川腹裏五千券(옥천복리오천권) 옥천의 뱃속에는 오천 권 책이

李白手中三百(이백수중삼백배) 이백의 손안에는 삼백 잔 술이

歲月頻驚隙駒過(세월빈경극구과) 해에 달 자주 놀라 틈에 말 지나

行藏頗愧磨驢(행장파괴마려회) 길채비 꽤 부끄러 나귀 나돌아

東門幸有宜瓜地(동문행유의과지) 동쪽 문 하마 있어 오이 심을 땅

遮莫乾坤生我(차막건곤생아재) 가림 마라 하늘땅 내 재주 낳아 막을차

 

中庵掌試後賀宴席上(중암장시후하연석상)

중암이 시관을 맡아본 뒤 잔치자리에서-李齊賢

國老提衡古未多(국로제형고미다) 나라어른 든 뽑음 예엔 안 많아 끌제

群雄入彀世爭誇(군웅입구세쟁과) 영웅들 들어 당겨 뽐냄을 다퉈 당길구

天開萬古煙霞洞(천개만고연하동) 하늘 열려 먼 오래 안개노을 골

春滿一庭桃李花(춘만일정도리화) 봄이 가득 뜰 하나 복사오얏 꽃

羯鼓打翻銀漢月(갈고타번은한월) 북녘 북 쳐서 날아 은하수에 달

鳳簫吹散赤城霞(봉소취산적성하) 봉 퉁소 불어 흩어 붉은 성에 놀

年年此樂何窮已(년년차락하궁이) 해마다 이 즐거움 어찌 다 그쳐

餘慶方鍾積善家(여경방종적선가) 넘친 경사 모아 놔 선을 쌓은 집

 

和贈李外郞元弼(화증리외랑원필)

외랑 이원필에게 답으로 주다-李齊賢

男子平生志四方(남자평생지사방) 사내로 한 삶 살이 뜻을 온데에

不應羞澁爲空囊(불응수삽위공낭) 안 맞아 찝찝 떫어 빈 주머니 돼

靈均去楚唯飱菊(영균거초유손국) 굴평은 초나라 떠 국화만 먹어

魯叟過陳也絶糧(노수과진야절량) 공자도 진나라 가 식량이 끊겨

搔首只緣詩作崇(소수지연시작숭) 머리 긁적 맺히니 시 짓기 높여

揚眉更覺酒能狂(양미갱각주능광) 눈썹 찌풋 다시 깨 술이 미치게

愧非指廩周公瑾(괴비지름주공근) 안 부끄러 보인 곳집 오나라 주유

傾蓋相從亦不妨(경개상종역불방) 기운 덮개 서로 따라 아니 거리껴

 

楊花(양화) 버드나무꽃-李齊賢

似花非雪最顚狂(사화비설최전광) 꽃 같이 눈은 아니 가장 미쳐서

空濶風微轉渺茫(공활풍미전묘망) 하늘 튼 바람 산들 돌아 아득해

晴日欲迷深院落(청일욕미심원락) 갠 날에 길 헤매다 깊은 뜰 떨렁

春波不動小池塘(춘파부동소지당) 봄 물결 아니 일어 조그만 연못

飄來鉛砌輕無影(표래연체경무영) 날아와 하얀 섬돌 그림자 없이

吹入紗窓細有香(취입사창세유향) 불어든 깁 창문엔 가느다란 향

却憶東臯讀書處(각억동고독서처) 아서 생각 동고가 글을 읽던 곳

半隨紅雨撲空床(반수홍우박공상) 반쯤 따라 붉은 비 빈 상을 때려

 

楊安普國公宴太尉瀋王于玉淵堂(양안보국공연태위심왕우옥연당)

양안보 국공의 태위 심왕을 위한 옥연당에서의 잔치-李齊賢

湖上華堂愜素聞(호상화당협소문) 호수 위 꽃다운 집 듣던 바 산뜻

國公開宴樂吾君(국공개연락오군) 국공께서 연 잔치 우리 님 즐겨

十千美酒鸕鷀杓(십천미주로자표) 한말 만 냥 좋은 술 가마우지 병

二八佳人翡翠裙(이팔가인비취군) 열여섯 살 고운 이 비취색 치마

菡萏香中聽過雨(함담향중청과우) 연봉오리 향내 속 오는 비 들어

菰蒲影際見行雲(고포영제견행운) 향 부들 그림자에 가는 구름 봐

笙歌未歇輪蹄鬧(생가미헐륜제료) 생황노래 안 그쳐 수레 말 시끌

漠漠西山日欲曛(막막서산일욕훈) 아무 없는 서산엔 저녁 해 지려

 

鳳州龍湫(봉주룡추) 봉주 용추에서-李齊賢

山前翠石雙扉啓(산전취석쌍비계) 산 앞에 푸른 돌에 두 돌문 열려

石底澄潭萬丈深(석저징담만장심) 돌로 바닥 맑은 못 만 길에 깊어

明浸日光紛閃閃(명침일광분섬섬) 밝게 담긴 햇빛이 번쩍여 아찔

冷涵林影淨沈沈(랭함림영정침침) 썰렁 적신 숲 그늘 빠트려 깨끗

斯民政要滋湯旱(사민정요자탕한) 이 백성 다스리니 탕임금 가뭄

彼相誰堪作說霖(피상수감작설림) 저 정승 누가 견뎌 부열 장마비

出沒魚兒休察見(출몰어아휴찰견) 드나드는 물고기 살피지마라

龍應先遣試人心(룡응선견시인심) 용 으레 먼저 보내 사람 맘 보려

 

菊齋權文正公挽詞(국재권문정공만사) 국재 권문정공 만사-李齊賢

揚歷淸華到上台(양력청화도상태) 오름 거쳐 청 화직 정승에 올라

君王獨倚棟梁材(군왕독의동량재) 임금님 혼자 기댄 대들보 인재

詩書滿屋無樊素(시서만옥무번소) 시서로 가득한 집 번소는 없고 家姬

簪履盈門有老萊(잠리영문유로래) 벼슬 밟아 채운 문 노래자 있어 효자

千歲鶴歸三嶠月(천세학귀삼교월) 천 년에 학 돌아가 삼교에 달로

九淵龍化五更雷(구연룡화오경뢰) 아홉 못 용이 되니 오경에 우레

才疏未足銘淸德(재소미족명청덕) 서툰 재주 맘 안 차 새길 맑은 덕

淚洒當年玉鏡臺(루쇄당년옥경대) 눈물 뿌려 그 해에 옥의 거울에

 

送李翰林還朝(송리한림환조) 조정으로 돌아가는 이한림을 보내며-李齊賢

早知毛骨異凡流(조지모골이범류) 일찍 안 모습 뼈대 남달리 흘러

刮目靑雲得意秋(괄목청운득의추) 눈 비벼 청운의 꿈 뜻 얻은 가을 刮目相對

三級風雷起蓬蓽(삼급풍뢰기봉필) 세 차례 바람우레 가난한 집서

九天雨露洽松楸(구천우로흡송추) 아홉 하늘 비이슬 조상 무덤에

鴨江柳暗牽離思(압강류암견리사) 압록강 버들그늘 헤질 생각이

鼇禁花開待勝遊(오금화개대승유) 자라금원 꽃 피어 좋은 놀이를

樽酒論懷更何日(준주론회갱하일) 술통 술 품음 논해 다시 어느 날

白頭身事付蒼洲(백두신사부창주) 하얀 머리 몸 둔일 푸른 섬 부쳐

 

達尊杏花韻1(달존행화운1) 달존의 살구꽃 운으로-李齊賢

一株仙杏鳳城西(일주선행봉성서) 한 그루 살구나무 봉성 서쪽에

占斷春光傍柳堤(점단춘광방류제) 독차지한 봄빛에 곁엔 버들 둑

翳翳紫煙迷遠近(예예자연미원근) 가리니 보라 연기 헤매 원근을

離離紅日照高低(리리홍일조고저) 뻗쳐 내린 붉은 해 비춘 높낮이

暗香帶露添蜂蜜(암향대로첨봉밀) 그윽한 향 띤 이슬 더 보탠 벌꿀

亂點隨風着燕泥(란점수풍착연니) 날린 점 바람 따라 제비집 붙어

忽憶錦波亭下路(홀억금파정하로) 문득 생각 비단결 정자 아래 길

滿身淸影醉扶携(만신청영취부휴) 몸 가득 맑은 그늘 취해 붙들어

 

達尊杏花韻2(달존행화운2) 달존의 살구꽃 운으로-李齊賢

淡蕩春光小卷西(담탕춘광소권서) 묽어 흩여 봄빛에 작은 책 서쪽

倚墻無語俯長堤(의장무어부장제) 담에 기대 말없이 긴 둑을 굽어

蔕裝絳蠟風吹拆(체장강랍풍취탁) 가시 꾸민 붉은 밀 바람 불어 툭

花蔟丹砂雨壓低(화족단사우압저) 꽃떨기 붉은 모래 비 눌러 낮춰

驚墮佳人金捍撥(경타가인금한발) 놀라 떨쳐 고운 이 금 막아 덜어

巧黏游騎錦障泥(교점유기금장니) 곱게 붙어 다닌 말 비단 말다래

綠陰靑子空惆悵(록음청자공추창) 푸른 그늘 연 열매 괜히 슬퍼져

滿意尋芳莫解携(만의심방막해휴) 채운 뜻 꽃을 찾아 손 놓지 말자

 

達尊杏花韻3(달존행화운3) 달존의 살구꽃 운으로-李齊賢

御溝南畔畫橋西(어구남반화교서) 대궐 도랑 남쪽 두둑 그림다리 서쪽에

記得偸閑步綠堤(기득투한보록제) 적어놓은 틈을 찾아 푸른 둑 방 거닐어

出屋數枝春雨過(출옥수지춘우과) 집을 넘은 몇몇 가지 봄비는 지나치고

繞城千樹夕陽低(요성천수석양저) 성을 에운 많은 나무 저녁볕 나직하다

玳筵錯落啼紅燭(대연착락제홍촉) 대모자리 잘못 떨쳐 울어 흘러 붉은 초

鳳詔淋漓濕紫泥(봉조림리습자니) 임금 조서 젖어 스며 적시는 붉은 진흙

欲折長條賞天巧(욕절장조상천교) 꺾으려는 긴 가지는 날씨 고움 보려고

却愁零落不堪携(각수령락불감휴) 되레 시름 가만 떨침 이어 끌기 못 견뎌

 

題長安逆旅1(제장안역려1) 장안의 여관에-李齊賢

倦客重遊秦樹老(권객중유진수로) 지친 길손 다시 와 진나라 나무 늙어

佳人一去隴雲賖(가인일거롱운사) 고운 임 한번 떠나 농서 구름 아득해

愁聽杜叟三年笛(수청두수삼년적) 시름 들려 두보는 삼년의 피리소리

悵望張侯萬里槎(창망장후만리사) 슬피 바래 장후는 만 리길에 뗏목을

夢裏家山空蕙帳(몽리가산공혜장) 꿈속에서 고향은 텅 비인 혜초 장막

酒闌簷雨落燈花(주란첨우락등화) 술 그쳐 처마에 비 등 꽃에 떨어지나

宦情已似秋雲薄(환정이사추운박) 벼슬 뜻 이미 같아 가을구름 엷음과

胸次猶餘一寸霞(흉차유여일촌하) 가슴속 외려 남아 한 치 길이 노을이

 

題長安逆旅2(제장안역려2) 장안의 여관에-李齊賢

海上箕封禮義鄕(해상기봉례의향) 바다너머 기자국 예의의 고장

曾修職貢荷龍光(증수직공하룡광) 일찍 닦아 일 바쳐 용 빛 짊어져

河山萬世同盟國(하산만세동맹국) 강과 산 모든 세상 함께한 나라

雨露三朝異姓王(우로삼조이성왕) 비이슬 덕 세 왕조 성 다른 임금

貝錦誰將委豺虎(패금수장위시호) 돈 비단 누가 하여 늑대 범 맡겨

干戈無奈到參商(간과무내도참상) 싸움에 어찌 못해 참상 이르러

扶持自有宗祧力(부지자유종조력) 도와 버텨 스스로 종묘 신령 힘

會見松都業更昌(회견송도업갱창) 만나 본 송도 서울 왕업 또 뻗쳐

 

題長安逆旅3(제장안역려3) 장안의 여관에-李齊賢

早信忠誠可動天(조신충성가동천) 일찍 믿어 충성에 하늘 움직여

孰云仁聖竟容奸(숙운인성경용간) 뉘 일러 어진 임금 끝내 간신을

鷄竿曙色開暘谷(계간서색개양곡) 닭 홰에 새벽빛이 해돋이 열려

鳳闕春光到雪山(봉궐춘광도설산) 봉 대궐 봄날 빛이 설산에 닿아

讖雨池蛙喧欲鬪(참우지와훤욕투) 비 알려 못 개구리 다투려 시끌

唳雲臯鶴倦思還(려운고학권사환) 구름 울어 언덕 학 갈 생각 지쳐

區區吳薛何爲者(구구오설하위자) 자잘한 오와 설은 무엇 하는 이

自鼓嚨胡徹帝關(자고롱호철제관) 스스로 북 오랑캐 황성을 뚫어

 

端午(단오) 단오-李齊賢

旅食京華十過春(려식경화십과춘) 길에 밥 서울거리 열 번 봄 지나

西來又作問津人(서래우작문진인) 서쪽 와서 또 지어 나루 묻는 이

半生已被功名誤(반생이피공명오) 반쯤 삶 이미 입어 이름 냄 잘못

久客偏驚節物新(구객편경절물신) 오랜 길손 놀라니 철 만물 새록

萍梗羈蹤靑海月(평경기종청해월) 떠돌이 나그네길 파란바다 달

松楸歸夢泰封塵(송추귀몽태봉진) 고향땅 돌아갈 꿈 태봉 먼지 흙

旗亭且飮菖蒲酒(기정차음창포주) 주막에 또 마시니 창포 담은 술

未用醒吟學楚臣(미용성음학초신) 술 깨고선 안 읊어 굴원을 배워

 

多景樓陪權一齋用古人韻同賦(다경루배권일재용고인운동부)

다경루에서 권일재를 모시고 옛사람 운을 써서 함께 짓다-李齊賢

楊子津南古潤州(양자진남고윤주) 양자강의 남쪽 나루 옛날 윤주 땅

幾番觀樂幾番愁(기번관락기번수) 몇몇 번을 보며 즐겨 몇 번을 시름

佞臣謀國魚貪餌(녕신모국어탐이) 아첨신하 나라 꾀해 고기 미끼만

點吏憂民鳥養羞(점리우민조양수) 붙은 아전 백성 걱정 새 모이 주기

風鐸夜喧潮入浦(풍탁야훤조입포) 바람풍경 밤에 소리 물 밀린 갯가

煙蓑暝立雨侵樓(연사명립우침루) 안개비옷 어둠 서니 비 쳐든 다락

中流擊楫非吾事(중류격즙비오사) 흐름 속에 노를 때려 우리 일 아냐

閑望天涯范蠡舟(한망천애범려주) 느긋 바래 하늘 저편 범려의 배를

 

二陵早發(이릉조발) 두 능을 아침에 떠나며-李齊賢

夢破郵亭耿曉燈(몽파우정경효등) 꿈 깨니 역 정자에 새벽 등 환해

欲乘鞍馬覺凌兢(욕승안마각릉긍) 오르려 말안장에 추위를 느껴

雲迷柱史燒丹竈(운미주사소단조) 구름 피니 노자가 단약 사른 터 柱下史: 老子

雪壓文王避雨陵(설압문왕피우릉) 눈 퍼부어 문왕이 비를 피한 능

觸事誰知胸磈磊(촉사수지흉외뢰) 닿는 일 누가 알아 가슴 응어리 높고험한모양외

吟詩只得髮鬅鬙(음시지득발붕승) 시 읊으니 다만 돼 머리 헝클려 머리흐트러질붕

塵巾折角裘穿縫(진건절각구천봉) 티끌 두건 꺾인 뿔 갖옷 뚫어 꿰

羞向龍門見李膺(수향룡문견리응) 부끄러이 용문서 이응을 보랴

 

函谷關(함곡관) 함곡관-李齊賢

形勝平看十二齊(형승평간십이제) 모습 빼나 널리 봐 열둘 가지런

下臨無路上無梯(하림무로상무제) 내려 닿아 길 없어 올라 길 없어 사다리제

土囊約住黃河北(토낭약주황하북) 흙주머니 막으니 황하의 북쪽

地軸句連白日西(지축구련백일서) 지축은 굽어 이어 한낮 해 서쪽

天意已歸三尺劍(천의이귀삼척검) 하늘 뜻 이미 돌려 석자 길이 칼

人心豈特一丸泥(인심기특일환니) 사람 마음 어이타 한 알의 진흙

秋禾滿畝風塵靜(추화만무풍진정) 가을 나락 밭 가득 티끌도 가만

穏跨征鞍聽午鷄(온과정안청오계) 편히 타 가는 안장 낮에 닭 울음

 

路上自蜀歸燕(노상자촉귀연) 촉에서 연으로 돌아가는 길에-李齊賢

馬上行吟蜀道難(마상행음촉도난) 말을 타고 가며 읊어 촉도난 시를

今朝始復入秦關(금조시부입진관) 오늘아침 비로소 또 진관에 들어

碧雲暮隔魚鳧水(벽운모격어부수) 푸른 구름 저묾 너머 고기 오리 물

紅樹秋連鳥鼠山(홍수추련조서산) 붉은 나무 가을 이어 새들 쥐들 산

文字剩添千古恨(문자잉첨천고한) 글에 글자 남아 더해 천고 오랜 한

利名誰博一身閑(리명수박일신한) 이끗 이름 누가 알아 몸 하나 느긋

令人最憶安和路(령인최억안화로) 사람으로 가장 그려 좋고 편한 길

竹杖芒鞋自往還(죽장망혜자왕환) 대 지팡이 짚신 신어 절로 가고와

 

思歸(사귀) 돌아갈 생각-李齊賢

扁舟漂泊若爲情(편주표박약위정) 얕은 배로 떠돌아 정이 되듯이

四海誰云盡弟兄(사해수운진제형) 온 세상에 뉘 일러 다들 형제라

一聽征鴻思遠信(일청정홍사원신) 한 들림 기러기 떠 먼 소식 그려

每看歸鳥嘆勞生(매간귀조탄로생) 가는 새 볼 때마다 지친 삶 탓해

窮秋雨鎖靑神樹(궁추우쇄청신수) 다한 가을 그친 비 푸른 얼 나무

落日雲橫白帝城(락일운횡백제성) 지는 해 구름 걸쳐 흰 임금 성을 白帝城

認得蓴羹勝羊酪(인득순갱승양락) 알았으니 순채국 양락에 나아

行藏不用問君平(행장불용문군평) 가고 숨기 아니 써 군평에 물어

 

諸葛孔明祠堂(제갈공명사당) 제갈공명의 사당-李齊賢

群雄蠭起事紛拏(군웅봉기사분나) 뭇 영웅 벌떼일어 일 섞여 어질 벌봉

獨把經綸臥草廬(독파경륜와초려) 혼자 쥔 다스릴 뜻 초가에 누워

許國義高三顧後(허국의고삼고후) 나라 맡아 의 높아 세 번 돌아봐 三顧草廬

出師謨遠七擒餘(출사모원칠금여) 군사 나서 먼 꾀함 일곱 놔 잡아 七縱七擒

木牛流馬誰能了(목우류마수능료) 나무 소 흐르는 말 누가 알 텐가 司馬懿

羽扇綸巾我自如(우선륜건아자여) 깃털 부채 실 두건 내 절로 같아

千載忠誠懸日月(천재충성현일월) 천년의 충성 정성 해 달에 걸려 諸葛亮(181234)

廻頭魏晉但丘墟(회두위진단구허) 돌아본 위 진나라 다만 언덕 터

 

方舟向蛾嵋山(방주향아미산) 배를 타고서 아미산으로-李齊賢

錦江江上白雲秋(금강강상백운추) 비단 강 강물 위에 흰 구름 가을

唱撤鱺駒下酒樓(창철려구하주루) 노래 거둬 고기 말 술집에 내려 가물치려 曲名?

一片紅旗風閃閃(일편홍기풍섬섬) 한 조각 붉은 깃발 바람에 번쩍

數聲柔櫓水悠悠(수성유로수유유) 몇 소리 부드런 노 물결에 아득

雨催寒犢歸漁店(우최한독귀어점) 비 내려 찬 송아지 어물점에 가

波送輕鷗近客舟(파송경구근객주) 물결 보낸 갈매기 길손 배 곁에

孰謂書生多不遇(숙위서생다불우) 누가 말해 글 선비 많이들 딱해

每因王事飽淸遊(매인왕사포청유) 늘 따라서 나랏일 맑게 놂 물려

 

至治癸亥四月二十日發京師上王時在西蕃將往拜(지치계해사월이십일발경사상왕시재서번장왕배)

서번에 계시는 임금님 뵈려 서울을 떠나며-李齊賢

主恩曾未答丘山(주은증미답구산) 임금 베풂 못 갚아 언덕 산 같아

萬里驅馳敢道難(만리구치감도난) 만 리를 몰아달려 어렵다 하랴

彈劍不爲兒女別(탄검불위아녀별) 칼을 떨쳐 못하니 아녀 헤어짐

引杯聊盡故人歡(인배료진고인환) 잔 끌어 다 힘입어 오랜 이 기뻐

五雲廻首籠金闕(오운회수롱금궐) 오색구름 돌아봐 금 대궐 덮어

片月多情照玉關(편월다정조옥관) 조각달 정이 많아 옥의 관 비춰

唯念慈親鬢如雪(유념자친빈여설) 오직 걱정 어머니 귀밑머리 눈

數行淸淚洒征鞍(수행청루쇄정안) 몇 줄기 맑은 눈물 말안장 뿌려

 

黃土店聞上見譖不能自明1(황토점문상견참불능자명1)

황토점에서 상왕이 참소를 당하고 해명하지 못함을 듣고-李齊賢

世事悠悠不忍聞(세사유유불인문) 세상일은 아득해 차마 못 들어

荒橋立馬忽忘言(황교립마홀망언) 거친 다리 말 세워 아물 말 잊어

幾時白日明心曲(기시백일명심곡) 몇몇 때나 밝은 해 마음 밝힐 곡

是處靑山隔淚痕(시처청산격루흔) 바로 여기 푸른 산 눈물 떨군 데

燒棧子房寧負信(소잔자방녕부신) 잔도 태운 장자방 어찌 저버려

翳桑靈輒早知恩(예상령첩조지은) 나무 가린 영첩은 일찍 알아서

傷心無術身生翼(상심무술신생익) 다친 마음 없는 꾀 날개 돋는 몸

飛到雲霄一叫閽(비도운소일규혼) 날아와 구름 하늘 궐문 한 외침

 

黃土店聞上見譖不能自明2(황토점문상견참불능자명2)

황토점에서 상왕이 참소를 당하고 해명하지 못함을 듣고-李齊賢

咄咄書空但坐(돌돌서공단좌수) 쓰윽 쓱 하늘 글씨 시름에 앉아

式微何處是菟(식미하처시토구) 여려 작아 어디서 이 새삼 갖옷

十年艱險魚千里(십년간험어천리) 십년을 괴롬 아찔 천 리 물고기

萬古升沈貉一(만고승침맥일구) 만고의 오르내림 한 언덕 담비

白日西飛魂正斷(백일서비혼정단) 밝은 해 서쪽 날아 넋 정말 끊겨

碧江東注淚先(벽강동주루선류) 푸른 강 동쪽 쏟아 눈물 앞 흘러

滿門簪履無鷄狗(만문잠리무계구) 가득 문객 비녀 신 닭과 개 없어 鷄鳴狗盜

飽德如吾死合(포덕여오사합수) 덕을 입어 나처럼 죽어 될 부끄

 

黃土店聞上見譖不能自明3(황토점문상견참불능자명3)

황토점에서 상왕이 참소를 당하고 해명하지 못함을 듣고-李齊賢

寸腸氷炭亂交加(촌장빙탄란교가) 작은창자 얼음 숯 마구 들볶여

一望燕山九起嗟(일망연산구기차) 한 번 바래 제비 산 아홉 탓 일어

誰謂鱣鯨困螻蟻(수위전경곤루의) 뉘 일러 상어 고래 개미에 괴롬

可憐蟣蝨訴蝦蟆(가련기슬소하마) 가여운 이와 서캐 두꺼비 일러

才微杜漸顔宜赭(재미두점안의자) 꾀 적어 막기 차츰 낯붉힘 마땅

責重扶顚髮易華(책중부전발역화) 짐 무거워 붙들어 머리 바뀐 빛

萬古金縢遺冊在(만고금등유책재) 만고 오랜 금 노끈 남긴 책 있어

未容群叔誤周家(미용군숙오주가) 못 담은 뭇 아재비 주 왕실 잘못

 

宿臨安海會寺(숙림안해회사) 임안 해회사에 묵으며-李齊賢

梵宮臺殿遠嵯峨(범궁대전원차아) 절 불당 높은 큰집 멀리 우뚝 서

沙步移舟夜始過(사보이주야시과) 모래 걸려 옮긴 배 밤 처음 지나

峽月轉廊隨響屐(협월전랑수향극) 골짝 달 복도 돌아 나막신 따라

溪風入戶動鳴珂(계풍입호동명가) 골바람 문에 들어 옥 울려 흔들

山因蘇子知名久(산인소자지명구) 산이란 소동파로 이름나 오래

樹自錢王閱事多(수자전왕열사다) 나무야 전왕부터 일 돌봐 꽤나

陌上春歸花寂寂(맥상춘귀화적적) 두렁 위 봄 돌아와 꽃은 고요해

唯聞谷鳥和村歌(유문곡조화촌가) 오직 듣기 골짝 새 시골 노래로

 

多景樓雪後(다경루설후) 다경루에 눈 내린 뒤-李齊賢

樓高正喜雪漫空(루고정희설만공) 누대 높아 참 기뻐 눈 하늘 날아

時後奇觀更不同(시후기관갱부동) 이때 뒤 빼난 볼 것 다신 안 같아

萬里天圍銀色界(만리천위은색계) 만 리를 하늘 에워 은빛 세상에

六朝山擁水精宮(육조산옹수정궁) 육조의 산에 안겨 수정궁궐에

光搖醉眼滄溟日(광요취안창명일) 빛살 흔들 취한 눈 큰 바다 햇살

淸透詩腸草木風(청투시장초목풍) 맑게 뚫려 시상 차 풀 나무 바람

却笑區區何事業(각소구구하사업) 되레 웃어 낱낱 일 무슨 일을 해

十年揮汗九街中(십년휘한구가중) 십 년을 땀을 흘려 아홉 거리에

 

高亭山(고정산) 고정산-李齊賢

江上山如淡掃眉(강상산여담소미) 강 위에 산은 같기 슬 바른 눈썹

人家處處槿花籬(인가처처근화리) 사람 집 마다마다 무궁화 울이

停舟欲問松間寺(정주욕문송간사) 배 멈춰 물으려는 솔 사이 절은

策杖先窺竹下池(책장선규죽하지) 짚고 서 먼저 살펴 대 아래 못을

帆影暮連芳草遠(범영모연방초원) 돛 그늘 저묾 이어 꽃 풀 아득해

鐘聲曉出白雲遲(종성효출백운지) 종소리 새벽 울려 흰 구름 더뎌

憑欄一望三吳小(빙란일망삼오소) 난간 기대 한 바램 삼오 땅 작아

像想將軍立馬時(상상장군립마시) 모습 그려 장군을 말 세운 때를

 

金山寺(금산사) 금산사-李齊賢

舊聞兜率莊嚴勝(구문두솔장엄승) 옛날 들은 도솔암 장엄함 빼나

今見蓬萊氣像閑(금견봉래기상한) 오늘 보는 봉래산 기상이 느긋

千步回廊延漲海(천보회랑연창해) 천 걸음 도는 복도 끌어 큰 바다

百層飛閣擁浮山(백층비각옹부산) 백 층에 날듯 누각 안겨 뜬 산에

忘機鷺宿鍾聲裏(망기로숙종성리) 틀 잊어 해오락 잠 종소리 속에

聽法龍蟠塔影間(청법용반탑영간) 법 들어 용이 서려 탑 그림자에

雄跨軒前漁唱晩(웅과헌전어창만) 걸터앉은 난간 앞 노래 저물어

練波如掃月如彎(연파여소월여만) 비단물결 씻은 듯 달 같은 굽이

 

七夕(칠석) 칠석날-李齊賢

脈脈相望邂逅難(맥맥상망해후난) 이어이어 서로 봐 만남 어려워

天敎此夕一團欒(천교차석일단란) 하늘 시켜 이 저녁 한 차례 뭉쳐

鵲橋已恨秋波遠(작교이한추파원) 오작교엔 이미 한 가을 결 멀리

鴛枕那堪夜漏殘(원침나감야루잔) 원앙금 어찌 견뎌 밤 시간 남아 수컷원앙 원

人世可能無聚散(인세가능무취산) 사람세상 할 건가 만나 안 헤져

神仙也自有悲歡(신선야자유비환) 신선 또한 스스로 슬픔 기쁨이

猶勝羿婦偸靈藥(유승예부투영약) 외려 나아 예 아내 불사약 훔쳐 姮娥

萬古羈棲守廣寒(만고기서수광한) 만고 옛 돌아 살아 광한전 지켜

 

 

 

최해

1287 壽翁 拙翁 崔瀣(1287~1340) 慶州 拙稿千百 東人之文

風荷(풍하) 바람속의 연꽃-崔瀣

淸晨纔罷浴(청신재파욕) 말간 새벽에 겨우 다 씻어

臨鏡力不持(임경력부지) 거울 다가가 몸을 못 가눠

天然無限美(천연무한미) 하늘 그대로 끝없는 멋이

摠在未粧時(총재미장시) 다 있는 채로 아니 꾸민 때 모두총

 

雨荷(우하) 빗속의 연꽃-崔瀣

貯椒八百斛(저초팔백곡) 산초를 쌓아 팔백 섬이나 산초나무초 휘곡

千載笑其愚(천재소기우) 천년 비웃어 그 어리석음

何如綠玉斗(하여록옥두) 어떻게 하나 푸른 옥 말로

竟日量明珠(경일량명주) 마침내 햇님 밝은 구슬 헤 다할경

 

己酉三月褫官後作(기유삼월치관후작) 기유년 삼월에 벼슬을 벗은 뒤 지어-崔瀣

塞翁雖失馬(새옹수실마) 변방 늙은이 비록 말 잃어

莊叟詎知魚(장수거지어) 장자 어르신 고기를 알아 어찌거

倚仗人如問(의장인여문) 지팡이 기대 남이 묻거든

當須質子虛(당수질자허) 마땅히 꼭해 그대 빔 바탕

 

己酉三月褫官後作(기유삼월치관후작) 기유년 삼월에 벼슬을 벗은 뒤 지어-崔瀣

分將疏懶掩柴關(분장소라엄시관) 나눠하려 게을러 사립문 닫아

十日無人一往還(십일무인일왕환) 열흘을 사람 없이 한 다녀감이

懷古誰憐空好古(회고수련공호고) 옛 품어 누가 여겨 괜히 옛 좋아

愛閑自覺不如閑(애한자각불여한) 느긋 아껴 깨달아 느긋함 못해

風來樹影低簷暗(풍래수영저첨암) 바람에 나무그늘 처마 밑 어둑

雨送苔痕上砌斑(우송태흔상체반) 비 보내 이끼자국 섬돌 위 얼룩

尙友前修眞枉尺(상우전수진왕척) 오히려 벗 옛 닦음 참된 굽은 자 굽을왕

有時捬卷仰高山(유시부권앙고산) 때론 책 어루만져 산을 우러러 어루만질부

 

送尹樂正莘傑北上(송윤악정신걸북상) 악정 윤신걸을 북쪽에 올려 보내며-崔瀣

人生一世間(인생일세간) 사람살이는 한 세상사이

有命懸在天(유명현재천) 할 일이 있어 하늘에 달려

窮達各其分(궁달각기분) 막히고 뚫림 나름 그 나뉨

惟道貴如絃(유도귀여현) 오직 도 귀해 음악과 같아

柰何枉尋者(내하왕심자) 어찌 할 건가 굽음 찾는 이

悠悠動百千(유유동백천) 아득하게도 온갖 움직임

先生中有恃(선생중유신) 선생에게는 믿음이 있어

物外莫相牽(물외막상견) 만물 밖으로 이끌림 없어

願言一終始(원언일종시) 바라는 말은 처음 끝 한결

名節兩俱全(명절양구전) 이름과 곧음 둘 다 그대로

 

縣齋雪夜(현재설야) 눈 오는 밤 관아에서-崔瀣

三年鼠逐病相仍(삼년서축병상잉) 세 해를 쥐로 쫓겨 병 서로 거듭

一室生涯轉似僧(일실생애전사승) 한 칸 방 삶을 살아 굴러 중처럼

雪滿四山人不到(설만사산인부도) 눈 가득 온통 산에 사람 아니 와

海濤聲裏坐挑燈(해도성리좌도등) 바닷물 소리 속에 앉아 등 돋워

 

太公釣周(태공조주) 강태공은 주나라 낚아-崔瀣

當年罷釣釣無鉤(당년파조조무구) 그때 낚시 관두니 바늘이 없어

意不求魚況釣周(의불구어황조주) 뜻 없는 고기잡이 어찌 주 낚아

終遇文王眞偶爾(종우문왕진우이) 끝내 만난 문왕이 참말 뜻밖이

此言吾爲古人羞(차언오위고인수) 이런 말 하는 우리 옛 사람 못 봬

 

二十一除夜(이십일제야) 스물 하나에 섣달 그믐밤-崔瀣

二十一除夜(이십일제야) 스물 하나에 섣달 그믐밤

燈火一書帷(등화일서유) 등불 하나에 글 읽는 휘장 휘장유

今夕是何夕(금석시하석) 오늘 저녁은 어떤 저녁이

又作除夜詩(우작제야시) 또 지은 시는 밤을 보내며

詩意一何苦(시의일하고) 시에 뜻 한결 어째 괴로워

念昔勞我思(념석로아사) 지난번 생각 내 마음 힘써

十歲心尙孩(십세심상해) 열 살 때 마음 아직 어려서 어린아이해

喜慍安得知(희온안득지) 기뻐해 성내 어찌 알건가 성낼온

我年方十一(아년방십일) 내 나이 바로 열 한 살 되어

問字始從師(문자시종사) 글자를 물어 첫 스승 따라

自一至於五(자일지어오) 열한 살부터 열다섯까지

學海迷津涯(학해미진애) 배움 바다에 헤매 나루를 나루진 물가애

十六充擧子(십륙충거자) 열여섯 살에 과거꾼 채워

士版得相隨(사판득상수) 선비들 이름 서로 따르다 널판

十七戰春官(십칠전춘관) 열일곱 나이 나선 춘관에

中策欣揚眉(중책흔양미) 꾀 내어 맞아 기쁜 눈썹을 기뻐할흔

自謂有怙恃(자위유호시) 스스로 일러 믿는 게 있어 믿을호

不樂愁何爲(불락수하위) 즐겁지 않아 시름 어찌해

是時少檢束(시시소검속) 이런 때 적어 가두어 묶어 봉함검

放浪日舍巵(방랑일사치) 놓아 떠돌아 날로 술 마셔 잔치

但倚富年華(단의부년화) 다만 치우쳐 젊어서 한창

豈慮名宦遲(기려명환지) 어찌 걱정해 늦 이름벼슬 벼슬환

世事苦多乖(세사고다괴) 세상 일 괴롬 꽤 어그러져 어그러질괴

天也非人私(천야비인사) 하늘이어서 사람 일 아니

何圖纔及冠(하도재급관) 어찌 꾀하랴 겨우 스물에 겨우재 弱冠

倏忽悶母慈(숙홀민모자) 불쑥 갑자기 어머니 걱정 갑자기숙 번민할민

荼毒入中腸(도독입중장) 쓰디쓴 독이 창자에 들어 씀바귀도

痛哭何可追(통곡하가추) 아픈 울음이 어찌 따르랴

況今老夫子(황금로부자) 하물며 이제 늙은 아버지

夏孟承疇咨(하맹승주자) 여름 처음에 나라 일 받아 밭두둑주 물을자

仍按東南轡(잉안동남비) 이에 당기니 동남쪽 고삐 인할잉 누를안 고삐비

違顔一歲彌(위안일세미) 틀린 얼굴로 일 년을 두루 두루미

有弟亦遠遊(유제역원유) 아우 있어도 멀리 노닐어

空詠鶺鴒辭(공영척령사) 괜히 읊으니 할미새 노래 할미새척령

孑立默四顧(혈립묵사고) 외로이 서서 가만 돌아봐 외로울혈

欲言聽者誰(욕언청자수) 말하려 해도 듣는 이 누구

所以傷我神(소이상아신) 그런 까닭은 내 얼을 다쳐

泣涕謾漣洏(읍체만련이) 눈물만 흘러 하염없이도 눈물체 물놀이련 삶을이

秦相方乳臭(진상방유취) 진상은 그때 젖 냄새 풍겨

斗印纍纍垂(두인류류수) 많은 인끈을 매달아 늘여 갇힐류

功名不在大(공명부재대) 공 이룬 이름 큼에 안 있어

只在遭其時(지재조기시) 다만 있으니 그 때를 만나 만날조

二十寂無聞(이십적무문) 스물에 고요 들림이 없어

誰稱丈夫兒(수칭장부아) 누가 이르랴 대장부라고

我今旣云過(아금기운과) 내 이제 이미 지났다하랴

一命未曾縻(일명미증미) 한번 벼슬도 일찍 안 얽혀 고삐미

二十一除夜(이십일제야) 스물 하나에 섣달 그믐밤

空作徂年悲(공작조년비) 괜스레 지어 가는 해 슬피 갈조

 

 

민사평

1295 坦夫 及庵 閔思平(1295~1359)文溫 驪興 及庵集

寄兪尙書(기유상서) 유상서에게 부쳐-閔思平

諸生願橫逕(제생원橫經) 여러 문하생 경전 펴기를

不遠半千里(불원반천리) 멀다 않으니 천리 반 천리

旣得敎英材(기득교영재) 이미 얻어서 영재 가르쳐

知君聳肩喜(지군용견희) 아는가 그대 어깨 으쓱해 솟을용

 

示鄭夢周(시정몽주) 정몽주에게 보이며-閔思平

吾門鄭太學(오문정태학) 우리 가운데 정몽주 태학

如今有賢詞(여금유현사) 이제와 같이 어진 글 있어

況與愚孫遊(황여우손유) 하물며 우리 손자와 놀아 어리석을우

胡不示猶子(호불시유자) 어찌 안 대해 마치 아들이

 

春帖子1(춘첩자1) 춘첩-閔思平

自家何事業(자가하사업) 우리 집에는 무슨 하는 일

佳氣擁門閭(가기옹문려) 멋진 기운이 문 이문 안아 안을옹 이문려

窓日朝慵起(창일조용기) 창에 해 아침 늦잠 일어나 게으를용

臥聞兒讀書(와문아독서) 누워서 들어 아이 글 읽어

 

春帖子2(춘첩자2) 춘첩-閔思平

暖日新添萬瓦碧(난일신첨만와벽) 따뜻한 해 새로워 온 기와 푸름

狂風又送一家春(광풍우송일가춘) 미친바람 또 몰아 온 집안 봄이

眼看世事如雲變(안간세사여운변) 눈에 보인 세상일 구름 바뀌듯

六十八年無事人(육십팔년무사인) 예순여덟 나이에 일없는 사람

 

寄金海遨頭(기김해오두) 김해 오두에게-閔思平

金海倭邦去幾許(김해왜방거기허) 김해에서 왜나라 가기 얼마쯤

風便不啻一日間(풍편불시일일간) 바람으론 안 될 뿐 하루사이도 뿐시

聞昔商舡數來往(문석상강삭래왕) 들으니 옛날 상선 자주 오고가 오나라배강

蠻珍海錯堆如山(만진해착퇴여산) 오랑캐 보배 바다 산 같이 쌓여 섞일착 언덕퇴

如今何事頻入寇(여금하사빈입구) 이제처럼 무슨 일 자주 도둑질 도둑구

使我邦本無懽顔(사아방본무환안) 날더러 나라바탕 기쁜 낯 없애 기뻐할환

不惟村民苦防禦(불유촌민고방어) 못 생각 시골사람 막느라 고생 둑방 막을어

追捕漸欲煩阿干(추포점욕번아간) 쫓아 잡아 차츰 해 막기 귀찮아 괴로워할번

雖然從軍無鬪志(수연종군무투지) 그래도 군을 좇기 싸울 뜻 없어

居者不如行者安(거자불여행자안) 머문 이 같지 않아 가는 이 편해

卽今太守眞儒將(즉금태수진유장) 이제오신 태수님 참 선비 장군

以計破賊行當看(이계파적행당간) 꾀 내어 적 무찌름 마땅 보리니

 

時事(시사) 일어나는 일-閔思平

天陰賊霧昨昏黃(천음적무작혼황) 날 어둑 도둑안개 어제 어스름

九戟俄成劍戟場(구극아성검극장) 아홉의 창 갑자기 칼과 창 마당 창극 갑자기아

誰道暫時徒鼠竊(수도잠시도서절) 누가 말해 짧은 때 다들 쥐 도둑 훔칠절

若留數刻必鴟場(약류수각필치장) 머물러선 얼마간 꼭 솔개 마당 솔개치

明君能用謀臣計(명군능용모신계) 밝은 임금 쓰시니 신하 꾀함을

餘倘幷誅猘犬狂(여당병주제견광) 멈칫 남음 다 베어 미친개 미쳐 혹시당 미친개제

特下宥書安反側(특하유서안반측) 따로 내린 끌러줌 어찌 돌아서 용서할유 곁측

中興功業似成康(중흥공업사성강) 일으켜 일 이룸은 성왕 강왕이

 

寄草亭辛裔(기초정신예) 초정 신예에게-閔思平

病妹老寡甥側離(병매로과생측리) 병든 누이 늙은 과부 조카 곁 떠나 생질생

愛弟西征母左東(애제서정모좌동) 아낀 아우 서쪽 가고 어미는 동쪽 칠정

送別弟甥懷抱惡(송별제생회포악) 떠나보내 아우 조카 품은 맘 나빠

料應公我略相同(료응공아략상동) 헤아려본 그대와 나 거의 엇비슷 다스릴략

 

寄辛草亭(기신초정) 신초정에게 부치며-閔思平

一朶寒梅始正開(일타한매시정개) 한 떨기 추운 매화 막 활짝 피어

持盃繞樹日千回(지배요수일천회) 잔 들고 나무 둘러 하루 천 바퀴

花心不喜尋常客(화심불희심상객) 매화꽃 아니 기뻐 늘 찾는 손님

唯待分司御史來(유대분사어사래) 오직 바래 나눠줄 어사 오기를

 

李政丞挽章(이정승만장) 이정승 만장-閔思平

百年終始似公難(백년종시사공난) 백년 살아 처음 끝 공 같인 못해

看取凌煙畵壁間(간취릉연화벽간) 봐 알아 깔린 안개 그림 벽 사이 공신초상

羽蓋不來雲杳添(우개불래운묘첨) 깃 덮개 아니 와도 구름에 어둑 덮을개 어두울묘

漆燈無盡夜漫漫(칠등무진야만만) 칡 등불 다함없어 밤은 깊어져 질펀할만

平生事業唯淸白(평생사업유청백) 한 삶 살며 해온 일 오직 흰 맑음

夢裏功名幾險艱(몽리공명기험간) 꿈속조차 일 이룸 거의 어려움

地下有知應喜見(지하유지응희견) 땅 아래 알아주니 기쁨 보게 돼

德陵松栢暗西巒(덕릉송백암서만) 덕릉의 솔 잣나무 서산에 어둠

 

次雲窩李培中詩韻(차운와이배중시운) 운와 이배중의 시를 빌어-閔思平

三韓今古幾英雄(삼한금고기영웅) 삼한 땅 옛 이제에 몇이나 영웅

回首時時憶拙翁(회수시시억졸옹) 고개 돌려 때때로 나를 생각해 졸할졸

愛菊愛梅唯益相(애국애매유익상) 국화 매화 아끼니 오로지 익재 益齋 李齊賢

世人只愛牧丹紅(세인지애목단홍) 세상사람 좋기만 모란 붉음이 (1287~1367)

 

送柳侯(송류후) 유후를 보내며 柳時英-閔思平

柳侯我師友(유후아사우) 유후는 내게 스승이며 벗

忠孝自天生(충효자천생) 충정과 효성 타고 났으니

暫輟君王寵(잠철군왕총) 잠시 그침에 임금님 사랑 그칠철 괼총

來思父母寧(내사부모녕) 오면서 생각 어버이 모심

十年燕市酒(십년연시주) 열 해를 잔치 저자의 술로

千里鵠峰情(천리곡봉정) 천 리길 멀어 고니봉 정이 고니곡

笑別尊前舊(소별존전구) 웃으며 보내 술잔 앞 벗을

天寒勤遠征(천한근원정) 날씨 추워서 삼가 먼 길을

 

次韻吳祭酒送劉中書(차운오좨주송유중서)

오좨주가 유중서를 보내는 시를 빌어 좨주:벼슬명-閔思平

先生且莫告南歸(선생차막고남귀) 선생은 하지 마오 남쪽 간단 말

君我論交自布衣(군아론교자포의) 그대와 나 말 사귐 베옷 때부터 벼슬 없을 때

白髮相逢情更重(백발상봉정갱중) 흰머리 서로 만나 더욱 정 들어

尊前舊伴曉星稀(존전구반효성희) 술잔 앞 벗을 함께 새벽 별 드문

 

寄許舟溪(기허주계) 허주계에게-閔思平

楊柳靑靑又一春(양유청청우일춘) 버들이 푸릇푸릇 또 하나 봄이

酒盃處處盡新人(주배처처진신인) 술잔은 곳곳 보여 새 사람 없어

知音遠在舟溪上(지음원재주계상) 날 알 이 멀리 있어 배 시내 올라

蕭洒淸風數巾幅(소쇄청풍수건폭) 말간 물 맑은 바람 몇 두건 너비 물뿌릴쇄

 

門生劉措大歸家寄許先生(문생유조대귀가기허선생)

문하생 유조대가 집에 가기에 허선생에게 부쳐-閔思平

燕雁相違已數年(연안상위이수년) 제비 기러기 서로 어겨 이미 몇 해가

幾回南望獨悠然(기회남망독유연) 몇 차례 남쪽 바래 혼자 아득해

何須固閘舟溪水(하수고갑주계수) 어찌 꼭 굳은 수문 시냇물에 배 물문갑

惆悵無人續斷絃(추창무인속단현) 슬프다 사람 없어 끊긴 줄 이을 슬퍼할창

 

詩謝舟溪先生寄香茶(시사주계선생기향다)

주계선생이 향차를 부쳐 감사드리는 시-閔思平

相思南望隔情人(상사남망격정인) 서로 생각 남쪽엘 멀리 정든 이

舌本乾時只嚥津(설본건시지연진) 혀뿌리 마를 때면 침만 삼켜야 삼킬연

居士似知禁酒令(거사사지금주령) 머문 선비 아는 듯 술 금한 명령

殷勤送與火前春(은근송여화전춘) 넌지시 보내주신 불 앞의 봄을

 

次韻愚谷先生(차운우곡선생) 우곡선생의 시를 빌어-閔思平

知足何曾事計然(지족하증사계연) 넉넉함 알기 어찌 꾸며 된 일이

人生富貴不多年(인생부귀부다년) 사람살이 부귀는 많은 해 못해

克家未有千金子(극가미유천금자) 집안 꾸려 없으니 천금의 자식

安用靑氈舊物傳(안용청전구물전) 어찌 써 푸른 담요 오래 물려서 모전전

 

寄郭提學稇(기곽제학곤) 제학 곽곤에게 부쳐-閔思平

老來相識無余子(노래상식무여자) 늙으며 서로 알아 나 없는 자네

醉裏難忘只此心(취리난망지차심) 취해도 못 잊으니 다만 이 마음

夜半酒醒因大笑(야반주성인대소) 한 밤에 술을 깨어 크게 웃은 건

不知旁有墨觀音(부지방유관음) 알지 못해 곁에 한 말 없는 보살 夫人

 

奉次益齋病中詩韻(봉차익재병중시운) 익제의 병중 시를 받들어 빌어-閔思平

書券今方倦(서권금방권) 책에 서류는 이제 게을러 게으를권

酒尊常不離(주존상불리) 술에 술병 늘 아니 떨어져 술통준 술두루미준

病侵難可免(병침난가면) 병들어 가니 벗을 수 없어

老至亦曾知(로지역증지) 늙어감 또한 일찍이 알아

桃李春風疾(도리춘풍질) 복사 오얏꽃 봄바람 빨라

桑楡晩景遲(상유만경지) 뽕 느릅나무 저녁 볕 더뎌

庶將勤一醉(서장근일취) 여럿 부지런 한 번 취함에 여러서

毋使少年嗤(무사소년치) 하게는 마라 아이 비웃음 말무 웃을치

 

菊墅宅1(국서택1) 국서택-閔思平

花落鸚啼院落深(화락앵제원락심) 꽃이 져 앵무 울어 들 마을 깊이 앵무새앵

醉携佳客發狂吟(취휴가객발광음) 취해 끌어 나그네 날뛰어 읊어 끌휴

主人情重那辭酒(주인정중나사주) 임자 정이 두터워 어찌 술 마다

坐對斜暉隱遠林(좌대사휘은원림) 앉아 맞아 비낀 해 먼 숲에 숨어 빛휘

 

菊墅宅2(국서택2) 국서택-閔思平

人生能飮幾千盃(인생능음기천배) 사람 살며 마셔야 몇 천 잔이지

少壯吾知不復回(소장오지불복회) 젊어 씩씩 내 알아 돌리지 못해

乘興時時歸倒載(승흥시시귀도재) 흥에 겨워 때때로 타고 돌아와

無人不道看花來(무인부도간화래) 말 않는 사람 없어 꽃 보고온대

 

1(1) -閔思平

滿空飛雪怱飄零(만공비설총표령) 하늘 가득 눈 날려 바삐 떨어져 바쁠총

行客怱怱赴遠程(행객총총부원정) 길 가는 이 바쁘게 먼 길 나아가 나아갈부

萬屋塩堆明半夜(만옥염퇴명반야) 모든 집 쌓인 소금 밝은 한 밤에 언덕퇴

一邊雲缺耿徵星(일변운결경징성) 한 곁에 구름 흩여 빛남 거둔 별 빛날경

始疑春到梅初發(시의춘도매초발) 봄이 왔나 했더니 매화 처음 펴

更賀年豐筆暫耕(갱하년풍필잠경) 다시 빌어 해 풍년 잠시 붓 갈겨 밭갈경

此瑞方知天有意(차서방지천유의) 이런 좋음 막 알아 하늘 뜻임을

自南自北致民寧(자남자북치민녕) 남쪽서 북쪽에서 백성 편하게

 

2(2) -閔思平

飄飄遠近滿空零(표표원근만공령) 휘날려 이에 저에 온 하늘 내려

縞帶銀盃想客程(호대은배상객정) 하얀 띠 은의 잔이 나그네 갈 길

庭下竹枝如削玉(정하죽지여삭옥) 뜰아래 대 가지는 깎인 옥처럼 깎을삭

筆鋒書字似繁星(필봉서자사번성) 붓끝에 쓰인 글씨 섞인 별 같아 칼끝봉

樵夫吹火知難爨(초부취화지난찬) 나무꾼 불어 불 때 어려움 알고 불땔찬

田叟埋牛難未耕(전수매우난미경) 밭 늙은이 소 묻혀 밭갈이 못해 늙은이수

一夜暫成銀色界(일야잠성은색계) 밤 하나 짧게 이룬 은 빛깔 세계

却疑天地一淸寧(각의천지일청녕) 안 믿기니 하늘땅 한 맑은 안녕

 

雪後寄林椽詩(설후기림연시) 눈 내린 뒤 임연에게 부치는 시-閔思平

桂玉窮愁憶故山(계옥궁수억고산) 달은 옥 다한 시름 고향 산 생각 계수나무계

旅窓風雪惱淸寒(여창풍설뇌청한) 나그네 창 눈바람 맑아서 추워 괴로워할뇌

贈袍戀戀情非厚(증포연연정비후) 보낸 솜옷 그리니 정 아니 두둑 보낼증

那得遼東住幼安(나득요동주유안) 어찌해 요동 땅이 머물러 편해 어릴유

 

次韻義軒(차운의헌) 의헌의 시를 빌어-閔思平

偶上平陽水上亭(우상평양수상정) 뜻밖 오른 너른 볕 물 위로 정자 平壤

雨晴雲薄暑風淸(우청운박서풍청) 비 개여 구름 엷어 바람도 맑아 더울서

昨霄燕子樓中月(작소연자루중월) 어제 하늘 제비에 누각 안에 달 하늘소

遍照幽人兩地情(편조유인양지정) 고루 비춰 숨은 이 두 땅에 정이 두루편

 

奉呈金相公(봉정김상공) 김상공께 받들어 드리며-閔思平

畫堂歌吹半酣時(화당가취반감시) 그림 집 노래 불러 반쯤 취한 때 즐길감

把葉誰題歸燕詩(파엽수제귀연시) 잎 잡아 누가 지어 연경 가는 시 잡을파

唯有多情一輪月(유유다정일륜월) 오직 있어 정 많아 둥근달 하나 바퀴륜

四千里外獨相隨(사천리외독상수) 사천 리 먼 밖까지 혼자서 따라

 

東國四詠(동국사영) 우리나라 네 노래-閔思平

萬柄亭亭上下池(만병정정상하지) 모든 자루 우뚝이 위아래 못에 자루병

幽人乘興獨尋時(유인승흥독심시) 숨은 이 흥에 겨워 혼자 찾는 때

一番細雨蒸荷氣(일번세우증하기) 한 차례 보슬비에 연꽃 기운 쪄 찔증

數里香風泛柳絲(수리향풍범류사) 몇 리를 향기바람 버들가지 떠 뜰범

 

奉呈拙齋(봉정졸재) 졸재께 받들어 드리며 拙翁 崔瀣(1287~1340)-閔思平

園中綠竹千竿玉(원중록죽천간옥) 동산 속 푸른 대는 천 마디 옥이 장대간

籬下黃花七里香(리하황화칠리향) 울 아래 노란국화 칠 리에 향내 울타리리

世事悠悠溫飽外(세사유유온포외) 세상일 아득해서 따뜻 부름 밖

只因自取有閑忙(지인자취유한망) 다만 까닭 저하기 느긋함 바쁨

 

梅詩(매시) 매화 시-閔思平

凍醪自酌兩三杯(동료자작양삼배) 찬 막걸리 혼자서 두어 잔 마셔 얼동 막걸리료

終日觀梅首不回(종일관매수불회) 하루 내 매화 보며 머리 안 돌려

天遣淸寒伴幽獨(천견청한반유독) 하늘 보낸 찬 맑음 숨어 혼자 짝 보낼견

故敎未許一時開(고교미허일시개) 일부러 시켜 않게 한때 다 피움

 

有贈(유증) 보냄이 있어-閔思平

就第年來日日閑(취제년래일일한) 이뤄 붙는 해 오니 나날이 느긋 이룰취 及第

尙驚宦海足波瀾(상경환해족파란) 외려 놀라 벼슬길 물결침 넉넉 벼슬환

釣魚靜坐籬邊石(조어정좌리변석) 낚시로 가만 앉아 울 옆에 돌에

採蕨晴登屋上山(채궐청등옥상산) 고사리 캐러 올라 집 위로 산에

時有野僧來問字(시유야승래문자) 때로는 시골 스님 와서 글 묻고

不妨溪友與同歡(불방계우여동환) 안 거리껴 시내 벗 함께해 즐겨

愧予非是風塵吏(괴여비시풍진리) 부끄럼 아니 옳아 세속의 관리

猶未隨君拂袖還(유미수군불수환) 그대 따름 못해서 소매 떨쳐가 떨불

 

永翁生日次愚谷韻(영옹생일차우곡운) 영옹의 생일에 우곡의 운을 빌어-閔思平

長安桂玉處怡然(장안계옥처이연) 서울에 달은 옥이 곳곳 즐거이 기쁠이

告老投閑度幾年(고로투한도기년) 늙음 아뢰 느긋해 몇 년을 보내

江上漁簑有聲畫(강상어사유성화) 강에 어부 도롱이 소리에 그림 도롱이사

又應千載使人傳(우응천재사인전) 또 마땅히 천 년을 사람에 알려

 

小園秋景(소원추경) 작은 동산 가을볕-閔思平

紅落芙蓉水浴秋(홍락부용수욕추) 붉음 지는 부용꽃 물 씻긴 가을 부용부 연꽃용

故鄕歸計此淹留(고향귀계차엄류) 고향에 돌아갈 꾀 이 오랜 머묾 담글엄

濺梧踈雨飛斜點(천오소우비사점) 흩인 오동 성긴 비 빗 날려 찍혀 흩뿌릴천

護菊凝烟低不流(호국응연저불류) 감싼 국화 낀 안개 깔려 안 흘러

還笏已曾無世念(환홀이증무세념) 물린 홀 이미 일찍 세상 뜻 없어 홀홀

懸鞍空復憶春游(현안공부억춘유) 놓인 안장 괜히 또 봄놀이 생각 안장안

感今懷古驚時節(감금회고경시절) 느껴 이제 품은 옛 시절에 놀라

須信浮生似蜃樓(수신부생사신루) 꼭 믿어 떠돈 삶이 신기루 같아 무명조개신

 

贈李大夫達衷(증이대부달충) 대부 이달충에게-閔思平

幸時無事作閒民(행시무사작한민) 행복할 땐 일없어 편한 백성 돼

老去逢春興轉新(노거봉춘흥전신) 늙어가니 봄 맞아 흥 일어 새록

我已看經君不酒(아이간경군부주) 나는 벌써 경을 봐 그댄 술 안 해

世間誰是賞花人(세간수시상화인) 세상에 누가 있어 꽃 즐길 사람

 

沒朴恥庵(몰박치암) 박치암에 빠져서-閔思平

散策松蹊尋寺了(산책송혜심사료) 흩어 걸어 솔 길을 찾는 절 찾아 지름길혜

聯鞍夕照與樵還(연안석조여초환) 이은 안장 저녁볕 나무꾼과 와

數峰晴雪靑驢背(수봉청설청려배) 몇 봉우리 개인 눈 푸른 나귀등 나귀려

好被人嘲飯顆山(호피인조반과산) 잘 받아 남 비웃음 밥알의 산에 낟알과

 

投朴恥菴(투박치암) 박치암에게-閔思平

凌晨入謁立門前(능신입알립문전) 새벽 타 들어 아뢰 문 앞에 서서 아뢸알

拜揖紛紛多賀客(배읍분분다하객) 절 드려 어지러이 많은 축하객 읍읍

唯有當年躑躅花(유유당년척촉화) 오직 있어 그해의 철쭉꽃 남아 머뭇거릴척촉

至今不改臙脂色(지금불개연지색) 이제껏 아니 고쳐 연지 빛깔 꽃 연지연

 

寄淡菴霽亭兩學士(기담암제정양학사) 담암 제정 두 학사에게 부쳐-閔思平

白梅璀璨映紅梅(백매최찬영홍매) 흰 매화 옥빛 빛나 붉은 매 비춰 옥빛찬란할최

獨喜今年始盛開(독희금년시성개) 혼자 기뻐 올해에 처음 활짝 펴 빛날찬

誰道松京多一客(수도송경다일객) 누가 말해 솔 서울 많은 한 손님 開城 松都

無人乘輿看花來(무인승여간화래) 사람 없어 수레 타 꽃 보러옴이 수레여

 

閑居(한거) 한가히 살며-閔思平

百年何日壯心休(백년하일장심휴) 백년의 삶 어느 날 굳센 맘 그쳐

老馬猶思踏九州(노마유사답구주) 늙은 말 외려 생각 온 누리 달려 밟을답

白髮無情空似雪(백발무정공사설) 흰머리 정 없게도 괜한 눈처럼

靑松持節不驚秋(청송지절불경추) 푸른 솔 곧음 지녀 가을 안 놀라

 

與門生出遊東郊(여문생출유동교) 문하생들과 동녘들에 나가서-閔思平

偶出東郊欲打圍(우출동교욕타위) 뜻밖 나온 동쪽들 에워 잡으러 사냥

臂枯弓軟壯心非(비고궁연장심비) 팔뚝 말라 활 물러 아닌 장사 맘 팔비

秋山紫翠明前路(추산자취명전로) 가을 산 울긋불긋 앞길을 밝혀

沙水澄淸漾落暉(사수징청양락휘) 모래물결 맑아서 빛내려 출렁 맑을징 출렁거릴양

驕馬嚼御隨意快(교마작어수의쾌) 잘난 말 재갈 물려 맘대로 즐겨 씹을작

驚鴻避箭盡情飛(경홍피전진정비) 기러기 화살 놀라 정 떨쳐 날아 화살전

此行所得人如問(차행소득인여문) 이리 감에 얻는 건 남들 묻기에

醉領門生一布衣(취령문생일포의) 취해 이끈 문하생 한 베옷 선비

 

村中時事韻1(촌중시사운1) 시골에서 있는 일-閔思平

村中對案淚霑衣(촌중대안루점의) 마을 속 책상 마주 눈물 옷 적셔

只爲今年省見稀(지위금년성견희) 다만 하기 올해는 찾아 뵘 드문

男困有心逃戶籍(남곤유심도호적) 사내 괴롬 마음은 호적을 벗어 달아날도

女飢無力借隣機(여기무력차린기) 아낙 굶어 힘없어 베틀 못 빌려 빌차

催租酷吏頻持牒(최조혹리빈지첩) 세 닦달 독한 아전 알림이 잦아 독할혹 서판첩

乞食窮兒每到扉(걸식궁아매도비) 밥 빌어 없는 아이 문 앞에 늘 와

借問當時誰任責(차문당시수임책) 묻느니 그때 맞아 뉘가 꾸짖어 맡길임 꾸짖을책

欲言非職恨身微(욕언비직한신미) 말 하려해 못 맡아 몸 둠 못내 한

 

村中時事韻2(촌중시사운2) 시골에서 있는 일-閔思平

无義生猶死(무의생유사) 옳음이 없어 살아도 죽어 없을무

有心榮亦枯(유심영역고) 마음이 있어 누려도 말라

忍看邦本瘁(인간방본췌) 차마 보느니 나라 본 병듦 병들췌

鞭背无完膚(편배무완부) 등을 내려쳐 살갗 다 없어 채찍편

 

村中時事韻3(촌중시사운3) 시골에서 있는 일-閔思平

志士慕高舜(지사모고순) 뜻 가진 선비 순임금 그려

難忘畎畝中(난망견무중) 잊지 못하니 밭둑 가운데 밭도랑견 이랑무

負暄琴在膝(부훤금재슬) 짊어진 볕에 무릎 거문고 따뜻할훤 무릎슬

可以和南風(가이화남풍) 할 수 있으니 남풍과 얼려

 

安東紫靑(안동자청) 안동자청-閔思平

紅絲綠線與靑絲(홍사록선여청사) 붉은 실에 푸른 실 함께 파란 실 줄선

安用諸般雜色爲(안용제반잡색위) 어찌 쓸까 여럿에 섞인 빛깔 돼

我欲染時隨意染(아욕염시수의염) 내 하면 물들일 때 맘대로 들여

素絲於我最相宜(소사어아최상의) 하얀 실이 내게는 가장 딱 좋아

 

黑雲橋(흑운교) 검은 구름다리-閔思平

黑雲橋亦斷還危(흑운교역단환위) 검은 구름 다리도 끊겨 아슬 해

銀漢湖生浪靜時(은한호생랑정시) 미리내 호수 일어 물결이 잘 때 銀河水

如此昏昏深夜裏(여차혼혼심야리) 이처럼 어두 컴컴 깊은 밤 속을

街頭泥濶欲何之(가두니활욕하지) 길거리 진창 널려 어디로 가게

 

 

가정 이곡

1298 仲父 稼亭 李穀(12981351)文孝 韓山 稼亭集

有感(유감) 느낌 있어-李穀

身爲藏珠剖(신위장주부) 몸은 다스려 구슬 간직해

妻因徙室忘(처인사실망) 아내는 잊혀 집을 떠나면

處心如淡泊(처심여담박) 마음가짐은 담백함으로

遇事豈蒼黃(우사기창황) 일을 만나서 어찌 헤맬까

 

次紫燕島(차자연도) 자연도 시를 차운하여-李穀

行過紫燕島(행과자연도) 지나쳐 가니 자연도 섬을

扣枻一閑吟(구예일한음) 노를 두드려 한가히 읊어 두드릴구 노예

浦漵盤如篆(포서반여전) 갯가 반반해 전자 글처럼 개서

竿檣蔟似簪(간장족사잠) 돛대 새둥지 비녀와 같아

鹽煙橫近渚(염연횡근저) 소금 연기 낀 가까운 물가

海月上遙岑(해월상요잠) 바다 달 올라 멀리 봉우리

我有扁舟興(아유편주흥) 내게 있으니 조각배 흥이

他年擬重尋(타년의중심) 다른 해 다시 찾아 빗대야

 

宿濟物寺(숙제물사) 제물사에 묵으며-李穀

先王有遺澤(선왕유유택) 먼저 임금 있어서 남긴 은택이

濟物榜玆亭(제물방자정) 만물 건짐 알리니 이 정자에서 매방

月出乾坤白(월출건곤백) 달이 뜨니 하늘땅 하얗게 밝아

雲收島嶼靑(운수도서청) 구름 걷혀 섬 섬들 푸르기만 해 섬서

閑苔封古甃(한태봉고추) 막힌 이끼 덮으니 오랜 벽돌담 벽돌담추

老柏蔭中庭(로백음중정) 늙은 잣에 그늘져 뜰에 가운데 그늘음

榒筆還須閣(녁필환수각) 무뎌진 붓 아니 꼭 멈춰 세워야 나무이름녁

天慳未易形(천간미역형) 천성이 아까워해 아니 바꾼 꼴 아낄간

 

次江華郡(차강화군) 강화군 시를 차운하여-李穀

海山深處一扁舟(해산심처일편주) 바다 산 깊은 곳에 조각배 하나

行到華山興未休(행도화산흥미휴) 가서 닿은 강화에 흥 아니 그쳐

自古金湯能害德(자고금탕능해덕) 예부터 단단한 성 덕 해침 있어

移都此地是誰謀(이도차지시수모) 도읍 옮겨 이 땅에 누구 꾀인가

 

寄鄭代言(기정대언) 정대언에게-李穀

百年心事一扁舟(백년심사일편주) 한 백년 마음의 일 한 조각배에

自笑歸來已白頭(자소귀래이백두) 절로 웃어 돌아와 이미 백발이

猶有皇朝玉堂夢(유유황조옥당몽) 아직 있어 조정에 옥당의 꿈을

不知身在萩花洲(부지신재추화주) 몸 있는 줄 모르니 쑥 꽃의 물가 사철쑥추

 

辛巳元旦有感3(신사원단유감3) 신사년 설날에-李穀

秩滿還朝在此春(질만환조재차춘) 임기 마쳐 조정서 돌아온 이 봄

爲緣親老愴精神(위연친로창정신) 연이 된 부모 늙어 슬픈 마음이

百年儻盡怡愉養(백년당진이유양) 백 년을 혹시 다해 기쁘게 모셔

千里何妨往返頻(천리하방왕반빈) 천리 길 어찌 꺼려 가고 옴 잦아

 

辛巳元旦有感4(신사원단유감4) 신사년 설날에-李穀

兒童共喜見新春(아동공희견신춘) 아이들 모두 기뻐 새봄을 보니

竹爆桃符辟鬼神(죽폭도부벽귀신) 폭죽 부적 복사꽃 귀신을 쫓아

笑我異時如汝輩(소아이시여여배) 웃는 나는 다른 때 너희들 같아

而今却怕得年頻(이금각파득년빈) 이제 되레 두려워 나이 듦 잦아

 

苦寒(고한) 모진 추위-李穀

朔吹搖空歲暮天(삭취요공세모천) 겨울바람 몰아쳐 한해 저물어

颼颼老屋讀書氈(수수로옥독서전) 바람소리 낡은 집 글 읽는 담요

一寒到骨那能解(일한도골나능해) 한추위 뼈에 닿아 어찌 녹일까

萬事關心只自煎(만사관심지자전) 모든 일 마음 쏠려 혼자만 졸여

衾鐵夜深明積雪(금철야심명적설) 쇠 이불 밤은 깊어 밝게 쌓인 눈

樵山市近絶炊煙(초산시근절취연) 나무 산 저자 곁에 끊긴 불 연기

詩人耐冷今猶古(시인내랭금유고) 시인은 추위 참아 이제나 예나

擬訪梅花澗水邊(의방매화간수변) 찾아가려 매화꽃 골짝 물가로

 

正朝雪(정조설) 설날 아침 눈-李穀

雪從除夜到正朝(설종제야도정조) 눈이 내려 제야에 설 아침까지

旋入春風不禁消(선입춘풍불금소) 돌아든 봄바람에 못 막아 녹아

扇影未分雙闕仗(선영미분쌍궐장) 부채모습 못 나눠 두 대궐 지켜

靴聲早集五門橋(화성조집오문교) 발소리 일찍 들려 다섯 문 다리

從敎賀列朝衣濕(종교하렬조의습) 늘어세운 하례 줄 조회 옷 젖어

好傍昭容舞䄂飄(호방소용무수표) 곱게 곁 밝은 얼굴 춤 소매 나풀

便是新年多瑞氣(편시신년다서기) 이러한 새해에는 좋은 일 많길

願隨椒酒進民謠(원수초주진민요) 바램 따라 산초 술 울린 민요에

 

妾薄命用太白韻2(첩박명용태백운2) 첩박명이라 이백의 운을 써-李穀

生不識人面(생불식인면) 나면서 몰라 사람 얼굴은

長年在深屋(장년재심옥) 자라선 갇혀 깊은 집안에

一爲色所誤(일위색소오) 첫 예쁨 되니 잘못되는바

反遭珉欺玊(반조민기숙) 되레 옥돌로 속여 다듬어 옥다듬는장인숙

憎愛古無常(증애고무상) 미움과 아낌 예로 늘 없어

朝恩暮乃疏(조은모내소) 아침 베풀음 저녁엔 드문

悒悒詠秋扇(읍읍영추선) 울적해 읊어 가을부채를

望絶登君車(망절등군거) 바램 끊기어 오른 님 수레

金牀爲誰拂(금상위수불) 금 침상 털어 누구를 위해

繡被久已收(수피구이수) 수놓인 이불 오래 걷어둬

閨空寒月落(규공한월락) 규방은 비어 차운 달 지니

但見螢火流(단견형화류) 다만 바랄 뿐 반딧불 흘러

沈憂暫成夢(침우잠성몽) 시름에 잠겨 잠깐 꿈을 꿔

依稀鬪百草(의희투백초) 드물음에도 온갖 풀 다퉈

世無相如才(세무상여재) 세상에 없는 상여의 재주 司馬相如

誰令復舊好(수령복구호) 누가 하게해 되돌려 좋게

 

癸未元日崇天門下(계미원일숭천문하) 계미년 설날 숭천문 아래에서-李穀

正朝大闢大明宮(정조대벽대명궁) 설날 아침 활짝 연 대명궁에는

萬國衣冠此會同(만국의관차회동) 모든 나라 사절이 모두 모였다

虎豹守閽嚴內外(호표수혼엄내외) 범 표범 문을 지켜 안팎이 근엄

鴛鸞分序肅西東(원란분서숙서동) 원앙 난새 나뉘어 동 서로 숙연

壽觴灔灔浮春色(수상염염부춘색) 축수 잔에 출렁여 봄빛이 뜨고

仙仗摐摐立曉風(선장창창립효풍) 지켜 모심 우렁차 선 새벽바람

袍笏昔曾陪俊彦(포홀석증배준언) 홀에 조복 일찍이 반열에 붙어

天門翹首思難窮(천문교수사난궁) 대궐문 깃털머리 생각 끝없어

 

秋雨夜坐(추우야좌) 가을비에 밤에 앉아-李穀

寒雲作色送昏鴉(한운작색송혼아) 찬 구름 빛을 띠어 저녁 까마귀

獨倚書窓感物華(독의서창감물화) 홀로 기댄 서쪽 창 온갖 꽃 느껴

秋晩江山正搖落(추만강산정요락) 가을 늦어 강산은 흔들려 지고

夜深風雨更橫斜(야심풍우갱횡사) 밤 깊어 바람비는 다시 몰아쳐

利名少味徒爲客(리명소미도위객) 이끗 이름 맛 적어 모두 나그네

魂夢無情不到家(혼몽무정불도가) 넋의 꿈 뜻이 없어 집에도 못 가

曉鏡定應添鬢髮(효경정응첨빈발) 새벽 거울 마주쳐 더한 머리털

羸驂肯復傍塵沙(리참긍부방진사) 여윈 말 타고 다시 티끌모래 곁

 

次韻答順庵(차운답순암) 차운하여 순암에게 답하며-李穀

半生光景屬離居(반생광경속리거) 반을 살아 모습은 떠나 머물러

旅食從來不願餘(려식종래불원여) 돌아 먹어 오면서 딴 바램 않아

窓外芭蕉饒夜雨(창외파초요야우) 창밖의 파초 잎은 밤비를 실컷

盤中苜蓿富春蔬(반중목숙부춘소) 쟁반 위에 거여목 봄나물 푸짐

家貧自有簞瓢樂(가빈자유단표악) 집 가난해 저절로 단표의 즐김 顔回

計拙非因翰墨疏(계졸비인한묵소) 꾀 서툴러 안 되니 문필이 드문

時到煙花禪榻畔(시도연화선탑반) 때 되면 연기 꽃을 참선자리 곁

坐忘身世等籧廬(좌망신세등거려) 앉아 잊어 몸 둠을 움막과 같아

 

妾薄命用太白韻1(첩박명용태백운1) 첩은 박명해 이백의 운으로-李穀

妾本寒門子(첩본한문자) 첩은 본디에 썰렁한 집 딸

荊釵居白屋(형채거백옥) 가시비녀에 초가집 살아

美質天所生(미질천소생) 아름다운 건 타고난 바라

兩臉如赬玊(량검여정숙) 두 볼은 마치 붉은 옥 같아

自倚傾國艶(자의경국염) 스스로 믿어 나라기울 미

乃與世人疏(내여세인소) 이에 함께한 사람 드물어

五陵多年少(오릉다년소) 다섯 큰 언덕 많은 젊은이

過者皆停車(과자개정거) 지나는 이 다 수레 멈추지

一笑肯輕賣(일소긍경매) 한 번의 웃음 가볍게 팔아

千金且不收(천금차불수) 천금 오히려 받지는 않아

以此自愆期(이차자건기) 이런 까닭에 스스로 허물

歲月長江流(세월장강류) 세월은 긴긴 강물로 흘러

西風昨夜至(서풍작야지) 가을바람은 지난밤 닿아

莎鷄鳴露草(사계명로초) 베짱이 울어 이슬 풀에서

紅顔恐消歇(홍안공소헐) 고운 낯 아마 다 스러질까

時過不再好(시과부재호) 때가 지나면 다신 안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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漁溪詩集 2012년 10월 飜譯 17代孫 英哲(1957∼ )

 

字 : 主翁

號 : 漁溪(군북면 원북리에 있는 시내 이름)

姓名 : 趙旅

諡號 : 貞節(淸白自守曰貞 好廉自克曰節)

本貫 : 咸安

遺著 : 漁溪集

世稱 : 生六臣(李孟專·元昊·趙旅·成聘壽·金時習·南孝溫)

墓 : 咸安郡 法守面 鷹岩 甲坐

墓碣石 參贊 李薇 撰

神道碑銘 左參贊 陶菴 李公縡 撰

墓表 9代孫 榮柘

 

1420년 庚子 세조 2년 경남 함안군 군북면 평관리에서 출생

1453년 癸酉 단종원년 34세 진사시 합격 성균관에서 경서 연구

1455년 乙亥 단종 3년 36세 落鄕 군북면 원북리에 隱居

1489년 己酉 성종20년 10월22일 卒 享年70세

1516년 丙子 중종11년 문집 刊行 손자 趙績

1699년 己卯 숙종25년 단종복위 이조참판 贈職 서산서원 享祀

1742년 壬戌 영조18년 문집 再刊 9대손 趙榮柘

1781년 辛丑 정조 5년 이조판서 贈職 시호 貞節

1901년 辛丑 고종 6년 속집 간행 趙性昊 趙性恂 趙昺奎

 

 

漁溪集 漁溪 趙旅(1420∼1489)의 시문집 3권 2책 목판본

국립중앙도서관 국민대학교도서관 성균관대학교도서관 소장

初刊 1516년(중종11) 손자 趙績(1477∼?) 원집 1권을 편집

서문 姜渾(1464∼1519) 시 45수

重刊 1742년(영조18) 9대손 趙榮柘 부록 1권을 더해 원집과 합편

서문 朴弼周(1665∼1748) 지문 趙榮柘(1686∼1761) 발문 趙榮柘

부록 傳 魯陵志傳 묘갈명 신도비명 묘표 九日登高詩跋

謁漁溪先生祠宇 각 1편 賜祭文 2편 西山書院六先生奉安告文

西山書院釋菜祝文 서산서원상량문 각 1편 疏 3편 回啓 3편

三刊 1901년 趙性昊 趙性恂 趙昺奎 속집을 더해 원집 2권과 합편

서문 宋秉璿(1836∼1905) 발문 李種杞 趙性家 趙性昊 등 시 4수

부록으로 시 2수 新編莊陵志列傳 請諡疏 諡狀 각1편 書 2편

魯陵事實 上王服喪錄 병자사화 東鶴寺招魂閣事蹟

上王祭閣招魂辭 축문 陳設圖 追感錄 東鶴書院事蹟

팔선생추향봉안문 雉岳山題名錄序 賜祭錦城大君文一段

奎章閣啓略 弘文館啓略 傳敎 八賢祠記略 寧越儒生請賜額疏略

용계서원봉안문 常享文 德峯祠奉安文 咸州誌 采薇亭記

채미정중수기 寧越彰節祠請享疏略 각1편 批答 2편 再疏略 1편

飜譯出刊 197010趙聖來

漁溪先生遺稿詩集 중양절날 산에 올라 201310趙曉濟

 

 

 

어계 조려 생육신

1420 主翁 漁溪 趙旅(1420∼1489)貞節 咸安 漁溪集

病中偶吟(병중우음) 앓으며 읊어

氣肅知秋至(기숙지추지) 날씨 싸늘해 가을 옴 알아

燈殘覺夜深(등잔각야심) 등불로 남아 밤 깊음 깨쳐

家書何日到(가서하일도) 집에선 편지 언제면 오나

回首涕橫襟(회수체횡금) 머리 돌려서 눈물 훔치네

 

次朴三嘉孟智韻(차박삼가맹지운) 맹지 박삼가의 운을 빌어

自是黃楊木(자시황양목) 스스로 옳아 황양목이라

托根又寒谷(탁근우한곡) 뿌리 붙임 또 차가운 골짝

生枝本樗材(생지본저재) 가지 뻗혀도 못 쓰는 재목 가죽나무저

敢望柱王國(감망주왕국) 구태여 바래 나라의 기둥

 

次所川驛柱韻(차소천역주운) 소천역 주련의 운을 빌어

自北歸南極(자북귀남극) 북녘서 오니 남쪽 끝에를

前途問幾程(전도문기정) 앞길을 물어 얼마나 갈지

誰知無限意(수지무한의) 누가 알리오 끝없는 뜻을

春草日靑靑(춘초일청청) 봄풀은 날로 푸릇푸릇 해

 

次忠州龍眼驛壁上韻(차충주용안역벽상운) 충주 용안역 벽 위 운을 빌어

獨策羸驂向漢京(독책리참향한경) 홀로 채찍 여윈 말 서울을 향해

前途泥濘又縱橫(전도니녕우종횡) 앞길은 진흙진창 또 얼기설기 진창녕

想知慈母今朝意(상지자모금조의) 미뤄 아실 어머님 오늘 아침 뜻

應說吾兒底處行(응설오아저처행) 말씀 마땅 내 아들 품은 곳 가야

 

途中遇雪(도중우설) 길을 가다 눈을 만나

雪花如手滿天衢(설화여수만천구) 눈꽃이 주먹만 해 서울 길 가득

馬首江山展畵圖(마수강산전화도) 말머리 강과 산이 그린 듯 펼쳐

献賦梁園何處客(헌부양원하처객) 양원에 시 짓던 이 어느 곳 길손

獨含愁思促鞭駑(독함수사촉편노) 홀로 품은 시름에 서둘러 채찍

※梁園 : 漢나라 文帝의 넷째 아들인 孝王이 만든 庭園 河南省 開封에 있다

 

次朴讓詩軸韻(차박양시축운) 박양의 시문 운으로 ※1450년(31세)

庚午年光已語暮(경오년광이어모) 경오년 한 해 세월 저문다 말이

春歸夏逝又秋風(춘귀하서우추풍) 봄이 와 여름 가고 또 가을바람

賦予天命宜安受(부여천명의안수)`내게 내린 하늘 뜻 마땅히 받아

阮籍何須哭路窮(완적하수곡로궁) 완적은 어찌 그리 길 막혀 울어

※嗣宗 阮籍(210∼263) 魏나라 사상가 시인 詠懷 시 85수

 

其二(기이) 그 둘째

男兒行止誠難定(남아행지성난정) 사내로 가고 멎음 정성 못 두고

北學而來又下南(북학이래우하남) 북쪽 배워 오더니 남쪽 내려가

京洛故人皆愴別(경락고인개창별) 서울에 오랜 벗들 다 슬피 헤져

天涯且莫久停驂(천애차막구정참) 하늘 끝 앞엔 마라 오래 머무름

 

贈別金錄事粹老(증별김록사수로) 김수로녹사에게 주어 보냄

昆季連鑣出漢城(곤계련표출한성) 형제로 이어 말에 서울을 나서 재갈표

山回水轉路縱橫(산회수전로종횡) 산 감싸 물을 돌아 길 좇아 질러

吾知南北分離後(오지남북분리후) 내 알아 남북으로 떨어진 다음

應說龍仁半夜行(응설용인반야행) 말해야지 용인 땅 밤새운 걸음

 

雲堂灘上有感(운당탄상유감) 운당탄 위에서

輕舟短棹泛官河(경주단도범관하) 가벼운 배 짧은 노 관하에 띄워 노도

煙瞑風微鴈弄沙(연명풍미안롱사) 안개 자욱 바람 자 모래 기러기

自笑未能急世事(자소미능급세사) 웃을 수가 없으니 닥친 세상일

往來南北疾如梭(왕래남북질여사) 오고가 남북으로 북처럼 빨리 북사

 

奉賀李壯元陸(봉하이장원륙) 이륙이 장원함을 축하함

遊覽江山跡未剜(유람강산적미완) 보며다닌 강산에 자취 못 깎아 깎을완

魁登龍榜步天門(괴등룡방보천문) 으뜸 올라 과거에 대궐문 밟아 으뜸괴

眼前雲路人爭仰(안전운로인쟁앙) 눈앞에 벼슬길에 남들 우러러

能繼容軒與杏村(능계용헌여행촌) 잇게 되니 용헌을 행촌을 함께

※容軒 鐵城府院君 李院 용헌은 철성부원군 이원이며

````杏村 侍中 李嵓也 행촌은 시중 이암(1297∼1364)이다

 

壬申六月避暑于淸源寺(임신육월피서우청원사) ※鄭判官夏生見月呼韻

임신년 유월 청원사에서 피서하며 ※판관 정하생이 달을 보며 운을 부름

碧天無際掛蟾宮(벽천무제괘섬궁) 푸른 하늘 가없어 달떠서 걸려

淸影涓涓滿地濃(청영연연만지농) 맑은 그늘 잔잔히 땅 가득 짙어

聞說桂枝秋正好(문설계지추정호) 말 들으니 달빛은 가을이 좋아

高攀何夕拂塵容(고반하석불진용) 높이 올라 어느 밤 속세 티 씻나

 

送愼懷中歸鄕(송신회중귀향) 신회중이 고향에 돌아감을 보내며

彩服翩翩日下明(채복편편일하명) 빛깔 옷 나부끼니 해 아래 밝아

湖山千里馬蹄輕(호산천리마제경) 호수 산에 천리를 말 걸음 사뿐

功名莫恨今差跌(공명막한금차질) 이름 냄 애탐 없어 이젠 어긋나

大器由來當晩成(대기유래당만성) 큰 그릇 내려오길 늦게야 이뤄

 

佛巖途中有懷(불암도중유회) 불암 가는 길에

春雨初晴草欲萋(춘우초청초욕처) 봄비는 비로소 개 풀 우거지려

眼中無物不悽悽(안중무물불처처) 눈에 든 물건마다 다들 슬퍼서

晋陽江畔逶迤路(진양강반위이로) 진양강 가 둑으로 꾸불꾸불 길

馬亦傷心屢顧嘶(마역상심루고시) 말 또한 마음 아파 자주로 울어

 

追寄友人(추기우인) 벗에게 부쳐

隨陽征鴈起南濱(수양정안기남빈) 볕을 쫓는 기러기 남쪽물가서

芳草萋萋又一春(방초처처우일춘) 꽃다운 풀 우거져 또 하나 봄이

少年志氣消磨盡(소년지기소마진) 어릴 적에 품은 뜻 사라져 다해

忽作邯鄲失步人(홀작한단실보인) 엇 지은 한단 걸음 걸음 잃은 이

※邯鄲之步 : 남 흉내를 내려다가 도리어 자기의 것까지 잃어버린다는 말

 

次姜判院事詩(차강판원사시) 강판원사의 시를 빌어

九重承命建行旌(구중승명건행정) 임금님 명 받들어 깃발 세워 가

遠向千山萬水程(원향천산만수정) 멀리 바래 모든 산 모든 물 갈길

祖席何須親奉袂(조석하수친봉몌) 비는 자리 어찌 꼭 몸소 붙잡아

緘來珠玉是眞情(함래주옥시진정) 싸서 오니 구슬 글 이것이 참 뜻

 

次李同年壁詩(차이동년벽시) 이벽 동년의 시를 빌어

交甫臨江底事徊(교보임강저사회) 사내 사귐 강가서 무슨 일 어정

空將遺佩望重來(공장유패망중래) 부질없이 남긴 패 또 올까 바래

襄王本是神仙骨(양왕본시신선골) 초양왕은 본디로 신선의 골격

坐致巫娥下殿臺(좌치무아하전대) 함께한 무산신녀 전대에 내려

※雲雨之情 : 남녀의 육체적 사랑

 

次梁順天詩(차양순천시) 양순천의 시를 빌어

一燈孤館兩書生(일등고관양서생) 등하나 외론 객관 서생 두 사람

千里歸心孰重輕(천리귀심숙중경) 천리 길 돌아갈 맘 뉘 있고 없어

何幸異鄕逢故友(하행이향봉고우) 어찌 다행 타향서 옛 벗을 만나

更添樽酒細論情(갱첨준주세론정) 다시 더한 술통 술 정다운 얘기

 

題咸安鄕校壁上(제함안향교벽상) 함안향교 벽 위에

我是漁溪隱遁人(아시어계은둔인) 내가 바로 어계에 숨었던 사람

幾年來往泮宮瀕(기년래왕반궁빈) 몇 해나 왔다갔나 향교 가까이

如今樂見菁莪敎(여금락견청아교) 이제처럼 즐거이 선비 가르쳐

願浴餘波愧缺仁(원욕여파괴결인) 씻으려한 응어리 어질지 못해

※泮宮: 주나라 때 제후의 학교 菁莪: 인재를 교육하는 일

 

寄遠(기원) 멀리 부쳐

一去天涯遂不來(일거천애수불래) 한번 떠난 하늘 끝 오지를 못해

更無消息竟何哉(갱무소식경하재) 다시없어 소식이 끝내 어떤지

如今獨立漁溪畔(여금독립어계반) 오늘처럼 홀로 서 어계 둑 가에

不怨伊人却怨媒(불원이인각원매) 아니 탓해 그 사람 되레 꾐 탓을

 

次柳正言桂芬詩(차류정언계분시) 류계분 정언의 시를 빌어

一別天涯會面遲(일별천애회면지) 한번 헤져 하늘 끝 만남이 더뎌

春風秋月幾相思(춘풍추월기상사) 봄바람 가을 달에 얼마나 생각

水流葉落星霜變(수류엽락성상변) 물 흘러 잎 떨어져 세월 바뀌어

鴈獨嗷嗷雲外飛(안독오오운외비) 기러기 홀로 시끌 구름 밖 날아

綠筠 柳桂芬(1421∼1480)본관은 文化 세종 23년(1441) 進士가 되고

``단종원년(1453) 增廣試 文科에 급제 이후 承文院正字를 거쳐 세조 2년(1456)에는

``司諫院 右正言 임명되었다. 세조 2년(1456) 단종의 복위운동에 모의한 것이 발각되어

``漆原郡守로 좌천되었으며 장황산에서 13년간 유배 예종 원년(1469)에 무죄판결을 받아

`석방되어 掌隷院 司評에 임명되었고 承議郞 權知校理를 거쳐 加定郎官이 되었다

 

寄姜生(기강생) 강생에게 부치며

自是相爲參與商(자시상위삼여상) 이로부터 서로 돼 삼성과 상성

思君一日九回腸(사군일일구회장) 그대 생각 하루가 아홉 구비 장

法輪橋下溪邊事(법륜교하계변사) 법륜교 다리 밑에 시냇가 일이

千里長安尙未忘(천리장안상미망) 천리 멀리 서울을 잊지를 못해

※參星 : 28宿의 21번째 별 ※商星 : 동쪽에 있는 心宿

 

玉柱(옥주) 옥기둥

下欠輿情上戴天(하흠여정상대천) 아래 빠져 실린 뜻 위로 인 하늘

龍官鳳歷幾千年(용관봉력기천년) 용 다스림 봉 지남 몇 천 년이니

若將禹鼎論輕重(약장우정론경중) 한다고 우임금 솥 경중을 따져

彼此吾何議後先(피차오하의후선) 이것저것 내 어찌 선후 꾀하랴

※禹鼎 : 九鼎 大呂 우임금이 구주의 쇠를 모아 지은 솥

 

新秋(신추) 새 가을

金新持節入郊(금신지절입교허) 새 가을 절개 지켜 들 터에 드니

井上梧桐一葉(정상오동일엽소) 우물 위 오동나무 잎 하나 없네

此日此時何事樂(차일차시하사락)런 날 이런 때에 무슨 일 즐겨

短檠明處可觀(단경명처가관서) 짧은 호롱 밝힌 곳 글을 읽어야

 

寄鄭生山彙(기정생산휘) 정산휘에 부치며

千里京都路阻長(천리경도로조장) 천리 멀리 서울은 길 멀고 험해

碧天無際鴈南翔(벽천무제안남상) 푸른 하늘 가없이 기러기 날아

一樽相笑寧無日(일준상소녕무일) 한 통술 서로 웃어 어찌 날 없어

近在楓丹與菊黃(근재풍단여국황) 요사이 단풍 빨개 국화는 노래

※鄭山彙 : 字는 景集 본관 晉陽 世宗 29년(1447) 式年試 及第

 

次李公室之韻(차이공실지운) 이공실의 운을 빌어

蓬萊誰道揷雲天(봉래수도삽운천) 봉래산 누가 말해 하늘로 솟아

駕鳳驂鸞路不玄(가봉참란로불현) 봉황 수레 난새 말 길 멀지 않아

一上崔嵬臨萬壑(일상최외림만학) 한번 올라 높다래 만 골 내려 봐

桃花流水共依然(도화류수공의연) 복사꽃 흐르는 물 함께 기대네

 

寄李克亨(기이극형) 이극형에게 부치며

本是同源一派分(본시동원일파분) 본디에 같은 근원 한 갈래 나눠

雖居南北志相親(수거남북지상친) 살기야 남북이나 뜻은 가까워

家僮今日留函去(가동금일류함거) 하인 아이 오늘에 편지 놓고 가

想得眞情異路人(상득진정이로인) 생각하니 참 뜻은 다른 길 사람

 

喜聞姜山陰來 次靑山綠水夕陽遲之句 寄呈行軒(희문강산음래 차청산록수

석양지지구 기정행헌) 姜이 산음에 옴을 기쁘게 들어 청산녹수석양지

지구를 빌어 행차한 집에 부쳐 보내며 ※山陰 : 경남 산청의 옛 이름

自從相別山陰後(자종상별산음후) 산음서 서로 헤진 뒤로부터는

千里南涯鴈足稀(천리남애안족희) 천리 길 남쪽 끝에 편지도 드문

忽有先聲軒騎至(홀유선성헌기지) 갑자기 먼저 소리 큰 수레 닿아

還嗟窮巷訪余遲(환차궁항방여지) 도리어 막힌 거리 날 찾기 더뎌

 

次裵進士仲厚詩(차배진사중후시) 배중후 진사의 시를 빌어

寄來詩韻轉淸高(기래시운전청고) 부쳐온 시에 운은 맑아서 높아

萬斛羈愁一見消(만곡기수일견소) 만석의 떠돈 시름 한번 봐 삭여

暫刻破山時已近(잠각파산시이근) 잠간에 산 깨트려 때는 가까워

莫停淸水其刀(막정청수감기도) 멎지 마라 말간 물 그 칼을 씻어

 

奉呈尹牧使子濚(봉정윤목사자영) 윤자영 목사에게 드리며

絳囊靑簡侍明光(강낭청간시명광) 붉은 낭 푸른 글에 밝은 빛 모셔

底事如今謫晋陽(저사여금적진양) 어쩐 일 이제처럼 진양에 귀양

萬口一辭皆仰德(만구일사개앙덕) 모든 입이 한 말로 다 덕 우러러

理民無讓漢龔黃(이민무양한공황) 다스림 못지않아 한나라 공황

※1451년(문종1) 증광문과에 급제 봉교ㆍ주부ㆍ직강ㆍ장령 등을 거쳐

````1466년(세조12)에 실시된 중시에 2등으로 뽑힌 뒤 벼슬은 진주목사에 이르렀다

※龔黃 : 龔遂와 黃覇 漢나라 사람들로서 治民에 능한 선량한 地方官

 

途中(도중) 길을 가며

雲屛舒復卷(운병서부권) 구름 병풍 펼쳤다 다시 거두고

山黛隱還明(산대은환명) 산은 어둑 숨었다 다시 또 밝아

野火林間燒(야화림간소) 들불은 수풀사이 불살라 태워

溪流氷裏鳴(계류빙리명) 시내 흘러 얼음 속 소리를 내네

朔風天外細(삭풍천외세) 북녘바람 하늘 밖 가늘게 불어

寒雪馬頭輕(한설마두경) 차가운 눈 말머리 가볍게 내려

前路向何處(전로향하처) 앞에 길 바라보며 어디로 가나

金城繞玉京(금성요옥경) 금의 성이 두르니 서울이어라

 

次孫監察栗亭詩(차손감찰율정시) 손감찰의 율정 시를 빌어

宅在翠屛擁(택재취병옹) 집 있어 푸른 병풍 끌어안은 곳

門臨碧玉流(문림벽옥류) 문 마주 파란 옥이 흘러가는 데

世間方酷熱(세간방혹열) 세상은 바야흐로 짙은 뜨거움

亭上正高秋(정상정고추) 정자 위는 정말로 높다란 가을

表聖休休樂(표성휴휴락) 성인을 드러내어 쉬어 즐겁고

蘇仙是是遊(소선시시유) 신선이 살아나서 옳거니 놀아

人皆稱雅量(인개칭아량) 사람 다 일컬으니 너그러움이

今見不爲浮(금견불위부) 이제 보니 아니네 떠서 떠돎이

 

上金使君克儉(상김사군극검) 김극검 군수에게

下車行政後(하거행정후) 수레 내린 뒤 고을 다스려

夙夜所憂深(숙야소우심) 아침을 밤을 시름이 깊어

治齒方留意(치치방류의) 어른 모심에 마침 뜻 두니

烹鮮訓刻心(팽선훈각심) 생선 삶은 일 마음에 새겨

穎川流霈澤(영천류패택) 영천 물 흘러 쏟아진 베풂

棠樹播淸陰(당수파청음) 아가위나무 맑은 그늘로

莫發休官語(막발휴관어) 꺼내지 마오 벼슬 쉰단 말

民方仰德音(민방앙덕음) 백성 우러러 덕망 일컬어

※士廉 金克儉(1439∼1499) 본관 김해 1459년(세조5) 문과에 급제

```副提學을 거쳐 大司憲이 되었다 문장을 좋아하고 성품이 곧고 청렴하여

```2품관이 되어도 집에 먹을 것이 없었다 한다

 

暮春(모춘) 늦은 봄 ※甲子年 : 1444년(25세)

甲子須臾逝(갑자수유서) 갑자년 한해 잠깐에 지나

春殘夏欲來(춘잔하욕래) 봄은 끝자락 여름이 오려

燕忙鸎亦懶(연망앵역라) 제비 바쁜데 꾀꼬리 나른

紅卷綠初開(홍권록초개) 붉음은 걷혀 푸름 첫 열림

喚起牕前喚(환기창전환) 불러 일으켜 창 앞서 불러

催歸客裏催(최귀객리최) 서둔 돌아감 길손 서둘러

卽看時物變(즉간시물변) 나아가 보니 때 물건 바껴

詩思轉悠哉(시사전유재) 시상 떠오름 돌아 아득해

 

次李參議義林寺韻(차이참의의림사운) 이참의의 의림사 운을 빌어

義林眞巨刹(의림진거찰) 의림사 절은 참 커다란 절

境界儘淸幽(경계진청유) 붙은 땅 다해 맑고 그윽해

古栢窓前翠(고백창전취) 오랜 잣나무 창 앞에 푸름

靈泉砌下流(령천체하류) 깨끗한 샘물 섬돌 밑 흐름

沈吟塵外景(침음진외경) 빠져 읊으니 세상 밖 광경

消遣客中愁(소견객중수) 녹여 보내니 나그네 시름

端坐僧何事(단좌승하사) 바르게 앉아 스님 무슨 일

趙州學話頭(조주학화두) 조주는 배워 말머리 꺼냄

 

文廟碑(문묘비) 문묘비 ※文廟 : 공자를 모신 사당

聖主崇文建廟碑(성주숭문건묘비) 어진임금 글 높여 사당 비 세워

龍冠龜足記芳詞(용관귀족기방사) 용 머리 거북 발에 꽃다운 글을

三綱爲本千年峙(삼강위본천년치) 삼강을 바탕 하여 천년을 우뚝

六籍開基萬世垂(육적개기만세수) 육경에 터를 열어 만세 드리워

日月光輝那可尙(이월광휘나가상) 해와 달이 빛나니 어찌 높이랴

高堅体段亦難知(고견체단역난지) 높고도 단단한 몸 알기 어려워

七雄五季雖云亂(칠웅오계수운란) 전국시대 오대는 어지러워도

峻極于天一險夷(준극우천일험이) 하늘에 높이 닿아 험해도 떳떳

 

次巨濟儒生高以寧詩(차거제유생고이녕시) 거제유생 고이녕의 시를 빌어

不遺愚拙寄新詩(불유우졸기신시) 못 끼친 어리석음 새 시를 부쳐

爲謝慇懃三復思(위사은근삼부사) 고마워 자꾸자꾸 두어 번 생각

俊逸詞鋒今白也(준일사봉금백야) 뛰어난 글 솜씨는 오늘날 이백

縱橫筆陣昔羲之(종횡필진석희지) 그어 내린 글씨 힘 옛날 왕희지

排風馭氣瀛洲島(배풍어기영주도) 바람 밀쳐 기 몰아 영주 거제 섬

刮垢磨光漢水湄(괄구마광한수미) 때 벗겨 빛을 닦아 서울 한강 가

知爾大材將致用(지이대재장치용) 자낼 아니 큰 일꾼 앞날 쓰일 터

更須努力小年時(갱수노력소년시) 다시 부디 힘쓰길 젊은 시절엔

 

新秋(신추) 새 가을

何恨居諸忽忽流(하한거제홀홀류) 무슨 한에 머물다 갑자기 흘러

良辰美景在新秋(양신미경재신추) 좋은 날 고운 볕에 새로운 가을

金風吹戶桐陰簿(금풍취호동음부) 가을바람 드는 문 오동 그늘 펴

玉律傳商火傘收(옥률전상화산수) 옥 소리 상음 들려 여름 볕 거둬

已覺微凉添水閣(이각미량침수각) 이미 느낀 서늘함 물 정자 보태

更敎淸興入詩樓(갱교청흥입시루) 다시 깨친 맑은 흥 시 누대 들어

吾今得養乾坤惠(오금득양건곤혜) 내 이제 길러 얻은 하늘땅 베풂

深賀西成把酒遊(심하서성파주유) 깊이도 가을 여묾 잔 잡고 놀아

 

流頭(유두) 유두 ※음력 6월15일

一帶長川抱壠頭(일대장천포롱두) 한줄기 긴 시내는 언덕을 안아

好將塵髮俯淸流(호장진발부청류) 좋아라 속세 머리 맑은 물 굽어

常懷事業偏多誤(상회사업편다오) 늘 품은 일일랑은 많이 그르쳐

却恨光陰不少留(각한광음불소류) 되레 한에 세월이 적잖게 머뭇

沐後彈冠心更淨(목후탄관심경정) 멱 감고 갓을 털어 마음 깨끗해

醉餘揮筆興難收(취여휘필흥난수) 취하여 붓을 들어 흥을 못 거둬

回看蕩蕩乾坤裏(회간탕탕건곤리) 둘러보니 넓어서 하늘땅 안이

物我俱新淡若秋(물아구신담약추) 모두와 나 새로워 말간 가을로

 

奉次河相國演韻(봉차하상국연운) 재상 하연의 운으로 ※河演(1376∼1453)

聖主龍興漢水中(성주용흥한수중) 성인 임금 일어나 한강 가에서

狼煙蜃氣盡消融(낭연신기진소융) 어지럽힌 기운은 녹아 사라져

檀君古境新民樂(단군고경신민락) 단군성조 옛 땅에 새 백성 즐겨

箕子遺墟至治隆(기자유허지치륭) 기자님 끼친 터에 다스림 높아

八彩毫瑞滋惠露(팔채호서자혜로) 여덟 빛 붓 보이니 베풂 드러나

五絃琴操入薰風(오현금조입훈풍) 다섯 줄 금 부리니 향기 바람이

書生得被洪勻化(서생득피홍균화) 글 읽는 이 얻으니 크고 고른 덕

寶算恒祈天地同(보산항기천지동) 임금 나이 늘 빌어 천지와 같게

 

次成宜寧韻(차성의녕운) 성의녕의 운을 빌어

我生雖遇聖明辰(아생수우성명신) 내 나서 비록 만나 성군 밝힌 날

一事無成百感新(일사무성백감신) 일 하나 이룸 없어 온갖 느낌에

在袖靑蛇塵不翳(재수청사진불예) 소매에 업구렁이 티끌 못 가려

半簪疎髮雪初均(반잠소발설초균) 반 비녀 빠진 머리 눈 처음 내려

豈因囊底無長物(기인낭저무장물) 어찌해 주머니 속 뭔가 없으랴

未作尊前對可人(미작준전대가인) 못 지으니 술통 앞 맞설만한 이

兎走烏飛時又變(토주오비시우변) 달 달아나 날 날려 때 또한 바껴

綠楊黃鳥囀靑春(녹양황조전청춘) 푸른 버들 꾀꼬리 푸른 봄 소리

 

次尹濯詩軸(차윤탁시축) 윤탁의 시문을 빌어

尹公自是風騷將(윤공자시풍소장) 윤공은 절로 여겨 시 읊기 으뜸

筆陣詞鋒凜若秋(필진사봉름약추) 글 짜임 글 매서움 가을처럼 차

螢火幾年能刺股(형화기년능자고) 반딧불로 몇몇 해 허벅지 찔러

龍門他日必居頭(용문타일필거두) 자리 올라 다른 날 머리가 되지

春蘭秋菊皆天賦(춘란추국개천부) 봄 난초 가을국화 다 받아 내려

龜腹蟬腸莫浪愁(귀복선장막랑수) 거북 배 매미 창자 시름을 마라

爲送行塵臨祖席(위송행진림조석) 보내야할 속세에 자리 같이 해

山光水色共悠悠(산광수색공유유) 산 빛에 물 빛깔도 함께 아득해

※단종원년(1453년) 생원시에서 유학 金性源과 진사 유학에 尹濯을 뽑았다

 

上金使君克儉(상김사군극검) 김극검 군수에게

老父景仰聲華久(노부경앙성화구) 어른을 받들어서 명성 오래라

傾盖巴山三樹亭(경개파산삼수정) 수레 들러 파산에 삼수정에를 ※咸安

莅事固知皆正大(리사고지개정대) 일 맞아 잘 알아서 다 크고 발라

持心本自至公明(지심본자지공명) 맘 지님 본디부터 드러내 밝혀

慰民四野麥桑詠(위민사야맥상영) 백성 달래 온 들에 일하며 노래

賣劒春郊牛犢鳴(매검춘교우독명) 칼을 팔아 봄 들판 송아지 울어 ※?

顧我賢非徐孺子(고아현비서유자) 날 보니 어짊 아냐 서유자 달리 ※?

濫登陳榻每顔騂(남등진탑매안성) 넘치게 베푼 자리 얼굴 붉어져

 

次堂弟昱詩(차당제욱시) 종제 욱의 시를 빌어 ※參知公 1453년 문과 급제

正字文章自一家(정자문장자일가) 바른 글 문장으로 한 집안에서

筆端豪氣燦明霞(필단호기찬명하) 붓 끝에 씩씩함에 밝은 놀 빛나

千尋滄海殷雷響(천심창해은뢰향) 천 길의 푸른 바다 우레 울림이

萬仞藍田暖日華(만인람전난일화) 만 길의 남전 산에 따사한 햇살

俊逸似君古猶罕(준일사군고유한) 뛰어남 그대처럼 예로 드물어

疏荒若我世無多(소황약아세무다) 엉성하기 나 같음 많지가 않아

一門子弟皆成就(일문자제개성취) 한 집안 아들 형제 모두 이루니

漸染陶甄幾所過(점염도견기소과) 차츰 적신 질그릇 얼마나 거쳐 ※陶甄

※正字: 홍문관 종구품 관직. 서적의 문자를 교정하는 벼슬

※藍田生玉: 滄海月明珠有淚 藍田日煖玉生煙(李商隱 詩)

 

太平簫(태평소) 태평소

靑春白日好時節(청춘백일호시절) 푸른 봄에 밝은 해 좋은 시절이

綠髮元戎仗鉞行(녹발원융장월행) 젊은 머리 큰 군대 무기 든 걸음

皆云天下無雙將(개운천하무쌍장)`다들 말 하늘아래 둘 없는 장수

盡道關西第一英(진도관서제일영)`말 다해 관서에서 첫째 영웅이

掌中腰間何所有(장중요간하소유) 손안에 허리춤에 무엇을 지녀

白羽彤弓與靑萍(백우동궁여청평) 흰 깃털 붉은활에 푸른 칼 찼네

黃金橫帶錦衣暖(황금횡대금의난)`노란금빛 띠 둘러 비단 옷 따뜻

帶玉頭邊瑞日明(대옥두변서일명)`옥 꿰인 머리 가에 환한 해 밝아

五花連錢光翠碧(오화연전광취벽) 다섯 꽃잎 이어서 빛깔 푸르러

玉勒金鞍照行程(옥륵금안조행정) 옥 굴레 금빛 안장 가는 길 비춰

碧幢紅旆何繽紛(벽당홍패하빈분) 푸른 깃발 붉은 기 어찌 펄럭여

畵角軍中有一聲(화각군중유일성) 그림나팔 군악대 소리가 있어

匪螺匪笙且匪笛(비라비생차비적)`나팔 생황 아닌데 피리도 아냐

是乃簫而名太平(시내소이명태평)`이는 곧 퉁소라네 이름 태평소

紆餘揄揚連復斷(紆餘揄양연부단) 울려 퍼짐 드높아 잇고 또 끊겨

中有羲軒上世情(중유희헌상세정) 그 속에 복희 헌원 오랜 옛 뜻이

不是落梅與流水(불시락매여류수) 안 옳아 매화 져서 물에 떠 흘러

似報鴈海兵塵淸(사보안해병진청) 알리는 듯 기러기 싸움 사라져

曾從伊呂除桀紂(증종이려제걸주)`따르니 이윤 여상 걸주 물리쳐

又隨南仲掃蠻荊(우수남중소만형)`남중 땅을 따라서 남쪽 땅 쓸어

韓彭幕下還高呌(한팽막하환고규)`한신 팽월 데리고 큰소리 불러

英衛鞭端又大鳴(영위편단우대명)`영위의 채찍 끝에 또 크게 울려

所過疆域皆平泰(소과강역개평태) 지나온바 나라 땅 다 태평하니

不起瑞煙橫(요분불기서연횡) 나쁜 기운 안 일어 상서로움에

是豈出於今之日(시기출어금지일)`이 어찌 나왔으리 오늘날에야

自從前世擅佳名(자종전세천가명)`앞 세상으로부터 좋은 이름 내

天運循環無不復(천운순환무불복) 하늘 뜻 돌고 돌아 안 돌림 없어

三韓千載王道亨(삼한천재왕도형) 우리나라 천년을 왕도를 펼쳐

禮備樂和舜日明(예비악화순일명) 예 갖춰 악 어울려 요순 때 밝아

彩羽翩翩來九成(채우편편래구성) 빛깔 깃털 나부껴 아홉 이룸 와

地自釀瑞醴泉出(지자양서예천출) 땅 절로 경사 빚어 단 샘물 솟고

天不愛寶甘露零(천불애보감로령) 하늘도 아낌없이 단 이슬 내려

山巓水涯生朱草(산전수애생주초) 산꼭대기 물가에 붉은 풀 자라

螭陛龍墀出瑞蓂(리폐용지출서명) 교룡 섬돌 용 계단 상서론 명협

小臣不勝舞蹈興(소신불승무도흥) 작은 신하 못나도 흥에 덩실 춤

濡筆大書獻明庭(유필대서헌명정) 붓 적셔 큰 글씨로 바쳐 밝은 뜰

 

九日登高(구일등고) 중양절에 높은데 올라

九月九日是重九(구월구일시중구) 구월에 구일 날은 중양절이라

欲酬佳節登高岡(욕수가절등고강) 좋은 철을 보내려 높은 뫼 올라

回頭擧目江山暮(회두거목강산모) 고개 돌려 눈 드니 강산에 저묾

地濶天長思渺茫(지활천장사묘망) 땅 넓고 하늘 멀어 생각만 아득

白雲飛兮鴈南賓(백운비혜안남빈) 하얀 구름 날아서 기러긴 손님

蘭有秀兮菊有芳(난유수혜국유방) 난초는 빼어나고 국화는 향기

山明水碧煙慘惔(산명수벽연참담) 산 맑아 물 푸른데 안개 애태워

天高日晶風凄凉(천고일정풍처량) 하늘 높아 날 밝은데 바람 쓸쓸해

荻花吐雪江之滸(적화토설강지호) 갈대꽃 눈인 듯이 강물 물가에

楓粧紅錦山之陽(풍장홍금산지양) 단풍 든 붉은 비단 산에 볕든데

杜牧旣上翠微峀(두목기상취미수) 두목지 이미 오른 취미산 산굴

陶潛悵望白衣郞(도잠창망백의랑) 도연명 슬퍼함은 백의랑 바램

羲軒遠矣悲何極(희헌원의비하극) 복희 헌원 멀어서 슬픔을 어찌

華勛不見心自傷(화훈불견심자상) 요순시절 못 만나 마음만 다쳐

周情孔思謾堆腹(주정공사만퇴복) 주공 뜻 공자생각 배 채우기만

月露風雲空拾囊(월로풍운공습낭) 달 이슬 바람구름 빈 주머니만

絳囊嬋娟明兩臂(강낭선연명량비) 홍랑은 곱고 예뻐 두 팔 밝히고

茱萸燦爛照羽觴(수유찬란조우상) 수유는 붉게 말랑 술잔에 비쳐

沈吟筆下乾坤濶(침음필하건곤활) 빠져 읊어 붓끝에 건곤이 트여

爛醉樽前日月長(란취준전일월장) 술통 앞에 취하니 해와 달 길어

千載風流如昨日(천재풍류여작일) 천년 실은 풍류는 어제인 듯이

至今豪氣凜秋霜(지금호기름추상) 이제껏 호걸기상 의젓한 추상

嗟哉潦倒生苦晩(차재료도생고만) 아깝다 엎어짐에 삶이 고달파

懷佳人兮不能忘(회가인혜불능망) 품어온 가인이여 잊을 수 없네

仰古俯今皆若此(앙고부금개약차) 옛 우러러 오늘 굽어 다 이와 같아

笑殺牛山泣齊王(소살우산읍제왕) 웃어 없앤 우산의 제 경공 울음

此日登高可免禍(차일등고가면화) 이날에 등고하여 재앙을 벗어

長房一語亦荒唐(장방일어역황당) 비장방 한마디는 또한 황당해

云何後代人心漓(운하후대인심리) 뒷세상 어찌 일러 인심 엷음을

馳騁詭怪紛遑遑(치빙궤괴분황황) 쫓아달려 속아서 허둥거림을

※重陽節(重九節): 음력9월9일 수유를 넣은 붉은 주머니를 들고 높은 산에

````올라가 국화주를 마셔 재액을 씻어버리는 행사

※杜牧(杜牧之): 당나라 시인 翠微山 : 산이름

※陶潛(陶淵明) 술이 떨어진 도연명에게 흰옷 입은 이를 시켜 술을 보낸 일

※제나라 景公이 牛山에 가서 자신이 죽을 것을 슬퍼해 눈물을 흘리는데

````顔纓이 혼자 웃었다는 고사

※한나라 여남의 桓景이 費長房의 말을 듣고 등고하여 재액을 면한 고사

 

次柳正言桂芬韻(차류정언계분운) 류계분 정언의 운으로 ※사간원 정육품

莫道南來返旆遲(막도남래반패지) 말마라 남쪽 와서 돌아감 더뎌 ※귀양

九重天意每勞思(구중천의매로사) 아홉 겹 궁 임금 뜻 애타는 마음

況是柳州功又最(황시류주공우최) 하물며 유주자사 공 또한 알아

宣招他日馬如飛(선초타일마여비) 임금 부를 다른 날 날듯이 말을

※柳宗元: 유주자사로 있다가 죽음

 

次山陰東軒韻(차산음동헌운) 산음 동헌의 운으로 ※경남 산청

館宇蕭條挾小邨(관우소조협소촌) 관청 집이 쓸쓸히 작은 마을 껴

行人那認是官門(행인나인시관문) 길 가는 사람 알까 이런 관문을

箇中南北奔馳客(개중남북분치객) 그 가운데 남북을 닫는 나그네

半是靑雲半白雲(반시청운반백운) 반은 옳지 청운객 반은 방랑객

※靑雲: 立身出世의 희망 白雲: 흰 구름, 떠도는 구름, 방랑객의 비유

 

次黃頭老韻(차황두로운) 황두로의 운으로

才德人皆慕大人(재덕인개모대인) 재주와 덕 사람 다 대인이라네

誰知山谷是前身(수지산곡시전신) 뉘 알아 황산곡이 전신인 줄을

春風秋月千般景(춘풍추월천반경) 봄바람 가을 달로 온갖 경치에

幾落毫端泣鬼神(기락호단읍귀신) 몇 번을 붓끝으로 귀신을 울려

※山谷 黃庭堅(1045∼1105) 송나라 시인

 

望仙亭次板上韻亭在沃川(망선정차판상운정재옥천) 망선정 판 위 운으로

정자는 옥천에 있다

濯足淸流坐草茵(탁족청류좌초인) 발 담가 맑은 물에 풀밭에 앉아

寒梅瘦竹倍精神(한매수죽배정신) 찬 매화 마른 대에 정신이 번쩍

門迎天地知心月(문영천지지심월) 문은 맞아 하늘땅 마음 알 달을

樽放湖山得意春(준방호산득의춘) 술통 내어 호수 산 뜻대로 봄에

啼鳥是非嫌近俗(제조시비혐근속) 새 울어 옳고 그름 세상 꺼려서

落花飜覆愧猶人(낙화번복괴유인) 지는 꽃 뒤쳐 엎어 사람 부끄러

```````缺``````````````````````````````````````````````` 빠짐

````````缺``````````````````````````````````````````````` 빠짐

 

金克儉 담헌시집에서 1473년 함안군수 김극검 35세 어계 54

生民大本莫如農(생민대본막여농) 백성 삶에 큰 근본은 농사만 하랴

按節羲和使授從(안절희화사수종) 철을 알려 때 따라서 시켜줘 좇아

不雨天應虛送夏(불우천응허송하) 비는 안와 하늘 보며 헛 보낸 여름

無禾人乏稟來冬(무화인핍름래동) 나락 없이 사람 가난 곳집엔 겨울

頻凶前鑑幾驚犀(빈흉전감기경서) 잦은 흉년 앞서 살펴 몇 놀란 물소

治水今年十御龍(치수금년십어룡) 물 다스림 올해에도 열을 모는 용

大野枰碁先後置(대야평기선후치) 큰 들판은 바둑판에 앞뒤로 놓여

靑靑白白善形容(청청백백선형용) 푸릇푸릇 희끗희끗 잘도 나타내

 

金克儉 담헌시집에서 1473년 함안군수 김극검 35세 어계 54

大旱月餘大雨公(대한월여대우공) 큰 가뭄 한 달 남짓 큰 비 드러내

雷聲先起扶桑東(뇌성선기부상동) 우레 소리 먼저 나 부상 동쪽서

須臾風引難名德(수유풍인난명덕) 잠깐을 바람 끌어 이름 못낸 덕

倉卒雲竹造化工(창졸운죽조화공) 갑자기 구름 세워 짓게 할 재주

異色春容田滿水(이색춘용전만수) 다른 빛깔 봄 모습 논에 물 가득

同心人望歲成功(동심인망세성공) 한마음 사람 바램 해 공을 이뤄

霈然何處無餘澤(패연하처무여택) 흠뻑 비 어디라도 때깔 없으랴

莫日冥冥彼太空(막일명명피태공) 햇살 없어 어두워 저 큰 하늘이

 

追加

次田生員穉詩(차전생원치시) 전치 생원의 시를 빌어

良辰須及極遨遊(양신수급극오유) 좋은 날 이르거든 한껏 놀아봐

兎走鳥飛歲不留(토주비세불류) 달 달려 날 날리어 해 안 머물러

況値麥秋村醴熟(황치맥추촌례숙) 하물며 보리가을 마을 술 익어

一尊相笑我何休(상소아하휴) 한 동이 서로 웃어 내 어찌 관둬

 

觀漁(관어) 고기잡이 바라보며

悠然潑潑更洋洋(유연발발갱양양) 아득해 헐떡 펄떡 다시 넘실대

三級誰居短與長(삼급수거단여장) 셋 갈피 뉘 살아서 낫고 못하고

安得細鱗幷巨口(안득세린병거구) 어찌 얻나 작은 치 큰 고기 함께

良辰吉日薦蒸嘗(양신길일천증상) 좋은 날 좋은 날짜 올려 맛보게

 

次韓斐然(차한비연) 한비연의 시를 빌어

獨賦新時訪我庭(독부신방아정) 홀로 지은 새론 시 내 집을 찾아

兩心交契尙分明(양심교계상분명) 두 마음 서로 맺어 아직껏 뚜렷

靑春三月還相見(청춘삼월환상견) 푸른 봄날 삼월 달 다시 서로 봐

何必臨岐更愴情(하필림기갱창정) 어찌 꼭 갈림길에 슬픈 맘 새록

 

七夕(칠석) 칠석날

今夕如何天氣晶(금석여하천기정) 오늘밤 어찌하여 날씨 말갛기

女牛相遇眼分明(여유상우안분명) 견우직녀 만나봐 눈에 또렷해

時人若欲知宜子(시인약욕지의자) 그때 사람 할 테면 애 가짐 알아

此日須當弄化生(차일수당롱화생) 이런 날 모름지기 살려내 놀아

雲闕嵯峨鴦枕暖(운궐차아앙침난) 구름궁궐 높이 떠 원앙침 따뜻

銀關淸淺鵲橋成(은관청천작교성) 은하수 맑아 얕아 오작교 이뤄

隔窓蛩亦傷輕別(격창공역상경별) 창 너머 귀뚜리도 쉬 헤져 애틋

永夜空階不輟聲(영야공계불철성) 오랜 밤 텅 빈 섬돌 울음 안 끊겨

 

次嶺南樓韻(차영남루운) 영남루의 운을 빌어

自慙才學管窺天(자참재학관규천) 부끄런 재주 배움 좁게 하늘 봐

作賦吾何謝守前(작부오하사수전) 시를 지어 내 어찌 군수께 갚아

奔走幾年身未定(분주기년신미정) 내달아 몇몇 해를 몸 둘 곳 몰라

登臨半日興無邊(등림반일흥무변) 올라 본 반나절에 흥겨움 마냥

籠沙古木生秋氣(롱사고목생추기) 모래톱 오랜 나무 가을 날씨 나

滿座仙葩帶瑞烟(만좌선파대서연) 자리 가득 신선 꽃 멋진 안개 뗘

多謝主人心鄭重(다사주인심정중) 임자 하도 감사해 마음 무겁기

挽衣投轄又張筵(만의투할우장연) 옷 당겨 굴레 던져 또 잔치 벌려

 

贈淡軒(증담헌) 담헌에게 주며

世上經模客坐堂(세상경모객좌당) 세상을 다스리긴 손님 앉은 집

風傳眞士說梅槀(풍전진사설매고) 떠돌아 안 참 선비 매화 말랐대

交分地近傘仁善(교분지근산인선) 사귀니 땅 가까워 어짊 착함 써

言論波流古漢唐(언론파류고한당) 말 따져 물결 흘러 옛 나라 한 당

氣味亦同情不淺(기미역동정불천) 낌새 맛 또한 같아 정 얕지 않아

輩行雖異齒相當(배행수이치상당) 무리 짐 비록 달라 나이 맞먹어

一來一往多逢別(일래일왕다봉별) 한번 와 한번 가니 꽤 만나 헤져

雲水蒼蒼洛水陽(운수창창락수양) 구름 물 푸릇푸릇 낙수 물가서

 

贈淡軒 安東時遊鷹峯(증담헌 안동시유응봉) 안동 응봉서 놀 때 담헌에게 주며

鷹峯揷在木城南(응봉삽재목성남) 매봉우리 꽂혀서 나무 성 남쪽

其下東山一路三(기하동산일로삼) 그 아래 동쪽 산에 한 길 세 갈래

每歲役車晨月朗(매세역거신월랑) 해마다 힘든 수레 새벽달 밝혀

有時草輩酒歌酣(유시초배주가감) 때로는 풀밭 무리 술 노래 즐겨

烏山若㡌貴人象(오산약모귀인상) 검은 산 씌운 듯이 높은 이 모습

洛浦如唇行客談(낙포여행객담) 강어귀 마치 입술 나그네 얘기

携妓風流前代去(휴기풍류전대거) 기녀 끌어 놀아나 옛 시절 가고

登臨近日小免男(등림근일소면남) 올라보니 요즘엔 애 벗은 사내

 

南漢寺 贈淡軒(남한사 증담헌) 남한사 담헌에게 주며

寂寞禪窓來做工(적막선창래주공) 고요한 선방 창에 와서 공부해

溪山一曲六塵空(계산일곡육진공) 시내 산에 한 굽이 티끌들 없애

智仙亭下探遊近(지선정하탐유근) 지선정 정자 아래 찾아 노는 곁

淸順湖邊禾景同(청순호변화경동) 청순호 호숫가에 나락 볕 한결

忽地甘霜三日喜(홀지감상삼일희) 문득 땅에 단 서리 사흘을 기뻐

諸天花雨一般通(제천화우일반통) 여러 하늘 꽃비는 하나로 뚫어

一言原孝方知貴(일언원효방지귀) 한 마디 본디 효도 막 귀히 알아

吾輩功名亦比中(오배공명역비중) 우리들 이룬 이름 또한 가운데

 

水甁 贈淡軒(수병 증담헌) 물병 담헌에게 주며

倩童引水待書生(천동인수대서생) 예쁜 아이 물 길어 서생 기다려

筆硯相當難弟兄(필연상당난제형) 붓 벼루 서로 맡아 형제 못 가려

冶女纏頭爭勝美(야녀전두쟁승미) 꾸민 아낙 돈 챙겨 빼난 멋 다퉈

金人緘口與同情(금인함구여동정) 쇠사람 입 다물어 뜻 같아 함께

胡爲鸚鵡能言巧(호위앵무능언교) 어찌하여 앵무새 말솜씨 예뻐

不似琉璃取媚成(불사유리취미성) 같지 않은 유리로 아양 떪 가져

歲暮文旁從四友(세모문방종사우) 세밑에 글방 두루 네 벗을 좇아

明心在在水中淸(명심재재수중청) 밝은 마음 있는 곳 물속에 맑아

 

贈淡軒(증담헌) 담헌에게 주며

坐臥山旁虛送年(좌와산방허송년) 앉아 누워 산자락 해를 헛 보내

慢心無乃自欺天(만심무내자기천) 거드름 없다하며 내 하늘 속여

龜從墨食稽疑後(귀종묵식계의후) 점괘 따른 글밥이 따져 못 믿어

鏡掃塵埃洞觀前(경소진애통관전) 거울에 먼지 닦아 앞일 꿰뚫어

疾苦微軀成固滯(질고미구성고체) 앓아 아파 여린 몸 이뤄 꽉 막혀

醫何良藥濟方圓(의하양약제방원) 의원 어째 좋은 약 고칠 꾀 뭉실

吾家童子太無識(오가동자태무식) 우리 집에 아이들 너무 앎 없어

渠父詩書學不傳(거부시서학부전) 이런 애비 시와 글 배워 못 알려

 

贈淡軒(증담헌) 담헌에게 주며

醉吐前筵一酌加(취토전연일작가) 취하니 앞서 자리 한 잔술 더해

欣然棹臂步平沙(흔연도비보평사) 기뻐서 팔을 저어 모래펄 걸어

形容槁槁風孤竹(형용고고풍고죽) 모습 꼴 비쩍 말라 외론 바람 대

福祿綿綿詠小苽(복록면면영소고) 복록은 잇대 이어 줄풀 노래해

天地從容濱泗魯(천지종용빈사로) 하늘땅 가만 좇아 노나라 물가

江山寂寞近巒巴(강산적막근만파) 강산은 고요하여 파땅 뫼 곁에

先生門戶遺經得(선생문호유경득) 선생이 드나듦에 경 남김 얻어

變化奇才服不誇(변화기재복불과) 바꿔논 빼난 재주 입고 안 떨쳐

 

火爐 贈淡軒(화로 증담헌) 화로 담헌에게 주며

守火吾家爾獨賢(수화오가이독현) 우리 집 불을 지켜 너 홀로 어짊

晝居座右夜遷邊(주거좌우야천변) 낮엔 두니 자리 곁 밤엔 가 옮겨

助人丙味嘗乾沒(조인병미상건몰) 도우는 이 밝은 맛 일찍 다 앗아

待客丹心彌益堅(대객단심미익견) 손님 맞아 붉은 맘 두루 더 굳게

呑炭瓦容蒸土熟(탄탄와용증토숙) 숯을 삼킨 질그릇 흙을 쪄 익혀

含烟銅象改灰眠(함연동상개회면) 연기 먹은 구리 몸 다시 재 재워

炎皇子孫長治國(염황자손장치국) 불 임금 아들손자 나라 다스려

裂戶封君燧德綠(열호봉군수덕록) 집 나눠 그대 돋워 불씨 덕 새겨

 

附錄

柳平簡公輕與先生詩(류평간공경여선생시) 평간공 류경이 선생께 준 시

橋門挾冊幾春秋(교문협책기춘추) 다리 문에 책 끼고 봄가을 몇 번

三藐眞如爛柯遊(삼막진여란가유) 세 아득함 참인 듯 실컷 놀았지

邂逅兩今渾白髮(해후량금혼백발) 뜻밖 만남 이제는 모두 흰머리

自徒身外更何求(자도신외갱하구) 절로 홀로 몸밖에 다시 뭘 찾나

 

金梅月堂送人之艅航詩(김매월당송인지여항시) 매월당 김시습이 여항산

으로 가는 사람(어계 조려)을 보내며 ※艅航山: 함안의 主山(744고지)

栢生兩石間(백생양석간) 잣나무 자라 두 바위 사이

歲久愈葱籠(세구유총롱) 세월 오래되 더욱 푸르러

嚴勁守其節(엄경수기절) 엄하게 굳게 그 절개 지켜

凜洌凌霜風(름렬능상풍) 의젓이 맑아 풍상을 이겨

笑看桃李花(소간도리화) 웃으며 보네 복사 오얏 꽃

荏苒飛殘叢(임염비잔총) 차츰 바뀌어 꽃떨기 날려

丈夫欠其志(장부흠기지) 사내대장부 그 뜻 모자라

不爲時物遷(불위시물천) 하지 못하고 때는 옮겨가

荷道佩其德(하도패기덕) 도를 짊어져 그 덕을 차니

樂彼羲皇天(낙피희황천) 즐거움 저래 복희씨 천하

豈肯碌碌然(기긍록록연) 어찌 옳다고 울퉁불퉁해

區區名利焉(구구명리언) 낱낱이 나뉜 이끗 이름에

美玉在荊巓(미옥재형전) 아름다운 옥 가시 산 묻혀

明月沈重淵(명월침중연) 밝은 달 잠겨 깊은 연못에

不遇良玉琢(불우양옥탁) 만나지 못해 좋은 옥 쪼움

誰知無價珍(수지무가진) 누가 알리오 더없는 보배

願君勿自衍(원군물자연) 그대에 바래 넘치지 마오

抱璞全吾眞(포박전오진) 본바탕 품어 우리 참 지켜

鳳兮逝不返(봉혜서불반) 봉황은 떠나 아니 돌아와

傷足歌迷陽(상족가미양) 넉넉함 다쳐 미양 노래를

夫子厄於陳(부자액어진) 공자 액 만나 진나라에서

孟軻遊齊梁(맹가유제량) 맹자 헛 다녀 제 양 두 나라

擧世競刀錐(거세경도추) 온 세상 다퉈 칼에 화살에

觸機百關張(촉기백관장) 위기 부딪혀 온 빗장 열려

背憎更面悅(배증갱면열) 등지면 밉고 보면 기쁘지

涕泗垂汪浪(체사수왕랑) 눈물 콧물 나 흘러 뿌리네

大道日以遠(대도일이원) 큰 도는 날로 멀어지는데

淳風何時揚(순풍하시양) 순박한 풍속 언제 날리나

吁嗟儵與忽(우차숙여홀) 아아 빠르게 문득 지나가

運巧徒猖狂(운교도창광) 운 좋음 맹탕 미쳐 날뛰리

※金時習(1435∼1493) 생육신의 한 사람 자는 悅卿 호는 梅月堂

 

謁漁溪先生祠宇(알어계선생사우) 어계선생 사당에 아뢰며 ※8代孫 根

誠臣自古稀(성신자고희) 참된 신하는 예부터 드문

吾祖節何巍(오조절하외) 우리 할아비 절개 높아라

太學辭籩豆(태학사변두) 성균관 공부 제 받듦 놓고

夷山採蕨薇(이산채궐미) 백이산 캐니 고사리 고비

誰知愛君志(수지애군지) 누가 알 텐가 임금 아낀 뜻

都在登高詩(도재등고시) 모두 실리니 구일 등고 시

遺廟漁溪上(유묘어계상) 남은 사당에 어계 시내 위

魂歸定不違(혼귀정불위) 넋이 돌아옴 틀림없구나

 

附錄 添加

漁溪集 讀後 어계집을 읽고 ※16代孫 鏞旭(1922∼2010)

海東自古伯夷山(해동자고백이산) 바다 동쪽 예부터 백이산이라

長逝南江勝地間(장서남강승지간) 길게 달린 남강에 빼어난 땅에

造物理深生我祖(조물리심생아조) 조물주 이치 깊어 우리 할배를

輝名萬古使人山(휘명만고사인산) 이름 빛내 만고에 사람이 산이

 

漁溪集 讀後 改作 어계집을 읽고 다시 짓다

海東自古伯夷山(해동자고백이산) 바다 동쪽 예부터 백이산이라

存在不過凡俗山(존재불과범속산) 있어도 아니 지나 그저 그런 산

造物理深生我祖(조물리심생아조) 조물주 이치 깊어 우리 할배를

輝名百世使人山(휘명백세사인산) 이름 빛내 백대를 사람에 산에

 

漁溪集 讀後 又改 어계집을 읽고 또 다시 짓다

嶺南自古伯夷山(영남자고백이산) 준령 남쪽 예부터 백이산이라

只在不過凡俗山(지재불과범속산) 다만 있어 안지나 그저 그런 산

時得嶽靈生我祖(시득악령생아조) 때 되어 큰 산 신령 우리 할배를

輝名百世共人山(휘명백세공인산) 이름 빛내 백대를 사람 함께 산

 

上金使君 克儉詩에 次韻 김극검 군수에게 올린 시를 빌어

使君招宴草蘆翁(사군초연초로옹) 군수님 부른 잔치 시골 늙은이

歡待珍羞叟悚躬(환대진수수송궁) 기뻐 맞아 잘 차림 몸 둘 바 몰라

莫道身分高底別(막도신분고저별) 말마라 몸을 가려 높고 낮다며

伊翁他日萬人崇(이옹타일만인숭) 저 늙은이 다음날 모두 우러러

 

漁溪詩集 飜譯後 어계시집을 펴며 ※17代孫 英哲(1957∼ )

何能語祖無傳(숙하능어조무전) 뉘 어찌 말을 하랴 선조 없다고

偉業遺詩隱不(위업유시은불선) 하신 일 남긴 말씀 덮어 못 펴니

輯保全將廣告(편집보전장광고) 모아 엮어 지켜서 널리 알려야

臣忠烈我先賢(육신충렬아선현) 생육신 정성 곧음 우리 선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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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漢詩

 

을지문덕

570 乙支文德(?∼?) 高句麗 嬰陽王23년(612년) 살수대첩

遣隋將于仲文 수나라 장수 우중문에게 보냄

神策究天文 귀신같은 계책은 천문을 꿰고

妙算窮地理 기묘한 헤아림은 지리를 다해

戰勝功旣高 전쟁에 이긴 공이 이미 높은데

知足願言止 족한 줄 알았으니 말은 말아야

 

설요 신라 신문왕 때 여인으로 설승구충의 딸 곽원진의 첩

650 薛瑤(?∼?)

返俗謠(반속요) 세속에 돌아와 ※全唐詩에 수록(신라인의 시도 수록됨)

化雲心兮思貞淑(화운심혜사정숙) 구름 된 마음이여 생각은 맑아

洞寂滅兮不見人(동적멸혜불견인) 골짝은 고요해라 사람은 안 봬

瑤草芳兮思芬蒕(요초방혜사분온) 고운 풀 꽃다워라 생각 향기로

將奈何兮是靑春(장내하혜시청춘) 앞으로 어이 하리 푸른 봄날

 

혜초

704 慧超(704∼787) 新羅 僧侶 往五天竺國傳

月夜瞻鄕路 달밤에 고향 길을 보며

月夜瞻鄕路 달밤에 쳐다보네 고향 가는 길 볼첨

浮雲颯颯歸 뜬 구름도 바람에 돌아 가구나 바람소리삽

緘書參去便 편지 봉해 띄우네 구름 편으로 봉할함

風急不聽廻 바람 빨라 못 듣네 돌기만 하나 돌회

我國天岸北 우리나라 하늘 끝 북녘이고요 언덕안

他邦地角西 다른 나라 땅 한쪽 서녘이라네 나라방

日南無有雁 남녘햇살 기러기 있지도 않아

誰爲向林飛 누가해 계림으로 날아갈 건가

 

왕거인

850 王居仁(?∼?) 新羅 眞聖女王 2년(888년)

憤怨詩 울분과 원망의 시

燕丹泣血虹穿日 연단의 피 눈물에 무지개 해를 뚫고

鄒衍含悲夏落霜 추연이 슬픔 품어 여름에 서리 내려

今我失途還似舊 이젠 내 길을 잃어 예 같이 되었는데

皇天何事不垂祥 하느님 어찌하여 내림 아니 보이나

 

고운 최치원

857 孤雲 崔致遠(857∼?) 慶州 新羅 眞聖女王 桂苑筆耕

秋夜雨中 가을밤 비 내리는 가운데

秋風唯苦吟 가을바람 오로지 괴로운 읊음 읊을음

擧世少知音 온 세상에 몇 일까 알아주는 이

窓外三更雨 창밖엔 밤 깊도록 비가 오는데

燈前萬里心 등불 밝힌 내 마음 만 리를 달려 등잔등

 

題芋江驛亭 제 우강역정 토란우 역참역

沙汀立馬待回舟 모래물가 말 세워 배돌기 기다림에 물가정

一帶煙波萬古愁 한 줄기 안개 물결 만고의 시름이라

直得山平兼水渴 굳이 산이 반반해 아울러 물도 말라

人間離別始應休 사람살이 헤어짐 비로소 그침 되리

 

題伽倻山讀書堂 제 가야산독서당

狂奔疊石吼重巒 내달아 겹겹 돌을 온산에 울려 달릴분 울후 뫼만

人語難分咫尺間 말소린 아니 들려 가깝다 해도 길이지

常恐是非聲到耳 늘 걱정 옳고 그름 귀에 닿을까 두려울공

故敎流水盡籠山 그렇지 물을 흘려 산을 에웠지 대그릇농

 

夜贈樂官 밤에 악관에게 주다 보낼증

人生盛還衰 사람살이 한창도 돌아 여위고

浮生實可悲 떠도는 삶 속내는 슬프다하리

誰知天上曲 누구라 알아주랴 하늘 위 노래

來向海邊吹 오리라 바닷가를 바람 불어도

水殿看花處 물에 어린 전각은 꽃을 보는 곳

風欞對月時 바람 부는 난간엔 달을 맞는 때 난간령

攀髯今已矣 수염을 움켜잡아 이제야 그쳐 구레나룻염

與爾淚雙垂 너와 함께 눈물져 두 줄기 흐름

 

최승로

927 崔承老(927∼989)文貞 慶州 時務28條

偶吟 우음

有田誰布穀 밭에 있어 누군가 뻐꾸기로다 곡식곡 포곡:뻐꾸기

無酒可提壺 술이 없어 옳거니`직박구리가`끌제 병호`제호:직박구리

山鳥何心緖 산새는 어쩌자고`마음을 내나`실마리서

逢春謾自呼 봄을 맞아 속여서 저들만 불러`속일만

 

장연우

960 張延祐(?∼1015) 興德 高麗 광종 현종 호부상서

寒松亭曲 한송정 곡

月白寒松夜 달빛은 밝았구나 한송정의 밤

波安鏡浦秋 물결은 자는구나 경포대 가을

哀鳴來又去 슬피 울며 와서는 또다시 떠나

有信一沙鷗 알릴 것이 있느냐 외론 갈매기

 

성재 최충 해동공자

984 浩然 惺齋 崔冲(984∼1068)文憲 海州 文憲公徒

絶句 절구

滿庭月色無煙燭 뜰을 채운 달빛은 연기 없는 초 촛불촉

人座山光不速賓 사람 앉은 산 빛은 재촉 않는 손

更有松絃彈譜外 다시 듣는 솔바람 악보 밖 풍류 악기줄현 계보보

只堪珍重未傳人 못내 할 보배로움 아니 알려야 견딜감

 

최사제 최충의 손자

1030 崔思齊(?∼1091)良平 海州 고려문종

使宋船上 송나라로 보내는 배에서

天地何疆界 하늘과 땅에 경계 어디 있는가

山河自異同 산과 물은 저마다 같고 다르지

君毋謂宋遠 그대 말라 말로만 송나라 멀다 말무

回首一帆風 고개 돌려 바라니 한 돛배바람 돛범

 

박인량

1030 代天 朴寅亮(?∼1096)文烈 平山 古今錄 10권

舟中夜吟 배에서 밤에 읊음

故國三韓遠 고향나라 삼한 땅 멀기도 해서

秋風客意多 가을바람 나그네 시름도 많아

孤舟一夜夢 외로움 배에 싣고 하룻밤 꿈길

月落洞庭波 달이 지는 동정호 물결 따라서

 

대각국사 의천 고려 11대 문종의 아들(왕자)

1055 祐世 義天 王煦(1055∼1101)大覺國師 大覺國師文集

厭髑舍人廟 이차돈의 사당 ※字:염촉 異次頓(506∼527) 사인은 벼슬

千里歸來問舍人 천리를 돌아왔네 사인을 찾아

靑山獨立幾經春 청산에 홀로서서 봄 지냄 얼마

若逢末世難行法 막 세상 만남 되어 법을 못 펴면

我亦如君不惜身 나 또한 그대처럼 몸을 안 아껴 아낄석

 

뇌천 김부식

1075 立之 雷川 金富軾(1075∼1151)文烈 慶州 三國史記

甘露寺次韻 감로사 차운

俗客不到處 속세사람 발길이 닿지 않는 곳

登臨意思淸 올라가서 이르니 생각도 맑아

山形秋更好 산 모습 가을 되어 좋기만 하고

江色夜猶明 강물 빛 밤이 되어 오히려 밝다

白鳥高飛盡 하얀 물새 높이도 날아 가버려

孤帆獨去輕 외론 돛배 혼자서 가볍게 떠나 돛범

自慚蝸角上 스스로 부끄러운 다툼하느라 부끄러울참 달팽이와

半世覓功名 반 토막 세상 살며 벼슬길 찾아 찾을멱

 

東宮春帖 동궁 춘첩

曙色明樓角 새벽빛은 처마 끝에 밝고 새벽서

春風着柳梢 봄바람은 버들 끝에 붙어 나무끝초

鷄人初報曉 순라군이 첫 새벽을 알려

己向寢門朝 나는 이제 자러가는 아침

 

남호 정지상

1090 南湖 鄭知常(?∼1135) 西京 左司諫 鄭司諫集

大洞江 대동강

雨歇長堤草色多 비는 그쳐 긴 둑에 풀빛이 짙어 쉴헐

送君南浦動悲歌 그대 보낸 남포에 슬픈 노래가

大同江水何時盡 대동강 강물이야 언제 마르랴

別淚年年添綠波 이별눈물 해마다 물결에 보태

 

送人 사람을 보냄

庭前一葉落 뜰 앞에 잎새 하나 떨어질 때면

床下百蟲悲 자리 밑 온갖 벌레 슬프다하나

悤悤不可止 총총걸음 바빠서 머물지 못해 바쁠총

悠悠何所之 유유히 머나먼 길 어디로 가나

片心山盡處 한 조각 마음만이 산 너머 다해

孤夢月明時 외로운 꿈으로만 달이 밝을 때

南浦春波綠 남포에 봄 물결이 푸르러지니

君休負後期 그대는 잊지 마오 뒷날 만남을 질부

 

開聖寺 개성사

百步九折登巑岏 백 걸음 아홉 구불 높이 올라 가팔라 높이솟을찬

寺在半空唯數間 절 있는 곳 하늘 반 오직 겨우 몇몇 칸

靈泉澄淸寒水落 신령 샘 말간 맑음 차가운 물 떨어져 맑을징

古壁暗淡蒼苔斑 옛날 벽 어둔 묽음 푸른 이끼 얼룩져 얼룩반

石頭松老一片月 돌 비쭉 솔은 늙어 한 조각 달이 걸려

天末雲低千點山 하늘 끝 구름 낮아 일천 점 산이 펼쳐

紅塵萬事不可到 홍진에 모든 일은 닿을 수가 없어서

幽人獨得長年閒 숨은 이 홀로 얻네 오랜 해를 한가히

 

西都 서도 ※평양

紫陌春風細雨過 도성 길 봄바람에 가랑비 왔다 가니 두렁맥

輕塵不動柳絲斜 작은 먼지 안 일어 버들가지 흔들려 비낄사

綠窓朱戶笙歌咽 푸른 창 붉은 문에 생황노래 목매고 생황생

盡時梨園弟子家 때 다한 배꽃동산 제자의 집이라네

 

권적

1094 得正 權適(1094∼1147) 安東 檢校太子太保

江陵送安上人之楓岳 강릉에서 안상인이 금강산 가는 것을 보냄

江陵日暖花先發 강릉 날이 따뜻해 꽃 먼저 피고

楓岳天寒雪未消 풍악 날씨 추워서 눈 아니 녹아

翻笑上人山水癖 웃음 띤 안상인님 산수 즐김에 날번 버릇벽

未態隨處作逍遙 아직 이른 닿는 곳 거닐어 놀길 거닐소 멀요

 

최유청

1095 直哉 崔惟淸(1095∼1174)文淑 昌原 南都集

杏花 살구꽃

平生最是戀風光 한평생 가장 옳음 풍광을 기려 사모할연

今日花前興欲狂 오늘은 꽃 앞에서 흥에 미치리

願借漆園胡蝶夢 바램 빌려 장자의 나비 된 꿈을 옻칠

繞枝攀蕊恣飛揚 두른 가지 꽃 잡아 날아올라서 두를요 꽃술예

 

신숙

1100 申淑(?∼1160) 高靈 參知政事 宦官

棄官歸鄕 벼슬을 버리고 고향에 돌아가며 버릴기

耕田消白日 밭 가느라 한낮을 보내

採藥過靑春 약초 캐며 젊음도 지나 캘채 약약

有山有水處 산이 있고 물이 있는 곳

無榮無辱身 영화없고 치욕없는 몸 욕되게할욕

 

임규 인종왕비의 남동생

1100 任奎(?∼?) 平章事

江村夜興 강촌에서 밤을 즐겨

月黑鳥飛渚 달빛 어둑 새들은 날아 물가로 물가저

煙沈江自波 안개 자욱 강물은 절로 물결이 가라앉을침

漁舟何處宿 고깃배 어디선가 머물렀기에 고기잡을어 묵을숙

漠漠一聲歌 가물가물 한마디 뱃노래 소리 사막막

 

허홍재

1110 許洪材(?∼1170) 고려 의종 知門下省事

玆護寺樓 자호사루 다락루

早起獨登樓 혼자 일찍 일어나 누에 오르니

悠然八月秋 아득하게 머나먼 팔월 달 가을

白煙橫野外 흰 안개 들에 걸쳐 가로지르고

紅日上峰頭 붉은 해 봉우리 끝 솟아올랐다

客路風霜冷 나그네길 바람서리 썰렁하지만

僧軒花木幽 절간에 꽃나무는 그윽하기만

一罇開笑語 한 두루미 술 마셔 웃음 띤 말을 술두루미준

消遣利名愁 떨쳐버린 이끗의 이름과 시름

 

형양 정습명

1110 滎陽 鄭襲明(?∼1151) 迎日 고려 의종 知奏事

石竹花 패랭이꽃

世愛牧丹紅 세상에 아끼느니 모란꽃 붉음

栽培滿院中 가꾸어 가득 채워 집안 가운데 북돋울배

誰知荒草野 누가 알랴 거칠어 들판에 풀이 거칠황

亦有好花叢 또한 있어 좋음이 꽃이 모여서 모일총

色透村塘月 빛깔 스민 달빛이 마을 연못에 통할투 못당

香傳壠樹風 향내실린 바람이 언덕 나무에 언덕롱

地僻公子少 땅은 멀리 후미져 도련님 없어 후미질벽

嬌態屬田翁 아리따움 가졌네 시골 늙은이 아리따울교 엮을속

 

쌍명재 이인로

1152 眉叟 雙明齋 李仁老(1152∼1220) 慶源 銀臺集

山居 산에 살며

春去花猶在 봄은 갔어도 꽃은 여태 남았고

天晴谷自陰 하늘 개여도 골짝 아직 어둡다

杜鵑啼白晝 두견새 우는 해밝은 한낮이라

始覺卜居深 이제 알았네 머문 자리 깊음을

 

書天壽僧院壁 천수승원의 벽에 쓰다 ※개성에 있는 절

待客客未到 손 기다려 손님은 오지를 않고

尋僧僧亦無 스님 찾아 스님도 또한 없구나 찾을심

唯餘林外鳥 남았느니 수풀 밖 새만 오로지 오직유

款曲勸提壺 정답게 노래하며 술 가져 오래 정성관 끌제 병호

 

백운 이규보

1168 春卿 白雲 李奎報(1168∼1241)文順 驪州 東國李相國集

井中月 우물속의 달 ※色中覺空 색 가운데서 공을 깨친다

山僧貪月色 산사스님 탐하니 달빛이나마 / 月色이라고

竝汲一甁中 함께 길어 한 병에 담아두었네 / 가졌네 길을급 병병

到寺方應覺 절에 와서 그제야 깨달았구나

甁傾月亦空 병을 눕혀 따르니 달 또한 없네 / 달도 또한 空

 

新穀行 새 곡식의 행

一粒一粒安可輕 한 알 한 알 어찌해 가볍다하랴 알립 벼도

係人生死與富貧 사람에 매인 것이 생사와 빈부 걸릴계

我敬農夫如敬佛 내 받들기 농부를 부처님 같이

佛猶難活已飢人 되레 부처 어려워 주린 이 살림

可喜白首翁`````````기쁘다 머리 하얀 늙은이라도

又見今年稻穀新 또 보았네 올해도 햅쌀 새로움

雖死無所歉```````` 비록이제 죽어도 흉년 아님에 흉년들겸

東作餘膏及此身 농사지어 남은 쌀 내게도 미쳐 살찔고

 

晩望 늦은 바램

李杜啁啾後 이백 두보 시 읊고 노래한 뒤에 비웃을조 소리추

乾坤寂寬中 하늘땅이 고요해 너그러워서 너그러울관

江山自閑暇 강산은 저 혼자서 한가로우며

片月掛長空 조각달은 먼 하늘 걸려만 있어 걸괘

 

四快 네 가지 기쁨

大旱逢甘雨 큰 가뭄에 단비를 만났단 듯이

他鄕見故人 타향 땅에 고향 벗 봤을 때처럼

洞房華燭夜 신방에 촛불 밝힌 첫날밤이면

金榜掛長名 금방에 내 이름이 붙었다 치자

 

過洛東江上流 낙동강 상류를 지나며

百轉靑山裏 백번을 구비치는 청산 속에서 속리

閑行過洛東 한가하게 걸어서 낙동강 지나

草深猶有露 푸른 풀 우거져도 이슬이 있고

松靜自無風 소나무 고요하니 바람이 없어

秋水鴨頭綠 가을 물 푸르기는 오리머리고

曉霞猩血紅 새벽노을 붉힘은 성성이 핏빛 성성이성

誰知倦遊客 누가 알까 게을리 노는 나그네 게으를권

四海一詩翁 사방천지 한사람 시 짓는 노인

 

江上月夜望舟客 강에서 달밤에 배를 바라보며

官人閒念笛橫吹 벼슬살며 틈내어 피리를 부네 피리적 불취

蒲席凌風去似飛 부들자리 바람에 날듯이 떠나 부들포 능가할능

天上月輪天下共 하늘 위 둥근달은 온 누리 함께 바퀴륜

自疑私載一船歸 어럽쇼 챙겨 실어 배와 같이 가 실을재

 

매호 진화

1170 梅湖 陳澕(?∼?) 驪陽

奉使入金 사신으로 금나라에 가서

西華已蕭索 서쪽에 중국 이미 쓸쓸해져서 맑은대쑥소 동아줄삭

北寨尙昏蒙 북쪽의 성채 아직 어둡기만 해 울짱채 입을몽

坐待文明旦 앉아서 기다리는 글 밝힐 아침

天東日欲紅 하늘 동쪽 해가 떠 발가스레 해

 

春興 봄의 흥

小梅零落柳僛垂 매화꽃잎 떨어져 버들 늘여 춤 취해춤추는모양기

閒踏淸風步步遲 맑은 바람 한가해 걸음은 더뎌 밟을답 늦을지

漁店閉門人語少 생선가게 문 닫아 말소리 없이

一江春雨碧絲絲 쭉 뻗은 강 봄비에 푸르른 실이 푸를벽

 

김인경

1200 金仁鏡(?∼1235)貞肅 慶州 고려고종 中書侍郞平章

書黼座後障上 용상 뒤 장지 위의 글 수보 가로막을장

園花紅鏡繡 뜰에 핀 꽃은 반짝이는 빨간 수 거울경 수수

宮柳碧絲綸 궁궐버들은 늘어뜨린 파란 줄 푸를벽 낚시줄륜

喉舌千般巧 목소리 바꿔 아무리 꾸며대도 목구멍후 돌반 예쁠교

春鶯却勝人 봄철 꾀꼬리 사람보다 낫구나 꾀꼬리앵 물리칠각

 

곽예

1232 先甲 郭預(1232∼1286) 淸州 監察大夫

東郊馬上演雅體 동교에 말을 타고 봄을 즐김

信馬尋春事 말 믿고 찾아나서 봄날의 일을

牛兒方力耕 송아지 바야흐로 힘써 밭 갈고

鳥鳴天氣暖 새들이 지저귀어 따뜻한 날씨

魚泳浪紋平 물고기 헤엄치니 퍼지는 물결

野蝶成團戱 들에 나비 떼 지어 놀기만 하고

沙鷗作隊行 모래밭 갈매기는 줄서서 난다

自嫌隨燕雀 난 싫어 따르기가 제비 공작은 싫어할혐

不似鷺鷀淸 해오라기 맑음과 같지 않아서 해오라기로 가마우지자

 

조인규

1237 去塵 趙仁規(1237∼1308)貞肅 平壤

示諸子 모든 아들에게

事君當盡忠 임금 섬겨 마땅히 충성 다하고

遇物當至誠 일에 있어 마땅히 정성 미쳐야 만날우

願言勸宿夜 하고픈 말 하면야 밤을 새우지 권할권

無忝爾所生 더럽힘이 없기를 너희 살면서 더럽힐첨 너이

 

회헌 안향 한국 성리학의 시조

1243 士蘊 晦軒 安珦/安裕(1243∼1306)文成 順興

有感 느낌 있어

香燈處處皆祈佛 향불등불 곳곳은 부처께 빌고 빌기

絲管家家競祀神 음악소리 집집엔 신령님 모셔 겨룰경

唯有數間夫子廟 오직 있는 몇칸 집 공자님 사당 사당묘

滿庭秋草寂無人 뜰 가득 가을 풀로 고요하기만 고요할적

 

몽암 이혼

1252 去華 夢庵 李混(1252∼1312)文莊 僉議政丞

浮碧樓 부벽루 ※평양에 있는 누각 東文選

永明寺中人不見 영명사 가운데에 사람이 안 봬

永明寺前江自流 영명사 앞에 강물 저절로 흘러

山空孤塔立庭際 산 비어 외로운 탑 서있는 뜨락

人斷小舟橫渡頭 사람 끊긴 작은 배 매놓은 나루 건널도

長天去鳥欲何向 긴 하늘 떠나는 새 어디 가려나

大野東風吹不休 큰 들에 동녘바람 그치지 않아

往事微茫問無處 지난 일 아득해도 물을 곳 없어 아득할망

淡烟斜日使人愁 묽은 안개 기운 해 시름하게 해 비낄사

 

백화헌 이조년

1269 元老 白花軒 李兆年(1269∼1343)文烈 星州

百花軒 백화헌

爲報栽花更莫加 알리려 꽃을 가꿔 다시 못 보태 심을재

數盈於百不須過 몇을 채워 백인가 넘지는 못해 찰영 모름지기수

雪梅霜菊情標外 눈 매화 서리국화 뜻 보임 밖에 우듬지표

浪紫浮紅也謾多 보라물결 뜬 붉음 속임도 많다 물결랑 속일만

 

최사립

1270 崔斯立(?∼?) 溟州 충렬왕 禮部典書

待人 사람을 기다려

天壽門前柳絮飛 천수문 문 앞에는 버들 솜 날아 ※버들개지 솜서

一壺來待故人歸 술 한 병 오면 맞지 아는 이 오길 병호

眼穿落日長程晩 눈에 든 해는 지네 먼 길에 늦나 눈안 뚫을천

多少行人近却非 얼마나 지나는 이 봐도 아닐까 물리칠각

 

근재 안축

1282 當之 謹齋 安軸(1282∼1348)文貞 順興 關東瓦注

鏡浦泛舟 경포에 배 띄워

雨晴秋氣滿江城 비 개여 가을 날씨 강릉에 가득

來泛扁舟放野情 조각배 띄워 옴은 들에 놓인 뜻

地入壺中塵不到 땅 들여 병에 든 듯 티끌 안 닿아 병호

天遊鏡裏畵難成 하늘 흐른 거울 안 그릴 수 없어

烟波白鷗時時過 안개물결 갈매기 때때로 지나

沙路靑驢緩緩行 모랫길 푸른 나귀 느릿느릿 가 나귀려 느릴완

爲報長年休疾棹 나이 많아 알아서 빠른 노 그쳐 노도

待看孤月夜深明 보려는 외로운 달 밤 깊어 밝아

 

익재 이제현

1287 仲思 益齋 李齊賢(1287∼1367)文忠 慶州 櫟翁稗說

山中雪夜 산중에 눈 오는 밤

紙被生寒佛燈暗 차렵이불 추운데 등불 어둡고 이불피

沙彌一夜不鳴鍾 사미는 밤새도록 종을 안 울려 沙彌僧

應嗔宿客開門早 묵은 손 일찍 문 엶 성냄을 맞아 성낼진 묵을숙

要看庵前雪壓松 암자 앞 눈 눌린 솔 보려 함이라 암자암 누를압

 

鄭瓜亭 瓜亭 鄭敍 고려가요 漢譯詩 益齋亂藁 小樂府

憶君無日不霑衣 임 그려 날이면 날 눈물에 젖어

政似春山蜀子規 정사란 봄 산 같아 접동새 우네

爲是爲非人莫問 옳으니 그르니는 묻지를 마오

只應殘月曉星知 조각달 새벽별이 알고 있으니

 

居士戀 고려가요 漢譯詩 益齋亂藁 小樂府

鵲兒籬際噪花枝 까치새끼 울타리 꽃가지 울고 사이제 떠들썩할조

喜子床頭引網絲 갈거미도 상머리 거미줄 놓네

余美歸來應未遠 우리 님 돌아올라 멀지 않았나

精神早已報人知 정신이란 몸 먼저 사람 알게 해

 

행촌 이암

1297 古雲 杏村 李嵒(1297∼1364)文貞 固城 檀君世記

寄息影庵禪老 식영암 노승에게

浮世虛名是政丞 뜬세상 텅 빈 이름 정승이란 것 도울승

小窓閒味卽山僧 작은 창 느긋한 맛 산 암자 스님

個中亦有風流處 낱낱 속 또한 있어 풍류 머물러

一朶梅花照佛燈 한 떨기 매화꽃이 불등에 비쳐 늘어질타

 

가정 이곡 목은 이색의 아버지

1298 仲父 稼亭 李穀(1298∼1351)文孝 韓山 稼亭集

七夕小酌 칠석날 한잔하며 따를작

平生蹤跡等雲浮 한 평생 지난 자취 구름과 같아 자취종적

萬里相逢信有由 만 리에 서로 만남 믿음 있음에 만날봉

天上風流牛女夕 하늘 위 풍류로는 칠석날 견우 ※牽牛 織女

人間佳麗帝王州 사람에 좋은 짝은 임금님 고을 ※서울 아름다울가

笑談欵欵樽如海 웃는 말 도란도란 술이 바다요 정성관 술통준

簾幙深深雨送秋 드린 발 깊고 깊어 비에 가을을 발렴 막막

乞巧曝衣非我事 재주 빌어 별 볼일 내 일 아니니 빌걸 쬘폭

且憑詩句遣閒愁 기대려네 시구에 시름 보내려 기댈빙 보낼견

※乞巧: 칠석날 처녀들이 별을 보며 바느질 솜씨가 좋아지기를 비는 풍속

 

설손 귀화인(위그르인)

1300 偰遜(?∼1360) 近思齋逸藁

山中雨 산중에 오는 비

一夜山中雨 밤을 꼬박 산속에 비가 내리고

風吹屋上茅 바람 불어 지붕 위 띠가 날렸네 불취 띠모

不知溪水長 시냇물 불은 줄도 몰랐었다가

只覺釣船高 낚시 배 높아짐에 다만 알았네 낚시조

 

남촌 이공수

1308 南村 李公遂(1308∼1366)文忠 益山 僉議評理

下第贈登第 급제 못한 이가 급제한 이에게 주다

白日明金榜 대낮의 해는 밝아 금방을 밝혀 매방로

靑雲起草廬 푸른 꿈 일어남은 초가집에서 오두막집려

那知廣寒桂 어찌 알랴 달나라 계수나무에 계수나무계 廣寒殿

尙有一枝餘 아직도 가지하나 남아 있으니

 

제정 이달충

1309 止中 霽亭 李達衷(1309∼1384)文靖 慶州 霽亭集

有感 느낌 있어

將行有何海 앞으로 가야할 곳 어떤 바단가

將涉無舟航 나아가 건너갈 데 배 없이 가리 건널섭

要見我所思 봐야하니 나로서 생각할 것이

欲往還彷徨 가려하나 돌아서 어정거리네 거닐방 노닐황

才非傳說楫 재주는 아니 물려 노를 말하나 노즙

世運亦未昌 세상운수 역시나 아니 펼치네 창성할창

潛光且俟命 빛은 잠겨 또다시 기다려야지 기다릴사

妄動遭禍殃 아무렇게 했다간 재앙만 만나 허망할망 만날조 재앙앙

 

설곡 정포

1309 仲孚 雪谷 鄭誧(1309∼1345) 淸州 左司諫大夫

江口 강어귀에서

移舟逢急雨 배 떠나는 강어귀 소나기 맞아 만날봉 급할급

倚檻望歸雲 기대어 바라보는 구름 가는 곳 우리함

海濶疑無地 바다는 트였는데 땅이 없을까 트일활

山明喜有村 산도 밝아 기쁨은 시골에 있지

 

나옹

1320 江月軒 懶翁 牙(1320∼1376) 西往歌

警世 세상을 경계함

終世役役走紅塵 세상 끝 부랴부랴 티끌로 달려 부릴역

頭白焉知老此身 머리 흼을 어쩌랴 이 몸이 늙어 어찌언

名利禍門爲猛火 이름이끗 화의 문 불로 치솟아 재화화 사나울맹

古今燒盡幾千人 예로이제 다 살라 몇 천의 사람 사를소

 

사암 유숙

1324 純夫 思庵 柳淑(1324∼1368)文僖 瑞山 同知貢擧

碧瀾渡 벽란도 ※예성강 하류의 나루

久負江湖約 오랫동안 해야지 강호에 맺어 질부 묶을약

紅塵二十年 붉은 티끌 휩쓸려 스무 해 동안

白鷗如欲笑 흰 갈매기 하는 짓 비웃어려나 갈매기구

故故近樓前 그래선지 다가와 누각 앞까지

 

목은 이색

1328 潁叔 牧隱 李穡(1328∼1396)文靖 韓山 牧隱文藁

漢浦弄月 한강에서 달과 놀아

日落沙逾白 해가지니 모래는 더욱 하얗고 넘을유

雲移水更淸 구름 옮겨 물빛이 다시 말갛다

高人弄明月 높은 이 갖고 노는 밝은 달이나

只欠紫鸞笙 다만 또 모자람은 좋은 악기라 하품흠 난새란 생황생

 

浮碧樓 부벽루

昨過永明寺 어제서야 들렀네 영명사 절을

暫登浮碧樓 잠시나마 올랐네 부벽루 누대

城空月一片 성터는 횡 한데도 달은 한 조각

石老雲千秋 돌들은 바래어도 구름 그대로

麟馬去不返 기린 말은 떠나가 아니 돌아와

天孫何處遊 하늘 자손 어디서 노닐고 있나

長嘯依風磴 길게도 읊조리어 바람의 돌길 돌비탈길등

山靑江自流 푸른 산에 강물만 절로 흐르네

 

卽事 그 자리에서

幽居野興老彌淸 숨어 살아 들에 멋 늙어서 맑아 두루미

恰得新詩眼底生 언뜻 얻은 새론 시 눈알이 생글 마치흡 밑저

風定餘花猶自落 바람 자도 남은 꽃 알아서 지고

雲移少雨未全晴 구름 옮겨 비 조금 개이진 않아

墻頭絲蝶別枝去 담 꼭대기 줄 나비 딴 가지 찾고 담장 나비접

屋角錦鳩深樹鳴 지붕 끝에 비둘기 나무에 운다 비둘기구 울명

齊物逍遙非我事 제물편과 소요유 내 일 아님에 ※장자의 편명

鏡中形色甚分明 거울 안에 꼴과 빛 매우 또렷해 거울경 심할심

 

운곡 원천석

1330 子正 耘谷 元天錫(1330∼?) 原州 野史

過楊口邑 양구읍을 지나며

破屋嗚相呼 집 무너져 탄식에 서로 불러도 탄식소리오

民逃吏亦無 백성이 흩어지니 아전도 없어 달아날도

每年加弊瘼 해마다 피폐 더해 병은 들어서 해질폐 병들막

何日得歡娛 어느 날 기쁨 얻어 즐길 것인가 즐거워할오

田屬權豪宅 논밭은 권문호가 차지가 되고

門連暴惡徒 문에는 포악무리 줄지어 섰다

子遺殊可惜 아이만 남겨지니 달리 가여움 아낄석

辛苦竟何辜 힘들고 어려움은 무슨 죄기에 다할경 허물고

 

조인벽 무신 위화도회군

1330 趙仁璧(1330∼1393)襄烈 漢陽

絶句 절구

蝶翅勳名薄 나비날개 얇으니 공 세운 이름 날개시 공훈 엷을박

龍腦富貴輕 용뇌향 가벼우니 부하고 귀함 ※향료의 원료 뇌뇌

萬事驚秋夢 모든 일 언뜻 가을 꿈결과 같이 놀랄경

東窓海月明 동쪽 창 커다란 달 밝기만하다

 

의곡 이방직

1330 淸卿 義谷 李邦直(?∼1384) 淸州 集賢殿大提學

普光寺 보광사 ※전라도 나주 소재

此地眞仙境 이런 곳은 참으로 신선의 세계

何人創佛宮 어떤 이가 지었나 부처님 궁전

叩門塵跡絶 문 두드려 끊겨진 티끌의 자취 두드릴고

入室道心通 방에 드니 불도가 마음을 꿰네

曉落山含翠 새벽 밝아 산에는 푸름 머금고 새벽효 머금을함 푸를취

秋色雨褪紅 가을빛 비에 바래 붉어짐인가 바랠퇴

想看千古事 그리며 돌아보네 오랜 옛일을

飛鳥過長空 나는 새 지나가는 머나먼 하늘

 

석간 조운흘

1332 石磵 趙云仡(1332∼1404) 豊壤

卽事 그 자리에서

柴門日午喚人開 사립문 한낮 되어 불러서 열어 섶시 부를환

步出林亭坐石苔 걸어 나온 숲 정자 앉은 이끼 돌 이끼태

昨夜山中風雨惡 어제 밤에 산중에 비바람 쳐서 어제작

滿溪流水泛花來 시내 가득 물 흘러 꽃이 떠 오네 뜰범

 

유항 한수

1333 孟雲 柳巷 韓脩(1333∼1384)文敬 淸州 柳巷詩集

夜坐次杜詩韻 밤에 앉아 두보시 운을 빌어

此日亦云暮 이날도 또한 일러 저물었다고

百年盡可悲 백년을 다한대도 슬플 것인가

心爲形所役 마음은 꼴이 되니 부리는 대로

老與病相隨 늙으면 병 더불어 서로 따르리

篆冷香殘後 글씨는 싸늘하고 향도 꺼진 뒤 전자전

窓明月上時 창가에 밝은 달이 떠오를 때면

有懷無與唔 품어오던 글소리 함께 못하네 글읽는소리오

聊和古人詩 귀를 울려 어울린 옛사람 시를 귀울료

 

원재 정추 武臣

1333 公權 圓齋 鄭樞(1333∼1382) 淸州

定州途中 정주에 가는 길 ※평안북도 정주

定州關外草萋萋 정주에 관문 바깥 풀이 우거져 풀성한모양처

沙磧無人日向西 모래톱 사람 없고 해는 서쪽을 서덜적

過海腥風吹戰骨 바다서 비린 바람 뼈도 오싹해 비릴성

臼楡多處馬頻嘶 나무절구 많은 곳 자주 말 울어 자주빈 울시

 

태조 이성계 조선건국

1335 仲潔 松軒 李成桂(1335∼1392∼1398∼1408)健元陵 全州

登白雲峰 백운봉에 올라

引手攀蘿上碧峯 넝쿨 잡고 끌어서 푸른 봉 올라 잡고오를반 무라

一庵高臥白雲中 한 암자 높이 누워 흰 구름 속에 암자암

若將眼界爲吾土 보이는 끝 앞으로 내 땅이 되나

楚越江南豈不容 초월나라 강남은 어찌 못 담나 넘을월

 

포은 정몽주

1337 達可 圃隱 鄭夢周(1337∼1392)文忠 迎日 圃隱集

春興 춘흥

春雨細不適 봄비는 가늘어서 방울지진 않아

夜中微有聲 밤새도록 조그만 소리만 난다

雪盡南溪漲 눈이 녹아 앞 시내 물 불어 넘쳐 불을창

草芽多少生 풀은 돋아 새싹이 얼마나 났나 싹아

 

奉使日本 일본에 사신으로 가서

水國春光動 섬나라에 봄빛도 흐드러지네

天涯客未行 하늘 끝 나그네는 가지를 못해 물가애

草連千里綠 풀은 나서 이어져 천리 푸르고

月共兩鄕明 달은 같아 두 나라 모두 밝힌다

遊說黃金盡 유세하다 황금은 바닥이 나고

思歸白髮生 돌아갈 생각하니 흰머리 난다 터럭발

男兒四方志 사나이 사방으로 뜻을 펼침에

不獨爲功名 나 홀로 공명만을 위함 아니지

 

征婦怨 정부원

一別年多消息稀 한번 떠나 여러 해 소식 드물어 사라질소 드물희

塞垣存沒有誰知 변방에 살고 죽음 누가 아는가 변방새 담원

今朝始寄寒衣去 오늘 아침 비로소 겨울옷 부쳐 부칠기

泣送歸時在腹兒 울며 보낸 떠날 때 뱃속 아이도 울읍 배복

 

明遠樓 명원루

靑溪石壁抱州回 맑은 시내 돌 벽이 고을을 감싸

更起新樓眼豁開 다시 세운 새 누각 눈앞에 펼쳐 뚫린골활

南畝黃雲知歲熟 남녘이랑 누런 빛 가을을 알고 익을숙

西山爽氣覺朝來 서쪽 산 시원함에 아침을 느껴 시원할상

風流太守二千石 풍류 아는 태수는 이천 석 들여

邂逅故人三百杯 만나는 아는 이와 삼백 잔 마셔 만날해후

直欲夜深吹玉笛 곧바로 밤 깊도록 옥피리 불고 불취 피리적

高攀明月共徘徊 높이 오른 밝은 달 함께 거닐어 노닐배회

 

독곡 성석린

1338 自修 獨谷 成石璘(1338∼1423)文景 昌寧

在固城寄舍弟 고성에서 동생에게 부침

擧目江山深復深 눈을 들어 쳐다보니 강산은 깊고 깊어

家書一字抵千金 집 편지 글자 한 자 천금에 맞먹으니 거스를저

中宵見月思親淚 밤을 맞아 달을 보며 어버이 생각눈물 밤소

白日看雲憶弟心 한낮에는 구름 보니 동생생각 마음만 생각할억

兩眼昏花春霧隔 두 눈에 흐릿한 꽃 봄 안개에 가려서 어두울혼

一簪華髮曉霜侵 한 비녀 꾸민 머리 새벽서리 들었네 비녀잠

春風不覺愁邊過 봄바람도 몰랐더니 시름 스쳐 지나가

綠樹鶯聲忽滿林 푸른 나무 꾀꼴 소리 문득 숲을 채우네

 

金剛山 금강산

一萬二千峯 일만 이천 봉우리 금강산이란

高低自不同 높낮이 처음부터 같지가 않아

君看初日出 그대는 보았는가 해가 솟을 때

何處最先紅 어느 곳이 맨 먼저 붉어지던가

 

척약재 김구용

1338 敬之 惕若齋 金九容(1338∼1384) 安東

帆急 돛단배 빨라

帆急山如走 돛단배는 빨라서 산이 뛰는 듯

舟行岸自移 배가 가니 언덕이 절로 떨어져

異鄕頻問俗 땅이 달라 자꾸만 풍속을 물어

佳處强題詩 좋은 데라 억지로 시도 지어야

吳楚千年地 오나라 초나라로 천년의 땅에

江湖五月時 강으로 호수로도 오월의 때에

莫嫌無一物 싫다하진 말아라 하나도 없다 ※술 음악 기생 싫어할혐

風月也相隨 바람에는 달 또한 서로 따르지 따를수

 

삼봉 정도전

1342 宗之 三峰 鄭道傳(1342∼1398) 奉化 三峰集

訪金居士野居 김거사의 야거를 찾아

秋陰漠漠四山空 가을구름 아득해 온 산이 비어

落葉無聲滿地紅 지는 잎 소리 없어 온 땅이 붉어

立馬溪橋問歸路 시내다리 말 세워 가는 길 물어

不知身在畵圖中 몰랐구나 이내몸 그림 속에서

 

題公州錦江樓 제 공주 금강루

君不見賈傳```````` 그대는 못 보았나 가전이란 걸 ※賈誼 값가

投書湘水流```````` 글을 던져 상수에 흐르는 물에

翰林醉賦黃鶴樓 선비로 술에 취해 황학루 시를 ※李白

生前軻不足憂```` 살았을 적 안 된 일 걱정 안 하니 굴대가

逸氣凜凜橫千秋 빼난 기운 꿋꿋이 천추에 질러 찰름

又不見病夫```````` 또 보지 못했는가 앓는 사람을

三年滯炎州`````````삼년을 막히어서 뜨거운 고을 막힐체

歸來又到錦江頭 돌아와 다시 이른 금강머리에

但見江水去悠悠 다만 보니 강물만 유유히 흘러

那知歲月亦不留 어찌 알아 세월도 머물지 않아

此身已與秋雲浮 이 몸 이미 가을 돼 구름 떠가듯

功名富貴復何求 공명부귀 다시는 어찌 구하랴

感今思古一長吁 이제 느낀 옛 생각 길게 탄식해 탄식할우

歌聲激烈風颼颼 노래 소리 세차나 바람이 수수 바람소리수

忽有飛來雙白鷗 갑자기 날아오는 흰 갈매기 둘 갈매기구

 

山中 산속에서

護竹開迂逕 대밭 지켜 둘러서 길을 내었고 멀우 소로경

憐山起小樓 산을 아껴 조그만 누각 세웠네

隣僧來問字 이웃 스님 찾아와 문자 묻기에 이웃린

盡日爲相留 하루 다해 서로가 머물렀다네 머무를류

敝業三峯下 하는 일을 놓고서 삼봉 아래에 해질폐

歸來松桂秋 돌아와서 송계와 세월 보내네

家貧妨養疾 집 가난해 거리껴 몸을 돌봄은 방해할방

心靜足忘憂 마음은 고요해서 시름 잊었네

 

쌍매당 이첨

1345 中叔 雙梅堂 李詹(1345∼1405)文安 新平 楮生傳

茵橋 인교 ※밀양에 있는 다리 이름 자리인

行旅知多少 지나가는 나그네 얼만지 알아

閑人似我稀 나 같이 한가한 이 드물 것이라 드물희

愛山隨處駐 산 아껴 곳에 따라 머물었다가 머무를주

得句讀吟歸 글 찾아 읽고 읊고 되돌아간다

僧院秋方主 큰 절도 가을이라 마침 으뜸 철

官塗露未唏 벼슬 길 드러내기 아직도 슬퍼 진흙도 슬퍼할희

會當容此膝 모임 맞아 얼굴은 이 무릎위에 무릎슬

江上有漁磯 강물 위에 있으니 고기 잡는 이 물가기

 

도은 이숭인

1347 子安 陶隱 李崇仁(1347∼1392) 星州 陶隱集

村居 시골에 살며

赤葉明村逕 발가스레 물든 잎 밝은 시골길 소로경

淸泉漱石根 말간 샘물 솟아서 돌부리 쑤셔 양치질할수

地僻車馬少 땅 후져 수레마차 다니지 않아 후미질벽

山氣自黃昏 산기운에 저절로 황혼이 진다

 

新雪 새로 오는 눈

蒼茫歲暮天 푸르고 아득하니 세모의 하늘 푸를창 아득할망

新雪遍山川 새로운 눈 골고루 산천을 덮어 두루편

鳥失山中木 새는 잃어 산속에 둥지 나무를

僧尋石上泉 스님도 찾아 돌 위 마실 샘물을

飢烏啼野外 굶주린 까마귀는 들 밖에 울고 주릴기

凍柳臥溪邊 얼어버린 버들은 시냇가 누워 얼동

何處人家在 어디로 찾아가야 사람 집 있나

遠林生白煙 먼 숲에 피어나네 하얀 연기가

 

題僧舍 스님 집에

山北山南細路分 산의 북쪽 산 남쪽 오솔길 갈라 가늘세

松花含雨落繽紛 송홧가루 실린 비 내려서 엉망 어지러울빈분

道人汲井歸茅舍 도닦는 이 물 길어 초가 돌아와 길을급 띠모 집사

一帶靑烟染白雲 쭉 두른 푸른 연기 물든 흰 구름 띠대 물들일염

 

양촌 권근

1352 可遠 陽村 權近(1352∼1409)文忠 安東 陽村集

全州懷古 옛 품은 전주

巨鎭分南北 커다란 산 나누니 남북에 둘로 ※母岳山 누를진

完山最可奇 완산 고을 됨됨이 가장 뛰어나 뛰어날기

千峰鍾王氣 봉우리 마다마다 왕기가 서려

一代啓鴻基 대대로 이어이어 큰 기틀 열려

 

春日城南卽事 봄날 성남에서의 즉흥시

春風忽已近淸明 봄바람 벌써 부니 청명 가까워 갑자기홀

細雨霏霏晩未晴 보슬비 펄펄 날려 늦게 개려나 눈펄펄내릴비

屋角杏花開欲遍 처마 끝 살구꽃은 두루 피려고 두루편

數枝含露向人傾 몇몇 가지 이슬에 아래로 쳐져 기울경

 

야은 길재

1353 再父 冶隱 吉再(1353∼1419)忠節 海平 冶隱集

卽事 그 자리에서

盥水淸泉冷 세숫물 맑기도 해 샘의 시원함 대야관

臨身茂樹高 다가선 몸 우거져 나무 높다람 우거질무

冠童來問字 갓 쓴 아이 다가와 글을 물으며

聊可與逍遙 안 될까요 더불어 거닐어 놀길 힘입을료

 

述志 / 閒居 뜻을 말하다 / 한가히 살며

臨溪茅屋獨閑居 시냇가 초가집에 한가히 홀로 띠모

月白風淸興有餘 달 밝아 바람 맑아 흥취도 남아

外客不來山鳥語 바깥 손 아니 와도 산새 지저귐

移床竹塢臥看書 평상 옮겨 대밭에 누워 책 보네 둑오 엎드릴와

 

통정 강회백

1357 伯父 通亭 姜淮伯(1357∼1402) 晉州

鐵原懷古 옛 품은 철원

山含故國千年恨 산은 품어 고국의 천년의 한을 머금을함

雲抱長空萬里心 구름 감싸 먼 하늘 만 리의 마음 안을포

自古興亡皆有致 예부터 흥함 망함 다 보냄 있어 보낼치

願因前轍戒來今 바램은 지난 자국 오늘 알아야 바퀴자국철

 

난계 함부림

1360 潤物 蘭溪 咸傅霖(1360∼1410)定平 江陵 고려우왕

法住寺 법주사

鷄園閒日月 닭 동산에 해와 달 한가로운데

雁塔鎖雲烟 안탑엔 구름 연기 자욱하기만 쇠사슬쇄 연기연

偶入三淸洞 어쩌다 들어왔네 삼청동 골짝 짝우

都忘世事牽 모두 잊은 세상 일 끌고 가겠지 도읍도 끌견

 

형재 이직

1362 虞庭 亨齋 李稷(1362∼1431)文景 星州 고려공민왕

孔俯漁舍詩卷 공부어사에서의 시

柳陰密成幄 버들그늘 빽빽해 장막이 되고 휘장악

黃鳥送好音 꾀꼬리 좋은 노래 보내 듣는다

幅巾步回渚 폭건 쓰고 걸어서 물가 거닐어 폭폭 물가저

沙白水淸深 모래 희고 물 맑아 깊기도 하지

潔身富春志 깨끗한 이내 몸은 부춘(엄자릉)의 뜻이 깨끗할결

濟世磻溪心 세상을 건져냄은 반계(강태공)의 마음 강이름반

乾坤一竿竹 하늘땅에 대나무 낚싯대 하나 장대간

氣味古猶今 멋스러운 옛날도 오히려 이제 오히려유

 

방촌 황희

1363 懼夫 尨村 黃喜(1363∼1452)翼成 長水 尨村集

觀風樓 관풍루

軒高能却暑 집이 높아 되느니 더위 물리쳐 추녀헌 물리칠각

簽豁易爲風 처마 넓어 쉬우니 바람 불기가 농첨 뚫린골활

老樹陰垂地 늙은 나무 그늘을 땅에 드리워 드리울수

遙岑翠掃空 먼 봉우리 푸르게 하늘을 쓸어 봉우리잠 쓸소

 

춘정 변계량

1369 巨卿 春亭 卞季良(1369∼1430)文肅 密陽 春亭集

復興寺 부흥사

失路投山寺 길을 잃어 들었네 산속의 절에

人傳是復興 사람들 이를 전해 부흥사라네 다시부

靑松惟見鶴 푸른 솔이 있으니 학은 보이나

白日不逢僧 하얀 대낮 스님은 만날 수 없네

古壁留金像 옛 벽엔 남았느니 오랜 금불상

空梁耿玉燈 빈 대들보 비추니 옥빛 등잔불 빛날경

前軒頗淸絶 앞 추녀 자못 맑아 끊어졌어도 추녀헌 자못파

過客獨來憑 지나가는 나그네 혼자 기대네 기댈빙

 

한재 이맹균

1371 士原 漢齋 李孟畇(1371∼1440)文惠 韓山

松京懷古 송경(개성)회고

五百年來王氣終 오백년 내려오던 왕 기운 다해

操鷄搏鴨竟何功 닭 잡고 오리 잡아 결국 공일까 ※鷄林 鴨綠江

英雄一去豪華盡 영웅은 한번 떠나 호화도 다돼 호걸호

人物南遷市井工 인물은 남쪽 옮겨 저자거리 일 옮길천

上苑烟霞微雨後 윗 동산 안개노을 이슬비온 뒤 나라동산원

諸陵草樹夕陽中 모든 왕릉 풀 나무 저녁볕 속에 큰언덕릉

秋風客恨知多少 가을바람 나그네 한이 얼말까

往事悠悠水自東 지난일 아득해도 물은 동쪽서

 

지월당 김극기

1379 禮謹 池月堂 金克己(1379∼1463) 光山

夜坐 밤에 앉아

紙戶沈沈夜氣淸 창호지 침침해도 밤공기 맑아 가라앉을침

圖書萬卷一燈明 도서관 만 권 책에 등 하나 밝혀

噓噓石硯寒雲色 돌벼루 호호 불어 추운 구름 빛 불허

颯颯銅甁驟雨聲 구리 병 콸콸 쏟아 소나기소리 바람소리삽 달릴취

薄祿微官貧始重 얇은 녹 낮은 벼슬 가난에 소중 엷을박 복록

浮名末利醉還輕 뜬 이름 끝에 이끗 취하니 경시

通宵寒雁空南去 밤을 뚫고 기러기 하늘남쪽을 밤소

恨不歸家問死生 집에 못가 한 되어 생사를 묻네

 

송월당 조수

1380 享父 松月堂 趙須(?∼?) 平壤 成均館司藝

呈金相國 김상국에게 드림 드릴정

今朝零露冷 오늘 아침 비이슬 싸늘해지니 조용히오는비령

履遠獨凄其 멀리 밟아 혼자서 쓸쓸하리라 신리 쓸쓸할처

處世同炊黍 세상살이 같아서 불 때고 밥해 불땔취 기장서

持身若累碁 몸을 지님 같으니 바둑 두듯이 묶을루 바닥기

浮沈元有數 뜨고 앉음 원래는 운수가 있고 가라앉을침

覆載本無私 천지우주 본래로 챙김이 없어 뒤집힐복 실을재

白酒可人意 짙은 술 옳다함은 사람 뜻이라

頹然一中之 무너지듯 한잔을 이 가운데에 무너질퇴

 

권도 세종 때

1380 權鞱(?∼?)

南海 남해

臣罪如山死亦甘 신의 죄 산과 같아 죽어도 마땅한데

聖恩寬大謫江南 성은이 너그러워 강남에 귀양 가네 귀양갈적

臨岐別有無窮恨 떠남에 헤어지니 다함없는 한이란 갈림길기

慈母時年八十三 어머니 올해 연세 여든하고 셋이라

 

절재 김종서

1383 國卿 節齋 金宗瑞(1383∼1453)忠翼 順天 制勝方略

南浦 남포

送客江頭別恨多 손님 보낸 강 머리 이별 한 많아

管絃凄斷不成歌 관현악기 쓸쓸해 노래 못 이뤄 쓸쓸할처

天敎風伯阻征旆 하늘이 풍백더러 정벌 걱정해 험할조 칠정 기패

一多大同生晩波 하나로 모두 같이 늦은 물결이 저물만

 

태재 유방선

1388 子繼 泰齋 柳方善(1388∼1443) 瑞山

偶題 우연히 짓다

結茆仍補屋 순무 엮여 그래서 지붕이 되고 순채묘 인할잉

種竹故爲籬 대를 심어 이윽고 울타리 된다 울타리리

多少山中味 많든 적든 산속에 맛이란 것을

年年獨自知 해마다 혼자서만 저절로 알아

 

양녕대군 이제

1394 厚伯 讓寧大君 李褆(1394∼1462)剛靖 全州 崇禮門

聞寧越凶報 영월의 나쁜 소식을 듣고 ※단종승하 1457년

龍御歸何處 임금 돼 돌아감이 어느 곳인가 어거할어

愁雲起越中 시름구름 일어나 영월 가운데 / 넘어가는 속 넘을월

空山十月夜 텅 빈산 시월이여 초겨울 밤에 / 달이 뜬 밤에

痛哭訴蒼穹 아파 울며 부르네 푸른 하늘에 울곡 하소연할소 하늘궁

 

벽량 유응부 사육신

1405 信之 碧梁 兪應孚(?∼1456)忠穆 杞溪

爲咸吉道節度使作 함길도 절도사가 되어

將軍持節鎭戎邊 장군은 절개 지녀 변방의 진에 누를진 되융

沙塞塵晴士卒眠 모래성채 갠 티끌 사졸은 잠에 변방새 갤청

駿馬五千嘶柳下 준마는 오천인데 울어 버들 밑 준마준 울시

豪鷹三百坐樓前 매서운 매 삼백에 누대에 앉아 호걸호 매응

 

괴애 김수온

1410 文良 乖崖 金守溫(1410∼1481)文平 永同 醫方類聚

題山水屛 산수화 병풍

描山描水摠如神 산 그려 물을 그려 모두 신들려 그릴묘 모두총

萬草千花各者春 모든 풀 온갖 꽃이 따로 한창 때

畢境一場皆幻境 한바탕 보고나니 다 홀릴 데라 마칠필 변할환

誰知君我亦非眞 뉘 알까 자네와 나 또한 아닌 참

 

장수 세종 때

1410 張修(?∼?)

歸鄕有感 고향에 돌아가서

故鄕如待我 고향이 나를 맞네 기다린 듯이

今日卽停驢 오늘에야 나아가 나귀 길 멎네 나귀려

竹影低簷短 대 그림자 밑이라 처마는 짧아 밑저 처마첨

山光滿閣虛 산 빛에 집을 채워 허전하기만

天城赫居後 하늘 성에 혁거세 가버린 뒤로

公館壽同餘 공관도 오래되어 같이 남았네

臨眺趨庭寂 다가서 바라보아 가르침 없어 바라볼조 달릴추

愁添宦謫初 시름 더한 벼슬에 귀양살이에 더할첨 벼슬환 귀양갈적

 

단계 하위지 사육신

1412 天章 丹溪 河緯地(1412∼1456)忠烈 晉州

謝人贈蓑衣 도롱이 준 사람에게 감사함

男兒得失古猶今 사내로 얻고 잃음 예나 이제나

分明白日 머리 위 뚜렷하니 밝은 햇빛이

蓑衣應有意 가져다준 도롱이 뜻함에 맞아 보낼증 도롱이사

湖煙雨好相尋 온 호수 안개비에 서로 잘 찾아 찾을심

 

매죽헌 성삼문 사육신

1418 謹甫 梅竹軒 成三問(1418∼1456)忠文 昌寧 成謹甫集

臨死賦 죽음에 이르러

擊鼓催人命 북 울려 사람목숨 죄어드는데 부딪칠격 재촉할최

西風日欲斜 서녘바람 해조차 기울어지네 비낄사

黃泉無一店 황천길에 하나도 가게도 없어 가게점

今夜宿誰家 오늘밤엔 누구네 집에 묵을까 묵을숙

 

題夷齊廟 백이숙제 사당에

當年叩馬敢言非 그때는 말을 몰아 어찌 말 아니 두드릴고

大義堂堂日月輝 큰 옳음 의젓하니 해와 달 빛나 빛날휘

草木亦霑周雨露 풀 나무 또한 젖어 주나라 비에 젖을점

愧君猶食首陽薇 그대 탓해 먹으니 수양산 고비 부끄러울괴 고비미

 

인재 강희안

1418 景遇 仁齋 姜希顔(1418∼1465) 晉州 養花小錄

蔡子休求畵作 채자휴가 그림을 찾음에 짓다

江山峰巒合 강산에 봉우리는 모두 모았고 뫼만

江邊樹木平 강가에 나무란 건 그저 똑같다

白雲迷遠近 흰 구름 아련함에 멀고 가까워 미혹할미

何處是蓬瀛 어디라 하드라도 봉래 영주지 쑥봉 바다영

 

어계 조려 생육신

1420 主翁 漁溪 趙旅(1420∼1489)貞節 咸安 漁溪集

新秋 새 가을

金新持節入郊墟 새 가을 절개 지켜 들 터에 드니 성밖교 언덕허

井上梧桐一葉疏 우물 위 오동나무 잎 하나 없네 트일소

此日此時何事樂 이런 날 이런 때에 무슨 일 즐겨

短檠明處可觀書 짧은 호롱 밝힌 곳 글을 읽어야 도지개경

 

題咸安鄕校壁上 함안향교 벽 위에

我是漁溪隱遁人 내가 바로 어계에 숨었던 사람 달아날둔

幾年來往泮宮瀕 몇 해나 왔다갔나 향교 가까이 학교반 물가빈

如今樂見菁莪敎 이제처럼 즐거이 선비 가르쳐 우거질청 지칭개아

願浴餘波愧缺仁 씻으려한 응어리 어질지 못해 부끄러워할괴

※泮宮: 주나라 때 제후의 학교 菁莪: 인재를 교육하는 일

 

九日登高詩 중양절에 높은데 올라

九月九日是重九 구월에 구일 날은 중양절이라

欲酬佳節登高岡 좋은 철을 보내려 높은 뫼 올라 갚을수

回頭擧目江山暮 고개 돌려 눈 드니 강산에 저묾

地濶天長思渺茫 땅 넓고 하늘 멀어 생각만 아득 아득할묘망

白雲飛兮鴈南賓 하얀 구름 날아서 기러긴 손님

蘭有秀兮菊有芳 난초는 빼어나고 국화는 향기 빼어날수

山明水碧煙慘惔 산 맑아 물 푸른데 안개 애태워 참혹할참 탈담

天高日晶風凄凉 하늘 높아 날 밝은데 바람 쓸쓸해 밝을정

荻花吐雪江之滸 갈대꽃 눈인 듯이 강물 물가에 물억새적 물가호

楓粧紅錦山之陽 단풍 든 붉은 비단 산에 볕든데 단장할장

杜牧旣上翠微峀 두목지 이미 오른 취미산 산굴 산굴수

陶潛悵望白衣郞 도연명 슬퍼함은 백의랑 바램 슬퍼할창

羲軒遠矣悲何極 복희 헌원 멀어서 슬픔을 어찌 숨희

華勛不見心自傷 요순시절 못 만나 마음만 다쳐 ※放勛 重華 공훈

周情孔思謾堆腹 주공 뜻 공자생각 배 채우기만 속일만 언덕퇴

月露風雲空拾囊 달 이슬 바람구름 빈 주머니만 주머니낭

絳囊嬋娟明兩臂 홍랑은 곱고 예뻐 두 팔 밝히고 진홍강 고울선

茱萸燦爛照羽觴 수유는 붉게 말랑 술잔에 비쳐 수유수유 빛날찬

沈吟筆下乾坤濶 빠져 읊어 붓끝에 건곤이 트여 트일활

爛醉樽前日月長 술통 앞에 취하니 해와 달 길어 술통준

千載風流如昨日 천년 실은 풍류는 어제인 듯이 어제작

至今豪氣凜秋霜 이제껏 호걸기상 의젓한 추상 찰름 호걸호

嗟哉潦倒生苦晩 아깝다 엎어짐에 삶이 고달파 탄식할차 큰비료

懷佳人兮不能忘 품어온 가인이여 잊을 수 없네 품을회

仰古俯今皆若此 옛 우러러 오늘 굽어 다 이와 같아

笑殺牛山泣齊王 웃어 없앤 우산의 제 경공 울음 덜쇄 울읍

此日登高可免禍 이날에 등고하여 재앙을 벗어 면할면 재화화

長房一語亦荒唐 비장방 한마디는 또한 황당해 거칠황 당나라당

云何後代人心漓 뒷세상 어찌 일러 인심 엷음을 스며들리

馳騁詭怪紛遑遑 쫓아달려 속아서 허둥거림을 달릴치빙 허둥거릴황

※重陽節(重九節): 음력9월9일 수유를 넣은 붉은 주머니를 들고 높은 산에

````올라가 국화주를 마셔 재액을 씻어버리는 행사

※杜牧(杜牧之): 당나라 시인 翠微山 : 산이름

※陶潛(陶淵明) 술이 떨어진 도연명에게 흰옷 입은 이를 시켜 술을 보낸 일

※제나라 景公이 牛山에 가서 자신이 죽을 것을 슬퍼해 눈물을 흘리는데

````顔纓이 혼자 웃었다는 고사

※한나라 여남의 桓景이 費長房의 말을 듣고 등고하여 재액을 면한 고사

 

사가정 서거정

1420 剛中 四佳亭 徐居正(1420∼1488)文忠 大邱 東文選

睡起 자고 일어나 잘수

簾影深深轉 발그림자 깊어져 굴러 옮기고 발렴

荷香續續來 연꽃 향기 이어서 살며시 온다 연하 이을속

夢回高枕上 꿈꾸다 돌아오니 높은 베개 위 베개침

桐葉雨聲催 오동잎에 빗소리 재촉을 하여 재촉할최

 

獨坐 혼자 앉아

獨坐無來客 혼자서 앉아 있네 찾는 손 없어

空庭雨氣昏 빈 뜰에 비 올라나 어두워지네

魚搖荷葉動 물고기가 흔들어 연잎 움직여 흔들릴요

鵲踏樹梢飜 까치가 밟았다고 가지 끝 일렁 까치작 밟을답 뒤칠번

琴潤絃猶響 거문고 눅눅해도 줄 아직 울려 악기줄현 울림향

爐寒火尙存 화로는 차가운데 불 아직 있어 화로로 오히려상

泥途妨出入 진흙 길 거리끼니 드나들기가 진흙니 방해할방

終日可關門 하루 내내 문 걸어 닫아두었지 빗장관

 

題堤川客館 제천 객관에서 둑제

邑在江山勝 고을이 자리한 곳 강산도 빼나

亭新景物稠 정자는 새로운데 볼거리 빽빽 빽빽할조

烟光浮地面 안개 빛이 떠올라 땅위에 자욱 뜰부

嶽色出墻頭 큰 산 빛깔 솟아서 담 위로 우뚝 담장

老樹參天立 늙은 나무 서있어 하늘을 모셔 간여할참

寒溪抱野流 차가운 내 흐르네 들을 감싸고

客來留信宿 손님 와서 머무니 믿는 잠자리 ※信宿 再宿 머무를류

詩思轉悠悠 읊을 시 생각 굴려 아련히 멀어 멀유

 

왕방연 단종의 영월유배를 호송 사형을 집행

1420 王邦衍(?∼?) 禁府都事 ※金止男 1617년 漢詩로 개작

懷端宗而作時調 단종을 생각하며 시조로 지음

천만리 머나먼 길에 `千里遠遠道 천리에 머나먼 길

고운 님 여의옵고````` 美人別離秋 고운 님 여읜 가을

이 마음 둘 데 없어````此心未所着 이 마음 둘 데 없어

냇가에 앉았으니`````` 下馬臨川流 말 내려 냇가 앉아

저 물도 내안 같아야 川流亦如我 냇물도 나와 같아서

울어 밤길 예놋다````` 鳴咽去不休 울며 흘러 안 그쳐

 

문두 성담수 생육신

1420 耳叟 文斗 成聃壽(?∼1456)靖肅 昌寧

釣魚 고기 낚기

把竿終日趁江邊 낚싯대로 하루를 강가 따라서 장대간 좇을진

垂足滄浪困一眠 발 담근 푸른 물결 지쳐 한잠을 찰창 물결랑

夢與白鷗飛萬里 꿈을 꿔 흰 갈매기 만 리를 날고 갈매기구

覺來身在夕陽天 깨보니 몸 머물러 하늘 저녁볕 깨달을각

 

사우당 임원준

1423 子深 四友堂 任元濬(1423∼1500)胡文 豐川 瘡疹集

七步詩(雲) 칠보시(구름) ※世宗이 雲을 제목으로 지으라함

駘蕩三春後 무르익은 삼월 봄 나중에라도 둔마태 쓸어버릴탕

悠揚萬里雲 멀리 올라 만 리에 펼쳐질 구름 오를양

凌風千丈直 바람을 막아서니 천 길을 뻗고 깔볼릉

暎日五花文 햇빛이 비쳐오니 다섯 꽃무늬 비칠영

祥光凝玉殿 상서로운 빛 엉겨 옥의 궁전에 상서로울상 엉길응

瑞氣擁金門 상서로운 기 감싸 황금의 문에 안을옹

待得從龍日 기다려 얻을 테니 용을 탄 날이

爲霖佐聖君 장마 돼 도우리라 성스런 임금 장마림 도울좌

 

진일재 성간

1427 和仲 眞逸齋 成侃(1427∼1456) 昌寧 集賢殿博士

囉嗊曲 나홍곡(곡조이름) 소리얽힐라 노래홍

綠竹條條動 푸른 대 가지가지 같이 흔들려 가지조

浮萍個個輕 부평초 하나하나 따로 떠다녀 부평초평

願郞如綠竹 원컨대 젊은이여 푸른 대 같이

不願似浮萍 원하지 아니하니 부평 같은 것

 

漁夫 어부

數疊靑山數谷烟 몇 겹의 푸른 산에 몇 골짝 안개 겹쳐질첩

紅塵不到白鷗邊 홍진에 닿지 않아 흰 갈매기 곁 갈매기구 가변

漁翁不是無心者 고기 잡는 늙은이 무심치 않아

關領西江月一般 서강에 목 좋은 곳 달도 한 가지

 

점필재 김종직 영남학파의 종조

1431 季昷 佔畢齋 金宗直(1431∼1492)文忠 善山 弔義帝文

入京 서울에 들어가서

强爲妻孥計 억지로 해야 하니 처자식 꾀에 자식노

虛抛故國春 텅 비워 던져버린 고향의 봄을 던질포

明朝將禁火 내일 아침 하리니 불을 꺼뜨림

遠客欲沾巾 먼 길손 하려하니 두건을 적셔 더할첨

花事看看晩 꽃 즐겨 보다보면 늦어짐이라

農功處處新 농사일 애쓴 곳곳 새로워지니

羞將湖海眼 호수바다 바침을 바라던 눈이 바칠수

還眯市街塵 저자거리 티끌에 눈 못 뜨게 돼 눈에티들미

 

洛東津 낙동진

津吏非瀧吏 뱃사공은 아니니 농리란 사람 나루진 비올롱

官人卽邑人 벼슬한 이 곧 보니 고을사람이 고을읍

三章辭聖主 세 번 올린 사직서 성군임금께

五馬慰慈親 다섯 말로 달래니 어머니께는 ※태수행차 위로할위

白鳥如迎棹 하얀 물새 맞이해 배 나아감에 노도

靑山慣送賓 푸른 산 하던 대로 손을 보내네 버릇관 손빈

澄江無點綴 맑은 강엔 없으니 꿰맨 자국이 맑을징 꿰맬철

持以律吾身 지님으로 지키니 우리 몸가짐 가질지

※瀧吏: 韓愈의 시에 나오는 주인공 한유는 좌천 김종직은 좌천 아님을 강조

 

매월당 김시습 생육신

1435 悅卿 梅月堂 金時習(1435∼1493)淸簡 江陵 金鰲新話

有客 손님이 있어 / 어떤 손님

有客淸平寺 손님 있다 말 들어 청평사 들러/어떤 손님 청평사 찾아 가면서

春山任意遊 봄 산에 뜻한 대로 노닐어보세

鳥啼孤塔靜 새 울어도 고요해 외로운 탑은 울제 탑탑

花落小溪流 꽃이 져도 흐르네 조그만 시내

佳菜知時秀 좋은 나물 철 알아 돋아나오고 나물채 빼어날수

香菌過雨柔 향내 버섯 비 지나 부드러워라 버섯균 부드러울유

行吟入仙洞 가며 읊어 들었네 신선골짜기

消我百年憂 내게서 사라지는 백년의 시름 사라질소

 

乍晴乍雨 언뜻 개이고 언뜻 비 내려

乍晴乍雨雨還晴 개였다가 비 오고 비 오다가 또 개여 잠깐사

天道猶然況世情 하늘도 이러함에 하물며 세상인심

譽我便是還毁我 나를 기려 편들다 다시 나를 헐뜯어 기릴예 헐훼

逃名却自爲求名 이름 숨겨 물리고 스스로 이름 찾아 달아날도

花開花謝春何管 꽃 피고 꽃이 짐에 봄이 어찌 다루며 물러날사

雲去雲來山不爭 구름 가고 구름 와 산이 서로 다투랴

寄語世人須記認 말 부쳐 세상사람 모름지기 알아야 부칠기 알인

取歡無處得平生 기뻐할 곳 없는데 평생 동안 얻을까

 

無題 무제

終日芒鞋信脚行 하루 내 짚신신고 다리 믿어 걸으니 신혜 다리각

一山行盡一山靑 산 하나 다 지나니 산 하나가 푸르러

心非有想奚形役 마음 아닌 생각에 어찌 꼴을 부리며 어찌해

道本無名豈假成 도 본디 이름 없어 어찌 거짓 이룰까 거짓가

宿露未晞山鳥語 바깥 잠 아니 말려 산새는 지저귀고 마를희

春風不盡野花明 봄바람 다함없어 들꽃이 밝았구나

短筇歸去千峰靜 짧게 짚고 돌아든 천 봉우리 고요에 대이름공

翠壁亂烟生晩晴 푸른 벽 어지럽게 안개 껴 늦게 개네 갤청

 

용재 성현

1439 磬叔 慵齋 成俔(1439∼1504)文載 昌寧 慵齋叢話

題淸州東軒 청주 동헌에

畵屛高枕掩羅幃 병풍 쳐 높이 베고 휘장에 가려 베개침 휘장위

別院無人瑟已希 별관에 사람 없어 연주도 그쳐 큰거문고슬 바랄희

爽氣滿簾新睡覺 서늘함이 발 가득 새로 잠이 깨 시원할상 잘수

一庭微雨濕薔薇 한마당 보슬비에 장미는 촉촉 장미장 고비미

 

단종임금 6대

1441 端宗 李弘暐(1441∼1452∼1455∼1457) 莊陵 全州

寧越郡樓作 영월군 누각에서 지음

一自寃禽出帝宮 한 마리 원통한 새 궁궐을 나와 원통할원

孤身隻影碧山中 외로운 몸 쓸쓸히 푸른 산속에 새한마리척

假眠夜夜眠無假 자는 척 밤이면 밤 잠잘 수 없어

窮恨年年恨不窮 몰린 한 해마다 한 다하지 못해 다할궁

聲斷曉岑殘月白 소리 끊긴 새벽 봉 그믐달 희고 봉우리잠

血流春谷落花紅 피를 쏟아 봄 골짝 꽃이 져 붉다

天聾尙未聞哀訴 하늘 귀 못 들어도 슬픈 하소연 귀머거리롱

何奈愁人耳獨聰 어떻게 시름한 이 귀 홀로 밝나 어찌내 귀밝을총

 

남이장군

1441 南怡(1441∼1468)忠武 宜寧 兵曹判書

北征 북쪽을 치다

頭山磨刀 백두산 바위 닳아 칼을 갈아서

豆滿江流飮馬 두만강 흐름 말라 말이 마셔서

男兒二十未 사나이 스무 해에 나라 못 바뤄

後世誰稱大丈 뒷세상 누가 일러 대장부리요

 

추강 남효온 생육신

1454 伯恭 秋江 南孝溫(1454∼1492)文貞 宜寧 六臣傳

西江寒食 한식날 서강에서

天陰籬外夕烟生 하늘 흐려 울밖에 저녁연기가 울타리리

寒食東風夜水明 한식날 동풍불고 밤에 물 환해

無限滿船商客語 끝없이 배는 가득 장사치 말이

柳花時節故鄕情 버들 꽃 한창일 땐 고향의 뜻이

 

사옹 김굉필 영남학파

1454 大猷 蓑翁 金宏弼(1454∼1504)文敬 瑞興 寒暄堂集

書懷 서회

處獨居閒絶往還 홀로 살아 한가해 돌아감 끊어

只呼明月照孤寒 다만 불러 밝은 달 외론 날 비춰

憑君莫問生涯事 그대 기대 묻지 마 삶의 일일랑 기댈빙 물가애

前頃煙波數疊山 앞밭에 안개일어 몇 겹에 산에 겹쳐질첩

 

충재 최숙생

1457 子眞 盅齋 崔淑生(1457∼1520)文貞 慶州 右贊成

聖心泉 성심천

何以醒我心 무엇으로 깰 건가 내 마음 어찌 깰성

澄泉皎如玉 맑은 샘 달빛 받아 옥처럼 맑아 맑을징 달빛교

坐石風動裙 돌에 앉아 바람이 옷자락 살랑 치마군

挹流月盈掬 흐름을 떠올리니 달이 한 움큼 뜰읍 움킬국

 

탁영 김일손 영남학파

1464 季雲 濯纓 金馹孫(1464∼1498)文愍 金海 濯纓集

次睡軒 수헌 운으로

落日長亭畔 지는 해 멀리 떠날 정자에서는 두둑반

離盃持勸君 이별의 잔 잡고서 그대를 위해 잔배 권할권

危樓天欲襯 높은 누각 하늘을 가까이 하려 속옷친

官渡路橫分 벼슬살이 거칠 길 가로 놓였네 건널도

去客沒孤島 떠날 길손 사라질 외로운 섬에 가라앉을몰

浮生同片雲 떠도는 삶 함께할 조각구름이 조각편

江風不解別 강바람 마지못해 헤어지기가

吹棹動波文 불어서 노를 저어 물결무늬가 불취 노도

 

사지 박공달 善士

1470 大觀 四止 朴公達(1470∼1552) 江陵

挽三可 삼가(박수량)를 애도하며

生平擬結管鮑情 한평생 맺자했네 관중포숙 뜻 ※管鮑之交 본뜰의

一別乘鸞楚越行 한번 떠나 상여 타 초 월나라로 탈승 난새난

肝膽肯將生死變 간과 쓸개 옳거니 삶과 죽음이 간간 쓸개담

雙閑亭上月分明 쌍한정 떠오른 달 또렷하기만

 

삼가정 박수량 孝子

1475 君擧 三可亭 朴遂良(1475∼1546) 江陵 三可集

浪吟 낭음

口耳聾啞人 입과 귀 먹고 막힌 사람이 되도 귀머거리농 벙어리아

猶餘兩眼存 오히려 남았으니 두 눈이 있어

紛紛世上事 어지러운 세상에 일이란 것을 어지러워질분

能見不能言 볼 수야 있다지만 말할 수 없어 구실부

 

신항 신숙주의 증손

1477 容耳 申沆(1477∼1507)文孝 高靈

伯牙 백아 ※伯牙絶絃 知音 鍾子期

我自彈吾琴 나 스스로 뜯나니 내 거문고를 탄알탄 거문고금

不必求賞音 반드시 찾진 않아 소리 즐김을

鍾期亦何物 종자기도 그렇지 어찌 알아서 종종

强辯絃上心 억지로 말만 잘해 줄 위 마음을 말잘할변 악기줄현

 

모재 김안국

1478 國卿 慕齋 金安國(1478∼1543)文敬 義城 童蒙先習

盆城贈別 분성에서 헤어짐에 주다 보낼증

燕子樓前燕子飛 연자루 누각 앞에 제비 날아도 /날아서

落花無數惹人衣 지는 꽃 셀 수 없이 옷에 나부껴 /사람 이끌어

東風一種相離恨 동풍에 심는 한은 서로 헤어짐

腸斷春歸客又歸 애끊는 봄이 가니 손도 돌아가

 

七夕 칠석날

鵲散烏飛事已休 까막까치 흩어져 일 이미 그쳐 까치작

一宵歡會一年愁 하룻밤 기쁨 만남 한 해를 시름 밤소

淚傾銀漢秋波濶 눈물 흘러 은하수 가을물 넓고 트일활

腸斷瓊樓夜色幽 애끊는 멋진 누각 밤빛이 그윽 옥경

錦帳有心邀素月 비단휘장 마음 써 하얀 달맞이 휘장장 맞을요

翠簾無意上金鉤 푸른 발 뜻이 없어 쇠갈고리에 발렴 갈고랑이구

只應萬劫空成怨 다만 맞아 만겁에 하늘 이룬 원 빼앗을겁

南北迢迢不自由 남북에 멀고멀어 스스로 안 돼 멀초

 

읍취헌 박은

1479 仲說 挹翠軒 朴誾(1479∼1504) 高靈

萬里 만 리

雪添春澗水 봄눈이 산골짝에 물을 불리고 산골물간

烏趁暮山雲 까마귀 저녁 산에 구름을 좇네 좇을진

淸境渾醒醉 맑은 곳에 흐릿이 술에서 깨니 지경경 흐릴혼 깰성

新詩更憶君 새로운 시 다시 또 그대 생각을 생각할억

 

기원 중종 때

1480 奇遠(?∼?) 幸州

自挽 스스로 만사를 짓다 당길만

日落天如墨 해가지니 하늘은 먹빛과 같고

山深谷似雲 산이 깊어 골짜기 구름 같아라

君臣千載意 임금과 신하모두 천년을 뜻해

怊悵一孤墳 슬프다 하나같이 외로운 무덤 슬플초창 무덤분

 

정암 조광조

1482 孝直 靜庵 趙光祖(1482∼1519)文正 漢陽 靜庵集

詠琴 거문고를 읊어

瑤琴一彈千年調 옥 거문고 한번 타 천년 고르게 아름다운옥요

聾俗紛紛但聽音 귀먹고 어지러워 소리만 들어 어지러워질분

怊悵鍾期沒已久 슬프다 종자기는 떠난 지 오래 ※鍾子期 슬플초창

世間誰知伯牙心 세상에 누가 알아 백아 마음을 ※知音 伯牙絶絃

 

綾城謫中 능성에 귀양 살며 ※전남 화순군 능주면

誰憐身似傷弓鳥 누가 가련 이내몸 활에 다친 새 불쌍히여길련

自笑心同失馬翁 스스로 웃는 마음 변방 늙은이 ※塞翁之馬 던질포

猿鶴定嗔吾不返 원숭이 학 성내어 난 못 돌아가 성낼진 돌아올반

豈知難出覆盆中 어찌 알랴 어려워 판을 뒤집기 뒤집힐복 동이분

 

送安順之赴求禮 구례현에 부임하는 안순지를 보내며

君行屬春時 맡음에 그대 가니 봄날인 때에 엮을속

天地養仁和 하늘땅 길러내니 어진 어우름

活潑江新流 살려 뿌려 강물은 새로 흐르고 뿌릴발

耒茸草生坡 쟁기질 한참이라 풀 돋는 고개 쟁기뢰 무성할용 고개파

道逈千里遠 길은 멀어 천리 길 멀기도 하지 멀형

眼中歷幾多 눈에 들어 지나야 얼마나 많이 지낼력

君子惟心遠 군자로 오직 마음 멀리 보아야

無非意所加 아님 없어 뜻함에 보태야 할 바

他日聞報政 뒷날에 들을 테니 선정을 알려

須憶此日歌 모름지기 생각해 이날의 노래 모름지기수 생각할억

 

양곡 소세양

1486 彦謙 陽谷 蘇世讓(1486∼1562)文靖 晉州

寄巴山兄 파산형에게 부침

忽報平安字 갑자기 알려 보내 문안하는 글

聊寬夢想懸 너그러움 힘입어 꿈에 기림을 너그러울관 매달현

孤雲飛嶺嶠 외로운 구름 날아 고개는 뾰족 뾰족하게높을교

片月照湖天 한 조각 달이 비쳐 호수는 하늘 조각편 호수호

兩地無千里 양쪽 땅 떨어짐이 천리도 안 돼

相望近六年 만날 날 기다리길 육년 가까이

茅簷雨聲夜 초가처마 빗소리 밤을 지새워 띠모 처마첨

長憶對床眠 긴 생각에 마주한 책상머리 잠 생각할억 잠잘면

 

충암 김정

1486 元冲 冲菴 金淨(1486∼1521)文貞 慶州 冲菴集

錦江樓 금강루

西風木落錦江秋 서풍에 나뭇잎 져 금강에 가을 비단금

煙霞蘋洲一望愁 안개 놀 뜬 부평초 한번 봐 시름 놀하 개구리밥

日暮酒醒人去遠 해 저물어 술도 깨 사람 멀리 가 깰성

不堪離思滿江樓 못 견뎌 떠날 생각 강 가득 누각 견딜감

 

원정 최수성

1487 可鎭 猿亭 崔壽峸(1487∼1521)文正 江陵

題壁 벽에 붙여

水澤魚龍國 물 고인 못 물고기 용들의 나라 못택

山林鳥獸家 산속 숲은 새들과 짐승들의 집 짐승수

孤舟明月在 외로운 배 떠있어 밝은 달 아래

何處是生涯 어느 곳이 옳은가 살아갈 자리 물가애

 

渡驪江 여강을 건너며

人情隨世變 사람 뜻 세상 따라 바뀌어가나

岸不逐波流 언덕은 안 쫓으니 물결 흐름을 쫓을축

細雨江邊立 가랑비 강물 가에 서있듯 내려

烟中迷一舟 안개 속을 헤매네 한조각 배가 미혹할미

 

화담 서경덕

1489 可久 花潭 徐敬德(1489∼1546)文康 唐城 花潭集

讀書 책을 읽으며

讀書當日志經綸 책 읽어야 맞는 날에 경륜 펼칠 터 낚시줄륜

歲暮還甘顔氏貧 해 저물어 달게 여겨 안회의 가난 얼굴안

富貴有爭難下手 부함 귀함 다툼 있어 손쓰기 곤란

林泉無禁可安身 자연 임천 말라 않아 몸도 느긋해

採山釣水堪充腹 산에 캐고 물에 낚아 배를 채우려 캘채 견딜감

咏月吟風足暢神 달을 읊고 바람 읊어 얼을 펴기에 읊을영 펼창

學到不疑知快活 배움 닿아 안 헷갈려 기쁨을 알고

免敎虛作百年人 안 가르쳐 쓸데없는 백년 갈 사람

 

오정 정용

1490 百鍊 梧亭 鄭鎔(?∼?) 海州

秋懷 가을의 품음

菊垂雨中在 국화꽃 드리워져 빗속에 있고 드리울수

秋驚庭上梧 가을에 놀라느니 뜰 위 오동잎 놀랄경

今朝倍惆愴 오늘아침 더하는 슬픔이란 건 슬퍼할추창

昨夜夢江湖 지난밤에 꾸었던 강호의 꿈이

 

회재 이언적

1491 復古 晦齋 李彦迪(1491∼1553)文元 驪州 觀察使

無爲 함이 없어

萬物變遷無定態 만물은 바뀌어가 놓아둠 없이 옮길천 모양태

一身閑適自隨時 이 한 몸 틈이 나서 때에 따라서 갈적

年來漸省經管力 해 오며 차츰 줄어 다루는 힘이 점점점 덜생

長對靑山不賦詩 오래를 청산 마주 시도 못 읊어 구실부

 

석천 임억령

1496 大樹 石川 林億齡(1496∼1568) 善山 石川集

해오라기

人方憑水檻 사람은 마침 기대 물가 난간에 기댈빙 우리함

鷺亦入沙灘 해오라기 날아든 모래 여울에 여울탄

白髮雖相似 흰머리 우리 서로 비록 닮으나 터럭발 같을사

吾閒鷺未閒 난 느긋 해오라긴 아니 느긋해

 

석벽 홍춘경

1497 明仲 石壁 洪春卿(1497∼1548) 南陽

落花巖 낙화암

國破山河異昔時 나라 깨져 산하는 옛날과는 다른데 깨뜨릴파

獨留江月幾盈虧 홀로 남아 강에 달 몇 번 차 기울었나 찰영 줄휴

落花巖畔花猶在 낙화암 절벽위에 꽃은 아직 피어서 바위암 두둑반

風雨當年不盡吹 비바람은 그 해에 다 불지도 않았네 불취

 

대곡 성운

1497 健叔 大谷 成運(1497∼1579) 昌寧 大谷集

大谷書坐 대곡에 앉아

夏木成帷晝日昏 여름나무 엉키어 낮에 해 어둑 휘장유

水聲禽語靜中喧 물소리 새소리로 고요 속 시끌 의젖할훤

己知路絶無人到 나도 알아 길 끊겨 올 사람 없어

猶倩山雲鎖洞門 마치 예쁜 산 구름 골짝 문 닫아 예쁠천 쇄사슬쇄

 

초루 권겹

1500 汝明 草樓 權韐(?∼?)

松都懷古 송도(개성)의 옛날 품음

雪月前朝色 눈 휩싸인 달빛은 앞 왕조 빛깔

寒鍾故國聲 썰렁한 종소리는 옛 나라 소리

南樓愁獨立 남쪽 누각 시름에 홀로 서 있어

殘郭暮烟生 남은 성터 저물어 안개 피어나 성곽곽

 

퇴계 이황

1501 景浩 退溪 李滉(1501∼1570)文純 眞城 聖學十圖

次友人韻 벗의 운을 빌어

性癖常耽靜 마음 버릇 언제나 고요함 즐겨 버릇벽 즐길탐

形骸實怕寒 몸과 뼈는 참으로 추위 두려워 뼈해 두려워할파

松風關院聽 솔바람을 듣나니 서원 문 걸고 빗장관

梅雪擁爐看 매화 눈을 보느니 난로를 끼고 안을옹 화로로

世味衰年別 세상재미 늙으니 떨어지는 것 여윌쇠

人生末路難 사람살이 뒤안길 어려움만이

悟來成一笑 깨달아서 지으니 한번 웃음을 깨달을오

曾是夢槐安 일찍이 알았으니 괴안국 꿈을 일찍증 홰나무괴

 

春日閑居(춘일한거) 봄날에 한가히 살며

不禁山有亂(불금산유난) 못 말리지 산에는 어지러운 꽃

還憐徑草多(환련경초다) 오기 안 돼 지름길 풀이 불어나

可人期不至(가인기부지) 온다는 이 기다려 오지를 않아

奈此緣樽何(내차연준하) 이를 어째 맺어줄 술 단지 어째 술통준

 

溪堂偶興(계당우흥) 시내초당에서

掬泉注硯池(국천주연지) 샘물을 움켜 떠서 벼루에 부어 움킬국

閑坐寫新詩(한좌사신시) 한가히 앉아 베껴 새로운 시를

自適幽居趣(자적유거취) 한껏 즐겨 그윽해 머무는 멋에

何論知不知(하론지부지) 무엇을 따지겠소 알던 모르든

 

月影臺(월영대) 월영대

老樹奇巖碧海堧(노수기암벽해연) 늙은 나무 바위로 푸른 바닷가

孤雲遊跡總成烟(고운유적총성연) 최고운 노닌 자취 모두 연기돼

只今唯有高臺月(지금유유고대월) 다만 이제 남으니 높은 누대 달

留得精神向我傳(유득정신향아전) 남겨진 알짜 얼을 나에게 물려

 

陶山暮春偶吟(도산모춘우음) 도산에서 늦봄에 우연히 읊다

浩蕩春風麗景華(호탕춘풍려경화) 무르녹은 봄바람 화사한 경치

蔥瓏佳木滿山阿(총롱가목만산아) 파랗게 좋은 나무 산자락 가득

一川綠水明心鏡(일천록수명심경) 한 줄기 푸른 물은 마음을 밝혀

萬樹紅桃絢眼霞(만수홍도현안하) 만 그루 붉은 복사 눈이 아찔해

 

七月旣望(칠월기망) 음력 7월 16일

野曠天高積雨晴(야광천고적우청) 들 휑해 하늘 높아 쌓인 비 개여

碧山環帶翠濤聲(벽산환대취도성) 푸른 산 둘러싸여 푸른 물소리

故知山水無涯興(고지산수무애흥) 짐짓 아는 산수에 끝없는 멋에

莫使無端世累攖(막사무단세루영) 하겐 말아 무단히 세상일 매임

 

金剛山(금강산) 금강산

聞說金剛勝(문설금강승) 들리는 말 금강산 빼어난 경치

空懷二十年(공회이십년) 쓸데없이 품기만 스무 해 동안

玩來淸景地(완래청경지) 놀러오니 맑아서 경치 좋은 땅

況復好秋天(황부호추천) 하물며 다시 좋은 가을날 날씨

溪菊香初動(계국향초동) 골짝 국화 향기는 비로소 나고

岩楓紅欲燃(암풍홍욕연) 바위 단풍 발그레 불붙음 같아

行吟岩壑底(행음암학저) 거닐며 시를 읊어 바위 골짝서

心慨覺蕭然(심개각소연) 마음껏 감개무량 시원함 느껴

 

浮碧樓(부벽루) 부벽루

永明寺中僧不見(영명사중승부견) 영명사에 스님은 보이지 않고

永明寺前江自流(영명사전강자류) 영명사 앞 강물은 저절로 흘러

山空孤塔立庭際(산공고탑입정제) 산은 비어 외론 탑 뜰 안에 서고

人斷小舟橫渡頭(인단소주횡도두) 사람 끊겨 작은 배 나루터 걸쳐

長天去鳥欲何向(장천거조욕하향) 먼 하늘 새는 날아 어디 가려나

大野東風吹不休(대야동풍취부휴) 넓은 들 동쪽바람 쉼 없이 불어

往事微茫問無處(왕사미망문무처) 지난일 아득해도 물을 데 없어

淡煙斜日使人愁(담연사일사인수) 엷은 안개 비낀 해 사람 시름케

 

남명 조식

1501 楗仲 南冥 曺植(1501∼1572)文貞 昌寧 南冥集

題德山溪亭 제 덕산계정

請看千石鐘 보고자 바라느니 천 석의 종을 종종

非大扣無聲 크게 치지 않으면 소리가 없어 두드릴구

爭似頭流山 다투어 비슷하다 두류산이라

天鳴猶不鳴 하늘 울어 오히려 울리지 않아 울명

 

偶吟 우연히 읊음

人之愛正士 사람들 아낀다네 바른 선비를

好虎皮相似 좋아함이 호피랑 서로 같아서 가죽피 같을사

生前欲殺之 살았을 때 똑같이 죽이려 하고

死後方稱美 죽고 나면 그제야 아름답다해

 

題黃江亭舍(제황강정사) 황강정사에서

路草無名死(노초무명사) 길가 풀 이름 없이 시들어 가고

山雲恣意生(산운자의생) 산 구름 제 멋대로 피어오른다

江流無限恨(강류무한한) 강은 흘러 한없는 한에 흐르고

不與石頭爭(불여석두쟁) 더불어 하지 못해 돌과 다툰다

 

遊安陰玉山洞(유안음옥산동) 안음 옥산동에서 놀며

白石雲千面(백석운천면) 하얀 돌에 구름에 천 가지 모습

靑蘿織萬機(청라직만기) 푸른 넝쿨 짜내니 만 가지 틀로

莫敎摸寫盡(막교모사진) 말게나 베껴내도 다하진 말고

來歲採薇歸(내세채미귀) 오는 해에 오려네 고사리 캐러

 

遊安陰玉山洞(유안음옥산동) 안음 옥산동에서 놀며

碧峯高揷水如藍(벽봉고삽수여람) 푸른 봉 높이 꽂혀 물은 쪽빛이

多取多藏不是貪(다취다장불시탐) 많이도 얻어 지녀 탐내지 않아

捫蝨何須談世事(문슬하수담세사) 이 잡으며 어찌 꼭 세상일 말해

談山談水亦多談(담산담수역다담) 산에 물에 이야기 이야긴 많지

 

靑鶴洞(청학동) 청학동에서

獨鶴穿雲歸上界(독학천운귀상계) 외론 학 구름 뚫고 하늘나라로

一溪流玉走人間(일계류옥주인간) 시내 하나 옥 흘러 인간계 달려

從知無累翻爲累(종지무루번위루) 알아오니 누 돼 날개 쳐

心地山河語不看(심지산하어불간) 마음에 담은 산하 못 봤다 하랴

 

漫成(만성) 떠올라 짓다

平生事可噓噓已(평생사 가허허이) 사람살이 일이야 한숨만 나와

浮世功將矻矻何(부세공 장골골하) 뜬세상 힘들여야 지쳐 어쩌나

知子貴無如我意(지자귀 무여아의) 알지 그댄 귀하니 내 뜻 없음을

那須身上太華誇(나수신 상태화과) 어찌 꼭 몸을 높여 자랑 하려나

 

次徐花潭韻(차서화담운) 서화담의 운을 따서

秋江踈雨可垂綸(추강소우가수륜) 가을 강에 보슬비 낚시 드리워

春入山薇亦不貧(춘입산미역불빈) 봄 들어 산고사리 가난치 않아

要把丹心蘇此世(요파단심소차세) 일편단심 지녀야 이 세상 살려

誰回白日照吾身(수회백일조오신) 누가 돌려 밝은 해 이내 몸 비춰

臨溪鍊鏡光無垢(임계련경광무구) 시내에 거울 닦아 티 없이 맑아

臥月吟詩興有神(와월음시흥유신) 달 보며 시를 읊어 신나는 흥이

待得庭梅開滿樹(대득정매개만수) 기다린 뜰의 매화 가득 꽃필 때

一枝分寄遠遊人(일지분기원유인) 한 가지 나눠 주리 멀리 떠돈 이

 

신사임당 이율곡의 어머니

1504 申師任堂(1504∼1551) 平山

踰大關嶺望親庭 대관령을 넘으며 친정을 바라봄 넘을유

慈親鶴髮在臨瀛 어머니 흰머리에 강릉에 계셔 사랑할자 바다영

身向長安獨去情 이 몸은 서울 향해 혼자 떠나네

回首北村時一望 고개 돌려 북촌을 때때로 보니

白雲飛下暮山靑 흰 구름 가는 아래 저문 산 푸름

 

思親 어버이 생각

千里家山萬疊峯 천리 길 고향 산은 만 겹 봉우리 겹쳐질첩

歸心長在夢魂中 가고파 오래도록 꿈결 속에서 넋혼

寒松亭畔孤輪月 한송정 호수 가에 외론 둥근달 두둑반 바퀴륜

鏡浦臺前一陣風 경포대 누대 앞을 한바탕 바람 돈대대 줄진

沙上白鷗恒聚散 모래 위 갈매기 늘 모여 흩어져 갈매기구 모일취

波頭漁艇各西東 파도 타는 고깃배 따로 동서로 거룻배정

何時重踏臨瀛路 언제쯤 다시 밟나 강릉 가는 길 밟을답 바다영

綵服斑衣膝下縫 비단옷 때때옷을 곁에서 꿰매 비단채 꿰맬봉

 

임벽당 김씨 金應別의 딸 유여주의 계실 중종 때

1505 林碧堂 金氏(?∼?) 義城

貧女吟 빈녀음

境僻人來少 땅이 외져 찾는 이 적기만하고 후미질벽

山深俗事稀 산이 깊어 세속 일 드물기까지 드물희

家貧無斗酒 집 가난해 없으니 말술일랑은

宿客夜還歸 묵을 손님 밤인데 돌아가려네

 

貧女吟 빈녀음

夜久織未休 밤을 오래 베 짜기 그치지 않아 짤직

軋軋鳴寒機 삐걱삐걱 울리니 차가운 베틀 삐걱거릴알

機中一匹練 베틀 속에 한필의 익힌 비단은 익힐련

終作阿誰衣 마침내 될 터인가 누구네 옷이 언덕아

 

하서 김인후

1510 厚之 河西 金麟厚(1510∼1560)文正 蔚山 河西集

題忠州望京樓韻 충주 망경루 운으로

來從何處來 오는데 따라 쫓아 어디서 오나

去向何處去 떠나가니 바랄 곳 어디로 가나

去來無定縱 오고감에 없으니 놓아둠이라 늘어질종

悠悠百年虛 멀고멀어 백년은 텅 비움이라

 

명월 황진이

1510 明月 黃眞伊(?∼?) 開城妓生

詠半月 반달을 읊어

誰斲崑山玉 누구라 깎았으랴 곤륜산 옥을 깎을착 산이름곤

裁成織女梳 손질해 지었으니 직녀의 빗을 마를재 빗소

牽牛一去後 견우가 한 번 오고 가버린 뒤에 끌견

謾擲碧空虛 속았다고 던졌네 푸른 하늘에 속일만 던질척

 

奉別蘇判書世讓 소세양 판서와 헤어지며

月下庭梧盡 달빛 머문 뜰 안에 오동잎 지나

霜中野菊黃 서리 맞은 들국화 노랗기만 해

樓高天一尺 누대는 높아선지 하늘 닿을 듯

人醉酒千觴 사람은 취하여도 술은 남아나 잔상

流水和琴冷 흐르는 물 어울려 거문고 시원

梅花入笛香 매화꽃 들은 피리 향이 실렸네 피리적

明朝相別後 밝을 아침 서로가 헤어진 다음

情與碧波長 함께한 정 파랗게 오래가겠지

 

임당 정유길

1515 吉元 林塘 鄭惟吉(1515∼1588) 東萊 林塘遺稿

夢賚亭春帖 몽뢰정 춘첩 줄뢰 표제첩

白髮先祖老判書 흰머리 할아버지 나이든 판서 ※조부:鄭光弼

閒忙隨分且安居 바쁜 건 분수 따라 느긋이 살아 바쁠망

漁翁報道春江暖 어부가 알리는 말 봄 강물 따뜻 갚을보 따뜻할난

未到花時進鱖魚 아니 이른 꽃필 때 쏘가리 놀아 쏘가리궐

 

청천당 심수경

1516 希安 聽天堂 沈守慶(1516∼1599) 豐山 左議政

定遠樓 정원루 ※함경남도 갑산에 있음

自笑浮生謾苦辛 절로 웃네 떠돈 삶 어려움 속여 속일만 매울신

年年飄泊鬢絲新 해마다 바람 맞아 수염 희어져 배댈박 살쩍빈

誰知玉帳孤眠客 누가 알까 옥 휘장 홀로 잠든 손 휘장장

曾是靑綾慣臥人 일찍이 푸른 비단 버릇들은 이 비단릉 버릇관

千里月明難度夜 천리에 달은 밝아 밤인지 몰라

一庭花落已經春 한 뜨락 꽃은 져서 벌써 봄 지나

虎頭燕頷非吾事 범 머리 제비턱은 내 일 아니라 ※위엄의 상 턱함

却恨虛名誤此身 한을 멎어 헛이름 이 그르쳐 물리칠각 그릇할오

 

봉래 양사언

1517 應聘 蓬萊 楊士彦(1517∼1584) 淸州 蓬萊詩集

秋思 가을의 생각

孤烟生曠野 외론 안개 피어나 횅한 들에서 밝을광

殘月下平蕪 남겨진 달 비추니 거친 들판을 해칠잔 거칠어질무

爲問南來雁 물으려 남쪽으로 기러긴 와도 기러기안

家書寄我無 집 편지 부쳤는지 내게는 안와

 

自輓詩 스스로 죽음을 애도하며

詩中李白酒中伶 시에선 이백이요 술로는 유령 영리할령

一去靑山盡寂寥 한번 떠나 푸른 산 다해 고요해 쓸쓸할요

又去江南楊進士 또 떠날 강남땅에 양진사라니

鷓鴣芳草雨蕭蕭 자고새 꽃다운 풀 눈물 비 쓸쓸 자고자고

※이백(701∼762) 詩仙 李太白 ※劉伶(221∼300) 竹林七賢의 한사람

 

서산대사 휴정 청허당

1520 玄應 西山 休靜 崔汝信(1520∼1604) 完山 淸虛堂集

過古寺 옛 절을 지나며

花落僧長閉 꽃이 져서 스님은 오래 문 닫고 닫을폐

春尋客不歸 봄을 찾아 손님은 아니 돌아와 찾을심

風搖巢鶴影 바람이 흔들어대 둥지 그림자 흔들릴요 집소

雲濕坐禪衣 구름에 옷을 적셔 앉아 도 닦아 봉선선 축축할습

 

踏雪野中去 답설야중거

踏雪野中去 눈 덮인 들판 길을 밞아갈 때엔 밟을답

不須胡亂行 모쪼록 아무렇겐 걷지 마소서 모름지기수

今日我行跡 오늘날 내가 걸어 남긴 발길이 자취적

遂作後人程 드디어 뒷사람의 길이 되리니 이를수 단위정

 

還鄕 시골로 돌아가

三十年來返故鄕 서른 해 지나와서 고향에 오니 돌아올반

人亡宅廢又村荒 사람 잃고 집 헐려 거친 마을이 거칠황

靑山不語春天暮 푸른 산 말을 못해 봄날은 가고 저물모

杜宇一聲來杳茫 두견새 소리 한번 아득히 오네 어두울묘 아득할망

一行兒女窺窓紙 한 무리 아이들은 창문을 기웃 엿볼규

鶴髮隣翁問姓名 흰머리 이웃노인 이름을 물어 터럭발

乳號方通相泣下 옛 부름 마침 알아 서로 우는데 울읍

碧天如海月三更 푸른 하늘 바단지 달은 삼경을 푸를벽

 

습재 권벽

1520 大手 習齋 權擘(1520∼1593) 安東 習齋集

曉行 새벽길

南村北村鷄亂鳴 남촌에 북촌에도 닭은 시끄러 닭계

東方大星如鏡明 동방에 커다란 별 밝기가 거울 거울경

山頭霧捲月猶在 산마루 안개 걷혀 달이 나왔고 말권

橋上霜凝人未行 다리 위 엉긴 서리 사람 안 다녀 엉길응

 

낙빈 이충작

1521 君貞 洛濱 李忠綽(1521∼1577) 全州 觀察使

贈僧 스님에게 보냄

白首龍驤衛 흰머리에 용양위 힘없는 벼슬 머리들양 지킬위

官閒晝掩扉 자리 한가 낮에도 문짝이 닫혀 가릴엄 문짝비

僧從三角至 스님은 삼각산서 왔다하는데

求我五言歸 나를 찾아 오언시 받아 돌아가

 

사암 박순 서경덕의 문인

1523 和叔 思菴 朴淳(1523∼1589)文忠 忠州 思菴集

送退溪先生南還 남쪽 가는 퇴계선생을 보내며

鄕心不斷若連環 고향 뜻 끊임없어 사슬과 같아 고리환

一騎今朝出漢關 말 한필 오늘 아침 서울을 나서 말탈기

寒勒嶺梅春未放 찬 고삐 고개 매화 봄 아니 펼쳐 굴레륵

留花應待老仙還 꽃 남겨 맞이하네 노신선 감에 머무를류

 

고청 서기 서경덕 이지함에게 배움

1523 待可 孤靑 徐起(1523∼1591) 利川 孤靑遺稿

傷懷呈鄭困齋 품음 다쳐 곤재 정개청에게 드림 드릴정

虞韶聞盡淳風去 우순 노래 안 들어 좋은 풍속을 풍류이름소

岐鳳鳴殘好事非 봉황 울음 사라져 아니 좋은 일 갈림길기 해칠잔

天地不回生物意 하늘땅 다시 안와 살아갈 뜻에

凍殍何處見春暉 얼어 죽어 어디나 봄빛을 보랴 주려죽을표 빛휘

 

송암 김연광

1524 彦精 松巖 金練光(1524∼1592) 金海 松巖遺稿

秋夜作 가을밤에 짓다

小窓殘月夢初醒 작은 창 조각달에 꿈을 처음 깨 해칠잔 깰성

一枕愁吟柰有情 한잠에 시름 앓아 어찌 뜻 있어 능금나무내

却悔從前輕種樹 안 뉘우쳐 앞선 날 가벼이 심음 뉘우칠회

滿庭搖落作秋聲 뜰 가득 날려 떨쳐 가을 소리를 흔들릴요

 

고봉 기대승

1527 明彦 高峰 奇大升(1527∼1572)文憲 幸州 高峰集

浮碧樓 부벽루

錦繡山前寺 비단 수논 금수산 산 앞에 절이 ※영명사 수수

大同江上樓 크게 같은 대동강 강 위에 누각 ※부벽루

江山自古今 강과 산은 스스로 예나 이제나

往事幾春秋 지난일은 몇 번의 봄과 가을이

粉壁留佳句 분바른 벽 남으니 좋은 글귀가 ※한시 가루분

蒼崖記勝遊 푸른 벼랑 새기니 잘 놀다 감을 ※이름 벼랑애

扃舟不迷路 조각배 흔들려도 길 잃지 않아 빗장경 미혹할미

余亦沂淸流 나도 또한 기수 물 맑은 흐름에 물이름기

 

縱筆(종필) 붓 가는대로

淸風動萬松(청풍동만송) 맑은 바람 움직여 소나무 모두

白雲滿幽谷(백운만유곡) 하얀 구름 가득해 그윽한 골짝

山人獨夜步(산인독야보) 산에 사람 혼자서 밤을 걷노니

溪水鳴寒玉(계수명한옥) 시냇물도 울리네 차가운 구슬

 

題扇(제선) 부채

團扇生風足(단선생풍족) 둥글부채 일으켜 바람도 많이

秋來奈爾何(추래내이하) 가을 오면 어쩌나 너를 어이해

爲君多少感(위군다소감) 자네 위해 얼마간 느낌 있는데

寒熱不同科(한열부동과) 춥고 더움 매기기 같지는 않아

 

讀書(독서) 책을 읽어

讀書求見古人心(독서구견고인심) 글을 읽어 찾아야 옛사람 마음

反覆唯應着意深(반복유응착의심) 되레 엎어 오직이 뜻 붙임 깊어

見得心來須體認(견득심래수체인) 보고서 마음 들어 꼭 몸에 익혀

莫將言語費推尋(막장언어비추심) 말로만 갖지 마라 찾기만 하여

 

上退溪先生(상퇴계선생) 퇴계 선생께 올리며

寵渥徵金馬(총악징금마) 두터운 사랑으로 금마의 부름 두터울악

恩榮覲北堂(은영근북당) 은혜 영예 뵈오니 북쪽 집에서 뵐근

塵埃凰短羽(진애황단우) 티끌속세 봉황은 깃이 짧은데 티끌애

風雨雁聯行(풍우안연행) 비바람에 기러기 줄지어 가네

喜託新知益(희탁신지익) 기쁜 맡김 새로 안 도움 되는 벗 부탁할탁

驚看別語忙(경간별어망) 놀라서 본 떠남 말 겨를이 없어 바쁠망

渾深孤露感(혼심고로감) 얼핏 깊은 외로움 이슬진 느낌 흐릴혼

延望疚中腸(연망구중장) 목 빼 바래 오랜 병 마음 가운데 오랜병구

 

別山(별산) 따로 있는 산

扶輿淸淑此焉窮(부여청숙차언궁) 수레로 맑디맑음 여기서 다해

磅礴頭流氣勢雄(방박두류기세웅) 돌은 굴러 두류산 기세 우뚝해

萬古橫天瞻莽莽(만고횡천첨망망) 만고를 하늘 질러 바라봐 빽빽

三才拱極仰崇崇(삼재공극앙숭숭) 천지인 끝을 안아 우러러 높여

元精固護張猶翕(원정고호장유흡) 알짜를 굳게 감싸 펼쳐도 뭉쳐

潛澤流行感卽通(잠택류행감즉통) 잠긴 혜택 흘러와 느낌이 뚫려

多少往來人不盡(다소왕래인불진) 웬만큼 오고가니 사람 안 그쳐

却慙靈境祕祝融(각참령경비축융) 뻔뻔히 신령 경계 여름을 숨겨

 

곤재 정개청

1529 義伯 困齋 鄭介淸(1529∼1590) 固城 愚得錄

詠懷 품음을 읊어

三椽茅屋一架書 서까래 셋 초가집 한 시렁 책이 서까래연 시렁가

百歲人生半世餘 백년에 사람살이 반이 남았네

心上經綸賢聖事 마음엔 다스릴 뜻 어진 성인 일 낚싯줄륜

世間無望冒簪裾 세상에 바램없어 비녀 벼슬 옷 비녀잠 옷자락거

 

죽각 이광우

1529 和甫 竹閣 李光友(1529∼1619) 慶州 竹閣文集

過嚴江 엄강을 지나며

風波苦海世沈淪 바람물결 힘든 바다 세상 빠트림 물놀이륜

野渡無人更問津 들에 건널 사람 없어 또 물어 나루 건널도 나루진

惟有嚴陵磯一面 오직 있어 엄자릉이 물가의 한쪽 물가기

淸風不盡閱千秋 맑은 바람 다함없이 천추를 살펴 검열할열

※嚴子陵 : 후한 광무제의 친구 富春山에 은거하여 농사짓고 낚시를 함

 

판곡 성윤해

1530 和仲 板谷 成允諧(?∼?) 昌寧

詠梅 매화를 읊어

梅花莫嫌小 매화꽃 조그마해 싫다 안하니 싫어할혐

花小風味長 꽃 작아도 풍미는 오래감이라

乍見竹外影 잠깐 보니 대밭 밖 그림자이나 잠깐사

時聞月下香 때맞춰 맡아보는 달 아래 향내

 

송계 권응인 퇴계 이황의 제자

1530 士元 松溪 權應仁(?∼?) 安東 松溪集

矗石樓 촉석루 우거질촉

漏雲微月照平波 구름사이 달 얼핏 물결을 비춰 샐루

宿鷺低飛下岸沙 해오라기 나직이 모래에 내려 해오라기로

江閣捲簾人倚柱 강가 집에 발 말아 기둥에 기대 말권 발렴 기둥주

渡頭鳴櫓夜聞多 나루머리 노 소리 밤에 더 들려 건널도 울명 노로

 

백록 신응시

1532 君望 白麓 辛應時(1532∼1585)文莊 寧越

海棠花下杜鵑啼 해당화 아래서 두견새 울어 두견이견 울제

春盡棠花晩 봄이 다해 해당화 지려 하는가 저물만

空留蜀鳥啼 하늘은 그대론데 두견새 운다

隔窓聞秋老 창 너머로 들으니 가을도 묵어

倚枕夢猶凄 자리 기대 꿈꾸니 되레 쓸쓸해 의지할의 쓸쓸할처

怨血聲聲落 피 토해 소리소리 낮아만 지나

歸心夜夜西 가고픔 밤이면 밤 더해만 간다

吾王方在疚 우리 임금 이제 끗 오래 앓는데 오랜병구

莫近上林棲 가까이 오지마라 숲에 살아라 살서

 

제봉 고경명

1533 而順 霽峰 高敬命(1533∼1592)忠烈 長興

黃白菊 노랗고 흰 국화

正色黃爲貴 정작 색깔 노란색 귀하다하고

天姿白亦奇 순수 맵시 하얀색 또한 뛰어나 맵시자

世人看雖別 세상사람 보면서 비록 나눠도

均是傲霜枝 똑같이 가지에는 서리를 맞아 고를균 거만할오

 

고담 이순인

1533 伯生 孤潭 李純仁(1533∼1592) 全義

送人 사람을 보내며

一尊今夕會 한 통술 오늘저녁 모임에 마셔 술통준

何處最相思 어느 곳 가장먼저 서로 생각해

古驛逢明月 옛 역에서 만나는 밝은 달 아래 역참역

江南有子規 강남에도 있으니 두견새 울어 법규

 

구봉 송익필

1534 雲長 龜峰 宋翼弼(1534∼1599)文敬 礪山 龜峰集

望月 달을 보며

未圓常恨就圓遲 아니 둥글 늘 한해 둥긂 더뎌서 늦을지

圓後如何易就虧 둥근 다음 어쩌나 쉽게 쭈그렁 이지러질휴

三十夜中圓一夜 서른 밤 가운데서 보름밤 하루

百年心事摠如斯 백년을 마음먹기 모두 이 같아 모두총 이사

 

山行 산에 오르며

山行忘坐坐忘行 산길 가 앉기 잊어 앉아 길 잊어

歇馬松陰聽水聲 쉬는 말 솔 그늘에 물소리 들어 쉴헐

後我幾人先我去 내 뒤에 몇 사람이 날 앞서 가나

各歸其止又何爭 따로 돌아 그 멎음 어찌 다투랴 다툴쟁

 

偶吟(우음) 우연히 읊다

花開昨日雨(화개작일우) 꽃이 피었네 어제하루 비 내려

花落今朝風(화락금조풍) 꽃은 지누나 오늘아침 바람에

可憐一春事(가련일춘사) 가엽기도 해 어느 봄날 일이라

往來風雨中(왕래풍우중) 오고가느니 비바람 가운데에

 

鳥鳴有感(조명유감) 새 울어 느끼는 마음

足足長鳴鳥(족족장명조) 새들이 짹짹 오래도 울어

如何長足足(여하장족족) 어찌해 그리 길게도 모두

世人不知足(세인불지족) 세상 사람들 족할 줄 몰라

是以長不足(시이장부족) 이래서 늘 상 넉넉지 않지

 

獨坐(독좌) 혼자 앉아

芳草掩閑扉(방초엄한비) 꽃다운 풀 가리어 싸리문 한가

出花山遲遲(출화산지지) 꽃이 피어 산에는 날이 길어가

柳深烟欲滴(유심연욕적) 버들 짙어 안개는 방울이 지려

池靜鷺忘飛(지정로망비) 못은 가만 해오라기 날기를 잊어

 

遊南嶽(유남악) 남악에서 놀며

草衣人三四(초의인삼사) 풀 옷을 걸친 서너 사람이

於塵世外遊(어진세외유) 티끌세상의 밖에서 놀아 티끌진

洞深花意懶(동심화의라) 골짜기 깊어 꽃 뜻은 나른 게으를라

山疊水聲幽(산첩수성유) 산은 겹겹이 물소리 그윽 겹쳐질첩

短嶽盃中畵(단악배중화) 짤막한 산은 술잔 속 그림 큰산악 잔배

長風袖裏秋(장풍수리추) 긴긴 바람은 소매 안 가을 소매수

白雲巖下起(백운암하기) 하얀 구름이 바위 밑 일고 바위암

歸路駕靑牛(귀로가청우) 돌아오는 길 푸른 소타고 멍에가

 

우계 성혼

1535 浩源 牛溪 成渾(1535∼1598)文簡 昌寧 牛溪集

偶吟 우음

四十年來臥碧山 마흔 해를 오면서 벽산에 누워 엎드릴와

是非何事到人間 옳고 그름 무슨 일 사람에 닿나

小堂獨坐春風地 작은 집 홀로 앉아 봄바람 맞아 앉을좌

花笑柳眠閒又閒 꽃 웃음 버들 졸아 느긋한 겨를 잠잘면

 

挽朴相國四庵 박사암(박순 1523∼1589) 상국을 애도함

世外雲山深復深 세상바깥 구름 산 깊고 깊어서 깊을심

溪邊草屋已難尋 시냇가 초가집은 찾기 어려워 찾을심

杜鵑窩上三更月 두견새 움집 위로 한밤에 달이 움집와

曾照先生一片心 일찍 비춘 선생의 한조각 마음 조각편

 

율곡 이이

1536 叔獻 栗谷 李珥(1536∼1584)文成 德水 聖學輯要

山中 산속에서

採藥忽迷路 약초 캔다 하다가 길을 헤매어 캘채 미혹할미

千峰秋葉裏 천 봉우리 가을에 낙엽 속에서 속리

山僧汲水歸 암자스님 물 길어 돌아가는데 길을급

林末茶烟起 숲 끝에 차 달이는 연기 오르네 차다

 

花石亭 화석정 ※경기도 파주에 있음

林亭秋已晩 숲 정자에 가을이 벌써 저물어 저물만

騷客意無窮 시인은 뜻을 펴려 다함이 없네 떠들소

遠水連天碧 저 멀리 물 푸름은 하늘에 닿아

霜楓向日紅 서리 단풍 붉음은 해를 바라봐 단풍나무풍

山吐孤輪月 산은 토해 외로운 동그란 달을 토할토

江含萬里風 강 머금어 만 리에 부는 바람을

寒鴻何處去 차가운 기러기는 어디로 가나 큰기러기홍

聲斷暮雲中 소리 끊겨 저무는 구름 속으로

 

求退有感 물러나며 느낌을

行藏由命豈由人 숨어가니 명이지 어찌 사람에 감출장

素志曾非在潔身 가진 뜻 아니 일찍 깨끗한 몸이 깨끗할결

閭闔三章辭聖主 이문 닫고 글 셋에 물러남 아뢰 이문려 문짝합

江湖一葦載孤臣 시골에 한 잎 갈대 외론 몸 실어 갈대위

疎才只合耕南畝 없는 재주 보태어 남녘 밭 갈아 트일소 이랑무

淸夢徒然繞北辰 맑은 꿈 부질없이 북두성 감싸 무리도 두를요

茅屋石田還舊業 초가집 자갈밭은 돌아온 옛일 띠모

半生心事不憂貧 반평생 마음둔일 가난함 몰라 근심할우

 

出城感懷詩(출성감회시) 성을 나서며

四遠雲具黑(사원운구흑) 사방 멀리 구름은 검게 됐는데 갖출구

中天日正明(중천일정명) 하늘 박힌 해만은 정말 밝아라

孤身一掬淚(고신일국루) 외로운 몸 한 움큼 눈물이 져서 움킬국

灑向漢陽城(쇄향한양성) 뿌리느니 향한 곳 서울 한양성 뿌릴쇄

 

自星山向臨瀛(자성산향임영) 성산에서 임영(강릉)을 향하여

客路春將半(객로춘장반) 나그네 길에 봄은 반 지나

郵亭月欲斜(우정월욕사) 역참 정자에 달도 기울려 역참우

征驢何處秣(정려하처말) 먼 길 갈 나귀 어디서 먹여 나귀려 꼴말

煙外有人家(연외유인가) 연기 밖에는 사람 집 있어 연기연

 

浩然亭見月(호연정견월) 호연정에서 달을 보며

天放空疎客(천방공소객) 하늘이 내친 쓸쓸한 길손 놓을방 트일소

逍遙江上山(소요강상산) 거닐어 다녀 강 위에 산을 거닐소 멀요

登臨夕陽盡(등림석양진) 올라 와보니 저녁볕 다해 오를등 다될진

月出海雲間(월출해운간) 달은 떠올라 바다 구름에

 

寄精舍學徒(기정사학도) 정사학도에게

心如盤水最難持(심여반수최난지) 마음은 물과 같아 지킴 어려워

墮塹投坑在霎時(타참투갱재삽시) 구덩이에 빠지고 던져짐 한때

爲報僉賢操守固(위보첨현조수고) 여러 어짊 알리니 뜻을 지켜서

世紛叢裏卓無移(세분총리탁무이) 세상난리 모둠 속 우뚝 서있길

 

高山九曲歌(고산구곡가) 고산구곡가

高山九曲潭(고산구곡담) 높다란 산에 아홉 구비 못 깊을담

世人未曾知(세인미증지) 세상 사람들 일찍 몰랐네 일찍증

誅茅來卜居(주모래복거) 띠 베고 오네 살만한 곳에 벨주 띠모 점복

朋友皆會之(붕우개회지) 벗들도 모두 여기 모이네

武夷仍想像(무이잉상상) 무이산으로 그려보고는 武夷山:주희의 고장

所願學朱子(소원학주자) 바라는 바라 주자를 배워

一曲何處是(일곡하처시) 첫 번째 구비 어느 곳인가

冠巖日色照(관암일색조) 갓 바위 햇살 빛깔 져 비쳐

平蕪煙斂後(평무연렴후) 너른 거칠음 연기 걷힌 뒤 거칠무 거둘렴

遠山眞如畫(원산진여화) 먼 산은 참말 그림과 같아

松間置綠樽(송간치녹준) 소나무 사이 푸른 술 차려 술통준

延佇友人來(연저우인래) 오래도 끌어 벗이 오는지 우두커니저

二曲何處是(이곡하처시) 두 번째 구비 어느 곳인가

花巖春景晩(화암춘경만) 꽃 바위 봄에 볕은 늦어져

碧波泛山花(벽파범산화) 푸른 물결에 뜨는 산꽃은 뜰범

野外流出去(야외유출거) 들판 밖으로 흘러 나가네

勝地人不知(승지인부지) 빼어난 땅을 남들 몰라서

使人知如何(사인지여하) 남들로 하여 어찌 알게 해

三曲何處是(삼곡하처시) 세 번째 구비 어느 곳인가

翠屛葉已敷(취병엽이부) 푸름 둘러쳐 벌써 잎은 펴 병풍병 펼부

綠樹有山鳥(녹수유산조) 푸르른 나무 산새는 놀아

上下其音時(상하기음시) 위로 아래로 그 소리 들려

盤松受淸風(반송수청풍) 굽어진 솔에 맑은 바람에

頓無夏炎熱(돈무하염열) 조아려 없어 여름 타는 열 조아릴돈

四曲何處是(사곡하처시) 네 번째 구비 어느 곳인가

松崖日西沈(송애일서침) 소나무 벼랑 해는 서녘에 벼랑애

潭心巖影倒(담심암영도) 못 가운데로 바위 그림자 넘어질도

色色皆蘸之(색색개잠지) 빛깔 빛깔이 다 물에 담겨 담글잠

林泉深更好(임천심갱호) 숲에 샘물은 깊어 더 좋아

遺興自難勝(유흥자난승) 남겨진 흥을 절로 못 이겨

五曲何處是(오곡하처시) 다섯째 구비 어느 곳인가

隱屛最好看(은병최호간) 숨겨 둘러쳐 가장 좋아 봬 숨길은

水邊精舍在(수변정사재) 물에 곁에는 정사 집 있어 精舍:학문하는 집

瀟灑意無極(소쇄의무극) 산뜻 깨끗해 뜻은 끝없어 강이름소 뿌릴쇄

箇中常講學(개중상강학) 낱낱 가운데 늘 익혀 배워 낱개

詠月且吟諷(영월차음풍) 달을 읊고서 시를 읊는다 읊을영 욀풍

六曲何處是(육곡하처시) 여섯째 구비 어느 곳인가

釣溪水邊閣(조계수변각) 낚시 시내에 물가의 집에

不知人與魚(부지인여어) 알지 못하네 사람과 고기

其樂孰爲多(기락숙위다) 그를 즐김이 누가 많은지 누구숙

黃昏荷竹竿(황혼하죽간) 어둑해질 때 낚싯대 메고 어두울혼 장대간

聊且帶月歸(요차대월귀) 애오라지 또 달 끼고 오네 귀울료 띠대

七曲何處是(칠곡하처시) 일곱째 구비 어느 곳인가

楓巖秋色鮮(풍암추색선) 단풍바위에 가을빛 뚜렷 고울선

淸霜薄言打(청상박언타) 맑은 서리에 엷은 말 스쳐 엷을박 칠타

絶壁眞錦繡(절벽진금수) 잘린 절벽 참 수놓인 비단

寒巖獨坐時(한암독좌시) 차운 바위에 홀로 앉을 때

聊亦且忘家(요역차망가) 애오라지 또 집을 잊었네

八曲何處是(팔곡하처시) 여덟째 구비 어느 곳인가

琴灘月正明(금탄월정명) 거문고여울 달은 참 밝아 여울탄

玉軫與金徽(옥진여금휘) 옥 기러기발 금 기러기발 기러기발진휘

聊奏數三曲(요주수삼곡) 힘입어 뜯어 두 서너 곡을 힘입을료 아뢸주

古調無知者(고조무지자) 옛날가락을 아는 이 없어

何妨獨自樂(하방독자락) 어찌 거리껴 혼자 즐기지 방해할방

九曲何處是(구곡하처시) 아홉째 구비 어느 곳인가

文山歲暮時(문산세모시) 글의 산에서 해가 저물 때 해세

奇巖與怪石(기암여괴석) 튀는 바위와 야릇한 돌이 기이할괴

雪裏埋其形(설리매기형) 눈 속에 묻혀 그 모습조차 묻을매

遊人自不來(유인자불래) 놀이하는 이 절로 안 오고 놀유

漫謂無佳境(만위무가경) 멋대로 일러 좋은 데 없네 질편할만

 

송강 정철

1536 季涵 松江 鄭澈(1536∼1593)文淸 延日 關東別曲

山寺夜吟(秋夜) 산사에서 밤에 읊다 (가을밤)

蕭蕭落木聲 우수수 떨어지는 나뭇잎 소리 맑은대쑥소

錯認爲疎雨 잘못 알아 들으니 성긴 빗소리 섞일착 알인

呼僧出門看 스님 불러 문 나서 보라했더니

月掛溪南樹 시내 남쪽 나무에 달이 떴다네 걸괘

 

松江亭 송강정

明月在空庭 밝은 달빛 빈 뜨락 가득한데도

主人何處去 주인은 어느 곳에 떠나갔는가

落葉掩柴門 떨어진 잎 사립문 덮어 가리니 가릴엄 섶시

風松夜深語 바람에 소나무는 밤 깊게 속삭

환한 달 텅 빈 뜰에 비치어 내렸는데

주인은 어디에를 떠나고 안계시나

낙엽이 사립문 덮어 바람에 솔 속삭여

 

秋日作 가을날 짓다

山雨夜鳴竹 산속 비 밤새도록 대밭을 울려 울명

草蟲秋近床 풀벌레 가을되니 침상 가까워 상상

流年那可駐 흐르는 해 어찌해 멈출 수 있나 어찌나 머무를주

白髮不禁長 흰 머리 막지 못해 길어만 가네

 

옥봉 백광훈

1537 彰卿 玉峰 白光勳(1537∼1582) 海美 玉峰集

弘慶寺 홍경사

秋草前朝寺 가을 풀밭 앞 왕조 커다란 절터

殘碑學士文 비석조각 학사들 훌륭한 문장

千年有流水 천년을 지냈으니 흐르는 물에

落日見歸雲 해 떨어져 보이네 떠가는 구름

 

富春別墅 봄날의 외딴 농막 농막서

夕陽湖上亭 저녁볕 호수 비춰 정자에 올라

春光在湖草 봄날 빛은 머무네 호수가 풀에

明月山前榭 밝은 달이 떠오른 산기슭 정자 정자사

花陰看更好 꽃그늘 바라보니 새롭게 좋아

 

송담 송남수

1537 靈老 松潭 宋枏壽(1537∼1626) 恩津 檢身要訣

松潭偶吟 송담에서 우연히 읊음 깊을담

石嶺春猶早 바위고개엔 봄이 아직 이르고

沙村雪未消 모래마을엔 눈이 아니 녹았다

鳥投溪外樹 새 숨어드니 시내 너머 나무로

人斷柳邊橋 사람 발 끊겨 버들가 다리에는

野老偏愛國 들에 늙은이 나라걱정 치우쳐

山戎久據遼 산에 오랑캐 요동 버팀 오랜데 되융 의거할거 멀요

西征健兒盡 서쪽 친다며 젊은이 다 떠나니 칠정 튼튼할건

閭巷日蕭條 마을거리는 날이 가며 쓸쓸해 이문여 거리항

 

학봉 김성일

1538 士純 鶴峯 金誠一(1538∼1593) 義城 鶴峯集

矗石樓 촉석루 ※진주에 있는 누각 우거질촉

矗石樓中三壯士 촉석루 누각 안에 세 장사 있어 씩씩할장

一盃笑指長江水 한 잔술에 웃으며 남강 물 보네 잔배

長江萬古流滔滔 긴 강은 오랜 만고 흘러넘치니 물넘칠도

波不渴兮魂不死 물결 아니 마르리 넋이 죽으랴 목마를갈 넋혼

※삼장사: 金誠一 趙宗道 李魯 / 黃進 金千鎰 崔慶會

 

월봉 유영길

1538 德純 月蓬 柳永吉(1538∼1601) 全州 月蓬集

舂杵女 방아 찧는 아가씨 찧을용 공이저

玉杵高低弱臂輕 옥공이 오르내려 여린 팔뚝에 팔비

羅衫時擧雪膚呈 비단적삼 걷으니 하얀 피부가 적삼삼 살갗부

蟾宮慣擣長生藥 달 궁궐 찧어오던 오래 사는 약 두꺼비섬 찧을도

謫下人間手法成 인간에 귀양 와서 솜씨 보이려 귀양갈적

 

고죽 최경창

1539 嘉運 孤竹 崔慶昌(1539∼1583) 海州 孤竹遺稿

山齋 산의 집

古郡無城郭 옛 고을에 없으니 둘러싼 성곽

山齋有樹林 산집에 있는 것은 나무에 수풀 재계할재

蕭條人吏散 쓸쓸히 사람벼슬 흩어져버려 벼슬아치리

隔水搗寒砧 물 건너 다듬이질 차가운 찧음 찧을도 다듬잇돌침

 

贈洪娘詩(증홍랑시) ※洪娘 : 함남홍원의 관기 고죽 최경창의 연인

相看脈脈贈幽蘭(상간맥맥증유란) 서로 보아 잇달아 난초를 보내

此去天涯幾日還(차거천애기일환) 이 떠남 하늘 멀어 언제 돌아와

莫唱咸關舊時曲(막창함관구시곡) 부르진 마 함관령 옛날 노래를

至今雲雨暗靑山(지금운우암청산) 이제껏 운우의 정 청산은 몰라

 

翻方曲(번방곡) ※홍랑의 시조를 최경창이 한역

折柳寄與千里人(절양유기여천리) 버들 꺾어 보내니 천리 길 임께

人爲試向庭前種(인위시향정전종) 해보고 바라소서 뜰 앞에 심어

須知一夜生新葉(수지일야생신엽) 어찌 알아 하루 밤 새 잎이 나면

憔悴愁眉是妾身(초췌수미시첩신) 시름에 여윈 얼굴 바로 첩의 몸

 

※홍랑이 고죽에게 보낸 시조

묏버들 가려 꺾어 보내노라 님의 손에

자시는 창 밖에 심어두고 보소서

밤비에 새잎 곳 나거든 날인가 여기소서

 

손곡 이달 허균의 스승

1539 益之 蓀谷 李達(1539∼1618(1609)) 新平 蓀谷詩集

佛日庵(贈因雲釋) 불일암(증 인운석)

寺在白雲中 흰 구름 가운데에 절이 있는데

白雲僧不掃 스님은 흰 구름을 쓸지를 않아 쓸소

客來門始開 손이 오자 비로소 문이 열리네

萬壑松花老 온 골짜기 날리는 송홧가루에 골학

 

詠畫(영화) 그림을 읊어

積雪滿山逕(적설만산경) 쌓인 눈에 가득한 산속 좁은 길

蕭蕭林葉飛(소소림엽비) 쓸쓸하게 숲에는 나뭇잎 날아

渠家在何處(거가재하처) 사는 집이 있을 터 어느 곳인지 도랑거

日暮擔樵歸(일모담초귀) 해 지니 나뭇짐에 돌아 오구나 멜담

 

詠畫2(영화2) 그림을 읊어

卦着錦囊去(괘착금낭거) 걸어놓고 떠나네 비단 주머니 주머니낭

童子隨山翁(동자수산옹) 아이가 따라가네 산 속 늙은이

微涼起林葉(미량기림엽) 서늘함 조금 일어 숲에 나뭇잎

滿山風景中(만산풍경중) 산 가득한 바람 볕 풍경가운데

 

詠畫3(영화3) 그림을 읊어

船頭下魚罾(선두하어증) 뱃머리에 내리니 물고기어망 어망증

舡尾櫓激石(강미로격석) 배꼬리 노를 저어 돌에 부딪혀 배강 노노

不知日早晩(부지일조만) 알지 못해 날이란 이르고 늦음

江煙沈翠壁(강연침취벽) 강 안개 자욱하여 푸른 절벽에

 

詠畫4(영화4) 그림을 읊어

江樹濃陰合(강수농음합) 강가 나무 짙어져 그늘을 더해

騎驢江上行(기려강상행) 나귀 타고 강 따라 걸어올라가 나귀려

漁舟向何處(어주향하처) 고깃배 나아감은 어느 곳인지

日暮風浪生(일모풍랑생) 해는 져서 물결이 일렁이는데

 

詠畫5(영화5) 그림을 읊어

新霜昨夜重(신상작야중) 새 서리 어젯밤에 많이도 내려

木落江水寒(목락강수한) 낙엽 지고 강물도 차가워졌네

舟人望秋色(주인망추색) 사공도 바라보네 가을의 빛깔

持楫下危灘(지즙하위탄) 노를 저어 내려와 거센 여울을 노즙 여울탄

 

詠畫6(영화6) 그림을 읊어

雪壓茅簷竹(설압모첨죽) 눈에 눌린 초가집 처마 대나무 처마첨

人稀村逕微(인희촌경미) 사람 드문 마을에 시골길 숨어 소로경

定是詩人住(정시시인주) 반드시 시하는 이 살고 있으리

天寒不啓扉(천한불계비) 날씨 추워 못 열어 사립문 닫혀 문짝비

 

畫鶴(화학) 학을 그리다

獨鶴望遙空(독학망요공) 외로운 학 바라봐 멀리 하늘을

夜寒拳一足(야한권일족) 밤이 추워 들었네 한쪽의 발을

西風苦竹䕺(서풍고죽총) 서쪽바람 괴로워 대나무 숲은

滿身秋露滴(만신추로적) 몸 가득 가을이슬 방울이 맺혀

 

送人(송인) 사람을 보내며

五月櫻桃熟(오월앵도숙) 오월에는 앵두가 익어만 가고

千山蜀魄啼(천산촉백제) 모든 산에 두견새 울어도 댄다

送君空有淚(송군공유루) 그대 보내 멍하니 눈물이 흘러

芳草又萋萋(방초우처처) 꽃다운 풀은 곳곳 우거졌는데

 

別意(별의) 다른 뜻

恨結丁香樹(한결정향수) 한이 서려 맺히니 정향의 나무

塵生翡翠裙(진생비취군) 티끌 속에 나오니 비취색 치마

願爲江上石(원위강상석) 바래어 되었으니 강 위에 돌로

日日望夫君(일일망부군) 날마다 바라느니 당신 그대를

 

錦江(금강) 금강

一樹棠梨葉(일수당리엽) 한 그루 팥배나무 나무 이파리

風吹落滿庭(풍취낙만정) 바람 불어 떨어져 뜰에 가득해

明朝錦江水(명조금강수) 내일 아침 금강에 강물에서는

愁對暮山靑(수대모산청) 시름겨워 마주해 저문 푸른 산

 

楓岳晴雲(풍악청운) 금강산에 갠 구름

蒼蒼谷口山(창창곡구산) 푸르고 푸른 골짝 산골짝마다

上有靑楓樹(상유청풍수) 올라보니 있으니 푸른 단풍 숲

有時起晴雲(유시기청운) 때가 있어 이느니 갠 하늘구름

忽作山頭雨(홀작산두우) 문득 지어 산머리 비를 뿌리네

 

平沙曉月(평사효월) 너른 모래 새벽달

山月照溪沙(산월조계사) 산에 뜬달 비추어 개울의 모래

曙色明如素(서색명여소) 날 새는 빛 밝히니 흰 비단 같애

不復有人行(불부유인행) 다시없이 있으니 다니는 사람

獨有聯拳鷺(독유련권로) 오직 있는 외다리 해오라기만

 

尋伽倻山(심가야산) 가야산을 찾아서

中天笙鶴下秋霄(중천생학하추소) 하늘서 신선 학이 내려온 가을

千載孤雲已寂寥(천재고운이적요) 천년을 외론구름 이미 고요해

明月洞門流水在(명월동문류수재) 달 밝은 고을어귀 흐르는 물에

不知何處武陵橋(부지하처무릉교) 알지 못해 어디가 무릉 다린지

 

病中(병중) 아픈 가운데

花時人病閉門深(화시인병폐문심) 꽃피는 때 병으로 문 닫아 깊어

強折花枝對酒吟(강절화지대주음) 억지 꺾어 꽃가지 술에 시 읊어

惆悵流光夢中過(추창유광몽중과) 슬픔은 흐른 세월 꿈같이 지나

賞春無復少年心(상춘무부소년심) 봄 즐겨 다시없어 소년의 마음

 

平調四時詞1(평조사시사1) 평조사시사

門巷淸明燕子來(문항청명연자래) 거리는 청명절로 제비 날아와

綠楊如霧掩樓臺(녹양여무엄누대) 푸른 버들 안개에 누대를 가려

同隨女伴鞦韆下(동수녀반추천하) 따르는 시녀 함께 그네아래서

更向花間鬪草廻(갱향화간투초회) 다시 향해 꽃 사이 풀싸움 했지

 

平調四時詞2(평조사시사2) 평조사시사

五色絲針倦繡窠(오색사침권수과) 다섯 빛깔 실 바늘 수놓기 겨워

玉階新發石榴花(옥계신발석류화) 고운섬돌 새로 핀 석류꽃이라

銀牀氷簟無餘事(은상빙점무여사) 은 평상 찬 삿자리 다른 일 없어

盡日南園蛺蝶多(진일남원협접다) 하루 내 남쪽 동산 나비가 많아

 

平調四時詞3(평조사시사3) 평조사시사

金井梧桐下玉䦨(금정오동하옥란) 우물가 오동나무 아래 옥난간

琵琶絃緊不堪彈(비파현긴불감탄) 비파줄 팽팽하여 못 견뎌 퉁겨

欲將寶鏡均新黛(욕장보경균신대) 거울보고 그리려 새로 눈썹을

捲上珠簾怯早寒(권상주렴겁조한) 구슬발 걷어 올려 이른 추위가

 

平調四時詞4(평조사시사4) 평조사시사

錦幕圍香寶獸危(금막위향보수위) 비단 휘장 두른 향 향로는 높아

曉粧臨鏡澁臙脂(효장임경삽연지) 새벽 화장 거울 앞 연지가 굳어

繡籠鸚鵡嫌寒重(수롱앵무혐한중) 비단 조롱 앵무새 추위가 싫어

猶向簾間覓侍兒(유향렴간멱시아) 발 사이만 보면서 돌볼 이 찾아

 

挽南格庵(만남격암) 남격암의 만사

鸞馭飄然弱水津(난어표연약수진) 난새 타고 표연히 약수나루를

君平簾下更何人(군평렴하갱하인) 엄군평 발을 내려 다시 누군가

床東弟子收遺草(상동제자수유초) 사위 제자 거두니 남겨진 원고

玉洞桃花萬樹春(옥동도화만수춘) 옥동에 복사꽃은 수만 그루 봄

 

祭塚謠 무덤제사 노래 무덤총 노래요

白犬前行黃犬隨 하얀 개 앞서가니 누런 개 따라

野田草際塚纍纍 들밭에 풀 사이로 무덤은 얽혀 사이제 맬루

老翁祭罷田間道 늙은이 제사 마쳐 밭둑길 걸어 그칠파

日暮醉歸扶小兒 해지고 취한 걸음 아이 붙들어 도울부

 

간이 최립

1539 立之 簡易 崔岦(1539∼1612) 通川 簡易集

南江夜泛 남강에서 밤에 배를 띄우고 뜰범

自余來晉州 나로서 진주에를 오고 난 다음

移月始登舟 달 바뀌어 비로소 배에 오르네

適是新年飮 때맞춰 새해맞이 술 한잔 하니

渾歟少日遊 취하여 어린 시절 놀던 생각이 어조사여

笙歌依別渚 생황 불어 노래해 헤어진 물가 생황생 물가저

燈燭見高樓 촛불 등을 보느니 높은 누에서 촛불촉

合有神仙在 보태자면 자리해 신선과 같아

它人向我來 다른 사람 날 보러 오는 것이라 다를타

 

동강 김우옹

1540 肅夫 東岡 金宇顒(1540∼1601)文貞 義城 東岡集

與鄭仁弘絶交 정인홍과 절교하며 주다 ※來庵 鄭仁弘(1535∼1623)

山人不可見 산에서 사는 사람 볼 수 없으니

山路黑如漆 산에 길 어둡기가 칠흑 같아서 옻칠

何以贈夫君 어쩌나 그대에게 보낼 것이란 보낼증

巖頭一片月 바위에 꼭대기에 한 조각달뿐 바위암 조각편

 

운곡 송한필 송익필의 동생

1540 季鷹 雲谷 宋翰弼(?∼?) 礪山

偶吟 우연히 읊다

花開昨夜雨 어제 밤 내린 비에 꽃이 피더니

花落今朝風 오늘아침 바람에 꽃이 지누나

可憐一春事 불쌍하다 할 건가 봄에 있는 일 불쌍히여길련

往來風雨中 왔다가 가버리니 비바람 속에

 

풍애 안민학

1542 習之 楓崖 安敏學(1542∼1601)文靖 廣州 楓崖集

期不至 이르지 않음을 기다리며

莞城雨初歇 완성에 비 내림이 비로소 그쳐 왕골완 쉴헐

落山淡秋山 저문 산은 말갛게 가을의 산이 묽을담

佳期隔江浦 좋은 만남 떼놓는 강가의 포구 사이뜰격

望望水雲間 바라며 바라보는 물 구름 사이

 

서애 유성룡

1542 而見 西厓 柳成龍(1542∼1607)文忠 豐山 懲毖錄

齋居有懷 집에 머물며 품은 뜻을

細雨孤村暮 가랑비 외론 마을 날이 저물고

寒江落木秋 추운 강 낙엽나무 가을이 되어

壁重嵐翠積 벽 두꺼워 산기운 푸름이 쌓여 남기람

天遠雁聲流 하늘 멀리 기러기 소리 흐른다

學道無全力 배움 길에 힘 다해 배우지 않아

臨岐有晩愁 갈림길에 서서야 늦은 시름이 갈림길기

都將經濟業 모두들 하려하는 경세제민을

歸臥水雲陬 돌아와 누웠으니 물구름 한쪽 모퉁이추

 

추연 우성전 이황의 문인

1542 景善 秋淵 禹性傳(1542∼1593)文康 端陽 理氣說

題春帖 춘첩

舊疾已隨殘臘盡 묵은 병 그침 따라 겨울도 다돼 납향랍

休祥還趁早春生 행운이 좇아오니 이른 봄 살아 아름다울휴 좇을진

眼如明鏡頭如漆 눈이란 환한 거울 머리는 까매 거울경 옻칠

最是人間第一榮 가장 맞아 사람에 으뜸의 꽃핌 꽃영

 

석봉 한호

1543 景洪 石峯 韓濩(1543∼1605) 三和 書藝家

後西江 서강 뒤에서

千頃澄波一鑑光 천 이랑 맑은 물결 거울 빛 한결 맑을징 거울감

曲欄斜倚賦滄浪 굽은 난간 기대어 창랑의 노래 난간란 비낄사

蒹葭兩岸西風急 갈대풀에 양 언덕 서풍이 빨라 갈대겸가

無數飛帆亂夕陽 수없이 돛은 날려 저녁볕 왁자 돛범

※滄浪歌 : 楚나라 屈原의 漁父辭

 

한강 정구

1543 道可 寒岡 鄭逑(1543∼1620)文穆 淸州 寒岡集

武屹夜詠 밤에 읊어

峰頭殘月點寒溪 산꼭대기 조각달 찬 시내 찍혀 해칠잔

獨坐無人夜氣凄 나 홀로 앉았으니 밤공기 썰렁 쓸쓸할처

爲謝親朋休理屐 미안하네 친한 벗 발길 끊어서 벗붕 나막신극

亂雲疊雪徑全迷 구름 어질 눈 겹겹 길을 다 몰라 지름길경

 

사명당 유정

1544 離幻 松雲 四溟堂 惟政 任應奎(1544∼1610)慈通弘濟尊者 豊川

過善竹橋 선죽교를 지나며

山川如昨市朝移 산천은 옛 같은데 저자는 바껴 어제작

玉樹歌殘問幾時 옥수가 사라진지 얼마나 됐나 ※옥수곡: 풍류곡조

落日古城春草裏 해 저문 옛 성터에 봄풀 속에서 속리

祗今惟有鄭公碑 오늘 공경 오죽이 鄭文忠 비석 ※鄭夢周 공경할지

 

題降仙亭(제강선정) 강선정에 붙여

三峽客歸去(삼협객귀거) 세 골짝에 길손 돌아가

龍臺生遠愁(용대생원수) 용의 대에 먼 시름 일어

靑山雲色暮(청산운색모) 푸른 산에 구름 빛 어둑

丹穴水聲幽(단혈수성유) 붉은 굴에 물소리 그윽 구멍혈

 

贈行脚僧(증행각승) 행각승에게

爾從江海來(이종강해래) 네가 좇으니 강 바다서 와

還從江海去(환종강해거) 다시 따르니 강 바다로 가

江海路迢迢(강해로초초) 강 바다 길은 멀고멀어서 멀초

重逢又何處(중봉우하처) 다시 만날 곳 어디가 될까

 

浮碧樓用李翰林韻(부벽루용이한림운) 부벽루에서 이한림의 운으로

三國去如鴻(삼국거여홍) 세 나라 지나 기러기같이

麒麟秋草沒(기린추초몰) 한때 기린은 가을 풀 묻혀 麒麟閣:功臣

長江萬古流(장강만고류) 기나긴 강물 만고를 흘러

一片孤舟月(일편고주월) 한 조각 외론 배인지 달은

 

靑鶴洞秋坐(청학동추좌) 청학동의 가을에 앉아

西風吹動雨初歇(서풍취동우초헐) 서풍이 불자 비는 처음 그쳐 쉴헐

萬里長空無片雲(만리장공무편운) 만 리 긴 하늘 구름 한 점 없다

虛室尸居觀衆妙(허실시거관중묘) 빈 방 꼼짝 안 해 뭇 묘함 보여

天香桂子落紛紛(천향계자락분분) 하늘 향 달빛 어지럽게 떨쳐

 

萬瀑洞(만폭동) 만폭동

此是人間白玉京(차시인간백옥경) 이건 바로 인간에 하얀 옥경이

琉璃洞府衆香城(유리동부중향성) 유리동의 관청에 뭇 향기 성이

飛流萬瀑千峰雪(비류만폭천봉설) 날아 흘러 만 폭포 천봉우리 눈

長嘯一聲天地驚(장소일성천지경) 긴 휘파람 한 소리 하늘땅 놀라

 

酬李公求語(수이공구어) 이공이 한마디 구해 답하며

懸崖峭壁無棲泊(현애초벽무서박) 깎아 걸린 벼랑 벽 발댈 데 없어

捨命忘形進不疑(사명망형진불의) 버려 잊고 목숨 몸 믿고 나아가

更向劍鋒飜一轉(갱향검봉번일전) 다시 칼끝 위에서 한 번 뒤집어

始知空劫已前時(시지공겁이전시) 비로소 아는 텅 빔 이미 눈앞 때

 

過邙山(과망산) 북망산을 지나며

太華山前多少塚(태화산전다소총) 태화산 산 앞에는 무덤 얼마나

洛陽城裏古今人(낙양성리고금인) 낙양성 성에 살던 옛 이제 사람

可憐不學長生術(가련불학장생술) 가여워라 못 배워 오래 사는 꾀

杳杳空成松下塵(묘묘공성송하진) 아득히 비워버린 솔 아래 티끌

 

歸鄕(귀향) 고향에 돌아와

十五離家三十四(십오이가삼십사) 열다섯에 집 떠나 서른네 살에

長川依舊水西來(장천의구수서래) 긴 냇물 옛날 같아 물은 서녘서

柿橋東岸千條柳(시교동안천조류) 감 다리 동쪽언덕 천 가지 버들

强半山僧去後栽(강반산승거후재) 거의 반은 중 되어 떠난 뒤 심겨

 

청계 양대박

1544 士眞 淸溪 梁大撲(1544∼1592)忠壯 南原 淸溪集

送李益之向南原 이익지를 남원으로 보내며

春來無日不思家 봄이 오니 집 생각 안 할 날 없어

家在龍城蓼水涯 집 있는 곳 용성은 여뀌 난 물가 여뀌료 물가애

松逕幾寒孤鶴夢 솔숲 길 추웠으되 외론 학 꿈을 소로경

竹窓應折早梅花 대밭 창 꺾었을 터 이른 매화꽃 꺾을절

殊方作客別懷惡 다른 땅에 객이 돼 딴 마음 나빠

岐路送君芳草多 갈린 길 그대 보내 꽃 풀도 많아 갈림길기

從此橫岡遮望眼 이 따라 언덕 놓여 바라봄 막혀 언덕강 막을차

關河不盡暮雲賖 변방에 강 끝없어 구름 아득해 아득할사

 

충무공 이순신

1545 汝諧 李舜臣(1545∼1598)忠武 德水 亂中日記

閑山島夜吟 한산섬 밤에

水國秋光暮 물의 나라 가을빛 저물어감에

驚寒雁陣高 추위 놀란 기러기 줄지어 난다 놀랄경 줄진

憂心轉輾夜 마음시름 뒤척여 잠 못 드는 밤 구를전전

殘月照弓刀 조각달이 비치니 활과 칼이라

 

陣中吟 진중에서

天步西門遠 임금행차 서문에 멀어져가고

東宮北地危 동궁세자 북녘 땅 아찔하기만

孤臣憂國日 외로운 신 나날이 나라걱정에

壯士樹勳時 장정사내 공훈을 세워야 할 때 씩씩할장 공훈

誓海魚龍動 바다에 다짐하니 어룡이 꿈틀 맹세할서

盟山草木知 산에다 맹세하니 초목도 알아 맹세할맹

雙夷如盡滅 오랑캐 쓸어내듯 없애버리면 멸망할멸

雖死不爲辭 비록 내 죽더라도 물리지 않지

 

사계 김장생

1548 希元 沙溪 金長生(1548∼1631)文元 光山 家禮輯覽

伽山逢尹正卿 가야산에서 윤정경을 만나

邂逅伽倻山 뜻함 없이 만나니 가야산에서 만날해후 절가 땅이름야

行裝帶雨痕 꾸린 차림 비 맞아 자국이 남아 꾸밀장 띠대 흉터흔

相逢方一笑 서로 만나 보고는 한번 웃고서

相對却忘言 서로 마주 멎어서 말을 잊었네

 

백호 임제

1549 子順 白湖 林悌(1549∼1587) 羅州 花史

無語別(閨怨) 말없이 헤어짐(규원)

十五越溪女 열다섯 넘은 소녀 시냇가에서 넘을월

羞人無語別 남들이 부끄러워 말없이 작별 바칠수

歸來掩重門 돌아와선 덧문을 닫아걸고서 가릴엄

泣向梨花月 울면서 바라보네 배꽃에 달을 울읍

 

浿江歌 패강의 노래

浿江兒女踏春陽 봄날 볕을 밟으니 패강아가씨 강이름패 밟을답

江上垂楊正斷腸 강위로 늘인 버들 정말 애끊어 버들양 창자장

無限煙絲若可織 끝없는 아지랑이 짤 수 있다면 실사 짤직

爲君裁作舞衣裳 그대 위해 지으리 나부낄 옷을 마를재 춤출무

 

서경 유근

1549 晦夫 西坰 柳根(1549∼1627)文靖 晉州 西坰集

題畵障 벽에 걸린 그림에 가로막을장

日暖花歟錦 햇살이 따뜻하여 꽃밭은 비단 따뜻할난

風輕柳拂絲 바람은 살랑거려 버들가진 실 떨불

尋訪應有意 찾아보아 맞이해 뜻이 떠올라 찾을심방

童子抱琴隨 아이는 따라나서 거문고 안고

 

양재 홍적

1549 太古 養齋 洪迪(1549∼1591) 南陽 荷衣集

暮春 늦은 봄

草深窮巷客來稀 풀 깊어 막힌 거리 손이 드물어 드물희

鳥啼聲中午枕依 새 울어 소리 속에 낮잠에 든다 울제

茶罷小窓無個事 차 마셔 창문가엔 딴 일이 없고 방면할파

落花高下不齊飛 꽃은 져 높은데서 날려 어수선

 

하곡 허봉 허난설헌의 오빠 허균의 형

1551 美叔 荷谷 許篈(1551∼1588) 陽川 荷谷集

謫中送朴甥 귀양지에서 박생질을 보내며 귀양갈적 생질생

爾去向庭闈 너는 떠나 뜰 있는 대궐 문으로 너이 대궐작은문위

余還掩舊扉 나는 돌려 가려진 헌 문짝 안을 나여 문짝비

重逢難自料 다시 만남 어려워 헤아려보니

一別更誰依 한번 헤져 다시는 누굴 기댈까 의지할의

北闕春雲滿 북쪽 대궐 봄 구름 한 가득인데 대궐궐

西山夕照微 서녘 산에 저녁 빛 가늘어진다 작을미

當筵欲忍淚 마땅히 대자리에 눈물 참으려 대자리연 참을인 눈물루

不覺已沾衣 못 알아 이미 벌써 눈물진 옷을 더할첨

 

선조임금 14대

1552 宣祖 李㫟(1552∼1567∼1608)昭敬 穆陵 全州

龍灣書事 용만관에서 ※의주 물굽이만

國事蒼黃日 나랏일 허둥지둥 날이면 날을 푸를창

誰能郭李忠 누가 하랴 곽재우 이순신 충성

去邠存大計 서울 떠나 남으니 커다란 꾀가 나라이름빈

恢復仗諸公 다시 가서 기대야 여러 공들께 넓을회 무기장

痛哭關山月 관문 산에 달 보며 아프게 울고 울곡

傷心鴨水風 압록강 바람 맞아 마음 다치네 오리압

朝臣今日後 조정의 신하들도 오늘 뒤로는

寧復更西東 어찌해 돌이키랴 다시 동서로

 

망우당 곽재우

1552 季綬 忘憂堂 郭再祐(1552∼1617)忠翼 玄風

退居琵琶山 비파산에 물러나 살며

朋友憐吾絶火烟 친구는 날 가련타 불 땜이 끊겨 벗붕

共成衡宇洛江邊 함께 지은 오두막 낙동강 가에 저울대형

無饑只在啖松葉 주림 없이 있으니 솔잎을 먹어 주릴기 먹을담

不渴惟憑飮玉泉 갈증 없이 기대니 옥 샘물 마셔 기댈빙

守靜彈琴心淡淡 고요해 거문고로 마음이 담담 거문고금

杜窓調息意淵淵 창 닫고 숨 고르니 뜻은 가득해 못연

百年過盡亡羊後 백년이 다 지나도 잃어버린 뒤 多岐亡羊

笑我還應稱我仙 날 비웃다 돌아서 나더러 신선

 

안몽득

1552 君遇 安夢得(1552∼?) 廣州

萬壽亭 만수정

三層樓上三行粉 삼층의 누각 위에 세 줄의 기생 층층 가루분

萬壽亭邊萬壽盃 만수정 정자 가엔 만수 축하 잔 잔배

今日莫言今日暮 오늘이라 말마라 오늘 저물어 저물모

年年今日此筵開 해마다 오늘 되니 이 잔치 열지 대자리연

 

여헌 장현광

1554 德晦 旅軒 張顯光(1554∼1637) 仁同 易學圖說

亂後歸故山 난리 뒤 고향에 돌아와서

不堪鄕國戀 못 견디게 그리워 고향산천이 견딜감 사모할연

千里策蹇驢 천리 길 나귀 몰아 절며 찾았네 절건 나귀려

節古春光滿 시절은 예와 같이 봄빛이 가득

人消境落虛 사람은 사라지니 마을은 비어 사라질소 빌허

山河風雨後 산이며 하천이며 비바람 친 뒤

日月晦塞餘 해도 달도 어두워 성채만 남아 그믐회 변방새

剝盡繁華跡 벗기어 다 없어져 번화한 자취 벗길박 많을번

渾如開闢初 흐릿해 하늘땅이 처음인 듯이 흐릴혼 열벽

 

백사 이항복

1556 子常 白沙 李恒福(1556∼1618)文忠 慶州 白沙集

寄申敬叔 신경숙에게 ※申欽(1566∼1628)

兩地俱爲放逐臣 둘이 처지 함께해 내어 쫓기니 함께구 쫓을축

中間消息各沾巾 사이 뜬 소식으로 따로 눈물을 사라질소 더할첨

淸平山下昭陽水 청평산 구비 돌아 소양강물은 밝을소

日夜西流到漢津 하루 밤 서쪽 흘러 서울 갈 텐데 나루진

 

어우당 유몽인

1559 應文 於于堂 柳夢寅(1559∼1623)義貞 高興 於于野談

貧女 가난한 아낙

貧女鳴梭淚滿腮 가난 아낙 북 울려 뺨 가득눈물 울명 북사 뺨시

寒衣初擬爲郞裁 추운 옷 처음 알아 낭군 옷 하려 헤아릴의 마를재

明朝裂與催租吏 밝은 아침 찢어줘 아전 등살에 찢을열 구실조

一吏纔歸一吏來 한 아전 겨우 보내 한 아전 오네 겨우재

 

창주 차운로 차천로의 아우

1559 萬理 滄洲 車雲輅(1559∼1637) 延安 滄洲集

東屯八詠 동둔팔영

楊花雪欲漫 버들 꽃 눈인 듯이 날리려 하고 질펀할만

桃花紅欲燒 복사꽃 붉은 것이 불붙은 듯해 사를소

繡作暮江圖 수놓아 지었으니 저문 강 그림 수수

天西餘落照 하늘의 서쪽에는 남은 해 비춰 비출조

 

소릉 이상의

1560 而遠 少陵 李尙毅(1560∼1624)翼獻 驪興 少陵集

次韻酬任叔英 임숙영의 운을 빌어 ※임숙영(1576∼1623)

已將身世人無何 이미 난 몸 세상에 사람 없을까

窮巷苔深斷客過 막힌 거리 묵혀서 길손 끊어져 거리항 이끼태

落盡小桃春寂寂 다 떨어진 복사꽃 봄은 고요해 고요할적

滿城風雨掩門多 성에 가득 비바람 많은 문 가려 가릴엄

 

죽암 허경윤 선조 때

1560 竹庵 許景胤(?∼?) 竹庵逸集

山居 산에 살며

柴扉尨亂吠 사립문에 삽살개 몹시도 짖고 섶시 문짝비 짖을폐

窓外白雲迷 창밖에 흰 구름은 떠돌아 헤매 미혹할미

石徑人誰至 돌길에 사람이면 누군가 오나 지름길경

春林鳥自啼 봄 숲에 새만 홀로 우짖기만 해 울제

 

송정 강문필

1560 松亭 姜文弼(?∼?) 晉州

應製 응해서 지음 ※微行 중이던 宣祖임금

九入蓮池蓮未實 아홉 번 연꽃 못에 연밥은 못 따 ※科擧 연밥연

三登桂殿桂無花 세 번 오른 달 궁전 꽃은 없으니 큰집전

蹉跎未遂平生業 잘못 디뎌 못 이룬 평생을 할일 넘어질차 헛디딜타

白首功名統伍家 백수로 공명 얻어 군졸 거닐어 큰줄기통 대오오

 

옥봉 이씨

1560 玉峰 李氏(?∼1592) 趙媛의 소실 玉峰集(한시32편)

閨情 규방의 정

有約來何晩 약속해 오시기가 어찌 늦나요 묶을약

庭梅落已多 뜰 매화 떨어져서 이미 많은데

忽聞枝上鵲 갑자기 들린 소리 가지 위 까치 까치작

虛畵鏡中眉 쓸데없이 그렸네 거울 안 눈썹 눈썹미

 

夢魂(贈雲江) 꿈에(운강에게 보냄)

近來安否問如何 요즈음 안부 물어 어떠하신지 아닐부

月到紗窓妾恨多 달빛어린 깁 창문 한 많은 이 몸 깁사 첩첩

若使夢魂行有跡 꿈길에 오간자취 있게 했다면 자취적

門前石路半成沙 문 앞에 돌길마저 반은 모래 돼

 

노계 박인로

1561 德翁 蘆溪 朴仁老(1561∼1642) 密陽 陋巷詞

戴勝吟 뻐꾸기소리 戴勝: 뻐꾸기 布穀

午睡頻驚戴勝吟 낮잠에 자주 놀라 뻐꾸기소리 잘수 자주빈 놀랄경

如何偏促野人心 어찌해 일깨우나 들사람 마음 치우칠편 재촉할촉

啼彼洛陽華屋角 울어도 저기 서울 멋진 집 한쪽 울제

會人知有勸耕禽 사람 모아 알리지 밭 갈라 하고 권할권 밭갈경

 

지봉 이수광

1563 潤卿 芝峰 李晬光(1563∼1628)文簡 全州 芝峯類說

途中 길을 가며 길도

岸柳迎人舞 언덕버들 춤추니 사람을 맞아

林鶯和客吟 숲 꾀꼬리 읊으니 나그네 함께

雨晴山活態 비 개여 산 모습은 살아있는 듯

風暖草生心 바람 따뜻 풀잎도 돋아나오려

景入詩中畵 경치는 펼쳐지길 시 속의 그림

泉鳴譜外琴 샘물울림 악보 밖 거문고소리

路長行不盡 길은 멀어 갈 길이 다하지 않고

西日破遙岑 서녘 해는 부수어 먼데 봉우리 멀요 봉우리잠

 

허난설헌 허균의 누나

1563 景樊 蘭雪軒 許楚姬(1563∼1589) 陽川 蘭雪軒集

江南曲 강남곡

人言江南樂 남은 말해 강남이 즐겁다 해도

我見江南愁 내가 보니 강남도 시름겹기만

年年沙浦口 해마다 모래밭에 갯가에서는

腸斷望歸舟 애끓어 바라보는 돌아오는 배

 

貧女吟 가난한 여인

豈是乏容色 어찌 옳아 가난한 얼굴빛이란 가난할핍

工鍼復工織 바느질에 길쌈도 솜씨 있는데 침침

少小長寒門 어려 작아 자라길 가난한 집에

良媒不相識 좋은 매파 서로가 알지도 못해 중매매

 

不帶寒饑色 내색하지 않으니 추위 주린 빛 띠대 주릴기

盡日當窓織 날을 다해 마땅히 창가 베틀에

惟有父母憐 여기기에 어버이 안쓰럽기도 불쌍히여길련

四隣何曾識 모든 이웃 어찌 다 알 수 있으리 이웃린

 

夜久織未休 밤을 오래 베 짜기 멈춤이 없어

戞戞鳴寒機 찰칵찰칵 울리니 차가운 베틀 창알

機中一匹練 베틀에서 짜여 진 한 필의 비단 필필 익힐련

終作阿誰衣 마침내 지어지니 누구의 옷이 언덕아

 

手把金剪刀 손에 잡은 가위를 들고 있자니 잡을파 자를전

夜寒十指直 밤은 차 열 손가락 곱아서 꼿꼿

爲人作嫁衣 남을 위해 지으니 시집갈 옷을 시집갈가

年年還獨宿 해마다 돌아옴은 홀로 지새움

 

採蓮曲 연밥을 따며

秋淨長湖碧玉流 가을 맑아 긴 호수 푸른 옥 흘러 깨끗할정

荷花深處繫蘭舟 연꽃 피어 깊은 곳 놀잇배 매여 맬계

逢郞隔水投蓮子 임을 만나 물 너머 연밥 던져서 연밥련

遙被人知半日羞 남에 알려 반나절 부끄러움만 멀요 이불피

 

無題(讖詩) 무제

碧海浸瑤海(벽해침요해) 파란바다 잠기니 푸른 옥 바다

靑鸞倚彩鸞(청난의채난) 푸른 난새 기대니 빛 고운 난새

芙蓉三九朶(부용삼구타) 부용꽃 삼구 떨기 스물일곱이

紅墮月霜寒(홍타월상한) 붉게도 떨어지네 달 서리 차게

 

閨怨1(규원1) 규원

錦帶羅裙積淚痕(금대라군적루흔) 비단 띠 비단치마 눈물 자욱이

一年芳草恨王孫(일년방초한왕손) 한해를 꽃다운 풀 왕손을 탓해

瑤箏彈盡江南曲(요쟁탄진강남곡) 옥 아쟁 타기 다해 강남곡으로

雨打梨花晝掩門(우타이화주엄문) 비를 맞은 배꽃에 문 닫힌 낮에

 

閨怨2(규원2) 규원

月樓秋盡玉屛空(월루추진옥병공) 달 누각 가을 다해 옥 병풍 비어

霜打蘆洲下暮鴻(상타노주하모홍) 서리치는 갈대 섬 기러기 내려

瑤琵一彈人不見(요비일탄인불견) 옥 비파 한번 타나 사람은 안 봬

藕花零落野塘中(우화영락야당중) 연꽃은 시들어져 들에 연못에

 

정회원

1564 大而 鄭恢遠(1564∼?) 東萊

秋日詠懷 가을날 뜻을 읊어

光陰忽忽歲將趥 세월은 훌쩍 지나 해도 지나려 타달거릴추

萬里覊愁獨依樓 만 리에 매인 시름 홀로 누대에 굴레기

鏡裏紅顔非昔日 거울 안 붉은 얼굴 옛날과 달라 예석

鬢邊華髮又今秋 구레나룻 머리칼 이제 또 가을 귀밑털빈 터럭발

寒蟬浥露求高樹 추운 매미 이슬 젖어 높은 나무로 매미선 젖을읍

旅鴈隨風落遠洲 기러기 떼 바람 따라 먼 섬에 앉아 섬주

怊悵幾年歸未得 슬프게도 몇 년을 못 돌아가니 슬플초창

故園松桂夢中幽 옛 동산 솔밭 달이 꿈속에 아련 계수나무계

 

청은 이상신

1564 而立 淸隱 李尙信(1564∼1610) 驪興

次贈尹同知 윤동지에게

直廬深夜伴燈釭 오두막집 깊은 밤 함께 등불에 오두막집려 등잔강

無事誰家酒滿缸 일없이 어느 집에 술이 있으랴 항아리항

却憶故人西澗上 생각 접고 오랜 벗 개울을 올라 물리칠각

滿山風雪掩書窓 산 가득 휘날린 눈 책 창을 가려 가릴엄

 

설사 남이공

1565 子安 雪蓑 南以恭(1565∼1640) 宜寧 雪蓑集

凌虛堂 능허당

玉人試弄江南曲 고운 이 연주하는 강남곡이라 희롱할롱

流水高山自在彈 흐르는 물 솟은 산 저절로 있어 탄알탄

塵海十年孤客耳 티끌바다 열 해에 외로운 손은

滿樓風寒露深寒 누각 가득 바람 차 이슬도 차워 다락루

 

상촌 신흠

1566 敬叔 象村 申欽(1566∼1628)文貞 平山 野言

旅燈 여관 등불

旅館殘燈夜 나그네 묵는 집에 등불 밝힌 밤 해칠잔

孤城細雨秋 외로운 옛 성에는 가을 가랑비 가늘세

思君意不盡 임을 그려 뜻함은 다함이 없어

千里大江流 천리를 커다란 강 흘러만 간다

 

次僧軸韻 스님의 운으로

躑躅花開亂燕飛 철쭉꽃 꽃이 피어 제비는 날아 머뭇거릴척촉

枯梧睡罷正忘機 거문고 베고 자다 정말 잊었나 마를고 잘수

僧來不作人間話 스님 와 하지 않는 세상살이 말

知我歸心在翠微 날 알아 마음 돌려 산에 있음을 ※翠微:山

 

수은 강항 강희맹의 5대손

1567 太初 睡隱 姜沆(1567∼1618) 晉州 睡隱集

閒居 한가히 살며

蕪菁結穗麥抽芽 장다리 이삭 패고 보리 싹 돋아 우거질청 이삭수

粉蝶飛穿茄子花 흰나비 날아 숨어 가지 꽃에서 뚫을천 연줄기가

日照疎籬荒圃淨 해 비춘 듬성한 울 거친 말간 밭 울타리리 밭포

滿園春事似田家 뜰 가득 봄날 일은 농삿집 같아 같을사

 

제호 양경우

1568 子漸 霽湖 梁慶遇(1568∼?) 南原 霽湖集

正朝寄舍 설에 집에 부치며

天時苒荏又新年 하늘 때 덧없어서 또다시 새해 풀우거질염 들깨임

到老離居益可憐 늙어 까지 떨어져 더욱 가련해 불쌍히여길련

想得讀書燈欲盡 생각에 책 읽음에 등불 꺼지려 다될진

西峰殘月草堂前 서쪽 봉 조각달은 초가집 앞을 해칠잔

 

교산 허균

1569 端甫 蛟山 許筠(1569∼1618) 陽川 惺所覆瓿藁

夜坐(야좌) 밤에 앉아서

經卷橫烏几(경권횡오궤) 경서 책 비껴 있어 검은 책상에

香煙裊鴨鑪(향연뇨압로) 향 연기 하늘거려 오리향로에

不知軒冕客(부지헌면객) 알지 못해 높다란 벼슬아치들

能似此翁無(능사차옹무) 이 늙은이 같아선 알 수 없구나

 

文集完(문집완) 문집이 완성되어

四十三年攻翰墨(사십삼년공한묵) 마흔세 해 힘들여 글 짓고 쓰니

千金弊帚枉勞心(천금폐추왕로심) 천금의 헤진 비에 지친마음만

詩文十卷方書了(시문십권방서료) 시와 글로 열권을 마침 다 썼네

從此惺翁不復吟(종차성옹불부음) 이에 따라 나 성옹 다신 안 읊어

 

寫懷(사회) 회포를 적다

凄涼楚臣夢(처량초신몽) 처량하다 초나라 신하의 꿈은

牢落野人期(뇌락야인기) 쓸쓸하다 야인의 다짐이어라

徇祿憂終在(순록우종재) 녹 드러내 걱정은 마침이 있고

歸田計已違(귀전계이위) 시골로 갈 꾀함은 이미 어긋나

靑春對芳草(청춘대방초) 푸른 봄에 마주해 꽃다운 풀을

白日見遊絲(백일견유사) 말간 날에 보느니 아지랑이를

卽此多幽興(즉차다유흥) 이만하면 많으니 그윽한 흥취

還如未病時(환여미병시) 그런 돌림 아니니 병이 들은 때

 

旅舍(여사) 객사에서

異地春將晩(이지춘장만) 다른 땅에 봄날은 저물려하고

年光奈老何(연광내로하) 나잇살은 어찌해 늙어 버렸나

林花經雨少(임화경우소) 숲속 꽃에 지나는 비는 적은데

鳥語得晴多(조어득청다) 새 소리는 날 개어 많아졌구나

身世悠悠客(신세유유객) 이내몸은 멀고 먼 나그네 되어

乾坤浩浩歌(건곤호호가) 하늘땅에 넓고 큰 노래로구나

忘生憑底物(망생빙저물) 삶을 잊고 기대니 무엇을 믿어

案上有楞伽(안상유릉가) 책상 위에 있으니 능가경이라

※楞伽經 : 석가모니가 楞伽城에서 설한 경전 如來藏思想

 

感興(감흥) 느낌이 일어

中夜起四望(중야기사망) 한밤중에 일어나 사방을 바라

晨辰麗晴昊(신신려청호) 방성 별은 곱기도 개인하늘에 ※房星

溟波吼雪浪(명파후설랑) 어둔 물결 소리쳐 하얀 눈 물결

欲濟風浩浩(욕제풍호호) 건너려니 바람은 너무나 넓어

少壯能幾時(소장능기시) 젊어 힘참 얼마나 가져갈는지

沈憂使人老(침우사인로) 걱정 빠져 사람을 늙어가게 해

安得不死藥(안득불사약) 어찌하면 안 죽는 약을 얻을까

乘鸞戲三島(승난희삼도) 난새 타고 노닐어 삼도에 가서

※房星:이십팔수의 넷째별 鸞鳥:오채깃털 오음울음 三神山:蓬萊 瀛州 方丈

 

避地連閣作八絶 1 피지연각에서 절구 여덟을 짓다

家在長陵小市東(가재장릉소시동) 장릉 집 작은 저자 동쪽에 있어

數間茅屋一年空(수간모옥일년공) 몇 칸 초가 한 해나 비워두었네

牙籤萬軸歸何處(아첨만축귀하처) 아첨 꽂 두루마리 어디로 갔나

不落溝中卽土中(불락구중즉토중) 도랑에 안 빠지면 나아가 흙 속

 

避地連閣作八絶 2 피지연각에서 절구 여덟을 짓다

朝罷天街響水蒼(조파천가향수창) 조회 마친 서울 길 푸른 물 울림

萬家花柳沸笙篁(만가화류비생황) 모든 버들에 들끓는 피리

君王一別通明殿(군왕일별통명전) 임금님 한번 떠난 통명전에는

歌舞場爲戰鬪場(가무장위전투장) 노래 춤을 추던 곳 싸움터 되네

 

避地連閣作八絶 3 피지연각에서 절구 여덟을 짓다

先子丘墳寄漢濱(선자구분기한빈) 선친의 무덤 묘를 한강 가 모셔

歲時誰是掃墳人(세시수시소분인) 세시 때 누가 바로 무덤 쓸 사람

松楸西望腸堪斷(송추서망장감단) 선영 서쪽 바라봐 애 끊김 견뎌

日暮天涯淚滿巾(일모천애루만건) 해 저무는 하늘가 눈물 흥건히

 

避地連閣作八絶 4 피지연각에서 절구 여덟을 짓다

西塞關河路幾千(서새관하로기천) 서쪽 추운 변방 강 길은 몇 천리

別來音信若爲傳(별래음신약위전) 떠나와 소리소식 어찌 전하랴

干戈滿眼身如寄(간과만안신여기) 난리로 가득한 눈 더부살이 몸

何處看雲費晝眠(하처간운비주면) 어디서 구름 보며 낮잠을 자랴

 

避地連閣作八絶 5 피지연각에서 절구 여덟을 짓다

塞北凶鋒尙未摧(새북흉봉상미최) 변방북쪽 흉한 칼 아직 안 꺾여

嶺西封豕幾時廻(영서봉시기시회) 재 서쪽 오랑캐는 언제 돌아가

煙臺日暮平安火(연대일모평안화) 봉화대 해 저물어 불빛 평안해

坐識高城賊不來(좌식고성적불래) 앉아 알아 높은 성 적은 아니 와

 

避地連閣作八絶 6 피지연각에서 절구 여덟을 짓다

千尺金城百尺壕(천척금성백척호) 천자 높이 철옹성 백 자 깊이 호

矢銛弓硬且長刀(시섬궁경차장도) 화살 예리 활 굳건 칼까지 길어

帳前擊柝軍相語(장전격탁군상어) 막사 앞 딱따기 쳐 군사 서로말

太守元來守不牢(태수원래수불뢰) 태수는 애초부터 굳게 못 지켜

 

避地連閣作八絶 7 피지연각에서 절구 여덟을 짓다

到處生涯一病僧(도처생애일병승) 어디나 사람살이 병든 한 스님

靜夜茆屋對篝燈(정야묘옥대구등) 고요한 밤 초가집 배롱 등 마주

豪華舊習鎖難得(호화구습쇄난득) 호사스런 옛 습관 끊기 어려워

明日平原約放鷹(명일평원약방응) 내일은 너른 벌판 매사냥키로

 

避地連閣作八絶 8 피지연각에서 절구 여덟을 짓다

霽江公子紫霞仙(제강공자자하선) 갠 강에 아드님은 자하선인이

一別音塵兩渺然(일별음진양묘연) 한번 떠 티끌소식 양쪽이 아득

懷憶去年今夜月(회억거년금야월) 생각 품어 지난해 오늘밤 달을

雪中聯騎訪姑泉(설중련기방고천) 눈 속에 말 나란히 고천을 찾아

 

經月殿舊基有感 월전 옛터를 지나며 느낌이 있어

紅樓別夜醉芳樽(홍루별야취방준) 홍루서 헤어진 밤 맛난 술 취해

月桂天香染彩毫(월계천향염채호) 달나라 하늘 향기 물들인 붓털

不是羿妻奔竊藥(불시예처분절약) 예의 아내 아니면 약 훔쳐 숨나

也無方朔戲偸桃(야무방삭희투도) 동방삭 또한 없어 복숭 훔칠까

羅衣化盡經秦火(나의화진경진화) 비단옷은 다하니 진나라 겪어

綺榭燒殘入賊壕(기사소잔입적호) 비단누각 타버려 적진에 들어

依舊南隣逢樂叟(의구남린봉낙수) 옛 대로 남녘이웃 노인을 만나

琵琶猶按鬱輪袍(비파유안울륜포) 비파 당겨 오히려 울륜포 타네

※羿妻 :활의 명인 예의 아내인 姮娥로 천도를 혼자 먹고 달에 달아남

※東方朔 :서왕모의 복숭아를 훔쳐 먹고 장수하여 삼천갑자 동방삭이라 함

 

석주 권필 허균의 친구

1569 汝章 石洲 權韠(1569∼1612) 安東 石洲集

過鄭松江過有感 송강 정철의 묘를 지나며

空山木落雨蕭蕭 빈산에 낙엽지고 비는 쓸쓸히

相國風流此寂寥 재상에 풍류라도 여기 고요히 쓸쓸할료

惆悵一杯難更進 슬프다 술 한 잔을 다시 못하니 슬퍼할추창

昔年歌曲卽今朝 지난해 노래가 곧 오늘아침이 예석

 

途中 길을 가며

日入投孤店 해 저물어 묵으니 외딴 집이라

山深不掩扉 산이 깊어 사립문 닫지도 않아 가릴엄 문짝비

鷄鳴問前路 닭이 울어 물으니 앞으로 갈길

黃葉向人飛 노란 잎 사람보고 날아와 닿네

 

征婦怨 아내의 슬픔

交河霜落雁南飛 강 질러 서리 내려 기러기 날아

九月金城未解圍 구월의 금성에는 에움 안 풀려 문짝비

征婦不知郞已沒 군졸아내 모르네 남편 죽은 줄 가라앉을몰

夜深猶自擣寒衣 밤 깊게 마치 절로 핫옷 다듬이 찧을도

 

동계 정온 斥和論

1569 輝遠 桐溪 鄭蘊(1569∼1641)文簡 草溪 桐溪文集

言志 뜻을 말함

生世何巇嶮 세상 살기 어찌해 험하다 할까 험준할희 험할험

三旬月暈中 열흘 세 번 한 달을 달무리 속에 열흘순 무리훈

一身無足惜 내 한 몸 아까울 것 그리 없으나 아낄석

千乘亦云窮 천승의 임금 또한 궁하다 하네 탈승

外絶勤王事 밖으로 끊겼으니 나랏일 돌봄 부지런할근

朝多賣國凶 조정엔 우글대니 나라 판 흉물 팔매

老臣何所事 늙은 신하 무엇이 할 일인 겐가

腰下佩霜鋒 허리아래 찼으니 서릿발 칼을 허리요 찰패 칼끝봉

 

청음 김상헌 斥和論

1570 叔度 淸陰 金尙憲(1570∼1652)文正 安東 淸陰全集

寄崔遲川 지천 최명길에게 보냄

成敗關天運 되고 안 됨 하늘의 운에 매이나

須看義與歸 꼭 보면 옳음으로 돌아가는 것

雖然反夙暮 비록이 아침저녁 뒤집더라도 일찍숙

未可倒裳衣 아니 되지 거꾸로 치마저고리 넘어질도 치마상

權或賢猶誤 권세에는 어짊이 오히려 잘못 그릇할오

經應衆莫違 다스림에 모두들 어길 수 없어 어길위

寄言明理士 말하니 이치 밝은 선비라 해서

造次愼衡機 잠시도 삼가기를 형평과 기미 삼갈신

 

次玄悟詩卷韻 현오 시집에서 운을 따서

到老君恩重 늙어도 임금은혜 무겁기만 해

歸田宿計非 시골로 돌아가려 오랜 꿈 버려

匡時那有策 때 바루어 어쩌면 꾀함 있을까 바룰광

遣興亦無詩 흥이 깨져 그러니 시 한수 없어 보낼견

佳節騰騰過 좋은 철 세월 따라 지나가버려 오를등

淸遊歷歷違 맑은 놀이 흘러서 어긋나버려 지낼력 어길위

春來楊柳樹 봄이 와 버드나무 물이 올라서

羨爾自舒眉 부러워서 스스로 이마를 펴네 부러워할선 펼서

 

영월 청학 휴정의 제자

1570 玄珠 詠月 淸學 洪(1570∼1654) 詠月集

懷人 품은 사람

山川重隔更堪悲 산천이 겹쳐 막혀 다시 슬픔에 사이뜰격 견딜감

回首天涯十二時 고개 돌려 하늘 끝 열두 시간을 ※12시=1일

寂寞山牕明月夜 고요 쓸쓸 산사 창 달이 밝은 밤 쓸쓸할막 창창

一相思了一相思 한 생각 마쳐서도 서로 생각이 마칠료

 

청강 조수성

1570 孝伯 淸江 曺守誠(1570∼?) 昌寧 淸江遺集

次鄭可遠韻 정가원의 운으로

飄泊天涯今幾載 바람 이는 하늘 끝 오늘로 몇 년 배댈박 물가애

再逢靑眼是關西 다시 만나 반기니 바로 관서 땅 만날봉 눈안

一宵難盡平生語 밤 하나 다 못하니 한평생 말을 밤소

把酒如何更聽鷄 술 들어 어떠하리 날이 새도록 잡을파 들을청

 

경정 이민성

1570 寬甫 敬亭 李民宬(1570∼1629) 永川 敬亭集

齋居卽事 재실에 머물며

爭名爭利意何如 이름 이끗 다투니 뜻이 무언가 다툴쟁

投老山林計未疎 늙음 둔 산 숲에는 꾀함 아니해 트일소

雀噪荒階人斷絶 참새 조잘 돌계단 사람 끊기니 참새작 떠들썩할조

竹窓斜日臥看書 대밭 창문 기운 해 누워 책 읽어 비낄사

 

북저 김류

1571 冠玉 北渚 金瑬(1571∼1648)文忠 順天 北渚集

付書瀋陽 심양에 글을 보내며

高梧葉落雨凄凄 높은 오동 잎 지니 비에 쓸쓸히 쓸쓸할처

塞路三千夢亦迷 변방 길 삼천리에 꿈도 뒤숭숭 미혹할미

欲向征人寄消息 군에 간 이에게로 소식 부치려 칠정 부칠기

一行書又萬行啼 한 줄글에 또 더한 만 줄의 눈물 울제

 

영내 조신준

1573 公著 寧耐 曺臣俊(1573∼?) 嘉興 松都雜記

閨怨 규방의 원망

金風凋碧葉 가을바람 푸른 잎 시들게 하고 시들조

玉淚鎖紅頰 고운눈물 붉은 뺨 얼룩지게 해 쇠사슬쇄 뺨협

瘦削只緣君 여윈 몰골 이처럼 낭군 때문에 파리할수 깍을삭

君歸應棄妾 낭군님 돌아오면 날 버리겠네 버릴기 첩첩

 

백사 윤훤

1573 次野 白沙 尹暄(1573∼1627) 海平 白沙集

寄東岳臺山別野 동악대산별야에 부침

聞君歸臥古楊州 들으니 그대 와서 양주에 있어 엎드릴와

細草長郊事事幽 가는 풀 자라는 들 일일이 그윽 성밖교

大笠蔽天牛背穩 큰 삿갓 하늘 가려 소등에 느긋 덮을폐 평온할온

春風京洛不回頭 봄바람 서울이라 고개 안돌려 강이름락

 

매창 이계생

1573 天香 梅窓 李桂生(1573∼1610) 扶安기생 梅窓集

贈醉客 취한 손님에게

醉客執羅衫 취한 손님 잡으니 비단저고리 잡을집 적삼삼

羅衫隨手裂 비단적삼 뿌리쳐 찢어졌는데 찢을열

不惜一羅衫 비단적삼 하나는 아깝지 않아 아낄석

但恐恩情絶 다만 걱정 은정이 끊어질까봐 두려울공

 

광해군 15대

1575 光海君 李琿(1575∼1608∼1623∼1641) 全州

在圍籬中吟 울타리 둘러싸인 가운데

本是同根何太薄 본디는 같은 뿌리 어찌 엷을까 엷을박

理宜相愛亦相哀 마땅히 서로 아껴 또한 슬퍼야

緣何脫此樊籠去 인연을 이리 벗고 갇혀 가는가 울번 대그릇롱

綠水靑山任去來 푸른 물 푸른 산은 가고 오는데 무기장

 

석곡 조박

1577 叔薀 石谷 趙璞(1577∼?) 豊壤

停舟訪淸隱 배를 대고 청은을 찾아

停船綠楊岸 배를 댄 강 언덕에 푸른 버들이

爲尋淸隱居 찾으려는 청은이 머물러 살아

溪雲連檻起 시내 구름 이어져 난간에 일고 우리함

野竹傍階疎 들에 대밭 곁으로 계단이 띄엄 곁방

鑿翠開苔逕 푸름 뚫고 열렸네 이끼 낀 길이 뚫을착 이끼태 소로경

硏朱點道書 주묵 갈아 찍혔네 도리 적힌 글

箇中塵不到 낱낱 속에 티끌이 닿지를 않아 낱개

孤坐意何如 홀로 앉은 뜻이란 어떠할는지

 

잠곡 김육

1580 伯厚 潛谷 金堉(1580∼1658)文貞 淸風 朝天日記

有感(유감) 느낌이 있어

世事不堪說(세사불감설) 세상의 일 못 견뎌 말하게 되나 견딜감

心悲安可窮(심비안가궁) 마음 슬퍼 어떻게 말로 다할까

春風雙涕淚(춘풍쌍체루) 봄바람에 두 줄기 눈물이 흘러 눈물체루

獨臥萬山中(독와만산중) 혼자만 누웠으니 온 산 가운데

 

盆松(분송) 분재 소나무

汝性本貞直(여성본정직) 너의 바탕 본래는 곧고 바른데

而今何屈曲(이금하굴곡) 이제 와서 어찌해 꺾여 굽었나 굽을굴곡

盛之白玉盆(성지백옥분) 가득 찬 하얀 백옥 화분에 있어 동이분

不若在深谷(불약재심곡) 같진 않아 있는 곳 깊은 골짜기

 

題畫3(제화3) 그림의 화제로

靑山落日時(청산낙일시) 푸른 산에서 해떨어질 때

半天霞如綺(반천하여기) 하늘 반이나 비단 같은 놀 놀하 비단기

歸帆去若飛(귀범거약비) 돌아가는 돛 날아가듯이 돛범

滿江波浪起(만강파랑기) 강에는 가득 물결이 일어 물결파랑

 

瀋陽館中(심양관중) 심양의 객사에서

物色猶冬日(물색유동일) 온갖 빛깔 오히려 겨울날인데 오히려유

年光向暮春(년광향모춘) 세월 빛은 향하니 늦은 봄철을

陰方帶殺氣(음방대살기) 그늘진 곳 띠느니 죽이는 힘에 띠대

亦能變時辰(역능변시진) 또한 하니 바꾸어 날짜 따라서 지지진

 

奉送白沙相公謫北靑(봉송백사상공적북청) 백사대감 귀양길에 올림

絶塞三千里(절새삼천리) 머나먼 변방으로 삼천 리 길을

先朝老大臣(선조로대신) 먼저 임금 모시던 늙은 대신이

含情不得語(함정부득어) 머금은 뜻을 차마 말을 못해서

落淚滿衣巾(낙루만의건) 흘린 눈물 가득 차 옷에 두건에

 

(국) 국화

繞舍循除皆種菊(요사순제개종국) 집 둘러 섬돌둘레 다 국화 심어

開窓隨處可看花(개창수처가간화) 창 여니 여기저기 꽃을 볼 수가

翻嫌堆岸黃金色(번혐퇴안황금색) 왠지 싫어 언덕이 황금빛깔이

却似貪錢富貴家(각사탐전부귀가) 돈 밝힌다 할까봐 부귀가라고

 

觀史有感(관사유감) 역사를 살펴보고

古史不欲觀(고사불욕관) 옛날 역사 않으니 보고 싶지가

觀之每逬淚(관지매병루) 이를 보면 번번이 눈물이 솟아 솟아날병

君子必困厄(군자필곤액) 군자들은 반드시 괴로움 입고 액액

小人多得志(소인다득지) 소인들은 많이도 뜻을 얻었다

垂成敗忽萌(수성패홀맹) 이루려다 부셔져 돌연 싹마저 싹맹

欲安危已至(욕안위이지) 안정되려 하다가 위태함 이미

從來三代下(종래삼대하) 내려오며 여태껏 삼대 아래로

不見一日治(불견일일치) 보지 못해 하루도 다스려짐을

生民亦何罪(생민역하죄) 사는 백성 이 또한 무슨 죄인가

冥漠蒼天意(명막창천의) 어두워 아득하니 푸른 하늘 뜻 어두울명

旣往尙如此(기왕상여차) 지난 일이 오히려 이와 같은데

而況當時事(이황당시사) 그러하니 하물며 오늘날 일은

 

택당 이식

1584 汝固 澤堂 李植(1584∼1647)文靖 德水 澤堂集

詠新燕 새로 온 제비

萬事悠悠一笑揮 모든 일 멀찌감치 한번 웃음에 멀유 휘두를휘

草堂春雨掩松扉 초당에 봄비 와서 솔문을 닫네 가릴엄 문짝비

生憎簾外新歸燕 이는 미움 발 바깥 새로 온 제비 미워할증 발렴

似向閒人說是非 느긋한 이 보고서 따지듯 하네 같을사

 

백강 이경여

1585 直夫 白江 李敬輿(1585∼1657)文貞 全州 白江集

謫路過愼伯擧 귀양길에 백거의 집을 지나며 ※愼天翊(1592∼1661)

千里江南處處花 천 리길 강남에는 곳곳에 꽃이

獨憐梅影照孤槎 홀로 핀 매화꽃이 외론 배 비춰 나무벨사

今來月出山前路 이제 오니 달뜨는 산기슭 길이

羞過西湖處士家 부끄럼 서호 지나 머문 선비 집 바칠수

 

지천 최명길 主和論

1586 子謙 遲川 崔鳴吉(1586∼1647)文忠 全州 遲川集

在瀋獄和金淸陰韻 심양 옥에서 청음 김상헌의 운으로 즙심

靜處觀群 뭇 움직임 살피니 고요한데서

眞成爛漫 참된 이룸 뚜렷이 돌아감이라 문드러질란 질펀할만

湯氷俱是水 끓는 물도 얼음도 모두 물이며 함께구

褐莫非衣 베옷이나 가죽옷 옷 아님 없어 갖옷구 베옷갈

事或隨時 일은 혹 때에 따라 다르다지만

心寧與道 마음 어찌 도리에 어긋나리오

君能 그대 능히 이 이치 깨쳤을 테니 이사

語黙各天機 말없이 따로 하세 하늘기틀을 틀기

 

동주 이민구

1589 子時 東洲 李敏求(1589∼1670) 全州 東洲集

月溪峽 월계 골짜기에서 ※광릉에 있는 시내 골짜기협

廣陵江色碧於苔 광릉의 강물 빛은 이끼보다 푸르러

一道澄明鏡面開 길 하나 맑고 밝아 거울보기 같아라 맑을징

峽岸楓林秋影裏 골짝언덕 단풍 숲 가을그림 속안을

水流西去我東來 물 흘러 서쪽으로 나는 오니 동쪽서

 

사포 이지천

1589 彈琴 沙浦 李志賤(1589∼1683) 驪興 광해군

次玄悟軸中韻 현오의 시에서 운을 따서 굴대축

物外知誰是 세상 밖을 안다면 누가 옳은지

人間問孰非 사람세상 묻느니 누가 그른지 누구숙

姑先催進酒 되면 먼저 재촉해 술 마시자고 시어미고 재촉할최

然後合言詩 그런 다음 덧붙여 시를 얘기해

綠水應無恙 푸른 물은 마주쳐 근심이 없고 근심양

靑山定不爲 푸른 산은 놓임에 할일이 없다

疎簾宜早捲 발 엉성해 마땅히 일찍이 말아 발렴 말권

雲細月如眉 가느다란 구름에 눈썹 같은 달 눈썹미

 

취미대사 수초 成三問의 후예

1590 太昏 翠微 守初 成氏(1590∼1668) 昌寧 禪門拈頌

睡起 자다가 일어나서 잘수

日斜簷影落溪濱 해 비껴 처마그늘 시냇가까지 처마첨 물가빈

簾捲微風自掃塵 발 말아 바람 조금 티끌이 쓸려 말권 쓸소

窓外落花春寂寂 창밖엔 꽃이 져서 봄은 고요해 고요할적

夢回林鳥一聲春 꿈을 깨니 수풀 새 봄의 소리가

 

소계 양성일 孝子

1590 小溪 梁誠一(?∼?)

贈人 사람에게

碧落金波淨 파란 유성 떨어진 금물결 맑고

靑桐玉露寒 푸른 오동 맺혀진 옥 이슬 차다

水流時序急 물은 흘러 세월도 따라 빠르고 차례서

霜逼鬢毛殘 서리 닥쳐 해치니 수염에 털에 닥칠핍 살쩍빈

古曲知音少 옛 음악을 들어서 아는 이 적고

浮生會面難 떠가는 삶 만나서 보긴 어려워

誰憐和氏璧 누군가 가여워라 화씨옥 얽혀 둥근옥벽

按劍却相看 칼을 들어 물리쳐 서로 보기를 누를안 물리칠각

 

미수 허목

1595 文甫 眉叟 許穆(1595∼1682)文正 陽川 東事

題蔣明輔江舍 장명보의 강가 집에 줄장 덧방나무보

水綠 강물은 파아랗게 물들인 듯이

天涯又暮 하늘 끝엔 또다시 봄이 저물어 물가애

相逢偶一醉 서로 만나 벗하여 한번 취하니

是故鄕人 모두가 옳다구나 고향사람이

 

無可無不可吟 옳음도 없고 옳지 않음도 없음을

一往一來有常數 한번 가고 한번 옴 늘 운수 따라

萬殊初無分物我 모든 다름 처음엔 너나 없으니

此事此心皆此理 이 일에 이 마음에 모두 이 이치

孰爲無可孰爲可 누굴 옳지 않다해 누굴 옳다해

 

춘포 엄의길 영월사람

1600 여종 春圃 嚴義吉(?∼?)

夜坐 밤에 앉아

谷靜無人 골짜기는 고요해 발길이 없어 자취적

庭空有月 뜰도 비어 달빛만 왔다갔구나 흉터흔

聞山犬吠 갑자기 듣노라니 산에 개 짖어 짖을폐

沽酒客敲門 술 사들고 손님이 문을 두드려 팔고 두드릴고

 

遊山寺 산사에 가서

紫陌三年客 뒤안길 삼년 걸은 지친 나그네 ※ 두렁맥

靑山一老僧 푸른 산과 함께한 나이든 스님

相逢談笑處 서로 만나 이야기 웃음이 들려

蘿月不懸燈 덩굴사이 달빛은 걸지 않은 등 소나무겨우살이라

※紫陌: 都城의 길````※蘿月: 담장이 넝쿨 사이로 보이는 달

 

윤홍찬 숙종 때

1600 尹弘璨(?∼?)

春雨 봄비 ※海東遺珠(洪世泰)

柳色雨中新 버들 색 빗속에서 새로워지나

桃花雨中落 복사꽃 비 맞고서 떨어지구나

一般春雨中 매한가지 봄비는 오는 가운데

榮悴自堪惜 피고지고 스스로 견뎌 못 견뎌 파리할췌 견딜감 아낄석

 

성계 윤집

1601 純甫 星溪 尹集(1601∼1669) 坡平

除夜 섣달그믐밤 섬돌제

半壁殘燈照不眠 벽 반에 남은 등불 깜박임에 잠 못 자 잠잘면

夜深虛館思悽然 밤 깊어 텅 빈 객관 생각하면 슬퍼져 슬퍼할처

萱堂定省今安否 어머니 살핌 두고 오늘에야 안부를 원추리훤

鶴髮明朝又一年 흰머리 내일아침 또 더한 나이 한살 터럭발

 

귀석 김득신

1604 子公 龜石 金得臣(1604∼1684) 安東 栢谷集

題畵 그림 제목으로

古木寒烟裏 오랜 나무 차디찬 연기 속에서

秋山白雲邊 가을 산은 흰 구름 곁에 머물러 가변

暮江風浪起 저문 강 바람물결 일어나는데 물결랑

漁子急回船 고기잡이 바쁘게 배를 돌리네 고기잡을어

 

우암 송시열

1607 英甫 尤庵 宋時烈(1607∼1689)文正 恩津 宋子大全

赴京 서울에 오니 나아갈부

綠水喧如怒 푸른 물 시끄러움 성이 난 듯이 의젓할훤

靑山黙似嚬 푸른 산 꼼짝 않기 토라져있어 찡그릴빈

靜觀山水意 가만히 바라보아 산수의 뜻은

嫌我向風塵 내가 바란 풍진을 싫어하기에 싫어할혐

 

초려 이유태

1607 泰之 草廬 李惟泰(1607∼1684)文敬 慶州 草廬集

藥山東臺 약산동대

藥石千年在 약산바위 천년을 버텨 서있고 약약

晴江萬里長 강 말갛게 만 리에 길게 뻗쳤다 갤청

出門一大笑 문을 나서 한바탕 크게 웃으나

獨立倚斜陽 홀로서서 기대니 기울은 햇볕 의지할의 비낄사

 

창해 허격

1607 春長 滄海 許格(1607∼1691) 陽川

戱吟 놀기를 읊음 놀희

長江一帶繞樹澄 긴 강물 한줄 둘러 나무는 맑고 두를요 맑을징

四面群山削玉層 사면에 무리 진 산 옥 깎아 쌓아 무리군 깎을삭

臨江不種桃花樹 강 가까이 안 심어 복사꽃나무 복숭아나무도

恐引漁郞入武陵 아마 어부 끌어서 무릉에 들까 큰언덕릉

 

추담 오달제 淸과 화의반대 삼학사(吳達濟 尹集 洪翼漢)

1609 季輝 秋潭 吳達濟(1609∼1637)忠烈 海州 忠烈公遺稿

思親詩 어버이 생각

風塵南北各浮萍 바람티끌 남북에 따로 떠돌아 부평초평

誰謂相分有此行 뉘 일러 서로 나눠 이 길이 있나 이를위

別日兩兒同拜母 헤어진 날 두 아들 같이 절 드려 절배

來時一子獨趨庭 오는 때 한 아들만 혼자 내 닫네 달릴추

絶裾已負三遷敎 옷자락 이미 짐 진 삼천 가르침 옷자락거 옮길천

泣線空巷寸草情 울면서 빈 거리에 한마디 풀 뜻 거리항

關塞道修西景暮 변방관문 길 가며 저문 서녘 볕 변방새

此生何路再歸寧 이 삶이란 어떤 길 다시 오려나 편안할녕

 

석담 권대운

1612 時會 石潭 權大運(1612∼1699) 安東 領議政

過古都 옛 서울을 지나며

暮雲連廢堞 저녁구름 이어진 허물어진 성 폐할폐 성가퀴첩

寒雨洗荒臺 차가운 비 씻으니 거칠어진 대 씻을세 거칠황 돈대대

山色靑依舊 산 빛은 푸르러서 그대로 옛날

英雄幾去來 영웅이 오고 가고 몇 번이더냐

 

처능대사

1617 愼守 白谷 處能 金氏(1617∼1680) 白谷集

寄呈江陽金明府 강양 김명부에게 드림 드릴정

萬壑秋雲曉 만 골짝 가을구름 날 새는 새벽 골학 새벽효

千峯落月時 천도 넘는 봉우리 달이 질 때면

相思一枕夢 서로 생각 똑같이 베갯머리 꿈

隨雁到江湄 기러기를 따라서 닿은 강물 가 물가미

 

白馬江懷古 백마강 회고

白馬波聲萬古愁 백마강 물결 소리 만고의 시름

男兒到此涕堪流 사내도 여기 와선 눈물이 흘러 눈물체 견딜감

始誇魏國山河寶 처음 자랑 위나라 산하가 보배 자랑할과

終作烏江子弟羞 끝내 오강 몸 던져 강동 부끄럼

廢堞有鴉啼落日 버린 성터 우짖는 갈까마귀만 성가퀴첩 울제

荒臺無妓舞殘秋 거친 누대 없으니 춤추는 기녀

三分割據英雄盡 셋 나눠 할거하던 영웅 사라져 나눌할 의거할거

但看西風送客舟 다만 서풍 보내니 길손 탄 배를 보낼송

 

석문 임규

1620 文仲 石門 任奎(1620∼1687) 豊川 觀察使

江村夜興 강촌에서 밤의 흥이

月黑烏飛渚 달은 어둑 까마귀 물가에 날고 물가저

烟沈江自波 안개 자욱 강에는 절로 물결쳐

漁舟何處宿 고깃배는 어디서 묵어야하나

漠漠一聲歌 아득한데 한 가락 노랫소리가 사막막

 

한희설 인조 때

1620 聖弼 韓希卨(?∼?) 府使

詠新曆 새 달력을 읊어

爾帶明年節 너는 벌써 두르니 내년의 철을 띠대

先傳世上人 먼저 미리 알리니 세상 사람에

天涯老病客 하늘 끝에 늙어서 병든 나그네 물가애

寧欲不知春 차라리 몰랐으면 봄이 온 줄을

 

신익성의 비

1620 申翊聖(1588∼1644)의 婢

懷人 품은 사람

落葉風前言 잎 떨구며 바람에 하는 말이라

寒花雨後啼 꽃 싸늘해 비 온 뒤 흐느낌이라 울제

相思今夜夢 서로 생각 오늘밤 꿈을 꾸며는

月白小樓西 달 밝힌 작은 누각 서쪽이라오

 

갈암 이현일

1627 翼升 葛庵 李玄逸(1627∼1704)文敬 載寧 葛庵集

絶筆 붓을 놓음

草草人間世 풀풀 풀잎 사람들 사는 세상에

居然八十年 머물러 살아간 지 여든의 해가

生平何所事 한 평생 일을 함에 어떠했는가

要不愧皇天 바라건대 하늘에 부끄럼 없길 부끄러워할괴

 

운곡 한우기 효종 때

1630 雲谷 韓友琦(?∼?) 郡守

山村暮景 산촌의 모경

屋上煙初起 지붕위에 연기가 비로소 일어

林間鳥欲棲 수풀사이 새들은 둥지를 찾아 살서

牧童橫短笛 목동은 비껴들어 짧은 피리를 피리적

驅犢下山蹊 송아지를 몰아서 산길 내려가 몰구 송아지독 지름길혜

 

홍세범 숙종 때

1640 洪世範(?∼?)

鎭南樓 진남루 ※경남 통영에 있음

蕭蕭風雪裡 쓸쓸히 바람에 눈 휘날림 속에

獨上鎭南樓 혼자서 오른 누각 진남루에서

水冷魚龍蟄 물 차가와 썰렁해 고기들 숨고 숨을칩

山昏鼓角愁 산 어두워 북 나팔 시름에 겹다 어두울혼

乾坤無定宅 하늘땅에 마련된 집이란 없고

江海有孤舟 강 바다에 떠가는 외론 배 있다

歲暮仍爲客 저무는 해 다시 또 나그네 되니 인할잉

悲吟欲白頭 슬프다 읊조림에 머리 희어져

 

현묵 홍만종

1643 宇海 顯黙 洪萬宗(1643∼1725) 豊山 旬五志

采蓮曲 연을 따는 노래 캘채

彼美采蓮女 저래 고운 아가씨 연밥을 따네

繫舟橫塘渚 배 매여 가로질러 연못 물가를 맬계 못당 물가저

羞見馬上郞 보기에 부끄러워 말을 탄 사내

笑入荷花去 웃음이 숨어드네 연꽃이 가네

 

몽와 김창집

1648 汝成 夢窩 金昌集(1648∼1722)忠獻 安東 左議政

水鍾寺 수종사

古寺危峰下 옛 절이 위태로운 봉우리 아래

蘿陰細路分 넝쿨그늘 좁다란 길이 나뉘네

樓臨雨江水 누각은 붙어있어 비에 강물에

簷帶半山雲 처마엔 둘러있어 반이 산 구름

帆影禪窓落 돛 그림자 선방의 창가에 지고

鍾聲過客聞 종소리는 지나는 길손이 들어

雙林屢回首 쌍림 숲에 여러 번 고개 돌리니

蒼翠漫氤氳 푸르름이 넘쳐서 기운이 성해 푸를창 기운성할인온

 

정재 박태보

1654 士元 定齋 朴泰輔(1654∼1689)文烈 潘南 定齋集

踰水落山腰 수락산 기슭을 넘으며 넘을유 허리요

溪路幾回轉 시내길 몇 번인가 돌고 돌아서

中峰處處看 봉우리에 맞추어 곳곳을 보니

苔巖秋色淨 이끼바위 가을빛 깨끗하지만 바위암 깨끗할정

松籟暮聲寒 솔바람 울림소리 차갑기만 해 소리뢰

隱日行林好 해 숨은 숲을 걸어 좋다했는데 숨길은

迷烟出谷難 안개 속 골짝 벗기 어렵기도 해

逢人問前路 사람만나 물으니 앞으로 갈길

遙指赤雲端 저 멀리 가리키는 붉은 구름 끝 멀요 바를단

 

현와 정래교

1681 潤卿 玄窩 鄭來僑(1681∼1759)

農家歎 농가의 탄식 읊을탄

白骨之徵何慘毒 백골징포 어찌해 아프고 독 해 참혹할참

同隣一族橫罹厄 한 이웃 한 가족이 액을 당하네 근심리

鞭撻朝暮嚴科督 아침저녁 채찍질 엄히 살피니 채찍편 매질할달

前村走匿後村哭 앞마을 달아나고 뒷마을 울고 숨을닉 울곡

鷄狗賣盡償不足 닭도 개도 다 팔아 갚기 모자라 개구 갚을상

悍吏索錢錢何得 모진 관리 돈 찾아 돈을 어디서 사나울한 찾을색

父子兄弟不相保 아비아들 형제로 서로 못 지켜

皮骨半死就凍獄 피골은 반쯤 죽어 언 감옥으로 얼동 옥옥

 

성호 이익

1681 子新 星湖 李瀷(1681∼1763) 驪州 星湖僿說

海居防築 바다에 방축 쌓아

穿渠移浦築防潮 도랑 뚫고 포구 옮겨 방조제 쌓아 뚫을천 도랑거

鹹減禾生盡沃饒 짠맛 줄여 벼 심어 모두 옥토로 짤함 넉넉할요

聚落仍成居井井 마을 모여 이루니 거주지 정연 모일취 우물정

鋤耰何患莠驕驕 호미로 어찌 걱정 풀포기 뽐냄 호미서 곰방메우

誰敎山澤無遺利 누 가르쳐 산과 못 이익 없다고 못택

可見平蕪免浪抛 보겠거니 거친 들 버려짐 벗어 거칠어질무 던질포

碧海桑田容易變 상전벽해 쉽게도 바꾸었으니 뽕나무상 바꿀역

良謀輸與訪芻蕘 좋은 꾀 날라주어 꼴 나무 찾아 꼴추 풋나무요

 

기은 박문수 암행어사

1691 成甫 耆隱 朴文秀(1691∼1756)忠憲 高靈 度支定例

落照 낙조

落照吐紅掛碧山 지는 해 붉은 뱉음 푸른 산에 걸리고 토할토

寒鴉尺盡白雲間 까마귀 길이 다해 하얀 구름 사이로 갈까마귀아

問津行路鞭應急 나루 물어 가는 길 채찍마저 바쁘고 채찍편

尋寺歸僧杖不閑 절 찾아 드는 스님 지팡이 쉴 새 없다 지팡이장

放牧園中牛帶影 놓아기른 동산에 소 드리운 그림자 놓을방 칠목

望夫臺上妾低鬟 남편 바래 대 올라 아낙머리 숙여져 쪽진머리환

蒼煙古木溪南路 푸른 연기 옛 나무 시내 남쪽 길에선 푸를창

短髮樵童弄笛還 짧은 머리 초동이 피리 불며 돌아가 땔나무초

 

두기 최성대

1691 士集 杜機 崔成大(1691∼?) 全義 杜機詩集

古雜曲 고 잡곡

初月上中閨 초승달이 떠올라 규방을 비춰 도장방규

女兒連袂出 계집아이 나서니 손에 손 잡고 잇닿을련 소매몌

擧頭數天星 고개 들어 세느니 하늘의 별을

星七儂亦七 별이 일곱 내 또한 일곱이라네 나농

 

농와 허채 영조 때

1696 士亮 聾窩 許采(1696∼?) 陽川

絶句 절구

志士逢時 뜻있는 선비 때 만남이 어렵고 만날봉

佳人薄命 어여쁜 여인 목숨이 짧기 쉽다 엷을박

相看一歎息 서로 보고는 기다랗게 한숨을 읊을탄

白奈何何 머리는 흰데 어찌 하오 어찌해 어찌내

 

국산 엄계흥 영조 때

1700 叔一 菊山 嚴啓興(?∼?) 寧越 菊山集

僧伽寺曉題 승가사의 새벽을 절가

泉鳴僧未起 샘물 울려 스님은 아니 일어나 울명

月出山逾靜 달이 뜨니 산속은 더욱 고요해 넘을유

倚石發孤吟 돌에 기대 내느니 외로운 읊음 의지할의

離離松桂影 멀어져간 소나무 달님그림자 계수나무계

 

서곡 고익길

1700 慶餘 西谷 高益吉(1∼1) 濟州 漢城府左尹

訪書堂有感 서당을 찾아

白髮重來坐小亭 흰머리에 다시 와 정자에 앉네

手栽桃李掩階庭 손봐온 복사 오얏 뜰 계단 덮어 심을재 가릴엄

春風物色渾依舊 봄바람에 온갖 빛 옛날 그대로 흐릴혼

壁上題名半已零 벽 위엔 시와 이름 반은 낡았네 조용히오는비령

 

혜환 이용휴 성호 이익의 조카

1708 惠寰 李用休(1708∼1782) 驪州 惠寰詩集

送申使君光洙之任漣川 사군 신광수를 연천임지로 보내며

世俗有恒言 사람 세상에 늘 있는 말이란 게

文人無所用 글을 하는 이 쓸모가 없다하네

公爲一洗之 공이 하시게 이를 씻어 주시게 씻을세

使知文人重 알게 해야지 글하는 이 무겁게

 

석북 신광수 신숙주 후손 윤두서의 사위

1712 聖淵 石北 申光洙(1712∼1775) 高靈 浮海錄

還家感賦 집에 돌아와서

半歲秦京客 반년 해를 서울서 나그네하다 벼이름진

還家懷抱新 집에 오니 품은 뜻 새로워짐이 품을회 안을포

依然候門子 문에 아이 기다림 그대로인데 물을후

不復下機人 베틀 아내 내려옴 다시없어라

有恨同貧賤 가난만을 같이 한 한은 있어도

無情隔鬼神 삶과 죽음 갈리어 뜻이 없음에

虛帷一哭罷 빈 휘장에 한번을 울고 그치니 휘장유 방면할파

廓落暮年身 나이 든 이 몸마저 쳐지게 하네 둘레곽

 

표암 강세황 시서화 三絶

1713 光之 豹菴 姜世晃(1713∼1791)憲靖 晉州 豹菴遺稿

路上有見 길에서 보고는

凌波羅襪去翩翩 결 일어 비단버선 나부껴 떠나 버선말 빨리날편

一入重門便杳然 한번 들어 겹겹 문 사라져버려 어두울묘

惟有多情殘雪在 오죽이 뜻은 많아 눈 녹다남아 해칠준

屨痕留印短墻邊 발자국 디딤 머뭇 짧은 담가에 신구 흉터흔 담장

 

이계 홍양호

1724 漢師 耳溪 洪良浩(1724∼1802)文獻 豊山 大提學

天鷄 하늘 닭

天鷄一聲 하늘 닭 한번 울어

天下鷄鳴 온 누리 닭이 우네

海色蒼蒼 바다 빛 새 파래서 푸를창

日出之光 해가 떠 빛이 나고

入表同明 드러나 함께 밝아 겉표

自我東方 우리의 동방에서

我獨先赫 우리만 먼저 빛남 붉을혁

地近扶桑 땅 가까이 부상이 ※扶桑: 해가 돋는 神木 도울부 뽕나무상

 

임서규 영조 때

1730 林瑞珪(?∼?)

月夜 달밤

琴罷雲侵壁 음악 그쳐 구름이 벽에 피어나 거문고금 그칠파

詩成月滿軒 시 이루니 걸린 달 추녀에 가득 추녀헌

夢回天已曙 꿈을 깨니 하늘은 벌써 새벽녘 새벽서

窓外衆禽喧 창밖에는 뭇 새들 지저귄다오 의젓할훤

 

청계 신흥섬 정조 때

1730 淸溪 申興暹(?∼?)

暮春 지는 봄

短短疎籬山下家 짤막짤막 트인 울 산 아래 집에 트일소 울타리리

松簷遲日鳥聲多 솔 처마 더딘 해에 새소리 시끌 처마첨 늦을지

無端昨夜前溪雨 까닭 없이 어제 밤 앞 시내 비로 바를단

落盡閒庭一樹花 다 떨군 한적한 뜰 꽃나무 하나

 

연암 박지원

1737 美仲 燕巖 朴趾源(1737∼1805) 潘南 熱河日記

極寒 모진 추위

北岳高戍削 북악산은 높아서 깎아질렀고 지킬수 깎을삭

南山松黑色 남산의 소나무는 검은 빛이라

隼過林木蕭 새매가 지나가자 숲나무 쓸쓸 새매준

鶴鳴昊天碧 학 울어 높은 하늘 푸름 속으로 하늘호

 

元朝對鏡 설날아침 거울을 보며

忽然添得數莖鬚 갑자기 보태 붙은 몇 가닥수염 줄기경 수염수

全不加長六尺軀 그대로 더함 없는 여섯 자 키에 몸구

鏡裏顔容隨歲異 거울 속 얼굴 모습 해 따라 달라

穉心猶自去年吾 어린 마음 내게서 떠나버린 나 어릴치

 

금석 박준원

1739 平叔 錦石 朴準源(1739∼1807)忠獻 潘南 錦石集

看花 꽃을 보며

世人看花色 세상사람 꽃을 봐 빛깔로 따져

吾獨看花氣 나 혼자 꽃을 봄에 숨결을 보지

此氣滿天地 이 숨결 가득채운 하늘과 땅에

吾亦一花卉 나 또한 한 떨기로 꽃과 풀이지 풀훼

 

형암 이덕무 四家詩人(박제가 유득공 이서구 이덕무)

1741 懋官 炯庵 李德懋(1741∼1793) 全州 靑莊館全書

嬋娟洞 선연동 고울선 예쁠연

嬋娟洞草賽羅裙 고운 골에 풀이나 비단치마지 굿할새 치마군

剩粉遺香暗古墳 남은 분 향기 남은 모를 옛무덤 남을잉 무덤분

現在紅娘休詑艶 살아있는 아가씨 자랑 말아라 자랑할이 고울염

此中無數舊如君 이 가운데 많이도 그대 같았지

 

영재 유득공

1748 惠風 冷齋 柳得恭(1748∼1807) 文化 渤海考

送李時叔南歸 이시숙이 남쪽에 돌아감에 보내며

連天草色晩 하늘 이어 풀빛에 늦은 저묾이 저물만

離別欲依依 헤어지네 기대고 기대려고 해

千里南歸客 천리 길 남쪽으로 돌아간다네

三韓一布衣 삼한 땅에 한 벌의 삼베옷으로 베포

春雲鴻雁杳 봄 구름에 기러기 떠나가지만 큰기러기홍 기러기안

湖水鯉魚肥 호수 물에 잉어는 살이 오르지 잉어리

滿地梨花白 땅 가득 배꽃피어 하얀빛인데

皆君去後飛 다 그대 떠난 다음 날리겠구나

 

초정 박제가 庶出 연암 박지원의 제자

1750 次修 楚亭 朴齊家(1750∼1805) 密陽 檢書官 北學議

曉坐書懷 새벽에 앉아 글을 품어

掘地得黃金 땅을 파서 황금을 얻었는데도 팔굴

萬斤空餓死 만근이라 공연히 굶어서죽고 주릴아

入海採明珠 바다에 들어가서 명주를 캐니 캘채 구슬주

百斛換狗矢 백 섬이나 되는데 개똥과 바꿔 열말곡

狗矢尙可糞 개똥으로 오히려 거름이 되나 屎똥시 똥분

明珠其奈何 명주는 그것으로 무엇을 하나

陸貨不通燕 육지 재화 연경과 통하지 않고 연나라연

海賈不輸倭 바다 장사 왜국서 실어옴 없어 장사고 일본왜

譬如野中井 대보면 들 가운데 우물과 같아 비유할비

不汲將自渴 긷지 않아 저절로 마르려하지 길을급

安貧不在寶 안빈낙도 보물에 있지 않아서

生理恐日拙 삶의 도리 두려움 날로 서툴까 서투를졸

太儉民不樂 너무 검소 백성들 즐기지 않고 검소할검

太窶民多竊 아주 가난 백성들 훔침 많아져 가난할구 훔칠절

 

박령

1750 朴坽(?∼?)

山齋 산속의 재실

皎皎月侵床 하얀 밝은 달빛이 잠자리 들어 달빛교

蕭蕭風動竹 썰렁 맑은 바람이 대밭 흔들어

幽人意悄然 숨은 사람 뜻함에 시름겨워서 근심할초

獨夜寒齋宿 홀로 밤을 차갑게 지새우기만

 

성기 승려

1750 聖機(?∼?)

宿江頭 강 머리에 묵으며

落雁下長洲 내려앉는 기러기 긴 섬 아래로 섬주

風帆歸遠浦 바람맞는 돛배는 먼 포구 돌아 돛범

夜宿暮江頭 밤을 묵어 저물어 강물 머리에

寒風秋夜雨 추운바람 가을밤 비도 내리나

 

김시모 정조 때

1750 金時模(?∼?)

郊居 성 밖에 살며

門深樓院雪 문 깊어 누각서원 눈이 쌓이고

溪轉道峰陰 내는 돌아 도봉산 그늘진 데를

野老閒如鹿 들 늙은이 한가해 사슴인 듯이

日高方出林 해 높아야 이제 막 수풀을 나와

 

이성천 정조 때

1750 李性天(?∼?)

漫興 흥이 넘쳐

偶出靑山裏 뜻함 없이 나오니 푸른 산에서 짝우

仍來湖水邊 이에 나서 왔으니 호수 가에로 인할잉

坐看山水色 앉아서 쳐다보네 산 빛 물빛을

還與白鷗眠 흰 갈매기 더불어 돌아와 잠을 갈매기구

 

영수각 서씨

1755 令壽閣 徐氏(?∼?) 洪仁謨(1755∼1812)의 아내

聽蟬 매미소리 들으며

捲簾高閣聽鳴蟬 발 걷어 높은 집에 매미울음이 말권 발렴

鳴在淸溪綠樹邊 맑은 시내 울림에 푸른 나무 곁

雨後一聲山色碧 비 온 다음 한소리 산 빛 푸르러

西風人倚夕陽天 서풍에 기댄 사람 저녁볕 하늘 의지할의

 

금릉 남공철

1760 元平 金陵 南公轍(1760∼1840) 宜寧 大提學 金陵集

茅亭一架成 초가정자 짓고서 띠모 시렁가

閒寂堪逃俗 한적해도 견디니 세상 달아나 견딜감 달아날도

淹留幾日回 엎어져 머무르니 며칠이 흘러 담글엄 머무를류

愁多憑酒散 시름 많아 술에다 기대어 풀고 기댈빙

病不厭花開 병이란 꽃 피움에 물리지 않아 싫을염

鹿臥松陰靜 사슴 누워 솔 그늘 가만히 있고

龍吟雨氣來 용이 앓아 빗방울 내리려 한다

茅亭新入望 초가정자 새로워 들어와 보니

突兀出浮埃 갑작스레 우뚝 서 티끌에 떴네 갑자기돌 우뚝할올 티끌애

 

담정 김려

1766 士精 藫庭 金鑢(1766∼1822) 延安 牛海異魚譜

上元俚曲 상원(정월보름)의 속된 곡 속될리

元宵月色劇淸圓 정월보름 밤 달빛 참 맑게 둥글 밤소 심할극

先見生男古老傳 먼저 봐 아들 낳아 오랜 노인 말

抵事南隣老處子 남쪽이웃 일 있어 나 든 아가씨 거스를저

背人無語淚泫然 사람 뒤로 말없이 눈물 흘리나 눈물루 빛날현

 

자하 신위

1769 漢叟 紫霞 申緯(1769∼1845) 平山 紫霞詩集

子規啼 두견새 울어 울제 ※李兆年(1269∼1343) 이화에 월백하고

梨花月白五更天 배꽃에 달이 밝아 하늘은 오경

啼血聲聲怨杜鵑 피울음 소리소리 두견새 슬퍼 두견이견

儘覺多情原是病 정이 정작 병임을 다 깨닫고서 다할진

不關人事不成眠 사람일 아닌데도 잠을 못 이뤄 잠잘면

 

觀劇詩 二首 연극을 보고 2수

春香扮得眼波秋 춘향으로 꾸밈에 눈길은 추파 꾸밀분

扇影衣紋不自由 부채그림 옷 무늬 어딘가 어색 부채선 무늬문

何物龍鐘李御史 무슨 물건 뛰어나 이도령일까 쇠북종

至今占斷劇風流 이제껏 혼자차지 연극의 풍류 연극극

 

激賞時時一聲哄 보곤 좋다 때때로 한 소리 들썩 떠들썩할홍

廣庭人海疊人山 넓은 뜰 사람바다 쌓여 사람 산 겹쳐질첩

今宵莫漫勤添炬 오늘밤 부지런히 횃불 더 밝혀 질펀할만 횃불거

早有雲頭掛月彎 일찍이 구름머리 굽은 달 걸려 굽을만

 

蝴蝶靑山去(호접청산거) 나비는 청산으로

蝶與靑山(백호접여청산거) 하얀 나비 더불어 푸른 산 가자

黑蝶團飛共入(흑접단비공입산) 검은 나비 뭉쳐서 함께 산으로

行行日暮花堪宿(행행일모화감숙) 가다가 해 저물면 꽃에서 자고

情時葉宿(화박정시엽숙환) 꽃에서 푸대접엔 잎에서 자자

 

冬之夜 황진이 시조

截取冬之夜半强 잘라내 겨울일랑 밤의 반 억지로라

春風被裏屈蟠藏 봄바람 이불아래 서리게 넣었다가

燈明酒煖郞來夕 밝혀 술을 데워 낭군님 오신 밤에

曲曲鋪成折折長 굽이굽이 펴리니 꺾어꺾어 길어서

 

※황진이의 시조

冬至ㅅ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버혀 내여

春風 니불 아래 서리서리 너헛다가

어론님 오신 날 밤이여든 구뷔구뷔 펴리라

 

임연 이양연

1771 晉叔 臨淵 李亮淵(1771∼1853) 全州 枕頭書

夜夢 밤에 꿈을 꿈

鄕路千里長 고향 길은 천리 길 멀고먼데도

秋夜長於路 가을밤은 길 보다 더욱 길어서

家山十往來 고향 산에 열 번을 왔다갔는데

簷鷄猶未呼 처마에 닭 오히려 울지도 않아 처마첨 부를호

 

兒莫啼 아이야 울지 마라

抱兒兒莫啼 아이 안아 아이야 울지 말아라

杏花開籬側 살구꽃이 피었네 울타리 곁에 살구행 울타리리

花落應結子 꽃이 지면 마땅히 살구가 달랑

吾與爾共食 나랑 너랑 둘이서 나누어먹자 너이

 

정일당 강씨 姜希孟의 후손 姜在洙의 딸

1772 靜一堂 姜氏(1772∼1832) 晉州 靜一堂遺稿

聽秋聲

萬木迎秋氣 모든 나무 맞이해 가을 기운을 맞이할영

蟬聲亂夕陽 매미소리 시끄러 지는 볕에도 매미선

沈吟感物性 빠져 읊어 느끼니 만물 바탕을 가라앉을침

林下獨彷徨 수풀아래 혼자서 거닐어 노네 거닐방 노닐황

 

연천 홍석주

1774 成伯 淵泉 洪奭周(1774∼1842)文簡 豊山 淵泉集

初乘海舶 처음 탄 바다 배 큰배박

見小常憶大 작은 것 볼 때도 늘 큰 걸 생각해 생각할억

乘危却羨安 위험 타고 느긋함 부러워 마라 물리칠각 부러워할선

平生觀水志 한평생 물 보고자 뜻함이 있어

此日望洋嘆 오늘에 큰 바다를 보며 탄식해 탄식할탄

地軸於斯盡 땅의 축 여기에서 다함이더냐 굴대축

天衢似許寬 하늘 길 받아들여 넓기만 하다 네거리구 너그러울관

長年惟恃汝 오랜 해를 생각해 너를 믿으니 믿을시

愼莫輕波瀾 삼가 말라 가벼이 물결 일렁임 물결란

 

외와 최림

1779 贊夫 畏窩 崔琳(1779∼1841) 慶州 畏窩集

贈友人 벗에게 주다

白日有朝暮 밝은 해에게도 아침저녁 따로 있고

靑山無古今 푸른 산이지만 옛날 지금 다름없다

一樽榮辱外 한통 술이 있어 영달치욕 바깥인데 술통준 욕될욕

相對細論心 서로 맞서 조금 따져 마음이야 어찌 가늘세

 

추사 김정희

1786 元春 秋史 金正喜(1786∼1856) 慶州 阮堂集

秋庭 가을 뜨락

老人看黎席 늙은이 지키느니 새벽잠자리 검을려

滿屋秋陽明 집안가득 가을볕 밝게도 들어

鷄逐草蟲去 닭은 냅다 풀벌레 쫓아다님에 쫓을축

菊花深處鳴 국화꽃 깊은데서 불렀을 줄을 울명

 

果寓即事(과우즉사) 머물러 살다보니 머무를우

庭畔桃花泣(정반도화읍) 뜨락 두둑 복사꽃 눈물을 흘려 두둑반

胡爲細雨中(호위세우중) 어찌하여 가랑비 빗속에 울어

主人沈病久(주인침병구) 주인님 못 헤어나 병든 지 오래

不敢笑春風(불감소춘풍) 어쩌다 웃지 못해 봄바람에도

 

謝菊(사국) 국화에 감사함

暴富一朝大歡喜(폭부일조대환희) 한 아침 벼락부자 너무나 기뻐

發花箇箇黃金毬(발화개개황금구) 꽃 피어 하나하나 황금덩어리

最孤澹處穠華相(최고담처농화상) 외롭게 담박한 곳 멋진 얼굴로

不改春心抗素秋(불개춘심항소추) 안 바꾼 봄날마음 가을을 버텨

 

水仙花(수선화) 수선화

一點冬心朶朶圓(일점동심타타원) 한 점의 겨울마음 송이 동글해

品於幽澹冷雋邊(품어유담냉준변) 그윽 담박 기품에 맑고 빼어나

梅高猶未離庭砌(매고유미리정체) 매화는 고상해도 매인 뜰 섬돌

淸水眞看解脫仙(청수진간해탈선) 맑은 물에 참다워 해탈한 신선

 

棲碧亭秋日(서벽정추일) 서벽정의 가을날 살서

孤亭同菌小(고정동균소) 외로운 정자 버섯만하나 버섯균

佳境似蔗甘(가경사자감) 멋있는 곳에 좋기만 하다 사탕수수자

將身欲入石(장신욕입석) 몸을 두려고 돌에 들려니

人語出碧嵐(인어출벽람) 사람 말 들려 푸른 산기운 람기람

 

棲碧亭秋日(서벽정추일) 서벽정의 가을날

幽洞螺旋入(유동라선입) 그윽한 골짜기를 빙 돌아드니

細泉潑乳紅(세천발유홍) 가는 샘에 솟아나 불그레한 젖 뿌릴발

禽鳥似持世(금조사지세) 온갖 새 마냥 같아 세상을 가져

晝陰石壇空(주음석단공) 낮 그늘에 돌단은 비어있는데

春來厭繁華(춘래염번화) 봄이 오면 싫으니 뒤섞인 빛깔 싫을염

愛此秋玲瓏(애차추영롱) 이를 아껴 가을에 맑고 깨끗함 옥소리롱

人癯如枯木(인구여고목) 사람이 여위어서 마른 나무니 여윌구

前身應老楓(전신응노풍) 앞 세상 몸은 마침 늙은 단풍에

 

悼亡(도망) 죽음을 슬퍼하며

那將月姥訟冥司(나장월모송명사) 어찌하랴 달 노파 저승에 따져

來世夫妻易地爲(내세부처역지위) 다음세상 남편아내 입장 바꾸랴

我死君生千里外(아사군생천리외) 내 죽고 그대 살아 천리 밖이면

使君知我此心悲(사군지아차심비) 그대는 알게 되리 슬픈 이 마음

 

與黃山東籬宿石瓊樓(여황산동리숙석경루) 황산동리와 함께 머물며

入室常疑雨(입실상의우) 집에 들어 언제나 비가 오는지

無煩繪水聲(무번회수성) 어렵잖게 그리네 물소리까지

晴林朝合爽(청림조합상) 갠 숲에 아침 맞아 시원함이며

陰壑夜生明(음학야생명) 그늘골짝 밤에도 밝기만하다

鄭重名山業(정중명산업) 묵직해 이름난 산 산속의 일이

飄然不世情(표연불세정) 날리듯 해 아니네 세상인정이

松風凉到骨(송풍량도골) 솔바람 서늘하여 뼛속에 닿아

詩夢百般淸(시몽백반청) 시 떠올라 모두가 깨끗하기만

 

의주기생

1790 義州妓(?∼?)

別權判書尙愼 권상신(1759∼1824) 판서와 헤어지며

去去平安去 가도 가도 편안히 떠나가세요 / 평안도를 떠나

長長萬里多 멀고멀어 만 리가 넘는다 해도 /오래 말린다 해서

瀟湘無月夜 소상강엔 없으니 달밤이란 게 강이름소상

孤叫雁聲何 홀로 외쳐 어쩌나 기러기소리 부르짖을규

 

학남 한진계

1792 大臨 鶴南 韓鎭棨(1792∼?) 西原

田舍翁 시골노인

衰年聽子小商量 늙은 나이 자식 말 적이 헤아려 쇠할쇠 헤아릴상

百劇千忙了自忘 온갖 짓 모든 바쁨 절로 잊혀져 심할극 바쁠망

向午手持蠅拂子 낮에는 손에 들어 파리채려니 가질지 파리승 떨불

綠槐樹下臥乘凉 홰나무 푸름 아래 누워 서늘해 홰나무괴

 

해거재 홍현주

1793 世叔 海居齋 洪顯周(1793∼1865)孝簡 豊山 海居詩集

偶吟 우음

旅夢啼鳥喚 나그네 꿈을 새가 울어 깨우고 부를환

歸思繞春樹 돌아갈 생각 봄이 둘러 세운다 두를요

落花滿空山 떨어진 꽃잎 빈산에 가득하니

何處故鄕路 어디로 가야 고향 가는 길인지

 

노사 기정진

1798 大中 蘆沙 奇正鎭(1798∼1879)文簡 幸州 蘆沙文集

處世 세상 살며

處世柔爲貴 세상 살며 부드러움 귀하게 여겨

剛强是禍基 굳셈이란 이게 바로 재앙의 바탕

發言常欲訥 말을 꺼내 언제나 더듬으려 해 말더듬을눌

臨事當如癡 일에 대여 마땅히 어리석은 듯 어리석을치

急地常思緩 급한 곳에 언제나 생각 느긋이 느릴완

安時不忘危 편안할 때 잊지 마 위태로움을

一生從此計 한평생 따라 좇아 이러한 꾀를

眞個好男兒 참으로 칠 수 있어 호남아라고 ※湖南兒

 

소유 권용정

1801 宜卿 小游 權用正(1801∼?) 安東

情人 정인

風停雲歇海靑休 바람 자 구름 쉬어 매도 그치는 쉴헐 海東靑

天半高峰嶺上頭 하늘 반인 높은 봉 고갯마루로

若道情人那邊在 만약 말해 정인이 어디 있다고 어찌나 가변

我行應不少遲留 나는 가지 마땅히 늦지 않게끔 늦을지 머무를류

 

우선 이상적 추사 김정희의 문인 역관

1804 惠吉 藕船 李尙迪(1804∼1865) 牛峯 恩誦堂集24권

題路傍去思碑 길가의 비석

去思橫斂刻碑錢 떠날 때면 거두니 비석 새길 돈 거둘렴 돈전

編戶流亡孰使然 엮어도 잃어버려 누가 하는지 엮을편

片石無言當路立 조각돌은 말없이 길에 섰는데 조각편

新官何以舊官賢 신관사또 어떨까 구관이 낫나 어질현

 

김삿갓 김병연

1807 蘭皐 金笠 金炳淵(1807∼1863) 安東 金笠詩集

元生員 원생원

日出猿生原 해가 뜨니 원숭이 들에 나오고 元生員

黃昏蚊簷至 해질녘엔 모기가 처마에 모여 文僉知

猫過鼠盡死 고양이가 지나가 쥐는 다 죽고 徐進士

夜出蚤席射 밤에 나온 벼룩이 자리에서 쏴 趙碩士

 

看山 산을 보며

倦馬看山好 게으른 말 좋으니 산을 보는데 게으를권

停鞭故不加 채찍 멈춰 그러니 치지도 않지 채찍편

岩間纔一路 바위 새로 나있어 겨우 길하나 겨우재

烟處或三家 연기 낀 곳 어쩌면 집이 석 집이

花色春來矣 꽃빛깔 바라보니 봄은 와있고

溪聲雨過耶 시내소리 들으니 비도 지났네

渾忘吾歸去 흐릿하여 잊으니 내 돌아갈 길 흐릴혼

奴曰夕陽斜 종이 일러 저녁 해 기울었다네 비낄사

 

自嘆 스스로 탄식

九萬長天擧頭難 구만리 먼 하늘에 고개 들기 어려워

三千地濶未足宣 삼천리 땅이 넓어 발을 펴지 못하니 베풀선

五更登樓非翫月 오경에 누에 올라 달과 놀지 못하고 가지고놀완

三朝辟穀不求仙 사흘아침 밥 끊어 신선되려 아니네 임금벽

 

二十樹下 스무나무 아래에

二十樹下三十客 스무나무 아래에 슬픈 나그네 ※스무나무?

四十家中五十食 망할 집 가운데서 쉰밥이라니

人間豈有七十事 사람에 어찌 있어 이런 일이야

不如歸家三十食 집에 가지 못하니 슬픈 밥이라 ※不如歸: 두견새

 

還甲宴 환갑잔치에

彼座老人不似人 저 자리에 늙은이 사람 아니네

疑是天上降眞仙 하늘에서 내려온 참 신선 같아 내릴강

其中七子皆爲盜 그중에 일곱 아들 다 도둑이라 훔칠도

偸得碧桃玄壽筵 훔쳤으니 천도를 잔치 쓰려고 훔칠투 대자리연

 

覓字韻 멱자운 찾을멱

許多韻字何呼覓 많기도 한 운자에 어찌 불러 멱

彼覓有難況此覓 저 멱자 어려운데 하물며 이 멱 하물며황

一夜宿寢懸於覓 하룻밤 묵어 자기 멱에 달렸네 잠잘침 매달현

山村訓長但知覓 산마을 훈장님은 멱자만 알아

 

逐客詩 손님을 쫓아

邑號開城何閉門 고을 이름 열린 성 어찌 문 닫아

山名松嶽豈無薪 산 이름 솔 산인데 땔감 없다니 큰산악 섶나무신

黃昏逐客非人事 누런 어둠 쫓긴 손 사람 일 아냐 쫓을축

禮儀東方子獨秦 동방에 예의지국 너 홀로 되놈 진나라진

 

金剛山詩 금강산

泰山在後天無北 큰 산이 뒤에 있어 하늘북쪽 없어졌네

大海當前地盡東 넓은 바다 앞에 맞아 땅의 동쪽 다했네

橋下東西南北路 다리아래 동서로 남북으로 길은 갈려

杖頭一萬二千峯 지팡이 꼭대기에 일만 이천 봉우리라

 

山水詩 산수를 읊어 ※崔氏와 合作詩

金笠 山如劍氣衝天立 산이란 칼의 기운 하늘을 찔러 찌를충

金笠 水學兵聲動地流 물 배워 병사 함성 땅을 흔들어

崔氏 山欲渡江江口立 산은 강을 건너려 강 앞에 섰고 건널도

崔氏 水將穿石石頭廻 물은 돌을 뚫으려 돌 머릴 돌아 뚫을천

金笠 山不渡江江口立 산은 강을 못 건너 강 앞에 섰고

金笠 水難穿石石頭廻 물은 돌을 못 뚫어 돌 머리 돌아

 

僧 金笠 金剛山問答詩 스님과 김삿갓의 금강산 문답시

朝登立石雲生足 아침에 바위 올라 구름이 발에

暮飮黃泉月掛脣 저녁에 샘물 마셔 달이 입술에

澗松南臥知北風 골짝 솔 남쪽 누워 북풍을 알아

軒竹東傾覺日西 추녀 대 동쪽 기대 해 저묾 깨쳐

 

絶壁雖危花笑立 절벽 비록 아찔해 꽃은 웃고 서

陽春最好鳥啼歸 봄볕이 가장 좋아 새는 울고 가

天上白雲明日雨 하늘 위에 흰 구름 내일은 비로

岩間落葉去年秋 바위사이 떨군 잎 지난해 가을

 

影浸綠水衣無濕 그림자 물에 들어 옷은 안 젖어 담글침

夢踏靑山脚不苦 꿈에 밟아 청산을 다리 안 아파 밟을답 다리각

群鴉影裏千家夕 갈까마귀 그림자 일천 집 저녁

一雁聲中四海秋 기러기 소리 속에 사해가 가을

 

假僧木折月影軒 가죽나무 부러져 달이 처마에 꺾을절 추녀헌

``````````````````````````````````````가짜 중 목 부러져 달이 처마에

眞婦菜美山妊春 참 며느리 나물 맛 산이 봄을 배 아이밸임

``````````````````````````````````````쥔 부채 아름다워 산이 봄을 배

石轉千年方倒地 돌이 굴러 천년을 막 땅에 닿아 넘어질도

峰高一尺敢摩天 봉우리 더한 높이 헉 하늘 만져 갈마

 

靑山買得雲空得 청산을 사왔더니 구름은 공짜 살매

白水臨來魚自來 하얀 물 다가오니 고기 따라와

秋雲萬里魚鱗白 가을구름 만 리에 하얀 비늘이 魚鱗:구름

枯木千年鹿角高 오랜 나무 천년에 높은 사슴뿔 鹿角:가지

 

雲從樵兒頭上起 구름 쫓아 나무해 머리 위 구름 땔나무초

山入漂娥手裏鳴 산에 들어 빨래해 손안 산울림 떠돌표 예쁠아

登山鳥菜羹```````` 산으로 올라가니 새들이 쑥국 나물채 국갱

臨海魚草餠```````` 바다에 다가서니 물고기 펄떡 떡병

聲令銅鈴零銅鼎 소리는 구리방울 바랜 구리 솥 방울령 솥정

目若黑椒落白粥 산초처럼 까만 눈 바래 멀겋게 산초초 죽죽

水作銀杵舂絶壁 물 지어 은 공이로 절벽을 찧네 공이저 찧을용

雲爲玉尺度靑山 구름은 옥척 되어 청산을 재네

 

月白雲白天地白 달 희고 구름 희고 하늘땅 희네

山深水深客愁深 산 깊어 물 깊어 손 시름 깊네

燈前燈後分晝夜 등불 앞 등불 뒤로 낮과 밤 나눠

山南山北判陰陽 산 남쪽 산의 북쪽 그늘 볕 갈라

 

難避花 꽃(주색)을 피하기는 어려워

靑春抱妓千金芥 젊은 날 기생 안아 천금이 티끌 기생기 겨자개

白日當樽萬事空 한낮에 술통 맞아 온갖 일 허탕 술통준

鴻飛遠天易隨水 기러기 먼 하늘에 물 쫓기 쉬워 큰기러기홍

蝶過靑山難避花 나비는 푸른 산에 꽃 피해 못가 나비접

 

是是非非 옳은 것이 옳고 그른 것이 그르다 ※글자19자

年年年去無窮去 해마다 해는 가니 끝없이 가고

日日日來不盡來 날마다 날은 오니 다함없이 와

年去月來來又去 해는 가고 달이 와 오고 또 가니

天時人事此中催 하늘 때로 사람 일 이 중에 재촉 재촉할최

是是非非非是是 옳아 옳고 글러 그름 옳음 옳다 아니며

是非非是非非是 글러 옳고 옳아 그름 옳음 글러 아니며

是非非是是非非 글러 옳고 옳아 그름 시비 아니라

是是非非是是非 옳아 옳고 글러 그름 시비가 맞다

 

可憐妓 가련이란 이름의 기생

可憐行色可憐身 가련한 행색으로 가련한 몸이

可憐門前訪可憐 가련이 문 앞에서 가련을 찾네

可憐此意傳可憐 가련한 이내 뜻을 가련에 알려

可憐能知可憐心 가련이는 알겠지 가련한 마음

 

平壤妓生 평양기생

平壤妓生何所能 평양에 기생으로 잘함이 뭔가

能歌能舞又能詩 노래 잘해 춤 잘 춰 시도 잘 짓죠

能能其中別無能 잘하고 잘함 속에 달리 못한 건

月夜三更呼夫能 달밤이 삼경일 때 사내 부름이

 

扶餘妓生 부여기생

白馬江頭黃犢鳴 백마강 강 머리에 송아지 울어 송아지독

老人山下少年行 늙은이 산 아래로 소년이 따라

離家正初今三月 집 떠날 때 정월 초 이제는 삼월

對客初更復三更 손님 맞아 초경에 어느덧 삼경

澤裏芙蓉深不見 못 안에 연꽃이란 깊어 못보고 연꽃부용

園中桃李笑無聲 동산에 복사오얏 웃음 안 들려

良宵可興比誰於 좋은 밤 흥이나니 누구에 견줘 밤소 견줄비

紫午山頭月正明 자오산 산꼭대기 달이 참 밝아

 

九月山 구월산 ※글자9자

昨年九月過九月 지난해 구월 구월산을 지나고

今年九月過九月 올해 구월에 구월산을 지나네

年年九月過九月 해마다 구월 구월산을 지나니

九月山光長九月 구월산 산 빛 기나긴 구월이라

 

妙香山 묘향산

平生所欲者何求 한평생 하려는 바 어디서 찾나

每擬妙香山一遊 헤아려 묘향산을 한번 가보자 헤아릴의

山疊疊千峰萬仞 산은 겹겹 천봉에 만 길이나 돼 겹쳐질첩 길인

路層層十步九休 길은 켜켜 열 걸음 아홉 번 쉬어 층층

 

咏笠 삿갓을 읊어

浮浮我笠等虛舟 떠돌아서 내 삿갓 빈 배와 같아 뜰범

一着平生四十秋 한번 붙여 평생을 마흔해 가을 붙을착

牧堅輕裝隨野犢 젊은 목동 가볍게 송아지 따라 꾸밀장 송아지독

漁翁本色伴沙鷗 늙은 어부 본디 뜻 갈매기 벗해 짝반 갈매기구

醉來脫掛看花樹 취해 와 벗어 걸어 꽃나무 보고 걸괘

興到携登翫月樓 흥 닿아 끌고 올라 달 누각 놀아 끌휴 가지고놀완

俗子衣冠皆外飾 사람은 옷과 갓에 다 겉만 꾸며 꾸밀식

滿天風雨獨無愁 하늘가득 비바람 시름도 없어

 

自嘆 스스로 한탄

嗟呼天地間男兒 아 하늘과 땅 사이 사내로 나서

知我平生者有誰 내 평생을 아는 이 누가 있을까

萍水三千里浪跡 부평초로 삼천리 물결 속 자취 부평초평 물결랑

禁書四十年虛詞 책 꺼려 사십년을 빈 말로 새겨 금할금 말씀사

靑雲難力致非願 푸른 꿈 힘 못 닿아 바램 아니지

白髮惟公道不悲 흰머리 생각 갈길 슬프지 않아

驚罷還鄕夢起坐 놀라 멈춘 고향 길 꿈 깨 일어나 놀랄경 그칠파

三更越鳥聲南枝 한밤에 새소리가 남쪽 가지에 넘을월

 

蘭皐平生詩 난고의 한평생

鳥巢獸穴皆有居 새둥지 짐승 굴에 다 삶이 있고 집소 짐승수

顧我平生獨自傷 내 평생 돌아보니 홀로 다쳤네 돌아볼고 상처상

芒鞋竹杖路千里 짚신에 대작대기 천리 길 걸어 신혜 지팡이장

水性雲心家四方 물 바탕 구름마음 집은 사방에

尤人不可怨天難 사람을 못 나무라 하늘 못 미워 더욱우

歲暮悲懷餘寸腸 해 저묾 슬픔 품어 애를 끊었다 창자장

初年自謂得樂地 어릴 적 스스로 말 즐길 땅 이라

漢北知吾生長鄕 한강 북쪽 날 알아 나고 자란 곳

簪纓先世富貴人 높은 벼슬 앞대엔 부귀한 사람 비녀잠 갓끈영

花柳長安名勝庄 풍류로 서울서도 이름난 집안 농막장

隣人也賀弄璋慶 이웃사람 축하라 아들 본 경사 반쪽홀장

早晩前期冠蓋揚 얼마 지나 앞길에 벼슬 오르리 갓관 덮을개

髮毛稍長命漸奇 터럭 자라 길어져 운명 희한해 벼줄기끝초

灰劫殘門飜海桑 가문 꼴은 잿더미 바다 밭 되듯 위협할겁 뒤칠번

依無親戚世情薄 기댈 친척 없으니 세상 뜻 엷고

哭盡爺孃家事荒 어버이 곡을 그쳐 집안 거칠어 아비야 어미양

終南曉鍾一納履 종남산 새벽종에 한번 신 신어 바칠납 신리

風土東邦心細量 땅을 밟아 동방을 마음만 씀에

心猶異域首丘狐 마음 되레 다른 땅 머리만 고향 여우호

勢亦窮途觸藩羊 되어 감은 막힌 길 울에 부딪쳐 덮을번

南州徒古過客多 남녘고을 예부터 길손은 많아 무리도

轉蓬浮萍經幾霜 쑥 신세 부평 되어 몇 해 보냈나 쑥봉 부평초평

搖頭行勢豈本習 머리 굽실 하는 짓 어찌 버릇이 흔들릴요

挈口圖生惟所長 입 끌어 삶을 꾀해 장점이 되랴 손에들설

光陰漸向此中失 세월은 차츰 흘러 이 속에 잃어

三角靑山何渺茫 삼각산 푸른 산이 어찌 아득해 아득할묘망

江山乞號慣千門 강산에 불러 빌어 버릇에 문에 빌걸 버릇관

風月行裝空一囊 풍월로 봇 집 차려 텅 빈 주머니 주머니낭

千金之子萬石君 천금 가진 아들에 만 석군 부자

厚薄蒙風均試嘗 많든 적든 바람을 골고루 맞아 두터울후 엷을박

身窮每遇俗眼白 몸 궁해 만남마다 눈은 멀겋고 만날우

歲去偏傷髮髮蒼 해 지나며 축이 나 털만 덥수룩 치우칠편 터럭발

歸兮亦難侄亦難 돌아가긴 어렵고 머묾도 못해 어리석을질

幾日彷徨中路傍 몇 날을 이리저리 길에서 어정 거닐방황 곁방

 

운강 이경민

1814 元會 雲岡 李慶民(1814∼1883) 江陽 熙祖軼事

滿月臺 만월대 ※고려의 도성

五百年來王業休 오백년 이어오던 왕업이 멎어

繁華無跡只松楸 번화함 자취 없고 다만 무덤만 많을번 가래나무추

落花舊院凄凉色 꽃이 진 옛 사원엔 쓸쓸한 빛이 쓸쓸할처

杜宇空城寂寬愁 두견새 빈 성에서 고요한 시름 너그러울관

惟見野田侵殿陛 보이느니 들밭이 궁전에 들고 큰집전 섬돌폐

不禁春草上螭頭 막지 못해 봄풀이 전각에 올라 교룡리

悠悠總是傷心處 멀고멀어 모든 게 마음 아픈 곳

古國興亡水自流 옛 나라 일고 잃음 물 따라 흘러

 

흥선대원군 석파 이하응 高宗의 아버지

1820 時伯 石坡 李昰應(1820∼1898)獻懿 全州

貧寒詩 가난함에

富貴掀天從古死 부귀로 하늘 치켜 예부터 죽어 치켜들흔

貧寒到骨至今生 가난이 뼈에 닿아 이제껏 살아

億千年去山猶碧 억년천년 지나도 산은 푸르고

十五夜來月復圓 보름밤만 오면 야 달 다시 둥글

 

고종임금 26대

1852 明夫 珠淵 高宗 李載晃(1852∼1863∼1907∼1919)洪陵

賞春 봄을 즐김

花間看蝶舞 꽃 사이를 보노니 나비 춤추어

柳上聽鶯聲 버들 위에 듣나니 꾀꼬리 노래

羣生皆自樂 삶의 무리 모두가 스스로 즐겨

最是愛民情 가장 옳게 아낌은 백성의 뜻에

 

매천 황현

1855 雲卿 梅泉 黃玹(1855∼1910) 長水 梅泉野錄

絶命詩 1 목숨을 끊으며

亂離滾到白頭年 난리에 흘러 닿아 나이 흰머리 흐를곤

幾合捐生却未然 몇 보태 삶을 버려 그렇지 않나 버릴연 물리칠각

今日眞成無可奈 오늘에 참된 이룸 어찌 못함은 어찌내

輝輝風燭照蒼天 밝힌 빛 바람 촛불 푸른 하늘을 빛날휘 촛불촉

 

絶命詩 2 목숨을 끊으며

妖氣掩翳帝星移 요괴 기운 가림에 임금별 옮겨 아리따울요 일산예

九闕沉沉晝漏遲 겹겹 대궐 막히어 낮시간 더뎌 샐루 늦을지

詔勅從今無復有 나랏일 이제부터 받을 길 없어 조서칙

琳琅一紙淚千絲 구슬눈물 한 종이 흘러 천 갈래 옥림 옥랑 눈물루

 

絶命詩 3 목숨을 끊으며

鳥獸哀鳴海岳嚬 새 짐승 슬피 울어 바다 산도 찌푸려 찡그릴빈

槿花世界已沈淪 무궁화 우리세계 이미 빠져 잠겼네 물놀이륜

秋燈掩卷懷千古 가을 등잔 책 덮어 천년 옛날 품으니 가릴엄

難作人間識字人 어려워라 세상에 글 아는 사람으로

 

絶命詩 4 목숨을 끊으며

曾無支厦半椽功 일찍이 나라 받친 반 토막 공도 없어 서까래연

只是成仁不是忠 다만 어짊 이룸에 충성은 아님이며 다만지

止竟僅能追尹殺 마침내 겨우 함은 참 죽음 따름이라 겨우근

當時愧不躡陳東 그날 못한 부끄럼 밟아 펴네 동방에 밟을섭

 

증산 강일순 상제님

1871 士玉 甑山 姜一淳(1871∼1909) 晉州 玄武經

天地人 하늘 땅 사람

天上無知天 하늘 위에 있어선 하늘을 몰라

地下無知地 땅 아래 머물러서 땅을 못 알아

人中無知人 사람 속에 살아서 사람을 몰라

知人何處歸 사람 알아 어디로 돌아갈 건가

 

河圖洛書 하도와 낙서

龜馬一圖今山河 하도낙서 한판에 오늘의 산하 ※神龜 龍馬

幾千年間幾萬里 몇 천년 사이 두고 몇 만리 펼쳐

胞運胎運養世界 운을 싸고 운을 배 세계를 길러 태보포 아이밸태

帶道日月旺聖靈 도를 띤 해와 달에 성령이 가득 띠대 성할왕

 

洛書 낙서

厥有四象抱一極 그 기 있어 사상이 한 극을 품고 그궐

九州運祖洛書中 모든 땅 운수연원 낙서 가운데

道理不慕禽獸日 도리를 품지 않아 금수의 나날

方位起萌草木風 마침 자리 움 틔워 초목에 바람 싹맹

開闢精神黑雲月 열어젖힐 뭉친 얼 구름 가린 달

遍滿物華白雪松 두루 채운 온갖 빛 흰 눈 속 솔밭 두루편

男兒孰人善三才 사내로 누구라서 재주 셋 좋아

河山不讓萬古鍾 강도 산도 안 물려 오랜 옛 종을

 

輓車京石 차경석을 애도하며 ※普天敎 敎主(1880∼1936)

經之營之不意衰 천하사 지어 둘러 뜻밖에 쇠해

大斛事老結大病 커다란 꾀 일 쫄아 큰 병을 맺어 휘곡

天地眷佑境至死 하늘땅 돌봐 도와 끝내 죽음에 돌아볼권

漫使兒孫餘福葬 멋대로 자손 부려 남은 복 묻네 질펀할만

 

網巾詩 상투 올려 망건 씌워 ※차경석(車天子)의 출세 글

河圖義氣馬人同 용마하도 옳은 힘 말 사람 같아

故拔一毛爲天下 그래 뽑아 털 하나 천하를 위해 뺄발

博覽博識誰伏羲 널리 봐 널리 알아 누가 복흰가 넓을박

天皇公庭表日暈 하늘임금 세운 뜰 햇무리 보여 무리훈

 

步七星 칠성을 밟아

我得長生飛太淸 장생을 나는 얻어 태청을 날아

衆星要我斬妖精 뭇별이 내게 바래 요정 베기를 벨참 아리따울요

惡逆催折邪魔驚 패악 거역 꺾으니 마귀가 놀라 꺾을절 마귀마

躡罡履斗躋光靈 칠성 밟아 오르니 빛나는 성령 별이름강 오를제

天回地轉步七星 하늘 돌아 땅 굴러 칠성을 밟아

禹步相催登陽明 우보로 서로재촉 밝음에 올라 하우씨우

一氣混沌看我形 한 줄기 혼돈 속에 내 모습 보고 어두울돈

唵唵急急如律令 빨리빨리 처리를 율령과 같아

 

輓閔泳煥 민영환을 애도하며 ※민영환(1861∼1905)

大人輔國正知身 대인은 나라위해 몸 둘 바알아 도울보

磨洗塵天運氣新 갈고 씻어 티끌을 기운 새로워

遺恨警深終聖意 남긴 한 깊은 경계 성상 뜻 다해 경계할경

一刀分在萬方心 한 칼로 가름 속에 모든 마음을

 

輓崔益鉉 최익현을 애도하며 ※최익현(1833∼1906)

讀書崔益鉉 글을 읽은 최익현 글만 읽다가 솥귀현

義氣束劍戟 의기로 잡았으니 칼과 창이라 묶을속 창극

十月對馬島 시월이면 대마도 낯 설은 나라

曳曳山河橇 질질 끌어 산하에 덧신자국이 끌예 덧신교

 

金山寺彌勒殿 금산사 미륵전

世界有而此山出 세상 경계 있어서 이 산이 나와

紀運金天藏物華 운 돌아 가을 날씨 갊아 꽃피워

應須祖宗太昊伏 꼭 맞아 으뜸문명 태호 복희씨

何事道人多佛歌 어쩐 일 도 닦는 이 부처 타령만

 

帝王之地太田 제왕의 땅 대전

萬國活計南朝鮮 모든 나라 살릴 꾀 남쪽 조선에

淸風明月金山寺 맑은 바람 밝은 달 금산사라네

文明開化三千國 가을 문명 열리니 삼천의 나라

道術運通九萬里 도술 부려 운 꿰니 구만리까지

 

大爐霜雪 큰 화로에 상설이 녹듯

歲月汝遊劒戟中 세월아 너는 흘러 칼과 창속을

往劫忘在十年乎 가는 겁 잊고 있나 십년 세월에

不知而知知不知 모르는데 알게 돼 몰라도 알아

嚴霜寒雪大鴻爐 된서리 찬 눈 녹여 엄청난 화로

 

得道詩 득도시

調來天下八字曲 불려오는 천하에 팔자타령에

淚流人間三月雨 눈물 흘러 세상에 삼월 달 봄비 눈물루

葵花細忱能補袞 해바라기 마음이 임금을 도와 정성침 곤룡포곤

萍水浮踵頻泣玦 부평초 떠돈 발길 자주 눈물을 부평초평 발꿈치종

 

與高首婦 고수부님께 주시며

驅情萬里山河友 정을 몰아 만 리에 산하는 벗이 몰구

供德千門日月妻 덕 베풀어 천의 문 일월이 아내 이바지할공

明月千江心共照 밝은 달 모든 강에 마음도 밝혀

長風八隅氣同驅 긴 바람 온갖 데로 기운껏 몰아 모퉁이우

 

定大學校 대학교를 정하며 ※金京學의 집에 써 붙임

一身收拾重千金 이한 몸 거둬가짐 천금보다 무거워

頃刻安危在處心 잠시도 평안 위태 마음먹기 달려서

多有曲岐橫易入 많이도 굽고 갈려 옆길로 쉽게 빠져 갈림길기

非無坦道正難尋 없쟎은 탄탄대로 바로 찾기 어려워 평평할탄

奇珍落地泥沙混 빼난 보배 떨어져 진흙모래 묻어서 진흙니

仙鶴移巢野鵠侵 선학이 둥지 옮겨 들에 고니 들어서 집소 고니곡

行止莫輕跬步內 가든 멎든 신중히 반걸음 안이라도 반걸음규

出門氷薄又淵深 문 나서면 살얼음 아니면 깊은 못 엷을박

 

吟兵戈無用 전쟁 쓸모없음을 읊어

兵以爲名卽害人 병이란 명분삼아 사람을 해쳐

自古帝王不已事 예부터 제왕이라 아니 그친 일

聊憐種德千尋樹 가엾다 덕을 심어 천길 세움에 귀울료

枝枝葉葉一般春 가지마다 잎마다 언제나 봄이

 

輓孫秉熙 손병희를 애도하며 ※손병희(1861∼1922)

知忠知義君事君 충을 알고 의를 알아 그대 임금 섬기나

一魔無藏四海民 한 마수에 못 숨기니 사해 모든 백성을

孟平春信倍名聲 孟嘗平原 春申信陵 곱되는 명성으로 ※전국시대

先生大羽振日新 선생 떨친 큰 날갯짓 나날이 새로워라 떨칠진

 

合德文明 합덕문명

千里湖程孤棹遠 천리 호수 갈 길에 외론 노 아득 노도원

萬邦春氣一筐圓 모든 나라 봄기운 광주리 가득 광주리광

時節花明三月雨 철 맞아 꽃은 밝아 삼월 봄비에

風流酒洗百年塵 풍류로 술에 씻겨 백년 티끌이 씻을세

 

忽然還宮 갑자기 떠나

魚糧水積三千界 고기밥 물속 쌓여 삼천의 세계 양식량

雁路雲開九萬天 기러기길 구름 속 하늘 구만리

無語別時情若月 말없이 헤어질 때 뜻은 달처럼

有期來處信通潮 기약 있어 오는 데 믿음 밀려와 조수조

 

수산 조용욱 아버님

1922 仁汝 水山 趙鏞旭(1922∼2010) 咸安 水山集

獨遊江陵途中 혼자 강릉을 돌아보러 가는 길에

羊腸 천 번 굽어 꾸불꾸불 길을 따라서 창자장

穿疆 뚫고 달려 나라 땅을 가로질러서 뚫을천 지경강

西猶半雪 백두줄기 서쪽에는 아직 반이 눈

也總皚成 동쪽 오자 모두 몽땅 하얀 눈으로 흴애

 

穀雨 곡우

穀雨作農初 곡우 농사 시작네 곡식곡

田夫頗野居 농부 들에 살겠네 자못파

後塘留滿水 뒷 못 물이 찼던가 못당

前圃理頻鋤 앞들 자주 손 가네 밭포 자주빈 호미서

烟淡日遲故 연기 뿌해 해 길어 늦을지

草肥春煦餘 풀이 짙네 날 따셔 따뜻하게할후

沛然消旱洽 가뭄 적셔 사라져 늪패 사라질소 윤택하게할흡

庄老乃眉舒 농막 노인 상 펴네 농막장 눈썹미 펼서

 

偶吟 우음

世移風變換人情 세상 옮겨 풍속 바꿔 인정마저 달라지니

時得俳優行勢榮 때를 얻은 배우들 행세 또한 대단하다

來演所聞如此輩 들려오는 소문이란 이들 무리 같아서

死生決斷啞吁聲 죽기 살기 한다하고 아우성치는 소리 벙어리아

 

偶時意 뜻하지 않은 때의 뜻

世人恒語福云云 세상사람 늘 말해 복이 어떠하다고

可笑無知不足聞 우습구나 앎 없어 들음이 많질 않아

天瞰地聽誰幾善 하늘이 봐 땅 들어 누가 얼마 착한지 볼감

恒於利窟度其勳 이끗에 늘 빠져서 그 공을 헤아리네 굴굴

 

遊山井湖水 산정호수에 가서

勝日隨遊欲餞春 좋은 날씨 따라 간다 봄을 보내려 전별할전

貰車身託脫囂塵 전세버스 몸을 맡겨 도시를 빠져 들렐효

佳山麗水其何處 멋진 산 고운 물은 그 어디 있나

山井湖邊可謂眞 산정호 빙 둘러서 정말 있구나

 

偶吟 우음

八旬長壽祝今人 팔십 장수 오늘모두 축하하는데

莫笑將來百歲人 웃지 마소 앞으로 백년 살 사람

我幼當時還甲貴 내 어릴 적 환갑도 드물었다오

延齡不啻賤多人 나이 늘임 다 아니네 흔해빠지니 뿐시

 

遊俗離山 속리산에 가서

初遊願地莠葽時 처음 가는 바란 곳 봄풀 돋을 때 풀유 풀이름요

新綠江山潤膩姿 새로운 푸른 강산 매끄런 맵시 미끄러울니

走走行行山水好 달리고 지나가는 산수는 좋고

回回曲曲物華奇 돌아서 구비치는 물상도 야릇

俗離山境滿塵客 속리산 경내에는 속세 객 가득

法住寺邊奔蕩兒 법주사 절가에는 탕아 멋대로 달릴분 쓸어버릴탕

莫恣乘饒耽樂子 넉넉해 멋대로 해 낙을 찾는 이 즐길탐

先思興盡後來悲 흥 다할 생각이면 다음엔 슬퍼 ※興盡非禮

 

賞菊 국화를 감상하며

重陽賞菊趣中眞 중양절 국화감상 즐김 속에 참

墻下葳蕤逐日新 담 아래 화사함이 나날이 새록 무성할위 초목꽃유

佳色層英尤浥露 멋진 빛깔 쌓인 꽃 이슬도 담아 젖을읍

淸香滿砌不侵塵 맑은 향기 뜰 가득 티끌 못 붙어 섬돌체

掇花泛酒淵明興 꽃 주워 술에 띄워 도연명이 돼 주울철 陶潛

玩景詩情子美伸 경치 즐겨 뜻한 시 두자미도 해 희롱할완 杜甫

半笑籬邊昕夕對 살짝 웃는 울 가에 아침저녁엔 울타리리 아침흔

凌霜馥馥正迷人 서리 맞은 향 솔솔 참 사람 홀려 향기복

 

南山新綠 卽席韻 남산의 새 푸름`` 즉석에서

南山新綠一望齊 남산에 새 푸르름 한 눈에 들어

樓屋參差眼下低 빌딩숲 흩어져서 눈 아래 깔려 참치

黃麥如雲連大野 누런 보리 구름 같아 큰 들을 잇고

殘花似錦映幽溪 드문한 꽃 비단처럼 깊은 골 덮네 비출영

江邊獻燕乘風舞 강가에 나간 제비 바람 타 춤을

柳裡驕鶯喚友啼 버들 속 잘난 꾀꼴 벗 외쳐 불러 부를환 울제

吟榻笑談神爽快 읊는 곳 웃음 얘기 마음도 상쾌 걸상탑

興遄不覺夕陽西 흥에 후딱 못 알아 해는 서쪽에 빠를천

 

 

 

 

 

 

 

무명씨

0000 無名氏

題驛亭 역정에서

衆鳥同枝宿 무리 진 새 묵으니 같은 가지에

天明各自飛 날이 새면 저마다 따로 날아가

人生亦如此 사람살이 이 또한 이와 같아서

何必淚沾衣 어찌 그리 눈물에 옷을 적시나 눈물루 더할첨

 

심씨 심세광의 딸

0000 沈氏(?∼?) 沈世光의 딸

奉送家大人謫固城 고성에 귀양 가신 아버지께

玉砌霜風起 옥섬돌에 서리로 바람이 일고 섬돌체

紗窓月影寒 깁 창문에 달이 떠 그림자 차다 깁사

忽聞歸雁語 홀연 들어 돌아온 기러기 소리

千里憶南關 천리 멀어 생각만 남쪽 닫힌 땅 생각할억

 

지일당 전씨 전여충의 딸

0000 只一堂 全氏(?∼?) 全汝忠의 딸

絶句 절구

春來花正盛 봄날 오니 꽃이란 참으로 듬뿍

歲去人漸老 세월 가니 사람은 차츰 늙어가

歎息將何爲 한숨 쉬어 앞으로 어찌하려고

只要一善道 다만 해야 한마디 착한 말이나

 

기생 능운

0000 凌雲(?∼?) 담양출신의 妓生

待郞君 낭군님을 기다리며

郞云月出來 낭군님 이르시길 달뜨면 오마

月出郞不來 달님은 오셨는데 낭군 아니 와

想應君在處 생각해 맞을꺼야 임이 계신 곳

山高月上遲 산이 높아 달뜨기 더딜거라네 늦을지

 

시골 여인

0000 村女(?∼?)

辭尹白下 윤백하를 떠나며

溪路暮烟起 시내 길 저녁연기 피어오르고

斜陽白鷺前 기운 볕 해오라기 앞길 물들여 해아라기로

君家去漸遠 그대 집 떠나가니 차츰 멀어져

歸馬不忍鞭 돌아가는 말에서 채찍 못 들어 채찍편

 

기생 추향

0000 秋香(?∼?)

蒼岩亭 창암정

移棹淸江口 노를 저어 깨끗한 강어귀 대니 노도

驚人宿鷺飜 사람에 놀란 백로 자다가 훨훨 놀랄경 뒤칠번

山紅秋有迹 산은 붉어 가을날 자취는 남고 자취적

沙白月無痕 모래 희어 달 지난 자국은 없네 흉터흔

 

기생 취선

0000 翠仙(?∼?)

白馬江 백마강

晩泊皐蘭寺 느지막이 배를 댄 고란사 바위 배댈박 부르는소리고

西風獨倚樓 서풍에 홀로 서서 누각에 기대 의지할의

龍亡雲萬古 용은 가고 구름만 만고에 흘러

花落月千秋 꽃은 져도 달빛은 천년을 비쳐

 

최씨

0000 崔氏(?∼?)

偶吟 우음

白日懸天上 하얀 해 매달리니 하늘에 위에 매달현

天高白日長 하늘 높아 한낮은 길기도하나

只恐浮雲近 다만 몰라 뜬 구름 가까이해서

蔽此明明光 이래 밝은 환한 빛 가릴까싶어 덮을폐

 

신여스님

0000 信如(僧)(?∼?)

水精橋 수정교 ※충북 보은에 있는 다리

三淸洞有九重遙 삼청동에 있으니 아홉 겹 아득 멀요

一帶溪流八處橋 한줄기 시내 흘러 여덟 곳 다리 띠대 다리교

橋下水明紅妬碧 다리 밑 물은 맑아 단풍이 시샘 강샘할투

滿山楓葉倚松梢 산에 가득 단풍잎 솔 끝에 달려 나무끝초

 

기생 계향

0000 桂香(?∼?) 妓生

寄遠 멀리 부침

別後雲山隔渺茫 헤어진 뒤 구름 산 멀어서 아득 아득할묘망

夢中歡笑在君傍 꿈속에 기뻐 웃어 그대 곁에서 곁방

覺來半枕虛無影 깨보니 베게머리 텅 빈 그림자 베게침

側向殘燈冷落光 곁에 한 남은 등불 차가운 빛이 곁측

何日喜逢千里面 언제면 기쁜 만남 천리를 마주

此時空斷九回腸 이럴 땐 괜히 끊겨 아홉 굽은 애

窓前更有梧桐雨 창 앞에 다시 있어 오동잎 비에

添得相思淚幾行 더하는 서로생각 눈물 몇 줄기 더할첨

 

기생 도화

0000 桃花(?∼?)

泣別北軒 울며 북헌과 헤어져 ※安玟英을 대상

洛東江上初逢君 낙동강 강위에서 처음 만난 님

普濟院頭更別君 보제원 집 머리서 다시 보낸 님 널리보

桃花落地紅無跡 복사꽃 떨어진 땅 붉게 안 됨에

明月何時不憶君 밝은 달 어느 때면 생각 안할까 생각할억

 

장여사

0000 張女史(?∼?)

離恨 이별의 한

畵閣三更明月下 그림 집이 한밤의 밝은 달 아래

江淮千里小舟廻 강수 회수 천리를 조각배 돌아 강이름회

舟人若解深閨怨 뱃사공이 풀려나 깊은 아낙 원

載去阿郞更載來 싣고 떠난 서방님 다시 실어와 사나이랑

 

전주기생

0000 全州妓(?∼?)

怨詞 미움의 말

我本天上月中娘 나는 본디 하늘 위 달 속 아가씨 아가씨낭

謫下人間第一唱 인간에 귀양 와서 최고 명창에 귀양갈적 노래창

當年若在蘇臺下 때 맞춰 있었다면 고소대 아래 ※姑蘇臺

豈使西施取吳王 어찌 서시 시켜서 오왕을 잡나/모셔 ※夫差

 

진옥 송강의 첩

0000 眞玉(?∼?)

까마귀

一隊群烏坐樹枝 한 떼 무리 까마귀 나뭇가지에 대대

雌雄似古有誰知 암수 같기 예부터 누가 알아서

形非白雁難傳信 꼴 아니 흰 기러기 소식 못 전해

類異金鷄未報時 무리 달리 황금 닭 때도 안 알려

赤壁夜過驚漢將 적벽에 밤 지나자 曹操 놀래 켜 ※赤壁大戰

銀河曉散泣天姬 은하에 새벽 흩여 직녀 울게 해 ※七夕날

爾之爲物禽中惡 너라는 물건 됨에 새 중에 미움 너이 날짐승금

忙把瓦端打起宜 바삐 잡아 기왓장 쫓음이 옳아 바쁠망 잡을파

 

기생 취련

0000 翠蓮(?∼?)

賞月 달을 즐김

亭亭新月最分明 둥실둥실 새론 달 가장 또렷해

一片金光萬古情 한 조각 황금빛은 만고 오랜 뜻

無限世界今夜望 끝없는 세상경계 오늘밤 바래

百年憂樂幾人情 백년의 시름 즐김 몇 사람 뜻이 근심할우

 

혜정스님

0000 慧定(?∼?) 女僧

秋雨 가을비

九月金剛蕭瑟雨 구월에 금강산에 쓸쓸한 비가 ※늦가을

雨中無葉不鳴秋 비속에 잎도 없어 가을 안 울려 버릴기

十年獨下無聲淚 십년을 소리 없이 홀로 눈물져

淚濕袈裟空自愁 눈물 젖은 가사에 절로 시름이 가사가사

 

작자미상

0000 作者未詳 ※海東奇談 편자미상의 시화기담집(조선후기)

威如霜雪 서리와 눈 같은 위엄

威如霜雪重如山(위여상설중여산) 위엄은 서리와 눈 산 같은 무게

欲去又難不去難(욕거우난불거난) 가자니 또 어렵고 있기 어려워

回首洛東江水碧(회수낙동강수벽) 고개 돌려 낙동강 강물 푸른데

此身危處此心安(차신위처차심안) 이 몸이 위태한 곳 이 맘 느긋해

 

김부용 金履陽의 소실, 조선중기의 成川명기

0000 雲楚 金芙蓉(?∼?) 雲楚集에 300여 수의 시가 수록

過松嶽山(과송악산) 송악산을 지나며

松陽物色似當時(송양물색사당시) 송도의 온갖 경치 그때와 같아

吹笛橋邊楊柳垂(취적교변양류수) 피리 부는 다릿목 버들 드리워

盡日黃鸝啼不住(진일황리제부주) 하루 내내 꾀꼬리 울며 못 있어

聲聲宛是哭高麗(성성완시곡고려) 소리소리 그러게 고려라 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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