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시조 모음

 

 

1.청산은 나를보고 - 나옹선사

 

청산은 나를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성냄도 벗어놓고 탐욕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나옹선사 (1262-1342);

고려 말기의 고승,공민왕의 왕사.

 

 

2.춘산에 눈 녹인 바람 - 우 탁

 

춘산에 눈 녹인 바람 건듯 불고 간 데 없다

저근듯 빌어다가 머리 우에 불리고자

귀밑의 해묵은 서리를 녹여 볼까 하노라

 

우 탁 (1262-1342) ;

고려 말기의 학자,성리학에 뛰어남.

 

 

3.이화에 월백하고 - 이조년

 

이화에 월백하고 은한은 삼경인데

일지춘심을 자규야 알랴마는

다정도 병인냥하여 잠 못 들어 하노라

 

이조년 (1268-1343) ;

고려 말의 학자,시와 문장에 뛰어남.

 

 

4.녹이 상제 살찌게 먹여 - 최 영

 

녹이 상제 살찌게 먹여 시냇물에 씻겨 타고

용천 설악 들게 갈아 두러 메고

장부의 위국충절을 세워 볼까 하노라

 

최 영 (1316-1388) ;

고려 말의 명장,이성계에게 죽임을 당함

 

 

5.가마귀 사우는 골에 -김정구

 

가마귀 싸우는 골에 백로야 가지 마라

성난 가마귀 힌 빛을 새오나니

창파에 좋이 씻은 몸을 더럽힐까 하노라

 

지은이가 정몽주의 어머니라고 하나,

연산군 때 김정구라는 설이 확실함.

 

 

6.이 몸이 죽고 죽어 - 정몽주

 

이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 죽어

백골이 진토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님 향한 일편 단심이야 가실 줄이 있으랴

 

정몽주 (1337-1392);

고려 말의 위대한 충신, 이방원에 위해 피살됨

 

 

7.오백년 도읍지를 -길 재

 

오백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드니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 데 없네

어즈버 태평 연월이 꿈이런가 하노라

 

길 재 (1353-1419) ;

고려 말의 학자, 고려가 망하고 고향에 숨어서 살았다

 

 

8.백설이 잦아진 골에 - 이 색

 

백설이 잦아진 골에 구름이 머흐레라

반가운 매화는 어느 곳에 피었는고

석양에 홀로 서서 갈 곳 몰라 하노라

 

이 색 (1328-1395) ;

고려 말의 학자,조선 건국 후에 벼슬을 그만 둠.

 

 

9.흥망이 유수하니 - 원천석

 

흥망이 유수하니 만월대도 추초로다

오백년 왕업이 목적에 부쳤으니

석양에 지나는 객이 눈물 겨워 하노라

 

10.눈 맞아 휘어진 대를 - 원천석

 

눈 맞아 휘어진 대를 뉘라서 굽다 턴고

굽을 절이면 눈 속에 푸르르랴

아마도 세한고절은 너 뿐인가 하노라

 

원천석 ( ? ) ;

고려 말의 학자, 절개의 선비.

 

 

11.내해 좋다 하고 - 변계랑

 

내해 좋다 하고 남 싫은 일 하지 말며

남이 한다 하고 의 아녀든 좇지 마라

우리는 천성을 지키어 생긴대로 하리라

 

변계랑 (1369-1430) ;

고려말 조선초의 학자, 시와 문장에 뛰어남

 

 

12.이런들 어떠하며 - 이방원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칡이 얽어진들 어떠하리

우리도 이같이 얽어져 백년까지 누리리라

 

이방원 (1367-1422):

이성계의 다섯재 아들, 뒤에 태종 임금이 됨.

 

13.가마귀 검다 하고 - 이 직

 

가마귀 검다 하고 백로야 웃지 마라

겉이 검은들 속조차 검을소냐

겉 희고 속 검은 이는 너뿐인가 하노라

 

이 직 (1362-1441) ;

고려말 조선초의 학자

 

 

14.강호에 봄이 드니 - 맹사성

 

강호에 봄이 드니 미친 흥이 절로 난다

탁료계변에 금린어 안주 삼고

이 몸이 한가 하옴도 역군은이샷다

 

맹사성 (1360-1438) ;

세종 때의 대신, 효성이 뛰어나고 청렴한 관리임

 

 

15.대추 볼 붉은 골에 - 황 희

 

대추 볼 붉은 골에 밤은 어이 듣드리며

벼 벤 그루에 게는 어이 내리는고

술 익자 체 장수 돌아가니 아니 먹고 어이리

 

황 희 (1363-1452) ;

조선초의 훌륭한 재상, 청렴한 관리였음.

 

 

16.이몸이 죽어 가서 - 성삼문

 

이 몸이 죽어 가서 무엇이 될고 하니

봉래산 제일봉에 낙락장송 되었다가

백설이 만건곤할 제 독야청청 하리라.

 

17.수양산 바라보며 - 성삼문

 

수양산 바라보며 이제를 한하노라

주려 죽을진정 채미도 하는 것가

아무리 푸새엣 것인들 그 뉘 땅에 났더니

 

성삼문 (1418-1456) ;

사육신의 한사람, 단종을 다시 모시려다 사형당함.

 

 

18.가마귀 눈비 맞아) - 박팽년

 

가마귀 눈비 맞아 희는 듯 검노매라

야광명월이야 밤인들 어두우랴

임향한 일편단심이야 변할 줄이 있으랴

 

박팽년 (1417-1456) ;

사육신의 한사람, 단종을 다시 모시려다 사형당함

 

 

 19.초당에 일어 없어 - 유성원

 

초당에 일어 없어 거문고를 베고 누어

태평성대를 꿈에나 보려터니

문전에 수성어적이 잠든 나를 깨워라

 

유성원 (?-1456) ;

사육신의 한 사람, 당시에 집에서 자결했음

 

 

20.한산섬 달밝은 밤에 - 이순신

 

한산섬 달밝은 밤에 수루에 혼자 앉아

긴칼 옆에 차고 깊은 시름 하던차에

어디서 일성호가는 남의 애를 끊나니

 

이순신 (1545-1598) ;

조선 선조때의 장군, 임진왜란때 나라를 구하고 전사함.

 

 

 21.간밤에 불던 바람 - 유응부

 

간밤에 불던 바람 눈서리 치단 말가

낙락장송 다 기울어 지단 말가

하물며 못다 핀 꽃이야 일러 무삼하리오

 

유응부 (?-1456) ;

사육신의 한사람, 사육신은 세조에 의해 죽은 충신들임.

 

 

 22.추강에 밤이 드니 - 월산대군

 

추강에 밤이 드니 물결이 차노매라

낚시 드리우니 고기 아니 무노매라

무심한 달빛만 싣고 빈배 저어 오노라

 

월산대군 (1455-1489) ;

조선 초기 성종임금의 형으로 34에 요절한

불우한 왕손, 문장과 풍류가 뛰어남.

 

 

23.짚 방석 내지 마라 - 한 호

 

짚 방석 내지 마라 낙엽엔들 못 앉으랴

솔불 혀지 마라 어제 진 달 돋아 온다

아희야 박주 산챌망정 없다 말고 내어라

 

한 호 (1543-1605) ;

조선대 명필 한석봉, 떡장사 어머니 이야기가 유명함.

 

 

24.마음이 어린 후이니 - 서경덕

 

마음이 어린 후이니 하는 일이 다 어리다

만중 운산에 어느 님 오리마는

지는 잎 부는 바람에 행여 그인가 하노라

 

서경덕 (1489-1546) ;

조선 전기의 대학자, 평생을 벼슬하지 않고 학문만 함.

 

 

25.장검을 빠혀 들고 - 남 이

 

장검을 빠혀 들고 백두산에 올라 보니

대명천지에 성진이 잠겼에라

언제나 남북풍진을 헤쳐 볼까 하노라

 

남 이 (1441-1468) ;

조선초 훌륭한 장군, 간신 유자광의 모함으로 죽음.

 

 

26.삼동에 베옷 입고 - 조 식

 

삼동에 베옷 입고 암혈에 눈비 맞아

구름 낀 볕뉘도 쬔 적이 없건마는

서산에 해 지다 하니 눈물 겨워 하노라

 

조 식 (1501-1572) ;

조선 전기의 큰 학자, 초야에 묻혀 학문에만 전념함.

 

 

27.풍상이 섯거 친 날에 - 송 순

 

풍상이 섯거 친 날에 갓 피온 황국화를

금분에 가득 담아 옥당에 보내오니

도리야 꽃이온 양 마라 임의 뜻을 알괘라

 

송 순 (1493-1583) ;

조선 전기 학자, 벼슬 그만 두고 독서와 문장을 즐김

 

 

28.오리의 짧은 다리 - 김 구

 

오리의 짧은 다리 학의 다리 되도록

검은 가마귀 해오라비 되도록

항복무강하사 억만세를 누리소서

 

김 구 (1488-1543) ;

조선 전기 학자, 서예와 문장에 뛰어남

 

 

29.태산이 높다 하되 - 양사언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건마는

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 하더라

 

양사언 (1517-1584) ;

조선 전기 학자, 서예에 뛰어남.

 

 

30. 이런들 어떠하며 - 이 황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료

초야우생이 이러타 어떠하료

하물며 천석고황을 고쳐 무엇하료

 

 31.청산은 어찌하여 - 이 황

 

청산은 어찌하여 만고에 푸르르며

유수는 어찌하여 주야에 긋지 아니는고

우리도 그치지 말고 만고상청하리라

 

32.고인도 날 못 보고 - 이 황

 

고인도 날 못 보고 나도 고인 못뵈

고인을 못봐도 예던 길 앞에 있네

예던 길 앞에 있거든 아니 예고 어쩔꼬

 

이 황 (1501-1570) ;

조선시대 학자, 도산서원에서 후진 양성함.

 

 

33.청초 우거진 골에 - 임 제

 

청초 우거진 골에 자난다 누웠난다

홍안은 어디 두고 백골만 묻혔나니

잔 잡아 권할 이 없으니 그를 설어 하노라

 

임 제 (1549-1584) ;

조선 전기의 풍류 남자, 문장에 뛰어남

 

 

34.이고 진 저 늙은이 - 정 철

 

이고 진 저 늙은이 짐 벗어 나를 주오

나는 젊었거늘 돌인들 무거우랴

늙기도 서러라커늘 짐을조차 지실까

 

35.철령 높은곳에 - 정 철

 

철령 높은곳에 쉬어넘는 저 구름아

고신 원루를 비삼아 띄워다가

님계신 구중심처에 뿌려본들 어떠리

 

정 철 (1536-1593) ;

조선 선조때의 문신 시인 사미인곡

속미인곡 성산별곡등 가사집이 있다.

 

 

36.샛별지자 종다리 떳다 - 김천택

 

샛별지자 종다리 떳다 호미메고 사립나니

긴수풀 찬이슬에 베잠뱅이 다젖는다

소치는 아이놈은 상기아니 일었느냐

재넘어 사래긴 밭을 언제 가려 하느냐

 

김천택 (?-?) ;

조선 영조때 가인, 평민출신의 가객으로

청구영언등 많은 작품을 남김.

 

 

37.백두산 돌 칼갈아 없애고 - 남 이

 

백두산 돌 칼갈아 없애고

두만강 물 말먹여 없애리

남아 나이 이십에 나라 평정 못할진데

후세에 뉘라서 대장부라 하리요

 

남 이 (1441-1468) ;

조선초 훌륭한 장군, 간신 유자광의 모함으로 죽음.

 

 

38.한손에 가시쥐고- 우 탁

 

한손에 가시쥐고 또 한손에 막대들고

늙는길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 막대로 치렸더니

백발이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

 

고려말 우탁

 

 

39.천만리 머나먼 길에 - 왕방연

 

천만리 머나먼 길에 고운 님 여의옵고

내 마음 둘 데 없어 냇가에 앉았으니

저 물도 내 안 같아여 울어 밤길 예놋다

 

왕방연 ( ? ) ;

사육신 사건 때 단종을 귀양지 영월까지 모셨던 사람.

 

 

 40.간밤에 불던 바람 - 유응부

 

간밤에 불던 바람 눈서리 치단 말가

낙락장송 다 기울어 지단 말가

하물며 못다 핀 꽃이야 일러 무삼하리오

 

유응부 (?-1456) ;

사육신의 한사람, 사육신은 세조에 의해 죽은 충신들임.

 

 

41.삭풍은 나무 끝에 - 김종서

 

삭풍은 나무 끝에 불고 명월은 눈 속에 찬데

만리 변성에 일장검 짚고 서서

긴 파람 한 소리에 거칠 것이 없에라

 

42.장백산에 기를 꽂고 - 김종서

 

장백산에 기를 꽂고 두만강에 말 씻기니

썩은 저 선비야 우리 아니 사나이야

어떻다 인각화상을 누가 먼저 하리오

 

김종서 (1390-1453) ;

세종 때의 뛰어난 장군, 뒤에 수양대군에게 죽음.

 

 

 43.가노라 삼각산아 - 김상헌

 

가노라 삼각산아 다시보자 한강수야

고국산천을 떠나고자 하랴마는

시절이 하 수상하니 올동말동 하여라

 

김상헌 (1570-1650) ;

조선 인조때의 절개곧은 선비, 청나라에

항거한 삼학사(윤집 오달재와)

 

 

44.산은 옛산이로되 - 황진이

 

산은 옛산이로되 물은 옛물이 아니로다

주야에 흐르니 옛물이 있을소냐

인걸도 물과 같아야 가고 아니 오노매라

 

황진이 (15??-?) ; 조선중기의 이름난 기생, 시와 가무에 뛰어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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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 김용택

 

가을입니다

해질녘 먼 들 어스름이

내 눈 안에 들어섰습니다

윗녘 아랫녘 온 들녘이 모두

샛노랗게 눈물겹습니다

말로 글로 다할 수 없는

내 가슴 속의 눈물겨운 인정과

사랑의 정감들을 당신은 아시는지요

해 지는 풀섶에서 우는

풀벌레들 울음소리 따라

길이 살아나고 먼 들 끝에서 살아나는

불빛을 찾았습니다

내가 가고 해가 가고

꽃이 피는 작은 흙길에서

저녁 이슬들이 내 발등을 적시는

이 아름다운 가을 서정을

당신께 드립니다

 

가을 / 김현승(1913-1975) 茶兄 .광주.

 

봄은

가까운 땅에서

숨결과 같이 일더니

가을은

머나먼 하늘에서

차가운 물결과 같이 밀려온다

꽃잎을 이겨

살을 빚던 봄과는 달리

별을 생각으로 깎고 다듬어

가을은

내 마음의 보석을 만든다

눈동자 먼 봄이라면

입술을 다문 가을

봄은 언어 가운데서

네 노래를 고르더니

가을은 네 노래를 헤치고

내 언어의 뼈마디를

이 고요한 밤에 고른다

<김현승 시선집> 관동출판사.1974

 

가을 / 릴케(1875-1926)

 

나뭇잎이 떨어진다, 하늘나라 먼 정원이 시든 듯

저기 아득한 곳에서 떨어진다

거부하는 몸짓으로 떨어진다

그리고 밤마다 무거운 대지다

모든 별들로부터 고독 속으로 떨어진다

우리 모두가 떨어진다 여기 이 손도 떨어진다

다른 것들을 보라 떨어짐은 어디에나 있다

하지만 이 떨어짐을 한없이 부드럽게

두 손으로 받아내는 어느 한 분이 있다

 

가을 / 마종기

 

가벼워진다

바람이 가벼워진다

몸이 가벼워진다

이곳에

열매들이 무겁게 무겁게

제 무게대로 엉겨서 땅에 떨어진다

, 이와도 같이

사랑도, 미움도, 인생도, 제 나름대로 익어서

어디로인지 사라져간다

 

가을 / 문인수

 

여러 번 붉게 큰물 지고 나서

어느 날은 차디차게 발목에 감기는

가을

하늘에다가는 달게 감홍시 하나 남겨 놓듯이

누군가는 또 한나절 땅에다가는

그러나 그랬달 것도 없이

어느 날은 넌지시 징검다리 놓이는

 

가을 / 백남석 작사. 현제명 작곡

 

가을이라 가을 바람 솔솔 불어오니

푸른 잎은 붉은 치마 갈아입고서

남쪽나라 찾아가는 제비 불러모아

봄이 오면 다시 오라 부탁하노라

가을이라 가을 바람 솔솔 불어오니

밭에 익은 곡식들은 금빛같구나

추운 겨울 지낼 적에 우리 먹이려고

하나님이 내려주신 생명의 양식

 

가을 / 송찬호

 

! 콩꼬투리에서 튀어나간 콩알이 가슴을 스치자,

깜짝 놀란 장끼가 건너편 숲으로 날아가 껑, , 우는 서러운 가을이었다

! 콩꼬투리에서 튀어나간 콩알이 엉덩이를 때리자,

초경이 비친 계집애처럼 화들짝 놀란 노루가 찔끔 피 한방울 흘리며

맞은편 골짜기로 정신없이 달아나는 가을이었다

멧돼지 무리는 어제 그제 달밤에 뒹굴던 삼밭이 생각나,

외딴 콩밭쯤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지나치는 산비알 가을이었다

내년이면 이 콩밭도 묵정밭이 된다 하였다

허리 구부정한 콩밭 주인은 이제 산등성이 동그란 백도라지 무덤이 더 좋다 하였다

그리고 올 소출이 황두 두말 가웃은 된다고 빙긋이 웃었다

그나저나 아직 별이 좋아 여직 도리깨를 맞지 않은 꼬투리들이

따닥따닥 제 깍지를 열어 콩알 몇 낱을 있는 힘껏 멀리 쏘아부치는 가을이었다

콩새야, 니 여태 거기서 머하고 있노

어여 콩알 주워가지 않구.

다래넝쿨 위에 앉아 있던 콩새는 자신을 들킨 것이 부끄러워

꼭 콩새만한 가슴을 두근거리는 가을이었다

 

가을양주동(1903-1977) 호는 无涯 개성출생. 와세대 영문과졸.

 

가 없는 빈들에 사람을 보내고

말없이 돌아서 한숨 지우는

젊으나 젊은 아낙네와 같이

가을은 애처러이 돌아옵니다

애타는 가슴을 풀 곳이 없어

옛뜰의 나무들 더위잡고서

차디찬 달 아래 목놓아 울 때에

나뭇잎은 누런 옷 입고 조상합니다

드높은 하늘에 구름은 개어

간 님의 해맑은 눈자위 같으나

수확이 끝난 거칠은 들에는

옛님의 자취 아득도 합니다

머나먼 생각에 꿈 못 이루는

밤은 깊어서 밤은 깊어서

창 밑에 귀뚜라미 섧이 웁니다

가을의 아낙네여, 외로운 이여 ...

<조선의 맥박>. 문예공론사.1932

 

 

가을  /정호승

 

돌아보지 마라

누구든 돌아보는 얼굴은 슬프다

돌아보지 마라

지리산 능선들이 손수건을 꺼내 운다

인생의 거지들이 지리산에 기대앉아

잠시 가을이 되고 있을 뿐

돌아보지 마라

아직 지리산이 된 사람은 없다

 

가을  /조병화

 

가을은 하늘에 우물을 판다

파란 물로

그리운 사람의 눈을 적시기 위하여

깊고 깊은 하늘의 우물

그곳에

어린 시절의 고향이 돈다

그립다는거, 그건 차라리

절실한 생존 같은거

가을은 구름 밭에 파란 우물을 판다

그리운 얼굴을 비치기 위하여

 

가을 / 조병화(1921- ) 경기도 안성.

 

이제 일년내 맡고 계시던

그 눈을 돌려 주실 때가 되었습니다

당신 뜻대로 가을은 이루어져갑니다

당신 뜻대로 이루어지는 가을을

하나, 하나, 주워 모으기 위하여 떠나려는 내게

이제, 일년내 맡고 계시던

그 눈을 돌려 주실 때가 되었습니다

실로 많은 것들이 끝을 지어갑니다

대지에선 동식물들이 그 번식을 끝냈습니다

그리고 당신 뜻대로 그 열매들이 남아갑니다

하늘에선 태양과 구름이 그 가뭄과 홍수를 거둬 들였습니다

그리고 당신 뜻대로 다시, 빈 천지가 마련되어 갑니다

사람에선 사랑과 미움이 그 스스로의 맺음을 맺었습니다

그리고 당신 뜻대로 고독한 혼자들이 남아갑니다

그 열매들을 당신 뜻대로 주워 모으기 위하여

떠나려는 내게

맡으신 그 눈을 이제 돌려주실 때가 되었습니다

그 가득찬 빈 천지에 새 봄을 마련하기 위하여

떠나려는 내게

맡으신 그 눈을 이제 돌려 주실 때가 되었습니다

그 고독한 혼자들에게 당신의 뜻을 전하기 위하여

떠나려는 내게

맡으신 그 눈을 이제 돌려 주실 때가 되었습니다

맑게 닦아내 주십시오

흐린 점 하나 없이 맑게 닦아 내 주십시오

당신의 입김으로

티 하나 없이 맑게 닦아 내 주십시오

도시에선 되도록이면 담가로

돌아다니겠습니다

전원에선 물가로 둑으로 산록山麓으로

되도록이면 잡목림, 잡초 속으로

돌아다니겠습니다

밤에는 별에서 쉬겠습니다

되도록이면 새로운 별을 찾아

좀 떨어진 곳에서 쉬겠습니다

그리고 혼자서 돌아오겠습니다

빈 손으로 돌아오겠습니다

모든 거 다, 당신 뜻대로 살펴 제자리 가려두고

지닌 거 하나 없이 혼자서 돌아오겠습니다

수고는

봄으로 해 주십시오

눈을 다시 돌려 드릴 때

수고의 말씀

봄에 받겠습니다

<내일 어느 자리에서> 춘조사. 1965

 

가을 / 토마스 흄

가을밤의 싸늘한 감촉 ㅡ

밖으로 나왔더니

얼굴이 붉은 농부처럼

불그레한 달이 울타리 너머로 보고 있었다

나는 말은 건네지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

가장자리에는 생각에 잠긴 별들이

도시의 아이들처럼 얼굴이 창백했다

Thomas Hulme(1883-1917) 영국

 

가을걷이     /  문인수

 

달구지

타고 갈 때

나락단 거두러 갈 때

막바리 그득 싣고 돌아올 때

첨벙첨벙 물로 건너는

건너다가 슬며시 물 마시는

기다렸다가 또 한 칸

한 칸

징검다리 건너는

물잠자리

뒤에 뒤에

아버지

 

가을날노천명

 

겹옷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은

산산한 기운을 머금고...

드높아진 하늘에 비로 쓴 듯이 깨끗한

맑고도 고요한 아침...

여기저기 흩어져 촉촉히 젖은

낙엽을 소리없이 밟으며

허리때 같은 길을 내놓고

풀밭에 누어 거닐어보다

끊일락 다시 이어지는 벌레 소리

애연히 넘어가는 마디마디엔

제철의 아픔이 깃들였다

곱게 물든 단풍 한 잎 따들고

이슬에 젖은 치마자락 휩싸여쥐며 돌아서니

머언 데 기차 소리가 맑다

 

가을날  /  릴케(1875-1926)

 

주여 때가 왔습니다

지난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당신의 그림자를 해시계 위에 얹으시고

들녘엔 바람을 풀어 놓아 주소서

마지막 과일들이 무르익도록 명하소서

이틀만 더 남국의 날을 베푸시어

과일들의 완성을 재촉하시고

독한 포도주에는 마지막 단맛이 스미게 하소서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혼자인 사람은 그렇게 오래 남아

깨어서 책을 읽고 긴 편지를 쓸 것이며

낙엽이 흩날리는 날에는 가로수들 사이로

이리저리 불안스레 헤매일 것입니다

 

가을날   / 서거정(1420-1488)

 

띳집은 대숲 길로 이어져 있고

가을 햇살 맑고 곱게 빛나네

열매가 익어서 가지는 늘어지고

마지막 남은 덩굴에는 오이도 드무네

여전히 벌은 날개짓 그치지 않고

한가한 오리는 서로 기대어 졸고 있네

참으로 몸과 마음 고요하구나

물러나 살자던 꿈 이루어졌네

 

가을날   /  손동연

 

코스모스가

빨간 양산을 편 채

들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ㅡ얘

심심하지?

들길이

빨간 양산을 받으며

함께 걸어가주고 있었다

 

가을 넥타이     /  김현승

 

볕은

耳順하고

이삭들

바람이 익는다

아침 저녁

살갗에 묻는

요즈막의 향깃한 차거움 ...

四十은 아직도 溫血動物인데

오늘은

먼 하늘빛

넥타이 매어 볼까

 

 

가을 노트  /  문정희

 

그대 떠나간 후

나의 가을은

조금만 건드려도

우수수 몸을 떨었다

못다한 말

못다한 노래

까아만 씨앗으로 가슴에 담고

우리의 사랑이 지고 있었으므로

머잖아

한잎 두잎 아픔은 사라지고

기억만 남아

벼 베고 난 빈 들녘

고즈넉한

볏단처럼 놓이리라

사랑한다는 것은

조용히 물이 드는 것

아무에게도 말 못하고

홀로 찬바람에 흔들리는 것이지

그리고 이 세상 끝날 때

가장 깊은 살속에

담아가는 것이지

그대 떠나간 후

나의 가을은

조금만 건드려도

우수수 옷을 벗었다

슬프고 앙상한 뼈만 남았다

 

가을 달 /   장옥관(1955 - ) 구미

 

납작 마당에 엎디어 불볕을 견딘 채송화

꽃따지 키 낮은 꽃들

떠밀리고 떠밀려 어스름 속 수제비국을

받아들면 거기,

국물 속에 떠오르는 또 하나 감자알

감자는 자주 목이 메이지. 단칸 셋방 옹기종기 모여앉은 식구들

누군가의 발길질에 끓던 국솥이 뒤집어지고, 생각의 어둠이

대문 안으로 밀려들고, 아이들은 소리치며 골목으로 내달아친다

국은 기름때의 세월은 진 냄비처럼 마당에 굴러 떨어져 이윽고 여름이 지나는 것이다

늙은 어머니는 화단의 봉숭아를 뜯어 달아나려는 열 손가락을

칭칭 붙들어매고, 식은 국물 속 죽은 귀뚜라미를 남몰래 건져 내고,

마루까지 몰려온 어둠을 천천히 쓸어 내린다

.....

아이들이 벗은 무르팍

딱딱한 피딱지를 떼어내면 묵은 상처 속

봉숭아 손톱같은 달은 다시 차오르고

 

가을 맑은 날  /   나태주

 

햇빛 맑고 바람 고와서

마음 멀리 아주 멀리 떠나가

쉽사리 돌아오지 않는다

벼 벤 그루터기 새로 돋아나는

움벼를 보며

들머리밭 김장배추 청무 이파리

길을 따라서

가다가 가다가

단풍의 골짜기

겨우겨우 찾아낸

감나무골

사람들 버리고 떠난 집

담장 너머 꽃을 피운 달리아

더러는 맨드라미

마음아, 너무 오래 떠돌지 말고

날 저물기 전에 서둘러

돌아오려문

 

가을밤김용택

 

달빛이 하얗게 쏟아지는

가을 밤에

달빛을 밟으며

마을 밖으로 걸어나가보았느냐

세상은 잠이 들고

지푸라기들만

찬 서리에 반짝이는

적막한 들판에

아득히 서보았느냐

달빛 아래 산들은

빚진 아버지처럼

까맣게 앉아 있고

저 멀리 강물이 반짝인다

까만 산 속

집들은 보이지 않고

담뱃불처럼

불빛만 깜박인다

하나 둘 꺼져가면

이 세상엔 달빛뿐인

가을 밤에

모든 걸 다 잃어버린

들판이

들판이 가득 흐느껴

달빛으로 제 가슴을 적시는

우리나라 서러운 가을 들판을

너는 보았느냐

 

가을밤  /  이 기철

 

나는 나뭇잎 지는 가을밤을 사랑한다

사랑한다는 말에는 때로 슬픔이 묻어 있지만

슬픔은 나를 추억의 정거장으로 데리고 가는 힘이 있다

나는 가을밤 으스름의 목화밭을 사랑한다

목화밭에 가서, 참다참다 끝내 참을 수 없어 터뜨린

울음 같은 목화송이를 바라보며

저것이 세상에서 제일 따뜻한 것임을 생각하고, 저것이

세상에서 제일 보드랍고 이쁜 것임을 생각하고

토끼보다 더 사랑스러운 그 야들야들한 목화송이를 만지며

만지며

내가 까아만 어둠 속으로 잠기어 가던 가을 저녁을 사랑한다

그 땐 머리 위에 일찍 뜬 별이 돋고 먼 산 오리나무 숲 속에선

비둘기가 구구구 울었다

이미 마굿간에 든 소와 마당귀에 서 있는 염소를 또 나는 사랑한다

나락을 실어 나르느라 발톱이 찢겨진 소, 거친 풀, 센 여물에도

좋아라 다가서던

어둠 속에서 툭툭 땅을 차고 일어서서 센 혓바닥으로

송아지를 핥을 때마다 혀의 힘에 못 이겨 비틀거리던

송아지를 나는 사랑한다

나는 일하는 소를, 일하다가 발톱이 찢겨진 소를 사랑한다

이미 단풍나무 끝에 가볍고 파아란 집을 매달고 겨울잠에 들어간

가을 벌레를 나는 사랑한다

그 집은 생각만 해도 얼마나 따뜻한가

수염을 곧추세우고 햇빛을 즐기며 풀숲을 누비던

여치와 버마제비들

섬돌의 이른 잠을 깨우며 서릿밤을 울던

귀뚜라미를 나는 사랑한다

생각하면 나는 화려한 것의 반대켠에서 고요하고 적막한 것에 길들여져 왔다

쑥갓꽃 패랭이꽃 손톱꽃 앉은뱅이꽃, 작아서 아름다운 것들

그래서 잊혀지지 않는 것들을 나는 사랑한다

점점 깊어가는 가을밤의 나뭇잎 지는 소리

밤나무 뿌리를 적시며 흐르는 개울물 소리를 나는 사랑한다

세상이 가장 조그마해지고 따뜻해지는 가을밤을

불켜지 않아도 마음이 화안한 가을밤을 나는 사랑한다

 

이 기철

 

 

 

가을 부근    /  정일근

 

여름내 열어놓은 뒤란 창문을 닫으려니

열린 창틀에 거미 한 마리 집을 지어 살고 있었습니다

거미에게는 옥수수가 익어가고 호박잎이 무성한

뒤뜰 곁이 명당이었나 봅니다

아직 한낮의 햇살에 더위가 묻어나는 요즘

다른 곳으로 이사하는 일이나, 새 집을 마련하는 일도

사람이나 거미나 힘든 때라는 생각이 들어

거미를 ?아내고 창문을 닫으려다 그냥 돌아서고 맙니다

가을 바람이 불어오면 여름을 보낸 사람의 마음이 깊어지듯

미물에게도 가을은 예감으로 찾아와

저도 맞는 거처를 찾아 돌아갈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가을 사랑도종환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할 때와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하였기 때문에

나의 마음은 바람부는 저녁숲이었으나

이제 나는 은은한 억새 하나로 있을 수 있습니다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눈부시지 않을 갈꽃 한 송이를

편안히 바라볼 때와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내가 끝없이 무너지는 어둠 속에 있었지만

이제는 조용히 다시 만나게 될

아침을 생각하며 저물 수 있습니다

지금 당신을 사랑하는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하는 잔잔한 넉넉함 입니다

 

가을 새벽권태응

 

고요한 새벽 하늘

울리는 소리 ...

어서 밤이 새라고, 닭들 꼬기오

고요한 새벽 하늘

울 리는 소리 ...

먼 길 손님 타라고, 기차 삐익삑

고요한 새벽 하늘

울리는 소리 ...

부지런한 타작꾼 기계 타알탈

 

가을아침황동규

 

오래 살던 곳에서 떨어져내려

낮은 곳에 모여 추억 속에 머리 박고 살던 이파리들이

오늘 아침 옷들을 입고

저처럼 정신없이 빛나는구나

말라가는 신경의 참응ㄹ 수 없는 바스락거림 잠재우고

시간이 증발한 눈으로 시간석을 내다보자

방금 黃菊聲帶에서 굴러 나오는 목소리

저 황금 고리들, 태어나며 곧 사라지는

저 삶의 입술들!

 

가을 아침에  / 소월

 

아득한 퍼스레한 하늘 아래서

회색의 지붕들은 번쩍거리며

성깃한 섶나무의 드문 수풀을

바람은 오다가다 울며 만날 때

보일락말락하는 멧골에서는

안개가 어스러히 흘러 쌓여라

아아 이는 찬비 온 새벽이러라

냇물도 잎새 아래 얼어붙누나

눈물에 싸여 오는 모든 기억은

피 흘린 상처조차 아직 새로운

가주난 아기같이 울며 서두는

내 영을 에워싸고 속살거려라

<그대의 가슴 속이 가비얍던 날

그리운 그 한 때는 언제였었노!>

아아 어루만지는 고운 그 소리

쓰라린 가슴에서 속살거리는

미움도 부끄럼도 잊은 소리에

끝없이 하염없이 나는 울어라

 

가을에기형도

 

잎 진 가지에

이제는 무엇이 매달려 있나

밤이면 유령처럼

벌레 소리여

네가 내 슬픔을 대신 울어줄까

내 음성을 만들어 줄까

잠들지 못해 여윈 이 가슴엔

밤새 네 울음 소리에 할퀴운 자국

홀로 된 아픔을 아는가

우수수 떨어지는 노을에도 소스라쳐

멍든 가슴에서 주르르르

네 소리

잎 진 빈 가지에

내가 매달려 물어볼까

찬바람에 떨어지고

땅에 부딪혀 부서질지라도

내가 죽으면

내 이름을 위하여 빈 가지가 흔들리면

네 울음에 섞이어 긴 밤을 잠들 수 있을까

 

가을에서정주

 

오게

아직도 오히려 사랑할 줄 아는 이

쫓겨나는 마당귀마다 푸르고도 여린

들이 열릴 때는 지금일세

오게

저속에 항거하기에 여울지는 자네

그 소슬한 시름의 주름살들 그대로 데리고

기러기 앞서서 떠나가야 할

섧게도 빛나는 외로운 안행雁行ㅡ이마와 가스으로 걸어야 하는

가을 안행이 비롯해야 할 때는 지금일세

작년에 피었던 우리 마지막 꽃 ㅡ 국화꽃이 있던 자리

올해 또 새 것이 자넬 달래 일어나려고

백로는 상강霜降으로 우릴 내리 모네

오게

지금은 가다듬어진 구름

헤매고 뒹굴다가 가다듬어진 구름은

이제는 양귀비의 피비린내나는 사연으로는 우릴 가로막지 않고

휘영청한 개벽은 또 한번 뒷문으로부터

우릴 다지려

아침마다 그 서리 묻은 얼굴들을 추켜들 때일세

오게

아직도 오히려 사랑할 줄을 아는이

쫓겨나는 마당귀마다, 푸르고도 여린

문들이 열릴 때는 지금일세

 

가을에오세영

 

너와 나

가까이 있는 까닭에

우리는 봄이라 한다

서로 마주하며 바라보는 눈빛

꽃과 꽃이 그러하듯....

너와나

함께 있는 까닭에

우리는 여름이라 한다

부벼대는 살과 살 그리고 입술

무성한 잎들이 그러하듯...

, 그러나 시방 우리는

각각 홀로 있다

홀로 있다는 것은

멀리서 혼자 바라만 본다는 것

허공을 지키는 빈 가지처럼

가을은

멀리 있는 것이 아름다운

계절이다

 

가을에는최영미

 

내가 그를 사랑한 것도 아닌데

미칠 듯 그리워질 때가 있다

바람의 손으로 가지런히 풀어놓은

뭉게구름도 아니다

양떼구름도 새털구름도 아니다

아무 모양도 만들지 못하고

이리저리 찢어지는 구름을 보노라면

내가 그를 그리워한 것도 아닌데

그가 내 속에 들어온다

뭉게뭉게 피어나 양떼처럼 모여

새털처럼 가지런히 접히진 않더라도

한 남자의 전부가 가슴에 뭉클 박힐 때가 있다

무작정 눈물이 날 때가 있다

가을에는, 오늘처럼 곱고 투명한 가을에는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픔 표정으로 문턱을 넘어와

엉금엉금, 그가 내 곁에 앉는다

그럴 때면 그만 허락하고 싶다

사랑이 아니더라도, 그 곁에 키를 낮춰 눕고 싶다

 

가을엽서안도현

 

한 잎 두 잎 나뭇잎이

낮은 곳으로

자꾸 내려앉습니다

세상에 나누어줄 것이 많다는 듯이

나도 그대에게 무엇을 좀 나눠주고 싶습니다

내가 가진 게 너무 없다 할지라도

그대여

가을 저녁 한 때

낙엽이 지거든 물어보십시오

사랑은 왜

낮은 곳에 있는지를

 

가을은 눈의 계절       /  김현승

 

이맘때가 되면

당신의 눈은 나의 마음

아니, 생각하는 나의 마음보다

더 깊은 당신의 눈입니다

이맘때가 되면

낙엽들은 떨어져 뿌리에 돌아가고

당신의 눈은 세상에로 순수한 언어로 변합니다

이맘때가 되면

내가 당신에게 드리는 가장 아름다운 선물은

가을 하늘 만큼이나 멀리멀리 당신을 떠나는 것입니다

떠나서 생각하고

그눈을 나의 영혼 안에 간직하여 두는 것입니다

낙엽들이 지는 날 가장 슬픈 것은

우리들 심령에는 가장 아름다운 것 ....

 

가을의 기도김현승(1913-1975)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 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이

<옹호자의 노래> 선명문화사.1963

 

가을의 노래  /  Pierre Charles Baudelaire

1

이윽고 우리는 가라앉을 것이다. 차디찬 어두움 속으로

너무나도 짧은 우리의 여름날, 그 강렬한 밝음이여 안녕히!

불길스러운 충격을 전하며 안마당 돌 블록 위에

던져지고 있는 모닥불 타는 소리를 나는 벌써 듣는다

이윽고 겨울 그것이 내 존재에 돌아오리니, 분노와 증오와

전율과 공포와 강제된 쓰라린 노고

그리고 북극의 지축에 걸린 태양과 같이

나의 심장은 이제 언 붉은 한 덩어리에 지나지 않게 되리라

던져지며 떨어지는 장작더미 하나하나를 나는 떨면서 듣노니

세워진 단두대의 울음조차 이렇듯 둔탁하지 않다

나의 정신은 성문을 파괴하는 무거운 쇠망치를 얻어맞고

허물어지는 성탑과도 같아라

이 단조로운 충격에 내 몸은 흔들리어

어디선가 관에다 서둘러 못질하고 있는 듯하다

누구를 위하여? ㅡ 어제는 여름이었으나 이제는 가을!

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리는 어디엔가 문밖에 나서기를 예고하고 있는 듯하다

2

나는 사랑한다, 네 길다란 눈, 그 초록빛 띤 빛을

상냥하고 아름다운 사람이여, 이제 내게는 모든 것이 흥미없다

그 어떤 것도 그대의 사랑도 침실도 또 난로도

해변에 빛나는 태양보다 낫게 생각되지 않는다

그래도 상냥스러운 사람이여! 역시 나를 사랑해 주오

비록 내가 은혜를 모르는 자요, 심술쟁이라도 내 어머니가 되어다오

연인이면서 누이동생이기도 한 사람이여, 비록 순식간에 사라지기는 하더라도

석양의 상냥스러움, 빛나는 가을의 상냥스러움이 되어다오

얼마 남지 않은 노력! 무덤이 기다리고 있나니, 탐욕스러운 무덤이다!

아아! 당신의 무릎에 이마를 기댄 채 나로 하여금

한껏 잠기게 해다오 백열의 여름을 그리워하며

만추의 날 그 상냥스러운 황색 광선 속에서!

Pierre Charles Baudelaire(1821-1867) 프랑스 파리

 

가을의 시 - /   연화리 시편26  곽재구

 

오후 내내

나룻배를 타고

강기슭을 따라 내려갔습니다

당신이 너무 좋아하는 칡꽃 송이들이

푸른 강기슭을 따라 한없이 피어 있었습니다

하늘이 젖은 꿈처럼 수면 위에 잠기고

수면 위에 내려온 칡꽃들이

수심 한가운데서

부끄러운 옷을 벗었습니다

바람이 불고

바람이 불어가고

지천으로 흩날리는 꽃향기 속에서

내 작은 나룻배는

그만 길을 잃고 맙니다

< 꽃보다 먼저 마음을 주었네> 열림원. 1999

 

 

가을의 시  /  김현승

 

넓이와 높이보다

내게 깊이를 주소서

나의 눈물에 해당하는...

산비탈과

먼 집들에 불을 피우시고

가까운 곳에서 나를 배회하게 하소서

나의 공허를 위하여

오늘은 저 황금빛 열매들마저 그 자리를

떠나게 하소서

당신께서 내게 약속하신 시간이 이르렀습니다

지금은 기적汽笛들을 해가 지는 먼 곳으로 따라 보내소서

지금은 비둘기 대신 저 공중으로 산까마귀들을

바람에 날리소서

많은 진리들 가운데 위대한 공허를 선택하여

나로 하여금 그 뜻을 알게 하소서

이제 많은 사람들이 새 술을 빚어

깊은 지하실에 묻을 시간이 오면

나는 저녁 종소리와 같이 호올로 물러가

내가 사랑하는 마른 풀의 향기를 마실 것입니다

 

가을의 시장석주

 

주여, 가을이 왔습니다

연인들은 헤어지게 하시고

슬퍼하는 자들에겐 더 큰 슬픔을 얹어주시고

부자들에게선 귀한 걸 빼앗아

재물이 하잖은 것임을 알게 하소서

학자들에게는 치매나 뇌경색을 내려서

평생을 닳도록 써먹은 뇌를 쉬게 하시고

운동선수들의 뼈는 분리해서

혹사당한 근육에 긴 휴식을 내리소서

스님과 사제들은

조금만 더 냉정하게 하소서

전쟁을 하거나 계획 중인 자들은

더 호전적이 되게 하소서

폐허만이 평화의 가치를 알게 하니

더 많은 분쟁과 유혈혁명이 일어나게 하소서

이 참담한 지구에서 뻔뻔스럽게 시를 써온 자들은

상상력을 탕진하게 해서

더는 아무 것도 쓰지 못하게 하소서

휴지로도 쓰지 못하는 시집을 내느라

더는 나무를 베는 일이 없게 하소서

다만 사람들이 시들고 마르고 바스러지며

이루어지는 멸망과 죽음들이

왜 이 가을의 축복이고 아름다움인지를

부디 깨닫게 하소서

<시와 사상>2008년 가을호

 

가을의 유혹박인환

 

가을은 내 마음에

유혹의 길을 가르친다

숙녀들과 바람의 이야기를 하면

가을은 다정한 피리를 불면서

회상의 풍경을 지나가는 것이다

전쟁이 길게 머무른 서울의 노대에서

나는 모딜리아니의 화첩을 뒤적이며

적막한 하나의 생애의 한 시름을

찾아보는 것이다

그러한 순간

가을은 청춘의 그림자처럼 또는

낙엽 모양 나의 발목을 끌고

즐겁고 어두운 사념의 세계로 가는 것이다

즐겁고 어두운 가을의 이야기를 할 때

목메인 소리로 나는 사람의 말을 한다

그것은 폐원에 있던 벤치에 앉아

고갈된 분수를 바라보며

지금은 죽은 소녀의 팔목을 잡던 것과 같이

쓸쓸한 옛날의 일이며

여름은 느리고 인생은 가고

가을은 또 다시 오는 것이다

 

 

가을의 향기김현승

 

남쪽에선

과수원의 임금林檎이 익는 냄새

서쪽에선 노을이 타는 내음 ...

산 위에 마른 풀 향기,

들가엔 장미들이 시드는 향기 ...

당신에겐 떠나는 향기,

내게는 눈물과 같은 술의 향기

모든 육체는 가고 말아도

풍성한 향기의 이름으로 남는

하고 아름다운 것들이여

높고 깊은 하늘과 같은 것들이여

 

가을이 가는구나김용택

 

이렇게 가을이 가는구나

아름다운 시 한편도

강가에 나가 기다릴 사랑도 없이

가랑잎에 가을빛같이

정말 가을이 가는구나

조금 더

가면

눈이 오리

먼 산에 기댄

그대 마음에

눈은 오리

산은 그려지리

 

가을이 아름다운 건 /   이해인

 

구절초, 마타리,

쑥부쟁이꽃으로

피었기 때문이다

그리운 이름이 그리운 얼굴이

봄 여름 헤매던 연서들이

가난한 가슴에 닿아

열매로 익어갈 때

몇 몇은 하마 낙엽이 되었으리라

온종일 망설이던 수화기를 들면

긴 신호음으로 달려온 그대를

보내듯 끊었던 애잔함

뒹구는 낙엽이여

, 가슴의 현이란 현 모두 열어

귀뚜리의 선율로 울어도 좋을

가을이 진정 아름다은 건

눈물 가득 고여오는

그대가 있기 때문이라

 

 

 

가을 저녁김현승

 

긴 돌담 밑에

땅거미 지는 아스팔트 위에

그림자로 그리는 무거운 가을 저녁

짙은 크레파스의 가을 저녁

기적은 서울의 가장자리에서

멀리 기러기같이 울고

겹친 공휴일을 반기며

먼 곳 고향들을 찾아 가는

오랜 풍속의 가을 저녁

사는 것은 곧 즐거움인 가을 저녁

눈들은 보름달을 보듯 맑아 가고

말들은 꽃잎보다 무거운 열매를 다는

호올로 포키트에 손을 넣고 걸어가도

외로움조차 속내의처럼 따뜻해 오는

가을 저녁

술에 절반

무등차에 절반

취하여 달을 안고

돌아가는 가을 저녁 ㅡ

흔들리는 뻐스 안에서

그러나 가을은 여름보다 무겁다!

시간의 잎새들이 떨어지는

내 어깨의 제목 위에선 ....

 

 

가을저녁에소월

 

물은 희고 길구나, 하늘보다도

구름은 붉구나, 해보다도.

서럽다, 높아가는 긴 들 끝에

나는 떠돌며 울며 생각한다, 그대를

그늘 깊어 오르는 발 앞으로

끝없이 나아가는 길은 앞으로

키 높은 나무 아래로, 물마을은

성깃한 가지가지 새로 떠오른다

그 누가 온다고 한 언약도 없건마는!

기다려 볼 사람도 없건마는!

나는 오히려 못물가를 싸고 떠돈다

그 못물로는 놀이 잦을 때

 

가을 저녁의 시 /   김춘수

 

누가 죽어가나 보다

차마 다 감을 수 없다는

반만 뜬 채

이 저녁

누가 죽어가는가보다

살을 저미는 이 세상 외롬 속에서

물같이 흘러간 그나날 속에서

오직 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면서

애터지게 부르면서 살아온

그 누가 죽어가는가보다

풀과 나무 그리고 산과 언덕

온누리 위에 스며 번진

가을의 저 슬픈 눈을 보아라

정녕코 오늘 저녁은

비길 수 없는 정한 목숨이 하나

어디로 물같이 흘거가 버리는가보다

 

가을 지붕권태응

 

사다리를 타고서 한층 두층

언니 따라 지붕에 올라갑니다

박덩이 뒹굴대는 한옆에다

빨강 고추 흰 박고지 널어 놓아요

집집마다 지붕에도 울긋불긋

여기저기 그림같이 아름다워요

내려갈 줄 모르고 나는 자꾸만

멀리 멀리 사방 경치 바라봅니다

 

가을볕박노해

 

가을볕이 너무 좋아

고추를 따서 말린다

흙마당에 널어놓은 빨간 고추는

물기를 여의며 투명한 속을 비추고

높푸른 하늘에 내걸린 빨래가

바람에 몸 흔들어 눈 부시다

가을볕이 너무 좋아

가만히 나를 말린다

내 슬픔을

상처난 내 욕망을

투명하게 드러나는

살아온 날들을

 

가을편지 /  ???

 

잎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원고지 처럼 하늘이

한 칸씩 비워가고 있습니다

그 빈곳에 맑은 영혼의 잉크물로

편지를 써서 당신에게 보냅니다

사랑함으로 오히려

아무런 말 못하고 돌려보낸 어제

다시 이르려해도

그르칠까 차마 또 말 못한 오늘

가슴에 고인 말을

이 깊은 시간

한 칸씩 비어가는 하늘 백지에 적어

당신에게 전해달라

나무에게 줍니다

 

가을하늘1 /  정완영

 

전선 위에 앉아 있는 제비들이 날아갑니다

가을 하늘 푸른 건반을 두드리며 날아갑니다

하늘엔 음악이 흐르고, 흰 구름이 흘러갑니다

 

가을 하늘2 /  정완영

 

요즘 하늘빛은 하루 한 길씩 높아가요

저러다 넘칠 것 같아요 무너질 것 같아요

구름도 따라가다가 지쳐 눕고 말아요

 

 

가을 해거름 들길에 섰습니다  /  김용택

 

사랑의 온기가 더욱 더 그리워지는

가을 해거름 들길에 섰습니다

먼 들 끝으로 해가

눈부시게 가고

산 그늘도 묻히면

길가에 풀꽃처럼 떠오르는

그대 얼굴이

어둠을 하얗게 가릅니다

내 안에 그대처럼

꽃들은 쉼없이 살아나고

내 밖의 그대처럼

풀벌레들은

세상의 산을 일으키며 웁니다

한 계절의 모퉁이에

그대 다정하게 서 계시어

한없이 걷고 싶고

그리고 마침내 그대 앞에

하얀 풀꽃

한 송이로 서고 싶어요

 

낙엽끼리 모여 산다조병화

 

낙엽이 누워 산다

낙엽끼리 모여 산다

지나간 날을 생각지 않기로 한다

낙엽이 지는 하늘가에

가는 목소리 들리는 곳으로

나의 귀는 기웃거리고

얇은 피부는

햇볕이 쏟아지는 곳에 초조하다

항시 보이지 않는 곳이

있기에 나는 살고 싶다

살아서 가까이 가는 곳에 낙엽이 진다

아 나의 육체는

낙엽 속에 이미 버려지고

육체 가까이 또 하나

나는 슬픔을 마시고 산다

비 내리는 밤이면

낙엽을 밟고 간다

비 내리는 밤이면

슬픔을 디디고 돌아온다

밤은 나의 소리에 차고

나는 나의 소리를 비비고 날을 샌다

낙엽끼리 모여 산다

낙엽에 누워 산다

보이지 않는 곳이 있기에

슬픔을 마시고 산다

 

남겨진 가을이재무

 

움켜진 손 안의 모래알처럼 시간이 새고 있다

집착이란 이처럼 허망한 것이다

그렇게 네가 가고 나면 내게 남겨진 가을은

김장 끝난 텃밭에 싸락눈을 불러올 것이다

문장이 되지 못한 말들이

반쯤 걷다가 바람의 뒷발에 채인다

추억이란 아름답지만 때로는 치사한 것

먼 훗날 내 가슴의 터엔 회한의 먼지만이 붐빌 것이다

젖은 얼굴의 달빛으로 흔들리는 풀잎으로 서늘한 바람으로

사선의 빗방울로 박 속 같은 눈 꽃으로

너는 그렇게 찾아와 마음이 그릇 채우고 흔들겠지

아 이렇게 숨이 차 사소한 바람에도 몸이 아픈데

구멍난 조롱박으로 퍼올리는 물처럼 시간이 새고 있다

 

늦가을         /    김사인

 

그여자 고달픈 사랑이 아파 나는 우네

불혹을 넘어

손마디는 굵어지고

근심에 지쳐 얼굴도 무너졌네

사랑은 늦가을 어스름으로

밤나무 밑에 숨어 기다리는 것

술 취한 무리에 섞여 언제나

사내는 비틀비틀 지나가는 것

젖어드는 오한 다잡아 안고

그 걸음 저만치 좇아 주춤주춤

흰고무신 옮겨보는 것

적막천지

한밤중에 깨어앉아

그여자 머리를 감네

올 사람도 갈 사람도 없는 흐린 불 아래

제 손만 가만가만 만져보네

시집<가만히 좋아하는> 창비.2006

 

늦가을 /   이덕무(1741-1793)

 

작은 서재에 찾아온 가을날이 너무도 맑아

손으로 갈포 두건 바로잡고 물소리를 듣네

책상에 시편 있고 울타리엔 국화 피었으니

사람들은 이 그윽한 멋을 도연명 같다 말하네

약관의 나이에 박제가. 유득공.이서구와 함께 <건연집>이라는 시집을 냈다

서자로 태어나다

 

늦가을의 산책  /  헤세

 

가을비가 회색 숲에 흩뿌리고

아침바람에 골짜기는 추워 떨고 있다

밤나무에서 밤이 툭툭 떨어져

입을 벌리고 촉촉히 젖어 갈색을 띄고 웃는다

내 인생에도 가을이 찾아와

바람은 찢어져 나간 나뭇잎을 딩굴게 하고

가지마다 흔들어 댄다. 열매는 어디에 있나?

나는 사랑을 꽃피웠으나 그 열매는 괴로움이었다

나는 믿음을 꽃피웠으나 그 열매는 미움이엇다

바람은 나의 앙상한 가지를 쥐어 뜯는다

나는 바람을 비웃고 폭풍을 견디어 본다

나에게 있어서 열매란 무엇인가?

목표란 무엇이란 말인가!

피어나려 했었고, 그것이 나의 목표다

그런데 나는 시들어 가고

시드는 것이 목표이며 그 외 아무 것도 아니다

마음에 간직하는 목표는 순간적인 것이다

신은 내 안에 살고 내 안에서 죽고

내 가슴 속에서 괴로워 한다 이것이 내 목표로 충분하다

제대로 가는 길이든 헤매는 길이든 만발한 꽃이든 열매이든

모든 것은 하나이고 모든 것은 이름에 불과하다

아침 바람에 골짜기가 떨고 있다

밤나무에서 밤이 떨어져

힘있게 환하게 웃는다. 나도 함께 웃는다

 

들국화   /  노천명

 

들녘 비탈진 언덕에 네가 없었던들

가을은 얼마나 쓸쓸했으랴

아무도 너를 여왕이라 부르지 않건만

봄의 화려한 동산을 사양하고

이름도 모를 풀틈에서 섞여

외로운 계절을 홀로 지키는 빈들의 색시여

갈꽃보다 부드러운 네 마음 사랑스러워

거칠은 들녘에 함부로 두고 싶지 않았다

한아름 고히 안고 돌아와

화병에 너를 옮겨 놓고

거기서 맘대로 자라라 빌었더니

들에 보던 생기 나날이 잃어지고

웃음 거둔 네 얼굴은 수그러져

빛나던 모양은 한잎 두잎 병들어갔다

아침마다 병이 넘는 맑은 물도

들녘의 한 방울 이슬만 못하더냐?

너는 끝내 거칠은 들녘 정든 흙냄새 속에

맘대로 퍼지고 멋대로 자랐어야 할 것을

뉘우침에 떨리는 미련한 손이 이제

시들고 마른 너를 다시 안고

푸른 하늘 시원한 언덕 아래

묻어 주러 나왔다

들국화여!

저기 너의 푸른 천정이 있다

여기 너의 포근한 갈꽃 방석이 있다

 

들국화   /  천상병

 

산등성 외따른 데

애기 들국화

바람도 없는데

괜히 몸을 뒤뉘인다

가을은

다시 올 테지

다시 올까?

나와 네 외로운 마음이

지금처럼

순하게 겹친 이순간이...

 

晩秋   /  이 용악

 

노오란 은행잎 하나

호리호리 돌아 호수에 떨어져

소리 없이 湖面을 미끄러진다

또 하나 ㅡ

조이삭을 줍던 시름은

요즈음 낙엽 모으기에 더욱더

해마알개졌고

하늘

하늘을 쳐다보는 늙은이 뇌리에는

얼어죽은 친지 그 그리운 모습이

또렷하게 피어오른다고

길다란 담뱃대의 뽕잎 연기를

하소에 돌린다

돌개바람이 멀지 않아

어린 것들이

털 고운 토끼 껍질을 벗겨

귀걸개를 준비할 때

기름진 밭고랑을 가져 못 본

부락민 사이엔

지난해처럼 또 또 그 전해처럼

소름 끼친 대화가 오도도오 떤다

이 용악

 

 

 

봉선화  /  김형준

 

울 밑에 선 봉선화야 네 모양이 처량하다

길고 긴 날 여름철에 아름답게 꽃 필 적에

어여쁘신 아가씨들 너를 반겨 놀았도다

어언간에 여름 가고 가을 바람 솔솔 불어

아름다운 꽃송이를 모질게도 침노하니

낙화로다 늙어졌다 네 모양이 처량하다

낙화로다 늙어졌다 네 모양이 처량하다

김형준 시. 홍난파 작곡. 1920년 발표

 

 

산국화가 피었다는 편지   /  임태주

 

가을해가 풀썩 떨어집니다

꽃살 무늬 방문이 해 그림자에 갇힙니다

몇 줄 편지를 쓰다 지우고 여자는

돌아앉아 다시 뜨게질을 합니다

담장 기와 위에 핀 바위솔꽃이

설핏설핏 여자의 눈을 밟고 지나갑니다

뒤란의 머위잎 몇 장을 오래 앉아 뜯습니다

희미한 초생달이 돋습니다

봉숭아 꽃물이 남아있는 손톱끝에서

는 사랑하는 일보다 더 외로운 일이라는데...

억새를 흔들고 바람이 지나갑니다

여자는 잔별들 사이로 등을 꽂습니다

가지런히 빗질을 하고

일생의 거울 속에서 여자는

그림자로 남아

산국화가 피었다는 편지를 씁니다

산국화가 피었다는 편지를

지웁니다

 

오래된 가을  /  천양희

 

돌아오지 않기 위해 혼자

떠나본 적이 있는가

새벽 강에 나가 홀로

울어본 적이 있는가

늦은 것이 있다고

후회해본 적이 있는가

한 잎 낙엽같이

버림받은 기억에 젖은 적이 있는가

바람 속에 오래

서 있어본 적이 있는가

한 사람을 나보다

더 사랑한 적이 있는가

증오보다 사랑이

조금 더 아프다고 말한 적이 있는가

그런 날이 있는가

가을은 눈으로 보지 않고

마음으로 보는 것

보라

추억을 통해 우리는 지나간다

 

울음이 타는 가을 강  /  박재삼

 

마음도 한자리 못앉아 있는 마음일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 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 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겄네

저것 봐, 저것 봐.

네보담도 내 보담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것네

 

조용한 일  /  김 사인

 

이도 저도 마땅히 않은 저녁

철이른 낙엽 하나 슬며시 곁에 내린다

그냥 있어볼 길밖에 없는 내 곁에

저도 말없이 그냥 있는다

고맙다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일이다

 

추일서정김광균

 

낙엽은 폴란드 망명 정부의 지폐

포화에 이즈러진

도룬 시의 가을 하늘을 생각케 한다

길은 한 줄기 구겨진 넥타이처럼 풀어져

일광의 폭포 속으로 사러지고

조그만 담배 연기를 내어 뿜으며

새로 두 시의 급행 열차가 들을 달린다

포플라나무의 근골 사이로

공장의 지붕은 흰 이빨을 드러내인 채

한 가닥 꾸부러진 철책이 바람에 나부끼고

그 우에 세로팡 지로 만든 구름이 하나

자욱한 풀버레 소래 발길로 차며

호올로 황량한 생각 버릴 곳 없어

허공에 띄우는 돌팔매 하나

기울어진 풍경의 장막 저쪽에

고독한 반원을 긋고 잠기어 간다

19407월 인문평론

 

 

 

할머니는 마당에 붉은 고추를  /  채호기

 

할머니는 마당에 붉은 고추를 넌다

베지 않은 키 큰 옥수숫대가 있고

누렁빛 들판에는 풍성한 예감이 있다

먼 데 산이 선명하다

형은 펌프 옆에서 양말을 빨고

, 참 이 가을엔

햇빛이 뼛속까지 보이는구나

 

향수  /  박세영(1902 - ) 白河. 함북 출생.

 

- 그립구나 내 고향,

익은 들이 물결치는 가을

누르런 들과 새파란 하늘을 볼 땐

생각키느니 내 고향

산골짜기엔 약수

마을 앞엔 푸른 강

강엔 배 띄우고 고기 잡던 옛시절

내 고향은 이리도 아름다워라

산 없는 이곳에서

물 흐린 이 땅에서

흘러 다니는 나그네 몸이 외롭구나

지금은 추석달, 끝없는 지평선에서 떠오르는 저 달

북만北滿의 들개 짖는 소리에 마음만 소란쿠나

고향의 하늘을 날으는 새, 땅에 기는 짐승들도

지금은 따스한 제 집에서 단꿈을 꾸련만

팔려 간 노예와 같이

풍겨난 새와 같이 이 몸은 서럽구나

고추를 널어 새빨간 지붕

파란 박은 實貨같이 넝쿨에 달리고

방아 소리 쿵쿵 울릴 때

이 가을, 이 추석을 맞는 이

- 고향에 몇이나 되노

가라는 이 없건만 아니 나오면 왜 못살며

들은 익어 누르른데 배를 곯리지 않으면 왜 못살더란 말인가?

사랑하는 연인과 결별하듯이

내 고향 떠난 지도 이미 십년

그야 이 내 몸뿐이랴

마을의 처녀들도 눈물지고 떠나들 갔으며

마을의 장정들도 고향을 원망하고 달아났다

그리운 고향은 야속도 하구나

수수이삭에 걸린 추석달

잠든 호숫가에 거니는 기러기

지금은 그 멀리 들릴거라 다듬이 소리

- 그립고나 이 내 고향!

<산제비> 중앙인서관. 1938

 

홀로 남기   /  프로스트

 

예전에 어디에서 들은 적 있었던가?

바람이 이토록 사납게 바뀌는 것을

닫히지 않으려는 문 열린 채 쥐어잡고

저 언덕 너머 해안의 물거품을 바라보는 내 모습을

바람은 도대체 무어라 여길까?

여름이 지나고 오늘 하루도 지나 이제

어둔 구름이 서쪽 하늘에 모인다

저기 쳐진 현관 마루

회오리바람에 요란하게 올라온 나뭇잎들이

내 무릎을 부딪히려다가 스쳐갔다

그 소리 속의 불길한 무엇이

내게 비밀을 밝히라고 알려준다

내가 집에 혼자 있다는 소문이

밖에서 나돌았나 보다

내 일생 동안 외로웠다는 소문이

이제 내게 남은 것은 밖에 없다는 소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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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관한 시모음 



가을은        /眞如 홍은자


바다같이 넓게 열린 가슴
유리알처럼 투명해진
마음으로
어디론가 떠나고 싶고,
마주친 낯선 사람에게도
따스한 미소 건네고 싶어지면 가을이다.


스며든 한 점 바람에도
가슴이 휑하니 비어 가고
괜스레 눈물이 그렁거려
접어 두었던 옛사랑의 기억이
단풍처럼 타오르고 그 흔들림에
가슴이 부서져 내리면 가을이고,


하얗게 잠 못 드는 밤
쓸쓸한 귀뚜라미 울음이
그리움의 송가처럼 가슴에 와 닿고
이유 없는 한숨이 새어나와
절로 읊조린 싯귀 한 구절에
가슴이 시려오면 가을이다 .


가을이라는 두 글자에
그리움을 섞어 태우면
붉은 빛 낙엽 타는 냄새가 난다
떠나갈 가을도, 돌아올 가을도
그리 오래 머물지도 못하면서
가을은, 가을 속에서 만 가을을 탄다.




가을 길목      /박인걸


이글이글 타던 햇빛도
선들바람 앞에 한 풀 꺾이고
늦바람난 고추잠자리
신바람 난 듯 하늘을 난다.


한 여름 찜통더위
풋 사과 벌겋게 익고
늦둥이 대추 열매도
오동통 살이 올랐다.


비탈 밭 옥수수
푸른 제복 빛이 바랬고
막대타고 오른 줄 콩이
주인의 손길을 기다린다.


풀 섶에 앉은 여름
서늘바람이 길을 재촉하니
가을은 나뭇가지에 앉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가을이 오면       /손병흥


추억이 무르익어가는 갈대와 단풍들이
바야흐로 소소한 일상 속 정취 풍기는
불어오는 가을바람 스쳐가는 길가에서
외로움 달래보는 활짝 피어난 코스모스
또 하나의 풍경 담아내고 싶은 이 가을

만산홍엽 굽이쳐 내린 산야 들판 풀 바람
아련한 배경화면이 되어버린 유년의 추억들
무르익은 채로 깊어만 가는 풍성한 가을풍경
아름다운 상념 되어 물들게 하는 가을나들이

유난히 맑아서 고운 높은 채 푸른 가을 하늘처럼
날이 갈수록 아련한 기억마저도 떠올릴 겨를 없이
마냥 삶에 부대껴 앞만 보고 살아나왔던 세월 따라
숨어 우는 바람 긴 겨울이 다가오기 전 사색 즐기며
알록달록 크고 작은 외로움 추억들 멀리 날려 보고픈
오래도록 마음 허전 쓸쓸 해지는 별빛 그리운 이 계절





깊어가는 가을에2     /박준희


같은 하늘 아래
같은 마음으로
함께할 수 있음에
행복합니다


그대의 향기가
느껴집니다
그대의 숨결이
느껴집니다


그대의
아름다운 모습
향기로운 모습 속
고운 마음에 포오옥 빠져봅니다


함께 밥을 먹고
함께 차를 마시고
함께 걷는 이 길이
얼마나 아름다운지요


그대
참으로
예뻐요
아름다워요
사랑스러워요


저녁노을처럼
붉게 붉게 불타는
곱디고운 그대와 함께한 이 시간
감사한 맘 가득 행복해 봅니다.




가을이 익어간다     /김민지


금오산 끝자락에 가을이 익어간다
케이블카에 올라 아래로 내려다보니
드문드문 들리는 계곡의 물소리가
가을의 운율에 맞추어 즐거이 노래한다


아직 채 푸른색이 가시지도 않은
은행잎 사이로 먼저 여문 은행들이
가을비의 무게에 눌려 떨어져
아스팔트 위에 납작 엎드렸다


산등성이 푸른 신록들은 구름이 걷어내고
울긋불긋 가을옷을 입혀줄 요량인가 보다
가을은 우리가 눈치챌 사이도 없이
슬며시 익어가고 있다




가을 향기        /정연화

낮동안 내리쬐는 햇볕이
아직은 뜨거워서
손가리개를 하지만

극성이던 더위는
어느 새 한 풀 꺾였고

가끔씩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속에는
가을 향기가 묻어납니다

나뭇잎의 살랑거림도
철이 든 듯 온화해졌으며
하늘의 뭉게구름도
왠지 가을스러움을 주는군요

가을이 오는 길목에서
가을 향기 그대를
맞이할 꿈에
여심은 벌써
설레이는 마음이 되어
그렇게 가을속에 서 있습니다





가을길        /정윤목


여인, 가을 따라가네
반기려듯 노래하는
까치 소리조차 없어도

철새, 하늘길 떠나가네
잘 가라고 손 흔들어
서운해 하는 이 없어도





가을손님        /장수남


코스모스 들길 손님
오셨네.
희야 가을 소식
바람 타고 모래성 너머
아빠 얼굴 보고 싶어
푸른 하늘 은빛 낯 달
가을 손님 오셨네.


해바라기 먼 산 손님
오셨네.
희야 가을 편지
푸른 바다 수평선 너머
아빠 얼굴 보고 싶어
깊은 하늘 금빛 햇살
가을 손님 오셨네.


그리운 님 찾아 먼 길
오셨네.
아빠 가을바람
들국화 향 흩날리며
희야 얼굴 보고 싶어
홍해바다 먼 파도 타고
가을 손님 오셨네.




가을이 오려 한다     /정찬열


가을이 오려 한다
그토록 기를 쓰고 울어대든
매미 소리도 목이 졸려 울고
화답하는 귀뚜라미 우는소리
희미한 노랫소리 나를 깨운다.


그토록 무덥던 날에
절기가 입추를 넘어서니
한 점 바람도 살랑거리며
새벽바람 끌려와 창문을 노크한다.


짙푸른 나뭇잎도
무덥던 한여름이 좋았다며
봄을 알린 벚나무 노란 옷을 걸치며
나른한 기지개를 켜고 서 있다.


어디선가 바람 따라
하늘을 배회하는 고추잠자리
북쪽 창을 기웃대던 아침 햇살도
서슬 바람에 등 떠밀려 서성이는 계절




가을에 더 깊숙이       /김관호


시원한 바람
서둘러 지나치려다 불쑥
던져놓은 명제


늘 웃어보자
서로 몸을 부대끼는 풀잎
열띤 논쟁


힘찬 폭포수
바쁘게 흘러가려다 언뜻
내려놓은 주제


늘 함께하자
꼬리를 무는 파문


손에 잡힐 듯한
가을 걸음에
은연중 꿈꾸는 이웃사랑……




가을의 법칙       /박종영


하늬바람이 분별없이 서늘하다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가을바람이 옷섶을 후빈다
허리 긴 국화가 피어나고
수줍어 숨어 피는 들꽃들의 웃음이
간드러지게 들려오는,
청명한 구름 속으로 소리의 물결이 높게 걸려있다
가을에 접어들면,
외로운 낙엽이 스스로 소멸하는
슬픈 가락이 거리에 놔 뒹굴고
자연의 힘으로 역류하는
나약한 나무들의 방황이 하루를 저물게 한다
어느 하늘 높은 날은 잎지는 소리에 슬프고
어느 선선한 날은 납작 엎드린
풀꽃의 웃음으로 소중한 가을,
이토록 무한한 가을에 접어들어
활개 치는 산천 경계가 무모하게 한 눈을 팔게 하는 것은
살아 남은 자의 행운이려니,
그래서 밝은 눈으로 세상을 다스리는
지금의 즐거움이 크다.




가을 끝자락        /기영석


바람이 심술을 부려
곱게 물든 나뭇잎은
한 잎 두 잎 뚝뚝 떨어지고


한 생을 잘 보냈다고
길 위를 뒹굴고 무참히 밟혀도
아파하지도 울지도 않는다


길 섶의 억새란 놈은
갈대와 함께 바람 장단에
이리저리 흥에 겨워 춤을 추고


강 건너 사림봉엔
색깔 흐린 단풍으로 채색되고
강물은 가을을 띠워 보낸다




가을 나들이     /현곡 곽종철


누가 가을을 슬픈 계절이라 했나.
아름다운 들꽃이 나를 반기는데
노랗게 익어가는 벼이삭은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네.


하얗게 피어오른 갈대꽃,
춤사위도 예사롭지 않네.
벌 나비가 지나간들 잡지도 않네.
강물도 바람을 만나 너울로 다가 와
쓸쓸한 내 마음을 씻어 주는구나.


강물에 떠있는 청둥오리 한 쌍,
내 젊은 시절을 그립게 하는구나.
물들어가는 산도들도 뒷전이네.
세월의 징검다리를 건너가
가을을 즐기는데 하루해가 짧구나.




추억의 가을 길을 걸으며    /김명숙


새 옷을 갈아입은 가을 길
여러 가지 색깔들로 아름답게
채색되어 가는 가을


가을빛에 익어 가는
오곡백과를 보며 여유로운
길 따라 행복한 웃음을 지어본다.


저 맑은 가을 하늘 아래
고추잠자리 춤추며 나르는
코스모스 길을 따라


수줍은 미소로 반겨주는
코스모스 유혹에 빠지며


더욱더 깊어 가는
가을의 향기를
마음에 담아 노래하며


그 여름의 추억이 스치고
그리움이 서린 하얀
이슬방울 풀잎에 내려


영롱하게 빛나는 숲길에
선선한 바람 불어와
가을의 향기는 더욱더
깊어져만 간다.




갈바람 빛 가을      /初月 윤갑수

파란 하늘을 닮았나.
얼비친 에메랄드 빛 금강엔
잔물결들이 사르르 바람타고
굽이굽이 진 세상을 훑는다.

헐렁한 눈빛에 밟힌 계절
허기짐을 유혹하는 욕망의
불꽃은 가슴에서 펄럭이고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엔
가을빛이 슬금슬금 물든다.

눈부신 햇살이 지나간 자리
들녘엔 허수아비만이 갈바람
타고 살랑인다.





가을 들녘       /이원문


덥다 하는 그 여름의 약속인가
뜸북새의 고향 참새 떼 날아들고
수수밭 옆 멀리 황금 물결 이룬다
봄부터 저 들녘이 있기까지
보람의 황금 들녘 가을 하늘 더 높아라
여기 저기 새 쫓는 소리 허수아비의 잠 깨운다


가을 바람에 참새 떼의 즐거운 들
아이들 나뉘어 메뚜기 따라 뛰는 들
길목 한곳 코스모스 가냘피한들대나
벼베기 끝나 바닥 들어나면 어쩌나
메아리에 실리던 작년의 궁굴통 소리
그때 처럼 그렇게 가느란히 들리겠지

 

 

낙엽 / 정호승

내 가는 길을 묻지 마세요

언제 돌아오느냐고 묻지 마세요

가을이 가고 또 가을이 가면

언젠가는 그대 실뿌리 곁에

살며시 살며시 누워 있겠어요

- 정호승,『풀잎에도 상처가 있다』(열림원, 2002)

낙엽 / 정현종

사람들 발길이 낸

길을 덮은 낙엽이여

의도한 듯이

길들을 지운 낙엽이여

길을 잘 보여주는구나

마침내 네가 길이로구나

- 정현종,『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문학과지성사, 2018)

낙엽 / 도종환

헤어지자

상처 한 줄 네 가슴 긋지 말고

조용히 돌아가자

수없이 헤어지자

네 몸에 남았던 내 몸의 흔적

고요히 되가져가자

허공에 찍었던 발자국 가져가는 새처럼

강물에 담았던 그림자 가져가는 달빛처럼

흔적 없이 헤어지자

오늘 또다시 떠나는 수천의 낙엽

낙엽

- 도종환,『흔들리며 피는 꽃』(문학동네, 1994)

낙엽 한 장 / 오봉옥

배낭에 따라붙은 낙엽 한 장

그냥 떼어버릴 일 아니다

그 나무의 전생과 어떤 인연이 있었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

죽어가면서도 마지막으로 한 번

손을 내밀어보는 이유가

필시 또 있었을 것이니

- 오봉옥,『섯!』(천년의시작, 2018)

놀라워라 / 박남준

낙엽 하나 땅에 떨어졌다

어떤 나비의 애벌레에게 몸을 내주었나

삭은 뼈처럼 드러난 잎맥들 방울방울

이슬을 매달아 햇빛을 굴린다

그 모습 열반한 선승의 사리 아닌가 생각하는데

몸의 어느 구석에 생기가 남아 있었던가

가을볕에 뒤척이다 발끝부터 토르르-륵

동그랗게 말았다 번데기 같다

가지에서 떨어져 허공을 부유하다

나비를 꿈꾸었는가

놀라워라 저 낙엽

- 박남준,『그 아저씨네 간이 휴게실 아래』(실천문학사, 2010)

노란 잎 / 도종환

누구나 혼자 가을로 간다

누구나 혼자 조용히 물든다

가을에는 혼자 감당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그대 인생의 가을도 그러하리라

몸을 지나가는 오후의 햇살에도

파르르 떨리는 마음

저녁이 오는 시간을 받아들이는

저 노란 잎의 황홀한 적막을 보라

은행나무도

우리도

가을에는

혼자 감당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 도종환, 『사월 바다』(창비, 2016)

낙엽 밟았다는 사건 / 복효근

밟히는 순간 아득히

부서지는 낙엽들의 소리

내가 걸음을 갑자기 멈춘 것은,

오후 약속을 잊은 것은 그 소리 탓이었다

그녀는 기다리다 떠나갔고

나는 언덕에서 네 시 기차가 떠나는 소리를 듣는다

- 한 생生이 낙엽 부서지는 소리로 바뀔 수 있다니

또 발밑에선 낙엽이 부서지고

먼 곳에선 새가 난다

누군가 또 약속을 잊고

누군가 또 기차를 바꿔 타나보다

낙엽 소리에

먼 하늘 별이 돋는다

- 복효근,『누우 떼가 강을 건너는 법』(달아실출판사, 2017)

11월의 낙엽 / 최영미

가을비에 젖은 아스팔트.

돌아보면,

떨어질 잎이 하나 남아 있었나.

천둥에 떨고 번개에 갈라진 잎사귀.

심심한 아이들에게는 장난감이 되어주고

종이보다 가벼운 몸으로

더러운 뒷골목을 지키던 너.

허술한 나뭇가지에 목숨을 부지하고

식물의 운명에 순종했던,

상처투성이의 몸에 햇살이 닿으면

촘촘한 세월의 무늬가 드러나지만,

이대로 세차게 흔들리다

누군가의 가슴바닥에

훅, 떨어졌으면……

첫눈이 내려 무거운 눈을 매달고

허공에서 부서지기 전에,

순한 흙에 덮여 잠들었으면……

낙엽의 비문(碑文)을 읽을

그대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 최영미,『도착하지 않은 삶』(문학동네, 2009)

낙엽 / 이재무

시를 지망하는 학생이 보내온

시 한 편이 나를 울린다

세 행 짜리 짧은 시가 오늘 밤 나를

잠 못 이루게 한다

"한 가지에 나서 자라는 동안

만나지 못하더니 낙엽 되어 비로소

바닥에 한몸으로 포개져 있다"

그렇구나 우리 지척에 살면서도

전화로만 안부 챙기고 만나지 못하다가

누군가의 부음이 오고 경황 중에 달려가서야

만나는구나 잠시잠깐 쓸쓸히 그렇게 만나는구나

죽음만이 떨어져 멀어진 얼굴들 불러모으는구나

- 이재무,『푸른 고집』(천년의시작, 2004)

밝은 낙엽 / 황동규

그래, 젊음 뒤로 늙음이 오지 않고

밝은 낙엽들이 왔다.

샤워하고 욕조를 나오다

몸의 동체(胴體)를 일순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숨 한번 크게 쉬었다. 늙음을 제대로 맞으려면

착지법(着地法)을 제대로 익혔어야?

그래, 기(氣)부터 채우자!

가을바람 기차게 부는 날

용의 등뼈 능선 사자산을 찾아 나선 길

긴 굽이 하나 돌자 얇은 반달 하나 하늘에 박혀 있고

나무들이 빨강 노랑 갈색 깃들을 날리는 마른 개울가엔

누군가 돌부처로 새기려 드는 걸 온몸으로 막은 듯

목과 허리에 깊은 상처 받은 바위 하나 서서

품으로 날아드는 색깔들을 밝은 흐름으로 만들고 있다.

어떤 나무의 분신이면 어떤가,

착지, 착지, 땅이 재촉하는데?

밝음 하나를 공중에서 낚아챈다. 바람결에 놓친다.

착지, 착지, 땅이 재촉하는데

밝은 몸 한 장

땅 어느 구석에 슬며시 내려앉지 않고

뒤집혔다 바로잡혔다 아무렇지도 않게 나는구나.

-『창작과 비평』142호(2008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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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시 모음 35편

《1》
첫눈   /강은교

첫눈이 내린다
흙에 닿으면 흙으로
눈물로 닿으면 눈물로
내리는 족족 녹으며
자꾸 내린다

웬 슬픔들 여기엔 이리도 많은지
동구 밖 넓은 길 훠이훠이 떠돌다가
더는 몸 비빌 곳 없어
찾아오신 넋들

구름 위에서 구름이 부서진다
바람 앞에서 바람이 부서진다

《2》
첫눈 오는 날  / 곽재구

사랑하는
마음이 깊어지면
하늘의 별을
몇 섬이고 따올 수 있지

노래하는
마음이 깊어지면
새들이 꾸는 겨울 꿈 같은 건
신비하지도 않아

첫눈 오는 날
당산 전철역 오르는 계단 위에 서서
하늘을 바라보는 사람들
가슴속에 촛불 하나씩 켜들고
허공 속으로 지친 발걸음 옮기는 사람들

사랑하는
마음이 깊어지면
다닥다닥 뒤엉킨 이웃들의 슬픔 새로
순금 빛 강물 하나 흐른다네

노래하는
마음이 깊어지면
이 세상 모든 고통의 알몸들이
사과꽃 향기를 날린다네.

《3》
첫눈 온 날이면  / 권경업

첫눈이 오고
해맑은 순이의 눈처럼
아침이 밝아
뽀득뽀득 뽀드득
사박 뽀드득
수줍음으로 내딛는 백두대간의 첫 발자국
파르르 가슴 떨리는
열여덟 순이가
처음 밟아 보는
그리움의 소리

4. 첫눈  /  김경미

마침내 그대편지가 오고 천천히 밖으로 나선다
하늘이 낮고 흐리고 어둑하니 자꾸 뒤돌아본다
무엇을 하고 싶은 대로 다했고 무엇을 못했을까
뱀의 머리 위를 지나듯 살라 했건만

낙엽 밟듯 살아왔을까
선한 눈빛이 가장 깊은 것인 줄 이제야 알겠거니
너무 많이 화를 내거나 울어왔던가
생각할수록 시간이여 미안하다 미안하다는데

창 밖으로 문득 첫눈 쏟아지네
희디흰 형광가루들 순간 점등되는 지상
낮고 흐린 하늘이 떨어지면서 저리 환한 눈송이
되는 이치를 아무래도 그대와 걸으며 생각하노라면

첫눈 밟듯 살다보면
삶은 거저 내준 게 처음부터
너무 많았다고 따뜻한 눈물 글썽여지리라

《5》
첫눈  / 김남주

첫눈이 내리는 날은
빈들에
첫눈이 내리는 날은
캄캄한 밤도 하얘지고
밤길을 걷는 내 어두운 마음도 하얘지고
눈처럼 하얘지고
소리 없이 내려 금세
고봉으로 쌓인 눈앞에서
눈의 순결 앞에서
나는 나도 모르게 무릎을 꿇는다
시리도록 내 뼛속이
소름이 끼치도록 내 등골이

《6》
첫눈  / 김수목

깨어진 얼음덩이가
풍덩거리는 저수지 위를
얼음조각만 밟고

통통 뛰어 건너편 산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고라니를 보았다

순간처럼,
빠르게 물수제비를 뜨듯,
가볍게 몸을 날려
저수지를 건넜던 것이다

저렇듯 가벼운 몸짓으로
내 마음속에 첫눈이 내린다

하늘의 공기방울을 밟으며
내 마음을 통통 가로질러 온다

《7》
첫눈  /김윤희

오늘도 너의 힘으로 나는 걷는다
소식 끊인 지 석달 열흘
그 가을은 이제 겨울이 되었다
아직도 아무 소식은 없지만
첫눈 오는 오늘도
너의 힘으로 나는 걷는다

내리는 눈은 머리 꼭대기를 지나
가슴으로 뜨겁게 뜨겁게 쌓이고
가슴에 쌓인 눈물 차갑게 녹아서
물이 되고 드디어
볼 수도 없이 날아가 버리지만

오늘도 나는 잃어버린 너의
힘으로 나는 걷는다.

《8》
첫눈 생각  / 김재진

입김만으로도 따뜻할 수 있다면 좋겠다.
기다리는 눈은 안 오고 손가락만 시린 밤
네 가슴속으로 내려가
너를 깨울 수만 있다면 나는
더 깊은 곳 어디라도 내려갈 수 있다.
종소리에 놀란 네가 잠에서 깨고
잠옷바람으로 언뜻 창 밖을 내다볼 때
첫눈 되어 내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반색하며 기뻐하는 너를 위해
이 세상 어디라도 쌓일 수만 있다면 좋겠다.
햇빛에 녹지 않는 응달이 되어
오래도록 네 눈길 끌었으면 좋겠다.

《9》
첫눈  / 문병란

첫눈이 내리는 밤이면
사내들은 모두 예수가 되고
첫눈이 내리는 밤이면
여자들은 모두 천사가 된다
여보게 우리도 이런 밤
소주 몇 잔 비우고 조금 취해
모닥불 가에 언 손 부비며
쓸쓸한 추억하나 만들어볼까
만원짜리 한 장에 꿈을 달래고
포실거리는 눈발에 맞춰
여보게 우리도 첫눈 밤 같은
사랑 하나 만들까
그립다
첫눈이 내리면 먼데 마을 하나 둘 등불 꺼지고
지금쯤 그리운 사람은
혼자서 외로이 잠이 드는데
창가에 기대어 먼데
여인의 발자국 소리 엿들어 볼까
이런 밤 우리도 고요히
손 모아 촛불 하나 지킬까

《10》
귀로 듣는 눈  /문성해

눈이 온다
시장 좌판 위 오래된 천막처럼 축 내려 앉은 하늘
허드레 눈이 시장 사람들처럼 왁자하게 온다

쳐내도 쳐내도 달려드는 무리들에 섞여
질긴 몸뚱이 하나 혀처럼

옷에 달라붙는다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고
실밥을 따라 떨어진다

그것은 눈송이 하나가 내게 하고 싶은 말
길바닥에 하고 싶은 말들이 흥건하다
행인 하나 쿵, 하고 미끄러진다

일어선 그가 다시 귀 기울이는
자세로 걸어간다
소나무 위에 얹혀 있던 커다란 말씀 하나가
철퍼덕, 길바닥에 떨어진다

뒤돌아보는 개의 눈빛이
무언가 읽었다는 듯 한참 깊어 있다
개털 위에도 나무에도 지붕에도
하얀 이야기들이 쌓여있다

까만 머리통의 사람들만 그것을
털어 내느라 분주하다

길바닥에 흥건하게 버려진 말들이
시커멓게 뭉개져 어디론가 흘러가고 있다
그것이 다시 오기까지 우리는

얼마를 더 그리워해야 하나

《11》
눈 내린 날의 첫 줄  / 문인수

비쩍 마른 검둥개 한 마리가 잰걸음으로 지나간다.
네 발바닥,
뜨고 닿는 동작이 순서대로 다닥다닥 바쁘다.

꽃 자국나는 바닥과 병 뚜껑 따는 것
같은 허공이 지금
일직선으로 길게 달라붙는 중이다.

브라더미싱.
어머니 재봉틀 소리 멀어져가는 것 같다.

저 개, 방향을 꺾어 이번엔 또
가로로 자를 댄 듯
내 눈썹 위를 오래 긋는다.

지평선에도 박음질 자국이 만져질까,
나는 자꾸
멀쩡한 데를 공연히 스스로

봉하는 것 아니냐. 하긴,
상처 아닌 행로가 어디 있을까.

날지 못하는 흰 날개, 양쪽 경치는
그저 차디차다. 어딜 가나
벗어재낄 수 없는 틈바구니,

이것이 길이다. 나는 무심코
저 개를 한참 밀고 있구나.

이쪽저쪽 끌어다 붙여 마음이 모처럼
광활한 아침이다.
무수히 꿰맨 흉터,
여기서는 안 보이는 곳으로
환하게 빠져나갈 것이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는 말,
개 한 마리가 첫 줄 타자처럼 새까맣게 지나간다.

《12》
첫눈 속의 그리운 님  /박윤자

첫눈의 반가움은
설레인 마음 달래주듯 소리 없이
다가와 앙상한 나뭇가지엔
첫눈으로 꽃 피우고
엄연히 높은 산 첫 눈으로
가득 안고 자연 열등의식을
아름다움으로 표현하네
님 계신 높은 산등선
높은 곳을 향해 망연자실하게
바라보고 첫눈 내린 이 순간
얼마나 고요하고 적막할까?
밤이 으슥한 이 시간
첫 눈 속에 님 향기가 여여하게
퍼져 온다.
소리 없이 님 모습 첫눈 속에
비춰질 때 밝은 미소로 님 모습
살며시 포용하네
무언의 침묵 속에 강하게
용솟음 치듯 첫눈은 마음의
심금을 울리고
첫눈은 소리 없이
소복소복 쌓여만 가네

《13》
첫눈  /박인걸

첫눈을 맞으며
마냥 좋아 날뛰던
그 시절 추억도
이제는 희미한 그림자로
황혼이 내려앉아
찬바람에 뼈가 시린
수척한 나그네는
눈이 와도 감격이 없다.
가로등 언저리에
벌떼처럼 나는
순백의 눈발을 볼 때
그녀를 떠올리며
가슴 설레던
심장의 고동소리 대신
이제는 눈길을 걸으며
숨이 찰 뿐이다.

《14》
첫눈 내리는 날  /박재성

기다림이 있어서인가
바람 없는 골목에
눈부심으로 내리는 눈

손부끄러워
입 벌리고 맞았던 시절
한 송이 두 송이
긴 눈썹 위에 쌓이면
붉은 볼 위에서 망울지던 날

눈의 요정처럼
팔 벌려 하늘을 품고는
네게 열어둔 가슴 안으로
날아들던 열셋 순정

눈에 젖은 날개가 마르기 전에
가슴을 닫고 품었어야 할
첫사랑인데

순수함만큼이나 서툴렀던
풋사랑으로
날개 마르고 남은 물방울만
가슴에 남기고 날아갔지
또 눈 내리는 날에

눈을 들어서
내리는 눈 반기다
가슴에 남은 물방울이
눈으로 흐를 것 같은
하얀 날

《15》
첫눈  / 서정윤

보고싶은 마음보다 먼저
먼저 눈발이 날린다.

낙엽 모이던 금호강변 어디
지금쯤 그대는
내 속에 앉는다.

키 큰 미루나무 빈 가지에
올해 깬 까치가
자꾸만 설레이고
맨발로 달려오는 소식들
내 마음
먼저 반갑다.

그리운 마음 그 어디서
눈발 날려 부른다.

《16》
첫눈  /송선애

깻단 위에 눈이 내렸다
깨알같은 말이 쏟아졌다
첫눈 오는 날
약속이 유효하다고
새가 발자국을 남겼다
기억을 털어 낸 들판
전율의 틈으로
깨꽃 같은 소식이 다녀갔다

《17》
첫눈  / 송해월

고인 눈물까지도 모조리 퍼낼 듯한 바람
눈치 없이도 불어대더니 눈이 내리시네

문간 옆 꽃단풍 채 지지도 않아 저 홀로 붉은데
지상(地上)에 속속 당도하는 저 흰 버선발의
고요한 방문(訪問)

정결하고 아름다워라

오늘은 나도, 내 사는 일에만 바빠
아무런 기미(機微)도 눈치 챌 수 없었네.

《18》
첫눈 오는 날  /  양전형

초등학교 운동장
여자아이 여럿
발을 동동거리며 손가락에
입김을 불어내고 있다

아이들 입에서 나오는 하얀 나비들이
이리저리 날아 다닌다

세상이 하얘지도록
아이들이 집에 갈 생각이 없으니
나비들도 멈추지 못한다

그만하면
나비가 없어질 만도 한데
쉬지 않고 나오는 아이들의 하얀 입김
너희들은 참,
나비가 많은 아이들이로구나

《19》
우리 첫눈 오는 날 만나자  /  오광수

우리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온 세상이 우리 둘만의 세계가 되어

나의 소중한 고백이
하얀 입김에 예쁘게 싸여

분홍빛 너의 가슴에선
감동의 물결이 되고

나를 바라보는 너의 맑은 두 손 속에
소망하던 그날의

모습으로 내 모습이 자리하면
우리들의 약속은 소복소복 쌓이는 사랑일 거야

《20》
첫눈 오던 날  / 용혜원

첫눈 오던 날 새벽에
가장 먼저 눈 위에
발자국을 남기고 싶은 것처럼
그대에게 처음 사랑이고 싶습니다

삶의 모든 날들이
그대와 살아가며
사랑을 나눌 날들이기를
꿈꾸며 살아갑니다

늘 간절한 마음으로
그대를 위하여
두 손을 모읍니다

그대를 축복하여 주시기를
늘 아쉬운 마음으로
살아가기에
그대에게 은총이
가득하기를 원합니다

《21》
첫눈  /  이문구

오늘 온 눈은
첫눈
반가운 함박눈

마당에 두 줄
표주박 무늬
친구 부르러 나간
아기 발자국

우물가에 흐트러진
은행잎 무늬
뜨물 마시고 들어간
오리 발자국

《22》
첫눈 오는 날 우리 만나자  /  이문조

첫눈 첫사랑 첫 키스 첫 경험
처음만큼 설레는 것도 없다

눈 내리는 고요한 이 밤
첫눈 올 때 우리 만나자는
희미한 옛날의 약속 떠올리고

첫사랑의 그녀를
가슴 깊은 곳에서 꺼내보고

첫 키스의 달콤하고 황홀한 솜사탕을
다시 핥아 본다

첫눈 오는 날 우리 만나자는 그 약속
아직도 유효한지
달려가고만 싶은 소년의 마음
설레는 첫사랑의 추억.

《23》
첫눈 내리는 날  /  이재봉

낙원동 국밥집에서 점심을 먹고 있는데
밥알 같은 흰 눈이 유리창에 달라붙는다.
흰 눈 같은 밥알이 허기 속으로 사라진다.
아가, 배고프자. 사르르 추억의 문을 열고
어머니가 고봉밥 한 상 가득 내오신다.

《24》
첫눈  /  이점숙

동짓달 초겨울 하얀 눈이 내린다
파도가 부서지는 해운대 바닷가
우뚝 솟아오른 빌딩 사이로
노란 은행잎 융단을 깔고
하얀 바람 타고 눈이 내린다

강원도 산골에 눈이 내렸나!
군인 간 아들 첫 휴가 소식 올까
긴 밤 마음 졸여 기다렸더니
첫 눈이 내린다 천리 먼 길을
한 달음 달려서 가슴으로 내린다

어이 알았을까! 어이 알았을까!
자식 그리는 어미의 마음
한겨울 서리 보다 더 시린 걸

귀한 손님처럼 달콤한 연인처럼
설레임 한껏 안고 눈이 내린다
그리운 마음에 별빛이 부서지고
촉촉이 젖은 사랑 가슴 에인다.

《25》
첫눈  /  이정하

아무도 없는 뒤를 자꾸만 쳐다보는 것은
혹시나 네가 거기 서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이다
그러나 너는 아무데도 없었다

낙엽이 질 때쯤 나는 너를 잊고 있었다
색 바랜 사진처럼 까맣게 너를 잊고 있었다

하지만 첫눈이 내리는 지금,
소복소복 내리는 눈처럼
너의 생각이 싸아하니 떠오르는 것은
어쩐 일일까

그토록 못 잊어 하다가
거짓말처럼 너를 잊고 있었는데
첫눈이 내린 지금,

자꾸만 휑하니 비어 오는 내 마음에
함박눈이 쌓이듯 네가 쌓이고 있었다.

《26》
첫눈   /  이해인

함박눈 내리는 오늘
눈길을 걸어
나의 첫사랑이신 당신께
첫 마음으로 가겠습니다

언 손 비비며
가끔은 미끄러지며
힘들어도
기쁘게 가겠습니다

하늘만 보아도
배고프지 않은
당신의 눈사람으로
눈을 맞으며 가겠습니다

《27》
첫눈 맞으며   /  임문석

시린 기온이 번진 하늘은 뿌옇다
흰나비 무리지어 날듯 하염없자
마음속엔 하트인 양 분홍빛으로 설렌다

유년시절의 맥박 고스란히 뛰놀고
향수의 세월 희미하게 살아나
여 짓 잊고 있었던 추억 재현해 주는구려!

나는 벙거지 帽(모)에 누빈 무명바지
넌 귀 가리개에 검정 치마저고리
신은 흑 고무신 코빼기만 서로 달랐었지,

우린 무릎 차는 눈길을 마냥 걸었다.
무심한 눈보라를 한껏 맞으며 도
추위조차 모른 채 다닌 동심의 등하굣길

《28》
첫눈  /  장석주

첫눈이 온다 그대
첫사랑이 이루어졌거든
뒤뜰 오동나무에 목매고 죽어버려라

사랑할 수 있는 이를 사랑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다

첫눈이 온다 그대
첫사랑이 실패했거든
아무도 걸어가지 않는 눈길을
맨발로 걸어가라
맨발로
그대를 버린 애인의 집까지 가라

사랑할 수 없는 이를 끝내
사랑하는 것이 사랑이다.

첫눈이 온다 그대
쓰던 편지마저 다 쓰지 못하였다 할지라도
들에 나가라

온몸 얼어 저 첫눈이 빈 들에서
그대가 버린 사랑의 이름으로
울어 보아라

사랑할 수 없는 이를 사랑한
그대의 순결한 죄를 고하고
용서를 빌라

《29》
첫눈  /  정연정

첫눈이 오면
봉숭아물들인 사람
소원 빌고

수능시험 본
언니 오빠도
기분이 상쾌해지고
첫눈이 오면
첫사랑 만나서
데이트하고
봉숭아물들인 사람
수능시험보고
기분이 상쾌해진 오빠 언니
첫사랑 만난 사람
모두 축하해요.

《30》
눈 내리는 날  /  정진규

눈 내리는 날, 거기가 어디였지?
밖에서 그에게 전화를 거네
이 한마디만으로도
우리들의 대화는 통하네

길이 열리네 나는 알면서도
다시 묻네 거기가 어디였지?

내 털실 목도리를 뜨고 있는 중이었는데
그만 코가 빠졌다고 다시
풀어야겠다고 그는 말하고

나는 너무 아름답고 깊어서
다시 감탄사를 쓰고 싶었다고 그래서였다고
그걸로 털실 코를 다시 꿰어보라고 말하네

눈 내리는 날, 운악산 조공마을 외길,
시오리 숲길 거길 지금 가보자고
지금 떠나자고 나는 다시 말하네

들키고 싶지 않은 길,
누가 먼저 발자국을 내면
어쩌겠느냐고 나는 말하네
그는 또 코가 빠졌다고

다시 풀어야겠다고 말하고
나는 당신을 위해 사둔 속옷과 향수를
오늘 드리겠다고 그
걸로 코를 다시 꿰어보라고 말하네
눈 내리는 날, 거기가 어디였지?
밖에서 그에게 전화를

《31》

첫눈  /  정호승

첫눈이 내렸다
퇴근길에 도시락 가방을 들고 눈 내리는 기차역 부근을 서성거렸다
눈송이들은 저마다 기차가 되어 남쪽으로 떠나가고
나는 아무데도 떠날 데가 없어 나의 기차에서 내려 길을 걸었다
눈은 계속 내렸다
커피 전문점에 들러 커피를 들고 담배를 피웠으나 배가 고팠다
삶 전문점에 들러 生生라면을 사먹고 전화를 걸었으나 배가 고팠다
삶의 형식에는 기어이 참여하지 않아야 옳았던 것일까
나는 아직 그 누구의 발 한번 씻어주지 못하고
세상을 기댈 어깨 한번 되어주지 못하고
사랑하는 일보다 사랑하지 않는 일이 더 어려워
삶 전문점 창가에 앉아 눈 내리는 거리를 바라본다
청포 장사하던 어머니가 치맛단을 끌고 황급히 지나간다
누가 죽은 춘란은 쓰레기통에 버리고 돌아선다
멀리 첫눈을 뒤집어쓰고 바다에 빠지는 나의 기차가 보인다
헤어질 때 다시 만날 것을 생각한 것은 잘못이었다
미움이 끝난 뒤에도 다시 나를 미워한 것은 잘못이었다
눈은 그쳤다가 눈물 버섯처럼 또 내리고
나는 또다시 눈 내리는 기차역 부근을 서성거린다

《32》
첫눈 오는 날  /  정호승

남한테 비굴하게
무릎을 꿇어서는 안 된다고
아버지는 말씀하셨습니다
그렇지만
그렇지만
첫눈이 내릴 때
첫눈한테는 무릎을 꿇어도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그 날
첫눈 오는 날
길 잃어 쓰러진 강아지를 품에 안고
무릎을 꿇었습니다

《33》
첫눈  /  주응규

첫눈이 내리는 날이면
아득한 곳에서 하얗게 새하얗게
소녀가 부르는 것 같아
추억 속을 걷고 있네요

언젠가 그 언젠가
나를 위해 철없이 흘리던
소녀의 애달픈 눈물이
눈송이로 흩날리네요

못 잊어 못 잊어서
가슴 깊이 담아 두어야 했던
사랑의 밀어가
눈꽃을 피우네요

옛날 그 옛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메마른 앙가슴에
꽃 물을 들이네요.

《34》
누군가에 첫눈  /  주일례

첫눈이 오면 창문을 엽니다.
그대가 어디선가 올 것 같습니다.
첫눈처럼 올 것 같고
첫눈처럼 갈 것 같은,
그대가 바라보고 서 있는 곳이 나라고 믿고 싶습니다.
아니, 나여야 했습니다.
그래야만 그리움이 말을 합니다.
하고 싶은 말을 하고
기억에 남아 있는 애기들을 꺼내고
오랫동안 창가에 앉아
바라만 봐도 기분이 좋은 사람
따뜻한 풍경이 되고
첫눈이 된다는 것은 얼마나 격하고 아름다운 일인가요.
그리고 보면 세상에는 헛된 인연은 없습니다.
결코 만나지 말아야될 인연도 없습니다.
단지 극복하지 못한 인연만 존재할 뿐이지요,
그래서 슬픈 사람들이 많습니다.
고통스런 사람들도 너무도 많습니다.
그 시간도 지나가지요.
마음이 잔잔한 바다처럼 고요합니다.
살아보니 그렇습니다.
그냥 스쳐간 사람은 빨리 잊습니다.
허나 마음에 단단한 아픔 하나로 박혀 있는 사람은 다르지요.
시시때때로 생각이 나고 보고 싶어 미치지요.
그러다 또 잊어질 사람입니다.
까마득히 잊었다가 어느 날 문득
첫눈처럼 설레게 올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런 사람을 생각합니다.
이 겨울에 뜨겁게 산 흔적 하나 생각하지요.
첫눈이 그렇습니다.
지금 내 앞에 우는 당신이 그렇습니다.

《35》
첫눈  /  홍해리

하늘에서 누가 피리를 부는지
그 소리가락 따라
앞 뒷산이 무너지고
푸른빛 하늘까지 흔들면서
처음으로 처녀를 처리하고 있느니
캄캄한 목소리에 눌린 자들아
민주주의 같은 처녀의 하얀 눈물
그 설레이는 꽃이파리들이 모여
뼛속까지 하얀 꽃이 피었다
울음소리도 다 잠든
제일 곱고 고운 꽃밭 한가운데
텅 비어 있는 자리의 사내들아
가슴속 헐고 병든 마음 다 버리고
눈뜨고 눈먼 자들아
눈썹 위에 풀풀풀 내리는 꽃비 속에
젖빛 하늘 한 자락을 차게 안아라
빈 가슴을 스쳐 지나는 맑은 바람결
살아 생전의 모든 죄란 죄
다 모두어 날려 보내고
머릿결 곱게 날리면서
처음으로 노래라도 한 자락 불러라
사랑이여 사랑이여
홀로 혼자서 빛나는 너
온 세상을 무너뜨려서
거대한 빛
그 無地한 손으로
언뜻
우리를 하늘 위에 와 있게 하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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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향 시 모음 1 ∼ 60편


1.가벼운 너무나 가벼운

김지향

강물이 눈썹까지 차오른
몸의 창문이 사방으로 밀리며
한 잎 한 잎 열렸다
물에 잠긴 몸의 부속품들이
송어새끼 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풀나풀 기어나온다
엊그제 잠입한 매연 찌꺼기도
살살 녹아 나온다
마구잡이로 먹어치운 공해물질이
소화도 안된 채 밀려나와 풀썩풀썩
강바닥으로 주저앉는다

사람의 눈이 해독할 거리쯤에선
손을 흔들며 나가는 물거품
눈썹까지 차오른 욕망을 말끔히 씻어내면
하얗게 피어서 떠오르는 빈 몸
가벼운 너무나 가벼운 꽃잎이다
나는.

2.가을 그리고 은빛의 잎

김지향

공터 옆구리 어린이 놀이터 옆구리
익은 땡감들이 수은등처럼 켜져 있다
가을 내 초록 잎 지는 소리 아래로
고개 내민 말라깽이 단풍나무가
그림엽서를 만들고 있다

모두 떠난 언덕 밑 경사로에는
줄지어 미끄러지던 자동차 브레이크 소리 멈춘
커브길이 까뭇까뭇 딱지를 덮고 누워있다
추적추적 짚신소리 끌고 따라오던 장맛비도
멈추어 섰다
물 젖은 바람이 볼가 낸 언덕 너머 서쪽 하늘이
무거운 낮잠을 벗는다

널따란 발코니 창가에서 나는 서쪽 하늘에
펼쳐지는 우주의 단막극을 구경한다
우주에서 풀잎이 한 켤레씩 톡. 톡. 떨어질 때마다
내 머리엔 한 땀씩 은빛 잎이 심어진다
은빛 잎은 머리에서 초롱꽃이 되어
앉았다 누웠다 깊은 머리 속
호수로 내려간다

내가 타고 갈 은빛의 우주선 한 채
아직 마감공사 덜된 채
깊은 호수 버티칼을 열고 내다본다.

3.가을 눈물에 젖는

김지향

튕겨나간 하늘이
군데군데 얼룩이 졌다
파삭한 가을 얼굴이
골목골목 포개 앉아 있다
나뭇잎이 떨어뜨린 눈물에
가을이 젖는다

하늘에 잎을 달아주며
하늘과 도킹하던 나무들
이젠 드러낸 알몸이 부끄러운지
어깻죽지를 움츠리고 있다

사람들은 아직 살이 덜 찬 열매를 따서
길가 좌판 위에 널어놓고 있다
짐수레마다 얼굴 붉히고 있는 열매들이
빤질빤질 눈물에 씻긴다
다 내어주고 몸 비운 가을이
뜨거웠던 시간들을 접어놓으며
영혼의 집으로 떠날 신발 끈을
조여 매는 중이다

나뭇잎을 신고 떠난 ‘시간’은
가서 돌아오지 않지만
눈물에 씻겨 살아난 가을은
내일 다시 살아서 돌아온다.

4.가을 잎

김지향

가을에게 붙들리지 않으려고
밤중에도 눈을 뜨고
가을잎은
온 몸으로 뒹굴기 내기를 한다
온 몸으로
나의 눈 속에 풍덩 빠져
박하분 냄새로 살아난다
박하분 냄새가
내 몸 속까지 흘러들어
나의 영혼 전체가
박하 내로 떠오른다
밤의 기슭의 헛간
어둔 헛간의 어둔 가슴
그 좁은 고랑을 가만 가만 비켜서
조금씩 뜨거워져 터지고 있는
가을 옆으로
옆으로 흘러간다
가을은 뜨거운 가슴뿐
손이 없으므로
가을잎을 붙들지 못한다.

5.가을 화약 냄새

김지향

시간은 부르지 않아도 달려온다

달려와서 낡은 잡기장 한 페이지 부욱, 찢어낸다
흘린 부스러기들은 열린 서랍 속에 밀어 넣는다

여름 시체를 담은 서랍들이
화장터에 쌓인다

푸르렀던 시절을 가슴에 넣은
가을은 시체들을 화장한다

세상 납골당엔 빨간 불꽃들이 앉아 있다
화약 냄새를 안고

시간은 또 어디로 가고 있다.

6.가을바람.2

김지향

바람이 풍선을 타고 하늘을 건너간다
풍선은 달의 품에 안겨 느긋하게 날아간다
풍선이 달의 닮은꼴이냐고 바람에게 물어본다
그때 달은 구름 속에 숨어버린다
바람이 풍선을 놓친 줄 모르고
달을 끌고 까불까불 산을 넘어간다
이윽고 달이 산 속에 몸을 숨기며 바람을 내버린다
하늘에서 쫓겨난 바람이 사과송이를 풍선인줄 알고
사과의 뺨을 토닥토닥 두드리며 논다
사과송이가 새빨갛게 얼굴을 붉힌다

가을바람은 눈이 멀어 분별력이 없다
자꾸자꾸 몸이 싸늘하게 식어갈 뿐

7.개울가 그 집

김지향

신발을 벗어들고 걸으면
발바닥이 간지러운 자갈밭
호롱불 가물거리는 외딴집 까지는
몇 마장이 더 남아 있었다

한쪽 발을 들고 걸어도 양쪽발이 아픈
개울가 공사장 한쪽 끝에 가물가물
꺼져가는 호롱불의 그 집은
아직도 있었다

지붕 서까래 밑에서
잘새알을 꺼내어
친구 시중드는 일이 재미 있었던
그 아이는 오늘
부뚜막에 턱을 괴어 꿈으로 가고
새들은 서까래 밑으로 들락거리며
지붕 꼭대기에 북더기집을 만들었다

호롱불이 혼자 붙다가 만
방안 고요 위엔
무서움이 한꺼풀 더 덮여
함께 자고 있었다

밤내 울다 성대를 다친 부엉이의
안개처럼 퍼지는 울음 사이로
무릎을 쪼그리고 앉아있는 그 집
잠을 깨우는 성.누가 성당의
새벽 미사 올리는 소리만
먼저 간 주인의 혼을 부르며
개울가를 맴돌고 있을뿐

성대 잃은 부엉이 소리 혼자 버려두고
꿈속으로 먼저 간 그 남자(아이)는
어디를 가고 있는지?

개울 속엔 옛 주인의 옷자락 젖는 소리
추적추적 흘러간다

아직도 발가락이 시린 개울가 그 집.

8.거울 속 풍경

김지향

흙이 하늘로 날아간 뒤
하늘에서 나무가 땅으로 가지를 뻗은 뒤

나무가 땅으로 가지를 낸 뒤
꽃잎이 땅으로 몸을 헐어낸 뒤

꽃잎이 땅으로 날아온 뒤
골목길에 떨어진 하늘 새 한 마리

하늘 새를 타고 그가 하늘로 떠난 뒤
집속 방속 벽 속 거울 속에 그가 살아있다

거울 속엔 발도 없이 걸어 들어간
어제의 사건들이 모두 살아있다

병정놀이가 땅뺏기놀이가 사냥놀이가
거울 속에 살아있다

살아있는 거울을 따먹고 하늘궁전으로 간
나는 하늘풍경을 마저 따먹는다

아, 거울 속은 내가 따먹은 내 눈 속이네

9.걸으면서 잠자는 버릇

김지향

나는 걸으면서 잠을 잔다
걸어도 오는 잠은 내쫓지 못한다
눈으론 실탄을 어깨에 멘 총잡이를 보면서
권총의 자동방아쇠가 미사일이 되어
햇빛이 끝나는 우주 기슭을
뚫고 가는 장면을 목격했다
불길이 노을처럼 곱게 타오르는 현장을
입을 딱 벌리고 감상한 나는
감탄사를 연발하며 걸었다
등 뒤에서 호르라기 소리가
등솔기를 때렸다
축 쳐진 금줄을 번쩍이는 검은 옷의
늙은 사나이의 어깨가
내 옆구리를 떠밀었다
사나이의 터진 목소리가 공기를 찢어댐을
촉감으로 만지면서 나는 또 다시
아까 그 권총 사나이를 따라갔다
그는 불길 속에서 불쑥 튀어오른
한 여자를 끌어안았다
그 여자는 머리칼이 떨리고 있었다
뒤에서 쫓아오는 말탄 병정들이
칼을 휘두르고 있었다
나는 쯧.쯧.쯧!
강한 느낌표를 발하며 급히
말머리를 막았다 그때였다
찌~익!하고 금속성 폭발음이
귓속에 깊게 깔렸다
또 다시 호루라기 소리가
내 뒤통수를 찢었다
순경 나으리가 달려왔다

나는 그 때부터
걸으면서 잠 자는 버릇을 내버렸다
아름다운 의식의 뒤죽박죽 장난도
끝내버렸다

10.겨울밤이 눈에 묻히다

김지향

나는 밤내 눈에 젖는 겨울 한 컷 일기장에 그려 넣는다

이제 연거푸 토해낸다 포식한 하늘이 벨트를 풀고
너무 오랜 시간 받아먹은 사람의 아우성, 넋두리, 비명을
비비고 버무려 하얗게 바랜 속 깊은 응어리를 게워낸다
멍울멍울 맺힌 빛바랜 녹말 알갱이를 버티칼 밖으로 부어낸다
사람들의 가슴에서 오래오래 쏘아올린 토혈이 이제 되쏟아져 내려도
스스로의 가슴에서 쌓인 가슴앓이가 뜯겨져나간 세포 조각임을
모르는 사람들은 어린아이처럼 입을 열고 창가에 앉아
의미 없는 함박웃음을 밤내 눈 속에 묻는다

하늘에 가르마를 탄다 디지털로 가는 바람 갈기 한 줄
손에 든 면도칼로 웅크린 떠돌이별 수염을 깎으려지만
미리 모두 깎여 하얗게 빛 꺼진 별은 뜬 눈 채 잠이 들었다
뼈만 남은 플라타너스가 하늘의 속앓이를 아는지 팔을 치켜든 채
하늘 심장에 바싹 귀를 대고 숨 죽여 얼어 있다
하늘과 땅, 땅과 땅 경계를 넘나들며 조금씩
살을 헐어내고 있는 공기의 폐장도 숨을 몰아쉬고 있다

하늘 위의 하늘에서 가만히 지켜보는 퀘이사만이
끝나 가는 길고 긴 아날로그의 지상 삶을 알고 있다
언젠가는 팽개치고 돌아설 시간의 속셈도 알고 있다
퀘이사가 알고 있는 시간이 한밤 우주를 붙들고 이제 잠을 씌우는지
이 간이역의 하얀 낙하산 속은 무거운 침묵만 깔려 있다

나는 밤내 일기장에서 나체로 있는 침묵 한 컷 집어먹는다.

11.계절이 초록 옷을 입을 때

김지향

초록 옷 입은 계절이
초록바람을 먹고
펄럭펄럭 옷깃을 펄럭일 때
우리는 참 싱그러운 초록이 된다

숲들이 옷깃을 펄럭일 때마다
사람은 온통 초록 물감 통에 빠져
초록 숲이 된다
초록 숲이 된 우리의 가슴에
휘파람새가 숨어들어
몸 전체를 연주한다

휘파람새가 우리 몸을 연주할 동안은
사람의 눈흘김도 게걸음도 거치른
거치른 말솜씨도 일시에 화해로운 노래가 된다
초록 노래로 흐른다

12.고층 아파트

김지향

담쟁이도 미끄러지고만 고층 아파트
터질 듯 볼록볼록한 품을 안고 기다란 키로 버티고 서서
아침이면 술술 풀리는 연줄처럼 구겨 넣은 내장 다 풀어내고
밤이면 빠짐없이 되감아 넣는 아파트
그 품속엔 어떤 생이 출렁이고 있는지 밖에선 깜박이는 창유리만 보일뿐
때때로 요란한 소리로 몸을 띄운 비행기가 머리 위를 짓뭉개지만
(내다보는 사람의 귓바퀴만 찢기고 말지만)
아파트 눈썹 하나 긁지 못한 비행기 하늘 저 쪽으로 튕겨 올라가면서
아파트의 불 눈에 넌지시 읽힌다

팽팽한 하늘이 여전히 황금엽서를 펼쳐놓고
화살 없는 활시위로 빛을 쏘아대고 있지만
하늘빛의 쇼올을 두르고 날마다 우주 속에 머리를 넣어
세계 별들의 집회에서 보내오는 초음속의 송신음을 듣고 있는
아파트가 깊은 잠에 빠질 땐 요술지팡이의 어린왕자가
머리를 톡톡 치며 깨운다 어린왕자의 요술지팡이를
어서 빨리 읽어 보라고

13.공간 밖 공간

김지향

휙 휙 시간이 달아난다 어디로 가는 거지
궁금한 나는 시간의 손을 끌어 잡는다
잽싸게 뿌리치고 달아나는 비밀 같은 시간
나는 온 힘을 모아 시간의 꽁지를 끌어당긴다
시간은 공간 밖 공간의 레일 위로 훌쩍 몸을 빼 돌린다
나도 잽싸게 마우스를 잡고 공간 밖 공간의 나라로
함께 동댕이쳐 진다
이미 이사 온 사람들로 배불뚝이 된 공간 밖 세상
초만원의 공간마다 금이 찍 찌익 나 있다
누가 만들어 공간 밖 공간의 개찰구로
사람들을 밀어 넣었는지
한꺼번에 밧줄 같은 길들이 살아나 얽히고
한꺼번에 박음질이 잘 된 방들이 환하게 불을 켜
어린 복제인간들의 눈을 밝혀주고
한꺼번에 닮은꼴의 아이들이 지상엔 없는 속력을 만들어
까불까불 콩새 꼬리 같은 서버를 타고 둥둥 떠다니고
한꺼번에 구문이 안 맞는 낯선 말들을 만들어
사방천지 아무데나 낭자하게 팡 팡 쏟아놓는다

남은 지상 사람들아,
공간 밖 공간을 쳐다봐라
새로 돋은 새 풀처럼 톡 톡 머리들이 튀어나와 있지!
겉옷을 벗어둔 지상은 이미 눈동자 빠진 허공일 뿐
내일이면 없어질 구멍 뚫린 항아리일 뿐
그래도 남은 사람들은 수명 다한 낡은 잡기장 같은
지상을 사랑한다 죽도록 사랑하며 떠나간 사람들을 기다린다
또 다시 생기발랄한 세상으로 다시 태어나기를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14.공간 밖 공간에도 봄이 살아난다

김지향

어제는 사이트와 사이트 사이를 마구잡이로 들락거린 세상소리를 마셨다
오늘은 모두가 한꺼번에 세상소리로 뒤엉켜 고속 메일이 되어 온 세상에
흩어진다 삶을 짜서 널어놓은 빨랫줄 밑에서 뚝 뚝 떨어지는 삶의 옹아리를
받아먹은 씨앗들을 마우스에 담아 나는 수평선 저 쪽 가물거리는 안개나라에
보낸다 안개는 없어지고 파란 풀밭이 태어난다 풀밭 속에서 살살 풀리는
햇살을 등에 업고 새파란 바람을 받아먹는 병아리 떼, 놋쇠 자물통 아이디를
훔쳐 열고 쫓아 나온 성급한 노란 병아리 몇 개비 꽃 대궁에 끼워져 서로
팔짱을 걸고 노란 꽃으로 피어난다

사이트와 사이트 사이 줄다리기하는 고속 안테나 위에서
누가 먼저 정보를 빼앗나 싸움판을 벌이는 마우스의 숨 가쁜 속력을 타고
금빛 날개를 파닥거리는 본적도 없는 낯선 메일들이 내게도 와락 달려든다
가장 먼저 받은 이름 없는 메일을 연다 날개를 편 봄이 내려 선
공간 밖 공간의 성 베네딕트 수도원 뜰 잔디밭에 쫑 쫑 쫑 뛰어가는
방금 마악 배꼽 떨어진 봄을 한 입 가득 따 넣은 메일, 나는 숨차게
따라가며 봄 꼭지를 톡 따고 빠뜨린 꼭지도 톡 딴다.

세상은 온통 샛노란 물감 통에 빠져 진저리를 친다.

15.공중창고에서

김지향

공중창고에 갇히면 나가지 못함
활주로가 녹이슬어?
아니 시체로 귀환할까 봐?

삼십년 전에도 그랬었지
공중을 도려내 보이는 분화구마다
지상의 배기가스가 터져나오고
군데군데 열려있는 공기통은
뚱뚱 부어 손톱자국도 남지 않았지
우리는 소리쳤지
밟을 때 마다 딱딱 발이 맞힌다고
공중에 갇혀서 우리는 비명을 지르며
복막염 앓는 공기를 살려내라고
전능자에게 비명을 쏘아올렸지
우주공간을 빙빙 돌며
전능자가 있을 끝과 끝을
두 주먹으로 땅,땅, 두들겼지

그로부터 대심판날인줄 알고 사는 우리
오늘도 심판날인줄 아는 우리
복막염 공기는 때때로 배에서 산성비를 뽑아내고
비닐 주머니도 없는 우리는
거짓말장이, 사기꾼! 하고
누군가를 향해 소리를 치지만
공기가 살아난다고
전능자가 손을 내밀리라고
믿었던 우리는 오늘도 우리 자신의
희망에게 배반당한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살아있다
시체로 귀환하지 않고
활주로가 떨어져나간
공중창고에서

아직도 시체가 되지 않고 있음

16.굴렁쇠와 아이

김지향

안녕!
바람도 한 옆으로 밀쳐 세워놓고
쨍쨍한 햇빛 속을 날마다 보는
아이 하나 손을 파랗게 흔들며 간다
처음엔
숨죽인 운동장 머리에
삐뚤삐뚤 서투른 팽이치기처럼
바퀴가 푸득거렸다
아이의 새파란 손가락에 걸린 새파란 시간이
밀쳐놓은 바람을 흔들어 운동장 전체를 띄웠다
와~와~와~ 운동장으로 뛰어든
사람의, 빌딩의, 공장의, 창문의, 손뼉소리가
귀먹은 시간의 귀속까지 요동쳤다
중간엔
팔딱이는 운동장 심장부를 뛰는
아이보다 큰 덩치의 굴렁쇠에 성미 급한
젊은 시간이 고무줄처럼 튕겨 올라붙었다
올라붙은 시간이 심술을 부렸다
검은 보자기를 공중에 펼쳐 햇빛을 걷어냈다
공중은 문득 뚜껑열린 물병이 되었다
뚝뚝 떨어지던 물방울이 소나기로 몸 바꾸는 순간
굴렁쇠에 무너지는 보드불럭 담장이 걸리고
굴렁쇠에 쓰러지는 공장 굴뚝이 걸리고
굴렁쇠에 달려가는 사물의 아우성이 걸리고
굴렁쇠에 흙탕물을 몰아오는 바람 갈퀴가 걸리고…
나중엔
손을 흔드는 아이의 손등이
주름 깊은 어둠덩이를 밀고
노을 감긴 운동장 하복부를 마악 돌아
얽힌 실타래를 온몸으로 풀어내듯
은빛의 시간을 나부끼며 느긋하게 간다

내가나를 밀고 나간다 운동장 밖으로
안녕!

17.궤도 이탈중

김지향

그는 이제 문을 나선다
몸의 마디마디 문을 열어놓고
바람의 머리채를 휘어잡아 몸 전체를
지퍼 속에 집어넣는다
그의 팔다리는 풍선처럼 살아나 퍼득인다

걸어보지 않았던 길들이 모두 목을 쳐들고
인사도 없이 그에게 달려든다

인터넷 속에서 한두 번 만났던 사물들이
저들끼리 모였다 흩어졌다 그림을 만들며
눈썹 밑으로 지나가고
발자국 소리도 없는 사람들이
낯선 소리를 내며 그림 속으로 스르륵
빨려들어간다
그림들은 커졌다 작아졌다
푸르렀다 하얗게 바래지며
지상의 저물녘 들판으로 돌아간다

호주머니처럼 열린 입으로 연방
감탄사를 게우며 그는
멈추지 않은 지상의 삶을 벗어두고
저물녘의 기차 꼬리 짬에서
지나온 길들을 지퍼 속에 구겨 넣으며
터널같은 세상 한 비퀴 돌아
지금 마악 궤도 밖으로 사라져가는 중이다

18.그 해 여름 숲 속에서

김지향

이른 아침 산을 오른다

아직 바람은 나무를 베고 잔다
동쪽 하늘에 붉은 망사 천을 깔던 해가 숲을 깨운다
숲은 밤새 바람에게 내준 무릎을 슬그머니 빼낸다
베개 빠진 바람머리 나뭇가지에 머리채 들려나온다

잠 깬 산새 몇 마리 이 가지에서 저 가지로
그네를 뛰는 사이 숲들이 바람뭉치를 머리 위에 올려놓고
북채가 된 가지로 산새의 노래를 바람 배에 쏟아 부으며
탬버린이 된 바람 배를 치느라 부산떤다

입 다물 줄 모르는 가지가 종일 바람바퀴를 굴린다
숲 속은 온종일 탬버린 소리로 탱탱 살이 찐다
세상을 때려주고 싶은 사람들은 왼쪽에서 오른 쪽으로
아래서 위로 숲을 안고 돌며 바람바퀴를 굴리는
숲의 재주를 배우느라 여름 한 철을 숲에서 산다

19.그대 향기

김지향

상수리 나뭇잎에
우레소리를 몰고 와 바람이 앉는다
상수리나무는 깊은 잠을 버리고
엷은 안개를 게우며 일어난다
그림자도 같이 어둠도 같이
바람 속으로 숨는
상수리 밭은 소용돌이치는 소리의 강이 된다
세력 있는 강의 소용돌이 틈에서
더욱 싱그럽게 더욱 뜨겁게
그대 향기 그대 노래
오늘은 분수로 솟아올라라
솟아올라 어둠을 지워버려라

20.그리다만 가을 한 장

김지향

까슬까슬 빛이 바스러지는 가을엔 바람도 빌딩 꼭지에 꽁지를 내려놓고
쉰다
몸이 싸늘한 바람을 기다리는 나무마다 지름길로 온 따끈거리는
햇볕의 불 주사에 따끔따끔 이마가 빨갛게
익는다
고루 박힌 이빨을 죄다 내놓고 노랗게 웃는
옥수수 머리칼도 붉게 볶여
곱슬거린다
도토리 키 재기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발꿈치를 쳐들고 있는 고추밭,
진다홍 손가락을 대롱거리는 탱탱한 고추송이에 탁, 탁, 날개를 치며
고추잠자리 떼 앉을까 말까 망설이는
중이다
건너편 사과밭 사과나무엔 공들여 키운 아기의 발그레한 뺨을
쓰다듬는 거치른 손의 어머니가
살고 있다
이제 곧 가을 공간을 청소할 싸늘한 바람이 몸을 일으켜
그리다만 삽화 한 장 걷어내 화덕으로, 곳간으로 보낼
키를 들고 총총히 달려올 차례만
남았다
☆★☆★☆★☆★☆★☆☆★☆★☆★☆★☆★
그림자의 뒷모습

김지향

그 때
알 수 없는 한 그림자와
마주 서서
줄다리기를 하면서
나는 그에게 자꾸 끌려가고 있었다

그림자는 밤에만 다녔다
그림자가 자고 있을 때
아침이 오지만 그림자는 자지 않으므로
아침은 창 밖에 서 있었다


밤은 가고 또 와도
그림자는 죽지 않았다
무성하게 머리털까지 자라나
내 키를 덮었다
나는 그림자의 갈퀴에 쓸려 내려갔다
앗질앗질 땅 아래로 떨어져 내려
마침내 밑바닥에 닿았다
그때였다
어디서 날카로운 한 줄의 빛이
새들어와

그림자를 쏘았다
머리털 갈퀴도 수염도 쏘았다

아, 나는 죽음을 이끌고 나가는
그림자의 뒷모습을 보았고
그리고 이겨 버렸다
비로소
나의 창안엔 아침이 왔다
☆★☆★☆★☆★☆★☆☆★☆★☆★☆★☆★
기차가 온다

김지향

그해 겨울 나는 정동진 새벽 바닷가 모래 위에 서 있었다 꽁꽁 얼어붙은
시간과 시간 사이 서너 꼭지의 남자와 여자가 안개를 신고 희미하게 서성거렸다
동쪽 산꼭대기에 박힌 한 여자의 눈이 비명을 질렀다 ‘모래시계가 얼어붙었다’
여자의 어깨 위로 한 뼘쯤 더 긴 남자의 고개가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 그때
동쪽 산마루 밑에서 볼그레한 저고리만 벗어 올릴 뿐 해는 아직 머리칼 한 올
보여주지 않았다 성미 급한 남자가 둑 위에 얼어붙은 돌멩이를 차 던지다 그
자리에서 깨금발로 뛰었다 엄숙하고 신비한 우주의 송신음을 기다리듯 나는
오그라든 목으로 우주의 옆구리에 얼어붙었다 바로 그때 둑 위의 남자가 와~와~와~
소리 질렀다 멀리 발치께의 수평선이 빨갛게 끓어올랐다 점점 몸 부피를 넓혀갔다
문득 바다 배꼽에서 새빨간 모닥불이 물너울에 스르륵 말리고 있었다 나도 겁결에
돌멩이를 던졌다 모닥불은 얼룩도 지지 않고 활짝 웃고 있는 장미다발로 커다랗게
피어올랐다 바로 내 이마 위로 뜨끔거리는 빛이 흐르고 온몸이 얼음에서 풀려났다
얼음이 빠져나간 여자들은 다리가 후들거리는지 모두 주저앉았다 해는 점점
작아지면서 사람의 정신을 빼앗아 달고 부지런히 공간 밖으로 가고 있었다
나도 해를 따라 부지런히 걸었다 아침공기를 부수고 햇살을 쪼개며
희뿌연 공간 한가운데로 기차가 달려오고 있었다 잠자는 둑 목에
찢어지는 기침소리를 질러 넣으며 정신 나간 사람들
정신의 복판을 가로질러 기차가 와락 달려들고 있었다
☆★☆★☆★☆★☆★☆☆★☆★☆★☆★☆★
기차를 타고

김지향

내가 탄 급행열차는 가지 않는다
가지 않는 열차에서 눈이
사물 1.2.3을 먹는다
햇빛은 덩그렇게 나를 켜고 따라온다
가로수가 눈 속으로 들어왔다 나간다
열차는 가만히 서서 가로수를 파먹는다
개망초꽃이 밟히지 않으려고
뒷절음질쳐 궁둥이로 들어와 이마로 나간다
열차는 서서 창문으로 스르륵 뭉개버린다
무리 소나무가 누렇게 뜬 어깨쭉지를 디밀어본다
열차는 서서 발통으로 깔아뭉갠다
밭이랑이 줄을 그으며 달려들었다 짓뭉개진다
논바닥이 찰랑찰랑 물장구를 치며 들어왔다
열차 눈에 물먹이고 지워진다
지우개를 달고 서있는 열차를 타고 내 눈은
사물 1.2.3을 먹고도 눈물 한 방울 내놓지 않는다

마음은 어디에 벗어두고 눈만 기차를 타고
다 뭉개진 금수강산을 보러가다니!
☆★☆★☆★☆★☆★☆☆★☆★☆★☆★☆★
길이 길을 버리다

김지향

현관을 나선다
길이 길의 몸속에 내 발을 꽂아준다
“빨리 내 몸을 밟고 건너가 봐, 시간이 없어‘
길이 선심을 쓰듯 내 발을 밀어 던진다
나는 길에 튕겨진다
발이 큰 나는 길에 담겨지지 않는다
되튕겨져 나와 나는 길을 구경한다
시간을 앞질러 달려가는 길머리가 없어진다
나는 눈을 감았다 떴다 반복한다
반복에 반복을 해도 길 머리는 살아 나오지 않는다
‘이런 , 길이 길을 버리다니!’

나도 길을 버린다
길이 나를 버리기 전에
길이 만들어놓은 난삽한 길을 먼저 버린 나는
튕겨져 나와 길 밖에서 길 밖을 꿰뚫어 본다
갈래 갈래로 땅이 쪼개지고 있다
땅은 쪼개지는 대로 길이 된다

길 밖의 길로 내가 가고 있다
오만개의 내가 오만개의 길로 가고 있다
잔뜩 몸을 부풀린 짐차는 짐차의 길로 정면돌파 하고
잔뜩 몸을 움cm린 승용차는 승용차의 길로 정면돌진 하고
나는 내가 만든 나의 길로 정면통과 한다
만일 내가 나의 길을 만들지 않았다면
오욕칠정의 나의 분신들은 지금 어디로
빙글빙글 우회할지
아찔, 현기증이 나를 관통하고 지나간다
☆★☆★☆★☆★☆★☆☆★☆★☆★☆★☆★
길이 된 꽃잎

김지향

꽃샘바람이 얼굴을 가리고 도둑처럼 쳐들어온다
꽃은 제 몸을 나뭇가지에 철사줄로 꽁꽁 묶었지만
찢어진 비망록처럼 부욱, 찢겨진다

나무는 제 몸에서 걸어나간 꽃을 보며
뚝,뚝 눈물을 떨군다
무거운 고요가 눈물 위에 떨어진다

옷깃 속에 목을 접어넣은 사람들은
나무의 눈물로 돋아난 새 풀을 못 본 채
마구 짓밟고 간다

신명이 난 바람이 입에 면도칼을 달고
뾰족뾰족 밖으로 내민 꽃의 희망을
줄을 긋듯 주루룩 삭발시킨다

봄들어 속력을 내는 시간을 따라
나무는 꽃잎을 연거푸 토해내고
바람은 연거푸 면도칼로 꽃머리를 부러뜨린다

개나리, 진달래, 목련, 벚꽃, 후레지아
부러져 길이 된 꽃의 희망을
한 아름 품어 안고 나는 한바탕
시샘하는 꽃샘바람과 열전을 벌인다
☆★☆★☆★☆★☆★☆☆★☆★☆★☆★☆★
깊은 밤

김지향

별이 꽃밭에 떨어졌다 나는
꽃밭을 한 삽 떠서 마당 가운데
던져 넣었다 마당 전체를 빛이 들고 있다
나는 빛을 손바닥에 퍼 담았다 새나가지 않도록
주먹을 꼭 쥐고 어둠을 넘어와 내 책상 꽃병에 꽂았다
빛은 꽂히지 않았다 꽃밭에도 빛은 한 개도 뜨지 않았다

시간은 시간을 잡아먹으며 어둠 속으로 힘껏 떠나간다
사람도 떠나가고 아파트도 떠나가고 길도 가로수도
모두 어둠 속으로 떠나간다 꿈을 담는 그릇은
꿈들을 털어내고 낡아가는 헌것 채 한 개비씩
어둠에게 끌려간다 시간은 죽어가는 헌것들을
어둠에게 넘기느라 죽을 시간도 없다고
투덜댄다 투덜대며 죽어간다


(새로 피어날 내일의 스펙터클 꿈을 새로 만들며)
방문을 닫은 깊은 밤이 내 가슴속 우주에도 가득 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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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의 귀

김지향

꽃밭이 있는 고층 아파트 발코니로 이사 온
매 발톱 꽃나무 몇 날은 기가 빠진 듯 졸다
오늘 문득 높은 공기를 맛본 듯
고개를 쳐들고 팔팔 일어나고 있다

쫑긋쫑긋 귀를 세우고 사람 쪽으로
목을 내밀어 흐드러진 세상 소리를 연거푸 퍼먹는다
너무 많은 세상 소리를 뼈째로 허겁지겁 집어삼킨다

말이 내뱉는 가시를 소금물로 알고 들이킨 꽃의 귓불엔
오늘 아침 유리조각들이 매 발톱처럼 뾰족뾰족 매달려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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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혹은 풀밭

김지향

해꼬리를 잡고
삼백 몇 날을 걸어도
보이지 않네

어딘가에 펼쳐져 있을
꿈에만 나타난 풀밭
빛살이 반질거리는 풀밭
장다리꽃이 안개밭으로 뜬
머리위 풍경처럼 걸려서
가늘가늘 숨 죽이고
날개만 떨던 바람이
내 목으로 알싸한 꽃물을
내려보내던 풀밭
숯 많은 풀잎의 귀밑머리 자르며
하늘하늘 살 비비며 마구 짓이기며
바람이 능멸을 해도
아픈 표정 하나 없이
포근한 가슴 열어주던 풀밭
꿈 깨고 나면
보이지 않네

육체를 벗은 꿈에만
가벼운 발이
담장위로 치뻗은 풀의 머리를
으깨고 가는 꿈에만
어머니처럼 껴안아 주던 풀밭,
나는 먼 훗날에도 피어날
삶의 꽃씨 한 톨 심어놓고
발병나게 찾아갔지만 어느 날
내리쬐는 햇빛 속에서
잠깨고 나니 갈 수 없네

꿈마저 잃어버린 나는
오늘 대문을 박차고 나가서
지상의 길을 종일토록 헤맨다
휘청휘청 내 키가 꼬부라져 접히도록
달려가는 시간의 뒤통수도 보이지 않도록
삼백몇날을 헤매고 다녀도
꿈에 본 풀밭은 나오지 않네
때때로 잡동사니 화물차만
먼지를 일으키며 달려가는,
발에 먼지만 진흙처럼 쌓여가는
금지구역이 많은 널따란 철조망 속
내 발이 닿는 곳마다
철조망이 옭아매는 그런 땅만 있네
아, 지상의 삶은 철조망과 진흙
바로 그것이네

길 모퉁이 저 혼자
웃다 울다 하는
외톨이 꽃 한송이의 외로움도
나만 같은
이 삶 속에선
풀밭은 안 보이고
진흙밭에 깊이 박혀
빠지지 않는 내 발자국의 아픔만이
지나간 시간의 증인이 되네
☆★☆★☆★☆★☆★☆☆★☆★☆★☆★☆★
나뭇가지에 매맞는 바람

김지향

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든다고 어젯밤까지
바람을 따라가던 나는 말했다

바람은 곁에서 힘없이 부러져 있지만
나뭇가지가 바람을 멀리 내쫓고 있지만
나뭇가지엔 불끈불끈 불뚝힘이 출렁이고 있지만

바람이 나뭇가지를 낚아채어
홀랑,몸 벗겨 부끄럽게 한다고 어젯밤까지
나는 분명히 말했다

봄이 되면
바람이 달려와서 나뭇가지에
꽃으로 매달린다고
바람꽃이 봄을 피운다고
바람이 아무리 속삭여 주어도
나와도 같이
믿어주지 않는 나뭇가지가
오늘 보니
바람을 마구 때려 패대기치고 있네
패대기 한번에
봄꽃 한 주먹씩 피어나고 있네
바람은 오늘 종일 나뭇가지에 매맞고 있네

(생각을 바꾸면 세상이 바뀐다는 말
나는 오늘부터 믿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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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이 시를 쓴다

김지향

고장 난 시간이 가을 속에 멈춰 섰다

세상의 휴게소는 만원을 이루고
들어설 자리가 없는 나는 갓길로 내쫓겼다
길은 바퀴 없이도 잘 굴러 간다
내 앞에 스르륵 미끄러져 온 길이
가득 담은 나뭇잎의 붓끝으로 빨간 시를 쓴다
한 자국도 옮기지 못하는 창백한 내 발등에
마음 아린 나뭇잎이 쯧. 쯧. 쯧. 혀를 차며
나뭇잎 사이사이 초롱꽃처럼 달랑거리는
수은등을 끌어와 불빛 같은 시를 붓는다

(가을이 되면 나무들은
온 우주에 시를 쓴다
하늘에다 땅에다 사람의 몸에다
빨간 시를 쓴다)

블랙홀에서 불어온 먼지바람에도
돌담 위에도 터널 속에도 주렁주렁
시가 익어간다
사람들은 숨차게 뛰어온 삶의 굴레를 벗어
가을의 가지에 걸어놓고
가을 내 시를 읽다가 스스로 시가 되어버린다
(높이 올라간 인간들의 투정을 미리 알아챈
눈치 빠른 하늘도 마침내 가슴을 열고
비명 같은 삿대질의 시위로 찢기고 찢겨
뚝,뚝 핏방울의 시를 떨어뜨리며)

시간은 멀지 않아 바퀴를 돌린다고 송신해 온다
☆★☆★☆★☆★☆★☆☆★☆★☆★☆★☆★
나의 디지털 하늘

김지향

디지털 버턴을 쥐고 나는 손이 붙어 있는지
더듬어 본다
너무 가벼워 날아간 줄만 알고 나는
나에게 육체가 있느냐고
물어 본다
육체가 가벼울 때
나무의 날개 사이로 보인다
하늘이 살이 붓지도 않고 양 옆으로
열림이 환히 보인다

그때 하늘이 먹은
새들이 꽃씨를 물고 팔랑팔랑 나오고
그때 하늘이 먹은
나뭇잎이 열매를 매달고 동글동글 나오고
그때 하늘이 먹은
바람이 물결무늬 주름진 치마폭을 펄럭이며 나오고
그때 하늘이 먹은
햇살이 치마끈을 풀어 땅에 수정기둥을 세우며 나온다
날아 나온 몸 바뀐 존재들은 가벼운 육체로
땅의 안 바뀐 존재들과 하나의 허리띠에 묶여
하나가 된다

나의 디지털 하늘은 이제 배가 푹 꺼져
땅에 내려와 누웠다

우주가 일직선으로 길게 깔려버리는.
☆★☆★☆★☆★☆★☆☆★☆★☆★☆★☆★
낮 달을 보며

김지향

길을 가다 문득
하늘만 쳐다본 날

가물가물 점 같은 새가
까맣게 떠서
말간 낮달을 끌고 가더니
하얀 몸의 낮달이
진종일 불에 타는 고통으로
이지러지며 혈관이 터지더니
밤이면 진홍빛의 상처투성이가 되었다
몸이 타는 고통의 낮달을 보며
그때서야 나는 후닥딱,
너에게 준 아픔을 깨달았다
나도 혈관이 터져 진흙이 될 때까지
지켜볼 하나님의 불눈을
그때서야 깨달았다

오늘 내 피곤을 털어낼
원두막 그 뽕나무 집을 찾아
길을 가다 문득
하늘 기슭으로 끌려간 반쪽뿐인
낮달을 보며 뜨끔거리는
바늘 꽂는 아픔
예삿일이 아니다

(영혼은 육체가 없이도 아픔을 알데
하나님의 분신임도 뚜렷이 알데)

길도 중간부위를 넘어선 때에야
빼마른 낮달이 태양의 덤불을
빠져나지 못하듯
나의 우주도 하나님의 손바닥임이
유리알처럼 보이데
☆★☆★☆★☆★☆★☆☆★☆★☆★☆★☆★
내부 수리 중

김지향

오늘도 나는 리모컨으로 세상을 연다

가장 먼저 기지개를 켜는 먼지
사이로 키를 일으킨 빌딩들이
마음 놓고 꺼낸 내장을 말리고 있다
내장 속에 숨어 있던 정적들이
한 소쿠리씩 쏟아진다

정적 밑에 가만히 엎드렸다 툭, 툭,
불거지는 것들이 투명유리 속처럼 보인다
부서진 욕정 부스러기, 배배꼬인 야망 찌꺼기
햇빛의 주사바늘 밑에서 와글와글 끓고 있다

나는 얼른 리모컨으로 빌딩을 꺼버린다
그림자까지 모두 삭제하고
재빨리 장면이 바뀐다

좁다란 블록담 옆으로 측백나무가
길을 끌고 파랗게 간다
돌아보지 않고 가는 길 옆으로
자잘한 곷 나무들을 안고 손을 흔드는
해바라기 긴 허리도 리모컨 눈의 조리개 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나는 다시 또 리모컨의 다른 단추를 누른다
빌딩 지붕 위로 길이 떠서 올라간다
피가 하얗게 씻긴 길을 끌고 간다
어디로 가는 걸까
아득히 좁아진 길 끝 거기는 어느 세상일까

아, 쪽문이 보인다
사람은 아무도 들어가지 않고
문 앞에 멈추어 있구나
지금 마악 도착한 진공포장지에 싼
한 사람의 손발에선
아직도 야생마 같은 피가
포장지 밖으로 지고 있구나
나는 다시 리모컨의 다른 단추를 누른다
장면이 바뀌지 않는다
리모컨도 들어가 보지 않은 길 끝 세상,
“내부 수리 중”이란 쪽지가
커다랗게 나부끼고 있을 뿐
사람들은 길 끝에서 하얗게 기다리고 있다
☆★☆★☆★☆★☆★☆☆★☆★☆★☆★☆★
내일에게 주는 안부

김지향

어디 사는지
아직도 남아 있는지 조차
알 수 없는
내일이란 이름에게
나는 안부를 보낸다
해마다 머리카락 하나 보여주지 않는
내일에게
내일이면 늦어 오늘 나는
일년치의 안부를 한꺼번에 날려보낸다
이번엔 머리꼭지라도 좀
드러내 보라고
내일 뒤 어디에 숨어있을 내일에게까지
두 손으로 안부를 불어 보내면서
안부가 가서 닿는 소재지를 알아내기 위해
망원렌즈 먼지를 닦아내고
뒤꿈치의 돌베개를 곧추 돋우고
어딘가에 살아 있을 내일에게
뜨거운 마음을 포기하지 않는
나의 노력을 알려주기 위해
하늘에다 들끝에다 바람귀에다
입을 대고
내일의 이름을 불러댄다
목청껏 목청껏 불러댄다
그러나 내일은 어딘가에 들앉아
내 목소리를 묘사하며 웃고만 있겠지
내가 잠잘 때 그도 잠을
내가 죄로 배 부를 때 그도 죄를
내가 거짓말로 속삭일 때 그도 거짓말을
흉내 내겠지
그런 내일을 사랑하는 나의 사랑이
진실임이 알려질 때까지
내가 내일의 사랑을
무식하게 신앙하는 환자임이 밝혀질 때까지
나는 주소불명의 내일에게
오늘 일년치의 안녕 안녕을
한 무더기 띄워 보낸다
그래, 그렇고 말고
내일이여, 안녕!
☆★☆★☆★☆★☆★☆☆★☆★☆★☆★☆★


김지향

작은 제 몸 속에
몇 갑절의 큰 몸을 넣고 있다니!

작은 몸속에 앉아있는
우주의 볼에 돋은 사마귀 같은
내가 그려 넣은 종이비행기
지금 마악 산 너머 하늘 길을 넘고 있음을
말문 막힌 나는 보고만 있다

큰 몸이 보지 못하는 작은 몸
그게 바로 내 눈동자라니!
☆★☆★☆★☆★☆★☆☆★☆★☆★☆★☆★
눈 속의 여자

김지향

표정도 없이 하늘이 웃는다

좌 악 열린 하늘 입에서
소금 알갱이가 내린다
한 여자가 하늘 웃음 속으로 삭제된다
삭제되었다 나온 그 여자가 눈을 깜박일 때 마다
눈썹에서 해묵은 때가 지워진다
소금 가루가 덮어버린 그 여자의 머리가
낮게 내려온 하늘 살이 된다
하늘과 땅이 하나로 손잡은 하얀 우주를
그 여자의 실티 같은 머리칼이 금을 긋는다
하얀 소금 알갱이에 묻힌 여자의
하얗게 씻긴 가슴 속 우주엔
하늘 살을 보내준 이의 눈동자도 담긴다

그 여자는 몸도 마음도 백지의 우주로 재생된다
☆★☆★☆★☆★☆★☆☆★☆★☆★☆★☆★
눈뜨는 잎사귀

김지향

모서리가 살아난 장독대 옆구리
황금날개 바람이 앉아있다
날개는 이내 열리고 바람은 날고 있다
귀를 세워 설치던 진눈깨비는
귀가 잘려 고개를 떨구고
하늘을 깁고 있던 먹구름도
팔짱을 끼고 제집으로 돌아서고
채소 빛 하늘이 얼굴을 내민다
비어있는 마당 열 두 군데를
새로 와서 채우는 열 두 빛 햇살
지구 밖의 봄 돋는 소리도 몰고 와
초록빛 비늘을 뿌린다
황금 실을 뿜어낸다
동면 속에 접어든 오동나무는
꿈을 털고 일어서고
장독대 질항아리도
이마를 쳐들고 깨어난다
엎드렸던 내 의식은 눈썹을 내밀어
저 창 밖의 파도치는 초록물감 속을
눈뜨는 잎사귀가 되어
하늘하늘 날아간다
☆★☆★☆★☆★☆★☆☆★☆★☆★☆★☆★
눈물처럼 떨어지는

김지향

하늘엔 시린 눈이 사라졌다
팔팔 살아서 끓는 정기 쏟아 붓던
그 눈,
이젠 어디로 가고 없다

하늘은 돌에 맞아 상처투성이 가슴 뿐
멍청히 떠서 휘모는 폭우에도 귀우뚱거린다

하늘 가슴에 대고
마구잡이로 쏘아 올린 사람들의 돌팔매
녹도 슬지 않고 이제껏 쩌렁쩌렁 박혀 있으니
이제껏 분수처럼 치솟는 돌팔매
피투성이 가슴으로 맞고 있으니
어쩌나

하늘에 대고 삿대질하는
사람들에게
침묵의 깊은 물음 던지는 듯
돌팔매 박힐 때마다
빗물처럼 주루룩, 떨어지는 눈물을

사람들은 그게 사랑인줄
하늘의 가없는 사랑인줄 모른다
☆★☆★☆★☆★☆★☆☆★☆★☆★☆★☆★
눈사람

김지향

다리 긴 바람이 눈을 뜨고 뛰어간다
바람의 손이 머리를 빗기는 안마당이
귓불을 비비며 일어앉는다
땅 밑으로 쫓겨난 나무 뿌리도
뛰어가는 바람의 행방을 잡고 있다
쨍그렁, 깨지는 창밖의 샐로판지 위로
강아지 두엇이 꼬리를 떨면서 튕겨간다
바람만 나와 설치는 빈 뜰에
중절모를 눌러 쓰고 흰 두루마기를 펄럭이는
눈썹 흰 사람이 내려와
술렁술렁 아이들을 불러내고 있다
우리집 아이들은 마술 가위를 들고 나와
그 흰 사람의 흰 머리칼을 베어
내 머리를 덮고 있는 먹구름을 지우고
그 흰 사람의 흰 손가락을 뽑아
내 이마에 순결의 무지개로 오려 붙이고
술렁이는 뜰 안에서 깊이 잠든
내 의식을 두드리며 마술 가위의 아이들은
오만 개의 눈 뜬 오만 개의
바람소리를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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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뿐인 햇빛

김지향

나는 발코니 쪽문에서
총알을 날렸다 갈퀴를 세우고 뛰어가던
강이 퐁, 퐁, 퐁, 장파열을 일으켰다
가닥가닥 실타래처럼 잘려나가는
물의 살결들
둑 너머 둑으로 물의 실타래는 마음 놓고
퍼져나갔다
둑을 마구 넘어갔다
바둑돌들이 빠진 둑
이마가 뜯겨나갔다

(둑 밖으로 쫓겨나온 물고기들이 눈을 뜨고 잔다
주사바늘을 손톱처럼 세운 햇빛이 물고기에게
불주사를 놨다 까맣게 타버린 물고기들에게
햇빛은 연속사격을 가했다)
나는 햇빛의 뷸꽃 사격이 나를 겨냥한 줄도 모르고
또 다시 방아쇠를 당겼다
퍼엉! 햇빛을 관통했다 1초 동안
내 눈에 튀어든 빛 가루가 까맣게 눈을 태웠다
까만 눈을 끌고 간 블랙홀, 1초의 어지러움 너머
빛 부신 은빛나라가 반짝였다 1초 동안
강물을 뚫고 햇빛을 뚫어야 보이는 하얀 나라!
햇빛은 수평도 수직도 아닌
땅도 나라도 없는 빼 마르고 기다란
다리만 촘촘하다
다리에 구멍을 내도 금방 아물어버리는 그
물렁살이 은빛의 하얀 나라를 감추고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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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또 절망에게

김지향

오늘도 길은 낯선 곳으로 뚫고 간다

시간은 날마다
내 발에 노끈을 묶어 낯선 길로 끌고 가지만
(낯선 시간에 희망을 걸고)나는 따라 가지만
그 곳도 똑 같은 세상이구나
절망아,그 곳에도 황사바람 몰아부치고
산성비 쏟아지는 진펄이구나

우회선도 없는 일차선로 중앙부에 접어든
내 발은 위험과 손 잡고
점점 거세게 몰아부치는 황사바람에
키가 다 구겨져서
점점 거칠게 퍼부어대는 산성비에
살갗이 닳아 떨어져서
쓰러졌다 일어남을 반복하며
오늘도 길에게 코가 꿰인 내 발이
따라가며 이제 그만 불시착이라도 하고 싶다

시간의 노끈이 내 발을 놓아주기를,
삶과 죽음이 폭파되어 한 세계로
어우러지기를 꿈 꾸며
누군가에게 들키면 지상에선
영영 소각되어 버릴 위태로운 꿈을 몰래 꾸며
세상을 깨뜨렸다 일으키는 의식운동을 되풀이한다

절망아, 내가 너무 두려움없이
낯선 길을, 낯선 시간을 사랑했나 봐
깨끗한 그 곳인줄 알았던
내 믿음이 배반 당한 삶(내가 지독하게 사랑하는)
절망아,네게 길들여진 삶
나는 그 삶의 주인일까
삶이 나의 주인일까
아직도 석연치 않은 물음을 안고
오늘도 나와 삶은 낯선 시간 속으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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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열린 봄날에

김지향

활짝 열린 봄 속으로 들어선다
겨우내 외롭던 꽃밭이 식구들로 가득하다
빵긋거리는 노랑 빨강 하양 뺨들을 다독이며
*창준의 손을 잡은 나는
꽃으로 피던 시절을 생각하며 걷는다
아이의 손에는 빨간 꽃이 내 손에는 하얀 꽃이 복사된다
지난 겨울 떨군 꽃의 눈물이
다시 꽃을 피운다는 사실을 아이에게 설명하면서
어린 세대와 낡은 세대가 서로 다른 생각 속에
꽃들을 복사한다
시간은 그 시간이 아닌데 꽃들은 왜
그 꽃이지? 하고 아이가 물어오면
나는 어떻게 대답할까
아이의 말은 왜? 왜? 로부터 시작하고
길어지는 나의 대답엔 귀를 닫아버린다
대답에 궁색한 나는 아이가 스스로 알아갈
길만 안내해준다

아이는 얼마 안가 혼자서 봄 속을 달려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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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먹은 잡동사니

김지향

오늘도 안 가본 길을 걷는다

(낯설게 달려오는 세상
따먹고 싶은 나는 방에 갇히지 못한다)
나는 날마다 휴대폰으로
세상을 따 먹는다
온갖 잡동사니를 물어오는
휴대폰 머리꼭지의 머리카락
그에겐 하늘 내장도 저장되어 있다
길을 가다 문득 하늘을 따먹고 싶어
산꼭대기 상상봉으로 발을 끌어 올렸다
가만히 누워서 하늘의 혈관을 찾고 있을
그 때 그 하늘을
내가 백발백중의 투창질로 구멍을 냈다
휴대폰이 하늘 풍선 한 자락을 움켜쥐고
풍선 배꼽을 탕 ,탕, 탕, 우그러뜨렸다
한쪽 귀퉁이가 먼저 스르르 자취를 감춘다
휴대폰 머리칼이 먹어치운 하늘이
휴대폰 뱃속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다
너무 많은 하늘의 영양소들이 엉클리는 소리가
요란하게 공기를 패대기치고 있다
별은 별끼리의 도킹으로 부화가 되는지
휴대폰 입으로 별싸라기가 새나와
온몸에 아이섀도우를 칠해 놓고
삐리리~~ 삐리리~~ 부딪는 마찰음으로
내 청각신경을 괴롭힌다
한 요리사가 허드레 잡동사니 날것들을
냄비에 올려놓고 이리저리 굴리며 볶아대는 소리
냄비를 굴릴 때마다 휴대폰 온몸이
난잡하게 뒤틀린다 뒤틀리는 휴대폰
아, 알고 보니 내 속이네 내 속을 뒤집어 놓고 있네
나는 사람일까 물체일까
무엇이든 꿀꺽 삼키기만 하면 소화가 되어버리니!

따먹은 하늘의 잡동사니
내일은 또 무엇이 되어 태어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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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나도 증발되고 싶다

김지향

열손가락을 부채살처럼 펴고
컴퓨터 키보드를 한꺼번에 눌렀다
잠시 엷은 주름 사이
그림자뿐인 유리집 자동문이
스르륵 열렸다
그녀는 들어갈까 말까 망설임도 없이
습관적으로 머리꼭지를 드밀어넣었다
유리집에 잠입한 그녀는
간첩처럼 귀를 세우고 몰래 벽에 걸려 엿본다
정물 하나 없는 움직임들이 무리무리 지나간다
나뭇잎 널브러진 키 낮은 산들이 지나가고
이마 훤한 지붕들이 지나가고
강아지떼가 고양이떼가 돼지떼가 지나가고
먼지가 지나가고 바람이 지나가고
해묵은 미해결 건수가 지나가고
지나가는 건수들은 모두 줄을 서듯 입에
앞의 꼬리를 물고 물고 물고
초고속으로 지나간다
형상을 가진 사물들은
모두 발도 없이 유리집 사이버 속으로 들어간다
인터넷 A가 인터넷 B와 인터넷 B가 인터넷 C와
불똥을 퉁기며 번개처럼 접속된다
온 우주가 인터넷 속에서 한 개
점이 되어 그녀 두뇌 속으로 도랑물처럼
기어들어간다
나는 삐걱거리는 두뇌로
가끔은 형이상 속으로 증발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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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과 가을

김지향

여름이 시들시들 시들 때
나는 내가 키우는 로봇을 풀어놓았다

파닥파닥 팔을 부딪치며 보듬고 있던 모닥불을
옆의 옆 앞의 앞 나무 겨드랑이에 쏟아 부었다
부글부글 끓는 나무 가슴팍에서 불길이 척추 위로 치뻗었다
로봇에게 지고 만 여름이 꼬리를 스르륵 감추었다
나무 겨드랑이엔 불똥 같은 뾰루지가 입을 뽀르통, 내밀었다

찻길 너머 산속, 키 낮은 풀밭에서도
로봇이 화약통을 엎질렀다
온 산이 빨갛게 성이 났다
찔레꽃 덤불도 엉겅퀴도 단풍나무도
낯익은 얼굴들이 새빨갛게 불이 났다

당분간 시간은 가을에게 발목 잡혀 산속 깊이 주저앉았지만
불길 속을 혼자 달려가는 불덩이 로봇, 멈출 줄 모르는
나의 로봇, 또 무슨 일을 저지를지?
온몸에 화약통을 달아준 나는
나의 서투른 고집 같은 시행착오를 후회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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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컨과 풍경

김지향

휴일
심심한 저녁 때
나는 창가에서 잠자는 리모콘을 깨운다
리모컨의 뇌세포는 나보다 훨씬 개수가 많은지
나보다 먼저 내 생각을 알고 있다

리모컨이 창 밖의 창을 열어제낀다
깊숙이 집어넣은 내 눈에 들어온 사람들
가라앉은 몸속에 다 저문 삶을 꼬깃꼬깃
접어 넣고 앉아 있다

사람을 지나 창밖으로 몸을 누인
강변북로로 간다

멀리 다림질이 잘된 빌딩 머리에
홍시 같은 햇덩이가 오늘도 어김없이
몸이 뭉개지고 있다
빌딩 목으로 넘어가는 다리 짧은 시간이
원추형으로 으깨진 핏덩이 몸을 끌어간다

꼴깍, 나의 리모컨 조리개가
전기 고압선에 얽혀 뇌세포 한 둘쯤 죽어버렸는지
강변 한쪽 풍경이 지워졌다 한쪽 구석은 접혀졌다

접혀진 풍경 옆구리 버티고 선 다리 사이
또 한개 다리가 강을 건너뛰고 있다
눈에 안약을 넣은 수은등이 파란 눈을 반짝이며
강변북로의 삶을 들어 보이고 있다

접혀진 풍경을 펴본다
뒤로 밀쳐진 사람들이 나온다 어둠이 되고 있는
사람의 의미 있는 아픔들이 내다본다
방금 빌딩 목울대로 넘어간 햇덩이의 각혈처럼

(바깥 풍경만 보는 이들은 아무도 접혀진 삶의 아픔을 모르지만)

눈치 빠른 나의 리모컨은 아직 자지도 않지만
남은 다른 쪽의 풍경을 다음 휴일로 넘겨버린다
깊은 밑바닥이 드러날 땐 얼른 조리개를 꺼버리는
리모컨, 나보다 지능지수가 얼마나 높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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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렌즈와 시라세니아 잎

김지향

길과 강 사이가 붙어 있다
붙어 있는 틈새를 뒤로 빼내며
키를 쑤욱 뽑아 올린
하얀 머리의 아파트 발코니가
주춤 뒷짐 지고 서 있다

아파트 머리를 뒤로 밀며 강으로 눈을 내민 망원렌즈는
강물을 복사뼈에 걸치고 바삐 가는 시간을 붙잡느라 부산떤다

낮에는 하늘에 이마 내걸고 오지랖에 하늘 말을 받아 담는
밤에는 강변에 귀를 던져 허드레 폐지 같은 사람의 말들을
귀로 주워 먹는 아직 나이 어린 S아파트

몇 덩이 정적 같은 그의 내부가 궁금한 나의 망원렌즈는
아름다운 정적 내부로 몸 전체를 밀어 넣었다
종일 팔을 세우고 기다리고 있던 시라세니아 잎사귀
그가 렌즈의 몸 전체를 움켜쥐었다 앗찔,
혼신의 눈을 모으고 뚫어보는 렌즈 사면이 꽉 막혔다

궁금증의 내부, 아래 위 사방에서 사기그릇 깨지는 소리
소리와 소리가 뛰어가며 부딪는 운동장이 되었다
몇 포기 남지 않은 머리칼이 소름처럼 윗마을로 치켜서고
심장박동소리가 심지 닳은 호롱불로 가물거리지만
아직 맑은 영혼으로 암호 같은 출구를 찾으며
나의 망원렌즈는 강변 S아파트 내부의
정적을 깨뜨리는 그 시라세니아 잎 속에서
아직은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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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살 앓는 하늘

김지향

간밤 내
깔깔, 봉오리 웃는 소리만 났다

아침에
하늘이 한 뼘도 남지 않았다

봄 내
하늘은 가득 찬 꽃잎으로 몸살을 앓는다

해는 어디에 있는지
진종일 빨간 명주실만 내려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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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바다

김지향

어젯밤 새도록 바람의 회초리에 매 맞은 바다
아침에 보니 눈꺼풀이 잔뜩 부어올랐다

바람은 바다에게 품고있는 잡동사니를 내놓으라며
아침에도 소리 높여 호통을 친다

바다는 무엇이든 잘도 삼켜버린다
배속에 넣고 있는
우럭 미역 명태 조개 물지렁이 고래 수달 바다쥐빠귀 불가사리
그들의 어린 것 까지 바다가 삼킨 잡동사니들은 헤일수도 없다
잡동사니도 바다 속에 들어가기만 하면 보물이 되어버린다

바람은 때때로 바다에게 보물을 토해내라며
크게 소리치며 바다 몸통을 돌려가며 패대기친다
살이 뜯긴 바다 가슴이 오늘 보니 움집처럼 패였다

바다 뼈가 다 들어나도 품고 있는 보물들은 나올 기미가
서푼어치도 안 보인다

(잡동사니들은 바다 깊은 가슴 안에서
찰삭찰삭 물장구를 치며 오케스트라를 연주하고 있다)

문득 바람 배를 가르며 전조등을 켠 유람선 한 채
발을 멈추고 바다 가슴이 보내주는 오케스트라 연주를
가만히 듣고 있다 바람도 함께 서서 잠잠히 듣다가
신명이 났는지 어깨춤을 추며 크게크게 박수를 보낸다

바람은 바다 보물에 쏟은 끈질긴 욕심을 툭, 끊고
유람선을 타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가고 없다

가슴을 활짝 열어젖힌 바다는 지금 오케스트라 연주로
한창 뜨겁게 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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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타고

김지향

그는 이제 문을 나선다
몸의 마디 마다 지퍼를 열어 놓고
바람의 멱살을 휘어잡고 바람 몸 전체를
지퍼 속에 집어넣는다
그의 팔다리는 풍선처럼 살아나 퍼득인다

걸어보지 않았던 길들이 모두 목을 쳐들고
인사도 없이 그에게 달려든다

인터넷 속에서 한 두 번 만났던 사물들이
저들 끼리 모였다 흩어졌다 그림을 만들며
눈썹 밑으로 지나가고
발자국 소리도 없는 사람들이
낯선 소리를 내며 그림 속으로 스르륵
빨려들어 간다
그림들은 커졌다 작아졌다
푸르다 하얗게 바래지며
지상의 저물녘 들판으로 돌아간다

호주머니처럼 열린 입으로 연방
감탄사를 게우며 그는
멈추지 않은 지상의 생을 벗어두고
저물녘의 기차 꼬리짬에서
지나온 길들을 지퍼 속에 집어넣으며
터널 같은 세상 한 바퀴 돌아
지금 마악 궤도 밖으로 사라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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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반란

김지향

바람이 일어선다
나뭇잎이 나부끼는 가지에서 뚝 끊어져
서쪽 하늘 뺨에 걸려 이빨을 갈고
햇살은 동쪽 산 이마에서 발을 옮기지 못한다

바람이 일어선다
해가 빛을 잃고 구름 뒤에서 물구나무로 벌을 서고
아까부터 바람이 하늘 밖에 세워둔
비가 슬슬 바람의 눈치를 보며 뛰쳐나와
수직으로 빗금을 그으며
땅에 부딪힌다 몸이 으깨진다

바람이 일어선다
땅이 키우는 풀머리가 부러지고
풀머리 밑으로 처박혀 죽은 비로
땅이 지워져 버린다 조금씩 비의 시체에
파먹혀 지워지는 땅을 보는 바람
아직 심장이 멎지 않은 땅에 크게 숨을 불어넣는다
(땅이 없이는 바람의 스펙타클도 허사임을 깨우치고 땅
전체에 엎질러 놓은 반란을 한 장 한 장 걷어내기
로 했음)

바람이 일어선다
풀잎과 땅을 움켜쥔 주먹을 풀고
땅의 가슴에 박힌 대못의 상처를 치료 하기로
바람이 마음을 바꿔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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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돌아온다

김지향

달빛이 허연 뼈를 뽑아들고
길 모퉁이에 비켜 서 있다
흰옷 입은 나무들의 그림자가
밤을 썰어내는 톱질 소리를 내며
구멍 뚫린 공간을 빠져 나간다
시간을 쏠아먹는 좀 벌레가
발소리를 이고 땅 밖을 기어간다
귀가 게우는 개구리 소리를
둑 모가지에 걸어두고
품팔이 갔던 바람이 돌아온다
조용하다
달이 툭, 땅 가득 떨어질 뿐
흰옷 입은 나무들의 눈이 깨져
사방에 흰빛을 뿌릴 뿐
바람이 문빗장을 풀고 들어갈 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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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끝으로 간다

김지향

사람은 가고 없는 강변 의자에는 눈송이가 몇 앉아
옛날이야기 속으로 가고 있다 눈송이 몇이서 걸어가는
시간의 자국마다 소복소복 모여앉아 여럿이 되고 무리가 되어
입 열린 호주머니에서 옛날이야기를 풀풀 꺼내놓고 앉아있다

한참 후엔
의자 혼자 남겨두고 서로 손을 잡은 눈송이가 무리무리
사람의 머리를 올라타고 부지런히 가고 있다 눈이 오는 날은
잠자는 세상이 깰까 봐 시간도 까치발로 뛰어 간다

눈을 머리에 얹은 두 세 사람은
팔짱을 끼고 지나간 날의 가슴에서 자고 있는 이야기들을 꺼내어
무겁게 껴입은 이 시대 사건들 위에 겹쳐놓고 구시렁거리며
발끝으로 가다가 무릎으로 가고 있다

(사건의 중간 부위에 빠지면 무릎까지 파묻힌 몸을
빼낼 줄도 모르고 점점 깊이 빠져들어 가는 사람들,
그것이 무덤인줄은 빠진 뒤에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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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이 달린 사랑

김지향

사랑은 가슴에서 산다
가슴에서 사는 사랑이
베어지지 않는다는 논리는
알맹이가 없음
하고 나는 손을 쳐든다
혼자서 이렇게,
나의 실험대에 올라온 사랑을
현미경으로 뚫어보았다
사랑, 그 자유분방주의자는
거침없이 발은 발대로 손은 손대로
머리는 머리대로
떨어져 서로 반목하며
제 갈 길로 갈
궁리에 빠져있었다
서로 다른 머리 발 손이
한 덩치로 얽혔을 뿐
틈틈이 발은 손, 손은 발을 배어낸다
그렇지, 그날도
한 쪽 발이 베어져 나갔었지
베어낸 자리엔 재빨리 구멍이 들어앉았지
구멍은 자기의 부피를 키우려고
나머지 사랑지체도 내쫓으려 했었지
아암, 그렇고말고
사랑발이 잘려나간 빈 칸을
나는 구멍이 차지하지 말게 하려고
떨며떨며 한 쪽이 기우뚱한 가슴으로
사랑 발을 붙잡아오려고 찾아 나섰지
세상 아무데서나 볼 수 있는 사건 사이
어둠 사이 시기 질투 분쟁 사이
어디에 내 사랑의 발은 걷고 있나
일곱 번씩 일흔 번도 용서해주며
사랑발이 제 맘대로 잘려나간
무례를 용서해 주며
아, 일곱 번 째 용서함
바로 그 때였다
나의 사랑 발은
세상 구석 어느 개골창에 빠져
어둠 그것이 되어 있었다
발톱 한 귀퉁이에도 제 모습이
남아있지 않게,
나는 이 사실을
사랑은 베어지지 않는다는
이 엄청난 오류를
사람들에게 보이려고
사랑 발을 집어 들고 사람들 속에서
사람들에게 소리 질렀다
돌아다 본 사람들은
그게 이전부터
어둠이라고 우겨댔다
내 가슴에서 배어져나간
사랑의 발임을 믿지 않는 동안
실은 그게 나도 모르게
어둠이 되어버린 나의 발임을
사람들이 어둠을 보지 않고
나를 보며 웃는 이유를
나는 비로소 알아채고 소스라쳤다
얇은 바람 이빨에도
삭둑삭둑 잘려지는 보드라운 잎사귀
사랑아,
집을 나가면 지나온 길을 잊어버리는
그러므로 되돌아 올 줄도 모르는
눈썰미 없는 사랑아~
하고 나는 골목어귀에서
지는 해를 붙잡고
찾아낸 사랑의 발을
그 어둠을 씼는다
☆★☆★☆★☆★☆★☆☆★☆★☆★☆★☆★
방안의 삶

김지향

잘 익은 봄 거리에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깨끗이 세탁된 볕이 만리로 뻗은 오늘
사람은 모두 볕이 차단된 방에서
컴퓨터 몸을 만지며 쏟아져 나오는 깨알 글자의
바둑알 부딪는 소리에 빠져들어 있다
컴퓨터 바둑알 소리로 팽팽한 방에서
헤엄치는 사람의 눈과 손은
바깥 세상의 산과 들이 게우는 생선
비늘 같은
생기와 햇볕을 모두 만진다 그리고 지워버린다

바깥 기억들이 점점 지워지는
컴퓨터가 사람 몸 속에 들앉은
방안의 삶
지난 세대에겐 낯익지 않지만 우리는
이미 잘 맞춰 입어야 할 컴퓨터 삶의
한가운데 와 있으니
이젠 컴퓨터 생리에 길들여져야 할밖에

시간과 손잡은 컴퓨터의 속력이 불편하다고
컴퓨터 생리가 너무 빡빡해
시간 밖 세계로 궤도 이탈하고 싶다고
그녀는 투덜대지만
자꾸 뒤로 밀리는 그녀 두뇌가
궤도 이탈을 연기해 낼지?
궤도 이탈을 위해 눈을 접고
활짝 날개를 펴 볼지?

창 밖 잘 익은 봄 거리가 그녀를 맞으려고
깨끗이 세탁된 볕을 깔아놓고 있지만.
☆★☆★☆★☆★☆★☆☆★☆★☆★☆★☆★
백지 공간

김지향

어제까지 거뭇하게 그을린 길이
새하얀 살에 금을 내고 간다

창밖엔 꽁꽁 얼어붙은 허드레 세상이
속살을 내놓고 앉아있다

빳빳한 허공을 붙들고
척추를 연거푸 눕히는 눈발을 베며
한 줄로 줄서기 하는 갈가마귀 떼
허공에 대롱대롱 고드름으로 매달려 있다

쉬지 않고 오는 눈발에 매 맞는
가로수 하얀 바지가랑이 사이
자꾸 뒤로 미끄럼 타는 차량들이
와글와글 끓고 있는 구세기 세상
누더기 소리들을 깔아뭉개는 중이다

별똥별도 숨어버린 밤
백지로 채워진 공간에 남은
한물간 세상도 죽어 있다

내일 새 세기로 다시 태어나지 않으면
햇빛은 날을 펴 놓지 않아도 된다.
☆★☆★☆★☆★☆★☆☆★☆★☆★☆★☆★
벽 허물기

김지향

바람도 빗겨간 가슴 넓은 산줄기를 안고
안개가 명주실 치마폭을 말아 올리는 중이다
햇살이 아득히 먼 발아래서 자꾸 바스라진다
새파란 가슴을 드러낸 산줄기들 바람에 쓸린
기러기 한 두름 안아드리고 있다
방금 마악 허공 위의 하늘을 찢으며
치솟은 우주선 한 채,
우주선을 타고도 세상을 내다보는 사람들 손엔
손가락만한 디카 폰 하나씩 들려있다
디카폰은 잽싸게 구름 살을 헤집고
옆으로 지나가는 세상 풍경에 드르륵
밑줄을 그으며 풍경눈알에다 새겨 넣은 의미를
몽땅 베껴 낸다
우주선이 우주정거장에 발을 내릴 땐
우주에서 발사하는
발통 없이도 시간을 잘 굴리는 비행접시 몇 채
세상 창공으로 떠난다
바람소리만 걸려있는 지상정거장에는
수많은 어린왕자들이 버들가지처럼
가느다란 키를 휘청이며 별을 찾고 있다.

(세상에서 하늘 위의 하늘로 오가는 사람들 일찌감치
육체에서 육체 위의 육체로도 들락거리고 있었네)
☆★☆★☆★☆★☆★☆☆★☆★☆★☆★☆★
별은 내 눈에서 뜬다

김지향

내가 만지는 사물마다 머리 조아리며 굴리는
쟁·쟁한 은방울의 합창
별은 내 눈에서 뜬다는 발신음 한 소절을
또렷하게 열린 내 귀가 또박또박 주워먹는다

지난날 하늘의 셀로판지에 반점으로 돋던 별
그가 이제 보니 내 가슴에 새파란 피멍으로
푸욱, 박혀 알을 낳는지 삽시간에
나의 우주가 청보석 복사기가 되었네

(내가 눈을 뜨지 않으면
가슴의 블랙홀 벽에 낳은 알을 주욱―
널어놓는지?)

오늘은 내가 별에게 신발을 신겨준다
별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에게서
새로 그린 삽화 한 장 튕겨나가듯
단숨에 블랙홀 요새를 철거해버리고
고속 디지털 안테나를 타고 뛰쳐 나가네

(하늘도 하늘의 하늘도 아닌
내가 눈을 얹는 거기에 작은 우주같은
내 별은 수도 없이 내 눈에서 뜨지만)

별아, 이제는 해산의 아픔도 없는
별아, 이름도 얼굴도 성별도 자주 몸 바꾸는
별아, 내가 목청껏 불러도 빙글빙글 바뀌는
성대로 나를 어지럽게만 하는
별아, 이제는 그만 내 눈에서
뜨지 말았으면 좋겠다.
☆★☆★☆★☆★☆★☆☆★☆★☆★☆★☆★
봄 명주실 웃음

김지향

오늘 문득 실바람이 세상을 열어젖힌다

실바람 손에 든 초록 칩을 나뭇가지 겨드랑이마다
꼭꼭 묻는다 나무 겨드랑이엔 초록 손톱이 돋아나고
손톱 밑에선 뽀르통 내민 새 입술을 열어
진달래 개나리 초롱꽃 뻐꾹채 노루귀 제비꽃
줄줄이 명주실 웃음을 좌악 널어놓는다

실바람 요술지팡이에 올라탄 나비 몇 마리
몇 됫박씩 꽃가루를 흩뿌리며 세상의 몸에 봄을 입힌다
깔 깔 깔 세상은 종일 명주실 웃음을 멈추지 않는다
세상 웃음을 따라 날아온 제비도 명주실 웃음을 날개에 태워
우주 밖으로 날아가느라 부산떤다

나는 종일 봄 웃음을 퍼먹으며
한 발 더 진화한 세상 속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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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란지교를꿈꾸며

유안진

 

​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입은 옷을 갈아입지 않고

김치냄새가 좀 나더라도 흉보지 않을 친구가

우리집 가까이에 있었으면 좋겠다

 

비 오는 오후나, 눈 내리는 밤에도

고무신을 끌고 찾아가도 좋을친구

밤 늦도록 공허한 마음도

마음 놓고 열어 보일 수 있고

악의없이 남의 얘기를 주고 받고 나서도

말이날까 걱정되지 않는 친구가….

 

사람이 자기아내나 남편, 제 형제나 제 자식하고만

사랑을 나눈다면 어찌행복해질 수 있을까?

영원이 없을수록 영원을 꿈꾸도록

서로 돕는 진실한 친구가 필요하리라

 

그가 여성이어도 좋고, 남성이어도 좋다

나보다 나이가 많아도 좋고, 동갑이거나 적어도 좋다

다만 그의 인품이 맑은 강물처럼 조용하고 은근하며

깊고 신선하며, 예술과 인생을 소중히 여길만큼

성숙한 사람이면 된다

 

그는 반드시 잘 생길 필요도 없고

수수하나 멋을 알고 중후한 몸가짐을 할 수 있으면 된다

 

때로 약간의 변덕과 신경질을 부려도

그것이 애교로 통할 수 있을 정도면 괜찮고

나의 변덕과 괜한 흥분에도 적절하게 맞장구 쳐주고 나서

얼마의 시간이 흘러 내가 평온해지거든

부드럽고 세련된 표현으로 충고를 아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많은 사람을 사랑하고 싶진 않다

많은 사람과 사귀는 것도 원치 않는다

나의 일생에 한 두 사람과 끊어지지 않는

아름답고 향기로운 인연으로 죽기까지 지속되길 바란다

 

나는 여러나라 여러곳을 여행하면서

끼니와 잠을 아껴 될수록 많은 것을 구경했다.

그럼에도 지금은 그 많은 구경중에 기막힌 감회로 남은 것은 거의 없다

만약 내가 한 두곳, 한 두가지만 제대로 감상했더라도

두고두고 되새길 자산이 되었을걸...

 

우정이라 하면, 사람들은 관포지교를 말한다

그러나, 나는 친구를 괴롭히 고싶지 않듯이

나 또한 끝없는 인내로 베풀기만 할 재간이 없다

 

나는 도 닦으며 살기를 바라지않고

내 친구도 성현 같아지기를 바라진 않는다

 

나는 될수록 정직하게 살고싶고

내 친구도 재미나 위안을 위해서

그저 제자리서 탄로나는 약간의 거짓말을 하는

재치와 위트를 가졌으면 싶을 뿐 이다

 

나는 때로 맛있는 것을 내가 더 먹고 싶을테고

내가 더 예뻐보이기를 바라겠지만

금방 그 마음을 지울 줄도 알 것이다

 

때로 나는 얼음 풀리는 냇물이나

가을 갈대숲 기러기 울음을

친구보다 더 좋아할 수 있겠으나

결국은 우정을 제일로 여길 것이다

 

우리는 흰 눈속 참대같은 기상을 지녔으나

들꽃처럼 나약할 수 있고

아첨같은 양보는 싫어하지만

이따금 밑지며 사는 아량도 갖기를 바란다

 

우리는 명성과 권세, 재력을

중시하지도 부러워하지도 경멸하지도 않을 것이며

그보다는 자기답게 사는데 더 매력을 느끼려 애쓸 것이다

 

우리가 항상 지혜롭진 못하더라도

자기의 곤란을 벗어나기위해

비록 진실일지라도 타인을 팔진 않을 것이다

오해를 받더라도 묵묵할 수 있는어리석음과

배짱을 지니기를 바란다

 

우리의 외모가 아름답지않다해 도

우리의 향기만은 아름답게 지니리라

 

​​우리는 시기하는 마음없이 남의 성공을 얘기하며,

경쟁하지 않고 자기하고 싶은 일을하되,

미친듯이 몰두하게 되기를 바란다.

 

우리는 우정과 애정을 소중히 여기되,

목숨을 거는 만용은 피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우정을 애정과도 같으며,

우리의 애정 또한 우정과 같아서,

요란한 빛깔도 시끄러운 소리도 피할 것이다

 

나는 반닫이를 닦다가 그를 생각할 것이며,

화초에 물을 주다가,

안개낀 아침 창문을 열다가,

가을하늘의 흰구름을 바라보다가,

까닭없이 현기증을 느끼다가 문득 그가 보고 싶어지면,

그도 그럴때 나를 찾을 것이다

 

그는 때로 울고 싶어지기도 하겠고,

내게 도울 수 있는 눈물과 추억이 있을것이다.

우리에겐 다시 젊어질 수 있는 추억이 있으나,

늙는 일에 초조하지 않을 웃음도 만들어 낼 것이다.

 

우리는 눈물을 사랑하되 헤프지않게,

가지는 멋보다 풍기는 멋을 사랑하며,

냉면을 먹을때는 농부처럼 먹을줄 알며

스테이크를 자를때는 여왕보다 품위있게

군밤을 아이처럼 까먹고

차를 마실때는 백작부인보다 우아해지리라.

 

우리는 푼돈을 벌기위해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을 것이며,

천년을 늙어도 항상 가락을 지니는 오동나무처럼

일생을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는 매화처럼

자유로운 제 모습을 잃지않고 살고자 애쓰며 격려하리라.

 

우리는 누구도 미워하 않으며

특별히 한 두 사람을 사랑한다 하여

많은 사람을 싫어하진 않으리라.

우리가 멋진 글을 못쓰더라도

쓰는 일을 택한 것을 후회하지 않듯이,

남의 약점도 안쓰럽게 여기리라.

 

내가 길을 가다가 한 묶음의 꽃을 사서그 에게 안겨줘도

그는 날 주책이라고 나무라지 않으며,

건널목이 아닌 데로 찻길을 건너도

나의 교양을 비웃지 않을게다.

 

나 또한 더러 그의 눈에 눈곱 이끼더라도,

이 사이에 고춧가루가 끼었다 해도,

그의 숙녀됨이나 신사다움을 의심하지 않으며,

오히려 인간적 인유유함을 느끼게 될게다.

 

우리의 손이 비록 작고 여리나,

서로를 버티어 주는기둥이 될것이며,

우리의 눈에 핏발이 서더라도 총기가 사라진것은 아니며,

눈빛이 흐리고 시력이 어두워질수록

서로를 살펴주는불빛이 되어주리라.

 

그러다가 어느날이 홀연히 오더라도,

축복처럼 웨딩드레스처럼 수의를 입게 되리라.

같은 날 또 다른 날에라도….

 

세월이 흐르거든 묻힌 자리에서

더 고운 품종의 지란이 돋아피어

맑고 높은 향기로 다시 만날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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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보해궁(普海宮)

 

마음의 본심은 본래 지혜와 복덕이 원만 구족하여 부족함이 없으므로 마음 바다 속 궁전에 보장함이라 하여 보해궁이라 하여 항상 주인공이 자재하여 부족함이 없는 것이다.

 

2, 보명심(普明心)

 

 마음 광명이 우주 공간에 두루 원만하여 어두운 곳이 없어 항상 광명을 발하여 번뇌인 어두운 마음을 밝게 하여 마음이 광명을 발하여 보배라 한다.

 

 

3, 법수해(法水海)

 

 마음 진리의 말씀인 부처님의 말씀이 바다 물처럼 천만강 물의 오염을 분별이나 싫어함이 없이 받아줌으로 바다를 일미해(一味海)라 하고, 우리가 신구의(身口意) 몸․입․뜻으로 싫어함이 없이 진리의 바른 행위(業)를 실천하는 것이 불 보살 성인의 마음으로 살라는 것이 법수해이다.

 

4, 법왕심(法王心)

 

마음의 주인공은 부처님이시다. 부처님의 말씀(敎)과 마음(禪)의 가르침으로 배우고 실천하여, 나의 주인공을 찾아서 수처작주(受處作主) 곳마다 주인공이 되라는 것이다.

 

5, 일심해(一心海)

 

마음을 바다에 비유한 것으로 바다 같은 마음으로 사라는 것이다. 바다는 파도가 없지만 바람으로 인연하여 파도가 일어나면 바다 면에 형상을 나툴 수 없는 것 같이, 마음은 고요하여 신통 묘용이라 하지만 중생이 경계로 인하여 인식하므로 번뇌가 용솟음 친다. 파도 없는 바다처럼, 번뇌 없는 마음으로 사라는 것이다.

 

 

6, 불이성(不二性)

 

산천 초목이 나 아닌 것이 없으므로 나와 더불어 하나인 것으로 나란 생명이 무시겁으로 내려오면서 형상과 이름의 전환을 헤아릴 수 없으므로 현재의 자신도 고정적인 것이 없이 변하고 있는 것으로 긴 시간에서 공간과 시간을 초월하여 보면 형상으로 아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름과 형상이 없으므로 너와 내가 둘 아닌 하나인 것으로 모든 삼라만상이 분별이 없는 하나의 마음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삼라만상이 마음을 떠나면 아무것도 없는 것이므로, 불이성은 둘 아닌 하나인 성품으로 하나라고도 이름 할 수 없는 것이므로 하나가 전체이고 전체가 하나인 것이다.

 

 

7, 삼정심

 

신구의(身口意)로 몸 입 마음의 행위를 말한다. 삼업(三業)을 십선(十善)과 십악(十惡)으로 말하지만 십섭(十善)을 삼정(三)이라 하여, 바른 일은 불살생(不殺生)의 생명존엄이고, 불투도(不偸盜)는 훔치지 않는 것으로 보시를 실천하고 불사음(不邪淫)은 질서인 윤리 법도를 몸으로 바른 일을 실천하라는 것이고, 바른 말은 망어(妄語), 기어(欺語), 양설(兩舌). 악구(惡口)를 진실한 말로 실천하라는 것이고, 바른 뜻은 탐애(貪), 진에(瞋), 어리석음(癡)으로 마음을 병들게 하는 독(毒)이라 하지만 자비심으로 잘 수행하면 십선이고 번뇌를 일으키면 십악이라 하여 선악의 중도(中道)가 삼정(三)으로 바름을 스스로 실천하므로 성인의 마음으로 가피력을 성취한다.     

 

 

8, 법관심(法觀心)

 

항상 진리 마음으로 관찰하므로 부처님 마음을 잊어버리지 마라는 것이고 깬 마음으로 사라는 것이다. 순간 순간의 아는 마음이 일어나면 바로 번뇌인 것이고 아는 마음을 놓아버리고 여여심(如如心)으로 가고 오는 시비 생사가 없는 마음인 본성으로 돌아 갈 수 있는 마음이 법관심이다.

 

 

9, 견명심(見明心)

 

본심의 밝음으로 바르고, 고르고, 맑음으로 지혜와 복덕이 본래 구족한 마음을 보라는 것으로 항상 이 마음을 실천하는 자가 되라는 것이다. 견명심에서 보면 부처님 마음이나 중생의 본 성품은 둘 아닌 하나인 것으로 차별이 없지만, 중생이 스스로 생사심(生死心)을 일으킴으로, 이 마음을 비우기 위하여 수행하고 염불하고 참선하는 것이다.

 

 

10, 보덕심(普德心)

 

관세음보살님의 마음을 보덕심이라 하고 마음의 자비심으로 생명의 소리에 응하시는 중생의 어머님이시다. 관세음보살님은 32응신으로 근기에 따라서 중생을 제도하시기 위하여 부처님 몸으로도 변화하시고 심지어 나찰 귀신으로도 변화 하시여 중생을 위하시는 오직 자비 화신으로 답답한 중생이 나무 관세음보살님하고 한 마디 염불만 할 수 있다면 관세음보살님의 마음을 실천하는 것이다. 마침 핏덩이 아이가 어머님을 만나는 것과 같아 오로지 한 마음으로 관세음보살님의 마음으로 성취되는 것이다.

 

 

11, 무진해(無盡海)

 

바다 포옹력은 다함이 없는 것이 천만 갈래의 샛강들의 물이 바다를 향하여도 바다는 다 함이 없이 싫어함이 없는 것이 마침 성인의 마음이 중생을 싫어함이 없이 구제함이라 시간의 미래가 다함이 없는 거와 같아서 중생의 원력이 다함이 없는 것이라, 다 함이 없는 무진의(無盡意)마음으로 결국은 본성을 찾아서 부처님이 되는 것이다.

 

 

12, 수월심(水月心)

 

 물이나 달은 다 마음을 비유한 말로 수월심은 관세음보살의 다른 이름이다. 관음은 자비심으로 체(體)을 삼아 모든 생명에 생명력이므로 물, 흙, 공기는 생명에 힘인 것으로 수월심은 자비심으로 살아가라는 것이다.

 

 

13,  광명심

 

광야에 죽고 사는 수레바퀴에서 돌고 돌적에 윤회하는 원인의 욕망이 즐거움이 아니라 고통의 원인인 것을 아는 마음은 광명심인 지혜의 마음으로 탐진치심(貪嗔癡心)에서 해탈해 광명심으로 살라는 것이다.

 

 

14, 도솔천(兜率天)

 

부처님 말씀에 도솔천은 욕계(欲界) 6천(天)으로 도리천 위에 도솔천으로 부족함이 없는 하늘 나라로 도솔은 우리말로는 만족을 말하고 정토(淨土)라 한다. 정토는 살생이나 억압의 시비 선악이 없고 항상 더불어 사는 세상으로 중생들은 항상 정토에 가기를 발원하면서 자신이 살기 위하여 살생하고 욕망으로 살아가므로 잘못된 전도심으로 번민하고 정토는 중생들이 스스로 만들어야 할 자비심을 실천하여야 정토가 나타나므로 항상 도솔천의 족한 마음으로 더불어 살아가라는 것이다.

 

 

15, 일광화(日光華)

 

태양처럼 밝음을 말한다. 태양의 빛으로 생명이 살아가려면 이글거리는 태양의 강한 열은 생명이 살지 못하고 달의 찬 기온으로도 생명은 살지를 못하지 더움과 찬 기온의 만남으로 따스한 기온으로 변하면 생명은 잘 사는 것이다. 중생의 욕망이 많으면 고통의 원인이라 즐거움이라 할 수 없고 욕망을 절제하고 남에게 베푸는 마음으로 더불어 사는 마음이 즐거움이다. 일광화는 생명에 힘을 절제하여 더불어 사는 마음의 지혜로움이다.

 

 

16, 월광화(月光華)

 

일광화와 동일하다.

 

 

17, 대지화(大智華)

 

 큰 지혜는 부처님 마음으로 살라는 것으로 각자 스스로 지혜와 복덕이 원만하므로 부족함이 없지만 고통이고 부족함이라 하는 것은 스스로의 행위인 것으로 스스로가 만족하다 하면 만족한 것으로 성취되는 것이다. 한 알의 씨앗이 열 개의 씨앗보다는 부족하지만 한 씨앗일지라도 움이 트면 많은 열매가 맺게되는 것으로 만족이고 충만한 세상으로 더불어 나눔으로 정토가 실현되므로 한 씨앗이 썩는 희생은 모성애가 자비심으로 실천되는 것이다. 큰 지혜는 조그마한 한 씨앗의 섭리에서 찾아 볼 수 있다.

 

 

18, 청정심(淸淨心)

 

 청정심은 모든 지혜의 근원으로 형상과 이름으로 헤아릴 수 없이 죽고 살고 변화하면서 영원하게 지속되는 것은 생명력으로 청정을 말한다. 청정은 마음, 물, 공기, 흙에 주인공으로 주인공을 잊어버리면 생명력이 다한 것이다. 지혜를 학문에서 찾으려면 하지 마라, 학문은 지혜의 길을 인도하는 안내문이므로 집착하지 말고 마음, 공기, 물, 흙을 청정하게 할 줄을 알면 지혜는 스스로 성취되는 것이다.

 

 

19, 여래장(如來藏)

 

 중생의 마음속에 지혜와 복덕이 충만한 보배 창고로 아직 나타나지 않은 감추어진 중생심 가운데 있는 부처님의 마음을 말한다. 이 보배 창고는 다 함이 없고 사용하면 사용 할 수록 증장함으로 미묘한 것이라 중생의 생각으로는 헤아릴 수 없다.

 

 

20, 보리심(菩提心)

 

 깨달음의 마음으로 깬 마음이고 산 마음으로, 모든 생명들에 싫어함이 없어 스스로도 싫어함이 없고 경계 대상의 자연에도 싫어함이 없는 것이다. 나와 남이 하나인 것으로 아픔이 나와 남이 없고 중생들이 아프면 내가 아픈 것이고 중생들이 즐거워하면 내가 즐거운 것으로 한 개인이 잘 산다고 하여 잘 사는 것이 아닌 것은 마침 물이 청정하면 풀, 나무, 짐승, 사람, 등 모든 생명이 잘 사는 것이라, 보리심은 삼라만상을 깨침으로 나타나지, 뭇 생명은 생명으로 생명은 형상과 이름으로 무수히 변화 속에서 생명력인 청정으로 지속되면서 산 생명력으로 지속된다. 보리심인 깨침은 영원한 산 생명력이다.

 

 

21, 정진심(精進心)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항상 변화하는 마음으로 거듭 거듭 지속한다. 생명력의 지속성은 새봄이 오면 산천 초목이 움이 트고 땅속에서 노랑의 새싹들이 숨바꼭질을 한다. 천지의 기운이 정진력으로 겨울속에 꽁꽁 얼어버린 대지가 봄의 따스한 기운으로 겨울 벌거벗은 나목이 봄의 초롱초롱한 어린 동군(東君)의 미소로 푸른 옷을 입고 꽃피고 열매 맺고 하는 자연 현상이 다 정진심으로 항상 새로운 마음이고 순간 순간의 지속성이다.

 

 

22, 인욕심(忍辱心)

 

 참고 견디는 마음은 재앙의 화를 복덕으로 전환시키는 힘이 있다. 한 번 한 번 부처님의 생각은 자신의 운명과 팔자를 탈바꿈시키는 원동력이고 마음속에 감추어진 부처님의 마음을 발굴하게 함으로 가치관을 개발하여 물질의 욕망에서 정신의 가치관으로 전환하면서 마음으로 자연을 관찰하는 힘이 생긴다. 인욕심은 산란심을 고요하게 하므로 고요한 마음은 지혜가 나타나고 고난의 세상에는 참는 것이 제일이고 참으면 원만상이 성취된다.

 

 

23, 만덕심(萬德心)

 

 마음은 만덕에 근원이라 마음을 수행하지 않고는 잘 살 수 없다. 마음이 지혜와 복덕을 갖추고 있는 근원이므로 마음을 등지고 아무리 재물이 많다고 하여도 그림자에 불가한 것이고 아무리 학식이 높다 하여도 마음을 등지고는 소용이 없는 것이다. 마음이 부처도 되고 극락도 가고 지옥도 가는 것이지, 몸은 잠긴 쉬어 가는 쉼터인 것이라, 모든 것을 몸에 집착하지 말고 마음으로도 욕망에 집착하지 말고 마음을 스스로 수행하면 복덕과 지혜는 스스로 성취되는 것이다. 남을 부려워 할 것도 없고 남을 미워할 것도 없는 것이지만 자신의 몸에 집착하여서 시비 선악 생사하는 것이라 시비 마음을 놓아버리면 바로 그 자리가 안락하고 극락이고 죽은 후에도 정토에 가는 것이다. 현실을 외면하고 극락을 바라는 마음은 어리석음이므로 만덕심의 길은 바른 마음을 외면하지 않는 것이다.

 

 

24, 보리자(菩提子)

 

 보리심을 실천하는 자는 부처님의 마음을 배우는 자이고 배워서 깨달아 실천하여야 함으로 이 모두가 보리자의 발심이다. 바름을 배우고 가르치고 실천하게 도우고 봉사하는 자들이 많을 적에 더불어 사는 정토라 할 것이다. 
부처님의 아들 딸들은 항상 깬 마음으로 바른 마음을 실천하게끔 노력하고 봉사하여야 한다.

 

 

25, 법성해(法性海)

 

 법성은 마음의 본성을 말한다. 본성의 청정심이 바다와 같아서 시비심이 없고 근기에 순응하므로 삼라만상에 주인공이시다. 본래 법의 성품은 없는 것이지만 법성이란 이름으로 형상을 나투는 것이라, 법성이란 없으면 모양도 없는 것이다. 이름과 모양이 번뇌라 하지만 이름과 형상이 없이는 발심을 할 수 없다.

 

 

26, 보타심(普陀心)

 

 보타 낙가산은 관세음보살님이 항상 계시는 곳으로, 중국, 한국, 일본에서는 바다 변으로 해가 뜨는 동해를 바라보면서 새벽의 해맞이를 하면 해의 기운을 체험하면서 자연의 기운을 받아서 건강하고 스트레스가 사라지고 환희심으로 웃음으로 병 없이 건강하게 수명이 장수하는 것은 다 관세음보살님의 가피력이시다. 보타심은 관세음보살님의 마음으로 생각 생각이 관세음보살님하면 관세음보살님이 같이 하시므로 두려운 마음이 없고 자비심으로 항상 생명에 어머님이 된다.

 

 

27, 보문심(普門心)

 

 마음이 넓기는 무변하여 끝이 없으므로 무변 허공이라 한다. 무변 중생을 제도 할 중생의 수는 헤아릴 수 없지만, 관세음보살님의 원력문은 헤아릴 수 없으므로 대자대비라 하여 먼지 같은 항하사 모래라도 비교 할 수 없다.

 

 

28, 보현심(普賢心)

 

 보현, 문수를 복덕과 지혜을 상징하여 보현과 문수를 코끼리와 사자로 표현하고 중국 국청사의 한산 습득을 문수, 보현의 화신이라 한다. 화엄경 보현 행원품에서는 보현행자를 실천 원력보살이라 하여,  불보살님들의 마음은 신구의업(身口意業)에 싫어함이 없다고 하심으로 바른 뜻, 바른 말, 바른 일을 스스로 실천함으로 성인의 가피력이 성취되는 것이다.

 

 

29, 문수행(文殊行)

 

문수보살님은 지혜를 상징하는 보살님으로, 모든 불보살님의 어머님이라 대승 사상에서는 말한다. 지혜를 상징하는 문수보살님을 이름한 것이고 지혜를 뜻으로 보면 가치관으로서 바름이고 밝음이고 맑음을 말한다. 인연법의 마음으로 관찰하면 두두 물물이 서로서로 상통하므로 시간과 공간의 차이점으로 너나하고 시비를 하고 시간과 공간을 나열하여 보면 너와 나로 분별하지만 시간과 공간을 축소하여 보면 너와 내가 하나인 마음으로 돌아오므로 문수의 지혜는 산천 초목를 마음으로 하나로 보는 것이다.

 

30, 연산자(蓮山子)

 

 산 형국이 연꽃 모양이라 하여 연산(蓮山)이라 하고 화산(華山)이라 하고 또는 수미산(須彌山)으로 중국 티벳트 설산에는 만년설로 연꽃 봉우리처럼 보이지만 새벽 햇살로 빛나는 화산(華山)은 마침 광명을 발하는 한 송이 찬란한 광명의 연꽃이다. 한국은 조그마한 산들이 옹기종기 모여 연꽃처럼 곁곁이 한 잎 한 잎 연꽃이 핀 산 형국을 바라보면서 연산자는 연꽃 속에 나투신 극락세계 아미타불를 친견하는 마음이다.

 

31, 해운심(海雲心)

 

 해운은 지역의 명칭으로 바다가의 안개를 생각 할 수 있다. 바다가 해변의 새벽 햇살 속에 안개의 해운은 햇살의 각도에 따라서 안개의 모양새가 사슴 같고, 호랑이 같고, 코뿔소 같고, 학 같고, 기러기 같아서 미묘한 절경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배경을 무아(無我)지경이라 한다면 해운의 배경이 무아지경의 마음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해운심은 무아심으로 형상과 이름에 집착심이 일어나지 않는다.

 

32, 금연화(金蓮華)

 

 금빛 연꽃은 부처님을 상징하는 것이다. 연꽃은 처염상정(處染常淨)이라 하여 연꽃 피는 곳은 시궁창이지만 연꽃은 오염에 물들지 않으므로 부처님께서 세상의 오욕락에 물들지 않으므로 진리를 성취하셨다. 연꽃을 부처님 꽃이라 한 것도 의미가 여기에 있으므로 금연화는 세상의 욕망에 물들지 말고 연꽃처럼 사라는 것이다.

 

33, 광덕심(廣德心)

 

 넓고 큰덕은 부처님의 마음으로 자비심을 말한다. 자비심은 다 함이 없고 헤아릴 수 없고 무량 무변이라, 중생의 원력이 끝이 없고 부처님의 자비심이 끝이 없어 대자대비라 하여 친소가 없으나 악을 지으면 슬픈 자비로 애민하게 생각하시고 또 선을 지으면 가피력을 주시므로 항상 우리와 같이 호흡하시므로 생명에 자비심이다. 자비심은 거울과 같아서 거울에 형상이 나타나는 것은 평등한 것이라, 자비심도 평등하여 친소가 없는 마음이라 하여 광덕심이라 한다.

 

34, 해수월(海水月)

 

 바다 물에 달은 마음으로 청정한 마음이다. 바다에 달은 파도가 없으므로 바다 수면에 보름달이 원만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청정한 마음은 마침 물그릇에 황토 물을 흔들어 놓으면 미트바닥이 보이지을 않지만 시간이 지나서 보면 흙탕물은 가라 않고 맑은 물을 다른 그릇에 옮기어 놓으면 흙탕물하고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이다. 해수월은 청정한 마음을 말한다.

 

35, 무심화(無心華)

 

 마음이 없다는 말은 마음에 번뇌가 없다는 말이다. 번뇌가 없는 마음은 마음의 본래 바탕을 말하므로 선악이전의 마음으로 일어나지 않은 마음으로 본래 면목이라 할 것이다. 시비 생사 거래가 없는 마음으로 불생 불멸(不生不滅)한 마음으로 부처님 마음으로 살라는 것이다. 

 

36, 무생화(無生華)

 

 

 태어남이 없는 마음은 무루심(無漏心)으로 다 함이 없는 마음으로 가고 옴이 없는 마음으로 가고 옴이 없는 여여심(如如心)으로 불성(佛性)을 말한다. 불성은 씨앗이 움트고 자라서 꽃피고 열매 맺는 것이 불성이라 한다. 자연의 섭리는 누구의 지배나 억압 할 수 없고 누가 훔쳐 갈 수 없고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 아니고 자연스러운 것으로 마침 생물이 물을 흡수하는 것처럼 자연스러워 아무런 생각을 일으키지 않고 자랑으로 상을 내지 않는 마음으로 함이 없는 무생심이 다.  

 

 

37, 무상화(無相華)

 

 상(相)이 없는 마음은 시비하는 마음이 없는 마음으로 봉사 정신이라 할 것이다. 무애보시(無碍布施)는 도리를 말한다. 강물에 사람이 뜨 내려가면 보상심에서 구제하는 것이 아니라 아무런 생각이 없이 인간으로서의 도리가 무애 보시란 것이다. 홍수 물에 뜨 내려가는 나뭇 토막에 개미무리를 보면서 개미를 구제하여 수명이 장수하였다는 이야기처럼 아무런 생각 없이 남의 생명을 구제한 공덕으로 단명한 목숨이 장수하였다는 인과 이야기 속에는 자랑 없이 남을 위한 공덕을 말하고 있는 것으로 말 없는 가운데 말을 하고 있는 것이 무생심(無生心)이다.

 

 

38, 팔정도(八正道)

 

 여덟가지 바름의 부처님 말씀으로 보고 듣고 하는 것을 바르게 실천하라는 것이다. 선악은 행위로 나타난 것으로 경계를 말하는데 착한 것이라 하지만 하나가 착하다 하면 하나가 싫어하므로 착한 것이라 하여도 상대적이므로 영원한 착한 것이라 할 수 없다. 선악의 바름은 선악이전의 본심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고 바로 바름을 실천하면 과거의 잘못이 비워지고 현재에는 마음이 안정을 찾고 미래는 마땅히 바름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바름은 과거 현재 미래가 하나로 상통하는 것이다.

 

 

39, 팔신행(八信行)

 

 통도사부산포교원 제 8기 신행학교 졸업식 5계(戒)와 불명(佛名)을 수지(受持)하면서, 8기 신행학교라 하여 팔신행(八信行)라 한 것이다. 불교에 입문하면 부처님의 아들딸이라 하여 불자(佛子)라 하지, 불자는 부처님 가르침을 배우고 실천하므로 정신적인 가치관을 다시 확립하는 삶으로 거듭 태어난 것으로 몸은 부모님의 은혜이고 마음은 부처님의 은혜인 것을 깨달아야 한다. 불자의 원력은 부처님의 마음으로 더불어 사는 정토를 성취하고자 하는 원력이 있어야 불자인 것이다. 팔신행은 마음으로 거듭 태어난 정신의 고향을 말한다.

 

40, 무아행(無我行)

 

 내가 없다는 말은 아상(我相)이 없다는 말로, 나란 몸으로 보는 것이 아니고 마음으로 보라는 것이고, 또 마음이지만 형상과 이름의 집착심이 아닌 인연법으로 보면 내란 것이 모두가 자연으로 형성되어 있는 것이라, 몸은 부모에게 받은 것이지만 죽으면 뼈와 살이 흙으로 돌아가고 물기는 물로 돌아가고 열은 불로 돌아가고 호흡은 바람으로 돌아가서 지수화풍(地水火風)의 4원소로 돌아가면 형상과 이름이 변화하여 없는 것을 내라고 집착하고 있다는 것이니, 이것을 알면 무아(無我)라 하여 몸이란 고정인식에 집착하지 않으므로 자유자재하는 것이다.

 

41, 성지수(聖知水)

 

성지는 지역 이름으로 부산 서면 초읍 어린이 대공원이 성지곡(聖知谷)이라, 신라 말 최치원 선생님이 이름하였다 한다. 성지곡 백양산에 가서 산림욕을 하면 흙 냄내도 나고 숲속에 초목 향기에 심취하면 스트레스는 스스로 사라지고 성지곡 입구에 들어서면 계곡 물소리가 귀에 들리는 건지. 내 마음에서 물소리가 나는 건지, 시비를 하는 것이 스님의 마음이다. 스님들의 말씀은 내 마음에서 물소리가 나므로 듣는 것이라 하지만 무시겁으로 집착한 고정인식은 내 귀에 들리는 것이다. 무한한 숲속 터널은 사람의 마음을 유혹시키고 무한히 심취하게 하고 계곡마다 물소리가 마음에서 나고 있고 숲 속의 푸른 잎들이 하염없이 춤을 추면서 반기는 환희심은 나의 마음이 무아지경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성지곡은 가면 갈수록 가고 싶은 곳으로 생명들의 정토이다. 이러한 마음이 성지수이다.

 

 

42, 서면자(西面子)

 

 서면은 부산 중심인 지역 이름으로 스님이 서면자라 하여 불교의 가르침으로 서방 정토 아미타불을 친견하는 마음으로 생각하여 서면자라 한 것이다. 아미타불 정토를 낙토라 하고, 부산 서면을 초읍(草邑)이라 하여 푸른 마을인 초목의 낙원으로 정토를 말하고 있다. 지역 이름에서 나타나는 이미지로 불교 사상에 접근시켜 본 것이다.

 

 

43, 가야행(伽倻行)

 

 서면자와 같이 지역 이름을 불교 사상에서 살펴본다. 가야는 인도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성불하신 곳으로 붓타 가야라 한다. 인도의 붓타 가야와 우리나라 부산 서면 가야 명칭의 공통점이 있는가 하는 점은 가야국 김수로왕후 허씨 부인이 인도 사람이란 것이다. 왕후는 도래인으로 인도 가야와 우리나라 가야의 명칭이 같다는 공통점이다. 가야행은 한국 부산 서면 가야의 지역 이름으로, 인도 붓타 가야의 깨달음 정신을 이름에서 찾아 볼 수 있다.

 

44, 불타심(佛陀心)

 

 부처님 마음으로 부처님을 따르고 부처님 가르침을 배우고 수행하여 실천하라는 것으로, 부처님 말씀은 팔만사천 법문이고, 몸짓이전의 마음으로 마음에서 마음으로 이심전심(以心傳心)인 선(禪)이라, 몸짓이전의 마음으로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하여 오고 있는 것이다. 부처님의 마음이 가섭 제자의 마음으로 전하여 이심전심으로 전하여 중국 달마 스님은 선(禪)으로 스스로의 본래 면목으로 복덕과 지혜가 원만구족한 자리를 확인하면 견성(見性)성품의 자리를 보았다하여 선지식이라 하여 스님들의 법담(法談)으로 우리 마음에 전하여지고 있다.

 

 

45, 법안자(法眼子): 법의 눈으로 진리를 말한다. 사람은 눈으로 보는 것을 육안(肉眼)이라 하고, 마음으로 관(觀)하는 것을 마음으로 본다고 하여 인연의 연결 고리를 시간과 공간을 통찰하는 것으로 과거 현재 미래가 상통하는 것으로 심안(心眼)이라 하고, 법안(法眼)은 법의 가치관으로 통찰하는 것이고, 천안(천안)은 하늘의 섭리로 자연의 섭리로 통찰하는 것이고, 불안(佛眼)은 부처님의 마음으로 보는 것으로 두두물물의 충만한 원만성을 말한다. 법안자는 법의 가치관으로 통찰하여 욕망의 가치관에서 벗어나라는 것이다.

 

 

46, 법인화(法印華)

 

 법의 도장이 무엇인고, 마음의 도장을 심인(心印)이라 하여 서로 서로가 마음으로 인정하는 것이고, 법인은 법을 인가 받는 것으로 석가모니 부처님은 과거 세상 연등 부처님으로 부처님이 된다는 수기(授記)를 받으셨고 석가 부처님은 미래 용화세계에 미륵 부처님이 출현하신다고  수기하셨다. 달마스님의 선법(禪法)으로 중국에서는 헤아릴 수 없는 선지식이 배출되었고 스님과 스님을 연결하는 법의 도장을 법제자라 할 것이고 큰 스님께 불명(佛名)을 받고 계(戒)를 받는 것이 법인(法印)이다.

 

 

47, 법공심(法空心)

 

 공(空)은 없는 것이 아니고 유(有)와 무(無)를 연결하는 고리이고 유무자재를 한다. 법공은 마음도 비고 법도 비고 텅텅 비어 텅빈 충만으로 무소유로 우주의 주인공, 생명의 주인공은 부처님이라 할 것이다. 가진 것 없이 주인공이신 부처님은 중생의 욕망을 비워라 하시는 선지식이시고 실천 선구자이시다.

 

48, 금강심(金剛心)

 

 허물어지지 않는 것을 금강이라 하고 세상에서 제일 단단하고 견고한 것을 금강이라 하지만 아무리 물질이 단단하여도 허물어지지 않는 것은 없으므로 부처님 몸을 금강 불괴신(金剛不壞身)이라 하는 것은 육신의 몸이 아니고 법신으로 보시고 멸하지 않는 진리 세계를 말한다. 사리는 부모님의 몸으로 받은 것도 아니고 수행자가 정신으로 수행한 결정체라 할 것이고, 부처님 말씀에는 계정혜(戒定慧)의 결정체가 사리라 하셨다.

 

49, 반야장(般若藏)

 

슬기을 반야(般若)라 하고 지혜(智慧)라 하고, 반야는 불생․불멸․불구․부정․부증․불감(不生․不滅․不垢․不淨․不增․不感)생사 정추 증감인 죽고 살고 깨끗하고 추하고 더하고 덜한 것이 아니란 것은 반야의 본래 성품은 가고 옴이 없음으로 무애자재한 것으로 모양과 이름의 집착에서 벗어남으로 반야는 대 해탈이고 대 광명이고 대 생명력이다. 이러한 마음을 우리 마음속에 보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50, 마하심(摩訶心)

 

 큰 마음씀으로 마하는 크다는 말이다. 반야의 지혜가 큰 마음이라 마음속에 지구를 헤아릴 수 없이 담아도 공간이 남는 것이 마음이라 끝이 다 함이 없는 것이다. 이러한 마음이 우리의 마음으로 살아감에 대장부가 되라는 것이다. 조그마한 일에 집착하여 성내는 마음을 일으켜서 마음에 집착하여 자신의 주인공을 잊어버리고 성내는 미음에 현혹되어 고통을 받는 것이다. 마하심은 주인공을 잊어버리지 않는 마음이다.

 

 

51, 심왕자(心王子): 마음 주인공을 말한다. 주인공을 잊어버리면 욕망심에 현혹되어 욕심으로 즐거움을 삼아서 잘 먹고 잘 살다가 죽음이 눈앞에 오면 두 손들고 울고 슬펴 하지만 때는 늦으리, 힘있고 젊은 나이에 마음 공부하여 주인공을 찾으면 죽음이 눈앞에 와도 무서운 것이 아니고 마침 헌 옷을 갈아입는 격이라 아무런 두려움이나 싫어 할 것이 없는 것이다. 보통 사람이 죽음에 괴로움이 없고 두려움이 없다면 인연법을 아는 사람으로 마음으로 시비를 무애자재 할 것이다.

 

 

52, 여여심(여여심)

 

“본래모습은 그대로이다.” 충남 아산 보문사 석주스님 94회 생신을 맞이하여 보문사 회향불사에 전국 큰스님 120분의 글 모음이 “수미산 넘는 원력”이라 하여 월운스님은 불평을 하신다. 소승이 그 자리에서 본래모습 그대로가 스님 어뜨야고 하자 본래모습은 그대로이다 하신다.  본래모습 그대로에 토를 붙인 것이 ‘은’ ‘이다.’  수미산 넘는 원력은 부정하시고 본래모습 그대로는 긍정을 하신 것이다. 본모습은 여여(如如)한 자리라 가고 올 것이 없는 자리이지만 중생들이 경계의 모양과 이름에 집착하여 마음을 일으킴으로 가고 옴이 있는 것이다.여여는 진여(眞如)이므로 진리 당체를 말한다. 여여(如如)한 것은 태양의 자체를 말하고, 지구에서는 낮과 밤이 있지만 태양 자체는 주야가 없는 것이다.

 

53, 진여행(眞如行)

 

 참이란 진실은 어떤 것인가? 삼라만상이 다 하나인 진실로 통하는 것이니, 시간과 공간이 다른 것 뿐이라, 우리의 입장에서 3천년전이라 한 것이고 3천년전에는 지금을 3천년 후라 하여 시간의 차이이고 극락의 정토나 세상의 정토가 차별이 없는 것은 진여(眞如)이므로 진실은 시간과 공간에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이다. 

 

 

54, 각해궁(覺海宮)

 

 깨침의 바다속은 복덕과 지혜가 본래 원만 구족한 자리라 중생이 잊어버리고 욕망의 탐진치(貪嗔痴)를 보배로 오인하여 항상 죽고 사는 바다에서 울고 웃고 하는 것을 즐거움이라 집착하니, 오욕락에서 허우적거리는 것을 벗어나는 길이 각해궁(覺海宮)이다.

 

 

55, 부동심(不動心)

 

 청정심은 일으키지 안는 마음이다. 탐진치심에 움직이지 않는 마음이고 보고 듣고 형상과 이름에 움직이지 안는 마음이고 시비 선악 생사에 움직이지 안는 마음으로 태산보다도 무거운 마음이 주인공의 마음이다.

 

 

56, 관행자(觀行子)

 

 관(觀)은 마음으로 본다는 말이다. 마음으로 보면 과거 현재 미래가 다 보이는 것이고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아무런 장애가 없는 것이다. 마음으로 보면 자유자재하여 관자재(觀自在)라 마음으로 관하면 자재한다는 말이다. 이름과 형상에 집착이 없으면 마음으로 관하는 대로 성취가 되는 것이다.

 

 

57, 염불심(念佛心)

 

 부처님을 생각한다는 것이니, 쉼이 없이 생각하면 삼매(三昧)라 하여 염불이나 참선이 서로 상통하는 것이다. 마음이 경계을 보면 안다고 하지만 마음이 경계에 집착하므로 마음을 잊어버리는 것이니 아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잊어버림으로 성내는 마음, 탐욕하는 마음, 어리석은 마음으로 주인공의 마음으로 착각하고 오욕락의 물질의 복락에 집착하여 즐거워 하다가 죽고 살고 웃고 울고 하면서 생사 윤회가 헤아릴 수 없다. 부처님 생각을 쉼 없이 하면 염불심(念佛心)이라 삼매력(三昧力)을 성취하는 것이다.

 

 

58, 무량심(無量心)

 

 헤아릴 수 없는 마음은 끝없는 마음이고 다 함 없는 불보살님의 원력으로 다 성인이 되신 마음이므로 중생의 마음은 눈앞에 즐거움만 생각하고 눈앞에 백지장의 장애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마음에 시비를 곧 마음에서 놓아버리라, 장애에서 벗어 날 것이다. 마음을 놓지 않고 기도를 성취 할 수 없는 것이다. 기도를 하면서 보시를 하고 방생을 하라는 것은 살생하는 마음과 욕망의 탐진치 마음을 놓아버리면 성취가 되는 것이다. 기도는 마음으로 하고 보시와 방생은 몸으로 자비행을 하면 바로 자비심을 성취하는 것이다. 죽을 생명을 방생하고 살려주는 공덕으로 죽임을 당하는 지경에서 다시 살아나는 가피력을 입는 것이다. 이러한 마음이 끝이 없으므로 무량심이라 한다.

 

 

59, 무진장(無盡藏)

 

무궁 무진한 보배 창고가 마음속에 있어 미래가 다하드라도 다함이 없는 것이다. 중생의 번뇌가 다 함이 없고, 불보살님의 원력이 다 함이 없는 것이니, 성인의 원력이 다 함이 없는데 하물며 중생이 원력이 없이 번뇌만 치성한가? 돈벌이에 현혹되어 즐거움을 찾다가 졸지에 죽음이란 낭떨어지를 만나서 떨어짐을 당하면 소가 도살장에 끌려감가 무엇이 다른가? 살아생전에 한 번이라도 불보살 명호를 부르면 답답하고 애달픈 길에 한 방울의 물이 될 것이니 살아 생전에 마음 공부를 하면 죽음이란 것이 생전에 호흡하는 것이라 걱정 할 것이 없고 단지 염불하지 않는 것을 걱정하라. 물질에 현혹되고 처자의 걱정에 현혹되고 자신의 몸에 현혹되지 마라 다 죽음에서 원망하는 소리만 돌아올 뿐이다. 자신을 해탈하지 못하면 선한 공덕이라 할 수 없고 자신이 해탈하면 지옥도 구제된다.

 

 

60, 만행자(萬行子)

 

 천만가지 선행을 한들 마음을 잊어버리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마음을 찾아 마음 밖을 헤메는 나그네 몸이 노쇠하고 돈 없고 힘 없는 지경에 당하여 알고 보니 내 마음속에 있는 주인공을 잊어버리고 동서남북으로 헤메인 것이 원통하고 절통하구나 임종을 눈앞에 두고 마지막 힘을 다하여 주인공을 찾아보니 생각 할 기력이 없으므로 원력을 발원 할 힘이 없음이라 마지막하고 싶은 유언은 “나무아미타불”이로세. 이것이 나의 마지막 선행일세.

 

 

61, 용해주(龍海珠)

 

 바다 용이 구슬을 얻으면 여의주(여의주)라 뜻을 성취하는 구슬이라 성인의 가피력을 입은 것이다. 부처님 법을 옹호하는 선신으로 용을 많이 거론하고 용을 꿈에 보면 길몽이라 하여 큰 일을 성취한다는 마음 가짐으로 나타난다. 용은 부처님 법을 옹호하지만, 특히 관세음보살님의 가르침을 받아 중생을 구제하는 일이 많다. 용은 구름, 비, 물을 뜻대로 하는 힘이 있고 용과 물은 청정의 뜻으로 보면 현실적으로 이해를 할 것이다.

 

 

62, 천안심(天眼心)

 

 하늘의 눈은 천지의 섭리를 말한다. 하늘의 기운과 땅의 기운을 나(아)는 나무의 열매를 하늘의 기운이라 하고 싶고 땅속에 뿌리를 땅의 기운으로 보고 싶다. 열매와 뿌리를 먹는 것은 하늘과 땅의 기운을 먹고 사는 천지의 섭리이다. 공기를 호흡하는 것이 하늘의 기운이고 곡식을 먹는 것은 땅의 기운인 것이다. 항상 천지의 기운으로 살고 감사와 은혜를 체험하면서 느끼지를 못하고 공기, 흙, 물을 오염시키면서 잘 살기를 바라면서 못 살겠다고 아우성인 어리석은 행동은 깊이 생각하면 귀가 찬다. 자연의 섭리를 마음으로 관찰하는 것이 천안심이다.

 

 

63, 무변심(無邊心)

 

 끝이 없는 마음은 불보살님의 원력이시다. 중생의 번뇌가 끝이 없고 미래가 다 함이 없는 것처럼 중생의 수는 헤아릴 수 없다. 중생의 욕망이 끝이 없지만 욕망을 원력으로 전환시키면 중생 마음이 성인의 마음으로 감추어진 자비심이 실현되는 것이니, 불보살님의 가르침인 원력을 보고 듣고 배워서 실천하므로 자신의 감추어진 자비심이 나타나는 것이므로 바로 불보살님의 마음과 행인 실천하는 것이다. 이러한 마음은 헤아릴 수 없는 것이므로 얼마든지 개발하여야 하고 누구든지 바라는 가피력인 것이다. 가피력을 누구든지 객관적인 의타심으로 성취되기를 바라고 꿈이라도 구어서면 하는 마음이지만 잘못된 인식이고 가피력은 철저한 주관적으로 자신이 바르게 실천하므로 성취되는 것을 마음으로 관찰하지 못한 것이므로, 우리 생활이 마음의 주인공을 잊고 살아온 결과인 것이니, 마침 공기로 호흡하면서 감사와 은혜를 모르고 도리어 자연을 파괴하면서 경제적으로 잘 살기를 욕망하니 얼마나 어리석은 이기주의 짓인가 철저한 자기 성찰이 있어야 할 것이다.

 

 

64, 해연궁(海蓮宮)

 

 바다속 육지에 부처님 경전을 보장하고 있다는 말을 종종 듣지만, 이것은 스스로의 마음속을 말하고 마음속에 보장한 경전을 스스로 모르고 있으므로 석가 부처님의 말씀으로 인하여 스스로가 마음 가운데 경전을 찾아보는 것이니, 해연궁의 마음속에 스스로가 경전을 열람하여 보기 바란다.

 

 

65, 묘법장(묘법장)

 

 묘법(妙法)은 부처님 말씀이고 진리를 말한다. 묘법을 실천하려면 자신의 마음을 관찰하여야 하고 생각으로 마음을 들쉼 날쉼의 호흡 끝에 두고 3분 동안이라도 머물게 하는 훈련을 반복하든지 아니면 지신이 좋아하는 숫자를 정하여 반복하라, 오랜 시간으로 지속되면 삼매(三昧)라 하겠지만 처음으로 호흡을 관하는 자는 시간을 정하여 반복하는 것이 쉬운 것이라, 자주자주 반복하면 자신 속에 감추어진 묘법이 스스로 발하는 것이 마침 태양이 스스로 빛을 발하므로 만 생명이 스스로 자라는 것과 같아서 묘법은 상(相)이 없으므로 자연스러운 것이다.

 

 

66,법인심(法印心)

 

46, 법인화 참조.

 

 

67, 법도자(法度子)

 

 통도사(通度寺)는 일천 삼백여년전 자장스님께서 중국에서 부처님의 사리를 모시고 오셔서 이곳 영축산에 모시고 통도사라 하신 것이다. 부처님 법을 모시므로 앞으로 많은 중생을 제도하여 중생의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는 통도사라 하여 지금도 부처님 법인 계(戒)을 받아서 수지 봉행(受持 奉行)하면서 실천하고 이다. 법도자는 통도사의 뜻하고 같다.

 

 

68, 정법심(正法心)

 

 바름이 법이고 진리인 것이다. 법이라 하면 세상의 문서 법이 헌법을 생각하고 진리라 하면 부처님의 말씀인 경전을 생각하고 있지만 법과 진리는 스스로의 마음속에 있다는 것을 잊고 마음 밖에서 찾고 있는 것이니 깨닫지를 못하면 법과 진리가 멀 수 밖에 없고 찾기가 힘든 것이다. 이렇게 하나 하나 설명하여 주는 것도 정법이다.

 

 

69, 청정심(淸淨心)

 

 

 무엇이 청정인가? 스스로 마음이 청정하면 모든 것이 청정한 것이다. 요즈음 물 공기 흙인 생명의 힘이 오염으로 모든 것이 아우성인 것을 볼 적에 심각한 문제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30년전 시골 고향 거리에 반딧불이가 지천이고 샛강에는 다슬기가 지천이고 샛강에 목욕도 하였지만, 요즈음은 시골 샛강마다 접근을 하지 못하는 것은 악취 때문으로 지역의 맥인 샛강이 오염으로 죽은 것이다. 샛강이 청정으로 나타나야 정토가 실현되는 것이다.
21세기는 전 세계가 청정에 앞장서야 생명들이 살아날 것이므로 눈앞에 제시된 화두(話頭)인 것이다. 
  

 

70, 천수자(千手子)

 

 천수천안(千手千眼) 관세음보살님 염불하면서 마음으로 요구하는 곳이 우리의 마음이다. 손이 천개이고 눈이 천개인 관세음보살님 나의 소원을 들어주소서 하는 마음이 일반적인 마음이다. 천개의 손과 천개의 눈을 가지신 성인이시여 하는 마음은 가치관인 것을 알면 바로 자신의 마음에 가치관이란 것을 직관 할 수 있다. 가치관이 바르면 일천 가지 욕망을 직시에 해결 할 수 있다. 일천가지 욕망을 일시에 해결하는 것이 바로 일천가지 눈이고 손인 것이다. 손과 눈이 일천번을 보살피는 것은 번잡하지만 마음의 가치관이 바르면 일시에 해결하는 것이다. 이것이 관세음보살님의 신통이고 가피력이다.

 

 

71, 불심화(佛心華)

 

 불심(佛心)하면 일반적으로 절에서 기도하는 마음을 말한다. 부처님 마음이란 말인데 뜻으로 보면 부처님 마음이라 대단한 것으로 기도를 열심히 하면 불심이 대단하다 신심이 대단하다는 말은 신자(信子)의 마음을 부처님으로 본 것이다. 불심(佛心)은 부처님 마음이라는 말이고 신심(身心)은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었다는 말이다. 의식주에 생각이 없이 오로지 한 마음으로 정성드리는 것을 보고 남이 무의식 상태에서 순간적으로 칭찬을 하는 마음은 긍정하는 마음으로 보는 자의 감응으로 돌이켜 보면 기도자의 감응이라 할 것이다. 기도의 감응은 이러한 것이고 또한 불심(佛心)이라 할 것이다.

 

 

72, 관음자(觀音子)

 

 관세음보살님을 관음자라 하고 뜻으로 보면 마음으로 관(觀)하여 소리를 듣는 것이라 소리가 들이는 것이 아니고 마음에서 소리가 나는 것이다. 자신의 마음에서 소리가 남으로 모든 우주소리가 들이고 확연한 것이다. 모두가 산천이 푸르다고 하지 산천이 푸른 것이 아니고 내 마음이 푸른 것이지만 마음이 푸르다 하면 노랑 것을 보아도 푸르야 하는 것이지만 마음은 형상과 이름이 없으므로 푸르고 노랑에 자재하는 것이다.

 

 

73, 지장해(地藏海)

 

 지장보살님의 원력은 지옥 문전에서 지옥 중생을 다 구제하시고 성불하시겠다는 원력으로, 우리 앞에 나타나신다. 지장해, 지장해 이름을 자주자주 거듭하면 지장보살님께서 고통의 바다를 건느는 힘을 주시므로 인연있는 자를 보고 듣고 하여 망자를 위하여 지장해 지장해하면 망자들이 지장보살님의 가피력을 받고 받은 공덕이 다시 지장해하는 염불자에게로 돌아와 구제를 받는 것이다. 남을 구제함이 바로 자신을 구제함이니, 남이 아프면 자신이 아픈 것이고 자신이 즐거우면 남이 즐거운 것이므로 나와 남이 하나인 것이 지장의 원력 바다인 것이다.

 

 

74, 미타심(彌陀心)

 

 아미타불 원력이 미타심으로 극락정토는 고통이 없으므로 극락이라 하여 욕심이 없는 정토인 것으로 미타경에는 땅이나 산천초목이 황금으로 형성되었고 아미타불께서 아름다운 새를 만들어서 설법하신다고 하여 업(업)으로 소생하는 것이 아니라 극락세계는 아미타불의 48원력으로 성취된 세계라 하신다. 지구 인간은 누구나 극락을 사후에 갈려고 갈망하지만 마음으로 관찰하여 보면 욕심으로 갈려고 하고 마음의 욕망을 비우고 갈려는 사람이 매우 적다는 것이 욕계 중생의 특징이라 부처님제자들은 이 뜻을 명심하고 정진하면 정토는 스스로 자연적으로 가는 것이다.

 

 

75, 정토화(淨土華)

 

 정토는 죽은 후에 극락세계가 아니라 살아생전에 정토를 만들어야 사후에도 정토에 나는 것이다. 아미타불 염불하면 편안하고 욕망이 일어나지 않으므로 남을 위하고 살생 대신 방생하고 훔치거나 속이지를 않고 보시를 하고 선한 말과 마음으로 염불을 하면 남을 부처님처럼 섬기고 자신의 마음에 주인공을 찾아서 보고 듣고 집착하지 않으므로 장애가 없으므로 자유자재한 것으로 싫어함이 없으므로 정토라 하고 사후에도 극락에 왕생하는 것이다.

 

 

76, 허심대(虛心臺)

 

 마음은 허공 같고, 허공은 본래 공(空)함이라, 마음에 번뇌가 없으면 죽고 사는 거래가 없다.
     
      심동허공계, 허공본래공, 심무번뇌염, 생사무거래.
     (心同虛空界, 虛空本來空, 心無煩惱染, 生死無去來).

 

마음에 번뇌가 없으면 시비 생사가 없다는 말이다. 허심대(虛心臺)는 마음 거울이라 거울을 보고 마음을 비우라는 것으로 업경대(業鏡臺)를 말한다. 
사람의 머리카락에 살아 생전에 행위가 유전자로 기록이 된다는 것이니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속일 수가 없는 것이라, 본래모습 그대로의 모습을 찾은 듯 하다.

 

 

77, 무염심(無染心)

 

 마음에 물듬이 없다는 것은 번뇌가 없다는 말이다. 마음은 본래 푸르고 희고 검고 붉은 것이 아니므로 경계를 보고 분별을 하므로 자재한 것이라 마음은 물듬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중생들이 분별하여 집착하므로 안다고 하지만 아는 것이 고정인식이고 형상과 이름에 집착하여 마음에 장애를 일으킨다. 무염심(無染心)은 생사심(生死心)이 없다는 말이다.

 

 

78, 무구심(無垢心)

 

 번뇌가 없는 마음으로 천진한 동자의 마음으로 이 없는 아름다운 마음이라, 푸른 마음도 순응하고 붉은 마음도 순응함으로 고집과 편견의 어리석음이 없는 마음으로 탐욕이나 성냄이 없이 시비 생사가 없는 마음이라 청정한 물이 모든 생명에 싫어함이 없이 순응함으로 생명력으로 모든 생명에 힘이 되는 것이다. 무구심은 천진한 어린 아이 마음처럼 세상에 걱정이 없는 환희심이다.

 

 

79, 광명화(光明華)

 

 빛은 생명에 힘으로 생명이 싫어함이 없고 빛도 생명에 순응함으로 푸른 생명력으로 빛나고 붉은 생명은 붉은 생명력으로 빛을 내고 삼라만상이 각각 스스로의 불성(佛性)으로 광명을 발하고 있다. 푸른 산천을 바라보면 푸른 물결의 우아한 동작으로 큰 몸짓으로 너울너울 춤을 추면서 푸른 빛으로 하늘을 바라보면서 태양의 빛에 감사와 은혜에 환희심으로 영원한 광명을 바라보면서 미소를 한다.

 

 

80, 대행자(大行子)

 

 석가모니 부처님도 자비심의 대행자이시지만 보현보살은 복덕의 원력보살이시다. 양족존(兩足尊) 뜻은 부처님은 복덕과 지혜를 구족하신 분으로 석가모니 부처님의 양족존에 귀의합니다 하는 중생들의 원력이다.  다시 말하면 자비심의 양족존은 지장, 관음의 대자비심이시고 보현의 복덕과 문수의 지혜를 양족존이라 할 수 있다. 실천행의 대행자는 보현보살이시라, 신구의 삼업(身口意 三業)인 몸과 말과 뜻에 싫어함이 없는 불보살님의 마음이시므로 중생들이 무한한 불보살님께 칭찬하고 찬탄 예배한다.

 

 

81, 선재자(善財子)

 

 선재와 문수동자를 생각한다. 화엄경 53선지식으로 선재동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마음 찾는 구도 길에 선재동자는 53선지식이시고 선지식 가운데는 백정도 있고, 거지, 고기 장사, 국왕, 대신, 보살, 불등을 친견하면서 법 문답의 만행길이 파란 만장하다. 선재동자는 어린 동자의 모습으로 우리 가까이에서 천진성을 가르치시고 항상 법을 찾는 만행자를 발심하게 인도하신다.

 

 

82, 진실행(眞實行)

 

 진실속에 살면서 진실을 모르고 사는 것은 어리석음이고 참회하고 이해하고 용서하고 자비심을 실천한다면 이것이 진실인 것이다. 자신을 속이지 않고 남도 속이지를 않고 남에게 속키지도 않고 자신이 속키지도 않으면 진실이라 할 것이고 친구가 술을 권한다고 자꾸 먹으면 술이 사람을 먹고 이성을 잊어 마음의 주인공은 삼만 팔천리로 도망가고 혼미한 상태에서 앞산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이니 거짓이고 꿈이고 환상이고 거품이고 아지랑이인 것이라 진실이라 할 수 없다. 진실은 술을 먹고 횡설 수설하는 것이 진실이 아닌 것이다. 술을 먹지 말고 욕망도 부리지 말고 자비심으로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실천하면 진실이라 할 것이다.

 

 

83, 덕해궁(德海宮)

 

 마음은 덕이 싸인 보배 창고이고 바다도 천만 갈래 샛강에서 모인 가지가지 물이 한 바다의 맛으로 싫어함이 없고 더불어 사는 것으로 샛강의 밀물 고기보다도 엄청난 크기의 바다에는 고래 상어등이 상상 밖에 생명들이 사는 것으로 민물의 산천어가 바다로 가면 연어가 되어 돌아오는 탈바꿈을 한다. 우리는 마음도 중생의 욕망에서 살다가 욕망을 비우고 마음의 주인공을 찾아서 부처님과 같은 자비심을 숨기지를 말고 중생이 욕심부리듯 중생 속에 감추어진 자비심을 남에게 보시하듯 실천한다면 바로 자신이 덕해궁(德海宮)이다.

 

 

84, 정덕장(淨德藏)

 

 청정(淸淨)은 공덕장(功德藏)으로 모든 근원이라 할 것이다. 청정하면 바로 공덕의 보배 창고가 스스로 주어지는 것으로 누가 만들고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청정한 것 만큼 스스로가 만들고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청정한 것 만큼 스스로 복덕의 창고가 형성되면서 만 생명이 모여드는 것이다. 마침 땅에 잡초가 자라고 나무가 자라면 나무가 자란 만큼의 생명수가 땅속에 스스로 형성되면서 나무가 무성한 것 만큼 다시 다른 나무에 줄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이 물의 보배 창고가 형성되는 것이라 나무 한 그루가 살면 많은 생명를 살릴 수 있는 힘이 주어지는 것이 자연의 섭리인 것이고 이것이 정덕장(淨德藏)이고 공덕장(功德藏)이라 할 것이다.

 

 

85, 지혜장(智慧藏)

 

 지혜의 보배 창고는 마음이다. 크기는 정한 것도 아니고 이름과 모양새가 없으므로 없애거나 만들 수도 없는 것이 미묘한 것이다. 내 마음속에 이러한 희기한 창고가 있는 것이라 미래가 다하도록 보배를 사용하여도 다 함이 없는 것으로 무게도 없고 형상도 없는 것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고 유무에 자재하는 것이다. 이 보배 창고는 마음으로 관(觀)하면 스스로 형성되면서 삼천대천 세계가 출입하여도 흔적이 없는 것이다.

 

 

86, 보리생(菩提生)

 

 진리를 인도 말로 “보디”라 하여 “보리”라 발음하고 뜻은 깨달음이라 한다. 부처님 말씀은 자연과 인생의 깨달음 말씀이라 과거 현재 미래가 동일한 이치를 체험한다. 진리는 과거 현재 미래가 동일 하지만 생명의 근기가 다르므로 달리 나타나는 것이 형상과 이름이 다르고 시간과 공간의 차이에 따라서 순응하지만 형상과 이름이 다른 것은 마침 물이 풀에 순응하면 풀이라 하지 물이라 하지를 않고 물이 나무에 순응하면 나무라 하지 물이라 하지 않는 거와 같다.

 

 

87, 안락궁(安樂宮)

 

 생명이 잘 자라는 것은 편안하고 안락하기 때문으로 생명이 잘 자라는 영문을 보면 태양의 열이 강열하고 가뭄이 들면 생명들이 말라서 죽는 것이고 홍수 폭우로 물이 너무 많아도 생명은 죽는 것이다. 산천에 울창한 나무숲은 가뭄에는 머금어든 물을 내어놓아 가뭄을 해결하고 홍수로 물이 많으면 나무가 물을 흡수하여 홍수의 피해를 방지하게 하지만 양동이 폭우가 한 곳에 300mm가 오는 곳이 많고 상상 할 수 없는 폭염으로 사람과 짐승들이 굶주림으로 죽는 것은 세계가 오염으로 기온이 상승하여 이상한 기류가 형성되어 일어나는 현상으로 지구에 나무가 무성하면 조금이나마 예방 할 수 있지만 산천이 벌거숭이라면 기후의 제앙은 막을 길이 없는 것이다. 생명이 잘 살고 편안하고 안락하려면 청정하여야 한다.

 

 

88, 용진화(勇進華)

 

 용기는 몸의 힘보다 마음의 기운으로 스스로 마음가짐으로 나타나는 생명력이다. 몸의 지수화풍(地水火風)이 고르지 못하면 병이 오는 것이라, 열병은 열이 많은 것이고, 추운 병은 물이 많은 것이고, 귀신 병은 바람이 많은 것이고, 기운이 쇠진한 것은 흙 병인 것이다. 기운이 쇠진하여 호흡을 하지 못하면 죽음이란 문제가 나타나는 것이다. 죽음이 오면 몸에서 바람 기운이 가장 먼저 사라지고, 따스한 기운이 사라지고, 물 기운이 사라지고, 흙 기운으로 차례로 사라지는 것이다. 용기는 마음 기운으로 생명을 형성하는 몸의 지수화풍(地水火風)을 모이게 하는 역할을 하고 몸을 움직이게 하는 힘을 만들어 내는 생명력으로 행위라 하고 생명력의 근원이라 할 것이다.

 

 

89, 법행심(法行心)

 

 실천이 법이라, 몸을 움직이고 말을 하고 마음씀을 바르게 하는 것이 살아가는 법이라, 자신의 한 마디 말과 손발 한 번 움직이는 것이 나의 법이고 사회를 형성하는 법이고 나라가 움직이는 법이다. 지붕의 낙수 물이 바위에 구멍을 만들고 석회석 동굴에 석순이 자라는 과정을 보면 시간의 미묘함을 체험한다. 다 함이 없는 시간을 체험하면서 안절 부절하는 불안한 마음을 일어 킬 수 없다. 굳어버린 돌 부처의 생명력은 보는 자에 마음이라 할 것이다. 영원한 생명력으로 자신의 마음속에 잠재한 생명력으로 삼매의 생명력은 말이 없고 호흡을 하여도 소리가 없고 기운의 상생은 쉼이 없이 왕성한 것이지만 함이 없는 생명력으로 영원한 것이다.

 

 

90, 보장해(寶藏海)

 

 태평양 바다를 해체하여 보면 한 방울의 물이고 한 방울의 물은 수증기로 공기로 변하면 바다는 사라지고 없는 것이다. 한 방울 물이 모이고 모여서 바다가 된 것이므로 보장해(寶藏海)라 한다. 보장해는 모든 생명을 살리고 죽이고 하지, 바람이 불면 파도가 일어나고 비바람으로 폭풍이 일어나면서 태풍의 근원지가 되면서 육지와 바다가 혼비백산이 되고 논밭에는 곡물이 난장판이 되고 야단법석이라 생태계는 아수라장으로 변한다. 또 생태계의 변화는 샛강의 오염이나 공장의 공해를 한 번에 맑끔하게 청정으로 변화시키는 힘이 있어 보해장의 자재력은 누가 흉내를 낼 수가 없다.

 

 

91, 무진자(無盡子)

 

 무진자는 마음이라 다 함이 없는 미묘법이다. 마음은 다 함이 없는 보배 창고이고 이 보배는 쓰고 쓰도 다 함이 없으므로 무진자라 할 것이고 무진자는 이름 없는 이름으로 이름하여 무진자라 한 것이니, 이름과 형상을 보고 듣고 마음을 일으키지 마라. 지붕의 낙수 물이 바다로 향하면 바닷물이 바다로 향하면 바닷물이라 바다 물이 낙수 물이고 낙수 물이 바다 물이라 같은 물이다. 낙수 물이 다함이 없으면 바다 물이고 바다 물이 다 함이 없으면 낙수 물이 됨으로 다 함이 없는 무진자라 한다. 

 

 

92, 지명화(智明華)

 

 없는 이름을 지어서 부르므로 무(無)에서 유(有)라 한다. 지명화란 이름이 없어지만 이름하여 부르므로 지명화의 뜻으로 살아가면 지명화의 이미지가 형성되면서 없든 세상이 있는 세상으로 나타난다. 새벽 동해 저변에서 용솟음치는 새벽의 햇살을 보라 분명히 마음에 용기가 용솟음 칠 것이다. 태양의 기운은 내 마음으로 느끼고 용기를 일으키는 마음이 생기는 것은 없든 것이 있는 것이다. 용기라는 기운이 자연과 내 마음으로 하나가 되어 나타나는 것이 지명화(智明華)이다.

 

 

93, 혜월심(慧月心)

 

 지혜의 달을 보려면 보름 달밤에 바다 수면이 잔잔하여 보름 달의 둥근 원만상인 본래모습 그대로 나투는 것을 보면 내 마음에 지혜의 달을 볼 수 있다. 보름 달이 바다 수면에 그대로  모습을 나투는 것은 장애가 없어야 한다. 보름 달 주위에 구름이 없어야 하고 비바람 눈이 없는 천명한 날씨를 만나야 하고 바다 수면도 바람이 없어 파도가 없어야 달의 원만상을 그대로 나투어서 내 마음에 원만상으로 느끼는 것이니 참으로 어려운 인연을 만난 것이다. 내 마음에 선정(禪定)의 달(月)은 이렇게 찾아오는 것이다.

 

 

94, 법수장(法水藏)

 

 물을 법이라 한 것이다. 법은 스스로의 행위로 보면 어려운 것이 없고 스스로의 움직임이라 할 것이다. 법(法)자는 삼점 획의 물수 변에 갈거(去)자가 법(法)자 이므로 물이 흐르는 자연의 습리가 법이란 것이다. 흐르는 물은 바위를 만나면 바위를 감싸 돌고 웅덩이를 만나면 잠간 동안 쉬어 가고 풀을 만나면 풀이 되고 나무를 만나면 나무가 되어 새싹으로 움이 트고 푸르름의 잎새가 되고 나무 열매가되어 생명들에 양식으로 더불어 사는 정토를 만드는 것이다. 물의 길은 생명의 길이다. 물이 생명에 순응하므로 나투는 모습이 천태만상으로 모습과 이름이 나열되는 것이 법수장(法水藏)이다.

 

 

95, 여의심(如意心)

 

 여의(如意)는 바름으로 말한 것이다. 아난 존자는 평생동안 부처님을 시봉하고 모시고 다였어 부처님 열반후에 경전 결집에 녹음기처럼 부처님 말씀을 암송하여지만 마음을 알지 못하여 다시 용맹정진하여 마음을 알고 깨달음을 얻었어 경전을 결집하므로 아난의 주장으로 여시(如是)라 하여 부처님의 말씀이지 아난의 말이 아니란 것으로 분명하게 밝히므로 대중들이 부처님의 말씀과 아란이 말한 것을 오해하는 일이 없었다. 지금의 경전은 부처님의 마음을 아란이 보고 듣고한 것을 말함으로 결집된 것이라 할 것이다. 다시 아란이 마음을 깨닫지 못하여서면 결집의 뜻이 무의미 한 것이다.
  깨달음으로 부처님의 마음이나 아난의 마음이 하나로 통하고 아난의 말이 부처님의 말씀과 마음으로 다르지를 않는 것으로 여의심(如意心)이라 할 것이다.

 

 

96, 법보화(法寶華)

 

 법이 보배란 것이다. 부처님 말씀을 불법(佛法)이라 하여 법보(法寶)라 하지,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실적에 말씀하신 것을 법신(法身)이라 하여 영원한 진리의 말씀이 법보이고, 요즈음 말로 선(禪)이라 마음을 말한다. 부처님의 마음이 이심전심으로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하여 달마선(禪)이라 하고 마음이라 하고 스님들의 법담(法談)이라 하여 마음의 대화를 말한다. 부처님의 말씀을 기록하여 경전이라 하고 가르침을 배우고 실천한다. 부처님의 실상은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한 것이라 말도 없고 글자도 없고 이름이나 형상이 없으면서 멸하지 않는 것은 미묘법이라 하여 석가세존은 본래모습 그대로 있는 법을 확인하신 분으로 이 법은 지구가 형성이전에도 있었고 지구가 마멸한 후에도 있는 것이라 참으로 보배 가운데 보배가 진리의 법보인 것이다.

 

 

97, 불도화(佛度華)

 

 부처님께서 중생을 제도하는 마음이 불도화이다. 부처님의 49년 동안 설법하신 말씀이 불도(佛度)이시고 마음은 오직 한 사람으로 가섭에게 전하여 달마선(達摩禪)으로 마음에서 마음으로의 전법이 즉심즉불(直心直佛)로 스스로의 마음속에 간직한 본래모습을 스스로가 찾는 선(禪)으로 전하여지고 있다.

 

 

98, 원만심(圓滿心)

 

 본래 원성한 마음의 주인공을 말한다. 우리가 크고 작다 하는 것은 상대적인 것이라 크고 작은 것이 아닌 것은 스스로의 모양과 이름으로 주인공이란 것이고 누가 훔치거나 억압 할 수 없는 것으로 스스로의 존엄성이 원만 구족한 것으로 중생이 스스로 어리석음으로 비교를 하여 스스로 차별 법을 낸다는 것이다. 모든 것이 본래로 원만 구족한 것이라 한 티끌 속에 우주가 가득한 도리를 알아야 할 것이다.

 

 

99, 대각심(大覺心)

 

 부처님을 대각자라 하신다. 생명의 존엄성을 역사적으로 중생에게 보고 듣게 하신 분으로 생명의 본래 구족한 본성의 보배 창고를 적나라하게 혁파하신 분으로 하늘과 땅에서 가장 존귀한 분이시고 하늘과 지구에 스승이시고 자신을 조복 받으신 분이시고 가고 옴이 없는 시비선악에 차별이 없으신 분이시고 가장 바른 법을 보이시고 실천하신 분이시고 무소유에 주인공이신 분으로 중생이 존경하시는 분이시다.

 

 

100, 불성행(佛性行)

 

 마음의 주인공을 불성(佛性)이라 한다. 불성은 이름 할 수 없지만 이름한 것은 인연으로 나타나는 현상과 이름이 다 불성이다. 생명이 물을 먹고 공기로 호흡하면 생명이 살아가는 것으로 빛이 생명으로 순응하고 물이 생명에 순응하고 흙이 생명에 순응하면서 나무는 자라는 것인데 사람은 자연의 은혜을 받으면서 자연을 파괴하고 경제에만 눈이 어두워져 생명을 죽이고 스스로도 병들고 죽는 것이 어리석음이다. 불성행(佛性行)은 잊어든 주인공을 찾아서 싫어함이 없는 마음을 깨닫는 것이다. 

 

 

101, 여래심(如來心)

 

 여래는 부처님 열가지 이름 가운데 하나로 여여(如如)라 하여 여래 여거(如來 如去) 거래가 없는 여여(如如)한 자리를 진여(眞如)라 한다. 진리로 오시고 진리로 가시니 오고 감이 없으신 분으로 진실 자체인 것이다. 진리는 가고 옴이 없는 자리로 마치 해 자체는 항상 빛을 발하지만 지구에는 주야가 있는 것은 시간과 공간의 차이점이다. 여래는 진실로 오신 것이니, 태양 자체로 보는 것이다.

 

 

102, 무변심(無邊心): 63번 참조. 

 

 

103, 무량심(無量心): 58번 참조. 

 

104, 보문심(普門心): 27번 참조. 

 

105, 무진의(無盡意)

 

 불보살님의 원력은 중생들의 고통에 순응하시므로 다함이 없고 싫어함이 없는 마음이라 마치 허공이 텅텅 빈 것으로 만상에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마음이 색깔이 없으므로 색깔을 다 순응하는 것이고 마음이 모난 형상이 있으면 둥근 것을 싫어 할 것이고 마음이 둥근 것이면 모난 상대를 분별 할 것이다. 마음은 모나고 둥근 것이 아니므로 모나고 둥근 것을 다 순응함으로 다함이 없는 마음이라 무진의(無盡意)라 한다.

 

 

106, 보현심(普賢心): 28번 참조.

 

107, 환희장(歡喜藏)

 

 자비희사(慈悲喜捨), 자(慈)자애로움은 자씨 미륵보살과 관세음보살님의 마음은 항상 생명의 소리와 같이 하시고, 비(悲)는 애민심으로 지장보살님의 슬픈 중생의 소리와 같이 하시는 분이시고, 희(喜)의 기쁨 마음은 대세지보살 마음으로 중생에게 항상 환희심과 용기를 주시고 , 사(舍)의 집착심을 버림으로 지혜와 복덕을 구족하는 문수 보현보살의 마음으로 싫어함이 없는 마음이 환희장(歡喜藏)이다.

 

 

108, 미타행(彌陀行): 74번 참조. 

 

 

109, 허심장(虛心藏): 76번 참조. 

 

110, 보리행(菩提行): 24번 참조. 

 

111, 원행자(원행자)

 

 불보살들은 원력을 성취하신 분이시다. 아미타불의 48원력, 지장보살님의 원력, 관세음보살님의 원력, 문수보살님의 원력, 보현보살님의 원력, 모든 불보살님의 원력이 지중하신 본들이시다. 불보살님들게서 생명의 소리에 숭응하심은 마침 물이 모든 생명에 순응하는 것과 같고, 빛, 흙, 공기가 생명에 순응하는 것과 같아서 마음으로 원행자가 되는 것이다.

 

 

112, 금강심(金剛心): 48번 참조.

 

113, 대원심(大願心)

 

 큰 원력은 깨달음이다. 부처님의 아들딸들은 사대 원력이 있다. 헤아릴 수 없는 중생을 다 구제하기를 서원하고 다 함이 없는 번뇌를 맹사하고 끊으리라. 부처님의 말씀을 다 배우리라, 부처님의 법을 맹서하고 다 성취하리라, 사홍서원(四弘誓願)이 부처님 제자들의 대원심(大願心)이다.

 

 

114, 원력화(願力華)

 

 중생들의 원력이 있어야 한다. 부처님전에 원력으로 큰 마음으로 맹서하여야 한다. 절을 한번 하면서 염불 한 번 하면서 큰 마음을 발심하여야 한다.
부처님 당시 가난한 여인은 등불공양을 올리면서 큰 원력으로 미래세에 부처님이 되길 발심하여 조그마한 등불 공양의 정성이지만 꺼지지 않는 등불로 부처님께서 미래세에 부처님이 된다는 수기(受記)를 하신 것은 큰 원력 때문이다.

 

 

115, 불이자(不二子): 6번 참조.

 

116, 대광명(대광명)

 

천년 고찰 대웅전에 보면 대광명전(大光明殿)이라 하여 법당에 모신 주불(主佛)은 청정법신 비노자나불(淸淨法身比盧遮那佛)로 상주 법신불(常住 法身佛)인 청정으로 나투신 부처님이시다. 중생의 근기에 따라 청정을 부처님의 이름과 모양으로 표현한 것으로 법신은 이름과 모양이 없는 영원한 생명력이다. 자연의 생명력을 보라 공기 물 흙의 청정력이 모든 생명력으로 나타나면서 근기에 따라 천태만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자신의 대 광명이 근기에 따라 순응하는 것이니 생명력으로 항상 광명을 발하지만 중생은 모양과 이름에 집착하여 안다고 하면서 진리를 망각하고 모르는 것이다. 집착심만 놓아버리면 항상 광명의 생명력을 볼 것이다.

 

 

117, 길상화(吉祥華)

 

 길상은 석가 부처님의 가슴에 32상호 중에 하나인 만(卍)자 표시는 대길상이라 하여 卍자를 동서남북에서 보면 일곱칠(七)로 4×7=28천(天)으로 욕계 6천, 색계 18천, 무색계 4천으로 삼계(三界) 28천의 하늘에 주인공이신 부처님을 상징한 卍자를 대길상이라 하여 사찰 표시를 卍으로 표시하지만, 사회 철학관에서 표시한 卍자 깃발은 잘못 도용한 것이고, 독일 나라의 깃발 卍자는 거꾸로 된 卍자로 다른 것이지만, 혹자들이 간혹 부처님 卍자로 오인하여 독일을 관광하면 卍자 표시한 가방을 보면 독일 나치군대의 포악성을 생각하면서 욕을 하고 돌을 던지고 하여 오해를 하는 잘못을 한다고 한다.

 

 

118, 백연화(白蓮華)

 

 불교에서 흰 연꽃은 석가 부처님을 상징한 것이다. 처염상정(處染常淨)으로 연꽃이 피는 곳은 시궁창 진흙이지만 꽃은 오염에 물들지 않고 항상 향기를 풍기는 것처럼 석가 부처님은 오탁 악세에서 욕망에 물들지 않고 진리를 성취하신 분으로 하늘과 인간에 스승이신 분으로 중생들이 존경함으로 흰 연꽃은 석가 부처님을 상징하는 꽃이다.

 

 

119, 법성장(法性藏)

 

 마음을 다르게 표현한 말이다. 법은 본래 표현이 없는 것이지만 푸른 것이라 하면 푸른 법이 생기는 것이고 희다 하면 흰 법이 생기는 것이다. 마치 거울 속에는 형상이 없지만 앞에 형상이 나타나면 거울 속에 형상이 나타나는 것처럼 마음 역시 그러한 것이다.

 

 

120, 무생심(無生心)

 

함이 없는 마음으로 상(相)이 없는 무아(無我)을 말한다. 함이 없는 마음의 소유자을 도인의 마음이라 하지, 모양을 인연 법으로 관찰하면 모든 형상과 이름은 영원하지를 못하고 항상 변화하는 과정으로 고정된 것이 없는 것을 알면 무아의 법을 아는 것이라, 집착심을 일으키지를 안는다. 모든 고통은 아(相)라는 집착으로 망상이 나열된다.

 

 

 

121, 무변화(無邊華): 63번 참조. 102번 참조.  

 

122, 청정심(淸淨心): 18번 참조.

 

123, 묘연화(妙蓮華)

 

불법(佛法)을 미묘 법이라 한다. 연꽃이 오염에 물들지 않고 청정하듯, 부처님 법이 마음에 번뇌인 오염을 씻어 주고 오욕락에 물들지 않으므로 진리를 성취하는 미묘 법이라 묘연화(妙蓮華)라 한다.

 

 

124, 선관심(선관심)

 

 마음을 관(觀)하라는 것이다. 마음을 관하면 몸을 움직이지도 않고 마음으로 삼라만상을 다 볼 수 있고 시간과 공간을 다 초월하여 과거 현재 미래가 상통하여 하나로 나타나고 성인의 마음도 나타나고 지옥 중생이나 산천 초목이 다 한 마음속에 나타나는 것이지만 천태만상으로 나열되는 것은 마음에 집착이 있어 시간과 공간이 다르기 때문이다. 나(我)란 주관이 나타나면 삼라만상이 나열되고 무아(無我) 내가 없으면 삼라만상이 일어나지를 않는다. 선관심(禪觀心)은 분별심을 다스린다.

 

 

125, 묘법장(妙法藏)

 

 123번 참조. 126, 반야심(般若心): 49번 참조. 127, 만행심(萬行心): 60번 참조.

 

 

128, 정법심(正法心)

 

 바름이 정법이다. 부처님 법을 바른 법이라 하지만 본래 있는 법을 부처님께서 표현한 말씀으로 정법이라 이름한 것이다. 스스로의 마음속에 보장한 자신도 모르는 보배가 원만 구족한 것이 많은 것도 아니고 적은 것도 아닌 미묘한 법이라 누가 가져 갈 수 없고 억압 할 수도 없는 것이 항상 광명을 발산하고 있지만 중생들은 형상과 이름으로 안다고 하여 도리어 주인공을 잊고 사는 것이다. 마음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놓아버리면 주인공의 눈과 귀가 광명을 발하는 것을 보고 듣고 하리라.

 

 

129, 도선행(道禪行)

 

 불도(佛道)라 하고 불심(佛心,禪心)은 불심이 선심이라 부처님의 마음이 부처님만의 마음이 아니고 부처님께서 깨침의 마음은 본래 있는 자연의 모습이므로 선심(禪心)이라 한다. 불도(佛道)하면 자연스로운 자연의 섭리를 말하는 것으로 부처님께서 자연의 섭리를 아시고 말씀하신 번래 모습 그대로의 법이 불도이다. 도선행(道禪行)은 본래모습 그대로의 마음이라 할 것이다.

 

 

130, 지혜심(智慧心)

 

 85번 참조. 131, 법행심(法行心): 89번 참조. 132, 혜안심(慧眼心): 45번 참조.

 

 

133, 능인화(能印華)

 

 능인은 본 모습으로 본 성품이 있고 없고 이전으로 인정하고 수기(授記) 할 것이 없는 본래 모습 그대로인 것이다. 부처님 법을 배우고 가르치고 실천하여 안다고 하지만 다 우리의 잠재의식으로 본래 원만하게 갖추어져 있는 것으로 다시 말하면 오이씨는 가르치고 배우지 않아도 오이 열매가 열리는 것처럼 사람의 마음도 필경에는 본 성품으로 돌아가는 것이 자연의 섭리이므로 능인화(能印華)라 한다.

 

 

134, 진여심(眞如心): 53번 참조.

 

135, 공덕행(功德行)

 

 부처님전에 시주함을 복전함(福田函)이라 하고 공덕함(功德函)이라 하여 공덕행을 실천하게 한다. 또 스님의 가사를 복전의(福田衣)라 하여 무구의 (無垢衣)라 하고 항마의(降魔衣)라고도 한다. 스님의 먹물 옷인 희색은 불괴색이라 허물어지지 않는 색이라 하여 사람의 마음을 충동이나 질투심이나 시기심, 탐욕심을 일으키지 않는 심리작용을 하면서 마음에 자극을 주지 않는 편안한 색인 수행자의 색으로 옷을 만들어 입어 수행복이라 하고 모든 색깔이 썩고 허물어지면 마지막 희색으로 돌아가므로 불괴색(不壞色)은 진리를 표현한 것이다. 부처님 법으로 수행하는 일상 생활이 모두가 공덕행(功德行)이라 할 것이다.

 

 

136, 법안정(法眼定)

 

 선정(禪定)에 들면 법안(法眼)이 나타난다. 천지의 가치관을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것으로 심안(心眼)처럼 마음으로 과거 현재 미래를 관찰 할 수 있다. 삼매(三昧)는 마음이 편안하고 일어나는 생각이 없으면 마음 주인공의 가치관이 나타나면서 사물을 관찰하는 통찰력이 생기므로 마침 눈앞 세수물 그릇에 얼굴이 나타나듯 한 것이다.

 

 

137, 광명심(光明心): 13번 참조.

 

138, 선혜월(禪慧月)

 

 

 선․혜․월은 마음을 말한다. 선(禪)은 마음으로 고요하면 관찰하는 힘이 생기므로 지혜라 하고 지혜는 밝음으로 고르고 평등하고 맑아서 모든 생명에 빛이고 물이 고 힘이 되면서 에너지라 할 것이다. 달(月)을 비유하여 마음이라 하고 마음 찾는 법을 달에 비유하여 달을 가르치면서 가르치는 손가락에 집착하지 마라 하지, 손 가락은 문자이므로 문자에 집착하여 문자 속에 가르치는 뜻을 모르는 것이 어리석음이다. 달밤에 강이나 바다 수면에 바람이 없고 고요하면 보름달의 원만상이 그대로 수면에 나타나는 것을 마음 달이라 하여 마음에 번뇌가 없으므로 지혜의 가치관이 나타나서 통찰력이 생기는 것이 선혜월(禪慧月)이다.
 
139, 무영월(無影月): 138번 참조.   

 

 

140, 청정화(淸淨華): 18번 69번 참조.  

 

141, 선정심(禪定心): 136번 참조.

 

142, 자재행(自在行)

 

 자재는 신통 변화로 눈앞에서 형상이 변화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가치관이 바르면 자신의 힘으로 변화시키지 않아도 자연이 순리적으로 변화하는 것을 안다. 사람은 마음으로 집착하므로 형상과 이름으로 보고 듣고 있다고 하고 없다고 하지만 자재의 순리를 알지 못하면 시간이 아주 빠른 변화나 아주 긴 시간의 변화하는 것을 모르는 것이다. 산천에 봄이 되면 하루 밤만 지나서 보면 산천이 푸른 것을 순간 순간으로 변화하는 것을 보지 못하고 나타난 변화만 볼 수 있는 것은 마음으로 관찰하지 못한 것이고 아예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다. 순간 순간의 변화를 관찰하면 보고 듣지 못한 먼 과거 세상의 일이나 미래 세상의 일들이 일어날 것을 아는 숙명통(宿命通)의 마음 가치관의 지혜가 생기므로 자재행은 순간 순간의 마음을 관하여 지속하므로 호흡이 쉬지 않듯 하면 지혜의 자재가 성취된다.

 

143, 무량심(無量心): 58번 참조. 144, 길상화(吉祥華): 117번 참조.

 

145, 정각행(正覺行)

 

 정각은 바름을 말한다. 바름은 자연의 순리이고 형상과 이름의 변화 과정을 말하는 것으로 시간과 공간에 상통하는 작용을 마음으로 할 수 있는 것이다. 마음은 시간과 공간에 자유자재함으로 마음은 시간과 공간에 관계가 없기 때문에 자재한 것이다. 바름은 형상과 이름에 관계가 없으므로 삼세(三世)에 무애 자재(無碍自在)하여 바름(正)이라 한다. 

 

146, 공덕화(功德華)

 

 135번 참조. 147, 정토화(淨土華): 75번 참조.

 

148, 초발심(初發心)

 

 처음 마음을 일으키는 것이 보리심(菩提心)이라 바름의 깨침이다. 깨침이 처음 마음이라 하여 물질의 가치관보다도 정신의 가치관으로 육신으로 살면서 정신 가치관인 바름을 깨달아서 삼라만상을 관찰하는 것으로 욕망의 전도된 마음이 아닌 것으로 시간을 모르는 아득한 때부터 내려온 죽고 사는 굴레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초발심은 죽고사는 곳에서 벗어나는 첫 마음이다.

 

149, 마하심(摩訶心): 50번 참조.

 

150, 지성해(池成海)

 

 연못의 물이 바다 물로 통한다. 샛강 물이 흘려서 바다 물이 된 것이니, 범부 중생의 욕망이 초발심으로 깨침의 보리심으로 진여(眞如)의 참모습이란 것이다. 지성해(池成海) 마음은 번뇌즉 보리(煩惱卽 菩提) 중생의 번뇌가 성인의 진여심인 마음으로 통한다는 것이다. 지성해 마음은 선심(禪心)을 말한다.

 

151, 연화수(蓮花樹)

 

 부처님 마음으로 연꽃이라 할 것이고 보리수(菩提樹)라 하여 정각수(正覺樹)라 하지, 정각의 깨침 마음이 중생의 마음을 청정하게 하는 원동력이고, 연꽃도 오염된 물을 청정하게 하는 힘이 있다. 연화수(蓮花樹)는 마음에 청정수(淸淨樹)이다.

 

 

152, 불국화(佛國華)

 

 부처님께서 계시는 곳이 불국(佛國)으로 부처님은 모든 중생을 부처로 보는 것이다. 속담에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인다는 말처럼 부처님 아들, 딸들은 모두가 부처로 보는 것이다. 모든 것이 마음이라 마음이 부처 아닌이 없으므로 두두 물물이 부처인 것이다. 두두 물물이 부처라면 석가 부처님을 존경하듯, 두두 물물을 존경하여야 할 것이라, 싫어 할 것이 하나도 없는 것이다.

 

 

153, 무량지(無量智)

 

 헤아림이 없는 지혜는 무루지(無漏智)로 다 함이 없는 지혜로 생명의 존엄성이라 할 것이다. 생명의 존엄성은 불성(佛性)으로 가고 옴이 없고 시비 생사가 없는 그대로의 모습이라, 누가 흉내를 내고 억압 할 수 없는 것이 풀을 바위로 눌어서 억압하여도 연약한 풀은 고개를 들고 자라서 꽃을 피우므로 불성은 억압 할 수 없는 것이다. 씨앗에 공기가 없다면 움트지 않고 천만년을 씨앗으로 존재 할 것이고 공기가 씨앗에 접촉하면 생(生)으로 거듭 태어나서 움이 트면서 씨앗이 나무가 되는 것이 불성(佛性)이고 생명력이고 부처이다.

 

154, 허심장(虛心藏)

 

 76번 참조. 109번 참조.

 

155, 관조심(觀照心)

 

 태양이 빛을 발하여 천만강에 태양이 나타나므로 해의 그림자가 생긴 것이다. 그림자 해가 실상은 아니지만 해 모습으로 나타나려면 구름이 없어야 수면에 모습대로 나타나고, 관조심은 태양이 어떻게 생긴 것인고 하고 마음으로 관조하면 태양이 생긴 인연을 안다. 관조함으로 중생은 번뇌가 성인의 마음으로 변하여 지혜가 생기는 것이다.

 

156, 향수해(香水海)

 

 부처님 말씀에 수미산을 중심한 사방 바다가 향수해라 한다. 부처님께 항상 기도하면서 향 사루어 정성을 올리고 청정수를 올려서 감로수(甘露水)로 변화시켜서 중생의 병을 치료하기를 발원하고 꽃, 과일, 쌀, 등불, 향, 차, 공양의 6법 공양을 올려서 자연의 감사와 은혜를 체험하고 스스로가 실천하므로, 우리 마음에 불국토의 향수해가 성취되는 것이다. 향수해의 동서남북 바다에서 상서로운 구름과 향기가 진동하고 중앙에 수미산 도리천주가 부처님께 6법 공양을 올리면 모든 인간이 복덕과 지혜가 증장하여 불국토가 성취되는 것이다.

 

157, 법성화(法性華)

 

 

119번 참조.   

 

158, 지혜자(智慧子)

 

 

17번 참조. 85번 참조.  

 

159, 보리행(菩提行)

 

110번 참조.

 

160, 무애행(無碍行)

 

 무애자재 함은 번뇌가 없어야 한다. 청정함이 물 청정은 모든 생명에 힘으로 무애라 하고 자재라 할 것이다. 모양과 이름이 있으므로 장애가 나타나므로 무애자재 할 수 없고, 공기, 흙, 마음이 청정하므로 무애자재라 함은 모든 생명에 순응함으로 무애자재라 한다.

 

 

161, 본래심(本來心)

 

 청정 법신를 부처라 하여 두두물물이 부처라 하고, 석가 부처님은 이 마음을 이심전심(以心傳心)으로 가섭에게 마음으로 전하여 서천(西天) 28대 달마스님은 동양에 선(禪)으로 견성 성불(見性成佛)인 성품을 보면 부처을 성취한다고 하시고, 동양 육조(六祖)스님은 본래 면목(本來面目)이라 본래모습 그대로라 하셨다.

 

 

162, 법보해(法寶海)

 

 법장(法藏)스님은 아미타불 전생에 스님으로 48원력을 성취하시어 극락세계 교주가 되셨다고 석가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법장은 법보해(法寶海)로 부처님의 마음이고 중생들의 본 성품 자리이므로 진리를 바다에 비유한 것으로 천만 샛강의 물이 바다로 향하여 한 바다이므로 법보해라 하지만 중생은 스스로가 부처의 본성을 간직하면서 잊어버리고 눈앞에 물질의 욕망에서  보배를 삼아 보이지 않는 가치관인 법보해의 보배을 잊어버리고 욕망으로 즐거워 하다가 고락이 상반되어서 고통스러워한다. 법장스님은 법보해의 진리를 성취하시어 아미타불이 되셨다.

 

 

163, 무주심(無住心)

 

 

 부처님 금강경 말씀에 응무소주이생기심(應無所住已生其心) 머무는 마음이 아닌 집착심이 없는 마음을 말씀하신 뜻을 6조 스님은 출가 전에 깨침으로 6조 스님은 돈오(頓悟)사상을 주장하셨다. 머무럼이 없는 마음은 집착심이 없는 마음이고 상(相)이 없는 마음으로 형상과 이름에 장애가 없으므로 무애자재하다.
   

 

164, 삼매자(三昧子)

 

 삼매는 일념의 한 생각으로 일념만년(一念萬年)으로 한 생각이 만년이 아닌 만겁으로 지속하니 삼매자는 시간과 공간에 관계하지 않는다. 연등 부처님 시기에 법문하시는 자리에 자 벌레가 법문을 듣고 삼매에 들어 석가 부처님시기에 신족통을 한 사람으로 나타난다. 한 농부가 논 갈이를 하다가 이상한 물체를 논에서 발견하여 보니 돌도 아니고 쇠도 아니고 프라스팃도 아닌 것이 손발톱이 자란 것으로 이상한 둥근 물체를 톱으로 절단하자 펑 소리를 하면서 사람이 나타나서 순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한 생각의 일념으로 시간을 초월하므로 손발톱이 자라서 몸을 쌓아 공처럼 둥근 물체가 된 것으로 이것이 일념만년이라 삼매자라 할 것이다.

 

 

165, 수정심(修淨心)

 

 청정심은 수행심으로 항상 바른 마음을 실천한다. 부지런하면 물질이 모이고 부지런하게 공부하면 지식인이 된다. 지혜는 부지런하게 마음을 비우는 것으로 물질의 욕심이 아니고 물질의 이름과 모양에 집착이 아니고 집착이전의 인연법의 가치관을 관찰하는 힘이 지혜력으로 수정심은 지혜력을 증장시킨다.

 

166, 장엄화(莊嚴華)

 

 장엄은 극락세계 장엄이 무궁하다는 것이다. 아미타경 말씀은 극락세계 땅이 금이고 산천에 나무가 금으로 장엄하였다고 하고 물은 보배 약수로 병을 치료하고 생명수로 목숨이 연장되고 장수를 하고 연못에 연꽃은 큰 수레바퀴처럼 크고 청황적백은 각각 빛을 발하고 새들은 설법을 한다는 이상적인 세계이다. 인간 세상도 욕망만 없으면 정토(淨土)세상이라 해는 너무 열이 강열하여 생명이 못 살아서 지옥이고, 달은 너무 추어서 생명이 살 수 없어 지옥이고, 지구는 따스함으로 생명들이 잘 살지만 인간의 욕심으로 오염을 시키므로 병이 들고 목숨이 단축되지만 이것을 깨달아서 청정으로 변화시키면 정토(淨土)인 것이다. 천년 고찰을 찾아가면 왕궁보다 화려한 건물 단청으로 장엄한 것을 보면 금으로 건물에 장엄한 것은 왕궁외에는 할 수 없는 것으로 사찰은 부처님이 계시는 곳으로 왕중왕(王中王) 진리의 왕인 법왕(法王)으로 금으로 장엄한 것이다. 물, 공기, 흙, 마음이 청정하면 인간 세상은 가장 수행하기 좋은 곳으로 반은 고(苦)이고 반은 즐거움(樂)으로 조건이 형성된 곳으로 부처님이 될 수 있는 최상승 수행처로 하늘 사람도 도를 성취하려면 인간 세상으로 오신다는 것이다. 무루심(無漏心): 진리의 공덕은 다함이 없는 마음이라 형상과 이름으로 헤아릴 수 있는 마음이 아니란 것이다. 불보살님의 마음은 모든 생명의 소리에 순응하시므로 싫어함이 없는 마음으로 무루심이라 한다. 중생의 원력이 다 함이 없고 불보살님의 원력이 다 함이 없어 자비심의 생명력은 헤아릴 수 없는 것이다.

 

 

168, 성불화(成佛華)

 

 진리의 깨침으로 부처의 성품에서 부처님으로 성인이라 하여 부처의 성품자리를 보면 견성(見性)이라 하여 선지식이라 하고 도를 성취하여 성도(成道)라 하고, 부처님이라 하여 성불하셨다 한다.

 

 

169, 대자행(大慈行)

 

 큰 자비심은 생명에 힘으로 청정한 공기, 물, 흙, 마음일 것이다. 청정하면 생명들은 스스로 능력에 따라 큰 것은 큰 대로 작은 것은 작은 대로 살아가는 것이다. 오염은 모든 생명에 피해를 주지만 현실적으로 심각하게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더욱더 심각한 것이다. 경제를 개발하면서 오염을 시키므로 눈앞에 이익만 생각을 하고 자연을 오염시키면 기후가 변하고 모든 생명이 떼 죽음을 하면 야단이다. 생명에 대 자비심은 오염을 시키지 않는 것이다.

 

 

170, 미타행(彌陀行)

 

 74번, 108번 참조.

 

 

171, 법연화(法緣華)

 

 

 인연이란 말을 많이 하지만 법연(法緣)은 부처님 법의 인연으로 도반(道伴)이라 할 것이다. 석가 부처님의 말씀을 배우고 쓰고 암송하면서 오늘 절에 가는 데 같이 가자 같이 염불도 하고 설법도 듣고 하면 도반이 되는 것이다. 자주 자주 염불하면서 오랜 시간이 지나면 자신도 모르게 부처님의 마음으로 변하는 참으로 법연의 미묘한 법이다. 담배와 술을 피우지 않고 욕도 하지 않고 신경질도 부리지 않고 오로지 관세음보살님 하고 나무 아미타불이시다. 현재의 마음이 편하면 사후의 마음도 편안한 것이다. 
  

 

172, 길상심(吉祥心)

 

 

117번, 144번 참조.  

 

173, 연화심(蓮花心)

 

151번 참조.

 

174, 대덕화(大德華)

 

 큰 나무숲은 그늘이 시원하고 생명들이 쉬어 가는 곳으로 안식처이다. 숲 속 터널을 지나면 나무 향기가 향끗 하면서 흙 냄새를 느낄 수 있고 흙의 밟는 느낌이 도시 도로 밟는 감각하고는 대조적이고 사방에서 물소리를 듣는 것은 산의 생명소리이다. 바람이 불면 나뭇잎들이 한들, 한들 춤을 추는 모습을 보면 마음에 스트레스가 사라진다. 자연의 소리를 보고 듣고 하면서 주위의 나무 가지 잎사귀가 움직이는 것을 보면 자연히 마음이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 자연스럽다 하여 대덕심(大德心)이라 한다.

 

 

175, 대자행(大慈行)

 

169번 참조.

 

176, 명경심(明鏡心)

 

 명경(明鏡)은 거울을 마음에 비유한 것이고 맑은 거울에 나타나는 모양처럼 마음이 맑으면 마음에 밝은 가치관의 지혜가 나타난다. 마음이 맑지 않으면 욕망, 성냄, 질투, 시기하는 어리석음이 죽 끊듯 하므로 마음이 밝지 못하고 맑지 못하여 마음의 주인공을 잊어버리고 항상 경계를 보고 듣고 집착하므로 이름과 형상에 집착하여 마음을 일으킴으로 마음에 주인공의 자비심인 광명을 발 할 수 없다. 맑은 거울처럼 마음이 맑으면 지혜의 가치관이 태양처럼 밝은 것이다.

 

 

177, 해연심(海蓮心): 바다 연꽃은 관세음보살님의 도량으로 보타낙가산으로 바다변이나 섬을 말한다. 우리나라 강화 보문사, 남해 보리암, 양양 낙산사가 관음도량으로 바다를 주위한 곳으로 바다변의 안개가 새벽 햇살의 광명을 받으면 안개의 모습은 관세음보살님이 바다에서 연꽃을 타고 나타날 듯한 마음을 느낀다. 

 

 

178, 반야행(般若行)

 

 49번 참조.

 

179, 반야월(般若月)

 

 지혜는 밝은 것이고 맑은 것이고 바르고 고른 것으로 달에 비유하고 마음에 비유한다. 달의 자체는 보름달이고 그믐달이고 초생달이 없지만 지구에서는 보름달을 보려면 지구와 달의 공전이 보름이면 원만 상을 보고 그믐달은 월말이고 초생 달은 월 초순으로 음력으로 달을 월(月)이라 하고 달이 12바퀴 자전하면 해(年)가 된다. 지구가 한 바퀴를 돌면 일(日)이라 하고 지구가 30바퀴를 돌면 달(月)이라 하고 달이 12바퀴 돌면 해(年)라 하여 1년을 12개월로 365일이라 한다. 지구에서 밝은 달을 보려면 날씨가 맑아야 하고 보는 사람의 마음 기분이 좋으면 맑은 달을 보면서 시(詩) 한 수를 하기도 한다.

 

 

180, 회향심(廻向心)

 

 거듭하는 마음이 회향심으로 기도를 회향한다 하면 끝마침이 아니고 다시 시작하는 것으로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중등학교를 입학하고 중등학교를 졸업하면 고등학교를 입학하고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대학, 대학원, 학사, 석사, 박사로 지속하는 마음이 회향심으로 이렇게 마침과 시작이 지속되면서 거듭하는 것을 회향이라 하고 생사 윤회도 같은 것이다. 회향심에는 항상 새로움이 나타나지, 마음의 옷이 육신이고 육신의 수명이 다하면 마음 옷을 가라 입는 것이 생사(生死)이고 몸에 옷은 빨래하고 추한 것을 씻어 입으면 깨끗한 것으로 마음이 맑고 기분이 상쾌한 것이고 마음 역시 청정하면 지혜가 항상 광명을 발하여 삼라만상에 주인공 역할을 한다.

 

 

181, 자성화(自性華)

 

 자성이 매하지 않아 항상 광명을 발함이 태양과 같음이나 스스로 매하여 무명(無明)으로 집착하여 즐거움을 삼는 것이 눈앞에 아름다운 불꽃에 타 죽는 줄을 모르고 탐하는 불나방처럼 인간의 욕망의 즐거움이 돌아서면 괴로움의 원인인 것을 알지 못하고 탐착하는 모습이 어리석음으로 스스로가 마음이 매한 까닭이라, 마음을 관하면 스스로가 항상 발하는 광명을 볼 것이다. 자성의 광명은 태양처럼 항상 광명을 발하고 있다.

 

 

182, 복덕화(福德華)

 

146번 참조.

 

 

183, 다보화(多寶華)

 

 다보탑을 경주 불국사에 가면 볼 수 있다. 부처님 도량에 설법하시는 법신으로 땅속에서 용출하는 새싹들을 보면서 땅의 기운이 하늘로 용출하는 모습이라, 우리의 마음에 용출하는 용기를 보라, 부처님의 원력과 무엇이 다르리요. 목숨에 집착이 없는 마음으로 용기를 내면 진리를 내면 진리를 위한 몸인 것을 깨달으면 몸은 헌옷 갈아입는 마음일 것이다. 다보심(多寶心)은 마음의 용기이다.

 

184, 진여성(眞如性)

 

 53번 참조. 134번 참조.

 

 

185, 정덕심(淨德心)

 

 청정의 덕성은 원만함이라 지옥 중생의 구제가 자비심을 베푸는 것이고 지옥 중생도 물을 먹을 수 있고 공기를 호흡 할 수 있고 열매의 흙을 먹을 수 있어 모든 생명은 청정을 근기에 따라 생명력으로 받아들이고 순응하는 것이다. 지옥 중생이 생명력이 아니라면 고통스러워 할 것이 없다. 생명력은 자비심이 있기 때문에 고통스러워하고 싫어하고 좋아하고 시비 선악하는 마음이 정덕심이다.

 

 

186, 원각행(圓覺行)

 

 원각(圓覺)속에 살면서 원각을 모르고 사는 중생이라 하신 원각경 말씀은 공기를 호흡하면서 자연을 파괴하고 불평하고 어리석음으로 경제를 탐하는 모습은 경제 산업들이 제품을 만들기 위하여 독성 화학 물질을 사용하면 사용한 폐수물은 독극물이지만 정화를 하면 생명들이 살지만 정화를 하지 읺고 방류하면 생명들이 떼 죽음을 당하는 것으로, 이러한 환경이 많으면 많을수록 생명들은 죽는 것이지만 경제 때문에 방치한다면 환경은 심각한 것으로 사회인과 정부를 대상으로 환경 운동가들의 궐기 운동을 하고 있는 것을 간혹 볼 수 있다.

 

 

187, 자운화(慈雲華)

 

 새벽 동틀 무릅 산 계곡에 안개를 보면서 저것이 자운(慈雲)이구나 생각하면서 아침 동틀 무릅과 저울 노울을 바라보면 황홀한 자연을 체험한다. 밤의 찬 기운과 새벽 햇살의 기운으로 산 기슭에 기온의 차이로 생기는 이상 기류가 자운이다. 자운의 모습은 새벽 햇살의 기온에 따라서 계곡 안개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참으로 미묘한 느낌을 받는다. 순간 순간으로 마음속에 느낌이 용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기러기 모습을 그리기도 하고 호랑이 모습 멧돼지 모습으로 가지 각색으로 나타나고 사라지고 한다. 안개 모습이 나타나면서 보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188, 실상화(實相華)

 

 상(相)이 있으면 실상이 아닌 것으로 없는 상을 실상이라 할 것이다. 금강경 말씀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 시명(是名) 이 이름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라 하여 이름 할 수 없는 것이지만 방편으로 진리 라 이름한 것이다. 청정법신은 모양과 이름이 없지만 중생이 좋아함으로 청정법신불이라 이름도 하고 모양도 하는 것이다.

 

 

189, 법륜행(法輪行)

 

 진리 바퀴를 법륜이라 한다. 부처님의 32상중에 발바닥에 수레바퀴처럼 모습한 법륜 바퀴가 있다고 하신다. 지구는 현재에도 전쟁과 궁핍으로 죽는 사람이 많지만 전륜성왕은 덕상으로 국민을 다스림으로 전쟁이 없고 질병이 없고 굶주림이 없는 시절이라 하여 전쟁지역은 스스로 전륜성왕의 덕상으로 귀의하고 화합으로 한 나라로 형성되어 서로서로 도움으로 정토를 만드는 것이다. 한국은 전쟁보다도 화합을 요구하고 있고 생명존엄을 제시하고 있어 전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으로 민족 한을 가슴에 안고 있는 것이니 준비 전쟁시기로 생명존엄으로 전쟁은 피하고 남북이 하나가 되자는 것이다. 만약에 전륜성왕의 덕상으로 전쟁없이 남북이 하나가 된다면 민족의 슬기이고 영광스러운 백의 민족을 세계에 자랑 할 것이고 후손들의 당당하게 자랑 할 마음이고 조상의 얼이 빛날 것이다. 이것이 현실적인 전륜성왕의 의미이다.

 

 

190, 희견심(喜見心)

 

 기쁨과 환희심은 긍정심이고 발심의 첫 걸음으로 깨달음으로 가는 길이다. 기쁨을 수순하고 칭찬하고 예배 공양하면 이것이 봉사이고 남을 도우는 보살심의 실천으로 자연을 체험하고 감사와 은혜를 실천하는 것은 구체적으로 흙인 먹거리와 공기, 물을 청정하게 하는 실천행이 보살심의 실천이다. 마음 청정에서 자연 청정으로 자연과 인간이 하나임을 깨달아 깨달음을 실천함이 보살행이고 바라밀(波羅密)인 열반(涅槃)의 영원한 즐거움으로 정토 세상이라 할 것이다. 

 

 

191, 여의주(如意珠):

 

 95번 참조.

 

 

192, 평등심(平等心)

 

 생명존엄이 생명에게 평등성이고 모든 것이 이것을 찾으려고 하는 것이고 본래 주어진 본성으로 중생이 잊고 산 것이다. 물을 관리하고 통제하여 수도 물을 사용하지만 물을 관리한다는 것이 인간의 힘이 나타나는 것이니 이것 또한 잘못이다. 사람의 힘은 홍수와 가뭄을 조절 할 수 있어 가뭄으로 물싸움을 하고 모내기철이면 행사적으로 가뭄이라 소방차가 모내기 물을 공급하고 양수기를 지원하고 가뭄 대책 위원회가 구성되고 초등학생까지 동전 모우기 운동으로 사회는 야단법석이다. 이것은 생명에 물이 필요하고 물의 평등성이 생명의 평등성인 것으로 불성(佛性) 찾는 소리이다.

 

 

193, 몽각심(夢覺心)

 

 꿈 깨는 소리는 마음이 시원하기도 하고 마음이 허전하기도 한 것이다. 꿈속에 빌딩을 헤아릴 수 없이 지어서 부자 되는 꿈을 깨고 보면 허전 할 수가 없다. 욕망의 오욕락인 마음을 깨면 깨달음이라 번뇌에서 해탈 할 수 있다. 
내 몸이 영원하리라 하고 힘이 있다고 야단법석이지만 50세가 넘고 나면 마음대로 몸이 움직이지를 않는다. 마음은 밝은데 눈은 어두워지고 있는 것이니 모든 것이 쇠퇴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니 모두가 무상하고 꿈인 것이다.

 

 

194, 무위심(無爲心)

 

 함이 없는 마음은 스님의 마음이고 도인의 마음이라 하지, 스님은 자식도 없으면서 어린이들을 보면 어린이처럼 좋아하고 , 스님은 재산도 없으면서 보는 사람마다 주는 것을 좋아하고 , 스님은 욕을 해도 웃으시면서 욕을 하고 듣는 사람도 싫어하지를 않고, 스님은 이름도 없으시면서 보는 사람마다 다 이름을 부르고 좋아하고, 스님은 욕을 들어도 성질을 부리지 않고 웃으신다. 스님은 모든 것이 함이 없이 함으로 시비가 없으시다.

 

 

195, 원각심(圓覺心)

 

 189번 참조.

 

 

196, 일미해(一味海)

 

 팔만사천 법문이 일심(一心)법문이라. 천만 갈래의 샛강 물이 바다로 향하면 한 맛으로 나타나므로 일미해(一味海)리 한다. 부처님은 깨달음의 세계을 각해(覺海)라 하시고 자비심의 원력은 모든 생명력을 살리고도 모자람이 없는 것으로 자신의 주인공을 떠나서는 찾을 수 없다. 자비심을 자신 밖에서 찾으므로 허송 세월을 하고 있어 부처님의 자비심을 배우고 실천하려면 자신이 하여야 하는 것이 마치 물을 스스로 마시면 냉온을 스스로 아는 것처럼 자비행을 실천하려면 스스로가 하는 것이다.

 

 

197, 일심정(一心正)

 

 바른 마음은 어떤 것일까? 보고 듣고 하는 작용을 놓아 버려라, 보는 것을 놓아 버리면 보는 것이 해결될 것이고, 듣는 것을 놓아 버리면 듣는 것이 해결 될 것이다. 보고 듣고 안다고 하는 것이 다 장애물이므로 아는 것이 집착이고 병인 것이므로 일체 마음 밖의 경계를 놓아 버려라.  

 

 

198, 관음자(觀音子)

 

 관세음보살님을 관음자라 한다. 관음은 세상의 소리를 듣고 순응하시는 보살님이시니, 생명의 어머님으로 항상 생명을 보살피시는 분이시다. 가뭄에 관음을 칭송하면 비가 오고 홍수에 관음을 생각하면 홍수의 재난이 없어지고 팔난의 재앙을 만나도 관음을 생각하면 해결되는 것이다. 관음은 세상의 소리를 듣고 순응하시는 분이시다.

 

 

199, 무애심(無碍心)

 

 무애심은 집착이 없으므로 무애자재한 것이므로 물이 풀에 순응하면 풀이라 하고 물이라 하지 않으므로 자재한 것이고, 물이 나무에 순응하므로 나무라 하지 물이라 하지 않으므로 자재한 것이고, 빛이 나무에 순응하므로 나무라 하지 빛이라 하지 않으므로 자재한 것이지, 또한 공기, 흙이 이와 같으므로 자유자재함으로 생명력으로 자라는 것이다.

 

 

200, 법시행(法施行)

 

 법시는 진리 말씀으로 부처님의 말씀과 마음을 전하는 것이고 전법을 실천하므로 자신의 마음으로, 입으로, 몸으로 실천함이니, 부처님의 법과 자신의 실천이 둘이 아니면 정토(淨土)가 실천되는 것이다. 정토는 생명존엄으로 서로 서로가 싫어함이 없는 마음으로 풀의 생명력이나 사람의 생명력은 하나이므로 청정을 실천하면 차별이 없는 마음이다. 중생은 이 마음이 인색하고 탐애심으로 치중하여 즐겁게 살아가면서 조석으로 아우성이니 어리석음이라 한다.

 

 

201, 무량화(無量華)

 

 58번, 103번, 143번, 참조.

 

 

202, 정도행(正道行)

 

 바른 길은 부처님 마음은 선(禪)이고, 말씀은 교(敎)이다. 바른 법이 스스로의 마음에 잠재하여 여래장(如來藏)이라 하여 감추어진 복덕과 지혜가 본래부터 원만구족한 것이지만 스스로가 잊어버리고 구족한 줄도 모르고 항상 욕심으로 만족함을 충족하려고 하므로 갈등이 일어나는 것이다. 바른 길은 이러한 각자 스스로의 마음을 열어주는 것이다.

 

 

203, 진성월(眞性月)

 

 본래 성품은 있고 없고를 떠난 자리로 이름하여 진성(眞性)이라 한 것이다.
  진성이라 이름하여서니 아닌 것이고 이름하지 않으면 인식 할 수 없으니 없는 것을 있다고 한 것이니, 이것 또한 아닌 것이다. 무엇을 진성(眞性)이라 할 것인가? 진성이라 할 것이 없지만 이름하여 진성이라 한 것이다.

 

 

204, 무진장(無盡藏)

 

 11번, 59번, 105번 참조.

 

 

205, 해도자(海道子)

 

 해도는 관세음보살님 도량을 말한다. 해도자는 관세음보살님으로 자비의 생명력으로 항상 같이 하시는 것이다. 부모님 마음으로 자식에게 베푸는 마음이시라, 모든 생명에 자비를 베푸는 것이니, 생명력으로 에너지인 공기, 흙, 물, 유전자라 할 것이다. 요즈음 과학의 힘은 생명의 지도를 완성하여 불생 불멸(不生 不滅)의 본모습을 발견하여 본래모습 그대로를 실현시키는 유전자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다. 음양의 생명력이 아닌 유전자를 발견하여 생명을 탄생시키는 시대로 생명력의 영원성인 유전자로 생명의 화현이라 할 것이다.

 

 

206, 경월심(鏡月心)

 

 거울에 달이 나타나면 달이라 하지만 그림자 달이고 허공에 달은 진실이지만 마음에 달은 아닌 것이니 마음에 달은 어디에 있는고! 거울과 달과 마음이 하나가 되면 마음 달을 볼 것이다. 거울과 달과 마음을 다르게 보면 마음은 진실의 본래모습이고 달은 현상의 진실을 말하고 거울은 천만강에 비치는 화신이라 할 것이다. 달을 보라 하면 보라고 한 사람의 마음이 주인공인 청정법신 비로자나불이시고, 하늘 달은 나투신 원만보신 노사나불이시고, 거울에 비친 달은 천백억화신 석가모니불로 근기에 순응하시여 중생을 구제하시는 것이다. 청정법신, 원만보신, 천백억화신으로 법보화 삼신(法報化 三身)으로 부처님을 말한다.

 

 

207, 해탈심(解脫心)

 

 해탈심은 집착이 없는 마음으로, 모든 물질은 생명력이 있지만 형상과 이름이 주어지면 고정인식으로 이름과 형상에 집착하여 있다고 인식하고 주관과 객관으로 분별이 나타나면서 천만상으로 나열되면서 시비 선악 생사에서 윤회함으로 해탈하지 못한다. 해탈심은 형상과 이름으로 고정인식의 집착심에서 벗어나는 마음으로 안다는 집착심이 있으면 벗어 날 수 없으므로 마음에서 안다는 마음을 비우므로 집착에서 벗어나므로 편안을 찾는 것이다.

 

 

208, 광명지(光明智)

 

 마음의 광명을 지혜라 하고, 부처님전에 연등 빛 공양을 마음의 지혜라 하고 전기 빛이나 촛불 빛으로 공양하므로 마음의 빛으로 마음의 어둠을 밝히는 지혜라 하여 실천을 하고 있다. 부처님전에 빛 공양은 부처님의 깨달음의 바름을 빛의 밝음으로 청정의 맑음으로 우리 스스로의 마음에 원만 구족한 빛과 청정을 부처님 전에 감사와 은혜로 체험함으로 스스로의 잊어버린 빛과 청정을 찾는 것이다.

 

 

209, 보리행(菩提行)

 

 보리는 진리를 말하고 진리는 변화하는 길이므로 인연 법으로 관찰하면 나타나는 것이다. 마음으로 관찰하면 모든 물질의 형상과 이름이전의 형상과 이름을 살펴 볼 수 있으므로 청정의 생명력은 생명에 대단한 작용을 하는 것으로 청정이 중한 것은 생명력을 왕성하게 한다는 것이고 오염은 생명을 병들게 하고 죽이는 것이므로 각자 스스로가 물질을 생산 할 적에 물질의 경제만 생산하지 말고 에너지를 오염시키지 말고 청정으로 더불어 사는 정토의 환경 경제성으로 물질을 생산하라는 것이, 우리가 원력으로 만들어야 할 중생의 정토인 것으로 보리행이다. 진리가 무엇이냐? 공장 생산 작업에서 배수 물을 정화시켜서 배출하는 것이 진리이고 공장 공해을 굴뚝으로 배출시키지 않고 정화하여 굴뚝 없는 공장이 진리 실천이다. 아직은 청정 산업이 시범 단계로 보이는 공장마다 도시 가운데서 검은 연기를 배출하고 있는 것을 볼 적에 시민들은 청정에 대한 인지도가 미약하여 벙어리처럼 말이 없고 엉뚱한 시비만 하고 있는 것이 어리석음이다.

 

 

210, 천지안(天地眼)

 

 천지안은 하늘과 땅에 상통하는 눈으로 법안(法眼)이라 할 것이다. 하늘의 기운은 공기이고 땅의 기운은 열매이므로 생명은 하늘의 기운인 공기와 빛의 기운을 받고 땅의 기운인 흙과 물의 기운을 받고 땅과 하늘 사이에 바람과 날씨의 기운을 받으면서 생명력으로 살아가는 것이니, 다 자연의 기운으로 사는 것이므로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간다는 잘못 인식을 하고 사는 것이니, 스스로 자연을 등지고 또 본성의 주인공을 등지고 마음은 욕심으로 번뇌에 오염되고 자연을 오염시키면서 잘 살기를 바라는 아우성이  어리석음의 소리임을 아는 것이 천지안(天地眼)이다.

 

 

211, 보현행(普賢行)

 

 화엄경 보현보살 행원력은 실천행을 강조하시면서 보살의 마음은 싫어함이 없는 마음이라 하셨다. 신구의 업(身口意 業))에 싫어함이 없는 마음은 신(身)업은 살생은 방생의 생명존엄하고, 훔치는 것은 베푸는 보시를 하고, 사음행은 질서와 양심으로 몸으로 바로 일을 실천하고, 구(口)업은 나쁜 말, 속이는 말, 시비하는 말, 거짓 말을 진실한 말로 입으로는 바른 말을 실천하고, 의(意)업은 탐진치(貪嗔癡)마음을 다스려서 마음으로 바른 득을 실천하라는 것이 삼정(三淨)운동으로 보현보살의 실천 원력이시다.

 

 

212, 무량행(無量行)

 

 58번, 103번, 143번, 153번, 201번, 참조,

 

 

213, 해인심(海印心)

 

 바다 수면이 고요하면 수면에 해도 비치고 모든 형상이 나타나 그대로 보이는 것과 같이 마음도 번뇌가 일어나지 않고 고요하면 편안을 찾고 지혜가 나타나면서 사물의 인연 법을 알아서 과거 현재 미래의 시간과 공간을 통찰하는 것이다.

 

 

214, 수미산(須彌山)

 

 부처님 말씀에 수미산 정상에는 도리천주(兜利天主)가 계시고 천주인 제석천왕이 인간의 수명과 복덕을 다스린다고 하여 사천왕 권속인 사자를 시켜서 사람의 선악을 명부에 기록하여 선악을 분별한다는 것이다. 인도 중국 국경인 티벳트 산맥을 불교에서는 수미산이라 하고 수미산은 아득한 설산(雪山)이라 새벽 햇살이 틀 무렵 햇살을 받아서 찬란한 빛이 비치는 것이 흰 연꽃이 찬란하게 광명을 발하는 것과 같고 눈 산에 눈이 녹아서 물이 흐르는 강을 아뇩달지 라 하여 청량지(淸涼池)라 하고 사회에서는 신근(身根)신앙이 지중하여 지구의 기운이 시작하는 곳으로 유명하여 기운을 받는다 하여 지구인들은 해마다 답사를 한다. 

 

 

215, 청량심(淸涼心)

 

 무엇을 청정심이라 하는가? 모양과 이름이 변화하면서 거듭 태어나는 생명력이 청정이다. 청정은 모양과 이름이 없지만 청정이 모양으로 나타나면 이름이 생기고 청정은 형상으로 변하여 꽃이 피고 열매를 맺어 열매는 거듭 씨앗으로 흙 속에서 움이 트고 자라면서 청정이 생명력으로 지속되는 것이다.

 

 

216, 응심화(應心華)

 

 금강경 말씀에 응무소주이생기심(應無所住已生其心) 응당히 머무는 봐 없이 마음을 내라는 것이다. 응심(應心)은 상(相)이 없이 순응하는 마음으로 싫어함이 없는 마음이고 불 보살의 마음이고 중생의 본 마음이라 할 것이다. 6조 혜능 스님은 출가 전에 시골 나무꾼으로 시장에서 스님의 금강경 독송하시는 염불을 듣고 응심(應心)에서 마음을 깨달아 5조 스님 회상에서 노 행자로 스님의 법을 인가 받았다. 글자도 모르는 시골 나무꾼이 마음을 안 것이니, 요즈음 말로 팔자를 고친 것이다. 지식인들이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로 현대인은 불가사의한 일이라 할 것이고 세상 사람이 웃을 일이고 스님들이 귀가 찰 일이고 천지가 진동 할 일이 불문(佛門)에서 생긴 것이다.

 

 

217, 진언자(眞言子): 진언은 부처님 말씀이다. 부처님 교리(敎理)에는 다라니, 주문, 진언이라 하여 인도 말을 그대로 사용한다. 진언을 암송하면 스님들은 뜻을 모르고 암송하여도 공덕이 있다고 하시고 뜻을 알면 더욱더 좋은 것이다. 염불을 하면서 뜻을 마음으로 관(觀)하면 염불도 하고 선(禪)도 하는 것으로 염불선(念佛禪)이라 할 것이다. 염불이 좋고, 주력이 좋고, 참선이 좋다고 하면서 서로가 야단이지만 염불을 마음으로 관하면 선(禪)인 것으로 염불과 참선(參禪)을 둘로 보지 않는다. 염불과 참선이 마음으로 관하지 않으면 가피력이 없고 삼매(三昧)에 들지 못하고 선정(禪定)에 들 수 없는 것이다.

 

 

218, 지초장(地草藏)

 

 흙에 풀을 잡초라 하지만 풀이 자라는 곳은 흙먼지가 흙으로 변하고 생명이 모여들고 물이 모이고 생명의 근원지가 된다. 바다 변에 잡초는 방파제 역할을 한다. 모래 언덕에 잡초는 모래을 쌓이게 하여 모래 언덕으로 형성되어 해일의 파도가 피해를 주지 못한다. 잡초의 한 잎의 푸르름이 산천을 푸르게 하고 티끌 하나 하나가 지구를 형성하는 것이다.

 

 

219, 죽림월(竹林月)

 

 대밭은 항상 푸르름으로 절개를 상징하고 항상 푸른 생명력이 대단하고 하루 밤사이에 죽순은 일년을 자란 대나무처럼 보인다. 요즈음의 절개의 푸르름은 청정을 말 할 것이고 마음이 청정하면 과거 현재 미래가 편안한 것이고 공기, 물, 흙이 청정하면 생명들은 잘 사는 것이다.

 

 

220, 면목자(面目子):

 

 안면이 있다는 말처럼 서방 정토 아미타불 친견 마정 수기를 중생들은 원력을 세우고 선지식을 친견하기를 원하고 수행하여 성품 보기를 원하고, 면목자는 생사가 없는 본래면목인 본 성품을 말하므로 6조 스님께서 노 행자시기에 혜명스님이 법을 묻자, 선악이전 마음으로 돌아가면 혜명스님의 본래면목이라 하여 오도(悟道)를 하였고, 달마스님은 직지인심견성성불(直指人心見性成佛) 성품을 보면 부처라 하여 달마선(達摩禪)으로 중국은 대 선지식들이 속출하였다. 

 

 

221, 불이성(不二性)

 

 성품은 둘이 아닌 것으로 삼라 만상이 다 마음이란 것이다. 우리가 삼라만상을 마음하고 다르게 보는 것은 시간과 공간의 차이점으로 아득한 긴 시간에서 보면 삼라만상이 다 자신이고 마음이고 부모님이고 형제라는 것이다.
  현재의 몸으로 자신이라 하지만 몸은 100년을 가지 못하고 지수화풍(地水火風)의 자연으로 돌아가고 마음도 자연으로 돌아가면서 인연을 찾는 것이 업(業)이라 살아 있을 적에 행위가 업으로 죽은 후에도 거울에 형상처럼 나타나는 것이 분명하므로 살아 생전에 한 번 말하고 한번 움직이고 한 번 마음씀이 매우 중요한 것이므로 자신의 법이고 자신을 만드는 가피력으로 현재가 중한 것이 바로 선(禪)이고 불심(佛心)이고 본심(本心)이라 마음을 떠나서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사후에 염라대왕이나 아미타불 친견은 미래의 마음으로 현재의 마음을 바로 함으로 사후에 일은 스스로가 그림자처럼 나타나는 것이다. 중생들은 현재의 욕망으로 즐거움으로 살기 때문에 사후에도 아미타불의 정토왕생을 원력으로 삼아 수행하므로 수행하는 현재 마음이 바로 즉심(卽心)이고 선(禪)이란 것이다.

 

 

222, 대승행(大乘行)

 

 대승은 자연스러운 마음으로 집착심이 없는 마음으로 도인의 마음이라 누구든지 이 마음은 있고 이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무아의 세계라 할 것이고 정토라 할 것이다. 정토(정토)는 청정이 생명력으로 모든 생명에 순응하는 마음으로 물처럼 생명에 순응함으로 물은 이름과 형상이 없지만 순응한 대상은 이름과 형상이 니타나는 마음이 대승이고 자연스러운 마음으로 순응하므로 중생의 마음을 수순하여 하나가 됨으로 싫어 함이 없는 정토 세계라 한다.

 

 

223, 보현심(普賢心)

 

 211번 참조.

 

 

224, 대법행(大法行)

 

 부처님 마음을 마하 반야(摩訶 般若)라 한다. 큰 지혜는 부처님 마음으로 죽지 않는 법이고 살아도 집착이 없는 법이라 살아서나 죽어서나 관계하지 않으므로 자유자재한 것으로 대(大)라 한다. 우리의 해법이 마음에 있지만 마음에서 해결하려 하지 않고 부처님을 찾아서 빌고, 빌고 절을 하고 소원을 말하고 내 마음에서 바라는 것이라 부처님전에 의지하여서면 부처님 마음으로 돌아가라 번뇌도 부처님에게 받치고 소원도 부처님에게 받치고 부처님 마음으로 돌아가라 사바하, 사바하 모두가 원만 성취 할 것이다.

 

 

225, 자비행(慈悲行)

 

 169번 참조. 
 

부처님 마음을 자비심이라 하여 사생자부(四生慈父)라 생태계의 태란습화(胎卵濕化) 태로 나는 생명, 알로 나는 생명, 습기에서 나는 생명, 변화하여 나는 생명을 다 구제하시는 대 자비심이시라 하여 자부(慈父)라 하시고, 사람은 자식에게 부모의 사랑이라 하여 조건이 없이 주는 마음이고, 이러한 마음이 모든 생명에 있고 생명존엄인 것이다. 부처님의 자비심은 시들어 가는 풀에 한 모금 물을 주는 마음으로 스스로가 실천 할 수 있는 생명의 소리가 자비이다.

 

 

226, 전법심(傳法心)

 

 풀에 물주는 마음이 전법심이고 내 마음에 자비심을 전하는 것으로 생명이 살아가는 길에는 자연의 혜택을 받지 않고는 생명이 살 수 없으므로 공기, 물, 흙에 감사와 은혜하는 마음으로 자연을 보호하여야 한다. 흙 속에 비닐, 병, 쇠 조각 이 들어가면 500년을 썩지 않고 오염되는 것이니, 일상생활에서 스스로가 종이류, 병, 프라스틱, 비닐등 쓰레기를 분류하는 습관이 전법심이다. 성지곡을 가면 성지 계곡 포장 도로에 휴지가 뒹구는 것을 보면서 스스로가 휴지를 빨리 가서 주어야 할 것을 아직도 망설이고 남의 눈치를 보면서 자신의 아만을 나타나고 있는 자신을 볼 적에 아직도 마음 공부가 멀어구나 마음속으로 인정하고 성지곡 입구에 관리비를 받는 곳에 마땅히 입장료를 내고 관리 시책에 감사를 해야 하는 마음을 느낀다.

 

 

227, 미타심(彌陀心)

 

 74번, 108번, 170번, 참조.

 

 

228, 혜림화(慧林華)

 

 지혜의 숲을 사찰이라 하고 총림이라 하여 천년 고찰로 선원, 강원, 율원, 염불당, 종무원이 구비되어 수행인이 3백을 넘는 선불장(選佛場)으로 수행 도량이다. 수행도량을 찾아 산 속 숲 터널을 지나면 공기가 상쾌한 것이 정신이 맑아지고 흙 접촉이 솜 덩어리 밟는 느낌이고 숲 속의 푸른 나무 잎새들이 바람에 움직이는 모습이 공연장에서 춤추는 푸른 옷을 입은 색시처럼 보이고 헤아릴 수 없는 눈앞 잎새들의 이야기들을 보고 듣고 하면 자연스럽게 하나가 되면서 물소리 바람소리가 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청정법신 부처님의 설법인 것이다.  

 

 

229, 금선자(金禪子)

 

 부처님 제자들을 존칭한 말로 처음하는 말이다. 부처님의 아들딸들로 부처님의 마음과 언행을 배우고 실천함으로 부처님 길을 가는 생명에 선지식들이고 선구자로 뜻을 모르고 한 마디 나무 관세음보살님 하여도 관세음보살님이 함께하시는 것이고 관세음보살님의 마음이고 언행을 실천하는 것이라 염불(念佛)하는 마음은 스스로의 마음에 진리를 실천함이니, 생명이 병들고 죽거나 불안 할 적에 관세음보살하면 편안을 얻는 것이고 스스로 시기, 질투, 미운 마음이 사라지고 없는 것이니 뜻을 모르고 하는 염불이라도 공덕이 있는 것이다. 마침 아침 이슬 길을 다니면 옷을 적시는 것과 같다.

 

 

230, 무심행(無心行)

 

 함이 없는 마음으로 상(相)에 머무는 마음이 아닌 마음은 모양과 이름에 집착하지 않는 마음으로 오로지 일심으로 화두나 염불 주력을 하는 것으로 도(道)을 성취하겠다는 마음이 없이 지속적으로 정진이 여일하면 바로 공부인이라 할 것이고 도(道)을 성취하겠다는 마음이 있으면 상(相)에 집착하므로 공부가 순일하지 못한 것이다. 극락 가겠다고 애를 쓰고 욕심을 부린들 극락을 가지 못하는 것이고 앞면이 있다 하여 극락을 가는 것도 아니고 극락을 가려면 마음이 청정하고 언행이 청정하면 누가 오고 가라 하지 않아도 가는 아주 평등한 곳이다.

 

 

231, 불심행(佛心行)

 

 71번 참조.

 

 

232, 관조(觀照)

 

 방안에 빛살이 들어오면 미세한 먼지가 눈에 보이는 것처럼 마음이 고요하면 먼 과거의 생각을 관조 할 수 있으므로 마치 고요한 달밤에 숲 속 옹달샘 속에 보름달이 나타나고 주위 풀밭에 귀뚜라미 소리가 청명하게 들리면 깊은 사색을 하면서 달을 바라보면 하늘을 가로지르는 별의 무리 하늘 다리인 은하수는 칠석날 오작교의 전설을 추억한다. 이러한 관조력은 마음의 힘으로 사물의 이치를 관찰하는 심리가 나타나고 심리 작용은 언행을 관파하여 정사(正邪)의 이치가 확연하게 나타나는 것이 고요한 수면에 보름달을 보는 듯 하다.

 

 

233, 무염심(無染心)

 

 77번 참조.

 

 

234, 보명심(普明心)

 

 넓고 밝은 마음으로 허공이 크다지만 마음에 비교하면 태평양 바다에 조각배와 같다는 것이고, 스스로의 마음이 얼마나 큰지 짐작 할 만 하다. 마음을 깨달으면 밝기는 태양보다 밝음이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태양보다도 깨달음의 광명은 비교 할 수가 없는 것이라 마음의 넓고 밝음은 헤아릴 수 없다.

 

 

235, 무애심(無碍心)

 

 160번, 199번 참조.

 

 

236, 자성월(自性月)

 

 자성(自性)은 스스로의 마음 주인공을 말한다. 스스로가 주인공아 하면 대답을 하고 아버지하면 주인공이 대답을 하고 아들아 하면 주인공이 대답을 하고 손자야 하면 주인공이 대답을 한다. 대답하는 주인공은 아버지, 아들, 손자가 아니면서 주인공이 대답을 하는 것이다. 마치 물이 생명에 순응하면 물이라 하지 않고 생명의 모양이 주어지고 이름이 주어지면서 아무개 하는 것이고 물이라 하지 않는 것으로 주인공은 말이 없지만 모양이나 이름으로 나타나면 보고 듣는 사람이 부르기도 하고 답하기도 하는 것이다.

 

 

237, 향산월(香山月)

 

 향산은 원력을 말한다. 원력은 중생의 가능성이고 새로움의 창조력으로 무한한 잠재력 개발이고 관심(觀心)하면 새로움이 나타나는 것이다.한 사람의 창의력을 인터넷이나 글을 써어 전달하면 바람으로 빛으로 언어로 전달되고 TV나 라디오의 빛으로 소리로 전하면 보고 듣는 사람의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달되면서 전 세계로 전달됨은 순간적으로 전 인류에 가치관의 영향을 미친다. 사람들이 변화하는 것을 싫어하는 이유는 기존의 시스템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경제력이 문제인 것이다. 물을 연료로 하는 자동차가 나오면 기름 자동차는 사라지고 말 것이다. 모든 시스템이 바꿔고 공장들은 전업을 하여야 하기 때문에 야단이 나는 것이다. 그러나 미래는 항상 도전과 창의력이 새로움으로 살길인 것이다.

 

 

238, 보광명(普光明)

 

 부처님의 광명이 삼천대천 세계에 두루함이니 생명에 환희요, 빛이다. 부처님의 깨달음의 빛은 전무 후무한 힘이고, 태양의 빛으로도 생명들은 잘 자라고 빛의 생명력은 절대적이고, 전기의 발명은 인간 생활에 얼마나 큰 힘인가? 성냥불의 힘도 대단하지, 마음의 빛은 모든 빛보다도 비교할 수 없고 미래의 에너지 개발은 바다 파도의 힘이나 밀물 썰물의 힘이나 번개의 힘, 태양의 힘, 지구의 힘, 달의 힘으로 자연의 힘을 사용하면 공해가 없는 에너지를 사용하면 공해가 없을 것이다.

 

 

239, 무량심(無量心)

 

 58번, 103번, 153번, 201번, 212번, 참조.

 

 

240, 무생인(無生印)

 

 무쟁삼매(無諍三昧)는 다툼이 없는 마음으로 아라한과(阿羅漢果) 소승의 최상승 마음의 경지로 두두물물이 마음 아님이 없는 것을 인연법으로 관찰하면 시간과 공간의 차이점으로 하나임을 알고 스스로 호흡의 생명이 자연의 은혜을 입고 사는 것을 체험하면서 감사할 줄 아는 것이고 모르면 어리석음으로 중생의 번뇌인 것으로 생명력은 공기의 호흡이고 빛의 생명력이고 흙의 먹거리인 것이니 생명력이 없으면 죽은 것이라 스스로의 생명력은 자연으로 바로 자신인 것이니 싫어함이 없는 무쟁삼매의 무생인이다.

 

 

241, 여실행(如實行)

 

 실다움은 싫어함이 없는 마음으로 집착심이 아닌 것이다. 몸의 육안(肉眼)으로 보면 형상과 이름으로 보고 듣고 알고 하지만 심안(心眼)은 마음으로 관하면 형상과 이름을 초월하여 집착하지 않고 가치관으로 과거 현재 미래를 상통하는 것으로 더 나아가서 천안(天眼), 법안(法眼), 불안(佛眼)이 있다.

 

 

242, 법보화(法寶華)

 

 스스로의 행위가 법이고 진리인 것이다. 스스로의 행위가 나타나 바람으로 전하고 빛으로 전하고 입으로 전하고 몸짓으로 전하고 삼라만상으로 전하는 것이다. 나무 잎새의 움은 봄이고 가랑잎은 가을이고 단풍잎으로 겨울이 오는 것을 알고, 바닷물은 짠맛이고, 산 넘어 연기를 보면 산불이 난 것을 알고, 혹자는 화(嗔)가 눈에 보이느냐? 하여 눈에 보인다고 하자 어떻게 보이느냐? 하여 너의 얼굴이 화가 나면 붉게 변하고 눈이 충혈 되고 머리에 열이 나는 것을 볼 수 있지 이것이 화가 보이는 것이다.

 

 

243, 법통행(法通行): 움직임이 법이다. 손으로 물건을 잡고 움직이면 물건이 자리를 옮기므로 역할이 바뀌어지므로 생각도 다르게 된다. 흙 속에 금맥은 금이지만 사용할 수 없고 발굴하여 흙, 돌, 금으로 분류하여 금으로 제련하면 마음대로 물건을 만들어 사용하여 신통묘용의 법통행이다.

 

 

244, 자장심(慈藏心)

 

 부처님의 자비심이 청정법신의 사리로 자비심을 나투어 보이신 적멸보궁으로 자비의 보배 창고를 중생에게 보이신 것으로 자장심은 자장스님의 마음이라 할 것이다. 신라 자장스님은 통도사와 같이 5대 보궁을 개설하시고, 백제 땅에는 자장가의 백제 향가는 작자가 없이 백제 동서 도솔천(東西 兜率天)인 현재 천안(天安)인 백제 목천민들이 광덕사 신도들이라 자장스님께서 당나라에서 귀국 길에 백제 땅인 현 천안 광덕사에 안주하시다가 신라로 가시자 자장스님을 기리는 마음으로 자장스님을 노래한 것이 자장가(慈藏歌)로 백제 향가(鄕歌)라 할 것이다. 자장가는 백제 향가로 입으로 구전되어서 있지만 역사성이 빈약하여 더욱더 연구가 요망된다. 특히 사리 탑파 문화는 자장스님께서 신라에 성행시켜 시었고, 나당에 멸한 백제시기 향가인 자장가는 백제 마지막 왕인 의자왕의 나라를 기리는 슬픔과 자장스님을 기리는 마음으로 시대를 노래한 자장가는 목천민들은 나라의 변천을 마음으로 표현한 노래라 할 것이고 작자가 없이 입으로 전하여 민심으로 내려오면서 일정한 가사나 곡조가 없이 시절의 애환이나 심정을 서민들이 표현하면서 사찰의 스님인 부처님의 자비심에서 자장스님을 기리는  일반인으로 대중화되면서 서민의 마음으로 입으로 스스로의 리듬으로 마음의 노래인 것으로 전쟁간 님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애환으로 부인이 자식을 보면서 마음으로 노래한 것이고 홀어머니가 시간을 기다리는 서민의 마음으로 전한 것이 자장가(慈藏歌)이므로, 이름만 있으면서 백제 지역에서는 애환을 콧노래로 흥얼거리는 풍습이 말없이 전하여 오고 있고, 신라에는 사리 문화로 신라인의 정신을 바르게 한 것이고 자장가의 향가는 백제가 멸하면서 자장스님을 기리는 마음으로 노래한 것으로 자장가는 백제 향가라 할 것이고, 지금도 백제 땅인 충남 천안 광덕사 대웅전 입구에는 통일신라시기에 조성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해치(해태)상이 존재하고 있다. “해치는 중국 진나라시기에 선정(善政)을 바라는 뜻에서 짐승의 장점을 모아서 동물 형상을 만들어 황제 앞에서 요즈음의 거짓말 탐지기 역할을 한 것으로 본래는 해치를 우리나라 조선말 대원군이 해태 라 하여 현재 소방인들의 심불 마크이고 해태 제과의 상표이기도 한 것이다.
                

                               (천안 소방학교장 제공).        
  
해태상을 모신 곳은 재앙을 막아 준다는 이미지가 있어 풍수 지리적으로 화혈(火穴)터로 불이 잘 나는 곳으로 불의 재앙을 막는 뜻으로 대원군이 경복궁이 3번이나 불이 나서 경복궁 앞에 해태 한 쌍을 모시고 난 후부터 불이 나지 않았고, 지금도 대한민국을 재앙에서 지키고 남북이 전쟁 없이 하나 되기를 염원하고 있다. 자장스님께서 중국 유학하시고 귀국 길에 백제 땅 현재 천안 광덕사에서 머물러 계시다가 신라로 가시자 불자들이 자장스님을 생각하여 자장 자장하여 백제 신라 당나라의 관계를 예시하고 있는 것이고, 결국은 신라가 당나라와 유대하여 백제가 멸하고 통일신라가 생긴 것이니, 자장가와 해태상은 통일신라의 탄생을 말한 서민들의 마음에 표출이므로 백제의 향가인 자장가와 해태상은 그 시대의 위기를 말한 것으로 광덕사가 자장가의 근원지란 것을 말하고 있다.

 

 

245, 문수자(文殊子)

 

 문수 보살님은 지혜를 상징하시고 대승사상에서는 모든 불보살님의 어머니라 하고 모든 불보살님들이 지혜에서 탄생하신다고 말씀하신다. 중국 국청사에 한 거지가 절 앞 음식 찌꺼기 모우는 꾸중물통에 음식 찌꺼기를 건져서 죽을 끊어서 먹으면서 살았다. 자주 나타나 마을을 다니면서 제사 집이나 결혼 잔치 집에 다니면서 음식을 얻어 먹으면서 살아가는데 거지가 결혼하는 부부를 보니 신부가 전생에 신랑의 어머니인 것을 모르고 부부 결혼을 하니 거지가 박장대소를 하다가 사람들에게 미친 사람으로 꾸중을 듣곤 한다. 또 한 번은 제사 집에 가서 구걸을 하는데 제사 상에 돼지 머리가 제사 집에 아들의 아버지가 전생에 그 집 돼지로 태어난 것을 모르고 아버지 제사상에 전생 아버지인 돼지를 잡아서 제사를 지내고 있으니 얼마나 웃으운가 박장대소를 하니 제사 집에서 미친 거지가 왔다면서 부정스럽다 하고 물를 뿌리면서 몽뚱이로 문전 박대를 한다. 한 번은 목장을 지나는데 황소 무리를 보니 전생에 절에 율사스님으로 수행을 하였는데 황소가 된 것이니, 거지가 율사 이름을 부려니 으음하면서 대답을 하고 또 다른 스님 이름을 부려니 으음하고 답을 한다. 하루는 국청사에서 보살대계(菩薩大戒)를 한다고 전국 큰 스님들이 비단 가사를 입으시고 법당으로 가시는데 거지가 앞에서 얼정거리자 스님이 청정한 법회에 추한 거지가 앞을 막는다고 나무라시자 거지는 성안내는 것이 계(戒)라 한다, 거지가 대승계(大乘戒)를 설한 것이다. 하루는 풍간이란 스님이 고을을 지나면서 정자나무 아래에 쉬고 있는데 큰 대궐 집에서 울음소리가 들려 집을 찾아가 영문을 물어보자 고을원의 집으로 무남독녀가 병이 나서 죽게 되었다 한다, 찾아간 스님에게 고을원은 병을 고쳐달라는 것이다, 스님은 정수 한 그릇을 가져오라 하여 청정수를 뿌리고 염불하시고 돌아가시자 고을원이 스님은 어디에 계시는 스님이냐고 묻자 국청사에 가면 한산 습득이란 문수 보현이 있는데 모든 사람이 미친 거지라 한다고 하면서 거지한데 물으면 알 것이라 한다. 고을원은 국청사를 찾아가 보니 마침 거지가 있는데 풍간이란 스님 말씀을 들었기에 거지에게 큰절을 땅에 하니 거지가 박장대소를 하면서 고을원을 도덕놈이라 하고 도망을 하니 사찰 스님들은 고을원님이 찾아온 것을 반기면서 인사를 하고 주의를 하면서 안절부절이시고 고을원은 도망가는 거지를 따라 가니 풍간이가 헛뜬 소리를 하여구나 하면서 풍간은 아미타불 화신이라 하고 풍간스님은 거지를 한산 습득으로 문수 보현이라 하여 문수 보현의 화신인 것을 안 것이니, 원님은 도망간 거지가 바위굴로 들어간 것을 보고 가서나 사라지고 친견을 못하여 사찰에 돌아와 그 분의 행적을 스님들에게 물어보니 항상 미친 사람처럼 마을을 웃고 다니면서 바위나 벽에 글을 써놓는다는 것이다. 원님이 마을을 다니면서 글을 수습하니 360여수의 지금에 현존하는 한산시집(寒山詩集)의 내용이다. 국청사는 천태지자가 생명존엄을 실천한 도량이지만 천태종의 종주라 할 것이고 부처님의 생명존엄 사상이 다시 일어난 방생의식으로 현존하는 염불 방생의식으로 성형되였고, 고려에서는 교종(敎宗)이 강화되어 과거 제도로 국사 왕사가 생긴 것이고 서민이 국정에 참여하는 제도가 일어나 새로운 국력이 되었고, 조선에 선교 양종(禪敎 兩宗)사상으로 조선 영조시기 벽파스님의 살활구가 일어나고, 조선 말기 초의(草衣)스님은 선다일미(禪茶一味)의 생활선(禪)을 주장하셨다. 지금의 대승사상인 삼정(三淨)에서 보면 부처님의 10계(戒)나 미래의 미륵불의 10선(善)사상이 우리의 신구의 삽업(身口意 三業)으로 몸과 입과 마음의 행위인 것이니, 스스로가 마음으로 바른 뜻을 실천하고, 입으로 바른 말을 하고, 몸으로 바른 일을 실천하면, 스스로가 가피력을 성취하는 것이니, 바로 청정본심인 것이다. 삼정(三淨)은 바른 뜻, 바른 말, 바른 일로 스스로의 행위인 것이라 스스로의 법이고 삼라만상의 법이다. 문수의 지혜는 모든 성인의 어머님이시므로 지혜가 인연으로 나타나면 이름과 형상이고 빛이고 물이고 흙이라 할 것이다.

 

 

246, 보현심(普賢心)

 

 28번, 106번, 211번, 223번, 참조.

 

 

247, 삼보장(三寶藏)

 

 

 불, 법, 승(佛法僧), 부처님, 법, 제자를 삼보(三寶)라 하여 세 가지 보배라 한다. 해(佛)와 햇빛(法)으로 모든 생명력(僧)을 얻어 살아가는 생명 세상을 말한다. 스스로의 마음의 불(佛)인 본성(本性)을 말하고 본성이 형상과 이름(法)으로 나타나서 마음(意)으로 분별을 하고, 말(口)을 하고, 행동(身)의 삼업(三業)으로 실천(僧)하는 것이다. 
  

 

248, 무불심(無佛心)

 

 부처가 없다는 것이고 본성이 없다는 것이다. 금강경 말씀에 시명(是名) 이름이 반야(般若) 지혜 라 한 것이지 지혜라 할 것이 없다. 여여(如如)는 여래여거(如來如去) 여여이 오시고 여여이 가심으로 왕래가 없는 자리를 여여 라 한 것이다. 부처의 본성은 거래가 없어 허공에 충만한 것이고 부처라 할 것이 못됨으로 이름하여 방편으로 부처 라 한다.

 

 

249, 면목자(面目子)

 

 

 220번 참조.  

 

 

250, 정토궁(淨土宮)

 

 

 75번, 147번, 참조.  

 

 

251, 법행심(法行心)

 

 

 89번, 131번, 참조.  

 

 

252, 무변심(無邊心)

 

 

 63번, 102번 참조.  

 

 

253, 공덕장(功德藏)

 

 

 135번, 146번 참조.  

 

 

254, 자광심(自光心)

 

 13번, 15번, 79번 116번, 126번, 137번, 208번, 참조.

 

 

255, 법향심(法香心)

 

 법의 향기는 봄철이면 산천에는 꽃의 향기가 진동하지만 나비와 벌이 없다는 것이니 자연 오염으로 무골충이 살지 못하는 것으로 도시가 오염되었다는 것이다. 도시 거리 자동차의 매연으로 거리 꽃에는 벌 나비가 없고 누애 애벌레를 거리 뽕나무 잎에 두면 하루를 못 가서 죽어 가고 시골 농사철에 농약을 사용하여 땅심이 산성화되어서 곡물 맛이 쓰고, 메뚜기, 올챙이, 소금쟁이, 미꾸라지, 반딧불이, 다슬기, 잠자리, 벌, 나비, 개구리, 물뱀 등의 먹이 사슬이 사라진 것이다. 에너지가 오염되면서 법향(法香)은 사라진 것이고 오염이 청정으로 변한다면 인체에 암이란 불치병등 난치병을 반 이상 청정으로 치료하는 것이다.

 

 

256, 여래성(如來性)

 

 여래성은 부처님 마음으로 중생의 본성을 말한다. 두두물물이 생명존엄이 평등하여 에너지를 공급받지 못하면 생명은 죽는 것이므로 공기가 없으면 씨앗이 싹이 트지 않고, 도 공기는 물질을 썩게 하여 생명에 영양분으로 생명을 영양분으로 생명을 자라게 한다. 사람이 먹고 배설한 물질은 썩고 부식되고 냄새가 나지만 오염이 아닌 것은 식물이 먹으면 영양분이 되고 지런이가 기름 찌꺼기 오염물을 먹고 배설한 부토는 식물에 영양토로 곡물이 매우 잘 자란다. 법을 배우고 수행하여 실천하는 자로 항상 생명에 선지식으로 생명존엄을 찾아서 서로서로 상생하는 것이다. 나무 한 그루가 자라면 경제적 이익이 헤아릴 수 없다는 것은 공기를 맑게 하고 홍수와 가뭄을 조절하고 열매는 생명들에 양식이고 나무 잎은 다시 낙엽 되어 썩어서 영양분으로 공급되는 것이니 얼마나 생명에 봉사하는가? 불자의 귀의자는 나무 같은 마음으로 사회의 오염을 청정으로 환원시키는 선구자가 된다면 선지식이라 할 것이다.

 

 

258, 장엄화(莊嚴華)

 

 장엄은 극락장엄이 수승하고, 아름다운 것을 말하므로, 산천에 꽃이 피어서 아름답고, 도시의 밤거리가 아름답다는 것은 불빛의 아름다움을 말하고, 가을 밤 하늘의 은하수가 아름답고, 옛적에는 시골 밤거리 반딧불이가 하늘 은하수처럼 아름다운 추억을 하고, 요즈음은 청정 운동으로 겨울철 철새가 무리로 찾아오는 무리 춤을 보면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낀다.

 

 

259, 감로자(甘露子)

 

 감로자는 하늘 이슬이라 하여 성수(聖水)를 말한다. 관세음보살님이 약병을 드시고 중생을 병고를 보살피시는 분으로 감로수는 하늘 이슬로 생명수이므로 생명이 물을 먹으면 잘 사는 것처럼 중생이 감로수를 마시면 번뇌가 사라지고 병은 치료되고 죽을 생명은 희생하는 것이니, 중생에게는 다함 없는 약수인 것이다. 관세음보살님을 열심히 부르고 삼매에 들면 관세음보살님이 감로수도 주시지, 경기도 양평 수입리 천은사는 30년 된 쓰레트 집으로 지금은 불에 타서 사라지고 자신이 살면서 모신 키 한 질 되는 청동 아미타 좌불을 모셨는데 마을 사람들이 시간만 있으면 부처님전에 절을 하고 기도를 하는데 하루는 마을 신도가 찾아와 관세음보살 영험 이야기를 하신다.
  자신은 평상시 다리가 아프고 쑤시는 고통이 심하여 저녁이면 손자들이 항상 다리를 만져야 하는데 하루는 부인 따라 절에 가서 법당 벽화에 흰 모습을 한 관세음보살님에게 절을 열심히 하였는데 그 날밤 꿈에 흰 보살님이 나타나시어 다리가 아프지 다리를 보자고 하시드니 팔뚝 길이 만한 금침으로 다리에 놓아 관통을 하여 두렵고 신기하기도 하여 감사하다고 하니 걱정하지 마라 하시고 방을 나가시는데 꿈에서 깨어 보니 이상도 하고 너무나 생생하여 부인에게 이야기 하니 관세음보살님을 친견한 것이라 하여 그 후로는 다리가 너무나 신기하게 치료 되었어 스님에게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다.

 

 

260, 진언자(眞言子)

 

 진언은 부처님 말씀으로 인도 문자대로 사용하면서 긴 것은 다라니 라 하고 짧은 것은 주문, 진언이라 한다. 스님이 꿈속에서 신묘장구 대다라니 삼매 이야기를 하고자한다. 어느 날 꿈에 아득한 산중 계곡속으로 지나가는데 산 전체가 암반으로 돌이끼가 무성한데 자세히 이끼속을 살펴보니 산 전체가 섬세한 조각 탑으로 형성되어 있고 안개속 협곡을 지나서 산 아래 부분은 보이지를 않고 절은 산 정상으로 입구를 칡 넝굴을 잡고 지나면서 절에 도착하여 보니 법당마다 기도 손님이라 대웅전을 참배하고 나오면서 기둥 위에 중 도리에 그림 단청이 용 그림인데  용 몸통 부분에 구멍이 있어 구멍이 생겼다 하고 손 가락으로 누르자 도리 용 그림이 움직이는 용으로 변하여 나에게 달여드는 것이라 뒤로 물려서면서 피하는데 자꾸 달려드는 것이라 순간에 신묘장구 대다라니 주문을 일심으로 하니 용이 물려가면서 기둥 위에 도리로 돌아가는 꿈이라 깨고 보니 이상도 하고 참으로 기이한  꿈이로구나 스님이 꿈에 다라니 삼매에 들어서 번뇌를 조복 받는 성취 꿈으로 그 후에 천안 광덕사 주지 임명을 받아 백제 천년 고찰 자장스님의 도량이었다.

 

 

261, 묘법행(妙法行)

 

 부처님 법을 미묘법이라 한다. 마음은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닌 것이라, 있다 하면 있고 없다 하면 없는 것이니,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모든 것이 마음이란 것이다. 마음으로 있다고 믿으면 있는 것이고 없다고 믿으면 없는 것이지, 마음은 푸르고 흰 것이 아니지만 푸르고 흰 것을 보면 푸르고 희다고 하므로 마음이 푸르고 흰 것이 아니므로 푸르고 희다하는 것이므로 푸른 것도 마음이고 흰 것도 마음으로 푸르고 희다 한 것이니, 유무(有無)에 자유자재 한 것이다.

 

 

일법자(一法子)

 

 마음 법을 일법(一法)이라 하고 일미(一味)라 한다. 의상스님 법성게(法性偈)에 일미진중함시방(一味塵中含十方) 한 맛 중에 우주가 있다는 것이다.
  바다의 한 맛은 짠 맛으로 바다를 알 수 있고, 산천은 푸른 한 잎으로 푸른 산천을 알 수 있다. 서울에서 장미하면 부산에서는 사랑이라 하지, 부산에서 난초하면 서울에서는 청정이라 한다. 부산에서 손 바닥을 보이면 서울에서는 주먹을 보이지, 부산에서 손을 잡으면 서울에서는 손을 뿌리친다. 음양이 다르듯 하지만 음양의 도리가 생명력인 것이다.

 

 

263, 인욕행(忍辱行): 참는 것은 지혜와 복덕이 증장된다. 진심(嗔心)이 일어나도 참고 시간이 지나면 전화위복(轉禍爲福)으로 재앙이 복이 된다. 재앙과 복이 서로 다른 것이 아니고 재앙을 참고 견디면 복이 되는 것은 한 번 참으면 이해하고 두 번 참으면 용서하고 세 번 참으면 자비심을 실천 할 수 있는 것으로 한 번 두 번 깊이 생각을 하면 마음으로 관찰하는 지혜가 생기는 것이다.

 

 

264, 선정심(禪定心)

 

 

 바다 수면이 잠잠하여 수면에 해도 나타나고 달도 나타나 수면에 모든 것이 나타나듯 선정심은 마음에 번뇌의 파도가 없기 때문에 마음의 가치관으로 관찰 할 수 있는 지혜가 생기는 것으로 과거 현재 미래의 시간과 공간을 축소하고 넓히기도 하여 자유자재하는 힘이 생기는 것으로 지혜라 한다. 
  

 

265, 지혜심(智慧心)

 

 거울에 때가 없이 청정하면 모든 형상이 그대로 나타나는 것처럼 지혜는 스스로의 마음에 때가 없으면 현상의 모양과 이름의 과거 현재 미래의 시간과 공간으로 일어나는 형상과 이름까지도 다 나타나는 인연법을 아는 것이니, 지혜의 눈은 몸의 눈이 아니고 마음의 눈으로 형상과 이름에 집착하지 안는 것이다.

 

 

266, 법륜행(法輪行)

 

 부처님 법 전하는 것을 수레바퀴가 굴리는 것처럼 쉼이 없이 굴리는 것을 말한다. 수레바퀴가 정지하고 움직이지를 안으면 수레바퀴의 역할을 못하는 것으로 법은 움직이는 것을 말한다. 하늘과 땅의 냉온의 기온이 쉴 사이가 없이 생명력으로 나타나고 용광로 쇠물도 생명력으로 열의 기운이 최상승으로 올려면 단단한 쇠가 물처럼 움직이는 것이라 마음대로 모양새를 만드는 것이다.

 

 

267, 관조심(觀照心)

 

 232번 참조.

 

 

268, 법진행(法眞行): 법의 성품이 본래 모습으로 청정의 생명력이라 할 것이다. 생명력은 무수한 모양과 이름으로 변화하면서 지속되는 것으로 모양과 이름에 집착하지 않고 모양과 이름에 순응하므로 물이 모양과 이름에 순응하듯 싫어함이 없는 것으로 모양과 이름이 주어지면 이름과 모양에 주인공이지만 집착하지 않으므로 마치 물과 빛, 흙의 에너지는 불성(佛性)이므로 주인공이지만 모양과 이름에 항상 순응하는 것이니, 집착이 없으므로 싫어함이 없는 불보살의 마음이고 우리 생명력으로 자유자재하고 영원한 것이다.

 

 

269, 일심행(一心行)

 

 

 262번 참조. 
  

 

270, 일념심(一念心)

 

 5번, 197번, 262번 참조. 
 

한 마음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것으로 우주 공간을 초월하는 것으로 우주 공간에 마음이 가득하여 틈이 없는 것으로 불심충만허공(佛心充滿虛空) 부처님 마음이 허공에 충만하다는 말처럼 마음이 허공에 가득하여 지구 반대에서 일어나는 일을 움직이지를 않고 직시에 한국에서 TV나 라디오를 보고 듣고 아는 것이다. 소리와 빛이 허공에 가득하여 가고 올 것이 없는 것으로 여여(如如)라 한다.

 

 

271, 직심자(直心子)

 

 바른 마음이라 곧 바로 현재 마음으로 부처님 마음을 실천하면 과거 현재 미래가 하나인 것이다. 호흡지간에 번뇌, 진리, 모든 생각을 놓아 버리고 곧 바로 부처님 마음을 실천한다면 부처님 마음이라, 자성불(自性佛)을 체험하는 때이라 직심(直心)이 곧 선심(禪心)인 것이다.

 

 

272, 견성자(見性子):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성품을 본다는 것이다. 마음으로 보고 듣고 하는 것이지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것이 아니다. 마음으로 소리와 형상을 관찰하면 소리와 형상의 시절 인연을 알 수 있고 시비 선악의 원인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성품을 본다는 것은 청정한 마음을 말하는 것이다.

 

 

273, 일해장(日海藏)

 

 해와 바다는 해는 빛의 생명력을 발산하고 바다는 모든 오염을 받아 드려서 청정을 만드는 근원지이다. 해, 달, 지구의 관계가 바다의 밀물, 썰물이 나타나고 지구의 중력은 해와 달의 관계로 물질을 단단하게 하는 기운의 작용으로 당기는 힘이 발산되고 공기의 보호막으로 대기권으로 생명이 지구에 생존하고 땅에서 다니는 것은 지구의 중력 때문이다. 지구가 둥근 것이라 허공에 둥둥 자전을 하는 것으로 지구 공기의 압력이 없으면 허공으로 다 추락하고 말 것이다. 지구의 공기는 생명력으로 생명에서 발산되어 생기는 것이고 나무가 많으면 많을수록 공기가 청정한 것으로 나무 숲이 공기를 청정하게 하는 공장인 것이다.

 

 

274, 삼매심(三昧心)

 

 탐진치(貪嗔癡) 삼독심이 일어나지 않으면 삼매심이라 할 것이다.삼독심은 마음을 병들게 하고 마음을 죽이는 독약으로 삼독심이라 한 것이고, 6적(賊)은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 눈․귀․코․혀․몸․뜻이 마음을 병들게 한다 하여 6가지 도적이라 한 것이다. 이 도적을 조복하면 주인공을 찾는 삼매력인 것이다.

 

 

275, 일행자(一行子)

 

 생사 업장(生死 業障)으로 윤회하지 않는 자를 일행자 라 한다. 마음을 깨달으면 업장(業障)에 따라 다니는 것이 아니고 저승의 사자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고 염라대왕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며 죽음이 두려운 것이 아닌 것이다. 중생을 구제하고자 방편으로 화신으로 오시는 것이고 지장보살님처럼 지옥 고통을 구제하고자 지옥을 선택한 것이고 사바 세상의 고통을 구제하고자 세상에 천백억 화신으로 오신 부처님이시다. 일행자(一行子)는 중생을 위하여 청정법신(淸淨法身)으로 오시는 것이지 생사업(生死業)하고는 관계가 없는 것이다. 아미타경(阿彌陀經)에는 극락 세계에 아름다운 소리를 하는 새들은 업보 소생이 아니라 아미타불께서 설법하고자 만든 생명이란 하셨다.

 

 

276, 법계성(法界性)

 

 청정법신(淸淨法身)을 찾는 것이니 청정법신은 이름과 형상이 있는 것이 아니고 청정법신불이라한 것은 중생을 위한 방편이라 할 것이다. 청정법신이라 할 것이 없는 것이지만 이름하여 청정법신이라 할 것이다. 청정은 물처럼 사물에 순응하면 물이 사물에 순응하면 물이 사물의 형상과 이름으로 나타나면서 형상과 이름으로 부르지 물이라 하지 않는 것처럼 청정법신을 문자나 언어에 집착하면 당처를 알지 못한 것이다.

 

 

277, 무진행(無盡行)

 

 불보살님의 원력이 다함이 없고 중생의 원력이 다함이 없는 것이 미래가 다함이 없는 것이니 중생이 다함이 없고 세계가 다함이 없는 것이 중중무진( 重重無盡)이라 삼라만상이 마음 아닌 것이 없다는 것은 마음을 항상 긍정심을 하면 긍정의 세계가 나타나고 부정하면 부정한 세계가 나타나는 것으로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 모든 것이 마음이란 것이다. 

 

 

278, 보해궁(普海宮)

 

 부처님 말씀이 말세에는 바다속 용궁에 보장되어 있다는 것이라 하고 대승 보살인 용수보살님은 용궁에서 경전을 가지고 왔다는 말씀이다. 보해궁은 불 보살님의 다함 없는 원력이시고 중생의 다함 없는 원력을 말한다.

 

 

279, 해운심(海雲心)

 

 중생의 원력을 해운심이라 할 것이다.
  보디 사드바는 인도 말인데 보살(菩薩)이라 깨달은 중생이라 하여 각유정(覺有情) 깨닫기는 하여서나 중생을 위하여 생사를 거듭한다는 것이다. 
  생명의 존엄성을 부처님께서 말씀한 것이고 스스로가 서로서로 가르치고 배우고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생의 원력이다.

280, 지성해(池成海): 150번 참조.

281, 연산자(蓮山子): 연산은 정토를 말하고 사찰 주위의 산 형국이 연꽃처럼 겹겹이 둘려 싼 산새를 보면 참으로 기이한 마음이 일어난다.
  부처님께서 오탁 악세에 물들지 않으시고 진리를 깨달으신 것으로 흰 연꽃에 비유하고, 미타경에는 극락에는 사람이 연꽃 속에서 화생 한다고 하여 연꽃은 처염 상정(處染 常淨)으로 진흙 속에서 항상 피는 연꽃은 오염에 물들지 않고 청정한 것으로 불교를 상징하는 꽃이고 부처님을 뜻한다.

282, 황연심(黃蓮心): 부산 연산동 황령산(黃嶺山)으로 시청에서 말한 것을 동고 큰스님은 황연산(黃蓮山)이고 연산동(連山洞)이름도 연산동(蓮山洞)이라 할 것이고 스님은 금연산(金蓮山)이라 하셨고 금연산에 광안리 군법당을 군에서 건립하여 금연사(金蓮寺)라 스님은 칭명 하셨다.
  금연산은 황연산으로 부산 바다를 맞이하면서 산 둘레에는 해운대, 광안동, 연산동, 부전동, 문현동으로 부산 중심의 산으로 산 형국이 연꽃처럼 겹겹이 둘러싼 산새를 보면 참으로 기이한 마음이 일어난다.
  부산에 전동차가 거리 중간으로 댕댕 소리하면서 다니던 때가 30년전이라 그 시기는 거제리, 연산동, 동래지역이 다 미나리, 연밭이었다.
  마하사는 옛 사람들이 큰절이라 하고 다였고, 역사가 아득한 아도(阿道)스님의 삼국시대 초기 불교 전래자가 창건한 사찰로 연꽃속 금연대(金蓮臺)에 화생하시는 생명의 정토를 말하고 있다.

283, 마하심(摩訶心): 50번, 149번, 참조.
  마하는 크다는 말이다.
큰 마음은 부처님 마음으로 헤아릴 수 없고 다 함이 없는 마음이고 중생들의 본성으로 생명존엄을 배우고 실천하는 중생의 원력으로 다함이 없는 영원한 생명력으로 스스로의 마음에 자리한 마하심을 찾는 것이다.

284, 성지심(聖知心): 성인의 마음을 말한 것으로 중생들이 본심으로 살아가자는 것이다.
  성지심은 성지곡(聖知谷) 지역 이름으로 부산 초읍 성지곡을 성지심이라 한 것으로 물처럼 바람처럼 수목처럼 푸르고 맑게 살아가자는 것이다.
  성지곡은 시민의 안식처로 많은 사람들이 어린이 대공원에 출입을 한다.

285, 반야행(般若行): 49번, 126번, 178번, 179번, 참조.
286, 진여심(眞如心): 53번, 134번, 184번, 참조.

287, 여시행(如是行): 여시(如是)는 부처님 말씀을 결집하면서 부처님 제자 아난이 여시(如是) 이와 같이 들었다 하면서 자신의 말이 아니고 부처님 말씀이란 것이므로 아난이 부처님 말씀을 똑 같이 하므로 듣는 사람이 오해를 할까봐 여시(如是)라 한 것이 경전마다 첫 머리에 나타난다.
  여시행(如是行)은 부처님 가르침을 스스로가 부처님 말씀, 부처님 행, 부처님 마음을 배우고 실천하는 것이 불제자의 원력인 것이다.
 
288, 불이심(不二心)

 

 6번, 155번, 참조.

 

 

289, 불성장(佛性藏)

 

 부처님께서 본 성품의 마음을 열반경(열반경)에는 불성(불성)이라 하고 불성은 꽃피고 열매 맺는 것처럼 마음에 본래 지혜와 복덕이 원만구족하여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것으로 마음이 푸르고 흰 것이 아니므로 푸르고 흰 것을 보면 푸르고 희다 하는 것이니 자유자재한 것이라 모양과 이름이전의 물, 공기, 흙의 생명 힘이 생명에 순응하면 모양과 이름으로 나타나면서 물, 공기, 흙이라 하지 않는 것처럼 마음의 본성도 같은 것이라 순응함으로 자유자재한 것이고 싫어함이 없는 불성장의 마음이다.

 

 

290, 자비심(자비심)

 

 169번, 225번, 참조.

 

 

291, 선심장(禪心藏)

 

 불심, 선심, 시심, 다심, 직심(불심․禪心․詩心․茶心․直心) 불심은 본 성품의 마음이고, 선심은 마음을 관(觀)하는 마음이고, 시심은 시인의 자연스러운 마음이고 다심은 차 마시는 순응하는 마음이고, 직심은 새로운 마음이라 이심전심(以心傳心)의 생명심(生命心)으로 영원한 것이다. 선방(禪房)을 선불장(選佛藏)이라 하여 부처를 만드는 장소를 말한다. 선심장(禪心藏)은 항상 생명의 리듬으로 맥박소리가 영원한 산 소리로 본성(本性)의 소식을 말한다.

 

 

292, 해탈자(解脫子)

 

 몸에서 해탈한 자가 누구일까? 청정법신(淸淨法身)이라 청정법신은 모양과 이름에 집착하지 않는다. 청정법신은 불생․불멸․불구․부정․부증․불감(不生․不滅․不垢․不淨․不增․不減) 생사도 없고, 정추도 없고, 증감도 없는 것으로 청정은 형상과 이름에 관계하지 않으므로 자유자재함으로 해탈이라 한다.

293, 법정행(法淨行): 법은 바른 것이고 맑은 것이고 밝은 것이고 고른 것이므로 법이라 하고 청정이라 할 것이다. 청정을 빛이라 하고 물이라 하고 공기라 하고 흙이라 하고 싶다. 생명의 힘이 청정하지 않으면 모든 생명이 스스로 병들고 죽는 것이고 청정하면 생명력이 서로서로 상생하므로 정토(淨土)라 하여 억압, 강압, 탄압, 시기, 질투, 테러, 전쟁의 남의 힘에 의해 죽거나 다치지는 않는다.

 

 

294, 원만심(圓滿心)

 

 허공은 빈 것으로 원만성(圓滿性)을 찾는다. 허공은 빈 것으로 두두물물에 주인공이 되는 것이라 흰 것이 오면 흰 것으로 순응하므로 희다고 할 것이고 검은 것이 오면 검은 것에 순응하므로 검다고 할 것이므로 원만심이라 한다. 마음에 번뇌가 빈 것으로 텅빈충만이라 할 것이고 빈 그릇은 무엇이든지 뜻대로 담을 수 있지만 그릇에 물을 비우지 않고는 물을 담을 수 없는 것이다. 그릇은 자주자주 비우므로 그릇의 존엄성을 찾고 원만심은   곳에서 찾는 것이다.

 

 

295, 진여심(眞如心)

 

 대승 기신론에는 마음의 본성을 진여(眞如)라 하여 죽고 살고 싫어하고 좋아하고 청정하고 오염의 번뇌에 관계하지 않으므로 진여(眞如)라 한다. 진여는 텅빈충만으로 없는 것으로 있는 것을 말하고 허공은 빈 것으로 허공이라 하지만 에너지가 충만한 것이므로 있는 것이라 중생은 모양과 이름으로 있다하므로 모양과 이름이 없으면 없다고 하고 성인은 모양과 이름에 집착하지 않으므로 에너지의 공기 기운처럼 모양과 이름이 없지만 생명의 힘인 에너지 보고가 허공인 것이므로 모양이 없지만 성인은 있다고 하는 것이다.

 

 

296, 대지화(大智華)

 

 대지화는 깨달음을 말한다. 부처님 당시는 부처님 말씀이 진리이고 불법(佛法)인 것이라 문답(문답)으로 제자들이 깨달음을 얻었지만 달마스님은 선(선)이라 하여 스스로가 성품을 보면 견성(견성)이라 하여 많은 선지식들이 탄생하시고 옛적에는 왕의 말씀이 법이라 왕이 마음대로 백성을 살리고 죽이고 한 것이다. 한글의 문자를 만들어 국민을 가르치고 배우고 알아서 스스로가 광명의 빛을 마음에서 찾아서 스스로 실천하는 것이 지혜의 빛으로 대지화(大智華) 인 것이다.

 

 

297, 대행심(大行心)

 

 큰 원행은 깨달음이다. 석가 부처님은 중생을 다 깨닫는 자로 보고 관세음보살님은 중생을 다 자식으로 보고 지장보살님은 중생을 다 즐겁게 상기를 바라면서 마음으로 대자대비로 항상 다함이 없는 마음이시다. 문수보살님의 대 지혜와 보현보살님의 대 원력과 대세지보살님의 정진력과 관음 지장 미륵보살님의 자비심이 각자 스스로 본래 원만 성취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아서 스스로가 실천하는 것이다.

 

 

298, 화엄장(華嚴藏)

 

 화엄은 중중무진의 장엄세계를 말한다. 생명력에서 보면 에너지의 보배를 인식하지 못하고 사는  것이 어리석음이다. 생명은 누구나 공기를 호흡하면서 공기의 은혜를 모르고 빛을 받으면서 은혜를 모르고 흙의 영양력을 받으면서 은혜를 모르고 사는 것이 중생인 것이다. 화엄장은 중중무진(重重無盡) 화엄세계의 공덕 속에서 공덕의 은혜와 감시를 체험하고 깨닫는 것이다.

 

 

299, 대승심(大乘心)

 

 대승심은 자연 그대로 싫어함이 없는 마음이다. 거짓이 오면 거짓에 순응하므로 거짓이 바르게 되고 진실이 오면 진실에 순응하므로 진실이 더욱더 바르게 되는 것이다. 푸른 것은 푸르게 순응하므로 푸른 것이고 붉은 것은 붉은 대로 순응하므로 붉은 것으로써 아름다운 것이다. 자연의 힘이 생명에 순응하듯, 불보살님의 마음은 중생의 마음에 순응하므로 중생을 싫어함이 없이 구제하시는 대자비심이 대승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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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 지장심(地藏心)

 

 지장심은 보시하는 마음으로 주는 마음이다. 지장보살님은 전생에 줄 것이 없어서 속옷까지 벗어 주고 추운 겨울에 땅속에 몸을 감추었다고 하여 지장(地藏)이라 한다고 지장보살님의 마음을 잘 표현하고 있다. 지장보살님은 지옥문전에서 스님 모습을 하시고 항상 주장자를 드시고 지옥 중생을 구원하고자 눈물로 지내시는 분으로 슬픈 붐야 중생을 구제하시고 눈물의 애민심으로 우리 마음에 나투어 화현하시는 분이시다.

 

 

301, 보덕심(普德心)

 

 보덕심은 보덕각시로 관세음보살님의 화현이시다. 불교 영험설에는 고통이 많은 마을 중생을 구제하고자 미모의 처녀로 화현하시여 험한 청년들을 제도하시는 모습을 방편으로 보이시는 것으로 미모 처녀에게 장가를 가고자 동네 청년들이 야단법석이라 차례로 금강경, 법화경등을 암송하게 하여 한 청년하고 결혼을 하여 첫 날밤에 갑자기 처녀가 생을 달리함으로 슬프하다가 어느 날 어떤 스님이 오시여 무덤으로 인도하여 무덤속에서 관세음보살상이 나타나므로 마랑 부인이 아니고 관세음보살님이 중생을 제도하고자 보덕각시로 화현한 것을 확인시켜서 마씨 아들인 마랑을 발심시킨 것으로 자기 집을 절로 만들어 평생 수행함으로 동네에 악한이 없이 부처님 신행으로 발심을 한 동네 청년들이었다.

 

 

302, 불정심(佛頂心)

 

 법화경 말씀에 보면 “부처님께서 이마로 광명을 놓아 광명이 3갈래로 나누어 삼천대천 세계에 비치니, 한 갈래는 천상세계이고, 한 갈래는 인간세계이고, 한 갈래는 지옥세계로 광명이 비추어 부처님 회상에서 대중들이 두렵고 환희심이 서로 교차 하드라”. 하셨다. 불정심(佛頂心)은 광명으로 밝고, 맑게, 생명에 빛으로 살라는 것이다.

 

 

303, 월인심(月印心)

 

 304, 해인심(海印心), 305, 법인심(法印心)

 

 월인심․해인심․법인심은 이름은 다르지만 뜻은 같은 것이다. 달이 천만강에 인(印) 비치는 것이니, 마음에 법으로 인(印) 인정하고 이심전심(以心傳心)으로 전함이니, 물이 삼라만상에 순응하므로 생명력으로 살아간다는 말이다. 인(印)은 도장으로 서류에 도장을 찧어서 전하고 인정함으로 실권이 넣어 가는 것으로 인(印)은 인도의 문화라 할 것이고 불타(佛陀)의 깨달음을 전하는 것을 말한다.

 

 

306, 수행심(修行心): 중생의 원력심(願力心)이 수행심이다. 불보살님 마다 원력이 있으시고 중생도 원력심이 있지만 눈앞에 물질의 욕망으로 즐거움을 찾아서 집착하여 목숨을 걸고 몸덩이 사랑에 눈이 멀어서 목숨을 걸어서 참으로 목숨을 받쳐서 찾아야 할 마음의 주인공은 잊어버리고 생사(生死)의 고해(苦海)에서 윤회하는 것이다. 수행심은 마음에 주인공을 목숨 받쳐 찾는 마음이다.

 

 

307, 평등심(平等心)

 

 빛은 평등하지만 모양과 이름에 집착하여 장애로 그림자가 나타나므로 어두운 것처럼, 마음도  본성은 빛나고 평등하지만 경계의 모양과 이름에 집착한 마음 작용으로 번뇌의 그림자로 어두운 고통을 받는 것이다. 평등심으로 돌아가는 마음이 본래면목이고 수행심이다.

 

 

308, 일미행(一味行)

 

 법계(法界)의 일미는 각해(覺海)의 마음이다. 깨달음 바다 한 맛은 중생을 다 제도하고도 남고, 미래가 다함이 없고, 중생의 원력심이 다함이 없고, 불보살님의 원력이 다 함이 없으므로 각해의 일미행은 다함이 없는 마음이다.

 

 

309, 무심행(無心行)

 

 무심을 무아심(無我心)으로 바꾸고 싶고 무아심은 공심(空心)이므로 유(有) 있다는 모양과 이름이 아니고, 무(無) 모양과 이름이 아닌 진리의 에너지도 아닌 것이 유무에 자재한 것으로 인연의 연결 고리인 것으로 무아심이라 마음으로 관하지 않으면 나타나지를 않는 마음이다. 무아심을 얻으면 무쟁삼매(無諍三昧)라 하여 아라한(阿羅漢)의 성인이라 한다.

 

 

310, 공덕해(功德海)

 

 공덕의 바다를 마음이라 한 것이다. 마음의 본성은 본래부터 지혜와 복덕이 원만 구족한 자리라, 부처님의 마음이나 중생의 본성이 동일한 것이지만 중생은 번뇌의 욕망으로 보배로 삼았고, 부처님은 진리로 보배로 삼는 것이라, 삼라만상이 청정하면 공덕해(功德海)라 할 것이다.

 

 

311, 성취자(成就子)

 

 성취를 인도 말로는 “사바하”이다. 부처님을 원만 성취자라 한다. 지구 세상에 인간으로 태어난 사람 중에 석가 부처님은 가장 수승한 32상 80종호를 갖추시고 지혜도 6신통를 하셨다. 인간의 잠재력을 증명하신 것으로 인간의 무한한 마음의 힘을 보이신 것이다. 사람뿐만이 아니고 모든 생명존엄을 강조하시면서 평등을 강조하신 것이다. 남을 자신으로 관찰하므로 스스로가 존엄함을 깨달아서 실천하므로 서로서로 인연 관계로 더불어 사는 우리의 인연 고리인 것이다. 스스로가 미워하면 미운 세상이 나타나고 즐거워하면 즐거운 세상이 나타나는 것은 스스로의 힘이라 할 것이다.

 

 

312, 대각심(大覺心)

 

 큰 깨침을 석가 부처님의 깨침이고, 깨침은 바름을 실천하는 것이다.
  지식인들은 바름을 알지만 실천하기가 힘든 것이다. 재물이 없고 권력이 없어도 바름을 실천 할 수 있고 바름을 실천하는 것을 크게 보지 마라. 조그마한 일이라도 양심에 가책이 있으면 바름으로 거듭 생각하여야 한다. 조그마한 일이라고 하여 눈감으면 한 번 두 번 습성으로 당연하게 생각하므로 잘못을 깨닫지를 못하고 나아가 권력과 재물이 합세하여 큰 잘못을 만드는 것이다. 이것을 도리 킬 수 있는 자를 깨침이라 할 것이다.

 

 

313, 선지자(善知子)

 

 선지자는 선지식을 말한다. 화엄경에 선재동자가 구법 길에 53선지식을 찾는 만행 길에는 보살․스님․음여․고기장수․도살쟁이, 세상살이하는 모든 사람을 선지식으로 친견하면서 각각 스스로의 가르침을 준다는 것이다. 돌은 견고한 것을 가르쳐 주고 대나무는 곧은 것을 가르쳐 주고 물은 부드러운 것을 가르쳐 주고 두두물물이 다 스승 아닌 것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지식을 배우고 하지만 자연의 습리를 보고 듣고 깨치는   것이니 모든 것이 선지식인 것이다.

 

 

314, 찰해주(刹海主)

 

 나라의 왕이니, 현재 말로는 대통령이라 할 것이다. 사바교주 석가모니불․극락세계 아미타불․도솔천주․도리천주인 제석천왕․사천왕천 천주, 부처님께서는 욕계․색계․무색계의 28천주가 있고 헤아릴 수 없는 찰해주가 많다. 조그마한 보이지 않는 미생물이라도 스스로의 주인으로 찰해 주인공인 것이다. 찰해의 다스리는 방법은 청정불성(淸淨佛性)을 찾는 것이다. 

 

 

315, 향운심(香雲心)

 

 향기가 구름처럼 자욱한 봄철은 겨울 엄동 설한에 흙 속에 움추린 생명들이 따스한 기운으로 흙 속에서 숨바꼭질하는 모습은 누가 힘으로 어찌 할 도리가 없는 자연의 습리로 모든 생명에 대자유일 것이다. 인간은 스스로 자신을 귀로 소리에 얽어 매이고 눈으로 모양에 얽어 매이는 것이니 귀와 눈의 집착을 놓아 버리고 마음으로 보고 듣고 하라. 마음으로 보고 듣고 하면 소리와 모양에 집착하지 않고 시간과 공간에서 자유자재 하느니라.

 

 

316, 자비행(慈悲行)

 

 생명의 소리가 자비행이다. 사냥꾼이라도 토끼가 상처를 입고 자신에게로 찾아오는 토끼를 총으로 죽이지는 않는 것이다. 가정집에 산 노루가 대문 안으로 들어온 것을 죽이지는 않는다. 이것은 인간의 마음으로 자비심이라 할 것이다. 죽일 수도 있지만 대개가 죽이지를 않는 것이다. 어린 나이에 뒷 동산에서 개미굴을 파 해치고 개미를 못 살게 하는 어린 아이들을 볼 수 있지, 이 아이는 자라면 난폭한 행동에 물들기가 쉬운 것이다. 세수 물그릇에 하루살이가 빠져 허우적 거리면 물에서 건져 풀잎에 놓아주면 다시 날아가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우리로서는 아무런 힘든 일이 아닐 지라도 하루살이에게는 생사 문제인 것이다. 자비심은 이렇게 나타나는 것이다.

 

 

317, 무주심(無住心)

 

 머무는 마음이 없는 마음으로 6조 혜능스님은 금강경에 응무소주이생기심(應無所住已生其心) 응당히 머무는 봐 없이 그 마음을 내라는 것은 집착심이 없는 마음을 말한다. 6조 스님은 이 말씀에서 부처님 법에 인연이 된 것이니, 글자도 모르는 나무꾼으로 속가 말로 출세를 한 것이고 부처님 법을 계승한 6조 스님으로 돈오(頓悟)사상을 말씀하신 것이다.

 

 

318, 미타심(彌陀心)

 

 서방 정토 아미타불의 가르침을 말씀하신 것이다. 아미타불 전생에 법장스님으로 48대 원력을 성취하신 분으로 극락세계를 건립하시고 주인공이신 분이다. 아미타불 원력에 십념 왕생원(十念 往生願)이 있어 지극한 마음으로 열 번만 아미타불 하면 극락에 간다는 아주 쉬운 아미타 부처님의 말씀이 누구든지 극락 발원을 하게 한다. 극악 무도한 사람도 십념왕생원을 하면 극락을 가는 것이니 얼마나 좋은 것인가? 거짓말이라면 아미타불이 되시지 못했을 것이다. 아미타 부처님은 악한 사람도 이러한 방편으로 구제하시는 것이다.

 

 

319, 정례심(頂禮心)

 

 이마로 절하는 마음은 마음과 몸으로 몸숨 바쳐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부처님 제자들의 마음으로 진리를 성취하게 다는 일심으로 위법망구(爲法忘軀) 법을 위해 몸숨을 바치는 마음으로 성자가 되라는 것이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몸을 위하는 편이고 심지어는 국가 대사라 할지라도 몸을 의하는 것이다. 수행자의 마음이면 몸보다 마음편으로 마음을 수행하여야 할 것이다. 정례심은 바름 얼을 위하여 목숨을 바치겠다는 마음의 맹세인 것이다.

 

 

320, 광명화(光明華)

 

 깨침의 광명은 마음의 광명으로 지혜라 하고 자연의 광명은 태양의 빛으로 생명에 에너지인 것이다. 마음의 광명인 지혜가 없으면 가치관이 없으므로 모양과 이름에 집착하여 고통스러워하고 고통에서 벗어 날 줄을 모르고 항상 원망만 하는 것이다. 지혜가 있으면 번뇌를 관찰하므로 번뇌가 바로 진리 당체임을 아는 것이 마침 어두운 방에 불빛이 들어오면 순간적으로 방이 밝은 것처럼 마음에 지혜가 생기면 번뇌의 그림자는 사라지는 것이다. 

 

 

321, 금강자(金剛子)

 

 견고한 것을 금강이라 하여 허물어지지 않는 것을 말한다. 금강자는 삿된 것을 물리치는 역할을 하므로 불법을 옹호하는 신들이 가지고 있는 것으로 부처님께서 지장보살님께 주신 육환장은 지옥문을 열 수 있는 금강자 라 할 것이고 스님의 법상에 법장도 금강자 라 할 것이다. 금강자는 번뇌를 조복 받고 마군을 조복 받고 바름을 수호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322, 향수해(香水海)

 

 도리천주인 제석천왕이 계시는 수미천으로 중심하여 사방으로 향수해 라 한다. 하늘의 이슬을 감로수 라 하여 관세음보살님이 중생을 병을 치료하시는 약수로 알고 있는 것이 우리의 관음 신앙이다. 지구에 향수는 청정수 라 물이 청정하면 병도 치료하고 죽을 생명도 살아나고 만물이 청정수를 먹으면 생명이 살아나는 힘이 있다.

 

 

323, 천화대(千華臺)

 

 많은 꽃으로 장엄한 부처님의 도량인 사찰을 말하고 법회 의식으로 6법 공양으로 등, 꽃․향․차․과일․쌀등 자연의 열매를 공양함으로 자연의 은혜와 감사를 체험하는 것으로 부처님께 공양하는 것이다. 천화대는 부처님의 장엄 도량을 말한다.

 

 

324, 대덕심(大德心)

 

 부처님 말씀에 장로 수보리 야 하신 장로를 대덕이라 할 것이다. 산중 대덕스님 하면 산중 어른으로 산중의 어른 말씀이 법이고 질서이고 대중을 이끌어 가는 길이다. 수행도량은 문서의 법보다도 유동성이 있는 자유자재한 마음의 법으로 자비희사가 수시로 적용되는 것으로 일정한 규칙보다도 시기에 따라서 살활 자재하는 법이 장로법인 것이니 대덕심은 헤아릴 수 없는 공덕이다.

 

 

325, 금색심(金色心)

 

 부처님 몸을 금색신이라 하고 금색심은 부처님 마음을 말한다. 보배 중에 금이 천만년을 지나도 금빛은 변하지를 않고 처음처럼 항상 빛을 발하고 또 삿 된 기운이 범하지 못하는 것이 부처님의 바른 말씀에는 삿 된 것이 범하지를 못하는 것이므로 금색심이라 한다.

 

 

326, 은색심(銀色心)

 

 은색은 수행의 색깔이다. 스님들의 옷은 희색으로 은색을 상징하는 것이 희색은 불괴색이라 하여 허물어지지를 않는 것이 모든 색은 희색으로 돌아가는 것이니 변하지 않는 마음으로 항상 수행심으로 호화로운 색깔의 마음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므로 빨강색은 정열적이고 공격적이고 위험이고 주의하여야 하고 죽음의 색이고 푸란색은 생명색으로 생명에 기운을 일으키고 움직이는 힘을 주고 피로하지 않고 기분이 상쾌하고 편안함을 주는 것이 서로 서로가 좋아하는 것이다. 희색은 사색하는 색으로 은색심은 수행자의 마음이다.

 

 

327, 법기행(法起行)

 

 전법하는 자을 법기행자 라 할 것이다. 신행학교를 하면 2백명, 3백명이 입학을 하는데 부처님 법을 모르고 몸에 위한 욕심으로 살아가다가 목숨이 다하면 울고 야단 법석이지, 권력과 재물, 자식들이 아무런 도움이 되지를 못하는 것이니, 세속적으로 생각하여도 쓸쓸한 것이다. 마음의 공부를 하면 죽어도 앉아 죽을 수 있고 서서 죽을 수 있고 웃으면서 죽을 수 있고 죽음에 아무런 두려움이 없는 것이 죽음이란 것이 다시 거듭 나는 시작이므로 얼마나 기쁜 일 인가? 마음은 생사가 없고 시비선악에 관계하지 않고 항상 자재한 것이니 우리가 마음을 찾아보는 것이 자신을 아는 것이므로 생사에 두려움이 없이 행복하게 사는 길이다.

 

 

328, 대희심(大喜心)

 

 하늘보고 박장대소를 하는 웃음을 대희심이라 할 것이다. 분별심이 없는 도인의 마음이라 하고 함이 없는 마음이라 할 것이고 모양과 이름에 집착심이 없는 마음이다. 하루에 웃을 일이 많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고 누구나 바라는 마음이지만 몸의 행위가 실천이 안 되는 것은 수행심이 약하기 때문이다. 마음으로 관하는 일을 반복하면 몸의 악습이 자연히 사라지고 무의식으로 반복한 행위가 나타나는 것이 자신의 새로운 행위인 것이다. 이것을 대희심이라 할 것이다. 

 

 

329, 대해심(大海心)

 

 태평양 바다가 대해 라 하지만 대해는 우리 마음이다. 마음에 태평양을 비교하면 태평 가운데 한 조각배가 태평양이란 것이니, 마음이 얼마나 큰 것인가? 마음은 모양과 이름 할 수 없으므로 크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모양과 이름이 있으면 상대적인 큰 것이기 때문에 마음은 상대가 없이 큰 것이므로 마하심(摩訶心)이라 한다. 이러한 마음이 각자 스스로가 간직하고 있으니, 지구는 하나만 있어도 크다고 야단인데 두두물물이 비교 할 수 없는 큼을 간직하고 있으니 헤아릴 수 없는 미묘한 법이다.

 

 

330, 서정주(西淨主)

 

 아미타불의 다른 이름으로 서방 정토 주인공을 나는 서정주 라 한다. 서정주의 마음으로 살라는 것이니, 몸으로 서정주의 행을 실천하고, 입으로 서정주의 말씀을 하고, 마음으로 서정주의 마음씀을 실천하라는 것이다. 우리가 서정주의 가르침을 받고 실천하는 것이 결국은 스스로가 실천하여야 되는 것이다. 다만 남이 시켜서 실천하는 것이 아니고 스스로가 강제적인 힘에 의하여 억지로 실천하지만 결국은 스스로가 실천하는 것이니, 세상에는 남이 시켜서 하는 일이 없기 때문에 이치적으로 스스로의 행위인 결론이다.

 

 

331, 대원심(大願心)

 

 대원심은 마음으로 보아야 한다. 마음은 크다 하면 크고 작다 하면 작은 것이기 때문에 마음이 크고 작다는 말은 맞지가 안고 자신이 크다 작다고 인식 할 뿐이다. 마음은 우주법계보다도 크고 작기는 개자씨 보다도 작은 것으로 비교 할 수 없는 것이므로 모양과 이름 할 수 없다. 이러한 마음이 대원심으로 주인공이 바로 자신인 것이니, 비교 할 수 없는 존재 라 천상천하유아독존의 생명존엄성이다.

 

 

332, 위덕자(威德子)

 

 부처님을 위덕왕이라 한다. 위의의 덕을 갖추신 분으로 중생들이 부처님의 형상을 보고 명호을 들으면 무슨 인연이라도 환희심이 나는 분이시다. 부처님을 살해하려는 생각을 일으켜도 부처님을 보면 따르는 마음이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것은 많은 생으로 선한 공덕을 수행함으로써 자연적으로 형성되는 위덕인 것이다. 이러한 위덕은 생명을 죽이는 것보다도 자신의 몸을 다른 생명을 위하여 보시하는 공덕을 많은 생으로 수행한 공덕인 것이다.

 

 

333, 견명심(見明心)

 

 밝음을 보는 것은 맑음을 보는 것이므로 빛이 밝고 물이 맑고 흙이 청정하여 기름진 것이다. 생명이 살아가는 것은 밝음과 어둠이 고르므로 잘 사는 것이고 기후가 냉온이 고르므로 생명이 잘 사는 것이다. 지수화풍(地水火風)이 고르면 명당이라 하고 생명이 모여드는 곳이라 생명이 잘 사는 것이라 이것이 견명심인 것이다.

 

 

334, 안심궁(安心宮)

 

 생명이 편안한 곳이 안심궁으로 정토(淨土)라 할 것이다. 정토는 서로서로 더불어 사는 생명 세계를 말하므로 환경운동을 말하고 환경 경제는 물질의 욕심으로 자연 환경을 파괴시키는 것이 아니고 자연을 보호하므로 자연이 사람을 보호하는 것으로 나무가 자라서 공기를 청정하게 하는 역할을 하고 한 씨앗이 자라면서 무수한 생명을 구제하는 것이 정토인 것이다. 정토의 근본은 청정이므로 청정은 무수한 생명을 잘 살게 하는 것이고, 오염은 생명을 더불어 죽이는 원인이 되는 것이다.

 

 

335, 무상심(無相心): 상이 없는 마음은 집착이 없는 마음으로 무아심(無我心)을 말한다. 내가 없는 마음은 아상(我相)이 없는 마음으로 싫어함이 없는 마음으로, 불보살님의 마음이라 신구의(身口意) 삼업에 싫어함이 없는 마음으로 우리가 몸으로 바른 일을 실천하고, 입으로 바른 말을 실천하고, 마음으로 바른 뜻을 스스로 실천하면 싫어함이 없는 것이라, 무아심은 바름을 실천함으로 성취되는 마음가짐이다.

 

 

336, 무위심(無爲心): 함이 없는 마음은 도인의 마음이고 자연스러운 것이다. 우리 마음이 선악에서 무수히 헐덕이는 마음을 다스리고 희비애락에 본심을 잊어버리고 경계의 상에 집착하여 마음을 일으킴으로 본래 청정한 마음을 망각하고 욕심내고 진심 내고 어리석음으로 즐거움을 삼아 살아가는 것이니, 무위심으로 살아가면 희비애락의 집착을 일으키지 않으므로 편안한 마음이 되고 가치관이 확연하여 지혜가 생기는 것이다.

 

 

337, 본심월(本心月): 본래 원만 구족한 마음으로 청정법신(淸淨法身)의 자연모습 그대로가 부처인 것이다. 빛이 부처이고 생명이라 빛이 있는 곳은 생명체가 있고, 물이 있는 곳은 생명체가 있고, 흙이 있는 곳은 생명체가 있고, 기후의 냉온이 고르면 모든 생명들이 더불어 사는 것이다. 우리의 삶이 몸의 형상과 이름에 집착하여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빛, 물, 공기, 흙, 기온의 에너지가 없으면 살 수가 없는 것이다. 자연의 감사와 은혜를 망각하고 당연한 것으로 착각하고 오히려 배반하고 오염시키면서 도리어 욕망으로 자연을 파괴하고 이익을 추구하니 생명을 죽이면서 자신이 잘 살기을 바라는 것이니, 인간의 어리석음이라 할 것이다. 이 본심월을 알면 본래 모습을 찾는 것이다.

 

 

338, 정심행(正心行)

 

 바른 마음은 직심이다. 직심은 과거심도 아니고 미래심도 아닌 것이다. 참회하는 마음은 과거심으로 과거의 행위를 반성하고 돌이켜 보는 것으로 현재의 바른 마음이고, 희망은 미래심으로 계획하고 무엇을 해야 하겠다는 결정심을 현재에 하고 있는 것이 직심이다. 바른 마음은 부처님 마음이고, 우리의 본심이고, 두두물물의 본성자리인 평등심이다.

 

 

339, 정언심(正言心)

 

 바른 말은 진실한 말로 본심에서 참된 말을 하라는 것이다. 경계의 대상을 보고 듣고 분별하면 바른 말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대상의 모양과 이름으로 나타난 현상을 보고 듣고 하기 때문에 본성의 진실을 말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정언을 하려면 모든 보고 듣고 한 집착을 버리고 오직 마음으로 관찰하라, 모든 형상과 이름의 연결 고리가 나타나는 것이니, 모두가 하나인 마음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마음에서 일어나고 마음에서 멸하는 것이다.

 

 

340, 금강심(金剛心)

 

 세상에서 견고한 것을 금강이라 한다. 모든 물질은 금강이 될 수가 없다.
물질은 변화하는 것이지, 견고한 것이 없는 것이다. 마음이 제일 견고한 것이라, 모양이 없으므로 견고한 것이라 할 것이다. 부처님 말씀인 금강경은 공심(空心)으로 금강을 삼은 것이다. 공심은 유무에 자재한 것이다. 있다고 하면 없고, 없다고 하면 있는 도리가 공심이다. 진공묘유(眞空妙有)라 하여 텅빈충만이라 할 것이다. 무소유로 주인공인 것이다.

 

 

341, 묘법심(妙法心)

 

 

 묘법은 모양과 이름이 변하는 것을 관찰하면 천태만상으로 나열되는 시간과 공간을 축소 할 수 있고 늘릴 수 있는 자라면 묘법을 볼 수가 있다. 물이 평범하게 강물로만 보이지만 물이 나무에 순응하면 나무가 되어 꽃이 피고 열매가 열리는 것이 물과 빛과 흙의 자연의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이지 나무 홀로 자라는 것이 아닌 것이니, 이 도리를 알면 묘법이라 하고 부처님 가르침인 깨달음을 묘법이라 한다.        
                  

 

342, 기타림(祇陀林)

 

 기타림(Jetavana) 승림(勝林)이라 번역, 중인도 사위성(舍衛城) 남쪽에 있던 기타태자(祇陀太子)의 원림(園林). 수달장자가 이 땅을 태자에게 사어 절을 지어 부처님께 바치니 이것이 바로 기원정사(祇園精舍)인 불교의 최초 사원이고 금강경을 설하셨다.

 

 

343, 삼정심(三淨心)

 

 삼정심은 바른 뜻․바른 일․바른 말로 부처님의 십계명이고, 미래 용화세계의 미륵불의 십선(十善) 사상으로, 우리의 신․구․의, 삼업(身․口․意, 三業)인 몸으로 살생보다 생명 문제을 실천하고, 도적질보다 경제 문제을 실천하고, 음행보다 성 문제를 실천하여 바른 일을 수행하고, 입으로는 망어․기어․양설․악구등은 진실한 말인 언어 문제를 바른 말을 수행하고, 마음으로는 욕망․성냄․어리석음을 지혜로 바른 뜻을 수행하면 십선(十善)이라 하여 극락도 가고 성인도 되고, 저지르면 지옥․아귀․축생, 악도에 윤회하는 것이다. 이렇게 선악이 분명한 것이니, 우리의 말 한 마디와 행동 하나가 진리이고 법인 것이다.

 

 

344, 여여심(如如心)

 

 여여심을 진여심(眞如心)이라 하고 여여(如如)는 여거여래(如去如來) 거래가 없어 여여한 자리라 가고 옴이 없는 것이라, 불성이 허공에 충만하니 거래가 없이 여실한 것이다. 빛이 부처이니 빛이 충만한 것이니, 왕래가 없는 것이다.

 

 

345, 선재심(善財心)

 

 선재 선재(善哉)라 하신 부처님의 말씀은 수보리 야 너의 말이 맞다 하시고 선재 선재라 착하고 착하다하신 것은 수보리에게 수기한 것이므로 나의 말과 같다는 것이니, 수보리 마음이 바로 부처님 마음이란 것이다. 또 화엄경에는 선재동자가 53선지식을 제방으로 친견하시고 마지막으로 보현보살을 친견하여 발심하는 것이니, 불보살님들의 마음은 신구의(身口意) 삼업에 싫어함이 없어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도 그와 같이 수행행자가 되어야 한다. 

 

 

346, 응공자(應供子): 응공을 부처님이라 하고, 보살님이라 하고, 스님이라 한다. 응공자는 바른 법을 실천하는 자를 말한다. 세상에는 마음이 스승이고 바름이 법이라, 한 스님이 세상에서 제일 가는 스승님이 누구입니까? 묻자, 삼성하반월(三星下半月)이지, 마음심(心)자를 파자로 말한 것이 이성계가 국사 스님을 모실려고 유생들을 전국에 순방하게 하여 오대산 바위 위에 검푸른 얼굴에 스님에게 세상에 제일 가는 스승을 찾자 삼성하반월이라 하자 절을 3번하고 모신 스님이 바로 조선 태조의 왕사인 무학스님이시다. 마음이 스승이라 바른 마음이 응공자인 것이다. 

 

 

347, 불자행(佛子行)

 

 부처님의 제자는 부처님의 상호를 보고 거역하지 않고 생각하면 불자인 것이고, 한 번이라도 진심으로 칭명하면 불자인 것이고, 나아가 삼귀의 계와 5계를 받아 불명(佛名)을 받아 수지하면 불자인 것이다. 불자는 마음을 알아야 한다, 마음은 생사가 없고 시비선악에 관계하지 않으므로 자유자재한 것이지만, 우리는 모양과 이름에 집착하여 시비하고 있는 것이다. 불자는 마음의 주인공을 찾아야 불자행이다.

 

 

348, 무생심(無生心)

 

 태어남이 없는 것은 번뇌가 없어 생사가 없다는 것이다. 마음이 일어나면 태어난 것이고 마음이 사라지면 죽은 것이라, 허공에 뜬 구름이 일어나면 태어난 것이고 사라지면 죽은 것이라 호흡을 들어 쉬면 산 것이고 날 쉼은 죽은 것이다. 우리가 마음으로 보고 듣고 헤아릴 수 없이 마음을 일으키는 것이 생사가 일어나는 것이다. 무생심은 마음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집착이 없는 응무소주이생기심(應無所住已生其心)의 도리이다.

 

 

349, 법도행(法度行)

 

 법도는 통도(通度)를 말한다. 부처님 법을 통달하여 중생을 제도한다는 통도사는 자장스님께서 부처님의 정골 사리를 모시어 말세 중생을 교화하라는 수기를 꿈에서 받으시고 우리나라에 5대 보궁을 개설하여 지금도 청정법신인 사리 친견으로 불자들의 마음을 항상 새롭게 하시는 인연의 원인을 만들어 놓으신 것이니, 공덕이 헤아릴 수가 없다.

 

 

350, 무량행(無量行)

 

 무량행은 다함이 없는 마음이고, 헤아릴 수 없는 마음이고, 끝없는 마음이고, 싫어 한이 없는 마음이고, 중중무진(重重無盡)이라 사람의 생각으로 미치지을 못하는 것이다. 모양과 이름으로는 변화하는 과정을 헤아릴 수가 없는 것이라, 변화는 과거 현재 미래가 없이 지속 할 뿐이라, 영원이라 한다.

 

 

351, 복혜심(福慧心)

 

 복덕과 지혜를 구족하신 분이 부처님이라 하여 양족존(兩足尊)이라 하신다. 양족은 부처님의 두발이 아니고 복덕과 지혜를 구족하신 분을 말한다.
  중생들도 양족이라 본 성품 자리는 본래부터 양족한 것이니, 다른 말로 구족이라 한다. 중생 스스로가 보고 듣고 욕망으로 마음의 보배를 삼아 스스로가 윤회하는 것이다. 물질 욕망의 보배가 보배가 아니고 고뇌의 원인인 것을 깨달으면 마음의 본성을 찾아 스스로가 항상 빛을 발하여 뭇 생명을 구제하는 것이 양족(兩足)인 것이다.

 

 

352, 여실행(如實行)

 

 여여심은 진실심이고 참된 마음이라 스스로가 진실한 마음을 발심하여야 한다. 접촉의 감각으로 즐거움으로 살아가다가 슬펴하고 시비의 안팎에서 살다가 마음의 진실을 알고 부터는 스스로가 진실의 주인공으로 진실을 실천하니, 스스로가 편안하고 인연 법으로 진실이 고리 고리 연결되는 미묘 법을 아는 것이다.

 

 

353, 보살행(菩薩行)

 

 보살의 정신 지위는 자리이타(自利利他)자타를 다 구제하는 힘이 있다. 대승의 보살정신은 남을 구제하므로 자신을 구제하는 힘으로 생각하고 자신의 일터라고 하는 것이다. 지장보살님은 지옥 중생을 다 구제하고 부처님이 되신다는 것이 지장보살님의 마은이고, 관음보살님은 자비심으로 중생을 다 구제하신다는 원력 보살님들이시다. 보살의 원력은 물이 모든 생명에 순응하므로 싫어함이 없이 생명을 구제하는 보살님이시다.

 

 

354, 무착심(無着心)

 

 무착심하면 마음을 비우는 마음이다. 진심이 일어나는 것은 보고 듣고 모양과 이름에 집착심이 일어난 것이다. 보고 듣고 하여도 집착심이 없으면 잘못이라 하여 성질 부릴 것이 아니고 잘못을 관찰하여 잘 되게 하는 것이고, 잘 된 것은  남의 가르침으로 배우고 훈습하면 지혜로운 사람이라 할 것이다. 보고 듣고 집착하여 소리대로 마음을 일으키면 마음의 뜻을 알 수 없는 것이다.

 

 

355, 응심자(應心子)

 

 응심이란 그윽한 마음으로 듯듯한 마음이고 항상심이라 평상심이라 할 것이다. 허덕이는 마음이 아니라 고요한 마음으로 항상 맑고 청명하여 명경지수처럼 고요한 바다 수면은 천태만상이 나타나는 것처럼 마음이 고요하면 삼라만상이 나타나는 모습에 집착함이 없이 순응함이라 그리치는 법이 없는 것이므로 불 보살님 마음이라 하여 물, 공기, 흙이 생명에 순응하므로 생명에 기운이라 생명력이라 한다.

 

 

356, 지혜장(智慧藏)

 

 마음의 본성을 지혜장이라 하여 공덕과 지혜의 창고인 것이다. 이 보배 창고는 사용하면 할수록 더욱더 증장되는 것이므로 미묘한 법이라 묘법장이라 한다. 지혜장은 부처님도 탄생시키고 보살님도 탄생시키고 지옥도 구제하고 축생도 구제하고 아귀도 구제하는 것이니 삼라만상을 만드는 보배 창고인 것이 내 마음속에 있는 것이니, 얼마나 행복한 자신인가? 이러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확인하지 못하고 믿으려 하지도 않고 오히려 반대하고 살생하고 잘못으로 가는 어리석음을 범하니, 발심하여 지혜장을 발견하고 이 보배를 사용하여도 누가 조건을 달지 않는 것이니, 서로서로 확인하여 부처님도 되고 보살님도 되는 것이 불제자들의 길이다.

 

 

357, 복덕장(福德藏)

 

 

 복덕장은 마음이라 마음에는 무궁 무진한 보배가 충만하여 사용하면 할수록 복덕장에는 복덕이 증장되는 것이라, 마음에 모양과 이름을 비우면 모든 모양과 이름에 순응하지만 마음에 모양과 이름이 가득하면 다른 모양과 이름에 순응할 수 없는 것이다. 물이 청정하면 생명마다 힘의 생명력이 되지만 물이 오염되면 오염물을 접하는 생명마다 죽는 것이다. 복덕장은 생명력이다.    
  

 

358, 오성자(悟性子)

 

 성품을 깨친자가 오성자이다. 나라법의 법이 평등한 것은 판결된 법은 전 국민에 혜택을 주는 것이 법이고 진리도 조그마한 법이 한 개인에게 나타나면 모든 생명에 평등하므로 혜택을 받는 것이지, 빛을 생명이 보면 잘 자라는 것이고 꽃피고 열매 맺으면 벌, 나비, 새, 사람을 구제하는 것이니, 대승사상에서는 도리어 사람들이 자연에서 구제를 받는 것이다.

 

 

359, 도명심(道明心)

 

 도명심은 성품을 본 마음이다. 두두물물이 다 성품이 있고 성불의 원인이 되지, 사람이 인위적으로 조성한 불상보다도 자연적인 바위의 생김새가 부처님을 닮았다면 참으로 신기한 것이다. 10여년전 경남 양산 어느 암자 바위에는 하늘의 뇌성이 3번이나 쳐서 바위가 부처님 모습이 나타나서 전국에서 친견하는 야단법석이 일어나고, 통도사 월하스님은 천광(天光)약사여래불이라 하셨다. 바위에 하늘의 벼락이 3번이나 한 곳에 쳐서 바위 모습이 누구나 보면 부처님이라 하니, 이름도 천광 약사 여래불이라 칭명하고 불제자들은 누구든지 절을 하고 원력을 세워므로 바위가 성품이란 것이다. 바위이지만 자신의 마음속에 잠재한 부처님의 성품을 확인시키는 것이니, 도명심이라 할 것이다.

 

 

360, 법미심(法味心)

 

 일미(一味)는 바닷물이 짠맛으로 일미인 것이다. 고추가 작지만 매운맛으로 세상에서 제일이라 이것이 일미이고 법미인 것이다. 한 티끌 속에 우주가 함축되어 있고 한 티끌로 지구가 형성되는 것이고 한 씨앗으로 산천이 푸른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삼라만상이 마음이라 하시면서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 하셨다. 삼라만상의 주인공은 마음이란 것이니, 내 마음으로 꽃밭에 꽃 씨앗을 뿌리고 물주고 가꾸면 꽃피고 벌 나비 오고 열매 맺어 새들이 오면 노래하는 꽃 정원이 되는 것이 내 마음에서 성취되는 것이니, 지옥 극락도 마음이 주인공인 것이다.

 

 

361, 정토궁(淨土宮): 정토는 서방 극락정토인 아미타불 세계가 있고, 사바세계 정토는 더불어 사는 생명정토인 것이다. 환경 정토는 물, 공기, 흙, 에너지의 자연 환경을 청정하게 하면 생명 고리가 더불어 잘 사는 것이다. 나는 미생물이 살 수 있는 물은 청정수라 한다. 미생물이 살아 갈 수 있다면 먹이 사설이 형성되면서 환경 정토가 형성되는 것이다. 샛강마다 반딧불이가 지천이고 잠자리가 춤을 추면서 매미소리가 숲 속에서 노래 할 적에 정토인 것이다.

 

 

362, 칠보궁(七寶宮)

 

 금은 칠보가 보배가 안이고 몇 백년 된 고서가 보물인 것을 보고, 지금까지 생각한 보배의 가치관이 바꾸어진 것이다. 보배는 물질이 아닌 정신 가치관으로 인간들이 물질에만 보배라 하여 인식되어서 정신의 가치관을 쓰레기처럼 방치하고 모르고 있는 것이다. 지역마다 조상 얼이 무궁 무진한 것이지만 정신 가치관을 발굴하려들지 않고 잊어버리고 산다. 자신의 마음가짐이 얼이고 보배인 것을 모르고 평상시 아무 생각이 없이 말을 하고 행동하고 살아가는 모습을 관찰하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모든 것이 스스로의 행위에서 일어나는 법으로 긍정적인 생각은 긍정적인 세계를 만들고, 부정적인 생각은 부정적인 세상을 만드는 것이므로, 바른 마음가짐은 모든 문제에 원인이 되는 것이다. 

 

 

363, 법공(法空):

 

 부처님 법도 경전으로 문자 법으로 생각을 할 수가 있고, 특히 문자 속에 뜻을 선(禪)의 마음이라 하시고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하여 부처님 마음이 전하여지고 있는 것이 바로 선(禪)인 것이다. 법공(法空)은 문자보다 마음으로 전하는 선(禪)을 말하고 있는 것으로 문자 속에 문자을 여인 도리를 말하는 것이다.

 

 

364, 무위(無爲)

 

 내가 몸이 있는데 몸이 없는 역할을 하려면 일반적으로는 바보 천치라 하고 고상하게 말하면 도인 마음이라 하고 법이 없어도 살 수 있는 사람이라 하지, 무아(無我)사상은 내가 없다는 마음가짐을 말하므로 장애가 없는 것이다. 모든 고통은 내가 있어 내 라는 모양과 이름이 나타나므로 일어나는 현상이지만 내가 없으면 일어나지 안는 것이다. 자연인으로 사라는 것은 공기처럼 만물에 순응하면서 싫어하는 마음이 없는 것을 말한다.

 

 

365, 정덕(淨德)

 

 청정이 복덕인 것은 물이 청정하면 생명이 잘 자라고 병은 없어지고 치료되고 생명력이 증장 되면서 열매가 더욱 증식되는 것은 청정의 생명력인 것이다. 사람의 마음도 청정하면 지혜의 가치관이 확연하여 사리가 분명하고 판단력이 빠르고 지도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366, 덕산(德山)

 

 

 공덕림은 사찰을 말하고 사찰을 총림이라 하여 숲의 나무처럼 많은 스님들이 수행하시는 도량인 것이다. 총림(叢林)에는 선원, 강원, 율원, 염불원, 행정원등 대중이 300명 이상 운집하여 수행하는 곳이 총림이라 하여 항상 대중의 뜻을 존중하면서 숲의 나무처럼 서로 탁마 의지하면서 수행하신다. 덕산은 마음의 덕을 숲처럼 자라게 하여 남을 구제하라는 것이다.  

 

 

367, 시명(是名)

 

 진리는 모양과 이름으로 표현 할 수 없는 것으로 우리가 알 수 있게 표현하여 마음(心)이라 하고, 진리라 하고, 법성(法性)이라 하고,, 법장(法藏)이라 하여, 마음을 다른 이름으로 인연에 따라 표현한 것이다. 우리의 이름도 본래는 없는 것을 내가 태어나니 이름을 지은 것이다. 시명(是名)은 그림자를 말한 것으로 이름과 모양이전의 이치를 보고 듣고 하라는 말이다.

 

 

368, 적멸(寂滅): 부처님의 사리탑을 적멸궁이라 한다. 부처님은 돌아가시지를 않고 적멸하셨다 하고 사리의 법신으로 항상 청정으로 자비 설법을 하시지만 중생들이 모양과 이름으로 보고 듣고 하므로 진리를 보고 듣지를 못하는 것이다. 자연이 청정을 가르치고 내 마음에 원만 구족한 청정을 깨달으면 이것이 본래 원만 구족한 청정 법신인 것이고 내 밖에 법을 찾지 마라 수고로울 뿐이다.

 

 

369, 명심화(明心華)

 

 마음을 밝은 구슬이라 하여 명주(明珠)라 한다. 명주는 여의주(如意珠)라 하여 관세음보살님이 용두 관음으로 구름 속에서 용을 타시고 용의 여의주를 가지고 계시므로 관자재보살이라 하고, 우리가 마음을 관하면 자재 할 수 있는 것이 자신의 밝은 마음의 명주를 찾는 것이다.

 

 

370, 정법행(正法行)

 

 바른 법은 바른 마음이고 바른 행이고 바른 일이다. 부처님 언행을 배우고 수행하면 바름을 실천하는 것으로 중생은 모양과 이름으로 집착하여 살아가므로 항상 즐겁다 하다가 슬펴 울고 희비애락이 죽 끊듯 한다. 바른 것이 부처님의 법이지만 결국은 스스로가 마음의 바름을 깨달아야 바름을 실천 할 수 있는 것이다.

 

 

371, 선법화(禪法華)

 

 선(禪)은 부처님 마음이고 중생들의 본심이므로 두두물물에 생명존엄성이 있는 것으로 자비심의 생명력을 말한다. 개미도 움직이는 불성이 있는 것이 생명력으로 자비심인 것이 우리의 본심가 같고 부처님의 마음인 것이다. 부처님은 이 마음을 아시고 개미를 자비심으로 잘 살게 하시고, 우리는 이 마음을 인식하지만 개미를 미물이라 하여 없이 여기면서 죽이는 짖을 밥먹듯 하는 것이고, 개미는 움직이면서 움직이는 인식을 하지 못하는 것이 차별인 것이다. 개미의 미물에도 선심(善心)은 있지만 모를 뿐이다.

 

 

372, 일해성(日海性): 태양이 마음 성품이란 것이다. 태양은 항상 빛을 발하지만 생명의 근기에 따라 살아가므로 장단이 있는 것이다. 우리의 마음도 빛을 항상 발하지만 본성을 망각하고 경계의 모양과 이름으로 보고 듣고 인식하여 분별하므로 번뇌에서 윤회하는 것이다. 경계의 반연을 놓아 버리고 텅텅 빈 마음으로 삼라만상을 바라보면 누구든지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것으로 흰 것이 오면 희고 붉은 것이 오면 붉은 것으로 자재한 것이 마음인 것이다. 

 

 

373, 자성화(自性華)

 

 자성 청정으로 사라는 것이다. 본성이 청정하여 모양과 이름으로 표현할 수 없고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것이 누가 간섭 할 수 없고 혼자 분명하여 따라 할 수도 없는 것이다. 이 본성은 각자 스스로가 주인공이라 다른이는 말 할 수 없는 것이다.

 

 

374, 혜명심(慧明心)

 

 혜명은 나타난 지혜로 이심전심(以心傳心)으로 마음에서 마음으로 부처님 마음이 계승하여 온다는 것이 혜명이다. 혜명의 적자 설도 있고 본래 혜명의 청정심을 스스로가 찾는 것으로 경계를 방하착하면 마음속에 본래 원만 구족한 자리를 발견하면 바로 청정으로 이 청정이 자연에도 있고 마음에도 있어 각자 스스로가 찾는 것이다. 마침 글자를 만들어 가르치고 배워서 스스로가 자신을 알아서 실천하므로 구제가 되는 것이니, 지금까지는 구제라 하면 남의 의해서 도움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구제하는 방법을 배우고 가르쳐서 스스로를 구제하면 천하를 구제하는 것이다.

 

 

375, 불외자(不畏子): 두려움이 없는 자는 생사의 두려움이 없는 자를 말한다. 생사의 두려움이 없는 마음은 몸의 모양과 이름으로 보고 듣고 하면 두려움을 극복하지를 못하는 것이다. 생사가 둘이 아닌 것은 마음으로 보면 생사가 둘이 아닌 것이다. 마음은 생사시비선악에 관계하지를 안는 것은 마음이 청정하면 성취되는 것이다. 청정하다는 것은 마음이 텅빈 마음으로도 말 할 수 있다. 내라는 모양이 없으므로 남에 집착하는 마음이 일어나지를 않는다. 그러므로 불외자라 한다.

 

 

376, 정행자(正行子)

 

 부처님을 정행자 라 할 것이다. 바른 일, 바른 말, 바른 뜻을 실천하신 자는 부처님이시다. 부처님 제자는 이러한 마음을 배우고 수행하므로 본성 청정을 실천하여 번뇌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물질의 욕락이나 애욕의 쾌락은 일시적인 즐거움이라 돌아서면 괴로운 것으로 즐거움이 영원하지를 못하는 것이다.

 

 

377, 무염자(無厭子)

 

 싫어함이 없는 자는 불 보살님의 마음으로 불제자들의 길이다. 화엄경 보현품에는 보살심의 실천 원력을 세우신 보현행자는 불 보살님들의 마음은 신․구․의․업(身․口․意業)에 싫어함이 없다 하셨다. 우리가 살아가는 행위가 바로 몸, 말, 마음으로 행위를 하는 것이니, 이 행위에 순응하므로 자재하고 싫어함이 없다는 것이다. 중생을 구제하는 것이 중생의 마음에 순응하므로 구제하는 것이니, 중생이 불만이 없는 것이다. 물이 모든 생명에 순응하므로 생명력이라 하는 것이다.

 

 

378, 무주심(無住心)

 

 머무는 마음이 없는 마음이 집착 없는 마음으로 내란 모양과 이름이 없는 마음으로 내가 없는 무아상(無我相)이면 아상․인상․중생상․수자상이 없는 것이니, 항상 광명을 발하는 태양 자체인 것이다. 태양은 항상 빛을 발하지만 인연에 따라 빛을 보는 것도 있고 못 보는 것도 있는 것이다. 태양은 공간과 시간에 구애 없는 것인데 만상은 시간과 공간에 구애를 받는 것이 다른 것이다.

 

 

379, 여실행(如實行)

 

 부처님 같이 하라는 것이 여실행이다. 실다움은 본래 없는 것이지만 이름하여 실다움이라 한 것이지, 영리한 준마는 주인의 마음을 알아서 목적지에 가고 영리하지 못한 말은 가다가 풀도 뜨어 먹고 이산 저산 구경도 하고 가다가 주인에게 혼이 나기도 하고 깔끔하지 못하고 분잡한 것이니, 주인이 싫어하는 것이다. 여실행은 준마처럼 진실하고 여여하여 그대로 진리이고 법이고 실천인 것이다.

 

 

380. 무각심(無覺心)

 

 부처님은 중생을 깨달음으로 인도하시지만 무각심은 깨달을 것이 없다는 것이다. 중생의 본심이 본래 성불이라 깨칠 것이 없다는 대승 법문인 것이다. 두두물물이 본래 성불인데 석가 황면 노자가 잠잠한 마음 바다에 파도를 일으키게 한 것이니, 방망이를 맞아도 한참을 맞을 것이니, 걱정이로다. 
 불명 이해 원고가 삭제된 것을 다시 켐퓨터 작업을 한 것이다.

 

 

(03년 8월 30일. 오전 7시. 통도사부산포교원. 법사 실에서.) 

 

 

 

381, 봉정심(鳳頂心)

 

 봉정암에는 금강산에서 아름다운 바위 대회를 하자 전국 바위들이 금강산을 가다가 시간이 늦어서 설악산에 쉬어 지금의 바위들이 잘 생긴 바위들이라는 전설이다. 봉정은 아름다운 바위들로 부처님 같기도 하고, 봉황새 머리 같기도 하고, 스님 같기도 하고, 신선 같기도 하여 보는 자들에 마음이 신비롭고 물, 바람, 구름, 바위들의 조화로 극락세계의 하늘 나라에 온 기분으로 세상의 어지러운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청정하게 하여 산다고 잊어버린 본심을 찾게 하는 곳이라 여가가 있어 자주 가면 마음에 힘을 얻는다.

 

 

382, 감로자(甘露子)

 

 감로수는 부처님전에 청수를 올리고 기도하기를 감로수로 변하여 중생의 약수가 되게 하여 달라는 중생들의 지극심을 볼 수 있고, 어릴 적에 스님께서 사찰에 간장독에 아금청정수 변위감로장 봉헌삼보전 원수애납수(我今淸淨水 變爲甘露漿 奉獻三寶前 願受哀納水) 장독에 글귀를 볼 수 있었다.
  감로미는 몇 일을 먹지 않고 배가 고프면 한 방울의 물이라도 감로미로 달고 맛이 있고, 배가 부려면 아무리 성찬이라도 맛이 없는 것이라 감로미는 마음의 문제인 것이다.

 

 

383, 예경심(禮敬心)

 

 부처님전에 예경하는 수행은 부처님 닮게다는 마음이고, 자신의 마음을 비우는 수행으로 자신을 하심하고 대상을 존경하는 수행으로 인사하는 마음이고, 부처님전에 지심귀명례(至心歸命禮)는 지극한 마음으로 목숨 받쳐 절합니다 는 마음의 맹세인 것이다.

 

 

384, 명주심(明珠心)

 

 밝은 구슬이 마음이라, 밝음 구슬 속에 대상의 마음 그림자도 나타나는 것이라 삼라만상이 나타나므로 명주심이라 한다. 여의주(如意珠) 뜻대로 성취되는 구슬이라 밝은 마음을 말한다. 마음이 청정하면 만물이 나타나는 것이 청정수가 모든 생명에 순응하는 것과 같다. 불 보살님은 상이 없이 순응하므로 성취를 시키시는 것이다.

 

 

385, 법공심(法空心)

 

 진리를 법이라 하지만 법은 문서로 나타나지만 진리는 문자나 언어로 나타나면 진리라 할 수 없는 것이지만 진리라 한 것은 인식하기 위한 방법론이다. 방법론 속에 진리가 있는 것이지만 문자에 집착하면 동쪽을 가려고 하지만 서쪽으로 가는 것이다.

 

 

386, 무불심(無佛心)

 

 부처님은 마음의 주인공이라 하지만 주인공이라 할 것이 없다는 것이다. 부처라 이름 할 것이 없는 것이니, 부처가 있으면 부처의 종 놀이를 하여야 하고 있다 없다 시비를 하지만 주인공이 없으니 시비가 없는 세상이다. 무불심은 시비 없는 세상으로 모양과 이름이 끊어진 것이고 언어 도단으로 표현 할 수 없는 것이다.

 

 

387, 무색심(無色心)

 

 물질을 여인 마음을 말하고, 공심(空心)의 정신세계를 말한다. 색공불이(色空不二) 물질과 정신이 둘이 아닌 세계는 물질을 보고 마음을 일으키는 것이 마음이고, 마음이 일어나므로 물질이 생기는 것이라. 물질의 근본은 마음에서 생기는 것이라, 물질의 원소는 물질이 아닌 에너지 구성원이다.

 

 

388, 법왕심(法王心)

 

 법왕을 부처님이라 하지만, 심왕(心王)을 말한다. 심왕은 마음이 삼라만상을 만들고 형성하는 것이라, 마음의 청정본심에서 원만 구족한 지혜와 복덕을 실천한다면 경계의 모양과 이름에 집착하여 고통을 받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처음 발심하기가 힘든 것은 인식이 되어 있기 때문에 욕망의 애욕을 즐거움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욕망은 생명존엄이 결여된 생각에 치우쳐서 일시적이고 순간적으로 즐거움에 만족하는 습관이 되어 있기 때문에 참아서 견디어 성취하는 일들을 잊어버리고 생각하는 것을 신기하게 생각하고 생각을 하지 않으려 하는 것이니, 지혜가 없는 지식 세상이 되고 마는 것이다. 심왕(心王)은 지식을 지혜로 바꾸는 역할을 한다.

 

 

389, 삼매자(三昧子)

 

 삼매심은 하나되는 것으로 바위와 마음이 하나가 되는 것이고 시간과 공간에서 관계가 없는 것이다. 바위를 보고 저 바위를 쪼개어서 집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을 하면 실천하는 것이니, 바위가 내 마음이란 것이다. 억겁을 시간과 공간을 축소하고 널리고 하는 심통 자재한 것이니, 지금 생각이 만년 전을 생각 할 수가 있고, 만년 미래를 생각 할 수 있는 것이니, 신통이 아니고 심통인 것이라 할 것이고 신통은 만년전 자신을 생각하면서 현재 형성하면 생각과 행동, 말을 하므로 형성이 되는 것이니 신통인 것이다.

 

 

390, 묘법장(妙法藏)

 

 마음의 도리는 깊고 깊은 미묘한 법이라 있다고 하면 없고 없다고 하면 있는 것이 마음이라 마음은 있다 없다에 자재한 것이다. 물이 온도에 따라서 변화하는 모양을 관찰하면 냉하면 얼음, 구름, 비, 이슬, 안개, 눈으로 형성되고 온도가 높으면 공기, 수증기로 형성되면서 생명에 순응하면 생명의 모양과 이름으로 나타나는 것이 미묘한 묘법장이라 마음 작용하고 같은 것이다.

 

 

391, 일미심(一味心)

 

 한 맛이 일미 라 한 마음을 말하는 것이다. 일미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모든 것은 마음으로 형성되는 것이라 일미 라 할 것이다. 집이 마음이란 것은 집을 설계하고 지으면 집이 형성되는 것이므로 마음가짐이라 일미심인 것이다.

 

 

392, 대승심(大乘心)

 

 분별심이 없는 큰마음을 대승심이라 하고 자연스러움을 대승이라 한다. 빛이 생명에 순응하고, 물이 생명에 순응하고, 공기가 생명에 순응하고, 흙이 생명에 순응하는 것이 자연이라 하고, 대승심으로 살아가는 진리인 것이다. 

 

393, 공유심(空有心)

 

 공(空)은 정신을 말하고, 유(有)는 물질을 말하는 것으로 정신과 물질을 겸비한 것으로 육신과 정신이 산 사람을 말하는 것이다. 산 사람의 정신은 공유정신으로 청정 법신은 생사가 없는 정신으로 항상 청정으로 살면 공유 정신이라 할 것이다.

 

 

394, 원융심(圓融心)

 

 원융 무애심을 말한다. 둥근 원을 그리면 시작 점이 마지막 점의 만남으로 둥근 원이 형성되는 것이다. 다른 말로는 회향심(廻向心)으로 회향은 마지막이 아닌 것으로 다시 시작으로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중등학교를 입학하고 거듭 거듭 하는 것으로 생(生)과 사(死)가 반복이 되는 것이 윤회라 윤회를 고통으로 보지만 본 마음을 찾으면 윤회에서 벗어나는 것이 원융 무애 라 할 것이다.

 

 

395, 본각심(本覺心)

 

 근본심을 깨닫는 것으로 원래 원만 구족한 지혜와 복덕의 마음을 깨달아 스스로의 본심을 확인하면 견성(見性)으로 성품을 본 것으로 번뇌에서 벗어 날 수 있는 것이다. 중생의 본심이 부처님의 마음과 동일하지만 중생 스스로가 마음 밖에서 마음을 찾아 수고로움만 더 할 뿐이라 바로 마음속에서 마음을 찾아야 본각심(本覺心)이라 할 것이다.

 

 

396, 타파심(打破心)

 

 마음으로 화두를 타파하면 깨달음이라 한다. 화두를 타파하는 것은 마음을 비우므로 성취되는 것이다. 마음으로 한 문제를 관찰하면 형상과 이름 이전의 형성 과정을 관찰하는 것이 인연 법으로 시간과 공간을 초월 할 수 있는 마음의 가치관이 나타나는 것이다. 가치관이 나타나면 이름과 형상의 집착심이 타파되고 마음의 가치관이 확립되는 것이다.

 

 

397, 해탈자(解脫子)

 

육신의 생사는 인연 법으로 거듭 지수화풍(地水火風)으로 형성되고 마음은 선악업(善惡業)으로 거듭하지만 선악에서 해탈하여야 본성을 본다고 하여 깨달음이라 한다. 마음에 무아(無我)정신은 몸은 지수화풍으로 형성되고 소멸되는 인연 법이라 몸이 자연으로 오고 가고 하는 인연 법을 관찰하면 몸의 이름과 모양이 변화하는 과정을 깨달아서 집착심이 없으므로 고뇌가 없으므로 무아 라 하고 해탈자 라 할 것이다.

 

 

398, 불국화(佛國華)

 

 불국토는 극락세계이고 불국 정토를 말한다. 사철을 불국 정토라 할 것이다. 사찰은 부처님의 집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고 수행하여 부처가 되는 것이다. 부처가 되는 것은 마음 청정을 말하고 마음이 청정하면 국토가 청정하여지는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일체 중생이 불성 청정이 본래 있어서 잊어버리고 사는 것을 깨닫게 하여 고통이 없는 정토로 더불어 사는 것이다. 요즈음 환경운동이 생명존엄 운동으로 깨달음 운동이므로 불교인들은 목숨을 걸고 실천하게다는 원력이 발심(發心)인 것이다.

 

 

399, 불퇴심(不退心)

 

 바름 마음에서 물러서지 않는 마음으로 바름의 양심을 저버리고 욕망으로 자신의 몸에 집착하여 양심을 팔고 나라를 팔고 의리를 팔고 생명존엄을 저버리고 이익을 취득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바름에서 항상 정진하면 현실은 고통스럽지만 시간이 흐르면 지혜가 생기고 복덕이 생기고 거짓은 시간이 가면 재앙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중생의 복덕과 지혜는 바름에서 불퇴심인 것이다.

 

 

400, 수선행(修禪行)

 

 선(禪)은 부처님 마음이고 수행자의 본심으로 청정심을 말한다. 항상 청정심으로 사는 것이 부처님 가르침이고 청정심은 바른 마음이므로 바름의 얼을 잊어버리면 선심(禪心)이 아닌 것이다. 수선행은 바른 마음의 지속심인 것으로 실천을 말한다.

 

 

401, 항복심(降伏心)

 

자신의 번뇌 마음을 조복하는 것을 말한다. 마음으로 탐진치 삼독심을 다스릴 수 있으면 불 보살님의 마음으로 바로 싫어함이 없는 마음이라, 물이 생명에 순응함과 같은 것으로 청정수가 바로 부처님인 것이다. 우리는 오히려 이름과 모양으로 불 보살님의 가르침을 오염시키고 있는 것이다. 불 보살님에게 예배하면서 돌아서면 물, 공기, 흙을 오염시키므로, 불 보살님의 마음을 깨닫지 못하고 이름과 모양으로 부처님을 찾고 있는 것이다. 금강경에는 부처는 모양과 이름에 집착심이 없어야 부처을 찾는다 하셨다.

 

 

402, 초심자(初心子)

 

 초심은 진리의 발심을 말한다. 바름의 길을 입문하는 것은 성인의 마음으로 모양과 이름에 집착심이 아니고 싫어함이 없는 순응하는 마음이라 할 것이다. 바름은 청정이고 맑음이고 밝음을 보고 들을 수 있는 것이 바름의 깨달음이다. 우리는 바름을 마음에서만 찾으려 하니 힘든 것이고, 자연의 청정을 찾으면 바름을 싶게 알 수 있는 것이다. 깨침은 삼라만상을 보고 듣고 하므로 청정을 깨닫고, 바위를 보고 깨칠 수 있고, 폭포 물소리 듣고 깨칠 수 있고, 솔 나무 방울 떨어지는 소리에 깨칠 수 있고, 겨울 낙엽 떨어지는 것을 보고 깨칠 수 있고, 두두물물이 스승 아닌 것이 없는 것이다. 초심자의 마음은 삼라만상의 바름을 볼 줄 아는 마음이다.

 

 

403, 원각심(圓覺心)

 

 삼라만상이 부처의 본성이 있어 본래 원만 구족한 존재라는 것이다. 개체마다 본성이 있어 스스로가 주인공으로 스스로의 세계가 완성되어 있는 것이라 부처님의 마음과 동일함으로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것으로 누가 가르치고 지배를 할 수 없고 억압 할 수 없는 존엄성이 완성되어 있어 원각심이라 한다.

 

 

404, 지혜월(智慧月)

 

 지혜은 관찰하는 마음에서 나타나는 가치관으로 달이나 거울, 바다에 많이 비유하는 것이다. 마음을 관찰하면 인연 법으로 나타나는 형상 이전의 과거와 형상 이후의 미래가 연결되는 고리가 현재심이라 할 것이다. 현재의 마음을 관찰하면 미래를 알 수 있고 현재의 마음씀을 관찰하면 미래의 마음을 알 수 있는 것이니, 과거 현재 미래가 바로 직심의 실천에 있는 것이니, 바른 일, 바른 말, 바른 뜻의 실천은 지혜의 보배 창고인 것이다.

 

 

405, 대명주(大明主)

 

 밝음 마음이 주인공이다. 마음의 본성은 청정 법신이라 자연 그대로이고, 마음의 본 성품이 부처님의 마음 같아 부족한 점이 티끌만큼도 없는 것이다. 중생은 바름을 망각하고 욕망의 꿈속에서 순간의 즐거움을 찾아 헤메는 착각 속에서 영원하기를 바라고 있어 순간 순간의 생각이 지속하지를 못하고 분별하므로 지옥과 극락을 순간적으로 반복하는 것이니, 마음에 밝은 주인공을 찾을 수 없는 것이다. 한 생각으로 마음을 안정시키고 호흡, 보고 듣고 하는 마음을 코끝으로 집중시켜 시간과 공간을 축소시켜 보라, 내 마음속 주인공의 대명주를 볼 것이다. 

 

 

406, 발심자(發心子)

 

 청정심으로 발심하면 선악심을 분별 할 수 있는 마음에 가치관이 확립되는 것이므로 악심을 일으키지 않고 선심으로 수행 할 수 있는 것이라 남을 구제 할 줄 알고 지옥 중생을 위하여 애민심으로 자비심이 발로하여 남에게 바른 길로 인연을 맺을 수 있는 가치관이 나타나는 것이다.

 

 

407, 상도심(常道心)

 

 스님들은 평상심이 도라 한다. 항상 바른 마음을 잊지 않는 것이 도라 순간으로 일어나는 분별심을 일으키지 않고 욕망, 성냄, 어리석음, 시기, 질투, 고르지 못한 말, 살생, 훔침, 삿된 행위를 하지 않는 수행심이 바름으로 항상심으로 수행하면 평상심이 도란 것이다. 호흡을 하지 못하면 죽는 것이지 호흡하는 것을 자연스럽다고 하지만 어려운 것은 공기가 청정하여야 하고 힘이 있어야 호흡을 할 수 있는 것이다. 평상시는 호흡하는 것이 아무런 생각이 없지만 죽음의 문에는 호흡하는 것이 얼마나 힘이 드는 것인가를 직각 할 수 있는 것이지만 평상시는 모르고 사는 것이니 도(道)심을 잊고 사는 것이므로 공기의 감사와 은혜를 망각하고 오히려 공기를 오염시키면서 욕망으로 자연을 파괴하는 것이니, 인간 욕심의 어리석음이라 할 것이다.

 

 

408, 적묵심(寂黙心)

 

 고요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바른 마음이다. 시비하는 마음이 아니라 편안하고 고요한 마음으로 상대의 잘못을 보아도 상대의 마음을 도리어 편안하게 하는 마음으로 자신과 남을 이익되게 하는 마음이니 불보살의 마음이라 할 것이고 항상 스스로가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발심자라 할 것이다.

 

 

409, 일진심(一眞心)

 

 한번 참된 마음을 발심하면 부처가 되는 인연이라 마음에 부처의 종자가 있다는 마음을 발심하면 씨앗이 움트는 것은 자연의 힘을 입어야 하는 것이니, 숙세의 선한 인연이라 하고 선한 공덕이 없으면 장애가 많고 잘되는 일도 갑자기 실패하는 길로 가는 것이니, 항상 남을 위하고 스스로가 수행을 하여야 잘 되는 것이므로, 자연 보호는 남을 위하는 보살행이라 할 것이다.

 

 

410, 근수행(勤修行)

 

 쉼이 없이 보살행을 수행하는 마음이라 스님이라 하면 마음을 바르게 하고 고르게 하고 남에게도 이 마음으로 가르치고 수행하게 하는 것이 스님의 마음이라 할 것이다. 사회 생활을 보면 살기 위해 생명을 죽이는 생활을 하고, 자신을 속이고 남을 속이는 일을 하지 않으면 살아 갈 수 없는 생활에 물들어 잘못인 줄도 모르고 생활하는 사람이 많으면 사회는 어지려운 것이고 오염된 사회라 청정하게 하려면 벌을 받고 언론에서 야단법석이지, 최소한 정토가 되려면 생명존엄으로 상대을 위하는 생명 경제가 되면 너와 나를 속이지는 안는다.

 

 

411, 선심자(禪心子)

 

선은 부처님의 마음이고 중생의 본심인 것이라 항상 바른 마음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라 할 것이다. 마음의 본심은 바른 마음이라 부처님은 바름을 실천하신 분이시고, 중생의 본심은 바름이나 실천을 하지 못한 차별이 있는 것이다. 중생이라도 바름을 실천하는 수행자도 있고, 마음으로는 바름을 알지만 실천을 하지 않는 자도 있고, 바름을 모르고 사는 사람도 있고, 악심으로 남을 괴롭게 하는 즐거움으로 사는 사람도 있고, 고통이 너무 많아 고통인 줄을 모르고 사는 사람도 있어 사람의 마음은 천태만상인 것이다.

 

 

 

412, 광명장(光明藏): 마음은 광명의 보배 창고인 것이다. 아무리 사용하여도 부족함이 없는 보배 창고 인 것으로 사용하면 사용 할 수록 창고는 더욱 가득한 것이라, 다함이 없는 보배 창고인 것이다. 이러한 보배 창고가 자신에게 있는 줄도 모르고 중생들은 살면서 남의 보배만 욕심을 내는 것이 어리석음이라 할 것이다. 마음을 찾는다고 하면서 자신의 마음은 망각하고 마음 밖에서 마음을 찾는 수고로움만 더 할 뿐이다. 
  

 

413, 법계성(法界性)

 

 마음이 우주 공간에 가득한 것이라 빈틈이 없는 것이니, 남이 배고프면 내가 배고픈 것이고, 남이 배부르면 내가 배부른 것이다. 물질 세상에는 말이 안 되는 말이지만, 마음으로는 말이 되는 세상이다. 극락에는 팔이 길면 길수록 좋고 지옥은 팔이 길면 길수록 안 좋은 것은 마음 때문이다. 극락에는 남을 먼저 생각하므로 팔이 길면 자신보다 남에게 밥을 먼저 먹이므로 좋은 것이고, 지옥은 반대로 욕심이 많아 먼저 자신이 먹을려고 함으로 팔이 길면 고생이고 먹지를 못하는 것이다. 마침 여우란 놈이 영리하다고 하지만 항아리 속에 먹이를 먹지 못하는 것은 욕심이 많아 항아리 속에 먹이를 지고 놓지 안아 먹지 못하는 것이고, 또 여우가 먹이를 물고 다리를 건너다가 물 속에 먹이를 물고 있는 여우 그림자를 보고 욕심을 내어 먹을려고 입을 열어 물고 있는 먹이를 놓쳐 버리는 욕심의 어리석음 때문이다.

 

 

414, 본래심(本來心)

 

 청정이 지혜라 물이 청정하면 모든 생명들이 잘 자라고 병든 생명도 살아나는 것이다. 사람의 마음도 고요하고 편안한 것이지만 귀로 소리를 듣고 눈으로 모양을 보고 집착하여 인식하므로 대상에 마음을 일으키므로 자신의 본심을 망각하고 착각하여 살아가는 것이다. 모든 보고 듣고 한 것을 놓아버리고 본심에서 살아가면 자신의 주인공을 찾는 것이다.

 

 

415, 법관심(法觀心)

 

 마음을 관찰하면 보이지 않는 모양과 이름이 나열되면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지혜가 나타난다. 관법은 인연 법으로 모양과 이름의 온 곳으로 돌아가면 모양과 이름이 사라지는 것이니, 모양과 이름에 집착 할 것이 없으므로 무아(無我)라 하여 자유자재한 마음으로 무쟁삼매(無諍三昧)라 하여 아라한(阿羅漢)이라 한다.

 

 

416, 환희심(歡喜心)

 

 기쁜 마음은 극락 가는 첫 걸음이고 성인이 되는 첫 길이다. 우리는 기쁜 것이 좋은 줄은 알지만 순간적으로 화를 내고 스스로가 재앙을 받아 고통스러워한다. 경계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으면 화낸 일이 없는 것이고, 우리들은 남의 말에 현혹되어 대개 마음을 써는 것으로 본심의 바른 마음을 잊고 사는 것이라 남을 말을 잘 믿는 습관이 있다. 경계에 집착하지 않고 본심의 바름에서 살아가면 항상 환희심으로 살 수 있는 것이다.

 

 

417, 수순행(隨順行)

 

 불 보살님의 마음은 수순하는 마음으로 모든 것을 원만 성취시키는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중생의 마음에 수순하시므로 중생을 인도하시고, 물, 공기, 흙의 에너지는 생명들에 수순하므로 원만 성취하는 것이다. 수순하면 모양과 이름이 없으므로 자유자재함을 성취하는 것으로 중생에게는 수순하는 마음을 잊어버리면 성취되는 것이 없는 것이다.

 

 

418, 원통심(圓通心)

 

 관세음보살님의 마음이 원통심이다. 자비의 권화신인 관세음보살님은 마음으로 관세음보살님하고 소리내어 부르면 관세음보살님께서 소리에 순응하시므로 원만성취하는 것이다. 모든 생명에는 자비심이 있어 항상 스스로가 보살피는 것으로, 나무가 자라서 열매를 맺으면 종자 번식을 새가 열매를 먹고 먼 곳으로 가서 배설하므로 씨앗이 움트고 종자 번식을 하는 것이므로 나무 열매는  새의 먹이로 새를 구제하고 새는 먹고사는 은혜에 감사하므로 열매의 씨앗을 산 넘어 날아가서 배설하므로 종자 번식을 하는 것이니, 서로 서로 의지하여 살아가는 방법이 생명의 진리인 것이다.

 

 

419, 일면불(日面佛)

 

 일면불, 월면불 화두 공안이 있지만 지금도 공안중이다. 일면불은 서산 백제 미소 3존 마애불을 보면 아침에 마애불의 얼굴 표정은 용기를 주는 미소를 하시는데 아침 햇살의 비추는 방향에 따라 마애불의 얼굴 표정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으로 저녁 노울 햇빛에 마애불 표정은 편안한 표정을 느끼게 하여 백제 마애불의 미소를 생생하게 체험하는 것이다. 도올 김 용옥은 서울 승가사 마애불을 야밤에 친견하면 학창시절 애인의 얼굴을 기억한다는 것이다. 나는 어릴 15세 행자시절 부산 마하사에서 탁자 밑 양초 쓰레기 초통에서 연기가 나고 불이 나는 것을 보고 방석으로 불을 끄고 나서 지장보살님 얼굴을 보니 얼마나 무서운지, 나는 이불 속에 숨고 말았다. 이러한 것은 마음의 작용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내 마음에 일면불이라 할 것이다. 

 

 

420, 월면불(月面佛)

 

 마음을 달에 비유를 많이 하는 것은 밝고 맑음을 말하는 것이다. 마음으로 삼라만상을 나투는 것이 마침 밝은 달이 천만 강에 비추면 천만 강에 달이 나타나는 것이 화신으로 달 그림자라 하고 원숭이는 물밑에 있는 달을 나무 열매인 줄 알고 물 속에 달을 따려고 밤새도록 물에 들어가지만 달은 하늘에 있는 것이라 해가 뜨면 달은 사라지고 없는 것인 줄을 모르는 것이 원숭이의 어리석음이라 하지만, 달을 마음에 비유한 것은 맑고 밝은 것을 말하는 것이다.

 

 

421, 수산자(水山子)

 

 물과 산은 바로 청정법신 부처님이시다. 모든 생명을 잉태하고 출산하는 고향으로 지옥과 극락을 사후 문제로 말하지만 결국은 현실의 오염과 청정으로 나타나는 것이 바로 미래의 지옥과 극락인 것이다. 오염은 죽음이고 청정은 산 것이라, 죽어서도 청정하면 청정법신이라 영원한 것이다. 마음이라 이름하면 인간 중심을 말하는 듯하지만 마음의 근본은 청정으로 자연 청정 마음 청정을 말한다.

 

 

422, 평상심(平常心)

 

 일상적인 마음이고 듯듯한 마음으로 남이라도 허물이 없는 마음일 것이고 영원심이라 할 것이다. 고락심은 순간, 순간 지속이 돼지을 않고 순간, 순간 마음이 간단이 많고 굴곡이 많아 고통이라 하는 것이다. 어린 아이가 태어나면 처음 소리가 울음이라 왜 웃음을 짖지 않고 울음소리를 먼저 하는 것일까? 처음 소리는 우주의 원음이기 때문이다. 불교 교리에 “옴”소리를 청정법신으로 우주의 원음이라 하지, 태아의 첫 소리가 “앵” 하는 소리는 소우주에서 대우주로 탈바꿈하면서 태어나는 생명의 첫 소리인 것이지, 울음소리가 안인 것인데 우리가 웃음소리로 인식하고 있는 고정심이다.

 

 

423, 각성자(覺性子)

 

마음 성품을 깨달으면 견성(見性)이라 하여 마음 공부를 하는 자는 선지식이라 하여 친견을 하는 것이다. 삼라만상을 물질로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보는 것이다. 마음의 본심은 유무을 초월하고 모양과 이름에 집착하지 않으므로 자유자재한 것이라 초조하거나 불안한 마음이 없는 것이고 죽음이 눈앞에 와도 두려움이 없는 마음이라 저승사자는 모시고 염라대왕은 인사를 하고 아미타 부처님은 영접을 하시니 마침 귀한 손님이라 처처안락국(處處安樂國)인 것이다.

 

 

424, 본연심(本然心)

 

근본 인연으로 자연의 도리인 것이고 생명의 소리인 것이다. 우리는 고통이 많다고 하나 생명들은 생노병사가 다 있는 것이 살아가는 방법인 것이다. 고통스럽다 하지말고 고통을 즐겁게 생각하고 삶의 밥법으로 생각하면 스스로가 즐거운 것이다. 다만 욕망으로 살아간다면 고통스러운 것이다. 

 

 

425, 돈각심(頓覺心)

 

 깨침은 직심(直心)이고 선(禪)으로 배우거나 가르치는 것이 아닌 것이다.
  번뇌가 많아 머리가 두통이 날 지경이라도 바른 마음만 가지면 일시에 해결되는 것이다. 번뇌가 많은 것은 잘못을 숨기고 속이고 하기 때문에 번뇌가 치성한 것이다. 바른 생각만 하면 바른 행이 나타나고 바른 말을 실천하는 것이다. 

 

 

426, 안정심(安靜心)

 

 편안하고 고요한 마음으로 선정심이라 할 것이다. 선정심에 들면 지혜가 나타나므로 가치관이 확립되는 것으로 시간과 공간을 넘어 미래와 과거를 아는 마음으로 과거 현재 미래에 관계가 없는 상통하는 것으로 번뇌의 허덕이는 시기 질투하는 마음이 사라지는 것이다. 물건을 보면 갖고 싫은 마음이 일어나므로 자신의 마음을 억제 할 줄 모르고 남의 좋은 일을 보면 시기하고 싸움을 하는 마음이 일어나므로 자신이 통제가 아니 되는 것은 선정심이 없기 때문이다.

 

 

427, 무외자(無畏子)

 

 

 관음경에 보면 관세음보살님을 두려움이 없는자라 하시고 조건 없이 중생을 구제하시는 분이라 무외대비심(無畏大悲心)이라 한다. 대자대비로 싫어함이 없는 마음으로 생명에 순응함으로 무연대비(無緣大悲)로 구제하시는 것이다.
   

 

428, 일지엽(一枝葉)

 

 한 가지 줄기에 한 잎사귀는 연잎으로 다른 나무나 풀잎하고는 특이한 것이다. 연잎은 물방울이 착하지 못하는 것이 오염되지 않는 연꽃처럼 보인다.

 

 

429, 일지화(一枝花)

 

 한 줄기에 한 숭이 꽃은 연꽃으로 시궁창에서 피지만 오염에 물들지 않고 청정으로 오염물을 청정하게 하고 불교 꽃이라 하고 부처님을 연꽃에 비유하는 것은 오욕락에 물들지 않고 청정의 진리를 성취하신 분으로 천인사(天人師)라 한다.

 

 

430, 원명심(圓明心)

 

 밝음은 시종이 없는 것이라 처음과 끝을 말 할 수가 없다. 마음을 둥근 원상으로 표현하고 일원상(一圓相)이라 하여 진리를 표현한 것이다. 둥근 원을 그리려면 처음점이 끝점으로 만나면 원의 그림이 형성되면서 진리라 표현한다. 시종이 만나면서 둥근 원이 되는 것은 시종의 지속으로 시종이 없는 헤아릴 수 없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무한함을 말하는 것이다.

 

 

431, 자연성(自然性): 자연성은 순수함을 말하는 것으로 진리의 성품 자체를 말하는 것이다. 대상의 힘이나 억압이나 강제의 힘에 의한 것이 아니고 바위처럼 아득한 옛적부터 생긴 것으로 자연의 비바람으로 마멸되어 과정을 자연성이라 할 것이다. 우리 마음의 성품도 번뇌의 고락의 강약이나 감정에 의한 것이 아니고 성품은 시종이 없는 아득한 그윽한 모습이다.

 

 

432, 수성심(水性心)

 

 물은 습한 것이 성품이라 물이 냉온에 따라서 얼음․수증기․구름․비․눈․안개․이슬․물로 형성되면 중생은 이름과 모양에 집착하여 말하고 진리인 것은 모든가 물이란 것이지만 물이라 이름해도 맞지를 않는 것이다. 두두물물이 마음이라 하여 이름과 모양으로 나타나는 현상을 보고 말하지만 마음이라 하면 잘 모르고 진리로 마음이라 하면 이해가 되지만 중생 세계는 분명한 것을 말하므로 두두물물이 마음이라 하면 모른다.

 

 

433, 자광심(慈光心)

 

 자비 광명은 부처님의 마음인 것이다. 부처님의 말씀을 믿고 수행하면 부처님의 마음이 자신의 본성임을 아는 것으로 귀로 소리에 집착하고 눈으로 모양에 집착하여 마음을 일으키는 것이니, 상대의 경계를 비우고 방하착하면 본심의 청정이 나타나는 것이므로 싫어함이 없는 것이다. 즐겁고 싫어함이 나타나는 것은 마음의 번뇌인 것이다.

 

 

434, 대적심(大寂心)

 

 사찰에 가면 대적광전(大寂光殿)에 청정법신 비로자나 부처님을 모신 곳으로 엄격하게 말하면 청정 법신은 모양과 이름이 없는 것으로 자연의 진리이고 마음의 본 성품 자리를 말하지만 방편으로 이름과 모양으로 나타내어 법당에 모신 것이다.

 

 

435, 만공심(滿空心)

 

 텅빈 충만을 진공묘유(眞空妙有)라 하여 공즉시색, 색즉시공(空卽是色, 色卽是空) 정신이 바로 물질이고, 물질이 바로 정신인 것으로 무소유(無所有)정신을 말한다. 무소유 정신을 공무정신으로 공무원들의 공유(空有)정신인 것이다. 시민 공원을 공유지라 하고 국유지라 하고, 요즈음은 지방 자치제로 세금도 지역에서 사용하는 것이다.

 

 

436, 삼보심(三寶心)

 

 세상에서 3가지 보배를 삼보(三寶)라 할 것이다. 삼보는 부처님, 법, 청정 대중인 승가를 삼보라 하여 항상 진리로 수행하고 실천하라는 것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바르고, 고르고, 맑고, 밝은 본심의 청정으로 살라는 것이다.

 

 

437, 법왕궁(法王宮)

 

부처님을 법왕이라 하신다. 법왕심은 우리의 본심으로 항상 같이 하는 것이므로 긍정심을 가지고 항상 쾌활하게 살면 재앙이나 삿 된 것은 스스로 물려 가는 것으로 바르게 살면 바르지 못한 것은 서서히 바르게 되고, 맑지 못한 것은 서서히 맑아지는 것은 바름의 힘인 것이다. 바름의 힘은 서서히 개인에게만 이익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이웃으로 우리라는 대중성이 있는 것으로 인연의 고리로 연결되면서 더불어 사는 정토가 형성되는 것이다.

 

 

438, 법성심(法性心)

 

 법의 성품은 삼라만상의 동일성이다. 모든 생명이 물․공기․흙․빛의 자연의 은혜를 받으면서 자라면서 나무는 꽃이 피고 열매가 맺고 열매는 모든 생명에 먹거리로 생명을 구제하는 것이니, 은혜와 감사를 서로 서로 하는 자연의 도리가 법성심이다. 사람도 법성심만 찾으면 부처님도 될 수 있고, 극락 지옥에 가는 주인공은 바로 자신의 행위인 것으로 바른 뜻․바른 말․바른 일이 근본이 되는 것이다.

 

 

439, 위덕심(威德心)

 

 위엄과 자비 덕상을 갖추신 분으로 엄하고 인자한 아버지 상을 생각하면 될 것이다. 32상 80종호를 갖추신 부처님을 친견하면 자연스럽게 부처님을 따르는 마음이 생기는 것이니, 말을 하지 않아도 마음으로 나타나는 분위기는 다생으로 수행하신 결과라 할 것이다. 인연이 있는 자는 만나면 더욱 만나고 싶고 부부라도 얼굴을 보면 싫어하는 마음이 생기는 원인은 전생에 살생한 인연으로 부부가 되어도 싫어하는 마음이 일어나는 것이다.

 

 

440, 호법심(護法心)

 

 바름 마음을 일으키면 호법신들이 옹호하는 것이라. 바른 법을 수행하면 호법 선신들이 옹호하시고  바른 마음을 가지면 도우는 사람이 생기고 주위 분위기가 좋고 따르는 무리가 많은 것이다. 재물 보시도 복덕이 많지만 바른 가치관은 복덕이 헤아릴 수 없는 것이다.

 

 

441, 우경심(牛耕心)

 

 밭가는 소는 마음 닦는 수행자를 말한다. 심우도(尋牛圖)는 소 찾는 그림으로 마음 닦는 과정을 그린 그림으로 소를 마음으로 표현하여 서서히 흰 소가 되어 결국은 소도 없고 찾는 수행자도 없고 텅텅빈 허공만 나타나는 것이 자연 그대로의 본래모습인 것이다. 찾는 차례가 다 망상으로 부질없는 일인 것을 깨달음으로 본래 본심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442, 향화심(香花心)

 

 부처님께 꽃과 향으로 공양을 올리면 자연의 모습에 감사와 은혜하는 것이다. 부처님께 육법 공양이라 하여 자연의 꽃, 향, 등불, 과일, 쌀, 청정수의 차를 올리는 것은 자연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마음으로 자연의 청정인 생명존엄을 체험하면서 감사와 은혜하는 것으로 오염시키지 않으므로 은혜하는 것이고 마음에 번뇌를 일으키지 안으므로 청정 본심을 찾는 것이다.

 

 

443, 정주심(淨主心)

 

 맑은 마음으로 사려는 청정심을 말한다. 마음이 청정하면 욕심이 없고 지옥도 가지 않지만, 오염은 자신의 생명도 죽고 다른 생명을 죽이고 지옥을 스스로 가는 것으로 중생들은 살아생전에 욕심으로 살다가 지옥 고통을 받으면 도리어 원망하는 어리석음이 욕망인 것이다.

 

 

444, 법의주(法意主)

 

 진실은 바름을 빛나게 하고 거짓을 바르게 하고 싫어함이 없는 마음으로 어린 아이의 마음으로 천진성을 말한다. 밤손님이 어린 갓난아이에게 칼로 위협을 하자 어린 아이는 웃고 마는 것이라 천진하기 때문에 두려움을 모르는 것이라 밤손님이 도리어 질겁을 한 것이다. 진실하면 두려운 마음이 사라지고 거짓에는 목숨을 받치는 정의감으로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이 나타나면 분명하게 운명을 바꿀 수 있는 마음의 힘이라 지혜 스러운 법의주가 되는 것이다.

 

 

445, 도명심(道明心)

 

 이치에 밝고 분명한 자로 지식과 지혜는 다른 것이다. 영어나 한자를 많이 알면 지식이라 하지만 지혜는 영어나 한자를 몰라도 지혜는 있는 것이다. 
 지혜는 모양과 이름에 집착이 아닌 가치관을 말한다. 마음으로 사물을 관찰하려면 사물의 모양이나 이름이전으로 생각이 들어가야 과거와 미래의 시간과 공간을 넘어 마음으로 종힁무진하면 자유자재한 마음으로 모양이나 이름에 장애를 받지 않는 것이다.

 

 

446, 홍법심(弘法心)

 

 법을 전하는 전법자로 부처님의 말씀을 전하려면 자신의 마음을 알아야 하는 것이다. 부처님의 열반으로 제자들이 부처님 말씀을 문자로 결집하면서 부처님 마음을 전해 받은 가섭존자가 아난이 부처님의 시봉을 하면서 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요즈음 녹음기처럼 아는 것이지만 결집하는 자리에 가섭존자가 참가를 못하게 한 것은 마음을 알지 못한 자로 아난은 다시 용맹정진하여 마음을 알고 결집에 참가한 것을 보면 부처님 마음을 전하는 자는 자신의 마음을 알아야 하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다.

 

 

447, 서원심(誓願心): 불 보살님들의 서원이 다 함이 없고, 중생들의 서원이 다 함이 없고, 미래가 다 함이 없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생각이란 헤아릴 수 없는 것으로 진리 성취가 아득한 시간이라 생각하지 말고 직시에 앞뒤를 생각하지 말고 곧 바름을 실천하라, 몸으로 바른 일을 실천하기를 서원력으로 삼고,  입으로 바른 말 하기로 서원력으로 삼고, 마음으로 바른 뜻을 실천하기로 서원력을 삼고,  바른 일, 바른 말, 바른 뜻의 삼정심(三淨心)을 서원력으로 삼고 실천하면 부처님의 가르침이고 자신의 본성심을 실천하는 것이다.

 

 

448, 장엄화(莊嚴華): 장엄은 극락세계 장엄이 수승 할 것이다. 아미타경에는 극락 세계는 사방 흙이 금이고 산천 나무풀이 금이라 재물에 욕심이 없고 생각만 하면 물질이 생각대로 성취됨으로 욕심이 없는 세계이고 남녀 관계가 없이 생각만 하면 화생으로 연꽃 속에서 태어나는 과정이 마침 유전자 뿌리세포의 생명 탄생을 생각하게 한다. 남녀 관계가 없으므로 시기 질투 음행 삿된 마음이 없는 것이고 싫어함이 없는 마음으로 구조상 상상 근기의 복락이라 할 것이다.

 

 

449, 평등심(平等心): 평등심을 우리는 인식하지를 못한다. 평등심은 자연으로 산소가 공기이고 물이고 생명인 것이다. 호흡하는 공기의 은혜를 모르고 사는 우리는 5분만 질식하면 사망인 것이지만, 평상심은 공기의 은혜를 모르므로 감사하는 마음이 없고 도리어 욕심으로 공기를 오염시키면서 물질의 욕망으로 생명을 돈으로 죽이고 힘으로 죽이고 먹기 위해 죽이고 자신을 보존하기 위하여 죽이고 장사하면서 죽이고 가축을 기리면서 사고 팔고 죽이는 것이니, 이것이 업으로 나타나지만 잘 모르는 것이니, 평등심을 모르는 것이다.

 

 

450, 관찰심(觀察心)

 

 마음을 관찰하면 선(禪)이라 하여 부처님 마음으로 통 할 수 있고, 자신의 본성을 찾는 길이다. 마음으로 보고 듣고 실천하지 않으면 보고 듣고 하는 것이 경계에 집착하여 천태만상으로 분별하지만 보고 듣고를 마음으로 관찰하면 하나가 됨이라 번뇌가 일어나지 않는다.

 

 

451, 안주심(安住心)

 

 편안을 찾는 마음은 집착심이 없는 마음이고  싫어함이 없는 마음으로 불 보살님의 마음이고 우리의 본성인 것이라, 두두물물이 다 본성이 있으므로 낱낱이 두려하고 당당한 모습으로 누가 흉내를 낼 수 없는 자리인 것이다.
  바다 변에 조약돌을 보라 모양새가 각각으로 같은 것이 없는 것이 자연으로 생긴 것이 인위적인 시간과 공간에 구애을 받지 안는다.

 

 

452, 적정심(寂淨心)

 

 물그릇에 황토 물을 요동시키면 흙물이 되면 물 속이 보이지를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 맑은 물이 되고 흙물이 고요하면 적정(寂靜)이라 할 것이다. 마음으로 경계를 보고 듣고 집착하여 고정인식으로 고집한다면 고뇌일 것이다. 그러나 경계의 모습과 이름을 마음에서 비우고 반연하는 것이 고요하면 편안한 마음으로 과거의 생각이 기억나고, 또 미래를 깊이 생각 할 수 있는 것이다.

 

 

453, 성덕(聖德)

 

 넓고 큰 것을 자비심이라 하고 성인의 덕성으로 마하 반야 라 하여 큰 지혜는 큰마음으로 보아도 보지 못하고 들어도 듣지 못하는 마음은 미워도 싫어함이 없는 자비심이고 부모 마음으로 부모가 자식을 꾸중하는 것은 미워서 그려한 것이 아니고 자식이 미래에 성공하기를 바라는 부모님의 자식에 대한  미래심인 것이다. 큰마음은 과거를 뉘우치는 현재심이 과거심이고, 미래의 희망을 원력으로 설계하고 기획하는 마음의 미래심을 현재심으로 실천하므로 과거․현재․미래가 동일 한 것이 큰마음의 성덕심이다.

 

 

454, 조복심(調伏心)

 

 흙 물그릇 물을 맑게 하고, 어지러운 마음을 고요하게 하는 수행하는 마음을 조복심이라 하고 번뇌의 삿된 마음을 스스로가 조복 할 수 있어야 청정심이라 할 것이다. 경계의 모양과 이름을 보고 듣고 마음을 일으키면 마음을 다스릴 수 없는 것이다. 오로지 마음을 비우고, 본심의 원만 구족한 지혜와 복덕으로 바름을 실천하면 번뇌 마음을 조복 할 수 있는 것이다. 

 

 

455, 신행자(信行子)

 

 부처님 가르침을 수행하는 자로 불제자라 하고 불법승(佛法僧)삼보에 귀의하는 것이고 나아가 자신의 불법승인 불성(佛性)을 찾는 선(禪)을 한다. 
선(禪)은 과거도 아니고 현재도 아니고 미래도 아닌 시간과 공간에 관계없이 바름을 실천하는 마음이다.

 

 

456, 흥운심(興雲心)

 

 비행기를 따고 하늘을 날면 구름이 산천에 자욱한 것을 보면 구름을 따고 싶은 어린 동심으로 돌아가면서 자신을 돌아보는 마음 자세가 일어난다. 등산을 하면 산마루를 따고 가면 하늘을 걸어가고 있는 마음을 하고 있고 시인이 되어 시 한 수를 지어보곤 하여 자신의 깊숙한 마음 세계를 체험하는 것이다. 흥운심은 항상 마음을 즐겁게 하고 미래 상상력의 원력심을 증장시키는 희망심이다.

 

 

457, 이구자(離垢子)

 

 번뇌을 해탈한자로 부처님을 말하지만 중생의 본심을 말하므로 자리 이타행의 보살심으로 싫어함이 없는 마음을 말한다. 자비심의 실천자 요즈음 말로는 봉사자를 말한다.

 

 

458, 공덕해(功德海

 

 바다를 공덕 바다라 하는 것은 싫어함이 없이 천만 갈래의 샛강 오염물을 받아 들여 청정으로 거듭나는 것이니, 생명의 원천인 것이다. 마음의 본심을 말하는 것이다.

 

 

459, 자인심(慈忍心)

 

 참는 마음에서 자비심이 일어나는 것이다. 어머니 마음을 자비심이라 하지, 어머니하고 부르면 아들의 허물을 시비하지 않고 가슴으로 포응하면서 자식의 잘못을 어머니 가슴으로 감싸주시면서 자식의 허물이 부모님의 허물로 변하는 관계가 일어나면서 부모님 마음은 불 보살님의 마음으로 나타나 시비을 초월하는 자비심이 자신의 본심이라 할 것이다. 본심에서는 시비 선악이 없는 청정법신의 자리이다.

 

 

460, 대희자(大喜子)

 

 대희 대사 대세지 보살님은 우리들은 잘 모르고 관세음보살, 지장보살을 자비심의 화신으로 생명의 소리에 순응하시는  분으로만 대세지보살님은 생명력 자체이므로 자비심을 화현 보다도 살아가는 자체를 말한다. 아미타불의 좌우보처는 관음, 대세지보살이지만 우리는 지장보살님만 찾는다.

 

 

461, 수승행(殊勝行)

 

 수승한 수행력은 정진력으로 생명력인 것으로 만리 장천을 날려는 기러기의 생명력은 연구의 대상이 되고 있다. 피로하지 않은 힘의 근원을 유전자 연구에서 발견하여 약으로 사용하고 있으니, 피로한 것은 병으로 치료 할 수 있는 것이다. 잠을 자는 것을 사람의 생리 작용으로 보고 사람으로 태어나면 맞당히 몸에서 일어나는 현상으로 보지만 잠을 자지 않고 살 수 있는 수행자도 있다. 잠을 자는 것은 몸의 집착심으로 집착심이 마음에서 비워지면 의식 세계에서 무의식 세계로 마음은 잠하고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이다.

 

 

462, 원일화(圓一華)

 

 대각심(大覺心)이고, 원각심(圓覺心)으로 청정심의 본심을 말한다. 청정의 본성은 사람 마음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자연의 근본인 것이다. 청정이 불성(佛性)으로 부처 라 하여 빛이라 한다.

 

 

463, 비로심(毘盧心)

 

 청정 법신 비로자나 부처님의 마음으로 자연을 청정 법신이라 하여 자연 자체을 부처로 보는 것으로 법신은 생사로 보는 것이 아니고 영원한 생명력인 것이다. 씨앗이 자라는 힘은 영원한 것이라, 한 씨앗이 썩고 모양과 이름을 거듭하는 것은 모양과 이름은 다르지만 씨앗의 생명력은 다른 생명력의 새싹으로 거듭 나는 것이니, 씨앗의 물질이 생명력으로 변화하는 과정은 공(空)의 정신으로 정신인 생명력이 거듭 물질의 새싹으로 나타나는 것은 영원한 생명력인 것이다. 영원한 생명력을 법신(法身)이라 할 것이다.

 

 

464, 무생심(無生心)

 

 남이 없는 것은 번뇌가 없는 불 보살님을 말한다. 부처님 법을 물으면 마음을 일으키지 마라 하신다. 입차문래 막존지해(入此門來莫存知解) 이 문에 들면 마음을 일으키지 마라는 절 입구나 선방 입구에 있는 말씀을 자주 보는 것이다. 중생이 안다는 것이 장애인 것이라 보고 듣고 하는 것이 마음 본성에 장애를 하는 것이니, 보고 듣고 한 경계를 방하착하고 자신의 본성에서 보고 듣고 하라는 것이다.

 

 

465, 수승주(殊勝珠)

 

 마음의 주인공은 밝은 구슬과 같아서 붉은 것이 오면 붉은 것이 나타나고 흰 것이 오면 흰 것이 나타나는 것이 마침 마음과 같아 수승주는 마음의 본성으로 주인공이고 달이고 해의 실상을 말한다.

 

 

466, 무용심(無用心)

 

 씀이 없는 마음이라 보고 듣고 하는 마음은 씀이 있지만 형상과 이름에 집착한 것이라 장애가 일어나므로 유무 자재를 하지 못한다. 씀이 없다는 것은 형상이 있다는 마음을 타파하므로 형상의 집착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도리어 씀이 있는 것이다. 

 

 

467, 자성심(自性心)

 

자신의 본심을 자성심이라 하고 중생과 부처가 다 자성에서 일어나는 것이라, 살아가는 것이 다 자신이 만드는 행위인 것으로 몸으로 바른 일을 실천하고, 입으로 바른 말을 실천하고, 마음으로 바른 뜻을 실천하면 과거, 현재, 미래가 자성으로 통하는 것이다. 과거를 원망하지 말고, 미래를 걱정하지 말고 오로지 바로 바름을 실천하면 자성심이고 부처님의 가르침이고 최상의 길이다.

 

 

468, 경심대(鏡心臺)

 

 마음은 거울 같아서 경심대(鏡心臺)라 하고, 저 세상에는 업경대(業鏡臺)라 하여 염라대왕의 선악 분별하는 마음의 거울 틀이고, 스님은 허심대(虛心臺)라 하여 허공 같은 마음이라 한다. 경심대는 현재 자신의 마음을 볼 수 있는 청정심이라 할 것이다.           

 

 

469, 멸진정(滅盡定)

 

 번뇌가 다함이 없지만 번뇌가 다하면 마음이 고요하여 지혜가 생기는 것이라, 마치 거울이 맑음으로 나타나는 형상은 잘 보이는 것이고, 바다가 바람의 번뇌가 불면 파도가 산처럼 일어나므로 바다 수면에 형상을 볼 수가 없는 것이다. 멸진정은 지혜를 말한다.

 

 

470, 법만심(法滿心)

 

 텅빈 충만은 진리를 말한다. 이름과 모양의 물질 세계는 텅빈 것이고 이름과 모양이 아닌 진리 세계는 충만한 것이라 텅빈 충만이라 하고, 진공묘유(眞空妙有)의 진공은 정신이나 정신에 집착이 아닌 것이고, 묘유는 물질이나 물질의 집착이 아닌 것이 공즉시색, 색즉시공(空卽是色, 色卽是空)이라 무소유(無所有)의 공무(空無)정신으로 공무원의 공심(空心)이라 국민을 위한 공무원은 현재의 불 보살님의 마음으로 실천하고 있는 미래의 불 보살님들의 마음으로 싫어함이 없는 마음이다. 

 

 

471, 해공자(解空子)

 

 부처님 제자 수보리를 해공 제일 제자라 하여 금강경 말씀에 수보리를 선재 선재라 하신 부처님은 수보리의 말이 맞다고 인정하시는 말씀이다. 마음을 비우고 집착심이 없는 제자는 수보리가 으뜸이란 것이다. 금강경 말씀은 마음을 공(空)이라 하시고, 금강이라 하시고, 텅빈충만이라 하시고, 시종이 하나인 공심의 무소유 정신인 것이다.

 

 

472, 무명자(無名子), 473, 무상심(無相心)

 

 이름과 모양이 없다는 말은 이름과 모양에 집착심이 없는 자로 싫어함이 없는 자라 고정인식으로 고뇌하지 않는 자이다. 자신의 몸을 자신이라 하여 이름과 모양으로 집착하여 남을 생각하지 않고 자신만을 위하여 생전에는 천하에서 자신이 제일로 생각하고 남을 억압하고 살다가 목숨이 다하면 두렵고 울고 슬펴서 안절부절이라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보이는 것은 이름의 집찹이 원인인 것이다. 이름과 모양에 집착만 마음에서 놓아 버리면 두려움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474, 불매자(不昧子)

 

 전 백장 후 백장 스님 이야기는 대도인도 인과에 떨러집니까? 안 떨러집니까? 하니 불락인과(不落因果)인과에 떨어지지 않는다 하여 5백생으로 여우 몸을 받아 고생을 하는데 하루는 스님 설법회에서 다시 같은 질문을 하자 불매인과(不昧因果) 인과에 어둡지 않다는 답을 듣고 여우 몸을 벗었다. 전 백장은 도인은 인과에 장애가 없다 하였고 후 백장은 도인도 인과는 분명하다는 것이다. 도인(道人)일지라도 인과는 분명하다는 것이다. 

 

 

475, 공적심(空寂心)

 

 모양과 이름의 분별심은 생사심이지만 공적심은 우리의 본심으로 지혜와 복덕이 원만구족한 마음으로 바름의 지혜라 할 것이다. 바름은 과거 현재 미래가 없는 것으로 모양과 이름의 분별심도 아닌 것으로 허공에 가득하면서도 모양으로 보이지를 않고 소리로 들이지도 아는 것이 볼 수도 있고 들을 수도 있는 것이다. 공적심은 본래 마음으로 중생이 귀의할 곳이다.

 

 

476, 부동심(不動心)

 

 본래 마음은 움직이지 않는 마음으로 태산 같은 마음이고 왕래가 없는 마음으로 생사가 없는 마음으로 가는 것도 없고 오는 것도 없는 마음으로 항상 머물러도 머무는 마음이 없으므로 가고 옴에 자유자재하는 것이다.

 

 

477, 상주심(常住心)

 

 부처님이 세상에 계시지 않는다는 말을 하지 마라 부처님을 모양과 이름으로 보고 듣고 하는 것이 아니므로 소리와 모양을 떠난 자리에서 보고 듣고 하는 것이므로 상주법신(常住法身)이라 하여 청정을 말하므로 청정은 항상 생명력으로 공기․물․흙으로 항상 같이 하지만 중생이 자신의 모양과 이름에 집착하여 자신으로 생각하므로 상주설법을 보고 듣고 하면서 모르는 것이다.

 

 

478, 삼계주(三界主)

 

 부처님을 삼계도사(三界導師)이시므로 삼계 스승이시고 주인공이시다. 삼계는 욕계․색계․무색계로 부처님께서 하늘, 인간을 귀신 지옥등 모든 세계을 28천으로 나누어 말씀하셨다. 부처님은 무소유의 주인공이시므로 물질의 주인공이 아니고 정신의 주인공이시다.

 

 

479, 여시자(如是子)

 

 부처님 경전 첫머리에는 항상 이와 같이 들었다라고 하신다. 부처님 제자 아난이 부처님과 같이 설법을 하므로 아난은 항상 이와 같이 여시(如是)라 하여 부처님 말씀을 한 것이다. 여시자는 아난을 말하므로 부처님의 말씀은 아난이고, 부처님 마음은 가섭이라 할 것이다. 부처님 당시는 부처님 말씀이 법인 것이고,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시자 부처님의 모든 것이 청정법신으로 영원한 생명력으로 지금까지 중생의 마음에 상주설법을 하시는 것이다. 

 

 

480, 심우자(尋牛子)

 

 심우도(尋牛圖)는 사찰 벽화로 많이 알려져 있다. 수행자가 소를 찾는 그림으로 마음 수행 차례를 표현한 것이다. 소를 마음으로 그림으로 표현하여 수행자가 소를 찾아 깊은 산중으로 다니면서 누른 소가 흰소로 변하고 소의 그림자도 없어지고 수행자와 소도 없어지고 자연의 본래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심우자는 다르게 목우자(牧牛子)라 하여 고려시대 보조국사를 말한다.

 

 

481, 지족심(知足心)

 

 부처님의 경제관은 지족심으로 족할 줄 아는 마음으로 무소유를 말한다. 금강경에는 지구에 가득한 금은 보배보다도 부처님의 말씀 한 게송을 알면 공덕이 더 수승하다고 하신 것이다.

 

 

482, 백의자(白衣子)

 

 백의자는 관세음보살님이시다. 흰옷 차림에 약병을 가지신 분이 관세음보살님으로 중생의 병고를 항상 자신의 병고로 생각하시고 중생의 어머님이시다. 관음경 말씀은 마음으로 관세음보살하면 소리에 순응하시는 분으로 싫어함이 없으신 분이시다.

 

 

483, 해탈심(解脫心)

 

생사 해탈은 몸으로는 할 수 없는 것으로 마음으로 물질의 모양과 이름에 집착심이 없으므로 물질에 장애를 받지 않는 것이다. 마음이 왕래가 없으면 생사가 없는 것이라, 마음을 일으키지 않으므로 번뇌가 없고 생사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마음이 자유로우면 몸도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484, 무위심(無爲心)

 

 함이 없는 마음은 싫어함이 없는 마음으로 자연에서는 도인이라 하고, 불교에서는 불보살 마음이라 하고, 씀이 없는 마음으로 대용(大用)이라 상대에 관계하지 않는 마음으로 모양과 이름에 집착심이 아닌 것이다. 무위심은 장단에도 관계하지 않고 시비 선악에도 싫어하지 않고 생사에 장애가 없는 마음으로 자유자재한 마음이다.

 

 

485, 환희장(歡喜藏)

 

무의식의 환희심으로 조건에 관계하지 않고  마음의 잠재력인 마음의 본래 모습은 지혜와 복덕의 보배 창고인 여래장(如來藏)인 것이다.

 

 

486, 사홍심(四弘心)

 

 부처님의 네 가지 큰 발원심으로 스스로의 원력으로 중생을 다 구제하고, 번뇌를 다 끊고, 법문을 다 배우고, 불도를 다 배우리라 하신 스스로의 마음은 부처님의 마음이시고 각자 스스로의 마음으로 본 성품으로 돌아가자는 원력인 것이다.

 

 

487, 연기행(緣起行)

 

 서로 서로 관계의 고리인 것이다. 과거․현재․미래를 말 할 수 없는 것으로 연기 법으로 보면 과거가 현재이고 현재가 미래인 것으로 찰나, 찰나 모습과 이름이 변천하므로 고정인식으로 모양을 보고 소리를 듣고 이름과 모습을 말하면 고정인식의 거짓이라 실상을 보지 못한 것이다.

 

 

488, 정도행(正道行)

 

 바름은 과거 현재 미래가 없는 것이다. 깨침을 바름이라 하고 맑음․밝음으로 평등, 자유란 표현를 하는 것이다. 과거의 참희심에 관계하지 말고, 미래의 희망를 바라지 말고,  현재심으로도 마음을 일으키지 말고, 대용심(大用心)으로 목숨을 다해 실천하면 무의식을 일깨우는 것이다. 고양이가 쥐잡듯이 하고 외 아들를 천길 우물 속에서 구하는 마음의 간절한 마음으로 목숨을 다해 살아가라. 이 마음을 지속한다면 정도행이라 할 것이다.

 

 

489, 무진행(無盡行)

 

다함이 없는 행으로 보현보살의 마음으로 실천행 보살심을 말하고 싫어함이 없는 마음으로 불 보살님의 마음이고 우리의 본래 모습인 것이다. 불 보살님의 마음은 자비심으로 중생의 모양과 소리에 싫어함이 없이 순응하시는 분이시고, 자비심은 중생의 본래 모습이라  원력심으로 다 함이 없는 마음인 미래심이라 할 것이다.

 

 

490, 황면자(黃面子)

 

 누른 얼굴은 황금색으로 부처님 얼굴을 말한다. 황면노자(黃面老子)로 부처님의 다른 존칭으로 부처님의 몸에서 빛이 발하는 것을 볼 수 있어 얼굴만 보아도 환희심을 발심하고 삿 된 마음이 스스로 사라지는 것이니, 얼마나 수승한 공덕인가? 질투, 시기 억압의 마음을 일으키지 않는 마음으로 환희심을 발하게 하는 것이니 참으로 불가사의한 가피력이다. 선지식을 친견하면 삿된 마음이 사라지고 마음에 바름의 가피력을 입는 것이므로 선지식을 친견하는 법회를 하는 것이다.

 

 

491, 진실행(眞實行)

 

 봄이 오면 산천초목이 움트는 자연의 이치를 진실이라 하면 거짓말은 아닌 것이다. 움트는 기운은 누가 억압․시기․질투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다. 자연의 따스한 기운으로 산천초목의 본래모습이 나타나는 것이다. 빛의 진실성, 물의 진실성, 흙의 진실성은 싫어함이 없이 삼라만상에 순응하여 모양과 이름의 본래 모습을 원만 성취하는 것이 바로 부처님의 가피력인 것이니, 청정법신 비로자나 부처님이시다. 

 

 

492, 묘음심(妙音心)

 

 음성 세계는 고통의 소리에 순응하시는 관세음보살님의 가피력이 지중한 것이다. 소리 성품을 묘음성(妙音聲)여래불이라 하여 소리로 아는 부처님을 말한다. 눈, 귀, 모든 것이 구조와 작용은 각각이지만 귀의 작용으로 소리를 듣고 아는 것을 묘음성 부처님이라 하는 것은 소리가 귀로 통하여 마음으로 하나가 된 것을 묘음성 부처님이라 한다.

 

 

493, 향적심(香積心)

 

 코의 작용으로 향기를 느끼는 것이니, 향적  여래불(香積 如來佛)이라 한다. 부처님은 한 국토의 주인공이시므로 향기의 상서러운 장엄의 세계는 극락 세계가 제일이지만, 향기로 말하고 행동하고 마음가짐으로 사는 세계에는 향적 여래불께서 주인공이시다.

 

 

494, 법희심(法喜心)

 

 법희 여래는 혀로 맛을 아는 것은 혀의 맛이 마음으로 상통하면 아는 마음으로 청정심의 여래장인 본심으로 하나가 됨이라 진여심이 법계에 두루하여 자연으로 더불어 하나가 본성하고 둘이 아니므로 법희 여래불이라 한다.
 맛 세계의 주인공은 법희 여래불이시다.

 

 

495, 지승심(智勝心)

 

 몸으로 접촉하여 마음으로 상통하여 아는 것으로 하나가 됨으로 지승 여래불이라 한다. 몸은 지수화풍으로 물질의 원소로 삼라만상을 형성하고 삼라만상은 지수화풍으로 돌아가 항상 청정법신으로 금강 불괴신으로 영원한 것이므로 지승 여래불이라 한다.

 

 

496, 법명심(法明心)

 

 뜻으로 분별 사량하는 마음이 부처님의 팔만사천의 법문이라, 일 찰나에 9백 생멸심으로 법진 번뇌가 다하면 여래장의 묘진여심(妙眞如心)이라 법명여래(法明如來)라 한다.

 

 

497, 천진심(天眞心)

 

 천진심은 어린 아이의 순진한 미소의 마음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너와 나의 분별이 없고 상대의 시비에도 반응이 없는 희비애락에도 마음을 일으키지 않는 마음으로 두려움도 없고 시기․질투․원망․증오가 없는 마음으로 청정 무구심(淸淨無垢心)을 말한다.

 

 

498, 무구심(無垢心)

 

 청정한 마음이 무엇인가? 소리가 경계에 있는가?  내 마음에 있는가? 소리는 내 마음도 아니고, 경계도 아니고, 귀도 아닌 것이지만 경계와 소리와 귀와 마음으로 상통하면 소리로 인식하는 것이다. 경계로 인식하지만 소리를 아는 것은 내 마음인 것이므로 소리가 경계에 있는 것이 아니고 내 마음에 있는 것이다. 우리는 자연이 내 마음밖에 경계라 하겠지만 내 마음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일반 상식으로 자연은 마음밖에 일로 생각하지만 오해인 것으로 마음의 문제로 마음에서 일어나는 현상인 것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자연이 마음에서 일어나는 것을 알면 무구심이라 할 것이다.

 

 

499, 멸진자(滅盡子)

 

 번뇌가 없는 자는 부처님으로 다른 명칭으로 금인(金人)이라 한다. 금은 항상 빛을 발하여 밝음을 말하고 어둠과 삿 된 것을 스스로 다스리는 힘이 있는 것이다. 바름의 공덕은 삿 됨이 스스로 해결되는 가피력이 있는 것으로 바름을 실천하면 옹호자들이 스스로가 마음을 일으켜서 보호하고 수호하는 것이 선신의 의무와 권리인 것이다.

 

 

500, 정인심(正印心)

 

 바름의 도장은 깨침인 것이다. 중생심은 정인심이 있는 것이지만 간직한 것을 망각하고 눈으로 모양에 본심을 망각하고 안다고 하고, 귀로 소리에 본심을 망각하고 안다고 오인하여 마음으로 분별심을 일으켜서 고통 서러워하는 것이다. 아는 마음만 놓아 버리면 자유자재한 마음의 본심을 볼 것이다.

 

 

501, 일모혜(一毛慧)

 

 한 티끌이 우주를 형성하는 것으로 한 개를 떠난 우주가 없는 것이다. 바름은 이웃하지 않는 것이고 두려한 것으로 과거 현재 미래를 분별하지 마라.
  오로지 일심으로 정진하는 것이 바름의 실천이고 바름을 상대성으로 보지말고 바름을 경계에 비교하지 말고 본래모습의 원만구족의 성품에서 보라. 
무간 지옥의 고통이라도 한 생각만 있으면 무간 지옥을 벗어 날 수 있는 것이다. 무간옥에서 부처님을 한번 생각 할 수 있는 힘은 마음의 힘으로 가피력이라 할 것이다.

 

 

502, 자아심(自我心)

 

 스스로의 마음은 너나의 마음이 아니고 우주 전후의 마음도 아니고 소소 령령한 뚜려한 것이 시작도 없고 끝이 없는 것으로 헤아릴 수 없고 싫어함이 없고 적나나하고 탕탕하여 무애 자재함이라 누구의 간섭이나 억압을 할 수 없고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 아닌 것이 자연 그대로인 것이다.

 

 

503, 돈발심(頓發心)

 

 몰록 발심을 할 때가 많다. 보통 사람들은 불성(佛性)인 부처님 마음이 스스로가 본래 구족한 것이라 하면 의심하고 믿지 않으려 하는 것은 중생의 보고 듣고 하는 고정인식으로는 당연한 인식으로 이 고정인식을 타파하여 발심하게 함이 돈발심이라 한다.

 

 

504, 일념지(一念智)

 

 한 생각 잘하면 극락이 나타나고, 한 생각 잘못하면 지옥이 나타나는 것이니, 한 생각이 우주를 형성시키고 마멸시키는 것이다. 개울에 둥근 돌은 물도 잘 흐르지만 모난 돌은 물도 모나게 흐르는 것이다. 사람의 얼굴이 둥근 모양이면 화합하는 생각이 잘 일어나고 험상찍한 얼굴은 인상부터 써는 것이라, 지혜인은 얼굴에 여연하지 않고 마음으로 대하는 것이라 모양하고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이다. 한 생각이 모양과 이름을 만드는 것이니, 마음을 잘 다스려야 하는 것이다.

 

 

505, 연등심(燃燈心)

 

 부처님께 등 공양은 마음의 빛으로 지혜를 말하고, 부처님 마음을 빛으로 생각하고 맑음․밝음․고름․바름이 평등이고 자유라 한다. 부처님 오심을 연등으로 감사하는 것은 생명에 빛으로 오심으로 거듭 태어남을 뜻하는 것이다.몸의 탄생은 부모님이고 마음의 탄생은 부처님이시다.

 

 

506, 선다심(禪茶心)

 

 선(禪)은 부처님 마음이고 중생의 본성인 것으로 다심(茶心)이 선심(禪心)과 다르지 않아 차 마시는 마음이 부처님 마음이란 것이다. 조선 말기 초의(草衣)스님은 선심 다심(禪心 茶心)을 말씀하시면서 선심의 마음을 일반 생활선(生活禪)으로 대중화시킴으로 부처님 가르침을 자연에서 찾을 수 있게 한 것은 본래심으로 잊어든 마음을 찾은 것으로 자연과 선심(禪心)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인 것이다.

 

 

507, 선미심(禪味心)

 

 맛의 공양은 쌀, 과일, 꽃을 부처님께 공양하면 부처님 마음으로 자연의 감사와 은혜를 체험하는 것이다. 열매의 결실을 맺는 것은 빛․물․공기․흙․자연의 은혜를 받은 것이고, 열매는 자연의 은혜에 감사함으로 거듭 생명을 구제함은  양식으로 자연의 은혜를 갚는 것이다. 자연의 감사와 은혜를 깨달음으로 스스로가 배반하지 않고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환희심에서 웃는 마음으로 발심하여 모든 행위에 싫어함이 없는 불 보살심의 실천이 발보리심(發菩提心)이다.  

 

 

508, 선과심(禪果心)

 

 자연의 열매 결실을 부처님께 공양함은 자연의 감사와 은혜를 체험함으로 열매의 과일을 먹을 수 있는 것으로 사고 팔고 하는 것이지만 중생은 경제의 돈으로만 생각하고 돈을 많이 받으면 기뻐하고 작으면 싫어함이니, 선과심(禪果心)은 자연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자연이 자신의 목숨이므로 물, 공기, 흙을 함부로 할 수 없는 것이다.

 

 

509, 무루심(無漏心)

 

 다함이 없는 마음으로 헤아릴 수 없는 마음을 말한다. 중생의 원력은 무한한 가능성을 잠재하고 있고 중생의 능력이고 생명력이다. 우리가 나약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생명력으로 보면 무한한 능력이 잠재하고 있는 것으로 무엇이든 가능성을 말하고 있는 것으로 생명력은 공기, 물, 빛, 흙이 1차 생명력이라면, 2차 생명력은 이름과 모양으로 나타나는 생명체들이다. 무루심은 무의식을 개발하는 마음으로 우리의 고정인식을 바꾸어 놓는다.

 

 

510, 대덕심(大德心)

 

 복덕이 많은자를 대덕이라 하지만 경제보다도 마음의 진리 가치관을 말하는 것이다. 수행자를 대덕이라 한 것은 마음이 청정하면 모든 생명들은 생명력을 얻는 것처럼 비가 오면 생명들이 스스로가 자라는 것이고 빛을 보면 스스로가 자라는 것이므로 대덕이라 할 것이다.

 

 

511, 화엄장(華嚴藏)

 

 화엄은 원만한 것으로 부족함이 없는 성취를 말하므로 꽃이 피면 원만성은 향기가 진동하는 것이므로 분명한 것은 결실의 열매를 맺는 것으로 화엄이라 할 것이다. 태양이 빛을 발하므로 생명들이 생명력을 얻는 것을 불가사의한 것이지 생각으로 헤아릴 수 없는 것이다.

 

 

512, 무쟁심(無諍心)

 

 다툼이 없는 마음을 얻으면 아라한(阿羅漢)의 성인이라 한다. 권력과 재산을 차지하려는 마음은 중생심으로 욕망으로 중생세계는 본능이라 하지만 잘못된 인식이다. 번뇌의 욕망을 다스리지 못한 마음으로 투쟁을 하면 힘으로 대상을 억압하고 시기 질투 테러 전쟁으로 남의 목숨을 강제로 항복시켜서 이익을 차지하고 자유 평등을 구속시켜서 생명력의 무한한 능력을 강탈하므로 반대하는 마음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한 이치로 자유를 찾아 목숨을 버리는 희생이 반복되는 것이므로 욕망을 본능이라 하여 사람의 가치관을 물질로 보는 것은 잘못이다. 본능이란 말을 다시 한번 생각하여야 할 것이다.

 

 

513, 관음자(觀音子)

 

 관세음보살님을 관음자 라 한다. 소리를 관하면 관하는 자와 관할 것이 서로 상통하여 하나가 됨으로 진리라는 가치관의 지혜가 나타나는 것이다. 대상을 보면서 마음과 하나가 되지 못하면 알지 못하는 것으로 아는 것은 또 하나의 나를 만드는 것이다. 관음자가 한 분이 더 탄생하는 것이다.

 

 

514,수기심(授記心)

 

 부처님께 수기를 받는 것은 미래세에 부처님이 된다는 예언인 것이고 부처님 당시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마음을 깨달은 자가 부처님의 제자이시고, 요즈음은 5계 10계를 받고 삼귀의계를 실천하면 불자(佛子)라 한다. 계를 받고 부처님 명호를 받는 것은 불자가 되는 인연으로 미래세에 부처님이 되라는 원인의 인연이 되는 수기인 것이다.

 

 

515, 호법자(護法子)

 

 부처님의 법을 바름이라 하고 바름은 삿 된 번뇌가 스스로 물려나고, 바름을 옹호하는 선신들을 불교에서는 국왕 대신들을 외호신이라 한다.

 

 

516, 안국심(安國心)

 

 극락세계를 안국이라 하고 정토라 하여 더불어 사는 세계로 나 자신보다도 먼저 남을 위하는 마음으로 아상(我相)이 있으면 성취 할 수 없는 세계라 할 것이고 집착심이 없으므로 싫어함이 없는 마음이라 할 것이다.

 

 

517, 관찰심(觀察心)

 

 마음으로 본다는 것은 눈으로 모양을 보고 귀로 이름을 듣는 것이 아니고 마음으로 보고 듣는 것이다. 마음으로 보고 듣고 하면 시간과 공간을 자재 할 수 있는 것이라 마음은 모양과 이름에 관계하지 않는 것이다. 마음으로 보고 듣고 하면 과거 현재 미래에 상통하는 것이다.

 

 

518, 길상화(吉祥華)

 

 봄이 오면 산천에 초목이 움이 트고 옹기종기 땅속에서 숨바꼭질을 하는 모습이 길상이고 꽃피고 향기 진동하는 모습이 길상으로 생명마다 결실로 열매가 산천에 지천이니, 생명들이 노래하고 춤을 추는 모습이 아름답고 참으로 길상이다. 청정하면 더욱더 길상인 것은 공기가 청정하면 전염병이 없고 모든 열매가 충실하고 풍년이 들고, 물이 또한 그러하므로 사람의 마음이 청정하면 대상의 경계에 집착하는 마음이 일어나지 않으므로 싫어함이 없는 것이니 참으로 길상인 것이다.

 

 

519, 무량수(無量壽)

 

 무량은 헤아릴 수 없는 것으로 아미타불을 무량수 무량광(無量壽 無量光)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부처님을  말한다. 무량은 다함이 없는 것으로 부처님의 원력이 다 함이 없고, 중생의 원력이 다 함이 없고, 시간의 미래가 다함이 없고, 생명이 다 함이 없는 것이다. 석가부처님은 중생이 다 정각을 성취하길 원력이시고, 아미타불은 극락 정토에 다 태어나기을 원력이시고, 지장보살님은 중생이 다 고통을 여이기를 원력이시고, 관음보살님은 생명의 소리에 싫어함이 없이 순응하시는 것이 원력이시다. 생명은 모두가 생명력이 있고 자비심이 본래 원만 구족하여지만 몸에 집착하여 살기 때문에 장애가 일어나는 것이다. 집착심만 타파하면 본성 자리가 나타나는 것이 무량심인 것이다.

 

 

520, 법음성(梵音性)

 

 하늘의 음성은 성인의 마음이고 중생의 본성인 것이다. 하늘의 음성을 들을려고 하지말고 자신의 본성를 관찰하고 항상 호흡하는 것처럼 놓치지를 말라. 마음을 호흡 끝에서 관하기를 놓아버리면 자신의 마음을 놓아버림으로 죽은 사람이라 항상 남의 시비만 하는 것이니, 고통이라 할 것이다. 자신을 잊어버리고 사는 것이라 생명력이 없는 것이다.

 

 

521, 화안심(和安心)

 

 미소 얼굴은 석가불과 가섭의 염화 미소(拈花微笑)을 생각한다. 편안한 마음은 누구든지 바라는 마음이지만 바라는 마음이 욕망으로 바라는 것이니, 마음과 육신의 행위가 같지 않음을 말하는 것이다. 마음과 육신이 행위가 같으므로 가장 편안한 것이고 너와 나의 마음이 같으므로 하나가 되는 것이라 우리라 한다.

 

 

522, 등명화(燈明華)

 

 연등 공양은 부처님께 가난한 여인이 등불 공양을 하여 미래세에 부처님이 된다는 수기를 받은 것으로 공양을 정성으로 하므로 국왕 대신의 등 공양보다도 먼저 수기를 받은 것은 전생에 수행을 많이 하였으므로 현재에 수기를 받은 것이라 하셨다.

 

 

523, 해운심(海雲心)

 

 해운은 길상이라 하여 새로운 것으로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작은 즐거움이 큰 괴로움보다도 좋은 것이다. 욕망의 큰 즐거움보다도 작은 마음의 즐거움이 행복한 것이다. 길상은 상서러운 일은 다 함이 없는 마음으로 원력이 다함이 없고 미래가 다함이 없고 시간과 공간이 다 함이 없는 것이다. 길상은 다함이 없는 마음의 무의식 세계를 발굴하는 것이다.

 

 

524, 덕명심(德明心)

 

 밝고 맑은 청정심을 말하므로 깨침의 마음으로 본래 원만심을 말하는 것이다. 야생화가 스스로 자라서 꽃피고 열매 맺어서 번식하는 것이지만 자연의 혜택을 받고 자라는 것이므로 우리는 살아가는 것은 자연의 혜택을 받지 않으면 살 수 없는 것이므로 자연을 깨달아야 은혜와 감사하는 마음을 찾는 것이므로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감사와 은혜로 일을 하는 마음의 길이 나타나는 것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자연에 감사하는 마음을 알아야 하는 것이지만 평상시에는 불편하고 불만 원망으로 살아가는 것이니 괴롭다고 한다. 

 

 

525, 금강대(金剛臺)

 

 금강대는 부처님의 연화대 라 할 것이고 밝음과 맑음은 본래 원만심으로 잊어버리거나 오염을 시키는 것이라 중생은 욕망에서 본래심을 잊어버리거나 오염을 시키는 것이다. 운석인 혜성이 별똥으로 지구에 떨어지면서 공기의 마찰로 마멸되고 남은 운석을 주어 절단하면 쇠덩이로 된 것을 보면서 바로 저것이 금강(金剛)이로구나 생각을 하기도 한다. 부처님 경전 중에 반야경을 금강이라 한다.

 

 

526, 법륜월(法輪月)

 

 부처님 법을 전하는 것을 법륜이라 하고 달월(月)자를 불명(佛名)에 사용하는 것은 밤에는 달이 빛을 발하고 생명의 힘을 주는 것이니, 달․해․마음이 생명세계에 주인공 역할을 하는 것이다. 사람 마음의 가치관을 지혜라 하여 어둠의 욕망을 해결하는 지혜라 하여 번뇌를 해결하는 것이다.

 

 

527, 염화심(拈花心)

 

 부처님과 가섭존자의 마음을 이심전심(以心傳心)으로 이 마음에서 저 마음으로 전하는 정법의 바름 마음을 인가한 것이니, 염화심은 이심전심을 말하지만 불명(佛名)으로 염화심은 불명일 뿐이고 염화심의 마음 자세로 남을 인정하는 마음이 남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마음의 길인 것이다.

 

 

528, 보리수(菩提樹)

 

 보리수 나무을 정각수(正覺樹)라 하기도 한다. 불타께서 이 나무 아래에서 정각을 성취하신 것으로 정각수라 하고 보리수 나무라 하여, 우리나라에서도 보리수 열매를 연마하여 염주를 만들어서 염불 할적에 손에 들고 염불의 회수를 세고 절을 하면서 절의 회수를 세고 기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보리수는 정각수이지만 염불수(念佛樹)라 할 수 있다.

 

 

529, 길상자(吉祥子)

 

 불타께서 고행하실 적에 부드러운 풀을 주는 아이를 길상동자라 하고 풀을 갈고 앉으시니 길상초(吉祥草)라 하셨다. 길상이란 말은 구체적으로 부처님의 가슴에 상서러운 표시를 길상이라 하여 만(卍) 형상의 표시를 길상이라 하고 절을 표시하고 부처님을 의미하는 것으로 하늘과 인간에 스승이신 분으로 길상이라 하지만, 요즈음은 사회 철학관 표시를 대나무 깃발에 만(卍)자 표시를 하여 길상이라 하고 승리를 뜻하지만 뜻하고는 다른 뜻으로 전달되고 있어나 헌법적으로 저지하지 못하여 타 종교에서는 불교라 하여 이미지가 다르게 전달되고 있는 것이 안타 갑다.

 

 

530, 수미주(須彌主)

 

 수미산주는 도리천주로 인간의 수복을 권장하시는 천주이시므로 불법을 항상 옹호하시는 선신으로 중생을 불법의 대해로 이끌어 준다. 하늘의 수복이 수승하지만 도를 깨친 수복에 비교를 할 수 없는 것이다. 수미주의 수복은 다 함이 있어도 도(道)의 수복은 다 함이 없는 것으로 항상 마음의 본성을 찾게 하고 잊어버린 본심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다.

 

 

531, 일법심(一法心)

 

 바른 법으로 깨침을 말한다. 마음 가운데에 문자도 형상도 없는 본래 법이 있는데 시간과 공간에 장애 함이 없어 순수하고 청정하여 누가 보고 듣고 한 것이 아니라 항상 홀로 광명을 발하여 삼라만상을 장양하고도 다 함이 없는 법이 두두물물이 이 마음을 원만 구족한 것이다. 한 법이란 한 개의 법이 아니고 청정으로 하나를 말하므로 개개 스스로가 본래 원만을 찾으면 하나가 되는 것이다.

 

 

532, 여산심(如山心)

 

 산 같은 마음은 부동심으로 본래심의 청정심을 말하고 항상심으로 듯듯한 마음으로 다 함이 없는 마음이고 헤아릴 수 없는 마음이고 싫어함이 없는 마음으로 불보살님의 마음이고 우리의 본래심이다.

 

 

533, 무생심(無生心)

 

 생(生)이 없는 마음은 마음을 일으키지 않는 마음으로 생사심으로 허덕이지는 않는 것이다. 목숨이 다한 사람이 안 죽을려고 발부둥하면 할수록 역 경계가 나타나는 것으로 헛소리를 하고 환상이 나타나고 사자가 보이고 고함을 치고 고통이 말 할 수가 없는 것이라, 10명중 9명은 이러한 지경으로 이 고통을 벗어나는 것은 나(相)라는 모양과 이름에 집착한 마음으로 욕망으로 몸에 집착심이 문제인 것이라, 집착심만 버리면 죽는 것은 여름에 무성한 나무 잎이 가을 단풍으로 변하여 털어지는 것이 생사심인 것을 알면 죽는 것은 두려운 것이 아니라, 인연 법으로 온 곳으로 돌아가는 이치인 것을 알면 편안한 마음으로 옷을 갈아 있는 것이라 깨끗한 마음이라 듯듯한 마음이고 본심이라 할 것이다.

 

 

534, 무념심(無念心)

 

 

 생각이 없다는 말은 마음을 일으키지 마라는 것이다. 마음을 일으켜서 시비한다면 말하지 않는 것이 더 좋은 것이지만 말을 하는 것은 습관이라 하고 행위인 것이지만, 스스로가 참지를 못하고 마음을 일으키고, 말을 하고, 행동을 하는 것이니, 참은 수행을 연마하여야 하는 것이다.

 

 

535, 염불심(念佛心)

 

 

 부처님을 생각하는 마음을 염불심이라 하고 염불은 마음으로 부처님의 형상을 관하는 것도 염불이고 선(禪)이라, 염불선(念佛禪)이라 할 것이다. 염불은 불보살님의 명호를 소리내어 칭송하는 것으로만 생각을 하여 마음으로 관하는 마음이 초심에는 없는 것이 사실이라, 형상과 이름에 집착하여 도리어 욕망심으로 바라는 마음을 일으키는 것이라, 마음의 가치관을 등지고 마음을 마음 밖에서 찾는 격이라 할 것이다. 염불은 부처님의 명호를 소리로 염불하면서 대상의 경계를 자신의 마음으로 관하므로 하나로 통하는 것이니, 부처님 마음이라 할 것이고 자신의 본심이라 할 것이다. 바로 눈으로 경계를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봄으로 아는 것이라 경계와 마음이 하나가 되는 것이다. 
  

 

536, 여해심(如海心)

 

 넓고 큰 자비심으로 싫어함이 없는 마음으로 바다 같은 마음으로 오염의 자연을 싫어함이 없이 받아줌으로 청정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본성인 자비심은 모든 생명에 있는 마음이지만 있는 줄도 모르는 마음도 있고, 있는 것을 알면서 욕망으로 사려는 사람도 있고, 자비심을 실천하려고 정진하는 사람도 있는 것으로 청정 본심은 꽃 나무에 물주는 마음도 자비심이고, 비둘기에게 모이를 주는 마음도 자비심이고, 물을 청정하게 하는 마음도 자비심이고, 청소하는 마음도 자비심이고, 염불하는 마음도 자비심이고, 참선하는 마음도 자비심이지, 수행하는 마음은 뜻으로 보면 다양한 마음인 것이다.

 

 

537, 지성해(池成海)

 

 못이 바다가 되는 것은 물을 보고 말 한 것이다. 물은 냉온에 따라 모양과 이름이 달라지는 것으로 찬 기온이면 얼음이 되고 눈, 구름이 되지만, 더운 열을 만나면 공기 수증기가 되고, 물이 나무를 만나면 나무가 되고 사람을 만나면 사람이 되고 짐승을 만나면 짐승이 되는 것처럼, 사람도 같은 것이다.

 

 

538, 무위심(無爲心)

 

 함이 없는 마음으로 싫어함이 없는 마음으로 불보살님의 마음이고 우리의 청정본심으로 모양과 이름의 집착심이 아닌 고정인식을 타파한 자리라 할 것이고 빈 마음으로 삼라만상이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자리로 빈 그릇처럼 그릇에 마음대로 담을 수 있는 것으로 자유자재라 할 것이다.   

 

 

539, 관법심(觀法心)

 

 마음으로 산 계곡 물소리를 관하면 물소리가 마음에서 나는 소리가 들린다. 물소리가 들리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서 물소리가 나는 것이다. 물소리를 관하면 물이 나무가 되고 사람이 되고 산천초목이 되고 구름도 되고 비도 되고 안개도 되고 이슬도 되고 두두물물이 물이 아니것이 없는 것이다. 
관법심은 물이 마음이고 마음이 물인 것으로 하나인 것이다.

 

 

540, 만공심(滿空心)

 

 만(滿)은 물질의 유(有)를 말하고, 공(空)은 정신의 무(無)을 말하는 것으로 만공은 유무의 물질과 정신을 말하므로 텅빈충만이라 할 것이다.

 

 

541, 일행자(一行子)

 

 염불 한 마디에 인생이 달라지는 것은 부처님의 마음이 자신의 본성이란 것을 알아서 한 마디 염불이나 한 번 마음으로 관하면 깨달음의 씨앗이 되어서 인연 따라 자라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것이니, 부처님의 종자를 심어서 깨달음의 열매를 성취하는 것이다. 한 번 발심이 마음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542, 정혜심(定慧心)

 

 마음이 고요하면 지혜가 나타나는 것은 하늘에 구름이 없으면 태양이 빛을 스스로 발하는 것이라 마음도 번뇌의 구름이 없으면 지혜가 스스로 나타나는 것이라 그릇 물이 흙물이 가득하면 물에 그림자가 나타나지를 못하고 그릇 물에 흙물이 가라않고 맑은 물이 되면 형상의 그림자가 나타나는 것이라 마음도 번뇌가 일어나지 않고 고요하고 맑으면 지혜의 가치관이 스스로 나타나는 것이다. 

 

 

543, 무유심(無有心)

 

 상이 없는 마음으로 싫어함이 없는 마음이고 다 함이 없는 마음으로 물이 나무에 순응하면 물이라 하지 않고 나무라 하고, 물이 잡초에 순응하면 물이라 하지 않고 잡초라 하므로 물이 순응하므로 싫어하는 마음이 없는 것으로 상대의 근기에 따라서 이름과 모습이 나타나는 것이다. 물의 순응하는 마음이 불 보살님의 마음이고 모습과 이름은 근기에 따라서 나타나는 현상인 것이지만 지혜자는 이름과 형상에 집착하지 않고 물의 이치를 관하는 것이다.

 

 

544, 무명심(無名心)

 

 형상과 이름이 없다는 것은 집착심이 없다는 말이다. 물, 공기, 흙의 에너지는 생명력으로 나타나서 모든 생명에 힘으로 순응 할 뿐이고 자랑이나 상이 없는 것으로 무명심이라 할 것이다.

 

 

545, 시명심(是名心)

 

 이름하여 마음이라 한 것이지 마음이라 이름 할 수 없는 것은 일체 유심조(一切唯心造)모든 것이 마음이란 것이다. 마음이 보고 아는 것이지 모양과 이름을 보고 듣고 아는 것이 아니란 것이다. 진리라는 말과 글은 표현한 것이지 글에 집착을 하면 어릴 아이는 모르는 것이고 목마르고 배고프면 우는 것이라 우는 소리에 엄마는 젖을 먹이는 것이니, 우는 소리가 배고프다는 소리인 것이다.

 

 

546, 무행자(無行子)

 

 행위를 일으키지 마라. 불법(佛法)이 무엇입니까? 마음을 일으키지 마라.
  이것이 불법인 것이다. 무행자는 바른 행위를 말하는 것이다.

 

 

547, 파경자(破鏡子)

 

 깨진 거울은 모양의 그림자가 나타나지 않는 것처럼 마음을 타파하면 마음에 그림자인 번뇌가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거울을 깨끗이 하라 하니 본래는 거울이 없는 것이라 하여 본래 마음은 거울이 아니란 것이다. 본래 한 물건도 없지만 청황적백으로 나타나는 것이 마음이라 하여 미묘한 법이라 진공묘유(眞空妙有)라 한다. 청정수는 모양과 이름이 없으므로 생명력으로 삼라만상에 순응 할 뿐이다.

 

 

548, 무성자(無聲子)

 

 소리 없는 자의 소리 없는 말은 소리로 소리 없는 자라 인식을 하는 것이 진리가 아니란 것이다. 소리 없는 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문수동자가 말 없는 말을 하고 남순 동자는 소리 없는 소리를 듣는 구나, 나는 성지곡 백양산을 3시간씩 등산을 하면 계곡의 힘찬 물소리를 듣고 아! 저수지도 없는데 주야 장천으로 깊은 산 속에서 많은 물이 지속적으로 흐르는 것은 나무숲의 소리 없는 생명력인 것이다. 물이 산 기운이고 나무 기운으로 나무는 가뭄으로 물이 없으면 물을 주고 비가 많이 왔어 홍수가 지면 나무는 물을 흡수하여 홍수를 방지하는 것이다. 나무가 저수지 역할을 하는 것이니 말 없는 말을 하는 것이다.

 

 

549, 응공자(應供子)

 

 부처님도 응공이라 하고, 아라한도 응공이라 하고, 스님도 응공이라 하는 것이니, 바름을 실천하시는 분으로 중생에 고통을 싫어함이 없이 수순하는 자를 말하는 것이다. 부모가 자식의 똥오줌을 싫어하지 않는 것처럼 사랑으로 응공자인 것이고, 자식이 조상에게 응공자인 것은 부모 자식의 관계는 천하에 하나뿐이고 가장 소중한 인연으로 자신에게는 가장 소중한 것이다.

 

 

550, 응관자(應觀子)

 

 응관 법계성(應觀 法界性)묵묵히 법계성을 마음으로 보라는 것은 법의 성품을 말하는 것으로, 호흡을 하면서 콧구멍을 손으로 막으면 질식을 하는 것은 공기의 은혜를 체험하는 것이라, 3․4분 정도라도 질식을 하면 죽음이란 지경이 나타나지만 평상시는 공기의 고마움을 모르고 공기를 오염시키면서 욕심으로 잘 살기를 바라고 자연을 파괴시키는 것은 자연의 재앙을 스스로가 만드는 것이다. 마음으로 관찰하면 자연의 재앙이 일어나는 인연처를 아는 것이다.

 

 

551, 정행심(正行心)

 

 바른 행위란 바른 일, 바른 말, 바른뜻을 실천하므로 부처님의 전법이고 자신의 본래 면목인 것이다. 부처님의 마음인 선(禪)을 수행하고 부처님의 말씀인 교(敎)을 수행하는 것이 불제자인 것으로 중생을 구제하는 것은 바른 가치관을 일깨어 주는 것이다.

 

 

552, 근행심(勤行心)

 

 용맹심으로 바른 일에 목숨을 걸 수 있는 자라야 대장부라 할 것이다. 생사 일에 여연하지 않고 바른 행위를 실천하므로 어물거리는 시비 선악을 결단하여 가치관이 분명하지 못한 생명을 구제하는 것이다. 용맹심은 지혜인의 실천행인 것이다.

 

 

553, 수정심(修定心)

 

 선정을 닦는 마음을 수정심이라 할 것이다. 축구 선수가 공을 차는 것은 골인이 목적이지만 반대 선수는 골인을 못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고 반대로 골인하는 것이지만 골인하기 위하여 무수한 단련을 연마하는 것이 수행이고 용맹정진인 것이다.

 

 

554, 각해성(覺海性)

 

 깨달음의 바다 성품은 자신들의 마음속으로 마음 밖에 있는 것이 아닌 것이다. 모양과 이름이 있는 것은 상(相)이라 집착심이 일어나는 것이라, 무상심(無相心)으로 모양에 집착심이 없는 마음을 깨달아야 하는 것이다.

 

 

555, 일허심(一虛心)

 

 괌섬에서 발생한 태풍 14호 매미는 03년 9월 11일 추석 다음날에 우리나라 부산 경남 바다변을 해일로 초토화시켜서 천지 개벽을 일으켜 나라에서는 특별 수해 지역으로 선포하고 복구에 힘을 쓰고 있다. 마음을 비우는 수행은 참으로 노력과 시간이 요구된다. 마음을 일으키지 말고, 마음을 한 번 비우고 관세음보살 한 번하면 욕망의 마음이 비워지고 관세음보살님의 자비심이 일깨어지는 것이라, 자신의 본심을 일깨우는 작업이 수행심이라, 관세음보살님을 한 번 친견하는 것이다. 

 

 

556, 고불심(古佛心)

 

 옛 부처님도 모르는 것을 가섭이 알 수 없는 것이지, 부처님이라 이름한 것이니 진리가 아닌 것이지만 말 없는 말을 하여야 알 수 있는 것이다. 부처님이란 글자로 부처님이라 하지만 글자로 보면 부처님을 알 수도 없고 부처님이 아닌 것이니, 자기 모순이라 문자의 맹점인 집착이라 문자을 떠난 문자 속에 뜻을 알아야 하는 것이다. 고불심은 시작도 끝도 없는 마음이다.

 

 

557, 선심자(禪心子)

 

 선심(禪心)은 부처님 마음이고 중생의 본래 마음이고 생명들의 생명력이라, 생명력은 공기, 물, 흙의 자연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자연은 이름과 모양에 집착하지 않고 사물에 순응하므로 이름과 모양이 나타나는 것으로 중생은 이름과 모양에 집착하여 실상을 알려고 하고 성인은 모양과 이름속에 생명력으로 실상을 여기는 것이다.

 

 

558, 전심자(傳心子)

 

 너나 마음이 상통하는 마음을 전심(傳心)이라 하고 모두가 하나되는 마음으로 물이 생명에 순응하는 것이고, 공기가 생명에 순응하는 것이고, 흙이 생명에 순응하므로 생명력으로 변하여 각각 스스로가 원만 성취하는 것이다.

 

 

559, 보적심(寶積心)

 

 청정이 지혜이고 보배인 것은 마음 청정이면 마음의 번뇌를 다스릴 수 있어 고해의 생사문제를 해결 할 수 있고, 물, 흙, 공기가 청정하면 생명들은 잘 사는 정토가 되는 것이다. 보배는 물질이 아닌 청정을 말하는 것이다.

 

 

560, 춘초심(春草心)

 

 봄이 오면 산천 초목이 움이 트는 것은 천지의 기운인 것으로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닌 것으로 천지에서 생기의 기운이 용솟음치는 것이라 봄은 생명의 계절인 것이다.  
 

 

561, 성상심(性相心)

 

 성(性)은 마음이고 상(相)은 몸으로 성상심은 마음과 몸의 하나를 말하는 것이다. 마음과 몸이 하나가 됨으로 원만 성취되는 것으로 스스로가 마음으로 물건을 하나 들면 움직이는 것은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된 것으로 생명이 없는 물건이 생명력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562, 용장심(龍藏心)

 

  용궁의 부처님 말씀을 용장이라 하면 진리 말씀이 바다 속으로 감추어진다는 것은 마음속에 진리를 말하는 가 것이다. 중생의 마음속에 용장은 여래장(如來藏)이라 하여 나타나지 않은 마음으로 본래 있는 마음으로 중생이 마음 밖에서 마음을 찾고 보배를 진리을 등지고 물질의 욕망으로 보배로 오인하고 있는 것이다.

 

 

563, 서래심(西來心)

 

 서천축의 뜻은 서쪽의 바람 기운으로 부처님의 지혜의 기운이 동쪽으로 오는 것은 생명력이 태양을 중심하여 지구 동쪽으로 기운이 용솟음치는 것이 새벽의 기운이 생명력으로 생명을 자라게 하고 오후의 햇빛은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것이라, 같은 빛이지만 새벽의 빛은 생명에 힘으로 자라게 하고 저녁의 빛은 피로를 편안을 주는 것이다.

 

 

564, 대오성(大悟性): 크게 깨달음은 성품을 아는 것이다. 부모님께 효도(孝道)하라 하면 잘 모르지만 호흡하는 콧구멍을 잡고 있으면 눈에 충혈이 나타나고 당장 호흡을 못하여 죽을 지경인 것이다. 이것은 공기의 고마움을 아는 것으로 은혜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일깨우는 행위인 것이다. 자연에 은혜 할 줄 알면 부모님의 은혜를 아는 것은 쉬운 일이고 이것이 효도 인 것이다. 공부를 가르치면 스스로가 마음이 밝고 맑고 스스로가 아는 것으로 깨달음으로 시비를 스스로가 판단 할 수 있는 것이니, 이것이 지혜인 것이다.

 

 

65, 고인심(古人心)

 

역사는 항상 시간이 흐르면 시비가 판단되는 것으로 가치관을 말한다. 전쟁에서 이기고 지는 것은 일시적인 기록으로 이기면 영웅이고 지면 역적이란 기록은 시간이 흐르면 변하는 것이다. 역사의 기록은 이긴자의 기록으로 내려오고 있지만 사라진 역사를 찾아보면 멸망한 역사 속에 바른 가치관을 많이 발굴되는 것은 스스로가 수행을 하고 마음속에 자신을 개발하고 있는 정신이 고인심으로 나타나는 현실이다.

 

 

566, 심상심(尋常心)

 

 평상심을 찾는 마음은 코끝에 호흡을 관하는 마음을 잊지 않는 마음으로 살면 본심을 잊어버리는 마음은 없는 것으로 생명에 물 같은 마음으로 생명력으로 사는 것이다. 생명에 빛․물․흙의 기운으로 살면 항상 평상심으로 생명력인 것이다. 평상심이 없으면 생명은 죽은 것으로 자비심이 없는 생명인 것이다.

 

 

567, 정음자(淨音子)

 

 청정의 소리는 생명의 소리이고, 관음의 소리이고, 정토의 소리이고, 서로 서로의 생명 관계의 인연 법인 것이다. 농사을 짖는 자가 있으므로 밥을 먹는 것으로 농부에 은혜와 감사로 사는 것이고, 옷을 입으므로 옷 만드는 사람에 감사와 은혜로 사는 것이므로 서로 서로의 관계 고리인 것으로 모두가 부모님 같고 스승님 같고 자신보다도 존중하여야 하는 것이므로 남을 없이 여기고 억압하고 시기 질투하는 것은 잘못 된 고정인식으로 타파시켜야 할 문제이다.

 

 

568, 대장심(大藏心)

 

 대장경은 부처님 말씀으로 팔만사천 마음의 길이라 하여 팔만사천 대장경이라 한다. 중생의 번뇌가 팔만사천이란 것이니, 헤아릴 수 없는 뜻으로 말한 것이지 팔만사천 뿐이겠는가? 대장경은 문답식으로 중생이 질문하면 부처님께서 해답하신 것으로 부처님 계실 적에 보고, 들은 것을 후래에 기록한 것으로 마음에 길이라 하여 경(經)이라 한다.

 

 

569, 홍원심(弘願心)

 

 큰 원력으로 지장 보살님처럼 지옥을 다 구하고 성불하신다는 원력이시고, 관세음 보살님은 자비심으로 중생의 본심인 자비심을 다 일깨워주신다는 것이고, 문수 보살님은 중생을 다 지혜를 성취시켜주신다는 것이고, 보현 보살님은 중생의 복덕을 다 성취시켜 주신다는 것이니, 보살님은 다 함이 없는 마음으로 홍원심이다.

 

 

570, 불기심(不起心)

 

 불법(佛法)이 무엇입니까?  마음을 일으키지 마라 하셨다. 마음의 본성은 지혜와 복덕이 충만하여 조금이라도 부족함이 없는 것이지만, 우리가 경계의 대상에 집착하여 탐․진․치의 마음을 일으킴으로 이 마음을 일으키지 마라는 것이다. 본심은 고요함으로 만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571, 불위심(不爲心)

 

 함이 없는 마음으로 모양과 이름에 집착심이 없는 마음으로 무아심(無我心)은 상(相)이 없는 마음으로 인연법을 말하는 것이다. 이것 저것의 인연 고리가 마음으로 삼라만상이 연결되는 것이지만 마음인 줄 모르는 것은 나(我)라는 모양과 이름이 없기 때문이다.

 

 

572, 일편심(一片心)

 

한 조각의 마음이 일어나면 삼라만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하늘에 한 조각 구름이 일어나면 생명이 태어나는 것이고, 한 조각 구름이 사라지면 한 생명이 사라지는 것이라, 내 마음에 한 생각이 일어나면 산 것이고, 한 생각이 사라지면 죽는 것이다.

 

 

573, 은공심(恩供心)

 

 은혜하고 감사하는 마음은 자연의 공기․물․ 흙의 기운을 체험하는 것이 살아가는 것으로 살면서 자연의 은혜을 통감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인 것으로 실천 행에는 부처님께 6법(法)공양을 볼 수가 있는데 자연에서 생긴 열매를 가꾸고 추수하여 자연의 은혜와 사람의 정성으로 이루어진 곡물을 부처님 전에 공양함으로 우리의 노력 정진심이 마음으로 승화되면서 자연과 마음의 정성이 부처님 마음으로 상통하는 것으로 하나되는 것이다.

 

 

574, 일적수(一滴水)

 

 한 방울의 물이 생명을 죽이고 살리는 것은 미묘한 법으로 부처님의 아들, 딸이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깨달음의 각해(覺海)에 무애 자재하는 것은 무아(無我)의 인연 법을 깨달아야 하는 것이다. 상(相)이 없는 마음은 싫어함이 없는 마음으로 너나가 하나되는 것으로 우리(不二)의 마음을 말한다.
  한 방울의 물이 법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575, 대견심(大堅心)

 

 금강 불괴신은 영원한 마음으로 청정법신의 자연을 말한다. 부처님을 청정법신이라 하고 스님을 열반이라 하여 청정법신으로 사리를 친견 할 수 있는 것이다. 사리는 부모님의 몸도 아니고 스스로가 수행하여 정신으로 생긴 살아 생전에 뼈 속에 영시려운 뼈가 생긴 것으로 광명으로 방광도 하는 불가사의한 법신으로 생사를 초월한 힘을 가진 것이다. 사리는 청정법신으로 금강 불괴신으로 영원한 몸인 것이니, 중생의 귀의처가 되고 복전이라 한다.

 

 

576, 보은심(報恩心)

 

 살아간다는 것이 은혜 속에 살면서 욕망으로 마음이 병이 생긴 것으로 원망 만하고 은혜 하는 마음 자세를 망각하고 사는 것이 중생이라 항상 못 살겠다고 불편 하는 것이니, 어리석음이라 한다. 병이 들면 병이 없고 건강한 몸을 생각하면서 비교 할 수 없는 은혜 속에 행복이란 것을 느끼는 것이다.

 

 

577, 일념자(一念子)

 

 한 생각이 부처도 되고 지옥도 가고 극락도 가고 하는 것으로 부처와 마군은 한 생각에서 생기는 것이다. 한 생각이 일어나면 지옥이고 한 생각이 일어나지 않으면 극락인 것이다. 중생은 생각을 일으키는 것이 욕망이라 고통의 원인이란 것을 모르고 잘 살기를 바라고 잊어버린 본래 마음을 찾을려고 하지를 않는다. 본래 모습을 찾으면 자연스럽고 너와 내가 싫어할 것이 없다는 것이다.

 

 

578, 정안심(正眼心)

 

 부처님의 불안(佛眼)이 있고, 법안(法眼)이 있고, 천안(天眼)이 있고, 심안(心眼)이 있고, 정안(正眼)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정안이 있으면 심안도 통하고, 법안도 통하고, 천안도 통하고, 나아가서 본래모습인 불안도 통하는 것이다.

 

 

579, 정로심(正路心)

 

 정로문(正路門)은 마음의 문으로 출입하는 문이 없는 것이고 형상이나 이름도 없는 것으로 무애자재한 것으로 누구나 출입 할 수 있는 것으로 분별심이 없고 시비 선악심이 아닌 것이다.

 

 

580, 자경심(自警心)

 

 스스로가 경책하고 마음을 다스려야 하는 것이다. 보고 듣고 하는 것이 천방지축이라 방향 감각이 없는 것으로 어린 아이가 물 속으로 기어가는 격이라 마음을 놓을 수가 없는 것이다. 퇴계 선생은 어린 아이가 물 속으로 가면 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 선(善)이라 하셨다.

 

 

581, 삼학심(三學心)

 

 부처님의 마음과 말씀을 계․정․혜, 삼학(戒․定․慧, 三學)이라 하고 신․구․의, 삼업(身․口․意, 三業)을 나는 삼정(三淨)이라 하여 바른 일, 바른 말, 바른 뜻을 실천하면 부처님 마음이고 말씀이고 우리의 본성 자리로 실천 한 것 만큼 성인의 가피력을 입는 것이라 한다.

 

 

582, 영산자(靈山子)

 

 영산회상은 부처님의 설법하신 곳으로 하늘 천신들이 춤을 추고 법계 중생들이 한 자리에서 설법을 들은 광경을 춤으로 추는 승무가 현재에 있어 영산재라 하여 사찰의 개산재를 하는 곳이 많은 것이다. 사찰은 부처님의 마음과 말씀을 배우고 익혀서 부처님 나라를 만드는 것으로 사찰은 천상 세계를 지상에 건설한 것이고, 극락 세계를 지상에 건설한 것이라, 사성 육범(四聖六凡)의 시방세계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583, 덕명심(德明心)

 

 

 복덕과 지혜가 원만 구족한 자리라 본심의 불성(佛性)을 말하므로 청정심을 말하는 것으로 청정은 만덕상으로 생명에 물이고 빛이고 공기이고 흙인 생명에 힘으로 생명력인 자비심을 말하는 것이라 부모님의 모성애이고 부처님의 마음이고 중생의 본심인 것이므로 항상 청정한 덕명심으로 수행하므로 수행하라는 것이다.  

 

 

584, 보광월(普光月)

 

 어둠에 달빛이 온누리에 빛나므로 마음에 번뇌가 사라지고 본심이 청정하여 항상 광명을 발하므로 마음의 공덕장은 헤아릴 수 없으므로 무진장이라 진리의 공덕은 마침 씨앗이 거듭 나면 많은 열매을 맺고 열매가 씨앗으로 거듭하므로 말로 헤아릴 수 없는 공덕이 보광월인 마음의 빛이다.

 

 

585, 선지심(禪智心)

 

 선정에 들면 지혜는 그림자처럼 나타나는 것이므로 마침 그릇에 물이 고요하면 그림자 형체가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것으로, 마음이 고요하면 지혜가 자연스럽게 나타나므로 마음에 지혜를 바라지말고 마음을 편안하게 하면 생각을 사색 할 수 있는 것으로 소리와 모양에 집착하여 마음을 일으키면 번뇌라 하고 마음으로 집착심을 놓아버리고 관찰하면 인연 법이 나타나는 것이다.

 

 

586, 대명심(大明心)

 

 대명심은 깨달음이라 마음이 청정하면 항상 태양 자체의 광명처럼 어둠이 없는 것이지만 중생이 몸에 집착하여 자신이라 함으로 모양과 이름이 나타나므로 고통의 시비 선악의 번뇌가 일어나는 것이라 집착심만 놓아 버리면 바로 지혜라 할 것이다.

 

 

587, 정명심(淨明心)

 

 청정하면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것이 밝음이라 청소를 깨끗하게 하면 병도 예방되고 악취도 없고 파리 모기 벌레가 생기지를 않는 것이라 파리 모기를 죽이는 업을 짖지 않아도 청소를 청정하게 하면 자연스럽게 파리 모기가 생기지를 않는 것이다. 정명심은 마음을 청정하게 하면 번뇌가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588, 무초심(無初心), 589, 무종심(無終心)

 

 무시 무종이라 시작과 끝이 없는 헤아릴 수 없는 마음이라 마음은 이름 할 수 없고 모양으로 나타날 수 없는 것이라 할 것이고, 마음이라 한 것은 할 수 없이 이름하여 마음이라 한 것이지 집착심이 아닌 것으로 마음은 모양과 이름에 따라 순응하므로 자재한 것이다. 무시 무종은 함이 없는 마음을 말한다.

 

 

590, 무행심(無行心)

 

 함이 없는 무위심으로 도인의 마음으로 자연스러운 것으로 집착심이 아닌 것으로 모양과 이름의 고정인식에 서 벗어남으로, 우리 마음이 경계에 따라 순응하는 것으로 살아가지만, 욕망으로 재물에 집착하고 사람에 집착하므로 고통이 일어나 괴로워하는 것이다. 무행심은 모든 것을 방하착하라는 것이므로 자재하는 것이다.

 

 

591, 불광심(佛光心)

 

 부처님의 지혜 광명이 온 누리에 생명력의 자비심으로 나타나므로, 물이 부처이고, 공기가 부처이고, 빛이 부처이고, 모든 것이 생명이고 부처인 것이다. 용광로 쇠물에도 생명이 있고 살아가는 것으로 뜨거운 기운이 생명인 것이고 돌맹이에도 생명이 잇는 것으로 냉온의 차이가 생명의 기운인 것이다. 부처님을 모양과 이름으로 찾으면 찾지 못한다고 하신 말씀이 금강경 말씀으로 이름하여 부처님이라 한 것이지, 부처님 이름이 있다 하면 집착심이 일어나는 것이라 부처님 이름을 방하착하므로 두두물물이 부처라 하는 것이다.

 

 

592, 법초(法草)

 

 봄이 오면 세상 천지가 푸른 것은 한 잎의 소식이다. 단풍 한 잎을 보고 가을을 알고 낙엽 한 잎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겨울을 안다. 손가락 끝에 짠물으로 바닷물을 알고 법의 소식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조그마한 성냥불이 온 천지를 태우는 것처럼 마음에 소식은 조그마한 틈에서 번뇌가 일어나는 것이 마침 저수지 댐이 개미굴에서 무너지는 것이다. 법초는 바다변 조그마한 잡초라 바다도 육지도 되는 자재한 힘이 있는 것이다.

 

 

593, 화엄(華嚴)

 

 부처님의 불가사의 한 도리를 화엄이라 하고 화엄은 언어 문자 이전으로 모양과 이름을 초월하는 것이라 형상도 없고 이름도 없는 것이라 이름하여 마음이라 하고 화엄이라 한 것이므로 만상에 집착이 없으므로 삼라만상을 화엄이라 하고 장엄의 아름다움은 극락 세계 화엄 장엄이 가장 수승한 것이라 할 것이지만 마음의 화장세계 장엄은 미래가 다하도록 헤아릴 수 없고 원력이 다함이 없는 중중 무진한 법계의 미묘 법인 것이다.

 

 

594, 법궁장(法宮藏)

 

 부처님 집으로 진리의 전당이 법당이라 할 것이고, 진리의 보배가 자신의 마음 속에 감추어진 여래장(如來藏)이라 할 것이다. 마음 속에 복덕과 지혜가 본래 원만 구족한 자리라 티끌만큼도 부족함이 없는 본성을 가진 자들이다. 스스로가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원인이 일어나는 것으로 항상 성품 길인 부처님 마음으로 살아가면 법궁장이라 할 것이다.

 

 

595, 법수해(法水海)

 

 진리의 바다는 부처님의 세상이고 마음이고 말씀이므로 항상 부처님을 생각하므로 바른 뜻을 생각하고, 바른 말을 하고, 바른 행동을 실천하므로 원만 성취되는 것으로 부족함이 없는 것이라, 한 톨의 씨앗도 나누고 심으면 많은 공덕을 성취하는 것이라, 많은 세계가 한 티끌로 인하여 형성되는 것이니, 한 마음의 법이 지옥도 가고, 극락도 가고, 부처님도 되고, 중생도 되고, 삼라만상이 형성되는 것이므로 마음이 청정하면 법에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596, 무진심(無盡心)

 

 다함이 없는 원력이 불 보살님의 원력으로 싫어함이 없는 마음이라 생명력으로 순응함으로 물이 생명에 순응함과 같고, 빛이 생명에 순응함과 같고, 흙이 생명에 순응함으로 자유자재한 것이라 무진심은 다함이 없는 마음으로 청정심을 말하는 것이므로 생명력으로 중생에 순응함으로 자유자재함이라 한다.

 

 

597, 금연대(金蓮臺)

 

 부처님의 연화대를 말한다. 금빛 찬란한 연꽃은 청정한 마음으로  정토를 말하므로 마음이 청정하면 자연도 청정한 것이다. 저승과 이승이 둘이 아니고 몸으로 보면 둘이지만 마음으로 보면 하나인 것으로 청정한 마음은 부처님이나 자신의 본성은 동일한 것이라, 빛나고 찬란한 광명의 지혜를 실천하라는 말이다.

 

 

598, 정행심(正行心)

 

 바른 행위는 스스로의 마음, 말, 행동으로 자신의 본심에서 보고 듣고 실천하라는 것이다. 우리는 마음 밖에서 보고 듣고 실천하라는 것이다. 우리는 마음 밖에서 보고 듣고 인식하므로 집착이라 번뇌하는 것이다. 모양과 이름에 집착하므로 마음을 모양과 이름에서 일으키는 것으로 자신의 본성을 잊어버리고 사는 것이라, 바름을 모르면 부처님의 말씀대로 실천하고 따르면 되는 것이다.

 

 

599, 안양심(安養心)

 

 국락세계를 안양국(安養國)이라 한다. 극락세계의 주인공은 아미타불로 전생에 법장스님으로 48대원(大願)의 원력으로 성취된 세계로 바른 마음으로 아미타불을 10번만 불려도 왕생극락(往生極樂)한다는 아미타불의 원력으로, 부처님 제자라면 모두가 찾는 세계이다. 아미타불은 무량광 무량수(無量光 無量壽)라 하여 헤아릴 수 없는 시간과 공간을 말하는 것으로 마음이 바름을 실천하면 시간과 공간에 관계가 없는 것을 말한다.

 

 

600, 평상심(平常心)

 

 조주스님은 평상심이 도라 하셨다. 우리의 마음은 바른 뜻을 실천하고, 입으로 바른 말을 하고, 몸으로 바른 일을 하는 것이 평상심이고 진리이고 진리 속에 항상 살아가는 것이지만, 진리를 알지 못하고 본심을 등지고 눈으로 모양에 집착하고, 귀로 소리로 몸에 집착하여 마음을 일으킴으로 항상 고뇌하는 것이다. 집착만 놓아버리면 고뇌가 바로 진리인 것이다.

 

 

601, 무진행(無盡行)

 

 성인의 마음이고 중생의 원력인 것이다. 중생의 원력은 다함이 없는 것으로 희망이고 밝음이고 맑음이고 고름이고 진리의 발심을 말한다. 발심(發心)의 시작은 다함이 없는 공덕의 문이라 할 것이다. 이 문은 헤아릴 수 없는 것이라 숫자로 는 말할 수 없다.

 

 

602, 무착(無着)

 

 육조스님은 응무소주이생기심(應無所住而生基心)의 금강경 말씀에 마음이란 것을 아시었다. 마음을 집착이 없이 하라는 것이다. 눈과 귀로 이름에 집착하면 장애가 일러남이라, 주객이 일어나고, 시비가 일어나고, 선악이 일어나고, 생사가 일어나고, 팔만사천 번뇌가 일어나는 것이다. 집착을 놓아 버려라.

 

603, 법광심(法光心)

 

 빛은 생명에 힘이라 하고, 공기, 물이 다 생명에 힘이고 자연의 도움으로 생명이 살아가는 것이지만 중생은 은혜를 모르고 욕심으로 반대로 도리어 오염시킴으로 자연이 파괴되고 생명이 떼죽음을 하는 것이다. 공기와 물을 오염시키는 것이 생명을 죽이는 것이다. 우리는 사람을 죽이는 자도 있고, 생명을 사고 팔고 하는 것이 생활이고 살아가는 방법이라 하고 오염을 시키면서 생명을 죽이는 것이라 하지 않지만 엄연한 생명을 죽이는 것이고 종교에서도 짐승이나 자연을 선물로 생각하므로 생명의 죄 의식이 없는 종교도 있다. 자연인 물, 공기, 흙의 먹거리를 오염시키면 생명이 다 죽는 것을 깨달아야 하는 것이다.

 

 

604, 대안심(大安心)

 

 신라 원효스님을 발심시킨 스님이 대안스님이라 한다. 하루는 서라벌에 소문이 대안스님이 계(戒)를 파괴하여 아이를 낳아 마을을 다니면서 젖동냥을 한다는 것이다. 소문이 일파만파로 나자 원효 스님이 듣고는 대안스님을 친견하려 갔는데, 그 날도 바위 굴 안에서 아들아 하면서 젖을 먹이는 것이라, 스님  스님 원효가 왔습니다. 하니, 바위 굴 밖으로 나오시는 것이라 아들이 어디에 있습니까? 하자 너구리 새끼들이라 내가 바위굴을 토굴로 정하여 공부를 하려고 하니 굴에는 너구리 새끼들이 있고 너구리 어미가 밖에서 변을 당한 것이라 오지를 않아서 내가 마을에 가서 젖동냥을 하여 먹이는 것이라, 사람도 먹을 것이 없는데 너구리 먹을 젖동냥을 하면 누가 줄 것인가 그래서 내 아들이라 하면서 젖을 구걸하여 기려는 것이지 하시므로 원효 스님은 그 때에 자비심을 발심 한 것이라 한다. 원효 스님에게 대승심을 발심하게 한 보살이라 할 것이고 스승님이신 것이다.

 

 

605, 대광심(大光心)

 

 부처님의 마음이고 지혜를 말한다. 모든 것을 만족하게 갖춘 것을 화엄(華嚴)이라 한다. 화엄이 대광이라, 부처님의 마음이고 중생심의 본성인 것이다. 광명은 중생의 생명력인 것이다. 생명력은 자비심이고 지혜라 할 것이다. 자비심은 생명력이라, 물, 공기, 빛을 말한다. 이 자비심은 거래와 이유가 없는 것이라 무연 자비심(無緣 慈悲心)인 것이다. 아무런 이유와 조건이 없는 대 자비심인 것이다. 자신의 부모를 살해한자가 와도 아무런 생각이 없이 생명을 주는 것이다. 또 아무리 생명이 사용하여도 다함이 없는 것이라 싫어함이 없는 것이다.

 

 

606, 화엄궁(華嚴宮)

 

 화엄궁은 부처님의 마음을 말한 것이고 중생의 본성을 말한 것이다. 해인사에 가면 팔만사천 장경각이 있다. 이것을 화엄궁이라 할 것이다. 화엄궁은 여래장인 것이다. 중생심 가운데 원래 원만 구족한 보배 창고인 것을 중생이 오욕의 즐거움에 집착하여 지혜와 복덕을 갖춘 보배를 가지고 있는 줄도 모르고 사는 것을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인도하시는 선각자이므로 중생의 인도자이고 빛이고 물이고 공기이고 바름이고 맑음이고 밝음이라 할 것이다.

 

 

607, 덕운심(德雲心)

 

 상서러운 기운을 말한다. 하늘에 서기 방광하는 가피력을 상서러운 기운이라 할 것이다. 봄이 오면 산천에 새싹이 돕는 것을 본다. 중생은 천지 기운이 용솟음치는 상서러운 봅의 소식은 듣지 못하고 남의 시비만 하는 구나? 천지에서 꿈틀거리는 흙 속의 속삭이는 생명의 소리를 들으면 눈으로 모양에 집착하지 않고, 귀로 소리에 집착하지 않는다.

 

 

608, 초실심(初實心)

 

 생명에서 처음 열매를 말한다. 충남 천안 광덕사(廣德寺)는 우리나라 호도 시배지라 천연 기념물 398호로 국가에서 지정하여 지역 정신 문화를 새롭게 한 것이 산 승이다. 고구마, 감자. 시배지도 있고, 거창의 목화 시배지는 국가에서 관광지로 개발하였다. 불교에서 첫 열매라 하면 발 보리심인 발심(發心)이 첫 열매라 할 것이다. 깨달음의 열매는 보리수(菩提樹) 나무라 하여 염주(念珠)로 만들어 수행하면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염주는 부처님을 생각하는 마음의 구슬로 원력심으로 승화시키면 원력이 성취되는 것이다.

 

 

609, 만행자(萬行子)

 

 만행을 하면 삼라만상이 다 스승님으로 보인다. 분별심이 사라지는 것이므로 아상(我相)이란 마음이 사라지고, 인상(인상)이란 마음이 사라지므로, 집착심을 버리는 마음이 새로워지는 것이다. 아상이 있으면 만행을 할 수 없는 것이다. 물이 아상이 있으면 생명에 순응 할 수 없는 것이라, 생명에 힘이 될 수 없는 것이다. 물은 아상이 없는 것이다. 오직 생명에 순응 할 뿐이다. 만행자는 물처럼, 공기처럼, 흙처럼, 사는 것을 말한다. 부처님의 마음 역시 이러한 것이므로 대자대비라 조건이 없는 것이라 상대가 없는 것이다.

 

 

610, 자성화(自性華)

 

 우리의 마음은 본래 지혜와 복덕이 부처님과 똑 같다는 것이므로 자성이라 한다. 우리가 잊어버린 것이다. 중생들은 즐거워하는 것이 전도된 마음이라, 몸이란 모양과 이름에 집착하여 자신이라 하고 분별하므로 마음이 하나가 되지 못하고 천차만별로 나열되면서 시비선악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분별심을 자성이라 하지 않고 분별심은 진리의 당처로 돌아가야 자성이라 한다.

 

 

611, 청정해(淸淨海)

 

 청정해는 마음을 말한다. 마음의 본성은 마침 거울과 같아서 앞에 나타나는 모양이 그대로 나타나는 것이지만 거울 자체는 모양이 없는 것으로 거울 속은 빈 것이므로 모양이 그대로 나타나는 것이다. 마음도 청정하다는 것은 맑고 맑아서 오염이 없으므로 모양과 이름이 없는 것이지만 인연에 따라서 나타나는 것이다.

 

 

612, 마하심(摩訶心)

 

 마하는 인도말로 크다는 말이다. 너와 나를 주객으로 말하면 분별하는 시비가 일어나지만, 너와 내가 우리라는 것은 대승심이라 할 것이다. 대승심(大乘心)은 자연스러운 것을 말한다. 큰마음은 싫어함이 없는 마음으로 물․공기․흙의 자연스러운 것이고, 물이 생명력으로 생명에 싫어함이 없이 순응하는 것이고, 물이 나무에 순응하면 물이라 하지 않고 나무라 하고, 물이 잡초에 순응하면 물이라 하지 않고 잡초라 한다. 물이 생명력으로 생명에 순응하므로 자유자재한 것이므로, 물이 생명력이라 대승심이라 하고 마하심이라 할 것이다.

 

 

613, 반야(般若)

 

 슬기를 말한다. 지혜의 밝음․맑음․빛․아름다움을 말한다. 꽃이 반야가 있는가? 꽃이 향기 나고 열매 맺는 것이 불성(佛性)이고 지혜이고 마음이라 할 것이다. 삼라만상을 반야로 본다면 두두물물이 다 부처인 것이다. 청정을 부처라 하고 오염을 중생이라 할 것이다. 우리가 부처님의 가르침을 청정과 오염으로 보면 우리의 행위가 분명한 것이다. 부처를 이름과 모양으로 보지 않고 청정법신(淸淨法身)으로 보면 시비선악 생사가 둘이 아닌 것을 안다. 절에서 기도를 하면서 집에 가면 물, 공기, 흙의 먹거리를 오염시키면 생명력을 죽이는 것이라 기도가 아닌 것이다.

 

 

614, 청정화(淸淨華)

 

 청정은 법신(法身)을 말한다. 도시 복잡한 소음 공해로 스트레스가 마음에서 일어나면 산 계곡 물소리를 생각하면 마음에 용기가 나고 미소 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기는 것이다. 깊은 산 계곡 흐르는 물을 손으로 한 오금 마셔도 산천의 모습을 보고들을 수 있는 것이다. 요즈음 전국 샛강을 보면서 악취 나고 죽어 가는 것을 보면서, 어린 시절 시골 고향 마을 앞에 개똥벌레의 반딧불이 모습을 기억한다. 요즈음 생각하면 반딧불이 동네는 하늘 아래 제일 청정한 동네라 할 것이다. 반딧불이 동네는 하늘 아래 제일 청정한 동네라 할 것이다. 반딧불이가 은하수처럼 살 수 있는 동네는 정토인 것이라, 모든 생명들이 더불어 살 수 있는 고향이라 청정이라 할 것이다.

615, 수월경(水月鏡): 달이 물을 거울이라 함이니, 하늘 달은 하나인데 일천 강에 달이 나타남이라, 강의 청정함을 노래함이니, 청정 국토를 말한 것이다. 마음이 본래 청정하지만 경계에 다라서 모양과 이름으로 나타남이나 본성은 물들이 없는 것이다. 수경월은 청정을 말한 것이다.

 

 

616, 반야월(般若月)

 

 반야는 지혜를 말하고 달에 비유한 것이다. 캄캄한 밤에 달빛이 얼마나 빛나는가? 밤에는 달이 빛을 발하는 하늘인 것이다. 캄캄한 밤에 달이 주인공이라 어릴 적에는 옥토기가 절구통을 찧으면서 하늘에 양식을 만들어 주어 복을 주는 것이라, 달님에게 기도하면서 복덕과 지혜를 구하는 순박한 마음이 토끼처럼 순박하고 청정하게 살기를 희망한 것이다.

 

 

617, 무상화(無相華)

 

 상(相)이 없는 마음은 집착이 없는 마음을 말한다. 집착심이 없으면 장애가 없는 마음이라, 자유 자재하는 마음이 나타나는 것이다. 빛이 모양과 이름이 없으므로 허공에 가득한 것이고, 물이 모양과 이름이 없으므로 삼라만상에 순응하는 것이다. 삼라만상은 고정된 것이 없는 것이다. 영원한 상이 없으므로 무상(無相)이라 한 것이다.

 

 

618, 안심장(安心藏)

 

 편안한 마음이고 아름다운 마음이라 할 것이다. 항아리에 흙물을 저으면 혼탁하여 바닥이 보이지를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 흙물은 갈아 않고 맑은 물이 나타남으로 물위에 비치는 사물의 모습이 잘 나타나는 것이다. 마음도 번뇌가 번잡하면 마음이 편안하지 못하여 지혜가 나타나지를 않는 것이므로 가치관이 확립되지 못하여 사리를 분별하지 못하므로 욕망이나 애욕에 시비 선악하는 것이다. 마음이 고요하면 가치관이 나타나므로 지혜라 하고, 마침 방에 전기 불을 만나는 것과 같다.

 

 

619, 월면심(月面心)

 

 달을 마음에 비유하여 말을 한다. 달빛이 청명한 보름달을 바라보는 마음은 온통 한 마음으로 달을 생각하는 것이다. 하늘은 온통 칠흑 같은 밤에 유난히 빛나는 달을 바라보면 아무 생각이 없는 것이다. 바라보는 마음은 온통 한 마음으로 달뿐인 것이다. 하늘의 달과 내 마음이 하나가 되면 월면심(月面心)이라 할 것이다. 달은 자연과 내 마음이 하나되는 청정법신의 원래 구족한 본심이라 생사, 시비, 선악이 없는 마음이라 할 것이다.

 

 

620, 서웅심(西雄心)

 

 

 서방 정토의 주인공은 아미타불이시다. 아미타불을 무량광 무량수(無量光 無量壽)라 하여 빛을 부처라 하는 것이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부처님이 아미타불이시다. 빛을 부처라 하고, 맑음, 밝음, 고름이 청정법신이라 생사가 없고 집착이 없다. 죽음을 죽음으로 보지만 죽음은 삶의 시작이란 것을 알면 죽음이 끝이 아닌 시작이라 회향(廻向)이라 할 것이다. 회향심은 거듭하므로 생명력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621, 관조심(觀照心)

 

 마음을 한 곳에 멈추고 관찰하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마음의 힘이 일어남으로 지혜라 한다. 지혜는 가치간으로 모양과 이름에 집착하지 않고 기운이나 섭리로 상통하므로 모양과 이름에 관계하지 않으므로 장애가 없는 것이다.

 

 

622, 월광화(月光華)

 

 월광은 달빛이라 삼라만상에 음양의 기운으로 음의 기운이라 숨은 빛으로 천지의 움직임으로 나타나므로 생명을 탄생시키는 생명력이다. 부처님의 말씀으로는 여래장(如來藏)이라 할 것이다. 여래장은 부처님의 마음이고 중생의 본심이라, 중생은 아직 빛을 보지 못한 것이라 감추어진 진실이라 할 것이고 아직은 모르는 것이고, 본래 구족한 원만성은 있으나 잊어버린 것이라 없는 것은 아닌 것으로 인연이 도래하면 나타나는 진리라 아직은 지도하고 의지하려고 하는 미완성된 힘이라 할 것이다.

 

 

623, 여실행(如實行)

 

 열매를 말한다. 열매는 결과이고 성공이고 생명 자체가 진리를 성취한 것이다. 생명에 꽃향기가 나는 시기는 그 생명의 가장 아름다운 시기이고 힘이 왕성한 시기이고 뭇 생명이 찾아오고 서로가 기운이 상통하는 시기이므로 생명을 자랑하고 소문이 나는 것이라 다른 생명을 부려는 것으로 음의 기운은 양의 기운을 찾거나 찾아오는 것으로 음양이 만남으로 또 하나의 생명은 열매로 탄생하고 열매는 차차 성분을 완성시킴으로 다시 거듭 태어날 수 있는 힘을 저장함으로 씨앗이란 종자가 되어, 흙 속에서 씨앗의 몸을 썩이면 썩는 생명력은 새 생명력으로 새싹이 태어나는 것이다. 이것이 열매의 생명력이고 진실성이라, 불교에서는 불성(佛性)인 주인공의 본성이라 마음이라 한 것이다.

 

 

624, 지명화(智明華)

 

 밝은 지혜는 항상 빛을 발하지만 인연 따라 생명력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빛이 생명을 멀리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이 빛을 멀리하는 것이다. 빛은 원근이 없고 시비 선악의 분별이 없는 것이다. 빛은 움직임이 없고 가고 오는 것이 아니라 항상 여여(如如)한 것이다. 중생이 스스로 모르는 것이고, 본래 있는 것을 잊어버리고 다른 것인 욕망으로 밝음을 찾는 것이라 지혜가 될 수 없는 것이다.

 

 

625, 청량심(淸凉心)

 

 청량심은 아름다운 마음이고, 봄철에 새싹이 움트는 기운이고, 삼복 더위에 시원한 바람의 기운이고, 엄동 설한에 따스한 기운이라 할 것이다. 음 기운은 양의 기운을 서로가 찾는 것이 생명력이고 생태계의 움직임이라 할 것이다. 생명력은 가장 아름다운 청량심이라 할 것이다.

 

 

626, 선정심(禪定心)

 

 선(禪)은 마음을 말하고 마음이 고요하면 지혜가 일어나는 것이라, 가치관이 확립되는 것으로 사물을 볼 적에 사리 분별을 분명하게 함으로 거짓과 진실을 알 수 잇는 것으로 스스로가 아는 것이지 누가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닌 것이다. 우리는 귀와 눈으로 보고 듣고 알려고 하지만 이것은 분별하는 마음이고 지혜라 할 수 없는 것이다. 오이 씨앗은 가르치고 배우지 않아도 오이 열매를 잘도 맺는 것이고 빨강 꽃의 씨앗은 다시 빨강의 꽃을 맺는 것이 진리의 길이기 때문이다. 요즈음 말로는 유전자의 길이 본래 원만성인 꽃의 씨앗에 기록이 되어 있는 것이다. 생명을 자라게 하는 것은 청정이라는 것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일을 성취하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하지만 분명한 것은 움직이는 대로 성취되는 것이다. 오염으로 움직이도 성취는 되지만 악(惡)의 길이 성취되는 것이고, 청정으로 움직이면 선(善)의 길이 성취되는 것이다.

 

 

627, 여의심(如意心)

 

 중생도 여의심은 있지만 혼자 성취하려는 마음으로 경제의 힘을 성취하려고 하고, 성인의 여의심은 물, 공기, 흙의 먹거리가 청정하기를 바라는 것이 여의심이라 할 것이다. 우리가 국법에 도전하여 승소를 하였다면 전 국민이 이 법으로 다스려지는 것이므로 법이라 하는 것이다. 진리가 사람에게만 상통하고 잡초의 생명에는 상통하지 못하면 진리라 할 수 없는 것이고 생명력이라 할 것이다.

 

 

628, 광명심(光明心)

 

 캄캄한 방에 전기 불을 켜면 빛이 나타나므로 방안에 물건이 있는 대로 보이는 것은 내 마음이 밝기 때문이다. 빛이 없으면 방안에 있는 물건을 볼 수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두운 방에 손으로 전기 불을 켜면 이것이 밝은 마음인 것이다. 중생의 마음에 지혜와 복덕이 원만 구족하여 있지만 마음이 어둠으로 보고 듣지 못하고 인식도 못하는 것이라 마음 밖에서 복덕과 지혜를 성취하려고 하는 것이라, 상대를 귀와 눈으로 인식함으로 마음으로 관찰하려고 하지 않고 눈으로 보았다 하고, 귀로 들었다 하는 것이 어리석은 소리인 것이다.

 

 

629, 옥광심(玉光心)

 

 옥은 돌이지만 기운을 많이 발생시키는 것이다. 옥의 기운은 생명에 의로운 힘을 발산하는 에너지원이다. 생명에 장애되는 힘을 억제하고 의로운 힘을 증장시키는 힘이 있다. 옥은 오염된 힘을 청정으로 변화시키는 힘이 있고 삿 된 기운을 맑은 기운으로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 더운 열을 따스하게 하고 찬 기운을 따스하게 하는 힘이 있다. 성격이 강한 사람은 옥을 가까이 하면 성격이 부드러운 성격으로 변한다.

 

 

630, 수월심(水月心)

 

맑은 물에 달은 분명하고 두려한 것으로 마음을 물이나 달에 많이 비유를 하는 것이다. 시인들이 자연을 좋아하는 이유는 마음이 자연의 모습으로 돌아가면 청정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자연스러움, 본래모습 그대로, 아름다움 모습 그대로, 산천 모습 그대로, 공기말고, 물 맑은 그대로, 흙의 먹거리가 청정하다면, 바로 수월심인 것이다. 고요한 그믐날 밤 달빛 아래 강물 속에 달을 보면 달의 마음이 온통 가득하여 다른 생각이 없다. 이것을 일심이라 할 것이고 수월 청정심(水月 淸淨心)이라 할 것이다.

 

 

631, 법연화(法蓮華)

 

 부처님을 상징하는 꽃이 연꽃이라 불연화(佛蓮華)라 하고, 법연화라 할 것이다. 연꽃은 청정을 뜻한다. 연꽃의 특징은 한 줄기에 한 잎사귀가 피고, 한 줄기에 한 봉우리 연꽃이 피는 것으로, 저습지에서 자라면서 물을 청정하게 하는 작용을 하는 성분이 있으므로, 부처님은 오욕에 물들지 않고 진리를 성취하셨다고 연꽃에 비유하는 것이므로, 불교 꽃이 연꽃이라 사찰 건물이나 조각 작품에는 온통 연꽃 무늬인 것이다.

 

 

632, 선행자(善行子)

 

 선행자는 선지식을 말한다. 마음의 길을 인도하시는 분으로 깨달음의 선지식을 말하는 것이다. 중생의 원력심은 끝이 없고 헤아릴 수 없는 무궁무진한 마음으로 중생의 자부심이라 할 것이다. 마음을 바로 보면 삼라만상이 다 스승인 것이다, 스스로가 마음이 선하면 악한 것도 선한 것으로 나타나고 마음이 악하면 선한 것도 악한 것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선한 일을 악한 사람이 하면 악이 되고, 악한 일이라도 선한 사람이 일을 하면 선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633, 복혜궁(福慧宮)

 

 부처님의 집을 법당(法堂)이라 하고 마음의 집이라 하고 진리의 전당이라 하고 대웅전(大雄殿)이라 하여 천상 인간에 스승님이신 분을 말하고, 중생의 본심인 불성(佛性) 자리를 복혜궁(福慧宮)이라 할 것이다. 복혜궁은 복덕과 지혜가 본래 원만 구족한 중생의 여래장(如來藏)인 보배 창고를 말한다.

 

 

634, 원만성(圓滿性)

 

 본래 구족한 복덕과 지혜를 원만성이라 할 것이다. 성품이 원만한 것이라 푸른 것으로 원만한 것이고, 빨간 것은 빨강으로 원만한 것이다. 일미진중함시방(一味塵中含十方) 한 맛 가운데 법계가 있다는 말은 섭리를 말한 것이다. 한 잎사귀의 푸른 것을 보면 천지에 봄이 온 것을 아는 것이다. 닭 한 마리가 조류독감으로 나타나면 전 세계의 닭들이 비상이 걸리는 것이다. 조류독감은 청정으로 답을 찾을 것이다. 오염과 청정의 화두인 것이다.

 

 

635, 효심자(孝心子)

 

 효는 생명존엄에서 보아야 하는 갓이다. 옛적에는 부모의 원수를 자식이 대신함으로 효자라 하기도 하지만 원수는 원수로 갚을 수 없는 것이다. 생명효(生命孝)에서 보아야 되는 것이다. 원수라는 마음을 마음에서 비우므로 영원한 원수를 갚은 것이다. 효는 철저한 자비심을 바탕하여야 진실한 효인 것이다. 자신의 생명이 존엄하면 남의 생명도 존엄한 것이다. 스스로가 자연을 오염시키면서 잘 살기를 바라고 욕망, 질투, 시기심으로 잘 살기를 바라면 어리석음이라 할 것이다. 자신은 청정수를 마시고 청정을 바라면서 스스로의 행위는 오염을 시킨다면 자연을 죽이는 일이고 스스로가 죽는 일을 알아야 하는 것이다.

 

 

636, 수행자(修行子)

 

 특정인만 수행자가 아닌 것은 각자 스스로가 책임질 행위가 있는 것이다. 자연 그대로 살자는 것이다. 흙의 먹거리와 물의 에너지 공급을 박으면서 생명은 성장하는 것이지만, 인간은 욕망인 어리석음으로 진리를 배반하고 도리어 자연을 많이 파괴함으로 경제를 성취하는 것이라면 미래는 실패의 길이고 생명이 더불어 공멸(共滅)하는 시기가 오는 것이라, 각자 스스로가 책임이라 할 것이다. 이것을 아는 것이 자연의 체험이고 감사와 은혜인이라 할 것이다.

 

 

637, 본성월(本性月)

 

 성품의 근본은 공(空)하여 불생 불멸(不生 不滅)이라, 생사의 모양과 이름에 관계가 없는 것이라, 항상 청정으로 영원한 생명력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소리를 들었다 하면 소리에 집착이고 모양을 보았다 하면 모양에 집착인 것이다. 소리와 집착이 없는 마음을 본성월이라 할 것이다.

 

 

638, 보현행(普賢行)

 

 화엄경 부처님의 말씀에 보현행자(普賢行者)는 몸과 말과 뜻에 싫어함이 없는 마음이라 마침 빛이 생명에 순응하는 것이고, 물이 생명에 순응하는 것이고, 공기가 생명에 순응하는 것이, 불 보살님의 마음과 같음이라 할 것이다. 부처님의 제자는 마음을 이렇게 하라는 것이다.

 

 

639, 선혜월(禪慧月)

 

선(禪)을 마음이라 하고 마음이 고요하면 지혜가 생기는 것이다. 마음을 관찰하면 모양과 이름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다. 모양과 이름에 집착하지 않으면 시공에 초월하고 장애가 없는 것이라 무애자재하는 것이다. 마음은 모양과 이름이 아니므로 모양과 이름에 장애가 없는 것으로 허공처럼 삼라만상에 주인공이라 할 것이다.

 

 

640, 길상자(吉祥子)

 

 길상이란 상서러운 일이라, 서기 방광하는 것이고 희고 검은 오색으로 순간적으로 변하는 것이라, 무쇠가 방광을 하고 죽은 나무가 방광을 하는 것이 길상자인 것이다. 죽은 사람에서 사리가 나오고 방광하는 모습은 범부에게는 상서러운 것이고 불가사의한 일이다. 사람의 마음은 아름다운 지혜가 있어 유무에 자재한 것이고 신통변화가 불가사의한 것이다.

 

 

641, 대심행(大心行)

 

 큰마음을 마하심(摩訶心)이라 하고 대승심(大乘心)이라 한다. 대승심은 너와 내가 아닌 우리라는 주객이 하나인 마음을 말한다. 사람의 몸이 눈, 귀, 코, 각각이지만 하나 하나가 자신을 말한다. 눈병이 났어 눈을 미워하고 눈을 없애 버리면 눈이 없는 장애자가 되는 것이고 눈병이 나도 약으로 치료하면서 눈을 자랑하고 사랑하고 보살피면 눈병이 나아서 눈병자라 하지 않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대승심이고, 마하심이고, 대심행이라, 대자대비심으로 중생의 어버이 마음이라 할 것이다.

 

 

642, 여산(如山)

 

 산은 오온산(五蘊山)을 말한다. 오온은 색․수․상․행․식(色․受․想․行․識) 색은 몸이고, 수상행식은 마음을 말한다. 몸과 마음이 태산처럼 높으면 아무것도 되는 것이 없다. 오온이 공(空)한 것을 알아야 고뇌를 초월하는 것이다. 오온이 공한 것은 무아(無我)사상인 것이다. 본래 내가 없다는 것을 인연 법으로 관찰하면 온대로 가기 때문에 모양과 이름이 없는 것을 알고 오온의 상이 다 인연 법으로 온 것이므로 본래 공한 것이라 집착 할 오온이 없는 것이라 자유자재한 것이다.

 

 

643, 현수(賢修)

 

 어진 것은 현인으로 덕망이 잇다는 말로 재물을 보시하여 병을 구제하고 남의 목숨을 구제하고 자신의 고통도 참는 마음으로 견디면 덕망이 되고 복덕이 되는 것이다. 한 마디 말을 하고, 한 번 행동을 하고, 한 번 마음을 써는 것은 다 자신의 법이고, 사회의 법인 것으로 마음으로 관찰하는 마음씀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644, 일응(一應)

 

 일응은 마땅히 공양하는 자세이다. 응공이라 하여 아라한(아라한)이라 하고 스님이라 한다. 스님의 정신 지위가 하늘 사람이 공양을 바치고 삿된 일이 스스로 물려가고 장애가 없어지고 심리작용으로 시기 질투가 없어지고 질병이 없어지고 슬펴하고 병으로 죽는 사람이 없고 자살하는 억압의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고 서로 서로가 이해하고 용서하고 자비심으로 기뻐하는 것으로 무쟁삼매(無諍三昧)라 한다. 

 

 

645, 성공(性空)

 

 성품은 공한 것으로 항상 실체가 없는 것이다. 유(有)라 하면 무(無)이고, 무(無)라 하면 유(有)인 것이다. 물질이 있다고 하나 마음으로 관찰하면 실상이 없는 것이고, 마음이 없다고 하나 경계를 보고 듣고 하면 있는 것이라, 유는 무이고, 무는 유인 것이다. 무엇을 있다고 할 것이며, 무엇을 없다고 할 것인가? 성공(性空)은 텅빈 충만인 것으로 물질의 유는 텅빈 것이고 정신의 무는 충만한 것이 무소유(無所有)인 것이다.

 

 

646, 대각(大覺)

 

 석가 부처님을 대각 세존이라 하신다. 지혜의 완성을 대각이라 하고 세상에서 가장 존귀하신 분이시다. 인간으로 대각을 성취하신 분으로 복덕과 지혜의 본래모습 그대로를 보이신 분으로 인간 능력의 가능성을 보이신 분으로 인간의 잠재력을 확인하여 보이신 것이다.

 

 

647, 관공(觀空)

 

 

 마음을 관하면 마음을 본다고 하여 공(空)의 도리를 아는 것으로, 인연 법을 말하는 것이다. 인연 법으로 보면 독립된 것이 하나도 없는 것으로, 모든 생명체는 물, 공기, 흙, 빛으로 자연의 은혜로 살아가는 것이므로 자연을 체험하고 감사와 은혜의 마음으로 살아가면 부족한 것이 하나도 없는 것이라 주어진 그대로가 복을 받은 것이고 원만구족된 세계라 아름다운 것이다.    
         

 

648, 원각(圓覺)

 

 원각 속에 살면서 원각을 모른다는 말이다. 공기를 호흡하면서 공기의 감사를 모르고 사는 것을 말한다. 물을 마시면서 물의 은혜를 모르고 사는 것이고, 빛을 받아 살면서 빛의 고마움을 모르고 사는 것이 어리석음이고 도리어 물, 공기를 오염시키고 사는 것이다. 물, 공기, 흙, 빛의 감사와 은혜로 사는 것이 기도인 것이고 원각을 아는 것이다.

 

 

649, 무등(無等)

 

 비교 할 수 없는 마음을 무등이라 한다. 가장 신비하고 성서러운 힘이라 불가사의한 것이고 생각으로 헤아릴 수 없는 것으로 다함이 없는 원력을 말한다. 불 보살님의 원력이 다함이 없고 중생의 원력도 다 함이 없는 것이라, 중생의 생각이 다함이 없고, 생명이 다 함이 없는 것이고, 미래가 다함이 없는 것이다.

 

 

650, 일조(一照)

 

 태양이 뜨는 것을 일조라 하고 하루라 하면, 부처님의 탄생을 일조라 하고 싶다. 입으로 한 번 불 보살의 명호를 부르면 일조라 하고 싶고, 관세음보살님 하고 한 번 관하면 대천 세계의 생명력이 성숙하여 천지 만물이 움이 트는 것이다. 일조(一照)의 공덕은 헤아릴 수 없는 것이다.

 

 

651, 일광(一光)

 

 부처님께서는 해와 달이 헤아릴 수 없고 대천세계라 하셨지만, 우리의 힘으로는 지구의 해와 달만 볼 수 있는 것이다. 파리의 미충이 해와 달을 볼 수 있는 것일까? 미충은 정추를 모르기 때문에 사람이 싫어하는 것이고, 성인이 인간을 경계하는 것은 탐욕을 보배로 삼기 때문이다. 악도에 가는 원인은 탐욕으로 가는 것이다. 인간은 탐욕으로 즐거움을 삼는 것이므로 생사의 굴에서 벗어나지를 못하는 것이다. 마음의 지혜가 일광이라 한 번 마음이 밝은 것은 미충이나 악도를 한 번 면하는 것이다.

 

 

652, 대장심(大藏心)

 

 부처님 말씀을 팔만사천 대장경이라 하시고, 이 말씀의 마음이 우리 마음 속에 보장되어 있는 것을 대장심이라 한다. 대장심은 아무리 사용하여도 다함이 없는 것이고, 아무리 원수라도 싫어함이 없는 것이 마침 공기, 물, 흙, 빛이 생명에 순응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653, 여시행(如是行): 부처님 말씀인 경전 머리마다 여시(如是)라는 말씀은 부처님 말씀이란 것이다. 여시행은 부처님의 말씀과 마음처럼 스스로가 실천하라는 말이다. 바른 뜻․바른 말․바른 일이라 할 것이다. 바로 전후 좌우를 놓아 버리고 바름을 실천하면 선(禪)이고, 바름이 밝음의 지혜 종자가 되는 것이다. 비름을 바로 실천하면 과거의 악행이 선의 마음으로 나타나는 것이고, 미래는 자연스럽게 마음이 선한 것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654, 무진보(無盡寶)

 

 다함이 없는 보배는 마음이고 허공이라 할 것이다. 마음과 허공은 모양으로 찾으면 없는 것이고 이름도 없는 것인데 이름한 것이다. 마음은 공(空)으로 주인공이라 하고, 허공도 공(空)으로 삼라만상에 주인공이라 한다. 모양과 이름이 없지만 삼라만상에 순응하고 삼라만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없는 것으로 있는 것아 허공이고 마음인 것이다.

 

 

655, 법계심(法界心)

 

 마음의 공간을 법계라 한다. 마음은 지구를 천만개를 담아도 부족한 것이다. 마음은 형상과 이름으로 헤아릴 수 없는 거이므로, 나의 마음이 법계에 가득하지만, 너의 마음도 법계에 가득한 것이라, 마침 한 방에 불빛이 여러개라도 아무런 장애가 없는 거와 같다.

 

 

656, 일다심(一多心)

 

 마음이 법계(法界)라 시공을 초월하는 것이다. 봄철 나무에 한 잎 푸른은 천지가 푸른 것을 알고, 한 잎 낙엽으로 천지에 가을을 안다. 길가에 조그마한 야생초에 꽃을 보면서 아름다운 마음을 알고, 천지의 생명력을 느낀다. 내가 살아가는 이유는 조그마한 야생초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의 생명만 중요하고 상대를 남이라 하고 분별하고 싫어한다면 바로 자신을 싫어하는 것이 된다. 길가에 민들레꽃이 피었는데 길가는 나그네는 아무런 마음 없이 짓밟아버리지만 민들레의 생명력은 거듭 거듭 새롭게 살아나는 생명력이 있다. 민들레의 생명력이 바로 자신의 생명력인 것이다.

 

 

657, 초발심(初發心)

 

 바른 마음이 첫 마음이다. d; 마음을 잊어버리지 않고 항상한다면 시비 선악심은 그림자인 것이다. 아무리 두려운 생사심(生死心)이 일어난다고 하여도 바른 마음을 잊어버리지 않으면 두려울 것이 없고 싫어하는 분별심이 없는 것이다. 마음에서 욕망을 비우지 못하면 항상 두렵고 싫어하는 마음에서 벗어나지를 못하는 것이므로, 원인은 욕망을 버리고 바름을 몸과 마음으로 실천하면 스스로가 편안을 찾는 것이고 과거의 모든 허물이 스스로 좋아지고 미래의 일을 자연스럽게 좋아지는 것이다. 초발심은 바로 바름을 말한다.

 

 

658, 대행심(大行心)

 

 

 큰 움직임은 마음을 일으키는 것이다. 마음이 일어나면 삼라만상이 일어나는 것이고, 마음이 사라지면 삼라만상이 사라지는 것이다. 스스로 일으키는 마음이 천지를 움직인다는 생각을 하여야 한다. 아무런 생각 없이 한 생각을 일으키면 나타나는 일도 아무런 생각이 없이 일어나는 것이다. 현드폰 카메라, 인터넷 빛의 정신 문화가 아무런 생각 없이 호기심에서 생명존엄성을 억압하고 기밀을 누설한다면 생명을 억압하는 시스템이 되는 것이고 살상 무기가 되는 것이다. 생명력이 없는 시스템이 생명력을 억압하는 것은 사람의 욕망이 잘못을 저지르는 일이라 사람의 마음이 개입함으로 말없는 시스템이 생명력을 억압하는 도구가 되는 것이다. 사람의 욕망이나 호기심이 기계의 통제를 받는 골이 되는 것이다. 기계가 감정이 없기 때문에 사람의 마음에 따라 나타나는 무한한 일인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은 시시로 인성을 확인하고 항상 호흡하는 것처럼 수행을 하여야 하는 것이다. 인터넷을 실명제 하자는 말이 바로 인터넷 사용자의 책임제를 말하는 것이다. 인터넷으로 고발하고는 제공자는 주소를 삭제하고 공개한 내용은 우주 공간에 미아가 되어 허공 속에 돌아다니는 것이므로 생명에 심리작용을 일으키는 것이고, 나쁜 정신문화로 나타나는 것이므로 실명제를 말하는 것이다. 
      

 

659, 중도심(中道心)

 

 중도심은 시비 선악심이 아닌 바른 마음을 말하고 부처님의 말씀이고, 유교에서는 마음이 악하다는 악성설(惡性說)이 있고, 선하다는 선성설(善性說)도 있지만 다 마음을 근본하는 말이라, 바름이란 근본으로 찾아가면 악도 마음이고 선도 마음에서 나타난 것이기 때문에 마음씀을 어떻게 하느냐 하는 것이다. 마음씀은 철저한 수행의 실천이라 할 것이다.

 

 

660, 명위심(名爲心)

 

 이름이 마음이라 한 것이지, 마음은 이름과 모양이 없는 것이므로 자유자재한 것이다. 마음이란 말은 방법론이라 할 것이다. 이것이 마음이다. 할 것이 없는 것이다. 마음이 어디에 있는가? 있는 곳이 없이 눈이 가면 마음도 가고, 귀가 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소리에 가는 것이다. 소리도 마음이고 보는 형상도 마음인 것이다. 삼라만상이 마음인 것이고 생명인 것이다. 생명은 공기, 물, 흙, 빛이 생명이고 마음인 것이다.

 

 

661, 겁외심(劫外心)

 

 겁외심은 마음 밖에 일이다. 마음이 삼라만상인데 마음 밖에 일이라면 삼라만상을 떠난 일이다. 마음을 떠난 또 하나의 마음이 있다는 말이다. 자신 속에 자신을 말하는 것이다. 몸을 자신이라 하지만 몸 안에 참나가 있다는 것이다. 참 생명을 말한 것이다. 영원한 생명력을 말한 것이다. 생사의 죽고 사는 마음이 아닌 영원한 생명력을 말한 것이다.

 

 

662, 불자심(佛子心)

 

 부처님의 제자 마음을 말한다. 부처님의 아들 딸들은 부처님 마음을 배우고, 말씀을 배우고, 행동을 배우고, 닮아 가는 것이다. 부처님 말씀을 진언(眞言)이라 하시고 참된 말씀으로 진리라 하는 것이므로 중생은 배우고 실천하는 것이므로 진리는 고금 동서의 차이가 없는 것이고 사람만 위하고 길거리 잡초는 싫어하는 것이 아닌 것이다. 불자심은 산천초목의 생명력인 자비심으로 한 가족으로 생각하고 나아가 산천초목이 자신가 다르지 않은 것을 알아야 하는 것이다.

 

 

663, 몽각심(夢覺心)

 

 번뇌를 깨달아서 진리를 성취하는 것이 꿈을 깨는 것이다. 우리가 욕망의 오욕으로 즐거움으로 살아간다면 시비 선악이 헤아릴 수 없고 생사의 굴레에서 해탈 할 수 없는 것이다. 몸의 집착으로 자신 중심으로 살아가다가 자신이 죽으면 원망하고 두려워하고 싫어하는 것이라, 두려워하고 싫어하는 것만큼 고통이 오는 것이다. 평상시 두려워하고 싫어하는 마음이 없는 것으로 미래의 편안을 찾는 것이다. 자신의 몸에 집착하여 여원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꿈인 것을 깨닫는 것이 몽각심이다.

 

 

664, 회향심(廻向心)

 

 시종일여(始終一如)가 회향심이다. 나무의 열매가 끝이 아니고 흙 속의 씨앗이 처음이 아닌 것이라, 열매와 씨앗은 동일한 것이다. 끝과 시작이 아닌 것이다. 탄생과 죽음을 시작과 끝으로 보지 말고 탄생은 죽음으로 가는 길이고, 죽음은 태어나는 길인 것이다.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중등학교를 입학하는 것이 회향심이다, 회향심은 항상 새로운 설(元旦)이다.

 

 

665, 동광심(東光心)

 

 하늘의 별인 은하수가 계절 따라 위치가 다르게 보이는 것이다. 지구가 움직이기 때문이다. 옛 사람은 동쪽에 해가 뜨는 것이라 하고, 지구는 끝이 있어 바다로 나아가면 지구 끝에 떨어져 죽는 것이라 하여 땅 끝이라 하지만, 남극의 지구 끝에 도착하면 반대쪽인 북극도 있는 것이라 끝에서 끝을 찾아가면 지구가 둥근 것을 아는 것이다. 서울은 부산에서 보면 북쪽이 지만 서울을 평양에서 보면 남쪽인 것이다. 서울은 움직이지를 안지만 사람이 위치를 정하여 말을 하는 것이라, 본래 동서남북이 없는 것이다.

 

 

666, 원효심(元曉心)

 

 새벽에 동트는 햇살을 보면 마음에 기운이 용솟음치는 것을 느낀다. 새로운 마음이라 할 것이다. 정월 보름날 새벽에 부산 해운대 동백섬 모래사장에 가면 새벽 기도하는 인파가 인산인해인 것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새벽의 기운을 체험하면 온 종일 기분이 좋고 동트는 정월 대보름 달을 보면 새로운 마음이 용솟음치고 일년을 계획하고 준비하는 힘이 생기는 것이다.

 

 

667, 원력심(願力心)

 

 중생의 원력심은 헤아릴 수 없는 것으로 부 처가 될 수 있는 마음이다. 원력심은 본래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는 힘이 있고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불 보살님의 원력심이 불 보살님을 성취시킨 것이라, 중생들이 원력심도 불 보살님의 마음을 발심시키는 것이다. 중생이 원력심이 없이는 불 보살님이 될 수 없는 것이다.

 

 

668, 정광심(頂光心)

 

 부처님께서 법화경 말씀에 이마로 세 갈래 광명을 놓으시니, 대천 세계가 손바닥 보는 것처럼 밝아서 하늘 나라와 인간 세상, 지옥세계가 나타남으로 모인 대중은 환희심으로 부처님전에 귀의하였다. 능엄경에는 이마의 백호광명을 놓으시어 다라니 주문을 문수보살에게 부촉하여 아난을 구하여 오라 하셨다. 정광심은 마음 광명의 지혜인 것이다.

 

 

669, 자타심(自他心)

 

너와 내가 우리라는 것은 자연과 인간은 하나라는 말이다. 마음으로 관하면 모양과 이름이 하나가 되는 것이다. 마음을 관하면 무아(無我)의 공(空)도리를 아는 것이라, 자타(自他)가 하나인 것이다.

 

 

670, 상생자(相生子)

 

 서로 의지하는 인연 법으로 상의상존(相依常存)하는 마음이다. 공기, 빛이 생명에 에너지가 되고 생명은 서로 먹거리로 나눔으로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상생의 정토인 것이다. 서로가 살려고 잡아먹는 것이 아니고 씨앗이 자라려면 공기․물․빛․흙의 자연 힘으로 살아가는 것이고 자란 씨앗은 꽃피고 열매를 맺어서 많은 열매를 나눔으로 생명에 양식이 되는 것으로 상생하는 것이다. 농부가 곡식을 추수하여 먹거리를 만들어 나눔으로 생명의 양식이 되고, 베 짜는 사람은 사람들의 추위를 막아 주고 더위를 막아 주는 것으로 서로서로 상생하는 것이다.

 

 

671, 허공장(虛空藏)

 

 허공은 빈 것으로 삼라만상에 주인공이라 하고 에너지가 충만한 보배 창고인 것이다. 공기와 빛이 없으면 모든 생명을 지속하지 못하는 것이다. 마음을 허공처럼 하라는 것은 모양과 이름에 집착하지 마라는 것이다. 집착하므로 장애가 일어나는 것이다. 마음을 허공처럼 하면 무애자재하는 것이다.

 

 

672, 양족심(兩足心)

 

양족은 부처님의 마음으로 복덕과 지혜를 말하는 것이다. 부처님은 복덕과 지혜를 원만 구족하신 분으로 중생들에게 마음 본성의 본래 모습은 복덕과 지혜가 원만구족한 것이라 하신 것이다. 중생의 본심을 잊어버리고 욕망으로 즐거움을 삼아서 생사에 윤회하는 것이라 진리의 즐거움을 모르는 것이다.

 

 

673, 칠보궁(七寶宮)

 

극락세계는 칠보궁으로 산천초목이 바로 금은 보배로 형성되어서, 마침 우리 지구의 흙처럼 형성되어, 마음만 먹으면 물질의 복은 마음대로 성취되는 것이라, 욕망이 없는 것이다. 천안들은 지구의 물을 보배라 하듯, 생명에는 빛, 흙이 보배인 것인데 중생들이 인식을 하지 못하는 것이 어리석음이고 자연의 감사와 은혜를 모르고 도리어 오염으로 서로 생명을 죽이면서 잘 살기를 바라는 것이다. 중생이 자연의 은혜를 알면 극락세계의 정토라 할 것이다.

 

 

674, 견면심(見面心), 675, 견불심(見佛心)

 

 인사를 하면 서로 얼굴을 마주 보는 것이다. 사람이 불상인 부처님의 얼굴을 바라보면 부처님의 얼을 생각하므로 스스로가 부처님의 마음이나 말씀을 생각하고 배우고 실천하는 것이다. 한 마디의 욕설이나 성냄으로 재앙이 일어나고, 한 마디의 부처님 염불로 부처님을 갊아 가는 것이다. 착한 것은 잘 보이지를 않지만 악한 것은 눈앞에 바로 보이는 것이다. 나무가 물이 없어 죽어 가는 것은 잘 보이지만, 평상시에 푸른 나무는 잘 살아가는 것을 모르는 것이다. 부처님의 마음은 자비심인 자연의 생명력으로 바로 물․공기․흙․빛의 생명력을 깨달으면 견면심이고, 견불심이다.

 

 

676, 정예심(頂禮心)

 

 불자들은 조석으로 부처님 전에 목숨 받쳐 이마로 큰절을 하는 것이다. 지극 정성으로 목숨을 받쳐 부처님께 귀의하는 것이라, 다르게 말을 하면 한 생각의 일념으로 오로지 부처님 생각하라는 것은 망상을 하지 마라는 것이다.

 

 

677, 인로자(引露子)

 

 바른 길을 인도하는 자을 선지식이라 한다. 선지식은 마음을 바르게 인도하시는 안내자를 말한다. 지옥의 보살님인 지장보살님은 지옥 중생을 극락으로 인도하시고, 불 보살님들은 중생의 욕망의 고통을 벗어나 영원한 즐거움의 세계로 인도하시는 분이시다.

 

 

678, 봉불심(奉佛心)

 

 마음에 부처를 성취시키는 것은 바름을 실천하는 것이다. 바름을 실천하면 바로 부처님을 모시는 것이다. 절에서 염불을 하면서 집에 가서 공기, 물, 흙의 자연을 오염시키면 기도한 것이 못되고, 염불하는 자의 마음 자세가 아닌 것이다. 가피력이 없다는 것은 염불을 하면서 마음은 마음대로 하고, 몸은 몸대로 하면 가피력이 없는 것이다. 마음과 몸이 하나되는 것이다.

 

 

679, 세심행(洗心行)

 

 마음을 씻는 것은 마음을 비우는 것이다. 한 번 관세음보살하면 자비심이 한 번 일어나는 것이다. 우리의 기도 자세는 관세음보살하면서 마음으로 바라는 소원이 있는 것은 잘 못 기도하는 마음 자세이다. 원력으로 참회하는 마음을 비우라는 것이다. 번뇌의 마음을 텅텅 비우면 빈 허공처럼 삼라만상에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680, 일승자(一乘子)

 

 부처님을 일승(一乘)이라 한다. 삼승(三乘)은 성문, 연각, 보살(聲聞, 緣覺, 菩薩)로 성문은 사성제(四聖啼) 법문을 듣고 깨달은 자고, 연각은 12인연 법문으로 깨달은 분이고, 보살은 6바라밀행을 실천하시는 분이라, 보살은 깨달음 중생이라 태어나는 생사가 있어 중생을 제도함으로 다음 생은 부처님이 되시는 미륵 보살이나 관세음보살, 지장보살님을 말한다.

 

 

681, 피안자(彼岸子)

 

 저 언덕은 열반의 언덕이라 고해의 바다를 건너서 극락세계를 말한다. 고해를 건너는 방법은 6바라밀의 보살의 길이 있다. 보시, 지계, 정진, 인욕, 선정, 지혜를 말한다.

 

 

682, 향화심(香花心)

 

 꽃피고 향기가 진동하면 뭇 생명의 축복이라, 반드시 열매의 결실이 나타나는 것이다. 생명의 존엄성은 아무리 조그마한 생명이라도 죽이면 싫어하는 생명력이 잇다. 하물며 생명의 에너지인 공기, 물, 흙을 오염시키고 자신은 잘 살기를 바라는 일이 어리석음이라 할 것이다. 향화심은 자연의 체험이고 감사와 은혜의 공덕인 것이므로 열매는 은혜를 회향함으로 뭇 중생을 구제하는 보살 행이다.

 

 

683, 귀명자(歸命子)

 

 불자는 오계(五戒)를 받아 목숨이 다하는 때까지 잘 수행함으로 진리를 성취하고 악도에 떨어지지 않는 것이다, 오계인 다섯 가지(살생, 훔침, 간음, 거짓, 술)을 금함으로 자비, 복덕, 청정, 진실, 바름의 보살행이 나타나는 것이다. 몸의 욕망을 수행함으로 본심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684, 보살심(菩薩心)

 

 보살은 깨달음 중생이라 하여 생사로 윤회하면서 중생을 제도하시는 성인이시다. 성인은 모양이나 이름보다도 마음의 가치관으로 보기 때문에 모양은 사람보다도 못하여도 마음은 사람보다 나은 것이 많다. 인간은 모양과 이름으로 마음을 일으킴으로 마음의 작용을 잘 모르는 것이 많아 자유자재하지 못하는 것이다.

 

 

685, 불매자(不昧子)

 

선지식도 인과를 받습니까? 하자 불락인과(不落因果)라 하여 5백 생에 여우의 몸으로 살았지만, 한 번 선지식을 만나 불매인과(不昧因果)란 말을 듣고 여우의 몸을 해탈하였다는 백장스님의 이야기이다.

 

 

686, 돈오심(頓悟心)

 

 청정심이고 바름을 말한다. 깨달음은 실천이지만 청정과 비름의 가치관으로 보면 중생들의 본래모습을 잊어버린 것이고 환상의 즐거움에 집착하여 시비 선악하는 것이다. 부처님은 본래모습을 중생들에게 보이신 것이다.

 

 

687, 상주심(常住心)

 

 상주심은 자비심이고 생명력인 것이다. 길거리에 민들레꽃이 피어 보는 자가 아름다운 마음이 일어나면 이것이 자비 법문이라 말을 하지 않고 자비 설법을 하는 것으로 상주 설법이라 하여 청정법신(淸淨法身)이라, 자연을 떠나지 않고 산천초목 자체가 부처님이시고, 바람소리, 물소리가 자연의 설법이란 것이고 생명의 소리인 것이다. 생명의 소리를 떠난 설법은 거짓이고 죽은 소리인 남의 말을 하는 그림자인 것이다.

 

 

688, 자광심(自光心)

 

 자비의 지혜 광명은 생명존엄인 것이다. 청정을 떠난 남의 말을 하는 것은 거짓이라 할 것이다. 마침 오염을 시키면서 청정을 말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지혜는 실천인 것이다. 실천을 하면 집착의 고정인식을 벗어날 수 있다.

689, 화엄장(華嚴藏): 화엄은 삼라만상을 말하는 것이고 마음이라 한다. 부처님께서 깨치심을 그대로 말씀하신 것을 화엄이라 하고 화엄은 복덕과 지혜의 보배 창고인 것으로 부처님의 묘법장(妙法藏)이시고 중생 본심의 보배 창고인 것이다.

 

 

690, 공덕주(功德主)

 

 공덕주는 부처님이시고 나아가 자신이 바로공덕주인 것이다. 움직이는 주체자가 되는 것은 공덕과 지혜의 보배 창고인 것이고 헤아릴 수 없는 공덕장이고 새로움의 불가사의한 공덕주인 것이다. 다른 말로 창조주라 할 것이고, 부처님의 가르침은 마음이 공덕주인 것이다.

 

 

691, 정토주(淨土主)

 

극락세계를 정토라 하고 낙토라 하기도 한다. 정토의 주인공은 아미타불이시다. 아미타불의 전생은 법장스님의 원력으로 극락세계를 만들어 주인공이 되시고 극락의 모든 것은 아미타불의 생명이란 것이다. 사바 세계의 인간들의 원력으로 정토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인간에게 원력이 있어 정토는 원력으로 정토를 만들어 갈 수 있는 지혜가 있다는 것이다. 오염을 청정으로 만들어 갈 수 있는 지혜가 있지만 눈앞에 물질의 즐거움에 집착한 것이라, 청정은 항상 그림자 역할을 하는 것이므로 고통이 많은 이유이다. 바로 청정을 실천하면 자신이 정토주가 되는 것이다.

 

 

692, 선다심(禪茶心)

 

 조주스님은 누구든지 차 한 잔 마시라 하셨다. 이것이 스님의 법이고 도(道)라 하신다. 차 마시는 마음이 선다심(禪茶心)이다. 높은 산 계곡 구름 속에서 차 한 잔을 마시면 걱정 밖의 소식인 것이다. 욕망이란 생각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693, 무애심(無碍心)

 

 무애심은 마음으로 관찰하면 모양과 이름에서 벗어나는 것이므로 무애자재라 하는 것이다. 바람이 무애자재하는 것은 모양이 없기 때문이다. 모양이 일어나면 이름이 생기고 이름과 모양이 나타나면 집착이 생기고 장애가 나타나는 것이다. 바람이 산천에 푸른 잎사귀 춤을 추면 산천의 무애 자재한 마음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694, 수림화(樹林華)

 

 산천의 숲은 생명의 보배 창고인 것이다. 오염을 청정으로 변화시키는 자연의 힘의 원천인 것이다. 그 나라의 산천을 보면 국력을 볼 수 있는 것이고 국민의 살아가는 힘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나무가 일어면 짐승이 있고 새와 무골충들의 생명 고리가 형성되는 것이다.

 

695, 평등심(平等心)

 

 평등심을 모양과 이름으로 찾으려면 찾을 수 없는 것이다. 물이 생명에 순응하는 것을 평등심이라 하고 싶은 것은 물은 생명을 차별하지 않고 싫어함이 없는 것이다. 생명에 순응하는 것이므로 흙, 공기, 빛이 생명에 순응하는 것이므로 평등한 것이라 한다. 우리의 생명존엄도 생명이 살아가는데 대 자유를 말하는 것이다. 
  

696, 해탈심(解脫心)

 

 마음에 모양과 이름을 아무리 담아도 채우지를 못하는 것이고, 살아생전에 선악의 행위를 마음에 담아도 채워지지를 않는 것이다. 마음이 모양과 이름이 있다면 한 사람이라도 허공에 차고도 남는 것이고 모자라는 것이다. 마침 방안에 여러 개의 불빛이 장애 없이 빛나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러므로 마음을 모양과 이름에 집착하여 자애가 일어나고 마음을 비우면 자유자재한 마음이라 해탈심이라 할 것이다.

 

 

697, 무차심(無遮心)

 

무차 법회라 하면 차별이 없는 것을 말한다. 남녀노소 분별이 없이 누구나 법문을 경청 할 수 있는 야단법석을 말한다. 간혹 법회에 참석하면 미리 연락을 하여 참석 자리를 마련한 모임을 많이 보는데 법회라면 분별이 있으면 법회라 할 수 없는 것이다. 무차 법회는 누구나 모임에 동참하여 진리의 말씀을 들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698, 발로심(發露心)

 

 아침 이슬길이라면 첫발 걸음을 말한다. 밤사이에 마당에 자욱하게 내린 눈길을 혼자 발자국을 만들면서 걸어보면 천지에서 마음의 환희심을 체험하는 것이다. 순순한 마음이 일어나는 일이라면 얼마나 기쁜 일인가? 나는 길을 가다가 꽃을 보면 아름다운 마음이 일어나는 것을 느낀다. 이 마음이 발로심이다.

 

 

699, 인연자(因緣子)

 

 우리의 삶이 인연의 고리이다. 무수한 고리로 형성된 고리의 관계인 것이다. 잘 사는 것은 인연의 고리를 얼마나 아름답게 연결시키느냐? 하는 것이다. 미소하는 마음으로 서로가 연결 고리를 만들면 화목하다고 하는 것이고, 울음으로 서로가 마음 아픈 고리를 만들면 악한 인연이라 하고 원망, 원수, 고통의 일이 나타나는 것이다. 자신의 한 가지 행위가 바로 자신의 나아 갈 길인 것이다.

 

 

700, 금색심(金色心)

 

 부처님 마음을 금색심이라 하면 금은 변하지 않는 것으로 영원한 진리를 말한다. 영원한 진리는 생명력으로 무수한 모양과 이름의 변화 속에 지속되는 모양과 이름으로 보이지 않는 생명력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사람은 생명력이 움직이면 살았다하고 움직이지 않으면 죽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생명력이 있는 것이다. 우리는 자연의 생명력을 느끼면서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701, 대원경(大圓鏡)

 

 마음을 대원경이라 한다. 마음 거울을 대원경이라 하고 요즈음 말로는 유전자로 나타나는 정보인 것이다. 거울을 마음으로 부처님은 말씀 하셨고 과학은 유전자라 한다. 머리 가락 속에 그 생명의 움직임이 그대로 기록이 된다는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명부의 저승 염라왕은 업경대의 마음 거울을 사용하여 죽은 자의 선악을 구별하고 판단한다는 말씀이다. 우리들은 염라 왕의 거울을 무서워하면서 생전에 자신의 행위를 무서워하지 않는 것은 원인을 모르고 결과를 알려고 하는 어리석은 자의 수고러운 짓이다.

 

 

702, 무수자(無壽子)

 

 아미타불의 다른 이름이라 할 것이다. 헤아릴 수 없는 목숨을 말한다. 아미타불을 빛이라 하여 시공을 초월한 자리를 말한다. 빛으로 와 빛으로 가는 것이 청정법신 자리인 것이다. 청정법신은 생사․시비․선악․시공(生死․是非․善惡․時空)에 관계하지 않고 무애자재한 것이다.

 

 

703, 자금광(紫金光)

 

 붉은 금빛 광명은 찬란한 빛을 말한다. 아미타경에는 청 빛은 청 빛의 광명을 놓고, 흰 빛은 흰 빛 광명을 놓고, 황 색은 누른 빛으로 광명을 놓아, 청황적백(靑黃赤白)의 자연의 모습을 말하고 인간의 과학이 칼라시대인 것이다.

 

 

704, 무변심(無邊心)

 

 헤아릴 수 없는 마음을 말한다. 시간이 다함이 없고 미래가 다함이 없고, 중생의 원력이 다함이 없고, 불 보살님의 원력이 다함이 없는 것이다. 우리의 잠재의식을 개발하라, 유전자 생명력을 개발하라 무궁무진한 미래 세계가 나타날 것이다.

 

 

705, 적멸궁(寂滅宮)

 

 적멸궁은 부처님 사리를 모신 곳이 오대보궁(五大寶宮)이 있고, 그 중 통도사는 불찰(佛刹)이라 부처님의 정골 사리를 모신 곳으로, 불국토를 말하는 것이다. 사리를 청정법신이라 하여 열반(涅槃)의 정신세계로 생사가 둘이 아닌 것을 말한다. 

 

 

706, 강월심(江月心)

 

 달을 마음에 비유한다. 달이 강에 나타나는 것은 그림자 달이라 하여 어리석음의 중생심을 말하고, 하늘의 달을 가르치는데 중생들이 가르치는 손가락에 집착한다는 것이다. 경전의 말씀을 듣고 보고하면서 문자에 집착하여 마음을 일으킴으로 장애가 있어나고 고뇌하는 것이다. 강월심(江月心)은 고요한 밤중에 강물의 달을 바라보면 아무런 생각이 일어나지를 않고 오직 일심으로 깊은 생각에 들 수 있는 것이다.

 

 

707, 성월심(性月心)

 

 마음을 달에 비유하기도 하고 성월심은 성품이라 하기도 한다. 성품의 본바탕을 말하면 바름이고, 맑음이고, 밝음이라 할 것이다. 일체 생명은 존엄이 있고 존엄은 지혜와 복덕이 본래 원만 구족한 자리이다. 생명존엄이 나타나면 흙․빛․공기․물이 서로가 스스로가 도우고 생명존엄이 자라고 꽃피고 열매를 맺는 것이다.

 

 

708, 연지심(蓮池心)

 

연지심은 연못으로 연꽃을 생각한다. 연꽃는 처염상정(處染常淨)이라 시궁창의 오염에서 물들지 않고 항상 깨끗한 꽃을 피우고 물을 청정하게 하는 기능이 있는 것이다. 연꽃은 부처님을 상징하는 꽃이다.

 

 

709, 일경심(一境心)

 

한 경계는 깨달음을 말하는 것이다. 깨달음을 경계로 보고 생명들이 도전을 하는 것이다. 일경심은 복덕과 지혜가 본래 모습 그대로인 것이다. 중생심이 일어나면 싫어하고 시비 선악하는 것이지, 성인은 부족한 것을 충족시키면서 항상 생명이 자유를 찾게 하고 보살펴 주시면서 생명이 서로 더불어 사게 하는 자연스럽게 순응하는 힘이 가피력이다.

 

위의 불명 이해 709번까지는 뜻풀이를 하였지만, 그 후는 풀이를 하지 않는다. 반복하여 불명 이해를 읽어보면 자연스럽게 다음 불명의 뜻을 알게 되어 있다. 불명 풀이는 마음의 본성 자리에 계합하려고 노력하여 본 것이고, 반복, 반복 읽어보면 마음의 가치관이 나타나는 것이다.   

                                                          
 
 마음속 주인공


  바른 뜻․ 바른 말․ 바른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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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한시진보(漢詩眞寶)-오언절구 106편 모음

 

 

 

1. 遺于仲文(유우중문) ― 乙支文德(을지문덕)

神策究天文

妙算窮地理

戰勝功旣高

知足願云止

신책구천문 묘산궁지리 전승공기고 지족원운지

 

천문에 통한 신비로운 계책 지리를 꿰뚫은 미묘한 헤아림.

이미 싸움에 이겨 이름 높았거니 만족할 줄 알아 그만 그치시게나.

直譯

신비로운(神) 꾀는(策) 하늘의(天) 법도를(文) 궁구하였고(究)

미묘한(妙) 헤아림은(數) 땅의(地) 이치를(理) 다하였네(窮).

싸움에(戰) 이겨(勝) 공이(功) 이미(旣) 높았거니(高)

원컨대(願) 만족할 줄(足) 알아(知) 그만두라고(止) 말하네(云).

낱말풀이 / 궁구(窮究) : 속 깊이 연구함, 또는 그렇게 하는 연구.

2. 秋夜雨中(추야우중) ― 孤雲 崔致遠(고운 최치원)

秋風惟苦吟

世路少知音

窓外三更雨

燈前萬里心

추풍유고음 세로소지음 창외삼경우 등전만리심

 

가을바람에 읊는 간절한 시 세상 길에 알아주는 이 드물고.

한밤 창밖에 내리는 보슬비 등불 앞엔 만리로 달리는 마음.

直譯

가을(秋) 바람에(風) 오직(惟) 간절히(苦) 읊을 뿐(吟)

세상(世) 길에는(路) 소릴(音) 알아주는 이(知) 드물다네(少).

창(窓) 밖에는(外) 한 밤중의(三更) 비(雨)

등불(燈) 앞에는(前) 만리의(萬里) 마음이라네(心)

3.樂道吟(락도음) ― 李資玄(이자현)

家住碧山岑

從來有寶琴

不妨彈一曲

祗是少知音

가주벽산잠 종래유보금 불방탄일곡 지시소지음

 

내 집은 푸른 산봉우리 보배로운 거문고 이전부터 있어

언제고 한 가락 탈 수 있지만 이 소리 아는 사람 드물 뿐.

直譯

집은(家) 푸른(碧) 산(山) 봉우리에(岑) 머물고(住)

오래(從)부터(來) 보배로운(寶) 거문고(琴) 있어(有)

한(一) 곡조(曲) 타는데(彈) 방해됨이(妨) 없었지만(不)

다만(祗) 이에(是) 소리를(音) 알아주는 이(知) 드물 뿐(少).

낱말풀이 / 知音 : 소리를 앎. 즉 나를 잘 알아주는 친한 벗. 백아(伯牙)와

종자기(鍾子期)의 고사(故事)에 있음. 최치원(崔治遠)의 시에 나왔음.

 

4. 下第贈登第(하제증등제) ― 南村 李公遂(남촌 이공수)

白日明金榜

靑雲起草廬

那知廣寒桂

尙有一枝餘

백일명금방 청운기초려 나지광한계 상유일지여

 

태양에 빛나는 금방 초가에 피어나는 푸른 꿈.

누가 알리 달나라 계수나무에 한가지 여유 있음을

直譯

밝은(白) 해가(日) 과거 급제자 명단을(金榜) 밝히니(明)

푸른(靑) 구름이(雲) 초가(草) 집에서(廬) 일어나네(起).

어찌(那) 알리(知) 달나라 궁전(廣寒) 계수나무엔(桂)

오히려(尙) 한(一) 가지의(枝) 여유가(餘) 있음을(有).

낱말풀이 / 下第 : 과거에 떨어짐. 金榜 : 과거에 급제한 사람의 이름을 거는 괘.

草廬 : 시골의 초가집. 廣寒 : 달나라 궁전인 광한전. 尙有 : 아직도 ~이 있다.

 

5. 東宮春帖(동궁춘첩) ― 金富軾(김부식)

曙色明樓角

春風着柳梢

鷄人初報曉

己向寢門朝

서색명루각 춘풍착유초 계인초보효 기향침문조

 

처마에서 밝아지는 새벽 버들가지에 붙는 춘풍.

순라군은 새벽을 알리는데나는 안방으로 향하고.

直譯

새벽(曙) 빛이(光) 다락(樓) 끝에(角) 밝아 오는데(明)

봄(春) 바람은(風) 버들(柳) 가지에(梢) 붙고(着).

순라군이(鷄人) 새벽을(曉) 처음(初) 알리는데(報)

나는(己) 아침에(朝) 안방(寢) 문으로(門) 향하네(向).

낱말풀이 / 東宮 : 세자궁. 春帖 : 봄에 써 부치는 시.

樓角 : 다락. 鷄人 : 순라군. 寢門 : 안방문.

6. 山庄雨夜(산장우야) ― 高兆基(고조기)

昨夜松堂雨

溪聲一枕西

平明看庭樹

宿鳥未離棲

작야송당우 계성일침서 평명간정수 숙조미리서

 

어젯밤 송당의 비 서쪽 시냇물소리 베개삼고.

새벽녘 바라보는 뜰 앞 나무에 자던 새는 아직도 둥우리.

直譯

어제(昨) 밤(夜) 소나무(松) 집에(堂) 내린 비(雨)

시내 물(溪) 소리는(聲) 하나의(一) 서쪽(西) 베개이고(枕).

밝음이(明) 평정되어(平) 뜰(庭) 나무(樹) 바라보니(看)

자던(宿) 새(鳥) 보금자리(棲) 떠나지(離) 아니했네(未).

낱말풀이 / 平明 : 밝음이 평정될 무렵. 새벽녘. 해가 뜰 때. 알기 쉽고 분명함.

 

7. 題天尋院壁(제천심원벽) ― 雙明齋 李仁老(쌍명재 이인로)

待客客未到

尋僧僧亦無

惟餘林外鳥

款款勸提壺

대객객미도 심승승역무 유여임외조 관관권제호

 

기다려도 오지 않는 손님 찾아도 또한 스님도 없고.

오직 저 숲 밖에 새들만 술병 들라 권하네.

直譯

손님을(客) 기다려도(待) 손님은(客) 이르지(到) 아니하고(未)

스님을(僧) 찾았건만(尋) 스님(僧) 또한(亦) 없네(無).

오직(惟) 숲(林) 밖에(外) 새(鳥) 남아있어(餘)

정성껏(款) 정성껏(款) 술병(壺) 들라고(提) 권하네(勸).

 

8. 山居(산거) ― 雙明齋 李仁老(쌍명재 이인로)

春去花猶在

天晴谷自陰

杜鵑啼白晝

始覺卜居深

춘거화유재 천청곡자음 두견제백주 시각복거심

 

봄은 가도 꽃은 있고 하늘은 개어도 그늘지는 골짜기.

한낮에 소쩍새 우니 사는 곳 깊기도 하여라.

直譯

봄은(春) 갔건만(去) 꽃은(花) 아직도(猶) 있고(在)

하늘은(天) 맑아(晴) 골짜기(谷) 저절로(自) 그늘지네(陰).

소쩍새(杜鵑) 하얀(白) 낮에도(晝) 울어대(啼)

비로소(始) 깊은데(深) 자리잡아(卜) 삶을(居) 알겠느니(覺).

낱말풀이 / 卜居 : 살 만한 곳을 점침. 살 만한 곳을 가려서 삶.

9. 詠井中月(영정중월) ― 白雲居士 李奎報(백운거사 이규보)

山僧貪月色

幷汲一甁中

到寺方應覺

甁傾月亦空

산승탐월색 병급일병중 도사방응각 병경월역공

 

스님이 달빛을 탐내 병 속에 물과 달을 함께 길었지.

비로소 깨달았으리 절에 돌아와 병이 기울자 달도 또한 공인 것을

直譯

산(山) 스님이(僧) 달(月) 빛을(色) 탐내(貪)

아울러(幷) 하나의(一) 병(甁) 속에(中) 길었네(汲).

절에(寺) 이르러(到) 바야흐로(方) 응당(應) 깨달았으리(覺)

병이(甁) 기울자(傾) 달(月) 또한(亦) 없어지는 것을(空).

10. 四快(사쾌) ― 白雲居士 李奎報(백운거사 이규보)

大旱逢甘雨

他鄕見故人

洞房華燭夜

金榜掛長名

대한봉감우 타향견고인 동방화촉야 금방괘장명

 

오랜 가뭄 뒤 단비 타향에서 만나는 옛 친구

신방에 화촉이 타는 밤 급제하여 나붙는 귀한 이름은.

直譯

큰(大) 가뭄(旱) 단(甘)비(雨) 만나고(逢)

다른(他) 고을에서(鄕) 옛(故) 사람(人) 보네(見).

깊은(洞) 방(房) 촛불(燭) 빛나는(華) 밤(夜)

급제 명단(金榜) 귀한(長) 이름(名) 걸렸네(掛).

낱말풀이 / 洞房 : 신혼 방. 故人 : 고향 사람.

11. 江村夜興(강촌야흥) ― 任 奎(임 규)

月黑鳥飛渚

烟沈江自波

漁舟何處宿

漠漠一聲歌

월흑조비저 연침강자파 어주하처숙 막막일성가

 

새가 물가로 나르는 어두운 밤 연기에 잠긴 강은 스스로 물결치고.

고기잡이의 배는 어디서 자는 가 아득히 한 가락의 노래여.

直譯

달빛은(月) 어두운데(黑) 새는(鳥) 물가로(渚) 나르고(飛)

연기(烟) 잠긴(沈) 강은(江) 스스로(自) 물결치네(波).

고기잡이(漁) 배는(舟) 어느(何) 곳에서(處) 자는가(宿)

넓고(漠) 아득한(漠) 한(一) 가락의(聲) 노래여(歌).

12. 普德窟(보덕굴) ― 益齋 李齊賢(익제 이제현)

陰風生岩谷

溪水深更綠

倚杖望層巓

飛簷駕雲來

음풍생암곡 계수심갱록 의장망층전 비첨가운래

굴속에서 나오는 축축한 바람

푸르러 더욱 깊은 시냇물.

지팡이 의지하여 산꼭대기를 바라보니

구름이 와 머무는 높은 처마

直譯

축축한(陰) 바람은(風) 바위(岩) 골에서(谷) 나오고(生)

시내(溪) 물은(水) 깊어(深) 더욱(更) 푸르네(綠).

지팡이(杖) 의지하여(倚) 높은(層) 산꼭대기(巓) 바라보고(望)

나를 듯한(飛) 처마에(簷) 구름이(雲) 와서(來) 타네(駕).

 

13. 偶吟(우음) ― 崔承老(최승노)

有田誰布穀

無酒可提壺

山鳥何心緖

逢春謾自呼

유전수포곡 무주가제호 산조하심서 봉춘만자호

 

밭엔 뻐꾸기 소리 빈 병 갖고 술 사러가네.

산새는 무슨 심사로 봄만 오면 부질없이 우짖나.

直譯

밭에(田) 있나니(有) 어느(誰) 뻐꾸긴가(布穀)

술이(酒) 없어(無) 가히(可) 항아리(壺) 들었네(提).

산(山) 새는(鳥) 무슨(何) 마음(心) 실마리로(緖)

봄만(春) 맞으면(逢) 스스로(自) 까닭 없이(謾) 불러대느뇨(呼).

14. 示諸子(시제자) ― 去塵/貞肅 趙仁規(거진/정숙 조인규)

事君當盡忠

遇物當至誠

願言勤夙夜

無忝爾所生

사군당진충 우물당지성 원언근숙야 무첨이소생

 

임금 섬김에 극진한 충성 사람 만나면 지극한 정성.

밤낮으로 부지런하여 삶을 욕되게 말아야지.

直譯

임금(君) 섬김에(事) 극진한(盡) 충성(忠) 마땅히 하고(當)

일을(物) 당해선(遇) 지극한(至) 정성(誠) 마땅히 하라(當).

청하여(願) 말하느니(言) 아침(夙) 저녁(夜) 부지런하여(勤)

그대(爾) 살아가는(生) 바(所) 욕됨이(忝) 없게 하라(無).

낱말풀이 : 諸子 : 그대들. 제군. 윗사람이 아랫사람들을 부르는 제 이인칭(第二人稱).

愚物 : 물건을 만남. 사람을 대함.

願言 : 바라건대. 원컨대. 言은 조자(助字).

夙夜 :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忝 : 더럽힘. 욕되게 함.

15. 雨荷(우하) ― 拙翁 崔 瀣(졸옹 최 해)

胡椒八百斛

千載笑其愚

如何碧玉斗

竟日量明珠

호초팔백곡 천재소기우 여하벽옥두 경일량명주

 

후추 팔백 섬 천년 어리석음 비웃고.

푸른 구슬의 말로 어찌하여 종일 동안 명주를 되기만 하는고.

直譯

후추(胡椒) 팔(八) 백(百) 섬(斛)

천(千) 년(載) 그(其) 어리석음을(愚) 비웃네(笑).

어찌(何) 어찌하여(如) 푸른(碧) 구슬의(玉) 말로(斗)

하루가(日) 끝나도록(竟) 빛나는(明) 구슬을(珠) 헤아리기만 하는고(量).

16. 江口(강구) ― 雪谷 鄭 誧(설곡 정 포)

移舟逢急雨

倚檻望歸雲

海濶疑無地

山明喜有村

이주봉급우 의함망귀운 해활의무지 산명희유촌

 

배를 돌리다 만난 소나기 난간에 기대 가는 구름 바라보고.

바다가 멀고 넓어서 땅이 없나 했더니 산이 밝아지자 반갑게도 마을이 있네.

直譯

배를(舟) 옮기다(移) 급한(急) 비(雨) 만나(逢)

난간에(檻) 기대(倚) 돌아가는(歸) 구름(雲) 바라보네(望).

바다가(海) 멀고 넓어(闊) 땅이(地) 없나(無) 의심했더니(疑)

산이(山) 밝으니(明) 반갑게도(喜) 마을이(村) 있네(有).

17. 夜行(야행) ― 咸承慶(함승경)

晴曉日將出

雲霞光陸離

江山更奇絶

老子不能詩

청효일장출 운하광육리 강산갱기절 노자불능시

 

맑은 이 새벽 해가 뜨려는가 구름 놀빛이 눈부시구나.

이 강산 새삼 뛰어났건만 이 늙은이는 시를 쓸 수 없다네

直譯

맑은(晴) 새벽(曉) 해가(日) 장차(將) 나오려는가(出)

구름(雲) 놀(霞) 빛이(光) 뭍에(陸) 떨어지네(離).

강과(江) 산이(山) 다시(更) 기이하게(奇) 뛰어났건만(絶)

늙은(老) 사람은(子) 시를(詩) 할 수(能) 없다네(不).

18. 漢浦弄月(한포농월) ― 牧隱 李 穡(목은 이 색)

日落沙逾白

雲移水更淸

高人弄明月

只欠紫鸞笙

일락사유백 운이수갱청 고인농명월 지흠자란생

 

해 지면 더욱 하얀 모래 구름 걷히니 새롭게 맑아지는 물.

시인은 이 밤 달과 노니는데 다만 피리소리 없구나.

直譯

해가(日) 지니(落) 모래(沙) 더욱(逾) 희고(白)

구름(雲) 옮아가니(移) 물 다시(更) 맑아라(淸).

시인은(高人) 밝은(明) 달(月) 희롱하나니(弄)

다만(只) 자란생(紫鸞笙) 모자람이라(欠).

낱말풀이 / 弄月 : 달구경을 함. 高人 : 풍류객. 紫鸞笙 : 악기 이름.

19. 春興(춘흥) ― 圃隱 鄭夢周(포은 정몽주)

春雨細不滴

夜中未有聲

雪盡南溪漲

草芽多少生

춘우세부적 야중미유성 설진남계창 초아다소생

 

봄비 가늘어 방울지지 않아 밤들어도 소리 없는 비.

논 녹아 시냇물 불어나니 새싹 제법 돋아났겠네.

直譯

봄(春) 비(雨) 가늘어(細) 방울지지(滴) 아니하니(不)

밤(夜) 중에(中) 소리(聲) 있지(有) 아니하네(未).

눈이(雪) 다하니(盡) 남쪽(南) 시내(溪) 불어나(漲)

풀(草) 싹이(芽) 얼마쯤(多少) 생겨났겠네(生).

낱말풀이 / 雪盡 : 눈이 녹아 사라짐. 多少生 : 많이 돋아났을 것이다.

20. 村居(촌거) ― 陶隱 李崇仁(도은 이숭인)

赤葉明村逕

淸泉漱石根

地僻車馬少

山氣自黃昏

적엽명촌거 청천수석근 지벽거마소 산기자황혼

 

산길 밝히는 단풍잎 바위를 씻는 맑은 샘.

두메 산골엔 오가는 사람 없고 산 기운에 날은 절로 저무네.

直譯

붉은(赤) 잎(葉) 마을(村) 길(逕) 밝히고(明)

맑은(淸) 샘(泉) 바위(石) 뿌리(根) 씻네(漱).

땅이(地) 후미지니(僻) 수레와(車) 말(馬) 드물고(少)

산(山) 기운에(氣) 저절로(自) 누렇게(黃) 저무네(昏).

낱말풀이 / 赤葉 : 단풍. 村逕 : 시골 길. 車馬少 : 사람의 왕래가 적음.

21. 卽事(즉사) ― 冶隱 吉 再(야은 길 재)

盥水淸泉冷

臨身茂樹高

冠童來問字

聊可與逍遙

관수청천냉 임신무수고 관동래문자 요가여소요

 

손 씻는 샘물 얼음처럼 차고 높기도 한 마주한 나무.

와서 글 배우는 아이 겨우 함께 노닐 수 있네.

直譯

물로(水) 씻으니(盥) 맑은(淸) 샘(泉) 차갑고(冷)

나를(身) 마주한(臨) 우거진(茂) 나무(樹) 높네(高).

어른(冠) 아이(童) 와서(來) 글을(字) 물으매(問)

애오라지(聊 : 부족하나마 겨우) 더불어(與) 거닐고(逍) 노닐(遙) 수 있네(可).

낱말풀이 / 盥水 : 대야 물. 손을 씻음. 冠童 : 글 배우러 오는 사람.

聊可 : 애오라지. 가히.

22. 絶句(절구) ― 趙仁璧(조인벽)

蝶翅勳名薄

龍腦富貴輕

萬事驚秋夢

東窓海月明

접시훈명박 용뇌부귀경 만사경추몽 동창해월명

 

공과 명예는 나비의 엷은 날개 부함도 귀함도 가볍기는 용의 머리.

가을 꿈인 듯 놀라는 모든 일 동창에는 바다의 달이 밝고.

直譯

나비의(蝶) 날개인 듯(翅) 공과(勳) 명예는(名) 엷고(薄)

용의(龍) 머리같이(腦) 넉넉한 재물과(富) 높은 신분도(貴) 가볍구나(輕).

모든(萬) 일은(事) 가을(秋) 꿈인 듯(夢) 놀랍고(驚)

동쪽(東) 창에는(窓) 바다의(海) 달이(月) 밝구나(明).

23. 詠柳(영유) ― 三峰 鄭道傳(삼봉 정도전)

含烟偏裊裊

帶雨更依依

無限江南樹

東風特地吹

함연편뇨뇨 대우경의의 무한강남수 동풍특지취

 

연기를 머금고 간드러지더니 비 맞아 더욱 싱그럽고.

강남의 나무 하 많은데 유달리 부는 동쪽 바람.

直譯

연기를(烟) 머금고(含) 아첨하듯(偏) 간드러지고(裊) 하늘거리더니(裊)

비를(雨) 허리에 차니(帶) 다시(更) 무성하고(依) 무성한 듯(依).

끝이(限) 없는(無) 강(江) 남쪽(南) 나무여(樹)

동쪽(東) 바람이(風) 유달리(特) 땅에(地) 부네(吹).

24. 送僧之楓岳(송승지풍악) ― 獨谷 成石磷(독곡 성석린)

一萬二千峯

高低自不同

君看日輪上

高處最先紅

일만이천봉 고저자부동 군간일륜상 고처최선홍

 

일만 이천 봉 제각기 높고 낮네.

그대 보라 해 오를 때 높은 곳이 가장 먼저 붉나니.

일만(一萬) 이천(二千) 봉우리(峰)

높고(高) 낮음이(底) 스스로(自) 같지(同) 아니하네(不).

그대(君) 해(日) 바퀴가(輪) 솟아오르는 것을(上) 보게나(看)

높은(高) 곳이(處) 제일(最) 먼저(先) 붉다네(紅).

25. 偶題(우제) ― 泰齋 柳方善(태재 유방선)

結茆仍補屋

種竹故爲籬

多少山中味

年年獨自知

결묘잉보옥 종죽고위리 다소산중미 연년독자지

 

집은 띠를 엮어 깁고 울을 삼아 심은 대.

약간의 이 산중 맛 해마다 혼자서만 아느니.

直譯

띠를(茅) 엮어(結) 인하여(仍) 집을(屋) 깁고(補)

대를(竹) 심어(種) 일부러(故) 울타리를(籬) 삼고(爲).

많거나(多) 적거나(少) 산(山) 속의(中) 이 맛(味)

해마다(年年) 홀로(獨) 스스로(自) 아네(知).

26. 次子剛韻(차자강운) ― 春亭 卞季良(춘정 변계량)

關門一室淸

烏几淨橫經

纖月入林影

孤燈終夜明

관문일실청 오궤정횡경 섬월입림영 고등종야명

 

문을 닫은 고요한 방 까만 책상에 놓인 경전.

초승달은 숲에 들어 그림자 지고 밤새껏 밝혀주는 외로운 등불.

直譯

문을(門) 닫고있는(關) 맑은(淸) 방(室) 하나(一)

까만(烏) 책상에는(几) 경전이(經) 깨끗하게(淨) 가로 놓였네(橫).

초승달은(纖月) 숲에(林) 들어와(入) 그림자지고(影)

외로운(孤) 등불은(燈) 밤을(夜) 마치도록(終) 밝네(明).

27. 題僧軸(제승축) ― 讓寧大君 李 禔(양녕대군 이 식)

山霞朝作飯

蘿月夜爲燈

獨宿孤庵下

惟存塔一層

산하조작반 나월야위등 독숙고암하 유존탑일층

 

산 노을로 아침밥 짓고 담장이 넌출의 달로 등불 삼아.

홀로 외로운 암자에 묵는데 한 층만 남은 저 탑.

直譯

산의(山) 노을로(霞) 아침(朝) 밥을(飯) 만들고(作)

담장이 넌출의(蘿) 달로(月) 밤(夜) 등불을(燈) 삼네(爲).

홀로(獨) 외로운(孤) 암자(庵) 아래서(下) 묵나니(宿)

오직(惟) 탑에는(塔) 한(一) 층만(層) 있네(存).

28. 文殊臺(문수대) ― 孝寧大君 李 補(효령대군 이 보)

仙人王子晉

於此何年游

臺空鶴已去

片月今千秋

선인왕자진 어차하년유 대공학이거 편월금천추

 

신선 왕자진이 여기서 그 언제 노닐었나.

학은 이미 떠나고 대만 비어 이제 천년의 조각달뿐

直譯

왕자진이라는(王子晉) 신선의(仙) 사람이(人)

이 곳(此)에서(於) 어느(何) 해에(年) 노닐었던고(游).

학이(鶴) 이미(已) 떠나가(去) 대는(臺) 비었는데(空)

조각(片) 달만이(月) 이제(今) 천 번(千) 가을이네(秋).

29. 睡起(수기) ― 四佳 徐居正(사가 서거정)

簾影依依轉

荷香續續來

夢回孤枕上

桐葉雨聲催

염영의의전 하향속속래 몽회고침상 동엽우성최

 

희미하게 옮겨가는 발 그림자 연이어 스며오는 연꽃 향기.

외로운 베개의 꿈에서 깨어나니 빗소리 재촉하는 오동잎

발(簾) 그림자는(影) 어렴풋이(依依) 옮기어가고(轉)

연꽃(荷) 향기는(香) 이어지고(續) 이어져서(續) 오네(來).

꿈은(夢) 외로운(孤) 베개(枕) 위에서(上) 돌아오고(回)

오동나무(桐) 잎은(葉) 비(雨) 소리를(聲) 재촉하네(催).

30. 寄君實(기군실) ― 月山大君 李 婷(월산대군 이 정)

旅館殘燈曉

孤城細雨秋

思君意不盡

千里大江流

여관잔등효 고성세우추 사군의부진 천리대강류

가물가물 여관집 새벽 등불 추적추적 외로운 성에 가을비.

끝없는 그대 생각에 천리 긴 강만 흘러 가누나.

直譯

나그네(旅) 집(館) 새벽(曉) 등불은(燈) 꺼지려는데(殘)

외로운(孤) 성에는(城) 가늘게(細) 가을(秋) 비 내리고(雨).

그대를(君) 생각하는(思) 마음은(意) 다함이(盡) 없는데(不)

천리(千里) 긴(大) 강만(江) 흘러가노라(流).

31. 伯牙(백아) ― 容耳 申 沆(용이 신 항)

我自彈吾琴

不必求賞音

鍾期亦何物

强辨絃上心

아자탄오금 불필구상음 종기역하물 강변현상심

내 거문고를 타거니 꼭 알아주지 않아도 되리.

종자기 또한 그 어떤 물건이라서 굳이 줄 속의 그 마음을 밝혔는고.

直譯

나(我) 스스로(自) 내(吾) 거문고를(琴) 타거니(彈)

반드시(必) 소리를(音) 감상하는 이를(賞) 구하지(求) 아니해도 된다네(不).

종자기란 사람은(鍾期) 또한(亦) 어떤(何) 물건이기에(物)

굳이(强) 줄(絃) 위의(上) 마음을(心) 분명히 하였는고(辨).

낱말풀이 /

伯牙 : 백아(伯牙)는 거문고를 잘 타고 종자기(鍾子期)는 이 소리를 잘 알아들었음.

鍾期 : 종자기(鍾子期)를 말 함.

32. 卽事(즉사) ― 冲庵 金 淨(충암 김 정)

落日臨荒野

寒鴉下晩村

空林烟火冷

白屋掩柴門

낙일임황야 한아하만촌 공림연화랭 백옥엄시문

 

지는 해는 거친 들로 내리고 저녁 마을에 모이는 겨울 까마귀.

빈 숲 속 밥 짓는 차가운 연기에 사립문을 닫는 초가집.

直譯

지는(落) 해는(日) 거친(荒) 들로(野) 내리고(臨)

겨울(寒) 까마귀는(鴉) 저녁(晩) 마을로(村) 내려오네(下).

빈(空) 숲에(林) 연기(烟) 불은(火) 차가운데(冷)

가난한 사람의 초가집에서는(白屋) 섶나무로 된(柴) 문을(門) 닫네(掩).

33. 浪吟(랑음) ― 三可, 碪岩 朴遂良(삼가, 침암 박수량)

口耳聾啞久

猶餘兩眼存

紛紛世上事

能見不能言

구이롱아구 유여양안존 분분세상사 능견불능언

 

오래도록 귀머거리 장님 오히려 남아있는 두 눈.

어지럽고 헝클어진 이 세상 볼 수는 있어도 말할 수 없는 것.

直譯

오래도록(久) 입은(口) 벙어리에(啞) 귀는(耳) 귀머거리지만(聾)

오히려(猶) 두(兩) 눈은(眼) 남아(餘) 있다네(存).

어지럽고(紛) 어지러운(紛) 세상의(世上) 일(事)

볼(見) 수는 있지만(能) 말(言) 할 수는(能) 없다네(不).

34. 山中書事(산중서사) ― 溪山處士 吳 慶(계산처사 오 경)

雨過雲山濕 泉鳴石竇寒 秋風紅葉路 僧踏夕陽還

우과운산습 천명석두한 추풍홍엽로 승답석양환

비 지나가니 젖는 구름 산 샘물 소리에 차가운 돌구멍.

가을바람이 이는 붉은 낙엽 길에 저녁 빛을 밟고 돌아오는 외로운 중.

直譯

비(雨) 지나가니(過) 구름(雲) 산이(山) 젖고(濕)

샘물(泉) 소리에(鳴) 돌(石) 구멍이(竇) 차갑네(寒).

가을(秋) 바람 부는(風) 붉은(紅) 잎의(葉) 길(路)

중이(僧) 저녁(夕) 햇빛을(陽) 밟고(踏) 돌아오네(還).

35. 辛德優席上書此示意(신덕우석상서차시의) ― 太眞 高 淳(태진 고 순)

小閣春風靜

淸談總有餘

聾人無一味

垂首獨看書

소각춘풍정 청담총유여 농인무일미 수수독간서

 

봄바람 고요한 작은 누각에 모두 넉넉한 맑은 이야기.

아무런 흥도 없는 이 귀머거리 고개 숙여 홀로 책을 보네.

直譯

작은(小) 누각엔(閣) 봄(春) 바람이(風) 고요하고(靜)

맑은(淸) 이야기는(談) 모두(總) 남음이(餘) 있어라(有).

귀머거리(聾) 이 사람은(人) 한낱(一) 흥도(興) 없어(無)

머리를(首) 늘어뜨리고(垂) 홀로(獨) 책을(書) 보노라(看).

36. 大興洞(대흥동) ― 花潭 徐敬德(화담 서경덕)

紅樹暎山屛

碧溪瀉潭鏡

行吟玉界中

陡覺心淸淨

홍수영산병 벽계사담경 행음옥계중 두각심청정

 

산 병풍을 비추는 붉은 단풍 연못에 쏟아지는 파란 시내.

옥 같은 세계 거닐며 읊조리니 문득 마음이 맑아지고.

直譯

붉은(紅) 나무는(樹) 산(山) 병풍을(屛) 비추고(暎)

파란(碧) 시내는(溪) 연못(潭) 거울에(鏡) 쏟아지네(瀉).

구슬(玉) 경계(界) 속을(中) 거닐며(行) 읊조리니(吟)

문득(陡) 마음이(心) 맑고(淸) 깨끗해짐을(淨) 깨닫네(覺).

37. 道峰寺(도봉사) ― 長吟亭 羅 湜(장음정 나 식)

曲曲溪回複

登登路屈盤

黃昏方到寺

淸磬落雲端

곡곡계회복 등등로굴반 황혼방도사 청경락운단

 

굽이굽이 돌고 도는 시내 꼬불꼬불 오르고 오른 길.

황혼에야 비로소 절에 이르니 구름 끝에 떨어지는 맑은 경쇠 소리.

直譯

굽이(曲) 굽이(曲) 시내는(溪) 돌아(回) 겹치고(複)

오르고(登) 오르는(登) 길은(路) 굽고(屈) 굽었네(盤).

누렇게(黃) 어두워져서야(昏) 비로소(方) 절에(寺) 이르니(到)

맑은(淸) 경쇠소리(磬) 구름(雲) 끝에(端) 떨어지네(落).

38. 偶吟(우음) ― 南冥 曺 植(남명 조 식)

人之愛正士

好虎皮相似

生前欲殺之

死後方稱美

인지애정사 호호피상사 생전욕살지 사후방칭미

 

올곧은 선비 사랑하기는 좋아하는 호랑이 가죽 같아.

살아서는 죽이려 하다가도 죽고 나면 바야흐로 칭찬하는 것.

直譯

사람(人)이(之) 바른(正) 선비(士) 사랑하기는(愛)

호랑이의(虎) 가죽을(皮) 좋아하는 것과(好) 서로(相) 같네(似).

생전에는(生前) 그를(之) 죽이려고(殺) 하다가(欲)

죽은(死) 뒤에는(後) 바야흐로(方) 아름답다고(美) 칭찬하네(稱).

39. 題冲庵詩卷(제충암시권) ― 河西 金麟厚(하서 김인후)

來從何處來

去向何處去

去來無定蹤

悠悠百年計

내종하처래 거향하처거 거래무정종 유유백년계

 

오기는 어디서 오며 가기는 어디로 가는고

오고 감에 일정한 자취 없는 것 아득하여라 백년의 계획이여

直譯

오기는(來) 어느(何) 곳으로(處)부터(從) 오며(來)

가기는(去) 어느(何) 곳을(處) 향하여(向) 가는고(去).

가고(去) 옴에(來) 일정한(定) 자취(蹤) 없는 것(無)

멀고도(悠) 아득하여라(悠) 백년의(百年) 계획이여(計).

40. 詠梅(영매) ― 板谷 成允諧(판곡 성윤해)

梅花莫嫌小

花小風味長

乍見竹外影

時聞月下香

매화막혐소 화소풍미장 사견죽외영 시문월하향

 

매화꽃이 작다고 싫어하랴 꽃은 작아도 깊은 풍미.

대숲 밖에서 잠깐 보는 그 그림자 때론 달 아래서 맡는 그 향기.

直譯

매화(梅) 꽃이(花) 작다고(小) 싫어하지(嫌) 말 것이(莫)

꽃은(花) 작더라도(小) 풍류다운(風) 맛이(味) 깊다네(長).

대숲(竹) 밖에서(外) 잠깐(乍) 그림자(影) 보고(見)

때로(時) 달(月) 아래서(下) 향기를(香) 맡네(聞).

41. 舟過楮子島(주과저자도) ― 北窓 鄭 磏(북창 정 렴)

孤烟橫古渡

寒日下遙山

一棹歸來晩

招提杳靄間

고연횡고도 한일하요산 일도귀래만 초제묘애간

 

옛 나루엔 외로운 저녁연기 먼 산에 내리는 겨울 해.

해 저물어 거룻배로 돌아오니 아득히 놀 속에 절이 있고.

直譯

외로운(孤) 연기는(烟) 옛(古) 나루에(渡) 옆으로 놓여있고(橫)

차가운(寒) 해는(日) 먼(遙) 산으로(山) 내려가네(下).

한번(一) 노 저어(棹) 해질 무렵에(晩) 돌아(歸) 오니(來)

절은(招提) 아득히(杳) 놀(靄) 사이에 있네(間).

낱말풀이 / 招提 : 관부(官府)에서 사액(賜額)한 절.

42. 絶句(절구) ― 淸蓮 李後白(청련 이후백)

細雨迷歸路

騎驢十里風

野梅隨處發

魂斷暗香中

세우미귀로 기려십리풍 야매수처발 혼단암향중

 

가녀린 비에 돌아갈 길 잃고 나귀 타고 헤치는 십리 바람.

곳마다 피어있는 들 매화 그윽한 그 향기에 넋을 끊나니.

直譯

가녀린(細) 비에(雨) 돌아갈(歸) 길을(路) 헤매고(迷)

나귀를(驢) 타고(騎) 십리(十里) 바람이네(風).

들(野) 매화는(梅) 곳을(處) 따라(隨) 피어나고(發)

넋은(魂) 그윽한(暗) 향기(香) 가운데에서(中) 끊어지네(斷).

43. 詠黃白二菊(영황백이국) ― 霽峰, 苔軒 高敬命(제봉, 태헌 고경명)

正色黃爲貴

天姿白亦奇

世人看自別

均是傲霜枝

정색황위귀 천자백역기 세인간자별 균시오상지

 

바른 빛이라 귀히 여기는 노랑 타고 난 모습은 흰색 또한 기특하지.

세상 사람이야 구별하여 보겠지만 다 같이 업신여기는 서리.

直譯

바른(正) 빛이라(色) 노랑을(黃) 귀함으로(貴) 삼지만(爲)

타고난(天) 모습은(姿) 흰 것도(白) 또한(亦) 기이하게 여기네(奇).

세상(世) 사람들은(人) 스스로(自) 나누어서(別) 보긴 하지만(看)

이는(是) 서리가(霜) 고루(均) 업신여기는(傲) 가지라네(枝).

44. 宜月亭(의월정) ― 松江 鄭 澈(송강 정 철)

白嶽連天起

城川入海流

年年芳草路

人渡夕陽橋

백악연천기 성천입해류 연년방초로 인도석양교

 

하늘에 닿아 일어나는 백악 바다로 흘러드는 성천.

해마다 향기로운 풀 길 따라 석양의 다리 건너는 사람들.

直譯

백악은(白嶽) 하늘에(天) 이어져(連) 일어나고(起)

성의(城) 시내는(川) 멀리(遙) 바다로(海) 들어가네(入).

해마다(年年) 향기로운(芳) 풀(草) 길을 따라(路)

사람들은(人) 저녁(夕) 빛에(陽) 다리를(橋) 건너네(渡).

45. 秋夜(추야) ― 松江 鄭 澈(송강 정 철)

蕭蕭落葉聲

錯認爲疎雨

呼童出門看

月掛溪南樹

소소락엽성 착인위소우 호동출문간 월괘계남수

 

나뭇잎 떨어지는 소소한 소리에 성긴 비인 줄 알고.

아이 불러 나가 보라 했더니 달이 시내 남쪽 나무에 걸려 있다 하네.

直譯

고요하고(蕭) 쓸쓸한(蕭) 나뭇잎(葉) 떨어지는(落) 소리에(聲)

성긴(疎) 비가 오는 것으로(雨) 잘못(錯) 알게(認) 되어(爲).

아이를(童) 불러(呼) 문을(門) 나가(出) 보라고 했더니(看)

달이(月) 시내(溪) 남쪽(南) 나무에(樹) 걸려있다 하네(掛).

46. 山中(산중) ― 栗谷 李 珥(율곡 이 이)

採藥忽迷路

千峰秋葉裏

山僧汲水歸

林末茶烟起

채약홀미로 천봉추엽리 산승급수귀 임말다연기

 

약을 캐다가 문득 잃어버린 길은 천 봉우리 가을 잎 속.

스님이 물길어 돌아가니 수풀 끝에서 일어나는 차 연기.

直譯

약을(藥) 캐다가(採) 문득(忽) 길을(路) 잃었더니(迷)

일 천(千) 봉우리의(峰) 가을(秋) 잎(葉) 속이네(裏).

산(山) 스님이(僧) 물(水) 길어(汲) 돌아가니(歸)

숲(林) 끝에서(末) 차 달이는(茶) 연기(烟) 일어나네(起).

 

47. 南溪暮泛(남계모범) ― 龜峰 宋翼弼(귀봉 송익필)

迷花歸棹晩

待月下灘遲

醉裏猶垂釣

舟移夢不移

미화귀도만 대월하탄지 취리유수조 주이몽불이

 

꽃에 정신 잃어 늦게 돌린 배 달을 기다리느라 여울에서 내려가기 더디었지.

술에 취해 낚시질을 하나니 배는 옮겨가도 꿈은 바뀌지 않네.

直譯

꽃에(花) 정신을 잃어(迷) 노(棹) 돌리는 것이(歸) 늦었고(晩)

달을(月) 기다리느라(待) 여울에서(灘) 내려가기(下) 더디었네(遲).

술에 취한(醉) 속에서(裏) 오히려(猶) 낚시를(釣) 드리웠느니(垂)

배는(舟) 옮겨가도(移) 꿈은(夢) 옮겨가지(移) 아니하네(不).

48. 偶吟(우음) ― 雲谷 宋翰弼(운곡 송한필)

花開昨日雨

花落今朝風

可憐一春事

往來風雨中

화개작일우 화락금조풍 가련일춘사 왕래풍우중

 

어제는 내리는 비에 꽃이 피더니 오늘은 아침 바람에 그 꽃이 지네.

가여워라 이 봄의 일들 바람과 비속에서 가고 또 오누나.

直譯

꽃이(花) 어제(昨) 낮(日) 비에(雨) 피더니(開)

꽃은(花) 오늘(今) 아침(朝) 바람에(風) 떨어지네(落).

한(一) 봄의(春) 일이(事) 가엽다고(憐) 할 것이니(可)

바람과(風) 비(雨) 속에(中) 가고(往) 오네(來).

49. 無題(무제) ― 坡谷 李誠中(파곡 이성중)

紗窓近雪月

滅燭延淸暉

珍重一杯酒

夜闌人未歸

사창근설월 멸촉연청휘 진중일배주 야란인미귀

 

눈 위의 달에 가까운 비단 창가 촛불만 가물가물 빛을 늘이고.

맛좋은 한잔의 술 밤이 깊어도 그 사람은 아니 오네.

直譯

비단 깁 드리운(紗) 창은(窓) 눈 위의(雪) 달에(月) 가깝고(近)

꺼져 가는(滅) 촛불은(燭) 맑은(淸) 빛을(暉) 길게 늘이네(延).

맛이 좋고도(珍) 소중한(重) 한(一) 잔의(杯) 술(酒)

밤이(夜) 저물어도(闌) 그 사람(人) 돌아오지(歸) 아니하네(未).

50. 聞笛(문적) ― 古玉 鄭 碏(고옥 정 작)

遠遠沙上人

初疑雙白鷺

臨風忽橫笛

寥亮江天暮

원원사상인 초의쌍백로 임풍홀횡적 요량강천모

 

멀리 모래밭 위의 사람 처음에는 짝 지은 해오리인가 했느니.

피리소리 갑자기 바람결에 일어나 저문 강 하늘에 울려 퍼지고.

直譯

멀고(遠) 아득한(遠) 모래(沙) 위의(上) 사람(人).

처음에는(初) 한 쌍의(雙) 하얀(白) 해오라기인가(鷺) 의심했는데(疑).

바람에(風) 임하여(臨) 갑자기(忽) 빗겨 가는(橫) 피리소리(笛)

저문(暮) 강(江) 하늘에(天) 쓸쓸히(寥) 잘 통하네(亮).

51. 謝柳監司永詢(사유감사영순) ― 竹閣 李光友(죽각 이광우)

杖履追隨地

淸溪空自流

當時眞面目

方丈聳千秋

장리추수지 청계공자류 당시진면목 방장용천추

땅을 쫓아 따르는 지팡이와 신 맑은 시내만이 부질없이 흐르는데.

그 때의 참된 모습이여 오래도록 높이 솟은 방장산.

直譯

지팡이와(杖) 신만이(履) 땅을(地) 쫓아(追) 따르고(隨)

맑은(淸) 시내는(溪) 부질없이(空) 저절로(自) 흐르네(流).

그(當) 때에(時) 참된(眞) 얼굴과(面) 눈이여(目)

신선이 산다는 방장산이(方丈) 오랜(千) 세월(秋) 높이 솟아있네(聳).

52. 在海鎭營中(재해진영중) ― 汝諧 李舜臣(여해 이순신)

水國秋光暮

驚寒雁陣高

憂心轉輾夜

殘月照弓刀

수국추광모 경한안진고 우심전전야 잔월조궁도

 

가을빛이 저문 물나라 기러기 떼 추위에 놀라 높이 날고

엎치락뒤치락 나라 걱정하는 밤 새벽달만이 궁도를 비추고.

直譯

물의(水) 나라에(國) 가을(秋) 빛은(光) 저물어(暮)

추위에(寒) 놀란(驚) 기러기(雁) 떼(陣) 높고(高).

걱정하는(憂) 마음에(心) 구르고(轉) 구르는(輾) 밤(夜)

남은(殘) 달만이(月) 활과(弓) 칼을(刀) 비추네(照).

53. 有歎(유탄) ― 止叔 尹 渟(지숙 윤 정)

幣屣堯天下 淸風有許由 分內無棄物 獨契自家牛

폐사요천하 청풍유허유 분내무기물 독계자가우

헤어진 짚신은 요임금의 천하요 맑은 바람에 허유 있었지.

분수 안에 버릴 것 없나니 혼자 자기 집 소 몰고 가네.

直譯

헤어진(幣) 짚신은(屣) 요임금의(堯) 하늘(天) 아래요(下)

맑은(淸) 바람엔(風) 허유라는 사람(許由) 있었네(有).

분수(分) 안에(內) 버릴(棄) 물건이(物) 없거니(無)

홀로(獨) 자기(自) 집(家) 소와(牛) 인연을 맺네(契).

낱말풀이 / 堯 : 고대 제왕의 이름. 명군(名君)․성군(聖君)의 뜻으로 쓰임.

許由 : 요(堯) 임금 때의 현사(賢士).

요임금이 천하를 그에게 양여하려 했으나 거절하고 기산(箕山)으로 들어가 숨음.

54. 山寺(산사) ― 白湖 林 悌(백호 임 제)

半夜林僧宿 重雲濕草衣 岩扉開晩日 棲鳥始驚飛

반야임승숙 중운습초의 암비개만일 서조시경비

스님도 잠든 이 한밤 옷자락을 적시는 무거운 구름.

황혼에 바위 사립을 여니 잠든 새들 놀라 날고.

直譯

한창(半) 밤이라(夜) 숲(林) 스님은(僧) 잠자고(宿)

무거운(重) 구름은(雲) 풀(草) 옷을(衣) 적시네(濕).

저문(晩) 해에(日) 바위(岩) 문짝을(扉) 열면(開)

깃 들어 있는(棲) 새(鳥) 비로소(始) 놀라(驚) 날아가고(飛).

55. 弘慶寺(홍경사) ― 玉峰 白光勳(옥봉 백광훈)

秋草前朝寺 殘碑學士文 千年有流水 落日見歸雲

추초전조사 잔비학사문 천년유류수 낙일견귀운

지난 조정의 절엔 가을 풀 남은 비에는 학사의 글.

천년동안 물만 흐르는데 지는 햇살에 돌아가는 구름만 보네.

直譯

가을(秋) 풀은(草) 앞(前) 조정의(朝) 절이요(寺)

남아있는(殘) 비석에는(碑) 학문을 하는(學) 선비의(士) 글이네(文).

오랜(千) 해(年) 물만(水) 흐르고(流) 있고(有)

지는(落) 해에(日) 돌아가는(歸) 구름만(雲) 보네(見).

56. 題僧軸(제승축) ― 玉峰 白光勳(옥봉 백광훈)

智異雙溪勝 金剛萬瀑奇 名山身未到 每賦送僧詩

지리쌍계승 금강만폭기 명산신미도 매부송승시

지리산에 뛰어난 쌍계사 금강산엔 기이한 만폭동.

가보지 못한 명산이지만 때마다 스님 송별하는 시를 짓네.

直譯

지리산에는(智異) 쌍계사가(雙溪) 뛰어나고(勝)

금강산에는(金剛) 만폭동이(萬瀑) 기이하네(奇).

이름난(名) 산에(山) 몸소(身) 이르지(到) 못하고(未)

때마다(每) 스님(僧) 보내는(送) 시만(詩) 짓네(賦).

57. 山寺(산사) ― 蓀谷 李 達(손곡 이 달)

寺在白雲中 白雲僧不掃 客來門始開 萬壑松花老

사재백운중 백운승불소 객래문시개 만학송화노

흰 구름 속에 있는 절 스님은 그 흰 구름 쓸지 않고.

비로소 손님이 와 문을 여니 늙어버린 온 골짝의 솔 꽃.

直譯

절은(寺) 흰(白) 구름(雲) 속에(中) 있고(在)

흰(白) 구름을(雲) 스님은(僧) 쓸지(掃) 아니하네(不).

나그네(客) 와서야(來) 문이(門) 비로소(始) 열리고(開)

온(萬) 골짝의(壑) 소나무(松) 꽃은(花) 늙었네(老).

58. 回舟(회주) ― 蓀谷 李 達(손곡 이 달)

宿鷺下秋沙 晩蟬鳴江樹 回舟白蘋風 夢落西潭雨

숙로하추사 만선명강수 회주백빈풍 몽락서담우

자던 해오라기 모래밭에 내리고 강가 나무에서 우는 저녁 매미.

흰 마름 바람에 배를 돌리면 서쪽 연못 빗발에 떨어지는 꿈.

直譯

자던(宿) 해오라기(鷺) 가을(秋) 모래에(沙) 내리고(下)

저녁(晩) 매미는(蟬) 강가(江) 나무에서(樹) 우네(鳴).

흰(白) 마름(蘋) 바람에(風) 배를(舟) 돌리면(回)

꿈은(夢) 서쪽(西) 연못(潭) 비로(雨) 떨어지네(落).

59. 松都懷古(송도회고) ― 草樓 權 韐(초루 권 겹)

雪月前朝色 寒鍾故國聲 南樓愁獨立 殘郭曉雲生

설월전조색 한종고국성 남루수독립 잔곽효운생

눈의 달빛은 전조의 빛깔 차가운 종소리는 옛 나라 소리.

남루에 시름하며 홀로 섰으니 허물어진 성곽에 이는 새벽 구름.

直譯

눈의(雪) 달빛은(月) 앞(前) 조정의(朝) 빛깔이요(色)

차가운(寒) 종소리는(鍾) 옛(故) 나라의(國) 소리이네(聲).

남쪽(南) 다락에(樓) 시름하며(愁) 홀로(獨) 섰으니(立)

허물어진(殘) 성곽에(郭) 새벽(曉) 구름이(雲) 이네(生).

60. 老馬(노마) ― 楊浦 崔 澱(양포 최 전)

老馬枕松根 夢行千里路 秋風落葉聲 驚起斜陽暮

노마침송근 몽행천리로 추풍락엽성 경기사양모

솔뿌리 베고 누운 늙은 저 말 꿈속에 달린 천리 길.

가을 바람에 지는 낙엽 소리에 놀라 깨어니니 어느새 저무는 해.

直譯

늙은(老) 말이(馬) 소나무(松) 뿌리를(根) 베개하고(枕)

꿈에(夢) 천리의(千里) 길을(路) 갔네(行).

가을(秋) 바람에(風) 떨어지는(落) 나뭇잎(葉) 소리에(聲)

놀라(驚) 일어나니(起) 볕은(陽) 기울어(斜) 저무네(暮).

61. 江夜(강야) ― 五山 車天輅(오산 차천로)

夜靜魚登釣 波淺月滿舟 一聲南去雁 啼送海山秋

야정어등조 파천월만주 일성남거안 제송해산추

고요한 밤 고기는 낚이고 물결은 얕고 배에 가득한 달 빛.

강남으로 날아가는 기러기 한 소리 울어 보내는 바다 산의 가을이여.

直譯

밤은(夜) 고요한데(靜) 고기는(魚) 낚시에(釣) 오르고(登)

물결은(波) 얕고(淺) 달빛은(月) 배에(舟) 가득하네(滿).

한(一) 소리에(聲) 남쪽으로(南) 가는(去) 기러기(雁)

바다(海) 산의(山) 가을을(秋) 울어(啼) 보내네(送).

 

朝鮮 前期(조선 전기)

62. 全州懷古(전주회고) ― 陽村 權 近(양촌 권 근)

巨鎭分南北 完山最古奇 千峰鐘王氣 一代啓鴻基

거진분남북 완산최고기 천봉종왕기 일대계홍기

산성은 남북으로 나뉘는데 완산이 가장 빼어났네.

천 봉우리 기운 모아 큰 터전 열었느니.

直譯

큰(巨) 진영(鎭) 남(南) 북으로(北) 나뉘었느니(分)

완산은(完山) 가장(最) 오래(古) 뛰어났노라(奇).

천(千) 봉우리(峯) 왕의(王) 기운으로(氣) 종이 되어(鐘)

한(一) 시대(代) 큰(鴻) 터전(基 : 왕궁의 터) 열었노라(啓).

낱말풀이 / 巨鎭 : 큰 산성(山城). 鴻基 : 왕궁의 터.

63. 題壁(제벽) ― 猿亭 崔壽峸(원정 최수성)

水澤魚龍國 山林鳥獸家 孤舟明月在 何處是生涯

수택어룡국 산림조수가 고주명월재 하처시생애

못은 어룡의 나라 숲은 새 짐승의 집.

외로운 배에 달 밝은데 어느 곳에서 한평생을.

直譯

물(水) 못은(澤) 고기와(魚) 용의(龍) 나라요(國)

산(山) 숲은(林) 새와(鳥) 짐승의(獸) 집이라(家).

외로운(孤) 배엔(舟) 밝은(明) 달이(月) 있는데(在)

어느(何) 곳에서(處) 한 평생(生) 끝까지(涯) 다스릴꼬(是).

낱말풀이 / 魚龍國 : 고기와 용이 노는 곳.

64. 天王峰(천왕봉) ― 南溟 曺 植(남명 조 식)

請看千石鐘 非大扣無聲 萬古天王峯 天鳴猶不鳴

청간천석종 비대구무성 만고천왕봉 천명유불명

천 석이나 되는 종 크게 쳐야 소리 나는데.

만고의 저 천왕봉 하늘이 쳐도 울리지 않으리.

直譯

천(千) 근이나 되는(石) 종을(鐘) 청하여(請) 바라보니(看)

크게(大) 두드리지(扣) 아니하면(非) 소리가(聲) 없다네(無).

크게(萬) 오래된(古) 천왕봉은(天王峰)

하늘이(天) 울리어도(鳴) 오히려(猶) 울지(鳴) 아니하네(不).

낱말풀이 / 大扣 : 큰 종채로 치다. 千石 : 부피의 단위 섬. 무게의 단위.

一石은 120斤. 天鳴 : 하늘이 울리는 것.

65. 聖心泉(성심천) ― 忠齋 崔淑生(충재 최숙생)

何以醒我心 澄泉皎如玉 坐石風動裙 挹流月盈掬

하이성아심 징천교여옥 좌석풍동군 읍류월영국

내 마음 어찌 맑게 할까 샘물은 구슬처럼 맑아라.

돌에 앉으니 옷깃 펄럭 물을 뜨니 손바닥에 가득한 달.

直譯

어찌(何) 하여야(以) 나의(我) 마음(心) 깨일까(醒)

맑은(澄) 샘은(泉) 구슬과(玉) 같이(如) 맑네(皎).

돌에(石) 앉으니(坐) 바람은(風) 치마를(裙) 움직이고(動)

흐르는 물을(流) 움키니(挹) 달은(月) 손바닥에(掬) 가득하네(盈).

낱말풀이 / 動裙 : 치마를 움직임. 月盈掬 : 달이 두 손에 뜬 물에 비침.

66. 山中秋雨(산중추우) ― 村隱 劉希慶(촌은 유희경)

白露下秋空 山中桂花發 折得最高枝 歸來伴明月

백로하추공 산중계화발 절득최고지 귀래반명월

하얀 이슬 내리는 가을 산중에 계수나무 꽃 피고.

높은 가지 꺾어 밝은 달 짝하여 돌아오네.

直譯

하얀(白) 이슬은(露) 가을(秋) 하늘에서(空) 내리고(下)

산(山) 속에선(中) 계수나무(桂) 꽃(花) 피어나네(發).

가장(最) 높은(高) 가지(枝) 꺾어(折) 들고(得)

밝은(明) 달(月) 짝하여(伴) 돌아(歸) 오네(來).

낱말풀이 / 折得 : 꺾어 들고. 伴明月 : 밝은 달을 짝하여.

67. 紫霞洞(자하동) ― 君受 河偉量(군수 하위량)

松花金粉落 春澗玉聲寒 盤石客來坐 仙人舊有壇

송화금분락 춘간옥성한 반석객래좌 선인구유단

소나무 꽃은 금빛가루 봄 시내는 차가운 옥소리

나그네 와서 앉은 그 반석은 옛날에 신선이 있었던 단.

直譯

소나무(松) 꽃에서(花) 금빛(金) 가루(粉) 떨어지고(落)

봄(春) 산골 물은(澗) 옥(玉) 소리로(聲) 차가워라(寒).

소반(盤) 바위에(石) 나그네(客) 와서(來) 앉나니(坐)

신선(仙) 사람이(人) 옛날(舊) 있었던(有) 단이라네(檀).

낱말풀이 / 紫霞 : 신선이 사는 곳에 떠돈다는 자줏빛 운기(雲氣).

68. 山居(산거) ― 竹庵 許景胤(죽암 허경윤)

柴扉尨亂吠 窓外白雲迷 石徑人誰至 春林鳥自啼

시비방란폐 창외백운미 석경인수지 춘림조자제

삽살개 사립문에서 짖어대는데 창밖에 헤매는 흰 구름.

올 이 없는 이 돌길 봄 숲에선 새만이 지저귀네.

直譯

땔나무로 된(柴) 문짝에서(扉) 삽살개는(尨) 어지러이(亂) 짖어대고(吠)

창(窓) 밖에는(外) 흰(白) 구름이(雲) 헤매네(迷).

이 돌(石) 길에(徑) 사람(人) 누가(誰) 이르겠나(至)

봄(春) 수풀에서(林) 새만(鳥) 스스로(自) 울어대네(啼).

69. 遺懷(유회) ― 蓮峰 李基卨(연봉 이기설)

窓外連宵雨 庭邊木葉空 騷人驚起晏 長嘯倚西風

창외연소우 정변목엽공 소인경기안 장소의서풍

창밖엔 연이은 밤비 나뭇잎도 다 져 텅 빈 뜰.

시인은 놀라 일어나 길게 읊조리며 기대보는 가을 바람.

直譯

창(窓) 밖에(外) 연이은(連) 밤(宵) 비로(雨)

뜰(庭) 가의(邊) 나무(木) 잎은(葉) 다했네(空).

글쓰는(騷) 사람(人) 늦게(晏) 놀라(驚) 일어나(起)

길이(長) 읊조리며(嘯) 가을(西) 바람에(風) 기대네(倚).

70. 過古寺(과고사) ― 淸虛 休 靜(청허 휴 정)

花落僧長閉 春尋客不歸 風搖巢鶴影 雲濕坐禪衣

화락승장폐 춘심객불귀 풍요소학영 운습좌선의

꽃이 지니 스님은 문을 닫고 봄 찾는 나그네 돌아갈 줄 모르네.

바람은 둥지의 학 그림자 흔들고 구름은 좌선하는 옷깃 적시네.

直譯

꽃이(花) 지니(落) 스님은(僧) 오래도록(長) 문을 잠갔고(閉)

봄에(春) 찾아온(尋) 나그네는(客) 돌아가지(歸) 아니하네(不).

바람은(風) 보금자리의(巢) 학(鶴) 그림자(影) 흔들고(搖)

구름은(風) 앉아서(坐) 참선하는(禪) 옷을(衣) 적시네(濕).

낱말풀이 / 春尋 : 화전놀이.

71.題畵(제화) ― 林光澤(임광택)

白頭蒼面叟 倚樹午眠閒 夢亦非塵界 靑山綠水間

백두창면수 의수오면한 몽역비진계 청산녹수간

하얀 머리 푸른 얼굴 노인 나무에 기대 한가로운 낮잠.

꿈 또한 속세 아니니 파란 산 푸른 물 사일레라.

直譯

흰(白) 머리에(頭) 푸른(蒼) 얼굴의(面) 늙은이(叟)

나무에(樹) 기대고(倚) 한가로이(閒) 낮(午) 잠을 자네(眠).

꿈(夢) 또한(亦) 티끌의(塵) 세계가(界) 아니니(非)

푸른(靑) 산(山) 푸른(綠) 물(水) 사이라네(間).

낱말풀이 / 蒼面叟 : 창백한 얼굴의 노인. 塵界 : 속세.

72. 題畵障(제화장) ― 西坰 柳 根(서경 유 근)

日暖花如錦 風輕柳拂絲 尋訪應有意 童子抱琴隨

일난화여풍 풍경유불사 심방응유의 동자포금수

꽃이 비단 같은 따스한 날씨 버들가지 실로 나부끼는 가벼운 바람.

찾아온 뜻 응당 있을지니 아이야 거문고 안고 따르렴.

直譯

날씨(日) 따뜻하니(暖) 꽃은(花) 비단(錦) 같고(如)

바람(風) 가벼우니(輕) 버들엔(柳) 실(絲) 바람이네(拂).

찾아(尋) 방문함엔(訪) 응당(應) 뜻이(意) 있으리니(有)

아이는(童子) 거문고를(琴) 안고(抱) 따르네(隨).

낱말풀이 / 柳拂絲 : 버들이 바람에 한들거림. 應有意 : 응당히 생각이 있음.

73. 山行(산행) ― 雪峯 姜柏年(설봉 강백년)

十里無人響 山空春鳥啼 逢僧問前路 僧去路還迷

십리무인향 산공춘조제 봉승문전로 승거로환미

사람 소리 없는 십리 빈 산엔 봄 새 소리.

스님 만나 앞 길 묻고서 스님 떠나니 다시 길 잃고.

直譯

십(十) 리에(里) 사람(人) 소리(響) 없고(無)

산은(山) 비어(空) 봄(春) 새만(鳥) 우네(啼).

스님(僧) 만나(逢) 앞(前) 길(路) 묻고(問)

스님(僧) 가니(去) 길에서(路) 도로(還) 헤매네(迷).

낱말풀이 / 人響 : 사람의 말소리.

74. 與諸義士相別(여제의사상별) ― 元讓 崔孝一(원양 최효일)

壯氣連天鬱 精忠貫日明 男兒一掬淚 不獨爲今行

장기연천울 정충관일명 남아일국루 부독위금행

무성히 하늘에 이어진 장한 기운 참된 충성은 해를 꿰뚫어 밝은데.

사나이 이 한 움큼의 눈물이 어찌 이 걸음 때문이랴.

直譯

장한(壯) 기운은(氣) 하늘에(天) 이어져(連) 무성하고(鬱)

참된(精) 충성은(忠) 해를(日) 꿰뚫어(貫) 밝다(明).

사나이(男兒) 한(一) 움큼(掬) 흐르는 눈물이(漏)

다만(獨) 이제(今) 가는 걸음을(行) 위함만은(爲) 아니니라(不).

75. 途中(도중) ― 霞谷 尹 堦(하곡 윤 계)

日暮朔風起 天寒行路難 白烟生凍樹 山店雪中看

일모삭풍기 천한행로난 백연생동수 산점설중간

해 저무니 북쪽 바람이 일고 길을 가기 어려운 추운 날씨

흰 연기는 언 나무에서 나는데 눈 속에 보이는 산 가게

直譯

해(日) 저물어(暮) 북쪽(朔) 바람이(風) 일고(起)

날씨(天) 추우니(寒) 길을(路) 가기(行) 어려워라(難).

흰(白) 연기는(烟) 언(凍) 나무에서(樹) 나는데(生)

산(山) 가게가(店) 눈(雪) 가운데(中) 보이네(看)

76. 金剛山(금강산) ― 尤庵 宋時熱(우암 송시열)

山與雲俱白 雲山不辯容 雲歸山獨立 一萬二千峰

산여운구백 운산불변용 운귀산독립 일만이천봉

산과 구름 함께 희니 구름과 산 구별할 수 없는데.

구름 가고 산 홀로 서니 일만 이천 봉우리.

直譯

산이(山) 구름과(雲) 더불어(與) 함께(俱) 하야니(白)

구름과(雲) 산(山) 모습을(容) 나눌 수(辯) 없다네(不).

구름(雲) 가고(歸) 산(山) 홀로(獨) 섰으니(立)

일(一) 만(萬) 이(二) 천(千) 봉우리라네(峯).

낱말풀이 / 雲山 : 구름이 산에 덮여있음.

77. 遊山寺(유산사) ― 春圃 嚴義吉(춘포 엄의길)

紫陌三年客 靑山一老僧 相逢談笑處 蘿月不懸燈

자맥삼년객 청산일노승 상봉담소처 나월불현등

자줏빛 두렁에 삼 년 나그네 푸른 산 어느 늙으신 스님.

서로 만나 웃고 이야기하는데 덩굴에 걸린 달이 등불.

直譯

자줏빛(紫) 두렁 길에(陌) 세(三) 해의(年) 나그네(客)

푸른(靑) 산에(山) 한(一) 늙은(老) 스님(僧).

서로(相) 맞나(逢) 이야기하고(談) 웃는(笑) 곳에(處)

댕댕이 덩굴의(蘿) 달로(月) 등을(燈) 달 것이(懸) 없다네(不).

낱말풀이 / 蘿月 : 댕댕이 덩굴에 걸쳐있는 달.

不懸燈 : 등불을 켜서 달 필요가 없음.

78. 夜坐(야좌) ― 春圃 嚴義吉(춘포 엄의길)

谷靜無人跡 庭空有月痕 忽聞山犬吠 沽酒客敲門

곡정무인적 정공유월흔 홀문산견폐 고주객고문

사람의 자취 없어 고요한 골짝 빈 뜰엔 달 흔적만.

문득 개 짖는 소리는 술 사려는 나그네가 문을 두드림이라.

直譯

골짝이(谷) 고요하여(靜) 사람(人) 자취(跡) 없고(無)

뜰이(庭) 비어(空) 달(月) 흔적이(痕) 있네(有).

문득(忽) 산에(山) 개(犬) 짖는 소리(吠) 들리는 것은(聞)

술(酒) 사려는(沽) 나그네가(客) 문을(門) 두드림이라(敲).

79. 藥山東臺(약산동대) ― 草盧 李惟齋(초노 이유재)

藥石千年在 晴江萬里長 出門一大笑 獨立倚斜陽

약석천년재 청강만리장 출문일대소 독립의사양

약 바위 천 년 있고 맑은 강 만리로 길구나.

문을 나와 한번 큰 웃음 홀로 서서 지는 해에 기댄다.

약산의(藥) 바위(石) 천(千) 년을(年) 있고(在)

맑은(晴) 강(江) 만(萬) 리나(里) 기네(長).

문에서(門) 나와(出) 한번(一) 크게(大) 웃고(笑)

홀로(獨) 서서(立) 기우는(斜) 빛에(陽) 의지하네(倚)

낱말풀이 / 藥石 : 약산의 바위.

80. 題畵(제화) ― 龜石 金得臣(구석 김득신)

古木寒煙裏 秋山白雲邊 暮江風浪起 漁子急回船

고목한연리 추산백운변 모강풍랑기 어자급회선

찬 연기 속에 늙은 나무 흰 구름 가엔 가을 산.

풍랑 일어나는 저녁 강에 서둘러 뱃머리 돌리는 어부여.

直譯

옛(古) 나무는(木) 차가운(寒) 연기(煙) 속이고(裏)

가을(秋) 산은(山) 흰(白) 구름(雲) 가장자리네(邊).

저무는(暮) 강엔(江) 바람(風) 물결(浪) 일고(起)

고기 잡는(漁) 이(子) 급히(急) 배를(船) 돌리네(回).

낱말풀이 / 漁子 : 어부.

81. 詠菊(영국) ― 高徵厚(고징후)

微草幽貞趣 正猶君子人 斯人不可見 徒與物相親

미초유정취 정유군자인 사인불가견 도여물상친

작은 풀 그윽하고 곧아 바로 군자 같아라.

이런 사람 만날 수 없어 헛되이 국화만 사랑하네.

直譯

작은(微) 풀에(草) 그윽하고(幽) 곧은(貞) 자태이니(趣)

참으로(正) 군자와(君子) 같은(猶) 사람이라네(人).

이런(斯) 사람(人) 보는 것이(見) 가하지(可) 아니하니(不)

헛되이(徒) 물건과(物) 더불어(與) 서로(相) 친하네(親).

낱말풀이 / 幽貞趣 : 그윽하고 곧은 정취. 徒與物 : 한갓 풀인 국화와 더불어.

君子 : 학식과 덕행이 높은 사람. 마음이 착하고 무던한 사람. 관직이 높은 사람.

82. 盆梅(분매) ― 滄溪 林 泳(창계 임 영)

白玉堂中樹 開花近客杯 滿天風雪裏 何處得夫來

백옥당중수 개화근객배 만천풍설리 하처득부래

백옥당에 매화나무 꽃 피어 손님 술잔에 가깝구나.

하늘 가득 눈바람 속인데 어디서 얻어 왔느뇨.

直譯

흰(白) 구슬(玉) 집이라는(堂) 백옥당(白玉堂) 가운데(中) 나무(樹)

꽃이(花) 피어(開) 나그네(客) 술잔에(杯) 가깝네(近).

하늘(天) 가득한(滿) 바람과(風) 눈(雪) 속(裏)

어느(何) 곳에서(處) 그(夫) 얻어(得) 왔느뇨(來).

낱말풀이 / 近客杯 : 나그네가 술을 마시는 자리에 놓여 있음.

83. 題墨竹後(제묵죽후) ― 鄭 敍(정 서)

閑餘弄筆硯 寫作一竿竹 時於壁上間 幽恣故不俗

한여농필연 사작일간죽 시어벽상간 유자고불속

한가로이 붓을 놀리어 대나무 하나 그렸지.

벽에 걸어 때때로 보니 그윽한 모습 속되지 않구나.

直譯

한가하고(閑) 여유로와(餘) 붓과(筆) 벼루(硯) 희롱하여(弄)

한(一) 장대(竿) 대를(竹) 그려(寫) 만들었네(作).

때로(時) 벽(壁) 위에 두어(上) 사이 하니(間)

그윽한(幽) 모습인(恣) 까닭으로(故) 속되지(俗) 아니하네(不).

낱말풀이 / 幽恣 : 그윽한 모습.

84. 三淸洞(삼청동) ― 巷東 金富賢(항동 김부현)

溪上離離草 侵人坐處生 不知衣露濕 猶自聽溪聲

계상리리초 침인좌처생 부지의로습 유자청계성

시냇가에 흩어진 풀 사람 앉을 자리에도 돋아났네.

옷이 이슬에 젖는 줄 모르고 태연히 시내 물소리만 듣네.

直譯

시내(溪) 위의(上) 나란하고(離) 나란한(離) 풀이(草)

사람의(人) 앉을(坐) 곳(處) 침범하여(侵) 나있네(生).

옷이(衣) 이슬에(露) 젖는 줄(濕) 알지(知) 못하고(不)

태연히(猶) 시내(溪) 소리만(聲) 스스로(自) 듣네(聽).

85. 山氣(산기) ― 眉叟 許 穆(미수 허 목)

(一)

陽阿春氣早 山鳥自相親 物我兩忘處 始覺百獸馴

양아춘기조 산조자상친 물아양망처 시각백수순

봄기운 이른 따뜻한 언덕 산새들 서로 사랑.

자연과 나 깃들 곳 잊어 비로소 알겠네 뭇 짐승 순치 되었음을.

直譯

따뜻한(陽) 언덕에(阿) 봄(春) 기운(氣) 이른데(早)

산(山) 새(鳥) 저절로(自) 서로(相) 사랑하네(親).

물건과(物) 나(我) 둘(兩) 거처(處) 잊으니(忘)

비로소(始) 모든(百) 짐승(獸) 길들여짐을(馴) 깨닫겠네(覺).

 

(二)

空堦鳥雀下 無事晝掩門 靜中觀物理 居室一乾坤

공계조작하 무사주엄문 정중관물리 거실일건곤

참새 내리는 빈 섬돌 일도 없어 낮에 문 닫고.

고요히 살펴보는 만물 이치 살고있는 방이 하나의 건곤이라.

直譯

빈(空) 섬돌에(堦 : 階) 새(鳥) 참새(雀) 내려오고(下)

일이(事) 없어(無) 낮에도(晝) 문을(門) 닫았네(掩).

고요한(靜) 가운데(中) 물건(物) 이치(理) 살펴보면(觀)

사는(居) 집이(室) 하나의(一) 하늘과(乾) 땅이라네(坤).

86. 流頭(유두) ― 金錫龜(김석구)

提壺來郭外 佳節是流頭 閒臥松陰夕 淸風不讓秋

제호래곽외 가절시유두 한와송음석 청풍불양추

술병 들고 성밖 나오니 좋은 시절 유두라.

한가로이 솔 그늘에 누우니 바람은 맑은 가을.

直譯

술병(壺) 들고(提) 성(郭) 밖에(外) 오니(來)

좋은(佳) 시절은(節) 이에(是) 유두라(流頭).

한가로이(閒) 솔(松) 그늘(陰) 저녁에(夕) 누웠으니(臥)

맑은(淸) 바람은(風) 가을을(秋) 양보하지(讓) 아니하네(不).

낱말풀이 / 提壺 : 술병을 옆에 참. 流頭 : 음력 6월 보름날.

87. 月夜(월야) ― 林瑞珪(임서규)

琴罷雲侵壁 詩成月滿軒 夢回天已曙 窓外衆禽喧

금파운침벽 시성월만헌 몽회천이서 창외중금훤

거문고 소리 끝나니 벽엔 구름 시를 짓고 나니 처마엔 달.

꿈 깨어난 새벽 창밖에는 온갖 새소리.

直譯

거문고(琴) 그치니(罷) 구름이(雲) 벽을(壁) 침범하고(侵)

시가(詩) 이루어지니(成) 달은(月) 추녀에(軒) 가득하네(滿).

꿈에서(夢) 돌아오니(回) 하늘은(天) 이미(已) 새벽이라(曙)

창(窓) 밖에(外) 많은(衆) 새(禽) 시끄럽네(喧)

낱말풀이 / 衆禽喧 : 온갖 새들이 지저귐.

88. 遊安心寺(유안심사) ― 冲 徽(충 휘)

夜雨朝來歇 靑霞濕落花 山僧留歸客 手自煮新茶

야우조래헐 청하습낙화 산승유귀객 수자자신다

밤비 개인 아침 꽃을 적시는 푸른 안개.

스님은 나그네 붙들고 손수 차를 달이네.

밤(夜) 비(雨) 아침에(早) 이르러(來) 개이고(歇)

푸른(靑) 안개(霞) 지는(落) 꽃을(花) 적시네(濕).

산(山) 스님은(僧) 돌아가는(歸) 나그네(客) 머무르게 하고(留)

손수(手) 스스로(自) 새로이(新) 차를(茶) 다리네(煮).

낱말풀이 / 靑霞 : 푸른 빛 어린 아지랑이. 手自 : 손수.

89. 夜景(야경) ― 竹泉 金鎭圭(죽천 김진규)

輕雲華月吐 芳樹澹烟沈 夜久孤村靜 淸泉響竹林

경운화월토 방수담연침 야구고촌정 청천향죽림

달을 토해내는 가벼운 구름 꽃다운 나무에 잠기는 맑은 연기.

밤이 깊어 고요한 외딴 마을 맑은 샘물이 대숲을 울리고.

直譯

가벼운(輕) 구름은(雲) 아름다운(華) 달을(月) 토해내고(吐)

꽃다운(芳) 나무에는(樹) 맑은(澹) 연기(烟) 잠기네(沈)

밤이(夜) 오래되니(久) 외딴(孤) 마을은(村) 고요하고(靜)

맑은(淸) 샘물이(泉) 대(竹) 숲을(林) 울리네(響).

90. 采蓮曲(채련곡) ― 玄黙 洪萬宗(현묵 홍만종)

彼美采蓮女 繫舟橫塘渚 羞見馬上郞 笑入荷花去

피미채련여 계주횡당저 수견마상랑 소입하화거

연밥 따는 아름다운 저 처녀 물가에 배를 매어두고.

말 위의 사나이가 부끄러워 연꽃 속으로 웃으면서 들어가네.

直譯

저(彼) 아름다운(美) 연을(蓮) 따는(采) 처녀여(女)

가로놓인(橫) 연못(塘) 물가에(渚) 배를(舟) 매두고(繫).

말(馬) 위의(上) 사내를(郞) 부끄러이(羞) 보다가(見)

웃으면서(笑) 연(荷) 꽃으로(花) 들어(入) 가버리네(去).

91. 楓溪夜逢士敬(풍계야봉사경) ― 老稼齋 金昌業(노가재 김창업)

靑林坐來暝 獨自對蒼峰 先君一片月 來掛檻前松

청림좌래명 독자대창봉 선군일편월 래괘함전송

어둠이 찾아온 푸른 숲 속에 앉아 나 홀로 마주한 파란 산.

한 조각달이 그대보다 먼저 난간 앞 소나무로 와 걸렸네.

直譯

푸른(靑) 숲에(林) 앉았으니(坐) 어둠이(暝) 와서(來)

홀로(獨) 몸소(自) 푸른(蒼) 봉우리만(峰) 마주하네(對).

그대에(君) 앞서(先) 한(一) 조각(片) 달이(月)

난간(檻) 앞(前) 소나무로(松) 와(來) 걸렸네(掛).

92. 瀑布(폭포) ― 夢囈 南克寬(몽예 남극관)

白雪掛終古 驚雷殷一壑 晩來更淸壯 高峰秋雨落

백설괘종고 경뇌은일학 만래갱청장 고봉추우락

옛날부터 하얀 눈을 걸고 온 골짝을 놀라게 하는 천둥소리.

저녁이 되니 더욱 맑고 장해 높은 봉우리에서 떨어지는 가을비.

直譯

하얀(白) 눈을(雪) 옛날(古)부터(從) 걸고(掛)

천둥소리(雷) 크게(殷) 한(一) 골짝을(壑) 놀라게 하네(驚).

저녁때에(晩) 이르러(來) 다시(更) 맑고(淸) 장해(壯)

높은(高) 봉우리에서(峰) 가을(秋) 비(雨) 떨어지네(落).

93. 楓岩靜齋秋詞(풍암정재추사) ― 夢囈 南克寬(몽예 남극관)

霜葉自深淺 總看成錦樹 虛齋坐忘言 葉上聽疎雨

상엽자심천 총간성금수 허재좌망언 엽상청소우

저절로 깊고 얕은 단풍 잎 바라보니 모두 비단 나무.

빈 서재에 말을 잊고 앉아 나뭇잎 위 성긴 빗소리 듣네.

直譯

서리(霜) 잎은(葉) 저절로(自) 깊고(深) 얕아서(淺)

모두(總) 바라보니(看) 비단(錦) 나무(樹) 되었네(成).

빈(虛) 집에(齋) 앉아(坐) 말을(言) 잊고서(忘)

잎(葉) 위에(上) 성긴(疎) 빗소리(雨) 듣네(聽).

94. 訪眉叟宗丈(방미수종장) ― 蘭谷 許時亨(난곡 허시형)

相尋闍崛西 深燈風雨夕 牀頭一樹梅 含情若挽客

상심사굴서 심등풍우석 상두일수매 함정약만객

서쪽으로 선생을 찾아가 비바람 저녁 등불에 깊은 밤.

평상 위의 한 떨기 매화는 나그네를 붙드는 듯 정을 머금고.

直譯

선생께서 산다는 지사굴(闍崛) 서쪽으로(西) 찾아가(尋) 보았더니(相)

등불에(燈) 비(雨) 바람(風) 저녁이(夕) 깊었네(深).

평상(牀) 머리에(頭) 나무(樹) 하나(一) 매화는(梅)

정을(情) 머금고(含) 나그네를(客) 잡아당기는 것(挽) 같네(若).

낱말풀이 / 眉叟 : 허목(許穆)의 자(字). 闍崛 : 지사굴산(秪闍崛山).

인도(印度)에 있다는 산(山) 이름. 여기서는 미수(眉叟) 선생이 있는 곳. 宗丈 : 어른.

95. 東郊(동교) ― 涬甫 申熙溟(행보 신희명)

樹擁疑無路 山開忽有村 田翁眠藉草 淸夢繞平原

수옹의무로 산개홀유촌 전옹면자초 청몽요평원

숲이 우거져 길이 없나 했는데 산이 열리자 문득 보이는 마을.

풀을 깔고 잠든 농부 맑은 그 꿈 넓은 들을 둘러싸네.

直譯

나무가(樹) 가리어(擁) 길이(路) 없는지(無) 의심을 했는데(疑)

산이(山) 열리자(開) 문득(忽) 마을이(村) 있네(有).

농사짓는(田) 늙은이(翁) 풀을(草) 깔고(藉) 자니(眠)

맑은(淸) 꿈이(夢) 평평한(平) 벌판을(原) 둘러싸네(繞).

 

 

96. 紫陌春雨(자맥춘우) ― 癯溪 朴景夏(구계 박경하)

東風紫陌來 興與春雲聚 醉臥酒爐邊 衣沾杏花雨

동풍자맥래 흥여춘운취 취와주로변 의첨행화우

서울 거리에 샛바람 불면 봄 구름과 함께 모여드는 흥을.

술 화로 가에 취해 누우면 내 옷은 살구꽃 비에 젖고.

直譯

제왕의 집 빛깔이 있는(紫) 거리에(陌) 동쪽(東) 바람이 불어(風) 오면(來)

흥은(興) 봄(春) 구름과(雲) 더불어(與) 모여드네(聚).

술(酒) 화로(爐) 가에(邊) 취해(醉) 누우면(臥)

옷은(衣) 살구(杏) 꽃(花) 비에(雨) 젖네(沾)

낱말풀이 / 紫陌 : 서울 거리. 東風 : 샛바람.

97. 詠庭前梨樹(영정전이수) ― 聽灘 韓翼恒(청탄 한익항)

一室淸如水 簷端樹自交 夜闌人不寐 明月在花梢

일실청여수 첨단수자교 야란인불매 명월재화초

물과 같이 맑은 온 집안 처마 끝엔 서로 얽힌 나뭇가지.

늦도록 잠 못 이루는 밤 밝은 달만 꽃가지에 걸려있고.

直譯

온(一) 방의(室) 맑기가(淸) 물과(水) 같은데(如)

처마(簷) 끝의(端) 나무는(樹) 절로(自) 섞이었고(交).

밤이(夜) 다하도록(闌) 사람은(人) 잠을 이루지(寐) 못하는데(不)

밝은(明) 달은(月) 꽃(花) 가지 끝에(梢) 있네(在).

98. 和金稷山(화김직산) ― 靑泉 申維翰(청천 신유한)

朱欄俯綠池 日照幽蘭靜 中有鼓琴人 欹巾坐花影

주란부록지 일조유란정 중유고금인 의건좌화영

푸른 못을 굽어보는 붉은 난간에 해 비치니 고요한 난초.

그 가운데 거문고 타는 사람 기울어진 두건으로 꽃 그늘에 앉았네.

直譯

붉은(朱) 난간이(欄) 푸른(綠) 못으로(池) 구부리고(俯)

해(日) 비치니(照) 그윽한(幽) 난초가(蘭) 고요하네(靜).

그 가운데에(中) 거문고(琴) 타는(鼓) 사람(人) 있으니(有)

기울어진(欹) 두건으로(巾) 꽃(花) 그늘에(影) 앉았네(坐).

99. 磧川寺過方丈英禪師(적천사과방장영선사) ― 靑泉 申維翰(청천 신유한)

掃石臨流水 問師何處來 師言無所住 偶與白雲回

소석임유수 문사하처래 사언무소주 우여백운회

흐르는 물가에 돌을 쓸며 스님 어디서 오시느냐고

머무는 데 없이 흰 구름과 짝하여 다닌다고.」

 

直譯

돌을(石) 쓸고(掃) 흐르는(流) 물에(水) 임하여(臨)

스승에게(師) 묻기를(問) 어느(何) 곳에서(處) 오시느냐고(來).

스승이(師) 말하기를(言) 머무는(住) 곳(所) 없이(無)

흰(白) 구름(雲) 더불어(與) 짝하고(偶) 돌아온다고(回).

낱말풀이 / 方丈 : 화상(和尙). 국사(國師) 등의 높은 중의 처소. 또는 주지(住持).

100. 無題(무제) ― 圓嶠 李匡師(원교 이광사)

百鳥棲皆穩 孤跫響獨哀 片雲依石在 孤月照鄕來

백조서개온 고공향독애 편운의석재 고월조향래

새들은 모두 깃들어 평온한데 홀로 슬픈 귀뚜라미 소리.

조각 구름은 돌에 의지해 있고 시골을 비춰 오는 외로운 달.

直譯

온갖(百) 새들은(鳥) 깃들어(棲) 다(皆) 평온하고(穩)

외로운(孤) 귀뚜라미(蛩) 소리(響) 홀로(獨) 슬프네(哀).

조각(片) 구름은(雲) 돌에(石) 의지하여(依) 있고(在)

외로운(孤) 달은(月) 시골을(鄕) 비춰(照) 오네(來).

101. 牧笛(목적) ― 息山 李萬敷(식산 이만부)

短髮尺餘兒 大牛能自領 晩郊留一聲 渡水入山影

단발척여아 대우능자령 만교유일성 도수입산영

한 자 남짓 짧은 머리 아이 그 큰 소를 넉넉히 부리네.

저문 들에 한 소리 남겨 두고 시내 건너 산그늘로 들어가네.

直譯

짧은(短) 머리털이(髮) 한 자(尺) 남짓한(餘) 아이(兒)

큰(大) 소를(牛) 능히(能) 몸소(自) 거느리네(領).

저문(晩) 들에(郊) 한(一) 소리(聲) 남겨두고(留)

물을(水) 건너(渡) 산(山) 그늘로(影) 들어가네(入).

102. 江行(강행) ― 聖齋 李匡呂(성재 이광려)

湖村收宿雨 波色澹淸晨 岸岸蓬底濕 沙上不見人

호촌수숙우 파색담청신 안안봉저습 사상불견인

오랜 비가 걷힌 호수 마을에 물결도 고요한 맑은 새벽.

언덕마다 쑥대 밑이 젖고 사람도 안 보이는 모래밭.

直譯

호수(湖) 마을은(村) 묵은(宿) 비를(雨) 걷고(收)

물결(波) 빛은(色) 맑은(淸) 새벽에(晨) 맑네(澹).

언덕(岸) 언덕엔(岸) 쑥(蓬) 밑이(底) 젖고(濕)

모래(沙) 위엔(上) 사람(人) 보이지(見) 아니하네(不).

 

103. 田翁(전옹) ― 東溪 李英輔(동계 이영보)

輟耕山落日 林逕驅牛去 遙野望家門 烟生喬木處

철경산락일 임경구우거 요야망가문 연생교목처

밭 갈기를 마치자 산의 해 저물어 소 몰고 가는 숲 속 오솔길.

먼 들에서 집의 문을 바라보니 교목 있는 곳에서 이는 저녁 연기.

直譯

밭 갈기를(耕) 그치자(輟) 산의(山) 해는(日) 떨어져(落)

숲 속(林) 오솔길로(逕) 소(牛) 몰고(驅) 가네(去).

먼(遙) 들에서(野) 집의(家) 문을(門) 바라보니(望)

높이 솟은(喬) 나무(木) 있는 곳에서(處) 연기가(烟) 피어오르네(生).

104. 田家(전가) ― 惠寰 李用休(혜환 이용휴)

婦坐搯兒頭 翁傴掃牛圈 庭堆田螺殼 廚遺野蒜本

부좌도아두 옹구소우권 정퇴전라각 주유야산본

앉아서 아이 머리 다독이는 아낙 구부리고 외양간 치는 늙은이.

뜰에는 우렁이 껍질 쌓여있고 부엌에는 마늘 줄기 흩어져있고.

直譯

여자는(婦) 앉아서(坐) 아이(兒) 머리(頭) 두들기고(搯)

늙은이는(翁) 구부리고(傴) 소(牛) 우리(圈) 치네(掃)

뜰에는(庭) 논(田) 고동(螺) 껍질(殼) 쌓여있고(堆)

부엌에는(廚) 들(野) 마늘(蒜) 줄기(本) 놓여있네(遺).

105. 民山(민산) ― 惠寰 李用休(혜환 이용휴)

遠山暮色來 前路行人少 村機猶織聲 西窓有餘照

원산모색래 전로행인소 촌기유직성 서창유여조

먼 산에 저녁 빛이 오니 다니는 사람도 드문 앞길

마을에서는 아직도 베 짜는 소리 서쪽 창엔 석양이 남아 있고.

直譯

먼(遠) 산에(山) 저녁(暮) 빛깔이(色) 오니(來)

앞(前) 길에는(路) 다니는(行) 사람(人) 적네(少).

마을(村) 베틀에서는(機) 아직도(猶) 베 짜는(織) 소리나고(聲)

서쪽(西) 창에는(窓) 빛이(照) 남아(餘) 있네(有).

 

106. 牧童(목동) ― 茂佰 柳東陽(무백 유동양)

驅牛赤脚童 滿載秋山色 叱叱搔蓬頭 長歌歸月夕

구우적각동 만재추산색 질질소봉두 장가귀월석

소를 모는 맨발의 아이 가득 실은 가을 산 빛.

머리 긁으며 소를 모는 소리 긴 노래로 저녁달에 돌아오네.

直譯

소를(牛) 모는(驅) 발가숭이(赤) 다리의(脚) 아이(童)

가을(秋) 산(山) 빛을(色) 가득(滿) 실었네(載).

흐트러진(蓬) 머리(頭) 긁으며(搔) 혀를 차며(叱) 꾸짖는 소리(叱)

긴(長) 노래로(歌) 저녁(夕) 달에(月) 돌아오네(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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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연명 시모음

 

陶淵明의 詩 
 

■ 責子 <자식을 꾸짖음> 

 

白髮被兩鬢  백발피양빈  흰머리가 양쪽 귀밑에 무성하다
肌膚不復實  기부불부실  피부도 거칠어 예전 같지 않네
雖有五男兒  수유오남아  내게 다섯 아들이 있기는 하지만
總不好紙筆  총불호지필  모두 책을 멀리한다
阿舒已二八  아서이이팔  서는 열 여섯이지만
惰故無匹  난타고무필  둘도 없는 게으름뱅이 이고
阿宣行志學  아선행지학  선은 열 다섯 살이건만
而不愛文術  이불애문술  글 쓰는 것을 아예 싫어한다
雍端年十三  옹단년십삼  옹과 단은 열세 살인데
不識六與七  불식육여칠  육과 칠도 분간 못 하고
通子垂九齡  통자수구령  통이란 놈은 아홉 살이 되지만
但覓梨與栗  단멱이여율  배 채울 궁리만 하네
天運苟與此  천운구여차  이 모두가 내가 타고난 하늘의 운명이니
且進杯中物  차진배중물  술이나 먹을 수 밖에

 

■ 癸卯歲始春懷古田舍 二 

 

先師有遺訓  선사유유훈  공자가 가르친 글에는  
憂道不憂貧  우도불우빈  도를 걱정하되 가난은 걱정 말라고 
瞻望邈難逮  첨망막난체  높은 경지 쫒기 어렵지만 
轉欲志長勤  전욕지장근  오래도록 애써볼까 하노라 
秉耒歡時務  병뢰환시무  손수 쟁기 메고 기쁘게 농사 짖고 
解顔勸農人  해안권농인  웃는 얼굴로 농부를 격려 한다 
平주交遠風  평주교원풍  넓고 평평한 밭에 찬바람부니 
良苗亦懷新  양묘역회신  싱싱한 새싹이 알을 품었구나 
雖未量歲功  수미량세공  가을의 수확은 장담하기 어렵지만 
즉事多所欣  즉사다소흔  농사 자체가 기쁘기 한량 없네 
耕種有時息  경종유시식  밭 갈고 씨 뿌리다 밭 두렁에 쉰다 
行者無問津  행자무문진  오가는 사람 없어 나루터 가는 길 묻지 않는다.  
日入相與歸  일입상여귀  날 저물면 돌아와 
壺漿勞近隣  호장노근린  술 항아리 꺼내어 이웃 사람들 위로하네 
長吟掩柴門  장음엄시문  사립문 단은 채 깊어 가는 정담 나누며 
爲膿畝民  요위농무민  한가로이 밭 가는 농부가 되리라 


■ 辛丑歲七月赴假還江陵夜行塗口 <휴가를 마치고 강능으로 가며> 
    

閑居三十載(한거삼십재):삼십년을 한가롭게 살고

遂與塵事冥(수여진사명):세상과 멀어졌다

詩書敦宿好(시서돈숙호):책 읽으며 성품을 가다듬고

林園無世情(임원무세정):속세의 먼지 없는 초야에 살았다.

如何舍此去(여하사차거):어찌 내 고향 버리고

遙遙至西荊(요요지서형):멀리 강능으로 갈 것인가

叩栧新秋月(고예신추월):초가을 달밤에 손을 잡고

臨流別友生(임류별우생):강가에서 벗들과 이별 하니

凉風起將夕(양풍기장석):찬바람 일자 날이 어둡고

夜景湛虛明(야경잠허명):달밤이 티 없이 맑구나.

昭昭天宇闊(소소천우활):밝은 밤, 하늘은 넓게 틔였고,

皛皛川上平(효효천상평):반짝이는 강물은 고요히 흐르는데

懷役不遑寐(회역불황매):힘든 벼슬살이 생각에 잠을 못 이룬다.

中宵尙孤征(중소상고정):깊은 밤에 혼자서 길을 간다.

商歌非吾事(상각비오사):본래 나는 출세할 마음이 없고

依依在耦耕(의의재우경):짝지어 농사짓는 일이 맞다.

投冠旋舊墟(투관선구허):감투 벗고 고향으로 돌아가

不爲好爵榮(불위호작영):벼슬에 다시는 엉키지 않으리라

養眞衡茅下(양진형모하):초가집 밑에서 참된 삶 누리며

庶以善自名(서이선자명):착한 일로 스스로 이름을 내리라

 


■ 庚子歲五月中從都還阻風於規林二首 <바람에 길 막히고 2수> 
  
自古歎行役  자고탄행역  자고로 벼슬살이 어렵다 했거늘
我今始知之  아금시지지  이제야 내가 알았노라
山川一何廣  산천일하광  앞에는 크고 넓은 산과 강이 있고
巽坎難與期  손감난여기  비 바람은 예측할 수가 없으며
崩浪聒天響  불랑괄천향  쏟아져 내리는 물은 하늘을 울리고
長風無息時  장풍무식시  세찬 바람은 쉬지않고 불어온다
久遊戀所生  구유연소생  오래 떠돌다 부모가 그리워 돌아가는 내가
如何淹材玆  여하엄재자  어찌 이 곳에서 머물 수 있으랴
靜念園林好  정념원림호  본래 마음속 깊이 전원을 좋아하는 나는
人間良可辭  인간양가사  마땅히 속세의 벼슬을 버려야지
當年䛯有幾  당연거유기  젊은 시절이 길지도 않거늘 
縱心復何疑  종심부하의  마음 따라 다시는 망서리지 않으리라

 

■ 庚子歲五月中從都還阻風於規林二首 <바람에 길 막히고 1수> 
  
行行循歸露  행행순귀로  걷고 또 걷는 귀향길 
計日望舊居  계일망구거  옛집 볼 날을 헤아리노라
一欣侍溫顔  일흔시온안  먼저 기쁘게 어머님께 인사하고
再喜見友于  재희견우우  즐겁게 형제들을 만나야지
鼓棹路崎曲  고도로기곡  뱃길에 물살은 험난하구나
指景限西隅  지영한서우  태양도 서산마루에 지고 있구나
江山豈不險  강산기불험  강산이 어찌 험하지 않으리오 만
歸子念前塗  귀자염전도  돌아갈 나에겐 앞길 만이 걱정이구나
凱風負我心  개풍부아심  남풍은 내 뜻을 어기고 갈 길을 막으니
戢枻守窮湖  집예수궁호  돛대 거두고 막힌 호수 지키노라
高莽眇無界  고모묘무계  키 큰 잡초가 끝 없이 무성하고
夏木獨森疎  하목독삼소  한 여름 거칠게 자란 풀이 오싹하게 무섭다
誰言客舟遠  수언객주원  내 배는 고향이 멀지 않으니
近瞻百里餘  근첨백리여  백리남짓 바라다 보인다
延目識南領  연목식남령  눈길 뻗으니 여산이 보이거늘
空歎將焉如  공탄장언여  어찌 갈까 허망하게 한숨만 짓는다 

 

■ 丙辰歲八月中於 <병진년 하손에서 추수하며> 

 

貧居依稼穡(빈거의가색) 농사지어 먹는 가난한 살림
戮力東林隈(육력동림외) 온 식구가 힘을 합해 일을 하네
不言春作苦(불언춘작고) 보리고개의 배고픔은 견디겠으나
常恐負所懷(상공부소회) 기대하던 타작 망칠까 두려 웁네
司田眷有秋(사전권유추) 농사감독관이 곡식 익은 것 보고
寄聲與我諧(기성여아해) 희롱조로 풍작이라 내게 말 했으나
飢者歡初飽(기자환초포) 굶주리던 나도 포식할 기쁨에 넘쳐
束帶侯鳴鷄(속대후명계) 의관 갖추고 닭 울기만 기다리네
楊檝越平湖(양즙월평호) 노를 저어 잔잔한 호수를 건너

汎隨淸壑廻(범수청학회) 출렁출렁 맑은 계곡 따라 돌면
鬱鬱荒山裏(울울황산리) 울창하게 숲이 우거진 깊은 산중에
猿聲閑且哀(원성한차애) 원숭이 울음 애처롭고 적막하다
悲風愛靜夜(비풍애정야) 쓸쓸한 밤 바람 더욱 애처롭고
林鳥喜晨開(임조희신개) 날 밝자 새들이 즐거워 한다
日余作此來(일여작차래) 세속을 떠나 농사 지은 지
三四星火頹(삼사성화퇴) 이미 십이년의 세월이 지났노라
姿年逝已老(자년서이로) 몸이 나이를 이미 먹었으나
其事未云乖(기사미운괴) 나의 의지만은 변함이 없네
遙謝荷蓧翁(요사하조옹) 하조옹 바라보고 감상하니
聊得從君栖(료득종군서) 그대 덕택에 내가 물러나 쉬노라

 

■ 自祭文 <내 제문을 쓰다> 


 歲惟丁卯  세유정묘  정묘년
律中無射  율중무사  음력 구월
天寒夜長  천한야장  날씨는 차고 어둡고 긴~밤
風氣蕭索  풍기소삭  쓸쓸하고 스산한 바람만 불어온다
鴻雁于往  홍안우왕  기러기는 어디로 날아가는가
草木黃落  초목황락  나뭇잎은 누렇게 시들어 말라 떨어지네
陶子將辭  도자장사  나는 지금
逆旅之館  역려지관  나그네길 잠시 머물던 곳을 떠나서
永歸於本宅  영귀어본택  영원히 본래의 집으로 돌아가려 한다
故人悽其相悲  고인처기상비  나와 정든 사람들은 애절하게 슬퍼하며
同祖行於今夕  동조행어금석  마지막 떠나는 나를 위해 제사 지내는 구나
羞以嘉蔬  수이가소  젯상에 많은 음식을 차려 놓고
薦以淸酌  천이청작  맑은 술을 따라 올리지만
候顔已冥  후안이명  그러나 나는 이미 죽은 몸
聆音愈漠  영음유막  말하려 해도 가슴만 답답할 뿐
嗚呼哀哉  오호애재  아! 슬프구나
茫茫大塊  망망대괴  넓고 넓은 대지와
悠悠高旻  유유고민  끝없이 높은 하늘
是生萬物  시생만물  하늘과 땅이 만물을 낳았거늘
余得爲人  여득위인  만물 중에도 사람으로 태어나
自余爲人  자여위인  살아오는 동안
逢運之貧  봉운지빈  가난한 운수에 매여서
簞瓢屢罄  단표누경  한 그릇의 밥이나 국물도 배불리 못 먹고
絺綌冬陳  치격동진  갈 옷을 걸치고 추위를 지냈으며
含歡谷汲  함환곡급  계곡 흐르는 물 마시며 즐거웠고
行歌負薪  행가부신  나뭇짐을 지고 내리며 노래했네
翳翳柴門  예예시문  늘 사립문을 닫고 살아서
事我宵晨  사아소신  밤 낯으로 소요하네
春秋代謝  춘추대사  계절이 바뀌는 줄도 모르고
有務中園  유무중원  부지런히 들에 나가 일했네
載耘載耔  재운재자  철 따라 김 매고 북 돋우며
迺育迺繁  내육내번  키우고 늘려나갔네
欣以素牘  흔이소독  때로는 기쁜 마음으로 글 읽고
和以七絃  화이칠현  한가하면 거문고를 타며 즐겼네
冬曝其日  동포기일  겨울에는 따스한 햇살을 쬐고
夏濯其泉  하탁기천  여름에는 흐르는 물에 몸을 씻네
勤靡餘勞  근미여로  죽도록 일 해도
心有常閒  심유상한  마음은 늘 한가로워
樂天委分  낙천위분  즐거운 마음으로 분수에 맞게
以至百年  이지백년  어려워도 평생을 살았네
惟此百年  유차백년  백년도 못 되는 세월을 사는
夫人愛之  부인애지  사람들은 애지중지하며
懼彼無成  구피무성  재산 없음을 걱정하고
愒日惜時  게일석시  하루라도 더 살려고 몸부림치네
存爲世珍  존위세진  살아서는 부귀영화 누리기를 바라고
沒亦見思  몰역견사  죽어서도 오래 기억되길 바라네
嗟我獨邁  차아독매  하지만 나는 홀로 고독하게
曾是異兹  증시이자  오래 전부터 그들과는 다르게 살았네
寵非己榮  총비기영  총애를 영광으로 여기지 않았고
涅豈吾緇  날기오치  속세의 진흙에 물들지 않았네
捽兀窮廬  졸올궁려  나를 바로잡고 허름한 초가에서
酣飮賦詩  감음부시  술을 즐기고 시를 지었네
識運知命  식운지명  내 운명을 스스로 알고 있으니
余今斯化  여금사화  내 운명을 따라야지
可以無恨  가이무한  이제 더 이상 아무런 여한이 없으니
壽涉百齡  수섭백령  백살 가까이 살만큼 살았네
身慕肥遁  신모비돈  유연한 은둔을 좋아하여
從老得終  종로득종  살만큼 살고 늙어서 죽으니
奚所復慕  해부소연  바랄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
寒署逾邁  한서유매  추위와 더위 지나고
亡旣異存  망기이존  죽음은 삶과 다르네
外姻晨來  외인신래  먼 친척들은 새벽에 오고
良友宵奔  양우소분  친한 친구들은 밤에 달려와서
葬之中野  장지중야  들판 가운데 무덤을 만들어
以安其魂  이안기혼  넋을 편안하게 위로해 주네
窅窅我行  요요아행  깊고도 먼 저승길
蕭蕭墓門  소소묘문  무덤 속은 너무도 적막하고 쓸쓸하다
奢恥宋臣  사치송신  송신 한퇴 같이 호화롭게도 하지말고
儉笑王孫  검소왕손  한나라 왕양손 같이 너무 검소함은 웃음꺼리
廓兮已滅  곽혜이멸  텅 빈 묘지에서 사라질 것이니
慨焉已遐  개언이하  흑으로 돌아간 나는 결국 흙과 같이
不封不樹  불봉불수  내 무덤엔 봉분도 나무도 없이
日月遂過  일월수과  세월 속에서 자연에 뭍이 리라
匪貴前譽  비귀전예  살아서도 명리를 귀히 여기지 않았거늘
孰重後歌  숙중후가  죽은 후에 누가 칭송하며 기억하리
人生寔難  인생식난  어려운 삶을 살았다
死如之何  사여지하  하지만, 사후의 세계는 또한 어떨런지
嗚呼哀哉  오호애재  아 ! 서글프고 애통하다 !
  

■ 註釋-------------------------------------------------- 


自祭文/ 도연명이 죽기전에 스스로 지은 제문이다. 아마 마지막 작품일 것이며, 문짐에도 최후의 작품으로 수록되어 있다. 歲惟丁卯/ 때는 정묘년이다. 惟는 어조사다. 丁卯는 도연명이 63세로 세상을 뜨든 해다. 東晋을 찬탈한 劉裕가 죽고, 그의 아들 劉義榮이 宋 文帝로 행세한 元嘉 4년이 된다. 律中無射/ 옛날에는 樂律을 陽과 陰으로 나누워 陽에 속하는 것을 律 陰에 속하는 것을 呂라 했다. 陶子/ 자신을 지칭하는 말이다. 樂天委分/ 천도를 즐기고 자기 분수에 몸을 맏긴다. 無爲自然에 살았다. 인간적인 奸狡한 꾀를 부리지 않고, 素朴眞實하게 살았다. 안분지족 또는 安貧樂道 했다는 뜻. 
  

■ 解說---------------------------------------------------
  

도연명은 자신의 임종에 임박하여 스스로 제문을 지은 글이다. 다가올 자신의 죽음을 미리 예감하고 글을 짓는다는 것은 일상의 범인과 다를 바 없으나 이 글의 내용을 보면 참으로 인간적인 일상을 말하고 있다. 그리고 죽음을 본연의 집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사후의 미래에 두려움을 가지는 한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 주는 글이다. 힘들게 살아온 삶 이였으나, 사후에 대한 공포는 차마 떨쳐 버리지 못한 한 범부의 모습이 숙연하게 느껴진다.


■ 挽歌 3 <땅에 묻히다> 
 

荒草何茫茫  황초하망망  거친 풀밭이 황량하게 우거져 있고
白楊亦蕭蕭  백양역소소  백양나무 외롭게 서 있다
嚴霜九月中  엄상구월중  서리 내리는 구월에
送我出遠郊  송아출원교  마을 사람들 동리 밖에서 나를 배웅하네
四面無人居  사면무인거  내 무덤 주변은 사방에 집 한 채 없고
高墳正초嶢  고분정초요  크고 작은 무덤들만 여기저기 솟아 있네
馬爲仰天鳴  마위앙천명  말도 하늘 보며 울고
風爲自蕭條  풍위자소조  찬 바람은 쓸쓸하게 불어온다
幽室一已閉  유실일이폐  무덤 한번 덮이고 나면
千年不復朝  천년불복조  두 번 다시 아침을 못 볼 것이니
賢達無奈何  현달무내하  현명하거나 도통해도 어찌할 수 없다
向來相送人  향래상송인  내 무덤을 만든 친지들도
各自還其家  각자환기가  하나 둘 각자 집으로 돌아가네
親戚或餘悲  친척혹여비  친인척들 간혹 슬퍼할 뿐
他人亦已歌  타인역이가  다른 사람들은 이미 울음을 그쳤네
死去何所道  사거하소도  죽은 나는 어찌할 방도가 없어
託體同山阿  탁체동산아  몸을 땅에 맡기고 흙으로 돌아가네

 

■ 連雨獨飮 <장마철에 술 마시며> 

 

運生會歸盡  운생회귀진  태어나면 반드시 죽기마련 
終古謂之然  종고위지연  그것은 변하지 않을 영원한 진리다 
世間有松喬  세간유송교  적송자 왕교가 신선 되었다 하지만 
於今定何聞  어금정하문  지금 그들의 소식 알지 못하네 
故老贈余酒  고로증여주  근엄한 노인장이 내게 술을 권하며 
乃言飮得仙  내언음득선  마시면 신선이 된다 하니 
試酌百情遠  시작백정원  한잔 마시니 온갖 근심과 걱정이 사라지고 
重觴忽忘天  중상홀망천  두 잔 마시니 홀연히 하늘도 잊었네 
天豈去此哉  천기거차재  하늘도 이 경지와 다르지 않으리라 
任眞無所先  임진무소선  천지 자연에 내 몸을 맡기니 
雲鶴有奇翼  운학유기익  날개 달고 구름 탄 학같이 
八表須臾還  팔표수유환  빠르게 우주를 돌아 온 느낌이라 
黽勉四十年  민면사십년  지난 40년을 돌아보니 
顧我抱玆獨  고아포차독  외롭게 힘만 썻노라 
形骸久已化  형해구이화  몸은 늙어서 이미 시들었으나 
心在復何言  심재부하언  마음이야 그대로니 다행이로다 

 

■ 挽歌 2 <죽고 나서> 
   

在昔無酒飮  재석무주음  살아서는 마음껏 술 마시고 싶어도 못 마셨는데 
今但澹空觴  금단담공상  오늘은 술과 안주가 상에 가득 넘친다
春료生浮蟻  춘료생부의  쌀로 만든 동동주와 안주가 가득하지만 
何時更能嘗  하시갱능상  다시는 마실 수 없는 내 신세구나
肴案盈我前  효안영아전  산해진미로 가득한 상을 내 앞에 두고
親舊哭我傍  친구곡아방  친구들 울며 죽은 나를 위로하네
欲語口無音  욕어구무음  하지만, 죽은 나는 말도 못하고
欲視眼無光  욕시안무광  눈도 못 뜨고 사방이 어둡다
昔在高堂寢  석재고당침  살아서는 방에 누워 자던 몸이
今宿荒草향  금숙황초향  오늘 지나면 잡초 우거진 풀밭에 묻히리라
一朝出門去  일조출문거  아침에 집 떠나면
歸來夜未央  귀래야미앙  앞으로는 어두운 밤 제삿날 오리라

一朝出門去 / 歸來夜未央
아침에 죽어 상여 나가면, 이제 일년에 한 번씩 제삿날 밤에 온다는 듯이다. 

참으로 기가 막힌 문장이다. 가슴 찡한 표현이다.
  

■ 挽歌1 <죽음에 이르르> 


有生必有死  유생필유사  태어나면 언젠가는 죽게 마련
早終非命促  조종비명촉  일찍 죽는 것도 타고난 팔자리라
昨暮同爲人  작모동위인  어제 저녁까지 멀쩡하던 사람이 
今旦在鬼錄  금단재귀록  오늘 아침에 저승길 떠나네
魂氣散何之  혼기산하지  혼백은 흩어져 어디로 가는가
枯形寄空木  고형기공목  뼈 앙상한 육신만 관속에 눕네
嬌兒索父啼  교아색부제  자식들 아비 부르며 통곡하고
良友撫我哭  양우무아곡  친구들 죽은 나를 어루만지며 우네
得失不復知  득실불복지  죽은 나는 산 사람과 달라 이해득실 모르고
是非安能覺  시비안능각  옳고 그름 어찌 가리겠는가
千秋萬歲後  천추만세후  천 만년의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에는
誰知榮與辱  수지영여욕  잘 살았다 못 살았다 그 누가 알 것인가
但恨在世時  단한재세시  다만, 살아 생전에 소원이 있다면
飮酒不得足  음주부득족  마음껏 술 마시지 못한 것이 한이네.

 

■ 於王撫軍座送客 <王撫軍장군의 좌석에서 客을 전송하며>

 

冬日淒且厲 동일처차려 겨울 날 처량하고 또 매운데
百卉具已腓 백훼구이비 온갖 풀 이미 다 이즈러졌다
爰以履霜節 원이이상절 이 서리 밝는 계절에
登高餞將歸 등고전장귀 높은 곳에 올라와서 가려는 이 전별한다
寒氣冒山澤 한기모산택 찬 기운 산과 물 뒤덮고
遊雲倏無依 유운숙무의 떠나가는 구름은 빠르고 의지없다
洲渚四緬邈 주저사면막 물섬은 사방에 아득히 보이고
風水互乖違 풍수호괴위 바람과 물은 서로 어그러 진다
瞻夕欣良讌 첨석흔량연 저녘 경치 바라보며 좋은 잔치 기뻐하지만
離言聿雲悲 이언율운비 헤어진다니 슬픔 감돈다
晨鳥暮來還 신조모래환 새벽에 떠난 새 저물녘에 돌아오고
懸車斂餘輝 현거렴여휘 해수레 멈춰 남은 날빛 걷는다
逝止判殊路 서지판수로 가고 머물고 함, 뚜렷이 길 달리하여
旋駕悵遲遲 선가창지지 수레 돌리기 서글퍼 머믓거린다
目送回舟遠 목송회주원 돌아가는 배 멀어짐 눈으로 보내 주지만
情隨萬化遺 정수만화유 그 심정 세상 오만가지 변화따라 사라져 버릴게라


■ 四時  사시 

  

春水滿四澤  춘수만사택  봄물은 연못에 가득하고
夏雲多奇峰  하운다기봉  여름 구름은 산봉우리들처럼 떠 있네
秋月揚明輝  추월양명휘  가을달은 밝은 빛을 비추고
冬嶺秀孤松  동령수고송  겨울 산마루엔 큰 소나무 한 그루 서 있네

 
■ 擬古 9 <의고 9> 

  

種桑長江邊  종상장강변  뽕나무를 長江 가에 심고서
三年望當採  삼년망당채  3년을 두고 당연히 따게 되기 바랐더니만
枝條始欲茂  지조시욕무  가지들이 비로소 무성해지려 하더니
忽値山河改  홀치산하개  홀연히 산과 물이 바뀌는 꼴을 당했다
柯葉自摧折   가엽자최절  가지와 잎은 쓰러지고 부러져
根株浮滄海  근주부창해  뿌리와 밑둥은 푸른 바다에 떠올랐다
春蠶旣無食  춘잠기무식  봄누에 이미 먹을 것 없어 졌으니
寒衣欲誰待  한의욕수대  겨울옷은 누구한테 얻어 입어야 하나
本不植高原  본불식고원  본래 높은 언덕에 심지를 않았으니
今日復何悔  금일복하회  오늘에 와서 다시 무엇을 후회하랴 

 
■ 擬古 8 <의고 8> 

  

少時壯且厲  소시장차려  소시 적에는 힘차고 맹렬하여서
撫劍獨行遊  무검독행유  劍 을 잡고 혼자서 나다녔다
誰言行遊近  수언행유근  나다닌 게 가까웠다고 누가 말하겠는가
張掖至幽州  장액지유주  張掖에서 幽州까지 갔는데
飢食首陽薇  기식수양미  주리면 首陽山 고사리를 먹었고
渴飮易水流  갈음역수류  목마르면 易水의 흐르는 물을 마셨다
不見相知人  불견상지인  서로 아는 사람은 보지 못했고
惟見古時丘  유견고시구  예적의 무덤을 봤을 뿐이다
路邊兩高墳  로변양고분  길 가에 있는 두 개의 높은 무덤은
伯牙與莊周  백아여장주  伯牙와 莊周 였다
此士難再得  차사난재득  이 선비들을 다시 얻기 어려운데
吾行欲何求  오행욕하구  나는 다가서 무엇을 찾으려 하는가

 
■ 擬古 7 <의고 7> 

  

日暮天無雲  일모천무운  날이 저물어 하늘에는 구름 한점 없고
春風扇微和  춘풍선미화  봄 바람은 솔솔 부드럽게 불어온다
佳人美淸夜  가인미청야  선인은 맑은 밤을 좋아하니 
達曙酣且歌  달서감차가  날 새도록 술마시고 노래 부른다네
歌竟長太息  가경장탄식  노래가 끝나 길게 탄식하니
持此感人多  지차감인다  이에 많은 사람들 감동 하는구나 
皎皎雲間月  교교운간월  휘영청 밝은 구름사이 달은 
灼灼葉中華  작작엽중화  밝고 환한 잎 속의 꽃이로다 
豈無一時好  기무일시호  어찌 한때의 좋음이 없으리마는
不久當如何  부구당여하  오래가지 않았으니 어이 하랴

 

■ 擬古 6 <의고 6> 

  

蒼蒼谷中樹  창창곡중수  푸르고 푸른 골짜기 속 나무
冬夏常如玆  동하상여자  겨울 여름 없이 언제나 이와 같다
年年見霜雪  년년견상설  해마다 이슬과 서리 보았는데
誰謂不知時  수위불지시  그 누가 때를 모른다 말하겠는가
厭聞世上語  염문세상어  세상에 나도는 말들 물리도록 들었으니
結友到臨淄  결우도임치  벗을 사귀려면 임치로 가라
稷下多談士  직하다담사  직하에는 이야기꾼 많으니
指彼決吾疑  지피결오의  그들을 만나 나의 의혹을 풀자
裝束旣有日  장속기유일  떠날 준비 한지가 이미 여러 날 되고
已與家人辭  이여가인사  이미 집안 사람들과 하직하였다
行行停出門  행행정출문  어정거리다 문 밖 나서기를 그만두고서
還坐更自思  환좌경자사  돌아와 앉아 다시 혼자 생각한다 
不怨道里長  불원도리장  갈 길 멀다고 탓하는 것 아니고 
但畏人我欺  단외인아기  다만 남이 나를 속일까 두려운 거라
萬一不合意  만일불합의  만에 하나 뜻이 맞지 않는다면
永爲世笑嗤  영위세소치  영영 세상의 웃음거리로 되는 것이다
伊懷難具道  이회난구도  이 마음을 자세히 말하기 어려워
爲君作此詩  위군작차시  그대를 위해 이 시를 지었도다

 

■ 擬古 5 <의고 5> 

 

東方有一士  동방유일사  동방에 한 선비가 있어
被服常不完  피복상불완  옷을 입는 게 노상 완전치 않고
三旬九遇食  삼순구우식  한달에 아홉 차례만 밥을 먹고
十年著一冠  십년저일관  冠 하나로 십년을 쓰고 지낸다
辛勤無此比  신근무차비  괴로움이 그 이상 더할 수 없어도
常有好容顔  상유호용안  언제나 좋은 얼굴 지니고 있었도다 
我欲觀其人  아욕관기인  나는 그 사람이 보고 싶어서
晨去越河關  신거월하관  새벽에 떠나 황하 관문을 넘어서 왔다
靑松夾路生  청송협로생  푸른 솔들은 길을 끼고 서 있고
白雲宿簷端  백운숙첨단  흰 구름은 처마 끝에 머물러 있다
知我故來意  지아고래의  내가 찾아간 뜻을 알고
取琴爲我彈  취금위아탄  거문고 집어들고 나를 위해 타 주는구나
上絃驚別鶴  상현경별학  먼젓 가락은 이별하는 학을 놀라게 했고
下絃操孤鸞  하현조고란  뒤의 가락은 외로운 난새를 춤추게 했다
願留就君位  원류취군위  원컨대, 머물러 있으면서 그대 앞에 살고
從今至歲寒  종금지세한  지금부터 이 해의 추위가 올 때까지 지내고 싶다오

 

■ 擬古 4 <의고 4> 

 

초초百尺樓  초초백척루  높디높게, 치솟은 백척의 누각에서는
分明望四荒  분명망사황  사방 끝까지 다 선명하게 보인다
暮作歸雲宅  모작귀운택  저녁에는 돌아가는 구름의 집이 되고
朝爲飛鳥堂  조위비조당  아침에는 나는 새들의 대청이 된다
山河滿目中  산하만목중  산천은 눈 속에 가득 차 오고
平原獨茫茫  평원독망망  平原은 유달리 아득하구나
古時功名士  고시공명사  옛날 공명 쫓던 사나이들
慷慨爭此場  강개쟁차장  강개에 차올라 이 싸움터에서 싸우다가
一旦百歲後  일단백세후  하루 아침에, 평생을 마친 후
相與還北邙  상여환북망  함께들 북망산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松柏爲人伐  송백위인벌  소나무와 전나무는 사람에게 베어져 버리고
高墳互低昻  고분호저앙  높은 무덤이 서로 울퉁불퉁하구나
頹基無遺主  퇴기무유주  무너진 무덤터에는 남아 있는 주인 없으니
游魂在何方  유혼재하방  떠도는 혼은 어느 곳에 있는 것인가
榮華誠足貴  영화성족귀  영화는 참으로 귀하게 여길만 하나
亦復可憐傷  역복가련상  역시 또한 가련하고 슬프기도 하구나

 

■ 擬古 3 <의고 3> 

 

仲春구時雨  중춘구시우  한 봄에 때마침 내린 비 만나
始雷發東隅  시뢰발동우  첫 번개소리 동쪽 모퉁이에서 울린다 
衆蟄各潛駭  중칩각잠해  뭇 벌레들 저마다 잠에서 깨어 놀라고
草木從橫舒  초목종횡서  草木은 여기 저기로 뻗어간다
翩翩新來燕  편편신래연  펄펄날아 갓 돌아온 제비들은
雙雙入我廬  쌍쌍입아려  쌍쌍이 내 움막집으로 날아든다
先巢故尙在  선소고상재  먼저 둥지는 물론 그대로 있고 
相將還舊居  상장환구거  서로 이끌면서 옛 살던 데로 돌아온 거라
自從分別來  자종분별래  헤어지고 난 이래로 
門庭日荒蕪  문정일황무  문 앞뜰은 날로 황폐해졌도다
我心固匪石  아심고비석  내 마음이 본래 돌이 아닌데
君情定何如  군정정하여  그대들의 심정은 진정 어떠하겠나

 
■ 擬古 2 <의고 2> 

 

辭家夙嚴駕  사가숙엄가  집을 떠나 일찍이 떠날 채비 서두는 것은
當往至無終  당왕지무종  끝이 없는 곳 향해서 가려는 거라 
問君今何行  문군금하행  그대는 지금 무엇하러 가는 것인가 
非商復非戎  비상복비융  宋나라도 아니고 서융 또한 아니다
聞有田子春  문유전자춘  들으니 전자춘이란 사람 있는데 
節義爲士雄  절의위사웅  절의가 사나이 중의 으뜸이었소
斯人久已死  사인구이사  이 사람 오래 전에 죽어 버렸고
鄕里習其風  향리습기풍  그의 고향에서는 그의 기풍을 이어받았소
生有高世名  생유고세명  살아서는 세상에 뛰어난 이름이 나 있었고
旣沒傳無窮  기몰전무궁  죽고 나서는 무궁토록 전하여 지고 있구나 
不學狂馳子  불학광치자  못 배워 미친 듯이 달리는 자들은
直在百年中  직재백년중  그냥 살아서 남아 있다

 

■ 擬古 1 <의고 1> 

 

榮榮窓下蘭  영영창하란  창 밑에 무수이 피어 있는 난초 
密密堂前柳  밀밀당전유  집 앞에는 무성한 버드나무 
初與君別時  초여군별시  처음 그대와 헤어졌을 때 
不謂行當久  부위행당구  갈 길이 오래 걸리리라고 생각지 않았다 
出門萬里客  출문만리객  문을 나가 만리 길 나그네 되니 
中道逢嘉友  중도봉가우  도중에 좋은 친구 만나게 되었다네
未言心先醉  미언심선취  말도 하기 전에 마음 먼저 취해 
不在接杯酒  불재접배주  술잔을 같이 들어서가 아니었다
蘭枯柳亦衰  난고유역쇠  난초 말라 버리고, 버들 또한 쇠락하여서 
遂令此言負  수령차언부  마침내 그 말을 저버리게 되었구나 
多謝諸少年  다사제소년  여러 젊은이들에게 일러 주거니와 
相知不忠厚  상지부충후  서로 생각함이 넉넉하지 못했다네 
意氣傾人命  의기경인명  의기 드러내면 목숨도 기우는 터에 
離隔不何有  이격불하유  떨어져 버린다 해도 무슨 상관 있으리오

 

■ 癸卯歲始春懷古田舍2首 <초봄 농촌을 생각하며>
  
在昔聞南畝  재석문남무  남쪽 밭에서 농사짓는 한가로움을 
當年竟未踐  당년경미천  이제까지 스스로 경험하지 못했다
屢空旣有人  누공기유인  안회는 안빈낙도했다지만
春興豈自免  춘흥기자면  나도 계절 따라 농사를 지어야지
夙晨裝吾駕  숙신장오가  새벽이면 일어나 연장을 들고 
啓塗情已緬  계도정이면  밭으로 가는 기분이 마냥 부푼다
鳥弄歡新節  조농환신절  봄을 즐기며 새들도 날고 
冷風送餘善  냉풍송여선  훈훈한 바람이 불어와 곡식을 키운다
寒竹被荒蹊  한죽피황계  한 죽은 묵은 길 잡초 마냥 우거졌고
地爲罕人遠  지위한인원  버려져 사람 없는 땅은 더욱 넓고크다
是以植杖翁  시이식장옹  오래전에 지팡이 꽂고 농사짓던 은자가
悠然不復返  유연불부반  유유자적하며 다시는 세상에 나가지 않으라
즉理愧通識  즉리괴통식  약삭빠른 사람들 앞에서는 뒤지지만
所保䛯乃淺  소보거내천  절개 지키면 사람답게 사는 것이 더 가치가 있다

 

■ 郭主簿 <곽주부에게> 
 
譪譪堂前林  애애당전림  집 앞에 우거진 무성한 숲
中夏貯淸陰  중하저청음  한 여름 시원하게 그늘을 만들어
凱風因時來  개풍인시래  시원한 바람이 알맞게 불어와
回飇開我襟  회표개아금  회오리바람이 옷깃을 푸네
息交遊閒業  식교유한업  왕래를 끊고 한가롭게 살고자
臥起弄書琴  와기농서금  자고 일어나 책 읽고 거문고 타네
園蔬有餘滋  원소유여자  텃밭에는 채소가 넉넉하고
舊穀猶儲今  구곡유저금  창고에는 아직도 묵은 곡식이 남았네
營己良有極  영기양유극  필요한 만큼만 농사를 지어
過足非所欽  과족비소흠  분에 넘치는 것은 좋아하지 않는다
㫪秫作美酒  용출작미주  차와 조를 찌어 맛좋은 술을 담고
酒熟吾自斟  주숙오자침  술 익으면 혼자 마시네
弱子戏我側  약자희아측  어린아이들 내 곁에서 재롱을 떨며
學語未成音  학어미성음  말 배운다 옹알거리네
此事眞復樂  차사진부락  이 것이 삶의 참 즐거움이니
聊用忘華簪  요용망화잠  부귀영화가 무슨 소용인가
遙遙望白雲  요요망백운  높이 떠 있는 흰 구름 바라보며
懷古一何深  회고일하심  깊은 생각에 빠지네

 

■ 和郭主簿 2 <곽주부에게 2>

 

和澤周三春  화택주삼춘  날 따뜻하고 기분 좋은 봄철
淸凉素秋節  청량소추절  가을에 접어드니 기운이 맑고 차갑다
露凝無遊氛  노응무유분  서리내려 티 없는 맑은 하늘 
天高肅京澈  천고숙경철  높은 가을 하늘이 맑게 높기만 하다
陵岑聳逸峰  능잠용일봉  삐죽한 산봉우리 그림 같고 
遙瞻皆奇絶  요첨개기절  멀리서 보니 더욱 기가 막히다
芳菊開林耀  방국개림요  국화는 향기를 머금고 꽃피우고
靑松冠巖列  청송관암열  삐죽한 산마루 푸른 솔 줄지어 섰네
懷此貞秀姿  회차정수자  소나무같이 굳게 뻗은 절개 
卓爲霜下傑  탁위상하걸  서리에도 피는 국화마냥 굳은 절개
銜觴念幽人  함상염유인  잔 들고 그대 생각에 빠진다
千載撫爾訣  천재무이결  천년의 이별 애태우며 보낸다
檢素不獲展  검소불획전  소원을 펴지 못한 채
厭厭竟良月  염염경양월  세월을 보내니 가슴이 아프다

 

■ 乙酉歲九月九日 <을유세구월구일>

 

靡靡秋已夕  미미추이석  가을이 깊어 가는 계절
凄凄風露交  처처풍로교  이슬비 내려 더욱 차갑다 
蔓草不復榮  만초불복영  무성하던 초목도 시들어 
園木空自凋  원목공자조  집 앞의 나무도 앙상하구나
淸氣澄餘滓  청기증여재  맑은 바람은 탁한 공기를 씻고
杳然天界高  묘연천계고  가을 하늘은 푸르게 높기만 하다
哀蟬無留響  애선무유향  매미는 서글픈 울음을 그치고
叢雁鳴雲宵  총안명운소  기러기는 떼를 지어 구름 위를 나른다
萬化相尋繹  만화상심역  만물은 서로 다투듯 변해 가는데
人生豈不勞  인생기불로  사람들만이 힘들어 괴로워한다
從古皆有沒  종고개유몰  한번 언젠가는 죽기 마련
念之中心焦  염지중심초  생각하면 애간장이 타는 듯 답답하다
何以稱我情  하이칭아정  어찌하여야 내 마음을 위로 할 것인가 ?
濁酒且自陶  탁주차자도  막걸리나 마시고 스스로 취해야지
千載非所知  천재비소지  천년후의 일을 내 어찌 알겠는가
聊以永今朝  료이영금조  오늘 아침이나 실컷 마시고 즐기리라

 

■ 飮酒 1 <음주 1>


衰榮無定在  쇠영무정재  영고 성쇠는 정해진게 아니며
彼此更共之  피차갱공지  바뀌고 서로 돌게 마련이거늘
邵生瓜田中  소생과전중  오이 밭을 가는 소팽이가
寧似東陵時  녕사동릉시  동릉 후 였다고 누가 아는가 ?
寒署有代射  한서유대사  세월 바뀌는 계절같이
人道每如玆  인도매여자  인간의 삶도 그와 같으리라
達人解其會  달인해기회  깊은 재주를 터득하고 도통한 사람에게
逝將不復疑  서장불부의  두 번 다시는 이끌리지 않으리라
忽與一樽酒  홀여일준주  술 한 동이가 공짜로 생겼으니
日夕歡相持  일석환상지  해도 저물었으니 밤새워 술이나 마셔야지

 
■ 飮酒 2 <음주 2>


積善云有報  적선운유보  착하게 살면 복 받는 다 했는데 

夷叔在西山  이숙재서산  백이와 숙제는 수양산에서 굶었네
善惡苟不應  선악구불응  선과 악이 닦은 대로 되지 않으니

何事立空言  하사입공언  어찌 빈 말 만을 앞세웠는가 

九十行帶索  구십행대삭  구십노인 허리띠 졸라매고 가난하게 살았거늘
飢寒況當年  기한황당연  젊은 내가 이것을 못 참겠는가 ?
不賴固窮節  불뢰고궁절  청빈해도 선비된 나 곤궁의 절개 아니고서야
百世當誰傳  백세당수전  먼 후세에 어찌 이름 남기겠는가 ?

 

■ 飮酒 3 <음주 3>

 

道喪向千載  도상향천재  大道가 사라진지 어느덧 천년이라
人人惜其情  인인석기정  사람들은 서로가 情주기를 꺼린다
有酒不肯飮  유주불긍음  술이 있어도 함께 마시려 하지않고
但顧世間名  단고세간명  오직 세속의 명리<돈과 명예>만 즐겨 찾네
所以貴我身  소이귀아신  출세해서 화려하게 살더라도 
豈不在一生  기부재일생  짧은 한 평생에 지나지 않거늘
一生不能幾  일생부능기  그 한평생도 바람 앞에 등불이라
숙如流電驚  숙여유전경  한 순간의 번갯불 같은 것
鼎鼎百年內  정정백년내  길어야 백년도 못 사는 인생
持此欲何成  지차욕하성  부귀와 명리를 애써 얻어 무얼 하려나

 

■ 飮酒 4 <음주 4>

 

栖栖失群鳥  서서실군조  무리를 이탈한 새 한마리가 불안하게
日暮猶獨飛  일모유독비  해가 저물어도 여전히 혼자 날고 있구나
徘徊無定止  배회무정지  둥지를 틀지 못하고 늘 배회하며
夜夜聲轉悲  야야성전비  밤마다 더욱 서글피 운다
勵響思淸遠  여향사청원  그 울음 소리가 때로는 처량하고 아프다
去來何依依  거래하의의  머물 곳을 찾지 못하고 오락가락 하는구나
因値孤生松  인치고생송  그러다 홀로 자란 소나무를 찾아
斂翮遙來歸  염핵요래귀  먼 길 날아온 날개 접고 쉬노라
勁風無榮木  경풍무영목  세찬 비 바람에 나무도 꽃을 피우지 못하고
此蔭獨不衰  차음독불쇠  우거진 덤불속에 홀로선 소나무
託身旣得所  탁신기득소  이제 나의 몸 의지 할 곳 찾았으니
千載不相違  천재불상위  천년토록 영원히 헤어지지 않으리라

 
■ 飮酒 5 <음주 5>

  

結廬在人境  결려재인경  사람들 속에 농막을 짓고 산골에 사니 
而無車馬喧  이무거마훤  마차 시끄럽게 찾아오는 사람없다
問君何能爾  문군하능이  서글픈 마음에 어찌, 그럴 수 있는가 생각하니
心遠地自偏  심원지자편  마음이 멀어지니 땅(거리는)은 더욱 멀구나
采菊東籬下  채국동리하  동쪽 울타리 아래 국화를 꺽어들고
悠然見南山  유연견남산  유연하게 남산을 바라본다
山氣日夕佳  산기일석가  산 기운은 해 질녂이 더욱 아름답고
飛鳥相與還  비조상여환  떠돌던 새들도 무리지어 집으로 돌아오네
此間有眞意  차간유진의  여기에 자연의 참다운 뜻이 있으니
欲辯已忘言  욕변이망언  말하려 하다가 차마, 입을 다문다. 

 

위의글 飮酒 5는 도연명 詩 精神의 핵심이라 할 수있다. 해서 많은 사람들이 위의 글 飮酒 5 를 애송하고 있는 듯 하다. 후에 蘇東坡는【采菊東離下, 悠然見南山】【嘯傲東軒下, 요復得此生】【客養千金軀, 臨化消其寶】위의 세 구절을 道를 득한 경지의 詩 귀라고 했다. 또, 梁啓超는【客陽千金軀, 臨化消其寶】를 七千券의 大藏經에 맞먹는 명언이라 했다. 世俗의 名利에 탐한 사람들로서는 도저히 陶淵明의 人品과 詩를 共感 할 수 도 없을 것이다. 虛構와 假飾에 사는 오늘날 우리 내 삶과는 너무도 동떨어진 세계다. 『人生이란, 잠시 現世에 寄寓 하다가 다시, 없는 것으로 돌아갈 몸이거늘 後世에 무엇을 남기려고, 重傷과 謨略으로 世上을 사는가 』 라고 評 했다. 

 

■ 飮酒 6 <음주 6>

 

行止千萬端  행지천만단  사람의 행동은 사람마다 다르므로
誰止非與是  수지비여시  누가 잘났다 못났다 가리겠는가 ?
是非苟相形  시비구상형  저마다 멋대로 옳고 그름 정해 놓고
雷同共譽毁  뇌동공예훼  잘했다 못했다 부축이고 또는 헐뜯는다
三季多此事  삼계다차사  은,하,주 삼대 이후 더욱 그러하니
達士似不爾  달사사불이  도통한 선비만이 사람 두고 편가르지 않는다
咄咄俗中愚  돌돌속중우  참으로 가련한 세상의 어리석은 사람들이여
且當從黃綺  차당종황기  나는 모두 버리고 상사의 사호를 따르고저 한다
 


黃綺/ 진시황의 무도한 정치를 피해 낙양근처에 있는
상산으로 은퇴한 네 사람을 商山四皓라 한다.
東園公/角理先生/夏黃公/綺里季

 

■ 飮酒 7 <음주 7>

  

秋菊有佳色  추국유가색  아름다운 가을 국화꽃
裛露掇其英  읍노철기영  이슬이 내려앉은 꽃잎따서
汎此忘憂物  범차망우물  근심 잊으려 술에 띄워 마시니
遠我遺世情  원아유세정  속세와 멀어진 심정 더욱 간절하다
一觴雖獨進  일상수독진  잔 하나로 혼자 마시다 취하니
杯盡壺自傾  배진호자경  빈 술병과 더불어 쓸어지노라
日入群動息  일입군동식  날 저물어 만물이 쉬는 때
歸鳥趨林鳴  귀조추림명  날던 새들도 둥치 찾아 돌아온다 
嘯傲東軒下  소오동헌하  동쪽 창 아래서 휘파람 부니
聊復得此生  요부득차생  이보다 더 즐거운 시간이 어디 있는가 ? 

  

嘯傲東軒下, 요復得此生 참으로 기가막힌 문장이다.후에 蘇東坡는【采菊東離下, 悠然見南山】【嘯傲東軒下, 요復得此生】【客養千金軀, 臨化消其寶】위의 세 구절을 道를 득한 경지의 詩 귀라고 했다. 또, 梁啓超는【客陽千金軀, 臨化消其寶】를 七千券의 大藏經에 맞먹는 명언이라 했다. 世俗의 名利를 탐하는 사람들로서는 도저히 陶淵明의 人品과 詩를 共感 할 수 도 없을 것이다. 虛構와 假飾에 사는 오늘날 우리 내 삶과는 너무도 동떨어진 세계다. 『人生이란, 잠시 現世에 寄寓 하다가 다시, 없는 것으로 돌아갈 몸이거늘 後世에 무엇을 남기려고, 重傷과 謨略으로 世上을 사는가 』 라고 評 했다. 


■ 飮酒 8 <음주 8>

 

靑松在東園  청송재동원  푸른 소나무가 동쪽 정원에 있고
衆草沒其姿  중초몰기자  온갖 풀들은 그 모양 없어졌다
凝霜殄異類  응상잔이류  된서리가 다른 풀들 죽였는데도
卓然見高枝  탁연견고기  우뚝이 서서 높은 가지 보여준다
連林人不覺  연림인불각  연닿은 수풀을 사람들 못 느끼는데
獨樹衆乃奇  독수중내기  홀로 선 나무 온갖 것 중에 기묘하구나
提壺撫寒柯  제호무한기  술병 들어 차가운 가지에 걸어놓고 
遠望時復爲  원망시부위  멀리 바라보는 일 되풀이 한다
吾生夢幻間  오생몽환간  나는 꿈 같은 환각속에 사는데
何事塵羈  하사설진기  무엇하려고 티끌세상 굴레에 매어 지내겠는가

 

■ 飮酒 9 <음주 9> 

  

淸晨聞叩門  청신문고문  아침일직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서
倒裳往自開  도상왕자개  서둘러 옷 입고 대문을 여니
問子爲誰歟  문자위수여  누구냐고 묻는 내 앞에
田父有好懷  전부유호회  착하게 생긴 농부가 서 있다
壺漿遠見侯  호장원견후  멀리서 술 들고 인사 왔다며 
疑我與時乖  의아여시괴  세상과 떨어져 산다 나를 나무란다
襤縷茅詹下  남루모첨하  누차하게 초가집에 산다하여
未足爲高栖  미족위고서  고상하고 맑은 삶이라 할 수없다 한다
一世皆相同  일세개상동  모든 사람들이 서로 어울려 살듯이
願君汨其泥  원군골기니  그대 또한 뒤섞여 함께 더불어 살라 하네
深感父老言  심감부로언  농부의 말에 마음깊이 느끼는 바 있으나
稟氣寡所諧  품기과소해  본시 타고난 성품이 남들과 어울리길 싫어하니
紆비誠可學  우비성가학  험한 일이야 배울 수 있겠지만
違己䛯非迷  위기거비미  타고난 성품을 바꾸는 것도 바르지 못하리
且共歡此飮  차공환차음  속 뜻을 알았으니 가져온 술이나 마십시다
吾駕不可回  오가불가회  본래 타고난 나의 본성은 돌릴 수 없으리라

 
■ 飮酒 10 <음주 10> 

 

在昔曾遠游  재석증원유  오래 전에 군대를 따라 멀리 갔는데
直至東海隅  직지동해우  바로 동해 입구까지 갔노라
道路逈且長  도로형차장  종군의 길은 험하고 위험했다
風波阻中塗  풍파조중도  비 바람이 심해 고생도 했다
此行誰使然  차행수사연  누구를 위해 그 고생을 했나 ?
以爲飢所驅  이위기소구  생각하니 가난에 못 이긴 듯 하다
傾身營一飽  경신영일포  하지만, 노력하면 배는 채울 수 있고
少許便有餘  소허변유여  젊은 나이면 먹고도 남을 것이지만 
恐此非名計  공차비명계  그 길이 명예로운 계책이 아니니
息駕歸閒居  식가귀한거  가는 길 돌아서 전원으로 왔노라

 

 

■ 飮酒 11 <음주 11> 

 

顔生稱爲仁  안생칭위인  안연은 주변 사람들로 부터 존경받았고
榮公言有道  영공언유도  영계기는 도통했다고 이름이 높았으나
屢空不獲年  누공불획년  늘 삶에 허덕이다 일찍 죽었고
長肌至於老  장기지어노  늙어서도 굶주림에 시달리며 살았다
雖留身後名  수류신후명  비록 죽은 후에 이름을 남기기는 하였으나
一生亦枯槁  일생역고고  평생 굶주리며 누차하게 살았으니
死去何所知  사거하소지  죽은 후에는 어찌 알겠는가
稱心固爲好  칭심고위호  살면서 마음 편하면 되는 일
客養千金軀  객양천금구  천금이나 보배로 육신을 꾸며도
臨化消其寶  임화소기보  죽으면 모두 사라져 없어지리라
裸葬何必惡  나장하필악  맨 몸으로 흙 속에 뭍이는 것도 나쁘지 않다
人當解意表 인당해의표  사람들아 속 깊은 참 뜻을 알아라 

  

후에 蘇東坡는【采菊東離下, 悠然見南山】【嘯傲東軒下, 요復得此生】【客養千金軀, 臨化消其寶】위의 세 구절을 道를 득한 경지의 詩 귀라고 했다. 또, 梁啓超는【客陽千金軀, 臨化消其寶】를 七千券의 大藏經에 맞먹는 명언이라 했다. 世俗의 名利에 탐한 사람들로서는 도저히 陶淵明의 人品과 詩를 共感 할 수 도 없을 것이다. 虛構와 假飾에 사는 오늘날 우리 내 삶과는 너무도 동떨어진 세계다. 『人生이란, 잠시 現世에 寄寓 하다가 다시, 없는 것으로 돌아갈 몸이거늘 後世에 무엇을 남기려고, 重傷과 謨略으로 世上을 사는가 』 라고 評 했다.  

 

■ 飮酒 12 <음주 12> 

 

長公曾一仕  장공증일사  장공은 한번 세상에 나갔으나
壯節忽失時  장절홀실시  젊은 나이에 바로 세상을 버리고
杜門不復出  두문불부출  두문 불출하면서
終身與世辭  종신여세사  평생토록 속세와 멀어졌네
仲理歸大澤  중리귀대택  양중리도 물러나 큰 집에 돌아오자
高風始在玆  고풍시재자  고고한 인품을 비로소 깨달았네
一往便當已  일왕변당이  한번 결심하면 당연히 끝을 봐야지
何爲復狐疑  하위부호의  하는 듯 마는 듯 하지 않으리라
去去當奚道  거거당해도  지금 당장 물러나 어디로든 가야 하지만
世俗久相欺  세속구상기  세상은 언제나 속이기만 하니
擺落悠悠談  파락유유담  허튼 소리는 귀에 새기지 말고
請從余所之  청종여소지  오직 내 뜻에 따라 살리라

 

■ 飮酒 13 <음주 13> 

 

有客常同止  유객상동지  두 사람이 한 집에 살고 있지만 
取舍邈異境  취사막이경  생각은 서로 다르다
一士長獨醉  일사장독취  한 사람은 늘 취해있고
一夫終年醒  일부종년성  다른 사람은 맨 정신이니
醒醉還相笑  성취환상소  두 사람이 취하고 멀쩡함을 서로 비웃으며
發言各不領  발언각불령  서로 말도 통하지 않는다
規規一何愚  규규일하우  그러나 고지식하게 깨어있는 자는 어리석고
兀傲差若穎  올오차약영  오히려 큰소리치는 주정뱅이가 현명하다
寄言酣中客  기언감중객  술 취한 사람에게 한 마디 하겠노라
日沒燭當秉  일몰촉당병  날 저물면 촛불 켜고 밤 새워 마시라고

 

■ 飮酒 14 <음주 14> 

  

故人賞我趣  고인상아취  옛 친구들 나를 반기며
설壺相與至  설호상여지  술병 들고 몰려 왔서
班荊坐松下  반형좌송하  소나무 아래에 자리 펴고
數斟已復醉  수짐이부취  연거푸 마신 술이 이내 취하네
父老雜亂言  부노잡난언  취기가 오르자 친구들 소란스럽고
觴酌失行次  상작실행차  술 따르는 순서도 뒤죽박죽이라
不覺知有我  불각지유아  취하여 내가 누군지조차 잊었는데,
安知物爲貴  안지물위귀  명리<부귀,명예> 귀한 줄을 어찌 알겠는가 ?
悠悠迷所留  유유미소유  한가로이 마시고 어울리니
酒中有深味  주중유심미  술 속에 깊은 생각 있음을 그대는 아는가 ?

 

 ■ 飮酒 15 <음주 15> 

 

貧居乏人工  빈거핍인공  가난한 생활이라 사람 품(品) 모자라서 
灌木荒余宅  관목황여택  관목이 내 집을 황무하게 만들었다
班班有翔鳥  반반유상조  또렷또렷, 나는 새 있는데도
寂寂無行跡  적적무행적  잠잠하고 지나가는 자취 없다
宇宙一何悠  우주일하유  우주는 어찌도 그토록이나 한정 없는가 
人生少至百  인생소지백  사람 사는 건 백 살이 별로 없는데 
歲月相催逼  세월상최핍  세월은 무섭게 몰아세워 
鬓邊早已白  빈변조이백  귀밑머리는 일찌감치 세어 버렸다
若不委窮達  약불위궁달  곤궁과 영달을 도외시하지 않는다면
素抱深可惜  소포심가석  본래 품었던 생각이 퍽이나 불상하며애석하도다

 

■ 飮酒 16 <음주 16> 

 

少年罕人事  소년한인사  어려서부터 세상과 어울리지 못하고
遊好在六經  유호재육경  육경을 읽으며 친구를 삼았더니
行行向不惑  행행향불혹  세월 흘러 나이 사십 바라보니
淹留遂無成  엄류수무성  내가 이룬 일이 없구나
竟抱固窮節  경포고궁절  오직, 비굴하지 않은 굳은 절개만을 품은 채
飢寒飽所更  기한포소경  추위와 굶주림만 지겹도록 겪었다
弊廬交悲風  폐려교비풍  초라한 오두막엔 차가운 바람만 드나들고
荒草沒前庭  황초몰전정  잡초는 집 주변을 황폐하게 만들었구나
披褐守長夜  피갈수장야  낡은 옷 걸치고 지새우는 긴긴 밤
晨鷄不肯鳴  신계불긍명  닭마저 새벽을 알리지 않으려 한다
孟公不在玆  맹공부재자  선비를 알아주는 맹공도 없으니
終以吾情  종이예오정  끝내 내 가슴이 답답하다.

 

■ 飮酒 17 <음주 17> 

  

幽蘭生前庭  유란생전정  그윽한 난 꽃이 뜰 앞에 피었다
含薰待淸風  함훈대청풍  향기 품고 맑은 바람 기다리는 난
淸風脫然至  청풍탈연지  마침, 맑은 바람 불어오니
見別簫艾中  견별소애중  비로써 쑥 풀과 다른 줄 알겠구나
行行失故路  행행실고로  길을 가다 내가 거닐던 옛 길을 잃었으니
任道或能通  임도혹능통  자연의 섭리 따라야 마음도 통달하리라
覺悟當念還  각오당염환  깨달으면 당연히 돌아가야지
鳥盡廢良弓  조진폐양궁  새를 잡으면 활은 버리나니

 

■ 飮酒 18 <음주18> 

  

子雲性嗜酒  자운성기주  양자운은 날 때부터 술을 좋아했으나
家貧無由得  가빈무유득  집이 가난하여 마실 수가 없었다
時賴好事人  시뢰호사인  가끔, 글 좋아하는 사람이 막걸리 들고 와서
載료거所惑  재료거소혹  모르는 글 물으니
觴來爲之盡  상래위지진  잔 들어 홀짝 마시고
是諮無不塞  시자무불색  모르는 글을 쉽게 풀더라
有時不肯言  유시불긍언  다른 나라 침략에 대한 말은
豈不在伐國  기불재벌국  입 다물고 모르는 척 하노라
仁者用其心  인자용기심  인자가 정신을 바로 사용하면
何賞失顯黙  하상실현묵  어찌 출사와 은퇴를 못하겠는가
 

■ 飮酒 19 <음주19>

    

疇昔苦長飢(주석고장기) 전에는 늘 배고픔에 시달려서
投耒去學仕(투뢰거학사) 쟁기 버리고 벼슬살이에 나섰다
將養不得節(장양부득절) 그러나 가족들 부양하기가 어려웠고
凍餒固纏己(동뇌고전기) 늘 추위와 배고픔에 시달렸다
是時向立年(시시향입년) 그 때가 내 나이 삼십이였으니
志意多所恥(지의다소치) 내 의지와 마음이 부끄러웠다
遂盡介然分(수진개연분) 하지만 나의 성품을 지키려고
拂衣歸田里(불의귀전리) 벼슬 버리고 전원으로 돌아왔다
冉冉星氣流(염염성기류) 하늘의 별 위치 따라 세월도 흘러
亭亭復一記(정정부일기) 십 이년이 지나갔네
世路廓悠悠(세로곽유유) 세상살이는 길이 넓고도 멀어
楊朱所以止(양주소이지) 양주같이 길 몰라 망설이네
雖無揮金事(수무휘금사) 흥청망청 쓸 돈은 없으나
濁酒聊可恃(탁주요가시) 막걸리라도 마시며 내 마음을 위로해야지.


■ 飮酒 20 <음주 20> 

   

羲農去我久  희농거아구  복희 신농이 오래 전에 죽은 후로
擧世少復眞  거세소복진  세상에 바르게 살려는 사람이 없다
汲汲魯中叟  급급노중수  열심히 노력한 노 나라 공자는
彌縫使其淳  미봉사기순  바른 나라 만들려고 노력했으나
鳳鳥雖不至  봉조수부지  봉황이 되어 날지는 못했노라
禮樂暫得新  예낙잠득신  잠시 나마 예악을 새로 만든다
洙泗輟微響  수사철미향  유학자의 글 읽는 소리 사라지고
漂流逮狂秦  표류체광진  파도치는 물살이 마치, 미친 진나라 같다
詩書復何罪  시서복하죄  시경과 서경이 무슨 죄가 있다고
一朝成灰塵  일조성회진  책을 불태워 재를 만드나
區區諸老翁  구구제노옹  나라의 학자들은 
爲事誠殷勤  위사성은근  정성드려 예의를 가르쳤으나
如何絶世下  여하절세하  오늘날 세상은 거꾸로 가는지
六籍無一親  육적무일친  아무도 육경을 공부하지 않는다
終日馳車走  종일치거주  하루종일 수레 몰고 다녀도
不見所問津  부견소문진  학문의 길 묻는 이 보지 못했네
若復不快飮  야복불쾌음  세상이 이르니 술 마시지 않는다면
空負頭上巾  공부두상건  머리에 쓴 갓에게 미안하리
但恨多謬誤  단한다류오  나의 이런 넉두리가 마음에 안 들어도
君當恕醉人  군당서취인  취한 나를 너그럽게 용서하시게나
 


■ 詠貧士 <영빈사> 

 

萬族各有託  만족각유탁  만물은 각자 몸 의지 할 곳 있거늘
孤雲獨無依  고운독무의  흐르는 구름은 홀로 의지 할 때없이
曖曖空中滅  애애공중멸  아득한 허공에서 사라져 없어지니
何時見餘暉  하시견여휘  어느 때 여광을 남기리
朝霞開宿霧  조하개숙무  새벽 여명에 밤 안개가 걷이고
衆鳥相與飛  중조상여비  새들 짝지어 날지만
遲遲出林  지지출림핵  뒤늦게 둥지를 나선 늦 발이 새는
未夕復歸來  미석복귀래  해도 지기 전에 다시 돌아오네
量力守故轍  양력수고철  분수 따라 삶을 살아온 선비는
豈不寒與飢  기불한여기  누구나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렸노라
知音苟不存  지음구부존  이제 나를 알아주는 사람도 없으니
何所悲  이이하소비  슬퍼한들 어쩔것인가 ? 
 

■ 形贈影 <형증영> 


 天地長不沒  천지장불몰  하늘과 땅은 영원히 존재하고
山川無改時  산천무개시  산과 강도 바뀌지 않을 것이다
草木得常理  초목득상리  초목도 하늘의 이치를 알아
霜露榮悴之  상로영췌지  서리와 이슬에 시들었다 다시 피는데
謂人最靈智  위인최영지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 사람만은
獨復不如玆  독부불여자  고독하게 그들과 같지 않더라
適見在世中  적견재세중  인연으로 이 세상에 태어났다가
奄去靡歸期  엄거미귀기  한번 사라지면 영원히 돌아오지 않으니
奚覺無一人  해각무일인  죽은 사람을 누가 기억하겠는가 ?
親識豈相思  친식기상사  친척들도 잊는 것을
但餘平生物  단여평생물  살아서 항상 쓰던 물건만 남아서
擧目情悽而  거목정처이  보는 사람만 옛정에 눈물 흘리네
我無騰化術  아무등화술  나 또한 신선 될 재주 없으니
必爾不復疑  필이불부의  언젠가는 그들과 같으리라
願君取吾言  원군취오언  그림자여 자내도 내 말을 들어 이해하고
得酒莫苟辭  득주막구사  사양말고 술이나 들어 훌쩍 마시게
 

■ 影答形 <영답형>


存生不可言  존생불가언  영원히 사는 것은 말도 안되고
衛生每苦拙  위생매고졸  당장, 춥고 배고파 고생이라
誠願遊崑華  성원유곤화  곤륜산과 화산에서 신선되고 싶지만
邈然玆道絶  막연자도절  길이 멀어 막막하구나
與子相遇來  여자상우래  그대와 우연히 만나 서로 짝이되어
未嘗異悲悅  미상이비열  슬픔과 기쁨을 함께 했구나
憩蔭若暫乖  게음약잠괴  그늘에 쉴 때는 잠시 떨어졌으나
止日終不別  지일종불별  햇볕에 나서면 늘 함께였노라
此同旣難常  차동기난상  하지만 영원히 함께 있긴 어려우니
黯爾俱時滅  암이구시멸  때가 되면 서로가 어둠에 뭍이리
身沒名亦盡  신몰명역진  몸이 죽으면 이름도 사라지리니
念之五情熱  염지오정열  오장육부가 타는 듯 하다
立善有遺愛  입선유유애  오직 선한 행적만이 남는다 하니
胡爲不自竭  호위불자갈  착하게 살지 않으려나
酒云能銷憂  주운능소우  술이 근심을 없애 준다고 하나
方此䛯不劣  방차거불열  그 보다 못할 것이네
 
■ 神釋 <신석>

 

大鈞無私力  대균무사력  천지의 변화는 사사롭지 않고
萬理自森著  만리자삼저  모든 섭리는 만물을 반영한다
人爲三才中  인위삼재중  사람의 운명도
豈不以我故  기불이아고  내가 있으므로 해서가 아니겠는가
與君雖異物  여군수이물  내가 그대들과 다른 존재이긴 하나
生而相依附  생이상의부  날때부터 서로 의지해 함께 살면서
結託善惡同  결탁선악동  선과 악을 같이 했으니
安得不相語  안득불상어  한마디 하겠다
三皇大聖人  삼황대성인  복희 신농 의 세 황제도
今復在何處  금부재하처  죽어서 지금은 흔적이 없으며
彭祖愛永年  팽조애영년  불로장생 한다던 팽조도
欲留不得住  욕류부득주  결국 죽었노라
老少同一死  노소동일사  사람은 늙으나 젊으나 언젠가는 죽기 마련
賢愚無復數  현우무부수  잘났다 어리석다 서로 판단하기 어렵구나 
日醉惑能忘  왈취혹능망  술 취하면 모든 것 다 잊는다 했지만
將非促齡具  장비촉령구  술은 생명을 다치는 것 
立善常所欣  입선상소흔  그림자는 착한 일을 기쁘다 못하니
誰當爲汝譽  수당위여예  누가 그대를 위해함께 하겠는가
甚念傷吾生  심념상오생  지나친 생각은 도리어 삶을 해치네
正宜委運去  정의위운거  대자연의 섭리에 맡겨야지
縱浪大化中  종랑대화중  천지의 조화란 물결에 하나가 되면
不喜亦不懼  불희역불구  좋고 나쁜 생각도 없을 걸세
應盡便須盡  응진편수진  언젠가 보내야 할 운명 어서 보내게
無復獨多慮  무복독다려  혼자 고독하게 걱정하지 말고
 

■ 於西田穫早稻 <서쪽 밭에서 올벼를 거두고>
  
人生歸有道  인생귀유도  인생은 결국 도에 돌아가지만
衣食固其端  의식고기단  우선은 먹고 입는 일이 삶의 바탕이니라
孰是都不營  숙시도불영  누구나 이를 제 힘으로 해결 않고
而以求自安  이이구자안  스스로 행복하기를 구할 수 없다
開春理常業  개춘이상업  봄에 열심히 씨를 뿌려야
歲功聊可觀  세공요가관  가을에 수확을 거둘 수가 있으니
晨出肆微勤  신출사미근  새벽에 나가서 열심히 일하고
日入負耒還  일일부뢰환  해지면 쟁기 메고 돌아온다
山中饒霜露  상중요상로  서리 이슬 많이 내리는 산중이라
風氣亦先寒  풍기역선한  바람도 평지보다 많이 분다
田家豈不苦  전가기불고  삶이 어찌 고생스럽지 않으리
弗獲사此難  불획사차난  허나 그 어려움 마다해선 안되노라
四體誠乃疲  사체성내피  온 몸이 몹시 피곤하여 고달파도
庶無異患干  서무이환간  우리야 전쟁 없기만 바랄 뿐이라
관濯息詹下  관탁식첨하  손 발씻고 처마 밑에 쉬면서
斗酒散襟顏  두주산금단  큰 술잔 가득 마시니 배가 부르다 
遙遙沮溺心  요요저익섬  옛날에 숨어 농사짓던 장저 걸익의
千載乃相關  천재내상관  정신을 천년후의 내가 알겠노라
但願常如此  단원상여차  언제까지나 이렇게 농사짓기 바랄 뿐 
躬耕非所歎  궁경비소탄  몸소 일하는 피곤함은 걱정 없노라
 

■ 癸卯歲十二月中作與從弟敬遠  


寢迹衡門下  침적형문하  초라한 집에 몸을 의지하고
邈與世相絶  막여세상절  속세와 멀어 졌노라
顧盼莫誰知  고반막수지  주변을 둘러봐도 아는 사람 없고
荊扉晝常閉  형비주상폐  늘 낮에도 싸립문 굳게 닫혔네
凄凄歲暮風  처처세모풍  겨울세찬 바람 쌀쌀히 불고
翳翳經日雪  예예경일설  계속 내리는 눈에 하늘도 어둡다
傾耳無希聲  경이무희성  귀를 기울여도 소리하나 없고
在目晧已潔  재목호이결  끝없이 희고 맑은 눈뿐이네
勁氣侵襟袖  겹기침검수  찬바람이 옷 속으로 스며들고
簞瓢謝屢設  단표사누설  밥그릇과 물그릇도 마련하지 못하노라
蕭索空宇中  소삭공우중  쓸쓸하게 텅 빈 집 안에는
了無一可悅  요무일가열  아무런 기쁨도 찾을 길 없네
歷覽千載書  역람천재서  천년전의 책을 뒤지다 보니
時時見遺烈  시시견유열  뛰어난 위인들의 덕행을 알 수 있어
高操非所攀  고조비소반  높은 지조야 쫓아 오를 수 있으나
深得固窮節  심득고궁절  고궁절 만은 나도 깊이 터득했노라
平津苟不由  평진구불유  평진공 같이 못될 바에야
捿遲詎爲拙  서지거위졸  은퇴한들 나쁘다 할 수 없으리
寄意一言外  기의일언외  말 못할 나의 심정 한이 없지만
玆契誰能別  자계수능별  오직 그대만은 알아주려는가
 

■ 還舊居 <환구거>
  

疇昔家上京  주석가상경  전에는 서울에 살다가 
六載去還歸  육재거환귀  육년 전에 고향으로 돌아갔네
今日始復來  금일시부래  다시 서울에 와 보니
惻愴多所悲  측창다소비  모든 것이 처량하고 서글프다
阡陌不移舊  천맥불이구  밭 뚝은 옛과 다름 없으나 
邑屋惑時非  흡옥혹시비  마을의 집은 예전 같지 않더라
履歷周故居  이력주고거  옛집 주위를 두루 돌았으나
隣老罕復遺  인로한부유  살아 남은 이웃영감이 적구나
步步尋往迹  보보심왕적  발걸음 옴겨 옛추억을 더듬으며
有處特依依  유처특의의  그 자리를 쉽게 떠나지 못했노라
流幻百年中  유환백년중  백년인생은 유전 변화하며
寒暑日相推  한서일상추  세월은 나날이 떠 밀듯이 흘러가니
常恐大化盡  상공대화진  일찍 죽어 쓰러질까 두렵구나
氣力不及衰  기력불급쇠  아직 기력 다하지 않았는데
廢置且莫念  폐치차막념  부질없는 생각일랑 말고
一觴요可揮  일상요가휘  한잔 술 말끔히 비우리라

 
■ 移居-1 <이거 1>
  
昔欲居南村  설욕거남촌  오래 전부터 남촌에 살고자 했음은
非爲卜基宅  비위복기택  미리 집터를 점처 놓았기 때문이다
聞多素心人  문다소심인  소박하고 좋은 사람 많다기에
樂與數晨夕  낙여삭신석  아침 저녁으로 어울려 즐기고자 했는데
懷此頗有年  회차파유년  몇 년을 벼르다가
今日從玆役  금일종자역  오늘 이사했다
폐廬何必廣  폐려하필광  가난한 내집 클 필요가 없고
取足蔽床席  취족폐상석  잠자리 눕일 공간이면 족해
隣曲時時來  인곡시시래  노상 이웃 사람들 찿아와서
抗言談在昔  항언담재석  옛일을 큰 소리로 담론하며
奇文共欣賞  기문공흔상  좋고 신기한 글 감상하고
疑義相與析  의의상여석  뜻을 묻고 풀었노라

 
■ 移居-2 <이거 2>
  
春秋多佳日  춘추다가일  봄 가을에는 좋은 날이 많으니
登高賦新詩  등고부신시  오늘도 높은 곳 올라 시를 읊노라
過門更相呼  과문경상호  문 앞 지나면 서로 불러 들여
有酒斟酌之  유주짐작지  술 따라 잔 권하며 마시노라 
農務各自歸  농무각자귀  농사일 바쁠때는 각자 밭에 가고
閒暇輒相思  한가첩상사  한가롭게 틈이 나면 서로 생각하여
相思則披衣  상사칙피의  친구 생각에 이내 옷 걸치고 찾아가
言笑無厭時  언소무염시  담소하며 끝낼 줄을 모르더라
此理將不勝  차리장불승  이렇게 사는 것이 가장 좋거늘
無爲忽去玆  무위홀거자  아예 이곳에서 나갈 생각 말아라
衣食當須記  의식당수기  의식은 마땅히 내 손으로 만들어 야지
力耕不吾欺  역경불오기  애써 농사 지으면 반드시 좋은 결과 있으리라

 

■ 讀山海經 
  
孟夏草木長  맹하초목장  여름의 초목은 나날이 자라고
繞屋樹扶疎  요옥수부소  집 둘레 나무는 잎이 푸르다   
衆鳥欣有託  중조흔유탁  새 들은 둥지 틀며 즐거워하고
吾亦愛吾盧  오역애오노  나 또한 내 집을 사랑하노라   
旣耕亦已種  기경역이종  밭 갈고 씨 뿌렸으니   
時還獨我書  시환독아서  이제는 책을 꺼내 읽는다
窮巷隔深轍  궁항격심철  내 사는 곳 서울에서 멀어   
頗回故人車  파회고인거  친한 이도 수레를 돌리어 간다
欣然酌春酒  흔연작춘주  즐거이 혼자 봄 술을 마시며
摘我園中蔬  적아원중소  텃밭의 나물 뜯어 안주를 삼는다
微雨從東來  미우종동래  가랑 비는 동쪽에서 내리고
好風與之俱  호풍여지구  비와 함께 불어오는 바람도 좋다   
汎覽周王傳  범람주왕전  잠잠히 주왕전을 꺼내어
流觀山海圖  유관산해도  산해도를 읽는다
傘仰終宇宙  산앙종우주  고개 끄덕이는 동안 우주를 다 보니
不樂復何如  불락복하여  이 보다 더한 즐거움이 어디 있겠는가 ?

 
■ 桃花源記 <무릉도원>

  

嬴氏亂天記 (영씨난천기) 진나라 임금이 천도를 흩트리자
賢者避其世 (현자피기세) 현자들이 세상에서 몸을 숨겼다
黃綺之商山 (황기지상산) 네 사람의 은자들이 상산으로 갔고
伊人亦云逝 (이인역운서) 그들 역시 이 곳으로 피신 왔노라
往迹沈復湮 (왕적침복인) 은신해 갔던 발자국도 세월에 묻혀 지워지고
來逕遂蕪廢 (내경수무폐) 도화원으로 오던 길도 황폐해 버렸다
相命肆農耕 (상명사농경) 서로 도와 농사에 힘들이고
日入從所憩 (일입종소게) 해가 지면 편하게 쉬더라
桑竹垂餘蔭 (상죽수여음) 뽕과 대나무가 무성하여 그늘이 짙고
菽稷隨時藝 (숙직수시예) 콩과 기장 때를 따라 심는다
春蠶收長絲 (춘잠수장사) 봄 누에 쳐서 비단실 거두고
秋熟靡王稅 (추숙미왕세) 가을추수 세금 안 바치더라
荒路曖交通 (황로애교통) 황폐한 길이 희미하게 틔었고
鷄犬互鳴폐 (계견호명폐) 닭과 개가 서로 울부짖고 있다
俎豆猶古法 (조두유고법) 제사도 여전히 옛법 대로이고
衣裳無新製 (의상무신제) 옷도 새로운 유행을 따르지 않는다
童孺縱行歌 (동유종행가) 어린아이들은 멋대로 길에서 노래하고
斑白歡遊詣 (반백환유예) 백발 노인들은 즐겁게 서로 �는다
草榮識節和 (초영식절화) 풀 자라니 온화한 봄철인줄 알고
木衰知風慮 (목쇠지풍려) 나무 시들자 바람찬 겨울인줄 아노라
雖無記歷志 (수무기력지) 비록 달력 같은 기록은 없어도
四時自成歲 (사시자성세) 사계절 변천으로 일년을 알 수 있노라
怡然有餘樂 (이연유여락) 기쁜 낯으로 마냥 즐겁게 살고
于何勞智惠 (우하노지혜) 애를 써서 꽤나 재간을 부리지 않는다
奇蹤隱五百 (기종은오백) 흔적없이 가려워 진지 오백년만에
一朝敞神界 (일조창신계) 홀연히 신비의 세계가 나타났으나
淳薄旣異源 (순박기이원) 순박한 도원경과 야박한 속세 서로 맞지 않아
旋復還幽弊 (선부환유폐) 이내 다시 신비속에 깊이 숨었노라
借問遊方士 (차문유방사) 잠시 속세에 사는 사람들에게 묻겠노라
焉測塵囂外 (언측진효외) 먼지와 소음없는 신비로움을 알겠는가?
願言躡輕風 (원언섭경풍) 바라 건데 사뿐히 바람을 타고
高擧尋吾契 (고거심오계) 높이 올라 나의 이상을 찾으리
  

  

◆ 桃花源記 ◆

晉太元中,武陵人捕魚爲業,緣溪行,忘路之遠近 忽逢桃花林,夾岸數百步,中無雜樹,芳草鮮美,落英 紛,漁人甚異之, 復前行,欲窮其林 林盡水源,便得一山,山有良田美池桑竹之屬,阡陌交通,犬相聞 其中往來種作,男女衣著,悉如外人,黃發垂 ,幷怡然自樂 見漁人,乃大驚,問所從來,具答之,便要還家,設 殺?作食,村中聞有此人,咸來問訊 自云先世避秦時亂,率妻子邑人,來此絶境,不復出焉, 遂與外人間隔 問今是何世,乃不知有漢,無論魏 晉 此人一一爲具言所聞,皆嘆 余人各復延至其家,皆出 食 停數日辭去,此中人語云“不足爲外人道也”旣出,得其船,便扶向路,處處志之 及郡下,詣太守說此 太守卽遣人隨其往,尋向所志,遂迷不復得路南陽劉子驥,高士也,聞之,欣然規往,未果,尋病終 后遂無問津者

 

◆ 도화원기 풀이 ◆

晉(진) 나라 太原(태원) 때, 武陵(무릉)에 고기잡이를 하며 사는 사람이 있었다. 어느 날 강을 따라 가다가 길을 잃어버려 헤매다가 갑자기 복숭아 숲을 만나게 되었다. 언덕을 따라 몇 걸음 걸어가니 그 가운데 잡목이 없는 넓은 벌판이 있었는데 아름답고 향기로운 풀이 싱그러우며 꽃잎이 어지러이 휘날리고 있었다. 어부는 매우 이상하게 생각하고 더 앞으로 나가 그 숲의 끝까지 가보려 했다. 숲이 다 한 곳은 水源(수원)이며 거기 한 산이 있는데, 산에는 기름진 밭과 맑은 연못과 뽕나무 대나무가 울창하며, 조금을 더 걸어가니 닭과 개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가운데를 오가면서 농사일 하는 남녀의 입은 옷은 모두 딴 세상사람의 옷과 같았으며 백발의 노인과 아이들 모두 즐거워 보였다. 어부를 보고 크게 놀라 어떻게 여기 왔느냐고 묻는다. 그 내력을 다 말하니 집으로 데려가 술상을 마련하고 닭은 잡고 밥을 지어서 먹어라 한다. 마을에 이 사람(어부)이 온 소문을 듣고 호기심으로 여러 가지를 무르로 사람들이 몰려왔다. 마을 사람들이 스스로 말하기를 그들은 秦(진)나라 때 난리를 피해 처자와 읍의 사람을 대리고 이 외진 곳에 와서 다시 돌아가지 않았다 하며, 그때부터 외지 사람과 사이가 단절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묻기를 지금은 어느 시대인가 하는데, 漢(한)나라가 있다는 것조차도 모르며 魏(위)나라와 晉(진)나라도 알지 못한다. 거기 사람들은 그런 말을 자세히 다 듣고 모두 탄식을 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다 그들 집으로 초청해서 모두 술과 음식을 내온다. 며칠을 묵고 작별하려고 떠나는데, 그 가운데 한 사람이 말하기를 [ 외부 사람들에게 우리이야기를 하지 말아 주세요]라고 했다. 그곳을 떠나 배를 타고 오면서 가는 길목 곳곳에 일일이 표시를 해 두었다. 군에 도착하자 太守(태수)에게 가서 그 말을 다 했다. 태수는 사람을 보내어 그가 간 곳을 찾아가 보게 했는데 표시한 곳을 찾았으나 결국 헷갈려서 길을 찾지 못했다. 남양에 유자기라는 고상한 선비가 이 소식을 듣고 기꺼이 그 곳에 갈 계획을 세웠으나 결과도 못 이르고 얼마 되지 않아 병이 나서 죽고 말았다. 그 뒤로는 길을 묻는 자가 다시는 없었다.
 
■ 止酒<술을 끊어리> 

 

居止次城邑(거지차성읍) 마을 안에 있는 내 집  
逍遙自閒止(소요자한지) 유유자적하며 한가하게 사노라
坐止高蔭下(좌직고금하) 높은 그늘에 앉아 쉬고
步止筆門裏(보지필문리) 싸립문 드나들며 거닌다  
好味止園葵(호미지원규) 해바라기씨 말려서 먹고
大歡止雉子(대환지치자) 어린 아들을 사랑하노라
平生不止酒(평생부지주) 평생 술을 마시며 친구 했으니
止酒情無喜(지주정무희) 술 안 마시면 기쁜 일도 없다
暮止不安寢(모지불안침) 저녁에 술 마셔야 잠을 잘 수 있고
晨止不能起(신지불능기) 아침에는 술 마시고 깨어나니
日日欲止之(일일욕지지) 어떻게 술을 끊을 수 있으랴
營衛止不理(영위지불리) 건강이 좋지 않음은 당연한 일
徒知止不樂(도지지불락) 안 마시면 않되는 줄만 알았지
未知止利己(미지지이기) 내 몸 상하는 줄 몰랐노라
始覺止爲善(시각지위선) 술 끊는 것이 좋은 줄 왜 모르겠는가
今朝眞止矣(금조진지의) 오늘 아침부터 술을 끊어리라
從此一止去(종차일지거) 앞으로 다시는 술 안 마시려 명세 한다
將止扶桑涘(장지부상사) 부상 물가까지 가리라
淸顔止宿容(청안지숙용) 맑은 정신은 얼굴에 화색이 돈다
奚止千萬祀(해지천만사) 이렇게 하면 천년은 살겠지?


■ 乞食 <밥을 얻으며> 

 

飢來驅我去  기내구아거  배가 고파 길거리로 나섰으나 
不知竟何之  부지경하지  갈 곳을 몰라 두리번 그린다 
行行至斯里  행행지사리  가다 서고 어느 집 앞에 이르러
叩門拙言辭  고문졸언사  문을 두드려 놓고 차마, 말이 나오질 않는다 
主人解余意  주인해여의  주인이 나의 처지를 알고
遺贈副虛期  유증부허기  은혜를 베푸니 헛걸음은 아니었구나
談話終日夕  담화종일석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날이 저물어
觴至輒傾치  상지첩경치  두어 잔 돌리니 취기가 오른다 
情欣新知歡  정흔신지환  서로 만나서 벗이 되어
言詠遂賦詩  언영수부시  기쁨을 읊으니 시가 되네
感子漂母惠  감자표모혜  내게 베푼 은혜 고맙기만 하고
괴我韓才非  괴아한재비  나의 재주이 없음 마냥 부끄러워
銜집知何謝  함집지하사  어찌 보답할지 가슴깊이 감사한다
冥報以相貽  명보이상이  저승에서 다시 만나 보답하리라


■ 歸去來兮 <귀거래혜>  

  

田園將蕪胡不歸(전원장무호불귀) 논 밭이 묶고 있으니 빨리 돌아가야지
旣自以心爲形役(기자이심위형역) 마음은 스스로 몸의 부림 받았거니
奚惆悵而獨悲(해추창이독비) 어찌 홀로 근심하며 슬퍼하고 있으리

悟已往之不諫(오이왕지불간) 지난날은 되 돌릴 수 없음을 알았으니
知來者之可追(지래자지가추) 이에 앞으로는 그르치는 일 없으리라
實迷途其未遠(실미도기미원) 길이 어긋났으나 멀리 떨어진 건 아니니
覺今是而昨非(각금시이작비) 지난 날은 허비했으니 이제부터 바르리

舟遙遙以輕颺(주요요이경양) 고운 물결 흔들흔들 배를 띄우고
風飄飄而吹衣(풍표표이취의) 바람 가벼이 불어 옷자락을 날리네
問征夫以前路(문정부이전로) 길손에게 앞길 물어 가야 하니
恨晨光之熹微(한신광지희미) 희미한 새벽빛에 절로 한숨이 난다

乃瞻衡宇(내첨형우)         어느덧 저 멀리 집이 바라다 보이니
載欣載奔(재흔재분)         기쁜 마음으로 빠르게 집으로 가네
童僕歡迎(동복환영)         사내아이 종 나와 반가이 맞이하고
稚子候門(치자후문)         어린 아들 문 앞에 기다려 서 있네

三徑就荒(삼경취황)         세 갈래 오솔길에 잡초가 우거졌어도
松菊猶存(송국유존)         소나무와 국화는 그대로 남아 있네
携幼入室(휴유입실)         어린 아들 손잡고 방으로 들어서니
有酒盈樽(유주영준)         술 항아리 가득히 나를 반기네

引壺觴以自酌(인호상이자작) 술병과 술잔 끌어당겨 혼자 마시며
眄庭柯以怡顔(면정가이이안) 뜰의 나무를 지그시 보며 미소 짓는다
倚南窓以寄傲(의남창이기오) 남쪽 창에 기대어 자유롭게 있노라니
審容膝之易安(심용슬지이안) 작은 방이지만 편하기 한량없다

園日涉以成趣(원일섭이성취) 뜰은 매일 거닐어도 풍치가 있고
門雖設而常關(문수설이상관) 문은 나 있으나 늘 닫아 두고 있네
策扶老以流憩(책부노이류게) 지팡이 짚고 가다가 쉬기도 하고
時矯首而遐觀(시교수이하관) 때로는 고개 들어 먼 곳을 바라보네

雲無心以出岫(운무심이출수) 구름은 무심히 골짝을 휘감고
鳥倦飛而知還(조권비이지환) 날다 지친 저 새 다시 돌아오네
影翳翳以將入(영예예이장입) 저 해도 서산에 지려하는데

 

歸去來兮(귀거래혜) 돌아가자!

請息交以絶遊(청식교이절유) 사귐도 어울림도 이젠 모두 끊으리라!

世與我而相違(세여아이상위) 세상과 나는 서로 어긋나기만 하니,

復駕言兮焉求(복가언혜언)   다시 수레를 몰고 나간들 무엇을 얻겠는가?

悅親戚之情話(열친척지정화) 친척 이웃들과 기쁘게 이야기 나누고,

樂琴書以消憂(낙금서이소우) 거문고와 글 즐기니 근심은 사라진다.

農人告余以春及(농인고여이춘급) 농부들 나에게 봄 왔음을 알려 주니,

  

將有事於西疇(장유사어서주) 서쪽 밭에 나가서 할 일이 생겼다.

或命巾車(혹명건차) 때로는 천막 친 수레를 몰고,

或棹孤舟(혹도고주) 때로는 외로운 조각배 노를 젓는다.

旣窈窕以尋壑(기요조이심학) 깊고 굽이져 있는 골짝도 찾아가고,

亦崎嶇而經丘(역기구이경구) 험한 산길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기도 한다.

木欣欣以向榮(목흔흔이향영) 물오른 나무들 싱싱하게 자라나고,

泉涓涓而始流(천연연이시류) 샘물은 퐁퐁 솟아 졸졸 흘러내린다.

善萬物之得時(선만물지득시) 만물은 제 철을 만나 신명이 났건마는,

感吾生之行休(감오생지행휴) 이제 나의 삶은 휴식 년을 절감한다.

已矣乎(이의호) 아서라!

寓形宇內復幾時(우형우내복기시) 세상에 이 내몸 얼마나 머무를 수 있으리오!

曷不委心任去留(갈불위심임거류) 가고 머물 음은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니,

胡爲乎遑遑欲何之(호위호황황욕하지) 무엇 위해 어디로 그리 서둘러 가려는가?

富貴非吾願(부귀비오원) 부귀영화는 내 바라던 바 아니었고,

帝鄕不可期(제향불가기) 신선 사는 곳도 기약할 수 없는 일.

懷良辰以孤往(회양진이고왕) 좋은 시절 바라며 홀로 나서서,

或植杖而耘耔(혹식장이운자) 지팡이 세워 두고 김 매고 북돋운다.

登東皐以舒嘯(등동고이서소) 동쪽 언덕에 올라 길게 휘파람 불어보고,

臨淸流而賦詩(임청류이부시) 맑은 시냇가에 앉아 시도 지어본다.

聊乘化以歸盡(요승화이귀진) 이렇게 자연을 따르다 끝내 돌아갈 것인데,

樂夫天命復奚疑(낙부천명복해의) 천명을 즐겼거늘 다시 무엇을 의심하리.

 

■ 歸園田居 1 <귀원전거 1>

 

少無適俗韻  소무적속운  어려서 부터 세상과 어울리지 못하고
性本愛丘山  성본애구산  본래 성품이 산을 좋아 했다
誤落塵網中  오락진망중  하지만, 세상의 먼지 속 그물에 빠져
一去三十年  일거삼십년  어느덧 삼십 년이 지났다
羈鳥戀舊林  기조연구림  떠돌던 새는 자신이 놀던 숲을 그리워하고
池魚思故淵  지어사고연  연못의 고기는 옛 물을 생각하듯이
開荒南野際  개황남야제  나도 거친 남쪽 밭을 가꾸워
守拙歸園田  수졸귀원전  전원에 돌아가 자연에 묻혀 살리라
方宅十餘畝  방택십여묘  3백 여평 대지위에
草屋八九間  초옥팔구간  초 졸한 여덟 아홉 간의 방을 마련하고
楡柳蔭後瞻  유류음후첨  느릅나무와 버드나무는 처마를 덮어
桃李羅堂前  도리나당전  복숭아 자두나무가 마당을 덥네
曖曖遠人村  애애원인촌  여기서 먼 곳에 인가가 있어
依依墟里煙  의의허리연  가물가물 마을 연기 피어 오르고
狗吠深巷中  구폐심항중  마을에서 개 짖는 소리 들리며
鷄鳴桑樹顚  계명상수전  뽕나무 위에서는 닭 우는 소리 들리며
戶庭無盡雜  호정무진잡  집 안에는 잡스런 일 없이
虛室有餘閒  허실유여한  텅 빈 방안은 한가롭다
久在樊籠裏  구재번롱리  오랫동안 새장 대처에 갇혀 살다가
復得返自然  부득반자연  이제야 자연으로 돌아왔네 

  

 

■ 註釋  


歸園田居 /전원의 집으로 돌아오다. 詩題가 歸園田居로 된 판본도 있다. 居는 집.거처 환경의 뜻. 少無適俗韻 /어려서 부터 속된 기풍에 맞지 않았다. 適은 맞는다. 어울리다.적응하다. 俗韻 /세속적인 기풍이나 분위기. 즉 俗風. 性本愛丘山 /성품이 본래 산을 좋아한다. 論語에 있다.어진 자는 산을 즐긴다<仁者樂山>.즉 도연명의 천성은 어질다. 丘山 /언덕이나 山. 邱는 丘와 같다. 誤落 /잘못하여 떯어졌다. 塵網中 /티끌 세상의 그물 속. 추하게 엉키고 구속 많은 벼슬살이란 뜻. 塵은 塵世. 塵俗 網은 그물. 一去 /훌쩍 지나가다. 羈鳥 /나그네로 떠도는 새. 羈는 나그네 또는 客寓의 뜻. 戀舊林 /본래 자라던 자연의 숲을 그리워 한다. 池魚/ 연못에 갇인 물고기. 思故淵 /옛날에 놀던 자연의 못을 그리워 한다. 開荒/ 황무지를 개간하여 농사를 짓겠다는 뜻. 守拙/ 어리석음을 지킨다. 老子에 있다<大巧若拙>. 蔭後瞻 /陰은 그늘지어 시원하게 덥어 가린다. 瞻은 처마 끝. 墟里/ 한적한 농촌. 虛室 /靜虛한 방. 또는 마음. 莊子에 닫혀진 텅 빈 어두운 방에 햇빛이 들면 희게 돋보인다. <人間世篇> 

  

■ 解說 


이 詩는 陶淵明의 참 모습을 보여주는 그의 대표적 걸작이다. 대략 42세에 지은 것이며, 전 해에 벼슬을 버리고 돌아 오면서 歸去來辭를 지었다. 원래부터 淵明은 自然의 山川을 좋아 했다. 하지만 집이 가난하여 벼슬 살 이에 나갔으나, 중상과 모략이 판치는 당시 시대가 연명에게 맞을 리 없었다. 그 돌아오는 마음을 잘 표현 한 글이 이 시다. 
 

■ 歸園田居 2 <귀원전거 2>

 

野外罕人事  야외한인사  한가한 시골이라 바쁘게 오가는 사람 없고
窮港寡輪鞅  궁항과윤앙  가난한 산골이라 세도가의 마차도 오지 않는다
白日掩荊扉  백일엄형비  대낮에도 사립문 굳게 닫힌 내 집
虛室絶塵想  허실절진상  텅 빈 방은 때 낀 생각 없어 맑기만 하다
時復墟曲中  시부허곡중  가끔, 靜虛한 마음으로 발길 옴겨
披草共來往  피초공내왕  풀 헤치며 사람들과 오고 간다
相見無雜言  상견무잡언  서로 만나도 잡스런 말 하지않고
但道桑麻長  단도상마장  오직 농사 잘 되었는가를 물을 뿐 
桑麻日已長  상마일이장  뽕과 삼은 하루가 다르게 자라고
我土日已廣  아토일이광  나의 농토도 하루 하루 넓어지지만
常恐霜霰至  상공상선지  항상 염려하는 건 서리나 우박 내려
零落同草莽  영락동초망  다 지은 농사 잡초 처럼 시들까 걱정이다.

 

■ 歸園田居 3 <귀원전거 3>

 

種豆南山下  종두남산하  남산 아래 콩을 심었는데
草盛豆苗稀  초성두묘희  풀만 무성하고 콩이 드물다
侵晨理荒穢  침신이황예  아침 일찍 일어나 잡초 밭을 손질하고
帶月荷鋤歸  대월하서귀  저녁이면 달 그림자와 더불어 호미 메고 돌아온다
道狹草木長  도협초목장  좁은 길에는 잡초가 무성해
夕露沾我衣  석로첨아의  저녁에 내린 이슬이 옷을 적시네
衣沾不足惜  의첨부족석  옷 이야 젖어도 걱정 없으나
但使願無違  단사원무위  농사는 잘 되길 바란다.


帶月荷鋤歸 달 그림자와 더불어 호미메고 돌아온다는 
참, 유순한 내용이며 도연명의 진면목을 보는 듯 한 문장이다.

 

■ 歸園田居 4 <귀원전거 4>

 

久去山澤遊(구거산택유) 오랫만에 산길 따라 산책을 나서니
浪莽林野娛(낭망임야오) 넓은 산과 들이 풍요롭다
試携子姪輩(시휴자질배) 자식과 조카들 손 잡고 걸으며
披榛步荒墟(피진보황허) 숲을 지나니 무너진 옛 집터가 보인다
徘徊邱隴間(배회구롱간) 언덕 위에서 바라보니
依依昔人居(의의석인거) 옛날 살던 사람들이 그립다
井竈有遺處(정조유유처) 우물과 부뚜막의 흔적이 남아있고
桑竹殘朽株(상죽잔후주) 뽕과 대나무가 썩어 가고 있다
借問採薪者(차문채신자) 길 가는 나무꾼에게
此人皆焉如(차인개언여) 안부를 물으니
薪者向我言(신자행아언) 나무꾼이 말 하길
死沒無復餘(사몰무부여) 다 죽고 떠났다 한다
一世異朝市(일세이조시) 세월 흘러 사람 바뀐다 하니
此語眞不虛(차어진불허) 참으로 빈 말이 아니로다
人生似幻化(인생사환화) 인생은 마치 환상의 조화
終當歸空無(당종귀공무) 끝 없는 공과 무에 돌아가리

人生似幻化, 終當歸空無라 했다.
般若心經에 色卽時空, 空卽時色이란 말과 맞아 떨어지는 구절이라

人生의 無常함을 느끼는 구절이다.

 

■ 歸園田居 5 <귀원전거 5>

 

悵恨獨策還(창한독책환) 슬픈 마음으로 지팡이 짚고 시골로 돌아왔네
崎嶇歷榛曲(기구역진곡) 험한 산길 잡초 헤치고
澗水淸且淺(간수청차천) 계곡 물은 맑아서
可以濯吾足(가이탁오족) 더러운 내 발을 씻을 만하네
漉我新熟酒(녹아신숙주) 잘 익은 술을 빚고 닭을 잡아
隻鷄招近屬(척계초근속) 이웃들 불러 안부를 묻노라
日入室中闇(일입실중암) 해는 지고 방은 어두우니
荊薪代明燭(형신대명촉) 관솔<소나무 송진>지펴 촛불 대신 밝히고
歡來苦夕短(환내고석단) 기분이 좋으니 밤이 짧아
已復至天旭(이복지천욱) 어느 새 먼 동이 터 훤히 날이 밝아오네

 

 雜詩 1  

 

人生無根체(인생무근체) 인생은 뿌리 없는
飄如陌上塵(표여맥상진) 밭 두렁의 먼지같이 의연한 것
分散逐風轉(분산수풍전) 바람 따라 이리 저리 흐르는
此已非常身(차이비상신) 인간의 삶은 본래가 무상한 몸
落地成兄弟(낙지성형제) 땅 위에 살고 있는 모두는 형제이지
何必骨肉親(하필골육친) 피를 나눈 가족만이 형제는 아니다
得歡當作樂(득환당작락) 기쁨은 서로 즐기고
斗酒聚比隣(두주취비린) 많은 술 이웃과 나누어 마셔야지
盛年不重來(성년부중래) 젊은 시절은 다시 오지 않고
一日難再晨(일일난재신) 하루에 아침은 한번 뿐이다
及時當勉勵(급시당면려) 때를 놓치지 말고 열심히 일해라
歲月不待人(세월부대인) 세월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

 

위의 글 雜詩 1수는 飮酒와 함께 널리 알려져 애송되어진 글이다.

도연명의 시는 읽으면 그냥 느껴지는 특징이 있다.

달리 의미를 부여하면 군더더기가 되어지는 글이 도연명의 시 특징이다.
 

 雜詩 2  

 

白日淪西阿(백일윤서아) 해가 서산으로 기울자
素月出東嶺(소월출동령) 밝은 달이 산 위로 떠 오른다
遙遙萬理輝(요요만리휘) 달빛은 아득히 만리를 비추고
蕩蕩空中景(탕탕공중경) 밝은 빛 허공 중에 흩어지네
風來入房戶(풍래입방호) 차가운 바람은 문풍지로 스며들고
夜中枕席冷(야중침석랭) 한 밤중 베개머리 차가워 싸늘하구나
氣變悟時易(기변오시역) 찬 바람에 계절 바뀐 줄 알고
不眠知夕永(불면지석영) 잠 이 오지 않으니 밤이 길어졌구나
欲言無予和(욕언무여화) 긴 밤을 말 동무도 없이
揮杯勸孤影(휘배권고영) 잔 들어 외로운 그림자에게 권하노라
日月擲人去(일월척인거) 세월은 날 버리고 가거늘
有志不獲騁(유지불획빙) 나는 소원을 이루지 못해
念此懷悲悽(염차회비처) 마음이 서글프고 처량하여
終曉不能靜(종효불능정) 밤 새 뒤척이며 잠들지 못하였네

 
□ 雜詩 3 

 

榮華難久居(영화난구거) 부귀 영화는 오래가기 어렵고
盛衰不可量(성쇠불가량) 앞날은 예측할 수 없노라
昔爲三春渠(석위삼춘거) 지난 봄에 피던 연꽃이
今作秋蓮房(금작추연방) 올 가을에 연밥 되었구나
嚴霜結野草(엄상결야초) 풀잎은 서리 내려 앉아 차가우나
枯悴未遽央(고췌미거앙) 속까지 시들지는 않으며
日月還復周(일원환부주) 해와 달이 두루 돌거늘
我去不再陽(아거부재양) 나는 지난 시간을 다시 되 찾을 수가 없다
眷眷往昔時(권궈왕석시) 지난 날을 그리워 하는
憶此斷人腸(억차단인장) 나의 가슴이 끊어지는 듯 하다

 

 雜詩 4

 

丈夫志四海(장부지사해) 장부로 태어나 사방에 큰 뜻을 펼치려 했는데
我願不知老(아원부지로) 나는 늘어도 책을 보며 공부하리라
親戚共一處(친척공일처) 가족들 한 곳에 모여 살고
子孫還相保(자손환상보) 자식들 한결같이 잘 키우리라
觴弦肆朝日(상현사조일) 아침부터 술 마시며 거문고 타고
樽中酒不燥(준중주불조) 술 통에 술 떨어지지 않기를 바라며
緩帶盡歡娛(완대진환오) 허리띠 풀고 계속 마시리라
起晩眠常早(기만면상조) 늦게 일어나고 일찍 잠 잔다
孰若當世士(숙약당세사) 그러나 오늘의 사람들은 엉뚱한 생각
氷炭滿懷抱(빙탄만회포) 가슴에 품고 한 순간 일확천금을 노리네
百年歸邱壟(백년귀구롱) 백년도 못살고 흙 무덤에 돌아가니
用此空名道(용차공명도)그렇게 빈 이름 얻어 무얼 할 건가?

 

□ 雜詩 5 

 
憶我少壯時(억아소장시) 내가 젊고 어렸을 때는
無樂自欣豫(무락자흔예) 특별한 낙없이도 그저 즐거웠고
猛志逸四海(맹지일사해) 힘차고 강한 의지 사방에 뻗쳐
騫翮思遠翥(건핵사원저) 날개 펴고 멀리 날려 했지만
荏苒歲月頹(임염세월퇴) 모든 것이 세월에 점차 퇴색하여
此心消已去(차심소이거) 그 생각은 이미 사라져 없어졌다
値歡無復娛(치환무부오) 기쁜 일이 있어도 즐겁지 않고
每每多憂慮(매매다우려) 언제나 걱정과 근심에 쌓여
氣力漸衰損(기력점쇠손) 기력도 점점 약해져 가는 것이
轉覺日不如(전각일불여) 하루가 다른 것을 느낀다
壑周無須臾(학주무수유) 잠시 쉴 틈도 없이 흐르는 물처럼
引我不得住(인아부득주) 머물지 않고 나를 이끌고 가네
前塗當幾許(전도당기허) 앞날은 이제 얼마나 남지 않아
未知止泊處(미지지박처) 머물고 쉴 곳도 알지 못하네
古人惜寸陰(고인석촌음) 옛 사람 촌음도 아끼란 말이
念此使人懼(염차사인구) 생각나 나를 두렵게 한다

 

 雜詩 6

 

昔聞長者言(석문장자언) 어려서는 어른들이 잔소리하면
掩耳每不喜(엄이매불희) 듣기 싫어 귀 막았거늘
奈何五十年(내하오십년) 지금은 오십이 된 내가
忽已親此事(홀이친차사) 어느덧 잔소리를 하게 되었네
求我盛年歡(구아성년환) 지난 날의 즐거움 다시 느끼려 해도
一毫無復意(일호무부의) 이제는 두 번 다시 느낄 수 없네
去去轉欲速(거거전욕속) 세월 가는 시간 따라 같이 늙으니
此生豈再値(차생기재치) 지난 인생은 두 번 다시 돌이킬 수 가 없다
傾家時作樂(경가시작락) 적은 시간이지만 가족들과 함께 해야지
竟此歲月徙(경차세월사) 한번 흘러가고서는 돌아오지 않는 세월
有子不留金(유자불유금)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지 마라
何用身後置(하용신후치) 죽고 난 후의 일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雜詩 7  

 

日月不肯遲(일월불긍지) 흐르는 세월은 순간을 멈추지 않고
四時相催迫(사시상최박) 계절은 서로 재촉하며 뒤따르네
寒風拂枯條(한풍불고조) 찬 바람 마른 가지 흔들고 지나니
落葉掩長陌(낙엽엄장맥) 낙엽이 떨어져서 길을 덮는다
弱質與運頹(약질여운퇴) 본래, 약한 체질인데, 운세 마저 좋지 않다
玄鬢早已白(현빈조이백) 검던 머리는 어느 새 백발이 되었네
素標揷人頭(소표삽인두) 흰 머리는 앞으로
前途漸就窄(전도점취책) 살 날이 길지 않다는 증거 리라
家爲逆旅舍(가위역여사) 집이란 잠시 머물다 가는 여관 같은 것
我如當去客(아여당거객) 우리 모두는 언젠가 떠나야 할 나그네
去去欲何之(거거욕하지) 집 떠나면 어디로 걸 것인가
南山有舊宅(남산유구택) 남산 기슭의 옛집인 무덤이리라

 

 雜詩 8

 

代耕本非望(대경본비망) 벼슬살이는 본래 원하던 바 아니었고
所業在田桑(소업재전상) 본래 생업은 밭갈이와 양잠 이였다
躬親未曾替(궁친미승체) 몸소 농사 지으며 게으르지 않았건만
寒餒常糟糠(한뇌상조강) 항상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렸다
豈期過滿腹(기기과만복) 내 어찌 배 채우기 이상을 바라겠는가
但願飽粳糧(단원포갱량) 오직 쌀밥이나 배불리 먹길 바란다네
御冬足大布(어동족대포) 겨울에는 거친 베옷 걸치고 견뎌 내고
麤絺以應陽(추치이응양) 여름에는 값싼 갈포로 햇볕을 가리네
正爾不能得(정이불능득) 이런 소망조차도 뜻대로 되지 않으니
哀哉亦可傷(애재역가상) 참으로 슬프고 가슴 아프다
人皆盡獲宜(인개진획의) 남들은 적절히 잘 사는데
拙生失其方(절생실기방) 못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방법을 모르겠네
理也可奈何(이야가내하) 이것 또한 운명이니 어찌 할 수 있으랴
且爲陶一觴 (차위도일상) 도연히 술 한 잔 마시고 취할 수 밖에

 
□ 雜詩 9

 

遙遙從羈役(요요종기역) 머나먼 객지에서의 일 나서니
一心處兩端(일심처량단) 한 마음이 양 끝에 있다
掩淚汎東逝(엄루범동서) 눈물을 가리고 배를 띄워 동쪽으로 가니 
順流追時遷(순류추시천) 흐름에 따라 시간 바뀌는 것을 쫓아간다
日沒星與昴(일몰성여묘) 해는 參星과 昴星쪽으로 지면서
勢翳西山巓(세예서산전) 그 기세가 서쪽 산꼭대기에 깃들인다
蕭條隔天涯(소조격천애) 쓸쓸히 하늘 끝에 떨어져 있으면서
惆悵念常餐(추창념상찬)  서글프게 집에서 먹던 식사 생각을 한다
慷慨思南歸(강개사남귀) 慷慨에 차올라 남쪽으로 돌아가기를 생각하지만 
路遐無由緣(노하무유연) 길은 멀고 그리고 갈 도리가 없다
關梁難虧替(관량난휴체) 관문과 다리 있지만 그만두기 어려운데
絶音寄斯篇 (절음기사편) 소식이 끊겨서 이 한 편을 부치는 거라

 

 雜詩 10  

 

閒居執蕩志(한거집탕지) 한가히 살면서 흔들리는 의지를 잡고 있었으나
時駛不可稽(시사불가계) 시간은 달려가고 멈출 수가 없었다
驅役無停息(구역무정식) 맡은 일에 몰리는 것 그치지를 않아서
軒裳逝東崖(헌상서동애) 의관을 차리고 동쪽 벼랑으로 가니
沈陰擬薰司(침음의훈사) 가라앉은 음기는 향내 풍기는 사향 같아서
寒氣激我懷(한기격아회) 차가운 기운이 내 가슴속을 뒤흔든다
歲月有常御(세월유상어) 세월은 변함 없이 지나가는데
我來淹已彌(아래엄이미) 나는 와서 머물러 있은 지가 이미 오래다
慷慨憶綢繆(강개억주무) 강개에 차 다정한 벗을 생각했지만
此情久已離(차정구이리) 그 심정도 오래 전에 없어지고 말았다
荏苒經十載(임염경십재) 이리 그리 10년이 지나고 말았으니
暫爲人所羈(잠위인소기) 잠시 남에게 매여 있는 것이다  
庭宇翳餘木(정우예여목) 뜰과 집은 많은 나무들로 가리워져 있을 것인데
倏忽日月虧(숙홀일월휴) 급작스럽게 세월은 사라져 간다

 

 雜詩 11

 

我行未云遠(아행미운원) 내가 가는 길이 멀다고 할건 못 되지마는
回顧慘風凉 (회고참풍량) 뒤돌아 보니 참담한 바람이 써늘하구나
春燕應節起(춘연응절기) 봄 제비는 철 따라 일어나
高飛拂塵梁(고비불진량) 높이 날아 먼지 낀, 대들보를 스치고 간다
邊雁悲無所(변안비무소) 변경의 기러기는 집을 잃고, 슬퍼하며
代謝歸北鄕(대사귀북향) 교대해서 북쪽의 고향으로 돌아들 간다
離鵾鳴淸池(리곤명청지) 떠나 있는 황새는 맑은 못에서 울며
涉暑經秋霜(섭서경추상) 더위 지내고 가을 서리 겪는다
愁人難爲辭 (수인난위사) 시름 겨운 사람은 마음속 나타내기 어려워
遙遙春夜長(요요춘야장) 아득히 봄 밤은 길도다

 

 雜詩 12

 

嫋嫋松標崖 (요뇨송표애) 한들 한들 소나무가 벼랑 위에 서 있는 것이
婉孌柔童子(완련유동자) 귀염성 있는 부드러운 동자이더니
年始三五間(연시삼오간) 15년이 지나고 나서는
喬柯何可倚(교가하가의) 높은 가지 어디에 기댈 수나 있나
養色含精氣(양색함정기) 안색을 기르고 정기를 머금으면
粲然有心理(찬연유심리) 깊이 힘쓰면 마음을 다스릴 수가 있다

 

 

 

겨울시 모음


가난한 처녀 ㅡ 허난설헌
가득하다 ㅡ 유승도
겨울 ㅡ 윤동주.임길택. 조병화
겨울강 ㅡ 문인수.박남철.오탁번
겨울 강가에서 ㅡ 안도현
겨울 까마귀 ㅡ 김현승
겨울 강변에서 ㅡ 문인수
겨울 강구항 ㅡ 송수권
겨울 그리스도 ㅡ 김남조
겨울 나그네  ㅡ
겨울날  ㅡ 김광섭
겨울 노래 ㅡ 마종기.오세영.
겨울논 ㅡ 조용미
겨울, 동강 ㅡ 서원동
겨울 들판을 거닐며 ㅡ 허형만
겨울로 가는 마을 ㅡ 최하림
겨울 마음 ㅡ 이상화
겨울물오리 ㅡ 이창수
겨울바다 ㅡ 김남조
겨울밤 ㅡ 박용래. 복효근. 신경림 
겨울밤의 꿈 ㅡ 김춘수
겨울 사랑 ㅡ 고정희.문정희
겨울 삽화 ㅡ 안도현
겨울 아침 풍경 ㅡ 김종길
겨울 안부 ㅡ 권갑하
겨울 억새밭에서 ㅡ 주병률
겨울에게 ㅡ 마경덕
겨울을 기다림 ㅡ 김기택
겨울의 동화 ㅡ 최치언
겨울의 춤 ㅡ 곽재구
겨울 이야기 ㅡ 로렌스
겨울 일기 ㅡ 문정희
겨울 잠 ㅡ 박목월
겨울 저녁 서산에서 ㅡ 황동규
겨울저녁의 시 ㅡ 남진우.박주택
겨울 초대장 ㅡ 신달자
겨울편지 ㅡ 이해인
겨울풀 ㅡ 이근배
겨울풍경 ㅡ박남준
겨울 햇볕 ㅡ 허영자
고드름 ㅡ유지영
그 겨울밤 ㅡ안도현
그리움 ㅡ 이용악
그 밤에 내린 눈은 ㅡ 길상호
그 어둡고 추운, 푸른 ㅡ 이성복
그해 겨울 ㅡ 마경덕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ㅡ 이면우
깊은 눈 ㅡ 이재무

동모동월 ㅡ 박형준
동안거 ㅡ 고재종

몽유. 겨울밤 ㅡ 이경진

밤 ㅡ 심훈
백야 ㅡ 기형도
붉은 겨울 ㅡ 김수우

산가 ㅡ 도종환
서대문형무소 ㅡ 김광섭
설야 ㅡ 김광균

아무 생각없이 겨울 풍경 그리기ㅡ 최하림
아버지의 겨울 ㅡ 임길택
외딴집 ㅡ 장석남
이 밤의 툇마루 끝이 ㅡ 조정권

잿빛 겨울날 ㅡ 헤세
절정 ㅡ 이육사

초겨울 ㅡ 도종환
초겨울 편지 ㅡ 김용택

탕약 ㅡ 백석


 


가난한 처녀             허난설헌

쇠로 만든 가위 손으로 잡으니
밤 추위에 곱아오는 열 손가락
시집갈 남의 옷만 지어주고
해가 바뀌어도 혼자 산다네

허난설헌(1563-1589) 강원도 강릉 
   
             
가득하다   유승도(1960 - ) 서천


    산도 지우며 눈이 내린다
    개의 짖음도 흑염소의 울음소리도 지우며 눈이 내린다
    돌담도 지우며 눈이 내린다
    날아가는 까치도 까치가 앉았던 살구나무도 지우며 눈이 내린다
    방 밖으로 나서는, 아이의 목소리도 지우며 눈이 내린다
 
    하늘도 지우며 눈이 내린다
    방금 내린 눈까지 지우며 눈이 내린다      
       
  
겨울    윤동주(1917 - 1945) 북간도 명동촌.


처마 밑에
시래기 다래미
바삭바삭
추워요
 
길바닥에
말똥 동그라미
달랑달랑
얼어요
 
 
겨울         임길택

겨울이면 긴 목에
수건을 매어
파고드는 찬바람
막아보지만
찾아오는 고뿔 손님
어쩔 수 없네
삼십릿길 장터 약국
멀기만 하여
얇은 옷 바람 길
나설 수 없고
 
오미자 찻물 끓여
물을 마시며
아궁이에 불 지피어
맨발 달궈요


겨울       ㅡ조병화ㅡ



침묵이다
침묵으로 침묵으로 이어지는 세월
세월 위로 바람이 분다
 
바람은 지나가면서
적막한 노래를 부른다
듣는 사람도 없는 세월 위에
노래만 남아 쌓인다
 
남아 쌓인 노래 위에 눈이 내린다
내린 눈은, 기쁨과 슬픔
인간이 살다 간 자리를
하얗게 덮는다
 
덮은 눈 속에서
겨울은 기쁨과 슬픔을 가려 내어
인간이 남긴 기쁨과 슬픔으로
봄을 준비한다
 
묵묵히 


겨울 까마귀      ㅡ 김현승ㅡ

영혼의 새
 
매우 뛰어난 너와
 깊이 겪어본 너는
또 다른
 
참으로 아름다운 것과
호올로 남은 것은
가까워질 수도 있는
언어는 본래
침묵으로부터 고귀하게 탄생한
 
열매는
꽃이었던
 
너와 네 조상들의 빛깔을 두르고
 
내가 12월의 빈 들에 가늘게 서면
나의 마른 나뭇가지에 앉아
굳은 책임에 뿌리박힌
나의 나뭇가지에 호올로 앉아
 
저무는 하늘이라도 하늘이라도
멀뚱거리다가
 
벽에 부딪쳐
아, 네 영혼의 흙벽이라도 덤북 물고 있는 소리로
까아욱 ㅡ
까각 ㅡ
  


겨울강       ㅡ문인수ㅡ

바람은 이제 엷은 살얼음으로 깔리면서 뻘밭 위에다가 덜렁 거룻배 한 척 올려놓고는
또 거기서 나와 처마 끝으로 어둑어둑 번져 가더니 이번에는 굴뚝 끝에서 오래 머리 풀고
몸 조심하거라...자주 편지하고...
이르며 사람들은, 낳은 자식들의 날개를 깊이 품노라 사람들은, 저마다의 땅끝에 이르러
집을 짓고 낳은 자식들의 날개를 깊이 품노라 사람들은.
저 갈대숲으로 드는 바람 소리를 들으며 모로 누우며 ...
 
 
겨울강         ㅡ 박남철ㅡ

겨울강에 나아가
허옇게 얼어붙은 강물 위에
돌 하나를 던져 본다
쩡 쩡 쩡 쩡 쩡
 
강물은
쩡 쩡 쩡
돌의 튕기며, 쩡,
지가 무슨 바닥이나 된다는 듯이
쩡, 쩡, 쩡, 쩡, 쩡
 
강물은 쩡,
 
언젠가는 녹아 흐를 것들아, 쩡
봄이 오면 녹아 흐를 것들아, 쩡, 쩡
아예 되기도 전에 다 녹아 흐를 것들이
쩡,쩡, 쩡, 쩡, 쩡
 
겨울 강가에 나아가
허옇게 얼어붙은 강물 위에
얼어붙은 눈물을 핥으며
수도 없이 돌들을 던져  본다
이 추운 계절 다 지나서야 비로소 제
바닥에 닿을 돌들을
쩡 쩡 쩡 쩡 쩡 쩡 쩡
  


 겨울강        ㅡ오탁ㅡ

겨울강 얼음 풀리며 토해내는 울음 가까이
잊혀진 기억 떠오르듯 갈대잎 바람에 쓸리고
얼음 밑에 허리 숨긴 하양 나룻배 한 척이
꿈꾸는 겨울 홍천강 노을빛 아래 호젓하네
 
쥐불연기 마주보며 강촌에서 한참 달려와
겨울과 봄 사이 꿈길마냥 자욱져 있는
얼음짱 깨지는 소리 들으며 강을 건너면
겨울나무 지피는 눈망울이 눈에 밟히네
 
갈대잎 흔드는 바람 사이로 봄기운 일고
오대산 산그리메 산매미 날개빛으로 흘러와
겨우내 얼은 속에 가는 눈썹 숨기고 잠든
아련한 추억이 버들개아지 따라 실눈을 뜨네
 
슬픔은 슬픔끼지 풀려 반짝이는 여울을 이루고
기쁨은 기쁨끼리 만나 출렁이는 물결이 되어
이제야 닻 올리며 추운 몸 뚱아리 꿈틀대는
겨울강 해빙의 울음소리가 강마을을 흔드네
 
 겨울 강가에서      ㅡ안도현ㅡ


어린 눈발들이, 다른 데도 아니고
강물 속으로 뛰어 내리는 것이
그리하여 형체도 없이 녹아 사라지는 것이
강은,
안타까웠던 것이다
그래서 눈발이 물 위에 닿기 전에
몸을 바꿔 흐르려고
이리저리 자꾸 뒤척였는데
그때마다 세찬 강물소리가 났던 것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계속 철없이 철없이 눈은 내려,
강은,
어젯밤부터
눈을 제 몸으로 받으려고
강의 가장자리부터 살얼음을 깔기 시작한 것이었다
 
겨울 강구항       ㅡ송수권ㅡ


상한 발목에 고통이 비듬처럼 쌓인다
키토산으로 저무는 십이월
강구항을 까부수며
너를 불러 한 잔 하고 싶었다
댓가지처럼 치렁한 열 개의 발가락
모조리 잘라 놓고
딱,딱, 집집마다 망치 속에 떠오른 불빛
게장국에 코를 박으면
강구항에 눈이 설친다
게발을 때릴수록 밥은 깊고
막소금 같은 눈발이
포장마차의 국솥에서도 간을 친다
현대시학.2001년 12월호.
 
 겨울 강변에서   ㅡ문인수ㅡ

먼 수풀은 따뜻하고 부드러워요
새들은 왜 건너건너 날아가고 있나요
 
강 건너로 가서 살고 싶어요 어머니
 
얘야, 내 귓속을 들여다 보아라
 
찬바람 드나드는 갈대숲 말이냐 추운 저
새소리 말이냐 얘야.


 겨울 그리스도       ㅡ김남조ㅡ

오늘은
눈 덮인 산야를 거닐으시네
눈 같이 더욱 흰
맨발이시네
 
그 옛날
물 위를 걸으시던
강줄기도 얼어
광막한
수정의 빙판
바늘 꽂히는
한기의
그 위를 거닐으시네
희디 흰
맨발이시네
 
울고 싶어라
머리칼도 곤두서는
율연한 추위에
물과 바다의
모든 깊은 곳으로부터
보혈을 섞어 빚은
세봄의 혈액을
한없이 한없이
자아 올리시는
雪日의 주님
 


   겨울 나그네         김재진

점점 더 눈이 퍼붓고 지워진 길 위로 나무들만 보입니다
나무가 입고 있는 저 순백의 옷은 나무가 읽어야 할 사상이 아닌지요
두꺼운 책장 넘겨 찾아내는 그런 사상 말입니다
그대가 앉아 있는 풍경 뒤에서 내가 노을이 된 것은 알 수 없는 그런 사상 때문은 아닙니다
그대라고 부르는 그 이름의 떨림이 좋아 그대를 그대라 부르고 싶을 뿐,
또 한 번의 사라잉 신열처럼 찾아와서 나를 문 두드릴 때 읽고 있던 책 내려놓으며
그대는 나무가 입고 있는 그 차가운 사상으로 나를 바라보게 되겠지요
그대, 단 한번 내가 가슴 속에 쌓아두고 싶은 맹세나 기도 같은 그대
그대가 퍼붓는 눈발이라면 나는 서 있는 나무 일수밖에 없습니다
그대가 바람이라면 나는 윙윙 울고 있는 전신주 일수 밖에 없습니다
시간이 눈 위에 세워놓은 이정표 따라 슬픔 쪽으로 좀더 걸어가면 만날 수 있는
그대는 쏟아지는 하늘입니다
 
    겨울날              김광섭


마당에서 봄과 여름에 정든 얼굴들이
하나하나 사라져 갔다
그렇게 명성이 높던 오동잎도 다 떨어지고
저무는 가을 하늘에 인가의 정서를 품던
굴뚝 보얀 연기도
찬바람에 그만 무색해졌다
 
그런 늦가을에 김장 걱정을 하면서 집을 팔게 되어
다가오는 겨울이 더 외롭고 무서웠다
이삿짐을 따라 비탈길을 총총히 걸어
두만강 건너는 이삿군처럼 회색 하늘 속으로
들어가 식솔들이 저녁상에 둘러앉으니
어머님 한 분만 오시잖아서 별안간 앞니가
무너진 듯 허전해서 눈 둘 곳이 없었다
낯선 사람들이 축대에 검정 포장을 치고
초롱을 달고 가던 이튿날 목 없는 아침이
달겨 들어 영원한 이별인데
말 한 마디 못하고 갈라진 어머니시다!
 
가신 뒤에 보니 세월 속에 묻혀 있는 형제들 공동의 부엌까지
무너져 낙엽들이 모일 데가 없어졌다
사람이 사는 것이 남의 피부를 안고 지내는 것이니
찬바람이 항상 인간과 더불어 있어서
사람이 과일 하나만큼 익기도 어려워
겨울 바람에 휘몰리는 낙엽들이 더 많아진다
 
고난의 잔에 얼음을 녹이며 찾는 것은
그 슬픔이 아니요 겨울 하늘에 푸른빛을 띤 봄이다
그 봄을 바라고 겨울 안에서뱅뱅 돌며
자리를 끌고 한 치 한 치 태양의 둘레를
지구와 같이 굴러가면서
눈과 얼음에 덮인 대지의 하루를 넘어서는 해질 무렵
천장에서 왕거미가 내리고
구석에서 귀또리가 어정어정 기어 나온다
어느 날 목 없는 아침이 또 왈칵 달려들면
이런 친구들에게 눈짓 한 번 못하고
친구들의 손 한 번 바로 잡지도 못하고 가리라
 
   겨울 노래         마종기

눈이 오다 그치는 나이
그 겨울 저녁에 노래 부른다
텅 빈 객석에서 눈을 돌리면
오래 전부터 헐벗은 나무가 보이고
그 나무 아직 웃고 있는 것도 보인다
내 노래는 어디서고 끝이 나겠지
끝나는 곳에는 언제나 평화가 있었으니까
 
짧은 하루가 문 닫을 준비를 한다
아직도 떨고 있는 눈물의 몸이여
잠들어라 혼자 떠나는 추운 영혼
멀리 숨어 살아야 길고 진한 꿈을 가진다
그 꿈의 끝막이 빈 벌판을 헤매는 밤이면
우리가 세상의 어느 애인을 찾아내지 못하랴
어렵고 두려운 가난인들 참아내지 못하랴
 
  겨울 노래                   오세영

산자락 덮고 잔들
산이겠느냐
산그늘 지고 잔들
산이겠느냐
산이 산인들 또 어쩌겠느냐
아침마다 우짖던 산까치도
간 데 없고
저녁마다 문살 긁던 다람쥐도
온 데 없다
길 끝나 산에 들어섰기로
그들은 또 어디 갔단 말이냐
어제는 온종일 진눈깨비 뿌리더니
오늘은 하루 종일 내리는 폭설
빈 하늘 빈 가지엔
홍시 하나 떨 뿐인데
어제는 온종일 난을 치고
오늘은 하루 종일 물소리를 들었다
산이 산인들 또
어쩌겠느냐






  겨울 논            조용미

눈 온 뒤 겨울 논바닥 내려다보면
印花紋이다
빽빽한 문양을 찍고 백토를 채워넣은
흰 눈이 덮인
논은 커다란 분청사기
들은 도자기 가득한 가마터
저 촘촘한 무늬
사이로
꼬불꼬불 몇 사람이 인화된다
먼 길 가는 검은 날개를 가진 새들이
허공에 인화되어 박힌다
귀얄문처럼 바람이 휘익
들을 쓸고 지나간다
 


                                   




   겨울, 동강           서원동

문산나루 질퍽한 삼들
어라연 휘돌아 돌며 숨차 헐떡거리다
얼음짱 되어 문득 발걸음 멈춰 선곳
겨울 동강은
지친 몸 기대 술 곳조차 없이
삭막하다
산짐승들 뛰놀던 협곡 사이로
자갈톱 스쳐온 찬바람만
길게 한숨소리 내뿜고 있다
아무도 없다
앙상하고 고즈넉하다
응고된 피딱지인 듯
여기저기 나뒹구는 녹슨 깡통들
넝마 되어 펄럭대는 폐비닐 조각들
우리 모두의 마음 속
숨겨진 상처 마냥 한없이 삐걱거릴 뿐
 
겨울 동강은
이빨 빠진 늙은이가 뜯어먹다 남긴
풀빵처럼 곳곳에서 찐득거린다
 


                               

  
겨울 들판을 거닐며       허형만

가까이 다가서기 전에는
아무 것도 가진 것 없어 보이는
아무 것도 피울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겨울 들판을 거닐며
매운 바람도 끝자락도 맞을 만치 맞으면
오히려 더욱 따사로움을 알았다
듬성듬성 아직은 덜 녹은 눈발이
땅의 품안으로 녹아들기를 꿈꾸며 뒤척이고
논두렁 밭두렁 사이사이
초록빛 싱싱한 키 작은 들풀 또한 고만고만 모여 앉아
조만치 밀려오는 햇살을 기다리고 있었다
신발 아래 질척거리며 달라붙는
흙의 무레가 삶의 무게만큼 힘겨웠지만
여기서만은 우리가 알고 있는
아름이란 아픔은 모두 편히 쉬고 있음을 알았다
겨울 들판을 거닐며
겨울 들판이나 사람이나
가까이 다가서지도 않으면서
아무 것도 가진 것 없을 거라고
아무 것도 키울 수 없을 거라고
함부로 말하지 않기로 했다
 


                                    


겨울로 가는 마을           최하림

가을이 저물 대로 저물어 꼭지가 떨어지고 나면
돌담의 맨드라미와 피마자들은 색깔을 잃어버리고 뒤안 우물도 말라붙어 소리를 죽인다
추수를 끝낸 농부들은
쇠스랑과 쇠갈퀴 써레 괭이들을 헛간에 가지런히 넣고 빗장을 지르고 나서
뒷짐을 지고 어슬렁어슬렁 네거리로 나간다
여인들도 그림자를 끌고 마당을 지나간다
시월과 십일월은 잠시 숨을 죽이고 골목을 빠져 나간다
검은 까마귀들이 날개를 치며 논두렁에 내려앉다가 올라간다
아이들이 동구길에서 아우성친다 머리가 파르스름한 사미승이
논두렁 건너 소나무 숲길로 걸음을 재촉하며 간다
아직도 한 뼘쯤 해는 서산에 남아 있고
네거리에서 사람들은 넘어가는 해를 일없이 보고 있다
 
                              






겨울 마음              이상화

물장사가 귓속으로 들어와 내 눈을 열었다
보아라!
까치가 뼈만 남은 나뭇가지에서 울음을 운다
왜 이래?
서리가 덩달아 추녀 끝으로 눈물을 흘리는가
내야 반가웁기만 하다 오늘은 따스겠구나








겨울물오리           이창수

고요히 흘러가는 강물도 겨울엔 뼈를 갖는다
그리움이 그리움을 지우는 물결이
세상의 여울을 거쳐 희고 단단한 물의 뼈대를 세운다
지느러미가 되기도 하고 날개가 되기도 하는 물살에 달빛이 부실 때
물오리들 깃털보다 가벼운 물의 뼈에 살을 붙인다
  
겨울바다            김남조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미지의 새
보고 싶던 새들은 죽고 없었네
 
그대 생각을 했건만도
매운 해풍에
그 진실마저 눈물져 얼어 버리고
 
허무의

물이랑 위에 불붙어 있었네
 
나를 가르치는 건
언제나
시간
끄덕이며 끄덕이며 겨울바다에 섰었네
 
남은 날은
적지만
 
기도를 끝낸 다음
더욱 뜨거운 기도의 문이 열리는
그런 혼령을 갖게 하소서
남은 날은 적지만
 
겨울 바다에 가보았지
인고의 물리
수심 속에 기둥을 이루고 있었네






겨울밤            용래

잠 이루지 못하는 밤 고향집 마늘밭에 눈은 쌓이리
잠 이루지 못하는 밤 추녀 밑 달빛은 쌓이리
발목을 벗고 물을 건너는 먼 마을
고향집 마당귀 바람은 잠을 자리
강아지풀. 민음사. 1975년






 


겨울밤         복효근

감나무 끝에는 감알이 백서른 두 개
그 위엔 별이 서말 닷 되
 
고것들을 이부자리 속에 담아와
맑은 잠 속에
내 눈은 저 숲가에 궁구는 낙엽 하나에까지도 다녀오고
 
겨울은 고것들의 이야기까지도 다 살아도
밤이 길었다
 
                                                  
 
겨울밤                  신경림
우리는 협동조합 방앗간 뒷방에 모여
묵내기 화투를 치고
내일은 장날 장꾼들은 왁자지껄
주막집 뜰에서 눈을 턴다
들과 산은 온통 새하얗구나 눈은
펑펑 쏟아지는데
쌀값 비료값 얘기가 나오고
선생이 된 면장 딸 얘기가 나오고
서울로 식모살이 간 분이는
아기를 뱄다더라 어떡헐거나
술에라도 취해 볼거나 술집 색시
싸구려 분 냄새라도 맡아 볼거나
우리의 슬픔을 아는 것은 우리 뿐
올해에는 닭이라고 쳐 볼거나
겨울밤은 길어 묵을 먹고
술을 마시고 물세 시비를 하고
색시 젓갈 장단에 유행가를 부르고
이발소집 신랑을 다루러
보리밭을 질러 가면 세상은 온통
하얗구나 눈이여 쌓여
지붕을 덮어 다오 우리를 파묻어 다오
오종대 뒤에 치마를 둘러쓰고
숨은 저 계집애들한테
연애 편지라도 띄워 볼거나 우리의
괴로움을 아는 것은 우리 뿐
올해에는 돼지라도 먹여 볼거나
1965년 한국일보 발표
 
                     
 
  겨울밤의 꿈    김춘수
저녁 한동안 가난한 시민들의
사로가 피를 데워 주고
밥상머리에
된장찌개도 데워 주고
아버지가 식후에 석간을 읽는 동안
아들이 식후에
이웃집 라디오를 엿듣는 동안
연탄가스는 가만가만히
쥐라기의 지층으로 내려간다
그날 밤
가난한 서울의 시민들은
꿈에 볼 것이다
날개에 산호빛 발톱을 달고
앞다리에 세 개나 새끼 공룡의
순금의 손을 달고
서양 어느 학자가
Archaeopteryx라 불렀다는
쥐라기의 새와 같은 새가 한 마리
연탄가스에 그을린 서울의 겨울의
제일 낮은 지붕 위에
내려와 앉는 것을
 


 


  겨울 사랑         고정희
그 한번의 따뜻한 감촉
단 한번의 묵묵한 이별이
몇 번의 겨울을 버티게 했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벽이 허물어지고
활짝 활짝 문 열리던 밤의 모닥불 사이로
마음과 마음을 헤집고
푸르게 범람하던 치자꽃 향기
소백산 한쪽을 들어올닌 포옹
혈관 속을 서서히 운행하던 별
그 한번의 그윽한 기쁨
단 한번의 이슥한 진실이
내 일생을 버티게 할지도 모릅니다




겨울사랑             문정희
눈송이처럼 너에게 가고 싶다
머뭇거리지 말고
서성대지 말고
숨기지 말고
그냥 네 하얀 생애 속에 뛰어들어
따스한 겨울이 되고 싶다
천년 백설이 되고 싶다
 
                                     


겨울 삽화         안도현
남부시장 정육점 골목에
소피를 파는 집이 있다
 
소피는 소가 쿵쾅쿵쾅 걸을 때 소의 몸속을 돌던 뜨거운 것
이 핏속에는 겨울아침 언덕길을 오를 때 뿜던 콧김 같은 것도 혹 섞여 있을지 모르는데
 
못난 뿔처럼 남의 집 담벼락을 들이받았다거나
그 흔한 내장들처럼 평생 똥을 주무른 적도 없는
소피가, 지금은 차갑게 응고되어
붉은 고무 바께쓰에 담겨 있다
 
정육점 주인은 소의 살과 뼈를 잘 발라내
저울로 일일이 무게를 달아 팔다가
소피는 대접으로 움푹 떠서 판다
한 대접에 천원이다
 
 
 
 
 




     겨울 안부        권갑하
진저리치던 울음은 꼬투리째 떨어졌다
한낮의 막막한 현기, 뒤채던 애잔함도
먼 고요 줄을 고르듯 소슬한 현을 퉁긴다
노을처럼 그댄 타오르고 싶다지만
난 매정스레 업신여김을 받고 싶다
불감의 손 마디 마디 살얼음만 되감기는
떨어지며 피는 꽃이 어디 눈물뿐이랴
다 지운 생이라도 삭은 대궁은 남아
희디 흰 기다림으로 네 안부를 묻는다
<시선 봄호>
 


 
  겨울 아침 풍경    김종길
안개인지 서릿발인지
시야는 온통 우웃빛이다
 
먼 숲은
가지런이 세워놓은
팽이버섯, 아니면 콩나물
 
그 너머로 방울 토마토만한
아침 해가 솟는다
 
겨울 아침 풍경은
한 접시 신선한 샐러드
다만 초록빛 푸성귀만이 빠진
 
 




                           


 
   겨울 억새밭에서    주병률(1960 - ) 경주
나무에서도 소리가 난다고 했다
두릅나무에는 두릅 소리가 나고
느릅나무에는 느릅 소리가 난다고 했다
두릅나무 소리가 소리가 되면 개동백에 닿고
느릅나무 소리가 소리가 되면 눈보라에 닿아서
머지않아 봄이 오고 꽃이 핀다고 했다
얘야, 이 발자국 소리를 좀 들어보아라
이 소리가 두릅나무에 닿으면,
이 소리가 느릅나무에 닿으면,
눈보라 사이사이 맺힌 저 어둠에도
길도 되고 꽃도 되느니라
겨울 하루 탁발도 시원찮던 늦은 산길에서
한 마리 노쇠한 나귀처럼 털색도 바래고 뼈도 물러서
바람의 귀로나 들었어야 했던 노승의 한마디 말
두릅나무 소리가 소리가 되면
느릅나무 소리가 소리가 되면
하늘에도 길이 된다고 했던 말
땅에도 길이 된다고 했던 말
오늘은 눈보라 치고 성긴 겨울 억새밭에서
그 말들을 베고 누워도 그러나 아직도 나는 내게서 가서
나무에게 닿을 소리가 없다
두릅나무가 되고
느릅나무가 되어서 돌아올 소리가 없다
멀리 섬진강 저문 강에서
쩡쩡거리며 얼음이 갈라지는 소리가 난다
 
 
 겨울에게        마경덕
내가 앉았던 자리가 그대의
지친 등이었음을 이제 고백하리
그대는 한 마리 우직한 소. 나는
무거운 짐이었을 뿐
그대가 가진 네 개의 위장을 알지 못하고
그대를 잘 안다고 했네
되새김 없이 저절로 움이 트고 꽃 지는 줄 알았네
내뿜는 더운 김이 한 폭의
아름다운 설경인 줄 알았네
그저 책갈피에 끼워 둔 한 장의
묵은 추억으로 여겼네
늦은 볕에 앉아 천천히
길마에 해진 목덜미를 들여다보니
내 많은 날이 얼마나 가벼웠는지 알겠네
거친 숨 한 발 한 발 내딛는
그대를 바라보면 기도하는 성자를 떠올리네
퀭한 눈 속의 맑은 눈빛을 생각하네
별이 식어 그대의 병이 깊네
 


  
                                           






 겨울을 기다림                 김기택
두꺼운 털 같은 추위
둥글게 말아 웅크리면 따뜻해지는 추위
너무 껴입어서 무거운 추위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공격하지 않고 멀뚱멀뚱 쳐다보는 추위
이빨도 발톱도 없는 꼬리를 흔드는 추위
배고프면 더 신나게 흔드는 추위
숨쉴 때마다 텅 빈 위장에 밥 대신 들어앉아
배고픈 배 흔들며 뛰어노는 추위
뱃가죽과 등뼈가 서로 얼어붙으면
저절로 허리가 공손하게 굽어지는 추위
정신통일하여 밥 생각을 하면
가만히 졸다가 따뜻해지는 추위             


 
 
                             
겨울의 춤           곽재구
첫눈이 오기 전에
추억의 창문을 손질해야겠다
지난 계절 쌓인 허무와 슬픔
먼지처럼 훌훌 털어내고
삐걱이는 창틀 가장자리에
기다림의 새 못을 쳐야겠다
무의미하게 드리워진 낡은 커튼을 걷어내고
영하의 칼바람에도 스러지지 않는
작은 호롱불 하나 밝혀두어야겠다
그리고 춤을 익혀야겠다
바람에 들판의 갈대들이 서걱이듯
새들의 목소리가 숲속에 흩날리듯
낙엽 아래 작은 시냇물이 노래하듯
차갑고도 빛나는 겨울의 춤을 익혀야겠다
바라보면 세상은 아름다운 곳
뜨거운 사랑과 노동과 혁명과 감동이
함께 어울려 새 세상의 진보를 꿈꾸는 곳
끌어안으면 겨울은 오히려 따뜻한 것
한 칸 구들의 온기와 희망으로
식구들의 긴 겨울잠을 덥힐 수 있는 것
그러므로 채찍처럼 달려드는
겨울의 추억은 소중한 것
쓰리고 아프고 멍들고 얼얼한
겨울의 기다림은 아름다운 것
첫눈이 내리기 전에
추억의 창문을 열어젖혀야겠다
죽은 새소리 뒹구는 들판에서
새봄을 기다리는
초록빛 춤을 추어야겠다
 


   겨울의 동화       최치언(1970 - ) 전남 영암
그때 눈이 내리고 있었다
자전거 한 대 바삐 지나가고
집집마다 푸른 등잔을 내어걸고 있었다
눈은 더 깊이 무겁게 우리들의 가슴에 쌓였다
멀리 사이렌 울음이 길게 울렸다 그쳤다
잠을 뒤척이는 누군가의 꿈속에서
너는 성냥을 파는 소녀가 되었다
곱은 손을 호호 불며 너는 자전거가 지나간 자리를
걸어가고 있었다 불빛들이 모두 꺼져가고 있었다
그때, 우리들은 하루치의 꿈을 시장에 내다 팔고
술에 취해 너의 반대편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텅 빈 주머니 속에는 너에게 던져줄 동전도 없었다
마지막 겨울은 너와 함께 마을을 떠나고 있었다
 
                               




  겨울 이야기    D H 로렌스
어제 들판은 오직 흩어지는 눈발로 희부옇더니
지금은 가장 긴 풀잎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의 깊은 발자욱은
눈을 덮고 흰 언덕 끝 솔밭을 향해 걸어갔구나
그녀는 보이지 않는다
안개의 엷은 휘장이 검은 숲과 희미한 유자빛 하늘을 가렸기에
그러나 그녀가 기다리고 있음을 안다
초조하고 차갑게, 흐느낌 같은 것이 싸늘한 한숨에 스며들면서
피할 수 없는 이별이 더욱 가까워질 뿐임을 정녕 알면서도
왜 그녀는 그렇게 선뜻 오고 마는 걸까
언덕길은 험하고 내 걸음은 더디다
내가 할 말을 알면서도
왜 그녀는 오는 것일까
 


                           
 


 
    겨울 일기      문정희
나는 이 겨울을 누워 지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려
염주처럼 윤나게 굴리던
독백도 끝이 나고
바람도 불지 않아
이 겨울 누워서 편히 지냈다
 
저 들에선 벌거벗은 나무들이
추워 울어도
서로 서로 기대어 숲이 되어도
나는 무관해서
 
문 한 번 열지 않고
반추 동물처럼 죽음만 꺼내 씹었다
나는 누워서 편히 지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
이 겨울
 
 
 
 
겨울 잠          박목월
천장 구멍에서 쥐가
얼굴을 쑥 내밀었다
두 개의 수염이 짝 뻗은
쪼붓하고 조그맣고 놀란 얼굴
 
쩡쩡 얼음이 어는 밤
얼음 위에 바싹바싹 달빛이
부서지는 밤
 
오오 추워라
아랫목 이불 속에 우리 아기가
고개를 푹 파묻었다
방에는
일렁일렁 흔들리는 그림자
아직도 아버지는
글을 쓰시는데
저절로 전등이 흔들리는 밤
 
천장 구석에 쥐가
쥐가 얼굴을 쑥 내밀었다
새까만 두 눈이 또록한
쪼봇하고 조그많고 놀란 얼굴
 
오오, 추워라
찡 울린 저 소리는
추위에 날무대가리가 터진게지
추위에 독이 갈라진 게지
새끼 있는 구멍으로
어서가 자거라
 
 
 
    겨울 저녁 서산에서        황동규
어른대던 사람들 둑에서 내려가고
한참 만에 사람 하나가 새로 올라간다
하늘과 땅을 가르고 있던 금 천천히 풀어지고
언제부터인가 눈이 자꾸
안 보이는 것을 찾고 있다
바티칸이 감추어 두었다
이따금 꺼내 보여주는 미켈란젤로 그림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린 베드로 얼굴의 눈이
열심히 미켈란젤로를 찾는 그런 겨울 저녁
눈 친 벌판을 둘러보는 동박새의 눈
한 점 두 점 눈발이 시작되다
빗방울이 되어 날기도 하는
그런 저녁
가창오리 몇 마리 날아올라 허공을 휘돌다 사라진다
김용배의 설장구, 그 시원한 끄트머리!
빗방울 몇이 얼굴을 따갑게 때린다
손사래를 친다
지금 이곳이 지구 속인가 밖인가?
생각하다 말고 바람이 불고 있다
 


                      


     겨울 저녁의 시          남진우
 
 
 
 
 
   겨울 저녁의 시          박주택
사위가 고요한 겨울 저녁 창 틈으로 스미는
빙판을 지나온 바람을 맞으며, 어느 산골쯤
차가운 달빛 아래에서 밤을 견딜 나무들을 떠올렸다
기억에도 집이 있으리라, 내가 나로부터 가장 멀 듯이
혹은 내가 나로부터 가장 가깝듯이 그 윙윙거리는
나무들처럼 그리움이 시작되는 곳에서 나에 대한 나의 사랑도
추위에 떠는 것들이었으리라 보잘것 없이 깜박거리는
움푹 패인 눈으로 잿빛으로 물들인 밤에는 쓸쓸한 거리의
뒷골목에서 운명을 잡아줄 것 같은 불빛에 잠시 젖어
있기도 했을 것이라네 그러나 그렇게 믿는 것들은
제게도 뜻이 있어 희미하게 다시 사라져가고
청춘의 우듬지를 흔드는 슬픈 잠 속에서는
서로에게 돌아가지 않는 사랑 때문에
밤새도록 창문도 덜컹거리고 있으리라
 
 
 
   겨울 초대장    신달자
당신을 초대한다 오늘은 눈이 내릴지도 모른다
이런 겨울 아침에 나는 물을 끓인다
당신을 위해서 어둠은 이미 보이지 않는다
내 힘이 비록 약하여 거듭 절망했지만
언젠가 어둠은 거두어지게 된다
밝고 빛나는 음악이 있는 곳에 당신을 초대한다
가장 안락한 의자와 따뜻한 차와
그리고 음악과 내가 있다
바로 당신은 다시 나아기를 바라며
어둠을 이기고 나온 나를 맨살로 품으리라
지금은 아침 눈이 내릴 것 같은 이 겨울 아침에
나는 초인종 소리를 듣는다 눈이 내린다
눈송이는 큰 벚꽃 잎처럼
춤추며 내린다
내 뜰 안에 가득히
당신과 나 사이에 가득히
온 누리에 가득히 나는 모든 것을 용서한다
그리고 새롭게 창을 연다
함박눈이 내리는 식탁 위에
 


 
 






   겨울편지         이해인
친구야
네가 사는 곳에도
눈이 내리니?
 
산 위에
바다 위에
장독대 위에
하얗게 내려 쌓이는
눈만큼이나
너를 향한 그리움이
눈사람 되어 눈 오는 날
 
눈처럼 부드러운 네 목소리가
조용히 내리는 것만 같아
눈처럼 깨끗한 네 마음이
하얀 눈송이로 날리는 것만 같아
나는 자꾸만
네 이름을 불러 본다


 
 
 


겨울풀          이근배
들새의 울음도 끊겼다
발목까지 차는 눈도 오지 않는다
휘파람 같은 나들이의 목숨
맑은 바람 앞에서
잎잎이 피가 돌아
피가 돌아
눈이 부시다
살아 있는 것만이
눈이 부시다
 
 
 
겨울 풍경    박남준
겨울 햇볕 좋은 날 놀러가고
사람들 찾아오고
겨우 해가 드는가
밀린 빨래를 한다 금세 날이 꾸무럭거린다
내미는 해 노루꽁지만하다
소한 대한 추위 지나갔다지만
빨래 줄에 널기가 무섭게
버쩍버썩 뼈를 곧추세운다
세상에 뼈 없는 것들이 어디 있으랴
얼었다 녹았다 겨울 빨래는 말라간다
삶도 때로 그러하리
언젠가는 저 겨울빨래처럼 뼈를 세우기도 풀리어 날리다가
언 몸의 세사을 감싸주는 따뜻한 품안이 되기도 하리라
처마 끝 양철지붕 골마다 고드름이 반짝인다
지난 늦가을 잘 여물고 그중 실하게 생긴
늙은 호박들 이 집 저 집 드리고 나머지
자투리들 슬슬 유통기한을 알린다
여기저기 짓물러간다
내 몸의 유통기한을 생각한다 호박을 자른다
보글보글 호박죽 익어간다
늙은 사내 하나 산골에 앉아 호박죽을 끓인다
문 밖은 여전히 또 눈보라
처마 끝 풍경소리 나 여기 바람 부는 문밖 매달려 있다고
징징거린다
 
 
 
겨울 햇볕      허영자
내가 배고플 때
배고픔 잊으라고
얼굴 위에 속눈썹에 목덜미께에
간지럼 먹여 마구 웃기고
 
또 내가 이처럼
북풍 속에 떨고 있을 때
조그만 심장이 떨고 있을 때
등어리 어루만져 도닥거리는
 
다사로와라
겨울 햇볕!


                                                    






고드름
고드름 고드름 수정 고드름
고드름 따다가 발을 엮어서
각시방 영창에 달아놓아요
 
각시님 각시님 안녕하셔요
낮에는 햇님이 문안드리고
밤에는 달님이 놀러오신대
 
고드름 고드름 녹지 말아요
각시님 방 안에 바람 들으면
손 시려 발 시려 감기 드실라
유지영 작사. 윤극영 작곡.1924년 작곡.
 
 
 그 겨울밤         안도현
 한숨 자고
 고구마 하나 깎아 먹고
 
 한숨 자고
 무 하나 더 깎아먹고
 
 더 먹을 게 없어지면
겨울밤은 하얗게 깊었지






 
그리움              이용악(1914-1971)
눈이 노는가 북쪽엔
함박눈 쏟아져 내리는가
 
험한 벼랑을 굽이굽이 돌아간
백무선 철길 위에
느릿느릿 밤새어 달리는
화물차의 검은 지붕에
 
연달린 산과 산 사이
너를 남기고 온
작은 마을에도 복된 눈 내리는가
 
잉크병 얼어드는 이러한 밤에
어쩌자고 잠을 깨어
그리운 곳 차마 그리운 곳
 
눈이 오는가 북쪽엔
함박눈 쏟아져 내리는가
 








그 어둡고 추운, 푸른   이성복
겨울날 키 작은 나무 아래
종종걸음 치던
그 어둡고 추운 푸른빛.
 
지나가던 눈길에
끌려나와 아주
내 마음 속에 들어와 살게 된 빛
 
어떤 빛은 하도 키가 작아,
쪼글씨고 앉아
고개 치켜들어야 보이기도 한다


 
                                     
 
그해 겨울              마경덕
흉년 든 그 해
탱자처럼 노랗게 황달을 앓던 아버지
눈 오는 아침, 재첩을 사러 간
엄마는 오지 않고
 
언니와 나는 쪽마루에 걸터앉아
반 됫박 남은 호박씨를 까먹었다
 
종일 퍼붓는 눈
앞산의 눈썹이 지워지고
봉창 여닫는 소리, 잦은 기침 소리
뒤란 대밭 철퍼덕, 눈똥 누는 소리
 
쌀가루 같은 눈이 내려
가뭇없는 길
 
휘청, 발을 헛디딘 대숲은
한무리 새떼를 날려 보냈다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이면우
배추 무씨는 늦여름 꿈의 부피처럼 쬐그맣다
텃밭 풀 뽑고 괭이로 쪼슬러 두둑 세워 심었다
나는 가으내 돈 벌러 떠돌고 아내 혼자 거름 주고 벌레 잡아 힘껏 키워냈던가
김장독 삿갓 씌우고 움 파 무 거꾸로 세워 묻고 시래기 엮어 추녀 끝에 내 걸으니
문득 앞산 희끗한 아침
대접 속 무청이 새파랗다
배추김치 새빨갛다
그 아리고 서늘함 
무슨 천 년 묵은 밀지이듯
곰곰 씹어보다 눈두덩이 공연히 따뜻해지다
햇살 동쪽 창호에 붉은 날        


                                    




 




                                       
누나           임길택
눈 내리는 날 시집을 가면서
포근한 눈 같은 마음도 가지고 갔어요
 
그런데도 어쩌다 찾아가 보면
매형이 신던 양말 기워 신고
누나는 입던 옷뿐이었지요
 
누나는 다시 태어난다면
학이 되고 싶다 했어요
고향 학골에 날아와
어릴 적 뛰놀던 길 돌아보는
그런 학이 되고 싶다 했어요
 


                               
동안거         고재종
목화송이 같은 눈이 수북수북 쌓이는 밤이다
 
이런 밤, 가마솥에 포근포근한 밤곰구마를 쪄내고
장광에 나가 시린 동치미를 쪼개오는 여인이 있었다
 
이런 밤엔 윗길 아랫길 다 끊겨도
강변 미루나무는 무장무장 하늘로 길을 세우리
 


동모동월冬母冬月      박형준
버드나무 가지에 매달려
오늘밤 흰달로 오시네
 
물가에 둥근 돌
빨래가 쌓였던 곳
돌덩어리 가슴에 박혀 울던 사람들
물결에 씻겨가네
 
물살 아래
누워 있네
 
처녀들 모두 떠나가고
얼음 구멍에 손을 넣고
어머니 빨래를 끄집어내시네
죽은 처녀들 끄집어내시네
 
물에 잠겨 있는 어머니
오늘밤 흰달로 오시네










몽유. 겨울밤             이경진(1968 - )2006년 계간<문예연구>신인상으로 등단.
잔업 끝내고 돌아온 어머니가 누에를 사오셨다
우리는 그것을 필통 세 개에 나누고 날마다 해질 무렵까지 뽕잎을 찾아 헤맸지만,
뽕나무들은 다 베이고 없었다
누군가 오동잎을 대신 먹여도 된다고 귀에 속삭였다
나는 누이와 막내를 이뜨기*까지 보내 오동잎을 따오게 했다
바람이 몹시 거칠어 동ㅅ생들의 손등은 항시 거북 등처럼 갈라져 있었다
누에는 푸석푸석한 오동잎을 게걸스럽게 먹어댔지만,
살은 오르지 않고 점점 딱딱해졌다
위장약 같은 흰 똥도 쌌다
겁난 나는 문둥이들이돌아다닌다는 이뜨기 너머까지 동생들을 보냈다
그날 밤늦게 막내가 울면서 혼자 백열등 밑으로 기어 들어왔다
야근 나간 어머니는 오시지 않았다
나는 온몸이 딱딱해진 막내의 몸을 껴안은 채 잠들었는데,
탄구멍처럼 활짝 열린 꿈속에서; 누이를 보았다
뽕나무를 발견했어. 오빠, 잘했지? 우리 이젠 더 큰 방으로 갈 수 있는 거지?
훔쳐 먹은 오디처럼 검은 입술로 웃고 있었다
골방에선 고치를짓지 못한 누에가 썩고 있었다
주인집 개가 짖고 있었다
 
*이뜨기ㅡ 예전에 익산 동산동 일대를 부르던 이름이다
옛날에 둑이 있었던 자리라는 뜻에서 옛뚝이, 또는 이뜨기라고 했다
 
 
 
밤          심훈
밤 깊은 밤
바람이 뒤설레이며
문풍지가 운다
방 텅 비인 방 안에는
등잔불의 기름 조는 소리뿐...
 
쥐가 천장을 모조리 써는데
어둠은 아직도 창 밖을 지키고
내 마음은 무거운 근심에 짓눌려
깊이 모를 연못 속을 자맥질 한다
 
아아, 기나긴 겨울밤에
가늘게 떨며 흐느끼는
고달픈 영혼의 울음소리 ...
별없는 하늘 밑에 들어줄 사람 없구나!
 
                          
 
 


 
 
白夜          기형도
눈이 그친다
인천집 흐린 유리창에 불이 꺼지고
낮은 지붕들 사이에 끼인
하늘은 딱딱한
널빤지처럼 떠 있다
가늠할 수 없는 넓이로 바람은
손쉽게 더러운 담벼락을 포장하고
싸락눈들은 비명을 지르며 튀어오른다
흠집투성이 흑백의 자막 속을
한 사내가 천천히 걷고 있다
무슨 농구처럼 굽은 손가락들, 어디선가 빠뜨려버린
몇 병의 취기를 기억해내며 사내는
문닫힌 상회 앞에서 마지막 담배와 헤어진다
빈 골목은 펼쳐진 담요처럼 쓸쓸한데
싸락눈 낮은 촉광 위로 길게 흔들리는
기침 소리 몇, 검게 얼어붙은 간판 밑을 지나
휘적휘적 사내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이 밤, 빛과 어둠을 분간할 수 없는
꽝꽝 빛나는, 이 무서운 백야
밟을수록 더욱 단단해지는 눈길을 만들며
군용 파카 속에서 칭얼거리는 어린 아들을 업은 채
 




 
 붉은 겨울            김수우(1959 - ) 부산
거대한 등들이 너울거립니다
 
포장마차 붉은 천막
국물과 소주잔을 놓고 앉은 영혼이 풀럭댑니다
자정 넘도록
혼불처럼 울렁이는 깊은 산마루들
 
오래된 사랑은 늘어난 빚돈만큼 아득하고
처음 꾸는 꿈은 수취인 불명만큼 서러워
 
문득문득 오래된 것들이 처음처럼 돌아오는 바람 속
거대한 등을 가진, 꽃잎만 한 아비들
 
하늘 끝에서도 잘 보이는 홍등입니다
먼 데서 바라볼수록 살아, 깜박이는 한 송이 산나리
 
아침이면
우주를 전파상처럼 운영하기 위해 온몸으로 울어야 할
유난히 붉은, 주전자 같은 등들이
너울거립니다                        
 
 
산가          도종환
어제 낮엔 양지 밭에 차나무 씨앗을 심고
오늘 밤엔 마당에 나가 별을 헤아렸다
해가 지기 전에 소나무 장작을 쪼개고
해 진 뒤 침침한 불빛 옆에서 시를 읽었다
산그늘 일찍 들고 겨울도 빨리 오는 이 골짝에
낮에도 찾는 이 없고 밤에도 산국화뿐이지만
매화나무도 나도 외롭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매화는 매화대로 나는 나대로 그냥 고요하였다




  
 
  서대문형무소            김광섭
              ㅡ 독방 62호실의 겨울
하이얀 성에 싸인
낡은 유리창 너머로
바람은 불고 불고
까치들 우는 저녁
 
태양을 등진
북향 철창 위로
검은 창막을
추근히 나리면
 
외론 등불 아래
붉은 옷을 걸치고
움직이는 그림자
슬픔을 깨우치나니
 
한숨에 젖어
때묻은 차디찬 벽
내일 물러갈 벽이로되
방은 모두다 무덤의 행렬
 
여기 생이 슷드려
정은 오고 가고
그리운 길
고요히 열리면
 
가슴 속 깊이
숨은 구슬들
흘러서 흘러서
눈물이 되나니
 
낮이나 밤이나
북향 철창은 어둡고
검은 창막 너머로
바람은 불고 불고 ...
1941년
<마음> 중앙문화협회 .1949년
 
김광섭은 일제 시대 창씨개명에 거역했다고 옥고를 치른 일이 있다




                                 

 
  설야            김광균
어느 머언 곳의 그리운 소식이기에
이 한밤 소리없이 흩날리느뇨
 
처마 끝에 호롱불 여위어가며
서글픈 옛자췬 양 흰 눈이 내러
 
하이얀 입김 절로 가슴이 메어
마음 허공에 등불을 켜고
내 홀로 밤 깊어 뜰에 내리면
머언 곳에 여인의 옷 벗는 소리
희미한 눈발
이는 어느 잃어진 추억의 조각이기에
싸늘한 추회追悔 이리 가쁘게 설레이느뇨
 
한 줄기 빛도 향기도 없이
호올로 차단한 의상을 하고
흰 눈은 내려 내려서 쌓여
내 슬픔 그 위에 고이 서리다
 


아무 생각없이 겨울 풍경 그리기         최하림
눈이 내리니
나뭇가지들이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포물선을 그리며 휘어지다가
눈을 털고 일어나고
다시 눈을 털고 일어나고 한다
오후 내내 그 일을 단조롭게
반복한다 우리가 날마다
아침을 시작하고 또
시작하는 것과 같으다
 
이런 날
하늘을 지붕 가까이
내려와 멈추고 세상 길도
들녘에서 멈추고 세상 길도
들녘에서 모습을 지운다
나는 천근 무게로 눈꺼풀이
내려앉아 꿈속처럼 눈을 감는다
아이의 속뼈같이 여린 가지들이
사라지고 또다시 가지들이
떠올라 머나먼 마을에
차곡차곡 쌓인다
 
나는 사나운 짐승처럼 눈벌판을
마구 쏘다니고 싶지만
나는 결코 눈길에 발자국을 남기지
못한다 눈은 나를 덮고 또 덮으며
종일 내려 쌓인다


 
 
아버지의 겨울        임길택
부엌에서
아버지가
망치질을 하고 있었다
 
탄 묻은 판자쪽을
주워다 놓고
온 집안 울리도록
바람구멍을 막고 있었다
 
산 너머 어디쯤에
겨울이 오고 있었다
 
 






 
                              
외딴집             장석남
겨울 이른 아침
맑은 공기 속에
싸락눈 쏟아지기 시작하자
동그마한 흙마당에
나보다도 더 작은
하나님들이
여기저기에서 들떠
왔다갔다하시네
살구나무들이
뿌리를 가지런히 하는 소리
싸락눈 제일 많이 쌓이는
그 그늘
모퉁이에서 들리네
 
                               
이 밤의 툇마루 끝이          조정권
산허리 둘린 안개 어둠에 잦아들고
언제 보아도 절벽 소나무는 급경사를 이루네
저녁부터 온 허공 잔잔히 메를 매기는
눈발 바라보네
이 밤의 툇마루 끝이 그대로 내밀어져
벼랑 꼭대기에 아슬히 나앉아 있는 것 같구나
 


 
   絶頂             이육사


매운 계절의 채찍에 갈겨
마침내 북방으로 휩쓸려오다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
서릿발 칼날 진 그 위에 서다
 
어디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
한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다
 
이러매 눈 감아 생각해 볼밖에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이 육사( - 1944.1.16베이징감옥)
 
                          
잿빛 겨울날         헤세


고요하고 거의 빛이 없는
잿빛 겨울날
아직도 사람들이 자기와 말하는 것이
싫은 툴툴거리는 노인이다
 
그가 강물 소리를 듣고 있다 젊은 강물이
충동과 격정에 가득 차 흘러가는 것이
그에게는 주제 넘고 실없게 생각된다
그 참을성 없는 힘이
 
늙은 겨울날은 비웃듯 눈을 찌푸린다
아직 더 빛을 아낀다
아주 살짝 눈 내리기를 시작한다
얼굴 앞에 베일을 드리운다
 
노인의 꿈속에서 그를 번거롭게 하는 건
갈매기들의 요란한 소리
메마른 가죽나무 속에서
지빠귀들이 다투는 소리
중요하다는
모든 요란한 떠벌림이 그는 우습다
혼자 중얼중얼 조금씩 눈을 뿌린다
어둠 속까지
 


  
 


  초겨울         도종환


올해도 갈참나무 잎 산비알에 우수수 떨어지고
올해도 꽃진 들에 억새풀 가을 겨울 흔들리고
올해도 살얼음 어는 강가 새들은 가고 없는데
구름 사이에 별이 뜨듯 나는 쓸쓸히 살아 있구나
  
                  
초겨울 편지           김용택


앞산에
고운 잎
다 졌답니다
 
빈 산을 그리며
저 강에
흰 눈
내리겠지요
 
눈 내리기 전에
한번 보고 싶습니다




湯藥          백석
눈이 오는데
토방에서는 질화로 우에 곱돌탕관에 약이 끓는다
삼에 숙변에 목단에 백복령에 산약에 택사의 몸을 보한다는 六味湯이다
약탕관에서는 김이 오르며 달큼한 구수한 향기로운 내음새가 나고
약이 끓는 소리는 삐삐 즐거웁기도 하다
 
그리고 다 달인 약을 하이얀 약사발에 밭아놓은 것은
아득하니 깜하여 萬年 옛적이 들은 듯한데
나는 두 손으로 고이 약그릇을 들고 이 약을 내인 옛사람들을 생각하노라면
내 마음은 끝없이 고요하고 또 맑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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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화 詩 모음  




1.[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지금은 남의 땅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 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 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 자욱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다리는 울타리 너머 아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 같은 머리털을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


혼자라도 가쁘게나 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 기름을 바른 이가 지심 매던 그 들이라 다 보고 싶다.


내 손에 호미를 쥐어 다오.
살진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짬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웃어웁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지폈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 -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2.<나의 침실로>
"가장 아름답고 오__랜 것은 오직 꿈 속에만 있어라"
__'내말'


'마돈나' 지금은 밤도, 모든 목거지에, 다니노라 피곤하여
돌아 가련도다
아,너도 먼동이 트기 전으로, 수밀도(水蜜桃)의 네 가슴에,
이슬이 맺도록 달려오너라.


'마돈나' 오려무나, 네 집에서 눈으로 유전(遺傳)하던 진주는,
다 두고 몸만 오너라.
빨리 가자, 우리는 밝음이 오면, 어딘지도 모르게 숨는
두 별이어라.
'마돈나' 구석지고도 어두운 마음의 거리에서, 나는 두려워
떨며 기다리노라.
아, 어느덧 첫닭이 울고____뭇개가 짖도다.
나의 아씨여, 너도 듣느냐.


'마돈나' 지난 밤이 새도록, 내 손수 닦아 둔 침실로 가자.
침실로!
낡은 달은 빠지려는데, 내 귀가 듣는 발자욱____
오, 너의 것이냐?


'마돈나'짧은 심지를 더우잡고 눈물도 없이 하소연하는
내 마음의 촛불을 봐라.
양털 같은 바람결에도 질식이 되어, 얄푸른 연기로 꺼지려는 도다


'마돈나' 오너라 가자. 앞 산 그리매가, 도깨비처럼, 발도 없이
이곳 가까이 오도다.
아, 행여나, 누가 볼는지____ 가슴이 뛰누나,
나의 아씨여, 너를 부른다.


'마돈나' 날이 새련다. 빨리 오려무나, 사원(寺院)의 쇠북이
우리를 비웃기 전에
네 손이 내 목을 안아라, 우리도 이밤과 같이,
오랜 나라로 가고 말자.


'마돈나' 뉘우침과 두려움의 외나무다리 건너 있는 내 침실,
열이도 없으니!
아, 바람이 불도다, 그와 같이 가볍게 오려무나, 나의 아씨여,
네가 오느냐?


'마돈나' 가엾어라, 나는 미치고 말았는가, 없는 소리를
내 귀가 들음은___
내 몸에 파란 피____ 가슴의 샘이, 말라 버리듯, 마음과 목이
타려는도다.


'마돈나' 언젠들 안 갈 수 있으랴, 갈테면 우리가 가자,
끄을려 가지 말고!
너는 내 말을 믿는 '마리아'_____
내 침실이 부활의 동굴임을 네야 알련만......,


'마돈나' 밤이 주는 꿈, 우리가 얽는 꿈, 사람이 안고 궁그는
목숨의 꿈이 다르지 않으니.
아, 어린애 가슴처럼 세월 모르는 나의 침실로 가자,
아름답고 오랜 거기로.


'마돈나' 별들의 웃음도 흐려지려 하고, 어두운 밤 물결도
잦아 지려는 도다.
아, 안개가 사라지기 전으로, 네가 와야지,
나의 아씨여, 너를 부른다.




3.-병적 계절(病的季節)-


기러기 제비가 서로 엇갈림이 보기에 이리도 설은가.
귀뚜리 떨어진 나뭇잎을 부여잡고 긴 밤을 새네.
가을은 애달픈 목숨이 나누어질까 울 시절인가 보다.


가없는 생각 짬 모를 꿈이 그만 하나 둘 잦아지려는가.
홀아비같이 헤매는 바람떼가 한 배 가득 구비치네.
가을은 구슬픈 마음이 앓다 못해 날뛸 시절인가 보다.


하늘을 보아라 야윈 구름이 떠돌아다니네.
땅 위를 보아라 젊은 조선이 떠돌아다니네.




4.-통곡(痛哭)-


하늘을 우러러
울기는 하여도
하늘이 그리워 울음이 아니다.
두 발을 못 뻗는 이 땅이 애닯아
하늘을 흘기니
울음이 터진다
해야 웃지 마라
달도 뜨지 마라




#[작가소개]
이상화(李相和, 1900~1943) 호는 상화(尙火). 대구출생.
경성중학 3년 수료하고(1917),그해강원도 일대를 방랑했다.
이상화의 작품활동은 그가 동향 친구인 현진건의 소개로 가담한
<백조>창간호에 <말세의 회탄>을 발표하면서 시작되었다.
그의 작품 활동은 대략 초기에는 <백조>그룹 등과 함께
하면서 <나의 침실로>롸 같은 탐미적 경향의 시를 썼으나,
1924년 경을 고비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와 같은
식민지하의 민족현실을 바탕으로 한 저항 정신과 향토적 세계를
노래했다. 현실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역사를 바로 꿰뚫어보는
가운데 치열한 시대 정신과 따뜻한 휴머니즘 정신을 아름다운
예술혼으로 상승시킨 암흑기의 민족 시인이자 민중시인, 저항시인의
한 사람으로 불리운다. 일제 강점기에 독립 운동에 관련된 혐의로
여러차례 감옥 생활을 하였다.
백기만이 엮은 <상화(尙火)와 고월(古月)>에 16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대표작에는 1926년 6월,<개벽>70호에 발표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와 <가상(街相)>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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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시 모음

1.봄 / 윤동주


봄이 혈관 속에 시내처럼 흘러
돌 , 돌, 시내 가차운 언덕에
개나리, 진달래, 노오란 배추꽃,

삼동(三冬)을 참어온 나는
풀포기처럼 피어난다.

즐거운 종달새야
어느 이랑에서나 즐거웁게 솟쳐라.

푸르른 하늘은
아른아른 높기도 한데......


2.봄 / 김광섭


얼음을 등에 지고 가는 듯
봄은 멀다
먼저 든 햇빛에
개나리 보실보실 피어서
처음 노란 빛에 정이 들었다

차츰 지붕이 겨울 짐을 부릴 때도 되고
집 사이에 쌓인 울타리를 헐 때도 된다
사람들이 그 이야기를
가장 먼 데서부터 시작할 때도 온다

그래서 봄은 사랑의 계절
모든 거리가 풀리면서
멀리 간 것이 다 돌아온다
서운하게 갈라진 것까지도 돌아온다
모든 처음이 그 근원에서 돌아선다

나무는 나무로
꽃은 꽃으로
버들강아지는 버들가지로
사람은 사람에게로
산은 산으로
죽은 것과 산 것이 서로 돌아서서
그 근원에서 상견례를 이룬다

꽃은 짧은 가을 해에
어디쯤 갓다가
노루꼬리만큼
길어지는 봄해를 따라

몇 천리나 와서
오늘의 어느 주변에서
찬란한 꽃밭을 이루는가

다락에서 묵은 빨래뭉치도 풀려서
봄빛을 따라나와
산골짜기에서 겨울 산 뼈를 씻으며
졸졸 흐르는 시냇가로 간다

3.봄 / 김용택


바람 없는 날
저문 산머리에서 산그늘 속을 날아오는
꽃잎을 보았네
최고 고운 몸짓으로
물에 닿으며
물 깊이 눈감는 사랑을 보았네

아아, 나는 인자 눈감고도 가는
환한 물이네

4.봄 / 오탁번


소쩍새는
밤 이슥토록 울고
조롱조롱 금낭화
붉은 꽃잎이 짙다

너비바위 틈에 피어난
개미딸기
오종종오종종
노란 꽃잎이 여리다

하늘 높이 뜬
솔개 눈씨에
참새도 오목눈이도
찔레넝쿨 사이로 숨는다

하느님이
수염에 묻은 황사를 턴다
붕어들이 알 낳느라
몸을 떨며 피 흘린다

5.봄눈 / 정호승


봄눈이 내리면
그대 결코
다른 사람에게 눈물을 보이지 말라
봄눈이 내리면
그대 결코
절벽 위를 무릎으로 걸어가지 말라
봄눈이 내리는 날
내 그대의 따뜻한 집이 되리니
그대 가슴의 무덤을 열고
봄눈으로 만든 눈사람이 되리니
우리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랑과 용서였다고
올해도 봄눈으로 내리는
나의 사람아..

6.봄비 / 노천명


강에 얼음장 꺼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이는 내 가슴속 어디서 나는 소리 같습니다

봄이 온다기에
밤새껏 울어 새일 것은 없으련만
밤을 새워 땅이 꺼지게 통곡함은
이 겨울이 가는 때문이었습니다

한밤을 줄기차게 서러워함은
겨울이 또 하나 가려 함이었습니다

화려한 꽃철을 가져온다지만
이 겨울을 보냄은
견딜 수 없는 비애였기에
한밤을 울어울어 보내는 것입니다

7.봄비 / 고정희


가슴 밑으로 흘려보낸 눈물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모습은 이뻐라
순하고 따스한 황토 벌판에
봄비 내리는 모습은 이뻐라
언 강물 풀리는 소리를 내며
버드나무 가지에 물안개를 만들고
보리밭 잎사귀에 입맞춤하면서
산천초목 호명하는 봄비는 이뻐라
거친 마음 적시는 봄비는 이뻐라
실개천 부풀리는 봄비는 이뻐라

오 그리운 이여
저 비 그치고 보름달 떠오르면
우리들 가슴속의 수문을 열자
봄비 찰랑대는 수문을 쏴 열고
꿈꾸는 들판으로 달려나가자
들에서 얼싸안고 아득히 흘러가자
그때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하리
다만 둥그런 수평선 위에서
일월성신 숨결 같은 빛으로 떠오르자


8.봄비 / 이수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되어 짙어 오겠지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엔
종달새만 무어라 지저귀고

시새워 벙그러질 고운 꽃밭속
수줍은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이 비 그치면
님 앞에 타오르는 향연과 같은 내 마음
땅에서 또 아지랭이 되어 타오르 겠지

9.봄비 1 -추억의 봄비. / 강해산


저기 비가 오네요.
기나긴 외로움 속에서
지쳐버린 마음에
아련한 추억을 적셔 주네요.

한동안 잊었던 당신의
아름다운 사랑이
창을 두드리는 빗방울처럼
귓전에 맴돌아가고
참을 수 없는 그리움에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은 빗물 되어 흘러내리네요.

겨우내 추위에 굳어버린
추억에서 사라진 내가
세상에는 없는 당신을 잊을까봐
해마다 사월이 오면
당신은 봄비 되어
내 마음 속에 내리네요.

10.봄비 오던 날 / 최옥


혼잣말을 합니다
그대가 나를 조금만 자유롭게
하기를 그렇게 하기를...
가두었던 말(言)들을
빗물속에 흘려 보냅니다

구름처럼
먼 데 둘 수밖에 없는 사랑
수평선처럼
바라볼 수 밖에 없는 그대

한때 당신을 향했던
불같은 몸살도
이제는 편안해진 그리움이길

재울 것은 재우고
깨울 것은 깨우며
봄비속에 연신 혼잣말을 합니다
가두었던 말(言)들을 풀어줍니다

11.봄은 간다 / 김 억


밤이도다
봄이다

밤만도 애달픈데
봄만도 생각인데

날은 빠르다
봄은 간다

깊은 생각이 아득이는데
저 바람에 새가 슬피 운다

검은 내 떠돈다
종소리 비낀다

말도 없는 밤의 설움
소리 없는 봄의 가슴

꽃은 떨어진다
님은 탄식한다

12.모란이 피기까지는 /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ㅎ게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13.봄은 고양이로다 / 이장희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에
고운 봄의 香氣가 어리우도다.

금방울과 같이 호동그란 고양이의 눈에
미친 봄의 불길이 흐르도다.

고요히 다물은 고양이의 입술에
포근한 봄 졸음이 떠돌아라.

날카롭게 쭉 뻗은 고양이의 수염에
푸른 봄의 生氣가 뛰놀아라.

14.다시금 봄날에 / 김남조


가랑잎 나의 영혼아

만국(晩菊) 한 송이
물오리처럼 목이 시린 조락의 뜰에
너 함께나도 볼이 젖는다

그 전날
그 푸른 산바람
해설픈 초원에 떠놀던
여른여른 눈여린 고운 불수레 하며
멀리 메아리져서 돌아들 오던
그리운 노래 그리운 이름

펴며 겹치며 드높이 손짓하는
송이 송이 탐스런 떼구름들
네가 그들을
얼마나 가슴 바쳐 사랑했음인가를
내가 안다

지금은 땅에 떨어져
매운 돌부리에 찢기우는 너여
가랑비 보슬보슬 내림과 같고
소물소물 살눈썹이 웃음과 같은
네 달가운 모든것
오직

그들 호사스런 계절의
풍요한 아름다움 앞에 바친 푸른 찬가
헌신이던걸 내가 안다

그러나 지금은 가야지
지금은 눈감고 고이 가야지
지열이 돌아오는 어느 봄날에
다시금 어린아이처럼
손 흔들며 깨어나리라

찬서리 소리도 없이 내리는 뜰에
핏줄기 얼음 어는
가랑잎 내 헐벗은 영혼아

15.봄 편지 / 이효녕


얼었던 땅위에 아지랑이
눈 속에 잠자던 하얀 꿈을 부르니
문을 열면 앞산이 달려와
내 가슴 어느 듯 흔든다

부드러운 사랑만큼 순한 미풍
눈을 뜨고 눈을 감고
내게 걸머진 삶의 무게
남쪽 향해 허리 굽힌다

잃어버린 길을 찾아와 기웃거리며
기도로 머물어
다시 햇볕을 소유한 하늘 몇 평
봄날은 그대 가슴에 가까이 있다

16.초봄의 귀밑머리 / 김지향


방금 머리 내민 봄
햇빛을 만져본다
빛꼬리가 손가락 사이로 빠져
풀밭에 뒹군다

햇빛의 발이 콩.콩,콩,
자죽을 찍는 풀잎마다
연두빛 얼굴이 된다

봄의 빛은 발이 간지럽다

[손으로 움켜잡으면
몸이 가루되어 먼지처럼 날리지만]
햇빛이 빗금을 그은 곳마다
아지랑이가 죽어버린다
아지랑이 뒤에 머리를 숨긴
풀이 쏘옥. 쏙 혀를 내민다

보들한 바람에
파란 혀를 날름대는 풀
초봄의 귀밑머리가 내 뺨에서
파르랗게 나팔댄다.

17.해마다 봄이되면 / 조병화


해마다 봄이되면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
땅 속에서, 땅 위에서
공중에서
생명을 만드는 쉬임 없는 작업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꿈을 지녀라
보이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생명을 생명답게 키우는 꿈
봄은 피어나는 가슴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꿈을 지녀라

오,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새로워라
나뭇가지에서 물 위에서 뚝에서
솟는 대지의 눈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새로워라

18.봄날,사랑의 기도 / 안도현


봄이 오기 전에는 그렇게도 봄을 기다렸으나
정작 봄이 와도 저는 봄을 제대로 맞지 못했습니다
이 봄날이 다 가기 전에
당신을 사랑하게 해 주소서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로 해서
이 세상 전체가 따뜻해질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이 봄날이 다 가기 전에
갓 태어난 아기가 응아,하는 울음소리로 엄마에게
신호를 보내듯
내 입 밖으로 나오는 사랑해요,라는 말이 당신에게
닿게 하소서

이 봄날이 다 가기 전에
남의 허물을 함부로 가리키던 손가락과
남의 멱살을 무턱대고 잡던 손바닥을 부끄럽게 하소서
남을 위해 한 번도 열려본 적이 없는 지갑과
끼니때마다 흘러 넘쳐 버리던 밥이며 국물과
그리고 인간에 대한 모든 무례와 무지와 무관심을
부끄럽게 하소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게 하소서
큰 것보다도 작은 것도 좋다고,
많은 것보다도 적은 것도 좋다고,
높은 것보다도 낮은 것도 좋다고,
빠른 것보다도 느린 것도 좋다고,

이 봄날이 다 가기 전에

그것들을 아끼고 쓰다듬을 수 있는 손길을 주소서
장미의 화려한 빛깔 대신에 제비꽃의 소담한 빛깔에
취하게 하소서
백합의 강렬한 향기 대신에 진달래의 향기 없는
향기에 취하게 하소서

떨림과 설렘과 감격을 잊어버린
말라비틀어진 나뭇가지 같은 몸에도
물이 차 오르게 하소서
꽃이 피게 하소서
그리하여 이 봄날이 다 가기 전에
얼음장을 뚫고 바다에 당도한 저 푸른 강물과 같이
당신에게 닿게 하소서

19.이 봄의 축제 / 김종해


그대 여기에 계시지 아니하나
그대 뜻에 따라
이 봄에 풀잎은 일어서고
꽃들은 하늘에다 오색 종이를 날린다
일어선 풀잎 하나만 보아도
눈물나는 이 봄에
황사는 자욱하게 하늘을 가리고
일어서라일어서라일어서라고
누가 외치지 않아도
저 하찮은 들꽃들마저 일어서서
하늘에다 오색 등불을 매단다
嚴冬에 엎드려 숨죽이던 것들아
척박한 황지에 뿌리내린 쑥맥들아
누가 오늘의 이 축제를 숨어서 구경하랴
그대 여기에 계시지 아니하나
그대 뜻에 따라
이 봄에 나도 풀잎으로 일어서서
황사 흩날리는 하늘에다 새를 날린다
아아, 이름을 짓지 않은 한 마리의 새를!

20.봄꽃이 필 때 / 홍수희


너무 기뻐하지도
너무 슬퍼하지도
말 일입니다

자연도
삶도 순환하는 것

이 봄,
마른 가지에
새순이 돋아나듯이

돌아다보면
내 눈물에 이미
봄꽃은 피어나고
있었던 것을

어이 그리
투정만 부렸는지요
시샘만 부렸는지요

네가 오면 오는 그대로
네가 가면 가는 그대로
웃고 말 걸 그랬습니다

21.봄이 오는 길목에서 / 이해인


하얀 눈 밑에서도 푸른 보리가 자라듯
삶의 온갖 아픔 속에서도
내 마음엔 조금씩
푸른 보리가 자라고 있었구나
꽃을 피우고 싶어
온몸이 가려운 매화 가지에도
아침부터 우리집 뜰 안을 서성이는
까치의 가벼운 발결움과 긴 꼬리에도
봄이 움직이고 있구나

아직 잔설이 녹지 않은
내 마음의 바위 틈에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일어서는 봄과 함께
내가 일어서는 봄 아침
내가 사는 세상과
내가 보는 사람들이
모두 새롭고 소중하여
고마움의 꽃망울이 터지는 봄
봄은 겨울에도 숨어서
나를 키우고 있었구나.

22.청매화, 봄빛 / 이은봉


청매화 푸르른 꽃잎들, 밭두둑마다 푸시시 웃으며 뛰놀고 있다
킁킁킁, 꽃향기 벌떼처럼 코끝 싸하게 쏘아대는 마을......,
강언덕 저쪽 산비탈에선 일찍 핀 꽃잎들, 아랫도리를 꼬으며 이울고 있다
잠시 밭두둑에 서서, 옷매무새 고치며 슬픔 견디고 있는 여인......,
살며시 꺼내든 손거울 속으로, 또 하루치의 봄빛, 멈칫멈칫 스며들고 있다.

23.봄이 올 때까지 / 양선희


엄마,나 좀 밟아주세요.
더 깊은 땅내가 필요해요.
곧 내가 동사하겠어요.
이제 봄이래요.
진짜 봄이 오면
내 몸의 일부가 피리가 되는
내 몸 어딘가에 새 둥지를 품는
들쥐도 새끼 치는
꿈을 이룰 거예요.
진짜 봄이 올 때까지
제발 엄마,나 좀 꼭꼭 밟아주세요.

24.꿈같이 오실 봄 / 오광수


그대!
꿈으로 오시렵니까?

백마가 끄는 노란 마차 타고
파란 하늘 저편에서
나풀 나풀 날아오듯 오시렵니까?

아지랑이 춤사위에
모두가 한껏 흥이 나면
이산 저 산 진달래꽃
발그스레한 볼 쓰다듬으며
그렇게 오시렵니까?

아!
지금 어렴풋이 들리는 저 분주함은
그대가 오실 저 길이
땅이 열리고
바람의 색깔이 바뀌기 때문입니다.

어서 오세요.
하얀 계절의 순백함을 배워
지금 내 손에 쥐고 있는
메마름을 버리고
촉촉이 젖은 가슴으로
그대를 맞이합니다.

그대!
오늘밤 꿈같이 오시렵니까?

25.봄이 오는 소리 / 남낙현


얼음장 밑에서 졸졸졸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두꺼운 땅껍질을 뚫고 나오는
아주 작은 힘,,,
어떠한 힘으로도 막지 못한다.

작은 새싹 하나
우주를 뚫고
세상 구경을 나오려고 기지개를 켠다.

벌써 양지바른 언덕에
뾰족 나온 푸른 싹들
새생명의 탄생 알린다.

26.봄 밤 / 김수영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강물 위에 떨어진 불빛처럼
혁혁한 업적을 바라지 말라
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달이 떠도
너는 조금도 당황하지 말라
술에서 깨어난 무거운 몸이여
오오 봄이여

한없이 풀어지는 피곤한 마음에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너의 꿈이 달의 행로와 비슷한 회전을 하더라도
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기적소리가 과연 슬프다 하더라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서둘지 말라 나의 빛이여
오오 인생이여

재앙과 불행과 격투와 청춘과 천만 인의 생활과
그러한 모든 것이 보이는 밤
눈을 뜨지 않은 땅속의 벌레같이
아둔하고 가난한 마음은 서둘지 말라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절제여
나의 귀여운 아들이여
오오 나의 영감(靈感)이여

27.봄볕 속의 길 / 조태일


구겨진 마음들을
어서 어서 펴서
아른아른한 아지랑이
부드럽게 춤추며
봄볕 속의 길로 나서자.

착하고 격렬했던 뜻들을
서로 나누어 가지며
너와 나의 길
가릴 것 없이
우리들의 길로 한데 합쳐서

손에 손에 자식들을 이끌어
한형제로
앞서가며 뒤서가며
마음을 활짝 열어
깨어나는 생명들의 소리를 듣자.

파고다공원에 내리는 봄볕도
수유리 4.19 기념탑에 내리는 봄볕도
한데 어우러져
춤을 추나니,
춤을 추나니.

28.이른 봄 저녁 무렵 / 정희성


이른봄 저녁 무렵
새로 나온 이시영 시집을 읽으며
그 행간에 자리잡은
적요에 잠겨 눈을 지그시 감다가
문득 놀라 창문 열고 내다보니
언제 지었을까
아직 새 잎 돋지 않은 가문비나무 우듬지에
얼기설기 얽어놓은 까치 둥우리
새는 보이지 않고
나뭇가지 사이로 드러나는 하늘빛 고요
옳거니!
세상의 소란이 나를 눈감게 하고
저 고요가 나를 눈뜨게 하느니

29.지상의 봄 / 강인한


별이 아름다운 건
걸어야 할 길이 있기 때문이다.

부서지고 망가지는 것들 위에
다시 집을 짓는
이 지상에서

보도 블록 깨어진 틈새로
어린 쑥잎이 돋아나고
언덕배기에 토끼풀은 바람보다 푸르다.

허물어진 집터에
밤이 내리면
집 없이 떠도는 자의 슬픔이
이슬로 빛나는 거기

고층 건물의 음흉한 꿈을 안고
거대한 굴삭기 한 대
짐승처럼 잠들어 있어도

별이 아름다운 건
아직 피어야 할 꽃이 있기 때문이다.

30.때때로 봄은 / 문정희


때때로 봄은
으스스한 오한을 이끌고
얇은 외투 깃을 세우고 온다.

무지한 희망 때문에
유치한 소문들을
사방에다 울긋불긋 터트려 놓고
풀잎마다 초록 화살을 쏘아 놓는다.

때때로 봄은
인생도 모르는 젊은 남자가
연애를 하자고 조를 때처럼 안쓰러운 데가 있다.

31.봄을 기다리며 / 양현근


스물스물 쓸쓸한 감성이
담벼락 한 귀퉁이
남루한 전단지에 갇혀있습니다
스물스물 젖고 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눈길을 거두어도
오래 잊혀지지 않는 것들은
모두 눅눅한 빛깔입니다
울어 버리든가
아니면 조심스럽게 불러보아도
따뜻한 웃음은 조립될 수 없습니다
허술한 마음의 이음새마다
푸른 별들은 초저녁부터 못을 박아대고
오늘 밤은
먼 곳에서 불쑥 달려올지도 모를
그리운 날들을 위하여
잎넓은 창문을 활짝 열어두고
밝은 꽃등 하나
그렇게 밤새 밝혀두렵니다
세상은 그렇게 이유없이 밝아올 겁니다.


32.봄이 오고 있다 / 강은교


봄이 오고 있다
그대의 첫사랑 곁으로
그대의 첫사랑의 눈동자 곁으로
그대의 첫사랑의 눈동자의 맨발 곁으로
그대의 첫사랑의 맨발이 밟은 풀잎 곁으로
그대의 첫사랑의 맨발의 풀잎이 흔들리는 바람곁으로
그대의 첫사랑의 맨발의 풀잎의 바람이 밟은 아침 햇빛 곁으로
그대의 첫사랑의 맨발의 풀잎의 바람의 아침 햇빛이 꿈꾼
그대의 첫사랑의 맨발의 풀잎의 바람의 반짝이는 이슬
곁으로 곁으로 맴도는 그대의 첫사랑의 맨발의
풀잎의 바람의 아침 햇빛의 꿈 엷은 살 속
으로 우리는 간다. 시간은 맨머리로
간다. 아무도 어찌할 수 없다,
그저 갈 뿐, 그러다 햇빛이
되어 햇빛 속으로 가는
그대와 오래 만나리
만나서 꿈꾸리
첫사랑
되리.

33.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 이상화.


지금은 남의 땅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눈길을 따라 꿈 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좀 해 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 자욱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다리는 울타리 너머 아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나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 같은 머리를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

혼자라도 가쁘게나 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기름을 바른 이가 지심 매던 그 들이라 다 보고 싶다.

내 손에 호미를 쥐어 다오.
살진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짬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웃어웁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지폈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 ---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34.무제치늪의 봄 / 정일근


마음을 얻어야 손이 순응하는 법이다
기다릴 줄 아는 마음을 위해 봄은 오고
바라볼 줄 아는 손을 위해 꽃은 핀다
물이 만든 물의 나라 무제치(舞祭峙)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도 물이니
물은 다투지 않고 평등하게 스며들고
겸허하여 낮은 곳으로 흘러간다
꽃을 기다려 삼월 봄이 오고
봄을 기다려 사월 꽃이 피는
그 착한 물들이 빚어내는 빛나는 봄
오랜 마음의 친구가 내미는 손처럼
그 따뜻한 손 꽉 잡아보고 싶은
무제치늪의 봄

35.새봄.3 / 김지하


겨우내
외로웠지요
새봄이 와
풀과 말하고
새 순과 얘기하며
외로움이란 없다고
그래 흙도 물도 공기도 바람도
모두 다 형제라고
형제보다 더 높은
어른이라고
그리 생각하게 되었지요
마음 편해졌어요

축복처럼
새가 머리 위에서 노래합니다.

36.봄 기도 / 시. 강우식


하찮은 풀잎이라도 새싹들은
지뢰 밟듯 조심스럽다
담장 포도나무들은
차 스푼보다 작은 송이 송이 속에
좁쌀알만한 꿈들을 달고
바람 속에, 햇볕 속에 녹아 있고
사과나무는 하얗게 꽃 피어
벌들의 날개 짓에도 얼굴 붉혀라.

꿈 속에 꿈꾸던 내 사람아
이제는 혼수의, 인사불성의 긴 잠에서
죽이는 꽃들의 빛깔로, 향기로, 하늘거림으로
아픈 데서부터 깨어나
한 치 밖에 있는 봄 구경을 제발 좀 하여라.
단 하루만이라도 봄빛으로 눈 떠 보아라.
하늘빛이 시리도록 맑고 흰 눈동자를......
펑, 펑, 펑 꽃 터지듯 떠 보아라

37.봄날은 간다 / 시. 이승훈


낯선 도시 노래방에서 봄날은 간다
당신과 함께 봄날은 간다 달이 뜬
새벽 네시 당신이 부르는 노래를 들
으며 봄날은 간다 맥주를 마시며 봄
날은 간다 서울은 머얼다 손님 없는
노래방에서 봄날은 간다 달이 뜬 거
리로 간다 술에 취한 봄날은 간다
안개도 가고 왕십리도 가고 노래방
도 간다 서울은 머얼다 당신은 가깝
다 내 목에 두른 마후라도 간다 기
차는 가지 않는다 나도 가지 않는다
봄날은 가고 당신도 가지 않는다 연
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해가 뜨면 같이 웃고 해가 지면 같
이 울던 봄날은 간다 바람만 부는
봄날은 간다 글쟁이, 대학교수, 만성
떠돌이, 봄날은 간다 머리를 염색한
우울한 이론가, 봄날은 간다 당신은
남고 봄날은 간다 연분홍 치마가 봄
바람에 휘날리더라 새파란 풀잎이
물에 떠서 흘러가더라

38.봄의 메시지 / 유자효


설레고 싶다
달뜨고 싶다
신경을 올올이 곤두세우고 싶다
이국의 나무 냄새 같은 것
이방의 언어 같은 것
바다의 바람을 돛폭 가득히 안은
범선의 출항 같은 것
낯선 것은 언제나 신선하고
여행을 생각할 때마다
영혼은 때를 벗는다
모험을 도전하는 젊음에 의해
역사는 절망을 이겨 왔었고
세계는 생명의 자양을 얻었다
서투르고 싶다
어리고 싶다
순수를 제대로 볼 수 있을 때
금강석처럼 투명하게 빛나고 싶다
꿈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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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희덕 시 모음 30편

1.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

나희덕

살았을 때의 어떤 말보다

아름다웠던 한마디

어쩔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그 말이 잎을 노랗게 물들였다.

지나가는 소나기가 잎을 스쳤을 뿐인데

때로는 여름에도 낙엽이 진다.

온통 물든 것들은 어디로 가나.

사라짐으로 하여

남겨진 말들은 아름다울 수 있었다.

말이 아니어도, 잦아지는 숨소리,

일그러진 표정과 차마 감지 못한 두 눈까지도

더이상 아프지 않은 그 순간

삶을 꿰매는 마지막 한땀처럼

낙엽이 진다.

낙엽이 내 젖은 신발 창에 따라와

문턱을 넘는다, 아직은 여름인데.

2. 그곳이 멀지 않다

나희덕

사람 밖에서 살던 사람도

숨을 거둘 때는

비로소 사람 속으로 돌아온다

새도 죽을 때는

새 속으로 가서 뼈를 눕히리라

새들의 지저귐을 따라

아무리 마음을 뻗어보아도

마지막 날개를 접는 데까지 가지 못했다

어느 겨울 아침

상처도 없이 숲길에 떨어진

새 한 마리

넓은 후박나무 잎으로

나는 그 작은 성지를 덮어주었다

3. 그때엔 흙에서 흙 냄새나겠지

나희덕

가야지 어서 가야지

나의 누추함이

그대의 누추함이 되기 전에

담벼락 아래 까맣게 영그는 분꽃씨앗

떨어져 구르기 전에

꽃받침이 시들기 전에

무엇을 더 보탤 것도 없이

어두워져가는 그림자 끌고

어디 흙속에나 숨어야지

참 길게 울었던 매미처럼

빈 마음으로 가야지

그때엔 흙에서 흙냄새 나겠지

나도 다시 예뻐지겠지

몇겁의 세월이 흘러

그대 지나갈 과수원길에

털복숭아 한 개

그대 내 솜털에 눈부셔하겠지

손등이 자꾸만 따갑고 가려워져서

4. 그런 저녁이 있다

나희덕

저물 무렵

무심히 어른거리는 개천의 물무늬에

하늘 한구석 뒤엉킨

하루살이떼의 마지막 혼돈이며

어떤 날은 감히 그런 걸 바라보려 한다.

뜨거웠던 대지가 몸을 식히는 소리며

바람이 푸른빛으로 지나가는 소리며

둑방의 꽃들이

차마 입을 다무는 소리며

어떤 날은 감히 그런 걸 들으려 한다

어둠이 빛을 지우며 내게로 오는 동안

나무의 나이테를

내 속에도 둥글게 새겨 넣으며

가만 가만히 거기 서 있으려 한다

내 몸을 빠져나가지 못한 어둠 하나

옹이로 박힐 때까지

예전의 그 길, 이제는 끊어져

무성해진 수풀더미 앞에 하냥 서 있고 싶은

그런 저녁이 있다.

5. 기억의 자리

나희덕

어렵게 멀어져간 것들이

다시 돌아올까봐

나는 등을 돌리고 걷는다.

추억의 속도보다는 빨리 걸어야 한다.

이제 보여줄 수 있는 건

뒷모습뿐, 눈부신 것도

등에 쏟아지는 햇살뿐일 것이니

도망치는 동안에만 아름다울 수 있는

길의 어귀마다

여름꽃들이 피어난다, 키를 달리하여

수많은 내 몸들이 피었다 진다.

시든 꽃잎이 그만

피어나는 꽃잎 위로 떨어져내린다.

휘청거리지 않으려고

걷는다, 빨리, 기억의 자리마다

발이 멈추어선 줄도 모르고

예전의 그 자리로 돌아온 줄도 모르고

6. 길 위에서

나희덕

길을 잃고 나서야 나는

누군가의 길을 잃게 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어떤 개미를 기억해내었다

눅눅한 벽지 위 개미의 길을

무심코 손가락으로 문질러버린 일이 있다.

돌아오던 개미는 지워진 길 앞에서 두리번거리다가

전혀 엉뚱한 길로 접어들었다

제 길 위에 놓아주려 했지만

그럴수록 개미는 발버둥치며 달아나버렸다.

길을 잃고 나서야 생각한다.

사람들에게도

누군가 지나간 자리에 남는

냄새 같은 게 있다는 것을,

얼마나 많은 인연들의 길과 냄새를

흐려놓았던지, 나의 발길은

아직도 길 위에서 서성거리고 있다.

7. 너무 많이

나희덕

그때 나를 내리친 것이 빗자루방망이였을까 손바닥이었을까

손바닥이었을까 손바닥에 묻어나던 절망이었을까.

나는 방구석에 쓰레받기처럼 처박혀 울고 있었다.

창 밖은 어두워져갔고 불을 켤 생각도 없이 우리는 하염없이 앉아 있었다.

이상하게도 그 침침한 방의 침묵은 어머니의 자궁 속처럼 느껴져 하마터면

나는 어머니의 손을 잡을 뻔했다.

그러나 마른번개처럼 머리 위로 지나간 숱한 손바닥에서 어머니를 보았다면,

마음이 마음을 어루만지는 소리를 들었다면,

나는 그때 너무 자라버린 것일까.

이제 누구도 때려주지 않는 나이가 되어 밤길에 서서 스스로 뺨을 쳐볼 때가 있다.

내 안의 어머니를 너무 많이 맞게 했다.

8. 너무 이른 또는 너무 늦은

나희덕

사랑에도 속도가 있다면 그것은 아마

솔잎혹파리가 숲을 휩쓰는 것과

같을 것입니다.

한 순간인 듯 한 계절인 듯

마음이 병들고도 남는 게 있다면

먹힌 마음을 스스로 달고 서 있어야 할

길고 긴 시간일 것입니다.

수시로 병들지 않는다 하던

靑靑의 숲마저

예민해진 잎살을 마디마디 세우고

스치이는 바람결에도

빛 그림자를 흔들어댈 것입니다

멀리서 보면 너무 이른, 또는 너무 늦은

단풍이 든 것만 같아

그 미친 빛마저 곱습니다.

9. 다음 생의 나를 보듯이

나희덕

어느 부끄러운 영혼이

절간 옆 톱밥더미를 쪼고 있다.

마치 다음 생의 나를 보듯이 정답다.

왜 하필이면 까마귀냐고

묻지는 않기로 한다.

새도 짐승도 될 수 없어

퍼드득 낮은 날개의 길을 내며

종종걸음 치는 한 生의 지나감이여

톱밥가루는 생목의 슬픔으로 젖어 있고

그것을 울며 가는 나여

짙은 그늘 속

떠나지 않는 너를 들여다보며

나는 이 생의 나와 화해한다.

그리고 산을 내려가면서

불쌍히 여길 무엇이 남아 있는 듯

까욱까욱 울음소리를 한번 내보기도 한다.

10. 땅끝

나희덕

산너머 고운 노을을 보려고

그네를 힘차게 차고 올라 발을 굴렸지

노을은 끝내 어둠에게 잡아먹혔지

나를 태우고 날아가던 그넸줄이

오랫동안 삐걱삐걱 떨고 있었어

어릴 때는 나비를 쫓듯

아름다움에 취해 땅끝을 찾아갔지

그건 아마도 끝이 아니었을지 몰라

그러나 살면서 몇번은 땅끝에 서게도 되지

파도가 끊임없이 땅을 먹어들어오는 막바지에서

이렇게 뒷걸음질치면서 말야

살기 위해서는 이제

뒷걸음질만이 허락된 것이라고

파도가 아가리를 쳐들고 달려드는 곳

찾아나선 것도 아니었지만

끝내 발 디디며 서 있는 땅의 끝,

그런데 이상하기도 하지

위태로움 속에 아름다움이 스며 있다는 것이

땅끝은 늘 젖어 있다는 것이

그걸 보려고

또 몇번은 여기에 이르리라는 것이

11. 못 위의 잠

나희덕

저 지붕아래 제비집 너무도 작아

갓 태어난 새끼들만으로 가득 차고

어미는 둥지를 날개로 덮은 채 간신히 잠들었습니다.

바로 그 옆에 누가 박아 놓았을까요, 못하나

그 못이 아니었다면

아비는 어디서 밤을 지냈을까요

못 위에 앉아 밤새 꾸벅거리는 제비를

눈이 뜨겁도록 올려 봅니다

못 하나 위에서 견디는 것으로 살아 온 제비,

거리에선 아직 흙바람이 몰려 오나봐요

돌아오는 길 희미한 달빛은 그런 대로

식구들의 손잡은 그림자를 만들어 주기도 했지만

그러기엔 골목이 너무 좁았고

늘 한 걸음 늦게 따라오던 아버지의 그림자

그 꾸벅거림을 기억나게 하는 못하나,

그 위의 잠

12. 門이 열리고

나희덕

한 개의 門이 열려

며칠째 눈발이 천지를 메우더니

천 개의 門이 닫히고

발들은 모두 묶이고 말았네

마른 풀대도

시린 발목을 눈에 묻고

한 걸음도 내딛지 못하네

소리들도 갇혔네

어디선가 희미하게 들리는 소리,

가장자리는 얼어가지만

흐르는 물만이 門을 닫지 않아

나는 물소리 앞에 쪼그려 앉았네

천 개의 門이 닫히고

당신에게로 흐르는 水門만이 남았네

눈송이를 낚으려 하나

물에 닿는 순간 사라져버리네

젖은 눈 속에 젖은 눈,

그 열린 門으로 나도 따라 들어가네

13. 바람은 왜 등뒤에서 불어오는가

나희덕

바람을 향해 고개를 돌리는 순간

눈이 멀 것만 같아

몸을 더 낮게 웅크리고 엎드려 있었다.

떠내려가기 직전의 나무 뿌리처럼

모래 한 알을 붙잡고

오직 바람이 지나가기만 기다렸다.

그럴수록 바람은 더 세차게 등을 떠밀었다.

너를 날려버릴 거야

너를 날려버릴 거야

저 금 밖으로, 흙 밖으로

바람은 왜 등 뒤에서 불어오는가

수천의 입과 수천의 눈과 수천의

팔을 가진 바람은

나는 엉금엉금 기어서

누군가의 마른 종아리를 간신히 붙잡았다.

그 순간 눈을 떴다

내가 잡은 것은 뗏목이었다.

아니, 내가 흘러내리는 뗏목이었다.

14. 별

​           -나희덕-

모질고 모질어라

아직 생명을 달지 못한 별들

어두운 무한천공을 한없이 떠돌다가

가슴에 한 점 내리박히는 일

그리하여 생명의 입김을 가지게 되는 일

가슴에 곰팡이로나 피어나는 일

그 눈부심을 어찌 볼까

눈물 없이 그 앞을 질러 어떻게 달아날까

밤하늘 아래 얼마나 숨죽여 지나왔는데

얻어온 별빛 하나 어디에 둘까

어느 집 나무 아래 묻어놓을까

15. 비 오는 날에

나희덕

내 우산살이 너를 찌른다면, 미안하다.

비닐 우산이여

나의 우산은 팽팽하고

단단한 강철의 부리를 지니고 있어

비 오는 날에도 걱정이 없었거니

이제는 걱정이 된다.

빗속을 함께 걸어가면서 행여

댓살 몇 개가 엉성하게 받치고 선

네 약한 푸른 살을 찢게 될까 두렵구나

나의 단단함이 가시가 되고

나의 팽팽함이 너를 주눅들게 한다면

차라리 이 우산을 접어 두겠다.

몸이 젖으면 어떠랴

만물이 눅눅한 슬픔에 녹고 있는데

빗발이 드세기로

우리의 살끼리 부대낌만 하랴

비를 나누어 맞는 기쁨,

젖은 어깨에 손을 얹어

따뜻한 체온이 되어줄 수도 있는

이 비 오는 날에

내 손에 들린 우산이 무겁기만 하다

16. 빈 의자

나희덕

나는 침묵의 곁을 지나치곤 했다.

노인은 늘 길가 낡은 의자에 앉아

안경 너머로 무언가 응시하고 있었는데

한편으론 아무것도 보고 있지 않은 듯했다.

이따금 새들이 내려와

침묵의 모서리를 쪼다가 날아갈 뿐이었다

움직이는 걸 한번도 볼 수 없었지만

그의 몸 절반에는 아직 피가 돌고 있을 것이다.

축 늘어뜨린 왼손보다

무릎을 짚고 있는 오른손이 그걸 말해준다.

손위에 번져 가는 검버섯을 지켜보듯이

그대로 검버섯으로 세상 구석에 피어난 듯이

자리를 지키며 앉아 있다는 일만이

그가 살아 있다는 필사적인 증거였다.

어느 날 그 침묵이 텅 비워진 자리,

세월이 그의 몸을 빠져나간 후

웅덩이처럼 고여 있는 빈 의자에는

작은 새들조차 날아오지 않았다.

17. 산 속에서

나희덕

길을 잃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리라

터덜거리며 걸어간 길 끝에

멀리서 밝혀져 오는 불빛의 따뜻함을

막무가내의 어둠 속에서

누군가 맞잡을 손이 있다는 것이

인간에 대한 얼마나 새로운 발견인지

산 속에서 밤을 맞아 본 사람은 알리라

그 산에 갇힌 작은 지붕들이

거대한 산줄기보다

얼마나 큰 힘으로 어깨를 감싸주는지

먼 곳의 불빛은

나그네를 쉬게 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걸어갈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을

18. 산딸기 익을 무렵

나희덕

아기를 들쳐 업은 한 여자의

흙 묻은 발꿈치를 따라 걷다가

나는 보았네

숨어서 익어가는 산딸기를

숨어서 도란거리는 지붕들을

입맞출 수도 없이 낮은 곳에 피어나

잎새 뒤에 숲 뒤에 숨은

작은 마을을

등에 업힌 아기가 울고

그 울음에 산딸기 좀더 익으면

땅거미가 내려와 붉은 열매를 감추는 저녁

흙 묻은 발꿈치를 따라 걷다가

나는 들었네

산딸기에게 불러주는 자장가를

무사하라 무사하라 부르는 그 노래를

녹슬어가는 함석 지붕 아래서

나는 들었네

19. 살아 있어야 할 이유

나희덕

가슴의 피를 조금씩 식게 하고

차가운 손으로 제 가슴을 문질러

온갖 열망과 푸른 고집들 가라앉히며

단 한 순간 타오르다 사라지는 이여

스스로 떠난다는 것이

저리도 눈부시고 환한 일이라고

땅에 뒹굴면서도 말하는 이여

한번은 제 슬픔의 무게에 물들고

붉은 석양에 다시 물들며

저물어가는 그대, 그러나 나는

저물고 싶지를 않습니다

모든 것이 떨어져내리는 시절이라 하지만

푸르죽죽한 빛으로 오그라들면서

이렇게 떨면서라도

내 안의 물기 내어줄 수 없습니다

눅눅한 유월의 독기를 견디며 피어나던

그 여름 때늦은 진달래처럼

20. 새떼

나희덕

철새들이 줄을 맞추어 날아가는 것

길을 잃지 않으려 해서가 아닙니다

이미 한몸이어서입니다

티끌 속에 섞여 한계절 펄럭이다 보면

그렇게 되지 않겠습니까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다가

어느새 어깨를 나란히 하여 걷고 있는

저 두 사람

그 말없음의 거리가 그러하지 않겠습니까

새떼가 날아간 하늘 끝

두 사람이 지나간 자리, 그 온기에 젖어

나는 두리번거리다 돌아갑니다

몸마다 새겨진 어떤 거리와 속도

새들은 지우지 못할 것입니다

그들 혹시 길을 잃었다 해도

한 시절이 그들의 가슴 위로 날아갔다 해도

21. 序 時

나희덕

단 한 사람의 가슴도

제대로 지피지 못했으면서

무성한 연기만 내고 있는

내 마음의 군불이여

꺼지려면 아직 멀었느냐

22. 聖 느티나무

나희덕

속이 검게 타버린 고목이지만

창녕 덕산리 고묵나무는 올봄도 잎을 내었다

찬가지 끝으로 잎을 밀어올리며 그는

한그루 용수처럼

제 아궁이에서 잎사귀를 꺼낸다

번개가 가슴을 쪼개고 지나간 흔적을 안고도

저럻게 눈부신 잎을 피워내다니,

시커먼 아궁이 하나 들여 놓고

그는 오래오래 제살을 달여 내놓는다

낮의 새와 밤의 새가 다녀가고

다람쥐 일가가 세들어 사는,

구름 몇 점 별 몇 개 뛰어들기도 하는,

바람도 가만히 숨을 모으는 그 검은 아궁이에는

모든 빛이 모여 불타고 모든 빛이 나온다

까마귀 깃들었다 날아간 자리에

검은 울음 몇가지 뻗어 있기도 한다

발이 묶인체 날아오르는 새처럼

덕산리 느티나무는 푸른 날개를 마악 펴들고 있다

23. 속리산에서

나희덕

가파른 비탈만이

순결한 싸움터라고 여겨 온 나에게

속리산은 순하디 순한 길을 열어 보였다.

산다는 일은

더 높이 오르는 게 아니라

더 깊이 들어가는 것이라는 듯

평평한 길은 가도 가도 제자리 같았다.

아직 높이에 대한 선망을 가진 나에게

세속을 벗어나도

세속의 습관은 남아 있는 나에게

산은 어깨를 낮추며 이렇게 속삭였다.

산을 오르고 있지만

내가 넘는 건 정작 산이 아니라

산 속에 갇힌 시간일 거라고,

오히려 산아래서 밥을 끓여 먹고살던

그 하루 하루가

더 가파른 고비였을 거라고,

속리산은

단숨에 오를 수도 있는 높이를

길게 길게 늘여서 내 앞에 펼쳐 주었다.

24. 심장 속의 두 방

나희덕

나를 좀 지워주렴.

거리를 향해 창을 열고

안개를 방안으로 불러들였다

안개는 창을 넘는 순간 증발해버렸다

나를 좀 지워주렴.

짙은 안개를 들이키고도

사물들은 여전히 건조한 눈을 비비고 있었다

나를 좀 채워주렴.

바다를 향해 열린 창으로

안개가 밀물처럼 스며들었다

안개는 창을 넘는 순간 몸 속으로 흘러들었다

나를 좀 채워주렴.

의자가 젖고 거울이 젖고

사물들은 어느새 안개의 일부가 되었다

심장 속에 나란히 붙은 두 방은

서로를 깨우지 않으려고 조심스럽게 움직인다

두 방을 오가는 것은

소리 없이 출렁거리는 안개뿐

25. 이따금 봄이 찾아와

나희덕

내 말이 네게로 흐르지 못한 지 오래 되었다

말은

입에서 나오는 순간 공중에서 얼어 붙는다

허공에 닿자 굳어버리는 거미줄처럼

침묵의 소문만이 무성할 뿐

말의 얼음조각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이따금 봄이 찾아와

새로 햇빛을 받은 말들이

따뜻한 물 속에 녹기 시작한 말들이

들려오기 시작한다, 아지랑이처럼

물 오른 말이 다른 말을 부르고 있다

부디,

이 소란스러움을 용서하시라

26. 정신적인 귀

나희덕

어디에 두고 왔을까

두 귀

돋보기가 빛을 모으듯

소리를 끌어모아 어루만지던 귀

소리의 혈맥을 더듬어

그 통점과 경락을 찾아내던 귀

허공의 거미줄을 따라

미세한 움직임에도 흔들리던 귀

어느 순간 먹먹해졌다

귓바퀴는 멈추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피아노에 갇힌 건반처럼

정신은 아무 소리도 내지 않는다

난청과 실어증의 나날,

바람이 헛되이 녹슨 현들 울리고 간다

27. 젖기 않는 마음

나희덕

여기에 내리고

거기에는 내리지 않는 비

당신은 그렇게 먼 곳에 있습니다

지게도 없이

자기가 자기를 버리러 가는 길

길가의 풀들이나 스치며 걷다 보면

발 끝에 쟁쟁 깨지는 슬픔의 돌멩이 몇개

그것마저 내려놓고 가는 길

오로지 젖지 않는 마음 하나

어느 나무그늘 아래 부려두고 계신가요

여기에 밤새 비 내려

내 마음 시린 줄도 모르고 비에 젖었습니다

젖는 마음과 젖지 않는 마음의 거리

그렇게 먼 곳에서

다만 두 손 비비며 중얼거리는 말

그 무엇으로도 돌아오지 말기를

거기에 별빛으로나 그대 총총 뜨기를

28. 한 포기의 집

나희덕

장마가 들이닥치기 전

배추를 거두려고 서두르는 손

잎을 들출 때마다

한 포기씩 뽑힐 때마다

수룩수룩 딸려나오는 목숨들,

잎부터 뿌리까지 한 틈바구니도 남기지 않고

푸른 지붕 아래 오글오글 정들어 살던

온갖 날것과 기어가는 것들이여.

한 목숨에 붙은 목숨들

이리도 많다니!

한 포기의 배추가

실은 한 채의 집이었다는 걸 안다 해도

장마 오기 전 서두르는 손들,

더 멀리 날아가는 날개들,

흙 속으로 더 깊이 파고드는 작은 발들.

29. 흐린 날에는

나희덕

너무 맑은 날 속으로만 걸어왔던가

습기를 견디지 못하는 마음이여

썩기도 전에

이 악취는 어디서 오는지,

바람에 나를 널어 말리지 않고는

좀더 가벼워지지 않고는

그 습한 방으로 돌아올 수 없었다.

바람은 칼날처럼 깊숙이,

꽂힐 때보다 빠져나갈 때 고통은 느껴졌다.

나뭇잎들은 떨어져나가지 않을 만큼만 바람에 몸을 뒤튼다.

저렇게 매달려서, 견디어야 하나

구름장 터진 사이로 잠시 드는 햇살

그러나, 아, 나는 눈부셔 바라볼 수 없다.

큰 빛을 보아버린 두 눈은

그 빛에 멀어서 더듬거려야 하고

너무 맑게만 살아온 삶은

흐린 날 속을 오래오래 걸어야 한다.

그래야 맞다, 나부끼다 못해

서로 뒤엉켜 찢겨지고 있는

저 잎새의 날들을 넘어야 한다.

 

30. 흔들리는 것들

나희덕

저 가볍게 나는 하루살이에게도

삶의 무게는 있어

마른 쑥풀 향기 속으로

툭 튀어오르는 메뚜기에게도

삶의 속도는 있어

코스모스 한 송이가 허리를 휘이청 하며

온몸으로 그 무게와 속도를 받아낸다.

어느 해 가을인들 온통

들리는 것 천지 아니었으랴

바람에 불려가는 저 잎새 끝에도 온기는 남아 있어

생명의 물기 한점 흐르고 있어

나는 낡은 담벼락이 되어 그 눈물을 받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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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섭시모음 15편

《1》
3월

김광섭

3월은 바람쟁이
가끔 겨울과 어울려
대폿집에 들어가 거나해서는
아가씨들 창을 두드리고
할아버지랑 문풍지를 뜯고
나들이 털옷을 벗긴다

애들을 깨워서는
막힌 골목을 뚫고
봄을 마당에서 키운다

수양버들
허우적이며
실가지가 하늘거린다

대지는 회상
씨앗을 안고 부풀며
겨울에 꾸부러진 나무 허리를 펴 주고
새들의 방울소리 고목에서 흩어지니
여우도 굴 속에서 나온다

《2》
가을 술잔

김광섭

지독한 가을을 앉혀놓고
술잔을 기울인다

나뭇잎은 떨어지려 몸부림치는데
굵은 힘줄로 붙잡은 손은 놓으려 않고
삶은 술 취해
밤을 맞는다

허전함이야 어쩔 수 없다지만
스산히 불어오는 바람
누런 낙엽 되어가는 눈물
비웠다 채워지는 술잔
눈에는 취기만 오르고
작은 술잔 가을 삶은
방황하는 달빛이 된다

찌그러진 술잔을 비춰주는 가을
어쩌면 술보다도
가을에 취했는지도 모른다

헛헛한 세월 잔에
달빛을 너무 많이 마신것같다

《3》
가을이 서럽지 않게

김광섭

하늘에서 하루의 빛을 거두어도
가는 길에 쳐다볼 별이 있으니
떨어지는 잎사귀 아래 묻히기 전에
그대를 찾아 그대 내 사람이리라.
긴 시간이 아니어도 한 세상이니
그대 손길이면 내 가슴을 만져
생명의 울림을 새롭게 하리라.
내게 그 손을 빌리라 영원히 주라.
홀로 한쪽 가슴에 그대를 지니고
한쪽 비인 가슴을 거울삼으리니
패물 같은 사랑들이 지나간 상처에
입술을 대이라 가을이 서럽지 않게……

《4》
가을이 서럽지 않게

김광섭

하늘에서 하루의 빛을 거두어도
가는 길에 쳐다 볼 별이 있으니
떨어지는 잎사귀 아래 묻히기 전에
그대를 찾아 그대 내 사람이리라

긴 시간이 아니어도 한세상이니
그대 손길이면 내 가슴을 만져
생명의 울림을 새롭게 하리라
내게 그 손을 빌리리라 영원히 주라

홀로 한쪽 가슴에 그대를 지니고
한쪽 비인 가슴을 거울삼으리니
패물 같은 사랑들이 지나간 상처에
입술을 대이라 가을이 서럽지 않게……

《5》
겨울날

김광섭

마당에서 봄과 여름에 정든 얼굴들이
하나하나 사라져 갔다
그렇게 명성이 높던 오동잎도 다 떨어지고
저무는 가을 하늘에 인가의 정서를 품던
굴뚝 보얀 연기도
찬바람에 그만 무색해졌다

그런 늦가을에 김장 걱정을 하면서 집을 팔게 되어
다가오는 겨울이 더 외롭고 무서웠다
이삿짐을 따라 비탈길을 총총히 걸어
두만강 건너는 이삿군처럼 회색 하늘 속으로
들어가 식솔들이 저녁상에 둘러앉으니
어머님 한 분만 오시잖아서 별안간 앞니가
무너진 듯 허전해서 눈 둘 곳이 없었다
낯선 사람들이 축대에 검정 포장을 치고
초롱을 달고 가던 이튿날 목 없는 아침이
달겨 들어 영원한 이별인데
말 한 마디 못하고 갈라진 어머니시다

가신 뒤에 보니 세월 속에 묻혀 있는 형제들 공동의 부엌까지
무너져 낙엽들이 모일 데가 없어졌다
사람이 사는 것이 남의 피부를 안고 지내는 것이니
찬바람이 항상 인간과 더불어 있어서
사람이 과일 하나만큼 익기도 어려워
겨울 바람에 휘몰리는 낙엽들이 더 많아진다

고난의 잔에 얼음을 녹이며 찾는 것은
그 슬픔이 아니요 겨울 하늘에 푸른빛을 띤 봄이다
그 봄을 바라고 겨울 안에서뱅뱅 돌며
자리를 끌고 한 치 한 치 태양의 둘레를
지구와 같이 굴러가면서
눈과 얼음에 덮인 대지의 하루를 넘어서는 해질 무렵
천장에서 왕거미가 내리고
구석에서 귀또리가 어정어정 기어 나온다
어느 날 목 없는 아침이 또 왈칵 달려들면
이런 친구들에게 눈짓 한 번 못하고
친구들의 손 한 번 바로 잡지도 못하고 가리라

《6》
나를 찾아가는 길

김광섭

보따리 착착 접어
옆구리 매달고
나를 찾아 나선다

걷다 걷다
눈 오는 동산(冬山)에 이르러
그리움 둘둘 말아 소로록 빨아보니
낮도 타고
밤도 타고
자국마저 태워 달란다

벗하자고
바람이 퉁탱 다가와
막걸리 한 사발 주며 하는 말
"엄부르 덤브르 사는 거야"

옮기는 걸음 얼근한데
그냥 가기 미안하여
안 들릴 듯 인사한다
"임을 찾아야 나를 찾는데"

등 뒤로 삶이 가득히 따라온다.

《7》
나의 사랑하는 나라

김광섭

지상에 내가 사는 한 마을이 있으니
이는 내가 사랑하는 한 나라이러라

세계에 무수한 나라가 큰 별처럼 빛날지라도
내가 살고 내가 사랑하는 나라는 오직 하나뿐

반만년의 역사가 혹은 바다가 되고 혹은 시내가 되어
모진 바위에 부딪혀 지하로 숨어들지라도
이는 나의 가슴에서 피가 되고 맥이 되는 생명일지니
나는 어디로 가나 이 끊임없는 생명에서 영광을 찾아

남북으로 양단되고 사상으로 분열된 나라일망정
나는 종처럼 이 무거운 나라를 끌고 신성한 곳으로 가리니

오래 닫혀진 침묵의 문이 열리는 날
고민을 상징하는 한 떨기 꽃은 찬연히 피리라
이는 또한 내가 사랑하는 나라 내가 사랑하는 나라의 꿈이어니

《8》
마음

김광섭

나의 마음은 고요한 물결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고
구름이 지나도 그림자 지는 곳

돌을 던지는 사람
고기를 낚는 사람
노래를 부르는 사람

이리하여 이 물가 외로운 밤이면
별은 고요히 물위에 뜨고
숲은 말없이 물결을 재우나니

행여 백조가 오는 날
이 물가 어지러울까
나는 밤마다 꿈을 덮노라

《9》
사랑을 꿈꾸는 그대에게

김광섭

사랑을 꿈꾸는 그대
마음 먼저 열어 주세요

지난날 아팠던 추억일랑 미련없이 지워버리고
갇혀 답답하던 갈증
산산에 실려 보내고
깊은 구석의 창문까지 열어주세요

사랑이 먼저
별빛 되어 다가갈 때
밝고 고운 희망 보태주시고
따뜻한 마음 향기 되어 주세요

맞잡은 두 손에는
가을 국화 미소 한 줌
터질 듯 행복 한 줌
꼬옥 쥐여 주세요

멀리 있어 안 들려도
풋풋한 알밤 터지는 소리로
다정한 별빛 속삭임으로
사랑한다 해주세요

《10》
성북동 비둘기

김광섭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 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찍한 마당은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1번지 채석장에 도루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溫氣)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聖者)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11》
소중한 사랑

김광섭

맺다가
맺다가 말라진 꽃봉오리가
나를 안타깝게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너 그토록 사랑해서 어쩌니
그 귀한 사랑 깨질까, 품다 품다 죽으면 어쩌니
나처럼..."

푸석한 봉오리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습니다

드디어 아름다운 꽃이 피었습니다

《12》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김광섭

저렇게 많은 별들 중에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은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너를 생각하면 문득 떠오르는 꽃 한 송이 나는
꽃잎에 숨어서 기다리리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나비와 꽃송이 되어 다시 만나자

《13》
우정

김광섭

구름은 봉우리에 둥둥 떠서
나무와 새와 벌레와 짐승들에게
비바람을 일러주고는
딴 봉우리에 갔다가도 다시 온다

샘은 돌 밑에서 솟아서
돌을 씻으며
졸졸 흐르다가도
돌 밑으로 도로 들어갔다가
다시 솟아서 졸졸 흐른다

이 이상의 말도 없고
이 이상의 사이도 없다
만물은 모두 이런 정에서 산다

《14》
잡초들

김광섭

아 밝은 태양 맑은 물
바람 센 여의도 강뚝
말라서 흙이 갈라질세라
덮은 풀들이여
이름도 없는 잡초 처음엔 꽃인데
다시 한번 꽃이 되고파라

가물에 논밭처럼
바닥이 드러난 강
얕은 줄 모르고
더듬더듬 건너는
무거운 철 교각

현재에서 미래로
아파트에 눌려
산도 가고 물도 갔다

화신 등진 저 아낙네들
지나간 고운 날을 삼키며
쑥을 캐는 눈시울이 따가워선가
가난이 얼굴 바닥에 탄다

《15》
저녁에

김광섭

저렇게 많은 별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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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종시모음 65편

《1》
가객

정현종

세월은 가고
세상은 더 헐벗으니
나는 노래를 불러야지
새들이 아직 하늘을 날 때

아이들은 자라고
어른들은 늙어가니
나는 노래를 불러야지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동안

무슨 터질 듯한 立場입장이 있겠느냐
항상 빗나가는 구실
무슨 거창한 목표가 있겠느냐
나는 그냥 노래를 부를 뿐
사람들이 서로 미워하는 동안

나그네 흐를 길은
이런 거지 저런 거지 같이 가는 길
어느 길목이나 나무들은 서서
바람의 길잡이가 되고 있는데
나는 노래를 불러야지
사람들이 걸신걸신을 섬기는 동안

하늘의 눈동자도 늘 보이고
땅의 눈동자도 보이니
나는 내 노래를 불러야지
우리가 여기 살고 있는 동안

《2》
갈데 없이

정현종

사람이 바다로 가서
바닷바람이 되어 불고 있다든지,
아주 추운데로 가서
눈으로 내리고 있다든지,
사람이 따뜻한 데로 가서
햇빛으로 빛나고 있다든지,
해지는 쪽으로 가서
황혼에 녹아 붉은 빛을 내고 있다든지
그 모양이 다 갈데 없이 아름답습니다.

《3》
감격하세요

정현종

나무들을 열어놓는 새소리
풀잎들을 물들이는
새 소리의 푸른 그림자
내 머리 속 유리창을 닦는
심장의 창문을 열어놓는
새소리의 저 푸른 통로

풀이여 푸른빛이여
감격해본지 얼마나 됐는지

《4》
견딜 수 없네

정현종

갈수록, 일월(日月)이여,
내 마음 더 여리어져
가는 8월을 견딜 수 없네.
9월도 시월도
견딜 수 없네.
흘러가는 것들을
견딜 수 없네.
사람의 일들
변화와 아픔들을
견딜 수 없네.
있다가 없는 것
보이다 안 보이는 것
견딜 수 없네.
시간을 견딜 수 없네.
시간의 모든 흔적들
그림자들
견딜 수 없네.
모든 흔적은 상흔(傷痕)이니
흐르고 변하는 것들이여
아프고 아픈 것들이여.

《5》
경청

정현종

불행의 대부분은
경청할 줄 몰라서 그렇게 되는 듯.
비극의 대부분은
경청하지 않아서 그렇게 되는 듯.
아, 오늘날처럼
경청이 필요한 때는 없는 듯.
대통령이든 신(神)이든
어른이든 애이든
아저씨든 아줌마든
무슨 소리이든지 간에
내 안팎의 소리를 경청할 줄 알면
세상이 조금은 좋아질 듯.
모든 귀가 막혀 있어
우리의 행성은 캄캄하고
기가 막혀
죽어가고 있는 듯.
그게 무슨 소리이든지 간에,
제 이를 닦는 소리라고 하더라도,
그걸 경청할 때
지평선과 우주를 관통하는
한 고요 속에
세계는 행여나
한 송이 꽃 필 듯.

《6》
광채 나는 목소리로 풀잎은

정현종

흔들리는 풀잎이 내게
시 한 구절을 준다

하늘이 안 무너지는 건
우리들 때문이에요, 하고 풀잎들은
그 푸른빛을 다해
흔들림을 다해
광채나는 목소리를 뿜어올린다
내 눈을 두 방울 큰 이슬로 만든다

그 이슬에 비친 세상
큰 건 작고
강한 건 약하다
(유머러스한 세파
참 많은 공포의 소산)

이 동네 백척간두마다
광채나는 목소리로 풀잎은

《7》
그 굽은 곡선

정현종

내 그지없이 사랑하느니
풀 뜯고 있는 소들
풀 뜯고 있는 말들의
그 굽은 곡선!

생명의 모습
그 곡선
평화의 노다지
그 곡선

왜 그렇게 못 견디게
좋을까
그 굽은 곡선!

《8》
그 사이에

정현종

순간에서 순간으로 넘어가는
그 사이에
협곡이 있고
산맥이 있다.
이 순간에서
저 순간으로
넘어가는
그 사이에
그림자들,
무거워, 한숨과도 같고
가벼워, 웃음과도 같은
그림자들.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우는
그림자들

《9》
그냥

정현종

느닷없이, 미안합니다
뜻이 있는데 길이 있어서 그럽니다
맘대로 하라시지만
어렵습니다
길이 아니면 가지를 말라시지만
길이 어디 있습니까
아니까 갑니까
가는 게 아닙니까
좋습니다
뜻대로 하십시오

나는 사랑합니까
대답해 주십시오
그 대답이 접니다
그래도 우리가 고개 숙이는 만큼의
이 땅의 인력(引力)을
운명으로 사랑합니다

사랑의 기쁨은 어느덧 사라지고
사랑의 슬픔만 영원히 남았네

《10》
그림자의 향기

정현종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그림자를
따온다
영원히
푸르다

바람에 흔들리는

그림자를
따온다
마르지 않는
향기

《11》
깊은 흙

정현종

흙길이었을 때 언덕길은
깊고 깊었다
포장을 하고 난 뒤 그 길에서는
깊음이 사라졌다

숲의 정령들도 사라졌다

깊은 흙
얄팍한 아스팔트

짐승스런 편리
사람다운 불편

깊은 자연
얇은 운명

《12》
꿈 노래

정현종

신부는 이미 죽었거나
아직 오지 않았으니
꿈일랑 그냥 비워두어라 그대여,
고향 없는 인생일장들이
눈송이처럼 빗방울처럼
아득히 휘날려 내리는구나.

거리의 장미 속에 불을 묻고
술잔 수 없이 넘쳐흘러도
영원한 <아직>인 꿈에 홀려
육체와 영혼의 메아리 사이를
그대 아직도 도둑으로 떠도는가.

보제수 그늘 같은 눈동자는
언제 그대 눈의 깊은 데서 솟아나리오.

《13》
나는 별아저씨

정현종

나는 별아저씨
별아 나를 삼촌이라 불러다오
별아 나는 너의 삼촌
나는 별아저씨

나는 바람남편
바람아 나를 서방이라고 불러다오
너와 나는 마음이 아주 잘 맞아
나는 바람남편이지

나는 그리고 침묵의 아들
어머니이신 침묵
언어의 하느님이신 침묵의
돔(Dome) 아래서
나는 예배한다
우리의 생(生)은 침묵
우리의 죽음은 말의 시작

이 천하(天下) 못된 사랑을 보아라
나는 별아저씨
바람남편이지.

《14》
나는 슬픔이에요

정현종

문을 열고 나가자
복도 저쪽 어두운 구석에서
지키고 있었다는 듯이 시간이
귀신과도 같이 시간이
검은 바람결로 움직이며 말한다
'나는 슬픔이에요'

오가는 발소리들
무슨 웅얼거림들
그 시간에 물들어
비치고 되비치며 움직이느니

우리는 때때로
제 목소리를 낮추어야 하리.
조용해야 하리.

《15》
나무에 깃들여

정현종

나무들은
난 그대로 그냥 집 한채
새들이나 벌레들만이 거기
깃들인다고 사람들은 생각하면서
까맣게 모른다 자기들이 실은
얼마나 나무에 깃들여 사는지를!

《16》
나무의 사계

정현종

싹이 나올 때는
보는 것마다 신기한 어린애의
눈빛으로도 모자라는
기쁨의 광채, 경이의 폭죽이다가,
연초록 잎사귀의 청춘이
물 불 안 가리듯 이 바람 저 바람에
나부껴
가지에 앉은 새들의
다리들도 간지르다가,
여름 해 아래 짙게 발라 보는
40대 후반의 여자이다가,
벌써 가을인가, 잎 지자
넘치던 여름잠에서 깨어
가을 바람과 함께 깨어
말없는 시간과 함께 깨어
제 속에서 눈뜨는 나무들

눈 덮인 산의 겨울 겨울 나무여
환히 보이는 가난한 마음이여
☆★☆★☆★☆★☆★☆★☆★☆★☆★☆★☆★☆★
《17》
나의 명함

정현종

이 저녁 시간에
거두절미하고
槐江(괴강)에 비친 산그림자도 내
명함이 아닌 건 아니지만,
저 석양-이렇게 가까운 석양!-은
나의 명함이니
나는 그러한 것들을 내밀리.
허나 이 어스럼 때여
얼굴들 지워지고
모습들 저녁 하늘에 수묵 번지고
이것들 저것 속에 솔기 없이 녹아
사람 미치게 하는
저 어스럼 때야말로 항상
나의 명함이리
☆★☆★☆★☆★☆★☆★☆★☆★☆★☆★☆★☆★
《18》
낙엽

정현종

사람들 발길이 낸
길을 덮는 낙엽이여
의도한 듯이
길들을 지운 낙엽이여
길을 잘 보여주는구나
마침내 네가 길이로구나
☆★☆★☆★☆★☆★☆★☆★☆★☆★☆★☆★☆★
《19》
날아라 버스야

정현종

내가 타고 다니는 버스에
꽃다발을 든 사람이 무려 두 사람이나 있다!
하나는 장미-여자
하나는 국화-남자
버스야 아무데로나 가거라.
꽃다발을 든 사람이 두 사람이나 된다.
그러니 아무데로나 가거라.
옳지 이륙을 하는구나!
날아라 버스야,
이륙을 하여 고도를 높여 가는
차체의 이 가벼움을 보아라.
날아라 버스야
☆★☆★☆★☆★☆★☆★☆★☆★☆★☆★☆★☆★
《20》
낮술

정현종

하루여, 그대 시간의 작은 그릇이
아무리 일들로 가득 차 덜그덕거린다 해도
신성한 시간이여, 그대는 가혹하다
우리의 그대의 빈 그릇을
무엇이로든지 채워야 하느니,
우리가 죽음으로 그대를 배부르게 할 때까지
죽음이 혹은 그대를 더 배고프게 할 때까지
신성한 시간이여
간지럽고 육중한 그대의 손길.
나는 오늘 낮의 고비를 넘어가다가
낮술 마신 그 이쁜 녀석을 보았다
거울인 내 얼굴에 비친 그대 시간의 얼굴
시간이여, 취하지 않으면 흘러가지 못하는 그대,
낮의 꼭대기에 있는 태양처럼
비로소 낮의 꼭대기에 올라가 붉고 뜨겁게
취해서 나부끼는 그대의 얼굴은
오오 내 가슴을 미어지게 했고
내 골수의 모든 마디들을 시큰하게 했다
낮술로 붉어진
아, 새로 칠한 뺑끼처럼 빛나는 얼굴,
밤에는 깊은 꿈을 꾸고
낮에는 빨리 취하는 낮술을 마시리라
그대, 취하지 않으면 흘러가지 못하는 시간이여.
☆★☆★☆★☆★☆★☆★☆★☆★☆★☆★☆★☆★
《21》
느낌표

정현종

나무 옆에다 느낌표 하나 심어 놓고
꽃 옆에다 느낌표 하나 피워 놓고
새소리 갈피에 느낌표 하나 구르게 하고
여자 옆에 느낌표 하나 벗겨 놓고

슬픔 옆에는 느낌표 하나 울려 놓고
기쁨 옆에는 느낌표 하나 웃겨 놓고
나는 거꾸로 된 느낌표 꼴로
휘적휘적 또 걸어가야지
☆★☆★☆★☆★☆★☆★☆★☆★☆★☆★☆★☆★
《22》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

정현종

그래 살아봐야지
너도 나도 공이 되어
떨어져도 공이 되어

살아봐야지
쓰러지는 법이 없는 둥근
공처럼, 탄력의 나라의
왕자처럼

가볍게 떠올라야지
곧 움직일 준비되어 있는 꼴
둥근 공이 되어

옳지 최선의 꼴
지금의 네 모습처럼
떨어져도 튀어오르는 공
쓰러지는 법이 없는 공이 되어
☆★☆★☆★☆★☆★☆★☆★☆★☆★☆★☆★☆★
《23》
마음을 버리지 않으면

정현종

주고받음이 한줄기
바람 같아라
마음을 버리지 않으면
차지 않는 이 마음.
내 마음의 공터에 오셔셔
경주를 하시든지
잘 노시든지
잠을 자시든지
굿나잇.
☆★☆★☆★☆★☆★☆★☆★☆★☆★☆★☆★☆★
《24》
말없이 걸어가듯이

정현종

시간은 흘러
흐르는 시간
쓸쓸하여
마음 안팎을 물들여
가을 바람이 나무를 흔들 듯이
내가 말없이 걸어가듯이
☆★☆★☆★☆★☆★☆★☆★☆★☆★☆★☆★☆★
《25》
명백한 놀이를

정현종

어른들은 이상해요
우리 아이들은 가령 병정놀이나 전쟁놀이를 할 때
정말 죽이거나 정말 죽는 게 아니라
죽은 걸로 하고, 이기고 지는 것도 그냥
이긴 걸로, 진 걸로 하는데, 어른들은 정말 죽이고
승패를 막론 다만 지옥을 만들거든요
어처구니없는 노릇이에요. 어떤 시인이 어떤 사관학교에 가서
막무가내로 붙잡혀 사열을 받았는데
도무지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고 도무지 온몸이 근질근질...
아, 이 명백한 놀이를 이다지도 무게잡고, 이다지도 엄숙하게
하는구나, 참 한심하기도 하구나 하는,
그냥 바라볼 땐 못 느끼던 걸 실감했는데요...
하느님, 이 세상은 그냥 이렇게 굴러가겠지요만, 정치, 군사
할 것 없이 다만 어른들의 놀이에 불과한 짓을 놀이라고
인정하지 않는 데서 이 세상에는 불행이 끊이지 않는다는,
그저 그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
《26》
모든 말은요

정현종

모든 말은요
마치 그 말이 전부인 듯이
마치 그 말이 실상인 듯이
말할 수밖에 없다는 게 본질적인 약점입니다.
말은 어떻든
끊어져야 하니까 그렇기도 하겠지요만
(그 말 바깥의 빛과 그리고
그림자는
무간지옥과
배꼽―수미산을 중심으로
대천세계에 두루 미쳐 있는데 말이지요)
하하,
모든 말의 그러한 치명적인
한계 때문에 우리와
우리 삶의 허상이
차곡차곡 꾸준히
불어나 온 것이겠지요만
(표현과 그 즐거움은
또 다른 이야기이구요)
☆★☆★☆★☆★☆★☆★☆★☆★☆★☆★☆★☆★
《27》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정현종

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때 그 일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그때 그 사람이
그때 그 물건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더 열심히 파고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 걸……

반벙어리처럼
귀머거리처럼
보내지는 않았는가
우두커니처럼……
더 열심히 그 순간을
사랑할 것을……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꽃봉오리인 것을!
☆★☆★☆★☆★☆★☆★☆★☆★☆★☆★☆★☆★
《28》
무너진 하늘

정현종

새들아
하늘의 化肉
바람의 정령들아,

새들아
보이는 신들
영원한 전설들아

너와 함께 실로
나도 날아오르고
날아오르고 하였으니

오늘 산보하다가 숲길에서
죽어 떨어진 까치를 보았을 때
그게 왜 청천벽력이 아니겠느냐

하늘 무너지고
길은 죽고
나는 수심에 잠겼느니
새들아
세상의 기적들아
☆★☆★☆★☆★☆★☆★☆★☆★☆★☆★☆★☆★
《29》
물방울의 말

정현종

나무에서 물방울이
내 얼굴에 떨어졌다
나무가 말을 거는 것이다
나는 미소가 대답하여 지나간다

말을 거는 것들을 수없이
지나쳤지만
물방울-말은 처음이다
내 미소 물방울도 처음이다
☆★☆★☆★☆★☆★☆★☆★☆★☆★☆★☆★☆★
《30》
밑도 끝도 없는 시간은

정현종

시간의 모습이다
얻는 건 없고
잃는 것뿐이다
흉악하다거나 야속하달 것도 없이
시간은 슬픔이다
그 심연은 밑도 끝도 없어
밑도 끝도 없이 왜 그러시는지
정말 밑도 끝도 없어
석탄을 캐내고 금을 캐내고
지축(地軸)을 캐내도
무량(無量) 슬픔은
욕망과 더불어
욕망은 밑도 끝도 없이
운명을 온 세상에
꽃도 허공의 눈짓도
실은 바꿀 수 없는
운명을 온 세상에

시간이여, 욕망의 피륙이여
무슨 거짓말도 변신술도
필경 고통의 누더기이니
살아서
다 놓아버린 뒤란 없기 때문이다
시간을 여의기 전에는
☆★☆★☆★☆★☆★☆★☆★☆★☆★☆★☆★☆★
《31》
바람 속으로

정현종

아 이 바람
숲에 부는 바람
저녁 무렵
물소리
너는 어디 있니
너는 어디로 가니
바람 속으로
어스름 속으로.

어두울 때까지 앉아 있겠어
소나무 아래
머나먼
땅 위에.
저 날 소용돌이
☆★☆★☆★☆★☆★☆★☆★☆★☆★☆★☆★☆★
《32》
바람의 그림자

정현종

창밖을 본다.
바람이 불고 있다.

한참 있다가 또 내다본다.
바람은 여전히 불고 있다.
시간이 꽤 지났는데……
흔들리는 나뭇가지
흔들리는 이파리들.

어른거리는 시간의 얼굴
바람의 움직임을 깊게 한다.
그림자들
어른거려
바람의 움직임은 깊다.
슬픔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슬픔이 움직인다.
바람의 그림자.
☆★☆★☆★☆★☆★☆★☆★☆★☆★☆★☆★☆★
《33》
방문객

정현종

사람이 온다는 건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시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
《34》
부질없는 시

정현종

보아라 깊은 밤에 내린 눈
아무도 본 사람이 없다
아무 발자국도 없다
아, 저 혼자 고요하고 맑고
저 혼자 아름답다
☆★☆★☆★☆★☆★☆★☆★☆★☆★☆★☆★☆★
《35》
불쌍하도다

정현종

시를 썼으면
그걸 그냥 땅에다 묻어두거나
하늘에 묻어둘 일이거늘
부랴부랴 발표라고 하고 있으니
불쌍하도다 나여
숨어도 가난한 옷자락 보이도다.
☆★☆★☆★☆★☆★☆★☆★☆★☆★☆★☆★☆★
《36》
비스듬히

정현종

생명은 그래요.
어디 기대지 않으면
살아갈 수 있나요
공기에 기대고 서 있는
나무들 좀 보세요.

우리는 기대는 데가 많은데
기대는 게 맑기도 하고
흐리기도 하니
우리 또한 맑기도
흐리기도 하지요.

비스듬히 다른 비스듬히를
받치고 있는 이여.
☆★☆★☆★☆★☆★☆★☆★☆★☆★☆★☆★☆★
《37》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나

정현종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날 때가 있다
앉아 있거나
차를 마시거나
잡담으로 시간에 이스트를 넣거나
그 어떤 때거나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날 때가 있다
그게 저 혼자 피는 풍경인지
내가 그리는 풍경인지
그건 잘 모르겠지만

사람이 풍경일 때처럼
행복한 때는 없다
☆★☆★☆★☆★☆★☆★☆★☆★☆★☆★☆★☆★
《38》
사랑의 꿈

정현종

사랑은 항상 늦게 온다.
사랑은 생 뒤에 온다.

그대는 살아 보았는가.
그대의 사랑은 사랑을
그리워하는 사랑일 뿐이다.
만일 타인의 기쁨이 자기의
기쁨 뒤에 온다면 그리고
타인의 슬픔이 자기의 슬픔 뒤에 온다면
사랑은 항상 생 뒤에 온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생은 항상 사랑 뒤에 온다
☆★☆★☆★☆★☆★☆★☆★☆★☆★☆★☆★☆★
《39》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

정현종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
아이가 플라스틱 악기를 부~~ 부~~ 불고 있다
아주머니 보따리 속에 들어 있는 파가 보따리 속에서
쑥쑥 자라고 있다
할아버지가 버스를 타려고 뛰어 오신다
무슨 일인지 처녀 둘이
장미를 두 송이 세 송이 들고 움직인다
시들지 않는 꽃들이여

아주머니 밤 보따리, 비닐
보따리에서 밤꽃이 또 막무가내로 핀다
☆★☆★☆★☆★☆★☆★☆★☆★☆★☆★☆★☆★
《40》
사물의 꿈

나무의 꿈

정현종

그 잎 위에 흘러내리는 햇빛과 입맞추며
나무는 그의 힘을 꿈꾸고
그 위에 내리는 비와 뺨 비비며 나무는
소리 내어 그의 피를 꿈꾸고
가지에 부는 바람의 푸른 힘으로 나무는
자기의 생(生)이 흔들리는 소리를 듣는다.
☆★☆★☆★☆★☆★☆★☆★☆★☆★☆★☆★☆★
《41》
사물의 꿈

정현종

그 잎 위에 흘러내리는 햇빛과 입 맞추며
나무는 그의 힘을 꿈꾸고
그 위에 내리는 비와 뺨 비비며 나무는
소리내어 그의 피를 꿈꾸고
가지에 부는 바람의 푸른 힘으로 나무는
자기의 생이 흔들리는 소리를 듣는다.
☆★☆★☆★☆★☆★☆★☆★☆★☆★☆★☆★☆★
《42》
사물의 꿈

정현종

그 잎 위에 흘러내리는 햇빛과 입 맞추며
나무는 그의 힘을 꿈꾸고
그 위에 내리는 비와 뺨 비비며 나무는
소리내어 그의 피를 꿈꾸고
가지에 부는 바람의 푸른 힘으로 나무는
자기의 생이 흔들리는 소리를 듣는다.
☆★☆★☆★☆★☆★☆★☆★☆★☆★☆★☆★☆★
《43》
상상 할 수 있다

정현종

상상 할 수 있다
추억하듯이
선잠에서 깨어나 문밖에 서서
희뿌연 새벽 공기 뚫고
어제의 쓰레기만 뒹구는
그 공간 위에
시간이 양각되어 간다
전설이다
시간이기도 하고
이젠 상상 할 수 있다
추억하듯이
☆★☆★☆★☆★☆★☆★☆★☆★☆★☆★☆★☆★
《44》
상처

정현종

한없이 기다리고
만나지 못한다.
기다림조차 남의 것이 되고
비로소 그대의 것이 된다.

시간도 잠도 그대까지도
오직 뜨거운 병으로 흔들린 뒤
기나긴 상처의 밝은 눈을 뜨고
다시 길을 떠난다.

바람은 아주 약한 불의
심장에 기름을 부어 주지만
어떤 살아 있는 불꽃이 그러나
깊은 바람 소리를 들을까.

그대 힘써 걸어가는 길이
한 어둠을 쓰러뜨리는 어둠이고
한 슬픔을 쓰러뜨리는 슬픔인들
찬란해라 살이 보이는 시간의 옷은.
☆★☆★☆★☆★☆★☆★☆★☆★☆★☆★☆★☆★
《45》
새로운 시간의 시작

정현종

눈이 내리기 시작하는 순간을 보라
하나둘 내리기 시작할 때
공간은 새로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늘 똑같던 공간이
다른 움직임으로 붐비기 시작하면서
이색적인 선들과 색깔을 그으면서, 마침내
아직까지 없었던 시간
새로운 시간의 시작을 열고 있다

그래 나는 찬탄하느니
저 바깥의 움직임 없이 어떻게
그걸 바라보는 일 없이 어떻게
새로운 시간의 시작이 있겠느냐.
그렇다면 나는 바라건대 마음먹은 대로
모오든 그런 바깥이 되어 있으리니……
☆★☆★☆★☆★☆★☆★☆★☆★☆★☆★☆★☆★
《46》
생명의 아지랭이

정현종

내 평생 노래를 한들
저 산에서 생각난 듯이 들리는,
생명바다 깊은 심연을 문득 열어제끼는
꿩 소리 근처에나 갈까.
벌레와 흙과 그늘이
목에 찬 듯한 허스키,
무슨 창법唱法 따위 커녕은
그냥 제 생명에 겨운,
도무지 말 같지도 않은
꿩 소리 근처에나 갈까.

만물 속에서 타오르는
저 생명의 아지랭이를
내 노래는 숨 쉬는니
말이여, 바라건대
생명의 아지랭이여.
☆★☆★☆★☆★☆★☆★☆★☆★☆★☆★☆★☆★
《47》
설렁설렁

정현종

바람은 저렇게
나뭇잎을
설렁설렁 살려낸다
(누구의 숨결이긴 누구의 숨결,
느끼는 사람의 숨결이지)

바람의 속알은
제가 살려내는
바로 그것이거니와

나 바람 나
길 떠나
바람이요 나뭇잎이요 일렁이는 것들 속을
가네, 설렁설렁
설렁설렁.
☆★☆★☆★☆★☆★☆★☆★☆★☆★☆★☆★☆★
《48》


정현종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가난은
가난한 사람을 울리지 않는다.
가난하다는 것은
가난하지 않은 사람보다
오직 한 웅큼만 덜 가졌다는 뜻이므로
늘 가슴 한쪽이 비어있다.

거기에
사랑을 채울 자리를 마련해 두었으므로
사랑하는 이들은
가난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
《49》
세상의 나무들

정현종

세상의 나무들은
무슨 일을 하지?
그걸 바라보기 좋아하는 사람
허구한 날 봐도 나날이 좋아
가슴이 고만 푸르게 푸르게 두근거리는

그런 사람 땅에 뿌리내려 마지않게 하고
몸에 온몸에 수액 오르게 하고
하늘로 높은 데로 오르게 하고
둥글고 둥글어 탄력의 샘

하늘에도 땅에도 우리들 가슴에도
들리지 나무들아 날이면 날마다
첫사랑 두근두근 팽창하는 기운을
☆★☆★☆★☆★☆★☆★☆★☆★☆★☆★☆★☆★
《50》
소리 소리들

정현종

숲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는 듯하였다.
나는 그쪽을 바라보았다.

저쪽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는 듯하였다.
나는 그쪽을 바라보았다.

세상에는 우리가 미처 듣지 못한 소리
알아차리지 못한 소리로 가득 차 있다.
아예 듣지 않거나
들어도 알아차리지 못한 소리들,
그 소리들……
그래도 그쪽을 바라보고
또 바라본다.
☆★☆★☆★☆★☆★☆★☆★☆★☆★☆★☆★☆★
《51》
슬픔

정현종

세상을 돌아다니기도 하였다.
사람을 만나기도 하였다.
영원한 건 슬픔뿐이다.

덤덤하거나 짜릿한 표정들을 보았고
막히거나 뚫린 몸짓들을 보았으며
탕진만이 쉬게 할 욕망들도 보았다.

영원한 건 슬픔뿐이다.
☆★☆★☆★☆★☆★☆★☆★☆★☆★☆★☆★☆★
《52》
시간의 게으름

정현종

나, 시간은,
돈과 권력과 기계들이 맞물려
미친 듯이 가속을 해온 한은
실은 게으르기 짝이 없었습니다.
(그런 속도의 나락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보면
그건 오히려 게으름이었다는 말씀이지요)

마음은 잠들고 돈만 깨어 있습니다.
권력욕 로봇들은 만사를 그르칩니다.
자동차를 부지런히 닦았으나
마음을 닦지는 않았습니다.
인터넷에 뻔질나게 들어갔지만
제 마음속에 들어가 보지는 않았습니다.

나 없이는 아무것도
있을 수가 없으니
시간이 없는 사람들은 실은
자기 자신이 없습니다.
돈과 권력과 기계가 나를 다 먹어 버리니
당신은 어디 있습니까?

나, 시간은 원래 자연입니다.
내 생리를 너무 왜곡하지 말아 주세요.
나는 천천히 꽃 피우고 천천히
나무 자라고 오래 오래 보석 됩니다.
나를 '소비'하지만 마시고
내 느린 솜씨에 찬탄도 좀 보내 주세요.
☆★☆★☆★☆★☆★☆★☆★☆★☆★☆★☆★☆★
《53》
아침

정현종

아침에는
운명 같은 건 없다.
있는 건 오로지
새날
풋기운

운명은 혹시
저녁이나 밤에
무거운 걸음으로
다가올지 모르겠으나
아침에는
운명 같은 건 없다.
☆★☆★☆★☆★☆★☆★☆★☆★☆★☆★☆★☆★
《54》
어떤 적막

정현종

좀 쓸쓸한 시간을 견디느라고
들꽃을 따서 너는
팔찌를 만들었다.
말없이 만든 시간은 가이 없고
둥근 안팎은 적막했다.

손목에 차기도 하고
탁자 위에 놓아두기도 하였는데
네가 없는 동안 나는
놓아둔 꽃팔찌를 바라본다.

그리로 우주가 수렴되고
쓸쓸함은 가이없이 퍼져나간다.
그 공기 속에 나도 즉시
적막으로 일가를 이룬다
그걸 만든 손과 더불어
☆★☆★☆★☆★☆★☆★☆★☆★☆★☆★☆★☆★
《55》
얼굴에게

정현종

내 얼굴이 억제하고 있는 동안
궁둥이는 모름지기 폭발하고 있다
하하
나는 내 얼굴이 때때로
궁둥이여서
불안할 때가 있다
☆★☆★☆★☆★☆★☆★☆★☆★☆★☆★☆★☆★
《56》
요격시

정현종

다른 무기가 없습니다
마음을 발사합니다

두루미를 쏘아 올립니다 모든 미사일에
기러기를 쏘아 올립니다 모든 폭탄에
도요새를 쏘아 올립니다 모든 전폭기에
굴뚝새를 쏘아 올립니다 모든 포탄에
뻐꾸기를 발사합니다 모든 포탄에
비둘기를 발사합니다 모든 무기상들한테
따오기를 발사합니다 정치 꾼들 한테
왜가리를 발사합니다 군사모험주의자들한테
뜸부기를 발사합니다 제국주의자들한테
발사합니다 먹황새 물 오이 때까치 가마우지……

하여간 새들을 발사합니다 그 모오든 사신들한테
☆★☆★☆★☆★☆★☆★☆★☆★☆★☆★☆★☆★
《57》
이 노릇을 또 어찌하리

정현종

안은 바깥을 그리워하고
바깥은 안을 그리워한다
안팎 곱사등이
안팎 그리움

나를 떠나도 나요
나에게 돌아와도 남이다
남에게 돌아가도 나요
나에게 돌아와도 남이다
이 노릇을 어찌하리

어찌할 수 없을 때
바람부느니
어찌할 수 없을 때
사랑하느니
이 노릇을 또
어찌하리
☆★☆★☆★☆★☆★☆★☆★☆★☆★☆★☆★☆★
《58》
익어 떨어질 때까지

정현종

기다린다, 익어 떨어질 때까지,
만사가 익어 떨어질 때까지,
(될성부른가)
노래든 사귐이든,
무슨 작은 발성(發聲)이라도
때가 올 때까지,
(게으름 아닌가)
익어
떨어질
때까지.
☆★☆★☆★☆★☆★☆★☆★☆★☆★☆★☆★☆★
《59》
인사

정현종

모든 인사는 시이다
그것이
반갑고
정답고
맑은 것이라면,

실은
시가
세상일들과
사물과
마음들에
인사를 건네는 것이라면
모든 시는 인사이다.

인사 없이는
마음이 없고
뜻도 정다움도 없듯이
시 없이는
뜻하는 바
아무런 눈짓도 없고
맑은 진행도 없다.
세상일들
꽃피지 않는다.
☆★☆★☆★☆★☆★☆★☆★☆★☆★☆★☆★☆★
《60》
잎 하나로

정현종

세상일들은
솟아나는 싹과 같고
세상일들은
지는 나뭇잎과 같으니
그 사이사이 나는
흐르는 물에 피를 섞기도 하고
구름에 발을 얹기도 하며
눈에는 번개 귀에는 바람
몸에는 여자의 몸을 비롯
왼통 다른 몸을 열반처럼 입고

왔다갔다 하는구나
이리저리 멀리멀리
가을 나무에
잎 하나로 매달릴 때 까지.
☆★☆★☆★☆★☆★☆★☆★☆★☆★☆★☆★☆★
《61》
좋은 풍경

정형종

늦겨울 눈 오는 날
날은 푸근하고 눈은 부드러워
새살인 듯 덮인 숲 속으로
남녀 발자국 한 쌍이 올라가더니
골짜기에 온통 입김을 풀어놓으며
밤나무에 기대어 그 짓을 하는 바람에
예년보다 빨리 온 올 봄 그 밤나무는
여러 날 피울 꽃을 얼떨결에
한나절에 다 피워놓고 서 있습니다
☆★☆★☆★☆★☆★☆★☆★☆★☆★☆★☆★☆★
《62》
지난 발자국

정현종

지난 하루를 되짚어
내 발자국을 따라가노라면
사고의 힘줄이 길을 열고
느낌은 깊어져 강을 이룬다-
깊어지지 않으면 시간이 아니고,
마음이 아니다
되돌아보는 일의 귀중함이여
마음은 싹튼다 조용한 시간이여
☆★☆★☆★☆★☆★☆★☆★☆★☆★☆★☆★☆★
《63》


정현종

자기를 통해서 모든 다른 것들을 보여준다.
자기는 거의 不在에 가깝다.
부재를 통해 모든 있는 것들을 비추는 하느님과 같다.
이 넒이 속에 들어오지 않는 거란 없다.
하늘과,
그 품에서 잘 노는 천체들과,
공중에 뿌리내린 새들,
자꾸자꾸 땅들을 새로 낳는 바다와,
땅 위의 가장 낡은 크고 작은 보나파르트들과……
눈들이 자기를 통해 다른 것들을 바라보지 않을 때
외로워하는 이건 한없이 투명하고 넓다.
성자를 비추는 하느님과 같다.
☆★☆★☆★☆★☆★☆★☆★☆★☆★☆★☆★☆★
《64》
흰 종이의 숨결

정현종

흔히 한 장의 백지가
그 위에 쓰여지는 말보다
더 깊고,
그 가장자리는
허공에 닿아 있으므로 가없는
무슨 소리를 울려 보내고 있는 때가 많다.
거기 쓰는 말이
그 흰 종이의 숨결을 손상하지 않는다면, 상품이고
허공의 숨결로 숨을 쉰다면, 명품이다.
☆★☆★☆★☆★☆★☆★☆★☆★☆★☆★☆★☆★
《65》
별 밝은 밤에

정현종

해 질녘 이면 해지는 대로
어두움 모아 선 자리에

별들이 떨어진날
지세운 창가 너머로

나부낀 하늘 녘
바라보고 한참을

유난히 밝은 별빛
그대 닮아서 눈시울 남몰래

별들 부스럼인날
목놓은 하늘 보았지

밤 타는 가슴안고
그대 닮은 강가에서 남몰래

아스란한 하늬결

가지 사이로 서리
녹음진 밤별 철 마다로

무지개 처럼 핀 별 잔치

나부낀 그대 맘
바라보고 한참을

유난히 맑은 그대
포개진 가슴안고서 남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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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월시모음 20편

《1》
11월의 밤

서지월

어스럼 문밖에는 살얼음의 겨울
오려 하는데
빈 지갑이지만 따뜻한
방에 누워서 詩 생각하는 마음
복되지 않은가,
수입원 없어도 밥 아니 굶고
전화 걸어와 커피 마시자는 사람 있으니
그 또한 아름답지 아니한가,
무작정 깊어가는 11월의 밤
누워보면 방안이 썰렁하긴 하지만
누구를 생각하고 그리워하는
내 마음의 자유
그 또한 더더욱 편안하지 않은가,
저마다 울던 밤벌레 소리 피안 간지 오래
지금은 떨어지는 나뭇잎
길 떠나고 있는 중이지만
다 떠나고 못 떠나는 이 마음
서러웁긴 하지만
이 지상 지키는 마음 그래도 푸근하고
언젠가 올 사람은 오리라는 정한 이치 믿으며
밤 깊어 오오랜 날 심어놓은 별빛꽃밭
하늘에서 내려와

《2》
가난한 꽃

서지월

금빛 햇살 나려드는 산모롱이에
산모롱이 양지짝 애기 풀밭에
꽃구름 흘러서 개울물 흘러서
가난한 꽃 한 송이 피어납니다
나그네가 숨이 차서 보고 가다가
동네 처녀 산보 나와 보고 가다가
가난한 꽃 그대로 지고 맙니다

꽃샘바람 불어오는 산 고갯길에
고개 들면 수줍은 각시풀밭에
산바람 불어서 솔바람 불어서
가난한 꽃 한 송이 피어납니다
행상 가는 낮 달이 보고 가다가
동네 총각 풀 짐 놓고 보고 가다가
가난한 꽃 그대로 지고 맙니다

《3》
각북 가는 길

서지월

어서 오라 오라고 손짓하는 건
산능선 깔고앉은 누렁소 울음

큰산이 낮은 산 앉혀 놓고 기침하면
한눈 팔던 물소리도 다시 흐르고

내가 왔노라 마당 개는 어디 있나
집 나갔던 바람이 돌아와
복사꽃 가지를 흔든다

어서 가자 가자고 손 흔드는 건
재 너머 흰배 때아리 드러낸 산 까치 울음

십 리를 더 가야 靑石山이 나온다고
쉬어 가는 발목 잡고 길을 연다

《4》
강물과 빨랫줄

서지월

오늘도 어머니는
강물을 훔쳐 와
한 자락씩 줄에 너신다.
누런 호박 오랭이 썰어 말리듯이

햇빛은 항시
정면으로 부딪쳐 오는 것이지만
얼굴 없는 바람은
부뚜막 위에서 불고
장독대를 넘어와
어머니의 허이여신 머리칼 위에도
분다.

하늘과 땅 그 크낙한
화해를 위해
세상의 이쪽과 저쪽의 분별을 위해
두 귀 바지랑대는
생명의 줄을 튼튼히 받치고 있다.

천년풍우 그 어느 날에도
우리의 제기(祭器), 제기(祭器) 같은 것.

먼 산 그리메 숱한 메밀밭 위으로
낮달이 조을고
젖은 빨래의
그 휴식의 표정을 보고 있으면
파란 하늘은 아득히 멀고
나는 왠지 눈물이 핑 돈다.

《5》
꽃잎이여

서지월

한 세상 살아가는 법
그대는 아는가.
물빛, 참회가 이룩한
몇 소절의 바람
옷가지 두고 떠나는 법을
아는가.

눈물도 황혼도
홑이불처럼 걷어내고
갓난아기의 손톱 같은
아침이 오면
우린 또 만나야 하고
기억해야 한다.

꽃이 피는 것과 소유하는 일이
서로 반반씩 즐거움으로 비치고 있는
그 뒤의 일을
우린 통 모르고 지내노니

흉장의 일기장 속
꼭꼭 숨은 줄로만 아는
풀빛, 그리울 때
산 그림자 슬며시 내려와 깔리는 법을
아는가.

눈썹 위에 눌린 천정을 보며
아들 낳고 딸 낳고
나머지는 옥돌같이 호젓이 앉았다가
눈감는 법을
그대는 아는가.

《6》
꽃피는 나의 애인을 위하여

서지월

능금꽃이 만발한
과수원을 돌아서 오는 시간까지
그대 손톱에 밀리는 파도소리에
뻐꾸기가 섬을 만드는 시간까지
모두 합해서
조그만 오두막집을 지으리.

바람이 길을 여는
골목 그 어디쯤
천년 묵은 돌거북 한 마리
댓돌처럼 앉혀놓고
능금꽃이 만발한 과수원을 돌아서
조약돌 세며 오는
그대를 맞아
올해에도 꽃이 많이 피게
나는 빌고 또 빌었다.

《7》
나뭇잎은 떨어져 어디로 가는가

서지월

나뭇잎은 떨어져 어디로 가는가,
내 배고픈 사랑이여
무시로 푸르던 잎들이
죄다 쓸리어가는 이 마른 길 위에
당신은 어디 있고
정작 흰눈 쓰고 가야 할 당신은
어디에 있고
시린 입술 위에 찬바람 몰아칠 때
정작 사랑은 빈 콩깍지 소리를 내고
다시 만나자는 기약없이
두 손 부여잡아도
한숨만 쌓이는
이 형편없는 인간의 마을
나뭇잎은 떨어져 어디로 가는가
내 골병든 사랑과 함께.

《8》
낙타풀의 노래

서지월

나는 너를 낙타풀이라 부른다
가도 가도 끝없는 사막
비 한 방울 입맞춤하지 않는
수천년 세월동안 거기
뼈를 묻은 사람들
걸어서 천축국까지 간
스님들 헤진 발바닥 소리까지
귀 없는 귀로 듣고 가시 돋힌
네 몸 뚱아리
사막의 낙타는 피 흘리면서까지
너를 뜯어먹으며
비단을 실어 날랐지
나는 네가 남아서 지키고 있는 그 길을
실크로드라 부른다
오늘의 내가 그 길따라
비단금침의 꿈 버리지 못하고
벋어 가는 것은 낙타풀
네가 있기 때문이다

《9》
내 사랑

서지월

길을 가다가도 문득
하늘을 보다가도 문득

지금은 안 보이지만
생각나는 사람

이 하늘 아래 꽃잎 접고
우두커니 서 있는 꽃나무처럼

내 생각의 나뭇가지는
서(西)으로 뻗어 해지는
산 능선쯤에 와 있지만

밥을 먹다가도 문득
다른 길로 가다가도 문득

안 보면 그뿐이지만
생각나는 사람

《10》
돌담

서지월

몇 백 년이 지나도 저들은
저들끼리 어깨 걸고 살아간다
아랑곳없다
빗물이 새어들어 입 맞추며
그 달디단 입맞춤으로 이끼 키우며
돌담은 시끄럽게 조잘대거나
불평을 거부한다
빈 깡통이 요란한 소리내며
행인의 발길에 채여 굴러도
그냥 멀뚱히 바라볼 뿐
탓하지 않는다
돌담 곁 감나무 한 그루
주렁주렁 감을 매달면서부터
서로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올려다보며 눈높이를 맞춘다
거뭇거뭇 검버섯 피기 시작하면서
감나무도 잎을 흘리는데
돌담은 하늘의 기러기 날갯짓
올려다보며 살아간다
☆★☆★☆★☆★☆★☆★☆★☆★☆★☆★☆★☆★
《11》
딸 보러 가는 길

서지월

생후 1개월
딸 보러 가는 길
새벽잠에서 밀려나 앞산도 흰눈 쓰고
바다로 통한 길바닥도
얼음으로 덮인 차창 밖에는
겨울나무들이 아직
잎을 달 기척 없는데

포항 지나 화진포 지나 망양바닷가
울진 지나 삼척 죽서루 지나
망상해수욕장 하얀 파도살 지나
딸 보러 강릉 가는 길.

너는 생후 8일째
보자기에 싸여 세상에 태어난
기쁨의 울음 뿌리며
이 길 따라 먼저
강릉 외가에 가 있지
나, 오늘은 떡국 먹는 설날도 지나고
생후 1개월
널 보러 가네.

세상 사는 것 신기해서
구르는 바퀴는 자꾸 가자 가자고
이르는 것 같고
갈매기는 한 발 앞서서 빨리
오라 오라고 손짓하는 것 같네.
☆★☆★☆★☆★☆★☆★☆★☆★☆★☆★☆★☆★
《12》
바람 불어 좋은 날

서지월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분다
색동저고리 날리는 바람이 분다
어느 땐들 우리가 한 식구 한 솥에
밥 아니 먹고
북채 장구채 골라잡지 않았으리요만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분다
꽃 떨어지기 전에 부는 바람 임 보는 바람
꽃 떨어지고 부는 바람 열매 맺는 바람
백두산의 진달래꽃 피어서 꽃구경 가는 날
으스러진 강물이 땅을 울리고
으깨어진 어깨가 춤을 춘다
이 강산 햇빛 나고 구름 좋은 날
구름 위의 새소리 맑게 뚫리는 날
쓰린 발 쓰리지 않고
저린 손 저리지 않고
목마름도 피맺힘도 한풀 꺾인 목숨이라
샘물 퍼내어서 버들잎 띄워 마시고
숨막히는 산 고개도 넘어보면 훤한 이마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분다
연지 찍고 분바르고 귀밑머리 날리는
바람이 분다, 소나무 가지 위에.
☆★☆★☆★☆★☆★☆★☆★☆★☆★☆★☆★☆★
《13》
비슬산 참꽃

서지월

비슬산 참꽃 속에는 조그만
초가집 한 채 들어 있어
툇마루 다듬잇돌 다듬이 소리
쿵쿵쿵쿵 가슴 두들겨 옵니다

기름진 땅 착한 백성
무슨 잘못 있어서 얼굴 붉히고
큰일 난 듯 큰일 난 듯 발병이 나
버선발 딛고 아리랑고개 넘어왔나요

꽃이야 오천년을 흘러 피었겠지만
한 떨기 꽃속에 초가집 한 채씩
이태백 달 밝은 밤 지어내어서
대낮이면 들려오는 다듬이 소리,

어머니 누나들 그런 날의 산천초목
얄리얄리 얄랴셩 얄랴리 얄라,
쿵쿵쿵쿵 물방아 돌리며 달을 보고
흰 적삼에 한껏 붉은 참꽃물 들었었지요
☆★☆★☆★☆★☆★☆★☆★☆★☆★☆★☆★☆★
《14》
산다는 게 뭐 별것 있는가

서지월

산다는 게 뭐 별것 있는가
강으로 나와 흐르는
물살 바라 보든가, 아니면
모여있는 수많은 돌멩이들
제 각기의 모습처럼
놓인 대로 근심걱정 없이
물소리에 귀 씻고 살면 되는 것을
산다는 게 뭐 별것 있는가
강 건너 언젠가는 만나도 될
사람 그리워하며 거닐다가
주저앉아 풀꽃으로 피어나면 되는 것을
말은 못해도 몸짓으로
흔들리면 되는 것을
산다는 게 뭐 별것 있는가
혼자이면 어떤가
떠나는 물살 앞에 불어오는
바람이 있는 것을
모습 있는 것이나 없는 것이나
그 모두가 우리의 분신인 것을
산다는 게 뭐 별것 있는가
하늘 아래 머물렀다가
사라지는 목숨인 것을
☆★☆★☆★☆★☆★☆★☆★☆★☆★☆★☆★☆★
《15》
슬픈 밤이 오거든

서지월


슬픈 밤이 오거든
그대여
창을 열고 별을 보라
나는 거기 지상의 괴로운 꽃으로
피었다가 하늘의 별 되어
울고 있으리니
그대가 만약 창을 닫고
쪼그리고 앉아 하염없이 명상에
잠기신다면
나는 나는 별 사닥다리 타고 내려와
그대 창가 부서지는 이슬 되리니
밤은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의
가슴과 같은 것
실로 우리가 우리의 가슴을
어루만지지 못할 때
그대는 지상에서
나는 하늘에서 하염없는
눈물 흘리리
☆★☆★☆★☆★☆★☆★☆★☆★☆★☆★☆★☆★
《16》
인생을 묻는 그대에게

서지월

부는 바람 탓하지 마라
예비 된 몸짓인 것을

지는 꽃 한탄하지 마라
작별의 시간인 것을

앞서 가는 자 부러워 마라
먼저 일어나 걸어가는 것을

높은 나무의 열매 부러워 마라
부귀영화가 매달려 있음이 아닌 것을
☆★☆★☆★☆★☆★☆★☆★☆★☆★☆★☆★☆★
《17》
잠 안 오는 밤

서지월

잠 안 오는 밤에는
잠 안 자는 별을 보며
잠 안 자고 눈망울 초롱초롱한
이슬과 함께
어둠의 등에 기대어
밤새껏 놀았습니다
☆★☆★☆★☆★☆★☆★☆★☆★☆★☆★☆★☆★
《18》
진달래 산천

서지월

진달래꽃 속에는 조그만
초가집 한 채 들어있어
툇마루 다듬잇돌 다듬이 소리
쿵쿵쿵쿵 가슴 두들겨 옵니다.

기름진 땅 착한 百姓
무슨 잘못 있어서 얼굴 붉히고
큰일난 듯 큰일난 듯 발病이 나
버선발 딛고 아리랑고개 넘어왔나요.

꽃이야 오천년을 흘러 피었겠지만
한 떨기 꽃 속에 草家집 한 채씩
이태백 달 밝은 밤 저어내어서
대낮이면 들려오는 다듬이 소리,

어머니 누나들 그런 날의 山川草木
얄리얄리 얄랑셩 얄라리 얄라
쿵쿵쿵쿵 물방아 돌리며 달을 보고
흰 적삼에 한껏 붉은 진달래 꽃물 들였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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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찔레꽃 타령

서지월

임아,
백 고무신 벗어두고 간 임아
하얀 찔레꽃 수북이 피어서
오늘같이 서러운 날이면
온 몸에 찔레가시 바르고
나도야 남풍따라 가서는
돌아오지 않을까부다.

아아,
장독간에 숨겨둔 얼레빗 마저 꺼내
머리 빗고서
그 더운 머리털 날리는 구름 따라
나도야 정처 없이 떠날까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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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철쭉꽃 눈물

서지월

철쭉꽃 피었다는 철쭉꽃 보러온

사람 기별 듣고
컴컴한 바윗속 숨겨둔 시간을 모조리 꺼내어
햇빛하고 동무되어 철쭉꽃 보러 갔더니
산자락 베고 누운 물소리 건너 바람소리
아래, 질펀히 깔린 철쭉꽃
이승의 끝이라 싶을 즈음
철쭉꽃 보러온 사람 산 하나 넘어서 가고
채색한 구름 산 둘 넘어서 가고
흥건히 고이는 산그늘
두고 온 내 손때 묻은 문고리에
매어둔 슬픈 나귀 울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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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詩 28首(한시 28수)

 

四季(사계) : 陶淵明(도연명)

 

春水滿四澤(춘수만사택) : 봄물은 가득하여 사방을 윤택케 하고

夏雲多奇峰(하운다기봉) : 여름의 많은 구름으로 봉우리가 기이하고

秋月揚明輝(추월양명휘) : 가을 달을 들어 올려 밝음이 빛나게 하고

冬嶺秀孤松(동령수고송) : 겨울 령(높은 산)에 소나무는 홀로 빼어나네.

 

野行(야행) : 咸承慶(함승경)

 

淸曉日將出(청효일장출) : 맑은 새벽 해가 떠오를 쯤

雲霞光陸離(운하광륙리) : 하늘 구름 일어나 비출 때면

江山更奇絶(강산경기절) : 강산은 다시 기이한 절경

老子不能詩(로자불능시) : 천하의 문장 이 풍경 어이할까

 

山中(산중) : 李栗谷(리률곡)

 

白雲抱幽巖(백운포유암) : 흰 구름 그윽하게 바위를 감싸 안고

靑鼠窺蓬戶(청서규봉호) : 청설모 청빈한 선비 집에서 엿보는데

山人不出山(산인불출산) : 산에 사는 사람은 나오지 않고

石逕蒼苔老(석경창태로) : 돌 오솔길 이끼만 푸르구나!

 

俗客不到處(속객부도처) : 속세인 없는 곳에 이르니

金富軾(김부식) : 甘露寺 次韻(감로사 차운)

 

登臨意思淸(등림의사청) : 뜻하는 생각이 맑음에 이르노라

山形秋更好(산형추경호) : 산 모양은 가을이니 다시 좋고

江色夜猶明(강색야유명) : 강물 빛은 밤이 오히려 맑은데

白鳥高飛盡(백조고비진) : 백조는 높이 날아 사라지고

孤帆獨去輕(고범독거경) : 외로운 돛단 배 홀로 가벼이 가고 있는데

自慙蝸角上(자참와각상) : 스스로 부끄러워지구나 달팽이 뿔 위에서

半世覓功名(반세멱공명) : 반평생 공명을 찾아 것들이

 

三角山(삼각산) : 金時習(김시습)

 

三角高峰貫太淸(삼각고봉관태청) : 삼각산 높은 봉우리 하늘까지 치솟아

登臨可摘斗牛星(등림가적두우성) : 올라가면 가히 북두칠성도 따겠는 걸

非徒嶽岫興雲雨(비도악수흥운우) : 산악의 그 뿌리가 비구름 일으키는 건 아니지만

能使邦家萬歲寧(능사방가만세녕) : 이 나라 만세토록 평안하게 해 줄 거야.

 

月初生(월초생) : 韓龍雲(한용운)

 

蒼岡白玉出(창강백옥출) : 푸른 뫼 등에 흰 구슬 우뚝 솟으니

碧澗黃金遊(벽간황금유) : 푸른 시내에는 황금덩이 떠 노니네.

山家貧莫恨(산가빈막한) : 산가에서 가난함을 한하지 마라

天寶不勝收(천보불승수) : 하늘이 주는 보배 끝이 없거늘

 

唫晴(금청) : 맑은 날 입 다물다

韓龍雲(한용운)

 

庭樹落陰梅雨晴(정수락음매우청) : 정원수 그늘 드리우고 매화에 비 개이니

半簾秋氣和禪生(반렴추기화선생) : 반 주렴 가을기운 선이 일어 화하려는데

故國靑山夢一髮(고국청산몽일발) : 내 나라 청산 꿈이라면 일발(바로 가는데. 조바심)인데

落花深晝渾無聲(낙화심주혼무성) : 꽃 지는 대 낮은 혼돈의 소리 없어(태평스럽다)

 

卽事(즉사) : 韓龍雲(한용운)

 

烏雲散盡孤月橫(오운산진고월횡) : 검은 구름 걷히고 뚜렷한 달

遠樹寒光歷歷生(원수한광력력생) : 먼 나무 찬 빛 역력(곱게)히 이는데

空山鶴去今無夢(공산학거금무몽) : 학도 날아가고 빈산 꿈도 없을 지금

殘雪人歸夜有聲(잔설인귀야유성) : 잔설 밟고 누군가 돌아오는 소리

 

安海州(안해주) : 안중근 의사를 기림

韓龍雲(한용운)

 

萬斛烈血十斗膽(만곡렬혈십두담) : 만석 뜨거운 피 열 말의 담

淬盡一劍霜有鞱(쉬진일검상유도) : 벼려 낸 한 칼에 서리가 날려

霹靂忽破夜寂寞(벽력홀파야적막) : 벽력같이 홀연 깨버린 적막한 밤

鐵花亂飛秋色高(철화란비추색고) : 철꽃 튕겨 날렸으니 가을 하늘 드높다.

 

梅鳥(매조) : 丁若鏞(정약용)

 

翩翩飛鳥息我庭梅(편편비조식아정매) : 편편 나르는 새가 나의 정원 매화에 와서 쉬니

有烈其芳惠然其來(유렬기방혜연기래) : 그 향기 진하여 사랑스레 찾아 왔네.

爰止爰樓樂爾家室(원지원루악이가실) : 이제 여기 머물며 즐거운 너의 집 삼으렴.

華之旣榮有蕡其實(화지기영유분기실) : 만발한 꽃인지라, 그 열매 또한 거대할 테니

 

卽事(즉사) : 韓龍雲(한용운)

 

鶴守梅花月(학수매화월) : 학이 매화에 걸린 달을 지키고

玉流松柏風(옥류송백풍) : 옥같이 흐르는 송백의 바람소리

堪憐心學竹(감련심학죽) : 애련함을 감내하는 마음 대나무로부터 배우며

得眞失之空(득진실지공) : 비우면 얻는다는 진실

 

驟雨(취우) : 金正熙(김정희)

 

樹樹薰風葉欲齊(수수훈풍엽욕제) : 나무마다 훈훈한 바람일어 잎들은 가지런하고

正濃黑雨數峰西(정농흑우수봉서) : 서산 봉우리 먹장구름 짙게 깔려있네

小蛙一種靑於艾(소와일종청어애) : 작은 개구리의 쑥빛보다 푸르러져

跳上蕉梢效鵲啼(도상초초효작제) : 팔짝 파초 잎으로 뛰어올라 까치소리로 울고있네

  

記行絶句(기행절구) : 丁若鏞(정약용)

 

峭壁面谿草木蓁(초벽면계초목진) : 가파른 골짜기 초목이 우거져

舊來人虎與爲隣(구래인호여위린) : 예부터 사람이 호랑이와 이웃하며 살던곳

試看絶頂燒(시간절정소여화) : 절벽 끝 올려다보니 화전일구는 연기

猶是司農籍外民(유시사농적외민) : 그래 이들이 호적에 없는 백성이런가?

 

 陳中吟(진중음) : 李舜臣(이순신)

 

水國秋光暮(수국추광모) : 넓은 바다 가을 빛 저물어 드니

驚寒雁陳高(경한안진고) : 추위에 놀란 기러기 높이 나는데

憂心輾輾夜(우심전전야) : 걱정스런 마음 뒤척이는 밤

殘月照弓刀(잔월조궁도) : 남은 달 활과 칼에 비추이누나

 

 

李舜臣(이순신)

 

萬里江山筆下榮(만리강산필하영) : 만리강산(남북)은 붓으로 그린 듯 아름다운데

空林寂寂鳥無形(공림적적조무형) : 수풀은 비어적적 새들의 형상도 뵈지 않지만

桃花依舊年年在(도화의구년년재) : 복숭아꽃은 예나 지금이나 해마다 피고

雲不了兮草自靑(운부료혜초자청) : 먹구름 끝나지 않아도 풀들은 절로 푸르네.

 

 

道伴歌(도반가) : 도반을 기리는 노래

韓龍雲(한용운)

 

中宵文氣通紅橋(중소문기통홍교) : 한 밤중 글의 흥취가 무지개처럼 떠올라

筆下成詩有敢驕(필하성시유감교) : 붓을 들어 시를 이루며 감히 잘난 척 함이 있네만

只許三春如一日(지허삼춘여일일) : 다만 그렇지 삼춘(孟春 仲春 季春)이 하루 같이

別區烟月復招招(별구연월부초초) : 좋은 풍경 태평세월 부르고 또 부르는 거지.

 

安重根(안중근)

 

東洋大勢思杳玄(동양대세사묘현) : 동방의 대세 생각하매 아득하고 어둡거니

有志男兒豈安眠(유지남아기안면) : 뜻있는 사나이 어찌 잠을 편히 자리오.

和局未成猶慷慨(화국미성유강개) : 평화시국 못 이룸이 이리도 슬퍼지고

改略不改眞可憐(개략부개진가련) : 정략(침략)고치지 아니하니 진실로 가련하구나!

 

淸寒(청한) : 韓龍雲(한용운)

 

待月梅何鶴(대월매하학) : 달을 기다리는 매화는 어쩌면 학인 양 싶고

依梧人亦鳳(의오인역봉) : 오동에 기댄 사람 역시 봉황임을

通宵寒不盡(통소한부진) : 온밤 추위는 그치지 아니하고

遙窒雪爲峰(요질설위봉) : 멀리 막힌 눈 쌓인 봉오리(눈은 산을 이루네)

 

安重根(안중근)

 

東風事在百花頭(동풍사재백화두) : 봄바람에 꽃을 찾아 분주하거니

恐是人間蕩子流(공시인간탕자류) : 아마도 사람이면 탕자쯤 되리

可憐添做浮生夢(가련첨주부생몽) : 가득이나 꿈인 세상 꿈을 덧붙여

消了當年第幾愁(소료당년제기수) : 그 당시의 어느 시름 잊었단 말인가

五老峯爲筆(오로봉위필) : 오로봉으로 붓을 삼아

靑天一丈紙(청천일장지) : 푸른 하늘을 종이삼고

三湘作硯池(삼상작연지) : 삼상(강이름)강을 연지 삼아

寫我腹中詩(사아복중시) : 내 속마음 속의 시를 쓰노라

 

山亭夏日(산정하일) : 高騈(고병)

 

綠樹濃陰夏日長(록수농음하일장) : 녹색나무 그늘 짙은 긴 여름

樓臺倒影入池塘(루대도영입지당) : 누대에 드리운 그림자 연못에 비치고

水晶簾動微風起(수정렴동미풍기) : 수정 발 흔들리듯 미풍이 일고

滿架薔薇一院香(만가장미일원향) : 시렁 가득한 장미향기 집안에 있네.

 

申欽(신흠)

 

桐千年老恒藏曲(동천년로항장곡) : 오동나무는 천년되어도 그 곡을 항상 간직하고

梅一生寒不賣香(매일생한불매향) : 매화는 일생동안 추워도 그 향기를 팔지 않고

月到千虧有本質(월도천휴유본질) : 달이 비추며 천년을 이지러져도 본질은 그대로고

柳經百別又新枝(류경백별우신지) : 버드나무는 백번 꺾이어도 또한 새가지 로다.

 

崔致遠(최치원)

 

沙亭立馬待廻舟(사정립마대회주) : 물가 정자에 말을 세우고 배를 기다리는데

一帶烟波萬古愁(일대연파만고수) : 일대에 펼쳐진 연기(운무)는 만고의 근심 인 듯

直得山平兼水渴(직득산평겸수갈) : 오직 산이 평지가 되고 물이 마르고

人間離別始應休(인간리별시응휴) : 인간과의 이별이니 그래 잠시 휴식을 취하자구나

 

偶吟(우음) : 鄭脩(정수)

 

夏夜風軒夢忽罷(하야풍헌몽홀파) : 여름밤 처마에 이는 바람 홀연히 깨어보니

蒼蒼皓月漏雲端(창창호월루운단) : 창창한 밝은 달 구름에서 새어나와 단정하고나

此時浩氣無滯碍(차시호기무체애) : 이 사각 막힘이 없는 호연한 기운

黙念明誠篆肺肝(묵념명성전폐간) : 묵묵히 밝은 정성 간담에 새기네

 

寄家書(기가서) : 집에 보내는 편지

李安訥(이안눌)

 

欲作家書說若辛(욕작가서설약신) : 집에 보낼 편지에 괴로움을 말하려다

恐敎愁殺白頭親(공교수쇄백두친) : 흰머리 어버이가 근심할까 염려되어

陰山積雪深千丈(음산적설심천장) : 그늘진 산 쌓인 눈 천 장으로 깊은데

却報今冬暖似春(각보금동난사춘) : 금년 겨울 봄날처럼 따스하다 적었다네

 

播種(파종) : 崔金洵(최금순)

 

黙子賃土腐分芽(묵자임토부분아) : 씨앗은 묵묵히 흙을 빌려 썩으며 분신을 싹틔울 테지요

厥時攀登豫繩加(궐시반등예승가) : 그때 잡고 오르도록 미리 줄을 더해 주었습니다.

欲成易否眞調得(욕성이부진조득) : 욕심대로 이루기 쉽지 않지만 진실로 고른 것을 얻는다면

我衿端正迷惑罷(아금단정미혹파) : 난 옷깃을 단정히 여미고 미혹을 놓으리라

 

寄精舍學徒(기정사학도) : 李栗谷(이율곡)

 

心如盤水最難持(심여반수최난지) : 마음은 마치 쟁반 물 같아 지니기 가장 어려우니

墮塹投坑在霎時(타참투갱재삽시) : 구덩이에 떨어지고 던져지기 삽시간이라

爲報僉報操守固(위보첨보조수고) : 학도 여러분께 조정하고 지킴을 굳게 지켜

世紛業裏卓無移(세분업리탁무이) : 어지러운 세상 업 속에서 우뚝, 옮김이 없어라

 

 

卽事(즉사) : 韓龍雲(함용운)

 

紅梅開處禪初合(홍매개처선초합) : 홍매가 피는 곳 참선과 합일되니

白雨過時茶半淸(백우과시다반청) : 소나기 지나가고 차 또한 반쯤 맑았네

虛設虎溪亦自笑(허설호계역자소) : 호계(지명)의 빈 설계 역시 스스로 웃으며

停思還億陶淵明(정사환억도연명) : 생각을 멈추고 도연명을 다시 기억하노라

 

田家(전가) : 朴趾源(박지원)

 

翁老守雀坐南陂(옹로수작좌남피) : 노인 새 본다고 언덕에 앉았는데

粟拖狗尾黃雀垂(속타구미황작수) : 개꼬리 같은 조 이삭에 참새가 오롱조롱

長男中男皆出田(장남중남개출전) : 큰아들 중간아들 모두 들에 나가고

田家盡日晝掩扉(전가진일주엄비) : 농사 집은 진종일 사립문 닫혀있다.

鳶蹴鷄兒擭不得(연축계아획부득) : 병이리 노린 솔개 채려다 실패하고

群鷄亂啼匏花籬(군계란제포화리) : 많은 닭 박꽃 핀 울타리 깨서 꼬꼬댁 소리 요란하고

小婦戴捲疑渡溪(소부대권의도계) : 며느리 들밥이고 냇물 건널 의양인데

赤子黃犬相追隨(적자황견상추수) : 벌거숭이 아들 누렁이 서로 추월하며 따르네.

 

黃喜(황희)

 

澄澄鏡浦涵新月(징징경포함신월) : 경포대 맑은 물에 달빛 잠기고

落落寒松鎖碧煙(락락한송쇄벽연) : 낙락장송 찬 소나무에 푸른 연기 잠겼소.

雲錦滿地臺滿竹(운금만지대만죽) : 구름비단 땅에 가득 경포대엔 대나무 가득

塵寰亦有海中仙(진환역유해중선) : 풍진세상 있어도 역시 바다 가운데 신선이라

 

금강산(金剛山) 주제 한시(漢詩) 48수

 

서산대사 : 휴정(休静)

 

풍악산(楓岳山)

壮哉楓岳山(장재풍악산) : 장하도다 풍악산이여

截然高屹屹(절연고흘흘) : 높이도 솟았구나?

幾經風與雨(기경풍여우) : 비바람 수없이 겪어왔으련만

脊梁長不屈(척량장불굴) : 네 등줄기 굽히지 않았구나?

幾經雪與霜(기경설여상) : 눈서리 맞은 적 또 얼마이랴

落落扶千立(락락부천립) : 우뚝한 그 기상 하늘을 떠이고 섰네.

亦多老松杉(역다로송삼) : 무성한 늙은 소나무와 전나무 숲

靑海通雲濕(청해통운습) : 바다구름 몰아다가 축여주누나

珍重古之人(진중고지인) : 절 바른 옛사람들

與山猶相揖(여산유상읍) : 산을 마주하여 손잡고 절하는

天生大丈夫(천생대장부) : 대장부로 이 세상에 태어났다면

節義要先習(절의요선습) : 절개와 의리부터 익혀야 하리

我來一登臨(아래일등림) : 내 지금 산에 올라 굽어 살피니

天邊紅日入(천변홍일입) : 하늘가 저 멀리고 저녁 해 기울고

獨宿塔寺空(독숙탑사공) : 빈 절간 찾아들어 밤을 새려니

如聞龍衆泣(여문룡중읍) : 뭇 용의 울음소리 들려오는 듯

 

봉래산에서(蓬莱即事)

大笑立天地(대소립천지) : 천지간에 홀로 서서 크게 웃노라니

滄波渺去舟(창파묘거주) : 아득한 바다 우에 쪽배 떠가네.

黃花朝泣露(황화조읍로) : 국화꽃은 아침 해에 이슬 머금고

紅葉夜鳴秋(홍엽야명추) : 단풍잎은 밤바람에 날려 가을을 알리네.

 

풍악산에 올라(登楓嶽)

長嘯登高遠望秋(장소등고원망추) : 높은 봉에 올라서서 가을풍경 바라볼 제

快如騎鶴上楊州(쾌여기학상양주) : 학을 타고 나는 듯 이 마음 장쾌해라

碧天寥廓滄溟闊(벽천요곽창명활) : 푸른 하늘 아득하고 바다는 하 넓은데

何處三山與十洲(하처삼산여십주) : 어느 곳이 신선 사는 삼신산, 십주이더냐

 

비로봉에 올라(登毗盧峰)

萬國都城如蟻垤(만국도성여의질) : 만국의 도성들은 개미집을 방불케 하고

千家豪傑若醢鷄(천가호걸약해계) : 수많은 호걸들은 젓 담근 집 쉬파리 같아라.

一窓明月清虚枕(일창명월청허침) : 창밖에 뜬 밝은 달 베게 삼아 누우니

無限松風韻不齊(무한송풍운부제) : 어디선가 솔바람소리 어지러이 들려오네.

 

만폭동에서(萬瀑洞次古柏韻)

乾坤萬里一肩衲(건곤만리일견납) : 넓고 넓은 이 세상에 가사 한 벌 걸치고서

幾處白雲飛短筇(기처백운비단공) : 흰 구름 나는 곳을 몇 번이나 걸었더냐.

楓岳洞天眞佛國(풍악동천진불국) : 금강산 만폭동이 부처의 나라 분명하구나.

琉璃為水玉為峰(리위수옥위봉) : 흐르는 물 구슬이요 봉우리는 옥이로세

 

감호의 주인1)에게(1)(上鑑湖主人)

主人氣宇呑山海(주인기우탄산해) : 주인의 그 기상 산과 바다 삼킬 듯

早賦歸來道益尊(조부귀래도익존) : 과거 보고 돌아서니 높은 뜻 더욱 고상쿠나

袖裏劒衝强楚越(수리검충강초월) : 소매 안에 지닌 검 강한 원수 무찌르고

筆端雲濕早乾坤(필단운습조건곤) : 붓끝에서 이는 구름 마른 천지 적셔주네

胸盤李白詩千首(흉반리백시천수) : 가슴 속엔 이백인 양 천 편의 시 간직하고

口吸陶潜酒一樽(구흡도잠주일준) : 입으로는 도잠처럼 술 마를 줄 모르누나.

讀易鳴琴誰與友(독역명금수여우) : 책 읽고 거문고 타니 누구와 그 벗 될까.

清風明月入重門(청풍명월입중문) : 밝은 바람 밝은 달만 그대의 집 찾아드네.

 

감호의 주인2)에게(2)(上鑑湖主人)

鑑湖追憶賀風流(감호추억하풍류) : 감호를 생각하면 그대 모습 새로워라

開鑿豊巖任去留(개착풍암임거류) : 바위 위에 글 새기며 마음대로 오가던 그

東海臨軒先得月(동해림헌선득월) : 대문 밖은 동해바다 뜨는 달 남 먼저 바라보고

西山當戶易逢秋(서산당호이봉추) : 창 너머 산 있으니 가을맞이 쉬웠으리.

近村聞笛多傾耳(근촌문적다경이) : 이웃마을 피리소리 귀 기울여 들어보고

遠寺觀燈數擧頭(원사관등수거두) : 먼 곳 절간 등불놀이 머리 들어 바라보네.

富貴本非吾輩事(부귀본비오배사) : 부귀란 본래부터 우리의 일 아니거니

樂夫天命更何求(악부천명경하구) : 자기 운명 즐길 뿐 무엇을 더 바라랴

 

사선정(1)(回仙亭)

乘槎遊海上(승차유해상) : 떼 타고 바다위에 놀아나 보세

何必永郎仙(하필영랑선) ; 영랑만이 그 풍경 즐길소냐

小雨蔵西嶽(소우장서악) ; 서편의 뫼 부리에 보슬비 내리고

長波接北天(장파접북천) ; 북쪽의 바다에는 물결이 세차구나.

乾坤元無極(건곤원무극) ; 본래부터 하늘땅은 끝이 없는 것

風月亦無邊(풍월역무변) ; 바람도 달도 한이 없어라

却想三生事(각상삼생사) ; 인간의 한생을 돌이켜보면

新羅八百年(신라팔백년) ; 신라의 팔백 년도 잠간이여라

 

사명당(泗溟堂) 유정(惟政)

 

불정암에 묵으면서(宿佛頂庵)

琪樹瑶臺桂影秋(기수요대계영추) : 아름다운 숲속 빼어난 돈대 계수나무에 가을빛 어렸구나.

蓬山宿客思悠悠(봉산숙객사유유) : 금강산에 묵는 길손 생각도 깊어라

西風一夜露華冷(서풍일야로화랭) : 서풍이 불어오는 이 밤이슬도 차디찬데

玉磬數峰人倚樓(옥경수봉인의루) : 사람들은 정자에 올라 산울림소리를 듣고 있네.

 

반야사에 묵으며(宿般若寺)

古寺秋晴黃葉多(고사추청황엽다) : 옛 절에 가을 들어 나무 잎도 누런데

月臨靑壁散棲鴉(월임청벽산서아) : 벼랑에 달 비치니 자던 까치 깨여나 흩어지네.

澄湖烟盡浄如練(징호연진정여련) : 안개 걷힌 호수가 비단 펴놓은 듯 정갈한데

夜半寒鐘落玉波(야반한종락옥파) : 한밤중에 울리는 종소리 물결 위에 떨어지네.

 

만폭동(萬瀑洞)

此是人間白玉京(차시인간백옥경) ; 이곳이 인간세상에서 백옥경이라 부르는 곳

琉璃洞府衆香城(유리동부중향성) ; 유리로 꾸민 골 안 중향성 솟았구나.

飛流萬瀑千峰雪(비류만폭천봉설) : 산마다 폭포수요 봉마다 흰 눈일세

長嘯一聲天地驚(장소일성천지경) : 장중한 물소리에 하늘땅도 놀라는 듯

 

향로봉에 올라(登香爐峰)

山接白頭天杳杳(산접백두천묘묘) : 산줄기 뻗고 뻗어 아득히 백두산에 잇닿아있고

水連靑海路茫茫(수련청해로망망) : 강문을 흘러흘러 저 멀리 푸른 바다에 접하였구나.

大鵬飛盡西南闊(대붕비진서남활) : 붕새가 날아간 곳 넓고 넓은 서남쪽 어디라 하거늘

何處山河是帝鄕(하처산하시제향) : 어느 고장 산천이 신선해의 고향일가···

 

십왕동(十王洞)

王子何年築此城(왕자하년축차성) : 어느 해에 마의태자 이 성을 쌓았던가!

玉峰依舊老蓂靈(옥봉의구로명령) : 봉우리는 옛 같건만 세월은 흘러갔네.

鳳凰一去無消息(봉황일거무소식) : 봉황새 날아간 뒤 소식이 끊겼으니

金井千秋瑶草生(금정천추요초생) : 천 년 지난 우물가엔 잡초만이 무성하네.

 

진헐대(眞歇臺)

濕雲散盡山如沐(습운산진산여목) : 젖은 구름 말끔히 가시니 산은 목욕한 듯 청신하고

白玉芙蓉千萬峰(백옥부용천만봉) : 천만봉우리엔 백옥같이 흰 부용꽃 피었구나.

獨坐翻疑生羽翼(독좌번의생우익) : 가만히 앉아있노라니 날개라도 돋아난 듯

扶桑萬里御冷風(부상만리어랭풍) : 만리 창공 동해바다 바람 타고 날아보리

 

한밤중의 회포(夜懷)

蓬莱仙洞衆香城(봉래선동중향성) : 신선 사는 금강산은 경치 좋은 중향성

千朶芙蓉玉萬重(천타부용옥만중) : 천 송이 연꽃인가 일만 개 구슬인가

長在夢中何日到(장재몽중하일도) : 꿈속에서 그리노라 언제이면 돌아갈까

春來依舊對群凶(춘래의구대군흉) : 예전처럼 봄 왔건만 눈앞에는 왜적들뿐

 

사선정(2)(回仙亭)

海枯松亦老(해고송역로) : 저 바다 마를 때면 솔도 늙으리.

鶴去雲悠悠(학거운유유) : 학은 가고 구름만 유유히 감도누나.

月中人不見(월중인불견) : 달빛 아래 신선은 보이지 않고

三十六峰秋(삼십륙봉추) : 서른여섯 봉우리엔 가을빛 짙었어라

 

매월당(梅月堂) : 김시습

 

만폭동(萬瀑洞)

萬瀑飛空漱玉花(만폭비공수옥화) : 만 갈래 폭포 흩날리며 구슬 꽃 뿌리는데

兩岸薛蘿相騰挐(량안설라상등나) : 쪽 기슭에선 담쟁이넝쿨 서로 얽혀 날아오를 듯

明珠萬斛天不慳(명주만곡천불간) : 하늘은 몇만 섬 진주도 아끼지 않고

散此雲錦屛風間(산차운금병풍간) : 흩어지는 구름 비단병풍 틈에 새어드네.

快笑仰看雙石硔(쾌소앙간쌍석홍) : 내 크게 웃으며 두 개의 돌 바위 쳐다볼 제

一洗十年紅塵蹤(일세십년홍진종) : 십년 동안 묵은 번뇌 단번에 씻어지누나.

 

보덕굴(1)(寶德窟)

銅互生衣銅柱高(동호생의동주고) : 동기와 엔 이끼 돋고 구리기둥 높이 솟았는데

簷鈴風鐸響嘈嘈(첨령풍탁향조조) : 처마 끝에 달린 풍경소리 요란키도 하여라.

寶山巖窟幾尺聳(보산암굴기척용) : 보배산 바위들은 그 높이 얼마인가

銀海波濤終夜號(은해파도종야호) : 은빛 바다 파도는 밤새도록 울부짖네.

鐵鎖掛空搖嘠嘠(철쇄괘공요알알) : 허공 중에 드리운 쇠사슬 삐걱삐걱 흔들리고

雲梯緑壁動騒騒(운제록벽동소소) : 벼랑의 구름다리 찌꾹찌꾹 움직이어라

焚香一禮心無襍(분향일례심무잡) : 향 피워 재 올리니 온갖 잡념 없어지거늘

疑是仙宮駕六鰲(의시선궁가륙오) : 여섯 자라 끌고 온 신선궁전 여긴가 하노라

 

보덕굴(2)(寶德窟)

依欄遥望意懆懆(의란요망의조조) : 난간에서 멀리 바라볼 때엔 마음만 걱정스럽더니

瞻禮眞容竪髮毛(첨례진용수발모) : 굴속을 굽어살펴보니 머리털이 곤두서누나

境與靈臺多不俗(경여령대다불속) : 신령스런 고장이라 속세와 다르거니

山同寶窟又重高(산동보굴우중고) : 저 산도 보배마냥 위엄 있고 높아 보이네.

虹垂萬瀑雷聲壮(홍수만폭뢰성장) : 무지개 드리운 만폭동엔 우레 소리 요란하고

鶴去三天翅影豪(학거삼천시영호) : 학이 하늘중천 날아가니 그림자만 호사스럽네.

白石靑松相映處(백석청송상영처) : 흰 돌과 푸른 소나무 서로 비쳐주는 저기

依俙洞府有仙曹(의희동부유선조) : 으슴프레 의지한 고을엔 선인이 있겠지.

 

마하연(摩訶衍)

大衍金文萬五千(대연금문만오천) : 마하연엔 돌에 새긴 글자 일만 오천 자라

至今留影洞中天(지금류영동중천) : 지금도 그 흔적 남아있어 골짜기에 빛나누나.

婆裟松檜似擎盖(파사송회사경개) : 소나무 전나무는 일산처럼 너울너울

崷崪峯巒如列仙(추줄봉만여렬선) : 늘어선 봉우리엔 신선이 둘러선 듯

百億生會有願百(백억생회유원백) : 예로부터 억만 사람 간직한 소원 있거니

一身一到此山前(일신일도차산전) : 그것은 살아생전 한 번이라도 이 산에 와보는 것이었네

我聞妙法深心修(아문묘법심심수) : 내 듣건대 불법은 수양을 깊게 하거늘

巖樹林溪次第宜(암수림계차제의) : 바위와 나무숲과 계곡엔 죄다 그 이치 깃들어 있어라

 

망고대(望高臺)

歡甚忘疲上峭峰(환심망피상초봉) : 기쁨 속에 피곤 잊고 우뚝 솟은 봉우리에 오르니

高低列岳聳層穹(고저렬악용층궁) : 높고 낮은 뭇 산들이 하늘 우에 층층 솟았구나.

奇形禹鼎初移後(기형우정초이후) : 기묘한 그 형태는 옛 성인이 큰 가마 옮겨놓은 듯

怪状温犀一燭中(괴상온서일촉중) : 기괴한 그 형상은 한 가락 초불모양 뜨겁고도 열렬하여라

獅子何年將奮迅(사자하년장분신) : 사자는 어느 해에 뛰쳐나오려나.

俊鷹當日欲浮空(준응당일욕부공) : 날쌘 매는 이제 금시 날아오려는 듯

攀蘿若不凌雲頂(반라약불릉운정) : 만약 풀 넝쿨 휘여 잡고라도 구름 속 산정에 오르지 못한다면

那識楓嶠氣勢雄(나식풍교기세웅) : 어찌 금강산의 기세 웅장함을 알 수 있으랴

 

국망봉(國望峰)

峰高草木被風謾(봉고초목피풍만) : 높은 산정 풀과 나무 세찬 바람결에 시달려

連蜷施蔓糺似盤(련권시만규사반) : 자라지 못하고 서로 얽혀 쟁반모양 펼쳤구나.

未見初聞稱國望(미견초문칭국망) : 보지도 듣지도 못한 그 이름 (국망봉)이라

纔登遥覽竦人觀(재등요람송인관) : 잠간 올라 바라 볼 제 인간 세상 한눈에 안겨오네

茫茫渤海盈於椀(망망발해영어완) : 망망한 저 바다는 사발 안에 찰랑이고

渺渺山河大似彈(묘묘산하대사탄) : 아득히 펼친 산과 강 끌어당긴 활줄 같구나.

始信尼丘天下小(시신니구천하소) : 천하가 작다던 옛 성인의 뜻 이제야 알겠거니

西江盡吸亦非難(서강진흡역비난) : 흘러드는 바다 물 모두 마셔도 성 차지 않으리라

 

세암(帨巖)

緬想當年洗寶巾(면상당년세보건) : 그 옛날 여기서 보배수건 씻고

圓融麗質正離塵(원융려질정리진) : 중이 되여 속세인연 끊은 원효대사1)

戯斟天上銀河水(희짐천상은하수) : 하늘의 은하수 즐겨 마시며

接引雲間白業人(접인운간백업인) : 구름 속에 노니는 신선이 되였어라

陜府曾留金鎖骨(합부증류금쇄골) : 일찍이 그의 유골 합천 해인사에 있다더니

楓城今現紫磨身(풍성금현자마신) : 금강산엔 지금도 그의 화상 보이누나.

爍迦大願應無盡(삭가대원응무진) : 불학을 지향한 큰 뜻 다함이 없거늘

千古芳蹤浄不堙(천고방종정불인) : 천고에 아름다운 자취 묻히지 않고 빛나리라

 

개심폭포(開心瀑)

一道銀河落九天(일도은하락구천) : 한줄기 은하수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듯

和雲漱月檜松邊(화운수월회송변) : 구름 되여 달 머금고 나무숲에 드리웠네.

夜深最愛山中静(야심최애산중정) : 깊은 밤 깃든 것은 산속의 고요인데

晴雨灑空人未眠(청우쇄공인미면) : 허공중에 흩뿌리는 새벽 비에 잠들 수 없어라

 

만경대(萬景臺)

攀危更生最高臺(반위경생최고대) : 위험을 무릅쓰고 다시 제일 높은 누대에 오르니

無限奇峰眼底開(무한기봉안저개) : 끝없이 기묘한 봉우리들 눈 아래 펼쳐있네

萬瀑洞中珠歷落(만폭동중주력락) : 만폭동 골 안에 쏟아져 내리는 구슬

百川崖底玉嶊頹(백천애저옥최퇴) : 백천동 언덕 아래 옥 되여 부서지누나.

火龍似向層空舞(화룡사향층공무) : 화룡은 하늘 향해 춤추며 오르는 듯

玄鶴應従寶窟回(현학응종보굴회) : 검은 학 그에 호응하여 보덕 굴을 감돌아라.

人世難逢如此境(인세난봉여차경) : 세상에 이런 곳 다시 보기 어렵거늘

傍人且莫苦相催(방인차막고상최) : 사람들 괴로움 잊고 서로 재촉하여 오르누나.

 

포은(圃隠) : 정몽주(鄭夢周)

 

온천(溫泉)

火龍吐水潜藏地(화룡토수잠장지) : 땅속에 숨어있는 불룡이 물을 뿜어올리나

小洞含春別有天(소동함춘별유천) : 더운 기운 봄을 불러 골안이 별천지일세

浴罷身心正無累(욕파신심정무루) : 몸을 잠그니 온갖 티 씻은 듯 가시고

舞雲歸興信悠然(무운귀흥신유연) : 구름따라 너울너울 춤추며 흥이 또한 절로 솟네

 

목은(牧隠) : 이색(李穡)

 

고성 유점사(高城 楡岾寺)

楡岾寺中楡樹長(유점사중유수장) : 유점사 경내에는 늙은 전나무 우뚝 서있고

鍾浮西海天茫茫(종부서해천망망) : 절간의 유명한 종은 망망한 서해바다 건너 왔다네.

金人五十又三躯(금인오십우삼구) : 여기에 자리 잡은 쉰 세상의 금부처

直指樹下開天堂(직지수하개천당) : 가리켜준 나무 밑에 법당 지었다 하여라.

考時按籍信難信(고시안적신난신) : 그때 사적을 따져보면 사실 믿기 어렵고

事出詭怪仍荒唐(사출궤괴잉황당) : 모두가 꾸며낸 말 괴이하고 황당해라

竺乾神變自絶世(축건신변자절세) : 서역에서 신통 부린 부처 죽어 없어진 지 오랬거니

海路况可通舟航(해로황가통주항) : 바다 길로 더구나 배가 오고 가겠느냐.

東人口乳口梵唄(동인구유구범패) : 조선사람 어린이도 중들 노래 외우나니

白頭誰不求西方(백두수불구서방) : 백발로인치고 그 누가극락을 바라지 않으리.

三登此山免三塗(삼등차산면삼도) : 이 산 세 번 오르면 지옥 길을 면한다며

此語堅確齊金剛(차어견확제금강) : 이 말은 굳어져서 금강과 같다더라.

金剛不壤有我性(금강불양유아성) : 금강의 굳은 절개 영원히 변치 않거늘

世界毀滅山向空中藏(세계훼멸산향공중장) : 세상이 무너져도 금강산은 영원히 이 땅에 남아있으리

 

신재(慎齋) : 주세붕(周世鵬)

 

비로봉(毗盧峰)

毗盧峯上一開筵(비로봉상일개연) : 비로봉 꼭대기에 큰 잔치 베풀었나.

左右諸賢葦似椽(좌우제현위사연) : 좌우에 어진 이들 술잔 들고 모여 섰네.

衆峭攢靑輪九次(중초찬청륜구차) : 푸른빛 낮은 봉우리들 잔칫상 방불케 하고

八驅白光到樽前(팔구백광도준전) : 사방에서 모여드는 흰빛 물 술잔에 흘러드는 듯···

天高地下飛鳶外(천고지하비연외) : 하늘은 높고 땅은 낮아 새들도 깃들기 제외 하는 곳

右徃今來落照邊(금래락조변) : 예나 지금이나 저녁노을 비껴있네

大醉更教吹玉笛(대취경교취옥적) : 술에 만취된 이 몸 옥피리 잡아 불제

邑人應喚是神仙(읍인응환시신선) : 고을사람들 날 보고 신선이라 부르누나.

 

정양사(正陽寺)

壮志每思跨鶴背(장지매사과학배) : 한생에 품고 살아온 생각 학 타고 훨훨 날고 싶은 것이였거늘

此生初得盪塵胸(차생초득탕진흉) : 평생의 이 소원 오늘에야 풀어 가슴 속 티끌 말끔히 가시였네

月明萬壑三更夜(월명만학삼경야) : 야밤삼경 만학천봉에 달빛도 밝거니

獨立金剛第一峰(독립금강제일봉) : 금강산 제일봉에 내 홀로 우뚝 서있노라

 

 

봉래(蓬萊) : 양사언(楊士彦)

 

 

유점사에서(楡岾寺)

九井峯懸十二瀑(구정봉현십이폭) : 구정봉 꼭대기에 드리운 십이 폭포

飛流直下少人堆(비류직하소인퇴) : 흩날리며 내리쏟는 물줄기 사람도 얼씬 못하여라

長刀剗却經天險(장도잔각경천험) : 큰 칼을 뽑아들고 험한 산 찍어내어

萬二千峰次第開(만이천봉차제개) : 일만 이천 봉우리를 차례로 펼쳤는가.

 

송강(松江) : 정철(鄭澈)

 

풍악산 동쪽에서(楓東雜詠)

行裝竊北永郎仙(행장절북영랑선) : 행장 차려 북쪽으로 영랑신선 찾아 갈 제.

萬二峯頭碧海前(만이봉두벽해전) : 일만 이천 봉우리 바닷가에 솟았구나.

千樹梨花渾如雪(천수리화혼여설) : 천 그루 배나무 꽃 흰 눈이 내려덮인 듯

孤舟又下鏡湖天(고주우하경호천) : 거울 같은 호수 따라 배 한척 떠오네.

 

가정(稼亭) : 이곡(李榖, 1298-1351) 문인

 

금강산(金剛山)

攙天雲色放神光(참천운색방신광) : 하늘 가득 구름은 신비로운 빛 뿌리고

天子年年為降香(천자년년위강향) : 나라에선 해마다 향을 내려 보내누나

一望平生心已了(일망평생심이료) : 평생에 바라던 소원 이미 성취되었거늘

不須深處坐繩床(불수심처좌승상) : 심산 속에 숨어살며 중 노릇할 리 없어라

 

정양사에 올라(登正陽庵)

玆山怪怪復奇奇(자산괴괴복기기) : 기기하고 묘묘해라 금강산의 그 모습

愁殺詩人與書師(수살시인여서사) : 시인이며 화공들 시름도 많았으리.

更欲登臨最高處(경욕등림최고처) : 제일 높은 산마루 내 다시 오르려니

脩脚力未衰當時(수각력미쇠당시) : 다리 힘 건장하던 그 시절이 그립구나.

 

장안사에서 묵다(宿長安寺)

暁霧難分徒步前(효무난분도보전) : 자욱한 새벽안개 갈 길 분간키 어렵더니

日高清朗謝龍天(일고청랑사룡천) : 고마워라 해가 솟아 산천이 밝아지네.

雲運山遠西南北(운운산원서남북) : 산에 어린 구름은 눈앞에서 멀어가고

雪立峰攢萬二千(설립봉찬만이천) : 눈같이 흰 봉우리 만 이천이 뚜렷해라

一見便知眞面目(일견편지진면목) : 한 번 보아 내 알았노라 이 강산의 참모습을

多生應結好因緑(다생응결호인록) : 오래 살면 누구나 다 좋은 인연 맺는가 봐

晩來更問蓮房宿(만래경문련방숙) : 해 저물어 절을 찾아 하루 밤 자려는데

溪水松風摠説禪(계수송풍총설선) : 물소리 바람소리 불경을 외우는 듯

 

삼일포(三日浦)

勝景安能集大成(승경안능집대성) : 삼일포의 절승경개 세상경치 다 모은 듯

此湖應似伯夷清(차호응사백이청) : 호수는 그에 화답하듯 더없이 맑고 깨끗하여라

水涵天色澄心碧(수함천색징심벽) : 하늘이 비껴든 맑은 물에 이 마음이 푸르러지고

山倚秋空刮眼明(산의추공괄안명) : 기묘하고 웅장한 산모습은 눈마저 밝게 틔여주누나

如見雲間綘節影(여견운간절영) : 어찌 보면 구름 사이 붉은 기발 날리는 듯

時聞月下玉簫聲(시문월하옥소성) : 때때로 달빛 아래 퉁소 소리 들리는 듯

丹書斷了還依舊(단서단료환의구) : 새겨놓은 붉은 글씨 의연히 옛 대로거니

羞對仙蹤説世情(수대선종설세정) : 세상형편 말하자니 신선 보기 부끄럽네

 

통천 총석정(通川 叢石亭)

海邊何處無青峰(해변하처무청봉) : 바다가의 어느 곳에 푸른 봉이 없으련만

到此洗盡塵縁濃(도차세진진연농) : 여기에서 속세의 짙은 먼지 다 씻는가

竒岩峭拔玉束並(암초발옥속병) : 기암이 높이 솟아 구슬돌을 묶어놓은 듯

古碑剥落苔封重(고비박락태봉중) : 옛 비석은 깎이여서 이끼 속에 묻혀 있네

跪履寧同事黃石(궤리녕동사황석) : 무릎 꿇고 신을 받쳐 황석로인 섬길소냐

執訣眞堪來赤松(집결진감래적송) : 적송도사 소매잡고 따라온 셈이로다

盧公浪欲蓬山去(로공랑욕봉산거) : 공은 쓸데없이 봉래산을 찾으려 했고

太白誤擬瑶臺逢(태백오의요대봉) : 태백은 요대상봉 잘못 알았도다

忽驚仙境已自致(홀경선경이자치) : 문득 놀라 바라볼제 신성경에 와있거니

況有佳士能相従(황유가사능상종) : 더구나 좋은 선비 상종할 수 있음에랴

他年京輦苦廻首(타년경련고회수) : 후일에 서울에서 회고하여 본다면

風埃漠漠迷人蹤(풍애막막미인종) : 먼지바람 막막하게 지난 자취 가리우리

 

영랑호(永郞湖)

安相情懷黃鶴月(안상정회황학월) : 안상의 깊은 정 달밤의 학이라면

李生行止白鴎波(리생행지백구파) : 이 몸의 움직임은 물결 우의 흰 갈매기

重來此地誠難必(중래차지성난필) : 이 고장에 다시 올 날 기약하기 어렵거니

空聽関東一曲歌(공청관동일곡가) : 관동의 노래 한 곡 부질없이 듣고 있네

 

쌍명재(雙明斎) : 이인로(李仁老)

 

 

영랑호(永郞湖)

紫淵深深紅日浴(자연심심홍일욕) : 깊고 깊은 자주 빛 영랑호 붉은 해 여기서 목욕함이런가.

萬丈光焰浮暘谷(만장광염부양곡) : 만리 창공에 해살 뿌리며 동쪽 계곡에 솟아올랐구나.

晨霞爍石虹貫岩(신하삭석홍관암) : 돌을 녹이려나 새벽노을 무지개 되어 바위를 뚫었거니

蒸作丹砂知幾斛(증작단사지기곡) : 단사로 변한 붉은 모래 많고 많아 그 몇 섬인가

娟娟秋水出芙蓉(연연추수출부용) : 잔잔한 가을 물에 연꽃송이 곱게 피어나고

皎皎玉牀垂箭鏃(교교옥상수전족) : 맑고 맑은 구슬평상에 화살촉 드리웠나

碧波窮處洞門開(벽파궁처동문개) : 푸른 물결 끝난 곳에 골문이 열렸는데

一徑繚繞三茅腹(일경료요삼모복) : 초가 세 채 앞을 지나 오솔길 구불구불

天遥陸斷鸞鶴袁(천요륙단란학원) : 하늘가 아득히 지평선 너머 난새와 학이 날아가고

悠悠仙樂聞琴筑(유유선악문금축) : 저 멀리 신선음악 가야금에 실려 들려오네.

憶昔劉安玉骨輕(억석류안옥골경) : 그 옛날 류안은 귀한 풍채 가벼워서

雲間鷄犬相追逐(운간계견상추축) : 구름 속에 날아올라 닭과 개를 쫓았는데

仙蹤却恐世人知(선종각공세인지) : 신선이 되는 길을 세상사람 알가 두려워

故向枕中寶籙藏(고향침중보록장) : 베개 속 깊숙이 비기책 감추었다네.

我生早讀紫霞篇(아생조독자하편) : 내가 그 중 자하 편을 남 먼저 몰래 읽었으나

恥將白柄尋黃獨(치장백병심황독) : 맨손으로 토란 깨는 격 장차 어찌될까 두렵구나.

爐中已試錙銖火(로중이시치수화) : 화로에 시험 삼아 불씨를 일구었거니

鼎裏直敎龍虎伏(정리직교룡호복) : 솥에 약을 끓여 용과 범도 길들이리.

不用忽忽騎馬去(불용홀홀기마거) : 총총히 말을 달려 어찌 떠나 버릴손가.

山中邂逅幾人覿(산중해후기인적) : 산중에서 어찌하면 신선 만날 수도 있으리라

 

노봉(老峰) : 김극기(金克己, 12세기 말-13세기 초)는 고려 중엽에 활동한 시인

 

통천 총석정(1)(通川 叢石亭)

不用区区比鳳笙(불용구구비봉생) : 총석을 어찌하여 생황 모양에 비기랴

奇形詭状諒難名(기형궤상량난명) : 기묘한 그 형상을 표현하기 어려워라

初疑漢柱撑空去(초의한주탱공거) : 처음에는 하늘 고인 궁전기둥인가 했더니

更恐奏橋跨海行(경공주교과해행) : 아마도 바다 우에 뜬 구름다리인가 부다

刻削鬼功偏耗巧(각삭귀공편모교) : 깎아 세운 귀신 솜씨 갖은 공력 다 들인 듯

護持神力暗儲精(호지신력암저정) : 신령스런 힘 지니어 온갖 정화 이루었네.

浪聲亂碎喧鼙鼓(랑성란쇄훤비고) : 북을 치듯 어지러이 부서지는 파도소리에

潭底驪龍夢幾驚(담저려룡몽기경) : 물 바닥 검은 용은 꿈속에서 몇 번이나 놀라 깨였나

 

통천 총석정(2)(通川 叢石亭)

東遊大壑訪鴻濛(동유대학방홍몽) : 동방의 큰 골짜기 해 뜨는 곳 찾아오니

萬像奔趨一望中(만상분추일망중) : 만 가지 모양 달려와서 한눈에 안기누나.

石束鸞笙臨碧海(석속란생림벽해) : 피리 묶어세운 듯 바위 돌은 푸른 바다 접해있고

松飛孔蓋向靑空(송비공개향청공) : 큰 일산 펼친 듯 소나무는 하늘 향해 흔들리네.

大聲拂耳鯨牙浪(대성불이경아랑) : 고래 같은 파도는 귀가 메게 소리치고

寒気侵膚鶴羽風(한기침부학우풍) : 학 깃 같은 바람이 몸에 스며 추워지네.

恐我前身非俗士(공아전신비속사) : 아마도 나의 전신 속된 선비 아닐지니

真遊亦與四仙同(진유역여사선동) : 당시에 네 신선과 함께 놀았으리라

 

백암(柏巖) : 김륵(金玏, 1540-1610) 16세기 말을 전후한 시기에 활동한 문인

 

정양사에서 소쩍새의 울음소리를 들으며(正陽寺聞杜鵑)

四月山中花正稀(사월산중화정희) : 산속은 4월이라 꽃 보기가 어려운데

寃禽啼血染何枝(원금제혈염하지) : 두견새 피를 토해 어느 가지 물들였나

孤臣白髮餘生在(고신백발여생재) : 백발의 외로운 몸 여생은 아직 있어도

舊感塡膺不自持(구감전응부자지) : 옛 생각이 가슴 가득 진정할 길 없어라

 

마하연에서 돌산봉우리를 읊노라(摩訶衍詠石峰)

立立乾坤聳玉筍(립립건곤용옥순) : 하늘 높이 솟아있는 죽순 같은 봉우리들

千年義士是眞身(천년의사시진신) : 나라 위해 목숨 바친 의사들의 전신인가

若教峻節始渠直(약교준절시거직) : 그대들의 곧은 절개 본받기만 한다면야

出世應無愧怍人(출세응무괴작인) : 이 세상 그 누구도 부끄러움 없으련만···

 

임연(臨淵) : 배익삼(裴益三, 1534-1618) 16세기 후반기~17세기 초에 활동한 문인

 

산영루(山映樓)

萬壑雨生風雨寒(만학우생풍우한) : 비구름 자욱한 일만 골짜기 차디찬 비바람 불어들고

蒼崖苔滑客行難(창애태활객행난) : 이끼 덮인 미끄러운 바위 길손의 걸음 어렵게 하네.

庵中小酌聞清笛(암중소작문청적) : 절간에 차린 술좌석에서 청아한 피리소리 들으며

宴坐觀燈夜向闌(연좌관등야향란) : 잔칫상 등불구경에 어느덧 저녁이 깃들었네.

火龍淵下坐巖頭(화룡연하좌암두) : 화룡이 못 속 바위에 주저 앉아있으니

白玉峰巒碧玉流(백옥봉만벽옥류) : 산은 산마다 옥이요 물은 물대로 구슬일세.

勝槪難容詩説畵(승개난용시설화) : 이 경치 어이 다 말하랴 시로도 그림으로도 못 그리리.

湖陰亦非等閑遊(호음역비등한유) : 호음도 여기서 이 경치 즐기며 놀았어라

 

교산(蛟山) : 허균(許筠, 1569-1618) 16세기 말~17세기 초에 활동한 작가

 

표훈사(表訓寺)

玲瓏金碧纈林端(령롱금벽힐림단) : 영롱한 금빛단청 숲 사이로 빛을 뿜고

廣殿無人夕磬殘(광전무인석경잔) : 인적 없는 넓은 전당 풍경소리 은은해라

疑有龍天來洒徒(의유룡천래쇄도) : 나 몰라라 하늘에서 술친구 내려왔나

爐烟霏作矞雲寒(로연비작율운한) : 향로연기 모락모락 구름같이 피어나네.

寺廢重新亦有縁(사폐중신역유연) : 낡은 절 중수함도 그런 인연 있거니

老師神力動諸天(로사신력동제천) : 늙은 중 바친 그 정성에 하늘도 감동되었어라

珠宮忽湧蓮花地(주궁홀용련화지) : 화려하게 꾸며진 절간(극락)에 이른 듯 흥성하고

相被曇無笑輾然(상피담무소전연) : 근심이 어리였던 부처 얼굴 펴고 미소 짓는구나

 

양봉래의 여덟 자 필적(楊蓬莱八大字)

鬪龍拏山灰相纆(투룡나산회상묵) : 싸우는 용 산을 거머쥔 듯 그 필치 뚜렷하고

石扶跳掜萬古鐫(석부도예만고전) : 바위 박차고 뛰는 사자의 모습인 양 만고의 으뜸가는 조각일세

不待大娘渾脱舞(불대대낭혼탈무) : (옥루몽)의 홍혼 탈 칼춤 추듯 휘날리니

已將神輪厭張顛(이장신륜염장전) : 신비하게 휘두른 그 솜씨 그 누가 따를 수 있으랴

 

정양사 서쪽루에 올라(正陽西樓)

萬峰秋盡玉參差(만봉추진옥참차) :  일만 이천 봉에 가을이 다하니 옥 바위 들숭날숭

笑倚西樓斜日時(소의서루사일시) : 서쪽 루에 올라서니 때마침 해가 지는구나.

欲寫盧山眞面目(욕사로산진면목) : 여산보다 아름다운 그 모습 나도 한 번 읊어볼까

世間安有謫仙詞(세간안유적선사) : 이 세상에 어찌하여 태백의 시만 있다더냐.

 

농포(農圃) : 정문부(鄭文孚)

 

금강산(金剛山中次僧韻)

夢到金剛第幾峯(몽도금강제기봉) : 꿈속에서 가보았던 금강산 뭇 봉우리

覺來眞境忽成空(각래진경홀성공) : 깨어보니 그 모습 가뭇없이 사라졌네.

世間何物能為有(세간하물능위유) : 세상에 무얼 보고 있다고 말할 거나

妙悟惟禪又醉翁(묘오유선우취옹) : 깨닫고 다시 보니 중과 취한 나뿐일세

白雲多事作奇峰(백운다사작기봉) : 흰 구름 재간 부려 기이한 봉우리 만들거니

不及禪心本自空(불급선심본자공) : 중의 마음도 공허하여 애당초 미치지 못하여라.

可是無求求句急(가시무구구구급) : 이런 절경 어디서 보랴 시에 담기 어렵구나.

我為農圃豈詩翁(아위농포기시옹) : 내 이름 (농포)거니 어찌 시인을 당할손가···

 

청음(清陰) : 김상헌(金尙憲)

 

정양사에서 비로 지체하며(正陽寺雨留)

淋浪簷雨夜連明(림랑첨우야련명) : 처마 밑의 낙수 물 밤새도록 흐르더니

臥聽山中萬瀑聲(와청산중만폭성) : 산골짝 폭포소리 잠자리에 들려오네.

洗出玉峯眞面目(세출옥봉진면목) : 옥 같은 산봉우리 빗물에 씻겼으리.

却留詩眼看新晴(각류시안간신청) : 여기 잠간 머물러서 날 개인 뒤 다시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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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智異山) 주제 한시(漢詩) 28수

 

遊智異山 : 李仁老(이인로)

지리산에서 놀다

(李仁老가 지리산 靑鶴洞을 여러 날 찾아 헤매다가 결국 찾지 못하고 바위 위에 적어 놓고 왔다는 시)

 

頭流山逈暮雲低(두류산형모운저) : 두류산이 멀리 구름 아래 저무니

萬壑千岩似會稽(만학천암사회계) : 일만 구릉 천 바위는 회계산 같네

策杖欲尋靑鶴洞(책사욕심청학동) : 지팡이 짚고 청학동을 찾으려 하니

隔林空聽白猿啼(격림공청백원제) : 숲 사이에서 공연히 잔나비 소리 들리네

樓坮縹緲三山根(누대표묘삼산근) : 누대는 아득히 삼신산의 뿌리이고

苔蘇依僖四字題(태소의희사자제) : 이끼에 의지한 희미한 네 글자의 제목

試問仙源何處是(시문선원하처시) : 시험삼아 묻노니 무릉도원은 그 어디인고

落花流水使人迷(낙화류수사인미) : 지는 꽃 물에 흘러 사람으로 하여금 헤매게 하네

 

智異山(지리산) : 金敦中(김돈중)

 

躋擧直上最高峰(제거직상최고봉) : 산을 올라 곧바로 최 상봉에 이르러,

回首塵寰一片紅(회수진환일편홍) : 풍진 세상을 돌아보니 한 조각의 구름 일세.

徙倚烟霞得幽趣(사의연하득유취) : 연하 속 배회하여 그윽한 정취 얻으니,

風流不愧晉羊公(풍류불괴진양공) : 풍류는 진나라의 양공에게 부끄러울 것 없네.

 

김돈중(金敦中) : 고려 의종 때 명신.

 

登智異山(등지리산) : 金富儀(김부의)

지리산에 오르다

 

 

歷險疑登太華峯(역험의등태화봉) : 온갖 험로다 지나 태화봉에 올랐더니,

歸途還怯夕陽紅(귀도환겁석양홍) : 돌아올 때 저녁노을이 도리어 겁나네.

偶因王事遊方外(우인왕사유방외) : 우연히 명을 받들어 방외에 노니나니,

還愧當年楊次公(환괴당년양차공) : 부끄럽다 그때의 양차공이.

 

김부의(金富儀) - 고려 인종 때의 명신

 

智異山(지리산) : 牧隱(목은) 이색(李穡)

 

頭流山最大(두류산최대) : 두류산이 가장 커서

羽客豹皮茵(우객표피인) : 신선이 호피 방석 깔았네.

木末飛雙脚(목말비쌍각) : 나무 끝에 양 다리가 날고

雲間出半身(운간출반신) : 구름 속에 반신만 내놓네.

人識困三武(인식곤삼무) : 사람들은 삼무에게 곤란 당했음을 알고,

或說避孤秦(혹설피고진) : 혹은 진나라를 피했다고 말하네.

豈乏幽棲地(개핍유서지) : 어찌해 그윽하게 살 곳이 없어

風塵白髮新(풍진백발신) : 풍진 속에 백발이 새로워 졌나

 

佔畢齋(점필재) 金宗直(김종직) 선생의 遊頭流紀行詩(유두류기행시) 11

 

先涅庵(선열암) :金宗直(김종직)

 

門掩藤蘿雲半扃(문엄등라운반경) : 문은 등나무 덩굴에 가리고 구름은 반쯤 닫혔는데

雲根矗矗水冷冷(운근촉촉수냉랭) : 구름이 뿌리내린 우뚝 솟은 바위의 석간수는 맑고 시원하구나.

高僧結夏還飛錫(고승결하환비석) : 하안거를 마친 고승은 석장을 날리며 돌아가고

只有林閑猿鶴驚(지유임한원학경) : 다만 숲은 한가로운데 은거하는 선비가 놀라는구나.

 

함양 독바위 부근에 도착하였을 당시 구름(안개)이 독바위를 반쯤 가린 듯하고 선열암 석간수는 맑고 차가운 물이 흐르는데 하안거를 마친 고승은 떠나고 텅 빈 선열암의 조용한 숲속에 갑자기 들이닥친 일행들의 인기척에 야학이 놀라는 상황을 묘사함

 

議論臺(의논대) : 金宗直(김종직)

 

兩箇胡僧衲半肩(양개호승납반견) : 호로중 두 사람이 장삼을 어깨에 반쯤 걸치고,

巖間指點小林禪(암간지점소림선) : 바위 사이 한 곳을 소림선방이라고 가리키네.

斜陽獨立三盤石(사양독립삼반석) : 석양에 삼반석(의논대)에 홀로 서있으니

滿袖天風我欲仙(만수천풍아욕선) : 소매 가득 가을바람이 불어와 나도 신선이 되려하네.

 

宿古涅庵(숙고열암) : 金宗直(김종직)

 

病骨欲支撑(병골욕지탱) : 지친 몸 지탱하려고

暫借蒲團宿(잠차포단숙) : 잠시 포단 빌려 잠을 자는데

松濤沸明月(송도비명월) : 소나무 물결(파도소리) 달빛 아래 들끓으니

誤擬遊句曲(오의유구곡) : 국곡선경에 노니는 듯 착각하였네.

浮雲復何意(부운복하의) : 뜬 구름은 또한 무슨 뜻인가?

夜半閉巖谷(야반폐암곡) : 한밤중 바위 천정이 닫혀있구나

唯將正直心(유장정직심): 오직 올곧은 마음을 가진다면

倘得山靈錄(당득산영록) : 혹시 산신령의 살핌을 얻으려나.

 

贈古涅僧(고열암 중에게 주다) : 金宗直(김종직)

 

求名逐利兩紛紛(구명축리양분분) : 명예를 구하고 이익을 좇는(따르는) 것 둘 다 어지러우니

緇俗而今未易分(치속이금미이분) : 지금은 승려와 속인을 구분하기 어렵구나.

須陟頭流最高頂(수척두류최고정) : 모름지기 두류산 상봉에 올라보게나.

世間塵土不饒君(세간진토불요군) : 세간의 흙먼지는 그대를 배부르게 하지 못한다네.

 

中秋天王峯不見月(중추천왕봉불견월) : 金宗直(김종직)

중추절 천왕봉에서 보름달을 보지 못함

 

抽身簿領陟崔嵬(추신부령척최외) : 공무에서 잠시 벗어나 높은 산에 올랐는데

剛被良辰造物猜(강피양진조물시) : 좋은 날 조물주 강한 새암을 받는구나.

霧漲寰區八紘海(무창환구팔굉해) : 운무는 천지에 넘쳐서 팔방(팔굉)이 바다이고

風掀巖石萬搥雷(풍흔암석만추뢰) : 바람이 바위에 몰아쳐 뇌성벽력을 치네.

勝遊天王知難繼(승유천왕지난계) : 천왕봉 달맞이 놀이(승유) 계속되기 어려워

淸夢瓊臺未擬回(청몽경대미의회) : 경대의 맑은 꿈(천왕봉 달맞이) 다시 함을 헤아리지 못하겠네.

時有頑雲暫成罅(시유완운잠성하) : 때때로 무지막지한 구름 잠시 틈을 만들지만,

誰能取月滿懷來(수능취월만회래) : 누가 능히 보름달을 취해 가슴에 품고 올 수 있으리?

 

香積庵無僧已二載(향적암무승이이재) : 金宗直(김종직)

중이 떠난 지 이미 2년이 넘은 향적암에서

 

携手扣雲關(휴수구운관) : 손을 잡고 운무로 뒤덮인 문을 두드리니

塵蹤汚蕙蘭(진종오혜란) : 속인의 발자국이 혜란초를 더럽히네.

澗泉猶在筧(간천유재견) : 아직 실개천 샘터에는 홈통이 남아있고

香燼尙堆盤(향신상퇴반) : 타다 남은 향불도 (아직) 쟁반에 쌓여있어라.

倚杖秋光冷(의장추광랭) : 지팡이를 기대니 가을빛은 차가운데

捫巖海宇寬(문암해우관) : 바위를 붙잡고 (금강대에)오르니 온 세상이 넓구나.

殷勤報猿鶴(은근보원학) : 은근히 원숭이(산사람)와 학(은둔 선비)에게 알리노니

容我再登攀(용아재등반) : 내가 다시 오르는 것을 용납해다오.

 

宿香積夜半開霽(숙향적야반개제) : 金宗直(김종직)

향적암에서 자는데 한밤중에야 활짝 개었다.

 

飄然笙鶴瞥雲聲(표연생학별운성) : 선학이 표연히(가볍게) 나니 별안간 구름 소리가 나고

千仞岡頭秋月明(천인강두추월명) : 천길 산꼭대기(천왕봉)엔 가을 달(보름달)이 밝구나.

應有道人轟鐵笛(응유도인굉철적) : 어느 도인이 부는 날라리轟鐵(굉)에 화답하여

更邀回老訪蓬瀛(경요회로방봉영) : 다시 회도인을 만나 (신선이 사는) 봉래와 영주를 찾으리라.

 

再登天王峯(재등천왕봉) : 金宗直(김종직)

다시 천왕봉에 오르다

 

五嶽鎭中原(오악진중원) : 오악이 중원을 진압하고

東岱衆所宗(동대중소종) : 동쪽 대산(동악, 태산)이 뭇 산의 종주인데...

豈知渤海外(기지발해외) : 어찌 알았으리요? 발해 밖에

乃有頭流雄(내유두류웅) : 바로 웅장한 두류산이 있음을...

崑崙萬萬古(곤륜만만고) : 곤륜산은 아주 오랜 옛날부터

地軸東西通(지축동서통) : 지축(地軸)이 동서로 통하고

幹維掣首尾(간유체수미) : 줄기가 머리와 꼬리를 연결했으니

想像造化功(상상조화공) : 조화의 공을 상상할 만하구나.

繄我乏仙骨(예아핍선골) : ! 나는 신선의 골상이 되기는 모자라

塵埃久飄蓬(진애구표봉) : 속세에서 오래도록 떠돌아다니다

牽絲古速含(견사고속함) : 옛 속함(함양) 고을의 수령이 되었는데

玆山在雷封(자산재뢰봉) : 이산이 함양 관내에 있을 줄이야....

省斂馬川曲(성렴마천곡) : 마천 구석의 가을걷이를 살피는데

時序秋正中(시서추정중) : 계절은 가을의 정 중앙이라.

試携二三子(시휴이삼자) : 시험 삼아 두 세 제자를 거느리고

翫月天王峯(완월천왕봉) : 천왕봉에 달구경 간다네.

捫蘿恣登頓(문라자등돈) : 등나무 넝쿨 잡고 멋대로 오르다 지쳐서

足力寄短筇(족력기단공) : 발의 힘을 짧은 지팡이(단장)에 맡겼는데

山靈似戲劇(산령사희극) : 산신령이 연극하는 것과도 같아서

霧雨兼顚風(무우겸전풍) : 안개비에 아울러 세찬바람까지 불어대는구나.

齋心且默禱(재심차묵도) : 마음을 깨끗이하고 또 마음 속으로 기도하여

庶盪芥蒂胸(서탕개체흉) : 거의 가슴의 답답함을 씻어버렸네.

今朝忽淸霽(금조홀청제) : 오늘 아침에는 홀연(문득) 맑게 개이니

神其諒吾衷(신기량오충) : 산신령이 (아마)내 정성을 살펴주신 것이라.

遂忘再陟勞(수망재척로) : 드디어 다시 오르는 수고를 잊고서

絶頂窺鴻濛(절정규홍몽) : 정상에서 천지자연의 광대함을 엿보고

浩浩俯積蘇(호호부적소) : 넓고 넓은 우거진 숲을 굽어보니

如脫天地籠(여탈천지롱) : 천지의 새장을 벗어난 듯하구나.

群山萬里朝(군산만리조) : 여러 산들은 멀리서 조회하듯

眼底失窮崇(안저실궁숭) : 눈 아래 높은 것이 하나도 없어라.

北望白玉京(북망백옥경) : 북쪽으로 백옥경(한양)을 바라보는데

滅沒南飛鴻(멸몰남비홍) : 남쪽으로 날던 기러기는 사라지네.

溟海卽咫尺(명해즉지척) : 큰 바다는 바로 지척이라

際天磨靑銅(제천마청동) : 하늘 끝에서는 청동을 연마하네.

乖蠻與隔夷(괴만여격이) : 남만과 동이가 멀리 떨어져

雲水和朦朧(운수화몽롱) : 구름과 바다의 조화가 몽롱하구나.

遠瞻若迷方(원첨약미방) : 먼 곳을 보면 방향이 헷갈린 듯하나

近挹忻奇逢(근읍흔기봉) : 가까이 읍하면(보면) 기이한 만남(구경)이 기쁘구나.

蒼虯舞素壁(창규무소벽) : 푸르고 굽은 소나무 절벽 위에 춤추고

赤羽低晴空(적우저청공) : 붉은 태양은 날 개인 하늘에 낮게 드리우네.

萬壑水奔流(만학수분류) : 만 구렁(골짜기)의 물은 세차게 흘러서

逶迤拕玉虹(위이타옥홍) : 구불구불 옥무지개를 끌어당기고

十洲隱積皺(십주은적추) : 십주는 쌓인 주름(골짜기)에 숨어있어

指顧面面同(지고면면동) : 가까이에서 보면 저마다(면면이) 같구려.

諸峯悉醞藉(제봉실온자) : 여러 봉우리는 모두 너그러워

有似兒孫從(유사아손종) : 마치 자손이 (부조를) 따르고

般若欲爭長(반약욕쟁장) : 반야봉은 높이를 다투려고 하여

紫蓋於祝融(자개어축융) : 자개가 축융의 경우와 같구려.

懷哉靑鶴洞(회재청학동) : 그립구나! 청학동이여!

千載祕仙蹤(천재비선종) : 천년도록 신선의 자취 숨겼기에...

長嘯下危磴(장소하위등) : 길게 읊조리며 위험한 산비탈 내려가니

如將値靑童(여장치청동) : 청학동의 선동을 만날 것만 같구나.

飇梯起輕霧(표제기경무) : 棧道(사다리)에 광풍이 부니 안개는 가볍게 일고

返照明丹楓(반조명단풍) : 빛이 반사되어 단풍이 밝구나.

雖負端正月(수부단정월) : 비록 단정한 달(한가위 보름달)은 없었지만

眞源今已窮(진원금이궁) : 선도의 본원은 이제 이미 다 궁구(탐색)하였네.

倏陰而倏晴(숙음이숙청) : 갑자기 구름이 끼었다가 갑자기 날이 개이니

厚意牋天公(후의전천공) : 정중한 마음으로 천제님께 편지를 올리려네.

累繭不足恤(루견부족휼) : 발 부르튼 건 족히 근심할 것도 없고

信宿靑蓮宮(신숙청련궁) : 진실로 청련궁(사찰)에서 이틀 밤을 묵었나니

明朝謝煙霞(명조사연하) : 내일 아침에는 연하선경을 떠나서

繩墨還悤悤(승묵환총총) : 공무로 다시 바쁘리라.

 

中峰望海中諸島(중봉망해중제도) :金宗直(김종직)

중봉에서 바다 가운데 여러 섬들을 바라보다

 

前島庚庚後立立(전도경경후립립) : 앞에 섬은 가로 놓이고 뒤 섬은 서서 있으니

蒼茫天水相接連(창망천수상접연) : 파란 하늘과 아득한 바다가 서로 접하여 이어져있네.

似有雲帆疾於鳥(사유운범질어조) : 구름 돛단배는 새보다 빠른 듯하니

古來說得乘槎仙(고래설득승사선) : 예로부터 도를 깨달은 신선이 탄 뗏목이네.

代輿員嶠更何處(대여원교갱하처) : 신선이 사는 대여산과 원교산은 또 어느 곳인가?

巨鼇不動應酣眠(거오부동응감면) : 거오(큰 자라) 움직이지 않으니 응당 단잠이 들었나보다.

寄書紫鳳問舊侶(기서자봉문구려) : 자색 봉황새에 편지를 보내어 옛 친구에게 묻노니

我今亦在方丈巓(아금역재방장전) : 지금 또한 나는 방장산 정상에 있다네.

 

영신암(靈神菴) : 金宗直(김종직)

 

箋筈車箱散策回(전괄거상산책회) : 전괄과 거상에 산책하고 돌아오니

老禪方丈石門開(노선방장석문개) : 방장의 노 선사가 돌문을 열어준다

明朝更踏紅塵路(명조갱답홍진로) : 내일 아침이면 다시 세상길 밟으리니

湏喚山都沽酒來(회환산도고주래) : 천천히 산도를 불러 술이나 사오게나

 

昻昻然如野鶴在鷄群(앙앙연여야학재계군) : 金宗直(김종직)

여럿 가운데 홀로 특출함

 

雙溪寺裏憶孤雲(쌍계사리억고운) : 쌍계사 안에 고운을 생각하니

時事紛紛不可聞(시사분분불가문) : 어지러웠던 당시의 일을 들을() 수가 없구나.

東海歸來還浪跡(동해귀래환랑적) : 해동(신라)으로 돌아와 도리어 유랑했던 발자취는

秖緣野鶴在鷄群(지연야학재계군) : 다만 야학이 군계 속에 있었던 연유로다.

 

下山吟(하산음) : 金宗直(김종직)

산에서 내려와 읊다

 

杖藜纔下山(장려재하산) : 명아주 지팡이 짚고 겨우 산에서 내려오니

澄潭忽蘸客(징담홀잠객) : 갑자기 맑은 연못이 산객을 담그게 하네

彎碕濯我纓(만기탁아영) : 굽은 물가에서 앉아 내 갓끈을 씻으니

瀏瀏風生腋(류류풍생액) : 시원한 바람이 겨드랑이에서 나오는구나.

平生饕山水(평생도산수) : 평소 산수 욕심을 부렸는데

今日了緉屐(금일료량극) : 오늘은 나막신 한 켤레가 다 닳았네

顧語會心人(고어회심인) : 여정을 함께한 사람(제자)들에게 돌아보고 말하노니

胡爲赴形役(호위부형역) : 어찌 (우리가)육체의 노역에 나아갔다고 하겠는가?

 

蒙山畫幀迦葉圖贊(몽산화정가섭도찬) : 匪懈堂(비해당) 李瑢(安平大君)

영신암의 가섭전 법당에는 원나라 고승 蒙山和尙(몽산화상)이 그린 가섭도가

있었는데, 가섭도에 비해당 안평대군이 찬을 썼다.

 

頭陁第一是爲抖擻: 마하가섭존자께서는 두타 수행인 두수를 바르게 행하시어

外已遠塵內已離垢: 밖으로 이미 번뇌를 떨치시고, 안으로 듣 마음의 때를 벗으셨네.

得道居先入滅於後: 앞서 (아라한과)를 얻으시고, 뒤에는 적멸의 경지에 드셨으니

雪衣雞山千秋不朽: 눈 덮인 계족산에서, 천추에 사라지지 않고 길이 전하리라.

 

  가섭도는 逸失되어 전해지지 않지만, 점필재 김종직의 유두류록에 비해당이 쓴 찬의 내용이 전한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불교문사와 한문학사의 관점에서 유두류록의 가치가 엄청나다고 할 수 있다. 안평대군은 몽산화상의 제자 나옹화상, 나옹화상의 제자인 신미대사에게 불법을 배웠다고 한다. 의 내용을 읽어보면 비해당이 불교에 얼마나 조예가 깊었는가를 알 수 있다. 비해당의 은 마하가섭존자가 계족산(영신봉) 영신대 석가섭의 자연불에 깃들어 미래의 미륵불을 기다린다고 보고, 미륵 세상과의 매개자이며 구도자인 영원불멸의 마하가섭존자를 찬양하는 글이다.

 

馬川記所見(마천기소견) : 金宗直(김종직)

마천에서 본 것을 기록하다

 

十年萍梗我何堪(십년평경아하감) : 십 년 간 떠돌던 신세를 내 어이 견디었나

放迹靑山一夢酣(방적청산일몽감) : 운산에 자취 감추니 한바탕 꿈이 달콤하네.

落日閃霞橫鷲岾(락일섬하횡취점) : 지는 해가 노을을 드리며 취재에 걸쳐있고

長風驅雨過龍潭(장풍구우과룡담) : 긴 바람이 비를 몰아 용유담을 지나는구나.

白雲靑鶴空迷遠(백운청학공미원) : 백운 속의 청학은 부질없이 멀기만 했는데

牙簡瓊膏奈飽參(아간경고내포참) : 공문서와 맛난 음식 어찌나 실컷 먹었던지.

今夜佛牕松桂冷(금야불창송계랭) : 오늘 밤 창을 스치는 솔바람소리 차가우니

臥看明月印輕嵐(와간명월인경람) : 가벼운 남기에 비치는 명월을 누워서 보리.

 

望岳樓(망악루) : 金宗直(김종직)

큰 산을 바라보며(지리산 유람 후의 시)

 

去年塵跡汚巖巒(거년진적오암만) : 작년에 속세 자취로 산봉우리 더럽히곤

望嶽樓中更靦顔(망악루중경전안) : 망악루 안에서 다시금 얼굴을 붉힌다네.

却恐英靈恥重滓(각공영령치중재) : 산신령이 거듭 더럽혀짐을 수치로 여겨

洞門牢與白雲關(동문뢰여백운관) : 동문을 백운으로 굳게 닫을까 염려로세.

 

遊頭流山 到花開縣作 : 일두(一蠹) 정여창(鄭汝昌)

두류산을 구경하고 화개 현에 이르러 짓다

 

風蒲獵獵弄輕柔(풍포렵렵롱경유) : 냇버들은 살랑살랑 가볍게 흔들리는데

四月花開麥已秋(사월화개맥이추) : 4월 화개현에 보리가 벌써 익었네

看盡頭流千萬疊(간진두류천만첩) : 두류산 천만 봉을 샅샅이 보고 나서

孤舟又下大江流(고주우하대강류) : 외로운 배로 다시 큰 강을 내려간다.

 

頭流作(두류작) : 南冥(남명) 曺植(조식)

두류산에서 짓다.

 

高懷千尺掛之難(고회천척괘지난) : 고상한 생각 매우 높아 걸기 어려우니

方丈于頭上上竿(방장우두상상간) : 방장산의 꼭대기에 매다는 게 가장 좋으리라.

玉局三生須有籍(옥국삼생수유적) : 옥국에 三生(삼생)함은 반드시 명부에 있으니

他年名字也身看(타년명자이신간) : 다른 해에 몸에 잇닿은 이름자를 보리라.

 

詠靑鶴洞瀑布(영청학동폭포) : 南冥(남명) 曺植(조식)

청학동 폭포를 읊음

 

 

勅敵層崖當(칙적층애당) : 굳센 적처럼 층진 벼랑이 막아섰기에,

春撞鬪未休(춘당투말휴) : 찧고 두드리며 싸우길 쉬지 않는다.

却嫌堯抵壁(각혐요저벽) : 요가 구슬 버린 것 싫어하며,

茹吐不曾休(여토불증휴) : 마시고 토하길 쉰 적이 없다네.

 

靑鶴洞 (청학동) : 南冥(남명) 曺植(조식)

 

獨鶴穿雲歸上界(독학천운귀상계) : 한 마리 학은 구름을 뚫고 하늘나라로 올라갔고,

一溪流玉走人間(일계류옥주인간) : 구슬이 흐르는 한 가락 시내는 인간 세상으로 흐르네.

從知無累煩爲累(종지무누번위누) : 누 없는 것이 도리어 누가 된다는 것을 알고서

心地山河語不者(심지산하어불자) : 산하를 마음으로 느끼고서 보지 않았다고 말하네.

 

天王峰(천왕봉) : 南冥(남명) 曺植(조식)

 

請看千石鐘(청간천석종) : 원컨대 천석들이 큰 종을 보고 싶었네.

非大扣無聲(비대고무성) : 크게 두드리지 않으면 소리를 내지 않는.

萬古天王峰(만고천왕봉) : 만고불변의 천왕봉은

天鳴猶不鳴(천명유불명) : 하늘은 울어도 오히려 울지 않는다네.

 

智異山般若鋒(지리산 반야봉) : 花潭(화담) 徐敬德(서경덕)

 

智異巍巍鎭海東(지리외외진해동) : 지리산은 우뚝 솟아 동녘 땅을 다스리고

登臨心眼浩無窮(등림심안호무궁) : 산에 오르면 마음눈이 끝없이 넓어지네.

巉巖只玩峯巒秀(참암지완봉만수) : 벼랑의 바위는 장난하듯 솟아 더욱 빼어났으니

磅礴誰知造化功(방박수지조화공) : 충만하기만 한 조물주의 조화를 그 누가 알랴.

蓄地玄精興雨露(축지현정흥우로) : 땅에 담긴 현묘한 정기는 비와 이슬을 일으키고

含天粹氣產英雄(함천수기산영웅) : 하늘에 머금은 순수한 기운은 영웅을 낳게 하네.

嶽祗爲我淸煙霧(악지위아청연무) : 산은 오직 나를 위하여 구름과 안개를 걷어내니

千里來尋誠所通(천리래심성소통) : 천리 길을 찾아온 정성이 통한 것이려니.

 

靑鶴山人(청학산인) : 魏漢祚(위한조)

日洞巖(일동암) 바위 위에 적힌 시

 

穿雲一路不分明(천운일로불분명) : 구름 속에 뚫린 길을 겨우 찾아서

客到山門獨鶴迎(객도산문독학영) : 산사에 손이 오니 학이 홀로 반기네.

丹岸雨添瑤草畵(단안우첨요초화) : 붉은 언덕 비 뿌리니 고운 풀 그림 같고

碧崖風落玉碁聲(벽애풍락옥기성) : 푸른 언덕 바람 부니 옥돌소리 절로 나네.

閑花老柏千年在(한화로백천년재) : 한가로운 꽃 늙은 잣나무는 천년의 정취요

亂石飛泉百道爭(난석비천백도쟁) : 돌 사이 폭포수는 백갈래로 쏟아지네.

世有名區人不識(세유명구인불식) :  名區勝地를 세인은 모르는데

孰能於此養心精(숙능어차양심정) : 그 누가 이곳에서 정기 기를까.

 

靑鶴洞(청학동) : 柳方善(류방선)

 

瞻彼知異山穹窿(첨피지이산궁륭) : 지리산 솟은 모습 올려다보니

雲烟萬疊常溟濛(운연만첩상명몽) : 구름 안개 첩첩하여 언제나 아득하다.

根盤百里勢自絶(근반백리세자절) : 백리에 서려 있어 형세 절로 빼어나

衆壑不敢爲雌(웅중학불감위자웅) : 뭇 멧부리 감히 자웅 겨루지 못한다오.

層巒峭壁氣參錯(층만초벽기참착) : 층층한 산 깎은 절벽 기운이 뒤섞이어

疎松翠栢寒蒨葱(소송취백한천총) : 성근 솔 푸른 잣나무 시원스레 우거졌네.

溪回谷轉別有地(계회곡전별유지) : 시내 돌아 골을 넘어 별천지 있나니

一區形勝眞壺中(일구형승진호중) : 한 구역 좋은 경치 참으로 호리병 속 같네.

人亡世變水空流(인망세변수공류) : 사람 죽고 세상 변해 물만 홀로 흘러가고

榛莽掩翳迷西東(진망엄예미서동) : 가시덤불 가려 있어 동서 분간 할 수 없다.

至今靑鶴獨棲息(지금청학독서식) : 지금도 靑鶴이 홀로 여기 사는데

緣崖一路纔相通(연애일로재상통) : 언덕 끼고 한 길만이 겨우 통할 수 있네.

良田沃壤平如案(량전옥양평여안) : 좋은 밭 비옥한 땅 평평하기 상과 같고

頹垣毁逕埋蒿蓬(퇴원훼경매호봉) : 무너진 담 헐린 길은 쑥대 속에 묻혀 있다.

林深不見鷄犬行(림심불견계견행) : 숲 깊어 개 닭 다님 볼래야 볼 수 없고

日落但聞啼猿狨(일락단문제원융) : 저물녘엔 들리느니 잔나비 울음일래.

疑是昔時隱者居(의시석시은자거) : 지난 날 은자가 숨어살던 곳인가

人或羽化山仍空(인혹우화산잉공) : 살던 사람 신선되어 산도 비인 것일까?

神仙有無未暇論(신선유무미가론) : 신선이 있고 없곤 따질 겨를 없어라

只愛高士逃塵籠(지애고사도진롱) : 다만 옛 높은 선비 티끌 세상 피함 사랑할 뿐.

我欲卜築於焉藏(아욕복축어언장) : 나도 집을 지어 이곳에 숨어들어

歲拾瑤草甘長終(세습요초감장종) : 해마다 瑤草 캐며 달게 삶을 마치려 하나,

天台往事儘荒怪(천태왕사진황괴) : 天台의 옛 일이야 황당하고 괴이하고

武陵遺跡還朦朧(무릉유적환몽롱) : 武陵桃源 남은 자취 오히려 아득하다.

丈夫出處豈可苟(장부출처기가구) : 대장부 나고 듦이 구차할 수 있으랴

潔身亂倫誠悾悾(결신난륜성공공) : 潔身 위한 亂倫이란 진실로 부질없다.

我今作歌意無極(아금작가의무극) : 내 이제 노래 하니 마음은 끝이 없다

笑殺當日留詩翁(소살당일류시옹) : 그때에 시 남긴 늙은이를 가만히 웃노라.

 

智異山(지리산) : 梁誠之(양성지)

 

 

智異蒼蒼倚半空(지리창창의반공) : 지리산 푸른 봉우리 반공에 솟아있고,

千岩萬壑酒飛淙(천암만학주비종) : 천암만학 깊은 골짜기 물방울 뿌리네.

洞中靑鶴應欺我(동중청학응기아) : 동중의 청학이 나를 속이어,

胡不來聞缶寺鍾(호불래문부사종) :어찌하여 절의 종소리 들려오지 않는가라고.

 

梁誠之(양성지) : 조선초기 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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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당(梅月堂) 김시습 한시 모음

 

 


도중 (途中)

貊國初飛雪 春城木葉疏 맥의 나라 이 땅에 첫눈이 날리니,
(맥국초비설 춘성목엽소) 춘성에 나뭇잎이 듬성해지네.

秋深村有酒 客久食無魚 가을 깊어 마을에 술이 있는데,
(추심촌유주 객구식무어) 객창에 오랫동안 고기 맛을 못보겠네.

山遠天垂野 江遙地接虛 산이 멀어 하늘은 들에 드리웠고,
(산원천수야 강요지접허) 강물 아득해 대지는 허공에 붙었네.

孤鴻落日外 征馬政躊躇 외로운 기러기 지는 해 밖으로 날아가니,
(고홍락일외 정마정주저) 나그네 발걸음 가는 길 머뭇거리네



詠妓三首

綠羅新剪製春衫 理線掂針玉手織
녹라신전제춘삼 리선점침옥수직

自敍一生人命薄 隔沙窓語細喃喃
자서일생인명박 격사창어세남남

초록 비단 말라 봄옷을 마련핳제
바늘 따라 실 따라서 고운 손길 노닐더니
서러워라 이내 일생 왜 이리도 박명한가.
창가에 의지하여 소곤소곤 속삭이네.


誰家園裏曉鶯啼 撩亂春心意轉迷
수가원이효앵제 료란춘심의전미
自愧妾身輕似葉 食須東里宿須西
자괴첩신경사엽 식수동리숙수서

어드메 뒷동산에 꾀꼴 소리 요란하냐.
춘심을 자아내니 심사 더욱 산란하다
가엾어라 여자의 몸 갈잎 같은 신세런가
동쪽 집 저녁 먹고 서쪽 집 침방 드네.


死麕茅束者何斯 一見飄風姓不知
사균모속자하사 일견표풍성부지
狂且狡童如鬼꞉ 去時批額奪笄兒
광차교동여귀역 거시비액탈계아

꿈결인 듯 얼핏 마난 그 사나이 누구더냐
한 번 보고 헤어지니 성명조차 모를레라.
교할해라 그의 거동 귀신인 듯
금비녀 은비녀도 떠날 적에 다 빼앗겼네




感懷


事事不如意 사사불여의 : 일마다 뜻대로 되지 않아서
愁邊醉復醒 수변취부성 : 시름 속에 취했다가 다시 깨노라
一身如過鳥 일신여과조 : 새가 날아가듯 내 이 몸은 덧없고
百計似浮萍 백계사부평 :그 많던 계획도 마름풀잎처럼 떠버렸네
經事莫 (厭+食 포식할 염)腹 경사막염복 : 경사(經事)를 뱃속에 너무 채우지 말게
才名空苦形재명공고형 : 재주와 이름은 헛되이 몸만 괴롭힌다네
唯思高枕睡 유사고침수 : 베개 높이 베고서 잠잘 생각이나 하리니
更載夢虞庭 갱재몽우정 : 꿈에나 순임금 만나 말을 나눠 보리라.


사청사우 乍晴乍雨

乍晴乍雨雨還晴(사청사우우환청) : 잠깐 개었다 비 내리고 내렸다가 도로 개이니
天道猶然況世情(천도유연황세정) : 하늘의 이치도 이러한데 하물며 세상 인심이야
譽我便是還毁我(예아편시환훼아) : 나를 칭찬하다 곧 도리어 나를 헐뜯으니
逃名却自爲求名(도명각자위구명) : 명예를 마다더니 도리어 명예를 구하게 되네
花開花謝春何管(화개화사춘하관) : 꽃이 피고 꽃이 지는 것을 봄이 어찌 하리오
雲去雲來山不爭(운거운래산불쟁) : 구름이 오고 구름이 가는 것을 산은 다투질 않네
寄語世人須記認(기어세인수기인) : 세상 사람에게 말하노니 반드시 알아두소
取歡無處得平生(취환무처득평생) : 기쁨을 취하되 평생 누릴 곳은 없다는 것을



유객有客

有客淸平寺(유객청평사) : 청평사의 나그네
春山任意遊(춘산임의유) : 봄 산을 한가로이 노니노라
鳥啼孤塔靜(조제고탑정) : 탑은 고요한데 새는 울고
花落小溪流(화락소계류) : 꽃잎은 개울에 떨어져 흘러가네
佳菜知時秀(가채지시수) : 맛있는 나물 때맞춰 돋아나고
香菌過雨柔(향균과우유) : 향기로운 버섯은 비 맞아 부드럽네
行吟入仙洞(행음입선동) : 시를 읊으며 선동에 들어서니
消我百年憂(소아백년우) : 나의 백년 근심이 살라지네



희정숙견방喜正叔見訪

寂寂鎖松門(적적쇄송문) : 솔 문을 닫아걸고 외로이 사니
無人踏鮮痕(무인답선흔) : 이끼 흔적 밝는이 아무도 없구나
澗聲搖北壑(간성요북학) : 바윗 물소리 북쪽 골짝을 흔들고
松籟颭東軒(송뢰점동헌) : 소나무 바람소리 동헌에 물결친다
世事寧緘口(세사녕함구) : 세상일은 차라리 입을 다물고
閒情似不言(한정사불언) : 한가한 정은 말 하지 못하는구나
喜君來一訪(희군래일방) : 그대 찾아오니 너무 기뻐서
相對敍寒溫(상대서한온) : 마주 보며 그간 온갖 일을 풀어본다



심방(尋訪)

靑藜一尋君(청려일심군) : 청려장 짚고 그대 찾으니
君家住海濱(군가주해빈) : 그대 집은 바닷가에 있었구나
寒花秋後艶(한화추후염) : 국화꽃은 늦가을이라 더욱 곱고
落葉夜深聞(낙엽야심문) : 깊은 밤 낙옆 지는 소리 들려온다
野外金風老(야외금풍로) : 들 밖에 바람소리 세차고
簷頭夕照曛(첨두석조훈) : 처마 위엔 저녁빛이 어둑해진다
寧知今日遇(녕지금일우) : 어찌 알았겠나, 오늘 그대 만나
團坐更論文(단좌갱론문) : 다정히 둘러 앉아 다시 글을 논할 줄을



기우 1寄友

望中山水隔蓬萊(망중산수격봉래) : 눈 앞에 산과 물은 봉래산에 가리고
斷雨殘雪憶幾回(단우잔설억기회) : 그친 비와 녹은 눈 속에서 얼마나 그리웠는지
未展此心空極目(미전차심공극목) : 이 마음 펴지 못해 공연히 눈만 치뜨고
夕陽無語倚寒梅(석양무어의한매) : 석양에 말없이 차가운 매화나무에 기대어본다


기우 2寄友

爲因生事無閑暇(위인생사무한가) : 살아가는 일로 한가할 때가 없어
孤負尋雲結社期(고부심운결사기) : 구름 찾아 결사하는 기약을 홀로 저버렸다
走殺紅塵何日了(주살홍진하일료) : 달려가 세상풍진 없애는 일 어느 때나 다할까
碧山回首不勝思(벽산회수불승사) : 푸른 산을 돌아보니 그대 생각 못잊겠구나


기우 3寄友

落盡閑花春事去(낙진한화춘사거) : 다 진 한가한 꽃나무, 봄날은 가는데
一封消息却來無(일봉소식각래무) : 한 통의 소식조차 오지를 않는구나
想思夢罷竹窓靜(상사몽파죽창정) : 그리운 꿈 깨니 대나무 창은 고요하고
望帝城中山月孤(망제성중산월고) : 서울 바라보니, 산 위의 달은 외롭기만 하다


기우 4寄友

東望鷄林隔片雲(동망계림격편운) : 동뽁으로 조각구름에 가린 계림 바라보니
胡然未易得逢君(호연미이득봉군) : 어찌하여 그대 마나기 이렇게도 쉽지가 않은가
請看天外孤輪月(청간천외고륜월) : 청컨대, 하늘 밖 외로운 궁근 달을 보시게나
兩地淸輝一樣分(양지청휘일양분) : 두 곳에 맑고 밝은 빛 꼭 같이 보내주고 있다오



落葉

落葉不可掃(낙엽불가소) : 낙엽을 그냥 쓸어서는 안 되네
偏宜淸夜聞(편의청야문) : 맑은 밤 그 소리 듣기가 좋아서 라네
風來聲慽慽(풍래성척척) : 바람 불면 우수수 소리 내고
月上影紛紛(월상영분분) : 달 떠오르면 그림자 어지러워요
鼓窓驚客夢(고창경객몽) : 창을 두드려 나그네 꿈 깨우고
疊砌沒苔紋(첩체몰태문) : 섬돌에 쌓이면 이끼 무늬도 지우지요
帶雨情無奈(대우정무내) : 비에 젖은 낙엽을 어찌할꺼나
空山瘦十分(공산수십분) : 늦은 가을, 빈산이 너무 초라해



無題 1무제

終日芒鞋信脚行(종일망혜신각행) : 종일토록 짚신 신고 내키는 대로 걸어
一山行盡一山靑(일산행진일산청) : 산을 다 걸으면 또 푸른 산
心非有想奚形役(심비유상해형역) : 마음은 물건이 아닌데 어찌 육체의 노예가 되며
道本無名豈假成(도본무명기가아) : 진리는 이름이 없거늘 어찌 위선을 행하리오
宿露未晞山鳥語(숙노미희산조어) : 밤이슬 마르지도 않는 새벽에 사내들 지저귀고
春風不盡野花明(춘풍부진야화명) : 봄바람 살랑 살랑 불어오고 들꽃은 밝구나
短笻歸去千峰靜(단공귀거천봉정) : 짧은 지팡이 짚고 돌아가니 수 천 봉우리 고요하고
翠壁亂煙生晩晴(취벽난연생만청) : 맑은 저녁 하늘 이끼 낀 푸른 절벽에 안개 자욱하다




蘆原卽事노원즉사

草綠長堤小逕斜(초녹장제소경사) : 긴 언덕 풀은 푸르고 작은 길 비탈지고
依依桑柘有人家(의의상자유인가) : 산뽕나무 무성한데 인가가 나타난다
溪楓一抹靑煙濕(계풍일말청연습) : 시냇가 단풍나무 문지르니 푸른 안개에 젖어있고
十里西風吹稻花(십리서풍취도화) : 십리 길에 하늬바람 벼꽃에 불어든다

 


途中卽事(도중즉사)

一村蕎麥熟(일촌교맥숙) : 온 고을에 메밀이 익어
十里割黃雲(십리할황운) : 십리 길을 누런 구름으로 갈라놓았다
歸思西風遠(귀사서풍원) : 돌아가고 싶은 생각에 서풍은 멀기만 한데
千山日已曛(천산일이훈) : 온 산에 해는 이미 땅거미 진다

 


還山환산


山中四月盡(산중사월진) : 산 속엔 4월이 다가고
客臥動輕旬(객와동경순) : 나그네는 가볍게 열흘이 지나간다
四壁圖書蛀(사벽도서주) : 사면 벽에는 도서에 좀이 슬어
三間几席塵(삼간궤석진) : 삼간 방 책상엔 먼지만 쌓였다
菁花多結實(청화다결실) : 우거진 꽃에는 열매 많고
杏子已生仁(행자이생인) : 살구 열매엔 이미 씨가 생겼다
靜倚屛風睡(정의병풍수) : 고요히 병풍에 기대어 잠드니
風爲入幕賓(풍위입막빈) : 바람은 휘장 속으로 들어와 손님이 된다



新漲신창

昨夜山中溪水生(작야산중계수생) : 어제 밤 산속에서 계곡물 붙더니
石橋柱下玉鏗鏘(석교주하옥갱장) : 돌다리 기둥 아래 옥구슬 부딪는 소리
可憐嗚咽悲鳴意(가련오열비명의) : 가련토록 흐느끼며 구슬피 우는 뜻은
應帶奔流不返情(응대분류불반정) : 체인 물이 흘러가 되돌아오지 못함이겠지



晩意만의

萬壑千峰外(만학천봉외) : 온 골짜기와 봉우리 저 너머
孤雲獨鳥還(고운독조환) : 외로운 구름과 새 돌아오네
此年居是寺(차년거시사) : 올해는 이 절에서 지낸다만
來歲向何山(내세향하산) : 내년에는 어느 산을 향할까
風息松窓靜(풍식송창정) : 바람 자니 소나무 창 고요하고
香銷禪室閑(향소선실한) : 향불 스러지니 스님의 방 한가롭다
此生吾已斷(차생오이단) : 이승을 내가 이미 끊어버렸으니
棲迹水雲間(서적수운간) : 내 머문 자취 물과 구름에만 남기리라

 



目羞목수

經書今棄擲(경서금기척) : 경서 이제 내던지고
已是數年餘(이시수년여) : 이미 몇 년이 지났구나
況復風邪逼(황복풍사핍) : 하물며 다시 사악한 바람에 쫓겨
因成齒髮疎(인성치발소) : 이빨과 머리털도 성글어졌다
奇爻重作二(기효중작이) : 일 효가 겹쳐져 이 효로로 보이고
兼字化爲魚(겸자화위어) : “兼”자가 변하여 “魚”자로 보인다
雪夷看天際(설이간천제) : 눈이 덮인 속에서 멀리 하늘 끝을 바라보니
飛蛟滿大虛(비교만대허) : 나는 모기들만 하늘에 가득하다

 


食粥식죽

白粥如膏穩朝餐(백죽여고온조찬) : 흰죽이 곰 같아 아침 먹기 좋구나
飽來偃臥夢邯鄲(포래언와몽감단) : 배불러 번듯이 누워 한단의 꿈을 꾼다
人間三萬六千日(인간삼만육천일) : 인간생애 삼만 육천 일에
且莫咻咻多苦辛(차막휴휴다고신) : 아직은 편하다고 말하지 말라, 쓰고 신 일 많으리니

 

 

煮茶 1자다

松風輕拂煮茶煙(송풍경불자다연) : 솔바람 다 달이는 연기 몰아 올리고
裊裊斜橫落澗邊(뇨뇨사횡락간변) : 하늘하늘 기울어져 골짝물가로 떨어진다
月上東窓猶未睡(월상동창유미수) : 동창에 달 떠올라도 아직 잠 못 자고
挈甁歸去汲寒泉(설병귀거급한천) : 물병 들고 돌아가 찬물을 기는다


煮茶 2자다

自怪生來厭俗塵(자괴생래염속진) : 나면서 풍진 세상 스스로 괴이하게 여겨
入門題鳳已經春(입문제봉이경춘) : 문에 들어가 “봉”자를 쓰니 이미 청춘 다지나갔다
煮茶黃葉君知否(자다황엽군지부) : 달이는 누런 찻잎 그대는 알까
却恐題詩洩隱淪(각공제시설은륜) : 시 짓다가 숨어사는 일 누설될까 오히려 두렵다

 

 

野鳥 야조

綿蠻枝上鳥(면만지상조) : 나무 위의 새소리 잇달아
隨意便能鳴(수의편능명) : 제 뜻대로 거침없이 울어댄다
適志從吾好(적지종오호) : 뜻이 맞으면 내 기분대로 따르고
安心只欲平(안심지욕평) : 마음을 편하게 하여 평화롭고자 한다
驕榮爭似隱(교영쟁사은) : 부귀영화 교만함이 어찌 숨어 삶과 다투랴
苦學不如耕(고학불여경) : 고생스레 배움이 어찌 농사만 하리
詩酒消閑日(시주소한일) : 사와 술로 한가한 날 보내며
陶然送平生(도연송평생) : 기분 좋게 한 평생 보내고 싶어라



卽事 즉사

有穀啼深樹(유곡제심수) : 뻐꾸기가 울창한 나무숲에서 우네
前村桑葚紅(전촌상심홍) : 앞 고을에는 오디가 푹 익었다
農雲峯上下(농운봉상하) : 짙은 구름은 산봉우리로 오르내리고
疏雨埭西東(소우태서동) : 가랑비는 뚝 위로 오락가락
懶覺身無事(라각신무사) : 게을러 몸에 할 일 없음을 알고
衰知酒有功(쇠지주유공) : 몸이 쇠약해짐에 술에 공덕이 있음을 알았다
已得歸歟興(이득귀여흥) : 이미 돌아갈 마음 얻었으니
江山屬此翁(강산속차옹) : 강산이 이 늙은이의 것이라오



晝意 주의

驟暄草色亂紛披(취훤초색난분피) : 갑자기 따뜻하여 풀빛 어지러이 날리고
睡覺南軒日午時(수교남헌일오시) : 남쪽 마루에서 잠 깨니 해가 한참 낮이다
更無世緣來攪我(갱무세연래교아) : 다시는 세상인연으로 날 괴롭히지 않으리니
心身鍊到化嬰兒(심신련도화영아) : 마음과 몽이 수련되어 어린아이로 되었다네

 



曉意 효의

昨夜山中雨(작야산중우) : 어젯밤 산속에 비 내려
今聞石上泉(금문석상천) : 오늘 아침 바위샘 물소리 난다
窓明天欲曙(창명천욕서) : 창 밝아 날 새려하는데
鳥聒客猶眠(조괄객유면) : 새소리 요란하나 나그네는 아직 자네
室小虛生白(실소허생백) : 방은 작으나 공간이 훤해지니
雲收月在天(운수월재천) : 구름 걷혀 하늘에 달이 있음일게
廚人具炊黍(주인구취서) : 부엌에서 기장밥 다 지어놓고
報我懶茶煎(보아라다전) : 나에게 차 달임이 늦다고 나무란다




薄暮 1박모


怕風棲鵲閙松枝(파풍서작료송지) : 바람이 두려워 나무에 깃던 까치 소나무 끝에 시끄럽고
天氣層陰日暮時(천기층음일모시) : 하늘 기운 층층이 어두워져 저물어 가는 때
雪打明窓淸坐久(설타명창청좌구) : 눈발이 창을 때려 오래도록 고요히 방에 앉아
更看山月上城陬(갱간산월상성추) : 산의 달, 성 모퉁이에 떠오르는 것을 다시 본다



薄暮2(박모2)


爐灰如雪火腥紅(노회여설화성홍) : 화로의 재가 눈 같은데 불빛 고기 살같이 붉고
石鼎烹殘茗一鍾(석정팽잔명일종) : 돌솥에는 차를 끊이고 있다
喫了上房高臥處(끽료상방고와처) : 차 마시고 상방에 높이 누운 곳에
數聲淸磬和風松(수성청경화풍송) : 몇 차례 맑은 경쇠소리 솔바람에 화답한다

 



訪隱者 1방은자

白石蒼藤一逕深(백석창등일경심) : 흰 돌과 푸른 등나무 사이로 좁은 길 깊숙이 나 있고
三椽茅屋在松陰(삼연모옥재송음) : 솔 그늘 아래 석가래 세 개 걸친 작은 띳집이 보인다
紛紜世上無窮爭(분운세상무궁쟁) : 분분한 세상살이 끝없는 싸움
不入伊家一寸心(불입이가일촌심) : 한 치 작은 그 집엔 들어가지 않으리라


訪隱者 2방은자

自言生來懶折腰(자언생래라절요) : 태어나서부터 허리 굽히기 싫어
白雲靑嶂恣逍遙(백운청장자소요) : 흰 구름 푸른 산을 마음대로 소요한다네
松風吹送前山雨(송풍취송전산우) : 솔바람 불어 앞산의 비를 보내어
一朶紫荊花半凋(일타자형화반조) : 한 떨기 자형화가 반이나 시들어 떨어지네

 


我生 아생

我生旣爲人(아생기위인) : 내는 이미 사람으로 태어났네
胡不盡人道(호불진인도) : 어찌 사람의 도리를 다하지 않으리오.
少歲事名利(소세사명리) : 젊어서는 명리를 일삼았고
壯年行顚倒(장년행전도) : 장년이 되어서는 세상에 좌절하였네.
靜思縱大恧(정사종대뉵) : 가만히 생각하면 너무 부끄러우니
不能悟於早(불능오어조) : 어려서 깨닫지 못한 탓이네
後悔難可追(후회난가추) : 후회해도 돌이키기 어려워
寤擗甚如擣(오벽심여도) : 깨닫고 보니 가슴이 방아 찧듯 하네.
況未盡忠孝(황미진충효) : 하물며 충효도 다하지 못했으니
此外何求討(차외하구토) : 이외에 무엇을 구하고 찾겠는가.
生爲一罪人(생위일죄인) : 살아서는 한 죄인이요
死作窮鬼了(사작궁귀료) : 죽어서는 궁색한 귀신이 되리
更復騰虛名(갱부등허명) : 다시 헛된 명예심 또 일어나니
反顧增憂悶(반고증우민) : 돌아보면 근심과 번민이 더해지네.
百歲標余壙(백세표여광) : 백년 후에 내 무덤에 표할 때는
當書夢死老(당서몽사로) : 꿈속에 죽은 늙은이라 써주시게나
庶幾得我心(서기득아심) : 행여나 내 마음 아는 이 있다면
千載知懷抱(천재지회포) : 천년 뒤에 속마음 알 수 있으리.



蓮經讚 연경찬

雲起千山曉(운기천산효) : 온 산 새벽인데 구름 일고
風高萬木秋(풍고만목추) : 바람은 높이 불어 나무마다 가을이네
石頭城下泊(석두성하박) : 성 아래 돌 머리에 묵으니
浪打釣魚舟(낭타조어주) : 물결은 고깃배에 부딪는다.



古風十九首 고풍십구수

始皇倂六國(시황병육국) : 진시황 여섯 나라를 삼키니
時號爲强秦(시호위강진) : 그 때 사람들이 强秦이라 하였네
焚蕩先王書(분탕선왕서) : 선왕들의 책을 불살라 버리니
四海皆鼎新(사해개정신) : 온 세상이 다 세로와 졌었지
自稱始皇帝(자칭시황제) : 스스로 시황제라 치아니
率土皆稱臣(솔토개칭신) : 천하 백성이 신하가 되었네
防胡築長城(방호축장성) : 오랑캐를 막고 만리장성을 쌓고
望海勞東巡(망해노동순) : 바다 보려 수고로이 동쪽 땅 돌기도 했어라
驪山宮闕壯(려산궁궐장) : 여산 궁궐은 장대하고
複道橫高旻(복도횡고민) : 낭하가 높은 하늘 가로질렀지만
楚人一炬後(초인일거후) : 초나라 사람 한 번 올린 횃불에
空餘原上塵(공여원상진) : 언덕 위에 티끌만 남아 있다오.



登樓 등루

向晩山光好(향만산광호) : 해질녘 산색은 아름답고
登臨古驛樓(등림고역루) : 오래된 역의 누대에 오른다.
馬嘶人去遠(마시인거원) : 말은 울고 사람은 멀어지고
波靜棹聲柔(파정도성유) : 물결은 고요하니 노 젓는 소리 부드럽다.
不淺庾公興(불천유공흥) : 유공의 흥취가 옅지 않아
堪消王粲憂(감소왕찬우) : 완찬의 근심을 녹일 만하다
明朝度關外(명조도관외) : 내일 아침이면 관 밖을 건너리니
雲際衆峰稠(운제중봉조) : 저 멀리 구름 끝에 산봉우리들 빽빽하다.



古柳 고류

古柳蟬聲急(고류선성급) : 오래된 버드나무에 매미 소리 급하니
他鄕此日情(타향차일정) : 타향살이 오늘의 내 마음이로다.
長天列峀碧(장천열수벽) : 먼 하늘에 벌리어 있는 산은 푸르고
疎雨半江明(소우반강명) : 성긴 비에 강은 반쯤은 밝구나.
晝永移書榻(주영이서탑) : 낮이 길어 책상을 옮겨놓고
天晴洗酒罌(천청세주앵) : 샘물이 맑아 술병을 씻어본다.
爾來來訪少(이래내방소) : 요즘 와서는 찾는 이도 적어지고
牢落轉無營(뇌락전무영) : 뇌락하여 갈수록 할 일이 없어지는구나.



登昭陽亭 등소양정

鳥外天將盡(조외천장진) : 새는 하늘 밖으로 날아가고
愁邊恨不休(수변한불휴) : 시름에 겨워 한이 그치지 않는다.
山多從北轉(산다종북전) : 산은 많아서 북쪽에서 굴러오고
江自向西流(강자향서류) : 강은 스스로 서쪽을 향해 흐른다.
雁下沙汀遠(안하사정원) : 기러기 날아 내리는 모래톱은 아득하고
舟回古岸幽(주회고안유) : 배 돌아오니 옛 언덕 그윽하다
何時抛世網(하시포세망) : 언제나 세상 그물 던져 버리고
乘興此重遊(승흥차중유) : 흥에 겨워 여기 와서 다시 놀아볼까.



地僻 지벽

地僻無人事(지벽무인사) : 땅이 궁벽하여 사람 일은 없고
春情惻惻寒(춘정측측한) : 봄의 정은 가엾게 차갑기만 하다.
風搖千尺樹(풍요천척수) : 바람은 천 척 높은 나무를 흔들고
雲過萬重山(운과만중산) : 구름은 만 겹 싸인 산을 지난다.
歲月常沉疾(세월상침질) : 세월은 늘 침울하고 빠른데
年華少展顔(년화소전안) : 세월은 언제나 얼굴 펴는 일이 적구나
誰知潘岳鬢(수지반악빈) : 누가 알리오, 반악의 흰 귀밑머리
愁至最先斑(수지최선반) : 근심이 오면 가장 먼저 얼룩지는 줄을



閑寂 한적

自少無關意(자소무관의) : 젊어서부터 세상일에 무관심하여
而今愜素心(이금협소심) : 지금은 욕심 없는 마음이 유쾌하다
種花連竹塢(종화연죽오) : 꽃을 심어 대숲 언덕에 연결하고
蒔藥避棠陰(시약피당음) : 아가위 그늘 피해 약초를 모종낸다.
苔蘚人蹤少(태선인종소) : 이끼 끼어 사람 자취 드물고
琴書樹影深(금서수영심) : 나무 그늘 깊이 거문고와 책이 있도다.
從來樗散質(종래저산질) : 전부터 허약한 체질이라
更來病侵尋(갱래병침심) : 다시 병이 침입해 찾아드는구나.



俯仰 부앙


俯仰杳無垠(부앙묘무은) : 내려보고 쳐다봐도 아득히 끝없는데
其中有此身(기중유차신) : 그 가운데 이 몸 태어나 사는구나.
三才參竝立(삼재참병립) : 삼재에 참여하여 나란히 서니
一理自相分(일리자상분) : 한 가지 이치가 자연히 나누어진다.
形役爲微物(형역위미물) : 몸에 구속되어 보잘것없는 사람 되니
躬行卽大君(궁행즉대군) : 몸소 실천하면 큰 인물이 되는 법이도다.
古今何間斷(고금하간단) : 예와 지금에 무슨 단절이 있을까
堯舜我同群(요순아동군) : 요임금 순임금도 나와 한 무리인 것을



渤海 발해

渤海秋深驚二毛(발해추심경이모) : 발해에 가을 깊으니 새치머리 놀라게하고
鴻飛遵渚求其曹(홍비준저구기조) : 기러기도 물가에 내려 제 무리를 찾는구나
莫思閑事祗自勞(막사한사지자노) : 한가한 일 생각치 말자, 나만 피곤하구나
且與鐺杓同死生(차여당표동사생) : 음악과 술과 생사를 같이하여
逞盡丈夫平生豪(령진장부평생호) : 장부의 평생호기를 다 부려보자구나.



渭川漁釣圖 위천어조도

風雨蕭蕭拂釣磯(풍우소소불조기) : 비바람에 날이 쓸쓸하여 낚싯대를 떠나니
渭川魚鳥識忘機(위천어조식망기) : 위천의 물고기와 새들도 알아보고 미끼를 문다
如何老作鷹揚將(여하노작응양장) : 어찌하여 늙어서도 매처럼 용맹을 떨쳐
空使夷齊餓採薇(공사이제아채미) : 백이숙제로 하여 헛되이 굶어죽게 하였나

 


서민 敍悶

八朔解他語(팔삭해타어) : 여덟 달만에 남의 말 알아들었고
三朞能綴文(삼기능철문) : 세 돌에 글을 엮을 수 있었네
雨花吟得句(우화음득구) : 비와 꽃을 읊어 싯구를 얻었고
聲淚手摩分(성루수마분) : 소리와 눈물 손으로 만져 구분했네
上相臨庭宇(상상림정우) : 높은 정승 우리 집에 찾아 오셨고
諸宗貺典墳(제종황전분) : 여러 종중에서 많은 책을 선사했네
期余就仕日(기여취사일) : 내가 벼슬하는 날에는
經術佐明君(경술좌명군) : 경학으로 밝은 임금 도우려 했네“



장지 壯志

壯志桑弧射四方(장지상호사사방) : 큰 뜻으로 뽕나무 활 사방에 쏘면서
東丘千里負淸箱(동구천리부청상) : 동쪽나라 천리길 푸른 상자지고 다녔네
欲參周孔明仁義(욕참주공명인의) : 조공과 공자에 참여하여 인의를 밝히며
又學孫吳事戚揚(우학손오사척양) : 또 손자와 오기의 병법을 배워 척야의 무술 익혔네
運到蘇秦懸相印(운도소진현상인) : 우수가 닿으면 소진처럼 정승이 되고
命窮正則賦離騷(명궁정칙부이소) : 운명이 궁하면 정칙처럼 이소경이나 지으리
如今落魄無才思(여금낙백무재사) : 지금은 낙백하여 한 치의 재사도 없으니
曳杖行歌類楚狂(예장행가류초광) : 지팡이 끌고 노래하기가 초나라 광접여와 같네



주경 晝景

天際彤雲晝不收(천제동운주불수) : 하늘가 붉은 구름 낮에도 걷히지 않고
寒溪無響草莖柔(한계무향초경유) : 차가운 개울물 소리 없고 풀줄기는 부드럽네
人間六月多忙熱(인간육월다망열) : 인간세상 유월은 바쁘고도 무더우니
誰信山中枕碧流(수신산중침벽류) : 산 속에서 푸른 물 베개한 줄을 누가 믿어줄까

 



수락산성전암 水落山聖殿庵


山中伐木響丁丁(산중벌목향정정) : 산속에 나무치는 소리 정정거리고
處處幽禽弄晩晴(처처유금농만청) : 곳곳에 깊숙한 산새는 늦어 갠 날을 노래한다
碁罷溪翁歸去後(기파계옹귀거후) : 바둑을 마친 개울가 늙은이 돌아간 뒤
綠陰移案讀黃庭(녹음이안독황정) : 푸른 그늘에 책상을 옮기고 황정경을 읽는다




무제 1無題

石泉凍合竹扉關(석천동합죽비관) : 바위샘물 얼어붙고 합죽선 닫아걸고
剩得深閑事事閑(잉득심한사사한) : 마음의 한가함 얻으니 일마다 한가롭다
簷影入窓初出定(첨영입창초출정) : 처마 그림자 창에 들자 비로소 선정에서 나와
時聞霽雪落松閑(시문제설낙송한) : 가끔씩 소나무 사이에서 눈 떨어지는 소리 듣는다

 



무제 2無題

不湏偸得未央丸(불회투득미앙환) : 구태어 미앙환을 탐낼 필요 없느니
境靜偏知我自閑(경정편지아자한) : 경계가 고요하여 내가 편안함을 조금 알겠도다
命僕竹筒連野澗(명복죽통연야간) : 하인에게 대통을 들판 개울에 이어 놓게하니
一條飛玉細珊瑚(일조비옥세산호) : 한 줄기 나는 옥같은 물방울이 산호처럼 고아라



무제 3無題

十錢新買小魚船(십전신매소어선) : 십전 들여 작은 고깃배 사서
搖棹歸來水竹邊(요도귀래수죽변) : 노 저어 수죽가로 돌아왔도다
占得江湖風雨夢(점득강호풍우몽) : 강호의 바람과 풍우의 꿈을 얻으니
箇中淸興與誰傳(개중청흥여수전) : 그 속에 맑은 흥취 누구에게 전해줄까

 



서금오신화후 1書金鰲新話後

矮屋靑氈暖有餘(왜옥청전난유여) : 작은 집에 푸른 담요엔 따스한 기운 넉넉하고
滿窓梅影月明初(만창매영월명초) : 매화 그림자 창에 가득하고 달이 처음 밝아온다
挑燈永夜焚香坐(도등영야분향좌) : 기나긴 밤을 등불 돋우고 향 사르고 앉으니
閑著人間不見書(한저인간불견서) : 한가히 세상에서 보지 못한 글을 짓고 있노라

 



서금오신화후 2書金鰲新話後

玉堂揮翰已無心(옥당휘한이무심) : 옥당에서 글짓는 것은 이미 마음에 없고
端坐松窓夜正深(단좌송창야정심) : 소나무 창에 단정히 앉으니 깊은 밤이라
香鑵銅甁烏几靜(향관동병오궤정) : 향관과 동병과 오궤는 고요하기만 한데
風流奇話細搜尋(풍류기화세수심) : 풍루스런 기이한 이야기 자세히 찾아본다



관소 灌蔬

蕭散遺人事(소산유인사) : 쓸쓸히 인생만사 잊고
持瓢灌小園(지표관소원) : 박을 들고 작은 밭에 물을 준다
風過菜花落(풍과채화락) : 바람이 스치지 나물꽃 떨어지고
露重芋莖飜(노중우경번) : 이슬이 심하게 내려 토란 줄이 뒤집히네
地險畦町短(지험휴정단) : 땅이 험해 밭 두둑 짧고
山深草樹繁(산심초수번) : 산이 깊어 초목은 무성하도다
晩年勸學圃(만년권학포) : 늙어서 채소재배 배우기를 권하나
不是效如樊(불시효여번) : 번지를 본받으라는 것은 아니라오



해월 海月

年年海月上東陬(연년해월상동추) : 해마다 바닷달 동켠에서 떠올라
來我床前遺我愁(내아상전유아수) : 내 평상으로 와 근심을 가져주네
萬里更無纖翳隔(만리갱무섬예격) : 만리장공에 조금도 막히는 것 없어
一天渾是玉壺秋(일천혼시옥호추) : 온 하늘이 모두 옥병같은 가을이로다
秦宮漢苑人橫笛(진궁한원인횡적) : 진나라 궁궐과 한나라 정원에서 피리 부는 사람
楚水吳江客艤舟(초수오강객의주) : 초나라 오나라 강가에서 배를 대는 나그네
離合悲歡應共伴(이합비환응공반) : 만나고 헤어짐과 슬퍼하고 기뻐함 함께 하리니
停杯且莫問從由(정배차막문종유) : 잠시 술잔을 멈추고 그 이유를 묻지 말아라



희청 喜晴

昨夜屢陰晴(작야루음청) : 어제밤 여러 번 흐렸다가 날이 개니
今朝喜見日(금조희견일) : 오늘 아침 해를 보니 기쁘기만 하다
陰陰夏木長(음음하목장) : 여름 나무는 자라서 그늘지고
嘒嘒鳴寒蚻(혜혜명한찰) : 가을을 알리는 매미는 쓰르르 울어댄다
樹有櫟與樗(수유력여저) : 나무로는 가죽나무와 참나무가 있고
穀有稗與糲(곡유패여려) : 곡식에는 피와 조가 있도다
世我苦相違(세아고상위) : 세상과 나는 괴롭게도 서로 어긋나고
年來添白髮(년래첨백발) : 나이는 많아져 백발이 늘어난다
開襟納新凉(개금납신량) : 옷깃을 헤치고 새로이 시원함 드니
淸風轉颷䬍(청풍전표䬍) : 맑은 바람 더욱 휘몰아 부는구나



설복노화 雪覆蘆花

滿江明月照平沙(만강명월조평사) : 강에 가득한 밝은 달빛 모래벌을 비추고
裝點漁村八九家(장점어촌팔구가) : 어촌 열 아홉 가구를 환하게 장식하는구나
更有一般淸絶態(갱유일반청절태) : 다시 하나의 맑고도 뛰어난 자태 있으니
暟暟白雪覆蘆花(개개백설복노화) : 차갑게도 흰 눈이 갈대꽃을 눌러 덮었구나



몽중작 夢中作

一間茅屋雨蕭蕭(일간모옥우소소) : 한 칸 초가에 우수수 비 내리니
春半如秋意寂廖(춘반여추의적료) : 봄이 한참인데도 가을처럼 마음이 적료하다
俗客不來山鳥語(속객불래산조어) : 세상 손님 오지 않고 산새만 지저귀는데
箇中淸味倩誰描(개중청미천수묘) : 그 중에 맑은 맛은 누구에게 부탁하여 그려낼까



정야 靜夜

三更耿不寐(삼경경불매) : 깊은 밤 근심에 잠은 오지 않고
明月滿東窓(명월만동창) : 밝은 달만 동쪽 창에 가득하구나
杜口傳摩詰(두구전마힐) : 임 막고 왕유를 전하고
無心學老龐(무심학노방) : 무심코 늙은 방씨의 은거함만 배웠네
最憐淸似水(최련청사수) : 물처럼 맑은 것을 가장 좋아하지만
安得筆如杠(안득필여강) : 어찌 깃대 같은 붓을 얻을 수 있을까
剪燭拈新語(전촉념신어) : 초심지 자르며 새로운 말을 찾아내고
排聯押韻雙(배련압운쌍) : 배율시를 지으며 운을 맞춘다



월색月色

長空月色正嬋娟(장공월색정선연) : 높은 하늘에 달빛이 고와
欹枕夜凉人未眠(의침야량인미면) : 싸늘한 밤, 베개 베고 누워도 잠은 오지 않네
何處斷腸江上笛(하처단장강상적) : 어디선가 애끊는 강 위의 피리소리
一聲吹破碧雲天(일성취파벽운천) : 한 곡조 피리소리 푸른 하늘 구름을 흩어버린다



월야독보정중 月夜獨步庭中

滿身風露正凄凄(만신풍로정처처) : 몸에 가득한 바람과 이슬 쓸쓸하기만 한데
夜半鐘殘斗已西(야반종잔두이서) : 깊은 밤, 종소리 잦아들고 북두성은 서쪽으로 기운다
松鶴有機和月唳(송학유기화월려) : 소나무에 앉은 학 마음 있어 달에 화답하여 울고
草蟲牽恨向人啼(초충견한향인제) : 풀벌레 한에 끌리어 사람 향해 우는구나
半窓孤枕燈花落(반창고침등화락) : 홀로 누운 창에 등불 불꽃이 떨어지고
幽樹一庭簾影低(유수일정렴영저) : 나무 그윽한 뜰에 발 그림자 나직하구나
侍者正眠呼不起(시자정면호불기) : 시중 드는 이, 바로 잠 들어 불러도 일어나지 않고
好詩吟了便旋題(호시음료편선제) : 좋은 시 읊고나서 바로 시 제목 생각해본다


야심 夜深

夜深山室月明初(야심산실월명초) : 깊은 밤, 산실에 달 밝은 때
靜坐挑燈讀隱書(정좌도등독은서) : 고요히 앉아 등불 돋워 은서를 읽는다
虎豹亡曹相怒吼(호표망조상노후) : 무리 잃은 호랑이와 표범들 어르렁거리고
鴟梟失伴競呵呼(치효실반경가호) : 소리개 올빼미 짝을 잃고 다투어 부르짖는다
頤生爭似安吾分(이생쟁사안오분) : 편안한 삶 다툼이 어찌 내 분수에 편안만 하리오
却老無如避世居(각로무여피세거) : 도리어 늙어서는 세상 피하여 사는 것만 못하리라
欲學鍊丹神妙術(욕학련단신묘술) : 오래 사는 범을 배우려 하시려면
請來泉石學慵疏(청래천석학용소) : 자연을 찾아 한가하고 소탈한 것이나 배워보시오

 



주의 晝意

庭花陰轉日如年(정화음전일여년) : 뜰에 핀 꽃 그늘 돌아 하루가 일년 같은데
一枕淸風直萬錢(일침청풍치만전) : 베개로 불어드는 맑은 바람 만금의 값나가네
人世幾回芭鹿夢(인세기회파록몽) : 사람은 몇 번이나 득실을 헤아리는 꿈을 꾸는가
想應終不到林川(상응종부도임천) : 그러나 생각은 끝내 자연의 삶에 이르지 못하리라


월야우제 月夜偶題

滿庭秋月白森森(만정추월백삼삼) : 뜰에 가득한 가을달 흰빛 창창하고
人靜孤燈夜已深(인정고등야이심) : 외로운 불빛, 사람은 말이 없고 밤은 깊어간다
風淡霜淸不成夢(풍담상청불성몽) : 살랑거리는 바람, 맑은 서리에 잠은 오지 않고
紙窓簾影動禪心(지창염영동선심) : 종이 창의 발 그림자에 부처마음 이는구나

 



월야月夜

絡緯織床下(낙위직상하) : 여치는 평상 아래에서 베짜듯 울고
月白淸夜永(월백청야영) : 밝은 달빛, 맑은 밤은 길기도하여라
靈臺淡如水(영대담여수) : 마음은 물 같이 담담하고
萬像森復靜(만상삼부정) : 만물은 가득하고 고요하기만 하다
風動鳥搖夢(풍동조요몽) : 바람 불어 새는 꿈에서 깨고
露滴鶴竦驚(노적학송경) : 이슬방울에 학은 놀라 움추리는구나
物累不相侵(물루불상침) : 만물의 질서는 서로 침해하지 않으니
箇是招提境(개시초제경) : 그것이 바로 부처님 나라의 경지이로다



중추야신월1中秋夜新月

半輪新月上林梢(반륜신월상림초) : 둥그레한 초승달 나무가지 끝에 뜨면
山寺昏鐘第一鼓(산사혼종제일고) : 산사의 저녁종이 처음으로 울려온다
淸影漸移風露下(청영점이풍로하) : 맑은 그림자 옮아오고 바람과 이슬이 내리는데
一庭凉氣透窓凹(일정량기투창요) : 온 뜰에 서늘한 기운 창틈을 스며든다

 



중추야신월2中秋夜新月

白露溥溥秋月娟(백로부부추월연) : 흰 이슬 방울지고 가을달빛 고운데
夜虫喞喞近床前(야충즐즐근상전) : 밤 벌레소리 시꺼럽게 침상에 앞에 들려오네
如何撼我閒田地(여하감아한전지) : 나의 한가한 마음 흔들어 놓으니 나는 어찌하랴
起讀九辯詞一篇(기독구변사일편) : 일어나 구변의 노래 한 편을 읽고있도다



구우久雨

茅簷連日雨(모첨연일우) : 초가에 연일 비 내려
且喜滴庭際(차희적정제) : 처마에 물방울지니 우선은 기쁘구나
底事消淸晝(저사소청주) : 무슨 숨겨진 일로 깨끗한 하루 보낼꺼나
窮愁著隱書(궁수저은서) : 궁색하고 근심스러우니 은서나 지어볼리라

 



소우(疏雨)

疏雨蕭蕭閉院門(소우소소폐원문) : 소슬한 가랑비에 문을 닫고
野棠花落擁籬根(야당화락옹리근) : 해당화 뜰어져 울타리밑에 쌓였구나
無端一夜芝莖長(무단일야지경장) : 까닭없이 밤새도록 지초 줄기 자라나
溪上淸風屬綺園(계상청풍속기원) : 개울 위로 불어오는 맑은 바람 기원과 같아라

 


우중민극(雨中悶極)

連空細雨織如絲(연공세우직여사) : 베를 짜는 양 가랑비 하늘에 가득하고
獨坐寥寥有所思(독좌요요유소사) : 적적히 홀로 앉으니 생각나는 바가 많구나
窮達縱云天賦與(궁달종운천부여) : 궁하고 달하는 것 하늘이 준 것이라 하지만
行藏只在我先知(행장지재아선지) : 가고 머물고는 내게 있음을 알고 있다네
霏霏麥隴秋聲急(비비맥롱추성급) : 부슬부슬 비 내리는 보리밭에 가을소리 급하고
漠漠稻田晩色遲(막막도전만색지) : 막막한 벼밭엔 저녁빛이 늦어 드는구나
老大頤生何事好(노대이생하사호) : 늙어서 편안한 삶에는 어떤 일이 좋은가
竹床凉簟乍支頤(죽상량점사지이) : 대나무 평상에 서늘한 돗자리에서 턱이나 괴는 것이네



산거山居

山勢周遭去(산세주조거) : 산세는 주변을 둘러싸고
江流縹妙廻(강류표묘회) : 강물은 흘러 옥빛처럼 흘러간다
一鳩鳴白晝(일구명백주) : 비둘기 한 마리 한낮을 울어대고
雙鶴啄靑苔(쌍학탁청태) : 한 쌍의 학은 푸른 이끼 쪼아댄다
拄笏看雲度(주홀간운도) : 홀을 잡고 흘러가는 구름 바라본다
吟詩逼雨催(음시핍우최) : 시 읊으며 비를 재촉하노라
我如陶然靖(아여도연정) : 나는 도연명과 같아서
守拙碧雲堆(수졸벽운퇴) : 푸른 구름 더미에 쌓여 졸함을 지켜사노라

 



유거幽居)

幽居臥小林(유거와소림) : 숲 속에 누워 그윽히 사니
靜室一煙氣(정실일연기) : 고요한 방안에 한 줄기 향기오른다
夜雨林花爛(야우임화란) : 밤비에 숲 속 꽃이 찬란하고
梅天風氣凉(매천풍기량) : 육칠 월 날씨에 바람은 서늘하구나
葉濃禽語警(엽농금어경) : 나뭇잎 짙고 새들은 지저귀고
泥濕燕飛忙(니습연비망) : 진흙에 질퍽하고 제비는 바삐 날아다닌다
何以消長日(하이소장일) : 긴 날을 어찌 보낼 것인가
新詩寫數行(신시사수행) : 새로운 시나 몇 줄 지어볼까나

 


제소림암題小林菴

禪房無塵地(선방무진지) : 선방 티끌없는 그곳에
逢僧話葛藤(봉승화갈등) : 스님을 만나 얽힌 이야기 나눈다
身如千里鶴(신여천리학) : 몸은 천 리를 나는 학 같고
心似九秋鷹(심사구추응) : 마음은 가을 철 매 같도다
石逕尋雲到(석경심운도) : 돌길에 구름 찾아 여기에 와
松窓獨自凭(송창독자빙) : 소나무 창가에 홀로 기대어본다
無端更回首(무단갱회수) : 까닭없이 다시 머리 돌려보니
山色碧崚嶒(산색벽릉증) : 산빛은 푸르고 험하기만 하구나



춘유산사春遊山寺

春風偶入新耘寺(춘풍우입신운사) : 봄바람 불어 우연히 신운사에 들러보니
房閉僧無苔滿庭(방폐승무태만정) : 스님도 없는 승방, 뜰에 이끼만 가득하다
林鳥亦知遊客意(임조역지유객의) : 숲 속의 새들도 나그네 마음 알고
隔花啼送兩二聲(격화제송양이성) : 꽃 넘어 저곳, 새는 두세 울음 울어 보내네



수파령水波嶺

小巘周遭水亂回(소헌주조수난회) : 작은 봉우리를 둘러 물이 어지러이 휘돌고
千章喬木蔭巖隈(천장교목음암외) : 일천 그루 높은 나무 바위 가에 그늘지운다
山深不見人蹤迹(산심불견인종적) : 산 깊어 사람의 자취 보이지 않고
幽鳥孤猿時往來(유조고원시왕래) : 깊은 산에 외로운 원숭이만 때때로 오고간다



우중서회雨中書懷

滿溪風浪夜來多(만계풍랑야래다) : 개울 가득한 풍랑 밤새 많아지니
茅屋蓬扉奈若何(모옥봉비내약하) : 초가집 사립문은 어찌 해야하는가
亂滴小簷聲可數(난적소첨성가수) : 처마에 떨어지는 빗소리 헤아릴 수도 있으니
塊然身在碧雲窩(괴연신재벽운와) : 외롭도다, 이내 몸은 푸른 구름 속에 있는 듯하여라



설효1雪曉

滿庭雪色白暟暟(만정설색백개개) : 뜰에 가득한 눈빛은 희고 아름다워라
瓊樹銀花次第開(경수은화차제개) : 옥나무 은빛 눈꽃이 차례로 피어나는구나
向曉推窓頻著眼(향효추창빈저안) : 새벽 되어 창문 열고 자주 눈을 돌리니
千峰秀處玉崔嵬(천봉수처옥최외) : 일천 봉우리 빼어난 곳에 옥이 높게도 쌓였구나

 


설효2雪曉

我似袁安臥雪時(아사원안와설시) : 내가 원안처럼, 눈에 누워있어
小庭慵掃捲簾遲(소정용소권렴지) : 조그마한 뜰도 쓸기 싫고, 발마저 늦게 걷는다
晩來風日茅簷暖(만래풍일모첨난) : 늦어 부는 바람과 해, 초가집 처마 따뜻해져
閒看前山落粉枝(한간전산락분지) : 한가히 앞산을 보니, 나무가지에서 떡가루가 떨어진다



설효3雪曉

東籬金菊褪寒枝(동리금국퇴한지) : 동쪽 울타리에 금국화의 퇴색된 울타리
霜襯千枝个个垂(상친천지개개수) : 서리 내의 천 가지에 하나하나 널어 놓았다
想得夜來重壓雪(상득야래중압설) : 생각건데, 밤동안에 무겁게 눌린 눈
從今不入和陶詩(종금불입화도시) : 이제부터 도연명의 화운시에도 들지 못한다



촌등村燈

日落半江昏(일락반강혼) : 해가 지니 강의 절반이 어둑해져
一點明遠村(일점명원촌) : 한 점 등불 아득히 먼 고을 밝힌다
熒煌穿竹徑(형황천죽경) : 등불의 불빛은 대나무 좁은 길을 꾾고
的歷透籬根(적력투리근) : 또렷하게 울타리 밑을 비춰오는구나
旅館愁閒雁(여관수한안) : 여관에 들려오는 기러기 소리 수심겹고
紗窓倦繡鴛(사창권수원) : 비단 창가 비치는 원앙 수놓기 권태롭구나
蕭蕭秋葉雨(소소추엽우) : 우수수 가을잎에 내리는 비
相對正銷魂(상대정소혼) : 마주 바라보니 내 넋이 녹아버리는구나



도점陶店

兒打蜻蜓翁掇籬(아타청정옹철리) : 아이는 잠자리 잡고, 노인은 울타리 고치는데
小溪春水浴鸕鶿(소계춘수욕로자) : 작은 개울 흐르는 봄물에 가마우지 먹을 감는다
靑山斷處歸程遠(청산단처귀정원) : 청산 끊어진 곳에서, 돌아 갈 길은 아득한데
橫擔烏藤一个枝(횡담오등일개지) : 검은 등나무 덩굴 한 가지가 비스듬히 메어있다


感懷

김시습

事事不如意 사사불여의 : 일마다 뜻대로 되지 않아서
愁邊醉復醒 수변취부성 : 시름 속에 취했다가 다시 깨노라
一身如過鳥 일신여과조 : 새가 날아가듯 내 이 몸은 덧없고
百計似浮萍 백계사부평 :그 많던 계획도 마름풀잎처럼 떠버렸네
經事莫염(厭+食 포식할 염)腹 경사막염복 : 경사(經事)를 뱃속에 너무 채우지 말게
才名空苦形재명공고형 : 재주와 이름은 헛되이 몸만 괴롭힌다네
唯思高枕睡 유사고침수 : 베개 높이 베고서 잠잘 생각이나 하리니
更載夢虞庭 갱재몽우정 : 꿈에나 순임금 만나 말을 나눠 보리라.


관소 灌蔬

김시습

蕭散遺人事(소산유인사) : 쓸쓸히 인생만사 잊고
持瓢灌小園(지표관소원) : 박을 들고 작은 밭에 물을 준다
風過菜花落(풍과채화락) : 바람이 스치지 나물꽃 떨어지고
露重芋莖飜(노중우경번) : 이슬이 심하게 내려 토란 줄이 뒤집히네
地險畦町短(지험휴정단) : 땅이 험해 밭 두둑 짧고
山深草樹繁(산심초수번) : 산이 깊어 초목은 무성하도다
晩年勸學圃(만년권학포) : 늙어서 채소재배 배우기를 권하나
不是效如樊(불시효여번) : 번지를 본받으라는 것은 아니라오

구우久雨

김시습

茅連日雨(모첨연일우) : 초가에 연일 비 내려
且喜滴庭際(차희적정제) : 처마에 물방울지니 우선은 기쁘구나
底事消淸晝(저사소청주) : 무슨 숨겨진 일로 깨끗한 하루 보낼꺼나
窮愁著隱書(궁수저은서) : 궁색하고 근심스러우니 은서나 지어볼리라

기우 1寄友

김시습

望中山水隔蓬萊(망중산수격봉래) : 눈 앞에 산과 물은 봉래산에 가리고
斷雨殘雪憶幾回(단우잔설억기회) : 그친 비와 녹은 눈 속에서 얼마나 그리웠는지
未展此心空極目(미전차심공극목) : 이 마음 펴지 못해 공연히 눈만 치뜨고
夕陽無語倚寒梅(석양무어의한매) : 석양에 말없이 차가운 매화나무에 기대어본다

기우 2寄友

김시습

爲因生事無閑暇(위인생사무한가) : 살아가는 일로 한가할 때가 없어
孤負尋雲結社期(고부심운결사기) : 구름 찾아 결사하는 기약을 홀로 저버렸다
走殺紅塵何日了(주살홍진하일료) : 달려가 세상풍진 없애는 일 어느 때나 다할까
碧山回首不勝思(벽산회수불승사) : 푸른 산을 돌아보니 그대 생각 못잊겠구나

기우 3寄友

김시습

落盡閑花春事去(낙진한화춘사거) : 다 진 한가한 꽃나무, 봄날은 가는데
一封消息却來無(일봉소식각래무) : 한 통의 소식조차 오지를 않는구나
想思夢罷竹窓靜(상사몽파죽창정) : 그리운 꿈 깨니 대나무 창은 고요하고
望帝城中山月孤(망제성중산월고) : 서울 바라보니, 산 위의 달은 외롭기만 하다


기우 4寄友

김시습

東望鷄林隔片雲(동망계림격편운) : 동뽁으로 조각구름에 가린 계림 바라보니
胡然未易得逢君(호연미이득봉군) : 어찌하여 그대 마나기 이렇게도 쉽지가 않은가
請看天外孤輪月(청간천외고륜월) : 청컨대, 하늘 밖 외로운 궁근 달을 보시게나
兩地淸輝一樣分(양지청휘일양분) : 두 곳에 맑고 밝은 빛 꼭 같이 보내주고 있다오

落葉낙엽

김시습

落葉不可掃(낙엽불가소) : 낙엽을 그냥 쓸어서는 안 되네
偏宜淸夜聞(편의청야문) : 맑은 밤 그 소리 듣기가 좋아서 라네
風來聲慽慽(풍래성척척) : 바람 불면 우수수 소리내고
月上影紛紛(월상영분분) : 달 떠오르면 그림자 어지러워요
鼓窓驚客夢(고창경객몽) : 창을 두드려 나그네 꿈 깨우고
疊?沒苔紋(첩체몰태문) : 섬돌에 쌓이면 이끼 무늬도 지우지요
帶雨情無奈(대우정무내) : 비에 젖은 낙엽을 어찌할꺼나
空山瘦十分(공산수십분) : 늦은 가을, 빈산이 너무 초라해

도중途中

김시습

貊國初飛雪 春城木葉疏 맥의 나라 이 땅에 첫눈이 날리니,
맥국초비설 춘성목엽소 춘성에 나뭇잎이 듬성해지네.

秋深村有酒 客久食無魚 가을 깊어 마을에 술이 있는데,
추심촌유주 객구식무어 객창에 오랫동안 고기 맛을 못보겠네.

山遠天垂野 江遙地接虛 산이 멀어 하늘은 들에 드리웠고,
산원천수야 강요지접허 강물 아득해 대지는 허공에 붙었네.

孤鴻落日外 征馬政躊躇 외로운 기러기 지는 해 밖으로 날아가니,
고홍락일외 정마정주저 나그네 발걸음 가는 길 머뭇거리네

途中卽事도중즉사

김시습

一村蕎麥熟(일촌교맥숙) : 온 고을에 메밀이 익어
十里割黃雲(십리할황운) : 십리 길을 누런 구름으로 갈라놓았다
歸思西風遠(귀사서풍원) : 돌아가고 싶은 생각에 서풍은 멀기만 한데
千山日已?(천산일이훈) : 온 산에 해는 이미 땅거미 진다

蘆原卽事노원즉사

김시습

草綠長堤小逕斜(초녹장제소경사) : 긴 언덕 풀은 푸르고 작은 길 비탈지고
依依桑有人家(의의상자유인가) : 산뽕나무 무성한데 인가가 나타난다
溪楓一抹靑煙濕(계풍일말청연습) : 시냇가 단풍나무 문지르니 푸른 안개에 젖어있고
十里西風吹稻花(십리서풍취도화) : 십리 길에 하늬바람 벼꽃에 불어든다

晩意만의

김시습

萬壑千峰外(만학천봉외) : 온 골짜기와 봉우리 저 너머
孤雲獨鳥還(고운독조환) : 외로운 구름과 새 돌아오네
此年居是寺(차년거시사) : 올해는 이 절에서 지낸다만
來歲向何山(내세향하산) : 내년에는 어느 산을 향할까
風息松窓靜(풍식송창정) : 바람 자니 소나무 창 고요하고
香銷禪室閑(향소선실한) : 향불 스러지니 스님의 방 한가롭다
此生吾已斷(차생오이단) : 이승을 내가 이미 끊어버렸으니
棲迹水雲間(서적수운간) : 내 머문 자취 물과 구름에만 남기리라

目羞목수

김시습

經書今棄擲(경서금기척) : 경서 이제 내던지고
已是數年餘(이시수년여) : 이미 몇 년이 지났구나
況復風邪逼(황복풍사핍) : 하물며 다시 사악한 바람에 쫓겨
因成齒髮疎(인성치발소) : 이빨과 머리털도 성글어졌다
奇爻重作二(기효중작이) : 일 효가 겹쳐져 이 효로로 보이고
兼字化爲魚(겸자화위어) : “兼”자가 변하여 “魚”자로 보인다
雪夷看天際(설이간천제) : 눈이 덮인 속에서 멀리 하늘 끝을 바라보니
飛蛟滿大虛(비교만대허) : 나는 모기들만 하늘에 가득하다

몽중작 夢中作

김시습

一間茅屋雨蕭蕭(일간모옥우소소) : 한 칸 초가에 우수수 비 내리니
春半如秋意寂廖(춘반여추의적료) : 봄이 한참인데도 가을처럼 마음이 적료하다
俗客不來山鳥語(속객불래산조어) : 세상 손님 오지 않고 산새만 지저귀는데
箇中淸味?誰描(개중청미천수묘) : 그 중에 맑은 맛은 누구에게 부탁하여 그려낼까

無題 무제

김시습

終日芒鞋信脚行(종일망혜신각행) : 종일토록 짚신 신고 내키는 대로 걸어
一山行盡一山靑(일산행진일산청) : 산을 다 걸으면 또 푸른 산
心非有想奚形役(심비유상해형역) : 마음은 물건이 아닌데 어찌 육체의 노예가 되며
道本無名豈假成(도본무명기가아) : 진리는 이름이 없거늘 어찌 위선을 행하리오
宿露未晞山鳥語(숙노미희산조어) : 밤이슬 마르지도 않는 새벽에 사내들 지저귀고
春風不盡野花明(춘풍부진야화명) : 봄바람 살랑 살랑 불어오고 들꽃은 밝구나
短?歸去千峰靜(단공귀거천봉정) : 짧은 지팡이 짚고 돌아가니 수 천 봉우리 고요하고
翠壁亂煙生晩晴(취벽난연생만청) : 맑은 저녁 하늘 이끼 낀 푸른 절벽에 안개 자욱하다

薄暮 1박모

김시습


風棲鵲?松枝(파풍서작료송지) : 바람이 두려워 나무에 깃던 까치 소나무 끝에 시끄럽고
天氣層陰日暮時(천기층음일모시) : 하늘 기운 층층이 어두워져 저물어 가는 때
雪打明窓淸坐久(설타명창청좌구) : 눈발이 창을 때려 오래도록 고요히 방에 앉아
更看山月上城?(갱간산월상성추) : 산의 달, 성 모퉁이에 떠오르는 것을 다시 본다


薄暮2 박모2

김시습

爐灰如雪火腥紅(노회여설화성홍) : 화로의 재가 눈 같은데 불빛 고기 살같이 붉고
石鼎烹殘茗一鍾(석정팽잔명일종) : 돌솥에는 차를 끊이고 있다
喫了上房高臥處(끽료상방고와처) : 차 마시고 상방에 높이 누운 곳에
數聲淸磬和風松(수성청경화풍송) : 몇 차례 맑은 경쇠소리 솔바람에 화답한다

渤海 발해

김시습

渤海秋深驚二毛(발해추심경이모) : 발해에 가을 깊으니 새치머리 놀라게하고
鴻飛遵渚求其曹(홍비준저구기조) : 기러기도 물가에 내려 제 무리를 찾는구나
莫思閑事祗自勞(막사한사지자노) : 한가한 일 생각치 말자, 나만 피곤하구나
且與?杓同死生(차여당표동사생) : 음악과 술과 생사를 같이하여
逞盡丈夫平生豪(령진장부평생호) : 장부의 평생호기를 다 부려보자구나.

訪隱者 1방은자

김시습

白石蒼藤一逕深(백석창등일경심) : 흰 돌과 푸른 등나무 사이로 좁은 길 깊숙이 나 있고
三椽茅屋在松陰(삼연모옥재송음) : 솔 그늘 아래 석가래 세 개 걸친 작은 띳집이 보인다
紛?世上無窮爭(분운세상무궁쟁) : 분분한 세상살이 끝없는 싸움
不入伊家一寸心(불입이가일촌심) : 한 치 작은 그 집엔 들어가지 않으리라


訪隱者 2방은자

김시습

自言生來懶折腰(자언생래라절요) : 태어나서부터 허리 굽히기 싫어
白雲靑?恣逍遙(백운청장자소요) : 흰 구름 푸른 산을 마음대로 소요한다네
松風吹送前山雨(송풍취송전산우) : 솔바람 불어 앞산의 비를 보내어
一朶紫荊花半凋(일타자형화반조) : 한 떨기 자형화가 반이나 시들어 떨어지네

俯仰 부앙

김시습

俯仰杳無垠(부앙묘무은) : 내려보고 쳐다봐도 아득히 끝없는데
其中有此身(기중유차신) : 그 가운데 이 몸 태어나 사는구나.
三才參竝立(삼재참병립) : 삼재에 참여하여 나란히 서니
一理自相分(일리자상분) : 한 가지 이치가 자연히 나누어진다.
形役爲微物(형역위미물) : 몸에 구속되어 보잘것없는 사람 되니
躬行卽大君(궁행즉대군) : 몸소 실천하면 큰 인물이 되는 법이도다.
古今何間斷(고금하간단) : 예와 지금에 무슨 단절이 있을까
堯舜我同群(요순아동군) : 요임금 순임금도 나와 한 무리인 것을

사청사우 乍晴乍雨

김시습

乍晴乍雨雨還晴(사청사우우환청) : 잠깐 개었다 비 내리고 내렸다가 도로 개이니
天道猶然況世情(천도유연황세정) : 하늘의 이치도 이러한데 하물며 세상 인심이야
譽我便是還毁我(예아편시환훼아) : 나를 칭찬하다 곧 도리어 나를 헐뜯으니
逃名却自爲求名(도명각자위구명) : 명예를 마다더니 도리어 명예를 구하게 되네
花開花謝春何管(화개화사춘하관) : 꽃이 피고 꽃이 지는 것을 봄이 어찌 하리오
雲去雲來山不爭(운거운래산불쟁) : 구름이 오고 구름이 가는 것을 산은 다투질 않네
寄語世人須記認(기어세인수기인) : 세상 사람에게 말하노니 반드시 알아두소
取歡無處得平生(취환무처득평생) : 기쁨을 취하되 평생 누릴 곳은 없다는 것을

산거山居

김시습

山勢周遭去(산세주조거) : 산세는 주변을 둘러싸고
江流?妙廻(강류표묘회) : 강물은 흘러 옥빛처럼 흘러간다
一鳩鳴白晝(일구명백주) : 비둘기 한 마리 한낮을 울어대고
雙鶴啄靑苔(쌍학탁청태) : 한 쌍의 학은 푸른 이끼 쪼아댄다
笏看雲度(주홀간운도) : 홀을 잡고 흘러가는 구름 바라본다
吟詩逼雨催(음시핍우최) : 시 읊으며 비를 재촉하노라
我如陶然靖(아여도연정) : 나는 도연명과 같아서
守拙碧雲堆(수졸벽운퇴) : 푸른 구름 더미에 쌓여 졸함을 지켜사노라

서금오신화후 1書金鰲新話後

김시습

矮屋靑氈暖有餘(왜옥청전난유여) : 작은 집에 푸른 담요엔 따스한 기운 넉넉하고
滿窓梅影月明初(만창매영월명초) : 매화 그림자 창에 가득하고 달이 처음 밝아온다
挑燈永夜焚香坐(도등영야분향좌) : 기나긴 밤을 등불 돋우고 향 사르고 앉으니
閑著人間不見書(한저인간불견서) : 한가히 세상에서 보지 못한 글을 짓고 있노라


서금오신화후 2書金鰲新話後

김시습

玉堂揮翰已無心(옥당휘한이무심) : 옥당에서 글짓는 것은 이미 마음에 없고
端坐松窓夜正深(단좌송창야정심) : 소나무 창에 단정히 앉으니 깊은 밤이라
香?銅甁烏?靜(향관동병오궤정) : 향관과 동병과 오궤는 고요하기만 한데
風流奇話細搜尋(풍류기화세수심) : 풍루스런 기이한 이야기 자세히 찾아본다

서민 敍悶

김시습

八朔解他語(팔삭해타어) : 여덟 달만에 남의 말 알아들었고
三朞能綴文(삼기능철문) : 세 돌에 글을 엮을 수 있었네
雨花吟得句(우화음득구) : 비와 꽃을 읊어 싯구를 얻었고
聲淚手摩分(성루수마분) : 소리와 눈물 손으로 만져 구분했네
上相臨庭宇(상상림정우) : 높은 정승 우리 집에 찾아 오셨고
諸宗?典墳(제종황전분) : 여러 종중에서 많은 책을 선사했네
期余就仕日(기여취사일) : 내가 벼슬하는 날에는
經術佐明君(경술좌명군) : 경학으로 밝은 임금 도우려 했네

설복노화 雪覆蘆花

김시습

滿江明月照平沙(만강명월조평사) : 강에 가득한 밝은 달빛 모래벌을 비추고
裝點漁村八九家(장점어촌팔구가) : 어촌 열 아홉 가구를 환하게 장식하는구나
更有一般淸絶態(갱유일반청절태) : 다시 하나의 맑고도 뛰어난 자태 있으니
白雪覆蘆花(개개백설복노화) : 차갑게도 흰 눈이 갈대꽃을 눌러 덮었구나

설효1雪曉

김시습

滿庭雪色白(만정설색백개개) : 뜰에 가득한 눈빛은 희고 아름다워라
瓊樹銀花次第開(경수은화차제개) : 옥나무 은빛 눈꽃이 차례로 피어나는구나
向曉推窓頻著眼(향효추창빈저안) : 새벽 되어 창문 열고 자주 눈을 돌리니
千峰秀處玉崔嵬(천봉수처옥최외) : 일천 봉우리 빼어난 곳에 옥이 높게도 쌓였구나


설효2雪曉

김시습

我似袁安臥雪時(아사원안와설시) : 내가 원안처럼, 눈에 누워있어
小庭?掃捲簾遲(소정용소권렴지) : 조그마한 뜰도 쓸기 싫고, 발마저 늦게 걷는다
晩來風日茅暖(만래풍일모첨난) : 늦어 부는 바람과 해, 초가집 처마 따뜻해져
閒看前山落粉枝(한간전산락분지) : 한가히 앞산을 보니, 나무가지에서 떡가루가 떨어진다


설효3雪曉

김시습


東籬金菊褪寒枝(동리금국퇴한지) : 동쪽 울타리에 금국화의 퇴색된 울타리
霜千枝垂(상친천지개개수) : 서리 내의 천 가지에 하나하나 널어 놓았다
想得夜來重壓雪(상득야래중압설) : 생각건데, 밤동안에 무겁게 눌린 눈
從今不入和陶詩(종금불입화도시) : 이제부터 도연명의 화운시에도 들지 못한다

소우疏雨

김시습

疏雨蕭蕭閉院門(소우소소폐원문) : 소슬한 가랑비에 문을 닫고
野棠花落擁籬根(야당화락옹리근) : 해당화 뜰어져 울타리밑에 쌓였구나
無端一夜芝莖長(무단일야지경장) : 까닭없이 밤새도록 지초 줄기 자라나
溪上淸風屬綺園(계상청풍속기원) : 개울 위로 불어오는 맑은 바람 기원과 같아라

수락산성전암 水落山聖殿庵

김시습

山中伐木響丁丁(산중벌목향정정) : 산속에 나무치는 소리 정정거리고
處處幽禽弄晩晴(처처유금농만청) : 곳곳에 깊숙한 산새는 늦어 갠 날을 노래한다
碁罷溪翁歸去後(기파계옹귀거후) : 바둑을 마친 개울가 늙은이 돌아간 뒤
綠陰移案讀黃庭(녹음이안독황정) : 푸른 그늘에 책상을 옮기고 황정경을 읽는다

수파령水波嶺

김시습

小周遭水亂回(소헌주조수난회) : 작은 봉우리를 둘러 물이 어지러이 휘돌고
千章喬木蔭巖(천장교목음암외) : 일천 그루 높은 나무 바위 가에 그늘지운다
山深不見人迹(산심불견인종적) : 산 깊어 사람의 자취 보이지 않고
幽鳥孤猿時往來(유조고원시왕래) : 깊은 산에 외로운 원숭이만 때때로 오고간다

食粥식죽

김시습

白粥如膏穩朝餐(백죽여고온조찬) : 흰죽이 곰 같아 아침 먹기 좋구나
飽來偃臥夢邯鄲(포래언와몽감단) : 배불러 번듯이 누워 한단의 꿈을 꾼다
人間三萬六千日(인간삼만육천일) : 인간생애 삼만 육천 일에
且莫多苦辛(차막휴휴다고신) : 아직은 편하다고 말하지 말라, 쓰고 신 일 많으리니

新漲신창

김시습

昨夜山中溪水生(작야산중계수생) : 어제 밤 산속에서 계곡물 붙더니
石橋柱下玉??(석교주하옥갱장) : 돌다리 기둥 아래 옥구슬 부딪는 소리
可憐嗚咽悲鳴意(가련오열비명의) : 가련토록 흐느끼며 구슬피 우는 뜻은
應帶奔流不返情(응대분류불반정) : 체인 물이 흘러가 되돌아오지 못함이겠지

尋訪

김시습

靑藜一尋君(청려일심군) : 청려장 짚고 그대 찾으니
君家住海濱(군가주해빈) : 그대 집은 바닷가에 있었구나
寒花秋後艶(한화추후염) : 국화꽃은 늦가을이라 더욱 곱고
落葉夜深聞(낙엽야심문) : 깊은 밤 낙옆 지는 소리 들려온다
野外金風老(야외금풍로) : 들 밖에 바람소리 세차고
頭夕照?(첨두석조훈) : 처마 위엔 저녁빛이 어둑해진다
寧知今日遇(녕지금일우) : 어찌 알았겠나, 오늘 그대 만나
團坐更論文(단좌갱론문) : 다정히 둘러 앉아 다시 글을 논할 줄을

我生 아생

김시습

我生旣爲人(아생기위인) : 내는 이미 사람으로 태어났네
胡不盡人道(호불진인도) : 어찌 사람의 도리를 다하지 않으리오.
少歲事名利(소세사명리) : 젊어서는 명리를 일삼았고
壯年行顚倒(장년행전도) : 장년이 되어서는 세상에 좌절하였네.
靜思縱大?(정사종대뉵) : 가만히 생각하면 너무 부끄러우니
不能悟於早(불능오어조) : 어려서 깨닫지 못한 탓이네
後悔難可追(후회난가추) : 후회해도 돌이키기 어려워
寤?甚如?(오벽심여도) : 깨닫고 보니 가슴이 방아 찧듯 하네.
況未盡忠孝(황미진충효) : 하물며 충효도 다하지 못했으니
此外何求討(차외하구토) : 이외에 무엇을 구하고 찾겠는가.
生爲一罪人(생위일죄인) : 살아서는 한 죄인이요
死作窮鬼了(사작궁귀료) : 죽어서는 궁색한 귀신이 되리
更復騰虛名(갱부등허명) : 다시 헛된 명예심 또 일어나니
反顧增憂悶(반고증우민) : 돌아보면 근심과 번민이 더해지네.
百歲標余壙(백세표여광) : 백년 후에 내 무덤에 표할 때는
當書夢死老(당서몽사로) : 꿈속에 죽은 늙은이라 써주시게나
庶幾得我心(서기득아심) : 행여나 내 마음 아는 이 있다면
千載知懷抱(천재지회포) : 천년 뒤에 속마음 알 수 있으리.

夜雪야설

김시습

어제 늦게 흐린 구름 컴컴하더니
오늘밤에 상서로운 눈 퍼 붓는다.....

솔 덮어 가벼운 것 수북하더니
대 때리면 가늘게 우수수한다

촛불 심지 자르며 아담한 시(詩)이루었고
기울어진 평상도 꿈에 들기는 넉넉하다

깨어진 창에 나는 조약돌 부서지고
괴벽(壞璧)은 휘장을 흔들어 댄다

병풍에 기대면 등잔 불꽃 짧고
통에 꽂으면 물에 잠겨서도 탄다

한 그릇 녹여서 茶 달이는데
야반지경 적요해진다

야심夜深

김시습

夜深山室月明初(야심산실월명초) : 깊은 밤, 산실에 달 밝은 때
靜坐挑燈讀隱書(정좌도등독은서) : 고요히 앉아 등불 돋워 은서를 읽는다
虎豹亡曹相怒吼(호표망조상노후) : 무리 잃은 호랑이와 표범들 어르렁거리고
梟失伴競呵呼(치효실반경가호) : 소리개 올빼미 짝을 잃고 다투어 부르짖는다
生爭似安吾分(이생쟁사안오분) : 편안한 삶 다툼이 어찌 내 분수에 편안만 하리오
却老無如避世居(각로무여피세거) : 도리어 늙어서는 세상 피하여 사는 것만 못하리라
欲學鍊丹神妙術(욕학련단신묘술) : 오래 사는 범을 배우려 하시려면
請來泉石學疏(청래천석학용소) : 자연을 찾아 한가하고 소탈한 것이나 배워보시오

野鳥 야조

김시습

綿蠻枝上鳥(면만지상조) : 나무 위의 새소리 잇달아
隨意便能鳴(수의편능명) : 제 뜻대로 거침없이 울어댄다
適志從吾好(적지종오호) : 뜻이 맞으면 내 기분대로 따르고
安心只欲平(안심지욕평) : 마음을 편하게 하여 평화롭고자 한다
驕榮爭似隱(교영쟁사은) : 부귀영화 교만함이 어찌 숨어 삶과 다투랴
苦學不如耕(고학불여경) : 고생스레 배움이 어찌 농사만 하리
詩酒消閑日(시주소한일) : 사와 술로 한가한 날 보내며
陶然送平生(도연송평생) : 기분 좋게 한 평생 보내고 싶어라

蓮經讚 연경찬

김시습

雲起千山曉(운기천산효) : 온 산 새벽인데 구름 일고
風高萬木秋(풍고만목추) : 바람은 높이 불어 나무마다 가을이네
石頭城下泊(석두성하박) : 성 아래 돌 머리에 묵으니
浪打釣魚舟(낭타조어주) : 물결은 고깃배에 부딪는다.

詠妓三首

김시습

綠羅新剪製春衫 理線針玉手織
녹라신전제춘삼 리선점침옥수직

自敍一生人命薄 隔沙窓語細??
자서일생인명박 격사창어세남남

초록 비단 말라 봄옷을 마련?제
바늘 따라 실 따라서 고운 손길 노닐더니
서러워라 이내 일생 왜 이리도 박명한가.
창가에 의지하여 소곤소곤 속삭이네.

誰家園裏曉鶯啼 亂春心意轉迷
수가원이효앵제 료란춘심의전미

自愧妾身輕似葉 食須東里宿須西
자괴첩신경사엽 식수동리숙수서

어드메 뒷동산에 꾀꼴 소리 요란하냐.
춘심을 자아내니 심사 더욱 산란하다
가엾어라 여자의 몸 갈잎 같은 신세런가
동쪽 집 저녁 먹고 서쪽 집 침방 드네.

死茅束者何斯 一見飄風姓不知
사균모속자하사 일견표풍성부지

狂且狡童如鬼? 去時批額奪兒
광차교동여귀역 거시비액탈계아

꿈결인 듯 얼핏 마난 그 사나이 누구더냐
한 번 보고 헤어지니 성명조차 모를레라.
교할해라 그의 거동 귀신인 듯
금비녀 은비녀도 떠날 적에 다 빼앗겼네

우중민극(雨中悶極)

김시습

連空細雨織如絲(연공세우직여사) : 베를 짜는 양 가랑비 하늘에 가득하고
獨坐寥寥有所思(독좌요요유소사) : 적적히 홀로 앉으니 생각나는 바가 많구나
窮達縱云天賦與(궁달종운천부여) : 궁하고 달하는 것 하늘이 준 것이라 하지만
行藏只在我先知(행장지재아선지) : 가고 머물고는 내게 있음을 알고 있다네
麥?秋聲急(비비맥롱추성급) : 부슬부슬 비 내리는 보리밭에 가을소리 급하고
漠漠稻田晩色遲(막막도전만색지) : 막막한 벼밭엔 저녁빛이 늦어 드는구나
老大生何事好(노대이생하사호) : 늙어서 편안한 삶에는 어떤 일이 좋은가
竹床凉乍支(죽상량점사지이) : 대나무 평상에 서늘한 돗자리에서 턱이나 괴는 것이네


우중서회雨中書懷

김시습

滿溪風浪夜來多(만계풍랑야래다) : 개울 가득한 풍랑 밤새 많아지니
茅屋蓬扉奈若何(모옥봉비내약하) : 초가집 사립문은 어찌 해야하는가
亂滴小聲可數(난적소첨성가수) : 처마에 떨어지는 빗소리 헤아릴 수도 있으니
塊然身在碧雲窩(괴연신재벽운와) : 외롭도다, 이내 몸은 푸른 구름 속에 있는 듯하여라

월색月色

김시습

長空月色正嬋娟(장공월색정선연) : 높은 하늘에 달빛이 고와
枕夜凉人未眠(의침야량인미면) : 싸늘한 밤, 베개 베고 누워도 잠은 오지 않네
何處斷腸江上笛(하처단장강상적) : 어디선가 애끊는 강 위의 피리소리
一聲吹破碧雲天(일성취파벽운천) : 한 곡조 피리소리 푸른 하늘 구름을 흩어버린다

월야우제 月夜偶題

김시습

滿庭秋月白森森(만정추월백삼삼) : 뜰에 가득한 가을달 흰빛 창창하고
人靜孤燈夜已深(인정고등야이심) : 외로운 불빛, 사람은 말이 없고 밤은 깊어간다
風淡霜淸不成夢(풍담상청불성몽) : 살랑거리는 바람, 맑은 서리에 잠은 오지 않고
紙窓簾影動禪心(지창염영동선심) : 종이 창의 발 그림자에 부처마음 이는구나

월야月夜

김시습

絡緯織床下(낙위직상하) : 여치는 평상 아래에서 베짜듯 울고
月白淸夜永(월백청야영) : 밝은 달빛, 맑은 밤은 길기도하여라
靈臺淡如水(영대담여수) : 마음은 물 같이 담담하고
萬像森復靜(만상삼부정) : 만물은 가득하고 고요하기만 하다
風動鳥搖夢(풍동조요몽) : 바람 불어 새는 꿈에서 깨고
露滴鶴驚(노적학송경) : 이슬방울에 학은 놀라 움추리는구나
物累不相侵(물루불상침) : 만물의 질서는 서로 침해하지 않으니
箇是招提境(개시초제경) : 그것이 바로 부처님 나라의 경지이로다

渭川漁釣圖 위천어조도

김시습

風雨蕭蕭拂釣磯(풍우소소불조기) : 비바람에 날이 쓸쓸하여 낚싯대를 떠나니
渭川魚鳥識忘機(위천어조식망기) : 위천의 물고기와 새들도 알아보고 미끼를 문다
如何老作鷹揚將(여하노작응양장) : 어찌하여 늙어서도 매처럼 용맹을 떨쳐
空使夷齊餓採薇(공사이제아채미) : 백이숙제로 하여 헛되이 굶어죽게 하였나

유객有客

김시습

有客淸平寺(유객청평사) : 청평사의 나그네
春山任意遊(춘산임의유) : 봄 산을 한가로이 노니노라
鳥啼孤塔靜(조제고탑정) : 탑은 고요한데 새는 울고
花落小溪流(화락소계류) : 꽃잎은 개울에 떨어져 흘러가네
佳菜知時秀(가채지시수) : 맛있는 나물 때맞춰 돋아나고
香菌過雨柔(향균과우유) : 향기로운 버섯은 비 맞아 부드럽네
行吟入仙洞(행음입선동) : 시를 읊으며 선동에 들어서니
消我百年憂(소아백년우) : 나의 백년 근심이 살라지네

유거幽居

김시습

幽居臥小林(유거와소림) : 숲 속에 누워 그윽히 사니
靜室一煙氣(정실일연기) : 고요한 방안에 한 줄기 향기오른다
夜雨林花爛(야우임화란) : 밤비에 숲 속 꽃이 찬란하고
梅天風氣凉(매천풍기량) : 육칠 월 날씨에 바람은 서늘하구나
葉濃禽語警(엽농금어경) : 나뭇잎 짙고 새들은 지저귀고
泥濕燕飛忙(니습연비망) : 진흙에 질퍽하고 제비는 바삐 날아다닌다
何以消長日(하이소장일) : 긴 날을 어찌 보낼 것인가
新詩寫數行(신시사수행) : 새로운 시나 몇 줄 지어볼까나

煮茶 1자다

김시습


松風輕拂煮茶煙(송풍경불자다연) : 솔바람 다 달이는 연기 몰아 올리고
斜橫落澗邊(뇨뇨사횡락간변) : 하늘하늘 기울어져 골짝물가로 떨어진다
月上東窓猶未睡(월상동창유미수) : 동창에 달 떠올라도 아직 잠 못 자고
?甁歸去汲寒泉(설병귀거급한천) : 물병 들고 돌아가 찬물을 기는다


煮茶 2자다

깁시습


自怪生來厭俗塵(자괴생래염속진) : 나면서 풍진 세상 스스로 괴이하게 여겨
入門題鳳已經春(입문제봉이경춘) : 문에 들어가 “봉”자를 쓰니 이미 청춘 다지나갔다
煮茶黃葉君知否(자다황엽군지부) : 달이는 누런 찻잎 그대는 알까
却恐題詩洩隱淪(각공제시설은륜) : 시 짓다가 숨어사는 일 누설될까 오히려 두렵다

장지 壯志

김시습

壯志桑弧射四方(장지상호사사방) : 큰 뜻으로 뽕나무 활 사방에 쏘면서
東丘千里負淸箱(동구천리부청상) : 동쪽나라 천리길 푸른 상자지고 다녔네
欲參周孔明仁義(욕참주공명인의) : 조공과 공자에 참여하여 인의를 밝히며
又學孫吳事戚揚(우학손오사척양) : 또 손자와 오기의 병법을 배워 척야의 무술 익혔네
運到蘇秦懸相印(운도소진현상인) : 우수가 닿으면 소진처럼 정승이 되고
命窮正則賦離騷(명궁정칙부이소) : 운명이 궁하면 정칙처럼 이소경이나 지으리
如今落魄無才思(여금낙백무재사) : 지금은 낙백하여 한 치의 재사도 없으니
曳杖行歌類楚狂(예장행가류초광) : 지팡이 끌고 노래하기가 초나라 광접여와 같네

정야 靜夜

김시습

三更耿不寐(삼경경불매) : 깊은 밤 근심에 잠은 오지 않고
明月滿東窓(명월만동창) : 밝은 달만 동쪽 창에 가득하구나
杜口傳摩詰(두구전마힐) : 임 막고 왕유를 전하고
無心學老龐(무심학노방) : 무심코 늙은 방씨의 은거함만 배웠네
最憐淸似水(최련청사수) : 물처럼 맑은 것을 가장 좋아하지만
安得筆如(안득필여강) : 어찌 깃대 같은 붓을 얻을 수 있을까
剪燭拈新語(전촉념신어) : 초심지 자르며 새로운 말을 찾아내고
排聯押韻雙(배련압운쌍) : 배율시를 지으며 운을 맞춘다

제소림암題小林菴

김시습

禪房無塵地(선방무진지) : 선방 티끌 없는 그곳에
逢僧話葛藤(봉승화갈등) : 스님을 만나 얽힌 이야기 나눈다
身如千里鶴(신여천리학) : 몸은 천 리를 나는 학 같고
心似九秋鷹(심사구추응) : 마음은 가을 철 매 같도다
石逕尋雲到(석경심운도) : 돌길에 구름 찾아 여기에 와
松窓獨自?(송창독자빙) : 소나무 창가에 홀로 기대어본다
無端更回首(무단갱회수) : 까닭 없이 다시 머리 돌려보니
山色碧(산색벽릉증) : 산 빛은 푸르고 험하기만 하구나

주경 晝景

김시습
天際雲晝不收(천제동운주불수) : 하늘가 붉은 구름 낮에도 걷히지 않고
寒溪無響草莖柔(한계무향초경유) : 차가운 개울물 소리 없고 풀줄기는 부드럽네
人間六月多忙熱(인간육월다망열) : 인간세상 유월은 바쁘고도 무더우니
誰信山中枕碧流(수신산중침벽류) : 산 속에서 푸른 물 베개한 줄을 누가 믿어줄까

晝意 주의

김시습


驟暄草色亂紛披(취훤초색난분피) : 갑자기 따뜻하여 풀빛 어지러이 날리고
睡覺南軒日午時(수교남헌일오시) : 남쪽 마루에서 잠 깨니 해가 한참 낮이다
更無世緣來攪我(갱무세연래교아) : 다시는 세상인연으로 날 괴롭히지 않으리니
心身鍊到化兒(심신련도화영아) : 마음과 몽이 수련되어 어린아이로 되었다네

중추야신월1中秋夜新月

김시습

半輪新月上林梢(반륜신월상림초) : 둥그레한 초승달 나무가지 끝에 뜨면
山寺昏鐘第一鼓(산사혼종제일고) : 산사의 저녁종이 처음으로 울려온다
淸影漸移風露下(청영점이풍로하) : 맑은 그림자 옮아오고 바람과 이슬이 내리는데
一庭凉氣透窓凹(일정량기투창요) : 온 뜰에 서늘한 기운 창틈을 스며든다

중추야신월2中秋夜新月

김시습

白露溥溥秋月娟(백로부부추월연) : 흰 이슬 방울지고 가을달빛 고운데
夜近床前(야충즐즐근상전) : 밤 벌레소리 시꺼럽게 침상에 앞에 들려오네
如何我閒田地(여하감아한전지) : 나의 한가한 마음 흔들어 놓으니 나는 어찌하랴
起讀九辯詞一篇(기독구변사일편) : 일어나 구변의 노래 한 편을 읽고있도다

卽事 즉사

김시습

有穀啼深樹(유곡제심수) : 뻐꾸기가 울창한 나무숲에서 우네
前村桑深紅(전촌상심홍) : 앞 고을에는 오디가 푹 익었다
農雲峯上下(농운봉상하) : 짙은 구름은 산봉우리로 오르내리고
疏雨?西東(소우태서동) : 가랑비는 뚝 위로 오락가락
懶覺身無事(라각신무사) : 게을러 몸에 할 일 없음을 알고
衰知酒有功(쇠지주유공) : 몸이 쇠약해짐에 술에 공덕이 있음을 알았다
已得歸歟興(이득귀여흥) : 이미 돌아갈 마음 얻었으니
江山屬此翁(강산속차옹) : 강산이 이 늙은이의 것이라오

촌등村燈

김시습

日落半江昏(일락반강혼) : 해가 지니 강의 절반이 어둑해져
一點明遠村(일점명원촌) : 한 점 등불 아득히 먼 고을 밝힌다
熒煌穿竹徑(형황천죽경) : 등불의 불빛은 대나무 좁은 길을 꾾고
的歷透籬根(적력투리근) : 또렷하게 울타리 밑을 비춰오는구나
旅館愁閒雁(여관수한안) : 여관에 들려오는 기러기 소리 수심겹고
紗窓倦繡鴛(사창권수원) : 비단 창가 비치는 원앙 수놓기 권태롭구나
蕭蕭秋葉雨(소소추엽우) : 우수수 가을잎에 내리는 비
相對正銷魂(상대정소혼) : 마주 바라보니 내 넋이 녹아버리는구나

춘유산사春遊山寺

김시습
春風偶入新耘寺(춘풍우입신운사) : 봄바람 불어 우연히 신운사에 들러보니
房閉僧無苔滿庭(방폐승무태만정) : 스님도 없는 승방, 뜰에 이끼만 가득하다
林鳥亦知遊客意(임조역지유객의) : 숲 속의 새들도 나그네 마음 알고
隔花啼送兩二聲(격화제송양이성) : 꽃 넘어 저곳, 새는 두세 울음 울어 보내네

閑寂 한적

김시습

自少無關意(자소무관의) : 젊어서부터 세상일에 무관심하여
而今愜素心(이금협소심) : 지금은 욕심 없는 마음이 유쾌하다
種花連竹塢(종화연죽오) : 꽃을 심어 대숲 언덕에 연결하고
蒔藥避棠陰(시약피당음) : 아가위 그늘 피해 약초를 모종낸다.
苔蘚人踪少(태선인종소) : 이끼 끼어 사람 자취 드물고
琴書樹影深(금서수영심) : 나무 그늘 깊이 거문고와 책이 있도다.
從來樗散質(종래저산질) : 전부터 허약한 체질이라
更來病侵尋(갱래병침심) : 다시 병이 침입해 찾아드는구나.

해월 海月

김시습

年年海月上東陬(연년해월상동추) : 해마다 바닷달 동켠에서 떠올라
來我床前遺我愁(내아상전유아수) : 내 평상으로 와 근심을 가져주네
萬里更無纖掜隔(만리갱무섬예격) : 만리장공에 조금도 막히는 것 없어
一天渾是玉壺秋(일천혼시옥호추) : 온 하늘이 모두 옥병같은 가을이로다
秦宮漢苑人橫笛(진궁한원인횡적) : 진나라 궁궐과 한나라 정원에서 피리 부는 사람
楚水吳江客艤舟(초수오강객의주) : 초나라 오나라 강가에서 배를 대는 나그네
離合悲歡應共伴(이합비환응공반) : 만나고 헤어짐과 슬퍼하고 기뻐함 함께 하리니
停杯且莫問從由(정배차막문종유) : 잠시 술잔을 멈추고 그 이유를 묻지 말아라

還山환산

김시습

山中四月盡(산중사월진) : 산 속엔 4월이 다가고
客臥動輕旬(객와동경순) : 나그네는 가볍게 열흘이 지나간다
四壁圖書蛀(사벽도서주) : 사면 벽에는 도서에 좀이 슬어
三間机席塵(삼간궤석진) : 삼간 방 책상엔 먼지만 쌓였다
菁花多結實(청화다결실) : 우거진 꽃에는 열매 많고
杏子已生仁(행자이생인) : 살구 열매엔 이미 씨가 생겼다
靜倚屛風睡(정의병풍수) : 고요히 병풍에 기대어 잠드니
風爲入幕賓(풍위입막빈) : 바람은 휘장 속으로 들어와 손님이 된다

曉意 효의

김시습

昨夜山中雨(작야산중우) : 어젯밤 산속에 비 내려
今聞石上泉(금문석상천) : 오늘 아침 바위샘 물소리 난다
窓明天欲曙(창명천욕서) : 창 밝아 날 새려하는데
鳥?客猶眠(조괄객유면) : 새소리 요란하나 나그네는 아직 자네
室小虛生白(실소허생백) : 방은 작으나 공간이 훤해지니
雲收月在天(운수월재천) : 구름 걷혀 하늘에 달이 있음일게
廚人具炊黍(주인구취서) : 부엌에서 기장밥 다 지어놓고
報我懶茶煎(보아라다전) : 나에게 차 달임이 늦다고 나무란다

희정숙견방喜正叔見訪

김시습

寂寂鎖松門(적적쇄송문) : 솔 문을 닫아걸고 외로이 사니
無人踏鮮痕(무인답선흔) : 이끼 흔적 밝는이 아무도 없구나
澗聲搖北壑(간성요북학) : 바윗 물소리 북쪽 골짝을 흔들고
松雷颭東軒(송뢰점동헌) : 소나무 바람소리 동헌에 물결친다
世事寧緘口(세사녕함구) : 세상일은 차라리 입을 다물고
閒情似不言(한정사불언) : 한가한 정은 말하지 못하는구나
喜君來一訪(희군래일방) : 그대 찾아오니 너무 기뻐서
相對敍寒溫(상대서한온) : 마주 보며 그간 온갖 일을 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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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자 시 모음 18편

《1》
가을 기도

허영자

이 쓸쓸한 땅에서
울지 않게 해주십시오

쓰거운 쓸개 입에 물고서
배반자를
미워하지 않게 해주십시오

나날이 높아가는 하늘처럼
맑은 물처럼
소슬한 기운으로 살게 해주십시오

먼산에 타는 뜨거운 단풍
그렇게 눈멀어
진정으로 사랑하게 해주십시오.

《2》
가을비 내리는 날

허영자


하늘이 이다지
서럽게 우는 날엔
들녘도 언덕도 울음 동무하여
어깨 추스리며 흐느끼고 있겠지

성근 잎새 벌레 먹어
차거이 젖는 옆에
익은 열매 두엇 그냥 남아서
작별의 인사말 늦추고 있겠지

지난 봄 지난여름
떠나버린 그이도
혼절하여 쓰러지는 꽃잎의 아픔
소스라쳐 헤아리며 헤아리겠지.

《3》
그대의 별이 되어

허영자

사랑은
눈멀고
귀 먹고
그래서 멍멍히 괴어 있는
물이 되는 일이다

물이 되어
그대의 그릇에
정갈히 담기는 일이다

사랑은
눈뜨이고
귀 열리고
그래서 총총히 빛나는
별이 되는 일이다

별이 되어
그대 밤하늘을
잠 안 자고 지키는 일이다

사랑은
꿈이다가 생시이다가
그 전부이다가
마침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는 일이다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
그대의 한 부름을
고즈넉이 기다리는 일이다

《4》
꽃피는 날

허영자


누구냐 누구냐
또 우리 맘속 설렁줄을
흔드는 이는

석 달 열흘 모진 추위
둘치같이 앉은 魂을
불러내는 손님은

팔난봉이 바람둥이
사낼지라도
門 닫을 수 없는
꽃의 맘이다.

《5》
나목에게

허영자


캄캄한 밤은
무섭지만

추운 겨울은
더 무섭지만

나무야 떨고 섰는
발가벗은 나무야

시련 끝에
기쁨이 오듯이

어둠이 가면
아침이 오고

겨울 끝자락에
봄이 기다린단다

이 단순한 순환이
가르치는 지혜로

눈물을 닦아라
떨고 섰는 나무야.

《6》
나팔꽃

허영자

아무리 슬퍼도 울음일랑 삼킬 일
아무리 괴로워도 웃음일랑 잃지 말 일
아침에 피는 나팔꽃 타이르네 가만히

《7》
너무 가볍다

허영자

나 아기 적에
등에 업어 길러주신 어머니

이제는
내 등에 업히신 어머니

너무 조그맣다
너무 가볍다

《8》
떡살

허영자

고운 네 살결 위에
영혼 위에
이 신비한
사랑의 문양 찍고 싶다

'이것은 내 것이다'

땅속에 묻혀서도
썩지를 않을
저승에 가서도
지워지지 않을

영원한 표적을 해두고 싶다

《9》
무지개를 사랑한 걸

허영자

무지개를 사랑한 걸
후회하지 말자

풀잎에 맺힌 이슬
땅바닥을 기는 개미
그런 미물을 사랑한 걸
결코 부끄러워하지 말자

그 덧없음
그 사소함
그 하잘 것 없음이

그때 사랑하던 때에
순금보다 값지고
영원보다 길었던 걸 새겨두자

눈 멀었던 그 시간
이 세상 무엇과도 바꾸지 않을
기쁨이며 어여쁨이었던 걸
길이길이 마음에 새겨두자.

《10》
비 오는 날

허영자


비 오는 날이면
처녀시절 생각이 난다
비 맞고 서 있는 나무처럼
마음 젖어 서러이 흐느끼던 그때

비 오는 날이면
처녀시절 생각이 난다
아득히 비 내리는 신비한 바깥
머언 머언 내일을 내다보던 그때

비 오는 날이면
처녀시절 생각이 난다
박쥐우산 하나를 바람막이로
용감하게 세상을 밀고 가던 그때.

《11》
빈 들판을 걸어가면

허영자


저 빈 들판을
걸어가면
오래오래 마음으로 사모하던
어여쁜 사람을 만날 상 싶다

꾸밈없는
진실과 순수
자유와 정의와 참 용기가
죽순처럼 돋아나는
의초로운 마을에 이를 상 싶다

저 빈 들판을
걸어가면
하늘과 땅이 맞닿은 곳
아득히 신비로운
神의 땅에까지 다다를 상 싶다.

《12》
얼음과 불꽃

허영자

사람은 누구나
그 마음 속에
얼음과 눈보라를 지니고 있다

못다 이룬 한의 서러움이
응어리져 얼어붙고
마침내 마서져 푸슬푸슬 흩내리는
얼음과 눈보라의 겨울을 지니고 있다

그러기에
사람은 누구나
타오르는 불꽃을 꿈꾼다

목숨의 심지에 기름이 끓는
황홀한 도취와 투신
기나긴 불운의 밤을 밝힐
정답고 눈물겨운 주홍빛 불꽃을 꿈꾼다.

《13》
여름 소묘

허영자


견디는 것은
혼자만이 아니리

불벼락 뙤약볕 속에
눈도 깜짝 않는
고요가 깃들거니

외로운 것은
혼자만이 아니리

저토록 황홀하고 당당한 유록도
밤 되면 고개 숙여
어둔 물이 들거니.

《14》
완행열차

허영자

급행열차를 놓친 것은 잘된 일이다
조그만 간이역의 늙은 역무원
바람에 흔들리는 노오란 들국화
애틋이 숨어 있는 쓸쓸한 아름다움
하마터면 나 모를 뻔하였지

완행열차를 탄 것은 잘된 일이다
서러운 종착역은 어둠에 젖어
거기 항시 기다리고 있거니
천천히 아주 천천히
누비듯이 혹은 홈질하듯이
서두름 없는 인생의 기쁨
하마터면 나 모를 뻔하였지

《15》


허영자


그윽히
굽어보는 눈길

맑은 날은
맑은 속에

비오며는
비 속에

이슬에
꽃에
샛별에...

임아


온 삼라만상에

나는
그대를 본다.

《16》
刺繡(자수)

허영자

마음이 어지러운 날은
수를 놓는다

금실 은실 청홍실 따라서 가면
가슴 속 아우성은 절로 갈앉고

처음 보는 수풀
정갈한 자갈돌의
강변에 이른다

남향 햇볕 속에
수를 놓고 앉으면
세사 번뇌
무궁한 사랑의 슬픔을
참아 낼 듯

머언
극락정토 가는 길도
보일 상 싶다

《17》
친전(親展)

허영자

그 이름에
살 속에 새긴다
暗靑(암청)의 文身

不可思議(불가사의)의 윤회를 거쳐
마침내
내 영혼이 고개 숙이는 밤이여
무거운 운명이여

절망의 눈비
회의의 미친 바람도
숨죽여 坐禪(좌선)하는 고요

'사랑합니다'

참으로 큰
슬픔일지라도
어리석은 꿈일지라도

살 속에
그 이름 새기며
이 봄밤
눈떠 새운다.

《18》
행복(幸福)

허영자

눈이랑 손이랑
깨끗이 씻고
자알 찾아보면 있을 거야.

깜짝 놀랄만큼
신바람나는 일이
어딘가 어딘가에 꼭 있을거야.

아이들이
보물찾기 놀일 할 때
보물을 감춰두는

바윗 틈새 같은 데에
나뭇 구멍 같은 데에

幸福은 아기자기
숨겨져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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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 시 모음 9편

1. 그 사람을 가졌는가

함석헌

천리 길나서는 날
처자를 내맡기면
놓고 갈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세상이 다 너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너뿐이야라고 믿어 주는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가 가라앉을 때
구명대를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너 하나 있으니 하며 빙그레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예" 보다도
"아니오" 라고 가만히 머리 흔들어
진실로 충언해 주는 그 한사람을!

2. 그대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

함석현

만리 길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이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 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어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 두거라’ 일러 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 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3. 산

함석헌

나는 그대를 나무랐소이다
물어도 대답도 않는다 나무랐소이다
그대겐 묵묵히 서 있음이 도리어 대답인 걸
나는 모르고 나무랐소이다.

나는 그대를 비웃었소이다
끄들어도 꼼짝도 못한다 비웃었소이다
그대겐 죽은 듯이 앉았음이 도리어 표정인 걸
나는 모르고 비웃었소이다.

나는 그대를 의심했소이다
무릎에 올라가도 안아도 안 준다 의심했소이다
그대겐 내버려둠이 도리어 감춰줌인 걸
나는 모르고 의심했소이다.

크신 그대
높으신 그대
무거운 그대
은근한 그대

나를 그대처럼 만드소서!
그대와 마주앉게 하소서!
그대 속에 눕게 하소서!

4. 삶은 아름답고 거룩한 것

함석헌

맹꽁이의 음악 너 못 들었구나.
구더기의 춤 너 못 보았구나.
살무사와 악수 너 못해보았구나.

파리에게는 똥이 향기롭고
박테리아에게는 햇빛이 무서운 거다.

도둑놈의 도둑질처럼 참 행동이 어디 있느냐?
거짓말쟁이의 거짓말처럼 속임 없는 말이 어디 있느냐?
거지의 빌어먹음처럼 점잖은 것이 어디 있느냐?

그것은 정치가의 정의보다 훨씬 더 높은 것이고,
군인의 애국보다 한층 더 믿을 만한 것이고
종교가의 설교보다 비길 수 없이 거룩한 것이다.

5. 오늘

함석헌

여기 흰 날이 왔도다
낭비하자 말지어다

영원에서 이 날은 나왔고
영원으로 밤이면 돌아간다

이날을 미리 본 눈이 없고
보자마자 사라져 버린다
여기 흰 날이 왔도다
낭비하지 말지어다.

6. 진리

함석헌

진리는 슬퍼,
파랗게 슬퍼.
분주한 일 다 마치고
떠들던 손님 다 보내고
사람이 다 자고
새도 자고 쥐도 죽은 밤
티끌이 다 가라앉고
구름 다 달아나고
높이 드러나는 파란하늘
깜박깜박하는 파란 별
아슬하게 올려다볼 때 같이,
진리의 얼굴 마주 대하면
파랗게 슬퍼.

진리는 슬퍼,
파랗게 슬퍼.
엉클어진 넝쿨 다 헤치고
우는 시냇물 그대로 남겨두고
험한 골짜기를 건너
위태로운 바위를 더듬어
무르익은 산과를 내버리고
어지러이 피는 꽃밭도 뒤에 두고
나무도 없고 풀도 없는 높은 봉에
하늘 쓰고 돌 위에 앉아
포구의 그림자도 없이
망망하게 열린 파아란 바다
끝없이 일고 꺼지는 파란 물결
아득하게 바라볼 때 같이,
진리의 눈동자 건너다보면
파랗게 슬퍼

7. 참외를 사는 계집

함석헌

꽃 쓰러진 배꼽 달고 줄기 달린 꼭지 쓴 줄을
배꼽 줄 떨어진 날부터 먹어 알아온 참외를
"이 참왼 꼭지에 갈수록 더 달다" 하는
"참외 참외" 하며 말 파는 사내 말 곧이 사
대가리 같은 박참외를
한 입 또 한 입 싱겁게 다 먹었구나

남의 말 믿고 맛을 따라
내 혀 도리어 의심하는 어리석은 계집
먹다 남은 쓰디쓴 꼭지 공중에 내던진 후
입 닦고 손 떨고 멋없이 구름 보고 서니
배는 풍랑 맞고 파선한 뱃잔등 같고
빈 주머니만 그 위에 맥없이 목을 매고 달려
지나가는 초가을 바람에 흔들 또 흔들.

8. 하나님

함석헌

몰랐네
뭐 모른지도 모른
내 가슴에 대드는 계심이었네

몰라서 겪었네
어림없이 겪어보니
찢어지게 벅찬 힘의 누름이었네

벅차서 떨었네
떨다 생각하니
야릇한 지혜의 뚫음이었네

하도 야릇해 가만히 만졌네
만지다 꼭 쥐어보니
따뜻한 사랑의 뛰놂이었네

따뜻한 그 사랑에 안겼네
푹 안겼던 꿈 깨어 우러르니
영광 그득한 빛의 타오름이었네

그득 찬 빛에 녹아버렸네
텅 비인 빈탕에 맘대로 노니니
거룩한 아버지와 하나됨이었네

모르겠네 내 오히려 모를 일이네
벅참인지 그득 참인지 겉 빔인지 속 빔인지
나 모르는 내 얼 빠져든 계심이네

9. 할미꽃

함석헌

얼음도 아니 녹아 피는 향기 갸륵커늘
고개 숙고 털옷 입어 숨기잠 웬 뜻인고
깊은 속 붉은 맘 찾는 임만 볼까 함이네.

가뜩이 덧없는 봄 채 오지 못한 적에
잠시 영화 안 누리고 질러감 웬일인고
동풍에 백발이 날아 더욱 눈물겹고나

얼음과 싸우던 뜻 아는 이 하나 없고
덧없는 한때 영화 다투는 꼴 가엾어서
흰 머리 풀어 흔들고 허허 웃는 노장부

백화요란(百花요亂) 계집년들 봄꿈 깰 줄 모르건만
서리 치는 가을 심판 어이 멀다 할 것이냐
막대로 하늘 가리켜 부르짖는 예언자

동풍 비에 머리 푸는 즐풍목우(櫛風沐雨) 저 사내야
세상이 너 모른다 슬피 한숨 짓는 거냐
온 세상 다 모른대도 눈물질 난 아니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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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천득 시 모음 23편

《1》
가을

피천득

호수가 파랄 때는
아주 파랗다

어이 저리도
저리도 파랄 수가

하늘이, 저 하늘이
가을이어라.

《2》
고백

피천득

정열
투쟁
클라이맥스
그런 말들이
멀어져 가고

풍경화
아베마리아
스피노자
이런 말들이 가까이 오다

해탈 기다려지는
어느 날 오후
걸어가는 젊은 몸매를
바라다본다

《3》
기억만이

피천득

아침 이슬 같은
무지개 같은
그 순간 있었느니

비바람 같은
파도 같은
그 순간 있었느니

구름 비치는
호수 같은
그런 순간도 있었느니

기억만이
아련한 기억만이
내리는 눈 같은
안개 같은


《4》


피천득

눈보라 헤치며
날아와

눈 쌓이는 가지에
나래를 털고

그저 얼마동안
앉아 있다가

깃털 하나
아니 떨구고

아득한 눈 속으로
사라져 가는


《5》
너는 아니다

피천득

너같이 영민하고
너같이 순수하고

너보다 가여운
너보다 좀 가여운

그런 여인이 있어
어덴가에 있어

네가 나를 만나게 되듯이
그를 내가 만난다 해도

그 여인은
너는 아니다

《6》
너는 이제

피천득

너는 이제 무서워하지 않아도 된다.
가난도 고독도 그 어떤 눈길도

너는 이제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된다.
조그마한 안정을 얻기 위하여 견디어 온 모든 타협을.

고요히 누워서 네가 지금 가는 곳에는
너같이 순한 사람들과 이제는 순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다 같이 잠들어 있다.

《7》
노 젓는 소리

피천득

달밤에 들려오는
노 젓는 소리

만나러 가는 배인가
만나고 오는 배인가

느린 노 젓는 소리
만나고 오는 배겠지

《8》
눈물

피천득

간다 간다 하기에
가라 하고는

가나 아니가나
문틈으로 내다보니

눈물이 앞을 가려
보이지 않아라

《9》
단풍

피천득

단풍이 지오
단풍이 지오
핏빛 저 산을 보고 살으렸더니
석양에 불붙는 나뭇잎같이 살으렸더니

단풍이 지오
단풍이 지오

바람에 불려서 떨어지오
흐르는 물 위에 떨어지오

《10》
부활절에 드리는 기도

피천득

이 성스러운 부활절에
저희들의 믿음이
부활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저희들이
당신의 뜻에 순종하는
그 마음이 살아나게 하여 주시옵소서.

권력과 부정에 굴복하지 아니하고,
정의와 사랑을 구현하는
그 힘을 저희에게 주시옵소서.

《11》
새해

피천득

새해는 새로워라
아침같이 새로워라

너 나무들 가지를 펴며
하늘로 향하여 서다

봄비 꽃을 적시고
불을 뿜는 팔월의 태양

거센 한 해의 풍우를 이겨
또 하나의 연륜이 늘리라

하늘을 향한 나무들
뿌리는 땅 깊이 박고

새해는 새로워라
아침같이 새로워라

《12》
시월

피천득

친구 만나고
울 밖에 나오니

가을이 맑다
코스모스

노란 포플러는
파란 하늘에


《13》
어떤 유화

피천득

오래 된 유화가 갈라져
깔렸던 색채가 솟아오른다

지워 버린
지워 버린 그 그림의

《14》
연가

피천득

훗날 잊혀지면
생각하지 아니 하리라

이따금 생각나면
잊으리도 아니하리라

어느 날 문득 만나면
잘 사노라 하리라

훗날 잊혀지면
잊은 대로 살리라

이따금 생각나면
생각나는 대로 살리라

어느 날 문득 만나면
웃으면 지나치리라

《15》
연정

피천득

따스한 차 한잔에
토스트 한 조각만 못한 것
포근하고 아늑한 장갑 한 짝만 못한 것
잠깐 들렀던 도시와 같이 어쩌다 생각나는 것

《16》
오월

피천득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 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어 있는 비취가락지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
전나무의 바늘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

스물 한 살 나이였던 오월.
불현듯 밤차를 타고 피서지에 간 일이 있다.
해변가에 엎어져 있는 보트, 덧문이 닫혀 있는 별장들...
그러나 시월같이 쓸쓸하지는 않았다.
가까이 보이는 섬들이 생생한 색이었다.

得了愛情痛苦 득료애정통고 - 얻었도다, 애정의 고통을
失了愛情痛苦 실료애정통고 - 버렸도다, 애정의 고통을
젊어서 죽은 중국 시인의 이 글귀를 모래 위에 써 놓고
나는 죽지 않고 돌아왔다.

신록을 바라다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
나는 오월 속에 있다.
연한 녹색은 나날이 번져 가고 있다.
어느덧 짙어지고 말 것이다.
머문 듯 가는 것이 세월인 것을.
유월이 되면 '원숙한 여인'같이 녹음이 우거지리라.
그리고 태양은 정열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

밝고 맑고 순결한 오월은 지금 가고 있다.

《17》
우정

피천득

등덩굴 트레이스 밑에 있는 세사발
손을 세사 속에 넣으면 물기가 있어 차가웠다.
왼손이 들어있는 세사위를 바른 손바닥으로
두들기다가 왼손을 가만히 빼내면
두꺼비집이 모래 속에 작은 토굴같이 파진다.
손에 묻은 모래가 내 눈으로 들어갔다.
영이는 제 입을 내 눈에 갖다대고
불어주느라고 애를 썼다.

한참 그러다가 제 손가락에 묻었던 모래가
내 눈으로 더 들어갔다.
나는 눈물을 흘리며 울었다.
영이도 울었다. 둘이서 울었다.
어느 날 나는 영이 보고
배가 고프면 골치가 아파진다고 그랬다.
"그래 그래" 하고 영이는 반가워하였다.
그때같이 영이가 좋은 때는 없었다.

《18》
이 순간

피천득

이 순간 내가
별을 쳐다본다는 것은
그 얼마나 화려한 사실인가

오래지 않아 내 귀가 흙이 된다 하더라도
이 순간 내가
제9교향곡을 듣는다는 것은
그 얼마나 찬란한 사실인가

그들이나를 잊고
내 기억 속에서 없어진다 하더라도
이 순간 내가
친구들과 웃고 이야기한다는 것은
그 얼마나 즐거운 사실인가

《19》
저녁때

피천득

긴 치맛자락을 끌고
해가 산을 넘어갈 때

바람은 쉬고
호수는 잠들고

나무들 나란히 서서
가는 해를 전송할 때

이런 때가 저녁때랍니다
이런 때가 저녁때랍니다

《20》
축복

피천득

나무가 강가에 서 있는 것은
얼마나 복된 일일까요

나무가 되어 나란히 서 있는 것은
얼마나 복된 일일까요

새들이 하늘을 나는 것은
얼마나 기쁜 일일까요

새들이 되어 나란히 나는 것은
얼마나 기쁜 일일까요

《21》
후회

피천득

산길이 호젓다고 바래다 준 달
세워 놓고 문 닫기 어렵다 거늘
나비같이 비에 젖어 찾아온 그를
잘 가라 한 마디로 보내었느니

《22》
기다림

피천득

아빠는 유리창으로
살며시 들여다보았다

뒷머리 모습을 더듬어
아빠는 너를 금방 찾아냈다

너는 선생님을 쳐다보고
웃고 있었다

아빠는 운동장에서
종 칠 때를 기다렸다

《23》
잊으시구려

피천득

잊으시구려
꽃이 잊혀지는 것 같이
한때 금빛으로 노래하던
불길이 잊혀지듯이
영원히 영원히 잊으시구려
시간은 친절한 친구
그는 우리를 늙게 합니다.

누가 묻거든 잊었다고
예전에 예전에 잊었다고.
꽃과 같이 불과 같이
오래 전에 잊혀진
눈 위의 고요한 발자국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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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기 시 모음 15편

《1》
강가에서

이형기

물을 따라
자꾸 흐를라 치면

네가 사는 바다 밑에
이르리라고

풀잎 따서
작은 그리움 하나

편지하듯 이렇게
띄워 보낸다.

《2》
귀로(歸路)

이형기

이제는 나도 옷깃을 여미자
마을에는 등불이 켜지고
사람들은 저마다
복된 저녁상을 받고 앉았을 게다

지금은
이 언덕길을 내려가는 시간,
한오큼 내 각혈의
선명한 빛깔 우에 바람이 불고
지는 가랑잎처럼
나는 이대로 외로워서 좋다

눈을 감으면
누군가 말없이 울고 간
내 마음 숲 속 길에

가을이 온다
내 팔에 안기기에는 너무나 벅찬
숭엄(崇嚴)한 가을이
아무데서나 나를 향하여 밀려든다.

《3》
그 해 겨울의 눈

이형기

그 해 겨울의 눈은
언제나 한밤 중 바다에 내렸다

희뿌옇게 한밤 중 어둠을 밝히듯
죽은 여름의 반딧벌레들이 일제히
싸늘한 불빛으로 어지럽게 흩날렸다

눈송이는 바다에 녹지 않았다
녹기 전에 또 다른 송이가 떨어졌다
사라짐과 나타남
나타남과 사라짐이 함께 돌아가는
무성 영화 시대의 환상의 필름

덧없는 목숨을
혼신의 힘으로 확인하는 드라마
클라이막스 밖에 없는 화면들이
관객 없는 스크린을 가득 채웠다

언제나 한밤 중 바다에 내린
그 해 겨울의 눈
그것은 꽃보다 화려한 낭비였다

《4》
그대

이형기

1.
머라고 말을 한다는 것은
참 믿을 수 없는 일이다.
손목을 쥔 채
그냥 더워 오는 우리들의 체온......

내 손바닥에
점 찍힌 하나의 슬픔이 있을 때
벌판을 적시는 강물처럼
폭 넓은 슬픔으로 오히려
다사로운 그대.

2.
이만치 적당한 거리를 두고
내가 그대를 부른다
그대가 또한 나를 부른다.

멀어질 수도 없는
가까와질 수도 없는
이 엄연한 사랑의 거리 앞에서
나의 울음은 참회와 같다.

3.
제야의 촛불처럼
나 혼자
황홀히 켜졌다간
꺼져 버리고 싶다.

외로움이란
내가 그대에게
그대가 나에게
서로 등을 기대고 울고 있는 것이다.

《5》


이형기

빈 들판이다
들판 가운데 길이 나 있다
가물가물 한 가닥
누군가 혼자 가고 있다
아 소실점!
어느새 길도 그도 없다
없는 그 저쪽은 낭떠러지
신의 함정
그리고 더 이상은 아무도 모르는
길이 나 있다 빈 들판에

그래도 또 누군가 가고 있다
역시 혼자다

《6》
나뭇잎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형기

나뭇잎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한 세기 전의 해적선이 바다를 누빈다.
나뭇잎만큼 많은 돛을 달고
그 어떤 격랑도 지울 수 없는
벌레 먹은 항적(抗跡)

나뭇잎을 다시 들여다보면
나무가 뿌리채
그 밑바닥에 침몰해 있다.
파들파들 떨리는 단말마의
손짓
잎사귀들이

《7》
낙 화

이형기

가야 할 때를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 철
격정을 인내 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 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인 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8》
들길

이형기

고향은

가난하게 돌아오는 그로하여 좋다.
지닌 것 없이
혼자 걸어가는
들길의 의미

백지에다 한 가닥
선을 그어 보아라
백지에 가득 차는
선의 의미

아 내가 모르는 것을,
내가 모르는 그 절망을
비로소 무엇인가 깨닫는 심정이
왜 이처럼 가볍고 서글픈가.

편히 쉰다는 것
누워서 높이 울어 흡족한
꽃 그늘
그 무한한 안정에 싸여
들길을 간다.

《9》

이형기


寂寞江山(적막 강산)에 비 내린다
늙은 바람기
먼 산 변두리를 슬며시 돌아서
저문 창가에 머물 때
저버린 일상 으슥한 평면에
가늘고 차운 것이 비처럼 내린다
나직한 구름 자리
타지 않는 日暮(일모).....
텅 빈 내 꿈 뒤란에
시든 잡초 적시며 비는 내린다
지금은 누구나
가진 것 하나하나 내놓아야 할 때
풍경은 正座(정좌)하고
산은 멀리 물러앉아 우는데
나를 에워싼 적막 강산
그저 이렇게 저문다
살고 싶어라
사람 그리운 정에 못 이겨
차라리 사람 없는 곳에 살아서
淸明(청명)과 不安(불안)
期待(기대)와 虛無(허무)
천지에 자욱한 가랑비 내린다
아 이 적막 강산에 살고 싶어라

《10》
비 오는 날

이형기

오늘
이 나라에 가을이 오나보다.
노을도 갈앉는
저녁 하늘에
눈 먼 우화는 끝났다더라
한 색 보라로 칠을 하고
길 아닌 천리를
더듬어 가면

푸른 꿈도 한나절 비를 맞으며
꽃잎 지거라
꽃잎 지거라

산 넘어 산 넘어서 네가 오듯
이 나라에 가을이 오나보다.

《11》


이형기

산은 조용히 비에 젖고 있다.
밑도 끝도 없이 내리는 가을비
가을비 속에 진좌(鎭座)한 무게를
그 누구도 가늠하지 못한다.
표정은 뿌연 시야에 가리우고
다만 윤곽만을 드러낸 산
천 년 또는 그 이상의 세월이
오후 한때 가을비에 젖는다.
이 심연 같은 적막에 싸여
조는 둥 마는 둥
아마도 반쯤 눈을 감고
방심무한(放心無限) 비에 젖는 산
그 옛날의 격노(激怒)의 기억은 간 데 없다.
깎아지른 절벽도 앙상한 바위도
오직 한 가닥
완만한 곡선에 눌려 버린 채
어쩌면 눈물 어린 눈으로 보듯
가을비 속에 어룽진 윤곽
아 아 그러나 지울 수 없다.

《12》
초상정사草上精思

이형기

풀밭에 호올로 눈을 감으면
아무래도 누구를
기다리는 것 같다.

연못에 구름이 스쳐가듯이
언젠가 내 작은 가슴을 고이 스쳐간
서러운 그림자가 있었나 보다.

마치 스스로의 더운 입김에
모란이 뚝뚝 져버린 듯이
한없이 나를 울리나 보다.

누구였기에
누구였기에
아아 진정 누구였기에......

풀밭에 호올로 눈을 감으면
어디선가 단 한 번 만난 사람을
아무래도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13》
코스모스

이형기

자꾸만 트이고 싶은 마음에
하야니 꽃 피는 코스모스였다.

돌아서며 돌아서며 연신 부딪치는
물결 같은 그리움이었다.

송두리째 희망도 절망도
불타지 못하고 육신

머리를 박고 쓰러진 코스모스는
귀뚜리 우는 섬돌 가에
몸부림쳐 새겨진 어둠이었다.

그러기에 더욱
흐느끼지 않는 설움 호올로 달래며
목이 가늘도록 참아내련다.

까마득한 하늘가에
나의 가슴이 파랗게 부서지는 날
코스모스는 지리라

《14》
폭포

이형기

그대 아는가
나의 등판을
어깨에서 허리까지 길게 내리친
시퍼런 칼자욱을 아는가.

질주하는 전율과
전율 끝에 단말마를 꿈꾸는
벼랑의 직립
그 위에 다시 벼랑은 솟는다.

그대 아는가
석탄기의 종말을
그 때 하늘 높이 날으던
한 마리 장수잠자리의 추락을.

나의 자랑은 자멸이다.
무수한 복안들이
그 무수한 수정체가 한꺼번에
박살나는 맹목의 눈보라

그대 아는가
나의 등판에 폭포처럼 쏟아지는
시퍼런 빛줄기
2억 년 묵은 이 칼자욱을 아는가.

《15》
호수

이형기

어길 수 없는 약속처럼
나는 너를 기다리고 있다

나무와 같이 무성했던 청춘이
어느덧 잎지는 이 호수가에서
호수처럼 눈을 뜨고 밤을 새운다.

이제는 사랑은 나를 울리지 않는다.
조용히 우러르는 눈이 있을 뿐이다.

불고가는 바람에도
불고가는 바람처럼 떨던 것이
이렇게 잠잠해 질 수 있는 신비는
어디서 오는가

참으로 기다림이란
이 차고 슬픈 호수같은 것을
또 하나 마음 속에 지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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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육사 시 모음 17편

1. 광야

이육사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 없는 광음을
부즈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나리고
매화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2. 교목

이육사

푸른 하늘에 닿을듯이
세월에 불타고 우뚝 남아서셔
차라리 봄도 꽃피진 말어라.

낡은 거미집 휘두르고
끝없는 꿈길에 혼자 설내이는
마음은 아예 뉘우침 아니라

검은 그림자 쓸쓸하면
마침내 호수(湖水)속 깊이 거꾸러저
참아 바람도 흔들진 못해라.

3. 꽃

이육사

동방은 하늘도 다 끝나고
비 한방울 나리잖는 그때에도
오히려 꽃은 빨갛게 피지 않는가
내 목숨을 꾸며 쉬임 없는 날이여

북(北)쪽「쓴드라」에도 찬 새벽은
눈속 깊이 꽃 맹아리가 옴자거려
제비떼 까맣게 날라오길 기다리나니
마침내 저바리지 못할 약속(約束)이며!

한 바다복판 용솟음 치는 곳
바람결 따라 타오르는 꽃성(城)에는
나비처럼 취(醉)하는 회상(回想)의 무리들아
오늘 내 여기서 너를 불러 보노라

4. 남한산성

이육사

넌 제왕(帝王)에 길들인 교룡(蛟龍)
화석(化石) 되는 마음에 이끼가 끼어

승천하는 꿈을 길러 준 열수(洌水)
목이 째지라 울어예 가도

저녁 놀빛을 걷어 올리고
어디 비바람 있음직도 않아라.

5. 노정기

이육사

목숨이란 마치 깨여진 배쪼각

여기저기 흩어져 마을이 구죽죽한 어촌(漁村)보담 어설프고
삶의 틔끌만 오래묵은 포범(布帆)처럼 달아매였다.

남들은 기뻤다는 젊은 날이었것만
밤마다 내 꿈은 서해(西海)를 밀항(密航)하는 「짱크」와 같애
소금에 절고 조수(潮水)에 부프러 올랐다.

항상 흐렸한밤 암초(暗礁)를 벗어나면 태풍(颱風)과 싸워가고
전설(傳說)에 읽어본 산호도(珊瑚島)는 구경도 못하는
그곳은 남십자성(南十字星)이 비쳐주도 않았다.

쫓기는 마음 지친 몸이길래
그리운 지평선(地平線)을 한숨에 기오르면
시궁치는 열대식물(熱帶植物)처럼 발목을 오여쌋다

새벽 밀물에 밀려온 거미이냐
다 삭아빠즌 소라 깍질에 나는 붙어 왔다.
머-ㄴ 항구(港口)의 노정(路程)에 흘러간 생활(生活)을 드려다보며

6. 말

이육사

흐트러진 갈기
후줄근한 눈
밤송이 같은 털
오! 먼 길에 지친 말
채찍에 지친 말이여!

수굿한 목통
축 처―진 꼬리
서리에 번쩍이는 네 굽
오! 구름을 헤치려는 말
새해에 소리칠 흰말이여!

7. 바다의 마음

이육사

물새 발톱은 바다를 할퀴고
바다는 바람에 입김을 분다.
여기 바다의 은총(恩寵)이 잠자고잇다.

흰 돛(白帆)은 바다를 칼질하고
바다는 하늘을 간질여 본다.
여기 바다의 아량(雅量)이 간직여 있다.

낡은 그물은 바다를 얽고
바다는 대륙(大陸)을 푸른 보로 싼다.
여기 바다의 음모(陰謀)가 서리어 있다

8. 반묘(班猫)

이육사

어느 사막의 나라 유폐된 후궁(后宮)의 넋이기에
몸과 마음도 아롱져 근심스러워라

칠색(七色) 바다를 건너서 와도 그냥 눈동자에
고향의 황혼을 간직해 서럽지 않뇨.

사람의 품에 깃들면 등을 굽히는 짓새
산맥을 느낄사록 끝없이 게을러라.

그 적은 포효는 어느 조선(祖先) 때 유전이길래
마노(瑪瑙)의 노래야 한층 더 잔조로우리라.

그보다 뜰 아래 흰나비 나즉이 날아올 땐
한낮의 태양과 튤립 한 송이 지킴직하고

9. 산

이육사

바다가 수건을 날여 부르고
난 단숨에 뛰여 달여서 왔겠죠
천금(千金)같이 무거운 엄마의 사랑을
헛된 항도(航圖)에 역겨 보낸날

그래도 어진 태양(太陽)과 밤이면 뭇별들이
발아래 깃드려 오고

그나마 나라나라를 흘러 다니는
뱃사람들 부르는 망향가(望鄕歌)

그야 창자를 끊으면 무얼하겠오

10. 소년에게

이육사

차디찬 아침이슬
진주가 빛나는 못가
연(蓮)꽃 하나 다복히 피고

소년(少年)아 네가 낳다니
맑은 넋에 깃드려
박꽃처럼 자랐세라

큰강(江) 목놓아 흘러
여을은 흰 돌쪽마다
소리 석양(夕陽)을 새기고

너는 준마(駿馬) 달리며
죽도(竹刀) 져 곧은 기운을
목숨같이 사랑했거늘

거리를 쫓아 단여도
분수(噴水)있는 풍경(風景)속에
동상답게 서봐도 좋다

서풍(西風) 뺨을 스치고
하늘 한가 구름 뜨는곳
희고 푸른 지음을 노래하며

그래 가락은 흔들리고
별들 춥다 얼어붙고
너조차 미친들 어떠랴

11. 잃어진 고향

이육사

제비야
너도 고향(故鄕)이 있느냐
그래도 강남(江南)을 간다니
저노픈 재우에 힌 구름 한쪼각

제깃에 무드면
두날개가 촉촉이 젓겠구나

가다가 푸른숲우를 지나거든
홧홧한 네 가슴을 식혀나가렴

불행(不幸)이 사막(沙漠)에 떠러져 타죽어도
아이서려야 않겠지

그야 한떼 나라도 홀로 높고 빨라
어느 때나 외로운 넋이였거니

그곳에 푸른하늘이 열리면
엇저면 네새고장도 될법하이.

12. 자야곡

이육사

수만호 빛이래야할 내 고향이언만
노랑나비도 오잖는 무덤우에 이끼만 푸르러라.

슬픔도 자랑도 집어삼키는 검은 꿈
파이프엔 조용히 타오르는 꽃불도 향기론데

연기는 돛대처럼 나려 항구에 들고
옛날의 들창마다 눈동자엔 짜운 소금이 저려

바람 불고 눈보래 치잖으면 못살이라
매운 술을 마셔 돌아가는 그림자 발자최소리

숨막힐 마음속에 어데 강물이 흐르느뇨
달은 강을 따르고 나는 차듸찬 강맘에 드리느라

수만호 빛이랴야할 내 고향이언만
노랑나비도 오잖는 무덤우에 이끼만 푸르러라.

13. 절정(絶頂)

이육사

매운 계절의 채찍에 갈겨
마침내 북방으로 휩쓸려오다.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
서릿발 칼날 진 그 위에 서다

어디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
한 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다.

그러매 눈감고 생각해 볼 밖에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14. 청포도

이육사

내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

이 마음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닷가 가슴을 열고
靑袍(청포)를 입고 찾아온다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먹으며
두 손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15. 파초

이육사

항상 앓는 나의 숨결이 오늘은
해월(海月)처럼 게을러 은(銀)빛 물결에 뜨나니

파초(芭蕉) 너의 푸른 옷깃을 들어
이닷 타는 입술을 추겨주렴

그 옛적 『사라센』의 마즈막 날엔
기약(期約)없이 흩어진 두낱 넋이었어라

젊은 여인(女人)들의 잡아 못논 소매끝엔
고은 손금조차 아즉 꿈을 짜는데

먼 성좌(星座)와 새로운 꽃들을 볼때마다
잊었던 계절(季節)을 몇번 눈우에 그렷느뇨

차라리 천년(千年)뒤 이 가을밤 나와 함께
비ㅅ소리는 얼마나 긴가 재어보자

그리고 새벽하늘 어데 무지개 서면
무지개 밟고 다시 끝없이 헤여지세

16. 편복

이육사

광명을 배반한 아득한 동굴에서
다 썩은 들보라 무너진 성채 위 너 홀로 돌아다니는
가엾은 박쥐여! 어둠의 왕자여!

쥐는 너를 버리고 부자집 곳간으로 도망했고
대붕도 북해로 날아간 지 이미 오래거늘
검은 세기의 상장이 갈가리 찢어질 긴 동안
비둘기 같은 사랑을 한번도 속삭여 보지도 못한
가엾은 박쥐여! 고독한 유령이여!

앵무와 함께 종알대여 보지도 못하고
딱따구리처럼 고목을 쪼아 울리지도 못하거니
마노보다 노란 눈깔은 유전을 원망한들 무엇하랴

서러운 주문일사 못 외일 고민의 이빨을 갈며
종족과 홰를 잃어도 갈곳조차 없는
가엾은 박쥐여! 영원한 보헤미안의 넋이여!

제 정열에 못 이겨 타서 죽은 불사조는 아닐 망정
공산 잠긴 달에 울어 새는 두견새 흘리는 피는
그래도 사람의 심금을 흔들어 눈물을 짜내지 않는가!

날카로운 발톱이 암사슴의 연한 간을 노려도 봤을
너의 먼-선조의 영화롭든 한시절 역사도
이제는 아이누의 가계와도 같이 서러워라
가엾은 박쥐여! 멸망하는 겨레여!

운명의 제단에 가늘게 타는 향불마자 꺼졌거든
그 많은 새즘생에 빌붙일 애교라도 가졌단 말가?
상금조처럼 고운 뺨을 채롱에 팔지도 못하는 너는
한토막 꿈조차 못 꾸고 다시 동굴로 돌아가거니
가엾은 박쥐여! 검은 화석의 요정이여!

17. 황혼

이육사

내 골ㅅ방의 커-텐을 걷고
정성된 마음으로 황혼(黃昏)을 맞아드리노니
바다의 흰 갈메기들 같이도
인간(人間)은 얼마나 외로운것이냐

황혼(黃昏)아 네 부드러운 손을 힘껏 내밀라
내 뜨거운 입술을 맘대로 맞추어보련다
그리고 네 품안에 안긴 모든것에
나의 입술을 보내게 해다오

저-십이(十二) 성좌(星座)의 반짝이는 별들에게도
종(鍾)ㅅ소리 저문 삼림(森林) 속 그윽한 수녀(修女)들에게도
쎄멘트 장판우 그 많은 수인(囚人)들에게도
의지할 가지없는 그들의 심장(心臟)이 얼마나 떨고 있는가

『고비』사막(沙漠)을 걸어가는 낙타(駱駝)탄 행상대(行商隊)에게나
『아프리카』 녹음(綠陰)속 활 쏘는 토인(土人)들에게라도,
황혼(黃昏)아 네 부드러운 품안에 안기는 동안이라도
지구(地球)의 반(半)쪽만을 나의 타는 입술에 맡겨다오

내 오월(五月)의 골ㅅ방이 아늑도 하니
황혼(黃昏)아 내일(來日)도 또 저-푸른 커-텐을 걷게 하겠지
정정(情情)히 사라지긴 시내ㅅ물 소리 같아서
한번 식어지면 다시는 돌아올 줄 모르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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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시 모음 15편

1. 풀

김수영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 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도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 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2. 푸른 하늘을

김수영

푸른 하늘을 제압하는
노고지리가 자유로왔다고
부러워하던
어느 시인의 말은 수정되어야 한다.

자유를 위해서
비상(飛翔)하여본 일이 있는
사람이면 알지
노고지리가
무엇을 보고
노래하는가를
어째서 자유에는
피의 냄새가 섞여 있는가를
혁명은
왜 고독한 것인가를

혁명은
왜 고독해야 하는 것인가를.

3. 절망

김수영

풍경이 풍경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곰팡이 곰팡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여름이 여름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속도가 속도를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졸렬과 수치가 그들 자신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바람은 딴 데서 오고
구원은 예기치 않는 순간에 오고
절망은 끝까지 그 자신을 반성하지 않는다

4. 詩

김수영

신앙(信仰)이 動하지 않는 건지
動하지 않는 게
신앙(信仰)인지 모르겠다
나비야 우리 방으로 가자
어제의 詩를 다시 쓰러 가자

5. 사랑

김수영

어둠 속에서도 불빛 속에서도 변치 않는
사랑을 배웠다 너로해서

그러나 너의 얼굴은
어둠에서 불빛으로 넘어가는
그 찰라(刹那)에 꺼졌다 살아났다
너의 얼굴은 그만큼 불안하다

번개처럼
번개처럼
금이 간 너의 얼굴은

6. 밤

김수영


부정한 마음아

밤이 밤의 창을 때리는구나

너는 이런 밤을 무수한 거부 속에 헛되이 보냈구나

또 지금 헛되이 보내고 있구나

하늘아래 비치는 별이 아깝구나

사랑이여

무된 밤에는 무된 사람을 축복하자

7. 눈

김수영

눈은 살아 있다
떨어진 눈은 살아있다
마당 위에 떨어진 눈은 살아있다

기침을 하자
젊은 詩人이여 기침을 하자
눈 위에 대고 기침을 하자
눈더러 보라고 마음놓고 마음놓고
기침을 하자

눈은 살아있다
죽음을 잊어버린 靈魂과 肉體를 위하여
눈은 새벽이 지나도록 살아있다

기침을 하자
젊은 詩人이여 기침을 하자
눈을 바라보며
밤새도록 고인 가슴의 가래라도
마음껏 뱉자

8. 나비의 무덤

김수영

나비의 몸이야 제철이 가면 죽지만은
그의 몸에 붙은 고운 지분은
겨울의 어느 차디찬 등잔 밑에서 죽어 없어지리라
그러나
고독한 사람의 죽음은 이러하지는 않다

나는 노염으로 사무친 정의 소재를 밝히지 아니하고
운명에 거역할 수 있는
큰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
여기에 밀려내려간다

등잔은 바다를 보고
살아있는 듯이 나비가 죽어누운
무덤 앞에서
나는 나의 할 일을 생각한다

나비의 지분이
그리고 나의 나이가
무서운 인생의 공백을 가르쳐주려 할 때

나비의 지분에
나의 나이가 덮이려 할 때
나비야
나는 긴 숲속을 헤치고
너의 무덤을 다시 찾아오마

물소리 새소리 낯선 바람소리 다시 듣고
모자의 정보다 부부의 의리보다
더욱 뜨거운 너의 입김에
나의 고독한 정신을 녹이면서 우마

오늘이 있듯이 그 날이 있는
두겹 절벽 가운데에서
오늘은 오늘을 담당하지 못하니
너의 가슴 우에서는
나 대신 값없는 낙엽이라도 울어줄 것이다

나비야 나비야 더러운 나비야
네가 죽어서 지분을 남기듯이
내가 죽은 뒤에는
고독의 명맥을 남기지 않으려고
나는 이다지도 주야를 무릅쓰고 애를 쓰고 있단다

9. 거미

김수영

내가 으스러지게 설움에 몸을 태우는 것은 내가 바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그 으스러진 설움의 풍경마저 싫어진다.

나는 너무나 자주 설움과 입을 맞추었기 때문에

가을바람에 늙어 가는 거미처럼 몸이 까맣게 타버렸다.

10. 그 방을 생각하며

김수영


革命은 안되고 나는 방만 바꾸어버렸다
그 방의 벽에는 싸우라 싸우라 싸우라는 말이
헛소리처럼 아직도 어둠을 지키고 있을 것이다

나는 모든 노래를 그 방에 함께 남기고 왔을 게다
그렇듯 이제 나의 가슴은 이유 없이 메말랐다
그 방의 벽은 나의 가슴이고 나의 四肢일까
일하라 일하라 일하라는 말이
헛소리처럼 아직도 나의 가슴을 울리고 있지만
나는 그 노래도 그 전의 노래도 함께 다 잊어버리고 말았다
革命은 안되고 나는 방만 바꾸어버렸다
나는 인제 녹슬은 펜과 뼈와 狂氣---
실망의 가벼움을 재산으로 삼을 줄 안다
이 가벼움 혹시나 역사일지도 모르는
이 가벼움을 나는 나의 재산으로 삼았다

革命은 안되고 나는 방만 바꾸었지만
나의 입 속에는 달콤한 의지의 殘滓 대신에
다시 쓰디쓴 냄새만 되살아났지만

방을 잃고 낙서를 잃고 기대를 잃고
노래를 잃고 가벼움마저 잃어도

이제 나는 무엇인지 모르게 기쁘고
나의 가슴은 이유 없이 풍성하다

11. 矜持의 날

김수영

너무나 잘 아는
순환의 원리를 위하여
나는 피로하였고
또 나는
영원히 피로할 것이기에
구태여 옛날을 돌아보지 않아도
설움과 아름다움을 대신하여 있는 나의 긍지
오늘은 필경 긍지의 날인가보다

내가 살기 위하여
몇개의 번개같은 환상이 필요하다 하더라도
꿈은 교훈
청춘 물 구름
피로들이 몇 배의 아름다움을 가하여 있을 때도
나의 원천과 더불어
나의 최종점은 긍지
파도처럼 요동하여
소리가 없고
비처럼 퍼부어
젖지 않는 것

그리하여
피로도 내가 만드는 것
긍지도 내가 만드는 것
그러할 때면 나의 몸은 항상
한치를 더 자라는 꽃이 아니더냐
오늘은 필경 여러가지를 합한 긍지의 날인가보다
암만 불러도 싫지 않은 긍지의 날인가보다
모든 설움이 합쳐지고 모든 것이 설움으로 돌아가는
긍지의 날인가보다
이것이 나의 날
내가 자라는 날인가보다

12. 꽃잎(一)

김수영

누구한테 머리를 숙일까
사람이 아닌 평범한 것에
많이는 아니고 조금
벼를 터는 마당에서 바람도 안 부는데
옥수수잎이 흔들리듯 그렇게 조금

바람의 고개는 자기가 일어서는줄
모르고 자기가 가닿는 언덕을
모르고 거룩한 산에 가닿기
전에는 즐거움을 모르고 조금
안 즐거움이 꽃으로 되어도
그저 조금 꺼졌다 깨어나고

언뜻 보기엔 임종의 생명같고
바위를 뭉개고 떨어져내릴
한 잎의 꽃잎같고
革命같고
먼저 떨어져내린 큰 바위같고
나중에 떨어진 작은 꽃잎같고

나중에 떨어져내린 작은 꽃잎같고

13. 달나라의 장난

김수영

팽이가 돈다
어린아이이고 어른이고 살아가는 것이 신기로워
물끄러미 보고 있기를 좋아하는 나의 너무 큰 눈 앞에서
아이가 팽이를 돌린다
살림을 사는 아이들도 아름다웁듯이
노는 아이도 아름다워 보인다고 생각하면서
손님으로 온 나는 이집 주인과의 이야기도 잊어버리고
또한번 팽이를 돌려주었으면 하고 원하는 것이다
도회안에서 쫓겨다니는 듯이 사는
나의 일이며
어느 소설보다도 신기로운 나의 생활이며
모두 다 내던지고
점잖이 앉은 나의 나이와 나이가 준 나의 무게를 생각하면서
정말 속임없는 눈으로
지금 팽이가 도는 것을 본다
그러면 팽이가 까맣게 변하여 서서 있는 것이다
누구 집을 가보아도 나 사는 곳보다는 여유가 있고
바쁘지도 않으니
마치 별세계 같이 보인다
팽이가 돈다
팽이가 돈다
팽이 밑바닥에 끈을 돌려 매이니 이상하고
손가락 사이에 끈을 한끝 잡고 방바닥에 내어던지니
소리없이 회색빛으로 도는 것이
오래 보지 못한 달라라의 장난같다
팽이가 돈다
팽이가 돌면서 나를 울린다
제트기 벽화 밑의 나보다 더 뚱뚱한 주인 앞에서
나는 결코 울어야 할 사람은 아니며
영원히 나 자신을 고쳐가야 할 운명과 사명에 놓여있는 이 밤에
나는 한사코 방심조차 하여서는 아니될 터인데
팽이는 나를 비웃는 듯이 돌고 있다
비행기 프로펠러보다는 팽이가 기억이 멀고
강한 것보다는 약한 것이 더 많은 나의 착한 마음이기에
팽이는 지금 수천년전의 聖人과 같이
내 앞에서 돈다
생각하면 서러운 것인데
너도 나도 스스로 도는 힘을 위하여
공통된 그 무엇을 위하여 울어서는 아니된다는 듯이
서서 돌고 있는 것인가
팽이가 돈다
팽이가 돈다

14. 사랑의 변주곡(戀奏曲)

김수영

욕망이여 입을 열어라 그 속에서
사랑을 발견하겠다 都市의 끝에
사그러져가는 라디오의 재갈거리는 소리가
사랑처럼 들리고 그 소리가 지워지는
강이 흐르고 그 강건너에 사랑하는
암흑이 있고 三월을 바라보는 마른나무들이
사랑의 봉오리를 준비하고 그 봉오리의
속삼임이 안개처럼 이는 저쪽에 쪽빛
산이

사랑의 기차가 지나갈 때마다 우리들의
슬픔처럼 자라나고 도야지우리의 밥찌끼
같은 서울의 등불을 무시한다
이제 가시뱥 덩쿨장미의 기나긴 가시가지
까지도 사랑이다

왜 이렇게 벅차게 사랑의 숲은 밀려닥치느냐
사랑의 음식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 때까지

난로 위에 끓어오르는 주전자의 물이 아슬
아슬하게 넘지 않는 것처럼 사랑의 節度는
열렬하다
間斷도 사랑
이 방에서 저 방으로 할머니가 계신 방에서
심부름하는 놈이 있는 방까지 죽음같은
암흑 속을 고양이의 반짝거리는 푸른 눈망울처럼
사랑이 이어져가는 밤을 안다
그리고 이 사랑을 만드는 기술을 안다
눈을 떴다 감는 기술---불란서혁명의 기술
최근 우리들이 四.一九에서 배운 기술
그러나 이제 우리들은 소리내어 외치지 않는다

복사씨와 살구씨와 곶감씨의 아름다운 단단함이여
고요함과 사랑이 이루어놓은 暴風의 간악한
信念이여
봄베이도 뉴욕도 서울도 마찬가지다
信念보다도 더 큰
내가 묻혀사는 사랑의 위대한 도시에 비하면
너는 개미이냐

아들아 너에게 狂信을 가르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사랑을 알 때까지 자라라
人類의 종언의 날에
너의 술을 다 마시고 난 날에
美大陸에서 石油가 고갈되는 날에
그렇게 먼 날까지 가기 전에 너의 가슴에
새겨둘 말을 너는 都市의 疲勞에서
배울 거다
이 단단한 고요함을 배울 거다
복사씨가 사랑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할 거다!
복사씨와 살구씨가
한번은 이렇게
사랑에 미쳐 날뛸 날이 올 거다!
그리고 그것은 아버지같은 잘못된 시간의
그릇된 冥想이 아닐 거다

15.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김수영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王宮)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 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20원을 받으러 세번씩 네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앞에 정서로
가로놓여 있다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부산에 포로수용소의 제14야전병원에 있을 때
정보원이 너어스들과 스폰지를 만들고 거즈를
개키고 있는 나를 보고 포로경찰이 되지 않느다고
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
너어스들 옆에서


지금도 내가 반항하고 있는 것은 이 스폰지 만들기와
거즈 접고 있는 일과 조금도 다름없다
개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 비명을 지고
머리도 피도 안 마른 애놈의 투정에 진다
떨어지는 은행나무잎도 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


아무래도 나는 비켜서 있다 절정 위에는 서 있지
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서 있다
그리고 조금쯤 옆에 서 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쟁이에게
땅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쟁이에게
구청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에게 20원 때문에 10원 때문에 1원 때문에
우습지 않으냐 1원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마큼 적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적으냐
정말 얼마큼 적으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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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님 시모음 스무편

1. 자화상

윤동주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읍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읍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읍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읍니다.

2. 참회록

윤동주

파란 녹이 낀 구리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 만 24년 1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왔던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을 써야 한다.
- 그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을 했던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 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 온다.

3. 편지

윤동주

그립다고 써보니 차라리 말을 말자
그냥 긴 세월이 지났노라고만 쓰자
긴긴 사연을 줄줄이 이어
진정 못 잊는다는 말을 말고
어쩌다 생각이 났었노라고만 쓰자

그립다고 써보니 차라리 말을 말자
그냥 긴 세월이 지났노라고만 쓰자
긴긴 잠못 이루는 밤이면
행여 울었다는 말을 말고
가다가 그리울 때도 있었노라고만 쓰자.

4. 序詩

윤동주님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워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5. 십자가
윤동주

쫒아오던 햇빛인데
지금 교회당 꼭대기에
십자가에 걸리었습니다

尖塔(첨탑)이 저렇게 높은데
어떻게 올라 갈 수 있을까요

종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데
휘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 처럼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 흘리겠습니다

6. 꿈은 깨어지고

윤동주

잠은 눈을 떴다
그윽한 幽霧에서

노래하든 종달이
도망쳐 날아나고,

지난날 봄타령하든
금잔디 밭은 아니다

塔은 무너졌다,
볽은 마음의 塔이

손톱으로 새긴 大理石塔이
하로저녁 暴風에 餘地없이도,

오오 荒廢의 쑥밭,
눈물과 목메임이여!

꿈은 깨어졌다
塔은 무너졌다.


7. 호주머니

윤동주

넣을 것 없어
걱정이던
호주머니는

겨울이면
주먹 두 개 갑북갑북

8. 새로운 길


윤동주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새로운 길

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아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오늘도.....내일도.....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19. 겨울

윤동주

처마 밑에
시래기 다래미
바삭바삭
추워요.

길바닥에
말똥 동그래미
달랑달랑
얼어요.

10. 봄

윤동주

우리 애기는
아래발치에서 코올코올,

고양이는 부뜨막에서 가릉가릉,

애기 바람이
나뭇가지에서 소올소올,

아저씨 해님이
하늘한가운데서 째앵째앵.

11. 쉽게 씨워진 詩

윤동주

窓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六疊房은 남의 나라,

詩人이란 슬픈 天命인줄 알면서도
한줄 詩를 적어 볼가,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주신 學費封套를 받어

大學노-트를 끼고
늙은 敎授의 講義 들으려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때 동무를
하나, 둘, 죄다 잃어 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沈澱하는 것일가?

人生은 살기 어렵다는데
詩가 이렇게 쉽게 씨워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六疊房은 남의 나라
窓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곰 내몰고,
時代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最後의 나,

나는 나에게 적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慰安으로 잡는 最初의 握手.

12. 눈

윤동주

지난밤에
눈이 소오복히 왔네

지붕이랑
길이랑 밭이랑
추워한다고
덮어주는 이불인가봐

그러기에
추운 겨울에만 내리지

13. 무서운 시간

윤동주

거 나를 부르는 게 누구요
가랑잎 이파리 푸르러 나오는 그늘인데,
나 아직 여기 호흡이 남아있소.
한번도 손들어 보지 못한 나를
손들어 표할 하늘도 없는 나를
어디에 내 한 몸 둘 하늘이 있어
나를 부르는 게요.

일을 마치고 내 죽는 날 아침에는
서럽지도 않은 가랑잎이 떨어질텐데......
나를 부르지도 마오.

14. 별을 헤는 밤

윤동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의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히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

15. 사랑스런 추억

윤동주

봄이 오던 아침,
서울 어느 쪼그만 정거장에서 희망과
사랑처럼 기차를 기다려,
나는 플랫폼에 간신한 그림자를 떨어뜨리고,
담배를 피웠다.
내 그림자는 담배연기 그림자를 날리고,
비둘기 한 떼가 부끄러울 것도 없이
나래 속을 속,속, 햇빛에 비춰 날았다.
기차는 아무 새로운 소식도 없이
나를 멀리 실어다 주어,
봄은 다 가고-
동경 교외 어느 조용한 하숙방에서
옛거리에 남은 나를 희망과 사랑처럼 그리워한다.

오늘도 기차는 몇 번이나 무의미하게 지나가고,

오늘도 나는 누구를 기다려
정거장 가차운 언덕에서 서성거릴 게다.

- 아아 젊음은 오래 거기 남아 있거라

16. 산협의 오후

윤동주

내 노래는 오히려
설운 산울림.
골짜기 길에
떨어진 그림자는
너무나 슬프구나
오후의 명상은
아 - 졸려.

17. 소년

윤동주

여기저기서 단풍잎 같은 슬픈 가을이
뚝뚝 떨어진다.
단풍잎 떨어져 나온 자리마다
봄을 마련해 놓고
나뭇가지 우에 하늘이 펼쳐져 있다.
가만히 하늘을 들여다보려면
눈썹에 파란 물감이 든다.
두 손으로 따뜻한 볼을 쓸어보면
손바닥에도 파란 물감이 묻어난다.
다시 손바닥을 들여다본다.
손금에는 맑은 강물이 흐르고,
맑은 강물이 흐르고,
강물 속에는 사랑처럼 슬픈 얼굴......
아름다운 순이의 얼굴이 어린다.
소년은 황홀히 눈을 감어 본다.
그래도 맑은 강물은 흘러
사랑처럼 슬픈 순이의 얼굴......
아름다운 순이의 얼굴은 어린다.

18. 아우의 인상화

윤동주

붉은 이마에 싸늘한 달이 서리어
아우의 얼굴은 슬픈 그림이다.

발걸음을 멈추어
살그머니 앳된 손을 잡으며
너는 자라 무엇이 되려니」
사람이 되지」
아우의 설은 진정코 설은 대답이다.

슬며시 잡았던 손을 놓고
아우의 얼굴을 다시 들여다본다.

싸늘한 달이 붉은 이마에 젖어
아우의 얼굴은 슬픈 그림이다.

19. 조개껍질

윤동주

아롱아롱 조개껍데기
울 언니 바닷가에서
주워온 조개껍데기
여긴여긴 북쪽 나라요
조개는 귀여운 선물
장난감 조개껍데기
데굴데굴 굴리며 놀다
짝 잃은 조개껍데기
한 짝을 그리워하네
아롱아롱 조개껍데기
나처럼 그리워하네
물소리 바다물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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