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 불교 용어

1. 불교도들이 서로 인사할 때 하는 말이 있습니까?

"성불하십시요'하고 인사합니다. 成佛이란 말은 부처님처럼 진리를 깨달아 거룩한

성인이 되라는 뜻이 있으며, 또는 모든 소원이 이루어지라는 뜻이 있습니다.

2. 법우(法友)란 무슨 뜻입니까?

법우란 같은 불법을 배우는 친구라는 뜻입니다.

3. 불자란 어떤 뜻입니까?

부처님의 제자란 뜻으로, 부처님을 믿는 사람은 앞으로 부처님이 될 수 있다는 뜻

입니다.

4. "부처님"이란 뜻은 무엇입니까?

"깨달은 사람"이라는 뜻으로 이 세상에서 가장 높은 진리를 밝게 깨달아 온갖 복과

덕을 모두 갖추신 분이라는 뜻입니다.

5. 염불이란?

거룩하신 부처님을 고요한 마음으로 간절히 생각하며, 부처님의 크신 공덕을 기리며,

부처님의 이름을 부르는 것입니다.

6. 기도란?

바라는 것이 이루어지기를 부처님께 간절히 비는 믿음이며, 참되고 올바른 마음으로

열심히 노력하려는 스스로의 다짐입니다.

7. 독경이란?

불경을 외우거나 읽는 것이나, 부처님의 가르침을 기리는 것입니다.

8. 공양이란?

깨끗한 마음으로 음식과 꽃, , 촛불, , 물 등을 부처님께 올리는 것이며 또한 우리

이웃의 모든 사람들에게 필요한 어떤 물건이나 참다운 가르침을 베풀어 주는 것을 말

합니다.

9. 참회

탐내고 성내고 어리석은 탓으로 지은 잘못을 자신이 뉘우치는 것으로 다시는 그러한

잘못을 저지르지 않으려는 마음의 다짐입니다.

10. 발원

부처님께 올리는 서원으로 나쁜 마음을 모두 버리고 부처님처럼 크고, 넓고, 맑은 마

음으로 살아가려고 다짐하는 것입니다.

11. 불교의 명절(음력)

1) 4월 초파일(부처님 오신 날)

2) 28(출가재일)

3) 128(성도재일)

4) 215(열반재일)

5) 715(우란분재일, 백중재일)

12. '스님'이란 뜻은

스승님의 준말로 제자가 자기 스승을 높여 부르는 말입니다. 그리고, 자기의 스승이

아니라도 출가하여 수도라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기도 합니다.

13. 삼보(三寶)

불교의 三寶라 함은 우리의 참 생명과 행복을 지켜주는 것으로써 부처님(佛寶),

 

부처님의 가르침(法寶)과 부처님의 제자(僧寶)를 뜻하며 모든 불교도가 한결같이 몸과

마음을 다해 받들어 의지해야 할 것이다.

14. 불교기의 유래와 의미

각종 행사 때마다 볼 수 있는 것 중의 하나가 불교기 입니다. 그런데 태극기를 많이 보

면서도 태극기의 내용을 잘 모르는 것처럼 불교기의 유래와 의미에 대해서 모르는 분

이 많기에 간단하게 정리해 봅니다. 먼저 불교기의 모양부터 보시죠.

<불교기의 유래와 의미>

불교기는 1950년에 실론(스리랑카)에서 열린 <세계불교도우의회>에서 정식 승인하여,

연재 모든 불교국가와 불교단체에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기는 가로와 세로의 비율이 3:2이며, 바탕은 다섯 가지의 색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 다섯 가지의 색깔은 부처님의 상호를 나 타내는데, 옆으로 그은 선은 부처님의 가르

침을, 아래로 내려 그은 선은 부처님의 가르침이 영원히 변함없다는 뜻을 각각 나타내

고 있습니다.

파랑은 마음을 흐트리지 않고 부처님의 법을 구하는 정근을 상징합니다.

노랑은 찬란한 부처님 몸의 빛과 같이 변하지 않는 굳은 마음을 상징합니다.

빨강은 항상 쉬지 않고 수행에 힘쓰는 정진을 상징합니다.

하양은 깨끗한 마음으로 온갖 번뇌를 밝히는 청정을 상징합니다.

주황은 수치스러움과 그릇된 길로의 꾀임에서 잘 견디어 이기는 인욕을 상징합니다.

15. 백팔번뇌란

, , , , , 의 이 여섯가지 감각 기관으로 색, , , , , , 이 여섯가지

경계를 각각 접하게 되니 6 * 6 = 36 가지의 번뇌가 일어나게 되는데...

36가지 번뇌가 과거, 현재, 미래,를 합하니(36*3=108) 백팔번뇌라 한답니다. 여기서 주의 할것은 과거 현재 미래라 해서 그 옛날 과거가 아니고, 아득한 미래가 아니라...

방금 지나간 시간 과거와 잠시후의 미래가 포함된다는 것을 염두해 두시면 이해하기가

쉬울겁니다. 그러니까 5분전과 5분후...

16. 대승[大乘] 과 소승[小乘]

대승은 범어 mahayna의 번역으로 마하연나[摩訶衍那]. 마하연[摩訶衍]이라 음역하며

상연[上衍]. 상승[上乘]이라고도 한다. 소승은 hinayana의 번역이다. []은 수레를

의미하며 미혹의 차안에서 깨달음의 피안에 이르는 교법을 가리킨다.

대승. 소승이란 말은 석가모니 부처님의 열반 후 그의 언행의 전승을 중심으로 전개되

는 상좌부 불교가 주석적인 연구의 불교로 발전하여 대중들로부터 유리되자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보살도를 설하는 불교가 등장하게 되는데, 이때 보살도를 추구하는 무리들

이 자신들이 받들고 있는 교리를 높여 대승이라 부르고 기존의 불교를 소승이라 폄하

한 데서 유래한다.

그러나 기존의 불교도는 소승불교란 말은 사용하지 않았으며 상좌부 불교라 했다.

따라서 상좌부 불교의 입장에선 보살도 불교 즉 대승불교는 부처님의 말씀이 아니라는

반론도 등장하게 되었다.

그러나 사상사적으로는 소승이 대승불교의 교학적 기초라는 의미를 내포한다. 소승은

자신의 해탈만을 목적으로 하는 자조자도[自調自度: 調는 번뇌를 제도하여 없애는 것,

 

는 깨달음에 이르는 것]의 성문. 연각의 수행도며, 대승은 열반의 적극적인 의미를

인정하고 자리와 이타의 양면을 모두 갖춘 보살의 수행도를 의미한다.

소승의 대표적 경론은 아함부 경전을 비롯하여<사분율> <오분율> <비바사론>

<발지론> <구사론> <성실론> 등이 있고, 대승에는 <반야경> <법화경> <중론>

<섭대승론> <대승기신론> 등이 있다.

인도의 대승에는 중관. 유식. 여래장. 밀교 등이 있고, 중국의 대승에는 삼론. 열반.

정토. . 천태. 화엄 등이 있어 각 종파의 우월한 점을 내세우려 노력했다. 우리나라

를 비롯 중국. 일본. 몽골. 서장불교는 대승 불교로 분류되며, 미얀마. 태국. 스리랑카

등의 불교는 소승불교로 분류된다

. 초기 대승불교운된의 순수한 종교적 정신이 사라지면서 중기 대승불교 이후는 소승

과 대승의 구별이 관념화되었다.

17. 소임과 별칭

스님들에게는 각기 절에서 맡은 바 직책이 있다. 그 절의 모든 운영을 책임한 주지(住持)

스님, 모든 대중들의 수행과 위의와 법도를 지도하시는 조실(祖室) 스님.방장(方丈)

스님, 법문을 설하여 주시는 법사(法師) 스님, 경을 가르치시는 강사(講師) 스님, 또 주

지 스님 아래서 일을 보는 총무 스님, 교무 스님, 재무 스님, 절 살림을 맡아 하는 원주

스님, 법당에서 부처님을 받들며 공양을 올리는 부존 스님 등 각기 스님에게 부여된 직

책이 있다. 이때에는 법호가 있다 하여도 직책을 붙여서 조실 스님, 주지 스님, 부존 스

님 등으로 부르게 된다.

큰스님의 법명을 부르지 않고 법호나 당호로 불러야 하지만 법호를 함부로 부르는 것도

송구하기 때문에 따로 호칭(呼稱)하는 것이 더 좋은 예의(禮義).

예를 들면 큰스님이 계신 곳의 이름을 붙여 ○○산 큰스님, ○○() 큰스님 등 산 이

름이나 절 이름으로 대신하기도 하고 또 그 스님이 계신 건물의 이름을 따라서 ○○

스님, ○○당 스님, 별당(別堂) 스님 등으로 호칭하기도 한다. 방장 스님이나 조실 스님

○○ 큰스님이라 하며 나이 많으신 원로 스님들께는 꼭 노()자를 붙여 ○○ 노스님

이라 하는 것이 예의이다.

18. 연꽃(蓮花.蓮華)

연꽃은 진흙 못에서 피어난다. 물이 더럽고 지저분하여도 그 속에서 청정하고 아름답

고 귀한 꽃을 피워내는 모습이 사바세계에 존재하는 부처님 가르침(佛法)에 비유되어

불교의 꽃으로 상징되고 있다.

또 무명 속에서 깨달음을 얻어 성취되는 진리를 의미하기도 한다. 처염상정(處染常淨)

이라는 말은 연꽃의 성격을 잘 나타내고 있다. 더러운 곳에 처해 있어도 항상 맑은 본

성을 간직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부처님은 청정하거나 지혜로운 사람을 곧잘 연꽃에 비유했다. 연꽃을 일러 만

다라화(曼茶羅華)라고도 한다. 삼라만상을 상징하는 오묘한 법칙이 연꽃에 드러나 있

기 때문이다. 유명한 염화시중의 미소에서 부처님이 들어 보인 꽃이 바로 연꽃이다.

또 부처님이 룸비니 동산에서 태어나서 사방으로 일곱 걸음을 걷고 있을 때 땅에서 연

꽃이 솟아올라 태자를 떠 받들었다고 경전은 적고 있다. 인도에서는 연꽃을 진귀한 꽃

으로 여겼으며, ...백련화 등으로 나누었다.

그 중에서 백련화는 번뇌에 오염되지 않은 청정무구의 불법성에 비유되었다. 연꽃에는

각 부분마다 불교의 원리를 말하는 의미가 숨겨져 있다. 활짝 핀 연꽃잎은 우주 그 자

 

체를 상징하고, 줄기는 우주의 축을 의미한다.

연합에는 9개의 구멍이 있는데 이는 9품을 말하며 3개의 연뿌리는 불..승 삼보를 뜻

한다. 연꽃의 씨는 천 년이 지나도 심으면 꽃을 피운다 하여 불생불멸(不生不滅)을 상

징한다.

또 꽃이 피면서 열매가 생기는 것은 인과가 동시에 나타나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연꽃은 불교의 이상적 인간상인 보살을 상징하기도 한다. 연꽃이 진흙 속에서 아름다

운 꽃을 피우듯, 불자들은 부처님 가르침을 실천하여 이룩해야 한다는 의미가 포함되

어 있다. 많은 불교예술품들은 연꽃을 형상화하여 그 깊고 오묘한 뜻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불보살의 좌대는 모두가 연꽃이다. 예술작품뿐 아니라 <묘법연화경> <화엄경>등 경전

의 제목도 연꽃과 관련돼 있다.

19. 5대 보궁(五大寶宮)

석가모니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봉안한 전각을 적멸보궁이라 한다. 우리나라에는 신라

의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가져온 부처님 사리와 정골을 나눠서 봉안한 5대 적멸보궁

이 있다. 양산 통도사, 강원도 오대산 중대에 있는 상원사 보궁, 설악산 봉정암, 태백

산 정암사, 사자산 법흥사 적멸보궁이 바로 성지로 꼽히는 5대 보궁이다.

보궁은 석가모니 부처님이 <화엄경>을 설한 중인도 마가다국 가야성의 남쪽 보리수

아래 금강좌에서 비롯됐다. 그 후 보궁은 불사리(佛舍利)를 봉안함으로써 부처님이 항

상 그곳에서 적멸의 법을 법계에 설하고 있음을 상징하게 됐다. 그래서 적멸보궁에는

불상을 안치하지 않는다.

대신 보궁의 바깥쪽에 사리탑을 세우거나 계단(戒壇)을 만들기도 한다. 통도사는 대형

금강계단에 부처님 진신사리를 안치해 계율근본도량불보종찰이 됐다.

금강계단을 받들어 기도하고 예불을 올리는 대웅전(보물 144)에는 전면에 '적멸보궁'

이라고 쓴 편액이 걸려 있다.

오대산 중대의 적멸보궁은 자장율사가 '문수진성의 주처'라는 생각에서 부처님 사리를

모신 성지로, 4방불 신앙의 중심인 비로자나 법신불로 상징되고 있다.

이 보궁의 불사리는 어디에 안치됐는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보궁 뒤에 1m 높이의 판석

에 석탑을 모각한 마애불탑이 상징적으로 서 있을 뿐이다.

설악산 봉정암은 해발 1224m의 고지대에 있는 적멸보궁이다. 이 절 역시 자장율사가 창

건하고 5층 석탑에 불사리를 안치했다. 강원도 정선의 정암사도 통도사처럼 법당에 불상

을 두지 않은 보궁이다.

자장율사가 꿈에 문수보살의 가르침을 받아 지었는데 보궁과 함께 수마노탑(보물 410)

천의봉 중턱에 서 있다. 보궁 뒤에는 진신사리가 안치된 보탑이 서 있고 그 옆에 자장율

사가 도를 닦았다는 토굴이 있다.

20. 심우도

불교의 禪宗에서 수행자가 수행을 통해 본성을 찾는 것을 소를 찾는 것에 비유하여 그린

禪畵.선의 수행단계를 소와 동자에 비유하여 도해한 그림으로서 수행단계를 10단계로

하고 있어 十牛圖라고도 한다.

송나라때 만들어진 보명(普明)의 심우도와 곽암(廓庵)의 심우도등 두 종류가 우리나라에

전래 되었는데 최근에는 곽암의 것을 많이 그리고 있으며 주로 사찰의 법당벽화로 많이

 

묘사되고 있다. 이 심우도의 대체적인 내용은 처음 선을 닦게 된 동자가 본성이 라는 소를 찾기 위해서 산중을 헤메다가 마침내 도를 깨닫게 되고 최후에는 선종의 최고 이상향에 이르게 됨을나타내고 있다.

첫번째 尋牛는 사람에게 본래부터 갖추어져 있는 圓性인 마음의 소를 잃어버린 뒤 그것

을 찾으러 나 선 것을,

두번째 見跡은 소의 발자국을 발견하고 心牛의 자취를 보기 시작했 다는 것을 비유한 것이다.

세번째 見牛聞法修學의 공에 의해 마음의 소를 발견한 것을,

네 번째인 得牛는 이제 본성을 찾았지만 아직 번뇌가 완전히 없 어지지 않았으므로 더욱 열심히 수련해야 한다는 것을,

다섯번째인 牧牛는 소에 고삐를 물리고 돌아오는 모습으로 깨달음 뒤에 오는 방심을 더

욱 조심 해야 함을 비유했다.

여섯번째 騎牛歸家는 길들여진 소를 타고 피리를 불며 돌아눈 모습으로 모든 망상에서

벗어나 본성의 자리에 들었음을 그렸다.

일 곱번째 忘牛存人은 집에 돌아왔지만 소는 없고 오직 자기혼자만 남아 있는 것을 그

린 것으로 쉬지 않고 수련해야 함을,

여덟번째 人牛俱忘은 소도 자신도 잊었다는 텅빈 원만 그린 것으로 을 잊고 세상의

을 버려 에 이르렀다는 것을 비유한 것이다.

아홉번째 返本還源은 본심은 본래 청정하여 아무 번뇌가 없어 산은 산대로 물은 물대로

보게 되며 있는 그대로를 볼 수 있는 참된 지혜를 얻었음을 비유한 것이며,

마지막 입전수수는 중생을 위해 자루 를 들고 자비의 손을 내밀며 중생있는 곳으로 향

하는 모습을 그렸다. 利 他行의 경지에 들어 중생제도에 나선 것을 비유한 것이다.

21. 만자(卍字)

범어 Srivatsalksana (수리밧살크사나), 万字, 萬字, 卍字 라고도 한다. 吉祥海雲(길상해운), 吉祥喜旋(길상희선) 이라고도 쓴다. 吉祥(길상)과 행운의 표시이다.

삼십이상(三十二相)의 하나로 불타의 가르침에 德相(덕상)이 있고 또 불타의 手足, 頭髮

(두발)과 허리에도 있다고 한다. 이에 상당한 범어는 네 가지가 있지만 Srivatsa(슈리밧사)

란 말은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이 말은 모발이 말리어 겹치고 합해져 海雲같은 모양이란

뜻이다. 따라서 卍字吉祥萬德(길상만덕)이 모이는 곳을 뜻한다.

또한 卍字는 십자와 마찬가지로 예로부터 세계 각지에서 사용되었는데, 그 기원에 관해

서는 여러 설이 있다. 한국에서는 일반적으로 불교나 절을 나타내는 기호나 표시로 쓰이

고 있다. 모양은 중심에서 오른쪽으로 도는 우만자(右卍字)와 왼쪽으로 도는 좌만자(左卍字)로 크게 나누어진다. 그런데 이 자를 입체적으로 형상화시켜서 세워 놓고 볼 때 앞에서 보면 모양이 되지만 뒤쪽에서 보면 右卍자 모양으로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인도의 옛 조각에는 右卍자가 많으나 중국, 한국, 일본에서는 굳이 구별하지는 않는다.

22. 자비의 의미

자비란 자기 이외의 사람들을 고뇌에서 자유롭게 해 주는 것을 말합니다. ()란 적극

적으로 상대방에게 이익과 안락을 보태주는 것이고, ()란 고통받는 사람의 불이익과

괴로움을 덜어주는 것입니다.

23. 삼보사찰

불보사찰 :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경남 양산 통도사

법보사찰 : 팔만대장경을 모신 합천 해인사

승보사찰 : 16국사를 배출한 전남 승주 송광사

24. 총림이란 경전을 배우는 강원, 선을 닦는 선원, 율을 배우는 율원이 다 갖추어진 사찰을 말하는데 5개의 총림이 있다.

영축총림 : 양산 통도사

해인총림 : 합천 해인사

조계총림 : 전남 송광사

덕숭총림 : 예산 수덕사

고불총림 : 전남 백양사

25. 스님이 되는 과정(조계종 기준)

처음 출가를 하게 되면 2년정도 행자생활을 한다. 절의 허드렛일을 하면서 승려가 될 자

격이 있는 가를 테스트 받고 나면 사미계(사미니)를 받고 사미, 치문, 사집, 사교를 거치

고 나면 정식으로 비구계를 받고 포교 활동을 하든가 아니면 선방에서 선을 닦게 된다.

26. 불교에서 부르는 호칭

남자스님 : 비구스님

여자스님 : 비구니스님

사미계를 받은 예비남자스님 : 사미(행자)

사미니계를 받은 예비 여자스님 : 사미니

남자신도 : 거사, 처사 . 우바새

여자신도 : 보살. 우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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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말 (나무 풀 화초 )

 

가지/ 진실 

갈대 /신의 믿음, 지혜 

감나무/ 경의, 자애, 소박

강아지풀 /동심, 노여움

개나리/ 희망, 나의 사랑은 당신 보다 깊습니다.

개불꽃/ 나를 이겨 가지세요.

개양귀비/ 약한 사랑, 덧 없는 사랑

갯버들/ 친절, 자유 

거베라/ 신비, 풀 수 없는 수수께끼

겨자 /무관심 

고데마리/ 순수한 사랑

고무나무/ 변함없는 사랑

고사리/ 기적, 유혹 

고추나물/ 친절

공작선인장 /정열

공작초 /항상 좋은 기분, 안부 

과꽃 /믿는 사랑, 추억 

구즈베리아 /만족

국화(빨강) /사랑 

국화(흰색)/ 진실

군자란/ 고귀

굴거리나무/ 내사랑 나의 품에 

극락조 /사랑을 위해 멋을 부린 남자

글라디올라스/ 밀회, 경계, 주의

글록시니아/ 화려한 모습, 욕망

금귤 /순결, 어릴 때 우정 

금목서/ 당신의 마음을 끌다.

금어초/ 수다장이, 주제넘게 참견하다.

금잔화 /소박한 마음 기린초 /소녀의 사랑

까치밥나무/풍요,숨겨진사랑

꽃창포/우아한 마음, 좋은 소식

나팔꽃 /기쁨, 결속 

낙엽송/ 대담, 용기 

/청초한 아름다움 

남천 /전화위복

냉이 /나의 모든것을 바칩니다.

너도밤나무 /번영 네프로네피스/ 보호

노간주나무 /친절, 자유 

노송 /불명, 불사, 굳셈 

뉴사이란/ 참신하다.

느릅나무/ 위엄

느티나무/ 운명 능소화 /여성, 명예

다알리아 /당신의 마음을 알아 기쁩니다.

단풍나무 /사양 달맞이꽃 /말없는 사랑

담배 /기분 

담쟁이덩쿨 /아름다운 매력 

당아욱 /자애, 어머니의 사랑

당종려 /승리 

대나무 /지조, 인내, 절개

대왕송 /부귀

데이지 /겸손과 아름다움, 천진난만함 

덴드로비움 /자만심이 강한 미인

덴파레 /매혹

도꼬마리 /고집, 애교

도라지 /영원히 변치않는 사랑, 성실

동백 /고결한 사랑 

동심초 /온순 

둥글레 /고귀한 봉사

들국화 /장애물, 상쾌 

등나무 /사랑에 취함

디기탈레스 /열애, 나는 애정을 숨길 수 없습니다.

딸기 /예견, 행복한 가정 

떡갈나무 /공명정대, 강건

라넌큘러스 /매력있는 부자, 화사한 매력

라벤더/ 침묵, 나에게 대답하세요.

라스피/ 정의 자유 

라일락/ 젊은 날의 추억

락스퍼 /정의, 자유

레몬/ 성실한 사랑, 정절 

렉스베고니아/ 부조화, 짝사랑 

로단테 /영속

로벨리아 /불신, 정교, 원망

로즈베리/ 당신은 나를 일깨운다.

루나리아 /정직

루드베키아 /영원한 행복 

루피너스/ 모성애, 행복

류베로우즈/ 위험한 쾌락

리아트리스/ 고집장이, 고결 

마가렛/ 자유

마로니에/ 천분, 천재

마취목 /희생 

마타리 /미인, 잴 수 없는 사랑 

만년청 /상속, 모성애

매화 /고결, 결백, 정조

맨드라미/ 건강, 타오르는 사랑

메꽃 /속박, 충성, 수줍음

명자나무/ 평범, 조숙, 겸손 

목련 /숭고한 정신, 우애 

목향 /인정

목화 /어머니의 사랑

몬스테라 /괴기 

무궁화 /은근, 끈기, 섬세한 아름다움

문주란 /청순함 

물망초 /나를 잊지 마세요.

미나리/ 성의, 고결

미나리아재비/ 천진난만함 

미모사 /민감, 섬세, 부끄러움

미스티블루 /청초한 사랑

민들레 /사랑의 사도

민트/ 다시 한번 사랑하고 싶습니다

밀감 /친애

밀집꽃/ 항상 기억하라

밀토니아/ 슬픔은 없다

바이올렛 /영원한 우정, 사랑

박달나무/ 견고 

박쥐란/ 교묘한, 괴이함

발베르기아/ 만족

밤나무/ 포근한 사랑, 정의

밤안개/고운 마음

방울꽃/만족

배꽃/연모

배추꽃/쾌활

백양나무/시간

백일홍 /떠나간 친구에 대한 회상

백합/순결

버드나무/태평세월,자유

버베나/단결

버섯/유혹

벚꽃/정신의 아름다움

베고니아/ 정중, 친절

보리/ 번영, 보편

보리수/ 결혼, 부부의 사랑

복숭아/ 매력, 유혹, 용서, 희망

봉선화/ 속단된 해결, 나를 건드리지 마세요.

부발디아/ 당신의 포로가 되었습니다.

부용/ 섬세한 아름다움

붓꽃 /좋은 소식, 신비로운 사람

비파/ 현명

사과나무/ 현명, 성공

사르비아/ 불타는 마음, 정열

사보렌/ 온정, 열정, 존경

사철나무/ 변화 없음

산나리/ 순결

산당화/ 겸손, 단조

산세베리아/ 관용

산수유/ 지속, 불변

산앵두/ 오로지 한 사랑

살구나무/ 처녀의 부끄러움

상사화 /이룰 수 없는 사랑

상수리나무/ 번영

색동호박/ 나의 마음은 아름답다.

샤스타데이지/ 만사는 인내

서향나무/ 불명예, 꿈속의 사랑

선인장/ 불타는 마음

세인트폴리아 /작은 사랑

센트레아/ 행복, 섬세, 유쾌

소나무/ 불로장수

소철 /강한 사랑, 속세 비법

수국 /변덕, 고집, 당신은 차갑다.

수련 /깨끗한 마음, 청순한 마음

수박꽃 /큰 마음

스위트피 /기쁨, 가련

스타치스 /영원한 사랑

스톡크 /믿어주세요.

시계꽃 /믿음

시네라이아 /항상 즐거움, 항상 빛남

시클라멘 /수줍음, 내성적

싸리나무 /상념, 사색

아가판더스/ 사랑의 전달

아게라텀/ 신뢰

아나나스 /민족, 미래를 즐긴다.

아네모네 /사랑의 괴로움

아도니스 /회상, 영구한 행복

아디언람/애교있는 사람

아르메리아 /동정, 가련, 온순

아마릴리스 /눈부신 아름다움

아몬드 /기대, 희망

아스터 /추억, 믿는 사랑

아스파라거스 /한결같은 마음, 불변

아이리스 /사랑의 메시지, 변덕스러움

아이비 /행운이 함께하는 사랑

아자리아 /첫사랑

아주까리 /단정한 사랑

아카시아 /곱고 아름답다.

아칸더스 /기교, 복수, 절교

안개초 /간절한 기쁨, 밝은 마음

안시리움 /번뇌

알리움 /무한한 슬픔

애크메아 /만족

앵초/ 모순

양귀비(빨강) /위로

양귀비(자주) /사치, 환상

에델바이스 /중요한 추억

연꽃 /소원해진 사랑

오렌지꽃 /순결

오미자 /다시 만납시다.

오크라 /번영

옥잠화/ 침착, 조용한 사랑

온시디움 /순박한 마음

올리브 /평화

용담 /애수, 정의

유자나무 /기쁜소식

유포르비아/ 박애

은방울꽃/ 행복의 확인

은사철 /지혜

은행 /장수

일일초/ 즐거운 추억

자스민 /관능적, 당신은 나의 것

자운영 /그대의 관대한 사랑

자작나무 /당신을 기다립니다.

작살나무 /총명

작약 /수줍음, 수치

적송 /선비의 지조

전나무 /숭고, 정직, 승진

접시꽃/ 열렬한 사랑

제라늄 /친구의 정, 결심

제비꽃 /진실한 사랑

조팝나무 /노련하다.

종려 /승리

주목 /명예

진달래 /사랑의 희열

찔레꽃/온화

차나무/ 추억

참깨 /기대

참나리 /순결, 깨끗한 마음

참나무 /번영

창포 /할 말이 있어요.

채꽃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

채송화 /순진, 천진난만

천리향 /편애

천문종 /불변

천인국 /단결, 협력

천일홍/ 불후, 불변

철쭉 /사랑의 즐거움

초롱꽃 /충실, 정의, 열성에 감복

측백나무 /견고한 우정

치자나무 /순결, 행복, 청결

/사랑의 한숨

카네이션(노랑)/ 후회, 변색

카네이션(분홍) /여자의 사랑

카네이션(빨강) /가여운 사랑

카라디움 /기쁨, 환희

카사블랑카 /웅대한 사랑

카틀레야 /당신은 아름답습니다.

칸나 /행복한 종말, 존경

칼라/ 장대한 미

칼라디움/ 즐거움

캄파뉼라/ 변함없다.

코스모스/ 순정, 애정, 조화

쿠페아 /세심한 사랑

크레마티스 마음의 아름다움

크레오메 /불안정, 인연을 맺음

크로커스/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크로혼 /요염하고 절색

크리스마스로즈 /근심을 풀어 주세요.

클로버 /약속, 행운, 평화

키르탄더스/ 고운 여인

태산목 /위엄, 장엄, 자연의 애정

탱자 /추억

토끼풀 /내 사랑이 되어주오.

톱날꽃 /충실, 숨은 공적

튤립(노랑)/ 헛된 사랑

튤립(자주) /영원한 사랑

튤립(흰색) /실연

트리토마/그것을 믿을 수 없다.

파꽃 /인내

파초 /기다림

파피투스/정직한 사랑

팔손이나무/ 비밀, 기만, 분별

팜파스그라스/ 웅대, 자랑스럽다.

패랭이꽃 /순애, 조심, 대담

팬지 /사색, 나를 생각해주세요.

펜스테몬 /은혜에 감사해요.

편도나무/ 무분별, 주책이 없다.

편백 /변하지 않는 사랑

평지꽃 /봄소식

폐튜니아/ 당신과 있으면 마음이 편해짐

포도 /기쁨, 박애, 자선

포인세티아 /축복, 축하

풍란 /참다운 매력

프라타너스 /천재

프리뮬라 /희망, 번영

프리지아 /순결, 순진한마음

프림포즈 /번영

프플라 /용기, 비탄, 애석

하늘나리 /변치 않은 귀여움

하와이무궁화 /당신을 믿어요. 신선한 사랑

한란 /귀부인, 미인

할미꽃/ 충성, 슬픈 추억

함박꽃/ 수줍음

해당화/ 온화, 미인의 잠결

해오라기난초 /꿈속에서도 당신을 생각합니다.

행운목 /행운, 행복

향나무 /영원한 향기

헬리오트로프 /헌신

헬리크리즘 /슬픔은 없다.

협죽도 :주의

호도 :지성

호랑고비: 유혹, 숨겨진 사랑

호랑가시나무: 가정의 행복, 평화

호박 :해독

호접란 :행복이 날아오다.

화초토마토 :완성된 미

황매화 :기다려주오.

회양목 :인내

히비스커스 :섬세한 아름다움

히아신스: 슬픔, 추억

스위트 피(분홍색) Sweet Pea: 기쁨이 넘치는 아름다운 추억을 당신과 함께

샐비어(진홍색) Salvia :불타는 사랑으로 당신을 포옹합니다

나리(흰색과 빨강) Lily :마음씨 고운 당신께 바칩니다

마거리트(노랑) Marguerite: 두 사람의 마음을 강렬하게 끌어당기는 사랑의 기쁨

그레이프 히야신스(파랑):Grape hyacinth 당신가슴속깊이숨어있는우아한사랑을 그리워합니다

스노드롭(Snow Drop): 희망

사프란(Spring Crocus): 후회 없는 청춘

노루귀(Hepatica): 인내

히아신스(Hyacinth): 차분한 사랑

향기 알리섬(Sweet Alyssum): 빼어난 미모

시클라멘(Cyclamen): 내성적 성격

가시(Thorn): 엄격

매쉬 메리골드(Mash Marigold):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

범의귀(Saxifrage): 절실한 애정

은매화(Myrtle): 사랑의 속삭임

칼미아(Kalmia): 커다란 희망

네모필라(California Blue-bell): 애국심

아도니스(Adonis): 추억

아라비아의 별(Star of Arabia): 순수

아르메리아(Armeria): 배려

데이지(Daisy): 명랑

아스파라거스(Asparagus): 무변화

글라디올러스(Gladiolus): 정열적인 사랑

칼세올라리아(Calceolaria): 도움

흑종초(Nigella Damascena): 꿈길의 애정

아네모네(Wind Flower): 기대

자운영(Astragalus): 감화

제라늄(Geranium): 결심

괭이밥(Wood Sorrel): 빛나는 마음

헬리오토로프(Heliotorope): 사랑이여 영원하라

메리골드(Marigold): 가련한 애정

버베나(Garden Verbena): 가족의 화합

아스포델(Asphodel): 나는 당신의 것

잡초의 꽃(Flower of Grass): 실제적인 사람

백부자(Aconite): 아름답게 빛나다

시스터스(Cistus): 인기

협죽도(Oleander): 위험

마거리트(Marguerite): 마음속에 감춘 사랑

호랑이꽃(Tiger Flower): 나를 사랑해 주세요

한련(Nasturtium): 애국심

클레마티스(Clematis): 마음의 아름다움

마르멜로(Quince): 유혹벗풀(Arrow-Head): 신뢰

다알리아(Dahlia): 화려함

퀘이킹 그라스(Quaking Grass): 흥분

주목(Yew Tree): 고상함

메귀리(Animated Oat): 음악을 좋아함

벗풀(Arrow-Head): 신뢰

로벨리아(Lobelia): 악의

칼라(Calla): 열혈

루피너스(Lupinus): 모성애

브리오니아(Bryonia): 거절

부용(Hibiscus Mutabilis): 섬세한 아름다움

뷰글라스(Bugloss): 진실

바카리스(Baccharis): 개척

갈대(Reed): 깊은 애정

벚꽃난(Honey-Plant): 동감

세이지(Sage): 가정의 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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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들이 말하는 한국의 100


월간 조선에서 사진가(김 근원, 김 성옥, 문 순화, 박 간영, 신 복진, 안 승일, 이 훈태, 임 소혁, 장 국현, 황 호섭) 그리고 월간 전문기자 몇 명이 모여 한국의 가장 아름다운 곳을 선정하였는데 한국백경 선정 어려움을 자연의 아름다운이란 주관적인 면이 강하여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해서 우열을 가리기가 매우 어렵고 어리석기까지 한 일이 될 것이지만 대다수 사람들이 공감하는 수준의 아름다움이 존재하기에 그러한 곳들을 순서 없이 정리하여 본다라고 얘기하고 있으며 이런 곳의 경치는 사진촬영 조건으로만 한정 하는 곳이 아닌 대다수의 사람들이 미학적인 이론이 없이 공감하는 부분들을 나열한 것이기에 꼭 그렇지는 않는다라고 그러는군요.

그리고 백대절경을 보면 산과 관련된 곳이 많은데 산지가 많은 우리국토의 대부분을 이루고 있어서인지 역시 산과 그 근처에서 많이 뽑혔다는군요.

그러기에 이 부분에 대하여 과도하게 집착 할 필요는 없지만 우리나라의 아름다운곳이 어디인지는 참고적으로 알고 있으면 여행시 많은 도움이 되지않을까 하여 정리하여 올려봅니다.


한국의 100대 절경

설악산
- 전망 -
마등령에서 보는 공룡릉
대청봉에서 보는 내외설악
- 계곡 -
천불동 계곡
구곡담 계곡
십이선녀탕 계곡
주전골
- 폭포 -
토왕성폭포
대승폭포
소승폭포
- 기암 -
울산암
만경대(설악산 양폭산장 앞의 기암봉 능선)
천화대
권금성
- -
음지 백판골 주목 및 활엽수림
남설악 진동리 원시림


오대산
- 계곡
청학동 소금강
-
월정사 전나무 숲


지리산
- 전망
노고단이나 천왕봉에서 보는 지리산 주 능선
왕시루봉에서 보는 섬진강
천왕봉일출
바래봉 철쭉군락
제석봉 고사목지대
철쭉만발한 세석고원
- 계곡
뱀사골
피아골
칠선계곡


한라산
- 전망
털진달래가 만발한 봄의 화구남벽
서북벽을 배경으로 한 설원
백록담
만발한 유채밭 뒤의 성산 일출봉
한라산 기슭에서 내려다보는 오름(기생화산)의 무리
- 계곡
탐라계곡
Y계곡
- 폭포
정방폭포(바다로 직접 떨어지는 폭포)
- 기암
영실기암(한라산 정상부 서쪽의 기암절벽, 오백나한)
우도 검멀래 해식단애
중문옆 주상절리 해벽
서귀포 앞 섭섬
서귀포 앞 범섬
-
한라산 윗세오름 근처의 구상나무숲


북한산
- 전망
깔딱고개(혹은 영봉에서 보는 인수봉
보국문이나 대남문에서 보는 삼각산(인수봉, 백운대, 만경대)
염초봉 능선에서 보는 삼각산
감투봉에서 보는 만경대 암릉
만월암 뒤에서 보는 선인봉 능선(어느 동양화가는 이 풍경을 그린 그림만 50점 이상 팔았다고 함)
하지 때 미사리에서 보는 석양의 삼각산


내장산
- 전망
백양사 뜰에서 보는 백암산 학바위 노을
-
가을단풍


소백산
- 전망
봄의 주능선(초원능선)


주왕산
- 기암
대전사 뒤의 기암
대전사 계곡의 학소대 주변 절벽


두타산
- 전망
신선봉에서 보는 주위의 병풍 절벽
- 폭포
무릉계곡의 용추폭포


방태산
- 계곡
조경동 계곡
- 폭포
적가리 계곡의 이폭포와 저폭포


가리왕산
- 전망
초원과 주목 어울린 정상능선


변산반도
- 전망
월명암 일출(변산반도 서쪽 끝부분의 봉우리 정상부에 있는 암자 월명암에서 보면 늘 내륙쪽으로 안개가 차오르며, 이때 첩첩한 산릉위로 떠오르는 일출이 장관이라함)
-
내소사 앞 전나무숲
- 기암
채석강 해식단애


울릉도
- 전망
향나무가 비틀거리며 자라나 있는 해안절벽
- 기암
삼선봉
송곳봉
-
태하 주변의 원시림


그외 지역
김천 수도산 능선에서 보는 합천 가야산 원경
남해 미조리 앞 다도해
여수 향일암
양산 영취산 억새초원
영암 월출산 구정봉에서 보는 기암능선
홍도 해안절벽
거제 해금강
삼척 응봉산 용소골
순천만 갈대밭
원주 치악산 주능선의 겨울풍경(남대봉에서 보는)
창녕 화왕산 십리 억새밭
창녕 화왕산성 바깥 암벽지대 진달래밭
대전 계룡산 자연성릉 설경
진안 마이산(장수쪽 둔덕길에서 보는)
충주 월악산(충주호반 송계2교 근처에서 보는)
충주호를 끼고 보는 월악산 옥순봉, 신선암
무주 덕유산 주능선(남덕유에서 보는)
광주 무등산 입석대
봉화 청량산 기암봉(남쪽 바로 건너편의 축령산에서 보는)
속리산 문장대 기암능선
고군산 군도
백도
광릉수목원
제주 당처물동굴
독도
담양 도담상봉
태안반도 할미바위
삼척 추암(촛대바위 일대 해안)
울진 불영계곡
대둔산 기암능선(산 기슭에서 바라보는)
철원 한탄강 고석정
영월 동강 어라연
창녕 우포늪
삼척 환선굴
장흥 천관산 정상부 기암봉들
포항 보경사계곡 12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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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매화 / 도종환

 

눈 내리고 내려 쌓여 소백산 자락 덮어도

매화 한 송이 그 속에서 핀다

 

나뭇가지 얼고 또 얼어

외로움으로 반진반질해져도

꽃봉오리 솟는다

 

어이하랴 덮어버릴 수 없는

꽃 같은 그대 그리움

 

그대 만날 수 있는 날 아득히 멀고

폭설은 퍼붓는데

 

숨길 수 없는 숨길 수 없는

가슴속 홍매화 한 송이

 

꽃잎 / 도종환

 

처음부터 끝까지 외로운 게

인생이라고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지금 내가

외로워서가 아니다

 

피었다 저 혼자 지는

오늘 흙에 누운

저 꽃잎 때문도 아니다

 

형언할 수 없는

형언할 수 없는

 

시작도 알지 못할 곳에서 와서

끝 모르게 흘러가는

존재의 저 외로운 나부낌

 

아득하고

아득하여

 

무엇이 성공인가 / 류시화

 

자주 그리고 많이 웃는 것

현명한 이에게 존경을 받고

아이들에게서 사라을 받는 것

정직한 비평가의 찬사를 듣고

친구의 배반을 참아내는 것

아름다움을 식별할 줄 알며

다른 사람에게서 최선의 것을 발견하는 것

건강한 아이를 낳든

한 뙈기의 정원을 가꾸든

사회 환경을 개선하든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자신이 한때 이곳에 살았음으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만일 / 루디야드 키플링

 

만일 네가 모든 걸 잃었고 모두가 너를 비난할 때

너 자신이 머리를 똑바로 쳐들 수 있다면,

만일 모든 사람이 너를 의심할 때

너 자신은 스스로를 신뢰할 수 있다면,

 

만일 네가 기다릴 수 있고

또한 기다림에 지치지 않을 수 있다면,

거짓이 들리더라도 거짓과 타협하지 않으며

미움을 받더라도 그 미움에 지지 않을 수 있다면,

그러면서도 너무 선한 체하지 않고

너무 지혜로운 말들을 늘어놓지 않을 수 있다면,

 

만일 네가 꿈을 갖더라도

그 꿈의 노예가 되지 않을 수 있다면,

또한 네가 어떤 생각을 갖더라도

그 생각이 유일한 목표가 되지 않게 할 수 있다면,

 

그리고 만일 인생의 길에서 성공과 실패를 만나더라도

그 두 가지를 똑같은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네가 말한 진실이 왜곡되어 바보들이 너를 욕하더라도

너 자신은 그것을 참고 들을 수 있다면,

그리고 만일 너의 전생애를 바친 일이 무너지더라도

몸을 굽히고서 그걸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다면,

 

한번쯤은 네가 쌓아 올린 모든 걸 걸고

내기를 할 수 있다면,

그래서 다 잃더라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그러면서도 네가 잃은 것에 대해 침묵할 수 있고

다 잃은 뒤에도 변함없이

네 가슴과 어깨와 머리가 널 위해 일할 수 있다면,

설령 너에게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는다 해도

강한 의지로 그것들을 움직일 수 있다면,

 

만일 군중과 이야기하면서도 너 자신의 덕을 지킬 수 있고

왕과 함께 걸으면서도 상식을 잃지 않을 수 있다면,

적이든 친구든 너를 해치지 않게 할 수 있다면,

모두가 너에게 도움을 청하되

그들로 하여금

너에게 너무 의존하지 않게 만들 수 있다면,

그리고 만일 네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1분간을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60초로 대신할 수 있다면,

그렇다면 세상은 너의 것이며

너는 비로소

한 사람의 어른이 되는 것이다.

 

두사람 / 아파치인디언 결혼축시

 

이제 두 사람은 비를 맞지 않으리라.

서로가 서로에게 지붕이 되어 줄 테니까.

이제 두 사람은 춥지 않으리라.

서로가 서로에게 따뜻함이 될 테니까.

이제 두 사람은 더 이상 외롭지 않으리라.

서로가 서로에게 동행이 될 테니까.

이제 두 사람은 두 개의 몸이지만

두 사람의 앞에는 오직

하나의 인생만이 있으리라.

이제 그대들의 집으로 들어가라.

함께 있는 날들 속으로 들어가라.

이 대지 위에서 그대들은

오랫동안 행복하리라.

 

행복해 진다는 것 / 헤르만 헷세 

 

인생에 주어진 의무는

다른 아무것도 없다네.

그저 행복하라는 한 가지 의무뿐.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세상에 왔지.

그런데도

그 온갖 도덕

온갖 계명을 갖고서도

사람들은 그다지 행복하지 못하다네.

그것은 사람들 스스로 행복을 만들지 않는 까닭.

인간은 선을 행하는 한

누구나 행복에 이르지.

스스로 행복하고

마음속에서 조화를 찾는 한.

그러니까 사랑을 하는 한…….

사랑은 유일한 가르침

세상이 우리에게 물려준 단 하나의 교훈이지.

예수도

부처도

공자도 그렇게 가르쳤다네.

모든 인간에게 세상에서 한 가지 중요한 것은

그의 가장 깊은 곳

그의 영혼

그의 사랑하는 능력이라네.

보리죽을 떠먹든 맛있는 빵을 먹든

누더기를 걸치든 보석을 휘감든

사랑하는 능력이 살아 있는 한

세상은 순수한 영혼의 화음을 울렸고

언제나 좋은 세상

옳은 세상이었다네.

 

당신은 / 폴 발레리

 

당신이

생각하는 대로

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당신은 머지않아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사랑한다는 것 / 안도현

 

길가에 민들레 한송이 피어나면

꽃잎으로 온 하늘을 다 받치고 살듯이

이 세상에 태어나서

오직 한 사람을 사무치게 사랑한다는 것은

이 세상 전체를

비로소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차고 맑은 밤을 뜬눈으로 지새우며

우리가 서로 뜨겁게 사랑한다는 것은

그대는 나의 세상을

나는 그대의 세상을

함께 짊어지고

새벽을 향해 걸어가겠다는 것입니다

 

정말 그럴 때가 / 이어령

 

정말 그럴 때가 있을 겁니다.

어디 가나 벽이고 무인도이고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을 겁니다.

 

누가 "괜찮니"라고 말을 걸어도

금세 울음이 터질 것 같은

노엽고 외로운 때가 있을 겁니다.

 

내 신발 옆에 벗어놓았던 작은 신발들

내 편지봉투에 적은 수신인들의 이름

내 귀에다 대고 속삭이던 말소리들은

지금 모두

다 어디 있는가.

아니 정말 그런 것들이 있기라도 했었는가.

 

그런 때에는 연필 한 자루 잘 깍아

글을 씁니다.

 

사소한 것들에 대하여

어제보다 조금 더 자란 손톱에 대하여

문득 발견한 묵은 흉터에 대하여

떨어진 단추에 대하여

빗방울에 대하여

 

정말 그럴 때가 있을 겁니다.

어디 가나 벽이고 무인도이고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을 겁니다.

 

고독하는 것은 / 조병화

 

고독하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소망이 남아 있다는 거다

소망이 남아 있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삶이 남아 있다는 거다

삶이 남아 있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거다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

아직도 너를 가지고 있다는 거다

 

이렇게 저렇게 생각을 해보아도

어린 시절의 마당보다 좁은

이 세상

인간의 자리

부질없는 자리

가리울 곳 없는

회오리 들판

 

아 고독하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소망이 남아 있다는 거요

소망이 남아 있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삶이 남아 있다는 거요

삶이 남아 있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거요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

아직도 너를 가지고 있다는 거다

 

사랑 / 한용운

 

봄물보다 깊으니라

갈산보다 높으니라

달보다 빛나리라

돌보다 굳으리라

사랑을 묻는 이 있거든

이대로만 말하리.

 

단풍드는 날 / 도종환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방하착(放下着)

제가 키워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리도 물이 드는 날.

 

사랑 한다는 것으로 / 서정윤

 

사랑한다는 것으로

새의 날개를 꺾어

너의 곁에 두려 하지 말고

가슴에 작은 보금자리를 만들어

종일 지친 날개를

쉬고 다시 날아갈

힘을 줄 수 있어야 하리라.

 

 가을 엽서 안도현-

 

한 잎 두 잎 나뭇잎이

낮은 곳으로

자꾸 내려앉습니다.

세상에 나누어줄 것이 많다는 듯이

 

나도 그대에게 무엇을 좀 나눠주고 싶습니다

 

내가 가진 게 너무 없다 할지라도

그대여

가을 저녁 한때

낙엽이 지거든 물어보십시오

사랑은 왜

낮은 곳에 있는지를.

 

선물 / 나태주

 

하늘 아래 내가 받은

가장 커다란 선물은

오늘입니다

 

오늘 받은 선물 가운데서도

가장 아름다운 선물은

당신입니다

 

당신 나지막한 목소리와

웃는 얼굴, 콧노래 한 구절이면

한아름 바다를 안은 듯한 기쁨이겠습니다

 

바위 / 유치환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

아예 애린에 물들지 않고

희로 (喜怒 )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년 (億年 ) 비정 (非情 )의 함묵 (緘黙 )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하고

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 (遠雷 )

꿈 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

 

다른길은 없다 / 마르타 스목

 

자기 인생의 의미를 볼 수 없다면

지금 여기, 이 순간, 삶이 현재 위치로 오기까지

많은 빗나간 길들을 걸어 왔음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오랜 세월 동안

자신의 영혼이 절벽을 올라왔음도 알아야 한다.

그 상처, 그 방황, 그 두려움을

그 삶의 불모지를 잊지 말아야 한다.

그 지치고 피곤한 발걸음들이 없었다면

오늘날 이처럼 성장하지도 못했고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도

갖지 못했으리라.

그러므로 기억하라.

그 외의 다른 길은 있을 수 없었다는 것을.

자기가 지나온 그 길이

자신에게는 유일한 길이었음을.

우리들 여행자는

끝없는 삶의 길을 걸어간다.

인생의 진리를 깨달을 때까지

수많은 모퉁이를 돌아가야 한다.

들리지 않는가.

지금도 그 진리는 분명하게 말하고 있다.

삶은 끝이 없으며

우리는 영원 불멸한 존재들이라고.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 킴벌리 커버거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내 가슴이 말하는 것에 더 자주 귀 기울였으리라.

더 즐겁게 살고, 덜 고민했으리라.

금방 학교를 졸업하고 머지않아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걸 깨달았으리라.

아니, 그런 것들은 잊어 버렸으리라.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말하는 것에는

신경쓰지 않았으리라.

그 대신 내가 가진 생명력과 단단한 피부를

더 가치있게 여겼으리라.

 

더 많이 놀고, 덜 초조해 했으리라.

진정한 아름다움은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는 데 있음을 기억했으리라.

부모가 날 얼마나 사랑하는가를 알고

또한 그들이 내게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믿었으리라.

 

사랑에 더 열중하고

그 결말에 대해선 덜 걱정했으리라.

설령 그것이 실패로 끝난다 해도

더 좋은 어떤 것이 기다리고

있음을 믿었으리라.

 

, 나는 어린아이처럼 행동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으리라.

더 많은 용기를 가졌으리라.

모든 사람에게 좋은 면을 발견하고

그것들을 그들과 함께 나눴으리라.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나는 분명코 춤추는 법을 배웠으리라.

내 육체를 있는 그대로 좋아했으리라.

내가 만나는 사람을 신뢰하고

나 역시 누군가에게 신뢰할 만한

사람이 되었으리라.

 

입맞춤을 즐겼으리라.

정말로 자주 입을 맞췄으리라.

분명코 더 감사하고,

더 많이 행복해 했으리라.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인생 / 라이너 릴케

 

인생을 꼭 이해해야 할 필요는 없다.

인생은 축제와 같은 것.

길을 걸아가는 아이가

바람이 불 때마다 날려 오는

꽃잎의 선물을 받아들이듯

하루하루를 있는 그대로 살아가라.

아이는 흩어지는 꽃잎을

모아 둘 생각은 하지 않는다.

제 머리카락 속으로 기꺼이 날아 들어온 꽃잎

아이는 살며시 떼어내고

사랑스런 젊은 시절을 향해

더욱 새로운 꽃잎을 향해 두 손을 내민다.

 

담쟁이 / 도종환

저것은 
어쩔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벽을 오른다
  방울 없고 씨앗 한톨 살아남을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담쟁이는 서두리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뼘이라도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덮을 때까지
바로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담쟁이  하나는 담쟁이  수천개를 이끌고
결국  벽을 넘는다

 

그대앞에 봄이있다 / 김종해

 

우리 살아가는 일 속에
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이
어디 한두 번 이랴

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
오늘 일을 잠시라도
낮은 곳에 묻어두어야 한다

 

우리 사랑하는 일 또한 그 같아서
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은
높은 파도를 타지 않고
낮게 낮게 밀물져야 한다

 

사랑하는 이여
상처받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
추운 겨울 다 지내고

꽃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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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모음 (교육자료) **

 

1. 질병은 입을 좇아 들어가고 화근은 입을 좇아 나온다... 태평어람

 

2. 행복이란 타인을 행복하게 해주려는 노력의 부산물이다.

 

3. 지혜는 듣는 데서 오고 후회는 말하는 데서 온다.

 

4. 인간은 의욕하는 것, 그리고 창조하는 것에 의해서만이 행복하다.

 

5. 말을 많이 하는 것과 말을 잘하는 것은 다르다.

 

6. 착한 일을 하는 사람에게는 하늘이 복을 주시고, 악한 일을 하는 사람에게는

 

하늘이 재앙을 주느니라. [공자:명심보감]

 

7. 탐욕은 일체를 얻고자 욕심내어서 도리어 모든 것을 잃어버린다. [몽테뉴]

 

8. 백 권의 책에 쓰인 말보다, 한 가지 성실한 마음이 더 크게 사람을 움직인다. [프랭클린]

 

9.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려면 가장 낮은 곳부터 시작하라.[푸블릴리우스 시루스]

 

10. 건강을 이기는 미(美)는 없다.

 

11. 프로에게서 자기 수련과 극기심을 배워라 [카우틸랴]

 

12. 겉으로 보기에 무척 연약해 보이는 모든 것이 바로 힘이다. [파스칼]

 

13. 확실한 일을 실행할 힘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괴테]

 

14. 힘으로서 사람을 복종시키지 말고 덕으로서 사람을 복종시켜라, [맹자]

 

15. 힘으로 유지되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은 무엇이나 불운이다. [펄벅]

 

16. 생각이야말로 진정한 힘이다. 생각은 에너지인 것이다. [엔드류메터스]

 

17. 자비·검약·겸허를 몸가짐의 삼보(三寶)로 하라. [노자]

 

18. 타인에 대한 존경은 처세법의 제일 조건이다. [아미엘]

 

19. 공포로 인해 타협하지 말 것이며, 남이 나에게 타협하는 것을

 

두려워하지도 말라.[케네디]

 

20.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전력을 다하라. 그러면 내일에는 한걸음 더 진보한다.

 

[뉴턴]

 

21.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얻는 행동이 최선이다. [허치슨]

 

22. 햇빛은 하나의 초점에 모아질 때만 불꽃을 피우는 법이다. [벨]

 

23. 웃지 않는 노인은 바보다

 

24. 힘으로써 사람을 복종시키지 말고 덕으로써 사람을 복종시켜라. [맹자]

 

25. 기다림만으로 사는 사람은 굶어서 죽는다. [이탈리아속담]

 

26. 속이는 말로 재물을 모으는 것은 죽음을 구하는 것이다. [성경]

 

27. 끝을 맺기를 처음과 같이 하면 실패가 없다. [노자]

 

28. 한 사람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게 사랑이다. [찰리 채플린]

 

29. 좋은 희망을 품는 것은 바로 그것을 이룰 수 있는 지름길이다. [루터]

 

30. 오늘이라는 날은 두 번 다시 오지 않는다는 것을 잊지 말라. [단테]

 

31. 남자는 야생동물이면 여자는 이 야생동물을 길들이는 자이다. - 폴리스 바이언

 

32. 남자는 언제나 여인의 첫사랑이 되고 싶어한다. 여자는 남자의 마지막 낭만이

 

되려고 한다. - ?

 

33. 남자란, 말하며 접근할 때는 봄이지만 결혼해 버리면 겨울이다. - 셰익스피어

 

34. 죄는 미워하고, 죄수는 사랑하라. - Mohandas k. Gandhi

 

35. 나는 한 가지 책임만 아는데, 그것은 사랑하는 것이다. - Albert Camus (프랑스작가)

 

36. 사랑의 고통은 다른 어떠한 즐거움보다 달콤하다. John Dryden (영국의 시인,극작가)

 

37. 사랑은 여자의 섬세함을 줄이고, 남자의 섬세함을 늘인다. - 장 파울(리히터) <티탄>

 

38. 사랑하면서 바보가 되지 않는 사람은, 결코 사랑하면서 현명해 질 수 없다.

 

- T. 라이크 <사랑과 육욕>

 

39. 사랑은, 배우지 않은 사람에게 문학을 가르친다. 에우리피데스 <스테네비우스>

 

40. 사랑은 나이들어 생기 없는 사람들을 젊게 만들며, 젊음을 찾는 사람들을 언제까지나 젊게 만든다. - W. 카트라이트 <클로우에게>

 

41. 사랑은 사람들을 재주꾼으로 만든다. - 몰리에르 <남편 수업>

 

42. 나는 죽음을 겁내지 않는다. 다만 의무를 다하지 않고 사는 것을 겁낸다. [하운드]

 

43. 만약 제군이 돈의 가치를 알고 싶으면 나가서 얼마간의 돈을 빌려 보라. [프랭클린]

 

44. 모든 날 중 가장 완전히 잃어버린 날은 웃지 않는 날이다. [샹포르]

 

45. 물고기를 주어라. 한 끼를 먹을 것이다.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어라.

 

평생을 먹을 것이다. [탈무드]

 

46. 할 수 있는 한 훌륭한 인생을 만들라. 인생은 짧고 곧 지나간다. [오울디즈]

 

47. 열의없이 성취된 위업이란 아직 하나도 없다. [애머슨]

 

48. 버들가지는 약하나 다른 재목을 묶는다. [하버트]

 

49. 오늘 달걀을 한 개 갖는 것보다 내일 암탉을 한 마리 갖는 편이 낫다. [토머스 플러]

 

50. 왕은 배, 민중은 물이다. 물은 큰 배를 띄우기도 하고 뒤엎기도 한다. [순자]

 

51. 우선 자연을 따르라. 그리고 나서 자연을 정복하라. [베이컨]

 

52. 타인의 결점은 우리들의 눈앞에 있고 자신의 결점은 우리의 등 뒤에 있다.

 

53. 태만은 천천히 움직이므로 가난이 곧 따라잡는다. [프랭클린]

 

54. 작은 도끼라도 찍고 찍으면 큰 참나무는 넘어진다. [세익스피어]

 

55. 절제는 모든 미덕의 진주고리를 이어주는 비단의 실이다. [홀]

 

56. 1퍼센트의 가능성, 그것이 나의 길이다. [나폴레옹]

 

57. 일이 재미있으면 인생은 낙원이다. 일이 의무라면 인생은 지옥이다. [고리끼]

 

58. 금전은 비료와 같은 것으로 뿌리지 않으면 쓸모가 없다. [베이컨]

 

59. 사람은 자기가 한 약속을 지킬만한 좋은 기억력을 가져야 한다. [니체]

 

60. 내일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당신의 과거는 쫓아버려라. [오슬러]

 

61. 중요한 건 당신이 어떻게 시작했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끝내는가 이다. [앤드류 매튜스]

 

62. 독수리는 마지막 성공을 거둘 때까지 온 생명을 바쳐 노력한다. [여안교]

 

63. 어쨌든 노력을 계속 하시오. 그렇게 하는 가운데 언젠가는 반드시 자신과

 

용기가 솟아나게 될 것입니다.[다란벨]

 

64. 지도자란 희망을 파는 상인이다.[나폴레옹]

 

65. 명성을 구하여 달리는 자는 명성에 따라갈 수 없다. 그러나 명성에서 도망쳐 달리는 자 는, 명성에 붙잡힌다. [탈무드 ]

 

66. 목표란 우리들이 계속 앞으로 나아가도록 해주는 것이다. [앤드류 매튜스]

 

67. 오늘을 붙들어라! 되도록 내일에 의지하지 말라!

 

그날 그날이 일년 중에서 최선의 날이다.[에머슨]

 

68. 햇빛은 하나의 초점에 모아질 때만 불꽃을 피우는 법이다. [벨]

 

69. 안심하면서 먹는 한 조각 빵이 근심하면서 먹는 잔치보다 낫다. [이솝]

 

70. 마음의 통일(일심, 一心) 없이 무슨 일을 이룰 수 있겠는가? [원효]

 

71. 행운은 자주 문을 두드리나 미련한 자는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덴마크속담]

 

72. 술이 만든 친구는 그 술처럼 하룻밤 뿐이다. [독일 속담]

 

73. 선은 오직 하나 밖에 없다. 그것은 자기 양심에 따라 행동하는 일이다.[보봐르]

 

74. 살아가는 기술이란 하나의 공격 목표를 골라 그곳에 힘을 집중시키는 일이다. [앙드레 모로아]

 

75. 추위에 떤 자일수록 태양의 따뜻함을 느낀다. 인생의 고뇌를 맛본 자일수록

 

생명의 존귀함을 느낀다. [호이토 맨]

 

76. 사랑이란 늙는다는 것을 모른다.[스땅달]

 

77. 바다의 물이 마르면 나중에는 밑이 보인다. 그러나 사람은 죽어도 마음은 알지 못한다.

 

[명심보감]

 

78. 인간은 죽음을 두려워한다. 그것은 생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도스토예프스키]

 

79. 인생에 있어서 많은 고통을 면하는 최상의 방법은 자기의 이익을 아주 적게 생각하는

 

일이다. [쥬베르]

 

80. 한때의 분한 감정일랑 참으라. 그러면 백일의 근심을 모면할 것이다. [경함록]

 

81. 거짓말을 한 그 순간부터 뛰어난 기억력이 필요하게 된다. [코르네이유]

 

82. 게으름은 쇠붙이의 녹과 같다. 노동보다도 더 심신을 소모시킨다. [프랭클린]

 

83. 기회는 새와 같은 것, 날아가기 전에 꼭 잡아라. [스마일즈]

 

84. 내 비장의 무기는 아직 손 안에 있다. 그것은 희망이다. [나폴레옹]

 

85. 도박을 즐기는 모든 인간은 불확실한 것을 얻기 위해서 확실한 것을 걸고 내기를 한다. [파스칼]

 

86. 한 번 실수하는 것보다 두 번 묻는 것이 더 낫다. [독일속담]

 

87. 가르치는 것은 두 번 배우는 것이다. [주베르]

 

88. 가시에 찔리지 않고서는 장미꽃을 모을 수가 없다. [필페이]

 

89. 기쁨을 주는 사람만이 더 많은 기쁨을 즐길 수 있다. [알렉산더 듀마]

 

90. 네가 가지고 있는 최선의 것을 세상에 주라. 그러면 최선의 것이 돌아오리라.[M.A. 베 레]

 

91. 오늘을 붙들어라! 되도록 내일에 의지하지 말라! 그날 그날이 일년 중에서 최선의

 

날이다.[에머슨]

 

92. 얇은 얼음에서 스케이트를 탈 때 우리의 안전은 속도에 있다.[애머슨]

 

93. 자신이 의식하고 있는 겸손은 죽어 있는 것이다. [에센바흐]

 

94. 인간이란 미소와 눈물 사이를 왕래하는 시계추와 같은 것이다. [바이런]

 

95. 남을 따르는 법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좋은 지도자가 될 수 없다. [아리스토텔레스]

 

96. 위대한 것은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다. [니체]

 

97. 진리는 적이건 아군이건 모두 초월한다. [쉴러]

 

98. 가난은 많은 뿌리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큰 뿌리는 무식입니다. [존슨]

 

99. 일을 쫓아라. 일에 쫓기지 말라. [프랭클린]

 

100. 할 수 있는 한 훌륭한 인생을 만들라. 인생은 짧고 곧 지나간다. [오울디즈]

 

101. 행동에 부주의하지 말며,말에 혼동되지 말며, 생각에 방황하지 말라.

 

[마르크스아우렐리우스]

 

102. 행운은 마음의 준비가 있는 사람에게만 미소를 짓는다. [파스퇴르]

 

103. 용기가, 그것이 만약 정당한 것이라면 모든 것에 승리할 수 있습니다.[베에토벤]

 

104. 사랑은 신뢰의 행위다.믿으니까 믿는 것이다. 사랑하니까 사랑하는 것이다. [로망롤랑]

 

105. 위대함에는 신비성이 필요하다. 너무 알면 사람들은 존경하지 않는다. [드골]

 

106. 요구받기 전에 먼저 충고하지 말라. [에라스무스]

 

107. 커다란 비결은 결코 낡지 않은 인간으로서 인생을 끝까지 사는 것이다. [시바이쩌]

 

108. 우주를 한 사람으로 축소시키고 그 사람을 신으로 확대시키는 것이 바로 사랑이다. [빅토르 위고]

 

109. 행복한 결혼이란 죽을 때까지 따분하지 않은 대화의 연속을 말하는 것이다. [앙드레 모루아]

 

110. 거짓말에는 세금이 붙지 않는다. 그러므로 온 나라에 거짓말이 넘쳐나고 있다. [독일 속담]

 

111. 친절한 말은 봄볕과 같이 따사롭다. [러시아속담]

 

112. 좀 모자라는 사람은 말이 적은 바보일지 모르지만, 말 많은 바보보다는 낫다.[라 브뤼 에르]

 

113. 처음 시작은 가장 용기 있는 자 만이 할 수 있다.[노르웨이 속담]

 

114. 계단을 밟아야 계단 위에 올라설 수 있다.[터키속담]

 

115. 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 간다.[앙드레 말로]

 

116. 좋은 성과를 얻으려면 한 걸음 한 걸음이 힘차고 충실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단테]

 

117. 독서가 정신에 미치는 영향은 운동이 육체에 미치는 영향과 같다. [에디슨]

 

118. 세계와 나의 어머니를 저울질 한다면 세계 쪽이 훨씬 가벼울 것이다. [랑구랄]

 

119. 성공하기를 바라는 자는 자존심까지도 포기해야 할 것이다. [C.힐티]

 

120. 병의 덕택으로 건강장수에의 길이 열린다.[불교]

 

121. 인간은 자기가 생각하고 있는 것과 같은 인간이 된다. [힌두교 경전]

 

122.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 [법 정 스님]

 

123. 인생이란 반드시 참여해야만 하는 게임이다. [에드윈 알링턴 로빈슨]

 

124. 부자로 죽기 위해서 가난하게 산다는 것은 미친 짓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유베날리]

 

125. 큰 부자에게는 아들은 없다. 다만 상속인만이 있을 따름이다.[유태 격언]

 

126. 가장 오래 산 사람은 나이가 많은 사람이 아니고 많은 경험을 한 사람이다.

 

[루소]

 

127. 사랑은 달콤하다. 그러나 빵이 수반할 경우에만 그렇다. [유태격언]

 

128. 사랑받는 것이 행복이 아니라 사랑하는 것이 행복이다. [헤르만 헤세]

 

129. 그대로 인하여 세계를 잃는 일이 있어도 세계를 위하여 그대를 잃고 싶지 않다.

 

[바이런]

 

130. 인간은 생각하는 것이 적으면 그만큼 더 떠든다. [몽테스키]

 

131. 많이 팔려면 먼저 많이 사 보라. [문용은]

 

132. 몸가짐은 각자가 자기의 모습을 비치는 거울이다. [괴테]

 

133. 가장 곤란한 것은 모든 사람이 생각하지 않고 나오는 대로 말하는 것이다. [알랭]

 

134. 남의 앞에 나서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 [엘마 윌러]

 

135. 두려움은 언제나 무지에서 샘솟는다. [에머슨]

 

136. 생활은 습관이 짜낸 천에 불과하다. [아미엘]

 

137. 행복은 습관이다. 그것을 몸에 지니라. [허버트]

 

138. 남의 생활과 비교하지 말고 네 자신의 생활을 즐겨라.[콩도르세]

 

139. 돈은 거름과 같아서 뿌리지 않으면 썩기 쉽다. [베이컨]

 

140. 의욕적인 목표가 인생을 즐겁게 한다. [로버트 슐러]

 

141. 부모의 좋은 습관보다 더 좋은 어린이 교육은 없다. [슈와프]

 

142. 금전, 쾌락 혹은 명예를 사랑하는 사람은 남을 사랑하지 못한다. [에픽테토스]

 

143. 칭찬받기를 원하면 자화자찬을 하지 말라. [파스칼]

 

144. 대문자만으로 인쇄된 책은 읽기 힘들다. 일요일밖에 없는 인생도 그것과 찬가지이다. [장 파울]

 

145. 일은 쉬면서 인생은 여유있게 보내라. [장 파울]

 

146. 끝까지 하면 프로다. [김창완]

 

147. 5% 지시, 95% 확인. [허명회]

 

148. 지식이 비즈니스다. [피터 드락커]

 

149. 넓게 배우고, 의문이 있으면 곧 묻고, 삼가 이를 깊이 생각하라. [중용]

 

150. 학문 없는 경험은 경험 없는 학문보다 낫다. [서양격언]

 

151. 성공하는 사람은 송곳처럼 어느 한 점을 향하여 일한다. [보비]

 

152. 책 속에 고래등과 같은 기와집이 숨어 있다. [진종황제]

 

153. 아는 것을 안다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 하는 것이 말의 근본이다. [순자]

 

154. 말도 아름다운 꽃처럼 그 색깔을 지니고 있다. [E.리스]

 

155. 나의 언어의 한계는 나의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 [비트겐슈타인]

 

156. 악은 바늘처럼 들어와 참나무처럼 퍼진다. [이디오피아 속담]

 

157. 너무 고르는 자가 가장 나쁜 것을 갖는다. [영국속담]

 

158.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아우구스티누스]

 

159. 사업이란 양쪽 모두에게 이익을 주는 것이 아니면 오래 가지 못한다. [오쿠라 기하치 로]

 

160. 사랑은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를 주는 것이다. [에리히 프롬]

 

161.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 수치가 아니라 아무것도 배우려 하지 않는 것이 수치다.[소크 라테스]

 

162. 들이마신 숨은 언젠가는 뱉어야 한다. 돈, 명예, 권력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윤태익]

 

163. 좋은 생각을 떠올릴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은 많은 생각을 하는 것이다. [라이너스 폴 링]

 

164. 병의 덕택으로 건강장수에의 길이 열린다. [불교]

 

165. 일곱 번의 70배까지 용서하라.[그리스도]

 

166. 무거운 돈지갑을 무겁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스라엘 속담]

 

167. 매일 밤 잠자리에 들 때면 나는 죽는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잠에서 깨면 나는 다시

 

태어난다. [마하트마 간디]

 

168. 승자는 문제 속에 뛰어든다. 패자는 문제의 변두리에서만 맴돈다. [빅토르 위고]

 

169 . 불가능은 소심한 자의 환상이요 비겁한 사람의 도피처이다. [나폴레옹]

 

170. 아무리 유익한 책이라도 그 절반은 독자 자신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볼테르]

 

171. 행복은 지배하여야 하고 불행은 극복해야 한다. [러시아 속담]

 

172. 삶의 의미를 찾으려 한다면 삶이란 결코 불가능하다. [알베르 까뮈]

 

173.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더한 위험이 찾아온다. [에리카 종]

 

174. 중용(中庸)도 너무 지나쳐서는 안 된다.[아서 캐슬러]

 

175. 즐거움이 끊임없이 계속되는 것만큼 지루한 것도 없다. [마저리 샤프]

 

176. 오늘 죽을 것처럼 행동하고 영원히 살 것처럼 배워라. [간디]

 

177. 모르는 것보다는 사실과 다르게 알고 있는 것이 더 문제다. [마크 트웨인]

 

178. 장사를 하려면 가장 먼저 체면과 자존심부터 버려라.[김찬경]

 

179. 인간의 얼굴은 마음의 간판이고 생활의 기록이다. [카렐루]

 

180. 무례함은 강한 체 하는 약한 자의 모습이다. [에릭 호퍼]

 

181. 진리를 보기 원하는 자 조각조각 떨어뜨려 보지 말고 전체를 보라. [크리슈나무르티]

 

182. 희망을 가져본 적이 없는 자는 절망할 자격도 없다. [버나드 쇼]

 

183. 용기는 악운을 깨뜨린다. [세르반테스]

 

184. 인간은 의욕하는 것 그리고 창조하는 것에 의해서만이 행복하다. [알랭]

 

185. 자신의 능력을 개발하지 않는 자는 때로는 자신을 멸망시킨다. [토마스 칼라일]

 

186. 우선순위를 세밀하게 정할수록 긴급한 일이 줄어든다. [지노 시아베랄라]

 

187. 대충대충 하려면 아예 시작도 하지 말라. [성신제]

 

188. 준비에 실패하는 것은 실패를 준비하는 것이다. [데일카네기]

 

189. 이긴다고 생각하면 이긴다. 승리는 자신감을 가진 사람의 편이다.[가토 마사오]

 

190. 가난하되 만족하면 더할 나위 없는 부자다. [셰익스피어]

 

191. 주먹을 꽉 쥔 손과는 악수를 할 수 없다. [인디라 간디]

 

192. 말하지 않은 좋은 생각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 [켄 블랜차드]

 

193. 마음이 좁은 자는 생각이 극단에 흐른다.[달라이라마]

 

194. 일곱 번의 70배까지 용서하라. [예수 그리스도]

 

195. 위대한 사람은 목적을, 소인들은 공상을 가지고 있다. [와싱턴 어빙]

 

196. 성공의 비밀은 목표의 지속성에 있다. [벤저민 디즈라엘리]

 

197. 사는 게 지겹다면 그것은 당신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레오 부스카글리아]

 

198. 날마다 하던 방식대로 하고 있다면 그건 확실히 잘못된 것이다. [찰스 케터링]

 

199. 인생은 실수를 저지르고 실수를 고쳐나가는 과정이다. [요나스 서크]

 

200. 용서처럼 완전한 복수는 없다. [조쉬 빌링스]

 

201. 사람은 자기가 한 약속을 지킬만한 좋은 기억력을 가져야 한다. [니체]

 

202. 존경이 없으면 진정한 사랑은 성립되지 않는다.[피히테]

 

203. 구름이나 소나기가 없이는 결코 무지개가 서지 않는다. [J.H.빈센트]

 

204. 모든 공포는 믿음의 결핍으로부터 나온다.[간디]

 

205. 의욕만 있다면 할일은 얼마든지 있다.[쿠사카 카민도]

 

206. 움직이는 사람만이 넘어질 수 있다. [로베르토 고이주에타]

 

207.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끝내 나를 강하게 만들리라.[니체]

 

208. 인간은 의욕하는 것, 그리고 창조하는 것에 의해서만이 행복하다.[알랭]

 

209 . 빈둥대는 것과 공허하게 있는 것보다 더 유해한 것은 없다. [마르쉘 휼]

 

210. 오늘을 잡아라! [로빈 일리엄스]

 

211. 삶은 당신이 만드는 것이다. 이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랜마 모세]

 

212. 진정한 성공에 지름길은 없다.[마이클 조던]

 

213. 생각을 바꿔라. 그러면 세상을 바꾼다. [스튜어트 B. 존슨]

 

214. 더 좋은 것을 얻기 위해서는 좋은 것을 기꺼이 포기해야만 합니다. [케니 로저스]

 

215. 절반은 전체보다 더 크다. [헤시오드]

 

216. 죽고 싶은 생각이 들면 일을 하라. [볼테르]

 

217. 쉽게 만족하지 말고 계속 전진하라. [빌 게이츠]

 

218. 용기가 없으면 어떤 것도 이룰 수 없다 [괴테]

 

219. 고백한 죄의 반은 용서 받은 것이다. [영국속담]

 

220 . 금은 진흙 속에 있어도 금이다 [영국속담]

 

221. 말이 만든 상처는 칼로 입은 상처보다 깊고 심하다. [모로코속담]

 

222. 짖는 개를 두려워 말고 짖지 않는 개를 두려워하라. [터키속담]

 

223. 피는 피로써 씻을 수 없다. [페르시아속담]

 

224. 둘이서 동시에 노래할 수는 있으나 동시에 지껄일 수는 없다. [독일속담]

 

225. 쓴맛을 모르는 자는 단맛도 모른다. [독일속담]

 

226. 행복한 사람에게는 시간을 알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독일속담]

 

227. 비전이란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기술이다. [조나단 스위프트]

 

228. 위험을 알면 위험이 사라진다. [베르너 티키 퀴스텐마허]

 

229. 스스로 일해서 얻는 빵만큼 맛있는 것은 없다. [S. 스마일즈]

 

230. 아침에 당신을 벌떡 깨울 수 있는 꿈을 가져야 한다.[빌리 와일더]

 

231. 영원한 해결책은 없다. [프라이스 프리쳇]

 

232. 사람은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사이러스]

 

233. 현재를 즐겨라. [호라즈]

 

234. 자신감 있는 표정을 지으면 자신감이 생긴다. [찰스다윈]

 

235. 새로운 요리는 새로운 식욕을 낳는다.[토마스 풀러]

 

236. 역경이 닥치기 전에는 자신의 능력을 모른다.[벤 존슨]

 

237. 지나간 일로 미래를 설계할 수는 없다. [에드먼드 버크]

 

238. 준비하지 않은 자는 기회가 와도 소용 없다. [알렉시스 드 토크빌]

 

239. 행운의 여신은 용기 있는 자를 좋아한다.[버질]

 

240 . 미소만들기는 사람들에 대한 사랑의 출발점이다. [노사카 레이코]

 

241. 인내는 성공의 반이다. 인내는 어떠한 괴로움에도 듣는 명약이다.[플라토우스]

 

242. 타인을 믿기 전에 자신을 믿어라. [쥴리언 롤시]

 

243. 쉽게 만족하지 말고 계속 전진하라.[빌게이츠]

 

244. 행복을 찾는 일은 불행의 주된 원인 가운데 하나이다. [에릭 호퍼]

 

245. 사랑은 일종의 전쟁이다.[오비드]

 

246. 용기가 없으면 어떤 것도 이룰 수 없다.[괴테]

 

247. 고백한 죄의 반은 용서받은 것이다. [영국속담]

 

248. 금은 진흙 속에 있어도 금이다. [영국속담]

 

249. 기억을 증진시키는 가장 좋은 약은 감탄하는 것이다. [탈무드]

 

250. 진정한 영업은 '고객구매'후 시작된다.[질 그리핀]

 

251. 여행은 정말 남는 장사이다.[한비야]

 

252. 인간의 얼굴은 마음의 간판이고 생활의 기록이다. [카렐루]

 

253. 무례함은 강한 체 하는 약한 자의 모습이다. [에릭 호퍼]

 

254. 진리를 보기 원하는 자, 조각조각 떨어뜨려 보지 말고 전체를 보라.[크리슈나무르티]

 

255. 희망을 가져본 적이 없는 자는 절망할 자격도 없다. [버나드 쇼]

 

256. 용기는 악운을 깨뜨린다. [세르반테스]

 

257. 인간은 의욕하는 것, 그리고 창조하는 것에 의해서만이 행복하다. [알랭]

 

258. 미래는 건강의 유지에 있다. [에드가 라쉔베르거]

 

259. 성공의 비밀은 목표의 지속성에 있다. [벤저민 디즈라엘리]

 

260. 따분하게 살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지 않은가? [프리드리히 니체]

 

261. 내가 부자인 것은 소유한 것이 많기 때문이 아니라, 원하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J. 브라서튼]

 

262. 날마다 하던 방식대로 하고 있다면 그건 확실히 잘못된 것이다.[찰스 케터링]

 

263. 인생은 실수를 저지르고 실수를 고쳐나가는 과정이다. [요나스 서크]

 

264. 성공한 사람이 되기보다는 가치 있는 사람이 되도록 하라.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265. 가정은 사람을 만드는 공장이다. [버지니아 사티어]

 

266. 구름이나 소나기가 없이는 결코 무지개가 서지 않는다. [J.H. 빈센트]

 

267. 독립할 마음이 없다면 아무 것도 시작하지 말라. [쿠사카 키민도]

 

268. 관리를 적게 할수록 경영성과가 높아진다..[잭 웰치]

 

269. 모든 공포는 믿음의 결핍으로부터 나온다.[간디]

 

270. 지나간 일로 미래를 설계할 수는 없다. [에드먼드 버크]

 

271. 미소 만들기는 사람들에 대한 사랑(에티켓)의 출발점이다. [노사카 레이코]

 

272. 시작하라. 그 자체가 천재성이고 힘이며 마력이다. [괴테]

 

273. 사람은 목표를 잃었을 때 죽어간다. [빅터 프랭클]

 

274. 새벽녘의 계획이 하루 일을 결정한다 [손자병법]

 

275. 지식에 투자하는 것이 가장 이윤이 높다. [프랭클린]

 

276. 실패는 성공으로 가는 길에서 잠깐 쉬어가는 일입니다. [제리 길리아스]

 

277. 성서의 유일한 목적은 사랑이다. [파스칼]

 

278. 행복지수는 비교 지수와 반비례한다. [금오 김홍경]

 

279. 생각만으로는 일이 실현되지 않는다. [워너메이커]

 

280. 실행 불가능한 일이 실행 가능한 일을 방해하도록 하지 말라.[존 우든]

 

281. 위대한 발상은 책장에서 오래 썩지 않는다. [존 M. 섀너핸]

 

282. 미래는 자신들의 꿈이 아름답다고 믿는 사람들의 것이다. [엘리노어 루즈벨트]

 

283. 작게 시작하라! 그것이 가장 빨리 성공하는 길이다. [마르코 폰 뮌히하우젠]

 

284. 독서는 나 자신에게 줄 수 있는 진정한 선물이다.[세프라 코브린 피첼]

 

285. 한계까지 가보면 분명해진다. [니콜라스 펀]

 

286. 진리는 전혀 순수하지 않고 절대 간단하지도 않다. [오스카 와일드]

 

287. 인생은 위대한 선물이다.[존 러복]

 

288. 지식은 나눌 수 있지만 지혜는 나눌 수 없다.[헤르만 헤세]

 

289. 소심한 사람은 성공할 확률이 적다. [실러]

 

290. 성공은 세 번 실망한 후에 찾아온다. [코르넬리아 토프]

 

291. 무엇보다도 너 자신에게 진실하라! [셰익스피어]

 

292. 운명은 용감한 자를 사랑한다.[버질]

 

293. 부귀영화는 언제든지 아낌없이 보낼 각오를 하고 있으라. [아우렐리우스]

 

294. 기회가 오지 않을 때에는 스스로 기회를 만들라.[스마일즈]

 

295. 별은 캄캄한 밤에만 볼 수 있습니다. [에머슨]

 

296. 천년을 살 수 있는 것처럼 행동하지 마시오. [아우렐리우스]

 

297. 진실만큼 아름다운 것은 없고 진실만이 사람에게 사랑을 받는다. [N. 부알로]

 

298. 아무리 위대한 천재의 능력일지라도 기회가 없으면 소용이 없다.[나폴레옹]

 

299. 자유는 쟁취하는 것이지 제공받는 것이 아니다.[블랙]

 

300. 무엇보다도 너 자신에게 진실하라![셰익스피어]

 

301. 부귀영화는 언제든지 아낌없이 보낼 각오를 하고 있으라. [아우렐리우스]

 

302. 기회가 오지 않을 때에는 스스로 기회를 만들라.[스마일즈]

 

303. 마음 편안하게 기다리는 사람은 기다림에 지치지 않는다. [프랑스속담]

 

304. 무지할수록 독단적이다. [윌리엄 오슬러]

 

305. 가장 유능한 사람은 계속해서 배우는 사람이다.[괴테]

 

306. 불가능한 일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존재하는 것이다.

 

[로버트 슐러]

 

307. 작은 실수가 오랜 공을 무너뜨린다. [토마스 풀러]

 

308. 해답은 알지만 부정하고 싶을 때 우리는 조언을 구한다.[에리카 정]

 

309 . 우리는 우리가 마음먹은 대로 될 수 있다. [조지 러셀]

 

310. 사람이 마음 속에 품고 있는 생각 그 자체가 바로 그 사람이다.[솔로몬]

 

311. 마음에 품을 수 있고 믿을 수 있는 것은 모두 이룰 수 있는 것입니다. [나폴레옹 힐]

 

312. 무언가 자꾸 반복하다 보면 우리 자신이 그것이 됩니다. [아리스토텔레스]

 

313. 폭력은 무능한 자의 마지막 위안이다. [아이작 아시모프]

 

314. 상상력은 우리가 날릴 수 있는 가장 높은 연입니다.[로렌 바콜]

 

315. 지식은 힘이라기보다는 그 이상이다. [S. 존슨]

 

316. 진실만큼 아름다운 것은 없고 진실만이 사람에게 사랑을 받는다. [N. 부알로]

 

317. 아무리 위대한 천재의 능력일지라도 기회가 없으면 소용이 없다. [나폴레옹]

 

318. 무엇보다도 너 자신에게 진실하라! [셰익스피어]

 

319. 운명은 용감한 자를 사랑한다.[버질]

 

320. 용감한 사람은 자기 운명을 창조해 간다.[세르반테스]

 

321. 사랑은 그 종류가 하나 밖에 없다. 그러나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은 수만 가지가 넘는 다. [그라시안]

 

322. 꿈을 품어라. 꿈이 없는 사람은 아무런 생명력도 없는 인형과 같다. [그라시안]

 

323. 마음의 문을 여는 손잡이는 안쪽에만 달려 있다.[헤겔]

 

324. 추구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다. [마이크 머독]

 

325. 무엇인가 하고 싶은 사람은 방법을 찾아내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사람은 구실을 찾아 낸다. [아라비아 속담]

 

326. 사랑은 삶의 최대 청량제이자, 강장제이다. [피카소]

 

327. 빛을 퍼뜨릴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촛불이 되거나 또는 그것을 비추는 거울이

 

되는 것이다.[이디스 워튼]

 

328. 이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어떻게 노력하는가가 문제이다. [쿠베르텐]

 

329 . 강을 거슬러 헤엄치는 자가 강물의 세기를 안다. [윌슨]

 

330. 주장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먼저 그것을 실천한 뒤에 주장하라. [공자]

 

331. 무언가 자꾸 반복하다 보면 우리 자신이 그것이 됩니다. [아리스토텔레스]

 

332. 나무는 그 열매로 알려지고 사람은 그 일로 평가된다. [탈무드]

 

333. 잔잔한 바다에서는 좋은 뱃사공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영국속담]

 

334. 강물을 보고 고기를 탐내기보다는 집에 돌아가 그물을 엮어라. [회남자]

 

335. 산다는 것은 호흡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하는 일이다. [루소]

 

336. 충분히 생각하고 계획을 세우되 일단 계획을 세웠거든 꿋꿋이 나가야 한다.[레오나르 도 다빈치]

 

337. 집은 책으로, 정원은 꽃으로 가득 채워라. [앤드류 랑그]

 

338. 사랑의 치료법은 더욱 사랑하는 것밖에는 없다. [H.D.도로우]

 

339. 사랑하며 가난한 것이 애정 없는 부유함보다 훨씬 낫다. [L.모리스]

 

340. 사랑은 일에 굴복한다. 만일 사랑으로부터 빠져 나오기를 원한다면 바쁘게 되라.

 

그러면 안전할 것이다. [오비디우스]

 

341. 스스로 알을 깨면 한 마리 병아리가 되지만 남이 깨주면 계란 후라이가 된다. [고인 수]

 

342. 아름다운 입술을 갖고 싶다면 친절한 말을 하라. [오드리 햅번]

 

343. 사랑스런 눈을 갖고 싶다면 사람들에게서 좋은 점을 보아라. [오드리 햅번]

 

344. 날씬한 몸매를 갖고 싶다면 너의 음식을 배고픈 사람과 나누라. [오드리 햅번]

 

345. 사교의 명수는 모욕을 유머로 부정을 긍정으로 바꾼다.[그라시안]

 

346. 사람들은 말하는 내용으로 당신을 판단한다. [그라시안]

 

347. 사랑은 나의 영혼을 누군가에게 던지는 것이다.[그라시안]

 

348. 사랑은 모든 시간을 재구성하고 모든 것들을 새롭게 만든다. [그라시안]

 

349. 사랑은 분신을 만드는 일이다. 자기 자신을 대하듯이 사랑을 베풀어야 한다.[그라시 안]

 

350. 상대에게 은혜를 베풀면 혀끝의 독도 감사로 변한다.[그라시안]

 

351. 선(善)도 그 때를 놓치면 소용이 없다.[그라시안]

 

352. 싫어하는 사람을 상대하는 것도 하나의 지혜이다. [그라시안]

 

353. 사람은 자기가 한 약속을 지킬만한 좋은 기억력을 가져야 한다. [니체]

 

354. 사랑을 받는 것은 행복이 아니다. 사랑하는 것이야말로 행복이다. [헤르만 헤세]

 

355. 양심은 누군가 보고 있을지 모른다고 경고하는 내면의 소리다 [헨리 루이스 멘켄]

 

356. 행복을 만드는 공장이 있다면 그 공장의 주인은 바로 웃음이다.

 

357. 세상이라는 것은 거울이기 때문에 들여다보면 자기가 보인다. [덱커레이]

 

358. 나는 시련의 순간마다 웃음 능력을 보았다. 웃는 순간 모든 슬픔은 희망의 씨앗이

 

되었기 때문이다. [봅 호프]

 

359. 게으름은 천천히 움직이므로 가난이 곧 따라잡는다. [플랭클린]

 

360. 일과 오락이 규칙적으로 교대하면서 서로 조화를 이루면 생활이 즐거워진다.

 

[톨스토이]

 

361. 아무 것도 시도할 용기를 갖지 못한다면 인생은 대체 무엇이겠는가? [반센트 반 고 흐]

 

362. 사람들이 그들의 궤도에서 벗어나 본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질까?

 

[세네카]

 

363. 일상생활을 바꾸지 않는 한 인생은 바뀌지 않는다.[마이크 머독]

 

364. 아마추어와 프로 작가의 유일한 차이는 인내심에 있다. [마쓰모토세이츠]

 

365. 회복의 유일한 길은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체이즈]

 

366. 집은 책으로 정원은 꽃으로 가득 채워라. [랭]

 

367. 가장 행복한 삶은 가장 재미있는 생각을 하는 삶이다. [드와이트]

 

368. 우리는 영혼을 움직이는 침묵이 필요하다 [마더 테레사]

 

369. 네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생각하는 대신, 가장 어디에 있고 싶은지 생각하라. [빈스 롬바디]

 

370 . 진실을 말할 때는 그것을 숨길 때만큼이나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라시안]

 

371. 통찰력 없이 일하는 것보다 괴로운 것은 없다. [토마스 칼라일]

 

372. 불가능은 소심한 자의 환상이요 비겁한 사람의 도피처이다. [나폴레옹]

 

373. 가르친다는 것은 곧 두 번 이상을 배우는 것이다. [조셉 쥬베르]

 

374. 강한 인간이 되고 싶다면 물과 같아야 한다 [노자]

 

375. 안으로 훌륭한 부모가 없고 밖으로 엄한 스승 없이 능히 성취한 사람은 드물다.[명심 보감]

 

376. 가정은 삶의 보물상자가 되어야 한다. [코르뷔제]

 

377. 가정이란 어떠한 형태의 것이든 인생의 커다란 목표이다. [J.G. 홀랜드]

 

378. 행복이란 우리 자신의 가정에서 자라며, 남의 집 정원에서 뽑아지는 것이 아니다.

 

[D.W. 제럴드]

 

379. 감정을 잘 다스렸을 때 비로소 소박한 마음이 생겨나는 법이다. [달랑베르]

 

380 . 수가 많다고 강한 것은 아니다. [손자병법]

 

381. 항상 부드러움은 강함을 이긴다. [노자]

 

382. 가장 귀중한 사랑의 가치는 희생과 헌신이다.[그라시안]

 

383. 가장 귀중한 사랑의 가치는 희생과 헌신이다.[그라시안]

 

384. 굳은 결심은 가장 유용한 지식이다. [나폴레옹]

 

385. 교육의 최고의 성과는 관용이다. [헬렌켈러]

 

386. 고통에서 도피하지 말라. 고통의 밑바닥이 얼마나 감미로운가를 맛보라.[헤세]

 

387. 교육은 최대 목표는 지식이 아니라 행동이다.[허버트 스펜서]

 

388. 교육의 목적은 인간성의 조화적 발달에 있다. [페스탈로치]

 

389. 결심한 것은 반드시 실행하라. [플랭클린]

 

390. 깊은 강물은 돌을 던져도 흐리지 않는다. 모욕을 받고 이내 발칵하는 인간은 강도 아 닌 조그마한 웅덩이에 불과하다. [톨스토이]

 

391. 고생하는 사람들 때문에 세계는 발전하고 있다.[톨스토이]

 

392. 건강이 육체와 관련이 있듯 정성과 마음을 다하는 태도는 영혼과 관계가 있다. [톨스 토이]

 

393. 굶주린 사람에게 배고픔의 고통을 참아야 한다는 충고를 대식가(大食家)가 어찌 진지 하게 얘기할 수 있겠는가? [칼릴 지브란]

 

394. 거지의 사랑을 받게 된 사람이야말로 군주중의 군주이다. [칼릴 지브란]

 

395. 감히 도전해 보지 못한 사람들은 아무 것도 하지 못한다.[지그 지글라]

 

396. 가르치는 것은 두 번 배우는 것이다. [주베르]

 

397. 아마추어는 남을 상대로 싸우지만 프로는 자신을 상대로 싸운다. [아놀드 베네트]

 

398. 고난의 한복판에 기회가 있다. [앨버트 아인슈타인]

 

399. 재능은 한계가 있지만, 노력엔 한계가 없다! [앨버트 아인슈타인]

 

400. 좋은 항아리가 있으면 아낌없이 사용하라. 내일이면 깨질지도 모른다! [탈무드]

 

401. 침대 속에서는 아무리 생각해 본다고 해도 별로 신통한 생각을 얻을 수 없다[F. 카프 카]

 

402. 부자의 큰 행복은 자선을 할 수 있다는 것에 있다.[라 브뤼에르]

 

403. 분노는 바보들의 가슴속에서만 살아간다.[아인슈타인]

 

404. 병을 앓아본 사람이 아니면 불행에 대한 진정한 동정심을 갖지 못한다. [앙드레지드]

 

405. 밝은 성격은 어떤 재산보다도 귀하다. [앤드류 카네기]

 

406. 불필요한 것을 사면 필요한 것을 팔게 된다. [B.프랭클린]

 

407. 반생이 지나서야 인생이 무엇인가를 알게 된다.[조지 허버트]

 

408. 제일 많이 바쁜 사람이 제일 많은 시간을 가진다.

 

409. 어리석은 사람은 자기 혓바닥을 억제하지 못한다. [초서]

 

410. 시간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시간은 묻지 않았는 데도 말을 해주는 수다쟁이다. [에우 리피데스]

 

411. 확실한 일을 실행할 힘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괴테]

 

412. 희망은 멀리 있는게 아니다. 바로 내 곁에 있다. 나의 일상을 점검하자.[릴케]

 

413. 친절한 마음가짐의 원리, 타인에 대한 존경은 처세법의 제일 조건이다. [마미엘]

 

414. 공포로 인해 타협하지 말 것이며 남이 나에게 타협하는 것을 두려워하지도 말라. [케 네디]

 

415.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전력을 다하라. 그러면 내일에는 한걸음 더 진보한다. [뉴턴]

 

416. 만약 제군이 돈의 가치를 알고 싶으면 나가서 얼마간의 돈을 빌려 보라.[프랭클린]

 

417. 오늘이라는 날은 두 번 다시 오지 않는다는 것을 잊지 말라.[단테]

 

418. 안심하면서 먹는 한 조각 빵이 근심하면서 먹는 잔치보다 낫다.[이솝]

 

419. 열의 없이 성취된 위업이란 아직 하나도 없다. [애머슨]

 

420. 물고기를 주어라. 한 끼를 먹을 것이다.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어라.

 

평생을 먹을 것이다. [탈무드]

 

421. 햇빛은 하나의 초점에 모아질 때만 불꽃을 피우는 법이다. [벨]

 

422. 속이는 말로 재물을 모으는 것은 죽음을 구하는 것이다. [성경]

 

423. 재물을 잃은 손실은 적지만 지혜를 잃은 손실은 크다. [증지부경전]

 

424. 마음의 통일 없이 무슨 일을 이룰 수 있겠는가? [원효]

 

425. 살아가는 기술이란 하나의 공격 목표를 골라 그리로 힘을 집중시키는 일이다.

 

[앙드레 모로아]

 

426. 사랑이란 늙는다는 것을 모른다. [스땅달]

 

427. 거짓말을 한 그 순간부터 뛰어난 기억력이 필요하게 된다. [코르네이유]

 

428. 생각하는 대로 살지 못하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스콧 니어링]

 

429. 사람의 마음은 낙하산과 같다. 펴지 않으면 쓸 수가 없다. [오스본]

 

430. 바보는 방황하고 현명한 사람은 여행한다. [T.플러]

 

431. 옥도 닦지 않으면 그릇이 될 수 없다.[예기]

 

432. 생각함으로써 생기고 노력함으로써 이루어지며 교만함으로써 실패한다. [지자]

 

433. 미래를 신뢰하지마라. 죽은 과거를 묻어 버려라. 그리고 살아 있는 현재에 행동해라. [롱펠로우]

 

434. 배가 항구에 있어 가장 안전하지만 그것이 배의 존재이유는 아니다.[괴테]

 

435. 성공은 결과이지 목적은 아니다.[플로베르]

 

436. 괴로움을 견디려면 죽는 것보다 더 큰 용기가 필요하다. [나폴레옹]

 

437. 친구를 갖는다는 것은 또 하나의 인생을 갖는 것이다. [그라시안]

 

438. 험한 언덕을 오르기 위해서 처음에는 천천히 걷는 것이 필요하다.[세익스피어]

 

439. 현명한 자는 적으로 부터 많은 것을 배운다. [아리스토파네스]

 

440 . 일곱 번의 70배까지 용서하라. [그리스도]

 

441. 자신이 의식하고 있는 겸손은 죽어 있는 것이다. [에센바흐]

 

442. 집은 책으로, 정원은 꽃으로 가득 채워라. [앤드류 랑그]

 

443. 문제아 뒤에 문제 부모가 있다.[A.S. 니일]

 

444. 다른 사람의 좋은 습관을 내 습관으로 만든다! [빌 게이츠]

 

445. 무엇보다도 너 자신에게 진실하라! [셰익스피어]

 

446. 열매를 맺지 않는 꽃은 심지 말고 의리 없는 벗은 사귀지 말라.[명심보감]

 

447. 신은 행동하지 않는 자를 결코 돕지 않는다.[소포클레스]

 

448. 무지할수록 독단적이다. [윌리엄 오슬러]

 

449 . 가장 소름끼치는 불신은 바로 자기 안에 있는 불신이다.[토마스 카라일]

 

450. 회복의 유일한 길은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체이즈]

 

451. 목표가 미래의 당신을 결정해 준다. [줄리어스 어빙]

 

452. 바쁘다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문제는 '무엇 때문에 바쁜가'이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

 

453. 무례함은 강한 체 하는 약한 자의 모습이다. [에릭 호퍼]

 

454. 꿈이 없다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칼 샌드버그]

 

455. 아는 자는 말하지 않는다. 말하는 자는 알지 못한다. [노자]

 

456. 인생을 발전시키는 것은 그가 하고 있는 일이 아니라 그가 하고자 하는 일이다.

 

[로버트 브라우닝]

 

457. 일의 성패는 능력보다 신념에 달려 있다. [클라우드 M. 브리스톨]

 

458. 강인한 의지 없이는 뛰어난 재능도 없다. [효뇨레 드 발자크]

 

459. 일의 성패는 능력보다 신념에 달려 있다. [클라우드 M. 브리스톨]

 

460 . 사람은 자기가 한 약속을 지킬만한 좋은 기억력을 가져야 한다. [니체]

 

461. 중요한 건 당신이 어떻게 시작했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끝내는가 이다.

 

[앤드류 매튜스]

 

462. 나는 최선을 고를 수가 없다. 최선이 나를 고른다.[타고르]

 

463. 믿는다는 것은 이 세상에서 제일 큰 힘이다. 내가 그것을 말할 때, 어떤 사람도

 

비웃지 못하도록 하라.[디오도어 루빈]

 

464. 명성을 구하여 달리는 자는, 명성에 따라갈 수 없다. 그러나 명성에서 도망쳐

 

달리는 자는, 명성에 붙잡힌다.[탈무드]

 

465. 마음의 통일(일심, 一心) 없이 무슨 일을 이룰 수 있겠는가? [원효]

 

466. 햇빛은 하나의 초점에 모아질 때만 불꽃을 피우는 법이다. [벨]

 

467. 행운은 자주 문을 두드리나 미련한 자는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덴마크속담]

 

468. 오늘을 붙들어라! 되도록 내일에 의지하지 말라!

 

그날 그날이 일년 중에서 최선의 날이다. [에머슨]

 

469 . 인간은 죽음을 두려워한다. 그것은 생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도스토예프스키]

 

470. 추위에 떤 자일수록 태양의 따뜻함을 느낀다. 인생의 고뇌를 맛본 자일수록

 

생명의 존귀함을 느낀다. [호이토 맨]

 

471. 행운은 마음의 준비가 있는 사람에게만 미소를 짓는다.[파스퇴르]

 

472. 요구받기 전에 먼저 충고하지 말라. [에라스무스]

 

473. 커다란 비결은 결코 낡지 않은 인간으로서 인생을 끝까지 사는 것이다. [시바이쩌]

 

474. 처음 시작은 가장 용기 있는 자 만이 할 수 있다. [노르웨이 속담]

 

475. 계단을 밟아야 계단 위에 올라설 수 있다. [터키속담]

 

476. 큰 부자에게는 아들은 없다. 다만 상속인만이 있을 따름이다.[유태 격언]

 

477. 내가 성공한 것은, 어느 때이건 반드시 15분 전에 도착한 덕택이다. [넬슨]

 

478. 친구를 얻는 유일한 방법은 스스로 완전한 친구가 되는 것이다.[에머슨]

 

479. 두려움은 언제나 무지에서 샘솟는다.[에머슨]

 

480. 그대로 인하여 세계를 잃는 일이 있어도 세계를 위하여 그대를 잃고 싶지 않다. [바 이런]

 

481. 돈은 거름과 같아서 뿌리지 않으면 썩기 쉽다.[베이컨]

 

482. 대문자만으로 인쇄된 책은 읽기 힘들다. 일요일밖에 없는 인생도 그것과 마찬가지이 다. [장 파울]

 

483. 칭찬받기를 원하면 자화자찬을 하지 말라. [파스칼]

 

484. 겨울이 오면 봄이 멀지 않으리.[셸리]

 

485. 지식이 비즈니스다.[피터 드락커]

 

486. 나의 언어의 한계는 나의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 [비트겐슈타인]

 

487. 돈이 없는 것은 슬픈 일이다. 하지만 남아도는 것은 그 두 배나 슬픈 일이다. [톨스토 이]

 

488. 일곱 번의 70배까지 용서하라.[그리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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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시화 시모음



내 앞에 빵이 하나 있다
잘 구워진 빵
적당한 불길을 받아
앞뒤로 골고루 익혀진 빵
그것이 어린 밀이었을 때부터
태양의 열기에 머리가 단단해지고
덜 여문 감정은
바람이 불어와 뒤채이게 만들었다
그리고 또 제분기가 그것의
아집을 낱낱이 깨뜨려 놓았다
나는 너무 한쪽에만 치우쳐 살았다
저 자신만 생각하느라고
제대로 익을 겨를이 없었다

내 앞에 빵이 하나 있다
속까지
잘 구워진 빵


 굴뚝 속에는 더 이상 굴뚝새가 살지 않는다


입을 벌리고 잠을 자는 것은
인간뿐
삶이 그만큼 피곤하기 때문이다
굴뚝 속에는 더 이상
굴뚝새가 살지 않는다
보라, 삶을
굴뚝새가 사라진 삶을
모든 것이 사라진 다음에
오직 인간만이 남으리라
대지 위에
입을 벌리고 잠든 인간만이


  첫사랑


이마에 난 흉터를 묻자 넌
지붕에 올라갔다가
별에 부딪친 상처라고 했다

어떤 날은 내가 사다리를 타고
그 별로 올라가곤 했다
내가 시인의 사고방식으로 사랑을 한다고
넌 불평을 했다
희망 없는 날을 견디기 위해서라고
난 다만 말하고 싶었다

어떤 날은 그리움이 너무 커서
신문처럼 접을 수도 없었다

누가 그걸 옛 수첩에다 적어 놓은 걸까
그 지붕 위의
별들처럼
어떤 것이 그리울수록 그리운 만큼
거리를 갖고 그냥 바라봐야 한다는 걸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시를 쓴다는 것이
더구나 나를 뒤돌아본다는 것이
싫었다, 언제나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나였다
다시는 세월에 대해 말하지 말자
내 가슴에 피를 묻히고 날아간
새에 대해
나는 꿈꾸어선 안 될 것들을 꿈꾸고 있었다
죽을 때까지 시간을 견뎌야 한다는 것이
나는 두려웠다
다시는 묻지 말자
내 마음을 지나 손짓하며 사라진 그것들을
저 세월들을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을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는 법이 없다
고개를 꺾고 뒤돌아보는 새는
이미 죽은 새다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물속에는
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는
그 하늘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내 안에는 나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안에 있는 이여. 내 안에서 나를 흔드는 이여.
물처럼 하늘처럼 내 깊은 곳 흘러서
은밀한 내 꿈과 만나는 이여.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안개 속에 숨다


나무 뒤에 숨는 것과 안개속에 숨는 것은 다르다
나무 뒤에선
인기척과 함께 곧 들키고 말지만

안개속에서는
가까이 있으나 그 가까움은 안개에 가려지고
멀리 있어도 그 거리는 안개에 채워진다

산다는 것은 그러한 것
때로 우리는 서로 가까이 있음을 견디지 못하고
때로는 멀어져감을 두려워 한다

안개속에 숨는 것은 다르다
나무뒤에선 누구나 고독하고
그 고독을 들킬까 굳이 염려하지만

안개속에서는
삶에서 혼자인 것 여럿인 것도 없다

그러나 안개는 언제까지나 우리곁에 머무를 수는 없는것
시간이 지나면
안개는 걷히고 우리는 나무들처럼
적당한 간격으로 서서 서로를 바라본다

산다는 것은 결국 그러한 것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게
시작도 끝도 알지 못하면서
안개 뒤에 나타났다가 다시 안개 속에 숨는 것
나무 뒤에 숨는 것과 안개 속에 숨는 것은 다르다


 슬픔에게 안부를 묻다


너였구나
나무 뒤에 숨어 있던 것이
인기척에 부스럭거려서 여우처럼 나를 놀라게 하는 것이
슬픔, 너였구나
나는 이 길을 조용히 지나가려 했었다
날이 저물기 전에
서둘러 이 겨울숲을 떠나려고 했었다
그런데 그만 너를 깨우고 말았구나
내가 탄 말도 놀라서 사방을 두리번거린다
숲 사이 작은 강물도 울음을 죽이고
잎들은 낮은 곳으로 모인다
여기 많은 것들이 변했지만 또
하나도 변하지 않은 것이 잇다
한때 이곳에 울려퍼지던 메아리의 주인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나무들 사이를 오가는 흰새의 날개들 같던
그 눈부심은
박수치며 날아오르던 그 세월들은
너였구나
이길 처름부터 나를 따라오던 것이
서리 묻은 나뭇가지를 흔들어 까마귀처럼 놀라게 하는 것이
너였구나
나는 그냥 지나가려 했었다
서둘러 말을 타고 이 겨울숲과 작별하려 했었다
그런데 그만 너에게 들키고 말았구나
슬픔, 너였구나

 

 물안개


세월이 이따금 나에게 묻는다
사랑은 그 후 어떻게 되었느냐고
물안개처럼
몇 겁의 인연이라는 것도
아주 쉽게 부서지더라

 전화를 걸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사람에게

당신은 마치 외로운 새 같다
긴 말을 늘어놓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당신은 한겨울의 저수지에 가 보았는가
그곳에는 침묵이 있다.
억새풀 줄기에
마지막 집을 짓는 곤충의 눈에도 침묵이 있다.
그러나 당신의 침묵은 다르다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누구도
말할 수 없는 법
누구도 요구할 수 없는 삶
그렇다, 나 또한 갑자기 어떤
깨달음을 얻곤 했었다 그러나 그것들은 정작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생각해 보라, 당신도 한때 사랑을 했었다.
그때 당신은 머리 속에 불이 났었다.
하지만 지금 당신은 외롭다
당신은 생의 저편에 서 있다.
그 그림자가 지평선을 넘어 전화선을 타고
내 집 지붕 위에 길게 드리워진다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살고 싶다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사랑하고 싶다
두눈박이 물고기처럼 세상을 살기 위해
평생을 두 마리가 함께 붙어 다녔다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사랑하고 싶다

우리에게 시간은 충분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만큼 사랑하지 않았을 뿐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그렇게 살고 싶다
혼자 있으면 그 혼자 있음이 금방 들켜 버리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목숨을 다해 사랑하고 싶다


 사랑과 슬픔의 만다라


너는 내 최초의 현주소
늙은 우편 배달부가 두들기는
첫번째 집
시작 노트의 첫장에
시의 첫문장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나의 시는 너를 위한 것
다른 사람들은 너를 너라고 부른다
그러나 나는 너를 너라고 부르지 않는다
너는 내 마음
너는 내 입 안에서 밤을 지샌 혀
너는 내 안의 수많은 나

정오의 슬픔 위에
새들이 찧어대는 입방아 위에 너의 손을 얹어다오
물고기처럼 달아나기만 하는 생 위에
고독한 내 눈썹 위에 너의 손을 얹어다오

나는 너에게로 가서 죽으리라
내가 그걸 원하니까
나는 늙음으로 생을 마치고 싶지는 않으니까
바닷새처럼 해변의 모래 구멍에서
고뇌의 생각들을 파먹고 싶지는 않으니까

아니다 그것이 아니다
내가 알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
내가 세계를 바라보고 있는 동안에
넌 알몸으로 내 앞에 서 있다

내게 말해다오 네가 알고 있는 비밀을
어린 바닷게들의 눈속임을
순간의 삶을 버린 빈 조개가 모래 속에
감추고 있는 비밀을
그러면 나는 너에게로 가서 죽으리라
나의 시는 너를 위한 것
다만 너를 위한 것


 인간으로 태어난 슬픔


넌 알겠지
바닷게가 그 딱딱한 겁질 속에
감춰 놓은 고독을
모래사장에 흰 장갑을 벗어 놓는
갈매기들의 무한 허무를
넌 알겠지
시간이 시계의 태엽을 녹슬게 하고
꿈이 인간의 머리카락을 희게 만든다는 것을
내 마음은 바다와도 같이
그렇게 쉴새없이 너에게로 갔다가
다시 뒷걸음질친다
생의 두려움을 입에 문 한 마리 바닷게처럼
나는 너를 내게 달라고
물 속의 물풀처럼 졸라댄다
내 마음은 왜
일요일 오후에
모래사장에서 생을 관찰하고 있는 물새처럼
그렇게 먼 발치서 너를 바라보지 못할까
넌 알겠지
인간으로 태어난 슬픔을
인간으로 태어나 인간을 사랑하는
무한 고독을
넌 알겠지
그냥 계속 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는 것을
그것만이 유일한 진실이라는 것을


 저편언덕


슬픔이 그대를 부를때
고개를 돌리고
쳐다보라.

세상의 어떤것에도 의지할수 없을때
그 슬픔에 기대라.

저편언덕처럼
슬픔이 그대를 손짓할때
그곳으로 걸어가라.

세상의 어떤의미에도 기댈수 없을때
저편언덕으로 가서
그대 자신에게 기대라.

슬픔에 의지하되
다만 슬픔의 소유가 되지말라.


 비로 만든 집


비로 만든 집에서
나는 살았네
안개로 만든 집
구월의 오솔길로 만든 집
구름비나무로 만든 집

비로 만든 집에는 언제나
비가 내리지
비를 내리는 나무
비를 내리는 길
비를 내리는 염소들

세상이 슬픔으로 다가올 때마다 나는
그곳으로 가서 비를 맞았네
비의 새가 세상의 지붕 위를 날고
비를 내리는 오솔길이
비의 나무를 감추고 있는 곳

비로 만든 집에서
나는 살았네
비의 새가 저의 부리로
비를 물어 나르는 곳
세상 어디로도 갈 곳이 없을 때 나는
그곳으로 가서 비를 맞았네

비로 만든 집에는
언제나 비가 내리지
비를 내리는 나무
비를 내리는 길
비를 내리는 염소들


 소금별


소금별에 사는 사람들은
눈물을 흘릴 수 없네
눈물을 흘리면
소금별이 녹아 버리기 때문
소금별 사람들은
눈물을 감추려고 자꾸만
눈을 깜박이네
소금별이 더 많이 반짝이는 건
그 때문이지


별에 못을 박다


어렸을 때 나는
별들이 누군가 못을 박았던
흔적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었다.

별들이 못구멍이라면
그건 누군가
아픔을 걸었던
자리겠지


 잊었는가 우리가


잊었는가 우리가 손잡고
나무들 사이를 걸어간 그 저녁의 일을
우리 등 뒤에서 한숨지며 스러지던
그 황혼의 일을
나무에서 나무에게로 우리 사랑의 말 전하던
그 저녁새들의 일을

잊었는가 우리가 숨죽이고
앉아서 은자처럼 바라보던 그 강의 일을
그 강에 저물던 세상의 불빛들을
잊지 않았겠지 밤에 우리를 내려다보던
큰곰별자리의 일을, 그 약속들을
별에서 별에게로 은밀한 말 전하던
그 별똥별의 일을

곧 추운 날들이 시작되리라
사랑은 끝나고 사랑의 말이 유행하리라
곧 추운 날들이 와서
별들이 떨어지리라
별들이 떨어져 심장에 박히리라


 지금은 그리움의 덧문을 닫을 시간


세상을 잊기 위해 나는
산으로 가는데
물은 산 아래
세상으로 내려간다
버릴 것이 있다는 듯
버리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있다는 듯
나만 홀로 산으로 가는데

채울 것이 있다는 듯
채워야 할 빈 자리가 있다는 듯
물은 자꾸만
산 아래 세상으로 흘러간다

지금은 그리움의 덧문을 닫을 시간
눈을 감고
내 안에 앉아
빈 자리에 그 반짝이는 물 출렁이는 걸
바라봐야 할 시간


 여섯줄의 시


너의 눈에 나의 눈을 묻고
너의 입술에 나의 입술을 묻고
너의 얼굴에 나의 얼굴을 묻고

말하렴, 오랫동안 망설여왔던 말을
말하렴, 네 숨 속에 숨은 진실을
말하렴, 침묵의 언어로 말하렴


 지상에서 잠시 류시화라고 불리웠던


무릎까지 바지를 걷어올리고
별들이 가득 내린 강을 건너다가
그만 별에 발을 찔렸습니다
지금은 집에 돌아와
그 옛날 내가 떠나온 별에게
긴 편지를 씁니다 어떤 영혼은
별에서 왔다는
별에서 와서 고독하다는
그 말을 내 집 지붕에 얹어둡니다
이 짧은 지상의 삶과는
다른 삶이 있다는 것을
나는 잊지 않았습니다
내가 띄운 편지가 그 별에 가 닿았는지
내 집 지붕 위에서 별 하나가 흔들립니다


 생활(生活)


- 198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
(당시는 '안재찬'이라는 본명으로 응모하여 입상하였다)

을 닦다 보면
마치 세상의 한 끝을 닦는 것 같다.
어둠의 을 열고
맨 처음 세상으로 나온 아이의
맑은 눈을 들여다보는 것 같다.

하늘을 바라보았을 때
아침은 소리없이 움직임만으로 와서
그러나 거부할 수 없는 힘
四方에서 입술을 부비며 스며든다.
손바닥 위에 놓인 의 조각들을 쪼아먹는
소망의 뜰에 내린 새 몇마리
앉아있다 날아간 자리
버리고 남은,
버릴 수 없이 슬픈 이야기들은 모두
지난 밤의 꿈으로 문질러두고
지금 을 닦고 있는 내 손길 아래
세상의 어느 한 곳이 닦여지고 있다.

톱밥처럼 흩어지는 日常의 책장들
良識은 굳은어깨뼈처럼 튼튼하지 못하고
길모퉁이에 잠복해 있는
먼지의 덫, 보이지 않는 손들의 굴레
一部分씩 닦여져 나간다.
빈 접시에 채우는 하루분의 양심과
빵 하나의 自由로 시작되는
이 아침, 햇빛은 하늘의 층계를 걸어내려와
無垢한 눈망울을 가진
내 아이들의 손을 잡고
어디로 어디로 데려가는가.

아침의 을 열고
맨 처음 밖으로 나온 아이의 두 눈
을 닦다 보면
마치 세상의 어느 한 끝을 닦는 것 같다


 비밀


신비의 서를 나는 읽었네
글자 없이 종이 없이 씌어진
그 책을 나는 읽었다.

저 티벳 성자들의 낯선 세계 속으로
나는 가 보았다.

흰구름의 길을 헤치고
밀라레빠와 대머리 독수리들의 대화 속으로
그리고 절대의 음악을 나는 들었다.

연주하는 이도 없이 악기도 없이 울려 퍼지는
신비 시인 파비르의 시에 나는 취했다.
나는 술을 마실 줄 모르지만
그가 주는 술은 마실 수 있다.

술잔도 없이 건네주는 그 술을
입 대지도 않고 나는 마신다.

이 술취한 자의 말을 들으라

삶은 누구도 알 수 없는 것..
다만 덧없는 시간의 화살 속에서
그 화살 쏘는 자를 나는 본다..

나는 여행이 좋았다. 삶이 좋았다.
여행 도중에 만나는 기차와 별과 모래 사막이 좋았다.
생은 어디에나 있었다. 나는 사람들이 켜놓은
불빛이 보기 좋았다.
내 정신은 여행길위에서 망고열매처럼 익어갔다.


 문맹


글을 읽을 줄 모르는 젊은 사두에게

더 늦기 전에 글을 배울 것을 강조하자,

그는 내게 들으라는 듯 당당하게 말했다.

"글을 모르는 것보다 더심각한 것은

영적인 문맹이 되는 일이다.
세상에는 많은 학식을 자랑하지만

영적으로 문맹인 사람들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나무


노천 찻집에 앉아 있는데,

늙은 사두가 작은 북을 두들기며 노래를 불렀다.

벗이여, 내가 한가지 노래를 불러 주겠네.
인생에선 나무가 가장 중요하다네.
아이가 태여나면 엄마는 나무로 만든 요람에 아이를 눕히고 흔들어주네.
좀더 자라면 아이는 나무로 만든 장난감을 갖고 놀지.
학교에 들어가서는 나무로 만든 연필로, 나무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하네.
공부를 게을리하면 선생이 나무 회초리로 혼을내지.
결혼해서 집을 지으려면 나무가 있어야 하고
명상이 필요하면 나무 아래 앉아야 하네.
그리고 늙어서는 나무 지팡이에 의지하고
결국에는 두 개의 대나무 막대기에 얹혀 화장터로 간다네.
벗이여, 그대는 지금 나무의 어느 단계에 와있는가.'


신의안내


다음 행선지로 가기 위해

푸쉬카프의 노천 찻집에 앉아 여행가이드북을
뒤적이고 있는데, 지나가던 사두가 말했다.

"힌두스탄을 여행하면서 그까짓 안내 책자에 의지하지 말라.
신으로 하여금 그대의 여행을 인도하게 하라."


 어디서 왔는가


"당신은 어디서 왔습니까?"
내가 묻자, 남인도 케랄라에서 만난 사두가 말했다.

"난 아무 데서도 안 왔소. 난 언제나 여기서 있었소.

그리고 난 아무 데로도 가지 않을 것이오."

그 말이 듣기 좋았다.

언제나 여기에 있었따는.....

 늘 여기 저기 떠돌아다니는 나 같은 여행자에게

그것은 잠언과도 같은 말이었다.


 인생 수업


"내가 잊지 않아야 할 것이 무엇일까요?"

북인도 심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내가 묻자,

히말라야 산중의 강고트리로 가는 중인 고행승 사두가 말했다.

"우리 모두는 인생 수업을 받으러 온 학생들이라는 사실이지.
그것을 언제나 잊지 말아야 하네.“

 

이해인 대표시


 고독에게     


 나의 삶이 느슨해지지 않도록
먼데서도 팽팽하게
나를 잡아당겨 주겠다구요

얼음처럼 차갑지만
순결해서 좋은 그대 

오랜 사귀다 보니
꽤 친해졌지만
아직은
함부로 대할 순 없는 그대 

내가 어느새
자아도취에 빠지지 않게
그 맑고 투명한 눈및으로
나를 지켜주겠다구요

고맙다는 말을
이제야 전하게돼
정말 미안해요


고독에게2     

 당신은



나를 바로 보게 하는
거울입니다 

가장 가까운 벗들이
나의 약점을 미워하며
나를 비켜갈 때 

노여워하거나
울지 않도록
나를 손잡아준 당신 

쓰라린 소금을 삼키듯
절망을 삼킬 수 있어야
하얗게 승화될 수 있음을
진정 겸손해야만
삶이 빛날 수 있음을
조심스레 일러준 당신
오른을 당신에게
감사의 들꽃 한 묶음
꼭 바치렵니다 

제 곁을 떠나지 말아주세요
천년이 지나도 녹지 않는
아름다운 얼음 공주님...


  꿈을 위한 변명    


 아직 살아 있기에
꿈을 꿀 수 있습니다

꿈꾸지 말라고
강요하지 마세요
꿈이 많은 사람음
정신이 산만하고
삶이 맑지 못한 때문이라고
단정 짓지 마세요 

나는 매일
꿈을 꿉니다
슬퍼도 기뻐도
아름다운 꿈
꿈은 그대로 삶이 됩니다 

오늘의 이야기도
내일의 이야기도
꿈길에 그려질 때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꿈이 없는 삶
삶이 없는 꿈은
얼마나 지루할까요 

죽으면 꿈이 멎겠지만
살아 있는 동안은
꿈을 꾸고 싶습니다.

꿈이 있어 외롭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나비의 연가  


 가르쳐 주시지 않아도
처음부터 알았습니다.
나는 당신을 향해 날으는
한 마리 순한 나비인 것을 

가볍게 춤추는 나에게도
슬픔의 노락 가루가
남몰래 묻어 잇음을 알았습니다

눈멀 듯 부신 햇살에
차라리 날개를 접고 싶은
황홀한 은총으로 살아온 나날 

빛나는 하늘이 훨뤌 날으는
나의 것임을 알았습니다

행복은 가난한 마음임을 가르치는
풀잎들의 합창 

수없는 들꽃에게 웃음을 가르치며
나는 조용히 타버릴 당신의 나비입니다.

부디 꿈꾸며 살게 해 주십시오
버려진 꽃들을잊지 않게 하십시오 

들릴 듯 말 듯한 나의 숨결은
당신께 바쳐지는
無言의 기도 

당신을 향한 맨 처음의 사랑
不忘의 나비 입니다, 나는


 나를 위로하는 날  


 가끔은 아주 가끔은
내가 나를 위로할 필요가 있네 

큰일 나닌데도
세상이 끝난 것 같은
죽음을 맛볼 때 

남에겐 채 드러나지 않은
나의 허물과 약점들이
나를 잠 못들게 하고 

누구에게도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은 부끄러움에
문 닫고 숨고 싶을 때 

괜찮아 괜찮아
힘을 내라구
이제부터 잘하면 되잖아 

조금은 계면쩍지만
내가 나를 위로하며
조용히
거울 앞에 설 때가있네 

내가 나에게 조금 더
따뜻하고 너그러워지는
동그란 마음
활짝 웃어주는 마음 
남에게 주기 전에
내가 나에게 먼저 주는
위로의 선물이라네


 너에게 띄우는 글  


 사랑하는 사람이기보다는 진정한 친구이고 싶다.
다정한 친구이기 보다는 진실이고 싶다.
내가 너에게 아무런 의미를 줄 수 없다 하더라도
너는 나에게 만남의 의미를 전해 주었다.
순간의 지나가는 우연이기 보다는 영원한 친구로 남고 싶었다.
언젠가는 헤어져야할 너와 나이지만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수 있는 친구이고 싶다.
모든 만남이 그러하듯
너와 나의 만남을 영원히 간직하기 위해 진실로 너를 만나고 싶다.
그래, 이제 더 나이기보다는 우리이고 싶었다.
우리는 아름다운 현실을 언제까지 변치 않는 마음으로 접어두자
비는 싫지만 소나기는 좋고
인간은 싫지만 너만은 좋다.
내가 새라면 너에게 하늘을 주고
내가 꽃이라면 너에게 향기를 주겠지만
나는 인간이기에 너에게 사랑을 준다


 내 혼()에 불을 놓아  


 언제쯤 당신 아에 꽃으로 피겠습니까. 불고 싶은
대로 부시는 노을빛 바람이여. 봉오리로 맺혀 있던
갑갑한 이 아픔이 소리없이 터지도록 그 타는 눈길과
숨결을 주십시오. 기다림에 초조한 애 비 밀스런 가슴을
열어놓고 싶습니다. 나의 가느다란 꽃슬이 가느다란
슬픔을 이해하는 은총의 바람이여, 당신 앞에 ''라고
대답하는 나의 목소리는 언제나 떨리는 3월입니다.
고요히 내 혼에 불을 놓아 꽃으로 피워 내는 뜨거운 바람이여.


벗에게1  


 내 잘못을 참회하고 나서
처음으로 맑고 투명해진
나의 눈물 한 방울
너에게 선물로 주어도 될까

때로는 눈물도
선물이 된다는 걸
너를 사랑하며 알았어 

눈물도 아름다운
사랑의 표현임을
네가 가르쳐주었어

나와의 첫 만남을
울면서 감격하던 너 

너를 너무 사랑하게 될까봐
두려웠던 내 마음
이해하면서도 힘들었지?

나를 기다려주어 고맙고
나를 용서해주어 고맙고 

그래서 지금은 내가 울고 있잖아


 벗에게


내가 누구인지
벗이여
오늘은 그대에게 묻고 싶다
잠에서 깨어나
거울 앞에서 바라보는
낯선 얼굴의 나 

밤길을 걷다
나를 따라붙는
나보다 큰
나의 검은 그림자가
두렵고 낯설었다

이젠 내가 나와 친해질 나이도 되었는데
갈수록 나에게서 멀어지는 슬픔 

나를 찾지 못한 부끄러움에
오늘도 시름시름 앓고 있는 내게 

벗이여
무슨 말이라도 해다오


 벗에게3   


내가 죽더라도
너는 죽지 않으면 좋겠다
꼭 죽어야 한다면
내가 먼저 죽으면 좋겠다
아니, 더 솔직히 말하면
같은 날 같은 시에 죽으면 좋겠다 

이 또한
터무니 없는 욕심이라고
너는 담담히 말을 할까

우정보다 더 길고 깊은
하나의 눈부신 강이 있다면
그 강에 너를 세우겠다 

사랑보다 더 높고 푸른
하나의 신령한 산이 있다면
그 산에 너를 세우겠다 

내게 처음으로
하늘과 사람의 아름다움을 보여준
내 목숨보다
귀한 벗이여


보고 싶다는 말  


 생전 처음 듣는 말처럼
오늘은 이 말이 새롭다 

보고 싶은데...... 

비오는 날의 첼로 소리 같기도 하고
맑은 날의 피아노 소리 같기도 한
너의 목소리 

들들 때마다
노래가 되는 말
평생을 들어도
가슴이 뛰는 말 

사랑한다는 말보다
더 감칠맛 나는
네 말 속에 들어 있는
평범하지만 깊디깊은
그리움의 바다 

보고 싶은데...... 

나에게도
푸른 파도 밀려오고
내 마음에도 다시
새가 날고......  

 

    나를 키우는 말  

  

 행복하다고 말하는 동안은

나도 정말 행복해서
마음에 맑은 샘이 흐르고

고맙다고 말하는 동안은
고마운 마음 새로이 솟아올라
내 마음도 더욱 순해지고 

아름답다고 말하는 동안은
나도 잠시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
마음 한 자락이 환해지고 

좋은 말이 나를 키우는 걸
나는 말하면서
다시 알지


 슬픈 날의 편지  


 모랫벌에 박혀 있는
하얀 조가비처럼
내 마음속에 박혀 있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떤 슬픔 하나하도
오래되어 정든 슬픔 하나는
눈물로도 달랠 길 없고
그대의 따뜻한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습니다
내가 다른 이의 슬픔 속으로
깊이 들어갈 수 없듯이
그들도 나의 슬픔 속으로
깊이 들어올 수 없음을
담담히 받아들이며
지금은 그저
혼자만의 슬픔 속에 머무는 것이
참된 위로이며 기도입니다.
슬픔은 오직
슬픔을 통해서만 치유된다는 믿음을
언제부터 지니게 되었는지
나도 잘 모르겠습니다
사랑하는 이여
항상 답답하시겠지만
오늘도 멀찍이서 지켜보며
좀 더 기다려주십시오
이유 없이 거리를 두고
그대를 비켜가는 듯한 나를
끝까지 용서해 달라는
이 터무니없음을 용서하십시오


 성 금요일의 기도  


 오늘은 가장 깊고 낮은 목소리로
당신을 부르게 해 주소서  

더 많은 이들을 위해
당신을 떠나 보내야 했던
마리아의 비통한 가슴에 꽂힌
한 자루의 어둠으로 흐느끼게 하소서  

배신의 죄를 슬피 울던
베드로의 절절한 통곡처럼
나도 당신 앞에
겸허한 어둠으로 엎드리게 하소서  

죽음의 쓴잔을 마셔
죽음보다 강해진 사랑의 주인이여  

당신을 닮지 않고는
내가 감히 사랑한다고
뽐내지 말게 하소서  

당신을 사랑했기에
더 깊이 절망했던 이들과 함께
오늘은 돌무덤에 갇힌
한 점 칙칙한 어둠이게 하소서  

빛이신 당신과 함께 잠들어
당신과 함께 때어날
한 점 눈부신 어둠이게 하소서  

  

 민 들 레  


 은밀히 감겨간 생각의 실타래를
밖으로 풀어내긴 어쩐지 허전해서
차라리 입을 다문 노람 민들레

앉은뱅이 몸으로는 갈길이 멀어
하얗게 머리 풀고 솜털 날리면
춤추는 나비들도 길 비켜 가네

꽃씨만한 행복을 이마에 얹고
바람한테 준 마음 후회 없어라
혼자서 생각하다 혼자서 별을 헤다
땅에서 하늘에서 다시 피는 민들레


 민들레의 영토(領土)   


 기도는 나의 음악
가슴 한복판에 꽂아 놓은
사랑은 단 하나의
성스러운 깃발  

태초(太初)부터 나의 영토(領土)
좁은 길어었다 해도
고독의 진주를 캐며
내가
꽃으로 피어나야 할 땅  

애처로이 져다보는
인정(人情)의 고움도
나는 싫어

바람이 스쳐가며
노래를 하면
푸른 하늘에게
피리를 불었지
태양에 쫓기어
활활 타다남은 저녁 노을에
저렇게 긴 강()이 흐른다.  

노오란 내 가슴이 하얗게 여위기 전
그이는 오실까  

당신의 맑은 눈물
내 땅에 떨어지면
바람에 날려 보낼
기쁨은 꽃씨

흐려오는
세월의 눈시울에
원색의 아름을 씹는
내 조용한 숨소리

보고 싶은 얼굴이여


 빈 꽃병의 말 2    


 꽃들을 다 보낸 뒤
그늘진 한 모퉁이 에서
말을 잃었다

꽃과 더불어 화려했던
어제의 기억을 가라앉히며
기도의 진주 한 알
입에 물고 섰다
하얀 맨발로 섰다

아무도 오지 않는 텅 빈 가슴에
고독으로 불을 켜는
나의 의지

 누구에세도 문 닫는 일 없이
기다림에 눈 뜨고 산다  

희망의 잎새 하나
끝내 피워 물고 싶다


 바람이 내게 준 말     


 넌 왜
내가 떠난 후에야
인사를 하는 거니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왜 제때엔 못하고
한 발 늦게야 포현을 하는 거니?

오늘도
이끼 낀 돌층계에 앉아
생각에 잠긴 너를
나는 보았단다

봉숭아 꽃나무에
물을 주는 너를
내가 잘 익혀놓은
동백 열매를 만지작 거리며
기뻐하는 너를
지켜보았단다

언제라도
시를 쓰고 싶을 땐
나를 부르렴

어느 계절에나
나는 네게 달려갈
준비가 되어 있단다
나의 걸음은
네게로 달려가는
내 마음보다도 빠르단다

사랑하고 싶을땐
나를 부르렴

나는 누구의 마음도 다치지 않으면서
심부름 잘하는
지혜를 지녔단다 

세월이 가도 늙지 않는
젊을을 지녔단다


 비 밀 


 겹겹이 싸매 둔 장미의 비밀은
장미 너만이 알고
속으로 피흘리는 나의 아픔은
나만이 안다 

살아서도 죽어 가는
이 세상 비인 자리 

이웃과 악수하며 웃음 날리다
뽀얀 외롬 하나
구름으로 뜨는 걸
누가 알까 

꽃밭에 불밝힌 장미의 향기보다
더 환히 뜨겁고
미쁜 목숨 하나

별로 뜨는 사랑
누가 알까


 살아 있는 날은   


마른 향내 나는
갈색 연필을 깍아
글을 쓰겠습니다  

사각사각 소리나는
연하고 부드러운 연필 글씨를
몇 번이고 지우며
다시 쓰는 나의 하루  

예리한 칼끝으로 몸을 깍이어도
단정하고 꼿꼿한 한 자루의 연필처럼
정직하게 살고 싶습니다.

나는 당신의 살아 있는 연필
어둠 속에도 빛나는 말로
당신이 원하시는 글을 쓰겠습니다.  

정결한 몸짓으로 일어나는 향내처럼
당신을 위하여
소멸하겠습니다.


시의 집  


 나무 안에 수액이 흐르듯
내 가슴 안에는
늘 시가 흘러요 

빛까로 냄새도 말로는 다 설명할 수 없어
그냥 흐르게 놔두지요 

여행길에 나를 따라오는 달처럼
내가 움직일 때마다
조용히 따라오는.....

슬픔때도
힘이 되어주는 시가 흘러
고마운 삶이지요


  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  


나는 문득
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
누군가 이사오길 기다리며
오랫동안 향기를 묵혀둔
쓸쓸하지만 즐거운 빈집 

깔끔하고 단정해도
까다롭지 않아 넉넉하고
하늘과 별이 잘 보이는
한 채의 빈집

어느 날
문을 열고 들어올 주인이
',마음에 드는데......'
하고 나직이 속삭이며 미소지어 줄
깨끗하고 아름다운 빈집이 되고 싶다.


우정일기 1

1
내 마음속엔 아름다운 굴뚝이 하나 있지. 너를 향한 그리움이 하
얀 연기로 피어오르다 노래가 되는 너의 집이기도 한 나의 집. 이 하
얀 집으로 너는 오늘도 들어오렴, 친구야.

2
전에는 크게, 굵게 쏟아지는 소낙비처럼 한꺼번에 많은 것을 이야
기하더니 지금은 작게, 가늘게 내리는 이슬비처럼 조용히 내게 오는
. 네가 어디에 있든지 너는 쉬임없이 나를 적셔준다

3
소금을 안은 바다처럼 내 안엔 늘 짜디짠 그리움이 가득하단다.
친구야. 미역처럼 싱싱한 기쁨들이 너를 위해 자라고 있단다. 파도
에 씻긴 조약돌을 닮은 나의 하얀 기도가 빛나고 있단다.

4
네가 아프다는 말을 듣고 나는 아무 일도 할 수 없구나. 네 대신
아파줄 수 없어 안타까운 내 마음이 나의 몸까지도 아프게 하는 거
너는 알고 있니? 어서 일어나 네 밝은 얼굴을 다시 보여주렴. 내게
기쁨을 주는 너의 새 같은 목소리도 들려주렴.

5
내가 너를 보고 싶어하는 것처럼 너도 보고 싶니, 내가? 내가 너
를 좋아하는 것처럼 너도 좋아하니, 나를? 알면서도 언제나 다시 묻
는 말. 우리가 수없이 주고받는 어리지만 따뜻한 말. 어리석지만 정
다운 말.

6
약속도 안했는데 똑같은 날 편지를 썼고, 똑같은 시간에 전화를
맞걸어서 통화가 안되던 일, 생각나니? 서로를 자꾸 생각하다보면
마음도 쌍둥이가 되나보지?

7
'내 마음에 있는 말을 네가 다 훔쳐가서 나는 편지에도 더 이상 쓸
말이 없다'며 너는 종종 아름다운 불평을 했지? 오랜만에 네게 편지
를 쓰려고 고운 편지지를 꺼내놓고 생각에 잠겨 있는데 '무슨 말을
쓸거니?' 어느새 먼저 와서 활짝 웃는 너의 얼굴. 몰래 너를 기쁘게
해주려던 내 마음이 너무 빨리 들켜버린 것만 같아서 나는 더 이상
편지를 쓸 수가 없구나

8
'밥 많이 먹고 건강해야 돼. 알았지?' 같은 나이에도 늘 엄마처럼
챙겨주는 너의 말. '보고 싶어 혼났는데... 너 혹시 내 꿈 꾸지 않았
?' 하며 조용히 속삭이는 너의 말. 너의 모든 말들이 내게는 늘 아
름다운 노래가 되는구나, 친구야.

9
나를 보고 미소하는 네 사진을 한참 들여다보아도, 네가 보내준
편지들을 다시 꺼내 읽어봐도 나의 그리움은 채워지질 않는구나.
와 나의 추억이 아무리 아름다운 보석으로 빛을 발한다 해도 오늘의
내겐 오늘의 네 소식이 가장 궁금하고 소중할 뿐이구나, 친구야.

10
비오는 날 듣는 뻐꾹새 소리가 더욱 새롭게 반가운 것처럼 내가
몹시 슬픔에 젖어 있을 때 네가 내게 들려준 위로의 말은 오랜 세월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단다

11
아무도 모르게 숲에 숨어 있어도 나무와 나무 사이를 뚫고 들어와
나를 안아주는 햇빛처럼 너는 늘 조용히 온다

12
네가 평소에 무심히 흘려놓은 말들도 내겐 다 아름답고 소중하
. 우리집 솔숲의 솔방울을 줍듯이 나는 네 말을 주워다 기도의 바
구니에 넣어둔다

13
매일 산 위에 올라 참는 법을 배운다. 몹시 그리운 마음, 궁금한
마음, 즉시 내보이지 않고 절제할 수 있음도 너를 위한 또 다른 사랑
의 표현임을 조금씩 배우기 시작한다. 매일 산 위에 올라 바다를 보
며 참는 힘을 키운다. 늘 보이지 않게 나를 키워주는 고마운 친구야.

 우정일기 2  

 14
내 얕은 마음을 깊게 해주고, 내 좁은 마음을 넓게 해주는 너.
속에 가면 한그루 나무로 걸어오고, 바닷가에 가면 한점 섬으로 떠
서 내게로 살아오는 너. 늘 말이 없어도 말을 건네오는 내 오래된 친
구야, 멀리 있어도 그립고 가까이 있어도 그리운 친구야.

15
사랑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다 천사의 몫을 하는 게 아니겠어?
으로 성실하게 남을 돌보고, 자기를 잊어버리고, 그래서 몸과 마음
이 늘 사랑 때문에 가벼운 사람은 날개가 없어도 천사가 아닐까?
늘은 그런 생각을 해보았어.

16
친구야, 이렇게 스산한 날에도 내가 춥지 않은 것은 나를 생각해
주는 네 마음이 불빛처럼 따스하게 가까이 있기 때문이야. 꼼짝을
못하고 누워서 앓을 때에도 내가 슬프지 않은 것은 알기만 하면 먼
데서도 금방 달려올 것 같은 너의 그 마음을 내가 읽을 수 있기 때문
이야. 약해질 때마다 나를 든든하게 하고, 먼데서도 가까이 손잡아
주는 나의 친구야, 숨어 있다가도 어디선지 금방 나타날 것만 같은
반딧불 같은 친구야.

17
방에 들어서면 동그란 향기로 나를 휘감는 너의 향기. 네가 언젠
가 건네준 탱자 한알에 가득 들어 있는 가을을 펼쳐놓고 나는 너의
웃음소릴 듣는다. 너와 함께 있고 싶은 나의 마음이 노란 탱자처럼
익어간다.

18
친구야, 너와 함께 별을 바라볼 때 내 마음에 쏟아져 내리던 그 별
빛으로 나는 네 이름을 부른다. 너와 함께 갓 피어난 들꽃을 바라볼
때 내 마음을 가득 채우던 그 꽃의 향기로 나는 너를 그리워한다.

19
네가 만들어준 한 자루의 꽃초에 나의 기쁨을 태운다. 초 안에 들
어 있는 과꽃은 얼마나 아름답고 아프게 보이는지. 하얀 초에 얼비
치는 꽃들의 아픔 앞에 죽음도 은총임을 새삼 알겠다. 펄럭이는 꽃
불 새로 펄럭이는 너의 얼굴. 네가 밝혀준 기쁨의 꽃심지를 돋우어
나는 다시 이웃을 밝히겠다.

20
너는 아프지도 않은데 '아프면 어쩌나?' 미리 근심하며 눈물 글썽
인다. 한동안 소식이 뜸할 뿐인데 '나를 잊은 것은 아닌가?' 미리 근
심하며 괴로워한다. 이러한 나를 너는 바보라고 부른다.

21
'축하한다. 친구야!' 네가 보내준 생일카드 속에서 한묶음의 꽃들
이 튀어나와 네 고운 마음처럼 내게 와 안기는구나.
나를 낳아주신 엄마가 더욱 고맙게 느껴지는 오늘. 내가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다면 너를 만날 수도 없었겠지? 먼데서 나를 보고 싶
어하는 네 마음이 숨차게 달려온 듯 카드는 조금 얼굴이 상했구나.
그 카드에 나는 입을 맞춘다.

22
친구야, 너는 눈물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보았니? 너무 기쁠 때에
, 너무 슬플 때에도 왜 똑같이 눈물이 날까? 보이지 않게 숨어 있
다가 호수처럼 고여오기도 하고, 폭포처럼 쏟아지기도 하는 눈물.
차가운 나를 따스하게 만들고, 경직된 나를 부드럽게 만드는 고마운
눈물. 눈물은 묘한 힘을 지니고 있는 것 같아. 내 안에도 많은 눈물
이 숨어 있음을 오늘은 다시 알게 되어 기쁘단다

23
아무리 서로 좋은 사람과 사람끼리라도 하루 스물네 시간을 함께
있을 수는 없다는 것-이것은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나를 늘 쓸쓸하
게 하는 것 중의 하나란다. 너무 어린 생각일까

24
나는 따로 집을 짓지 않아도 된다. 내 앞에서 네가 있는 장소는 곧
나의 집인 것이기에, 친구야.
나는 따로 시계를 보지 않는다. 네가 내 앞에 있는 그 시간이 곧
살아 있는 시간이기에, 친구야.
오늘도 기도 안에 나를 키워주는 영원한 친구야

 

 어 머 니   

 

 당신의 이름에선
색색의 웃음 칠한
시골집 안마다의
분꽃 향기가 난다 

안으로주름진 한숨의 세월에도
바다가 넘실대는
남빛 치마폭 사랑 

남루한 옷을 겇친
나의 오늘이
그 안에 누워 있다 

기워 주신 꽃골무 속에
소복히 담겨 있는
幼年의 추억

당신의 가리마같이
한 갈래로 난 길을
똑바로 걸어가면

 나의 연두 갑사 저고리에
끝동을 다는
다사로운 손길

 까만 씨알 품은
어머니의 향기가
바람에 흩어진다.

 

  왜 그럴까, 우리는  


 자기의 아픈 이야기
슬픈 이야기는
그리도 길게 늘어놓으면서

다른 사람들의 아픈 이야기
슬픈 이야기에는
전혀 귀기울이지 않네
아니, 처음부터 아예
듣기를 싫어하네

해야 할 일 뒤로 미루고
하고 싶은 것만 골라하고
기분에 따라
우선 순위를 잘도 바꾸면서
늘 시간이 없다고 성화이네 

저 세상으로 떠나기 전
한 조각의 미소를 그리워하며
외롭게 괴롭게 누워 잇는 이들에게도
시간 내어주기를 아까워하는 

건강하지만 인색한 사람들
늘 말로만 그럴듯하게 살아 있는
자비심 없는 사람들 모습 속엔
분면 내 모습도
들어 잇는 걸
나는 말고 있지 

정말 오 그럴까
왜조금 더
자신을 내어놓지 못하고
그토록 이기적일까, 우리는.......


  어느 꽃에게     


 넌 왜 나만 보면
기침을 하니?
꼭 한마디 하고 싶어하니

속으로 아픈 만큼
고운 빛깔을 내고남 모르게 아픈 만큼
사람을 깊이 이해할 수 있다고
오늘도 나에게 말하려구

밤낮의 아픔들이 모여 꽃나무를 키우듯
크고 작은 아픔들이 모여
더욱 향기로운 삶을 이루는 거라고
또 그 말 하려구?


 어느 말 한 마디가    


어느 날 내가 네게 주고 싶던
속 깊은 말 한 마디가
비로소 하나의 소리로 날아갔을 제
그 말은 불쌍하게도
부러진 날개를 달고 되돌아왔다
네 가슴 속에 뿌리를 내려야 했을
나의 말 한 마디는
돌부리에 채이며 곤두박질치며
피 묻은 얼굴로 되돌아왔다
상처받은 그 말을 하얀 붕대로 싸매 주어도
이제는 미아처럼 갈 곳이 없구나
버림받은 고아처럼 보채는 그를
달랠 길이 없구나
쫓기는 시간에 취해 가려진 귀를
조금 더 열어 주었다면
네 얼어붙은 가슴을
조금 더 따뜻하게 열어 주었다면
이런 일이 있었겠니
말 한 마디에 이내 금이 가는 우정이란
얼마나 슬픈 것이겠니
지금은 너를 원망해도 시원찮은 마음으로
또 무슨 말을 하겠니
네게 실연당한 나의 말이
언젠가 다시 부활하여 너를 찾을 때까지
나는 당분간 입을 다물어야겠구나
네가 나를 받아들일 그 날을 기다려야겠구나  


 장미를 생각하며  

우울한 날은
장미 한 송이 보고 싶네 

장미 앞에서
소리내어 울면

나의 나눔에도 향기가 묻어날까 

감당 못할 사랑의 기쁨으로
내내 앓고 있을 때
나의 눈을 환히 밝혀주던 장미를
잊지 못하네 

내가 물 주고 가꾼 시간들이
겹겹의 무늬로 익어 있는 꽃잎들 사이로
길이 열리네 

가시에 찔려 더욱 향기로웠던
나의 삶이
암호처럼 찍혀 있는
아름다운 장미 한송이 

'살아야 해, 살아야 해'
오늘도 내 마음에
불을 붙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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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사랑이 가기전에 / 조병화

 

사랑이 가기 전에

이렇게 될줄 알면서도

 

이렇게 될줄을 알면서도

당신이 무작정 좋았습니다.

서러운 까닭이 아니올시다.

외로운 까닭이 아니올시다.

사나운 거리에서 모주리 부스러진

나의 작은 감정들이

소중한 당신 가슴에 안겨들은 것입니다.

밤이 있어야 했습니다.

밤은 약한 사람들의 최대의 행복

제한된 행복을 위하여 밤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눈치를 보면서

눈치를 보면서 걸어야 하는 거리

연애도 없이 비극만 깔린 이 아스팔트

어느 잎파리 아스라진 가로수에 기대어

별들 아래

당신의 검은 머리카락이 있어야 했습니다.

나보다 앞선 벗들이

인생은 걷잡을 수 없이 허무한 것이라고

말을 두고 돌아들 갔습니다.

벗들의 말을 믿지 않기 위하여

나는

온 생명을 바치고 노력을 했습니다.

인생이 걷잡을 수 없이 허무하다 하더라도

나는 당신을 믿고

당신과 같이 나를 믿어야 했습니다.

살아있는 것이 하나의 최후와 같이

당신의 소중한 가슴에 안겨야 했습니다.

이렇게 될줄을 알면서도

이렇게 될줄을 알면서도

 

가랑닢 내리는

 

가랑닢 내리는

오후의 잡초원 같은 내 가슴에

실망하기 쉬운 엷은 마음을 내리고

흐린 날이 머물었습니다.

살아 있는 것은 이미 내 것이 아니올시다.

깊은 산중

검은 열매와 같이 남모르게 익어가는

마음과 마음을 그대로 당신에 안기기 위하여

가랑닢 내리는 내 우울이

가슴에 소리 없이 고여들어야 했습니다.

당신은 깊은 내 어둠의 거울

밤이 내리면

나 호올로 이 지구 먼 한자리

남어 있으면

별이 흐리다 개이고

별처럼

나와 내가 당신에 비쳐듭니다.

사랑하는 사람이여

羽毛와 같은 당신의 손으로

오랜 내 녹쓸은 마음의 유리창을 열어주십시오

열린 유리창 안에

나와 가까이 오시어

나에 안겨

당신의 비밀을 술술 이야기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사랑을 가난한 나에게 담어 주십시오.

찬 겨울 눈 깊은 한 밤중

온 인생이 소리없이 사라지면

검은 장갑을 벗고

아름다울수록 허전해지는 마음의 거울을

이렇게 빈 가슴에 비쳐 보는 것을

당신은 아십니까.

행복은 내 것이 아니올시다.

충돌과 인내의 긴 인생

세월에

수레를 몰고

청춘이

사랑이

사업이

모주리 지나간 빈 자죽을

이렇게 둘둘둘 굴러내리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사랑하는 사람이여

검은 밤이여

훨훨 타오르는 마지막 이 가슴의 불꽃이여

황홀해지는 내 거울에 비쳐

이글 이글 이글거리는 내 육체를 보십시오

인생이 지나가면 회상이 남는다.

가랑닢 내리는 오후의 잡초원 같은

내 가슴에

영 흐리지 않을 마음의 거울을 비쳐 주십시오

실망하기 쉬운 내 가슴에

영 타오르는 마음의 불꽃을 비쳐 주십시오

 

물떼와 같이 밀리는

 

물떼와 같이 밀리는

입술과 입술과 입술에 떠서

내 입술마저 믿을 수 없는

도시의 그늘에 끼어

 

당신의 이야기를 믿어도 좋겠습니까

당신의 믿음을 믿음으로 안어도 좋겠습니까

 

돈 떨어진 저녁 노을

대도시 한 가운데

외로운 섬처럼 둥둥 내가 떠서

 

벗이

사랑이

인생이

비켜 가는

화펴의 고독에 끼어

 

그냥 그대로 당신의 말을 믿어도 좋겠습니까

당신의 믿음을 믿음으로 안어도 좋겠습니까

 

나의 소유는 외줄기 가는 생명

달달 서류에 닳아 빠진 젊은 조각

 

때가 오면

그날이 오면

모주리 보내야 할 그것이 아니겠습니까

 

희망과 동경과 미래와

오오......... 아스라지는 절망을 양손에 고이고

 

人間孤島

 

이렇게

당신의 이야기를 믿어도 좋겠습니까

당신의 믿음을 몽탕 내것으로 안어도 좋겠습니까

 

 

 

한 떨기 요란스러운

 

 

 

한 떨기 요란스러운 모란이라고 합시다

맑고 개인 오월 하늘 아래

어느 허무러진 궁터에 피어 난

당신은 한떨기 요란스러운 모란이라고 합시다

 

줄기줄기 당신이 당신에 취할 때마다

외로움이 사모칠 때마다

긴 밤을 호올로 이슬에 젖을 때마다

당신은 한 떨기 슬픈 모란이라고 합시다

 

꽃바람에 휩쓸릴 때마다 몰려드는 향기로운

허영과 명예에 대끼어

속속들이 익어들은 검은 씨앗을 안고

오월에 기울은 해 변에 호올로 남은

당신은 한 떨기 시들은 모란이라고 합시다

 

작은 행복이 줄기줄기 당신의 속속들이

몽탕 안겨야 하는 것을 알면서도

그 누구도 당신 곁에 머물어서는 안되었습니다.

 

한 떨기 요란스러운 모란이라고 합시다

영 내 곁에 훈훈한

한 떨기 계절을 잃은 모란이라고 합시다

 

맑고 개인 인생의 하늘 아래

나와 함께 피다 질 어진 모란이라고 합시다

 

 

 

신들이 외출한 긴 계곡을

 

 

 

신들이 외출한 긴 계곡을

가벼운 여장으로

이렇게 나선

나 호올로 인간의 피고올시다

 

작은 행복이 있어야만 하면서

행복에 항거하는 나

 

명예와 허영이 가득 찬

어린 시절의 가슴은

무너지고

 

많은 유리들이 창 뚫린

텅 빈 내 마음의 동굴이올시다

 

보십시오

이 피서지의 가을처럼 넓어진

마음의 동굴을

끊임없이 흐르는 냉기 낀 기류를

 

유리창들은 깊이 닫히고

깊이 닫힌 유리창 안에 나는 갇혀서

무더운 맘

...어린 장미들 같이 솟은 별밭에

먼 기다림이 있어야 하는

나 호올로 약한 인간의 피고올시다

 

바람이 지고

바람 같이 우울이 지고

외로움이 별밭을 밝혀서

 

 

도시와 문명의 틈바귀에 끼어

 

도시와 문명의 틈바귀에 끼어

작은 행복을 비비고 살아가는

부스러진 나의 사람들이여

 

타오르는 마음의 불꽃을 가리고

긴 세월

너무나 많은 빈 밤들을

나 호올로 지킨 것이 아니겠습니까

 

기다리움이 사라진 까닭이 아니올시다

하나의 약속에

긴 긴 밤이 채워진 까닭이 아니올시다

 

낙엽과 햇볕이 이글이글 타오르는

가을

가을 길 목에 서서

우리 서로 오랜 이야기들을 고이 끝내기 위하여

무더운 여름

괴로운 날과 날들을 착한 마음으로

...이렇게 견뎌야 하는 마음들이 아니겠습니까

 

물떼와 같이 밀리는 문명과 문명에

긴 방죽을 치고

별들이 고이는 물가에 모여

작은 행복을 소작하는 나의 벗들이

멀지 않어 가물이 끼기 전에

정과 정들을 기대려는 외로움들이 아니겠습니까

 

가을 하늘 먼 호수와 같이 끼어 있는

맑은 눈알들이여

부스러진 나의 사람들이여

 

 

외로운 내 벗이여

 

오오 사랑하는 사람이여

외로운 내 벗이여

 

외로움이 술술 가슴에 젖어들면

연한 눈을 감어 보십시오

 

먼 마음의 푸른 하늘이 아니겠습니까

푸른 하늘 아래

긴 긴 마음의 꽃 핀 뚝길이 아니겠습니까

뚝길에 그늘지어

줄기 진 아까시아 뚝길이 아니겠습니까

 

잎새와 꽃송이들이 가지 가지에

엉기어

하나절 훈훈한 바람에 푸르르고

수만의 떼를 진 꿀벌들이

날개치는

요란스러운 생명들이 아니겠습니까

 

가난하지 않은 당신의 고향

 

회상과 내일에 잠기어

당신은

이 꽃 핀 고향의 뚝길을 서성거린다고 여겨 보십시오

 

여기는 병실이 아니올시다

맑은 내일에 누워

외로움이 가슴에 고여들면

사랑하는 사람이여

 

나는 당신 곁에

당신은 내 곁에

 

나란히

이렇게 훈훈한 생명의 뚝길을

서서히 서성거린다고만 여기십시오

 

당신이 가면 이 가슴은 당신의 무덤

 

사랑하는 사람이여

하얀 병상에 오랜 마음의 벗이여

 

 

 

무더운 여름 밤

 

 

 

 

무더운 여름 밤

밤에 익은 애인들이 물가에 모여서

길수록 외로워지는

긴 이야기들을 하다간 ......밤이 깊어서

장미들이 잠들어버린 비탈진 길을

돌아들 간다

 

마침내 먼 하늘에 눈부신 작은 별들은

잊어버린 사람들의 눈

무수한 눈알들처럼 마음에 쏟아지고

나의 애인들은 사랑보다 눈물을 준다

 

내일이 오면 그 날이 오면

우리 서로 이야기 못한 그 많은 말들을

남긴 채

영 돌아들 갈 고운 밤

 

나의 애인들이여

이별이 자주 오는 곳에 나는 살고

외로움과 슬픔을 받아주는 곳에 내가 산다

 

무더운 여름

밤이 줄줄 쏟아지는 물가에서

이별에 서러운 애인들이 밤을 샌다

 

별이 지고

별이 뜨고

 

 

당신이 그렇게 생각을 하면

 

당신이 그렇게 생각을 하면 할수록

나는 가만이 있어야 하겠습니다

 

변명이 자라면 자라날수록

이렇게

떨어져 있어야 하겠습니다

 

아예 오해를 가진 채

이 길을 서로 갇지 않기 위하여선

오랜 세월이 있어야 하겠습니다

 

오래지 않어

그 추운 겨울 밤

...이대로 내가 가면

당신이 긴 이야길 해야 하겠습니다

 

당신이 그렇게 생각을 하면 할수록

나는 긴 세월

...이렇게 있어야 하겠습니다

 

 

 

샘터

 

 

 

빨간 태양을 가슴에 안고

사나이들의 잠이 길어진 아침에

샘터로 나오는 여인네들은 젖이 불었다

 

새파란 해협이

항시 귀에 젖는데

 

마을 여인네들은 물이 그리워

이른 아침이 되면

밤새 불은 유방에 빨간 태양을 안고

 

잎새들이 목욕한

물터로 나온다

 

샘은 사랑하던 시절의 어머니의 고향

 

일그러진 항아리를 들고

마을 아가씨들의 허트러진 머리카락을 따르면

나의 가슴에도 빨간 해가 솟는다

 

물터에는 말이 없다

 

물터에 모인 여인들의 피부엔

맑은 비눌이 돋힌다

 

나도 어머니의 고향이 그리워

희어서 외로운 손을

샘 속에 당구어 본다

 

해협에 빨간 태양이 뜨면

잠이 길어진 사나이들을 두고

마을 여인네들은 샘터로 나온다

 

밤새 불은 유방에 빨간 해가 물든다

꿈이 젖는다

 

 

 

. 사랑이 가기 전에

 

 

 

나 돌아간 흔적

 

세상에 나는 당신을 만나러 왔습니다

작은 소망도 까닭도 없습니다

그저 당신 곁에 잠시 있으러 왔습니다

 

아세아 동방 양지 바른 곳

경기도 안성 샘 맑은 산골

 

산나물 꿀벌레 새끼치는 자리에

태어

서울에 자라

당신을 만나 나 돌아가는 흔적

아름다움이여

두고 가는 것이여

 

먼 청동색 이끼 낀 인연의 줄기 줄기

당신을 찾어 세상 수만리 나 찾어 왔습니다

 

이 세상은 사랑의 흔적

두고 가는 자리

 

사랑이 가기 전에 나 돌아가고 싶습니다

세상에 당신이 사라지기 전에 나 돌아가고 싶습니다

 

당신을 만나러 수만리

소망도 까닭도 없이

그저 당신 곁에 잠시 나 있으러 나 찾어 왔습니다

 

 

가을은 당신과 나의 계절

 

이제 나에게 필요치 않은 계절은 돌아들 갔습니다

당신이 아시다시피

가을은 못견디는 나의 계절이올시다

 

험악한 이별을 항상 피하기 위하여

살아 온 나

인내와 절망을 지속하는 나의 마음에

오늘은 맑은 나의 가을 하늘이올시다

 

무심히 사라지는 사랑과 스며드는 사랑

가벼운 여장에 계절은 바뀌고

가을이 내리는 밤

 

사랑하는 나의 사람들아

쉽사리 실망하실 것은 없습니다

외로움은 또 하루만 견디면 사라지는 것

 

가을에 싸여 맑은 밤에 싸여

빙빙 도는 명동 주점의 거리

 

나의 재산은 우정과 고독

 

이제 나에게

필요치 않은 계절은 모주리 돌아들 갔습니다

 

하나의 순간을 위하여 긴 세월이

...이렇게 당신과 나 사이에 있었습니다

 

가을이올시다

가을은 못 견디는 나의 마음이올시다

 

 

생명은 하나의 소리

 

당신과 나의 회화에 빛이 흐르는 동안

그늘진 지구 한 자리 나의 자리엔

살아 있는 의미와 시간이 있었습니다

 

별들이 비치다 만 밤들이 있었습니다

해가 활활 타다 만 하늘들이 있었습니다

밤과 하늘들을 따라 우리들이 살아 있었습니다

 

생명은 하나의 외로운 소리

 

당신은 가난한 나에게 소리를 주시고

갈라진 나의 소리에 의미를 주시고

지구 먼 한자리에 나의 자리를 주셨습니다

 

어차피 한동안 머물다 말 하늘과 별아래

당신과 나의 회화에 의미를 잃어버리면

나는 자리를 걷우고 돌아가야 할 나

 

당신과 나의 회화에 빛이 흐르는 동안

그늘진 지구 한자리 나의 자리엔

살아 있는 의미와 시간이 있었습니다

 

 

내 마음 깊은 곳에

 

밤이 흐르고 있습니다

내 마음 깊은 곳에 그대로 밤이 흐르고 있습니다

 

피를 흘리듯이 밤이 흐느껴 우는

내 마음 텅 빈 방에 믿음이 없는 사랑

 

사랑이, 믿음이 지는

내 외로움 그대로 당신이 흐르고 있습니다

 

밤은 깊어서 좋은 것

사랑은 묵어서 좋은 것

 

밤이 흐르는 곳에 내가 흐르고

내가 흐르는 곳에 당신이 흐르고

 

세월의 골짜길 뚫고 당신과 내가 흐르고

당신에 둘둘 굴러 내가 흐르고 있습니다

 

내 마음은 밤, 믿음이 지는 사랑

 

장미의 혈액같이 피어오르는

피부에

내 마음 깊은 곳을 그대로 밤이 흐느껴 웁니다

 

 

당신은 고향의 우물

 

이렇게 초라한 모습을 하고

굳게 닫힌 옛 문을 나 열고

당신 찾어 나 들어가도 좋겠습니까

 

세월의 원시림 그대로

아무도 지나지 않는 맑은 당신 가슴 속 깊이

먼 내 우물에 어리어

 

슬픈 이끼 낀 입술에 빈 손을 몰고

이대로 나 찾어 들어도 좋겠습니까

 

밤이 개이고 물가에 이슬이 고이면

이슬에 몸을 닦아 별 아래

나 호올로 도는 길

 

열매 잃은 꽃들이 가슴밭에 피다 지고

향기 잃은 벌들이 빙빙 돌다 가고

세월에 세월처럼 남어

 

당신은 내 고향

수천년 호올로 잎새 아래 고인 내 고향 우물

 

텅 빈 가슴에 먼 별들을 안고

가시덤불 이 숲길 이슬지는 밤에

당신 찾어 나 찾어 나 돌아가도 좋겠습니까

 

 

水蓮花

 

水綠色 깊은 古宮

묵은 연못에

水蓮花는 피었네 활짝 솟았네

 

 

이렇게 비눌 돋힌 花冠을 쓰고

잎싸귀들이 첩첩히 엉긴 검은 물 위에

 

沐浴 丹粧을 한 詩人愛人들이

여름의 수레를 몰고

일년 한번 외떨어진 古宮을 찾어 왔네

 

변함이 없이 변하는 나의 가슴

물기는 가시고 남은 한자리

 

여름이 쏟아지는 대낮

그늘이 없는 水深

물자마리처럼 나는 떠 있네

 

 

 

여름이 하루와 같이 무거운 들

 

들 안에 늪이 고이고

부들이 무성한 늪가에 魚卵이 뜬다

 

水葉이 활짝 핀 맑은 그늘

한가한 水族

 

水深 깊이 구구락지 우는 마을에

어데선지 土酒가 끓는 냄새가 난다

늪은 가난한 아버지들의 고향

 

겁쟁이 미련쟁이

아무데도 쓸 곳이 없는 물뱀이 산다

 

물꽃이 피고

물꽃이 접히고

 

 

沙漠

 

사막은 항상 추억을 잊을랴는 사람들이 가고 싶어하는 곳이라고 하더라

 

사막엔 지금도 <마리네.데트리히>가 신발을 벗은채 절망의 남자를 쫓아가고 있다고 하더라

 

사막에 피는 꽃은 이루지 못한 사랑들이 줄줄 피를 흘리며 새빨갛게 피어 있다고 하더라

 

사막의 별에는 항상 사랑의 눈물처럼 맑은 물이 고여 있다고 하더라

 

詩人이라는 나는 지금 서울 명동에서 술을 술술 마시고 있는데 항상 이런 인간사막에 살고 있는 것만 같어라

 

사막이여 물은 없어도 항상 나에게 밤과 별과 벗을

 

사막은 항상 네마음 내마음 가까이 사랑이 떨어질 때 생긴다고 하더라

 

 

마음의 터전이 무너지듯이

 

당신이 어느 한자리 의지할 곳이 없듯이

나에게도 인생 어느 한구석 의지할 곳이 없었습니다.

 

당신이 당신의 외로움을 풀어 놓을 곳이 없듯이

나에게도

나의 외로움을 풀어 놓을 곳이 없었습니다

 

당신의 마음의 터전이 무너지듯이

내 마음은 무너지고

 

가을이 깃들은

비내리는 마음

 

당신이 어느 한자리 의지할 곳이 없듯이

나에게도 인생 어느 한구석 의지할 곳이 없었습니다

 

 

나의 가슴은

 

나의 가슴은 첩첩히 쌓인

눈보라 속의 깊은 밀림이 올시다

 

밀림 속에 가쳐서 나올줄 모르는

작은 소리

 

멀리 당신을 부르는 냉랭한 소리

가슴 벽에 부딪쳐 되돌아 오는 소리

 

첩첩히 쌓인 마음의 밀림 속에서

당신을 모른체하는 마음이 올시다

 

꽃이 피다 마음에 썩고

지금은 한적한 나 호올로

 

나의 가슴은 첩첩히 쌓인

눈보라 속의 깊은 밀림이 올시다

 

 

헤어진다는 것은

 

맑어지는 감정의 물가에 손을 당구고

이슬이 사라지듯이

거치러운 내 감정이 내 속으로

깊이 사라지길 기다렸습니다

 

헤어진다는 것은 영원을 말하는 것입니다

나도 나하고 헤어질 이 시간에

 

해와 달이 돌다 밤이 내리면

목에 가을 옷을 둘둘 말고

이젠 서로 사랑만 가지곤 견디지 못합니다

 

그리워서 못 일어서는 서로의 자리 올시다

 

슬픈 기억들에 젖는 사람들이여

 

별 아래 밤이 내리고 네온이 내리고

사모쳐서 모이다 진 자리에, 마음이 올시다

 

헤어진다는 것은 영원을 말하는 것입니다

나도 나하고 헤어질 이 시간에

 

 

노래를 불러도

 

언젠가는 이 세상에서 나 돌아 가

영 나를 내가 잃어버리는 순간

 

그날까지는 나를 내가 잃어버릴 수가 없듯이

그냥 이대로 당신을 잃어버린다는 것은

얼마나 목마른 가슴의 아픔입니까

 

나무닢이 그 무성한 가지에서 떨어져

산산히 허트러져 바람에 날리어 눈에 덮이듯이

 

향기에 아지랑이 핀 푸른 당신의 가슴을

그냥 이대로 돌아가야 하는 것은

얼마나 참혹한 세월의 아픔입니까

 

노래를 불러도 소리를 잃은 피리

먼 아지랑이 피어 오르는 당신의 연한 눈이여

 

언젠가는 이 세상에서 나 돌아 가

영 당신을 두고 당신을 잃어버리는 순간

 

그날까지는 내 가슴에 아지랑이 그대로 끼듯이

아지랑이 속에

당신은 영 피어 오르는 내 마음의 먼 봄이었습니다

 

 

가을이 오면

 

이제 나 돌아갈려고 합니다

영 문 닫혀버린 내 가슴을 안고

외줄기 줄줄 사라진 벗들과 같이

어두운 이 긴 길을

나 호올로 이제 나 돌아 갈려고 합니다

 

내 육체는 하나의 생명의 껍질

 

나를 둘러싸고 당신을 둘러싸고

또 그들을 둘러싸고

나비와 같이 빙빙 돌던 어리광도 말 재주도

 

이젠 소용이 없어졌습니다

 

이 땅 위엔 하나의 소리가 있었습니다

당신을 부르고 그들을 위해 노래 부르던

다만 하나의 소리만이 있었습니다

 

소리는 사랑, 육체에 묻힌 생명

 

내가 먼저 이 지구 한 자리

좁은 자리를 걷우고 돌아가면

나의 소리는 당신의 소리 속에

 

당신이 먼저 이 지구 한 자리

내 곁을 걷우고 돌아 가면

당신의 소리는 내 소리 속에 묻혀서

 

오 눈부신 생명의 수레이여

 

어차피 누가 먼저 내려야 할 수레를 타고

아지랑이 낀 차창에

바람이 일는 계단에

가랑닢 날리고 눈이 내리는 찻간에

 

나도 당신도 사라진 그들과 같이

이렇게 둘둘 끼어 내리는 것

 

자리를 잃은 나의 소리이여

 

어리광도 말 재주도 이젠 소용이 없어졌습니다

나 돌아 갈려고 합니다

 

영 잃어버린 내 소리를 걷우고

어두운 이 길

 

소리도 없이 사귐도 없이

이제 나 돌아 갈려고 합니다

 

 

당신과 나의 거리에

 

나와 가까이 하시질 마십시오

나와 멀리를 하시질 마십시오

나와 인연이 있는 것은 ...

 

나는 활활 타오르는 불이 올시다

나는 싸느란 돌이 올시다

 

밤이여

 

밤에 익어 가는 내 작은 인연이여

엉긴 생명이여

 

나와 가까이 하시질 마십시오

나와 멀리를 하시질 마십시오

나와 인연이 있는 것은 당신의 나

 

 

당신이 돌아가셔야 하신다면

 

어차피 당신이 돌아가셔야 할 밤이시라면

내가 깊이 잠이 들거던 돌아 가 주십시오

 

그렇게도 돌아가셔야 할 몸이시라면

내가 깊이 잠이 들거던 돌아 가 주십시오

 

잎 떨어진 수목의 가지들에

찬 겨울 밤

작은 별들이 소리 없이 엉기듯이

 

잎 떨어진 내 가슴

가지 가지에 엉긴 당신의 소리와 소리

 

무수한 시간이 그대로 흐르고

시내물처럼 내 곁을 지나는 나의 밤

 

당신이 그렇게도 돌아 가셔야 할 몸이시라면

어차피 돌아가셔야 할 밤이시라면

 

소리 없이 타오르는 내 황홀한 가슴에

문을 닫고

내 깊이 잠이 들거든 고이 돌아가 주십시오

 

 

당신이 없는 침실은

 

당신이 돌아 가고

당신이 다시 찾어 오지 않는 나의 침실엔

긴 적막이 그대로 세월이었습니다

 

마침내 먼 인생이 홍수와 같이 밀리다

지나간 자리에 고요함처럼

당신이 돌아간 깊은 자죽엔 내가 남고

 

세월에 세월을 몰고 장미 뿌리를 캐어

뿌리를 다듬어 긴 장미못을 쳐야 할

오랜 내 침실의 어두운 문이었습니다

 

당신이 돌아간 세상은 쓸쓸한 유령

 

밤이 내리면 밤을 따라

비가 내리면 비를 따라

줄줄 생명의 외줄을 따라

나 돌아 오는 빈 침실

 

잠 자는 나무벌레처럼 연한 혈액에

슬픔이 서리다 흐르고

기쁨이 깃들다 사라지면

 

별이여

 

별들이 겹쳐드는 문 앞에

맑은 나 호올로

 

당신이 돌아간 깊은 침실은

긴 적막이 그대로 세월이었습니다

 

 

나에게 잃어버릴 것을

 

나에게 잃어버릴 것을 잃어버리게 하여주시고

나에게 남을 것을 남게 하여 주십시오

 

와글 와글 타오르던 무성한 여름은

제 자리 자리마다 가라앉아

귀중한 생명들을 여물게 하였습니다

 

보시다 시피

어젠 담당할 수 없이 숨찬 계절이었습니다

 

이제 돌아갈 것을 돌아가게 하여 주시고

총총히 서 있는

잎 떨어진 나무 상수리를 지나는 바람에도

 

생명을 알알이 감지할 수 있는

소리 없는 가을을 나에게 주십시오

 

기름진 미운 얼골을 걷으고

기도를 올리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입니까

 

우수수 세월이 지나는 나의 자리

검은 수림처럼 그대로 말 없이

 

잃어버릴 것을 잃어버리게 하여 주시고

나에게 남을 것을 남게 하여 주십시오

 

 

소리 없이 밤이 내리면

 

소리 없이 유리창에 밤이 내리면

당신이 없는 이 침실은 그대로 무덤

 

인색한 애정에 상한 산비둘기처럼

마음의 날개를 접고

 

나 돌아가는 길

영원이라는 것이 있다면 당신을 만나서 헤어지는 것

 

바람과 같이 냉기와 같이 사라지는 자리

소리 없이 유리창에 밤이 내리면

당신이 없는 내 가슴은 빈 당신의 무덤

 

인색한 애정의 부스럭지를 밟으며

나 돌아 가는 길

 

 

하나의 꿈인듯이

 

살아 있는 것이란 하나의 꿈인듯이

이렇게 외로운 시절

 

당신을 만난 것은

개이지 않는 깊은 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가랑닢 지고 겨울비 내리고

텅 빈 내 마음의 정원

 

곳곳이 당신은 깊은 아지랑이 끼고

 

무수한 순간

순간이 시내물처럼 내 혈액에 물결쳐

 

그리움이 지면 별이 뜨고

소리 없이 당신이 사라지는 첩첩한 밤

 

살아 있는 것이란 하나의 꿈인듯이

이렇게 외로운 시절 당신을 만나고

가야하는 것은

 

가시지 않는

지금은 맑은 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冬日

 

회색 하늘에 나무 상수리 사이로 연시와 같은 해가 솟는다

 

나는 해보다 일찌기 깨어 맑은 연시와 같은 해가 동쪽 하늘에 솟아오르는 것을 유리창 아래로 기다리곤 한다

 

나의 방은 까치집 같이 높다

 

바람이 술술 들어오고 바람이 술술 지나고 나는 겨울 속에서 눈을 뜨고 눈을 감는다

 

가느다란 水銀柱하나 三十七度 附近

 

나는 내 체온에 의지하여 산다

 

까치집 같이 높은 자리에서 빨간 새털과 같은 이불을 둘둘 말고 해를 내려다 본다

 

맑은 연시와 같은 해가 크레온 화집처럼 재빛 하늘 검은 나무 상수리 사이로 나와 내 가슴 아래로 솟아 오른다

 

 

잎 떨어진 나무와 같이

 

멍하니 서있을 때가 있습니다

나와 내가 유리되어

그냥 멍하니 노상에 서있을 때가 있습니다

 

당신도 아니고 나도 아니고 그 누구도 아니고

잎새들이 사라진 나무 그대로

그냥 언제까지나 노상에 서있을 때가 있습니다

 

눈이 내리어

고요한 당신의 마음과 같이 눈이 내리어

마냥 그대로 하얀 눈에 덮이고 싶은

그러한 때가 있습니다

 

언제까지나 미지근한 이 외로운 자리에서

깨지지 않기를 원할 때가 있습니다

 

당신도 아니고 나도 아니고 그 누구도 아니고

가랑닢들이 내린 나무 그대로

 

멍하니 마냥

당신과 같이 고요한 눈에 덮이고 싶은

그러한 때가 있습니다

 

 

내 마음 텅 빈 하늘에

 

눈이 내립니다 눈이 내립니다

내 마음 속 텅 빈 먼 하늘에서

눈이 내립니다

 

오늘은 외로움도 없이 슬픔도 없이

마냥 마음 속으로 술술 눈이 내립니다

 

고운 마음과 마음이 서로의 긴 세월처럼

제 자리 자리에 쌓이고

 

서로에 깊이 간직한 마음

마음을 닫고 우리 서로 죽으면

이야기들만 남는 것

 

소리도 없이

마냥 어린애처럼 이야기에 안겨

 

듣고만 싶은 낮은 그 말소리도 없이

마음과 마음의 거리에 마냥 하얀 눈이 내립니다

 

슬픔도 외로움도 그 많은 희망도 없이

오늘은

내 마음 가지 가지에

 

고이 얼어 부스러지는 당신의 눈물처럼

...하얀 눈이 내립니다

 

 

마침내 깊은 안개가 개이듯이

 

...마침내 깊은 안개가 개어지듯이

으스러진 내 가슴에서

당신의 그림자가 고이 사라질 때까지

당신은 잠시 내 곁에 그대로 있어주십시오

 

먼 옛날 당신을 만났을 때와 같이

그렇게

당신을 그대로 상처없이 돌려 올리기 위하여

당신은 잠시 내 곁에 그대로 있어주십시오

 

살아서 한번 피는 꽃

 

나 먼저 져서

당신을 먼 옛날 그대로 그 자리에 남기고

당신과 내가 그날과 같이 멀어질 때까지

남은 시간 당신은 잠시 그대로 내 곁에 있어 주십시오

 

희망은 내것이 되다 말고

나는 나를 버리고

소리 없이 지나는 외로움

 

마침내 깊은 안개가 개어지듯이

으스러진 내 가슴에서

당신의 흔적이 고이 사라질 때까지

당신은 잠시 내 곁에 그대로 있어 주십시오

 

 

早春

 

우울한 이월이 가누나

하늘과 땅이 활짝 풀리누나

 

까치집 같이 높은 맑은 유리창을

열고

 

자고 일어난 내 침대에도

솔개미처럼 먼 당신의 눈에도

 

당신은 당신대로 나는 나대로

세월을 재우고

 

봄은 오누나

활활 봄이 풀리누나

 

사랑은 없어도

꽃술에 취해

 

봄에 밀려

당신을 두고서도 나는 둥둥 떠 가누나

 

 

봄은 밤으로부터 하늘로

 

봄은 밤으로부터 하늘로

하늘로 피어 오릅니다

 

밤이 하늘로 봄으로

뭉게 뭉게 풀려 사라집니다

 

참혹한 나의 밤이여

겨울이여

 

사라지는 세월처럼 여인처럼

고운 눈썹으로

 

<안녕!>

 

사랑은 내 것이 아녀도

듣기만 해도 좋다

 

선혈처럼 상처진 가슴에 가슴에

가시꽃처럼 보얀 아지랑이 끼고

 

소식이 없는 마을에서 나비와 같이

하늘이 가까워 옵니다

 

깊어진 마음의 골짜기로

술술 눈얼음이 풀려서 내립니다

 

 

人生合乘

 

義務와 같이 살아 있는 나를

내가 안고

五人乘 人生合乘에 끼면

 

車窓은 봄

 

활짝 개인 하늘 아래

京仁街路 八十餘里 잔잔한 起伏

果樹園 가지들이 손목을 흔들고

보리 밭 양지에 풀물이 든다

 

봉봉

 

인생의 안개가 온 몸에 낀채

늘어진 陵線에 아지랑이가 핀다

 

 

片片花心

 

꽃이 지누나

기다려도 무심한 봄 날

봄이 무거워 꽃이 지누나

 

진관사 가는 언덕

훨훨 날리는 꽃

 

꽃은 피어도 님 없는 봄날

꽃이 지누나

몸이 무거워 꽃이 지누나

 

세상에 한번 피어

가는 날까지 소리 없는 자리

님 그리다 마는 자리

 

하늘이 넓어 산이 깊어

가지에 피어도

피다 지는 마음은 나 여기 마음

 

꽃이 지누나

진관사 깊은 골에

봄이 무거워 봄이 지누나

 

 

德壽宮

 

잔디가 해진 연못 가로

나비는 비틀 비틀

 

물을 뿜는 물개는 발가벗고

석조전 앞뜰

 

솜털이 앙상한 등넝쿨 잎새 아래

직업이 싫은 사내는 낮잠이 들었다

 

뭇사람들이 흘리고 간 일요일

종이 담배 껌 껍질

 

늙은 과부들이 쓸어 가는 월요일

이슬진 오전

 

진달래 연분홍

입술 연지는 허트러지고

 

모란 단장하는 덕수궁 늦은 아침

늙은 마음

 

잔디 아스라진 연못 속에서

이슬 같은 햇살이 솟아든다

 

 

飛行機

 

孤兒와 같은 아이들을 양손에 잡고

日曜日

昌慶苑 어린이 飛行場 入口에 머물면

 

五十圜 旅券

가벼운 手續

 

巴里

羅馬

華府

慶州

 

빙빙 돌아

아이들은 하늘에 뜨고 서글픈 아버지

 

하늘에서 박수와 같이

아이들은 가는 손목들을 흔들고

 

나의 얼굴에선

살아가는 사람의 얼굴이 하나도 없다

 

빠이 빠이

 

물거품처럼 부풀어오르는 나의 이름이여

屈辱

 

 

閑島

 

바다는 水綠色

인생은 初綠之五月

내 다음 閑島

 

絶壁에 서서

海原千里 가고픈 마음

되돌아오는 물결

 

水泡와 같은 裟婆航路

旅客船 뜨고

멀리 여인의 웃음소리

 

보라색 손수건이

季節風 船頭

맑은 사랑처럼 파다긴다

 

바다는 水綠色

내 마음 海原千里

...

初綠之閑島

 

 

지나는 길에

 

외로운 당신 방에서 쉬었다 갑니다

 

오늘은 무더운

여름 밤

 

세상이 어떻게 되었든지

당신의 빈 자리에서 잠시 쉬었다 갑니다

 

어차피 가는

여정

총총한 별밭

 

당신의 입술이 이슬에 젖어

어데선지 이슬처럼 돌아 올 무렵

 

자취 없이

외로운 자리에서 당신 없이 나 돌아갑니다

 

눈을 감으면

그때까지 하얀 자리

 

인생에 정을 주고 거두지 않은채

나 돌아가는

나의 여정

 

당신의 향기를 남긴채

당신이 빈 방에서 잠시 쉬었다 갑니다

 

김 수영 대표시모음

 

33-2.<달나라의 장난>

팽이가 돈다
어린아이이고 어른이고 살아가는 것이 신기로워
물끄러미 보고 있기를 좋아하는 나의 너무 큰 눈 앞에서
아이가 팽이를 돌린다
살림을 사는 아이들도 아름다웁듯이
노는 아이도 아름다워 보인다고 생각하면서
손님으로 온 나는 이 집 주인과의 이야기도 잊어버리고
또 한 번 팽이를 돌려 주었으면 하고 원하는 것이다.
도회(都會) 안에서 쫓겨다니는 듯이 사는
나의 일이며
어느 소설(小說)보다도 신기로운 나의 생활(生活)이며
모두 다 내던지고
점잖이 앉은 나의 나이와 나이가 준 나의 무게를 생각하면서
정말 속임 없는 눈으로
지금 팽이가 도는 것을 본다
그러면 팽이가 까맣게 변하여 서서 있는 것이다
누구 집을 가 보아도 나 사는 곳보다는 여유(餘裕)가 있고
바쁘지도 않으니
마치 별세계(別世界)같이 보인다
팽이가 돈다
팽이가 돈다
팽이 밑바닥에 끈을 돌려 매이니 이상하고
손가락 사이에 끈을 한끝 잡고 방바닥에 내어던지니
소리없이 회색빛으로 도는 것이
오래 보지 못한 달나라의 장난 같다
팽이가 돈다
팽이가 돌면서 나를 울린다
제트기() 벽화(壁畵) 밑의 나보다 더 뚱뚱한 주인 앞에서
나는 결코 울어야 할 사람은 아니며
영원히 나 자신을 고쳐가야 할 운명(運命)
사명(使命)에 놓여 있는 이 밤에
나는 한사코 방심(放心)조차 하여서는 아니 될 터인데
팽이는 나를 비웃는 듯이 돌고 있다
비행기 프로펠러보다는 팽이가 기억(記憶)이 멀고
강한 것보다는 약한 것이 더 많은 나의 착한 마음이기에
팽이는 지금 수천 년 전의 성인(聖人)과 같이
내 앞에서 돈다
생각하면 서러운 것인데
너도 나도 스스로 도는 힘을 위하여
공통된 그 무엇을 위하여 울어서는 아니 된다는 듯이
서서 돌고 있는 것인가
팽이가 돈다
팽이가 돈다

33-3.<>

눈은 살아 있다.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마당 위에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눈 위에 대고 기침을 하자.
눈더러 보라고 마음 놓고 마음 놓고
기침을 하자.
눈은 살아 있다.
죽음을 잊어버린 영혼과 육체를 위하여
눈은 새벽이 지나도록 살아 있다.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눈을 바라보며
밤새도록 고인 가슴의 가래라도
마음껏 뱉자.

33-4.병풍(屛風)-

병풍은 무엇에서부터라도 나를 끊어준다.
등지고 있는 얼굴이여
주검에 취()한 사람처럼 멋없이 서서
병풍은 무엇을 향()하여서도 무관심(無關心)하다.
주검의 전면(全面) 같은 너의 얼굴 위에
()이 있고 낙일(落日)이 있다.
무엇보다도 먼저 끊어야 할 것이 설움이라고 하면서
병풍은 허위(虛僞)의 높이보다도 더 높은 곳에
비폭(飛瀑)을 놓고 유도(幽島)를 점지한다.
가장 어려운 곳에 놓여 있는 병풍은
내 앞에 서서 주검을 가지고 주검을 막고 있다.
나는 병풍을 바라보고
달은 나의 등 뒤에서 병풍의 주인
육칠옹해사(六七翁海士)의 인장(印章)을 비추어주는 것이었다.

33-5.사령(死靈)-

…… 활자(活字)는 반짝거리면서 하늘 아래에서
간간이
자유를 말하는데
나의 영()은 죽어 있는 것이 아니냐.
벗이여
그대의 말을 고개 숙이고 듣는 것이
그대는 마음에 들지 않겠지
마음에 들지 않어라.
모두 다 마음에 들지 않어라.
이 황혼(黃昏)도 저 돌벽 아래 잡초(雜草)
담장의 푸른 페인트 빛도
저 고요함도 이 고요함도.
그대의 정의도 우리들의 섬세(纖細)
행동(行動)이 죽음에서 나오는
이 욕된 교외(郊外)에서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마음에 들지 않어라.
그대는 반짝거리면서 하늘 아래에서
간간이
자유를 말하는데
우스워라 나의 영은 죽어 있는 것이 아니냐.

 

33-6-폭포(瀑布)-

폭포는 곧은 절벽을 무서운 기색도 없이 떨어진다.
규정할 수 없는 물결이
무엇을 향하여 떨어진다는 의미도 없이
계절과 주야를 가리지 않고,
고매한 정신처럼 쉴 사이 없이 떨어진다.
금잔화도 인가도 보이지 않는 밤이 되면
폭포는 곧은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곧은 소리는 소리이다.
곧은 소리는 곧은
소리를 부른다.
번개와 같이 떨어지는 물방울은
취할 순간조차 마음에 주지 않고
나타(懶楕)와 안정을 뒤집어 놓은 듯이
높이도 폭도 없이
떨어진다.

33-7<푸른 하늘을>

푸른 하늘을 제압(制壓)하는
노고지리가 자유로웠다고
부러워하던
어느 시인의 말은 수정(修正)되어야 한다.
자유를 위해서
비상(飛翔)하여 본 일이 있는
사람이면 알지.
노고지리가 무엇을 보고
노래하는가를
어째서 자유에는
피의 냄새가 섞여 있는가를
혁명(革命)
왜 고독한 것인가를.
혁명은
왜 고독해야 하는 것인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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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도 시모음

 

빈 집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엄마 걱정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어두워

금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질투는 나의 힘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바람은 그대 쪽으로

 

어둠에 가려 나는 더 이상 나뭇가지를 흔들지 못한다. 단 하나의 영혼(

)을 준비하고 발소리를 죽이며 나는 그대 창문(窓門)으로 다가간다. 가축

들의 순한 눈빛이 만들어내는 희미한 길 위에는 가지를 막 떠나는 긴장한

이파리들이 공중 빈 곳을 찾고 있다. 외롭다. 그대, 내 낮은 기침소리가 그

대 단편(短篇)의 잠속에서 끼어들 때면 창틀에 조그만 램프를 켜다오. 내 그

리움의 거리는 너무 멀고 침묵(沈默)은 언제나 이리저리 나를 끌고 다닌다.

그대는 아주 늦게 창문을 열어야 한다. 불빛은 너무 약해 벌판을 잡을 수 없

, 갸우뚱 고개 젓는 그대 한숨 속으로 언제든 나는 들어가고 싶었다.

, 그대는 곧 입김을 불어 한 잎의 불을 끄리라. 나는 소리없이 가장 작은

나뭇가지를 꺾는다. 그 나뭇가지 뒤에 몸을 숨기고 나는 내가 끝끝내 갈 수

없는 생()의 벽지(僻地)를 조용히 바라본다. 그대, 저 고단한 등피(燈皮)

다 닦아내는 박명(簿明)의 시간, 흐려지는 어둠 속에서 몇 개의 움직임이 그

치고 지친 바람이 짧은 휴식을 끝마칠 때까지.

 

 

 

봄날은 간다

 

햇빛은 분가루처럼 흩날리고

쉽사리 키가 변하는 그림자들은

한 장 열풍(熱風)에 말려 둥글게 휘어지는구나

아무 때나 손을 흔드는

미루나무 얕은 그늘 속을 첨벙이며

2시반 시외버스도 떠난 지 오래인데

아까부터 서울집 툇마루에 앉은 여자

외상값처럼 밀려드는 대낮

신작로 위에는 흙먼지, 더러운 비닐들

빈 들판에 꽂혀 있는 저 희미한 연기들은

어느 쓸쓸한 풀잎의 자손들일까

밤마다 숱한 나무젓가락들은 두 쪽으로 갈라지고

사내들은 화투패마냥 모여들어 또 그렇게

어디론가 뿔뿔이 흩어져간다

여자가 속옷을 헹구는 시냇가엔

하룻밤새 없어져버린 풀꽃들

다시 흘러들어온 것들의 인사(人事)

흐린 알전구 아래 엉망으로 취한 군인은

몇 해 전 누이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고, 여자는

자신의 생을 계산하지 못한다.

몇 번인가 아이를 지울 때 그랬듯이

습관적으로 주르르 눈물을 흘릴 뿐

끌어안은 무릎 사이에서

추억은 내용물 없이 떠오르고

소읍(小邑)은 무서우리만치 고요하다, 누구일까

세숫대야 속에 삶은 달걀처럼 잠긴 얼굴은

봄날이 가면 그뿐

숙취(宿醉)는 몇 장 지전(紙錢)속에서 구겨지는데

몇 개의 언덕을 넘어야 저 흙먼지들은

굳은 땅 속으로 하나둘 섞여들는지

 

 

 

먼지투성이의 푸른 종이

 

나에게는 낡은 악기가 하나 있다. 여섯 개의 줄이 모두 끊어져

나는 오래 전부터 그 기타를 사용하지 않는다. '한때 나의 슬픔과

격정들을 오선지 위로 데리고 가 부드러운 음자리로 배열해주던'

알 수 없는 일이 있다. 가끔씩 텅 빈 방에 홀로 있을 때 그 기타

에서 아름다운 소리가 난다. 나는 경악한다. 그러나 나의 감각들은

힘센 기억들을 품고 있다. 기타 소리가 멎으면 더듬더듬 나는 양초를

찾는다. 그렇다. 나에게는 낡은 악기가 하나 있는 것이다.

그렇다. 나는 가끔씩 어둡고 텅 빈 희망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그 이상한 연주를 들으면서 어떨 때는 내 몸의 전부가 어둠 속에서

가볍게 튕겨지는 때도 있다.

먼지투성이의 푸른 종이는 푸른색이다.

어떤 먼지도 그것의 색깔을 바꾸지 못한다.

 

 

 

입 속의 검은 잎 

 

택시 운전사는 어두운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이따금 고함을 친다, 그때마다 새들이 날아간다

이곳은 처음 지나는 벌판과 황혼,

나는 한번도 만난 적 없는 그를 생각한다

 

그 일이 터졌을 때 나는 먼 지방에 있었다

먼지의 방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문을 열면 벌판에는 안개가 자욱했다

그 해 여름 땅바닥은 책과 검은 잎들을 질질 끌고다녔다

접힌 옷가지를 펼칠 때마다 흰 연기가 튀어나왔다

침묵은 하인에게 어울린다고 그는 썼다

나는 그의 얼굴을 한 번 본 적이 있다

신문에서였는데 고개를 조금 숙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일이 터졌다, 얼마 후 그가 죽었다

 

그의 장례식은 거센 비바람으로 온통 번들거렸다

죽은 그를 실은 차는 참을 수 없이 느릿느릿 나아갔다

사람들은 장례식 행렬에 악착같이 매달렸고

백색의 차량 가득 검은 잎들은 나부꼈다

나의 혀는 천천히 굳어갔다, 그의 어린 아들은

잎들의 포위를 견디다 못해 울음을 터뜨렸다

그 해 여름 많은 사람들이 무더기로 없어졌고

놀란 자의 침묵 앞에 불쑥불쑥 나타났다

망자의 혀가 거리에 흘러넘쳤다

 

택시운전사는 이따금 뒤를 돌아다본다

나는 저 운전사를 믿지 못한다, 공포에 질려

나는 더듬거린다, 그는 죽은 사람이다

그 때문에 얼마나 많은 장례식들이 숨죽여야 했던가

그렇다면 그는 누구인가, 내가 가는 곳은 어디인가

나는 더 이상 대답하지 않으면 안 된다, 어디서

그 일이 터질지 아무도 모른다, 어디든지

가까운 지방으로 나는 가야 하는 것이다

이곳은 처음 지나는 벌판과 황혼,

그 입 속에 악착 같이 매달린 검은 잎이 나는 두렵다.

 

 

 

소리의 뼈

 

김교수님이 새로운 학설을 발표했다

소리에도 뼈가 있다는 것이다

모두 그 말을 웃어넘겼다, 몇몇 학자들은

잠시 즐거운 시간을 제공한 김교수의 유머에 감사했다

학장의 강력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교수님은 일 학기 강의를 개설했다

호기심 많은 학생들이 장난삼이 신청했다

한 학기 내내 그는

모든 수업 시간마다 침묵하는

무서운 고집을 보여주었다

참지 못한 학생들이, 소리의 뼈란 무엇일까

각자 일가견을 피력했다

이군은 그것이 침묵일 거라고 말했다.

박군은 그것을 숨은 의미라 보았다

또 누군가는 그것의 개념은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모든 고정관념에 대한 비판에 접근하기 위하여 채택된

방법론적 비유라는 것이었다

그의 견해는 너무 난해하여 곧 묵살되었다

그러나 어쨌든

그 다음 학기부터 우리들의 귀는

모든 소리를 훨씬 더 잘 듣게 되었다.

 

 

 

가는 비 온다

 

간판들이 조금씩 젖는다

나는 어디론가 가기 위해 걷고 있는 것이 아니다

둥글고 넓은 가로수 잎들은 떨어지고

이런 날 동네에서는 한 소년이 죽기도 한다.

저 식물들에게 내가 그러나 해줄 수 있는 일은 없다

언젠가 이곳에 인질극이 있었다

범인은 휴일이라는 노래를 틀고 큰 소리로 따라 부르며

자신의 목을 긴 유리조각으로 그었다

지금은 한 여자가 그 집에 산다

그 여자는 대단히 고집 센 거위를 기른다

가는 비는 사람들의 바지를 조금 적실 뿐이다

그렇다면 죽은 사람의 음성은 이제 누구의 것일까

이 상점은 어쩌다 간판을 바꾸었을까

도무지 쓸데없는 것들에 관심이 많다고

우산을 쓴 친구들은 나에게 지적한다

이 거리 끝에는 커다란 전당포가 있다, 주인의 얼굴은

아무도 모른다, 사람들은 시간을 빌리러 뒤뚱뒤뚱 그곳에 간다

이를테면 빗방울과 장난을 치는 저 거위는

식탁에 오를 나날 따위엔 관심이 없다

나는 안다, 가는 비는 사람을 선택하지 않으며

누구도 죽음에게 쉽사리 자수하지 않는다

그러나 어쩌랴, 하나뿐인 입들을 막아 버리는

가는 비오는 날, 사람들은 모두 젖은 길을 걸어야 한다

 

 

 

가수는 입을 다무네

 

걸어가면서도 나는 기억할 수 있네

그때 나의 노래 죄다 비극이었으나

단순한 여자들은 나를 둘러쌌네

행복한 난투극들은 모두 어디로 갔나

어리석었던 청춘을, 나는 욕하지 않으리

 

흰 김이 피어 오르는 골목에 떠밀려

그는 갑자기 가랑비와 인파 속에 뒤섞인다

그러나 그는 다른 사람들과 전혀 구별되지 않는다

모든 세월이 떠돌이를 법으로 몰아냈으니

너무 많은 거리가 내 마음을 운반했구나

그는 천천히 얇고 검은 입술을 다문다

가랑비는 조금씩 그의 머리카락을 적신다

한마디로 입구 없는 삶이었지만

모든 것을 취소하고 싶었던 시절도 아득했다

나를 괴롭힐 장면이 아직도 남아 있을까

모퉁이에서 그는 외투 깃을 만지작거린다

누군가 나의 고백을 들어주었으면 좋으련만

그가 누구든 엄청난 추억을 나는 지불하리라

그는 걸음을 멈춘다, 어느새 다 젖었다

 

언제부턴가 내 얼굴은 까닭없이 눈을 찌푸리고

내 마음은 고통에게서 조용히 버림받았으니

여보게, 삶은 떠돌이들을 한 군데 쓸어 담지 않는다, 그는

무슨 영화의 주제가처럼 가족도 없이 흘러온 것이다

그의 입술은 마른 가랑잎, 모든 깨달음은 뒤늦은 것이니

따라가 보면 축축한 등 뒤로 이런 웅얼거림도 들린다

 

어떠한 날씨도 이 거리를 바꾸지 못하리

검은 외투를 입은 중년 사내 혼자

가랑비와 인파 속을 걷고 있네

너무 먼 거리여서 표정은 알 수 없으나

강조된 것은 사내도 가랑비도 아니었네

 

 


 

 

어둑어둑한 여름날 아침 낡은 창문 틈새로 빗방울이 들이친다. 어두운 방 한복판에서 김()은 짐을 싸고 있다. 그의 트렁크가 가장 먼저 접수한 것은 김의 넋이다. 창문 밖에는 엿보는 자 없다. 마침내 전날 김은 직장과 헤어졌다. 잠시 동안 김은 무표정하게 침대를 바라본다.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침대는 말이 없다. 비로소 나는 풀려나간다, 김은 자신에게 속삭인다, 마침내 세상의 중심이 되었다.

 

나를 끌고 다녔던 몇 개의 길을 나는 영원히 추방한다. 내 생의 주도권은 이제 마음에서 육체로 넘어갔으니 지금부터 나는 길고도 오랜 여행을 떠날 것이다. 내가 지나치는 거리마다 낯선 기쁨과 전율은 가득 차리니 어떠한 권태도 더 이상 내 혀를 지배하면 안 된다.

 

모든 의심을 짐을 꾸리면서 김은 거둔다. 어둑어둑한 여름 날 아침 창문 밖으로 보이는 젖은 길은 침대처럼 고요하다. 마침내 낭하가 텅텅 울리면서 문이 열린다. 잠시 동안 김은 무표정하게 거리를 바라본다. 김은 천천히 손잡이를 놓는다. 마침내 희망과 걸음이 동시에 떨어진다. 그 순간, 쇠뭉치 같은 트렁크가 김을 쓰러뜨린다. 그곳에서 계집아이 같은 가늘은 울음 소리가 터진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다. 빗방울은 은퇴한 노인의 백발 위로 들이친다.

 

 


그 집 앞

 

그날 마구 비틀거리는 겨울이었네

그때 우리는 섞여 있었네

모든 것이 나의 잘못이었지만

너무도 가까운 거리가 나를 안심시켰네

나 그 술집 잊으려네

기억이 오면 도망치려네

사내들은 있는 힘 다해 취했네

나의 눈빛 지푸라기처럼 쏟아졌네

어떤 고함 소리도 내 마음 치지 못했네

이 세상에 같은 사람은 없네

모든 추억은 쉴 곳을 잃었네

나 그 술집에서 흐느꼈네

그날 마구 취한 겨울이었네

그때 우리는 섞여 있었네

사내들은 남은 힘 붙들고 비틀거렸네

나 못생긴 입술 가졌네

모든 것이 나의 잘못이었지만

벗어 둔 외투 곁에서 나 흐느꼈네

어떤 조롱도 무거운 마음 일으키지 못했네

나 그 술집 잊으려네

이 세상에 같은 사람은 없네

그토록 좁은 곳에서 나 내 사랑 잃었네

 

 

 

기억할 만한 지나침


그리고 나는 우연히 그곳을 지나게 되었다

눈은 퍼부었고 거리는 캄캄했다

움직이지 못하는 건물들은 눈을 뒤집어쓰고

희고 거대한 서류뭉치로 변해갔다

무슨 관공서였는데 희미한 불빛이 새어나왔다

유리창 너머 한 사내가 보였다

그 춥고 큰 방에서 서기(書記)는 혼자 울고 있었다!

눈은 퍼부었고 내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

침묵을 달아나지 못하게 하느라 나는 거의 고통스러웠다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중지시킬 수 없었다

나는 그가 울음을 그칠 때까지 창 밖에서 떠나지 못했다

 

그리고 나는 우연히 지금 그를 떠올리게 되었다

밤은 깊고 텅 빈 사무실 창 밖으로 눈이 퍼붓는다

나는 그 사내를 어리석은 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길 위에서 중얼거리다 

 

그는 어디로 갔을까

너희 흘러가 버린 기쁨이여

한때 내 육체를 사용했던 이별들이여

찾지 말라, 나는 곧 무너질 것들만 그리워했다

이제 해가 지고 길 위의 기억은 흐려졌으니

공중엔 희고 둥그런 자국만 뚜렷하다

물들은 소리 없이 흐르다 굳고

어디선가 굶주린 구름들은 몰려왔다

나무들은 그리고 황폐한 내부를 숨기기 위해

크고 넓은 이파리들을 가득 피워냈다

나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돌아갈 수조차 없이

이제는 너무 멀리 떠내려온 이 길

구름들은 길을 터주지 않으면 곧 사라진다

눈을 감아도 보인다

 

어둠 속에서 중얼거린다

나를 찾지 말라무책임한 탄식들이여

길 위에서 일생을 그르치고 있는 희망이여

 

 

 

늙은 사람

 

그는 쉽게 들켜 버린다

무슨 딱딱한 덩어리처럼

달아날 수 없는,

공원 등나무 그늘 속에 웅크린

 

그는 앉아 있다

최소한의 움직임만을 허용하는 자세로

나의 얼굴, 벌어진 어깨, 탄탄한 근육을 조용히 핥는

그의 탐욕스런 눈빛

 

나는 혐오한다, 그의 짧은 바지와

침이 흘러 내리는 입과

그것을 눈치채지 못하는

허옇게 센 그의 정신과

 

내가 아직 한 번도 가본 적 없다는 이유 하나로

나는 그의 세계에 침을 뱉고

그가 이미 추방되어 버린 곳이라는 이유 하나로

나는 나의 세계를 보호하며

단 한 걸음도

그의 틈입을 용서할 수 없다

 

갑자기 나는 그를 쳐다본다, 같은 순간 그는 간신히

등나무 아래로 시선을 떨어뜨린다

손으로는 쉴새없이 단장을 만지작거리며

여전히 입을 벌린 채

무엇인가 할 말이 있다는 듯이, 그의 육체 속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그 무엇이 거추장스럽다는 듯이

 

 

 

대학 시절

 

나무의자 밑에는 버려진 책들이 가득하였다

은백양의 숲은 깊고 아름다왔지만

그곳에서는 나뭇잎조차 무기로 사용되었다

그 아름다운 숲에 이르면 청년들은 각오한 듯

눈을 감고 지나갔다, 돌층계 위에서

나는 플라톤을 읽었다, 그때마다 총성이 울렸다

목련철이 오면 친구들은 감옥과 군대로 흩어졌고

시를 쓰던 후배는 자신이 기관원이라고 털어 놓았다

존경하는 교수가 있었으나 그분은 원체 말이 없었다

몇 번의 겨울이 지나자 나는 외토리가 되었다

그리고 졸업이었다, 대학을 떠나기가 두려웠다

 

 

 

물 속의 사막

 

밤 세 시, 길 밖에서 모두 흘러간다 나는 금지된다

장마비 빈 빌딩에 퍼붓는다

물 위를 읽을 수 없는 문장들이 지나가고

나는 더 이상 인기척을 내지 않는다

 

유리창, 푸른 옥수수잎 흘러 내린다

무정한 옥수수나무나는 천천히 발음해 본다

석탄가루를 뒤집어 쓴 흰 개는

그 해 장마통에 집을 버렸다

 

비닐집, 비에 잠겼던 흙탕마다

잎들은 각오한 듯 무성했지만

의심이 많은 자의 침묵은 아무것도 통과하지 못한다

밤 도시의 환한 빌딩은 차디 차다

 

장마비, 아버지 얼굴 떠내려 오신다

유리창에 잠시 붙어 입을 벌린다

나는 헛것을 살았다, 살아서 헛것이었다

우수수 아버지 지워진다, 빗줄기와 몸을 바꾼다

 

아버지, 비에 묻는다 내 단단한 각오들은 어디로 갔을까?

번들거리는 검은 유리창, 와이셔츠 흰 빛은 터진다

미친 듯이 소리친다, 빌딩 속은 악몽조차 젖지 못한다

물들은 집을 버렸다! 내 눈속에는 물들이 살지 않는다

 

 

 

바람의 집

 

내 유년 시절 바람이 문풍지를 더듬던 동지의 밤이면 어머니는 내 머리를 당신 무릎에 뉘고 무딘 칼끝으로 시퍼런 무우를 깎아주시곤 하였다. 어머니 무서워요 저 울음소리, 어머니조차 무서워요. 얘야, 그것은 네 속에서 울리는 소리란다. 네가 크면 너는 이 겨울을 그리워하기 위해 더 큰 소리로 울어야 한다. 자정 지나 앞마당에 은빛 금속처럼 서리가 깔릴 때까지 어머니는 마른 손으로 종잇장 같은 내 배를 자꾸만 쓸어 내렸다. 처마 밑 시래기 한줌 부스러짐으로 천천히 등을 돌리던 바람의 한숨. 사위어 가는 호롱불 주위로 방 안 가득 풀풀 수십 장 입김이 날리던 밤, 그 작은 소년과 어머니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할까?

 

 

 

숲으로 된 성벽

 

저녁 노을이 지면

()들의 상점(商店)엔 하나 둘 불이 켜지고

농부들은 작은 당나귀들과 함께

() 안으로 사라지는 것이었다

성벽은 울창한 숲으로 된 것이어서

누구나 사원(寺院)을 통과하는 구름 혹은

조용한 공기들이 되지 않으면

한 걸음도 들어갈 수 없는 아름답고

신비로운 그 성()

 

어느 골동품 상인(商人)이 그 숲을 찾아와

몇 개 큰 나무들을 잘라내고 들어갔다

그곳에는아무것도 없었다, 그가 본 것은

쓰러진 나무들뿐, 잠시 후

그는 그 공터를 떠났다

 

농부들은 아직도 그 평화로운 성()에 살고 있다

물론 그 작은 당나귀들 역시

 

 

 

식목제 (植木祭)

 

어느 날 불현듯

물 묻은 저녁 세상에 낮게 엎드려

물끄러미 팔을 뻗어 너를 가늠할 때

너는 어느 시간의 흙속에

아득히 묻혀 있느냐

축축한 안개 속에서 어둠은

망가진 소리 하나하나 다듬으며

이 땅 위로 무수한 이파리를 길어 올린다

낯선 사람들, 괭이 소리 삽소리

단단히 묻어 두고 떠난 벌판

어디쯤일까 내가 연기처럼 더듬더듬 피어 올랐던

이제는 침묵의 목책 속에 갇힌 먼 땅

다시 돌아갈 수 없으니, 흘러간다

어디로 흘러가느냐, 마음 한 자락 어느 곳 걸어 두는 법 없이

희망을 포기하려면 죽음을 각오해야 하리, 흘러간다 어느 곳이든 기척 없이

자리를 바꾸던 늙은 구름의 말을 배우며

나는 없어질 듯 없어질 듯 생() 속에 섞여 들었네

이따금 나만을 향해 다가오는 고통이 즐거웠지만

슬픔 또한 정말 경미한 것이었다

한때의 헛된 집착으로도 솟는 맑은 눈물을 다스리며

, 어느 개인 날 낯선 동네에 작은 꽃들이 피면 축복하며 지나가고

어느 궂은 날은 죽은 꽃 위에 잠시 머물다 흘러갔으므로

나는 일찍이 어느 곳에 나를 묻어 두고

이다지 어지러운 이파리로만 날고 있는가

돌아보면 힘없는 추억들만을

이곳저곳 숨죽여 세워 두었네

흘러간다, 모든 마지막 문들은 벌판을 향해 열리는데

, 가랑잎 한 장 뒤집히는 소리에도

세상은 저리 쉽게 떠내려간다

보느냐, 마주보이는 시간은 미루나무 무수히 곧게 서 있듯

멀수록 무서운 얼굴들이다, 그러나

희망도 절망도 같은 줄기가 틔우는 작은 이파리일 뿐, 그리하여 나는

살아가리라 어디 있느냐

식목제(植木祭)의 캄캄한 밤이여, 바람 속에 견고한 불의 입상(立像)이 되어

싱싱한 줄기로 솟아오를 거냐, 어느 날이냐 곧 이어 소스라치며

내 유년의 떨리던, 짧은 넋이여

 

 

 

안 개

 

  1

 

 아침 저녁으로 샛강에 자욱이 안개가 낀다.

 

  2

 

이 읍에 처음 와 본 사람은 누구나

거대한 안개의 강을 거쳐야 한다.

앞서간 일행들이 천천히 지워질 때까지

쓸쓸한 가축들처럼 그들은

그 긴 방죽 위에 서 있어야 한다.

문득 저 홀로 안개의 빈 구멍 속에

갇혀 있음을 느끼고 경악할 때까지.

 

어떤 날은 두꺼운 공중의 종잇장 위에

노랗고 딱딱한 태양이 걸릴 때까지

안개의 군단(軍團)은 샛강에서 한 발자국도 이동하지 않는다.

출근길에 늦은 여공들은 깔깔거리며 지나가고

긴 어둠에서 풀려나는 검고 무뚝뚝한 나무들 사이로

아이들은 느릿느릿 새어 나오는 것이다

 

안개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처음 얼마 동안

보행의 경계심을 늦추는 법이 없지만, 곧 남들처럼

안개 속을 이리저리 뚫고 다닌다. 습관이란

참으로 편리한 것이다. 쉽게 안개와 식구가 되고

멀리 송전탑이 희미한 동체를 드러낼 때까지

그들은 미친 듯이 흘러 다닌다.

 

가끔씩 안개가 끼지 않는 날이면

방죽 위로 걸어가는 얼굴들은 모두 낯설다. 서로를 경계하며

바쁘게 지나가고, 맑고 쓸쓸한 아침들은 그러나

아주 드물다. 이곳은 안개의 성역(聖域)이기 때문이다.

 

날이 어두워지면 안개는 샛강 위에

한 겹씩 그의 빠른 옷을 벗어 놓는다. 순식간에 공기는

희고 딱딱한 액체로 가득찬다. 그 속으로

식물들, 공장들이 빨려 들어가고

서너 걸음 앞선 한 사내의 반쪽이 안개에 잘린다.

 

 가지 사소한 사건도 있었다.

한밤중에 여직공 하나가 겁탈당했다.겁탈당하다

기숙사와 가까운 곳이었으나 그녀의 입이 막히자

그것으로 끝이었다. 지난 겨울엔

방죽 위에서 취객(醉客) 하나가 얼어 죽었다.

바로 곁을 지난 삼륜차는 그것이

쓰레기더미인 줄 알았다고 했다. 그러나 그것은

개인적인 불행일 뿐, 안개의 탓은 아니다.

 

안개가 걷히고 정오 가까이

공장의 검은 굴뚝들은 일제히 하늘을 향해

젖은 총신(銃身)을 겨눈다. 상처입은 몇몇 사내들은

험악한 욕설을 해대며 이 폐수의 고장을 떠나갔지만

재빨리 사람들의 기억에서 밀려났다. 그 누구도

다시 읍으로 돌아온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

 

  3

 

아침 저녁으로 샛강에 자욱이 안개가 낀다.

안개는 그 읍의 명물이다.

누구나 조금씩은 안개의 주식을 갖고 있다.

여공들의 얼굴은 희고 아름다우며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라 모두들 공장으로 간다.

 

 


어느 푸른 저녁  

  1

 

그런 날이면 언제나

이상하기도 하지, 나는

어느새 처음 보는 푸른 저녁을 걷고

있는 것이다, 검고 마른 나무들

아래로 제각기 다른 얼굴들을 한

사람들은 무엇엔가 열중하며

걸어오고 있는 것이다, 혹은 좁은 낭하를 지나

이상하기도 하지, 가벼운 구름들같이

서로를 통과해 가는

 

나는 그것을 예감이라 부른다, 모든 움직임은 홀연히 정지

하고, 거리는 일순간 정적에 휩싸이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거대한 숨구멍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그런 때를 조심해야 한다, 진공 속에서 진자는

,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검은 외투를 입은 그 사람들은 다시 저 아래로

태연히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 조금씩 흔들리는

것은 무방하지 않은가

나는 그것을 본다

 

모랫더미 위에 몇몇 사내가 앉아 있다, 한 사내가

조심스럽게 얼굴을 쓰다듬어 본다

공기는 푸른 유리병, 그러나

어둠이 내리면 곧 투명해질 것이다, 대기는

그 속에 둥글고 빈 통로를 얼마나 무수히 감추고 있는가!

누군가 천천히 속삭인다, 여보게

우리의 생활이란 얼마나 보잘 것 없는 것인가

세상은 얼마나 많은 법칙들을 숨기고 있는가

나는 그를 향해 고개를 돌린다, 그러나 느낌은 구체적으로

언제나 뒤늦게 온다, 아무리 빠른 예감이라도

이미 늦은 것이다 이미

그곳에는 아무도 없다

 

  2

 

가장 짧은 침묵 속에서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 결정들을 한꺼번에 내리는 것일까

나는 까닭 없이 갸우뚱해본다

둥글게 무릎을 기운 차가운 나무들, 혹은

곧 유리창을 쏟아버릴 것 같은 검은 건물들 사이를 지나

낮은 소리들을 주고 받으며

사람들은 걸어오는 것이다

몇몇은 딱딱해 보이는 모자를 썼다

이상하기도 하지, 가벼운 구름들같이

서로를 통과해 가는

나는 그것을 습관이라 부른다, 또다시 모든 움직임은 홀연히 정지

하고, 거리는 일순간 정적에 휩싸이는 것이다, 그러나

안심하라, 감각이여!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검은 외투를 입은 그 사람들은 다시 저 아래로

태연히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

어느 투명한 저녁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모든 신비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하여

 

 

 

여행자 

 

그는 말을 듣지 않는 자신의 육체를 침대 위에 집어 던진다

그의 마음 속에 가득찬, 오래 된 잡동사니들이 일제히 절그럭거린다

이 목소리는 누구의 것인가, 무슨 이야기부터 해야 할 것인가

나는 이곳까지 열심히 걸어왔었다, 시무룩한 낯짝을 보인 적도 없다

오오, 나는 알 수 없다, 이곳 사람들은 도대체 무엇을 보고 내 정체를 눈치챘을까

그는 탄식한다, 그는 완전히 다르게 살고 싶었다, 나에게도 그만한 권리는 있지 않는가

모퉁이에서 마주친 노파, 술집에서 만난 고양이까지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중얼거린다, 무엇이 그를 이곳까지 질질 끌고 왔는지, 그는 더 이상 기억도 못한다

그럴 수도 있다, 그는 낡아빠진 구두에 쑤셔박힌, 길쭉하고 가늘은

자신의 다리를 바라보고 동물처럼 울부짖는다, 그렇다면 도대체 또 어디로 간단 말인가!

 

 

 

오래된 서적

 

내가 살아온 것은 거의

기적적이었다

오랫동안 나는 곰팡이 피어

나는 어둡고 축축한 세계에서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는 질서

 

속에서, 텅 빈 희망 속에서

어찌 스스로의 일생을 예언할 수 있겠는가

다른 사람들은 분주히

몇몇 안 되는 내용을 가지고 서로의 기능을

넘겨보며 서표(書標)를 꽂기도 한다

또 어떤 이는 너무 쉽게 살았다고

말한다, 좀더 두꺼운 추억이 필요하다는

 

사실, 완전을 위해서라면 두께가

문제겠는가? 나는 여러 번 장소를 옮기며 살았지만

죽음은 생각도 못했다, 나의 경력은

출생뿐이었으므로, 왜냐하면

두려움이 나의 속성이며

미래가 나의 과거이므로

나는 존재하는 것, 그러므로

용기란 얼마나 무책임한 것인가, 보라

 

나를

한번이라도 본 사람은 모두

나를 떠나갔다, 나의 영혼은

검은 페이지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누가 나를

펼쳐 볼 것이가, 하지만 그 경우

그들은 거짓을 논할 자격이 없다

거짓과 참됨은 모두 하나의 목적을

꿈꾸어야 한다,

한 줄일 수도 있다

 

나는 기적을 믿지 않는다

 

 


위험한 가계(家系) 1969

 

  1

 

그 해 늦봄 아버지는 유리병 속에서 알약이 쏟아지듯 힘없이 쓰러지셨다. 여름 내내 그는 죽만 먹었다. 올해엔 김장을 조금 덜 해도 되겠구나. 어머니는 남폿불 아래에서 수건을 쓰시면서 말했다. 이젠 그 얘긴 그만하세요 어머니. 쌓아 둔 이불에 등을 기댄 채 큰누이가 소리질렀다. 그런데 올해에는 무우들마다 웬 바람이 이렇게 많이 들었을까. 나는 공책을 덮고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어머니, 잠바 하나 사주세요. 스펀지마다 숭숭 구멍이 났어요. 그래도 올 겨울은 넘길 수 있을 게다. 봄이 오면 아버지도 나으실 거구. 풍병(風病)에 좋다는 약은 다 써보았잖아요. 마늘을 까던 작은누이가 눈을 비비며 중얼거렸지만 어머니는 잠자코 이마 위로 흘러내리는 수건을 가만히 고쳐매셨다.

 

  2

 

아버지. 그건 우리 닭도 아닌데 왜 그렇게 정성껏 돌보세요. 나는 사료를 한줌 집어 던지면서 가지를 먹어 시퍼래진 입술로 투정을 부렸다. 농장의 목책을 훌쩍 뛰어 넘으며 아버지는 말했다. 네게 모이를 주기 위해서야. 양계장 너머 뜬, 달걀 노른자처럼 노랗게 곪은 달이 아버지의 길게 늘어진 그림자를 이리저리 흔들 때마다 나는 아버지의 팔목에 매달려 휘 휘 휘파람을 날렸다. 내일은 펌프 가에 꽃 모종을 하자. 무슨 꽃을 보고 싶으냐. 꽃들은 금방 죽어요 아버지. 너도 올 봄엔 벌써 열 살이다. 어머니가 양푼 가득 칼국수를 퍼 담으시며 말했다. 알아요 나도 이젠 병아리가 아니예요. 어머니. 그런데 웬 칼국수에 이렇게 많이 고춧가루를 치셨을까.

 

   3

 

방죽에서 나는 한참을 기다렸다. 가을 밤의 어둠 속에서 큰누이는 냉이꽃처럼 가늘게 휘청거리며 걸어왔다. 이번 달은 공장에서 야근 수당까지 받았어. 초록색 츄리닝 윗도리를 하나 사고 싶은데. 요새 친구들이 많이 입고 출근해. 나는 오징어가 먹고 싶어. 그건 오래 씹을 수 있고 맛도 좋으니까. 집으로 가는 길은 너무 멀었다. 누이의 도시락 가방 속에서 스푼이 자꾸만 음악 소리를 냈다. 츄리닝이 문제겠니. 내년 봄엔 너도 야간고등학교라도 가야 한다. 어머니. 콩나물에 물은 주셨어요? 콩나물보다 너희들이나 빨리 자라야지. 엎드려서 공부하다가 코를 풀면 언제나 검뎅이가 묻어나왔다. 심지를 좀 잘라내. 타버린 심지는 그을음만 나니까. 작은누이가 중얼거렸다. 아버지 좀 보세요. 어떤 약도 듣지 않았잖아요. 아프시기 전에도 아무것도 해논 일이 없구. 어머니가 누이의 뺨을 쳤다. 약값을 줄일 순 없다. 누이가 깎던 감자가 툭 떨어졌다. 실패하시고 나서 아버지는 3년 동안 낚시질만 하셨어요. 그래도 아버지는 너희들을 건졌어. 이웃 농장에 가서 닭도 키우셨다. 땅도 한 뙈기 장만하셨댔었다. 작은누이가 마침내 울음을 터뜨렸다. 죽은 맨드라미처럼 빨간 내복이 스웨터 밖으로 나와 있었다. 그러나 그때 아버지는 채소 씨앗 대신 알약을 뿌리고 계셨던 거예요.

 

  4

 

지나간 날들을 생각해 보면 무엇하겠느냐. 묵은 밭에서 작년에 캐다 만 감자 몇 알 줍는 격이지. 그것도 대개는 썩어 있단다. 아버지는 삽질을 멈추고 채마밭 속에 발목을 묻은 채 짧은 담배를 태셨다. 올해는 무얼 심으시겠어요? 뿌리가 질기고 열매를 먹을 수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지 심을 작정이다. 하늘에는 벌써 티밥 같은 별들이 떴다. 어머니가 그만 씻으시래요. 다음날 무엇을 보여주려고 나팔꽃들은 저렇게 오므라들어 잠을 잘까. 아버지는 흙속에서 천천히 걸어나오셨다. 봐라. 나는 이렇게 쉽게 뽑혀지는구나. 그러나, 아버지. 더 좋은 땅에 당신을 옮겨 심으시려고.

 

 

   5

 

선생님. 가정방문은 가지 마세요. 저희 집은 너무 멀어요. 그래도 너는 반장인데. 집에는 아무도 없고요. 아버지 혼자, 낮에는요. 방과 후 긴 방죽을 따라 걸어오면서 나는 몇 번이나 책가방 속의 월말고사 상장을 생각했다. 둑방에는 패랭이꽃이 무수히 피어 있었다. 모두 다 꽃씨들을 갖고 있다니. 작은 씨앗들이 어떻게 큰 꽃이 될까. 나는 풀밭에 꽂혀서 잠을 잤다. 그날 밤 늦게 작은누이가 돌아왔다. 아버진 좀 어떠시니. 누이의 몸에서 석유 냄새가 났다. 글세, 자전거도 타지 않구 책가방을 든 채 백 장을 돌리겠다는 말이냐? 창문을 열자 어둠 속에서 바람에 불려 몇 그루 미루나무가 거대한 빵처럼 부풀어오르는 게 보였다. 그리고 나는 그날, 상장을 접어 개천에 종이배로 띄운 일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6

 

그 해 겨울은 눈이 많이 내렸다. 아버지, 여전히 말씀도 못 하시고 굳은 혀. 어느 만큼 눈이 녹아야 흐르실는지. 털실뭉치를 감으며 어머니가 말했다. 봄이 오면 아버지도 나으신다. 언제가 봄이에요. 우리가 모두 낫는 날이 봄이에요? 그러나 썰매를 타다보면 빙판 밑으로는 푸른 물이 흐르는 게 보였다. 얼음장 위에서도 종이가 다 탈 때까지 네모반듯한 불들은 꺼지지 않았다. 아주 추운 밤이면 나는 이불 속에서 해바라기 씨앗처럼 동그랗게 잠을 잤다. 어머니 아주 큰 꽃을 보여드릴까요? 열매를 위해서 이파리 몇 개쯤은 스스로 부숴뜨리는 법을 배웠어요. 아버지의 꽃 모종을요. 보세요 어머니. 제일 긴 밤 뒤에 비로소 찾아오는 우리들의 환한 가계(家系). 봐요 용수철처럼 튀어 오르는 저 동지(冬至)의 불빛 불빛 불빛.

 

 

 

장미빛 인생


 문을 열고 사내가 들어온다

모자를 벗자 그의 남루한 외투처럼

희끗희끗한 반백의 머리카락이 드러난다

삐걱이는 나무의자에 자신의 모든 것을 밀어 넣고

그는 건장하고 탐욕스러운 두 손으로

우스꽝스럽게도 작은 컵을 움켜쥔다

단 한번이라도 저 커다란 손으로 그는

그럴 듯한 상대의 목덜미를 쥐어 본 적이 있었을까

사내는 말이 없다, 그는 함부로 자신의 시선을 사용하지 않는 대신

한 곳을 향해 그 어떤 체험들을 착취하고 있다

숱한 사건들의 매듭을 풀기 위해, 얼마나 가혹한 많은 방문객들을

저 시선은 노려보았을까, 여러 차례 거듭되는

의혹과 유혹을 맛본 자들의 그것처럼

그 어떤 육체의 무질서도 단호히 거부하는 어깨

어찌 보면 그 어떤 질투심에 스스로 감격하는 듯한 입술

분명 우두머리를 꿈꾸었을, 머리카락에 가리워진 귀

그러나 누가 감히 저 사내의 책임을 뒤집어쓰랴

사내는 여전히 말이 없다, 비로소 생각났다는 듯이

그는 두툼한 외투 속에서 무엇인가 끄집어낸다

고독의 완강한 저항을 뿌리치며, 어떤 대결도 각오하겠다는 듯이

사내는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얼굴 위를 걸어 다니는 저 표정

삐걱이는 나무의자에 자신의 모든 것을 밀어 넣고

사내는 그것으로 탁자 위를 파내기 시작한다

건장한 덩치를 굽힌 채, 느릿느릿

그러나 허겁지겁, 스스로의 명령에 힘을 넣어가며

 

나는 인생을 증오한다

 

 

 

정거장에서의 충고

 

미안하지만 나는 이제 희망을 노래하련다

마른 나무에서 연거푸 물방울이 떨어지고

나는 천천히 노트를 덮는다

저녁의 정거장에 검은 구름은 멎는다

그러나 추억은 황량하다, 군데군데 쓰러져 있던

개들은 황혼이면 처량한 눈을 껌벅일 것이다

물방울은 손등 위를 굴러 다닌다, 나는 기우뚱

망각을 본다, 어쩌다가 집을 떠나 왔던가

그곳으로 흘러가는 길은 이미 지상에 없으니

추억이 덜 깬 개들은 내 딱딱한 손을 깨물 것이다

구름은 나부낀다, 얼마나 느린 속도로 사람들이 죽어갔는지

얼마나 많은 나뭇잎들이 그 좁고 어두운 입구로 들이닥쳤는지

내 노트는 알지 못한다, 그 동안 의심 많은 길들은

끝없이 갈라졌으니 혀는 흉기처럼 단단하다

물방울이여, 나그네의 말을 귀담아들어선 안 된다

주저앉으면 그뿐, 어떤 구름이 비가 되는지 알게 되리

그렇다면 나는 저녁의 정거장을 마음 속에 옮겨 놓는다

내 희망을 감시해 온 불안의 짐짝들에게 나는 쓴다

이 누추한 육체 속에 얼마든지 머물다 가시라고

모든 길들이 흘러온다, 나는 이미 늙은 것이다

 

 

 

죽은 구름

 

구름으로 가득 찬 더러운 창문 밑에

한 사내가 쓰러져 있다, 마룻바닥 위에

그의 손은 장난감처럼 뒤집혀져 있다

이런 기회가 오기를 기다려 온 것처럼

비닐 백의 입구같이 입을 벌린 저 죽음

감정이 없는 저 몇 가지 음식들도

마지막까지 사내의 혀를 괴롭혔을 것이다

이제는 힘과 털이 빠진 개 한 마리가 접시를 노린다

죽은 사내가 살았을 때, 나는 그를 몇 번인가 본 적이 있다

그를 사람들은 미치광이라고 했다, 술과 침이 가득 묻은 저

엎어진 망토를 향해, 백동전을 던진 적도 있다

아무도 모른다, 오직 자신만이 홀로 즐겼을 생각

끝끝내 들키지 않았을 은밀한 성욕과 슬픔

어느 한때 분명 쓸모가 있었을 저 어깨의 근육

그러나 우울하고 추악한 맨발 따위는

동정심 많은 부인들을 위한 선물이었으리

어쨌든 구름들이란 매우 조심스럽게 관찰해야 한다

미치광이, 이젠 빗방울조차 두려워 않을 죽은 사내

자신감을 얻은 늙은 개는 접시를 엎지르고

마루 위엔 사람의 손을 닮은 흉칙한 얼룩이 생기는 동안

두 명의 경관이 들어와 느릿느릿 대화를 나눈다

어느 고장이건 한두 개쯤 이런 빈집이 있더군,

이 따위 미치광이들이 어떻게 알고 찾아와 죽어 갈까

더 이상의 흥미를 갖지 않는 늙은 개도 측은하지만

아무도 모른다, 저 홀로 없어진 구름은

처음부터 창문의 것이 아니었으니

 

 


진눈깨비


때마침 진눈깨비 흩날린다

코트 주머니 속에는 딱딱한 손이 들어 있다

저 눈발은 내가 모르는 거리를 저벅거리며

여태껏 내가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사내들과 건물들 사이를 헤맬 것이다

눈길 위로 사각의 서류 봉투가 떨어진다, 허리를 나는 굽히다 말고

생각한다, 대학을 졸업하면서 참 많은 각오를 했었다

내린다 진눈깨비, 놀랄 것 없다, 변덕이 심한 다리여

이런 귀가길은 어떤 소설에선가 읽은 적이 있다

구두 밑창으로 여러 번 불러낸 추억들이 밟히고

어두운 골목길에 불켜진 빈 트럭이 정거해 있다

취한 사내들이 쓰러진다, 생각난다 진눈깨비 뿌리던 날

하루종일 버스를 탔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낡고 흰 담벼락 근처에 모여 사람들이 눈을 턴다

진눈깨비 쏟아진다, 갑자기 눈물이 흐른다, 나는 불행하다

이런 것은 아니었다, 나는 일생 몫의 경험을 다했다, 진눈깨비

 

 

 

집시의 시집

 

  1

 

우리는 너무 어렸다. 그는 그해 가을 우리 마을에 잠시 머물다 떠난 떠돌이 사내였을 뿐이었다. 그러나 어른들도 그를 그냥 일꾼이라 불렀다.

 

  2

 

그는 우리에게 자신의 손을 가리켜 신()의 공장이라고 말했다. 그것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굶주림뿐이었다. 그러나 그는 항상 무엇엔가 굶주려 있었다. 그는 무엇이든지 만들었다. 그는 마법사였다. 어떤 아이는 실제로 그가 토마토를 가지고 둥근 금을 만드는 것을 보았다고 말했다. 그가 어디에서 흘러 들어왔는지 어른들도 몰랐다. 우리는 그가 트럭의 고장 고등어의 고장 아니, 포도의 고장에서 왔을 거라고 서로 심하게 다툰 적도 있었다. 그는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저녁 때마다 그는 농장의 검은 목책에 기대 앉아 이상한 노래들을 불렀다.

 

모든 풍요의 아버지인 구름

모든 질서의 아버지인 햇빛

숲에서 날 찾으려거든 장화를 벗어 주어요

나는 나무들의 가신(家臣), 짐승들의 다정한 맏형

 

그의 말은 누구도 이해할 수 없었다. 어른들은 우리들에게 호통을 쳤다. 그는 우리의 튼튼한 발을 칭찬했다. 어른들은 참된 즐거움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란다. 그들은 세상을 자물통으로 만들고 싶어한다. 그러나 세상은 신기한 폭탄, 꿈꾸는 부족(部族)에겐 발견의 도화선. 우리는 그를 믿었다. 어느 날은 비에 젖은 빵, 어떤 날은 작은 홍당무를 먹으며 그는 부드럽게 노래불렀다. 우리는 그때마다 놀라움에 떨며 그를 읽었다.

 

나는 즐거운 노동자, 항상 조용히 취해 있네

술집에서 나를 만나려거든 신성한 저녁에 오게

가장 더러운 옷을 입은 사내를 찾아주오

사냥해온 별

모든 사물들의 도장(圖章)

모든 정신들의 장식

랄라라, 기쁨들이여!

과오(過誤)들이여! 겸손한 친화력이여!

 

추수가 끝나고 여름 옷차림 그대로 그는 읍내 쪽으로 흘러 갔다. 어른들은 안심했다. 그러나 우리는 벌써 병정놀이들에 흥미를 잃고 있었다. 코밑에 수염이 돋기 시작한 아이도 있었다. 이상하게도 우리는 한동안 그 사내에 대해 한 마디도 말하지 않았다. 오랜 뒤에 누군가 그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을 때 우리는 이미 그의 얼굴조차 기억하기 힘들었다. 상급반에 진학하면서 우리는 혈통과 교육에 대해 배웠다. 오래지 않아

 

  3

 

우리는 완전히 그를 잊었다. 그는 그해 가을 우리 마을에 잠시 머물다 떠난 떠돌이 사내였을 뿐이었다. 어쩌면 그는 우리가 꾸며낸 이야기였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나는 저녁마다 연필을 깎다가 잠드는 버릇을 지금까지 버리지 못했다.

 


 

추억에 대한 경멸

 

손님이 돌아가자 그는 마침내 혼자가 되었다

어슴푸레한 겨울 저녁, 집 밖을 찬 바람이 떠다닌다

유리창의 얼음을 뜯어내다 말고, 사내는 주저앉는다

아아, 오늘은 유쾌한 하루였다, 자신의 나지막한 탄식에

사내는 걷잡을 수 없이 불쾌해진다, 저 성가신 고양이

그는 불을 켜기 위해 방 안을 가로질러야 한다

나무토막 같은 팔을 쳐들면서 사내는, 방이 너무 크다

왜냐하면, 하고 중얼거린다, 나에게도 추억거리는 많다

아무도 내가 살아온 내용에 간섭하면 안 된다

몇 장의 사진을 들여다보던 사내가 한숨을 쉰다

이건 여인숙과 다를 바 없구나, 모자라도 뒤집어쓸까

어쩌다가 이봐, 책임질 밤과 대낮들이 아직 얼마인가

사내는 머리를 끄덕인다, 가스레인지는 차갑게 식어 있다

그렇다, 이런 밤은 저 게으른 사내에게 너무 가혹하다

내가 차라리 늙은이였다면! 그는 사진첩을 내동댕이친다

추억은 이상하게 중단된다, 그의 커다란 슬리퍼가 벗겨진다

손아귀에서 몸부림치는 작은 고양이, 날카로운 이빨 사이로 독한 술을 쏟아 붓는, 저 헐떡이는, 사내

 


 

포도밭 묘지

 

주인은 떠나 없고 여름이 가기도 전에 황폐해버린 그해 가을, 포도밭 등성이로 저녁마다 한 사내의 그림자가 거대한 조명 속에서 잠깐씩 떠오르다 사라지는 풍경 속에서 내 약시(弱視)의 산책은 비롯되었네. 친구여, 그해 가을 내내 나는 적막과 함께 살았다. 그때 내가 데리고 있던 헛된 믿음들과 그 뒤에서 부르던 작은 충격들을 지금도 나는 기억하고 있네. 나는 그때 왜 그것을 몰랐을까. 희망도 아니었고 죽음도 아니었어야 할 그 어둡고 가벼웠던 종교들을 나는 왜 그토록 무서워 했을까. 목마른 내 발자국마다 검은 포도알들은 목적도 없이 떨어지고 그때마다 고개를 들면 어느 틈엔가 낯선 풀잎의 자손들이 날아와 벌판 가득 흰 연기를 피워올리는 것을 나는 한참이나 바라보곤 했네. 어둠은 언제든지 살아 있는 것들의 그림자만 골라 디디며 포도밭 목책으로 걸어왔고 나는 내 정신의 모두를 폐허로 만들면서 주인을 기다렸다. 그러나 기다림이란 마치 용서와도 같아 언제나 육체를 지치게 하는 법. 하는 수 없이 내 지친 발을 타일러 몇 개의 움직임을 만들다 보면 버릇처럼 이상한 무질서도 만나곤 했지만 친구여, 그때 이미 나에게는 흘릴 눈물이 남이 있지 않았다. 그리하여 내 정든 포도밭에서 어느 하루 한 알 새파란 소스라침으로 떨어져 촛농처럼 누운 밤이면 어둠도, 숨죽인 희망도 내게는 너무나 거추장스러웠네. 기억한다. 그해 가을 주인은 떠나 없고 그리움이 몇 개 그릇처럼 아무렇게나 사용될 때 나는 떨리는 손으로 짧은 촛불들을 태우곤 했다. 그렇게 가을도 가고 몇 잎 남은 추억들마저 천천히 힘을 잃어갈 때 친구여, 나는 그때 수천의 마른 포도 이파리가 떠내려가는 놀라운 공중(空中)을 만났다. 때가 되면 태양도 스스로의 빛을 아껴두듯이 나 또한 내 지친 정신을 가을 속에서 동그랗게 보호하기 시작했으니 나와 죽음은 서로를 지배하는 각자의 꿈이 되었네. 그러나 나는 끝끝내 포도밭을 떠나지 못했다. 움직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지만 나는 모든 것을 바꾸었다. 그리하여 어느 날 기척 없이 새끼줄을 들치고 들어선 한 사내의 두려운 눈빛을 바라보면서 그가 나를 주인이라 부를 때마다 아, 나는 황망히 고개 돌려 캄캄한 눈을 감았네. 여름이 가기도 전에 모든 이파리 땅으로 돌아간 포도밭, 참담했던 그해 가을, 그 빈 기쁨들을 지금 쓴다 친구여.

 

 

 

포도밭 묘지 2


아아, 그때의 빛이여. 빛 주위로 뭉치는 어둠이여. 서편 하늘 가득 실신한 청동의 구름떼여. 목책 안으로 툭툭 떨어져 내리던 무엄한 새들이여. 쓴 물 밖으로 소스라치며 튀어 나오던 미친 꽃들이여. 나는 끝을 알 수 없는 질투심에 휩싸여 너희들을 기다리리. 내 속의 모든 움직임이 그치고 탐욕을 향한 덩굴손에서 방황의 물기가 빠질 때까지.

 

밤은 그렇게 왔다. 포도압착실 앞 커다란 등받이 의자에 붙어 한 잎 식물의 눈으로 바라보면 어둠은 화염처럼 고요해지고 언제나 내 눈물을 불러내는 저 깊은 공중(空中). 기억하느냐, 그 해 가을 그 낯선 저녁 옻나무 그림자 속을 홀연히 스쳐가던 천사의 검은 옷자락과 아아, 더욱 높이 흔들리던 그 머나먼 주인의 임종. 종자(從者), 네가 격정을 사로잡지 못하여 죽음을 환난과 비교한다면 침묵의 구실을 만들기 위해 네가 울리는 낮은 종소리는 어찌 저 놀라운 노을을 설명할 수 있겠느냐. 저 공중의 욕망은 어둠을 지치도록 내버려두지 않고 종교는 아직도 지상에서 헤맨다. 묻지 말라, 이곳에서 너희가 완전히 불행해질 수 없는 이유는 신()이 우리에게 괴로워할 권리를 스스로 사들이는 법을 아름다움이라 가르쳤기 때문이다. 밤은 그렇게 왔다. 비로소 너희가 전생애의 쾌락을 슬픔에 걸듯이 믿음은 부재(不在) 속에서 싹트고 다시 그 믿음은 부재의 씨방 속으로 돌아가 영원히 쉴 것이니, 골짜기는 정적에 싸이고 우리가 그 정적을 사모하듯이 어찌 비밀을 숭배하는 무리가 많지 않으랴. 밤은 그렇게 노여움을 가장한 모습으로 찾아와 어두운 실내의 램프불을 돋우고 우리의 후회들로 빚어진 주인의 말씀은 정신의 헛된 식욕처럼 아름답다. 듣느냐, 이 세상 끝간 곳엔 한 자락 바람도 일지 않았더라. 어떠한 슬픔도 그 끝에 이르면 짓궂은 변증의 쾌락으로 치우침을 네가 아느냐. 밤들어 새앙쥐를 물어 뜯는 더러운 달빛 따라 가며 휘파람 부는 작은 풀벌레들의 그 고요한 입술을 보았느냐. 햇빛은 또 다른 고통을 위하여 빛나는 나무의 알을 잉태하느니 종자(從者), 그 놀라운 보편을 진실로 네가 믿느냐.

 

 

 

흔해빠진 독서


휴일의 대부분은 죽은 자들에 대한 추억에 바쳐진다

죽은 자들은 모두가 겸손하며, 그 생애는 이해하기 쉽다

나 역시 여태껏 수많은 사람들을 허용했지만

때때로 죽은 자들에게 나를 빌려 주고 싶을 때가 있다

수북한 턱수염이 매력적인 이 두꺼운 책의 저자는

의심할 여지없이 불행한 생을 보냈다, 위대한 작가들이란

대부분 비슷한 삶을 살다 갔다, 그들이 선택할 삶은 이제 없다

몇 개의 도회지를 방랑하며 청춘을 탕진한 작가는

엎질러진 것이 가난뿐인 거리에서 일자리를 찾는 중이다

그는 분명 그 누구보다 인생의 고통을 잘 이해하게 되겠지만

종잇장만 바스락거릴 뿐, 틀림없이 나에게 관심이 없다

그럴 때마다 내 손가락들은 까닭없이 성급해지는 것이다

휴일이 지나가면 그뿐, 그 누가 나를 빌려 가겠는가

나는 분명 감동적인 충고를 늘어놓을 저 자를 눕혀두고

여느 때와 다를 바 없는 저녁의 거리로 나간다

휴일의 행인들은 하나같이 곧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다

그러면 종종 묻고 싶어진다, 내 무시무시한 생애는

얼마나 매력적인가, 이 거추장스러운 마음을 망치기 위해

가엾게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흙탕물 주위를 나는 기웃거렸던가!

그러면 그대들은 말한다, 당신 같은 사람은 너무 많이 읽었다고

대부분 쓸모없는 죽은 자들을 당신이 좀 덜어가 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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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다해 사랑하였노라고
정작 할 말이 남아 있었음을 알았을 때
당신은 이미 남의 사람이 되어 있었다.


불러야할 뜨거운 노래를 가슴으로 죽이고
당신은 멀리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하마 곱스런 눈웃음이 사라지기 전
두고두고 아름다움으로 잊어 달라지만


남자에게서 여자란 기쁨 아니면 슬픔


다섯 손가락 끝을 잘라 핏물 오선을 그려
혼자라도 외롭지 않을 밤에 울어 보리라.


울어서 멍든 눈물김으로
미워서 미워지도록 사랑하리라.


한 잔은 떠나버린 너를 위하여
한 잔은 이미 초라해진 나를 위하여
또 한 잔은 너와의 영원한 사랑을 위하여

그리고 마지막 한 잔은
미리 알고 정하신 하느님을 위하여...

 

 


민들레꽃


까닭 없이 외로울 때는
노오란 민들레꽃 한 송이도
애처롭게 그리워지는데


, 얼마나 한 위로이랴
소리쳐 부를 수도 없는 이 아득한 거리에
그대 조용히 나를 찾아 오느니


사랑한다는 말 이 한마디는
내 이 세상 온전히 떠난 뒤에 남을 것


잊어 버린다. 못 잊어 차라리 병이 되어도
아 얼마나 한 위로이랴
그대 맑은 눈을 들어 나를 보느니.

 

 


()에게


어딜 가서 까맣게 소식을 끊고 지내다가도
내가 오래 시달리던 일손을 떼고 마악 안도의 숨을 돌리려고 할 때면
그때 자네는 어김없이 나를 찾아오네.


자네는 언제나 우울한 방문객
어두운 음계(音階)를 밟으며 불길한 그림자를 이끌고 오지만
자네는 나의 오랜 친구이기에 나는 자네를
잊어버리고 있었던 그 동안을 뉘우치게 되네.


자네는 나에게 휴식을 권하고 생()의 외경(畏敬)을 가르치네.
그러나 자네가 내 귀에 속삭이는 것은 마냥 허무
나는 지그시 눈을 감고, 자네의
그 나직하고 무거운 음성을 듣는 것이 더없이 흐뭇하네.


내 뜨거운 이마를 짚어 주는 자네의 손은 내 손보다 뜨겁네.
자네 여윈 이마의 주름살은 내 이마보다도 눈물겨웁네.
나는 자네에게서 젊은 날의 초췌한 내 모습을 보고
좀더 성실하게, 성실하게 하던
그 날의 메아리를 듣는 것일세.


생에의 집착과 미련은 없어도 이 생은 그지없이 아름답고
지옥의 형벌이야 있다손 치더라도
죽는 것 그다지 두렵지 않노라면
자네는 몹시 화를 내었지.


자네는 나의 정다운 벗, 그리고 내가 공경하는 친구
자네는 무슨 일을 해도 나는 노하지 않네.
그렇지만 자네는 좀 이상한 성밀세.
언짢은 표정이나 서운한 말, 뜻이 서로 맞지 않을 때는
자네는 몇 날 몇 달을 쉬지 않고 나를 설복(說服)하려 들다가도
내가 가슴을 헤치고 자네에게 경도(傾倒)하면
그때사 자네는 나를 뿌리치고 떠나가네.


잘 가게 이 친구
생각 내키거든 언제든지 찾아 주게나.
차를 끓여 마시며 우린 다시 인생을 얘기해 보세그려.

 

 


풀잎단장


무너진 성터 아래 오랜 세월을 풍설에 깎여 온 바위가 있다.
아득히 손짓하며 구름이 떠가는 언덕에 말없이 올라서서
한 줄기 바람에 조찰히 씻기우는 풀잎을 바라보며
나의 몸가짐도 또한 실오리 같은 바람결에 흔들리노라.
, 우리들 태초의 생명의 아름다운 분신으로 여기 태어나
고달픈 얼굴을 마주 대고 나직이 웃으며 얘기하노니
때의 흐름이 조용히 물결치는 곳에 그윽히 피어 오르는 한 떨기 영혼이여.

 

 


석문(石門)


당신의 손끝만 스쳐도 소리 없이 열릴 돌문이 있습니다. 뭇사람이 조바심
치나 굳이 닫힌 이 돌문 안에는, 석벽 난간(石壁欄干) 열두 층계 위에 이제
검푸른 이끼가 앉았습니다.


당신이 오시는 날까지는, 길이 꺼지지 않을 촛불 한 자루도 간직하였습니
. 이는 당신의 그리운 얼굴이 이 희미한 불 앞에 어리울 때까지는, 천 년
(千年)이 지나도 눈 감지 않을 저희 슬픈 영혼의 모습입니다.


길숨한 속눈썹에 항시 어리운 이 두어 방울 이슬은 무엇입니까? 당신의 남
긴 푸른 도포 자락으로 이 눈썹을 씻으랍니까? 두 볼은 옛날 그대로 복사꽃
빛이지만, 한숨에 절로 입술이 푸르러 감을 어찌합니까?


몇 만리 굽이치는 강물을 건너와 당신의 따슨 손길이 저의 목덜미를 어루
만질 때, 그때야 저는 자취도 없이 한 줌 티끌로 사라지겠습니다. 어두운 밤
하늘 허공 중천(虛空中天)에 바람처럼 사라지는 저의 옷자락은, 눈물 어린
눈이 아니고는 보이지 못하오리다.


여기 돌문이 있습니다. 원한도 사무칠 양이면 지극한 정성에 열리지 않는
돌문이 있습니다. 당신이 오셔서 다시 천 년(千年)토록 앉아 기다리라고,
픈 비바람에 낡아 가는 돌문이 있습니다.

 

 


승 무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에 황촉(黃燭)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이 접어 올린 외씨보선이여 !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오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世事)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 속 거룩한 합장인 양하고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우는 삼경(三更)인데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낙화(落花)


꽃이 지기로소니
바람을 탓하랴.


주렴 밖에 성긴 별이
하나 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에
머언 산이 다가서다.


촛불을 꺼야 하리
꽃이 지는데


꽃 지는 그림자
뜰에 어리어


하이얀 미닫이가
우련 붉어라.


묻혀서 사는 이의
고운 마음을


아는 이 있을까
저허하노니


꽃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

 

 


기다림


고운 임 먼 곳에 계시기
내 마음 애련하오나


먼 곳에나마 그리운 이 있어
내 마음 밝아라.


설은 세상에 눈물 많음을
어일 자랑삼으리.


먼 훗날 그때까지 임 오실 때까지
말없이 웃으며 사오리다.


부질없는 목숨 진흙에 던져
임 오시는 길녘에 피고져라.


높거신 임의 모습 뵈올 양이면
이내 시든다 설을리야......


어두운 밤하늘에
고운 별아.

 

 


女人


그대의 함함이 빗은 머릿결에는
새빨간 동백이 핀다.


그대의 파르란 옷자락에는
상깃한 풀내음새가 난다.


바람이 부는 것은 그대의 머리칼과
옷고름을 가벼이 날리기 위함이라


그대가 고요히 걸어가는 곳엔
바람도 아리따웁다.

 

 


완화삼


차운산 바위 우에 하늘은 멀어
산새가 구슬피 울움 운다
구름 흘러가는 물길은 칠백 리
나그네 긴 소매 꽃잎에 젖어
술 익는 강 마을에 저녁 노을이여
이밤 자면 저 마을의 꽃은 지리라
다정하고 한 많음도 병인양하여
달빛아래 고요히 흔들리며 가노니

 

 


빛을 찾아가는 길


사슴이랑 이리 함께 산길을 가며
바위 틈에 어리우는 물을 마시면


살아있는 즐거움의 저 언덕에서
아련히 풀피리도 들려오누나.


해바라기 닮아 가는 내 눈동자는
자운 피어나는 청동의 향로


동해 동녘 바다에 해 떠 오는 아침에
북받치는 설움을 하소하리라.


돌뿌리 가시밭에 다친 발길이
아물어 꽃잎에 스치는 날은


푸나무에 열리는 과일을 따며
춤과 노래도 가꾸어 보자.


빛을 찾아가는 길의 나의 노래는
슬픈 구름 걷어 가는 바람이 되라.

 

 


 


목어를 두드리다 졸음에 겨워
고오운 상좌아이도 잠이 들었다


부처님은 말이 없이 웃으시는데


서역만리길


눈부신 하늘아래
노을이 진다.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 서면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 서면
나는 아직도 작은 짐승이로다.


人生은 항시 멀리
구름 뒤로 숨고


꿈결에도 아련한
피와 고기 때문에


나는 아직도
괴로운 짐승이로다.


모래밭에 누워서
햇살 쪼이는 꽃조개같이


어두운 무덤을 헤매는 亡靈인 듯
가련한 거이와 같이


언제가 한번은
손들고  몰려오는 물결에 휩싸일


나는 눈물을 배우는 짐승이로다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 서면.

 

 


꿈 이야기


()을 열고
들어가서 보면
그것은 문이 아니었다.


마을이 온통
해바라기 꽃밭이었다.
그 훤출한 줄기마다
맷방석만한 꽃숭어리가 돌고


해바라기 숲 속에선 갑자기
수천 마리의 낮닭이
깃을 치며 울었다.


파아란 바다가 보이는
산 모롱잇길로
꽃 상여가 하나
조용히 흔들리며 가고 있었다.


바다 위엔 작은 배가 한 척 떠 있었다.
오색(五色) 비단으로 돛폭을 달고
뱃머리에는 큰 북이 달려 있었다.


수염 흰 노인이 한 분
그 뱃전에 기대어
피리를 불었다.


꽃상여는 작은 배에 실렸다.
그 배가 떠나자
바다 위에는 갑자기 어둠이 오고
별빛만이 우수수 쏟아져 내렸다.


문을 닫고 나와서 보면
그것은 문이 아니었다.

 

 


고풍 의상(古風衣裳)


하늘로 날을 듯이 길게 뽑은 부연(附椽) 끝 풍경(風磬)이 운다.
처마 끝 곱게 늘이운 주렴(珠簾)에 반월(半月)이 숨어
아른아른 봄밤이 두견이 소리처럼 깊어 가는 밤,
곱아라 고아라 진정 아름다운지고
파르란 구슬빛 바탕에
자주빛 호장을 받친 호장저고리
호장저고리 하얀 동정이 환하니 밝도소이다.
살살이 퍼져 내린 곧은 선이
스스로 돌아 곡선(曲線)을 이루는 곳
열두 폭 기인 치마가 사르르 물결을 친다.
치마 끝에 곱게 감춘 운혜(雲鞋) 당혜(唐鞋)
발자취 소리도 없이 대청을 건너 살며시 문을 열고,
그대는 어느 나라의 고전(古典)을 말하는 한 마리 호접(胡蝶)
호접인 양 사푸시 춤을 추라, 아미(蛾眉)를 숙이고…….
나는 이 밤에 옛날에 살아
눈 감고 거문고 줄 골라 보리니
가는 버들인 양 가락에 맞추어
흰 손을 흔들어지이다.

 

 


봉황수(鳳凰愁)


벌레 먹은 두리 기둥, 빛 낡은 단청(丹靑), 풍경(風磬) 소리 날러간 추녀 끝
에는 산새도 비둘기도 둥주리를 마구 쳤다. 큰 나라 섬기다 거미줄 친 옥좌
(玉座) 위엔 여의주(如意珠) 희롱하는 쌍룡(雙龍) 대신에 두 마리 봉황새를
틀어 올렸다. 어느 땐들 봉황이 울었으랴만, 푸르른 하늘 밑 추석을 밟고 가
는 나의 그림자. 패옥(佩玉) 소리도 없었다. 품석(品石) 옆에서 정일품(正一
), 종구품(從九品) 어느 줄에도 나의 몸 둘 곳은 바이 없었다. 눈물이 속된
줄을 모를 양이면 봉황새야 구천(九天)에 호곡(呼哭)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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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병 시 모음 20

1

귀천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 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왔더라고 말 하리라

 

2

갈대

ㅡ천상병ㅡ

 

환한 달빛 속에서

갈대와 나는

나란히 소리 없이 서 있었다.

 

불어오는 바람 속에서

안타까움을 달래며

서로 애터지게 바라보았다.

 

환한 달빛 속에서

갈대와 나는

눈물에 젖어 있었다.

 

3

갈매기

ㅡ천상병ㅡ

 

그대로의 그리움이

갈매기로 하여금

구름이 되게 하였다.

 

기꺼운 듯

푸른 바다의 이름으로

흰 날개를 하늘에 묻어보내어

 

이제 파도도

빛나는 가슴도

구름을 따라 먼 나라로 흘렀다.

 

그리하여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날이 오르는 자랑이었다.

 

아름다운 마음이었다.

 

4

강물

ㅡ천상병ㅡ

 

강물이 모두 바다로 흐르는

그 까닭은 언덕에 서서

내가

온종일 울었다는 그 까닭만은 아니다

 

밤새

언덕에 서서

해바라기처럼 그리움에 피던

그 까닭만은 아니다

 

언덕에 서서

내가

짐승처럼 서러움에 울고 있는

그 까닭은

강물이 모두

바다로만 흐르는 그 까닭만은 아니다

 

5

구름

ㅡ천상병ㅡ

 

저건 하늘의 빈털터리 꽃

뭇 사람의 눈길 이끌고

세월처럼 유유하다.

 

갈 데만 가는 영원한 나그네

이 나그네는 바람 함께

정처 없이 목적 없이 천천히

 

보면 볼수록 허허한 모습

통틀어 무게 없어 보이니

흰색 빛깔로 상공 수놓네.

 

6

ㅡ천상병ㅡ

 

가도가도 아무도 없으니

이 길은 無人의 길이다.

그래서 나 혼자 걸어간다.

꽃도 피어 있구나.

친구인 양 이웃인 양 있구나.

참으로 아름다운 꽃의 생태여

길은 막무가내로 자꾸만 간다.

쉬어가고 싶으나

쉴 데도 별로 없구나.

하염없이 가니

차차 배가 고파온다.

그래서 음식을 찾지마는

가도가도 無人之境이니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한참 가다가 보니

마을이 아득하게 보여온다.

아슴하게 보여진다.

나는 더없는 기쁨으로

걸음을 빨리빨리 걷는다.

이 길을 가는 행복함이여.

 

7

나는 행복합니다

ㅡ천상병ㅡ

 

나는 아주 가난해도

그래도 행복합니다.

아내가 돈을 버니까!

늙은이 오십세살이니

부지런한 게 싫어지고

그저 드러누워서

KBS 1FM방송의

고전음악을 듣는 것이

최고의 즐거움이오. 그래서 행복.

텔레비젼의 희극을 보면

되려 화가 나니

무슨 지랑병()이오?

세상은 그저

웃음이래야 하는데

나에겐 내일도 없고

걱정도 없습니다.

예수님은 걱정하지 말라고 했는데

어찌 어기겠어요?

 

8

나의 가난은

ㅡ천상병ㅡ

 

오늘 아침을 다소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한 잔 커피와 갑 속의 두둑한 담배,

해장을 하고도 버스 값이 남았다는 것.

 

오늘 아침을 다소 서럽다고 생각하는 것은

잔돈 몇 푼에 조금도 부족이 없어도

내일 아침 일도 걱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난은 내 직업이지만

비쳐오는 이 햇빛에 떳떳할 수 있는 것은

이 햇빛에도 예금통장은 없을 테니까

나의 과거와 미래

사랑하는 내 아들딸들아

내 무덤가 무성한 풀섶으로 때론 와서

괴로왔을 그런대로 산 인생 여기 잠들다, 라고,

씽씽 바람 불어라

 

9

난 어린애가 좋다

ㅡ천상병ㅡ

 

우리 부부에게는 어린이가 없다.

그렇게도 소중한

어린이가 하나도 없다.

그래서 난

동네 어린이들을 좋아하고

사랑한다.

요놈! 요놈하면서

내가 부르면

어린이들은

환갑 나이의 날 보고

요놈! 요놈한다.

어린이들은

보면 볼수록 좋다.

잘 커서 큰일 해다오!

 

10

날개

ㅡ천상병ㅡ

 

날개를 가지고 싶다.

어디론지 날 수 있는

날개를 가지고 싶다.

왜 하나님은 사람에게

날개를 안 다셨는지 모르겠다.

내같이 가난한 놈은

여행이라고는 신혼여행뿐인데

나는 어디로든지 가고 싶다.

날개가 있으면 소원 성취다.

하나님이여

날개를 주소서 주소서……

 

11

ㅡ천상병ㅡ

 

고요한데 잎사귀가 날아와서

네 가슴에 떨어져간다.

 

떨어진 자리는 오목하게 파인

 

그 순간 앗 할 사이도 없이

네 목숨을 내보내게 한

상처 바로 옆이다.

 

거기서 잎사귀는

지금 일심으로

네 목숨을 들여다보며 너를 본다.

 

자꾸 바람이 불어오고

또 불어오는데

꼼짝 않고 상처를 지키는 잎사귀

 

그 잎사귀는 눈이다 눈이다.

맑은 하늘의 눈 우리들의 눈 분노의

너를 부르는 어머님의 눈물어린 눈이다.

 

12

들국화

ㅡ천상병ㅡ

 

신등성 외따른 데

애기 들국화,

 

바람도 없는데

괜히 몸을 뒤뉘인다.

 

가을은

다시 올 테지

 

다시 올까?

나와 네 외로운 마음이

지금처럼

순하게 겹친 이 순간이

 

13

막걸리

ㅡ천상병ㅡ

 

나는 술을 좋아하되

막걸리와 맥주밖에 못 마신다.

 

막걸리는

아침에 한 병(한 되) 사면

한 홉 짜리 적은 잔으로

생각날 때만 마시니

거의 하루 종일이 간다.

 

맥주는

어쩌다 원고료를 받으면

오백 원짜리 한 잔만 하는데

마누라는

몇 달에 한 번 마시는 이것도 마다한다.

 

세상은 그런 것이 아니다.

음식으로

내가 즐거움을 느끼는 때는

다만 이것뿐인데

어찌 내 한 가지뿐인 이 즐거움을

마다하려고 하는가 말이다.

 

우주도 그런 것이 아니고

세계도 그런 것이 아니고

인생도 그런 것이 아니다.

 

목적은 다만 즐거움인 것이다

즐거움은 인생의 최대목표이다.

 

막걸리는 술이 아니고

밥이나 마찬가지다

밥일 뿐만 아니라

즐거움을 더해주는

하나님의 은총인 것이다.

 

14

바람에도 길이 있다

ㅡ천상병ㅡ

 

강하게 때론 약하게

함부로 부는 바람인 줄 알아도

아니다 그런 것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길을

바람은 용케 찾아간다

바람 길은 사통팔달(四通八達)이다.

 

나는 나의 길을 가는데

바람은 바람 길을 간다.

길은 언제나 어디에나 있다.

 

15

봄을 위하여

ㅡ천상병ㅡ

 

겨울만 되면

나는 언제나

봄을 기다리며 산다.

입춘도 지났으니

이젠 봄기운이 회사하다.

영국의 시인 바이론도

'겨울이 오면

봄이 멀지 않다고'했는데

내가 어찌 이 말을 잊으랴?

봄이 오면

생기가 돋아나고

기운이 찬다.

봄이여 빨리 오라

 

16

약속

ㅡ천상병ㅡ

 

한 그루의 나무도 없이

서러운 길 위에서

무엇으로 내가 서 있는가

 

새로운 길도 아닌

먼 길

이 길을 가도 가도 황토길인데

 

노을과 같이

내일과 같이

필연코 내가 무엇을 기다리고 있다.

 

17

어두운 밤에

ㅡ천상병ㅡ

 

수만 년 전부터

전해 내려온 하늘에,

하나, , , 별이 흐른다.

 

할아버지도

아이도

다 지나갔으나

한 청년이 있어, 시를 쓰다가 잠든 밤에……

 

18

오월의 신록

ㅡ천상병ㅡ

 

오월의 신록은 너무 신선하다.

녹색은 눈에도 좋고

상쾌하다.

 

젊은 날이 새롭다

육십 두 살 된 나는

그래도 신록이 좋다.

가슴에 활기를 주기 때문이다.

 

나는 늙었지만

신록은 청춘이다.

청춘의 특권을 마음껏 발휘하라.

 

19

푸른 것만이 아니다

ㅡ천상병ㅡ

 

저기 저렇게 맑고 푸른 하늘은

자꾸 보고 또 보고 보는데

푸른 것만이 아니다.

 

외로움에 가슴 조일 때

하염없이 잎이 떨어져 오고

 

들에 나가 팔을 벌리면

보일 듯이 안 보일 듯이 흐르는

한 떨기 구름

 

34월 그리고 5월의 실록

어디서 와서 달은 뜨는가

별은 밤마다 나를 보는가.

 

저기 저렇게 맑고 푸른 하늘을

자꾸 보고 또 보고 보는데

푸른 것만이 아니다.

 

20

한가지 소원(所願)

ㅡ천상병ㅡ

 

나의 다소 명석한 지성과 깨끗한 영혼이

흙 속에 묻혀 살과 같이

문들어지고 진물이 나 삭여진다고?

 

야스퍼스는

과학에게 그 자체의 의미를 물어도

절대로 대답하지 못한다고 했는데-

억지 밖에 없는 엽전 세상에서

용케도 이때컷 살았나 싶다.

별다를 불만은 없지만,

 

똥 걸레 같은 지성은 썩어 버려도

이런 시를 쓰게 하는 내 영혼은

어떻게 좀 안될지 모르겠다.

 

내가 죽은 여러 해 뒤에는

꾹 쥔 십원을 슬쩍 주고는

서울길 밤 버스를 내 영혼은 타고 있지 않을까?

 

 

행 복


나는 세계에서
제일
행복한 사나이다.


아내와 찻집을 경영해서
생활의 걱정이 없고


대학을 다녔으니
배움의 부족도 없고


시인이니
명예욕도 충분하고


이쁜 아내니
여자 생각도 없고


아이가 없으니
뒤를 걱정할 필요도 없고


집도 있으니
얼마나 편안한가.


막걸리를 좋아하는데
아내가 다 사주니
무슨 불평이 있겠는가.


더구나
하나님을 굳게 믿으니
이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분이
나의 빽이시니

무슨 불행이 온단 말인가!

 

 편 지

 

점심을 얻어 먹고 배부른 내가

배고팠던 나에게 편지를 쓴다.

 

옛날에도 더러 있었던 일.

그다지 섭섭하진 않겠지?


때론 호사로운 적도 없지 않았다.

그걸 잊지 말아 주기 바란다.


내일을 믿다가

이십년!


배부른 내가 그걸 잊을까

걱정이 되어서


나는 자네한테 편지를 쓴다네.

 

 

 


외롭게 살다 외롭게 죽을

내 영혼의 빈 터에

새 날이 와,

 

새가 울고 꽃잎 필 때는

내가 죽는 날,

그 다음 날.


산다는 것과아름다운 것과

사랑한다는 것과의 노래가

한창인 때에

나는 도랑과 나뭇가지에 앉은

한 마리 새.

 

정감에 그득찬 계절,

슬픔과 기쁨의 주일(週日),

알고 모르고 잊고 하는 사이에

새여 너는

낡은 목청을 뽑아라.


살아서좋은 일도 있었다고

나쁜 일도 있었다고

그렇게 우는 한 마리 새.

 


 

나 무


사람들은 모두 그 나무를 썩은 나무라고 그랬다.

그러나 나는 그 나무가 썩은 나무는 아니라고 그랬다.

그 밤. 나는 꿈을 꾸었다.

그리하여 나는 그 꿈속에서 무럭무럭 푸른 하늘에 닿을 듯이

가지를 펴며 자라가는 그 나무를 보았다.

나는 또다시 사람을 모아 그 나무가 썩은 나무는 아니라고 그랬다.

그 나무는 썩은 나무가 아니다.
 

 광화문 근처의 행복

 

광화문에,
옛 이승만 독재와
과감하게 투쟁했던 신문사
그 신문사의 논설위원인
소설가 오상원은 나의 다정한 친구.

어쩌다 만나고픈 생각에
전화 걸면
기어코 나의 단골인
'아리랑' 다방에 찾아온 그,
모월 모일, 또 그랬더니
와서는 내 찻값을 내고
그리고 천 원짜리 두 개를 주는데---
나는 그 때 "오늘만은 나도 이렇게 있다"
포켓에서 이천원을 끄집어 내어
명백히 보였는데도,
"귀찮아! 귀찮아!"하면서
자기 단골 맥주집으로의 길을 가던 사나이!
그 단골집은
얼마 안 떨어진 곳인데
자유당 때 휴간(休刊)당하기도 했던
신문사의 부장 지낸 양반이
경영하는 집으로
셋이서
그리고 내 마누라까지 참석케 해서
자유와 행복의 봄을---
꽃동산을---
이룬 적이 있었습니다. 하느님!
저와 같은 버러지에게
어찌 그런 시간이 있게 했습니까?

 

 


"크레이지 배가본드"

 

1
오늘의 바람은 가고
내일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잘 가거라
오늘은 너무 시시하다. 뒷시궁창 쥐새끼 소리같이
내일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2
하늘을 안고,
바다를 품고,
한 모금 담배를 빤다. 하늘을 안고,
바다를 품고,
한 모금 물을 마신다. 누군가 앉았다 간 자리
우물가, 꽁초 토막...... 
 
 그날은


이젠 몇 년이었는가
아이론 밑 와이셔츠같이
당한 그날은......

 

이젠 몇 년이었는가
무서운 집 뒷창가에 여름 곤충 한 마리
땀 흘리는 나에게 악수를 청한 그날은......

 

내 살과 뼈는 알고 있다.
진실과 고통
그 어느 쪽이 강자인가를......

 

내 마음 하늘
한편 가에서
새는 소스라치게 날개 편다.

 

 기 쁨


친구가 멀리서 와,

재미있는 이야길 하면,

나는 킬킬 웃어 제낀다.

 

그때 나는 기쁜 것이다.

기쁨이란 뭐냐? 라고요?

허나 난 웃을 뿐.

 

기쁨이 크면 웃을 따름,

꼬치꼬치 캐묻지 말아라.

그저 웃음으로 마음이 찬다.

 

아주 좋은 일이 있을 때,

생색이 나고 활기가 나고

하늘마저 다정한 누님같다.
 

 


길은 끝이 없구나

강에 닿을 때는

다리가 있고 나룻배가 있다.

 

그리고 항구의 바닷가에 이르면

여객선이 있어서 바다 위를 가게 한다.

 

길은 막힌 데가 없구나

가로막는 벽도 없고

하늘만이 푸르고 벗이고

하늘만이 길을 인도한다.

 

그러니

길은 영원하다.

 

 


나의 가난함


나는 볼품없이 가난하지만
인간의 삶에는 부족하지 않다.
내 형제들 셋은 부산에서 잘 살지만
형제들 신세는 딱 질색이다.

 

각 문학사에서 날 돌봐주고
몇몇 문인들이 날 도와주고 그러니 나는 불편함을 모른다.
다만 하늘에 감사할 뿐이다.

 

이렇게 가난해도
나는 가장 행복을 맛본다.


돈과 행복은 상관없다.
부자는 바늘귀를 통과해야 한다

 

 

 

넋이 있느냐 라는 것은,
내가 있느냐 없느냐고 묻는 거나 같다.
산을 보면서 산이 없다고 하겠느냐?
나의 넋이여!
마음껏 발동해 다오.
내 몸의 모든 움직임은,
바로 내 넋의 가면이다.
비 오는 날 내가 다소 우울해지면,
그것은 즉 넋이 우울하다는 것이다.
내 넋을 전세계로 해방하여
내 넋을 넓직하게 발동케 하고 싶다

 

 


마음 마을

 

내 마음의 마을을
구천동(九千洞)이라 부른다.
내가 천씨요 구천(九千)만큼
복잡다단한 동네다.

비록 동네지만
경상남도보다 더 넓고
서울특별시도 될 만하고
또 아주 조그만 동네밖에 안 될 때도 있다.

뉴욕의 마천루(摩天樓)같은
고층건물이 있는가 하면
초가지붕도 있고
태고시대(太古時代)의 동굴도 있다.

이 마을 하늘에는
사시장철 새가 날아다니고
그렇지 않을 때는 흰구름이 왕창 덮인다.

이 마을 법률은
양심이 있을 뿐이고
재판소 따위로는
양심법 재판소밖에는 없다.

여러가지로 지적하려면
만자(萬字)도 모자란다
복잡하고 복잡한 이 마음 마을이여

 

 

 

저 새는 날지 않고 울지 않고 내내 움직일 줄 모른다.

상처가 매우 깊은 모양이다.

아시지의 성()프란시스코는

새들에게 은총 설교를 했다지만

저 새는 그저 아프기만 한 모양이다.

수백 년 전 그날

그 벌판의 일몰(日沒)과 백야(白夜)

오늘 이 땅 위에 눈을 내리게 하는데

눈이 내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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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임은 뭍같이 까딱 않는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날 어쩌란 말이냐

 

 


바 위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哀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년(億年) 비정의 함묵(緘默)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 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하고
흐르는 구름
먼 원뢰(遠雷)
꿈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솔밭에 와서


솔밭에는 솔바람 여울이 울고
솔바람 여울 위에 가치떼 설레고
가치 설레는 위에 하늘만 푸르고
내사 외로워 생각이고 무에고

 

 


행 복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 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 더 의지 삼고 피어 헝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방울 연련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생명의 서 일장(一章)


나의 지식이 독한 회의를 구하지 못하고
내 또한 삶의 애증을 다 짐지지 못하여
병든 나무처럼 생명이 부대낄 때
저 머나먼 아라비아의 사막으로 나는 가자


거기는 한번 뜬 백일(白日)이 불사신같이 작열하고
일체가 모래 속에 사멸한 영겁의 허적(虛寂)
오직 알라의 신만이
밤마다 고민하고 방황하는 열사(熱沙)의 끝


그 열렬한 고독 가운데
옷자락을 나부끼고 호올로 서면
운명처럼 반드시 `'와 대면케 될지니
하여 `'란 나의 생명이란
그 원시의 본연한 자태를 다시 배우지 못하거든
차라리 나는 어느 사구에 회한(悔恨) 없는 백골을 쪼이리라

 

 


바람에게


바람아 나는 알겠다.
네 말을 나는 알겠다.


한사코 풀잎을 흔들고
또 나의 얼굴을 스쳐가
하늘 끝에 우는
네 말을 나는 알겠다.


눈 감고 이렇게 등성이에 누우면
나의 영혼의 깊은 데까지 닿는 너.
이 호호(浩浩)한 천지를 배경하고
나의 모나리자!
어디에 어찌 안아볼 길 없는 너.


바람아 나는 알겠다.
한오리 풀잎나마 부여잡고 흐느끼는
네 말을 나는 정녕 알겠다.

 

 


노 송


아득한 기억의 연령을 넘어서 여기
짐승같이 땅을 뚫고 융융히 자랐나니
이미 몸둥이는 용의 비늘을 입고
소소히 허공을 향하여 여울을 부르며
세기의 계절 위에 오히려 정정히 푸르러
전전 반축하는 고독한 지표의 일변에
치어든 이 불사의 원념을 알라.

 

 


수선화


몇 떨기 수선화
가난한 내 방 한편에 그윽히 피어
그 청초한 자태는 한없는 정적을 서리우고
숙취의 아침 거칠은 내 심사를 아프게도 어루만지나니
오오 수선화여
어디까지 은근히 은근히 피었으련가
지금 거리에는
하늘은 음산히 흐리고
땅은 돌같이 얼어붙고
한풍은 살을 베고
파리한 사람들은 말없이 웅크리고 오가거늘
이 치웁고 낡은 현실의 어디에서
수선화여 나는
그 맑고도 고요한 너의 탄생을 믿었으료


그러나 확실히 있었으리니
그 순결하고 우아한 기백은
이 울울한 대기 속에 봄안개처럼 엉기어 있었으리니
그 인고하고 엄숙한 뿌리는
지핵의 깊은 동통을 가만히 견디고 호을로 묻히어 있었으리니
수선화여 나는 너 위에 허리 굽혀
사람이 모조리 잊어버린
어린 인자의 철없는 미소와 반짝이는 눈동자를 보나니
하여 지금 있는 이 초췌한 인생을 믿지 않나니
또한 이것을 기어코 슬퍼하지도 않나니
오오 수선화여 나는
반드시 돌아올 본연한 인자의 예지와 순진을 너게서
믿노라
수선화여
몇 떨기 가난한 꽃이여
뉘 몰래 쓸쓸한 내 방 한편에 피었으되
그 한없이 청초한 자태의 차거운 영상을
가만히 온 누리에 투영하고
이 엄한의 절후에
멀쟎은 봄 우주의 큰 뜻을 예약하는
너는 고요히 치어든 경건한 경건한 손일레라.

 

 


향 수


나는 영락한 고독의 가마귀
창랑히 설한의 거리를 가도
심사는 머언 고향의
푸른 하늘 새빨간 동백에 지치었어라
고향 사람들 나의 꿈을 비웃고
내 그를 증오하여 폐리같이 버리었나니
어찌 내 마음 독사 같지 못하여
그 불신한 미소와 인사를 꽃같이 그리는고
오오 나의 고향은 머언 남쪽 바닷가
반짝이는 물결 아득히 수평에 조을고
창파에 씻긴 조약돌 같은 색시의 마음은
갈매기 울음에 수심져 있나니


희망은 떨어진 포켓트로 흘러가고
내 흑노같이 병들어
이향의 치운 가로수 밑에 죽지 않으려나니
오오 저녁 산새처럼 찾아갈 고향길은 어디메뇨

 

 


日月


나의 가는 곳
어디나 백일(白日)이 없을소냐.
머언 미개(未開)적 유풍(遺風)을 그대로
성신(星辰)과 더불어 잠자고
비와 바람을 더불어 근심하고
나의 생명과
생명에 속한 것을 열애(熱愛)하되
삼가 애련(愛憐)에 빠지지 않음은
그는 치욕(恥辱)임일레라.
나의 원수와
원수에게 아첨하는 자에겐
가장 옳은 증오(憎惡)를 예비하였나니.
마지막 우러른 태양이
두 동공(瞳孔)에 해바라기처럼 박힌 채로
내 어느 불의(不意)에 짐승처럼 무찔리기로
오오, 나의 세상의 거룩한 일월(日月)
또한 무슨 회한(悔恨)인들 남길소냐.

 

 


광야에 와서


흥안령(興安嶺) 가까운 북변(北邊)
이 광막(曠漠)한 벌판 끝에 와서
죽어도 뉘우치지 않으려는 마음 위에
오늘은 이레째 암수(暗愁)의 비 내리고
내 망나니의 본받아
화툿장을 뒤치고
담배를 눌러 꺼도
마음은 속으로 끝없이 울리노니
아아 이는 다시 나를 과실(過失)함이러뇨
이미 온갖 것을 저버리고
사람도 나도 접어 주지 않으려는 이 자학(自虐)의 길에
내 열 번 패망(敗亡)의 인생을 버려도 좋으련만
아아 이 회오(悔悟)의 앓음을 어디메 호읍(號泣)할 곳 없어
말없이 자리를 일어나와 문을 열고 서면
나의 탈주(脫走)할 사념(思念)의 하늘도 보이지 않고
정거장(停車場)도 이백 리(二百里)
암담한 진창에 갇힌 철벽(鐵壁) 같은 절망(絶望)의 광야(曠野)!

 

 


春信


꽃등인 양 창 앞에 한 그루 피어 오른
살구꽃 연분홍 그늘 가지 새로
작은 멧새 하나 찾아와 무심히 놀다 가나니.
적막한 겨우내 들녘 끝 어디메서
작은 깃을 얽고 다리 오그리고 지내다가
이 보오얀 봄길을 찾아 문안하여 나왔느뇨.
앉았다 떠난 아름다운 그 자리에 여운 남아
뉘도 모를 한때를 아쉽게도 한들거리나니
꽃가지 그늘에서 그늘로 이어진 끝없이 작은 길이여.

 

 


울릉도


동쪽 먼 심해선(深海線) 밖의
한 점 섬 울릉도로 갈거나.
금수(錦繡)로 굽이쳐 내리던
장백(長白)의 멧부리 방울 뛰어,
애달픈 국토의 막내
너의 호젓한 모습이 되었으리니,
창망(蒼茫)한 물굽이에
금시에 지워질 듯 근심스레 떠 있기에
동해 쪽빛 바람에
항시 사념(思念)의 머리 곱게 씻기우고,
지나 새나 뭍으로 뭍으로만
향하는 그리운 마음에,
쉴 새 없이 출렁이는 풍랑 따라
밀리어 오는 듯도 하건만,
멀리 조국의 사직(社稷)
어지러운 소식이 들려 올 적마다,
어린 마음 미칠 수 없음이
아아, 이렇게도 간절함이여!
동쪽 먼 심해선 밖의
한 점 섬 울릉도로 갈거나.

 

 


저녁놀


굶주리는 마을 위에 놀이 떴다.
화안히 곱기만 한 저녁놀이 떴다.
가신 듯이 집집이 연기도 안 오르고
어린 것들 늙은이는 먼저 풀어져 그대로 밤자리에 들고,
끼니를 놓으니 할 일이 없어
쉰네도 나와 참 고운 놀을 본다.
원도 사또도 대감도 옛같이 없잖아 있어
거들어져 있어
하늘의 선물처럼
소리 없는 백성 위에 저녁놀이 떴다.

 

 


뜨거운 노래는 땅에 묻는다


고독은 욕되지 않으다
견디는 이의 값진 영광.
겨울의 숲으로 오니
그렇게 요조(窈窕)턴 빛깔도
설레이던 몸짓들도
깡그리 거두어 간 기술사(奇術師)의 모자(帽子).
앙상한 공허만이
먼 한천(寒天) 끝까지 잇닿아 있어
차라리
마음 고독한 자의 거닐기에 좋아라.
진실로 참되고 옳음이
죽어지고 숨어야 하는 이 계절엔
나의 뜨거운 노래는
여기 언 땅에 깊이 묻으리.
아아, 나의 이름은 나의 노래.
목숨보다 귀하고 높은 것.
마침내 비굴한 목숨은
눈을 에이고, 땅바닥 옥엔
무쇠 연자를 돌릴지라도
나의 노래는
비도(非道)를 치레하기에 앗기지는 않으리.
들어 보라.
이 거짓의 거리에서 숨결쳐 오는
뭇 구호와 빈 찬양의 헛한 울림을.
모두가 영혼을 팔아 예복을 입고
소리 맞춰 목청 뽑을지라도
여기 진실은 고독히
뜨거운 노래는 땅에 묻는다.

 

 


깃 발

이것은 소리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
순정은 물결같이 바람에 나부끼고
오로지 맑고 곧은 이념의 푯대 끝에
애수는 백로처럼 날개를 펴다.
! 누구던가?
이렇게 슬프고도 애달픈 마음을
맨 처음 공중에 달 줄을 안 그는.

 

 

항가새꽃


어느 그린 이 있어 이같이 호젓이 살 수 있느니 항가새꽃
여기도 좋으이 항가새꽃 되어 항가새꽃
생각으로 살기엔 내 여기도 좋으이
하세월 가도 하늘 건너는 먼 솔바람 소리도 내려오지 않는 빈 골짜기
어느 적 생긴 오솔길 있어도 옛같이 인기척 멀어
멧새 와서 인사 없이 빠알간 지뤼씨 쪼다 가고
옆엣 덤불에 숨어 풀벌레 두고두고 시름없이 울다 말 뿐
스며오듯 산그늘 기어내리면 아득히 외론 대로 밤이 눈감고 오고
그 외롬 벗겨지면 다시 무한 겨운 하루가 있는 곳
그대 그린 항가새꽃 되어 항가새꽃 생각으로 살기엔 여기도 즐거웁거니
아아 날에 날마다 다소곳이 늘어만 가는
항가새꽃 항가새꽃

 

 



어느날 거리엘 나갔다 비를 만나 지나치던 한 처마 아래 들어섰으려니
내 곁에도 역시 나와 한 가지로 멀구러미 하늘을 쳐다보고

비를 긋고 섰는 사나이가 있어,
그의 모습을 보아하니 문득 그 별이 생각났다.
밤마다 뜨락에 내려 우러러 보노라면 만천의 별들 가운데서도 가장 나의
별 가차이 나도 모를, 항상 그늘 많은 별 하나-.


영원히 건널 수 없는 심연에 나누어져

말없이 서로 바라보고 지낼 수 밖에 없는
먼 먼 그 별, 그리고 나의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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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주 시 모음

 

 국화 옆에서


한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위해
봄부터 솥작새는
그렇게 울었나보다


한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위해
천둥은 먹구름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든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앞에서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닢이 필라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네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었나보다

 

 


푸르른 날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저기 저기 저 가을 꽃 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드는데


눈이 내리면 어이하리야,
봄이 또 오면 어이하리야.


네가 죽고서 내가 산다면?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귀촉도(歸蜀途)


눈물 아롱 아롱
피리 불고 가신 님의 밟으신 길은
진달래 꽃비 오는 서역(西域) 삼만리.
흰 옷깃 여며 여며 가옵신 님의
다시 오진 못하는 파촉(巴蜀) 삼만리.


신이나 삼어 줄걸, 슬은 사연의
올올이 아로새긴 육날 메투리.
은장도 푸른 날로 이냥 베어서
부질없는 이 머리털 엮어 드릴걸.


초롱에 불빛, 지친 밤 하늘
구비 구비 은핫물 목이 젖은 새,
차마 아니 솟는 가락 눈이 감겨서
제 피에 취한 새가 귀촉도 운다.
그대 하늘 끝 호올로 가신 님아.

 

 


()


天年 맺힌 시름을
출렁이는 물살도 없이
고운 강물이 흐르듯
이 나른다.


天年을 보던 눈이
天年을 파다거리던 날개가
또한번 天涯에 맞부딪노나


덩어리 같아야 할 忿怒
草木도 울려야할 서름이
저리도 조용히 흐르는구나.

보라, 옥빛, 꼭두선이,
보라, 옥빛, 꼭두선이,
누이의 수틀을 보듯
세상은 보자.


누이의 어깨 넘어
누이의 틀속의 꽃밭을 보듯
세상을 보자.


울음은 海溢
아니면 크나큰 齊祀와 같이


춤이야 어느 땐들 골라 못추랴.
멍멍히 잦은 목을 제쭉지에 묻을바에야.
춤이야 어느 술참땐들 골라 못추랴.


긴 머리 자진머리 일렁이는 구름속을
, 우름으로도 춤으로도 참음으로 다하지못한 것이
어루만지듯 어루만지듯
저승 곁을 나른다.

 

 


모란 그늘의 돌


저녁 술참
모란 그늘
돗자리에 선잠 깨니
바다에 밀물
어느새 턱 아래 밀려와서
가고 말자고
그 떫은 꼬투리를 흔들고,
내가 들다가
놓아 둔 돌
들다가 무거워 놓아 둔 돌
마저 들어 올리고
가겠다고
나는 머리를 가로 젓고 있나니......

 

 


禪雲寺 洞口


禪雲寺 고랑으로
禪雲寺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않았고
막걸릿집 여자의 육자백이 가락에
작년것만 오히려 남았읍니다.
그것도 목이 쉬여 남았읍니다.

 

 

입마춤


가시내두 가시내두 가시내두 가시내두
콩밭 속으로만 작구 다라나고
울타리는 막우 자빠트려 노코
오라고 오라고 오라고만 그러면


사랑 사랑의 石榴석류꽃 낭기 낭기
하누바람 이랑 별이 모다 웃습네요
풋풋한 노루떼 언덕마다 한마릿식
개고리는 개고리와 머구리는 머구리와


구비 물은 西天으로 흘러 나려...


땅에 긴 긴 입마춤은 오오 몸서리친
쑥니풀 지근지근 니빨이 히허여케
즘생스런 우슴은 달드라 달드라 우름가치
달드라.

 

 


대낮


따서 먹으면 자는듯이 죽는다는
붉은 꽃밭새이 길이 있어


핫슈 먹은 듯 취해 나자빠진
능구렝이같은 등어릿길로,
님은 다라나며 나를 부르고...


한 향기로 흐르는 코피
두손에 받으며 나는 쫒느니


밤처럼 고요한 끌른 대낮에
우리 둘이는 웬 몸이 달어...

 

 

피는 꽃


사발에 냉수도
부셔 버리고
빈 그릇만 남겨요.
아주 엷은 구름하고도 이별 해 버려요.
햇볕에 새 붉은 꽃 피어 나지만
이것은 그저 한낱 당신 눈의 그늘일 뿐,
두번짼가 세번째로 접히는 그늘일뿐,
당신 눈의 작디 작은 그늘일 뿐이어니......

 

 


가을비 소리


단풍에 가을비 내리는 소리
늙고 병든 가슴에 울리는구나.
뼈다귀 속까지 울리는구나.
저승에 계신 아버지 생각하며
내가 듣고 있는 가을비 소리.
손톱이 나와 비슷하게 생겼던
아버지 귀신과 둘이서 듣는
단풍에 가을비 가을비 소리!

 

 

가을에


오게
아직도 오히려 사랑할 줄을 아는 이.
쫓겨나는 마당귀마다, 푸르고도 여린
문들이 열릴 때는 지금일세.


오게
低俗저속에 抗拒항거하기에 여울지는 자네.
그 소슬한 시름의 주름살들 그대로 데리고
기러기 잎서서 떠나가야 할
섧게도 빛나는 외로운 雁行안행- 이마와 가슴으로 걸어야 하는
가을 雁行이 비롯해야 할 때는 지금일세.

작년에 피었던 우리 마지막 꽃- 菊花국화꽃이 있던 자리,
올해 또 새 것이 자넬 달래 일어나려고
白露백로는 霜降상강으로우릴 내리 모네.


오게
지금은 가다듬어진 구름.
헤매고 뒹굴다가 가다즘어진 구름은
이제는 楊貴妃양귀비의 피비린내나는 사연으로는 우릴 가로막지 않고,
휘영청한 開闢개벽은 또 한번 뒷문으로부터
우릴 다지려
아침마다 그 서리 묻은 얼굴들을 추켜들 때일세.


오게
아직도 오히려 사랑할 줄을 아는 이.
쫓겨나는 마당귀마다, 푸르고도 여린
문들이 열릴 때는 지금일세

 

 


질마재의 노래


세상 일 고단해서 지칠 때마다,
댓잎으로 말아 부는 피리 소리로
앳되고도 싱싱히는 나를 부르는
질마재. 질마재. 고향 질마재.


소나무에 바람 소리 바로 그대로
한숨 쉬다 돌아가신 할머님 마을.
지붕 위에 바가지꽃 그 하얀 웃음
나를 부르네. 나를 부르네.


도라지꽃 모양으로 가서 살리요?
칡넌출 뻗어가듯 가서 살리요?
솔바람에 이 숨결도 포개어 살다
질마재 그 하늘에 푸르를리요?

 

 

 

()


덧없이 바라보던 벽에 지치어
불과 시계를 나란히 죽이고


어제도 내일도 오늘도 아닌
여기도 저기도 거기도 아닌


꺼져드는 어둠 속 반딧불처럼 까물거려
정지한 ''
''의 설움은 벙어리처럼......


이제 진달래꽃 벼랑 햇볕에 붉게 타오르는 봄날이 오면
벽 차고 나가 목매어 울리라! 벙어리처럼,
-- 벽아.


 

 

永遠

永遠
물 빛
빛과 의 길이로라.


가다 가단
후미진 굴헝이 있어,
소학교 때 내 女先生님의
키만큼한 굴헝이 있어,
이뿐 女先生님의 키만큼한 굴헝이 있어,


내려 가선 혼자 호젓이 앉아
이마에 솟은 땀도 들이는
물 빛
라일락의
빛과 의 길이로라
永遠.

 

 


첫사랑의


초등학교 3학년때
나는 열두살이었는데요.
우리 이쁜 여선생님을
너무나 좋아해서요.
손톱도 그분같이 늘 깨끗이 깍고,
공부도 첫째를 노려서 하고,
그러면서 산에가선 산돌을 줏어다가
국화밑에 놓아 두곤
날마다 물을 주어 길렀어요.

 

 


내리는 눈발 속에서는


, , , ......
, , , ......
, , , ......
, , , ......
수부룩이 내려오는 눈발 속에서는
까투리 메추래기 새끼들도 깃들이어 오는 소리 ......
괜찬타, ...... 괜찬타, ......괜찬타, ......괜찬타, .....
포그은히 내려오는 눈발 속에서는
낯이 붉은 처녀(處女)아이들도 깃들이어 오는 소리 ......

울고
웃고
수구리고
새파라니 얼어서 운명(運命)들이 모두 다 안기어 드는 소리, ......


큰놈에겐 큰 눈물 자죽, 작은놈에겐 작은 웃음 흔적,
큰 이야기 작은 이야기들이 오부룩이 도란그리며 안기어
오는 소리, ......
, , , ......
, , , ......
, , , ......
, , , ......

끊임없이 내리는 눈발 속에서는
靑山도 안기어 드는 소리, ......

 

 

밤이 깊으면


밤이 깊으면 숙아 너를 생각한다. 달래마눌같이 쬐그만 숙아
너의 全身전신을,
낭자언저리, 눈언저리, 코언저리, 허리언저리,
키와 머리털과 목아지의 기럭시를
유난히도 가늘든 그 목아지의 기럭시를
그 속에서 울려나오는 서러운 음성을


서러운서러운 옛날말로 우름우는 한마리의 버꾸기새.
그굳은 바윗속에, 황토밭우에,
고이는 우물물과 낡은時計시계소리 時計의 바늘소리
허무러진 돌무덱이우에 어머니의時體시체우에 부어오른 네 눈망울우에
빠앍안 노을을남기우며 해는 날마닥 떳다가는 떠러지고
오직 한결 어둠만이적시우는 너의 五藏六腑오장육부. 그러헌 너의 空腹.공복

뒤안 솔밭의 솔나무가지를,
거기 감기는 누우런 새끼줄을,
엉기는 먹구름을, 먹구름먹구름속에서 내이름자부르는 소리를,
꽃의 이름처럼연겊어서연겊어서부르는소리를,
혹은 그러헌 너의 絶命절명을

 

 


무제(無題)


마리아, 내 사랑은 이젠
後光후광을 彩色채색하는 물감이나 될 수 밖에 없네.
어둠을 뚫고 오는 여울과 같이
그대 처음 내 앞에 이르렀을 땐,
초파일 같은 새 보리꽃밭 같은 나의 舞臺무대에
숱한 男寺黨남사당 굿도 놀기사 놀았네만,
피란 결국은 느글거리어 못견딜 노릇,
마리아.
이 춤추고, 電氣전기 울 듯하는 피는 달여서
여름날의 祭酒제주 같은 燒酒소주나 짓거나,
燒酒로도 안 되는 노릇이라면 또 그걸로 먹이나 만들어서,
자네 뒤를 마지막으로 따르는-
허이옇고도 푸르스름한 後光彩色하는
물감이나 될 수 밖엔 없네.

 

 

쑥국새 타령(打鈴)


애초부터天國천국의사랑으로서
사랑하여사랑한건아니었었다
그냥그냥네속에담기어있는
그냥그냥네몸에실리어있는
天國이그리워竊盜절도했던건
아는사람누구나다아는일이다
아내야아내야내달아난아내
쑥국보단天國이더좋은줄도
젖먹니가나보단널더닮은줄도
어째서모르겠나두루잘안다
그러니딸꾹울음하고있다가
딸꾹질로바스라져가루가되어
날다가또네근방달라붙거든
예살던情分정분으로너무털지말고서
下八潭上八潭하팔담상팔담서옛날하던그대로
또한번그어디만큼묻어있게해다오

 

 

춘향 유문(春香 遺文)
-春香의 말


안녕히 계세요
도련님


지난 오월 단옷날, 처음 맞나든날
우리 둘이서 그늘밑에 서있든
그 무성하고 푸르든 나무같이
늘 안녕히 안녕히 계세요


저승이 어딘지는 똑똑히 모르지만
춘향의 사랑보단 오히려 더 먼
딴 나라는 아마 아닐것입니다


천길 당밑을 검은 물로 흐르거나
도솔천의 하늘을 구름으로 날드래도
그건 결국 도련님 곁 아니예요?


더구나 그 구름이 쏘내기되야 퍼부을때
춘향은 틀림없이 거기 있을거에요!

 

 


찬 술


밤새워 긴 글 쓰다 지친 아침은
찬술로 목을 축여 겨우 이어가나니
한 수에 오만 원짜리 회갑시 써 달라던
그 부잣집 마누라 새삼스레 그리워라.
그런 마누라 한 열대여섯 명 줄지어 왔으면 싶어라.


 


늙은 사내의


내 나이 80을 넘었으니
시를 못쓰는 날은
늙은 내 할망구의 손톱이나 깍어주자
발톱도 또 이쁘게 깍어주자
훈장 여편네로 고생살이 하기에
거칠대로 거칠어진 아내 손발의
손톱 발톱이나 이뿌게 깍어주자
내 시에 나오는 초승달같은
아내 손톱밑에 아직도 떠오르는
초사흘 달 바래보며 마음달래자
마음달래자 마음달래자

 


석류꽃


춘향이
눈썹
넘어
광한루 넘어
다홍치마 빛으로
피는 꽃을 아시는가?


비 개인
아침 해에
가야금 소리로
피는 꽃을 아시는가
무주 남원 석류꽃을...


석류꽃은
영원으로
시집가는 꽃.
구름 넘어 영원으로
시집가는 꽃.


우리는 뜨내기
나무 기러기
소리도 없이
그 꽃가마
따르고 따르고 또 따르나니...


 


신 부


新婦는 초록 저고리 다홍치마로 겨우 귀밑머리만 풀리운 채
하고 첫날밤은 아직 앉아 있었는데, 新郞이 그만 오줌이 급해져
서 냉큼 일어나 달려가는 바람에 옷자락이 문 돌쩌귀에 걸렸읍니
. 그것을 新郞은 생각이 또 급해서 제 新婦가 음탕해서 그 새를
못 참아서 뒤에서 손으로 잡아다리는 거라고, 그렇게만 알곤 뒤도
안 돌아보고 나가 버렸읍니다. 문 돌쩌귀에 걸린 옷자락이 찢어진
채로 오줌 누곤 못 쓰겠다면 달아나 버렸읍니다.
그러고 나서 四十年인가 五十年이 지나간 뒤에 뜻밖에 딴 볼 일
이 생겨 이 新婦네 집 옆을 지나가다가 그래도 잠시 궁금해서 新婦
방 문을 열고 들여다보니 新婦는 귀밑머리만 풀린 첫날밤 모양 그
대로 초록 저고리 다홍치마로 아직도 고스란히 앉아 있었읍니다.
안스러운 생각이 들어 그 어깨를 가서 어루만지니 그때서야 매운
제가 되어 폭삭 내려앉아 버렸읍니다. 초록 재와 다홍 재로 내려앉
아 버렸읍니다.

 

 

견우의 노래


우리들의 사랑을 위하여서는
이별이, 이별이 있어야 하네


높았다, 낮었다, 출렁이는 물살과
살과 몰아 갔다오는 바람만이 있어야하네.


-우리들의 그리움을 위하여서는
푸른 銀河은하 물이 있어야 하네.


도라서는 갈수없는 오롯한 이 자리에
불타는 홀몸만이 있어야 하네!


織女직녀여, 여기 번쩍이는 모래 밭에
돋아나는 풀싹을 나는 세이고....


허이언 허이언 구름 속에서
그대는 베틀에 북을 놀리게.


눈섭같은 반달이 중천에 걸리는
七月칠월 七夕이 도라오기까지는,


검은 암소를 나는 먹이고
織女직녀여, 그대는 비단을 짜세.

 

 


소곡(小曲)


뭐라 하느냐
너무 앞에서
- 미치게
짓푸른 하눌.


, 항상 나,
배도 안고파
발돋음 하고
돌이 되는데.

 

 


가벼히


애인이여
너를 맞날 약속을 인젠 그만 어기고
도중에서
한눈이나 좀 팔고 놀다 가기로 한다.
너 대신
무슨 풀잎사귀나 하나
가벼히 생각하면서
너와 나 새이
절깐을 ?더래도
가벼히 한눈 파는
풀잎사귀 절이나 하나 ?어 놓고 가려한다.

 


기다림


내 기다림은 끝났다.
내 기다리던 마지막 사람이
이 대추 굽이를 넘어간 뒤
인젠 내게는 기다릴 사람이 없으니.


지나간 小滿의 때와 맑은 가을날들을
내 이승의 꿈잎사귀, 보람의 열매였던
이 대추나무를
인제는 저승 쪽으로 들이밀꺼나.
내 기다림은 끝났다.


 


동천(冬天)


내 마음 속 우리님의 고은 눈섭을
즈문밤의 꿈으로 맑게 씻어서
하늘에다 옴기어 심어 놨더니
동지 섣달 나르는 매서운 새가
그걸 알고 시늉하며 비끼어 가네

 

 

뻐꾸기는 섬을 만들고


뻐꾸기는
강을 만들고,
나루터를 만들고,


우리와 제일 가까운 것들은
나룻배에 태워서 저켠으로 보낸다.


뻐꾸기는
섬을 만들고,
이쁜 것들은
무엇이든 모두 섬을 만들고,


그 섬에단 그렇지
백일홍 꽃나무 하나 심어서
먹기와의 빈 절간을......


그러고는 그 섬들을 모조리
바닷속으로 가라앉힌다.
만 길 바닷속으로 가라앉히곤
다시 끌어올려 백일홍이나 한 번 피우고
또다시 바닷속으로 가라앉힌다.

 

 


편지


내 어릴 때의 친구 淳實.
생각히는가
아침 골에 새로 나와 밀리는 밀물살 같던
우리들의 어린 날,
거기에 매어 띄웠던 그네()의 그리움을?


그리고 淳實.
시방도 당신은 가지고 있을 테지?
연약하나마 길 가득턴 그 때 그 우리의 사랑을.


그 뒤,
가냘픈 날개의 나비처럼 헤매 다닌 나는
산나무에도 더러 앉았지만,
많이는 죽은 나무와 진펄에 날아 앉아서 지내왔다.

 

淳實.
이제는 주름살도 꽤 많이 가졌을 淳實.
그 잠자리같이 잘 비치는 눈을 깜박거리면서
시방은 어느 모래 沙場에 앉아 그 소슬한 翡翠의 별빛을 펴는가.


죽은 나무에도 산 나무에도 거의 다 앉아 왔거든
난들에도 구렁에도 거의 다 앉아 왔거든
이젠 자네와 내 주름살만큼이나 많은 그 골진 사랑의 떼들을 데리고
우리 어린날같이 다시 만나세.
갓트인 봉우리에 낮 미린내도 실었던
우리들의 어린날같이 다시 만나세.

 

 


곶감 이야기


맨드래미 물드리신 무명 핫저고리에,
핫보선에, 꽃다님에, 나막신 신고
감나무집 할머니께 세배를 갔네.
곶감이 먹고싶어 세배를 갔네.
그 할머니 눈창은 고추장 빛이신데
그래도 절을 하면 곶감 한개는 주었네.
"그 할머니 눈창이 왜 그리 붉어?"
집에 와서 내 할머니한테 물어보니까
"도깨비 서방을 얻어 살어서 그래"라고
내 할머니는 내게 말해주셨네.
"도깨비 서방얻어 호강하는게 찔려서
쑥국새 솟작새같이 울고만 지낸다더니
두 눈창자가 그만 그렇게
고추장빛이 다아 되어버렸지

 

 


시월이라 상달되니


어머님이 끊여 주던 뜨시한 숭늉,
은근하고 구수하던 그 숭늉 냄새.
시월이라 상달되니 더 안 잊히네.
평양에 둔 아우 생각 하고 있으면
아무래도 안 잊히네, 영 안 잊히네.


고추장에 햇쌀밥을 맵게 비벼 먹어도,
다모토리 쐬주로 마음 도배를 해도,
하누님께 단군님께 꿇어 업드려
미안하요 미안하요 암만 빌어도,
하늘 너무 밝으니 영 안 잊히네.

 

 


꽃피는 것 기특해라


봄이 와 햇빛속에 꽃피는것 기특해라
꽃나무에 붉고 흰 꽃 피는것 기특해라
눈에 삼삼 어리어 물가으로 가면은
가슴에도 수부룩히 드리우노니
봄날에 꽃피는것 기특하여라.

 

 

 

노을


노들강 물은 서쪽으로 흐르고
능수 버들엔 바람이 흐르고


새로 꽃이 ? 들길에 서서
눈물 뿌리며 이별을 허는
우리 머리 우에선 구름이 흐르고


붉은 두볼도
헐덕이든 숨 도
사랑도 맹세도 모두 흐르고


나뭇닢 지는 가을 황혼에
홀로 봐야할 연짓 빛 노을.

 

 


行進曲 - 행진곡


잔치는 끝났드라, 마지막 앉어서 국밥들을 마시고
빠앍안 불 사루고,
재를 남기고,


포장을 거드면 저무는 하늘.
이러서서 主人주인에게 인사를 하자


결국은 조끔 취해가지고
우리 모두다 도라가는 사람들.


목아지여
목아지여
목아지여
목아지여


멀리 서 있는 바닷물에선
亂打하여 떠러지는 나의 종소리

 

 


추일미음(秋日微吟)


울타릿가 감들은 떫은 물이 들었고
맨드라미 촉계는 붉은 물이 들었지만
나는 이 가을날 무슨 물이 들었는고


안해박은 뜰 안에 큰 주먹처럼 놓이고
타래박은 뜰 밖에 작은 주먹처럼 놓였다만
내 주먹은 어디다가 놓았으면 좋을꼬.


나는 이 가을날 무슨 물이 들었는고..

 

 박인환 시 모음

 

목마(木馬)와 숙녀(淑女)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거저 방울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 별이 떨어진다.
상심한 별은 내 가슴에 가벼웁게 부숴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소녀는
정원의 초목 옆에서 자라고
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애증의 그림자를 버릴 때
목마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
한 때는 고립을 피하여 시들어 가고
이제 우리는 작별하여야 한다.


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늙은 여류작가의 눈을 바라다보아야 한다.


…… 등대(燈臺)……
불이 보이지 않아도
거저 간직한 페시미즘의 미래를 위하여
우리는 처량한 목마 소리를 기억하여야 한다.


모든 것이 떠나든 죽든
거저 가슴에 남은 희미한 의식을 붙잡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서러운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두 개의 바위 틈을 지나 청춘을 찾은 뱀과 같이
눈을 뜨고 한 잔의 술을 마셔야 한다.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거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
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


목마는 하늘에 있고
방울소리는 귓전에 철렁거리는데
가을 바람소리는
내 쓰러진 술병 속에서 목메어 우는데.

 

 


세월이 가면


지금 그 사람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고 옛날은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치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내 서늘한 가슴에 있네.

 

 


얼굴


우리 모두 잊혀진 얼굴들처럼
모르고 살아가는 남이 되기 싫은 까닭이다
길을 걷고 살면 무엇하나
꽃이 내가 아니듯
내가 꽃이 될 수 없는 지금
물빛 눈매을 닮은
한마리의 외로운 학으로 산들 무엇하나
사랑하기 이전부터
기다림을 배워버린 습성으로 인해
온 밤에 비가 내리고 이젠 내 얼굴에도
강물이 흐른다
가슴에 돌담 쌓고
손 흔들던 기억보다 간절한 것은
보고 싶다는 단 한마디
먼지 나는 골목을 돌아서다가
언뜻 만나서 스쳐간 바람처럼
쉽게 잊혀져버린 얼굴이 아닌 다음에야
신기루의 이야기도 아니고
하늘을 돌아 떨어진 별의 이야기도 아니고
우리 모두 잊혀진 얼굴들처럼
모르고 살아가는 남이 되기 싫은 까닭이다

 

 


거 리


나의 시간에 스코올과 같은 슬픔이 있다
붉은 지붕 밑으로 향수가 광선을 따라가고
한없이 아름다운 계절이
운하의 물결에 씻겨 갔다


아무말도 하지 말고
지나간 날의 동화를 운율에 맞춰
거리에 화액을 뿌리자
따뜻한 풀잎은 젊은 너의 탄력같이
밤을 지구 밖으로 끌고 간다


지금 그곳에는 코코아의 시장이 있고
과실처럼 기억만을 아는 너의 음향이 들린다
소년들은 뒷골목을 지나 교회에 몸을 감춘다
아세틸렌 냄새는 내가 가는 곳마다
음영같이 따른다


거리는 매일 맥박을 닮아 갔다
베링 해안 같은 나의 마을이
떨어지는 꽃을 그리워 한다
황혼처럼 장식한 여인들은 언덕을 지나
바다로 가는 거리를 순백한 식장으로 만든다


전정의 수목같은 나의 가슴은
베고니아를 끼어안고 기류 속을 나온다
망원경으로 보던 천만의 미소를 회색 외투에
싸아
얼은 크리스마스의 밤길로 걸어 보내자

 

 


세 사람의 가족


나와 나의 청순한 아내
여름날 순백한 결혼식이 끝나고
우리는 플랫폼으로 화려한
상품의 쇼우윈도우를 바라보며 걸었다


전쟁이 머물고
평온한 지평에서
모두의 단편적인 기억이
비둘기의 날개처럼 솟아나는 틈을 타서
우리는 내성과 회한에의 여행을 떠났다


평범한 수확의 가을
겨울은 백합처럼 향기를 풍기고 온다
죽은 사람들은 싸늘한 흙 속에 묻히고
우리의 가족은 세 사람
토르소 그늘 밑에서
나의 불운한 편력인 일기책이 떨고
그 하나 하나의 지면은
음울한 회상의 지대로 날아갔다


아 창백한 세상과 나의 생애에
종말이 오기전에
나는 고독한 피로에서
빙화처럼 잠들은 지나간 세월을 위해
시를 써본다


그러나 창 밖
암담한 상가
고통과 구토가 동결된 밤의 쇼윈도우
그 곁에는
절망과 기아의 행렬이 밤을 새우고
내일이 온다면
이 정막의 거리에 폭풍이 분다

 

 


낙하


미끄럼판에서
나는 고독한 아킬레스처럼
불안의 깃발 날리는
땅 위에 떨어졌다
머리 위의 별을 헤아리면서

그후 20
나는 운명의 공원 뒷담 밑으로
영속된 죄의 그림자를 따랐다
아 영원히 반복되는
미끄럼판의 승강
친근에의 증오와 또한
불행과 비참과 굴욕에의 반항도 잊고
연기 흐르는 쪽으로 달려가면
오욕의 지난날이 나를 더욱 괴롭힐 뿐
멀리선 회색사면과
불안한 밤의 전쟁
인류의 상흔과 고뇌만이 늘고
아무도 인지하지 못할
망각의 이 지상에서
더욱 더욱 가라앉아 간다


처음 미끄럼판에서
내리달린 쾌감도
미지의 숲 속을
나의 청춘과 도주하던 시간도
나의 낙하하는
비극의 그늘에 있다

 

 


불행한 신


오늘 나는 모든 욕망과
사물에 작별하였습니다
그래서 더욱 친한 죽음과 가까워집니다
과거는 무수한 내일에
잠이 들었습니다
불행한 신
어디서나 나와 함께 사는
불행한 신
당신은 나와 단둘이서
얼굴을 비벼대고 비밀을 터놓고
오해나
인간의 체험이나
고절된 의식에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또다시 우리는 결속되었습니다
황제의 신하처럼 우리는 죽음을 약속합니다
지금 저 광장의 전주처럼 우리는 존재됩니다
쉴새없이 내 귀에 울려 오는 것은 불행한 신
당신이 부르시는
폭풍입니다


그러나 허망한 천지 사이를
내가 있고 엄연히 주검이 가로놓이고
불행한 당신이 있으므로
나는 최후의 안정을 즐깁니다

 

 


살아 있는 것이 있다면


살아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나와 우리들의 죽음보다도
더한 냉혹하고 절실한
회상과 체험일지도 모른다


살아 있는 것이 있다면
여러 차례의 살육에 복종한 생명보다도
더한 복수와 고독을 아는
고뇌와 저항일지도 모른다
한 걸음 한 걸음 나는 허물어지는
정적과 초연의 도시 그 암흑 속으로---
명상과 또다시 오지 않을 영원한 내일로---
살아 있는 것이 있다면
유형의 애인처럼 손잡기 위하여
이미 소멸된 청춘의 반역을 회상하면서
회의와 불안만이 다정스러운
모멸의 오늘을 살아나간다

---아 최후로 이 성자의 세계에
살아 있는 것이 있다면 분명히
그것은 속죄의 회화 속의 나녀와
회상도 고뇌도 이제는 망령에게 팔은
철없는 시인
나의 눈감지 못한
단순한 상태의 시체일 것이다---

 

 


행 복


노인은 육지에서 살았다
하늘을 바라보며 담배를 피우고
시들은 풀잎에 앉아
손금도 보았다
차 한 잔을 마시고
정사한 여자의 이야기를
신문에서 읽을 때
비둘기는 지붕위에서 훨훨 날았다
노인은 한숨도 쉬지 않고
더욱 아무것도 바라지 않으며
성서를 외우고 불을 끈다
그는 행복이라는 것을 말하지 않았다
그저 고요히 잠드는 것이다


노인은 꿈을 꾼다
여러 친구와 술을 나누고
그들이 죽음의 길을 바라보던 전 날을
노인은 입술에 미소를 띄우고
쓰디쓴 감정을 억제할 수가 있다
그는 지금의 어떠한 순간도
증오할 수가 없었다
노인은 죽음을 원하기 전에
옛날이 더욱 영원한 것처럼 생각되며 자기와 가까이 있는 것이
멀어져 가는 것을 분간할 수가 있었다

 

 


센티멘탈 쟈니


주말 여행
엽서 --- 낙엽
낡은 유행가의 설움에 맞추어
피폐한 소설을 읽던 소녀


이태백의 달은
울고 떠나고
너는 벽화에 기대어
담배를 피우는 숙녀


카프리 섬의 원정
파이프의 향기를 날려 보내라
이브는 내 마음에 살고
나는 그림자를 잡는다


세월은 관념
독서는 위장
그저 죽기 싫은 예술가


오늘도 가고 또 하루가 온들
도시에 분수는 시들고
어제와 지금의 사람은
천상유사를 모른다


술을 마시면 즐겁고
비가 내리면 서럽고
분별이여 구분이여


수목은 외롭다
혼자 길을 가는 여자와 같이
정다운 것은 죽고
다리 아래 강은 흐른다


지금 수목에서 떨어지는 엽서
긴 사연은 구름에 걸린 달 속에 묻히고
우리들은 여행을 떠난다
주말여행
별말씀
그저 옛날로 가는 것이다
아 센티멘탈 쟈니
센티멘탈 쟈니

 

 


태평양에서


갈매기와 하나의 물체
고독
연월도 없고 태양도 차갑다
나는 아무 욕망도 갖지 않겠다
더욱이 낭만과 정서는


저기 부서지는 거품 속에 있어라
죽어간 자의 표정처럼
무겁고 침울한 파도 그것이 노할 때
나는 살아 있는 자라고 외칠 수 없었다
그저 의지의 믿음만을 위하여
심유한 바다 위를 흘러가는 것이다


태평양에 안개가 끼고 비가 내릴 때
검은 날개에 검은 입술을 가진
갈매기들이 나의 가까운 시야에서 나를 조롱한다
환상
나는 남아 있는 것과
잃어버린 것과의 비례를 모른다


옛날 불안을 이야기했었을 때
이 바다에선 포함이 가라앉고
수십만의 인간이 죽었다
어둠침침한 조용한 바다에서 모든 것은 잠이 들었다
그렇다 나는 지금 무엇을 의식하고 있는가?


바람이 분다
마음대로 불어라. 나는 데키에 매달려
기념이라고 담배를 피운다
무한한 고독 저 연기는 어디로 가나


밤이여 무한한 하늘과 물과 그 사이에
나를 잠들게 해라

 

 


어린 딸에게


기총과 포성의 요란함을 받아 가면서
너는 세상에 태어났다 주검의 세계로
그리하여 너는 잘 울지도 못하고
힘없이 자란다


엄마는 너를 껴안고 삼개월간에
일곱 번이나 이사를 했다


서울에 피와 비와
눈바람이 섞여 추위가 닥쳐오던 날
너는 입은 옷도 없이 벌거숭이로
화차 위 벼을 헤아리면서 남으로 왔다


나의 어린 딸이여 고통스러워도 애소도 없이
그대로 젖만 먹고 웃으며 자라는 너는
무엇을 그리우느냐


너의 호수처럼 푸른 눈
지럼 멀리 적을 격멸하러 바늘처럼 가느다란
기계는 간다. 그러나 그림자는 없다


엄마는 전쟁이 끝나면 너를 호강시킨다 하나
언제 전쟁이 끝날 것이며
나의 어린 딸이여 너는 언제까지나
행복할 것인가


전쟁이 끝나면 너는 더욱 자라고
우리들이 서울에 남은 집에 돌아갈 적에
너는 네가 어데서 태어났는지도 모르는
그런 계집애


나의 어린 딸이여
너의 고향과 너의 나라가 어데 있느냐
그때까지 너에게 알려 줄 사람이
살아 있을 것인가

 

 


한 줄기 눈물도 없이


음산한 잡초가 무성한 들판에
용사가 누워 있었다
구름 속에 장미가 피고
비둘기는 야전병원 지붕 위에서 울었다


존엄한 죽음을 기다리는
용사가 대열을 지어
전선으로 나가는 뜨거운 구두 소리를 듣는다
아 창문을 닫으시오


고지탈환전
제트기 박겨포 수류탄
어머니! 마지막 그가 부를 때
하늘에서 비가 내리기 시각했다
옛날은 화려한 그림책
한 장 한 장마다 그리운 이야기
만세소리도 없이 떠나
흰 붕대에 감겨
그는 남모르는 토지에서 죽는다


한 줄기 눈물도 없이
인간이라는 이름으로서
그는 피와 청춘을
자유를 바쳤다


음산한 잡초가 무성한 들판엔
지금 찾아오는 사람이 없다

 

 


검은 강


신이란 이름으로서
우리는 최종의 노정을 찾아보았다


어느 날 역전에서 들려오는
군대의 합창을 귀에 받으며
우리는 죽으러 가는 자와는
반대 방향의 열차에 앉아
정욕처럼 피폐한 소설에 눈을 흘겼다

지금 바람처럼 교차하는 지대
거기엔 일체의 부순한 욕망이 반사되고
농부의 아들은 표정도 없이
폭음과 초연이 가득찬
생과 사의 경지에 떠난다


달은 정막보다도 더욱 처량하다
멀리 우리의 시선을 집중한
인간의 히로 이룬
자유의 성채
그것은 우리와 같이 퇴각하는 자와는 관련이 없었다


신이란 이름으로서
우리는 저 달 속에
암담한 검은 강이 흐르는 것을 보았다

 

 


고향에 가서


갈대만이 한없이 무성한 토지가
지금은 내 고향


산과 강물은 어느 날의 회화
피 묻은 전신주 위에
태극기 또는 작업모가 걸렸다
학교도 군청도 내 집도
무수한 포탄의 작열과 함께
세상엔 없다


인간이 사라진 고독한 신의 토지
거거 나는 동상처럼 서 있었다
내 귓전에 싸늘한 바람이 설레이고
그림자는 망령과도 같이 무섭다
어려서 그땐 확실히 평화로웠다
운동장을 뛰어다니며
미래와 살던 나의 내 동무들은
지금은 없고
연기 한 줄기 나지 않는다


황혼 속으로
감상 속으로
차는 달린다
가슴 속에 흐느끼는 갈대의 소리
그것은 비창한 합창과도 같다


밝은 달빛
은하수와 토끼
고향은 어려서 노래 부르던
그것 뿐이다
비 내리는 사경의 십자가와
아메리카 공병이
나에게 손짓을 해 준다

 

 


가을의 유혹


가을은 내 마음에
유혹의 길을 가리킨다
숙녀들과 바람의 이야기를 하면
가을은 다정한 피리를 불면서
회상의 풍경을 지나가는 것이다


전쟁이 길게 머물은 서울의 노대에서
나는 모딜리아니의 화첩을 뒤적거리며
정막한 하나의 생애의 한시름을
찾아보는 것이다
그러한 순간
가을은 청춘의 그림차처럼 또는
낙엽보양 나의 발목을 끌고
즐겁고 어두운 사념의 세계로 가는 것이다
즐겁고 어두운 가을의 이야기를 할 때
목메인 소리는 나는 사랑의 말을 한다
그것은 폐원에 있던 벤치에 앉아
고갈된 분수를 바라보며
지금은 죽은 소녀의 팔목을 잡고 있던 것과 같이
쓸쓸한 옛날의 일이며
여름은 느리고 인생은 가고
가을은 또다시 오는 것이다


회색 양복과 목관 악기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저 목을 늘어뜨리고
눈을 감으면
가을의 유혹은 나로 하여금 잊을 수 없는
사랑의 사람으로 한다
누물 젖은 눈동자로 앞을 바라보면
인간이 매몰될 낙엽이
바람에 날리어 나의 주변을 휘돌고

 

 


전원


1
홀로 세우는 밤이었다 지난 시인의 걸어온 길을
나의 굼길에서 부딪혀 본다
적막한 곳엔 살 수 없고 겨울이면 눈이 쌓일 것이
걱정이다
시간이 갈수록 바람은 모여들고
한칸 방은 잘 자리도 없이
좁아진다
밖에는 우수수 낙엽소리에
나의 몸은 점점 무거워진다


2
풏토의 냄새를 산마루에서
지킨다
내 가슴보다도 더욱 쓰라린
늙은 농촌의 황혼 언제부터 시작되고
언제 그치는 나의 슬픔인가
지금 쳐다보기도 싫은
기울어져 가는
만하 전선위에서
제비들은 바람처럼
나에게 작별한다


3
찾아든 고독 속에서
가까이 들리는 바람소리를 사랑하다
창을 부수는 듯 별들이 보였다
7월의 저무는 전원
시인이 죽고 괴로운 세월은
어디론지 떠났다
비 나리면 떠난 친구의
목소리가 강물보다도
내 귀에 서늘하게 들리고
여름의 호흡이 쉴새없이
눈앞으로 지낸다


4
절름발이 내 어머니는
삭풍에 쓰러진 고목 옆에서 나를
불렀다얼마 지나
부서진 추억을 안고
염소처럼 나는 울었다
마차가 넘어간 언덕에 앉아
지평에서 걸어오는
옛 사람들의 모습을 본다
생각이 타오르는 연기는 마을을 덮는다

 

 

 

열차


폭풍이 머문 장거장 거기가 출발점
정욕과 새로운 의욕 아래
열차는 움직인다
격동의 시간


꽃의 질서를 버리고
공규한 운명처럼
열차는 떠난다
검은 기억은 전원에 플로가고
속력은 서슴없이 죽음의 경사를 지난다


청운의 복받침을
나의 시야에 던진채
미래에의 외접선을 눈부시게 그으며
배경은 핑크빛 향기로은 대화
깨진 유리창 밖 황폐한 도시의 잡음을 차고
율동하는 풍경으로
활주하는 열차


가난한 사람들의 슬픈 관습과
봉건의 터널 특권의 장막을 뚫고
피비린 언덕 너머 곧
광선의 진로를 따른다
다음 헐벗은 수목의 집단 바람의 호흡을 안고
툰이 타오르는 처음의 녹지대
거기엔 우리들의 황홀한 영원의 거리가 있고
밤이면 열차가 지나온
커다란 고난과 노동의 불이 빛난다
혜성보다도
아름다운 새날보담도 밝게

 

 


남풍


거북이처럼 괴로운 세월이
바다에서 올라온다


일찌기 외복을 빼앗긴 토민
태양 없는 말레이
너의 사랑이 백인의 고무원에서
쟈스민처럼 곱게 시들어졌다
민족의 운명이
쿠멜신의 영광과 함께 사는
앙코르 와트의 나라
월남인민군
멀리 이 땅에서도 들려오는
너희들의 항쟁의 총소리


가슴 부서질 듯 남풍은 온다
계절이 바뀌면 태풍은 온다


아시아 모든 위도
잠든 사람이여
귀를 기울여라


눈을 뜨면
남방의 향기가
가난한 가슴팍으로 스며든다

 

 


죽은 아포롱


- 이상  그가 떠난 날에


오늘은 3월 열 이렛날
그래서 나는 망각의 술을 마셔야 한다
여급 마유미가 없어도
오후 세시 이십오분에는
벗들과 제비의 이야기를 하여야 한다


그날 당신은
동경 제국대학 부속병원에서
천당과 지옥의 접경으로 여행을 하고
허망한 서울의 하늘에는 비가 내렸다


운명이여 얼마나 애태운 일이냐
권태와 인간의 날개
당신은 싸늘한 지하에 있으면서도
성좌를 간직하고 있다


정신의 수렵을 위해 죽은
랭보와도 같이
당신은 나에게
환상과 흥분과
열병과 흥분과
열병과 착각을 알려주고
그 빈사의 구렁텅이에서
우리 문학에


따뜻한 손을 빌려준
정신의 황제


무한한 수면
반역과 영광
임종의 눈물을 흘리며 결코
당신은 하나의 증명을 갖고 있었다
이상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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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안진 시 모음

 

사리(舍利)


가려주고
숨겨주던
이 살을 태우면


그 이름만 남을거야
온몸에 옹이 맺힌
그대 이름만


차마
소리쳐 못 불렀고
또 못 삭여낸


조개살에 깊이 박힌
흑진주처럼


아아 고승(高僧)
사리(舍利)처럼 남을거야
내 죽은 다음에는.

 

 


가을 편지


들꽃이 핀다
나 자신의 자유와
나 자신의 절대로서
사랑하다가 죽고 싶다고
풀벌레도 외친다.
내일 아침 된서리에 무너질 꽃처럼
이 밤에 울고 죽을 버러지처럼
거치른 들녘에다
깊은 밤 어둠에다
혈서를 쓰고 싶다.

 

 


겨울을 기다리며

 

겨울이 오면
나는
바람이 될 거야


더는 못 참는 침묵에서
더는 못 감출 이름을
마음껏 소리쳐 불러보는 목소리가


밤낮 주야 가리지 않고
천지사방 거침없이
목놓아 외쳐대는 북풍의 목청이


부르고 싶은 이름 하나에
미쳐버린 겨울바람
그 목소리 될 거야, 되고 말 거야.

 

 


꽃 지는 날에


열매 맺기 위해서
꽃은 떨어져야 한다


된서리를 맞아야
열매 또한 무르익음을


이 확실한
자연법칙을 믿으며


인간 세상
눈비 속을

 

 



차라리
내가 반쯤 죽어야
그대를 보는가


철따라
궂은 비 뿌리는 내 울안
벙어리 되어 흘려 보낸
어두운 세월의
어느 매듭에서


눈먼 혼을 불러
풋풋이 움 틔우며
일월을 거느려
그대 오는가


목숨과 맞바꾸는
엄청난 이 보배
차라리
내가
온채로 죽어야
그대를 보는가

 

 


낙엽 쌓인 길에서


한번 더
나를 헐어서
붉고 붉은 편지를 쓸까봐


차갑게
비웃는 바람이
내 팽개친들 또 어떠랴


눈부신 꿈 하나로
찬란하게
죽고만 싶어라

 

 


눈물


그는
내 뼈 중의 뼈요
내 살 중의 살이라


뼈가 녹아 물이 되고
살이 녹아 물이 되고
살아가는 길
긴 여과의 과정에서


하늘이 쪼개지고
땅이 울부짖는
날이 날마다


사랑도
시도
그리고 학문도
배신을 일삼는
수치와 약점일 뿐


녹아도 녹아도
녹지 않는 뼈와 살
오직 그 하나
나의 참뜻은


마지막 그날에
생애를 걸러서
우러나는 한 방울


신이 정녕 계실진대
무심한 하나님
그로 하여 나는

 

 


눈사람


사람이 그리운 날엔
눈사람을 만들자


꿈의 모습을
빚어보자


수묵화 한폭속에
호젓이 세워놓고


그윽이 바라보며
이 겨울을 견디리

꿈이여 언제나
꿈으로만 사라져도


못내 춥고 그리운 날엔
사람하나 지어 눈맞춤 하리라

 

 


들국화


한얼산
기도원 올라가는 길에
소슬히 웃고 선
막달라 마리아


멸시를 이기더니
통곡을 삼키더니
영원한 남성의
영원한 사랑을 획득하고 만
여자


어리석은 그 여자가
지혜롭게 곰삭인
잘못 살아온 세월의 빛깔
보랏빛 연보라
천상의 웃음 띄우고
마중나오신 성녀

 

 


멀리 있기


멀리서
나를 꽃이 되게 하는 이여
향기로 나는 다가갈 뿐입니다.


멀리서 나를
별이 되게 하는 이여
눈물 괸 눈짓으로 반짝일 뿐입니다.


멀어서 슬프고
슬퍼서 흠도 티도 없는
사랑이여


죽기까지 나
향기 높은 꽃이게 하여요

죽어서도 나
빛나는 별이게 하여요.

 

 


서리꽃


손발이 시린 날은
일기를 쓴다


무릎까지 시려오면
편지를 쓴다
부치지 못할 기인 사연을


작은 이 가슴마저
시려드는 밤이면
임자없는 한 줄의
시를 찾아 나서노니


사람아 사람아
등만 보이는 사람아


유월에도 녹지않는
이 마음을 어쩔래
육모 서리꽃
내 이름을 어쩔래

 

 


실패할 수 있는 용기


눈부신 아침은
하루에 두 번 오지 않습니다.
찬란한 그대 젊음도
일생에 두 번 다시 오지않습니다.


어질머리 사랑도
높푸른 꿈과 이상도
몸부림친 고뇌와 보석과 같은 눈물의 가슴앓이로
무수히 불밝힌 밤을 거쳐서야 빛이납니다.


젊음은 용기입니다.
실패를 겁내지 않는
실패도 할 수 있는 용기도
오롯 그대 젊음의 것입니다.

 

 


아침 기도


아침마다
눈썹 위에 서리 내린 이마를 낮춰
어제처럼 빕니다.


살아봐도 별 수 없는 세상일지라도
무책(無策)이 상책(上策)인 세상일지라도
아주 등 돌리지 않고
반만 등 돌려 군침도 삼켜가며
하늘로 머리 둔 이유도 잊지 않아가며


신도 천사도 아닌 사람으로
가장 사람답게 살고 싶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따라 울고 웃어가며
늘 용서 구할 꺼리를 가진
인간으로 남고 싶습니다.


너무들 당당한 틈에 끼어 있어
늘 미안한 자격미달자로
송구스러워하며 살고 싶습니다. 오늘 하루도...

 

 

약속의 별



몹시 외롭고 쓸쓸해지는 때는
걸어온 옛길로나 돌아가게 되나봅니다
못내 초라하고 서글퍼지는 때에도
보물찾기하듯
그 길섶을 뒤적이게 되나봅니다


긴긴 겨울밤 얼어붙은 깜깜 하늘에는
왠지 낯익은 듯
눈물 머금은 별 하나
물끄러미 시선을 맞추다가
까맣게 잊고 살아왔습니다
약속 하나, 언약 하나, 맹세 하나를



내 어려서 철없던 꼬맹이적에
심심해서 별이나 헤아리며
혼자 놀던 어느 밤에
문득 아름다운 별 하나에 넋이 빠져
단박에 나의 별로 점찍었습니다


이제부터 너는 내 별
이담에 나도 너처럼 빛날 거야
턱을 괸 두 손 풀고 발딱 일어서며
나 혼자 중얼거려 약속했습니다
그 별도 기뻐서
더 크게 더 밝게 빛났습니다


그 이름은 놀림말로 개밥바라기라고 하지만
초저녁엔 금성이고 장경성(長慶星)이고 태백성(太百星)이며
새벽녘엔 샛별이고 명성(名星)이고 계명성(啓明星)이라 부르는 줄은
한참 뒤에 가서 알게 되었습니다만


애들한테 따돌림받고
슬퍼지는 외토릴 때


손등으로 눈물 닦다가도
고개 들면 웃어주는 별


힘을 내!
하마 잊었니 우리의 약속을?
그때 이레 나는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오밤중에 잠이 깨어도 문 열고 내다보며
눈맞춤도 눈흘김도 눈쌈도 하였고
신새벽 뒷간 가는
나를 불러 세워놓고
짓궂게 놀려대어도 나는 행복했습니다



꿈이 너무 많고
너무도 화려하여
눈물도 웃음도 변덕스럽던 여학생때는
단짝 친구랑 나는 서로 사랑했습니다
영원한 우정을
기막힌 야망을


여름밤 하늘의 별 하나를 정해놓고
손가락을 걸어서 우린 언약했습니다


운명이 우리를 갈라놓을지라도
아득한 훗날 그 어디에서라도
우리의 우정은 언약의 별같이
밝고도 찬란할 것이라고
언약의 별 같은 인물이 되자고
새끼손가락을 세 번 잡아당겼습니다



애인이라고는
차마 부르지 못했지만
난생 처음으로 사랑한 사람이여
숫되고 서툴던 내 처녀적에
별 하나에 사랑을 맹세해 주던 이여
별 하나에 포부를 다짐해 뵈던 이여


지금은 어디에서 무얼하는지 몰라도
지금의 하늘에는


맹세의 그 별이
그날처럼 밝고도 아름답게 빛나고 있습니다
사는 일이 피곤할 때
더러더러 생각날까요
뜨거운 그 호소 그 맹세를
아직도 생생히 기억할까요



덧없고 부질없어라
우정과 사랑이면 더욱 그러하여라
세월이 지나간 휑하니 빈 자리에는
그 약속, 그 언약, 그 맹세 모두
어처구니없이 되고 말았습니다


고달픈 퇴근길에 헛발을 디디다가
잠 안 오는 밤중에 안경알을 닦다가
불현듯 떠오르는 약속의 별 하나
아이적 내 별이여, 우정의 우리 별이여


영원을 맹세하던 첫사랑의 별이여
어느 한 가지의 약속조차도
이루지 못하고 살아온 오늘은
그저 할말이 없습니다
오직 미안할 뿐입니다
아이처럼 다리 뻗쳐 마구 울고 싶습니다.

 

 


작정


모르며 살기로 했다.
시린 눈빛 하나로
흘러만 가는 가을 강처럼


사랑은 무엇이며
삶은
왜 사는 건지


물어서 얻은 해답이
무슨 쓸모 있었던가


모를 줄도 알며 사는
어리석음이여
기막힌 평안함이여


가을하늘빛 같은
시린 눈빛 하나로
무작정 무작정 살기로 했다.

 

 


조각달


사랑이 떠난 후에
알게 모르게 허물어진 몸
허공에 떠도는 줄
혹시 알리 또 모르리만
이 길이 내 길이리라 여겨
홀로 기웃대었다


그대 뉘 지아비 되고
나 또한 지어미 되니
운명이 꾸미는 장난에
맹물 같은 웃음뿐
가벼이 반공중에서
사라지고 말아라


무궁한 세월이 흘러
저승길 더듬을 제
그 누가 문책하면
품안에서 꺼내 뵈리
네 가슴 노리던 비수

 

 


부끄럽게도
여태껏 나는
자신만을 위하여 울어 왔습니다

아직도
가장 아픈 속울음은
언제나 나 자신을 위하여
터져 나오니


얼마나 더 나이 먹어야
마음은 자라고
마음의 키가 얼마나 자라야
남의 몫도 울게 될까요


삶이 아파 설운 날에도
나 외엔 볼 수 없는 눈
삶이 기뻐 웃는 때에도
내 웃음소리만 들리는 귀
내 마음 난장인 줄
미처 몰랐습니다
부끄럽고 부끄럽습니다.

 

 

봄비 한 주머니


320밀리리터짜리
피 한 봉다리 뽑아 줬다
모르는 누구한테 봄비가 되고 싶어서
그의 몸 구석구석 속속들이 헤돌아서
마른 데를 적시어 새살 돋기 바라면서


아냐 아냐
불현듯 생피 쏟고 싶은 자해충동 내 파괴본능 탓에
멀쩡한 누군가가 오염될라
겁내면서 노리면서 몰라 모르면서
살고 싶어 눈물나는 올해도 4
내가 할 수 있는 짓거리는 이 짓거리뿐이라서.

 

 


황홀한 거짓말


<사랑합니다>
너무도 때묻힌 이 한마디 밖에는
다른 말이 없는 가난에 웁니다.
처음보다 더 처음인 순정과 진실을
이 거짓말에 담을 수 밖에 없다니요.
겨울 한밤 귀뚜라미 거미줄 울음으로
여름밤 소쩍새 숨넘어가는 울음으로


<사랑합니다>
샘물은 퍼낼수록 새물이 되듯이
처음보다 더 앞선 서툴고 낯선 말


<사랑합니다>
목젖에 걸린 이 참말을
황홀한 거짓말로 불러내어 주세요.

 

 


 노천명 시 모음

 

 사 슴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
언제나 점잖은 편 말이 없구나.
관이 향기로운 너는
무척 높은 족속이었나 보다.


물 속의 제 그림자를 들여다보고
잃었던 전설을 생각해 내고는
어찌할 수 없는 향수에
슬픈 모가지를 하고
먼 데 산을 쳐다본다.

 

 


남사당


나는 얼굴에 분칠을 하고
삼단같이 머리를 땋아 내린 사나이.


초립에 쾌자를 걸친 조라치들이
날나리를 부는 저녁이면
다홍치마를 두르고 나는 향단이가 된다.
이리하여 장터 어느 넓은 마당을 빌어
람프 불을 돋운 포장 속에선
내 남성이 십분 굴욕되다.
산 넘어 지나온 저 동리엔
은반지를 사주고 싶은
고운 처녀도 있었건만
다음 날이면 떠남을 짓는
처녀야
나는 집씨의 피였다.
내일은 또 어느 동리로 들어간다냐.


우리들의 도구를 실은
노새의 뒤를 따라
산딸기의 이슬을 털며
길에 오르는 새벽은
구경꾼을 모으는 날나리 소리처럼
슬픔과 기쁨이 섞여 핀다.

 

 


女心


새벽하늘에 긴 강물처럼 종소리 흐르면
으레 기도로 스스로를 잊는 그런 여성으로 살게

해 주십시오.


한번의 눈짓, 한번의 손짓, 한번의 몸짓에도
후회와 부끄러움이 없는 하루를 살며
하루를 반성할 줄 아는 그런 女性으로 살게
해주십시오.


즐거울 땐 꽃처럼 활짝 웃음으로 보낼 줄 알며
슬플 땐 가장 슬픈 표정으로 울 수 있는 그런 女性으로
살게 해주십시오.


주어진 길에 순종할 줄 알며 경건한 자세로 기도
드릴줄 아는 그런 여성으로 살게 해 주십시오

 

 


이름 없는 여인이 되어


어느 조그만 산골로 들어가
나는 이름 없는 여인이 되고 싶소


초가 지붕에 박넝쿨 올리고
삼밭에 오이랑 호박을 놓고
들장미로 울타리를 엮어
마당엔 하늘을 욕심껏 들여놓고
밤이면 실컷 별을 안고
부엉이가 우는 밤도 내사 외롭진 않겠소.


기차가 지나가 버리는 마을
놋양푼의 수수엿을 녹여 먹으며
내 좋은 사람과 밤이 늦도록
여우 나는 산골 얘기를 하면
삽살개는 달을 짖고
나는 여왕보다 더 행복하겠소.

 

 


별을 쳐다보며


나무가 항시 하늘로 향하듯이
발은 땅을 딛고도 우리
별을 쳐다보며 걸어갑시다. 친구보다
좀더 높은 자리에 있어 본댔자
또 미운 놈을 혼내주어 본다는 일
그까짓 것이 다- 무엇입니까 술 한 잔만도 못한
대수롭잖은 일들입니다.
발은 땅을 딛고도 우리
별을 쳐다보며 걸어갑시다

 

 



솔밭 사이로 솔밭 사이로 걸어 들어가자면
불빛이 흘러 나오는 고가가 보였다.


거기-
벌레 우는 가을이 있었다.
벌판에 눈 덮인 달밤도 있었다.


흰나리꽃이 향을 토하는 저녁
손길이 흰 사람들은


꽃술을 따 문 병풍의
사슴을 이야기했다.


솔밭 사이로 솔밭 사이로 걸어
지금도
전설처럼-
고가엔 불빛이 보이련만


숱한 이야기들이 생각날까봐
몸을 소스라침을
비둘기같이 순한 마음에서......

 

 


님의 부르심을 받들고서


남아면 군복에 총을 메고
나라 위해 전장에 나감이 소원이리니
이 영광의 날
나도 사나이였드면 나도 사나이였으면
귀한 부르심 입는 것을

갑옷 떨쳐입고 머리에 투구 쓰고
창검을 휘두르며 싸움터로 나감이
남아의 장쾌한 기상이어든

이제
아세아의 큰 운명을 걸고
우리의 숙원을 뿜으며
저 영미를 치는 마당에랴

영문(營門)으로 들라는 우렁찬 나팔소리

오랜만에
이 강산 골짜구니와 마을 구석구석을
흥분 속에 흔드네

 

 

묘지


이른 아침 황국(黃菊)을 안고
산소를 찾은 것은
가랑잎이 빨-가니 단풍드는 때였다.
이 길을 간 채 그만 돌아오지 않는 너
슬프다기보다는 아픈 가슴이여


흰 패목들이
서러운 악보처럼 널려 있고
이따금 빈 우차(牛車)가 덜덜대며 지나는 호젓한 곳


황혼이 무서운 어두움을 뿌리면
내 안에 피어오르는
산모퉁이 한 개 무덤
비애가 꽃잎처럼 휘날린다.

 

 

 

장미


맘 속 붉은 장미를 우지직끈 꺾어 보내 놓고
그날부터 내 안에선 번뇌가 자라다
늬 수정 같은 맘에

한 점 티 되어 무겁게 자리하면 어찌하랴


차라리 얼음같이 얼어 버리련다
하늘보다 나무모양 우뚝 서 버리련다
아니
낙엽처럼 섧게 날아가 버리련다

 

 


전승의 날


거리거리에 일장깃발이 물결을 친다
아세아민족의 큰 잔칫날
오늘 싱가폴을 떨어뜨린 이 감격
고운 처녀들아 꽃을 꺾어라
남양 형제들에게 꽃다발을 보내자
비둘기를 날리자


눈이 커서 슬픈 형제들이여
代代로 너희가 섬겨온 상전 영미는
오늘로 깨끗이 세기적 추방을 당하였나니


고무나무 가지를 꺾어들고 나오너라
종려나무 잎사귀를 쓰고 나오너라
오래간만에 가슴을 열고 웃어 보지 않으려나


그 처참하던 대포소리 이제 끝나고 공중엔
일장표의 비행기 은빛으로 빛나는 아침
남양의 섬들아 만세 불러 평화를 받아라

 

 


장날


대추 밤을 돈사야 추석을 차렸다.
이십 리를 걸어 열하룻장을 보러 떠나는 새벽
막내딸 이쁜이는 대추를 안 준다고 울었다.
송편 같은 반달이 싸릿문 위에 돋고,
건너편 성황당 사시나무 그림자가 무시무시한 저녁,
나귀 방울에 지껄이는 소리가 고개를 넘어 가까워지면
이쁜이보다 삽살개가 먼저 마중을 나갔다.

 

 


임 오시던 날


임이 오시던 날
버선발로 달려가 맞았으련만
굳이 문 닫고 죽죽 울었습니다


기다리다 지쳤음이오리까
늦으셨다 노여움이오리까
그도 저도 아니오이다
그저 자꾸만 눈물이 나
문 닫고 죽죽 울었습니다

 

 


비연송(悲戀頌)


하늘은 곱게 타고 양귀비는 피었어도
그대일래 서럽고 서러운 날들
사랑은 괴롭고 슬프기만 한 것인가


사랑의 가는 길은 가시덤불 고개
그 누구 이 고개를 눈물없이 넘었던고
영웅도 호걸도 울고 넘는 이 고개


기어이 어긋나고 짓궂게 헤어지는
운명이 시기하는 야속한 이 길
아름다운 이들의 눈물의 고개


영지못엔 오늘도 탑그림자 안 비치고
아사달은 뉘를 찾아 못 속으로 드는 거며
그슬아기 아사녀의 이 한을 어찌 푸나

 

 


사월의 노래


사월이 오면, 사월이 오면은....
향기로운 라일락이 우거지리
회색빛 우울을 걷어 버리고
가지 않으려나 나의 사람아


저 라일락 아래로  라일락 아래로
푸른물 다담뿍 안고 사월이 오면
가냘푼 맥박에도 피가 더하리니
나의 사람아 눈물을 걷자


청춘의 노래를 사월의 정령을
드높이 기운차게 불려 보지 않으려나
앙상한 얼골이 구름을 벗기고
사월의 태양을 맞기 위해
다시 거문고의 줄을 골라
내 노래에 맞추지 않으려나
나의 사람아!

 

 

 

유월의 언덕


아카시아꽃 핀 유월의 하늘은
사뭇 곱기만 한데
파라솔을 접듯이
마음을 접고 안으로 안으로만 들다


이 인파 속에서 고독이
곧 얼음모양 꼿꼿이 얼어들어옴은
어쩐 까닭이뇨


보리밭엔 양귀비꽃이 으스러지게 고운데
이른 아침부터 밤이 이슥토록
이야기해 볼 사람은 없어
파라솔을 접듯이
마음을 접어가지고 안으로만 들다


장미가 말을 배우지 않은 이유를
알겠다
사슴이 말을 하지 않는 연유도
알아듣겠다


아카시아꽃 핀 유월의 언덕은
곱기만 한데...

 

 


당신을 위해


장미모양
으스러지게 곱게 되는 사랑이 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시죠?


감히 손에 손을 잡을 수도 없고
속삭이기에는 좋은 나이에 열없고
그래서 눈은 하늘만을 쳐다보면
얘기는 우정 딴 데로 빗나가고
차디찬 몸짓으로 뜨거운 맘을 감추는
이런 일이 있다면 어떻게 하시죠


행여 이런 마음 알지 않을까 하면
얼굴이 화끈 달아올라
그가 모르기를 바라며 말없이
지나가려는 여인이 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시죠.

 

 


구름같이


큰 바다의 한 방울 물만도 못한
내 영혼의 지극히 적음을 깨닫고
모래언덕에서 하염없이
갈매기처럼 오래오래 울어보았소.
어느 날 아침이슬에 젖은
푸른밤을 거니는 내 존재가
하도 귀여운 것 같아 들국화 꺾어들고
아침다운 아침을 종다리처럼 노래하였소


허나 쓴웃음 치는 마음
삶과 죽음 이 세상 모든 것이
길이 못풀 수수께끼어니
내 생의 비밀인들 어이 아오


바닷가에서 눈물짓고...
이슬언덕에서 노래불렀소
그러나 뜻 모를 이 생
구름같이 왔다가나보오

 

 


아름다운 얘기를 하자


아름다운 얘기를 좀 하자
별이 자꾸 우리를 보지 않느냐


닷돈짜리 왜떡을 사먹을 제도
살구꽃이 환한 마을에서 우리는 정답게 지냈다


성황당 고개를 넘으면서도
우리 서로 의지하면 든든했다
하필 옛날이 그리울 것이냐만
늬 안에도 내 속에도 시방은
귀신이 뿔을 돋쳤기에


병든 너는 내 그림자
미운 네 꼴은 또 하나의 나


어쩌자는 얘기냐, 너는 어쩌자는 얘기냐
별이 자꾸 우리를 보지 않느냐
아름다운 얘기를 좀 하자.

 

 


봄비


강에 얼음장 꺼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이는 내 가슴속 어디서 나는 소리 같습니다


봄이 온다기로
밤새것 울어 새일 것은 없으련만
밤을 새워 땅이 꺼지게 통곡함은
이 겨울이 가는 때문이었습니다
한밤을 즐기차게 서러워함은
겨울이 또 하나 가려 함이었습니다


화려한 꽃철을 가져온다지만


이 겨울을 보냄은
견딜 수 없는 비애였기에
한밤을 울어울어 보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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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 격언

佳曲難厭 恒聽斯厭 가곡난염 항청사염

좋은 노래도 너무 들으면 싫어지는 법이다.

  佳木秀而繁陰 가목수이번음

아름다운 나무는 그늘도 짙은 법이다.

  假金用鍍 眞金不鍍 가금용도 진금불도

가짜 금은 도금도 하지만 진짜 금은 도금도 못 한다.

-실력이 좋은 사람은 실력이 못 한 사람을 가르칠 수 있으나 실력이 낮은 사람은 실력이 높은 사람을 가르칠 수 없다는 말.

  可斯也不可罔也 가사야불가망야

속일 수도 사리에 맞아야지 사리에 맞지 않는 말로는 속일 수도 없다.

  可怒而不怒姦臣乃作 가노이불노간신내작

노여워 할 때 노여워하지 않으면 간신(姦臣)이 일어날 수 있다.

  可憐勝境當窮寒 가련승경당궁한

불쌍할 지경으로 가난하다는 뜻.

  可殺而不可辱也 가살이불가욕야

죽을망정 부끄러운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

  可殺而不殺 大賦乃發 가살이불살 대부내발

죽일 놈을 죽이지 않으면 큰 도적이 생긴다.

  可以東 可以西 가이동 가이서

동쪽도 좋고 서쪽도 좋다.-줏대가 없다는 말.

  可以人而不知鳥乎 가이인이부지조호

사람이 새만 못하면 부끄러운 일이다.

-반포지효(反哺之孝)라 하여 까마귀도 어미에게 효도를 하는데 하물며 사람이 까마귀만 못 해서야 되겠냐는 말.

  加不得 減不得 가부득 감부득

더도 덜도 할 수 없다는 뜻.

  加粉則思其心之鮮 가분즉사기심지선

분칠은 얼굴만 예쁘게 하려고 바르는 것이 아니라 마음도 청신하게 해야 한다는 뜻이다.

  苛政猛於虎 가정맹어호

가혹한 정치는 범보다는 사납다.

  家富而愈儉 가부이유검

부자이면서도 교만하지 않고 더욱 검약하다는 뜻.

  家貧則思良妻 가빈즉사양처

집안이 가난하면 어진 아내를 생각하게 된다.

  家貧則兄弟離 가빈즉형제난

가난이 너무 가난하면 형제간에도 서로 어려워 진다는 뜻.

  家貧親老 不擇祿而任 가빈친노 불택녹이임

가난하고 늙은 부모가 계시면 직업탓하지 말고 하찮은 직업이라도가져야한다는 말.

  家貧顯孝子 가빈현효자

가난한 집에서 효자난다.

  家若富不可恃富而怠學 가약부불가시부이태학

집이 만약 부유하더라도 부유함을 믿고서 공부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家若貧不可因貧而廢學 가약빈불가인빈이폐학

집이 만약 가난하더라도 가난으로 인하여 공부를 그만두어서는 안 된다.

  家於怒 市於色 가어노 시어색

집에서 화난 것을 장에 가서 화풀이 한다.

家有名士 三年不知 가유명사 삼년부지

한집에서 삼년 살면서도 성도 모른다.

  家有常業 雖飢不餓 가유상업 수기불아

집안에 항상 일만 있으면굶어죽지는 않는다.부지런하면 굶지는 않는다는 말.

  家有賢妻 丈夫不遭橫事 가유현처 장부불조횡사

집안에 어진 아내가 있으면 남편은 어려운 일을 만나지 않는다는 말.

  家和萬事成 가화만사성

집안이 화목해야 모든 일이 잘 이루어진다.

  家和貧也好 가화빈야호

집안이 화목하면 가난해도 좋다는 말.

  覺今是昨非 각금시작비

이제서야 어제의 잘못을 깨닫게 된다 -잘못은 지나간뒤에야깨닫게된다는 말

  覺耳後生風 각이후생풍

귀가 깨달은 뒤에야 바람이 인다-좋은 말을 듣고 깨닫게 되면 적극적으로 행동하게 된다는 뜻.

  刻鵠不成 尙類鴉 각곡불성 상류아

고니를 만들다 안 되면 비슷한 갈가마귀 라도 될 수 있다 -성인의 도를 배우면 비록 성인은 못 돼도 착한 사람은 된다는 뜻.

  刻薄成家 理無久享 각박성가 이무구향

남에게 야박하게 굴며 모은 살림은 오래 갈 수 없다.

  各人自掃門前雪 각인자소문전설

자기 문 앞의 눈은 자기가 쓸게 된다. 자기 앞 가림은 자기가해야한다는 뜻.

  各者以爲大將 각자이위대장

저마다 대장이라 -사람은 저마다 잘난 체한다는 뜻.

  脚正不靴歪 각정불화왜

발이 바르면 신이 삐뚤어지지 않는다 -본바탕이 바르면 행동도 그릇되는 일이 없다는 뜻.

  看看似相識 간간사상직

보고 있는 동안에 서로 아는 사이 같이 된다.

  看麵杖吹火 간면장취화

국수 홍두깨로 불을 분다(부채질 한다는 말)-되지도 않을 일을 미련스럽게 한다는 뜻.

  看晨月 坐自夕 간신월 좌자석

새벽달 보려고 초저녁부터 기다린다-무슨 일을 너무 일찍부터 서두른다는 뜻.

  趕鷄之犬 徒仰屋垠 간계지견 도앙옥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듯 한다.

  竿頭過三年 간두과삼년

장대 끝에서 삼년 지낸다-몹시 어려운 환경에서 오랫동안고생을 했다는 뜻.

  芉種描乎 彫匏庶割 간종묘호 조포서할

담배(또는 율무)씨로 뒤웅박을 판다-사람이 너무도 잘고 잔소리가 몹시 심 하다는 말. -율무 간.

  渴不飮盜泉水 갈불음도천수

목이 말라도 도천(盜泉-도둑샘)물은 먹지 안는다-아무리 곤란해도 불명예스러운 짓은 않는다는 뜻.

  渴時一滴如甘露 갈시일적여감로

목 마를 때는 한 방울의 물도 감로처럼 달다 -어려울 때 받는 도움은 비록 작은 것이라도 감로처럼 고맙다는 뜻.

  暍者反冬乎冷風 갈자반동호냉풍

더위 먹은 사람은 겨울에도 찬 바람 쐰다 -한번 놀라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항상 경각심을 갖게 된다는 말. -더위먹을 갈.

  葛之覃兮 必有限兮 갈지담혜 필유한혜

뻗어가는 칡도 한이 있다.

  鑑明者 塵垢弗理 감명자 진구불리

맑은 거울은 먼지와 때를 감추지 못한다 -사람의 마음이 맑으면 조그마한 잘못도 감추지 않는다는 말.

  鑑無見疵之辜 감무견자지고

거울은 사람 얼굴의 흠을 비춰 주어도 사람은 이를 허물하지 않는다 -남이 충고하여 주는 말에 안 좋은 감정을 나타내서는 안 된다는 말.

  甘言之家 鼓味不嘉 감언지가 고미불가

말 잘 하는 집은 장맛이 쓰다 -말로만 좋지 실속은 나쁘다는 뜻.

  甘井先竭 감정선갈

맛 좋은 샘은 먼저 마른다. 재능이출중한사람은빨리쇠폐(衰廢)하여짐을 이름.

  坎井之蛙 不可與語 東海之樂 감정지와 불가여어 동해지학

우물 속 개구리하고는 바다의 얘기를 할 수 없다 -식견이 좁은 사람과는 세상 이야기를 말 할 수가 없다는 뜻.

  甲子年生豈小 갑자년생기소

갑자생이 어찌 적은가 -노성(老成)하였다고 말하나 오히려 우매(愚昧)한 것을 핀잔주는 말.

  彊梁者 不得其死 강량자 부득기사

강포한 사람은 제 명에 못 죽는다.

彊本而節用則天不能貧 강본이절용즉천불능빈

부지런히 농사하고 살림을 절약 하면 하늘도 가난함을 내 버려 둘 수 없다는 말.

强行者有志 강행자유지

강하게 행동하는 사람은 뜻이 있는 사람이다.

  改過毋悔惜 개과무회석

잘못 있거든 고치고 뉘우치거나 아까워 하지 말라.

  介人之寵 非勇也 개인지총 비용야

남의 총애를 믿고 뽐내는 것은 용감한 것이 아니다.

  皆知夫竊之人 不可以爲富也 개지부절지인 불가이위부야

남의 물건 훔쳐가지고서는 결코 부자가 못 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

  客坐而困主人也 객좌이곤주인야

나그네 오히려 주인을 곤욕 질 한다-일이 거꾸로 되었다는 뜻.

  更見乃水原客경견내수원객

다시 보니 수원 손님이라.-가까이 가서 다시 보니 과연 그 사람이라는 뜻

 羹之方沸 罔知厥味갱지방불 망지궐미

끓는 국에 국 맛 모른다 -급한 일을 당하게 되면 정확한 판단을 하기 어렵다는 말.

  羹歠泥鰍 噫發舔巳갱철니추 희발첨사

미꾸리 국 먹고 용트림 한다 -하잘 것 없는 사람이 허세를 부림.

  去狼以牧羊거랑이목양

이리를 내 쫓고 양을 기른다.

  去言美 來言美 거언미 래언미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

  去一分奢侈 便少一分罪過 거일분사치 변소일분죄과

사치스러운 마음을 조금이라도 버리면 그 만큼 죄가 감해진다는 말.

  去虎口 歸慈母 거호구 귀자모

범 아가리를 벗어나 어미 품안으로 돌아 온다 -위험한 처지를 벗어나 안락한 생활을 하게 되었다는 뜻.

  據鼎鑊而盡言 거정확이진언

가마솥에 삶겨 죽는 한이 있더라도 할 말은 한다.

  居家必靜定 거가필정정

거처는 반드시 조용한 곳이 좋다.

  居有室妻之樂 거유실처지락

살림을 차리면 부부의 낙이 있게 마련이다 -신혼 생활을 하게 되면 서로 정답게 살게 된다는 뜻

  居治而不忘亂 거치이불망란

지금 잘 다스려지고 있다 해서 장차 혼란될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居下位而不獲於上 民不可得而治 거하위이불획어상 민불가득이치

아랫 사람이 웃 사람의 신임을 받지 못하면 백성을 잘 다스릴 수 없다.

  渠川龍出乎 거천룡출호

개천에서 용 난다.

  乾鵲噪而行人至 건작조이행인지

까치 요란하게 울면 귀한 손님 온다.

  乞人憐都承旨 걸인린도승지

거지가 도승지를 불쌍타 한다.

  儉美德也 過則爲嗇 검미덕야 과즉위색

검약이 미덕이지만 지나치면 인색하게 된다.

  儉爲萬福之源 검위만복지원

검소함은 온갖 행복의 근원이다.

  儉入奢易 奢入儉難 검입사이 사입검난

검소하다가 사치하기는 쉬워도 사치하다가 검약하기는 어렵다.

  儉則存 奢則亡 검즉존 사즉망

검소하면 있고 사치하면 없어진다.

  怯懦者達生委命 겁유자달생위명

겁 많은 사람은 생사를 운명에 맡겨야 한다.

  揭竿累趣灌守 其於得大魚難矣 게간누취관독수예부 기어득대어난의

작은 개울에서 낚시질 하면 큰 고기 잡기 어렵다.

  擊大事必愼其終始 격대사필진기종시

큰 일 할 때는 반드시 끝과 시작을 한결 같이 신중히 해야 한다.

  見客容以瓢饋 見主容以手喫飯 견객용이표궤 견주용이수끽반

손님 봐서 바가지로 대접하고 주인 봐서 손으로 먹는다 -사람 접대는 상대방의 정도에 알맞게 해야 한다는 뜻.

  見其可欲也 則不慮其可惡也者 견기가욕야 즉불려기가오야자

좋아하는 것을 보면 나쁜 점을 미처 생각하지 못하게 된다 -욕심나는 것을 보면 좋아서 그에 대한 나쁜 점을 찾아 보려고도 않는다는 뜻.

  見未眞 勿輕言 견미진 물경언

참되지 않은 것을 보더라도 가벼이 말하지 말라 -진실하지 못하다고 해서 함부로 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뜻.

  見甁水 知天下之寒 견병수동 지천하지한

병 속 물이 어는 것을 보면 겨울이 온 것을 알 수 있다 -사소한 일을 보고서도 큰일을 추리해서 알 수 있다는 뜻.

  見奔獐 放獲兎 견분장 방획토

달아나는 노루 보다 잡았던 토끼 놓친다 -먼데 있는 것을 욕심내다가 도리어 손 안에 있던 것까지 잃었다는 말.

  見不義之財 勿取 견불의지재 물취

의롭지 않은 재물은 보더라도 가지려고 하지 말라.

  見蛇首 知長短 견사수 지장단

뱀은 머리만 봐도 그 길이를 알 수 있다 -한 부분만 봐도 대강은 전체를 알 수 있다는 뜻.

  見象之牙而如其大於牛 견상지아이여기대어우

코끼리는 이만 봐도 소보다 크다는 것을 알수 있다 -부분만 봐도 그 전체를 짐작할 수 있다는 말.

  見小利則 大事不成 견소리즉 대사불성

작은 이익을 보려다가큰 일을 망친다.

  見勝則起 不勝則止 견승즉기 불승즉지

승산이 보이면 싸우고 승산이 없으면 기다려야 한다.

見義不爲 無勇氣 견불위 무용기

옳은 일을 보고도 않는 것은 용기가 없는 것이다.

見而不食 畵中之餠 견이불식 화중지병

보고도 못 먹는 것은 그림에 떡. -뻔히 보는 것이지만 자기 소유물로 안된다는 뜻.

  見人富貴 不可嘆而詆毁 견인부귀 불가탄이저훼

타인의 부귀를 보고 부러워하거나 헐뜯어서는 안 된다.

  見人之善 而尋己之善 견인지선 이심기지선

남의 착한 것을 보거든 자신의 착한 점도 찾아보라.

  見主容以手喫飯 견주용이수끽반

나그네 생김 보아 바가지에 밥 담고, 주인 모양 보아 손으로 밥 먹는다 -무슨 일이나 실정에 알맞도록 일을 해야 성과가 크다는 뜻.

  見之不若知之 견지불약지지

보는 것이 아는 것만 못하다 -보는 것 중에는 모르는 것도 있기 때문에 보는 것이 아는 것만 못하다는 말.

  見之而不知 雖識必妄 견지이부 지 수식필망

보기만 하고 알지 못하면 아무리 많이 보아도 반드시 그릇된 것이 있다.

 見他人有如意事 則忌妬之 견타인유여의사 즉기투지

남의 일 잘 되는 것을 보고 질투 한다.

  見彈而求肴炙 견탄이구효자

(또는 탄자)만 봐도 새 적을 찾는다 -몹시 성급하게 서두른다는 뜻.

  見虛則進 見實則退 견허즉진 견실즉퇴

적이 허()하면 나아가고 적이 실()하면 후퇴해야 한다.

  見虎之尾而知其大於狸 견호지미이지기대어리

범은 꼬리만 봐도 삵괭이 보다 큰 것을 안다 -일부분만 봐도 전체를 짐작할 수 있다는 뜻. -見象之牙而如其大於牛

  犬不以善吠爲良 견불이선폐위양

개는 잘 짖는다고 좋은 개가 아니다 -말만 잘한다고 훌륭한 사람이 아니라 행동을 잘해야 훌륭한 사람이라는 말.

  犬牛白話 有誰存察 견우백화 유수존찰

개 쇠의 발괄 누가 안 다더냐 - 두서없이 지껄이는 말은 아무도 알아 듣지 못한다는 뜻.

  潔潔者 福無所寓 결결자 복무소우

지나치게 청렴한 사람에게는 복이 붙을 곳이 없다 -너무 청렴한 사람은 재물과는 인연이 멀다는 뜻.

  結怨於人 謂之種禍 결원어인 위지종화

남에게 원한 사면 곧 재앙의 씨로 된다 -남에게 원한을 받게 되면 이것이 곧 재앙으로 싹트게 된다는 뜻.

  結爲瘤贅 陷爲癰疸 결위류췌 함위옹달

혹을 붙이고 등창을 마련 한다 -일을 잘한다는 것이 점점 못 되게만 만든다는 뜻.

  結者解之 결자해지

맺은자가 푼다. 문제의 원인인 당사자 간에 해결 한다는 뜻.

  輕諾者 必寡信 경낙자 필과신

쉽게 허락하는 사람은 반드시 믿음성이 적다 -승낙을 함부로 하는 사람은 실행성이 없다는 말.

  綆短不可汲深 경단불가급심

두레박줄이 짧으면 깊은 우물물은 길지 못 한다 -작업 조건이 갖추어지지 않으면 일이 이루어지지 못한다는 말.

  耕當問奴 織當問婢 경부문노 직당단비

농사일은 머슴에게 물어 하고 길쌈질은 계집종에게 물어서 하라.

  驚紋裂石 鳴聲破瓮 경문열석 명성파옹

틈 난 돌이 갈라지고 소리 난 독이 깨진다 -어떤 징조(徵兆)가 있게 되면 반드시 그대로 되고 만다는 뜻.

  慶賞不漸則兵弱 경상불참즉병약

상이 없으면 군대는 약해진다 -잘한 일이 있을 때 반드시 상을 주는 제도가 없으면 군인의 사기가 약해진다는 뜻.

  耕植不足以自給 경식부족이자급

농사 지어도 양식이 모자란다 -농사 지어도 식량이 모자라는 빈농(貧農) 이라는 뜻.

  經夜無怨 曆日無恩 경야무원 력일무은

밤 간(넘긴) 원수 없고 날 샌 은혜 없다원수나 은혜는 세월이 가면 다 잊어버리게 된다는 뜻.

  頸咽不能言 경인불능언

목이 메어 울면서 말을 못 함. -너무 서글퍼서 목이 메어 말도 못한다는 뜻.

  敬鬼神而遠之 경귀신이원지

귀신도 공경하면 멀리 간다 -공경하면 안 되는 일이 없을 정도로 귀중하다는 뜻.

  敬尊長 奉有德 경존장 봉유덕

어른을 공경하고 덕 있는 사람을 받들라.

  敬則人愛之 경즉인애지

공경하면 남들이 사랑하게 된다.

  敬親者 不敢慢於人 경친자 불감회어인

부모 공경하는 사람은 남에게 거만을 부리지 않는다.

  桂可食 故伐之 계가식 고벌지

계수나무는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쉽게 베이게 된다 -적에게 유리한 것이 있으면 적은 이것을 노리게 된다.

  戒口莫談他短 계구막담타단 입을 경계하여 남의 단점을 말하지 말라.

  鷄鳴愼歲福 犬吠舊年災 계명신세복 견폐구년재

닭이 울면 새해의 복이 오고 개가 짖으면 지난해 재앙이 사라진다구년을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면서 지난해의 불행은 다 사라지고 새해에는 행복만 가득하라는 뜻.

  鷄舍有鳳凰 계사유봉황

봉황이 닭장에서 산다봉황이 닭장에서 살 듯이 훌륭한 사람이 낮은 지위에서 복무한다는 뜻

  戒身莫隨惡伴 계신막수오반

몸가짐을 경계하고 나쁜 벗을 따르지 말라.

谿壑易滿 人心難滿 계학이만 인심난만

골짜기는 채우기 쉬워도 사람 마음은 채우기 어렵다 -사람의 욕망을 만족시키기는 무엇보다도 어렵다는 말.

古豈食外祖母太粥活乎 고기식외조모태죽활호

언제는 외할머니 콩죽 먹고 살았나 -지금까지 남의 덕으로 살아오지 않았는데 이제 와서 남의 덕을 바랄 리가 있느냐는 뜻.

高步者疾顚 고보자질전

높이 뛰어가는 사람은 잘 너머진다 -높이 뛰어가는 넘어지기 쉽듯이 자기 분수에 넘치는 짓을 하게 되면 실패하게 된다는 말.

  高飛之鳥 死於美食 고비지조 사어미식

높이 나는 새도 먹이 때문에 죽게 된다 -탐욕이 많은 사람은 재물 때문에 죽데 된다는 뜻.

  高上尊貴 不以驕人 고상존상 불이교인

높은 지위에 있어도 남에게 교만하지 말아야 한다.

  高鳥盡 良弓藏 고조진 양궁장

새를 다 잡고 나면 활도 간직해 둔다긴요하게 썼던 물건도 쓰고 난 다음에는 소용이 없게 된다는 뜻.

  顧小利則大利之殘也 고소리즉대리지잔야

작은 이익을 돌보다가 큰 이익을 해친다.

  苦心而無功 고심이무공 애는 썼으나 공은 없다.

  苦言藥 甘言疾 고언약 감언질

듣기 싫은 말은 약이고 듣기 좋은 말은 병이다 -남의 말은 듣기 싫은 것이 이로운 말이고 듣기 좋은 말이 불리하다는 뜻.

  瞽非不瞽 謂瞽則怒 고비불고 위고즉노

눈 먼 소경더러 눈 멀었다면 성낸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의 결점을 남이 말하는 것을 싫어한다는 말.

  瞽者嗜你 自攘厥鷄 고자기니 자양궐계

봉사 제 닭 잡아먹는 격이다 -어리석은 사람이 이득을 보았다고 좋아했으나 알고 보니 자신이 손해를 보았다는 뜻.

瞽者無之與乎文章之觀 聾者無以與乎鍾鼓之聲 고자무지여호대장지관 농자무이여호종고지성 봉사는 글을 읽을 수 없고 귀머거리는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 -소경과 같이 보지도 못하고 귀머거리와 같이 듣지도 못한다는 뜻.

  固顚冥乎 富貴之地 非相助以德 고전명호 부귀지지 비상조이덕

부귀에 눈이 멀면 서로 덕으로 도우지 않게 된다돈과 명예에 눈이 멀게 되면 도덕과 의리도 모르게 된다는 말.

  告諸往而知來者 고제왕이지래자

지난 일을 들으면 다가오는 일도 알게 된다 -지나간 일을 잘 분석하여 보면 앞일도 짐작할 수 있게 된다는 뜻.

  考之言行 無瑕尤 고지언행 무하우

잘 생각한 언행에는 탓할 것이 없다 -깊이 생각하고 하는 말과 행동에는 잘못이 없다는 뜻.

  藁鞋頭菊花毬 고혜두국화구

짚신에 국화 무늬 치장하기다 - 격에 맞지 않는 짓을 한다는 뜻.

  谷無虎先生兎 곡무호선생토

범 없는 골에서는 토끼가 선생질 한다 -잘난 사람이 없는 곳에서는 못난 사람이 잘난 사람의 구실을 하게 된다는 뜻.

  哭娟之淚 豈有霑目 곡연지루 기유점목

시앗 죽은 눈물이 눈 가쟁이 젖히랴 -시앗 죽은 데 눈물이 나도 얼마 나지 않듯이 매우 적은 양이라는 뜻.

  穀人不足於晝 곡인부족어주

농민들에게 낮이 부족하다 -농사철에는 낮이 부족하여 새벽에서 어두워질 때까지 바쁘게 일한다는 뜻.

  穀者人之可命 곡자인지가명

곡식은 가히 사람의 목숨이다 -사람은 먹어야 살기 때문에 사람이 먹는 곡식에 대한 고마움과 이것을 농사진 농민에게 감사해야 한다는 뜻.

  昆蟲尙有窟穴 곤충상유굴혈

벌레도 사는 굴이 있다 -비록 곤충도 사는 집이 있는데 하물며 사람이 집이 없어서야 되겠는냐는 뜻.

 

恭敬而無實 공경이무실

공경은 하면서도 진실성은 없다 -남을 공경하기는 하지만 진실성이 없기 때문에 남들이 가까이 하지 않는다는 뜻.

  恭近於遠恥辱 공근어원치욕

공손히 예의를 지키면 타인에게 치욕을 받지는 않는다.

  攻其惡 無攻人之惡 공기악 무공인지악

자신의 나쁜 것은 들어 치고 남의 나쁜 것은 공격하지 말아야 한다.

  工夫到 滯寒通 공부도 체한통

공부를 열심히 하면 막힌 것도 통해진다.

工於論人者 察己常疎 공어논인자 제기상소

남 비평 잘 하는 사람은 자신의 잘못은 소홀히 살는 법이다남의 비평을 잘 하는 사람일수록 자신의 잘못은 살피지 않는 경향이 많다는 말.

  工欲善其事 必先利其器 공욕선기사 필선리기기

일을 잘하려면 먼저 그 연장이 좋아야 한다 -노동하는 사람은 그 도구가 좋아야 일을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잘할 수 있다는 말.

  工人數變業 失其功 공인수변업 실기공

장인이 직업을 자주 바꾸면 성공하지 못한다 -기술자가 기술을 자주 바꾸면 남보다 뛰어난 기술자로 될 수 없다는 뜻.

  貢以串輪 賂用駄驅 공이관륜 뢰용태구

진상(進上)은 꼬챙이에 꿰고 뇌물(賂物)은 바리에 싣는다 -공사(公事)는 함부로 하고 자기와 이해가 있는 일에만 신경을 쓴다는 말.

  孔雀愛羽 虎豹愛瓜 공작애우 호표애고

공작(孔雀)은 깃을 아끼고 범은 발톱을 아낀다 -짐승들도 저에게 소중한 것은 아끼듯이 인간은 명예를 아껴야 한다는 뜻. 

公平正論 不可犯手 공평정론 불가범호

공정하고 올바른 이론에는 반대하지 못한다 는 말.

  公事不私議 공사불사의

공사(公事)에는 사사(私事)로운 말을 하지 않는다.

  功多有厚賞 공다유후상

()이 많은 사람은 후()한 상을 주어야 한다.

  功名不竝立 공명불병립

공을 세운 이름은 모두 똑 같을 수 없다. 즉 나란히 세울 수 없다 -공을 세운 업적은 크고 작은 것을 정확히 구별함으로써 두 사람 이상이 동일하게 평가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말.

  功成不名有 공성불명유

비록 공을 세우고도 이름은 드러내려고 하지 않는다.

  功被天下 守之以讓 공피천하 수지이양

비록 공이 세상을 덮더라도 몸가짐은 겸양해야 한다 -아무리 국가에 공을 세워 높은 지위에 있어도 행동은 겸양해야 한다는 뜻.

  恐蛟龍得雲雨 終非池中物 공교룡득운우 종비지중물

교룡(蛟龍)이 비 구름을 얻을까봐 두려워하지만 언제까지나 못 속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 영웅은 언젠가 기회를 만날 때가 있을 것이라는 뜻.

  空名富貴逐世轉移 공명부귀축세전이

공명과 부귀는 세상 따라 바뀐다.

  寡婦宅 賣銀食 과부택 매은식

과부 은() 팔아먹 듯 한다 -과부가 모아 둔 은()을 팔아 쓰듯이 돈을 벌지는 못하고 전에 벌어 둔 것으로 야금야금 쓴다는 말.

  寡言可以無悔 과언가이무회

말이 적으면 뉘우치는 일도 없을 것.

  過去事如明鏡 未來事暗似漆 과거사여명경 미래사음사칠

지나간 일은 밝기가 거울 같고 앞일은 어둡기가 까만 옻칠과 같다.

  過不足 皆不中 과부족 개부중

지나친 것이나 모자라는 것이나 다 좋은 것은 아니다 -너무 많은 것이나 모자라는 것이나 다 정확한 것이 못 된다는 뜻.

  過生於輕慢 과생어경만 허물은 경솔하고 오만한 데서 생긴다.

  過失可微辯 과실가미변 허물이 있으면 간단히 잘 타일러야 한다.

  過猶不及 과유불급 나침은 모자람과 같다.

  過而能改 其過斯寡 과이능개 기과사과

잘못하고서도 잘 고치면 그 허물은 적어진다.

  過而不悛 亡之本也 과이불전 망지본야

잘못하고도 고치려고 하지 않는 버릇은 망함의 근본이다.

  過而不知悔 下等人也 과이불지회 불등인야

잘못하고도 뉘우칠 줄 모르는 사람은 사람 구실 못하는 사람이다.

  過而不改 是謂過矣 과이불개 시위과의

허물이 있음을 알고도 고치지 않는 것을 잘못이라고 한다잘못한 것보다도 잘못을 고치지 않는 것이 더 큰 잘못이라는 뜻.

  過則勿憚改 과즉물탄개

허물이 있음을 알면 고치기를 꺼려하지 말라.

過火之炎 我食可腍 과화지염 아식가임

군불에 밥 짓기. -남의 일을 해주는 김에 자기 일도 한다는 말, 밑천한푼 들이지 않고 쉽게 한다는 뜻도 된다.

  瓜芒思擢 心底罔覺 과망사탁 심저망각

손톱 밑에 가시든 줄은 알아도 염통 밑에 쉬 쓰는 줄은 모른다 -눈에 보이는 작은 일은 깨달고도 눈에 보이지 않는 큰 손해는 모르고 있다는 뜻.

  瓜田不納履 李下不正冠 과전불납리 이하불정관

외밭에서 신을 신지 말고 오얏나무 아래서 갓 바로 쓰지 말라 -남에게 의심받을 짓은 아예 하지 말라는 뜻.

  觀過斯知仁矣 관과사지인의 남의 허물을 보면 그의 착한 것을 알 수 있다.

  觀美之餠 嘾之亦美 관미지병 담지역미

보기 좋은 떡은 먹기도 좋다 -외양이 좋은 것은 내용도 좋다는 뜻.

  觀於濁水 迷於淸淵 관어탁수 미어청연

흐린 물을 보느라고 맑은 못을 잊는다 -악한 일에 골몰하게 되면 착한 것을 잊게 된다.

  觀虎於檻 髫髮不驚 관호어함 초발불경

갇힌 범은 어린아이도 놀라지 않는다 -권력을 못 쓰게 되면 아무도 그를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뜻.

  官大有險 樹大招風 관대유험 수대초풍

관리는 직책이 높아질수록 위험해 지고 나무는 커질수록 바람을 부른다. -관리는 높아질수록 추락할까 위태로와지는데 나무는 클수록 바람과 잘 지내게 되므로 사람도 나무에게 배우라는 뜻.

  官吏忍之 進其位 관리인지 진기위 관리가 참으면 그 지위가 높아진다.

  官怠於宦成 관태어환성

관리는 올라갈수록 태만해지고 잘못만 저지르게 된다 -관리 생활을 오래하여 능숙하게 되면 태만해지고 잘못도 저지르게 된다는 뜻.

  冠雖弊必加於首 관수폐필가어수

갓은 비록 해져도 발에 신지 않고 반드시 머리에 쓰게 된다 - 물건은 반드시 용도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아무데나 함부로 쓸 수 없다는 말.

  慣言不聽 姦乃不生 관언불청 간내불생

헛된 말은 듣지 말고 간악한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

  灌頂之水 必流于趾 관정지수 필류우지

정수리에 부은 물은 발뒤꿈치까지 흐른다 -웃사람이 한 일은 그대로 아랫 가람들이 따라하게 된다는 말.

  灌頭之流 下水足底 관두지류 하수족저

꼭뒤에서 부은 물은 발꿈치로 흐른다 -웃사람의 잘못은 아랫 사람까지 영향을 끼친다는 말, 선조들이 남긴 풍습은 후손까지 물려받게 된다는 뜻.

  灌項之水 必流下趾 관항지수 필류하지

이마에 부운 물은 발뒤꿈치에 흐른다 -웃사람이 하는 일은 아랫 사람이 그대로 본뜬다는 뜻.

  刮佛本麻澤出 괄불본마택출

부처 밑을 들추면 삼거웃이 드러난다 -점잖은 사람도 그 이면을 들추어 보면 지저분한 일이 있다는 뜻.

  狂童之狂也且 광동지광야차

미친 놈이 미친 짓 한다 -미친놈이 더 미친 짓을 하듯이 미운 놈이 더 미운 짓만 한다는 뜻.

  光陰似逝水 광음사서수 세월은 흐르는 물 같다.

  廣篋已富 富庫已實 而百姓貧 광협이부 부고이실 이백성빈

위정자의 상자와 창고가 재물로 가득차면 백성들은 가난하게 된다는 뜻.

  快於患而欲謹 則無益矣 괘어환이욕근 즉무익의

이미 재앙이 온 뒤에는 조심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敎續而敵而勝 교속이적이승 잘 훈련시킨 군대는 적과 싸워 승리한다.

  蛟龍得雲雨 終非池中物 교룡득운우 종비지중물

교룡이 비 구름을 얻으면 못 속에서 떠난다 - 사람도 때를 만나면 출세 하게 된다는 뜻.

  交莫貴乎相知 교막귀호상지

친구를 사귀는 데는 서로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보다 더 존귀한 것은 없다.

  交朋友 貴乎信也 교붕우 귀호신야 벗을 사귀는 데 신의를 귀히 하라

  交市人 不如友山翁 교시인 부여우산옹

시정의 장삿군을 사귀는 것은 촌 늙은이를 사귀는 것만 못하다 -믿음성이 없는 사람을 사귀지 말고 믿음성이 있는 사람을 사귀라는 뜻.

  驕而不亡者 未之有也 교이불망자 미지유야

교만하고서 망치 않은 사람은 아직 없다.

  驕者生任亂 교자생임란 교만한 사람은 음란하게 되기 쉽다

  巧婦才人常薄命 교부재인상박명

솜씨 좋은 여자와 재주 있는 사람은 명이 짧다.

巧詐不如拙誠 교사부여졸성

교묘(巧妙)한 사기(詐欺)가 졸렬한 성의만 못하다.

  巧者言 拙者默 교자언 졸자묵

꾀 있는 사람은 말이 많고 어리석은 사람은 말이 적다.

  巧者有餘 拙者不足 교자유여 졸자부족

솜씨 좋은 사람은 넉넉하고 솜씨 서투른 사람은 부족하다.

  巧僞不如拙誠 교위불여졸성

잘하는 거짓말이 못하는 진실만 못하다 -거짓말은 아무리 잘해도 이로울 것이 없다는 말.

  巧者賊 拙者德 교자적 졸자덕

꾀 있는 사람은 남을 해치고 어리석은 사람은 덕을 베푼다꾀가 많은 사람은 그 꾀를 악용하여 남을 해치지만 어리석은 사람은 남을 이롭게한다는 뜻.

  巧者拙之奴 교자졸지노

교묘한자가 아무리 좋은 재주 가지나 서투른 사람의 종이다.

  巧妻常伴拙夫眼 교처상반졸부안

아름답고 어진 아내는 어리석은 남편을 만나기 쉽다 -어진 아내는 흔히 어리석은 남편을 만나지만 내조를 잘한다는 뜻.

  狡免死 良狗烹 교토사 양구팽

날쌘 토끼 잡고 나니 사냥개도 잡아 먹힌다 -사람을 쓰는데 이용가치가 있을 때는 쓰고 이용 가치가 없을 때는 쓰지 않는다는 말.-兎死狗烹

  救經而引其足也 구경이인기족야

목 매단 사람을 구한다면서 그 발 잡아 당긴다 -남을 도와준다는 것이 도리어 해를 끼쳤다는 뜻.

  驅群羊 攻猛虎 구군양 공맹호

뭇 양을 몰아서 사나운 범을 친다 -약한 자가 강한 자를 공격하면 희생만 많이 생긴다는 뜻.

  鳩生一年 飛不踰嶺 구생일년 비불유령

햇 비둘기 재 못 넘는다 -나이 어린 사람은 큰 일을 하지 못한다는 뜻.

  九年耕必有 三年之食之 구년경필유 삼년지식지

구년 농사에 삼년 먹을 것은 남아야 한다 -농사는 삼년에 한 번 흉년 들 것을 예견해서 삼 년 농사에 일 년 양식이 남아 돌아가도록 되어야 한다는 말.

  九月丹楓 勝於牧丹 구월단풍 승어목단

구월 단풍이 모란꽃보다 낫다 -모란꽃은 비록 고와도 뜰을 치장할 뿐이지만 단풍은 온 산을 전체 아름답게 치장하기 때문에 낫다는 뜻.

  苟利之爲見 若者必害 구리지위견 약자필해

진실로 이익만을 보려는 사람은 반드시 해를 보게 된다

  苟非德義 則必有禍 구비덕의 즉필유화

진실로 덕과 의가 없으면 반드시 화를 당하게 된다 -인덕과 의리가 없으면 화를 면할 도리가 없다는 뜻.

  苟信不繼 盟不益也 구신불계 맹불익야

진실로 믿음이 계속되지 않는다면 맹세를 해도 이로울 것이 없다 -오래 두고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면 아무리 맹세해도 이로울 것이 못 된다는 뜻.

  咎莫大於欲得 구막대어욕득

남의 것을 얻으려고 하는 욕심보다 더 큰 허물은 없다.

  狗猛則酒酸不售 구맹즉주산불수

술집 개가 사나우면 술이 시도록 팔지리 않는다 -간신이 많으면 어진 사람들이 국사에 관여하지 않기 때문에 나라가 쇠퇴하게 된다는 말.

狗尾三朞 不成豹皮 구미삼기 불성표피

개 꼬리 삼 년 두어도 황모 되지 않는다 -본시 바탕이 나쁜 것은 아무리 오래 두어도 좋아지지 않는다는 뜻.

  狗不以善吠爲良 구불이선폐위양

개는 잘 짖는다고 좋은 개가 아니다 -말만 잘한다고 훌륭한 사람이 아니라 행동을 잘해야 훌륭한 사람이라는 말.

  懼法朝朝樂 구법조조락

법을 두려워하니 날마다 즐겁다 -준법정신으로 일을 하면 바른 일만 하게 되기 때문에 즐겁다는 뜻.

  久病無孝子 구병무효자

긴병에 효자 없다 -오랫동안 앓게 되면 병 간호 를 등한히 하게 된다는 말.

  久生之鳥 帶箭 구생지조 대전

오래 앉은 새가 살 맞는다 -좋은 자리라고 오래 버티고 있다가는 화를 당하게 된다는 뜻.

  久要不忘 平生之言 구요불망 평생지언

오랜 약속이라도 그 말은 평생 두고 잊지 말아야 한다 -한번 약속한 것은 죽을 때 까지 잊지 말고 집행해야 한다는 뜻.

  口及心之門 구급심지문

입은 마음이 이르는 문이다 -입은 마음 속에 있는말이나오는 문의구실을한다는 뜻.

  口不道非禮之言 구불도비례지언

입으로는 예가 아닌 말은 하지 않아야 한다 -실례가 되는 말은 남에게 해서는 안 된다는 뜻.

  口舌者 禍患之門 구설자 화환지문 입과 혀는 재앙과 근심이 들어오는 문이다 -말 조심을 하지 않으면 재앙과 근심을 면치 못한다는 뜻.

  口雖斜吹當直 구수사취나당직 비록 입은 비뚤어져도 주라는 바로 불라 -어떤 일이 있어도 말은 바로 해야 한다는 뜻.

  口雖噲唱直吹螺 구수괘창직취나 비록 입은 비뚤어져도 주라는 바로 불라 -어떤 일이 있어도 말은 바로 해야 한다는 뜻.

  口是禍之門 舌是斬身刀 구시화지문 설시참신도 입은 화의 문이요 혀는 몸을 베는 칼이다 -말을 잘못하면 화를 당하게 되므로 말을 삼가라는 뜻.

  口噲奏螺直吹 구괘주나직취 입은 비뚤어져도 주라는 바로 불어라 -어떤 일이 있어도 말은 바로 해야 한다는 뜻.

  汲深綆短 급심경단 길을 물은 깊고 드레박 줄은 짧다. -임무는 무겁고 역량은 미치지 못 한다는 뜻.

  難升之木 無然仰 난승지목 무연앙촉 올라가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랬다 -될 수 없는 일이라면 아예 생각지도 말라는 뜻.

  難將一人手 掩得千下目 난장일인수 엄득천하목

한 사람의 손으로는 세상 사람들의 눈을 가리지는 못한다 -자기의 잘못을 숨기려고 해도 세상 사람들을 속이지 못한다는 뜻.

  難行之事 勿以命人 난행지사 물이명인

자신이 하기 어려운 일은 남에게도 시키지 말아야 한다.

  男年長大 莫習樂酒 남년장대 막습낙주

남자가 나이를 먹거든 술을 즐기는 버릇을 못하게 하라.

  男不言內 女不言外 남불언내 여불언외 남자는 안에서 하는 일을 말하지 않으며 여자는 밖에서 하는 일을 말하지 않는다 -남자는 집안 살림에 대해서는 간섭하지 말고 여자는 남편이 하는 일에 대해서는 간섭하지 말라는 뜻.

  男子之病 皆出於食色 남자지병 개출어식색

남자의 근심거리는 다 음식과 색욕에서 생기는 것이다.

  內顧則士卒淫 내고즉사졸음 사관이 아내를 돌아보게 되면 사병들은 계집질을 하게 된다 -지휘관이 아내를 가까이하게 되면 사병들은 계집질을 하게 되므로 이런 점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뜻.

  南山可移 判不可移 남산가이 판불가이

남산은 가히 옮길 수 있어도 한번 판결된 형량은 변경시킬 수 없다 -재판에서 한번 판결된 것은 어떤 이유가 있어도 다시는 고칠 수 없다는 뜻.

  內多欲而外施仁義 내다욕이외시인의 속은 욕심부려도 겉으로는 인의를 베푸는 척 한다 -물욕이 많은 사람이 겉으로는 착한 척한다는 말.

  內不自以誣 外不自以欺 내불자이무 외불자이기

안으로 자신을 속이지 않고 밖으로 남을 속이지 않는다.

  內心荏弱爲佞 내심임약위녕

마음이 부드럽고 약하면 아첨하게 된다 -마음이 연약한 사람은 독립심이 약하기 때문에 남에게 의존하려고 아첨하게 된다는 뜻.

  內正則外無不正也 내정즉외무불정야

속이 바르면 겉도 바르지 않을 수가 없다.

爐邊情談 노변정담 화롯가에 둘러 앉아서 주고 받는 담화 -그리 중요하지는 않지만 구수한 정담.-爐邊談話

  路柳墻花 人皆可折 노류장화 인개가절

로변의 버들과 담장 꽃은 누구나 꺾을 수 있다 -길가 버들과 담 밑의 꽃은 누구나 꺾을 수 있듯이 화류계의 여자는 누구나 다 상대할 수 있다는 뜻.

  路逢怒蛙而軾之 노봉노와이식지 성난 개구리 길에서 만난 수레를 받는다 -성이 나면 이성을 잃게 되기 때문에 무모한 짓을 하게 된다는 뜻.

  路傍殘邑 노방잔읍 벼슬아치 대접하느라 피폐해진 큰 길가 마을들.

  路上顔面 노상안면 길에서 만난 적이 있어 아는 얼굴-잘은 모르고 데면데면 면식이 있음을 이르는 말.

  路遙知馬力 日久見人心 노요지마력 일구견인심

길이 멀어야 말의 힘을 알고 오래 지내봐야 사람의 마음을 알게 된다.

  老士宿儒 노사숙유 나이 들고 학문 있는 선비.

  老少不定 노소부정

사람의 목숨이나 죽음에 젊고 늙은 사람에 정한바가 없다는 뜻-시운이 누구에게나 다르니 죽음에는 순서가 없다는 말.

  老眼猶明 노안유명 노안의 눈이 오히려 밝음.

  老而不死 노이불사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음- 늙어도 자꾸 바쁜 일이 생겨 죽을 겨를이 없다는 뜻.

  老紅少靑 노홍소청

장기를 둘 때 나이든 사람은 붉은색의 한(), 젊은 사람은 푸른색의 초()를 잡음.-비록 잡기를 할 때도 노소 구별이 있다는 말.

  奴顔婢膝 노안비슬 남에게 종처럼 알랑거리는 비굴한 태도.

  勞心者治人 勞力者治於人 노심자치인 노력자치어인 정신 노동을 하는 사람은 지배하게 되고 육체 노동을 하는 삼은 지배를 받게 된다.

  勞而無功 노이무공

애는 썼으나 공이 없음.

  祿重則 義士輕死 녹중즉 의사경사

녹을 후하게 주면 의로운 사람은 목숨을 아끼지 않는다 -보수를 후하게 주면 의로운 사람은 국가를 위하여 목숨을 아끼지 않는다는 말.

  論議母固執 當從衆 논의모고집 당종중 일을 의논할 때는 자기 의사만 고집하지 말고 대중의 의견을 따르도록 해야 한다.

  籠禽離歸翼 농금이귀익 갇힌 새는 어미 품으로 되 돌아 가고 싶어 한다.

  農夫餓死 枕厥種子 농부아사 침궐종자

농부는 굶어죽어도 씨오장이는 베고 죽는다 -농부는 아무리 식량에 곤궁하더라도 종자만은 보관하고 있어야 한다는 뜻.

  農所以勞 器不利也 농소이노기불리야

농사가 힘든 것은 종기구가 편리하지 못한 데도 있다.

  農者 穀之所出 농자 곡지소출 농사라는 것은 곡식을 생산하는 업이다.

  農者得田 不爲農者不得之 농자득전 불위농자부득지 농부는 농토를 가져야 하고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은 농토를 가져서는 안 된다

 農者 天下之大本也 농자 천하지대본야 농사는 천하의 큰 근본이다.

  能改過則天地不怒 능개과즉천지불노

잘못을 잘 고치면 천지의 신도 노여워하지 않는다.

  能勤有繼 其從之也 능근유계 기종지야

노력을 꾸준히 하면 공은 이에 따르게 마련이다.

  能書不擇筆墨 능서불택필묵 글씨 잘 쓰는 사람은 붓 먹 가리지 않는다.

  能善於用財 而貧賤非所憂 능선어용재 이빈천비소우

재산을 잘 선용하면 가난에 대한 근심은 않게 된다.

  能信不爲人下 능신불위인하

신용(信用)있는 행위만 하면 남의 밑에 있게 되지 않는다.

  能柔能剛 其國彌光 능유능강 기국미광

()하고 강한 것을 겸한 나른 더욱 빛나게 된다.

  能爲人則者 不爲人下矣 능위인즉자 불위인하의

타인의 모범이 되는 사람은 남의 손 아래에 있지 않는다 -군중의 모범이 되는 사람은 군중을 지도할 수 있는 위치에서 일하게 된다는 뜻.

  能以事親 謂之孝 능이사친 위지효 부모를 잘 섬기는 것을 효라 한다.

  能節雖虛必盈 능절수허필영

절약(節約)하면 아무리 주머니가 비었다 해도 반드시 차게 된다.

  能親仁 無限好 능친인 무한호

어진 것을 가까이하는 것이 무한히 좋은 일이다.

  能好人 能惡人 능호인 능오인

사람은 좋아해야 할 사람을 미워하기도 한다 -좋게 대할 사람을 미워하는 잘못을 범할 수도 있으니 대인 관계에서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뜻.

  多男子則多憂 다남자즉다우 아들이 많으면 근심도 많다.

  多聞見而識 다문견이식 많이 듣고 보는 것이 곧 아는 것이다.

  多算勝 少算不勝 다산승 소산불승

계산이 많으면 승리하며 계산이 적으면 승리하지 못한다.

  多行不義 必自斃 다행불의 필자폐

불의한 일을 많이 하면 반드시 스스로 망한다.

  丹可磨而不可奪其赤 단가마이불가탈기적

단사(丹沙)는 갈아서 가루로 만들 수 있지만 그 붉은 빛깔은 빼앗을 수 없다 -사람은 죽일 수 있지만 그 사상은 뺏을 수 없다는 뜻.

  短綆不可以汲深井之泉 단경불가이급심정지천

짧은 두레박줄로서는 깊은 우물물을 긷지 못한다 -일을 하려면 일 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는 뜻.

  斷而敢行 鬼神避之 단이감행 귀신피지

무슨 일이나 과단성 있게 해 나가면 귀신도 막지 못하고 피한다.

  丹之所藏者赤 단지소장자적 붉은(단사) 곳에 두면 붉어진다 -사람은 선하고 악한 벗에 따라 착하게도 되고 악하게도 된다는 뜻.

  擔水向河頭賣 담수향하두매

물동이 이고 강변으로 물 팔러 간다 -물건을 귀한 곳에서 팔지 않고 흔한 곳에서 팔 듯이 세상 물정(物情)을 모른다는 뜻.

  談人事如喫冷粥 담인사여끽냉죽 남 말하기는 식은 죽 먹기다.

  堂堂六尺軀 莫聽三寸舌 당당육척구 막청삼촌설

여섯 자 당당한 몸으로 세 치 혀 놀림 소리 듣지 말라 -사나이는 자기 주관으로 일을 해야지 남의 말을 너무 잘 들어서는 안 된다는 말.

  大奸大惡 騙害鄕民 대간대악 편해향민

가장 큰 간악은 국민들을 속여서 재물을 착취하는 것이다.

  大軍之後 必有凶年 대군지후 필유흉년

큰 전쟁 끝에 반드시 흉년 든다 -큰 전쟁이 발생하였을 때는 많은 농민들이 전쟁에 동원되므로 농사는 노력부족으로 흉년이 들게 된다는 뜻.

  大德之人 必得其壽 대덕지인 필득기수

큰 덕이 있는 사람은 장수(長壽)를 누린다 -크게 덕을 베푸는 사람은 신명의 도움을 받아 장수를 하게 된다는 말.

  大道甚夷而民好徑 대도심이이민호경

큰 길이 매우 평탄하여도 사람들은 지름길을 좋아 한다 -대중은 앞날의 큰 일보다도 당장의 작은 안일을 좋아한다는 뜻.

  大名之下難久居 대명지하난구거

크게 이름이 나면 오래 있기 어렵다 -널리 이름이 나게 되면 시기하고 질투하는 사람이 있어 오래 유지하기 어렵다는 말

  大事從長 小事專達 대사종장 소사전달

큰일은 윗사람을 따르고 작은 일은 임의로 처리한다 -큰 일은 웃사람의 지시에 따라 해야 하고 자기가 많은 작은 일은 자기 마음대로 하라는 뜻.

  大樹下 無美草 대수하 무미초

큰 나무 밑에서 좋은 풀이 없다 -아랫 사람은 웃사람에게 칭찬을 받기 어렵다는 뜻. 약한 사람은 강한 사람 밑에서는 강해지기가 어렵다는 뜻.

  大愚者終身不靈 대우자종신불령

크게 어리석은 사람은 죽을 때까지 진리를 깨닿지 못한다 -크게 어리석은 사람은 가르쳐도 똑똑하게 될 수 없다는 말.

  大知閑閑 小知閑閑 대지한한 소지한한

많이 알면 여유가 있고, 조금 알면 소심해 진다 -아는 것이 많으면 여유 만만하게 행동하지만 아는 것이 적으면 답답하여 소심하게 행동한다는 말.

  大旱之望雨 대한지망우 오랜 가뭄에 단비 기다리 듯 한다 -오랜 가뭄 때 농민들이 비를 바라듯이 몹시 바란다는 뜻.

 大惑者終身不解 대혹자종신불해

크게 유혹된 사람은 죽을 때까지 의혹함을 풀지 못한다 -한번 크게 유혹되면 죽을 때까지 바로 잡을 수 없다는 뜻.

  待客不得不豊 대객부득불풍

손님 대접은 넉넉하게 하지 않으면 풍부해지지 않는다.

  對面共語 心隔千里 대면공어 심격천리

사람이 맞대고 말을 해도 마음속에는 천리가 막혀 있다 -사람이 서로 사귀더라도 그 마음속에는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많다는 뜻.

  德遠而後興 덕원이후흥 덕이 먼 데까지 퍼져야 흥()하게 된다 -덕을 쌓아 먼 지방에까지 퍼지게 되면 저절로 흉하게 된다는 뜻.

  德音足以化之 덕음족이화지

덕망(德望)은 대중을 감화시키기에 충분해야 한다 -덕망은 군중들을 감화시킬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 되어야 한다는 뜻.

 

圖難於其易 도난어기역

어려운 일은 쉬운 데서부터 해 나가야 한다 -어려운 일을 하려면 쉬운 것부터 해나가면 해결할 수 있다는 뜻.

  盜不過五女之門 도불과오녀지문

딸 다섯 둔 집은 도둑도 안 든다 -딸을 출가시킬 때 돈이 많이 든다는 뜻

  道然後 知長短 도연후 지장단 길고 짧은 것은 재봐야 안다.

  刀刃雖快 不斬無罪以人 도인수쾌 불참무죄이인

칼날이 비록 예리(銳利)해도 죄 없는 사람은 베지 못 한다.

  到處靑山 骨可埋 도처청산 골가매 가는 곳마다 뼈 묻을 산은 있다 -어디를 가나 죽어 묻힐 곳이 있듯이 가는 곳마다 사람의 인정은 있다는 뜻.

  讀書百篇而自見 독서백편이자견 글을 백번만 읽으면 그 뜻은 절로 알게 된다 -가르쳐 주는 사람이 없어도 읽어가면서 생각하고 생각하면서 읽기를 여러 번 하면 저절로 깨달아진다는 뜻.

  冬雨甲子 牛羊凍死 동우갑자 우양동사 갑자(甲子)일에 겨울비가 오면 소와 양이 얼어 죽는다 -겨울철 갑자일에 비가 오는 해는 몹시 춥다는 뜻.

  同接無文章 동접무문장 한 글방 동접(同接)간에는 문장(文章)이 없다 -늘 같이 있는 사람들끼리는 서로 그 장점을 모르게 된다는 뜻.

  頭大曰將軍 足大曰賊 두대왈장군 족대왈적

머리가 크면 장군이요 발이 크면 도둑이다 -옛날 장군은 투구를 쓰기 때문에 머리가 크다고 하였고 도둑놈은 도망 다니기 때문에 발이 크다고 한 말.

  得百姓之力者富 득백성지력자부

백성들의 자의적인 죽음을 얻을 수 있는 통치자는 강하게 된다.

  得水而生 失水而死 득수이성실수이사 물고기는 물을 얻어 살고 물을 잃으면 죽는다 -고기는 물을 얻으면 살고 물을 잃으면 죽듯이 정치가는 민중을 얻으면 성공하고 민중을 잃으면 패망한다는 뜻.

  得衆心者 常保於安全 득중심자 상보어안전

대중의 마음을 얻는 사람은 항상 자신의 안전을 보전하게 된다 .

  登泰山而小天下 등태산이소천하 태산에 으르면 천하가 조그맣게 보이게 마련이다 -사람은 그가 있는 위치에 따라 보는 문이 달라진다는 뜻.

  馬與馬遇則赽蹄 마여마우즉결제 말과 말이 만나면 발이 서로 채인다 -사나이와 사나이가 만나면 서로 싸우기가 쉽다는 말.

  馬肉盡食 可生臭 마육진식 가생취 말고기를 다 먹고 나서 무슨 냄새가 난다고 한다 -배 고플 때 잘 먹던 것도 배가 부르게 되면 타박한다는 말. 아쉬울 대는 좋아하던 것을 제 욕망이 차게 되면 흉을 본다는 말.

  馬啼而馬應之 마제이마응지 한 말이 울면 다른 말도 따라 운다 -호소하는 사람이 있으면 호응하는 사람도 있다는 말.

  馬往處 牛亦往 마왕처 우역왕

말 가는 데는 소도 간다 -소는 말보다 느리기는 하지만 꾸준히 가기 때문에 갈 수 있듯이 재주가 부족해도 노력만 하면 된다는 뜻.

  馬喜風 豕喜雨 마희풍 시희우

말은 바람을 좋아하고 돼지는 비를 좋아 한다 -말은 바람 불 대 뛰기를 좋아하고 돼지는 질퍽질퍽한 것을 좋아한다는 뜻.

  莫交三公 愼五臣 막교삼공 신오신

세 정승(政丞)을 사귀지 말고 내 한 몸을 조심하라 -권력 있는 사람의 도움을 받으려고 애쓰지 말고 자신의 행동을 조심하는 것이 낫다는 뜻.

  莫大之禍 起於須臾不忍 막대지화 기어수유불인

큰 재앙도 잠시 참지 못한 데서 생긴다.

  莫持狗貸與虎 막지구대여호 범에게 개 꾸어주는 셈. -번연히 떼어먹을 사람에게 돈이나 곡식을 꾸어 준다는 뜻.

  莫知其子之惡 막지기자지악 제 자식 잘못은 모르는 법이다.

  莫恨我 不如人 막한아 불여인 내가 남만 못하다고 한탄하지 말라.

  滿欺以取容 만기이취용 속임질 잘하면 얼굴을 빼앗긴다 -속임질을 잘하는 사람은 체면도 지키지 못한다는 뜻.

  萬事皆如夢 만사개여몽 만사가 모두 꿈과 같다. 세상만사 다 헛되다는 말.

  萬事風吹過耳輪 만사풍취과이륜 만사가 바람이 귓전을 지나가듯 한다 -모든 일이 마음에 없어 귀담아 들리지 않는다는 뜻.

  萬雀不能一鷹 만작불능일응 참새 만() 마리가 매 한 마리 못 당한다.

  萬卒得易 一將得難 만졸득이 일장득난

만 병졸은 얻기는 쉬워도 한 장수 얻기는 어렵다.

  蔓草猶不可除 만초유불가제 뻗어 나가는 풀은 제거하기 어렵다.

  亡國富筐 實府庫 망국부광협 실부고

망하는 나라에 위정자의 보물 상자와 창고는 가득하기만 하다.

  忘世間之甲子 망세간지갑자 세상일 모르고 산다.

  忘義而爭利 以亡其身 망의이쟁리 이망기신

의리 잊고 이익을 다투면 그 몸을 망치게 된다.

  罔之中 又罔也 망지중 우망야

속임수 중에 또 속임수. -가장 교활한 속임수라는 뜻.

 

猛獸不躍 必匿其爪 맹수불약 필약기소

사나운 짐승은 뛰지 않고, 그 발톱을 숨긴다 -사나운 짐승도 자신의 용맹을 숨기듯이 유능한 사람은 자기의 재능을 숨긴다는 뜻.

  猛獸易伏 人心難降 맹수역복 인심난항

사나운 짐승 길들이기는 쉬워도 사람의 마음 항복받기는 어렵다.

  盲人不知死日 맹인부지사일

봉사 저 죽을 날 모른다 -소경이 남의 점은 잘 치면서도 자기 죽을 날을 모르듯이 자기의 앞일을 모른다는 뜻.

  冥冥而行者 見寢石 以爲伏虎也 명명이행자 견침석 이위복호야

침침한 눈으로 길을 가는 사람은 바위를 보고도 엎드린 범인 줄 안다 -무식한 사람은 사물을 옳게 판단하지 못하고 잘못 판단하기가 쉽다는 뜻.

  名不知 性不知 명부지 성부지 이름도 모르고 성도 몰라.

  明鏡爲醜婦之寃 명경위추부지원 못난 여자 거울만 나무란다.

  明智可以涉難危 명지가이섭난위

밝은 지혜는 어렵고 위태로운 일을 잘 넘긴다.

  無故而得千金 必有大禍 무고이득천금 필유대화

연고 없이 얻은 천금은 반드시 화를 부른다.

  無過曰聖 多過曰愚 무과왈성 다과왈우

허물이 없으면 성스러운 사람이고, 허물이 많으면 어리석은 사람이다 는 뜻.

  無德之君 以樂樂身 무덕지군 이낙낙신

덕이 없는 통치자는 자신을 즐기는 것으로써 즐거워 한다.

  無禮義 則上下難 무예의 즉상하난

예의(禮義)가 없으면 상하 질서가 어지러워 진다예의가 없으면 위 아래의 질서도 없어져 세상은 혼란하게 된다는 뜻.

  無禮必食言 무례필식언

예의(禮義)를 지키지 않는 사람은 반드시 거짓말을 하게 된다.

  無差惡之心非人 무차악지심비인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

  無是非之心 非人也 무시비지심 비인야

옳고(시비) 그름을 분별하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

  無人則土不守 무인즉토불수 사람이 없으면 땅을 지키지 못한다.

  門迎春夏秋冬福 문영춘하우동복

()으로 춘하추동(春夏秋冬)에 들어오는 복을 맞아 들인다 -일년 내내 복이 계속 문으로 들어온다는 뜻.

  聞人之惡 未嘗和 문인지악미상화

남의 악()하다는 것을 듣거든 어울리지 말아야 한다.

  物順來而勿拒 물순래이물거

재물이 순리(順理)로 들어오는 것은 거절하지 말라.  

勿有本末 事有終始 물유본말 사유종시

사물은 근본과 말단(末端)이 있고 일에는 끝과 시작이 있다.

  未信則以爲謗之 미신즉이위방지

믿음을 얻지 못하는 데 충고하면 자기를 헐뜯는다고 생각한다.

  美者自美 吾不知其美也 미자자미오부지기미야

예쁜 여자는 자신이 아름답다고 하지만 정작 자신의 아름다움은 제대로 알지 못한다 -아름다운 여자는 자기의 미모를 자랑하지만 자신이 얼마나 어떻게 아름다운 줄은 모르듯이 자기의 장점은 자기가 알기 어렵다는 뜻.

  民之所欲 天必從之 민지소욕 천필종지

백성들이 원하는 것은 천도는 반듯이 이를 따른다.

  薄薄酒 勝茶湯 박박주 승다탕 비록 술이 나쁠지라도 차보다는 낫다 -손님 접대에 있어서는 술로 대접하는 것이 좋다는 뜻.

  盤石無轉移 반석무전이

반석(磐石)은 구르지 않는다 -땅속에 깊숙이 박흰 바위는 구르지 않듯이 기반이 튼튼하면 흔들리지 않는다는 뜻.

  半識者憂患 반식자우환

어설피 아는 것이 병이다 -무엇을 알려면 구체적으로 알아야지 어설피 알게 되면 일을 망치게 된다는 말.

  發聲動梁上塵 발성동량상진 말 소리가 대들보의 먼지를 날린다 -대들보의 먼지를 날릴 정도로 말소리가 몹시 크다는 뜻.

  撥長食之 爾馬奚馳 발장식지 이마해치

먹기는 김 서방이 먹고 주정은 이 서방이 한다. -이익을 본 사람은 가만히 있는데 구경한 사람이 좋아한다는 뜻.

  髮知而心甚長 발지이심심장 머리카락은 희어도 마음은 아직도 젊다 -늙어서 백발이 되었어도 마음은 늙지 않고 있다는 뜻.

  方可方不可 방가방불가 모름지기 가능한 것도 불가능하게 된다 -가능한 것이라고 하여 영구 불변한 것이 아니라 환경이 변하면 불가능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뜻.

  方蓄而圓器 벙축이원기 네모진 뚜껑으로 둥근 그릇 덮는다 -네모진 뚜껑으로 둥근 그긋을 덮으면 서로 맞지 않듯이 서로 상합되지 않는다는 말.

  方婚姻矢遺 방혼인시유

하필 혼인날 똥 싼다 -경사스러운 날 망신을 당한다는 뜻.

  放失者去時心來時心判異 방실자거시심래시심판이

똥 누러 갈 적 마음 다르고 똥 누고 올 적 마음 다르다 -사람의 마음은 급할 때 다르고 급하지 않을 때 다르게 된다는 뜻. 

放於利而行多怨 방어리이행다원

이익만 취하는 행동을 하면 원한을 많이 받게 된다.

  傍觀者審 當局者迷 방관자심 당국자미 제 삼자의 판단이 옳지 본인의 판단은 옳지 않다. 객관적 중론이 더 중하다는 뜻.

  背人之恩者 買人之責 배인지은자 매인지책

남의 은혜 배반하는 사람은 남의 책망도 사게 된다.

  百狗吃肉 黑狗當災 백구흘육 흑구당재 고기는 흰 개가 먹고 매는 검은 개가 맞는다 -애매하게 누명을 쓰거나 형벌을 받았다는 말.

  百年三萬六千日 백년삼만육천일 백 년을 살아봣자 삼만 육천 일이다 -사람이 아무리 오래 산다 해도 헤아려 보면 짧다는 뜻.

  百禮之會 非酒不行 백례지회 비주불행 모든 잔치에 술 없어서는 안 된다 -모든 예식에 있어서는 술이 있어야 이루어진다는 뜻.

  百里之勞 一日之樂 백리지노 일일지락 백 리를 걸어온 노고가 하루의 즐거움뿐이다 -오랫동안 고생하여 하루의 즐거움을 얻는다는 뜻.

  百聞 不如一見 백문 불여일견

백 번 듣는 것이 한 번 보는 것만 못하다 -간접적으로 여러 번 듣는 것보다는 직접 보는 것이 확실하다는 뜻.

  白沙在泥 與之皆黑 백사재니 여지개흑 흰 모래도 진흙에 섞이면 검어진다 -선한 사람도 악한 무리들과 접촉하게 되면 악해진다는 뜻.

  百星之明 不如日月之光 백성지명 불여일월지광 백 개 별이 한 개 달 밝기만 못하다 -여러 못난 사람이 잘난 사람 하나만 못하다는 뜻.

  百姓皆注其耳目 백성개주기이목 백성들이 모두 눈과 귀를 기울임. -온 국민들이 정부 시책을 주시하고 있다는 뜻.

  百忍家中 和氣自生 백인가중화기자생

많이 참는 집안에는 화목한 기운이 저절로 생긴다.

  百尺竿頭 進一步 백척간두 진일보

백 척의 장대 끝에서 또 한 발을 내어 디딘다.

  百害無一益 백해무일익

백가지 해는 있어도 한 가지 이로운 것은 없다.

  百行之事 忍之爲上 백행지사 인지위상

온갖 행실의 근본은 참는 것이 제일이다.

  罰莫如重 必使民畏之 벌막여중이필사민외지

벌은 엄하게 하여 반듯이 백성들이 두려워 해야 한다.

  凡事當有餘地 범사당유여지

모든 일은 마땅히 여유(餘裕) 있게 처리해야 한다.

  凡人之所以爲人者 禮義也 범인지소이위인자 예의야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것은 예의(禮義)이다.

  法之不幸 自上征之 법지불행 자상정지

법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 것은 웃 사람이 먼저 범하기 때문이다.

  壁石接不得 벽석접부득

바람벽에 돌 붙이기. -되지도 않을 일을 가지고 헛수고만 한다는 뜻.

  病從口入 禍從口出 병종구입 화종구출

병을 나뀌는 것이 약이다 -병은 약을 먹어야 낫는다는 말.

  服義不稱 必以惡終 복의불칭 필이악종

복식(服飾)이 신분(身分)에 맞지 않도록 아름다우면 반드시 악()으로 끝난다 -의복을 분수에 지나치게 사치하게 되면 훗날 좋지 못하게 된다는 뜻.

  福莫長於無禍 복막장어무화 복이라는 것은, 화가 없도록 하는 것보다 더한 복이 없다. -재화가 없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복이라는 뜻.

  福盡身貧窮 복진신빈궁 복이 다 하면 가난하고 궁함이 찿아 온다.

  本荒而用侈則天 不能使之富 본황이용치즉천 불능사지부

농사를 게을리 하고 생활을 사치하면 하늘도 부자로 되게 할 수 없다.

  富貴不歸故鄕 부귀불귀고향 부귀해도 고향에 돌아가지 않는다.

富不三世 貧不三世 부불삼세 빈불삼세 부자 삼대 못 가고, 가난 삼대 못 간다 -빈부는 돌고 도는 것이기 때문에 부자도 오래 유지하지 못하며 가난한 사람도 오래 안 가서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뜻.

  不到極逆之境 不知平日之安 부도극역지경 부지평일지안

역경을 만나지 않으면 평안한 날의 행복을 아지 못 한다.

  父母愛之 嘉而不忘 부모애지 가이불망

부모의 사랑을 받으면 기쁘고 잊혀지지 않는다.

  駟馬不調 造父不能以取道 사마부조 조부불능이취도

사두마차(四頭馬車)도 길을 들이지 않으면 마부도 다룰 수 없다 -집권자도 하부 사람들과 화목하지 않으면 정치가 잘 될 수 없다는 뜻.

使目非是無欲見也 사목비시무욕견야 그른 것은 눈으로 보려고도 하지 말라.

  使心非是 無欲慮也 사심비시무욕려야 그른 것은 마음에 생각도 말라.

  使之以財 以觀其 사지이재 이관기렴

재물 쓰는 것으로써 그 청렴한 것을 알 수 있다.

  思無益 不如學 사무익 불여학

생각만으로는 아무 소용이 없다.오히려 배우는 것만 못하다.

  思則得之 不思則不得 사즉득지 불사즉부득

생각하면 얻게 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얻지 못하게 된다 -무슨 일이나 잘 생각하고 하면 성공할 수 있고 생각을 하지 않고 하면 실패한다는 뜻.

  士未坐 而勿坐 사미좌 이물좌

사관은 사병들이 쉬기 전에 쉬어서는 안 된다.

  絲不如竹 竹不如肉 사불여죽 죽불여육

현악기(絃樂器)는 관악기(管樂器)만 못하고 관악기는 성악(聲樂)만 못하다 -음악은 기악보다 자연스러운 성악이 낫다는 말.

  事非宜 勿輕諾 사비의 물경낙 일이 옳지 않은 것은 쉽게 승낙하지 말라.

  事雖小 不作不成 사수소 불작불성

일이 아무리 사소해도 하지 않으면 이루어 지지 않는다 .

  事欲速成 必敗也 사욕속성 필패야 일을 서두르면 반드시 실패한다.

  事已過而勿思 사이과이물사

좋은 일이든 굿은 일이든 이미 지나갔거든 생각하지 말라.

  死生有命 富貴在天 사생유명 부귀재천

죽고 사는 것은 운명에 있고 잘살고 못사는 건 하늘에 달려 있다.

  死而不義 非勇也 사이불의 비용야

죽어도 의로운 죽음을 하지 않는 것은 용감하지 않는 것이다.

  死者不可以復生 사자불가이부생 죽은 사람은 다시 살아나지 못한다 .

  死或重於泰山 惑輕於鴻毛 사혹중어태산 혹경어홍모 죽음은 무겁기가 태산과 같기도 하고 혹은 가볍기가 기러기 털과 같기도 하다.

  邪說暴行有作 사설폭행유작

올바르지 못한 일이 강포한 일을 일으키게 한다.

山林者 鳥獸之居也 산림자 조수지거야 산림은 새나 짐승이 사는 곳이다 -새나 짐승이 의지할 곳이 있듯이 사람도 의지할 곳이 있어야 한다는 말.

  山有木工則度之 산유목공즉도지 산에 나무가 많으면 목수는 용도에 따라서 나무를 골라 쓴다 -사람이 많으면 적재적소에 쓸 수 있다는 뜻.

  山致其高雲雨起 산치기고운우기

산이 높아야 비 구름이 생긴다 -재물이많이모으면 세력도생기게 된다는 말.

  三角山風流 或上或下 삼각산풍류 혹상혹하

삼각산 바람이 오르락 내리락. -자주 들락날락하는 사람을 두고 하는 말.

  三歲之習 至于八十 삼세지습 지우팔십

세살 때 버릇 여든까지 간다 -한번 든 버릇은 고치기가 매우 어렵다.

  三人同行 必有一智 삼인동행 필유일지

세 사람이 같이 가면 반드시 한 사람의 슬기 있는 사람이 있다 -여러 사람이 모이면 그 중에는 반드시 지혜로운 사람이 있다는 말.

  三人行 必有我師 삼인행 필유아사 세 사람 중 반듯이 내 스승이 될 만한 사람이 하나는 있다. 누구에게나 자기보다 나은점이 한 가지는 있다는 뜻.

  三寸之舌 芒于劍 삼촌지설 망우검

세치의 혀가 칼보다 더 날카롭다 -말이 칼보다도 더 무섭다는 뜻.

  上老老而民興孝 상노노이민흥효

웃 사람이 늙은이를 늙은이로 대우하면 백성들은 효도를 하게 된다.

  上者下者之師也 상자하자지사야 웃사람은 아랫사람의 스승이다.

  上好信則民莫敢不信 상호신즉민막감불신

집권자가 신의를 좋아하면 국민들은 성실하게 되지 않을 수가 없다 .

  賞不行則賢者不可得而進也 상불행즉현자불가득이진야

상을 주지 않으면 어진 사람이 나오지 않는다.

 常於幾成而敗之 상어기성이패지

언제나 거의 이루어질 무렵에 가서 실패하게 된다 .

  生人之計 莫大於衣食 생인지계 막대어의식

사람이 살아가는데는 입고 먹는 것보다 더 큰 것이 없다.

  生天下之者 天下之德 생천하지자 천하지덕

세상을 살리는 사람에게는 세상은 덕으로 그를 대한다.

  恕而行之 德之則也 서이행지 덕지즉야

용서하는 것은 덕이다남의 잘못을 용서할 줄 아는 것이 덕이라는 뜻.

  先利而後義者辱 선리이후의자욕

이익을 먼저 하고 의리를 뒤로 하는 사람에게는 치욕이 따른다.

  善泣工笑 非貞閒婦人也 선읍공소 비정한부인야

잘 울고 잘 웃는 여자는 정숙한 부인이 아니다.

設議之行 窮而不憂 설의지행 궁이불우

묻고 의논해서 일을 하면 궁해도 근심이 없다.

  成家之道 勤與儉 성가지도 근여검

가정을 이루는데 가장 중요한 방도는 근면과 검약이다.

  成大功者不成小 성대공자불성소

큰일을 계획한 사람은 작은 일에 구애되지 않는다.

  成卽君主 敗則逆賊 성즉군주 패즉역적

잘 되면 임금이요 못 되면 역적이다.

  誠於其中 達於其外 성어기중 달어기외

마음속이 성실하면 외면(外面)으로도 나타난다.

  勢不十年 花無十日紅 세불십년 화무십일홍

십년 세도(勢道) 없고, 열흘 붉은 꽃 없다.

  所共謀者 名與利也 소공모자 명흥리야

서로 다퉈 가면서 얻으려는 것은 명예와 이권(利權)이다.

  所愛者 有罪必罰 소애자 유죄필벌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죄가 있으면 반드시 벌을 주어야 한다.

  小而不學 長無能也 소이불학 장무능야

어려서 배우지 않으면 커서 무식하게 된다.

  松都末 不可殺爾 송도말 불가살이

송도(松都) 말년의 불가사리다 -온갖 못된 짓을 해도 아무도 그것을 못 하도록 제지시키지 못할 때 하는 말.

  樹欲靜而風不止 수욕정이풍부지

나무는 가만히 있고 싶어도 바람이 그치지 않는다 -본심으로는 하고 싶지 않으나 남의 권에 못 이기고 하였다는 뜻 -아들이 부모에게 봉양을 하고 싶으나 부모가 이미 세상을 떠났다는 뜻.

  水流而生魚也 수류이생어야

흐르는 물에서 고기도 생긴다 -조건이 조성되면 일이 저절로 된다는 뜻

  水惡其綱 民惡其上 수악기강 민악기상

짐승은 올가미를 싫어하고 대중은 관리를 싫어한다.

  水之積也不厚 則其負大舟也無力 수지적야불후 즉기부대주야무력

물이 깊지 않으면 큰 배를 띄울 수가 없다 -사람도 역량이 크지 못하면 큰 일을 못 하게 된다는 뜻.

  勝負之徵 徵精神先見 승부지징 정신선견

승부의 징조(徵兆)는 먼저 그 정신 상태에서 볼 수 있다 -싸움에 앞서 승부는 그 정신 상태에서 엿볼수 있다는 뜻.

  升授斗容(승수두용) 되로주고 말로 받는다.

  視父祖之執友 若視我父祖 시부조지집우 약시아부조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친구 보기를 나의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보듯 하라.

  始用升授 還以斗容 (시용승수 환이두용)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

  是以欲上民 必以言下之 시이욕상민 필이언하지

대중의 웃사람이 되려면 반드시 겸손한 말로 상대에게 낮추어야 한다.

  食而不知其味 식이부지기미

먹어도 맛을 모른다 -마음이 불안정할 때는 음식 맛도 모르게 된다는 뜻.

  識者憂患 식자우환

아는 것이 병이다 -너무 많이 알아 사사 일이 걸림이 된다는 말.

  食後思晝之所爲之事 식후사주지소위지사 아침밥 먹고 낮에 할 일 생각한다. -하루 할 일은 아침에 생각하여 계획을 세워서 하라는 뜻.

  身旣寡知 惡人有學 신기과지 악인유학

자신이 아는 것이 적으면 남의 학식 있는 것을 미워한다 -자기보다 잘 아는 사람은 샘을 내면서 미워하게 된다는 뜻.

  信不足焉 有不信焉 신부족언 유불신언

자신에게 믿음성이 부족하면 남도 나를 불신(不信)하게 된다.

  信言不美 美言不信 신언불미 미언불신

미더운 말은 아름답지 않고 아름다운 말은 미덥지 않다.

  愼耳目之觀德 신이목지관덕 귀와 눈을 조심하여 듣고 봐야 한다.

  愼終如始 則無敗事 신종여시 즉무패사 끝에 가서 조심하기를 처음 시작할 때 같이 한다면 실패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失衆則失國 실중즉실국 대중을 잃으면 나라도 잃는다.

  心如虎狼 行如禽獸 심여호랑 행여금수 마음은 호랑이와 같고, 행동은 짐승 같다 -마음씨나 행동이 짐승과 같기 때문에 사람답지 못하다는 뜻.

  心和氣乎者 百福自集 심화기호자 백복자집

마음이 화평한 사람에게 백가지 복이 저절로 모인다마음이 안정되어야 모든 일이 잘 이루어지기 때문에 복이 저절로 온다는 뜻.

  深智一物 衆隱皆樂 심지일물 중은개락

깊히 한 가지만 알게 되면 숨어있는 것까지도 다 알게 된다.

十人守之 不得察一賊 십인수지 부득찰일적

열 사람 지키는 것이 도둑 하나를 못 막는다.

  我腹旣飽 不察奴飢 아복기포 불찰노기

내 배가 부르면 종의 배고픔을 살피지 못한다.

  我謁縣宰 兼受賑貸 아알현재 겸수진대

내가 현()의 재상[원님]을 알현(謁見)하고 구휼(救恤) 대부(貸付)도 겸()해서 받는다.

  我有美女 乃擇佳壻 아유미녀 내택가서

내게가 이쁜 딸이 있어야 좋은 사위도 택한다.

  我有良貨乃求善價 아유양화내구선가내 내 물건이 좋아야 제 값을 받는다.

  樂亡而怨代興 악망이원대흥

음악이 없으면 원망하는 마음이 일어난다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바로 잡고 안정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뜻.

  樂者 審一以定和者也 악자 번일이정화자야

음악이란 마음을 통일하여 평화롭게 하는 것이다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바르게 통일시키고 평화롭게 해주는 구실을 한다는 뜻.

  仰射空 貫革中 앙사공 관혁중

공중을 향해 아무렇게나 쏘아도 과녁에 맞는다. 공중을 쏘아도 과녁{貫革}에 맞힌다. 크게 힘을 들이지도 않았는데, 일이 잘 들어맞을 경우를 이르는 말.

  良藥苦口 양약고구 몸에 좋은 약은 입에는 쓰다.

  量吾被置吾足 양오피치오족 누울 자리 봐가며 발을 뻗는다. 어떤 일에든지 사전에 계획을 세워서 일에 착수해야 된다는 말.

  愛人無可憎 憎人無可愛 애인무가증 증인무가애

사 람을 사랑하면 미워할 수 없고, 사람을 미워하면 사랑할 수 없다. -고운 사람 미운데 없고 미운 사람 고운데 없다. 사람이 한 번 좋게 보면 그 사람의 모든 것이 좋게 보이고 한 번 나쁘게 보면 모든 것이 나쁘게 보인다.

  言甘家 醬不甘 언감가 장불감 말이 달콤한 집은 장이 달지 못하다. 말 많은 집은 장 맛도 쓰다. (말 단 집, 장이 곤다) -말만 그럴싸하고 실상이 없음. -말이 많고 시끄러운 집은 화목하지 못하다.

  言人言 冷粥飡 언인언 냉죽손

남의 말 하기는 식은 죽 먹기. 남의 잘못을 논하기는 쉽다. 다른 사람의 말을 이야기하기는 마치 식은 죽을 마시는 것같이 쉽다는 의미.  

言他事食冷粥 언타사식냉죽

남의 일 말하는 것은 차가운 죽 먹는 것 같다. 자기 잘못은 감추려 하면서도 남의 잘못은 꼬집어 말하기가 쉽다는 의미.

  予所憎兒先抱之懷 여소증아선포지회 미운 아이 떡 하나 더 준다.

  鳶踰三紀 乃獲一雉 연유삼기 내획일치

솔개도 삼 년이 지나면 꿩 한 마리는 잡는다. 솔개도 오래면 꿩을 잡는다. 오랜 경험과 노련함이 쌓이면 해결하지 못하던 일도 가능해질 수있다는의미.

  嶺踰越嶺川涉越深 영유월령 천섭월섭월심 고개는 넘어도 고개요, 내는 건너도 깊고나. 재는 넘을수록 높고, 내는 건널수록 깊다. (산 넘어 산. 갈수록 태산이라는 말) 갈수록 점점 더 어려운 상황을 직면할 때 이르는 말.

  寧測十丈水深 難測一丈人心 영측십장수심 난측일장인심 차라리 열 길 물의 깊이는 헤아려도 한 길 사람 마음은 헤아리기 어렵다.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사람의속 마음은 드러내지않아 알기가어렵다.

  吾女娟 擇壻賢 오녀연 택서현 내 딸이 예뻐야 어진 사위 택한다.

  吾鼻三尺 오비삼척 내 코가 석자.

  吾鼻涕垂三尺 오비체수삼척 내 코의 콧물이 석 자를 내린다. 내 코가 석 자. 내 사정이다급하고 궁해서 다른 사람을돌볼겨를이 없을 때 사용하는 말.

  吾厭食 與犬惜 오염식 여견석

내 먹기는 싫어도 개 주기는 아깝다. 나 먹자니 싫고 개 주자니 아깝다. 자신에게 소용없는 물건이라도 남 주기는 아까워하는 인색함의 의미.

  五月飛霜 오월비상 오뉴월에 서리가 내린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 서리 친다는 말. 여자가 한 번 한을 품고 저주를 하게 되면 한 여름에도 서릿발이 날리는 것처럼 매섭고 독하다는 의미.

  五月炙火 猶惜退坐 오월적화 유석퇴좌 오월의 화롯불도 오히려 물러나 앉는 것은 아쉽다. 오뉴월 불도 쬐다 나면 섭섭하다. 대단치 않던 물건도 없어지거나 버리는 것에는 인색하고 아쉬워한다는 의미. -五月火爐

  五月火爐 오월화로 불필요하나 없애면 서운한 것. -五月炙火 猶惜退坐

  五月火爐 六月內衣 (오월화로 유월내의) <신조>

오월의 화로요 유월의 내복이니 없어도 되지만 막상 없애고 나면 섭섭한 것.

  烏狗之浴 不變其黑 오구지욕 불변기흑 검은 개는 목욕해도 그 검을 것을 바꾸지 못한다. - 검둥개 목욕 감기듯 -악한 사람은 자신의 과오를 끝내 고치지 못한다는 의미. -너무 검어서 아무리 해도 희게 될 수 없다는 뜻.

  烏飛梨落 오비이락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

  烏之方飛 有隕其梨 오지방비 유운기리 까마귀 막 날아가니 그 배를 떨어 뜨렸다. 아무 상관도 없는 일이 공교롭게도 다른 일과 같이 벌어져 무슨 상관이 있는 것 같이 쓸데없는 혐의를 받을 때를 이르는 말.

  欲制細君 須及紅裙 욕제세순 수급홍군) 아내를 제어하려면 모름지기 붉은 치마를 입었을 때부터 해야 한다. <細君세군-'小君'과 동일한 의미로 자기 아내 혹은 남의 아내를 이르는 말>. 색시 그루 박이(기를 펴지 못하게 억누름)는 다홍치마 적에 앉혀야 한다. 시집 온 아내의 버릇을 바로 잡으려면 다홍치마를 입은 새색시 때부터 해야 한다는 의미.

 牛肌十点 不如雀肌一点 우기십점 불여조기일점

소고기 열점이 참새고기 한점 만 못 하다.

  遇死僧習杖 우사승습장

죽은 중을 만나 곤장을 익힌다. 죽은 중에 곤장(棍杖) 익히기. 힘없고 약한 사람을 공연히 괴롭히는 상황을 이르는 말.

 

牛耳誦經 何能諦聽 우이송경 하능체청

쇠귀에 경 읽는다 해도 어찌 살펴 들을 수 있겠는가? 쇠 귀에 경 읽기 아무리 일러도 알아듣지 못하는 아둔한 사람이나,관심이 없는사람에게이르는 말.

  遠族 不如近隣 원족 불여근린

가까운 이웃만 같지 못하다. (이웃 사촌이 더 가깝다는 뜻)

  蝟愛子謂毛美 위애자위모미

고슴도치도 자식을 자랑함에 털이 예쁘다고 말한다.

以愛妻子之心 事親則曲盡其孝 이애처자지심 사친즉곡진기효

처와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보모를 섬기면 그 효를 곡진(曲盡)히 해야 하는 것이다. 처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부모님을 섬기면 그 효도는 마음과 힘을 다한 것이다. 자신의 처자식에게 사랑과 정성을 다하는 마음으로 부모님을 섬기면 진정한 효도가 된다는 의미.

  衣以新爲好 人以舊爲好 의이신위호 인이구위호 옷은 새 것이 좋고, 사람은 옛 사람을 좋게 여긴다. 옷은 새 옷이 좋고 사람은 옛 사람이 좋다. 사람은 오래 사귈수록 서로 간의 정이 더욱 두터워진다는 뜻.

  忍一時之忿 免百日之憂 인일시지분 면백일지우

한 때의 분을 참으면 백일의 근심을 면한다.

  一箇魚渾全川 일개어혼전천

한 마리 물고기가 온 시냇물을 흐린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물을 흐린다.

一擧兩得 일거양득

하나의 이득을 본 뒤에 그 것을 이용해서 또 다른 이익을 도모한다는 의미.

  一馬之背 兩鞍難載 일마지배 양안난재

한 마리 말 등에 두 안장 싣기 어렵다.

-한 마리 소 잔등에 두 길마(안장) 지울까. -한 어깨에 두 지게 질까.

  一夜之宿 長城或築 일야지숙 장석혹축 하룻밤을 자도 만리장성을 쌓는다. 잠시의 짧은 동안에도 깊은 정의(情宜)를 맺는다는 의미.

  一魚濁水 일어탁수 한 마리 고기가 온 물을 흐려 놓는다.

獐毛曰長 幾許其長 장모왈장 기허기장 노루 털이 길다 하나 얼마나 그 긴 것을 허락하겠는가? 노루 꼬리가 길면 얼마나 길까. 현명하지 못한 사람의 무능함을 비유하는 의미로 보잘 것 없는 재주를 믿고 너무 설치는 사람을 핀잔 줄 때 사용하는 말.

  積功之塔不墮 적공지탑불타

공든 탑이 무너지랴. 공을 들여 쌓은 탑은 좀처럼 붕괴되지 않는다.

  積而盜窺 적이도규 돈이 많으면 자연 도둑을 타게 된다.

電光索索 霹靂之兆 전광색색 벽력지조

번개 빛이 번쩍이면 벼락의 조짐. 방귀가 잦으면 똥 싸기 쉽다는 의미도 있고, 앞서 어떤 조짐이 있으면 그 일은 결국 이루어지고야 만다는 의미도 됨.

  絶纓優面 절영우면 끈 끊어진 광대 가면. -턱 떨어진 광대.

-의지할 바를 모르는 처지를 의미. -물건이 완전히 못쓰게 돼버린 상태를 의미하는 말.

  精神一到 何事不成 정신일도 하사불성

정신을 하나로 모으면 어떤 일이 이루어지지 않겠는가? 정신이 한 곳에 모아지면 어떤 일인들 이루지 못하랴? 정신력으로 집중을 한다면 어떤 일이라도 이루지 못하는 것이 없다는 의미. -朱子語類

  俎上肉不畏刀 조상육불외도

도마 위의 고기는 칼을 무서워 않는다. 이미 죽게 되어 체념한 처지에서 두려울 것이 무엇이겠는가를 의미하는 말.

  鐘樓批頰 沙平反目 종루비협 사평반목

종루에서 뺨을 맞고 모래사장에서 눈을 흘긴다.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 가 눈 흘긴다. -자신의 노여움을 애매한 곳에 가서 화풀이한다. -정면으로 상대하지 못하는 기백이 약한 사람.

  宗族之鬪 不異狗鬪 종족지투 불이구투 척끼리의 싸움은 개싸움과 다르지 않다. -일가친척끼리 싸우는 행위는 개들이 싸우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뜻으로 짐승만도 못하다는 의미. -일가친척끼리의 싸움은 싸울 당시만 문제이지 원한이나 복수심 등은 품지 않는다는 의미.

  晝言雀聽 夜言鼠聆 주언작청 야언서령

낮 말은 참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 낮 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 -아무리 비밀스럽게 한 말도 반드시 드러나게 된다. -아무도 안 듣는 곳에서도 말조심해야 한다.

  侏儒參轎子擔 주유참교자담

난쟁이[侏儒]가 교자[관리가 타던 가마]가마 메는 것에 참여한다. 난쟁이 교자꾼 참여하듯 -난쟁이 월천군(越川軍) 즐기듯- 감당할 수 없는 일을 한다는 뜻으로 자기 처지를 생각하지 않고 턱없는 일에 참가할 때를 비유하는 말.

  走者上有飛有 주자상유비자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

  知人者智, 自知者明 지인자지 자지자명

남을 아는 것이 지혜이고, 자신을 아는 것을 명철이라 한다.

  直木先伐 직목선벌 곧은 나무는 먼저 베임을 당하다. 재능이 출중한 사람은 빨리 쇠함을 이르는 말. 감정선갈 직목선벌-장자

  盡人事待天命 진인사대천명 사람의 일을 다 하고 천명을 기다림.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천명(天命)을 기다린다는 말. 어떤 일이든지 자신의 노력으로 최선을 다한 뒤에 그 성공의 여부는 하늘의 뜻에 따라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미. 출전-獨史管見

  借人物 不可損壞不還 차인물 불가손괴불환

남에게 빌린 물건은 파손시키거나 돌려주지 않아서는 안 된다남에게서 귀중한 물건을 빌렸으면 귀중하게 취급하여 파손이나 더럽히는 일이 없도록 하는 동시에 약속된 기일을 엄수해야 한다는 뜻.

  此地無朱砂 紅土子爲貴 차지무주사 홍토자위귀 주사(朱砂) 없는 곳에서는 붉은 흙도 값 나간다 -진짜가 없으면 가짜가 행세하게 된다는 말.

  纂論公察 則民不疑 찬론공찰 즉민불의

공론을 모아 판단을 공평히 하면 백성들은 의혹하지 않는다.

  饌傳愈減 言傳愈濫 찬전유감 언전유람

음식은 먹을수록 줄고 말은 갈수록 더해진다 -말은 옮겨질 적마다 보태지기 때문에 말을 조심하라는 뜻.

  饌廚之下 得匙何者 찬주지하 득시하자

실겅 밑에서 숟가락을 주웠다는 격이다 -쉬운 일을 하고서 생색 낸다는 뜻.

  倉廩實則知禮節 衣食足則知榮辱 창름실즉지예절 의식족즉지영욕

곳간이 차야 예절(禮節)을 알고 의식이 족해야 영욕(榮辱)을 알게 된다 -생활이 넉넉해야 예절도 차릴 수 있고 영예와 치욕도 알게 되는 것이지 생활이 곤궁하고서는 이런 것을 지킬 도리가 없다는 말.

  蒼蠅附驥尾而致千里 창승부기미이치천리 천리마 꼬리에 붙은 쉬파리도 천리를 간다 -남의 세력에 붙어 출세한다는 뜻.

  處富貴之地 要知貧賤的痛養 처부귀지지 요지빈천적통양

부한 처지에 있으면 빈천한 처지의 고통을 알아야 한다는 뜻.

  千里之堤 蟻蛭而穿敗 천리지제 의질이천패 천리의 방죽도 개미구멍 하나 때문에 무너진다 -큰일도 사소한 결함으로 인하여 실패하게 된다는 말.

  千里行 始於門前 천리행 시어문전 천 리 길도 문 앞 한 걸음에서 시작 된다 -천 리 길도 문 앞에서 출발하듯이 무슨 일이나 가까운 데서 해나가야 한다는 뜻.

  千羊之皮 不如一狐之腋 천양지피 불여일호지액

()가죽 천 개가 여우 가죽 한 개만 못하다.

  千人萬人之情 一人之情是也 천인만인지정 일인지정시야

천 사람 만 사람의 정()은 한 사람의 정이다 -천 사람 마음이나 만 사람 마음이나 그 마음은 한 사람의 마음과도 같으므로 정치를 하는 사람은 천만인의 마음을 살펴서 해야 한다는 뜻.

  千日晴不厭 一日雨落便厭 천일청불염 일일우락변염 천 날 가뭄은 싫지 않아도 하루 장마는 싫다가뭄의 피해보다 장마의 피해가 훨씬 크다는 뜻.

  千丈淵可知 人心不知 천장연가지 인심부지

천 길 물속은 알아도 사람 마음속은 모른다.

  天下之所以平者 政平也 천하지소이평자 정평야

천하의 태평이라는 것이 정치가 공평해야 가능한 것.

  天下之惡源 其本則皆出於食色之慾 천하지악원 기본즉개출어식색지욕

천하의 악의 근원은 그 근본이 다 음식과 여자에 대한 욕심에서 생긴다.

  天下熙熙 皆爲利來 천하희희 개위이래

천하 사람들은 이로운 일만 있으면 다 즐겨 온다.

  輒譁笑之 以爲狂人 첩화소지 이위광인

번번이 시끄럽게 웃으면 미친 사람이 된다.

  淸豉鼠屎 不辨彼比 청시서시 불변피비

청국장인지 쥐똥인지도 모르고 덤벼든다.

  靑出於藍 靑於藍 청출어람 청어람

푸른색은 쪽에서 나온 것이지만 쪽보다 더 푸르다.

  諦毫末者 不見天地之大 체호말자 불견천지지대 털끝만 보던 사람은 천지가 큰 것을 보지 못한다 -문견이 좁은 사람은 큰 일을 감당할 수가 없다는 뜻.

  蔥竹之故友 所當愛之親之也 총죽지고우 소당애지친지야

죽마고우(竹馬故友)는 마땅히 사랑하고 가까이 해야 한다.

  追咎往事 亦何所復及 추구왕사 역하소복급

지나간 일은 잘못을 탓해도 다시 돌이킬 수 없다.

  椎牛而祭墓 不如鷄豚建親存 추우이제묘 불여계돈건친존 소 잡아 부모 제사에 쓰는 것 보다 생전에 닭고기 돼지고기로 봉양하는 것이 낫다.

  秋月揚輝 盜者憎其照鑑 추월양휘 도자증기조감

가을 달은 밝아야 좋지만 도둑에게는 싫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세상사람들이 다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甀有糯飯 尙或覆之 추유나반 상혹복지 용수에 담은 찰밥도 엎질러지겠다 -복 없는 사람은 좋은 운이 닥쳐도 그것을 오래 지니지 못한다는 뜻.

  蹴爾而與之 乞人不屑 축이이여지 걸인불설 발로 차면서 주는 밥은 거지도 받으려고 하지 않는다 -아무리 귀중한 물건을 주더라도 그 주는 방법이 예의에 어긋나면 받는 사람이 고마움을 느끼지 않는다는 뜻.

  春耕夏耘秋收冬藏 四時不失時 춘경하운추수동장 사시불실시

농사일은 봄에 씨 뿌리고 여름에 가꾸고 가을에 거두고 겨울에 저장하는 일을 제 때에 해야 한다.

  忠言逆於耳 利於行 충언역어이 리어행

충언(忠言)는 귀에 거슬리지만 실행(實行)하면 이롭다.

  忠孝之道 萃於一門 충효지도 췌어일문 충효의 도는 한 집안에 모인다.

醉者越百步之溝 以爲跬步澮也 취자월백보지구 이위규보회야

술 취한 사람은 넓은 개천도 좁은 줄 알고 뛴다 -술에 취하게 되면 사물의 판단도 잘못하게 된다는 뜻.

  醉之以酒 以觀其態 취지이주 이관기태

술 취한 사람은 그 취한 태도를 보아 사람됨이를 알 수 있다.

  吹之恐飛 執之恐陷 취지공비 집지공함

불면 날까 쥐면 꺼질까. -귀여운 자식을 두고 하는 말.

  就寢時 思明日之所爲之事 취침시 사명일지소위지사

잠자리에 들고나서는 내일 일을 생각하라 -잠을 자기 전이나 잠을 자다 깼을 때는 내일 할 일을 미리 생각하라는 말. 

嘴行千里 股在家里 취행천리 비고재가리 주둥이는 천리를 갔는데 다리는 그대로 남아 있다 -사람 걸음보다 소문이 훨씬 빠르게 퍼진다는 뜻.

  治家之要 曰勤曰儉 치가지요 왈근왈검

가정을 꾸려나가는 데 중요한 것은 근면하고 검소한 것이다.

  治不肖而欲人之賢己也 치불초이욕인지현기야

나쁜 짓 하면서 남이 칭찬해 주기 바란다.

  親賢如就芝蘭 친현여취지란

어진 사람과 가까이 하기를 향기로운 난초 밭에 가는 듯 하라 -어진 사람과는 친하게 지내고 자주 만나라는 뜻.

快刀亂馬 쾌도난마

잘 드는 칼로 삼을 후려치듯 아주 일을 잘 처리한다는 말.

  快心事 過必爲殃 쾌심사 과필위앙

비록 마음을 상쾌하게 하는 일이라도 지나치면 반드시 재앙으로 된다.

  快人快事 쾌인쾌사 씩씩한 사람은 일도 시원스럽게 한다.

  他官兩班誰許座首 타관양반수허좌수 타관 양반이 누가 허좌수인 줄 아냐? -상관없는 사람이 그 일의 내막을 알 까닭이 없다는 뜻. -他官兩班座首許乎

他不畏之吾上典 타불외지오상전 남이 내 상전 무서워할까? -제 상전은 저나 무서워하지 남은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말.

  他山之石 타산지석 다른 산의 돌로 자기의 구슬을 갈 수 있듯이 남의 하찮은 언행을 거울삼아 자기의 품성을 높이는 데 교훈으로 삼는다는 뜻.

  他山之石 可以借鏡 타산지석 가이차경 다른 산의 돌을 보고 거울로 삼는다 -다른 산의 돌로 자기의 구슬을 갈 수 있듯이 남의 하찮은 언행을 거울삼아 자기의 품성을 높이는 데 교훈으로 삼는다는 뜻.

  他肉一點飯食 己肉十點下 타육일점반식 기육십점하

남의 고기 한 점 먹고 내 고기 열 점 내준다 -남의 것으로 적은 이익을 얻고서 나중에 큰 손해를 본다는 말.

  他人事如食冷粥 타인사여식냉죽 남의 말 하기는 식은 죽 먹기다.

  他人宴 排枾排梨 타인연 배시배리 남의 잔치에 감 놔라 배 놔라 한다 -자기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일에 공연히 참견한다는 말.

  他人之餠 聊樂歲時 타인지병 료악세시

남의 떡에 설 쇤다 -남의 은덕으로 일을 이루게 되었다는 말.

  打憎蠅 傷美蠅 타증승 상미승 미운 파리 치려다가 고운 파리 상한다 -나쁜 사람을 처치하려다가 도리어 착한 사람까지 벌을 받게 된다는 말.

  墮甑不顧 타증불고 이미 떨어져 깨진 시루는 되돌아보지 않는다. 이미 저질러진 일 가지고 애석히 해 봐야 소용없다는 말.

  墮之者衆 持之者寡也 타지자중 지지자과야

떼미는 사람은 많고 붙잡아 주는 사람은 적다 -세상에는 해치려는 사람은 많아도 도와주려고 하는 사람은 적다는 말.

  打草警蛇 타초경사

풀 섶을 쳐 뱀을 놀라게 한다 -갑을 꾸짖어 을을 징계한다는 말.

  呑舟之魚 失水制於螻蟻 탄주지어 실수제어루의

아무리 큰 물고기라도 물에서 나오면 작은 땅강아지나 개미에게도 먹힌다.

  脫粟餐子母團 탈속찬자모단 조밥에도 큰 덩이가 있고 작은 덩이가 있다 -무엇이나 크고 작은 것이 있다는 말.

  脫粟於利勢 탈속어이세 이권과 권세에서 깨끗이 벗어나야 한다.

  貪官本安盤 廉官本銳錐 탐관본안반 염관본예추 탐관의 밑은 안반과 같고 염관(청렴한 관리)의 밑은 송곳과 같다 - 탐욕이 많은 관리는 부자가 되고 청렴한 관리는 가난하게 산다는 뜻.

  貪得者 分金恨不得玉 탐득자 분금한부득옥

얻기를 탐내는 사람은 금을 주면 옥을 얻지 못하는 것을 한탄 한다.

  貪吏安不爲 탐리안불위

뇌물(賂物)을 좋아하는 관리는 백성들을 불안케 한다.

  貪婪無厭 忿類無期 탐람무염 분류무기

욕심(慾心)은 끝이 없고 불평(不評)은 한이 없다.

  貪夫汚吏 鷹之狼食 탐부오리 응지랑식

탐관오리(貪官汚吏)는 매같이 먹고 이리같이 먹는다.

  耽於女樂 不顧國政 탐어여악 불고국정

여자와 음악에 빠지면 정치도 돌보지 않게 된다.

  貪以敗官爲黑 탐이패관위흑

탐욕(貪慾)이 많고 부패(腐敗)한 관리의 마음은 검다.

  貪人之有者殘 탐인지유자잔

남의 것을 탐내는 사람은 쇠퇴(衰頹)하게 된다.

  貪財則奸不禁 탐재즉간불금 사관(士官)이 재물을 탐내게 되면 사병(士兵)들의 간사한 짓을 금할 수 없게 된다.

  蕩悍者 常危害 탕한자 상위해

방탕하고 난폭한 사람은 언제나 위태롭고 해롭기만 하다.

  泰山崩於前 色不變 태산붕어전 색불변

태산이 눈앞에서 무너져도 얼굴 색 하나 변하지 않는다.

  泰山鳴動 鼠一匹 태산명동 서일필 쥐 한 마리가 태산을 소란하게 한다.

  太守爲 脫頷頤 태수위탈함이 원(태수) 되자 턱 떨어진다 -복이 없는 사람은 무슨 일이 성사되자 재난을 당하게 된다는 뜻.

  太平之功 非一人之力也 태평지공 비일인지력야

천하를 태평하게 한 공은 한 사람의 공만이 아니다.

  擇友必勝己 택우필승기

친구는 반드시 자기보다 나은 사람으로 선택해야 한다 -벗을 사귀는 데는 자기보다 나은 사람을 가려서 사귀어야 한다는 말.

  吐佳言 如鋸木屑 토가언 여거목설 아름다운 말이 톱밥 쏟아지듯 한다 -교양이 많은 사람의 입에서는 좋은 말만 많이 나오게 된다는 말.

  兎死狗烹 토사구팽

날쌘 토끼 잡고 나니 사냥개도 잡아 먹힌다 -사람을 쓰는데 이용가치가 있을 때는 쓰고 이용 가치가 없을 때는 쓰지 않는다는 말.

  土積成山 水積成川 토적성산 수적성천

적은 흙도 쌓이면 큰산이 되고 적은 물도 모이면 큰 내가 된다.

  通夜不寢 통야불침 밤새도록 잠을 이루지 못함.

  痛入骨髓 통입골수 고통스러움이 골수에 스며든다 .

  投瓜得瓊 투과득경 외 주고 옥으로 받는다.

  投桃報李 투도보리 복숭아 주고 오얏 받는다 - 선사한 물건이나 답례로 받은 물건이나 서로 비슷하다는 뜻.

  投鼠忌器 투서기기 쥐는 잡고 싶어도 독 깨질가 두렵다.

  投魚深淵 투어심연 애써 잡은 물고기를 물에 도로 놓아준다 -애써 한 일을 수포로 만든다는 뜻.

  鬪者必自以爲是 투자필자이위시

다투고 것은 반드시 제 옳고 남 그르다 생각하기 때문.

破鏡不重照, 落花難上枝 파경부중조 낙화난상지

깨진 거울은 디시 비추지 못하고 떨어진 꽃은 다시 피지 못 한다.<景德傳燈綠>

  破鏡不復照 파경불부조 깨진 거울은 다시 비쳐 주지 않는다 -한번 저지른 잘못은 바로 잡을 수 없다는 뜻, 한번 파혼되면 그만이라는 뜻.

  罷露百姓 煎靡貨財者可亡也 파로백성 전미화재자가망야

백성들을 못 살게 하고 재물을 낭비하면 망한다.

  把盃之臂 不外曲 파배지비 불외곡 잔() 잡은 팔이 밖으로는 굽어지지 않는다 -자기와 이해 관계가 깊은 편으로 자연히 정이 쏠린다는 뜻.

  破山中賊易 破心中賊難 파산중적이 파심중적난

산중(山中) 도둑은 잡기 쉬워도 마음 속 도둑은 잡기 어렵다 -사람 마음이 나쁜 것은 고치기가 매우 어렵다는 뜻.

  敗家之兒 用金如糞 패가지아 용금여분

집안을 망칠 자식은 돈 쓰기를 똥 버리듯 한다.

  敗軍之將 不可以言勇 패군지장 불가이언용

패전(敗戰)한 장수는 용맹(勇猛)을 말하지 않는다.

佩圓瓠捕風 패원호포풍 뒤웅박 차고 바람 잡는다 -뒤웅박으로 바람을 잡듯이 허무맹랑(虛無孟浪)한 것을 한다는 뜻.

  烹頭耳熟 팽두이숙 머리를 삶으면 귀도 따라 익는다 -기본(基本) 문제를 해결하면 지엽적(枝葉的) 문제는 저절로 해결된다는 뜻.

平賞罰均也 평상벌균야 상벌(賞罰)은 공평무사(公平無私)하게시행해야한다.

  平地若一 水就濕也 평지약일 수취습야 같은 평지(平地)라도 물은 습기 찬대로 스며든다 -다 같은 조건이라도 연분(緣分) 있는 사람과 더 친하게 된다 閉口無復言 폐구무부언 입을 다물고 다시는 말이 없다.

  閉口深藏舌 폐구심장설 입을 다물고 혀를 깊이 간직하라.

  廢興無以亂 폐흥무이난

망하고 흥()하고 간에 난리는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怖苦發心 포고발심 세상이 고통스러워 바로 잡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飽煖 思淫慾 포난 사음욕 배부르고 등 뜨시면 음란(淫亂)한 마음이 생긴다.

  飽煖思淫慾 飢寒起盜心 포난사음욕 기한기도심 배부르고 등 따시면 음란(淫亂)한 마음이 생기고, 춥고 배고프면 도둑질할 마음이 생긴다.

  炰餠之水 烹袴尤美 포병지수 팽고우미 떡 삶은 물에 중 옷 데친다 - 한 가지 일을 하면서 다른 일을 겸해서 한다는 말.

  捕鼠之猫匿爪 포서지묘닉조

쥐 잘 잡는 고양이는 발톱을 감춘다 -재주 있는 사람은 그 재주를 감춘다는 뜻, 적을 공격할 때는 적이 모르도록 공격해야 한다는 뜻.

  捕牛之虻 不可以破寄蝨 포우지맹 불가이파기슬

소에 붙은 진드기는 잡아도 숨은 서캐는 못 잡는다 -보이는 도둑은 잡을 수 있지만 마음속에 숨은 도둑은 잡을 수가 없다는 뜻.

  捕兎于海 求魚于山 포토우해 구어우산 토끼는 바다에서 잡고 물고기는 산에서 구한다 -일 머리를 거꾸로 하면 일이 되는 게 없음을 이르는 말.

  豹死留皮 人死留名 표사유피 인사유명

표범은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豊年乞人尤悲 풍년걸인우비

풍년거지가 더 서럽다 -남들은 다 잘 사는데 혼자만 못 살면 더 섦다는 뜻.

  豊年之冬 必有積雪 풍년지동 필유적설 풍년드는 겨울에는 눈이 많이 쌓인다 -겨울에 눈이 많이 오는 해는 보리 풍년이 된다는 말

  風不刮 樹不搖 풍불괄 수불요 바람이 불지 않으면 나무도 흔들리지 않는다 -폭력이 없으면 세상도 어지럽지 않다는 뜻.

  豊子孫之祥 致老壽之福 풍자손지상 치로수지복

자손이 번다 하고 자신이 장수하는 것은 늙은이의 복이다.

  彼苦者梨 尙或味之 피고자리 상혹미지

쓴 맛도 맛 들일 탓이다 -하기 싫은 일도 재미를 붙이면 정이 든다는 말.

  疲馬不畏鞭芻 피마불외편추 피로한 말은 채찍질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사람도 극도에 이르면 무서워하는 것이 없게 된다는 뜻.

  被眇者子 乃孝厥毗 피묘자자 내효궐비 병신 자식이 효도한다.

 

  皮不毁 虎難制 피불훼 호난제 호랑이 가죽에 흠 잡기는 어렵다 -사람의 겉모양은 볼 수 있으나 그 속 마음은 알기가 매우 어렵다는 뜻.

  避色如避讐 피색여피수 여색은 원수를 피하듯 하라.

 

避惡如畏蛇蝎 피악여외사갈

악한 사람을 피하기를 독사나 전갈 두려워하듯 하라.

  彼一時 此一時 피일시 차일시 저래도 한때요 이래도 한때다.

  彼丈夫 我丈夫 피장부 아장부

그대가 장부면 나도 장부다 -그가 훌륭하지만 다 같은 사람이기 때문에 노력하기만 하면 나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뜻. 

避片石 遇水磨石 피편석 우수마석 조약돌 피하니까 수마석 만난다 -어려운 일을 겨우 피하고 나니까 더 큰 어려움을 만났다는 말.

  匹夫不可奪志也 필부불가탈지야 필부(匹夫)라지만 사나이의 뜻은 뺏지 못한다 -남자의 의지는 어떤 수단으로도 적을 수 없다.

  匹婦含寃 五月飛霜 필부함원 오월비상

필부 계집이라도 계집의 원한은 오뉴월에도 서리 친다.

  必須洗滌舊習 필수세척구습 구습은 깨끗이 씻어 버려야 한다.  

筆者識者之奴 필자식자지노

글씨 잘 쓰는 사람은 아는 사람의 종이다 - 일을 잘 하는 사람은 일을 잘 못하는 사람을 도와주게 되기 때문에 종노릇을 하게 된다는 뜻.

  下民之孼 匪降自天 하민지얼 비강자천

세상 사람들이 받는 화는 하늘에서 내려온 것은 아니다.

  下不天上施則亂也 하불천상시즉난야

아랫 사람이 윗사람을 하늘처럼 여기지 않는다면 어지러워진다.

  荷琵琶者荷桎梏者亦抃 하비파자변 하질곡자역변

비파 멘 놈이 손뼉 치자 칼 쓴 놈도 손뼉친다 -남이 한다고 자기의 처지도 돌보지 않고 따라 한다는 뜻.

  下石上臺 上石下臺 하석상대 상석하대

아랫돌 빼서 웃돌 괴고 웃돌 빼서 아랫돌 괸다 -항상 같은 짓만 되풀이하기 때문에 조금도 일의 진전이 없다는 뜻. 

下人體恤難苦 하인체휼난고 아랫 사람의 괴로움을 잘 보살펴 주어야 한다

  夏蟲不可以語于氷 하충불가이어우빙

여름 벌레는 얼음 이야기를 못한다 -얼음을 보지 못한 여름 벌레마냥 사람도 식견이 좁다는 말.

  下親上則上安 하친상즉상안

아랫 사람들과 웃사람이 친하면 웃사람은 편안하게 된다.

  寒灰更煖 枯樹復榮 한회경난 고수부영

꺼진 불에서도 다시 불이 붙고 마른 나무에서도 새 싹이 난다 -몰락된 사람도 다시 부활할 수 있으므로 업신여겨서는 안 된다는 말.

  鹹水魚 不游於江 함수어 불유어강

짠 물 고기는 민물에서 놀지 않는다-크게 놀던사람은 작게놀지않는다는 말.

  含血噴人 先汚其口 함혈분인 선오기구

입에 피를 물고 남에게 뿜으면 먼저 자신의 입이 더러워진다 -남을 해롭게 하자면 먼저 자신이 해를 입게 된다는 말.

  合抱之木 生於毫末 합포지목 생어호말

아름드리 나무도 작은 순이 자란 것이다 -큰 나무도 처음에는 작은 순이 자라서 되듯이 작은 것도 잘 자라면 크게 될 수 있다는 말.

  海枯終見底 人死不知心 해고종견저 인사부지심 바닷물은 마르고 나면 그 바닥을 볼 수 있지만 사람은 죽어도 그 마음을 알 수 없다.

  孩雖向背 趨其所愛 해수상배 추기소애 어린아이는 괴는 대로 간다 -누구든지 자기에게 잘해 주는 대로 쏠리게 된다는 뜻.

  蟹子雖纖 惡已知箝 해자수섬 오이지겸

게 새끼는 나면서 집는다 -질적으로 나쁜 놈은 천성이라는 뜻.

害天下者 天下閉之 해천하자 천하폐지

세상을 해롭게 하는 사람에게는 세상 사람들이 그 앞길을 막는다.

  行路之聚 亦于硬土 행로지취역우경토 굳은 땅에 물이 고인다.

  行事之要 在正其心 행사지요 재정기심

일을 하는데 중요한 점은 그 마음을 바로 가지는 데 있다.

  行善不以善名而名從之 행선불이선명이명종지

착한 일을 하면 이름을 내지 않으려고 해도 이름이 절로 나게 된다.

  行脩言道 禮之質也 행수언도 예지질야

행동은 바르게 하고 말은 도리에 맞게 하는 것이 예의의 근본이다 .

  行惡之人 如磨刀之石 행악지인 여마도지석

악한 일을 하면 남이 알까 봐 두려워하게 된다.

  行有不得者 皆反求諸己 행유부득자 개반구제기

행해서 안 되는 것이 있으면 반성하여 그 원인을 다자신에게서 찾아야 한다.

  賢婦和六親 寧婦破六親 현부화육친 영부파육친 어진 아내는 온 가족을 화목하게 만들고 간사한 아내는 온 가족의 화목을 깨뜨린다.

  賢者所適 其前無敵 현자소적 기전무적

현명한 사람이 가는 곳에는 그 앞에 적이 없다.

  賢賢易色 현현역색

현명한 자를 보고 자기도 현명해지고 싶어 하기를계집원()하듯 하라는 뜻.

  縣宰生活 雇工生活 현재생활 고공생활 원살이가 고공살이다 -관리 생활이나 고용살이의 생활이나 힘들기는 마찬가지라는 말.

  刑當罪則威不當罪則侮 형당죄즉위부당죄즉모

형벌이란 죄에 적당하면 위엄이 서고 적당하지 못하면 경멸된다.

  刑罰不中則 民無所措手足 형벌부중칙 민무소조수족

형벌이 적중하지 않으면 민중들은 손발 둘 곳도 없다.

  刑罰不必 則禁令不行 형벌불필 즉금령불행

형벌을 어김없이 내리지 않으면 명령이 집행되지 않는다.

  衡誠縣矣 則不可斯以輕重 형성현의 즉불가사이경중

저울로 달면 가볍고 무거운 것을 속이지 못한다.

  豪門腐粱肉 窮卷思秕糠 호문부량육 궁권사비강

부유한 집에는 곡식과 고기가 썩는데 가난한 집에는 쌀겨를구할걱정을 한다.

  虎死留皮 人死留名 호사유피 인사유명

범은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虎惡獸也 方其飽也 鹿豕過之而不顧 호악수야 방기포야 록시과지이불고

범은 포악한 짐승이지만 배가 부르면 사슴이나 멧돼지가 지나가도 돌아보지 않는다 -포악한 범도 제 배만 차면 욕심을 내지 않는 데 더구나 사람이 필요 이상의 물욕을 내서야 되겠느냐는 뜻.

  好事不門出 惡事行千里 호사불문출 악사행천리

좋은 소문은 문밖에 나가지 않으나 나쁜 소문은 천 리 밖에까지 간다.

  好船者溺 好騎者墮 호선자익 호기자타

배 타기 좋아하는 사람은 빠져죽고 말타기 좋아하는 사람은 떨어져 죽는다.

  好言自口 流言自口 호언자구 유언자구

좋은 말도 입에서 나오고 궂은 말도 입에서 나온다.

  好而知其惡 惡而知其美 호이지기오 오이지기미 좋아하면서도 그 나쁜 점은 알아야 하며 미워하면서도 그 좋은 점은 알아야 한다.

  好逸非所以求安也 호일비소이구안야

안일을 좋아한다고 편안함이 구해지는 것은 아니다.

  好取侵奪 如是者危殆 호취침탈 여시자위태

민중들을 수탈하기 좋아하는 사람은 위태롭게 된다.

  好畵未見龍 惡畵已貝之蛇 호화미견룡 악화이패지사 안 본 용은 잘 그려도 본 뱀은 못 그린다 -본 것이라도 그것을 그대로 표현하기는 매우 어렵다.

  號爾而與之 行道之人 弗受 호이이여지 행도지인 불수

꾸짖으며 주는 것은 길 가는 나그네도 받지 않는다.

  混沌之餠 安有表裏 혼돈지병 안유표리 도래떡이 안팎이 없다 -도래떡이 안팎이 없이 갈 듯이 서로 비슷하여 무어라고 판단할 수가 없다는 뜻.

  혼취논재 이로지도(婚娶論財 夷虜之道)

혼인시에 재물을 논하는 것은 오랑캐의 도이다.-명심보감.

  火及椽樑 燕雀安仕 화급련량 연작안사

불이 들보에까지 타면 제비와 참새도 편하게 지낼 수 없다 -국가가 망하게 되면 국민들도 편하게 살 수 없게 된다는 뜻.

  貨賂之行 誰不秘 中夜所行朝己昌矣 화뢰지행 수불비 중야소행조기창의

뇌물은 누구든지 비밀히 주지만 한밤중에 주고 받아도 아침이면 벌써 드러나게 된다.

  禍福無不自己求之者 화복무불자기구지자

재앙과 봄눈 녹듯 하고 복은 여름 구름처럼 일어난다.

  禍兮福之所企 福兮禍之所伏 화혜복지소기 복혜화지소복

화 곁에 복이 기대섰고 복 속에 화가 숨어 있다.

  活狗子 勝於死政丞 활구자 승어사정승

산 개가 죽은 정승보다 낫다 -

아무리 천한 몸이라도 죽는 것보다는 사는 것이 낫다는 뜻, 살아서 귀했던 몸도 죽으면 세상 사람들이돌보지않는다는 뜻.

 悔而不倦 회이불권

잘못을 뉘우치기를 게을리 말라는 뜻.

懷卷而同其塵 회권이동기진

재능을 숨기고 쓰지 않는 것은 티끌과 같다.

 悔而不知改不等人也 회이부지개부등인야

뉘우치고도 고칠 줄 모르면 사람 구실을 못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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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版 四字小學 (房事篇)

天地陰陽 천지음양 (천지간은 음양이라)

雌雄遊戱 자웅유희 (암수한쌍 놀아나네)

雙方廉探 쌍방염탐 (서로간에 눈치살펴)

以心傳心 이심전심 (텔레파시 서로통해)

05. 意氣投合 의기투합 (좋고좋아 얼씨구나)

06. 喜喜樂樂 희희낙락 (호호하하 하하호호)

07. 客室探訪 객실탐방 (몸풀곳을 찾고있네)

08. 男女抱擁 남녀포옹 (남녀가 끌어안고)

09. 愛撫興奮 애무흥분 (비비대니 찌릿찌릿)

10. 乳房浸透 유방침투 (가슴에 손을넣고)

 

11. 兩口接觸 양구접촉 (입술끼리 인사하네)

12. 舌往舌來 설왕설래 (두혓바닥 들락날락)

13. 乳頭點檢 유두점검 (젖꼭지를 클릭하고)

14. 腹部探訪 복부탐방 (뱃대기를 더듬더듬)

15. 中部前線 중부전선 (한복판의 작업장엔)

16. 完全無缺 완전무결 (거칠것이 없을세라)

17. 萬事如意 만사여의 (모든일이 뜻과같이)

18. 準備完了 준비완료 (일하도록 되어있네)

19. 作戰開始 작전개시 (이제한번 붙어볼까)

20. 被服解脫 피복해탈 (껍데길랑 벗어제껴)

 

21. 玉池點考 옥지점고 (무릉도원 살펴보니)

22. 玉門媚笑 옥문미소 (골키퍼가 미소짓고)

23. 玉水噴出 옥수분출 (꿀물들이 젖어있네)

24. 開封迫頭 개봉박두 (열어줄때 되었으니)

25. 陽物据銃 양물거총 (거시기를 받쳐들고)

26. 膣門通過 질문통과 (경계초소 지나고서)

27. 玉內入城 옥내입성 (진중으로 들어가니)

28. 好好歡迎 호호환영 (날고뛰고 맞이하네)

29. 現場投入 현장투입 (작업실에 들어앉아)

30. 雌雄交接 자웅교접 (거시기가 얽혀졌네)

 

31. 左三右三 좌삼우삼 (좌로세번 우로세번)

32. 技術網羅 기술망라 (온갖기술 총동원해)

33. 左衝右突 좌충우돌 (좌우간을 왔다갔다)

34. 九淺一深 구천일심 (얕게깊게 구대일로)

35. 本色露出 본색노출 (본바탕이 드러나네)

36. 前進後退 전진후퇴 (전방후방 왔다갔다)

37. 東奔西走 동분서주 (동에번쩍 서에번쩍)

38. 精神朦朧 정신몽롱 (머리통이 아리까리)

39. 無我之境 무아지경 (내가지금 어디있나)

40. 戰鬪熾熱 전투치열 (요분질이 치열하고)

 

41. 歡喜極致 환희극치 (즐거움이 극에달해)

42. 場內騷亂 장내소란 (작업장이 시끄럽고)

43. 漸入佳境 점입가경 (거기에다 한술더떠)

44. 高聲放歌 고성방가 (소리소리 질러대네)

45. 鎔巖噴出 용암분출 (옥당속에 불이붙어)

46. 精銃發射 정총발사 (물총으로 잠재우네)

47. 十分休息 십분휴식 (담배한대 피워물고)

48. 衣冠整頓 의관정돈 (옷가질랑 걸쳐입고)

49. 再會約束 재회약속 (다시만날 약속하며)

50. 遊廓脫出 유곽탈출 (유곽에서 사라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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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소학<四字小學>

父生我身(부생아신)하시고(아버지는 내 몸을 낳으시고)

母鞠我身(모국아신)이로다(어머니는 내 몸을 기르셨다.)

腹以懷我(복이회아)하시고(배로써 나를 품어 주시고)

乳以哺我(유이포아)로다(젖으로써 나를 먹여 주셨다.)

以衣溫我(이의온아)하시고(옷으로써 나를 따뜻하게 하시고)

以食飽我(이식포아)로다(밥으로써 나를 배부르게 하셨다.)

恩高如天(은고여천)하시고(은혜는 높기가 하늘과 같으시고)

德厚似地(덕후사지)하시니(덕은 두텁기가 땅과 같으시니)

爲人子者(위인자자)(사람의 자식 된 사람이)

曷不爲孝(갈불위효)리오(어찌 효도하지 않으리오)

欲報其德(욕보기덕)이면(그 은덕에 보답하고자 하면)

昊天罔極(호천망극)이로다(높은 하늘도 끝이 없도다.)

晨必先起(신필선기)하야(새벽에는 반드시 먼저 일어나)

必洗必漱(필세필수)하며(반드시 세수하고 반드시 양치질하며)

昏定晨省(혼정신성)하고(저물면 잠자리를 펴드리고 새벽에 문안을 살피며)

冬溫夏淸(동온하청) 하라(겨울에는 따뜻하게 여름에는 시원하게 해 드려라.)

父母呼我(부모호아)어시든(부모님께서 나를 부르시거든)

唯而趨進(유이추진)하고(빨리 대답하고 달려 나가고)

父母使我(부모사아)어시든 (부모님께서 나에게 일을 시키시면)

勿逆勿怠(물역물태)하라(거스르지 말고 게을리하지 말아라.)

父母有命(부모유명)이어시든(부모님께서 명하는 것이 있으시면)

俯首敬聽(부수경청)하라(머리를 숙이고 공경히 들어라.)

坐命坐聽(좌명좌청)하고(앉아서 명령하시면 앉아서 듣고)

立命立聽(입명입청)하라 (서서 명령하시면 서서 들어라.)

父母出入(부모출입)이어시든(부모님께서 출입하시면)

每必起立(매필기립)하라(매번 반드시 일어나라.)

父母衣服(부모의복)(부모님의 옷을)

勿踰勿踐(물유물천)하라(넘어 다니지도 말고 밟지도 말라.)

父母有疾(부모유질)이어시든(부모님께서 병환에 드셨으면)

憂而謀瘳(우이모추)하라(걱정하고 낫게 할 방법을 찾아라.)

對案不食(대안불식)이어시든 (밥상을 대하시고서 드시지 않으시면)

思得良饌(사득양찬)하라(좋은 음식을 장만할 것을 생각하라.)

出必告之(출필곡지)하고(밖에 나갈 때는 반드시 말씀드리고)

反必面之(반필면지)하라(돌아오면 반드시 얼굴을 보여드려라.)

愼勿遠遊(신물원유)하고(항상 조심하여 먼 곳에 가서 놀지 말고)

遊必有方(유필유방)하라(놀더라도 반드시 일정한 곳이 있게 하라.)

出入門戶(출입문호)어든(문을 출입할 때에는)

開閉必恭(개폐필공)하라(열고 닫는 것을 반드시 공손하게 하라.)

勿立門中(물립문중)하고(문 가운데 서지 말고)

勿坐房中(물좌방중)하라(방 가운데 앉지 말아라)

行勿慢步(행물만보)하고(걸어갈 때에는 걸음을 거만하게 걷지 말고)

坐勿倚身(좌물의신)하라(앉을 때에 몸을 기대지 말아라)

口勿雜談(구물잡담)하고(입으로는 잡담을 하지 말고)

手勿雜戱(수물잡희)하라(손으로는 장난을 하지 말라.)

膝前勿坐(슬전물좌)하고(부모님 무릎 앞에 앉지 말고)

親面勿仰(친면물앙)하라(부모님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지 말아라.)

須勿放笑(수물방소)하고 (모름지기 큰소리로 웃지 말고)

亦勿高聲(역물고성)하라(또한 큰소리로 말하지 말아라.)

侍坐父母(시좌부모)어든(부모님을 모시고 앉아 있을 때는)

勿怒責人(물노책인)하라(화를 내어 다른 사람을 꾸짖지 말아라.)

侍坐親前(시좌친전)이어든 (부모님 앞에 모시고 앉아 있을 때는)

勿踞勿臥(물거물와)하라(걸터앉지 말고 눕지 말라.)

獻物父母(헌물부모)어든(부모님께 물건을 드릴 때는)

跪而進之(궤이진지)하라(무릎을 꿇고 드려라.)

與我飮食(여아음식)이어시든(나에게 음식을 주시면)

跪而受之(궤이수지)하라(무릎을 꿇고 앉아서 받아라.)

器有飮食(기유음식)이라도(그릇에 음식이 있어도)

不與勿食(불여물식)하라(주시지 않으면 먹지 말아라.)

若得美味(약득미미)어든(만약 맛있는 음식을 얻으면)

歸獻父母(귀헌부모)하라(돌아가 부모님께 드려라.)

衣服雖惡(의복수악)이나(옷이 비록 나쁘더라도)

與之必著(여지필착)하라(부모님께서 주시면 반드시 입어라.)

飮食雖厭(음식수염)이나(음식이 비록 먹기 싫어도)

與之必食(여지필식)하라(부모님께서 주시면 반드시 먹어라.)

父母無衣(부모무의)어시든(부모님께서 입을 만한 옷이 없으면)

勿思我衣(물사아의)하며(내가 입을 옷을 생각하지 말고)

父母無食(부모무식)이어시든(부모님께서 드실 음식이 없으면)

勿思我食(물사아식)하라(내가 먹을 것을 생각하지 말아라.)

身體髮膚(신체발부)(내 신체와 머리털과 피부를)

勿毁勿傷(물훼물상)하라(훼손하지도 말고 상하지도 말아라.)

衣服帶靴(의복대화)(옷과 허리띠와 신발을 )

勿失勿裂(물실물렬)하라(잃어버리지도 말고 찢지도 말아라.)

父母愛之(부모애지)어시든(부모님께서 나를 사랑해 주시면)

喜而勿忘(희이물망)하라(기뻐하며 잊지 말고)

父母責之(부모책지)어시든(부모님께서 나를 꾸짖으시면)

反省勿怨(반성물원)하라(반성하고 원망하지 말아라.)

勿登高樹(물등고수)하라(높은 나무에 올라가지 말아라)

父母憂之(부모우지)시니라(부모님께서 걱정하신다.)

勿泳深淵(물영심연)하라(깊은 연못에서 헤엄치지 말아라)

父母念之(부모념지)시니라 (부모님께서 염려하신다.)

勿與人鬪(물여인투)하라(다른 사람들과 다투지 말아라)

父母不安(부모불안)이시니라(부모님께서 불안해하신다.)

室堂有塵(실당유진)이어든(방과 거실에 먼지가 있으면)

常必灑掃(상필쇄소)하라(항상 반드시 물 뿌리고 청소하라.)

事必稟行(사필품행)하고(일을 할 때는 반드시 부모님께 여쭈어 행하고)

無敢自專(무감자전)하라(감히 자기 멋대로 하지 말아라.)

一欺父母(일기부모)(한번이라도 부모님을 속이면)

其罪如山(기죄여산)이니라(그 죄가 산처럼 크다.)

雪裏求筍(설리구순)(눈 속에서 죽순을 구한 것은)

孟宗之孝(맹종지효)(맹종의 효도요)

剖氷得鯉(부빙득리)(얼음을 깨고서 잉어를 잡은 것은)

王祥之孝(왕상지효)니라(왕상의 효도다.)

我身能賢(아신능현)이면(내 몸이 어질면)

譽及父母(예급부모)니라(명예가 부모님께 미치고)

我身不賢(아신불현)이면(내 몸이 어질지 못하면)

辱及父母(욕급부모)니라(욕됨이 부모님께 미친다.)

追遠報本(추원보원)하야(조상을 추모하고 근본에 보답하여)

祭祀必誠(제사필성)하라(제사를 반드시 정성스럽게 지내라.)

非有先祖(비유선조)(선조가 계시지 않았다면)

我身曷生(아신갈생)이리오(내 몸이 어디서 생겨났겠는가?)

事親如此(사친여차)(부모님 섬기는 것을 이와 같이 한다면)

可謂孝矣(가위효의)니라(효도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不能如此(불능여차)(이와 같이 하지 못하면)

禽獸無異(금수무이)니라(짐승과 다를 것이 없느니라.)

學優則仕(학우즉사)하야(학문이 넉넉하면 벼슬길에 나아가)

爲國盡忠(위국진충)하라(나라를 위해 충성을 다하고,)

敬信節用(경신절용)하야(조심해서 미덥게 일하며 재물을 아껴 써서)

愛民如子(애민여자)하라(백성을 자식처럼 사랑하라.)

人倫之中(인륜지중)(인륜 가운데에)

忠孝爲本(충효위본)이니(충과 효가 근본이 되므로)

孝當竭力(효당갈력)하고(효도에 마땅히 힘을 다하고)

忠則盡命(충즉진명)하라(충성함에 목숨을 다 바쳐라.)

夫婦之倫(부부지륜)(부부의 도리는)

二姓之合(이성지합)이니(두 성씨가 결합한 것이니)

內外有別(내외유별)하야(남편과 아내는 분별이 있어서)

相敬如賓(상경여빈)하라(서로 공경하기를 손님처럼 하라.)

夫道和義(부도화의)(남편의 도리는 온화하고 의로운 것이요)

婦德柔順(부덕유순)이니라(아내의 덕은 부드럽고 순한 것이다.)

夫唱婦隨(부창부수)(남편이 먼저 부르고 아내가 따라서 하면)

家道成矣(가도성의)리라(집안의 도리가 이루어진다.)

兄弟姉妹(형제자매)(형제와 자매는)

同氣而生(동기이생)이니(한 기운을 받고 태어났으니)

兄友弟恭(형우제공)하야(형은 우애하고 아우는 공경하여)

不敢怨怒(불감원노)니라(감히 원망하거나 화를 내지 말아라.)

骨肉雖分(골육수분)이나(뼈와 살은 비록 나누어져 있지만)

本生一氣(본생일기)(본래 한 기운을 받고 태어났으며,)

形體雖異(형체수이)(형체는 비록 다르지만)

素受一血(소수일혈)이니라(본래 한 핏줄을 받고 태어났다.)

比之於木(비지어목)하면(나무에 비유하면)

同根異枝(동근이지)(뿌리는 같고 가지는 다른 것과 같이요)

比之於水(비지어수)하면(물에 비유하면)

同源異流(동원이류)니라(근원은 같고 흐름은 다른 것이다.)

兄弟怡怡(형제이이)하야(형제간에 서로 화합하여)

行則雁行(행즉안행)하라(걸어 갈 때는 기러기처럼 나란히 걸어가고)

寢則連衾(침즉연금)하고(잠잘 때에는 같은 이불을 덮고)

食則同牀(식즉동상)하라(밥 먹을 때는 같은 밥상에서 먹는다.)

分毋求多(분무구다)하며(나눌 때는 서로 많이 차지하려고 하지 말며)

有無相通(유무상통)하라(있든 없든 서로 함께 해야 한다.)

私其衣食(사기의식)이면(형제간에 그 옷과 음식을 사사롭게 하면)

無禮漢徒(무례한도)니라(오랑캐의 무리이다.)

兄無衣服(형무의복)이어든 (형이 만약 옷이 없으면)

弟必獻之(제필헌지)하고(동생이 반드시 옷을 드리고,)

弟無飮食(제무음식)이어든 (동생이 먹을 것이 없으면)

兄必與之(형필여지)하라(형이 반드시 먹을 것을 주어라.)

一杯之水(일배지수)라도(한 잔의 물이라도)

必分而飮(필분이음)하고(반드시 나누어 마시고)

一粒之食(일립지식)이라도(한 알의 밥이라도)

必分而食(필분이식)하라(반드시 나누어 먹어라.)

兄雖責我(형수책아)(형이 비록 나를 꾸짖더라도)

莫敢抗怒(막감항노)하고(감히 대들거나 화내지 말고,)

弟雖有過(제수유과)(동생에게 비록 잘못이 있더라도)

須勿聲責(수물성책)하라(모름지기 큰소리로 꾸짖지 말아라.)

兄弟有善(형제유선)이어든(형제에게 잘한 일이 있으면)

必譽于外(필예우외)하고(반드시 밖으로 드러내고)

兄弟有失(형제유실)이어든(형제에게 잘못이 있으면)

隱而勿揚(은이물양)하라(감춰주고 드러내지 말아라.)

兄弟有難(형제유난)이어든 (형제에게 어려운 일이 있으면)

悶而思救(민이사구)하라 (근심하고 구해 줄 것을 생각하라.)

兄能如此(형능여차)(형이 이와 같이 하면)

弟亦效之(제역효지)니라. (동생도 또한 이것을 본받을 것이다.)

我有歡樂(아유환락)이면(나에게 기쁨과 즐거움이 있으면)

兄弟亦樂(형제역락)하고(형제 또한 즐거워하고,)

我有憂患(아유우환)이면(나에게 근심과 걱정이 있으면)

兄弟亦憂(형제역우)니라(형제 또한 걱정한다.)

雖有他親(수유타친)이나(비록 다른 친척이 있지만)

豈若兄弟(기약형제)리오(어찌 형제와 같겠는가?)

兄弟和睦(형제화목)이면(형제가 화목하면)

父母喜之(부모희지)시니라(부모님께서 기뻐하신다.)

事師如親(사사여친)하야(스승 섬기기를 부모님처럼 하여)

必恭必敬(필공필경)하라(반드시 공손하고 반드시 공경하라.)

先生施敎(선생시교)어시든(선생님께서 가르쳐 주시면)

弟子是則(제자시칙)하라(제자들은 이것을 본받아라.)

夙興夜寐(숙흥야매)하야(아침 일찍 일어나고 밤늦게 자서)

勿懶讀書(물나독서)하라(책 읽기를 게을리 하지 말라.)

勤勉工夫(근면공부)하면(부지런히 힘써서 공부하면)

父母悅之(부모열지)시니라(부모님께서 기뻐하신다.)

始習文字(시습문자)어든 (처음 문자를 배우거든)

字劃楷正(자획해정)하고 (글자의 획을 바르게 하고)

書冊狼藉(서책낭자)어든 (책이 어지럽게 널려 있으면)

每必整頓(매필정돈)하라. (매번 반드시 정돈하라.)

能孝能悌(능효능제)(효도하고 공경할 수 있는 것이)

莫非師恩(막비사은)이니라 (스승의 은혜 아닌 것이 없으며)

能知能行(능지능행)(알 수 있고 행할 수 있는 것은)

總是師功(총시사공)이니라(모두 스승의 공이니다.)

長者慈幼(장자자유)하고(어른은 어린이를 사랑하고)

幼者敬長(유자경장)하라(어린이는 어른을 공경하라.)

長者之前(장자지전)(어른의 앞에서는)

進退必恭(진퇴필공)하라(나아가고 물러날 때 반드시 공손히 하라.)

年長以倍(연장이배)어든(나이가 나보다 두 배 정도 많으면)

父以事之(부이사지)하고(아버지처럼 섬기고)

十年以長(십년이장)이어든(열 살 정도 많으면)

兄以事之(형이사지)하라(형처럼 섬겨라.)

我敬人親(아경인친)이면(내가 남의 부모를 공경하면)

人敬我親(인경아친)하고(남도 내 부모를 공경하며)

我敬人兄(아경인형)이면(내가 남의 형을 공경하면)

人敬我兄(인경아형)이니라(나도 내 형을 공경한다.)

賓客來訪(빈객래방)이어든 (손님이 찾아오면)

接待必誠(접대필성)하라 (접대를 반드시 정성스럽게 하라)

賓客不來(빈객불래)(손님이 찾아오지 않으면)

門戶寂寞(문호적막)이니라 (집안이 쓸쓸해진다.)

人之在世(인지재세)(사람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不可無友(불가무우)(친구가 없을 수 없으니)

以文會友(이무회우)하고(글로써 벗을 모으고)

以友輔仁(이우보인)하라(벗으로써 인을 도와라.)

友其正人(우기정인)이면(바른 사람을 벗하면)

我亦自正(아역자정)이요(나도 저절로 바르게 되고,)

從遊邪人(종유사인)이면(나쁜 사람을 따라 놀면)

我亦自邪(아역자사)니라(나도 저절로 나쁘게 된다.)

蓬生麻中(봉생마중)이면(쑥이 삼밭에서 자라면)

不扶自直(불부자직)이요(붙들어주지 않아도 저절로 곧게 되고)

白沙在泥(백사재니)(흰모래가 진흙에 있으면)

不染自汚(불염자오)니라(물들이지 않아도 저절로 더러워진다.)

近墨者黑(근묵자흑)이요(먹을 가까이 하는 사람은 검게 되고)

近朱者赤(근주자적)이니(주사(朱砂)를 가까이하는 사람은 붉게 되니)

居必擇隣(고필택린)하고(거처할 때는 반드시 이웃을 가리고)

就必有德(취필유덕)하라(나아갈 때는 반드시 덕망있는 사람에게 나아가라.)

擇而交之(택이교지)(친구를 가려서 사귀면)

有所補益(유소보익)하고(도움과 유익함이 있을 것이고,)

不擇而交(불택이교)(친구를 가리지 않고 사귀면)

反有害矣(반유해의)니라(도리어 해가 있게 된다.)

朋友有過(붕우유과)어든(친구에게 잘못이 있으면)

忠告善導(충고선도)하라(충고하여 잘 인도하라.)

人無責友(인무책우)(사람에게 잘못을 꾸짖어 주는 친구가 없으면)

易陷不義(역함불의)니라(나쁜 데 빠지기가 쉽다.)

面讚我善(면찬아선)이면(내 앞에서 나의 착한 점을 칭찬하면)

諂諛之人(첨유지인)이요(아첨하는 사람이고,)

面責我過(면책아과)(내 앞에서 나의 잘못을 꾸짖으면)

剛直之人(강직지인)이니라(굳세고 정직한 사람이다.)

言而不信(언이불신)이면(말을 할 때 믿음이 없으면)

非直之友(비직지우)니라(정직한 친구가 아니다.)

見善從之(견선종지)하고(착한 것을 보면 따르고)

知過必改(지과필개)하라(잘못을 알면 반드시 고쳐라.)

悅人讚者(열인찬자)(남의 칭찬을 좋아하는 자는)

百事皆僞(백사개위)(모든 일이 다 거짓이고,)

厭人責者(염인책자)(남의 책망을 싫어하는 사람은)

其行無進(기행무진)이니라(그 행동에 발전이 없다.)

元亨利貞(원형이정)(정은)

天道之常(천도지상)이요(천도의 떳떳함이요)

仁義禮智(인의예지)(지는)

人性之綱(인성지강)이니라 (인성의 벼리이다.)

父子有親(부자유친)하며(부모와 자식 사이에는 친함이 있고)

君臣有義(군신유의)하며(임금과 신하 사이에는 의리가 있으며)

夫婦有別(부부유별)하며(남편과 아내 사이에는 구별이 있고)

長幼有序(장유유서)하며(어른과 아이 사이에는 차례가 있으며)

朋友有信(붕우유신)이니(친구 사이에는 믿음이 있어야 하니)

是謂五倫(시위오륜)이니라(이것을 오륜이라고 한다.)

君爲臣綱(군위신강)이요(임금은 신하의 벼리가 되고)

父爲子綱(부위자강)이요(아버지는 자식의 벼리가 되며)

夫爲婦綱(부위부강)이니(남편은 아내의 벼리가 되니)

是謂三綱(시위삼강)이니라 (이것을 삼강이라고 한다.)

人所以貴(인소이귀)(사람이 귀한 까닭은)

以其倫綱(이기륜강)이니라 (오륜과 삼강이 있기 때문이다.)

足容必重(족용필중)하며(발의 모습은 반드시 신중하게 하며)

手容必恭(수용필공)하며(손의 모습은 반드시 공손하게 하며)

目容必端(목용필단)하며(눈의 모습은 반드시 단정하게 하고)

口容必止(구용필지)하며(입의 모습은 반드시 지긋이 다물고 있으며)

聲容必靜(성용필정)하며(목소리는 반드시 조용하게 하며)

頭容必直(두용필직)하며(머리의 모습은 반드시 반듯하게 세우며)

氣容必肅(기용필숙)하며(숨쉬는 모습은 반드시 엄숙하게 하고)

立容必德(입용필덕)하며(서 있을 때의 모습은 반드시 덕 있는 것처럼 하며)

色容必莊(색용필장)이니(얼굴빛은 반드시 씩씩하게 해야 하니)

是曰九容(시왈구용)이니라 (이것을 아홉 가지 모습이라고 한다.)

視必思明(시필사명)하며(볼 때는 반드시 분명하게 볼 것을 생각하고)

聽必思聰(청필사총)하며(들을 때는 반드시 총명하게 들을 것을 생각하며)

色必思溫(색필사온)하며(얼굴빛은 반드시 온화하게 할 것을 생각하며)

貌必思恭(모필사공)하며(용모는 반드시 공손하게 할 것을 생각하며)

言必思忠(언필사충)하며(말은 반드시 성실하게 할 것을 생각하고)

事必思敬(사필사공)하며(일은 반드시 공경하게 할 것을 생각하며)

疑必思問(의심사문)하며 (의심나면 반드시 질문할 것을 생각하고)

忿必思難(분필사란)하며(화가 날 때는 반드시 후환을 생각하며,)

見得思義(견득사의)(얻을 것을 보면 의로운 것인지를 생각하니)

是曰九思(시왈구사)니라 (이것을 아홉가지 생각이라고 한다.)

非禮勿視(비례물시)하며(예가 아니면 보지 말고)

非禮勿聽(비례물청)하며(예가 아니면 듣지 말며)

非禮勿言(비례물언)하며(예가 아니면 말하지 말고)

非禮勿動(비례물동)이니라 (예가 아니면 행동하지 말아라.)

行必正直(행필정직)하고(행동은 반드시 바르고 곧게 하며)

言則信實(언즉신실)하고(말은 곧 믿음 있고 진실하게 하고)

容貌端正(용모단정)하며(용모는 단정하게 하며)

衣冠整齊(의관정제)하라(옷과 모자의 차림새는 바르고 가지런하게 하라.)

居處必恭(거처필공)하고(거처할 때는 반드시 공손하게 하고)

步履安詳(보리안상)하라(걸음걸이는 편안하고 침착히 하라.)

作事謀始(작사모시)하고(일을 할 때에는 시작을 잘 계획하고)

出言顧行(출언고행)하라(말을 할 때에는 행실을 돌아보라.)

常德固持(상덕고지)하고(떳떳한 덕을 굳게 지키고)

然諾重應(연약중응)하라(승낙을 할 때에는 신중히 대답하라.)

飮食愼節(음식신절)하고(음식을 삼가고 절제하며)

言語恭遜(언어공손)하라(언어를 공손히 하라.)

德業相勸(덕업상권)하고(덕업은 서로 권장하고)

過失相規(과실상규)하며(과실은 서로 규제하며)

禮俗相交(예속상교)하고(예의 있는 풍속으로 서로 사귀고)

患難相恤(환난상휼)하라(어려운 일이 있을 때는 서로 도와주어라.)

貧窮困厄(빈궁곤액)(가난하고 곤란한 일이 있을 때에는)

親戚相救(친척상구)하며(친척들이 서로 도와 주며)

婚姻死喪(혼인사상)(혼인과 초상에는)

相扶相助(상부상조)하라(이웃끼리 서로 도와주어라.)

修身齊家(수신제가)(자신을 수양하고 집안을 가지런히 하는 것은)

治國之本(치국지본)이요(나라를 다스리는 근본이요)

讀書勤儉(독서근검)(책을 읽으며 부지런하고 검소함은)

起家之本(기가지본)이니라(집안을 일으키는 근본이다.)

忠信慈祥(충언자상)하고(충실하고 신용 있고 자상하며)

溫良恭儉(온양공검)하라(온화하고 어질고 공손하고 검소하라.)

人之德行(인지덕행)(사람의 덕행은)

謙讓爲上(겸양위상)이니라(겸양이 제일이다.)

莫談他短(막담타단)하고(남의 단점을 말하지 말고)

靡恃己長(미시기장)하라(자기의 장점을 자랑하지 말아라.)

己所不欲(기소불욕)(자기가 하고 싶지 아니한 것을)

勿施於人(물시어인)하라(남에게 시키지 말라.)

積善之家(적선지가)(선행을 쌓은 집안은)

必有餘慶(유필여경)이요(반드시 뒤에 후손에게 경사가 있고)

不善之家(불선지가)(불선을 쌓은 집안은)

必有餘殃(필유여앙)이니라(반드시 뒤에 후손에게 재앙이 있다.)

損人利己(손인이기)(남을 손해 보게 하고 자신을 이롭게 하면)

終是自害(종신자해)니라(마침내 자신을 해치는 것이다.)

禍福無門(화복무문)하야(재앙과 복은 특정한 문이 없어)

惟人所召(유인소소)니라(오직 사람이 불러들이는 것이다.)

嗟嗟小子(차차소자)(! 어린 학생들아)

敬受此書(경수차서)하라(이 책을 공경하게 받아라.)

非我言耄(비아언모)(내가 한 말은 늙은이의 잔소리가 아니다)

惟聖之謨(유성지모)시니라(오직 성인의 가르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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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格守則 其1 -  蘇秉敦(소병돈)

 漢詩一首似言志(한시일수사언지) : 한시 한 수는 뜻을 말하는 것과 같아서

情景交叉吐古香(정경교차토고향) : 정경이 교차하며 옛 향기를 뿜어야 하네

起句常含全淑氣(기구상함전숙기) : 기구는 항상 맑은 기운 머금어야 하고

承聯每寫秀風光(승련매사수풍광) : 승련은 늘 빼어난 풍광을 옮겨야 한다오

轉聲異興文成變(전성이흥문성변) : 전구는 흥취를 달리해 글에 변화 이루며

結語懷題脈不忘(결어회제맥불망) : 결어는 글제를 품고맥을 잊으면 안된다네

用字構行簾最重(용자구행염최중) : 글자를 쓰고 행을 엮음에 염이 최고이니

瓊章礎石有心良(경장초석유심량) : 좋은 글의 초석은 어진마음에 있음이라

  詩格守則 其二

二四非同二六同(이사비동이륙동) : 二四번 글자는 같지 않고 二六은 같으며

起承轉結律詩風(기승전결율시풍) : 기승전결은 시풍의 율격이 되느니라

出題押韻無相變(출제압운무상변) : 제목과 운자를 낼 때는 서로 변화가 없고言志收芳有對通(언지수방유대통) : 뜻을 말하고 향기 거둠은 대구가 있다네

畢仄應當尋仄始(필측응당심측시) : 측성으로 끝냄에는 측성으로 시작하고 

初平必是以平終(초평필시이평종) : 평성으로 시작함은 평성으로 끝냄이라 

意重疊字違元法(의중첩자위원법) : 뜻과 글자가 겹치면 시법을 어김인데

鶴膝蜂腰亦害中(학슬봉요역해중) : 학슬과 봉요는 글귀의 중간을 해침이라

 詩格守則 其三

起承轉結欲瓊章(기승전결욕경장) : 기승전결에서 좋은 글 지으려 한다면

先發詩情意不忘(선발시정의불망) : 시정을 펼침에 뜻을 잊으면 안 된다오

落韻構文行念滑(낙운구문행념활) : 운자 떨어져 글 엮음에 각 행이 매끄럽고

命題謀畵句懷康(명제모화구회강) : 시제 받고 구상함에 편안함 생각한다네.

有簾乃有詠歌氣(유렴내유영가기) : 염이 있기에 읊고 노래함에 기세 있는데

無法應無風月香(무법응무풍월향) : 법이 없다면 풍월에 향기도 없으리라.

造語常從皆典古(조어상종개전고) : 시어는 항상 전고에 따라야 함이요

他非共感獨堪量(타비공감독감량) : 남과 공감하지 못하면 홀로 아는 글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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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 진다는 것> - 헤르만 헷세 -

 

인생에 주어진 의무는
다른 아무것도 없다네
그저 행복하라는 한 가지 의무뿐
우리는 행복하기위해 세상에 왔지
그런데도 그 온갖 도덕 온갖 계명을 갖고서도
사람들은 그다지 행복하지 못하다네
그것은 사람들 스스로 행복을 만들지 않는 까닭
인간은 선을 행하는 한
누구나 행복에 이르지
스스로 행복하고
마음속에 조화를 찾는 한
그러니까 사랑을 하는 한...
사랑은 유일한 가르침
세상이 우리에게 물려준 단 하나의 교훈이지

예수도 부처도 공자도 그렇게 가르쳤다네
모든 인간에게 세상에서 한 가지 중요한 것은
그의 가장깊은곳
그의 영혼
그의 사랑하는 능력이라네
보리죽을 떠먹든 맛있는 빵을 먹든
누더기를 걸치든 보석을 휘감든
사랑하는 능력이 살아 있는 한
세상은 순수한 영혼의 화음을 울렸고
언제나 좋은 세상
옳은 세상이었다네

<안개> - 헤르만 헤세 -

 

안개 속을 거니는 이상함이여,
덩굴과 돌들 모두 외롭고,
이 나무는 저 나무를 보지 못하니
모두가 다 혼자로구나!
나의 삶이 밝았던 때에는
세상엔 친구들로 가득했건만
이제 여기 자욱한 안개 내리니
아무도 더는 볼 수 없어라.
회피할 수도 없고 소리도 없는
모든 것에서 그를 갈라놓는
이 어두움을 모르는 이는
정녕 현명하다고는 볼 수 없으리.
안개 속을 거니는 이상함이여,
산다는 것은 외로운 것,
누구도 다른 사람 알지 못하고
모두는 다 혼자인 것을!


<기도> - 헤르만헤세 -


하느님이시여, 저를 절망케 해 주소서
당신에게서가 아니라 나 자신에게 절망하게 하소서
나로 하여금 미혹의 모든 슬픔을 맛보게 하시고
온갖 고뇌의 불꽃을 핥게 하소서
온갖 모욕을 겪도록 하여 주시옵고
내가 스스로 지탱해 나감을 돕지 마시고
내가 발전하는 것도 돕지 마소서
그러나 나의 자아가 송두리째 부서지거든
그 때에는 나에게 가르쳐 주소서
당신이 그렇게 하셨다는 것을
당신이 불꽃과 고뇌를 낳아 주셨다는 것을
기꺼이 멸망하고 기꺼이 죽으려고 하나
나는 오직 당신의 품속에서만 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의 어머님께> -헤르만헤세-

 

이야기할 것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너무나 오랫동안 나는 멀리 객지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가장 나를 이해해 준 분은
어느 때나 당신이었습니다.
오래 전부터 당신에게 드리려는
나의 최초의 선물을
수줍은 어린아이 손에 쥔, 지금
당산은 눈을 감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이것을 읽고 있으면
이상하게도 나의 슬픔을 잊는 듯합니다.
말할 수 없이 너그러운 당신이, 천가닥의 실로
나를 둘러싸고 있기 때문입니다.


<누이에게> -헤르만헤세-

 

어찌할 바를 몰라
슬픔에 젖어 이곳에 서 있다.
고향을 멀리 떠나
나는 헤매이며 왔다.
내가 알고 있던 꼿이여
푸른 높은 산이여
인간이여, 들판이여
이제 나는 너희들을 모른다.
다만, 너의 입에서만
엿날의 소리를 듣고
다정한 동화의 말처럼
옛날의 소식을 듣는다.
멀지 않아 착한 원정인 죽음이
부모가 기다리는 저녁 노을 속으로
그의 정원으로
나를 데리고 갈 것이다.

<> -헤르만헤세-

 

언제나 같은 꿈이다.
빨간 꽃이 피어 있는 마로니에
여름 꽃이 만발한 뜰
그앞에 외로이 서 있는 옛집
저 고요한 뜰에서
어머니가 어린 나를 잠재워 주셨다.
아마도, 이제는 오랜 옛날에
집도 뜰도 나무도 없어졌을 것이다.
지금은 그 위로 초원의 길이 지나고
쟁기가 가래가 지나 갈 것이다.
고향의 뜰과 집과 나무를
이제는 꿈에서만 남을 것이다.
설레이는 마음으로 떠올리는
무수한 낯모르는 얼굴들....
서서희 하나,
불빛이 흐려간다.
그 여린 빛이 회색이 되고


<어린 시절부터> -헤르만 헤세-

 

지난날 어린 시절부터
나에게 행복을 약속한
하나의 음향이 나에게로 다가 온다.
만일 이것이 없으면 살기가 너무나 괴로울 것이다.
이 마력의 음향이 울리지 않는다면
나는 빛없이 서서
주위에 불안과 암흑만을 볼 것이다.
그러나 슬픔과 죄에 다치지 않는 소리가
행복에 찬 달콤한 음향이 울린다.
슬픔과 죄악에도 파멸되지 않는 그 음향이.
너 자랑스런 목소리여
내 집의 불빛이여 다시는 꺼지지 말고
그 푸른 눈을 감지 말라.
그렇지 않으면 세계는
부드러운 빛을 모두 잃고
크고 작은 별들이 차례로 떨어져
나만 홀로 남게 될 것이다.

<내 젊음의 초상> -헤르만 헤세-

 

지금은 벌써 전설이 된 먼 과거로부터
내 청춘의 초상이 나를 바라보며 묻는다.
지난날 태양의 밝음으로부터
무엇이 반짝이고 무엇이 타고 있는가를 !
그때 내 앞에 비추어진 길은
나에게 많은 번민의 밤과
커다란 변화를 가져 왔다.
그 길을 나는 이제 다시는 걷고 싶지 않다.
그러나 나는 나의 길을 성실하게 걸었고
추억은 보배로운 것이었다.
잘못도 실대도 많앗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혼 자> 헤르만 헤세

 

세상에는 크고 작은 길들이 너무나 많다.
그러나 도착지는 모두가 다 같다.
말을 타고 갈 수도 있고, 차로 갈 수도 있고
둘이서 아니면, 셋이서 갈 수도 있다.
그러나 마지막 한 걸음은
혼자서 가야 한다.
그러므로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혼자서 하는 것보다는
더 나은 지혜나
능력은 없다.

<마을의 저녁 무렵> 헤르만 헤세

 

양떼를 몰고 목동이
조용한 오솔길을 가고 있다.
집들은 잠이 오는 듯
벌써 깜박이고 있다.
나는 이 마을에서, 지금
단 하나의 이방인
슬픔으로 하여 나의 마음은
그리움의 잔을 남김없이 비운다.
길을 따라 어디로 가든
벽난로에는 따뜻한 불이 타고 있었다.
오직 나만이
고향과 조국을 느껴보지 못했다.


<멀어져 가는 젊음> 헤르만 헤세

 

피곤한 여름이 마침내 고개를 숙이고
호수에 비친 그의 마지막 모습을들여다본다.
일상에 지친 나는 먼지에 싸여
가로수 그늘을 방황하고 있다.
포플러 사이로 바람이 지나간다.
그러면 내 뒤로 황혼이 금빛으로 타오르고
앞에는 밤의 불안이 죽음과 함께 온다.
먼지에 싸인 채 지친 걸음을 옮겨 놓는다.
그러나 젊음은 머뭇거리듯 뒤로 밀려나며
고운 모습을 감춘 채
나와 함께 앞으로 가려 하지 않는다.


<그는 어둠 속을 걸었다> -헤르만 헤세

 

검은 수목들의 그림자가 꿈을 식히는
어둠 속을 그는 즐겨 걸었다.
그러나 그의 가슴속에는 빛에서 빛으로
타오르는 욕망에 갇혀 괴로움을 다하고 있었다.

머리 위에 은빛으로 맑은 별이 가득 찬
하늘이 있음을, 그는 몰랐다.


<젊음의 고개를 넘으며> 헤르만 헤세

전나무 아래서 쉬고 있노라면 지난날이 생각난다.
익은 숲의 냄새가
최초로 소년의 슬픔을 잉태했던 그날이.
바로 이곳이었다. 내가 이끼위에 누워
수줍은 소년의 열정이
가냘픈 금발 소녀의 모습을 꿈꾸었다.
환한 속에 처음 핀 장미를 꺾어 넣고.
세월은 흐르고 꿈은 늙어지고
멀어져서 다른 꿈이 왔다.
그것도 작별한 지 이미 오랜 일이다.
최초의 꿈의 주인이 누구였는지 나는 늘 괴로워했다.
그래, 누구였을까. 잊혀지지 않는 것은 ?
다만, 그녀가 상냥하고 가냘픈 금발이라는 것 뿐이다.


<노을 속의 백장미> -헤르만 헤세-

 

슬픈 듯 너는 얼굴을 잎새에 묻는다.
때로는 죽음에 몸을 맡기고
유령과 같은 빛을 숨쉬며
창백한 꿈을 꽃피운다.
그러나 너의 맑은 향기는
아직도 밤이 지나도록 방에서
최후의 희미한 불빛 속에서
한 가닥 은은한 선율처럼 마음을 적신다.
너의 어린 영환은
불안하게 이름 없는 것에 손을 편다.
그리고 내 누이인 장미여, 너의 영혼은 미소를 머금고
내 가슴에 안겨 임종의 숨을 거둔다.

<방랑의 길에서>(크눌프의 추억) -헤르만 헤세-

 

슬퍼하지 말아라, 곧 밤이 오리라.
그러면 우리들은 파리해진 산 위에서
몰래 웃음짓는 것 같은 시원스러운 달을 보리라.
그러면 손을 잡고 쉬자.
슬퍼하지 말아라, 곧 때가 오리라.
그러면 우리는 쉬리라, 우리들의 십자가가
밝은 길가에 나란히 설 것이다.
그리고 비가 내리고, 눈이 오고 바람이 불 것이다.


<둘 다 같다> -헤르만 헤세-

 

젊은 날에는 하루같이 쾌락을 쫓아 다녔다.
그 후에는 우수에 싸여
괴로움과 쓰라림에 잠겨 있었다.
지금 나에게는 기쁨과 쓰라림이
형제처럼 스며 있다.
기쁜 듯 슬픔 듯
둘은 하나로 되어 있다.
신이 나를 지옥으로
탱양의 하늘로 인도한다면
나에게는 둘 다 같은 곳이다.
신의 손길을 느끼고 있는 한.


<편 지> 헤르만 헤세

 

서쪽에서 바람이 불어 온다.
보리수가 깊은 신음소리를 내고
달빛은 나뭇가지 사이로
내 방을 엿본다.
나를 버린 그리운 사람에게 긴 편지를 썼다.
달빛이 종이 위로 흐른다.
글위를 흐르는 고요한 달빛에 나는 슬픔에 젖어
잠도, 달도, 밤 기도도 모두 잊는다.


<한 장의 그림> 헤르만 헤세

 

가을의 찬 바람이 시든 갈대밭을 스잔히 불어간다.
갈대잎은 밤 사이에 회색이 되었다.
까마귀는 버드나무를 떠나 육지로 날아간다.
호수에서는 한 노인이 외로이 서서 쉬고 있다.
머리에 바람과 밤과 다가오는눈을 느끼고
그늘진 호수에서 밝은 하늘을 바라본다.
거기 구름과 호수 사이에
한 줄기 물가의 육지가 햇빛 속에서 따뜻하게 빛나고 있다.
꿈과 시처럼 행복에 찬 금빛 호수가.
노인은 빛나는 이 풍경을 똑똑히 눈 속에 간직하고
고향을, 지난 행복한 세월을 생각한다.
그리고 황금빛 태양이 흐려지고 사라지는 것을 보자
머리를 돌려 버드나무에서 떠나
천천히 육지로 걸어간다.

 

<순례자> 헤르만 헤세

 

나는 항상 방랑의 길에 있었다.
순례자였다.
내가 가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기쁨도 슬픔도 흘러갔다.
나는 방랑의 의미도, 목적도 알지 못한다.
몇 천 번을 쓰러지고 그때마다 다시 일어났다.

, 내가 찾고 있었던 것은
성스럽고 멀리 높은 하늘에 걸려 있었던 사랑의 별이었다.
그러나 그 별을 안 지금은
목적을 알지 못하던 동안에는
마음 편히 걸어 갔고
기쁨과 행복을 가질 수 있었다.
이미 늦었다.
별은 돌아서 버리고
아침에 거센 바람이 불어왔다.
나는 그렇게도 사랑하던
화려한 세상과 작별을 해야 한다.
나는 목표를 잃어버렸으나
그래도 가야 할 나그네의 길이 있었다

<어둠과 나와> 헤르만 헤세

나는 촛불을 꺼버렸다.
열린 창문으로 밤이 밀려와
살며시 나를 안고, 나를 벗으로
형제로 삼는다.
우리들은 같은 향수에 젖어 있다.
불안한 꿈을 밖으로 내쫓고
소곤소곤 아버지 집에서 살던
지난 날을 이야기한다.


<가을날> 헤르만 헤세

 

숲이 금빛으로 타고 있다.
상냥한 그이와, 여러 번
나란히 걷던 이 길을
나는 혼자서 걸어 간다.
이런 화창한 날에 오랜 동안 품고 있던
행복과 고로움이, 향기 속으로
먼 풍경으로 녹아 들어간다.
풀을 태우는 연기 속에서
농부의 아이들이 껑충거린다.
나도 다른 아이들처럼
노래를 시작한다.

 

내가 만든 꽃다발 -삐에르 드 롱사르-

 

활짝 핀 꽃을 꺾어서 꽃다발을 바칩니다

이 저녁 꺾지 않으면

내일이면 시들 이 꽃들을

그대는 이걸 보고 느끼겠지요

아름다움은 머지않아 모두 시들고

꽃과 같이 순간에 죽으리라고

그대여 세월은 갑니다

세월은 갑니다

아니 세월이 아니라 우리가 갑니다

그리고 곧 묘비 아래 눕습니다

우리 속삭이는 사랑도

죽은 뒤에는 아무 것도 아니랍니다

나에게 사랑을 주세요

그대 살아 있는 아름다운 동안에

 

볕 권덕하

 

물속 바닦까지 볕이 든 날이 있다

가던 물고기 멈추고 제 그림자 보는 날

하산 길 섬돌에 앉은 그대 등허리도

반쯤 물든 나뭇잎 같아

신발 끄는 소리에 볕 드는 날

물속 가지 휘어 놓고

나를 들여다 보는

저 고요의 눈

 

멀리서 빈다 나태주

 

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

너 한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

어딘가 네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풀잎처럼 숨 쉬고 있는

나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고요한 저녁이 온다


이사 박 찬 중

 

이사를 해보면 알지

오랜 세월, 참 많은

필요치 않은 것들을 끌고다닌

허접한 잡동사는를 보게 되지

그럼에도 또 끊임없이

새로운 것들을 찾고, 그를 위해

애를 태우기도 하지

언제쯤일까

이 모든 것 버리고 떠나는 날

아주 멀리 이사하는 날

쓸쓸히 나뒹굴 허망한 욕망의 껍데기들



동백 -선운사에서- 김명원

 

지고 말면 그뿐

흔적이 살아 있던 자리에

바람조차 성글 터인데

그랬으면 좋겠다

내 사랑 어디에도 있었다

속죄하지 않아도 되는

불현듯 피었다 지는

선운사 동백처럼

지고 나면 그뿐

아무란 자취 찾을 수 없어 눈 머는

깨끗한 허무였으면 좋겠다


사랑의 비 최은주

 

비가 내립니다.
당신은 비가 아름답다고 했습니다.
지금 내가슴에는
사랑의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당신의 메마른 입술에
내 사랑을 쏟아붓고 싶습니다.
당신의 비어있는 마음을
내 사랑으로 채우고만싶습니다.
당신이 맞고 싶다는 비가
나였으면좋겠습니다.
비가 되어
당신의 온몸을 적시고 싶습니다.
비가 내립니다.
아름다운 사랑의 비가 내립니다.

백자부(白磁賦) 김상옥

찬 서리 눈보라에 절개 외려 푸르르고

바람이 절로 이는 소나무 굽은 가지

이제 막 백학(白鶴) 한 쌍이 앉아 깃을 접는다

드높은 부연(附椽) 끝에 풍경(風磬)소리 들리던 날

몹사리 기다리던 그린 임이 오셨을 제

꽃 아래 빚은 그 술을 여기 담아 오도다

갸우숙 바위 틈에 불로초 돋아나고

채운(彩雲) 비켜 날고 시내물도 흐르는데

아직도 사슴 한 마리 숲을 뛰어드노다

불 속에 구워내도 얼음같이 하얀 살결

티 하나 내려와도 그대로 흠이 지다

흙 속에 잃은 그날은 이리 순박하도다.

 

오래도록 사랑하고 싶은 당신 박 현 희

 

고요히 잠자던 내 마음의 호수에

그리움으로 파문을 일으키며

내 영혼의 주인이 된 당신

사랑이 깊어가면 갈수록

지독한 외로움과 사투를 벌여도

온몸을 가눌 수 없이 짖누르는 고독의 무게에

난 언제나 백기를 들었습니다

그리운 당신을 지척에 두고도

이렇듯 혼자일 수밖에 없는 서글픈 운명에

시퍼렇게 멍든 가슴은

검게 타 하얗게 재만 남았습니다

당신을 향한 사랑의 깊이만큼

외로움의 골 또한 깊디깊어

그리움으로 까만 밤을하얗게 꼬박 지새워도

함께 할 수 없음을 잘 알기에

주체 못할 그리움만 차곡차곡 쌓아두고

지친 외로움에 이 몸은 야위어만 갑니다

하지만 그리움을 간직한 채

한 생을 살아간다 해도 충분히 행복하기에

고운연정 아끼고 아껴

오래도록 사랑하고 싶은 당신입니다


사랑 조병화

사랑은 언제나 좀 서운함이어라
내가 찾을 때 네가 없고
네가 찾을 때 내가 없음이여
후회는 모든 것이 지나간 뒤에
일어나는 바람이려니
그리움은 더욱 더 사라진 뒤에
오는 빈 세월이려니
사랑은 좀 더 서운함이려니
그리움은 아프게 더 더 긴 세월이려니
,인생이 이러함이려니
사람이 사랑하는 곳은 더 더 이러함이려니
,사랑아.


가을의 기도 김 현 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무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그대 마음을 만져보고 싶을 때 김 주 수


1. 하늘빛을 만져보고 싶을 땐
연못가에 가서 물 속에 앉은 하늘을 만져봅니다.
내 안에 있는 그대 같아서,

그대가 내게 준
끝없는 마음 같아서.

2. 햇살을 만져보고 싶을 땐
강물가에 가서
물 속에 드리운 햇살을 만져봅니다.
내 안을 흐르는 그대 같아서,
그대가 내게 준
꺼지지 않는 생의 불빛 같아서.

3. 나뭇잎의 그늘을 만져보고 싶을 땐
연못 아래로 드리운 나무 그늘을 만져봅니다.
내 안에 있는 그대 영혼 같아서,
내 영혼의 가지에 드리운
길이 마르지 않을 값없는 그늘 같아서.

술에 취한 바다 이성진

 

성산포에서는

남자가 여자보다

여자가 남자보다

바다에 가깝다

나는 내 말만 하고

바다는 제 말만 하며

술은 내가 마시는데

취하긴 바다가 취하고

성산포에서는

바다가 술에

더 약하다


가을비 도종환

 

어제 우리가 함께 사랑하던 자리에

오늘 가을비가 내립니다.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동안

함께 서서 바라보던 숲에

잎들이 지고 있습니다.

어제 우리 사랑하고

오늘 낙옆지는 자리에 남아 그리워하다

내일 이 자리를 뜨고 나면

바람만이 불겠지요.

바람이 부는 동안

또 많은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고 헤어져 그리워하며

한 세상을 살다 가겠지요.


겨울 들녘에 서서 - 오세영 -

 

사랑으로 괴로운 사람은


한 번쯤


겨울 들녘에 가 볼 일이다.



빈 공간의 충만.



아낌없이 주는 자의 기쁨이



거기 있다.



가을걷이가 끝난 논에


떨어진 낟알 몇 개.


이별을 슬퍼하는 사람은


한 번쯤



겨울 들녘에 가 볼 일이다.


지상의 만남을


하늘에서 영원케 하는 자의 안식이


거기 있다.


먼 별을 우러르는


둠벙의 눈빛.


그리움으로 아픈 사람은


한 번쯤


겨울 들녘에 가 볼 일이다.


너를 지킨다는 것은 곧 나를 지킨다는 것,


홀로 있음으로 오히려 더불어 있게 된 자의 성찰이 거기 있다

.

빈 들을 쓸쓸히 지키는 논둑의

 

저 허수아비.



산에 언덕에 - 신동엽 -

 

그리운 그의 얼굴 다시 찾을 수 없어도


화사한 그의 꽃


산에 언덕에 피어날지어이.


그리운 그의 노래 다시 들을 수 없어도


맑은 그 숨결


들에 숲 속에 살아갈지어이.


쓸쓸한 마음으로 들길 더듬는 행인아.


눈길 비었거든 바람 담을지네.


바람 비었거든 인정 담을지네.


그리운 그의 모습 다시 찾을 수 없어도


울고 간 그의 영혼


들에 언덕에 피어날지어이.



가을의 기도 김현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百合)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나의 연인에게 김승기

곱디 고운 당신,


마음과 성품과 인격모두가,,


아름다운 당신,


내 당신께 편지를 드립니다.


나의 가시밭같은 마음과


두려움으로 떨고 있는 나의


영혼을 당신은 기쁨으로


받아 줄 수 있는지요.


그대와 내가 만나는 날을


기대 하면서,,



가을 / 함민복

당신 생각을 켜놓은 채 잠이 들었습니다.

 

고은의<그 꽃>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정현종의<>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안도현의<너에게 묻는다>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적이 있었느냐?'

 

유치환의<낙엽>

'너의 추억을 나는 이렇게 쓸고 있다'

 

정지용의<호수>

'얼굴 하나야 손바닥 둘로 폭 가리지만,

보고픈 마음 호수만하니 눈 감을 수밖에'

 

낙엽 한 장/오광수

나릿물 떠내려온 잎 하나 눈에 띄어
살가운 마음으로 살며시 건졌더니
멀리 본 늦가을 산이 손안에서 고와라.


서시/이정록

 

마을이 가까울수록 나무는 흠집이 많다. 내 몸이 너무 성하다.

*後記 /천양희

시는 내 自作나무 네가 내 全集이다. 그러니 시여,제발 날 좀 덮어다오

**시멘트 /유용주

부드러운 것이 강하다
자신이 가루가 될 때 까지 철저하게
부서져본 사람만이 그걸 안다.

*서시 /나희덕

단 한 사람의 가슴도
제대로 지피지 못했으면서도
무성한 연기만 내고 있는
내 마음의 군불이여
꺼지려면 아직 멀었느냐

*/곽재구

모든 별들이
얼마나 아름다운 머리칼을 지녔는지
난 알고 있다네
그 머리칼에 한번 영혼을 스친 사람이
어떤 노래를 부르게 되는지도

*저물면서 빛나는 바다 /황지우


긴 외다리로 서 있는 물새가 졸리운 옆눈으로
맹하게 바라보네, 저물면서 더 빛나는 바다를
*/황인숙

가끔 네 꿈을 꾼다
전에는 꿈이라도 꿈인줄 모르겠더니
이제는 너를 보면
, 꿈이로구나,
알아챈다

*첫사랑 /이윤학

그대가 꺾어준 꽃
시들 때 까지 들여다 보았네
그대가 남기고 간 시든 꽃
다시 필 때 까지

*사랑 /정호승

무너지는
폭포 속에 탑 하나 서 있네
그 여자
치마를 걷어 올리고
폭포 속으로 걸어 들어가
탑이 되어 무너지네

*사랑 /김명수

바다는 섬을 낳아 제 곁에 두고 파도와 바람에 맡겨 키우네

*눈물 /정희성

초식동물 같이 착한 눈을 가진
아침 풀섶 이슬 같은 그녀
눈가에 언뜻 비친

*不倫 /윤금초

가을날 몰래 핀 두어 송이 장미
그래도 꽃들은 감옥에 가지 않는다
위험한
이데올로기
저 반역의
開花

*자화상 /신현림

울음 끝에서 슬픔은 무너지고 길이 보인다
울음은 사람이 만드는 아주 작은 창문인것
창문 밖에서
한 여자가 삶의 극락을 꿈꾸며
잊을 수 없는 저녁 바다를 낚는다.

*/조은

오래 울어본 사람은
체념할 때 터져 나오는
저 슬픔과도 닿을 수 있다.

*水墨 정원
_暮色(모색)

장석남

귀똘이들이
별의 운행을 맡아가지고는
수고로운 저녁입니다.가끔 단추처럼 핑글
떨어지는 별도 있습니다


하늘냄새 -박희준

 

사람이 하늘처럼 맑아보일 때가 있다.

그 때 나는 그 사람에게서 하늘냄새를 맡는다.

 

풀꽃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이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산에서 본 꽃


산에 오르다 꽃 한 송이를 보았네

나를 보고 피어있는 이름 모를 꽃

산에서 내려오다 다시 그 꽃을 보았네

하늘을 보고 피어있는 누님 닮은 꽃

 

봄볕


꽃가루 날림에 방문을 닫았더니

환한데도 더 환하게 한 줄 빛이 들어오네

앉거라 권하지도 않았지만은

동그마니 자리 잡음이 너무 익숙해

손가락으로 살짝 밀쳐내 보니

눈웃음 따뜻하게 손등을 쓰다듬네!


가을햇살


등 뒤에서 살짝 안는 이 누구 신가요?

설레는 마음에 뒤돌아보니

산모퉁이 돌아온 가을 햇살이

아슴아슴 남아있는 그 사람 되어

단풍 조막손 내밀며 걷자 합니다

홍시(紅枾) 두 알


하얀 쟁반에 담아 내온 홍시 두 알.

무슨 수줍음이 저리도 짙고 짙어서

보는 나로 하여금 이리도 미안케 하는지

가슴을 열면서 가만히 속살을 보이는데
마음이 얼마만큼 곱고 고우면 저리될까?

권함에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낙엽 한 장


나릿물 떠내려온 잎 하나 눈에 띄어

살가운 마음으로 살며시 건졌더니

멀리 본 늦가을 산이 손안에서 고와라.


홍류폭포


수정 눈망울 살금 돌 틈에다 감추고

잠깐 햇살에 또르르 한줌물 손에담고

언제였나 오색 무지개가 꿈인듯하여

바람도 피하는 간월산 늙은 억새사이로

가을 지나간 하얀 계곡을 내려다봅니다.

 

가을에는


가을에는 나이 듬이 곱고도 서러워

초저녁 햇살을 등 뒤에 숨기고

갈대 사이로 돌아보는

지나온 먼 길

놓아야 하는 아쉬운 가슴

그 빈자리마다

추하지 않게 점을 찍으며

나만 아는 단풍으로 꽃을 피운다


비 오는 밤


기다린 님의 발걸음 소리런가

멀리도 아닌 곳에서 이리 오시는데

밖은 더 캄캄하여

모습 모이지 않고

불나간 방에 켜둔 촛불 하나만

살랑살랑 고개를 내젓고 있다

 

첫사랑 류근

 

그대를 처음 보았을 때

내 삶은 방금 첫 꽃송이를 터뜨린

목련나무 같은 것이었다

아무렇게나 벗어놓아도 음악이 되는

황금의 시냇물 같은 것이었다

푸른 나비처럼 겁먹고

은사시나무 잎사귀 사이에 눈을 파묻었을 때

내 안에 이미 당도해 있는

새벽안개 같은 음성을

나는 들었다

그 안개 속으로

섬세한 악기처럼 떨며

내 삶의 비늘 하나가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곧 날이 저물었다

처음 세상에 온 별 하나가

그날 밤 가득 내 눈썹 한끝에

어린 꽃나무들을 데려다주었다

날마다 그 꽃나무들 위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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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茶花 (shāncháhuā, 싼차화,
동백꽃) - 童丽 (tónglì, 통리)   

山茶花  shāncháhuā 싼차화

동백꽃!

你说他的家 nǐshuōtādejiā 니쒀타디지아

당신은 그의 집에

开满山茶花 kāimǎnshāncháhuā 카이만싼차화

동백꽃이 만발하다고 말했지요

每当那春天三月 měidāngnàchūntiānsānyuè 메이땅나춴티앤싼웨

매년 춘삼월이면

乡野如图画 xiāngyěrútúhuà 썅예루투화

초야는 한 폭의 그림 같다고요

村里姑娘上山采茶 Cūnlǐgūniangshàngshāncǎichá 춴리꾸냥쌍싼차이차

마을 아가씨들은 산에서 찻잎을 따고

歌声荡漾山坡下 gēshēngdàngyàngshānpōxià 꺼썽땅양싼퍼쌰

노랫소리는 산 아래로 울려 퍼져요

年十七 年纪十八 niánshíqīniánjìshíbā 니앤스치니앤지스빠

나이가 17세인가, 18세인가

偷偷在说悄悄话 tōutōuzàishuōqiāoqiāohuà 터우터우짜이쒀챠오챠오화

남몰래 소곤소곤 귓속말하며 

羞答答 羞答答 xiūdādā xiūdādā 쓔우따따 쓔우따따

부끄러워라, 부끄러워라

梦里总是梦见他 mènglǐzǒngshìmèngjiàntā 멍리쫑쓰멍찌앤타

(당신은) 항상 꿈속에서 그를 보아요

2)
一朵花 yìduǒhuā 이뚸화

한 송이 꽃!

他说你美丽 tāshuōnǐměilì 타쒀니메이리

그는 당신이

就象一朵花 jiùxiàngyìduǒhuā 쥬우썅이뚸화

한 송이 꽃처럼 아름답다고 말했어요
他希望总有一天 tāxīwàngzǒngyǒuyìtiān 타시왕쫑여우이티앤

그는 언젠가

 

把你摘回家

bǎnǐzhāihuíjiā

바니짜이훠이쟈

당신을 선택해 집으로 돌아가길 희망해요 

村里姑娘也会羡慕

Cūnlǐgūniangyěhuìxiànmù

춴리꾸냥예훠이쌘무

마을의 아가씨들도 부러워할 거예요
羡慕你象一朵花

xiànmùnǐxiàngyìduǒhuā

시앤무시앤무니썅이뚸화

한 송이 꽃과 같은 그대를 부러워할 거지요 

年十七 年纪十八

niánshíqīniánjìshíbā

니앤스치니앤지스빠

나이가 17세인가, 18세인가

偷偷在说悄悄话

tōutōuzàishuōqiāoqiāohuà

터우터우짜이쒀챠오챠오화

남몰래 소곤소곤 귓속말하며 

羞答答 羞答答

xiūdādā xiūdādā

쓔우따따 쓔우따따

부끄러워라, 부끄러워라

梦里总是梦见他

mènglǐzǒngshìmèngjiàntā

멍리쫑쓰멍찌앤타

(당신은) 항상 꿈속에서 그를 보아요

 3)

一朵花

yìduǒhuā

이뚸화

한 송이 꽃!

 

但愿你美丽

dànyuànnǐměilì

딴왠니메이리

난 오로지 당신이  

能象一朵花

néngxiàngyìduǒhuā

넝썅이뚸화

한 송이 꽃처럼 아름답기를 원할 뿐이에요 

更希望有那一天
gèngxīwàngyǒunàyìtiān

껑시왕여우나이티앤

또 언젠가는 

跟他转回家

gēntāzhuǎnhuíjiā

껀타좐훠이쟈

그를 따라 고향에 가서 한가로이 함께 거닐길 더욱 바라지요

村里姑娘出来欢迎

Cūnlǐgūniangchūláihuānyíng 

춴리꾸냥추라이환잉

마을의 아가씨들이 나와서 환영해 줄 거에요
欢迎你这一朵花

huānyíngnǐzhèyìduǒhuā

환잉니쩌이뚸화

한송이 꽃과 같은 그대를 환영해 줄 거지요
年十七 年纪十八

niánshíqīniánjìshíbā

니앤스치니앤지스빠

나이가 17세인가, 18세인가

偷偷在说悄悄话

tōutōuzàishuōqiāoqiāohuà

터우터우짜이쒀챠오챠오화

남몰래 소곤소곤 귓속말해요 

羞答答 羞答答

xiūdādā xiūdādā

쓔우따따 쓔우따따

부끄러워라, 부끄러워라

梦里总是梦见他

mènglǐzǒngshìmèngjiàntā

멍리쫑쓰멍찌앤타

(당신은) 항상 꿈속에서 그를 보아요

几多愁 (jǐ duōchóu, 지뚸처우, 시름이 얼마나 많은지) - 童丽 (tónglì, 통리)          

春花秋月何时了       

chūn huā qiū yuè hé shí liao

춴화츄우웨허스랴오

봄꽃, 가을 달은 언제 지려나!

 往事知多少
wǎng shì zhī duō shǎo

왕쓰즈뚸싸오
지난 일들은 얼마나 기억하리오!
小楼昨夜又东风      

xiǎo lóu zuó yè yòu dōng fēng

쌰오러우쭤예여우똥펑
자그마한 누각엔 지난밤에 또 동풍이 부니
故国不堪回首月明中
gù guó bù kān huí shǒu yuè míng zhōng

꾸궈뿌칸훠이써우웨밍쫑
달빛 아래 고국도 차마 돌아볼 수 없구나!
雕栏玉砌应犹在       

diāo lán yù qì yìng yóu zài

댜오란위치잉여우짜이
조각 난간, 옥 계단은 마냥 그대로인데 
只是朱颜改
zhǐ shì zhū yán gǎi

쯔쓰쭈얜까이
다만 해맑은 모습만 변해버렸네!
问君能有几多愁        

wèn jūn néng yǒu jǐ duō chóu

원쥔넝여우지뚸처우
그대에게 묻노니 시름이 얼마나 있기에  
恰似一江春水向东流

qià sì yī jiāng chūn shuǐ xiàng dōng liú

챠쓰이쨩춴쒀이썅똥류우
마치 봄의 강물이 동쪽으로 흐르는 것 같구나!

星星知我心 (xīngxingzhīwǒxīn, 씽씽쯔워씬, 별들이 내 마음을 알지요) - 鞍安 (ānān, 안안)

 昨夜多少伤心的泪涌上心头

zuóyèduōshǎoshāngxīndelèiyǒngshàngxīntóu

줘예뚸싸오쌍씬띠레이융쌍씬터우

어젯밤 얼마나 슬픔의 눈물이 마음속에서 북받쳤는지

只有星星知道我的心

zhǐyǒuxīngxingzhīdàowǒdexīn

쯔여우씽씽쯔다오워디씬
오직 별들만이 내 마음을 알 뿐이지요

今夜多少失落的梦埋在心底

jīnyèduōshǎoshīluòdemèngmáizàixīndǐ

찐예뚸싸오스뤄디멍마이짜이신띠

오늘 밤 얼마나 잃어버린 꿈들이 마음속에 묻어 있는지

只有星星牵挂我的心

zhǐyǒuxīngxingqiānguàwǒdexīn

쯔여우씽씽첀꽈워디씬

오직 별들만이 내 마음을 걱정해주네요

星星一眨眼

xīngxingyìzhǎyǎn

씽씽이자얜

별들이 눈을 한번 깜빡이는

人间数十寒暑

rénjiānshùshíhánshǔ

런짼쑤스한수

인간사 수십 년은

转眼像云烟像云烟

zhuǎnyǎnxiàngyúnyānxiàngyúnyān
좐얜썅윈얜썅윈얜

구름과 안개처럼 순간에 사라지네요

像那浮云一片

xiàngnàfúyúnyípiàn
썅나푸윈이퍤

마치 한 조각 뜬구름같이

诉说岁月的延绵

sùshuōsuìyuèdeyánmián

쑤쒀쒀이웨디얜먠

세월의 장구함을 하소연한들

生命的尽头不是轻烟

shēngmìngdejìntóubúshìqīngyān

썽밍디찐터우부쓰칭얜

생명의 끝은 가벼운 연기가 아닙니다

我把切切的思念

wǒbǎqièqièdesīniàn

워빠쳬쳬디쓰냰

나는 간절한 그리움을

寄托星光的弗远

jìtuōxīngguāngdefúyuǎn

찌퉈씽꽝디푸왠

저 하늘의 수많은 별빛에 맡기렵니다

希望你知道我心愿

xīwàngnǐzhīdàowǒxīnyuàn

씨왕니쯔따오워씬왠

당신이 내 소망을 알아주길 바라요

小城故事 (Xiǎochénggùshi, 쌰오청꾸스,

작은 도시 이야기) - 鞍安 (ānān, 안안

小城故事多

Xiǎochénggùshiduō

쌰오청꾸스둬

작은 도시에는 이야깃거리가 많아요

充满喜和乐

chōngmǎnxǐhélè

충만시허러 

기쁨과 즐거움이 넘쳐나죠

若是你到小城来

ruòshìnǐdàoXiǎochénglái

뤄쓰니따오쌰오청라이

만약 당신이 이 작은 도시에 오신다면

收获特别多

shōuhuòtèbiéduō

써우훠터뱨둬

얻으시는 것이 아주 많으실 거예요

看似一幅画

kànsìyìfúhuà

칸쓰이푸화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

听象一首歌

tīngxiàngyìshǒugē

팅썅이써우꺼

한 곡의 노래를 듣는 듯

人生境界真善美

rénshēngjìngjièzhēnshànměi

런썽징졔쩐싼메이

인간세상의 참된 아름다움이

这里已包括

zhèliyǐbāokuò

저리이빠오쿼

여기 이미 다 모여 있어요

谈的谈说的说,

tándetánshuōdeshuō,

탄디탄, 쒀디쒀

말을 하면 말을 할수록

小城故事真不错

Xiǎochénggùshizhēnbúcuò

쌰오청꾸스쩐부춰

우리 작은 도시의 이야기는 정말 멋지답니다

 请你的朋友一起来

qǐngnǐdepéngyouyìqǐlái

칭니디펑여우이치라이

당신의 친구들도 함께 와서

小城来做客

Xiǎochéngláizuòkè

쌰오청라이줘커

이 작은 도시에 들러 손님으로 머물러 주세요

心雨 (xīnyǔ, 씬위, 가슴을 적시는 비) 鞍安 (ānān, 안안

我的思念是不可触摸的网

wǒdesīniànshìbùkěchùmōdewǎng

워더쓰냰쓰부커추머더왕

나의 그리움은 건드릴 수 없는 그물이에요 

我的思念不再是决堤的海

wǒdesīniànbúzàishìjuédīdehǎi

워더쓰냰부짜이쓰줴띠더하이

나의 그리움은 이제 더는 제방이 무너진 바다가 아니에요

为什么总在那些飘雨的日子

wèishénmezǒngzàinàxiēpiāoyǔderìzi

웨이썬머쫑짜이나쎼퍄오위더르즈

어찌하여 가랑비 날리는 날이면 언제나

深深地把你想起

shēnshēndebǎnǐxiǎngqǐ

썬썬더바니썅치
가슴 깊이 당신을 그리워하는지요?

我的心是六月的情

wǒdexīnshìliùyuèdeqíng

워더씬쓰류우웨더칭

내 마음은 6월의 사랑

沥沥下着细雨

lìlìxiàzhexìyǔ

리리쌰저씨위
방울방울 가랑비가 내려요

 

想你想你想你想你

xiǎngnǐxiǎngnǐxiǎngnǐxiǎngnǐ

썅니 썅니 썅니 썅니
그리워요, 그리워요, 그리워요, 당신이 그리워요

最后一次想你

zuìhòuyícìxiǎngnǐ

쭤이허우이츠썅니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당신을 그리워해요

因为明天我将成为别人的新娘

yīnwèimíngtiānwǒjiāngchéngwéibiéréndexīnniáng

인웨이밍턘워쨩청웨이볘런더씬냥
내일이면 나는 다른 사람의 신부가 되니깐요

让我最后一次想你

ràngwǒzuìhòuyícìxiǎngnǐ

랑워쭤이허우이츠썅니

마지막으로 한 번만 당신을 그리워하게 해주세요

我的思念是不可触摸的网

wǒdesīniànshìbùkěchùmōdewǎng

워더쓰냰쓰부커추머더왕

나의 그리움은 건드릴 수 없는 그물이에요   

我的思念不再是决堤的海

wǒdesīniànbúzàishìjuédīdehǎi

워더쓰냰부짜이쓰줴띠더하이

나의 그리움은 이제 더는 제방이 무너진 바다가 아니에요

为什么总在那些飘雨的日子

wèishénmezǒngzàinàxiēpiāoyǔderìzi

웨이썬머쫑짜이나쎼퍄오위더르즈

어찌하여 가랑비 날리는 날이면 언제나

深深地把你想起     

shēnshēndebǎnǐxiǎngqǐ

썬썬더바니썅치
가슴 깊이 당신을 그리워하는지요?

 

 

真的好想你 (zhēndehǎoxiǎngnǐ, 쩐더하오썅니,

정말 당신이 그리워요) - 鞍安 (ānān, 안안)

1)真的好想你

zhēndehǎoxiǎngnǐ,

쩐더하오썅니

정말 당신이 그리워요

我在夜里呼唤黎明

wǒzàiyèlǐhūhuànlímíng

워짜이예리후환리밍
난 밤에 여명을 불러요

追月的彩云哟

zhuīyuèdecǎiyúnyō

쭤이웨디차이윈요

달을 쫓는 꽃구름도

也知道我的心

yězhīdàowǒdexīn

예즈다오워디씬

내 마음을 알겠지요

默默地为我送温馨

mòmòdewèiwǒsòngwēnxīn

머머디웨이워쑹원씬

말없이 나를 위해 온기를 보내주셨어요

真的好想你

zhēndehǎoxiǎngnǐ,

쩐더하오썅니

정말 당신이 그리워요

 我在夜里呼唤黎明

wǒzàiyèlǐhūhuànlímíng

워짜이예리후환리밍
난 밤에 여명을 불러요

 天上的星星哟

Tiānshàngdexīngxingyō

턘쌍디씽씽요

하늘의 별들도

也了解我的心

yěliǎojiěwǒdexīn

예랴오졔워디씬
내 마음을 알고 있어요

 我心中只有你

wǒXīnzhōngzhǐyǒunǐ

워씬쭝즈여우니

내 마음에는 당신밖에 없다는 것을.

 千山万水怎么能隔阻

qiānshānwànshuǐzěnmenénggézǔ

첀싼완쒀이쩐머멍거주

멀고 험난한 길도 어찌 

 我对你的爱

wǒduìnǐdeài

워뚸이니디아이

당신에 대한 나의 사랑을 가로막을 수 있겠나요?

 月亮下面轻轻地飘着

yuèliangxiàmiànqīngqīngdepiāozhe

웨량쌰먠칭칭디퍄오저

달님 아래로 조용히 나부끼는

我的一片情

wǒdeyípiànqíng

워디이퍤칭
나의 한 조각 정이여!

真的好想你

zhēndehǎoxiǎngnǐ,

쩐더하오썅니

정말 당신이 그리워요

你是我灿烂的黎明

nǐshìwǒcànlàndelímíng

니쓰워찬란더리밍
당신은 나의 찬란한 여명,

 寒冷的冬天哟

hánlěngdedōngtiānyō

한렁디뚱턘요

차디찬 겨울은요

也早已过去

yězǎoyǐguòqù

예짜오이꿔취

벌써 지나갔어도

愿春色铺满你的心

yuànchūnsèpūmǎnnǐdexīn

왠춴써푸만니더씬

당신의 마음속에 봄기운이 가득하길 원해요

2)真的好想你

zhēndehǎoxiǎngnǐ,

쩐더하오썅니

정말 당신이 그리워요

 我在夜里呼唤黎明

wǒzàiyèlǐhūhuànlímíng

워짜이예리후환리밍
난 밤에 여명을 불러요

 天上的星星哟

Tiānshàngdexīngxingyō

턘쌍디씽씽요

하늘의 별들도

 也了解我的心

yěliǎojiěwǒdexīn

예랴오졔워디씬
내 마음을 알고 있어요

 我心中只有你

wǒXīnzhōngzhǐyǒunǐ

워씬쭝즈여우니

내 마음에는 당신밖에 없다는 것을.

你的笑容就像一首歌你

nǐdexiàoróngjiùxiàngyìshǒugē

니더쌰오룽쮸우썅이서우꺼
당신의 웃는 얼굴은 한 곡의 노래같이

 滋润着我的爱

zīrùnzhewǒdeài

쯔런저워디아이

내 사랑을 촉촉히 적시고 있어요

你的身影就像一条河

nǐdeshēnyǐngjiùxiàngyìtiáohé

니더썬잉쮸우썅이탸오허

당신의 자태는 한 줄기 강과 같이

滋润着我的情

zīrùnzhewǒdeqíng

쯔런저워디칭

내 정을 촉촉히 적셔주어요

真的好想你

zhēndehǎoxiǎngnǐ,

쩐더하오썅니

정말 당신이 그리워요

我在夜里呼唤黎明

wǒzàiyèlǐhūhuànlímíng

워짜이예리후환리밍
난 밤에 여명을 불러요

寒冷的冬天哟

hánlěngdedōngtiānyō

한렁디뚱턘요

차디찬 겨울은요

也早已过去

yězǎoyǐguòqù

예짜오이꿔취

벌써 지나갔어도

但愿我留在你的心

dànyuànwǒliúzàinǐdexīn

딴왠워류우짜이니더씬

난 다만 당신의 마음속에 머물기를 원할 뿐이에요

 

 

夜的投影 (yèdetóuyǐng, 예디터우잉,
밤 그림자) - 邓丽君 (dènglìjūn, 등려군, 테레사 텡)

在这里静静地望着那孤灯

zàizhèlijìngjìngdewàngzhenàgūdēng

짜이쩌리징징디왕저나꾸떵

이곳에서 조용히 외로운 등불을 바라보니
那灯影使我更添愁肠

nàdēngyǐngshǐwǒgèngtiānchóucháng

나떵잉쓰워껑턘처우창

그 등불의 어두운 그림자가 나를 더욱 슬프게 하네요

曾经你伴我痴痴地凝望

céngjīngnǐbànwǒchīchīdeníngwàng

청징니빤워츠츠디닝왕

예전에 당신이 나와 함께 우두커니 서서 바라볼 제
一双影子连着夜的空茫

yìshuāngyǐngziliánzheyèdekōngmáng

이쐉잉즈럔저예디쿵망

한 쌍의 그림자가 아득한 밤하늘에 길게 이어져있었죠
你我的身影相偎且相依

nǐwǒdeshēnyǐngxiāngwēiqiěxiāngyī
니워디썬잉썅웨이쳬썅이

우리 둘의 그림자는 서로 의지하고 기대어

象一股暖流的温暖

xiàngyìgǔnuǎnliúdewēnnuǎn

썅이구놘류우디원놘
마치 한줄기 난류처럼 따뜻했었는데

如今你已不在我身旁

rújīnnǐyǐbúzàiwǒshēnpáng
루진니이부짜이워썬팡

이제는 당신이 내 곁에 없기에

黑夜使我彷徨

hēiyèshǐwǒpánghuáng

헤이예쓰워팡황

칠흑 같은 밤이 나를 방황하게 하네요

但愿你能与我长相伴

dànyuànnǐnéngyǔwǒchángxiàngbàn

딴왠니넝위워창썅빤

다만, 당신이 오랫동안 나와 함께 있기 바랄 뿐.

莫让我添愁肠

mòràngwǒtiānchóucháng
머랑워턘처우창

나에게 더는 시름을 주지 마세요

夜来香 (yèláixiāng, 예라이썅,
달맞이꽃) - 邓丽君 (dènglìjūn, 등려군, 테레사 텡)

那南风吹来清凉nànánfēngchuīláiqīngliáng

나난펑춰이라이칭량
남풍은 서늘히 불어오고
那夜莺啼声凄沧nàyèyīngtíshēngqīcàng

나예잉티썽치창
밤 꾀꼬리는 구슬피 우네요

月下的花儿都入梦只有那夜来香

yuèxiàdehuāérdōurùmèng zhǐyǒunàyèláixiāng
웨쌰디화얼더우루멍 즈여우나예라이썅
달빛 아래 꽃들은 모두 잠들어 있는데, 오직 달맞이꽃만이
吐露着芬芳tǔlùzhefēnfāng

투루저펀팡
향기를 뿜고 있어요
我爱这夜色茫茫wǒàizhèyèsèmángmáng

워아이쩌예써망망
나는 이 아늑한 밤 풍경을 사랑하며
也爱这夜莺歌唱yěàizhèyèyīnggēchàng

예아이쩌예잉거창
밤 꾀꼬리의 노랫소리도 사랑하지요
更爱那花一般的梦拥抱着夜来香吻着夜来香
gēngàinàhuāyībāndemèng, yōngbàozháoyèláixiāng,wénzhèyèláixiāng
껑아이나화이빤디멍, 융빠오저예라이썅, 원저예라이썅
더욱이 꽃처럼 예쁜 꿈을 사랑하여, 달맞이꽃을 껴안고, 입맞춤합니다

夜来香, 我为你歌唱
yèláixiāng wǒwèinǐgēchàng
예라이썅 워웨이니거창
달맞이꽃이여. 나는 너를 위해 노래해

夜來香, 我為你思量
yèláixiāng wǒwèinǐsīliang
예라이썅 워웨이니쓰량
달맞이꽃이여. 나는 너를 그리워해 
~ ~ ~
~ ~ ~
我为你歌唱wǒwèinǐgēchàng
워웨이니거창
나는 너를 위해 노래하고
我为你思量wǒwèinǐsīliang
워웨이니쓰량
너를 그리워하네

月亮代表我的心 (yuèliangdàibiǎowǒdexīn, 위에량따이뱌오워디씬,
달빛이 내 마음을 대신해) - 邓丽君 (dènglìjūn, 등려군, 테레사 )

你问我爱你有多深 nǐwènwǒàinǐyǒuduōshēn 니원워아이니여우뚸썬
당신은 제가 당신을 얼마나 깊이 사랑하고
我爱你有几分 wǒàinǐyǒujǐfēn 워아이니여우지펀
얼마나 많이 사랑하느냐고 물으셨지요?
我的情也真  我的爱也真 wǒdeqíngyězhēn wǒdeàiyězhēn

워디칭예쩐 워디아이예쩐
저의 애정도 저의 사랑도 진실이에요
月亮代表我的心 yuèliangdàibiǎowǒdexīn 위에량따이뱌오워디씬
달빛이 제 마음을 대신하고 있어요

你问我爱你有多深 nǐwènwǒàinǐyǒuduōshēn 니원워아이니여우뚸썬
당신은 제가 당신을 얼마나 깊이 사랑하고 
我爱你有几分 wǒàinǐyǒujǐfēn 워아이니여우지펀 
얼마나 많이 사랑하느냐고 물으셨지요?

我的情不移  我的爱不变 wǒdeqíngbùyí wǒdeàibúbiàn

워디칭뿌이 워디아이부뺸
저의 애정은 떠나지 않고 저의 사랑도 변하지 않아요

月亮代表我的心 yuèliangdàibiǎowǒdexīn 위에량따이뱌오워디씬
달빛이 제 마음을 대신하고 있어요

轻轻的一个吻 qīngqīngdeyígèwěn 칭칭디이꺼원
가벼운 단 한 번의 입맞춤이

已经打动我的心 yǐjīngdǎdòngwǒdexīn 이징따똥워디씬
이미 제 마음을 흔들어 놓았어요

深深的一段情 shēnshēndeyíduànqíng 썬썬디이똰칭
깊숙한 한 줄기의 애정이
教我思念到如今 jiāowǒsīniàndàorújīn 쨔오워쓰냰따오루진
당신을 지금까지 그리워하게 하였지요

你问我爱你有多深 nǐwènwǒàinǐyǒuduōshēn 니원워아이니여우뚸썬
당신은 제가 당신을 얼마나 깊이 사랑하고
我爱你有几分 wǒàinǐyǒujǐfēn 워아이니여우지펀
얼마나 많이 사랑하느냐고 물으셨지요?
你去想一想  你去看一看 nǐqùxiǎngyìxiǎng nǐqùkànyíkàn
니취썅이썅 니취칸이칸
당신도 생각해 보시고 보아 주세요

月亮代表我的心 yuèliangdàibiǎowǒdexīn 위에량따이뱌오워디씬
달빛이 제 마음을 대신하고 있어요    

甜蜜蜜 (tiánmìmì, 티앤미미,
달콤하네요) -邓丽君 (dènglìjūn, 등려군, 테레사 텡)

甜蜜蜜  你笑得甜蜜蜜 tiánmìmì nǐxiàodetiánmìmì

티앤미미 니쌰오더티앤미미
달콤해요. 당신의 웃는 모습이 달콤해요

好像花儿开在春风里 hǎoxiànghuāerkāizàichūnfēnglǐ
하오썅화얼카이짜이춴펑리
마치 봄바람 속에서 피는 꽃 같아요

开在春风里 kāizàichūnfēnglǐ
카이짜이춴펑리
봄바람 속에 피는 것 말이에요

在哪里  在哪里见过你 zàiNǎlǐ  zàiNǎlǐjiànguònǐ
짜이나리 짜이나리쨴꿔니
어디에서, 어디에선가 당신을 봤어요

你的笑容这样熟悉 nǐdexiàoróngzhèyàngshúxī
니디쌰오룽쩌양쑤씨
당신의 웃는 모습이 이렇게 낯이 익은데

我一时想不起 wǒyìshíxiǎngbùqǐ
워이스썅부치
잠시 생각이 안 나네요

~ 在梦里 a~  zàimènglǐ
~ 짜이멍리
~ 꿈속에서였어요

梦里  梦里见过你 mènglǐ mènglǐjiànguònǐ
멍리 멍리쨴꿔니
꿈속에서, 꿈속에서 당신을 봤어요

甜蜜笑得多甜蜜 tiánmìxiàodeduōtiánmì
티앤미쌰오더뚸티앤미
달콤해요. 웃는 모습이 너무나 달콤해요

是你~是你~梦见的就是你 shìnǐ~shìnǐ~mèngjiàndejiùshìnǐ
쓰니 쓰니 멍쨴디쥬우쓰니
당신이에요. 당신이에요. 꿈속에서 본 것은 바로 당신이에요
在哪里  在哪里见过你 zàiNǎlǐ  zàiNǎlǐjiànguònǐ
짜이나리 짜이나리쨴꿔니
어디에서, 어디에선가 당신을 봤어요

你的笑容这样熟悉 nǐdexiàoróngzhèyàngshúxī
니디쌰오룽쩌양쑤씨
당신의 웃는 모습은 이렇게 낯이 익은데

我一时想不起 wǒyìshíxiǎngbùqǐ
워이스썅부치
잠시 생각이 안 나네요

~ 在梦里 a~  zàimènglǐ
~ 짜이멍리
~ 꿈속에서였어요

襟裳岬 (jīnshāngjiǎ, 진쌍쟈,
금상갑 <에리모 곶>) - 邓丽君 (dènglìjūn, 등려군, 테레사 텡)
1海边掀起浪涛
Hǎibiānxiānqǐlàngtāo
하이비앤씨앤치랑타오
바닷가에 파도가 출렁이니

激荡了我的心
jīdàngliaowǒdexīn
지땅랴오워디씬
내 마음도 울렁거려요
记得就在海边
jìdéjiùzàiHǎibiān
지더쥬우짜이하이비앤
기억하고 있어요. 그 바닷가에서
我俩留下爱的吻
wǒliǎliúxiààidewěn
워랴류우쌰아이디원
우리는 사랑의 입맞춤을 나누었지요

那样美 又温馨
nàyàngměi yòuwēnxīn
나양메이 여우원신
그렇게 아름답고 아늑한 입맞춤을...
如今只有我一个人
rújīnzhǐyǒuwǒyígèrén
루진쯔여우워이꺼런
지금은 다만 난 혼자만이 
默默地在追寻
mòmòdezàizhuīxún
머머디짜이쭈이쉰
묵묵히 찾고 있어요  
追寻往事
zhuīxúnwǎngshì
쭈이쉰왕쓰
지난날의 추억을 찾고 있지요
那段欢乐时光
nàduànhuānlèshíguāng
나뚜안환러스꽝
그동안의 즐거웠던 시간과

那段美丽的梦
nàduànměilìdemèng
나뚜안메이리디멍
그동안의 아름답던 꿈들을...  

爱人 爱人 我的爱
àiren àiren wǒdeài
아이런 아이런 워디아이
님이여, 님이여내 사랑이여
我等你回来 诉说情怀
wǒděngnǐhuílái sùshuōqínghuái
워떵니후이라이 쑤쒀칭화이
난 그대가 돌아오길 기다리며 심정을 하소연해요
2)海边潮来潮往
Hǎibiāncháoláicháowǎng
하이비앤차오라이차오왕
바닷가에 조수가 밀려갔다가 밀려오니

真叫我心迷茫
zhēnjiàowǒxīnmímáng
쩐찌아오워씬미망
정말로 내 마음을 요연하게 하네요
记得就在海边
jìdéjiùzàiHǎibiān
지더쥬우짜이하이비앤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요. 그 바닷가에서
我俩留下誓言
wǒliǎliúxiàshìyán
워랴류우쌰쓰앤
우리는 맹세를 했었지요
那地久又天长
nàdejiǔyòuTiāncháng
나띠쥬우여우티앤창
하늘과 땅처럼 영원토록 변치 말자고...

如今只有我一个人
rújīnzhǐyǒuwǒyígèrén
루진쯔여우워이꺼런
지금은 다만 난 혼자만이
默默地在徘徊
mòmòdezàipáihuái
머머디짜이파이후에이
묵묵히 거닐고 있어요

徘徊海边
páihuáiHǎibiān
파이후에이하이비앤
바닷가를 거닐고 있지요

想起往事片片
xiǎngqǐwǎngshìpiànpiàn
샹치왕쓰피앤피앤
지난 추억이 한 올 한 올 떠오르나
你已不在身边
nǐyǐbúzàiShēnbiān
니이부짜이썬비앤
그대는 이제 내 곁에 없네요
爱人 爱人 我的爱
àiren àiren wǒdeài
아이런 아이런 워디아이
님이여, 님이여, 내 사랑이여
我等你回来 诉说情怀
wǒděngnǐhuílái sùshuōqínghuái
워떵니후이라이 쑤쒀칭화이
난 그대가 돌아오길 기다리며 심정을 하소연해요

3海边掀起浪涛
Hǎibiānxiānqǐlàngtāo
하이비앤씨앤치랑타오
바닷가에 파도가 출렁이니

激荡了我的心
jīdàngliaowǒdexīn
지땅랴오워디씬
내 마음도 울렁거려요
记得就在海边
jìdéjiùzàiHǎibiān
지더쥬우짜이하이비앤
기억하고 있어요. 그 바닷가에서
我俩留下爱的吻
wǒliǎliúxiààidewěn
워랴류우쌰아이디원
우리는 사랑의 입맞춤을 나누었지요

那样美 又温馨
nàyàngměi yòuwēnxīn
나양메이 여우원신
그렇게 아름답고 아늑한 입맞춤을...
如今只有我一个人
rújīnzhǐyǒuwǒyígèrén
루진쯔여우워이꺼런
지금은 다만 난 혼자만이 
默默地在追寻
mòmòdezàizhuīxún
머머디짜이쭈이쉰
묵묵히 찾고 있어요  
追寻往事
zhuīxúnwǎngshì
쭈이쉰왕쓰
지난날의 추억을 찾고 있지요
那段欢乐时光
nàduànhuānlèshíguāng
나뚜안환러스꽝
그동안의 즐거웠던 시간과

那段美丽的梦
nàduànměilìdemèng
나뚜안메이리디멍
그동안의 아름답던 꿈들을...  

爱人 爱人 我的爱
àiren àiren wǒdeài
아이런 아이런 워디아이
님이여, 님이여내 사랑이여
我等你回来 诉说情怀
wǒděngnǐhuílái sùshuōqínghuái
워떵니후이라이 쑤쒀칭화이
난 그대가 돌아오길 기다리며 심정을 하소연해요
(후렴)
爱人 你我的爱
àiren nǐwǒdeài
아이런 니워디아이
님이여, 그대, 내 사랑이여!

你是否已忘怀
nǐshìfǒuyǐwànghuái
니쓰퍼어이왕후아이
그대는 이미 날 잊었는지요?

爱人 我的爱
àiren wǒdeài
아이런 워디아이

님이여, 내 사랑이여!

你到底在何方
nǐdàodǐzàihéfāng
니따오띠짜이허팡
그대는 도대체 어디에 계시나요?

问自己 (wènzìjǐ, 원쯔지, 나 자신에게 물어봅니다) - 邓丽君 (dènglìjūn, 등려군, 테레사 텡)

我时常默默地问自己
wǒshíchángmòmòdewènzìjǐ
워스창머머디원쯔지
난 항상 나 자신에게 물어봅니다

有什么对你不起
yǒushénmeduìnǐbùqǐ
여우썬머뚜에이니뿌치
그대와 함께할 수 없는 어떤 사유가 있는지를...

  

你毅然离我而去
nǐyìránlíwǒérqù
니이란리워얼취
그대는 의연히 내 곁을 떠나갔지요

全不顾我俩过去的情意
quánbúgùwǒliǎngguòqùdeqíngyì
쵄부꾸워량꾸어취디칭이
지난날의 우리 사랑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로요

过去的海誓山盟
guòqùdehǎishìshānméng
꾸어취디하이쓰싼멍
지난날의 굳은 맹세는

还埋藏在我心里
háimáicángzàiwǒXīnlǐ
하이마이창짜이워씬리
아직 내 마음속에 묻혀 있는데

你说过地老天荒
nǐshuōguòdìlǎotiānhuāng
니쑤어꿔띠라오티앤황
그대는 긴긴 세월이 지나도록

你和我永不分离
nǐhéwǒyǒngbùfēnlí
니허워용뿌펀리
우리가 영원히 헤어지지 않을 거라 말했지요

过去的每一句话
guòqùdeměiyījùhuà
꾸어취디메이이쥐화
예전 그대의 그 모든 말들이

还依然那样清晰
háiyīránnàyàngqīngxī
하이이란나양칭씨
아직도 여전히 그렇게 또렷이 남아있어요

只是你人在天涯
zhǐshìnǐrénzàitiānyá
쯔스니런짜이티앤야
다만 그대가 하늘 끝 저 멀리 있어서

不能够常在一起
bùnénggòuchángzàiyìqǐ
뿌넝꼬우창짜이이치
항상 함께 있을 수가 없군요

当你看见花满枝头
dāngnǐkànjiànhuāmǎnzhītóu
땅니칸지앤화만쯔터우
그대가 가지 끝에 만발한 꽃들과

芳草遍地
fāngcǎobiàndì
팡차오삐앤띠
도처의 향기로운 풀들을 볼 때면

但愿能掀起你的回忆(huíyì)
dànyuànnéngxiānqǐnǐdehuíyì
딴왠넝씨앤치니디후에이이
단지 그대가 지난 추억을 떠올릴 수만 있으면 좋겠어요

 

雪中情 (눈 속에 핀 사랑) -邓丽君 (dènglìjūn, 등려군, 테레사 텡)  

与你情如白雪  永远不染尘
그대와의 사랑은 흰 눈과 같아서 영원히 속세에 물들지 않을 거예요 
谣传常常是恶梦  不可心惊震
뜬 소문은 언제나 악몽 같지만 내 마음이 절대 흔들리지 않아요

你看见雪花飘时  我这里雪落更深
그대가 휘날리는 눈꽃을 볼 때면 이곳에는 눈이 더욱 깊이 쌓이지요

寂寞两地情要多信任  明了真心爱未泯
쓸쓸한 우리의 연정은 분명 큰 믿음이 있어야 진실한 사랑이 사라지지 않아요 

寒梅仍能傲雪  你更加胜别人
한겨울의 매화가 언제나 한설을 이겨내듯 당신도 더욱 타인들을 이겨낼 거예요

谣言从来莫信任  真心早共印
헛소문은 지금껏 믿지 않았고 우린 언제나 진심만을 함께했잖아요

我看见雪花飘时  对你既爱仲更深
내가 휘날리는 눈꽃을 바라볼 때면 그대에 대한 사랑은 다시 깊어만 가요 
日后我回来最好证实  原来真心爱未泯

훗날 우리 본연의 진실한 사랑이 건재함을 확실하게 보여 드리겠어요

我没有骗你 (wǒméiyǒupiànnǐ, 워메이여우피앤니, 난 당신을 속이지 않았어요) - 邓丽君 (dènglìjūn, 등려군, 테레사 )

1)我没有骗你没有骗你

wǒméiyǒupiànnǐ  méiyǒupiànnǐ 

워메이여우피앤니  메이여우피앤니

난 당신을 속이지 않았어요속이지 않았지요

离开你万分不得已
líkāinǐ  wànfēnbùdéyǐ

리카이니  완펀뿌더이

당신을 떠나는 건 정말 어쩔 수가 없어요

既然不能够在一起

jìránbùnénggòuzàiyìqǐ 

지란뿌넝꼬우짜이이취

함께 할 수 없게 된 바에는

不如早一点分离

bùrúzǎoyìdiǎnfēnlí

뿌루짜오이디앤펀리

일찍 헤어지는 것만 못해요

你忘了我我也忘了你

nǐwàngliaowǒ  wǒyěwàngliaonǐ 

니왕랴오워  워예왕랴오니

당신은 나를 잊으세요. 나 역시 당신을 잊겠어요

把我俩的过去
bǎwǒliǎngdeguòqù

바워량디꿔취

우리의 지난 일들을 

丢进河里埋在土里

diūjìnhélǐ  máizàiTǔlǐ 

띠우진허리  마이짜이투리

강물에 던져버리고 흙 속에 묻어버려서

让我俩永远永远的忘记
ràngwǒliǎngyǒngyuǎnyǒngyuǎndewàngjì

랑워량용왠용왠디왕지

우리 두 사람 서로 영원히 영원히 잊어버려요

 2) 我实在爱你实在爱你 

wǒshízaiàinǐ  shízaiàinǐ 

워스짜이아이니  스짜이아이니

진심으로 당신을 사랑했어요진실로 사랑했지요

为了你牺牲我自己

wèiliaonǐ  xīshēngwǒzìjǐ

웨이랴오니  시썽워쯔지

당신을 위해서 나 스스로 희생했고요

虽然我没有得到你

suīránwǒméiyǒudédàonǐ 

쑤이란워메이여우더따오니

비록 당신을 얻지 못했지만

你曾给我甜蜜

nǐcénggěiwǒtiánmì

니청께이워티앤미

당신은 내게 달콤한 사랑을 주셨어요

你忘了我我也忘了你

nǐwàngliaowǒ  wǒyěwàngliaonǐ 

니왕랴오워  워예왕랴오니

당신은 나를 잊으세요. 나 역시 당신을 잊겠어요

把我俩的过去
bǎwǒliǎngdeguòqù

바워량디꿔취

우리의 지난 일들을 

丢进河里埋在土里

diūjìnhélǐ  máizàiTǔlǐ 

띠우진허리  마이짜이투리

강물에 던져버리고 흙 속에 묻어버려서

让我俩永远永远的忘记
ràngwǒliǎngyǒngyuǎnyǒngyuǎndewàngjì

랑워량용왠용왠디왕지

우리 두 사람 서로 영원히 영원히 잊어버려요

3) 我为你流泪我也哭泣,

wǒwèinǐliúlèi  wǒyěkūqì

워웨이니류우레이  워예쿠치

난 당신 때문에 눈물을 흘려요. 흐느껴 울기도 하고요 

要分离实在不得已,

yàofēnlí  shízaibùdéyǐ

야오펀리  스짜이뿌더이

헤어지려니 정말 어쩔 수 없어요

今生不能够在一起,

jīnshēngbùnénggòuzàiyìqǐ

진썽뿌넝꼬우짜이이취

이번 생에 함께 할 수 없으니

来世我俩再团聚

láishìwǒliǎngzàituánjù

라이스워량짜이투안쥐

내세에 우리 다시 만나요

你忘了我我也忘了你

nǐwàngliaowǒ  wǒyěwàngliaonǐ 

니왕랴오워  워예왕랴오니

당신은 나를 잊으세요. 나 역시 당신을 잊겠어요

把我俩的过去
bǎwǒliǎngdeguòqù

바워량디꿔취

우리의 지난 일들을 

丢进河里埋在土里

diūjìnhélǐ  máizàiTǔlǐ 

띠우진허리  마이짜이투리

강물에 던져버리고 흙 속에 묻어버려서

让我俩永远永远的忘记
ràngwǒliǎngyǒngyuǎnyǒngyuǎndewàngjì

랑워량용왠용왠디왕지

우리 두 사람 서로 영원히 영원히 잊어버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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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 심훈

 

하나님이 깊은 밤에 피아노를 두드리시네.

건반 위에 춤추는 하얀 손은 보이지 않아도

섬돌에,양철 지붕에, 그 소리만  동당 도드랑

이 밤에 하나님도 답답하셔서

잠 한 숨도 못 이루시네

 

 봄비 / 이수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오것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에라고 지껄이것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香煙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랭이 타오르것다

생명의 비 / 김영은

나그네 등 떠밀어 거리로 내 몰듯

겨울을 보내고자

돌아서는 세월 앞세워

봄을 만나러 갔지

비 내리는 거리로

후두 둑 정적을 깨는 소리

끝없이 푸르러질 그곳 바라보니

놀라 자빠진 누런 들판이

황급히 자리 털고

빗속으로 달려가는데

서둘러야한다

봄의 속도는 알 수 없기에 붙잡을 수 없듯

그렇게 잴 수 없는 속도로

하늘에서 쏟아 져 내리고 있다

인고의 세월을 품고

황달걸린 들판과

스며드는 다른 계절이

환한 기척으로  깨나고 있다 

 

 봄비 / 나순옥

 

1. 은침 하나 하나

맥을 짚어 꽂는다

찬란한 태몽 앞에

밀려 나가는 냉증

대지는 몸을 뒤틀며

입덧이 한창이다

 

 2. 호기심이 발동한

개구쟁이 눈빛이다

손톱 밑 까매지도록

땅거죽 헤집어

새싹들 간지럼 태며

키득키득 웃고 있다.

봄비 / 유순예 

겨우내 움츠렸던 대지에는

비가 내립니다 

아버지의 고추밭에도 

비가 내린다 하십니다

그 덕에 비닐하우스에서 길러낸 고추모를 

내다심을 준비가 다 되었다 하십니다 

야위었던 저수지가 

볼 살이 도톰해졌다 하십니다 

봄이면 입맛을 잃어버리는 

아버지 허기진 가슴에도 

비가 내린다 하십니다

그 비에  밥 한 공기 다 비웠다 하십니다 

빈 마당에서 홀로 늙어가는 

배나무가 파릇해졌다 하십니다

 

봄비 / 박유라

 

봄비, 희고 조그만 이빨을 반짝인다

푸르스름 안개가 피어 오르는

저녁 식탁 위

능선들이 부드러운 산

윗입술과 아랫 입술 사이

목젖을 간당거리며

햇마늘 밭을 씹고 녹차 잎 새순을 씹고

강아지 한 마리 조용히 눈 감는

저 아슬한 길 끝

연둣빛 바다 잘근잘근

속절없이 부서져 내리는 봄,

사이렌이 내 입속 노랗게 중앙선을 끌고 간다

 

 봄비 / 주용일

 

밤새 누에 뽕잎 갉아먹는 소리

자다 깨어 간지러운 귀를 판다

세상 잘못 살아온 나를

어디 멀리 있는 이가 욕을 하는지

귓속 간지러움 밤새 그치지 않는다

잎에서 잎맥으로 잎줄기로 옮겨가며

, , , 사나워지는 누에들의

뽕잎 갉아먹는 소리,

내 귓속 간지러움도 달팽이관을 따라

점점 깊은 곳으로 몰려간다

세상 함부로 살아온 나를

이제는 가까이 있는 누가 욕을 하는지

뽕잎 갉아먹는 소리 갈수록 거칠어지고

자다 깨어 죄 지은 사람처럼

무릎 꿇고 앉아 간지러운 귀를 판다

봄비 / 이원식

4월이 떠나갑니다

입술 깨문 벚나무

눈물 배인 꽃잎을

하나 둘 떼어냅니다

해마다 그러했듯이

하얀 시()를 남길 겁니다

 

 / 고정희

 

 가슴 밑으로 흘러보낸 눈물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모습은 이뻐라 

순하고 따스한 황토 벌판에 

봄비 내리는 모습은 이뻐라 

언 강물 풀리는 소리를 내며 

버드나무 가지에 물안개를 만들고 

보리밭 잎사귀에 입맞춤하면서 

산천초목 호명하는 봄비는 이뻐라 

거친 마음 적시는 봄비는 이뻐라 

실개천 부풀리는 봄비는 이뻐라

오 그리운 이여 

저 비 그치고 보름달 떠오르면 

우리들 가슴 속의 수문을 열자 

봄비 찰랑대는 수문을 쏴 열고 

꿈꾸는 들판으로 달려나가자 

들에서 얼싸안고 아득히 흘러가자 

그때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하리 

다만 둥그런 수평선 위에서 

일월성신 숨결 같은 빛으로 떠오르자

 

 

봄비 내린 뒤   / 이정록   

 

 개 밥그릇에

빗물이 고여 있다

흙먼지가

그 빗물 위에 떠 있다

혓바닥이 닿자

말갛게 자리를 비켜주는

먼지의 마음, 위로

퉁퉁 불은 밥풀이

따라 나온다

찰보동 찰보동

맹물 넘어가는 저 아름다운 소리

뒷간 너머,

개나리 꽃망울들이

노랗게 귀를 연다

밤늦게 빈집이 열린다

누운 채로, 땅바닥에

꼬리를 치는 늙은 개

밥그릇에 다시

흙비 내린다

 

 /  이정하

 

그대 소나기 같은 사람이여,

슬쩍 지나쳐 놓고 다른 데 가 있으니

나는 어쩌란 말이냐,

이미 내 몸은 흠뻑 젖었는데..

그대 가랑비 같은 사람이여,

오지 않는 듯 다가와 모른 척하니

나는 어쩌란 말이냐,

이미 내 마음까지 젖어 있는데..

 

 

가을비  /  도종환

 

어제 우리가 함께 사랑하던 자리에

오늘 가을비가 내립니다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동안

함께 서서 바라보던 숲에

잎들이 지고 있습니다

어제 우리가 사랑하고

오늘 낙엽지는 자리에 남아 그리워하다

내일 이자리를 뜨고 나면

바람만이 불겠지요

바람이 부는 동안

서로 사랑하고 헤어져 그리워하며

한 세상을 살다가 가겠지요

비가내리네  /  김용택

 비를 오래 바라보고 서 있는 여인을 보았습니다

푸른 비 였습니다

산을 오래 바라보고 서 있는 여인을 보았습니다

푸른 산 이었습니다

흐르는 물을 오래오래 보고 있는 여인을 보았습니다

푸른 강이었습니다

달빛 아래 오래 서 있는 여인을 보았습니다

푸른 달빛 이었습니다

나는 그 여인을 오래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내 마음에서 새 잎이 돋아났습니다

사랑의 푸른 새 잎이었습니다

 

빗소리  /  박건호 

 

빗소리를 듣는다

밤중에 깨어나 빗소리를 들으면

환희 열리는 문이 있다

산만하게 살아온 내인생을

가지런히 빗어주는 빗소리

현실의 꿈도 아닌 진공상태가 되어

빗소리를 듣는다

빗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얼마나 반가운 일이냐

눈을 감으면 넓어지는

세계의 끝을 내가 간다

귓 속에서 노래가 되기도 하는 빗소리

이 순간의 느낌을 뭐라고 표현할까

빗소리를 듣는다

빗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얼마나 반가운 일

하루 종일 비가 내리는 날은  /  용혜원

하루 종일 비가 내리는 날은

사랑에 더 목마르다

온몸에 그리움이 흘러내려

그대에게 떠내려가고 싶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그리움이

구름처럼 몰려와

내 마음에 보고픔을 쏟아놓는다

하루 종일 비가 내리는 날은

온몸에 쏟아지는 비를 다 맞고서라도

마음이 착하고 고운

그대를 만나러 달려가고 싶다

봄비 속을 걷다  /  류시화

봄비 속을 걷다

아직 살아있음을 확인한다

봄비는 가늘게 내리지만

한없이 깊이 적신다

죽은 라일락 뿌리를 일깨우고

죽은 자는 더 이상 비에 젖지 않는다

허무한 존재로 인생을 마치는 것이

나는 두려웠다

봄비 속을 걷다

승려처럼 고개를 숙인 저 산과 언덕들

집으로 들어가는 달팽이의 뿔들

구름이 쉴새없이 움직인다는 것을

비로소 알고

여러 해만에 평온을 되찾다

 

비 오는 날  /  천상병

 

아침 깨니

부실부실 가랑비 내린다.

자는 마누라 지갑을 뒤져

백오십 원을 훔쳐

아침 해장으로 나간다

막걸리 한 잔 내 속을 지지면

어찌 이리도 기분이 좋으냐?

가방 들고 지나는 학생들이

그렇게도 싱싱하게 보이고

나의 늙음은 그저 노인 같다

비 오는 아침의 이 신선감을

나는 어이 표현하리오?

그저 사는 대로 살다가

깨끗이 눈감으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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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시 모음

  수선/ 정호승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가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읹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 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우리가 어는 별에서’/ 정호성


우리가 어느 별에서 만났기에

이토록 서로 그리워하느냐.

우리가 어느 별에서 그리워하였기에

이토록 서로 사랑하고 있느냐.

사랑이 가난한 사람들이

등불을 들고 거리에 나가

풀은 시들고 꽃은 지는데

우리가 어느 별에서 헤어졌기에

이토록 서로 별빛마다 빛나느냐.

우리가 어느 별에서 잠들었기에

이토록 새벽을 흔들어 깨우느냐.

해 뜨기 전에

가장 추워하는 그대를 위하여

저문 바닷가에 홀로

사람의 모닥불을 피우는 그대를 위하여

나는 오늘밤 어느 별에서

떠나기 위하여 머물고 있느냐.

어느 별의 새벽길을 걷기 위하여

마음의 칼날 아래 떨고 있느냐.


★새들은 지붕을 짓지 않는다 / 정호승

새들은 지붕을 짓지 않는다.
잠이든 채로 그대로 눈을 맞기 위하여
잠이 들었다가도 별들을 바라보기 위하여
외롭게 떨어지는 별똥별을 바라보기 위하여
그 별똥별을 들여다보고 싶어하는
어린 나뭇가지들을 위하여
새들은 지붕을 짓지 않는다.
가끔은 외로운 낮 달도 쉬어가게 하고
가끔은 민들레 홀씨도 쉬어가게 하고
가끔은 인간을 위해 우시는 하느님의
눈물도 받아 둔다
누구든지 아침에 일찍 일어나 새들의 집을
한번 들여다보면
간밤에 떨어진 별똥별들이
고단하게 코를 골며 하느님 눈물이
새들의 깃털에 고요히 이슬처럼 맺혀있다


★이별노래 / 정호승

떠나는 그대
조금만 더 늦게 떠나준다면
그대 떠난 뒤에도 내 그대를
사랑하기에 아직 늦지 않으리
그대 떠나는 곳
내 먼저 떠나가서
나는 그대 뒷모습에 깔리는
노을이 되리니
옷깃을 여미고 어둠 속에서
사람의 집들이 어두워지면
내 그대 위해 노래하는
별이 되리니
떠나는 그대
조금만 더 늦게 떠나준다면
그대 떠난 뒤에도 내 그대를
사랑하기에 아직 늦지 않으리
 
 ★가을 꽃 / 정호성


이제는 지는 꽃이 아름답구나
언제나 너는 오지 않고 가고
눈물도 없는 강가에 서면

이제는 지는 꽃도 눈부시구나

이제는 지는 꽃도 아름답구나

진리에 굶주린 사내하나

빈 소주병을 들고 서있던 거리에도

종소리처럼 낙엽은 떨어지고

황국도 꽃을 떨고 뿌리를 내리나니

그동안 나를 이긴것이 사랑이었다고

눈물이 아니라 사랑이었다고

물 깊은 밤 차가운 땅에서

다시는 헤어지지말자 꽃이여 

‘★구두 닦는 소년’ / 정호성

  

구두를 닦으며 별을 닦는다

구두통에 새벽별 가득 따 담고

별을 잃은 사람들에게

하나씩 골고루 나눠 주기 위해

구두를 닦으며 별을 닦는다

하루 내 길바닥에 홀로 앉아서

사람들 발 아래 짖밟혀 나뒹구는

지난밤 별똥별도 주워서 닦고

하늘 숨은 낮별도 꺼내 닦는다

이 세상 별볓 한 손에 모아

어머니 아침마다 거울을 닦듯

구두 닦는 사람들 목숨 닦는다

묵숨 위에 내려앉은 먼지 닦는다

저녁별 가득 든 구두통 매고

겨울밤 골목길 걸어서 가면

사람들은 하나씩 별을 안고 돌아가고

발자국에 고이는 발바람 소리 따라

가랑잎 같은 손만 굴러서 간다.

 

‘★맹인 부부 가수’/ 정호성


눈 내려 어두워서 길을 잃었네.

갈 길은 멀고 길을 잃었네.

눈사람도 없는 겨울밤 이 거리를

찾아오는 사람 없어 노래 부르니

눈 맞으며 세상 밖을 돌아가는 사람들 뿐

등에 업은 아기의 울음소리를 달래며

갈 길은 먼데 함박눈은 내리는데

사랑할 수 없는 것을 사랑하기 위하여

용서받을 수 없는 것을 용서하기 위하여

눈사람을 기다리며 노랠 부르네

세상 모든 기다림의 노랠 부르네

눈 맞으며 어둠 속을 떨며 가는 사람들을

노래가 길이 되어 앞질러가고

돌아올 길 없는 눈길 앞질러가고

아름다움이 이 세상을 건질 때까지

절망에서 즐거움이 찾아올 때까지

함박눈은 내리는데 갈 길은 먼데

무관심을 사랑하는 노랠 부르며

눈사람을 기다리는 노랠 부르며

이 겨울 밤거리의 눈사람이 되었네

봄이 와도 녹지 않을 눈사람이 되었네.


★강변 역에서 / 정호승

너를 기다리다가
오늘 하루도 마지막날처럼 지나갔다.
너를 기다리다가
사랑도 인생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바람은 불고 강물은 흐르고
어느새 강변의 불빛마저 꺼져버린 뒤
너를 기다리다가
열차는 또다시 내 가슴 위로 소리 없이 지나갔다.
우리가 만남이라고 불렀던
첫눈 내리는 강변 역에서
내가 아직도 너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나의 운명보다 언제나
너의 운명을 더 슬퍼하기 때문이다.
그 언젠가 겨울 산에서
저녁 별들이 흘리는 눈물을 보며
우리가 사랑이라고 불렀던
바람 부는 강변 역에서
나는 오늘도
우리가 물결처럼
다시 만나야 할 날들을 생각했다.


★새벽 편지 / 정호승

죽음보다 괴로운 것은 그리움이었다.
사랑도 운명이라고 용기도 운명이라고
홀로 남아있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고
오늘도 내 가엾은 발자국 소리는
네 창가에 머물다 돌아가고

별들도 강물 위에
몸을 던졌다
끝끝내 / 정호승

헤어지는 날까지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하지 못했습니다.
헤어지는 날까지
차마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하지 못했습니다.
그대 처음과 같이 아름다울 줄을
그대 처음과 같이 영원할 줄을
헤어지는 날까지 알지 못하고
순결하게 무덤가에 무더기로 핀
흰 싸리 꽃만 꺾어 바쳤습니다.
사랑도 지나치면 사랑이 아닌 것을
눈물도 지나치면 눈물이 아닌 것을
헤어지는 날까지 알지 못하고
끝끝내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하지 못했습니다.
끝끝내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하지 못했습니다.


★ 내가 사랑하는 사람 / 정호승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니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하고 아름다운가


 ★가을 / 정호승

돌아보지 마라
누구든 돌아보는 얼굴은 슬프다.
돌아보지 마라
지리산 능선들이 손수건을 꺼내 운다.
인생의 거지들이 지리산에 기대앉아
잠시 가을이 되고 있을 뿐
돌아보지 마라
아직 지리산이 된 사람은 없다

 ★그는 / 정호승

그는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을 때
조용히 나의 창문을 두드리다 돌아간 사람이었다.
그는 아무도 나를 위해 기도하지 않을 때
묵묵히 무릎을 꿇고
나를 위해 기도하던 사람이었다.
내가 내 더러운 움녕의 길가에 서성대다가
드디어 죽음의 순간을 맞이했을 때
그는 가만히 내 곁에 누워 나의 죽음이 된 사람이었다
아무도 나의 주검을 씻어주지 않고
뿔뿔이 흩어져 촛불을 끄고 돌아 가버렸을 때
그는 고요히 바다가 되어 나를 씻어준 사람이었다.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나를 사랑하는
기다리기 전에 이미 나를 사랑하고
사랑하기 전에 이미 나를 기다린...

★결혼에 대하여 / 정호승

만남에 대하여 진정으로 기도해온
사람과 결혼하라
봄날 들녘에 나가 쑥과 냉이를 캐어본
추억이 있는 사람과 결혼하라
된장국을 풀어 쑥국을 끓이고 스스로
기뻐할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일주일동안 야근을 하느라 미처
채 깍지 못한 손톱을 다정스레 깍아 주는
사람과 결혼하라
콧등에 땀을 흘리며
고추장에 보리밥을 맛있게 비벼먹을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어미를 그리워하는 어린 강아지의 똥을
더러워하지 않고 치울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가끔 나무를 껴안고 나무가 되는 사람과 결혼하라
나뭇가지들이 밤마다 별들을
향해 뻗어나간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고단한 별들이 잠시 쉬어가도록
가슴의 단추를 열어주는 사람과 결혼하라
가끔은 전깃불을 끄고 촛불 아래서
한 권의 시집을 읽을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책갈피 속에 노란 은행잎 한 장쯤은
오랫동안 간직하고 있는 사람과 결혼하라
밤이 오면 땅의 벌레 소리에 귀기울일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밤이 깊으면 가끔은 사랑해서 미안하다고
속삭일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결혼이 사랑을 필요로 하는 것처럼
사랑도 결혼이 필요하다
사랑한다는 것은 이해한다는 것이며
결혼도 때로는 외로운 것이다

 
★봄길 / 정호승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 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폭포 앞에서 / 정호승

이대로 떨어져 죽어도 좋다.
떨어져 산산이 흩어져도 좋다.
흩어져서 다시 만나 울어도 좋다.
울다가 끝내 흘러 사라져도 좋다.
끝끝내 흐르지 않는 폭포 앞에서
내가 사랑해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내가 포기해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
나는 이제 증오마저 사랑스럽다.
소리 없이 사라지는 폭포가 되어
눈물 없이 떨어지는 폭포가 되어
머무를 때는 언제나 떠나도 좋고
떠날 때는 언제나 머물러도 좋다.


★미안하다 / 정호승


길이 끝나는 곳에 산이 있었다.
산이 끝나는 곳에 길이 있었다.
다시 길이 끝나는 곳에 산이 있었다.
산이 끝나는 곳에 네가 있었다.
무릎과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고 울고 있었다.
미안하다 너를 사랑해서 미안하다.


★슬픔으로 가는 길 / 정호승

내 진실로 슬픔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슬픔으로 가는 저녁 들길에 섰다.
낯선 새 한 마리 길 끝으로 사라지고
길가에 핀 풀꽃들이 바람에 흔들리는데
내 진실로 슬픔을 어루만지는 사람으로
지는 저녁 해를 바라보며
슬픔으로 걸어가는 들길을 걸었다.
기다려도 오지 않는 사람을 기다리는 사람 하나
슬픔을 앞세우고 내 앞을 지나가고
어디선가 감나무 지는 잎새 하나
슬픔을 버리고 나를 따른다.
내 진실로 슬픔으로 가는 길을 걷는 사람으로
끝없이 걸어가다 뒤돌아보면
인생을 내려놓고 사람들이 저녁놀에 파묻히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 하나 만나기 위해
나는 다시 슬픔으로 가는 저녁 들길에 섰다.

 

 ★리기다 소나무 / 정호승

당신을 처음 만났을 때
당신은 한 그루 리기다 소나무 같았지요
푸른 리기다 소나무 가지 사이로
얼핏얼핏 보이던 바다의 눈부신 물결 같았지요
당신을 처음 만나자마자
당신의 가장 아름다운 솔방울이 되길 원했지요
보다 바다 쪽으로 뻗어나간 솔가지가 되어
가장 부드러운 솔잎이 되길 원했지요
당신을 처음 만나고 나서 비로소
혼자서는 아름다울 수 없다는 걸 알았지요
사랑한다는 것이 아름다운 것인 줄 알았지요


★절벽에 대한 몇 가지 충고 / 정호승

절벽을 만나거든 그만 절벽이 되라
절벽 아래로 보이는 바다가 되라
절벽 끝에 튼튼하게 뿌리를 뻗은
저 솔가지 끝에 앉은 새들이 되라
절벽을 만나거든 그만 절벽이 되라
기어이 절벽을 기어오르는 저 개미떼가 되라
그 개미떼들이 망망히 바라보는 수평선이 되라
누구나 가슴속에 하나씩 절벽은 있다.
언젠가는 기어이 올라가야 할
언젠가는 기어이 내려와야 할
외로운 절벽이 하나씩 있다.


★소록도에서 온 편지 / 정호승

팔 없는 팔로 너를 껴안고
발 없는 발로 너에게로 간다.
개동백나무에 개동백이 피고
바다 위로 보르말이 떠오르는 밤
손 없는 손으로 동백꽃잎마다 주워
한 잎 두 잎 바다에 띄우나니 받으시라
팔 없는 팔로 허리를 두르고
발 없는 발로 함께 걷던 바닷가를
동백꽃잎 따라 성큼성큼 걸어오시라

★꽃 지는 저녁 / 정호승


꽃이 진다고 아예 다 지나
꽃이 진다고 전화도 없나
꽃이 져도 나는 너를 잊은 적 없다.
지는 꽃의 마음을 아는 이가
꽃이 진다고 저만 외롭나
꽃이 져도 나는 너를 잊은 적 없다.
꽃 지는 저녁에는 배도 고파라


★등신불 / 정호승

강물도 없이 강이 흐르네
하늘도 없이 눈이 내리네
사랑도 없이 나는 살았네
모래를 삶아 밥을 해먹고
모래를 짜서 물을 마셨네
잘 가게
뒤돌아보지 말게
누구든 돌아보는 얼굴은 슬프네
눈이 오는 날
가끔 들르게
바람도 무덤이 없고
꽃들도 무덤이 없네

★사랑 / 정호승

밥그릇을 들고 길을 걷는다.
목이 말라 손가락으로 강물 위에
사랑한다라고 쓰고 물을 마신다.
갑자기 먹구름이 몰리고
몇날 며칠 장대비가 때린다.
도도히 황톳물이 흐른다
제비꽃이 아파 고개를 숙인다.
비가 그친 뒤
강둑 위에서 제비꽃이 고개를 들고
강물을 내려다본다.
젊은 송장 하나가 떠내려 오다가
사랑한다
내 글씨에 걸려 떠내려가지 못한다.

 

 ★정동진 / 정호승

밤을 다하여 우리가 태백을 넘어온 까닭은 무엇인가
밤을 다하여 우리가 새벽에 닿은 까닭은 무엇인가
수평선 너머로 우리가 타고 온 기차를 떠나보내고
우리는 각자 가슴을 맞대고 새벽 바다를 바라본다.
해가 떠오른다
해는 바다 위로 막 떠오르는 순간에는
바라볼 수 있어도
성큼 떠오르고 나면 눈부셔 바라볼 수가 없다.
그렇다.
우리가 누가 누구의 해가 될 수 있겠는가
우리는 다만 서로의 햇살이 될 수 있을 뿐
우리는 다만 서로의 파도가 될 수 있을 뿐
누가 누구의 바다가 될 수 있겠는가
바다에 빠진 기차가 다시 일어나
해안선과 나란히 달린다
우리가 지금 다정하게 철길 옆 해변가로
팔장을 끼고 걷는다 해도
언제까지 함께 팔짱을 끼고 걸을 수 있겠는가
동해를 향해 서 있는 저 소나무를 보라
바다에 한쪽 어깨를 지친 듯이 내어준
저 소나무의 마음을 보라
내가 한때 긴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기대었던
그 어깨처럼 편안하지 않은가
또다시 해변을 따라
길게 뻗어나간 저 철길을 보라
기차가 밤을 다하여 평생을 달려올 수 있었던 것은
서로 형행을 이루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우리 굳이 하나가 되기 위하여 노력하기보다
평행을 이루어 우리의 기차를 달리게 해야 한다
기차를 떠나보내고 정동진은 늘 혼자 남는다.
우리를 떠나보내고 정동진은 울지 않는다
수평선 너머로 손수건을 흔드는 정동진의
붉은 새벽 바다
어여뻐라 너는 어느새 파도에 젖은
햇살이 되어 있구나
오늘은 착한 갈매기
한 마리가 너를 사랑하기를

★희망은 아름답다 / 정호승

창은 별이 빛날 때만 창이다.
희망은 희망을 가질 때만 희망이다.
창은 길이 보이고 바람이 불 때만 아름답다.
희망은 결코 희망을 잃지 않을 때만 아름답다.
나그네여, 그래도 이 절망과 어둠 속에서
창을 열고 별을 노래하는 슬픈 사람이 있다.
고통은 인내를 낳고 인내는 희망을 낳지 않는데
나그네여, 그 날 밤 총소리에 쫓기기며 길을 잃고
죽음의 산길 타던 나그네여
바다가 있어야만 산은 아름답고
별이 빛나야만 창은 아름답다
희망은 외로움 속의 한 순례자
창은 들의 꽃
바람 부는 대로 피었다 사라지는 한 순례자


★겨울 강에서 / 정호승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리
겨울 강 강 언덕에 눈보라 몰아쳐도
눈보라에 으스스 내 몸이 쓰러져도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리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강물은 흘러가 흐느끼지 않아도
끝끝내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어
쓰러지면 일어서는 갈대가 되어
청산이 소리치면 소리쳐 울리


★바닷가에 대하여 / 정호승

누구나 바닷가 하나씩은 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는 게 좋다.
누구나 바닷가 하나씩은 언제나 찾아갈 수 있는
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는 게 좋다.
잠자는 지구의 고요한 숨소리를 듣고 싶을 때
지구 위를 걸어가는 새들의 작은
발소리를 듣고 싶을 때
새들과 함께 수평선 위로 걸어가고 싶을 때
친구를 위해 내 목숨을 버리지 못했을 때
서럽게 우는 어머니를 껴안고 함께 울었을 때
모내기가 끝난 무논의 저수지 둑 위에서
자살한 어머니의 고무신 한 짝을 발견했을 때
바다에 뜬 보름달을 향해
촛불을 켜놓고 하염없이
두 손 모아 절을 하고 싶을 때
바닷가 기슭으로만 기슭으로만 끝없이
달려가고 싶을 때
누구나 자기만의 바닷가가 하나씩 있으면 좋다.
자기만의 바닷가로 달려가 쓰러지는 게 좋다.

★눈부처 / 정호승

내 그대 그리운 눈부처 되리
그대 눈동자 푸른 하늘가
잎새들 지고 산새들 잠든
그대 눈동자 들길 밖으로
내 그대 일평생 눈부처 되리
그대는 이 세상
그 누구의 곁에도 있지 못하고
오늘도 곤고히
마음의 길을 걸으며 슬퍼하노니
저무는 눈동자 어두운 골목
바람이 불고 저녁별 뜰 때
내 그대 인생의 눈부처 되리
내 죽을 때 망초 꽃 되어
그대 맑은 눈동자 눈부처 되리..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 정호승

이 세상 사람들 모두 잠들고
어둠 속에 갇혀서 꿈조차 잠이 들 때
홀로 일어난 새벽을 두려워말고
별을 보고 걸어가는 사람이 되라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겨울밤은 깊어서 눈만 내리고
돌아갈 길 없는 오늘 눈오는 밤도
하루의 일을 끝낸 작업장 부근
촛불도 꺼져 가는 어두운 방에서
슬픔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라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절망도 없는 이 절망의 세상
슬픔도 없는 이 슬픔의 세상
사랑하며 살아가면 봄눈이 온다.
눈 맞으며 기다리던 기다림 만나
눈 맞으며 그리웁던 기다림 만나
얼씨구나 부등켜 안고 웃어 보아라
절씨구나 뺨 부비며 울어 보아라

별을 보고 걸어가는 사람이 되어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어
봄 눈 내리는 보리밭 길 걷는 자들은
누구든지 달려와서 가슴 가득히
꿈을 받아라
꿈을 받아라.

★가난한 사람에게 / 정호승

내 오늘도 그대를 위해
창밖에 등불 하나 내어 걸었습니다.
내 오늘도 그대를 기다리다 못해
마음 하나 창밖에 걸어 두었습니다.
밤이 오고 바람이 불고
드디어 눈이 내릴 때까지
내 그대를 기다리다 못해
가난한 마음의 사람이 되었습니다.
눈 내린 들길을 홀로 걷다가
문득 별을 생각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가을 꽃 / 정호승

이제는 지는 꽃이 아름답구나
언제나 너는 오지 않고 가고
눈물도 없는 강가에 서면
이제는 지는 꽃도 눈부시구나

진리에 굶주린 사내 하나
빈 소주병을 들고 서 있던 거리에도
종소리처럼 낙엽은 떨어지고
황국도 꽃을 떨고 뿌리를 내리나니

그동안 나를 이긴 것은 사랑이었다고
눈물이 아니라 사랑이었다고
물 깊은 밤 차가운 땅에서
다시는 헤어지지 말 꽃이여


★사랑 / 정호승

그대는 내 슬픈 운명의 기쁨
내가 기도할 수 없을 때 기도하는 기도
내 영혼이 가난 할 때 부르는 노래
모든 시인들이 죽은 뒤에 다시 쓰는 시
모든 애인들이 끝끝내 지키는 깨끗한 눈물

오늘도 나는 그대를 사랑하는 날보다
원망하는 날들이 더 많았나니
창밖에 가난한 등불 하나 내어 걸고
기다림 때문에 그대를 사랑하고
사랑하기 때문에 그대를 기다리나니

그대는 결국 침묵을 깨뜨리는 침묵
아무리 걸어가도 끝없는 새벽길
새벽 달빛 위에 앉아 있던 겨울산
작은 나뭇가지 위에 잠들던 바다
우리가 사랑이라고 부르던 사막의 마지막 별빛
언젠가 내 가슴 속 봄날에 피었던 흰 냉이꽃


★또 기다리는 편지 / 정호승

지는 저녁 해를 바라보며
오늘도 그대를 사랑하였습니다.
날 저문 하늘에 별들은 보이지 않고
잠든 세상 밖으로 새벽달 빈 길에 뜨면
사랑과 어둠의 바닷가에 나가
저무는 섬 하나 떠올리며 울었습니다.
외로운 사람들은 어디론가 사라져서
해마다 첫눈으로 내리고
새벽보다 깊은 새벽 섬 기슭에 앉아
오늘도 그대를 사랑하는 일보다
기다리는 일이 더 행복하였습니다.


★너에게 / 정호승

가을비 오는 날
나는 너의 우산이 되고 싶었다.
너의 빈손을 잡고
가을비 내리는 들길을 걸으며
나는 한 송이
너의 들국화를 피우고 싶었다.
오직 살아야 한다고
바람 부는 곳으로 쓰러져야
쓰러지지 않는다고
차가운 담벼락에 기대서서
홀로 울던 너의 흰 그림자
낙엽은 썩어서 너에게로 가고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다는데
너는 지금 어느 곳
어느 사막 위를 걷고 있는가
나는 오늘도
바람 부는 들녘에 서서
사라지지 않는
너의 지평선이 되고 싶었다
사막 위에 피어난 들꽃이 되어
나는 너의 천국이 되고 싶었다.

★까닭 / 정호승

내가 아직 한 포기 풀잎으로 태어나서
풀잎으로 사는 것은
아침마다 이슬을 맞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바짓가랑이를 적시며 나를 짓밟고 가는
너의 발자국을 견디기 위해서다.
내가 아직 한 송이 눈송이로 태어나서
밤새껏 함박눈으로 내리는 것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 싸리빗자루로 눈길을 쓰시는
어머니를 위해서가 아니라
눈물도 없이 나를 짓밟고 가는
너의 발자국을 고이 남기기 위해서다.
내가 아직도 쓸쓸히 노래 한 소절로 태어나서
밤마다 아리랑을 부르며 별을 바라보는 것은
너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너를 사랑하기엔
내 인생이 너무나 짧기 때문이다.

★봄눈 / 정호승

봄눈이 내리면
그대 결코
다른 사람에게 눈물을 보이지 말라
봄눈이 내리면
그대 결코
절벽 위를 무릎으로 걸어가지 말라
봄눈이 내리는 날
내 그대의 따뜻한 집이 되리니
그대 가슴의 무덤을 열고
봄눈으로 만든 눈사람이 되리니
우리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랑과 용서였다고
올해도 봄눈으로 내리는
나의 사람아

★너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 정호승

불국사 종루 근처
공중전화 앞을 서성거리다가
너에게 전화를 건다
석가탑이 무너져 내린다.
공중전화 카드를 꺼내어
한참 줄을 서서 기다린 뒤
다시 또 전화를 건다.
다보탑이 무너져 내린다.
다시 또 공중전화 카드를 꺼내어
너에게 전화를 건다.
청운교가 무너져 내린다.
대웅전이 무너져 내린다
석등의 맑은 불이 꺼진다.
나는 급히 수화기를 놓고
그대로 종루로 달려가
쇠줄에 매달린 종메가 되어
힘껏 종을 울린다
너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안개꽃 / 정호승

얼마나 착하게 살았으면
얼마나 깨끗하게 살았으면
죽어서도 그대로 피어 있는가
장미는 시들 때 고개를 꺾고
사람은 죽을 때 입을 벌리는데
너는 사는 것과 죽는 것이 똑 같구나
세상의 어머니들 돌아가시면
저 모습으로
우리 헤어져도
저 모습으로

★그리운 부석사 / 정호승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오죽하면 비로자나불이
손가락에 매달려 앉아 있겠느냐
기다리다가 죽어버려라
오죽하면 아미타불이 모가지를 베어서
베개로 삼겠느냐
새벽이 지나도록
摩旨를 올리는 쇠종 소리는 울리지 않는데
나는 부석사 당간지주 앞에 평생을 앉아
그대에게 밥 한 그릇 올리지 못하고
눈물 속에 절 하나 지었다 부수네
하늘 나는 돌 위에 절 하나 짓네

★내 마음속의 마음이 / 정호승

내가 그대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지금 당장 내 목을 베어 가십시오.
내가 그대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베어낸 내 목을
평생토록 베개로 삼아주십시오
그래도 내가 그대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다시 칼로 베개를 내려쳐주십시오.
눈 내리는 그믐날 밤
기차역 부근에서
내 마음속의 마음이 말했습니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 정호승

슬픔의 가난한 나그네가 되소서.
하늘의 별로서 슬픔을 노래하며
어디에서나 간절히 슬퍼할 수 있고
어디에서나 슬픔을 위로할 수 있는
슬픔의 가난한 나그네가 되소서
슬픔처럼 가난한 것 없을지라도
가장 먼저 미래의 귀를 세우고
별을 보며 밤새도록 떠돌며 가소서.
떠돌면서 슬픔을 노래하며 가소서.
별 속에서 별을 보는 나그네 되어
꿈속에서 꿈을 보는 나그네 되어
오늘밤 어느 집 담벼락에 홀로 기대보소


★반지의 의미  /  정호승

만남에 대하여 기도하자는 것이다.
만남에 대하여 감사하자는 것이다.
처음과 같이 아름답자는 것이다.
처음과 같이 순결하자는 것이다.
언제나 첫 마음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언제나 첫 마음을 잃지 말자는 것이다.
사랑에도 외로움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결혼에도 외로움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꽃이 진다고 울지 말자는 것이다.
스스로 꽃이 되자는 것이다.
처음과 같이 가난하자는 것이다.
처음과 같이 영원하자는 것이다.

 
★폭포 앞에서

정호승

이대로 떨어져 죽어도 좋다.
떨어져 산산이 흩어져도 좋다.
흩어져서 다시 만나 울어도 좋다.
울다가 끝내 흘러 사라져도 좋다.

끝끝내 흐르지 않는 폭포 앞에서
내가 사랑해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내가 포기해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

나는 이제 증오마저 사랑스럽다.
소리 없이 사라지는 폭포가 되어
눈물 없이 떨어지는 폭포가 되어
머무를 때는 언제나 떠나도 좋고
떠날 때는 언제나 머물러도 좋다.

★미안하다

정호승

길이 끝나는 곳에 산이 있었다.
산이 끝나는 곳에 길이 있었다.
다시 길이 끝나는 곳에 산이 있었다.
산이 끝나는 곳에 네가 있었다.
무릎과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고 울고 있었다.
미안하다
너를 사랑해서 미안하다.
★★★★★★★★★★★★★★★★★★★★
수선화에게

정호승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 길을 걸어갈
갈대 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
슬픔으로 가는 길

정호승

내 진실로 슬픔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슬픔으로 가는 저녁 들길에 섰다.
낯선 새 한 마리 길 끝으로 사라지고
길가에 핀 풀꽃들이 바람에 흔들리는데
내 진실로 슬픔을 어루만지는 사람으로
지는 저녁 해를 바라보며
슬픔으로 걸어가는 들길을 걸었다.
기다려도 오지 않는 사람을 기다리는 사람 하나
슬픔을 앞세우고 내 앞을 지나가고
어디선가 감나무 지는 잎새 하나
슬픔을 버리고 나를 따른다.
내 진실로 슬픔으로 가는 길을 걷는 사람으로
끝없이 걸어가다 뒤돌아보면
인생을 내려놓고 사람들이 저녁놀에 파묻히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 하나 만나기 위해
나는 다시 슬픔으로 가는 저녁 들길에 섰다.
★★★★★★★★★★★★★★★★★★★★
강변 역에서

정호승

너를 기다리다가
오늘 하루도 마지막날처럼 지나갔다.
너를 기다리다가
사랑도 인생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바람은 불고 강물은 흐르고
어느새 강변의 불빛마저 꺼져버린 뒤
너를 기다리다가
열차는 또다시 내 가슴 위로 소리 없이 지나갔다.
우리가 만남이라고 불렀던
첫눈 내리는 강변 역에서
내가 아직도 너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나의 운명보다 언제나
너의 운명을 더 슬퍼하기 때문이다.
그 언젠가 겨울 산에서
저녁 별들이 흘리는 눈물을 보며
우리가 사랑이라고 불렀던
바람 부는 강변 역에서
나는 오늘도
우리가 물결처럼
다시 만나야 할 날들을 생각했다.
★★★★★★★★★★★★★★★★★★★★
새벽 편지

정호승

죽음보다 괴로운 것은
그리움이었다.

사랑도 운명이라고
용기도 운명이라고

홀로 남아있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고

오늘도 내 가엾은 발자국 소리는
네 창가에 머물다 돌아가고

별들도 강물 위에
몸을 던졌다.
★★★★★★★★★★★★★★★★★★★★
끝끝내

정호승

헤어지는 날까지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하지 못했습니다.

헤어지는 날까지
차마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하지 못했습니다.

그대 처음과 같이 아름다울 줄을
그대 처음과 같이 영원할 줄을
헤어지는 날까지 알지 못하고

순결하게 무덤가에 무더기로 핀
흰 싸리 꽃만 꺾어 바쳤습니다.

사랑도 지나치면 사랑이 아닌 것을
눈물도 지나치면 눈물이 아닌 것을
헤어지는 날까지 알지 못하고

끝끝내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하지 못했습니다.
끝끝내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하지 못했습니다.
★★★★★★★★★★★★★★★★★★★★
그는

정호승

그는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을 때
조용히 나의 창문을 두드리다 돌아간 사람이었다.
그는 아무도 나를 위해 기도하지 않을 때
묵묵히 무릎을 꿇고
나를 위해 기도하던 사람이었다.
내가 내 더러운 움녕의 길가에 서성대다가
드디어 죽음의 순간을 맞이했을 때
그는 가만히 내 곁에 누워 나의 죽음이 된 사람이었다
아무도 나의 주검을 씻어주지 않고
뿔뿔이 흩어져 촛불을 끄고 돌아 가버렸을 때
그는 고요히 바다가 되어 나를 씻어준 사람이었다.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나를 사랑하는
기다리기 전에 이미 나를 사랑하고
사랑하기 전에 이미 나를 기다린...
★★★★★★★★★★★★★★★★★★★★
봄길

정호승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 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
리기다 소나무

정호승

당신을 처음 만났을 때
당신은 한 그루 리기다 소나무 같았지요
푸른 리기다 소나무 가지 사이로
얼핏얼핏 보이던 바다의 눈부신 물결 같았지요

당신을 처음 만나자마자
당신의 가장 아름다운 솔방울이 되길 원했지요
보다 바다 쪽으로 뻗어나간 솔가지가 되어
가장 부드러운 솔잎이 되길 원했지요

당신을 처음 만나고 나서 비로소
혼자서는 아름다울 수 없다는 걸 알았지요
사랑한다는 것이 아름다운 것인 줄 알았지요
★★★★★★★★★★★★★★★★★★★★
절벽에 대한 몇 가지 충고

정호승

절벽을 만나거든 그만 절벽이 되라
절벽 아래로 보이는 바다가 되라
절벽 끝에 튼튼하게 뿌리를 뻗은
저 솔가지 끝에 앉은 새들이 되라

절벽을 만나거든 그만 절벽이 되라
기어이 절벽을 기어오르는 저 개미떼가 되라
그 개미떼들이 망망히 바라보는 수평선이 되라

누구나 가슴속에 하나씩 절벽은 있다.
언젠가는 기어이 올라가야 할
언젠가는 기어이 내려와야 할
외로운 절벽이 하나씩 있다.
★★★★★★★★★★★★★★★★★★★★
소록도에서 온 편지

정호승

팔 없는 팔로 너를 껴안고
발 없는 발로 너에게로 간다.
개동백나무에 개동백이 피고
바다 위로 보르말이 떠오르는 밤
손 없는 손으로 동백꽃잎마다 주워
한 잎 두 잎 바다에 띄우나니 받으시라
팔 없는 팔로 허리를 두르고
발 없는 발로 함께 걷던 바닷가를
동백꽃잎 따라 성큼성큼 걸어오시라
★★★★★★★★★★★★★★★★★★★★
결혼에 대하여

정호승

만남에 대하여 진정으로 기도해온
사람과 결혼하라
봄날 들녘에 나가 쑥과 냉이를 캐어본
추억이 있는 사람과 결혼하라
된장국을 풀어 쑥국을 끓이고 스스로
기뻐할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일주일동안 야근을 하느라 미처
채 깍지 못한 손톱을 다정스레 깍아 주는
사람과 결혼하라
콧등에 땀을 흘리며
고추장에 보리밥을 맛있게 비벼먹을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어미를 그리워하는 어린 강아지의 똥을
더러워하지 않고 치울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가끔 나무를 껴안고 나무가 되는 사람과 결혼하라
나뭇가지들이 밤마다 별들을
향해 뻗어나간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고단한 별들이 잠시 쉬어가도록
가슴의 단추를 열어주는 사람과 결혼하라
가끔은 전깃불을 끄고 촛불 아래서
한 권의 시집을 읽을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책갈피 속에 노란 은행잎 한 장쯤은
오랫동안 간직하고 있는 사람과 결혼하라
밤이 오면 땅의 벌레 소리에 귀기울일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밤이 깊으면 가끔은 사랑해서 미안하다고
속삭일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결혼이 사랑을 필요로 하는 것처럼
사랑도 결혼이 필요하다
사랑한다는 것은 이해한다는 것이며
결혼도 때로는 외로운 것이다
★★★★★★★★★★★★★★★★★★★★
꽃 지는 저녁

정호승

꽃이 진다고 아예 다 지나
꽃이 진다고 전화도 없나
꽃이 져도 나는 너를 잊은 적 없다.
지는 꽃의 마음을 아는 이가
꽃이 진다고 저만 외롭나
꽃이 져도 나는 너를 잊은 적 없다.
꽃 지는 저녁에는 배도
★★★★★★★★★★★★★★★★★★★★
등신불

정호승

강물도 없이 강이 흐르네
하늘도 없이 눈이 내리네
사랑도 없이 나는 살았네

모래를 삶아 밥을 해먹고
모래를 짜서 물을 마셨네

잘 가게
뒤돌아보지 말게
누구든 돌아보는 얼굴은 슬프네

눈이 오는 날
가끔 들르게

바람도 무덤이 없고
꽃들도 무덤이 없네
★★★★★★★★★★★★★★★★★★★★
사랑

정호승

밥그릇을 들고 길을 걷는다.
목이 말라 손가락으로 강물 위에
사랑한다라고 쓰고 물을 마신다.
갑자기 먹구름이 몰리고
몇날 며칠 장대비가 때린다.
도도히 황톳물이 흐른다
제비꽃이 아파 고개를 숙인다.
비가 그친 뒤
강둑 위에서 제비꽃이 고개를 들고
강물을 내려다본다.
젊은 송장 하나가 떠내려 오다가
사랑한다
내 글씨에 걸려 떠내려가지 못한다.
★★★★★★★★★★★★★★★★★★★★
새들은 지붕을 짓지 않는다

정호승

새들은 지붕을 짓지 않는다.
잠이든 채로 그대로 눈을 맞기 위하여
잠이 들었다가도 별들을 바라보기 위하여
외롭게 떨어지는 별똥별을 바라보기 위하여
그 별똥별을 들여다보고 싶어하는
어린 나뭇가지들을 위하여
새들은 지붕을 짓지 않는다.
가끔은 외로운 낮 달도 쉬어가게 하고
가끔은 민들레 홀씨도 쉬어가게 하고
가끔은 인간을 위해 우시는 하느님의
눈물도 받아 둔다
누구든지 아침에 일찍 일어나 새들의 집을
한번 들여다보면
간밤에 떨어진 별똥별들이
고단하게 코를 골며 하느님 눈물이
새들의 깃털에 고요히 이슬처럼 맺혀있다
★★★★★★★★★★★★★★★★★★★★
정동진

정호승

밤을 다하여 우리가 태백을 넘어온 까닭은 무엇인가
밤을 다하여 우리가 새벽에 닿은 까닭은 무엇인가
수평선 너머로 우리가 타고 온 기차를 떠나보내고
우리는 각자 가슴을 맞대고 새벽 바다를 바라본다.
해가 떠오른다
해는 바다 위로 막 떠오르는 순간에는
바라볼 수 있어도
성큼 떠오르고 나면 눈부셔 바라볼 수가 없다.
그렇다.
우리가 누가 누구의 해가 될 수 있겠는가
우리는 다만 서로의 햇살이 될 수 있을 뿐
우리는 다만 서로의 파도가 될 수 있을 뿐
누가 누구의 바다가 될 수 있겠는가
바다에 빠진 기차가 다시 일어나
해안선과 나란히 달린다
우리가 지금 다정하게 철길 옆 해변가로
팔장을 끼고 걷는다 해도
언제까지 함께 팔짱을 끼고 걸을 수 있겠는가
동해를 향해 서 있는 저 소나무를 보라
바다에 한쪽 어깨를 지친 듯이 내어준
저 소나무의 마음을 보라
내가 한때 긴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기대었던
그 어깨처럼 편안하지 않은가
또다시 해변을 따라
길게 뻗어나간 저 철길을 보라
기차가 밤을 다하여 평생을 달려올 수 있었던 것은
서로 형행을 이루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우리 굳이 하나가 되기 위하여 노력하기보다
평행을 이루어 우리의 기차를 달리게 해야 한다
기차를 떠나보내고 정동진은 늘 혼자 남는다.
우리를 떠나보내고 정동진은 울지 않는다
수평선 너머로 손수건을 흔드는 정동진의
붉은 새벽 바다
어여뻐라 너는 어느새 파도에 젖은
햇살이 되어 있구나
오늘은 착한 갈매기
한 마리가 너를 사랑하기를
★★★★★★★★★★★★★★★★★★★★
희망은 아름답다

정호승

창은 별이 빛날 때만 창이다.
희망은 희망을 가질 때만 희망이다.
창은 길이 보이고 바람이 불 때만 아름답다.
희망은 결코 희망을 잃지 않을 때만 아름답다.
나그네여, 그래도 이 절망과 어둠 속에서
창을 열고 별을 노래하는 슬픈 사람이 있다.
고통은 인내를 낳고 인내는 희망을 낳지 않는데
나그네여, 그 날 밤 총소리에 쫓기기며 길을 잃고
죽음의 산길 타던 나그네여
바다가 있어야만 산은 아름답고
별이 빛나야만 창은 아름답다
희망은 외로움 속의 한 순례자
창은 들의 꽃
바람 부는 대로 피었다 사라지는 한 순례자
★★★★★★★★★★★★★★★★★★★★
겨울 강에서

정호승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리
겨울 강 강 언덕에 눈보라 몰아쳐도
눈보라에 으스스 내 몸이 쓰러져도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리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강물은 흘러가 흐느끼지 않아도
끝끝내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어
쓰러지면 일어서는 갈대가 되어
청산이 소리치면 소리쳐 울리
★★★★★★★★★★★★★★★★★★★★
바닷가에 대하여

정호승

누구나 바닷가 하나씩은 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는 게 좋다.
누구나 바닷가 하나씩은 언제나 찾아갈 수 있는
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는 게 좋다.
잠자는 지구의 고요한 숨소리를 듣고 싶을 때
지구 위를 걸어가는 새들의 작은
발소리를 듣고 싶을 때
새들과 함께 수평선 위로 걸어가고 싶을 때
친구를 위해 내 목숨을 버리지 못했을 때
서럽게 우는 어머니를 껴안고 함께 울었을 때
모내기가 끝난 무논의 저수지 둑 위에서
자살한 어머니의 고무신 한 짝을 발견했을 때
바다에 뜬 보름달을 향해
촛불을 켜놓고 하염없이
두 손 모아 절을 하고 싶을 때
바닷가 기슭으로만 기슭으로만 끝없이
달려가고 싶을 때
누구나 자기만의 바닷가가 하나씩 있으면 좋다.
자기만의 바닷가로 달려가 쓰러지는 게 좋다.
★★★★★★★★★★★★★★★★★★★★
눈부처

정호승

내 그대 그리운 눈부처 되리
그대 눈동자 푸른 하늘가
잎새들 지고 산새들 잠든
그대 눈동자 들길 밖으로
내 그대 일평생 눈부처 되리
그대는 이 세상
그 누구의 곁에도 있지 못하고
오늘도 곤고히
마음의 길을 걸으며 슬퍼하노니
저무는 눈동자 어두운 골목
바람이 불고 저녁별 뜰 때
내 그대 인생의 눈부처 되리
내 죽을 때 망초 꽃 되어
그대 맑은 눈동자 눈부처 되리..
★★★★★★★★★★★★★★★★★★★★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정호승

이 세상 사람들 모두 잠들고
어둠 속에 갇혀서 꿈조차 잠이 들 때
홀로 일어난 새벽을 두려워말고
별을 보고 걸어가는 사람이 되라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겨울밤은 깊어서 눈만 내리고
돌아갈 길 없는 오늘 눈오는 밤도
하루의 일을 끝낸 작업장 부근
촛불도 꺼져 가는 어두운 방에서
슬픔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라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절망도 없는 이 절망의 세상
슬픔도 없는 이 슬픔의 세상
사랑하며 살아가면 봄눈이 온다.
눈 맞으며 기다리던 기다림 만나
눈 맞으며 그리웁던 기다림 만나
얼씨구나 부등켜 안고 웃어 보아라
절씨구나 뺨 부비며 울어 보아라

별을 보고 걸어가는 사람이 되어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어
봄 눈 내리는 보리밭 길 걷는 자들은
누구든지 달려와서 가슴 가득히
꿈을 받아라
꿈을 받아라.
★★★★★★★★★★★★★★★★★★★★
가난한 사람에게

정호승

내 오늘도 그대를 위해
창밖에 등불 하나 내어 걸었습니다.
내 오늘도 그대를 기다리다 못해
마음 하나 창밖에 걸어 두었습니다.
밤이 오고 바람이 불고
드디어 눈이 내릴 때까지
내 그대를 기다리다 못해
가난한 마음의 사람이 되었습니다.
눈 내린 들길을 홀로 걷다가
문득 별을 생각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
가을 꽃

정호승

이제는 지는 꽃이 아름답구나
언제나 너는 오지 않고 가고
눈물도 없는 강가에 서면
이제는 지는 꽃도 눈부시구나

진리에 굶주린 사내 하나
빈 소주병을 들고 서 있던 거리에도
종소리처럼 낙엽은 떨어지고
황국도 꽃을 떨고 뿌리를 내리나니

그동안 나를 이긴 것은 사랑이었다고
눈물이 아니라 사랑이었다고
물 깊은 밤 차가운 땅에서
다시는 헤어지지 말 꽃이여
★★★★★★★★★★★★★★★★★★★★
사랑

정호승

그대는 내 슬픈 운명의 기쁨
내가 기도할 수 없을 때 기도하는 기도
내 영혼이 가난 할 때 부르는 노래
모든 시인들이 죽은 뒤에 다시 쓰는 시
모든 애인들이 끝끝내 지키는 깨끗한 눈물

오늘도 나는 그대를 사랑하는 날보다
원망하는 날들이 더 많았나니
창밖에 가난한 등불 하나 내어 걸고
기다림 때문에 그대를 사랑하고
사랑하기 때문에 그대를 기다리나니

그대는 결국 침묵을 깨뜨리는 침묵
아무리 걸어가도 끝없는 새벽길
새벽 달빛 위에 앉아 있던 겨울산
작은 나뭇가지 위에 잠들던 바다
우리가 사랑이라고 부르던 사막의 마지막 별빛
언젠가 내 가슴 속 봄날에 피었던 흰 냉이꽃
★★★★★★★★★★★★★★★★★★★★
이별노래

정호승

떠나는 그대
조금만 더 늦게 떠나준다면
그대 떠난 뒤에도 내 그대를
사랑하기에 아직 늦지 않으리

그대 떠나는 곳
내 먼저 떠나가서
나는 그대 뒷모습에 깔리는
노을이 되리니

옷깃을 여미고 어둠 속에서
사람의 집들이 어두워지면
내 그대 위해 노래하는
별이 되리니

떠나는 그대
조금만 더 늦게 떠나준다면
그대 떠난 뒤에도 내 그대를
사랑하기에 아직 늦지 않으리
★★★★★★★★★★★★★★★★★★★★
또 기다리는 편지

정호승

지는 저녁 해를 바라보며
오늘도 그대를 사랑하였습니다.
날 저문 하늘에 별들은 보이지 않고
잠든 세상 밖으로 새벽달 빈 길에 뜨면
사랑과 어둠의 바닷가에 나가
저무는 섬 하나 떠올리며 울었습니다.
외로운 사람들은 어디론가 사라져서
해마다 첫눈으로 내리고
새벽보다 깊은 새벽 섬 기슭에 앉아
오늘도 그대를 사랑하는 일보다
기다리는 일이 더 행복하였습니다.
★★★★★★★★★★★★★★★★★★★★
너에게

정호승

가을비 오는 날
나는 너의 우산이 되고 싶었다.
너의 빈손을 잡고
가을비 내리는 들길을 걸으며
나는 한 송이
너의 들국화를 피우고 싶었다.

오직 살아야 한다고
바람 부는 곳으로 쓰러져야
쓰러지지 않는다고
차가운 담벼락에 기대서서
홀로 울던 너의 흰 그림자

낙엽은 썩어서 너에게로 가고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다는데
너는 지금 어느 곳
어느 사막 위를 걷고 있는가

나는 오늘도
바람 부는 들녘에 서서
사라지지 않는
너의 지평선이 되고 싶었다
사막 위에 피어난 들꽃이 되어
나는 너의 천국이 되고 싶었다.
★★★★★★★★★★★★★★★★★★★★
까닭

정호승

내가 아직 한 포기 풀잎으로 태어나서
풀잎으로 사는 것은
아침마다 이슬을 맞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바짓가랑이를 적시며 나를 짓밟고 가는
너의 발자국을 견디기 위해서다.

내가 아직 한 송이 눈송이로 태어나서
밤새껏 함박눈으로 내리는 것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 싸리빗자루로 눈길을 쓰시는
어머니를 위해서가 아니라
눈물도 없이 나를 짓밟고 가는
너의 발자국을 고이 남기기 위해서다.

내가 아직도 쓸쓸히 노래 한 소절로 태어나서
밤마다 아리랑을 부르며 별을 바라보는 것은
너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너를 사랑하기엔
내 인생이 너무나 짧기 때문이다.
★★★★★★★★★★★★★★★★★★★★
봄눈

정호승

봄눈이 내리면
그대 결코
다른 사람에게 눈물을 보이지 말라
봄눈이 내리면
그대 결코
절벽 위를 무릎으로 걸어가지 말라
봄눈이 내리는 날
내 그대의 따뜻한 집이 되리니
그대 가슴의 무덤을 열고
봄눈으로 만든 눈사람이 되리니
우리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랑과 용서였다고
올해도 봄눈으로 내리는
나의 사람아
★★★★★★★★★★★★★★★★★★★★
내가 사랑하는 사람

정호승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니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하고 아름다운가
★★★★★★★★★★★★★★★★★★★★
너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정호승

불국사 종루 근처
공중전화 앞을 서성거리다가
너에게 전화를 건다

석가탑이 무너져 내린다.
공중전화 카드를 꺼내어
한참 줄을 서서 기다린 뒤
다시 또 전화를 건다.

다보탑이 무너져 내린다.
다시 또 공중전화 카드를 꺼내어
너에게 전화를 건다.

청운교가 무너져 내린다.
대웅전이 무너져 내린다
석등의 맑은 불이 꺼진다.
나는 급히 수화기를 놓고
그대로 종루로 달려가
쇠줄에 매달린 종메가 되어
힘껏 종을 울린다
너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
가을

정호승

돌아보지 마라
누구든 돌아보는 얼굴은 슬프다.
돌아보지 마라
지리산 능선들이 손수건을 꺼내 운다.
인생의 거지들이 지리산에 기대앉아
잠시 가을이 되고 있을 뿐
돌아보지 마라
아직 지리산이 된 사람은 없다.
★★★★★★★★★★★★★★★★★★★★
안개꽃

정호승

얼마나 착하게 살았으면
얼마나 깨끗하게 살았으면
죽어서도 그대로 피어 있는가
장미는 시들 때 고개를 꺾고
사람은 죽을 때 입을 벌리는데
너는 사는 것과 죽는 것이 똑 같구나
세상의 어머니들 돌아가시면
저 모습으로
우리 헤어져도
저 모습으로
★★★★★★★★★★★★★★★★★★★★
그리운 부석사

정호승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오죽하면 비로자나불이
손가락에 매달려 앉아 있겠느냐
기다리다가 죽어버려라
오죽하면 아미타불이 모가지를 베어서
베개로 삼겠느냐
새벽이 지나도록
摩旨를 올리는 쇠종 소리는 울리지 않는데
나는 부석사 당간지주 앞에 평생을 앉아
그대에게 밥 한 그릇 올리지 못하고
눈물 속에 절 하나 지었다 부수네
하늘 나는 돌 위에 절 하나 짓네
★★★★★★★★★★★★★★★★★★★★
내 마음속의 마음이

정호승

내가 그대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지금 당장 내 목을 베어 가십시오.
내가 그대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베어낸 내 목을
평생토록 베개로 삼아주십시오
그래도 내가 그대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다시 칼로 베개를 내려쳐주십시오.
눈 내리는 그믐날 밤
기차역 부근에서
내 마음속의 마음이 말했습니다.
★★★★★★★★★★★★★★★★★★★★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정호승

슬픔의 가난한 나그네가 되소서.
하늘의 별로서 슬픔을 노래하며
어디에서나 간절히 슬퍼할 수 있고
어디에서나 슬픔을 위로할 수 있는
슬픔의 가난한 나그네가 되소서
슬픔처럼 가난한 것 없을지라도
가장 먼저 미래의 귀를 세우고
별을 보며 밤새도록 떠돌며 가소서.
떠돌면서 슬픔을 노래하며 가소서.
별 속에서 별을 보는 나그네 되어
꿈속에서 꿈을 보는 나그네 되어
오늘밤 어느 집 담벼락에 홀로 기대보소
★★★★★★★★★★★★★★★★★★★★
반지의 의미

정호승

만남에 대하여 기도하자는 것이다.
만남에 대하여 감사하자는 것이다.
처음과 같이 아름답자는 것이다.
처음과 같이 순결하자는 것이다.
언제나 첫 마음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언제나 첫 마음을 잃지 말자는 것이다.
사랑에도 외로움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결혼에도 외로움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꽃이 진다고 울지 말자는 것이다.
스스로 꽃이 되자는 것이다.
처음과 같이 가난하자는 것이다.
처음과 같이 영원하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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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내리는 날에 쓰는 편지

 

 

소한 날 눈이 옵니다

가난한 이 땅에 하늘에서 축복처럼

눈이 옵니다

집을 떠난 새들은 돌아오지 않고

베드로학교 낮은 담장 너머로

풍금 소리만 간간이 들려오는 아침입니다

창문 조금 열고

가만가만 눈 내리는 하늘 쳐다보면

사랑하는 당신 얼굴 보입니다

멀리 갔다 돌아오는 메아리처럼

겨울나무 가지 끝에

순백의 꽃으로 피어나는 눈물 같은 당신,

당신을 사랑한 까닭으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기다림의 세월은 추억만으로도

아름답지만

이제는 가야 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당신을 만나서는 안 되는 까닭은

당신을 만날 날을 기다리는 일이

내가 살아온 까닭의 전부이기 때문입니다

한 방울 피가 식어질 때까지

나는 이 겨울을 껴안고

눈 쌓인 거리를 바람처럼 서성댈 것입니다


 

산길에서


 

나 세상에 다시 태어난다면

깊은 산 외딴 길섶에

한 송이 이름 없는 작은 꽃으로 피어나리라

혹여, 그대가 한 번쯤

하찮은 실수로

바람처럼 내 곁을 머뭇거리다 지나칠 때

고갤 꺾고 꽃잎 한 장 바람결에 날려 보리라

 

 

 

먼길



한 사날-

진달래꽃 길을 따라 혼자 걸어서

그대 사는 먼 곳 외딴 그 오두막 찾아가 보고 싶네

폭설처럼 꽃 지는 저녁

길 위에 엎어져 영영 잠들어도 좋겠네

꽃신 한 켤레

허리춤에 달랑 차고

 

 

보이지 않는 별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들 사이에는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지만

내 눈에는 보이는 별 하나가 있습니다


지상에서의 내 모든 삶은

그 별에게 다가가기 위한 준비에

지나지 않습니다


깊은 밤 홀로이 앉아

하늘을 보면

반짝이는 별 무리 사이로

숨은 별 하나가 방긋 눈을 뜹니다

 

 

저 하늘 아래에는



저 하늘 아래에는 운동모자 꾹 눌러쓰고

코스모스 꽃길

말없이 걸어가는 소년과


하얀 팔 내놓고 오르간 앞에 앉아 있는

갈래머리

소녀가 있었다

 

 

강남역에서 내린 여자



누구였을까 그 여자 강남역에서 내린 여자

내 팔에 기대

달빛처럼 잠들다

화들짝 놀라 내려버린 여자


누구였을까 그 여자 어디선가 한 번은 꼭

본 듯도 한 옆모습

혹은 뒷모습

내 팔을 주고도 얼굴을 못 본 여자


스물아홉 낯선 길목에서 찬비 맞으며

해오라기처럼 목을 빼고 기다리던 여자는 아녔을까

꼭꼭 숨어

머리카락 하나 보여주지 않던

바보 멍청이 같은 여자


어디로 갔을까 그 여자, 또각또각……

발자국 소리

여수로 갔을까 흑산도로 갔을까

삼천포로 갔을까

강남역에서 내린 빨간 가방을 든 그 여자



내 안의 여자



우체국 측백나무 사이로

바라보던

오렌지색 원피스가 곱던

그녀


까마득한 시간 흘렀어도

그 집 앞 지날 때면

내 가슴은 뛰고 있지


그 날 읍내로만 따라왔더라면

그녀는 지금

곁에 있을 텐데


항상 내 안에 있지



그 겨울의 끝



겨울의 끝에서 눈이 옵니다

지난겨울은 참 행복했습니다

연사흘째

어지럽게 봄눈 날리고

더 이상 가까워질 수 없는 거리에서

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

못해보고

당신을 보냅니다

당신만큼 날

슬프게 해 준 사람 없습니다

당신만큼 날

행복하게 해 준 사람 없습니다

봄눈 내리는 길목에 서서

멀어져가는 당신 뒷모습

바라보다

한 움큼 눈을 뭉쳐 하늘에 던집니다



명희



시간의 수레바퀴를 돌려놓을 순 없을까

캄캄한 어둠만이 밀려오던 종점 근처

홍합 국물 따뜻하게 뎁혀지던 포장마차

오늘같이 눈 내리는 밤이 오면

세상 어딘가에 토끼처럼 잠들어 있을 눈매 곱던 널

찾아내어

빠알간 숯불에 알맞게 잘 구워진

꼼장어 소라 안주 삼아

독한 소주 한잔 빈속에 털어 넣고

널과 함께 걷고 싶어

그때 우린 참 많이 젊어 있었지

강냉이 빵이 먹고 싶다던 너, 이 밤

어디에 박혀 있니?



강 건너 그대



하늘빛이 흐려서 손 한 번 헐겁게

잡아 보지 못했네

그리워 말 못하고 살아온 지

오랜 지금

강 건너 갈밭머리

반백의 머리칼 날리며 쓸쓸히 웃고 섰는 여인아,

그대 향한 그리움 오늘도

겨울 강둑에

빈 해바라깃대처럼 서 있을 뿐이네



지귀의 노래*



그대의 눈길 한 번만 스쳐도 단숨에

타오를 목숨입니다

하늘에 별처럼 높고 빛나는 그대

감히 사모한다는 사실이

얼마나 큰 죄가 되는지 모르는 바 아니오나

어이합니까,

생각사록 뜨거워지는 가슴

별똥별 풀꽃처럼 뿌려 쌓는 길섶에서

그대 향기 나는 발소리 기다리다

잠든 가슴 위에

귀하신 팔찌를 벗어 놓으시고 홀연

밤안개 헤치며 사라지신 그대

깊고 넓은 마음 헤아릴 듯합니다

마지막 뼈와 살을 우리어 바치는 불의 마음,

몸 밖으로 터져 나와

서라벌 산천을 불꽃으로 뒤덮을 때

그대 푸르고 푸른 치맛자락으로

황홀하게도 불타버린 미천한 몸뚱어리를

살뜰히 살뜰히 거두어 주십시오

   

  *지귀는 선덕여왕에 대한 사모의 정이 너무 깊어

    끝내는 불귀신이 되었다는 신라의 사내임



너를 기다리며



너를 기다리기

백 년이

걸린다


너를 잊기까지

죽어서 또

백 년이 걸린다


나는 산정에 선

한 그루

나무,


하늘이 푸르다



아름다운 이름 하나



하늘에 작은 별 하나

빛나기까지

얼마나 많은 밤을 꽃들이 피어나

밤하늘 밝혔을까


강가에 꽃 한 송이

피기까지

얼마나 많은 밤을 별들이 반짝이며

강물 위에 빛났을까


하늘과 땅 사이에

아름다운

이름 하나,


얼마나 많은 밤을

잠 못 이루고

사무쳐야

내 가슴에 꽃등 하나, 환히 밝을까



장미는 왜 붉게 피는지



이번 여름엔 사랑을 하고 싶다

야한 티 하나 사 입고

낯선 여자와

낯선 거리에서

낯설지 않은 사랑을 하고 싶다

장미는 왜 붉게 피는지

낯선 거리에서 묻고 싶다



그때 그 자리 · 1



줄무늬 스웨터

빨간 치마


고갤 꺾고

마른 잔디 풀만 쥐어뜯던 네

작은 어깨가

조금씩

들썩여서


하고팠던 말

가득해도

말 한마디 못해보고

돌아온

그때 그 자리,


인제는 다

말할 수 있을 것 같아

너 없는

그 자리에

다시 찾아가 앉아본다



첫사랑 그 여자



남몰래

가슴 깊이 묻고 살아도

꿈속에서 불쑥 뛰쳐나와 들킬 것 같아

불안하다


한 세상 살며

가슴 좀 실컷 아파보라고

꿈길마다 찾아와

눈웃음치다


한 발짝

다가가면

살래살래 달아나버리는



그 밤



젖가슴 봉긋이 드러나던

열다섯 그녀는


풀 목걸이 걸고 배시시 웃을 때

볼우물

깊게 파이곤 했다


그 드맑은 우물 속에 퐁당,

청개구리처럼

뛰어들고 싶던 밤이 있었다


초아흐레 연한 달빛이

삼박삼박-

갈잎에 베어져 드러눕던 밤이었다



추운 날



달걀같이 갸름한

달걀빛 얼굴


눈 말간 소녀가 앉았던 자리에

남겨 놓고 간


몇 온스의 온기에

감염-


아차!

정거장을

지나치고 말았네



겨울 밤



오늘처럼 숫눈발 푹푹 쏟아붓는 밤이었을 것이다


사립 밖엔

하얀 눈 함뿍 쓰고 가을떡 돌리는 소녀가 있었다


더운 김 모락모락 오르는 방금 쪄낸

붉은 수수떡,


나풀거리는 석유등 불빛에

살짜기 드러난 그녀의 뺨도 한껏 상기되는 밤이었다



해바라기 사랑



해를 맞듯

당신 만납니다


해를 보내듯

당신 보냅니다


오늘도 난

해바라기


지는 해

바라보다

꽃잎 하나 떨굽니다


당신

뜰 앞에

 


충남 예산 출생. 1993년 《시와시학 》으로 등단

시집 『아버지는 힘이 세다』『감꽃 피는 마을』

『첫눈 내리는 날에 쓰는 편지』『비 내리는 소래포구에서』

『루루를 위한 세레나데』가 있음. 시와시학상 동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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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희 시 모음 38


1.가을 편지 / 고정희

무르익기를 기다리는 가을이
흑룡강 기슭까지 굽이치는 날
무르익을 수 없는 내 사랑 허망하여
그대에게 가는 길 끊어버렸습니다
그러나 마음 속에 길이 있어
마음의 길은 끊지 못했습니다
황홀하게 초지일관 무르익은 가을이
수미산 산자락에 기립해 있는 날
황홀할 수 없는 내 사랑 노여워
그대 향한 열린 문 닫아버렸습니다
그러나 마음 속에 문이 있어
마음의 문은 닫지 못했습니다
작별하는 가을의 뒷모습이
수묵색 눈물비에 젖어 있는 날
작별할 수 없는 내 사랑 서러워
그대에게 뻗은 가지 잘라버렸습니다
그러나 마음 속에 무성한 가지 있어
마음의 가지는 자르지 못했습니다
길을 끊고 문을 닫아도
문을 닫고 가지를 잘라도
저녁 강물로 당도하는 그대여
그리움에 재갈을 물리고
움트는 생각에 바윗돌 눌러도
풀밭 한벌판으로 흔들리는 그대여
그 위에 해와 달 멈출 수 없으매
나는 다시 길 하나 내야 하나 봅니다
나는 다시 문 하나 열어야 하나 봅니다


2.가을을 보내며 / 고정희

사랑하는 이여
우리가 한 잔에서 목 축이지 못하는 오늘은
우리들 겸허한 허리를 구부려
서로의 잔에 그리움을 붓자
서로의 잔이 넘치게 하자

 


3.강가에서 / 고정희

할 말이 차츰 없어지고
다시는 편지도 쓸 수 없는 날이 왔습니다
유유히 내 생을 가로질러 흐르는
유년의 푸른 풀밭 강둑에 나와
물이 흐르는 쪽으로
오매불망 그대에게 주고 싶은 마음
한쪽 둑 떼어
가거라 가거라 실어 보내니
그 위에 홀연히 햇빛 부서지는 모습
그 위에 남서풍이 입맞춤하는 모습
바라보는 일로도 해 저물었습니다
불현듯 강 건너 빈집에 불이 켜지고
사립에 그대 영혼 같은 노을이 걸리니
바위틈에 매여놓은 목란배 한 척
황혼을 따라
그대 사는 쪽으로 노를 저었습니다


4.강물에 빠진 달을 보러 가듯 / 고정희

강물에 빠진 달을 보러 가듯
새벽에 당신 사는 집으로 갑니다.
깨끗한 바람에 옷깃을 부풀리며
고개를 수그러뜨리고 말없이 걷는 동안
나는 생각합니다.
어제 부친 편지는 잘 도착되었을까
첫 줄에서 끝 줄까지 불편함은 없었을까
아직도 문은 열어두지 않았을까
아예 열쇠 수리공을 부를까
아니야, 그건 일종의 폭력이야
새벽에 어울리는 단정한 말들만이
내가 그에게 매달리는 희망인가?
신은 그 희망으로 목걸이를 약속하셨지
눈물로 혼을 씻는 자에게만 주시는 목걸이
아침이슬이 몸에 오싹하도록 걷고 또 걸어
나는 당신 집 앞에 발걸음을 멈춥니다.
골목은 고요하고 문은 굳게 닫겨 있습니다.
삼백여든아홉 번째 부자를 누르지만
아무 인기척도 들리지 않습니다.
품속에 간직한 초설 같은 편지 한장
문틈에 꽂아놓고 하늘을 봅니다.

5.겨울 사랑 / 고정희

그 한 번의 따뜻한 감촉
단 한 번의 묵묵한 이별이
몇 번의 겨울을 버티게 했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벽이 허물어지고
활짝 활짝 문 열리던 밤의 모닥불 사이로
마음과 마음을 헤집고
푸르게 범람하던 치자꽃 향기,
소백산 한 쪽을 들어올린 포옹,
혈관 속을 서서히 운행하던 별,
그 한 번의 그윽한 기쁨
단 한 번의 이윽한 진실이
내 일생을 버티게 할지도 모릅니다.

6.관계 / 고정희

싸리꽃 빛깔의 무당기 도지면
여자는 토문강처럼 부풀어
그가 와주기를 기다렸다
옥수수꽃 흔들리는 벼랑에 앉아
아흔 번째 회신 없는 편지를 쓰고
막배 타고 오라고 전보를 치고
오래 못 살거다 천기를 누설하고
배 한 척 들어오길 기다렸다
그런 어느 날 그가 왔다
갈대밭 둔덕에서
철없는 철새들이 교미를 즐기고
언덕 아래서는
잔치를 끝낸 들쥐떼들이
일렬횡대로 귀가할 무렵
노을을 타고 강을 건너온 그는
따뜻한 어깨와
강물소리로 여자를 적셨다
그러나 그는 너무 바쁜 탓으로
마음을 가지고 오지 않았다
미안하다며
빼놓은 마음 가지러 간 그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고
여자는 백여든아홉통의 편지를 부치고
갈대밭 둔덕에는 가끔가끔
들 것에 실린 상여가 나갔다
여자의 희끗희끗한 머리칼 속에서
고드름 부딪는 소리가 났다
완벽한 겨울이었다

7.그대 생각 / 고정희

너인가 하면 지나는 바람이어라
너인가 하면 열사흘 달빛이어라
너인가 하면 흐르는 강물소리여라
너인가 하면 흩어지는 구름이어라
너인가 하면 적막강산 안개비여라
너인가 하면 끝모를 울음이어라
너인가 하면 내가 내 살 찢는 아픔이어라


8.그대가 두 손으로 국수사발을 들어올릴 때 / 고정희

하루 일 끝마치고
황혼 속에 마주앉은 일일 노동자
그대 앞에 막 나온 국수 한 사발
그 김 모락모락 말아 올릴 때
남도 해 지는 마을
저녁연기 하늘에 드높이 올리듯
두 손으로 국수사발 들어올릴 때
무량하여라
청빈한 밥그릇의 고요함이여
단순한 순명의 너그러움이여
탁배기 한잔에 어스름이 살을 풀고
목메인 달빛이 문 앞에 드넓다

9.꿈꾸는 가을노래 / 고정희

들녘에 고개숙인 그대 생각 따다가
반가운 손님 밥을 짓고
코스모스 꽃길에 핀 그대 사랑 따다가
정다운 사람 술잔에 띄우니
아름다워라 아름다워라
늠연히 다가오는 가을하늘 밑
시월의 선연한 햇빛으로 광내며
깊어진 우리 사랑 쟁쟁쟁 흘러가네
그윽한 산그림자 어질머리 뒤로 하고
무르익은 우리 사랑 아득히 흘러가네
그 위에 황하가
서로 흘러 들어와
서쪽 곤륜산맥 물보라
동쪽 금강산맥 천봉을
우러르네.


10.날개 / 고정희

생일선물을 사러 인사동에 갔습니다
안개비 자욱한 그 거리에서
삼천도의 뜨거운 불 기운에 구워내고
삼천도의 냉정한 이성에 다듬어 낸
분청들국 화병을 골랐습니다
일월성신 술잔 같은 이 화병에
내 목숨의 꽃을 꽂을까, 아니면
개마고원 바람 소릴 매달아 놓을까
그것도 아니라면
장백산 천지연 물소리 풀어
만주 대륙 하늘까지 어리게 할까
가까이서 만져 보고
덜어져서 바라보고
위아래로 눈인두 질하는 내게
주인이 다가와 말을 건넸지요
손님은 돈으로 선물을 사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선물을 고르고 있군요
이 장사 삼십 년에
마음의 선물을 포장하기란
그냥 줘도 아깝지 않답니다
도대체 그분은 얼마나 행복하죠?
뭘요
마음으로 치장한들 흡족하지 않답니다
이 분청 화병에는
날개가 달려 있어야 하는데
그가 이 선물을 타고 날아야 하는데
이 선물이 그의 가슴에
돌이 되어 박히면 난 어쩌죠?

 
11.남남북녀 사랑노래 / 고정희

우리는 꿈꾸네 한사랑 꿈꾸네
둘이 살다 하나 되는 큰세상 꿈꾸네
기쁨이면 나누고
고통이면 맞들어
우리는 꿈꾸네 한살림 꿈꾸네
우리는 길을 가네 한겨레 길을 가네
둘이 가다 하나되는 한민족 길을 가네
힘든 길은 의지하고
험한 길은 쉬엄쉬엄
우리는 길을 가네 통일의 길을 가네


12.너를 내 가슴에 품고 있으면 / 고정희

고요하여라
너를 내가슴에 품고 있으면
무심히 지나는 출근 버스 속에서도
추운이들 곁에
따뜻한 차 한잔 끓이는 것이 보이고
울렁거려라
너를 내 가슴에 품고 있으면
여수 앞바다 오동도쯤에서
춘설속에 적동백 화드득
화드득 툭 터지는 소리 들리고
눈물겨워라
너를 내 가슴에 품고 있으면
중국 산동성에서 날아온 제비들
쓸쓸한 처마, 폐허의 처마밑에
자유의 둥지
사랑의 둥지
부드러운 혁명의 둥지
하나둘 트인 것 이 보이고.

13.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 고정희

길을 가다가 불현듯
가슴에 잉잉하게 차오르는 사람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너를 향한 기다림이 불이 되는 날
나는 다시 바람으로 떠올라
그 불 다 사그러질 때까지
스스로 잠드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일어서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떠오르는 법을 익혔다
네가 태양으로 떠오르는 아침이면
나는 원목으로 언덕 위에 쓰러져
따스한 햇빛을 덮고 누웠고
누군가 내 이름을 호명하는 밤이면
나는 너에게로 가까이 가기 위하여
빗장 밖으로 사다리를 내렸다
달빛 아래서나 가로수 밑에서
불쑥불쑥 다가왔다가
이내 허공중에 흩어지는 너,
네가 그리우면 나는 또 울 것이다

14.노여운 사랑 / 고정희

가을바람과 옷깃을 스친 뒤 세상이 지루하여
낮술을 마셨습니다
쨍그렁 소리가 나는 빈 술잔에 칸나꽃대 같은
노여움을 따라 부으며 꿈에 본 수미산도 잠기게 하고 날개
달린 낮 달도 띄워 당신 생각 단풍으로 아롱지도록 술잔을
채우고 또 채웠습니다

15.들국 / 고정희

시골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친구가
경기도 들녘에서 꺾어온
들국 한아름을 꽂아놓고
불현듯 핑그르르 눈물이 돈다
그것은 시골에 그냥 핀 들국이 아니라
고향을 다녀올 때 본
어머니의 망연한 눈빛 같기도 하고
좀더 찬찬히 들여다보면
수유리에서 해남쯤으로 떠도는
못다 핀 망령들의 이름 같기도 하고
좀더 길게 음미하노라면
서른아홉 살의 목숨을 거두고
두 마리, 빈곤을 상징하는 노새에 끌려
아틀랜타 시가지를 빠져나가던
마틴 루터 킹 목사
그를 따르던 흑인영가 같기도 하고

16.따뜻한 동행 / 고정희

해거름녘 쓸쓸한 사람들과 흐르던
따뜻한 강물이 내게로 왔네
봄 눈 파릇파릇한 숲길을 지나
아득한 강물이 내게로 왔네
이십도의 따뜻하고 해맑은 강물과
이십도의 서늘하고 아득한 강물이
서로 겹쳐 흐르며 온누리 껴안으며
삼라의 뜻을 돌아 내게로 왔네
사흘 낮 사흘 밤 잔잔한 강물 속에
어여쁜 숭어떼 미끄럽게 춤추고
부드러운 물미역과 수초 사이에서
적막한 날들의 수문이 열렸네
늦게 뜬 별 둘이 살속에 박혔네
달빛이 내려와 이불로 덮혔네
저물 무렵 머나먼 고향으로 흐르던
따뜻한 강물이 내게, 내게로 왔네
외로운 사람들의 낮과 밤 지나
기나긴 강물이 내게, 내게로 왔네
사십도의 따뜻하고 드맑은 강물 위에
열 두 대의 가야금소리 깃들고
사십도의 서늘하고 아득한 강물 위에
스물 네 대의 바라춤이 실렸네
그 위에 우주의 동행이 겹쳤네.

17.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 / 고정희

무덤에 잠드신 어머니는
선산 뒤에 큰 여백을 걸어두셨다
말씀보다 큰 여백을 걸어두셨다
석양 무렵 동산에 올라가
적송밭 그 여백 아래 앉아 있으면
서울에서 묻혀온 온갖 잔소리들이
방생의 시냇물 따라
들 가운데로 흘러흘러 바다로 들어가고
바다로 들어가 보이지 않는 것은 뒤에서
팽팽한 바람이 멧새의 발목을 툭, 치며
다시 더 큰 여백을 일으켜
막막궁산 오솔길로 사라진다
오 모든 사라지는 것들 뒤에 남아있는
둥근 여백이여 뒤안길이여
모든 부재 뒤에 떠오르는 존재여
여백이란 쓸쓸함이구나
쓸쓸함 또한 여백이구나
그리하여 여백이란 탄생이구나
나도 너로부터 사라지는 날
내 마음의 잡초 다 스러진 뒤
네 사립에 걸린 노을 같은, 아니면
네 발 아래로 쟁쟁쟁 흘러가는 시냇물 같은
고요한 여백으로 남고 싶다
그 아래 네가 앉아 있는


18.묵상 / 고정희

잔설이 분분한 겨울 아침에
출근버스에 기대앉아
그대 계신 쪽이거니 시선을 보내면
언제나
적막한 산천이 거기 놓여 있습니다
고향처럼 머나먼 곳을 향하여
차는 달리고 또 달립니다
나와 엇갈리는 수십 개의 들길이
무심하라 무심하라 고함치기도 하고
차와 엇갈리는 수만 가닥 바람이
떠나라 떠나거라 떠나거라....
차창에 하얀 성에를 끼웁니다
나는 가까스로 성에를 긁어내고 다시
당신 오는 쪽이거니 가슴을 열면
언제나 거기
끝모를 쓸쓸함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운무에 가리운 나지막한 야산들이
희미한 햇빛에 습기 말리는 아침,
무막한 슬픔으로 비어 있는
저 들판이
내게 오는 당신 마음 같아서
나는 왠지 눈물이 납니다.

19.베틀 노래 / 고정희

내 땀의 한 방울도 날줄에 스며
그대 영혼 감싸기에 따뜻하거라
고즈너기 풀어감은 고통의 실꾸리
한평생 오가는 만남의 잉아
우리님 생각과 실실이 짜여
새벽바람 막아줄 실비단이거라
기다리마 기다리마 기다리마
하루에도 열두 번 끊기는 실이여
무작정 풀리기엔 무서운 맘이거든
단번에 끝내기엔 아쉬운 밤이거든
허천들린 사랑가
평생 동안 불러주마
기다리다 흘린 눈물 모조리 스며
그대 아픔 덮어주는 비단길이거라

20.봄비 / 고정희

가슴 밑으로 흘려보낸 눈물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모습은 이뻐라
순하고 따스한 황토 벌판에
봄비 내리는 모습은 이뻐라
언 강물 풀리는 소리를 내며
버드나무 가지에 물안개를 만들고
보리밭 잎사귀에 입맞춤하면서
산천초목 호명하는 봄비는 이뻐라
거친 마음 적시는 봄비는 이뻐라
실개천 부풀리는 봄비는 이뻐라
오 그리운 이여
저 비 그치고 보름달 떠오르면
우리들 가슴속의 수문을 열자
봄비 찰랑대는 수문을 쏴 열고
꿈꾸는 들판으로 달려나가자
들에서 얼싸안고 아득히 흘러가자
그때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하리
다만 둥그런 수평선 위에서
일월성신 숨결 같은 빛으로 떠오르자


21.사랑 법 첫째 / 고정희

그대 향한 내 기대 높으면 높을수록 그 기대보다
더 큰 돌덩이 매달아 놓습니다.
부질없는 내 기대 높이가 그대보다 높아서는
아니 되겠기 내 기대 높이가 자라는 쪽으로
커다란 돌덩이 매달아 놓습니다.
그대를 기대와 바꾸지 않기 위해서 기대 따라 행여
그대 잃지 않기 위해서 내 외롬 짓무른 밤일수록
제 설움 넘치는 밤일수록 크고 무거운 돌덩이
하나 가슴 한복판에 매달아 놓습니다.


22.사십대 / 고정희

사십대 문턱에 들어서면
바라볼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안다
기다릴 인연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안다
아니, 와 있는 인연들을 조심스레 접어두고
보속의 거울을 닦아야 한다
씨뿌리는 이십대도
가꾸는 삼십대도 아주 빠르게 흘러
거두는 사십대 이랑에 들어서면
가야 할 길이 멀지 않다는 것도 안다
선택할 끈이 길지 않다는 것도 안다
방황하던 시절이나
지루하던 고비도 눈물겹게 그러안고
인생의 지도를 마감해야 한다
쭉정이든 알곡이든
제 몸에서 스스로 추수하는 사십대,
사십대 들녘에 들어서면
땅바닥에 침을 퉤, 뱉아도
그것이 외로움이라는 것을 안다
다시는 매달리지 않는 날이 와도
그것이 슬픔이라는 것을 안다


23.상한 영혼을 위하여 / 고정희

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
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
뿌리 깊으면야
밑둥 잘리어도 새순은 돋거니
충분히 흔들리다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뿌리 없이 흔들리는 부평초 잎이라도
물 고이면 꽃은 피거니
이 세상 어디에서나 개울은 흐르고
이 세상 어디서나 등불은 켜지듯
가자 고통이여 살 맞대고 가자
외롭기로 작정하면 어딘들 못가랴
가기로 목숨 걸면 지는 해가 문제랴
고통과 설움의 땅 훨훨 지나서
뿌리 깊은 벌판에 서자
두 팔로 막아도 바람은 불 듯
영원한 눈물이란 없느니라
영원한 비탄이란 없느니라
캄캄한 밤이라도 하늘 아래선
마주잡을 손 하나 오고 있거니.

24.시의 숲에서 세상을 읽다 / 고정희

그대가 두 손으로 국수사발을 들어올릴 때
하루 일 끝마치고
황혼 속에 마주앉은 일일 노동자
그대 앞에 막 나온 국수 한 사발
그 김 모락모락 말아올릴 때
남도 해 지는 마을
저녁연기 하늘에 드높이 올리듯
두 손으로 국수사발 들어올릴 때
무량하여라
청빈한 밥그릇의 고요함이여
단순한 순명의 너그러움이여
탁배기 한잔에 어스름이 살을 풀고
목메인 달빛이 문앞에 드넓다

25.시인 / 고정희

그대 눈썹 밑에 흐르는
미시시피 물안개에 사흘을 넋잃다
그것을 가지면 밥이 되고
갖지 않으면 돌이 된다

26.쓸쓸한 날의 연가 / 고정희

내 흉곽에
외로움의 지도 한 장 그려지는 날이면
나는 그대에게 편지를 쓰네
봄 여름 가을 겨울 편지를 쓰네
갈비뼈에 철썩이는 외로움으로는
그대 간절하다 새벽 편지를 쓰고
허파에 숭숭한 외로움으로는
그대 그립다 안부 편지를 쓰고
간에 들고나는 외로움으로는
아직 그대 기다린다 저녁 편지를 쓰네
때론 비유법으로 혹은 직설법으로
그대 사랑해 꽃도장을 찍은 뒤
나는 그대에게 편지를 부치네
비오는 날은 비오는 소리 편에
바람 부는 날은 바람 부는 소리 편에
아침에 부치고
저녁에도 부치네
아아 그때마다 누가 보냈을까
이 세상 지나가는 기차표 한 장
내 책상 위에 놓여 있네


27.쓸쓸함이 따뜻함에게 / 고정희

언제부턴가 나는
따뜻한 세상 하나 만들고 싶었습니다
아무리 추운 거리에서 돌아와도, 거기
내 마음과 그대 마음 맞물려 넣으면
아름다운 모닥불로 타오르는 세상,
불 그림자 멀리 멀리
얼음장을 녹이고 노여움을 녹이고
가시철망 담벼락을 와르르 녹여
부드러운 강물로 깊어지는 세상,
그런 세상에 살고 싶었습니다
그대 따뜻함에 내 쓸쓸함 기대거나
내 따뜻함에 그대 쓸쓸함 기대어
우리 삶의 둥지 따로 틀 필요 없다면
곤륜산 가는 길이 멀지 않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쉽지가 않습니다
내 피가 너무 따뜻하여
그대 쓸쓸함 보이지 않는 날은
그대 쓸쓸함과 내 따뜻함이
물과 기름으로 외롭습니다
내가 너무 쓸쓸하여
그대 따뜻함 보이지 않는 날은
그대 따뜻함과 내 쓸쓸함이
화산과 빙산으로 좌초합니다
오 진실로 원하고 원하옵기는
그대 가슴속에 든 화산과
내 가슴속에 든 빙산이 제풀에 만나
곤륜산 가는 길 트는 일입니다
한쪽으로 만장봉 계곡물 풀어
우거진 사랑 발 담그게 하고
한쪽으로 선연한 능선 좌우에
마가목 구엽초 오가피 다래눈
저너기 떡취 얼러지나물 함께
따뜻한 세상 한번 어우르는 일입니다
그게 뜻만으로 되질 않습니다
따뜻한 세상에 지금 사시는 분은
그 길을 가르쳐주시기 바랍니다

28.약탕관에 흐르는 눈물 / 고정희

섬이라면 주야로 배 저어가고
산이라면 봉이마다 오르는 길 있으련만
사랑의 길눈 어두운 나는
그대에게 가는 길 아직 찾지 못하였습니다.
천하 명금 이마지가 거문고줄을 타고
허오가 자지러지게 피리를 분들
노심초사 그대 생각뿐인 내 마음 즐겁지 않으니
영명한 한의사는 내게 사랑의 묘약 한 재 지어주며
사랑의 길눈 밝아지랍니다.
지은 정성 달이는 정성 마시는 정성으루다
사랑의 길눈 밝아져서 그대 나라에 잘들어가랍니다.
용한 한의사의 처방대로
햇빛 쨍쨍하고 선들바람 부는 날 받아
사랑의 묘약 달이기를 합니다.
진흙으로 빚은 약탕관에 천년설봉 얼음 녹여
사랑의 묘약 털어넣은 후
하루 스물네 시간에 돋은 기다림 썰어넣고
스무 날 우거진 오매불망 구엽초도 비벼넣고
석 달 열흘 무성한 그리움 잘라넣고
삼 년 묵은 섭섭함
오 년 묵은 상처도 뽑아넣고
칠 년간 미련이며
구 년된 슬픔도 다져넣고
참나무숯불에 괄게괄게 달이니,
아 사랑의 길눈 밝아지고 있는지
약탕관에 흐르는 눈물
스무아흐레 동안 그치지 않았습니다.


29.어머니 나의 어머니 / 고정희

내가 내 자신에게 고개를 들 수 없을 때
나직히 불러본다 어머니
짓무른 외로움 돌아누우며
새벽에 불러본다 어머니
더운 피 서늘하게 거르시는 어머니
달빛보다 무심한 어머니
내가 내 자신을 다스릴 수 없을 때
북쪽 창문 열고 불러본다 어머니
동트는 아침마다 불러본다 어머니
아카시아 꽃잎 같은 어머니
이승의 마지막 깃발인 어머니
종말처럼 개벽처럼 손잡는 어머니
천지에 가득 달빛 흔들릴 때
황토 벌판 향해 불러본다 어머니
이 세계의 불행을 덮치시는 어머니
만고 만건곤 강물인 어머니
오 하느님을 낳으신 어머니

30.연가 戀歌 / 고정희

아픈 머리에 열이 가라앉고
창마다 환하게 불빛 고이는 저녁
겨울 난롯불에 내 혼을 쬐며 고린도전서 13장을 펴면
내 진실의 계단 어디쯤서 너는 오고 있는가
어둠을 쓰러뜨리며 난롯불은 조금씩 내 피를 뎁히고
꿈틀이며 꿈틀이며 타고 있는 글자들
구름이 가는 곳을 묻고 싶은 황혼쯤
엉겅퀴 울타리를 밟고 가는 바람처럼
내 안에 서걱이는 한 무더기 공허
한 무더기 공허로도 비칠 수 없는 얼굴
불심지 휘감아도 살속 캄캄한 어둠 목구멍을 채우네
지구 가득 부신 햇빛 부려놓고
노을을 물들이는 태양이여,
산마루 넘어가는 태양이여,
눈은 눈으로 구름은 구름으로 떠나고 있을 때
나무들 우쭐대는 진종일 바람은 바람으로 만나고 있을 때
내 깊은 눈물샘 어디쯤서 물그르매
물그르매 번쩍이는 너

31.전보 / 고정희

그대 이름 목젖에 아프게 걸린 날은
물 한잔에도 어질머리 실리고
술 한잔에도 토악질했다
먼 산 향하여, 으악으악
밤 깊도록 토악질했다

32.지울 수 없는 얼굴 / 고정희

냉정한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얼음 같은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불같은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무심한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징그러운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아니야 부드러운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그윽한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따뜻한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내 영혼의 요람 같은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샘솟는 기쁨 같은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아니야 아니야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하는 당신이라 썼다가
이세상 지울 수 없는 얼굴이 있음을 알았습니다.


33.천둥벌거숭이의 노래 1 / 고정희

지도에도 없는 숲길을 갑니다
태양이 호수에서 금발을 흔들고
이름 모를 산새들이
등성이를 넘어갑니다
바하의 악보를 오솔길에 깔았더니
무반주 첼로의 서늘한 그림자가
지구의 머리칼에 고요히 걸립니다
내가 당도할 문은 아직 멀었습니다
숲에 별 뜨고
바람 부는 밤
모든 언어에 빗장을 지른 뒤
찔레꽃 향기가 심장을 가릅니다
어둠뿐인 하늘에 당신을 그립니다
오늘밤은 이것으로 따뜻합니다

34.파도타기 / 고정희

둥근 젖무덤에 보름달 떠올라 하룻밤 사무치자 하룻밤 사무치자
팔 벌린 그 밤에 동쪽 샘이 깊은 물에 보름달 주저앉은 그 밤에
느닷없는 부드러움이 두 가슴을 옥죄이던 그 밤에
깊고 푸른 밤이 불을 켜던 그 밤에
사십도의 강물이 범람하던 그 밤에
불꽃춤 찬란하던 그 밤에
서해안의 파도소리 하얗게 부서지던 그 밤에
물미역 아름답게 흔들리던 그 밤에
별들이 내려와 드러눕던 그 밤에
새벽 달빛 호호탕탕 넘어 가던 그 밤에
아아 아홉가지 봉황깃털 창궁에 자욱한 그 밤에
그대와 나 수미산 꼭대기에 떠올라 우주와 교신하던 그 밤에

 
35.편지 / 고정희

새벽 다섯시면
수유리 옹달샘 표주박 속에
드맑게 드맑게 넘치고 있는 사람
드맑게 넘치다가
아침 나그네 목 축여주고
머나먼 마을로 떠나고 있는 사람
머나먼 마을로 떠나다가
인천 만석동이나 온양에 이르러
한 많은 사람들 발을 적시기도 하고
어린 물풀에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없이 거대한 들판을 가로질러
까마득한 포구로 떠나고 있는 사람
떠날 수 없는 것들 뒤에 두고
바람처럼 깃발처럼 떠나고 있는 사람
아흐, 떠나면서 떠나면서
사라지지 않는 사람

36.포옹 / 고정희

사랑하는 사람이여 세모난 사람이나 네모난 사람이나
둥근 사람이나 제각기의 영혼 속에 촛불 하나씩 타오르는
이유 올리브 꽃잎으로 뚝뚝 지는 밤입니다

37.하늘에 쓰네 / 고정희


그대 보지 않아도 나 그대 곁에 있다고
하늘에 쓰네
그대 오지 않아도 나 그대 속에 산다고
하늘에 쓰네
내 먼저 그대를 사랑함은
더 나중의 기쁨을 알고 있기 때문이며
내 나중까지 그대를 사랑함은
그대보다 더 먼저 즐거움의 싹을 땄기 때문이리니
가슴속 천봉에 눈물 젖는 사람이여
억조창생 물굽이에 달뜨는 사람이여
끝남이 없으니 시작도 없는 곳
시작이 없으니 멈춤 또한 없는곳,
수련꽃만 희게 희게 흔들리는 연못가에
오늘은 봉래산 학수레 날아와
하늘 난간에 적상포 걸어놓고
달나라 광한전 죽지사
열두 대의 비파에 실으니
천산의 매화향이 이와 같으랴
수묵색 그리움 만리를 적시도다
만리에 서린 사랑 오악을 감싸도다
그대 보지 않아도 나 그대 곁에 있다고
동트는 하늘에 쓰네
그대 오지 않아도 나 그대 속에 산다고
해지는 하늘에 쓰네.

38.호박 / 고정희

호박이 익었다
우리나라 땅에서만 자라온
토종호박들이
불볕 더위 아래 이리 딩굴 저리 딩굴
누릿누릿 호박이 익었다
조선땅 어디서나 흙에 심기만 하면
토담이고 울타리고 쑥쑥 뻗어올라
못생긴 꽃타래를 피워내고
하대받는 풋호박을 주렁주렁 달아
놀고먹는 건달들이 쿡쿡 찔러보는
토종호박
흉년 들면 서민들의 밥이 되고
난세에는 마적떼들의 죽밥이 되는
조선 토종호박이 익었다
호박은 호박인 탓으로, 그러나
손톱에 할퀸 데는 할퀸 자죽을 내고
도리깨질 당한 데는 당한 자죽을 내고
군화발에 밟힌 데는 밟힌 자죽을 내고
철사줄에 묶인 데는 묶인 자죽을 그대로
지난 아픔 그대로
또렷이 익어버린 조선호박,
삼천리의 밥인 호박
케이농장에서 호박이 익었다
노릿노릿 뭉실뭉실
호박이 익었다
엿 해먹기 좋은 호박이 익었다
에잇, 엿먹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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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희 시 모음

 

요새는 왜 사나이를 만나기 힘든지 / 문정희 

 

요새는 왜
사나이를 만나기 힘들지?
싱싱하게 몸부림치는
가물치처럼
온 몸을 던져오는
거대한 파도들
몰래 숨어 해치우는
누우렇고 나약한
잡것들 뿐
눈에 띌까

어슬렁거리는
초라한 잡종들 뿐
눈부신 야생마는
만나기가 힘들지
여성운동가들이 저지른 일 중에
가장 큰 실수는
바로 세상에서
멋진 잡놈들을
추방해 버린 것이 아닐까?
핑게대기 쉬운 말로
산업사회 탓인가?
그들의 빛나는 이빨을 뽑아내고
그들의 거친 머리칼을 솎아내고
그들의 발에 제지의 쇠고리를
채워버린 것은 누구일까?
그건 너무 슬픈 일이야!!
여자들은 누구나 마음 속 깊이
야성의 사나이를 만나고 싶어 하는 걸
갈증처럼 바람둥이에 휘말려
한평생을 던져버리고 싶은걸
안토니우스 시저 그리고
안록산에게 무너진 현종을 봐
그뿐인가?
나폴레옹 너는 뭐여?
심지어
돈주앙, 변학도, 그 끝없는 식욕을
여자는 얼마나 사랑한다는걸
알고 있어?
그런데 어찌된 일이야?
요새는
비겁하게 치마 속으로 손을 드리미는
때 묻고 약아빠진 졸개들은 많은데
불꽃을 찾아 온 사막을 헤매이며
검은 눈썹을 태우는
진짜 멋지고
당당한 잡놈은
멸종 위기네.  

 키 큰 남자를 보면/ 문정희

 

 키 큰 남자를 보면

가만히 팔 걸고 싶다
어린 날 오빠 팔에 매달리듯
그렇게 매달리고 싶다
나팔꽃이 되어도 좋을까
아니, 바람에 나부끼는
은사시나무에 올라가서
그의 눈썹을 만져 보고 싶다
아름다운 벌레처럼 꿈틀거리는
그의 눈썹에
한 개의 잎으로 매달려
푸른 하늘을 조금씩 갉아먹고 싶다
누에처럼 긴 잠 들고 싶다
키 큰 남자를 보면

 

 치마 / 문정희

 

 벌써 남자들은 그곳에

심상치 않은 것이 있음을 안다

치마 속에 확실히 무언가 있기는 있다

가만두면 사라지는 달을 감추고

뜨겁게 불어오는 회오리 같은 것

대리석 두 기둥으로 받쳐 든 신전에

어쩌면 신이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은밀한 곳에서 일어나는

흥망의 비밀이 궁금하여

남자들은 평생 신전의 주위를 맴도는 관광객이다

굳이 아니라면 신의 후손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들은 자꾸 족보를 확인하고

후계자를 만들려고 애를 쓴다

치마 속에 확실히 무언가 있다

여자들이 감춘 바다가 있을지도 모른다

참혹하게 아름다운 갯벌이 있고

꿈꾸는 조개들이 살고 있는 바다

한 번 들어가면 영원히 죽는

허무한 동굴?

놀라운 것은

그 힘은 벗었을 때 더욱 눈부시다는 것이다.  

 

남편/ 문정희 

 

 아버지도 아니고 오빠도 아닌
아버지와 오빠 사이의 촌수쯤 되는 남자
내게 잠 못 이루는 연애가 생기면
제일 먼저 의논하고 물어보고 싶다가도
아차, 다 되어도 이것만은 안되지 하고
돌아 누워버리는
세상에서 제일 가깝고 제일 먼 남자
이 무슨 원수인가 싶을 때도 있지만
지구를 다 돌아다녀도
내가 낳은 새끼들을 제일로 사랑하는 남자는
이 남자일 것 같아
다시금 오늘도 저녁을 짓는다
그러고 보니 밥을 나와 함께
가장 많이 먹은 남자
나에게 전쟁을 가장 많이 가르쳐 준 남자 

 

 한계령을 위한 연가 / 문 정 희

 

한겨울 못 잊을 사람하고
한계령쯤을 넘다가
뜻밖의 폭설을 만나고 싶다.
뉴스는 다투어 수십 년 만의 풍요를 알리고
자동차들은 뒤뚱거리며
제 구멍들을 찾아가느라 법석이지만
한계령의 한계에 못 이긴 척 기꺼이 묶였으면.
오오, 눈부신 고립
사방이 온통 흰 것뿐인 동화의 나라에
발이 아니라 운명이 묶였으면.
이윽고 날이 어두워지면 풍요는
조금씩 공포로 변하고, 현실은
두려움의 색채를 드리우기 시작하지만
헬리콥터가 나타났을 때에도
나는 결코 손을 흔들지는 않으리.
헬리콥터가 눈 속에 갇힌 야생조들과
짐승들을 위해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시퍼렇게 살아 있는 젊은 심장을 향해
까아만 포탄을 뿌려대던 헬리콥터들이
고라니나 꿩들의 일용할 양식을 위해
자비롭게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나는 결코 옷자락을 보이지 않으리.
아름다운 한계령에 기꺼이 묶여
난생 처음 짧은 축복에 몸둘 바를 모르리.

  

 사람에게 문정희 

 

 사람을 피해 여기까지 와서 사람을 그리워한다

사람, 너는 누구냐

밤하늘 가득 기어나온 별들의 체온에

추운 몸을 기댄다

한 이름을 부른다

일찍이 광기와 불운을 사랑한 죄로

나 시인이 되었지만

내가 당도해야 할 허공은 어디인가

허공을 뚫어 문 하나를 내고 싶다

어느 곳도 완벽한 곳은 없었지만

문이 없는 곳 또한 없었다

사람, 너는 누구냐

나의 사랑, 나의 사막이여

온몸의 혈맥을 짜서 시를 쓴다

사람을 피해 여기까지 와서 사람을 그리워한다

별처럼 내밀한 촉감으로

숨 쉬는 법을 알고 있는

사람, 나는 아름다우냐  

 

 나는 나쁜 시인인가 봐 / 문정희 

 

나는 아무래도 나쁜 시인인가 봐.
민중 시인 K는 유럽을 돌며
분수와 조각과 성벽 앞에서
귀족에게 착취당한 노동을 생각하며
피 끓는 분노를 느꼈다고 하는데
고백컨데
나는 유럽을 돌며
내내 사랑만을 생각했어
목숨의 아름다움과 허무
시간 속의 모든 사랑의 가변에
목이 메었어.
트레비 분수에 동전을 던지며
눈물을 흘렸지.
아름다운 조각과 분수와 성벽을 바라보며
오래 그 속에 빠지고만 싶었지.
나는 아무래도 나쁜 시인인가 봐.
곤도라를 젓는 사내에게 홀딱 빠져
밤새도록 그를 조각 속에 가두려고
몸을 떨었어.
중세의 부패한 귀족이 남긴
유적에 숨이 막혔어.
그 아름다움 속에
죽고 싶었어.  

 

 

 

 

 알몸 노래 / 문정희 

 

 추운 겨울날에도

식지 않고 잘 도는 내 피만큼만

내가 따듯한 사람이었으면

내 살만큼만 내가 부드러운 사람이었으면

내 뼈만큼만 내가 곧고 단단한 사람이었으면

그러면 이제 아름다운 어른 으로

저 살아가는 대지에다 겸허히 돌려 드릴텐데

돌려드리기 전 한번만 꿈에도 그리운

네 피와 살과 뼈가 만나서

지지지 온 땅이 으스러지는

필생에 사랑을 하고 말텐데 

                              

 사랑하는 사마천 당신에게! / 문정희

 

 세상의 사나이들은 기둥 하나를

세우기 위해 산다.

좀더 튼튼하고

좀더 당당하게

시대와 밤을 찌를 수 있는 기둥

 그래서 그들은 개고기를 뜯어먹고

해구신을 고아먹고

산삼을 찾아

날마다 허둥거리며

붉은 눈을 번득인다.

 그런데 꼿꼿한 기둥을 자르고

천년을 얻은 사내가 있다

기둥에서 해방되어 비로소

사내가 된 사내가 있다.

 기둥으로 끌 수 없는

제 눈 속의 불

천년의 역사에다 당겨놓은 방화범이 있다.

썰물처럼 공허한 말들이

모두 빠져나간 후에도

오직 살아 있는 그의 목소리

모래처럼 시간의 비늘이 쓸려간 자리에

끔지막하게 찍어 놓은 그의 발자국을 본다.

천년 후의 여자 하나

오래 잠 못 들게 하는

멋진 사나이가 여기 있다.

 

 한 사내를 만들었다 / 문정희

과천 뒷산 작업실에서

조각가 K의 흙으로

한 사내를 만들었다

푸르른 내 시간의 물방앗간에서

고딕체로 쿵 쿵 방아를 찧던 남자

오늘은 흙 묻은 손으로

눈과 어깨와 전신을

꿈틀거리는 입술을

진종일 만지고 주물러

내 앞에 분명하게 세워놓았다

이제 남은 일은

수천 도의 불로 사랑을 깨우는 일뿐

그리고 그를 껴안고

당당하게 내 집으로 데려오는 일뿐이다 

 

 물 만드는 여자/ 문정희

 

 딸아, 아무 데나 서서 오줌을 누지 말아라
푸른 나무 아래 앉아서 가만가만 누어라
아름다운 네 몸 속의 강물이 따스한 리듬을 타고
흙 속에 스미는 소리에 귀 기울려 보아라
그 소리에 세상의 풀들이 무성히 자라고
네가 대지의 어머니가 되어가는 소리를
때때로 편견처럼 완강한 바위에다
오줌을 갈겨 주고 싶을 때도 있겠지만
그럴 때일수록
제의를 치르듯 조용히 치마를 걷어올리고
보름달 탐스러운 네 하초를 대지에다 살짝 대어라
그리고는 쉬이 쉬이 네 몸 속의 강물이
따스한 리듬을 타고 흙 속에 스밀 때
비로소 너와 대지가 한 몸이 되는 소리를 들어보아라
푸른 생명들이 환호하는 소리를 들어보아라
내 귀한 여자야

 

 몸이 큰 여자 / 문정희

 

 저 넓은 보리밭을 갈아엎어
해마다 튼튼한 보리를 기르고
산돼지 같은 남자와 씨름하듯 사랑을 하여
알토란 아이를 낳아 젖을 물리는
탐스런 여자의 허리 속에 살아 있는 불
저울과 줄자의 눈금이 잴 수 있을까
참기름 비벼 맘껏 입 벌려 상추쌈을 먹는
야성의 핏줄 선명한
뱃가죽 속의 고향 노래를
젖가슴에 뽀얗게 솟아나는 젖샘을
어느 눈금으로 잴 수 있을까

몸은 원래 그 자체의 음악을 가지고 있지*
식사 때마다 밥알을 세고 양상추의 무게를 달고
그리고 규격 줄자 앞에 한 줄로 줄을 서는
도시 여자들의 몸에는 없는
비옥한 밭이랑의
왕성한 산욕(産慾)과 사랑의 노래가

몸을 자신을 태우고 다니는 말로 전락시킨
상인의 술책 속에
짧은 수명의 유행 상품이 된 시대의 미인들이
둔부의 규격과 매끄러운 다리를 채찍질하며
뜻없이 시들어가는 이 거리에
나는 한 마리 산돼지를 방목하고 싶다
몸이 큰 천연 밀림이 되고 싶다

 

 오빠 / 문정희

 

 이제부터 세상의 남자들을
모두 오빠라고 부르기로 했다.

 집안에서 용돈을 제일 많이 쓰고
유산도 고스란히 제몫으로 차지한
우리집의 아들들만 오빠가 아니다.

 오빠!
이 자지러질 듯 상큼하고 든든한 이름을
이제 모든 남자를 향해
다정히 불러주기로 했다.

 오빠라는 말로 한방 먹이면
어느 남자인들 가벼이 무너지지 않으리
꽃이 되지 않으리.

 모처럼 물안개 걷혀
길도 하늘도 보이기 시작한
불혹의 기념으로 세상 남자들은
이제 모두 나의 오빠가 되었다.

 나를 어지럽히던 그 거칠던 숨소리
으쓱거리며 휘파람을 불러주던 그 헌신을
어찌 오빠라 불러주지 않을 수 있으랴

 오빠로 불리워지고 싶어 안달이던
그 마음을
어찌 나물 캐듯 캐내어 주지 않을 수 있으랴

 오빠! 이렇게 불러주고 나면
세상엔 모든 짐승이 사라지고

헐떡임이 사라지고

오히려 두둑한 지갑을 송두리째 들고 와
비단구두 사주고 싶어 가슴 설레이는
오빠들이 사방에 있음을
나 이제 용케도 알아버렸다

 나의 아내/ 문정희

 

나에게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봄날 환한 웃음으로 피어난
꽃 같은 아내
꼭 껴안고 자고 나면
나의 씨를 제 몸 속에 키워
자식을 낳아주는 아내
내가 돈을 벌어다 주면
밥을 지어주고
밖에서 일할 때나 술을 마실 때
내 방을 치워놓고 기다리는 아내
또 시를 쓸 때나
소파에서 신문을 보고 있을 때면
살며시 차 한잔을 끓여다주는 아내
나 바람나지 말라고*
매일 나의 거울을 닦아주고
늘 서방님을 동경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내 소유의 식민지
명분은 우리 집안의 해
나를 아버지로 할아버지로 만들어주고
내 성씨와 족보를 이어주는 아내
오래 전 밀림 속에 살았다는 한 동물처럼
이제 멸종되어간다는 소식도 들리지만
아직 절대 유용한 19세기의 발명품 같은**
오오, 나에게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꼬리를 흔들며 / 문정희

 

 비밀이지만 나의 엉덩이에 꼬리가 하나 생겼네
이렇게 고백하면 사람들은
당신도 이젠 기교가 제법 늘었다고
말하겠지만
엉덩이를 직접 보여드릴 수도 없고
안 보이는 것은 그냥 믿어주는 게 상책이지
결국 날개는 안 생기고 꼬리가 생겼네
나는 이 꼬리가 싫지 않네
은근히 한 번씩 건드려보기도 하지
날개는 위험하지만
꼬리는 잘 흔들면 출세도 한다지 않는가
꼬리라는 말이 우선 맘에 드네
꼬리 꼬리 하고 입술을 자꾸 오므렸다 펴면
매우 인간적인 재미에다
꼴찌나 밑바닥이 주는 안도감마저 있어
본질에 닿은 듯
패잔병의 흉터 같은
아니 귀여운 여우 같은 꼬리
사랑하는 이 앞에서 슬쩍 흔들면
이 꼬리 붙잡으며 제발 떠나지 마라
애원해 줄까
, 비너스에게도 없는 꼬리
나에게 생겼네
이제 이 꼬리 흔들어 당신을 잡아볼까

 

 첼로처럼 살고 싶다 / 문 정 희

하룻밤 쯤
첼로처럼 살고 싶다
매캐한 담배연기 같은 목소리로
허공을 긁고 싶다
기껏해야 줄 몇 개로
풍만한 여자의 허리 같은 몸통 하나로
무수한 별을 떨어뜨리고 싶다
지분 냄새 풍기는 은빛 샌들의 드레스들을
넥타이 맨 신사들을
신사의 허세와 속물들을
일제히 기립시켜
손바닥이 얼얼하도록 박수를 치게 하고 싶다
죽은 귀를 잘라버리고
맑은 샘물을 길어올리게 하고 싶다
슬픈 사람들의 가슴을
박박 긁어
신록이 돋게 하고 싶다
하룻밤 쯤
첼로처럼 살고 싶다

남 편     -문정희-   

 

아버지도 아니고 오빠도 아닌 

아버지와 오빠 사이의 촌수쯤 되는 남자...

 내게 잠 못 이루는 연애가 생기면 

제일 먼저 의논하고 물어보고 싶다가도 

아차, 다 되어도 이것만은 안 되지 하고 

돌아누워 버리는 

세상에서 제일 가깝고 제일 먼 남자... 

이 무슨 원수인가 싶을 때도 있지만 

지구를 다 돌아다녀도 

내가 낳은 새끼들을 제일로 사랑하는 남자는 

이 남자일 것 같아 

다시금 오늘도 저녁을 짓는다....

 그러고 보니 밥을 나와 함께 

가장 많이 먹은 남자 

전쟁을 가장 많이 가르쳐준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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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시 모음

 

1. 대숲아래서 / 나태주

어제는 보고싶다 편지쓰고

어젯밤 꿈엔 너를 만나 쓰러져 울었다

 

2. 꽃 그늘 / 나태주

아이에게 물었다

이 담에 나 죽으면

찾아와 울어줄거지?

대답대신 아이는

눈물 고인 두 눈을 보여주었다

 

3. 결혼  /  나태주 
외로운
별 하나가
역시
외로운 별 하나와
만났다.
세상에 빛나는 별
두 개가 생겼다.
언제나 춥고
쓸쓸한 여자,
사내 옆에 서서
오늘은
따뜻해 보인다.

 

  4. 그립다  /  나태주
쓸쓸한 사람,
가을에
더욱 호젓하다
맑은 눈빛,
가을에
더욱 그윽하다
그대 안경알 너머
가을꽃 진자리
무더기, 무더기
문득 따뜻하고
부드러운 손길
그립다.

 

5. .1  / 나태주

 다시 한 번만 사랑하고

다시 한 번만 죄를 짓고

다시 한 번만 용서를 받자

 그래서 봄이다.

 

6. 꽃들아 안녕  /  나태주

꽃들에게 인사할 때

꽃들아 안녕!

전체 꽃들에게

한꺼번에 인사를

해서는 안 된다

꽃송이 하나하나에게

눈을 맞추며

꽃들아 안녕! 안녕!

그렇게 인사함이

백번 옳다.


7. 꽃 피는 전화 / 나태주
살아서 숨 쉬는
사람인 것만으로도 좋아요
그럼요. 그럼요.
거기 계신 것만으로도 참 좋아요
그럼요. 그럼요.
오늘은 전화를 다 주셨군요.
배꽃 필 때 배꽃 보러
멀리 한번 길 떠나겠습니다
8. 내가 좋아하는 사람  /  나태주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슬퍼할 일을 마땅히 슬퍼하고

괴로워할 일을 마땅히 괴로워하는 사람

 남의 앞에 섰을 때

교만하지 않고

남의 뒤에 섰을 때

비굴하지 않은 사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미워할 것을 마땅히 미워하고

사랑할 것을 마땅히 사랑하는

그저 보통의 사람.

 

9. 내장산 단풍  /  나태주
  내일이면 헤어질 사람과
와서 보시오,
내일이면 잊혀질 사람과
함께 보시오,
왼 산이 통째로 살아서
가쁜 숨 몰아쉬는 모습을.
다 못 타는 이 여자의
슬픔을 .

10. 너를 두고  /  나태주

 세상에 와서

내가 하는 말 가운데서

가장 고운 말을

너에게 들려주고 싶다

 세상에 와서

내가 가진 생각 가운데서

가장 예쁜 생각을

너에게 주고 싶다

 세상에 와서

내가 할 수 있는 표정 가운데

가장 좋은 표정을

너에게 보이고 싶다

 이것이 내가 너를

사랑하는 진정한 이유

나 스스로 네 앞에서 가장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소망이다.

 

11. 눈부신 세상  /  나태주
멀리서 보면 때로 세상은
조그맣고 사랑스럽다
따뜻하기까지 하다
나는 손을 들어
세상의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자다가 깨어난 아이처럼
세상은 배시시 눈을 뜨고
나를 향해 웃음 지어 보인다.
세상도 눈이 부신가 보다.

12. 내가 너를 / 나태주
내가 너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너는 몰라도 된다.
너를 좋아하는 마음은
오로지 나의 것이요
나의 그리움은
나 혼자만의 것으로도 차고 넘치니까
나는 이제 너 없이도
너를 좋아할 수 있다

13. 부탁 / 나태주
너무 멀리 가지는 말아라.
사랑아
목소리 들리는 곳 까지만 가거라.
돌아오는 길 잊을까 걱정이다
사랑아
14. 사는 법  /  나태주

 그리운 날은 그림을 그리고

쓸쓸한 날은 음악을 들었다.

그리고도 남는 날은

너를 생각해야만 했다.

 

15. 사랑에 답함  / 나태주

 예쁘지 않은 것을 예쁘게

보아주는 것이 사랑이다

 좋지않은 것을 좋게

생각해주는 것이 사랑이다

 싫은 것도 잘 참아주면서

처음만 그런 것이 아니라

 나중까지 아주 나중까지

그렇게 하는 것이 사랑이다.

 

16. 선물  /  나태주

 하늘 아래 내가 받은

가장 큰 선물은 오늘입니다.

 오늘 받은 선물 가운데서도

가장 아름다운 선물은 당신입니다.

 당신 나지막한 몫리와

웃는 얼굴 콧노래 한 구절이면

한아름 바다를 안은 듯한 기쁨이겠습니다.

 

17. 비단강 / 나태주

 

비단강이 비단강임은

많은 강을 돌아보고 나서야

비로소 알겠습디다

그대가 내게 소중한 사람임은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나서야

비로소 알겠습디다

백 년을 가는

사람 목숨이 어디 있으며

오십 년을 가는

사람 사랑이 어디 있으랴……

오늘도 나는

강가를 지나며

되뇌어 봅니다.

 

18. / 나태주
마당을 쓸었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깨끗해졌습니다.
꽃 한 송이 피었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아름다워졌습니다.
마음속에 시 하나 싹 텄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밝아졌습니다.
나는 지금 그대를 사랑합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더욱 깨끗해지고
아름다워졌습니다

19. 아끼지 마세요  /  나태주

 좋은 것 아끼지 마세요

옷장 속에 들어 있는 새로운 옷 예쁜 옷

잔칫날 간다고 결혼식장 간다고

아끼지 마세요

그러다 그러다가 철 지나면 헌옷 되지요

 마음 또한 아끼지 마세요

마음속에 들어 있는 사랑스런 마음 그리운 마음

정말로 좋은 사람 생기면 준다고

아끼지 마세요

그러다 그러다가 마음의 물기 마르면 노인이 되지요

 좋은 옷 있으면 생각날 때 입고

좋은 음식 있으면 먹고 싶은 때 먹고

좋은 음악 있으면 듣고 싶은 때 들으세요

더구나 좋은 사람 있으면

마음 속에 숨겨두지 말고

마음껏 좋아하고 마음껏 그리워하세요

 그리하여 때로는 얼굴 붉힐 일

눈물 글썽일 일 있다한들

그게 무슨 대수겠어요!

지금도 그대 앞에 꽃이 있고

좋은 사람이 있지 않나요

그 꽃을 마음껏 좋아하고

그 사람을 마음껏 그리워하세요.

 

20. 아름다운 사람  /  나태주

 아름다운 사람

눈을 둘 곳이 없다

바라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아니 바라볼 수도 없고

그저 눈이

부시기만 한 사람.

 

21. 안부 / 나태주
오래
보고 싶었다.
오래
만나지 못했다
잘 있노라니 그것만 고마웠다

22. 여자 / 나태주
여자라는 나무를
가슴 안에 숨겨서
키우는 날부터
남자는
몸이 야위어간다
어떤 여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남자는 세상에서 다시 한 번
태어나는 목숨이 된다.

23. 완성  /  나태주
집에 밥이 있어도 나는
아내 없으면 밥 안 먹는 사람
내가 데려다 주지 않으면 아내는
서울 딸네 집에도 못 가는 사람
우리는 이렇게 함께 살면서
반편이 인간으로 완성되고 말았다.

 

24. 욕심   /  나태주

 너무 욕심을 부리지 말아야지
비어 있는 나의 잔
다 알아서 주시는 분이 계시는데
투정을 부리지 말아야지
나의 자리 낮음과
가난함과
나약함과
무능함
괜찮다 괜찮다
고개 끄득여 주시는 분이 계시는데.

25. 좋다  /  나태주

 좋다.
좋다고 하니까

나도 좋다.

 
26. 편지 나태주
하루의 좋은 시간을
다른 곳에 다 써 먹고
창문에 어둠 깃들어서야
그댈 생각해 낸다.
그댈 생각하고
그대에게 편지를 쓴다.
너무 섭섭히 생각 마시압

27. 풀꽃.1 /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28. 풀꽃.2
이름을 알고 나면
이웃이 되고
색깔을 알고 나면
친구가 되고
모양까지 알게 되면
연인이 된다

29. 풀꽃.3   /   나태주
기죽지 말고 살아봐
꽃 피워봐
참 좋아

30. 행복 / 나태주
저녁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이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가 있다는 것

31. 게으름 연습  /  나태주
텃밭에 아무 것도 심지 않기로 했다
텃밭에 나가 땀 흘려 수고하는 대신
낮잠이나 자 두기로 하고
흰 구름이나 보고 새소리나 듣기로 했다
내가 텃밭을 돌보지 않는 사이
이런 저런 풀들이 찾아와 살았다
각시풀, 쇠비름, 참비름, 강아지풀,
더러는 채송화 꽃 두어 송이
잡풀들 사이에 끼어 얼굴을 내밀었다
, 꽃들이 오히려 잡풀들 사이에 끼어
잡풀 행세를 하러드는군
어느 날 보니 텃밭에
통통통 뛰어노는 놈들이 있었다
메뚜기였다 연초록 빛
방아깨비, 콩메뚜기, 풀무치 어린 새끼들도 보였다
, 이 녀석들은 어디서부터 찾아온 진객(珍客)들일까
내가 텃밭을 돌보지 않는 사이
하늘의 식솔들이 내려와
내 대신 이들을 돌보아 주신 모양이다
해와 달과 별들이 번갈아 이들을 받들어
가꾸어 주신 모양이다
아예 나는 텃밭을 하늘의
식솔들에게 빌려주기로 했다
그 대신 가끔 가야금이든
바이올린이든 함께 듣기로 했다


32. 사랑하는 마음 내게 있어도 / 나태주

사랑하는 마음

내게 있어도

사랑한다는 말

차마 건네지 못하고 삽니다

사랑한다는 그 말 끝까지

감당할 수 없기 때문

모진 마음

내게 있어도

모진 말

차마 하지 못하고 삽니다

나도 모진 말 남들한테 들으면

오래오래 잊혀지지 않기 때문

외롭고 슬픈 마음

내게 있어도

외롭고 슬프다는 말

차마 하지 못하고 삽니다

외롭고 슬픈 말 남들한테 들으면

나도 덩달아 외롭고 슬퍼지기 때문

사랑하는 마음을 아끼며

삽니다

모진 마음을 달래며

삽니다

될수록 외롭고 슬픈 마음을

숨기며 삽니다.

 

33. 멀리까지 보이는 날 / 나태주

숨을 들이쉰다

초록의 들판 끝 미루나무

한 그루가 끌려들어온다

숨을 더욱 깊이 들이쉰다

미루나무 잎새에 반짝이는

햇빛이 들어오고 사르락 사르락

작은 바다 물결 소리까지

끌려들어온다

숨을 내어쉰다

뻐꾸기 울음 소리

꾀꼬리 울음 소리가 쓸려나아간다

숨을 더욱 멀리 내어쉰다

마을 하나 비 맞아 우거진

봉숭아꽃나무 수풀까지

쓸려 나아가고 조그만 산 하나

우뚝 다가와 선다

산 위에 두둥실 떠 있는

흰구름, 저 녀석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내 몸 안에서

뛰어 놀던 바로 그 숨결이다.

34. 별처럼 꽃처럼 / 나태주

 별처럼 꽃처럼 하늘에 달과 해처럼

아아, 바람에 흔들리는 조그만 나뭇잎처럼

곱게곱게 숨을 쉬며 고운 세상 살다가리니

나는 너의 바람막이 팔을 벌려 예 섰으마

 많은 걸 알지

많은 걸 알지 않아도 부끄러움이 없고

여러 곳을 돌아보지 않아도 목마름이 없다면

얼마든지 고운 세상을 살 수 있는 일이다

아무한테도 상처 받지 않고 비웃음 당하지 않고

 

35. 꽃 피는 전화 / 나태주

 살아서 숨쉬는 사람인

것만으로도 좋아요

그럼요 그럼요

거기 계신 것만으로도 참 좋아요

그럼요 그럼요

오늘은 전화를 다 주셨군요

배꽃 필 때 배꽃 보러

멀리 한번 길 떠나겠습니다


나태주 시인 약력
* 1945년 충남 서천 출생.
* 1963년 공주사범학교 졸업.
* 초등학교 교사로 43년 동안 일하다가 정년퇴임.
*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 당선.
* 시집 대숲 아래서외 여러 권.
* 공주문화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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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훈으로 적절한 문구

樂善不倦 : 락선불권 - 선을 즐기는 사람은 권태로움이 있을 수 없다
自勝子强 : 자승자강 - 자신을 이기는 자가 강한 자다
人一己百 : 인일기백 - 남이 한 번 할 때, 나는 백 번을 해서라도 따라간다
大道無門 : 대도무문 - 큰 도는 이름조차 없는 것이다
無言實踐 : 무언실천 - 모든 일은 말없이 실천하라
熟慮斷行 : 숙려단행 - 충분히 생각한 후 실행하라
仁者無憂 : 인자무우 - 어진 사람은 근심이 없다
百世淸風 : 백세청풍 - 대대로 맑은 가풍을 유지한다
自彊不息 : 자강불식 - 스스로 굳세어 쉬지 않는다
尊師愛生 : 존사애생 - 스승을 존경하고 학생을 사랑하라
知足常樂 : 지족상락 - 만족함을 알면 항상 즐겁다
眞光不輝 : 진광불휘 - 진실한 광채는 겉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正心誠意 : 정심성의 - 마음은 바르게 하고 뜻은 참되게 한다
長樂萬年 : 장락만년 - 즐거움이 오래도록 끝이 없다
接人春風 : 접인춘풍 - 사람을 대할 때는 봄바람처럼 부드럽게 하라
知足者富 : 지족자부 - 자기 분수에 만족할 수 있는 자는 마음이 부자다
飽德醉義 : 포덕취의 - 덕에 배부르고 의리에 취한다
和氣致祥 : 화기치상 - 온화하고 부드러운 기운이 온 집안에 가득하다
惠愛爲心 : 혜애위심 - 은혜와 사랑을 근본된 마음으로 한다
浩然之氣 : 호연지기 - 무엇에도 구애받지 않고 당당한 기운
事必歸正 : 사필귀정 - 모든 일은 반드시 바른대로 돌아간다
三思一言 : 삼사일언 - 세 번 생각한 후에 말하라
無愧我心 : 무괴아심 - 내 마음에 부끄러움이 없도록 하라
無汗不成 : 무한불성 - 땀이 없으면 아무 일도 이룰수 없다
開卷有得 : 개권유득 - 책을 펼치면 유익함이 있다
敎學相長 : 교학상장 - 가르치고 배우며 함께 성장한다
百忍三省 : 백인삼성 - 많이 참고 많이 반성한다
愼思篤行 : 신사독행 - 신중히 생각하고 성실히 행한다
大志遠望 : 대지원망 - 뜻을 크게 가지고,희망을 원대하게
敬天愛人 : 경천애인 - 하늘을 공경하고 사람을 사랑하라
有志竟成 : 유지경성 - 뜻이 있으면 결국 이루리라
愛語和顔 : 애어화안 - 사랑스러운 말,온화한 얼굴 빛
慈顔愛語 : 자안애어 - 웃는 얼굴 사랑스런 말씨로
先公後私 : 선공후사 - 공적인 일이 사적인 일보다 우선한다
雪中松柏 : 설중송백 - 소나무와 잣나무는 눈 속에서도 변함이 없다
山高水長 : 산고수장 - 산처럼 높고 물처럼 영원히
心淸思達 : 심청사달 - 마음이 맑으면 모든 일이 잘 이루어진다.
洗心和親 : 세심화친 - 마음을 씻어내고 화목하고 친하게
慈悲無敵 : 자비무적 - 자비한 마음을 가지면 적이 없다
正近邪遠 : 정근사원 - 바른 것은 가까이, 나쁜 것은 멀리
忍中有和 : 인중유화 - 참는 가운데 평화가 있다
初志一貫 : 초지일관 - 처음의 뜻을 끝까지
仁者無敵 : 인자무적 - 어질면 적이 없는 것이다
言行一致 : 언행일치 - 말과 행동이 일치함
弘益人間 : 홍익인간 - 널리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仁義禮智 : 인의예지 - 어짐 정의 예절 지혜
孝悌忠信 : 효제충신 - 효도 우애 충성 믿음
博文約禮 : 박문약예 - 널리 배우고 간추려 실천함
存心守道 : 존심수도 - 마음을 간직하고 도를 지켜라
接化群生 : 접화군생 - 만나서 감화하며 함께 모여 살자
見得思義 : 견득사의 - 이득을 보면 옳은가를 먼저 생각하라
見利思義 : 견리사의 - 이익을 보면 옳은가를 먼저 생각하라
苦盡甘來 : 고진감래 - 고생 끝에 낙이 온다
公平無私 : 공평무사 - 공평하여 사사로움이 없다
克己復禮 : 극기복례 - 욕망을 억제하여 바른 행동을 한다
結者解之 : 결자해지 - 자기가 저지른 일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結草報恩 : 결초보은 - 죽어서도 잊지 않고 은혜를 갚는다
君家受福 : 군가수복 - 군자다운 집안이라야 행복한 가정을 이룬다
勤儉和順 : 근검화순 - 부지런하고 검소하며,온화하고 유순함
氣山心海 : 기산심해 - 기운은 산과 같고, 마음은 넓은 바다와 같이
露積成海 : 노적성해 - 이슬방울 모여서 바다를 이룬다
訥言敏行 : 눌언민행 - 말은 조심하고, 행동은 바르게 하는 것
多情佛心 : 다정불심 - 다정다감한 마음은 곧 부처님의 마음이다
斷機之敎 : 단기지교 - 도중에 중단함은 쓸모가 없음을 보여주는 맹자 어머니의 가르침
道不遠人 : 도불원인 - 도는 사람의 본성일 뿐, 먼 곳에 있지 않다
同心協力 : 동심협력 - 마음을 합하여 힘을 하나로 하여라
萬福雲興 : 만복운흥 - 만가지 복이 구름처럼 일어난다
非禮不動 : 비례부동 - 예의에 맞지 않는 것이라면 행동하지 않는다
霜松常靑 : 상송상청 - 소나무는 그 푸르름을 잃지 않는다
安居危思 : 안거위사 - 편안할 때 재난에 대비하라
一念通天 : 일념통천 - 마음이 한결 같으면 무엇이든지 이루어진다
一忍長樂 : 일인장락 - 한 번 참으면 오래도록 즐거움을 누린다
溫故知新 : 온고지신 - 옛 것을 익힌 후, 새로운 지식을 찾는다
愚公移山 : 우공이산 - 어리석고 힘든 일이라도 차근차근히 실행하면 그 뜻을 이룬다.
有備無患 : 유비무환 - 미리 준비가 되어 있으면 뒷 걱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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